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김소영 기자

동아일보 경영전략실 경영총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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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소영 기자입니다.

ksy@donga.com

취재분야

2026-02-27~2026-03-29
교육81%
사회일반13%
국제일반3%
노동3%
  • 넓고 큰 獨구급차, 구급대원 5명이 함께 응급처치 가능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상황에 맞는 국내 119구급차 모형 개발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유가 있다. 국내 구급차의 96%는 ‘스타렉스’나 ‘스타리아’ 등 12인승 승합차를 활용한 소형차다. 앞뒤 길이가 5.12∼5.25m로 짧아 기도 확보와 심폐 소생 등 기본적인 응급처치조차 어려운 구조다. 지난달 19일 독일 함부르크시 아스클레피오스 병원을 오가는 구급차는 ‘달리는 응급실’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었다. 이 구급차는 내부가 높아 키가 185cm인 현지 의사가 들어가 똑바로 서 있어도 머리 위 공간이 남았다. 환자를 태웠을 경우 운전자 구급대원 의사 등 4, 5명이 동시에 구급차 안에서 응급처치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이 넓다. 구급차가 좁아 기도 삽관도 어려운 우리나라 구급차와는 달리 환자 침대 위쪽으로 두 사람은 앉을 수 있었다. 무전기와 약품 등을 수납할 공간도 충분했다. 독일 구급차도 20여 년 전에는 작고 낮아 불편함이 많았다. 하지만 소방당국은 응급환자의 원활한 치료를 위해 구급차의 크기를 키우기로 결정했다. 15인승 승합차나 대형 픽업트럭을 활용해 앞뒤 길이 6m 이상이다. 구급차 차체를 키우기로 결정하면서 응급구조사들이 새로 운전면허를 따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당국이 재교육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밀어붙였다. 위급한 환자를 안전하게 이동시키고, 구급대원의 부상을 막기 위해서다. 10년 차 응급구조사 플로리언 페일 씨(35)는 “응급환자를 심리적으로 안정시켜야 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럴 때도 넓은 구급차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캐나다 앨버타주는 매년 대형 구급차를 확충하고 있을 뿐 아니라 환자와 구급대원의 안전을 위한 내부 개조에도 힘쓰고 있다. 2019년엔 구급차 내에서 환자를 응급처치하다가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줄이기 위한 개조 작업을 대대적으로 단행했다. 1년 6개월간 구급대원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특수 시선 추적 고글 등 첨단장비를 활용한 결과였다. 그 덕에 환자 이송 중 사고로 인한 부상을 16% 줄일 수 있었다. 반면 우리나라 구급대원들은 비좁은 구급차로 인해 출동 중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구급대원 출신인 라이언 리 앨버타주 보건부 응급의료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국 내 구급차 1811대 중 1737대(96%)가 소형이라는 점에 대해 “이런 구조로는 기도 삽관뿐 아니라 다른 응급처치를 하기에도 매우 어렵다. 환자가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 일도 생기지 않기를 기도해야 할 것”이라며 “잘못됐다”고 말했다. 구급대가 제 역할을 하려면 이송 중 응급처치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에선 구급대원의 업무 범위가 14가지로 한정돼 있어 심근경색 환자의 심전도를 재지 못하고, 응급 분만 산모의 탯줄도 자를 수 없다. 반면 앨버타주에선 구급대원이 전문의약품 투약을 포함한 거의 모든 응급처치를 할 수 있다. 앨버타주 보건부 수석의료책임자 마크 매켄지 씨는 “환자가 반드시 응급실에 가야 할 상황이 아니라면 구급대원이 환자에게 진통제만 주고 돌려보냄으로써 응급실 과밀화까지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특별취재팀▽팀장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이지운 김소영 이문수 기자(이상 정책사회부)}

    • 2023-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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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는 돈-받는 돈’ 숫자 다 빠져… 정부, 국민연금 개혁안 ‘맹탕’

    정부가 국민연금의 ‘내는 돈’인 보험료율과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에 대한 구체적인 조정 방안이 빠진 개혁안을 발표했다. 특히 연금개혁 핵심인 보험료율 인상에 관한 숫자 없이 ‘연령별로 인상 속도를 다르게 하겠다’는 방향성만 제시했다. 연금개혁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내년 4월 총선 이후에야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열고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확정했다. 국민연금법에 따라 정부는 5년마다 국민연금 재정수지를 계산해 재정 전망과 보험료 조정, 기금 운영계획 등이 포함된 종합운영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점진적인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계획안에) 보험료율(현행 9%)과 소득대체율(현행 40%)에 대해서 확정적인 수치는 포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이어 “전문가, 경영계와 노동계, 세대별 의견이 다양한 만큼 특정안을 제시하기보다 공론화 과정을 통해 폭넓은 논의가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앞선 19일 정부 자문기구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는 △보험료율 인상(12∼18%) △소득대체율 인상(45∼50%)에 따른 재정 전망 △수급 개시 연령 상향(66∼68세) 등을 담은 최종 보고서를 복지부에 제출했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가 ‘단일안’을 결정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컸다. 이전 정부도 2018년 국회에 4개의 정부안을 제출하면서 연금개혁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날 보험료율 인상의 필요성을 인정했을 뿐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인상할지에 대해서는 제시하지 않은 것이다. 다만 조 장관은 “세대 간 형평성을 고려해서 인상 속도를 연령에 따라 차등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출범부터 1년 3개월간 이어온 개혁 논의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저출산 고령화로 국민연금 고갈 시계가 빨라진 상황에서, 정부마다 연금개혁을 ‘폭탄 돌리듯’ 미뤄 온 탓에 재정은 악화되고 있다. 3월 발표된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의 제5차 재정계산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현행대로 유지될 경우 연기금은 2041년부터 적자로 돌아선 뒤 2055년 고갈되는 것으로 예측됐다. 4차 추계(2018년)보다 2년 앞당겨진 수치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연금개혁을 미룰수록 미래 세대의 부담이 커짐에도 정부는 가장 핵심인 보험료율조차 빠진 무책임하고 우려스러운 개편안을 내놨다”고 말했다.“연금 ‘내는 돈’, 청년은 천천히-중장년 빨리 인상”… 로드맵은 없어 [국민연금 개편안]정부 개혁안 ‘맹탕’청년 20년-중년 5년간 인상 등 거론경제상황 따라 연금 자동조정 검토정부는 27일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발표하면서 “국민연금 개혁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금개혁의 핵심인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뿐만 아니라 연금을 ‘받는 나이’인 수급 개시 연령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조정 방안을 발표하지 않았다. 정부는 “수급 개시 연령 조정은 은퇴 후 소득 공백 확대를 감안해서 ‘고령자 계속고용 여건이 성숙된 이후’ 논의한다”고만 밝혔다. 시민단체인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이날 논평을 내고 “논의가 필요하다는 말만 반복되는 맹탕 개혁안”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는 현재 65세인 수급 개시 연령을 66세, 67세, 68세로 늦추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 보험료, 청년층 천천히-중장년층 빨리 인상 정부는 이날 구체적인 보험료율 인상 수치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 인상 속도를 ‘세대별로 다르게’ 적용하겠다는 방향성을 발표했다. 보험료율을 청년층에서는 천천히, 중장년층에서는 빠르게 올린다는 계획이다. 예를 들어 현재 9%인 보험료율을 앞으로 14%까지 5%포인트 올린다고 가정하면, 20대와 30대는 15∼20년에 걸쳐 인상하고 40대와 50대는 5년에 걸쳐 인상하는 식이라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이스란 복지부 연금정책관은 “집단심층면접(FGI)에서 청년들이 ‘우리는 많이 내고 덜 받는데, 기성세대는 조금 내고 많이 받는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보험료율 인상 속도를 차등화하는 것이 세대별 형평성과 공정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구체적으로 언제, 어떤 연령대에서, 인상 속도에 얼마나 차이를 둘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윤순 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은 “세대 간에 다양한 이해관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공론화 과정에서 구체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등 인상이 확정되면, 청년층보다 더 높은 보험료율이 적용되는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반발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보험료율 조정에 있어서 정부가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금 상황에서는 보험료율에 대한 논의를 구체적으로 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기 때문에 더 이상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 ‘일하는 노인’ 연금 안 깎는다정부는 이날 “‘자동안정화 장치’ 도입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평균수명이나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연금액이 자동으로 조정되도록 하는 장치로,일부 전문가가 재정안정화를 위해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독일, 프랑스 등은 자동안정화 장치를 통해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만큼 연금액을 자동으로 삭감하고 있다. 이번 정부 개편안에는 국민연금 가입자의 노후 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들도 일부 담겼다. 먼저 ‘연금 감액 제도’ 폐지가 추진된다. 지금까지 연금 수급자는 월 소득이 286만 원(올해 기준)을 넘으면 연금액이 일부 깎였다. 이 때문에 ‘일하는 노인’이 손해를 본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이 제도를 폐지하기로 한 것.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도 확대한다. 현재 지원 대상은 실업, 휴직 등으로 국민연금 납부 예외자가 됐다가 다시 납부를 재개하는 사람에 한정된다. 앞으로는 여기에 저소득 지역가입자를 추가하기로 했다. 현재 60세 미만인 의무가입 연령을 수급 개시 연령(65세)에 순차적으로 일치시키는 방안도 추진된다.● “연금 지급 보장, 법으로 명시 추진”정부는 국민연금 지급을 법으로 보장하는 ‘지급 보장 명문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미래에 기금이 고갈되면 연금을 받을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청년층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다. 이 연금정책관은 “구체적인 문구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국회와 논의할 때 국가 책임을 명확하게 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녀를 낳거나 군 복무를 하면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해 주는 ‘크레디트 제도’도 개선된다. 현재 출산 크레디트의 경우 둘째 아이는 12개월, 셋째 아이부터 18개월의 가입 기간이 인정된다. 앞으로는 첫째 아이부터 12개월씩 가입 기간을 인정하기로 했다. 군 복무 크레디트도 현재 복무 기간 중 6개월만 인정해 주는 것을 전체 복무 기간(18∼21개월)으로 늘린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3-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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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연금, 가입자 1명당 8000만원 빚진 셈

