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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가 있는 북동부 일대에 대대적인 공세를 퍼붓고 있다. 러시아군은 11일 하르키우주(州) 5개 마을을 점령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이 지연되는 사이 러시아가 지상전에서의 우위를 확고히 하기 위해 대공세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은 10, 11일 양일간 하르키우가 있는 북동부 지역에서 치열한 교전을 벌였다. 이후 러시아 국방부는 11일 하르키우주의 플레테니우카, 오헤르체베, 보리시우카, 필나, 스트릴레차 등 5개 마을을 점령했다고 밝혔다. 도네츠크주 케라미크 마을도 점령했다고 주장했다.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3월 5선 확정 뒤 자국 영토를 보호할 ‘완충지대’를 우크라이나 내에 구축하라고 지시한 지 2달 만이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하르키우주의 이지움, 쿠피안스크 등을 점령했고, 같은 해 9월 우크라이나의 반격으로 퇴각했다. 러시아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러시아 입장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올린 셈이다. 러시아군의 최근 공격은 ‘세버’로 불리는 신규 군대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규모나 특징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기갑 보병 부대 중심인 것으로 알려졌다.우크라이나 측은 아직 마을 점령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올레흐 시네후보우 하르키우 주지사는 텔레그램에 “최근 24시간 동안 30여 개 마을이 러시아군의 박격포 등 포격을 받았다. 접경지 거주민 1775명을 대피시켰다”고 공개하며 전황이 불리해졌음을 인정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공격을 방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공격’보다 ‘방어’가 우선이라는 점을 시인했다.러시아군이 하르키우주, 도네츠크주 등 주요 격전지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미국 내 정쟁 여파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약 반 년 간 중단된 여파와 무관하지 않다. 미 민주당과 공화당의 합의로 최근 610억 달러(약 84조 원) 규모의 지원안이 승인됐지만 미국의 무기와 탄약이 북동부 최전선에 도달하려면 상당한 시차가 있다.집권 당시 푸틴 대통령과 ‘브로맨스’를 과시했고,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1월 미 대선에서 재집권할 가능성도 우크라이나에게 불리한 요소로 꼽힌다. 트럼프 측 자문 기관 ‘미국우선정책연구소(AFPI)’는 최근 “우크라이나가 승리하기 어려운 교착 상태에서 미국은 무기를 보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2018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짐 어코스타 CNN 기자의 기자회견 설전은 두고두고 회자됐다. 당시 어코스타 기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불편한 기색을 역력하게 내비친 이민자 이슈를 끈질지게 질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만하면 됐다(That’s enough)” “앉으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하며 다른 언론에 질문을 넘기려고 해도 개의치 않고 질문을 던졌다. 한 백악관 인턴은 마이크를 뺏으려고 시도했지만 그는 이를 저지하고 끝까지 말을 이어갔다. 9일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선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 김건희 여사의 명품 디올백 수수 논란 등에 대한 질문이 각각 단 한 번씩만 나왔다.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슈였지만 추가 질문 기회도 없었다. 최근 불거진 ‘비선 논란’ 등은 아예 회견에서 언급도 안 됐다. 그 대신 4개의 카테고리(정치, 외교안보, 경제, 사회) 안에서 질문들이 순서대로 백화점식으로 이어졌다. 이번 윤 대통령 기자회견을 계기로 또다시 ‘맥 빠진’ 기자회견이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 대통령 기자회견은 연례행사나 이벤트처럼 간헐적으로 열리는 만큼, 국민적 관심도와 무관하게 다양한 주제가 망라된다. 기자회견의 구조 자체가 대통령과 기자 간 설전(舌戰)이 불가능하게 돼 있다는 것. 그렇다 보니 매우 민감한 현안이라도 치열한 ‘티키타카’(말을 주고받기) 대신 대통령이 적당히 겉만 훑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 이런 기자회견 관행은 사실 쭉 이어져 왔다. 하지만 이제라도 형식에 얽매이는 회견이 아닌, 국민을 대신한 기자들과 쌍방향 소통 기회가 보장되는 회견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日, 예산 회견때 비자금 질문 세례… 佛선 국내외 이슈 난상토론 韓 대통령 회견 문제점대통령 동문서답에 추가 질문 못해 金여사-채 상병 궁금증 못풀어美선 핵심사안 끈질기게 문답연례 이벤트성 회견도 소통 한계9일 윤석열 대통령은 72분 동안 기자회견을 이어갔고, 총 20개 질문을 받았다. 하지만 여당의 총선 참패 후 최근 가장 관심이 쏠린 정치 현안 관련 질문은 8개에 불과했다. 대통령실이 질문 분야를 정치, 외교안보, 경제, 사회 등 4가지 카테고리로 기계적으로 나눈 뒤 시간에 제한을 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핵심 이슈였던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과 관련해선 직접적인 질문이 1개에 그쳤다. 그마저도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대통령실 외압 의혹과 대통령님께서 국방부 수사 결과에 대해서 질책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입장을 부탁드리겠다”는 질문에 윤 대통령은 “당시 채 일병 순직 사고 소식을 듣고 저도 국방장관에게 질책을 했다”고만 했다. 이렇게 동문서답으로 들릴 법한 답변을 했지만 이를 물고 들어갈 질문 기회는 다시 없었다. 기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듯 집요하게 질문을 이어가야 하지만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중간에 흐름을 끊었다.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 김 여사 의혹 등에 궁금증이 채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 현안에 대한 질의응답이 거의 지금 30분째 다 됐다”며 “외교안보 질문을 받도록 하겠다”고 한 것. 이어 외신기자들로부터만 외교안보 관련 질문을 받았고, 결국 채 상병 의혹 등에 대해 윤 대통령의 시원한 답변을 들을 기회는 돌아오지 않았다.● 미일정상회담 기자회견서 ‘총기 규제’ 질문 쏟아져 이런 우리 기자회견 문화와 가장 대조적인 곳이 미국이다. 2022년 1월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의 경우 2시간가량 진행됐지만 질문은 당시 가장 큰 관심사인 고물가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 앞서 “치솟는 물가가 고착화되지 않도록 연방준비제도가 확실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모두 발언까지 했지만 현장에선 “물가상승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등 질문이 잇따랐다. 뉴욕타임스(NYT)와 블룸버그통신은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위협이 나옴에도 아직 냉전이라 생각하냐”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배제할 생각이냐” 등 전쟁 관련 질문을 번갈아가며 이어갔다. 2021년 4월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비슷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당시 일본 총리가 대(對)중국 전략과 관련한 양국 합의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첫 질문자로 선정된 AP통신 기자는 당시 미국에서 가장 뜨거운 논란이었던 ‘총기 규제의 진정성’에 대해 물었다. 산케이신문에 이어 세 번째 질의에 나선 로이터통신 역시 “이란과의 회담 추진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냐”고 했다. 일각에선 타국 정상을 옆에 세워 둔 채 미국 내정 관련 질문만 쏟아낸 것이 예의가 아니란 지적도 있었지만 오히려 국민을 대신해 기자들이 관심사에 집중하는 게 당연하다는 목소리가 대다수였다. 바이든 대통령이나 백악관 역시 이런 자유로운 질문들을 제지하지도 회피하지도 않았다. 결국 우리 대통령도 설화(舌禍)의 위험까지 감수하며 적극적으로 기자회견에 나서고, 질문 형식·분야도 최대한 국민적 관심사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야 ‘맹탕’ 기자회견을 피할 수 있다는 것.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이 질문에 대한 즉답 없이 회피하거나 초점이 다른 답변을 했다는 건 문제”라며 “미국 대통령 기자회견처럼 기자들이 추가 후속 질문을 할 기회가 한국 기자회견엔 없다는 점은 반드시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연례행사처럼 이벤트성 기자회견… 소통 어려워 우리 대통령 기자회견이 언제 또 열릴지 모르는 이벤트처럼 되면서 쌓인 현안에 비해 한정된 시간 등으로 충분한 소통 자체가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기자회견이 연례행사처럼 열리면서 대통령의 메시지는 참모를 통해 대부분 간접적으로 전달된다. 그러다 보니 어쩌다 기자회견이 열리면 형식에 크게 얽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한국보다 더 경직된 취재 문화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일본의 경우 총리 기자회견에선 국민적 관심사를 자유롭게 질문한다. 