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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진영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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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22~2026-03-24
칼럼100%
  • [이진영 칼럼]최후진술 마친 尹, 전광훈 손현보가 구해낼까

    비상계엄 선포 이후 주목받는 현상이 주말마다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열기다. 전광훈 목사의 서울 광화문 집회와 손현보 목사가 서울 여의도 부산 대구 광주 대전을 돌며 개최하는 순회 집회에는 탄핵 찬성 집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드론을 띄워 찍은 집회 현장의 인파를 보면 ‘진짜 민심은 여론조사 결과와 다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전 목사와 손 목사는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최후진술 이후 처음 맞는 주말 광화문과 여의도에서 대대적인 3·1절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민주화운동 시절 정치 참여에 적극적이었던 진보 교계와 달리 ‘정교분리’를 고수했던 보수 쪽 개신교 지도자들이 정치에 뛰어든 건 진보 정부가 출범한 이후다. 이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3·1절과 6·25가 되면 ‘반핵반김 자유통일’ ‘한미동맹 강화’ ‘북한 인권 보호’를 내세워 대규모 기도회를 열었다. 2004년에는 ‘기도의 표를 모아 세상을 확 바꾸자’는 구호와 함께 한국기독당도 창당했다. 오랫동안 지켜온 정교분리 원칙을 깨려면 명분이 필요했다. 정교분리는 제헌헌법부터 명문화돼 내려오는 조항이기도 하다. 이철 숭실대 교수(종교사회학)는 교계 지도자들이 내세운 논리와 명분을 분석해 몇 가지로 추렸는데 ‘지금 한국 사회는 강도당한 사마리아인과 같아 외면할 수 없다’는 상황론, ‘김정일 악한 권세를 예수 권세로 무너뜨리자’는 영적 전쟁론, ‘교회 1만 개보다 국회의원 한 명이 선교에 이익’이라는 실용론 등이다. 전 목사, 손 목사가 광장 집회 참여를 독려하며 내세우는 명분은 상황론에 영적 전쟁론이 가미돼 있는 듯하다. 전 목사는 “국민이여 일어나라. 국가가 위태롭다”고 한다. 손 목사가 집회를 위해 만든 단체 이름도 ‘세이브코리아’, ‘한국을 구하라’이다. 여기서 싸워 이겨야 할 상대는 북한과 공산주의, 이에 우호적인 남한 정치세력이다. “대한민국을 사악한 무리들(종북 세력)에 내어줄 수 없다”(손 목사) “주사파 척결하지 않으면 나라가 북한, 중국에 먹힌다”(전 목사)는 주장이다. 집회 무대에선 “종북 좌파가 바퀴벌레처럼 활약” “(진보 성향의)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을사오적” 같은 선동과 혐오 발언이 나온다. 전 목사는 “북한이 선거 개입한다”는 부정 선거론도 퍼뜨린다. 망국적 국론 분열을 치유해야 할 종교계가 갈등을 부추긴다는 비판에 손 목사는 “신사참배 반대 행위도 당시엔 정치 선동으로 비판받았다”고 반박했다. 손 목사가 속한 고신 교단을 만든 사람들이 일제강점기 때 신사참배를 거부했던 자랑스러운 역사를 언급한 것이다. 지금이 옳은 일 하려면 목숨 걸어야 했던 시절과 같나. 이제는 말할 용기가 아니라 듣는 관용이 필요한 때 아닌가. 구국 집회의 결론이 ‘계엄은 합법’ ‘윤석열 즉각 석방’에 이를 즈음이면 야당의 줄탄핵과 대통령의 탄핵심판 절차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도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집회 열기는 뜨거운데 중도층 여당 지지율은 급락하는 추세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정권 연장’과 ‘정권 교체’ 여론의 변화를 추적해 온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정권 연장을 원하는 여론은 한덕수 총리 탄핵안 가결 후 커지기 시작해 1월 셋째 주 오차범위 내에서 정권 교체 여론을 앞서다 일타 강사 전한길 씨의 합류로 반탄 집회 열기가 달아오른 이후 정권 교체에 뒤지는 흐름을 보였다. 개신교계에선 정교분리란 정부의 교회 간섭을 막기 위함이지 교회의 정치 참여를 막기 위한 게 아니라고 본다. 루터 말대로 기독교인은 ‘하나님의 왕국’에 속하면서 ‘세상의 왕국’에도 속한다. 하지만 종교집단의 정치 참여는 국가의 세속적 질서를 어지럽히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정교분리는 근원적으로 종교가 정치세력화해 발생하는 폐해를 막기 위해 도입된 원칙이다(성정엽 인제대 법학과 교수). 종교는 절대적 믿음의 영역이고 정치는 상대적 타협의 영역이다. 전 목사 추종 세력이 주도한 서울서부지법 난입 사태는 믿음과 타협의 영역이 혼재돼 버린 종교의 정치화, 정치의 종교화의 치명적 결과를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해방신학의 본고장인 남미 출신이지만 종교의 과잉 정치는 경계했다. 그는 “공동선을 향한 뜨거운 마음으로 사회 문화 정치 생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달라”고 당부하면서도 “믿음이 대립을 조장하려는 집단들에 이용되거나 도구화될 위험”을 경고했다. 광화문파와 여의도파 집회에는 여당 정치인들까지 합류하고 있다. 종교와 정치가 건강한 관계로 공동선을 추구하는지, 아니면 서로가 서로의 도구로 이용하면서 나라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기 바란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 2025-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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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가 만난 사람]“한국의 불행한 대통령들, 대권 차지해 다 쓸어버리려는 탓”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넣기 좋아하는 나라.” 김대중 대통령 시절 남한의 ‘타락상’을 묘사한 북한 소설 ‘아, 조국’에 나오는 구절이라고 한다. 출간 연도가 노무현 대통령 집권 2년 차인 2004년. 이후로도 역대 대통령들의 끝은 좋지 않았다. 라종일 동국대 석좌교수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영국 대사 임기 끝무렵이다. 새로 선출된 노무현 대통령에게 발탁돼 귀국길에 오르는 그를 위해 마련된 송별회 자리에서 현지 지식인들은 축하보다 우려를 표했다. ‘한국 대통령들은 그 끝이 좋지 않고 거의 예외없이 비극적이기까지 하던데…’라면서. 라 교수는 이 문제를 잘 알고 있으면서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다고 했다. ‘한국의 불행한 대통령들’은 라 교수가 오래 고민해 오던 문제에 대해 후배 정치학자들과 내놓은 답이다. 출간 연도가 2020년. 이후로도 우리는 감옥에 갇힌 또 한 명의 대통령을 보고 있다.》―21세기의 비상계엄 사태,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격세유전(atavism) 같은 현상이라고 본다. 일반인의 눈에 띄지 않게 잠재돼 있던 권위주의 시대의 인자가 갑자기 돌출한 것이다. 자크 데리다의 ‘유령론’을 인용해 유신시대 긴급조치라는 유령의 출현이라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어떻게 해석하든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 정치 현실에 대해 황당할 정도의 오판을 했고 잘못된 조치로 나라 전체에 큰 혼란과 어려움을 초래했다. 나라가 국내외 경제 외교 안보 등 여러 가지로 어려운 문제에 당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한국의 불행한…’은 톨스토이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으로 시작한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윤 대통령의 불행의 이유는 무엇일까.“정치인으로서 경험과 경륜의 축적 없이 정부의 최고위직에 바로 올랐다. 그전의 경험이 검사로서 사람들을 정죄하는 일에 국한됐다는 점도 이미 높은 수준으로 발전한 나라를 이끄는 데 도움이 안 됐을 것이다. 널리 알려진 음주 습관. 이 기호도 전직과 관계가 있을 텐데, 냉철한 판단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국가수반으로서 영부인 문제 처리도 일반인들 기대 수준에 많이 미치지 못했다.” ―전직 대통령은 자식들도 감옥에 보냈다. 아내에게 모질기가 더 어려운가.“정치학에서 대통령 주변 인물들의 영향력을 측정하는 여러 기준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육체적인 근접성, 즉 대통령 곁에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가를 따지는 것이다. 이 기준으로 보자면 영부인을 당할 사람이 없다. 어느 정부에서나 영부인의 영향력은 컸다. 문제는 그 영향력을 어떻게 행사하는지, 영부인 문제를 대통령이 어떻게 다루는지인데, 윤 대통령은 이를 소홀히 했다. 특검까진 안 가더라도 검찰 조사를 제대로 했어야 했다.” ―역대 대통령이 모두 불행한 구조적 원인으로 제왕적 대통령제가 지목된다.“스스로 제왕이라 여기는 멘털리티가 문제다. 대통령직을 흔히들 대권(大權)이라고 한다. 옛날에 유력한 어느 대선 후보는 측근들로부터 ‘주군’이라 불렸다. 3권분립 체제에서 5년 단임의 대통령직을 대권이라고 부르는 게 온당한가. 정권이 바뀌면 무슨 새로운 왕조를 세우듯 정부 조직을 개편하고 역사도 새로 쓴다. 김대중 대통령이 1992년 대선에서 실패하고 영국 케임브리지에 와 계실 때 자주 저를 찾으셨다. 한번은 ‘만약 차기 대통령이 되신다면 새로운 마음으로 정부를 운영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이때 ‘제2의 건국’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반공, 권위주의, 국가 기관을 정권 유지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일을 지양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대통령이 되신 다음 국가 기관을 동원해 제2건국위원회를 전국적 규모로 조직하는 것을 보고 놀라 여러 경로로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현실적인 안목을 갖춘 분임에도 나라를 다시 세워 보겠다는 생각을 하신 것이다.” ―선거 때면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혁명적인 변화를 이뤄내겠다고 마음먹으면 반대 세력을 동반자나 경쟁자가 아닌 적이나 자기가 수행해야 하는 위대한 업적을 방해하는 방해꾼으로, 궤멸해야 하는 상대로 볼 수 있다.” ―전 정부 지우기도 되풀이되는 문제다.