    현 세대가 국민연금을 받기 위해서 미래 세대가 떠안아야 할 부담을 뜻하는 ‘미적립부채’가 1735조 원에 달한다는 정부 기관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부는 2006년 이후로 이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정부 기관에서 추산 결과를 공개한 건 17년 만에 처음이다. 최근 공개된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연구원의 ‘국민연금 부채 산출 방법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12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부채, 즉 ‘가입자들에게 주기로 약속한 돈’은 4778조 원이었다. 국민연금의 자산, 즉 ‘가지고 있는 돈’은 3043조 원이었다. 부채에서 자산을 뺀 1735조 원이 미적립부채에 해당한다. 미적립부채란 국민연금 가입자가 받기로 되어 있는 연금 급여에서 가입자들이 납부할 보험료와 적립된 기금액을 뺀 차액이다. 이 부채가 크면 미래 세대가 세금이나 보험료를 더 많이 내 모자란 기금을 메워야 한다. 이 미적립부채를 현재 국민연금 가입자 수인 약 2200만 명으로 나누면 가입자 1명당 약 8000만 원의 ‘빚’을 떠안은 것과 다름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연구진은 “산출 방법 및 가정 등에 따라 (미적립부채의) 규모에 상당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를 재정평가지표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개념, 산출 방법, 적용 가정, 추정값의 불확실성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 및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2006년 연금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미적립부채 규모를 밝힌 이후 공식적으로 규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미적립부채는 연금 개혁이 전혀 이뤄지지 않을 경우를 가정한 추계로, 과도한 불안과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 주요한 이유였다. 하지만 국민연금연구원의 보고서를 최근 공개한 것은 ‘투명한 소통이 우선’이라는 학계 지적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미적립부채국민연금 가입자가 사망 시까지 받을 연금 급여에서 앞으로 납부할 보험료와 현재 적립돼 있는 기금액을 뺀 금액. 즉 ‘주기로 약속한 돈’에서 ‘가지고 있는 돈’을 뺀 금액. 미적립부채가 클수록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됐을 때 미래 세대가 세금이나 보험료로 메꿔야 할 금액이 크다는 뜻이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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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주 ‘600km 원격협진’ 시골 응급환자 살렸다

    병원이라기보다 증권거래소에 가까운 풍경이었다. 취재팀이 지난달 1일 방문한 호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WA) 로열 퍼스 병원의 ‘원격중환자실(HIVE)’ 중앙상황실에는 최신 의료기기도, 병상도, 환자도 없었다. 그 대신 3인 1조로 구성된 의료진들의 책상마다 8대의 모니터가 들어차 있었다. 화면은 환자의 심박, 혈압 등 각종 활력 징후와 검사 결과를 담은 차트와 그래프로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모니터 위로는 환자와 언제든 화상 진료를 할 수 있도록 카메라가 설치돼 있었다. HIVE는 의료진이 여러 병실에 흩어져 있는 환자들을 한 장소에서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상황에 맞는 처방을 내리는 일종의 비대면 진료 시스템이다. 최대 70명의 중증 입원 환자를 동시에 관리할 수 있다. HIVE가 특별한 건 단순히 이 병원에 입원한 중환자만 보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주도(州都) 퍼스 동남쪽 위성도시에 위치한 아마데일 병원, 동쪽으로 600km 떨어진 캘굴리 병원에 입원한 준중증 환자들도 WA주 최대 규모인 로열 퍼스 병원 의료진에게 원격으로 진료받는다. 두 병원은 100∼200병상 규모의 소형병원이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병원 간 협력을 통해 의료진이 부족한 지역 소형병원도 중증 환자를 돌볼 수 있게 한 것이다. 8월에도 캘굴리 병원 중증 응급환자 1명이 HIVE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졌다. 호주는 응급실에서도 원격 진료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캐나다에선 지역 내 병원들이 ‘원팀’을 이뤄 응급 환자를 수용할 최적의 의료기관을 최단 시간에 찾아낸다. 전원(轉院·병원을 옮김)이 필요한 환자가 발생하면 지역 내 병원들의 병상과 의료진 현황을 실시간 파악하고 있는 ‘전원·의료지도센터(RAAPID)’에서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는다. 모든 병원이 환자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는 기술을 갖추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정부가 19일 내놓은 필수의료 혁신 전략 발표 자료에는 ‘협진’과 ‘협력’이란 단어가 총 59번 등장했다. 국립대병원을 거점 의료기관으로 육성하고 지역 내 크고 작은 병원들과 연계를 강화해 서울 주요 대형병원인 ‘빅5’ 등 특정 병원으로 환자가 지나치게 쏠리는 현상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립대병원과 지역의료원 간 ‘필수의료 네트워크’를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병원 간 협력은 환자 ‘표류’의 원인인 지역의료 인력 및 인프라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필수 요건이다. 하지만 병원 간 무한경쟁을 통해 성장해 온 한국 의료체계에서 협력은 낯선 개념이다. 지금부터라도 ICT 등 가진 역량을 총동원해 치밀한 실행계획을 짜지 않으면 ‘협력 강화’는 공허한 구호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호주, 지역병원마다 ‘원격응급실’… 韓, 서울로 옮기다 ‘표류 사망’호주도 지방엔 의료진 부족 허덕원격진료시스템 구축해 공백 메워실시간 모니터링으로 대응 더 빨라韓, 병원 간 연결 안돼 ‘환자 표류’… 원격중환자실, 내년 시범사업 첫발 “전 국민에게 ‘평등하게 진료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앤드루 제이미슨 호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WA)주 지역의료국장은 호주가 원격 중환자실(HIVE·Health in a Virtual Environment) 같은 원격 협진 시스템을 도입한 목적이 지역 간 의료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호주는 한국보다 의사가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호주는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4.0명이다. 한국(2.6명)보다 50%가량 많은 수치지만, 호주에서도 지방에는 의료진이 모자란다. 광활한 땅덩이 곳곳에 인구가 수만 명 남짓한 소도시들이 뚝뚝 떨어져 있어 의사들이 지방 근무를 꺼리기 때문이다. 이런 지역에 있는 병원들은 24시간 전문의가 상주하지 못하고, 전공의와 진료 보조 인력(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 위주로 운영된다. 이 때문에 큰 병원에서 원격 진료를 제공하지 않으면 중증 병상을 운영하기 어렵다.● 지역 중환자실·응급실, 큰 병원서 ‘원격 협진’중증 입원 환자는 기본적으로 의료진이 24시간 곁을 지켜야 한다. 길게는 2시간, 짧게는 15분 단위로 환자의 상태를 확인해 적절한 처방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 소형 병원들은 이러한 ‘밀착 케어’를 하기에는 인력이 부족하다. 그 역할을 HIVE 중앙상황실에서 대신하고 있다. 그랜트 워터러 WA주 보건부 선임의학고문은 “HIVE를 통해 많은 중증 환자가 집 근처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대형 병원 중환자실은 최중증 환자 위주로 받을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HIVE 중앙상황실의 모니터에는 모든 환자의 심박과 혈압, 산소포화도 등 기본적인 활력 징후가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혈액검사 결과와 전자의무기록(EMR) 등 상세 정보도 클릭 한 번으로 확인할 수 있다. HIVE 시스템에 탑재된 인공지능(AI)이 각 환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증세 악화를 감지하는 즉시 의료진이 이를 놓치지 않도록 알람을 울려 준다. 원격 중환자실은 일반적인 중환자실보다 더 뛰어난 치료 성과를 내고 있기도 하다. 의료진이 병상을 오갈 필요 없이 앉은 자리에서 모든 환자를 모니터링할 수 있어 상태 악화에 더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HIVE 시스템을 개발한 필립스에 따르면 HIVE와 같은 원격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는 일반 중환자실 환자에 비해 입원 기간이 30%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WA주는 HIVE 외에 원격 응급실(ETS·Emergency Telehealth Service)도 운영하고 있다. 응급의학 전문의들이 24시간 교대 근무하며 지역 병원 응급실에 원격 진료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WA주에는 지역 병원이 90곳 있는데, 모두 응급실에 원격 진료가 가능한 전용 병상을 갖추고 있다. 8월 캘굴리 병원에 교통사고를 당한 35세 남성이 실려 왔다. 갈비뼈가 부러지며 폐를 찔러 외상성 기흉이 생긴 환자였다. 의료진은 흉곽에 찬 공기를 빼기 위해 튜브를 삽입한 뒤 환자를 준중환자실로 옮겼다. 그런데 튜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했고 환자의 늑막 압력이 높아지며 조금만 지체돼도 호흡 곤란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 닥쳤다. 당시 캘굴리 병원엔 이를 처치할 수 있는 외과 전문의가 없었지만, HIVE를 통해 중증 외상 전문의의 지도를 받아 환자를 살려낼 수 있었다. 얼리샤 미철래니 캘굴리 병원장은 “HIVE가 없었다면 환자를 비행기에 태워 퍼스로 보내야 했을 텐데, 그사이 상태가 더 악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격 응급실을 통해 응급 환자의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다는 뜻이다. WA주에서 가장 외진 곳에 있는 쿠누누라 병원은 퍼스에서 약 3000km 떨어져 있는데, 환자 이송용 비행기를 띄워도 3시간 30분이 걸리는 거리다. 구급차로는 쉬지 않고 달려도 34시간이 걸린다.● 상급 병원 포화 해소해 ‘표류’ 막을 대안이러한 호주의 원격 협진 사례는 한국의 지역의료원 문제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전국 35개 지역의료원은 중환자실 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전담 인력이 부족해 대부분 가동률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에 환자 상태가 조금만 나빠져도 큰 병원으로 옮겨져 상급 종합병원 중환자실이 포화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의료 인프라가 있는데도 병원 간 협력하는 시스템이 없다 보니 벌어지는 일이다. 상급 병원 중환자실 포화는 중증·응급 환자 ‘표류’의 원인이 된다. 중환자실에 자리가 없으면 응급실에 자리가 있더라도 이 환자들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 5월 말 경기 용인시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74세 구모 씨가 138분간 표류하다가 숨졌다. 당시 구급대가 연락한 인근 권역외상센터 3곳은 모두 중환자실이 부족해 이 환자를 받지 못했다. 구 씨처럼 지역 병원에 중환자실이 없어 서울 등 먼 병원으로 옮겨지다 골든타임을 놓치는 응급 환자가 적지 않다. 경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응급실이 환자를 받지 못한 사유 중 7.1%가 ‘중환자실 부족’이었다. 이를 막기 위해 한국에서도 원격 중환자실 시범사업이 첫걸음을 떼고 있다. 경기도에선 내년부터 이천, 안성, 포천의료원이 원격 중환자실 운영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분당서울대병원이 중앙 상황실 역할을 맡아 24시간 모니터링을 제공하게 된다. 인천의료원도 인하대병원과 연계해 내년부터 원격 중환자실을 운영하기로 했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은 “큰 수술은 대학병원에서 받더라도 경과는 지역의료원의 원격 중환자실에서 지켜보면 된다. 언제든 수술을 담당한 대학병원 교수와 협진할 수 있으니 환자도, 의료진도 마음이 놓일 것”이라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퍼스, 캘거리=특별취재팀특별취재팀▽팀장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이지운 김소영 이문수 기자(이상 정책사회부)}

