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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동급생과 연내 결혼할 계획이던 일왕의 큰손녀 마코(眞子·26) 공주가 결혼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7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왕실 업무를 담당하는 궁내청은 당초 11월 4일로 예정됐던 마코 공주의 결혼식을 2020년까지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이유는 “충분히 준비할 시간 여유가 없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내년에는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퇴임과 새 일왕의 즉위가 예정돼 있어 2020년으로 연기한다는 설명이다. 마코 공주는 지난해 9월 대학(국제기독교대) 동급생으로 도쿄의 한 법률사무소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는 고무로 게이(小室圭·26)씨와 약혼을 발표했다. 일본 왕족의 결혼이 연기된 전례는 있었지만, 큰 재해나 왕족의 죽음 등이 이유였다. 그 점에서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는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본 언론은 이와 관련, 연말에 나온 주간지 보도가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을 하고 있다. 당시 일부 주간지는 고무로 씨의 모친에게 금전적인 문제가 있다는 보도를 한 바 있다. 다만 마코 공주는 이날 궁내청을 통해 발표한 입장 자료에서 보도와 결혼 연기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마코 공주는 “여러 일을 너무 서둘렀다”며 “충분한 시간을 갖고 필요한 준비를 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마코 공주는 아키히토 일왕의 차남 아키시노노미야(秋篠宮) 왕자의 큰 딸이자 아키히토 일왕의 손자와 손녀 4명 중 첫째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7일 회담을 갖고 ‘북한의 올림픽 미소 외교는 한미일 3국 공조의 틈을 벌리려는 의도’라고 규정하고 “북한이 핵을 포기할 때까지 강력한 대북 경제제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펜스 부통령은 “곧 북한에 대한 전례 없이 엄중하고 강력한 경제제재를 발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이날 도쿄 총리 관저에서 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아베 총리는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9일)에 앞서 남북 간 형성된 대화 분위기에 대해 “올림픽 성공을 위한 남북 대화는 평가하지만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계속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의 미소 외교에 눈을 빼앗겨서는 안 된다는 데 펜스 부통령과 의견이 일치했다”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도 “북한이 도발 행위를 올림픽기 밑에 숨기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며 “북한의 위협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시종일관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보이는) 올림픽 미소외교는 미국과 일본, (미국과) 한국 간 동맹에 틈을 벌리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또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언급하며 “북한의 실상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북한과의 타협은 도발을 불러올 뿐”이라며 “북한이 비핵화의 길에 나설 때까지 미국은 가장 엄혹한 경제제재로 북한을 고립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북한의 정책을 변화시키기 위해 미일, 한미일이 모든 방법으로 압력을 최대한 강화해야 한다”며 “북한이 핵 포기를 위한 구체적 행동을 보이지 않을 경우 대화를 하면 안 된다는 데 펜스 부통령과 생각이 일치했다”고 전했다. 8일 방한하는 펜스 부통령은 북한에 억류됐다가 풀려난 뒤 6일 만에 사망한 오토 웜비어의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 씨를 평창 올림픽 개회식에 초대하는 한편으로 탈북자 면담과 경기 평택 천안함 기념관 방문 등의 안보 이벤트를 통해 대북 강경 기조를 이어갈 계획이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일본에서 민간 단일노조로는 최대 규모인 우정그룹노동조합(조합원 24만 명)이 올봄 임금투쟁에서 정규직에게만 주어지던 각종 수당과 휴가 등을 비정규직 직원에게도 같은 수준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정규직 중심으로 구성된 노조가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을 위해 나서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우정그룹 노조는 15, 16일 여는 중앙위원회에서 이 같은 방침을 결정할 예정이다. 노조가 비정규직에게도 정규직과 똑같이 지급하라고 요구하는 수당은 모두 5가지. 부양수당, 주거수당, 한랭지수당, 연말연시 근무수당, 원격지수당 등이 있다. 조합은 “같은 일을 하는데 정규직만 수당이 주어지는 것은 객관적으로 합리성이 부족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역시 정규직에게만 주어지던 여름휴가(3일)와 겨울휴가(2∼3일) 등 유급휴가와 상병휴가(근속 10년 미만 90일, 10년 이상 180일)도 비정규직이 똑같이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우정그룹 비정규직은 20만 명에 이른다. 현재 정규직 사원에게 주어지는 부양수당은 배우자 월 1만2000엔, 자녀(15세 이하) 3100엔, 주거수당은 월세의 경우 최대 월 2만7000엔, 자가는 구입 후 5년간 월 6200∼7200엔 등으로 노조의 주장이 실현되면 비정규직 직원으로서는 월 수만 엔의 임금 인상 효과가 생긴다. 우정그룹은 국영 공사였으나 2007년 민영화됐다. 우체국 기능을 포함해 물류와 택배, 금융기관 기능 등을 담당한다. 전체 직원의 약 절반이 비정규직으로 구성돼 있다. 일본 정부는 ‘일하는 방식 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살린 관련법안을 조만간 국회에서 심의할 예정이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평창 겨울올림픽’으로 오는 여정의 중간 기착지 일본에서 북한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과 최대한의 대북 압박과 제재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그는 7일 오후 일본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 총리관저에서 열린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동맹국과 함께 북한이 세계에서 가장 독재적이고 억압적인 나라라는 걸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평창에서 남북 대화를 넘어, 북-미 간 대화 분위기를 조성해 북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겠다는 한국 정부의 의도와는 동떨어진 발언들을 쏟아냈다. ○ 펜스 “북한의 올림픽 강탈 허용 못 해” 펜스 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서두와 말미를 제외한 발표문 대부분을 대북 메시지에 할애했다. 그는 북한에 억류됐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귀국한 뒤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친과 평창에 동행한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북한의 체제 선전이 올림픽을 강탈하는(hijack)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을 인용해 “북한에는 10만 명의 주민이 수용소에서 강제노역을 하고 기아와 강간, 고문에 시달리고 있다”며 북한 체제의 비인도성을 부각했다. 남북한 동시입장과 단일팀 구성에 대해서도 냉랭한 태도를 보였다. 펜스 부통령은 “2000년, 2004년, 2006년에도 남북한은 같은 깃발 아래 행진했다”며 “하지만 (북한은) 그 이후에도 도발을 이어왔다”고 말했다. 특히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에서 동시입장을 하고 8개월 후 첫 핵실험을 한 사실을 강조했다. 향후 대북 정책에 대해서도 “전례 없이 엄격하고 강력한 경제제재를 곧 발표할 것”이라며 “이는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히 폐기하지 않는 한 이어질 것”이라고 못 박았다. 아베 총리도 북한이 8일 건군절 열병식을 여는 것을 거론하며 “북한이 비핵화를 향한 구체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는 한 의미 있는 대화는 기대할 수 없다. 미일, 한미일이 힘을 합쳐 모든 방법으로 압력을 최대한 높일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펜스 부통령과) 확인했다”고 거들었다. 