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맏형 진(32·본명 김석진)이 1년 6개월간의 군복무를 마치고 12일 육군 병장 만기 전역했다. BTS 멤버 7명 가운데 첫 전역이다. 이날 ‘특급 전사’ 마크가 박힌 전투복 차림의 진은 경기 연천군 5사단 신병교육대에서 동료 장병들의 박수를 받은 뒤 위병소를 나왔고, 팬과 취재진을 향해 거수경례를 했다. 슈가를 제외한 BTS 멤버 RM, 제이홉, 뷔, 정국, 지민도 이날 현장을 찾아 진의 전역을 축하했다. 이들은 휴가를 내고 현장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군악대에서 복무 중인 RM은 색소폰으로 자신들의 히트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를 연주하기도 했다. 진은 취재진과 팬들을 향해 “아미 안녕”이라고 외친 뒤 현장을 떠났다. 이후 진은 위버스 라이브를 통해 “군 생활을 되게 잘했다”며 “원래 울지 않으려 했는데 너무 기쁘고 눈물이 나서 두 번 울었다”고 밝혔다. 진은 전역 다음 날인 13일 ‘2024 BTS 페스타’에 참석해 1000여 명의 팬들과 허그회를 가질 예정이다. 제이홉이 올 10월 전역하는 데 이어 내년 6월이면 BTS 멤버 전원이 병역 의무를 마치게 된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느닷없이 (땅이) 잡아 흔드는디, 땅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줄 알았어.” 12일 오전 규모 4.8 지진이 발생한 전북 부안군 행안면에서 5km 떨어진 계화면 창북3마을에서 만난 정천생 씨(73)는 당시 상황을 이같이 설명했다. 정 씨는 “밭에서 풀을 매고 있는데, 우르릉 소리가 나더니 (땅이) 덜덜덜 떨려서, 이거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며 “바다에서 (지진이) 났으면 해일이 왔을 텐데 육지라서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 마을에 있는 계화중 김미경 교장(58)은 “맑았던 하늘이 깜깜해지고 나무들이 흔들려 비가 오려나 보다 했는데, 굉음이 들려 폭발이 일어난 줄 알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담장이 일부 파손됐는데 교문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라며 “등교 시간대여서 학생들이 드나드는 교문 근처 담이 파손됐다면 아찔한 상황이 발생할 뻔했다”고 덧붙였다. 진앙에서 7km 떨어진 부안읍 한 아파트에서 만난 김모 씨(45)도 굉음과 흔들림에 황급히 1층으로 대피했다고 전했다. 김 씨는 “화장실에 들어가는데 폭발 소리가 나길래 아파트가 무너지는 건 아닌지 놀라서 13층에서 황급히 1층으로 대피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오후 1시 55분경 규모 3.1의 여진이 발생하고, 이를 알리는 재난 문자가 발송되면서 또다시 긴장감에 휩싸였다. 이날 부안군에 사는 주민들에게는 종일 안부를 묻는 전화가 걸려오기도 했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이날 지진으로 인해 국가유산 피해 6건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보물 등 국가지정유산 피해 3건, 시도 지정유산 피해 3건이다. 보물로 지정된 ‘부안 내소사 대웅보전’은 지진으로 서까래 사이에 바른 흙이 떨어졌고, 공포(처마 끝 무게를 받치기 위해 기둥머리에 짜 맞춰 댄 나무)와 서까래의 위치도 바뀌었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전북도재난안전대책본부에는 140건의 피해 사례가 접수됐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시설 피해 129건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했다. 부안군 부안읍 경로당 화장실 타일이 깨졌고, 보안면 한 창고 벽면에는 금이 갔다. 변산면에선 한 게스트하우스 지하 주차장의 바닥면이 들떴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진앙에서 수십 km 떨어진 정읍시 덕천면의 한 마을에서도 담장이 무너졌고, 연지동의 한 단독주택에서는 방바닥 꺼짐과 보일러관 파손 및 누수 피해가 났다. 익산시 남중동의 한 담벼락이 기울어졌다는 신고가 들어와 소방 당국이 출동하기도 했다. 학교 시설 피해도 이어졌다. 전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18개 학교에서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부안군 하서초 건물 모서리 일부가 파손됐고, 백산초 교실과 화장실 벽 일부에 금이 갔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충남에선 학교 2곳이 단축 수업을 실시했다. 수도권 등에서도 진동을 느꼈다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서울에 사는 배모 씨(61)는 “재난 문자를 받은 지 얼마 안 돼서 흔들림을 느꼈다”고 했다. 세종시에 사는 김모 씨(35)는 “정차 중인 버스가 흔들릴 정도의 진동이 왔고, 놀라서 소리를 치는 이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부안=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대가야 최고 지배층의 무덤인 경북 고령 지산동 고분군 5호분이 85년 만에 재발굴된다.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와 고령군은 지산동 5호분 발굴조사를 위한 업무협약을 12일 체결했다. 지산동 고분군은 전북 남원 유곡리 고분 등과 함께 지난해 9월 ‘가야 고분군’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지산동 고분군은 5∼6세기경 가야 북부 지역을 통합하면서 성장한 대가야의 위상을 보여주는 유적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지름 45m, 높이 11.9m에 이르는 5호분은 영호남 지역의 가야 무덤들 가운데 최대 규모다. 조선시대 지리서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은 5호분을 ‘금림왕릉(錦林王陵)’으로 표현했다. 