앞서 3월 28일 열린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신년 예산안 기자회견도 마찬가지였다. 기시다 총리는 모두발언에서 기자회견의 주제에 맞춰 “30년 만에 디플레이션을 벗어날 수 있는 역사적 기회를 맞았다”며 장밋빛 경제 전망을 쏟아냈다. 하지만 정작 언론이 던진 질문 가운데 경제 관련은 3개밖에 없었다. 오히려 지난해부터 논란이 됐던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질문 우선권을 가진 간사단도 두 번째 질문부터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자민당의 참패가 예상된다”며 “자민당 내에서도 선거에서 지면 총리가 물러나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경우 올 1월 언론인 약 400명을 엘리제궁으로 초대해 2시간 19분간 기자회견을 가졌다. 엘리제궁은 기자회견에 앞서 국내 이슈와 정치 관련 이슈, 국제 이슈 등 3개 분야로 질문해 주길 권장했다. 하지만 기자회견은 이에 전혀 얽매이지 않는 방식으로 ‘난상 토론’ 하듯 질문과 답이 오갔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프랑스 가게도 줄줄이 폐업한 파리의 골목에서 한국식 치킨집이 상권을 되살리고 있습니다.” 자국 요리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미식의 나라’ 프랑스에서 92년 역사를 자랑하는 대형마트가 한국식 치킨집을 입점시켰다. 프랑스에서 유통기업 체인에 한국 식당이 문을 연 건 처음으로, 해당 업체인 ‘모노프리’는 입점 심사가 엄격한 프리미엄 제품 매장으로 유명하다. 지난달 25일(현지 시간) 한국식 치킨집 ‘꼭(KOC)’이 파리 모노프리 지점 중 최대 규모인 몽파르나스 지점에서 개점했다. 주력 상품인 치킨 외에 김밥이나 만두 등 다른 한국식 분식들도 맛볼 수 있다. 꼭의 입점을 추진한 파브리스 브리세즈 모노프리 몽파르나스 지점장은 7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프랑스 크레페집, 10여 개 지점을 둔 피자집조차 줄줄이 폐업한 골목에서 한국 치킨집이 2년간 골목상권을 되살리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며 “면밀히 지켜보다가 지난해 8월에 직접 입점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브리세즈 지점장은 꼭이 다른 음식점들은 실패한 지역에서 고객들이 길게 줄을 설 정도로 인기 높은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원래 유명 브랜드들도 먼저 입점을 신청하기 마련인데, 이 치킨집은 지점장이 역으로 제안한 것도 이례적이다. 그는 “지점장이 본사에 음식점 입점을 건의해 관철된 사례도 처음”이라며 “다른 지점장들도 입점 가능성을 따지러 시식하러 오고 있다”고 전했다. 꼭을 창업한 김신현 대표는 한국에서 여러 유통 자영업에 종사하다가 프랑스로 건너가 2022년 5월 한국식 치킨집인 ‘올리브치킨’을 열며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한국에선 경쟁이 치열한 업종이라도 프랑스에선 새로운 영역이 될 수 있는 사업이 많다”고 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25년 전의 무자비한 폭격을 잊지 않겠다. 역사의 비극이 재연되지 않도록 할 것이다.” 유럽 3개국(프랑스, 세르비아, 헝가리)을 순방 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7일 동유럽의 친(親)중국 국가 세르비아를 찾았다. 25년 전인 1999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 소속 미 공군기의 주세르비아 중국대사관 폭격 사건이 있었던 그날이다. 시 주석은 이날 현지 언론 ‘폴리티카’ 기고문을 통해 이 폭격 사건을 거론하며 미국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패권 경쟁 중인 미국의 과오를 끄집어내 미국을 압박하는 동시에 유럽 각국을 향해 ‘미국 대신 중국과 협력하자’는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세르비아는 중국과 러시아의 우방이다. 중국의 경제영토 확장 사업 ‘일대일로(一帶一路)’에 적극 참여하고 있고, 지난해 10월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기도 했다.● 25년 전 참사 거듭 거론 미 공군기의 주세르비아 중국대사관 폭격 사건은 1999년 코소보 전쟁 때 벌어졌다. 당시 세르비아는 크로아티아, 마케도니아, 코소보 등과 함께 옛 유고슬라비아에 속해 있었다. 유고슬라비아 내 다수 세력이던 세르비아계는 무슬림인 알바니아계가 많은 코소보의 자치권 요구를 무력 진압했다. 그러자 나토가 알바니아계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전쟁에 개입했다. 당시 미국 주도의 나토군이 유고슬라비아 전역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의 중국대사관까지 피해를 당했다. 이 사고로 중국 언론인 3명이 죽고 세르비아인 14명이 부상을 당했다. 미국은 ‘오폭’이라고 했지만 중국은 ‘조준 폭격’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중국 전역에서 반미 시위도 벌어졌다. 결국 빌 클린턴 당시 미 대통령이 ‘비극적 실수’라고 사과했다. 시 주석은 2016년 6월 세르비아를 방문했을 때 폭격을 당한 옛 중국대사관 터를 찾았다. 폭격 후 중국문화원 건물이 새로 들어섰고 추모비도 건립됐다. 당시만 해도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되기 전이라 폭격 자체에 대한 비판은 자제하고 “패권국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정도의 메시지만 냈다. 이번 방문을 앞두고는 현지 언론 기고를 통해 “노골적인 나토의 폭격”이라며 미국을 직접 겨냥했다. 또 “중국과 세르비아는 양국 인민의 피로 맺어진 우정을 갖고 있다”며 세르비아도 당시 나토군으로부터 피해를 입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화답하듯 8일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25년 전 우리와 함께 있었고, 높은 대가를 치렀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나토에 ‘중국에 대한 역사적 빚’을 상기시키면서 더 이상 중국 문제에 개입하거나 아시아로 확장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라고 전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 등으로 전 세계 안보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가 아닌 중국이 추구하는 ‘새로운 다극 질서’의 정당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도 있다.● 대통령 영접-제트기 호위 ‘극진 대접’ 세르비아는 8년 만에 다시 자국을 찾은 시 주석을 극진히 대접했다. 7일 시 주석의 전용기가 영공 내에 진입하자 미그-29 제트기 편대가 전용기를 베오그라드 국제공항까지 호위했다. 부치치 대통령은 늦은 밤 공항에 직접 나가 활주로에서 시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를 영접했다. 베오그라드 시내 곳곳에는 오성홍기가 걸렸다. 부치치 대통령은 중국을 ‘세르비아의 강철 같은 친구’라고도 추켜세웠다. 현지 언론 노보스티에 따르면 부치치 대통령은 8일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우리에게 친구 그 이상이기 때문에 대만에 관해 질문을 받을 때 우리의 대답은 항상 간단하다”고 말했다. 중국이 ‘핵심 중 핵심 이익’이라고 말하는 대만 문제에서 ‘대만은 중국의 것’이라며 중국 친화적인 발언을 한 것이다. 시 주석도 “이번 방문이 양국 관계의 새로운 역사적 장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입맛이 깐깐하기로 유명한 ‘미식의 나라’ 프랑스에서 92년 역사를 자랑하는 대형마트 ‘모노프리’에 한국식 치킨집이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프랑스 대형 유통기업 내부에 한식을 직접 맛보는 식당이 입점한 건 처음이다. 모노프리는 특히 프리미엄 제품 매장으로 꼽혀 입점 심사가 엄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한국식 치킨집 ‘꼭(KOC)’은 프랑스 파리의 모노프리 지점 중 최대 규모인 몽파르나스지점에 지난달 25일(현지 시간) 개점했다. 프랑스 정통 빵집, 일본 스시집이 있는 지점 1층 정중앙에 들어섰다. 치킨을 주력 상품으로 밀지만 김밥, 만두 등 다른 분식류도 맛볼 수 있다.꼭의 입점을 추진한 파브리스 브리세즈 모노프리 몽파르나스지점장은 7일 기자와 만나 “우리 지점과 같은 골목에서 프랑스 크레페집, 프랑스에 10개 넘는 지점을 둔 피자집조차 줄줄이 폐업한 자리에 한국 치킨집이 개점한 뒤 2년간 골목상권을 살리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그간 지켜보다가 지난해 8월 입점을 직접 제안했다”고 말했다. 다른 음식점들이 실패한 자리에서 손님을 불러 모아 긴 줄을 만들 정도면 실력이 있다고 확신한 것. 유명 프렌차이즈들이 모노프리에 입점 경쟁을 벌이는데 이번엔 지점장이 입점을 역으로 제안했다.브리세즈 지점장은 본사에 한국 치킨집 입점을 설득하는 데도 공을 들였다. 본사가 생소한 한국 치킨집 입점 결정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자 거듭해 ‘골목에서 직접 치킨집을 비켜보니 승산이 있겠다’고 설명했다. 브리세즈 지점장은 “지점장이 본사에 음식점 입점을 제안해 관철된 사례가 처음이다 보니 파리의 다른 지점장들도 입점 확대를 위해 시식하러 오고 있다”고 소개했다.꼭을 창업한 40대 여성 김신현 대표는 한국에서 여러 유통 분야 자영업을 시도하다가 프랑스로 건너와 2022년 5월 한국 치킨집 ‘올리브치킨’을 열었다. 2년이 지난 지금은 개점 초기보다 매출이 1.5~2배가량 늘었다. 김 대표는 사업 초기에 프랑스엔 거의 없던 한국식 네일숍, 빨래방 등을 열지 고민하다가 결국 당시엔 생소했던 한국식 치킨을 열기로 결정했다. 그는 “한국에선 자영업 경쟁이 비슷한 업종별로 치열하지만 이곳엔 한국엔 있어도 아직 없는 사업이 많다”고 했다. 한식이나 한국식 서비스가 프랑스에선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단 얘기다. 한국 가게들의 신속한 영업 속도도 장점이라고 판단했다. 