    • 202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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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여건 갖춘 국립대 의대-미니 의대 24곳부터 정원 확대 유력

    정부가 2025학년도에 ‘미니 의대’와 지역 국립대 의대부터 정원을 늘리기로 한 가운데 전국 40개 의대를 상대로 11월 22일까지 신입생 수요 조사와 교육 여건 점검을 마치기로 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지역 의대 신설 요구가 빗발치고 있지만 의사 확충의 시급성을 감안해 기존 의대부터 규모를 키우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이다. 이날 발표한 일정대로라면 올해 안에 정원 규모가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 “의사 확충 시급성 감안해 기존 의대부터 증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6일 ‘지역 및 필수의료 혁신 이행을 위한 추진 계획’ 브리핑에서 “의사 인력 확충의 시급성을 감안해 2025학년도 정원은 증원 여력이 있는 기존 대학을 중심으로 우선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의대 입학 정원 확대 방침을 발표한 데 이어 향후 일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밝힌 것. 복지부는 늘어날 의대 정원을 50명 미만 규모의 ‘미니 의대’와 국립대 의대 등 24곳을 중심으로 배분한다는 기존 방향성을 재확인했다. 조 장관은 전날 국회에서 “교육의 질과 효율성을 위해 의대 1곳당 정원이 최소 80명은 돼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을 전한 바 있다.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역 완결적 필수의료 체계가 달성되려면 국립대 의대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우선순위에 두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니 의대 17곳 가운데 정원이 40명에 불과하면서 지역 내에 다른 의대가 없는 울산대와 제주대의 경우 정원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원이 50명 이상인 국립대 의대 7곳 중에서는 광주와 전남을 아울러 유일한 국립대 의대인 전남대(125명) 등이 규모를 확장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미니 의대의 정원이 전부 80명 이상으로 늘어나고, 다른 국립대 의대에도 새 정원이 분배되면 전체 증원 규모는 500명을 훌쩍 넘게 된다. 복지부가 기존 의대의 규모를 먼저 키우기로 한 건 의사 양성에 걸리는 기간을 감안할 때 인력 확충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2035년경 최소 1만 명의 의사가 부족해진다고 예측한다.● “4주 안에 의대 현장 점검까지 완료” 지역 의대 신설 요구에 대해선 지역 내 의료 수요와 역량을 고려해 별도로 검토하기로 했다. 신설을 위한 준비 작업과 절차에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만큼 당장 의대 정원에 반영하지는 않고 필요성을 판단하겠다는 뜻이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자칫 의대 정원 문제가 정치적 이슈로 변질될 것을 막기 위한 결정으로도 풀이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의대 입학 정원을 1000명 이상 늘리고 지역 공공의대를 세우라고 촉구했다. 복지부는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의학전문대학원을 신설할지, 별도 전형으로 선발한 의대생이 졸업 후 일정 기간 지역에서 의무적으로 진료하게 하는 ‘지역의사제’를 도입할지 등에 대해서도 확답하지 않았다. 정 보건의료정책관은 “의과학 분야 인재가 훌륭한 의사과학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해 가겠다”며 “지역의사제를 도입할지와 별개로 지역인재 (선발) 전형 확대와 의료 취약지 근무 지원 등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26일부터 교육부와 함께 각 대학의 증원 수요를 조사한 뒤 ‘의학교육점검반’을 꾸려 의대 현장의 교육 여력을 점검하기로 했다. 이 모든 과정을 4주 안에 마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증원 수요는 있지만 교수와 강의실, 연구실 등 교육 역량을 갖추지 못한 곳은 대학의 투자계획 이행 여부를 확인해서 2026학년도 이후 단계적으로 증원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의대 정원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의료계와 지속적으로 대화하는 한편 늘어날 의사가 지역·필수의료로 유입되도록 각종 정책 패키지도 함께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의대 정원이 정치적 논리에 따라 결정될 것을 우려하면서도 정부와의 논의에 최선을 다해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의협은 “정부가 밝힌 ‘의대 정원 수요 조사’ 계획은 자칫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정치인 등에 따라 왜곡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각 의대의 교육 여건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고, 필수의료 분야 종사자에 대한 법적 책임 완화와 합당한 대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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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獨, 중증 환자만 대형병원 응급실 이송

    ‘심장마비·외상→ 귀터슬로 병원→ 녹색(치료 가능한 의료진 및 병상 있음).’ 지난달 22일 독일 서부 귀터슬로시 중앙구조관리국 상황실에 들어서자 중앙에 설치된 대형 화면이 먼저 보였다. 심장마비나 외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비롯한 각 질환별로 어느 병원에 현재 이를 치료할 의료진이 있는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병원 및 환자 이송 관리 시스템’이다. 이 화면에는 응급환자들이 탄 구급차가 어느 병원으로 가고 있는지 동선이 떴고, 심지어 상황실 아래 18대의 구급차 중 어떤 구급차가 현재 수리 중인지도 알 수 있었다. 상황실 직원 4명이 이 화면을 보며 분주히 통화를 했다. 독일 중앙구조관리국은 우리나라 소방재난본부에 해당한다. 이날 방문한 귀터슬로시 중앙구조관리국은 지역 주민 37만5000명을 대상으로 연평균 360여 건의 중증 응급환자 이송을 처리한다. 안스가어 칸터 귀터슬로 중앙구조관리국 센터장은 “응급환자 발생 시 환자 정보를 관할 지역 내 10곳이 넘는 병원과 구급차 18대에 빠르게 전파하고, 8∼12분 내로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한다”고 말했다. 기자가 이런 설명을 듣는 동안에도 ‘병원 및 환자 이송 관리 시스템’에 응급환자가 발생했다는 표시가 떴다. 응급환자의 가족이 112(우리나라의 119)로 전화를 걸었고, 곧바로 중앙구조관리국 상황실로 연결됐다. 심장마비 환자였다. 직원은 환자의 상태와 위치 등을 묻고 응급처치법을 조언하며 안심시켰다. 그사이 응급현장에 구급차가 도착했다. 응급구조사가 현장에서 보낸 환자 정보를 토대로 중증인지, 경증인지를 파악했다. 마침 환자의 집에서 가까운 귀터슬로 병원에 심장마비 환자를 치료할 병상과 의사가 모두 있었다. 환자를 실은 구급차는 바로 출발했다. 중앙구조관리국은 환자의 응급도를 엄격히 구분해 꼭 필요한 환자만 대형병원으로 보낸다. 나머지는 소형병원에서 진료를 받게 한다. 이 때문에 중증 응급환자의 진료가 지연되는 일이 드물다. 독일 전역에는 이러한 중앙구조관리국이 주민 10만∼60만 명당 한 곳씩 설치돼 응급환자 이송을 돕는다. 내과 전문의 볼프강 슈미트 씨는 “중앙구조관리국이 지역 내 병상이나 의료진을 관리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한국과 같은 ‘응급실 뺑뺑이’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국내 응급의료의 큰 문제 중 하나는 ‘응급실 과밀화’다. 중증환자와 경증환자, 보호자가 뒤섞여 시장통을 방불케 한다. 이는 컨트롤타워 없이 현장에서 임기응변으로 대응해야 하는 응급의료 시스템에 기인한다. 거리를 달리는 구급차 안에서 구급대원이 직접 전화를 돌려가며 환자를 수용해줄 병원을 찾다 보니 효과적으로 환자를 배분하기는 불가능하다. 또 구급대원이 이송하는 환자의 중증도를 판단했더라도 환자가 대형병원을 가겠다고 하면 거부하기가 어려운 구조다.獨, 컨트롤타워 허락 없인 응급실 못가… 韓, 환자 절반이 경증 獨 컨트롤타워, 최적 병원 찾아 안내병원, 환자도착 10분전 치료준비 마쳐韓, 구급대원이 환자분류-병원 문의‘경증, 응급실 이용 제한’ 진척 없어 ‘너무 늦게 발견한 건 아닐까.’ 지난달 21일 독일 귀터슬로시에서 만난 안드레 슈뢰더 씨(59)는 어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졌던 사연을 들려주며 연신 가슴을 쓸어내렸다. 5월 어머니 집을 찾았다가 바닥에 누워 있는 어머니를 발견했고, 독일 긴급구조 번호인 112(우리나라의 119)에 전화를 걸었다. 구급차는 도착하자마자 어머니가 사는 귀터슬로시 할레 지역에서 약 24km 떨어진 빌레펠트 시내 병원으로 내달렸다. 도시 외곽 지역인 할레는 주변에 병원이 부족한 의료 낙후 지역에 속한다. 하지만 독일의 중앙구조관리국의 신속한 안내로 어머니를 살릴 수 있었다. ● 응급실 ‘컨트롤타워’ 둔 셈 독일의 중앙구조관리국이 슈뢰더 씨의 어머니를 ‘골든타임’ 내에 이송할 수 있었던 건 지역 내 응급실을 관리하는 ‘컨트롤타워’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중앙구조관리국 상황실에선 관할 지역 내 응급실 병상 수뿐 아니라 증상별로 처치할 수 있는 의료진의 근무 여부, 배치된 구급차의 이동 상황까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중앙구조관리국 상황실 직원은 응급구조사가 업데이트하는 환자의 상태를 보면서 인근 병원 병상 현황과 의료진 근무 여부를 확인해 ‘최적의 병원’으로 이송시킨다. 일단 구급차를 탄 환자는 어느 병원으로 갈지, 응급실에 갈지 등을 선택할 수 없고 중앙구조관리국의 안내에 따라야 한다. 병원과의 유기적인 협력도 이뤄진다. 안스가어 칸터 귀터슬로시 중앙구조관리국 센터장은 “환자를 어느 병원, 어느 의사에게 보낼지 결정하고 병원에 이를 공유하면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기 최소 10분 전에는 응급처치 및 치료 준비를 끝낸다”고 말했다. ● 중-경증 환자 분류로 응급실은 평온 병원에서도 환자 이송 전 중앙구조관리국이 △중증 △1차 처치가 필요한 중증 △경증 △도움이 필요한 환자(제 발로 걸어 들어온 환자)로 나눈 것에 맞춰 철저히 진료 동선을 분류하고 중증·응급환자부터 진료한다. 지난달 19일 찾은 함부르크시 아스클레피오스 병원 응급실에는 당뇨병 환자인 중년 여성이 발이 퉁퉁 부은 채로 구급차에 실려 왔다. 경증환자 전용 통로로 들어온 이 환자는 미리 대기 중이던 의료진의 진찰을 받고 10여 분간 통로에 대기했다가 경증환자 치료실로 이동했다. 이런 엄격한 환자 분류로 응급실은 붐비지 않았고, 중증환자가 먼저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아스클레피오스 병원 응급실 토비아스 슈트라파타스 총책임자는 “중앙구조관리국은 어느 병원에서 환자가 빠르게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한다”고 말했다. 또 중앙구조관리국이 환자를 보냈다면 독일 병원은 반드시 환자에게 1차 응급처치를 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이 병원 응급실 토비아스 셰퍼 부과장은 “중앙구조관리국에서 넘어온 환자의 1차 응급처치는 병상이 있든, 없든 간에 의무”라고 말했다.● 구급대원이 ‘컨트롤타워’부터 운전-응급처치 다 하는 한국 독일과 달리 우리나라 응급실은 항상 포화 상태다. 중앙응급의료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증환자를 치료하는 권역 및 지역응급의료센터를 방문한 환자는 525만171명이다. 그중 249만9728명(47.6%)이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도구(KTAS)에서 가장 낮은 4, 5단계로 평가됐다. 증상이 경미하거나 아예 응급한 상태조차 아니었다는 뜻이다. 이런 환자들로 대형병원 응급실은 늘 ‘북새통’이다. 독일의 중앙구조관리국이 중증-경증 환자를 분류해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안내하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중증-경증 환자를 분류한다. 문제는 구급대원이 현장에서 운전, 응급처치를 하면서 동시에 환자 분류를 하고 전체 병상과 의료진 상황을 파악하는 ‘컨트롤타워’가 돼야 한다는 점이다. 구급대원들이 수십 통의 전화를 걸어 병상과 의사를 찾는 상황에서 체계적인 이송이 이뤄질 리 없다. 3월 19일 ‘대구 여학생 표류’ 사건 당시 응급환자 정보 공유 시스템의 부재로 경북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 중증 응급환자 3명이 동시에 몰렸던 것처럼 말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2018년 12월 ‘제3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에 “권역응급의료센터에 경증환자의 방문을 억제하는 시범사업을 벌이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올 5월에는 정부·여당이 다시 “경증환자의 대형병원 응급실 이용을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 이후 진척은 더디고, 느리다. ※ 이 기사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귀터슬로=특별취재팀▽팀장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이지운 김소영 이문수 기자(이상 정책사회부)}

