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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전기차를 판매 중인 주요 제조사들의 화재 매뉴얼에 잘못된 내용이 여럿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소방용 수조가 있어야 불을 끌 수 있는데 운전자 개인이 물을 뿌려 진압하라든가, 전기차 화재에 무용지물인 C급 소화기로 대응하라는 식이다. 인천 서구 전기차 화재 이후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이 같은 잘못된 매뉴얼이 오히려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에 전기차를 시판 중인 업체 중 테슬라, 현대차, 기아, 벤츠, KG모빌리티(KGM), 캐딜락, 렉서스 등 7곳은 각 사 홈페이지에 자체적으로 만든 화재 대응 매뉴얼을 공개하고 있다. 본보는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과 교수 등 전문가 6명과 함께 각 사 매뉴얼을 분석했다. 테슬라의 모델X는 매뉴얼에 ‘고압 배터리에 난 불은 물로 꺼야 합니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에 대해 이호근 교수는 “전기차 배터리 화재는 일반적인 물로 진압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며 “불을 끄려는 과정에서 운전자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운전자가 직접 물을 뿌려 불을 꺼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면 오히려 운전자까지 다칠 수 있다는 것. 이항구 원장은 “소방 당국이 사용하는 ‘이동식 침수조’를 제외하곤 배터리를 냉각시킬 방안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기아의 EV6, KGM의 코란도 EV 등 4개 모델은 매뉴얼에서 ‘반드시 전기화재 전용 분말 소화기를 사용해 화재를 진압하십시오’ 등으로 안내했다. 문제는 이 같은 설명이 반만 맞다는 것이다. 국내 안전기준에 따르면 화재 유형은 일반(A급), 유류(B급), 전기(C급), 주방(K급) 등 총 4가지로 분류된다. 전기 소화기로 통하는 C급 소화기는 일반 내연기관 차량 화재에서는 효과적이지만 전기차 배터리 화재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 이영주 교수는 “보이는 불꽃을 일시적으로 잠재울 순 있어도 완전 진화는 어렵다”고 했다. 이덕환 교수는 “배터리는 밀폐돼 있고 외부 프레임도 강하게 만들어져 아무리 소화수나 소화액을 뿌려도 내부로 들어가지 못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리튬 배터리 화재에 효과가 있다는 금속화재용(D급) 소화기가 시중에 판매 중이지만 효과는 입증되지 않았다. 인천 서구 화재 뒤 소방 당국은 국내외에 현재 시판 중인 소화기들은 전기차 배터리의 불을 끌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매뉴얼이 차주들에게 오해를 줄 수 있는 만큼, 소방 당국이나 국책연구기관을 통해 전기차 운전자들을 위한 공통 매뉴얼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전기차 화재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 김필수 교수는 “전기차 배터리에서 불이 났다면 ‘대피 후 신고’ 원칙을 명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학훈 교수는 “전기차를 구입하면 반드시 매뉴얼을 완독해야 차량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매뉴얼은 (배터리 화재만 특정한 게 아니라) 차량 전반 화재를 가정한 것”이라며 “안전한 장소로 대피하고 소방서에 연락해 전기차 화재임을 알리고 조치를 받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KG모빌리티 관계자는 “소화기와 충분한 양의 물을 이용하라는 내용은 배터리 화재가 발생했을 때의 매뉴얼이 아니다”라며 “안전한 장소로 대피해 소방서 등에 연락하라는 내용도 매뉴얼에 함께 나와 있다”고 말했다.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

HD현대인프라코어는 사우디아라비아 종합건설기업 ‘SAPAC’, ‘네스마 앤드 파트너스 컨트랙팅’과 굴착기 및 휠로더 100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이에 따라 HD현대인프라코어는 이달 말까지 50t급 대형 굴착기 20대, 20t급 중형 굴착기 40대, 대형 휠로더(사진) 40대 등을 순차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수주 금액은 수백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납품하는 장비들은 2027년까지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외곽순환도로를 조성하는 ‘리야드 링 로드’ 프로젝트에 투입될 예정이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심화하면서 건설 장비 수요가 둔화하자 올해 초부터 신흥시장의 핵심 고객을 공략하고 있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중동지역 서비스 담당자들이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올해 초 사우디에 거점교육센터를 설립하기도 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주차 괜찮습니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전기차 소유 여부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전기차 화재 소비자 반응 추적 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기차 보유자의 66%는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사용에 찬성했다고 20일 밝혔다. 반대는 11%이고, 나머지는 중립이라고 답했다. 반면 전기차 비(非)보유자 중에서는 67%가 반대 의견을 냈다. 찬성은 12%, 중립은 21%였다. 컨슈머인사이트가 이달 7∼14일 두 차례에 걸쳐 4만5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1일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전기차 대형 화재가 발생한 이후 전기차 안전에 대해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이 같은 극단적인 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내 충전’과 관련해서도 의견이 갈렸다. 전기차 차주의 59%는 찬성했지만, 전기차 비보유자 중 찬성은 10%뿐이었다. 반대 의견은 전기차 차주 중에서는 18%에 불과했지만, 전기차 비보유자는 75%에 달했다. 이 외에도 전기차 차주들은 ‘화재 사고에 대한 배상 책임 소재’에 대해 가장 많이(53%·복수 응답) 우려했다. 이어 ‘화재 발생 불안감’ 45%, ‘전기차 품질·안전에 대한 불신’ 39%, ‘주변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 33%, ‘내연기관차 보유자와의 사회적 갈등’ 29% 순이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 사이에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도입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기존 산업용 로봇들은 컨베이어 벨트에서 특정 작업만 수행했다면 휴머노이드 로봇은 완성차 생산 과정에서 다양한 공정을 홀로 처리하는 ‘일당백’ 역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4시간 연속 작업도 가능하기 때문에 원가 절감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 인간형 로봇 바람 1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독일 BMW는 최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스파튼버그 공장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피규어02’의 테스트 투입을 마쳤다. 이 로봇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인텔 등 글로벌 빅테크 업체들로부터 투자를 받은 미국 스타트업 ‘피규어AI’가 만들었다. 피규어02는 테스트 기간 동안 차체용 금속 부품들을 옮기는 작업을 수행했다. 