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북한 입장에서도 ‘이건 전면전이 아니라 경고성 차원의 공격이다’라고 인식할 수 있게 때리는 걸 ‘매우 제한적인 타격(very limited strike)’이라고 표현하더라. 범죄자를 제압하거나 범행을 잠시 멈추게 하기 위해 경고사격을 하는 개념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미국을 방문한 뒤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는 “미국에 가보니 대북 군사전략에 대한 논의가 상당히 진척돼 있었다”며 현지에서 학계 인사 및 당국자들과 나눈 대화를 우려 섞인 목소리로 이같이 소개했다. 특히나 ‘매우 제한적인 타격’ 방안은 ‘처음 들은 개념’이었다고 설명했다. 북한에 겁주기식 선제타격을 하는 동시에 전면전 확전은 피해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겠다는 ‘코피 터뜨리기(bloody nose)’ 전략이 이미 작년 11월부터 워싱턴 정가에선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었던 것이다. ○ 맥매스터 “평화적 해결책 아닌 해결책에 전념” 미 시사지 애틀랜틱은 지난달 31일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해 여름부터 대북 ‘예방적 선제타격(use of preventive force)’을 위한 방안을 만들어오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두 차례 벌인 7월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이 나온 8월경이 군사적 대응 논거를 구상하기 시작한 시점으로 지목된 것이다. 북한의 도발이 최고조에 달한 지난해 여름에 제기됐던 해당 아이디어는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구체화된 것으로 보인다. 태 전 공사가 지난해 11월 ‘매우 제한적인 타격’이라고 표현했던 미국의 초강경 대북 군사대응책은 12월 20일 영국 텔레그래프와 이틀 후 야후뉴스 보도에서 ‘코피 터뜨리기’라는 이름으로 다시 등장했다. 비슷한 시기인 같은 달 19일 맥매스터 보좌관은 BBC 인터뷰에서 “모든 옵션은 테이블 위에 있다”며 “우리는 ‘평화적 해결책’에 전념하지 않는다. ‘해결책’에 전념한다”고 강조했다. 문제 해결의 과정보다는 결과에 방점을 두겠다는 설명이다. 올 1월 9일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코피 터뜨리기’ 전략이란 같은 표현을 사용하며 이를 “북한의 전면적인 보복을 촉발하지 않는 선에서 (선제타격을 가해 북한에 잘못된) 행동으로 지불해야 하는 높은 비용을 보여주려는 방안”이라고 소개했다.○ ‘코피 전략’ 대상은 어디? ‘코피 전략’의 구체적 시행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지만 몇 가지 추측은 가능하다. 20여 년간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근무하며 한국 담당 부국장을 맡았던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CNN 인터뷰에서 “(‘코피 터뜨리기’ 입안자들이) 아직 정확한 타깃을 규정하지 않았다”면서도 “(북한에) 신호를 보내는 차원에서 두세 개의 대상을 때릴지, 아니면 전면전 확전 가능성은 더 높지만 ICBM 무력화가 가능한 더 넓은 차원의 대상을 설정할지 (모르겠다)”며 논의의 큰 그림을 짚었다. 태 전 공사는 이 같은 제한적 선제타격이 비군사시설을 노릴 가능성이 높다고 지난해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태 전 공사는 “(나포된 뒤 북한에 전시돼 있는) 푸에블로호에 정밀 타격을 딱 때려서 순간에 박살낼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높은 기술력으로 주변 인명피해도 내지 않고 북한이 놀라게 할 수 있다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푸에블로호는 법적으로 미국 재산이라 북한으로서는 자신들이 공격당했다고 주장할 근거가 비교적 빈약해 공격 대상으로 언급됐다는 해석도 있다.○ 美 “北 열병식 열리지 않길 바란다” ‘코피 터뜨리기’ 전략이 백악관에서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북한의 향후 군사 도발 여부가 주목되는 가운데 미 국무부는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 전날로 예정된 북한의 열병식에 대해 “열리지 않는 것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미국의소리(VOA)는 스티브 골드스타인 국무부 공공외교정책 차관이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우리와 한국은 북한이 경기 참가를 위해 사람들을 보내기로 합의한 만큼 전 세계 나라들과 선수들을 축하하는 데 함께하길 바란다”며 열병식 개최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골드스타인 차관은 올림픽 기간에 서울과 평창 등지에 외교안전 요원 약 100명을 파견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한기재 record@donga.com·주성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 연방의회 하원 본회의장에서 가진 취임 후 첫 국정연설에서 북한 관련 메시지의 대부분을 할애해 북한 정권의 잔학성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1시간 20분여에 걸친 국정연설에서 외교·안보 정책 중 북한 문제에 가장 많은 시간인 약 7분을 할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잔혹한 독재정권보다 자국민을 철저히 야만적으로 억압한 정권은 없었다”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북한의 무모한 핵미사일 추구가 우리 국토를 곧 위협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대의 압박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미국과 동맹국에 가하는 핵위협의 본질을 이해하려면 북한 정권의 타락상을 살펴보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운을 뗀 뒤 6분가량을 할애해 북한의 인권 실태를 거론했다. 그는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다가 지난해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사례와 북한에서 기차에 치여 두 다리와 팔을 잃은 장애인 탈북자 지성호 씨의 사연을 소개했다. 북한 관련 연설 32문장 중 지 씨에게 18문장이, 웜비어에게 9문장이 할애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대북 제재는 물론이고 북한에 대해 미국이 기대하는 주문사항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 시사지 애틀랜틱은 “트럼프는 가장 주목받는 국정연설에서 외교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으며, 타락한 김정은이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부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진보적 온라인 언론 ‘복스’는 “이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에서 가장 무서운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을 인류의 적이자 그리스도의 적인 국가로 묘사하고, 국민을 학대하는 정부가 핵무기로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고 호소한 수법은 2003년 이라크전쟁을 앞둔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이 2002년 국정연설에서 했던 방식과 똑같다는 것이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주성하 기자}

“당신의 위대한 희생은 우리 모두에게 영감을 준다. 성호의 이야기는 자유롭게 살려는 모든 인간의 열망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고맙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국정연설 중 이 말과 함께 관중석을 가리켰다. 양복 차림에 안경을 쓰고, 눈물을 글썽이며 앉아 있던 남성이 일어나 목발을 번쩍 치켜들고 흔들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연설장에 입장한 모든 사람이 일어서 함께 박수를 보냈다. 박수는 무려 40초 동안이나 이어졌다. 박수를 받은 주인공은 탈북 장애인 지성호 씨(36).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장기간 억류됐다가 지난해 미국으로 송환된 직후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을 거론한 뒤 “끝으로 북한 정권의 불길한 본성에 대한 증인이 한 명 더 우리와 함께 있다. 그의 이름은 지성호이다”라고 소개했다. 지 씨는 백악관의 초청으로 지난달 28일 미국으로 떠났다. 지 씨의 지인은 “3, 4일간 전화를 꺼둘 것이란 언질을 미리 받아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국정연설에 등장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탈북 과정도 자세히 소개했다. 1996년 굶주린 소년이었던 성호는 어느 날 철로에서 석탄을 훔쳐 음식과 바꾸려다 배고파 정신을 잃고 쓰러져 기차에 치였다. 이후 그는 마취제도 없이 여러 차례 팔다리 절단 수술을 견뎌냈다. 먹을 것을 찾아 중국으로 넘어갔다 온 뒤 북한에서 고문을 당했고, 보위부는 그가 기독교인을 만난 적이 있는지 알고 싶어 했다. 결국 그는 자유를 찾아가기로 결심하고 중국과 동남아시아로 수천 마일을 이동했다. 목발을 짚은 채였다. 그의 아버지는 탈출하려다 붙잡혀 고문을 받던 중 사망했다. 성호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이야기한 뒤 박수를 유도한 트럼프 대통령은 “약 250년 전에 미국이라고 불리는 특별한 곳을 만든 것이 바로 자유를 향한 열망이다”라며 다음 이야기를 이어갔다. 지 씨에 대한 언급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북한에 억류됐다가 숨진 웜비어의 부모와 형제자매를 소개하며 “당신들은 우리 세계를 향한 위협에 대한 강력한 증인이며 당신의 힘은 우리 모두를 고무케 한다. 