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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서 아프리카 책을 본 소년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소년의 마음은 초원으로 향한다. 코끼리, 얼룩말, 달려가는 기린 떼를 화폭에 담는다. 사자는 멀리 있는 나무에 올라가 망원경으로 보며 그린다. 때론 코뿔소에게 쫓기기도 한다. 황토와 초록빛 나무, 생명력 넘치는 동물들을 선명하고도 눈부시게 빚어냈다. 소년을 태우고 다니는 코끼리는 다정한 친구가 된다. 다시 침대라는 현실로 돌아온 소년. 그림 그리기는 계속된다. 글 없이 그림으로만 구성돼 상상력을 더 자극한다. 소년의 모험을 생동감 있게 담은 장면 하나하나에 빠져든다. ‘작가의 노트’에서 저자는 어린 시절 그림을 그리며 상상의 나래를 펼친 행복했던 시간이 영감의 원천이 됐다고 밝힌다. 그리고 당부한다. ‘그냥 그리세요. 멈추지 말고 계속 그리세요.’ 원제는 ‘DRAW!’.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고집불통 스타 셰프와 자유분방한 패션 디자이너가 로맨스를 펼치는 채널A 드라마 ‘유별나! 문셰프’가 다음 달 6일 방송을 시작한다. 에릭이 기고만장한 문승모 셰프 역을, 고원희가 패션 디자이너 유벨라 역을 맡았다. ‘유별나! 문셰프’는 별 많고 달 밝은 서하마을에서 스타 셰프인 문승모와 기억을 잃고 천방지축 사고뭉치가 돼 버린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유벨라가 만나 사랑하고 성장하는 힐링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다. 문승모는 한식의 역사를 새로 쓰는, 잘생기고 잘나가는 셰프지만 화재 사고로 부모님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자 모든 것을 접고 서하마을로 향한다. 한식집을 열지만 손님이라곤 없고,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은 유벨라가 나타난다. 드라마 ‘또! 오해영’ ‘연애의 발견’을 통해 ‘검증된 로맨스 장인’으로 불리는 에릭이 생활의 모든 것이 서툰 시골에서 고원희와 티격태격하며 어떤 매력을 보여줄지 관심이 높다.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뛰어난 요리 실력을 보여줬기에 에릭의 셰프 연기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시골 정취와 함께 정갈한 한상 차림을 통해 여유로움도 선사한다. 정유리 김경수 작가가 극본을 쓰고 최도훈 정헌수 PD가 연출한다. 5월에는 이유리 연정훈 이일화가 출연하는 채널A 드라마 ‘거짓말의 거짓말’을 선보인다. ‘유별나! 문셰프’의 후속작이다. 이유리는 재벌가 며느리에서 남편 살해범이 되는 지은수 역을 맡았다. 교도소에서 낳은 아이가 입양된 사실을 알고 새엄마가 되기 위해 거짓 사랑을 하는 안타까운 모성을 연기한다. 연정훈은 입양한 딸을 홀로 키우는 다정하고 정의로운 기자 강지민으로 출연한다. 이일화는 지은수의 전 시어머니인 김활란 역을 맡아 아들을 죽인 살인범으로 지목된 은수에게 복수를 실행한다. 이유리와 연정훈이 한층 깊어진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이일화도 섬뜩한 면모를 드러내며 변신을 예고했다. 김지은 작가와 김정권 PD가 손잡았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초등학교 3학년 현우는 공원에서 친구들과 학예회에서 선보일 연극 연습을 하다 예쁜 아기를 만난다. 현우와 놀던 아기가 갑자기 넘어져 이마를 살짝 긁혔다. 현우가 죄송하다고 말하려 했지만 아기 엄마는 화를 내고 가버린다.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른 현우. 어느 날 아기 엄마가 아파트 바로 아래층에 사는 걸 알게 된 현우는 초인종을 누른 뒤 도망치고 거실에서 쿵쿵 줄넘기를 하며 소심한 복수에 나서는데…. 미안함이 분노로 바뀌고, 복수를 하며 통쾌해 하지만 곧 죄책감을 느끼는 현우의 마음이 현실적이고도 세밀하게 묘사돼 공감을 자아낸다. 각 장면을 익살스럽게 그린 그림은 역동적이고 깜찍하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건 용기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이다. 사과하는 건 쉽지 않지만 솔직하게 미안함을 표현하면 상대방도 마음을 열 수 있다고 찬찬히 일러준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중소기업 근로자, 소상공인 등에게 국내 휴가비를 지원하는 ‘근로자 휴가 지원 사업’에 참여할 기업과 근로자를 3월 4일까지 모집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근로자가 20만 원을 부담하면 기업이 10만 원, 정부가 10만 원을 각각 지원해 총 40만 원을 국내 휴가비로 사용할 수 있는 근로자 휴가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올해부터 중소기업 근로자, 소상공인뿐 아니라 비영리 민간단체, 사회복지법인 근로자로 대상을 확대했다. 