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형

이세형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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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이세형 국제부장입니다. 카이로특파원, 카타르 아랍센터 방문연구원을 지냈습니다.

turtle@donga.com

취재분야

2025-11-19~2025-12-19
중동57%
칼럼27%
국제정세7%
국제일반7%
국제정치2%
  • 美中日은 100kt 넘는다는데 한국만 “50kt”

    미국이 3일 실시된 북한 6차 핵실험의 위력을 우리 정부보다 3배 가까이 높게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보기관들이 6차 핵실험의 폭발력을 140kt(킬로톤·1kt은 TNT 1000t 위력)으로 보고 있다고 미 외교안보 전문매체 디플로맷이 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는 국방부 등 우리 정부가 밝힌 추정치(50kt)의 3배에 가깝다. 또 중국과학기술대 지진 실험실 원롄싱(溫聯星) 교수 연구팀은 최근 이번 핵실험의 위력을 108kt으로 추정했다고 발표했다. 일본도 당초 70kt에서 120kt으로 수정한 데 이어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의 지진 규모 수정치를 바탕으로 폭발력을 160kt으로 상향 조정했다. 노르웨이지진연구소(NORSAR)는 120kt으로 분석했다. 군 관계자는 “5차 핵실험 때도 지진 규모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우리가 작게 나왔다. 측정 방식이 달라서 차이가 생겼을 따름”이라고 설명했다. 동아일보가 7일 미국 민간연구기관 ‘스티븐스 인스티튜트 테크놀로지’의 핵폭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인 ‘누크맵’을 통해 우리 정부의 판단인 50kt 핵폭탄이 서울시청 상공 100m에서 폭발하는 것을 가정해 보니 즉사자가 23만7860명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 기준(108kt)일 경우에는 37만9860명으로 늘어나며, 미국 기준(140kt)일 때는 무려 46만2540명이 순식간에 사망하는 것으로 나왔다.황인찬 hic@donga.com·이세형 기자}

    • 2017-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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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美 “대북 원유 끊어달라” 中-러시아는 냉랭

    문재인 대통령과 한반도 주변 정상들이 김정은의 6차 핵실험 후 최고조에 이른 북핵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본격적인 외교전에 들어갔다. 하지만 한미와 중러는 물론이고 각국의 북핵 해법과 스탠스가 미세하게 엇갈리고 있어 김정은의 핵폭주를 억제하기 위한 국제사회 차원의 실효적인 대북제재 마련은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6일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여기서 북한의 도발이 멈추지 않으면 통제할 수 없는 국면으로 빠져들 수 있다”며 “북한의 도발을 멈출 수 있는 지도자가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인 만큼 두 지도자가 강력한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북한을 대화의 길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강도를 더 높여야 한다”면서 “이번에는 적어도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을 중단하는 게 부득이한 만큼 러시아도 적극 협조해 달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북에 연 4만 t 정도의 아주 미미한 양의 원유를 수출하고 있다”면서 “우리도 북한 핵 개발을 반대하고 규탄한다. 다만 원유 공급 중단이 병원 등 북한 민간 영역에 피해를 입힐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사실상 완곡하게 거절했다. 푸틴 대통령은 “북핵 문제는 압박과 제재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북한은 아무리 압박해도 안보를 지키기 위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감정에 휩싸여 북한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세울 필요는 없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냉정하게 긴장 완화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도 했다.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의 핵 폐기를 이끌어내겠다는 한국과 미국의 북핵 해법에 반대 의사를 밝힌 셈이다. 오히려 러시아는 한미일이 주도하는 북핵 해법 대신 자신들의 방식을 제시했다. 푸틴은 “러시아와 중국이 마련한 북핵 해법 로드맵이야말로 긴장 완화의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이 로드맵은 북한의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도발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 동시 중단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 주석도 북한의 6차 핵실험 후 처음으로 6일(현지 시간) 통화를 갖고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제재안 강도와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중국 기업과 개인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시행을 압박하며 대북 원유 공급 차단을 강하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결과에 따라 미국이 11일로 예고한 유엔 안보리의 새로운 대북제재안 표결 시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을 ‘근린궁핍화 정책’이라며 비판한 시 주석은 대북 원유 공급 차단에도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블라디보스토크=한상준 alwaysj@donga.com / 문병기·이세형 기자}

    • 2017-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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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울 내년초 2선 후퇴… 막내리는 쿠바 58년 ‘카스트로 형제 통치’

    1959년 쿠바 혁명 이후 58년간 이어져 온 ‘카스트로 형제(고 피델 카스트로와 라울 카스트로)’의 통치를 사실상 종료하는 5개월간의 ‘정치적 과도기(political transition)’가 시작됐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쿠바는 4일부터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86·사진)의 ‘2선 후퇴’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권력체계 구축 작업을 시작했다. 이달 중 기초지방자치단체 대표를 뽑는 선거를 실시하는 것을 시작으로 내년 2월까지 △지역 △주(州) △국가 단위의 지도자를 선출할 예정이다. 권력체계 개편이 끝나면 라울은 국가평의회 의장에서 물러나고, 현재 국가평의회 부의장을 맡고 있는 미겔 디아스카넬(57)이 의장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라울은 그동안 2018년 2월 국가평의회 의장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 왔다. 라울은 행정부 수반에 해당하는 국가평의회 의장직은 내놓지만 공산당 총서기직은 계속 유지할 방침이다. 최고 막후 지도자로서 사실상 주요 정책 마련 및 결정 과정에서 계속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피델도 2008년 2월 라울에게 국가평의회 의장직을 물려준 뒤 공산당 총서기직을 2년간 유지했다. 공산당 총서기에서 물러난 뒤에도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에 주기적으로 쿠바가 나아갈 방향과 주요 정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가 라울의 개혁·개방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을 올릴 때는 ‘형제의 갈등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기현 선문대 스페인어·중남미학 전공 교수는 “라울이 국가평의회 의장에서 물러난다는 건 국가 최고지도자로서 실무적인 부분을 내려놓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공산당 총서기로 활동하는 동안에는 여전히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라울이 향후 공산당 총서기에서 물러나더라도 직간접적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계속 행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편 디아스카넬은 국가평의회 의장에 오른 뒤 라울이 추진했던 점진적인 개혁·개방 정책을 그대로 이어받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쿠바에서는 디아스카넬이 비공개로 열린 공산당 행사에서 독립 언론, 기업가, 반대파 등을 강하게 단속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영상이 유출됐다. 이를 두고 ‘차기 정부가 개혁·개방 속도를 높이지 않겠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 영상을 유출시킨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7-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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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벨 평화상’ 수지, 로힝야족 탄압에 눈감아

