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러시아가 2년 넘게 전쟁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 코앞에서 전술핵무기 훈련을 벌였다. 최근 수차례 ‘훈련 예고’로 위협했던 러시아가 21일 실제 훈련에 돌입하며 이번 전쟁에서 핵을 사용할 수 있단 시그널을 보낸 것이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21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남부군관구에서 전술핵무기 준비 및 운용을 위한 훈련 1단계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남부군관구 미사일 편대는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단거리탄도미사일 ‘이스칸데르’와 극초음속 장거리 미사일 ‘킨잘’ 등을 훈련에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부군관구는 우크라이나 국경과 맞닿은 러시아 남부 지역과 러시아가 편입을 주장하는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 지역 및 크림반도를 관할하는 러시아 연방군이다. 우크라이나와 현재 전쟁을 벌이는 격전지 바로 앞에서 핵 훈련을 벌인 셈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번 훈련은 서방의 도발적 발언과 위협에 대한 대응”이라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파병 가능성을 시사하고,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이 “우크라이나가 영국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핵무기를 6300여 기 보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약 2000기가 전술핵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만약 러시아가 전술핵무기를 사용한다면 이스칸데르 같은 단거리미사일을 이용할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물론 국경을 맞댄 폴란드나 벨라루스, 약 600km 떨어진 독일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훈련은 러시아가 이번 전쟁에서 핵무기 카드를 꺼내든 가장 분명한 경고”라고 평했다. 러시아는 최근 미국 등의 위성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공격 위성(anti-satellite)’도 발사한 것으로 파악된다. 팻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21일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16일 새로운 대(對)우주 무기로 보이는 저궤도 위성을 발사했다”며 “미국은 우주 영역을 보호하고 방어할 준비가 돼야 한다”며 긴장감을 드러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인구 1200명 남짓 사는 작은 마을에 매년 숲을 보겠다고 1만 명씩 오니 ‘효자 숲’이죠.” 지난달 30일 강원 양구군 해안면 ‘비무장지대(DMZ) 펀치볼 숲길’ 근처에서 만난 이 지역 토박이 주민이자 숲밥 운영자 중 한 명인 박옥근 대표(63)는 이렇게 말했다. 이곳은 국내 최북단 민간인통제선 내 유일한 숲길이다. DMZ와 백두대간 생태축이 교차하는 분지 형태의 특수 지형이다. 화채그릇(Punch Bowl·펀치볼)을 닮았다고 해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역사적, 생태적으로 관광 가치가 높은 숲길로 입소문이 나면서 탐방객이 몰리기 시작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방문객이 1만 명에 이른다. 2022년 기준 양구군 일대와 같은 국내 산촌의 89.5%는 인구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양구군은 DMZ 숲길로 인구소멸 위기의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DMZ 숲길은 강원도 지역경제에 연간 약 63억 원의 직간접적 파급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운영 관리비와 숲길 등산지도사 인건비 등에 필요한 예산 3억3700만 원 대비 19배가량의 경제적 효과를 내는 셈이다.● ‘숲밥’으로 연간 매출 5800만 원 올려 DMZ 펀치볼 숲길에는 길목마다 발길을 멈추고 꽃을 유심히 바라보는 탐방객이 많았다. 탐방객 원명옥 씨(68)는 “발길이 뜸해서 그런지 다른 곳에서 못 본 야생화가 많이 피었다”고 했다. 이날 오전 원 씨를 비롯한 탐방객 38명은 숲 해설가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며 연둣빛 봄옷으로 갈아입은 숲을 만끽했다. 이곳은 지금도 미확인 지뢰가 남아 있어 숲길 등산지도사가 동행해야만 탐방할 수 있다. 하루 탐방객도 200명으로 제한된다. 그 대신 금강초롱 등 희귀식물과 산양, 삵 같은 야생동물을 볼 수 있다. 숲길은 DMZ 인근 민간인통제구역이라는 한계 탓에 개발이 제한됐던 이곳 주민들에게 알짜배기 관광 수입원이 됐다. 특히 탐방 코스 중간에 출장 뷔페 형식으로 제공되는 ‘13찬 숲밥’은 DMZ 숲길의 대표 먹거리이자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숲밥은 사단법인 DMZ 펀치볼 숲길이 해안면 2, 3개 농가와 계약을 맺고 판매한다. 연평균 5800만 원에 달하는 전체 매출액의 5%는 법인에 가고 나머지는 숲밥을 제공한 주민 수익으로 돌아간다. 판매 가격은 1만 원에 불과하지만 이를 기회로 농수산물 택배 판매 활로를 확보했다고 한다. 박 대표는 “숲밥 먹으러 1년에 5번 찾아온 손님도 있을 정도라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다”고 했다. 산림청은 DMZ 숲길처럼 경관이 아름답고 생태적 가치가 우수한 숲 가운데 지역사회의 발전 자산으로 육성 가능성이 있는 숲을 ‘100대 명품 숲’으로 지난해 지정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산촌 지역에 있는 강원 인제군 자작나무숲, 전남 장성군 편백숲은 매년 각각 336억 원, 274억 원의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 인구소멸 지역이 매년 30만 명 찾는 관광지로 강원 인제군 자작나무숲은 지역 인구 3만여 명의 10배가 넘는 32만 명이 연평균 방문할 정도로 관광객이 몰린다. 자작나무숲은 줄기와 잎이 하얗게 반짝이는 모습이 마치 눈이 내린 것처럼 보여 이국적인 풍취를 자아낸다. 관련 프로그램도 풍성하다. 자작나무숲 작은 음악회, 숲속 음악회에는 매년 1000여 명이 참여한다. 어린이가 있는 가족 단위 방문객은 유아 숲 체험원에서 숲속 교실, 인디언집 등 자연을 주제로 다양한 체험 활동을 즐길 수 있다. 사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보기 위해 재방문율이 높고 주말에는 평균 1690명 넘게 찾는 명소다. 자작나무숲이 지역의 대표 관광자원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방문객 대부분 숲 한 곳만 방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춘천, 양구 등 인근에 있는 다른 지역을 찾는 것도 지역경제에 청신호다. 다만 전문가들은 관광 숲 수목 보호를 위한 휴식 시간을 적절히 확보해야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인제 자작나무숲은 국립공원 및 산림청 국유림 중에서도 면적(6ha) 대비 방문객 밀도가 높은 수준이다. 방문객이 집중되는 구역을 중심으로 토양 답압(踏壓·밟는 압력) 피해나 자작나무 껍질 훼손 등이 발생하고 있다. 김준순 강원대 산림경영학과 교수는 “자연의 활용과 보전은 균형을 이뤄야 한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관리하지 않으면 ‘명품 숲’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팀장 강경석 사회부 차장 coolup@donga.com▽이상훈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김소민 명민준 기자(이상 사회부)}
강원 평창군 ‘봉평 잣나무숲’은 고로쇠나무 수액 채취, 잣송이 줍기 등 다양한 체험 활동과 숲속 야영장으로 이름났다. 2012년 한국관광공사에서 ‘잣나무와 트레킹 코스가 어울리는 가볼 만한 장소’로 선정되기도 했다. 제주 서귀포시 호근동 ‘치유의 숲’은 60년 이상 된 삼나무와 편백 숲길을 따라 한라산의 다양한 식생을 관찰할 수 있다. 차룽치유밥상 등 지역 상생 사업으로 일자리 창출과 소득 증대 효과도 거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각 지역의 특색을 살린 ‘킬러 콘텐츠’가 숲과 함께 어우러져야 침체한 지역사회를 되살린다고 입을 모았다. 그 숲에 가야만 볼 수 있고 체험할 수 있는 핵심 콘텐츠가 있어야 두고두고 찾는 명소가 된다는 설명이다. 경남 거창군 ‘거창 북상 잣나무숲’은 1973년부터 산림녹화에 힘쓴 모범 독림가(篤林家)가 육성한 숲이다. 임업 노하우와 경험담을 산림 분야 대학생 등에게 전파하는 현장 학습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전남 장흥군은 편백숲에 치유의 숲과 숙박 및 체험시설을 조성한 덕에 장흥군 인구 3만6000명의 18배가 넘는 연간 방문객 67만 명을 유치하고 있다. 박병배 충남대 산림환경자원학과 교수는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숲을 잘 찾아갈 수 있도록 ‘100대 명품 숲’ 각각의 특색을 잘 큐레이션해야 하고, 지금의 아름다운 숲이 되기까지 과정을 이야기로 잘 풀어내면 ‘이것 때문에 여기 와야겠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 사업가들이 귀농·귀촌해서 산림관광 활성화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파격적으로 지원해줘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예를 들어 국내 숲 관광지 중에는 강원 인제군 곰배령 야생화 단지처럼 왕복으로 오가는 교통이 불편한 경우가 많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을 원래 머물던 지역으로 운송해주는 서비스 등을 도입해 일자리 등을 새로 만들자는 취지다. 