김 대표는 “프랑스는 행정이든 영업이든 느린 편인데, 우리는 치킨을 빨리 준비해 팔면 유리하다고 봤다”고 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72)이 7일 2030년까지 대통령으로 군림하는 ‘다섯 번째 대관식’을 치렀다. ‘현대판 차르’로 불리는 푸틴 대통령은 총 30년 통치를 확정짓는 취임식 전날에 프랑스 등을 적으로 가정한 전술핵 실험도 명령하며 위세를 과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의 크렘린궁 대궁전에서 다섯 번째 취임식을 열었다. 그는 차이콥스키의 행진곡이 울리는 가운데 금박 장식과 샹들리에로 빛나는 홀의 중앙에 깔린 레드카펫 위를 걸으며 당당히 입장했다. 또 붉은 헌법 사본에 오른손을 올린 채 취임 선서를 했다. 푸틴 대통령은 “국가 발전의 안정적인 연속성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장기 집권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어 “서방 국가와의 대화를 거부하지 않는다. 선택은 그들의 몫”이라며 러시아와 서방 간 갈등이 서방 탓이라고 주장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번 행사에 각국 주요 인사 약 2600명을 초대했다고 밝혔다. 이도훈 주러 한국대사도 참석했다. 한국 교민 보호와 기업 활동 등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한-러 관계가 더 악화되지 않도록 정부가 관리에 들어갔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러시아가 북한과 군사협력 등 밀접한 교류를 이어가고 있는데 굳이 취임식에 대사까지 보냈어야 했느냐는 지적도 있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서방 주요국 공관장은 일제히 불참했다. 로이터통신은 유럽연합(EU) 소속 20개국이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이었으며 올 2월 옥중에서 숨진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의 부인 율리야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푸틴 대통령을 “살인자, 도둑, 거짓말쟁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은 3월 15∼17일 치러진 대선에서 역대 최고 투표율(77.44%)과 최다 득표율(87.29%)로 5선을 확정했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6년 임기를 보장받았다. 로이터통신은 취임식 전날인 6일 “러시아 국방부가 푸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전술핵무기 배치 연습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미국 의회가 우크라이나 지원을 통과시키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파병설을 재차 언급한 것에 대한 맞대응 성격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이 계속된다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이다. 대관식을 마친 러시아가 중국, 북한과 밀착하며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과 맞서는 신(新)냉전 구도가 한층 뚜렷해질 가능성이 높다. 푸틴 대통령은 6월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회담한다. 북한과의 군사협력 또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 “수십 년 된 영화관이 없어진다니 정말 아쉬워요. 아름다운 영화관이거든요.”지난달 26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 ‘UGC노르망디’ 영화관 앞. 가족들과 산책 중이던 시민 신디 그루이아 씨는 이 영화관의 폐점 소식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87년 역사를 자랑하는 이 영화관은 이용객 감소로 올 6월 폐관하기로 했다. 팬들이 아쉬워하자 영화관 측은 “오랜 역사를 기념하기 위해 폐관 전에 영화관의 상징적 물건들을 경매에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날 영화관 외부엔 상영을 알리는 포스터들이 외벽에 화려하게 걸려 있었다. 다만 일대를 지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영화관에 입장하는 관객도 거의 없었다. 영화관 앞을 지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주변의 명품 매장이나 백화점으로 향했다. 프랑스는 1895년 루이 뤼미에르와 오귀스트 뤼미에르 형제가 영화를 촬영하는 시네마토그래프를 공개하고 이듬해 ‘열차의 도착’이란 영화를 시사해 세계 영화의 태동지로 꼽힌다. 이런 프랑스에서도 최근 영화관이 속속 사라지고 있다. 전통과 문화를 중시하는 파리지앵들은 화려한 옛 역사가 깃든 영화관의 퇴출에 특히 아쉬워하고 있다. ● ‘영화의 시초’ 佛서 영화관 ‘줄폐점’ 예술과 문화의 중심인 샹젤리제 거리에서도 영화관의 퇴출을 실감할 수 있다. UGC노르망디 영화관에서 약 10분 거리에 있는 ‘샹젤리제 고몽’ 영화관이 대표적이다. 현재 이곳은 사실상 폐허 상태다. 간판이 뜯겨나가고 조명이 꺼져 어두컴컴한 영화관 건물 안에 가구 없이 쓰레기 봉지만 뒹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때 이 영화관은 90년의 화려한 역사를 자랑했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 등에 따르면 1930년대 이곳은 고급 상영관과 유니폼을 입고 모자를 쓴 안내원으로 유명했다. 창립자이자 제작자인 루마니아 출신 유대인 베르나르 나탕은 이 영화관을 상업 영화관으로 키웠다. 월트디즈니의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가 큰 성공을 거두며 1938년 18주 연속 상영된 기록을 세웠다. 아픈 역사도 있다. 창립자 나탕은 1942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숨졌다. 나치 독일이 파리를 점령했을 때 이 영화관은 나치 장교와 그 손님들만을 위한 영화관으로 바뀌었다. 종전 후 연합군 장교들의 공간으로 쓰이다가 점차 확장돼 1992년 ‘고몽 샹젤리제 마리냥’이란 이름을 얻었다. 그 후 프랑스의 굵직한 영화는 물론이고 미국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들이 시사회를 여는 대표적인 무대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라인으로 영화를 소비하는 흐름이 가속화하며 관객이 줄었고, 경영이 악화되자 문을 닫기에 이르렀다. 다른 영화관의 사정도 비슷하다. 현지 매체 프랑스앵포 등에 따르면 샹젤리제 거리에서만 영화관이 최근 30년간 20곳에서 4곳으로 급감했다.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고몽 앙바사드’는 2016년, ‘UGC 조르주 5세’는 2020년 각각 운영을 멈췄다. 파리 교통의 요지 몽파르나스 주변에선 ‘르 브르타뉴’란 영화관이 지난해 폐업했다. 1961년 문을 열어 파리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했지만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OTT로 영화 소비 패턴 굳어져 프랑스는 영화의 본고장으로 꼽히기에 이런 현상은 예상하기 힘들었다는 반응이 많다. 프랑스는 1895년 뤼미에르 형제가 영화를 찍는 시네마토그래프를 발명하며 영화의 역사를 열었다. 1902년 영화 ‘달나라 여행’을 만든 마술사 겸 영화감독 조르주 멜리에스는 공상과학(SF) 영화의 창시자 격으로 꼽힌다. ‘파테’ ‘고몽’ 같은 영화 제작사 또한 1910년대 관련 시장을 빠르게 개척했다. 1920년대 영화예술의 본질을 찾는 운동인 아방가르드(전위예술)는 프랑스 영화의 예술성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50년대부터 생겨난 ‘누벨 바그’(새로운 물결)란 영화 사조도 세계 영화사의 한 페이지를 점한다. 영화가 태동한 프랑스에서마저 영화관이 사라지는 건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때문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올해 프랑스의 OTT 시장 매출은 56억3000만 달러(약 7조65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2024∼2029년의 OTT 연평균 수익 증가율 전망치 또한 7.2%다. 시민들은 OTT가 발전하면서 인기 있는 영화들이 OTT를 중심으로 제작돼 극장을 찾을 요인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드리스 에스트사피 씨는 “넷플릭스에 흥미로운 콘텐츠가 더 많으니 사람들이 영화관에 가질 않는다”며 “실제로 볼만한 박스오피스 영화가 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몇 년간 봉쇄가 계속된 것도 전통 극장업계의 쇠락을 부추겼다. 르몽드에 따르면 2021년 프랑스의 극장 관객 수는 9550만 명으로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에 비해 55% 감소했다. 샹젤리제 거리에서 음식점을 하는 야신 타비 씨는 “코로나19 확산기 봉쇄로 거리에 유동 인구가 줄어든 데다 사람들이 넷플릭스 등 온라인으로 영상을 소비하는 방식이 굳어졌다”고 진단했다.● 임대료 상승까지, 수익성 타격 높아진 임대료 또한 극장업계의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꼽힌다. 주요 지역의 임대료가 오르면서 이곳에서 오랜 기간 영업했던 상인들이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영화업계에도 불어닥친 것이다. 특히 샹젤리제 거리는 젠트리피케이션의 대표적인 사례를 보여준다. 파리 중심부 개선문에서 콩코르드 광장까지 약 2km의 직선도로로 이어진 거리엔 원래 100년 넘은 노포들이 많았다. 이제 이런 노포들이 대부분 사라지고 그 자리를 명품 관련 매장이 채웠다. 이날 개선문에서 샹젤리제 거리를 따라 10분가량 걷는 동안 본 명품 매장만 10곳이 넘었다. 명품 브랜드들은 관광객들이 모이는 이 거리를 차지하며 임대료를 끌어올렸다. 글로벌 부동산서비스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샹젤리제 거리에 있는 상업용 부동산의 1㎡당 연간 임대료는 2022년 기준 1만1069유로(약 1600만 원)에 달한다. 