    미얀마 민주화와 인권을 상징하는 인물로 1991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아웅산 수지 여사(72·사진)가 국제적인 비난에 휩싸였다. 미얀마 내 소수민족이며 이슬람교를 믿는 로힝야족에 대한 정부의 조직적인 탄압에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다. 4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최근 미얀마에서는 지난달 말부터 정부군과 로힝야족 반군단체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 사이에 충돌이 발생해 7만3000여 명의 로힝야족 난민이 주변 무슬림 국가인 방글라데시로 피란을 갔다. 미얀마 정부군은 ARSA와의 교전 과정에서 로힝야족 민간인에게도 공격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부군은 로힝야족을 무차별적으로 사살하고, 마을 전체를 불태웠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기구와 인권 관련 비정부기구(NGO) 등에서는 로힝야족에 대한 ‘인종 청소’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 벌어진 시위에서는 “수지 여사에게 수여된 노벨 평화상을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를 추종하는 테러단체 알카에다도 “미얀마 정부에 대한 공격에 나서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현재 국가자문역 겸 외교장관을 맡고 있는 수지 여사는 2015년 집권한 현 정권의 실질적인 권력자다. 불교 국가인 미얀마에서 로힝야족에 대한 차별은 오랜 기간 지속됐지만 현 정권이 집권한 뒤 더욱 거세졌다는 평가가 많다. 이에 따라 수지 여사에게 그동안 호의적이었던 국제기구, NGO, 유력 언론 등도 등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비난과 우려에도 미얀마 정부의 로힝야족 탄압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ARSA가 해외 이슬람 무장단체의 지원을 받으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미얀마 정부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7-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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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뚝심의 카타르, ‘단교’ 위기를 성장 기회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등 주변국들에 의해 6월 5일 일방적으로 단교를 당한 카타르는 당초 예상보다 위기를 잘 ‘버티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카타르는 △이란과의 단교 △알자지라 방송 폐쇄 △무슬림형제단과의 단절 같은 단교 선언 국가들의 요구를 모두 거부하고 있다. 나아가 ‘가스 머니’를 앞세운 막강한 재정 능력으로 국가 경쟁력을 키워 가는 계기로 삼고 있다. 단교 사태 뒤 타밈 빈 하마드 알 사니 카타르 국왕은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앞으로 우리 스스로 식량과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새로운 비전을 선언했다. 지금껏 중동 주요 국가 중 자체적으로 식량과 의약품을 생산하겠다고 밝힌 나라는 없다. 이미 카타르는 자국 내 유제품 생산을 위해 미국, 독일, 호주 등에서 총 4000여 마리의 젖소를 수입하기로 했다. 카타르는 젖소들이 사막의 더위를 이길 수 있도록 최첨단 목장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외국인 근로자 정책’도 대대적으로 개혁했다. 카타르 전체 인구(240만 명·자국민은 30만 명) 중 다수를 차지하는 외국인에 대한 처우를 크게 개선하는 것으로 단교 조치에 따른 카타르 내 외국인 투자가와 전문직 종사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한 시도다. 우선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대폭 허가하기로 했다. 영주권자는 카타르 시민권자와 비슷한 수준의 의료, 복지, 교육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카타르에 안정적으로 일정 기간 이상 거주한 전문직 혹은 글로벌 기업 종사 외국인의 상당수가 영주권을 획득할 수 있게 되고, 파격적인 복지 혜택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카타르는 또 80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입국 비자를 면제해 주는 방침도 발표했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개발도상국 출신의 가사 노동자, 요리사, 운전사, 청소부 등에 대한 처우 개선안도 지난달 말 발표했다. 카타르 정부는 가사 노동자들의 일일 근로 시간을 최대 10시간으로 제한하고 주 1회, 연 3주간의 의무 휴가를 보장하기로 했다. 또 임금 정산과 고용 계약 관련 규정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중동 국가들의 경제적 처우와 인권 보호 수준이 열악하다는 것을 감안할 때 카타르의 이런 움직임은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을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셀린 미첼 미국 노스웨스턴대 도하캠퍼스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카타르 국민들을 대상으로 성별 역할, 경제 만족도, 정책 선호도 등을 조사한 결과 변화를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국민들이 최근의 정책 변화를 지지하고 있고 앞으로 더 큰 변화도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7-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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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王政 산유국’ 사우디-카타르 다툼속… 중동 패권 노리는 이란