오늘밤 우리는 ‘미국의 결의’로 오토를 예우할 것을 맹세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475개 단어를 할애했다. 취임 첫해 자신의 주요 업적으로 내세우는 이슬람국가(IS) 소탕과 관련해 302개 단어를 언급한 것보다 훨씬 많았다. 이란에 대해 48개 단어, 아프가니스탄에 34개 단어를 할당한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과거의 경험은 자만과 양보가 침략과 도발을 불러올 뿐이라는 교훈을 줬다. 나는 우리를 이렇게 위험한 지경에 빠뜨린 전임 행정부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자신의 인내심이 소진되고 있음을 시사한 대목으로 풀이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방 전쟁(preventive war)’을 진지하게 고려 중임을 시사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평화운동단체 위민크로스DMZ의 크리스틴 안 창립자는 타임에 “트럼프의 연설은 북한 주민을 ‘해방’시키기 위한 미국의 예방 전쟁의 도덕적 논거를 세우려고 했다”며 “이번 연설은 2002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이라크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했던 ‘악의 축’ 국정연설과 매우 유사하다”는 해석을 내놨다. 인터넷매체 복스 역시 “적을 문명의 악으로 규정하고, 우리의 안전과 인류의 미래를 위해선 적이 패배해야 한다는 논리는 미국 대통령들이 전쟁을 팔아 왔던 방식”이라며 “부시가 후세인을 언급한 것과 같은 논리로 트럼프가 북한을 묘사한 것은 우려할 만한 경고 신호”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시사지 애틀랜틱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협상을 바란다면 인권에 대한 언급은 역효과를 초래하겠지만 그는 김정은이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부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국정연설의 내용과 빅터 차 주한 미국대사 내정자의 막판 낙마는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고 해석했다. 국정연설에서 웜비어와 지 씨 사례를 언급한 것은 도덕적 분노를 야기해 대북 군사 공격에 대한 지지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어 “트럼프의 국정연설은 최소한 군사작전 논의가 이제 의회로 넘어갔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지난 20여 년간 미국 여자 체조 국가대표팀을 거쳐 간 선수 160여 명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저질러 미 국민을 분노하게 만든 대표팀 주치의 래리 나사르(55)가 24일 최장 징역 175년형을 선고받았다. 미시간주 랜싱법원의 로즈메리 아킬리나 판사는 이날 판결문에서 “당신에게 선고를 내릴 수 있어 자랑스럽다. 당신은 다시는 감옥 밖으로 걸어 나가선 안 된다”고 중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나는 당신의 사형집행 영장에 서명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사르는 이미 지난해 12월 아동 포르노 소지 혐의로 60년형을 선고받았다. 아킬리나 판사는 이날 성범죄 혐의 등으로 175년형을 선고하면서, 가석방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최소 의무 복역 기간을 40년으로 명시했다. 즉 나사르가 가석방 신청을 하려면 60년형과 40년형을 더해 100년을 채우는 2117년(154세)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175년형은 판결 가이드라인에 따른 최대치라고 미 언론은 전했다. 나사르는 선고에 앞서 “나로서는 일어난 일들에 대해 어떻게 죄송하다고 해야 할지 그 깊이와 넓이를 표현할 말이 없다”고 사죄했다. 하지만 아킬리나 판사는 그가 자신에게 보낸, 피해자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취지의 편지를 내던지며 “이것이 당신이 무슨 일을 했는지 전혀 모른다는 증거다. 당신에게는 (치료를 위해) 내 애견도 보내지 않겠다”고 일갈했다. 선고에 앞서 7일간이나 열린 피해자 증언 때 희생양이 됐던 여성 156명이 한 명씩 나와 자신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증언했다. 올림픽 금메달을 몇 개씩 걸었던 스타들도 수치심을 이겨내고 법정에 나와 나사르의 추악한 범행을 생생하게 폭로했다.○ 다정한 선생님 가면을 쓴 악마 나사르는 왜소한 체격에 소심한 인상을 가진, 다정다감하고 일에 열정적인 의사였다. 나사르는 1986년부터 2015년까지 국가대표 여자 체조팀 주치의로 일했고, 올림픽도 4차례나 참가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증언을 통해 벗겨진 가면 뒤에는 추악함이 흘러넘쳤다. 나사르에게 성폭력을 당한 여성 대부분은 10대 미성년자였다. 가장 나이 어린 소녀는 6세였다. 심지어 선수의 부모가 방에 함께 있는 상황에서도 대담하게 성추행을 저질렀던 것으로 드러났다. 2016년 피해자들 중 가장 먼저 나사르를 고발한 레이철 덴홀랜더는 “2000년 등이 아파 그를 찾아갔는데, 그는 가슴 등을 더듬었고 속옷을 벗겼다”며 “당시 나는 15세였다”고 말했다. 수년 전 피해를 당한 에밀리 모랄레스(18)는 “그는 내 엉덩이에 젤을 바르고, 장갑을 끼지 않은 다른 손으로 날 추행했다”고 폭로했다. 나사르는 심리 조작에 뛰어났다. 힘들고 지치고, 때로는 다쳐 외로운 소녀들에게 ‘너희에게 심리적 안정을 주고 아픈 몸을 낫게 해줄 사람은 나뿐이다. 나를 친구로 믿고 모든 것을 맡기면 된다’고 세뇌시켰다. 실제로 일부 선수들은 그를 ‘누구도 낫게 할 수 있는 기적을 행하는 사람(miracle worker)’으로 여기고 치료를 받으러 찾아가기도 했다. 나사르는 척추를 치료해 준다며 민감한 부위를 만지고, 심리를 치료한다며 구강성교를 강요했으며, 반항이 없으면 성폭행으로 이어갔다. 이렇게 심리를 길들인 뒤 몇 년 동안 학대를 지속했고, 20여 년 동안 대표팀을 거쳐 간 10대 소녀들에게 똑같은 행위를 반복했다. 덴홀랜더는 “나사르는 가장 위험한 종류의 학대자다. 냉정하게 계산된 방법으로 피해자를 조종할 수 있는 사람이다. 어린아이들을 꾸준히 추행할 수 있도록 고의적으로 건전하고 따뜻한 겉모습을 보여 온 사람”이라고 말했다. 나사르가 체포된 뒤 그의 집에선 3만7000개의 아동 포르노와 사진이 나왔다.○ 수치심을 떨쳐낸 용기와 동참 나사르에게 사실상 종신형을 선고한 아킬리나 판사는 재판 뒤 법정에서 내려가 덴홀랜더를 꼭 껴안고 “당신은 내가 지금까지 본 가장 용감한 사람”이라고 격려했다. 선수 은퇴 뒤 변호사가 된 덴홀랜더가 용기를 내 나사르를 고발하지 않았다면 그의 범죄는 영영 묻혔을지도 모른다. 피해자들이 수치심 때문에 입을 닫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덴홀랜더가 2016년 첫 폭로를 한 이후 한 명 한 명씩 동참했다. 특히 지난해 미국을 휩쓸었던 할리우드발 성폭력 피해 고발 운동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의 영향으로 폭로자들이 늘어나면서 나사르가 결국 단죄를 받게 됐다. 나사르에 대한 피해자 증언에 80여 명이 나설 것이란 예상을 깨고 무려 156명이 증언대에 섰다. 덴홀랜더의 용기가 성폭력 후유증으로 불안과 우울, 자기학대에 시달리던 여성들을 세상 밖에 나설 수 있게 한 것이다. 올림픽 금메달을 3개나 목에 걸었던 체조 스타 앨리 레이즈먼은 법정에 나와 나사르를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그 오랜 기간 비정하게 학대했던 우리는 이제 힘을 가졌다. 당신은 아무것도 아니다. 상황은 역전됐고 우리가 여기 있다. 우리는 목소리를 갖고 있고, 아무 데도 가지 않을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나사르가 부교수로 일했던 미시간주립대 루 애나 사이먼 총장이 사퇴하고, 체조협회 고위급 인물도 대거 사임했다. 앞으로 체조계에서 비슷한 폭로가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미국 인디애나주 지역지인 인디스타는 지난해 12월 “미국 전역에서 지난 20년간 368명의 체조 선수가 코치 등 관계자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주성하 zsh75@donga.com·위은지 기자}

29999호. 오늘자 동아일보 지령(紙齡) 번호다. 내일(26일)이면 지령 3만 호다. 2만 호 발행이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6년 10월 1일이었으니 3만 호 발행까지 31년이 넘는 세월이 걸렸다. 이 기간은 내가 철들어 살아온 시대와 일치한다. 지령 3만 호를 맞아 동아일보에는 ‘나와 동아일보’라는 연재 시리즈가 게재되고 있다. 주로 한국 명사들의 추억담이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남쪽에서만 영향을 미쳤던 게 아니다. 동아일보는 북에서 자란 나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다. 나는 다행히 노동신문을 구독하는 집에서 자랐다. 노동신문은 누구나 구독할 수 없고 일정한 직책이 있어야 당에서 구독을 허락하는 신문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노동신문을 정독했는데 5면이 남조선 면이다. 1980년대 남조선 면엔 늘 각종 시위 소식이 실리곤 했다. 이 지면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신문이 동아일보였다. 북한 당국도 나름 공신력을 증명하려 했던지 ‘동아일보에 따르면…’이라는 리드로 남조선 소식을 보도했다. 최근 영화 ‘1987’이 화제가 되고 있는데, 1987년 노동신문도 남조선 소식을 연일 신이 나서 보도했다.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으로 숨졌다는 동아일보의 특종 보도에 이어 6월 민주항쟁의 생생한 장면까지, 불의에 굽히지 않은 동아일보의 용기는 노동신문에 그대로 옮겨졌다. 최루탄으로 뿌연 서울의 거리와 곤봉을 휘두르는 백골단의 사진으로 도배하던 노동신문은 ‘하늘이여, 땅이여, 사람들이여’라는 김중배 당시 동아일보 논설위원의 명칼럼도 인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린 나는 여러 대학에서 벌어지는 시위 중계 보도를 보면서 “남조선에서 제일 좋은 대학은 어느 대학일까” 하고 궁금해 하기도 했다. 