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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하다면 연내 저축은행을 인수해 중저신용자에게 중금리 대출을 더 많이 공급하고 싶습니다.” 이효진 8퍼센트 대표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규직 직장인이 아닌 콘텐츠 크리에이터, 배달 노동자, 온라인 판매자 등 새롭게 부상하는 ‘기그 워커’(초단기 근로자) 그룹에 자금을 효과적으로 공급하고 싶다”며 이같이 밝혔다. 저축은행 수신 기능을 통해 조달 비용을 낮추고,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P2P)을 영위하며 쌓아둔 기술력을 접목해 저축은행 업권 전반의 대출 금리와 연체율을 낮추는 데 일조하는 ‘인터넷 저축은행’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온투업 1호 라이선스 기업 8퍼센트는 30일 현재 누적 대출 취급액 8167억 원, 누적 대출 건수 1968만 건을 기록하는 등 개인신용대출 부문에서 업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11월 창립 10주년을 맞는다. 그는 “창사 10주년을 맞이해 회사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고민하던 끝에 내린 결론”이라면서 “다수의 저축은행과 가능성을 열어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했다. 저축은행 업권은 2015년부터 8년간 9조7000억 원의 이익을 기록하는 등 활황이었지만 지난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이슈로 적자 전환하는 등 분위기가 반전된 상황. 이 대표는 현시점이 인수합병(M&A) 적기라고 판단했다.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저축은행은 6곳 정도로 추산된다. 이 대표는 “수도권 저축은행 매물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지만, 지방 저축은행을 인수해 디지털을 접목하는 방안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인수에 필요한 자금은 2021년 10월 투자 유치 자금(453억 원) 일부에 더해 외부 투자자 유치, 유가증권 매각 등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그는 “비금융 플랫폼 기업 중 금융에 관심이 있거나, 저축은행에 얹을 좋은 기술을 갖고 있는 회사 등 3곳 정도와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저축은행을 인수하면 온투업에서 발전시켜 온 신용평가시스템(CSS)을 접목해 금리나 연체율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제1금융권과 달리 8퍼센트는 새로운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빠르게 CSS에 반영해 금리와 한도 산정에 사용하고 있다”면서 “온투업에 이 같은 시도를 먼저 한 뒤 저축은행에 접목하는 방식으로 기술력을 전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주 데이터를 다양한 머신러닝에 넣어보고, 궁극적으로 연체율이 낮게 나오는 CSS 모델을 찾는 노하우가 있다는 것이다. 또 저축은행 업권에 디지털 역량을 심어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온라인 대출 비교 서비스를 통해 들어온 고객들은 대출 신청부터 심사, 승인, 실행 과정에서 이탈하곤 하는데 궁극적으로 어떻게 이탈을 막을 수 있는지 경험치가 쌓여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을 인수하게 되면 해당 저축은행 앱과 8퍼센트 앱을 통합한 ‘원 앱’으로 운영한다는 구상까지 세웠다. 8퍼센트는 제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주주사. 금융 당국이 제4호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절차를 하반기(7∼12월) 개시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라 관련 문의를 많이 받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금융을 공급하는 일은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해서 하기보다는 저축은행 라이선스를 활용해 실행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사회적 효용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면서 “저축은행을 인수해 디지털 역량을 갖춘 인터넷 저축은행으로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직장인 A 씨는 최근 여유 자금 일부를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로 운용하기 시작했다. 정기 예금보다는 금리가 연 1%포인트가량 높고, 발행사(증권사)가 파산하지 않는 이상 원금 손실 위험은 없기 때문이었다. A 씨는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이후 원금 손실 없는 투자처를 알아보다 ELB로 갈아타게 됐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홍콩 ELS 불완전판매 이후 원금 손실 없는 ELB, 저축성 보험 등으로 투자 수요가 이동하고 있다. 최근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연 4%대 예금 금리를 찾아볼 수 없게 되면서 위험은 줄이되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높은 상품으로 투자처가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6개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SC제일)의 상반기(1∼6월) ELB 판매 실적은 7156억 원 규모로 집계됐다. ELB는 특정 지수나 종목 주가가 정해진 조건을 만족하면 약속된 수익률을 지급한다는 점에서 ELS와 같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에도 수익률이 0%가 될 뿐, 발행사가 파산하지 않는 이상 원금은 보장된다는 것이 ELS와 다른 점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ELB 발행액은 10조334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5% 늘었다. 은행들이 현재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는 ELB 상품의 금리는 조건 충족 시 연 3.5∼7% 수준이다. 국민은행이 판매하는 한 ELB 상품의 경우 가입 시점 지수보다 6개월 뒤 지수가 98%를 초과하면 원금에 6개월 치 금리(2.75%)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지수가 98% 밑으로 떨어지면 원금만 상환된다. 은행이 취급하는 ELB 상품은 대체로 코스피200 등 지수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ELS와 유사하다. 그런데 ELS는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일본 닛케이225, 홍콩 H 등 지수 세 가지를 결합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ELB는 지수 한 가지만 추종한다. 방카슈랑스로도 투자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방카슈랑스 중 저축성 보험 상품 가입 건수는 6월 기준 749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689건)보다 32% 늘었다. 현재 은행들이 판매 중인 저축성 보험 상품의 금리는 5년 만기 기준 연 3.7∼4.2% 수준이다. 은행 관계자는 “하반기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만기 전 해지하지 않으면 원금은 보장되고, 10년 유지 시 비과세되는 저축성 상품으로 수요가 옮겨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ELS 판매의 경우 우리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들이 지난해 말부터 판매를 중단하면서 전체 실적은 줄었지만 투자 경험이 있는 고객 중심으로 발길은 이어지고 있다. 6개 은행의 올 상반기 ELS 판매 실적은 3조4532억 원 수준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타 은행에서 ELS에 가입했던 고객이 최근 만기가 도래하자 수억 원을 들고 ELS 투자를 요청해 오는 경우가 늘었다”고 전했다. 금융 당국은 ELS 등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에 관한 종합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삼성증권 중개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잔고가 지난달 말 3조 원을 돌파했다. 2022년 3월 초 1조 원을 돌파한 지 2년 3개월여 만에 2조 원 이상 늘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중개형 ISA 잔고는 3조 원, 계좌 수는 108만 개를 넘어섰다. 삼성증권 중개형 ISA 가입 고객들은 국내 주식 46%, 해외주식 상장지수펀드(ETF) 26%, 국내 주식 ETF 6% 순으로 투자하고 있었다. 투자자금 대부분(79%)이 주식형 자산인 셈이다. 특히 해외주식 ETF 및 배당 성향이 높은 종목들의 투자 비중이 높았다. 의무 보유 기간 3년 이상 유지 시 절세 혜택이 가능해 이를 활용하려는 투자자들이 ISA를 많이 찾은 것이다. ISA는 한 계좌에 다양한 금융 상품을 담아 운용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세제 혜택을 볼 수 있는 절세 계좌다. 2016년 저금리, 저성장 시대에 개인의 종합적 자산관리를 통한 재산 형성을 돕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연 2000만 원 및 5년간 누적 최대 1억 원 한도로 납입할 수 있다. 2021년부터는 증권사를 통해 주식 거래를 할 수 있는 중개형 ISA 제도가 도입돼 시장 전체 잔고와 가입자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배당소득세 면제, 주식 투자 손실 시 해외 펀드 등 간접 상품에서 발생한 수익과 상계해 과표를 줄일 수 있는 손실 상계 제도 등 절세 혜택 덕분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동안 신규 가입 고객 수와 유입 자금은 지난해 전체 가입자 수와 유입 자금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재테크에 관심이 높은 2030세대를 중심으로 계좌를 많이 개설했다. 