    ‘사우디아라비아의 악수(惡手)가 지역 라이벌인 이란의 영향력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줬다.’ 사우디를 중심으로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 아랍권 주요 국가들이 주도한 ‘카타르 단교’가 5일로 발생(6월 5일) 3개월을 맞이한 가운데 이번 사태의 최대 수혜자가 이란이라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워싱턴포스트(WP) 등 해외 언론들은 “사우디가 주도한 카타르 단교 사태가 실패하고 있고, 이란에 새로운 전략적 기회를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당초 예상과 달리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이란에 유리한 방향으로 지역 국가들 간의 관계가 정립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은 직간접으로 이번 사태의 ‘약자’이며 종파도 다른 카타르를 지원하고 나서면서 지역 내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걸프협력회의(GCC)’의 균열 이란에는 자국을 견제하기 위해 아라비아반도 6개 왕정 산유 국가(사우디, 카타르, 쿠웨이트, UAE, 오만, 바레인)가 결성한 GCC가 흔들리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성과다. 1981년 사우디가 주도했던 모임인 GCC는 지역 라이벌인 이란과 이라크를 견제하는 게 가장 큰 목적 중 하나였다. 당시 이란은 호메이니가 주도한 혁명으로 팔레비 왕조가 무너졌고, 이라크는 사담 후세인 정부가 세속주의 공화정을 추구해 왕정 국가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왕권 유지와 이란·이라크의 영향력 억제란 공통 목표를 토대로 구축된 GCC 회원국들은 그동안 서로를 ‘형제국’으로 부르며 그 나름대로 탄탄한 결속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이번 단교 사태 과정에서 GCC 회원국 간에는 분명한 견해차와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사우디-UAE-바레인’(단교 주도국), ‘쿠웨이트와 오만’(중립국), ‘카타르’(단교 대상국) 식으로 사실상 3개 그룹으로 나뉜 것이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GCC는 중동에서 가장 응집력이 높고 동질적인 정치결사체고, 이 안에서도 사우디와 카타르는 부족 전통이나 이슬람 사상적으로 가장 유사했다”며 “카타르 단교 사태와 이로 인한 GCC의 분열은 국가 이익이 부족과 종파로 인한 정치적 결속력보다 훨씬 우세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이미 상대적으로 시아파 인구 비율이 높은 쿠웨이트와 수니파, 시아파와는 또 다른 ‘이바디파’를 믿는 오만도 이번 기회에 사우디 등과 적당히 거리를 둘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오만은 카타르에 항만까지 제공하는 등 이미 사우디와 거리 두기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오만은 전통적으로 이란과의 관계도 원만했기 때문에 더욱 분명한 친이란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카타르 내 ‘친이란’ 인식 구축 이란은 형제국들의 단교로 어려움에 직면한 카타르를 직접 도우며 ‘해결사’ 역할을 하는 동시에 중동 지역의 리더 국가 이미지를 확실히 만들고 있다. 이란은 단교 사태 초기부터 ‘이란의 하늘, 땅, 바다는 항상 카타르에 열려 있다’는 메시지를 발표했고, 적극적으로 식량과 생필품을 카타르에 제공했다. 또 사우디 등이 시대착오적인 외교 조치를 내렸다고 비판해왔다. 특히 이란발 항공기를 통해 들어오는 각종 생필품과 식료품을 사용하는 카타르 국민 사이에서 이란의 이미지는 계속 좋아지고 있다. 카타르 안팎에선 “어려울 때 확실히 도와준 이란과는 심리적으로 훨씬 더 가까워졌고, 단교 선언 국가들과는 사태가 해결되더라도 예전처럼 돌아가기는 힘들 것”이란 말까지 나온다. 실제로 카타르는 지난달 24일 이란과 대사급 외교 관계를 복원하기로 했다. 카타르는 지난해 1월 사우디가 자국 내 시아파 고위 성직자를 대거 처형하면서 이란과 갈등을 빚으며 단교를 결정할 때 동참해 자국 대사를 소환했다. 그러나 20개월 만에 당시 이란과의 단교 내지 외교 관계 격하 조치에 참여했던 주요 수니파 국가 중 유일하게 관계 정상화에 나섰다. 페르시아만에 있는 세계 최대 가스 매장 유전인 노스돔(카타르령)과 사우스파(이란령)는 서로 맞닿아 있다. 카타르와 이란이 이번 사태가 아니어도 외교·경제적으로 가깝게 지낼 필요성을 서로 느낄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중동의 ‘리더 국가’ 이미지 강화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수니파 성향이 강했던 카타르를 적극 돕는 ‘시아파 맹주’ 이란의 모습은 시아파 국가는 물론이고 전체 이슬람권에서 이란의 이미지와 영향력을 향상시키는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이라크에서 ‘이슬람국가(IS)’ 확산 억제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며 키운 중동 패권 국가란 인식을 카타르 단교 사태를 통해 또다시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도 최근 “이란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경제·문화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정도로 지역 내 영향력이 크다”고 분석했다. 박현도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HK연구교수도 “이란은 지속적으로 카타르를 지원하며 지역 내 영향력을 유지·확대해 나가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이세형 turtle@donga.com·위은지 기자}

    • 2017-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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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이슈/이세형]미국과 이란, ‘아프간 新격돌’ 임박

    2001년 ‘9·11테러’의 기획자 오사마 빈라덴의 은신처이며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를 추종하는 반군 조직 탈레반의 거점으로 악명을 떨쳐온 아프가니스탄(아프간)에서 미국은 16년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9·11테러 직후 미국이 주도한 이른바 ‘테러와의 전쟁’은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전쟁이다. 미군 2403명이 사망했다. 전쟁비용은 7830억 달러(약 885조 원)∼8410억 달러(약 951조 원)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 결과 비록 실질적인 영향력이 수도 카불 지역에 국한돼 있어 ‘카불정권’으로 불리지만 탈레반이 지배해 온 아프간에 친미 정권이 세워졌다. 하지만 아프간에서 미국 못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하며 자국의 이익을 도모해 온 또 다른 나라가 있다. 이 나라는 대표적인 반미 국가 중 하나이기도 하다. 바로 이란이다. 시아파 맹주이며 동시에 중동의 핵심 플레이어인 이란은 지리·문화적으로 아프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없는 관계다. 두 나라는 약 800km의 국경을 맞대고 있다. 아프간 인구(약 3300만 명)의 절반 정도가 페르시아어 계통 언어인 ‘다리어’를 쓴다. 이란과 가까운 아프간 서부 지역은 아예 ‘작은 이란’으로도 불린다. 이란산 식료품과 공산품이 넘치고 패션도 ‘이란 스타일’이 인기다. 공무원과 경찰 중에도 친이란 성향 인사가 많다. 아프간인의 ‘이란 러시(rush)’ 역사도 길다. 1979∼1988년 옛 소련의 침공을 계기로 약 300만 명이 아프간을 떠나 이란에 정착했다. 아프간에 대한 이란의 영향력 행사 정점에는 ‘탈레반 지원’이 있다. 물론 이란은 자신들이 탈레반과 협력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한다. 실제로 탈레반과 이란은 종파가 다르고 과거에는 적대적인 관계였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 등 해외 언론과 중동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란은 탈레반과 최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군대가 테러와의 전쟁을 진행하며 아프간에 주둔하고 영향력을 키우자 이란은 탈레반을 적이 아닌 대리전(proxy war)을 치러주는 조직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자신들에게 적대적인 서방의 군대가 바로 옆 이웃 나라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못마땅하지만 직접 개입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이란에 탈레반은 더욱 유용하게 느껴졌다. 이란은 탈레반에 자금, 무기, 석유 등을 꾸준히 제공했다. 군사훈련과 정보도 지원했다. 궁극적으로는 아프간 주둔 미군과 나토군이 탈레반과의 전쟁에 지쳐 철수하는 것을 희망했다. 이란의 탈레반 지원 배경에는 수니파 극단주의 세력 중 이슬람국가(IS)보다는 탈레반이 다루기가 더 용이하다는 판단도 있었다. 아프간에서 IS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보다는 탈레반 중심의 현 상태를 더 나은 조건으로 봤다는 것이다. 탈레반을 적절히 통제해 세계 최대 아편 생산국인 아프간에서 만들어진 마약이 자국으로 넘어오는 것을 막는 데도 이란은 관심이 많았다. 이 같은 이란과 탈레반의 관계를 감안할 때 미국의 적극적인 아프간전쟁 개입은 미-이란 갈등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최근 아프간에 대한 대규모 미군 추가 파병과 탈레반에 대한 공격 강화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그는 대선 때부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추진한 이란 핵 협상과 대(對)이란 화해 분위기 조성을 ‘최악의 협상’으로 표현했을 만큼 이란에 대해 삐딱하다.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도 이란에 대한 강경한 발언을 이어왔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아프간, 아제르바이잔, 이라크 같은 지역에 주둔하는 미군의 큰 목적 중 하나는 이란 견제”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간에 대한 개입 의지를 강조하면서 이란은 파키스탄(탈레반을 보호한다고 트럼프가 직접 비난)만큼은 아니어도 현 사태를 심각하게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아프간에서 미-이란 갈등이 커지면 그동안 안정적으로 개혁·개방을 추진해온 ‘온건파’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이란의 강경파들이 다시 정권을 잡으면 이란의 변화가 어려워지고 중동의 긴장도 고조될 수 있다. 아직 ‘트럼프표’ 아프간 개입 조치는 본격적으로 추진되지 않았다. 하지만 다양한 형태의 정세 변화가 아프간과 이란, 나아가 중동과 서남아시아에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한국을 비롯해 경제, 외교안보적으로 대외 변화에 민감한 나라들은 긴장하고 지켜봐야 할 이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아프간의 탈레반을 대하는 방식에서 또 다른 문제 국가인 북한에 대한 접근방식을 가늠할 수 있어 더욱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세형 국제부 기자 turtle@donga.com}