노동신문은 가끔 독재정권의 언론 탄압을 비판하는 백서도 실었는데 이때마다 동아일보의 백지광고 사태도 빠짐없이 거론됐다. 1992년부터 발간된 김일성 회고록에도 동아일보는 자주 거론됐다. 김일성이 사망하기 전까지 회고록에서 동아일보는 19번이나 거론됐다. 김일성은 동아일보를 매우 호의적으로 서술했다. 가령 손기정 선수 일장기 말소 사건을 소개하며 “우리 부대의 모든 대원은 ‘동아일보’ 편집 집단이 취한 애국애족적인 입장과 용단에 열렬한 지지와 연대성을 보내었다”고 추억하는 식이다. 북한은 창작의 자유가 극히 제한됐지만 남쪽을 소재로 한 작품은 자주 나왔다. 그런데 여기엔 기자가 많이 등장한다. 숨기는 진실을 폭로하며 권력과 싸우는 정의로운 인물을 설정하기엔 기자란 직업이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1990년대 초반의 한 소설은 새벽까지 과음하고 늦잠을 잔 기자가 여유롭게 출입처로 출근해 당국자들을 만나 진실을 캐는 설정으로 시작된다. 그때 ‘남쪽 기자들은 늦잠 잘 때도 있고, 아무 데나 들어가 자유롭게 누구와도 만나도 되는구나’ 싶어서 한국의 기자 생활을 부럽게 상상했다. 소설의 주인공은 성(性)고문 사건을 폭로했는데, 나는 당연히 그가 동아일보 기자였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렇게 북한에서 성장한 내가 서울에 와서 동아일보 기자가 된 것은 확률로 설명하긴 어려운 기적이었다. 발령받은 첫 부서의 차장석엔 ‘새벽까지 과음하고 오전 늦게 출입처에 나갔다가 지금까지 회자되는 대특종을 했던’ 선배가 앉아 있었다. 어느덧 남쪽에 와서 기자가 된 지 16년째를 맞았다. 후회 없는 삶이었다. 시간을 되돌려 다시 탈북해 와도 동아일보 기자를 할 것이다. 동아일보에 대한 북한의 ‘짝사랑’이 싸늘하게 식은 지 오래다. 걸핏하면 동아일보의 보도가 입맛에 맞지 않다고 삿대질을 하곤 한다. 하지만 저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일제 통치와 독재정권하에서 목숨 걸고 기개를 지켰던 ‘100년 언론의 전통’이 그 정도의 협박 따위에 무너질 일이 절대 없다는 것을. 북한이 3대 세습 독재를 이어가고 핵과 미사일 도발을 계속하는 한 좋은 평가를 받는 일도 없을 것이란 것을. 1986년 동아일보 창간 2만 호엔 3만 호가 발행되는 30여 년 뒤의 세상을 예측한 특집 기사가 있다. 첫 번째 예측은 “최소한 남북 간 왕래가 자유롭고 무역거래도 활발해지는 민족적 통일은 이루어질 것”이란 전망이었다. 빗나갔다. 동아일보가 4만 호를 발행하려면 30여 년이 더 흘러야 한다. 내 기명 기사는 아마도 제호 3만 몇 번째에서 끝나 있을 것이다. ‘동아일보 3만 호’를 맞이하는 지금, 나의 최대 소원은 북한 사람들이 내가 쓴 기사를 직접 읽는 날을 보는 것이다. 다행히 지금까지 내가 원했던 일은 거의 이뤄졌다. 동아일보에 통일의 벅찬 감동을 전하는 나의 기사가 실릴 날도 반드시 올 것이라고 믿는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베트남 법원이 떠오르는 스타였던 정치국원에게 13년형을 선고했다. 베트남 당국은 ‘적폐청산’이라고 주장하지만, 외신들은 적폐청산을 내건 정적 제거라고 평가하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하노이인민법원은 22일 딘라탕 전 공산당 정치국원 겸 호찌민시 당 서기장(57)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그는 국영 석유가스공사(페트로베트남)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던 2009∼2011년 경영 부실과 비위로 손실을 끼친 것에 대해 유죄를 선고받았다. 탕 전 서기장은 이사회 의장 이후 교통부 장관으로 영전했으며 작년 초 공산당 전당대회에서 최고지도부(전체 19명)인 정치국원에 임명됐다. 또 베트남 최대 도시 호찌민의 당 서기장까지 겸직하며 떠오르는 스타로 주목을 받아 왔다. 하지만 2년 전 응우옌푸쫑 공산당 서기장이 이끄는 공산당 보수파가 정치국을 장악한 뒤 상황이 급반전했다. 탕 전 서기장은 지난해 5월 공산당 회의에서 부패 혐의로 해임됐다. 최고지도부의 일원인 현직 정치국원이 해임된 것은 20여 년 만에 처음이며, 1986년 개혁개방 이후 두 번째다. 이후 탕 전 서기장은 페트로베트남 자회사인 페트로베트남건설의 찐쑤언타인 전 회장 등 22명과 함께 재판을 받았다. 독일로 도피했던 타인 전 회장은 지난해 7월 베를린의 한 동물원에서 베트남 정보요원에게 납치돼 송환됐으며, 22일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탕 전 서기장과 타인 전 회장은 고의로 베트남 경제 규제 등 법을 위반하고 페트로베트남을 통해 지열 발전소에 투자하면서 국가에 1190억 동(약 56억 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법정에 섰다. 탕 전 서기장은 최후 진술에서 “죽기 전에는 감옥 밖으로 나오고 싶다. 내 집에서 가족들의 품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고 호소했고 이 영상은 베트남 국영 방송을 통해 전역에 방영됐다. 같은 날 페트로베트남과 관련된 각종 비리로 기소된 22명에게는 3∼9년형이 선고됐다. 베트남 공산당과 정부는 작년부터 적폐 청산을 주장하며 부패 관련자들을 엄중히 처벌하고 있다. 하지만 BBC 등 외신들은 쫑 서기장이 부패 척결을 명분으로 정적을 숙청해 권력 기반 강화를 노린다고 분석했다. 전임 응우옌떤중 전 총리는 2006년부터 10년간 행정부를 이끌며 외국인 투자 유치 확대 등 대외 개방을 통한 경제 성장 정책을 주도했지만 국영 기업의 방만 경영과 부실·비리, 부패 확산에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함께 받고 있다. 중 전 총리는 2016년 전당대회에서 연임을 노리는 쫑 서기장에게 맞서 서기장 직에 도전했다가 중도 포기하는 등 여전히 정치적 파워가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이번 재판을 놓고 쫑 서기장이 중 전 총리의 오른팔이라고 할 수 있는 탕 전 서기장을 제거해 경고를 보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날 수감된 탕 전 서기장은 지난해 5월 해임 직전 삼성 롯데 한화 CJ 등 국내 대기업 7곳의 오너와 서울에서 만났고, 경북도를 방문하는 등 한국과도 친분이 있는 인물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한국이 17년 넘는 연구를 거치면서도 실패한 차세대 보병용 복합소총을 중국은 이미 전력화해 5만 명 특수전 병력에 전량 보급한 것으로 알려졌다.중국육군망은 22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이달 초 군복을 입고 중부전구(戰區)의 한 부대를 시찰하면서 한 개인용 화기를 시험해보고 있는 장면을 공개했다. ‘전략소총’으로 소개됐지만, 외형상 돌격용 소총과 유탄발사기를 결합한 복합소총으로 보인다. 중국에선 이 소총을 ‘QTS-11’라고 부른다. 한국군이 개발한 복합소총 K-11과 이름은 물론 외형도 비슷하다. 현지 언론에 소개된 이 소총은 무게 5㎏에 5.8㎜ 구경의 소총탄과 20㎜ 공중폭발탄을 장전한다. 소총으로 800m 이내의 목표에 대해 유효 사격을 가할 수 있고, 유탄의 유효 사거리는 200m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총에는 열 추적기, 광전기 시스템, 레이저 거리측정기, 위성항법장치, 디지털정보시스템 등을 추가해 장착할 수 있다.한국의 K-11보다 무게는 가볍다. 한국의 K-11 역시 5.56㎜탄과 20㎜ 공중폭발탄을 사용하지만 무게는 6.1㎏으로 더 나간다. 다만 중국의 복합소총에 레이저 측정기 등을 모두 장착하면 몇 ㎏이 더 늘어날지 알 수는 없다. 한국군의 돌격소총은 이런 장비들이 기본적으로 갖춰져 있다.제일 큰 차이는 중국은 이미 실전에 배치했다는 것이다. 홍콩 군사전문가 량궈량(梁國樑)은 “이 같은 전략소총이 이미 육군 13개 집단군의 특전여단 3만¤4만 명에 공중돌격여단, 공군 공수여단까지 합해 총 5만 명의 병력에 지급됐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중국은 이 총을 10여 년의 연구를 거쳐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복합소총 연구에는 한국이 더 먼저 뛰어들었다. 국방과학연구소 주도하에 S&T대우, 이오시스템, 풍산, 한화 등 국내방위산업체들이 개발에 참여했다. 2000년대부터 개발을 시작하여 2005년 11월 실물 크기의 모형을 공개했고, 2008년 7월 시제품을 제작해 전투용으로 적합 판정을 받았다. 복합형소총 실전배치를 2011년 4월로 예정했으나, 사격통제장치 불량문제로 그 도입 시기가 계속 늦춰지고 있다.미국도 복합형소총(OICW: Objective Individual Combat Weapon) 개발에 한국보다 먼저 뛰어들었지만, 아직 실전배치가 이뤄지지 못했다. 몇 개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중국은 세계 최초로 차기 보병용 복합소총을 실전배치한 국가가 된다. 물론 중국의 QTS-11의 성능과 고장률 등은 공개된 바가 없다.중국의 복합형 소총은 가격이 매우 비싼 것이 흠이다. 량궈량은 “QTS-11은 스마트 소총으로 설계, 용접, 연삭 모두 사람 손으로 완성해야 하고 일일이 검측 시험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제조비용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군이 운용 중인 최고가 보병 무기인 JS7.62㎜ 저격용 소총의 제조가가 27만 위안인 것과 비교하면 QTS-11은 최소 50만 위안(약 8345만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스마트 작전복과 센서, 위치 헬멧 등까지 합하면 군인 한 명당 100만 위안(약 1억 6700만원) 가치의 장비를 지니게 된다. 반면 한국의 K-11은 1정당 약 1,600만 원으로 책정됐다.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요리계의 교황’으로 불리던 프랑스의 전설적 셰프 폴 보퀴즈(사진)가 20일(현지 시간) 9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보퀴즈는 프랑스 요리를 바꾼 대표적인 인물이다. 프랑스 전역의 주방에서 요리사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며 그의 영면을 애도했다. 보퀴즈는 프랑스 남동부 리옹 인근에서 ‘폴 보퀴즈 레스토랑’의 오너 셰프로 일했다. 이 식당은 1965년 미슐랭 가이드 별 3개 등급을 받은 이후 지금까지 이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보퀴즈는 버터와 크림, 고기 등 무거운 재료 중심의 전통적인 프랑스 요리에서 벗어나 채소 사용을 늘리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데 집중한 조리법 ‘누벨 퀴진’ 운동을 선도해 명성을 쌓았다. 