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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친(親)이란, 반(反)이스라엘 무장단체들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확대하면서 중동 전역으로 전쟁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이스라엘이 공격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가장 가까운 우방국이며 중재 역할을 해 온 미국도 ‘패싱’(공격 일정 등을 공유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을 당하고 있을 만큼 이스라엘의 폭주가 계속되고 있다. 사실상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을 제어할 방법을 상실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델라웨어주 별장에서 워싱턴 백악관으로 돌아가기 위해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중동에서 전면전을 피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해야만 한다. 곧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대화할 것”이라며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미국은 중동 지역에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 전단을 배치했고, 추가 병력 파견도 검토하면서 확전에 대비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대안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알론 핑카스 전 뉴욕 주재 이스라엘 총영사는 “미국은 불만을 표출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기 때문에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을 계속 조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뉴욕타임스(NYT)에 전했다. 나흐만 샤이 전 이스라엘 디아스포라 장관은 “비비(네타냐후 총리 별칭) 왕이 돌아왔다”며 “그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이스라엘을 비판했다. 교황은 이날 벨기에, 룩셈부르크 순방을 마치고 이탈리아 로마로 돌아오는 전용기 안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 도중 “전쟁 중에도 지켜야 할 도덕이 있고, 방어는 항상 공격에 비례해야 한다”며 이스라엘의 공격이 정도를 넘어섰다고 비판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이스라엘이 ‘레드라인(red line·저지선)’이 없는 지점에 도달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에 이어 예멘의 시아파 후티 반군(후티)까지 공격하자 아랍권 최대 언론 알자지라가 이같이 진단했다. 헤즈볼라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 하마스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 등을 잇달아 암살한 이스라엘이 중동의 반(反)미국, 반이스라엘 세력을 의미하는 이른바 ‘저항의 축’과의 확전에 나서고 있다는 의미다. 이를 주도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국내 여론의 지지에 힘입어 계속해서 ‘강공 드라이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나스랄라의 암살 이틀 뒤인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공개된 이스라엘 ‘채널12’ 방송 여론조사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지지율은 43%를 기록했다. 열흘 전 35%였던 지지율이 8%포인트 올랐다. ● 이 전투기, 1800km 날아가 후티 공습로이터통신과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29일 후티가 장악 중인 예멘 남부의 호데이다, 라스이사의 군사시설, 발전소, 항구 시설 등을 집중 공격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1800km 떨어진 예멘 남부를 공격하기 위해 이스라엘군은 전투기, 공중급유기, 정찰기 등 수십 대의 군용기를 출격시켰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예멘에서는 최소 4명이 숨지고 40명이 부상을 입었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더 먼 곳까지 갈 수 있고, 더 정확한 타격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공격은 지난달 28일 후티가 이스라엘의 ‘경제중심지’인 텔아비브 벤구리온 공항 일대로 미사일을 발사한 것에 대한 보복 차원이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7월 후티가 텔아비브 일대를 무인기(드론)로 공격해 1명이 숨지자 당시에도 호데이다에 보복 공습을 단행했다. 후티, 헤즈볼라의 배후에 있는 이란에 대한 경고 메시지도 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스랄라가 암살된 후 이란 국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보복을 강조한 가운데 이들의 결집을 막기 위해 후티에 대해서도 강경 대응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스라엘군은 30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도심에도 공습을 단행했다. 이 여파로 남서부의 주택가 알콜라 지구에 있는 아파트 한 채가 부서졌고 최소 4명이 숨졌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PFLP)은 이날 공습으로 지휘관 3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PFLP는 지난해 10월 발발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에 관여하지 않은 조직이다. 그런데도 이들 지휘관까지 사살한 것을 두고 이스라엘이 적을 (무제한) 공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것처럼 행동한다고 알자지라는 진단했다. ● 네타냐후, 지지율 급등-의석 확대 네타냐후 총리는 지지율 상승을 포함해 국내 여론의 강한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4석을 보유한 보수 성향 ‘새희망’당을 이끄는 기드온 사르 대표가 네타냐후 총리의 극우 연정에 합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극우 연정은 전체 의석 120석 중 68석을 차지하게 됐다. 사르 대표는 네타냐후 총리가 속한 집권 리쿠드당의 동료였다. 2020년 네타냐후 총리의 뇌물 수수 의혹을 계기로 결별했다. 하지만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뒤 네타냐후 총리와 의견이 같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연정 합류 이유를 설명했다. 당분간 네타냐후 총리가 강경책을 고수할 여건이 마련되면서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지 매체 하레츠는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에 완전히 관심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며 “그는 헤즈볼라, 이란과의 전선에 집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에 대한 공습을 이어가고 있는 이스라엘이 미국 측에 “레바논에 지상군 투입 작전이 곧 시작될 수 있다”고 전달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30일(현지 시간) 보도했다.WP에 따르면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지상 작전을 계획하고 있으며, 곧 시작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레바논에 이스라엘 지상군이 진입하는게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것이다.이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 작전은 2006년 이스라엘과 레바논 사이에서 발발한 이른바 ‘34일 전쟁’보다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34일 전쟁 당시 레바논과 이스라엘에서는 각각 약 1200명과 160명이 숨졌다. 이번 작전은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국경 지대에서 수행될 예정이며, 자상군이 임무를 완수하는데로 곧바로 이스라엘로 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이 작전에 정통한 한 이스라엘 관계자는 WP에 “이스라엘군이 월요일(30일)부터 제한적인 공습을 시작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본격적인 지상군 투입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국경 근처에서는 제한적이지만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고 WP에 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이날 이스라엘 관계자를 인용해 “이스라엘이 (레바논) 국경을 넘어 소규모 작전을 수행했다”며 “이번 작전은 헤즈볼라와 국경 인근의 포병 진지를 표적으로 삼았고, 더 큰 작전을 앞두고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전했다.한편 미국 내에서는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CNN에 “미국 정부에서는 제한적으로 시작되는 지상 작전이 장기적으로 더 규모가 큰 작전으로 전환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이러한 우려에 대해 이스라엘 측과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세계 각국이 인공지능(AI) 분야 인프라를 건설하기 위해 앞다퉈 경쟁하는 가운데 영국이 미국 투자 회사 블랙스톤으로부터 100억 파운드(약 17조5400억 원)의 대규모 투자를 받았다.30일 주한영국대사관에 따르면 최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지난주 미국 투자 회사인 블랙스톤이 영국 인공지능(AI) 부문에 100억 파운드(약 17조5400억 원)의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영국 정부는 이번 투자를 통해 유럽에서 가장 큰 AI 데이터센터가 영국에 들어서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주한영국대사관에 따르면 이번 투자에 따른 데이터센터 등 관련 시설 건축은 내년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블랙스톤 측은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지역 주민과 해당 지역 교통 인프라 건축을 위한 추가 기술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1억1000만 파운드를 투자하기로 했다.최근 영국은 AI 인프라 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 영국 정부는 AI 데이터센터를 중요 국가 인프라로 분류했다. 이에 관련 투자도 꾸준히 유치하고 있다. 이달 초 레이첼 리브스 영국 재무장관은 아마존 웹 서비스가 향후 5년간 영국의 디지털 및 AI 인프라에 80억 파운드를 투자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영국은 다음달 14일에 주요 글로벌 투자자와 기업들이 함께 하는 국제 투자 정상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다. 