    • 2023-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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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캐나다, 구급대원에 ‘경증환자 응급실 이송 거부’ 재량권

    12일 캐나다 앨버타주 에드먼턴시 중심가에 자리한 앨버타대 병원 응급실 앞. 5분에 1명꼴로 환자가 구급차에 실려왔다. 하나같이 심각한 상처를 입거나 의식이 분명치 않았다. 지난해 앨버타주에서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을 찾은 환자 가운데 입원이 필요 없는 경증 사례는 약 10%에 불과했다. 이는 앨버타주 구급대원이 경증 환자의 응급실 이송을 사실상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급대원 출신인 이언 블랜차드 앨버타주 보건부 응급의료연구소장은 “응급환자이송지침(ATR)이 상세하고, 이를 토대로 이송했다면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형병원 응급실 환자 절반이 경증인 한국과 가장 대비되는 지점이다. 국내에선 일부 경증 환자가 119 구급차를 택시처럼 이용하거나 대형병원 응급실로 이송해 달라고 요구해도 구급대원이 이를 거부하기 어렵다. 앨버타주는 매년 응급환자의 최종 치료 결과를 분석해 ATR을 개정하고 있다. 최신 ATR에 따르면 저혈당 환자가 다른 증상 없이 어지럼증만 호소하면 동네의원 외래 진료를 안내해도 된다. 이런 환자 대다수가 별다른 처치 없이 회복했다는 분석을 반영한 것이다. 2016년 개정된 ‘보건인력법’에 따라 구급대원이 현장에서 최선의 판단을 내렸다면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블랜차드 소장은 한국의 상황에 대해 “한국에도 (환자 치료 결과) 자료가 있지 않나. 왜 그걸 활용해 구급대원에게 권한을 주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앨버타주에선 현장 구급대원이 환자의 상태를 판단하기 어려울 때 최적의 이송 기관을 선정해주는 조직이 있다는 점도 한국과 다른 점이다. 앨버타주는 2009년부터 모든 구급차를 보건부 산하로 통합해 구급센터가 빈 병상을 찾아주고 있다. 에디 랭 캘거리대 의대 응급의학과 교수(앨버타주 보건부 응급의료과장)는 “우리(앨버타주)도 20년 전에는 응급환자가 거리를 떠돌다가 사망하는 일이 있었지만 실시간 연계 시스템을 만든 뒤 달라졌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특별취재팀▽팀장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이지운 김소영 이문수 기자(이상 정책사회부)}

    • 2023-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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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대학병원 응급실, 입구부터 중증-경증 나눠 설치

    지난달 12일 찾은 일본 오사카부 히라카타시의 간사이대 의대 고도구급구명센터(응급실). 대학병원 응급실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차분하고 조용했다. 응급실에 온 환자들이 초기 치료를 받는 공간에는 ‘초료(初療)’라는 글자가 붙은 침대가 3개뿐이었다. 이 중 1개 침대에만 대퇴골 골절로 실려온 환자가 누워 있었다. 나머지는 비어 있었다. 일본 대학병원은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갈 수 있는 응급실을 철저히 분리해 ‘응급실 과밀화’를 막는다. 간사이대 의대 고도구급구명센터는 입구부터 둘로 나뉘어 있다. 왼쪽 입구는 심정지, 외상, 뇌졸중 등 중증 응급환자를 실은 구급차만 들어갈 수 있는 ‘구급차 전용’이다. 오른쪽 입구는 구급차 대신 걸어서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이 가는 ‘구급 외래 전용’이다. 구급 외래 전용 입구로 들어온 환자들이 필요한 진료를 받는 공간이 따로 있어 구급차를 타고 온 환자들과 섞이지 않는다. 일본은 구급차에 탄 환자의 이송 병원을 선정할 때 구급대원의 판단을 존중한다. 한국처럼 경증환자가 무작정 대형병원 응급실로 이송해 달라고 요구해도 들어주지 않는다. 구급대원은 지역별로 지방정부, 소방, 병원이 함께 참여한 협의체에서 만든 ‘이송·수용 규칙’을 따른다. 고쿠시칸대 의대 다나카 히데하루 응급의학과 교수는 “뇌출혈, 화상, 절단, 심정지 환자 등은 대학병원 응급실 같은 3차 병원으로, 맹장염 폐렴 복통 구토 환자 등은 2차 병원 응급실로 보낸다”고 설명했다. 다나카 교수는 “동네 의원급 의료기관은 당번을 짜서 야간에 발생한 심한 감기 환자 등을 수용한다”고 말했다. 경증환자가 무작정 119를 부르지 않을 수 있는 이유다. ※ 이 기사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특별취재팀▽팀장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이지운 김소영 이문수 기자(이상 정책사회부)}

    • 2023-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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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규홍 “50명 이하 의대, 최소 80명은 돼야… 정원 관련 전문가 의견 대통령께 보고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5일 “의대 1곳당 학생 정원이 최소 80명 이상은 돼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전국 40개 의대 중 입학 정원이 50명 이하인 일명 ‘미니 의대’는 총 17곳이다. 이 의대들의 정원이 모두 80명까지 늘어난다면 전체 의대 정원은 최소 510명 이상 늘어나게 된다. 조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종합감사에서 “정원이 50명 이하인 의대는 학교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어렵고 교육의 질도 낮아질 수 있다”며 ‘미니 의대’ 입학 정원 확대는 정부 방침 중 하나라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의대 신설에 대한 정부의 프로세스를 별도로 가동한다고 약속할 수 있냐”는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서는 “그렇다”며 의대 신설 논의 가능성을 일부 열어뒀다. 현재 의대 신설을 원하는 대학은 11곳에 달한다. 다만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 신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조 장관은 의대 정원 일부를 별도로 선발하고 장학금을 주되, 일정 기간 의료 취약지에서 의무 근무하게 하는 ‘지역의사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조 장관은 “(과거부터 지역의사제에 대한) 의료계의 강한 반발이 있었다”며 “의사가 의료 취약지에서 근무할 수 있게 하는 제도 방안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지역의사제는)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잘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의대 설립에 대해서도 “지역에 의사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공공의대를 별도로 설립할지 아니면 국립대 의대를 통해 지역 의사를 양성할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또 장기적으로 기초연금의 대상자를 줄이고 액수를 높여야 한다는 제안이 담긴 기초연금 적정성 평가위원회 보고서에 대해서는 “전혀 검토한 바 없다. 정부는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은 “국내 119 구급차가 소형이라 공간이 비좁아 머리맡에서 환자의 기도를 확보하거나 여러 명이 응급처치를 하기 어렵다”(본보 7월 31일자 A1·3면 참조)며 “응급환자 이송에 최적화된 구급차에 대한 연구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조 장관은 “그렇게 하겠다”고 밝혔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3-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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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표류환자 받을 때까지 모든 병원에 경보