또 “모레(9일) 예정된 한일 정상회담에서 미일이 확인한 방침을 문재인 대통령과의 사이에서도 확인하고, 대북정책에 관한 한 한미일이 흔들리지 않는 강고한 협력관계에 있다는 것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도 미일의 대북 강경 기조에 발맞추라’는 우회적인 압박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해석했다. 아베 총리는 또 북한의 제재 회피 행위를 언급하며 “이를 막기 위해 미일 간 협력을 한층 더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줄곧 굳은 표정으로 회견을 마친 두 사람은 질문을 받지 않고 퇴장했다. 펜스 부통령은 8일, 아베 총리는 9일 문 대통령과 만난다. 이날 기자회견 내용을 문 대통령에게 각각 전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미일 양국이 번갈아 가면서 한국을 설득하거나 압박하는 모양새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펜스의 일본 일정은 모두 대북 안보 태세 관련 6일 저녁 요코타(橫田) 공군기지에 도착한 펜스 부통령은 7일 오전 도쿄 이치가야 방위성을 찾아 요격미사일 패트리엇(PAC-3) 포대를 시찰했다. 방위성에는 2016년 3월 북한의 도발이 본격화한 후 패트리엇 포대가 상시 배치돼 있다. 펜스 부통령은 시찰 후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과 만나 “‘미일이 함께 있다’는 건 미국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히고 대북 억지력 강화 방안을 협의했다. 8일 오전 한국으로 떠나기 직전 요코타 기지에서 미일 미사일 방위에 대한 브리핑을 받을 예정이다. 평창 올림픽을 가는 중간 기착지인 일본에서의 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대북 안보 행보로 채운 셈이다. 펜스 부통령은 한국에서도 탈북자들과 면담을 하고 천안함기념관을 찾는 등 대북 강경 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개적으로 언급되진 않았지만 아베-펜스 회담에서는 평창 올림픽 때문에 미뤄진 한미 연합 군사훈련 재개 시기와 규모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펜스 부통령과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을 만나 가급적 ‘빠른 시일 내 평소와 같은 규모로 연합 군사훈련을 재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도쿄=장원재 peacechaos@donga.com·서영아 특파원}

딜로이트컨설팅 저팬 경영이사회를 이끄는 송수영 의장(55)은 해마다 신입사원 200여 명의 교육을 책임진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들 앞에서 훈시할 때 “열심히 일해서 하루빨리 파트너가 되고 임원이 돼라. 엄청난 보상이 기다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요즘은 “어려움이 있으면 언제라도 상의하고 즐거운 회사 생활을 위해 노력해 달라. 다만 건강을 해칠 정도로 일하면 안 된다”고 조용조용 말한다. 신입사원 앞에서 “열심히 일해서 출세하라”란 말을 하면 야만인 취급을 받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정책)의 성과를 내세우며 경기 회복과 일손 부족을 자랑하지만 ‘행복한 비명’ 속에는 그림자도 드리워져 있다. 특히 ‘귀하신 몸’ 취급을 받으면서 도전의식도 동기도 없는 젊은이들이 고민거리다. 이들은 취직을 해도 직장일은 적당히 하고 개인생활을 중시하며 전직을 쉽게 반복한다. 최근 신입 직장인들의 3년 이내 이직률은 30%에 이른다. 과거 선배들처럼 출세(승진)를 위해 삶을 희생하지 않으며 ‘골치 아픈’ 관리직은 아예 기피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일본 기업, 한국 젊은이 ‘헝그리 정신’에 반색 일본 기업들이 한국의 젊은 인력에 반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6년 전 일본 유수의 대기업에 지인의 아들(33)을 소개해준 한국인 경영인은 “지인과 회사 양쪽에서 은인 대접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인의 아들은 한국에서라면 취업이 어려울 학벌이었지만 어릴 때 외국 생활을 해서 원어민 수준으로 영어를 구사했다. 그는 이 기업에 입사하자마자 곧바로 싱가포르 지사 근무를 자원했고 현지 근무 3년 만에 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 회사는 그 뒤 적극적으로 한국인 채용을 늘렸다. 한국 젊은이를 고용해본 일본 글로벌 기업들이 가장 높게 평가하는 것은 해외 근무에 적극적이란 점이다. 일본인 직원 대부분이 해외 근무를 꺼리고 발령을 내면 사표를 내서 골머리를 앓던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해외 근무는 급여도 많고 출세로 연결되지만 요즘 일본 젊은이들은 출세에 관심이 없다”며 한숨을 푹푹 쉰다. 한국 젊은이들에 대해선 “헝그리 정신이 살아있고, 업무 능력도 어학 능력도 뛰어나다”며 엄지손가락을 세운다. 한국인 사원들의 패기를 가장 반가워하는 이들은 일본인 임원들이란 말도 들린다. 이들에게서 자신들의 젊은 시절 모습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이 같은 평가에 힘입어 지난해 일본에 취업한 한국인은 5만5900여 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증가폭도 사상 최대였다. 일본 기업들은 한국 대졸자를 모시기 위해 지방 캠퍼스까지 찾아가 취업설명회를 여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일본 안에 다 있는데 왜 굳이 해외에서 고생을…” 일본 젊은 세대가 해외 근무에 소극적인 이유는 무엇보다 모든 게 갖춰진 일본이 편하기 때문이다. 산교노리쓰(産業能率)대가 2017년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입사 뒤 해외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는 응답이 60.4%에 달했다. 2001년 20.2%에서 크게 늘었다. 이유로는 ‘외국어 구사에 자신이 없다’(63.6%)가 가장 많았고 가족 사정, 테러 등 안전 문제 등이 뒤를 이었다. 같은 이유로 유학도 잘 안 간다. 201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해외에서 공부하는 일본인 유학생은 5만4676명으로, 고점을 찍은 2004년(8만2945명)에 비해 30% 이상 줄었다. 특히 미국행 유학생이 격감했다. 9·11테러 후 안전에 대한 우려 증가, 미국 대학의 학비 급등 등이 영향을 끼쳤다. 미국 국제교육연구소에 따르면 2016년 일본인 유학생은 1만9000여 명으로 국가별 순위 8위에 머물렀다. 1994∼97년에는 일본인 유학생이 1위였다. 문부과학성은 2014년부터 장학기금 ‘도약하자 유학 저팬’을 설치하는 등 지원에 나섰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 “출세 싫어요” 일은 적당히, 나만의 생활 중요 출세가 더 이상 직장에서의 ‘당근’이 되지 못하는 현상은 각종 조사 결과에서도 잘 드러난다. 산교노리쓰대 조사에서 최종 목표로 ‘사장’을 꼽은 신입사원은 버블경제기인 1990년에는 46.7%였지만 2017년에는 8.9%에 그쳤다. 같은 기간 ‘지위나 직책에 관심이 없다’는 응답은 20.0%에서 49.9%로 늘었다. 지난해 5월 미쓰비시UFJ 리서치앤드컨설팅이 신입사원 13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출세’ 혹은 ‘출세 없이 즐거운 업무’ 중 양자택일하라는 질문에 46.6%가 전자를, 53.4%가 후자를 선택했다. 직장은 즐겁게 생활비를 벌기 위한 수단이라고 보는 젊은이가 늘어가는 가운데 기업들은 급여나 승진 대신 무엇으로 이들을 붙잡아 놓을지 고민하는 형국이다. 이런 젊은이들을 상대해야 해서일까. 산교노리쓰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상장기업 과장(課長)에 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더 이상 출세(승진)를 원하지 않는다’고 답한 과장이 49.5%로 약 절반을 차지했다. 일본 기업에서 과장은 부하들을 거느리고 실적을 내는 ‘허리’에 해당한다. 기업인사 전문 저널리스트인 미조우에 노리후미(溝上憲文) 씨는 업무량, 부하와의 관계에서의 중압감은 늘어난 반면 직책에 어울리는 보수와 권한, 재량은 없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긴 불경기 보며 자란 세대, ‘욕심’ 자체를 기피 흔히 ‘유토리(여유) 세대’라고 불리는 일본의 20, 30대(1980년대 후반∼1990년대 후반 생)는 성장 과정 내내 버블 붕괴와 장기 불황을 목격한 탓에 뭔가에 욕심을 내지 못한다. 인생의 덧없음을 미리 깨닫고 달관한 것처럼 행동한다고 해서 ‘사토리(달관)’ 세대라 불리기도 한다. 이들은 물욕이 없어 돈이 있더라도 집도 차도 사지 않고 유니클로 등 저가 패션 등을 선호한다. 이들이 소비의 주체가 되면서 산업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가령 일본 자동차 업계는 젊은층의 자동차 구매 기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꼭 필요한 것 외에는 물건을 갖지 않는 ‘미니멀리스트’가 늘고 주변 물건을 처분하고 방을 깨끗이 비우는 ‘단샤리’도 유행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행태에는 △고도성장, 대량소비 사회에 대한 반동 △2011년 3·11 동일본 대지진 이후 급증한 미래에 대한 불안 △스마트폰 등 개인소비 증대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인식 변화 등이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들은 결혼과 출산에도 관심이 적다. 