“다른 나라도 정권이 바뀌면 전 정권 지우기가 시도되지만 이는 정책의 영역에 머문다. 그런데 우리는 검찰을 동원한 사법적 처리가 주를 이룬다. 그러니 어떻게든 대권을 차지해 상대방을 문화계 스포츠계 망라해 다 쓸어버리려 하지 않겠나.” ―대통령 레임덕은 측근 비리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았다.“어느 정치인이 쓴 책에 ‘하루 일과가 100이라면 그중 일은 20∼30만 하고 나머지 70∼80은 자기 자리를 철벽 수비하는 데 썼다’고 나온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인사나 정책이 국익의 관점이 아닌 측근들 사이의 이해관계나 영향력을 위한 각축의 결과로 결정된다는 증언이다. 결국 책임은 다 대통령에게 돌아오게 된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막기 위해 개헌하자는 요구가 있다.“개헌이 현재 정치적 난국에서 가장 쉬운 탈출구로 논의되고 있지만 난 회의적이다. 역대 대통령들의 불행이 헌법 때문일까. ‘영국 헌법’의 저자인 월터 배젓은 헌법을 자주 고치는 나라를 환자에 비유했다. 환자는 침대에 누워 좀 더 편하려고 자세를 자주 바꾸지만 어떤 자세를 취해도 역시 불편하기 때문에 계속 자세를 바꾼다는 설명이다. 이해관계와 셈법이 다른 현 정치권에서 다수의 사람들에게 좋은 평을 듣는 개헌을 할 능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개헌을 해도 헌법 조문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해 변칙적으로 활용하려 하지 않을까. 현행 헌법에 따르면 총리는 내각을 조직하고 이를 대통령에게 보고해 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 하지만 조각은 청와대에서 이뤄지고 총리는 별 영향력이 없다. 좋은 헌법도 안 지키면 무슨 소용인가.” ―개헌이 아니라면….“우리는 민주주의를 독재와 싸우는 것으로만 이해한다. 경쟁자들과 페어 플레이 하려는 노력은 없다. 더 좋은 헌법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보다는 양보하고 타협도 할 수 있는 정치적 소양을 갖추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 ―윤 대통령의 탄핵 사유는 박근혜 전 대통령 때보다 엄중해 보인다. 그럼에도 탄핵에 반대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야당의 독주가 지나쳤다는 여론이 있다. 또 하나는 박 전 대통령 때 탄핵되면 그 다음에 타협과 화합의 정치가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잖나. 적폐청산 한다면서 국가정보원 서버까지 들춰 보는 등 국기를 흔드는 일이 있었다.” ―국제 정세가 불안정한데 탄핵으로 국론까지 분열된 양상이다. 탄핵 심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물리적 충돌이 벌어질까 우려된다.“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 정치인들이 ‘밥값’을 해야 한다. 최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는데, 이시바의 정적이었던 아베 전 총리 부인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게 참 부러웠다. 6·25전쟁 때 미군이 압록강에서 대패하자 트루먼이 ‘모든 무기 사용을 다 고려하고 있다’고 해 원자폭탄을 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유럽이 발칵 뒤집혔고, 당시 클레멘트 애틀리 영국 총리가 워싱턴으로 날아갔다. 노동당 출신 총리가 가는데 보수당의 윈스턴 처칠이 워싱턴에 있는 친구들에게 편지를 써서 ‘애틀리가 지금 굉장히 어려운 임무로 워싱턴에 가니 좀 도와 달라’고 했다. 우린 왜 이렇게 못하나.” ―탄핵 심리 결과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질 수 있다. 차기 대통령이 불행으로 끝나지 않으려면….“대통령이 되겠다며 조언을 구하는 분들에게 꼭 묻는다. ‘대통령이 되면 5년 동안 뭘 하겠느냐.’ 그럼 엄청난 얘기들을 한다. 통일도 추진하고 민주화도 더 추진하고 경제도 건설하고 세계에서 지도적인 역할도 하고. 그런데 구체적인 정책은 없고 일반적인 얘기만 한다. 새로운 세상을 열겠다 해놓고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안 되고 우왕좌왕하다 5년이 간다. 그럼 불만들이 쌓인다. 불행한 대통령 안 되기가 힘든 거다. 한시적으로 국정을 맡았을 뿐이라며 겸손하고 과학적이었으면 한다. 적폐청산이나 후임자 일까지 간섭하는 ‘대못 박기’ 이런 것 하지 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한반도 안보 지형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불안하다.“큰 변화의 시기다. 그러나 국제 관계에 있어서는 무엇이 변하고 무엇이 상수로 남아 있는 것인가 판단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프랑스 격언 중에 이런 말이 있다. ‘변화할수록 그대로이다.’”라종일 동국대 석좌교수(85)△서울대 정치학과△영국 케임브리지대 트리니티칼리지 정치학 박사△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김대중 정부 국가정보원 해외·북한담당 차장△노무현 정부 대통령국가안보보좌관△주영 대사, 주일 대사△우석대 총장△저서: ‘장성택의 길’ ‘아웅산 테러리스트 강민철’ ‘물과 피: 정치의 이해’ 외 다수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 2025-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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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이진영]“보수 정권 역사 이래 최다석을 얻을 거라 했어요”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4·10총선 때도 경남 창원 의창 공천에 개입하려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명태균 씨 변호인이 17일 공개한 입장문 ‘김건희와 마지막 텔레그램 통화 48분’에 나오는 내용이다. 김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 검찰총장 시절 ‘조국 수사’에 참여한 김상민 검사(47)를 도와달라 했다는 것이다. 이곳은 검찰이 대통령 부부의 2022년 보궐선거 공천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지역구다. 명 씨 측은 녹취록을 따로 공개하지 않았고 국민의힘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부인했다. ▷명 씨가 지난해 2월 16∼19일 5, 6회의 통화 내용을 복기한 기록에 따르면 김 여사는 “선생님, 김상민 검사 조국 수사 때 정말 고생 많이 했어요. 의창구 국회의원 되게 도와주세요”라고 했다. 김 검사는 현직 검사 신분으로 출마를 강행해 논란이 된 인물이다. 2023년 추석 무렵 “지역사회에 큰 희망을 드리겠다”는 ‘명절 문자’를 지역 주민들에게 보냈다가 ‘경고’ 처분을 받았다. 경선에서 떨어진 뒤엔 국가정보원 법률특보(차관보급)로 기용됐다. ▷김 여사는 김영선 당시 현역 의원에 대해서는 “어차피 컷오프라면서요”라고 배제했다. 또 다른 예비 후보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 부역자” “기회주의자”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명 씨는 “평생 검사만 하다 지역도 모르는 사람을 공천하면 총선에서 진다”며 반대했다. 명 씨는 당시 “5선 의원이 떨어지면 조롱거리가 된다”며 세비 절반을 떼주던 김 전 의원을 밀고 있었다. 마지막 통화는 “김상민이 내려 꽂으면 전 가만히 안 있을 겁니다”로 끝난다. 둘 사이가 틀어진 계기가 공천 문제였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김 여사는 당시 총선 결과를 낙관했던 것으로 보인다. 명 씨가 “이 추세로 가면 110석을 넘지 못합니다”라고 하자 “아니에요. 보수 정권 역사 이래 최다석을 얻을 거라 했어요” “이철규, 윤한홍 의원이 그랬어요” 했다는 것이다. 보수 정권 역대 최대 의석은 2008년 총선 당시 153석이었다. 결과는 역대 두 번째로 적은 108석이었다. 통화가 이뤄진 시기는 명품백 논란으로 2월 18∼24일로 잡혔던 독일 국빈 방문과 덴마크 공식 방문 일정까지 연기할 정도로 총선 여론이 좋지 않을 때였다. ▷지난 총선은 ‘김 여사 리스크’로 시작해 ‘대파 논란’으로 끝난 선거였다. 일반 여론도 ‘대통령실 책임론’이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대승 전망과 대패 결과 사이에서 윤 대통령은 부정선거론의 길로 빠져들었고 이는 “비상계엄을 선포하게 된 주요 원인”이 됐다. 김 여사는 계엄 전후 조태용 국정원장과도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서울중앙지검이 넘겨받은 명 씨와 대통령 부부 사건을 수사하다 보면 계엄의 전말을 보여줄 퍼즐 조각을 찾게 될지 모른다.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 2025-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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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이진영]교육감 출마하며 “조국 딸 못 지켜 미안하다”는 전 부산대 총장