앞서 일제강점기인 1939년 아리미쓰 교이치(有光敎一) 등 일본 고고학자들에 의해 발굴조사가 이뤄졌다. 하지만 간략한 조사 내용과 사진 몇 장만 남아 있어 재발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올 9월부터 2026년까지 흙을 쌓아올린 봉토(封土)와 매장 주체부, 무덤 주변에 대한 발굴조사가 진행된다. 2028년에는 조사 내용과 출토 유물을 수록한 발굴 조사 보고서를 발간한다. 연구소 관계자는 “발굴 조사를 계기로 베일에 싸여 있던 대가야의 매장 의례와 고분 축조 기술 등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공포, 질투심, 자부심…. 지금도 보편적으로 느끼는 인간의 감정이 이집트 고대 문헌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어요. 문명 최초의 얼굴이 드러나 있다고 할까요.” 10일 서울 광화문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고대 이집트 문헌학자 유성환 박사(54·서울대 인문학연구소 선임연구원)는 이렇게 말했다. 유 박사는 지난달 고대 이집트어로 쓰인 인류 최초의 소설 ‘시누헤 이야기’를 한국어로 번역한 책 ‘최초의 소설 시누헤 이야기’(휴머니스트)를 펴냈다. 번역본은 ‘베를린 파피루스 3022’ 등 원전 필사본을 저본으로 삼되 영미권의 다른 번역본도 두루 참조해 만들어졌다. 그동안 ‘시누헤 이야기’의 다른 외국어 번역본이 한국어로 옮겨진 적은 있었지만, 고대 이집트어 원전을 한국어로 완역해 한 권으로 엮은 것은 처음이다. 그는 “인문학을 깊이 있게 탐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원전이 중요하다”며 “책 출간을 계기로 학계에서 고대 이집트인들이 사용하던 텍스트를 쉽게 인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시누헤 이야기’는 고대 이집트 중왕국 초기 제12왕조(기원전 1985년∼기원전 1773년)를 연 아멘엠하트 1세의 서거가 배경이다. 당시 왕자를 수행하기 위해 외국에 머무르던 궁정 관리인 시누헤는 국왕의 서거에 죽음의 위협을 느끼며 레체누(오늘날의 시리아-팔레스타인 지역)로 도망간다. 그는 고초 끝에 외국에 정착하는 데 성공하지만, 오매불망 고국으로 돌아가길 기도하던 끝에 후대 왕의 사면을 받고 고향으로 돌아간다. “전형적인 이집트식 ‘해피엔딩’이죠.” 유 박사는 “내세를 중시하던 당시 이집트인들은 외국에서 죽으면 신 ‘오시리스’에게 심판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해 이를 무척 두려워했다”면서 “‘비문명(외국)’에서 ‘문명(이집트)’으로 돌아온다는 이집트 상류층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서사가 돋보인다”고 말했다. 부산대 영문과를 나와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1학년생이었던 그는 1997년 프랑스의 이집트 학자이자 소설가인 크리스티앙 자크의 책 ‘이집트 상형문자 이야기’로 상형문자를 처음 접했다. “물고기, 여자, 올빼미…. 다 그림이잖아요. 그런데 음가도 있고, 읽을 수도 있고 문자의 기능을 한다는 게 신기했어요.” 상형문자의 매력에 빠진 그는 처음에는 아마존에서 구입한 문법책으로 혼자 이집트어를 탐독했지만, 제대로 원전을 읽는 단계에 들어서자 “물어볼 사람이 없다”는 막막함을 느꼈다. 대학원 졸업 후 계약직 통번역사(영어)로 일하면서 정체되는 느낌도 받았다. 결국 그는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듯’ 직접 외국으로 건너가는 길을 선택했다. 서른다섯 살이던 2005년 미국 브라운대 이집트학과에 진학했고, 2012년 박사학위까지 딴 것이다. 미국에서도 이집트 문헌학 전공자는 드물었다. 교수에게 일대일로 원전 독해 수업을 들은 적도 있을 만큼 연구는 외길 같았지만, 묵묵히 그 길을 걸었다. 국내로 돌아와 2013년부터는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에서 학생들에게 이집트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인문 고전의 매력으로 “인간의 본질을 탐구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고대부터 휘황찬란한 문명을 이룬 우리가 과거의 사람들과 얼마나 달라졌는가, 얼마나 변하지 않는가를 동시에 고찰할 수 있는 게 인문학”이라며 “이번 번역이 인간에 대한 희미한 그림을 그려보는 인문학에 (퍼즐 조각) 한두 피스 정도 기여하지 않았을까”라며 그는 웃었다. 신간에는 원전 번역과 풍부한 주해는 물론이고 이집트 문명의 인·지명, 풍습, 종교관 등 저자의 해박한 지식이 잘 녹아 있다. 그는 “이번 출간을 계기로 ‘난파당한 선원’ 등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이집트 원전들을 순차적으로 번역해 대중에게 알리겠다”고 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올 4월 화재 피해를 본 전북 김제 망해사(望海寺·사진) 일대가 자연유산으로 지정된다. 10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자연유산위원회는 최근 회의에서 ‘김제 진봉산 망해사 일원’을 명승으로 지정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망해사는 백제 때인 642년(의자왕 2년)에 창건된 뒤 소실됐다가 조선 중기에 다시 세워진 사찰이다. 망해사 일대는 사찰과 만경강, 서해가 어우러진 낙조로 유명하다. 사찰 앞바다와 인근 하천에 멸종 위기종 철새가 날아드는 등 생태학적 가치도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국가유산청은 자연유산위 심의를 거쳐 올 3월 망해사 일원을 명승으로 지정하겠다고 예고했지만, 4월 사찰 내 화재가 발생해 극락전 건물이 전소됐었다. 이에 자연유산위는 “화재가 명승으로서의 경관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의견을 냈다. 김제시도 “화재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역사·경관적 가치가 보존됨에 따라 명승으로서의 주요 가치는 변함이 없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김제시는 화재 발생에 대비한 비상 대응 계획을 연내 재정비하고, 내년까지 화재 감지기와 경보 시스템 등을 망해사 일대에 설치할 계획이다. 