스타머 총리는 “영국 정부의 가장 중요한 우선 순위는 경제 성장이며, 더 많은 외국인 투자는 그 계획의 중요한 부분이다”고 밝혔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이스라엘이 친(親)이란, 반(反)이스라엘 무장단체들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확대하면서 중동 전역으로 전쟁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이스라엘이 공격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가장 가까운 우방국이며 중재 역할을 해온 미국도 ‘패싱(공격 일정 등을 공유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을 당하고 있을 만큼 이스라엘의 폭주가 계속되고 있다. 사실상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을 제어할 방법을 상실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29일(현지 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델라웨어주 별장에서 워싱턴 백악관으로 돌아가기 위해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중동에서 전면전을 피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해야만 한다. 곧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대화할 것”이라며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미국은 중동 지역에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 전단을 배치했고, 추가 병력 파견도 검토하면서 확전에 대비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대안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알론 핑카스 전 뉴욕 주재 이스라엘 총영사는 “미국은 불만을 표출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기 때문에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을 계속 조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뉴욕타임스(NYT)에 전했다. 나흐만 샤이 전 이스라엘 디아스포라 장관은 “비비(네타냐후 총리 별칭) 왕이 돌아왔다”며 “그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스라엘을 비판했다. 교황은 이날 벨기에, 룩셈부르크 순방을 마치고 이탈리아 로마도 돌아오는 전용기 안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전쟁 중에도 지켜야 할 도덕이 있고, 방어는 항상 공격에 비례해야 한다”며 이스라엘의 공격이 정도를 넘어섰다고 비판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공습으로 암살했다고 28일(현지 시간) 밝히면서 ‘세계의 화약고’ 중동에서 오랜 앙숙이었던 이란과 이스라엘 간 전면전 발생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최근 이란은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에 대해 무선호출기(삐삐)와 휴대용 무전기 동시 폭발 공격을 감행하고, 대규모 공습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개입에는 선을 그었다. 하지만 나스랄라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이란 국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성명을 통해 무슬림들에게 “헤즈볼라를 갖고 있는 자원과 도움으로 지지할 것을 촉구한다”며 “이 지역의 운명은 헤즈볼라를 선두로 하는 저항세력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쟁을 선포하진 않았지만 헤즈볼라에 대한 지원을 강조한 것이다. 같은 날 텔아비브의 이스라엘군 본부를 방문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도 이란에 대한 강한 경고 메시지를 밝혔다. CNN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아야톨라(이슬람 시아파 최고성직자에 대한 호칭·신의 증거란 뜻) 정권에 말한다. 어느 누구든 우리를 공격하면, 우리도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계속해서 헤즈볼라 무력화 작전에 대한 강도를 높일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이란 역시 역내 최고의 ‘안보 자산’으로 꼽히는 헤즈볼라의 붕괴를 마냥 바라만 볼 수 없어 중동 정세가 격랑에 휩싸일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 이란의 지역 영향력 줄이기 나서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무력화를 통해 이란이 주도하는 이른바 ‘저항의 축’(친이란 무장세력)을 약화시키고, 나아가 이란의 지역 영향력 확장 전략도 억제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이 이번 작전의 명칭을 ‘새 질서(New Order)’로 지은 것도 이 같은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헤즈볼라는 예멘의 후티 반군,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단체, 시리아 정부군 같은 저항의 축을 구성하는 조직 중 핵심으로 여겨져 왔다. 이미 이스라엘은 주요 육군 부대를 레바논 국경 지대로 대거 이동시키는 등 헤즈볼라와의 대규모 지상전 준비에 들어갔다. 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무선호출기와 무전기 연쇄 폭발로 헤즈볼라의 통신망이 붕괴됐고, 나스랄라를 포함한 최고위 지도자들도 대거 제거됐다”며 “이스라엘로서는 추가 공격을 멈추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딜레마에 빠진 이란 이란은 최근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충돌에 사실상 개입을 피했다. 이란으로서는 경제난을 극복하려면 서방과의 ‘핵 협상’ 재개를 통해 제재를 완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선 이스라엘과의 충돌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찾았던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도 24일 “이란은 이스라엘의 덫에 끌려들지 않을 것이다. 이란은 싸우고 싶지 않다”며 개입에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란으로선 이스라엘이 저항의 축에서 핵심인 헤즈볼라에 대한 융단 폭격을 이어가고, 수장까지 암살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도 상당한 부담이다.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공격과 더불어 이란의 중동 지역 내 영향력을 키우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온 핵심 안보 자산인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어떤 형태로든 헤즈볼라에 대한 지원과 보호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란이 후티,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단체들을 동원해 이스라엘에 로켓과 미사일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시리아와 이라크에 주둔 중인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이스라엘 공격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이란의 경제 상황과 이스라엘의 막강한 군사력과 정보력 등을 감안할 때 어떤 대응에도 한계가 분명하다. 이스라엘의 정밀 공습에 대한 두려움도 크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암살 가능성을 우려해 하메네이를 안전 장소로 이동시켰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헤즈볼라 완전 무력화는 쉽지 않아한편 헤즈볼라의 미래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진다. 이스라엘이 수뇌부를 대거 암살했지만 여전히 ‘완전 무력화’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15만 기 이상의 로켓과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또 최대 10만여 명의 병력 동원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카디프대의 아말 사아드 박사는 “헤즈볼라는 주요 간부 암살이라는 충격에 견디게 설계된 조직”이라며 “강한 회복력을 갖췄다”고 CNN에 말했다. 한 유럽 외교관은 “헤즈볼라는 한 명을 죽여도 새로운 인물이 나타난다”고 로이터통신에 전했다. 영국 BBC방송은 “이스라엘방위군(IDF)이 (지상전으로) 레바논으로 들어가는 것은 비교적 쉬울 것이지만 가자처럼 빠져나가는 데는 몇 달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이스라엘이 27일(현지 시간)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64)를 암살했다.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지상군 투입 및 헤즈볼라와의 전면전 가능성이 높아지며 중동 전역에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이란도 “모든 저항군은 헤즈볼라를 지원하라”며 이스라엘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란이 참전할 경우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도 개입할 가능성이 커 중동 지역 내 긴장은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통해 “나스랄라, 알리 카라키 헤즈볼라 남부 사령관 등 테러집단(헤즈볼라)의 고위 지휘관이 전날 공습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나스랄라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 다히예의 주거용 건물 18m 지하에서 회의를 주재하던 중 ‘벙커버스터’(지하 콘크리트 구조물을 뚫고 들어가 터지는 폭탄)인 BLU-109 등을 이용한 ‘정밀 공습’을 당했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 간부들은 이스라엘 국민을 상대로 한 테러 활동을 조율하고 있었다”며 이번 작전명을 ‘새 질서(New Order)’라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나스랄라를 “테러범”이라고 부르며 그의 제거가 “역사적 전환점”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앞으로 며칠간 상당한 도전이 있을 것”이라며 이란을 향해 이스라엘 공격을 시도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헤즈볼라는 성명에서 나스랄라의 사망을 확인하며 “가자와 팔레스타인을 지원하고 레바논과 그 굳건하고 명예로운 국민을 지키기 위해 이스라엘과 전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헤즈볼라의 후원자인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전 세계 무슬림을 향해 “레바논 국민과 자랑스러운 헤즈볼라를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지지하고 이스라엘의 사악한 정권에 맞서도록 도와 달라”고 촉구했다. 