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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부과한 25% 관세 중 상당 부분을 약 1개월간 유예한다고 6일(현지 시간) 밝혔다. 두 국가에 대해 관세를 부과한 지 하루 만인 5일 “자동차 및 관련 부품에 대한 관세를 1개월 간 면제한다”고 했고 이날 관세 유예의 적용 범위 또한 대폭 늘렸다. ‘전방위 관세 폭탄’이 미 자동차 업계에 상당한 타격을 끼치고 물가 상승을 부추길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자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이 적용되는 수입 품목에 대해 다음달 2일까지 관세를 면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취재진에게 유예 결정의 이유를 설명하며 “미국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 특히 관세가 미 자동차 회사에 피해를 줬을 것”이라고 했다.다만 그는 이번 유예는 ‘일시적’이며 앞서 거론했던 관세 부과 시점인 ‘올 4월 2일’ 이후 또 유예하지는 않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부분의 관세는 4월 2일에 시작될 것”이라며 “주된 관세는 상호적인 성격일 것”이라고 말했다. 거듭 언급했던 대로 기존의 ‘보편 관세’ 외에 ‘상호 관세’ 또한 부과할 뜻을 분명히 했다.그는 이날 유예가 시장의 부정적인 반응 때문이냐는 질문에는 “관련 없다. 난 시장을 보지도 않는다”고 답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또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물가 상승을 부추길 것이란 우려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부인했다. 베선트 장관은 “다른 국가의 관행이 미 경제와 국민에 해를 끼치는 한 대응할 것”이라며 “이것이 바로 미국 우선 무역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관세 부과에 다른 나라가 보복하면 더 높은 관세로 대응할 뜻을 시사한 셈이다.그러자 줄리 코잭 국제통화기금(IMF)의 대변인은 캐나다, 멕시코, 중국 등 미국의 주요 교역국에 대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가 미 금융 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우려했다. CNN 또한 “관세를 둘러싼 대통령의 오락가락하는 대응이 혼란만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7일 전국인민대표회(전국인대)의 외교분야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통상 압박을 두고 “중국을 탄압하면 반드시 단호히 반격할 것”이라며 보복 관세 등을 예고했다. 그는 미국을 겨냥해 “자신의 힘을 믿고 약자를 괴롭혀선 안 된다”며 관세 전쟁으로 미국이 얻은 것이 없다고 꼬집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복귀한 트럼프, 동맹과 적 모두 ‘보복의 물결(Wave of Revenge)’을 예상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 뉴욕타임스(NYT)는 이 같은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보복 심리가 강하고 2020년 대선 패배, 이후 4건의 형사 기소 등으로 ‘고난의 시간’을 겪은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가 어떤 식으로든 표출될 것이란 분석이었다. 전직 법무부 관리는 NYT에 “자신을 화나게 하는 사람들에 대한 트럼프의 보복 욕구는 진짜”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복 욕구’와 ‘뒤끝’은 최근 해외 정상과의 관계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는 집권 1기 반목했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을 상대로 ‘힘의 우위’를 앞세우며 노골적인 인신공격까지 불사하고 있다. 워싱턴의 정부 소식통은 “‘찍히면 끝’이란 말이 실감 나는 하루하루”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이 집권 2기 들어 더 직설적이고 거칠어졌다”고 말했다.● ‘구원(舊怨)’ 젤렌스키-트뤼도 연일 집중 공격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타깃’은 젤렌스키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독재자”, “그저 그런 코미디언”이라고 폄훼했다. 또 지난달 28일 워싱턴 백악관을 찾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면전에서 “당신 손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협상을 주도할) 카드가 없다”며 예정된 오찬까지 취소한 채 문전박대했다. 이런 공격의 배경에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압박해 우크라이나의 희토류를 차지하고, 종전 협상을 신속히 진행하려는 의도도 있다. 하지만 그를 ‘친(親)민주당 인사’로 여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원(舊怨)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22일 미 대선의 최대 격전지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을 찾았다. 스크랜턴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고향으로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이 동행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을 5일 후에야 만났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 측은 “대선 개입”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직후부터 트뤼도 총리와 캐나다를 각각 “미국의 주지사”, “미국의 51번째 주”라고 칭하는 사실상 주권 침해에 해당되는 발언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하고 있다.트뤼도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때부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등을 두고 수차례 부딪혔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반(反)이민 행정명령을 발표하자 트뤼도 총리는 보란 듯 포용적 이민 정책을 발표했다. 2019년 12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 초청 만찬에서 트뤼도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담을 나누는 듯한 영상도 공개됐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캐나다에서 호텔 사업을 실패했고, 2019년 프랑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때 트뤼도 총리가 멜라니아 여사(트럼프 대통령 부인)와 밀착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논란이 된 것도 영향을 줬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푸틴에게 관대한 트럼프… “스트롱맨 동경”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 관계가 좋았거나 바이든 행정부 등 ‘공동의 적(適)’을 공유한 정상에겐 지극히 관대하게 대한다. 대표적 인물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반대파를 탄압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에 들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러시아와만 진행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과 자신이 가깝다는 발언도 자주 하고 있다. 반정부 성향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살해를 배후 조종했다는 혐의를 받으며 바이든 행정부와 불편한 관계였던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도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부터 밀착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운영하는 사모펀드에 2022년 거액의 투자를 결정하는 데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무함마드 왕세자에게 관대하고 이들과 가까운 것을 두고 ‘스트롱맨’과 권위주의 통치에 대한 본능적인 동경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복귀한 트럼프, 동맹과 적 모두 ‘보복의 물결(Wave of Revenge)’을 예상한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 뉴욕타임스(NYT)는 이 같은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보복 심리가 강하고 2020년 대선 패배, 이후 4건의 형사 기소 등으로 ‘고난의 시간’을 겪은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가 어떤 식으로든 표출될 것이란 분석이었다. 전직 법무부 관리는 NYT에 “자신을 화나게 하는 사람들에 대한 트럼프의 보복 욕구는 진짜”라고 강조했다.트럼프 대통령의 ‘보복 욕구’와 ‘뒤끝’은 최근 해외 정상과의 관계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는 집권 1기 반목했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을 상대로 ‘힘의 우위’를 앞세우며 노골적인 인신공격까지 불사하고 있다. 워싱턴의 정부 소식통은 “‘찍히면 끝’이란 말이 실감 나는 하루하루”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이 집권 2기 들어 더 직설적이고 거칠어졌다”고 말했다.● ‘구원(舊怨)’ 젤렌스키-트뤼도 연일 집중 공격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핵심 ‘타깃’은 젤렌스키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독재자”, “그저 그런 코미디어”이라고 폄훼했다. 또 지난달 28일 워싱턴 백악관을 찾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면전에서 “당신 손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협상을 주도할) 카드가 없다”며 예정된 오찬까지 취소한 채 문전박대했다.이런 공격의 배경에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압박해 우크라이나의 희토류를 차지하고, 종전 협상을 신속히 진행하려는의도도 있다. 하지만 그를 ‘친(親)민주당 인사’로 여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원(舊怨)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22일 미 대선의 최대 격전지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을 찾았다. 스크랜턴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고향으로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이 동행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은 5일 후에야 만났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 측은 “대선 개입”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직후부터 트뤼도 총리와 캐나다를 각각 “미국의 주지사”, “미국의 51번째 주”라고 칭하는 사실상 주권 침해에 해당되는 발언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하고 있다.트뤼도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때부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등을 두고 수차례 부딪혔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반(反)이민 행정명령을 발표하자 트뤼도 총리는 보란 듯 포용적 이민 정책을 발표했다. 2019년 12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 초청 만찬에서 트뤼도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담을 나누는 듯한 영상도 공개됐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캐나다에서 호텔 사업을 실패했고, 2019년 프랑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때 트뤼도 총리가 멜라니아 여사(트럼프 대통령 부인)와 밀착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논란이 된 것도 영향을 줬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푸틴에 관대한 트럼프…“스트롱맨 동경”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 관계가 좋았거나 조 바이든 행정부 등 ‘공동의 적(適)’을 공유한 정상에겐 지극히 관대하게 대한다. 