삼성증권 중개형 ISA의 업계 점유율은 잔고 기준으로는 21%, 계좌 기준으로는 24%였다. 삼성증권은 중개형 ISA 계좌 보유 고객을 대상으로 순입금 금액에 따라 최대 25만 원의 경품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이달 말까지 진행 중이다. 삼성증권 홈페이지 또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엠팝(mPOP)’에서 참여 신청을 하면 된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관련 리워드 이벤트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자산을 운용하고자 하는 투자자들이 중개형 ISA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메리츠금융지주는 이달 4일 상장 금융지주사 최초로 ‘기업가치 제고 실행 계획’을 공시했다. 구체적으로 2023∼2025 회계연도까지는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통해 50%가 넘는 주주환원율(순이익에서 배당 등으로 주주에게 돌려주는 비율)을 유지하고, 2026 회계연도 이후부터는 △내부 투자 △현금배당 △자사주 매입 등 3가지 수익률을 비교한 뒤 주주가치 제고에 ‘최적인 자본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메리츠금융은 올해 초 정부 주도로 시작된 ‘밸류업 열풍’ 이전부터 이미 이사회를 중심으로 기업가치 제고와 효율적인 자본 배치 전략을 지속적으로 논의해 왔다. 수년 전부터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본업의 탁월한 성과로 수익을 잘 낸다 △자본 배치를 효율적으로 한다 △주주환원을 투명하고 적극적으로 한다 △모든 주주의 가치를 동등하게 대한다는 등 4가지 원칙을 적용해 왔다. 특히 2022년 11월 ‘쪼개기 상장’으로 인한 소액주주 피해가 속출하던 상황에서도 3개 상장사를 하나로 합치는 ‘원 메리츠’(포괄적 주식교환) 전환과 함께 적극적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은 “기업을 승계할 생각이 없고 약간의 지분 차이나 손실은 괜찮다”며 “경영 효율을 높이고 그룹 전체의 파이를 키워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가보자”라고 원 메리츠 배경을 설명했다. 2021년 자사주 매입 1498억 원을 시작으로 2022년에는 3001억 원의 자사주를 샀고, 2023년에는 6400억 원의 자사주 매입과 4483억 원의 현금배당 지급으로 주주환원율 51.2%를 달성했다. 메리츠금융의 주주환원은 배당이나 단순 자사주 매입보다는 매입 후 소각에 방점이 있다. 자사주 소각은 단순 매입과 달리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 수량이 감소해 주당순이익(EPS)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자본금도 줄여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끌어올린다. 원 메리츠 전환 발표 이후 메리츠금융의 3개년(2021∼2023년) 누적 총주주 수익률(TSR)은 85%로 국내 지주(15%)나 국내 보험(23%) 평균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총주주수익률(TSR), 주주환원율, 자본비용, 자본초과수익, 밸류에이션 등 모든 핵심 지표가 포함돼 A+ 학점을 부여한다”고 논평했다. 메리츠식 주주환원이 주목을 끌면서 금융사뿐만 아니라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이 트렌드가 됐다. 올해 상반기(1∼6월) 코스피 기업의 자사주 소각 공시는 총 91건, 4조3159억 원 규모로 전년 대비 각각 10%, 22%가량 늘었다. 2023년 1분기(1∼3월)부터는 주주와의 소통 강화를 위해 분기별 실적 발표 후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대표이사 부회장, 최희문 부회장,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 장원재 메리츠증권 대표 등 각 계열사 주요 경영진이 직접 투자자 질문에 답변하는 콘퍼런스콜을 개최하고 있다. 2024년 1분기부터는 일반 주주 질문을 취합해 주요 경영진이 직접 답변을 내놓는 ‘열린 IR’을 금융업계 최초로 실시하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 관계자는 “앞으로는 연 4회 실시하는 실적 공시 때 ‘밸류업 계획’을 같이 공개하고 계획 및 이행 현황을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여하는 IR에서 직접 설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최근 대출 규제 강화 시점을 돌연 연기하며 가계대출 ‘막차 수요’를 부채질한 정부가 은행권 현장점검을 통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조이기에 돌입했다. 부동산 시장 회복 조짐과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 등으로 가계대출이 갑자기 치솟자 뒤늦게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것이다. 금융당국의 갈지자 행보로 인해 은행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낮아지는 동안 대출금리는 오히려 높아지는 모순된 현상마저 발생하고 있다.● 당국 압박에 은행들 대출금리 줄줄이 인상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일제히 주담대 금리를 올리고 있다. KB국민은행은 18일부터 주담대와 전세대출 변동·혼합형(고정) 금리를 0.2%포인트씩 올리기로 했다. 이달 3일과 11일 주담대 금리를 0.13%포인트, 전세대출 금리를 최대 0.2%포인트 올렸는데 추가 인상하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22일부터 은행채 3·5년물 기준금리를 0.05%포인트 올린다. 은행채 기준금리를 올리면 주담대 상품 금리가 인상되는 효과가 있다. 이달 15일에 0.05%포인트 올린 데 이어 일주일 만에 추가 인상이다. 우리은행도 24일부터 아파트 담보대출 중 5년 변동금리 상품 대출 금리를 0.2%포인트 상향 조정한다. 아파트 외 주담대 중 5년 변동금리 상품, 전세대출 2년 고정금리 상품 금리를 각각 0.15%포인트 높인다. 은행권의 이 같은 행보는 가계대출 총량이 자체 설정한 연간 목표치를 훨씬 넘어설 정도로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은행의 주담대는 16일 기준 전월 말 대비 3조3769억 원 늘어났다. 올해 5월(5조3157억 원)과 6월(5조8466억 원)에 이은 폭발적인 증가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금융당국은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15일부터 은행에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제대로 적용해 대출을 내주고 있는지 등을 살피기 위해 은행권 현장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도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 서면 질의 답변서에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대될 우려가 있다.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뒷북 대출 관리에 애꿎은 소비자만 피해”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억지로 끌어올리는 것과 반대로 대출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시장금리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담대 혼합형·주기형 상품의 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5년 만기 금융채(무보증·AAA) 금리는 16일 기준 올해 들어 가장 낮은 3.310%로 떨어졌다. 연초만 해도 3.820%였는데 0.51%포인트나 낮아졌다. 주담대 변동형 금리 상품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도 연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미 국채 금리가 하락하면서 은행채, 코픽스 등 국내 시중금리도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스트레스 DSR 적용 연기(7월→9월) 등 정부 대책의 엇박자가 시장 질서를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출 규제 시점이 달라지며 생긴 막차 수요로 사람들이 대출을 서둘러 받게 된 데다 정부의 뒤늦은 가계빚 관리로 일부는 불필요하게 더 높은 금리로 돈을 빌리게 됐다는 것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지도로 은행들이 주담대 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시장 상황을 보면 계속 높은 수준으로 가기는 힘들다”면서 “스트레스 DSR 등을 일정대로 시행하는 등 일관된 규제를 가져갔으면 시장 혼란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이번에 제가 투자 수익 1위 달성했어요. 저에게 맡겨주시면 10% 수익 내드릴게요!” 증권사 직원의 지위를 이용해 고수익을 내주겠다고 약속하고 고객으로부터 자금을 가로채는 사기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초 A증권사는 소속 직원의 7억 원 상당 투자 사기를 신고했다. 고수익을 미끼로 사고자(증권사 직원) 본인 은행 계좌에 입금을 유도한 뒤 사적으로 유용한 것이다. 이 같은 사건은 2016년부터 올해까지 증권사 6곳에서 발생했다. 신고된 투자사기 금액은 총 180억 원 규모다. 사기는 대형사, 소형사를 막론하고 이뤄졌다. 사건 금액은 많게는 50억 원에 달했다. 투자 사기는 대체로 증권사 직원이 자산관리, 거래 등을 통해 오랜 기간 고객과 친분을 쌓은 상태에서 이뤄졌다. 