이란은 압바스 닐포루샨 이란 혁명수비대 부사령관도 함께 숨졌다고 공개했다. 닐포루샨은 레바논, 시리아 등에서 이란의 군사 작전을 담당해 왔던 인물이다. AP통신은 이번 암살에 대해 “이스라엘이 수년간 수행한 표적 살인 중 ‘가장 크고 중대한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미국 ABC는 이스라엘군이 조만간 레바논 국경을 넘어 헤즈볼라를 추가로 제거하는 소규모 지상전을 시작하거나 이미 시작했을 수 있다고 29일 보도했다. 헤즈볼라의 후원자인 이란과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 또한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나스랄라의 시신이 29일 수습됐고, 온전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또 나스랄라의 사망 원인은 폭발 충격에 따른 흉부 압박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벙커버스터 등 100여발, 2초간격 퍼부어… 지하 7층 깊이 초토화[헤즈볼라 수장 암살]이스라엘, 1년 동안 암살작전 준비… 네타냐후 유엔 참석은 ‘연막 전술’F-15I 8대 출격해 폭탄 집중 투하… 벙커버스터, 콘크리트 꿰뚫고 폭발소나기 공습으로 지하층 연쇄 파괴“전투기들이 타깃 지점에 2초마다 폭탄 1발씩, 100여 발을 쏟아붓는 작전이 완벽하게 들어맞았다.”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정밀 공습을 통해 27일(현지 시간) 암살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직후부터 1년 가까이 ‘나스랄라 암살 작전’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나스랄라를 제거하기 위해 광범위한 정보 수집을 진행했고, 치밀한 작전 계획을 수립했던 것. 작전을 지휘한 이스라엘 하체림 공군기지 사령관 아미하이 레빈 준장은 28일 “오랫동안 준비한 작전”이라며 “그의 사망으로 이스라엘의 전쟁 목표 달성에 한층 더 가까워졌다”고 밝혔다.특히 이스라엘은 지하 18m 아래 벙커에 있던 나스랄라를 암살하기 위해 이른바 ‘벙커버스터’(지하 콘크리트 구조물을 뚫고 들어가 터지는 폭탄)인 BLU-109 등 폭탄 100여 발을 순식간에 순차적으로 투하하는 작전을 시도했다. 이에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 다히예 지역의 헤즈볼라 벙커에서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에 대해 논의하고 있던 나스랄라는 대피하거나 저항할 틈도 없이 목숨을 잃었다. 또 나스랄라가 머물던 건물을 비롯해 인근의 4개 건물이 초토화됐다.● “벙커버스터 등 폭탄 100여 발 2초마다 연쇄 발사”NYT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번 작전에 공군 69비행대대의 F-15I 전투기 8대를 동원했다. 하체림 공군기지에서 벙커버스터를 장착한 전투기들이 다히예 지역으로 출격해 작전을 수행했다. 전직 미 육군 폭발물 기술자인 트레버 볼은 “(전투기 8대에) 2000파운드(약 907kg)에 이르는 BLU-109가 최소 15발 탑재된 것으로 보인다”고 NYT에 전했다. BLU-109는 2m 두께의 콘크리트 벽을 뚫을 수 있는 폭탄으로, 목표물에 도달해 내부로 파고든 뒤 폭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한다.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나스랄라는 당시 지상에서 60피트(약 18.3m) 아래인 벙커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대응 방식을 논의하고 있었다. 통상적인 건물 한 층 높이(2.5∼3m)를 고려하면 해당 벙커는 지하 7층 정도 깊이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 공군은 지하 깊이 여러 층으로 나뉜 벙커를 뚫기 위해 해당 벙커가 있는 건축물에 2초에 1발씩 100여 발을 연이어 투하했다. 먼저 투하한 폭탄이 위쪽 콘크리트를 박살내면 다음 폭탄이 아래로 내려가 터지는 방식이다.이스라엘군 고위 관계자는 WSJ에 “지하 60피트 지점을 타격하려면 ‘연쇄 폭발’을 통한 통로 만들기가 중요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7월 하마스 지휘부 공격에도 비슷한 방식의 벙커버스터 투하 작전을 진행하며 효과를 검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미국 만류에도 1년 동안 준비”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하마스와의 전쟁이 시작된 뒤 나스랄라 암살을 준비했고, 미국에 관련 계획도 전달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하지만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나스랄라를 암살하면 전쟁이 중동 전체로 번질 수 있다”며 만류했다고 한다.미국의 반대에 당장 작전에 들어가진 않았지만 이스라엘은 나스랄라를 암살하기 위해 추적을 계속했고, 최근 정확한 나스랄라의 위치를 파악해냈다. 나다브 쇼샤니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나스랄라가 작전 지역에서 또 다른 고위급 테러리스트들과 접촉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특히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 참석한 것도 헤즈볼라를 방심하게 하기 위한 계략이었다. 텔레그래프는 이스라엘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네타냐후 총리는 유엔 연설 전에 작전을 승인했다”며 “나스랄라는 네타냐후 총리의 연설을 지켜보던 중 공습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NYT는 미 중앙정보국(CIA)의 전 중동 선임분석가 칩 어셔를 인용해 “이번 작전의 성공 비결은 선택과 집중, 그리고 인내심”이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은 2006년 헤즈볼라와의 ‘34일 전쟁’에서 사실상 패배했다는 평가를 받은 뒤 대(對)헤즈볼라 첩보 강화에 막대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로이터통신은 “나스랄라는 오랫동안 경계를 늦추지 않고 이동도 제한적으로 해 그를 본 사람이 매우 적었다”며 “이번 암살은 헤즈볼라 내부에 이스라엘 정보원이 침투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공습으로 제거했다고 28일(현지 시간) 밝히면서 ‘세계의 화약고’ 중동에서 오랜 앙숙이었던 이란과 이스라엘 간 전면전 발생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제기된다.최근 이란은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에 대해 무선호출기(삐삐)와 휴대용 무전기 동시 폭발 공격을 감행하고, 대규모 공습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개입에는 선을 그었다. 하지만 나스랄라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이란 국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성명을 통해 무슬림들에게 “헤즈볼라를 갖고 있는 자원과 도움으로 지지할 것을 촉구한다”며 “이 지역의 운명은 헤즈볼라를 선두로 하는 저항세력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쟁을 선포하진 않았지만 헤즈볼라에 대한 지원을 강조한 것이다.같은 날 텔아비브의 이스라엘군 본부를 방문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도 이란에 대한 강한 경고 메시지를 밝혔다. CNN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아야톨라(이슬람 시아파 최고성직자에 대한 호칭·신의 증거란 뜻) 정권에 말한다. 어느 누구든 우리를 공격하면, 우리도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스라엘이 계속해서 헤즈볼라 궤멸 작전에 대한 강도를 높일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이란 역시 역내 최고의 ‘안보 자산’으로 꼽히는 헤즈볼라의 붕괴를 마냥 바라만 볼 수 없어 중동 정세가 격랑에 휩싸일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 이란의 지역 영향력 줄이기 나서이스라엘은 헤즈볼라 궤멸을 통해 이란이 주도하는 이른바 ‘저항의 축’(친이란 무장세력)을 약화시키고, 나아가 이란의 지역 영향력 확장 전략도 억제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이 이번 작전의 명칭을 ‘새 질서(New Order)’로 지은 것도 이 같은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헤즈볼라는 예멘의 후티 반군,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단체, 시리아 정부군 같은 저항의 축을 구성하는 조직 중 핵심으로 여겨져 왔다.이미 이스라엘은 주요 육군 부대를 레바논 국경 지대로 대거 이동시키는 등 헤즈볼라와의 대규모 지상전 준비에 들어갔다. 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무선호출기와 무전기 연쇄 폭발로 헤즈볼라의 통신망이 붕괴됐고, 나스랄라를 포함한 최고위 지도자들도 대거 제거됐다”며 “이스라엘로서는 추가 공격을 멈추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네타냐후 총리도 헤즈볼라에 대한 ‘맹공’으로 극우세력과 함께 구성한 연정을 유지하고, 지지율을 높일 수 있다. 우방인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레바논 공습 자제 요청을 네타냐후 총리가 무시하고 있는 이유다.● 딜레마에 빠진 이란이란은 최근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충돌에 사실상 개입을 피했다. 이란으로서는 경제난을 극복하려면 서방과의 ‘핵 협상’ 재개를 통해 제재를 완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선 이스라엘과의 충돌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찾았던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도 24일 “이란은 이스라엘의 덫에 끌려들지 않을 것이다. 이란은 싸우고 싶지 않다”며 개입에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란으로선 이스라엘이 저항의 축에서 핵심인 헤즈볼라에 대한 융단 폭격을 이어가고, 수장까지 암살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도 상당한 부담이다.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공격과 더불어 이란의 중동 지역 내 영향력을 키우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온 핵심 안보 자산인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어떤 형태로든 헤즈볼라에 대한 지원과 보호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이에 따라 이란이 후티,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단체들을 동원해 이스라엘에 로켓과 미사일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시리아와 이라크에 주둔 중인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이스라엘 공격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이란의 경제 상황과 이스라엘의 막강한 군사력과 정보력 등을 감안할 때 어떤 대응에도 한계가 분명하다. 