세계 주요 거리 중 5위에 해당하는 가격이다. 이 와중에도 제작되는 프랑스 영화는 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문화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여파로 풀이된다. 르몽드에 따르면 2021년 촬영된 영화는 340편을 넘었다. 신작 영화 또한 매주 12편 이상 개봉되고 있다. 다만 프랑스 영화의 흥행 성적은 신통치 않다. 박스오피스 상위권은 대부분 미국 할리우드 영화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정보 제공 서비스 ‘알롱시네’의 쥘리앵 마르셀 총책임자는 르몽드에 “프랑스 영화산업은 온라인 티켓 판매, 디지털 마케팅 등에서 매우 뒤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고객 계정과 소비 데이터를 상세히 수집하고 분석해 인기 높은 영화를 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유럽은 중국 강대국 외교의 중요한 방향이자, 중국식 현대화의 중요한 동반자다.” 5년 만에 유럽 3개국(프랑스, 세르비아, 헝가리) 순방에 나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첫 국가인 프랑스를 찾아 내놓은 메시지다. 그는 6일(현지 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3자 회담을 시작하기 전 유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모두발언에서 ‘전략적 관점’, ‘전략적 교류’, ‘전략적 협력’ 등 ‘전략적’이란 표현을 다섯 차례 반복했다. 중국과 유럽이 다른 체제로 갈등할 때도 있지만 서로의 이해에 맞게 전략적으로 손을 잡자는 ‘실용외교’를 주문한 셈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의 대중(對中) 제재망 흔들기에 본격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佛 드골 장군의 전략적 비전, 선견지명” 시 주석은 3자 회담 모두발언에서 “오늘날의 세계는 새로운 불확실성의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다”면서 “유럽과 중국이 전 세계의 중요한 강대국으로 계속 함께 일하고 대화하고 협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간 신(新)냉전 구도에서 벗어나 유럽과는 우호관계를 구축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시 주석은 도착 첫날인 5일 프랑스 보수 일간지 르피가로에 기고를 통해서도 현대 프랑스의 국부(國父)로 평가받는 샤를 드골 초대 대통령의 ‘전략적 비전’을 추어올렸다. 그는 “60년 전 드골 장군은 전략적 비전을 갖고 신(新)중국과 수교를 결심했다. 선견지명을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역사는 우리에게 최고의 스승”이라며 “평온과 거리가 먼 세계, 또다시 수많은 위험에 직면한 상황에서 양국 수교를 이끈 정신으로 협력하자”고 강조했다. 드골 장군이 냉전 시기에 독립적인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았지만 중국과 수교했듯, 프랑스와 유럽이 신냉전 속에서도 중국과 손을 잡아야 한단 뜻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이 기고에서 투자와 관련해 “중국의 일부 기업이 프랑스에 배터리 공장을 설립했다”며 “중국 정부는 더 많은 중국 기업의 프랑스 투자를 지원하고 있다”고 추가 투자 가능성을 시사했다. 경제 둔화로 투자가 목마른 유럽에 ‘당근’을 내놓은 것이다. 시 주석은 전날 파리 오를리 공항에 도착하면서 이례적으로 ‘도착 연설문’을 서면으로 발표해 이번 순방에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 연설에선 “양국은 수교 이후 시종일관 상이한 사회 제도를 가진 국가가 평화공존·협력호혜하는 전범을 만들었다”고 평했다. 중국도 이번 순방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시 주석이 공항에서 영접한 가브리엘 아탈 총리의 중국어 실력을 칭찬했고, 아탈 총리가 “1년간 중국어를 공부했다”고 답한 내용까지 상세히 보도하며 양국의 유대를 드러냈다.● 정상회담 의제로 오른 ‘中 과잉생산’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오후 나폴레옹의 무덤이 있는 앵발리드에서 의장대 사열, 중국 국가 연주 등 공식 환영 행사로 시 주석을 환대했다. 현지 언론들은 “마크롱 대통령은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에서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엘리제궁에서 만찬을 베푸는 등 나름대로 시 주석에 대한 최상급 환대를 준비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밀착에도 중국의 과잉생산과 보조금 살포에 따른 갈등을 비롯해 시 주석과 마크롱 대통령 앞에 놓인 주제는 만만찮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3자 회담 모두발언에서 회담의 주요 주제가 무역 갈등과 우크라이나 및 중동 사태 해결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특히 “무역과 공정 경쟁의 조건, 투자, 조화로운 발전에 관해 논의하며 유럽과 중국 관계를 다룰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도 시 주석 앞에서 “유럽과 중국 간 실질적 경제 관계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우리의 협력이 (그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효과를 낳고 있다는 걸 입증하고자 한다”며 무역 갈등의 해결을 요구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회담에 앞서 “중국은 내수 부진으로 판매량보다 더 많이 생산하고 있고 엄청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면서 “이는 전기차, 철강 등 보조금을 받는 중국산 제품의 과잉생산과 이로 인한 불공정 무역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5일(현지 시간) 5년 만의 유럽 3개국(프랑스, 세르비아, 헝가리) 순방을 시작했다. 미국이 첨단기술에 대한 접근을 가로막은 데 이어 최근 과잉 생산을 문제 삼으며 관세 인상까지 압박하자 중국은 유럽을 적(敵)으로 돌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중국 당국은 시 주석의 유럽 첫 순방국인 프랑스에서 6일 양국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상 첫 대형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이를 외신기자들에게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유럽과의 유화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미국이 유럽 국가들까지 끌어들여 서방의 대중(對中) 경제 제재망을 조이는 상황에서 중국이 적극적인 스킨십으로 이를 흔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中 “우린 멀리 있어도 비슷” 佛에 구애“프랑스 계몽주의 철학자 볼테르는 작품에서 중국 문화가 당대 프랑스와 비슷하다고 말했습니다.”3일 프랑스 좌파 운동의 아지트로 통하는 파리 ‘상호교류의 집’ 회의장. ‘중국과 프랑스 문명의 교류와 상호 풍요’ 학술회의 개막식에서 가오샹 중국사회과학원장이 양국의 친밀함을 강조했다. 중국 국책 연구기관인 중국사회과학원이 파리 도심에서 대형 학회를 연 것은 처음이다. 사회과학원 측은 “양국은 민간 교류를 활성화해 건강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며 취지를 전했다.이른 아침부터 8시간 넘게 진행된 학회에선 참여자가 몰려 직원들이 의자와 자료를 추가로 조달하느라 바빴다. 주최 측은 중국 전통 간식을 곁들인 다과회도 열어 프랑스 참석자들을 환대했다. 10년간 중국 특파원으로 활동한 프랑스 원로 언론인은 “양국이 정치적 제약 속에서도 이런 학회를 열어서 놀랐다”고 했다.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시 주석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친밀함을 부각시켰다. 홈페이지에는 ‘두 정상의 멋진 교류 순간’이란 제목으로 2017년 7월 독일 함부르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부터 지난해 4월 중국 광저우 정상회담까지 두 정상의 만남을 담은 영상 화보를 올렸다. 또 시 주석이 신년사를 발표할 때 배경으로 삼는 집무실 서가에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 등 프랑스 고전을 소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中, 무역 갈등에 뿔난 유럽 달래기중국의 유럽 끌어안기는 미국과 갈등이 고조되며 코너에 몰린 중국이 유럽만은 ‘우군(友軍)’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유럽연합(EU)은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은 전기차가 유럽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며 지난해 반(反)보조금 조사에 착수했다. 올해 1월 중국의 프랑스산 브랜디에 대한 반덤핑 조사는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해석됐다.프랑스는 EU에서 큰 목소리를 내는 편이라 시 주석으로선 마크롱 대통령의 마음을 사는 데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EU가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 자력을 키워야 한다는 ‘전략적 자율성’을 주장하고 있어 미국의 대중 제재에서 느슨한 고리가 될 수 있다.마크롱 대통령도 프랑스를 찾는 시 주석을 자신의 할머니 집 근처인 프랑스 남서부 오트피레네 지역으로 초청해 개인적인 친밀함을 강조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프랑스 언론 프랑스24는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시 주석 부친이 당 서기를 지낸 광둥성 광저우에 초청된 것에 대한 보답”이라며 “두 사람은 공식적 관계에 개인적 접촉을 더했다”고 보도했다.