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영

신광영 논설위원

논설위원실

구독 62

추천

안녕하세요. 신광영 논설위원입니다.

neo@donga.com

취재분야

2026-04-17~2026-05-17
칼럼100%
  • 경찰이 金검사 16일 소환통보하자… 검찰 “오늘 나와라” 先手

    경찰이 서울고검 김모 검사(51·부장검사급)의 수뢰 의혹 사건을 수사하자 뒤늦게 별도 수사에 나선 검찰이 경찰보다 한발 먼저 주요 피의자를 소환하는 방식으로 주도권을 잡아가고 있다. 김수창 특임검사팀은 경찰이 16일 출석을 요구한 김 검사를 사흘 앞선 13일 소환조사하기로 했다. 김 검사에게 6억 원을 준 유진그룹 유경선 회장과 유순태 사장도 경찰이 13일 불러 조사할 계획이었지만 검찰이 하루 먼저 소환조사했다. 수사 속도 경쟁에 나선 검경이 피의자 소환 시기를 두고 또다시 충돌을 시작한 것이다. ○ “검찰이 ‘경찰 조사 나갈 필요 없다’더라” 경찰은 당초 김 검사가 출석 요구에 계속 응하지 않으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구인까지 불사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검찰이 선수를 치는 바람에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처지가 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12일 “김 검사 소환 일정을 뻔히 알면서 며칠 먼저 불러 조사하겠다는 건 경찰 수사를 방해해 사건을 완전히 빼앗아 가겠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경찰 역시 핵심 정보를 가진 주요 참고인을 먼저 부르기 위해 검찰과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검경이 수사 성과를 의식해 사건 관계인을 따로 조사한 뒤 타 기관에는 비협조를 권유하는 행태도 나타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당초 경찰에 출석하기로 한 주요 참고인을 검찰이 아침에 데려가 조사하고는 ‘경찰에는 나갈 필요 없다’고 했다더라”라고 말했다. 수사는 뒷전이고 검경 갈등만 보이는 대목이다. 검경 중복 소환으로 인한 피의자 인권 침해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사건 관련자들이 경찰과 특임검사팀에 번갈아 불려 다니면 그 자체가 인권 침해”라며 “검경이 서로의 수사를 비난하면서 국가기관의 공신력을 깎아먹는 행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향후 수사 과정에도 이 같은 갈등 요소가 산재해 있다. 우선 경찰의 협조 요청을 검찰이 묵살할 개연성이 크다. 김 검사가 받은 돈이 직무와 관련이 있는지를 확인하려면 검찰 내부 정보가 필요한데 이미 자체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검찰이 순순히 확인에 응할지 불투명하다. 경찰은 12일 서울중앙지검에 유진그룹을 내사했는지, 어떤 내용이었는지 사실 조회 및 자료 요청에 나섰다. 하지만 검찰이 “특임에서 이미 확인한 내용이라 공개가 불필요하다”고 버티면 별 도리가 없다. 압수수색이나 체포영장도 “구체적 혐의도 수사하지 못하고 무리하게 영장을 신청했다”는 이유로 검찰이 기각시켜도 역시 경찰엔 뾰족한 수가 없다. 검찰이 사건을 검찰에 넘기라며 송치지휘를 내릴 가능성도 있지만 경찰은 사건 관계인의 이의제기가 없었고 검찰이 뒤늦게 수사에 나서면서 이중수사가 된 만큼 송치지휘 대상이 아니라고 본다. 경찰은 송치지휘가 내려올 경우 사건을 뺏기지 않으려고 계속 재지휘를 건의하며 ‘시간 끌기 작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돈 준 사람 상당수 대가성 인정” 유례없이 중복수사를 벌이고 있는 검경은 12일 표면적인 갈등은 피한 채 각자 수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김 검사에게 돈을 준 사람 상당수가 수사 편의를 받기로 하는 등 대가성을 시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유진그룹과 조희팔 측 외에 김 검사의 차명계좌로 수백만∼수천만 원을 보낸 참고인들을 조사한 결과 2, 3명에게서 “김 검사가 ‘수사를 잘 봐주겠다’고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대가성 있는 돈이었다는 것이다. 김 검사와 함께 마카오로 여행 가면서 수백만 원의 경비를 제공한 KTF 임원 역시 경찰 조사에서 “김 검사가 수사 편의 제공을 약속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유진그룹과 조희팔 측근을 제외하고 돈을 보낸 개인 및 회사 관계자 3, 4명은 대부분 김 검사로부터 수사받은 사실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2008년 중순 김 검사가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일 당시 검찰이 유진기업을 내사한 정황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그 시점에 유진그룹 측이 김 검사에게 6억 원을 줬기 때문에 그 돈이 내사 무마용일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다른 검사가 수사하던 사건에 김 검사가 부당하게 개입한 의혹도 제기됐다. 경찰에 따르면 김 검사는 2, 3년 전 대구지검 서부지청 차장으로 근무할 때 이 같은 혐의로 사건 당사자에게서 고소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고소 내용의 진위를 조사 중이다. 특임검사팀도 대가성 입증에 초점을 맞추고 전날 김 검사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2008년 김 검사가 KTF 측으로부터 마카오 여행 경비와 도박자금을 제공받은 것은 대가성이 있다고 본다. 옆 부서에서 진행하던 수사에 대해 “수사 편의를 제공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았다면 알선수재 혐의로 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유진그룹 측에서 받은 6억 원에 대해서도 뇌물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 2012-11-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검사 비리의혹’ 놓고… 檢-警 양보없는 동시수사

    현직 부장급 서울고검 검사의 금품수수 의혹을 둘러싸고 검찰과 경찰이 사상 유례없이 동시 수사를 진행하는 ‘이중 수사’에 돌입했다. 경찰은 의혹이 불거진 검사에게 곧바로 소환을 통보했고 소환에 응하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 신청 등 강제구인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임검사팀도 구성된 지 이틀 만에 사건 관계자에 대한 전격적인 압수수색에 나섰다. 특히 김기용 경찰청장이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사를 계속하겠다”라고 밝히면서 이 사건의 수사 지휘를 둘러싸고 검경 갈등이 최고조로 달아오르고 있다. 김 청장은 1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수사를 계속하겠다”라며 “우리가 수사를 진행 중인 사안을 검찰에서 수사하겠다는 것은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른 (경찰의) 수사 개시·진행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방침에 따라 이 사건을 처음부터 수사해 오던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0일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의 측근과 유진그룹 계열사인 이엠미디어 유모 사장에게서 거액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는 김모 서울고검 검사(51·부장검사급)에게 16일까지 경찰청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김수창 특임검사팀도 11일 김 검사의 자택과 서울고검 사무실, 유 사장의 자택, 서울 마포구 유진그룹 본사, 경기 부천시 이엠미디어 사무실 등 5, 6곳을 압수수색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2-11-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기자의 눈/신광영]또 경찰수사 가로채나… 여론에 귀막은 ‘그들만의 검찰’