지난해 4월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50세까지 결혼을 한 번도 하지 않는 사람의 비율인 ‘생애미혼율’은 2015년 기준으로 남성이 23.4%, 여성은 14.1%였다. 남성 4명 중 1명, 여성은 7명 중 1명이 평생 결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애나 결혼에 소극적인 젊은 남성을 지칭하는 ‘초식남’이 유행어가 된 지 오래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딜로이트 컨설팅 재팬 경영이사회를 이끄는 송수영 의장(55)은 해마다 200여 명의 신입사원 교육을 책임진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들 앞에서 훈시할 때 “열심히 일해서 하루빨리 파트너가 되고 임원이 되라. 엄청난 보상이 기다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요즘은 “어려움이 있으면 언제라도 상의하고 즐거운 회사생활을 위해 노력해 달라. 다만 건강을 해칠 정도로 일하면 안 된다”고 조용조용 말한다. 신입사원 앞에서 “열심히 일해서 출세하라”는 말을 하면 야만인 취급을 받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정책)의 성과를 내세우며 경기 부활과 일손 부족을 자랑하지만 ‘행복한 비명’ 속에는 그림자도 드리워져 있다. 특히 ‘귀하신 몸’ 취급을 받으면서도 도전의식도 동기도 없는 젊은이들이 고민거리다. 이들은 취직을 해도 직장일은 적당히 하고 개인생활을 중시하며 쉽게 전직을 반복한다. 최근 신입 직장인들의 3년 이내 이직률은 30%에 이른다. 과거 선배들처럼 출세(승진)를 위해 삶을 희생하지 않으며 ‘골치아픈’ 관리직은 아예 기피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일본 기업 간부들, 한국 젊은이 ‘헝그리 정신’에 반색 일본 기업들이 한국의 젊은 인력에 반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6년 전 일본 유수의 대기업에 지인의 아들(33)을 소개해준 한국인 경영인은 “지인과 회사 양쪽에서 은인 대접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인의 아들은 한국에서라면 취업이 어려울 학벌이었지만 어려서 외국생활을 해 원어민 수준으로 영어를 구사했다. 그는 이 기업에 입사하자 곧바로 싱가포르 지사 근무를 자원했고 현지 근무 3년 만에 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 회사는 그 뒤 적극적으로 한국인 채용을 늘렸다. 한국 젊은이를 고용해본 일본 글로벌 기업들이 가장 높게 평가하는 것은 해외근무에 적극적이란 점이다. 일본인 직원 대부분이 해외근무를 꺼리고 발령을 내면 사표를 내 골머리를 싸매던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해외근무는 급여도 많고 출세로 연결되지만 요즘 일본 젊은이들은 출세에 관심이 없다”며 한숨을 푹푹 쉰다. 한국 젊은이들에 대해선 “헝그리 정신이 살아 있고, 업무능력도 어학능력도 뛰어나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한국인 사원들의 패기를 가장 반가워하는 이들은 일본인 임원들이라는 말도 들린다. 이들에게서 자신들의 젊은 시절 모습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이같은 평가에 힘입어 지난해 일본에 취업한 한국인은 5만 5900여 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증가폭도 사상 최대였다. 일본 기업들은 한국 대졸자들을 모시기 위해 지방캠퍼스까지 찾아가 취업설명회를 여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일본 안에 다 있는데 왜 굳이 해외에서 고생을…” 일본 젊은 세대가 해외 근무에 소극적인 이유는 무엇보다 모든 게 갖춰진 일본이 편하기 때문이다. 산교노리츠(産業能率)대가 2017년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입사 뒤 해외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는 응답이 60.4%에 달했다. 2001년 20.2%에서 크게 늘었다. 그 이유로는 ‘외국어 구사에 자신이 없다’(63.6%)로 가장 많았고 가족사정, 테러 등 안전문제 등이 뒤를 이었다. 같은 이유로 유학도 잘 안 간다. 201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해외에서 공부하는 일본인 유학생은 5만 4676명으로, 고점을 찍은 2004년(8만 2945명)에 비해 30% 이상 격감했다. 특히 미국행 유학생이 격감했다. 미국 국제교육연구소에 따르면 2016년 일본인 유학생은 1만 9000여 명으로 국가별 8위에 머물렀다. 1994~1997년에는 일본인 유학생이 1위였다. 문부성은 2014년부터 장학기금 ‘도약하자 유학 재팬’을 설치하는 등 지원에 나섰지만 큰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다. ●“출세 싫어요,” 일은 적당히, 나만의 생활 중요 출세가 더 이상 직장에서의 ‘당근’이 되지 못하는 현상은 각종 조사 결과에서 잘 드러난다. 산교노리츠대 조사에서는 최종목표로 ‘사장’을 꼽은 신입사원은 버블경제기인 1990년에는 46.7%였지만 2017년에는 8.9%에 그쳤다. 같은 기간 ‘지위나 직책에 관심이 없다’는 응답은 20.0%에서 49.9%로 늘었다. 지난해 5월 미쓰비시UFJ 리서치 앤 컨설팅이 실시한 신입사원 1300명 대상 조사에서도 ‘출세하고 싶다’와 ‘출세하지 않고도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하고 싶다’ 중 양자택일하라는 질문에 전자가 46.6%, 후자가 53.4%를 차지했다. 직장은 즐겁게 생활비를 벌기 위한 수단이라고 보는 젊은이가 늘어가는 가운데 기업들은 급여나 승진 대신 무엇으로 이들을 붙잡아놓을지 고민하는 형국이다. 이런 젊은이들을 상대해야 해서일까. 산교노리츠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상장기업 과장(課長)에 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더 이상 출세(승진)를 원하지 않는다’고 답한 과장이 49.5%로 약 절반을 차지했다. 일본 기업에서 과장은 부하들을 거느리고 실적을 내는 ‘허리’에 해당한다. 기업인사 전문 저널리스트인 미조우에 노리후미 씨(溝上憲文)는 업무량, 부하와의 관계에서의 중압감은 늘어난 반면 직책에 어울리는 보수와 권한, 재량은 없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긴 불경기 보며 자란 세대, ‘욕심’ 자체를 기피 흔히 ‘유토리(여유) 세대’라 불리는 일본의 20~30대(1980년대 말~1990년대 생)는 성장과정 내내 버블 붕괴와 장기 불황을 목격한 탓에 뭔가에 욕심을 내지 못한다. 인생의 덧없음을 미리 깨닫고 달관한 것처럼 행동한다 해서 ‘사토리(달관)’ 세대라 불리기도 한다. 유토리 세대는 물욕이 없어 돈이 있더라도 집도 차도 사지 않고 유니클로 등 저가패션 등을 선호한다. 이들이 소비의 주체가 되면서 산업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가령 일본 자동차 업계는 젊은 층의 자동차 구매 기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행태에는 △고도성장, 대량소비 사회에 대한 반동 △2011년 3·11 동일본 대지진 후 급증한 미래에 대한 불안 △스마트폰 등 개인소비 증대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인식 변화 등이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들은 결혼과 출산에도 관심이 적다. 지난해 4월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50세까지 결혼을 한 번도 하지 않는 사람의 비율인 ‘생애미혼율’은 2015년 기준으로 남성이 23.4%, 여성은 14.1%였다. 남성 4명 중 1명, 여성은 7명 중 1명이 평생 결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애나 결혼에 소극적인 젊은 남성을 지칭하는 ‘초식남’이 유행어가 된지 오래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9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3월 중순 평창 패럴림픽 폐회 후 조속한 한미 연합군사훈련 실시를 요청할 것이라고 산케이신문이 4일 보도했다. 신문은 이는 “훈련의 재연기 가능성에 선을 긋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베 총리는 한국에 앞서 6~8일 일본을 방문하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과거와 동일한 규모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확인하는 방향으로 조정 중이라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통신은 “아베 총리와 펜스 부통령이 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훈련을 확실히 실시할 것을 요청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나아가 아베 총리와 펜스 부통령이 회담에서 대북 압력 강화 지속과 한미일 협력 강화 등을 확인하는 공동문서를 발표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발표 내용에는 북한에 최대한의 압력을 지속하는 한편 핵·미사일 문제와 관련한 안이한 대화에는 응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한다는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아베 총리는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의 미소 외교에 끌리지 말고 압력을 최대한으로 높여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베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에서 2015년 말 이뤄진 위안부합의 이행을 재차 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또 “아베 총리가 올림픽을 계기로 대화 무드가 높아진 한국에 한미일이 연대해 대북 압력노선을 견지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하고 싶어한다”고 분석했다.도쿄=서영아특파원 sya@donga.com}