모집 인원은 8만 명이다. 지원이 확정되면 올해 4월부터 내년 2월까지 11개월간 여행비를 사용할 수 있다. 전용 온라인몰 ‘휴가#’에서 리조트, 항공, 렌터카, 패키지 등 40여 개 여행사의 9만여 개 상품을 구입하면 된다. 40만 원을 초과할 경우 개인이 추가 결제할 수 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중소기업확인서와 사업자등록증을, 비영리 민간단체와 사회복지법인은 단체등록증 또는 설립허가증과 고유번호증을 내야 한다. 근로자 휴가 지원 사업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합창하던) 배우들이 사라진 후 저 문을 열고 나오면 2400개의 눈동자가 제게 꽂힙니다. 저를 바라보는 2400개 눈동자를 보면 심장이 쪼그라듭니다….” 뮤지컬 ‘스위니 토드’ 막공(마지막 공연)이 끝난 26일 밤 조승우 씨가 말했다.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 이 뮤지컬은 그가 출연한 모든 회차 티켓이 순식간에 매진돼 예매 전쟁이 벌어지고 암표까지 기승을 부릴 정도로 화제 속에 막을 내렸다. 억울하게 아내와 딸을 빼앗기고 복수만을 꿈꾸는 이발사 스위니 토드 역을 맡은 그는 광기와 분노는 물론이고 유머에 때론 애드리브까지, 노련하고 집중력 있는 연기로 객석을 들었다 놓았다 했다. 그런 그가 관객들과 처음 대면하는 매 순간이 그토록 떨린다고 털어놓은 것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분장을 지우고 배역에서 벗어나면 쓸쓸하고 고독함을 느낍니다. 좋은 이별이 있어야 좋은 만남도 있겠죠.” 말을 이어가는 그를 보며 모든 것을 오롯이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배우의 무게감, 그리고 작품에 대한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무대는 기댈 곳도, 숨을 데도 없다. 배우들은 “무대에 서면 발가벗은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실수를 해도, 연기가 성에 차지 않아도 ‘다시 한 번’은 없다. 수십 년을 연기한 베테랑 배우도 무대에서는 겸허해진다. 연극 ‘오구’, ‘친정엄마와 2박 3일’에 오랜 기간 출연해 온 강부자 씨는 “아침에 눈을 뜨면 예불부터 시작한다. 오늘 공연도 무사히 끝나게 해 달라고 부처님께 기도한다. 공연 전에는 언제나 긴장된다”고 했다. 믿을 건 연습과 자기 관리뿐이다.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데뷔해 ‘세일즈맨의 죽음’ ‘사랑해요 당신’, 현재 공연 중인 ‘그대를 사랑합니다’까지 65년째 무대에 서고 있는 이순재 씨는 대사 암기력이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그는 “기억력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 대통령들 이름을 외운다. 좋은 대통령도 외우고 쭉정이도 외운다(웃음). 조선시대 왕 이름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명산들은 위에서부터 내려가면서 외운다”고 말했다. 배우들은 그렇게 성장한다.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무대만큼 냉정하게 보여주는 곳이 없기에. 살다 보면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발가벗은 채 서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때가 온다. 그럴 때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피하는 것도, 부딪쳐 보는 것도 스스로 정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를 감당하는 것 역시 자신의 몫이다. 연극 ‘미스 프랑스’ ‘멜로드라마’ ‘아트’에 출연한 김성령 씨의 말이 떠오른다. “무대에 서면 부족한 게 많다는 걸 계속 확인하게 됩니다. 두렵죠. 하지만 간절한 마음으로 애쓰면 조금씩 채워지는 느낌이 들어요. 그만큼 나아지고 있는 거라고 믿어요.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사로잡혀 도전 자체를 하지 않는 것보다는 끝까지 해내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고요.” 그렇게 배우들과 무대는 우리네 삶을 비춘다. 지금 우리는 어떤 모습과 어떤 마음으로 내 인생의 무대에 서 있는가. 손효림 문화부 차장 aryssong@donga.com}