밀리미터 단위의 정확도로 부품을 위치시키는 등 정밀한 작업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테슬라와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 현대자동차 등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시범 생산해 내년에 테슬라 공장에서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26년에는 대량 생산해 다른 회사에 공급하겠다는 목표도 함께 제시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휴머노이드 로봇인 ‘아폴로’를 벤츠 생산시설에 시범 도입하겠다는 내용의 계약을 올 3월 로봇 제작 업체인 앱트로닉과 체결했다. 현대차도 계열사인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통해 전기 구동 방식의 새로운 휴머노이드 로봇인 ‘아틀라스’를 올 4월 공개한 바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휴머노이드 로봇에 열을 올리는 것은 원가 절감 효과 때문이다. 향후 휴머노이드 로봇이 고도화되면 차량 내장재를 설치하는 의장 조립 공정도 맡길 수 있다. 세밀한 작업이기 때문에 기존 산업용 로봇들이 할 수 없었던 영역이다. 나아가 향후 인공지능(AI) 기술이 발달하면 휴머노이드 로봇이 차량이 제대로 만들어졌는지 확인하는 작업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도의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는 인간이 하고 있다. ● 인간의 몸 형태여야 할 수 있는 일 가능 한재권 한양대 에리카 로봇공학과 교수는 “자동차 생산 공정에서 자동화율이 약 90%까지 올라간 뒤 어느 순간부터 나머지 10% 작업은 로봇이 대체하지 못하고 있다”며 “허리를 굽히거나 차체에 깊숙이 들어가는 등 인간의 몸 형태를 가져야 가능한 공정들을 휴머노이드 로봇에게 맡겨 나머지 10%마저 자동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완성차 업체들은 현재 판매가 대비 약 80%에 이르는 원가율을 휴머노이드 로봇의 도입을 통해 약 70%까지 끌어내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형 설비 몇 개를 설치하지 않고 이를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대체하면 설비에 들어가는 돈을 절약할 수 있다. 현재 고정형 산업 로봇과 달리 휴머노이드 로봇은 혼자 여러 개의 공정을 도맡아 할 수 있다. 김성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다룰 수 있는 공정이 계속 확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이 가시화되는 또 다른 이유는 로봇의 가격이 싸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휴머노이드 로봇 한 대를 만들려면 현재 1억 원이 훌쩍 넘게 들어가는데 앞으론 그 3분의 1 가격에 대량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테슬라는 앞으로 3∼5년 이내에 웬만한 중형차보다 저렴한 2만 달러(약 2700만 원) 이하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제작해 제공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로봇을 생산할 때 필요한 모터 등 핵심 부품의 가격이 싸진 데다, 로봇을 대량 생산하게 되면서 단가가 저렴해진 덕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원가 절감을 위해 적어도 2027∼2028년쯤에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본격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게 될 기존 노동자들과 어떻게 조율할지가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최근 60대 여성이 운전하던 테슬라 전기차가 경기 용인시 한 카페로 돌진해 11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경찰이 해당 운전자가 ‘원 페달(One-Pedal) 드라이빙’으로 인한 조작 실수를 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인천과 경기 용인 등에서 전기차 화재 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전기차의 꽃이라 불리는 원 페달 드라이빙에 대한 안전 우려도 제기된다.● 원 페달 드라이빙 안전성 논란 18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11명을 다치게 한 60대 여성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과실을 인정하면서 원 페달 드라이빙으로 인한 운전 미숙이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사고 당시 A 씨는 주차하던 중 전진 기어를 넣은 상태에서 후진 기어로 변경했다고 착각하고 가속페달을 밟아 사고를 냈다고 진술했다. 통상 후진할 때는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서 주행하지만, 원 페달 드라이빙에서는 가속페달을 밟아야 한다. 경찰은 당시 차량이 전방으로 급가속했지만 원 페달 드라이빙에 익숙해진 A 씨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확인 결과 사고 당시 브레이크등이 켜진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전기차에 주로 탑재된 원 페달 드라이빙이란 가속페달 하나로 차량을 움직이고 멈추는 기능을 뜻한다. 전기차는 가속페달을 밟는 힘을 줄이면 운동에너지를 전기로 바꿔 충전하는 ‘회생제동’이 작동해 브레이크를 밟는 효과가 생긴다. 회생제동의 강도를 단계별로 조절할 수 있는데 가속부터 정차까지 페달 하나로 주행할 수 있는 원 페달 드라이빙은 제조사별로 테슬라 ‘홀드모드’, BMW ‘B모드’, 현대자동차 ‘i-페달’ 등으로 불린다. 업계에 따르면 올 7월까지 등록된 전기차 47만6000여 대의 대다수가 원 페달 드라이빙 기능을 장착하고 있다. 조모 씨(67)는 “30년 넘게 일반 차를 몰다 최근 전기차로 바꿨다”며 “원 페달 드라이빙이 페달 하나만 사용하니 편리하고 배터리도 아낄 수 있다고 하는데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아 조심해서 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전기차 중에 급발진을 주장하는 사고가 늘고 있는데 원 페달 드라이빙이 그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지난해 11월 서울 이태원 주택가의 담벼락을 들이받은 택시 전기차의 경우 운전자는 차량 급발진을 주장했으나 실제론 가속페달을 6번이나 밟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전기차 운전자들도 원 페달 드라이빙의 위험성을 토로한다. 테슬라 차주인 강모 씨(28)는 “주말 동안 해안 도로를 운전하다 커브 길에서 가속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바다로 빠질 뻔한 적이 있다”며 “그 뒤론 매일 오가는 출퇴근길에서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했다.● “페달 오인 방지 위한 안전장치 필요” 전문가들은 특히 고령 운전자 사이에서의 원 페달 드라이빙 위험성을 경고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원 페달 드라이빙이 습관화가 되면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 긴급한 상황에서 가속페달을 잘못 밟을 수 있다”며 “특히 고령 운전자의 경우 전기차 급발진 사고 10건 중 9건 이상이 원 페달 드라이빙으로 인한 운전 미숙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페달 오인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필수 안전장치가 도입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령 운전자가 많은 일본은 2012년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도입한 데 이어 내년 6월부터는 장착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운전자가 가속페달 혹은 브레이크를 조작하고 있다는 걸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추가 안전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현대자동차는 최근 출시된 신형 전동차 모델인 ‘캐스퍼 일렉트릭’에 페달 오조작 안전보조(PMSA) 기능을 적용했다. PMSA는 차량 앞뒤 1m 이내에 장애물이 있는데도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빠르고 깊게 밟는 경우 이를 오조작으로 판단해 차량을 제어하는 기능이다. 가속페달을 최대로 밟은 상태를 100%로 봤을 때 100%까지 도달 시간이 0.25초 이내일 경우 차량의 구동력·제동력 제어 기능이 자동으로 작동하도록 설계됐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용인=서지원 기자 wish@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