자연유산위는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에 소개돼 큰 관심을 받은 전남 신안군 만재도의 주상절리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는 안건도 가결했다. 국가유산청은 정부 관보를 통해 자연유산 지정을 알릴 예정이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소중한 사람의 마음은 알고 싶은 것. 하지만 알게 되면 대가가 따른 답니다.” 신간은 2020년 히가시노 게이고 데뷔 35주년을 기념해 출간된 베스트셀러 ‘녹나무의 파수꾼’의 속편으로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 출간됐다. 전편은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라 절도범이 된 레이토가 이모 지후네의 도움으로 월향신사에서 녹나무 파수꾼으로 일하면서 삶을 회복하는 과정을 그렸다. 속편에는 한층 확장된 세계관에서 레이토가 주변 인물과 얽히며 인연의 소중함을 깨닫는 여정이 담겼다. 월향신사의 좁은 덤불 숲을 따라가면 나오는 장엄한 녹나무는 소원을 들어준다는 설화가 전해 내려온다. 하지만 녹나무의 진짜 영험한 기능은 직계가족 간 염원을 주고받을 수 있는 ‘기념’. 초하룻날 녹나무 속 동굴에 들어가 초를 켠 뒤 염원을 맡기는 건 ‘예념’, 보름날 그 염원을 전달받는 행위는 ‘수념’이다. 속편은 녹나무를 찾아온 손님이 쓰러지는 바람에 레이토가 잠시 신사를 비우면서 시작된다. 강도 사건 피의자로 의심받는 구메다 고사쿠가 그날 녹나무에 숨어들면서 월향신사와 레이토가 경찰 수사 대상이 된 것. “나는 억울하다”고 토로하는 구메다의 말은 진짜일까. 때마침 직접 쓴 시집을 대신 팔아달라며 신사를 찾아오는 여고생부터 매일 잠들면 기억을 잃어버리는 소년까지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인물들이 레이토를 중심으로 촘촘히 엮이는 이야기가 박진감 있게 펼쳐진다. 추리소설계 거장으로 30여 개국에서 책을 펴낸 저자는 한국에도 팬층이 두텁다. 1985년 등단 이래 매년 2, 3권씩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 지금까지 100권 넘게 출간했다. 일각에선 “작품 수준의 편차가 크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뒤집어보면 그만큼 작품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얘기도 될 것이다. 초기작 ‘백마산장 살인사건’(1986년)과 같은 정통 추리물부터 ‘백야행’(1999년) 같은 사회 추리물, 휴먼 드라마와 공상과학(SF)을 곁들인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2012년)에 이르기까지 골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린 시절 만화조차 읽지 않을 정도로 책을 멀리해서였을까. 대체적으로 그의 작품은 책을 낯설어하는 독자들도 쉽게 다가갈 수 있을 만큼 대중적이다. 신작 역시 녹나무라는 환상적인 매개체를 활용해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간다. 매일 얼굴을 맞대는 가족이라도 마음속 깊은 생각을 터놓는 건 어렵다. 하지만 주인공들은 녹나무의 도움으로 서로의 염원에 가까워지며 공감과 유대를 형성한다. 지독하게 못된 악인이 치밀한 트릭을 사용하고, 그 존재를 집요하게 밝혀내는 탐정이 등장하는 일반 추리소설과는 거리가 멀다. 악(惡) 대신 선(善)을 차분하게 묘사하는 문체가 다른 종류의 카타르시스를 준다. 특히 전편보다 어른스러워진 레이토가 주도적으로 사건의 실마리를 찾는 모습을 보면 그의 성장을 지켜보는 이모 지후네가 된 것처럼 느껴진다. 전편을 읽었다면 레이토가 파수꾼의 역할에 대해 지후네와 설전을 벌이거나, 특유의 잔꾀를 부리는 모습 등 익숙하고 반가운 장면을 곳곳에서 찾아내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5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지하 수장고(收藏庫·유물을 보관하는 곳). 지하 11m에 자리 잡은 400m 길이의 터널을 지나 25cm 두께의 철문 4개를 통과한 끝에야 닿을 수 있었다. 1962년 중앙청(구 조선총독부 청사)의 안보 회의장으로 지어진 이곳은 1970년대 중반에는 박정희 정부의 전시용 비상벙커로 사용됐다. 이후 1983년 항온, 항습시설을 갖춘 박물관 수장고로 개조됐다. 고궁박물관의 지하 수장고는 총 16개로 면적은 3734m²에 달한다. 이날 고궁박물관은 지하 수장고 일부를 언론에 공개했다. 수장고는 유물의 손상을 막기 위해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국가 문서에 사용된 임금의 도장인 어보(御寶)를 보관하는 10수장고는 습도 54.9%, 온도 20.4도로 유지되고 있었다. 손명희 고궁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수장고는 보안과 관리가 생명이다. 내부에선 직원들이 2인 1조로 움직이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5월 기준 고궁박물관 소장 유물은 8만8530점. 10수장고에는 지난해 6월 보물로 일괄 지정된 조선 어보와 어책(御冊·왕위 책봉 등에 어보와 함께 올리는 책), 교명(敎命·왕비, 왕세자 등을 책봉할 때 왕이 내리는 문서) 628점이 보관돼 있다. 박물관이 함께 공개한 11수장고에선 정조가 직접 쓴 것으로 추정되는 사도세자 사당 ‘경모궁(景慕宮)’의 현판을 볼 수 있었다. 정용재 국립고궁박물관장은 “현재 수장고의 포화율이 160%에 달한 상태”라며 “좀 더 체계적으로 유물을 보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앞으로 성냥 제조기와 삼륜 화물차 등 만든 지 50년이 안 된 물건들도 국가 예비유산이 될 수 있다. 국가유산청은 예비문화유산 제도 시행을 앞두고 열린 ‘근현대 예비문화유산 찾기 공모전’에서 361건의 근현대 문화유산이 접수됐다고 4일 밝혔다. 올 9월부터 시행될 예비문화유산 제도는 만들어진 지 50년이 지나지 않았지만, 가치가 높은 문화유산을 발굴해 보존 및 관리하는 제도다. 이번 공모전에는 국민들의 생활사와 관련된 유산들이 많이 접수됐다. 