외국인이 많이 찾아오는 지역이 되도록 집중 지원하는 ‘관광거점도시’ 사업에 부산, 강원 강릉시, 전북 전주시, 전남 목포시, 경북 안동시 등 5곳이 선정됐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8일 “외국인 관광객의 80%가 서울에 집중돼 한국을 찾는 외국인을 늘리기 위해서는 지역의 새로운 관광 거점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은 국제관광도시로, 강릉 등 4곳은 지역관광거점도시로 뽑혔다. 올해 부산에는 43억 원, 강릉 등 4개 도시에는 각 21억5000만 원, 홍보 및 컨설팅 30억 원 등 국비 159억 원을 투입한다. 2024년까지 이들 도시별로 5년간 각각 500억 원가량을 지원할 예정이다. 조현래 문체부 관광산업정책관은 “국비 지원 규모는 해당 도시의 사업 계획에 따라 700억 원 이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시설을 짓는 것보다는 기존 관광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주요 평가 기준으로 삼았다. 부산은 관광 기반 시설이 우수하고 발전 잠재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았다. 바다를 끼고 있는 점을 살려 각종 축제와 역사 문화 행사를 마련할 예정이다. 평창 겨울올림픽을 개최한 강릉은 올림픽 도시라는 이미지를 활용한 사업을 제시했고, 강원 지역을 연계하는 안내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전주는 한옥마을을 적극 활용하고 전북도 내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관광 상품을 만들겠다고 제안했다. 목포는 근대역사문화와 음식문화, 섬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안동은 유교문화 자원을 바탕으로 한국의 전통문화를 다채롭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은 1750만 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는 2000만 명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관광거점도시가 한국 관광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기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설날 선물로 조계종 등 복수의 불교단체에 육포를 보내 논란이 일고 있다. “실무적 착오로 인한 실수”라지만 육식을 원칙적으로 금하는 불교계에 설 선물로 육포가 배송됐다는 사실만으로 불교계 표심 이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20일 한국당 등에 따르면 황 대표 비서실은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과 국회의원, 사회지도층에게 설 선물로 9만원 상당의 백화점 육포 선물세트 500여개를 보내면서 불교 단체에는 한과세트를 보내겠다고 황 대표에게 보고했다. 한과 세트는 12개였다. 하지만 배송이 시작된 17일 조계종 등 복수의 불교 단체에 한과 대신 육포가 배송됐다는 걸 알게 됐다. 대표실과 백화점 실무진끼리 배송 명단을 분류하던 중 착오로 벌어진 ‘배달사고’였다는 게 한국당의 설명이다. 한국당은 17일 담당자가 조계사를 방문해 총무원장 등 스님 3명에게 배송된 육포를 한과로 교체하고 사과한 데 이어 김명연 대표 비서실장이 20일 총무원장을 만나 재차 사과했다. 육포가 배송된 다른 불교단체들에는 백화점 측이 찾아가 사과하고 해당 지역구의 한국당 의원들도 전화로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명연 실장은 20일 황 대표에게 보직 사퇴 의사를 전했다. 황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조계종에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하다. 경위를 파악해보겠다”고 했다. 당 안팎에선 이런 공감 능력으로 총선을 치를 수 있겠느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종교계에 보내는 선물은 당대표가 해당 종교와 인연이 깊은 의원에게 부탁해 전달하는 게 관례”라며 “향후 총선 실무 처리가 우려스럽다”고 했다. 조동주기자 djc@donga.com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강원 강릉시 오죽헌의 커다란 매화나무는 1400년대 초반 이조참판을 지낸 최치운이 이 집을 짓고 뒤란에 심었다. 신사임당이 이 집에 머물 때는 100년쯤 된 큰 나무였다. 