대표적 인물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반대파를 탄압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에 들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러시아와만 진행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과 자신이 가깝다는 발언도 자주하고 있다.반정부 성향 언론인 자말 까슈끄지의 살해를 배후 조종했다는 혐의를 받으며 바이든 행정부와 불편한 관계였던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도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부터 밀착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운영하는 사모펀드에 2022년 거액의 투자를 결정하는 데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무함마드 왕세자와 관대하고 가까운 것을 두고 ‘스트롱맨’과 권위주의 통치에 대한 본능적인 동경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백악관 정상회담은 국제사회에 ‘충격과 공포’를 안겼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국토를 유린당한 약소국 우크라이나 정상을 앞에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은 (협상) 카드가 없다”, “(미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종전 합의에 동의하지 않으면) 미국은 빠질 것이다” 등의 거친 발언을 이어가며 힘으로 찍어 눌렀다. 전 세계에 생중계된 카메라 앞에서 여과 없이 노출된 이 모습은 우크라이나는 물론 유럽과 한국, 일본 등 미국의 오랜 우방과 동맹들에도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 수위나 강도는 다를지언정 “다음은 우리 차례?”란 공포에서 파생되는 위기감도 커졌다.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국 미국대사 겸 한미 친선 비영리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 이사장(72)은 이 정상회담 사흘 전인 같은 달 25일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마치 이런 상황을 예견이라도 했다는 듯 “유럽에서 벌어지는 일은 (북-미 협상 과정에서)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유럽 주요국들을 배제한 채, 러시아와만 협상 등에 나서는 이 상황이, 향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북핵 협상 등에 나설 때 한국을 배제한 채 똑같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또 “한국 사람들은 지금 유럽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해 진행 중인 외교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고도 했다.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와 마찬가지로 김 위원장과 직접 대화를 추진할 가능성도 높다고 봤다. 스티븐스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김 위원장과 특별한 관계라고 생각한다. 이 관계를 다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북한과 비핵화 협상이 아닌, 핵군축·핵동결 협상 등에 나설지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은 스스로 (핵확산 문제에 대해) ‘비전통적’ 접근 방식을 선호한다고 자부해 왔다”며 “(핵군축 협상 등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2008년 9월부터 3년 1개월 동안 주한 미국 대사를 지낸 그는 최초의 ‘여성’ 대사로 큰 주목을 받았다. 대표적인 ‘지한파’ 인사로 1975~1977년 충청남도 예산에서 평화봉사단 자원봉사자로 활동해 한국어가 유창하다. ‘심은경’이란 한국 이름도 갖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러시아와 휴전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접근 방식을 어떻게 평가하나.“휴전 협상 가능성을 모색하는 자체는 분명히 필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그가 이를 추진하는 방식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우크라이나 지도부와 유럽의 기여를 폄훼하고 우크라이나 민간인의 많은 희생을 간과했으며 심지어 이 전쟁의 책임을 우크라이나에 돌리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협상에서 미국의 입지도 오히려 약화시킬 것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쏟아내는 공개적이고 단정적인 발언들도 협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광물 협정 체결 또한 압박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나라로 세계 경제의 중요한 일부다. 전후 재건 등의 과정에선 일부 국가가 혜택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선제 침공을 당한 피해자인 우크라이나가 ‘전쟁 배상금’ 개념으로 (미국에 광물을) 지급해야 한다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개념은 다소 충격적이다.”―미국과 유럽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80년간 맺은 ‘대서양 동맹’도 예전같지 않다. 유럽이 독자 핵무장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현 상황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미국을 점점 더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로 인식하는 듯하다. 이에 유럽 자체 방위 정책과 군사적 역량을 강화하겠단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안보 공약이 실질적이든 아니든 간에 유럽이 자체 안보 구조를 재검토하고 자체 대응 방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핵무장 논의는 어떤 국가라도 매우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미국과 유럽의 분열상이 미국과 인도태평양 동맹 간에도 발생할까.“트럼프 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중국 의제를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 (중국이라는 가장 큰 적이 있는 만큼) 인도태평양의 상황은 유럽과 다른 측면이 있다. 다만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한국, 일본 등) 동맹들에 자체 방위 능력을 강화할 것을 요구할 것으로 본다.”―미국이 우크라이나에 하듯 북핵 등 대북 협상 과정에선 한국을 배제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나.“지난달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 안보회의’에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에 대해 일련의 조건들을 제시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사전에 원하는 조건(현재 우크라이나 점령지 반환 불가 등)들만 충족시키면서, 우크라이나에는 어떠한 보호 조치도 제공하지 않는 방식이었다. 이후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러시아와의 회담을 진행됐고, 그 과정에서 러시아와의 관계를 공식화하려는 듯한 발언을 했다. 반대로 우크라이나 지도부에는 비판을 쏟아냈다. 이는 많은 유럽 동맹국은 물론 미국인들에게도 충격적이었다. 나 역시 이 방식(트럼프 정부의 우크라이나 배제 등)에 대해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 나는 동맹국들이 이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 사람들은 유럽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해 진행 중인 외교적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 (최근) 유럽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한국에서도 비슷하게 일어날 수 있다.”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북한을 “핵능력 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지칭했다. 이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북한의 핵보유 사실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1기 때 실패한 비핵화 협상 대신 제재 완화 등을 대가로 핵군축에 나서는 ‘스몰딜’ 카드를 집어 들 거란 관측이 나왔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한미·한미일 외교장관회담에서 등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확인했고, 이에 ‘북한 핵보유’ 논란이 더 커지진 않았다. 다만 북-미 간 핵군축 협상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워싱턴 안팎에서 제기된다.―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직접 대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는가.“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직접 대화에 관심이 있다는 점을 그동안 분명히 해왔다. 다만 지금 그는 여러 가지 다른 일을 하는 중이고, 그의 팀도 아직 완전히 정비되지 않은 상태다. 또 북한이 이에 관심이 있는지도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김정은과 특별한 관계라고 생각한다. 언제든 이를 다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트럼프 정부가 비핵화가 아닌 핵군축 협상 등에 나설 것이라고 보는가.“트럼프 대통령이 ‘핵능력 보유국’ 등 표현을 쓴 것과 관련해선 나는 그가 (핵군축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후 (트럼프 정부의) 공식성명 등에선 다소 후퇴한 듯한 입장이 나오긴 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핵확산 문제에 대해) ‘비전통적’ 접근 방식을 선호한다고 자부해 왔다. (북한과도) 핵 비확산 문제 전반에 대해 비교적 유연한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한국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이나 다른 중요한 외교적 과정에서 한국을 ‘패싱’(건너뛰기)할 수 있단 우려도 제기된다.“그럴 가능성이 존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싱가포르에서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졌을 때도 한국과 상의 없이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발표했다. 그러한 조치에 나설 때 반드시 동맹국과 상의해야 한다는 개념 자체를 크게 갖고 있지 않은 듯하다. 그런 만큼 한국은 강한 정치적 리더십을 갖출 필요가 있다. 어쨌든 결국 이런 일(한국 패싱)이 또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네, 그렇다’라고 답하겠다.”―한국 일각에서도 독자적 핵무장론이 일고 있다.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강하다. 개정을 통해 최소 일본처럼 연료용 우라늄 농축과 핵연료 재처리는 가능하도록 하자는 거다.“한국은 이미 핵 능력을 개발할 만한 기술적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한국이 이를 실행에 옮기려면 그 위험성과 부작용을 충분히 숙고해야 한다. 그 위험은 상당히 크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핵무장을 승인할지도 확신할 수 없다.”나는 앞서 한미 원자력협정 협상에 참여한 바 있다. 분명한 것은 이 문제는 (한미 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논의될 것이란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핵연료 재처리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나 기후변화 대응 및 에너지 수요 문제 해결과 연계해 원자력 에너지의 역할까지 고려해야 한다.”―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폭 인상된 주한미군 방위비 청구서를 내밀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일각에선 방위비 협상을 주한미군 감축과 연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궁극적으론 유럽에서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또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정책이 어떻게 설정될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직접적으로 한국과의 방위비 분담 협상이나 주한미군 주둔 문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기본적으로 ‘미국이 동맹국들을 위해 너무 많은 돈을 쓰고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건 사실이다.”