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우

신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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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동아일보 신진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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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06~2025-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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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2기 ‘에너지 패권’ 강화속… ‘韓자본-美자원’ 협력 잰걸음

    화석에너지의 채굴 및 개발에 적극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20일 취임을 앞두고 한국 정부와 기업 또한 미국과의 에너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특히 민관 합동으로 한국이 미국산 천연가스, 원유, 액화천연가스(LNG) 등의 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한국이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늘리면 미국의 대(對)한국 무역적자 또한 그만큼 줄어든다. ‘미국의 무역적자 감소’를 외치는 트럼프 당선인에게 어필할 수 있는 셈이다. 미국을 방문 중인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8일(현지 시간) 워싱턴 에너지부 청사에서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과 양국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가스공사 또한 올해 미국산 LNG의 장기 도입 계약을 맺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 E&S 또한 미국 대형 에너지기업 콘티넨털리소시스와 오클라호마주에서 셰일가스 유전을 함께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韓, 민관 합동으로 美 에너지 수입 확대 모색 “기후 변화는 사기”라고 주장하는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화석에너지 시추를 장려하겠다며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또 조 바이든 행정부가 금했던 셰일가스 수압파쇄 추출법 ‘프래킹(Fracking)’ 등 각종 에너지 채굴 규제도 대폭 해제할 뜻을 밝혔다. 그는 6일 보수 성향 라디오 ‘휴휴잇쇼’에 출연해 바이든 행정부의 에너지 규제를 강하게 비판하며 “재집권하자마자 즉시 해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인공지능(AI) 산업의 급격한 발달에 따른 데이터센터 확대 등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는 현실과 깊은 관련이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30년 글로벌 전력 수요는 2021년 대비 24% 늘어날 전망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특히 LNG, 셰일가스 등 화석연료 산업을 집중 육성할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 공기업, 민간 기업 등도 이 추세에 발 맞추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가스공사가 미국산 LNG를 장기 계약으로 들여오는 것은 2022년 이후 3년 만이다. 업계에서는 가스공사가 중동에서 수입하던 약 900만 t 규모의 LNG 장기 계약을 미국산 LNG 장기 계약이 대체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포스코인터내셔널 또한 지난해 8월 미국 텍사스주에 본사를 둔 멕시코 퍼시픽과 판매·구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미국산 LNG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길을 연 것이다.● SK, 美 콘티넨털과 셰일가스전 공동 운영SK이노베이션 E&S와 콘티넨털리소시스가 함께 운영하는 오클라호마주 우드퍼드의 셰일가스전에서도 양국 에너지 산업의 협력 여지가 충분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해 12월 19일 방문한 우드퍼드 유전에서는 셰일가스 채굴이 한창이었다. 셰일가스를 얻기 위해서는 땅속 3.2km 깊이까지 금속관을 박아 넣은 뒤 다시 셰일지층을 따라 수평으로 4.8km 길이의 관을 설치해야 한다. 이를 위해 거대한 중장비, 모터, 시추 모니터링을 위한 첨단 장비들이 학교 운동장만 한 현장에 가득 설치돼 있었다. 콘티넨털의 기술자 앤드루 씨는 “새 유정을 뚫을 땐 30∼50여 명의 작업자들이 돌아가며 24시간 일한다”며 “새 유정을 만드는 덴 1개월 정도가 소요되지만 한 번 이렇게 설치를 끝내고 나면 50년 이상 가스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우드퍼드 가스전은 콘티넨털이 개발을 시작한 곳이지만 2014년 SK이노베이션 E&S가 3억6000만 달러를 투자해 가스전 지분 49.9%를 사들이면서 합작 사업이 됐다. 한국 기업의 자금 및 에너지 유통 노하우에 미국 기업의 개발 노하우가 만나면서 사업 시너지가 극대화했다. 유정 개발, 생산, 유통까지 전 과정에서 협력하면서 지금까지 함께 개발한 유정 수만도 총 210개에 달한다. 제프 흄 콘티넨털 부회장은 “최근 10년간 SK와 함께하면서 에너지 개발 프로젝트의 경제성을 크게 높일 수 있었다”며 “에너지 산업이 어려울 때조차 함께 의지하며 비교할 수 없는 깊은 신뢰를 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오클라호마주립대에 생긴 햄 에너지 연구소에도 수백만 달러를 투자해 연구 분야로도 파트너십을 늘려 가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자원 외교도 강화 SK이노베이션 E&S 역시 콘티넨털과 손잡고 미국 에너지 개발에 직접 참여하면서 안정적으로 천연가스를 확보해 한국에 수급할 수 있는 길을 닦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생산된 가스의 장점은 유가와 연동되는 국제 LNG 가격을 기준으로 가격이 정해지는 게 아니라 미국 내 현물 천연가스 시장 가격으로 값이 매겨진다는 것이다. 전종영 SK이노베이션 E&S 부사장은 “미국 가격은 국제 가격보다 통상 20∼30%가량 싸기 때문에 한국으로서는 안정적이면서도 경쟁력 있는 가격에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가스전 현장에서 만난 시민 켈리 씨 역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 파이프라인 건설이나 시추 관련 규제가 대폭 완화되고 에너지 가격이 떨어질 것이란 지역과 업계의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우드퍼드=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

    • 2025-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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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악연’ 오바마 옆에 앉아 화기애애…‘화합의 장’ 된 카터 장례식

    “가장 분열된 국가에서도 공통 기반을 찾을 수 있음을 증명했다.”(미국 NBC방송)“정치적으로 분열된 워싱턴 정계에서 보기 드문 화합의 순간”(미국 CNN)‘가장 위대한 전직 대통령’으로 불리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1977~1981년 재임)의 국장(國葬)이 미 동부 시간 9일 오전 10시(한국 시간 10일 0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수도 워싱턴의 국립대성당에서 열렸다. 조 바이든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 전현직 대통령 5명이 총출동해 고인을 추모했다. 5명 전현직 대통령이 모인 건 2018년 12월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의 국장 이후 처음이다.특히 ‘현역’ 시절 갈등을 빚었던 전현직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고 스킨십을 갖는 모습을 보여줘 극단적인 정치 갈등에 빠진 한국 사회에도 많은 시사점을 줬다. 주요 언론 또한 정치 갈등이 심각한 미국 사회에서 카터의 장례식이 모처럼만의 화합 계기가 됐다고 진단했다. ● 푸른 넥타이 맨 트럼프, ‘악연’ 오바마 옆 착석20일 집권하는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공화당의 상징색인 빨강이 아닌 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 넥타이를 매고 등장했다. 한때 그는 당적이 다른 카터 전 대통령을 “무능하다”고 비판했지만 엄숙한 태도로 고인을 기렸다. 뉴욕타임스(NYT) 또한 그의 푸른색 넥타이 착용이 카터 전 대통령에 대한 경의를 표하기 위해서라고 진단했다.나란히 앉은 트럼프 당선인과 오바마 전 대통령의 친근한 모습도 주목받았다. 트럼프 당선인은 2016년 대선 과정에서 케냐인 아버지와 미국인 백인 어머니를 뒀으며 하와이주에서 태어난 오바마 전 대통령의 혈통과 출생지를 문제삼았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미국 태생이 아니라는 거짓 주장을 제기했고 오바마 전 대통령의 중간 이름 ‘후세인’을 가지고도 공격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 또한 수 차례 트럼프 당선인을 “민주주의의 적”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두 정상은 이날 스스럼없이 얘기를 나눴다. 특히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과 이야기하며 미소를 지었다. 영국 가디언은 이런 둘을 ‘특이한 조합(oddest pairings)’으로 평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집권 1기 부통령이었지만 2020년 대선 패배 후 결별한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과도 악수했다. 당적이 다른 부시 전 대통령과 오바마 전 대통령도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다. 부시 전 대통령이 입장할 때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일어서서 그를 맞이했다. 부시 전 대통령 또한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배를 친구처럼 툭툭 두드리며 반겼다. 두 정상이 최근 미국의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여러 차례 화합의 순간을 연출했다고 정치매체 더힐은 전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2000년 대선에서 자신과 경쟁했던 앨 고어 전 부통령과도 악수했다. 당시 플로리다주의 개표 과정을 두고 연방대법원까지 개입한 끝에 부시 전 대통령이 이겼고, 대선에서도 최종 승리했다.● 바이든 “권력 남용 맞서야”생전 카터 전 대통령과 가까웠던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추도사를 직접 낭독하며 “그와의 우정을 통해 훌륭한 인격은 우리가 가진 직함이나 권력 이상임을 배웠다”며 “우리는 증오를 받아들이지 않고 권력 남용에 맞서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카터 전 대통령의 품위, 정직 등을 강조해 트럼프 당선인의 거친 정치 스타일과 대비시켰다고 NYT는 짚었다.바이든 대통령은 이날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모든 연방기관이 문을 닫았고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시장도 휴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새 정부 출범 직전 폭풍전야 상황에서 치러진 이번 장례식에 대해 “정치적 긴장감 속에서도 엄숙한 휴식을 제공한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퇴임 후 인권 및 민주주의 강조, 기아 퇴치 등에 헌신해 ‘가장 존경받는 전 대통령’으로 불리는 카터 전 대통령의 마지막 가는 길을 앞두고 워싱턴 정계의 극심한 정치적 반목 또한 일시적으로나마 멈췄다는 것이다.카터 전 대통령이 세운 비영리단체 ‘카터센터’를 이끌고 있는 고인의 손자 제이슨(50)은 할아버지는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었을 때도 자신의 원칙을 고수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이 있었다”고 추모했다.워싱턴= 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 2025-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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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바지 입고 지퍼백 다시 씻어 쓰던 파파”…카터 장례식서 손자 추모사 화제