일본 법원이 히로시마(廣島)와 나가사키(長崎)에서 원폭 피해를 입은 한국인의 유족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집단소송에서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일본 정부는 2007년 한반도 거주 피폭자들에 대한 배상 책임을 인정했으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들어선 뒤인 2016년부터 입장을 바꿔 “피해자 사후 20년이 지난 경우 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판결은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1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오사카(大阪) 지방재판소는 전날 일본에서 원폭 피해를 입고 한국에 돌아갔던 피해자 유족들이 배상금 지급을 요구한 소송을 기각했다. 원고는 1975∼1995년 한국에서 사망한 피폭자 31명의 후손 159명. 기누가와 야스키(絹川泰毅) 재판장은 판결에서 “제소 시 이미 사후 20년이 경과해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하는 ‘제척기간’이 지났다”며 유족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제척기간을 이유로 피폭자 유족의 청구가 기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정부는 1974년 피폭자들에게 건강관리 수당 등을 지원하는 ‘피폭자 원호법’을 제정했지만 대상을 일본 국내 거주자로 제한해 해외에 사는 피폭자들은 지원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2007년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가 일본 정부에 그동안 지원하지 않았던 것이 위법이니 배상하라고 판결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이후 일본 정부는 해외 거주 피폭자의 제소가 있으면 배상금 110만 엔(약 1080만 원)을 지급하기로 해 그동안 6000명의 해외 거주자가 배상을 받았다. 이 중에는 사후 20년이 지나 제소한 유족 175명도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이번 재판 도중인 2016년부터 ‘제척기간’ 조항을 들며 “피폭자가 사망한 지 20년이 지난 경우는 배상청구권이 없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번 판결은 일본의 오사카 히로시마 나가사키 등 3개 지방재판소에서 진행 중인 비슷한 소송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유사 소송을 진행 중인 사람(피폭자 본인과 유족)은 930명, 이 중 피해자가 사망한 지 20년이 지난 경우는 600명에 이른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네요.” 17일 올 상반기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나 혼자서 갑니다’의 저자 와카타케 지사코는 수상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지난해 데뷔한 첫 작품으로 만 63세에 일본 신인 작가의 최고 등용문을 통과했다. 일본 언론은 ‘100세 인생 시대에 어울리는 신인의 등장’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전업주부였던 그는 55세에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남편이 먼저 세상을 뜬 뒤 아들의 권유로 소설 강좌에 다녔다. 소설 주인공도 자식을 다 키우고 남편마저 떠나보낸 뒤 ‘늙음’과 맞닥뜨린 74세 할머니. “사람 마음은 다 같지는 않아”라고 도호쿠 사투리로 중얼거리며 고독을, 늙음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지난해 11월 말 초판을 내 12만 부가 팔렸다. 작가는 “작품의 주제를 잡는 데 60년 넘게 걸렸다. 뭔가를 시작하는 데 늦은 때는 없다는 걸 실감했다”고 회고한다. 초고령 시대를 헤쳐 나가는 일본에서는 노인들이 맹활약 중이다. 거리에서나 TV 화면에서나 생기 넘치는 노익장을 접할 수 있다. 전시회 연주회 도서관 등 문화공간에도 노인들이 가득하다. 이들은 구매력이 있다 보니 시장에서도 주인공이 된다. 지난해 일본의 연간 베스트셀러 1위는 95세 여성작가 사토 아이코가 쓴 ‘90세, 뭐가 경사라고’가 차지했다. 필자는 거침없는 입담으로 일상에서 발견하는 자신과 세상의 어리석음을 유쾌하게 지적해 박수를 받았다. 지난해 11월 판매 100만 부를 넘었다는 소식에 그녀는 “대체 왜?”라고 고개를 갸웃거렸다고 한다. 100세 전후 할머니들의 저서가 일본식 영어로 ‘아라한(around hundred) 책’이라 불리며 서점가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기도 하다. 표지나 책날개에 저자의 연령을 눈에 띄게 표시한 게 특징. ‘100세 정신과 의사가 발견한 마음 조절법’(다카하시 사치에)은 근 70년의 임상경험을 토대로 ‘삶의 힌트’들을 조언한다. 지금도 현역 화가로 활동하는 시노다 도코(105)의 ‘103세가 돼 알게 된 것’은 2015년 출간된 후 50만 부 넘게 팔렸다. 같은 해 일본 최초의 여성 보도사진가인 사사모토 쓰네코(104)의 ‘호기심 걸(girl), 지금 101세’도 인기를 모았다. 일본 출판계에서 ‘할머니 책’이 금맥임을 깨달은 계기는 2012년 와타나베 가즈코 수녀(당시 85세)의 에세이집 ‘주어진 자리에서 꽃피우세요’가 200만 부 넘게 팔리면서다. 그에 앞서 2009년 시바타 도요(당시 98세)가 첫 시집 ‘약해지지 마’를 자비 출간하자 150만 부 이상 팔렸다. 독자는 ‘롤 모델’을 찾는 60∼80대 여성이 압도적이다. 이들은 ‘아라한 책’에서 “의존하지 않고 살아가는” 선배들의 진취적인 자세를 배운다. 출판사들은 ‘아직도 배고픈’ 독자들의 수요를 충족하고자 노인 저자를 찾아 헤매고 있다. 출판 담당자들은 “80세도 저자로선 아직 젊고, 70대는 너무 젊다”고 말한다. 이 ‘위풍당당’ 할머니 작가들의 이구동성은 “인생에 늦은 때는 없다”는 것. 그러나 책을 쓴다는 것은 심신 모두의 건강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100세가 넘어서도 세상을 향해 발신하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 일본 노인 대부분은 전철의 우선석에 앉지 않는다. 스포츠센터는 땀을 흘리는 노인들로 가득하다. 한국은 일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로 치닫고 있다. 준비되지 못한 100세 시대를 맞이하는 한국의 노인들도 좀 더 분발하고, 동시에 이들의 노력을 사회 전체가 응원하는 여유가 생기길 빈다. 노인들의 오늘 모습은 다음 세대의 미래 모습이다. 서영아 도쿄 특파원 sya@donga.com}

“살다보니 이런 날도 오네요.” 17일 올 상반기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나 혼자서 갑니다’의 저자 와카타케 지사코는 수상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지난해 데뷔한 첫 작품으로 만 63세에 일본 신인작가의 최고 등용문을 통과했다. 일본 언론은 ‘100세 인생 시대에 어울리는 신인의 등장’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전업주부였던 그는 55세에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남편이 먼저 세상을 뜬 뒤 아들의 권유로 소설강좌에 다녔다. 소설 주인공도 자식을 다 키우고 남편마저 떠나보낸 뒤 ‘늙음’과 맞닥뜨린 74세 할머니. “사람 마음은 다 같지는 않아”라고 도호쿠 사투리로 중얼거리며 고독을, 늙음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지난해 11월말 초판을 내 12만부가 팔렸다. 작가는 “작품의 주제를 잡는데 60년 넘게 걸렸다. 뭔가를 시작하는데 늦은 때는 없다는 걸 실감했다”고 회고한다. 초고령화 시대를 헤쳐나가는 일본에서는 노인들이 맹활약 중이다. 거리에서나 TV화면에서나 생기 넘치는 노익장을 접할 수 있다. 전시회 연주회 도서관 등 문화공간에도 노인들이 가득하다. 이들은 구매력이 있다보니 시장에서도 주인공이 된다. 지난해 일본의 연간 베스트셀러 1위는 95세 여성작가 사토 아이코가 쓴 ‘90살, 뭐가 경사라고’가 차지했다. 필자는 거침없는 입담으로 일상에서 발견하는 자신과 세상의 어리석음을 유쾌하게 지적해 박수를 받았다. 지난해 11월 판매 100만부 넘었다는 소식에 그녀는 “대체 왜?”라고 고개를 갸웃거렸다고 한다. 100세 전후 할머니들의 저서가 일본식 영어로 ‘아라한(around hundred) 책’이라 불리며 서점가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기도 하다. 표지나 책날개에 저자의 연령을 눈에 띄게 표시한 게 특징. ‘100세 정신과의사가 발견한 마음 조절법’(다카하시 사치에)은 근 70년의 임상경험을 토대로 ‘삶의 힌트’들을 조언한다. 