기업 결합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상반기(1∼6월) 말 기준 미사용 마일리지가 3조5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이연수익은 2조5278억 원, 아시아나항공은 9758억 원이다. 두 회사의 이연수익을 합치면 3조5036억 원에 이른다. 이연수익은 최초 매출 거래 시점에 마일리지 금액을 수익으로 환산하지 않고 추후 마일리지 소진 때 인식되는 수익이다. 이연수익 금액만큼 마일리지가 쌓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해 상반기 말과 비교하면 대한항공의 이연수익은 2.6%, 아시아나항공은 3.5% 각각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이전인 2019년 상반기 말보다 대한항공은 이연수익이 15.2%, 아시아나항공은 38.3% 증가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전기차 선두 주자인 미국 테슬라의 유럽 판매 실적이 올해 들어 20% 가까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테슬라의 신차 출시가 뜸한 데다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저가 공세 때문에 테슬라의 할인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전기차 통계 사이트 ‘EU-EVs’에 따르면 올해 1∼7월 유럽 주요 15개국에서 테슬라의 신규 누적 등록 대수는 14만7582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7만9358대)과 비교하면 약 18% 감소했다. 등록 대수로 따지면 3만 대 이상 줄어든 수치다. 테슬라의 하락세는 다른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영국의 시장조사기관 자토다이내믹스에 따르면 테슬라의 대표 차종인 ‘모델3’는 올 상반기(1∼6월)에 유럽 28개국에서 10만1181대 팔렸다. 전년 동기 대비 약 26% 줄어든 수치다. 2023년 상반기에는 전년 대비 약 204%가 증가한 13만6564대 팔렸는데 1년 새 상황이 반전된 것이다. 내연기관까지 모두 합쳐서 2023년 상반기 유럽 판매량 1위를 차지했던 모델Y 순위는 올 상반기에 8위로 곤두박질쳤다. 테슬라가 부진한 것은 신차 효과가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모델Y는 2020년부터 유럽에서 판매됐는데 이후 눈에 띄는 성능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탓에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경쟁자와의 격차를 벌리기 위해 테슬라가 사용했던 할인 전략이 효력을 다했다는 분석도 있다. 자토다이내믹스는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차량을 제공하는 중국 자동차 회사들이 많이 늘어났다”며 “테슬라의 가격 인하 전략은 2023년과 같은 효과를 더 이상 내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정부가 완성차 제조사에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전기차의 배터리 정보 공개를 권고함에 따라 14일 독일 폭스바겐그룹코리아와 일본 렉서스코리아가 추가로 자사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를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국내에서 전기차를 판매하는 주요 완성차 업체 중 테슬라를 제외하고 14개 브랜드 총 88종 모델의 배터리 제조사가 공개됐다. ‘릴레이 배터리 제조사 공개’가 시작된 것은 이달 초 인천 아파트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가 계기가 됐다. 각종 안전 대책이 쏟아지는 와중에 인천발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너무 과열됐단 지적도 있다. 전기차 화재를 둘러싼 논쟁을 문답(Q&A) 형식으로 정리했다. ―각 전기차에 어떤 배터리가 많이 사용됐나. “배터리 제조사가 공개된 전기차 모델 중에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 모델이 25개로 가장 많았다. SK온이 24개, CATL이 20개, 삼성SDI는 19개, 파라시스가 5개, 비야디(BYD)가 2개, PPES가 1개로 그 뒤를 이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EQA 250’에는 SK온과 CATL 배터리가 모두 사용되는 등 1개 모델에 복수의 배터리사 제품을 채택한 차종도 적지 않았다. CATL, BYD, 파라시스 등 중국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는 공개 모델 전체의 약 31%에 달했다. 특히 모회사의 1, 2대 주주가 중국 자본인 벤츠는 이번에 공개한 16개 모델 중 14개 모델에 중국 회사 배터리가 일부라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에서 화재가 발생한 벤츠의 고급 세단 ‘EQE 350+’를 비롯해 5개 벤츠 차량에는 글로벌 10위권 배터리사인 파라시스 제품이 사용됐다.”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불이 더 잘 나나. “통계상으로는 내연기관차의 화재 빈도가 더 높다. 지난해 자동차 1만 대당 전기차 화재는 1.3건이었는데, 내연기관차는 1.9건이었다. 하지만 전기차의 경우 최근 몇 년 사이 보급이 본격화돼 ‘새 차’ 비율이 높은 것치고는 화재가 많은 것이란 분석도 있다.” ―배터리를 100% 충전하면 불이 나기 쉬운가. “갑론을박이 있다. 일반적으로는 덜 충전된 배터리가 화재 위험이 낮다는 분석이 많다. 충전이 많이 될수록 배터리 내 에너지가 더 많아지고 배터리를 더 불안정한 상태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업계는 배터리 수명을 위해서라도 30∼90% 충전을 권고한다. 그렇다고 완충한 전기차를 시한폭탄 취급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의 의견이다. 겉보기에 완충으로 표시돼도 실제로는 95∼97% 정도만 충전되도록 설정돼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의 지하 주차는 위험한가. “지상보다는 지하 주차장 화재 진화가 더 어려울 수 있다. 구조상 연기 배출이 원활하지 않아 시야 확보도 어렵다. 이 때문에 이번 인천 지하 주차장 화재에서도 소방대원들이 직접 호스를 들고 진화 작업에 나서야만 했다. 진화에 8시간이 넘게 걸렸다.”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면 어떻게 끄나. “전기차 화재 진화에는 질식소화포와 이동식 수조가 활용된다. 특수 소재 담요인 질식소화포는 공동주택에서도 구비해 놓을 만하다. 이를 덮으면 화염이 주변으로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후 소방서에서 이동식 수조로 불이 난 차량을 막은 뒤 물을 채우면 차량 하부에 장착된 전기차 배터리가 냉각돼 화재가 진압된다. 일부 업체에서는 금속화재에 사용하는 ‘D급 소화기’를 마치 전기차 배터리용 소화기인 것처럼 과장 광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소방청에서는 ‘리튬배터리의 열폭주 현상 및 소화약제 침투 곤란으로 국내외에 유통되는 소화기로는 (전기차 화재) 진압이 불가하다’고 안내한 바 있다.” ―충전 모니터링 앱을 쓰면 화재를 막을 수 있나. “과충전을 예방할 수 있다. 전기차 충전 업체 혹은 완성차 업체에서는 전기차 충전량을 관리하는 앱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실시간으로 충전 상태를 확인하고, 충전이 완료되면 신속하게 충전 케이블을 제거할 수 있다. 