매화를 좋아한 사임당은 ‘고매도’ ‘묵매도’ 등 매화 그림을 많이 그렸다. ‘나무 인문학자’인 저자는 최치원 이황 원효대사 김구 등 역사적 인물과 관련된 나무들을 차례차례 소개한다. 경남 합천 해인사의 전나무는 최치원이 꽂은 지팡이가 자란 것이라는 전설을 간직했다. 경기 양평군 용문사의 은행나무는 마의태자가 운명을 다한 신라를 생각하며 심었다고도 하고, 신라의 의상대사가 심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은행나무는 임진왜란, 6·25전쟁 등 나라에 변고가 다가오면 큰 울음소리를 냈다고 한다. 전국 곳곳의 나무를 통해 우리 역사와 전설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당당하고 멋스러운 자태의 나무들이 컬러 사진에 시원스레 담겨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원숭이 모모는 바나나 우유를, 토끼 토토는 당근 수프를 좋아한다. 둘은 단짝 친구. 토토가 주황색 장난감 자동차가 어떤지 묻자 모모는 노란색이 더 멋지다고 말한다. 토토가 주황색 모자를 고르자 모모는 노랑이 더 잘 어울린다며 모자를 씌워 준다. 자기 생각을 말하려는 토토에게 모모가 노란 꽃다발을 안기자 토토는 같이 안 논다는 쪽지를 남기고 가 버리는데…. 단짝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걸 마냥 건네는 모모는 해맑다. 초록 모자를 쓴 판다와 갈색 옷을 입은 코알라를 보며 토토가 토라진 이유를 깨달은 모모, 수줍게 모모가 내민 주황색 꽃 한 송이에 마음이 풀린 토토. 각각 다른 취향을 존중하자는 당부를 예쁘게 담아냈다. 앞 면지에는 모모가 좋아하는 야구공과 망원경을, 뒤 면지에는 토토가 아끼는 축구공과 팔레트 등을 그렸다. 작은 그림에도 하나하나 의미를 담은 고운 작품이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가짜뉴스나 불법 유해정보로부터 국민 권익을 지키고 미디어 격차를 해소하는 데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대전 대덕연구단지의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같이 말했다. 총선을 3개월 앞두고 가짜뉴스에 대한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방통위는 “민간 영역의 팩트체크센터가 올해 안에 설립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보고했다. 문 대통령은 또 “방송 매체 간 규제 불균형, 국내외 사업자 간 역차별 등 시대에 맞지 않는 낡은 규제를 개선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힘을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방통위는 지상파 중간 광고를 올 하반기에 도입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지상파는 이미 가상·간접광고와 광고총량제, 황금주파수 무상 할당 등 각종 특혜를 받고 있어 역대 정부에서 허용하지 않은 정책을 강행하는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과기부 업무보고에선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의 힘으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고 혁신적 포용국가의 실현을 앞당겨야 한다”고 했다. 과기부는 이날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1호 공약으로 내놓은 ‘무료 와이파이’ 사업과 관련해 올해 안에 모든 시내버스에 공공 와이파이를 구축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을 시작으로 취임 후 처음으로 전 부처 업무보고를 받는다. 이날 업무보고에는 정세균 신임 국무총리도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모두 발언은 제가 하지만 마무리 발언은 정 총리가 할 것”이라며 “앞으로 모든 국정보고를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책임총리로서의 정 총리 역할에 힘을 실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문 대통령은 청와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된 디지털혁신비서관에 조경식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상임감사(57)를 내정했다.박효목 tree624@donga.com·손효림·곽도영 기자}

