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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 90년대 농구스타 한기범 한기범희망나눔 대표(60)는 2000년과 2008년 두 차례 심장 수술을 받았다. 심혈관계 희귀 질환인 마르판 증후군 때문이었다. 이 병으로 아버지와 남동생이 일찍 세상을 떠났다. 2000년 첫 수술 때는 직접 비용을 댔지만 2008년 두 번째 수술 때는 한국심장재단을 통해 수술비를 지원받았다. 잇단 사업 실패 등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새 생명을 얻은 뒤 그는 자신이 받은 만큼 돌려주기로 결심했다. 사단법인을 만들어 2011년부터 심장병을 앓는 아이들을 돕기 위한 자선 경기를 열기 시작했다. 주변에선 ‘한두 해 하다 말겠지’ 하는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그에겐 열정과 끈기, 그리고 보란 듯 해내고픈 오기가 있었다. 13년째인 올해도 9월에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2023 희망농구올스타’ 자선 경기를 열었다. 남녀 프로선수들과 연예인들이 참가했고, 체육관을 가득 메운 관중은 십시일반으로 기부를 했다. 매년 5명 안팎의 어린이들이 심장병 수술을 받고 새 생명을 얻는다. 재단은 첫 자선 경기 이후 100명이 넘는 어린이들에게 수술비를 지원했다. 그는 재단 활동과 함께 종종 방송에 출연한다. 자신의 이름을 건 한기범 농구교실도 운영한다. 그가 꼽는 건강 비결은 역시 농구다. 그는 지금도 일주일에 두 번씩은 코트를 직접 누빈다. 월요일엔 연예인 농구단 ‘더 홀’에서, 주말엔 동호인 농구팀 ‘팀 리바운드’에서 뛴다. 플레이 스타일은 현역 선수 때와 비슷하다. 키는 컸지만 몸무게가 80kg대 중반이었던 그는 몸싸움에 약했다. 요즘도 그는 몸싸움을 가능한 한 피한다. 그 대신 전매특허인 미들 슛으로 점수를 올린다. 그는 “4, 5m 거리에서는 언제든 골을 넣을 자신이 있다”며 “무리하지 않고 뛰면 하루 두 경기까지 거뜬하다”고 말했다. 젊은 시절 콤플렉스였던 빼빼 마른 몸이 요즘엔 큰 도움이 된다. 선수 시절 그는 살을 찌우려고 밥솥째 밥을 먹어 보기도 했지만 90kg 이상 나가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지금은 가벼운 몸무게 덕분에 걷고 뛰는 데 무리가 없다. 선수 시절 무릎과 발목 수술을 받은 그는 꾸준한 걷기로 해당 부위를 강화한다. 동네를 걷다가 농구를 하고 있는 학생이나 일반인들을 만나면 즉석 3 대 3 농구를 하기도 한다. 한때 애주가였던 그는 최근엔 와인에 푹 빠졌다. 심장에 무리를 주지 않기 위해 한두 잔씩 오랫동안 음미하며 마신다. 와인이라는 새로운 취미를 갖게 된 그는 와인 1000종류 시음을 새 버킷리스트로 정했다. 현재까지 약 400종류의 와인을 맛봤다. 지방을 돌며 옛날 그림이나 골동품도 수집하고 있다. 중학생 때부터 역사를 좋아했다는 그는 그림이나 골동품을 통해 그 속에 담긴 스토리를 알게 되는 게 재미있다고 했다. “예순까지 사는 게 소원”이라던 그는 올해 예순이 됐다. 여전히 건강하고 즐겁게 지내는 그는 “힘든 환경에 놓인 아이들이 농구를 통해 자신감을 얻게 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뿌듯하다. 모든 아이들이 밝게 웃을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나눔을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

1980~1990년대의 농구 스타 한기범의 소원은 “예순까지 사는 것”이었다. 207cm의 장신인 그에게는 심혈관계 희귀 질환인 마르판 증후군 가족력이 있었다. 아버지와 남동생이 이 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났다. 이 질환으로 사망하는 환자 대부분의 사인은 심장마비다. 그도 검사를 받아보니 같은 질환이 발견됐다. 30대 후반이던 2000년에 첫 심장 수술을 받았다. 은퇴하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 직접 비용을 댔다. 하지만 40대 중반이던 2008년 두 번째 수술 때는 한국심장재단을 통해 수술비를 지원받았다. 잇단 사업 실패 등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1963년생인 올해 그는 예순이 됐다. 환갑의 나이에도 건강하고 즐겁게 산다. 소원이 이뤄진 셈이다. 사회에 큰 빚을 졌다고 생각한 그는 사단법인 한기범희망나눔을 만들어 2011년부터 심장병을 앓는 아이들을 돕기 위한 자선 경기를 열기 시작했다. 주변에선 ‘한두 해 하다 말겠지’ 하는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그에겐 열정과 끈기, 오기가 있었다. 올해 9월에는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는 심장병 어린이 돕기 ‘2023희망농구올스타’ 자선경기란 이름으로 13번째 대회가 열렸다. 남녀 프로 선수들과 연예인들이 선수로 참가했다. 체육관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십시일반 기부를 했다. 이렇게 모인 돈으로 1년에 5명 안팎의 어린이들이 수술을 받고 새 생명을 얻는다. 재단은 첫 자선 경기 이후 100명 넘는 어린이들에게 수술비를 지원했다. 재단 대표를 맡고 있는 한기범은 심장병 어린이들의 ‘키다리 아저씨’가 됐다. 어릴 적 키가 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농구 선수가 된 그는 1980~1990년대 농구대잔치 시절 최고의 센터였다. 이전의 키만 큰 선수와는 달리 유연성이 좋았고 스피드도 빨랐다. 기아자동차 시절엔 허재, 김유택 등과 더불어 농구대잔치 7연패의 주역이 됐다. 다만 프로농구가 출범하기 전 은퇴해 프로 기록은 없다. 그렇지만 여전히 그는 한국 농구의 레전드로 평가받는다. 한국 농구에서 처음 나온 수준급 장신 센터였기 때문이다. 한국농구연맹(KBL) 기술위원을 지내기도 했던 그는 재단 활동과 함께 자신의 이름을 건 한기범 농구 교실 등을 통해 아이들을 가르친다. 여전히 높은 인지도 덕분에 방송 출연도 종종 하고 가끔 광고 모델 활동도 한다. 그는 지금도 일주일에 두 번씩은 직접 코트를 누빈다. 월요일은 연예인 농구단 ‘더 홀’에서 경기를 뛰고, 주말에는 동호인 농구팀인 ‘팀 리바운드’에서 경기를 한다. 현재 소속되어 있는 동호인 농구팀은 40~60대 선수들 수십 명으로 이뤄져 있는데 그는 여기서도 여전히 ‘센터’로 뛴다. 이 팀에는 엘리트 농구를 했던 선수 두 세 명이 더 있어 시니어 농구의 최강팀 중 하나가 됐다. 그는 “처음 나갔던 한 대회에서 상대적으로 젊은 선수들이 뛴 동호인 팀에 지고 말았다. 하루에 4게임을 했는데 도저히 체력이 따라가지 못했다”며 “거기에 자극을 받아 체력관리를 열심히 했다. 최근에 열린 시니어 농구대회에선 우리 팀이 우승했다. 선수 시절에도 우승을 많이 해 봤지만 역시 우승은 기분이 좋더라”라고 말했다. 플레이 스타일은 현역 선수 때와 비슷하다. 키는 컸지만 몸무게가 80kg 중반밖에 나가지 않았던 그는 몸싸움에 약했다. 그는 요즘도 최대한 몸싸움을 피한다. 잘못 부딪치면 부정맥이 생길 수 있어서다. 하지만 슛의 정확성만큼은 지금도 일품이다. 그는 “4, 5m 거리에서는 언제든 골을 넣을 자신이 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공이 림을 통과하는 즐거움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은 60대 선수로 뛴다. 한국도 시니어 농구가 발전하고 있지만 대만이나 태국, 중국 등에서는 이미 시니어 농구가 활성화되어 있다. 기회가 되면 그런 팀들이 출전하는 국제대회에 나가 우승을 하고 싶다”고 했다. 젊은 시절 그는 빼빼 마른 몸도 큰 콤플렉스였다. 아무리 먹어도 체질적으로 살지 찌지 않았다. 그는 “나도 다른 센터들처럼 큰 덩치로 골 밑을 버티고 싶었다. 그래서 살을 찌우려고 밥솥째 밥을 먹어보기도 했다. 최대 90kg까지 찌웠지만 더 이상 늘지 않았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게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점프를 많이 하는 농구 선수를 하면서 그는 젊은 시절 발목과 무릎 수술을 받았다. 지금 그가 건강하게 걷고 뛸 수 있는 건 그나마 몸무게가 가볍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도 두 경기까지는 거뜬히 뛴다. 무리하지 않고 살살 뛰면서 8쿼터까지는 가능하며”며 웃었다. 운동을 게을리하면 무릎이나 발목이 더 아프기에 그는 가능한 한 자주 걷는다. 하루에 최소 한 시간 정도는 걸으려 한다. 동네를 걷다가 농구를 하고 있는 학생이나 일반인들이 있으면 즉석 3대3 농구을 하기도 한다. 심장이 좋지 않은 덕분에 그는 와인 소믈리에가 됐다. 선수 시절 소주 3, 4병을 기본으로 마셨던 그는 심장병 수술 이후 한동안은 전혀 술을 입을 대지 않았다. 건강을 많이 회복한 후 의사에게 “술을 마셔도 되냐”고 묻자 그 의사는 “가끔 와인 한두 잔만 마시라”고 했다. 이때부터 그는 와인을 마셨다. 그런데 한 자리에서 한두 잔 밖에 마실 수 없으니 아주 조금씩 음미하면서 마실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와인의 맛을 깨닫게 됐다. 새로운 와인을 음미하는 새로운 취미를 갖게 된 그는 와인 1000종류 시음을 새 버킷리스트로 정했다. 현재까지 그는 약 400종류의 새로운 와인을 맛봤다. 그는 새 와인을 마시면 맛과 느낌 등을 평가한 뒤 자기만의 별점을 주고 있다. 그는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비싼 와인일수록 맛있는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마트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1~2만 원대 와인 중에서도 정말 기대 이상의 값어치를 하는 와인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시간이 날 때는 지방을 돌며 옛날 그림이나 골동품도 수집하고 있다. 중학생 때부터 역사를 좋아했다는 그는 그림이나 골동품을 통해 그 속에 담긴 스토리를 알게 되는 게 재미있다고 했다. 그렇다고 비싼 물품을 사 모으는 건 아니다. 시골 등에서 파는 10만 원 안팎의 싼 그림을 구경하고 가끔 구매하곤 한다. 그렇게 200여 점의 그림을 모았다. 농구인으로서 그는 농구 유튜브인 ‘한기범TV’도 운영하고 있다. 몇 해 전 썼던 ‘한기범의 재미있는 농구 코칭’이라는 책에 썼던 농구 기술들을 유튜브용 영상으로 제작하고, 예전 농구대잔치 때의 경기도 편집해서 올리고 있다. 그는 “한기범희망나눔은 심장병 어린이 후원과 함께 다문화 가정 어린이 후원, 농구 꿈나무 육성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며 “힘든 환경에 놓인 아이들이 농구를 통해 자신감을 얻게 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뿌듯하다. 