앱으로 손쉽게 희망 충전율을 변경하는 것도 가능하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 ‘EQE 350’의 수입사인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가 13일 자사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BMW 등이 최근 배터리 정보를 공개하자 벤츠도 소비자 알권리를 위해 뒤늦게나마 동참한 것이다.이날 벤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배터리 제조사가 공개된 8개 차종 지하 주차장에서와 ‘EQS’, ‘EQE SUV’ 일부 트림에는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차량 배터리에도 파라시스 제품이 장착돼 있었다. 파라시스는 글로벌 10위권의 중국 배터리사다. 고급 전기 세단 EQE에 생소한 배터리사 제품이 장착된 사실이 알려지자 다른 차량 배터리 정보도 모두 공개하라는 소비자 요구가 빗발쳤다.국산 배터리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는 ‘EQC’에, SK온 제품은 ‘EQA’와 ‘EQB’ 일부 트림에 적용돼 있다. EQA, EQB, EQC는 파라시스 배터리가 장착된 모델들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이다. 반면 중국 CATL 배터리의 경우 EQC와 EQB를 제외한 나머지 6개 모델의 일부 또는 모든 트림에 폭넓게 적용된 것으로 나타났다.벤츠코리아는 측은 “소비자 및 시장의 요구에 따라 관련 정보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며 “본사, 유관기관, 국토교통부 등과 논의가 완료된 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모든 벤츠 전기차 배터리(배터리 팩)는 벤츠가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에서 생산된다”며 “배터리 셀은 벤츠의 다양한 제조사로부터 공급받고 있다”고 덧붙였다.또한 벤츠코리아는 14일부터 전국 75개 공식 서비스센터를 통해 벤츠 전기차에 대한 무상 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와 별개로 이달 9일에는 인천 전기차 화재와 관련해 인도적 차원에서 45억 원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벤츠코리아는 “당국의 조사에 협력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화재의) 근본 원인을 파악해 그에 따른 적절한 후속 조치가 취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확산되는 가운데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전기차 안심 점검 서비스’를 실시한다고 13일 밝혔다. 이는 현대차‧기아가 전국 서비스 거점을 방문한 전기차 보유자를 대상으로 차량을 무상 점검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최근 인천 전기차 화재 발생으로 높아진 소비자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점검 서비스를 마련한 것이다. 이번 점검 대상은 현대차‧기아‧제네시스의 승용과 소형 상용 전기차 모든 차종이다. 차량의 절연저항과 전압편차, 냉각시스템, 연결 케이블‧커넥터 손상 여부, 하체 충격‧손상 여부, 고장 코드 발생 유무 등 9개 항목에서 검사가 이뤄진다.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는 각 사 고객센터를 통해 평일‧토요일 중 원하는 일정과 장소를 선택해 예약한 뒤 방문하면 된다.현대차와 제네시스 이용자는 전국 22개 직영 하이테크센터와 1234개 블루핸즈에서, 기아 고객은 전국 18개 직영 서비스센터와 757개 오토큐에서 이번 점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서비스 프로그램이 끝나는 시점은 미정이며 당분간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배터리를 90% 이상 충전한 전기차는 지하주차장 출입을 금지하려는 조치가 완성차 업체들의 안전 매뉴얼과는 상반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기차 사용설명서에는 한 달에 한 번은 배터리 100% 완충을 권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차주들이 혼란을 겪지 않게 매뉴얼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자동차 및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전기차 모델 사용 설명서에서 ‘배터리 충전량이 20% 이하일 때 100%까지 충전하면 배터리 성능을 최적의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월 1회 이상 권장)’라고 안내하고 있다. 테슬라도 주 1회 완충을 권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엔 80%까지만 충전해 운행하는 것이 과충전에 의한 성능 저하를 막지만 가끔씩 완충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월 1회 완충을 권고하는 이유는 ‘셀 밸런싱’ 때문이다. 배터리팩은 여러 개의 셀을 모은 것인데 이 셀은 사용하면서 성능이 저하될 수 있다. 이 중 특정 셀만 유독 전압, 온도 등의 차이가 발생하면 배터리 안정성이 전체적으로 흔들린다. 이를 막기 위해 한 달에 한 번 모든 셀을 가득 충전해 셀 간 전압 편차를 확인하는 것이다. 전기차에 장착된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이 셀 간 차이를 바로잡도록 설계돼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보통 배터리팩 안의 많은 셀 중 하나만 성능이 저하돼도 전체 배터리 성능은 떨어진다”며 “따라서 셀 개별 관리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수명을 연장하는 BMS의 셀 밸런싱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인천 전기차 화재를 계기로 서울시와 충남도 등에서 90% 이상 충전한 전기차의 공동주택 주차장 출입을 막으려 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전기차 차주들은 지하주차장이 아닌 곳에서만 100% 충전을 할 수 있다. 한편 기아는 이날 홈페이지에 전기차 7종에 탑재한 배터리 정보를 공개했다. 9일 현대차가 배터리 정보를 공개한 데 이어 기아도 동참해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다. 기아에선 ‘레이’와 ‘니로’만 중국 CATL 배터리가 사용되고 나머지는 국산이 장착됐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배터리를 90% 이상 충전한 전기차는 지하주차장에 출입을 금지하는 조치가 완성차 업체들의 안전 매뉴얼과는 상반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기차 사용설명서에는 한 달에 한번은 배터리 100% 완충을 권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차주들이 혼란을 겪지 않게 매뉴얼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12일 자동차 및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전기차 모델 사용 설명서에서 ‘배터리 충전량이 20% 이하일 때 100%까지 충전을 하면 배터리 성능을 최적의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월 1회 이상 권장)’라고 안내하고 있다. 테슬라도 주1회 완충을 권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엔 80%까지만 충전해 운행하는 것이 과충전에 의한 성능 저하를 막지만 가끔씩 완충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월 1회 완충을 권고하는 이유는 ‘셀 밸런싱’ 때문이다. 배터리팩은 여러 개의 셀을 모은 것인데 이 셀은 사용하면서 성능이 저하될 수 있다. 이 중 특정 셀만 유독 전압, 온도 등의 차이가 발생하면 배터리 안정성이 전체적으로 흔들린다. 이를 막기 위해 한 달에 한 번 모든 셀을 가득 충전해 셀 간 전압 편차를 확인하는 것이다. 전기차에 장착된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이 셀 간 차이를 바로잡도록 설계돼 있다.