예를 들어 경북 의성의 성광 성냥공업사에서 사용하던 자동 성냥 제조기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남은 근현대 성냥 제조업 관련 유산이다. 1982년 제작된 이 기기는 성냥개비에 파라핀과 화약을 찍고 건조해 성냥을 만들었다. 국내에 유일하게 남은 삼륜 화물차도 접수됐다. 1967∼1974년 생산됐다가 단종된 기아 T-2000 모델로, 과거 자영업자나 용달회사가 주로 사용한 제품이다. 또 미국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지사인 한국브리태니커 대표를 지낸 한창기 씨(1936∼1997)가 1976년 3월 창간한 월간지 ‘뿌리깊은나무’의 친필 원고도 접수됐다. 국가유산청은 “당시에는 드물게 순우리말 제목에 한글만 사용해 원고를 작성했고, 인쇄본에 처음 가로쓰기를 도입하는 등 파격적인 디자인을 선보였다”며 “이번에 접수된 원고는 당시 한 대표가 창간호부터 직접 쓴 원고로 보존 상태가 양호하다”고 밝혔다. 국가유산청은 이번에 접수된 문화유산에 대한 기초자료 조사와 소유자 동의, 전문가 검토, 문화유산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예비문화유산으로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앞으로 성냥 제조기와 삼륜 화물차 등 만든 지 50년이 안 된 물건들도 국가 예비유산이 될 수 있다.국가유산청은 예비문화유산 제도 시행을 앞두고 열린 ‘근현대 예비문화유산 찾기 공모전’에서 361건의 근현대 문화유산이 접수됐다고 4일 밝혔다. 올 9월부터 시행될 예비문화유산 제도는 만들어진 지 50년이 지나지 않았지만, 가치가 높은 문화유산을 발굴해 보존 및 관리하는 제도다.이번 공모전에는 국민들의 생활사와 관련된 유산들이 많이 접수됐다. 예를 들어 경북 의성의 성광 성냥공업사에서 사용하던 자동 성냥 제조기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남은 근현대 성냥 제조업 관련 유산이다. 1982년 제작된 이 기기는 성냥개비에 파라핀과 화약을 찍고 건조해 성냥을 만들었다.국내에 유일하게 남은 삼륜 화물차도 접수됐다. 1967~1974년까지 생산됐다가 단종된 기아 T-2000 모델로, 과거 자영업자나 용달회사 등에서 주로 사용되던 제품이다. 또 미국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지사인 한국 브리태니커 대표를 역임한 한창기(1936~1997) 대표가 1976년 3월 창간한 월간지 ‘뿌리깊은나무’의 친필 원고도 접수됐다.국가유산청은 “당시에는 드물게 순우리말 제목에 한글만 사용해 원고를 작성했고, 인쇄본에 처음 가로쓰기를 도입하는 등 파격적 디자인을 선보였다”라며 “이번에 접수된 원고는 한 대표가 창간호부터 직접 쓴 원고로 보존 상태가 양호하다”고 밝혔다. 국가유산청은 이번에 접수된 문화유산에 대한 기초 자료 조사와 소유자 동의, 전문가 검토, 문화유산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예비문화유산으로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제5공화국 시기를 부정한다고 해서 없는 역사가 되진 않으니까요.” 지난달 18일 학술서 ‘제5공화국’(역사공간)을 펴낸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63·사진)는 3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책을 출간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신간은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의 죽음으로 유신 체제가 무너진 후부터 1988년 2월 제6공화국이 들어서기 전까지의 시기가 한국 정치사에서 어떤 의미를 차지하는지를 집중 조명한다. 강 교수는 “5공화국을 거치면서 한국이 민주화를 이룬 만큼 당시 겪은 사건과 경험을 제대로 마주해야 우리 사회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다”고 했다. 신간은 ‘왜 1979년에는 이뤄지지 않았던 민주화가 1987년에는 가능했을까?’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간다. 강 교수는 “1979년 10·26사태는 궁정 내부에서 벌어진 권력 내부의 파열일 뿐, 대중의 광범위한 저항으로 이뤄진 결과가 아니었다”며 “반면 5공화국 시기에 겪은 각종 사건과 사회경제적 변화는 1987년 민주화를 만든 중요 변곡점이 됐다”고 말했다. 신간은 ‘1980년 5·18민주화운동’과 ‘1985년 12대 국회의원 선거’를 1987년 민주화의 결정적 원인으로 제시한다. 우선 5·18에서 권위주의 군부로부터의 민간인 희생을 겪은 뒤 대중의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커졌고, 12대 총선에선 체제 저항적인 신한민주당이 제1야당으로 부상하며 변혁을 원하는 민심을 뒷받침했다는 분석이다. 신간은 “5공화국 때 성장한 중산층이 그 정권을 무너뜨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도 분석한다. 경제 성장을 맛보면서 정치적 자유를 갈망하게 된 중산층의 욕구가 ‘직선제 개헌’이라는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정치적 의제를 만나면서 폭발했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민주화는 특정인의 전유물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성취해낸 결과”라고 말했다. 신간은 객관적 사료를 통해 5공화국 시기 주요 사건의 원인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예를 들어 유신 붕괴 이후 민주화 바람이 불었던 ‘서울의 봄’이 실패한 원인을 단순히 전두환 전 대통령 개인의 권력욕으로만 돌리지 않는다. 최규하 전 대통령의 오판, 당시 야권 지도자였던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의 낙관주의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개인에 대한 책임 전가는) 편리한 답일 수는 있지만 역사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은 희석된다”며 “그 시절을 살았던 주요 정치 행위자들의 면면을 객관적으로 살피려 했다”고 말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미국에서 활동하던 한인 독립운동단체 ‘대한인국민회’는 1942년 ‘애국가 유성기 음반’을 냈다. 