    ‘깡! 깡! 깡!’ 이달 6일 오후 7시 20분. 일본 오사카부 스이타시에 자리한 오사카대 의대 부속병원 고도구급구명센터(응급실) 내에서 크고 날카로운 경보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다. 응급실에 있던 의료진과 환자 모두가 돌아볼 정도로 큰 소리였다. 이 알람은 오사카부에서 한 응급환자가 구급차에 탄 채로 30분 넘게 갈 병원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는 상황임을 알리는 소리였다. 알람이 울리자마자 의료진 책상에 놓인 단말기에는 현장에 출동했던 구급대원이 입력한 환자의 주요 증상과 혈압, 맥박, 산소포화도 등의 바이털 사인(활력 징후)이 바로 떴다. 응급실 의료진은 이 정보를 토대로 환자를 수용할지 여부를 이 단말기에 입력했다. 그제야 알람은 잦아들었다. 알람이 울리고 의료진이 결정을 내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1분이었다. 오사카대 의대 부속병원에서는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 이 환자는 다른 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치료받았다. 응급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해 구급차로 ‘뺑뺑이’를 돌고 있을 때 인근 병원의 모든 응급실에 알람을 울리는 이 시스템의 명칭은 ‘마못테(まもって) 네트워크’다. ‘마못테’란 일본어로 ‘지켜줘’라는 뜻이다. ‘지금 환자가 갈 병원을 찾지 못하고 있다. 1분 1초가 급한 상황이니 어느 병원이든 이 환자를 받아서 생명을 지켜달라’고 외치는 셈이다. 이는 구급대원이 병원 수십 곳에 일일이 전화해 환자의 상태를 설명하면서 수용 여부를 문의해야 하는 한국의 응급환자 이송 과정과는 확연히 달랐다. 올해 3월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보도한 ‘표류, 생사의 경계에서 떠돌다’에서 뇌출혈 환자인 이준규 군(13)은 8개 병원에서 ‘수용 곤란’ 답변을 받으면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채 228분을 표류했다. 다리가 골절된 박종열 씨(39)는 23개 병원에서 수용 곤란 통보를 받고 378분을 떠돌다 다리를 잃었다. 생사(生死)를 헤매는 환자의 골든타임은 구급대원이 전화를 돌리는 사이 흘러가 버렸다. 일본도 한국처럼 필수의료 분야의 의사가 부족한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난달 11∼15일 기자가 오사카부 현지에서 만나거나, 이달 3∼18일 화상, 이메일 등을 통해 인터뷰한 의료진들은 “응급환자가 병원을 찾아 ‘표류’하는 일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 병원 고도구급구명센터장을 맡고 있는 오다 준 응급의학과 교수는 “응급환자를 빠르게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도록, 마못테 네트워크와 같은 기술을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환자가 구급차 뺑뺑이를 도는 일이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日, 앱에 이송 가능 병원 자동표시… 韓, 구급대원이 일일이 전화日, 구급대원이 환자증상 입력하면이송 병원 거리순으로 즉시 파악韓, 이달 발표 필수의료 개선책에도‘구급차-병원 연결 시스템’은 빠져 지난달 13일 오사카대 의대 부속병원 고도구급구명센터(응급실). 이곳에 실려 온 중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는 응급중환자실 안에 들어서자, 의료진 책상 위에 놓인 태블릿PC 크기의 검은색 단말기가 보였다. 이 단말기에는 ‘마못테(まもって) 네트워크’라고 적혀 있었다. 오다 준 응급의학과 교수는 “응급중환자실과 간호사 스테이션에 마못테 단말기가 1대씩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오사카부의 구급대원은 응급환자 수용 요청을 병원 4곳이 거절하거나 갈 병원을 30분 이상 찾지 못하면 이 마못테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다. 구급대원이 마못테 네트워크에 환자의 주요 증상 등을 입력하면 단말기에서 알람이 크게 울리는 동시에 해당 환자에 대한 정보가 뜬다. ● 경보 울리는 일본 vs 전화 돌리는 한국환자의 정보를 보고 병원은 ‘수용 가능’ 또는 ‘불가능’ 버튼 중 하나를 누른다. 병원이 버튼을 누를 때까지 알람은 계속 울린다. 이 병원 나카오 슌이치로 응급의학과 의사는 “알람이 요란하게 울려 응급환자 수용 요청을 놓치는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2008년 처음 도입된 마못테 네트워크는 ‘구급차 뺑뺑이’라는 위기 상황에 처한 응급환자의 존재를 오사카부 전체 병원에 동시에 알리는 시스템이다. 구급대원이 응급환자의 수용 가능 여부를 병원에 한 번에 ‘일 대 다(多)’로 문의하는 셈이다. 그중 한 곳이라도 수용 가능 버튼을 누르면 환자는 더 이상 표류하지 않을 수 있다. 반면, 한국은 구급대원이 환자의 수용 가능 여부를 병원에 ‘일 대 일’로 문의한다. 병원에 전화를 걸어 환자의 상태를 설명하고, 수용 여부를 묻는 과정을 환자를 받는 병원이 나올 때까지 반복한다. 그 사이 응급환자의 골든타임은 계속해서 흘러간다. 게다가 한국의 구급대원은 시시각각 변하는 응급실 상황을 바로 인지하기가 어렵다. ‘수용이 어렵다’고 통보했던 A병원에 구급대원이 다른 병원에 차례로 전화를 돌리는 동안 환자를 받을 여력이 생기더라도, 다시 A병원에 전화하기 전까지는 그 사실을 알 수가 없다. ● 환자 증상 입력→이송할 병원 자동 표시오사카부는 마못테 네트워크를 울리기 전에 구급대원이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빠르게 정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환자의 증상을 입력하면 현재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순으로 병원 목록이 자동으로 뜹니다.” 지난달 12일 일본 오사카부 히라카타시의 간사이대 의대 부속병원 고도구급구명센터에서 만난 가지노 겐타로 응급의학과 교수는 구급대원이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소개했다. 2013년 도입된 오리온(ORION·Osaka emergency information Research Intelligent Operation Network system)이다. 이 앱을 켜자 환자의 성별, 나이, 주요 증상 등을 입력하는 화면이 떴다. 흉통을 호소하는 환자라면 심장병 병력 및 호흡 곤란 여부 등을 입력하는 식이다. 입력이 끝나자 환자의 증상과 정보, 현재 위치를 기반으로 이송할 수 있는 병원 목록이 거리순으로 떴다. 이 같은 정보를 바탕으로 구급대원은 병원에 전화를 걸어 환자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있었다. 구급대원이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정하는 과정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이 과정이 구급대원의 ‘머릿속’에서 이뤄진다. 구급대원이 사전에 숙지한 각 병원의 위치와 병원별로 치료가 가능한 진료과목을 바탕으로 전화를 걸 병원을 직접 추리고 있다. ●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한국일본보다 정보기술(IT)이 발달한 한국에서 왜 이런 시스템을 쓰지 않을까. 정부가 이달 19일 발표한 필수의료 혁신전략에도 구급차와 병원을 빠르게 연결할 수 있는 시스템에 관한 내용은 빠져 있다. 국내서도 마못테 네트워크와 유사한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시도했지만, 끝내 시행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2019년 운영됐던 응급의료체계 개선 협의체서는 구급대원의 환자 이송을 병원 2곳이 거절하면, 시도 119 종합상황실이 단체 메신저로 인근 응급실에 수용 요청을 보내는 방안이 논의됐다. 만약 환자를 받겠다는 응급실이 없으면 지역에서 가장 큰 응급실로 일단 이송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됐다. 하지만 의료계는 소방의 무분별한 이송을, 소방당국은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환자의 정보를 병원과 실시간으로 연동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면서 결국 최종 보고서에서 빠졌다. 오리온 같은 시스템을 개발할 능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송경준 보라매병원 공공부원장(응급의학과 교수)은 “이송할 병원의 목록을 추려내는 건 사람보다 컴퓨터가 훨씬 더 잘한다”며 “그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도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6월부터 충북도가 국토교통부 지원사업으로 오리온 시스템과 유사한 자동화 시스템인 ‘스마트 응급의료 시스템’을 개발해 운용하고 있다. 충북스마트시티챌린지 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김상철 충북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환자 이송 단계에서 병원과 소방 사이의 적극적인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시스템 구축을 위한 정부나 지자체의 재정적인 지원도 충분히 뒷받침돼야 민간 병원의 참여도 늘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이 기사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오사카=특별취재팀특별취재팀▽팀장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이지운 김소영 이문수 기자(이상 정책사회부)}

    • 2023-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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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도 15년전 ‘표류’ 속출… 당번병원이 응급환자 무조건 받는 ‘도쿄룰’ 도입

    “일본 도쿄에는 구급대원의 응급환자 수용 요청을 병원 5곳이 거절하거나 갈 병원을 30분 이상 찾지 못하는 경우에 대비해서 당번 병원을 정해 반드시 응급환자를 수용하도록 하는 ‘도쿄 룰’이 있습니다.” 도쿄 고구시칸대 의대 다나카 히데하루 응급의학과 교수는 “15년 전 ‘구급차 뺑뺑이’로 응급환자들이 연이어 사망하면서 도쿄 룰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당번 병원은 ‘표류’ 환자를 받기 위해 미리 병상을 비워둬야 한다. 당번 병원이 환자를 받으면 정부에서 수가(건강보험에서 병원에 주는 진료비)를 지급한다. 일본도 처음부터 중증·응급환자 병원 이송 시스템이 지금처럼 잘 갖춰진 것은 아니었다. 일본에도 ‘구급차 뺑뺑이’와 같은 의미의 ‘구급차 다라이마와시(たらい回し·대야 돌리기)’라는 표현이 있다. 하지만 2008년 도쿄에서 구급차에 탄 임산부가 8개 병원에서 수용 곤란 통보를 받은 뒤 뇌출혈로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의료계와 협력해 응급의료체계 개혁에 나섰다. 같은 해 도쿄의 자택에서 흉통을 호소하던 90대 여성이 11개 병원에서 수용을 거부당해 사망한 일도 있었다. 당시 일본 응급의학회는 성명서를 통해 “일반적인 질병을 앓고 있는 응급환자들도 ‘구급차 뺑뺑이’를 당하고 있다. 그야말로 ‘응급의료 난민’이라고 불러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후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대책 마련을 촉구했고, 정부가 화답하면서 지금의 응급의료체계가 구축됐다. 일본은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의료기관, 소방이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가 발달돼 있다. 이 협의체에서 지역별 특성에 맞게 응급의료체계를 만들어 시행한다. 오사카부의 마못테 네트워크와 오리온 시스템, 도쿄도의 도쿄 룰 등이 그 예다. 지난달 12일 만난 간사이대 의대 부속병원 가지노 겐타로 응급의학과 교수는 “협의체에서 함께 응급환자 이송 규칙을 정하고 이송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평가도 내린다”고 말했다. 이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2008년과 2013년, 마못테 네트워크와 오리온 시스템이 각각 도입될 때도 반발이 있었다. 지금의 한국에서처럼 의료계는 소방의 무분별한 이송을, 소방은 환자의 정보를 병원과 연동하는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구급차 뺑뺑이로 사망하는 환자가 더 이상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대의를 위해 일본 소방당국과 의료계는 뜻을 모았다. 오사카대 의대 부속병원 가타야마 유스케 응급의학과 의사는 “소방과 병원의 합의가 이뤄진 지역부터 먼저 시스템을 도입하고 점차 오사카부 전역으로 확대됐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특별취재팀▽팀장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이지운 김소영 이문수 기자(이상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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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보다 의사 1.7배 많은 獨, 의사들이 “더 늘려라”