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보통 배터리팩 안의 많은 셀 중 하나만 성능이 저하돼도 전체 배터리 성능은 떨어진다”며 “따라서 셀 개별 관리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수명을 연장하는 BMS의 셀 밸런싱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문제는 인천 전기차 화재를 계기로 서울시와 충남도 등에서 90% 이상 충전한 전기차의 공동주택 주차장 출입을 막으려 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전기차 차주들은 지하주차장이 아닌 곳에서만 100% 충전을 할 수 있다.한편 기아는 이날 홈페이지에 전기차 7종에 탑재한 배터리 정보를 공개했다. 9일 현대차가 배터리 정보를 공개한 데 이어 기아도 동참해 소비자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다. 기아에선 ‘레이’와 ‘니로’만 중국 CATL 배터리가 사용되고 나머지는 국산이 장착됐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양궁, 펜싱, 사격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2024 파리 올림픽’에서 합작한 금메달만 무려 10개. 최고의 활약을 선보인 이들 종목의 공통점은 ‘든든한 뒷배’가 있다는 것이다. 양궁은 현대자동차가, 펜싱은 SK가, 사격은 한화가 각각 20∼40년씩 협회 회장사를 맡아 오며 오랜 기간 버팀목이 돼 줬다. 스포츠계의 ‘키다리 아저씨’들이 어떤 방식으로 선수들을 도와줬는지 유형별로 쪼개 알아봤다.》● 유형1: 세심 지원 끝판왕 40년간 대한양궁협회 회장사를 맡아온 현대자동차그룹의 정의선 회장은 지난달 13일 충북 진천선수촌에 장어 요리와 함께 등장했다. 양궁 대표팀의 프랑스 출국을 사흘 앞둔 시점이었다. ‘2021 도쿄 올림픽’ 당시 양궁 대표팀 선수들이 장어를 맛있게 먹었는데, 이것을 잊지 않고 다시 공수해 온 것이다. 오전에 미리 도착한 정 회장이 선수들의 훈련 과정을 지켜본 뒤 점심시간에 선수단에 장어 요리를 대접해 ‘몸보신’을 시켜 준 것이다. 장어 요리 배달도 신중에 신중을 기해 진행됐다. 서울에서 1시간 30분가량 걸리는 진천선수촌까지 공수하는 과정에서 음식이 상하거나 맛이 없어지는지 등을 장어덮밥집이 전날 미리 실험해 본 것이다. 음식을 넉넉하게 2시간가량 차에 넣고 운행한 뒤 확인해 보니 문제가 없었다. 중요한 경기를 앞둔 선수들이 괜히 탈이 나면 안 되기 때문에 음식점에서도 극도로 신경을 쓴 것이다. 장영술 대한양궁협회 부회장은 “본업만 해도 일정이 너무 바쁜 회장님이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주셨단 것에 선수들과 코치진이 정말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 회장의 ‘디테일 뒷바라지’는 지난해 6월에도 목격됐다. 올림픽이 열리기 1년도 더 남은 시점에 정 회장이 양궁 대표팀의 휴식 공간을 미리 방문해 직접 하나하나 확인한 것이다. 해당 휴식 공간은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를 위해 인근 호텔 2층을 통째로 빌린 것이었다. 당시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 경제사절단으로 따라간 정 회장은 오전에 바쁜 시간을 쪼개 휴식 공간의 숙소나 주방 등의 상태를 세심하게 살폈다. 또 정 회장은 호텔에서 경기장까지 약 200m 거리를 직접 걸어보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확인하는 등 불편함이 없는지를 두루 살폈다.● 유형2: 내가 바로 ‘찐팬’ 이번 올림픽 기간 동안 회장님들은 기업 수장이 아니라 해당 종목의 ‘찐팬’(진짜 팬)으로 변신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슬쩍 경기장에 들르는 것이 아니라 관중석에서 며칠에 걸쳐 거의 모든 경기를 다 응원하는 것이다. 대기업 대표님의 얼굴로 근엄하게 앉아 있기보다는 환호성을 내지르고 박수를 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만세를 하는 등 누구보다 열성적이었다. 대한펜싱협회장을 맡은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은 파리 올림픽 기간 동안 응원을 너무 열심히 한 나머지 코피까지 쏟았다. 지난달 25일 프랑스 현지에 미리 도착해 한국 대표팀의 펜싱 경기를 빠짐없이 챙기던 최 회장은 어느 날 관중석에서 경기를 보던 중 코에서 피가 나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70대 나이의 최 회장이 피를 흘리자 펜싱협회 관계자들은 “들어가서 쉬셔야 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으나, 최 회장은 잠깐 휴식을 취한 뒤 다시 등장해 열성적으로 펜싱 대표팀을 응원했다. 펜싱협회 관계자는 “최 회장님은 관중석에서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스타일”이라며 “구본길이나 김정환 선수 결혼식에도 직접 참석하는 등 회장님이라기보다는 마치 아버지처럼 선수들을 챙긴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적어도 올림픽 기간만큼은 ‘자동차인(人)’이 아니라 ‘양궁인’이었다. 양궁 대표팀의 모든 주요 경기를 다 현장에서 직접 관람했다. 경기 전에는 경기장에 들어가는 선수들에게 따듯한 말을 건네며 하이파이브를 해주고, 경기가 시작되면 관중석에서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응원했다. 양궁 남자 단체전 결승 상대가 개최국 프랑스로 정해지자 정 회장은 남자 선수들에게 “홈팀 응원이 많은 것은 당연하겠지만 주눅 들지 말고 하던 대로만 하자”고 격려했다. 또 대표팀의 맏언니로 후배들을 살뜰하게 챙긴 전훈영이 여자 선수 중 유일하게 개인전 메달 획득에 실패하자 정 회장이 따로 찾아가 고생했다고 위로하며 다독이기도 했다.● 유형3: 회사 기술력 총동원 선수들이 체계적인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회사의 기술 역량을 총동원하는 경우도 있다. 현대차는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개발 기간을 1년 들여 ‘개인 훈련용 슈팅로봇’을 따로 만들었다. 양궁장의 바람을 읽고 스스로 활을 쏘는 로봇이다. 웬만한 로봇이라면 ‘신궁’에 가까운 한국 양궁 대표팀 선수들에게 상대가 안 되겠지만 현대차가 만든 슈팅로봇은 10점 만점에 평균 9.65점을 쏠 정도로 ‘고수’다. 만약 대표팀 선수들이 혼자서도 실전과 같은 맹훈련을 하고 싶다면 슈팅로봇을 상대하면 된다. 또한 현대차가 개발한 첨단 원단을 적용한 ‘복사냉각 모자’를 선수들에게 제공했다. 해당 모자는 직사광선의 반사를 극대화해 주변 환경에 비해 온도를 현저히 낮추는 효과가 있다. 현대차 의왕연구소에서 제작된 해당 원단은 향후 현대차 양산 모델의 외부 햇볕을 차단하는 데 적용될 계획이다. 신상훈 현대차 글로벌전략본부(GSO) 신사업전략2팀 팀장은 “비용보단 오직 선수들이 뭐가 필요한지에 대해 고민해 훈련 도구를 제작한다”고 말했다. 서은석 신사업전략2팀 책임매니저는 “향후 디지털 풍항계를 만들어 선수들이 정확한 수치를 보면서 바람 적응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오롱그룹도 자사의 의류 브랜드인 ‘코오롱스포츠’를 통해 양궁 대표팀을 지원했다. 코오롱은 지면 접지력이 좋은 소재를 활용한 양궁 전용화를 국내 최초로 개발해 제공했다. 또 유니폼에는 활시위를 당길 때의 팔 움직임을 고려한 ‘3차원 패턴 기술’을 적용해 선수들이 기량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신경 썼다.● 유형4: 저변까지 키우기 지난해 말까지 20년 넘게 대한사격연맹의 회장사를 맡으며 200억 원 이상을 지원한 한화그룹은 사격 저변 확대에 특히 힘을 쏟았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강초현이 소속팀을 찾지 못하자 한화갤러리아사격단을 창단해 지원했다. 2008년에는 국내 주요 대회 중 하나인 한화회장배 전국사격대회를 만들어 지난해까지 꾸준히 운영해 왔다. 김 회장도 한화회장배 대회에 간간이 참석해 개회사나 시상을 하며 사격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대한사격연맹 관계자는 “2002년 한화그룹이 연맹의 회장사를 맡은 이후 동계 해외 전지훈련 프로그램이 만들어져 선수들의 실력이 크게 향상됐다”며 “덕분에 진종오(현 국민의힘 의원)라는 걸출한 선수가 탄생했고, 이를 지켜보면서 성장한 후배 선수들이 이번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이라고 말했다. 펜싱도 SK그룹이 회장사를 맡은 뒤 동호회 인구가 크게 늘었다. 오완근 대한펜싱협회 사무처장은 “2000년대 초반 SK그룹이 펜싱협회 회장사를 맡기 전에는 펜싱 동호회 인구가 거의 없었는데 이후 협회에서 클럽대회를 여럿 창설하자 동호회가 활성화됐다”며 “지금은 펜싱클럽이 150개가 넘고, 동호인도 약 4000명에 이른다. 