지금도 현역 화가로 활동하는 시노다 도코(105)의 ‘103세가 돼 알게 된 것’은 2015년 출간된 후 50만부 넘게 팔렸다. 같은 해 일본 최초의 여성보도사진가인 사사모토 쓰네코(104)의 ‘호기심 걸(girl), 지금 101세’도 인기를 모았다. 일본 출판계에서 ‘할머니 책’이 금맥임을 깨달은 계기는 2012년 와타나베 가즈코 수녀(당시 85세)의 에세이집 ‘주어진 자리에서 꽃 피우세요’가 200만부 넘게 팔리면서다. 그에 앞서 2009년 시바타 도요(당시 98세)가 첫 시집 ‘약해지지 마’를 자비 출간하자 150만 부 이상 팔렸다. 독자는 ‘롤 모델’을 찾는 60~80대 여성이 압도적이다. 이들은 ‘아라한 책’에서 “의존하지 않고 살아가는” 선배들의 진취적인 자세를 배운다. 출판사들은 ‘아직도 배고픈’ 독자들의 수요를 충족하고자 노인 저자를 찾아 헤매고 있다. 출판 담당자들은 “80세도 저자로선 아직 젊고, 70대는 너무 젊다”고 말한다. 이들 ‘위풍당당’ 할머니 작가들의 이구동성은 “인생에 늦은 때는 없다”는 것. 그러나 책을 쓴다는 것은 심신 모두의 건강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100세가 넘어서도 세상을 향해 발신하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 일본 노인 대부분은 전철의 우선석에 앉지 않는다. 스포츠 센터는 땀을 흘리는 노인들로 가득하다. 한국은 일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로 치닫고 있다. 준비되지 못한 100세 시대를 맞이하는 한국의 노인들도 좀더 분발하고, 동시에 이들의 노력을 사회 전체가 응원하는 여유가 생기길 빈다. 노인들의 오늘 모습은 다음 세대의 미래 모습이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일본에서 백색가전 판매가 20년 만에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일본전기공업회(JEMA)의 24일 발표에 따르면 2017년 백색가전 일본 국내 판매액은 2조3479억 엔(약 22조7887억 원)으로 2년 연속 전년 실적을 넘어서며 199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견인차 역할은 전체 가전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한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등 3개 품목이 담당했다. 10년 전에 비해 각각 20∼30% 매출이 늘었다. 특히 에너지 절약이나 시간 단축 등을 내건 고기능 제품들이 잘 팔려나갔다. 환경의식이 높아진 데다 맞벌이 가구가 늘어 가사노동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고가 제품이 잘 팔려 인구 감소 사회의 역풍을 이겨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어컨은 ‘각 방 에어컨’ 시대를 맞아 저가품과 공기정화, 멸균 등의 기능을 장착한 고기능 고가품이 동시에 잘 팔리는 현상을 보였다. 냉장고, 세탁기는 출하대수는 늘지 않았으나 대용량화로 판매 가격이 올라갔다. 대당 가격은 10년 전에 비해 20∼30% 올랐다. 샤프는 대용량 냉장고에 대형 냉동고를 붙여 주말에 식재료를 한꺼번에 사서 보관할 수 있는 냉장고로 어필했다. 양판점에서 약 30만 엔(약 292만 원)인 파나소닉 드럼 세탁건조기는 세제 자동 투입이나 인터넷 접속이 가능해 외출 중에도 스마트폰 원격조작으로 세탁할 수 있다. ‘메이드 인 저팬’ 가전은 과거 고품질로 세계시장을 석권했으나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과 한국 가전에 밀리며 사양세를 탔다. 산요는 2012년 중국 하이얼에, 도시바는 2016년 중국 메이더에 각각 매각됐고, 샤프는 대만 폭스콘 산하에 들어갔다. 그 뒤 각 사는 “저가 범용품으로는 경쟁이 안 된다”며 기술력을 살린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수증기로 조리하는 샤프의 오븐레인지는 인공지능이 이용자의 취향을 학습해 메뉴를 제안하는 기능이 포인트. 약 15만 엔(약 146만 원)의 최상위 기종이 잘 팔린다. 특정 가전제품에 특화한 상품을 개발하는 신흥 업체들이 늘어난 점도 백색가전 판매 상승에 촉매 역할을 했다. 발뮤다사가 2015년 증기를 이용해 빵을 굽는 토스터를 개발했는데, 대당 2만2900엔(약 28만 원)으로 비싼 편이지만 2017년까지 총 43만6000대가 팔렸다. 그러나 가전제품만으로는 이미 성숙된 시장에서 교체 수요밖에 기대하기 어렵다. 파나소닉은 올해 가정용 에너지 관리시스템과 스마트 스피커, 구글홈을 연계해 가전을 제어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보기술(IT)과 조합한 새로운 상품이 향후 어디까지 소비 의욕을 자극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일본 총리가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24일 관저에서 기자들에게 “사정이 허락하면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할 것”이라며 “동시에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확실하게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우리 정부는 아베 총리를 참석 가능성이 높은 해외 정상급 인사로 분류해 놓고 있었으나 지난해 말 외교부 산하 위안부 합의 검증 태스크포스(TF)가 2015년 말 위안부 합의에 문제가 있다는 보고서를 낸 이후 기류가 급변했다. 지난해 9월 동방경제포럼 기간 러시아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평창 올림픽 참석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진 아베 총리는 ‘평창 올림픽에 가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일본 내에서 확산되자 결정을 미뤄왔다. 장고 끝에 아베 총리가 평창 올림픽 참석으로 선회한 데는 안팎의 여러 사정이 작용했다. 무엇보다 2020년 도쿄 올림픽 개최국 정상으로서 지근거리인 한국의 올림픽 개회식에 불참한다는 것은 국제사회에 명분이 서지 않는다. 일본 여당 내에서도 한일관계 등을 고려해 참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24일자에 아베 총리의 인터뷰를 실은 산케이신문은 평창행의 의도를 “정상회담 자리에서 한국에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모습을 안팎에 보여준다”는 것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방한할 예정이란 점을 들었다. 이 신문은 특히 정부 고위 관료의 말을 인용해 “백악관에서 아베 총리에게 개회식에 참석하기를 바란다는 강한 요청이 있었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는 환영 입장을 밝혔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아베 총리의 방한이 양국의 미래 지향적인 관계 발전으로 이어지도록 일본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아베 총리가 위안부 합의 이행을 촉구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선 “지난 정부의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다고 볼 수 없다는 우리의 입장을 말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신진우 기자}

“미사일 발사 정보, 미사일 발사 정보. 이 지역에 착탄할(떨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옥내에 피난해 TV나 라디오를 틀어 주십시오.” 22일 오전 10시 정각 일본 도쿄(東京)도 분쿄(文京)구 도쿄돔 주변. 사이렌 소리에 이어 둔탁한 기계음과도 같은 전국순간경보시스템(J얼러트) 정보가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졌다. 사상 처음 일본의 대도시, 그것도 도쿄 도심에서 실시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가정한 대피훈련이다. 일본 정부 내각관방과 총무성 소방청, 도쿄도, 분쿄구가 공동 주최했다. 사이렌이 울리자 옥외와 지하철역 등에 있던 시민들은 안내에 따라 근처의 지하철 고라쿠엔(後樂園)역과 가스가(春日)역, 혹은 주변 건물 안으로 속속 대피했다. 도쿄돔 시티의 유원지에서 일하던 종업원 약 150명도 잰걸음으로 옥내로 뛰어 들어갔다. 훈련은 J얼러트로 주민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주민들이 신속하게 지하철역이나 건물 내로 피난하는 것을 확인하는 순서로 10분간에 걸쳐 동시다발로 이뤄졌다. 사전에 섭외된 주변 주민과 기업 관계자 등 약 250명이 참가했다. 훈련에 참가한 인근 회사원 기시모토 씨는 “갑자기 이런 일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할지 몰랐다”며 “이런 기회를 소중히 여겨 일상에서도 잘 살려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이라는 참가자 기타야마 씨는 “정부가 어떤 생각으로 이런 기획을 했는지 체험해보려 나왔다”며 “막상 큰일이 터진다면 제대로 대피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전 훈련이 끝난 뒤 주최 측은 “북한이 쏜 미사일이 일본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분”이라며 “그 짧은 시간에 어떤 행동을 취할지에 대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지식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도쿄도 위기관리관이 훈련 참가자들에게 ”이번 체험을 주변에 적극적으로 알려달라”고 당부하는 장면도 있었다. 