    지난해 12월 29일(현지시간) 고향 조지아주에서 100세를 일기로 삶을 마감한 제39대 미국 대통령 지미 카터의 장례식이 9일 미 워싱턴DC 워싱턴 국립 대성당에서 웅장하게 치러졌다. 이날 대성당 한 가운데에는 앞서 조지아에서 비행기로 운구된 카터 전 대통령의 관이 자리했고, 종교계 인사부터 정치 지도자들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이 연단에 올라 카터 전 대통령을 기억하는 추모사를 낭독했다. 하지만 대성당을 가득 메운 사람들을 가장 많이 울리고 미소짓게 한 건 그의 손자 제이슨 카터(49)의 추모사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애틀란타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이자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조지아주 상원의원을 지낸 그는 현재 카터 전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난 후 설립한 비영리 단체인 카터 센터의 회장이기도 하다. 그는 이날 미국인 누구나가 ‘대통령 카터’를 넘어 ‘인간 카터’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도록 자신의 추억을 풀어놓았다. 그는 “우리 가족들은 할아버지를 ‘파파’라고 불렀다”며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조지아 주지사 관저에서 4년, 백악관에서 4년을 사신 분들이지만 나머지 92년은 (고향인) 조지아주 플레인스의 집에서 보낸 소박한 사람들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파파가 소탈한 사람이란 걸 알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은 집에 가보는 것이었다”며 카터 전 대통령의 자택 모습을 묘사했다. 손자 카터는 “첫째로 그 집은 그들이 직접 손으로 지은 것처럼 보이는 집이고, 둘째로 집에 가면 할아버지는 70년대 스타일 짧은 반바지에 크록스를 신고 문을 열고 나왔다”고 말해 눈물 짓던 성당 안 추모객들을 크게 웃게 만들었다. 이어 “남부의 수천 명 조부모님 집들이 그러하듯 벽에는 낚시 트로피가 걸려있고, 냉장고에는 손주와 증손주들 사진이 가득 붙어 있었다”며 “전화기는 주방 벽에 고정된 유선 전화라 마치 박물관 전시품 같이 보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대공황 시대를 거친 파파의 절약 정신을 보여주는 또 다른 예로는 싱크대 옆에 지퍼백을 (재사용 하기 위해 씻어) 널어놓는 작은 받침대가 있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해군으로 복무하던 시절 핵잠수함 분야에서 일하는 등 핵 관련 엔지니어였던 카터 전 대통령이 휴대전화를 잘 다루지 못해 자신과 있었던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그는 “(유선전화만 쓰던 할아버지가) 결국 어느날 휴대전화를 사용하기 시작하셨는데 전화를 거셨길래 받았더니 ‘너 누구야’하고 되물은 적이 있다”며 “‘저예요, 제이슨. 할아버지가 저한테 전화하셨잖아요’ 했더니 ‘난 안했어. 난 사진 찍고 있었어’라고 말했다”고 전해 눈물짓던 좌중을 또 미소짓게 만들었다. 손자 카터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소도시 사람들로서, 자신들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절대 잊지 않았다”며 “하지만 우리가 여기 있는 이유가 그들이 단순히 소탈한 사람이었기 때문만은 아니다”라며 이후 카터의 정치적 사회적 업적을 비중있게 다뤘다.이날 워싱턴 대성당에서 75분 동안 진행된 장례식이 끝난 후 카터 전 대통령의 관은 다시 비행기로 그의 고향인 조지아주 플레인스로 이송됐다. 여기서 그는 다시 자신이 평생 다닌 고향 마을의 마라나타 침례교회에서 가족들만을 위한 추모식을 가질 예정이다.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카터 전 대통령은 이 교회에서 90세가 넘어서까지도 주일 교회학교 교사로 일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손자 카터는 이날 추모사에서 “우리 교회에서는 ‘깨어나는 순간부터 머리를 뉘는 순간까지 신의 선하심을 노래하겠다’는 노래를 부른다”며 “할아버지는 분명 그런 사람이었고 그의 삶은 신의 선하심에 대한 증거였다”고 말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고향 플레인스에서 2023년 11월 사망한 아내 로잘린 카터 옆에 묻힐 예정이다. 플레인스는 500여 명 규모의 작은 시골 마을로, 카터 부부는 77년을 해로했다. 손자 카터는 “그는 떠났지만 멀리 가지는 않았다”며 “우리에게 그는 부엌에서 팬케이크를 만들거나, 목공소에서 증손주를 위한 요람을 만들고 있거나, 할머니와 송어 낚시를 하고 있거나, 아니면 그냥 조지아의 들판과 숲을 함께 걷는 모습으로 남아있을 것”이라는 말로 추모사를 마쳤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 2025-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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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맹 영토까지 흔드는 ‘트럼프 스톰’… 한국은 무방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트럼프 스톰’이 예상보다 훨씬 더 강하게 동맹국들을 강타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캐나다, 멕시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핵심 동맹과 우방국들을 겨냥해 그간 강조해온 경제적 패권은 물론이고 ‘불가침 영역’으로 간주되는 영토와 주권에 대한 침해 가능성까지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캐나다는 미국의 51번째 주” 등 다양한 주권 침해 발언을 이어가며 트럼프 2기 ‘미국 우선주의’의 근간에 ‘팽창주의’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현지 시간) CNN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 측은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을 ‘테러 단체’로 지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전날 트럼프 당선인이 기자회견에서 “‘멕시코만’의 이름을 ‘미국만’으로 바꾸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는데 마약 카르텔 소탕을 명분으로 군사 활동까지 검토 중이란 것을 시사해 주권 침해 논란을 더욱 키웠다. 또 덴마크령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에 대해 소유 의사를 밝힌 데서 더 나아가 이를 달성하기 위해 ‘군사력 옵션’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이런 행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는 팽창주의로 볼 수 있다”며 “1898년 스페인과의 전쟁을 통해 필리핀을 병합한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식민주의와도 닮았다”고 했다. 공화당 일각에선 과거 ‘먼로 독트린’을 빗대 ‘돈로(도널드와 먼로를 합친 말) 독트린’이란 평가도 내놓았다. 미국 5대 대통령 제임스 먼로는 1823년 먼로 독트린을 통해 유럽에 대한 간섭을 거부하며 동시에 아메리카 대륙에 대한 미국의 패권을 추구했다. 1기 때보다 더 거칠어진 트럼프 스톰이 세계 안보 질서에 긴장과 불확실성을 더할 거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정치적 혼란 속에 리더십 공백이 길어지는 한국이 속수무책으로 휩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누구도 예외없다… 트럼프 패권 확대 ‘돈로 독트린’ 새 리스크로中견제 위해 파나마-덴마크 압박‘외교 개점휴업’ 韓 타깃될 가능성정부 “조선-원전 중심 협력 최선”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눈독 들이며 노골화하고 있는 이른바 ‘돈로(Donroe·도널드 트럼프와 제임스 먼로의 합성어) 독트린’이 한국에도 새로운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돈로 독트린은 아메리카 대륙의 지역 패권을 선언한 제임스 먼로 전 대통령의 외교정책 ‘먼로 독트린’과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앞세운 트럼프 당선인의 이름 ‘도널드’의 합성어. 단순한 고립주의를 넘어 미국의 이권을 위해 동맹국에 대한 영토와 주권 침해도 마다하지 않는 ‘트럼프식 팽창주의’로 해석된다.특히 리더십 공백으로 인해 외교적 ‘개점 휴업’ 상태인 한국 정부에는 더 노골화된 트럼프 당선인의 외교정책 대응이 버거운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안팎에선 운신의 폭이 좁은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라도 미국의 중국 견제 기조에 대한 보조를 맞추되 “조선이나 원자력발전 등 한미 협력 분야를 바탕으로 최소한의 정지 작업은 이뤄져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韓, 중국과의 관계 설정 미리 대비해야”트럼프 당선인은 파나마 운하와 그린란드를 차지하기 위해서라면 군대 투입도 배제하지 않겠다면서 고립주의 기조였던 집권 1기와는 달라진 2라운드를 예고했다. 미국에선 ‘돈로 독트린’의 핵심은 중국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김현욱 세종연구소장은 “중국이 미국을 피해 곳곳에서 세력을 확장하는 데 대한 트럼프 당선인의 압박 수단”이라며 “파나마를 향해선 ‘중국의 투자를 그만 받아라’, 그린란드는 덴마크를 향해 ‘중국이 북극해로 확장시키지 못하도록 확실히 견제하라’고 압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도 “아직 팽창주의 정책의 일환으로 해석하긴 이를 수 있다”라면서도 “미중 패권 경쟁에서 파나마와 그린란드를 대리전 지대로 인식하고 전략적 쟁취를 꾀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외교당국과 전문가들은 한국이 이러한 트럼프식 전방위적 대중국 견제 기조를 잘 읽어내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북한과의 비핵화 대화 이슈가 핵심이었던 트럼프 1기 때와는 달리 단순히 협상 우위를 점하기 위한 거래적 접근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중국 대응과 통상 불균형 재조정이 최우선 과제인 한국은 언제든 타깃이 될 위험이 높다는 것.정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인이 캐나다에 하듯 우리에게 52번째 속주가 되겠냐고 하진 않더라도 중국과의 관계 설정을 똑바로 하라는 압박이 다양한 형태로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가령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더 높이라는 요구 외에도 대만 문제에 있어 주한미군이나 한국 정부의 역할을 더 확대하라는 식의 주문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의 이익 추구가 트럼프식 ‘말폭탄’을 통해 본격화한 것”이라며 “우리도 중국 견제로 압박을 할 여지가 있으니 한미, 한중 관계를 섬세하고 치밀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조선, 원전 등 협력 과제 우선순위 정리부터”열흘 앞으로 다가온 트럼프 2기 취임에 대비해 정부도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매주 월요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대외경제현안간담회를 갖고 각 부처가 재외 공관, 기업 등을 통해 파악한 동향들을 공유하고 시나리오별 대응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정부는 일단 한미 간의 조선과 원전 협력을 필두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통해 한미 조선협력 패키지도 마련하기로 했다. 안보부처 관계자는 “곧 전 세계적으로 원전 시장이 활짝 열리는데 미국은 원전 시공 능력이 없기 때문에 한미가 서로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을 잘 닦아 함께 진출할 수 있도록 사전 정지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정부 내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키맨들과의 접촉면을 최대한 늘려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지만 국내 정국의 불확실성과 미 행정부 인사들의 높은 보안 장벽으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분위기다. 한 외교부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인을 움직일 핵심 인물을 새로 뚫어야 하는 과제가 있다”고 토로했다.또 다른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국의 리더십 공백과 정치적 리스크가 해결되기 전까진 트럼프 측도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로선 결국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게 한미 간 협력 과제들을 추리는 게 최선의 방책”이라고 조언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25-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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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앤디 김 “트럼프, 주한미군 철수 시도땐 초당적 반발 있을 것”