    오는 4월 2일 하윤수 전 교육감이 당선무효형을 받아 치러지는 부산시교육감 재선거를 앞두고 뜻밖에 조국 입시 비리 사태가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예비후보로 등록한 진보 성향의 차정인 전 부산대 총장이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딸 조민 씨에게 공개 사과하면서다. 차 후보가 총장이던 2021년 부산대는 위조된 표창장과 허위 인턴십 확인서를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활용한 조 씨의 입학을 취소했다. ▷차 후보는 이날 회견에서 “당시 수사가 정치 검찰의 표적 수사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총장이 학생을 지키지 못한 엄연한 사실에 대한 안타까움과 미안함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그는 “(정경심 교수) 1심 판결 후 국민의힘에서 거세게 공격하고 교육부가 공문을 보내 입학 취소를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았다”면서 “사실심의 최종심인 항소심 판결이 난 이후에야 입학 취소 예정 처분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후에야 입학 취소를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차 후보의 난데없는 사과 회견은 같은 진보 진영의 경쟁 후보와 단일화가 무산된 후 진보층의 지지를 결집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차 후보가 출마하자 진보 진영에서는 ‘당시 총장이 직권으로 조민 씨 입학 취소를 막을 수 있지 않았나’라는 말이 나왔다. 차 후보는 이에 대해 “부산대 입학 요강에는 허위 서류를 제출하면 불합격 처리한다고 명시돼 있었고, 허위 여부는 법원 판결로 결정되기 때문에 총장에게 재량권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조민 씨의 허위 서류가 합격에 영향이 없었음을 공개한 사실을 언급하며 “학생의 억울한 점을 밝히는 데도 최선을 다했다”고 덧붙였다. ▷조민 씨 입시 비리 사건은 입시제도의 신뢰 기반을 흔들어놓은 사건이다. 조 씨가 입시에 활용한 ‘7대 스펙’은 대법원에서 모두 허위로 판명됐다. 이 일로 조 씨의 부모가 모두 실형을 살았거나 살고 있다. 차 후보는 검사 출신으로 민변 변호사와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지냈다. 법조인이자 교육자 출신이 부산 초중고교 교육을 책임지겠다며 나선 자리에서 부정입학생을 억울한 정치적 피해자인 양 감싸다니 자격 미달 아닌가. ▷교육감 선거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정당 개입을 금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치열한 진영 대결로 치러진다. 특히 이번 선거는 지금까지 등록한 예비후보만 6명이다. 후보가 난립할수록 진영 내 후보 단일화가 승리에 결정적이다 보니 공약 경쟁은커녕 엉뚱한 사람에게 사과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2022년 당선된 시도교육감 17명 중 서울(조희연)과 부산 교육감 2명이 대법원 판결로 불명예 퇴진했고 3명이 재판을 받고 있다. 여러모로 교육적이지 않은 교육감 선거다.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 2025-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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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이진영]‘500명 수거해 처리’

    ‘노상원 수첩’은 내란 혐의로 구속 기소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점집에서 경찰이 확보한 약 70쪽짜리 메모장이다. 그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불러준 내용을 받아 적은 것”이라고 진술했는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필적 감정에서는 ‘감정 불능’ 판정이 나왔다. 누가 썼는지는 수사 중이지만 일부 언론이 입수해 보도한 수첩 속 비상계엄 계획은 충격적이다. ▷먼저 눈에 띄는 건 체포자 명단. 수첩에는 계엄 선포 10일 차까지 체포 대상자를 ‘수거’해 ‘수집소’로 보낸다는 내용이 나온다. 체포 대상은 “여의도 30∼50명 수거” “언론 쪽 100∼200(명)” 등 “500여 명 수집”으로 적혀 있다. 이 중 A급은 문재인, 이재명, 유시민, 권순일, 김명수, 조국, 민노총 등이다. 검찰 조사 결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서 넘겨받았다는 ‘체포자 명단 16명’과 비교하면 ‘한동훈’이 빠지고 ‘이준석’이 들어가 있다.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판사, 조국 전 장관을 위해 탄원서를 쓴 축구대표팀 감독 차범근 씨도 ‘수거’ 대상이다. ▷“A급 수거 대상 처리 방안”은 살벌하다. ‘수집소’는 “강원도 화천, 양구, 울릉도, 마라도, 전방 민통선 쪽”이고, “확인 사살 필요” “막사 내 잠자리 폭발물 사용” 등의 메모로 보아 ‘처리’는 ‘살해’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내국인 사용 시 수사를 피하기 어렵다”는 문장과 함께 “외국 중국 용역업체” “북한과의 접촉 방법” “무엇을 내어줄 것이고 접촉 시 보안 대책은”이라는 메모가 적혀 있다. 수거 대상자들을 제거하려 ‘북풍’ 공작을 검토한 흔적들이다. ▷메모 작성 시기는 지난해 4월 총선 이전으로 짐작된다. 수첩 첫 장에 “총선 후 입법으로 집행하는 건 쉽지 않다. 실행 후 싹을 제거해 근원을 없앤다”는 문장이 있다. “여의도 봉쇄” “역행사에 대비해야 한다” “민주당 쪽” “9사단과 30사단” 등의 문구로 보아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를 무력으로 진압하려는 계획도 세웠던 듯하다. “행사 후속 조치 사항”으로 “헌법, 법 개정” “3선 집권 구상 방안” “후계자는?”이 나온다. 메모 작성자 머릿속엔 ‘경고성 계엄’이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의 장기 집권용 비상계엄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수첩 속 메모는 휘갈겨 쓴 필체라 동일인이 썼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게 필적 감정 결과다. 검찰은 메모 내용이 파편적이어서 해석의 여지가 있고, 수첩 주인이 작성 경위에 대해 입을 닫고 있다며 그의 공소장에 수첩 내용은 담지 않았다. 하지만 허튼 망상이라고 덮고 넘기기엔 체포 명단 작성과 국회 표결 무력화 등 실제 시도한 대목이 적지 않다. 누구 지시로 작성한 것일까. 유혈 친위 쿠데타 모의의 흔적이 ‘계엄의 설계도’였는지 규명할 필요가 있다.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 2025-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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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이진영]“국무회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날 무슨 일이

    12·3 비상계엄 사태의 결정적 장면 중 하나가 계엄 전 소집된 국무회의다. 계엄 선포와 해제는 헌법과 계엄법에 따라 최고 정책심의기관인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공소장에 따르면 당시 국무회의는 법적 절차를 무시한 채 5분 만에 끝난 하자투성이 회의였다. 국무위원들도 최근 경찰 조사에서 “정상적인 국무회의가 아니었다”고 진술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계획을 가장 먼저 접한 국무위원은 김 전 장관을 제외하면 한덕수 국무총리다. 한 총리는 그날 오후 8시 40분경 호출을 받고 대통령 집무실에 도착해 계엄 얘기를 처음 들었다. 반대해도 소용없자 “다른 국무위원들 말도 들어보시라”고 했고 윤 대통령은 “그럼 한번 모아 보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처음부터 국무회의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는 게 한 총리 진술이다. “항상 법전 먼저 찾는 게 평소 업무 스타일”이라는 법조인 출신 대통령이 왜 국무회의 심의 절차를 가볍게 여겼는지 의문이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도 “국무위원 전원이 반대한다”며 대통령을 말렸다고 한다. “계엄에 동의한 국무위원이 있었다”는 김 전 장관 증언과 배치되는 진술이다. 이는 장관들의 반대 의견이 국무회의 전 비공식적으로 제기된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장관들은 의결정족수 11명이 채워지길 기다리는 동안 “국가 신인도에 치명적 영향을 준다” “70년간 대한민국이 쌓은 성취를 무너뜨린다”며 말렸다. 윤 대통령은 “22시에 KBS 생방송으로 발표해야 하는데”라며 기다리다 딱 11명이 되자 바로 회의를 시작해 일방적 통보만 하고 끝냈다. ▷결국 당시 국무회의는 안건 제안도, 실질적인 심의도, 국무위원 서명이 담긴 회의록도 없는 ‘3무(無)’ 회의였다. 이 전 장관은 계엄 선포 직후 대통령실 부속실 직원에게 “장관 몇 명이 언제 왔다 정도라도 적어 놓으라”고 지시했다. 회의록이 없으면 국무회의 심의를 거친 것으로 볼 수 없어 위헌 위법적 계엄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계엄 선포 후 누군가 와서 “서명해 달라”고 했지만 거부했다고 한다. 그는 “당시 회의가 국무회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한 총리 등에게 “(비상계엄 계획은) 아무도 모른다. 심지어 와이프도 모른다. 와이프가 화낼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일명 ‘명태균 녹취록’을 통해 김건희 여사의 전방위적 국정 개입 의혹이 제기된 터다. 김 전 장관 공소장에는 지난해 8월과 10월 윤 대통령이 관저에서 주요 군 지휘관들과 식사하며 계엄을 모의한 정황도 나온다. 김 여사를 보호하고 싶었을까. 왜 “계엄은 정당하다”면서 김 여사가 알면 화낼 것 같다고 했을까.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 2025-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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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이진영]트럼프 취임식의 한국 VIP들 어디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은 티켓 구하기 경쟁이 치열했다. 원래 미국 대통령 취임식은 국내 행사인데 트럼프가 개인적 친분을 중시하는 데다 전혀 다른 미국을 예고하면서 ‘눈도장 찍기’ 수요가 폭증했다. VIP석과 대통령과의 만찬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기부금이 쇄도해 역대 최고치인 2억5000만 달러(약 3627억 원)가 걷혔다. 한국 정·재계 참석자들도 현지에서 인증샷을 올리고 있는데 취임식을 ‘직관’한 이는 많지 않다. ▷이번 취임식 전 배포된 초청장은 VIP석 1600장을 포함해 22만 장. 그런데 북극 한파로 국회의사당 실내 행사로 바뀌면서 참석 인원이 2만1800여 명으로 크게 줄었다. 취임식 좌석은 3등급으로 나뉘는데 1등급은 취임식이 열린 의사당 중앙홀(로툰다)로 약 600명에게 돌아갔다. 상·하원 의원들과 대법관, 전직 대통령 부부, 빅테크 기업 수장들이 상석을 차지했다. 