증권사 근무 경력, 투자 실적 등을 부풀리거나 재력을 과시하는 방식으로 신뢰를 쌓기도 했다. ‘저가 매수 기회’ ‘나만 아는 정보’ 등의 말로 투자를 유도한 뒤 증권사 직원 본인의 은행 계좌로 자금을 입금토록 했다. 이렇게 받은 자금은 대부분 생활비나 유흥비 등으로 탕진했다. 문제는 자금 거래가 증권사 직원 개인 계좌를 통해 이뤄져 증권사 내부 통제 시스템만으로는 예방 및 적발이 어렵다는 점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사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투자금을 직원의 개인 계좌로 수납하지 않는다”면서 “개인 계좌로 입금을 요청한다면 거절하고 해당 증권사, 금감원, 경찰 등에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직장인 A 씨는 최근 개인형 퇴직연금(IRP) 상품 신규 매수를 위해 한 금융사 애플리케이션(앱)에 들어갔다가 아쉬운 점을 발견했습니다. 그동안 포트폴리오 일부를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저축은행 예금으로 채워왔는데, 과거에 비해 상품군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A 씨는 “기존에 가입했던 저축은행 예금 만기가 돌아와 갈아타려 하는데, 과거에 비해 금리 메리트가 높은 상품이 없어 아쉽다”고 말했습니다.은행, 증권사 등 퇴직연금을 취급하는 금융사들이 자신의 판매 채널에서 저축은행 예금 상품을 제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로 신용평가사들이 브릿지론 등 PF 자산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들의 신용등급을 낮추자 퇴직연금 취급 금융사들이 조정에 나선 겁니다.15일 동아일보가 5개 은행, 5개 증권사에 문의한 결과 상당수의 금융사가 올해 들어 자사 퇴직연금 채널에서 저축은행 예금 상품 신규 취급을 잠정 중단했습니다. KB국민은행은 퇴직연금 예금을 취급하는 저축은행 리스트를 28곳에서 20곳으로 줄였고, 신한은행도 20곳에서 16곳으로 축소했습니다. 증권사의 경우 한국투자증권이 24곳에서 22곳으로, NH투자증권은 15곳에서 11곳으로 줄였습니다. 금융사들이 저축은행 상품을 줄이는 까닭은 신용평가사들이 저축은행 신용등급을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는 영향이 큽니다. 신평사들은 올해 들어 16곳 저축은행의 신용 등급 내지는 전망이 하향 조정했습니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부동산 담보가치가 저하되고 PF 사업개발이 지연됨에 따라 개인신용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을 중심으로 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브릿지론, 중후순위 등 고위험 익스포져를 빠르게 확대한 저축은행의 경우 부실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퇴직연금 감독규정에 따르면 저축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의 신용등급이 BBB― 미만으로 강등되면 퇴직연금을 신규 취급할 수 없습니다. 다만, 은행, 증권사들은 BBB― 미만으로 떨어지지 않은 곳들도 보수적으로 자사 채널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PF 이슈가 남아 있는 상황이라 사전적으로 퇴직연금 채널에서 취급 저축은행을 줄였다”면서 “만에 하나 저축은행이 문을 닫게 되는 경우 도의적 책임을 퇴직연금 채널을 운영하는 금융사들이 떠안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저축은행들은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어 퇴직연금에서 조달을 많이 하는 상황입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취급 저축은행 32곳의 정기예금 잔액(90조 1600억 원) 중 퇴직연금 잔액은 30조 5000억 원으로 전체 33% 수준입니다.저축은행업계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지자 은행권과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11일 5대 은행과 만나 퇴직연금에서 저축은행 상품을 뺄 때 사전 고지를 해달라는 입장 등을 전달했습니다. 은행권에서는 온라인 채널에서 제외된 저축은행 상품을 고객이 오프라인에서 가입하기를 원하면 해주는 방향으로 입장을 전했습니다.한 저축은행 대표는 “퇴직연금 채널을 통한 조달이 줄어든다고 해서 사업을 영위하는 데 큰 타격을 입는 것은 아니지만 상품군이 퇴출당한다는 것 자체로 인해 부실 이미지가 더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라고 말했습니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금융 사고가 났을 때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등의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하는 ‘책무구조도’의 조기 정착을 위해 금융당국이 시범 운영을 실시한다. 책무구조도를 시범 도입하는 금융사에는 법령 위반 시 한시적으로 제재 조치를 감경해주기로 했다. 11일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의 ‘책무구조도 시범 운영 계획 및 제재 운영지침’을 발표했다. 금융사들은 3일부터 시행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임원이 담당하는 직책별로 책무를 배분한 내역을 기재한 책무구조도를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금감원은 책무구조도를 10월 말까지 제출하면 시범 운영 기간(2024년 11월 1일∼2025년 1월 2일)에 소속 임직원의 법령 위반 등을 자체 적발·시정한 경우 제재를 감경 또는 면제해준다. 책무구조도 제출 마감 기한은 내년 1월 2일이다. 또 이 기간 내부통제 관리 의무 등이 완벽하게 수행되지 않은 경우에도 지배구조법에 따른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금감원은 이날 제재 양정의 기준이 되는 △위법행위 결과(중대·보통·경미) △상당한 주의 수준(상·중·하)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위법행위 결과가 중대하거나 임원이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경우에는 금융 사고 발생 시 제재 감면 가능성이 낮아진다. 예컨대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처럼 대규모 고객 피해가 발생하게 되면 중대 위법에 해당한다. 나아가 전체 인력 규모 대비 적정한 수준의 내부통제 전담 조직을 편성하지 않으면 상당한 주의를 다하지 못한 경우로 감면 가능성이 낮아진다. 김병칠 금감원 부원장보는 “금융사들이 책무구조도를 조기 도입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하고자 하는 차원”이라면서 “제재에 대한 상세 운영 지침을 제공함으로써 제재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60억 원의 부당이익을 본 KB국민은행 직원이 구속됐다.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1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KB국민은행 증권대행사업부 직원 A 씨가 구속됐다고 밝혔다.금감원은 최근 서울남부지검에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서울남부지검은 서울남부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남부지법은 이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금감원에 따르면 A 씨는 증권대행사업부에 근무하면서 상장사들의 무상증자 실시 관련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60여개 종목을 거래하면서 약 60억 원의 부당이득을 얻었다.특사경은 거래 및 부당이득 규모가 가장 큰 A 씨를 시작으로 같은 부서 다른 직원들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이들의 부당이득은 127억원 규모로 알려졌다.앞서 금융당국은 KB국민은행 증권대행부서 소속 직원들의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해 증권선물위원장 긴급조치(패스트 트랙)로 검찰에 통보했다. 특사경은 지난해 8월 KB국민은행 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금감원 관계자는 “앞으로도 전문가 집단인 금융사 직원의 불법 사익 추구를 엄벌할 것”이라고 말했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내년 1월부터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을 조기 상환할 때 부과되는 중도상환수수료가 내려간다. 금융위원회는 10일 정례회의를 열고 중도상환수수료 부과체계 개선을 위한 금융소비자보호 감독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은행들이 자금운용 차질에 따른 손실 비용, 대출 관련 행정·모집비용 등 실비용 내에서만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하도록 기준을 세웠다. 여기에 다른 항목을 추가해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금융소비자보호법상 불공정영업행위에 해당돼 금지된다. 금융회사가 대출자에게 부과하는 중도상환수수료는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원칙적으로는 금지되고 있지만 대출일로부터 3년 내 상환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부과할 수 있다. 은행들은 그동안 합리적인 부과 기준 없이 주담대 기준 1.2∼1.4%, 신용대출 기준 0.7∼0.8% 수준의 중도상환수수료를 받아 왔다. 5대 시중은행의 중도상환수수료 수입은 연간 3000억 원 안팎이다. 