트럼프 대통령은 ‘통상 전쟁’에도 속도를 붙이고 있다. 적성국은 동맹까지 가리지 않고 ‘관세 폭탄’을 투하하고 있다. 자동차, 반도체 등 품목별로도 관세를 무기화해 정신없이 몰아붙이고 있다. 다만 이러한 관세가 결국 부메랑이 돼 미국 내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키는 등 자국 경제에 악영형을 끼칠 거란 관측도 나온다.―트럼프 행정부 2기의 관세 등 통상 조치를 1기와 비교해서 어떻게 평가하는가.“2기 때 훨씬 더 빠르고 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1기 땐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가지고 출범했지만 그래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신할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만들었고, 한국과도 FTA를 재협상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부분조차 무시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특히 2기 땐 임기 초반부터 멕시코와 캐나다, 두 이웃 국가를 상대로 엄청난 관세로 위협하고 있다. 경제학자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두 나라는 미국 경제와 밀접하게 얽혀 있어 (관세 부과 시)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것이다. 특히 2기 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밀어붙이는 정책을 실제로 쉽게 실행에 옮기고 있다. 철강에 대한 관세 부과와 기타 무역 분쟁에서 그러한 경향을 드러냈다. 특히 걱정스러운 건 이번 행정부에선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것이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의 이웃과 동맹국, 전 세계에도 큰 타격을 줄 것’이라며 경제적으로도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해줄 인사들이 주변에 많지 않다는 점이다. 견제 받을 가능성이 줄어 매우 우려스럽다.”―관세와 관련해 한국이 가장 우려해야 할 품목은 무엇일까. 또 미국의 통상 압박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철강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은 미국에 네 번째로 큰 철강 수출국이다. 자동차 산업 또한 매우 중요하다. 현재 가장 우려할 부분은 이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압박에 대처하려면 일단 미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범위를 강조해야 한다. 한국의 투자가 자유무역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으며, 미국 내 인적 자원을 활용하고 기술적인 노하우를 원활하게 공급해준다는 측면을 강조해야 한다. 이것은 미국 주 정부와 의회에서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방식은 일종의 ‘거래의 기술(Art of the Deal)’로 알려져 있다. 처음엔 비현실적인 요구를 내놓고, 협상을 통해 조정해 가는 스타일이다. 개인적으론 이러한 접근 방식이 국제 관계에선 효과적이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그것이 그가 사용하는 방식이다. 한국은 이를 고려해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하며 협력과 설득을 병행해 (미국의) 무역 압박을 완화해야 한다.”스티븐스 대사는 1970년대 한국의 경제발전과 1980년대 민주화의 격동기를 한국인들과 함께 겪었다. 이후 주한대사직까지 수행하면서 그동안 한국을 거친 어떤 미 외교관보다 한국 사회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인물로 평가받는다.―지난해 12월 3일 계엄령이 선포되던 밤, 무엇을 하고 있었나.“당시 몇 주 전 한국에 있는 몇몇 사람들이 (비상사태 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단 얘기는 들었지만 (실제 일어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계엄령 선포에 대해 알게 된 건 내 전화가 울리기 시작하면서였다. 그때 운동 수업을 받고 있었는데 갑자기 내 전화가 문자 그대로 폭발하듯 울리기 시작했다. 나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정말 충격을 받았다. 상상 할 수 없는 일이었다.”―윤석열 대통령이 얼마 전 탄핵 심판 최후진술을 했다.“지금 헌법재판소에서 심리 중인 사안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싶진 않다. 다만 만약 계엄령이 실제로 시행되고 더 오래 이어졌다면 한미 관계엔 매우 극적인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다행히도 계엄령은 짧게 끝났고 폭력 사태가 없었으며 헌법적 절차를 통해 철회돼 한국은 물론 한미 관계에서도 피해를 최소화했다. 1987년 6월의 기억도 떠올랐다. 당시 나는 주한 미대사관에서 정치 담당관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대통령 직선제를 요구하는 시위가 거셌다. 1987년 6월 19일, 짐 릴리 당시 주한국 미국 대사가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 대통령의 서한을 들고 전두환 대통령을 만나러 갔었다. 당시 우리는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할지 모른단 얘기를 듣고 있었고, 미국은 이를 매우 나쁜 결정으로 판단했다. 전 대통령은 처음 릴리 대사를 만나주지 않으려 했지만, 우리가 계속 요청한 끝에 결국 면담은 성사됐다. 대사는 미국의 우려를 전달했다. 모두 미국 덕이라고 할 순 없지만 다행히 계엄령은 선포되지 않았다. 10일 후인 6월 29일 대통령 직선제 선언이 나왔다. 1987년 우리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었지만 결국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목격했고, 이는 내 외교 경력에서 가장 생생한 기억 중 하나다. 그래서 2024년 한국에서 계엄령이 선포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것은 시대착오적이고 시대에 맞지 않는 결정처럼 느껴졌다. 다행히도 군과의 충돌이 없었고, 계엄령은 지속되지 않았다. 한국의 헌법적 절차가 신속하고 평화롭게 이뤄져 민주주의 전통이 유지되기를 바란다.”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국 미국 대사(72)△1953년 미국 텍사스주 출생△프레스콧칼리지 동아시아 연구 학사, 하버드대 공공정책학 석사△2005~2007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부차관보△2014~2015년 주인도 미국대사대리△2008~2011년 주한국 미국대사△2018~2023년 한미경제연구소(KEIA) 소장△2020년 1월~현재 코리아소사이어티 이사장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멕시코·캐나다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에 한해선 1개월간 적용을 면제한다고 5일 공식 발표했다. 앞서 4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 두 나라에 ‘관세 폭탄’을 투하했지만, 일단 하루 만에 한 발 물러선 것. 다만 캐나다가 보복 관세 방침을 밝히는 등 상대국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은 데다 관세 부과에 따른 역풍으로 자국 내 인플레이션 심화 가능성 등도 제기되는 만큼, 향후 추가적인 관세 유예나 면제 조치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빅3’ 자동차 업체와 대화를 나눴다”며 “USMCA를 통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자동차에 대해 1개월간 관세를 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USMCA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으로, 트럼프 집권 1기 때 체결된 이 협정에 따라 3국은 그동안 관세 없이 통상을 이어왔다. 레빗 대변인은 또 자동차에 대한 이번 한 달 간 관세 유예를 두고 “USMCA와 연관된 업계의 요청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그들(자동차 업계 등)이 경제적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일단 이번 유예가 멕시코, 캐나다의 반발 등을 의식해서가 아닌,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목적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실제 이날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자동차 업계 빅3로 꼽히는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대표와 통화했다. 이 통화에서 자동차 업체 대표들은 미국 내 투자 증대 방침을 밝히며, 전방위 관세 부과로 인한 리스크가 증대되는 상황에서 확실성을 희망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앞서 지난달 포드의 짐 팔리 최고경영자(CEO)는 “멕시코와 캐나다에 25%씩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미국 자동차 산업에 전례 없는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관세 무기화’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통상 정책이 오히려 자국 산업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정면 비판한 것이다. 미국 산업계에선 그동안 ‘트럼프발 관세 폭탄’이 거미줄처럼 촘촘히 얽힌 글로벌 통상 환경에서 결국 미국에 부메랑처럼 돌아와 여러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당장 아보카도, 자동차 등 미국인들이 소비하는 주요 물품 위주로 소비자 물가 상승이 야기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미 의회에서도 야당 민주당은 물론 집권 공화당 내에서도 “관세 부과를 재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이번 조치는 이미 전날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USMCA에 초점을 맞춰 ‘중간 지점(in the middle)’에서 만날 가능성이 크다”고 밝히면서 어느 정도 예견됐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 결정을 주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첫 번째 공식 입장 표명”이라고도 했다.다만 트럼프 정부는 아직 중국에 대해선 관세 유예나 면제 등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앞서 4일부터 10%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뒤 중국에 추가 부과한 관세가 이미 총 20%가 된 것. 특히 중국은 앞서 미국과의 교역에서 관세가 없었던 멕시코, 캐나다와 달리, 이미 상당수 품목에 관세가 적용되고 있었던 만큼 추가 20% 관세로 인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선 이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는 전방위로 ‘통상 전쟁’을 벌이는 미국의 핵심 타깃이 결국 중국이란 사실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간) 워싱턴 미 의회에서 진행된 집권 2기 첫 상·하원 의회 합동연설에서 “한국의 평균 관세율이 (미국보다) 4배 높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패권 경쟁을 벌이는 중국을 겨냥해 관세율이 미국보다 ‘2배’ 높다고 언급한 뒤 곧바로 한국을 콕 집어 ‘4배’라고 직격한 것이다. 한국과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98%의 상품을 사실상 무관세로 교역하고 있다. 그런데도 최대 안보·경제 위협국인 중국보다 동맹인 한국의 관세율이 훨씬 문제란 인식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부가가치세와 각종 규제 등 비(非)관세 장벽을 명분으로 한국에 ‘관세 폭탄’을 투하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의 핵심 대미(對美) 수출 품목인 자동차, 반도체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와 ‘상호 관세’ 등에 대한 부과 시점을 다음 달 2일로 예고해 둔 상태다.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국에 군사적으로나 다양한 방식으로 엄청난 지원을 제공하지만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도 했다. ‘미국의 군사 지원’을 관세 문제와 연계해 거론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향후 주한미군 주둔 등 안보 관련 지원에 대한 대가로 통상에서의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는 “반도체법(Chips Act)과 남은 것을 모두 제거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 법에 따라 미국 투자를 늘리는 반도체 기업 등에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이를 폐지하겠단 뜻을 강조한 것이다. 