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선

최지선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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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서 벌어지는 특별한 일들을 기록합니다.

aurinko@donga.com

취재분야

2026-02-10~2026-03-12
미국/북미49%
국제일반13%
인사일반13%
국제정치7%
유럽/EU3%
국제사고3%
국제정세3%
국제인물3%
국방3%
선거3%
  • “과거, 현재, 미래가 인연으로 한자리에… 옛 경험 그려냈죠”

    11일(현지 시간) 열리는 제9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후보에는 유독 눈에 띄는 작품이 하나 있다. 36세의 젊은 여성, 미국 영화업계에서 비주류인 한국계 동양인 감독이 서울과 뉴욕을 배경으로 만든 영화다. 데뷔작으로 아카데미 작품상·각본상 후보에 선정된 영예를 안은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다. 송 감독은 크리스토퍼 놀런, 스티븐 스필버그 등 기라성 같은 거장 감독들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놓고 경쟁한다. 2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처음 한국 언론들과 만난 송 감독은 사진보다 앳돼 보였다. 화장기 없는 처진 눈매에 짧게 커트된 머리는 손질을 했는데도 삐죽빼죽했다. 공식 석상에서 흰 셔츠에 검은 재킷을 고수하는 그답게 이날도 딱 부러지는 정장 차림이었지만 자주 밝게 눈웃음을 지었다. 그는 모든 질문에 유창한 한국어로 답했다. 6일 개봉하는 ‘패스트 라이브즈’는 인연이 이어질 듯, 이어지지 못한 나영(그레타 리)과 해성(유태오)의 이야기다. ‘인연’과 ‘전생’이라는 키워드로 엇갈린 두 사람의 삶을 그렸다. 두 사람은 열두 살에 만나 좋은 친구가 되지만 나영이 캐나다로 이민을 가면서 헤어진다. 24년이 흐른 뒤 해성이 뉴욕에 나영을 찾아 오지만 나영 곁에는 이미 남편 아서(존 매가로)가 있다. 두 사람은 뉴욕에서 이틀을 함께 보내며 인연에 대해 곱씹어보게 된다. 영화는 송 감독의 실제 경험에서 시작됐다. “어느 날 밤 한국에서 놀러 온 제 어린 시절 친구와 뉴욕에 사는 미국인인 제 남편 사이에서 통역을 하며 대화한 적이 있어요. ‘지금 내가 내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와 함께 술을 마시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서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송 감독은 영화 ‘넘버3’(1997년)를 만든 송능한 감독의 딸이다. 그는 “아버지가 (영화의 성과에) 굉장히 기뻐했다”며 “(이 영화의) 조명 감독님은 학생 시절에 저희 아버지 강의를 들었다고 이야기해 줬다”고 했다. 절반 이상이 한국어 대사라는 점이 처음에는 걸림돌이 됐다. 하지만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2019년)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뒤부터 모든 게 바뀌었다고 했다. 송 감독은 “기생충 이전에는 자막이 필요한 영화라는 걸 모두들 걱정했지만 이제는 아무도 자막 영화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국제 영화계에서) 기생충이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말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최고 권위 시상식에서 줄줄이 후보에 오르며 주목받고 있다. 제8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5개 부문, 제77회 영국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 등 3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지난 20년간 본 영화 중 최고의 장편 데뷔작이다. 정교하고 섬세하며 강렬하다”고 평했다. 이 같은 호평은 서양인들에게는 새로운 ‘인연’이라는 개념을 영화 속에 애틋하고 아름답게 녹인 덕이다. 송 감독은 “인연이란 단어가 외국에는 없는 단어지만 그 느낌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다. 영화를 통해 ‘인연’이란 단어를 배워서 한국어로 발음하는 관객들을 보면 아름답다고 느낀다”고 했다. 극작가 출신인 송 감독의 배경답게 영화는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은 느낌도 준다. 한국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지는 미지수다. 이민자 정서와 서툰 두 배우의 한국어가 오히려 한국 관객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송 감독은 또 영화 연출에 도전하겠다며 눈을 반짝였다. “지금 이 순간, 영화에 너무 푹 빠졌어요. 매일 저 자신을 새롭게 알게 되는 그 과정이 너무 재밌었거든요. 계속, 계속 하고 싶어요.”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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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디에도 뿌리내리지 못한 탈북자의 애처로움 담아”