    한국에서 검사의 범죄를 수사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검찰뿐이다. 경찰도 수사기관이지만 검사를 수사한 전례가 없다. 경찰이 혐의 확인을 위해 검사의 사무실이나 집을 압수수색하려고 영장을 신청하면 검찰은 ‘사건을 넘기라’는 지휘를 내리곤 했다. 무기력에 빠진 경찰은 검사 비리 관련 첩보가 들어와도 알아서 사건을 ‘상납’했다. 검사는 어떤 죄를 지어도 ‘친정’에서 조사받는 유일한 직군인 것이다. 경찰이 유진그룹과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의 측근에게 8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서울고검 김모 검사(51)를 수사하는 지금 상황은 초유의 일이다. 흥미로운 건 경찰 수사의 목표가 처음부터 김 검사였다면 수사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조희팔의 은닉자금이 흘러든 정체불명의 계좌를 뒤지는 과정에서 우연히 김 검사가 걸려들었다. 경찰이 “김 검사의 계좌를 열어 보겠다”고 했다면 검찰은 또다시 “사건을 넘기라”고 했을 것이다. 검사만 영장청구권한이 있고 경찰은 검찰의 통제를 받는 현 제도 덕분에 검찰은 사실상 수사의 성역에 있다. 웬만한 중죄가 아니면 감찰을 받는 정도에서 사건이 무마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찰이 야심 차게 칼을 뽑았지만 검찰이 특임검사를 임명해 수사에 착수하면서 이번 사건도 주도권은 검찰로 넘어가 버렸다. 경찰 총수의 결연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수사를 이어가기 어렵게 됐다. 특임검사가 김 검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마당에 검찰이 뒤진 곳을 다시 수색하겠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김 검사가 소환에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을 신청해도 검찰이 기각할 가능성이 크다. 김수창 특임검사는 “검찰이 직접 수사하겠다고 하는 건 이번 사건을 더 중요시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현직 부장검사가 연루된 사건이라면 ‘제 식구 감싸기’란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다른 기관이 수사해야 한다는 일반 상식과는 동떨어진 인식이다. 검찰에겐 ‘그들만의 상식’이 따로 있는 것 같다. 검찰에게 경찰 지휘 권한이 부여된 건 경찰 수사가 잘 진행되도록 관리하라는 뜻이지 경찰을 마음대로 부릴 권리까지 준 것은 아니다. 검찰은 김 검사 사건을 수사할 기회가 예전에도 있었다. 경찰이 2008년 검찰에 송치한 조희팔 수사 기록에는 김 검사의 비리 의혹이 포함돼 있었다. 검찰은 4년이 지나도록 가만히 있다가 경찰이 본격 수사를 시작하고 그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우리가 수사하겠다’며 뒤늦게 나섰다. 검사가 동료 검사를 수사한 결과에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검찰은 ‘그랜저 검사’와 ‘벤츠 여검사’ 사건 때도 특임검사에게 수사를 맡겼지만 언론과 정치권에서 이미 제기된 혐의만 일부 확인하는 데 그쳤다. 특임검사가 실체 규명용이 아닌 ‘특검 방지용’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 간부가 연루된 의혹이 있었던 2010년 ‘서울 대원외고 불법 찬조금 수사’는 검찰이 경찰 수사를 중단시켜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경찰은 이 학교 교장과 이사장이 학부모에게 찬조금 21억 원을 모금한 경위와 사용처를 확인하기 위해 해당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4차례 검찰에 신청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검찰은 경찰에 이례적으로 “기소 불기소 판단도 하지 말고 즉시 송치하라”고 요구해 사건을 넘겨받은 뒤 “찬조금에 대가성이 없다”며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당시 수사를 한 경찰은 “찬조금을 낸 학부모 중 검사장급 검찰 간부가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지만 검찰이 사건을 가로채 가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다. 김 부장검사 외에도 검사 2, 3명이 추가 의혹에 휩싸인 이번 사건을 검찰이 직접 수사할 경우 검찰이 ‘꼬리 자르기’를 할 것이란 우려가 많다. 스스로 들춰내기 꺼렸던 사안을 경찰이 수사한다고 하자 가로채는 검찰을 보면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 아직 험난해 보인다.신광영 사회부 기자 neo@donga.com}

    • 2012-11-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현직 검사 기업돈 수수 의혹’ 싸고 검-경 갈등

    서울고검 김모 검사(51·부장검사급)가 유진그룹과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 측으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은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는 것과 관련해 검찰이 특임검사를 임명하면서 수사권을 둘러싼 검경 간의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검찰은 독자적 수사권으로 의혹을 철저히 수사할 방침이지만 경찰은 “경찰의 수사 개시 및 진행 권한을 침해하는 수사방해 행위이자 사건 가로채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김 검사와 관련된 비리 의혹이 확산되자 대검찰청은 9일 김수창 법무연수원 연구위원(50·사법시험 29회)을 특임검사로 지명했다. 김 특임검사는 10일부터 서울서부지검에 독자 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그는 검찰 내에서 조희팔 사건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검사 가운데 한 명으로 알려져 있다.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시절 “조희팔이 중국에서 사망했다”는 경찰 발표를 믿지 말고 사건을 계속 수사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검찰 발표에 대해 경찰은 “검찰 고위 간부가 경찰에서 피의자로 조사받는 ‘최악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수사권을 남용하고 있다”며 “검찰 수사와 상관없이 경찰은 수사를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경 대립이 이어질 경우 동일 사건에 대해 2개 수사기관이 동시에 사건을 수사하는 상황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 2012-11-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경복궁 단풍이불 밑 숨어들고 싶어라

    섬세하다. 그리고 소박하다. 정육각형의 누각은 선이 고운 여인의 모습. 평소엔 보듬어 주고 싶을 만큼 외로워 보이는 향원정이 강렬한 단풍의 색채와 함께 가을 향기를 내뿜는다. 중국인 관광객 커플은 동양화 같은 풍경을 카메라에 담으며 미소를 지었다. 9일 서울 경복궁의 한때. 캐논 EOS 1D Mark4, 24-105mm, 1/250초, f16, ISO 2000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 2012-11-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김종인 “朴 유약해져, 로비도 있고…”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와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대기업의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규제 등을 놓고 의견 차를 키우고 있다.김 위원장은 9일 동아일보 종합편성방송인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 등에 나와 “(경제민주화에 대해 박 후보가) 유약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 후보 주변에 경제민주화를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다” “조언 그룹 중 재계와 연관돼 있는 사람들과 얘기하다가 박 후보가 동화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 사람이 많으니까 영향력을 끼칠 수 있고 로비도 있고 하니까”라며 재계의 로비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순환출자를 기업자율에 맡기겠다’는 박 후보의 전날 발언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은 “자율적이라는 건 의미가 없다”며 “의결권 제한이 문제가 된다면 다른 문제에 있어서도 똑같은 생각을 하지 않겠느냐”고 반박했다. 순환출자 문제뿐 아니라 경제민주화 전반에 대한 박 후보의 의지에 의구심을 나타낸 것이다.이날 부산을 방문한 박 후보는 기자들에게 “(순환출자에 대한 발언은) 제가 그동안 쭉 그렇게 얘기해왔던 것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 것”이라며 자신의 소신임을 분명히 했다. 또 “(당내에) 이런저런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부산=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 2012-11-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고검 검사, 유진 주식매매로 2억 차익… 미공개 정보 이용한듯”