김준순 강원대 산림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숲 해설가, 숲 유치원, 숲 초등학교, 탐방객에 대한 도시락 제공 등 숲을 매개로 하는 사업 아이템이 무궁무진하게 많아졌다”며 “지역 주민들이 숲 공간을 경제 활동과 연계된 하나의 활동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팀장 강경석 사회부 차장 coolup@donga.com▽이상훈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김소민 명민준 기자(이상 사회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 방문 둘째날인 17일에 하얼빈을 찾아 양국의 경제·군사 협력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 미국은 “양손에 떡을 쥘 순 없다(can‘t have its cake and eat it too)”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과거 러시아의 조차지(租借地)였던 하얼빈은 러시아 양식 건물이 즐비하며,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헤이룽장성의 행정 수도로 양국 경제협력의 상징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곳에서 미국의 제재를 받는 군사대학인 하얼빈공업대학(HIT)도 방문했다.푸틴 대통령은 이날 세계2차대전 당시 중공군과 함께 싸우다 숨진 소련군 전사자 기념비에 헌화하며 하얼빈 일정을 시작했다. 이후 제8회 ‘러시아-중국 엑스포’ 개막식에 참석한 그는 “참가자들은 양국의 막대한 경제적 잠재력을 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서면 축사에서 “이 박람회는 양국 경제 협력을 촉진하는 중요한 플랫폼”이라고 화답했다.2004년 시작된 엑스포는 해마다 양국이 번갈아 개최해왔다. 올해는 중국과 러시아 등에서 1400개 이상 기업이 참가했으며, 최근 러시아와 우르라이나 전쟁에서 주목받은 무인기(드론)도 전시됐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중러 과학자들이 개발한 소형 ‘나비’ 드론은 공중에 던지면 내부 칼날이 날개처럼 펼쳐지는 형태”라고 소개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중국이 서방 제재에 맞서 협력하고 있단 사실을 부각시켜 노력했다. 그는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우리의 전략적 동맹이 계속 강화될 것을 확신한다”며 “러시아는 중국 기업과 도시에 친환경적이고 저렴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미국은 양국의 협력 강화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논평에서 “중국이 (러시아를 도와) 유럽 안보 위협을 부추기면서, 유럽 등과 더 깊은 관계를 유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 “북한에 대한 미국과 동맹국들의 군사적 위협 행동에 반대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미국이 중-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두 나라가 북한의 불안정한 행동을 자제하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되레 한반도 긴장 고조를 한미일 3국 협력 강화 같은 미국의 도발 탓으로 돌린 것이다.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관세 폭탄’ 등으로 강한 압박을 받고 있는 중국과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 제재를 겪고 있는 러시아의 정상은 이날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며 국제사회에 밀착을 과시했다. 특히 ‘신뢰할 수 있고 적절한 안보 구조’를 건설하는 방안을 거론하며 미국에 맞설 안보협력체를 논의하고 있다는 점도 드러냈다.● 習 “오랜 친구”, 푸틴 “우리 협력은 견고” 시 주석은 이날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을 찾은 푸틴 대통령에게 “내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 중국 국빈 방문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러 수교 75주년을 기념하며 “중국은 언제나 러시아와 함께 좋은 이웃, 친구, 동반자가 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양국의 협력은 기회주의적이지 않고, 누군가를 해하지도 않는다”고 화답했다. 미국이 패권을 추구하며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다는 점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두 정상은 정상회담 이후 발표한 단어 7000개 분량의 공동성명에서 “동북아시아의 세력 균형을 바꾸려는 미국의 패권적 행위 시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은 북한과의 대결을 고조시켜 한반도 무력 분쟁과 긴장 고조를 낳을 수 있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의한 군사적 위협 행동에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또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전략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언급하며 “남중국해의 안정 문제에 대한 역외 세력의 간섭에 반대한다”고 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다자 안보협력체에 맞서 새로운 안보협력체를 만들 수 있다는 뜻도 시사했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균형 있고 효과적이며 지속 가능한 새로운 안보 프레임 구축’에 대해 언급했다. 푸틴 대통령도 이와 관련해 “우리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폐쇄적인 군사정치 동맹에 속하지 않는, 신뢰할 수 있고 적절한 안보 구조를 건설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美 주도 제재에 맞서 ‘경제 연대’ 강조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경제적 연대’에도 방점을 찍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중국의 자동차 생산 능력을 칭찬하며 “공정한 경쟁을 통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자동차 생산 분야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더욱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중국의 과잉생산에 따른 ‘밀어내기’식 헐값 수출을 문제 삼아 14일 중국산 전기차 등에 100%에 이르는 ‘관세 폭탄’을 부과한 것을 정면으로 비판한 셈이다. 이날 회담에도 외교·안보수장뿐 아니라 경제 관련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러시아에서는 알렉산드르 노바크 에너지·경제 지원·제재 부총리와 러시아 금융시장을 통제하는 엘비라 나비울리나 중앙은행 총재 등이 나왔고, 중국에서는 ‘경제 실세’로 불리는 허리펑(何立峰) 부총리와 딩쉐샹(丁薛祥) 상무부총리 등이 함께했다. 두 정상은 또 “세계무역기구(WTO),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 국제 다자기구들이 정치화됐다”면서 “글로벌 경제 상황에 맞게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입김이 큰 다자기구를 중심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비시장적 행위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자 외교무대에서 두 나라가 공조 강화를 예고한 것이다. 시 주석은 7개월 만에 중국을 찾은 푸틴 대통령에게 현지 음식과 중국 전통주 등으로 극진하게 대접했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이날 만찬에는 베이징덕 오리구이, 전복 소스를 곁들인 야채, 농어를 넣은 새우죽 등이 나왔다. 또 중국 전통주인 마오타이주가 곁들여졌다. 만찬장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군악대는 러시아 군가 등도 연주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 “북한에 대한 미국과 동맹국들의 군사적 위협 행동에 반대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미국이 중-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두 나라가 북한의 불안정한 행동을 자제하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되레 한반도 긴장 고조를 한미일 3국 협력 강화 같은 미국의 도발 탓으로 돌린 것이다.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관세 폭탄’ 등으로 강한 압박을 받고 있는 중국과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 제재를 겪고 있는 러시아의 정상은 이날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며 국제사회에 밀착을 과시했다. 특히 ‘신뢰할 수 있고 적절한 안보 구조’를 건설하는 방안을 거론하며 미국에 맞설 안보협력체를 논의하고 있다는 점도 드러냈다.● 習 “오랜 친구”, 푸틴 “우리 협력은 견고”시 주석은 이날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을 찾은 푸틴 대통령에게 “내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 중국 국빈 방문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러 수교 75주년을 기념하며 “중국은 언제나 러시아와 함께 좋은 이웃, 친구, 동반자가 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양국의 협력은 기회주의적이지 않고, 누군가를 해하지도 않는다”고 화답했다. 미국이 패권을 추구하며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다는 점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두 정상은 정상회담 이후 발표한 단어 7000개 분량의 공동성명에서 “동북아시아의 세력 균형을 바꾸려는 미국의 패권적 행위 시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은 북한과의 대결을 고조시켜 한반도 무력 분쟁과 긴장 고조를 낳을 수 있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의한 군사적 위협 행동에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또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전략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언급하며 “남중국해의 안정 문제에 대한 역외 세력의 간섭에 반대한다”고 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다자 안보협력체에 맞서 새로운 안보협력체를 만들 수 있다는 뜻도 시사했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균형 있고 효과적이며 지속 가능한 새로운 안보 프레임 구축’에 대해 언급했다. 