이스라엘의 정밀 공습에 대한 두려움도 크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암살 가능성을 고려해 하메네이를 안전 장소로 이동시켰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헤즈볼라 완전 궤멸은 쉽지 않아한편 헤즈볼라의 미래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진다. 이스라엘이 수뇌부를 대거 제거했지만 여전히 ‘완전 궤멸’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15만 기 이상의 로켓과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또 최대 10만여 명의 병력 동원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카디프대의 아말 사아드 박사는 “헤즈볼라는 주요 간부 암살이라는 충격에 견디게 설계된 조직”이라며 “강한 회복력을 갖췄다”고 CNN에 말했다. 한 유럽 외교관은 “헤즈볼라는 한 명을 죽여도 새로운 인물이 나타난다”고 로이터통신에 전했다. 영국 BBC방송은 “이스라엘방위군(IDF)이 (지상전으로) 레바논으로 들어가는 것은 비교적 쉬울 것이지만 가자처럼 빠져나가는 데는 몇 달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전투기들이 타깃 지점에 2초마다 폭탄 1발씩, 100여 발을 쏟아붓는 작전이 완벽하게 들어맞았다.”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정밀 공습을 통해 28일(현지 시간) 암살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직후부터 1년 가까이 이번 작전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나스랄라를 제거하기 위해 광범위한 정보 수집을 진행했고, 치밀한 작전 계획을 수립했던 것. 작전을 지휘한 이스라엘 하체림 공군기지 사령관 아미차이 레빈 준장은 28일(현지 시간) 암살 성공 뒤 “오랫동안 준비한 작전”이라며 “그의 사망으로 이스라엘의 전쟁 목표 달성에 한층 더 가까워졌다”고 밝혔다.특히 이스라엘은 지하 18m 아래 벙커에 있던 나스랄라를 암살하기 위해 이른바 ‘벙커버스터’(지하 콘크리트 구조물을 뚫고 들어가 터지는 폭탄) 정밀직격탄 등 폭탄 100여 발을 순식간에 순차적으로 투하하는 작전을 시도했다. 이에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 다히예 지역의 헤즈볼라 벙커에서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에 대해 논의하고 있던 나스랄라는 대피하거나 저항할 틈도 없이 목숨을 잃었다. 또 나스랄라가 머물던 건물을 비롯해 인근의 4개 건물이 초토화됐다.● “벙커버스터 100여 발 2초마다 연쇄 발사”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번 작전에 공군 69비행대대의 F-15I 전투기 8대를 동원했다. 하체림 공군기지에서 벙커버스터를 장착한 전투기들이 다히예 지역으로 출격해 작전을 수행했다. 전직 미 육군 폭발물 기술자인 트레버 볼은 NYT에 “2000파운드(907㎏)급 정밀직격탄(JDAM)인 BLU-109를 최소 15발 탑재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BLU-109는 2m 두께의 콘크리트 벽을 뚫을 수 있는 폭탄으로, 목표물에 도달해 내부로 파고든 뒤 폭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한다.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나스랄라는 당시 지상에서 60피트(약 18.3m·약 지하 7층) 아래인 벙커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대응 방식을 논의하고 있었다. 헤즈볼라 관계자들은 “이날 회의는 최근 이란이 이스라엘의 공격에 강력하게 대응하지 못하도록 제지하고 있다는 불만이 큰 상황에서 열렸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공군은 지하 깊이 여러 층으로 나눠진 벙커를 뚫기 위해 해당 벙커가 있는 건축물에 2초에 1발 씩 100여 발을 연이어 투하하는 방법을 썼다. 먼저 투하한 폭탄이 윗쪽 콘크리트를 박살내면 다음 폭탄이 아래로 내려가 터지는 방식이다. 이스라엘군 고위 관계자는 WSJ에 “지하 60피트 지점을 타격하려면 ‘연쇄 폭발’을 통한 통로 만들기가 중요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해당 벙커버스터를 7월 하마스 지휘부 공격에도 활용하며 전술적 가치를 검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미국 만류에도 1년 동안 준비”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하마스와의 전쟁이 시작된 뒤부터 나스랄라 암살을 핵심 목표 중 하나로 삼고 준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NYT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전쟁이 발발 직후 미국에 나스랄라 암살 계획을 전달했다.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나스랄라를 암살하면 전쟁이 중동 전체로 번질 수 있다”고 만류했다고 한다.하지만 이스라엘은 나스랄라 암살 작전을 포기할 뜻이 없었다. 계속 관련 정보를 수집했고, 최근 정확한 나스랄라의 위치를 파악해냈다. 나다브 쇼샤니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나스랄라가 작전 지역에서 또 다른 고위급 테러리스트들과 접촉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당시 유엔 총회 참석 차 미국 뉴욕에 있던 네타냐후 총리에게 실시간 보고하고 작전 승인 명령을 받았다. 작전을 수행한 69비행대대는 이스라엘 공군 내에서 ‘핵심 임무’를 담당하는 엘리트 부대로 알려져 있다. 이번 작전을 지휘한 레빈 준장은 “수십 년간 관련 임무를 수행해온 베테랑 예비역들까지 투입했다”고 말했다.NYT는 미 중앙정보국(CIA)의 전 중동 선임분석가 칩 어셔를 인용해 “이번 작전의 성공 비결은 선택과 집중, 그리고 인내심”이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은 2006년 헤즈볼라와의 ‘34일 전쟁’에서 사실상 패배했다는 평가를 받은 뒤 대(對) 헤즈볼라 첩보 강화에 막대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NYT는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헤즈볼라 내부에 성공적으로 침투해 나스랄라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한 게 작전 성공의 밑바탕이 됐다”고 전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일본의 102대 총리에 오를 집권 자민당 총재로 당내 비주류이자 온건파로 꼽히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67) 전 자민당 간사장이 선출됐다. 그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4전 5기’ 도전 끝에 승리했다. 이시바 총재는 다음 달 1일 임시국회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의 뒤를 잇는 차기 총리로 공식 취임하면서 새 내각을 출범시킨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서는 집권 여당 대표가 총리를 맡는다. 27일 일본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자민당 총재 선거 2차 결선 투표에서 이시바 총재는 215표를 얻어 194표를 득표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경제안보상을 꺾고 신임 총재에 당선됐다. 앞서 열린 1차 투표에서 이시바 총재는 154표(국회의원 46표, 당원 108표)를 얻어 다카이치 경제안보상(181표)에게 뒤졌지만, 결선 투표에서 국회의원 표를 대거 확보하고 도도부현련(한국 정당의 시도당) 표 대결에서도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을 누르며 대역전극을 펼쳤다. 이시바 총재로서는 2012년 자민당이 야당이던 때 총재 선거에 출마해 1차 투표에서 1위를 거두고도 결선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에게 패했던 한을 풀게 됐다. 그는 선출 뒤 기자회견에서 “선거 기간 중 북한의 미사일 발사, 러시아 초계기의 일본 영공 침범, 중국 항공모함의 일본 접속수역 첫 항해가 있었다”며 “일본에는 안보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일본을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보수 강경파였던 아베 전 총리를 비판하며 비주류로 분류됐던 이시바 총재는 자민당 유력 정치인 중 한일 관계에 비교적 전향적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 때문에 적어도 집권 후 한일 관계가 후퇴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대통령실은 “새로 출범하는 일본 내각과 긴밀히 소통하는 가운데 한일 관계의 긍정적 흐름을 이어 나가기 위해 계속 협력해 나갈 것”이라며 “양국이 전향적인 자세로 미래 지향적 관계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이시바 “한국 납득할 때까지 사죄해야”… 군비 확충은 갈등 불씨[일본 이시바 시대]日 새 총리 ‘비주류 온건파’ 이시바한일관계-과거사 문제엔 전향적… 아베 주도 강경파와는 다른 목소리징용배상-독도 문제엔 日 입장 견지… “변화 주도하기엔 기반 약해” 분석도“역대 총리가 사죄의 뜻을 밝혔음에도 한국에서 수용되지 않는 것에 좌절감이 크다. 그럼에도 납득을 얻을 때까지 계속 사죄하는 수밖에 없다.” 일본 차기 총리가 되는 자민당 총재로 27일 선출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67) 신임 총재는 2017년 5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한일 관계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자민당 비주류인 이시바 총재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주도한 보수 강경파와 줄곧 다른 목소리를 냈다. 일각에서는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으로 식민지 지배에 대해 공식 사죄한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전 총리 이후 한일 관계 개선에 가장 적극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독도 영유권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획기적 변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또 방위상을 지낸 안보 전문가로서 자위대 헌법 명기,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추진 등 한국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을 내세우는 점은 향후 한일 갈등의 불씨로 작용할 수 있다.● “다카이치 지나친 우익 성향에 불안 느껴” 이시바 총재는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공언하며 우익 색채를 드러낸 ‘여자 아베’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경제안보상에게 뒤졌지만, 2차 투표에서 극적으로 역전했다. 유력 파벌 및 보수파 지지를 못 받아 2차 투표에서 승산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뒤집었다. 요미우리신문은 “한일 관계가 훼손돼 한미일 공조에 균열이 생기면 러시아, 중국, 북한의 불안한 움직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견해가 다카이치 지지세에 제동을 걸었다”고 분석했다. 