모든 아이들이 밝게 웃을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나눔을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빅 게임 투수’로 명성을 떨쳤던 KT 외국인 투수 쿠에바스는 지난달 30일 NC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3이닝 6피안타(1홈런 포함) 7실점(4자책)하며 패전 투수가 됐다. 3이닝 동안 투구 수가 75개에 불과했지만 이강철 KT 감독을 주저 없이 그를 마운드에서 내렸다. 그때부터 이 감독은 4차전 선발 투수로 쿠에바스를 다시 내보낼 생각을 하고 있었다. KT가 던진 과감한 승부수는 나흘 만에 효과를 봤다. 3일 열린 플레이오프 4차전에 다시 선발 등판한 쿠에바스가 팀에 완벽한 승리를 안겼다. KT는 이날 창원NC파크에서 열린 경기에서 쿠에바스의 6이닝 무실점 완벽투와 홈런 3개 등을 터뜨린 타선의 힘을 앞세워 NC를 11-2로 대파했다. 안방에서 열린 1,2차전에서 모두 패해 벼랑 끝에 섰던 KT는 적지에서 열린 3,4차전을 모두 잡아내며 2승 2패를 기록했다. KT는 하루 휴식 후 5일 다시 안방인 수원KT위즈파크로 장소를 옮겨 최종 5차전을 치른다. 이날 쿠에바스는 팀이 기대했던 모습 그대로였다. 사흘 휴식 후 선발 등판이었지만 최고 시속 150km가 찍힌 패스트볼에는 힘이 넘쳤고, 변화구는 예리하게 꺾여 들어갔다.쿠에바스는 1회말 선두타자 손아섭을 3루수 실책으로 내보냈지만 2~4번 박민우-박건우-마틴 등 모두 아웃시키며 깔끔하게 출발했다. 2회부터 5회까지는 12타자를 상대로 퍼펙트 피칭을 기록했다. 쿠에바스는 6회말 2사 후 손아섭에게 허용한 안타가 이날의 첫 안타였다. 이날 6이닝을 1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팀 승리의 주역이 된 쿠에바스는 데일리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돼 상금 100만 원을 받았다. KT 타자들도 일찌감치 득점을 올리며 쿠에바스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1회초 1사 1, 3루에서 4번 타자 박병호는 NC 선발 송명기를 상대로 오른쪽 담장을 직격하는 1타점 적시타를 쳤다. 계속된 1사 1, 3루에서는 장성우의 중견수 플라이 때 3루 주자 알포드가 홈을 밟았다. 다소 짧은 타구라 홈승부가 어려울 것으로 보였지만 알포드는 전력질주한 뒤 슬라이딩으로 홈플레이트를 먼저 찍었다. 기세가 오른 KT타선은 2회부터 4회까지 매 회 2점씩을 올리며 일찌감치 승부를 갈랐다. 2회엔 NC2번째 투수 이재학의 폭투와 황재균의 적시 2루타로 2점을 올렸고. 3회엔 배정대가 2타점 적시타를 쳐냈다. 4회에는 황재균과 장성우가 각각 좌월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시리즈 내내 부진했던 외국인 타자 알포드도 8회 솔로 홈런을 때렸다. 반면 초반부터 많은 점수를 허용한 NC 타자들은 연속된 경기의 피로감까지 겹쳐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6회 2사후에야 손아섭의 안타로 노히트를 겨우 벗어났다. 0-11로 뒤진 8회말이 돼서야 박세혁의 좌전 안타로 한 점을 뽑은 데 이어 손아섭의 적시타로 한 점을 더 추가했다. 전날 3차전에서 영봉패를 당했던 NC는 이날도 7회까지 무득점에 시달리면서 지난 달 31일 플레이오프 2차전 4회 이후 22연속 이닝 무득점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플레이오프 최다 무득점 타이 기록이다. 강인권 NC 감독은 경기 전 “우리 선수들이 많이 지쳐 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이날까지 8번째 포스트시즌 경기를 치르고 있다. 더구나 정규시즌 막판 한 달 가량 치열한 순위 싸움을 한 여파도 있다”고 말했는데 이날 경기에서 선수들의 피로감이 여실히 드러났다. 특히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 다녀온 유격수 김주원은 양쪽 눈에 다래끼가 생겨 보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제 양팀은 5일 플레이오프 최종 5차전에서 한국시리즈 티켓을 걸고 맞붙는다. NC는 1차전 선발 등판 때 6이닝 3피안타 12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한 에이스 페디가 선발 등판할 가능성이 크다. 강 감독은 “현재 페디의 컨디션이 100%로 회복되지 않아 고민이다. (포스트시즌 들어 호투하고 있는) 신민혁도 나쁘지 않다. 4일 오전에 컨디션을 체크해 보고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역대 세 번째 리버스 스윕을 노리는 KT의 선발 투수는 왼손 에이스 벤자민이 유력하다. 벤자민은 지난달 31일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5이닝 3실점으로 비교적 호투하고도 패전 투수가 됐다. 이강철 감독은 5차전 선발 투수를 묻는 질문에 “오늘 말을 안 해도 되지 않나(웃음). 몸 상태를 보겠다. 비 예보가 있어서 오늘 경기에서 승리조를 다 쓰려다가 아꼈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올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타석에 한 번이라도 들어선 선수는 650명이다. 이 중 딱 20명(3.1%)만 골드글러브(포지션별 최고 수비수)와 실버슬러거(포지션별 최고 타자) 후보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 그중 한 명이 김하성(28·샌디에이고·사진)이다. 올해 김하성이 공수를 합쳐 MLB 상위 3% 정도 되는 활약을 펼친 셈이다. MLB 사무국이 3일 발표한 실버슬러거 최종 후보 명단을 보면 김하성은 무키 베츠(LA 다저스), 스펜서 스티어(신시내티), 코디 벨린저(시카고 컵스)와 함께 내셔널리그(NL) 유틸리티 부문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김하성은 NL 2루수와 유틸리티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에도 이름을 올린 상태다. MLB는 지난해부터 유틸리티 부문을 따로 만들어 포지션을 넘나들며 활약한 선수에게도 골드글러브와 실버실러거를 수여하고 있다. MLB 사무국은 “올 시즌 김하성은 샌디에이고 내야 전역을 누비며 17개의 홈런과 38개의 도루를 기록했다”고 후보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베츠는 39홈런에 107타점, 벨린저는 26홈런에 97타점을 기록해 김하성이 실버슬러거로 뽑힐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다만 베츠와 벨린저 모두 외야수 부문 후보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어 김하성이 유틸리티 부문에서 ‘깜짝 수상’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실버슬러거는 MLB 30개 팀 코칭스태프 투표로 수상자를 결정한다. 김하성은 골드글러브 수상 가능성이 더 높다. 김하성은 2루수 부문에서는 니코 호너(시카고 컵스), 브라이슨 스톳(필라델피아)과 경쟁한다. 유틸리티 부문에서는 베츠 그리고 한국계 선수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이 경쟁 상대다. 골드글러브는 6일, 실버슬러거는 10일 최종 수상자가 나온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벼랑 끝에 몰렸던 KT가 2연패 뒤 첫 승을 거두고 기사회생했다. 정규시즌 2위 KT는 2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와의 플레이오프(PO) 3차전에서 선발 투수 고영표의 6이닝 무실점 호투와 배정대의 결승 2점 홈런 등을 앞세워 3-0으로 승리했다. 반면 올해 포스트시즌(PS) 6연승 중이던 NC는 연승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2020년 한국시리즈(KS)부터 이어오던 역대 PS 최장 연승 타이기록도 ‘9’에서 멈춰 섰다. 경기 전 이강철 KT 감독은 선취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앞선 1, 2차전에서 점수를 먼저 내주면서 경기를 어렵게 풀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 이 감독은 “박영현과 김재윤 등이 버티는 불펜 싸움은 자신 있다. 우리 타선도 점점 좋아지고 있으니 오늘은 리드를 안고 경기를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이 감독의 말을 현실로 만들어준 건 8번 타자 배정대였다. 배정대는 0-0 동점이던 2회초 1사 1루에서 NC 선발 투수 태너의 낮은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선제 2점 홈런을 때렸다. 지난달 30일 안방인 수원에서 열린 PO 1차전에서 9회말 추격의 만루 홈런을 쏘아 올렸던 배정대는 이번 시리즈에서 2번째 홈런을 기록했다. 배정대는 지난달 31일 2차전에서도 9회말 고의사구를 얻어내는 등 ‘공포의 8번 타자’로 상대의 집중 견제를 받고 있다. KT는 2-0으로 앞선 7회초 선두 타자 문상철이 NC의 두 번째 투수 김영규를 상대로 추격의 솔로 홈런을 때려내며 한 점을 더 달아났다. 이번 PS 들어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던 김영규는 불의의 홈런으로 첫 실점을 했다. 마운드에서는 KT의 토종 에이스 고영표의 호투가 빛났다. 마침 이날이 첫 생일이었던 첫째 아들 고차민 군의 돌잔치를 미루고 선발 등판한 고영표는 6이닝 동안 105개의 공을 던지며 3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NC 타선을 꽁꽁 틀어막았다. 정규시즌에서 12승 8패 평균자책점 2.78, 그리고 21차례의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를 기록했던 고영표는 이날 전매특허인 체인지업을 앞세워 무실점 완벽투를 선보였다. 경기 전 “꼭 승리해 아들에게 좋은 선물을 줄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던 고영표는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뽑혀 상금 100만 원을 받았다. KT는 선발 고영표에 이어 7회 손동현, 8회 박영현, 9회 김재윤이 각각 1이닝씩을 책임지며 영봉승을 완성했다. 양 팀은 3일 오후 6시 30분부터 같은 장소에서 PO 4차전을 치른다. KT는 지난달 30일 1차전 선발로 등판했던 쿠에바스를 선발 예고했다. 쿠에바스는 1차전에서는 3이닝 6피안타 7실점(4자책)하며 조기 강판됐다. 투구도 좋지 않았지만 야수 실책까지 겹쳐 정규시즌에서의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NC 선발은 오른손 투수 송명기다. 정규시즌에서 4승 9패, 평균자책점 4.83을 기록했던 송명기는 지난달 23일 SSG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 선발 등판해 3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강인권 NC 감독은 “1차전 선발로 나갔던 에이스 페디는 3일 휴식 후 등판이 어렵다. 