    공중화장실에서 잠을 자고, 공원 쓰레기통에 버려진 빵을 허겁지겁 먹는다. 식중독에 걸려 하루 종일 쓴 물을 게워내고, 몸을 녹이러 다가간 모닥불 옆에선 불량 청소년들에게 구타를 당한다. 참담한 밑바닥살이를 하는 기완(송중기)의 가슴팍에는 사실 달러 뭉치가 든 지갑이 있다. 하지만 이 돈을 도저히 쓸 수가 없다. 죽은 엄마의 ‘시신 값’이라서다. 탈북한 뒤 불법 체류 중이던 중국에서 엄마는 기완을 지키려다 사고로 죽고, 그 시신을 병원에 팔아 밀항 비용을 마련했다. 엄마의 돈을 품에 안고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기완의 인생에 어느 날 밥 한 끼 차려주고 싶은 사람이 등장하면서 풍경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벨기에로 망명한 탈북자와 상처를 입은 채 그의 곁에 나타난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이 다음 달 1일 공개된다. 단편영화 ‘수학여행’, ‘MJ’로 영화계에서 주목받은 김희진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김 감독은 “낯선 언어와 추위, 언제 난민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기약 없는 기다림 속에 놓인 사람들이 느낄 막막함과 불안함 그리고 쓸쓸함. 정도가 가늠이 안 되는 그런 감정들을 담아내고 싶었다”고 했다. 영화 속에서 기완은 망명하긴 했지만 조선족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해 추방 위기에 놓인다. 어디에도 뿌리내리지 못하고, 어디서도 떠날 수 없는 애처로운 모습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배우 송중기는 영화 ‘화란’(2023년)에 이어 어둡고 척박한 인물을 연기했다. ‘화란’에서 폭력조직의 중간 보스 역을 맡았던 그는 이번에는 화장실에서 먹고 자는 노숙인을 연기했다. 똑똑하고 앳된 외모로 주목받았던 그가 소외된 자를, 그것도 대사보다 표정으로 말하는 쉽지 않은 작품을 연달아 선택한 건 눈여겨볼 만하다.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전환점이 될 것 같다. 송중기는 27일 제작발표회에서 “부족한 배우의 입장에서 도전해 보고 싶은 역할이었다. 사실 6∼7년 전에 공감이 안 되는 부분이 있어서 감히 (이 역할을) 거절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왜 이 좋은 영화가 제작이 안 되는 거지?’라는 생각에 후회했다”고 말했다. ‘로기완’은 액션·스릴러 장르의 작품이 주를 이루는 넷플릭스에서는 보기 드문 소재를 다룬 영화다. 투자자를 모으기 어려운 장르라 기획한 지 10년이 돼서야 완성될 수 있었다. 원작 소설 ‘로기완을 만났다’(창비)는 13년 만에 개정판으로 재출간됐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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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훈아 “마이크 내려놓는 게 이렇게 용기가 필요할 줄은…”