그간 반도체법 혜택을 받기 위해 미국 내 투자에 주력했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의 피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트럼프 대통령은 “상선과 군함 건조를 포함한 미국 조선 산업을 부활시킬 것”이라며 백악관 내 ‘조선 전담 사무국’ 신설 방침도 밝혔다. 미국 조선업이 쇠락해 해군의 수요 대비 함정 공급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상황에서, 조선 산업을 부활시키겠단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를 위해 그동안 한국 조선 기업의 기술과 자본 투자가 중요하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그런 만큼 한국은 향후 미국과의 관세 관련 협상 등에서 ‘조선 협력’을 중요한 카드로 쓸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트럼프 대통령은 “알래스카에 세계 최대 규모 중 하나인 거대한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고 있다”면서 한국, 일본 등이 이에 수조 달러씩 투자하고 있다고도 했다. 정부 소식통은 “한국의 프로젝트 참여도 관세 면제 등 통상 협상을 위한 카드로 활용할 수 있는 만큼 잘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미국이 4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전면 중단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지난달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격렬한 언쟁을 벌이고, 광물협정이 결렬된 지 4일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지원 중단’이란 초강경 카드를 꺼낸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자신의 종전 구상을 따르지 않자 우크라이나의 대(對)러시아 전쟁 수행 능력을 사실상 무력화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선 경제 제재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현지 시간 4일 오전 3시 반(한국 시간 4일 오전 10시 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원조를 전면 중단하고 모든 물자의 수송을 중지시켰다. 블룸버그통신은 우크라이나 지도자들이 ‘평화를 위한 성실한 약속(a good-faith commitment to peace)’을 입증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판단할 때까지 군사 지원이 중단된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비공개 회의에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에게 군사 지원 중단 조치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평화를 위한 성실한 약속’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우크라이나산 희토류를 노리며 미국과의 광물협정 체결을 강하게 압박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종전 구상에 우크라이나가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러시아 제재 완화도 추진하고 있다고 3일 보도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후 미국을 포함한 서방은 러시아 정부, 기업, 개인 등을 대거 제재했다. 하지만 미국 국무부와 재무부가 백악관 지시에 따라 이미 제재 완화 대상 목록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AP통신은 미국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중단으로 러시아가 종전 협상을 서두를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진단했다. 이미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20%를 점령한 러시아가 추가 점령지를 확보하는 게 쉬워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데니스 스흐미할 우크라이나 총리는 4일 “미국의 군사 지원은 소중하고 수천 명의 생명을 구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미국과의 관계 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광물협정 결렬과 군사 지원 중단에도 우크라이나가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미국과 중국의 ‘통상 전쟁’이 격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했던 대로 3일(현지 시간)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집권 1기 때보다 강경하고 신속한 대(對)중국 통상정책을 펼치자 중국도 곧바로 보복에 나섰다. 중국은 자국에 대한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가 4일 0시(미 동부 시간 기준·한국 시간 4일 오후 2시) 발효되자 10일부터 미국산 닭고기·밀·옥수수·면화에 15%의 관세를, 대두(콩)·수수·돼지고기·소고기·수산물·과일·채소·유제품 등에는 1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4일부터 미국산 목재 수입을 중단하고 미국 주요 방위산업 기업도 제재하기로 했다. 또 미국 측 주장과 달리 펜타닐 마약 원료의 미국 수출을 단속하고 있다며 이 내용을 정리한 소위 ‘펜타닐 백서’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지난달 10%의 추가 관세 부과에 이은 두 번째 관세로 펜타닐 원료의 미국 유입에 대한 중국의 대처가 미흡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에 따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뒤 미국이 중국에 추가 부과한 관세는 총 20%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때는 “중국에 60%의 관세를 부과할 수도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도 예고했던 대로 각각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지난달 한 달간의 관세 부과 유예를 받았던 두 나라 또한 펜타닐, 불법 이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트럼프표 관세 폭탄’을 피하진 못했다. 이에 캐나다도 이날부터 1550억 캐나다달러(약 155조 원)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물리기로 하는 등 북미 3국 간 통상전쟁 역시 본격화됐다.한편 중국의 위협에 시달리는 대만의 대표 기업 겸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TSMC는 향후 4년간 미국에 총 1000억 달러(약 146조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백악관에서 웨이저자(魏哲家) TSMC 회장과 이 계획을 발표하며 중국이 인위적인 위안화 약세를 통해 헐값 수출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그는 “관세로 대응하겠다. 관세는 쉽고 빠르고 효율적이고 공정한 무역을 가능하게 한다”며 “관세를 부과하면 (이 문제로 해당 나라의 지도자와) 통화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이것은 미국과 TSMC에 모두 엄청난 일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TSMC가 미국에 1000억 달러(약 146조 원)를 투자하기로 한 사실을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대만 침공 시도가 “재앙적 사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그는 지난달 26일엔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미국이 대만을 방어하겠느냐’란 질문에 “답하지 않겠다. 절대 그런 (난처한) 입장에 놓이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우방과의 안보 현안도 거래 관점으로 접근하는 ‘트럼프식 인식’이 이날 발언에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웨이저자(魏哲家) TSMC 회장과 면담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TSMC는 향후 짧은 시간 안에 최첨단 반도체 시설을 건설하기 위해 최소 1000억 달러를 새로 투자할 것”이라며 “오늘 발표로 TSMC의 대미(對美) 투자액은 총 1650억 달러가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규 투자는 애리조나주에 생산시설 5개를 건설하는 데 사용될 것이다. 수천 개의 고임금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최근 미중 경쟁이 뜨거운 인공지능(AI) 분야를 언급하며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AI 반도체가 바로 이곳 미국에서 만들어질 것이며, 이것은 경제 안보는 물론이고 국가 안보의 문제”라고 말했다. TSMC의 미국 공장은 지난해부터 대량 생산을 시작했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66억 달러(약 9조2000억 원) 규모의 보조금 지급을 약속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동석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이제 TSMC는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가 아닌) 관세를 피하려고 미국에 온 것”이라며 “지금 여러분은 트럼프 대통령의 힘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TSMC의 미국 투자가 중국의 대만 고립화 혹은 점령 시도 시 미국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를 묻는 질문에 “정말 좋은 질문”이라며 “나는 그것이 영향을 최소화한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것(중국의 대만 침공)은 ‘재앙적 사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적어도 우리는 (이 투자 덕분에) 매우 중요한 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수 있는 위치를 갖게 될 것”이라고 했다. TSMC의 대규모 투자 발표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느끼는 대미 투자 압박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파운드리 분야에서 TSMC와 경쟁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대미 투자 규모를 440억 달러에서 370억 달러로 17.8% 줄였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TSMC를 따라잡아야 하는 글로벌 파운드리 2위 업체이고, 앞으로 미국 기업들로부터 AI 반도체 주문을 수주하는 게 시급한 과제”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눈치가 더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 구글 등 미국 빅테크를 둘러싼 수주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2026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 공장을 2022년부터 짓고 있다. TSMC는 올 초 애리조나주 공장에서 4나노 칩 양산을 시작했고, 앞으로 2나노 공장도 추가 건설할 계획이다. 한편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공장을 운영 중인 국내 가전, 배터리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혁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캐나다,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가 현실이 되면서 가전과 배터리 기업들도 미국으로의 생산라인 재배치를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오늘은 달걀 요리를 먹을 수 있겠네요.”2일(현지 시간) 오전 미국 수도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 매장. 이곳에서 만난 시민 이선 카터 씨(34)는 막 집어든 달걀 꾸러미를 흐뭇한 표정으로 들어 보였다. 그는 기자에게 “이 일대에선 여기가 달걀값이 싼 편인데, 지난번에는 개장 시간보다 좀 늦게 왔더니 달걀이 동났다”고 했다. 