    한국계로는 처음으로 미국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된 앤디 김 의원(42·민주·뉴저지·사진)이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과의 파트너십을 약화하는 행동을 한다면 단호히 맞설 것”이라고 8일(현지 시간)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워싱턴DC의 연방 의회에서 한국 등 아태 지역 언론을 상대로 가진 기자회견에서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가 ‘아메리카 온리(America Only)’를 의미해선 안 된다. 미국은 동맹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덴마크령 그린란드, 파나마운하에 대해 ‘군사력’까지 사용할 수 있단 뜻을 밝혀 논란이 된 가운데 미국의 동맹에 대한 소견을 밝힌 것. 그는 “미국의 리더십은 동맹 구축에서 비롯된다”고도 강조했다. 김 의원은 주한미군에 대해선 트럼프 당선인이 감축, 철수 등을 시도하려고 한다면 ‘트럼프 1기’ 때에 이어 또다시 “초당적으로 매우 강력한 반발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한미군은) 한국 보호는 물론 대만해협과 관련해 대(對)중국 억지 역할까지 한다”며 “트럼프 당선인이 마치 우리(미군)가 한국 방어를 위해서만 거기 있고, 얻어 가는 게 없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을 들을 땐 좌절감마저 느낀다”고 말했다. 2013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활동했던 김 의원은 당시 31세의 나이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이라크에 관해 조언하는 역할을 담당해 주목을 받았다. 이후 2018년 뉴저지주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고, 내리 3선에 성공했고, 지난해 11월 상원의원 선거에서 압승했다. 앞서 2021년 ‘1·6 의사당 난입 사태’ 땐 의사당에 혼자 새벽까지 남아 묵묵히 쓰레기를 치우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 2025-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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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멕시코만 이름 ‘미국만’으로 바꿀 것”… ‘그린란드 합병 위해 軍 투입’ 언급도