    “마이크를 내려놓는다.” 가수 나훈아(본명 최홍기·77)가 가요계 은퇴를 시사했다. 1966년 ‘천리길’로 데뷔한 지 58년 만이다. 나훈아의 소속사 예아라 예소리는 27일 ‘2024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 개최 소식을 알리며 언론에 나훈아가 쓴 편지를 공개했다. 나훈아는 자신의 친필 사인을 담은 이 편지에서 “마이크를 내려놓는다는 것이 이렇게 용기가 필요할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습니다”라며 “‘박수 칠 때 떠나라’라는 쉽고 간단한 말의 깊은 진리의 뜻을 저는 따르고자 합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가슴에 쌓인 많은 이야기들을 다 할 수 없기에 ‘고마웠습니다!’라는 마지막 인사말에 저의 진심과 사랑 그리고 감사함을 모두 담았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편지글 말미 나훈아의 친필 사인 위에는 “마지막 콘서트를 준비하면서”라는 설명도 담겼다. 나훈아가 더 이상 콘서트를 열지 않겠다는 의미인지, 가수로서 활동을 완전히 중단하겠다는 선언인지는 정확하게 언급되진 않았지만, 가요계에선 편지에 ‘마이크를 내려놓는다’는 표현이 적혀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나훈아가 올해 예정된 ‘고마웠습니다’ 전국 콘서트를 끝으로 은퇴를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다만 소속사 측은 편지 공개 외에는 언론 접촉을 꺼리며 공식 은퇴 발표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소속사 측은 이날 올해 나훈아의 마지막 공연인 ‘고마웠습니다’ 콘서트 일정도 공개했다. 4월 인천 송도를 시작으로, 5월 충북 청주와 울산, 6월 경남 창원과 충남 천안, 강원 원주, 7월 전북 전주로 이어지는 일정이다. 하반기 공연 일정은 추후 알릴 예정이다. 나훈아의 갑작스러운 은퇴 시사 소식에 가요계는 적잖이 당혹해하는 모습이다. 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는 “나훈아는 음악을 떠나서 대중을 떠나서 살 수 없는 사람”이라며 “은퇴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쓰진 않았지만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마지막 콘서트’라고 언급했다는 점이다. 나훈아가 이번 콘서트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나훈아는 1966년 데뷔 후 ‘무시로’, ‘잡초’, ‘갈무리’, ‘울긴 왜 울어’, ‘고향역’, ‘강촌에 살고 싶네’, ‘물레방아 도는데’ 등 수많은 히트곡을 선보이며 50년 넘게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부산 출신인 나훈아는 전남 목포 출신 가수 남진과 함께 1970년대 가요사에서 서로 다른 외모와 음악 스타일, 지역적으로도 경상도와 전라도를 대표하는 강력한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2006년 데뷔 40주년 공연을 끝으로 2007년 서울 세종문화회관 공연을 취소하면서 건강 이상설 등 각종 루머에 시달리기도 했다. 2008년 각종 루머를 부정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칩거에 들어가기도 했던 그는 2017년 11년 만에 컴백해 새 앨범 ‘드림 어게인’을 통해 건재함을 보여줬다. 이후 매년 신보를 발매하거나 콘서트를 열면서 꾸준히 무대 위에 올랐다. 2020년 추석 연휴 기간 KBS 2TV의 공연 ‘2020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에서 ‘테스형!’을 불러 전국적인 화제를 불러오기도 했다. 나훈아는 한국적인 정서를 녹인 곡을 직접 만들고, 탁월한 가창력에 화려한 공연 무대를 선보이는 쇼맨십으로도 유명하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촘촘하게 쌓아 온 음악적 성취와 독보적인 무대 매너를 본 사람들에게 숨 막히는 몰입감을 자랑했다”며 “‘모든 것을 무대 위에 올려야 한다’는 자타가 공인하는 철저한 공연 철학을 지켜왔고, 후배 한국 뮤지션들한테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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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콘텐츠 제작 허브’ 동아 드림캔버스 열렸다