스코틀랜드 민요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의 곡조를 딴 옛 애국가와 안익태 선생(1906∼1965)이 작곡한 새 애국가, 무궁화를 찬양하는 노래인 ‘무궁화 삼천리가’ 등 총 3곡이 담겼다. 국내에서 애국가 음반을 마음대로 발간할 수 없었던 일제강점기에 해외 동포들에게 역사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신구 애국가가 함께 담긴 희귀 음반이다.독립기념관은 지난달 21일부터 애국가 음반 등 독립운동 시기의 문화예술 작품을 주제로 한 특별기획전 ‘독립의 노래, 저항의 무대’를 열고 있다. 전시에선 관련 자료 40여 점과 음원 50여 곡, 영상 3편을 볼 수 있다. 독립기념관 관계자는 “독립 정신이 고스란히 담긴 예술 작품들은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얻었고, 독립운동을 이어가는 원동력이 됐다”고 했다.전시에선 독립운동 시기에 애국창가를 오케스트라 등 음원으로 새롭게 연주한 노래 50여 곡을 들을 수 있다. 천안시립교향악단, 인천콘서트챔버 등에서 당대 악보를 토대로 오케스트라를 연주해 녹음한 음원이다.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로 이주한 한인들이 1916년 펴낸 ‘애국창가 악보집’, 한국광복군이 1943년 발행한 ‘광복군가집’ 등 독립운동 노래를 담은 악보도 감상할 수 있다.독립운동가이자 영화배우 및 감독으로 활동한 윤봉춘(1902∼1975)이 영화계의 일상을 기록한 ‘윤봉춘 일기’도 만나볼 수 있다. 일기에는 일제강점기 영화인들의 내밀한 이야기를 비롯해 제작 체계, 제작비, 흥행 실적 등이 상세히 기록돼 있어 학술적 가치가 높다는 평을 받는다.한국광복군 대원 한형석(1910∼1996)이 창작해 중국에서 공연한 가극 ‘아리랑’의 포스터도 볼 수 있다. 일제 침략에 맞서 싸우는 목동과 한 처녀의 사랑 이야기를 담아냈는데, 중국 현지에서 1945년 광복 전까지 20여 회 공연되는 등 반향이 컸다. 또 아리랑의 주요 연주곡인 ‘한국 행진곡’을 손으로 쓴 악보도 함께 볼 수 있다. 전시는 7월 21일까지. 무료.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사흘만 세상을 볼 수 있다면 첫째 날은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보겠다. 둘째 날은 밤이 아침으로 변하는 기적을 보리라. 셋째 날은 사람들이 오가는 평범한 거리를 보고 싶다.’ 장애를 극복한 사회복지사업가 헬렌 켈러(1880∼1968)의 저서 ‘사흘만 세상을 볼 수 있다면’의 일부다. 그는 “단언컨대 본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볼 때 선천적 시각장애인이 시력을 회복한 뒤 곧바로 이런 기쁨을 느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유아 때 자연스러운 발달을 겪지 못한 탓에 3차원 풍경을 선과 색깔들이 뒤죽박죽 섞인 정체불명의 무언가로밖에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같은 원리로 선천적 청각장애인이 청력을 회복하면 오히려 세상을 교란하는 소음에 시달린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미국 마운트홀리요크 칼리지 생명과학과 명예교수인 저자는 외과적 수술을 통해 뒤늦게 감각을 되찾은 한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다. 시력이 거의 없는 소년 리엄 매코이와 청각장애를 안고 태어난 소녀 조흐라 담지가 저자에게 10년에 걸쳐 풀어낸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다. 저자도 어릴 적부터 사시로 인해 사물을 입체적으로 보지 못하는 ‘입체맹’이었다. 그러나 40대 중반에 치료받아 입체시를 회복하게 된다. 저자의 경우 입체시 회복 전에도 사물을 볼 수는 있었기 때문에 수술 후 적응이 크게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난생처음 경험하는 감각 앞에 내던져진 매코이와 담지는 지독한 시행착오를 겪는다. 매코이는 생후 17개월 때 1만7000명 중 1명꼴로 걸린다는 희귀질환 ‘백색증’을 진단받는다. 매코이가 또렷하게 볼 수 있는 범위는 고작 코에서 약 7.5cm. 결국 그는 열다섯 살 때 인공 수정체를 이식하는 수술을 받아 시력을 회복한다. 매코이는 시력 회복 직후의 삶을 “날카로운 선과 모서리로 이뤄진 세상에 내던져졌다”고 표현했다. 선과 색을 선명하게 인식할 뿐 하나의 장면을 제대로 구성하지 못해 오히려 혼란에 빠진 것이다. 매코이는 보도에 선이 보이면 그것이 보도블록 사이의 경계인지, 시멘트에 금이 간 것인지, 가로등이나 전봇대의 그림자인지를 구별하기 위해 한참을 보내야 했다. 담지는 태어날 때부터 항공기 엔진이 울리는 소리에 해당하는 90dB(데시벨) 이하의 소리는 아예 듣지 못했다. 열두 살 때 인공와우를 이식받아 청력을 회복한 뒤 그는 “모든 소리가 무서웠다”고 회고한다. 우리는 목소리, 자동차 소리, 빗소리 등을 뚜렷이 구별할 수 있지만 담지에겐 그저 모든 음파가 뒤섞인 괴성일 뿐이었다. 책에는 그가 훗날 바람에 금속 방충망이 흔들리는 소리와 두툼한 빗자루로 바닥을 쓰는 소리를 좋아한다고 말하게 되기까지의 수많은 여정이 있다. 신간은 두 소년 소녀가 새로운 감각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을 담담한 필치로 그려낸다. 발달을 의식적으로 배워 나가는 과정을 꼼꼼히 묘사해 그동안 당연하게만 여겨졌던 듣고 보는 행위의 신비로움을 잘 나타낸다. 두 사람의 인간적 이야기와 함께 과학적 설명이 적절히 균형 잡혀 있는 것도 인상적이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가로 4m, 세로 2m 크기의 10폭 병풍에 책과 화병, 회중시계 등 각종 물건이 그려져 있다. 3단, 5칸의 책장을 10폭 병풍에 담아낸 19세기 조선 그림 ‘책가도’다. 각종 기물을 화면 가득 배치해 화려하고 풍성한 인상을 준다. 책가도는 다양한 책과 골동품을 즐기던 조선 문인들의 취향을 잘 보여준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책가도를 비롯한 유물 14건, 24점을 올 11월 확대 개편되는 미국 시카고박물관 한국실에 대여한다. 애초 27.5㎡에 불과하던 시카고박물관 한국실 면적이 90㎡로 3배 넘게 확대됨에 따라 대여 유물 수를 늘린 것. 