    “‘멕시코만’의 이름을 ‘미국만’으로 바꾸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 시간) 미국의 최대 교역국이자 최대 수입국인 멕시코를 겨냥해 주권 침해에 가까운 고강도 압박을 내놓았다. 그는 미국 남동부, 멕시코 동부, 쿠바 등의 공동 수역인 ‘멕시코만(Gulf of Mexico)’의 명칭을 ‘미국만(Gulf of America)’으로 바꾸겠다며 “멕시코는 미국에 엄청난 무역적자를 안기고 있다. 또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미국에 몰려드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압박했다.그는 지난해 11월 대선 승리 직후 “멕시코와 캐나다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 같은 트럼프 당선인의 압박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6일 사임 의사를 밝히자 전방위적인 ‘멕시코 조이기’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 부담 비율을 5%까지 높이라”고 촉구했다. 그가 한국에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요충지 멕시코만을 미국만으로” 트럼프 당선인은 자택인 플로리다주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만이라는 이름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명칭 변경은) 매우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또 마약 카르텔이 사실상 멕시코를 운영하고 있어 불법 이민을 방치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했다. 그는 친(親)환경을 표방한 조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연안에서 신규 원유·가스 개발을 금지한 것을 두고 “(개발 가치가) 미 국가부채보다 많은 40조∼50조 달러에 달하는데 바이든이 이를 버렸다”고 비판했다. 재집권 시 멕시코만에서 대대적인 원유 및 천연가스 개발에 나설 뜻을 밝힌 셈이다. 멕시코만에는 미국의 에너지 시추 시설이 몰려 있다. 또 해산물과 유명 관광지도 많아 경제 사회적 가치가 높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2023년 미국은 멕시코에서 4765억 달러(약 692조 원)의 물품 등을 수입했다. 무역적자는 1524억 달러(약 221조 원)에 달한다. 즉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은 미 안팎의 요충지를 미국 영토로 만들겠다는 기존의 주장을 강조하는 동시에 멕시코에 무역적자를 줄이라는 강한 압박을 가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당선인이 캐나다의 무릎을 꿇리더니 이제 그 총구를 멕시코에 들이댄 격”이라고 평가했다. 극우 성향으로 ‘여성 트럼프’로 불리는 마저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은 ‘X’를 통해 “미국만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법안을 최대한 빨리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린란드-파나마운하에 군사력 사용 가능” 트럼프 당선인은 이미 소유 의사를 밝힌 덴마크령 그린란드, 파나마운하에 대해서도 “군사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날 회견에서 ‘두 사안에 관해 군사력 혹은 경제적 강압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확언할 수 없다. 약속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 인선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같은 날 부친의 전용기를 타고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전격 방문했다. 트럼프 당선인 측의 이 같은 행보는 최근 파나마를 포함한 중남미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중국을 견제하고, 덴마크를 상대로는 방위비 인상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그린란드는 광물자원이 많고, 러시아와 중국이 최근 관심을 보이는 북극권 진출을 견제하기에 용이해 전략적 가치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미국과 캐나다를 모두 성조기로 뒤덮은 게시물도 올렸다. “캐나다는 미국의 51번째 주”라는 기존 주장을 강조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 가까이에 있고, 다른 나라에 비해 미국의 압박에 더욱 취약한 나라들에 대한 영향력 키우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의 캐나다, 파나마, 그린란드 등을 향한 발언은 노골적인 주권 침해일 수 있는 만큼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나토 방위비, GDP 대비 5%로 인상” 트럼프 당선인은 나토에 대한 압박도 이어 갔다. 러시아의 위협 등으로 나토 안보가 심각한 상황에 처한 만큼 GDP 대비 방위비 비율을 현재의 2%대에서 5%로 높이라고 강조했다. 국제 통계사이트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나토 32개 회원국의 방위비 평균은 GDP의 2.71%다. 폴란드(4.12%), 에스토니아(3.43%), 미국(3.18%) 등이 3%를 넘기긴 했으나 대부분 2%대다. 이에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에도 방위비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 지난해 바이든 행정부와 2030년까지 적용되는 방위비 분담 금액을 확정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이 20일 취임하면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 2025-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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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아있는 정치인이 못한 화합, 죽은 카터가 이뤄”

    “살아있는 미국 정치인이 못 하는 ‘화합’을 죽은 카터가 이뤄냈다.” ‘가장 위대한 전직 대통령’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1924∼2024)의 유해가 7일(현지 시간) 수도 워싱턴 의회 중앙의 로툰다홀에 안치됐다. 뉴욕타임스(NYT)는 “격렬한 갈등을 벌이는 민주당과 공화당 정치인들이 (모처럼) 휴전하는 화합의 순간”이었다며 생존 정치인이 못 하는 일을 카터 전 대통령이 해냈다고 애도했다. 카터 전 대통령과 같은 민주당 소속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그의 업적과 행동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어떤 찬사보다 더 크게 그를 대변한다”고 애도했다. 공화당의 존 슌 상원 원내대표 또한 “해군 참전 용사, 땅콩 농부, 조지아 주지사, 대통령이었던 카터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양당 정치인이) 모였다”고 기렸다. 지난해 12월 29일 조지아주 플레인스 자택에서 타계한 그의 유해는 이날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통해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의 앤드루스 합동기지로 옮겨졌다. 그가 제39대 대통령이란 점을 감안해 ‘특별공중임무 39’라는 이름이 붙었다. 군악대와 찬송가 연주 속에 유해가 에어포스원에서 내려질 땐 미 정부 관례상 최고 예우에 해당하는 21발의 예포가 발사됐다. 이어 젊은 시절 해군이었던 그의 이력을 감안해 워싱턴 해군기념관을 잠시 들렀고 마차(馬車)를 통해 의회로 옮겨졌다.이날 워싱턴 일대에 한파가 몰아쳤지만 많은 시민들이 도심 곳곳과 의회 인근에서 유해의 운구 행렬을 지켜봤다. 일반인들이 로툰다홀에서 그를 조문하는 게 이날 밤부터 가능했지만 같은 날 오후 2, 3시경부터 의회 인근에 시민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시민 애드 레이스먼 씨는 기자에게 “그는 많은 미국인에게 ‘대통령’이라기보다 ‘큰어른’이자 ‘아버지’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가는 길인데 당연히 나와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고인을 추모했다. 또 다른 시민 라토야 잭슨 씨는 “정치를 잘 모르지만 그가 행동으로 보여 준 헌신과 배려는 잘 안다. 그러한 가치를 존중하기에 몇 시간 일찍 여기에 온 것”이라고 했다. 카터 전 대통령의 국장(國葬)은 미 동부 시간 9일 오전 10시(한국 시간 10일 0시) 워싱턴 국립대성당에서 치러진다. 조 바이든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등 주요 정치인이 모두 참석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직접 추도사를 낭독하기로 했다. 이후 유해는 고향인 플레인스로 옮겨져 안장된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5-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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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아있는 정치인이 못한 화합, 죽은 카터가 이뤄”

    “살아있는 미국 정치인이 못하는 ‘화합’을 죽은 카터가 이뤄냈다.”‘가장 위대한 전직 대통령’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1924~2024)의 유해가 7일(현지 시간) 수도 워싱턴 의회 중앙의 로툰다홀에 안치됐다. 뉴욕타임스(NYT)는 “격렬한 갈등을 벌이는 민주당과 공화당 정치인들이 (모처럼) 휴전하는 화합의 순간”이었다며 생존 정치인이 못하는 일을 카터 전 대통령이 해냈다고 애도했다.카터 전 대통령과 같은 민주당 소속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그의 업적과 행동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어떤 찬사보다 더 크게 그를 대변한다”고 애도했다. 공화당의 존 튠 상원 원내대표 또한 “우리는 해군 참전 용사, 땅콩 농부, 조지아 주지사, 대통령이었던 카터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양당 정치인이) 모였다”고 기렸다.지난해 12월 29일 조지아주 플레인스 자택에서 타계한 그의 유해는 이날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통해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의 앤드루스 합동기지로 옮겨졌다. 그가 제39대 대통령이란 점을 감안해 ‘특별공중임무 39’라는 이름도 붙었다. 군악대와 찬송가 연주 속에 유해가 에어포스원에서 내려질 땐 미 정부 관례상 최고 예우에 해당하는 21발의 예포가 발사됐다. 이어 젊은 시절 해군이었던 그의 이력을 감안해 워싱턴 해군기념관을 잠시 들렀고 마차(馬車)를 통해 의회로 옮겨졌다. 이날 워싱턴 일대에 한파가 몰아쳤지만 많은 시민들이 도심 곳곳과 의회 인근에서 유해의 운구 행렬을 지켜봤다. 일반인들이 로툰다홀에서 그를 조문하는 게 이날 밤부터 가능했지만 같은 날 오후 2, 3시경부터 의회 인근에 시민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시민 애드 레이스먼 씨는 기자에게 “그는 많은 미국인에게 ‘대통령’이라기보다 ‘큰어른’이자 ‘아버지’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가는 길인데 당연히 나와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고인을 추모했다. 또 다른 시민 라토야 잭슨 씨는 “정치를 잘 모르지만 그가 행동으로 보여 준 헌신과 배려는 잘 안다. 그러한 가치를 존중하기에 몇 시간 일찍 여기에 온 것”이라고 했다.카터 전 대통령의 국장(國葬)은 미 동부 시간 9일 오전 10시(한국 시간 10일 0시) 워싱턴 국립대성당에서 치러진다. 조 바이든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등 주요 정치인이 모두 참석한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직접 추도사를 낭독하기로 했다. 이후 유해는 고향인 플레인스로 옮겨져 안장된다.워싱턴= 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5-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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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2기 주한대사에 미셸 박 스틸-후커 등 거론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첫 주한 미국대사 후보로 한국계인 미셸 박 스틸 전 공화당 하원의원(70)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보수 성향 온라인 매체 뉴스맥스는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지난해 12월 27일 트럼프 당선인에게 차기 주한 대사로 스틸 전 의원을 추천했다고 보도했다. 케빈 매카시, 뉴트 깅그리치 등 전 공화당 소속 하원의장들도 스틸 전 의원 추천에 동참했다고 전했다. 이 사안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스틸 전 의원의 대사 기용을 두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다만 변수가 많아 속단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스틸 전 의원은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나 20세 때 미국으로 이주했다. 1992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폭동을 계기로 정치에 입문했고 재선 하원의원을 지냈다. 다만 지난해 11월 선거에서 3선에 실패했다. 그는 지난해 대선에 출마한 트럼프 당선인을 일찌감치 지지한 ‘친(親)트럼프’ 성향이다. 트럼프 당선인 또한 지난해 11월 선거 당시 스틸 전 의원을 “미국 우선주의 애국자”라고 치켜세웠다. 외교가에선 앨리슨 후커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선임보좌관,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 등도 주한 대사 후보로 거론된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 2025-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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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스톰’에 날아간 트뤼도… 관세 압박 못버티고 결국 사임