    지난달 19일 오전 독일 함부르크시 아스클레피오스 병원 응급실. 발작 증세를 보이며 쓰러진 50대 남성 환자가 구급차에 실려 오자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포함한 의료진 4명이 입구로 달려 나왔다. 의료진은 일사불란하게 응급 처치를 한 뒤 단 5분 만에 환자를 입원 병동으로 올려보냈다. 해외에서도 고되고 위험한 필수의료 분야는 의사들이 기피하는 분야다. 하지만 기자가 찾은 독일에선 응급 환자가 치료받을 병원을 찾아 헤매는 ‘표류’를 볼 수 없었다. 토비아스 셰퍼 응급실 부과장은 “우리 병원은 인근 권역에서 가장 위독한 환자를 주로 수용하지만, 일손이 모자라 중증 환자를 받지 못한 적은 거의 없다”고 했다. “그런 일은 독일 어디서도 일어나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고령화를 겪은 독일은 일찌감치 의대 입학 정원을 늘린 덕을 보고 있다. 2021년 기준 독일 인구 1000명당 임상 의사가 4.5명으로, 한국(2.6명)의 1.7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3번째로 많다. 그럼에도 독일 의사협의회는 지금도 ‘의대 정원을 더 늘리라’고 정부에 요구한다. 의사들의 근로 시간이 짧아지면서 실제 진료 여력은 오히려 줄었고, 이를 중증 응급환자 치료에 우선 배치하면서 경증 수술 등은 대기가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니엘 뢰르만 귀터슬로시 보건자문위원은 “독일인들은 여전히 더 많은 의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도 상황이 비슷하다. 일본 정부는 2030년 전후로 의사 부족이 심해질 것을 2006년 예측했다. 이후 2007년 7625명이었던 의대 정원을 2019년 9420명으로 늘렸다. 그러나 필수의료 의사들은 “병상당 의사 수는 여전히 부족하다”며 추가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13일 일본 오사카대 의대 부속병원 고도구급구명센터에서 만난 오다 준 응급의학과 교수는 “의사가 늘었지만, 필수의료 분야 인력 부족 문제는 여전하다. 의사 증원만으로는 안 되고, 필수의료를 살릴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중증·응급 환자의 ‘표류’라는 국내 필수의료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올 8월부터 10월까지 일본과 독일, 캐나다, 호주, 미국 등 5개국의 병원과 구급대 등 현장 15곳을 방문했다. 그 과정에서 현지 전문가 44명을 인터뷰했다. 해외에선 미리 의사를 확충해 오면서 중증·응급 환자와 의사를 실시간으로 연결해주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환자를 살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의대 입학 정원을 확대하고 지역 국립대병원의 진료 역량을 키우는 ‘필수의료 혁신전략’을 발표했다. 졸속 추진으로 더 큰 부작용을 초래했던 역대 정부의 의료 개혁 실패를 답습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각국 의료 현장에서 만난 의사와 정책 당국자들은 “중요한 건 실행 의지와 세밀한 설계”라고 말했다.日, 의대생 18% 지역의무근무… 獨, 개원 제한해 수술실 이탈 막아 日 지역의사 장학생, 10년 의무근무獨 필수의료진, 개원의보다 큰 보상日-獨도 고된 수술의사 기피 늘어“의대 정원확대만으론 해결 어려워” 정부가 2025학년도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늘린다는 의지를 19일 분명히 했다. 하지만 늘어난 의사가 지역·필수의료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진짜 과제다. 이들이 서울로 몰리거나 피부미용 분야로 빠져나가면 중증 응급환자의 ‘표류’가 해결되기는커녕 국가 의료비 지출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취재팀이 방문한 독일과 일본, 캐나다 등에서는 필수의료로 의사들을 유인하기 위한 각종 정책적인 지원이 있었다.● 수술 의사 이민 받고 ‘개원의 총량제’ 실시한 독일 독일은 ‘개원의 총량제’를 통해 진료 과목마다 해당 지역에서 문을 열 수 있는 개인병원의 수를 정해두고 있다. 무분별한 ‘개원 러시’로 대형병원 필수의료 의사가 부족해지는 일을 막기 위한 조치다. 실제로 독일은 인구 1000명당 수술 전문의는 1.47명으로, 한국(0.71명)의 2배가 넘었다. 지난달 19일 함부르크시 에펜도르프 병원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모나 린트샤우는 “대형병원 필수의료 분야 전문의는 개원의보다 통상 더 많은 보상을 받기 때문에 오히려 개원의 허가증이 잘 팔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동네의원을 열고 피부미용 시술이나 물리치료 등을 하는 게 수입이 훨씬 낫다. 수술 의사가 부족한 이유 중 하나다. 이런 정책에도 독일 내에서 의사들의 필수의료 분야 기피 현상은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중요한 화두이기 때문이다. 아스클레피오스 병원 토비아스 셰퍼 부과장은 “특히 뇌를 수술하는 신경외과 전문의는 일이 고되고 당직도 잦아 젊은 의사들이 꺼린다”고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부족한 수술 의사를 해외에서 유치하고 있다. 한국계 독일인인 신장내과 전문의 한성국 씨는 “이민 의사를 위한 전문 어학시험과 자격시험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지역의사제로 급한 불 꺼 일본은 의대 정원을 대폭 확대하면서 ‘지역의료 확보 장학금’을 도입했다. 의대 정원 일부를 별도 전형으로 선발하고 장학금을 주되 통상 10년 안팎 병·의원이 부족한 지역에서 의무 근무하게 하는 제도다. 이는 2020년 7월 문재인 정부가 발표했다가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 직면해 보류한 ‘지역의사제’와 유사하다. 제도 도입 첫해인 2007년엔 지역의료 확보 장학금을 받는 의대생이 183명으로, 전체 의대생의 2.4%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0년엔 1679명(전체의 18.2%)으로 크게 늘었다. 급격히 줄어들던 농촌 지역 의사도 2010년부터 반등해 2018년엔 8년 전보다 12.1% 증가했다. 하지만 현지 전문가들은 이 제도가 ‘지역 의료 붕괴’의 급한 불을 끄는 데엔 도움이 됐을지언정, 필수의료 과목 기피 문제까지 해결하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도쿄 고쿠시칸대 의대의 다나카 히데하루 응급의학과 교수는 “일본에서도 피부과, 성형외과가 큰 인기를 끄는 반면 응급의학과, 산부인과 등은 ‘4K’(일본어로 ‘힘들다·더럽다·위험하다·멋없다’의 준말) 직업으로 여겨져 의사들이 기피한다”라며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대우를 높이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낙수 효과만으로는 필수의료 문제 해결 안 돼” 이는 의대 정원 확대의 ‘낙수(落水) 효과’만으로는 필수의료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 필수의료 분야의 근무 여건을 개선하는 한편 응급 환자부터 진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 호주는 정보통신기술(ICT)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호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의 앤드루 제이미슨 지역의료국장은 “우리도 의사들이 소도시 근무를 꺼린다. 대신 대형병원의 숙련된 의사들이 ‘원격 협진’을 통해 부족한 지역 의료 인력을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대 입학 때 성적뿐 아니라 의사가 되려는 이유와 봉사활동 경력 등 인성 평가를 실시하는 캐나다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캐나다 앨버타주 캘거리 권역 급성기 분야 책임자 스콧 뱅크스는 “캐나다에서도 피부미용 분야 의사가 돈을 더 잘 벌기는 하지만 이 때문에 필수의료 분야가 인력난을 겪지는 않는다”라며 “만약 의대 졸업생 대다수가 소득을 위해 비필수의료 분야를 택한다면 그건 의대 입학생 선별의 실패다”라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특별취재팀▽팀장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이지운 김소영 이문수 기자(이상 정책사회부) 오사카·함부르크·캘거리·퍼스·보스턴=특별취재팀}

    • 2023-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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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만, 의료사고 국가배상… 산부인과 지원율 74→94% 상승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필수의료 혁신 전략회의 말미에 필수과목 의료진이 겪는 ‘형사 리스크(위험)’를 완화시켜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이 올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현직 의사의 15.8%가 필수의료 기피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법적 보호 부재’를 꼽았다. ‘낮은 수가’에 이은 필수 의료 기피 사유 2위다. 취재팀이 8∼10월 방문한 5개국을 비롯한 해외 주요국은 의료사고로부터 의료진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한국에 비해 탄탄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의료배상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다. 책임보험 의무 가입 국가인 캐나다의 경우 보험료가 연 500만 원 수준인데, 이 중 약 80%를 주정부가 부담한다. 의사가 부담하는 돈은 한 해 약 100만 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마이클 불러드 앨버타대 의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기자에게 “보험료 액수가 크지 않은 건 애초에 의료 소송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의사가 의사협회에 가입할 때 자동으로 책임보험에 가입되며, 보험료는 협회 가입비로 충당된다. 미국은 뉴욕 펜실베이니아 인디애나 등 일부 주에서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했고, 가입 의무가 없는 주에서도 대부분의 의료기관이 자발적으로 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의료기관에 책임보험 가입 의무가 없고, 가입률도 3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예 국가가 의료사고 배상 책임을 지는 국가도 있다. 대만은 2014년부터 출산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선 의사 과실이 전혀 없더라도 국가가 환자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는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다. 대만은 이 제도 시행 이후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율이 74%에서 94%로 상승했다. 영국은 정부기관인 국가보건서비스(NHS)가 ‘소송국’을 운영하며 개별 의사나 의료기관을 대신해 의료소송에 대응하고, 거의 모든 배상 책임도 전적으로 국가가 진다. 취재진이 방문한 국가들에선 의료진이 현장에서 최선의 판단을 내렸다면 그 결과에 따른 책임을 묻지 않는 문화가 깔려 있었다. 가지노 겐타로 일본 간사이대 의대 부속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응급환자를 수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료진을 처벌하는 법률은 없다. 의사가 그런 식으로 처벌받게 되면 환자를 아예 받을 수 없고, 의료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이 기사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특별취재팀▽팀장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이지운 김소영 이문수 기자(이상 정책사회부)}

    • 2023-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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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캐나다, 응급땐 옆병원 예약수술 미루고 우선 살려