또 다른 시민 올리비아 미첼 씨(42)도 “원래 아침에 스크램블드에그를 즐겨 먹었지만 최근 달걀값 상승으로 매일 먹던 메뉴를 일주일에 2번만 먹는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최근 이 매장에서는 달걀 구매를 위한 ‘오픈런’ 줄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오픈런은 ‘오픈(open)’과 ‘런(run)’의 합성어로 특정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고객들이 매장 개장 전부터 길게 줄을 서고 문을 열자마자 뛰어가는 행위를 말한다. 보통 한정 수량으로 판매하는 고가 명품을 살 때 벌어지는 일이지만 최근 달걀값 급등으로 생필품인 달걀을 살 때도 ‘오픈런’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인근의 또 다른 식료품 업체 ‘트레이더조스’는 아예 고객 한 명당 하루 달걀 구매량을 12개들이 세트 1개로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도 매일 오후에는 없어서 못 판다. 트레이더스조 직원은 “요즘 달걀은 ‘금란’(Golden Egg)”이라며 “비싼 달걀값에 상품을 집어 들면서 ‘살까 말까’ 고민하는 고객들을 보노라면 괜히 미안하고 안쓰럽다”고 했다.● 4년 만에 달걀값 237% 급등 ‘자원 부국’ 미국에서 때 아닌 ‘달걀과의 전쟁’이 펼쳐지는 건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탓이 크다. 미 농림부는 지난해 12월에만 조류인플루엔자 여파로 가금류 1320만 마리가 살처분됐다고 발표했다. 감염된 가금류 또한 지난해 11월 약 700만 마리에서 올해 1월 2300만 마리로 대폭 늘었다. 이 여파로 올 1월 미국의 달걀값은 전월 대비 15.2% 상승했다. 1년 전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53% 올랐고, 2021년 1월과 비교하면 무려 237% 급등했다.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사는 12개들이 달걀값은 대부분의 소매 매장에서 10달러(약 1만5000원)에 육박하고, 일부는 10달러를 넘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달 26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집권 2기 첫 각료회의 도중 “달걀값이 재앙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내내 “물가를 더 떨어뜨려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 특히 ‘달걀값’을 콕 집어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집권 1기 시절의 달걀값 차트까지 들고 나왔다. 그때와 비교해 지금 달걀값이 얼마나 높은지 보면 깜짝 놀랄 것이라며 농림부 등 관련 부처에 “속히 대응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이날 한 기자가 “달걀값이 너무 비싸다”고 말을 꺼내자 “우리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라면서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달걀값 안정에 10억 달러 투입달걀값이 뛰면서 다른 물가 역시 ‘도미노’처럼 치솟고 있다. 달걀을 많이 쓰는 빵 가격 등이 대표적이다. 워싱턴 제과점 ‘브레드 퍼스트’의 총괄 매니저인 스콧 아우스랜더 씨는 CNN에 “달걀값이 언제 내려갈지 장담할 수 없다”며 제과업계도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일부 지역에선 ‘달걀 도둑’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펜실베이니아주 그린캐슬에선 약 4만 달러(약 5800만 원) 상당의 유기농 달걀 10만 개가 도난당했다. 달걀값을 아끼려고 아예 가정에서 직접 닭을 키우는 미국인도 늘고 있다. 미국반려동물제품협회(APPA) 자료에 따르면 최근 가정에서 닭을 키우는 미국인은 약 1100만 가구로, 2018년(580만 가구)보다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암탉과 닭장을 빌려주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도 최근 ‘닭 먹이 주기(chicken feeder)’ 같은 단어의 검색량이 껑충 뛰었다. 이처럼 ‘달걀 민심’이 심상치 않자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달걀값 잡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브룩 롤린스 농림장관은 최근 달걀값 안정화를 위해 최대 10억 달러(약 1조5000억 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농가에 총 5억 달러를 지원하는 등 ‘조류인플루엔자 퇴치를 위한 5가지 전략’도 발표했다.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자신과 롤린스 장관이 정부 내 최고 과학자들은 물론이고 전 세계 전문가와 협력해 “달걀값 안정을 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달걀값 안정에 진심인 것은 달걀값 급등에 불만인 민심이 쉬 잦아들지 않는 미국의 물가 상황에 대한 분노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관세 부과’ 등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정책에 대한 불만으로까지 불길이 옮겨붙을 것을 걱정하는 모양새다. 관세 부과는 수입 물가 상승을 야기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일부 언론은 조류인플루엔자에 이어 관세 역시 최근의 달걀값 상승에 기여한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관세 등 통상정책에 ‘불똥’ 우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직후부터 “물가부터 빠르게 잡겠다”며 속도전을 예고했다. 다만 아직 눈에 띄는 결과는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경제조사단체 콘퍼런스보드는 올 2월 미 소비자신뢰지수가 기준점 100보다 낮은 98.3에 그쳤다고 공개했다. 한 달 전보다도 7포인트 하락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만 여론 또한 상당하다. 최근 CNN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2%가 “트럼프 대통령이 생필품 가격 인하를 위해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워싱턴포스트(WP) 조사에서도 “캐나다, 멕시코, 중국 등에 대한 관세 부과가 미국 물가를 더욱 상승시킬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69%에 달했다. 로이터통신 조사에서는 미 소비자 5명 중 1명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가 걱정돼 평소보다 더 많은 물품을 구매하고 있다”고 답했다. 일부 전문가는 이를 경제 불안, 지정학적 긴장, 미래에 대한 비관 등으로 충동적이거나 무분별하게 소비하는 현상인 ‘파멸적 소비’로 본다. 달걀값 급등에 따른 미국인들의 불만은 언제든 ‘트럼프표 통상정책’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 어쩌면 달걀이 ‘관세 무기화’를 앞세워 동맹을 가리지 않고 ‘통상전쟁’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의 앞을 가로막는 조용한 장벽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워싱턴의 정부 소식통 또한 “달걀값으로 분노가 치솟은 미국인의 눈에는 가격이 뛴 또 다른 물건도 보이기 시작할 것”이라며 “이때 트럼프 지지층조차 배신감을 느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죽기 살기로 달걀값 안정에 나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행보 또한 이와 무관치 않다는 의미다.신진우 워싱턴 특파원 niceshin@donga.com}

“미국은 ‘자유 세계의 리더’가 될 자격을 잃었다.” 가브리엘 아탈 전 프랑스 총리가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정상회담 결렬 직후 보인 반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날 워싱턴 백악관 회담에서 우크라이나를 선제 침공한 러시아를 비판하지 않고 ‘피해자’인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만 일방적으로 몰아붙인 것은 미국이 자유 민주주의 진영의 지도자 자격을 상실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 서방 주요국 정상은 2일 영국 런던에 모여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유럽의 안보 현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스타머 총리는 영국 BBC에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 프랑스, 1∼2개 다른 국가, 우크라이나와 협력할 것”이라며 “그 계획을 미국과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도 이날 “우크라이나 국민의 용감한 투쟁에 대해 확실하고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낸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날 회동에서 유럽 차원의 ‘자체 핵 억지력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본다. 다만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화해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스타머 총리는 1일 런던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 지원 의사를 강조하면서도 “백악관으로 다시 가라”고 설득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미국의 지원 없이는 우크라이나는 물론 유럽 전체의 안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유럽, 우크라 지지 속 “트럼프와 화해해야” 백악관 회담 직후 유럽 주요국은 일제히 우크라이나에 대한 연대와 지지를 강조했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X’에 “자유 세계에는 (미국이 아닌) 새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를 비판했다. 도미니크 드빌팽 전 프랑스 총리도 1일 영국 가디언 인터뷰에서 “미국을 더 이상 유럽의 동맹으로 간주할 수 없다”며 “이제 러시아, 중국, 미국이라는 세 개의 비(非)자유주의 초강대국을 갖게 됐다”고 진단했다. 스타머 총리는 1일 우크라이나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 28억 달러(약 4조1000억 원)를 우크라이나 지원에 쓰는 안에도 서명했다. 영국 의회에선 찰스 3세 국왕이 조만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낼 국빈초청장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야당인 보수당의 로버트 젠릭 하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대하는 모습에서 “메스꺼움을 느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집무실에 있는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흉상이 “무덤으로 들어가고 싶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미국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우크라이나가 트럼프 2기 행정부와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단 주문도 나왔다.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1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를 회복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美 ‘안보 우산’ 의존한 동맹들 “안보 자강” 강조 유럽, 한국, 일본, 대만 등 그간 미국의 ‘안보 우산’에 의지해 온 동맹 및 우방국이 자체 안보 체제 강화 움직임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마크롱 대통령은 1일 포르투갈 방송 인터뷰에서 “이 논의(유럽 자체 핵무장)를 시작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최근 영국 텔레그래프 등도 핵 보유국인 프랑스가 독일 등에 핵 우산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인도태평양 내 미국의 우방국에서도 자체 핵무장 여론이 높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 소식통은 “약소국 우크라이나를 찍어 누른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 속에서 ‘미국의 약속만 믿어선 안 되겠구나’란 불안감이 커질 수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특히 중국의 군사 위협에 시달리는 대만에서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만 롄허보, 중국시보 등은 “자주 국방을 강화하며 유럽·일본 등과의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대하듯 한미동맹 체제를 불신하거나 ‘한국 때리기’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 견제를 위해 한국은 함께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과의 그랜드 바겐(대타협) 가능성을 염두에 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장기판의 졸’로만 보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당신은 제3차 세계대전을 두고 도박을 하고 있다. 