    ‘캐나다의 오바마’로 불리며 9년 넘게 캐나다를 이끌어 온 쥐스탱 트뤼도 총리(54)가 6일(현지 시간)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고물가·고금리가 이어진 데다 친(親)이민 정책에 대한 국민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고관세 부과 방침이 결정타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트뤼도 총리는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 당선인이 캐나다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뒤 저자세 외교를 펼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그는 관세 압박 등 이른바 ‘트럼프 스톰’으로 타격을 입고 물러나는 첫 국가정상이란 불명예도 안게 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트뤼도 총리의 사임 소식을 접한 뒤 트루스소셜을 통해 “많은 캐나다 사람들이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는 것을 좋아한다. 캐나다가 미국과 합병되면 관세는 없어지고, 세금도 크게 인하될 것”이라고 밝혔다. ● 이민자 급증으로 실업률, 집값 ↑ 트뤼도 총리는 새해 연휴가 끝난 이날 관저 앞 야외에서 기자들에게 “2015년부터 저는 이 나라와 여러분을 위해 싸워 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저는 이 나라를, 이 나라의 국민들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면서도 “현실은 우린 최선을 다했지만 의회가 몇 달째 마비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젠 리셋할 시간”이라며 사임을 공식화했다. 17년간 캐나다 총리를 지낸 피에르 트뤼도(1919∼2000)의 장남으로, 명문 맥길대를 나온 트뤼도 총리는 호감형 외모에 수려한 언변을 앞세워 2015년 11월 당시 44세로 총리에 취임했다. 캐나다는 물론이고 국제적으로도 ‘젊은 정치인의 기수’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공급망 위기 등으로 촉발된 경제위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서 국민들의 불만이 증폭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매년 50만 명의 신규 이민자를 수용해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던 그의 이민 정책도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이민자 급증으로 실업률과 집값이 뛰고 공공의료 서비스의 질은 하락했던 것. 국제 통계사이트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캐나다 평균 주택 가격은 2018년 약 49만 캐나다달러에서 2022년 약 70만4000캐나다달러로 급격히 상승했다. 인플레이션 수치 역시 2020년 0.72%에서 2022년 6.8%로 크게 증가했다. 이로 인해 트뤼도 총리와 당의 지지율은 동반 추락했다. 현재 그가 속한 집권 자유당의 지지율은 21%로 보수당(47%)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귀환한 트럼프, 트뤼도에 결정타 이처럼 어려움을 겪던 트뤼도 총리에게 ‘트럼프의 귀환’은 결정타가 됐다. 앞서 두 사람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부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등을 두고 껄끄러운 관계였다. 2017년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반(反)이민 행정명령을 발표하자, 트뤼도 총리는 보란 듯 포용적 이민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고물가 등 국내 경제위기 앞에서 트뤼도 총리의 당당함은 자취를 감췄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직후 캐나다 등에 25% 고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자, 트뤼도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의 사저인 마러라고 리조트까지 찾아갔다. 이는 결과적으로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은 악수(惡手)가 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트뤼도 총리와의 회동 직후 “위대한 캐나다주(州) 주지사인 트뤼도와 식사해 기뻤다”고 조롱했다. 이에 대해 트뤼도의 핵심 측근이던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지나치게 저자세”라며 전격 사퇴했다. 이어 정책 연합을 맺은 신민주당이 정부 불신임안 제출을 예고하면서 트뤼도 총리는 사면초가에 내몰렸다. 트럼프 당선인이 고관세로 트뤼도 총리를 흔든 건 통상, 안보 전략상 상대국을 압박하기 위한 특유의 협상 전략이란 해석도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타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고 내던져 상대를 흔든 뒤 속내를 파악하려는 것”이라며 “약한 고리를 무너뜨려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전략”이라고 했다. 향후 트럼프 당선인이 다른 우방국들로 시선을 돌려 고관세를 압박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앞서 CNN은 트럼프 당선인이 향후 한국, 프랑스, 독일처럼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는 동맹국에 특히 위협이 될 거라고 내다봤다. 한편 트뤼도 총리의 후임으로는 프릴랜드 전 장관, 도미닉 르블랑 재무장관, 멜라니 졸리 외교장관, 마크 카니 전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 등이 거론된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5-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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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임 앞둔 블링컨 방한, 오늘 崔대행 만나

    미국 정부는 12·3 비상계엄 선포 뒤 한국의 정치 혼란에 대해 “우리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정 안정에 집중하는 점을 주목하고 평가한다”며 한국 정부에 대한 지지를 거듭 확인했다. 5일 퇴임 전 마지막으로 한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3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무너졌던 동맹 재건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최대 업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6일 최 권한대행,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도 만나 한미 동맹과 북한 문제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3일 브리핑에서 “우리는 한국 정부, 국회와 국민이 안정적으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를 기대한다”며 “양국이 공유하는 가치와 공통의 이익을 진전시키기 위해 대통령 권한대행을 포함한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헌법에 명시된 절차를 한국 정부가 준수하며 나아가길 기대한다”며 “우리는 모든 급의 소통 채널을 열어 두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동맹에 대한 헌신도 철통같다. 우리가 이 단어를 자주 쓴다는 것을 알지만 한국과 관련해 쓸 때는 진심”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이 이례적으로 “심각한 오판(badly misjudged)”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지만, 탄핵 소추안 의결 이후 한국에 대한 지지 의사를 꾸준히 밝히고 있다. 양국은 고위급 대면 접촉도 점차 급을 높여 재개하고 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은 아직까지 한국 상황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아무래도 취임 후 한국과 마주 앉을 각종 협상 테이블을 염두에 둬야 하는 만큼 일단은 신중하게 한국 상황을 지켜보려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한편 블링컨 장관은 FT 인터뷰에서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4개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초대됐고, 대서양 지역 연합이 한목소리로 중국을 비판하고 있음을 거론하며 “이전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말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5-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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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막판 전화 돌린 트럼프, 공화 이탈표 막고 존슨 하원의장 선출