푸틴 대통령도 이와 관련해 “우리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폐쇄적인 군사정치 동맹에 속하지 않는, 신뢰할 수 있고 적절한 안보 구조를 건설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美주도 제재에 맞서 ‘경제 연대’ 강조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경제적 연대’에도 방점을 찍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중국의 자동차 생산 능력을 칭찬하며 “공정한 경쟁을 통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자동차 생산 분야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더욱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중국의 과잉생산에 따른 ‘밀어내기’식 헐값 수출을 문제 삼아 14일 중국산 전기차 등에 100%에 이르는 ‘관세 폭탄’을 부과한 것을 정면으로 비판한 셈이다.이날 회담에도 외교·안보수장뿐 아니라 경제 관련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러시아에서는 알렉산드르 노박 에너지·경제 지원·제재 부총리과 러시아 금융시장을 통제하는 엘비라 나비울리나 중앙은행 총재 등이 나왔고, 중국에서는 ‘경제 실세’로 불리는 허리펑(何立峰) 부총리와 딩쉐상(丁薛祥) 상무부총리 등이 함께 했다.두 정상은 또 “세계무역기구(WTO),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 국제 다자기구들이 정치화됐다”면서 “글로벌 경제 상황에 맞게 개혁해야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입김이 큰 다자기구를 중심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비시장적 행위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자 외교무대에서 두 나라가 공조 강화를 예고한 것이다. 시 주석은 7개월 만에 중국을 찾은 푸틴 대통령에게 현지 음식과 중국 전통주 등으로 극진하게 대접했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이날 만찬에는 베이징덕 오리구이, 전복 소스를 곁인 야채, 농어를 넣은 새우죽 등이 나왔다. 또 중국 전통주인 마오타이주가 곁들여졌다. 만찬장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군악대는 러시아 군가 등도 연주했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당신은 멋지고 건강해보여요. 비결이 무엇인가요?”몇 년 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이런 질문이 올라오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두 단어로 답했다. ‘단식’, 그리고 ‘위고비’.머스크 덕분에 더욱 유명세를 탄 위고비는 체중 감량 효과를 낳는 비만치료제다. 미국 영국 등 해외에서 판매되고 있어 아직 국내 소비자에겐 낯설다. 국내에선 아직 미지의 세계이지만, 해외에선 치료 효과가 쏠쏠한 것으로 알려지며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매출이 치솟아 위고비를 개발하고 판매하는 덴마크 기업 노보노디스크는 유럽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높은 기업으로 우뚝 섰다.● 미국에서 180만 원대에 판매유럽연합(EU) 의약청에 따르면 위고비는 체중 감량을 돕는 약품으로 비만, 과체중, 당뇨 및 고혈압 등의 문제가 있는 성인에게 사용된다. 일주일에 한 번 투약하면 1년 만에 체중이 최대 17%가량 감소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체중 감량 효과와 관련해 최근 주목을 끈 연구 결과가 나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노보노디스크는 14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린 유럽 비만학회에서 위고비를 접종한 환자들이 치료 4년 뒤에도 평균 10%의 체중 감소를 유지했다고 발표했다. 위고비는 체중 감소 효과와 함께 부작용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스꺼움, 구토, 설사, 복통, 현기증과 함께 알려지진 않은 장기적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실제 사용을 중단한 사람들도 많다. 네이처 뉴스에 따르면 2021년 위고비 사용을 시작한 환자의 약 3분의 2는 1년 이내에 약물 사용을 중단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럼에도 체중 감소 효과가 워낙 귀하다 보니 환호하는 이들이 많다.위고비는 현재 미국 덴마크 노르웨이 독일 영국 아이슬란드 스위스 등 일부 국가에서만 판매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위고비를 승인한 만큼 출시가 점쳐지고 있다.비싼 가격은 항상 비판을 받고 있다. 위고비의 판매정가는 미국의 경우 1349달러(약 180만 원)나 된다. 영국 판매가의 약 14배 수준이다. 경쟁업체들이 악착같이 뒤쫓아 비만치료제를 개발하며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긴 하다. 카르스텐 문크 크누드센 노보노디스크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이달 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제약사인 일라이릴리 등과의 경쟁이 심해져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생산 증대에 나서며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기업가치, 덴마크 GDP를 넘어서위고비의 두드러진 매출 증대로 노보노디스크는 시가총액이 5700억 달러(약 770조 원)를 넘게 됐다. 이는 2022년 기준으로 4002억 달러(약 540조 원)인 덴마크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훌쩍 넘어선다. 이 기업의 대주주인 노보노디스크 재단의 규모는 게이츠 재단의 두 배에 달하며 세계 최대 규모가 됐다. 덴마크는 물론이고 유럽 전체에서도 이 기업은 시가총액 1위가 됐다. 세계적인 명품 대기업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의 시총을 지난해 이미 훌쩍 넘어섰다. 이어 올해 3월엔 미국 테슬라의 시총까지 추월했다.위고비가 세계적 스타처럼 급부상하다 보니 노보노디스크가 신생 혁신기업처럼 보일 법하지만 사실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덴마크에서 1923년 노벨상 수상자 아우구스트 크로그가 동료 과학자이자 당뇨병 환자였던 부인과 함께 설립한 회사다. 부부는 캐나다를 여행하다가 황소 췌장에서 추출된 인슐린 제제(製劑)를 구입해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 당뇨병 치료 효과를 실험하게 됐다. 이 제제를 구입할 당시 개인의 이익을 위해 쓰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구입하게 돼 약품의 수익금을 의료 연구 전용 기금으로 축적했다. 이 기금은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노보노디스크 재단으로 발전했다.노보노디스크의 성공 비결로는 공동체적이고 인간적인 덴마크의 직장 문화와 수십 년간 당뇨병에만 집중한 집념이 꼽힌다. 이 두 요소가 단기 연구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장기간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해줬다.● 제2의 노키아 리스크 부르나노보노디스크의 성공은 덴마크 경제에 ‘양날의 칼’이 되고 있다. 회사의 성공으로 일자리가 창출되고 국가의 경제가 불어났지만 국가 경제가 지나치게 노보노디스크에 의존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또 다른 ‘노키아 리스크’가 불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핀란드의 통신 대기업 노키아가 2000년대 초반 붕괴하며 핀란드 경제를 위축시킨 현상이 재연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 버지니아대의 허먼 마크 슈워츠 교수는 블룸버그통신에 “노보노디스크가 덴마크 경제 성장을 계속 주도한다면 노보노디스크의 이익이 줄어들 때 덴마크에도 문제가 발생한다”며 “그리고 이익은 줄어들긴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에서 불거지는 경제 이슈가 부쩍 늘었습니다. 경제 분야 취재 경험과 유럽 특파원으로 접하는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 유럽 경제를 풀어드리겠습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친러시아 성향인 슬로바키아 총리가 15일(현지 시간) 총격을 당해 위독한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총리 측이 그의 페이스북 계정에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60)는 이날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 외곽 마을에서 총격을 받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보도에 따르면 총격 사건은 브라티슬라바에서 북동쪽으로 150km 떨어진 핸들로바 마을 문화의 집 밖에서 발생했다. 당시 총 4발이 발사됐는데, 피초 총리는 배에 총을 맞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페이스북 계정 공지에 따르면 그는 여러 차례 총에 맞아 헬리콥터로 핸들로바에서 29km 떨어진 반스카 비스트리카로 이송되고 있는데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다. 슬로바키아 경찰은 이 사건 용의자를 현장에서 체포했다고 매체들은 전했다.