    동아미디어그룹이 첫 자체 드라마 세트장인 ‘드림캔버스 스튜디오’를 열었다.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 세워진 7934m²(약 2400평) 규모의 세트장은 촬영장뿐만 아니라 분장실, 의상실과 회의실, 대기실 등을 갖추는 등 콘텐츠 촬영에 최적화했다. 동아미디어그룹은 27일 드림캔버스 스튜디오 준공식을 열었다. 드림캔버스 스튜디오는 가로 31m, 세로 43m, 천장 높이 10.4m인 세트장 4개 동으로 조성됐다. 1만1570m²(약 3500평) 부지에 연면적 7934m² 규모다. 드림캔버스 스튜디오는 기존 드라마 세트장에서 찾아보기 힘든 새로운 설비도 갖췄다. 세트장별로 26개씩 마련된 스마트 전동형 배튼(바텐)이 대표적이다. 이진걸 동아일보 자산관리팀장은 “천장과 연결된 배튼은 조명, 카메라 등 다양한 장비를 거치하는 공간으로 일괄 제어는 물론이고 개별 제어가 가능하도록 작동 시스템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각 동에는 분장실 의상실 사무실 회의실이 있고 부지 안에 식당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다용도실과 샤워실도 갖춰져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 등 대형 세트장이 필요한 경우에는 그에 맞게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향후 버추얼 스튜디오로 전환이 가능하도록 기초 공사를 해뒀고, 전기 용량도 최대로 확보했다. 드림캔버스 스튜디오는 채널A뿐만 아니라 외부 제작사들도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임대할 예정이다. 스튜디오의 최대 강점은 접근성이다. 국내 드라마 세트장은 대부분 경기 파주, 연천 등 임야에 있어 도심 접근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하지만 드림캔버스 스튜디오는 서울 강남역에서 직선거리 29km로 가깝고, 경부·영동고속도로에서 5분 안에 접근할 수 있다. 지하철·버스 정류장에서 도보 10분 이내에 있어 대중교통 접근 역시 가능하다. 또 용인 동백지구 안에 위치해 콘텐츠 제작 인력들이 식당, 카페, 편의점 등 주변 상업 시설을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다. 드림캔버스 스튜디오는 동아미디어그룹이 2019년 구상을 시작한 지 5년 만에 맺은 결실이다. 동아일보와 채널A는 최적의 제작 환경을 만들기 위해 건설사와 함께 실무팀을 구성했다. 실무팀은 경기 파주, 연천, 남양주 등 여러 드라마 세트장을 견학하며 세트장을 설계해 나갔다. 드림캔버스 스튜디오라는 이름은 ‘꿈을 담는 캔버스’를 실현하는 꿈과 창조의 공간이라는 뜻이다. 김재호 동아일보·채널A 회장은 이날 준공식 기념사에서 “드림캔버스 스튜디오는 드라마와 영화, 예능을 모두 아우르는 콘텐츠 제작 허브가 될 것”이라며 “최적의 제작 환경을 갖춘 스튜디오에서 탄생한 독창적인 콘텐츠로 동아미디어그룹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했다.용인=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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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이브 연매출 2조 돌파… 국내 엔터 기획사론 처음

    하이브가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획사 가운데 처음으로 연 매출 2조 원을 넘어섰다. 방탄소년단(BTS)과 세븐틴, 뉴진스의 활약에 따른 음반 판매 매출 등이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하이브는 지난해 매출액(연결 기준)이 2조1781억 원으로 전년 대비 22.6% 늘었다고 26일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2958억 원으로 전년보다 24.9% 늘었다. 순이익은 1866억 원으로 288.5% 증가했다. 음반 판매, 공연 등의 매출이 1조4715억 원으로 전년보다 51.4% 급증한 영향이 컸다. 이 중 음반·음원 매출은 9705억 원으로 75.8% 늘었다. 하이브 소속 가수들의 연간 앨범 판매량은 2022년 2220만 장에서 지난해 4360만 장으로 2배 가까이로 뛰었다. 방탄소년단은 팀 활동이 없었는데도 멤버 지민과 정국이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 1위에 오르는 등 좋은 성적을 거뒀다. 엔데믹 이후 콘서트 시장이 회복되면서 공연 매출도 3591억 원으로 39.1% 증가했다. 하이브는 이날 실적 발표와 함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현금배당 계획도 공개했다. 배당 규모는 주당 700원으로 총 292억 원이다. 하이브는 올해에도 새로운 아티스트들을 데뷔시켜 더욱 풍성한 라인업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1월 하이브 산하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의 투어스가 데뷔했고 새 걸그룹 아일릿, 미국 걸그룹 캣츠아이 등이 순차 데뷔한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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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탄절 기숙사에 남은 외톨이 3인… ‘함께’라는 선물 나누며 상처 보듬다