    서울고검 김모 검사(51·부장검사급)가 유진그룹과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 측으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은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김 검사 소유로 추정되는 차명계좌에 입금된 돈이 10억 원에 이르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진그룹 외에 다른 기업들에서도 억대에 달하는 돈이 흘러든 정황을 확인했다고 9일 밝혔다. 이와 함께 김 검사가 유진그룹 주식을 매매해 단기간에 2억 원의 시세차익을 올리고 기업으로부터 해외여행 비용을 일부 제공받은 의혹도 제기했다.○ 김 검사, 유진 주식 시세차익 2억 경찰은 김 검사가 지난해 유진그룹의 계열사인 유진기업 주식을 사들인 뒤 3∼8개월간 보유하다 되팔아 2억 원의 시세차익을 올린 사실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 검사가 미공개 공시 정보를 유진 측에서 넘겨받아 높은 수익을 올렸을 개연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 검사는 이와 별개로 2008년에도 후배 검사 2, 3명과 함께 해당 주식을 사들였다가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 검사가 수사과정에서 ‘유진의 자회사가 매각된다’는 정보를 포착해 주가가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투자했다고 보고 있다. 매각이 이뤄지지 않아 결과적으로 손해를 봤지만 직위를 통해 얻은 기업 내부 정보를 개인 투자에 활용했다면 처벌 대상이다. 경찰 관계자는 “김 검사에 대한 소환 조사가 불가피하다”며 “아직 김 검사가 받은 돈의 대가성 유무를 확인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추가 조사를 거쳐 소환 시기와 방법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김 검사의 차명계좌를 분석한 결과 10억 원에 가까운 자금이 들어왔다. 유진그룹 6억 원, 조희팔 측근 2억400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몇몇 중소기업에서 수백만, 수천만 원씩 입금한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문제의 계좌로 돈을 보낸 기업들을 상대로 대가성이 있었는지 조사 중이다. 김 검사가 국내 대형 통신사 임원과 함께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김 검사가 2008년 이 회사 임원 A 씨와 마카오로 4박 5일 여행을 갈 때 항공료 등 일부 여행비를 A 씨가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이었고 옆 부서인 특수2부에서 이 회사의 납품 비리를 수사 중이었다. 이에 대해 김 검사는 9일 검찰 기자실에 서면 해명자료를 보내 “2008년 5월경 가정 사정 때문에 고교 동기(조희팔 측근 강모 씨)에게서 돈을 빌려 사용한 사실은 있지만 차용증과 이자 약정 등 적정한 절차를 거쳐 2009년까지 갚았고 객관적 증빙도 있다”고 밝혔다. 유진그룹에서 받은 것으로 의심받는 돈에 대해선 “처의 암 투병 등으로 급하게 집을 옮겨야 할 상황에서 친분이 있는 사회 후배에게서 돈을 빌려 전세금으로 썼는데 돈을 갚기 위해 아파트를 매물로 내놨지만 팔리지 않아 아직 변제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경찰은 “유진 측에서 수표로 5억5000만 원을 주고 5000만 원은 김 검사의 차명계좌로 입금했는데 이때 사장의 친척과 회사 직원, 직원 가족 등 6명의 명의로 나눠서 돈을 보냈다”며 “정상적으로 빌려 주는 돈이라면 주는 쪽이 왜 명의자를 쪼개며, 김 검사 역시 왜 굳이 차명계좌를 썼겠느냐”고 말했다. 김 검사가 강 씨에게서 빌린 돈을 갚았다는 주장에 대해선 “강 씨가 김 검사에게 돈을 주고 몇 달 뒤 수사를 피해 중국으로 밀항했는데 어떻게 돈을 갚았다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실제 돈을 갚았다면 수배 중인 용의자에게 자금을 제공한 것이어서 도피자금 제공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희팔 수사 때 망신당한 경찰의 반격 김 검사의 것으로 의심되는 차명계좌의 존재는 경찰이 조희팔의 은닉 재산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조희팔의 자금을 관리했던 강 씨가 거액을 입금한 수상한 계좌를 발견했고 계좌의 실사용자가 김 검사란 사실을 알아냈다. 당초 검찰과 별도로 조희팔의 다단계 사기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은 검찰에게 망신을 당했다. 경찰은 5월 중국에 잠적한 조희팔이 2011년 말 사망했다고 발표했지만 얼마 뒤 검찰은 “조희팔이 생존해 있다는 제보를 입수해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경찰은 “조희팔을 수사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여론의 비난에 직면했다. 검찰과 수사권 조정 문제로 갈등을 빚어 온 경찰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경찰은 절치부심해 조희팔 은닉 재산의 행방을 캐는 데 수사력을 집중했고 그 결과 김 검사 관련 의혹을 발견하는 성과를 거뒀다.: : 특임검사 : :검사의 범죄 혐의와 관련한 국민적 의혹이 제기됐을 때 검찰총장이 임명할 수 있는 한시적 소추(공소 제기 및 소송 수행)기관이다. 특임검사는 직무와 관련해 누구의 지휘·감독도 받지 않으며 수사결과만 검찰총장에게 보고한다. 특임검사가 가동된 것은 그랜저 검사, 벤츠 여검사 사건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2-11-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현직 부장급 고검 검사… 유진그룹서 6억원 받아”

    경찰이 대기업으로부터 수억 원을 받은 혐의로 서울고검 검사(부장검사급)를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4조 원에 이르는 희대의 다단계 사기를 저지른 조희팔 측으로부터도 이 검사에게 2억4000여만 원이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청은 8일 “서울고검 김모 검사(51)가 2008년 5월경 유진그룹 측으로부터 차명계좌와 수표를 통해 6억 원을 받은 정황을 포착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조희팔 은닉자금 수사 과정에서 뭉칫돈이 흘러들어간 계좌가 나왔고 추적 결과 김 검사의 차명 계좌로 확인됐다”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해당 계좌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유진그룹에서 거액이 입금된 정황까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계좌에는 유진그룹 이외에 다른 기업으로부터도 억대의 돈이 입금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유진그룹은 노무현 정부 때 급성장한 배경에 대해 검찰의 내사를 받고 있다는 소문에 휩싸여 있었다. 김 검사는 당시 기업 비리 수사를 주로 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유진그룹 측은 “회장의 동생이 김 검사와 평소 알고 지내던 사이다. 전세자금으로 쓴다고 해 빌려준 것”이라며 “회사와는 무관하고 대가성도 없다”도 해명했다. 김 검사는 이후 4년이 지나도록 돈을 갚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검사는 언론과의 통화에서 “돈을 받은 일이 없다.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경찰은 돈의 대가성 유무를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또 지난해 말 중국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조희팔의 최측근인 강모 씨(51)의 은닉자금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2008년 초 2억4000만 원이 김 검사의 계좌로 흘러들어간 것을 발견했다. 김 검사는 2009년 8월 해당 사건을 수사한 대구지검 서부지청 차장으로 부임했다. 경찰은 김 검사가 은행에서 직접 돈을 인출하는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와 거래명세를 확보했다. 하지만 김 검사는 이 혐의도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현직 검사를 내사한 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정식으로 수사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2-11-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부부상담 세계적 전문가 “Happy Wife, Happy Life”