한국인 중엔 조현동 주미 대사가 유일하게 로툰다 홀에 초대됐다. ▷2등급은 의사당 내 노예해방홀(1200명), 3등급은 의사당 밖 체육관인 캐피털원아레나(2만 명)로 모두 취임식을 생중계 화면으로만 볼 수 있는 곳이다. 한국계 미국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노예해방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부부와 최준호 패션그룹형지 부회장 등이 캐피털원에 초대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식후 노예해방홀에서 즉석 연설을, 캐피털원에선 행정명령 서명쇼를 벌였으나 상당수는 트럼프의 얼굴도 못 봤다고 한다. 정 회장 부부는 트럼프 장남의 초대로 VIP만 입장 가능한 3개 무도회 중 한 곳에도 참석했다. ▷정계에서는 국민의힘 방미단과 일부 의원들이 캐피털원에서 취임식을 스크린으로 지켜봤다. 수용 규모가 2만 명이어서 미 정계 인사들과 의미 있는 교류를 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소셜미디어에 “차기 대선 후보 자격으로 미 대통령 취임준비위원회 초청”을 받았다면서도 추위에 줄 설 엄두가 나지 않아 호텔에서 스크린으로 취임식을 봤다고 썼다. 취임식 일주일 전 급하게 초청받아 상원의원들과의 만남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럴 거면 세금 써서 왜 간 것이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초대했는데 대신 부주석이 참석했다. 그동안 주미 대사가 참석했던 관례를 깨고 부주석으로 급을 높인 것이다. 일본도 처음으로 외상이 취임식에 초대받았고, 식후에는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회담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행정명령 폭탄을 쏟아내는 터라 탄핵 사태로 인한 리더십 공백이 뼈아플 수밖에 없다. 의원 외교로 공백을 메워주면 좋으련만 다들 ‘찬밥’ 신세에다 일부는 대통령을 먼발치서 보려는 수고도 않았다니 한심한 노릇이다.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 2025-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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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이진영]부자가 8.7년 더 ‘건강하게 오래’ 산다

    건강은 개인 하기 나름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사회적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미국은 인종에 따라 기대수명 차이가 크다. 아시아인이 84.5세, 백인 77.5세, 흑인 72.8세, 원주민 67.9세 순이다. 영국에선 부촌에서 태어난 아이가 가난한 동네 아이보다 12년 더 오래 산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부자가 더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윤석준 고려대 예방의학교실 연구팀이 2008∼2020년 건강보험 데이터를 이용해 소득 수준(5개 등급)에 따른 기대수명을 분석한 결과 2020년 최상위 소득계층이 87.4년으로 최저 소득층보다 7.9년 더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별 이상 없이 생활하는 기간을 뜻하는 ‘건강수명’ 격차는 더 컸다. 최상위 계층이 74.9년으로 최저소득 계층보다 8.7년 더 길었다. 기대수명과 건강수명 모두 소득 수준에 따른 격차가 해마다 더 벌어지는 추세를 보였다. ▷건강과 수명을 결정하는 요인으로는 경제력, 주거 환경, 식습관, 사회관계 등이 꼽히는데 특히 의료 서비스 접근성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 부자들이 사는 동네에는 큰 병원과 실력 있는 의사들이 많다. ‘종합병원에 1시간 30분 이내 접근이 불가능한 인구 비율’은 의료 여건이 좋은 곳은 0%이지만 나쁜 곳은 42%나 된다. ‘지역응급의료센터에 30분 이내 접근이 불가능한 인구 비율’은 지역별로 0∼57%로 격차가 더 크다. 이 때문에 소득 수준별로 응급 상황이나 급성 심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 차이가 크게 난다. 제때 치료를 받았더라면 피할 수 있는 사망률(회피가능사망률)의 경우 최저소득 계층이 최고층보다 1.4배 더 높다. ▷부자들은 급성 질환뿐만 아니라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같은 만성 질환을 앓는 비율도 낮다. 많이 벌수록 술과 담배를 덜하고, 적당한 유산소 운동과 균형 잡힌 식단으로 건강과 비만을 관리하는 경향과 무관하지 않다(질병관리청 2023 국민건강영향조사). 건강은 대물림된다. 유전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생활 환경과 습관을 그대로 물려받아 부모 세대 건강 격차가 자녀 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금융자산이 10억 원 이상인 부자들은 일반인보다 아침 식사를 하는 비율이 높고, 종이신문과 연간 10권의 책을 읽으며,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횟수도 많았다(‘2024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 아침을 먹으면 폭식을 예방하고, 하루 30분 이상 읽으면 사망할 확률이 줄어들며, 가족 간 유대는 심리적 안정에 필수 요소다. 평범해 보이는 이런 장수 생활 습관도 먹고살기 힘든 이들에겐 사치일 수 있다. 의료 불평등 못지않게 경제 양극화 완화에 힘써야 건강 불평등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 2025-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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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영 칼럼]판돈으로 ‘나라’ 건 尹과 李의 ‘오징어게임’

    조기를 게양한 채 을사년 새해를 맞이할 줄은 몰랐다. 정부는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하고 전국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정부 수반의 대행으로서 비통하고 송구한 마음”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켜 놓고 수습은커녕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 곳곳을 구멍 낸 정치권은 더욱 송구한 마음이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실패한 계엄 후 여야 간 예측 불허의 정쟁에 대해 외신은 ‘오징어 게임’ 같다고 보도했다. 탄핵이든 수사든 피해가며 어떻게든 자리를 보전하려는 윤 대통령, 그런 대통령을 빨리 끌어내리고 조기 대선에서 승리해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털어내려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벌이는 혈투다. 얼마 전 공개된 ‘오징어 게임 2’가 반짝 흥행으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리얼리티쇼 ‘오징어 게임 계엄편’이 훨씬 극적이고 잔혹한 탓도 있을 것이다. 비석치기, 제기차기, 공기놀이로 승부를 가리는 드라마 ‘오겜2’와 달리 ‘오겜 계엄편’을 이해하려면 헌법 지식이 필요하다. 첫 번째 게임 ‘대통령 탄핵소추’가 이 대표 승리로 끝나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됐다. 두 번째 게임은 대통령 탄핵 여부를 결정할 헌법재판소 9인 체제 복원을 위한 ‘헌법재판관 3명 임명하기’. 뜻밖에 한 대행이 ‘여야 합의가 우선’이라며 임명을 보류하면서 결과적으로 대통령을 도운 ‘깐부’가 됐고, 대본에 없던 ‘한 대행 탄핵소추’와 ‘의결정족수’ 게임이 추가됐다. 이제 주인공은 최 대행. 그가 전임자와 달리 여당과 민주당이 추천한 헌법재판관 1명씩 2명을 임명하면서 탄핵심판 무력화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해가게 됐다. ‘오겜 계엄편’의 출연진도 드라마의 상상력을 뛰어넘는다. 12개 혐의로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는 자신을 수사한 검사들은 ‘이재명 괴롭힌 죄’를 물어 탄핵하고 방탄용 입법을 남발하는 독한 빌런임에도 당내에선 ‘민주당 아버지’ ‘신의 사제’로 추앙받는다. 그런 이 대표도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으로서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고 계엄을 하려다 체포영장을 받아 든 경쟁자에 비하면 평범해 보일 지경이다. 통계학자인 아버지와 화학을 전공한 어머니 슬하에서 법학을 공부했건만 대통령 주변에선 법사와 도사와 보살들이 측근 자리를 놓고 신통력 경쟁을 벌였다. 부인도 “웬만한 무당보다 낫다”고 자부하는 인물이다. 동양철학자 임건순 씨에 따르면 무속은 철저한 현세주의이고, 모든 잘못은 남 탓, 악귀 탓이다. 무속에 빠진 사람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고 “나 감옥 가느냐”를 묻는다. 여사 의혹은 야당의 악마화 탓, 총선 대패는 선거 부정 탓, 비상계엄 선포는 야당의 입법 독주 탓이다. 대선 후보 시절 손바닥에 ‘왕(王)’자를 써 넣고 다닐 때 망국적 주술 정치를 예고하는 복선임을 눈치챘어야 했다. 참담한 사고로 잠시 멈춘 정쟁은 4일 애도 기간이 끝나면 재개될 것이다. 개인 목숨을 건 드라마와 달리 현실 속 오징어 게임엔 나라의 운명이 달려 있다. 계엄 사태로 주가가 내려앉고 원화 가치가 추락해 국제 투기 자본들이 알짜배기 기업을 헐값에 쓸어 담으려 어슬렁거리고 있으니 게임을 지속하는 건 경제적 자해 행위다. 제주항공의 아찔한 동체 착륙을 TV로 지켜본 사람들은 대내외적 난기류에 휩싸인 대한민국호가 비상 착륙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살아남을 수나 있을지 공포감을 느꼈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조종석에서 제 발로 걸어 나올 용기도, 책임감도 없어 보인다. 그가 계엄 날 지시했다는 “총을 쏴서라도” “도끼로 문 부수고”를 검찰 공소장에서 확인한 정신과 전문의들은 수사보다 치료가 급하다고 한다. 헌재의 탄핵 심리 절차를 밟는 방법밖엔 없다. 아무리 못났어도 대통령을 파면한다는 건 주권자의 민주적 의사 결정을 파기하는 일이다. 9인 완전체라야 그 결정이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 4월이면 대통령이 지명한 2명의 재판관 임기 만료가 돌아오는데 그때까지 탄핵 심리가 끝나지 않으면 다시 6인 체제가 되는 상황도 감안해야 한다. 