요즘은 동호인 대회를 열면 참가자가 예상치를 웃돌기 일쑤”라고 말했다. 오 처장은 “SK그룹에서 후원을 해준 덕에 한국 펜싱이 급성장하는 것을 다른 나라 펜싱 선수들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며 “국제 대회에서 다른 나라 선수들을 만나면 항상 엄청 부럽다고 이야기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살뜰하게 지원해 주던 기업이 갑자기 떠나면 그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 한화그룹이 지난해 말 회장사 자리를 내려놓자 경기 용인시에서 종합병원을 운영하는 신명주 회장이 대한사격연맹 회장 자리를 이어받았다. 하지만 해당 병원에서 임금 체불 신고가 대거 발생하며 논란이 일자 신 회장은 이달 6일 갑자기 대한사격연맹 회장직을 내려놓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신 회장이 올 6월 회장으로 선출된 지 불과 두 달 만에 다시 회장 자리가 공석이 될 처지다. 국내 사격계에서는 한화가 다시 등판해 주기를 내심 바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체육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의 경영난이나 회사의 전략 변화 등을 이유로 후원이 갑자기 중단되면 아마추어 종목 선수들은 바로 어려움에 빠진다”며 “스포츠가 품은 긍정적인 힘을 오랜 기간 믿어주는 기업을 만나는 건 협회 입장에선 크나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1일 발생한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가 점차 보상 문제로 번지고 있다. 이번 화재로 피해를 본 140여 대 차량의 손해보험사들이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를 상대로 구상권 청구 소송전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 화재는 내연기관 대비해 발생 원인을 밝혀내기 까다롭기 때문에 피해 보상 주체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이뤄질 전망이다.9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손해보험사들은 인천 아파트 전기차 화재 피해와 관련해 ‘선 보상, 후 구상권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벤츠 ‘EQE 350’ 모델의 차량 주인은 대물 대상 5억 원 한도로 보험에 가입했는데, 이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나머지 차주들이 가입한 보험사가 먼저 배상하는 것이다. 보험사는 ‘자기차량손해 담보’ 특약을 통해 배상을 준비하고 있다. 이 특약은 가입자가 차량을 운전하다 상대방 없이 사고를 내거나 화재, 폭발, 도난 등으로 차량이 파손됐을 때 수리비 등을 지급한다. 보험사들은 일단 피해 차량에 대해 보상하고 추후 조사를 통해 배상책임자가 나오면 그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경찰과 소방당국 등의 조사결과 화재 원인이 차량 결함 때문이라고 밝혀진다면 벤츠코리아 측이 보험사 구상권 청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이번 화재로 인한 피해액은 아직 정확히 산출되지 않았지만, 약 1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벤츠코리아나 중국 배터리 제조사 파라시스도 법인에서 가입하는 생산물배상책임보험이 있을 것”이라며 “결국엔 보험사 간 소송전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다만 당국 조사를 통해서도 사고 원인을 명확하게 밝혀내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에서 발생한 열폭주로 인해 화재 원인을 밝혀낼 수 있는 흔적이나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8~2023년 기간 발생한 전기차 화재 160건 중 발화 요인 미상은 47건으로 29.4%에 달한다. 내연기관 차량은 같은 기간 발생한 전체 화재(2만2238건) 중 발화 요인 미상이 전체 12.3%(2746건)로 집계됐다. 전기차 화재 원인을 밝혀내지 못한 비율이 내연기관 차량 대비 2배가 넘는 것이다.윤용균 세명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전소 상태에서는 남아 있는 게 많지 않아 왜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했는지 조사하기가 쉽지 않다”며 “내연기관 차량은 화재 원인에 대한 연구도 많이 이뤄졌는데, 최근 보급이 본격화된 전기차는 축적된 자료가 적어 화재 조사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이 때문에 전기차 충전기나 주차장 시설 관리자가 의무적으로 보험에 가입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시시비비를 가리기 어려울 때 일단 시설 관리자가 가입한 보험을 통해 보상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와 관련해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전기차 충전기 등의 관리자가 화재 등의 사고에 대비해 보험 가입을 의무화 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도 김한정 전 민주당 의원이 이와 비슷한 내용을 담은 ‘전기안전관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지만 상임위에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가 결국 임기가 만료돼 폐기된 바 있다.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화재 보상 관련 법안들이 빨리 통과돼야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불안감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인천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전기차 안전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포비아’(공포증)로 바뀌고 있다. 자동차 고객센터마다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을 문의하는 전화가 빗발치고, 일부 소비자들은 아예 전기차 구매를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화재의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전기차를 외면하거나 특정 배터리를 배척하는 등의 포비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려하고 있다. 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수입 자동차 업체 A사는 최근 배터리 화재에 대한 고객 응대 매뉴얼을 마련했다. 1일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를 계기로 “내 차에 어떤 배터리가 장착됐나”를 묻는 질문이 폭증했기 때문이다. 또 “전기차 화재 발생 시 보상이나 처리 방침을 알려달라”는 등의 고객 요청도 많아졌다. A사는 자사 전기차 가운데는 화재가 발생한 사례가 없다는 점을 안내하면서 만약 차량 결함으로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이 밝혀지면 절차에 따라 보상하겠다고 안내하고 있다. 최근 전기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수입차 업체 B사의 전기차 배터리 사양에 대한 설명문이 게시됐다. 불안해하는 고객 문의가 이어지자 이 회사의 경기 지역 한 딜러가 설명 문건을 올려버린 것이다. 해당 설명문에 따르면 B사 전기차에는 삼성SDI와 중국 CATL의 배터리가 장착돼 안전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전기차 주차 문제 갈등은 계속 확산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주차타워는 최근 ‘전기차, 주차타워 입고 불가. 외부 주차장 이용’이라는 안내문을 붙이고 전기차의 출입을 금지했다. 경기 안양시의 한 아파트에서도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통해 지하 주차장의 전기차 출입을 금지하기도 했다. 