보퀴즈는 농어의 파이요리를 처음 만들어낸 공로를 인정받아 1975년 요리인 최초로 레종 도뇌르 슈발리에 훈장을 받았다. 그는 또 디저트 요리 ‘크렘 브륄레’의 고안자로도 유명하다. 보퀴즈는 미식 평론지 고미유(1989년)와 미국 CIA 요리학교(2011년)가 선정한 ‘세기의 요리사’에 뽑히기도 했다. 음식 평론가 프랑수아 사이먼은 “그는 프랑스 미식을 대표하는 인사였고, 요리계의 샤를 드골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런 명성을 바탕으로 그의 요리는 프랑스 지도자와 프랑스를 방문한 국빈들의 식탁에 자주 올려졌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SNS) 페이스북(FaceBook)이 가짜뉴스와 선정보도를 추방하기 위해 언론매체의 신뢰도를 매기고 이를 게시물(뉴스피드) 우선순위에 반영하기로 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20일(현지 시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신뢰할 수 있고 유익하며 현장성이 높은 뉴스를 우선시하라는 지시를 제품 팀에 전달했다”며 “이 조치는 다음 주부터 바로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늘날 세상에는 선정성 있는 뉴스와 가짜뉴스, 양극단으로 치우치는 현상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면서 “대중이 과거보다 훨씬 더 빨리 정보를 퍼뜨리는 상황에서 (가짜뉴스 확산과 같은)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과 구체적으로 맞서 싸우지 않는다면 이는 문제들을 증폭시키는 것”이라고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신뢰를 받는 뉴스를 선정하기 위한 방법도 언급했다. 저커버그는 “외부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얻어 페이스북이 자체로 특정 매체의 신뢰도를 결정하는 방식도 검토했지만 이는 객관성 부분에서 불편한 측면이 있다”며 “우리는 이용자들에게 설문조사를 통해 직접 묻고 피드백을 받아 어떤 매체가 널리 신뢰받는지 판단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특정 매체에 대해 두 가지 질문으로 구성된 이용자 설문조사를 실시해 신뢰도를 결정할 계획이다. 우선 ‘이 매체에 익숙한가’라는 질문으로 매체에 익숙하다고 응답한 사람들만 따로 추출한다. 그 뒤 ‘이 매체를 신뢰하는가’란 질문을 던져 신뢰한다고 한 응답만 솎아낸다. 특정 언론사의 신뢰도는 그 언론사를 잘 아는 사람들 중에서 몇 명이나 언론사의 보도를 신뢰한다고 응답했는지로 나타낸다. 즉 특정 언론사를 잘 안다고 응답한 이용자 중 이 언론사를 신뢰한다고 응답한 이용자의 비율로 신뢰도 수준을 표시한다. 앞으로 페이스북 뉴스피드에는 이 조사에서 높은 신뢰도 평가를 받은 언론사의 보도가 우선적으로 올라가게 된다. 저커버그의 발언으로 페이스북 주가는 한 때 5.5%가 떨어졌다. 페이스북의 상업적 이용을 줄이면 광고가 줄어들어 수익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반면 뉴욕타임스의 주가는 무섭게 폭등했다. 시장조사업체 팩셋에 따르면 해당 발표가 있고 나서 뉴욕타임스의 주가는 약 9% 상승해 주당 21.9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근 10년만의 최고치다. 월스트리트저널과 뉴욕포스트를 소유한 뉴스코프, 폭스뉴스를 소유한 21세기 폭스도 마찬가지로 주가가 상대적으로 소폭 올랐다. 이에 앞서 페이스북은 12일 친구·가족의 게시에 대한 뉴스피드 우선순위를 더 높게 두겠다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현재 전체 뉴스피드에서 5% 가량을 차지하는 뉴스 게시물이 4% 정도로 줄어들 것이라고 저커버그는 전망했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 이용자들에게 친구나 가족과 관련된 의사소통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일 생각”이라면서 상업적인 콘텐츠 운영을 축소하겠다고 예고했다. 페이스북의 이런 조치는 최근 무분별한 뉴스 유통을 통제하라는 각국 정부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특히 독일은 가짜뉴스가 올라온 뒤 24시간 이내에 삭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해당 소셜미디어 기업에 최대 5000만유로(약 650억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이달에 통과시켰다.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1.평창올림픽에 오는 북한 미녀 응원단#2.북한이 평창 겨울올림픽에 응원단 230명을 파견합니다.올 때마다 화제를 몰고 다녔던 북한 ‘미녀응원단’이 13년 만에 다시 남한 땅을 밟습니다.#3.북한 응원단은 과거 세 차례 남한에 왔습니다.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 때 288명,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 때 306명, 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때 125명이 왔죠.#4.북한은 미녀응원단을 어떤 기준으로 선발할까요?미모는 물론 출신 성분, 충성심 등 다양한 기준을 통과해야 합니다.북한이 2000년대 초반에 제일 중시한 기준은 ‘키’.미모가 뛰어나도 160cm 이하면 무조건 탈락했다고 합니다. “1990년 대 중반 대기근에서 막 벗어난 때라 못 먹어 북한 사람들의 키가 작다는 비난을 의식했다”평양에서 예술대학을 나온 한 탈북 여성#5.과거 북한은 평양 여대생 중에서 응원단을 선발했습니다. 예술인을 양성하는 평양 영화연극대학, 음악무용대학, 금성학원을 중심으로 선발한 뒤그 수가 모자라면 다른 대학이나 예술단에서 추가로 보충했죠.출신 성분이나 충성심 등은 당에서 검증하고, ‘남쪽에서 잘 먹힐’ 미모인지는 통일전선부가 판단하는 식이죠.#6. “중국에 가는 것은 촌에 가는 것, 남조선에 가는 것은 별나라에 간다는 말이 돌았다” 한 탈북민선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권력과 인맥을 동원하고 뇌물 공세를 벌이는 일도 잦았죠.1000~3000달러 정도의 뇌물이 오갔는데3000달러면 쌀 4톤을 살 수 있는 거액입니다.즉 ‘미모가 평범(?)’한 응원단원은 권력과 뇌물을 동원해 선발된 고위 간부나 부자의 딸일 가능성이 높죠.#7.북한 미녀응원단이 올 때마다 깜짝 스타도 탄생했는데요.최고 화제의 인물은 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인기를 모은 리설주.한국에서 얻은 인기가 그를 북한의 퍼스트레이디로 만들었을 수도 있죠.2002년 8·15 남북통일대회 때왔던 만수대예술단 무용수 조명애는 ‘북한 미녀 신드롬’의 원조. 그는 당시 최고 인기가수 이효리와 광고까지 찍었죠.#8.응원단에 뽑힌 여성들은 응원구호나 노래, 율동 등을일사불란하게 맞추는 훈련을 합니다.또 몸가짐을 어떻게 할 지,남쪽에 긍정적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어떻게 하는지 등도 훈련 받습니다.남쪽 기자나 민간인이 질문할 때를 대비한 ‘모범 답안’도 잘 외워야 하죠.사실상의 정치공작원입니다.#9.이를 잘 보여주는 예가 2003년 ‘김정일 플래카드’ 사건.당시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에 온 이들은“김정일 사진이 인쇄된 플래카드가 비에 맞았다”며울면서 항의했죠.북에서는 충성심의 귀감으로 칭찬받았겠지만한국 시민들의 마음은 싸늘하게 식었죠.이번 평창 겨울올림픽에 오는 북한 미녀 응원단은 또 어떤 일화들을 남길까요?2018. 01. 21. (일)동아일보 디지털뉴스팀원본ㅣ주성하 기자사진출처ㅣ동아DB·Pixabay기획·제작 | 유덕영 기자·공주경 인턴}

《한국에 올 때마다 큰 화제가 됐던 북한 ‘미녀 응원단’이 13년 만에 다시 남쪽에 내려온다. 단원 선발 방식과 기준 등 북한 응원단의 모든 것을 파헤쳐 본다.》 북한이 17일 평창 겨울올림픽에 응원단 230명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올 때마다 화제를 몰고 다녔던 북한 ‘미녀응원단’이 13년 만에 다시 남한 땅을 밟게 된 것이다. 응원단 수로만 보면 역대 최대 규모는 아니다. 하지만 여기에 예술단 140명까지 포함하면 응원 및 공연을 위해 370명이나 내려오는 경우는 분명 전례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북한 응원단이 온 사례는 과거 세 차례다.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 때 288명,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 때 306명, 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때 125명이 왔다. 인천에는 “10초 남짓이면 끝나는 육상 종목에 응원할 시간이 어디 있느냐”는 이유로 ‘청년학생협력단’이란 이름으로 보냈다. 금성학원 여학생 위주로 선발된 단원들 속에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도 있었다. 이렇게 많은 응원단이 와도 평창 겨울올림픽에 북한 선수들이 출전하는 종목은 별로 없다. 북한 응원단이 자국 선수를 응원할 일이 거의 없는 셈이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한 핏줄을 나눈 겨레로서 동족의 경사를 같이 기뻐하고 서로 도와주는 것은 응당한 일”이라고 말한 점을 고려하면 이들이 외국 선수들과 싸우는 한국 선수들을 응원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파견할 응원단은 지금쯤 평양에서 공동 숙식을 하며 맹훈련을 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이미 몇 달 전에 평창 겨울올림픽에 참가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워 놓고 있었다. 그때부터 응원단을 선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미녀응원단은 어떤 기준으로 선발되며 어떤 훈련을 받는 걸까. 평양에서 예술 관련 대학에 다니며 응원단 선발 과정을 지켜본 탈북민들의 증언을 통해 그 베일을 벗겨 본다.