    대표적인 ‘트럼프 충성파’인 마이크 존슨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막후 지원사격에 힘입어 가까스로 하원의장에 3일 재선출됐다. 트럼프 당선인의 강력한 공화당 장악력을 보여준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또 향후 트럼프 당선인과 공화당이 여세를 몰아 ‘트럼프표 최우선 공약’으로 꼽히는 국경보안 강화와 감세, 정부 지출 축소를 하나의 패키지 법안으로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사회생 존슨, 당내 강경파에 휘둘릴 듯 이날 하원의장 선거에서 존슨 의장은 과반에 못 미치는 216표를 얻는 데 그쳤다. 앞서 공화당은 지난해 11월 5일 하원의원 선거에서 전체 435석 중 219석을 얻어 민주당(215석)에 4석 차로 박빙의 우위를 점하고 있다. 단 두 명만 공화당에서 이탈해도 존슨 의장이 재선출에 실패하는 상황에서 공화당 강경파로 꼽히는 토머스 매시, 랠프 노먼, 키스 셀프 의원이 지지표를 던지지 않은 것이다. 존슨 의장의 기사회생을 가능케 한 건 의장 선거 당시 골프를 치던 트럼프 당선인의 직통 전화였다. 의회 전문매체 더힐은 트럼프 당선인이 셀프, 노먼 등 두 의원에게 직접 전화해 “일을 더 오래 끌지 말자”고 요청했다고 4일 전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노먼 의원에게 “당신 (지난해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트럼프의 경쟁 후보로 나선) 니키 헤일리를 찍었지”라며 압박하기도 했다. 결국 표결 종료 선언이 이뤄지기 직전 두 의원이 “존슨 지지”로 입장을 바꿔 존슨 의장은 과반인 218표를 얻는 데 성공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투표 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전례 없는 신뢰의 투표였다”며 축하 메시지를 올렸다. 존슨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도 가장 강력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날의 승리는 존슨 의장의 권력이 얼마나 취약하고 ‘트럼프 의존적’인지를 일깨워준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공화당이 하원에서 박빙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만큼, 당내 초강경 우파 의원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 소속 10여 명이 목소리를 높이면 존슨 의장이 이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크고 아름다운 하나의 법안” 추진 미 하원의장 선출이 마무리된 직후 트럼프 당선인은 세금 감면, 지출 감축, 국경 안보 등 최우선 입법과제를 “크고 아름다운 하나의 법안으로 묶어 추진하자”는 뜻을 존슨 의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존슨 의장이 4일 비공개 하원 공화당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전했다. 폭스뉴스도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은 상하원 모두 5월까지 이 법안을 자기 책상 위에 올려놓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당선인의 제안은 그동안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참모진이 구상해 온 ‘투 트랙’ 전략과 상반된다. 이들은 취임식 직후 국경보안 관련 예산 집행을 먼저 해결한 뒤 감세와 정부 지출 축소 등 복잡한 싸움은 하반기로 미룰 것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공화당을 하나로 단결시키고 감세 공약의 중요성을 강조하려면 법안을 하나로 묶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WSJ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1기였던 2017년 공화당 주도로 도입된 감세 정책이 올해 만료를 앞둔 상황이기에 법안 연장의 추진력을 확보하려면 ‘패키지 협상’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하원 세입위원회 제이슨 스미스 위원장도 폴리티코에 “어느 당도 수십 년 동안 같은 해에 예산조정법안 두 개를 통과시키는 데 성공한 적이 없다”며 트럼프의 ‘하나의 법안’ 전략을 지지했다. 다만, 당내에선 실패 위험이 크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미 CNN방송은 “이 정도 규모의 법안은 여러 유관 위원회를 거쳐야 하고 협상도 훨씬 오래 걸린다”며 “(근소한 다수당이어서) 실수가 용납될 여지가 거의 없는 공화당에 엄청난 도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 2025-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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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韓지지 거듭 확인… 블링컨 “동맹재건이 바이든 정부 최대 업적”

    미국 정부는 12·3 비상계엄 선포 뒤 한국의 정치 혼란에 대해 “우리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가 국정 안정에 집중하는 점을 주목하고 평가한다”며 한국 정부에 대한 지지를 거듭 확인했다. 5일 퇴임 전 마지막으로 한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3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무너졌던 동맹 재건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최대 업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6일 최 권한대행,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도 만나 한미동맹과 북한문제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3일 브리핑에서 “우리는 한국 정부, 국회와 국민이 안정적으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를 기대한다”며 “양국이 공유하는 가치와 공통의 이익을 진전시키기 위해 대통령 권한대행을 포함한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헌법에 명시된 절차를 한국 정부가 준수하며 나아가길 기대한다”며 “우리는 모든 급의 소통 채널을 열어 두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동맹에 대한 헌신도 철통같다. 우리가 이 단어를 자주 쓴다는 것을 알지만 한국과 관련해 쓸 때는 진심”이라고 강조했다.미국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이 이례적으로 “심각한 오판(badly misjudged)”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지만, 탄핵 소추안 의결 이후 한국에 대한 지지 의사를 꾸준히 밝히고 있다. 양국은 고위급 대면 접촉도 점차 급을 높여 재개하고 있다.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은 아직까지 한국 상황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아무래도 취임 후 한국과 마주 앉을 각종 협상 테이블을 염두에 둬야 하는 만큼 일단은 신중하게 한국 상황을 지켜보려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했다.한편 블링컨 장관은 FT 인터뷰에서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인도 태평양 4개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초대됐고, 대서양 지역 연합이 한목소리로 중국을 비판하고 있음을 거론하며 “이전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말했다.워싱턴= 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5-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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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 이스라엘에 11.7조원 마지막 무기 판매 승인

    이달 퇴임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통합정밀직격탄(JDAM)을 포함해 80억 달러(11조7000억 원)에 달하는 무기를 이스라엘에 판매하기로 했다고 미국 로이터통신 및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 등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에 무기가 이전되면 바이든 대통령 임기 내 이스라엘에 대한 마지막 무기 판매가 될 것으로 보인다.보도에 따르면 판매 목록에 포함된 무기들로는 전투기에 장착되는 AIM-120C 공대공 미사일과 드론, 155㎜ 포탄, AGM-114 헬파이어 공대지 미사일, 소구경탄 등은 물론 JDAM도 포함됐다. 익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이러한 무기들에 대한 이스라엘 판매 계획을 의회에 통보했다고 한다. 미 행정부는 연방 무기수출통제법에 따라 외국에 무기를 팔기 위해선 의회로부터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소식통은 악시오스에 “국무부는 의회에 이 거래가 이스라엘에 중요 무기와 방공 역량을 재공급함으로써 장기적 안보를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특히 이번 판매 목록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JDAM은 공습 시 반경 800m 내 사람들을 모두 죽일 수 있는 강력한 성능을 지닌 무기다. 지난해 5월엔 바이든 행정부가 JDAM을 이스라엘에 판매하는 건에 대한 승인을 보류하고 있다고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보도하기도 했다. 이 폭탄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일대의 민간인 공격에 쓰일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란 해석이 당시 나왔다.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이스라엘에 전투기를 포함해 200억 달러(29조 원) 규모의 무기 판매를 승인하는 등 이스라엘에 수차례 대규모로 무기를 판매했다. 2021년 5월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무력충돌이 이어지는 도중에도 이스라엘에 8000억 원이 넘는 무기를 판매하기로 결정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앞에선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을 지지하면서 뒤에선 이스라엘에 무기 지원을 하며 전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워싱턴= 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 2025-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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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美 항공안전 권위자 “로컬라이저, 활주로서 최소 300m 떨어져야”