    • 2017-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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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이나, 7년전 北공작원 체포영상 공개

    우크라이나가 7년 전 자국의 미사일 기술 관련 문서를 훔치려던 북한 공작원을 함정 수사를 통해 체포하는 장면을 담은 영상이 공개됐다.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발사에 성공한 뒤 이 미사일의 엔진 관련 기술을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우크라이나는 기술 유출 관련 의혹을 반박하기 위해 해당 영상을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25일(현지 시간) CNN이 입수해 방영한 1분 분량의 이 영상에는 북한 공작원으로 보이는 남성 2명이 차고 안에서 가짜 미사일 기술 관련 문서를 보며 대화를 나누고, 디지털카메라를 이용해 사진을 촬영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이 공작원들은 현장을 덮친 우크라이나 요원들에게 체포돼 각각 징역 8년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복역 중이라고 CNN은 전했다. 체포 사건 당시 우크라이나 정보기관 관계자는 북한의 미사일 기술 유출 시도를 모두 막아 왔다고 밝혔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이날 북한이 김정은에 대한 미국의 암살 작전을 우려해 옛 소련의 국가보안위원회(KGB) 전직 요원 10명 정도를 평양으로 초청했다고 보도했다. 요원들은 김정은의 경호를 담당하는 호위사령부 부원들에게 테러 징후를 포착하고 막는 훈련을 시켰다. 한편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날 미국 재무부에서 테러자금과 금융범죄 등을 담당한 전직 관료 앤서니 루지에로를 인용해 “재무부가 북한 미사일 개발에 든 자금 흐름을 막지 못한 책임을 물어 중국 국유 은행에 벌금 수십억 달러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 2017-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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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연방정부 셧다운 되더라도 국경장벽 건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을 위해 필요하다면 연방정부도 폐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관련 예산안 통과를 둘러싼 백악관과 의회의 갈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미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지지자 집회에서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한 국경 장벽 건설이 의회 반대로 늦어지고 있는 데 대해 “미국 전체의 안전이 위기에 처했다”며 “연방정부를 폐쇄해서라도 장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의회가 다음 달 말까지 국경 장벽 예산을 포함한 2018 회계연도(2017년 10월 1일∼2018년 9월 30일)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10월 1일부터 연방정부가 ‘셧다운(잠정 폐쇄·shutdown)’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핵심 공약인 국경 장벽 건설을 위해 정부 셧다운이라는 극단적 수단을 들어 야당과 여당을 압박하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물론이고 공화당에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뉴욕)는 “대통령이 국민 대다수의 희망에 반해 그 길을 가길 원한다면 아무도 좋아하지 않고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셧다운의 길을 앞장서면 된다”고 쏘아붙였다.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23일 오리건주 인텔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셧다운에 관심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피닉스 집회에 참석했던 공화당의 트렌트 프랭크스 하원의원(애리조나)도 “셧다운하면 공화당도 다친다. 가장 원치 않는 일”이라고 반대했다. 대통령의 입에서 셧다운 경고가 나오자 미 증시가 흔들렸다. 23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87.80포인트(0.40%),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8.47포인트(0.35%) 하락했다. 이날 증시 하락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피닉스 집회에서 “우리는 너무 나쁘게 이용당했다. 개인적 생각으로는 타협이 안 될 것 같다”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폐기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편 미 하원은 지난달 27일 멕시코 장벽 건설 비용이 포함된 예산안 일부를 통과시켰지만 이 예산안이 상원을 통과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많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7-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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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제재 리스트 오른 中 밍정무역, 北 핵자금 운용 은행의 위장회사”