마크롱 대통령의 적극적 스킨십엔 프랑스 등 유럽이 한국처럼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상당하다는 현실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은 미국에 이어 EU의 2위 무역 상대국이고, EU는 중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다. EU의 중국산 수입이 늘며 대중 무역적자는 2019년 1650억 유로(약 241조 원)에서 2023년 2910억 유로(약 425조 원)로 불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샤틀레 극장이 한국 브레이킹을 받아들였다니 아름다운 일입니다.” 프랑스 댄스팀 ‘포케몬크루’의 리야드 프가니 예술감독은 2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샤틀레 극장에서 “이 극장은 프랑스에서도 클래식 등 ‘문화 엘리트’ 위주로 허용되는 공간”이라며 한국 브레이킹에 문호를 연 점을 놀라워했다. 이날 한국 댄스팀 ‘원밀리언’과 20년 공연 역사를 가진 포케몬크루는 ‘도시의 맥박, 뛴다’를 주제로 배틀 공연을 펼쳤다.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브레이킹의 정식종목 채택을 기념해 열린 공연이다. 한국 댄서가 강렬한 리듬에 맞춰 브레이킹을 추자 관객 1700여 명이 환호성을 질렀다. 프랑스 댄서도 질 수 없다는 듯 기예를 선보였다. 관람객 마농 뵈이예 씨는 “원밀리언을 보고 싶어 일찍 왔다”고 말했다. 플로랑스 오뉴 씨도 “이런 장르의 공연을 파리에서 보다니 근사하다”며 흥분했다. 한국 브레이킹에 대한 기대감도 높았다. 프가니 감독은 “올림픽 결승에서 미국과 한국이 붙을 것”이라고 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마련한 이번 행사는 5월부터 6개월간 한국 문화를 알리는 ‘코리아 시즌’의 첫 포문이다. 프랑스 정부는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2021년부터 전국에서 문화예술프로그램 ‘2024 파리 문화 올림피아드’를 개최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이에 동참해 코리아 시즌을 열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와아아아~!”2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샤틀레극장. 한국 댄서가 강렬한 리듬에 맞춰 무대 바닥을 휘젓듯 브레이킹 댄스를 추자 관람석을 매운 관객 약 1600명이 환호성을 질렀다. 댄서가 춤을 멈추자마자 반대쪽에서 이를 지켜보던 프랑스 댄서도 이에 질 수 없다는 듯 바닥 위를 빠른 속도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댄스를 서로 주고받는 배틀 공연이 무르익으며 춤도 더 강렬해졌다. 한국팀이 춤의 회전 속도를 한껏 끌어올리자 프랑스팀은 몸을 바닥에 튕기며 리듬을 타는 색다른 기교를 뽐냈다.국내외에서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한국 댄스팀 ‘원밀리언’과 20년 공연 역사를 가진 프랑스 댄스팀 ‘포케몬크루’가 이날 ‘도시의 맥박, 뛴다(Urban Pulse Uprising)’란 주제로 배틀 공연을 벌였다.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 브레이킹이 신규 종목으로 채택된 것을 기념해 열린 공연이다. 2시간가량 진행된 공연은 브레이킹을 접목한 두 팀의 스트리트댄스로 가득했다. 한국은 K팝과 함께 칼군무로 호응을 받았고, 프랑스팀은 연극적인 서사 속에 다양한 기술로 눈길을 끌었다.공연 시작 2시간 전부터 극장 앞엔 긴 줄이 이어졌다. 친구들과 줄을 선 마농 뵈이예 씨는 “한국 원밀리언 댄스팀을 보고 싶어서 팬들이 모이기 전에 일찍 왔다”고 말했다. ‘친구’란 한글이 박힌 야구 모자를 쓴 채 딸과 함께 줄을 선 플로랑스 오뉴 씨는 “이런 장르의 공연을 파리에서 볼 수 있다니 정말 멋진 일”이라며 흥분했다.이번 공연은 프랑스 문화계에서도 주목 받았다. 리야드 프가니 포케몬크루 예술감독은 “샤틀레극장은 프랑스에서도 ‘문화 엘리트’에 굉장히 한정된 공간”이라며 “한국 브레이킹을 받아들였다는 건 샤틀레가 더 개방되고 있다는 뜻으로, 아름다운 일”이라고 평했다.올림픽에서 한국 브레이킹이 우위를 점할 것이란 기대도 나왔다. 프가니 감독은 “올림픽에서 다들 두려워하는 팀은 미국, 한국, 프랑스”라며 “결승전에서 미국과 한국이 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비르 치비 프랑스 제작사인 배틀프로 예술감독도 “한국팀이 프랑스팀에겐 매우 큰 경쟁자”라며 “한국팀은 에너지가 강력하고 댄스의 규율을 잘 지킨다”고 설명했다.문화체육관광부가 마련한 이번 행사는 파리올림픽에 앞서 5월부터 6개월간 한국 문화를 알리는 ‘코리아시즌’의 시작이다. 프랑스 정부는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2021년부터 올림픽 정신에 따라 프랑스 전역에서 문화예술 프로그램 ‘2024 파리 문화 올림피아드’를 진행 중인데, 코리아시즌도 이 프로그램 자격으로 열린다.도미니크 에르비유 2024 파리 문화 올림피아드 총괄 감독은 이날 파리에 있는 주프랑스한국문화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영혼과 육체는 분리할 수 없는 만큼 문화올림픽으로 스포츠를 보완할 수 있다”며 “예술과 스포츠 간의 대화를 통해 더 어렵고 폭력적인 세계에 공유와 연대 존중, 사회통합 등 올림픽의 가치를 더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러시아와 2년 3개월째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동부 요충지를 빼앗기며 큰 위기를 맞았다. 지난달 미국의 지원 법안이 의회를 통과했으나 6개월가량 소요되며 야기된 ‘무기 공백’을 틈타 러시아군이 적극 공세를 펼친 결과다. 미국의 군사 지원이 실전에 배치되려면 여전히 시간이 필요해 앞으로 2개월가량이 전쟁의 중대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 CNN방송은 1일 “러시아가 지난해 12월부터 집중적으로 공격한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우크라이나군을 밀어냈다”며 “2022년 7월 전략 요충지인 세베로도네츠크 점령 이후 최대 규모의 진격”이라고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2월 아우디이우카에 이어 지난달 말 동부 도네츠크 지역의 여러 마을을 점령하며 기세를 올렸다. 최근엔 인근 세메니우카와 노보바흐무티우카도 차지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28일 동부전선 악화로 우크라이나군은 아우디이우카 북쪽 베르디치우와 세메니우카, 마리앙카 인근 노보미하일리우카 등에서 후퇴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약 2년 만에 거둔 실질적인 성과에 만족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달 말 해당 지역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해 대공세를 펼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도네츠크주 포크로우스크의 주요 군사거점과 동부 최대 격전지로 알려진 바흐무트 서쪽 차시우 야르, 남동쪽 쿠라코우 등 3곳에서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심각한 수세에 처한 상황이지만 당장은 이를 상쇄할 힘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의회에서 지원 예산이 통과한 뒤 미 국방부는 곧장 우크라이나 안보지원 패키지를 발표해 희망의 싹이 생겼다. 하지만 탄약 등 실제 무기가 전선에 도착하려면 더 기다려야 해 당장 숨통이 트이긴 어려운 지경이다. 그 때문에 우크라이나군은 향후 2개월이 절체절명의 시간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도네츠크 지역에 주둔한 우크라이나 제92기계화보병여단의 유리 페도렌코 드론 사령관은 “이제부터 두 달은 러시아군에 기회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실제로 러시아는 현재의 우위를 이어가기 위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할 태세다. 미 국무부는 1일 성명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화학무기 클로로피크린 등을 사용해 화학무기금지협약(CWC)을 위반했다”며 제재를 시사했다. 러시아는 현재 화학무기 사용을 부인하고 있다.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대사는 2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관련해 “서방의 간섭만 없었으면 진작 끝났을 것”이라면서 “서방이 러시아의 항복을 노리고 계속해서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고물가와 저출산 시대에 프랑스의 135년 역사를 자랑하는 타이어제조사 미슐랭이 최근 ‘생활임금’을 도입해 화제가 됐다. 생활임금이란 근로자에게 적절한 생활수준을 제공하는 충분한 급여를 의미하는데, 보통 각국 정부가 정하는 최저임금보다 높다. 고물가에 생산비용 부담이 커진 기업들은 대개 인건비를 줄이려 애쓰기 마련인데 미슐랭은 어떻게 이 같은 결정을 내렸을까. 또 생활임금이란 정말 그 정의처럼 ‘적당한 임금’인 것일까.● 출산-교육-사망 비용 망라미슐랭은 지난달 17일(현지 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사회적인 결속을 촉진하기 위해 세계의 모든 직원들에게 생활임금을 제공해 보편적 사회보호의 최저선을 보장하겠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최소 14주간의 출산 또는 입양 휴가, 4주간의 육아 또는 입양 휴가를 전액 유급으로 도입 △사망한 직원의 유족을 위해 직원의 근속기간에 무관하게 최소 1년치 급여에 해당하는 사망 수당, 자녀의 고등교육이 종료될 때까지 교육 연금 지급 △입원 등 응급 상황이나 산부인과 진료, 상담, 외래 치료 등 의료보장 등이 포함된다.생활임금은 국제노동기구(ILO)가 3월 공식 인정한 개념으로, 근로자에게 적절한 생활수준을 제공하고 식품 및 주택과 같은 기본적인 필요를 감당할 수 있는 충분한 급여를 뜻한다. 미국은 일부 주가 생활임금법을 시행 중이고 영국 등 일부 국가는 민간에서 캠페인을 벌여 시행하는 기업들이 이미 있다. 한국에선 일부 지자체가 도입한 정도다. 미슐랭은 고물가와 저출산이 심각해지는 상황 속에서 회사가 나서 임금을 최저임금보다 높이고, 출산 지원을 위한 수당을 도입해 주목받았다.