이번 개정안은 금융업권의 내규 정비,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시간 등을 고려해 고시일로부터 6개월 후인 내년 1월 중순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금융당국이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산정의 기준이 되는 ‘적격비용’ 산정 의무를 일부 완화해 주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현재 3년 단위로 의무적으로 산정해 왔는데, 앞으로는 3년마다 적격비용 산정이 필요한지 여부를 우선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1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위는 이달 초 ‘카드 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카드사 조달 비용 등으로 구성된 영업 원가인 적격비용의 산정 주기와 관련된 최종안을 이해관계자들과 공유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그동안 TF에서 논의됐던 내용들을 최종 정리해서 이야기했다”라면서 “정확한 발표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 이래 3년마다 가맹점 수수료의 원가인 적격비용을 기반으로 카드 수수료율을 개편해 왔다. 네 차례 적격비용을 재산정했는데, 네 차례 모두 수수료율이 인하됐다. 카드업계에서 적격비용 산정을 수수료율 인하로 인식하는 이유다. 그동안 연 매출 3억 원 이하 영세 가맹점 수수료율은 약 4.5%에서 0.5%로, 연 매출 3억 원 초과 30억 원 이하 중소 가맹점의 수수료는 약 3.6%에서 1.1∼1.5%로 내려갔다. 수수료율 인하로 수익성에 타격을 입은 카드업계는 적격비용 산정 주기를 5년으로 늘려 달라고 요구해 왔다. 주기를 늘려서라도 수수료율을 방어하겠다는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한국만 유일하게 3년마다 카드 수수료를 개편하고 있다”며 “해외 주요국들은 수수료의 변화가 없거나 재산정 주기가 비정기적”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한국과 달리 3년마다 가맹점 수수료 중 일부인 정산수수료의 변경 필요성을 검토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만 보수적으로 수수료율을 손대고 있는 호주의 사례를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발표 시점은 22일 금융위원장 후보자의 청문회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제도 개선안을 적격비용 산정 주기가 돌아온 올해부터 적용할지는 검토 중이다. 기존 제도대로 올 하반기(7∼12월) 적격비용을 재산정한다면 내년 카드 수수료율 역시 인하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지난해 롯데, BC, 삼성, 신한, 우리, 하나, 현대, KB국민 등 8개 전업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8조1023억 원으로 수수료율이 현재 수준으로 조정되기 전인 2021년(7조7024억 원) 대비 5.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용·체크카드 승인액이 977조1000억 원에서 1162조2000억 원으로 약 19% 늘어난 것에 비하면 더딘 증가세다. 카드사들은 대체 수익원으로 대출 상품에 눈을 돌리고 있다. 올해 5월 말 기준 8개 전업 카드사와 NH농협카드의 카드론 잔액은 사상 처음으로 40조 원을 넘어섰다. 카드론과 결제성 리볼빙 잔액은 2021년 말보다 각각 14.2%, 18.5% 늘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소상공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적격비용 제도의 취지는 좋았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왜곡된 측면이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으로 카드사의 조달 비용 및 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진 만큼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신무경 기자 yes@donga.com}

서울 도봉구에서 전월세 거래가 가장 활발한 창동의 1980채 규모 주공 17단지. 8일 집계 기준으로 올해 2분기(4∼6월) 전세는 64건, 월세는 33건이 계약됐다. 전세 비중이 66%로 작년 같은 분기(55%) 대비 11%포인트 높다. 전용면적 36∼49㎡ 전셋값이 1억∼2억 원대로 저렴한 편이어서 1인 가구나 신혼부부가 많이 이사왔다고 한다. 단지 인근 공인중개사무소는 “빌라나 다가구에서 살던 젊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아파트라 문의가 꾸준하다”며 “낮은 금리의 정책 대출 상품이 나오면서 월세보다는 전세를 구하려는 수요가 더 많아졌다”고 했다. 금리 인상기와 맞물려 월세 전환 추세가 나타났던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전세 거래 비중이 3년 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자금 대출 금리 인하와 빌라 전세사기로 인한 아파트 쏠림 현상, 신생아 특례대출 등의 영향으로 아파트 전세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서는 전세 수요가 늘어나면서 1년 이상 상승 중인 전셋값은 물론이고 집값까지 밀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8일 부동산R114가 전월세 거래 신고제가 시행된 2021년 2분기 이후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4일 신고 기준)을 분석한 결과, 올 2분기 전세 계약 비중은 61.1%였다. 1분기(1∼3월)보다 2.5%포인트 증가했다. 분기 기준으로 2021년 2분기(62.2%)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다. 금리 인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21년 3분기(7∼9월)부터 서울 아파트 전월세 시장에서 전세 비중은 줄고 월세 비중이 늘어났다.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전세자금 대출 금리도 인상돼 이자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2022년 7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자 그해 4분기(10∼12월) 전세 비중은 52.1%까지 하락했다. 월세 비중은 거의 절반에 육박하는 47.9%까지 올랐다. 전세 비중이 다시 높아진 것은 대출 금리가 안정을 찾으면서부터다. 5개 시중은행(KB국민·하나·우리·신한·NH농협은행)의 평균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지난해 12월 4.4%에서 올해 6월 4.0%로 낮아졌다. 반면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이율인 전월세전환율은 지난해 12월부터 4%대 후반을 유지하고 있다. 보증금을 월세로 돌리는 것보다 전세 대출을 받아 이자를 내는 것이 유리해진 것이다. 특히 신생아 특례대출 적용이 가능하거나 전셋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저가 단지가 많은 지역의 전세 비중이 높았다. 서울 25개 구 중 2분기 전세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서울 동작구(67.8%), 도봉구, 은평구(각각 67.7%)였다. 올해 1월 29일 도입된 신생아 특례대출 중 전세 대출 신청은 지난달 21일까지 7572건, 총 1조4547억 원이었다. 빌라·다가구를 중심으로 대형 전세사기 사건이 발생하자 세입자들이 대거 아파트 전세로 옮겨온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서울 아파트 전세 수요 상승은 추후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금융당국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범위를 전세대출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DSR은 대출받은 사람의 연간 소득 대비 신용대출, 카드론 등 제반 대출의 상환 원리금 등의 비율이 40%(은행 기준)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다. 전세대출은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서민 자금줄을 옥죌 수 있다고 판단해 DSR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왔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전세대출은 서민, 실수요자의 주거 안정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만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신무경 기자 yes@donga.com}
2020년 7월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A 씨는 올해 1월 상환했다가 금융회사로부터 중도상환 수수료를 부과받았다. A 씨는 최초 대출 후 3년이 지난 뒤 중도상환 수수료를 부과한 것이 부당하다며 민원을 제기했지만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7월 대출금을 증액한 것이 중도상환 수수료 부과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금감원은 8일 대출금 증액 등 갈아타기 시 중도상환 수수료가 부과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안내했다. 다만 신규 계약이 기존 대출의 기한 연장, 정책자금 대출을 은행 자금 대출로 전환 등 기존 계약과 사실상 동일하다면 기존 계약과 신규 계약의 유지 기간을 합해 3년이 경과하는 경우 중도상환 수수료가 면제된다. 금감원은 금융상품 가입 후 일정 기간 내 자유롭게 청약을 철회할 권리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대출성 상품은 계약서류 제공일, 계약 체결일 또는 계약에 따른 대출금 지급일로부터 14일 이내, 보장성 상품은 보험증권 수령일로부터 15일 또는 청약일로부터 30일 중 먼저 도래하는 기간 이내에 철회할 수 있다. 투자·자문성 상품의 청약 철회 가능 기간은 계약서류 제공일, 계약 체결일로부터 7일 이내다. 예컨대 신용대출 1억 원을 만기 2년, 연 5% 금리로 빌렸을 때 이용 기간이 8일에 불과하다면 청약 철회 시 반환 부대비용(3만5000원) 부담이 작다. 반면 중도상환을 하면 수수료만 59만3425원이 부과된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5대 은행 가계부채가 나흘 새 2조2000억 원가량 증가했다. 