당신이 하는 일은 미국에 매우 무례하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신은 지난해 (대선 격전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야당(민주당)을 위한 선거 운동을 했다. 당신 나라를 구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하라.”(J D 밴스 미국 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J D 밴스 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이로 인해 두 정상의 비공개 회담,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 오찬 등이 모두 취소됐다. 당초 체결할 예정이었던 양국의 광물 협정 역시 무산됐다.● 트럼프 “푸틴은 날 존중, 종전하라” 압박 약 50분간 진행된 이날 회담은 마지막 10분간 파국을 맞았다. 시작은 밴스 부통령의 발언이었다. 그는 “미국을 좋은 나라로 만드는 것은 외교에 참여하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협상에 우크라이나도 참여하라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했을 때 아무도 막지 않았다며 따지듯이 “어떤 종류의 외교를 말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러자 밴스 부통령은 “당신 나라의 파괴를 끝낼 수 있는 외교를 말하는 것”이라며 “백악관에서 이런 식으로 따지는 것은 무례하다”고 맞섰다. 트럼프 대통령도 “당신(젤렌스키)은 이기고 있지 않다. 미국 군사 장비가 없었다면 이 전쟁은 2주 만에 끝났을 것”이라며 종전 협상 참여를 압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이 시작될 때부터 우리는 혼자였고, 미 국민에게 ‘고맙다’고 여러 번 말했다”고 받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은 (협상에서) 좋은 위치에 있지 않다”며 “당신은 (협상) 카드가 없다”고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나는 카드놀이를 하는 게 아니다”라고 맞서자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은 수백만 명의 목숨을 걸고, 제3차 세계대전을 두고 도박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존중하지 않지만 나는 존중한다”며 “푸틴은 ‘거래’를 하고 싶어 한다”고 거듭 압박했다. ● 지난해 해리스 먼저 만난 젤렌스키에게 불만 트럼프 대통령 측의 이 같은 태도 뒤에는 지난해 미국 대선 과정에서 쌓인 앙금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22일 미 대선의 최대 격전지였던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의 탄약 공장을 찾았다. 스크랜턴은 바이든 전 대통령의 고향으로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이 동행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5일 후인 9월 27일에야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였던 2019년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바이든 전 대통령, 우크라이나 에너지기업 부리스마의 고문으로 일했던 그의 아들 헌터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은 것도 영향을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복장도 충돌 원인으로 꼽힌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뒤 군복과 비슷한 카키색 의상을 주로 입고 있다. 이날은 검정 티셔츠에 같은 색 바지를 입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백악관에 도착했을 때 취재진에게 “그가 제대로 차려입었다”며 비꼬았다. 회담 중 강경보수 성향 케이블 채널 ‘리얼아메리카보이스’의 브라이언 글렌 기자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왜 정장을 입지 않았느냐. 많은 미국인이 당신이 미국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여길 것”이라고 물었다. 그는 ‘하이힐 신은 트럼프’로 불리는 공화당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의 애인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정장이) 있지만 전쟁이 끝난 후 입겠다”고 받아쳤다. 이날 회담을 놓고 영국 가디언은 “외교적 체르노빌 사태”라고 진단했다. 1986년 발생한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 같은 ‘외교 재앙’이었다는 뜻.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광물 협정 초안을 거부한 게 첫 번째 스트라이크, 정장을 입지 않은 게 두 번째 스트라이크, 회담에서의 공개 설전이 세 번째 스트라이크였다고 평가했다. 또 젤렌스키 대통령이 ‘삼진 아웃’ 당했다고 전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과 ‘양국 간 광물 협정 체결’을 위한 회담에 나섰지만 거친 설전 끝에 회담은 ‘노딜(No Deal)’로 끝났다.지난해 미국 대선 때부터 “젤렌스키가 민주당을 지지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 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내내 젤렌스키 대통령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회담 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예정됐던 오찬도 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백악관을 떠나야 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당신은 (협상) 카드가 없다” “당신이 하는 일은 미국에 매우 무례하다” “합의하지 않으면 우리는 빠질 것이다” 등의 발언을 하며 자신이 러시아와 주도하는 전쟁 협상에 속히 참여하라고 압박했다. 회담에 동석한 J D 밴스 부통령도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미국 방문 당시 트럼프 대통령보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전 부통령을 먼저 만난 사실을 지적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하라”고 주장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의 위협이 향후 대서양 바다를 건너 미국에도 미칠 가능성을 거론하자 “우리가 뭘 느낄지 지시하지 마라. 당신은 그런 지시를 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라고 쏘아붙였다.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에 따른 이번 전쟁으로 국토를 유린당하고 수많은 인명 피해를 입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생중계된 카메라 앞에서 약소국 우크라이나 정상을 찍어 누르자 우방국을 포함해 각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통상 전쟁’을 시작한 그가 안보에서도 철저한 ‘힘의 논리’를 앞세운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더타임스는 “이번 충돌은 미국과 우크라이나 관계뿐만 아니라, 향후 국제 질서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국제사회는 ‘충격과 공포’라는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을 규합하는 미국의 전통적인 외교 정책보다 ‘힘’과 ‘돈’을 중시한다는 점은 익히 알려졌지만 ‘트럼피즘’(트럼프식 정책 기조)이 이처럼 여과 없이 공개된 건 전례가 없다는 반응이다.영국,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은 현지 시간 2일 오후 2시(한국 시간 2일 오후 11시)부터 영국 런던에서 이번 사태의 대책 마련을 위한 회의에 돌입했다. 미국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안보 자강’에 나서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대만 일본 등 아시아 내 미국 동맹 및 우방들도 사태의 파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자주의 동맹 전략’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국제 질서 역시 급속히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8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안전보장 문제 등을 두고 거칠게 설전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은 카드를 손에 쥐고 있지 않다”고 강하게 압박했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카드놀이를 하고 있는 게 아니다”라고 받아치는 등 기자들 앞에서 두 정상은 여러 차례 고성까지 주고받으며 팽팽파게 맞섰다.결국 직후 진행된 정상회담은 파행 끝에 조기에 끝났다. 정상회담 후 예정됐던 두 정상 간 합동 기자회견은 물론, 미국이 강하게 요구해 진행된 ‘광물 협정’의 서명식도까지 모두 취소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오늘 백악관에서 매우 의미 있는 회담을 가졌다”면서도 “젤렌스키 대통령은 평화를 위한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젤렌스키)는 미국이 소중히 여기는 ‘오벌오피스’(백악관 집무실)를 모독했다”며 “그는 평화를 원할 준비가 됐을 때 다시 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충돌로 인해 “미국과 우크라이나 관계가 매우 불확실한 상태로 남겨졌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진단했다. 결과적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만 손도 쓰지 않고 커다란 외교적 승리를 안게 된 거란 평가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균열을 내기 위해 노력해왔다.● 트럼프, 젤렌스키에 “3차 세계대전 걸고 도박하는 것”이날 오전 양국 정상은 처음엔 비교적 우호적인 태도로 서로를 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입구에서부터 젤렌스키 대통령을 맞이하며 환영의 인사를 건넸고, 두 정상은 악수하며 인사를 주고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 앞서 오벌오피스에서 기자들과 만나선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문을 “영광”이라고 언급하며, 전날에 이어 다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전장에서 용감하게 싸워온 부분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하지만 50여분 간 이어진 이날 사전 기자회견 중 양국 정상은 점차 감정이 격해지며 충돌했다. 배석한 J.D. 밴스 미국 부통령까지 트럼프 대통령 편을 들며 젤렌스키 대통령을 거세게 몰아붙여 자리는 더욱 뜨거워졌다.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푸틴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동조하는 게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푸틴에 대한 그(젤렌스키)의 혐오 때문에 내가 (종전) 협상을 타결하는 게 매우 어렵다”면서 오히려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배석한 J.D. 밴스 미국 부통령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하려는 종전협상은 “평화를 위한 외교”라며 거들었다. 그러자 이 말을 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앞서 우크라이나 영토인 크림반도를 불법으로 병합한 데 이어 이번 침공으로 전쟁까지 일으켰다면서 밴스 부통령을 향해 “대체 무슨 외교를 말하는 것이냐”고 따졌다. 이에 밴스 부통령은 다시 “당신 나라의 파괴를 끝낼 외교에 대해 말하는 것”이라며 “백악관 집무실에 와서 미국 언론 앞에서 이렇게 따지는 건 무례한 일”이라고 거칠게 응수하며 감정이 격해졌다.양국 정상은 우크라이나 안전보장 문제 등을 두고도 설전을 벌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먼저 “여러분(미국)은 좋은 바다가 있고, 지금은 (위험을) 느끼지 못하지만, 미래에 느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전보장이 유럽을 넘어 미국의 안전에도 도움이 될 거란 취지로 말했다. 지금은 대서양이 있어 안전할지 모르지만, 언젠간 미국 역시 위협을 느낄 수 있다고 경고한 것. 젤렌스키 대통령은 종전협상 이후 유럽의 평화유지군 배치 관련해 미국 역시 안전보장 조치에 나서는 게 중요하다면서 이를 “매우 핵심적”이라고도 했다.