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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테러를 보는 프랑스 정부의 공식 입장이 듣고 싶어 제롬 파스키에 주한 프랑스대사(58)를 16일 만났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보나. “이슬람과 반(反)이슬람의 대립, 이민정책의 실패 등으로 보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종교를 내세우는 극단주의자들은 언제나 자신들의 거짓 주장을 펼치기 위해 소외계층을 선동하고 호도한다. 테러 방지에 ‘제로(0) 리스크’란 없다. 아무리 철저히 대비해도 테러리스트의 발현 자체를 완벽히 차단할 수는 없다. 이번 일로 경찰관 3명이 순직했다. 수사당국은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표현의 자유만큼 타 종교에 대한 존중도 중요하다는 여론이 있다. “‘표현의 자유’는 이번 일의 본질이 아니다. 풍자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만평은 한 종교가 다른 종교를 조롱한 것이 아니라 세속 언론이 특정 종교를 풍자한 것이다. 가톨릭과 교황에 대해서는 더 센 풍자도 했었다. 지금 시리아, 파키스탄, 니제르 등에서는 같은 무슬림이면서도 자신들과 종파가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무슬림을 죽이는 이들이 넘쳐난다. 이번 테러에서도 무슬림 경관이 숨졌다. 이슬람에 대한 박해와 차별을 없앤다며 테러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무슬림이 피해자가 되는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하나. 비무장 민간인, 그것도 언론에 총을 겨누면서 박해와 차별을 운운할 수 있나.” ―프랑스 정부가 히잡(무슬림 여성이 머리카락과 목을 가리기 위해 두르는 스카프) 착용을 금지한 것에 대한 반발도 크다. “히잡뿐 아니라 유대계 남성이 쓰는 모자 키파, 마스크, 헬멧 등도 포함된다. 이 조치가 있기 전 특정 종교 복장을 한 급우를 따돌리거나 신체적 위해를 가한 학생들이 있었다. 종교를 빙자해 다른 사람에 대한 증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이번 일로 극우주의 정당이 더 득세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어떠한 극단주의에도 반대한다. 언어 문화 생김새가 다른 민족을 받아들이고 이들을 사회에 융화시키는 일이 쉽지 않지만 적극적 이민정책은 프랑스 발전에 큰 기여를 해왔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헝가리), 마뉘엘 발스 총리(스페인), 축구스타 지네딘 지단(알제리)은 모두 이민자 후손이다.” ―이번 사태의 재발을 막을 방법은 무엇인가. “교육이다. 역설적이지만 이번 사건으로 민주주의 공화주의 세속주의라는 프랑스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것이 사라졌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가 증명됐다고 본다. 이를 더 널리 알리고 체득하도록 해야 한다.” ―글로벌 테러 방지 공조가 매우 중요해졌다. “과거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해 몇몇 한국인들이 희생된 적이 있다. 한국 사회도 이번 일을 남의 일이라고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테러 후 여러 한국인이 위로해 주신 것에 감사한다. 프랑스 정부는 북한 핵 등 각종 안보 문제에 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지지한다. 7일 프랑스 법원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녀 섬나 씨에 대해 범죄인 인도 결정을 내린 것도 이 때문이며 실제 인도가 이뤄질 때까지 전폭 지원하겠다.” 2012년 12월 부임한 파스키에 대사는 1981년 프랑스 엘리트의 산실이자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 세계적 석학 기 소르망 파리정치학교 교수 등을 배출한 국립행정학교(ENA)를 졸업하고 외교관이 됐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프랑스 파리 연쇄테러 이후 전 유럽이 이슬람 찬반 시위로 후폭풍을 겪고 있다. 영국 더타임스는 이번 테러가 표현의 자유라는 ‘서구적 가치’를 정면 공격했다는 점에서 종교적 철학적 사회적 정체성을 둘러싼 ‘문화전쟁’으로 격화되고 있다고 12일 분석했다. 12일 독일 드레스덴에서 열린 반이슬람 시위인 페기다(PEGIDA·유럽 이슬람화에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 월요 집회에는 역대 최다인 2만5000명이 참가했다. 첫 시위(지난해 10월)가 불과 350명으로 출발했다는 점에서 석 달 만에 유럽을 들썩이게 하는 대형 집회로 변모한 것이다. 40, 50대 남성이 대부분이었던 12일 시위 참가자들은 검은색 옷을 입고 독일 국기와 이민자에게 반대하는 내용이 적힌 손팻말을 흔들었다. 루츠 바흐만 페기다 설립자(42)는 “이번 테러로 페기다가 존재할 이유가 입증됐다”며 이민 규제 강화를 외쳤다. 드레스덴 출신인 그는 광고회사를 운영하다 지난해 10월 페기다를 설립했다. 슈피겔은 대도시와 달리 드레스덴이 시골 마을이 많은 작센 주 주도인 데다 옛 동독 지역으로 경제개발에서 소외됐다는 주민 불만이 커 독일 반이슬람의 근거지가 됐다고 분석했다. 주변국도 들썩였다. 네덜란드 언론은 11일 이슬람을 파시스트 종교라 부르는 극우 선동가 헤이르트 빌더르스 자유당 대표의 지지율이 최근 1년간 2배 늘었다고 전했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도 연일 ‘반이민, 사형제 부활’을 외친다. 하지만 ‘관용’과 ‘포용’을 강조하는 반페기다 집회도 열기를 더하고 있다. 동독 민주화운동과 평화통일 월요기도회의 산실이었던 라이프치히에서는 12일 약 3만 명이 관용의 가치를 촉구하는 시위를 했으며 뮌헨 2만 명, 하노버 1만7000명, 베를린 5000명 등 하루 동안 독일 전역에서 10만 명의 시민이 반페기다 집회에 참여했다고 dpa는 전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이날 페기다를 강력히 비판하며 “무슬림도 독일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 요아힘 가우크 대통령, 주요 각료, 기독교 지도자들은 13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에서 열리는 이슬람 관용 집회에 참석한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현대판 차르(제정 러시아 황제)’라 불릴 정도로 절대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맞짱을 뜨는 젊은 재야 민주화 인사가 있으니 바로 알렉세이 나발니(39·사진)이다. 변호사 출신인 그는 2008년부터 ‘러시아의 위키리크스’로 불리는 부정부패 고발 전문 블로그를 운영하며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 국영 정유회사 로스네프트 등 거대 에너지기업의 부패와 이에 관여한 사람들의 리스트를 공개해 러시아 정가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재야 운동가였던 그가 제도권 정치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한 계기는 2013년 모스크바 시장선거였다. 선거일을 불과 한 달 반 앞둔 상태에서 출마한 그는 경쟁자였던 세르게이 소뱌닌 당시 시장(52%)과 맞붙어 27% 지지를 얻었다. 패했지만 지지율 70%에 푸틴의 공개 지지를 받은 거물과 붙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러시아 야권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현재 러시아 언론은 그를 2018년 대선의 유력한 야권 후보로 거론하고 있다. CNN 등 서방 언론도 그와의 단독 인터뷰를 계속 내보내는 등 주목하고 있다. 