    “항공기 착륙을 유도하는 ‘로컬라이저 안테나(방위각 시설)’는 활주로 끝에서 최소 300m 밖에 떨어져 있어야 한다.” 미국 비영리단체 항공안전재단(Flight Safety Foundation)의 하산 샤히디 대표 겸 최고경영자는 지난해 12월 31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탑승객 179명이 숨진 제주항공 여객기가 충돌한 무안공항 로컬라이저는 활주로 끝부터 264m 지점에 설치돼 있었다. 국내에서도 이 로컬라이저가 국토교통부의 설치 기준 고시를 위반했다는 지적이 커지는 가운데, 항공 안전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도 이를 문제 삼은 것. 샤히디 대표의 항공안전재단은 항공 안전, 운영 개선 등의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조직으로 꼽힌다. 베테랑 조종사 출신으로 유명 항공 안전 컨설턴트로 활동 중인 존 콕스 씨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활주로 끝의 모든 로컬라이저 등 설치물은 “깨지기 쉬운(frangible) 구조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샤히디 대표 역시 “로컬라이저는 적절한 높이에 배치돼야 하고, 충돌 시 쉽게 파손되도록 설계돼야 한다”고 했다. 로컬라이저를 받치는 2m가 넘는 둔덕의 재질이 콘크리트로 돼 있어 피해가 커진 게 아니냐는 지적에 이같이 답한 것. 특히 콕스 씨는 “(둔덕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권고 사항을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 구조물이 부상과 사망의 심각성을 크게 높였다”고 밝혔다. 샤히디 대표는 “조사팀은 이 구조물이 없었을 시 (탑승객들의) 생존 가능성을 확인할 것”이라고도 했다. 탑승객 생존에 콘크리트 구조물이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면밀히 들여다보는 게 합동조사팀의 주요 과제가 될 거란 의미다. 국토부 등은 제주항공 여객기가 1차 착륙을 시도하다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로 엔진 이상이 발생해 복행(착륙을 포기하고 재상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두 전문가는 현시점에선 조류 충돌로 인해 랜딩기어(착륙 바퀴)가 고장 난 것으로 단정하긴 힘들다고 했다. 샤히디 대표는 “랜딩기어 고장은 기계적 결함이나 유압 시스템 고장은 물론이고 구조적 손상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콕스 씨 역시 “조류 충돌은 통상 경미한 손상만 초래하지만 때론 심각한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도 “조류 충돌이 랜딩기어 전개를 방해하는 이유가 될 것 같진 않다”고 했다. 제주항공 여객기가 빠른 속도로 활주로를 미끄러져 간 것에 대해 샤히디 대표는 “동체 착륙한 항공기는 착륙 후 속도를 제어할 수 있는 옵션이 거의 없다”며 “접근 및 착륙 과정에서 플랩(Flap·항공기 이착륙을 돕는 보조 조종장치)이 작동하지 않으면 착륙 속도가 평소보다 훨씬 빨라진다”고 분석했다. 콕스 씨도 “슬랫(Slat·양력 장치)과 플랩이 착륙 위치에 있지 않아 접근 속도가 더 빨라졌다”며 “왜 이를 전개하지 않았는지가 조사에서 중요한 질문이 될 것”이라고 했다. 조종사와 관제탑 간 통신 장애가 사고 원인일 가능성과 관련해선 두 전문가 모두 “긴급 상황에선 관제사와의 통신이 우선순위는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항공기 통제나 장애물, 지면으로부터 안전 항로 확보 등이 우선시되는 만큼 통신 문제가 직접적인 사고 원인일 가능성은 낮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번에 사고가 난 ‘보잉 737-800’ 기종 자체의 안전성을 문제 삼는 일각의 지적과 관련해선 두 전문가 모두 “이 기종은 전 세계적으로 오랜 기간 사용됐고 우수한 안전 기록을 가진 모델”이라고 말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 2025-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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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SNS 자체검열-유해콘텐츠 삭제’ 금지 추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소셜미디어 기업들의 자체 검열을 막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지난해 12월 30일 보도했다. 이는 유해 콘텐츠를 걸러내기 위해 소셜미디어의 자체 검열을 유도하고 있는 유럽과 대조적인 것이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이 연방통신위원회(FCC)와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으로 각각 지명한 브렌던 카, 앤드루 퍼거슨은 페이스북과 유튜브 같은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특정 콘텐츠가 유해하다는 이유로 스스로 검열해 콘텐츠를 삭제하는 걸 막겠다는 입장이다. FCC는 미국의 방송·통신 정책을 총괄하는 기관이다. 앞서 변호사 출신인 카 FCC 위원장 지명자는 빅테크를 ‘검열 카르텔’이라고 부르며 이들의 유해 콘텐츠 정책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퍼거슨 FTC 위원장 지명자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플랫폼들에 반독점법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유해 콘텐츠를 걸러내지 않는다는 이유로 X에서 광고를 철회한 기업들을 처벌할 수 있다는 것. 광고주들이 광고 철회를 공모한 혐의가 반독점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X는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떠오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소유한 플랫폼이다. 그동안 트럼프 당선인 지지층에선 진보 성향인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보수 진영의 콘텐츠를 차별적으로 검열해 불공정하다는 주장을 펴왔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지지자들의 의회 폭동 등을 조장했다는 이유로 한때 X와 페이스북의 사용이 금지됐었다. 그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 소셜미디어가 받는 법적 보호를 없애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트럼프 당선인 측의 이 같은 움직임은 유럽 규제 당국의 정책 방향과는 정반대다. 유럽에선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유해 콘텐츠 관리를 너무 느슨하게 한다며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유럽연합(EU)이 2022년 제정한 디지털서비스법은 플랫폼이 불법 콘텐츠를 신속히 제거하지 않으면 연간 매출의 최대 6%를 벌금으로 내도록 하고 있다. NYT는 “트럼프 당선인이 백악관에 복귀하면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 간의 간극이 더 벌어질 수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위협만으로도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적극적인 콘텐츠 관리를 주저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 202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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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장 위대한 전직 대통령”… 카터 향년 100세로 별세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1977년 1월∼1981년 1월 재임·사진)이 29일(현지 시간) 조지아주 플레인스 자택에서 타계했다. 향년 100세. 카터 전 대통령은 집권 중 오일쇼크에 따른 고물가와 저성장,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세력에 의한 미국인 인질 억류 사태 등으로 재선에 실패했고, ‘미 역사상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이란 오명도 얻었다. 하지만 퇴임 후 민주주의 및 인권 보호, 빈곤 퇴치, ‘사랑의 집 짓기(해비탯)’ 활동 등에 매진해 ‘가장 존경받는 전직 대통령’으로 불렸다. 북한 쿠바 보스니아 등 분쟁지역을 누비며 평화를 강조한 공로로 2002년 노벨 평화상도 탔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그를 “위대한 미국인”으로 기리며 국장(國葬)을 지시했다.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1979년 한국 방문 때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김대중 전 대통령 등 당시 유신체제에 반대한 재야 인사들의 석방을 요구하며 주한미군 철수까지 거론했다. 특히 북핵 위기로 한반도에서 전쟁 가능성이 거론되던 1994년 6월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 당시 북한 주석과 북핵 동결 등을 논의했다. 북한과 미국은 같은 해 10월 스위스 제네바 합의를 통해 1차 북핵 위기를 봉합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 2024-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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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 4년보다 빛난 퇴임후 43년, 세계평화 중재 ‘Mr. 픽스 잇’