결국 윤 대통령을 배출한 죄 있는 여당이 수습의 책임을 회피하지 않길 기대한다. 헌재 9인 체제 복원을 위한 여야 협의에 적극 나서고, 최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한 ‘내란죄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도 위헌 조항을 뺀 수정안으로 야당 동의를 얻어 ‘부부의 난’을 단죄하라. 제주항공 희생자 179명을 위해 울리는 조종(弔鐘)은 더 이상 한눈팔지 말고 앞을 똑바로 보라는 경종(警鐘)으로 들어야 한다.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 2024-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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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이진영]무모한 ‘계엄 망상’ 언제 싹 텄을까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풀리지 않은 의문은 대체 왜 그 무모한 일을 벌였느냐다. 윤석열 대통령은 ‘거대 야당의 의회 독재’를 이유로 들었다. ‘김건희 여사 수호 계엄설’ ‘명태균 황금폰 유출 제지용’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계엄의 동기를 이해하려면 질문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언제부터 계엄을 모의한 것인가. ▷가장 눈여겨볼 시점이 계엄을 총지휘한 김용현 국방부 장관 인사다. 대통령은 8월 12일 김 당시 대통령경호처장을 국방부 장관에 지명하기 위해 임명된 지 1년도 되지 않은 외교안보 라인을 돌연 교체했다. 미 대선을 85일 앞둔 시점의 깜짝 인사에 ‘말 못 할 사연이라도 있는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당시 대통령실은 ‘여름휴가 중 숙고를 마친 결과’라고 했는데 공교롭게도 대통령이 휴가 때 함께 골프 친 부사관들이 이번 계엄 과정에서 국회에 투입된 707특임단 소속이라는 야당 측 주장이 나왔다. 또 당시 부하 여단장과의 하극상 사태로 경질설이 돌던 문상호 정보사령관이 김 전 장관의 인사로 살아남아 함께 계엄을 준비했다고 한다. ▷민주당이 계엄 의혹을 제기한 때도 이즈음이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8월 17일 “국방부 장관의 갑작스러운 교체와 대통령의 뜬금없는 반국가 세력 발언으로 이어지는 최근 정권 흐름의 핵심은 북풍 조성을 염두에 둔 계엄령 준비 작전”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뉴라이트 역사관’ 논란으로 광복회와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서 “검은 선동 세력에 맞서 싸워야 한다”, 이후 국무회의에선 “반국가 세력이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다”며 비판 세력에 대한 노골적 적대감을 드러냈다. ▷국방부 장관 교체가 계엄 준비 작전이라면 계엄 구상은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이다. 올 3월 윤 대통령과 저녁 자리에서 ‘조만간 계엄을 하겠다’는 말을 들은 신원식 당시 국방부 장관(현 국가안보실장)이 경호처장이던 김 전 장관 등을 불러 이를 막기 위한 대책 회의를 했다고 한다. 여인형 방첩사령관은 “지난해 말 대통령이 비상조치가 필요하다고 얘기했다”고 진술했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전북 군산의 무속인을 찾아 지난해 초부터 ‘앞으로 일을 벌일 것’이라고 하고, 군인 10여 명의 이름을 건네며 “나를 배신할 놈이 있는지” 물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야당의 계엄 의혹 제기에 대통령실은 “나치 스탈린 전체주의의 선동정치”라며 펄쩍 뛰었다. 또 “민주당 의원들의 머릿속엔 계엄이 있을지 몰라도, 저희의 머릿속에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허황된 음모론이라 무시하고 넘어갔던 계엄이 대통령 머릿속엔 오래전부터 자리하고 있었던 듯하다. 자기만의 성채에 갇혀 널리 듣지도, 질문받지도 않는 지도자란 얼마나 위험한가. 비상식적인 국정 운영과 황당한 발언을 더 의심하고 따져 물었어야 했다.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 2024-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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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이진영]“계엄 하나로 수사 탄핵까지”… 날벼락 맞은 국민은 무슨 죄?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으로 직무 정지를 당한 후 대통령의 입 역할을 하는 이가 ‘40년 지기’ 석동현 변호사다. 윤 대통령의 법률 대리인도 아니고 ‘윤 대통령의 변호인단 구성을 돕고 있는’ 석 변호사가 대변인 역할을 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그가 전하는 대통령의 입장은 기함할 지경이다. “내란이 아닌 소란” “체포의 ‘체’자도 꺼내지 않았다”더니 23일엔 “비상계엄 하나로 수사하고 탄핵한다”며 “굉장히 답답하다는 토로를 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수사보다 탄핵 심판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25일 공수처의 2차 출석요구에도 불응할 계획이다. 석 변호사는 “폐쇄된 공간에서 수사관과의 문답을 통해 대통령의 입장과 행위의 의미를 설명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대통령은 권한이 일시 정지됐을 뿐 “엄연히 대통령 신분”이어서 “대통령이 오란다고 가고 그런 것은 아니지 않나”라는 주장이다. 법조계에선 곧 재판에 넘겨지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수사 기록을 보고 변론 전략을 세우려고 시간을 끌고 있다고 본다. ▷탄핵 심판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도 아니다. 대통령이 서류 수령을 거부하자 헌법재판소는 23일 송달 효력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27일 첫 변론 준비 기일을 진행하기로 했지만 석 변호사는 “탄핵소추 된 지 10일도 안 됐다”며 불참을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입장문을 통해 계엄 선포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한 바 있다. 송달된 서류는 거부하면서 장외에선 여론전을 펼치니 구차한 지연작전이란 말이 나오는 것이다. ▷“계엄 하나로…” 발언은 그깟 ‘경고성 계엄’으로 무거운 사법적 심판을 받는 건 억울하다는 뜻으로 들린다. 하지만 계엄 당일 오찬에서 김 전 장관이 “탱크로 국회를 밀어버리겠다”고 했다는데 실제로 그날 밤 탱크부대장이 판교 정보사에 대기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임하는 현직 대법관에 대한 구두 체포 지시, 야당 대표에게 1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부장판사에 대한 위치 확보 시도도 있었다고 한다. 여기에 설마 했던 ‘북풍 공작’ 의혹을 뒷받침하는 물증까지 나왔다. 윤 대통령이 야당을 두고 언급한 ‘광란의 칼춤’이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무능해서 실패했기 망정이지 어쩔 뻔했나. ▷‘6시간 계엄’에 놀란 가슴이 가라앉기도 전에 이처럼 경악할 만한 속보들이 쏟아지고 있다. 5100만 국민이 두고두고 할부로 치러야 할 안보와 경제적 대가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조차 안 된다. 탄핵 심판이든 내란 우두머리 수사든 부르는 대로 나가도 모자랄 판에 “엄연한 대통령”이라며 탄핵과 수사 순서를 정하고 있다. 그러고도 “굉장히 답답하다”고 한다. 사태 파악을 못 할 정도로 아둔한 건가, 비겁하게 모르는 척하는 건가. ‘대통령 복 없는 죄’밖에 없는 국민 속은 뭐라 해야 하나.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 2024-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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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이진영]‘지리산 도사’ 명태균 이어 이번엔 건진법사 체포

    어느 정권이든 임기 후반 무렵이면 ‘게이트’가 열리곤 했다. 김현철 게이트, 최규선 게이트, 박연차 게이트, 최순실 게이트 등 게이트의 주인공은 달라도 대통령과의 친분을 악용해 부당한 잇속을 챙기다 정권에 치명타를 안기는 구조는 같았다. 윤석열 정부에선 법사와 도사들이 비리 의혹의 주역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도사와 얘기하기 좋아하는 영적인” 김건희 여사의 비선으로 지목된 이들이다. ▷대통령 부부와 친분을 과시했던 ‘건진법사’ 전성배 씨(64)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2018년 경북 영천시장 선거 출마자에게 당내 경선 승리를 위한 기도비 명목으로 1억 원을 받은 혐의다. 김 여사 전시기획사의 고문 명함을 들고 다녔고, 대통령의 입당 전 외곽 단체를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캠프 산하 조직에서 고문으로 활동하다 무속인 논란이 불거지자 조직이 해산됐으나 막후에선 역할을 했다고 한다. 법사가 이권을 챙긴다는 의혹이 정권 초기부터 나왔으나 경찰은 “풍문만으론 수사할 수 없다”고 했었다.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54)도 ‘지리산 도사’로 불린다. 김 여사와는 ‘영적 대화’를 나누며 가까워졌다고 한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해 김 여사에게 ‘청와대 가면 죽는다’고 조언한 사람이다. 유튜브 방송에 나와선 “김 여사가 처음 만났을 때 ‘우리 오빠 당선되느냐’고 물어봤고, ‘대선이 3월 9일이라 당선된다’고 답했다”고 했다. 이재명 후보는 꽃이 피어야 당선되는데 3월 9일이면 꽃이 피기 전이라는 것이다. ▷건진법사와 명도사는 천공과 함께 대통령 부부의 ‘3대 비선’으로 꼽히는데 이들 간 비선 경쟁도 치열했다. 명도사는 “(김영선 전 의원이) 건진법사가 공천 줬다더라. … 나를 쫓아내려고”라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이 공천받은 게 건진법사 덕분이라고 말하고 다닌다며 화낸 것이다. 