○ “잘 먹었단 걸 보여줘” 북한에서 응원단에 뽑히려면 미모와 몸매, 출신 성분, 충성심 등 다양한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북한이 2000년대 초반에 제일 중시한 기준은 키였다. 기준은 165cm. 미모가 뛰어나면 키가 약간 작아도 선발될 수 있었지만 160cm 이하면 무조건 탈락됐다고 한다. 키를 중시한 이유도 흥미롭다. 2000년 초중반 평양에서 예술대학을 나온 한 탈북 여성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는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으로 불리는 대기근에서 막 벗어난 때라 못 먹어 키들이 작다는 비난을 가장 의식한 듯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10여 년간 식량 사정이 안정되면서 이제는 평양 여대생들의 평균 키가 많이 커졌다고 한다. 가족 중에 행방불명자나 해외 친척이 있으면 도주 우려 때문에 선발될 수 없다. 그러나 응원단은 보위원의 상시 감시하에 있기 때문에 출신 성분 기준이 크게 높지는 않았다고 한다. 과거 북한은 응원단을 평양 여대생 중에서 선발했다. 예술인을 양성하는 평양 영화연극대학이나 음악무용대학, 금성학원을 중심으로 선발한 뒤 그 수가 모자라면 다른 대학이나 예술단에서 추가로 보충하는 식이다. 예술 계통 대학에 이미 전국의 미인들을 선발해 왔기 때문에 굳이 지방에서까지 모집할 필요는 없었다고 한다. 모집 담당은 노동당 중앙당 간부과와 청년사업부, 대남기관인 통일전선부 등이 합동으로 진행한다. 출신 성분이나 충성심 등은 당에서 검증하고, 남쪽에서 ‘잘 먹힐’ 미모인지는 통일전선부가 판단하는 식이다. 북한은 응원단 모집령이 떨어지면 기준에 맞는 여성을 빠른 시일 안에 선발할 수 있다. 북한은 대학 때부터 학생을 ‘간부 사업 대상’으로 관리한다. 가령 예술대학에 다닐 때 미모와 기량이 뛰어난 학생들을 ‘모란봉악단 등 중앙급 예술단에 갈 수 있는 재원’, ‘영화배우로 키울 수 있는 재원’ 등으로 점찍어 놓고 대학 기간 꾸준히 관찰한다.○ “딸아, 별나라 구경해 봐” 2000년대 중반 북한에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물밀 듯이 들어가면서 많은 여학생들이 한류에 매혹됐다.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 응원단 모집 때엔 너도나도 남쪽 구경을 가고 싶어 해 경쟁이 과열됐다. 부모들까지 합세해 선발 담당자들에게 뇌물 공세를 벌였는데, 1000∼3000달러 정도가 오갔다고 한다. 당시 3000달러면 쌀 4t을 살 수 있는 거액이었다. 한 탈북민은 “중국에 가는 것은 촌에 가는 것이고, 남조선에 가는 것은 별나라에 간다는 말이 돌았다”고 했다. 외국에 나가기 힘든 북한에서 남쪽에 응원단으로 간다는 것은 엄청난 특권이자 국가대표 미녀로 인정받았다는 증명이기도 했다. 물론 이런 ‘스펙’을 가지면 결혼할 때 매우 유리하다. 하지만 결국 문제가 불거졌다. 한 고위급 탈북자는 김원홍 당시 국가안전보위부장이 응원단 선발 비리를 김정은에게 보고했고, 김정은이 “지랄발광들 하는군. 역시 믿을 건 보위부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했다. 북한은 인천에 응원단을 보내겠다고 먼저 말했다가 한 달 만에 “남측이 응원단에 시비를 걸기 때문에 보낼 수 없다”며 약속을 뒤집었다. 응원단 선발이 너무 과열돼 이대로 보낼 순 없다고 판단했던 이유도 적잖게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응원단 파견이 취소되자 뽑히지 못했던 여대생들이 크게 환호했다는 증언들도 있다. 이번에도 선발 과정에 권력과 인맥, 뇌물이 오갈 가능성은 충분하다. 평범해 보이는 응원단원일수록 고위 간부나 부자의 딸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 “남쪽에서 잘 먹힐 미모를 찾아라” 북한 미녀 응원단이 올 때마다 깜짝 스타가 탄생했다.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 당시 응원단장 격인 이유경, 최연소 응원단 채봉이, 빼어난 미모의 황윤미 등은 온라인 팬클럽이 만들어질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북녀 신드롬’의 원조는 부산 아시아경기보다 한 달 앞선 8·15 남북통일대회 때 왔던 만수대예술단 무용수 조명애였다. 그는 나중에 인기가수 이효리와 광고까지 찍었다. 이때부터 대남 담당 부서가 ‘남쪽에서 잘 먹히는 미모’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만수대예술단이 원래 미모의 여성을 골라 뽑는 특급 예술단체이긴 하지만, 북한 기준에서 볼 때는 조명애가 특별히 더 미모가 뛰어난 것은 아니었다. 여러 탈북민들도 계란형 얼굴을 선호하는 북한에선 서구형 얼굴인 조명애의 미모가 뛰어나다고 할 수 없다고 동의했다. 이어 이유경, 황윤미가 한국 젊은이들의 관심을 받자 대남 부서도 남쪽의 미인상은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응원단 선발에 있어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것도 “이런 여성이 내려가야 남쪽에서 화제가 된다”고 주장할 수 있는 논리가 있기 때문이다. 역대 응원단원 중 최고 화제의 인물은 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인기를 모은 리설주다. 어쩌면 한국에서 얻은 인기가 그를 북한의 퍼스트레이디로 만들었을 수도 있다. 리설주는 2003년 3월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 청소년적십자 우정의 나무심기’ 행사에 처음으로 모습을 보였다. 당시 14세였던 리설주의 미모가 남쪽 사람들의 관심을 받자 북한은 그를 이듬해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교사 회담 때에는 팻말을 들고 선두에서 입장하게 했다. 이어 2005년 인천에도 리설주를 응원단의 앞에 내세웠다. 이렇게 남쪽에서 리설주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그가 김정은의 눈에 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남쪽의 인기가 없었다면 비행사 아버지와 교사 어머니를 둔 지방의 평범한 집안 출신 리설주가 과연 내로라하는 간부집 자녀들을 제치고 북한의 스타 가수로 뜰 수 있었을지는 미지수다. 북한 응원단은 늘 ‘남남북녀’란 단어와 연관되지만, 많은 탈북 여성들은 지금은 남쪽 여성이 훨씬 더 아름답다고 말한다. 북한 여성들은 어려서부터 영양 공급이 부족해 충분히 키가 크지 못하고, 야외 활동이 많아 피부도 거칠며, 미모를 가꿀 시간도 별로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 수 있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성형 기술의 차이다. 성형이 원초적 단계인 북한에선 일반인은 쌍꺼풀 수술 정도만 받을 수 있다. 한국의 성형외과에서 하는 복잡한 수술들은 북한에선 몇 군데 중앙 병원에서만 가능하다. 요즘 북한 여성들이 제일 하고 싶은 수술은 라식수술이라고 한다. 안경을 쓴 여성은 인기가 없기 때문에 해외식당 등에 파견되면 라식수술부터 받으려 한다는 것이다. 북한에서 이 수술이 가능한 병원은 2005년 한국에서 건설해준 평양 낙랑구역 안과병원 한 곳뿐이다. 그곳도 정교한 안과용 수술칼이 없어 해외에서 이를 사온 여성에게만 해준다고 한다.○ “적구에 파견된 정치공작대” 응원단에 뽑힌 여성들은 합숙생활을 하며 오전에는 응원구호나 노래, 율동 등을 일사불란하게 맞추는 훈련을 한다. 단원 대다수가 예술계통 종사자인 데다 평양에서 살면 ‘충성의 노래경연’이나 ‘아리랑 집단체조’ 등에 자주 동원되는 까닭에 이 훈련은 그리 어렵지 않다. 오후에는 몸가짐을 어떻게 하면 되는지와 남쪽에 긍정적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선 어떻게 하는지 등 정치사상 관련 훈련을 받는다. 남쪽 기자나 민간인이 질문할 때를 대비한 모범답안도 잘 외워야 한다. 북한은 과거 이들에게 “동무들은 남조선과 전 세계에 공화국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적구(적이 관할하는 지역)에 파견되는 정치공작대원”이라고 주입했다고 한다. 응원단원들은 한국에 오면 ‘대열인솔자’ ‘생활지도원’ 등으로 신분을 위장한 보위원에게 아침부터 저녁까지의 일정을 자세히 적어 보고하고 밤마다 생활총화를 한다. 북한 응원단을 떠올리면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때 김정일 사진이 인쇄된 플래카드가 비를 맞는다고 울며 항의하던 일을 빼놓을 수 없다. 정치공작대원이라는 최면에 빠져 있고, 서로를 예민하게 감시하는 환경에 놓이게 되니 과잉 충성이 절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 사건은 미녀응원단에 열광하던 남쪽의 민심을 일순간에 부정적으로 바꿔버렸다. 하지만 정작 북에 돌아간 이들은 “적구에서 장군님에 대한 충성심을 높이 발휘하는 귀감이 됐다”며 칭찬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 사건의 부정적 영향을 절실히 느꼈을 대남 담당 간부들도 “다음엔 그렇게 하지 말라”고 절대 말할 수 없는 것이 바로 북한이다. 평창 겨울올림픽의 응원단은 또 어떤 일화들을 남길 것일까.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이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 전날인 2월 8일 평양에서 군 열병식을 포함한 각종 군사 이벤트를 벌일 예정인 사실이 확인됐다. 본보는 18일 주중 북한대사관 무관부가 이 열병식 초청과 관련해 현지 각국 대사관 무관단에 보낸 공문(사진)을 입수했다. 북한은 공문에서 “무력성의 위임에 따라 군 창건 70주년 축제 행사에 각국 대사관 무관과 부무관, 이들의 배우자들을 평양에 초대한다”고 밝혔다. 또 항공료 등은 각자 부담이지만 북한 내에서의 모든 여행비는 자기들이 부담한다고 적시했다. 초청 기간은 2월 6일부터 10일까지라고 밝히며 참가를 희망하는 무관은 이달 20일까지 북한대사관에 연락해 줄 것을 요청한 뒤 담당자 전화번호를 적었다. 북한은 1977년부터 김일성이 항일유격대를 조직했다는 1932년 4월 25일을 북한군 창건일로 기념해 왔다. 이와 별도로 1948년 2월 8일을 ‘(북한 정권) 정규군 창설일’로 규정했으나 특별한 기념행사를 하지는 않아 왔다. 그런데 2015년 2월 8일 군 열병식을 개최하며 갑자기 ‘정규군 창설일’도 기념하기 시작했다. 올해 2월 8일은 북한군 정규군 창설 70주년인 셈이다. 