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유럽의 문제라고 거듭 밝히며 미국은 사실상 종전 후에도 안전보장 관련해 개입할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에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우리가 뭘 느낄지 우리한테 지시하지 말라”면서 “당신은 그와 같은 지시를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밴스 부통령도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미국 언론 앞에서 당신의 입장을 변호하는 것은 실례”라고 질타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하라고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거들며 “당신은 지금 좋은 상황이 아니다. 3차 세계대전을 걸고 도박을 하는 것”이라고 압박했다. 또 “우리는 협상을 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철수할 것”이라며 “우리가 철수하면 당신은 혼자 싸워야 할 것이고, 그 결과는 끔찍할 것”이라고 노골적인 경고장도 날렸다.● 공동기자회견, 광물협정 서명식 등 취소 정상회담 시작도 전에 격렬한 감정싸움을 한 양국 정상은 이후 회담에선 결국 서로 큰 입장차만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조기 종료된 후 예정된 공동 기자회견과 광물협정 서명식 등을 취소했고, 젤렌스키 대통령도 곧 백악관을 떠났다. NYT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굳은 표정으로 대기 중이던 검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타고 떠났다고 전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무례함을 지적했지만, 오히려 침공을 당해 국토를 유린당한 국가의 지도자를 백악관으로 불러 적대적인 태도로 사실상 모욕을 준 만큼 논란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역사상 대통령이 파트너 정상에게 이토록 공개적으로 적대적인 태도를 보인 사례는 없었다.당장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일을 계기로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등을 대폭 줄일 경우 전장의 전세가 급격히 러시아로 기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미국이 앞서 종전협상 과정에서 이미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사실상 배제한 채 러시아만 상대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번 회동을 계기로 더욱 노골적으로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패싱(건너뛰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한미 산업장관이 처음으로 만나 조선 산업 협력과 관세 조치를 논의할 한미 실무 채널을 만들기로 했다. 미국 해군장관 지명자도 한국 조선 기업의 기술과 자본 투자가 중요하다고 언급하는 등 조선산업을 둘러싼 협력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27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면담을 갖고 미국 측에 관세 조치 면제를 요청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러트닉 장관과 조선 협력에 대해 논의하고 관세 조치에 대한 실무 협의 채널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한미 산업장관이 만난 자리다. 조현동 주미 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가량 진행됐다. 특히 조선 산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 협력 의제에 대해서는 상호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안 장관이 한미 조선 협력을 위해 한국 정부가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것 등 전반적인 준비 상황을 전했고 러트닉 장관도 이에 호응하면서 양측이 실무 채널을 통해 조선 협력을 구체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수차례 한국 조선업과의 협력을 강조해 왔다. 미국 조선업이 쇠락해 해군의 수요 대비 함정 공급 능력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조선업 분야가 한국이 제시할 수 있는 주요 협상 카드가 되는 셈이다. 존 펠런 미국 해군장관 지명자도 지난달 27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동맹국의 조선 역량을 활용하기 위한 협력 방안’에 대한 질의에 “(한국의) 한화는 최근 필라델피아 조선소(필리 조선소)를 인수했다”며 “그들의 자본과 기술을 이곳(미국)으로 유치하는 것은 내 생각에 매우 매우 중요(critical)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한화오션은 필리 조선소 지분 100%(한화오션 40%, 한화시스템 60%)를 인수한 바 있다. 한편 이날 오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스콧 베선트 신임 미 재무장관과의 화상면담을 통해 상호 관세 등 미국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미국 경제에 대한 한국의 기여를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한미 산업장관이 처음으로 만나 조선 산업 협력과 관세 조치를 논의할 한미 실무 채널을 만들기로 했다. 미국 해군장관 지명자도 한국 조선 기업의 기술과 자본 투자가 중요하다고 언급하는 등 조선산업을 둘러싼 협력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2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안덕근 장관은 27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미국 측에 관세 면제 조치를 요청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러트닉 장관과 조선 협력에 대해 논의하고 관세 조치에 대한 실무 협의채널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이번 회담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한미 산업장관이 만난 자리다. 조현동 주미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가량 진행됐다. 특히 조선 산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 협력 의제에 대해서는 상호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안 장관이 한미 조선협력을 위해 한국 정부가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전반적인 준비 상황을 전했고 러트닉 장관도 이에 호응하면서 양측이 실무 채널을 통해 조선 협력을 구체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수차례 한국 조선업과의 협력을 강조해왔다. 미국 조선업이 쇠락해 해군의 수요 대비 함정 공급 능력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조선업 분야가 한국이 제시할 수 있는 주요 협상 카드가 되는 셈이다. 존 펠란 미국 해군장관 지명자도 27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동맹국의 조선 역량을 활용하기 위한 협력 방안’에 대한 질의에 “(한국의) 한화는 최근 필라델피아 조선소(필리 조선소)를 인수했다”며 “그들의 자본과 기술을 이곳(미국)으로 유치하는 것은 내 생각에 매우 매우 중요(critical)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 지분 100%(한화오션 40%, 한화시스템 60%)를 인수한 바 있다. 한편 이날 오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스콧 베센트 신임 미국 재무장관과의 화상면담을 통해 상호관세 등 미국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미국 경제에 대한 한국의 기여를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26일(현지 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리(미국)는 한국과 일본을 방기(abandon)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동맹국에도 관세 부과, 방위비 증액 등 각종 압박을 강화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일각에서는 한국 등 아시아 동맹국들도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우려하지만 미국의 외교 수장인 루비오 장관이 일단 선을 그은 셈이다. 특히 그는 한국과의 조선 분야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루비오 장관은 이날 “인도태평양에서 그들(중국)은 미국을 몰아내려고 한다”며 “우리는 (동맹 및 파트너 국가와) 강력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인도태평양에) 머물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을 견제하려면 한국과 일본 같은 동맹국과의 공조가 필수인 만큼, 그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루비오 장관은 “중국은 미국이 선박(군함) 한 척을 제조하기도 전에 10척을 만든다”며 “(미국의) 매우 심각한 약점”이라며 “피트(헤그세스 국방장관)와 대통령(트럼프)도 이와 관련된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계속되는 해군력 증강에 맞서 미국도 해군 함정을 다량 확보하는 게 시급한 과제임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헤그세스 장관은 다음 달 말 한국을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져 양국의 해군 함정 건조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루비오 장관은 대만에 대해서도 “대만을 방기하지 않는다는 오랜 입장을 갖고 있다. 대만에 대한 강압적인 현상 변경을 반대한다”며 중국을 겨냥했다.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는 통상 대만 의제에 관해 미국이 중국을 비판할 때 쓰는 표현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재임 중 중국이 무력으로 대만을 점령하는 일이 절대 없도록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것(질문)에 절대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온도 차를 드러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8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쟁 지원 대가로 요구한 광물 협정에 서명할 것으로 보인다. 이 협정에는 미국이 광물 개발로 인한 이익을 우크라이나와 공유하고, 경제 발전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강조해 온 명확한 안보 보장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이에 따라 사실상 우크라이나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압박에 손을 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보 보장 없이 미국과 러시아 주도의 종전 협상에 참여하는 처지에 내몰린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핵을 허용해 달라”는 뜻도 내비쳤지만,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비현실적”이라고 일축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종전 협상이 계속해서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안보 보장 없는 광물 협정 타결 임박트럼프 대통령은 25일 백악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28일 미국에 온다고 들었다. 그가 나와 함께 광물 협정에 서명하고 싶어 한다”며 “1조 달러(약 1450조 원)의 거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의 돈과 군사 지원이 없었다면 이 전쟁은 짧은 시간에 끝났을 것”이라며 “이제 미국 납세자들이 돈을 돌려받을 때”라며 협정 체결을 압박했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당초 트럼프 대통령 측이 우크라이나에 요구한 ‘5000억 달러(약 725조 원)의 광물 제공’ 관련 내용은 협정에서 빠졌다. 그 대신 광물 자원으로 얻은 이익의 절반을 미국과의 공동 기금에 출자하고, 그 일부를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해 재투자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는 희토류를 포함해 세계 광물 자원의 5% 정도를 보유한 자원 부국이다.FT는 이미 우크라이나 법무부, 재무부, 외교부 등도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광물 협정을 수용했다고 전했다. 