훈련은 질서정연하게 끝났지만 모두가 피난훈련에 찬성하는 건 아니었다. 사이렌이 울리기 40분 전부터 도쿄돔 근처에서는 ‘무기수출반대 네트워크’ ‘전쟁·치안·개헌 반대 총행동’ 등 피난훈련에 반대하는 단체들이 게릴라식으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이 든 플래카드에는 “미사일 피난훈련은 전쟁훈련이다. 주민도, 지방자치단체도, 지하철 노동자들도 거부하자”고 쓰여 있었다. 시위를 주도한 요시노 모토히사(吉野元久) 국철도쿄동력차노동조합 집행위원장은 “정부는 대피훈련을 하는 이유로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들지만 속내는 이를 기화로 일본의 평화헌법을 바꾸려는 것”이라며 “피난훈련은 전쟁훈련에 불과하고 전쟁훈련이 확산되면 일본은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에 더 다가가게 된다”고 강조했다. 반대시위에 참석한 한 전직 자위관은 “국가가 공공장소에 피난처도 준비하지 않고서 주민들에게 ‘도망가라’고 하는 건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3월 아키타(秋田)현에서 처음 주민 피난훈련을 한 이래 전국 26개 지역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비한 훈련을 해왔다. 대부분 북한의 핵 위협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자치단체들이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훈련도 100회가 넘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대도시에서의 대피훈련은 “불안감을 조성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 데다 교통 등에 미치는 영향도 우려돼 한 번도 실시하지 않았다. 이번 훈련은 일본 정부가 미사일 공격의 표적이 되기 쉬운 도심에서의 훈련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2일 국회 새해 시정연설에서 개헌에 대한 의욕을 재차 강하게 드러냈다. 북한의 위협을 핑계삼아 군사대국화 의지를 노골화하기도 했다. 외교분야에서는 미일동맹과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강조하는 한편 한국에 대해서는 선긋기를 하려는 의도를 뚜렷이 나타냈다. 특히 한국에 대해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이라는 종전 표현을 삭제하는 등 한국의 위안부 검증 태스크포스(TF) 활동 및 추가 조치 요구에 대한 반감을 그대로 드러냈다.아베 총리는 이날 연설의 시작과 끝을 150년 전 메이지(明治) 유신으로 장식했다. 자신의 숙원인 개헌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그는 메이지 시대 위인들의 업적을 열거한 뒤 “국가의 형태와 이상의 모습을 말하는 것은 헌법”이라며 “50년, 100년 앞의 미래를 응시하는 국가 만들기를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개혁’과 ‘혁명’이라는 표현을 반복해 사용하며 메이지유신과 개헌을 연결시키는데 힘을 쏟기도 했다.이어 “각 당이 헌법의 구체적인 안을 국회에 가져와서 헌법심사회에서 논의를 심화해 앞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모든 정당에 개헌 논의의 장으로 나올 것을 요청하는 동시에 3월로 예정된 여당 자민당의 개헌안 국회 제출과 함께 개헌 행보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아베 총리는 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거론하며 방위력 강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북한의 도발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엄중함이 증가하는 안보 환경의 현실을 직시해 국방의 위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또 “안보 정책의 근간은 스스로 행하는 노력”이라고 강조하면서 “육상형 이지스(이지스 어쇼어)와 스탠드 오프(stadn-off) 미사일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스탠드 오프 미사일은 적 기지 공격이 가능한 장거리 순항 미사일을 뜻한다. 아베 총리는 그동안 시정연설에서 한국에 대해 사용해온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이라는 표현을 올해는 생략했다. 한국과 관련해서는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는 지금까지의 양국 간 국제 약속, 상호 신뢰의 축적 위에 미래지향적으로 새로운 시대의 협력관계를 심화시키겠다”고만 언급했다. 과거 사용했던 ‘기본적 가치를 공유한다’는 표현도 4년째 쓰지 않았다. 이같은 수식어를 모두 들어내고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대통령 이름을 거론한 것도 이례적이다. 와중에 ‘국제약속’을 강조해 위안부 합의 이행을 압박하려는 의도를 보였다. 일본 언론은 “(시정연설에서) 한국에 대한 언급은 분량이 얼마 되지 않는다”며 “골이 깊어진 양국간 관계 개선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반면 중국에 대해서는 “올해는 중·일평화우호조약 체결 40주년으로, 경제 문화 관광 스포츠 등 다양한 차원에서 양국민의 교류를 비약적으로 강화하겠다”며 “조기에 한·중·일 정상회의를 개최해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일본에서 맞이하겠다”고 말했다. 또 “내가 적절한 시기에 방중하고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일본을 방문하게 하겠다”며 “고위급 사이 왕래를 깊게 해 중일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리겠다”고 관계 정상화 의지를 다졌다. 미국과 관련해서는 “우리나라의 외교·안보의 축은 지금까지도, 지금부터도 미·일 동맹”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적인 신뢰관계 아래 세계의 다양한 과제에 대해 함께 대처하겠다”며 동맹 강화 의지를 보였다. 그는 특히 지난해 11월 미·일 정상회담 후 미국과 공동 전략으로 내세운 ‘자유롭게 열린 인도·태평양(Indo-Pacific)전략’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도쿄=서영아특파원 sya@donga.com}
‘신문 왕국’이라 불리던 일본에서 처음으로 신문보다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 독자가 많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매체별 신뢰도에서는 신문이 NHK TV에 이어 2위를 유지해 ‘그래도 신문’이란 평가를 받았다. 또한 매체별 신뢰도에서 신문과 TV, 라디오 등이 전년보다 점수가 오른 반면 인터넷은 크게 떨어져 독자들이 ‘많이 보는 매체’와 ‘신뢰하는 매체’의 괴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공익재단법인인 신문통신조사회가 지난해 11월 2∼21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3169명을 대상으로 방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접한다는 사람은 71.4%로 조간신문을 통해 뉴스를 접한다는 사람(68.5%, 복수 응답 가능)을 웃돌았다. 조간보다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접한다는 응답이 많은 것은 2010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처음이다.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접한다는 응답은 1년 전에 비해 1.8%포인트 늘어난 반면 조간은 1.9%포인트 줄었다. 한편 인터넷 뉴스는 스마트폰과 휴대전화를 통해 본다는 사람이 80.3%를 차지해 보편화되고 있는 스마트폰이 뉴스 소비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드러냈다. 각 매체의 정보신뢰도를 100점 만점으로 채점하게 하자 NHK TV가 70.0점으로 1위, 신문(68.7점), 민영TV(59.2점), 라디오(58.2점), 인터넷(51.4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 중 NHK(0.2점)와 신문(0.1점), 민영TV(0.1점), 라디오(0.6점)는 지난해보다 신뢰도 점수가 올라간 데 비해 인터넷은 2.1점 떨어지는 낙폭을 보였다. 최근 1년간 신문에 대한 신뢰가 늘었다고 답한 사람들은 그 이유로 ‘정보가 정확하다’(34.6%)는 점을 들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해마다 130만여 명이 사망하는 ‘다사(多死)시대’를 맞아 일본 정부가 11년 만에 종말기 의료지침 개정안을 내놓았다. 후생노동성의 개정안은 노인들이 인생의 최종단계에서 각자 원하는 의료를 받게 한다는 데 중점을 뒀다. 2012년 내각부 조사에 따르면 노인 중 50% 이상이 “자택에서 최후를 맞고 싶다”고 답했지만 현실에선 75%가 병원에서 최후를 맞고 있다(2015년 인구동태통계). 새 지침에는 적극적 치료를 원하지 않거나 자택이나 간병시설에서의 임종을 희망하는 경우 환자와 가족, 의료진이 반복해 대화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추가됐다. 음식을 삼키지 못하게 됐을 때 어떻게 해줬으면 하는가, 질병이나 노쇠로 더 이상 회복이 어려운 것으로 판단되는 임종기에 인공호흡기 장착이나 심장마사지 등 연명조치를 취할지 여부도 환자의 평소 의사를 존중하게 했다. 