한국 정부의 대북 소식통은 18일 “북한이 평양 미림비행장에 병력 1만2000여 명과 포병 장비 등 차량 50여 대를 동원해 2월 8일 군 열병식을 준비하는 동향이 포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북한은 평화와 군사적 긴장이 공존하는 한반도의 기묘한 풍경을 연출해 국제사회에 보여주면서 ‘언제든 전쟁이 터질 수 있으니 결국 우리(북한)와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세계의 관심을 ‘평창’이 아닌 ‘평양’으로 쏠리게 하고, 이를 선전 도구로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 결정으로 남북 간 해빙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미국은 대북 군사 압박의 끈을 더 조이고 있다. 연초부터 한반도 주변에 전략무기를 잇달아 전진 배치하면서 북한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다. 북한의 대남 유화공세가 언제라도 핵·미사일 도발로 표변할 수 있다고 보고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군 고위 관계자는 “미국은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 의도를 위장평화전술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화해 뒤 도발을 감행한 전례를 답습한다면 초고강도 군사적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를 북한에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전략폭격기, 핵항모, 핵잠…한반도 인근 총전개 구체적인 작업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최근 괌 앤더슨 기지에 B-2 스텔스폭격기(3대)와 B-52 전략폭격기(6대)를 총 9대나 배치했다. 두 기종 모두 미 본토에서 논스톱으로 날아왔다. 미 태평양사령부는 역내 억지력 유지와 동맹국의 지속적 방어 공약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대북 군사 압박 조치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괌은 아시아·태평양의 허브기지이자 한반도 유사시 미 전폭기의 출격기지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때마다 괌의 B-1B 전략폭격기가 수시로 한반도로 전개됐다. 지난해 9월에는 사상 최초로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함북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까지 날아가 무력시위를 벌였다. 군 당국자는 “핵공격이 가능한 전폭기의 괌 증강 배치는 핵우산 등 대한(對韓) 확장 억제가 한 치의 빈틈이 없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북한에는 핵·미사일 도발을 단념하라는 메시지라는 것이다. 핵추진항공모함도 한반도 쪽으로 향하고 있다. 이달 초 미 해군은 샌디에이고 기지의 칼빈슨 항모를 서태평양 지역으로 출항시켰다. 칼빈슨 항모는 조만간 이지스 순양함들과 합류해 미 7함대의 작전구역으로 진입할 예정이다. 이후 일본 요코스카(橫須賀) 기지의 로널드 레이건 항모전단과 함께 한반도 인근 해역에 포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군 소식통은 “중소 국가의 해공군력과 맞먹는 항모전단이 2개나 한반도 주변에 배치되면 북한은 상당한 압박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수일 내 미 해군의 핵추진잠수함(버지니아급) 1척이 물자 보급을 위해 경남 진해항에 입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잠수함은 사거리 2500km급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탑재해 적국 핵심 표적의 동시다발적 정밀타격을 할 수 있다.○ “미, 북한과의 충돌 대비해 중대한 훈련 중” 이런 가운데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전쟁에 대비한 훈련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해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미 본토 곳곳에서 공격 헬기, 대형 수송기 등 대규모 무기장비와 병력을 동원해 진행 중인 공습·수송훈련이 대북 전쟁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 하원 군사위원회 맥 손베리 위원장(공화·텍사스)이 16일(현지 시간) “미군은 북한과의 충돌 가능성에 대비해 매우 중대한 훈련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베리 위원장은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 군사 옵션을 매우 심각히 검토하고 있다. 이는 매우 중대하다. 이런 준비가 사용되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전성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안보전략비서관(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직전 고출력마이크로웨이브(HPM)탄을 쏴 무력화하는 방안이 미국의 유력한 대북 군사 옵션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아산정책연구원에서 펴낸 보고서에서 유사시 미국은 한국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북한의 특정 목표를 공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 국방부가 최근 개발을 완료한 HPM탄을 B-52 전폭기에 탑재되는 순항미사일(사거리 1000∼2500km)에 실어 북한에 쏘는 방안을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일명 ‘e폭탄’으로 불리는 HPM탄은 20억 W의 전력을 분출해 수백 m 반경의 모든 전자기기를 고철로 만들 수 있다. 이를 통해 인명 살상 등 북한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미국의 (핵 불용) 의지를 강력히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주성하 기자}

“2주가 2년 같았다.” 16일 정부 당국자는 최근 진행된 남북 대화 국면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1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평창 참가’ 신년사 이후 내달려온 남북 대화 국면이 그만큼 급박했다는 것. 하지만 한반도의 근본적 긴장완화를 위한 고위급 대표단의 평창행 등 대화의 ‘본게임’은 이제부터라는 지적이 나온다. ○ 2년여 만의 대화, 물꼬는 텄지만 9일 고위급 회담은 2년 1개월 만에 열렸지만 공동보도문을 내며 관계 진전의 첫발을 내디뎠다. △군사적 긴장 완화 △한반도 문제에서 대화로 해결 등 합의 내용도 발표했다. 남북은 3일 판문점 연락채널에 이어 9일 서해 군 통신선을 복원했다. 북측은 고위급을 포함해 역대 최대 규모의 대표단을 보낼 의사를 밝히고, 그 ‘선봉’에 삼지연 관현악단 140여 명을 보내기로 했다. 평창을 남북 축제의 장으로 만들자는 정부 기대에 화답하는 동시에 김정은 체제 선전의 장으로 삼으려는 의도도 감추지 않고 있는 것. 물론 이런 흐름이 ‘평창 모멘텀’에 속도를 더할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북한이 무리하게 체제 선동 시도만 하지 않는다면 일단 공연 자체는 남북 화해 무드 형성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럼에도 아직 북한의 속내는 분명치 않다. 정부가 요구한 군사회담 개최는 합의됐지만 일정이나 의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일각에선 김정은 신년사 이후 북한의 페이스대로 지나치게 끌려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우리와 국제사회가 북한에 요구하는 사항은 회담 기간 중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놓고선 첨예한 입장 차만 확인했다. 고위급 회담 북측 수석대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9일 “(비핵화 여론이 조성되는 등) 오도되는 소리가 나오면 좋지 않은 모양새를 가져온다”고 쏘아붙였다. 이산가족 상봉 문제도 마찬가지. 북한은 탈북 여종업원의 북송 등을 조건으로 내걸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평창 너머’로 의제 넓혀야 일각에선 북한이 평창 올림픽 때 여종업원 문제를 이슈화해 역공할 가능성까지 점친다. 예술단이나 참관단 속에 여종업원 가족 몇 명을 포함시켜 한국에 내려와 “내 딸이 보고 싶다”는 식의 퍼포먼스를 통해 여론전을 펼칠 수도 있다는 것.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정부가 지나치게 평창 올림픽에 매달렸다는 지적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협상의 3박자인 일정, 의제, 발언권 모두 북한에 내줬다. 이제라도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북은 17일 차관급 실무회담에서 북한의 올림픽 참가와 관련한 제반 사항을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개막식 공동입장, 단일팀 구성, 한반도기 사용 등을 놓고 논의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회의에 남북한의 합의안을 내놓기 위해서다. 북측의 평창 참가에 정부가 ‘편의 제공’을 약속한 만큼 대북 제재 위반 논란을 피할 지원책 마련을 놓고도 논의가 오갈 수 있다. 북한은 협상에 나서면서도 대남 공세의 수위를 낮추지 않고 있다. 북한의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16일 논평에서 “진정으로 북남관계 개선을 바라고 조선반도의 평화적 환경 마련을 위해 노력할 용의가 있다면 ‘키리졸브’ ‘독수리’ 연합 군사연습을 연기할 것이 아니라 완전히 중지해야 한다”고 엄포를 놨다. 조선중앙통신은 15일 “남조선 당국이 여론 관리를 바로 못하고 입 건사(간수)를 잘못하다가는 잔칫상이 제상으로 될 수 있다”고 협박했다.신진우 niceshin@donga.com·주성하·신나리 기자}