공동 기금에서 미국이 얼마의 지분을 보유할지, 광물 개발에 따른 분쟁이 발생할 때 어느 국가가 관할할지 등은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하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미국의 안보 보장 등 우크라이나의 핵심 요구는 협정에 담기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자유롭고 주권적이며 안전하게 유지되기를 원한다’, ‘미국이 미래에 우크라이나의 경제 발전을 지원하겠다’ 등 원론적인 내용만 협정 초안에 담겼다고 전했다.● 루비오 “우크라 핵 요구, 비현실적”미국의 안보 보장을 얻어내지 못할 처지가 된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핵 보유’를 대안으로 주장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4일 영국 유명 언론인 피어스 모건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몇 년 혹은 수십 년간 지연될 수 있다”며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가입시킬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핵무기 같은 대안적 안보 보장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하지만 루비오 장관은 25일 미국 강경 보수 매체인 ‘브라이트바트뉴스’ 인터뷰에서 “핵무장 국가를 늘리는 게 아니라 줄이는 게 필요하다. 핵무장은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는 종전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러시아 편만 들고 있다는 지적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위선적”이라며 “전쟁과 갈등을 끝내려면 타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1991년 옛 소련이 우크라이나에 있던 핵무기를 거둬들이지 않은 채 붕괴하면서 우크라이나는 단박에 미국과 소련에 이은 세계 3위 핵무기 보유국이 됐다. 1994년 미국, 영국, 러시아 등은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보장해주겠다며 핵무기 폐기를 촉구했고 우크라이나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맺은 ‘부다페스트 조약’을 통해 핵무기를 러시아에 반환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때 쉽게 핵을 포기한 것이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와 리비아의 선례가 북한이 결코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몇 주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수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 없는 휴전은 안 된다.”(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3년을 맞은 24일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전쟁 종식 해법 등을 논의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재집권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만난 첫 유럽국 정상이다. 최근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와 유럽 주요국을 배제한 채 러시아와만 종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른 유럽과 우크라이나의 불만이 커진 상황에서 열린 이날 회담이 양측의 간극을 좁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제기됐다. 하지만 회담을 계기로 양측 입장 차가 크다는 점만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럽이 우크라 안보 보장을” vs “美 지원이 핵심” 두 정상은 이번 전쟁이 끝나면 유럽 주요국이 구성한 ‘평화유지군’을 우크라이나에 배치하는 방안에는 입장을 같이했다. 그러나 종전 시기와 방식, 평화유지군의 역할과 이에 대한 미국의 지원 수준 등에는 큰 입장 차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이 우크라이나의 장기적인 안보 보장의 핵심 역할을 맡아야 한다”며 미국은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또 “일단 협상이 체결되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 수주 안에 휴전이 가능하다”며 ‘선(先)협상 타결’을 거듭 주문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평화가 우크라이나의 항복을 의미해선 안 된다. 우크라이나는 물론 유럽 전체의 안보를 보장하는 협정이어야 한다”고 맞섰다. 그는 “평화유지군 배치는 안보 보장의 일부일 뿐”이라며 “미국의 지원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단행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바라보는 시각차도 컸다. 최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비판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재진이 ‘푸틴에게도 같은 표현을 쓰겠냐’고 묻자 “그 단어를 함부로 쓰지 않는다”며 답을 피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2014년 서방과 러시아가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체결한 ‘민스크 평화협정’을 거론하며 러시아의 재침공 가능성을 우려했다. 당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서 친(親)러시아 세력이 분리 독립을 주장하며 교전을 벌이자 양측은 이 지역에서의 분쟁 종식을 합의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서방은 이 협정의 불발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의 원인이 됐다고 보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협정이 존중받도록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강력한 억지력”이라며 미국이 러시아를 제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진행 중인 광물 협정에 대해서는 “거의 마무리 단계”라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 협상의 서명을 위해 이번 주나 다음 주쯤 백악관을 방문할 수 있다고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 후 러시아와도 경제 개발 방안을 논의하겠다며 “(러시아와의) 대화가 잘 진행되고 있다”고 트루스소셜에 밝혔다. 푸틴 대통령 또한 우크라이나 점령지에 매장된 희토류를 미국과 공동 개발할 뜻을 비쳤다. 희토류를 둘러싼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갈등을 고조시키고 미국과 유럽의 분열을 가속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美, ‘러 침략’ 뺀 유엔 안보리 결의안 통과시켜 같은 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최초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침략 책임 등이 담기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3개의 짧은 문단으로 구성된 이 결의안은 앞서 미국이 제안한 것으로, 러시아의 침략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이후 유럽 주요국이 러시아의 책임을 적시한 수정안을 제출했지만 미국이 주장한 원안대로 가결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끈끈한 관계를 유지했던 미국과 유럽의 ‘대서양 동맹’이 본격적으로 깨지고 있음을 보여 주는 상징적 장면이라고 평가한다.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뉴욕에서 벌어진 이번 사태는 미국과 유럽의 관계가 얼마나 악화됐는지 보여 준다”며 “일부 유럽 지도자는 미국과 유럽의 긴밀한 동맹 관계가 끝날 가능성까지 믿고 있다”고 진단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몇 주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없는 휴전은 안 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3년을 맞은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전쟁의 종전 해법 등을 논의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재집권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만난 첫 유럽 국가 정상이다.최근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와 유럽 주요국을 배제한 채 러시아와만 종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른 유럽과 우크라이나의 불만이 커진 상황에서 열린 이날 회담이 양측 간극을 좁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제기됐다. 하지만 회담을 계기로 양측 입장 차가 크다는 점만 더 뚜렷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 “유럽이 우크라 안보보장해야” vs “美 지원이 핵심”두 정상은 이번 전쟁이 끝나면 유럽 주요국이 구성한 ‘평화유지군’을 우크라이나에 배치하는 방안에는 입장을 같이했다. 그러나 종전 시기와 방식, 평화유지군의 역할과 이에 대한 미국의 지원 수준 등에는 커다란 입장 차이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이 우크라이나의 장기적인 안보 보장의 핵심 역할을 맡아야 한다”며 미국은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또 “일단 협상이 체결되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 수 주 안에 휴전이 가능하다”며 ‘선(先) 협상 타결’을 거듭 주문했다.마크롱 대통령은 “평화가 우크라이나의 항복을 의미해선 안 된다. 우크라이나는 물론 유럽 전체의 안보를 보장하는 협정이어야 한다”고 맞섰다. 그는 “평화유지군 배치는 안보 보장의 일부일 뿐”이라며 “미국의 연대와 지원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단행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바라보는 시각 차도 컸다. 최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비판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재진이 ‘푸틴 대통령에게도 같은 표현을 쓰겠냐’고 묻자 “그런 단어를 함부로 쓰지 않는다”며 답을 피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2014년 서방 주요국과 러시아가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체결한 평화 협정을 러시아가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를 강제합병하고, 동부 돈바스에서 친(親)러시아 세력의 독립을 주장했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협정이 존중받도록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강력한 억지력”이라며 미국이 러시아의 폭주를 제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진행 중인 광물 협정에 대해서는 “거의 마무리 단계”라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 협상의 서명을 위해 이번 주나 다음 주쯤 백악관을 방문할 수 있다고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 후 러시아와도 경제 개발 방안을 논의하겠다며 “(러시아와의) 대화가 잘 진행되고 있다”고 트루스소셜에 밝혔다. 푸틴 대통령 또한 우크라이나 점령지에 매장된 희토류를 미국과 공동 개발할 의향이 있다고 공개했다. 회토류를 둘러싼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갈등을 고조시키고 미국과 유럽의 분열을 가속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美, ‘러 침략’ 뺀 유엔 안보리 결의안 통과시켜같은 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최초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침략 책임 등이 담기지 않아 논란이 커지고 있다. 3개의 짧은 문단으로 구성된 이 결의안은 앞서 미국이 제안한 것으로, 러시아의 침략에 대한 비난은커녕 언급조차 없었다. 이후 유럽 주요국이 러시아의 책임을 적시한 수정안을 제출했지만 미국이 주장한 원안대로 가결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끈끈한 관계를 유지했던 미국과 유럽의 ‘대서양 동맹’이 본격적으로 깨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고 평가한다.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뉴욕에서 벌어진 이번 사태는 미국과 유럽의 관계가 얼마나 빠르게 악화됐는지 보여준다”며 “일부 유럽 지도자는 미국과 유럽의 긴밀한 동맹 관계가 끝날 가능성까지 믿고 있다”고 진단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