    미국 재무부가 22일(현지 시간)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에 도움을 준 중국(5개), 러시아(1개), 싱가포르(2개), 나미비아(2개) 기업 10곳과 6명의 개인을 제재(자산동결 등) 대상으로 지정했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국과 러시아 등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기 위한 조치다. 제재 대상 명단에 이름을 올린 기업 중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곳은 밍정(明正)국제무역유한공사. 북한 대외무역은행의 ‘위장회사’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외무역은행은 북한 핵무기 개발 자금을 운용하는 은행으로 알려져 있다. 밍정무역은 중국과 홍콩에 기반을 두고 대외무역은행에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온 금융기관이라는 것이다. 중국이 사실상 북한 은행의 ‘전위부대’인 밍정무역 등에 대한 미국의 제재에 반발하는 것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비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엄격한 대북 제재를 시행하겠다는 공언과 배치된다는 것이다. 단둥푸디(丹東富地)무역유한공사는 북한의 금산무역회사로부터 철강 강화에 쓰이는 희토류인 바나듐을 사들인 혐의가 적용됐다. 이 기업은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에도 올라 있다. 단둥즈청(至誠)금속재료유한공사와 진허우(金후)집단국제지주유한공사, 단둥톈푸(天富)무역유한공사는 2013∼2016년 북한으로부터 5억 달러어치의 석탄을 수입해 제재 대상에 올랐다. 특히 단둥즈청금속은 수익금 중 일부로 북한을 위해 핵무기와 미사일 부품을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러시아 기업 중에는 게페스트-M이 이름을 올렸다. 이 회사는 다양한 소비재와 광업용 건축 및 산업 장비를 북한에 주고, 북한산 금속을 받는 방식의 무역을 진행했다. 싱가포르 기업 중에는 벨머 매니지먼트와 트랜스애틀랜틱 파트너스가 포함됐다. 나미비아 기업으로는 북한 건설사인 만수대창작사의 자회사 만수대해외개발과 이 회사의 현지 협력사인 칭다오건설(중국계)이 제재 명단에 포함됐다. 이 회사들은 북한의 김일성 부자 동상과 주체탑 같은 거대 동상과 기념탑을 건립해 외화벌이를 하는 게 목적이다. 하지만 중국은 주미 대사관을 통해 “중국은 유엔 안보리 틀에서 벗어나 진행되는 일방적인 제재에 반대한다. 특히 중국 기업체와 개인에 대해 특정 국가가 자국의 법을 확대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더욱 반대한다”고 밝히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이 자국 기업의 제재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향후 대북한 제재를 놓고 미국과 더욱 협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2017-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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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므누신 美 재무장관 부인, 명품 자랑하다 여론 뭇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의 18세 연하 부인이 소셜미디어에서 정부 관용 비행기 탑승 사실을 알리며 노골적인 ‘명품 자랑’을 했다가 사과했다. 22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므누신 장관의 부인 루이즈 린턴(37)은 21일 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남편과 함께 관용기에서 내리는 사진을 올렸다. “최고의 켄터키 당일치기 여행이었다. 사람들이 너무 다정했고, 아름다운 시골 풍경이었다”고 감상을 밝힌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린턴이 자신이 입었거나 휴대했던 명품 브랜드 이름에 해시태그(#)를 달아 “#롤랑무레 바지 #톰포드 선글라스 #에르메스 스카프 #발렌티노 락스터드힐”이라고 글을 올리면서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화려하게 차려입은 린턴의 사진과 함께 올려진 글이라 ‘린턴이 명품을 자랑하고 있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미국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고위 공직자의 부인인 린턴이 호화 생활을 과시한다’, ‘관용기를 타고 남편을 따라다니는 건 적절치 않다’는 식의 비난이 확산됐다. 린턴은 자신을 비난하는 댓글에 “이게 개인 여행이라고 생각하나? 당신이 나와 내 남편보다 더 경제에 기여했느냐?”는 반박 댓글을 달아 더 큰 분노를 불렀다.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린턴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22일 “내 소셜미디어 게시물과 대응에 대해 사과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린턴은 영국 출신 배우로 므누신 장관과 6월 결혼식을 올렸다. 므누신 장관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임원 출신으로 자산 추정치 5억 달러(약 5650억 원)에 이른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7-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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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키스탄, 테러조직 피난처 좌시안해”