당초 반부패 운동에 주력했던 나발니의 목표는 차츰 푸틴을 정조준하는 쪽으로 옮겨갔다.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푸틴 정권의 부패 의혹을 제기하는 동영상을 부지런히 올리더니 2011년부터 아예 거리로 나와 시위를 주도했다. 시위 현장에서는 “푸틴 정권은 존재 가치가 없다. 모두 거리로 나와 정부를 무너뜨리자”, “푸틴이 속한 통합러시아당은 사기꾼과 도둑들의 모임이다”라고 거침없는 독설을 날렸다. 그의 군중 동원 비결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각종 소셜 미디어다. 광속으로 움직이는 인터넷 공간에 시위 일정과 장소를 올리면 순식간에 군중이 모여드는 식이다. 정권의 탄압이 시작된 것은 당연지사. 푸틴 정권은 나발니의 모스크바 시장 출마 직전이던 2013년 7월 그가 러시아 중부 키로프 주의 무보수 고문으로 활동할 때 국영 목재소의 거래를 중개하는 과정에서 일부 대금을 횡령했다며 그를 구속한 뒤 5년형을 선고했다. 판사의 판결문이 검사의 공소장과 조사 하나도 틀리지 않아 정치 재판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더 황당한 사실은 구속 하루 만에 법원이 그를 풀어준 것. 지난해 2월에는 나발니와 동생 올레크를 한꺼번에 구속하고 나발니를 가택연금에 처했다. 검찰은 형제가 그들이 운영하는 물류회사를 통해 54만 달러(약 5억9000만 원)를 횡령했다며 각각 10년, 8년형을 구형했다. 나발니는 “푸틴이 평생 정치와 거리를 두고 산 동생까지 괴롭히며 나를 죽이려 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러시아 및 해외 언론들도 야권 인사 탄압이라며 푸틴을 비난했다. 법원은 이 사건과 관련해 지난해 12월 30일 나발니에게 최종적으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하지만 실형을 선고받은 동생 올레크는 바로 수감됐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그의 지지자들이 영하 20도를 오가는 혹한에도 거리로 뛰어나와 ‘자유’, ‘푸틴 없는 러시아’를 외치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가택연금 상태를 이어가게 된 나발니는 모바일 메신저에 “몸은 구금 상태지만 푸틴이 나의 정신까지 꺾진 못할 것”이라는 글을 띄웠다. 그는 이달 5일 가택연금에 반발하며 감시용 전자 팔찌를 끊은 사진을 블로그에 올리기도 했다. 우크라이나계 아버지와 러시아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전형적인 슬라브계 백인 외모를 지녔다. 반대자들은 그가 인종 우월주의 성향이 있다고 비판한다. 실제 피부색이 짙은 코카서스계 군인을 바퀴벌레에 비유하며 “사람은 총으로 죽여야 하지만 바퀴벌레는 슬리퍼로 밟아 죽여야 한다”고 말해 큰 논란을 빚기도 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프랑스 파리 언론사 총기 테러 범인들의 윤곽이 잡혔다. 용의자는 사이드 쿠아시(35), 셰리프 쿠아시(33), 하미드 무라드(19) 등 3명이다. 무라드는 자신의 이름이 트위터에 오르내리는 것을 보고 7일 오후 11시경 경찰에 자수해 수감됐으나 쿠아시 형제는 도주했다. 이들의 국적이 모두 프랑스이고 피해자를 사살할 때 유창한 프랑스어를 구사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이 자국민에 의한 ‘홈그론 테러(homegrown terror)’라는 지적이 많다. 외부 이슬람 무장단체가 프랑스에 침투한 것이 아니라 프랑스에서 태어나고 교육받은 국민이 자국민을 공격한 셈이다. ○ 피자 배달하던 평범한 프랑스 형제 AFP통신은 용의자 3명이 모두 가족 사이라고 보도했다. 무라드는 쿠아시 형제의 이부동생 또는 셰리프의 처남인 것으로 알려졌다. 쿠아시 형제는 파리에서 태어난 알제리계 프랑스인이다. 어릴 적 부모를 잃었고 피자 배달, 스포츠 강사 등을 하며 살았다. 간혹 이슬람 사원 모스크를 찾았지만 술 담배 연애를 즐기던 평범한 프랑스 청년들이었다고 외신은 전한다. 두 사람이 극단주의자로 변한 시점은 미군이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교도소에서 수감자들을 잔혹하게 학대한 사실이 알려진 2005년부터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동생 셰리프가 적극적이었다. 그는 미국에 맞서 이슬람 성전(지하드)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세력들과 가깝게 지내며 극단주의에 심취했다. 2008년에는 이라크 내 반군에 가담할 무장대원을 보내는 일을 돕다 3년형을 선고받고 18개월간 복역했다. 선고 당시 법정에서도 “아부그라이브 학대 행위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무라드는 파리에서 북동쪽으로 약 2시간 떨어진 소도시 랭스 출신으로 랭스 외곽 샤를빌메지에르 소재 고등학교를 다녔다. 시사잡지 르푸앵은 쿠아시 형제가 지난해 여름 시리아를 방문하고 귀국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언론 보도와 목격자 증언을 종합하면 이 3명의 용의자는 시리아 알카에다로부터 테러 훈련을 받고 돌아와 이번 사건을 모의했을 가능성이 크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들은 사건 현장에서 “우리를 ‘예멘의 알카에다’라고 언론에 전하라”고 외쳤다. 괴한에게 협박당해 사무실 문을 열어준 만화가도 “범인들이 자신들을 알카에다 소속이라고 칭했다”고 전했다. 알카에다는 트위터에서 이번 사건을 자신들이 저질렀다고 주장하지는 않았지만 “매우 고무적 공격”이라 평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테러범들이 예멘알카에다가 아니라 아라비아반도알카에다(AQAP)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예멘이 근거지인 AQAP는 2009년 1월 알카에다 예멘지부와 사우디지부의 통합 조직으로 출범했다. 지난해 AQAP가 발행하는 인터넷 잡지 ‘인스파이어’의 수배자 목록에 이번 공격으로 숨진 샤를리 에브도의 편집장 겸 만화가 스테판 샤르보니에 씨(47)가 포함됐다. 프랑스 경찰이 초비상 경계를 펴고 있고 있던 8일 오전 파리 남부 몽루주에서 경찰에게 총격을 가한 괴한도 테러범 조직과 연계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찰은 8일 총격이 전날 테러와 관련 있는지 밝히지 않았지만, 검은색 옷을 입은 괴한은 경계령이 내려진 상태에서 총을 쏠 정도로 대담한 범행을 저지르고 달아났다. ○ 테러리스트는 이웃에 있다? 프랑스 국적자인 이 3명이 수도 파리 한복판에서 자국민을 상대로 홈그론 테러를 저지른 점은 프랑스를 넘어 전 세계를 충격에 몰아넣었다. 2013년 보스턴 마라톤대회 폭탄 테러, 2005년 영국 런던 지하철 테러, 2004년 스페인 마드리드 연쇄 테러 등 최근 10년간 서구 사회에서 일어난 대형 테러도 모두 이 홈그론 테러리스트의 소행이었다. 홈그론(homegrown)은 원래 집 ‘텃밭’에서 키운 먹거리를 뜻한다. 즉, 서방에서 태어나 서구식 교육을 받고 자랐지만 소수 민족으로 겪는 문화적 소외감, 경제적 격차 등에 분노해 극단주의에 빠진 후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다. 대표적 예가 서구의 무슬림이다. 게다가 프랑스는 유럽 내 반(反)이슬람 정서가 가장 높은 나라로 꼽힌다. 이 나라 무슬림 인구는 전체 인구의 약 10%인 약 600만 명. AFP는 1200명 정도의 프랑스 국적자가 직간접으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과 관계를 맺고 있다고 전했다. 홈그론 테러가 두려운 이유는 웃고 인사하며 지내던 이웃이 어느 날 갑자기 총부리를 겨누는 적으로 돌변하기 때문이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2005년 10월 파리 외곽에서 무슬림들이 두 10대 이민자의 죽음에 항의하며 유혈 폭동을 일으켰는데 다른 유럽 국가에선 이런 대규모 시위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국민전선 등 반무슬림 정책을 외치는 극우정당의 득세로 프랑스의 인종차별이 다른 나라보다 심하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아버지가 대형 헤지펀드 설립자 겸 억만장자인 미국 최상류층 자제가 용돈 200달러(약 22만 원)를 줄이겠다는 부친의 말에 격분해 총으로 쏴 죽이는 패륜을 저질렀다. 