    선생님이 학생을, 학생이 선생님을 생각하는 마음이 예전 같지 않은 시대다. 이런 시대에 사제 사이의 의미를 따뜻하게 되새길 수 있게 해줄 영화 ‘바튼 아카데미’가 21일 개봉했다. 영화는 다음 달 열릴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남우주연상 등 5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기숙학교를 배경으로 해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1989년)를, 마음이 다친 아이와 어른 간의 진한 유대감을 다뤘다는 점에서 영화 ‘굿 윌 헌팅’(1998년)을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다. 영화의 배경은 1970년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둔 미국 뉴잉글랜드의 기숙학교 ‘바튼 아카데미’다. 신난 철부지들로 가득한 이곳에서 앵거스(도미닉 세사)는 휴양지로 떠날 생각에 들떠 있다. 하지만 방학식 직전 재혼한 엄마로부터 이번 연휴는 양아버지와 단둘이 보내겠다는 매몰찬 전화를 받고 원망과 슬픔에 빠진다. 기숙사에 홀로 남은 앵거스를 돌보기 위해 남은 건 악명 높은 역사 선생님 폴(폴 지어마티). 가족도, 친구도 없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만 몰두하는 괴팍한 폴은 바튼 아카데미 학생들에게 ‘기피 1순위’ 교사다. 이들과 함께 학교 요리사 메리(더바인 조이 랜돌프)도 쓸쓸히 남았다. 그의 아들은 얼마 전 베트남 전쟁에서 목숨을 잃었다. 하루는 괜찮다가 다음 날엔 눈물로 지새우는 메리까지 각자의 이유로 혼자가 된 세 사람은 함께 따뜻한 밥을 차려 먹고, 저녁 시간을 보낸다. 이들은 천천히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게 된다. 영화의 매력 포인트는 1970년대를 직접 재현한 듯한 미장센이다. 1970년 크리스마스를 맞은 학교 기숙사가 배경인 만큼 그 시절의 포근함과 따뜻함이 묻어난다. ‘일렉션’(1999년) ‘어바웃 슈미트’(2003년)의 알렉산더 페인 감독이 6년 만에 내놓은 영화다. 그는 소박하면서도 우아한 교정의 분위기를 내기 위해 매사추세츠주의 공립학교를 5군데나 섭외했다. 식당, 체육관, 복도, 외관, 예배당 등을 각기 다른 학교에서 따로 찍었다. 그는 “영화가 단지 1970년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1970년에 촬영된 것처럼 보이고, 들리는 영화가 되기를 바랐다”고 설명했다. 영화에 사용된 자동차와 의복 모두 그 당시 것을 가져왔다. 드론 촬영 등 1970년대에 없던 촬영 기법을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 영화는 페인 감독 의도대로 투박하지만 정겹다. 이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 폴 지어마티의 연기는 명불허전이다. 학창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만났을 꼬장꼬장한 선생님의 모습이 절로 떠오른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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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옛날엔 어떻게 아이 낳고 키웠지?

    이제 겨우 팔뚝 길이쯤 될 법한 작은 아기가 요람에 누워 쌔근쌔근 자고 있다. 그 옆엔 침대 모서리에 쓰러지듯 기댄 엄마가 있다. 붉게 들뜬 얼굴에 입까지 벌리고 단잠에 빠진 엄마. 밤새 아이와 씨름했을 모습이 눈에 훤하다. 책 표지에 담긴 노르웨이 화가 크리스티안 크로그의 유화 ‘엄마와 아이’다. 워킹맘이자 역사학자인 저자는 “엄마가 된다는 게 예전에는 어떤 모습이었을까”라는 질문에서부터 이 책을 시작했다. 시대에 따른 임신과 출산, 모성에 대한 개념 변화를 탐구한다. 이전에도, 앞으로도 엄마가 된다는 것은 그림처럼 지난하고 고된 순간들의 합이라는 불변의 진리가 책을 관통한다. 책은 저자가 직접 겪은 ‘엄마 되기’ 과정을 녹인 에세이이자 역사에 남겨진 여성들의 ‘엄마 되기’ 과정을 따라가는 역사서다. 저자는 섹스와 임신, 출산과 젖먹이 아이의 육아가 시대에 따라 어떻게 달랐는지 살펴본다. 왕실 의사의 문진표, 여성 작가의 글, 농장 일꾼의 일기 등 조각난 기록들이 사료다. 가령 오늘날 임신 사실을 가장 먼저 알게 되는 장소 중 하나가 바로 ‘화장실’이다.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은 약국에서 손쉽게 테스터를 사서 임신 여부를 확인한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임신을 확실히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임신 과정에서 ‘태동’은 하나의 중요한 사건이었다. 17세기 영국 여성들은 태동을 임신의 결정적 증거로 봤고, 북아메리카 오지부와족 원주민들은 태동을 일컬어 ‘한 생명이 안에서 인간이 되는 순간’이라고 했다. 저자는 산업 혁명 시기에 눈에 띄게 달라진 건 임신과 출산을 일컫는 용어였다고 말한다. 7, 8명의 아이를 낳던 시기가 끝나고 핵가족 시대에 접어들자 임신은 이전보다 드문 몸의 상태가 됐다. 때문에 이 부자연스러운 상태를 표현하는 언어는 보다 은유적인 것이 됐다. 임신한 여성을 “민감한 건강 상태에 있다”고 하거나 아이를 “작은 이방인이 찾아왔다”고 표현하는 식이다. 저자는 평범한 여성들이 겪어온 ‘일상의 역사’를 통해 모성을 더욱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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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험한 것이 나왔다… 섬뜩한 연기로 채운 K-오컬트