    “우리의 새로운 전략의 한 축은 파키스탄에 대한 접근법을 바꾸는 것이다. 더 이상 파키스탄이 테러 조직들의 피난처(safe havens)가 되는 것을 조용히 지켜보지 않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 9시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포트마이어 기지에서 ‘아프간 전쟁’과 관련된 적극적인 개입을 선언하면서 파키스탄에 대해서도 분명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다. 파키스탄은 ‘탈레반’의 본거지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이슬람 극단주의 이념 및 세력 확산에 큰 역할을 해왔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는 파키스탄이 미국에 위협이 될 경우 군사 개입도 검토할 수 있다는 점을 내비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947년 인도와 함께 영국에서 독립한 파키스탄은 오래전부터 탈레반 등 극단주의 세력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파키스탄 정보부(ISI)는 1979년 구소련이 아프간을 침공했을 때 소련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해 ‘무자헤딘(소련과의 전쟁에 나선 아프간과 파키스탄 이슬람 전사)’을 지원하며 극단주의 세력을 양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이 과정에서 파키스탄에서는 뿌리 깊은 극단주의 세력이 형성됐고, 이들과 ISI 간의 깊은 네트워크도 구축됐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ISI는 쿠데타가 자주 발생했고, 리더십이 불안정한 파키스탄 중앙정부 안의 가장 강력한 ‘딥 스테이트(deep state·숨은 권력집단)’”라며 “파키스탄의 극단주의 세력은 ISI와 관계가 깊고, 은신과 도피가 쉬운 아프간과의 국경지역에서 주로 활동해 척결이 어렵다”고 말했다. 소련이 아프간에서 철수한 뒤에는 ISI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들을 인도와의 카슈미르 분쟁에도 활용했다. 김찬완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인도·아세안학과)는 “카슈미르 분쟁에서 파키스탄의 극단주의자들이 ‘크로스 보더(cross border·국경을 넘나드는) 테러’를 감행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ISI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우 1990년대 초·중반까지는 파키스탄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나타내지는 않았다. 하지만 인도가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고 협력이 강화되면서 미국은 인도 중심 시각으로 서남아를 바라보기 시작했고 파키스탄에 불만이 쌓여갔다. 특히 2011년 9·11테러를 주도한 국제테러 조직 알카에다의 리더 오사마 빈라덴을 아프간과 파키스탄의 탈레반이 지원한 게 드러나면서 미국의 ‘반(反)파키스탄’ 행보도 분명해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파키스탄에 적대적 인식을 드러낸 배경에는 이 지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의식했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은 2015년 4월 파키스탄 과다르 항구의 이용권을 확보했고, 최근에도 550억 달러(약 62조4000억 원)를 투자했다. 미국이 계속 파키스탄을 압박할 경우 서남아에선 ‘미국과 인도’ 대 ‘중국과 파키스탄’ 구도가 더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22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파키스탄은 테러와의 전쟁에 앞장섰고, 큰 희생과 기여를 했다”며 파키스탄을 두둔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7-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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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넌 경질하자마자… 트럼프, 아프간 대규모 추가파병 결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 대규모 미군 병력을 추가 파병하기로 했다. 당초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원칙을 강조하며 해외에서의 군사 개입을 줄여나가는 등 고립주의 성향을 나타냈던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전략에 큰 틀의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트럼프의 고립주의 정책을 기획한 핵심 인물인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경질된 직후 추가 파병 결정이 내려진 점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20일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트럼프는 21일 오후 9시경(한국 시간 22일 오전 10시)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포트마이어 기지에서 TV 생중계를 통해 아프간 ‘전진 경로(path forward)’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3800∼4000명(현재 8400명)의 미군 추가 파병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또 16년째 진행되고 있는 아프간전쟁의 향후 계획과 서남아시아 지역의 안정화 방안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핵문제 관련 발표도 있을 수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미국은 2001년 9월 11일 뉴욕에서 발생한 ‘9·11테러’ 직후 아프간을 공격했다. 당시 아프간을 지배하던 탈레반 정권은 9·11테러를 기획한 오사마 빈라덴을 보호했다. 미국은 압도적인 군사력과 국제사회 지지를 바탕으로 탈레반을 수도 카불과 인근 지역에서 축출하고, 새로운 정권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여전히 아프간은 서남아의 대표적인 무법·혼란 국가로 꼽힌다. 올해 들어서도 2500여 명의 아프간 경찰과 군인이 탈레반 등 극단주의자들과의 전투에서 사망했다. 아프간 중앙정부는 현재 카불 지역에서만 영향력을 발휘해 현지는 물론이고 국제적으로도 ‘카불 정부’로 불린다. 카불 외 지역 중 상당수는 탈레반과 이슬람국가(IS) 추종 세력 같은 극단주의자들이 사실상 통제하고 있다. 또 험난한 산악이 많은 지형적 특성으로 군사력을 동원한 소탕 작전도 용이하지 않다. 결국 상황이 계속 악화되고 있고, 최근에는 현지에서 IS와 탈레반 간 협력이 강화되는 등 극단주의 세력의 영향력 확장 움직임까지 분명히 나타나자 트럼프 행정부가 더 늦기 전에 적극적인 개입을 결정했다는 평가가 많다. 유엔 등은 아프간 내 IS와 탈레반 세력이 공동으로 이달 초 아프간 사리풀주 미르자왈랑에서 벌어진 시아파 민간인 대량 학살 사건(54명 사망)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IS는 본거지였던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세력이 급속도로 약화되며 다른 지역 추종 세력들에 현지에서의 무장·테러 활동을 극대화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일부 IS 구성원은 이라크와 시리아를 떠나 다른 지역 추종 세력에 합류하고 있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아프간은 중앙정부가 너무 약해 IS같이 특정 지역에 ‘칼리프 국가’를 세우려는 반군 집단에는 매력적인 국가”라며 “트럼프로서는 이 같은 움직임을 막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탈(脫)아프간 정책’과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는 차원에서도 아프간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대(對)아프간 추가 파병에 미국 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온다. 미 연방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인 민주당 벤저민 카딘 의원(메릴랜드)은 “아프간에 더 많은 미군 병사를 보내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 대선에서 민주당 부통령 후보였던 팀 케인 연방 상원의원(버지니아)은 “(전략 발표 전에 파병부터 말하는 건) 앞뒤가 바뀐 것”이라며 “전략이 마련돼야 추가 파병 여부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7-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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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페인 차량테러 이어 핀란드서 흉기 난동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인근 도시에서 17일(현지 시간) 잇달아 3차례 테러가 발생해 총 15명의 시민이 숨지고 1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슬람 급진세력인 이슬람국가(IS)는 사고 발생 직후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차량 테러 공포가 서유럽인 영국 프랑스 독일, 북유럽인 스웨덴을 강타한 데 이어 남유럽인 스페인까지 뒤덮은 형국이다. 이날 오후 5시경 흰색 피아트 밴 차량이 바르셀로나 유명 관광지인 카탈루냐 광장과 람블라 거리의 연결 지점에서 인도의 행인을 향해 돌진한 뒤 대로를 따라 500m를 질주했다. 목격자들은 “사람이 많은 곳을 골라 지그재그로 달렸다”고 전했다. 이 사건으로 14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다쳤으며 이 중 15명이 중상이다. 18일 오전 1시경에는 바르셀로나에서 서남쪽으로 120km 떨어진 캄브릴스에서 또 한 번의 차량 테러가 발생했다. 아우디 A3 차량이 보행자들을 덮쳐 경찰관 1명과 행인 6명이 다쳤다. 경찰이 용의자 5명을 총으로 사살하고 1명을 체포했다. 이들 중 일부는 자살폭탄을 몸에 감싸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밤 바르셀로나에서 서남쪽으로 200km 떨어진 알카나르에서는 가스 폭발사고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다. 경찰은 세 사건이 모두 서로 연계된 테러로 파악하고 있다. 스페인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는 “이번 사건은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들의 공격”이라고 밝혔다. 핀란드에서는 18일 오후 수도 헬싱키에서 서쪽으로 약 150km 떨어진 투르쿠시에서 한 남성이 큰 칼을 행인들에게 휘둘러 6명이 다쳤다. 경찰은 용의자 다리에 총을 쏴 제압한 뒤 체포했다. 현지 경찰은 테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 이세형 기자}

    • 2017-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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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등에 업고 세력화하는 백인 우월주의