피초 총리는 2006∼2010년 첫 번째 임기에 이어 2012∼2018년 연속 집권한 뒤 현재 세 번째 임기를 지내고 있다. 지난해 10월 치러진 총선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반대 여론을 등에 업고 승리해 총리직에 복귀했다. 이에 따라 슬로바키아가 친서방 노선을 포기하고 포퓰리즘으로 비판 받는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이번 총격 사건은 다음달 6~9일 실시되는 유럽의회 선거를 3주 앞두고 발생했다. 이번 선거에선 포퓰리즘 및 극우 성향 정당이 많은 표를 얻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피초 총리의 동맹자인 피터 펠레그리니 대통령 당선자는 “슬로바키아 민주주의에 대한 전례 없는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투표소가 아닌 광장에서 권총으로 다른 정치적 의견을 표현한다면 슬로바키아 주권 31년간 우리가 함께 쌓아온 모든 것이 위태롭게 된다”고 덧붙였다.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총격 사건으로 충격과 소름이 돋았다”고 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내게 자유란 나의 한계를 찾아내고, 그 한계까지 나 자신을 몰아붙이는 것이다.” 16년간 독일 총리로 재임했던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70·사진)가 11월 회고록 ‘자유: 1954∼2021년의 기억’을 출간한다. 2021년 총리에서 물러나며 정계를 은퇴했던 그는 3년 가까이 외부 발언을 자제했으나 회고록 출간 소식을 알리며 공식 메시지를 전했다. 13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독일 출판사 키펜호이어운트비치는 이날 메르켈 전 총리의 출간 계획을 공개했다. 출판사는 “약 700쪽 분량인 회고록에 동독 유년기와 학창 시절,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뒤 시작한 정치 활동, 총리 재임 시절 세계 지도자들과의 대화 등을 담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메르켈 전 총리는 출판사를 통해 회고록 제목인 ‘자유’에 대한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자유란 무엇인가는 평생의 질문이었다”며 “자유는 배움을 멈추지 않는 것이며, 멈춰서 있지 않는 것이며, 정치를 떠난 뒤라도 계속해서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1954년 서독 함부르크에서 태어난 메르켈 전 총리는 올 7월에 칠순을 맞는다. 동독에서 물리학자로 활동하다가 독일 통일 전후에 정치에 입문한 그는 기독민주당(CDU) 소속으로 연방 하원의원과 여성청소년·환경장관을 지냈다. 2005년부터 2021년까지 총리를 맡았다. 메르켈 총리는 2006년부터 2020년까지 포브스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위’를 한 해만 빼고 줄곧 차지했다. 미 타임지는 2015년 그를 올해의 인물로 뽑으며 “자유 세계의 총리(Chancellor of the Free World)”라 부르기도 했다. 은퇴 당시에도 독일 안팎에서 지지가 높았지만 “잠과 독서에 몰두하겠다”며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선언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번째 임기 시작 닷새 만인 12일 군 사령탑인 국방장관을 베테랑 군인인 세르게이 쇼이구(69)에서 경제학자 출신인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전 제1부총리(65)로 전격 교체했다. 우크라이나를 향해 최근 대대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는 러시아가 전쟁의 총괄 책임자로 경제 전문가를 택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 쇼이구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휘한 인물로, 지난해 6월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무장반란 사태에도 살아남았다. 전쟁이 2년 3개월째 이어지면서 푸틴 대통령이 베테랑 군인 수장의 수명은 이제 다했고, 장기적 관점에서 서방과 맞서기 위한 ‘쩐의 전쟁’을 시작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 그래도 무기 및 자금난에 허덕이는 우크라이나로선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지원이 더욱 절실해졌다.● 우크라戰 중 경제전문가로 장수 교체 이날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새 국방장관에 벨로우소프 전 제1부총리를 선임하는 방안을 공식 제안했다. 3월 대선에서 승리한 푸틴 대통령은 이달 7일 취임식을 한 뒤 정부 개편안을 구상해 왔다고 한다. 러시아에선 국방장관 등 대통령이 직접 보고를 받는 부처의 수장들은 대통령이 후보를 지명하면 상원의 검토를 거쳐 결정된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경제 전문가인 벨로우소프 전 제1부총리를 국방장관에 앉힌 배경에 대해 “올해 국방 예산이 국내총생산(GDP)의 6.6%로 급증해 소련 붕괴 이후 최대로 불어났다”며 “이를 특별히 주의해 관리할 인물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전장에서 혁신에 더 개방적인 사람이 승리한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국방비를 효율적으로 지출하고 조달해 군수산업을 제대로 키우려는 취지라고 분석했다. 벨로우소프 전 제1부총리는 모스크바국립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은 경제 전문가다. 푸틴 대통령이 총리로 재직하던 2008년 경제부 국장으로 임명된 뒤 2012년 경제개발장관, 2013년부터 8년간 푸틴 대통령의 경제보좌관, 2020년 1월부터 최근 개각 전까지 제1부총리를 지냈다. 그는 ‘푸틴의 남자’라는 명성 속에 경제 관료로 요직을 두루 맡아 왔지만, 군 경력은 전혀 없다.● “전쟁자금 조달이 새 수장 최우선 과제” 푸틴 대통령이 경제전문가를 전쟁 사령탑에 전격 앉힌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며 결국 돈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및 서방 국가들은 무기 구입 등에 이미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했다. 러시아는 올해 국가 예산의 약 3분의 1을 국방에 배정했고, 서방 국가들도 안보 우려로 국방비를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푸틴 대통령이 벨로우소프를 기용한 목적은 공격적인 전쟁자금 조달일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 반정부 매체인 베르스트카는 “그는 정부의 경제 정책을 동원해 전쟁을 지원해야 한다고 보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BBC 러시아 편집장인 스티브 로젠버그는 국방장관 교체에 대해 “크렘린궁의 우선순위 변화를 반영한다”며 “러시아는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벨로우소프 구상하에 러시아가 수출기업이나 부유층에 대한 세금 인상으로 전쟁자금 조달을 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지 매체 더벨은 “그는 푸틴의 확고한 충성파”라면서 “러시아 경제가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그림을 가지고 이를 행동에 옮기고야 만다”라고 평가했다. 한편 쇼이구 장관은 상급 부처인 국가안보회의 서기로 임명돼 겉으로 봤을 땐 영전에 해당한다. 하지만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축출(oust)된 분위기”라며 사실상 해임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러시아 매체 베르스트카는 “쇼이구의 인사 이동으로 국가안보회의는 푸틴의 ‘전직’ 핵심 인물들이 가는 거처가 되고 있다”며 “놓아줄 순 없지만 더 이상 배치할 곳도 없는 이들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취임식을 치른지 닷새 만인 12일 첫 개각을 단행했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상황에서 군 사령탑인 국방장관을 베테랑군인인 세르게이 쇼이구(69)에서 경제학자 출신인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전 제1부총리(65)로 전격 교체했다.2년 3개월째 이어진 전쟁에서 최근 대대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는 러시아가 전쟁의 총괄 책임자로 경제 전문가를 택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 “전쟁 발발 뒤 가장 큰 변화”라는 평가가 잇따르는 가운데, 푸틴 대통령이 이번 전쟁을 장기적 관점에서 서방과 맞서는 ‘쩐의 전쟁’으로 인식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안 그래도 무기 및 자금난에 허덕이는 우크라이나로선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지원이 더욱 절실한 형편이다. ●“국방비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인물 선택”이날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쇼이구 국방장관을 벨로우소프 전 제1부총리로 교체하는 방안을 공식 제안했다. 3월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푸틴 대통령은 이달 7일 취임식을 가진 뒤 정부개편안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에선 국방장관 등 대통령이 직접 보고를 받는 부처의 수장들은 대통령이 후보를 지명하면 상원의 검토를 거쳐 결정된다.쇼이구 장관은 상급부처인 국가안보회의 서기로 임명돼 겉으로 봤을 땐 영전에 해당한다. 