    “부부싸움이 칼로 물 베기라고요? 막연히 ‘남들도 다 이렇게 살 것’이란 생각에 갈등을 방치하면 회복이 불가능할 만큼 상처를 주고받습니다.”부부 상담과 치료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인 하빌 헨드릭스 박사는 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말하는 능력’만 있고 ‘듣는 능력’은 전혀 훈련되지 않은 부부가 많다”며 “부부싸움은 피할 수 없는데 서로 마음의 문을 열 열쇠가 없다면 결혼 생활은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사단법인 한국가족상담협회 초청으로 이날 방한한 헨드릭스 박사는 이혼율이 50%에 이르는 미국에서 ‘이마고(IMAGO·이미지의 라틴어)’라는 대화법을 개발해 이혼 위기 부부를 획기적으로 구해냈다는 평가를 받는 심리학자다. 부부치료 분야에서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를 냈고 유명 토크쇼인 오프라 윈프리 쇼에 17차례 출연했다.○ ‘다름’ 받아들이고 ‘상처’ 보듬어야헨드릭스 박사는 최근 이혼율이 급증하는 한국에 대해 “미국이 30∼40년 전 겪었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며 “부부간 문제를 드러내놓고 대화하기보다 개인사로 치부해 속으로 삭이는 문화가 갈등을 더 악화시킨다”고 말했다. 특히 여성은 남성에 비해 관계의 질을 중시하기 때문에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 남편이 뒤늦게 관계 회복을 시도해도 허사인 경우가 많다는 게 그의 경험이다.헨드릭스 박사는 “부부 갈등의 90%는 어렸을 때 가정환경이나 부모로부터 받았던 상처와 긴밀히 연관돼 있고 남편과 아내에겐 각자 상처받았을 때의 ‘내면 아이’가 잠재해 있다”고 강조했다. 사람은 자신의 결핍을 메워줄 것 같은 이성에게 매력을 느끼고 ‘저 사람이라면 내 상처를 어루만져 줄 것 같다’는 기대를 갖고 결혼하는데 그 꿈이 깨지면 ‘서운함→실망→분노’의 과정을 밟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늘 아내는 서운하고 남편은 억울한, 악순환이 계속된다.“상대가 ‘틀렸다’가 아닌 ‘다르다’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막상 실천이 안 되는 이유는 왜 그 차이가 생기는지 근원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꺼내놓지 않았던 내면의 상처를 알게 되면 배우자가 왜 그렇게 나와 다른지 알게 되고 그래야 대화가 시작됩니다.”헨드릭스 박사는 “제대로 된 대화법을 익히지 못하고 이혼하면 재혼한 후에도 같은 문제가 계속 반복된다”며 “‘이 사람은 안 된다’는 생각에 매몰되지 말고 스스로 갈등 관리 방법에 문제가 없는지 먼저 돌이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파악-인정-공감의 세 단계이마고 대화법은 부부가 서로의 상처를 공유해 부정적인 대화를 없애는 방법이다. 이 대화법은 몇 가지 규칙이 있다. 우선 부부가 무릎을 대고 마주 앉은 뒤 어느 한쪽에 발언권이 기울지 않도록 동등하게 번갈아가며 이야기한다. 서로를 비난하거나 탓하는 말은 금물.“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마음껏 할 수 있도록 안심시키는 게 중요합니다. 갈등이 심한 부부는 대부분 이런 환경에서 제대로 대화해본 적이 없습니다.”대화는 3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첫 번째는 배우자의 마음을 거울에 비춰 보기(Mirroring). 상대가 왜 불만을 갖게 됐는지 설명하면 이를 정확히 이해할 때까지 경청한 뒤 자신이 파악한 내용을 직접 말하는 것이다. 평소 ‘적’으로만 느꼈던 남편이나 아내가 내 마음을 그대로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적대감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2단계는 배우자의 마음을 인정하기(Validation). 상대가 그런 생각을 갖게 되는 과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단계다. 기존에 “당신이 왜 그러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면 이제는 “당신으로선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며 이해를 표현하는 것이다. 헨드릭스 박사는 “부부들이 흔히 서로에게 맞추려 노력하는 걸 사랑이라고 착각하는데 그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며 그걸 기대하기 때문에 싸움이 생긴다”며 “차이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존중해주는 게 최선의 관계”라고 설명한다.3단계는 배우자의 마음에 공감하기(Empathy). 상대의 상처를 이해하는 단계를 넘어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괴롭히고 깎아내리는 줄만 알았던 상대가 내 편이 되어줄 때 곪았던 감정이 치유되는 효과가 있다.헨드릭스 박사는 “Happy Wife, Happy Life(아내가 행복해야 인생이 행복하다)”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아내의 행복은 남편뿐만 아니라 자녀의 인생도 좌우한다고 했다. “불행한 가정에서 성장한 아이는 범죄 유혹에 빠지기 쉽습니다. 부부관계를 잘 관리하는 것은 각종 범죄로 발생할 사회적 비용을 가장 효과적으로 줄이는 길이기도 합니다.”헨드릭스 박사는 9∼14일 서울 광진구 능동 세종대에서 부부관계 상담가와 일반 부부를 대상으로 이마고 대화법에 대한 세미나를 연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2-11-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5년째 신출귀몰 比도피 살인범… 이번엔 경찰이 한발 빨랐다

    3일 미얀마 접경지역인 태국의 치앙라이 국경관리소. 한 한국 여성이 내민 여권을 보고 태국 이민국 직원은 숨을 죽였다. 여권에 적힌 이름은 시○○(46). 한국 경찰이 주고 간 메모지에서 봤던 바로 그 이름이었다. 직원은 태연한 표정으로 출국 허가 도장을 찍어줬다. 버스로 미얀마에 넘어간 시 씨는 예상대로 몇 시간 뒤 다시 이민국 심사대에 왔다. 체류 기간 연장을 위해 외국인들이 주로 쓰는 수법이다. 국경관리소를 나간 그에게 이민국 직원 5명이 따라붙었다. 태국 주재 한국 경찰관이 “여자가 나타나면 잡지 말고 몰래 추적해 달라”고 당부한 터였다. 2명은 시 씨가 탄 버스에 동승했고 3명은 승용차로 뒤따랐다. 버스에서 내린 그는 치앙라이 외곽의 한 커피숍에 들어갔다. 모자를 쓴 채 귀퉁이에 앉아 있는 한 남자를 향했다. 5년 전인 2007년 7월, 경기 안양시 비산동의 환전소에서 20대 여직원 A 씨는 최세용 씨(46) 일당에게 ‘신고하지 않을 테니 살려만 달라’고 빌었다. 현금 1억 원을 빼앗아 환전소를 나서는 순간 최 씨는 여직원이 몰래 긴급 신고 버튼을 누르는 장면을 봤다. 발길을 돌린 최 씨는 여직원을 흉기로 잔인하게 살해했다. 경찰이 범인 신원을 확인했을 때 최 씨 일당은 이미 필리핀으로 도주한 뒤였다. 수천 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에서 숨은 범인을 잡기란 쉽지 않다. 사건 이듬해인 2008년 필리핀에서는 한국인 관광객을 납치하는 사건이 잇따랐다. 필리핀 여행을 앞둔 한국인들에게 인터넷을 통해 “여행 가이드를 해주겠다”고 접근한 뒤 납치해 돈을 뜯어내는 수법이었다. 한국에서 여러 차례 강도짓을 저지른 최 씨는 필리핀으로 도주한 뒤에도 범행을 멈추지 않았다. 피해자 윤모 씨는 그해 여름 마닐라 공항에서 최 씨 일당을 만났다. 그들은 “한국 분을 만나니 기쁘다. 형 동생 하자”며 환대했다. 하지만 공항 앞에 세워진 승합차에 함께 타자마자 총과 칼을 꺼냈다. 윤 씨는 4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주택 지하로 끌려가 폭행당할 때 이들이 총을 두 발 쐈고 한 발은 어깨를 스쳤다”며 “빨랫줄로 온몸이 묶인 채 맞았고 머리에서 피가 쏟아져 눈을 뜰 수 없었다”고 말했다. 최 씨 일당은 윤 씨 지갑에서 그의 초등학생 아들 사진을 꺼내 보며 “1000만 원을 당장 보내지 않으면 너도 죽이고 네 아들도 불러서 죽일 테니 가족에게 연락하라”고 했다. 최 씨 일당은 이런 수법으로 이후 4년간 13명에게 2억7000만 원을 뜯어냈다. 지난해 9월 납치된 홍모 씨 등 피해자 중 2명은 아직 살아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피랍 과정에서 최 씨 일당에게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어렵게 공범 2명을 잡았지만 최 씨의 행방은 묘연했다. 5월 국내에 송환된 공범 김모 씨(40)는 “최 씨는 신출귀몰하는 양반이다. 능력껏 잡아보라”며 조롱했다. 지난달 필리핀에서 잡힌 또 다른 공범은 현지 유치장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경찰은 최 씨의 아내를 주목했다. 그가 바로 시 씨다. 시 씨는 올해 1월 한국에 들어와 최 씨 동생 명의로 여권을 만든 뒤 5월 태국으로 떠났다. 며칠 뒤 최 씨 동생 여권을 소지한 사람이 태국에 들어온 사실도 확인됐다. 최 씨가 동생 여권으로 신분을 속이고 태국에 숨어 지낸다는 추론이 가능했다. 비자 없이 체류할 수 있는 기간이 3개월인 점을 감안해 경찰은 8월 최 씨가 머무는 태국 치앙라이 국경관리소에 형사들을 급파했다. 장기체류를 할 수 있는 비자가 없는 시 씨가 남편과 계속 지내려면 3개월마다 체류 기한을 연장하기 위해 국경관리소를 찾을 것이란 계산이었다. 첫 시도는 시 씨가 우리 경찰이 도착하기 하루 전 체류 기간을 연장해 버려 실패했다. 다시 3개월 뒤인 이달 3일, 우리 경찰은 방콕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태국 이민국 직원의 전화를 받았다. “시 씨가 탄 버스를 쫓고 있다”는 전화였다. 이민국 직원들이 이날 시 씨를 따라 커피숍에 들어섰을 때 시 씨와 마주앉은 남자는 사진과 달리 뿔테 안경을 쓰고 수염을 기른 얼굴이었다. 직원들이 그의 팔을 붙들며 말했다. “최세용 맞지?” “저는 최○○인데요.” 최 씨는 동생 이름을 대며 자리를 피하려 했다. 그때 커피숍 밖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이민국 직원에게 우리 경찰의 전화가 걸려왔다. “들키면 분명히 동생 이름을 댈 겁니다. 무조건 잡으세요.” 최 씨의 도피 행각은 5년 4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태국 경찰은 최 씨를 여권 위조 혐의로 조사한 뒤 한국으로 추방할 예정이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