    지난 주말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일어난 백인 우월주의 시위대의 유혈 폭력사태는 미국 내 극우세력의 전환점이 될 만하다. 과거 극우파들은 각자 지역과 집단에 소속된 채 소규모로 움직이고 신원을 감췄지만, 이번 사건에선 ‘연합’을 통해 세를 과시하고 얼굴을 드러낸 채 폭력을 서슴지 않았기 때문이다. 1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극우세력이 점차 조직화, 대형화되고 있음을 암시하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매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이 이처럼 ‘새로운 우파 극단주의’의 탄생을 부추겼다고 보도했다. 백인 우월주의 세력들은 과거 미국 사회가 어려움에 빠질 때마다 존재감을 드러냈다. 1910∼20년엔 큐클럭스클랜(KKK)이, 대공황 땐 네오나치가 세를 키웠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 추구하는 이념이 달라 서로에게 배타적인 성향을 보이며 교류하지 않았다. 이번 샬러츠빌 사태에서 이들이 연합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국인과 무슬림을 향한 거친 발언이 극우세력의 연합과 성장을 자극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극우파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자신들의 ‘확성기’로 간주하고 있으며, 대중에게 얼굴을 보이며 세를 과시할 정도로 자신감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전 연방수사국(FBI) 요원인 마이클 저먼은 “(새로운 극우연합은) 단지 미국에 생각을 알리는 것뿐 아니라 정책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고 말했다. 이들 백인 우월주의 세력들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공동의 메시지를 확인하고, 장소와 시간을 정해 결집하고 있다. 기술의 발달이 이들의 단합을 촉진한 것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샬러츠빌 사태에 강하게 대응하지 않는 데 실망한 미국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대통령 자문위원회 탈퇴가 이어지자 아예 관련 활동들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논란을 키우고 있다. 그는 16일 트위터를 통해 “제조업자문위원단(AMC)과 전략정책포럼(SPF)의 기업인들에게 압력을 주느니, 두 활동 모두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백인 우월주의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반응을 내놓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화당 내 불만도 커져 가고 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15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백인 우월주의는 역겹고, 편협성은 이 나라의 상징(자유와 민주주의 등)과 반대된다. 도덕적 모호성이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공화당 원로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아버지)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미국은 항상 인종 편견, 반유대주의, 모든 종류의 증오를 거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미국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의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주장을 언급하며 “우리는 이 나라의 품위와 위대함을 계속 봐 왔기 때문에 이런 진실이 영원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김수연 sykim@donga.com·이세형 기자}

    • 2017-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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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남, 암살직전 스위스 망명 희망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사망 당시 46세·사진)이 올해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독살되기 직전 스위스 망명을 적극 검토하고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정남이 오랜 기간 신변에 위협을 느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15일 영국 ‘더 선 데일리’에 따르면 김정남의 스위스 제네바 국제학교 친구들은 전날 방영된 BBC 다큐멘터리(‘북한: 가족 내 살인’)에 출연해 “김정남이 암살되기 며칠 전까지도 연락을 했고, 신변 안전을 위해 스위스 시민이 되는 것을 (김정남이) 원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김정남이 아무런 두려움 없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스위스로 이주하는 것을 희망했다고 설명했다. 김정남의 친구인 미샤 아주나부르 씨는 “그(김정남)가 ‘제네바에서 곧 보자. 3일 안에 돌아갈게’라는 문자를 보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친구인 앤서니 사하키안 씨도 “그는 스위스가 특히 안전하다고 느꼈다”며 “신변 안전에 대한 걱정이 없었다면 그가 유럽으로 이주하는 것을 이야기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정남은 1980년 러시아 모스크바로 유학을 떠났고, 이듬해부터 2년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국제학교를 다녔다. 김정남은 지인들에게 “스위스에서 학교를 다녀 유럽 생활에 익숙하다”는 발언을 종종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북한 공작원들의 사주를 받고 김정남에게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 공격을 가한 베트남인 도안티흐엉과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는 김정남을 사망하게 한 혐의로 현지 경찰에 체포돼 재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사건의 ‘몸통’인 북한 공작원들은 모두 북한으로 도주했고, 용의자로 체포됐던 북한 국적의 이정철도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난 뒤 북한으로 추방됐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7-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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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론 떠밀린 트럼프 “인종차별은 惡”

    “인종차별은 악이다(Racism is evil).”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발생한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유혈 폭력시위 이틀 뒤인 14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사건이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일으킨 인종차별 사건임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여러 편에서 나타난 증오와 편견”이라며 어물쩍 넘어가려던 첫날 발언에 대해 여야를 비롯한 정치권과 언론, 시민단체 등의 비판이 거세지자 백기를 든 형국이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골프장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던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으로 돌아와 “KKK(큐클럭스클랜·백인 우월주의 단체), 신(新)나치, 백인 우월주의자, 증오단체같이 자신의 이름으로 폭력을 일으키는 이들은 범죄자이며 폭력배”라며 “이들은 미국인들이 소중히 여기는 것과 양립할 수 없는 혐오 단체”라고 비판했다. 인종차별 공개 비판에도 미국 안팎에서는 트럼프가 여전히 사태 해결에 소극적이고 인종차별을 근절하려는 진정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틀이나 지나 너무 늦었고 메시지도 약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공개 비판 뒤에도 트윗 정치를 통해 백인 우월주의 비판 인사를 공격했다. 미국의 유명 제약회사인 머크의 최고경영자(CEO)이며 존경받는 흑인 CEO인 케네스 프레이저가 트럼프의 소극적인 초기 발언에 대한 항의 표시로 대통령 직속 제조업자문단에서 사퇴한다고 밝히자 트럼프는 14일 오후 트위터에 “(프레이저가 사임 뒤) 바가지 약값을 내리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될 것”이라고 비아냥거렸다. NYT는 지난해 대선 때 트럼프가 KKK 지도자를 지낸 데이비드 듀크의 지지 발언을 곧바로 거부하지 않은 것을 언급하며 “트럼프는 오래전부터 백인 우월주의에 대한 비판을 신속하게 내놓지 않아 왔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저격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CNN 기자와도 이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14일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행위 조사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곧바로 자리를 뜨려 하자 CNN의 짐 아코스타 기자가 “왜 지난 주말에 증오단체(인종차별 단체)를 비난하지 않았는지 설명해 달라”고 질문하며 논쟁이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비난받았다”고 답했고 아코스타가 “오늘 왜 (질의응답이 오가는) 기자회견을 하지 않느냐”고 다시 묻자 “방금 기자회견을 했다”고 받아쳤다. 아코스타는 “추가 질문을 하겠다”고 말했고 트럼프는 “나는 진짜 뉴스를 좋아한다. 당신은 가짜 뉴스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반(反)트럼프’ 진영의 움직임도 다시 거세지고 있다. 특히 뉴욕에서 반트럼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가 며칠간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머무를 예정이라는 계획이 공개되자 트럼프타워가 위치한 맨해튼 5번가에는 수천 명의 시위대가 모였다. 이들은 플래카드를 흔들며 ‘노(No) 트럼프’ ‘노 KKK’ ‘노 나치’ 등을 외쳤다. 반트럼프 진영의 일부 누리꾼은 샬러츠빌 폭력 시위에 참가한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신상 정보 캐기’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맞아, 당신은 인종차별주의자다’(@YesYoureRacist)란 트위터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 누군가가 시위에 참가했던 사람의 사진이나 영상을 올리면 이들을 아는 누리꾼들이 이름, 직장(학교), 거주지 등을 알려주는 방식이다. 한편 트럼프의 측근 중 한 명으로 극우 인터넷 매체인 브라이트바트를 운영해온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트럼프의 인종차별 시위에 대한 미온적인 대응을 불러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NYT 등에 따르면 배넌은 트럼프에게 기존 지지층을 흔들 수 있으니 샬러츠빌 사태에 대해 강하게 비난하지 말라는 식의 조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넌은 전 세계적인 비난을 초래한 ‘반이민 정책’을 기획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7-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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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佛 유명 호텔들 ‘카타르 블랙리스트’에 전전긍긍