아버지와 아들 모두 아이비리그 명문대를 졸업한 남부러울 것 없는 재력가 집안의 비극이라 미국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뉴욕 첼시 지역에 사는 토머스 길버트 주니어 씨(30)는 4일 오후 3시경 뉴욕 미드타운 지역에 사는 아버지 토머스 길버트 시니어 씨(70) 집에서 말다툼을 벌이다 권총으로 살해한 혐의로 이날 밤 체포됐다. 뉴욕포스트,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아들 길버트 씨는 2009년 프린스턴대를 졸업했지만 별다른 직업 없이 허송세월하며 살았다. 그는 아버지로부터 생활비 조로 매달 2400달러(약 264만 원)가량의 집세와 600달러(약 66만 원)를 받았다. 이날 범행은 용돈을 400달러로 줄이겠다는 아버지의 말에 격분해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을 잘 아는 지인들은 부자(父子)가 평소에도 돈 문제로 자주 다툼을 벌였다고 현지 언론을 통해 전했다. 경찰에 신고한 사람은 어머니 셸리 길버트 씨(67). 아들로부터 샌드위치를 사다 달라는 부탁을 받고 외출했던 셸리 씨가 불길한 느낌이 들어 발걸음을 돌려 15분 만에 집에 돌아와 보니 남편이 머리에 총을 맞고 피를 흘리며 숨져 있었다는 것. 그는 “남편의 왼손에 권총이 쥐여 있었고 아들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뉴욕경찰은 이날 오후 10시 30분쯤 아들의 아파트에서 범행에 사용된 권총과 동일한 탄창 및 총알을 발견했고 그를 체포했다. 이 사건이 충격적인 이유는 부자가 모두 미국 최고 엘리트인 데다 30대가 된 아들이 수년째 경제적 자립을 못 하고 부모에게서 집세와 용돈까지 타왔다는 사실 때문이다. 아들 길버트 씨는 명문고인 디어필드 아카데미를 거쳐 프린스턴대를 나왔지만 졸업 후 일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고 미녀들을 데리고 뉴욕 사교 파티에 참석하기 바빴다고 한다. 지난해 5월 “아버지의 뒤를 따르겠다”며 매멀루크캐피털이라는 헤지펀드를 설립하겠다고 주변에 알리고 다녔으나 실제 운용 기록은 없다. 아들의 대학 동문들은 그를 “뒤틀리고 불안정하며 기이할 정도로 과묵했다”고 평했다. 아버지 길버트 씨는 엘리트 출신의 재력가. 명문 사립고이자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부자가 졸업한 학교로 유명한 필립스 아카데미를 나왔으며 프린스턴대를 거쳐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이후 월가 증권회사와 사모펀드 등에서 40년간 근무한 후 2011년 바이오 및 헬스케어 기업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헤지펀드 웨인스콧캐피털을 설립해 운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헤지펀드의 자산은 2억 달러(약 2200억 원). 그의 개인 재산은 1500만 달러(약 165억 원)이며 뉴욕 상류층의 여름 휴양지인 햄프턴스에 1000만 달러의 별장도 소유하고 있다. 아버지 길버트 씨의 프린스턴대 동문인 래리 존스 씨는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운동 신경이 뛰어났고 겸손했다. 사망 사실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 아파트에 살았던 주민도 “늘 예의 바르고 품위가 넘쳤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사건을 담당하는 로버트 보이스 형사는 “아들이 범행을 자살로 위장하려 한 흔적이 보이며 현재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담당 검사 크레이그 애셔 씨는 “잔인하게 아버지를 살해했기에 보석을 불허하고 구류했다. 그의 유죄를 확신한다”고 말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대형 헤지펀드 설립자를 아버지로 둔 미국 부유층 자제가 자신에게 주는 용돈을 200달러(약 22만 원) 줄이겠다고 통보한 갑부 아버지와 말다툼을 벌이다 권총으로 살해하는 패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 거주하는 토머스 길버트 주니어(30)는 4일 아버지인 토머스 길버트 시니어(70)의 집에서 말다툼을 벌이다 아버지를 권총으로 살해하고 도망친 혐의로 이날 전격 체포됐다. 2009년 명문 프린스턴대를 졸업했지만 별다른 직업 없이 지내온 그는 평소 아버지로부터 2400달러(약 264만 원) 가량의 집세와 600달러 가량의 용돈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날 아버지가 용돈을 200달러 줄인 400달러만 주겠다고 통보하자 격분해 아버지와 말다툼을 벌인 끝에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두 부자의 화려한 학력 또한 충격을 더한다. 숨진 토머스 길버트는 아이비리그 예비학교로 평가받는 명문 사립고교 필립스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프린스턴대 학사, 하버드대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취득했다. 월가에서 40년간 이상 근무한 그는 2011년에는 바이오기업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헤지펀드 ‘웨인스콧 캐피털 파트너’를 설립했다. 이 헤지펀드의 자산 규모만 2억 달러(약 2200억 원)에 달한다. 아들 길버트 주니어 또한 명문 사립고교 디어필드 아카데미를 거쳐 아버지가 졸업한 프린스턴대 졸업했다. 하지만 그는 대학 졸업 후 5년이 지나도록 별다른 직업 없이 지냈으며 종종 미인들을 대동하고 뉴욕의 여러 사교 행사에 출몰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인도네시아 벨리퉁 섬 남동쪽 해역에서 추락한 에어아시아 QZ8501 편의 사고 원인이 악천후에 따른 결빙 현상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인도네시아 기상기후지질청(BMKG)은 3일 잠정 보고서를 통해 “사고 당시 기상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고기가 폭풍 속으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때 기계장치가 얼어붙는 결빙 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전문가들은 산 모양의 짙은 적란운의 상층부를 사고기가 지나갔으며 이 과정에서 사고기가 빙정(수증기가 얼어붙은 것)을 만나 기계가 고장 났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날 수색팀은 사고기 동체로 추정되는 5개의 대형 물체를 해저 약 30m 지점에서 발견했다. 동체로 추정되는 물체의 길이는 약 18m, 폭은 5.4m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BBC는 4일 오전까지 시신 34구가 수습됐다고 보도했다. 수색팀 관계자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약 130명의 탑승객은 사고기 동체 내부 의자에 안전벨트로 묶여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 인도네시아 교통부가 승객 부족 때문에 매일 운항하던 수라바야∼싱가포르 노선을 지난해 10월부터 주 4일로 줄였지만 에어아시아 측이 이를 어기고 일요일에도 허가 없이 운항했다고 보도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일부터 에어아시아의 해당 노선 운항을 금지했고 에어아시아의 사업 허가 취소도 검토할 뜻을 밝혔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아빠. 제발 돌아와요….” 지난해 12월 28일 인도네시아 자바 해에 추락한 에어아시아 QZ8501기의 동체로 추정되는 물체가 31일 자바 해 해저에서 음파탐지기에 포착됐다. 