    ‘파묘(破墓).’ 이름만 들어도 한기가 느껴지는 이 단어를 영화 ‘검은 사제들’(2015년) ‘사바하’(2019년)의 장재현 감독이 물었다. 수식이 필요 없는 배우 최민식과 유해진, ‘뜨는 별’ 김고은과 이도현까지 캐스팅 역시 쟁쟁하다. 오컬트물 마니아들의 기대감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영화 ‘파묘’가 22일 개봉했다. 22일까지 사전 예매가 36만 장을 돌파하며 제작비 2500억 원이 든 티모테 샬라메의 ‘듄: 파트2’를 훌쩍 뛰어넘었다. 영화는 제74회 베를린영화제 포럼 부문에 공식 초청돼 “신선한 한국형 오컬트물”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파묘’는 수시로 비명 소리를 듣는 기이한 병이 대물림된 집안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 집안의 장손이 자신의 아들마저 원인을 알 수 없이 시름시름 앓자 무당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에게 의뢰를 한다. 조상 묫자리에 탈이 나 후손들이 앓아눕는 ‘묫바람’이란 걸 알게 된 화림은 이장을 권하고 40년 경력의 풍수사 상덕(최민식), 장의사 영근(유해진)을 찾아가 작업을 제안한다. 묫자리를 둘러본 상덕은 처음에 해당 묫자리가 엄청난 악지(惡地)라는 걸 알게 되고 “건드리면 줄초상 난다”며 거절했지만 거액의 의뢰비와 의뢰인의 어린 아들을 외면하지 못해 결국 파묘를 시작한다. 묫자리를 파기 시작한 이들은 믿지 못할 광경을 마주한다. 영화는 풍수지리와 무속신앙, 조상의 영(靈)을 등장시키며 한국적 오컬트물의 독특한 분위기를 잘 살렸다. 영화 후반부에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조선의 정기를 끊기 위해 백두대간에 쇠말뚝을 박았다는 괴설로 내용이 확장된다. 장 감독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와 이 땅의 과거를 돌이켜보면 상처와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과거의 잘못된 뭔가를 꺼내 깨끗이 없애는 정서를 ‘파묘’로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2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상덕 역의 배우 최민식은 “자칫하면 관념적이라 관람객의 피로도를 높일 수 있고 귀신이 등장하면 유치해질 수도 있다. 장 감독은 이 경계에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다”며 “진지함을 유지하되 철학적 사유를 하게 하면서 재미도 주는 건 보통 능력이 아니다”라면서 데뷔 35년 만에 첫 오컬트물에 도전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영화를 찍으면서 제가 조감독이라고 생각했다”며 장 감독의 연출력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드러내기도 했다. 장 감독의 전작을 너무 재밌게 봐서 연출 방식을 관찰하고 싶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민식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도깨비불을 컴퓨터그래픽(CG) 없이 실제로 구현한 장 감독에 대해 “뚝심이 마음에 들었다. 똘똘한 막냇동생 같아서 뭐든 해주고 싶었다”며 “좋은 배우들 사이에서 튀지 않는 벽돌 한 장으로 딱 들어가는 것처럼 연기했다”고 했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연기를 했다는 최민식의 말대로 장 감독의 전작들처럼 하드코어한 오컬트물을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할 수 있다. 영화는 중간중간 실소를 터뜨리게 하며 완급 조절을 하기도 하고,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 배경을 가져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 덕에 오컬트물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즐길 수 있는 대중성을 갖추게 된 면도 있다. 돌비 애트모스 등 음향에 특화된 상영관에서 관람하면 몰입감이 배가된다. 낮고 깊게 울리는 기이한 소리가 귓전을 빙 둘러 날아갈 때는 정말 ‘험한 것’이 나를 스치고 지나간 것처럼 으스스하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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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막의 메시아’로 돌아온 티모테 샬라메… “액션 더 강렬해져”