하지만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축출(oust)된 분위기”라며 사실상 해임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러시아 반(反)정부 언론인 베르스트카는 “쇼이구의 인사이동으로 국가안보회의는 푸틴의 ‘전직’ 핵심인물들이 가는 거처가 되고 있다”며 “놓아줄 순 없지만 더 이상 배치할 곳도 없는 이들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경제 전문가인 벨로우소프 전 제1부총리를 국방장관에 앉힌 배경에 대해 “올해 국방 예산이 국내총생산(GDP)의 6.6%로 급증해 소련 붕괴 이후 최대로 불어났다”며 “이를 특별히 주의해 관리할 인물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전장에서 혁신에 더 개방적인 사람이 승리한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국방비를 효율적으로 지출하고 조달해 군수산업을 제대로 키우려는 취지라고 분석했다.●“세계 경제 전쟁 승리를 위한 포석”벨로우소프 전 제1부총리는 모스크바국립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해 박사 학위를 받은 경제 전문가다. 푸틴 대통령이 총리로 재직하던 2008년에 경제부 국장으로 행정부에 입문했다. 이후 경제개발부 장관을 맡은 뒤 푸틴의 경제 보좌관을 지냈으며, 2020년 1월부터 제1부총리로 재직했다. 그는 경제관료로 요직을 두루 맡아왔지만, 군 경력은 전혀 없는 민간인 출신이다. 전직 러시아 외교관인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알렉산드르 바우노프 선임 연구원은 로이터통신에 “민간인을 국방장관으로 임명하겠다는 건 푸틴 대통령이 세계와의 ‘경제 전쟁’에서 승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실제로 이미 장기화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미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됐으며 앞으로도 언제 끝날지 예측하기 어렵다. 때문에 양국은 물론 유럽 등 세계가 경제적인 영향을 크고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전쟁의 여파로 서방 국가들은 국방비를 경쟁적으로 늘리는 있으며, 러시아 역시 올해 국가 예산의 약 3분의 1을 국방에 배정했다. 최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지원이 지연되는 동안 공세를 강화해 전쟁의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 이를 유지하고 유리하게 전쟁을 끝내려면 더욱 제대로 된 국방비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서방의 제대 등으로 인해 내부적으로 고물가에 시달리는 등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점도 한몫했다.푸틴 대통령의 벨로우소프 임명은 러시아가 전쟁자금 조달에 더욱 공격적으로 나서는 신호탈일 가능성이 높다. 베르스트카는 벨로우소프 전 부총리에 대해 “전쟁과 군비 지출 증가를 위해 국가 경제의 동원을 지지하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가 있는 북동부 일대에 대대적인 공세를 퍼붓고 있다. 러시아군은 11일 하르키우주(州) 5개 마을을 점령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이 지연되는 사이 러시아가 지상전에서의 우위를 확고히 하기 위해 대공세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은 10, 11일 양일간 하르키우가 있는 북동부 지역에서 치열한 교전을 벌였다. 이후 러시아 국방부는 11일 하르키우주의 플레테니우카, 오히르체베, 보리시우카, 필나, 스트릴레차 등 5개 마을을 점령했다고 밝혔다. 도네츠크주 케라미크 마을도 점령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3월 5선 확정 뒤 자국 영토를 보호할 ‘완충지대’를 우크라이나 내에 구축하라고 지시한 지 두 달 만이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하르키우주의 이줌, 쿠퍈스크 등을 점령했고, 같은 해 9월 우크라이나의 반격으로 퇴각했다. 러시아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러시아 입장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올린 셈이다. 러시아군의 최근 공격은 ‘세버’로 불리는 신규 군대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규모나 특징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기갑 보병 부대 중심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측은 아직 마을 점령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올레흐 시네후보우 하르키우 주지사는 텔레그램에 “최근 24시간 동안 30여 개 마을이 러시아군의 박격포 등 포격을 받았다. 접경지 거주민 1775명을 대피시켰다”고 공개하며 전황이 불리해졌음을 인정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공격을 방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공격’보다 ‘방어’가 우선이라는 점을 시인했다. 러시아군이 하르키우주, 도네츠크주 등 주요 격전지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미국 내 정쟁 여파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약 반년간 중단된 여파와 무관하지 않다. 미 민주당과 공화당의 합의로 최근 610억 달러(약 84조 원) 규모의 지원안이 승인됐지만 미국의 무기와 탄약이 북동부 최전선에 도달하려면 상당한 시차가 있다. 집권 당시 푸틴 대통령과 ‘브로맨스’를 과시했고,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1월 미 대선에서 재집권할 가능성도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요소로 꼽힌다. 트럼프 측 자문 기관 ‘미국우선정책연구소(AFPI)’는 최근 “우크라이나가 승리하기 어려운 교착 상태에서 미국은 무기를 보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최근 프랑스 파리에선 중국 국책 연구원인 중국사회과학원이 처음으로 학회를 열어 주목을 받았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프랑스와의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국빈 방문을 시작하기에 앞서 양국 우호를 다지기 위해서였다. 참석자들은 중국이 파리 중심에서 이런 행사를 열어 놀랍다고들 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중국의 ‘과잉생산’을 문제 삼으며 수입 장벽을 높이던 참이었기 때문이다.‘민간 외교관’ 된 佛의 中학자들 냉랭한 양국 관계에 훈풍을 불어넣는 학회는 두 나라의 어문학자들이 마련했다. 중국사회과학원과 함께 학회를 준비한 프랑스의 국립동양언어문화대엔 중국 전문가들이 많았다. 머리 희끗한 원로 학자들부터 30, 40대 젊은 박사과정 학생까지 다양한 세대가 각각 단상에 올랐다. 1970, 80년대에 베이징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쳤다는 한 여성 학자는 발표에서 중국의 격변기를 지켜본 소회와 애정을 드러냈다. 또 다른 프랑스인 중국학자는 “우린 협력에 열려 있다”며 강한 교류 의지를 드러냈다. 프랑스와 중국 간에 분쟁이 불거지면 언론과 정부에 건설적인 조언을 하는 이들이다. 이 현장을 지켜보며 최근 한국에서 불어불문과를 비롯한 외국어문학 학과가 사라진다는 소식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졌다. 이들 학과에서 양성되는 학자들이 한국과 유럽의 거리를 좁혀주는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덕성여대는 내년도부터 이례적으로 불어불문학과와 독어독문학과를 동시에 없애기로 했다. 이런 현상은 거침없이 확산되고 있다. 이미 2009년 동국대가 독어독문학과 문을 닫았다. 2005년엔 건국대가 독어독문·불어불문학과를 ‘EU(유럽연합)문화정보학과’로 통합했다. 일부 대학에서 이런 현상이 번진다고 이 분야 학자가 배출되지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깊이 있게 공부할 곳이 줄어드니 다른 인기 학문에 비해 희소해지거나 소멸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 다양한 학문, 복잡한 이슈 풀어 이런 학자들은 단순히 어문학만 연구하는 게 아니다. 독일이나 프랑스를 구석구석 꿰고 있는 지역 전문가이기도 하다. 한국 정부가 독일이나 프랑스와 분쟁에 휘말렸을 때 상대국의 관점에서 좋은 해법을 찾는다. 이 지역에 진출하는 기업들엔 지역에 대한 이해를 도와 시장 개척의 첨병이 된다. 게다가 무역 분쟁이나 공급망 위기 등 굵직한 세계 현안들은 과거보다 여러 지역의 문제가 얽혀 복잡해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다양한 지역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더 필요해졌다. 우리와 먼 듯한 지역의 연구에서 창의적인 대안이 도출되기도 한다. 하지만 국내 학계는 이런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최근 취재 중 만난 국내 한 사립대 총장은 대학들이 교수 임용이나 학문 연구에서 영미권에 지나치게 의존해 다양성이 부족해졌다는 반성을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비인기학과를 구조조정하는 대학들도 고충이 클 것이다. 학령인구가 줄어 대학 재정이 쪼그라드는데 이런 학과는 수요가 거의 없어 돈이 되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대학은 수요에 맞게 인재를 공급하면서도, 말라가는 수요를 창출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물론 이런 대학들이 학문의 다양성을 지킬 수 있도록 정부도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공교롭게 유럽은 한국 학자들과의 교류를 늘리려 하고 있다. 한류의 부상으로 한국학에 대한 관심이 는 데다, 중국과의 통상 마찰로 중국의 대체 판로가 될 한국의 전문가를 키우고 싶어 한다. 지금이야말로 유럽과의 교류 여건이 무르익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한국 학계가 더 넓은 관점과 긴 호흡으로 유럽에 바짝 다가갈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 조은아 파리 특파원 achim@donga.com}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가 있는 북동부 일대에 대대적인 공세를 퍼붓고 있다. 