● “최저임금의 최대 3배 수준”미슐랭은 국내뿐 아니라 외국 법인까지 13만2000명의 직원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생활임금은 정부가 정하는 최저임금의 최대 3배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에 따르면 미슐랭 파리 근로자의 생활임금은 연간 3만9638유로(약 5800만 원), 본사가 있는 클레르몽페랑 지역에선 연간 2만5356유로(약 3700만 원)다. 프랑스 최저임금 연간 2만1203유로(약 3100만 원)에 비해 각각 86.9%, 19.6% 높다. 2024년 적용되는 프랑스 최저임금은 시간당 11.65유로(약 1만7000원).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미슐랭은 직원들에게 현지 평균 급여보다 2.5배 더 많은 6만9312위안(약 1300만 원)을 제공한다. 미국 남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의 경우 타이어 제조업체 근로자의 급여(4만2235달러)가 최저임금(1만4790달러)의 거의 3배에 달했다고 르피가로는 분석했다.● 코로나19 ‘고용 위기’로 필요성 느껴프랑스의 다국적 타이어 제조회사 미슐랭은 1889년 현재 본사가 있는 클레르몽페랑에 형제인 앙드레와 에두아르가 설립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타이어업체이면서 맛집 안내서인 ‘미슐랭 가이드’로 유명하다. 이 기업은 2010년 유엔글로벌콤팩트가 정의하는 생활임금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번 생활임금 도입은 전사적으로 사주가 계속 설득해 임원들과 주주 등을 납득시킨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미슐랭그룹의 플로랑 메네고 회장은 르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생활임금 도입 취지에 대해 “프랑스의 최저 임금은 미쉐린의 눈에 우리가 생각하는 적정 임금을 충족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미슐랭은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기에 일부 공장이 폐쇄되며 근로자들이 해고 등으로 위기에 처하자 생활임금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 기업은 유엔 글로벌콤팩트가 정한 ‘4인 가족이 일하는 도시에서 괜찮게 살 수 있는 급여’의 개념을 기반으로 생활임금을 정했다. 구체적으로 급여구조를 설계하기 위해 스위스에 본사를 둔 비정부 조직 ‘공정임금 네트워크’에 현황 분석을 의뢰했는데 세계 미슐랭 직원 의 5%인 약 7000명이 충분한 수입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미슐랭은 공장이 운영되는 도시의 생활비에 맞춰 급여를 조정했다.● 노조는 여전히 “충분치 않다”미슐랭의 생활임금 도입은 적정한 급여의 수준에 대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특히 미슐랭의 대대적인 발표에도 이 회사 노조는 만족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NYT에 따르면 프랑스 최대 노동조합 중 한 곳인 ‘연대노동조합’의 니콜라 로베르 대표는 “집값, 음식, 에너지값, 교통비를 지불하고 나면 남는 게 많지 않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적당한 급여라고 부르는 건 현실과 거리가 멀다”며 “인플레이션이 폭발한 뒤 생존을 다퉈야 하는 노동자들이 많다”고 덧붙였다.미슐랭은 지난해 35억7000만 유로(5조2700억 원)의 영업이익과 12.6% 이익률을 냈는데 생활임금 수준이 너무 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메네고 회장은 “회사가 더 낮은 마진을 수용해야 할지, 아니면 회사의 부를 근로자 급여에 더 많이 할당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을 줄여야 할지가 중요한 논쟁이 됐다”고 말했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에서 불거지는 경제 이슈가 부쩍 늘었습니다. 경제 분야 취재 경험과 유럽 특파원으로 접하는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 유럽 경제를 풀어드리겠습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숲에서 가장 오래된 수령(樹齡) 500년짜리 이 소나무도 2년 전 울진 산불 때 간신히 지켜냈죠.” 지난달 25일 경북 울진군 금강송 군락지에 만든 숲길인 임도(林道)를 오르던 임국환 남부지방산림청 울진국유림관리소 주무관이 보호수인 금강송 앞에 멈춰 서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울퉁불퉁한 소나무 껍질 위에 오른손을 얹으며 2022년 3월 4일부터 213시간 동안 이어졌던 산불과의 사투를 떠올렸다. 산불 발생 당시 1년 차 직원이었던 임 씨는 “밤낮으로 금강송 군락지를 등진 채 능선을 타고 넘어오는 불을 껐다. 시뻘건 불꽃이 파도처럼 능선을 삼키며 사방에서 들이닥쳤다”고 했다. 산불진화대는 금강송 군락지로부터 직선거리로 150m 떨어져 있는 소광리 임도에 진을 치고 넘어오는 불길을 막았다고 한다. 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된 금강송 군락지에는 200년 이상 된 소나무만 8만5000그루가 있다. 2년 전 산불로 이곳 인근 응봉산은 전체 3130ha(헥타르) 중에서 85%에 달하는 2646ha가 타버렸다. 하지만 소광리 임도가 있는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은 전체 3705ha 중에서 225ha만 소실됐다. 94%에 달하는 산림을 지켜낸 것이다. 임 씨는 “총길이 41.6km에 이르는 소광리 임도에 평소에도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 산불 대응 준비를 해온 덕분”이라며 “바닥에 쌓인 낙엽과 폐목을 긁어냈고, 나무를 솎아내는 작업을 꾸준히 벌였던 게 큰 피해를 막은 것 같다”고 말했다.산불 진화용 ‘숲길’ 미리 낸 소광리 숲, 화마에 6%만 불탔다 2부 〈1〉 산불에 강한 숲을 찾아서 사람-車 드나드는 숲길, 진화에 필수… 임도 빈약한 응봉산은 85% 타버려나무 솎아내기-‘땔감’ 제거도 예방법산불 56% 몰린 봄철 특히 주의해야 지난해 국내에서는 산불 596건이 발생해 4992ha(헥타르)가 불에 탔다. 서울 여의도(290ha)를 17개 합친 것보다 넓은 숲이 잿더미가 된 것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산불을 끄려고 동원된 인력만 총 9만7255명으로, 웬만한 지방자치단체 인구보다 많은 인원이 동원됐다. 최근 10년간 산불 피해 면적은 몇 건의 대형 산불을 제외하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로 집계됐다. 실제로 최근 10년 평균과 비교할 때 지난해 산불 발생 건수는 5%, 피해 면적은 25% 늘었다.● 산불에 강한 숲의 조건 전문가들은 산불은 예방하는게 최선이지만 발생하면 빠르고 정확한 진화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국내 숲은 지형이 험준해 산불 등 위급상황이 생기면 사람이나 장비가 접근하기 쉽지 않다. 지병윤 산림기술경영연구소 연구관은 “숲을 오래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곳곳에 닿을 수 있는 길이 나야 한다”며 “산불을 진화할 때도, 방제 작업을 할 때도 사람과 장비가 투입돼 움직이려면 결국 길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2022년 울진 산불 당시 소광리 권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전체 3705ha 가운데 6% 수준인 225ha만 불에 탔다. 반면 소광리 숲과 인접한 응봉산 권역은 같은 산불에도 피해가 컸다. 전체 3130ha 중 85%에 달하는 2646ha를 화마가 휩쓸었다. 소광리 숲에선 2020년부터 3년간 약 1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숲길인 임도를 조성하고 평소 산불 예방 활동을 벌여왔다. 인력과 차량, 장비 등을 임도에 투입해 5년, 10년 단위로 나무를 솎아냈고, 산림 하단부에 있는 낙엽과 폐목 등을 정리했다. 숲 안에서 ‘땔감’이 될 만한 것들을 미리 치워 산불이 나더라도 규모를 줄인 것이다. 나무를 솎아내는 일은 경영적 측면에서도 우량목을 육성하기 위해 주변에 불필요한 나무를 없애는 기능도 한다. 소광리 숲 임도 주변에는 진화 헬기가 물을 뜰 수 있는 댐과 펌프로 물을 뿌릴 수 있는 취수장 등도 마련돼 있다. 임도 폭도 최대 5m에 달해 진화 차량 2대가 나란히 달릴 수 있을 만큼 넓다. 백영규 특수진화대원은 “화염과 연기가 뒤섞인 산불 현장에서 사람과 장비가 빠르고 효과적으로 도달하는 방법은 임도”라고 했다.● ‘도(道)맥경화’ 시달리는 숲 이와 달리 피해가 컸던 응봉산 권역에는 제대로 된 임도가 없었다. 1ha당 임도 길이는 소광리 숲은 11.2m에 달했지만, 응봉산은 0.1m에 불과했다. 능선을 타고 산불이 번지면 헬기 외에 지상에서 빠른 시간 내에 불이 난 현장으로 출동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 진화 작업도 더딜 수밖에 없었다. 평소 산림을 유지하고 관리할 인력이나 장비를 투입하기도 제한적이라 산불 예방 활동 등의 효과가 크지 않았다. 이 때문에 산림청은 2027년까지 대형 산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동해안 지역 700km를 포함해 전국에 산불 진화 임도를 3332km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까지 전국에 개설된 산불 진화 임도는 총 562km이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임도는 사람으로 비유하면 동맥과 같은 역할을 한다”며 “산불이 대형화할수록 초기 발화 지점에 빠르게 접근하고 야간에도 불을 끌 수 있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다만 임도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임도가 자연을 훼손하고, 비가 올 때 산사태 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이에 대해 산림청은 임도를 닦기 전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 등이 모여 훼손을 최소화하는 방법 등을 따져보는 사전 타당성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산을 깎을 때 나오는 흙은 주변에 쌓는 대신 산 아래로 옮겨 사태의 위험성을 최소화한다.● 마르고 바람 부는 봄철에 취약 산림청에 따르면 올해 3월 전국 산불 발생 건수는 74건, 4월은 66건이었다. 지난해의 경우 3월에 발생한 산불은 229건으로 1년 중 가장 많았다. 이어 2월 114건, 4월 108건 순으로 전체 산불의 56%가 봄철에 몰렸다. 봄철 산불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해 4월 3일에는 산림청 관측 사상 처음으로 경북 영주시 박달산 등에서 대형 산불 5건이 동시에 발생했다. 대형 산불은 산림의 피해 면적이 100ha 이상으로 번지거나, 24시간 이상 계속되는 산불이다. 산불로 지난해 3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고, 피해액은 2854억 원으로 집계됐다. 산불 원인으로는 입산자 실화가 29%로 가장 많았고, 쓰레기 소각 12%, 논·밭두렁 소각 10%, 담뱃불 9% 순으로 나타났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낙엽이나 폐목을 쌓아두지 않는 등 산불에 강한 숲 환경을 확산시켜야 한다”고 했다. 특별취재팀▽팀장 강경석 사회부 차장 coolup@donga.com▽이상훈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 김태영 김소민 명민준 기자(이상 사회부)}