    “영화 ‘웡카’의 초콜릿맨이 갑자기 ‘듄’의 우주에서 뭐 하는 거지’ 하고 관객들이 혼란스러워하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한국은 그 어느 곳보다 영화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가진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우리 영화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면 기쁠 것 같아요.” 현시대 미국 할리우드에서 가장 핫한 남자를 꼽으라면 바로 이 배우, 티모테 샬라메(29)가 빠질 수 없다. 한국에서도 두꺼운 팬층을 자랑한다. 그가 출연한 영화는 올 상반기 국내 극장가에서 주요 작품으로 내걸렸다. 영화 ‘웡카’는 260만 관객을 넘어서며 박스 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고, 이달 28일에는 그가 주연으로 활약한 ‘듄: 파트2’가 개봉된다. 21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듄: 파트2’ 기자간담회에 샬라메가 등장하자 장내엔 환호와 플래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국 브랜드 ‘준지’의 하늘색 점프슈트를 입고 나타난 그는 환한 미소로 “전 세계 어디보다도 크게 환대해 주셔서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듄: 파트2’는 한국에서 ‘듄친자(듄에 미친 자)’들을 양산하며 큰 사랑을 받았던 공상과학(SF) 영화 ‘듄’(2021년) 이후 3년 만에 나온 속편이다. 1965년 프랭크 허버트가 내놓은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연출은 ‘컨택트’(2016년), ‘블레이드 러너 2049’(2017년)의 드니 빌뇌브 감독이 맡았다. 파트2는 파트1보다 훨씬 더 흡입력이 있다. 전개 속도가 훨씬 빨라졌고, 빌뇌브 감독 특유의 미장센이 담긴 사막 모습이 스크린 위에서 눈부시게 펼쳐진다. 2시간 46분의 긴 러닝타임이지만 장대한 화면과 디테일에 빠져 있다 보면 쏜살같이 흘러간다. 거장 한스 치머가 맡은 영화음악 역시 영화의 몰입도를 높인다. 원작 소설의 팬인 그가 ‘팬심’을 다해 OST를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파트2는 황제의 모략에 빠져 멸문한 아트레이데스가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폴(티모테 샬라메)이 메시아로 거듭나는 여정을 담았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폴은 사막의 원주민 프레멘족을 만나 그들에게 생존법을 배우며 신뢰를 얻어가고, 프레멘족은 자신들이 기다리던 메시아가 폴이라 믿게 된다. 사람들의 맹목적인 숭배를 두려워하던 폴은 마침내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전쟁을 일으키며 권력을 손에 쥐기에 이른다. 빌뇌브 감독은 “원작에 최대한 충실하려고 노력했다. 원작은 카리스마가 넘치는 지도자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샬라메는 “전편에 비해 강인하고 액션이 굉장히 많다. 제 작품 인생을 통틀어 가장 힘든 작품이었다”고 했다. 이번 ‘듄’ 팀 내한에는 샬라메뿐 아니라 차니 역의 젠데이아, 페이드 로타 역의 오스틴 버틀러도 함께했다. 젠데이아는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MJ 역을, 버틀러는 영화 ‘엘비스’(2022년)의 엘비스 역을 맡은 톱배우들이다. 두 배우 모두 첫 한국 방문이다. 젠데이아는 “공항에서부터 받은 한국 팬들의 큰 환대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아직 다 읽지 못할 만큼 편지를 많이 받았다. 한국 과자도 많이 주셨다”며 웃었다. 버틀러는 “한국 영화를 전 세계에서 가장 좋아해서 한국에 꼭 와 보고 싶었다”고 했다. 샬라메는 2019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내한이다. 그는 전날 서울 종로구의 카페와 영등포구의 한우집 등에 나타나 서울을 즐기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됐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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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똥밭에서 피어난 청춘의 삶과 사랑