신소연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최근 해외에서 한국 미술을 주류 미술의 하나로 받아들이면서 전통미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K팝과 K드라마·영화 등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위상이 높아지면서 세계 주요 박물관에서 한국실 규모도 커지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따르면 한국실 또는 한국 전시 코너를 둔 해외 박물관 수는 1990년 9개국 32곳에서 올해 5월 22개국 70곳으로 늘었다. 정부 지원을 받는 해외 한국 전시실 수도 2009년 1개국, 1개관에서 올해 9개국, 21개관으로 확대됐다. 정부는 한국 문화유산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해외 한국 전시실에 예산을 지원하고 유물을 대여해주는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달 재개관한 미국 휴스턴미술관 한국실은 고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이 기증한 ‘용무늬 청화백자 항아리’ 등 조선시대의 삶과 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전시품 33건, 35점을 선보이고 있다. 기존에는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한국사 전반을 소개하는 전시에 그쳤지만 올해부터는 시대별로 심화된 주제의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네덜란드 국립박물관의 한국 전시 코너도 다음 달부터 확대된다. 한국 유물 진열장을 기존 2개에서 3개로 늘리고, 조선 목조관음보살좌상을 처음 전시한다. 신소연 연구관은 “현재 아시아관에서 전시 중인 중국, 일본 불상들과 대등하게 한국 불상을 소개할 기회를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스턴미술관은 올해 3월부터 7월 28일까지 ‘한류! 코리안 웨이브(Hallyu! The Korean Wave)’ 전시를 진행한다. 의상, 소품, 사진 등 250여 점을 선보이는 전시로, 한국 대중문화를 전면에 내세운 전시가 미국 주요 미술관에서 열리는 건 처음이다. 해외 한국실 개편 과정에서 K팝 스타와의 협업도 이뤄지고 있다. 걸그룹 뉴진스가 최근 영국박물관 내 한국실 전시품을 소개하는 음성 가이드를 녹음한 게 대표적이다. 청자 꽃무늬 정병과 1300년대 고려 상감 청자, 조선 백자 달항아리 등에 대한 한국어 설명이 흘러 나온다. 지난해 10월 개편을 마친 영국박물관 한국실은 청동기시대 세형동검부터 조선시대 금속활자에 이르기까지 국내 주요 문화유산 190점을 선보이고 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지난달 25일 엠넷(Mnet)의 음악 프로그램 엠카운트다운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 베이비몬스터의 데뷔곡 ‘쉬시(SHEESH)’ 영상은 특이했다. 최근 상당수 아이돌이 반주와 목소리가 모두 녹음된 AR(All recording)을 틀어놓은 상태에서 노래를 살짝 ‘얹는’ 것과는 달리, 멤버 7명이 핸드 마이크를 들고 밴드 연주에 맞춰 ‘생라이브’를 선보인 것. “만날 힘 빠지는 노래 억지로 듣다 고음 들으니 극락”, “마케팅은 이 정도 실력으로 해야 한다”는 댓글들이 달렸다. 베이비몬스터가 지난달 1일 발표한 쉬시는 발매 첫날엔 멜론 일간차트 141위에 그쳤다. 강렬한 비트를 가진 고음 위주의 댄스곡인데, ‘기존 YG 출신 걸그룹인 2NE1, 블랙핑크와 비슷할 뿐 개성이 없다’는 혹평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라이브 실력이 입소문을 타며 상황이 달라졌다. 상승세를 탄 쉬시는 최근 10위권을 유지하며 뒷심을 보이고 있다. 28일에는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 누적 스트리밍 1억 건도 돌파했다. 최근 라이브 실력을 내세워 주목받는 아이돌이 늘고 있다. 챌린지용 안무와 가벼운 멜로디를 갖춘 ‘이지 리스닝(가볍게 듣는)’ 노래가 주를 이루는 흐름 속에서 대중들이 ‘빡센 고음’과 ‘시원한 라이브’를 다시 찾고 있는 것.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한국 아이돌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에는 실력보다 외적인 측면이 많이 부각됐다”며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대중들이 가창력이 돋보이는 아이돌에게 열광하는 것”이라고 했다. 최근 불거진 일부 아이돌의 가창력 논란도 ‘실력파 아이돌’을 두드러지게 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 최대 음악 페스티벌인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코첼라) 무대에 오른 5인조 걸그룹 르세라핌이 ‘음 이탈’ 등 불안정한 음정으로 비판의 도마에 오른 게 대표적. 5인조 걸그룹 아일릿도 엠카운트다운 등에서 1위를 차지한 뒤 선보인 앙코르 무대로 가창력 논란에 휩싸였다. 대형 엔터테인먼트사 관계자는 “팬들도 결국 ‘본업(노래와 춤)’을 잘하는 아이돌에 대해 자부심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중소 기획사 소속 아이돌에 대한 재발견이 이뤄지기도 한다. S2엔터테인먼트 소속 4인조 걸그룹 ‘키스오브라이프’(키오프)는 지난달 3일 첫 싱글앨범 ‘마이다스 터치(Midas Touch)’를 내놓은 뒤 선보인 방송 무대에서 격한 춤에도 흔들리지 않는 라이브 실력을 뽐냈다. 이에 힘입어 키오프는 지난해 데뷔 이후 처음으로 12일 멜론 일간차트 50위권에 진입했다. 말랑하고 편안한 멜로디와 거리가 있는 랩과 사이버틱한 음색이 각광 받기도 한다. 13일 공개된 SM엔터테인먼트 소속 4인조 걸그룹 에스파의 정규앨범 ‘아마겟돈(Armageddon)’ 타이틀곡 ‘슈퍼노바(Supernova)’는 멜론 등 국내 주요 음원 차트들에서 1위를 휩쓸었다. 파워풀한 가창력과 특유의 쨍한 ‘쇠맛’ 보컬이 인기를 얻고 있다는 평. 