해상 추락으로 탑승객 162명 전원이 숨졌을 가능성이 높다. 인도네시아 당국이 전날 시신 3구에 이어 이날 4구를 추가 수습함에 따라 탑승객 가족의 절망도 깊어졌다. 이날 발견된 시신에는 여성 승무원 카이루니사 하이다르 파우지 씨(20)도 포함됐다. 승무원 복장으로 수습된 그는 2년 전 에어아시아에 입사했다. 아버지 하이다르 파우지 씨는 “예쁘고 똑똑했던 딸이 승무원으로 일하는 것을 자랑스러워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구명조끼를 입은 시신도 1구 발견됐다. 구명조끼를 입은 시신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이에 사고 여객기가 추락하기 전 대비할 시간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인도네시아 수라바야의 주안다 국제공항에 모여 있던 탑승자 가족 120여 명은 사고 현장과 가까운 도시 팡칼란분으로 떠나 시신의 신원 확인에 나섰다. 실종 조종사 카프텐 이리안토 씨의 딸 안젤라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아빠. 집으로 돌아와요. 난 아직 아빠가 필요해요”라고 써 심금을 울렸다. 그의 아내는 “남편이 늘 ‘운항 중 비행기에 문제가 생기면 비상착륙할 수 있다’고 말했기에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사고기 동체로 추정되는 물체가 발견됨에 따라 수색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음파탐지기가 동체를 감지한 곳이 전날 항공기 잔해 발견 해상에서 약 3.2∼3.5km 떨어졌고 수심은 24∼30m 지점이라고 전했다. 동체의 훼손 상태는 확인되지 않았다. 수색의 초점은 추락 원인을 규명해 줄 블랙박스 회수 여부. 블랙박스는 비행경로, 엔진 상황, 사고 당시 속도 및 고도 등이 담긴 비행자료분석장치(FDR), 조종실 대화나 관제기관과의 교신 내용을 기록한 조종실 음성녹음장치(CVR) 등으로 이뤄져 있다. 세계 각국도 속속 도움의 손길을 보냈다. 미국은 이날 싱가포르에 있던 해군 연안전투함 포트워스를 파견하기로 했고 중국도 미사일 호위함 ‘황산(黃山)’을 현장에 투입했다. 일본은 자위대 호위함 2척과 헬기 3대를 파견한다. 일본인 탑승객이 없는데도 자위대 함정을 파견한 것은 국제 문제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적극적 평화주의’를 반영한 조치로 보인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에드거 앨런 포의 유명 추리 소설 ‘도둑맞은 편지’의 줄거리다. 유럽 어느 나라의 냉혹한 정치가인 D 장관이 왕비의 과거 연애사가 담긴 편지를 훔친 후 협박을 가한다. 왕비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 편지를 되찾으려 하지만 번번이 허탕만 친다. 사건을 의뢰받은 명탐정 뒤팽은 비밀 금고만 찾으려던 자신의 전임자들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 결국 편지가 누구나 볼 수 있는 장관의 편지꽂이에 허술하게 꽂혀 있음을 밝혀낸다. 1999년 미국 인지심리학자 크리스토퍼 차브리스와 대니얼 사이먼스가 독특한 실험을 했다. 학생 6명을 두 팀으로 나눠 흰 옷과 검은 옷을 입힌 뒤 농구공을 주고받으라고 했고 이를 동영상에 담았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동영상을 보여준 뒤 흰 옷을 입은 사람들끼리 공을 주고받은 횟수를 세라고 주문했다. 어렵지 않은 문제였고 대다수가 답을 맞혔다. 이때 두 교수는 참가자들에게 고릴라를 봤느냐고 질문했다. 절반이 못 봤다고 답했다. 그러나 동영상에는 고릴라 탈을 쓴 학생이 가슴을 두드리며 킹콩 흉내를 내는 모습이 생생히 담겼다. 인간의 인지 능력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엎은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이다. 사람들이 바로 눈앞의 편지와 고릴라를 못 본 이유는 뭘까. 심리학에서는 그 이유를 ‘무주의 맹시(inattentional blindness)’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특정 사물을 지켜보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곳에 한눈을 팔아 시야에 있는 대상을 알아채지 못하는 현상이다. 인간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뜻이다. 차브리스와 사이먼스 교수는 인간이 주의력, 기억력, 자신감, 지식, 원인, 잠재력 등 6개 분야에서 종종 착각을 일으킨다고 진단한다. 주의력 착각 때문에 바로 앞을 지나가는 차를 보고도 교통사고를 내고, 기억력 착각으로 무고한 사람을 강간범으로 몰아세우며, 지적 착각으로 회사를 파산으로 몰아넣으면서도 인정하지 않으려는 불완전한 존재가 바로 우리라는 것. 세월호 참사, 잇단 병영 사고, 땅콩 회항, 정윤회 문건…. 올해 우리 사회를 뒤흔든 사건에도 ‘무주의 맹시’가 있었다. ‘6835t의 거대한 배는 침몰하지 않을 것이다’ ‘군대 내 폭력은 일부에 불과하다’ ‘재벌 3세는 회사 직원을 자신의 소유물처럼 다룰 수 있는 존재다’ ‘현 정부의 국정운영 난맥상을 보여준 문건이 근거 없는 찌라시에 불과하다’는 착각이 엄청난 사태로 번졌다. 많은 사람이 떠나갔고 남은 사람들은 무력하고 고통스럽다. 우리는 세상을 속속들이 보고 있다고 자신하지만 사실 관심 있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세상은 인지하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다. 가슴을 힘껏 두들기는 고릴라를 보지 말고, 흰 옷을 입은 사람들끼리 공을 주고받는 횟수만 보라고 꾀는 사람도 도처에 넘쳐난다. 이 때문에 농구공 패스 횟수 대신 고릴라를 지켜볼 수 있는 안목, 이 사람이 고릴라를 보라는 사람인지 농구공을 보라는 사람인지를 가려낼 지혜를 갖춰야 한다. 내년에는 우리 모두 착각의 이면에 자리 잡은 교만, 아집, 이기심을 버리고 더 많은 고릴라를 발견했으면 한다.하정민 국제부 기자 dew@donga.com}

30대 캐나다 남성이 연(鳶)을 매단 스키를 타고 사상 최초로 남극점에 도달했다. 캐나다 언론들은 퀘벡 주에 거주하는 프레데리크 디옹 씨(37)가 바람으로 운항하는 연 스키를 이용해 11월 9일부터 약 3000km를 달린 끝에 이달 24일 남극점에 도달했다고 27일 보도했다. 디옹 씨는 시속 150km가 넘는 강풍과 영하 50도의 혹한에도 불구하고 45일간의 강행군을 펼쳤다. 숙박 도중 불이 나 텐트를 소실하고 타고 있던 썰매가 파손되는 어려움도 겪었지만 굴하지 않았다. 그는 이 극한 경험을 기록한 블로그에서 “때로는 공포에 시달렸고 아내와 딸들이 그리웠지만 연을 통한 남극점 여행의 첫 기록을 세우고 싶었다”고 모험 이유를 밝혔다. 디옹 씨는 남극점을 통과한 이후 반대편인 허큘리스 만을 향해 계속 남극 대륙을 횡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그가 있는 곳으로부터 허큘리스 만까지 남은 거리는 1130km. 그는 “상황이 순조로우면 기존 최단 기간 남극 횡단 기록인 82일을 깰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이제 누구나 비행기를 탈 수 있다(Now everyone can fly).’ 사고 비행기가 속한 에어아시아가 내세운 광고 문구다. 에어아시아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본사를 둔 저비용 항공사로 사고 비행기는 자회사인 인도네시아 에어아시아가 운영하는 여객기였다. 에어아시아는 사고 직후 트위터 계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빨간색 바탕의 회사 로고를 회색으로 바꾸고 “QZ8501 항공기가 통신이 두절된 것을 알리게 돼 유감이다”라고 밝혔다. 에어아시아는 토니 페르난데스 회장이 2001년 인수한 이후 6년 연속 ‘최고의 저비용 항공사’(영국 항공 서비스 평가 전문기관 스카이트랙스), ‘아시아 저비용 항공계의 선구자’(뉴욕타임스)라는 평을 들으며 급성장했다. 호주를 포함해 아시아 22개국 약 100개 노선에 취항하고 있으며 서울과 부산 노선도 있다. 항공기는 모두 169편을 보유하고 있다. 에어아시아는 항공료를 할인하는 대신 각종 기내 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하는 회사로 유명하다. 