아파트 측은 ‘불이 나면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각서를 쓴 경우에만 지하 주차장 주차를 허용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동호회 커뮤니티에서는 “전기차 차별”이라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전기차 판매 절벽’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차량 구매 플랫폼 ‘겟차’의 집계에 따르면 인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한 이후인 이달 1∼7일 전기차 구매 상담 건수가 7월 마지막 주 대비 21.4% 감소했다. 한 수입차 딜러사 관계자는 “일부 고객들이 인천 사건을 거론하며 전기차 계약을 취소하는 일이 있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될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포비아가 확산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전기차 안전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이것이 과도해지면 전기차 산업계가 심각한 침체 국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정부는 지하 주차장 완속충전기에 과충전 방지 기능을 추가하도록 하는 등 포비아가 퍼지지 않게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 전기차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인 경찰은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벤츠 측과 발화 차량에 대한 2차 합동감식을 벌였다. 경찰은 배터리 관련 기록이 저장돼 있는 ‘배터리 관리장치’를 국과수에 정밀 감정 의뢰할 예정이다. 또한 인천 서부경찰서에서 맡던 해당 사건을 인천경찰청 형사기동대로 이관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수사할 계획이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현대자동차가 태국에서 전기차와 전기차용 배터리 모듈을 조립하는 공장을 세우기 위해 10억 바트(약 386억 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태국투자청(BOI)이 7일 밝혔다.이날 BOI 성명에 따르면 현대차는 태국의 수도 방콕 남동쪽 사뭇쁘라깐주에 전기차 반제품조립(CKD) 공장을 건설해 2026년에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현대차가 단독으로 하지 않고 현지 업체와 합작해 투자하는 방식이다.태국투자청 측은 “현대차는 태국 내 강력한 공급망을 통해 원자재와 부품 3분의 1 이상을 태국 내에서 조달할 것”이라고 말했다.태국은 동남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꼽힌다. 토요타와 혼다, 미쓰비시 등 일본 완성차 회사들이 전통적인 강자로 군림하던 태국 시장을 현대차가 본격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현재 전동화모델인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를 한국에서 만든 뒤 이를 태국에 들여와 판매하고 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21대 국회에서 발의됐던 전기차 화재 관련 법안들이 여야 간 극한 대립 속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모두 폐기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6일 국회와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대표 발의한 ‘주차장법 개정안’은 21대 국회에서 조오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주차장법 개정안)과 박범계 민주당 의원(환경친화적 자동차 보급 촉진법 개정안)이 각각 대표 발의한 법안과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세 법안은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시설을 설치할 때 소방용수 시설이나 소화수조 등을 함께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화재 발생 시 확산을 막는 시설을 갖추라는 취지의 법안이다. 이훈기 민주당 의원이 6월 대표 발의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도 21대 국회에서 김한정 전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전기안전관리법 개정안’과 대동소이한 내용을 담았다. 전기차 충전기 관리자가 화재 등의 사고에 대비해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법안이다. 전기차 충전구역에서 흡연을 금지하는 법안도 21대와 22대 국회에서 모두 발의됐다. 22대에서는 이병진 민주당 의원(환경친화적 자동차 보급 촉진법 개정안), 21대 국회에선 강기윤 전 국민의힘 의원(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각각 해당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22대 국회에도 ‘도플갱어 법안’이 등장한 것은 해당 법안들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채 대거 폐기됐기 때문이다. 우선 순위에 밀려 차일피일 논의가 미뤄지다가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면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이다. 해당 법안들이 이미 통과됐다면 이번 ‘인천 지하 주차장 전기차 화재’의 피해 규모가 훨씬 작았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이제라도 전기차 화재 관련 법안들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동국제강그룹의 냉연철강 계열사인 동국씨엠이 업계 4위인 아주스틸 인수에 나섰다.동국씨엠은 6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아주스틸 지분인수 관련 기본계약서 체결 승인의 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사회 결의에 따라 동국씨엠은 총 1285억 원을 투입해 아주스틸의 지분 56.6% 확보에 나선다. 동국씨엠은 연내 기업 실사, 본계약, 기업 결합 승인 등의 절차를 밟은 뒤 아주스틸을 종속기업으로 편입할 계획이다. 또한 아주스틸 직원에 대해서는 100% 고용 승계를 하게 된다고 회사는 밝혔다.동국씨엠은 아주스틸 인수로 글로벌 컬러강판 시장 점유율이 기존 29.7%에서 34.4%로 늘어나 이 분야 글로벌 1위 기업으로 도약하게 된다. 내수 시장 점유율(30.6%)도 다시 1위로 올라서게 된다고 회사는 밝혔다.동국씨엠은 아주스틸의 인수를 통해 생산 원가 절감, 구매력 강화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더불어 아주스틸의 공장이 있는 폴란드 및 멕시코로 수출 기회 확장, 방화문 및 엘리베이터 도어 등 컬러강판 사업 역량 강화 등도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21대 국회에서 발의됐던 전기차 화재 관련 법안들이 여야 간 극한 대립 속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모두 폐기됐던 것으로 드러났다.6일 국회와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대표 발의한 ‘주차장법 개정안’은 21대 국회에서 조오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주차장법 개정안)과 박범계 민주당 의원(환경친화적 자동차 보급 촉진법 개정안)이 각각 대표 발의한 법안과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세 법안은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시설을 설치할 때 소방용수 시설이나 소화수조 등을 함께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화재발생 시 확산을 막는 시설을 갖추라는 취지의 법안이다.이훈기 민주당 의원이 6월 대표 발의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도 21대 국회에서 김한정 전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전기안전관리법 개정안’과 대동소이한 내용을 담았다. 전기차 충전기 관리자가 화재 등의 사고에 대비해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법안이다.