15일 열리는 평창 겨울올림픽 관련 첫 실무회담에는 북측 대표단으로 북한 예술인 4명이 나선다. 올림픽에 맞춰 방문할 북측 예술단 규모와 공연 내용 등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통일부는 피바다가극단, 만수대예술단 등 북한의 주요 예술단 12곳을 홈페이지 등을 통해 소개하고 있지만 정보가 충분하지는 않다. 관련 당국자는 “단원 명단이 공개되지 않고, 공연 내용, 실제 활동 여부 등을 일일이 추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얼굴 드러내는 북측 예술인들 대표단 면면을 살펴보면 수석대표인 권혁봉 문화성 예술공연운영국 국장과 ‘북한판 걸그룹’으로 불리는 모란봉악단의 단장을 겸하는 현송월 관현악단 단장이 남측에도 낯익은 편이다. 안정호 예술단 무대감독과 실무지원을 위한 김순호 관현악단 행정부단장은 다소 생소하다. 권 국장은 한국과 인연이 있다. 2012년 3월 북한의 은하수관현악단과 정명훈 지휘자가 이끄는 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프랑스 파리에서 합동 공연을 할 당시 은하수관현악단의 수행단장을 맡았다. 대표단 중 가장 이슈인 인물은 현송월 단장이다. 한때 처형설, 해임설이 돌았지만 2014년 대좌 계급장을 달고 나와 건재함을 과시했다. 지난해 10월에도 당 중앙위원회 제7기 2차 전원회의에서 당 중앙위 후보위원으로도 임명되면서 핵심 인사로 떠올랐다. 현 단장은 2015년 12월 중국 베이징에서 모란봉악단의 공연을 앞두고 중국 측에서 체제 선전 내용을 문제 삼자 “(김정은) 원수님의 작품은 점 하나 뺄 수 없다”며 공연 시작 3시간 전 취소를 전격 결정해 김정은의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모란봉악단의 방남 성사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2012년 김정은 체제 출범과 함께 결성된 이 악단은 ‘예술단 통치’의 선봉에 서서 체제 선전을 톡톡히 하고 있다. 김일성 때 만수대예술단, 김정일 때 왕재산전자악단과 ‘휘파람’, ‘반갑습니다’로 유명한 보천보전자악단이 있었다면, 김정은 시대엔 모란봉악단이 대표 악단으로 꼽힌다. 2012년 7월 6일 첫 공연에서는 짧은 미니스커트 차림의 하이힐을 신은 여성들이 영화 ‘록키’의 주제곡과 ‘마이 웨이’를 연주하는 파격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 차석대표 교체, 클래식 대신 전자악단? 북한은 14일 오후 1시 30분경 돌연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전날 통보한 실무접촉 대표를 변경한다고 통지했다. 당초 차석대표급이던 윤범주 관현악단 지휘자 대신 안정호 감독으로 바꾼 것이다. 이를 두고 당초 한국에서 하려던 관현악단 공연을 빼고, 전자악단으로 승부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탈북 예술인은 “안정호는 보천보전자악단과 왕재산전자악단 등을 거쳐 현재 모란봉악단에서 창작실 부실장을 맡고 있는 전자악단의 대가”라며 “이미 북한에서 인민예술가, 노력영웅 등 예술인으로 받을 수 있는 모든 명예를 받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범주는 관현악단 지휘자였는데, 북한이 클래식은 자신이 없으니 자기들이 잘할 수 있는 전자악단으로 승부를 보겠다고 마음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예술단 실무접촉 대표에서 은하수관현악단 지휘자를 제외하고 모란봉악단 부실장을 새로 넣은 것은 남쪽에 모란봉악단만 보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은하수관현악단을 파견할 경우 한국에서 2013년 8월 화제가 됐던 은하수관현악단 예술단원 처형 사건이 다시금 화제가 될 것을 우려했을 가능성도 있다. 당시 문경진 단장 등 악단 핵심 예술인들이 처형된 뒤 은하수관현악단은 4년째 북한 매체에도 등장하지 않고 있다. 당초 대표로 파견하려던 윤범주 지휘자는 북한군 대남심리전 부대인 ‘적군와해공작국’(적공국)에 10년 동안 장교로 근무했던 대남 심리전 전문가인 것으로 알려졌다. 적공국은 대남방송, 삐라 등 심리전을 담당한 부대다. 특히 한국의 최신 가요 중 한국군 장병들에게 인기 있는 노래를 골라내 개사한 뒤 적공국 악단에서 똑같이 제작해 대남방송으로 내보낸다. 연주가 출신인 그는 1990년대 초반 적공국 중위로 임관해 10년 만에 대좌급인 실장까지 올라갔던 입지전적 인물이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주성하 기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41)이 고교 재학 당시 자신의 교사였던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와 연애하면서 에로틱 소설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클로저 등 프랑스 언론들에 따르면 ‘브리지트 마크롱, 해방된 여성’이라는 제목의 브리지트 여사의 전기에는 25세 연상의 가정이 있던 여교사와 사랑에 빠진 소년 마크롱의 고교 시절 얘기가 자세히 담겨 있다. 이 전기는 17일(현지 시간) 출간된다. 전기 속에 등장하는 마크롱의 고향 아미앵의 한 이웃은 당시 고교생이었던 마크롱이 쓴 육필원고 300여 쪽을 자신이 직접 타이핑했다고 말했다. 타이핑을 한 이웃은 “대담한 내용이었고, 조금 외설적인 소설이었다”며 “등장인물들이 물론 현실의 인물은 아니었지만, 당시 마크롱이 본인이 느끼던 감정을 글로 표현하려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북부 아미앵의 예수회 학교 10학년이던 15세 때 프랑스어와 연극을 함께 가르치던 40세 교사 브리지트 여사와 만났다. 당시 브리지트는 3명의 자녀를 둔 유부녀였다. 심지어 브리지트의 딸은 마크롱과 같은 반 친구였다. 브리지트 여사는 나중에 당시를 회상하며 “우리는 매주 금요일마다 만나서 극본을 함께 썼다. 나는 학생의 명석함과 능력에 차츰 사로잡혔다. 나중엔 극본을 쓴다는 건 핑계였고 서로 함께 있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마크롱의 부모가 그들을 떼어놓기 위해 마크롱을 파리로 보냈지만, 마크롱은 파리에서도 애정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결국 브리지트는 이혼을 선택했고 마크롱은 30세 때인 2007년 그와 결혼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중국이 최근 자국 주재 북한 투자 기업들을 대거 폐쇄하면서 북한이 20년 넘게 중국에 닦아놓았던 대외·대남 공작 거점들이 붕괴 수준의 치명적 타격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외국과의 교류가 활발하지 않은 북한은 대외·대남 공작을 대부분 중국에서 진행해왔다. 하지만 중국이 북한 해외공작 요원들이 상주한 거점들에 방을 빼라고 통지하자 새 거점을 찾지 못한 요원들이 대거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10일 “북한의 최대 대외공작 거점인 칠보산호텔과 류경호텔이 폐쇄된 것이 가장 큰 타격이 됐다”며 “이곳에 상주하며 활동하던 보위성 요원들이 어쩔 수 없이 귀국할 수밖에 없었고, 김정은(노동당 위원장)이 이에 대해 크게 분노했다”고 말했다. 옌지(延吉)의 현지 소식통은 “칠보산호텔이 9일 폐쇄된 데 이어 류경호텔 북한 종업원들에게도 20일까지 철수하라는 지시가 며칠 전 내려왔다”고 10일 말했다. 북한 해외공작 요원들은 이미 종업원들보다 먼저 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호텔에서 나와 따로 거점을 찾아야 하는데, 중국 내 북한 식당과 기업 등도 모두 철수해 마땅한 장소를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중국인 명의로 새 거점을 마련하려니 보안 등 여러 조건이 맞지 않아 결국 철수 방침이 하달된 것. 대북 소식통은 “20년 넘게 활용한 중국 내 공작거점은 북한 대외 공작의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데, 이번에 일시에 마비돼 북한 보위성이 초상집 분위기가 됐다”고 말했다. 보위성은 지난해에 김원홍 보위상이 숙청된 데 이어 북한 보위부 역사에서 처음으로 정치국장이 총살되고, 뒤이어 3인자까지 처형됐다. 중국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에 있는 칠보산호텔과 지린(吉林)성 옌지의 류경호텔은 북한이 해외에서 운영하는 최대 규모 호텔이다. 북한 관련 기관 출신의 탈북자는 “칠보산호텔과 류경호텔은 외화를 벌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오로지 공작 활동을 위해 개업했다”고 말했다. 한중 수교가 이뤄진 1992년 이후 한국 기업들이 중국으로 대거 진출하자, 당시 북한 보위부는 “남조선 안기부(현 국가정보원)가 중국 동북 지방에 수천 개의 가짜 회사를 차려놓고 대북모략 책동을 벌이고 있다”며 강력한 대응책을 강구했다. 그래서 나온 결론이 “우리도 현지에 거점을 만들어 맞대응하자”는 것이었고, 그 결과 1990년대 중반 선양과 옌지라는 요지에 위장호텔을 개업했다. 두 공작거점의 역할은 다르다. 칠보산호텔은 중앙 보위성이 주로 활용하면서 중국에 있는 북한 간부와 근로자 감시, 한국 고위층 감시 및 공작, 사이버 해킹 등을 담당했다. 선양을 경유하는 북한 고위급들은 의무적으로 칠보산호텔에 묵어야 했다. 이는 한국인 등 외부인과 접촉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목적이었다. 2013년 재탈북한 탈북민 김광호 씨는 “북한에 들어갈 때 북한 측의 지시로 칠보산호텔에서 9일 동안 머물렀다”고 진술했다. 옌지의 류경호텔은 탈북자 유인 납치와 한국인 대북활동가 감시를 담당한 지방 보위성 반탐(反探)부서의 단골 아지트였다. 중국에 파견된 보위성 요원들은 각자 조선족, 협조에 동의한 탈북민, 조교(중국에 거주하는 북한 국적자) 등으로 구성된 현지 공작망을 가동하는데, 이들을 감시하고 독려하기 위해선 현지에 장기 거주 장소가 필요하다. 그 단골 거점이 류경호텔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남북 관계엔 ‘궁합’이라는 게 분명 존재한다. 한쪽이 원한다고 해서 서로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미국이란 ‘시어머니’도 큰 변수가 된다. 셋의 궁합이 가장 좋았던 시기는 2000년이었다. 5년 넘은 ‘고난의 행군’으로 수많은 아사자가 발생하고 경제가 완전히 파탄 난 김정일에겐 돈이 절실히 필요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노벨 평화상을 안겨준 햇볕정책에 대한 집착이 강했다. 르윈스키 스캔들에서 막 빠져나온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에겐 확실한 대외관계 업적이 필요했다. 이 셋의 조합이 만들어낸 결과가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이었다. 누구 하나라도 원치 않았다면 정상회담은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때의 ‘긍정적 궁합’은 8년간 이어졌다. 