러시아군은 11일 하르키우주(州) 5개 마을을 점령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이 지연되는 사이 러시아가 지상전에서의 우위를 확고히 하기 위해 대공세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은 10, 11일 양일간 하르키우가 있는 북동부 지역에서 치열한 교전을 벌였다. 이후 러시아 국방부는 11일 하르키우주의 플레테니우카, 오헤르체베, 보리시우카, 필나, 스트릴레차 등 5개 마을을 점령했다고 밝혔다. 도네츠크주 케라미크 마을도 점령했다고 주장했다.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3월 5선 확정 뒤 자국 영토를 보호할 ‘완충지대’를 우크라이나 내에 구축하라고 지시한 지 2달 만이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하르키우주의 이지움, 쿠피안스크 등을 점령했고, 같은 해 9월 우크라이나의 반격으로 퇴각했다. 러시아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러시아 입장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올린 셈이다. 러시아군의 최근 공격은 ‘세버’로 불리는 신규 군대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규모나 특징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기갑 보병 부대 중심인 것으로 알려졌다.우크라이나 측은 아직 마을 점령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올레흐 시네후보우 하르키우 주지사는 텔레그램에 “최근 24시간 동안 30여 개 마을이 러시아군의 박격포 등 포격을 받았다. 접경지 거주민 1775명을 대피시켰다”고 공개하며 전황이 불리해졌음을 인정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공격을 방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공격’보다 ‘방어’가 우선이라는 점을 시인했다.러시아군이 하르키우주, 도네츠크주 등 주요 격전지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미국 내 정쟁 여파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약 반 년 간 중단된 여파와 무관하지 않다. 미 민주당과 공화당의 합의로 최근 610억 달러(약 84조 원) 규모의 지원안이 승인됐지만 미국의 무기와 탄약이 북동부 최전선에 도달하려면 상당한 시차가 있다.집권 당시 푸틴 대통령과 ‘브로맨스’를 과시했고,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1월 미 대선에서 재집권할 가능성도 우크라이나에게 불리한 요소로 꼽힌다. 트럼프 측 자문 기관 ‘미국우선정책연구소(AFPI)’는 최근 “우크라이나가 승리하기 어려운 교착 상태에서 미국은 무기를 보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2018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짐 어코스타 CNN 기자의 기자회견 설전은 두고두고 회자됐다. 당시 어코스타 기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불편한 기색을 역력하게 내비친 이민자 이슈를 끈질지게 질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만하면 됐다(That’s enough)” “앉으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하며 다른 언론에 질문을 넘기려고 해도 개의치 않고 질문을 던졌다. 한 백악관 인턴은 마이크를 뺏으려고 시도했지만 그는 이를 저지하고 끝까지 말을 이어갔다. 9일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선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 김건희 여사의 명품 디올백 수수 논란 등에 대한 질문이 각각 단 한 번씩만 나왔다.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슈였지만 추가 질문 기회도 없었다. 최근 불거진 ‘비선 논란’ 등은 아예 회견에서 언급도 안 됐다. 그 대신 4개의 카테고리(정치, 외교안보, 경제, 사회) 안에서 질문들이 순서대로 백화점식으로 이어졌다. 이번 윤 대통령 기자회견을 계기로 또다시 ‘맥 빠진’ 기자회견이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 대통령 기자회견은 연례행사나 이벤트처럼 간헐적으로 열리는 만큼, 국민적 관심도와 무관하게 다양한 주제가 망라된다. 기자회견의 구조 자체가 대통령과 기자 간 설전(舌戰)이 불가능하게 돼 있다는 것. 그렇다 보니 매우 민감한 현안이라도 치열한 ‘티키타카’(말을 주고받기) 대신 대통령이 적당히 겉만 훑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 이런 기자회견 관행은 사실 쭉 이어져 왔다. 하지만 이제라도 형식에 얽매이는 회견이 아닌, 국민을 대신한 기자들과 쌍방향 소통 기회가 보장되는 회견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日, 예산 회견때 비자금 질문 세례… 佛선 국내외 이슈 난상토론 韓 대통령 회견 문제점대통령 동문서답에 추가 질문 못해 金여사-채 상병 궁금증 못풀어美선 핵심사안 끈질기게 문답연례 이벤트성 회견도 소통 한계9일 윤석열 대통령은 72분 동안 기자회견을 이어갔고, 총 20개 질문을 받았다. 하지만 여당의 총선 참패 후 최근 가장 관심이 쏠린 정치 현안 관련 질문은 8개에 불과했다. 대통령실이 질문 분야를 정치, 외교안보, 경제, 사회 등 4가지 카테고리로 기계적으로 나눈 뒤 시간에 제한을 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핵심 이슈였던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과 관련해선 직접적인 질문이 1개에 그쳤다. 그마저도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대통령실 외압 의혹과 대통령님께서 국방부 수사 결과에 대해서 질책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입장을 부탁드리겠다”는 질문에 윤 대통령은 “당시 채 일병 순직 사고 소식을 듣고 저도 국방장관에게 질책을 했다”고만 했다. 이렇게 동문서답으로 들릴 법한 답변을 했지만 이를 물고 들어갈 질문 기회는 다시 없었다. 기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듯 집요하게 질문을 이어가야 하지만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중간에 흐름을 끊었다.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 김 여사 의혹 등에 궁금증이 채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 현안에 대한 질의응답이 거의 지금 30분째 다 됐다”며 “외교안보 질문을 받도록 하겠다”고 한 것. 이어 외신기자들로부터만 외교안보 관련 질문을 받았고, 결국 채 상병 의혹 등에 대해 윤 대통령의 시원한 답변을 들을 기회는 돌아오지 않았다.● 미일정상회담 기자회견서 ‘총기 규제’ 질문 쏟아져 이런 우리 기자회견 문화와 가장 대조적인 곳이 미국이다. 2022년 1월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의 경우 2시간가량 진행됐지만 질문은 당시 가장 큰 관심사인 고물가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 앞서 “치솟는 물가가 고착화되지 않도록 연방준비제도가 확실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모두 발언까지 했지만 현장에선 “물가상승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등 질문이 잇따랐다. 뉴욕타임스(NYT)와 블룸버그통신은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위협이 나옴에도 아직 냉전이라 생각하냐”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배제할 생각이냐” 등 전쟁 관련 질문을 번갈아가며 이어갔다. 2021년 4월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비슷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당시 일본 총리가 대(對)중국 전략과 관련한 양국 합의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첫 질문자로 선정된 AP통신 기자는 당시 미국에서 가장 뜨거운 논란이었던 ‘총기 규제의 진정성’에 대해 물었다. 산케이신문에 이어 세 번째 질의에 나선 로이터통신 역시 “이란과의 회담 추진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냐”고 했다. 일각에선 타국 정상을 옆에 세워 둔 채 미국 내정 관련 질문만 쏟아낸 것이 예의가 아니란 지적도 있었지만 오히려 국민을 대신해 기자들이 관심사에 집중하는 게 당연하다는 목소리가 대다수였다. 바이든 대통령이나 백악관 역시 이런 자유로운 질문들을 제지하지도 회피하지도 않았다. 결국 우리 대통령도 설화(舌禍)의 위험까지 감수하며 적극적으로 기자회견에 나서고, 질문 형식·분야도 최대한 국민적 관심사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야 ‘맹탕’ 기자회견을 피할 수 있다는 것.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이 질문에 대한 즉답 없이 회피하거나 초점이 다른 답변을 했다는 건 문제”라며 “미국 대통령 기자회견처럼 기자들이 추가 후속 질문을 할 기회가 한국 기자회견엔 없다는 점은 반드시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연례행사처럼 이벤트성 기자회견… 소통 어려워 우리 대통령 기자회견이 언제 또 열릴지 모르는 이벤트처럼 되면서 쌓인 현안에 비해 한정된 시간 등으로 충분한 소통 자체가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기자회견이 연례행사처럼 열리면서 대통령의 메시지는 참모를 통해 대부분 간접적으로 전달된다. 그러다 보니 어쩌다 기자회견이 열리면 형식에 크게 얽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한국보다 더 경직된 취재 문화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일본의 경우 총리 기자회견에선 국민적 관심사를 자유롭게 질문한다. 앞서 3월 28일 열린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신년 예산안 기자회견도 마찬가지였다. 기시다 총리는 모두발언에서 기자회견의 주제에 맞춰 “30년 만에 디플레이션을 벗어날 수 있는 역사적 기회를 맞았다”며 장밋빛 경제 전망을 쏟아냈다. 하지만 정작 언론이 던진 질문 가운데 경제 관련은 3개밖에 없었다. 