나윤선 재즈보컬리스트(51)와 제프 벤저민 케이팝 칼럼니스트(31)가 한국을 널리 알린 공로로 한국이미지상을 받았다.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이사장 최정화 한국외국어대 교수)이 14일 주최한 2020한국이미지상 시상식에서 나 씨는 부싯돌상을, 벤저민 씨는 징검다리상을 수상했다. SK텔레콤은 디딤돌상을 받았다. 올해로 16회를 맞는 한국이미지상은 한국 문화를 알리고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 힘쓴 개인과 단체에 수여한다. 나 씨는 한국적 정서를 바탕으로 한 독창적인 음악으로 세계인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으며 벤저민 씨는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을 통해 한국 가수들을 해외에 적극 알렸다. 나 씨는 “어릴 때 들었던 한국 가요, 국악을 자연스레 재즈에 녹여 표현하게 됐다. 여러 나라에서 연간 100회가량 공연하는데, 더 많은 곳에서 관객들을 만나 한국 음악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벤저민 씨는 “세계의 케이팝 팬들과 더 다양하고 흥미로운 방법으로 소통하겠다. 케이팝을 하나의 음악 장르로 진지하게 인식하고, 계속 설렘을 느끼며 케이팝을 즐기게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곰 비욘은 풀밭에 앉아 나무를 바라보는 걸 좋아한다. 애벌레를 관찰하고 진흙으로 그림도 그린다. 이런 하루가 즐거워 내일을 기다린다. 산토끼 여우 족제비 오소리 부엉이와 가장 무도회도 연다. 1권에는 작은 것에서 기쁨을 느끼고 느릿느릿 사는 비욘의 일상이 담겼다. 2권에서 비욘과 친구들은 소풍을 가고 버스도 타며 모험을 한다. 여유롭고 낙천적인 비욘의 이야기는 맑고 포근하다. 등을 시원하게 긁을 수 있는 포크를 선물 받아 신이 나고 버스 창으로 들어오는 풀 냄새에 감탄하는 비욘. 그렇게 행복은 가까이 있다. 자두를 따 먹으려 함께 달려가고 비욘이 겨울잠을 잘 때 눈싸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친구들. 이들의 표정과 몸짓을 간결하고 재치 있게 포착한 그림은 앙증맞다. 마음이 스르르 풀리며 기분 좋은 여운이 남는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빅뱅의 노래를 듣고 가사의 의미를 곱씹으며 자랐어요. 항상 빅뱅의 음악이 저를 감싸고 있었죠. 제 유년 시절과 사춘기는 빅뱅을 빼고 얘기할 수 없답니다.” 지난해 어머니, 형과 함께 한국을 찾은 프랑스 대학생이 말했다. 한국을 여행한다는 설렘에 가득 찬 그의 두 눈을 보니 마음이 복잡해졌다. ‘버닝썬 사건’의 핵심으로 지목된 빅뱅의 전 멤버 승리가 성매매,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으며 연일 뉴스에 등장하고 있을 때였다. 남학생은 이 소식을 모르는 듯 해맑게 빅뱅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고 기자는 가슴을 졸였다. 빅뱅의 노래를 문제 삼는 건 아니지만 승리에게 묻고 싶었다. ‘당신이 도대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알고 있나요?’ 한류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각국 팬들의 삶에 미치는 파장은 상상 이상으로 크다. 한국 문화를 공부하겠다며 진로를 바꾸고, 케이팝을 들으며 자신감을 키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방송인으로도 잘 알려진 카를로스 고리토 주한 브라질대사관 교육관은 “따돌림을 받거나 외로움에 시달려도 한류 덕분에 엇나가지 않고 삶의 중심을 다잡는 브라질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마초 문화가 상대적으로 강한 브라질에서는 덩치가 작거나 여린 외모를 지닌 남학생들은 놀림 받고 왕따를 당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상처를 받은 학생들은 한류 스타를 보며 남성이 우락부락하지 않아도 매력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큰 힘을 얻는다고 한다. 케이팝을 들으며, 남들과 달라도 괜찮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오래전 멕시코와 쿠바를 여행했을 때였다. 현지인들은 눈만 마주치면 “코레아?”라고 묻더니 “피에스와이(PSY·가수 싸이), 피에스와이!”라고 외치며 ‘강남 스타일’의 말춤을 흥겹게 췄다. 지구 반대편까지 퍼져 나간 한류의 힘에 깜짝 놀랐다. 이제 한류는 즐겁고 신나는 문화 콘텐츠를 넘어선 듯하다. 개개인의 마음을 위로하고 삶의 버팀목이 되어주는가 하면 때로 인생까지 바꾸는 힘을 지니게 됐다.