그러나 한결같이 좋은 운세란 없다. 2008년은 남북 관계가 ‘부정적 궁합’으로 돌변한 해이다. 막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보수 지지층을 의식해 대북 지원을 하려 하지 않았다. 미국엔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지목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있었다. 남북관계가 어그러진 상징적 사건이 바로 2008년 7월 금강산 박왕자 씨 피살사건이었다. 금강산 관광을 ‘현금 퍼주기’의 상징으로 본 이명박 정부는 기다렸단 듯이 금강산 전면 철수를 단행했다. 김정일은 8월 초만 해도 현정은 현대아산 회장을 만나 피살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등 사태를 수습하려 노력했다. 햇볕정책 시기라면 이 정도 노력이면 무난히 풀 수 있었다. 이때 결정적 사건이 발생했다. 8월 중순 김정일이 뇌중풍으로 쓰러진 것이다. 약 한 달 뒤 회복한 김정일의 태도는 확 바뀌었다.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한 김정일은 “지금은 외부에 문을 열 때가 아니라 문을 꽉 닫아걸고, 내부에서 아들에게 권력을 물려줘야 할 때”라고 판단한 듯싶다. 이때부터 사망할 때까지 3년 동안 김정일이 오로지 집착했던 일은 아들 김정은에게 권력을 물려주는 것뿐이었다. 결국 어느 한쪽도 원치 않았으니 남북관계는 파탄 날 수밖에 없다. 북한이 문을 닫아거는 수법은 간단하다. 도발을 하면 외부에서 알아서 ‘제재’라는 빗장을 꽉 걸어준다. 김정은도 집권 초기 외부 교류에 관심이 없었다. 그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는 몽둥이를 휘둘러 확실하게 내부 권력을 장악하는 것이었다. 그러자면 누가 엿보지도, 참견도 못 하게 집안 문을 꽉 닫아 매는 것이 필요했다. 또 어차피 남의 참견 상관없이 문을 닫은 김에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란 비싼 ‘금단의 재산’도 빨리 장만하자는 게 김정은의 속셈이었다. 그렇게 2008년에 시작된 부정적 궁합은 이렇게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하지만 올해는 부정적 궁합이 다시 긍정으로 바뀌는 때가 온 듯하다. 9일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은 어쩌면 전환점일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는 굳이 더 설명할 필요가 없다. 김정은에게도 이제는 문을 열고 나와야 할 절실한 필요가 생겼다. 지난 6년간 대량 숙청으로 권력도 확실히 장악한 데다, 지난해 말엔 수소탄과 미국까지 가는 ICBM을 가졌다고 주장하며 ‘국가 핵무력 완성’까지 선언했다. 이제 김정은의 당면 과제는 민심 달래기이다. 핵무력만 완성하면 이른 시일 내에 잘살 수 있다는 선전을 믿고 허리띠를 조이며 살아온 인민에게 희망이라도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현 상황은 완전히 반대다. 지금 중국과 해외에 파견됐던 외화벌이 일꾼들이 줄줄이 돌아오면서 북한 내부에선 “이젠 중국까지 등 돌렸으니 우린 다 죽게 생겼다”는 불안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이 대북제재에 적극적으로 합세하면서 최근 북한 장마당 내 식량과 휘발유 등의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여기에 피복 임가공, 해산물 수출 등이 막히면서 돈줄도 말라가고 있다. 올해 봄쯤이면 북한 내부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터져 나올 판이다. 그러면 “이렇게 굶어 죽으려고 핵을 만들었느냐”는 불만의 화살이 김정은에게 향할 것이 뻔하다. 김정은은 하루속히 인민에게 곧 잘살게 될 것이란 희망을 심어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현재 유일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남북관계다. 남한과의 급진적인 교류 재개를 보여주며 “봐라. 고생을 견디며 핵무력을 완성하니 남조선이 저렇게 황급히 머리 숙이고 들어오지 않냐. 더 참으면 미국과 일본도 다 우리에게 굴복하게 돼 있다”고 선전해야 한다. 그래야 민심을 수습할 수 있다. 회담을 하더라도 상대를 꿰뚫어 보며 마주 앉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래야 최대한 적게 주고, 더 많이 얻을 수 있다. 궁합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연애를 하다 보면 더 많이 좋아하고, 더 간절한 쪽이 늘 먼저 양보하는 법이다. 마찬가지다. 남북이 다시 마주 앉더라도 이건 분명히 알아야 한다. 지금 더 간절한 쪽은 북한이지 우리가 아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미국 전자상거래회사 아마존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이조스(54·사진)가 세계 최초로 재산 1000억 달러를 가진 부자가 됐다. 블룸버그통신은 베이조스가 최근 아마존의 주가 상승에 힘입어 1051억 달러(약 112조 원)의 개인재산을 보유하게 됐다고 6일 전했다. 아마존의 시가총액은 지난 1년간 57%나 상승했다. 특히 지난해 추수감사절부터 크리스마스까지 5주간 미국 소비자들의 온라인 쇼핑 중 89%가 아마존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6.6% 상승했다. 베이조스는 이미 지난해 10월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설립자를 제치고 세계 1위 부자로 등극했다. 당시 베이조스의 재산은 938억 달러였다. 이 기세를 몰아 베이조스는 한 달 뒤인 11월에 재산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블룸버그는 만약 빌 게이츠가 그동안의 자선활동으로 수백억 달러를 기부하지 않았다면 현재 총 재산이 1500억 달러에 이르렀을 것으로 추정했다. 게이츠는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에 매년 거액을 기부해왔다.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큰 금액을 기부한 인물도 게이츠다. 반면 베이조스는 재산을 거의 기부하지 않고 있어 노블레스 오블리주(상류층 도덕적 의무)를 실천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중국 최고지도부가 미국 등과의 핵전쟁에 대비해 수도 베이징(北京) 지하 2km의 동굴 속에 ‘최후의 보루’를 운영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7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이 핵벙커는 베이징의 정부청사 밀집지역인 중난하이(中南海)에서 북서쪽으로 20km 떨어진 시산(西山)국립공원 내에 위치해 있다. 중앙군사위원회 통합전투사령부 소속 시설로 유사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포함한 최고지도부가 핵벙커에 들어가 중국군을 지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두뇌’로 불리는 통합전투사령부는 중국 전역에 있는 5대 전구(戰區)의 군사 활동을 감독하고 작전명령을 내리는 최고지휘부다. 시산국립공원 아래에 깊이가 2km가 넘는 석회암 카르스트 동굴이 존재하는데 중국이 냉전시대 이 동굴을 개조해 핵벙커를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깊은 동굴인 조지아(옛 그루지야)의 크루베라 동굴(깊이 2197m)과 맞먹는 깊이다. 이 신문은 핵벙커의 카르스트 지형 위에는 평균 두께가 1km에 달하는 두껍고 단단한 암석이 덮여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과학원 지질지구물리연구소의 친다쥔 연구원은 “이 암석은 지구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 중 하나인 화강암 등으로 이뤄져 있다”고 말했다. 이 정도 깊이와 두께면 수소폭탄 수십 발을 퍼부어도 끄떡없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중국은 이 핵벙커를 최근까지 계속 업그레이드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신문은 이 핵벙커가 100만 명 이상에게 식수를 공급할 수 있는 지하 대수층(帶水層) 인근에 있어 핵전쟁 시 식수 공급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방사능 낙진으로 인한 지하수 오염에 대비해 정교한 필터로 지하수를 정화하는 장치 등이 벙커에 설치돼 있다. 핵 과학자인 중국 난화대 류융 교수는 “중국은 정확히 이 목적을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장비를 개발해 왔다”고 말했다. 벙커 내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탱크, 비행기 등이 지나갈 정도로 넓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냉전 시절인 1950, 60년대 전국에 수많은 핵벙커를 건설했는데 베이징과 그 인근에도 1만 개의 지하벙커를 만들었다. 냉전이 끝난 뒤 중국 당국이 군용 벙커들을 대거 민간에 임대했고, 현재 베이징 시민 100만 명의 거주지로 바뀌었다. 환기가 잘 되지 않고 곰팡이가 피는 등 사람이 살기엔 적절치 않지만, 지방에서 올라온 저소득층에겐 임대료가 매우 저렴한 보금자리가 되고 있다. 핵전쟁 시 베이징 시민 대부분이 지하에 대피할 수 있지만 그중에서 최후까지 버틸 수 있는 곳은 2km 깊이에 위치한 통합전투사령부뿐이다. 최후의 날을 대비해 핵벙커를 운용하는 것은 중국뿐만이 아니다. 미국은 펜실베이니아주 레이븐 록 산맥 지하에 대규모 벙커를 건설했으며, 콜로라도주 샤이엔 산맥 지하에도 북미항공방어사령부 시설이 있다. 최근 김정은의 핵 버튼 발언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더 크고 강력한 핵 버튼’ 트윗으로 핵전쟁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16일 핵전쟁에 대비한 전문인력 위크숍을 열기로 했다고 뉴욕타임스가 6일 보도했다. CDC가 이런 성격의 회의를 개최하는 것은 2010년 이후 8년 만이다. CDC는 공식 홈페이지 성명을 통해 ‘공공보건의 핵폭발 대책’ 위크숍 개최 사실을 알리면서 “핵폭발이 만일 일어난다면 파멸적인 결과를 부를 것”이라며 “계획과 준비가 있으면 사망과 질병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