오히려 지난해부터 논란이 됐던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질문 우선권을 가진 간사단도 두 번째 질문부터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자민당의 참패가 예상된다”며 “자민당 내에서도 선거에서 지면 총리가 물러나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경우 올 1월 언론인 약 400명을 엘리제궁으로 초대해 2시간 19분간 기자회견을 가졌다. 엘리제궁은 기자회견에 앞서 국내 이슈와 정치 관련 이슈, 국제 이슈 등 3개 분야로 질문해 주길 권장했다. 하지만 기자회견은 이에 전혀 얽매이지 않는 방식으로 ‘난상 토론’ 하듯 질문과 답이 오갔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프랑스 가게도 줄줄이 폐업한 파리의 골목에서 한국식 치킨집이 상권을 되살리고 있습니다.” 자국 요리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미식의 나라’ 프랑스에서 92년 역사를 자랑하는 대형마트가 한국식 치킨집을 입점시켰다. 프랑스에서 유통기업 체인에 한국 식당이 문을 연 건 처음으로, 해당 업체인 ‘모노프리’는 입점 심사가 엄격한 프리미엄 제품 매장으로 유명하다. 지난달 25일(현지 시간) 한국식 치킨집 ‘꼭(KOC)’이 파리 모노프리 지점 중 최대 규모인 몽파르나스 지점에서 개점했다. 주력 상품인 치킨 외에 김밥이나 만두 등 다른 한국식 분식들도 맛볼 수 있다. 꼭의 입점을 추진한 파브리스 브리세즈 모노프리 몽파르나스 지점장은 7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프랑스 크레페집, 10여 개 지점을 둔 피자집조차 줄줄이 폐업한 골목에서 한국 치킨집이 2년간 골목상권을 되살리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며 “면밀히 지켜보다가 지난해 8월에 직접 입점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브리세즈 지점장은 꼭이 다른 음식점들은 실패한 지역에서 고객들이 길게 줄을 설 정도로 인기 높은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원래 유명 브랜드들도 먼저 입점을 신청하기 마련인데, 이 치킨집은 지점장이 역으로 제안한 것도 이례적이다. 그는 “지점장이 본사에 음식점 입점을 건의해 관철된 사례도 처음”이라며 “다른 지점장들도 입점 가능성을 따지러 시식하러 오고 있다”고 전했다. 꼭을 창업한 김신현 대표는 한국에서 여러 유통 자영업에 종사하다가 프랑스로 건너가 2022년 5월 한국식 치킨집인 ‘올리브치킨’을 열며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한국에선 경쟁이 치열한 업종이라도 프랑스에선 새로운 영역이 될 수 있는 사업이 많다”고 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25년 전의 무자비한 폭격을 잊지 않겠다. 역사의 비극이 재연되지 않도록 할 것이다.” 유럽 3개국(프랑스, 세르비아, 헝가리)을 순방 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7일 동유럽의 친(親)중국 국가 세르비아를 찾았다. 25년 전인 1999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 소속 미 공군기의 주세르비아 중국대사관 폭격 사건이 있었던 그날이다. 시 주석은 이날 현지 언론 ‘폴리티카’ 기고문을 통해 이 폭격 사건을 거론하며 미국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패권 경쟁 중인 미국의 과오를 끄집어내 미국을 압박하는 동시에 유럽 각국을 향해 ‘미국 대신 중국과 협력하자’는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세르비아는 중국과 러시아의 우방이다. 중국의 경제영토 확장 사업 ‘일대일로(一帶一路)’에 적극 참여하고 있고, 지난해 10월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기도 했다.● 25년 전 참사 거듭 거론 미 공군기의 주세르비아 중국대사관 폭격 사건은 1999년 코소보 전쟁 때 벌어졌다. 당시 세르비아는 크로아티아, 마케도니아, 코소보 등과 함께 옛 유고슬라비아에 속해 있었다. 유고슬라비아 내 다수 세력이던 세르비아계는 무슬림인 알바니아계가 많은 코소보의 자치권 요구를 무력 진압했다. 그러자 나토가 알바니아계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전쟁에 개입했다. 당시 미국 주도의 나토군이 유고슬라비아 전역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의 중국대사관까지 피해를 당했다. 이 사고로 중국 언론인 3명이 죽고 세르비아인 14명이 부상을 당했다. 미국은 ‘오폭’이라고 했지만 중국은 ‘조준 폭격’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중국 전역에서 반미 시위도 벌어졌다. 결국 빌 클린턴 당시 미 대통령이 ‘비극적 실수’라고 사과했다. 시 주석은 2016년 6월 세르비아를 방문했을 때 폭격을 당한 옛 중국대사관 터를 찾았다. 폭격 후 중국문화원 건물이 새로 들어섰고 추모비도 건립됐다. 당시만 해도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되기 전이라 폭격 자체에 대한 비판은 자제하고 “패권국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정도의 메시지만 냈다. 이번 방문을 앞두고는 현지 언론 기고를 통해 “노골적인 나토의 폭격”이라며 미국을 직접 겨냥했다. 또 “중국과 세르비아는 양국 인민의 피로 맺어진 우정을 갖고 있다”며 세르비아도 당시 나토군으로부터 피해를 입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화답하듯 8일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25년 전 우리와 함께 있었고, 높은 대가를 치렀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나토에 ‘중국에 대한 역사적 빚’을 상기시키면서 더 이상 중국 문제에 개입하거나 아시아로 확장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라고 전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 등으로 전 세계 안보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가 아닌 중국이 추구하는 ‘새로운 다극 질서’의 정당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도 있다.● 대통령 영접-제트기 호위 ‘극진 대접’ 세르비아는 8년 만에 다시 자국을 찾은 시 주석을 극진히 대접했다. 7일 시 주석의 전용기가 영공 내에 진입하자 미그-29 제트기 편대가 전용기를 베오그라드 국제공항까지 호위했다. 부치치 대통령은 늦은 밤 공항에 직접 나가 활주로에서 시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를 영접했다. 베오그라드 시내 곳곳에는 오성홍기가 걸렸다. 부치치 대통령은 중국을 ‘세르비아의 강철 같은 친구’라고도 추켜세웠다. 현지 언론 노보스티에 따르면 부치치 대통령은 8일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우리에게 친구 그 이상이기 때문에 대만에 관해 질문을 받을 때 우리의 대답은 항상 간단하다”고 말했다. 중국이 ‘핵심 중 핵심 이익’이라고 말하는 대만 문제에서 ‘대만은 중국의 것’이라며 중국 친화적인 발언을 한 것이다. 시 주석도 “이번 방문이 양국 관계의 새로운 역사적 장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입맛이 깐깐하기로 유명한 ‘미식의 나라’ 프랑스에서 92년 역사를 자랑하는 대형마트 ‘모노프리’에 한국식 치킨집이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프랑스 대형 유통기업 내부에 한식을 직접 맛보는 식당이 입점한 건 처음이다. 모노프리는 특히 프리미엄 제품 매장으로 꼽혀 입점 심사가 엄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한국식 치킨집 ‘꼭(KOC)’은 프랑스 파리의 모노프리 지점 중 최대 규모인 몽파르나스지점에 지난달 25일(현지 시간) 개점했다. 프랑스 정통 빵집, 일본 스시집이 있는 지점 1층 정중앙에 들어섰다. 치킨을 주력 상품으로 밀지만 김밥, 만두 등 다른 분식류도 맛볼 수 있다.꼭의 입점을 추진한 파브리스 브리세즈 모노프리 몽파르나스지점장은 7일 기자와 만나 “우리 지점과 같은 골목에서 프랑스 크레페집, 프랑스에 10개 넘는 지점을 둔 피자집조차 줄줄이 폐업한 자리에 한국 치킨집이 개점한 뒤 2년간 골목상권을 살리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그간 지켜보다가 지난해 8월 입점을 직접 제안했다”고 말했다. 다른 음식점들이 실패한 자리에서 손님을 불러 모아 긴 줄을 만들 정도면 실력이 있다고 확신한 것. 유명 프렌차이즈들이 모노프리에 입점 경쟁을 벌이는데 이번엔 지점장이 입점을 역으로 제안했다.브리세즈 지점장은 본사에 한국 치킨집 입점을 설득하는 데도 공을 들였다. 본사가 생소한 한국 치킨집 입점 결정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자 거듭해 ‘골목에서 직접 치킨집을 비켜보니 승산이 있겠다’고 설명했다. 브리세즈 지점장은 “지점장이 본사에 음식점 입점을 제안해 관철된 사례가 처음이다 보니 파리의 다른 지점장들도 입점 확대를 위해 시식하러 오고 있다”고 소개했다.꼭을 창업한 40대 여성 김신현 대표는 한국에서 여러 유통 분야 자영업을 시도하다가 프랑스로 건너와 2022년 5월 한국 치킨집 ‘올리브치킨’을 열었다. 2년이 지난 지금은 개점 초기보다 매출이 1.5~2배가량 늘었다. 김 대표는 사업 초기에 프랑스엔 거의 없던 한국식 네일숍, 빨래방 등을 열지 고민하다가 결국 당시엔 생소했던 한국식 치킨을 열기로 결정했다. 그는 “한국에선 자영업 경쟁이 비슷한 업종별로 치열하지만 이곳엔 한국엔 있어도 아직 없는 사업이 많다”고 했다. 한식이나 한국식 서비스가 프랑스에선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단 얘기다. 한국 가게들의 신속한 영업 속도도 장점이라고 판단했다. 김 대표는 “프랑스는 행정이든 영업이든 느린 편인데, 우리는 치킨을 빨리 준비해 팔면 유리하다고 봤다”고 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72)이 7일 2030년까지 대통령으로 군림하는 ‘다섯 번째 대관식’을 치렀다. ‘현대판 차르’로 불리는 푸틴 대통령은 총 30년 통치를 확정짓는 취임식 전날에 프랑스 등을 적으로 가정한 전술핵 실험도 명령하며 위세를 과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의 크렘린궁 대궁전에서 다섯 번째 취임식을 열었다. 그는 차이콥스키의 행진곡이 울리는 가운데 금박 장식과 샹들리에로 빛나는 홀의 중앙에 깔린 레드카펫 위를 걸으며 당당히 입장했다. 또 붉은 헌법 사본에 오른손을 올린 채 취임 선서를 했다. 