승객과 화물을 내리고 다시 탑승하는 시간이 채 30분이 안 될 정도로 효율성이 높은 것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지금까지는 저가 정책에도 불구하고 안전에 별 문제가 없다는 평을 받았다. CNN은 “출범 후 지금까지 추락을 포함한 중대 사고를 낸 적이 없었으며 안전과 관련해선 “매우 ‘좋은’ 평판을 얻어 왔다”고 전했다. 한편 추락한 인도네시아발 싱가포르행 에어아시아 QZ8501기의 소유주 토니 페르난데스 회장(52)과 한국의 인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에어아시아는 1993년 말레이시아 국영 기업으로 설립됐고 미국 음반회사 워너뮤직의 임원 출신인 페르난데스 회장이 2001년 인수해 저가항공사로 탈바꿈시켰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축구팀 퀸스파크레인저스(QPR) 구단주이기도 한 페르난데스 회장은 한국 축구의 아이콘 박지성 선수를 영입한 인물. 박지성은 2012년 7월 QPR에 입단해 한 시즌을 뛰었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박지성 입단식에서 “나는 박지성의 열혈 팬”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박지성이 은퇴한 후에도 그를 홍보대사로 임명하고 헌정 항공기를 만드는 등 깊은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이달 10일 박지성 헌정 항공기 운항 개시를 기념해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한국에서 최근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과자 ‘허니버터칩’을 언급하며 “승객에게 봉지째 기내 서비스로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땅콩 회항’ 논란을 빚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발언이어서 화제가 됐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하정민 기자}
미국 사법체계와 경찰 공권력에 대한 미국인들의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다. 또한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미국 인종갈등과 관련해 흑백 차별에 대한 인식이 인종은 물론이고 정치적 성향에 따라서도 극명하게 갈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이 2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백인의 50%는 ‘미국의 형사사법 체계가 소수 인종에게도 공평하게 적용된다’고 답했지만 흑인은 불과 10%만 이에 동의했다. 경찰이 인종에 관계없이 용의자를 동등하게 대우한다고 답한 사람이 백인은 60%였지만 흑인은 20%에 그쳤다. 이 결과는 11일부터 닷새간 성인 1012명을 상대로 전화 조사를 통해 나왔다. 올해 8월 백인 경관의 총에 맞아 숨진 미주리 주 퍼거슨 시의 10대 소년 마이클 브라운과 올해 7월 백인 경관에게 제압당하던 중 목이 졸려 숨진 뉴욕 시의 40대 남성 에릭 가너 사건을 보는 시각도 완전히 달랐다. 백인의 60%는 ‘두 사건이 독립적으로 벌어졌다’고 답했지만 흑인의 75%는 ‘두 사건이 인과관계가 있으며 흑인에 대한 미 경찰들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같은 백인이라고 해도 공화당 지지자와 민주당 지지자의 인식 차도 컸다. 공화당을 지지하는 보수 성향 백인의 67%는 ‘형사사법 체계가 인종에 관계없이 공평하게 적용된다’고 답한 반면 진보 성향의 민주당 지지자는 30%만 이에 동의했다. 경찰이 흑인과 백인 용의자를 동등하게 대우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공화당원은 80%가 동조했지만 민주당원은 50%만 공감했다. 브라운 사살 혐의로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대배심으로부터 불기소 처분을 받은 백인 경관 대런 윌슨에 대해 백인 공화당원의 50%가 ‘불기소 처분은 정당했다’고 한 반면 민주당원은 20%만 이에 동의했다. WP는 지난 30년간 인종차별에 대한 공화당 지지자와 민주당 지지자의 인식 차가 눈에 띄게 벌어졌다고도 평가했다. 1988년 AP통신과 미디어제너럴이 실시한 조사에서 사법체계 불평등에 대한 공화당원과 민주당원의 인식 차는 13%포인트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7년에 이 차이는 36%포인트로 불어났고 이번 조사에서는 조금 더 늘어난 37%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백인 공화당원은 여전히 ‘사법체계가 인종에 관계없이 공평하게 적용된다’고 생각하는 반면, 백인 민주당원 중에서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WP는 분석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백인 경관에 의한 인종차별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부가 자신들이 겪은 인종차별 경험을 공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7일 미 연예주간지 피플과의 인터뷰를 통해 과거 주차장에서 겪었던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그는 “대통령이 되기 전 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뒤 대리주차 서비스를 맡긴 자동차를 기다릴 때 종종 주차장 직원이 내게 차 열쇠를 건네주지 않았다”며 “내 또래의 흑인 남성을 ‘차를 몰고 오는 전문직 종사자’라고 여기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인 미셸 여사도 “우리 부부가 화려한 만찬에 참석했을 때 턱시도를 입은 오바마 대통령을 보고 웨이터로 오해한 한 파티 참석자가 그에게 커피를 가져다 달라고 요구했다”고 털어놓았다. 미셸 여사는 대통령 가족 또한 일상적인 인종차별 상황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말했다. 대통령부인이 된 뒤 유명 할인점 타깃을 방문했을 때 한 여성이 자신을 점원으로 착각해 “높은 선반에 있는 물건을 꺼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 그는 “흑인은 자기를 도와주는 사람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새삼스럽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 세대는 고작 웨이터로 오해받는 수준이지만 내 아들 세대는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도둑으로 몰리거나 수갑을 찰 수도 있다”며 “최악의 경우 가만히 길을 걷기만 해도 범죄자가 될 수 있다”며 인종차별의 위험성을 거듭 강조했다. 최근 미국에선 백인 경관이 쏜 총에 맞아 숨진 10대 흑인 소년 마이클 브라운과 백인 경관의 ‘목조르기’로 숨진 40대 흑인 에릭 가너 사건으로 인종차별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중국 알리바바의 마윈 창업주 겸 회장이 세계 1, 2위 부자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주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을 제치고 올해 가장 재산을 많이 불린 억만장자가 됐다. 미국 경제전문지 CNN머니는 자산정보업체 웰스엑스 보고서를 인용, 마 회장의 재산이 지난해보다 185억 달러(173%) 늘어난 292억 달러(약 31조5360억 원)를 기록했다고 17일 보도했다. 그의 재산 급증은 알리바바의 성공적인 미국 증시 데뷔 덕분이다. 알리바바는 올해 9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성사시켜 단숨에 약 220억 달러를 끌어 모았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투자의 귀재 버핏 회장과 게이츠 창업주는 각각 올해 재산을 135억 달러, 105억 달러씩 불렸다. 