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한편으로는 이를 두려워하는 마음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의 삶에 크든 작든 파장을 일으킨다는 건 그만큼의 무게도 감내해야 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아이돌 그룹 선발 프로그램의 순위 조작 사건을 비롯해 스타들의 일탈 행위가 수시로 터져 나온다. 사람 사는 세상에 사건 사고가 없을 순 없다. 다만 한류 스타들과 제작진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자신이 만드는 콘텐츠가 누군가의 인생에 얼마나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주면 좋겠다. 뜨거운 환호에 그저 취하기보다는 환호를 보내는 이들의 마음과 삶을 헤아린다면 행동은 물론이고 판단 하나하나가 좀 더 신중해질 수 있을 것이다. 강력한 영향력은 근사하고 화려하다. 그에 걸맞은 책임감도 함께 커질 때 세계인의 마음을 진정으로 사로잡을 수 있는 한류가 뿌리내릴 수 있다. 보다 깊숙하고 단단하게.손효림 문화부 차장 aryssong@donga.com}

무용단 ‘무브스컬렉터스’는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경북 영주시청소년수련원 등 6곳에서 공연 ‘체커스’, ‘매듭’을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사람들 간의 감정과 생각, 관계에 대한 성찰을 담은 작품이다. 끈을 활용해 학생들이 서로 이어지고 춤도 추는 워크숍 ‘관계를 말해요’도 흥미롭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연과 워크숍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가 청년 예술가들이 전국 곳곳으로 찾아가 활동하는 ‘신나는 예술 여행: 청년형’ 사업에 선정돼 진행됐다. 2004년 시작한 ‘신나는 예술 여행’은 예술가들이 관객에게 직접 다가가는 프로그램이다. 예술위는 만 39세 이하 청년예술가들로 구성된 단체를 별도로 뽑는 ‘청년형’ 사업을 지난해 도입했다. 43개 단체가 선발돼 모두 2000여 회의 퍼포먼스를 펼쳤다. 올해는 80여 개 단체를 선정할 예정이다. 지원금도 지난해 30억 원에서 올해 69억 원으로 확대했다. 단체별 지원액은 연간 5000만∼1억 원이며 공연은 20회부터 최대 40회까지 할 수 있다. 예술가들은 학교, 어린이집, 주민자치센터, 사회복지관, 공원 등에서 공연한다. 전문 공연장이 아니어도 예술성을 표현할 수 있고, 관객이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하도록 작품을 기획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연 장소를 발굴하고 관객을 모집하는 것도 개별 단체의 역할이다. 문화예술기획단 ‘쌈’은 전남 진도시장 등을 찾아 상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포토 에세이를 제작했다. 시장의 일상을 그린 작품도 전시했다. 극단 ‘명작옥수수밭’은 전래동요와 민요를 활용한 주크박스 뮤지컬 ‘나무도령 이야기’를 공연했다. 배우들이 도구로 직접 소리를 내며 연기해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꼭두’, ‘노라’, ‘달들의 놀이터’ 등 ‘신나는 예술 여행: 청년형’에 참여한 호남 지역 7개 단체는 지난해 12월 전남 강진군 늦봄문익환학교에서 프로젝트 공연 ‘Art 必 하모니(아트 필 하모니)’를 열었다. 재활용품으로 악기 만들기, 매직 풍선, 국악 공연을 진행했다. 예술위 측은 “여러 단체들이 사회적 협동조합을 설립해 연합 공연을 펼치고 장기적으로 사회적경제 기업으로 성장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올해부터는 예술위가 전국 시도 문화재단을 방문해 ‘신나는 예술 여행: 청년형’ 참여 단체를 심사할 예정이다. 기존에는 시도 문화재단 담당자들이 예술위로 와 심사했다. 황진수 예술위 예술확산본부장은 “17개 시도 문화예술재단과 손잡고 ‘지역을 직접 찾아가는 심의’를 실시해 새로운 지역 협력 모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코딱지 파는 걸 좋아하는 민이. 콧구멍도 크고 코딱지도 엄청나게 나오는 할아버지처럼 되고 싶다. 할아버지는 코딱지를 돌돌 말아 멀리 튕기는 비법(?)을 알려주셨다. 할아버지와 민이는 둘만 아는 비밀이 많다. 진짜 좋아하는 사이니까. 어느 날 민이의 앞니가 흔들린다. 혀로 슬쩍 밀기만 해도 까딱거리는 이가 좋아 민이는 신난다. 고난도 태권도 동작을 하듯 코딱지를 멀리 던지는 할아버지를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민이의 표정이 깜찍하다. 병원에 입원한 할아버지가 민이에게 헌 이가 새 이를 남겨둔 것처럼, 할아버지는 민이를 세상에 남겨뒀다고 말하는 모습에 저릿한 감정이 밀려든다. 