이시바 총재의 전반적인 성향을 고려할 때 한일 관계 개선세가 적어도 뒷걸음질 치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대 교수(정치학)는 “이시바 총재 입에서 한일 관계를 악화시킬 발언이 나오거나 새로운 갈등이 불거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시바 총재는 선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대해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 다만 안보, 경제 정책을 묻는 질문에 답할 때 한국을 예로 들며 구체적인 수치까지 거론했다. 그는 “경제에서 수출 비중이 한국은 44%인데 일본은 18%”라며 “해외 생산 거점을 일본에 되돌아오게 해 고용 소득 기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군비 확충 강화 의지, 한국과 갈등 요소 하지만 획기적 한일 관계 진전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과 다른 자세를 보이려면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 강해야 하는데 이시바 총재는 그렇지 못하다”며 “막판까지 경쟁했던 ‘3강 후보’ 중 한국에 그나마 나았지만, 그 이상의 행동을 보일지는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안보를 위해 군비 확충에 적극 나설 뜻을 비치는 점은 향후 한국과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 이시바 총재는 이날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자위대는 국내에서 최대 능력을 발휘하는 훈련을 할 수 없다”며 미국에 자위대 훈련 기지를 세우자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는 개헌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온 점도 한국과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 자민당은 줄곧 개헌을 추진해 왔고 이시바 총재도 여기에 동의한다. 아시아판 나토 설립에 대해 그는 “(미일, 한미 동맹 등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것을 생각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아시아판 나토 설립의 경우 한국에서도 대북 억지 차원에서 거론되는 아이디어다. 하지만 중일 갈등, 대만 문제에 자칫 한국의 의지와 무관하게 말려들 수 있어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의견이 많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역대 총리가 사죄의 뜻을 밝혔음에도 한국에서 수용되지 않는 것에 좌절감이 크다. 그럼에도 납득을 얻을 때까지 계속 사죄하는 수밖에 없다.”일본 차기 총리가 되는 자민당 총재로 27일 선출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67) 신임 총재는 2017년 5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한일 관계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자민당 비주류인 이시바 총재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주도한 보수 강경파와 줄곧 다른 목소리를 냈다. 일각에서는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으로 식민지 지배에 대해 공식 사죄한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전 총리 이후 한일 관계 개선에 가장 적극적이라는 평가도 있다.하지만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독도 영유권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획기적 변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또 방위상을 역임한 안보 전문가로서 자위대 헌법 명기,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추진 등 한국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을 내세우는 점은 향후 한일 갈등의 불씨로 작용할 수 있다.● “다카이치 지나친 우익 성향에 불안 느껴”이시바 총재는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공언하며 우익 색채를 드러낸 ‘여자 아베’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경제안보상에게 뒤졌지만, 2차 투표에서 극적으로 역전했다. 유력 파벌 및 보수파 지지를 못 받아 2차 투표에서 승산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뒤집었다.일본 정치권에서는 지나친 우익 색채를 드러낸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이른바 ‘차선책’으로 이시바 총재를 택했다는 평가가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한일 관계가 훼손돼 한미일 공조에 균열이 생기면 러시아, 중국, 북한의 불안한 움직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견해가 다카이치 지지세에 제동을 걸었다”고 분석했다.이시바 총재의 전반적인 성향을 고려할 때 한일 관계 개선세가 적어도 뒷걸음질 치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대 교수(정치학)는 “이시바 총재 입에서 한일 관계를 악화시킬 발언이 나오거나 새로운 갈등이 불거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이시바 총재는 선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한일 관계에 대해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 다만 안보, 경제 정책을 묻는 질문에 답할 때 한국을 예로 들며 구체적인 수치까지 거론했다. 그는 “경제에서 수출 비중이 한국은 44%인데 일본은 18%”라며 “해외 생산 거점을 일본에 되돌아오게 해 고용 소득 기회를 만들겠다”고 답했다.● 군비 확충 강화 의지, 한국과 갈등 요소하지만 획기적 한일 관계 진전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과 다른 자세를 보이려면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 강해야 하는데 이시바 총재는 그렇지 못하다”며 “막판까지 경쟁했던 ‘3강 후보’ 중 한국에 그나마 나았지만, 그 이상의 행동을 보일지는 의문”이라고 평가했다.안보를 위해 군비 확충에 적극 나설 뜻을 비치는 점은 향후 한국과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 이시바 총재는 이날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자위대는 국내에서 최대 능력을 발휘하는 훈련을 할 수 없다”며 미국에 자위대 훈련 기지를 세우자는 아이디어를 내놨다.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는 개헌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온 점도 한국과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 자민당은 줄곧 개헌을 추진해 왔고 이시바 총재도 여기에 동의한다. 아시아판 나토 설립에 대해 그는 “(미일, 한미 동맹 등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것을 생각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아시아판 나토 설립의 경우 한국에서도 대북 억지 차원에서 거론되는 아이디어다. 하지만 중일 갈등, 대만 문제에 자칫 한국의 의지와 무관하게 말려들 수 있어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의견이 많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주한영국대사관이 27일 서울 중구 주한영국대사관에서 ‘북아일랜드 익스클루시브 식음료 브랜드 데이’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 행사는 북아일랜드 위스키를 소개하기 위해 열렸다.주한영국대사관에 따르면 전날 대사관저에서 북아일랜드투자청이 진행한 이번 행사에는 북아일랜드 식음료 5개 업체가 참여했다. 행사에서 업체들은 아직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코플란드 증류소(Copeland Distillery)와 에클린빌 증류소(Echlinville Distillery)의 익스클루시브 에디션 위스키 4종류를 선보였다.영국 3대 감자칩 회사 테이토(Tayto), 견과류 등을 판매하는 포레스트 피스트(Forest Feasts), 휘핑크림으로 유명한 레이크랜드 데어리즈(Lakeland Dairies) 등 북아일랜드 식품기업의 제품을 활용한 영국식 디저트도 위스키와 페어링할 음식으로 등장했다.이날 행사에는 ‘하루의 끝, 위스키’와 ‘여행의 끝 위스키’ 작가로 알려진 위스키 업계 인플루언서 정보연 씨의 북아일랜드 위스키 및 푸드 페어링 특별 강연도 진행됐다. 정보연 작가는 “에클린빌 증류소는 1613년부터 이 지역에 거주한 에클린 가문의 이름에서 유래하였으며, 레이크랜드 데어리스는 130년의 전통과 우수성을 자랑하고 있다”며 설명했다.북아일랜드 던개넌 출신인 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는 “어릴적 모친이 테이토 회계팀에서 근무하였기 때문에 모친이 귀가했을 때 고소한 향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며 “위스키 매니아로서 북아일랜드 위스키의 색다른 매력에 대해 푹 빠져 있다”고 밝혔다.북아일랜드 식음료 회사들에 대한 비지니스 문의는 주한영국대사관의 북아일랜드투자청 한국지사(seoul@investni.com)로 문의 가능하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중국의 최신형 ‘저우(Zhou)’급 핵 추진 공격형 잠수함이 건조 중 양쯔강에서 침몰했으나 중국 당국이 이 사건을 은폐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라 미국을 추격해 핵잠수함 전단을 증강하려는 중국의 계획이 늦춰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 침몰한 잠수함이 핵 연료를 운반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오면서 방사선 누출 가능성도 제기된다.WSJ에 따르면 올 5월 말 중국 우한(武漢)시의 우창조선소에서 건조된 핵잠수함이 출항을 앞두고 양쯔강에 정박돼 장비를 싣고 있는 위성사진이 관측됐다. 이후 6월 초 위성사진에서는 이 잠수함이 침몰해있고, 그 주변으로 대형 크레인선이 모여 인양작업을 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중국 인민해방군과 우한시 당국은 잠수함이 침몰했다는 사실을 부인했다. 주미 중국대사관도 이 사건에 대해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고 WSJ는 전했다.WSJ에 따르면 침몰한 것으로 보이는 잠수함은 중국이 미국의 해군력을 뒤따라가기 위해 건조하고 있는 신형 저우급의 첫 잠수함이었다. 저우급 잠수함은 기동력을 높이기 위해 선미를 ‘X’자 형태로 만든 것이 특징이다. 미 국방성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중국은 6척의 핵 추진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전문가들은 이번 잠수함 침몰로 중국의 해군력 증강 속도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브렌트 새들러 미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은 “새 핵잠수함 침몰은 핵잠수함 전단을 키우려는 중국의 계획을 늦출 것이다”고 WSJ에 전했다. 