송명기의 컨디션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텍사스가 창단 62년 만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7전 4승제) 정상에 올랐다. 텍사스는 2일 애리조나 안방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5-0 완승을 거뒀다. 1승 1패로 맞선 뒤 적진에서 열린 3∼5차전을 쓸어 담은 텍사스는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애리조나를 물리치고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1961년 워싱턴 세너터스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텍사스는 지난해까지 월드시리즈 우승 기록이 없는 MLB 6개 팀 가운데 역사가 가장 오래된 팀이었다. ‘우승 가뭄’ 기간만 놓고 보면 클리블랜드가 75년으로 더 길었지만 클리블랜드는 1920년과 1948년 월드시리즈 정상을 차지한 적이 있었다. 반면 텍사스는 우승 없이 62년을 보냈다. 텍사스는 2021년만 해도 102패(60승)를 당한 아메리칸리그(AL) 꼴찌 팀이었다. 텍사스는 그해 12월 1일 리그 최고 유격수로 평가받던 코리 시거와 10년 총액 3억2500만 달러(약 4365억 원)에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으면서 전력 강화 의지를 피력했다. 같은 날 토론토 주전 2루수 마커스 시미언과도 7년 총액 1억7500만 달러(약 2350억 원)에 계약했다. 이 ‘5억 달러 듀오’는 이번 월드시리즈 5경기에서 5홈런, 14타점, 10득점을 합작하면서 팀 우승에 앞장섰다. 시거는 3-5로 끌려가던 1차전 9회말 1사 1루 상황에서는 동점 홈런을 날려 역전승 발판을 놓았고, 상대 선발 잭 갤런에게 노히트 노런을 당하고 있던 5차전에서 7회초에 첫 안타를 치면서 공격 물꼬를 텄다. 이후 팀의 첫 득점까지 책임졌다. 시거는 결국 이번 월드시리즈 5경기에서 타율 0.286(21타수 6안타), 3홈런, 6타점, 6득점으로 마치면서 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시거는 LA 다저스 시절이던 2020년에 이어 두 번째 월드시리즈 MVP를 수상하며 샌디 쿠팩스, 밥 깁슨, 레지 잭슨에 이어 월드시리즈 MVP를 두 번 받은 역대 네 번째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시미언도 이번 시리즈 기간 타율 0.292, 2홈런, 8타점, 4득점을 올렸다. 시미언은 이날 5차전에서 3-0으로 앞서 있던 9회초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자축하는 2점 홈런을 터뜨리기도 했다. 텍사스는 이 홈런으로 포스트시즌 16경기 연속 홈런을 치면서 이 부문 MLB 역대 1위 기록을 새로 썼다. 텍사스는 이날 승리로 MLB 역대 1위인 포스트시즌 방문경기 연승(11연승) 기록도 이어갔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텍사스 지휘봉을 잡은 브루스 보치 감독은 부임 첫해 팀을 곧바로 월드시리즈 정상으로 이끌면서 ‘우승 청부사’ 임무를 완수했다. 보치 감독은 샌프란시스코 감독으로 2010, 2012, 2014년 우승한 경험이 있었다. 2010년 월드시리즈에서 샌프란시스코에 패한 팀이 바로 텍사스였다. 텍사스 불펜 투수 윌 스미스는 3년 연속으로 서로 다른 팀에서 월드시리즈 반지를 차지하는 진기록을 남겼다. 스미스는 2021년에는 애틀랜타, 지난해에는 휴스턴에서 월드시리즈 정상을 밟았다. 팀을 바꿔 2년 연속으로 월드시리즈 정상을 차지한 선수는 지난해 스미스까지 총 10명이 있었지만 3년에 걸쳐 이런 기록을 남긴 건 스미스가 처음이다. 북미 4대 프로 스포츠(농구 미식축구 아이스하키 야구)를 통틀어서도 스미스가 첫 사례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프로야구 제9구단 NC는 2013년 처음 1군 리그에 참여하면서 ‘거침없이 가자’를 슬로건으로 정했다. 신생팀다운 패기를 보이겠다는 의미였다. ‘거침없이 가자’는 이후 NC를 상징하는 문구가 됐다. NC의 올 시즌 캐치프레이즈는 ‘위 아 게임 체인저(We’re Game Changers)’다. NC 구단은 “하나 된 모습으로 게임의 흐름과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단단한 ‘원팀’의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포스트시즌(PS) 들어서는 이를 줄여 ‘게임 체인저’(사진)를 사용하고 있다. 올가을 NC는 캐치프레이즈처럼 거침없이 게임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정규시즌 4위로 PS 무대를 밟은 NC는 두산과의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을 시작으로 SSG와의 준플레이오프 세 경기, 플레이오프 1, 2차전까지 올 PS에서 6전 전승을 달리고 있다. 정규시즌 팀 최다인 5연승을 PS에서 넘어선 것이다. NC는 두산과의 2020년 한국시리즈(KS) 4∼6차전을 포함해 PS 9연승을 기록 중이다. 1987, 1988년 두 시즌에 걸쳐 9연승을 기록한 해태(현 KIA)와 나란히 PS 역대 최다 연승 타이 기록이다. NC는 2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리는 PO 3차전을 통해 PS 최다 연승 신기록과 KS 티켓을 노린다. NC가 이 경기에서 승리하면 올 PS 7전 전승으로 LG가 기다리고 있는 KS에 진출한다. ‘큰 경기에서는 미친 선수가 나와야 한다’는 야구계 격언처럼 NC에선 매 경기 미친 선수가 나와 경기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공격에서는 중심 타자 박건우의 방망이가 눈에 띈다. 두산에서 뛰던 2015∼2021년 PS 55경기 통산 타율이 0.206에 그쳤던 박건우는 올해 PS에서는 매 경기 영양가 만점짜리 안타를 때려내고 있다. 박건우는 PO 2차전에서 1회부터 기선을 제압하는 2점 홈런을 때리는 등 4타수 3안타 2타점으로 활약했다. PO 1차전에서 4타수 1안타 2타점을 기록한 박건우는 PO 타율 5할에 4타점을 기록 중이다. 마운드에서는 신민혁이 주인공이다. 정규시즌에 5승 5패, 평균자책점 3.98에 그쳤던 투수 신민혁은 PO 2차전 선발로 등판해 6과 3분의 1이닝 무실점 투구로 승리투수가 됐다. 신민혁은 지난달 22일 SSG와의 준PO 1차전에서도 5와 3분의 2이닝 무실점으로 팀 승리의 주춧돌을 놨다. 수비에서는 유격수 김주원의 존재감이 빛난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멤버인 김주원은 PO 2차전에서 3-2로 앞선 9회말 수비 때 2사 만루 위기에서 ‘슈퍼 캐치’로 팀을 구했다. 오윤석의 안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역동작으로 잡아냈다. NC 포수 김형준은 “맞는 순간 안타인 줄 알았는데 김주원이 몸을 날리기에 미친 줄 알았다”고 표현했다. NC는 3차전 선발로 왼손 투수 태너를 예고했다. KT의 선발 투수는 고영표다. 앞선 두 차례 PS 등판(9이닝 10실점)에서 부진했던 태너가 시리즈를 끝낼 수 있을지, 아니면 고영표가 정규시즌 2위 KT의 자존심을 지켜낼지가 관전 포인트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박현경(23)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2년 차이던 2020년 KLPGA 챔피언십을 포함해 2승을 거뒀다. 이듬해인 2021년에도 같은 대회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통산 3승으로 KLPGA투어 스타로 떠오른 그의 앞길엔 거칠 게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때부터가 시련의 시작이었다. 성적은 상위권일 때가 많았다. 하지만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주저앉았다. 한두 번 준우승을 할 때만 해도 그러려니 했지만 2년 반 넘게 우승하지 못하면서 마음고생이 심했다. 마지막 우승 후 준우승을 9차례나 기록 중이던 박현경이 마침내 ‘준우승 징크스’를 깨고 활짝 웃었다. 박현경은 29일 제주 서귀포 핀크스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SK네트웍스·서경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연장 승부 끝에 이소영을 제치고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910일 만에 통산 4번째 우승과 함께 상금 1억4400만 원을 받았다. 공동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박현경은 3언더파 69타를 치며 최종 합계 8언더파 280타를 기록했다. 3라운드까지 한 타 뒤졌던 이소영은 이날 4타를 줄였다. 동 타가 된 두 선수는 연장전에 돌입했다. 연장 첫 번째 홀에서는 두 선수 모두 파를 기록해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연장 두 번째 홀에서 이소영이 세컨드 샷을 그린 앞 연못에 빠뜨리며 더블 보기를 기록했고 박현경은 투 온에 성공한 뒤 파를 세이브하며 길었던 승부를 마무리했다. 두 선수는 지난해 8월 대유위니아·MBN 여자오픈에서도 연장 승부를 벌였다. 당시 박현경은 이소영에게 우승 트로피를 내줬는데 이번에 설욕했다. 박현경은 또 지난해 이 대회 준우승의 아쉬움도 씻어냈다. 우승 확정 후 눈시울을 붉힌 박현경은 “9번 준우승을 하면서 ‘내가 그렇게 기회를 못 잡는 선수인가’ 하고 나 자신을 의심하기까지 했다”며 “최근 샷 감각이 좋아 마음을 잘 다잡았다. 그동안 믿고 응원해주신 분들 덕분에 다시 우승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뛰는 김주형 선수가 ‘기회는 다음 홀에도 있고, 다음 라운드에도 있고, 다음 대회에도 있다’고 얘기하는 인터뷰를 보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배웠다”고 했다. 같은 날 부산 아시아드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백송홀딩스-아시아드CC 부산오픈에서는 엄재웅이 5년 만에 정상을 차지했다. 엄재웅은 이날 1타를 잃었지만 최종 합계 15언더파 269타를 기록하며 박상현을 3타 차로 제쳤다. 그는 우승 상금 2억 원과 함께 부상으로 주는 현금 2억 원도 함께 받았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015년 총액 35만 달러(약 4억7500만 원)에 한국프로야구 SK(현 SSG)와 계약했을 때 메릴 켈리(35·애리조나)는 자신의 야구 인생이 이렇게 바뀔지 상상이나 했을까. 켈리는 29일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WS) 2차전에 선발 등판해 텍사스 타선을 7이닝 동안 3피안타 무사사구 9탈삼진 1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가 됐다. 