올해 5, 6월 매달 5조 원 넘게 불면서 급증세를 보였는데 그보다 더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하반기(7∼12월) 금리 인하 기대감에 더해 부동산, 주식 시장 과열 양상으로 빚내서 집과 주식을 사는 이른바 ‘영끌’ ‘빚투’가 되살아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7일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은행에 따르면 4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10조7558억 원으로 집계됐다. 6월 말(708조5723억 원)과 비교해 2조1835억 원 증가했다. 앞서 가계대출은 6월에만 5조3415억 원 늘면서 2021년 7월(6조2009억 원) 이후 2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뛴 바 있다.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는 코스피가 2년 5개월 만에 2,800 선을 회복하고, 서울 아파트값이 2년 9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보이는 등의 시장 분위기가 반영됐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국내외 주식 시장 수익률이 제고되고 있고, 건축 자재비와 인건비 인상으로 인한 분양가 상승으로 주택 구입을 서두르는 사람이 늘어난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가계대출 증가분 절반이 주담대… 집값 자극 우려[다시 불붙은 가계대출]‘영끌-빚투’ 다시 꿈틀신용대출도 나흘새 1조879억 급증금융당국, DSR 확대 적용 검토이달 들어 5대 은행 가계대출 증가분(2조1835억 원)의 절반가량은 주택담보대출(8387억 원)로 나타났다. 최근 주담대 증가세는 급격히 내려간 시장금리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반영되며 주담대 금리를 산정하는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가 하락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일선 영업점에서 주담대 금리가 2%대까지 내려갔다. 이런 가운데 디딤돌·버팀목 대출 및 신생아 특례대출 조건 완화 등 정책자금 공급 활성화 정책과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실행 연기(7월→9월) 지침 등은 ‘빚내서 집 사라’는 신호로 비쳐 주택 구매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감소했던 신용대출도 나흘 새 1조879억 원 급증했다. 하지만 이는 2∼3일 이뤄진 게임업체 ‘시프트업’의 일반 투자자 대상 상장 공모 청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청약에 18조5000억 원 이상의 증거금이 몰렸는데 은행 신용대출로 자금을 조달했다는 것이다. 앞서 2021년 SK바이오사이언스 청약 당시에도 5대 은행 신용대출이 이틀 새 3조5471억 원 늘어난 바 있다. 국내외 증시 호조세도 영향을 미쳤다. 코스피가 오랜만에 2,800 선을 돌파한 4일,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5일(현지 시간) 고점을 돌파했다. 두 나라는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주식 거래를 하는 국가다. 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 잔액이 급증한 것은 공모주 청약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으로 보이지만 투자자들이 주식 시장을 다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신호로 비칠 수도 있다”라면서도 “주담대만으론 부족한 주택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쓰였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급격한 가계부채 증가세를 꺾기 위해서는 DSR 적용 대상을 전세자금 대출뿐만 아니라 정책자금 대출, 중도금·이주비 대출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세 대출이 전셋값을 올리고, 궁극적으로 집값을 올리고 있는 만큼 가계부채의 관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서둘러 DSR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도 DSR 확대 적용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은 3일 은행권에 전세대출과 정책 모기지, 중도금 등 모든 대출을 포함해 DSR을 산정해 달라고 주문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DSR 적용 확대와 관련해서는 현재 입장에서 변함이 없다”라면서도 “최근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증가율 관점에서 가계부채 속도를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시세 조종 등 불공정거래를 적발할 수 있는 상시 감시 시스템이 본격 가동된다. 가상자산 거래소도 한국거래소처럼 이상 거래를 실시간으로 탐지해 혐의 사항을 금융당국과 수사당국에 신속하게 통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가상자산 거래소가 시세 조종, 미공개정보이용, 부정거래 등 이상 거래를 상시 감시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4일 밝혔다. 19일 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면 가상자산 시장에서 불공정거래가 금지되고 거래소는 이상 거래를 상시 감시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거래소는 호가 정보, 매매 주문매체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매매자료 축적 시스템과 함께 한국거래소를 벤치마킹한 이상 거래 적출 시스템을 구축했다. 국내 최대 거래소인 업비트는 이상거래심의위원회 산하 전담 부서 17명이 상시감시, 심리분석 등을 전담하고 있고, 이 밖의 주요 거래소들도 10여 명의 전담 인력이 이상 거래 감시업무를 도맡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상자산 거래소의 이상 거래 상시 감시 시스템은 4월부터 시범 운영 중이었으며 19일부터 정식 운영으로 전환된다”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거래소 이용자 보호를 위해 영업종료일 최소 1개월 전 금융 당국에 전화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의 ‘가상자산사업자 영업 종료 관련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기도 했다. 사업자는 영업종료일 이후 최소 3개월 이상 예치금 및 가상자산 출금을 영업 당시와 동일한 방식으로 전담 창구 등을 통해 지원해야 한다. 또 1만 원 이상의 자산을 위탁한 고객에게 주 1회 이상 출금을 안내해야 한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가계부채 증가세가 가파르자 KB국민은행, 하나은행 등 주요 은행들이 이달 들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잇달아 인상하며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을 포함해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가파른 곳들을 대상으로 현장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이날부터 주담대 금리를 0.13%포인트 인상했다. 현재 주담대 혼합금리(5년 고정 후 변동) 기준 3.13∼4.53%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적정한 수준으로 조절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앞서 하나은행은 1일부터 주담대 금리 감면 폭을 최대 0.2%포인트 축소 조정하는 방식으로 금리 인상에 나섰다. 현재 주담대 혼합금리는 3.33∼3.73%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시장 상황에 따라 주담대 금리 조정 가능성을 열어뒀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시 금리, 한도 등을 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 가계부채 항목 중 하나인 전세자금대출의 금리를 0.3%포인트 올린 바 있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총 708조5723억 원으로 한 달 새 5조3415억 원 불었다. 2021년 7월(6조2000억 원) 이후 2년 11개월 만에 증가 폭이 가장 컸다. 가계대출은 2분기(4∼6월) 들어 다시 반등하고 있다.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은 올해 2월(―1조9000억 원), 3월(―4조9000억 원) 감소세를 보였지만 4월 4조1000억 원 늘며 반등하더니 5월에는 5조4000억 원으로 불어나는 추세다. 최근 가계대출이 급증하고 있는 건 시장금리가 하락하며 대출 수요를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6월 말 기준 3.67%로 지난해 말(4.16%)보다 0.49%포인트 하락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주택 거래량이 증가하고, 디딤돌·버팀목 등 정책성 대출 공급이 늘면서 주담대 규모가 크게 늘었다. 반면 가계대출의 질은 낮아지고 있다. 은행권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0.35%에서 올해 4월 0.40%로 상승했다. 금융감독원은 금리 하락 기대와 주택가격 상승 예상 등에 따라 하반기(7∼12월)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현행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및 스트레스 DSR 규제가 영업점 창구에서 제대로 적용되는지, 은행들이 연초 설정한 가계대출 경영목표(증가율 연 2∼3%)가 제대로 지켜지는지 등을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15일부터 다음 달까지 가계대출을 취급하는 국내 은행을 대상으로 점검을 실시한다. 5대 은행을 포함해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빠른 은행은 현장 점검하고 그 밖의 은행은 서면으로 진행한다.