    • 2012-11-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정낙은 법의관 “내겐 망자 인권 지키는 게 더 가치있는 일”

    여섯 살 어린아이의 시신은 심하게 부패해 있었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때 아들을 잃고 그 충격으로 한국을 떠났던 엄마는 몇 달 만에 발견된 아들의 시신 앞에 섰다. 마지막 순간, 장난감을 사달라며 애교를 부렸던 아들의 눈은 굳게 감겨 있었다. 부검을 마친 의료진은 그 광경을 차마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엄마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아들 시신을 끌어안고 “왜 이제야 왔느냐”며 울부짖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정낙은 법의관(55·사진)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후 시신 수습을 하다 이 장면을 목격한 뒤 인생의 경로를 바꿨다. 대학병원 의사에서 법의관으로 전향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 “삼풍 사고 당시 500여 명이 죽었는데 100명 이상의 신원을 결국 확인해주지 못했습니다. 억울하게 희생당한 사람, 기막힌 사연이 그렇게 많았는데…. 과학수사와 대형사고 처리체계가 잘 갖춰졌다면 가족의 시신조차 확인하지 못하는 아픔은 덜했을 겁니다. 망자의 인권을 지키는 게 의사로서 더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법의학에 투신한 정 법의관은 18년간 4000여 건을 부검했다. 특히 대형 참사 때 시신의 신원을 최대한 빨리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에 진력했다.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2004년 인도네시아 쓰나미, 2007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 등 재난재해 때마다 그는 국과수 법의관들과 함께 왕성한 활약을 보였다. 그는 인도네시아 쓰나미 당시 숨진 우리 국민 20명의 신원을 피해국 가운데 가장 빠르게 확인했을 때 큰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시신을 빨리 찾아 유족에게 넘기는 게 희생자와 평생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할 유족을 위로하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요.” 정 법의관은 그동안의 공로를 인정받아 2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과학수사의 날’ 기념식에서 법의학 분야 대상을 받았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2-11-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朴-文-安 지지자 심층면접 조사]文지지자 “힘 합쳐 이기는 게 우선”… 安지지자 “구태정치와 왜 손잡나”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50평형대(171.6m²) 아파트에 사는 배모 씨(63)는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 지지자다. 중견기업을 운영하다 지난해 회사를 넘기고 은퇴한 배 씨는 경북 출신으로, 정치 성향은 보수다. 그러나 그는 몇 년 전부터 새누리당(옛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를 포기했다. 그는 “여야 정당이 자기 이익만 좇아 사사건건 대립하는 모습에 질려버렸다”며 “뭐 하나 국민을 위해 해놓은 게 있느냐”고 물었다. 배 씨가 안 후보를 택한 가장 큰 이유는 정치 경험이 없다는 것. 당론에 구애받지 않고 정치적 빚을 진 것도 적어 소신 있게 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다. 그는 “정치 경험이 없어 불안하다고들 하는데 정치가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 있느냐”고 말했다. 야권 단일화 문제가 나오자 그는 “단일화가 되면 그 나물에 그 밥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후보든 문재인 후보든 다 구태 정치인 아니냐. 두 사람 중에 굳이 고르라면 안정적 국정 운영이 가능할 것 같고 첫 여성 대통령이란 의미가 있는 박 후보를 찍을 것 같다”고 했다.○ 단일화 필요성 두고 시각차 안 후보 지지자 중에는 배 씨처럼 후보 단일화에 반대하는 사람이 46%에 달했다. 기존 정치권에 ‘오염’되지 않은 안 후보가 단일화 이후 민주통합당과 한배를 탈 경우에는 투표 자체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지지자도 적지 않았다. 경기 구리시에 사는 정모 씨(28·여)는 “정치 혐오증으로 투표를 안 하려 했던 사람들이 경쟁력 있는 무소속 후보가 있어 관심을 갖게 됐다”며 “안 후보마저 기존 정당의 간판을 갖게 되면 선택할 후보가 없다”고 말했다. 대구 수성구에 사는 유모 씨(41)도 “단일화는 정치적 목적의 꼼수 아니냐”며 “안 후보가 정정당당하게 승부하지 않고 기존 정치권과 손을 잡는다면 개혁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반해 문 후보 지지자 대다수는 안 후보와의 단일화를 필수조건으로 여기고 있었다. 이들에겐 단일화에 실패해 표가 분산되면 결과적으로 박 후보 당선을 도와주는 꼴이 된다는 위기감이 강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전모 씨(24)는 “새누리당 지지층은 확고한데 지지기반이 겹치는 두 야권후보가 분열되면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며 “정치 경험이 부족한 안 후보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라도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의 석모 씨(44)도 “안 후보가 새로운 정치를 원한다면 정치쇄신보다 정권교체가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안 후보 지지자들은 문 후보 역시 정당정치의 낡은 틀을 벗어나지 못한 ‘청산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 반면, 문 후보 지지자들은 안 후보에 대해 정권교체를 위해 끌어들여야 할 동반자로 보고 있는 것이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 후보 지지자들은 꼭 문 후보가 아니더라도 정권교체를 이뤄 줄 후보를 택할 수 있지만 일부 안 후보 지지자들에게 차선의 선택은 투표 포기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단일화 후 표심 예측 어려워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 지지자는 이명박 정부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경제민주화에 적극적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속내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안 후보 지지자 60%는 지지 정당이 없거나 새누리당 지지자이고, 중도 또는 중도보수 성향이어서 문 후보나 주변 참모들이 친노 또는 친북적 정책을 펼 가능성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반면 문 후보 지지자 74%는 민주당을 지지하며 과반이 진보 성향이다. 문 후보로 단일화가 되면 안 후보 지지자의 34%가 야권 지지를 철회하겠다고 답한 것은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에 문 후보에 대한 거부감이 겹친 결과로 보인다. 중도나 중도보수 성향의 안 후보 지지자가 문 후보로 단일화될 경우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충북 청주시에 사는 이모 씨(31·여·안철수 지지)는 “문 후보가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고스란히 답습할까 우려되는 데다 최근 북방한계선(NLL) 문제 등 북한 눈치만 살피는 듯한 정책을 내놓고 있어 반대한다”며 “정권교체 그 자체가 아니라 제대로 된 지도자를 뽑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 후보 지지자는 안 후보로 단일화가 되더라도 76%가 지지 의사를 밝혔다. 대선 승리가 최우선 목표이고, 일단 안 후보가 야권 후보로 당선되면 야권을 대표하는 대통령이 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경남 김해시의 노모 씨(45)는 “정치력 검증이 안 된 안 후보가 달갑지는 않지만 단일 후보가 되면 진보뿐 아니라 중도세력까지 흡수할 수 있어 경쟁력이 있다”며 “안 후보가 당 조직의 전폭적 지원을 받아 당선되면 자연스럽게 입당해 민주당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부장은 “단일화가 성사되더라도 두 후보 지지기반의 성향이 꽤 달라 현재 두 후보의 지지율을 단순 합산한 수치보다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며 “박 후보를 근소하게 앞서거나 접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