전날 1차전에서 연장 11회 접전 끝에 5-6으로 역전패했던 애리조나는 이날 9-1 대승을 거두며 1승 1패로 시리즈의 균형을 맞췄다. 켈리는 2018년 한국시리즈(KS) 3차전 때도 선발 투수로 나서 7이닝 2실점(비자책점)으로 승리 투수가 된 적이 있다. KS와 WS에서 모두 승리 투수가 된 건 켈리가 처음이다. SK는 2018년 4승 2패로 KS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애리조나가 이번 WS에서 승리하면 켈리는 두 나라 프로야구에서 모두 우승한 역대 1호 선수로 이름을 남길 수 있다. 한국프로야구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들 대부분은 MLB에서 뛰다가 기량 저하 등을 이유로 한국행을 택한다. 하지만 2010년 MLB 신인 드래프트 때 전체 251순위로 지명을 받은 켈리는 한국으로 건너오기 전까지 빅리그 무대를 한 번도 밟지 못했다. 구속도 평범했고 구종도 단조로운 탓에 마이너리그 팀을 전전하며 10만 달러(약 1억3500만 원)도 되지 않는 연봉을 받았다. 27세라는 비교적 어린 나이에 한국행을 결정한 이유다. 그렇게 찾은 한국에서 그는 새롭게 태어났다. 평균 시속 140km대 중반이던 패스트볼은 140km대 후반으로 빨라졌다. 커브, 체인지업, 컷 패스트볼 등 다양한 변화구도 익혔다. 어지간한 공에는 배트를 휘두르지 않는 끈질긴 한국 타자들을 상대하며 경기 운영 능력도 키웠다. 켈리는 SK에서 4년 통산 48승 32패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했다. 그리고 한국시리즈 우승 이듬해인 2019년 4년 최대 1450만 달러(약 200억 원)를 받는 조건으로 고향 팀 애리조나로 건너갔다. 빅리그 무대를 밟아본 적이 없던 외국인 선수가 KBO리그를 거쳐 MLB에 역수출된 첫 사례였다. 켈리는 MLB 진출 첫해부터 13승(14패)을 올렸고 올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는 미국 대표팀에도 뽑혔다. 문제는 애리조나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적이 없다는 점이었다. 이 때문에 켈리 역시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야 했다. 이에 대해 켈리는 “한국은 포스트시즌마다 3만 명 정도의 관중이 경기장을 가득 채우고, 관중 절반은 타자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각기 다른 응원가를 부르며 응원한다”고 답했다. 한국에서 큰 경기 경험을 충분히 쌓았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이날까지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3승 1패, 평균자책점 2.25를 기록하며 ‘한국 유학 효과’를 증명해 보이고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코끼리’ 김응용 전 해태 타이거즈 감독(83)은 야구로 모든 걸 다 이룬 사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업야구 시절 한국을 대표하는 홈런 타자였고, 1983년부터 2000년까지 프로야구 해태 감독으로 재임하며 9차례나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삼성 감독으로 한 차례 더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해 ‘V10’을 이뤘고, 2013∼2014년에는 한화 감독도 지냈다. 2004시즌 후 삼성 사장으로 취임한 그는 야구 선수 출신 첫 야구단 사장이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도 맡았다. 프로야구 감독은 명예로운 자리지만 스트레스가 극심한 직업이다. 몇 년만 감독을 해도 약을 달고 사는 감독이 적지 않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이 24년이나 프로 감독을 지낸 그에게 “대체 어떻게 버티셨느냐”고 묻곤 한다. 그가 건강을 지킬 수 있었던 비결로 꼽는 건 바로 ‘등산’이다. 젊을 때부터 산을 좋아했던 그는 틈만 나면 산을 탔다. 대한민국에서 유명한 산 중 그의 발길이 닿지 않은 데가 없다. 야구가 한창인 시즌 중에도 그는 산행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방문경기를 가는 곳 인근의 산을 매일 올랐다. 대구에 가면 팔공산, 부산에 가면 금정산을 오르는 식이었다. 그는 “프로야구는 주로 저녁에 경기가 열린다. 아침에 일어나 한두 시간 산을 타고 내려와서 밥 먹고, 낮잠 한 시간 자고 운동장에 나가곤 했다”고 했다. 특히 해태의 연고지 광주에 있는 무등산은 집이나 마찬가지였다. 해태 선수들은 한 달에 한 번은 그와 함께 무등산을 뛰어서 올라야 했다. 80대로 접어든 뒤엔 거의 산에 오르지 않는다. 무릎이 좋지 않아 내려올 때 무리가 가기 때문이다. 그 대신 경기 성남시 분당구 집 근처의 탄천길을 많이 걷는다. 하루에 적어도 한 시간 이상을 걷는다. 젊을 때 엄청난 식욕으로 유명했지만 먹는 양도 많이 줄였다. 그는 “아내가 예전처럼 많이 안 해주더라고”라고 농담을 던졌다. 운동을 꾸준히 하고 먹는 양을 줄이면서 최고 120kg까지 나가던 몸무게가 87kg까지 내려왔다. 그는 “몸무게를 줄이니까 무릎 아픈 게 싹 가셨다. 골프 칠 때 허리도 잘 돌아간다”며 웃었다. 젊은 시절 테니스를 즐겼던 그는 요즘엔 많이 걸을 수 있는 골프에 재미를 들였다. 해태 시절 제자인 선동열 전 국가대표팀 감독 등과 함께 한 달에 한두 차례 라운드를 한다. 평균 스코어는 80대로 준수한 편이지만 더 잘 치고 싶은 마음에 연습장도 다닌다. 그는 “운동 삼아 골프를 친다. 끝나고 나서 밥 맛있게 먹고, 막걸리 한잔하는 재미에 한다”고 말했다. 말과 달리 필드에만 서면 특유의 승부사 기질이 어김없이 나온다고 한다. 제자들과의 대결에서도 절대 양보란 없다. 그는 “내기 골프를 하면 주로 이기는 쪽”이라고 했다. 제자들은 “감독님에 대한 예우로 져주는 것일 뿐”이라고 항변한다. 평생을 야구인으로 살아온 그는 지금도 야구와 관련된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선다. 작년까지 직접 운전을 해 충북 진천 등 초등학교를 찾아 재능기부를 했다. 그는 “야구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 시간이 제일 잘 가는 것 같다”며 “언제까지라도 할 수 있는 한 좋은 선수들을 발굴해 잘 키워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

‘타이거즈 타임’이라는 게 있다. 약속된 시간보다 일찍 자리에 나오는 것이다. 정확히 몇 분 전에 도착해야 한다고 명시된 건 없다. 다만 눈치껏 충분히 약속 장소에 도착해야 한다.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에 빛나는 ‘코끼리’ 김응용 전 해태 타이거즈 감독(83)과 약속을 잡았으니 당연히 ‘타이거즈 타임’을 생각했다. 일찌감치 집을 나서 약속시간보다 20분 정도 먼저 도착했다. 식당에 들어서며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천만의 말씀. 김 감독과 일행은 이미 식당 한쪽에 자리를 잡고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참석자 중 제일 막내였던 기자는 “늦어서 죄송하다”며 머쓱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의 주위 사람들은 모두 ‘타이거즈 타임’에 익숙하다. 하지만 어느 조직이건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기 마련. 한국 프로야구 팀들은 대부분 구단 버스를 타고 함께 이동한다. 해태 감독 시절 선수들은 출발 30분 전에는 이미 착석을 완료하고 있었다. 휴게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화장실 이용을 위해 10분 휴식이라 하면 재빨리 볼일을 보고 돌아오곤 했다. 하지만 어느 날 한 선수가 우동인가 핫도그인가를 먹느라 출발 예정 시간에 임박해 버스에 돌아온 일이 있었다. 하지만 ‘타이거즈 타임’에 따라 구단 버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뒤에 홀로 남겨진 그 선수는 “나는 정확히 제시간에 도착했다”고 항변했지만 이미 버스는 떠난 뒤였다. 그는 택시를 불러 뒤늦게 선수단에 합류해야 했다. 식사 자리에서도 김 감독은 여전했다. 빠른 속도로 눈앞의 음식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어느덧 80대 중반의 향해 가는 김 감독도 부지런히 젓가락을 놀렸다. 예전부터 야구계에 회자되던 말이 떠올랐다. “함께 고기를 먹으면 제대로 익지도 않은 고기를 젓가락으로 싹 쓸어가 다른 사람이 먹을 게 없다”던.생각난 김에 “정말 그런 일이 있었나요”하고 물었다. 그는 “있었던 이야기”라고 답했다. 그의 식욕이 남다르긴 했다. 하지만 가난하고 어렵던 당시 시절도 원인 중 하나였다. 그는 “처음 실업팀에 입단했을 때 거의 막내였다. 후배라곤 백인천(전 LG, 롯데 감독) 한 명이었다. 여관에서 합숙 훈련을 하면 선배들이 모두 먼저 다 먹은 후에 남은 밥을 먹곤 했다”며 “여관에서 밥해주는 분께 나랑 백인천이 먹게 밥 두 그릇만 따로 남겨달라고 부탁한 적도 있다. 배팅볼을 한 시간 던지면 밥 한 그릇 더 준다는 말에 남아서 배팅볼을 던지기도 했다”고 옛 기억을 떠올렸다. 그런 상황이었으니 안 익은 고기를 부리나케 입으로 가져간 것도 십분 이해가 됐다. 타고 난 덩치와 지기 싫어하는 승부욕으로 그는 단번에 한국 야구 최고의 타자가 됐다. 프로야구 출범 전 실업 야구 시절 그는 대한민국 최고의 홈런 타자이자 1루수였다. 코끼리라는 별명도 그때 생겼다. 덩치가 큰 그가 1루에서 야수들이 던진 공을 받는 모습이 마치 코끼리가 사람들이 던져 준 비스킷을 코로 받아먹는 것 같아서였다. 국가대표의 터줏대감이기도 한 그는 ‘한일전’의 영웅이기도 했다. 한국 야구 태표팀은 1963년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3-0으로 꺾고 우승했는데 당시 4번 타자였던 그는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1회 결승타와 8회 2점 홈런을 모두 때렸다. ‘감독 김응용’은 많은 사람들이 아는 바 그대로다. 실업팀 한일은행에서 9년간 감독 생활을 했던 그는 프로 출범 후 1983년 해태 감독이 됐다. 이후 2000년까지 18년간 해태를 이끌며 9차례나 한국시리즈 정상을 차지했다. 그의 재임 기간 중 해태는 9번 한국시리즈에 올라 9번 모두 우승했다. 2001년 삼성 라이온즈으로 옮긴 뒤에도 2002년에 우승을 차지해 ‘V10’을 달성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한국 대표팀 사령탑으로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을 꺾고 동메달을 차지하기도 했다. 2004년부터는 야구인으로는 처음으로 삼성 사장을 맡아 7년간 일했고, 2016년부터 2020년까지는 아마 야구의 수장인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을 역임했다. 