    “카터는 신(神)과 국민의 겸손한 종(從)이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 시간) 별세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을 이렇게 추모했다. 향후 30일간 미 국내외 관공서에 조기를 게양하고 내년 1월 9일을 ‘국가 애도일’로 정해 그를 추모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또한 “카터는 모든 미국인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우리 모두는 그에게 감사의 빚을 지고 있다”고 애도했다.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언론도 그에 관한 기사를 대서특필했다. 정치적 양극화와 이념 대립이 심한 미국 사회 전반에서 이처럼 카터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열기가 뜨거운 것은 그가 퇴임 후 더 빛난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1977년 1월부터 1981년 1월까지 39대 미 대통령으로 활동했던 카터 전 대통령은 재선에 실패했다. 정치인으로는 젊은 나이인 57세에 ‘백수’가 된 것이다. 하지만 세계를 돌며 민주주의, 인권, 평화, 기아 퇴치 등에 헌신하는 바람직한 ‘인생 2막’을 열었다. 이제는 누구나 그를 ‘미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 ‘가장 성공한 전직 대통령’으로 부른다.● 美 대통령이 된 ‘땅콩 농부’ 카터 전 대통령은 1924년 조지아주 플레인스에서 태어났다.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후 땅콩 농장을 운영하던 부친의 가업을 물려받았다. 1946년 결혼한 부인 로절린 여사와의 사이에 3남 1녀를 뒀다. 지난해 11월 로절린 여사가 사망할 때까지 77년간 해로했다. 둘은 가장 긴 결혼 생활을 유지한 미국 대통령 부부다. 부인의 추모 예배 당시 “당신을 볼 때마다 나는 다시 사랑에 빠진다”는 신혼 시절 편지도 공개했다. 연방 상하원 의원 경력이 없고 조지아 주지사만 지낸 그는 워싱턴 정계의 아웃사이더였다. 이런 그가 세계 최고 권력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베트남전과 워터게이트 사건을 겪은 국민들에게 ‘정직’, ‘상식’ 같은 보통 사람의 가치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대선 유세 당시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라고 강조한 것은 ‘정치인 카터’의 지향점을 보여준다. 재임 중 주요 성과로 중동 평화협상 중재, 중국과의 관계 개선(데탕트) 등이 꼽힌다. 1978년 그는 미 대통령 별장이 있는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평화 협상 ‘캠프 데이비드 협정’을 중재했다. 이를 통해 이스라엘은 전쟁으로 잠시 점령했던 시나이반도를 이집트에 돌려줬고, 한 해 뒤 이집트는 아랍국 최초로 이스라엘과 수교했다. 하지만 오일쇼크 여파로 집권 초 6.5%였던 소비자물가가 3년 후 13.5%로 치솟자 민심이 돌아섰다.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당시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은 수도 테헤란의 주이란 미국대사관에 미국인 52명을 444일간 억류했다. 최강대국의 명성에 치명타를 입힌 이 사건으로 ‘강한 미국’과 ‘경제 성장’을 강조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에게 백악관을 내줬다.● 세계 누비며 평화 중재한 ‘미스터 픽스 잇’ 자연인이 된 그는 1982년 비영리재단 ‘카터센터’를 설립했다. 이를 통해 세계 곳곳을 돌며 민주주의, 인권, 기아 퇴치에 앞장섰다. 특히 저소득층의 열악한 주거 환경을 개선해주는 ‘해비탯(사랑의 집 짓기)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2017년에는 93세 고령으로 캐나다 매니토바주 위니펙에서 집 짓기 자원봉사를 하던 중 탈수증으로 쓰러졌다. 그는 해비탯 재단과 함께 전 세계 14개국에서 4447채 이상의 주택을 건설, 수리했다. 집을 지으며 환하게 웃는 모습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외교 협상 막후에서 해결사 겸 중재자로도 나섰다. 북한, 수단, 아이티, 세르비아, 보스니아 등 분쟁지에서도 ‘평화 중재자’로 활약했다. 덕분에 ‘사태를 정리한다’는 뜻의 ‘미스터 픽스 잇(Mr. Fix it)’으로 불렸다. 말년에는 흑색종 투병 등으로 대부분을 플레인스 자택에서 보냈다. 지난해 2월부터 호스피스 돌봄 치료를 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년 1월 초 수도 워싱턴 의회에서 거행될 장례 행사에서 직접 추도사를 낭독하기로 했다. 미 대통령의 국장은 2018년 타계한 조지 H 부시 전 대통령 이후 7년 만이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 2024-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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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희와 주한미군 갈등-김일성 면담…한반도와 인연 깊었던 카터 전 美대통령

    29일(현지 시간) 향년 100세로 별세한 미국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북한을 세 차례나 방문하고 한반도 핵 위기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등 한국과의 인연이 깊었던 인물이다.카터 전 대통령은 미 39대 대통령(1977년 1월~1981년 1월) 재임 시절 도덕성과 인권을 강조하는 외교정책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는 당시 박정희 정권의 인권 탄압 상황을 비판하며 주한미군 철수를 발표하기도 했다. 당연히 당시 한국 정부와도 갈등을 겪었다. 실제로 카터 전 대통령은 1978년까지 주한미군 3400여명을 감축했지만 완전 철군 계획은 포기했다.특히 1979년 6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카터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중 김대중 전 대통령 등 유신체제에 반대한 재야 인사들의 석방을 요구하고, 인권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대통령에서 퇴임한 뒤에는 한동안 특별한 인연이 없었다. 하지만 카터 전 대통령은 1993년 1차 북핵 위기 사태가 벌어지자 ‘해결사 역할’에 나섰다. 그는 이듬해 미국의 전직 대통령 최초로 북한을 방문했다. 당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특별사찰 요구에 반발한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는 등 한반도에 전운이 감돌았다. 1994년 6월 카터 전 대통령은 직접 평양에서 김일성 북한 국가주석과 면담하며 국면 전환의 물꼬를 트는 데 성공했다.그는 김 주석과의 면담에서 유엔이 대북 제재를 중단하면 북한이 핵개발을 동결한다는 데 합의한다. 이는 같은 해 10월 21일 북미 제네바 기본 합의가 체결되는 토대를 마련했다. 카터 전 대통령의 제안으로 그해 7월 말 김영삼 당시 대통령과 김 주석이 분단 이후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을 가지기로 한 것도 큰 성과였다. 하지만 7월 8일 김일성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남북정상회담은 무산됐다.이후에도 카터 전 대통령은 미국인 인질 문제 해결과 비핵화 회담 재개를 위해 2010년과 2011년 두 차례 더 북한을 방문했다. 그러나 두 번 모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워싱턴= 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4-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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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별세…향년 100세

    미국 39대 대통령(1977년 1월~1981년 1월)을 지낸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100세. 카터 전 대통령은 퇴임 뒤 다양한 평화 및 인권 활동으로 ‘가장 훌륭한 전직 대통령’이란 평가를 받았다.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카터 전 대통령은 이날 호스피스 치료를 받아왔던 조지아주 플레인스의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앞서 2022년 10월 98번째 생일을 맞아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최장수 기록을 세운 바 있다.카터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미중 데탕트(긴장 완화)를 가속화하고 중동전쟁을 치렀던 이스라엘과 이집트이 평화 협정을 체결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다만 2차 오일 쇼크, 물가 급등, 이란 혁명세력의 주이란 미국대사관 점거 및 미국인 인질 사건 같은 악재가 터지며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에게 패해 연임에는 실패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당시 ‘미국 역사상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이란 오명까지 얻었지만 퇴임 후가 오히려 더 빛났다. 활발하게 평화 증진 및 인권 보호 활동을 펼치며 ‘가장 위대한 전직 대통령’이란 평가를 얻게 된 것. 그는 특히 북핵 위기로 한반도에서 전쟁 위험이 고조됐던 1994년 6월 직접 북한으로 날아가 김일성 당시 북한 주석과 북핵 동결을 논의했고, 이를 토대로 제네바 협의를 도출했다. 또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 김일성 간 남북정상회담도 이끌어냈다. 다만 김일성이 카터 전 대통령 방문 뒤 14일 만에 사망해 실제 회담이 성사되진 못했다. 북핵 위기 해결에 기여하고, 에티오피아·수단·아이티·세르비아·보스니아 등 국제 분쟁 지역에서 ‘평화 중재자’로 활약한 공로를 인정 받은 카터 전 대통령은 2002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카터 전 대통령은 2015년 피부암인 흑색종이 뇌와 간으로 전이됐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그 해 말 완치됐다고 밝혔다. 2019년에는 낙상으로 뇌 수술까지 받도고 해비탯 ‘사랑의 집짓기 운동’ 등에 참여하며 외부 활동을 이어갔다. 하지만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여하지 못하는 등 최근 수년 동안 고령으로 인한 건강 악화에 시달렸다.이후 그는 2023년 2월 자신과 부인 로잘린 카터 여사가 설립한 카터센터를 통해 “추가적인 치료 대신 가족과 함께 집에서 여생을 보내며 호스피스 치료를 받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워싱턴= 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 2024-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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