    • 2012-11-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도로주행시험 11월 1일부터 내비 보며 치른다

    11월부터 운전면허 도로주행시험 코스가 2개에서 4개로 늘고 채점관 대신 내비게이션이 주행 코스를 안내하는 등 시험방식이 크게 바뀐다. 경찰청은 합격률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찰청은 이 같은 내용의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다음 달 1일부터 시행한다고 30일 밝혔다. 우선 도로주행 ‘출제 범위’가 늘어난다. 기존에는 후보 코스가 2개뿐이었지만 앞으로는 4개 중 1개 코스로 시험을 본다. 응시자가 탑승할 때마다 시험관이 태블릿 PC에 입력된 주행코스 4개 가운데 1개를 무작위로 고르는 방식이다. 경찰은 후보 코스 4개를 시험 20일 전 운전면허시험장 사이트 등을 통해 공개한다. 주행 시험은 내비게이션 안내 음성에 따르면 된다. 동승한 시험관이 육성으로 안내하는 현행 방식은 시험관 성향과 안내 타이밍에 따라 편차가 생겨 시험 조건이 균등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경찰청 관계자는 “내비게이션을 많이 이용하는 실제 운행조건과 비슷한 상황에서 운전 능력을 평가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점 방식도 투명해진다. 채점관이 태블릿 PC에 실시간으로 점수를 입력하면 그 결과가 시험장 전산망에 자동 송출된다. 지금처럼 시험관이 손으로 점수를 매기면 채점 기록을 사후에 수정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이 같은 사후 수정 시비가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응시자가 원하면 어느 부분에서 감점됐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태블릿 PC 자동채점은 한 달간 시험운영한 뒤 12월부터 도입된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2-10-3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3년간 초과근무수당 달라” 현직 경찰관 5000명 소송

    현직 경찰관들이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전북 군산경찰서 오승욱 경감은 29일 “일선 지구대 파출소 경찰관들이 휴일에 초과근무를 해도 시간외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최근 3년간 초과근무수당 미지급분 청구소송을 냈다. 이 소송에는 현재까지 경찰관 5000여 명이 참여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청구액을 1인당 100만 원으로 정했고, 연말까지 원고를 더 모집해 청구액을 다시 계산할 예정이서 액수가 더 커질 수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일선 경찰관들은 근무시간 중 휴일 주간근무에 대해선 휴일 근무수당을 받는다. 하지만 휴일에 정상 근무시간(오전 9시∼오후 6시)을 초과해 일해도 시간외수당을 받지 못한다. 현재 휴일 근무수당(경위 기준)은 하루 7만4183원이고 시간외수당은 시간당 9229원이다. 하지만 경찰청은 행정안전부 공무원 보수 등의 업무지침상 “휴일 근무수당과 시간외근무수당을 함께 지급할 수 없다”는 ‘병급 금지’ 규정이 있어 휴일 초과근무에 대한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소방관들은 2009년 같은 취지의 민사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전례가 있다. 교도관들 역시 5월 미지급 초과근무수당 지급 청구 소송을 내 재판이 진행 중이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2-10-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112는 범죄신고만… 경찰 민원 ☎ 182로 하세요

    앞으로 교통범칙금이나 사건 수사 결과 조회, 분실물 신고 등 경찰에 비긴급 문의사항이 있을 때는 ‘182’에 전화하면 된다. 경찰은 ‘182 경찰민원콜센터’를 다음 달 2일 가동한다고 28일 밝혔다. 경찰 관련 민원을 112에 문의하는 시민이 많아 긴급 신고 접수가 지연된다는 지적에 따라 민원 해결을 전담하는 콜센터를 만든 것이다. 현재 182는 실종신고 전화번호지만 경찰 민원 접수번호로 확대된다. 민원콜센터는 시민 문의 내용에 맞게 담당 부서를 곧바로 연결해주거나 민원 내용을 해당 부서에 전달한다. 시민이 고소 고발하거나 조사받은 사건에 대해선 수사 진행상황을 알 수 있도록 담당 경찰관과 연결해주는 기능도 한다. 교통 범칙금이나 과태료, 운전면허 정지 취소 여부 등 경찰이 보관 중인 개인정보도 본인이 문의하면 확인할 수 있다. 경찰은 민원콜센터를 365일 24시간 가동하기 위해 전화상담원 165명을 배치한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2-10-2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얼마 안돼 죄송” 서민들의 기부릴레이… 잿더미 ‘밥차’ 살렸다