야구 감독은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이다. 3, 4년만 감독을 해도 머리가 하얗게 센다, 약을 달고 사는 감독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 김 감독은 개성 있는 선수들이 차고 넘쳤던 해태를 18년간 지휘했고, 이후에도 삼성과 한화 감독 등을 지냈다. 먹을 걸 좋아하는 그는 한창때 몸무게가 120kg까지도 나갔다. 그가 온갖 스트레스 속에서도 건강을 지킬 수 있었던 건 바로 ‘등산’ 덕분이었다. 젊을 때부터 산을 좋아했던 그는 틈만 나면 산을 탔다. 대한민국에서 유명한 산 중 그의 발길이 닿지 않은 데가 없을 정도다. 시즌이 끝난 뒤에는 몇 날 며칠을 산을 다녔다. 한창 바쁜 시즌 중에도 그는 머무는 도시 인근의 산을 올랐다. 대구에 가면 팔공산, 부산에 가면 금정산, 대전에 가면 계룡산을 올랐다. 그는 “프로야구는 어차피 밤에 주로 경기가 있으니 낮에 시간이 있지 않나. 아침에 일어나 한두 시간 산을 타고 내려와서 밥 먹고, 낮잠 한 시간 자고 운동장에 나가곤 했다”고 했다. 특히 해태의 연고지인 광주에 있는 무등산은 마치 집이나 마찬가지였다. 크로스컨트리를 겸비한 무등산 등산은 그가 해태 선수들에게 종종 시키곤 하는 훈련이었다. 한 달에 한 번은 무등산을 뛰었다. 무등산을 훤히 꿰고 있던 그는 선수들이 꾀를 내어 내려오곤 하던 길목을 떡 하니 지키고 있곤 했다. 샛길로 내려오다가 걸린 선수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그는 “뒤돌아보면 참 재미있는 시절이었다. 언젠가 하루는 무등산에 폭설이 내렸다. 약 15km정도 코스였는데 선수들에게는 8km밖에 안된다고 속여서 훈련을 시킨 적도 있다”며 웃었다. 그는 등산과 함께 테니스도 많이 쳤다. 요즘 그는 거의 산에 오르지 않는다. 무릎이 좋지 않아 내려올 때 무리가 가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집이 있는 경기 분당의 탄천길을 많이 걷는다. 하루에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가량을 꾸준히 걷는다. 먹는 양도 크게 줄였다. 그는 “아내가 예전처럼 많이 안 해주더라고”라고 농담을 던졌다. 하지만 옆에 있던 일행은 “많이 줄였다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일행 중에서는 가장 많이 드신다”고 했다. 운동을 꾸준히 하고 먹는 양을 줄이면서 그의 몸무게는 요즘 80kg 후반대까지 내려왔다. 그는 “몸무게를 20kg 넘게 줄이니까 무릎 아픈 게 싹 가셨다”며 “골프를 칠 때 허리도 잘 돌아간다”며 웃었다. 요즘 그는 걷기와 함께 골프로 건강을 유지한다. 등산과 테니스를 할 때는 골프를 자주 치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부쩍 재미를 들였다. 필드는 한 달에 한두 번 나가고 연습장에도 종종 간다. 그의 골프 동반자는 해태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제자인 선동열 전 국가대표팀 감독과 양승호 전 롯데 감독, 이상국 전 해태 단장 등이다. 그는 “골프는 운동 삼아 친다. 끝나고 나서 밥 맛있게 먹고, 막걸리 한 잔하는 재미에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말과는 달리 필드에만 서면 특유의 승부사 기질이 어김없이 나온다고 한다. 제자들과의 대결에서도 그는 절대 지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코어도 80대로 나이에 비해 무척 준수한 편이다. 티는 시니어 멤버들이 쓰는 옐로 티를 사용한다. 그는 “나도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화이트 티를 쓰고 싶다. 그런데 같이 치는 멤버가 옐로 티를 고집해 나도 옐로 티를 쓸 수 밖에 없다”며 웃었다. 옛날 해태 멤버들끼리의 골프 대결은 샷뿐 아니라 말싸움의 향연이기도 하다. 멘탈 게임이라는 골프지만 워낙 편한 사이들이다 보니 상대의 샷에 대해 비난을 하기도, 칭찬을 하기도 한다. 그는 “야구를 할 때 3만 관중 앞에서도 쫄지 않았다. 골프 칠 때 옆에서 누가 뭐라고 한다고 해서 샷에 영향을 받거나 하진 않는다. 내기 골프를 하면 주로 이기는 쪽”이라고 했다. 양승호 전 감독은 “감독님에 대한 예우로 져주는 것일 뿐”이라고 항변했다. 평생을 야구와 함께 해 온 그는 지금도 야구와 관련된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선다. 작년까지 그는 손수 운전을 해 충북 진천 등의 초등학교를 찾아 재능기부를 했다. 그는 “다니면서 좋은 선수가 될 재능 있는 선수를 보면 ‘야구 한 번 해보라’고 권하곤 한다. 얼마 전에도 초등학생인데 키가 187cm인 선수를 한 명 발굴해 두어날 연습을 시켜서 야구를 하는 중학교에 진학시켰다”며 “이 나이에도 야구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 시간이 제일 잘 가는 것 같다. 언제까지라도 야구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있고 싶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015년 처음 1군 리그에 참가한 프로야구 제10구단 KT와 2013년 1군에 합류한 제9구단 NC가 한국시리즈(KS) 진출 티켓을 두고 양보할 수 없는 대결을 벌인다. 프로야구 막내 두 팀은 3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리는 1차전을 시작으로 5전 3승제의 플레이오프(PO)에 돌입한다. 두 팀이 포스트시즌(PS)에서 맞붙는 건 처음이다. 1군 합류 이듬해인 2014년부터 PS에 진출한 NC는 2020년 창단 첫 KS 정상에 올랐다. 2020년 처음 ‘가을 잔치’에 초대받은 KT도 2021년 챔피언이 됐다. 올해 정규시즌 2위인 KT는 상대 전적에서 4위 NC에 10승 6패로 앞섰다.● 최강 선발 KT “우리의 길을 간다”10일 정규시즌을 마친 KT는 19일간 체력을 회복하고 청백전 등을 통해 PO를 준비해 왔다. KT는 최강의 선발 투수진을 보유하고 있다. 정규시즌에서 15승을 거둔 왼손 투수 벤자민을 비롯해 12승 무패를 기록한 쿠에바스, 사이드암 투수 고영표(12승) 등이 모두 에이스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팔꿈치 통증으로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2이닝 만에 강판당했던 벤자민은 26일 청백전에 선발 등판해 정규시즌과 별 차이가 없는 최고 시속 147km짜리 빠른 볼을 던졌다. 늑골이 부러져 8월 22일 이후 등판하지 못한 롱 릴리프 엄상백도 PO에선 정상 출격이 가능하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최고의 구위를 뽐낸 불펜 투수 박영현의 존재도 든든하다. 타선에서 부상 선수가 여럿 나왔다. 중심 타자 강백호는 26일 청백전에서 타격을 하다가 오른쪽 옆구리 근육이 파열됐다. 이강철 KT 감독은 “포스트시즌 출전은 어려울 것 같다”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허벅지 근육을 다친 김민혁도 통증이 여전히 남아 있어 정상 출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NC, 페디 없이 PS 4연승 행진 중NC는 최근의 상승세를 이어가려 한다. NC는 두산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한 경기에 끝냈고, SSG와의 준PO에서도 3연승을 거뒀다. 다승(20승), 평균자책점(2.00), 탈삼진(209개)까지 트라플 크라운을 달성한 ‘에이스’ 페디가 시즌 막판 팔뚝 부상을 당해 PS 무대에 서지 못하는 가운데 거둔 성과다. 페디는 큰 변수가 없는 한 30일 PO 1차전에 선발 등판할 것으로 보인다. NC는 불펜이 막강하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다녀온 뒤 한층 안정감이 생긴 왼손 투수 김영규는 준PO 3경기 모두 위기 상황에 등판해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오른손 투수 류진욱은 힘 있는 패스트볼로 상대 타자들을 제압했다. 마무리 투수 이용찬이 준PO 3차전에서 1점 차 승리를 지켜내는 등 구위를 회복한 것도 고무적이다. 타격감도 좋다. 박민우는 준PO 3경기에서 타율 0.400으로 열심히 ‘밥상’을 차렸고 박건우가 타율 0.462로 해결사 노릇을 했다. NC는 정규시즌 때 팀 실책 1위(130개)였지만 준PO에서는 단 1개의 실책도 저지르지 않았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애리조나와 뉴욕 양키스가 맞붙은 2001년 월드시리즈(WS)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포스트시즌(PS) 승부 중 하나로 꼽힌다. 애리조나는 안방에서 먼저 2승을 올렸지만 뉴욕에서 3연패를 당한 뒤 다시 안방으로 돌아와 2연승을 거두고 1998년 창단 이후 3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애리조나 마무리 투수였던 김병현(사진)은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와 챔피언십시리즈(NLCS) 총 4경기에서 3세이브를 올리면서 팀의 WS 진출을 도왔다. 그러나 WS에서는 4차전 9회말 티노 마르티네스에게 동점 홈런, 10회말 데릭 지터에게 끝내기 홈런을 내준 뒤 마운드에 주저앉았다. 5차전에서도 2-0으로 앞서가던 9회말 스콧 브로셔스에게 동점 홈런을 허용했다. 애리조나는 최종 7차전에서 ‘원투펀치’ 커트 실링을 선발, 랜디 존슨을 마무리 투수로 투입하는 총력전을 펼쳤다. 그리고 1-2로 뒤진 9회말 양키스의 ‘수호신’ 마리아노 리베라를 무너뜨리며 3-2 역전승을 거뒀다. 그해를 마지막으로 작년까지 21년간 WS 무대를 밟지 못했던 애리조나가 올해 다시 한 번 ‘신데렐라 스토리’에 도전한다. 애리조나는 25일 필라델피아 방문경기로 열린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최종 7차전에서 4-2 승리를 거두며 시리즈 전적 4승 3패로 WS행 티켓을 따냈다. 애리조나는 정규시즌에 승률 0.519(84승 78패)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올해 ‘가을 잔치’ 무대를 밟은 12개 팀 가운데 마이애미와 함께 승률이 가장 낮은 팀이 애리조나였다. PS 대진표가 나온 뒤 라스베이거스 도박사들이 예상한 우승 확률도 2.0%로 최하위였다. 이전까지 한 시즌에 162경기를 치른 팀이 84승에 그치고도 WS에 진출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애리조나는 와일드카드 시리즈(3전 2승제)에서 NL 중부지구 우승팀 밀워키를 2승 무패로 제압한 뒤 디비전시리즈(5전 3승제)에서도 서부지구 우승팀 LA 다저스를 3승 무패로 가볍게 넘어섰다. 그리고 역시 와일드카드 시리즈부터 시작해 NLCS까지 오른 필라델피아마저 물리치면서 ‘대권’까지 넘보게 됐다. NLCS 최우수선수(MVP)는 PS 들어 애리조나 공격의 핵심으로 떠오른 유틸리티 플레이어 케텔 마르테에게 돌아갔다. 마르테는 NLCS 7경기에서 타율 0.387(31타수 12안타)을 기록했다. 