푸틴 대통령은 “국가 발전의 안정적인 연속성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장기 집권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어 “서방 국가와의 대화를 거부하지 않는다. 선택은 그들의 몫”이라며 러시아와 서방 간 갈등이 서방 탓이라고 주장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번 행사에 각국 주요 인사 약 2600명을 초대했다고 밝혔다. 이도훈 주러 한국대사도 참석했다. 한국 교민 보호와 기업 활동 등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한-러 관계가 더 악화되지 않도록 정부가 관리에 들어갔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러시아가 북한과 군사협력 등 밀접한 교류를 이어가고 있는데 굳이 취임식에 대사까지 보냈어야 했느냐는 지적도 있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서방 주요국 공관장은 일제히 불참했다. 로이터통신은 유럽연합(EU) 소속 20개국이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이었으며 올 2월 옥중에서 숨진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의 부인 율리야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푸틴 대통령을 “살인자, 도둑, 거짓말쟁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은 3월 15∼17일 치러진 대선에서 역대 최고 투표율(77.44%)과 최다 득표율(87.29%)로 5선을 확정했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6년 임기를 보장받았다. 로이터통신은 취임식 전날인 6일 “러시아 국방부가 푸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전술핵무기 배치 연습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미국 의회가 우크라이나 지원을 통과시키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파병설을 재차 언급한 것에 대한 맞대응 성격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이 계속된다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이다. 대관식을 마친 러시아가 중국, 북한과 밀착하며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과 맞서는 신(新)냉전 구도가 한층 뚜렷해질 가능성이 높다. 푸틴 대통령은 6월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회담한다. 북한과의 군사협력 또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 “수십 년 된 영화관이 없어진다니 정말 아쉬워요. 아름다운 영화관이거든요.”지난달 26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 ‘UGC노르망디’ 영화관 앞. 가족들과 산책 중이던 시민 신디 그루이아 씨는 이 영화관의 폐점 소식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87년 역사를 자랑하는 이 영화관은 이용객 감소로 올 6월 폐관하기로 했다. 팬들이 아쉬워하자 영화관 측은 “오랜 역사를 기념하기 위해 폐관 전에 영화관의 상징적 물건들을 경매에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날 영화관 외부엔 상영을 알리는 포스터들이 외벽에 화려하게 걸려 있었다. 다만 일대를 지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영화관에 입장하는 관객도 거의 없었다. 영화관 앞을 지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주변의 명품 매장이나 백화점으로 향했다. 프랑스는 1895년 루이 뤼미에르와 오귀스트 뤼미에르 형제가 영화를 촬영하는 시네마토그래프를 공개하고 이듬해 ‘열차의 도착’이란 영화를 시사해 세계 영화의 태동지로 꼽힌다. 이런 프랑스에서도 최근 영화관이 속속 사라지고 있다. 전통과 문화를 중시하는 파리지앵들은 화려한 옛 역사가 깃든 영화관의 퇴출에 특히 아쉬워하고 있다. ● ‘영화의 시초’ 佛서 영화관 ‘줄폐점’ 예술과 문화의 중심인 샹젤리제 거리에서도 영화관의 퇴출을 실감할 수 있다. UGC노르망디 영화관에서 약 10분 거리에 있는 ‘샹젤리제 고몽’ 영화관이 대표적이다. 현재 이곳은 사실상 폐허 상태다. 간판이 뜯겨나가고 조명이 꺼져 어두컴컴한 영화관 건물 안에 가구 없이 쓰레기 봉지만 뒹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때 이 영화관은 90년의 화려한 역사를 자랑했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 등에 따르면 1930년대 이곳은 고급 상영관과 유니폼을 입고 모자를 쓴 안내원으로 유명했다. 창립자이자 제작자인 루마니아 출신 유대인 베르나르 나탕은 이 영화관을 상업 영화관으로 키웠다. 월트디즈니의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가 큰 성공을 거두며 1938년 18주 연속 상영된 기록을 세웠다. 아픈 역사도 있다. 창립자 나탕은 1942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숨졌다. 나치 독일이 파리를 점령했을 때 이 영화관은 나치 장교와 그 손님들만을 위한 영화관으로 바뀌었다. 종전 후 연합군 장교들의 공간으로 쓰이다가 점차 확장돼 1992년 ‘고몽 샹젤리제 마리냥’이란 이름을 얻었다. 그 후 프랑스의 굵직한 영화는 물론이고 미국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들이 시사회를 여는 대표적인 무대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라인으로 영화를 소비하는 흐름이 가속화하며 관객이 줄었고, 경영이 악화되자 문을 닫기에 이르렀다. 다른 영화관의 사정도 비슷하다. 현지 매체 프랑스앵포 등에 따르면 샹젤리제 거리에서만 영화관이 최근 30년간 20곳에서 4곳으로 급감했다.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고몽 앙바사드’는 2016년, ‘UGC 조르주 5세’는 2020년 각각 운영을 멈췄다. 파리 교통의 요지 몽파르나스 주변에선 ‘르 브르타뉴’란 영화관이 지난해 폐업했다. 1961년 문을 열어 파리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했지만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OTT로 영화 소비 패턴 굳어져 프랑스는 영화의 본고장으로 꼽히기에 이런 현상은 예상하기 힘들었다는 반응이 많다. 프랑스는 1895년 뤼미에르 형제가 영화를 찍는 시네마토그래프를 발명하며 영화의 역사를 열었다. 1902년 영화 ‘달나라 여행’을 만든 마술사 겸 영화감독 조르주 멜리에스는 공상과학(SF) 영화의 창시자 격으로 꼽힌다. ‘파테’ ‘고몽’ 같은 영화 제작사 또한 1910년대 관련 시장을 빠르게 개척했다. 1920년대 영화예술의 본질을 찾는 운동인 아방가르드(전위예술)는 프랑스 영화의 예술성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50년대부터 생겨난 ‘누벨 바그’(새로운 물결)란 영화 사조도 세계 영화사의 한 페이지를 점한다. 영화가 태동한 프랑스에서마저 영화관이 사라지는 건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때문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올해 프랑스의 OTT 시장 매출은 56억3000만 달러(약 7조65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2024∼2029년의 OTT 연평균 수익 증가율 전망치 또한 7.2%다. 시민들은 OTT가 발전하면서 인기 있는 영화들이 OTT를 중심으로 제작돼 극장을 찾을 요인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드리스 에스트사피 씨는 “넷플릭스에 흥미로운 콘텐츠가 더 많으니 사람들이 영화관에 가질 않는다”며 “실제로 볼만한 박스오피스 영화가 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몇 년간 봉쇄가 계속된 것도 전통 극장업계의 쇠락을 부추겼다. 르몽드에 따르면 2021년 프랑스의 극장 관객 수는 9550만 명으로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에 비해 55% 감소했다. 샹젤리제 거리에서 음식점을 하는 야신 타비 씨는 “코로나19 확산기 봉쇄로 거리에 유동 인구가 줄어든 데다 사람들이 넷플릭스 등 온라인으로 영상을 소비하는 방식이 굳어졌다”고 진단했다.● 임대료 상승까지, 수익성 타격 높아진 임대료 또한 극장업계의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꼽힌다. 주요 지역의 임대료가 오르면서 이곳에서 오랜 기간 영업했던 상인들이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영화업계에도 불어닥친 것이다. 특히 샹젤리제 거리는 젠트리피케이션의 대표적인 사례를 보여준다. 파리 중심부 개선문에서 콩코르드 광장까지 약 2km의 직선도로로 이어진 거리엔 원래 100년 넘은 노포들이 많았다. 이제 이런 노포들이 대부분 사라지고 그 자리를 명품 관련 매장이 채웠다. 이날 개선문에서 샹젤리제 거리를 따라 10분가량 걷는 동안 본 명품 매장만 10곳이 넘었다. 명품 브랜드들은 관광객들이 모이는 이 거리를 차지하며 임대료를 끌어올렸다. 글로벌 부동산서비스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샹젤리제 거리에 있는 상업용 부동산의 1㎡당 연간 임대료는 2022년 기준 1만1069유로(약 1600만 원)에 달한다. 세계 주요 거리 중 5위에 해당하는 가격이다. 이 와중에도 제작되는 프랑스 영화는 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문화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여파로 풀이된다. 르몽드에 따르면 2021년 촬영된 영화는 340편을 넘었다. 신작 영화 또한 매주 12편 이상 개봉되고 있다. 다만 프랑스 영화의 흥행 성적은 신통치 않다. 박스오피스 상위권은 대부분 미국 할리우드 영화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정보 제공 서비스 ‘알롱시네’의 쥘리앵 마르셀 총책임자는 르몽드에 “프랑스 영화산업은 온라인 티켓 판매, 디지털 마케팅 등에서 매우 뒤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고객 계정과 소비 데이터를 상세히 수집하고 분석해 인기 높은 영화를 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