    10일 캐나다 앨버타주 캘거리 응급관제센터. 벽을 가득 채운 모니터에 인근 모든 대형병원 응급실과 수술실의 포화도가 표시돼 있었다. 표시된 수치는 전부 100%가 넘었다. 모든 병상이 사용 중이고, 그보다 많은 환자가 대기 중이라는 뜻이다. 이 센터 제이미 나니아 선임은 “지극히 일상적인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캐나다는 한국과 비슷한 ‘의사 부족 국가’다. 인구 1000명당 임상 의사 수가 2.8명으로 한국(2.6명)과 비슷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5번째로 적다. 경증·비응급 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으면 8시간 넘게 대기하기 일쑤다. 가벼운 수술 예약은 1년씩 밀려 있는 경우도 흔하다. 응급실 상황은 한국과 다를 바 없지만 캐나다선 중증·응급환자가 빈 병상을 찾지 못하고 헤매다가 숨지는 일이 드물다. 11일 만난 앨버타주 보건성 수석의료책임자 마크 매켄지 씨는 2013년 도입한 ‘수술 전략 임상 네트워크(SCN)’를 비결 중 하나로 꼽았다. 앨버타주 병원은 전부 SCN에 소속돼 있어 수술 예약 환자의 응급도와 중증도를 인공지능(AI)으로 판단한 다음 더 급한 환자가 발생하면 의료진을 곧장 투입한다. 예컨대 A병원에 응급환자가 왔는데 그 병원에 전문의나 빈 수술실이 없으면 인근 B병원에 예정된 수술을 미루고 응급환자를 먼저 살리는 것이다. 이 때문에 수술을 받기 위해 직장에 휴가를 냈던 비응급 환자의 입원이 취소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수술이 미뤄진 일반 환자가 불만은 없는지 묻자 매켄지 교수는 “대다수 시민은 ‘나도 언젠가 생명이 위태하면 순서를 양보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당연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특별취재팀▽팀장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이지운 김소영 이문수 기자(이상 정책사회부)}

    • 2023-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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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해외체류 아동 1750명, 200만원 상당 ‘첫만남 이용권’ 받아 가

    정부가 모든 출생아에게 지급하는 200만 원 상당의 ‘첫만남 이용권’을 받은 해외 출생 아동이 지난해 175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 세금을 내지 않는 해외 교포의 자녀 등에게도 첫만남 이용권을 지급해야 하는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첫만남 이용권은 정부가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모든 출생아에게 지급하는 복지 바우처다. 출생신고 후 주민등록번호를 부여받으면 출생아 보호자의 국민행복카드에 200만 원 어치의 포인트 형태로 들어와, 출생일로부터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첫만남 이용권을 제공받은 24만573명 중 해외 출생아동은 1750명이었다. 복지부는 현재 해외 출생 아동의 첫만남 이용권 수급에 대한 별도의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 아이를 낳은 뒤 잠깐 국내에 들어와 출생신고를 하고 첫만남 이용권만 신청한 뒤 다시 귀국하는 이들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복수 국적을 가진 아동까지 현금지원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재검토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반면 만 8세 미만 모든 아동에게 10만 원 씩 지급되는 ‘아동수당’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가지 않는 86개월 미만 아동에게 월 10~20만 원씩 지급되는 ‘양육수당’은 다르다. 수당을 받던 아동이 90일 이상 해외에 체류하면 더 이상 수당을 받을 수 없다. 이 의원은 “첫만남 이용권은 초저출산시대의 저출산 대책 중 하나인 만큼 제도의 효과성과 다른 복지급여와의 형평성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첫만남 이용권 제도 설계에 대한 보완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3-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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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 “의사들 형사소송 리스크 완화시켜줘야”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필수의료 혁신 전략회의를 마치며 “소아(청소년)과에 의사가 부족한 가장 큰 원인은 이대목동병원 사태 같은 것이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일단 형사 리스크(위험)를 완화시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 것과 관련해서 송사에 늘 휘말리고 법원, 검찰청, 경찰서를 왔다 갔다 하게 되면 돈을 아무리 많이 준다 해도 안 한다”고도 했다. 의사 증원을 관철하려면 의료계 설득이 필요한 만큼 의료계 숙원이던 필수의료 분야 ‘의료사고 면책 범위 확대’를 언급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은 2017년 12월 서울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신생아 4명이 같은 날 잇따라 숨진 사건이다. 관련된 의료진 7명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소송 부담은 의사들이 필수의료 분야를 기피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혀 왔다. 지난해 10월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이 전국 의사 1159명에게 필수의료 기피 현상의 원인을 설문한 결과 ‘낮은 의료수가’라는 응답(58.7%)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5.8%의 응답자가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보호 부재’를 꼽았다. 국내 의사 1000명당 연간 기소 건수는 2.58명으로 일본(0.01명) 등에 비해 크게 높다. 정부는 불가항력 분만 의료사고의 보상금 가운데 국가 부담의 비율을 현행 70%에서 올 12월 100%로 높이기로 했다. 산모나 신생아가 사망하면 지급하는 보상금도 현행 1500만∼3000만 원에서 더 올릴 예정이다. 이와 별개로 특별법 제정이나 기존 법률 개정을 통해 형사처벌 특례를 확대하고, 필수의료 분야 의료배상 책임보험 가입을 지원하는 등 대책도 추진된다. 국민의힘은 필수의료 분야에서 의료사고 부담을 완화하도록 관련 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은 필수 중증, 지역 의료 강화를 위한 수가 체계 개편과 함께, 바이오 분야 연구개발(R&D) 투자 증대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역 의료가 강화될 수 있도록 수가체계도 개편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필수 중증, 지역 의료 종사자들의 보상 체계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 2023-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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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방 국립대병원 키워 ‘표류 사망’ 막는다

    정부가 중증·응급환자가 치료받을 병원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는 ‘지역·필수의료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국립대병원 진료 역량을 서울 주요 대형병원 수준으로 키우겠다고 19일 밝혔다. 지방 국립대병원의 인건비와 정원 규제를 완화해 경쟁력을 길러 환자가 서울에 가지 않더라도 살던 동네에서 암, 뇌출혈 수술 등 중증·응급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의대 입학 정원 확대로 의사 수를 늘리겠다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충북대에서 열린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필수의료 혁신 전략회의’에서 “국민 건강과 생명에 직결된 지역·필수의료가 붕괴되고 있다”며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고 초고령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의료 인력 확충과 인재 양성은 필요조건”이라고 밝혔다. 이날 의대 입학 정원 확대의 구체적인 규모와 일정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윤 대통령이 직접 의사 증원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 필수의료 분야 의료 사고 소송 부담을 덜어주고, 건강보험에서 병·의원에 주는 진료비인 수가를 올리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산부인과, 소아과 등 필수 분야에 인력이 유입될 수 있도록 법적 리스크 부담을 완화하고, (지역·필수의료 분야) 보험 수가를 조정하고 보상 체계의 개편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내년) 바이오 분야 연구개발(R&D) 예산은 두 자릿수로 늘렸다”며 국립대병원을 중심으로 필수의료 R&D 투자를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보건의료 분야에 돈을 더 많이 쓸 것”이라고도 했다. 이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보고한 ‘필수의료 혁신전략’은 크게 두 축이다. 국립대병원이 ‘스타 의사’를 데려오고, 서비스의 질을 높여 민간 병원과 경쟁할 수 있도록 국립대병원을 옥죄고 있던 인건비나 정원 규제를 푼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방 국립대병원의 수준을 이른바 서울 ‘빅5 병원’이라고 불리는 병원들의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 축은 18년째 3058명으로 고정되어 있는 의대 입학 정원을 늘려 필수의료 분야 의료 인력을 확충하는 방안이다. 정부는 이날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대학 역량과 입시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의대 정원을 확대하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또 인구 구조의 변화에 따른 미래 의료 수요를 미리 평가해 정기적으로 정원을 조정하는 장치도 도입하기로 했다.국립대병원 의사 정원 늘리고, 장비교체 국고지원율 25→75%로 ‘정원 제한-총액인건비’ 족쇄 풀어지역거점병원 역할 할수 있게 지원국립대병원 관할, 교육부→복지부로의협 “정부 필수의료 대책 긍정적” 정부는 ‘지역·필수의료 공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 거점병원으로서 국립대병원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지금까지 지역 국립대병원의 근무나 진료 환경은 상대적으로 열악했고, 이를 견디지 못한 의사, 간호사가 수도권의 대형병원으로 빠져나갔다. 남아 있는 의료진의 업무가 가중되면서 인력이 추가 이탈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지방에 사는 환자들이 제때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수도권의 대형병원으로 ‘원정 진료’를 떠나는 일이 허다하다. 지역 간 건강 격차도 크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치료 가능 사망자’(인구 10만 명당 치료 시기를 놓쳐 사망한 환자 수)는 서울이 38.6명이지만 강원은 49.6명에 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충북대에서 열린 ‘필수의료 혁신 전략회의’에서 “무너진 의료 서비스의 공급과 이용 체계를 바로 세우고 지역·필수 의료 인력을 확충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 배경이다. ● 국립대병원 발목 잡던 ‘규제 족쇄’ 완화 윤 대통령은 이날 “국립대병원을 필수 의료체계의 중추로 육성해서 지역 의료 붕괴를 막아야 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국립대병원이 우수한 의료진과 진료 장비를 제대로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가 각종 규제를 완화한다. 연구개발(R&D) 투자도 늘어난다. 지역 국립대병원은 필수의료의 거점 기관인데도 불구하고, 각종 규제에 발이 묶인 탓에 만성적인 인력난과 장비 부족에 시달려 왔다. 수술할 의사가 없어 환자를 제때 못 받는가 하면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장비나 고압산소치료기 등을 확보하지 못해 치료가 몇 개월씩 미뤄지는 병원도 적지 않다(본보 7월 10일자 A1·3면, 7월 11일자 A1·5면 참조). 국립대병원에 적용되는 대표적인 규제는 정해진 한도에서만 직원들의 인건비를 지급할 수 있는 ‘총액 인건비’와 의료진을 늘리려면 기획재정부 심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정원 제한’이다. 이 때문에 ‘스타급 의료진’을 채용하는 것은 물론 고생한 의료진에게 성과급을 주는 일조차 어려웠다. 정부는 이 규제들을 우선적으로 완화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특히 현재 1690명인 전국 국립대병원의 전임교수 정원을 늘려서 필수의료 분야 전임교수를 더 확보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규제 완화 방법과 일정은 내년 초쯤 구체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립대병원은 현재 시설이나 장비를 교체, 구입할 때 국고 지원 비율이 25%에 그친다. 이 때문에 낡은 장비와 시설로 버티고 있는 곳들이 상당수였다. 정부는 이 비율을 75%까지 높여 진료 인프라를 개선하기로 했다. 국립대병원의 소관부처도 지금은 교육부지만 앞으로는 복지부로 바뀐다. 지역 필수의료 체계 구축과 국립대병원의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복지부는 “국립대병원 설치법 등 4개 법률에 대한 개정을 올해 내에 마무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필수의료 네트워크 구축… 의협 “고무적, 효과는 지켜봐야” 지방의 1, 2차 병원에서 중증 환자를 국립대병원으로 보내고, 상태가 호전된 환자를 다시 지역 하급 병원으로 회송하는 ‘필수의료 네트워크’도 구축하기로 했다. 국립대병원 병실 포화로 중증환자 표류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필수의료 분야 연구 역량도 강화된다. 국립대병원에서 진료뿐만 아니라 안정적으로 연구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우수한 의료진들을 많이 유치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필수의료 R&D 투자를 확대하는 분야로는 △의료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 기술 등을 이용한 디지털 기반 필수의료 고도화 △신약, 신의료기기 등을 개발하는 필수의료 기술혁신 △연구 인력, 장비, 시설 등을 확충하는 필수의료 연구 인프라 혁신 등을 꼽았다. 정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혁신전략’에 대해서 의사단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부의 지역·필수의료 위기 극복을 위한 적극적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며 “정부가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측면에서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다만 단기간에 국립대병원의 역량을 끌어올리기는 어려운 만큼, 지역 필수의료 공백 문제가 당장 해소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도 “당장 내년부터 개선돼서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며 “(정부가) ‘긴 여행을 떠났다’고 이해를 해달라”고 밝혔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교수는 “국립대병원을 지역·필수의료의 핵심 축으로 한다는 방향성 자체는 옳다고 본다”면서도 “규제를 완화해 확대된 지역 국립대병원 필수의료 교수 자리에 얼마나 의료진들이 지원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 2023-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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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실 “의대 증원 꼭 필요… 의료계 우긴다고 해결 안돼”