잠수함 침몰 의혹을 올 7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처음으로 제기했던 톰 슈가트 신미국안보센터(CNAS) 선임연구원은 “배 전체에 물이 가득해 모든 전자제품을 청소하고 전기모터를 교체하는 등 많은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고 내다봤다.한편 해당 잠수함이 핵 연료를 탑재하고 있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여러 전문가들은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WSJ에 전했다. 다만 미국 국방부 관계자들은 “중국이 방사능 측정을 위해 물이나 인근 환경을 채집했다는 징후는 발견하지 못 했다”며 “사상자가 발생했는지도 확실하지 않다”고 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23일부터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펼쳐 온 이스라엘이 조만간 레바논에 지상군을 투입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지상전에 돌입하면 2006년 7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군인 8명을 살해하고 2명을 납치해 발발한 이른바 ‘34일 전쟁’ 같은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시 레바논과 이스라엘에선 각각 약 1200명과 160명이 숨졌다. 예루살렘포스트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25일 “예비군 2개 여단을 레바논 국경과 맞닿은 이스라엘 북부에 추가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이날 북부에 주둔 중인 제7기갑여단을 방문해 “우리의 군화가 적들의 영토를 짓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25일 헤즈볼라 군사시설 등 목표물 280여 곳을 공습했다. 레바논 보건부 등은 이날 공습으로 “최소 72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392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23일부터 26일까지 레바논에서 63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면전을 우려하고 있는 미국 등은 24일부터 뉴욕 유엔총회 등을 통해 확전을 막기 위한 외교전에 돌입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과 프랑스, 유럽연합(EU),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은 25일 공동 성명을 내고 “더 광범위한 지역적 확전을 초래할 수 있다”며 3주간의 휴전을 제안했다. 이에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총리는 “더러운 전쟁을 끝낼 계획을 지지한다”며 휴전에 찬성했다. 헤즈볼라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26일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교장관은 소셜미디어 X에 “북쪽에는 휴전이 없을 것이다. 계속해서 헤즈볼라와 혼신의 힘을 다해 싸우겠다”고 밝혀 공세가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양측의 전면전이 시작되면 누구도 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진흙탕’ 싸움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동의 비(非)국가 무장단체 가운데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했고, ‘작은 이란’으로 불리는 헤즈볼라의 전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상전에선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첨단 무기나 정보 자산이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며 “교착 상태에 빠졌던 ‘34일 전쟁’ 때의 어려움을 다시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약 5만 명(미 의회 추산)의 대원을 보유한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군에 비해 병력이 적지만 게릴라전에 능숙하다. 2014∼2017년 이슬람국가(IS) 퇴치전 등을 통해 전투 경험을 쌓았으며, 이스라엘 침투를 목표로 2006년 창설된 특수부대 ‘라드완’은 이스라엘군이 경계하는 정예부대다. 헤즈볼라가 보유한 이란제 대전차미사일 ‘알마스’와 국경지대에 만들어 놓은 수많은 땅굴도 이스라엘군에는 상당한 위협이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헤즈볼라의 로켓 및 미사일 보유량은 약 15만 기다. 단거리 로켓을 대거 발사해 아이언돔(이스라엘 방공망)에 부하가 걸리면 정밀 타격이 가능한 미사일과 무인기(드론) 등으로 후방 침투를 노릴 수 있다. WSJ는 전직 헤즈볼라 간부를 인용해 “이란의 최첨단 무기는 대부분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를 계속 공격할 것이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23일(현지 시간)부터 연일 대규모 공습을 주고받는 가운데, 24일 이스라엘군 정보부대를 방문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사진)가 이같이 밝혔다. 23∼25일 레바논 전역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최소 592명의 사망자와 1932명의 부상자가 발생했고,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도 커지고 있지만 대규모 군사 작전을 지속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스라엘은 25일 레바논 내 280여 개의 헤즈볼라 관련 표적을 타격했다. 23일과 24일에도 각각 1600여 개와 1500여 개의 표적을 타격했다. 25일 레바논과의 국경지대에서 7기갑 여단의 훈련을 참관한 오리 고르딘 이스라엘군 북부사령관은 “전쟁의 새 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해 지상전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7기갑 여단은 헤즈볼라와의 지상전 발발 시 투입될 것으로 여겨지는 부대다.● 확전으로 ‘정치생명 연장’ 나서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는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생명 연장 의지가 꼽힌다. 2022년 12월 말 세 번째 임기(첫 임기 1996년 6월∼1999년 7월, 두 번째 임기 2009년 3월∼2021년 6월)를 시작한 네타냐후 총리는 역대 최장수 이스라엘 총리다. ‘강한 안보’를 앞세워 장기 집권에 성공했지만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막지 못했다. 또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뒤 인질 구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두 번째 재임 시절 불거진 비리 혐의 등으로 거센 사임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네타냐후 총리는 최대한 ‘전시 상황’을 유지하고, 동시에 헤즈볼라 무력화란 성과를 만들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것. 송웅엽 전 주이란·이라크·아프가니스탄 대사는 “간신히 유지되는 극우 연정, 개인 비리 등 위기에 빠진 네타냐후 총리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며 “확전을 계속 추진하며 지지를 회복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헤즈볼라에 대한 공세가 강화되면서 네타냐후 정권에 대한 지지율은 개선되고 있다. 이스라엘 정치권에서도 헤즈볼라에 강경 대응하는 데 찬성하는 분위기다. 6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 강행에 반대하며 전시 내각을 탈퇴했던 야권 지도자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도 25일 “헤즈볼라가 공격을 멈추지 않으면 우리도 (레바논) 영토에 들어가야 한다”며 지상군 투입 및 확전을 지지했다.● 미국과 이란 모두 이번 사태 개입 선 그어 이스라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미국이 사실상 중재 여력이 없다는 점도 네타냐후 총리가 인명 피해 증가에 따른 비난에도 공격 강도를 높일 수 있는 이유로 꼽힌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 후보에서 사임하며 사실상 레임덕(권력 누수) 상황에 빠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24일 뉴욕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전면전은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며 이번 사태와 관련해 원론적 입장만 내놓았다. 헤즈볼라의 ‘후원자’인 이란도 이번 사태에 개입할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유엔총회 참석차 방미 중인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은 24일 언론 인터뷰에서 “이란은 이스라엘의 덫에 끌려들지 않을 것”이라며 “이란은 싸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헤즈볼라가 최근 이란에 이스라엘을 공격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이란이 이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로서는 이란의 개입이란 변수도 크게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인 것. 하지만 확전이 네타냐후 총리가 원하는 결과를 낳을지는 미지수다. 가일 탈시르 히브리대 정치학과 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WP)에 “헤즈볼라가 텔아비브로 로켓 수천 발을 발사할 때도 국민들이 그를 용인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헤즈볼라는 25일 이란제 탄도미사일 ‘까데르1’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있는 정보기관 ‘모사드’ 본부를 겨냥해 발사했으나 중장거리 미사일 방공망인 ‘다윗의 돌팔매’에 의해 격추됐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이스라엘이 23∼24일(현지 시간)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목표로 레바논 전역을 공격해 현지 보건부 추산 최소 558명이 숨지고, 1835명이 다쳤다. 사망자에는 아동과 여성이 각각 최소 50명과 94명 포함돼 있다. 또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 등은 2006년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군인 8명을 살해하고, 2명을 납치해 발발했던 이른바 ‘34일 전쟁’(약 1200명 사망) 뒤 레바논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한 사망자가 최대 규모로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측이 레바논에 대한 공격을 계속 진행할 뜻을 드러낸 가운데 헤즈볼라 역시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밝혀 양측의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은 ‘지상군 투입’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어 사실상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에 대한 섬멸 작전에 들어간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번 레바논 공습에 ‘북부 화살(Northern Arrows) 작전’이란 명칭을 붙였다. 