    8일 인천 부평역 광장에 온 ‘사랑의 밥차’ 직원들은 평소와 달리 참담한 표정이었다. 무료급식을 받기 위해 줄지어 선 쪽방촌 노인들도 말이 없었다. 식단도 전과 다르게 밥과 된장찌개, 깍두기가 전부였다. 식사를 마친 노인들은 빈 식판을 건네며 조심스럽게 눈인사를 했다. 그때 70대 중반의 할머니가 깨끗이 비운 식판을 들고 직원들에게 다가왔다. 밥차가 올 때마다 남편 손을 잡고 점심을 먹으러 오는 낯익은 얼굴이었다. 할머니는 “정말 맛있게 먹었다”며 가슴팍에서 흰 편지봉투를 꺼냈다.○ 화마에 스러진 밥차 전날 새벽, 황급히 연락을 받고 나온 밥차 직원 채현식 씨는 사고 현장에 가까워질수록 가슴이 조여 왔다. 어둠이 짙었지만 연기 기둥은 선명했다. 음식 준비를 위해 불과 몇 시간 전까지 머물렀던 경기 고양시 덕양구 행주외동 밥차 기지가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인근 식당에서 시작된 불이 기지까지 덮친 것이었다. 불은 솥이 녹아내릴 정도로 맹렬했고 기지 앞에 세워 놓은 밥차로까지 옮아 붙었다. 채 씨는 그 순간 밥차에 끼니를 의지하는 노인들이 떠올랐다. 어떻게든 차는 건져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가스통이 터지면 다 죽는다!” 어딘가에서 동료의 외침이 들렸다. 차 안에는 조리용으로 쓰이는 20kg 가스통이 3개나 있었다. 채 씨는 차에 올라탔다. 운전석 뒤 컨테이너가 불타는 열기로 온몸이 화끈거렸다. 차를 100m가량 옮기고 가스통을 떼어냈다. 일촉즉발의 위기는 넘겼지만 매일 500여 명의 노인에게 제공할 밥을 짓는 밥차 기지는 완전히 불에 탔다. 냉장고와 조리대 창고 등 설비와 기증받은 식재료는 모두 소실됐다. 대장암 말기로 5개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50대 여성이 자신의 음식점을 정리하며 기증한 물품도 재가 됐다. 인근 초등학생들이 한 줌씩 봉지에 담아 기부한 쌀과 고추 농사를 짓는 농부가 3년째 보내온 고춧가루도 시커멓게 타 버렸다. “밥차뿐 아니라 그동안 도와주신 분들의 사랑과 정성이 불에 타버렸다….” 채 씨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화재로 직원들이 망연자실하는 사이 도둑까지 들었다. 이 도둑은 기지 내부에 있던 식판 숟가락 등 쇠붙이를 모두 훔쳐갔다. 불에 타 운행이 불가능한 밥차를 포함해 피해액이 3억 원에 달했다. 올해 3월 밥차 용지가 경매에 넘어가 쫓겨날 위기에 처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매일 밥차를 기다리는 500여 명의 쪽방촌 노인은 이제 꼼짝없이 굶을 위기에 놓였다.○ ‘낮은 자’들의 작은 기부 화재 이튿날 밥차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은 각자 집에 있는 냄비와 밥솥, 그릇을 총동원해 500인분 식사를 겨우 만들어냈다. 알음알음 승합차를 빌려 식사를 운반해온 터였다. 식사를 마친 뒤 흰 봉투를 들고 온 할머니는 바싹 타버린 직원들의 마음을 울렸다. “많이 힘드시죠. 반찬값에 보태세요.” 봉투 안에는 30만 원이 들어 있었다. 수없이 폈다 접은 흔적이 있는 1만 원권 28장과 1000원권 20장이었다. 그는 “후두암을 앓고 있어 목소리가 잘 안 나오는 것을 양해해 달라”고 했다. “없는 형편에 병원 다니느라 여러모로 힘들었는데 손수 차려주는 점심 한 끼가 큰 위로가 됐어요. 몇 푼씩 짬짬이 모은 돈이라 얼마 안 돼서 죄송해요.” 할머니는 쪽방에서 남편의 병간호를 받으며 투병생활을 하는 기초생활수급자였다. 그날 밥차 사무실에는 독일에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42년 전 간호사로 파독된 70대 한국인 여성이었다. 그는 “쪽방촌 노인들을 돕는 일이 힘들어졌다는 기사를 봤는데 한국의 부모님 생각이 났다”며 200유로(약 28만 원)를 송금했다. 이들의 작은 기부는 잿더미에 희망의 씨앗을 뿌렸다. 이튿날 인천의 한 추어탕집 주인이 밥차 측에 연락을 해왔다. “추어탕도 기부할 수 있나요?” 그는 추어탕 500인분을 대형 솥에 담아 보내왔다. “장사하면서 힘든 일을 자주 겪다 보니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보면 남 일 같지가 않아요. 비록 작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도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이 추어탕집 사장은 기자에게 가게 이름을 알리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추어탕 기부’ 이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삼계탕집이 삼계탕 500인분을, 중국음식점에선 짜장면 500그릇을 보내왔다. 식당 주인들의 기부 행렬에 식품업체도 동참했다. 신선설농탕은 설렁탕 500인분을, 한솥도시락과 본도시락은 도시락 750개를 제공했다. 현대그린푸드는 사골국 농축액과 냉동 고등어 등 식재료를 기부했다. 서울 가양동의 한 교회는 아예 주방을 내줬다. 기존의 절반 규모라 밥을 두세 번에 나눠서 해야 하지만 조리공간이 없어 막막했던 밥차로선 급식을 이어갈 터전이 생긴 셈이다. 서울 강남구는 식재료를 보관할 창고를 제공했다. 모든 게 잿더미로 변했지만 밥차의 이웃 사랑은 더 넓게 번져가고 있는 것이다. 없는 형편에 30만 원을 기부한 ‘암 투병’ 노부부는 24일에도 인천 주안역의 밥차를 찾았다. 기자가 인터뷰를 요청하자 부부는 “여기서 식사하는 다른 분들에게 괜한 불편을 줄 것 같다”며 끝내 거절했다.:: 사랑의 밥차 ::홀몸노인이나 장애인, 결식아동 등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무료급식 사업. 사랑의 쌀 나눔 운동본부가 2009년 시작해 인천 부평역과 주안역, 서울역 광장에서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매일(주말 제외) 500여 명에게 점심식사를 제공하고 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2-10-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통일땐 北인구 8% 남한행… 결핵-말라리아 확산 위험”

    20××년 남과 북은 통일에 성공했다. 함경북도 농촌에 사는 A 씨는 일자리를 찾아 남한의 대도시로 이동했다. 북한 전역의 기차역과 터미널은 남한에 가려는 사람들로 대혼란을 빚었다. 축제 분위기 속에 남한으로 내려온 A 씨는 새로운 일을 꿈꾸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남한에서는 북한 주민을 받아들이기 바빠 북한 주민에 대한 건강검진은 뒤로 미뤄졌다. 그는 북에서 결핵을 앓았지만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다. 드문드문 약을 복용한 탓에 내성을 가진 결핵균이 몸에 자리 잡았다. 그의 결핵균은 공기를 타고 남한지역 사람들에게 빠르게 전파됐다. 16일 동아일보가 단독 입수한 대통령직속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통일 대비 보건분야 대처방안’ 보고서를 토대로 만든 가상 시나리오다. 보고서에 따르면 통일 후 3년 이내에 북한 인구 약 2400만 명의 8%인 200만 명이 남한으로 이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으로는 북한 농업인구 600만 명이 남한이나 북한의 공업도시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보고서는 “북한에서 많이 발생하는 결핵 말라리아 기생충 등 감염질환이 인구 이동 경로를 따라 남한으로 빠르게 확산될 위험성이 크다”며 “‘인간 안보’의 핵심인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년 만에 최대 100만 명 결핵 우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공기를 타고 전파되는 호흡기 감염 질환인 결핵이다. 현재 북한의 결핵 환자는 인구의 5% 수준으로 매년 1만∼2만 명이 결핵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남한으로 이주하는 200만 명 중 결핵환자가 10만 명 섞여 있다고 가정하면 철저히 대비하지 않으면 남한에서 100만 명의 새로운 결핵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핵환자 1명이 10명 이상 결핵을 퍼뜨리기 때문이다. 국립보건연구원 조명찬 원장은 “특히 북한에는 결핵을 완치하지 않고 약 복용을 중단하는 사람이 많아 약에 내성을 가진 결핵일 위험성도 있다”고 밝혔다. 특히 청소년에게 피해가 집중될 우려가 크다. 한 살 이전에 맞은 결핵 예방주사(BCG)의 면역 효과가 10대 후반에는 없어지는 데다 학생들의 운동 부족, 무리한 다이어트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고등학교나 입시학원 등 10대 후반이 집단생활하는 곳에서 결핵이 발생하고 있다. 이미 남한은 결핵발생률이 2010년 기준 10만 명당 97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아 ‘최악의 결핵 국가’로 통한다. 말라리아 확산도 우려된다. 남한에서는 1960년대부터 시행된 말라리아 박멸사업의 성과로 1984년 이후 토착 말라리아 발생 보고가 없었다. 하지만 1993년 북한과 가까운 경기 파주시에서 말라리아가 출현해 현재까지 2만8000여 명의 누적환자가 발생했다. 특히 북한과 인접한 경기 북부, 강원 북부, 인천 등에서 발병률이 높다. 잠복기의 말라리아 환자가 인구 밀집지역으로 이동하면 모기에 의해 빠르게 전파될 수 있다.○ 혼란과 비용 줄이기 위한 관리 시급 북한의 기생충 질환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5년 함경북도 일부 주민을 대상으로 한 대변검사에서 장내 기생충인 회충이 43.2%, 편충이 40.3%로 한국의 1970년대 초반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남한의 장내 기생충 감염 비율은 2% 수준이다. 김동수 인하대 의학전문대학원 기생충학교실 교수는 “남한에서는 이미 사라진 후진국형 기생충이 다시 등장해 퍼질 위험성도 크다”며 “북한에 대한 정확한 실태 조사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조 원장은 “감염병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과 치료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관리 시스템을 하루빨리 구축하려면 북한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며 “독일에 비해 남북한의 건강 수준 격차가 심각해 통일 이후 혼란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국가과학기술 5개년 계획’과 ‘과학기술 중장기 발전계획’에 이 같은 실태를 반영해 통일에 대비한 과학기술 정책을 마련할 방침이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 2012-10-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군-경찰 전란시 무전교신 ‘먹통’ 우려