마르테는 이날도 3-2로 앞선 7회초 1사 1루 상황에서 2루타를 때리면서 2017시즌부터 PS 16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마르테가 WS 1차전에서도 안타를 때리면 PS 최다 연속 경기 안타 타이기록을 쓰게 된다. 애리조나의 WS 상대는 1961년 창단 후 첫 우승에 도전하는 텍사스다. 역시 와일드카드로 출발한 텍사스는 휴스턴을 꺾고 WS에 선착했다. 와일드카드 팀끼리 WS 맞대결을 벌이는 건 2002년과 2014년에 이어 세 번째다. WS 1차전은 28일 오전 9시 3분 텍사스 안방 구장 글로브 라이프 필드에서 열린다. 글로브 라이프 필드와 애리조나 안방 구장 체이스필드는 모두 개폐형 돔구장이다. 돔구장을 안방으로 쓰는 팀끼리 WS에서 맞붙는 건 처음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프로야구 NC 중심타자 박건우(33·사진)는 올해 7월 초 갑작스럽게 퓨처스리그(2군)행을 통보받았다. 이곳저곳 잔부상에 시달리던 박건우는 승부가 기울면 교체를 요청하곤 했는데 팀에서는 이를 ‘원팀’에서 벗어난 행동으로 봤다. 강인권 NC 감독은 “고참으로서 실력 말고도 갖춰야 될 덕목이 있다. 그 부분에서 아쉬움이 컸다”고 말했다. 박건우는 ‘책임감’이라는 단어를 가슴에 새긴 채 7월 말 1군에 복귀했다. 2군에 내려가기 전까지 타율 0.286에 그쳤던 그는 복귀 후 타율을 0.319로 끌어올리면서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이바지했다. ‘가을 야구’가 한창인 지금도 허리와 무릎 등이 좋지 않지만 몸을 날리는 허슬플레이를 마다하지 않으며 팀의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 박건우는 23일 SSG와의 준플레이오프(준PO·5전 3승제) 2차전에 3번 타자 우익수로 출전해 5타수 3안타 2타점 1득점으로 활약하며 경기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5회 수비 때는 최정의 우익선상 파울 타구를 끝까지 쫓아간 뒤 몸을 날려 잡아내기도 했다. 박건우는 19일 두산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때부터 3경기 연속 안타를 치면서 포스트시즌 타율 0.455(11타수 5안타)를 기록 중이다. 박건우의 활약 속에 NC는 준PO 1, 2차전을 모두 이기고 플레이오프(PO) 진출에 1승만을 남겨 두고 있다. 박건우는 원래 ‘가을 잔치’ 무대에 약했다. 두산에서 뛰던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시즌 동안 포스트시즌 55경기 통산 타율이 0.206에 불과했다. 자신의 정규시즌 통산 타율(0.326)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2018년 SK(현 SSG)와의 한국시리즈 때는 24타수 1안타(타율 0.042)에 그치기도 했다. 박건우는 “두산에서는 어리광 부리며 ‘형, 해주세요’라고 했는데 지금은 고참으로 더 책임감을 갖고 경기에 임한다”며 “진통제 주사를 맞으며 버티고 있다. 경기에서 빠질 상황이 아니니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준PO 3차전은 25일 오후 6시 30분 창원NC파크에서 열린다. SSG는 오원석, NC는 태너를 선발 투수로 예고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제는 고참들이 해줘야 될 때가 된 것 같다.”포스트시즌(PS) 들어 신들린 듯한 선수 기용과 작전을 펼치고 있는 강인권 NC 감독은 2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의 준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2차전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의 말은 거짓말처럼 현실이 됐다. 정규시즌 4위 NC가 30대의 베테랑 손아섭과 박건우 등의 활약에 힘입어 정규시즌 3위 SSG를 7-3으로 꺾었다. 전날 4-3 신승에 이어 2연승을 달린 NC는 플레이오프(PO) 진출에 1승만을 남겨두게 됐다. 지난해까지 5전 3승제로 펼쳐진 14번의 준PO에서 1∼2차전을 모두 이긴 8팀 중 6팀(75%)이 PO에 진출했다.작두 탄 NC 강인권 감독양 팀 선발진의 무게에서는 SSG의 우세가 예상됐다. NC의 선발 투수는 시즌 4승(9패)를 거둔 송명기였던 반면 SSG는 왼손 에이스 김광현을 선발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정규시즌에서 9승(8패)를 거둔 김광현은 NC를 상대로도 3경기에 나와 1승 1패 평균자책점 3.31로 괜찮은 모습을 보였다.하지만 두산과의 와일드카드(WC) 결정전부터 줄곤 상승세를 타고 있는 NC는 1회초부터 김광현을 두들겼다. 톱타자 손아섭이 유격수 방면 내야 안타로 먼저 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2번 박민우가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3번 박건우의 좌전 안타로 만든 1사 1, 2루 기회에서 마틴이 우익선상 2루타를 터뜨리며 선취점을 뽑았다. 계속된 1사 2, 3루에서 권희동의 적시타와 서호철의 희생플라이가 나오며 NC는 3-0으로 앞섰다. 2회에는 2사 후 연속 볼넷으로 맞은 2사 1, 2루에서 박건우가 우중간에 떨어지는 적시타를 때려 한 점을 더 달아났다. SSG의 필승카드였던 김광현은 초반 부진에 이어 왼손 엄지 손가락 굳은살 부위의 상처가 벌어져 3이닝을 던진 후 조기 강판 됐다. NC 송명기는 3회까지 무실점을 기록한 뒤 4회말 한유섬에게 2점 홈런을 맞은 뒤 마운드를 최성영에게 넘겼다. 한유섬의 홈런 2방도 덧없이준PO들어 타선이 터지지 않아 고민이었던 SSG의 반격을 이끈 것은 중심 타자 한유섬이었다. 한유섬은 0-4로 끌려가던 4회말 1사 1루에서 송명기의 몸쪽 낮은 직구를 잡아 당겨 추격의 불씨를 당기는 2점 홈런을 쳐냈다. 한유섬은 2-4로 뒤진 6회에는 NC의 세 번째 투수 이재학의 한가운데 체인지업을 중월 솔로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하지만 SSG의 나머지 타자들은 고비마자 성공적인 계투 작전을 이어간 NC 투수진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이날 SSG가 기록한 3타점을 한유섬 혼자의 작품이었다. 경기 들었나 놨다 한 NC 김형준NC로서도 모든 것이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순항하던 경기의 흐름이 끊겼던 것은 5회초 공격 때였다. 4-2로 앞선 5회초 선두 타자 권희동이 SSG 3루수 최정의 송구 실책을 틈타 1루를 밟았다. 후속 서호철의 희생번트 때는 투수 문승원이 공을 더듬다 놓치는 실책을 범했다. 무사 1, 2루의 황금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선 김형준은 벤치의 작전에 따라 보내기 번트를 댔다. 하지만 이 공이 투수 문승원 앞으로 빠르게 굴러가면서 투수-3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연결되고 말았다. 승기를 확실히 굳힐 수 있었던 기회를 허탈하게 놓치면서 NC는 경기 후반 살얼음과 같은 1점차 승부에 돌입하게 됐다. 그런데 결자해지한 것도 역시 김형준이었다. 4-3으로 앞선 8회초 선두 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김형준은 8구째까지 가는 긴 승부 끝에 호투하던 문승원을 상대로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때렸다. 손아섭-박건우, 베테랑의 힘NC의 파상 공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도태훈의 몸에 맞는 볼과 보내기 번트로 만든 1사 2루에서 손아섭이 우익선상을 타고 흐르는 적시 2루타를 쳤다. 박건우는 중전 적시타로 손아섭을 홈으로 불러 들였다. 이날 손아섭은 4타수 2안타 2볼넷 3득점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3번 타자 박건우는 5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박건우는 준PO 2차전 최우수선수(MVP)로 뽑혀 상금 100만 원을 받았다. 3차전 선발 SSG 오원석 vs NC 태너양 팀의 3차전은 하루를 쉰 뒤 25일 NC의 안방인 창원NC파크에서 열린다. 김원형 SSG 감독은 3차전 선발로 왼손 투수 오원석을 낙점했다. 김 감독은 “오원석이 지난해 한국시리즈를 경험했고, 10월에도 내용이 좋았다”고 설명했다.NC의 3차전 선발 투수는 태너로 최종 결정됐다. 경기 전만 해도 올 시즌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등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외국인 에이스 페디의 3차전 등판을 공언했던 강 감독은 “페디가 오늘 훈련 중 부상 부위에 불편함을 느껴 등판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3차전 선발 투수는 두산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등판했던 태너로 갑자기 바뀌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인천 SSG랜더스필드는 국내 프로야구의 모든 구장을 통틀어 홈런이 가장 많이 나오는 곳이다. 올해 정규시즌 72경기에서 141개의 홈런이 쏟아졌다. 이유는 규모가 가장 작기 때문이다. SSG랜더스필드는 홈플레이트에서 외야 담장 좌우까지 각각 95m, 중앙까지는 100m밖에 되지 않는다. 서울 잠실구장은 외야 담장 좌우까지 각각 100m, 중앙까지는 125m다. 22일 만원 관중(2만2500명)이 찾은 이곳에서 열린 NC와 SSG의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1차전 승부도 홈런에서 갈렸다. 두산과의 와일드카드(WC) 결정전에서 승리해 준PO에 오른 정규시즌 4위 NC는 8회초 대타 김성욱의 결승 홈런 등에 힘입어 정규시즌 3위 SSG를 4-3으로 꺾었다. 준PO 1차전 승리 팀은 역대 32번 중 28번(87.5%) PO에 진출했다. 양 팀은 선발투수들의 호투 속에 7회까지 팽팽한 0의 행진을 이어갔다. 선발로 깜짝 등판한 NC 신민혁은 5와 3분의 2이닝을 4피안타 무실점으로 잘 막았다. 6회 2사 후 등판한 구원 투수 김영규도 1과 3분의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SSG 선발 투수 엘리아스는 7회까지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했다. 4회에만 주자를 내보냈을 뿐 나머지 이닝은 삼자범퇴를 기록했다. NC는 8회초 서호철이 유격수 쪽 내야안타를 때려내며 이날 처음으로 선두 타자가 출루했다. 하지만 후속 타자 김형준의 보내기 번트 실패로 주자를 스코어링 포지션에는 두지 못했다. 이때 강인권 NC 감독은 ‘한 방’이 있는 김성욱을 대타 카드로 기용했다. 1사 1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김성욱은 한가운데로 몰린 엘리아스의 초구 체인지업(시속 139km)을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결승 2점포를 쏘아 올렸다. 