이날 레바논 전역을 650여 차례 공습한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 관련 목표물 1600여 개를 타격해 주거지에 숨겨진 순항 미사일과 로켓, 무인기(드론) 등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또 레바논 국민들을 대상으로 ‘안전한 곳으로 피하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대거 발송하는 등 향후 공습 강도가 더 커질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3일 “북부에서 힘의 균형, 안보의 균형을 바꾸겠다고 약속한다”며 “이스라엘의 정책은 그들(헤즈볼라)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위협을 선제 제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계속해서 레바논에 대한 공습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도 24일 “헤즈볼라에 유예를 주어서는 안 된다”며 “공세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헤즈볼라는 반격 의지를 강조하며 23일 밤 이스라엘 북부를 향해 로켓과 무인기(드론) 약 250발을 발사해 무기공장 등을 파괴했다. 헤즈볼라는 24일에도 “이스라엘 북부 군수 시설 등에 로켓 100발 이상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레바논 국영 통신사 NNA에 따르면 이스라엘 역시 24일 레바논 베이루트, 동부 바알베크 지역, 남부 제진과 마르제윤 지역 등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베이루트에 표적 공습을 가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레바논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공습으로 헤즈볼라의 로켓 부대 지휘관 이브라힘 꾸바이시가 사망했다고 전했다.이 “레바논 집 떠나라” 문자살포… 수만명 피란, 식료품 비축 ‘패닉’[이스라엘, 레바논 융단 폭격]558명 사망에도 브레이크 없어… 헤즈볼라 섬멸위해 공세 지속 뜻네타냐후, 정치생명 연장위해 폭주… 바이든 레임덕 등 중재 공백 상태이스라엘이 19일(현지 시간)부터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공습을 감행하자 레바논 전역이 공황 상태에 빠졌다. 2006년 ‘34일 전쟁’ 이후 최대 규모의 사상자가 발생하며 현지에선 ‘이미 전면전 상황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특히 집중됐던 남부 지역에선 주민 수만 명이 북쪽으로 피란을 떠나며 고속도로가 마비됐다. 수도 베이루트에서도 식료품과 연료 등을 비축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이스라엘군은 주요 공습 지역에 거주하는 레바논 국민들에게 무작위로 “안전을 위해 당장 집을 떠나라”는 문자를 보내는 등 공세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17, 18일 무선호출기(삐삐)와 휴대용 무전기(워키토키) 연쇄 폭발 사태를 겪었고, 표적 공습으로 주요 군사시설과 지휘관을 대거 잃은 헤즈볼라를 섬멸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특히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공격을 막지 못했고, 전쟁 장기화, 개인 비리 혐의 등으로 사퇴 압박에 시달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자신의 정치 생명 연장을 위해 ‘헤즈볼라 섬멸’에 더욱 매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권력 누수(레임덕)’에 직면해 현 상황을 중재할 여력이 줄어들면서 이스라엘의 폭주를 막는 건 불가능해졌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연이은 공격으로 헤즈볼라 무력화한때 ‘가장 강력한 비(非)국가 무장단체’라는 평을 얻었던 헤즈볼라는 최근 이스라엘의 연이은 공격으로 군사력의 상당 부분을 상실했다. 무선호출기와 휴대용 무전기 폭발 테러로 내부 교신망은 붕괴됐다. 또 20일 정예 특수작전부대 ‘라드완’의 이브라힘 아낄 사령관 등 수뇌부가 암살당해 지휘 체계도 무너졌다.23일 CNN은 “최근 한 주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사이의 군사력 차이가 드러났다”며 “헤즈볼라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이용해 이스라엘의 공세가 강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헤즈볼라가 지휘통제권, 장비, 사기 등에서 심각한 피해를 입는 동안 이스라엘은 단 한 명의 지상군도 투입하지 않으면서 큰 성과를 이뤘다는 의미다.네타냐후 총리 입장에선 헤즈볼라 공격이 지난해 10월 전쟁 발발 후 거의 유일한 성과라는 점도 공세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의 이유로 꼽힌다. 이스라엘 여론도 헤즈볼라 격퇴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지 여론조사업체 라자르와 FT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가 속한 집권 리쿠드당은 지난해 11월 지지율이 18%였지만, 이달 19일의 지지율은 23.4%로 크게 올랐다.하지만 이스라엘이 당장 지상군을 레바논에 투입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마영삼 전 주이스라엘 대사는 “이스라엘군의 대규모 희생이 불가피해 지상군 투입은 어려운 선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타임스(NYT)도 이스라엘이 지상군을 투입하면 이란의 개입, 교전 장기화 등의 부담이 크다고 전했다.다만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한 것처럼 적당한 시기에 레바논에도 지상군을 보낼 것이란 전망 역시 나온다.● 국제사회, ‘중재 공백 상태’에 빠져국제사회는 현 상황에 대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YT 등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임기 내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으며 이 와중에 헤즈볼라와의 전쟁까지 중재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아랍의 중심국’이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팔레스타인 문제에 피로감을 느껴온 사우디아라비아가 적극 중재에 나설 가능성도 낮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현재 중동과 국제사회는 사실상 ‘중재 공백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에 대해 더욱 강경한 대응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주요국의 통화 정책이 금리 인하 주기에 접어들었고 미국 달러의 상승 모멘텀도 약화했다.” 중국 중앙은행 런민(人民)은행의 판궁성(潘功勝) 행장이 24일 지급준비율(지준율)과 단기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레포) 금리를 동시에 인하할 뜻을 밝힌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앞서 18일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기존 5.25∼5.50%에서 4.75∼5.00%로 낮추는 ‘빅컷(big cut)’을 단행한 것이 중국 금융당국에도 금리 인하 여지를 줬다는 의미다. 그동안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벌어지면 중국에 투자된 해외 자본이 유출될 것이란 우려에 금리를 내릴 수 없었지만 미국이 0.5%포인트 금리 인하를 단행한 만큼 중국 또한 인하 여력이 생겼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판 행장은 금리 인하가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는 데 긍정적일 것”이라며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도 거론했다. 리윈쩌(李雲澤)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 국장, 우칭(吳清)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 등도 기자회견에 동석했다. 중국 금융당국의 수장 3명이 동시에 모인 것 자체가 중국의 강력한 경기 부양 의지를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이날 런민은행은 조만간 지준율을 0.5%포인트 낮춰 1조 위안(약 190조 원)의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경기 부양을 위해 2022년과 2023년 각각 2차례 지준율을 0.25%포인트씩 낮췄다. 올 2월에도 0.5%포인트를 내렸다. 이와 함께 판 행장이 연말까지 0.25∼0.5%포인트의 지준율 추가 인하 가능성을 내비친 만큼 올해에만 지준율이 최대 1.5%포인트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 런민은행은 이날 단기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레포) 금리도 0.2%포인트 낮출 뜻을 밝혔다. 이를 통해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도 0.2∼0.25%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런민은행은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은행권에 기존에 진행된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를 평균 0.5%포인트 안팎으로 낮추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판 행장은 “기존 대출 금리가 조정되면 약 5000만 가구의 이자 부담액이 연평균 1500억 위안(약 28조4000억 원)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2번째 주택을 구매할 때 미리 내야 하는 최소 계약금 비율도 기존 25%에서 첫 주택 구입 때와 같이 10% 낮추기로 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 예대마진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형 민간 은행에도 순차적으로 대규모 자본을 투입할 뜻을 밝혔다. 이날 런민은행의 조치는 예상보다 강력했다는 평가다. 24일 로이터통신은 금융 전문가들을 인용해 런민은행이 향후 몇 달간 통화정책을 추가로 완화할 것이라며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늘어난 유동성이 소비자들의 실제 부동산 구매 및 소비 강화로 이어지려면 가계를 직접 지원하는 등의 재정 정책도 동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이스라엘이 19일(현지 시간)부터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공습을 감행하자 레바논 전역이 공황 상태에 빠졌다. 2006년 ‘34일 전쟁’ 이후 최대 규모의 사상자가 발생하며 현지에선 ‘이미 전면전 상황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특히 집중됐던 남부 지역에선 주민 수만 명이 북쪽으로 피란을 떠나며 고속도로가 마비됐다. 