또 “천공 같은 사람은 우리가 볼 때는 어린애”라고도 했다. 도사와 법사가 구속되고 체포되자 천공은 18일 윤 대통령에 대해 “지금은 실패한 게 아니다” “희생이 되더라도 국민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두둔했다. ▷검찰은 명 씨의 ‘황금폰’에 이어 전 씨의 ‘법사폰’까지 확보해 분석 중이다. 황금폰은 명 씨가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각종 선거가 있었던 시기에 사용한 폰이고, 법사폰엔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이권 개입 의혹을 규명할 단서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통령 부부와의 통화 녹음도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아 게이트가 열리면 계엄 못지않은 ‘험한 것’들이 튀어나올 수 있다. 전문가의 조언과 민심엔 귀 닫은 채 자신의 미래도 내다보지 못한 삿된 도인들에게 휘둘렸으니 전근대적 리더의 행로가 편할 리 없다.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 2024-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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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이진영]젊은층 열광하는 ‘역사 굿즈’ 호외

    45년 만의 비상계엄 사태는 오래된 문화를 소환했다. 대학 캠퍼스에는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서툰 손글씨의 종이 대자보가 나붙었다. 디지털 세계에 갇혀 지내던 학생들은 광장에 나와 난생처음 대자보를 쓰고 읽으며 해방감과 유대감을 느꼈다고 한다. 또 하나가 호외(號外) 신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 토요일은 신문사들이 쉬는 휴일이었으나 일제히 호외를 발행해 헌정 사상 3번째 대통령 탄핵안 가결 소식을 전했다. ▷호외는 정규 발행일을 기다리기엔 긴급한 뉴스를 전하기 위해 호수 없이 발행하는 신문이다. 동아일보는 3만2120호와 3만2121호 사이 ‘尹대통령 탄핵, 직무정지’라는 큰 제목의 4개면 호외를 발행했다. 호외를 받아 든 중장년층은 “오랜만에 보는 호외”라며 반가워했고, 청년들은 드라마에서 봤던 신문 배달 소년처럼 “호외요 호외”를 외치며 신기해했다. 집회 현장의 시민들은 ‘역사 굿즈(기념품)’ 호외를 들고 인증샷을 찍었고, 소셜미디어에는 “탄핵 호외 구하고 싶다”거나 “호외 2부 있어서 1부 나눔한다”는 게시글도 여럿 올라왔다. ▷한국인이 발행한 최초의 호외는 독립신문 1898년 2월 19일자다. 4일 전 미 해군 함정이 쿠바 아바나만에서 폭침당했다며 미국-스페인 전쟁의 도화선이 될 사건을 전하는 내용이었다. 외신을 호외로 보도할 정도로 안목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1920년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창간되면서 호외 발행이 잦아졌고, 1937년 중일전쟁이 발발한 후엔 두 신문이 한 달 동안 약 50회의 호외를 내며 전황 속보를 전했다. TV가 보급되기 전에는 대형 물난리가 나면 ‘화보 호외’를 찍기도 했다. ▷호외는 환희와 성취, 충격과 슬픔이 가득한 현대사의 기록이다. 4·19 혁명, 5·16 쿠데타, 박정희 대통령 피살, 6·29 선언, 월드컵 4강 진출, 남북 판문점 선언 등 제목만 일별해도 격동의 현대사임을 실감할 수 있다. 드물지만 오보를 낼 때도 있었다. 대한매일신보는 1907년 ‘헤이그 밀사 사건’ 호외를 내고 이준 열사의 할복 자결 소식을 전했는데 오보였다. 1986년엔 한 신문사가 ‘김일성 총맞아 피살’이라는 제목의 호외를 발행했으나 바로 다음 날 김일성이 평양 공항에 나타나면서 오보로 판명 났다. ▷호외 전성시대도 저물었다. 이제 속보는 방송과 인터넷, 신문은 심층 보도와 의제 설정을 담당한다. 그래도 호외 문화가 남아 있는 이유는 중대한 사건일수록 공신력 있는 매체에서 정돈된 정보를 확인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온갖 설이 난무하는 디지털 시대에 삼삼오오 모여 호외를 펼쳐 든 건 ‘역사의 초고’를 공유하며 역사의 방관자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일종의 의례였을 것이다.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 2024-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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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이진영]“尹 현실이 아닌 걸 현실로 믿는 망상적 사고” 진단 논란

    8년 전 탄핵 정국에선 박근혜 대통령의 정신건강과 심리 상태를 놓고 전문가들이 여러 분석을 제기한 적이 있다.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대통령의 언행을 설명해 보려는 시도였다. 이번에도 음모론에 빠져 실패할 게 뻔한 비상계엄 선포로 탄핵 위기를 자초한 윤석열 대통령의 ‘범행 동기’에 대해 전문가들이 갖가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엄정 수사와 함께 정신 감정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대면 없이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순 없다”는 전제하에 “현실이 아닌 걸 현실로 믿는 망상적 사고를 갖고 있는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권력자 중엔 자기애가 지나쳐 공감력이 떨어지는 이들이 있는데 윤 대통령이 그런 상태일 수 있다” “충동 제어가 안 되는 것 같다”는 진단이 나왔다. 남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이 병리적 문제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자기와 다른 의견이나 질문에 노출되는 데 대해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공포를 느끼는 것 같다”는 것이다. ▷직접 진료하지 않은 공인의 정신건강에 대해 전문적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의료 윤리 위반이 될 수 있다. 한 의대 교수는 “전문가 권위를 남용하고 의료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의사들에겐 개인의 병이 타인에게 심각한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경고의 의무’가 있다는 반론도 있다. 대통령의 정신 상태가 정상이 아니면 국가적 재앙이 되므로 비밀 준수 규정을 지키는 게 오히려 의사 윤리 위반이라는 논리다. ▷경고의 의무는 2017년 미국 정신의학 전문가 27명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에 대해 “극단적 쾌락주의자이자 병적 나르시시스트, 소시오패스”라고 진단하면서 주목받았다. 트럼프가 나오는 수백 시간 분량의 동영상, 수천 건의 인터뷰, 수만 건의 트윗을 분석한 결과였다. 이들은 백악관 의료진이 대통령의 정신건강도 관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핵무기 담당자는 정신건강을 별도로 관리하면서 핵단추 누르는 최고 결정권자는 왜 관리 않느냐는 지적이었다. 국내에서도 대통령 정신건강을 관리할 주치의를 두고, 최고위급 공직자와 장성급은 매년 정신 검진을 의무화하자는 제안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조증과 울증 상태를 왔다 갔다 하는 양극성 정동장애일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빈손으로 임기를 마치게 될 거라는 비관과 초고속 승진해 용산까지 왔으니 앞으로도 잘될 거라는 낙관 사이에서 ‘정신적인 붕괴 상태’에 이르렀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은 국민 정신건강을 위해 역대 정부 최초로 대통령 직속 정신건강 정책 혁신위원회를 둔 것을 자랑으로 여겼다. 국민을 위한다면 자신의 정신건강부터 챙겨야 했다. 대통령 마음의 병은 나라의 큰 ‘유고’에 해당함을 절감하는 시국이다.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 202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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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이진영]“현장 군경 소극적 행위, 보편적 가치에선 적극적 행위”

    한강(54)이 노벨 문학상 시상식을 위해 스웨덴을 찾은 영광의 주간에 작가의 고국에선 부끄러운 비상계엄 사태가 터졌다. 한강의 대표작 중 하나가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이다.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 평가받은 작품이다. 45년 전 계엄 사태에 천착해 온 작가에게 외신 기자들은 6일 기자회견에서 2024년 또다시 계엄 사태를 맞은 소감을 물었다. ▷3일 밤 사람들이 계엄의 주동자들과 이를 저지하는 국회의원들의 긴박한 움직임을 쫓는 동안 작가는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화면에서 서로 뒤엉켜버린 군경과 시민들에 주목했다. “맨손으로 무장한 군인들을 껴안으며 제지하려는 모습”에서 “진심과 용기가 느껴졌다”고 했다. 작가의 시선은 명령과 양심 사이에서 “소극적으로 움직이는” 젊은 제복들에게도 닿았다. “명령을 내린 사람 입장에서는 소극적이었겠지만 보편적 가치의 관점에서 본다면 생각하고 판단하고 고통을 느끼면서 해결책을 찾으려는 적극적인 행위였다.” ▷작가는 7일 한림원 강연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들려줬다. ‘소년이 온다’를 쓰려고 1980년 광주를 취재하며 “인간에 대한 근원적 신뢰”를 잃어가던 즈음 ‘소극적으로 보이지만 적극적인 행위자’를 자료 속에서 만났다고 했다. 계엄군이 들이닥칠 줄 알면서도 광주 시민들 곁을 지키다 살해된 젊은 야학 교사도 그중 한 명인데 그는 마지막 밤 일기장에 이렇게 썼다. “하느님, 왜 저에게는 양심이 있어 이렇게 저를 찌르고 아프게 하는 것입니까. 저는 살고 싶습니다.” ▷한강의 강연 주제는 ‘빛과 실’이다. 여덟 살 때 볼펜 깍지에 몽당연필을 끼워 쓴 시에서 따왔다. “사랑이란 어디 있을까?/팔딱팔딱 뛰는 나의 가슴 속에 있지./사랑이란 무얼까?/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주는 금실이지.” 