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방향이 실제 영업 현장에서 차질 없이 집행되는지 확인하고 점검 결과 나타난 지적 사항에 대해서는 엄중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9급으로 시작해 5급까지 어렵사리 오른 공무원, 아들 하나 딸 둘을 키우는 은행원 아빠, 승진 소식에 동료들의 축하를 받던 회사원…. 1일 밤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역주행 교통사고로 숨진 사망자 9명은 모두 평범한 아들, 아빠, 동료, 가장들이었다. 직장인들이 퇴근 후 회식을 하고, 대중교통을 타고, 길가에서 담소를 즐기던 일상의 장소가 참사 현장이 됐다는 소식에 시민들은 망연자실했다. 인근 회사원들은 “그들에게 어제 벌어진 일이, 내일은 나한테 벌어질 수도 있다”며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회식 도중 전화 받으러 나갔다가 참변 사망자 김모 씨(52)는 9급 세무공무원으로 구청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해 최근 서울시 5급 사무관까지 승진했다. 동료들 사이에서 김 씨는 “누구보다 성실했던 사람”으로 불렸다. 김 씨는 어린 시절에 한쪽 눈을 다쳐 실명했고, 한쪽 팔도 불편했다. 하지만 동료들은 “회사에서 다른 사람들이 그 사실을 잘 모를 정도로 열심히 맡은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사고 당일은 김 씨가 이끄는 팀이 서울시 ‘동행매력협력상’을 받은 기쁜 날이었다. 그의 팀은 서울광장 이태원 참사 분향소 이전, 야외 밤 도서관 행사 등을 맡았고, 성공적으로 이끌어 공로를 인정받았다. 한 동료는 “이태원 분향소 철거하고 난 다음에 직접 아침 일찍부터 가서 쓰레기를 줍고 청소할 정도로 성실했던 사람”이라며 “마음이 착잡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망자 윤모 씨(31)는 2020년 7급 지방직 공개채용을 거쳐 서울시에 들어왔다. 그는 평소 직원들 사이에서도 똑부러지는 직원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윤 씨의 상사는 “다른 좋은 기업에 갈 수 있는 실력이었는데도 본인이 공직을 선택한 직원이었다”며 “부서 내에서도 솔선수범해 업무를 하고 대인관계도 굉장히 좋아서 동료 직원들이 마음 아파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사망자 박모 씨는 신한은행 한 지점의 부지점장으로 승진을 앞두고 있었다. 그는 사고 당일 현장 인근의 한 호프집에서 동료들과 승진 축하 회식을 하다가 잠시 전화를 받으러 밖에 나갔다. 그 순간 가해 차량이 돌진해 화를 입었다. 신한은행 소속 이모 센터장 등 다른 신한은행 직원 3명도 이날 인사 이동 전에 송별회를 하기 위해 식당을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이 센터장은 슬하에 아들 하나, 딸 둘을 둔 아빠였다. 큰딸과 작은딸은 사회인이지만, 막내아들은 아직 고등학생인 것으로 알려져 주변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직장인 추모 행렬… 유가족들 통곡 사고 하루 뒤인 2일 사건 현장에는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서울 도심 한가운데서 갑자기 벌어진 대형 참사가 ‘남 일’만은 아니라는 두려움과 공감대가 퍼지고 있었다. 특히 매일 사고 현장 근처를 오갔던 인근 회사원들은 충격이 더 크게 와닿는 분위기였다. 지하철 2호선 시청역 인근 교차로 한편에는 시민들이 하얀 국화를 놓고 갔다. ‘애도를 표하며 고인들의 꿈이 저승에서 이루어지길 바란다’는 추모 포스트잇도 붙었다. 광화문의 한 회사원은 “내 직장 동료를 잃은 듯 먹먹하다”고 말했다. 한 시청 직원은 “사고 장소는 자주 밥 먹으러 가는 일상적인 장소”라며 “직장 동료를 잃은 후 ‘밖에 나가기 무섭다’며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직원들도 있다”고 했다. 갑자기 변을 당한 사망자의 유가족들은 황망한 표정으로 장례식장에 달려왔다. 2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사망자 김 씨의 어머니는 “아들이 심정지라는 얘기를 듣고 달려왔다”면서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며 울었다. 김 씨의 고등학생 딸은 장례식장 한쪽 계단에 앉아 아버지의 죽음에 흐느껴 울었다. 이날 서울대병원 1, 2층에 마련된 신한은행 직원 4명의 빈소엔 은행장 등이 보낸 화환이 놓이고 조문객들로 붐볐다. 반면 지하 1층에 마련된 주차관리 직원 3명의 빈소는 10여 명의 조문객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신무경 기자 yes@donga.com}

9급으로 시작해 5급까지 어렵사리 오른 공무원, 아들 하나 딸 둘을 키우는 은행원 아빠, 승진 소식에 동료들의 축하를 받던 회사원…….1일 밤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역주행 교통사고로 숨진 사망자 9명은 모두 평범한 아들, 아빠, 동료, 가장들이었다. 직장인들이 퇴근 후 회식을 하고, 대중교통을 타고, 길가에서 담소를 즐기던 일상의 장소가 참사 현장이 됐다는 소식에 시민들은 망연자실했다. 인근 회사원들은 “그들에게 어제 벌어진 일이, 내일은 나한테 벌어질 수도 있다”며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회식 도중 전화 받으러 나갔다가 참변사망자 김모 씨(52)는 9급 세무공무원으로 구청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해 최근 서울시 5급 사무관까지 승진했다. 동료들 사이에서 김 씨는 “누구보다 성실했던 사람”으로 불렸다. 김 씨는 어린 시절에 한쪽 눈을 다쳐 실명했고, 한쪽 팔도 불편했다.하지만 동료들은 “회사에서 다른 사람들이 그 사실을 잘 모를 정도로 열심히 맡은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사고 당일은 김 씨가 이끄는 팀이 서울시 ‘동행매력협력상’을 받은 기쁜 날이었다. 그의 팀은 서울광장 이태원 참사 분향소 이전, 야외 밤 도서관 행사 등을 맡았고, 성공적으로 이끌어 공로를 인정 받았다. 한 동료는 “이태원 분향소 철거하고 난 다음에 직접 아침 일찍부터 가서 쓰레기를 줍고 청소할 정도로 성실했던 사람”이라며 “마음이 착잡하다”고 말했다.또 다른 사망자 윤모 씨(31)는 2020년 7급 지방직 공개채용을 거쳐 서울시에 들어왔다. 그는 평소 직원들 사이에서도 똑부러지는 직원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윤 씨의 상사는 “다른 좋은 기업에 갈 수 있는 실력이었는데도 본인이 공직을 선택한 직원이었다”며 “부서 내에서도 솔선수범해 업무를 하고 대인관계도 굉장히 좋았어서 동료 직원들이 마음 아파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사망자 박모 씨는 신한은행 한 지점의 부지점장으로 승진을 앞두고 있었다. 그는 사고 당일 현장 인근의 한 호프집에서 동료들과 승진 축하 회식을 하다가 잠시 전화를 받으러 밖에 나갔다. 그 순간 가해차량이 돌진해 화를 입었다.신한은행 소속 이모 센터장 등 다른 신한은행 직원 3명도 이날 인사 이동 전에 송별회를 위해 식당을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이 센터장은 슬하에 아들 하나, 딸 둘을 둔 아빠였다. 큰 딸과 작은 딸은 사회인이지만, 막내 아들은 아직 고등학생인 것으로 알려져 주변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직장인 추모 행렬… 유가족들 통곡사고 하루 뒤인 2일 사건 현장에는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서울 도심 한 가운데서 갑자기 벌어진 대형 참사가 ‘남 일’만은 아니라는 두려움과 공감대가 퍼지고 있었다. 특히 매일 사고 현장 근처를 오갔던 인근 회사원들은 충격이 더 크게 와닿는 분위기였다. 지하철 2호선 시청역 인근 교차로 한편에는 시민들이 하얀 국화를 놓고 갔다. ‘애도를 표하며 고인들의 꿈이 저승에서 이루어지길 바란다’는 추모 포스트잇도 붙었다. 광화문의 한 회사원은 “사고 당일 밤에 야근 중이었는데 창밖에 소방차, 구급차가 빼곡이 몰려있는 것이 보여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사원은 “자주 회식을 하던 곳”이라며 “마치 내 직장동료를 잃은 것 같아 가슴이 먹먹하다”고 했다. 갑자기 변을 당한 사망자의 유가족들은 황망한 표정으로 장례식장에 달려왔다. 2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사망자 김 씨의 어머니는 “아들이 심정지라는 얘기를 듣고 달려왔다”며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고 울었다. 김 씨의 고등학생 딸은 장례식장 한쪽 계단에 앉아 아버지의 죽음에 흐느껴 울었다. 같은 날 오전 1시 50분경 영등포병원 장례식장에 달려온 한 여성은 “아빠 아니라고 해! 우리 아빠가 아니라고 해!” 외치며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뒤따라 도착한 엄마도 딸을 부둥켜안고 울었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신무경 기자 yes@donga.com}