이상기후로 산불이 잦아지고 규모도 커지면서 산불을 끄는 장비도 진화하고 있다. ‘산불 킬러’라고 불리는 고성능 진화 차량과 로봇, 드론 등이 현장에 투입돼, 주로 헬기에 의존했던 진화 방식을 다각화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 임도에는 2022년 대형 산불을 겪은 이후 지난해부터 도입된 고성능 산불 진화 차량이 등장했다. 이날 대원 6명이 진화 차량에 직경 25mm 호스를 연결하고 길게 늘어섰다. 맨 앞에 선 대원이 호스를 열자 하얀 물기둥이 뿜어져 나왔다. 이 차량에는 물 3000L를 담을 수 있다. 화물차를 개조해 만든 기존의 산불 진화차 담수량의 3배 수준이다. 고성능 산불 진화차가 이른바 ‘산불 킬러’라고 불리는 이유는 분당 250L에 달하는 물을 뿜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산불 진화 차량이 분당 60L를 쏠 수 있는 것과 비교하면 4배 이상 강력하다. 차량이 달리면서 물을 뿜을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운전석 지붕에 직경 65mm 캡 방수포를 장착해 원하는 방향으로 살수할 수 있다. 진화 대원이 방수포 손잡이를 당기자 굵은 물줄기가 솟구쳤다. 15m가 넘는 소나무 위부터 아래까지 끊임없이 물벼락이 쏟아졌다. 남대지 울진국유림관리소 특수진화대원은 “산불 진화는 바닥에 탈 것을 남기지 않고 긁어내는 게 중요한데, 고성능 산불 진화차는 물줄기가 세서 불도 끄고 바닥에 남은 잔해물도 날릴 수 있다”고 했다. 1대당 7억5000만 원에 달하는 이 차량은 전국에 18대가 투입됐다. 이 밖에도 빠르고 안전한 진화를 위해 새롭게 개발된 제품들이 지난달 24일 세종시 금강자연휴양림 일대에서 열린 시연회에서 선보여졌다. 이날 시연회에선 진화 요원이 작은 힘으로 무거운 것을 들거나 움직일 때 힘을 보태주는 로봇이 소개됐다. 조끼처럼 생겨 입을 수 있는 이 로봇은 허리와 허벅지 근력에 힘을 보태주는 역할을 한다. 20kg짜리 장비를 들고 움직일 때 근육 피로도를 입지 않을 때보다 43.8%나 낮춰준다. 구급차와 펌프차를 합친 다목적 중형 산불 진화차도 개발됐다. 산소통과 들것, 자동심장충격기(AED) 등을 갖춰 현장에서 기본적인 응급처치를 할 수 있다. 물탱크 용량은 2000L다. 진화 용수를 최대 1km 거리까지 전달할 수 있어 좁은 임도에서 멀리까지 물을 보낼 수 있다. 모두 국산 제품이기 때문에 유지·보수가 쉽다는 게 특징이다. 소화액 25kg을 매달고 20분 동안 하늘을 날 수 있는 드론도 나왔다. 캄캄한 밤에 진화 인력이 갈 수 없는 지역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산림청 관계자는 “기상에 영향을 받는 헬기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진화 장비의 다각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특별취재팀▽팀장 강경석 사회부 차장 coolup@donga.com▽이상훈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김소민 명민준 기자(이상 사회부)}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와 관람객들을 어느 때보다 더 가깝게 만들겠습니다.” 7월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을 88일 앞둔 4월 29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 125번지. 개선문이 올려다보이는 이곳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공식 파트너인 삼성전자의 노태문 사장(MX사업부장)은 “이번 올림픽 슬로건이 ‘완전히 개방된 대회(Games Wide Open)’인 만큼 관람객들이 더 의미 있는 경험을 하도록 힘쓰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삼성전자의 기술로 올림픽을 직접 눈앞에서 지켜보듯 더 생생하게 전달하겠다는 의미다. 이날 이곳에선 삼성전자 제품을 체험하는 ‘삼성 올림픽 체험관’이 처음 공개됐다. 3일 정식으로 개관하는 체험관에는 브레이킹, 스케이트보딩 등 이번 올림픽에 새로 도입되는 종목으로 구성된 다양한 게임과 쇼트폼 영상 촬영을 체험하는 공간이 마련됐다. 폐어망과 폐알루미늄을 활용한 ‘맞춤형 휴대전화 스트랩’ 제작 코너도 눈길을 끌었다. 대형 디스플레이 키보드를 터치해 원하는 글자와 다양한 색상을 선택해 꾸밀 수도 있다. 역대 올림픽 에디션 휴대전화도 전시됐다. 방문객들은 삼성전자가 올림픽마다 선보인 휴대전화와 올림픽 협업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이날 개관식엔 에티엔 토부아 파리올림픽대회조직위원회 사무총장, 피에르 라바당 파리시 부시장과 ‘팀 삼성 갤럭시’ 선수인 조안 드페(프랑스 서핑), 카람 싱(영국 브레이킹 ), 우고 디디에(프랑스 패럴림픽 수영) 등이 참석했다. 안소피 보마르 IOC TV·마케팅 담당 국장은 “혁신적인 기술을 갖춘 삼성전자가 체험관 등으로 세계 올림픽 팬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게 인상적”이라고 했다. 체험관은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꼽히는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과의 협업으로 완성됐다. 17세기 프랑스 문화 교류 공간인 ‘살롱’에 영감을 받아 소통의 공간이란 의미를 살리고, 빛의 아름다움을 담는 누벨의 철학을 반영했다. 누벨은 “체험관은 삼성전자의 브랜드 정신인 개방성을 표현하기 위해 디자인했다”고 전했다. 이 체험관은 10월 31일까지 운영된다. 삼성전자는 올림픽 기간 올림픽파크, 선수촌, 미디어센터 등에도 체험관을 추가로 열 예정이다. 주요 경기장에는 ‘삼성 갤럭시 충전소’도 마련된다. 삼성전자는 이날 새 올림픽 글로벌 광고도 선보였다. 삼성전자가 운영하는 파리 올림픽 홍보대사 선수단인 ‘팀 삼성 갤럭시’ 선수들이 ‘열린 마음으로 도전하면 무한한 가능성이 열리고 놀라운 일도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내용이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하루 2만여 명씩 몰리는 인파 탓에 ‘세계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예술작품’으로 꼽혔던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의 명작 ‘모나리자’가 앞으로 별도의 독방에서 관람객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29일(현지 시간) 프랑스 매체 웨스트프랑스 등에 따르면 로랑스 데 카르 루브르박물관장은 “모나리자를 전시할 독립 공간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관람객을 충분히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은 항상 실망스러운데, 모나리자도 마찬가지”라며 “문화부와 협력해 필요한 개선 사항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물관 측은 모나리자의 독방 마련과 함께 전반적인 전시 여건 개선안을 폭넓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대표작 모나리자는 루브르 전체 관람객 가운데 약 80%가 이 그림을 보러 온다고 할 정도로 절대적인 인기를 누린다. 하지만 지난달 현지 온라인 쿠폰 사이트의 설문에 따르면 모나리자는 세계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예술품 1위를 차지했다. 사람이 너무 많아 가까이 가기도 힘들거니와, 앞에서 차분히 감상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박물관 측은 “7월 26일 파리 올림픽이 개막하면 방문객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몇 주 뒤면 바로 이곳에 물이 채워집니다. 센강으로 흘러들어갈 폐수를 이곳으로 끌어들이면 수질을 잘 관리할 수 있습니다.” 7월 26일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을 약 3개월 앞둔 25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동부의 대형 물탱크 ‘오스테를리츠 분지’.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이곳에서 파리시의 공사 총책임자 사뮈엘 콜랭카니베즈 씨가 이같이 말했다. 이곳은 이번 올림픽에서 101년 만에 열릴 ‘센강 수영 경기’에 대비해 센강 수질 관리를 책임지는 시설이다. 파리시는 다음 달 2일 완공식과 함께 탱크에 물을 채우기 직전 탱크 내부를 동아일보를 포함한 외신 기자들에게 먼저 공개했다. 파리 올림픽조직위원회가 1900년 파리 올림픽에서 선보인 센강 수영 경기의 부활을 앞두고 있지만 ‘오염수에서 어떻게 수영을 하느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직위 “여름엔 수질 좋아져 경기 가능” 지하철 오스테를리츠역 옆에 세워진 건물 내부로 들어가 수십 층의 나선형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니 광활한 탱크가 나타났다. 올림픽 수영경기장 20개가 합쳐진 규모인 5만 ㎥의 물을 채울 수 있는 규모다. 벽면에는 직경 2.5m인 원형 터널이 뚫려 있었다. 길이가 620m인 이 터널 끝은 센강에 닿는다. 