잠실구장이었다면 담장을 넘어가지 못했겠지만 SSG랜더스필드에선 홈런이 되기에 충분했다. 비거리 120m로 준PO 통산 8번째 대타 홈런이었다. NC는 2-1로 쫓긴 9회초 상대 배터리의 허를 찌르는 도루로 2점을 추가했다. 2루 주자 박민우가 3루 도루에 성공한 뒤 마틴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았다. 마틴 역시 2루를 훔친 뒤 서호철의 오른쪽 적시타 때 팀의 4번째 득점을 기록했다. 김성욱은 “무조건 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자신 있게 나갔다. 홈런이 될 줄은 모르고 ‘제발 넘어가라’고 생각하며 뛰었는데 다행히 넘어갔다”고 말했다. 김성욱은 준PO 1차전 최우수선수(MVP)로 뽑혀 상금 100만 원을 받았다. SSG로선 3회와 4회 잡은 두 차례의 무사 1, 2루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게 아쉬웠다. SSG는 1-4로 뒤진 9회말 하재훈이 상대 마무리 투수 이용찬에게서 2점 홈런을 뽑아내며 추격했지만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다. 양 팀의 준PO 2차전은 23일 오후 6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NC는 송명기, SSG는 김광현을 선발투수로 예고했다. 오른 팔뚝 부상을 당한 NC 에이스 페디는 22일 불펜 피칭을 했지만 아직 몸 상태가 완전치 않아 2차전 등판이 무산됐다. 인천=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요즘 제 스윙 스피드가 김세영이랑 비슷해졌네요.” ‘탱크’ 최경주(53)는 40대 중반이던 2015년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SK텔레콤에 출전했을 때 이렇게 비거리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당시 최경주의 드라이버 스윙 평균 스피드는 106마일이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의 장타자로 유명했던 김세영(30)보다는 물론 빨랐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유연성과 근력이 떨어지면서 고민이 커졌다. 2018년엔 갑상샘암 수술을 받으면서 체중이 13kg이나 빠졌다. 하지만 최근 최경주는 자신감을 되찾았다. 건강한 식생활과 체계적인 트레이닝으로 젊을 때 못지않은 몸을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비시즌에 음주를 즐겼던 최경주는 2년 전부터는 금주를 하고 있다. 맥주 한 잔, 와인 한 잔도 마시지 않는다. 얼마 전부터는 탄산음료까지 완전히 끊었다. 그는 햄버거를 먹을 때도 좋아하던 콜라 대신 생수를 마신다. 그는 “처음에는 도저히 적응이 안 되고 너무 힘들었다. 이제 겨우 익숙해지고 있다. 햄버거를 물과 함께 먹으면 아무래도 제 맛이 안 나더라”며 웃었다. 최경주는 올 초부터 미국 집 근처에 있는 트레이닝 전문 센터에서 몸 관리를 체계적으로 하고 있다. 코어와 하체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검사 결과를 들은 최경주는 이 부위를 중심으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운동을 한다. 무거운 기구를 들기보다는 현재 자기의 힘으로 들 수 있는 무게에서 조금씩 올려 간다. 스트레칭을 통한 유연성 훈련도 많이 한다. 그는 “몇 해 전 살도 많이 빠지고 근육량도 예전 같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건강한 식생활을 하고 체계적으로 운동하다 보니 몸과 정신이 모두 좋아졌다. 당장 나가서 공을 쳐도 잘 맞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8승을 거둔 그는 2020년부터 50세 이상이 출전하는 시니어투어인 PGA 챔피언스투어도 병행하고 있다. 챔피언스투어에서도 1승을 거뒀지만 내년에는 PGA투어에서 더 자주 뛰려고 한다. 그래서 필요한 게 비거리다. 2022∼2023시즌 그의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는 271.6야드였다. 스윙 스피드가 107마일 내외였기에 나온 결과다. 현재 PGA투어 선수들의 스윙 평균 스피드는 113마일이다. 개인 최고 스윙 스피드가 112마일이었다는 최경주는 “113마일을 기록하는 게 남은 골프 인생의 목표다. 그 정도를 휘두르면 PGA투어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거리 향상을 위해 완력기도 쉬지 않고 한다. 그는 “함께 운동하는 선수 중 야구 선수들도 있다. 팔뚝 힘이 좋은 야구 선수들은 공을 툭 쳐도 멀리 보내더라”며 “주말 골퍼들도 완력기를 한 달만 꾸준히 해보면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꿈나무 육성을 위한 최경주재단을 운영하면서 2011년부터 자신의 이름을 딴 코리안투어 대회를 열고 있는 그는 “이제 인생 후반기에 접어들었다. 선수 생활도, 개인 생활도 잘 마무리해야 할 때”라며 “이왕 선수 생활을 하는 거라면 ‘최경주가 여전히 짱짱하구나’라는 걸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

자기관리에 철저했던 선수들도 은퇴가 가까워지면 서서히 마음을 내려놓기 시작한다. 평소보다 운동량을 줄이는 게 대표적이다. 입에 대지 않던 탄산음료를 마시거나 라면 같은 밀가루 음식을 먹기도 한다. 그런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 한국 선수들의 ‘맏형’ 최경주(53)는 오히려 정반대다. 시즌이 끝난 후 지인들과 음주를 즐기곤 하던 최경주는 2년 전부터는 술을 아예 끊어 버렸다. 와인 잔을 들고 건배를 해야 하는 행사장에 가더라도 잔에 든 와인을 입에 대지 않고 탁자에 내려 놓는다. 얼마 전부터는 탄산음료까지 완전히 끊었다. 주로 미국에서 생활하는 그는 한식를 주로 먹지만 햄버거나 피자 등으로 식사를 대신할 때도 있다. 그런데 햄버거와 먹을 때 주로 함께 마시던 콜라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최경주는 “햄버거는 주로 생수와 함께 먹는다. 당분을 뺀 아이스티를 마시기도 한다. 처음에는 도저히 적응이 안 되고 너무 힘들었다. 이제는 겨우 익숙해지고 있다. 그래도 그렇게 먹으면 아무래도 제맛이 안 나더라”며 웃었다. 최경주는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한국 남자골프의 ‘전설’이다. 2000년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PGA투어 무대에 진출했고 2002년 컴팩 클래식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2011년 제5의 메이저대회라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까지 통산 8승을 거뒀다. PGA투어 8승은 일본의 마츠야마 히데키와 함께 아시아 선수 최다승 타이기록이다. 2004년 최고 권위의 메이저대회 마스터스에서는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최경주는 2020년부터는 시니어 투어인 PGA 챔피언스 투어를 병행하고 있다. 데뷔 첫 해 퓨어 인비테이셔널에서 한국인 최초로 챔피언스 투어 우승을 차지했고, 2022~2023시즌에도 준우승 한 번을 포함해 21번 모두 컷을 통과했다. 골프를 이룰 수 있는 건 다 이뤘다고 할 수 있는 그는 무엇을 위해 지금도 자신을 더욱 채찍질하고 있는 것일까. 최경주는 “이왕 선수 생활을 하는 거라면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다. 술과 탄산음료를 끊고 건전한 생활을 하기로 한 것은 나 자신과의 다짐이다. 그런데 몸이 회복되는 게 확실히 느껴진다”고 말했다. 최경주는 올해 초부터 미국 집 근처의 전문 트레이닝 센터에서 체계적인 몸 관리를 하고 있다. 이 트레이닝 센터는 골프 선수 뿐 아니라 야구 선수, 하키 선수, 미식축구 선수 등에게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최경주는 상체에 비해 코어와 하체 부분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신체 측정 결과를 받았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운동은 코어 및 하체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무거운 기구를 들기보다는 현재 자기의 힘으로 들 수 있는 무게에서 조금씩 올려가는 식으로 운동을 진행한다. 이와 함께 스트레칭을 통한 유연성 훈련도 많이 한다. 2018년 갑상샘암 수술을 받고 체중이 13kg이나 빠지기도 했던 최경주는 요즘엔 한창 좋을 때의 몸 상태를 거의 회복했다. 그는 “한 때 살도 많이 빠지고 근육량도 예전 같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건강한 식생활을 하고 체계적으로 운동하다 보니 내 몸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당장 나가서 공을 쳐도 잘 맞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PGA투어와 PGA 챔피언스 투어를 병행하는 게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그는 2022~2023시즌에 PGA투어 3개 대회에 출전했는데 세 번 모두 컷 탈락했다. 우선 비거리가 문제였다. 이번 시즌 그의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는 271.6야드였다. 현재 PGA투어 선수들은 300야드 이상을 기본으로 날린다. 멀리 치는 젊은 선수들과의 경쟁이 점점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비거리 고민이 시작된 것은 꽤 됐다. 40대 중반이던 2015년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SK텔레콤에 출전한 최경주는 “요즘 내 스윙 스피드가 김세영이랑 비슷해졌다”고 허탈하게 말한 적이 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전성기를 구가하던 김세형이 여자 선수로는 엄청난 장타를 때릴 때다. 당시 최경주의 스윙 스피드는 106마일 정도였다. 김세영을 비롯한 여자 선수들보다는 물론 빨랐지만 점점 느려지고 있는 자신의 스윙 스피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은 것이다. 몸이 좋아지면서 그는 현재 107~108마일의 스윙 스피드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50대 중반에 그가 닿고자 하는 스윙 스피드는 113마일이다. 113마일은 현재 PGA투어 프로 선수들의 평균 스윙 스피드다. 개인 역대 최고 스윙 스피드가 112마일이었다는 최경주는 “약했던 부위를 보강해 가면서 점점 스윙 스피드를 올려가고 있다. 쉽진 않겠지만 예전을 내 스윙 스피드를 넘어보는 게 남은 골프 인생의 목표다. 113마일이면 대충 290야드 안팎을 날릴 수 있다. 