살다보면 진 빠질 일은 부지기수인데 그 중에서도 녹초로 만드는 일이 있다. 부동산 거래 얘기다. 알아보는 것부터가 골치다. 매매든 전세든 거래 한 번에 수십, 수백 만 원에서 많게는 십 수 억원의 목돈이 오가므로 신중에 신중을 기하게 만든다. 협상이란 관문을 지나서면 등기부터 세금 문제까지 또 다른 골칫덩어리들과 마주하게 된다. 그쯤 되면 5부 능선정도 넘은 거다. 이사 업체를 알아보고, 인테리어 업체를 부르고, 입주 청소도 알아봐야 한다. 파김치가 된다. 부동산 거래와 관련한 제반 문제들을 해결해보겠다고 나선 스타트업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다방’(회사명 스테이션3)은 모바일 앱으로 월세를 손쉽게 알아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주거 포인트 통합 서비스 ‘아지트’를 만들고 있는 피플스테크도 있다. 무섭게 치솟는 부동산 시장이 연일 화제인데 두 회사가 부동산 소비자들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싶다며 손을 잡았다고 하기에 그 방법론이 궁금했다. 두 회사의 대표를 9월 화상으로 만났다.― 다방은 월세 찾는 플랫폼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피플스테크는 좀 생소한데요. 피플스테크는 어떤 회사이고, 두 회사는 어떤 파트너십을 맺었나요. 남하람 피플스테크 대표(이하 남)=피플스테크는 이용자들이 다방과 같은 주거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에서 제공하는 포인트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앱을 구축하고 있고 4분기(10~12월)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주거 서비스 관련한 업체들은 고객들에게 로열티를 제공하고자 포인트 발행을 많이들 고민하는데요. 그런데 이 포인트를 활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부동산업 특성상 계약 주기가 6개월, 길게는 1, 2년 가량으로 길기 때문입니다. 개별 주거 서비스로 접근하면 사용성이 떨어지는 것이죠. 그런데 전·월세, 이사, 인테리어 등 주거 서비스의 포인트를 한 데 묶어 모은다면 어떨까요. 긴 시차 없이 바로바로 쓸 수 있을 겁니다. 큰 돈은 아니지만 이용자 입장에서 부동산 제반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셈이지요. 저희는 이 문제를 블록체인을 기반 기술로 삼아 해결하고자 합니다. 한유순 스테이션3 대표(이하 한)=블록체인 기반 전자계약서비스 ‘다방싸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10월 베타 버전을 출시 예정인데 관련하여 이용자들에게 포인트를 제공하면서 관련 제도를 활성화하고자 합니다. 남 대표가 이야기했듯 저희가 포인트를 내놓는다고 해도 이용자들은 최소 6개월은 들고 있어야 하는데 용처가 떨어져 한계가 있었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저희 니즈에 부합하는, 나아가서는 저희의 비전의 일부를 피플스테크가 도와주는 측면이 있어서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앞으로도 아이디어만 있고 시작하지 않은 여러 개발 프로젝트들도 피플스테크와 함께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포인트 사업은 개별 사업자들이 많이 하는 일인데요. 다방이 혼자 제휴를 맺어서 해결할 수도 있는 일 아닌가요. 한: 사실 저희도 월세 앱 서비스 활성화 차원에서 그동안 여러 방면에서 제휴를 추진해봤습니다. 이사업체부터 청소업체, 쇼핑몰, 새벽배송까지 앱 하나에서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면 이용자들이 편리하게 사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요. 그런데 저희가 잘하는 일은 부동산 월세 쪽이지 이사 등은 아니었고요. 타 기업들과 협력해서 하는 방안이 더 빠름을 알게 됐습니다. 포인트 제도 활성화도 마찬가지입니다. 파트너십이 더 유리할 것이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취지는 좋으나 마냥 포인트를 내세운다면 그 점은 조금 우려스럽습니다. 최근 벌어진 머지포인트 사태 때문인데요. 물론 서비스 본질은 다를테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포인트 그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형성된 건 사실이니까요. 신생 업체에서는 이 같은 사회적인 이슈가 부담으로 다가올 것 같은데 어떻게 헤쳐나가실 생각인가요. 남: 포인트라는 단어 때문에 유사하다는 오해를 할 수 있으나 근본적으로 저희가 지향하는 바는 머지포인트와 다릅니다. 포인트를 선결제해서 저렴하게 구매한 뒤 제휴사의 물건을 사는 형태가 아니거든요. 아지트라는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 안에서 다방과 같은 제휴사들이 자신들의 매출 등에 기반해 포인트를 발행해 고객에게 제공하는 식이죠. 이용자들 역시 서비스를 사용하다보면 구조에 차이가 있음을 자연 체감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두 창업자가 공통점이 많습니다. 두 분 모두 게임회사 출신이고, 마케터 경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창업해 부동산업을 하고 있고요. 게임업체 경력이 부동산 창업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마케터 경력이 창업에 트리거가 됐는지 이야기해주셔도 좋습니다. 한: 게임회사는 마냥 즐거울 것이라는 생각에 게임 업에 뛰어들게 됐는데요. 나중에서는 잘못 생각했다고 생각했지만요. 다만 게임회사 내에는 젊은 사람들이 많았고, 도전적인 업무들을 헤쳐나가는데 익숙한 문화가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실제 창업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요. 당시의 경험이 스타트업을 하는데 동기부여가 된 것이죠. 무엇보다 좋은 개발자, 디자이너를 많이 알게 됐던 게 창업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남: 저 같은 경우는 마케팅 일을 하면서 사업에 많은 영감을 받았는데요. 전 직장의 특정 한 게임 서비스가 마일리지를 굉장히 잘 활용했었습니다. 이를테면 이용자들이 게임 내에서 결제를 하면 마일리지를 얹어주도록 했는데요. 마일리지로만 게임 내에서 살 수 있는 패키지를 꾸린 것이 주효했습니다. 팬덤이 형성되다보니 그 패키지를 사려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죠. 결국 마일리지를 사기 위해 결제를 하는 주객전도의 현상이 발생하면서 해당 게임의 매출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이런 경험은 자연스럽게 포인트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했고 창업까지 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게임회사에서는 게임을 마음껏 할 수 있게 한다던데 아직도 게임을 하시나요. 한: 요즘에는 스타크래프트를 자주 합니다. 제 나이대 일반인을 상대로는 무조건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할 정도에요. 리그오브레전드도 가끔 하고요. 남: 저는 혼자 하지는 않고 아들과 같이 스위치를 합니다. 게임을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봐주죠.― 현 부동산 시장을 프롭테크(기술 기반의 부동산 서비스)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한: 최근 몇 년 새 집값이 많이 올랐음을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저희가 바라보고 있는 전·월세 시장도 마찬가지인데요. 전세도 월세를 내야하는 반전세로 많이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부동산이 큰 부담으로 자리매김했어요. 이런 집값이 부담스러운 시대에서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용자들에게 부동산과 관련한 더 많은 기술과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매매든 전세든 월세든 저희가 제공하는 기술을 통해 더 섬세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지금 준비하는 전자계약 시스템도 그런 일환입니다. 공인중개사들이 다방싸인을 활용해서 기존에 썼던 에너지를 100에서 20만 쓰게 된다면, 업체들은 인력을 적게 쓸 수 있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중개 수수료도 인하할 여지가 생기지 않을까 조심스레 떠올려봅니다. 더불어 남는 에너지를 부동산을 찾는 손님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데 쓸 수도 있을 테고요. 남: 저희의 주 고객층을 1인 가구, 경제력 있는 20~40대로 보고 있는데요. 이 같은 고객층은 매년 늘어나고 있어 사업적으로 좋은 기회라고 보고 있습니다. 다방과 같은 파트너들이 발행한 포인트를 암호화폐 기반 토큰으로 바꾸고, 이 토큰을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해 궁극적으로 현금화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인데요. 이런 측면에서 큰 돈은 아닐 수 있으나 이용자들에게 경제적인 이득을 제공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네이버나 쿠팡 같은 업체들도 포인트 제도를 잘 활용하고 있는데요. 이들 업체들이 부동산 관련 서비스에서 자신들이 직접 운영 중인 포인트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제휴를 맺으면 다방과 피플스테크가 생각하는 사업에 큰 위협이 될 것 같습니다. 이런 경쟁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남: 말씀하신 대기업들이 자본과 인프라를 기반으로 후발 주자로 들어온다고 해도 이쪽 분야가 주력 사업은 아니다보니 추진력에 있어서는 저희가 더 빠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동산업 포인트 생태계를 더 빨리 구축해 이용자들에게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한 분은 창업한 지 만 8년이 됐고, 한 분은 이제 갓 창업을 하셨는데요. 각각이 창업의 열정이 식었을 수도 있고, 창업에 대한 열정만 불탈 수 있을 것이라 생각도 드네요. 서로가 서로에게 조언을 해준다면요. 한: 돌이켜보면 스타트업이 망하는 이유는 두 가지로 수렴되더라고요. 돈이 떨어지거나, 팀이 쪼개지거나. 그런데 체감상 후자가 더 많은 거 같아요. 창업자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기획자는 개발을 못하고, 개발자는 기획을 못하는 식이죠. 창업은 결국 협동 플레이입니다. ‘협동하며 버티면 결국 잘 풀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남: 조언을 많이 받는 편이라 조언을 드릴 입장은 아닌 것 같아요. 피플스테크를 비롯해 파트너사들과 함께하면서 동기부여를 많이 하시는 것 같고, 다방이 그동안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를 확장할 수 있는 것 같아 그런 측면에서 저희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지난달 이용운 공부선배 대표(44·사진)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100억 원 규모의 투자금 유치 소식을 알린 지 일주일이 채 안 된 시점이었다. 