다만 이들의 전체 재산은 각각 726억 달러, 831억 달러로 마 회장보다 훨씬 많다. 올해 재산이 많이 증가한 억만장자 4위는 페이스북의 창업주 마크 저커버그(84억 달러 증가), 5위는 스위스 통신재벌 패트릭 드라히(51억 달러 증가)다. 반면 유가 급락 타격을 입은 러시아 재벌의 재산은 대폭 줄었다. 러시아 가스업체 노바테크의 최대주주 레오니드 미켈슨은 올해 70억 달러의 재산을 잃었다. 2위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으로 59억 달러를 날렸다. 손 회장은 알리바바에 지분을 투자해 큰 이익을 얻었지만 미국과 일본에서 통신 업종 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반(反) 부패 정책 및 각국의 도박산업 규제 등으로 카지노 대부들도 손실을 면치 못했다. 중국 카지노 재벌 루치우(55억 달러 감소), 미국 카지노 재벌 셸던 아델슨(52억 달러 감소) 등이 이런 경우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유사콜택시 서비스 우버가 최근 이틀간 스페인 태국 인도 네덜란드 등 4개국에서 영업을 금지당하는 등 영업 적법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9일 스페인 마드리드 법원은 우버가 정상 택시 운행을 방해한다는 택시노조의 주장을 받아들여 스페인 전역에서 우버 영업을 잠정 중단하라고 판결했다. 이날 태국 정부도 우버를 포함해 그립택시, 이지택시 등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과 연계한 모든 택시의 영업을 금지했다. 앞서 8일에는 인도 뉴델리 시가 우버 영업을 금지시켰다. 5일 우버를 이용해 귀가하던 20대 여성이 30대 운전사에게 성폭행당한 사건이 알려진 뒤 사회적 논란이 커지자 내려진 조치다. 이 운전자는 강간미수로 복역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네덜란드 법원도 8일 우버 운행을 금지했다. 법원은 판결을 어기고 영업을 지속하면 회사에 10만 유로(약 1억3700만 원), 운전자에게 4만 유로(약 548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우버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기사와 승객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로 현재 세계 50개국, 250여 개 도시에서 운영 중이다. 지지자들은 우버 영업 제한이 고객 선택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기존 택시업계가 우버 영업에 반발하는 가운데 운전기사 검증 소홀 등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고객 안전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1527년 5월 신성로마제국 황제 카를 5세의 군대가 교황청이 있는 이탈리아 로마를 침공했다. 그는 조부로부터 오스트리아 헝가리 체코, 부친으로부터 네덜란드, 모친으로부터 스페인과 그 식민지라는 광대한 영토를 물려받았다. 유럽과 남미 대륙을 다스리며 막강한 위세를 떨친 카를 5세와 중세를 지배하던 교황의 권력 다툼은 불가피했다. 당시 교황 클레멘스 7세를 지키던 각국 용병들은 카를 5세의 대부대에 혼비백산해 달아났다. 그러나 스위스 병사들로 구성된 근위대는 달랐다. 고작 189명으로 수천 명의 병력에 맞섰고 147명이 전사한 끝에 교황을 피신시켰다. 이 남다른 용맹과 충성심이 약 500년이 지난 지금도 스위스 근위대가 교황의 수호자 역할을 하도록 만들었다. 이 스위스 근위대가 반갑지 않은 유명세를 치렀다. 지난주 프란치스코 교황은 2008년 8월 전임 베네딕토 16세가 발탁한 근위대장 다니엘 안리히 씨를 돌연 경질했다. 그가 ‘독재자’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대원들을 고압적으로 다룬 것이 문제였다. 스위스 경찰 출신인 그는 이주민 수감자에게 가혹행위를 한 전력 때문에 임명 당시부터 말이 많았다. 근위대장이 된 뒤에는 가뜩이나 호화로운 숙소를 비싼 돈을 들여 단장하는 등 부적절한 처신으로 구설에 올랐다. ‘빈자의 성자’로 불릴 정도로 권위를 싫어하고 약자를 보살피는 교황이 이런 근위대장을 어떻게 여겼을지 보나마나다. 안리히 씨를 제외한 역대 근위대장 33명의 평균 임기는 약 13.5년. 37년간 재직한 이도 있다. 반면 안리히 씨는 7년도 되지 않아 퇴진했다. 경질이 알려지자 한 근위대원은 “많은 대원이 그와의 접촉을 꺼렸다. 이제 독재는 끝났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직원이 그를 어떤 리더로 여겼는지 짐작하게 한다. 이번 사례는 정윤회 문건으로 혼탁한 한국 사회에도 많은 교훈을 준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뒤 비판이 끊이지 않던 인사 난맥, 비선 정치, 권위주의적 통치 행태의 원인은 결국 리더의 불통(不通)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불통을 지적받지 않은 지도자가 거의 없다 해도 현 정권의 불통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 문건이 찌라시냐 아니냐, 누가 문건을 작성하고 유출했느냐를 밝혀내는 것만으로는 이 사태를 바라보는 많은 이들의 분노를 막기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불통에 대한 문제 제기 자체를 혹세무민 조장, 국기 문란으로 몰아붙이는 청와대를 보면 그 불통이 ‘쌍방향 소통’으로 바뀔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까워 보인다. 국민은 21세기 민주주의 국가에서 왜 1800여 년 전 왕조 시대에 등장했던 권력자 측근의 국정농단 의혹이 제기됐는지, 현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남은 임기 3년간 이념 갈등, 민생, 복지, 통일 등 산적한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듣고 싶어 한다. 불통과 권위주의는 ‘신의 대리자’인 교황마저 노하게 하는데 인내심이 많지 않은 국민이야 어떻겠는가. 민주국가에서 변화에 둔감한 리더가 설 땅은 남아 있지 않다.하정민 국제부 기자 dew@donga.com}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주 겸 최고경영자(CEO)가 중국을 이해하고 중국 내 사업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시진핑 중국 주석의 저서 '중국의 지배(The Governance of China)'를 열독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이 8일 보도했다. 이 사실은 지난주 미국을 방문한 루웨이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주임이 저커버그 CEO와 찍은 사진을 통해 알려졌다. 사진 속 저커버그의 책상에는 '중국의 지배'가 놓여있었다. 저커버그는 루 주임에게 "시 주석의 책을 구입해 페이스북 임원들에게도 나눠줬다. 그들이 중국식 사회주의를 이해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의 정확한 촬영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다. 루 주임은 저커버그 외에 팀 쿡 애플 CEO,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 등 미국 주요 인터넷 기업 CEO와 잇따라 만났다. '중국의 지배'는 세계 각국 지도자들에게 중국의 역사, 사회, 체제를 자세히 알리겠다는 목적으로 올해 9월 발간됐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 독일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아랍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등 세계 주요국 언어로 번역됐다. 