인간은 언어라는 실로 연결돼 있고, 그 실에 생명의 빛이 흐른다는 뜻이라고 한다. 영국 시인 존 던의 “인간은 섬이 아니다(No man is an island)”와 나란히 오래도록 기억될 ‘빛과 실’이다. 잔혹해지고 뒷걸음치려는 순간 서로 연결된 실에 각성의 전류를 흘려보내며 인류애를 지켜내자는 선언 같다. ▷한강은 “역사 속에서 일어난 일을 다룬다는 것은 폭력의 반대편에 서겠다는 맹세”라고 한 적이 있다. 한림원 강연에선 ‘과거가 현재를 돕고, 죽은 자들이 산 자를 구한다’고 표현했다. 3일 밤의 ‘적극적 행위자’들도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 우리를 돕고 구할 것이다. ‘광주의 5월’이라는 비극, ‘서울의 밤’이라는 희극으로 되풀이되는 역사가 보여준 퇴행적 정치의 한계, 진창에서도 희망을 건져 올리는 문학의 힘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한강 주간’ ‘계엄령 주간’이다.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 2024-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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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영 칼럼]도덕성 낙제점이던 대선후보 尹과 李, 지금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불법 총기 소지와 탈세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은 둘째 아들을 임기 말에 사면했다.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며 “아들을 사면하지 않겠다”는 말을 여섯 번 했던 바이든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아니었다면 소신을 꺾고 공약을 깰 용기를 냈을까. 트럼프는 탈세 전과가 있는 사돈을 사면하고 프랑스 대사 자리까지 내주었다. 바이든으로선 전 부인과 큰딸, 큰아들을 교통사고와 병으로 잃은 뒤 눈물로 키운 차남 사면쯤은 “미국인들이 이해해 주리라” 기대했을지 모른다. 무엇이든 처음이 어렵지 그 다음부터는 쉬운 법이다. 금기를 깨는 일도 그렇다. 에밀 뒤르켐은 ‘성인들만 사는 곳에도 종류가 다를 뿐 범죄는 있기 마련’이라고 했다. 사회가 허용하는 행위에 대한 선을 그어놓고 처벌해야 공동체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이후 사회학자들은 뒤르켐의 이론을 토대로 한 사회의 범죄율이 작은 등락은 있어도 장기간에 걸쳐 일정 수준으로 유지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일탈 행위가 증가하면 일일이 엄벌하기보다 기준을 낮춰 일탈 행위의 총량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경향도 발견했다. 일탈이 익숙한 일상이 되면 더 이상 일탈이 아닌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1호 인사로 미성년자 성매매 의혹을 받는 맷 게이츠를 법무부 장관에 지명한 이유도 후속 인사의 도덕성에 대한 기대 수준을 바닥까지 낮추기 위해서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직무 경험도 일천한 데다 성매매, 마약 복용, 선거자금 유용 의혹까지 받는 사람이 법무부 장관이 될 수 있다면 누구를 무슨 자리에 앉힌들 놀라겠나. 실제로 게이츠는 낙마했지만 백신 음모론자가 보건복지부 장관, 친러 인사가 국가정보국 국장, 성 학대 방치 의혹을 받는 사람이 교육부 장관에 지명됐다. 한국의 경우 2019년 조국 법무부 장관 인선이 ‘게이츠 모멘트’로 정치인의 후안무치 경쟁의 계기가 됐다고 본다. 자녀 입시비리 의혹에 사퇴하면서도 “지치지 않고 싸우겠다”며 정치적 피해자임을 강변한 그가 없었다면, 위안부 할머니 후원금 횡령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도 의원 임기 다 채운 윤미향도, 울산시장 선거 개입으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도 “불의한 검찰 권력과 싸웠다는 이유만으로” 억울해하며 당을 바꿔 연임한 황운하 의원도, 돈봉투 의혹으로 구속되면서 “조작 수사 중단하라” 큰소리친 송영길도 없었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도덕성 면에선 ‘막하막하’의 경쟁을 하는 사이다.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인 김경동 서울대 명예교수 연구팀은 정치인의 도덕성 결핍이 나라를 위태롭게 할 지경임을 한탄하며 동서양의 고전과 고위 공직자 인사 검증 항목을 검토하고 전직 국회의원과 일반 시민 등의 의견을 수렴해 도덕성 평가 항목 6가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2022년 대선 직전 성인 남녀 1000명에게 유력 대선 후보였던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도덕성 점수를 매기게 했는데 윤 대통령이 100점 만점에 평균 58점, 이 대표가 53점으로 둘 다 낙제점을 받았다. 2년 반이 지난 지금 다시 평가하면 어떤 점수가 나올까.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높은 점수를 받았던 항목이 ‘뇌물, 청탁, 특혜나 부당한 정치자금을 받지 않는다’와 ‘직무상 비밀을 이용해 재물을 취득하지 않는다’였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봐주기 수사 의혹, 김 여사와 윤 대통령의 공천 개입 의혹이 제기된 지금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까. 이 대표가 6개 항목 중 유일하게 윤 대통령을 앞선 평가 항목이 ‘국가의 이익과 국민의 행복을 위해 노력한다’였다. ‘헌법을 수호하고 법률을 준수한다’는 항목도 다른 항목보다는 점수가 높았다. 자기를 수사한 검사는 탄핵하고, 자기를 변호한 변호사들은 국회의원 배지 달아주고, 자신의 사법 리스크에 대비해 방탄 입법까지 마다하지 않는 이 대표에게 지금은 어떤 점수를 줄까. 보수는 유능하고 진보는 도덕적이라 말하던 시절이 있었다. 보수가 유능하다는 신화는 박근혜 정부, 진보가 도덕적이란 믿음은 문재인 정부를 겪으며 깨졌다. 권력을 사유화하고도 당당한 이 대표와 윤 대통령의 일탈 경쟁을 보면 진보와 보수 가릴 것 없이 도덕성이 추락할 대로 추락했음을 절감한다. ‘그래도 일은 잘하지 않느냐’는 말을 어느 쪽도 꺼낼 수 없이 되는 일 하나 없는 꽉 막힌 정국이다. 정치의 위기가 아니라 도덕성의 위기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정치를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덤덤하게 봐 내는 도덕 불감증으론 극복할 수 없는 위기다.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 2024-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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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이진영]“尹과 골프 친 부사관, 로또 당첨된 기분”

    권력자 주변에선 아부 경쟁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미국 백악관에도 ‘아부의 드림팀’이 있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즉흥적이고 위험한 제안을 할 때면 참모들은 “대통령님 본능은 언제나 옳다”고 맞장구쳤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재미 없는 농담에 가장 큰 소리로 제일 마지막까지 웃은 사람은 앨 고어 당시 부통령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참모들도 백악관 드림팀 못지않다. 민망한 아부를 밖에서 다 듣도록 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28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통령이 휴가 기간에 골프를 쳤느냐는 질문에 “8월 8, 9일 구룡대(계룡대 내 골프장)에서 운동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8월 24일 이전엔 친 적 없다’는 대통령실 해명을 뒤집은 것이다. 김 장관은 당시 경호처장으로 대통령 휴가 일정을 직접 챙겨놓고도 골프 라운딩에 대해선 “모른다”로 일관해 왔다. 그간의 거짓 해명에 대해 사과해야 했지만 김 장관은 ‘휴가 기간에 장병들을 위해 함께 운동한 게 비난받을 일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부사관 한 분은 ‘대통령님하고 라운딩할 줄 꿈에도 생각 못 했다. 로또에 당첨된 기분’이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국민에게 머리 숙여야 하는 타이밍에 충성 발언으로 대통령 욕보이는 참모들이 있다. 홍철호 정무수석은 대통령의 최근 기자회견에서 ‘무엇에 대해 사과하는지 명확히 해달라’는 기자의 질문이 “무례”라고 했다가 “대통령이 왕이냐”는 비난을 샀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에 대해 “유럽도 20% 넘기는 정상들이 많지 않다”고 했다가 “정신승리 오지다”는 비아냥거림을 들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입시에 대해서는 (대통령께) 제가 많이 배운다”는 발언으로 ‘킬러 문항 배제’ 후폭풍을 키운 적이 있다. ▷사람은 아부에 약하다. 못난 사람은 아부를 들으면 ‘남이 비위를 맞춰줄 정도로 난 중요한 사람’이라며 우쭐하고, 잘난 사람은 ‘아부하는 사람 안목이 뛰어나다’고 착각한다. 아부가 오글거릴수록 보상은 커진다. 제 평판 망치면서까지 내 편 들어주니 얼마나 고맙겠나. 다들 ‘디올백’이라 할 때 혼자 “쪼만한 백”이라 했다가 기자 30년 인생 부정당하고 KBS 사장 자리에 오른 이가 대표적 사례다. ▷아부엔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 선의의 아부도 있다. 대통령과 골프 라운딩을 한 부사관은 감사의 뜻에서 “로또에 당첨된 기분”이라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선의의 아부를 맥락이 다른 곳에 인용하면서 악의의 아부로 만들어 버렸다. 현명한 리더는 중요한 일을 맡길 사람, 같이 술 마실 사람을 가려 쓴다. 귀에 다디단 악의의 아부꾼을 술 마실 때도, 중요한 일 할 때도 쓰는 데서 리더와 조직의 위기가 온다.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 2024-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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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이진영]부모 자녀 동시 부양에 허리 두 번 휘는 ‘70년대 생’