그러면 PGA투어에서도 경쟁력이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요즘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하는 운동 중 하나는 완력기다. 100파운드 세기의 완력기를 양손으로 하루 30회 이상씩 한다. 이 역시 현재 다니고 있는 트레이닝 센터에서 보고 배운 것이다. 그는 “여기서 같이 운동하는 선수들 중에 야구 선수들이 있다. 전완근이 발달한 야구 선수들은 툭 친 것 같은데도 공이 까마득하게 날아가더라”며 “내가 온 몸을 써서 풀 스윙을 해도 갈까 말까 한 거리를 툭 쳐서 보내는 걸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 그립의 힘이 좋으면 때릴 때의 파워 전달이 잘 된다”고 말했다. 그는 비거리가 고민인 주말 골퍼들에게도 완력기를 사용해 볼 것을 권했다. 그는 “내가 가진 힘보다 조금 센 완력기를 사용해 한 달만 꾸준히 해보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 골퍼들이 온몸을 써서 공을 보내려고 하지만 한층 강화된 팔뚝 힘으로 쳐도 공은 훨씬 멀리 날아간다”고 말했다. 최경주는 자신의 골프 뿐 아니라 한국 골프 발전을 위해서도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고 있다. 2007년 최경주재단을 설립해 골프 꿈나무들을 육성하고 있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 뛰고 있는 이재경, 김민규, 정찬민 등이 재단 골프 꿈나무 출신이다. 2011년 부터는 후배들을 위해 자신의 이름을 건 대회(현 현대해상 최경주인비테이셔널)를 개최하고 있다.올해 대회는 이달 초 경기 여주 페럼클럽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이 대회에서는 선수가 내야 하는 출전비를 모두 주최 측이 부담했고 미국 대회에서처럼 선수뿐 아니라 선수 가족들에게도 식사를 지원했다. 또 고향인 전남 완도에서 공수한 전복을 대회에 출전한 후배 선수와 캐디에게 특식으로 제공했다. 50대 중반의 나이에도 여전히 전진하고 있는 ‘탱크’ 최경주는 “이제 진정한 인생 후반기에 접어들었다. 선수 생활도, 개인 생활도 잘 마무리를 해야 할 때”라며 “이왕 선수 생활을 하는 거라면 ‘최경주가 여전히 짱짱하구나’라는 걸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멋지게 살다가 하나님이 원하시고 기뻐하시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손아섭과 아이들’이 포진한 NC가 ‘디펜딩 챔피언’ SSG를 넘을 수 있을까. 프로야구 정규시즌 3위 SSG와 와일드카드 결정전(WC)을 통과한 4위 NC가 22일부터 5전 3승제의 준플레이오프(준PO)를 치른다. 정규시즌 막판까지 치열하게 3위 전쟁을 치렀던 두 팀 중 한 팀만 2위 KT가 기다리는 수원으로 간다. 올 정규시즌 맞대결에서는 양 팀은 8승 8패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준PO에 직행한 SSG는 나흘간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한 뒤 22, 23일 안방인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NC를 상대한다. NC는 WC에서 5위 두산을 한 경기 만에 제압하며 기세를 탔다. 2015년 WC 제도 도입 이후 지난해까지 8차례 준PO에서는 3, 4위 팀이 4번씩 이겼다. ● NC 손아섭 vs SSG 최정 “나를 따르라”NC 공격의 선봉은 손아섭(35)이다. 지난해 부진을 딛고 올 시즌 생애 첫 타격왕(0.339)에 오른 손아섭은 19일 WC에서도 1회 톱타자로 나서 좌전 안타로 포문을 여는 등 5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NC 주장을 맡고 있는 손아섭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팀에 어린 선수들이 많다. 나 같은 베테랑이 좋은 분위기를 만들고 어린 선수들이 흐름을 잘 탄다면 무서운 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는데 말대로 경기가 흘러갔다. NC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금메달을 가지고 돌아온 유격수 김주원(21)과 포수 김형준(24)의 활약이 눈부셨다. 김주원은 여러 차례 호수비와 더불어 4타수 2안타 2타점을 올렸고, 김형준은 홈런 2방으로 4타점을 쓸어 담았다. 지난해 한국시리즈(KS) 우승을 차지한 SSG는 중심 타자 최정(36)을 필두로 2년 연속 정상 정복을 꿈꾼다. 클럽하우스 리더인 최정은 정규시즌 막판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지만 팀이 준PO에 직행하면서 회복할 시간을 벌었다. 최정은 올 시즌에도 29개의 홈런으로 이 부문 2위에 올랐다.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던 SSG 외야수 최지훈(26)과 유격수 박성한(25)은 이제 적이 된 김주원, 김형준을 상대한다. 최지훈은 정규시즌에 NC를 상대로 타율 0.333(42타수 14안타), 5도루를 기록했다. ● NC의 에이스 vs SSG의 원투펀치이번 시리즈 최대 변수는 NC 에이스 페디(30)의 등판 여부다. 올 시즌 다승(20승), 평균자책점(2.00), 탈삼진(209개)에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페디는 16일 KIA전에서 오른팔에 타구를 맞는 부상을 당해 WC 엔트리에서 빠졌다. 하지만 NC가 준PO에 진출하면서 페디의 등판 가능성이 높아졌다. NC로서는 페디가 1차전부터 선발로 나서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이 경우 페디는 시리즈가 최종 5차전까지 갔을 때 한 번 더 등판할 수 있다. 페디는 올 시즌 SSG를 상대로 2승, 평균자책점 1.38로 잘 던졌다. 제2 선발까지 따지면 엘리아스(35)-김광현(35) ‘원투펀치’를 보유한 SSG가 NC에 앞선다. 김광현은 17일 두산과의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6이닝 무실점, 엘리아스는 하루 전인 16일 역시 두산을 상대로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이 순서대로라면 엘리아스가 1차전, 김광현이 2차전에 나오게 된다. 하지만 정규시즌 상대 전적에서 엘리아스가 3경기 1승, 평균자책점 7.53으로 부진했던 반면 김광현은 3경기 1승 1패, 평균자책점 3.31을 기록해 등판 순서가 바뀔 수도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19일 막을 올린 2023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첫 경기에서 새로운 ‘가을 신데렐라’가 탄생했다. 정규시즌 4위 NC는 이날 창원NC파크에서 열린 5위 두산과의 와일드카드(WC) 결정 1차전에서 만루 홈런과 2루타 등으로 6타점을 올린 서호철과 2개의 홈런을 몰아친 김형준의 불방망이를 앞세워 14-9로 승리했다. NC는 단숨에 준플레이오프(PO) 진출을 확정지었다.NC의 승리로 2015년 WC가 도입된 이후 9년 연속 4위 팀의 준플레이오프(PO)에 진출 공식도 그대로 이어지게 됐다. NC는 22일부터 정규시즌 3위 SSG와 5전 3승제의 준PO를 치른다.27살의 늦깎이 서호철은 자신의 생애 첫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그랜드슬램과 2타점 2루타 등 3안타를 때려내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7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장한 서호철은 0-3으로 뒤진 4회말 1사 만루에서 두산 선발 곽빈의 몸쪽 빠른 패스트볼(시속 149km)를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훌쩍 넘기는 역전 만루포를 쏘아 올렸다. 방망이에 맞는 순간 홈런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잘 맞은 타구였다. 다음 타자 김형준이 곧이어 연속 타자 홈런을 치며 NC는 5-3으로 달아났다. 이날의 결승점도 서호철 타석 때 나왔다. 5회초 2점을 내 줘 5-5 동점이던 5회말 2사 3루에서 두산의 세 번째 투수 이영하는 서호철을 상대하다가 폭투를 범했다. 그 사이 3루 주자 마틴이 홈을 밟았다. 서호철은 6-5 간발의 리드를 이어가던 7회초 1사 만루에서는 두산의 6번째 투수 정철원을 상대로 좌익선상에 떨어지는 2타점 2루타를 때려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8회에는 중전 안타를 때려내며 3안타 경기를 완성했다. 서호철의 만루 홈런은 WC 역대 1호, 그가 기록한 6타점은 WC 역대 최다 타점 기록이다. 4타수 3안타 6타점 2득점으로 훨훨 난 그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순천효천고 졸업 후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던 그는 동의대 4학년이던 2019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9번 전체 87순위로 NC의 지명을 받았다. 이듬해 상무에 입대했고. 2021년 퓨처스리그(2군) 남부리그 타격왕(0.388)에 오르며 가능성을 보였다. 지난해 1군에서 타율 0.205에 그쳤던 그는 올해 일약 주전 3루수로 도약했다. 특유의 성실함과 자기관리가 만들어낸 결과였다. 6월 한때 타격 1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타율 0.287, 5홈런 41타점이라는 다소 아쉬운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통산 1군 홈런이 7개에 불과했던 그는 생애 가장 중요한 홈런을 WC에서 터뜨리며 새로운 가을 스타 탄생을 알렸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대표팀의 금메달을 이끌었던 포수 김형준도 이날 4회 솔로 홈런과 8회 3점 홈런 등으로 5타수 2안타 4타점을 기록했다. NC는 7회 2득점에 이어 8회 대거 6득점하며 승리를 굳혔다. 2년 만에 다시 가을잔치 무대에 선 두산은 아쉬운 수비 이후 한순간에 허물어졌다. 5-5 동점이던 5회말 수비에서 선두 타자 마틴의 타구는 평범한 우익수 뜬공이었다. 하지만 2루수 강승호가 우익수 김태근의 콜을 듣지 못하고 무리하게 잡으려다가 이 공을 놓치고 말았다. 1사가 되어야 할 상황이 무사 2루가 됐다. 김주원의 우익수 뜬 공 때 3루를 밟은 마틴은 곧이은 이영하의 폭투 때 결승 득점을 올렸다. 허탈하게 다시 역전을 허용한 두산은 7회와 8회에 각각 2점과 6점을 내주며 짧은 가을야구를 마친 채 내년을 기약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창원=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창원=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