사랑하는 존재와 헤어져도 그게 끝이 아님을, 생명은 이어지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키득키득 웃다 어느새 따스한 위로를 한 아름 건네받는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제주 남쪽 바다에 있는 작고 보이지 않는 섬 이어도. 사람들은 오랫동안 이어도를 기억하고 노래했다. 이어도는 많은 광물, 천연 자원을 품은 대륙붕과도 손잡고 있다. 어느 날 ‘이어도는 제주땅’이라는 이름표가 달린다. 이어도를 탐내는 괴물이 나타나자 사람들은 철탑을 지어 이어도를 지켜준다. 이어도가 주인공이 돼 자신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들려준다. 혹여 자기를 잊을까봐 파도 사이로 살짝살짝 얼굴을 내미는 이어도는 수줍은 아이 같다. 물고기 떼가 헤엄치고 수많은 배들이 오가는 이어도 주변의 풍요로운 광경을 역동적인 그림으로 담아냈다. 이어도의 가치와 역사, 설화는 부록으로 실었다. 이어도를 탐내는 중국에 맞서 이를 지켜낸 사실도 알 수 있다. 찬찬히 읽다 보면 이어도의 모든 것이 어느새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올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1725만 명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연말까지 외국인 관광객은 모두 175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기존 최고 기록은 2016년 1724만 명이었다. 1725만 명째 외국인 관광객으로 26일 인천공항에 입국한 이는 인도네시아 에코 프라세티오 씨 가족 6명이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안영배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이들 가족에게 축하 꽃다발과 꽃목걸이를 전했다. 항공권과 상품권 등 선물도 증정했다. 프라세티오 씨는 “딸이 케이팝의 열렬한 팬이어서 한국에 처음 오게 됐다. 서울 곳곳을 다니며 한국 문화를 최대한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축하 행사에는 논버벌 국악쇼 ‘썬앤문’, 댄스 뮤지컬 ‘사랑하면 춤을 춰라 시즌2’가 각각 공연됐다. 연간 외국인 관광객 1750만 명을 시간으로 환산하면 외국인이 1.8초마다 1명꼴로 한국을 찾은 셈이다. 1년간 매일 비행기 118대(407석 기준)가 만석으로 들어올 때 나오는 수치다. 관광 수입은 약 25조1000억 원, 생산유발 효과는 46조 원으로 추산된다. 46만 명의 일자리가 만들어진 것으로 나온다. 한국의 관광객 증가세는 다른 나라에 비해 특히 두드러진다. 세계관광기구(UNWTO)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국제관광객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늘었다. 지역별로는 중동이 9%, 아시아태평양지역이 5%였다. 이 기간 한국에 온 외국인 관광객은 16%나 늘어나 세계 평균을 크게 뛰어넘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하는 관광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2017년 19위에서 올해 16위로 세 계단 상승했다. 미국인 관광객은 연말까지 1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보여 중국 일본 대만에 이어 방한 관광객 100만 명 이상 국가에 미국이 포함될 예정이다. 미국은 거리가 멀어 관광객의 체류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올해 1∼11월 외국인 관광객은 중국이 551만 명으로 가장 많고 일본이 302만 명으로 2위였다. 박양우 장관은 “한국을 외국인이 계속 오고 싶어 하는 나라로 만들기 위해 보다 편하게 관광 정보를 얻고 쉽게 이동하며 보고 즐길 거리가 더욱 다양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작은 마을 퍼들비에 사는 의학박사 둘리틀은 앵무새 폴리네시아에게 동물의 언어를 배운다. 덕분에 돼지 말 오리는 물론이고 쥐까지, 박사의 집은 치료를 받으러 온 동물로 북적인다. 어느 날 아프리카의 원숭이들이 병들어 간다는 소식을 들은 박사는 동물들과 아프리카로 향한다. 긴 항해 끝에 아프리카에 도착하지만 백인에게 피해를 입은 적이 있는 왕은 백인인 박사와 동물을 감옥에 가둬 버리는데…. 난관이 불쑥불쑥 닥치지만 동물들은 각자 특기를 발휘해 자신들을 믿고 아끼는 박사와 함께 해결한다. 흥미진진한 사건이 펼쳐지는 가운데 해결사로 나선 동물별 특징을 파악하는 재미가 크다. 인간의 오만함도 돌아보게 한다. ‘둘리틀 박사의 모험’ 시리즈 전체 12권 중 이 책과 함께 ‘둘리틀 박사의 바다 여행’, ‘둘리틀 박사의 우체국’까지 3권이 세트로 나왔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인생이라는 싸움에서는 슬퍼하면 진다.” 