    1970년대생은 산전수전 다 겪은 세대다. 10대엔 고도성장기 풍요를 만끽한 X세대, 20대엔 외환위기와 닷컴 버블 붕괴로 취업난을 겪은 IMF세대였다. 직장에선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선배와 그런 선배를 꼰대라 부르는 MZ세대 사이에 낀 세대다. 중년에 접어든 후로는 생애 주기상 돌봄 부담의 정점에서 부모와 자녀를 동시에 부양하느라 허리가 두 번 휘는 세대라고 한다. ▷원래 돌봄 부담이 큰 세대로는 60년대생이 꼽힌다.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녀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처’음 세대라는 뜻에서 ‘마처세대’라 불린다. 그런데 마처세대보다 돌봄과 노후 불안이 큰 세대가 70년대생이다. 재단법인 ‘돌봄과 미래’가 최근 60년대생과 70년대생(70∼74년생) 15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70년대생이 노후 준비는 덜 돼 있는 반면 부모와 자녀를 이중 부양하는 비율은 25%로 60년대생보다 10%나 높았다. 이중 부양자의 월평균 지출액은 60년대생이 164만 원, 70년대생은 155만 원이었다. ▷70년대생은 특히 자녀 부양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60년대생은 자녀가 평균 2명, 70년대생은 1.8명인데 월평균 지출 규모는 70년대생이 107만 원으로 60년대생(88만 원)보다 컸다. 아직 자녀 교육이 덜 끝난 탓도 있겠지만 남다른 교육열도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70년대생이 취업할 무렵 경제는 저성장기에 접어들고 기회는 줄어들기 시작했다. 안정된 직장을 위한 스펙의 중요성을 절감한 70년대생은 적게 낳아 투자를 몰아주는 저출산 1세대 부모가 됐다. 취업 연령이 갈수록 늦어지는 세태도 부양 부담을 키우고 있다. ▷한국인의 노동 소득은 43세 무렵 정점을 찍는다. 수입이 줄어들기 시작하는 시기에 노부모 생활비 병원비와 자녀 학비까지 대야 하니 자기 몸을 돌보거나 노후 준비할 여유가 없다. 앞선 설문조사에서 70년대생의 주관적 기대수명은 83.3년으로 60년대생(85.6년)보다 오히려 짧았다. 70년대생은 65세가 돼야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데 정년을 못 채울까 걱정이고, 일 그만두고 나면 연금 수령 시기까지 ‘소득 크레바스’를 어찌 견딜까 걱정이라고 한다. ▷해외의 경우 삶의 만족도는 나이 들수록 떨어지다 중년에 바닥을 찍고 올라간다. 그런데 한국은 30, 40대에 정점을 찍은 후 계속 내리막이다. 노년의 곤궁함과 무관하지 않다. 70년대생은 그나마 자산 축적 속도가 빨라 부모 세대 수준으로 따라잡은 세대다(서울연구원 자료). 자산 형성은 어려운데 고령화와 만혼으로 은퇴 세대 연금과 자녀를 책임져야 하는 기간이 길어진다면 ‘70년대생이 우리보단 나았다’는 80년대생이 나올 것이다.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 2024-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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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이진영]이제야 개인 폰 바꾼 대통령 부부

    최고 권력자라고 휴대전화 욕심이 없을 리 없다.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개인 폰을 휴대한 버락 오바마는 블랙베리 마니아였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당시 아이폰 3대를 썼는데 이 중 하나는 보안 칩을 넣지 않은 개인용이었다.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는 약 100명의 전화번호가 저장된 개인 폰을 휴대했고,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은 개인 폰으로 여친과 문자를 주고받았다. KGB 출신으로 보안 의식이 철저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휴대전화를 멀리한 거의 유일한 예외다. ▷윤석열 대통령도 도감청 방지 기능이 있는 보안폰과 별도로 검사 시절 쓰던 개인 휴대전화를 계속 이용해 왔는데 최근 김건희 여사와 함께 기존에 쓰던 개인 휴대전화와 번호를 교체했다고 한다. 김 여사가 명태균 씨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제가 명 선생님께 완전 의지하는 상황”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 용서해주세요” 등이 공개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7일 기자회견에서 김 여사가 개인 폰으로 외부와 소통하며 국정에 개입해 왔다는 의혹에 대해 “저도, 제 처도 휴대폰을 바꿨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이 개인 폰을 쓰면 보안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개인 폰으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3차례 전화를 건 사실이 드러났는데 그때도 수사 외압과는 별개로 보안 문제가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폰은 중국에, 메르켈 총리 폰은 미국에 도청당한 전례도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블랙베리는 전화를 걸 수도 문자를 보낼 수도 없고, 그저 걸려 오는 전화를 받고 극소수 사람들이 보내는 이메일만 수신할 수 있는 ‘세 살짜리 애들이 갖고 노는 수준’이었다. ▷개인 휴대전화를 교체한 정도로 윤 대통령이 언급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번호를 바꿔도 기존 연락처는 다 남아 있다. 새 휴대전화로 계속 문자 주고받고 통화하면 바꾸나 마나 아닌가. 개인 휴대전화가 없어도 마음만 먹으면 내밀한 소통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특검 수사 과정에서 당시 청와대 행정관의 차명폰으로 40년 지기 최순실 씨와 570여 차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대통령 부부의 개인 휴대전화 교체는 국정 쇄신을 약속한 후 처음 나온 가시적 조치다. “인재 풀 물색과 검증에 들어갔다”던 인적 쇄신은 “상당한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여사 라인’은 건재하고, 제2부속실 설치와 특별감찰관 임명도 속도를 못 내고 있다. 개인 폰 교체에 대해 “유일한 국정 쇄신” “증거 인멸”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온다. 휴대전화가 아니라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 2024-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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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이진영]연방교육부 폐지한다는 트럼프… 한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주요 공약 중 하나가 연방 교육부 폐지다. 그는 “미국 학생들은 막대한 교육비를 쓰고도 전 세계 또래들보다 뒤처지고 있다”고 했다. 또 “교육부가 여러분 자녀들에게 허튼 훈계를 늘어놓는 데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며 “연방 교육부를 없애버리겠다”고 했다. 이는 그가 2016년 대선 때도 공약했으나 실행하지 못한 정책이다. ▷트럼프는 연방 교육부를 폐지하고 그 권한을 주 정부에 돌려주겠다고 했는데 미국 교육은 헌법상 주 정부 권한이고 실제로도 주 정부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신입생 선발과 교육과정 운영, 학교 설립 인허가권은 주 정부에 있고 연방 교육부는 학자금 지원 같은 제한된 업무만 한다. 1957년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을 발사하자 충격을 받고 수학 과학 교육에 연방 예산을 지원하기 시작했지만 학교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도 안 된다. 교육부를 폐지하든 않든 학교 현장에 주는 영향은 크지 않은 셈이다. ▷연방 교육부 폐지는 1980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처음 시도했다. 교육부는 1979년 지미 카터 대통령이 보건교육복지부에서 교육을 떼어내 13번째 부로 신설했는데 주 정부 권한을 침해하는 데다 대선 당시 교원단체의 지지에 대한 답례 성격이어서 집권 민주당에서도 반대가 나왔다. 레이건이 집권하자마자 폐지를 시도했으나 뜻밖에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교육부 관료, 의회 교육위원회, 교육 단체들이 ‘철의 삼각(iron triangle)’ 동맹을 맺고 막았다. 연방 교육부의 지원금 정책은 양당 의원들이 모두 좋아해 이번에도 교육부 폐지안이 의회 표결을 통과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 교육 정책은 양당이 크게 다르지 않다. 민주당 빌 클린턴 정부가 공화당의 성과 위주 정책을 채택한 이후 학교 선택권 보장과 학업 성취도에 따른 학교 책임 강화 기조가 초당적으로 유지돼 왔다. 트럼프의 교육부 공약은 교육 정책이라기보다 문화 전쟁에 가깝다. 현 정부의 성 소수자 보호 정책에 대해 보수적인 유권자들은 “학교를 타락시키고 있다”며 반발하는데 교육부 폐지도 이런 표심을 의식한 정치적 수사라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도 “교육부가 없어야 교육이 산다”는 말이 나온 지 오래다. 한국 교육부는 막강한 권한으로 교실 크기부터 강사 수업 시수까지 시시콜콜 간섭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런 교육부는 폐지해야 한다”고 했고, 이주호 장관도 입각 전엔 “대학을 교육부 산하에서 떼어내야 한다”고 했다. 교육부 말고도 17개 시도교육청에 국가교육위원회까지 있는데 누구 하나 개혁다운 개혁 과제를 챙기지 않고, 문제가 생기면 서로 책임만 떠넘긴다. 교육부 폐지 논의가 어느 곳보다 필요한 나라가 한국이다.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 2024-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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