하지만 순간적인 라이브 실수가 유튜브 쇼츠 등에서 반복되며 인신공격 대상이 될 우려도 있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가수가 라이브를 하다 보면 컨디션 난조 등으로 상대적으로 부족함을 보일 때도 있다”며 “가장 나쁜 부분만 영상으로 편집돼 반복 소비되면 자칫 ‘마녀 사냥’이 될 수 있다”고 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음주 뺑소니 혐의로 구속된 트로트 가수 김호중 씨(33)에 대해 경찰이 ‘거짓말탐지기 조사가 필요 없을 정도로 증거가 충분하다’며 혐의 입증에 자신을 보였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27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김 씨(의 혐의)와 관련해 객관적 자료와 관련자 조사를 했기 때문에 폴리그래프(거짓말탐지기) 조사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우 본부장은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위험운전치상(음주 영향으로 차 사고를 내 상해를 입힘)은 음주 기준치를 어느 정도 초과했는지보다는 실제 음주했는지, 정상적 운전이 곤란했는지 여부 등으로 판단한다”며 “확보한 자료 등에 따르면 위험운전치상 입증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김 씨가 사고 전 음주량을 축소해서 진술하는 등 위험운전치상 혐의를 피하려 하고 있지만, 이를 입증할 근거가 이미 충분하다는 취지다. 김 씨는 9일 서울 강남구에서 음주 뺑소니 사고를 내고 달아난 혐의로 24일 구속됐다. 김 씨의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번 사태와 관련된 임직원이 전원 퇴사하고 대표이사를 바꾸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씨의 사촌 형인 이광득 대표(41)가 사건 은폐를 지시한 혐의(범인도피 교사) 등으로 구속된 데 따른 것이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

국가유산청은 ‘순천 송광사 영산회상도 및 팔상도’를 국보로 지정했다고 27일 밝혔다. 2003년 보물로 지정된 지 약 21년 만의 국보 승격이다. 전남 순천시 송광사에 봉안된 불화는 부처님이 영취산에서 불법을 전하는 모습을 그린 ‘영산회상도’(사진) 1폭과 부처님 일대기를 그린 ‘팔상도’ 8폭 등 모두 9폭으로 구성돼 있다. 송광사 팔상도는 석가모니가 도솔천에서 코끼리를 타고 사바세계로 내려오는 장면, 석가모니가 룸비니 동산에서 마야 부인 옆구리로 출생하는 장면 등 석가모니 생애의 주요 사건을 8개 주제로 묘사한 그림이다. 그림에 남아 있는 기록을 통해 조선 영조(재위 1724∼1776년)대인 1725년에 승려 의겸 등이 그렸다는 점을 명확히 알 수 있어 학술적 가치가 크다. 그림 각 폭이 통일된 필선과 색채를 유지하면서 사건에 따른 시공간의 전환을 자연스럽게 처리하는 등 예술적 가치도 높다는 평이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조선 후기 영산회상도의 다양성과 팔상도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현재 경복궁 광화문에 걸린 현판은 지난한 논의 끝의 결과물이다. 1968년부터 걸려 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쓴 한글 현판이 2010년 흰색 바탕, 검정 글씨의 한자 현판으로 교체된 지 3개월 만에 갈라진 것이 문제의 시작. 이후 현판 색깔, 한글로 교체 여부 등을 놓고 관련 단체들의 갈등이 커졌다. 결국 ‘경복궁 영건 일기’를 토대로 한 지금의 한자 현판(검은색 바탕에 금색 글씨)이 지난해 10월 내걸렸다. 현판 교체 논의가 본격화된 지 무려 13년 만의 결과물이었다. 강원 양양 등에서 확보한 수령 200년이 넘는 적송으로 장인 6명이 참여해 새 현판을 만들었다. 개막 기념식도 열렸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새로 마련된 한자 현판을 다시 한글 현판으로 교체하는 논의를 하자고 공개적으로 나섰다. 현판이 교체된 지 7개월 만이다. 유 장관은 13일 ‘세종 이도 탄신 하례연’ 기념사에서 “(현판이) 당연히 한글로 쓰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논의에) 불을 지펴 보겠다”고 했다. 당초 배포된 기념사에는 없던 내용이었다. 이어 23일 정책 브리핑에선 “세종대왕 동상이 (경복궁) 앞에 있는데 그 뒤에 한자로 쓰인 현판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한글날을 기점으로 뭔가 해보겠다”고도 했다. 광화문 현판 교체는 문체부가 아닌 국가유산청에서 결정하는 사안이다. 유 장관이 직접 공개적으로 현판 교체 주장을 꺼내고 나오자 국가유산청은 다소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앞서 2012년 문화재위원회 심의에서 ‘원형 복원’을 원칙으로 한자 현판이 결정된 만큼 이런 결론을 뒤집을 만한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한글 현판으로 바꾸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현판 교체와 관련해) 아직 행정적인 절차가 들어간 것은 없다. 일단 여론 추이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음주 뺑소니 혐의로 구속된 트로트 가수 김호중 씨(33)에 대해 경찰이 ‘거짓말 탐지기 조사가 필요 없을 정도로 증거가 충분하다’라며 혐의 입증에 자신을 보였다.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27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김 씨(의 혐의)와 관련해 객관적 자료와 관련자 조사를 했기 때문에 폴리그래프(거짓말 탐지기) 조사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우 본부장은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위험운전치상은 음주 기준치를 어느 정도 초과했는지보다는 실제 음주했는지, 정상적 운전이 곤란했는지 여부 등으로 판단한다”며 “확보한 자료 등에 따르면 위험운전치상 입증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김 씨가 사고 전 음주량을 축소해서 진술하는 등 위험운전치상(음주 영향으로 차 사고를 내 상해를 입힘) 혐의를 피하려 하고 있지만, 이를 입증한 근거가 이미 충분하다는 취지다.