공부선배는 학생과 학원을 연결해주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계(O2O) 서비스다. 이번 투자 유치로 기업가치는 500억 원으로 평가 받았다.“회사 사무실도 구경 시켜 드리고, 투자 유치를 계기로 사업을 어떻게 확장해 나갈지 알려드리고 싶습니다.”통상 회사에 이슈가 발생했을 때 인터뷰 요청은 홍보 담당자를 통해 취하곤 하는데 스타트업 창업자가 직접 브리핑을 하겠다고 나서 적극성에 놀랐다. 이 대표는 카카오톡으로 미팅 가능한 일정을 많이도 보내줬다. 회사에 대해 하루라도 더 빨리, 하나라도 더 많이 알리고 싶은 인상을 받았다. 배달의민족(회사명 우아한형제들)이 동네 식당 전단지를 플랫폼에 옮겨 놓았듯 공부선배도 동네 학원 전단지를 플랫폼에 옮겨 놓은 점이 흥미로운 터였다. 며칠 뒤 서울 강남구 논현로에 있는 공부선배 본사를 찾았다.―공부선배는 어떤 서비스인지 간단히 소개해주세요.학생들에게는 맞춤형 학원을 안내해주고, 학원들에게는 학생을 모집할 수 있는 마케팅 수단이 되는 O2O 서비스입니다.―사용자는 얼마나 되는지요.학생 회원수가 6월 현재 140만 명 정도 됩니다. 2020년 1월에는 28만 명 정도였는데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면 상담이 어려워지면서 이용자가 급증했습니다. 입소문 영향도 있고요.―학원은 몇 개나 등록되어 있나요.지금 등록된 학원은 1만2000여 개 정도입니다.―플랫폼에 학원을 입점 시키는 것이 관건이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1만 여 개의 학원을 입점 시키실 수 있었나요.처음에는 학원 모으는 게 쉬운 일인 줄 알았어요. 돈 한 푼 받지 않고 저희 플랫폼에 소개해주는 것은 물론 홍보 영상도 찍어주니까요. 그런데 가만히 있으면 학원과 연결될 방법이 없더라고요. 2015년 1월 회사를 설립하고 나서 한 일이 전국 10만 개 학원에 편지를 보내는 것이었어요. 우리 플랫폼에 들어오라고. 우편물 절반이 반송됐죠. 반응이 없어서 서울, 경기 지역 학원 2만 곳에 전화를 돌렸어요. 전화 업무는 외주 업체에 맡겼습니다. 그러니 1%인 200곳의 원장들과 연결이 됐어요. 그것도 ‘참여 하겠다’가 아니라 ‘이야기는 들어 줄 테니 찾아와서 설명해봐라’는 것이었죠. 그래서 그 때부터 직접 학원을 돌아다니며 설명을 하기 시작했죠. 결국 90곳에서 참여 의향을 받아냈습니다.―처음에는 사업 모델이 O2O가 아니었다고요.처음에는 중소 규모 학원들에서 강의 동영상을 촬영해서 업로드하면 학생들이 구매해서 볼 수 있는 인터넷강의 플랫폼을 생각했어요. 매출이 나면 학원과 공부선배가 수익을 나누자는 것이었죠. 처음 참여한 90곳도 이런 강의 동영상을 촬영해 올려준 것이었고요.그런데 정작 중소 규모 학원들이 원하는 건 인강을 판매하는 게 아니었어요. 학원에 학생들이 많이 오게끔 하는 거였죠. 그 때 학생과 학원을 연결해주는 O2O 서비스가 더 가능성이 크겠구나 싶었어요. 2016년 1월 피보팅(사업 전환)을 했습니다.―피보팅 하고서는 학원을 어떻게 모았나요. 90곳으로는 부족했을 텐데.열심히 원장들을 만나고 다니니 길이 열리더군요. 한 학원장께서 학원협회를 소개해줬습니다. 학원 홍보 영상을 무료로 찍어주고, 마케팅도 무료로 해주는데 학원들한테 나쁠 게 없다는 게 이제야 설득된 것이죠. 학원협회가 회사를 실사하며 검증을 하는 등 3개월가량을 커뮤니케이션 한 끝에 협회사들에게 공문을 보내 공부선배에 대해서 알려주셨어요. 그 때부터 입점하려는 학원들이 급증하게 됐습니다. 학원 홍보 영상을 찍어줄 촬영팀 운영은 엔젤투자금을 통해 마련했고요.―학원협회에서 영업을 다 해준 셈이군요.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협회에서 공문을 보낸다고 개별 학원들이 곧장 입점하는 건 아니까요. 협회에 지부가 있는데요. 서울에만 23곳이죠. 그 지부를 각개격파 했습니다. 지부 모임이 있으면 무조건 찾아가서 회사와 서비스에 대해 설명을 했죠. 학원 업의 특성상 이분들이 모이는 시간이 오후 11시였어요. 밤새서 술도 마시고, 대화도 나누고 했죠. 그렇게 연말이 되니 5000곳이 입점했어요. 이듬해에는 1만 개까지 늘렸고요. 그렇게 학원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살이 20㎏가 쪘어요. 아직도 그 살이 안 빠지고 있습니다.―창업의 고됨이 느껴지네요. 창업은 왜 하셨나요.대학원을 나오고 우연한 계기로 사업을 하게 됐어요. 대학 전공이 건축, 대학원 전공이 건축환경, 군대도 시설장교 출신이다 보니 관심사인 주택 에너지 절감을 위한 난방 시스템 제조업을 시작한 거죠. 그런데 제조업이 쉽지가 않더라고요. 가장 힘든 부분이 현금 흐름을 확보하는 일이었어요. 자재는 현금을 다 주고 사오는데 수금은 납품 뒤 한참 뒤에야 들어오는 구조가 저에게는 스트레스였죠. 6년을 하면서 몸과 마음이 다 상해서 일을 그만뒀고요. 그런데 한 번 창업을 했던지라 쉬면서도 한 번 더 내 사업을 하면 전보다 더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꾸준히 들었던 거 같아요. 그러다가 자격증 공부나 해볼까 하고 학원을 갔다가 학원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에 빠져들게 됐죠. 학원 비즈니스 모델은 선불결제 시스템이어서 자금 흐름에 대한 스트레스가 전혀 없는 점이 보였던 거에요. 우리나라의 엄청난 사교육 시장을 모바일에 담아보자는 생각에 다시금 창업의 길로 들어오게 됐습니다.―비즈니스 모델을 말씀하셔 든 질문인데요. 공부선생의 수익 모델은 언제쯤 붙였나요.학원들이 입점하면서 자신감이 붙었고 자연스레 수익화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어요. 개별 학원에 대해 페이스북, 유튜브 등 온라인 광고를 해주는 대신 한 달치만 학원비만 가져간다고요. 고객들이 저희 플랫폼에서 결제하게끔 해서요. 통상 학원비 한 달 치는 30만 원 정도입니다. 수익화 전에 원장님들과 이야기를 많이 했고요. 그렇게 184곳 학원에 비즈니스 모델을 붙이기 시작했습니다.그런데 문제가 하나 생기긴 하더라고요. 온라인 마케팅 효율이 즉각 나타나지 않았던 겁니다. 2017년 3월쯤, 한 달 간 4000만 원 정도 마케팅비를 집행했는데 그달 결제가 17만 원 밖에 안 이뤄졌어요.이유는 있었습니다. 학원생들이 광고를 보고서는 곧장 학원을 옮기지 않는다는 것이었죠. 여기에 더해 온라인 마케팅 특성상 효율이라는 게 당장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좌절할 뻔 했지만 공동창업자이자 고교 동문인 노석 석플란트치과병원 원장이 마케팅 전문가였는데 다독여줬죠. 그럼에도 마케팅을 계속 해야 한다고.시간이 지나니 정말 학생들이 늘어나고, 학원들도 생겨나더라고요. 학원들이 늘어나는 수만큼 저희 마케팅비용이 정비례해서 늘어나지는 않거든요. 2018년 2월쯤 순익분기점을 넘어서게 됐습니다.―학생들이 온라인 마케팅만 보고 들어 온건가요.그건 아니고요. 실제 광고를 접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당장 페이백을 선호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저희 플랫폼에서 결제 시 1년 뒤 한 달 치 학원비 상당의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이었어요. 그런데 고객 니즈를 반영해 한 달 수강료의 절반, 15만 원 가량을 문화상품권으로 제공했어요.수요가 늘어나면서 학원 상담사에 대한 니즈가 절실하더라고요. 2019년 3월에 자체 학원 상담사 조직을 신설했어요.―처음에는 모객이 중요했겠지만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상담의 질이 중요해질 거라 생각하는데요. 학원 상담사가 어떻게 매칭을 해주고 있나요.학원 상담사 역할은 학원 결정전까지 도움을 주는 역할입니다. 학생이나 부모가 현재 상황을 이야기하면 학생에게 맞는 적합한 학원을 3곳 정도 추천해줘요. 저희 내부에 고객서비스 프로그램이 있는데요. 학원으로부터 받는 데이터부터 학원 상담사가 기록해둔 데이터 등을 업그레이드 하는 거죠. 데이터의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가장 많은 질문이 본인의 집과 학교의 동선에서 다니기 적합한 학원에 대한 정보에요. 더 나아가서는 진도 주기인데요. 저희 플랫폼 내 학생들이 평균 학원을 3곳 정도 다니는데 각각의 시간표, 진도 상황 등이 다 달라요. 그것을 맞춰줄 곳을 일일이 찾아봐야하는데 저희 학원 상담사가 그 역할을 하는 것이죠. 학부모들의 성향이 바뀐 부분도 있어요. 맞벌이가 늘어나면서 한 부모가 발품을 팔아서 학원을 알아보는 게 힘든 상황이 된 거죠. 성향 자체도 예전에 비해 샤이해진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 부분을 저희가 도와드리는 겁니다.2019년 3월에 학원 상담사 한 명이 결제를 유도한 게 8건인데, 지금은 160건 정도 됩니다.―투자 받으신 금액으로 학원 상담사를 많이 늘리신다고요.연말까지 50명 정도를 더 채용할 생각입니다. 그렇게 되면 총 70명 정도가 될 거 같아요.서비스 지역 확대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서울 중심으로 운영되는 현 구조에서 경기 등 6대 광역시로 넓혀나가는 것이지요. 내년까지 2만 곳의 학원을 입점 시키는 게 목표입니다.또 다른 고민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건데요. 학생들에게 학원을 매칭해주는 것을 넘어서 저희가 특정 수업에 대한 니즈가 있는 학생들을 모집하고, 학원에 그들을 위한 강의를 개설해 달라 역제안하는 방식입니다.―학원 데이터가 있으니 지역별로 특징들이 보일 거 같기도 합니다.학원이 가장 많은 지역구는 강남 송파 서초 양천 노원 등이고요. 학원들이 많으니 자연히 결제도 많이 일어납니다. 지역구마다 조금씩 평균 학원비는 차이가 있고요. 특정 지역구는 입시를 목적으로 한 학원들이 많지만, 또 다른 곳들은 수험보다는 보육을 목적으로 한 학원들이 많기도 해요. 자녀들을 안전하게 맡길 곳으로서의 학원인 셈이죠.―공부선배를 어떤 회사로 키우고 싶으신가요.강사 채용 플랫폼으로 진화시키고 싶어요. 보습학원 강사의 평균 근속연수가 1.2년인데요. 이 말인즉슨 학원들 입장에서 강사 채용에 대한 이슈가 꾸준히 있다는 겁니다. 현재 학원들은 유료 채용 사이트 3곳 정도에 각각 50만 원 씩 집행해 이력서를 40여 개 정도 받는다고 합니다. 그 중에 일부를 선별해 시범강의를 시켜보고 채용까지 진행하는 거죠. 채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줄이고 프로세스를 단축시키고자 저희 사이트에서 채용 공고를 올리는 것부터 시범강의를 보는 것까지 전부 할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내년 정도까지 이 서비스를 선보이고 싶어요.신무경 기자 y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