터널로 센강 폐수가 흘러들어와 탱크에 갇히면 외부 강물의 추가 오염을 막을 수 있다. 폭우 때는 넘치는 강물을 터널을 통해 탱크로 보내 센강 범람으로 주변 공중화장실 등 오수와 섞이는 사태를 막는다. 파리 센강은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의 배경인 퐁뇌프 다리 등으로 로맨틱한 공간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강변을 따라 걷다 보면 코를 막아야 할 때가 있다. 노숙자들이 방뇨한 흔적과 냄새도 종종 접하게 된다. 최근에는 한 남성이 음식점에서 쓴 것으로 보이는 대형 쟁반을 강둑에서 강물로 씻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퍼지기도 했다. 실제 센강은 산업화에 따른 수질 오염으로 1923년부터 수영이 금지됐다. 조직위는 그런 센강의 알렉상드르 3세 다리와 알마 다리 구간에서 올림픽·패럴림픽의 철인3종 수영 종목과 ‘수영 마라톤’으로 불리는 오픈 워터 스위밍을 열기로 했다. 하지만 수질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비정부기구(NGO) 서프라이더 재단은 8일 “센강을 측정한 결과 14개 샘플 중 단 1개 샘플만 수질이 기준치를 충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조직위는 강행 의지가 확고하다. 이날 물탱크 안에서 피에르 라바당 파리 부시장은 “우린 8년간 수질을 향상시켰기 때문에 경기를 잘 치를 수 있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정부와 파리시 등은 14억 유로(약 2조643억 원)를 투입해 센강 수질 개선 작업을 벌였다. 이어 “시민단체가 조사한 겨울에는 원래 좋은 결과가 나오기 힘들다”면서 “경기가 실제 열리는 여름엔 대체로 수질이 좋아 걱정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흥행 카드인가, 올림픽 리스크인가” 조직위는 조만간 센강 수질이 안전함을 입증하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유명인들이 직접 수영하는 모습을 공개해 우려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함께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이르면 6월 말 열리는 ‘빅 다이빙’ 행사에서 센강에 뛰어들겠다고 약속했다. 조직위가 센강 수영 경기를 고집하는 이유는 이를 올림픽 흥행 카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올림픽에 대한 관심 저하와 TV 시청률 하락 등으로 프랑스와 IOC는 획기적인 올림픽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정부는 같은 이유에서 근대 올림픽 최초로 센강에서 ‘야외 개막식’도 준비 중이다. 최근 테러 위협이 고조되며 ‘플랜B’도 시사했지만 바흐 위원장은 27일 “센강 개회식은 선수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며 모두가 안전할 것”이라고 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몇 주 뒤면 바로 이곳에 센강 물이 채워집니다. 센강 폐수를 이곳으로 끌어들이면 수질을 잘 관리할 수 있습니다.”7월 26일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을 약 3개월 앞둔 25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동부의 대형 물탱크 ‘오스텔리츠 분지’.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이곳에서 파리시의 공사 총책임자 사무엘 콜린 카니베즈 씨가 이같이 말했다. 지하철 오스텔리츠역 옆에 세워진 가건물 내부로 들어가 수십 층의 나선형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니 광활한 탱크가 나타났다. 올림픽 수영경기장 20개가 합쳐진 규모인 5만㎥의 물을 채울 수 있는 규모다. 벽면에는 직경 2.5m인 원형 터널이 뚫려 있었다. 길이가 620m인 이 터널 끝은 센강에 닿는다. 파리시는 다음달 2일 완공식에 앞서 물탱크 내부를 동아일보를 포함한 외신 기자들에게 먼저 공개했다. 파리 올림픽조직위원회가 100년 만의 ‘센강 수영 경기’를 계획하고 있지만 ‘오염수에서 어떻게 수영을 하느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 조직위 “여름엔 수질 좋아져 경기 가능”파리 센강은 영화 ‘퐁뇌프의 연인’들의 배경인 퐁뇌프 다리 등으로 로맨틱한 공간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강변을 따라 걷다 보면 코를 막아야 할 때가 있다. 노숙자들이 방뇨한 흔적과 냄새도 종종 접하게 된다. 최근에는 한 남성이 음식점에서 쓴 것으로 보이는 대형 쟁반을 강둑에서 직접 강물로 씻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퍼지기도 했다. 실제 센강은 산업화에 따른 수질오염으로 1923년부터 수영이 금지됐다. 그런데 조직위가 센강의 알렉상드르 3세 다리와 알마 다리 구간에서 올림픽·패럴림픽의 철인 3종 수영 종목과 ‘수영 마라톤’으로 불리는 오픈 워터 스위밍을 열기로 했다. 100년 만에 공식적으로 ‘센강 수영’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최고의 ‘흥행 카드’로 내밀었던 센강 수영이 ‘올림픽 리스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시작됐다. 마침 비정부기구(NGO) 서프라이더 재단은 8일 “센강 물을 측정한 결과 (세균 기준치) 최대 허용량보다 종종 2배, 때로는 3배 높은 수치를 보였다”고 발표했다.하지만 조직위는 강행 의지가 확고하다. 이날 물탱크 안에서 피에르 라바당 파리 부시장은 “어떤 일이든 항상 추진하려면 우려가 있기 마련”이라며 “우린 8년간 수질을 향상시켰기 때문에 수영 경기를 잘 치를 수 있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민단체가 조사한 겨울에는 원래 좋을 결과가 나오기 힘들다”면서 “경기가 실제 열리는 여름엔 대체로 수질이 좋아 우린 걱정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정부와 파리시 등 센강 주변 지방정부들은 14억 유로(약 2조643억 원)를 투입해 8년 넘게 센강 수질 개선 작업을 벌였다. 수질 개선 작업의 핵심인 이 탱크는 약 4년간 건설 끝에 다음달 2일 완공식을 갖고 중순부터 가동될 예정이다.● “센강 수영, 파리 올림픽 흥행 카드”조직위는 조만간 센강 수질이 안전함을 입증하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유명인들이 직접 수영하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공개해 우려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까지 동참을 선언했다. 조직위가 ‘센강 수영경기’를 고집하는 이유는 이를 올림픽 흥행 카드로 삼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TV 시청률 하락과 올림픽에 대한 관심 저하 등으로 프랑스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획기적인 올림픽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센강 수영경기의 배경을 설명했다. 프랑스 정부는 같은 이유에서 근대 올림픽 최초로 센강에서 ‘야외 개막식’도 준비 중이다. 최근 테러 위협이 고조되며 마크롱 대통령이 개막식을 실내로 옮길 가능성도 시사했지만 바흐 위원장은 27일 “센강에서의 상징적인 개회식은 선수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줄 것이며 모두가 안전할 것”이라는 뜻을 강조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이 굴착기엔 운전석도 기사도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24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18.3km 떨어진 빌팽트 지역 ‘파리노르빌팽트’ 전시장. 2000m² 규모의 중앙 터에 선 사회자가 관중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자동으로 움직이며 자갈을 퍼 나르는 무인 굴착기와 무인 도저를 소개하던 그는 “답은 기사를 보호하기 위해”라며 “이 기계는 위험한 현장에서도 인명사고 없이 공사할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두 장비는 30∼40m 떨어진 건물 테라스에 서 있는 두 직원이 콘솔로 게임을 하듯 조종하고 있었다. 해당 기계는 HD현대의 건설기계 자회사인 HD현대인프라코어가 새롭게 론칭한 신규 브랜드 ‘디벨론’의 ‘콘셉트-X 2.0 도저’와 ‘콘셉트-X 2.0 굴착기’다. 관중들은 탑승자도 없이 움직이는 장비들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며 마치 영화 ‘트랜스포머’의 로봇을 보듯 신기하게 지켜봤다. 권용철 HD현대사이트솔루션 책임연구원은 “2030년에 이 제품들을 상용화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24∼27일 이곳에서 열리는 ‘인터마트 2024’에서 디벨론을 유럽시장 딜러들에게 대대적으로 소개한다. 인터마트는 미국 ‘콘엑스포’, 독일 ‘바우마’와 함께 글로벌 3대 건설기계 전시회로 꼽힌다. 이 회사가 유럽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최근 중국 기업들이 ‘저가 공세’로 신흥 시장을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영철 HD현대인프라코어 사장은 “이젠 신흥 시장보다 안정적인 유럽, 북미 등 선진국 시장에 주력해야 한다”며 “유럽은 제품의 질을 중시하기 때문에 우리가 좋은 품질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제품으로 승부하기 적합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HD현대인프라코어 유럽 공략 전략의 핵심은 △무인화 △콤팩트 △친환경이다. 전시회에서 선보인 무인화 제품은 제작 비용이 비싸고 관련 제도가 정착되질 않아 아직 연구단계에 머물고 있지만, 향후 고품질 제품을 선호하는 유럽 시장에서 수요가 늘 것으로 기대된다. 현실적으로 당장 주력할 수 있는 분야는 10t 이하 콤팩트 제품이다. 콤팩트 기계는 유럽에서 연간 약 2000대가 팔려 시장 점유율이 2%가량이지만, 중장기적으로 8%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빌팽트=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