한국어 번역본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2012년 중국계 미국인 프리실라 챈과 결혼한 저커버그는 수차례 중국을 방문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베이징 칭화대 학생들과 약 30분간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고 이 자리에서 유창한 중국어 실력을 뽐내 화제를 모았다. 현재 중국에서는 페이스북을 사용할 수 없지만 저커버그는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오랫동안 공을 들이고 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2000년대 원자재시장 호황으로 고성장을 구가한 중남미 경제가 원자재 수출 감소에다 최근 유가 하락까지 겹쳐 크게 휘청거리고 있다. 특히 원자재 수출비중이 높고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영향이 심각한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는 중대 고비에 놓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두 나라가 올해와 내년 모두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다고 예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저유가 국면에서 숙련 노동자 부족, 연구개발(R&D) 투자 저조, 포퓰리즘 정책 등 구조적 문제가 심각해 중남미 경제가 상당 기간 고전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2003∼2010년 연평균 5% 성장했던 중남미 경제가 올해 1.3%, 내년 2.2%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최근 예측했다. ‘중남미 우등생’으로 평가받던 칠레와 페루도 올해 각각 2.0%, 3.0% 성장에 그쳐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몇 년 전만 해도 세계 최대 광고회사 WPP의 마틴 소렐 회장 등은 “2010년대는 중남미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중남미 시대는 열리다가 닫히는 셈이다. 중남미의 원유 철강 대두 구리 수출은 직격탄을 맞았다.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올 11월 브라질 무역수지는 24억 달러 적자를 냈다. 이는 11월 기준으로 1994년 이래 가장 많은 규모다. 아르헨티나의 산업생산은 15개월 연속 하락세라고 브라질 일간 ‘우 이스타두 지 상파울루’가 보도했다. 아르헨티나의 한 컨설팅업체는 경기 침체의 장기화로 민간기업 3곳 중 1곳꼴로 인력 감축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나라는 지난해 말과 유사한 상점 약탈 등 대규모 폭동을 우려하고 있다. 중남미 각국 생산성은 숙련 노동자 부족과 열악한 인프라 때문에 한때 ‘유럽의 병자’로 불렸던 동유럽 국가에 추격당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중남미 민간기업의 신제품 생산능력은 다른 신흥시장의 경쟁 기업보다 20% 낮다. 폴란드 기업의 90%가 1년간 최소 1개의 신제품을 시장에 내놓지만 멕시코에서 이런 기업은 40%에 불과하다. 여기에다 미국 금리인상 가시화로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나고 고금리를 노려 이 지역에 들어왔던 투자자금이 본격 이탈하는 것도 허약한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 세계 최저 수준인 R&D 비용도 중남미의 미래를 낙관할 수 없게 하는 요인의 하나다. 유엔에 따르면 2013년 중남미와 카리브해 국가 전체의 특허 출원은 1200건으로 같은 기간 한국(1만2400건)의 10%에 불과하다. 미국은 5만7000건이었다. 이 상태로는 중남미의 구글이나 애플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유엔은 분석했다. 아우구스토 데 라 토레 세계은행 중남미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원자재 호황 종료와 미 금리인상에 따른 차입비용 증가는 중남미 경제 부진의 단골 패턴”이라며 혹독한 구조조정이 없으면 저성장이 고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기업 이익과 사회 전체의 이익이 겹치는 부분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공유가치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로 자본주의의 많은 문제를 풀 수 있습니다.”(마이클 포터 미국 하버드대 교수) “경제 논리만으로는 불평등을 해결할 수 없고 기업만큼 국가의 역할도 중요합니다.”(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 빈부격차, 청년실업, 비정규직 증가 등 자본주의의 폐해에 대한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세계 최고 경영전략가 겸 ‘경영학의 구루’로 불리는 마이클 포터 미 하버드대 교수(67)와 ‘정치철학의 제왕’으로 꼽히는 같은 대학의 마이클 샌델 교수(61)가 이 해법에 관한 ‘세기의 토론’을 벌였다. 두 석학은 3일 동아일보와 채널A가 서울 광진구 워커힐로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개최한 국내 최고 경영포럼인 ‘동아비즈니스포럼 2014’에서 한 치의 양보 없이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이들이 인터넷이 아닌 공개 강연에서 토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자본주의는 여전히 효율적’ vs ‘비효율적’ 조동성 서울대 명예교수(경영학)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에서 포터 교수는 자본주의가 낳은 문제는 해결 방안 또한 자본주의 안에 있으며 일부 약점이 체제 자체의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가 제시한 개념이 공유가치창출(CSV)이다. 즉 적정량보다 많은 설탕을 넣은 제품으로 판매를 늘린 식품회사는 ‘어떻게 해야 더 많이 팔까’라는 한 가지 명제만 해결했다. 그러나 ‘우리 제품이 고객 건강에도 좋은가’를 연구하면 설탕이 없으면서도 맛이 좋은 제품을 내놓을 수 있고 이것이 혁신으로 이어져 기업, 고객, 사회 전체의 이익을 늘린다는 논리다. 그는 또 불평등 해결을 위해 경쟁을 터부시하고 규제를 늘리면 자본주의의 순기능도 타격을 입는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최저임금 인상 시도 또한 고용 축소와 임금이 싼 해외근로자 고용 확대로만 종종 이어져 원래 목적과 다른 결과를 낳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샌델 교수는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국가총생산(GDP)과 소득이 늘어도 인간의 행복과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없다”며 “한국이 유례없는 경제 성장을 이뤘지만 행복한 한국인이 많지 않고 사회 갈등이 심각한 것이 그 예”라고 반박했다. 