다만 환자의 생각은 질병의 진전 상태나 시간 경과에 따라 바뀔 수 있으므로 의료진이나 가족이 같은 주제를 반복해 대화할 필요성을 명기했다. 또한 대화 내용은 반드시 문서로 남기게 했다. 이같은 방식은 평소 환자의 인생관이나 가치관을 파악해 치료방침 결정에 참고하는 ‘어드밴스드 케어 플래닝(ACP)’ 제도라 불린다. 일부 병원과 지역에서 선도적으로 행해지던 것을 후생노동성이 전면 도입하기로 했다. 종말기 의료지침은 2007년 도야마(富山)현의 한 병원에서 주치의 판단으로 연명치료를 중지해 환자 7명이 사망한 사건이 사회문제화한 것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당시 지침은 환자본인의 의사결정을 기본으로 하고 주치의 독단이 아니라 의사 이외의 보조자도 넣은 팀이 판단하도록 했다. 개정안은 이 원칙을 그대로 두되 병원만이 아니라 간병시설이나 자택에서도 활용하기 쉽도록 간호사나 사회복지사, 간병지원 전문가 등이 판단에 참여하는 것을 상정했다. 알츠하이머나 질병 심화로 환자의 의사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 지금까지는 의료진이 가족과 상의해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방침을 결정해왔으나 앞으로는 환자가 평소 자신의 뜻을 가장 잘 알고 대변해줄 사람을 지정해두도록 권고했다. 친척이 없는 독신 고령자가 늘어난 점을 고려해 가족 이외에 성년후견인이나 친지 등을 정하는 경우도 상정했다. 또 치료방법에 대해 합의할 수 없는 경우는 제3자의 조언에 따르는 방안도 제시됐다. 후생노동성은 다음 달 국민의견을 모아 안을 확정하고 올해 안에 새 지침을 지방자치단체와 의료기관에 통지할 계획이다. 일본의 연간 사망자수는 2040년 168만 명으로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세계 최고의 장수국가 일본이 노인인구 증가에 맞춰 상속과 연금 등 관련 법과 제도를 손질하는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2007년에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로 진입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먼저 노인국가의 고민과 마주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정비 중인 중장기 고령정책 지침 ‘고령사회대책 대강’에 따르면 공적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연령이 현행 ‘70세까지’에서 ‘70세 이후’로 늦춰진다. 일본의 공적연금 수급 개시일은 지금까지 65세가 원칙으로 본인의 선택에 따라 60∼70세에서 당겨 받거나 늦출 수 있었다. 이를 70세 이후로 늦추면 매달 받는 연금 액수는 그만큼 커지게 된다. 일본 정부는 아울러 60세 이상 고령자의 취업률을 끌어올려 ‘고령자 취업 촉진’과 ‘연금 고갈 지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생각이다. 고령자 취업과 관련해 부업과 겸업의 보급을 촉진하고, 창업 의욕을 가진 고령자에게 자금 조달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지침에 담겼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2016년 63.6%였던 60∼64세 취업률을 2020년 67%까지 올리겠다는 수치 목표도 제시했다. 지침은 “65세 이상을 일률적으로 고령자라 보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다”며 “모든 연령대가 희망에 따라 의욕과 능력을 살려 활약할 수 있는 ‘늙지 않는(ageless)’ 사회를 지향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고령 암환자 치료는 ‘삶의 질’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지침은 고령 암환자의 경우 항암제 치료가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고 수술도 일정한 체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어 고통을 덜어주는 완화 치료 강화가 대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건강상의 문제가 없는 상태에서 일상생활을 보내는 기간을 나타내는 ‘건강수명’도 더 늘리기로 했다. 2014년 남성 71.19세, 여성 74.21세였던 건강수명을 2020년에 1세 이상, 2025년에 2세 이상 늘린다는 계획이다. 간병 문제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간병 직원 수를 183만 명(2016년)에서 231만 명(2020년 이후)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또한 2015년 24억7000만 엔이었던 로봇 간병기기 시장 규모를 2020년까지 500억 엔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한국에서도 가끔 발생하고 있지만, 일본에선 반응 속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고령 운전자들이 일으키는 교통사고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이에 따라 지침은 80세 이상 고령 운전자들이 일으킨 교통사로로 인한 사망자 수를 2016년 266명에서 25% 감소시키겠다고 밝혔다. 앞쪽에 장애물이 나타나면 자동으로 멈추는 안전차량의 보급을 확대하고 운전면허를 스스로 반납하는 고령자에 대한 지원책도 확대하기로 했다. 상속관련법도 38년 만에 크게 바뀐다. 법무성 법제심의회는 유산 분할 때 남겨진 배우자를 우대하는 방향으로 고친 민법개정안을 정부에 제출했다고 17일 일본 언론이 전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남겨진 배우자에게 고인 소유의 주택에서 계속 살 수 있는 ‘거주권’을 보장하고 고인이 사망 전 배우자에게 증여한 주택은 유산 분할 대상에서 제외된다. 현행 민법에서는 유산은 고인의 동산 부동산을 합쳐 상속인(배우자 및 자녀)에게 균등 분할되도록 돼 있어 배우자가 살던 집을 잃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또 배우자가 재산 분할 전 고인의 예금을 생활비 등으로 인출할 수 있도록 하고, 간병에 애쓴 친인척에게도 일정 부분 유산을 청구할 권리를 인정하는 등 고령자들이 노후에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세계 최고의 장수국가 일본이 노인인구 증가에 맞춰 상속과 연금 등 관련법과 제도를 손질하는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2007년에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로 진입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먼저 노인국가의 고민과 마주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정비 중인 중장기 고령정책 지침 ‘고령사회대책 대강’에 따르면 공적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연령이 현행 ‘70세까지’에서 ‘70세 이후’로 늦춰진다. 일본의 공적연금 수급 개시일은 지금까지 65세가 원칙으로 본인의 선택에 따라 60~70세에서 당겨 받거나 늦출 수 있었다. 이를 70세 이후로 늦추면 매달 받는 연금 액수는 그만큼 커지게 된다. 일본 정부는 아울러 60세 이상 고령자의 취업률을 끌어올려 ‘고령자 취업 촉진’과 ‘연금 고갈 지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생각이다. 고령자 취업과 관련해 부업과 겸업의 보급을 촉진하고, 창업 의욕을 가진 고령자에게 자금 조달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지침에 담겼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2016년 63.6%였던 60~64세 취업률을 2020년 67%까지 올리겠다는 수치 목표도 제시했다. 지침은 “65세 이상을 일률적으로 고령자라 보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다”며 “모든 연령대가 희망에 따라 의욕과 능력을 살려 활약할 수 있는 ‘늙지 않는(ageless)’ 사회를 지향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고령 암환자 치료는 ‘삶의 질’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지침은 고령 암환자의 경우 항암제 치료가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고 수술도 일정한 체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어 고통을 덜어주는 완화 치료 강화가 대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건강상의 문제가 없는 상태에서 일상생활을 보내는 기간을 나타내는 ‘건강수명’도 더 늘리기로 했다. 2014년 남성 71.19세, 여성 74.21세였던 건강수명을 2020년에 1세 이상, 2025년에 2세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간병 문제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간병 직원 수를 183만 명(2016년)에서 231만 명(2020년 이후)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또한 2015년 24억7000만 엔이었던 로봇 간병기기 시장 규모를 2020년까지 500억 엔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그간 일본 정부가 내걸어 온 4차 산업혁명과 로봇 개발 등에 과감히 투자함으로써 ‘일손 부족’ 사회에 대비하겠다는 자세가 읽힌다. 