김 씨는 9일 서울 강남구에서 음주 뺑소니 사고를 내고 달아난 혐의로 24일 구속됐다. 김 씨의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번 사태와 관련된 임직원이 전원 퇴사하고 대표이사직을 바꾸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씨의 사촌 형인 이광득 대표(41)가 사건 은폐를 지시한 혐의(범인도피 교사) 등으로 구속된 데 따른 것이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영국 소설가 샘 마틴은 어느 날 소설을 펼친 순간 자신에게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소설 속 글자를 볼 수는 있었지만, 읽을 수가 없었던 것. 그는 당시를 “어느 쪽 눈으로 봐도 글자가 뒤죽박죽돼 전혀 알 수 없었다”고 묘사했다. 알고 보니 마틴은 뇌출혈로 인한 신경장애로 문해력을 잃은 것이었다. 결국 그는 언어치료사와 함께 재활에 들어간 지 4개월이 지나서야 소설 한 권을 읽을 수 있을 정도의 문해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 영국 퀸메리런던대 교수인 저자는 마틴처럼 읽기에 문제가 생긴 다양한 사람들을 조명한다. 6개 장에 걸쳐 난독증과 과독증, 실독증, 공감각, 환각, 치매 등 신경학적 문제로 인해 읽지 못하는 사례들을 소개한다. 언어처리, 해독, 이해 등 읽기의 여러 단계 중 어느 한 부분이라도 고장이 나면 문해력을 잃게 된다. 저자가 수집한 증언, 문헌, 자료 등은 ‘인간다움’을 완성하는 읽기의 중요성을 깨닫게 한다. 뇌과학과 인문학의 관점을 조합해 읽기의 의미를 낯설게 함으로써 그 중요성을 환기시킨다. 예를 들어 1943년 제2차 세계대전 스몰렌스크 전투에서 머리에 총을 맞아 문해력을 상실한 러시아 군인 레프 자세츠키는 “사람은 읽기를 통해서만 사물을 이해하고 배울 수 있으며,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 읽기를 익힌다는 건 마법의 힘을 얻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난독증 독자들의 수기를 통해 이들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점이 흥미롭다. 우리는 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을 비하하기 위해 “너 난독증이냐”고 쉽게 이야기하지만, 난독증은 대부분 유전적 요인에 의한 질환이다. 난독증 환자는 책을 볼 때 종이가 픽셀화된 화면처럼 흔들리는 ‘활자 유동성’ 상태를 경험한다. 미국 작가 아일린 심프슨은 “단어가 얹힌 책 페이지가 알파벳이 뒤섞인 수프 접시로 보인다”고 말했다. 읽기는 누구에게나 주어진 당연한 능력이 아니다. 인류의 진화사 관점에서 볼 때 비교적 최근에 발달한 능력이다. 저자는 “인간의 뇌는 읽기를 위해 설계되거나 유전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며 “읽기에는 여러 방식이 있고 표준적인 방식이 없다”고 했다. 읽기에 문제가 생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읽기의 본질을 성찰하게 된다. 저자는 다소 독특하게 읽는 이들도 조명한다. 서번트 증후군에 걸린 자폐인을 다룬 영화 ‘레인 맨’의 실제 주인공인 미국인 킴 픽은 동시에 양쪽 페이지를 읽었다. 캐나다 미디어 이론가 마셜 매클루언은 “책의 오른쪽 페이지만 읽고 나머지 정보는 뇌로 채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난독증으로 제대로 읽지 못하는 이들이 ‘다시 읽기’나 ‘그저 책 붙잡고 있기’ 등을 활용해 독자로 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살펴보며 저자는 “이들에게는 ‘읽기의 차이’라는 어려움이 있을 뿐, 모두 독자”라고 강조한다. ‘심심한 사과’를 ‘지루한 사과’로, ‘사흘’을 ‘4일’로 알아듣는 젊은층이 늘고 있는 현실에서 읽기의 역사를 되돌아보며 그 의미와 가치를 되새겨 보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읽지 못하는 이’들을 향해 보내는 저자의 따뜻한 격려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지금부터 이후로 패악한 말이 소멸되고 다시 (올바른 기록이) 해외에 밝혀졌으며 도깨비들이 천하에 스스로 숨었으니 어찌 경사를 나타내지 않겠느냐.” 1771년 편찬된 ‘속광국지경록(續光國志慶錄)’에 나오는 조선 영조(재위 1724∼1776년)의 발언이다. 영조는 청나라 역사서 명기집략(明紀輯略)에 조선의 왕통이 잘못 기록된 사실(태조 이성계가 고려의 권신 이인임의 아들이라는 기록)을 발견하고 사신을 보내 이를 바로잡도록 했다. 영조가 신하들에게 한 발언에서 잘못된 역사 기록을 수정한 데 따른 기쁨과 만족감이 드러난다. 조공체제로 운영되던 당시 동아시아 국제 질서에서 중국의 왕위 계승 인식은 상대국에는 정권의 정당성과 직결되는 문제였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이 영조 즉위 300주년을 기념해 24일부터 여는 ‘조선의 중흥군주 영조대왕’ 온라인 전시에서는 속광국지경록이 일반에 처음 공개된다. 영조가 전국 관찰사와 수령들의 민은시(民隱詩·백성이 악정에 고통을 받는 것을 읊은 시)를 취합해 1765년 편찬한 ‘양도팔도민은시(兩都八道民隱詩)’도 처음 공개된다. 총 86건의 영조 관련 자료 중에는 그의 탕평 정신을 엿볼 수 있는 내용도 있다. 영조가 탕평을 지지하는 신하들의 글을 엮어 1772년 편찬한 ‘영수백세록’이 대표적이다. 영조는 탕평을 반대하고 붕당을 조성했다는 이유로 영의정 김치인(1716∼1790)을 유배시킨 뒤 신하들에게 탕평을 찬미하는 글을 짓게 했다. 또 “팔순의 사업을 나에게 물으면 내심 민망하니 어떻게 답할까?”라며 스스로의 업적에 대해 질문을 던진 ‘어제문업(御製問業)’도 눈길을 끈다. 한중연은 “영조는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했던 군주”라며 “자신이 지은 글을 통해 신하와 백성들에게 주요 정책을 설득하는 군사(君師)로서의 면모와 인간적으로 교감하려는 자상한 면모를 두루 갖췄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장서각 온라인 전시관에서 관람할 수 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