    영국과 프랑스의 유명 고급 호텔들이 이른바 ‘카타르 블랙리스트’로 고초를 겪고 있다. 카타르 정부와 기업의 투자를 받은 고급 호텔 명단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떠돌자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같은 ‘카타르 단교 사태’(올 6월 5일 발발) 주도국의 ‘큰손 고객’들이 이 호텔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1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페이스북이 운영하는 메신저 서비스인 ‘와츠앱’을 중심으로 클라리지, 버클리, 코너트, 처칠 같은 런던의 유명 호텔 중 ‘카타르 자금’이 들어간 곳들의 이름을 담은 명단이 중동에서 급격히 퍼지고 있다. 클라리지, 버클리, 코너트는 카타르투자청(QIA)의 자회사인 카타르홀딩스가 투자하고 있는 콘스텔레이션호텔에 속해 있다. 또 처칠은 카타르 총리를 지낸 하마드 빈 자비르 알 사니가 투자했었다. 프랑스 호텔 중에는 칸에 있는 칼턴호텔이 QIA가 운영하는 투자회사의 자금을 받았다. 카타르 투자를 받은 호텔 블랙리스트는 “사우디 왕족들이 이번 여름에 클라리지에 머무르려고 했지만 카타르가 이 호텔에 투자했다는 사실을 알고 계획을 바꿨다”는 내용이 와츠앱을 통해 퍼지면서 확산되기 시작했다. UAE 출신 사업가가 처음 퍼뜨린 것으로 알려진 이 소문은 빠른 속도로 사우디, 바레인, UAE의 정·관계 인사와 기업인들에게 전해졌다. 단교를 주도한 나라 국민들에게 ‘카타르와 조금이라도 연관 있는 호텔은 가지 말라’는 경고문이 퍼진 셈이다. 일각에서는 블랙리스트 배후에 사우디와 UAE 정부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단교 사태 뒤 경제 봉쇄 강도를 높이고 있는 사우디 등은 그동안 카타르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 온 유럽 금융회사들에 대해서도 압박을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사우디와 UAE 측은 ‘호텔 블랙리스트 같은 건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한편 사우디 등 단교 주도국들과 카타르 간 ‘여론 전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FT에 따르면 최근 사우디 일간지인 ‘오카즈’는 자국민들이 선호하는 영국 백화점 ‘해러즈’ 방문을 자제하라는 기사를 실었다. 반면 친카타르 언론에서는 세계 최고의 프로축구팀 중 하나인 스페인 FC바르셀로나 관련 티셔츠를 사우디에서 입으면 처벌 당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FC바르셀로나의 스폰서가 카타르항공이란 이유 때문이다. 또 사우디 정부 소유 ‘알 아라비야’ 방송은 최근 카타르 왕실 관계자들을 호칭할 때 존칭어를 쓰지 않고 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7-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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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싱턴 상공 날아다니는 러시아 정찰기

    러시아 공군 소속 정찰기가 미국 워싱턴의 펜타곤(국방부), 중앙정보국(CIA), 국회의사당 상공을 저공비행하며 정찰 활동을 벌였다. 9일 CNN과 ABC 등에 따르면 러시아의 Tu-154 정찰기가 이날 오전 11시∼오후 3시경 3700피트(약 1128m) 고도로 비행하며 워싱턴 시내와 메릴랜드주(캠프 데이비드와 앤드루스 공군기지 등) 상공을 정찰했다. 또 이 정찰기는 같은 날 오후 5∼6시경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휴가를 보내고 있는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상공을 정찰했다. 러시아 정찰기가 비행한 곳은 허가 없이는 비행이 금지돼 있는 통제구역이다. 그럼에도 러시아 정찰기가 ‘여유롭게’ 정찰할 수 있었던 건 2002년 미국과 러시아가 체결한 ‘영공 개방 조약’ 때문이다. 34개국이 참여한 이 조약은 군사 활동 등에 대한 국제적 감시가 가능하도록 비무장 공중 정찰을 허용한다. 워싱턴 상공에 나타난 러시아 정찰기에는 조약에 따라 미국 공군 요원이 동승했으며, 이 군용기가 캔자스주의 한 군 공항에 착륙하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CNN은 전했다. 미 공군 관계자는 “미국도 러시아에서 항공 정찰을 주기적으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7-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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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S 소탕’ 급한 두테르테 “나는 美의 친구”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사진) 취임 뒤 소원한 관계를 유지해 온 필리핀과 미국 사이에 본격적인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탈(脫)미국 정책과 마약사범에 대한 강경 대응으로 미국의 비판을 받아온 두테르테 대통령이 자신을 “나는 동남아에서 미국의 변변찮은 친구(humble friend)”라고 표현하며 관계 개선에 나섰다. 7일 미 NBC 방송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날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외교장관 관련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마닐라를 방문 중인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을 만나 이같이 밝혔다.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에서 ‘이슬람국가(IS)’ 추종 세력인 마우테 반군과의 교전이 장기화(올해 5월 23일부터 계엄령 선포 중)되고 있는 등 어려움에 처한 두테르테 대통령이 미국과의 협력을 적극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 정부군은 마우테를 신속하게 퇴치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밀림이 많은 지리적 여건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틸러슨 장관과 마우테 대응뿐 아니라 IS에 가담했던 자국민과 동남아 출신들이 필리핀으로 돌아온 뒤 벌어질 수 있는 테러 방지 방안도 논의했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논란이 된 마약사범에 대한 광범위한 사살 허용 같은 필리핀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특별한 대화가 오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틸러슨 장관이 두테르테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인권 문제를 제대로 거론하지 않은 이유로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과 남중국해 영유권 사태가 꼽힌다. 아시아에서 벌어지는 주요 안보 이슈에서 미국이 필리핀의 협조를 얻어내기 위해 일부러 인권 문제를 부각시키지 않았다는 해석이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7-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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