소설 속 주인공 응우옌안띤에게 어머니가 자주 한 말이다. 베트남전쟁 당시 보트 피플로 탈출해 캐나다에 정착한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주인공에게 투영했다. 어머니의 당부처럼 그는 죽은 나무에 후추나무 송이의 열매처럼 파리가 매달린 난민 수용소에서도,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캐나다에서도 절망하지 않는다. 그를 단단하게 붙잡은 건 가족이었다. 리무진을 타던 과거는 지우고 호텔 계단을 대걸레로 청소하며 앞날을 개척하는 아버지, 찻잎 사이에 외교관 변호사 등을 쓴 쪽지를 넣어 생일 선물로 건넨 이모….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것이 가능함을 깨닫게 했다. 캐나다 그랜비 주민들이 내미는 따뜻한 손길도 있었다. 혼돈과 두려움, 배려의 순간순간을 관조하듯 차분하게 그렸다. 프랑스어로 실개천을, 베트남어로 자장가를 뜻하는 제목 ‘루’처럼. 저자가 베트남 음식을 통해 추억과 사랑을 그린 ‘만’(1만3000원)도 함께 출간됐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파리도서전에 오셨나 봐요?” 택시를 타자마자 기사가 물었다. 프랑스 파리도서전을 취재하기 위해 출장 갔을 때였다. 깜짝 놀랐다. 어떻게 알았느냐고 묻자 40대로 보이는 남성 기사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파리도서전이 열리는 베르사유 전시장 근처에서 탔고, 가는 곳은 출판사잖아요.” 그랬다. 소설가 아멜리 노통브를 인터뷰하기 위해 알뱅 미셸 출판사로 가는 길이었다. 기사의 눈썰미에 감탄하자 그는 손가락으로 창밖을 가리켰다. 도로 양쪽을 따라 파리도서전을 알리는 깃발이 나부끼고 빌딩 전광판에도 도서전을 홍보하는 영상이 수시로 떴다. “파리도서전이 열리기 전부터 라디오 프로그램마다 진행자들이 오프닝, 클로징 멘트에서 도서전 얘기를 계속해요. 아주 확실하게 각인된답니다. 혹시 작가를 만나러 가세요?” 노통브를 만난다고 하자 기사의 목소리가 한 단계 높아졌다. “아, 제가 좋아하는 작가예요! 발상이 기발하고 재미있잖아요. 앞으로 더 흥미로운 작품을 쓸 거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노통브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후 그는 좋아하는 프랑스 작가가 있느냐고 물었다. 머릿속으로 작가들을 떠올리는 사이, 택시는 출판사에 도착했다. 국내와 해외를 포함해 택시에서 기사와 문화에 대해 대화한 건 이때가 유일하다. 파리도서전을 즐기는 문화도 인상적이었다. 담당 부처인 문화부의 장관뿐 아니라 상당수 장관들이 각자 시간을 내 도서전에 와 책을 살폈다. 유명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도 개인적으로 도서전을 찾았다. 유치원, 초중고교에서 학생들이 단체로 오고 다양한 연령의 시민들은 주제별 토론회에 참가해 메모를 하거나 때로 질문도 했다. ‘악(惡)이란 무엇인가’같이 무거운 내용을 다루는 자리에도 의자가 꽉 찼다. 일상에 깊숙이 스며든 프랑스의 독서 문화를 보며 매력적인 문화 콘텐츠를 만드는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드라마 영화 연극 뮤지컬 가요 애니메이션 등의 기본은 글이다. 독서를 통해 탄탄하게 다진 기본기는 다양한 분야로 뻗어나가는 바탕이 된다. 올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이 콘텐츠 산업을 주요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며 1조 원이 넘는 자금을 지원하는 ‘콘텐츠 산업 3대 혁신 전략’을 발표한 후 출판계에서는 허탈해하는 목소리가 크다. 콘텐츠의 기본이 되는 ‘글’을 다루는 출판이 빠졌기 때문이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출판을 포함해 순수예술 분야 예산을 가장 큰 폭으로 올렸다고 설명했다. 물론 정부의 정책 하나로 가파르게 하락하는 독서율을 높이긴 어렵다. 그럼에도 글의 중요성을 항상 인식하며 정책을 짜고 운용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 머리와 가슴에 강렬한 울림을 주고, 정신없이 책장을 넘기게 만든 책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고, 또 다른 창작물이 태어나게 하는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문화 강국의 독서율이 높은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손효림 문화부 차장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