    군과 경찰이 전쟁 등 국가 위기상황에서 합동작전을 펼 때 사용하는 작전교신용 무전기 일부가 ‘먹통’인 것으로 드러났다. 베트남전쟁(1960∼1975년) 때 사용된 노후 장비인 데다 신형 무전기 도입은 오히려 뒷걸음질하는 탓이다.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기선 의원(새누리당)이 8일 경찰청에서 받은 ‘군경 합동용 무전기 운영 실태’ 자료를 보면 현재 경찰이 보유한 무전기는 소요량인 518대보다 43대가 적은 475대다. 이 가운데 335대(70.5%)는 적정 사용연한인 9년을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베트남전 때 사용된 구형 무전기가 207대로 전체 보유량 중 43.6%를 차지했다. 사용연한을 3배나 초과한 이 기기는 육군 중대급에서 사용하는 배낭 무전기(‘PRC-77’)로 무게 6kg에 교신거리는 8km에 불과하다.노후 기종이라 고장도 많다. 지난해 서울지방경찰청이 군경 작전교신용 무전기를 일제 점검한 결과 보유 중인 99대 중 19대가 고장이었다. 이 중 18대는 ‘PRC-77’ 구형 기종이었다.하지만 경찰은 신형 무전기 도입에 소극적이다. 신규 구매 대수가 2007년 28대, 2009년 15대, 2011년 5대로 오히려 매년 감소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을지훈련 때 시험적으로 사용해 보는 것 외에는 평소 쓰임새가 거의 없는 장비라 예산을 배정할 때 우선순위가 밀릴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2-10-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차값 800만원-체납과태료 1억2473만원… 믿어지십니까?

    교통법규 위반으로 제 몸값의 12배가 넘는 과태료 폭탄을 맞고도 여전히 거리를 활보하는 외제차가 있다. 미국 자동차 제조사인 GM이 1996년 생산한 뷰익 파크애버뉴. 이 차는 2007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신호위반이나 과속, 불법 주정차 등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2307번이나 딱지를 떼였다. 고속도로에서 하루에 열 번 넘게 속도위반을 한 적도 있다. 과태료가 1억2473만 원이나 부과됐지만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배기량 3800cc로 출시 당시 가격이 약 4000만 원이며, 현재 거래가는 800만∼1000만 원 선이다. 체납된 과태료가 차량 가치의 12배가 넘는다. 이 차는 요즘도 도로를 누비며 각종 법규 위반을 하고 있지만 경찰은 속수무책이다. 누가 이 차를 끌고 다니는지 모르는 ‘대포차량’ 상태인 것이다. 차 소유주로 등록돼 있는 나모 씨(32)는 “2007년 중고차 매매상을 할 때 이 차를 팔았는데 산 사람이 명의를 이전하지 않은 채 타다가 되팔아 지금은 누가 타는지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전국을 뒤져 이 차를 색출하지 않는 한 ‘무법 주행’을 막을 도리가 없다. 경찰 관계자는 “과태료는 법적 처벌이 아닌 행정 처분이라서 해당 차량을 범죄자처럼 공개 수배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이 차처럼 과태료 악성 체납차량은 전국에 2000대가 넘는다. 1298회 체납해 7402만 원을 내야 하는 아반떼 승용차 등 1000만 원 이상 체납한 차량이 125대, 50회 이상 체납한 차량은 2017대다. 체납액을 합하면 103억2000여만 원에 이른다. 문제는 차 주인들이 과태료를 내지 않고 버티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 대부분 제3자 명의로 된 대포차량이어서 교통법규를 마음대로 위반하고 범죄에도 자주 이용된다. 과태료 체납 차량의 상당수가 감시망에 포착되지 않는 도로 위의 ‘시한폭탄’인 셈이다. 4월 경기 수원시에서 20대 여성을 잔혹하게 살해한 오원춘도 평소 ‘대포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다. 경찰은 그가 폐차된 오토바이의 번호판을 달고 다니며 자신의 범죄행각을 감추려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7월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들이 파업 불참자들의 화물차를 연쇄 방화할 때도 대포차가 이용됐다. 여성을 차에 타게 한 뒤 살해하는 수법을 쓴 연쇄살인범 강호순은 자기 어머니 명의의 차를 사용하다 덜미가 잡혔다. 만약 강호순이 대포차량을 썼다면 희생자가 훨씬 많아졌을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대포차가 뺑소니 사망 사고를 내면 가해자를 특정할 수 없어 범인 잡기가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2010년 감사원 조사에 따르면 전국에 대포차가 2만1000대나 굴러다닌다. 경찰은 대포차 유통을 막기 위해 과태료 체납 차량을 집중 단속하고 있지만 한계가 많다. 지난해 7월 시행된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 따라 과태료 체납으로 압류된 차량은 사고팔 수 없고, 사용 중인 차의 명의 이전을 하지 않은 경우 운전자를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 간 차량 거래를 일일이 감독할 수 없는 데다 명의 이전을 하지 않은 사람이 “지인에게 잠시 빌려 타는 것”이라고 잡아떼면 단속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 관계자는 “이런 대포차를 막으려면 현재로서는 일제단속밖에 방법이 없다”며 “누군가가 헐값에 중고차를 넘기려 할 경우 대포차일 가능성이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2-10-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정신질환 범죄자 10년새 3배 ‘또다른 폭탄’

    사회에 적개심을 품은 정신질환자에 의한 강력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엔 처음으로 2000건을 넘어섰다. 9월 28일 우울증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입원 치료를 받았던 고교 중퇴생이 사립초등학교 교실에 들어가 삽을 휘두른 데 이어, 1일 경북 칠곡에서도 정신질환자가 일면식도 없는 여대생을 흉기로 살해했다. 이처럼 정신질환자의 ‘묻지 마 식 증오 범죄’가 잇따르지만 이들의 범행을 예방할 수 있는 관리 시스템은 전무한 상태다.2일 경찰청이 민주통합당 신학용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10년간 검거된 범죄자 가운데 정신질환을 앓는 상태에서 범행한 사람은 1만4951명으로 집계됐다. 정신질환자는 지속적인 정신분열이나 반복성 우울장애, 중증 지적장애로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심각한 제한을 받는 사람을 뜻한다. 정신질환 범죄자는 2002년 739명, 2003년 629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엔 2120명에 달했다. 2002년은 전체 범죄자 10만 명 중 38명이었지만 지난해에는 3배 이상으로 늘어 117명이나 됐다.특히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 가운데 살인 강간 강제추행 강도 방화 등 5대 강력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살인 또는 살인미수가 46명, 강간 강제추행 49명, 방화 47명, 강도 21명으로 강력범죄자만 163명에 달했다. 2002년 52명이던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으로 증가한 수치다.우송대 사회복지학과 이양훈 교수는 “전문적인 정신건강의학과 치료가 필요하지만 이를 감당할 경제적 형편이 안 돼 그냥 집에 방치되는 일이 다반사”라고 분석했다.현재 정신질환자는 ‘심신장애로 사물을 판단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는 벌하지 않는다’는 형법 규정에 따라 형을 감경받을 수 있거나 처벌을 받지 않을 수 있다. 이들 가운데 재범 위험이 높고 치료가 필요하다고 법원이 판단하면 치료감호 처분이 내려진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들의 재범률이 특히 높은데도 출소한 뒤에는 아무런 관리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찰이나 법무부 모두 별도의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다. 대검찰청 ‘범죄분석’ 자료에 따르면 정신질환자들이 재범을 저지르는 비율은 32.1%로 일반 범죄자(24.3%)보다 8%포인트가량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2-10-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