전기자동차 충전구역에서 흡연을 금지하는 법안도 21대와 22대 국회에서 모두 발의됐다. 22대에서는 이병진 민주당 의원(환경친화적 자동차 보급 촉진법 개정안), 21대 국회에선 강기윤 전 국민의힘 의원(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각각 해당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22대 국회에도 ‘도플갱어 법안’이 등장한 것은 해당 법안들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채 대거 폐기됐기 때문이다. 우선 순위에 밀려 차일피일 논의가 미뤄지다가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면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이다. 해당 법안들이 이미 통과됐다면 이번 ‘인천 지하 주차장 전기차 화재’의 피해 규모가 훨씬 작았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이제라도 전기차 화재 관련 법안들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8월 임시국회 첫날인 5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단독 의결했다.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이후 폐기됐던 기존 노란봉투법보다 한층 더 강화된 내용을 담았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한 채 “국가 경제 위기의 날로 기록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경제계도 “개악”이라며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7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 상정됐던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종료 뒤 8월 임시국회에서 열리는 첫 본회의에 자동 상정돼 표결에 부쳐졌다. 이날 본회의에선 재석 179명 중 177명 찬성, 2명 반대로 가결됐다. 개혁신당 이준석, 이주영 의원이 반대표를 던졌다. 이날 처리된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노란봉투법보다 더 강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 노란봉투법이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 주요 내용이었다면 이번 개정안은 기존 내용에 더해 파업으로 인한 노조의 손해배상 책임을 대폭 줄이고, 1인 자영업자나 프랜차이즈 점주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여당은 노란봉투법을 ‘불법파업조장법’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입장문을 통해 “산업 현장의 경제적 파국을 막을 유일한 방법은 대통령의 거부권뿐”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이번에 통과한 노란봉투법에도 위헌 요소가 있다고 보고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르면 13일 국무회의에서 거부권 행사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용자 불법 있었다면 노조 손배책임 면제… 재계 “극단파업 우려”더 세진 노란봉투법, 야권 단독 의결1인 자영업자-가맹점주도 노조 가입권한 쟁의-파업 등 길 열어줘경총 “더 개악” 상의 “법 체계 흔들어”22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본회의에 올라간 노란봉투법은 21대 국회에서 발의됐다가 폐기된 기존 법안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사용자의 불법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질 경우 노조나 근로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없애도록 한 조항(3조 2항)이다. 이를 두고 여당과 경제계는 “노조의 극단적인 불법 행위가 만연해질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개정안을 새로 발의하고 ‘속도전’을 이어온 민주당은 “노란봉투법은 친노동법이자 친시장, 친기업법”(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이라며 여론전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21대에 이어 이번에도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필요성이 크다고 보고 있어 ‘거부권 후 재표결에 따른 폐기’ 수순을 다시 밟을 가능성이 크다.● 더욱 강화돼 돌아온 노란봉투법 노동조합의 가입 문턱을 대폭 낮춘 것도 이번 개정안의 주요 쟁점 중 하나다. 개정안은 2조 4호에서 노조 가입자 제한 요건 가운데 ‘근로자가 아닌 자’를 삭제했다. 이에 따라 1인 자영업자나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에게도 노조 가입 권한을 부여해 권한쟁의나 파업 등의 길을 열어줬다는 지적이 경제계에서 나오고 있다. 여기에 사용자 범위를 원청까지 확대해 하청 노동자가 원청 기업을 상대로 노사 협의를 할 수 있게 하고, 노조 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 금액을 노동자 개개인별 귀책사유를 따져 정하도록 한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노란봉투법의 쟁점 조항들도 그대로 담겼다. 경제계에서는 “수십, 수백 개의 하청 노조와 교섭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으며 특히 노조 활동 과정에서 복면을 쓰거나 폐쇄회로(CC)TV를 가리고 불법 행위를 할 경우 개별 손해 기여도 입증이 사실상 불가하다”란 입장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원청이 사실상 노동자에 대한 통제권을 갖고 있음에도 단체 교섭을 하지 못하는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노란봉투법은 우리나라도 서명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내용과도 부합할 뿐 아니라 국제 노동계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했다.● 尹 거부권 행사 예고 국민의힘은 이번에도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7월 임시국회 회기 종료를 앞둔 2일 노란봉투법이 본회의에 상정되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하며 반발했다. 7월 임시회 종료와 함께 필리버스터가 종료된 후 8월 임시국회 첫 본회의인 이날 본회의에 노란봉투법이 자동 상정되자 법안 표결에도 단체 불참했다. 국민의힘 박준태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이) 이제는 경제까지 파탄 내기로 작정한 모습”이라며 “‘불법파업조장법’은 이재명 전 대표의 먹사니즘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이날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처리되자 브리핑을 열고 “자영업자 등 근로자가 아닌 사람도 노조에 가입해 노조의 본질이 훼손되고, 원청 사용자는 누구와 무엇을 교섭해야 할지 불분명해 무분별한 교섭 요구가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개정안이 이송되면 정부가 할 책무를 다하겠다”고 밝혀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주요 경제 단체와 노동계의 입장은 엇갈렸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21대 국회의 개정안보다 더욱 심각한 개악안 처리를 강행한 야당은 반드시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대한상공회의소도 “(노란봉투법은) 우리나라 법 체계 전반을 뒤흔드는 것으로 결코 입법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반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대통령이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전체 노동자의 투쟁으로 파국을 맞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