    대통령실은 17일 2006년부터 3058명으로 묶여 있는 의대 정원 확대 문제에 대해 “근거에 입각해 원칙대로 추진할 것”이라며 “의료계에서 빡빡 우긴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의사 수 증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정원 확대는 꼭 필요한 일”이라며 “2050년 의사가 2만∼3만 명 부족할 수 있다는 추계가 나온 만큼 더 미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금 의대 정원을 늘려도 의사 수는 10년 뒤에나 늘어나는 수준”이라며 “윤 대통령도 의대 정원에 대해서는 늘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저항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꼭 필요한 일”이라고 밝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정부는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등의 현실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의사 수 증원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여당 원내사령탑인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도 이날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현재의 의료서비스 상황이나 미래 의료 수요 추세를 보나 정원 확대가 문제 해결의 대전제라는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며 “현재와 미래의 국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의사 수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실과 여당은 의료계 반발을 감안해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19일 발표하려던 구체적 의대 정원 확대 규모 등을 추후로 늦추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과 방향성 등은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정부와 의료계가 파업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이날 열린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에서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한다면 14만 의사와 2만 의대생들은 모든 수단을 동원한 강력한 투쟁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與 “지방의료 붕괴” 의대 증원 적극적… 野도 “환영” 의대 정원 확대 “의대 정원 확대는 국민 찬성 여론이 높고, 야당도 환영의 뜻을 보이는 만큼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적극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7일 정부가 2025학년도부터 추진 중인 의대 정원 확대 문제에 대해 이같이 평했다. “꼭 해야 할 일은 한다는 윤석열 정부 기조는 변함없다”는 말도 나왔다.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의료계 반발이 예상되지만, 국민 권익을 위해 꼭 해결해야 하는 의사 수 부족 문제 해결을 피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 때도 원칙 있는 대응으로 국민 지지를 이끌어 냈던 점을 거론하는 참모도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의대 정원 확대 이유는 차고 넘친다”면서 “고령화로 인해 치료받아야 하는 수요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실과 여당은 의료계를 상대로 의대 정원 확대의 국민적 필요성을 내세워 차분하게 설득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무려 19년간 묶여 있었다”며 “그사이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망 사고가 반복되고 지방 의료는 붕괴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정부 여당이 의료수가 개선, 의료사고 부담 완화, 전공의 근무 여건 개선 등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여당 내에선 의료계와 대립하면 총선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신중론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김성주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17일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움직임을 환영한다”며 “의대 정원 확대와 같은 국민과 미래를 위해 중요한 정책에 대해 여야 간 진지한 대화나 협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가 의료계와의 합의 없이 의대 증원을 확정할 경우 총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2020년 파업 때보다 더 큰 불행한 사태가 나올 수 있음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3-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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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대 정원 한번에 1000명 늘려야” vs “매년 5%씩 점진 확대를”

    정부가 현재 3058명인 의대 입학 정원을 확대하는 방침을 분명히 한 가운데, 당장 이번 주 구체적인 증원 규모까지 밝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17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19일 발표에선 기본적인 정원 확대의 필요성과 방향만 밝히고, 증원 규모는 논의를 거쳐 확정하기로 했다. ‘300∼1000명’ 등 증원 규모가 언급된 뒤 의사단체들이 강경 투쟁을 예고하자 정부가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은 크게 우선 연 300∼500명을 늘리는 등의 점진적 방안과 1000명 이상을 한 번에 늘리는 급진적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날 열린 보건복지부 산하 의사인력 전문위원회에서도 정원 확대 자체에는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증원 규모와 속도에 대해선 전문가들 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10년 뒤 2만7000명 부족… “특단 조치 필요”의대 정원을 단기간에 급격히 늘려야 한다고 보는 전문가들은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이 되면서 향후 10년 안에 의료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게 될 것이란 점에 주목한다.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연구교수는 2035년에는 활동 중인 의사 수가 필요한 인원 대비 2만7232명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데 의대 신입생이 의사로 활동하기까지는 통상 10년 이상이 걸리는 만큼 하루라도 빨리 의대 정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논리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의대 정원을 5500명 늘려야 30년 뒤 국내 의사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따라잡을 것이란 추계를 내놨다. 김 교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의대 정원을 최소 1000명 이상 즉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해 5%씩 늘리면 2030년 1000명 증원”반면 점진적인 증원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급격히 늘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올 것이므로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현재 3058명인 의대 정원을 2030년까지 매년 5%씩 늘려 나갈 것을 제안했다. 이 방안대로면 2030년에는 한 해 의대 정원이 지금보다 약 1000명 많은 4098명이 된다. 1000명 증원이라는 목적지는 같지만, 점진적으로 늘려 충격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다. 권 연구위원은 “점진적으로 의사 수를 늘리면 은퇴하는 의사가 증가하는 시점과 맞물려 의사 증원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며 “의대 증원이 대학 입시에 미칠 영향, 이공계 인재 이탈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은철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갑자기 정원이 1000명 늘면 이때 입학생들은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졸업 후 취업도 어려워져 ‘버림받은 세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의대 정원을 한 번 늘린 뒤 계속 유지하는 게 아니라 언젠가는 정원을 다시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은 고령화로 의료 수요가 늘고 있지만 미래에는 인구 감소에 따라 수요가 차츰 줄게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정부도 주기적으로 의대 정원을 재평가할 장치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의대 교수 1명당 학생 수 1.6명 정부는 이번에 늘리는 의대 정원을 한 해 정원 50명 미만인 ‘미니 의대’들에 우선 배분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의대를 신설하는 것보다 기존 의대의 정원을 늘리는 게 비용과 시간 면에서 효율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실습 위주 교육이 많은 의대 특성상 최소한의 인원이 보장돼야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의대의 교수 1명당 학생 수는 평균 1.6명으로 나타났다. 교수당 학생 수는 한 해 정원이 적은 의대일수록 더 낮은 경향을 보였다. 한 해 정원이 40명인 울산대 의대의 경우 전임 교원은 650명인데 학생 수는 240명에 불과해 이 비율이 0.37명에 불과하다. 이 의원은 “일부 의대는 교수 대비 학생 수가 ‘개인과외’ 수준”이라며 “의대 정원을 지금 확대해도 늘어난 의대생을 교육하기 위한 역량은 충분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도 미니 의대들의 정원을 확대함으로써 전체 의대 정원을 500명가량 늘릴 수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3-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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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사 과학자’ 키울 과기의전원 설립 속도낼듯

    정부가 2025학년도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현재 3058명에서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그동안 궤도에 오르지 못했던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과기의전원) 설립도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 KAIST와 포스텍은 ‘의사 과학자’ 양성을 위해 과기의전원이 필요하다며 설립 의지를 밝혀왔다. 의사 과학자란 의사이면서 과학자로, 임상뿐 아니라 과학·공학 영역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연구자다. 신약 개발이나 바이오 분야에서 주로 활동한다. 앞으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 질병을 진단 및 치료할 미래를 위해 의사 과학자를 적극적으로 양성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의사 과학자 양성’은 윤석열 정부의 12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이기도 했다. 지난달 KAIST는 2026년부터 의사 자격이 없는 일반 학생을 모집해 4년간 의무석사 과정과 추가 4년의 박사 과정을 거치게 하는 과기의전원 설립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의무석사 과정에선 기초 임상 및 공학을, 박사 과정에서는 깊이 있는 과학 및 공학 과정 등을 습득하게끔 한다는 것이다. 포스텍도 2021년 난치병, 인공장기 등을 연구하는 의사 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한 ‘연구 중심 의학전문대학원’ 설립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과기의전원 정원 역시 의대 정원에 포함되기 때문에 17년 동안 의대 정원(3058명)이 동결된 현 상황에서는 설립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했다. KAIST는 2004년부터 의과학대학원을 설립해 184명의 의사 과학자를 길러냈지만 이들은 모두 의대를 졸업하고 KAIST에 입학해 공학을 공부했다. 의료계는 “새로운 의대를 만드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과기의전원 설립에 반대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과기의전원을 졸업한 사람이 미용 분야 의사가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의사가 보건의료 분야를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보건의료 분야 투자가 열악한 상황에선 공학을 전공한 의사도 환자를 진료하는 임상 의사로 다시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현재 한국에서 의대 졸업생 중 의사 과학자를 선택하는 비율은 1% 미만에 그친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3-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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