수도 베이루트에서도 식료품과 연료 등을 비축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이스라엘군은 주요 공습 지역에 거주하는 레바논 국민들에게 무작위로 “안전을 위해 당장 집을 떠나라”는 문자를 보내는 등 공세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17, 18일 무선호출기(삐삐)와 휴대용 무전기(워키토키) 연쇄 폭발 사태를 겪았고, 표적 공습으로 주요 군사시설과 지휘관을 대거 잃은 헤즈볼라를 섬멸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특히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공격을 막지 못했고, 전쟁 장기화, 개인 비리 혐의 등으로 사퇴 압박에 시달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자신의 정치 생명 연장을 위해 ‘헤즈볼라 섬멸’에 더욱 매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권력 누수(레임덕)’에 직면해 현 상황을 중재할 여력이 줄어들면서 이스라엘의 폭주를 막는 건 불가능해졌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연이은 공격으로 헤즈볼라 무력화한때 ‘가장 강력한 비(非)국가 무장단체’라는 평을 얻었던 헤즈볼라는 최근 이스라엘의 연이은 공격으로 군사력의 상당 부분을 상실했다. 무선호출기와 휴대용 무전기 폭발 테러로 내부 교신망은 붕괴됐다. 또 20일 정예 특수작전부대 ‘라드완’의 이브라힘 아낄 사령관 등 수뇌부가 암살당해 지휘 체계도 무너졌다.23일 CNN은 “최근 한 주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사이의 군사력 차이가 드러났다”며 “헤즈볼라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이용해 이스라엘의 공세가 강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헤즈볼라가 지휘통제권, 장비, 사기 등에서 심각한 피해를 입는 동안 이스라엘은 단 한 명의 지상군도 투입하지 않으면서 큰 성과를 이뤘다는 의미다.네타냐후 총리 입장에선 헤즈볼라 공격이 지난해 10월 전쟁 발발 후 거의 유일한 성과라는 점도 공세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의 이유로 꼽힌다. 이스라엘 여론도 헤즈볼라 격퇴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지 여론조사업체 라자르와 FT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가 속한 집권 리쿠드당은 지난해 11월 지지율이 18%였지만, 이달 19일의 지지율은 23.4%로 크게 올랐다.하지만 이스라엘이 당장 지상군을 레바논에 투입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마영삼 전 주이스라엘 대사는 “이스라엘군의 대규모 희생이 불가피해 지상군 투입은 어려운 선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타임스(NYT)도 이스라엘이 지상군을 투입하면 이란의 개입, 교전 장기화 등의 부담이 크다고 전했다.다만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한 것처럼, 적당한 시기에 레바논에도 지상군을 보낼 것이란 전망 역시 나온다.● 국제사회, ‘중재 공백 상태’에 빠져국제사회는 현 상황에 대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YT 등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임기 내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으며 이 와중에 헤즈볼라와의 전쟁까지 중재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아랍의 중심국’이지만 뚜렷한 해결책 없는 팔레스타인 문제에 피로감을 느껴온 사우디아라비아가 적극 중재에 나설 가능성도 낮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현재 중동과 국제사회는 사실상 ‘중재 공백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에 대해 더욱 강경한 대응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스라엘이 23일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근거지인 레바논 남부 등 최소 1300여 곳에 공습을 가해 최소 492명이 숨지고 1645명이 부상을 입는 등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알자지라 등이 레바논 보건부 발표를 인용해 보도했다. 사망자 중에는 어린이, 여성, 구급대원 등도 포함됐다고 덧붙였다.이날 사상자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한 후 레바논에서 발생한 일일 인명 피해 중 최대 규모라는 분석이 나온다. 헤즈볼라는 전쟁 발발 후 줄곧 하마스를 두둔하며 이스라엘과 교전을 벌여 왔다.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총리는 “이스라엘의 목표는 레바논 ‘멸족(extermination)’”이라며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현지 소셜미디어에는 곳곳에서 폭격으로 연기 기둥이 치솟아 파손된 건물, 거리에 널부러진 시신 등의 모습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가자지구 전쟁’ 발발 후 레바논 일일 최대 인명피해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23일 오전 6시 30분부터 레바논 남부 베까밸리, 중동부 발베크 등을 공습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본토를 겨냥해 대규모 로켓 공격을 가하려는 정황이 포착돼 선제공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레바논 보건부도 성명을 통해 “적(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대규모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어린이, 여성, 구급대원 등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중동전쟁 발발 후 주로 이스라엘 북부 국경지대에서 교전을 벌였지만 대규모 공습으로 민간인 사망자가 대거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이스라엘군은 이날 공습 전 레바논 국민들에게 “즉시 목표물에서 떨어져 대피하라”고 알렸다. 이스라엘이 레바논 국민을 대상으로 이런 대피 경고를 내린 것은 처음이라고 알자지라 등이이 전했다.하가리 대변인은 레바논 전역에 자리 잡고 있는 헤즈볼라의 무기고 등도 추가 공격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이스라엘 지상군을 레바논 영토에 투입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전면전 발생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앞서 17, 18일 이스라엘이 무선호출기(삐삐)와 휴대용 무전기(워키토키) 연쇄 폭발로 헤즈볼라를 공격한 뒤 양측의 교전이 격렬해지면서 ‘지상군 투입’이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다.최근 이스라엘군은 레바논과 국경을 맞댄 북부 지역에 하마스가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강도 높은 지상 작전을 벌였던 ‘98사단’을 배치하는 등 잇따라 병력을 증강했다. 이 역시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내 지상전에 대비하고 있다는 관측을 불러일으켰다.전면전이 임박했다는 신호가 속속 감지되며 최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레바논에 거주하는 미국인에게 현지를 떠날 것을 권고했다. 지난달 레바논 내 자국민들에게 철수를 권고했던 중국 정부는 이스라엘에 체류 중인 자국민을 향해서도 가급적 빨리 현지에서 벗어날 것을 권고했다.● 헤즈볼라도 이스라엘 공격 강화헤즈볼라의 공격 수위 또한 높아지고 있다. 헤즈볼라는 22일 미사일, 무인기(드론), 로켓 등을 통해 텔아비브, 예루살렘에 이은 이스라엘 제3도시 하이파를 공격했다. 그간 헤즈볼라의 공격은 갈릴리와 골란고원 등 국경지대 이스라엘군 시설에 집중됐으나, 점차 북부의 거점도시이며 항구인 하이파까지 확대되면서 이스라엘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 매체 ‘채널12’는 헤즈볼라가 조만간 이스라엘 영토의 더 깊숙한 곳까지 공격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때 약 150만 명의 이스라엘 주민이 헤즈볼라의 공격 사정권에 들어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같은 날 ‘헤즈볼라 2인자’ 나임 깟셈 부사령관은 이틀 전 이스라엘군의 표적 공습으로 사망한 이브라힘 아킬 헤즈볼라 사령관의 장례식에서 “이번 전쟁이 이스라엘과의 ‘심판 전쟁’이라는 새로운 단계에 돌입했다. 모든 군사적 가능성에 맞설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이라크의 무장단체 ‘이라크이슬람저항군(IRI)’ 또한 “무인기(드론)로 이스라엘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 캠프의 지난달 지출액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 캠프의 3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적 이점을 등에 업은 해리스 캠프는 지출 대부분을 광고비로 쓴 것으로 파악됐다. 두 후보 간의 첫 TV토론(10일)이 있던 이달 두 번째 주(8∼14일)엔 해리스 캠프가 트럼프 캠프보다 20배 정도 많은 금액을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 광고비로 지출했다. 20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해리스 캠프는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에 지난달 1억7400만 달러(약 2325억 원)를 지출했다고 신고했다. 반면 트럼프 캠프는 같은 기간 6100만 달러를 썼다. 모금액 규모도 해리스 후보가 크게 앞섰다. 해리스 후보는 지난달 1억9000만 달러(약 2538억 원)를 모금해 4500만 달러를 모금한 트럼프 후보와 큰 격차를 보였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후보는 2016년 대선 때도 민주당보다 적은 자금을 모금했다”며 “자금력이 승리로 직결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특히 해리스 후보는 선거 자금을 온라인 광고에 집중 투입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해리스 후보는 TV토론이 진행된 주에 1220만 달러를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용 광고비로 썼다. 반면 트럼프 후보는 같은 시기에 온라인용 광고에 61만1228달러만 지출했다. 경합주 TV 광고비로 쓴 자금도 차이가 났다. 펜실베이니아주와 미시간주에서 해리스 후보는 각각 130만 달러와 150만 달러를, 트럼프 후보는 2만2465달러와 3만4790달러를 지출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해리스 캠프는 여전히 더 많은 자금을 모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니퍼 오맬리 딜런 해리스 캠프 선대본부장은 최근 기부자들에게 “민주당은 공화당보다 더 많은 도전에 직면했다”며 적극적인 후원을 촉구했다. 해리스 후보는 29일 로스앤젤레스에서 모금 행사를 열 예정이다. 5만 달러를 기부하면 해리스 후보와 사진을 찍을 수 있으며, 100만 달러를 기부하면 해리스 후보와 함께하는 연회에도 참여할 수 있다. 한편 자금 모금에서 뒤지는 트럼프 후보는 2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트럼프 동전’을 발매한다고 발표했다. 25일부터 개당 100달러에 판매하는 이 동전은 앞면엔 트럼프 후보 얼굴이, 뒷면에는 백악관이 새겨져 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