이어 “자본주의의 발달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유대감과 소속감을 약화시켜 불평등이 실제보다 더 커 보이도록 만든다”며 “이는 돈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샌델 교수는 공유가치창출을 통해 사회 전체의 효용이 커져도 이를 배분하는 과정이 가진 자의 선의(善意)에 달려있을 때가 많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업 이익이 늘어난다고 퇴직연금, 건강보험, 임금 인상, 비정규직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없으며 국가가 공공복지 혜택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 “한국 사회 역동적… 발전 가능성 높아” 사회자 조동성 교수는 샌델 교수에게 “정부 재정은 한계가 있고 많은 나라에서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는데 국가 개입이 해결책이 될 수 있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샌델 교수는 “청년 교육과 노인 복지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처럼 최근 많은 문제가 세대 갈등 양상을 띤다”며 “정치에 환멸을 느끼는 사람이 많지만 정치 없이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공공선, 윤리, 도덕적 가치에 관해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과 토론하고 합의하는 일이 다소 공허하더라도 현재로선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두 거장은 한국 사회의 역동성과 발전 가능성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특히 샌델 교수는 “한국의 경제민주화 논쟁이 인상적”이라며 “여야 모두 정의와 불평등에 관해 활발한 논의를 벌이는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민주화 논쟁이 100년 전 미국 사회를 떠올리게 한다고도 말했다. 존 록펠러, 코넬리어스 밴더빌트 등 거대 자본가와 대기업의 출현으로 이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근로시간 제한 등 노동자 권익을 높인 제도가 생겨났듯 경제민주화 논쟁이 공공선을 늘리고 불평등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올해로 4회째를 맞는 동아비즈니스포럼은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실제로 기여하는 유일한 포럼’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국내 최대, 최고의 비즈니스포럼으로 성장했다. 2011년 제1회 동아비즈니스포럼이 제시했던 ‘공유가치창출(CSV)’이란 화두는 현재 많은 한국 기업의 핵심 전략이 됐다. 이어 2, 3회 포럼에서 제시된 마케팅 방법론과 성장전략도 다수의 기업들이 실제 현업에 적용하는 등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12월 3, 4일 서울 광진구 쉐라톤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열리는 동아비즈니스포럼 2014에서 집중적으로 논의할 ‘차별화(differentiation)’ 역시 경영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선진국의 공세와 개발도상국의 추격 속에서 경쟁력 강화에 골몰하고 있는 기업들이 가장 목말라하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한국 경영史 바꾼 동아비즈니스포럼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2011년 가을, 제1회 동아비즈니스포럼이 열리기 전 국내에는 연간 수십 개의 포럼이 난립한 상태였다. 그러나 대부분은 여러 명의 명사를 섭외해 30∼40분의 강의와 짧은 토론으로 구색을 맞추는 식이어서 ‘수박 겉핥기’, ‘해법 없는 미사여구’라는 비판을 받았다. 큰 잔치는 벌였지만 돌아서면 남는 게 없고, 실무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문제 제기였다. 동아비즈니스포럼은 파격적인 형식으로 이 같은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며 비즈니스의 역사를 바꾸는 어젠다를 지속적으로 제시했다. 한국 경영계가 가장 목말라하는 하나의 주제를 집중적으로 다뤘고, 세계 최고의 석학과 장시간 토론하면서 실질적 해결책을 제시했다. 1회 포럼에서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는 한국사회에 최초로 CSV 전략을 소개하며 구체적 실행방안까지 제시했다. 그는 “CSV는 빈곤, 건강, 환경 등의 영역에서 사회적 가치 창출과 이윤 창출의 기회를 동시에 찾는 것”이라고 소개해 관심을 모은 뒤 △제품과 시장의 재구상 △가치사슬의 생산성에 대한 새로운 정의 △지역 클러스터 개발 등 유용한 전략 도구를 제안했다. 이렇게 한국 경영계에 CSV의 씨앗을 뿌린 포터 교수는 올해 포럼에서 CSV 활동을 탁월하게 수행한 기업과 공공기관에 ‘CSV 포터 상’을 직접 시상함으로써 3년 만에 그 열매를 수확하는 뜻 깊은 행사도 갖는다. ‘마케팅 3.0을 넘어’라는 주제로 열린 2회 포럼에서는 ‘마케팅의 아버지’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가 8가지 구체적인 성장전략을 제시해 성장에 목말라하는 기업들의 갈증을 채워줬다. 지난해 3회 포럼에서는 ‘관리자들을 모두 해고하라’는 충격적인 메시지로 경영학계를 달군 게리 하멜 런던비즈니스스쿨 객원교수가 ‘통제’를 대신하는 ‘자율’의 이념을 실천할 대안을 제시했다. 또 ‘당신은 전략가입니까’라는 베스트셀러로 유명한 신시아 몽고메리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기업의 의미와 본질을 어떻게 규정하고 파악하느냐에 따라 전략의 성공 여부가 갈린다”고 설파한 뒤 청중들에게 “당신들은 전략가인가”라고 되물었다. 3회 포럼이 끝난 뒤 한 국내 대표 통신사가 포럼 내용을 정리한 DBR(동아비즈니스리뷰) 수백 권을 구입해 임직원들이 보고 학습하도록 한 것도 화제가 됐다.○ 경영 거장들이 제시하는 차별화 솔루션 올해 포럼에서 발표될 구체적인 대안들도 한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한국 기업들은 개도국 기업의 부상(浮上), 일본 등 주요국의 공격적 환율정책, 혁신경쟁의 가속화 등 수많은 악재로 신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일한 돌파구는 우리 기업들만이 제공할 수 있는 차별화 요소를 찾는 것이다. 평범한 제품으로는 더이상 성공할 수 없다.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지금까지 한국 기업들은 주로 선진 기업을 따라가는 전략을 폈는데 이제부터는 원천기술이나 품질 같은 서구 기업의 차별화 요소를 뛰어넘는 고유의 차별화 포인트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차별화는 쉽지 않다. 차별화 요소를 찾기도 어렵지만 일시적으로 차별화에 성공하더라도 경쟁자의 모방으로 금방 빛을 잃는 사례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전략의 거장 마이클 포터 교수가 포럼에서 제시할 차별화 방법론은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는 기업이 취할 수 있는 본원적 전략으로 ‘원가우위’와 더불어 ‘차별화’라는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 조동성 서울대 명예교수는 “차별화라는 아이디어를 경영계에 확산시킨 주인공인 포터 교수의 이번 기조연설은 기업과 학계 모두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기대했다. ‘경쟁우위의 종말’이라는 도발적 화두를 던진 리타 맥그래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이번 포럼에서 내놓을 차별화 대안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그는 온라인 포털이었던 구글이 스마트폰 운영체제(OS)를 장악하고, 유통체인인 월마트가 건강관리 시장을 뒤흔드는 등 산업의 경계를 초월하는 파괴적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맥그래스 교수는 ‘업계’가 아닌 기업과 제품이 활동하는 ‘무대’를 봐야 한다는 점을 역설하며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파악해 차별화하기 위한 대안을 내놓을 예정이다.‘동아비즈니스포럼 2014’ 내달 3, 4일 서울 쉐라톤그랜드워커힐 호텔… 참가신청 www.dongaforum.com하정민 기자 de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