한국에서도 가끔 발생하고 있지만, 일본에선 반응 속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고령 운전자들이 일으키는 교통사고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이에 따라 지침은 80세 이상 고령 운전자들이 일으킨 교통사로로 인한 사망자 수를 2016년 266명에서 25% 감소시키겠다고 밝혔다. 앞쪽에 장애물이 나타나면 자동으로 멈추는 안전차량의 보급을 확대하고 운전면허를 스스로 반납하는 고령자에 대한 지원책도 확대하기로 했다. 상속관련법도 38년 만에 크게 바뀐다. 법무성 법제심의회는 유산 분할 때 남겨진 배우자를 우대하는 방향으로 고친 민법개정안을 정부에 제출했다고 17일 일본 언론이 전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남겨진 배우자에게 고인 소유의 주택에서 계속 살 수 있는 ‘거주권’을 보장하고 고인이 사망 전 배우자에게 증여한 주택은 유산 분할 대상에서 제외된다. 현행 민법에서는 유산은 고인의 동산 부동산을 합쳐 상속인(배우자 및 자녀)에게 균등 분할되도록 돼 있어 배우자가 살던 집을 잃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또 배우자가 재산 분할 전 고인의 예금을 생활비 등으로 인출할 수 있도록 하고, 간병에 애쓴 친인척에게도 일정 부분 유산을 청구할 권리를 인정하는 등 고령자들이 노후에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연말에 일본을 여행한 지인이 ‘서점에서 말도 안 되는 책을 발견했다’며 e메일을 보내왔다. 미국인 변호사 켄트 길버트가 쓴 ‘유교에 지배당한 중국인과 한국인의 비극’(고단샤)이 ‘베스트셀러’라며 대형서점 한가운데 진열돼 있더라는 것이다. 책에는 “중국 한국을 상대하려면 먼저 ‘자기중심주의’가 핵심인 유교의 본질을 알아야 한다”거나 중국 한국을 싸잡아 “금수 이하의 사회도덕과 공공의식밖에 갖고 있지 않다”,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눈 깜짝 안 하고 거짓말하는 한국인”, “중국 한국이 허위 사실인 난징대학살과 위안부 문제로 무사도 정신의 나라 일본을 깎아내리고 있다”는 식의, 이웃나라에 대한 증오를 부추기는 내용이 담겨 있다. 초판의 책날개에는 ‘그들은 일본인과 종이 다르다’고 쓰여 있었다. 사실 지난해 일본 서점가에는 ‘2차 혐한류’라 할 만큼 한국 비판 서적이 쏟아져 나왔다. 전직 주한국 대사, 일본 언론의 현직 서울특파원이 ‘헬조선’을 소개하며 ‘한국에서 태어나지 않아 다행’이라고 커밍아웃했다. 이에 대해 기자는 그동안 일부러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일본에서도 ‘변방에 우짖는 새’에 불과한 이들에게 발끈하며 대꾸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요즘 일본에서는 ‘한국 미디어가 비분강개한 책’은 거꾸로 선전문구가 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유교에 지배당한…’은 어느 틈에 47만 부가 팔려 2017년 연간 베스트셀러 종합 6위, 신서 논픽션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이쯤 되면 더 이상 ‘변방에 우짖는 새’가 아니라 여론의 주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국인이 본 자국 얘기는 한국에서나 일본에서나 인기를 끈다. 타자의 눈을 통해 자신들의 현주소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잘 살리면 자성과 통찰의 기회가 된다. ‘유교에 지배당한…’의 저자는 1980년대부터 일본 방송에서 그런 역할을 하던 연예인 겸 저술가였다. 처음에는 일본 찬양에서 출발했다. 그가 펴낸 ‘켄트 길버트의 소박한 의문―신기한 나라 일본’(1998년), ‘불사조의 나라 일본’(2013년) 등은 단순히 일본을 좋아하게 된 서구인의 얘기다. 이런 그가 최근 들어 일본 우익의 입맛에 딱 맞는 발언을 주도하고 있다. ‘전향’의 계기는 2015년 우익 성향인 아파그룹이 운영하는 아파일본재흥재단의 ‘진짜 근현대사관 현상 논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것인 듯하다. 논문 제목은 ‘일본의 (성실한) 국민성이 외교 국방에 미치는 악영향’. 그는 이후 한두 달에 한 권꼴로 책을 내고 있다. 도저히 한 사람이 쓰는 거라고 볼 수 없는 분량의 책들은 한결같이 위대한 일본으로의 복귀를 촉구하는 내용이다. “일본은 패전에 의한 자학사관과 평화국가라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 그 상징인 헌법을 하루빨리 바꿔야 한다”며 일본 우익의 ‘모범답안’을 미국인인 그가 설파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왜 이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행태가 확실히 돈벌이는 되는 듯하다. 그는 대형 영어학원 등 일본에서 벌인 몇 가지 사업이 실패했고, 그 사업 과정에서 우익계 인사들과 가까워졌다고 한다. 저술 수입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권당 인세가 100엔씩이라고만 쳐도 50만 부가 팔리면 5000만 엔, 우리 돈으로 약 5억 원이다. ‘유교에 지배당한…’을 펴낸 고단샤 담당자는 “서구인의 시각에서 쓴 반중 반한 서적이기에 많은 일본인이 받아들이는 것”이라 설명한다. 외국인의 아부 발언에 의존해 만족감을 느끼는 것은 역으로 내면의 공허함을 증명하는 것 아닐까. 남을 깎아내려서 만족을 얻는 것은 소아기적 행태에 다름 아니다. 그 퇴행성의 현장을 목격하면서 적어도 한국은 이웃나라를 폄훼하는 ‘헤이트 서적’이 불티나게 팔리는 나라가 되지 않기를 빌어본다. 서영아 도쿄 특파원 sya@donga.com}
지난해 7월 일본의 명문 대학 아오야마(靑山)학원은 병설된 2년제 여자대학의 학생 모집을 2019년부터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30년 전 9000명 수준이었던 지원자 수가 2000명에도 미치지 못하자 “2년제 여대의 역할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3년 전 여름에는 대형 입시학원 ‘요요기제미’가 전체 학원의 70%인 20곳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재수생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인구 감소가 본격화한 일본 교육 현장에 본격적인 시련이 닥치고 있다. 특히 올해 대학에 입학하는 18세 인구를 시작으로 학생 수가 본격적인 감소기에 들어가면서 대학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대학 관계자들은 2018년을 “고등교육의 전기(轉機)가 될 1년”이라고 말하고 있다. 대학 입학 연령인 일본의 18세 인구는 1992년 205만 명을 정점으로 2009년 약 121만 명까지 줄어든 뒤 최근까지 118만∼120만 명 선에서 횡보했다. 그러나 올해부터 다시 연간 1만여 명씩 줄어 2028년에는 107만 명, 2038년에는 91만 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학생 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대학 수는 오히려 증가해 왔다는 점이다. 1990년 507개교에서 2017년 780개교로 늘었다. 그동안은 진학률이 계속 늘어 대학 경영이 유지됐지만 앞으로는 이 또한 기대하기 어렵다. 일본의 대학 진학률(전문대 포함)은 1970, 80년대 36∼37%에서 2014년 57%까지 올랐다. 여기에 기능공을 양성하는 전문학교까지 더하면 진학률은 80%를 넘어 더 이상의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은 이론상으로는 2000년경부터 대학이나 학부를 고르지 않는다면 누구나 입학할 수 있는 ‘대학 전원 입학시대’에 들어갔다. 사립학교진흥공제사업단에 따르면 2016년 정원 미달 사립대는 44.5%로 조사됐다. 이 중 90%는 입학 정원 400명 미만의 소규모 지방대였다. 자연스레 대학 간 학생 쟁탈전이 격화되고, 도태되는 대학이 부지기수로 생겨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 문부성은 ‘대학효율화’ 방침을 내걸고 “자기 개혁을 하지 않는 대학은 국립대라도 망하게 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이미 2010년 이후 경영 악화로 학생 모집을 중단하는 사립대가 늘었고 자진 폐교하는 대학도 속출하고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모이는 대학과 그렇지 않은 대학의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결국 대학들은 영양 간호 등 실무 관련 학부학과나 국제학부를 개설하는 등 각자 특색과 개성을 살리는 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교수진을 확충하고 교외에 설치한 캠퍼스를 교통이 좋은 도심으로 옮기는 대학도 늘고 있다. 사립대들은 대학 간 통합, 공립대로의 변신 등 돌파구를 찾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홋카이도(北海道)과학대와 홋카이도약대가 2018년부터 통합하겠다고 발표했고, 야마구치(山口)도쿄이과대는 2016년 사립대에서 시립대로 바뀐 뒤 지원자가 정원의 7배를 넘어섰다. 일본 정부도 관련 논의를 서두르고 있다. 우선 지방대에 학생을 유도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도쿄 도심 내 대학의 정원을 억제하는 내용의 법안을 이번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또 적정한 대학 수를 정하고 국·공·사립의 틀을 뛰어넘는 통합도 추진할 계획이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