    “자네, 세계(世界)라는 말을 아나? 사랑하는 여자가 생기면 이 ‘세계’에서 당신이 가장 좋다고 말해줘.” ‘세계’라는 단어조차 없던 시대, 일본 최하층민들의 삶과 사랑을 그린 영화 ‘오키쿠와 세계’가 21일 개봉한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 등을 제치고 지난해 제97회 키네마준보 ‘일본 영화 베스트 10’ 1위에 오른 작품이다. 영화는 19세기 일본 에도시대 말기이자 근대화가 목전에 있던 때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배경으로 한다. 몰락한 사무라이 가문의 외동딸 오키쿠(구로키 하루)는 아버지와 함께 빈민가에서 산다. 어느 날 복수의 결투에서 아버지가 목숨을 잃고, 오키쿠는 목소리를 잃고 만다. 오키쿠의 곁에는 똥지게꾼 추지(간 이치로)가 있다. 에도에서 나오는 분뇨를 농가에 가져다 파는 추지는 글도 읽을 줄 모르는 천한 신분이지만 오키쿠를 향한 마음을 키워간다. 그의 동료 야스케(이케마쓰 소스케) 역시 온갖 괄시를 받지만 언젠가 이야기꾼이 되겠다는 꿈을 품고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간다. 일본의 베테랑 감독 사카모토 준지가 처음으로 도전한 흑백 시대극이다. 그는 분뇨를 밭에 뿌려 작물을 키우고, 그 작물이 식탁에 오른 뒤 또다시 분뇨가 되는 에도시대의 독특한 ‘순환 경제’에 대해 다뤄보고 싶었다고 한다. 동시에 오키쿠와 추지, 야스케를 통해 빈곤 속에서도 주어진 인생의 의미를 찾으며 살아내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스크린에 풀어냈다. 그는 “팬데믹을 거치며 희망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최하층의 사람들이 차별받으면서도 지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봤다”고 했다. 흑백 스크린에 담긴 오키쿠 역의 배우 구로키 하루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화장기 없는 말간 얼굴에 그림 같은 초승달 눈썹, 군더더기 없는 눈빛은 흑백 영화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한다. 야마다 요지 감독의 영화 ‘작은 집’으로 제64회 베를린 영화제에서 일본 최연소 여우주연상(은곰상)을 받은 실력파 배우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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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3대 보스턴미술관서 내달부터 한류 특별전

    미국 3대 미술관 중 하나인 보스턴미술관이 한국 대중문화를 다룬 특별 전시회를 연다. 한류를 중심으로 한 한국 대중문화 전시가 미국 3대 미술관에서 열리는 건 이례적이다. 보스턴미술관은 다음 달 24일부터 7월 28일까지 ‘Hallyu! The Korean Wave(한류! 코리안 웨이브)’ 전시를 연다고 17일(현지 시간)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는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함경아 작가 등의 현대미술 작품을 비롯해 한국 패션디자이너의 의상, 영화 소품, 포스터 등 250점이 전시된다. 미술관이 소장 중인 달항아리와 한복, 불교 경전함 등도 선보인다. 이와 함께 K팝과 한국 영화·패션·순수미술 등을 다루는 6개 특별강좌를 3∼5월 진행한다. 아쟁과 미국 블루스 기타 연주자의 협연도 준비했다. 미술관은 전시 소개에서 “오늘날 한국은 ‘기생충’처럼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영화, ‘오징어 게임’같이 시선을 사로잡는 드라마, 방탄소년단·블랙핑크처럼 차트 1위를 달리는 K팝 그룹의 음악을 만들어내는 문화 초강대국이자 세계적인 트렌드 세터”라고 했다. 이어 “불과 한 세기 전 한국은 일본의 점령과 한국전쟁을 겪으며 새로운 국가 정체성을 찾아 헤맸다. 한국 예술가들의 창의적인 작품들은 왕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과거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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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인에 안락사 권하는 국가… 괜찮겠습니까

    창을 통과해 얼굴에 내려앉는 햇빛, 공원에서 줄넘기하는 아이의 손 인사, 단정하게 정리된 집 안의 온기…. 이 모든 것을 몇 시간 뒤면 영영 볼 수 없다. 75세 이상 고령자에게 안락사를 지원하는 ‘플랜75’가 통과된 일본. 나이가 들어 더 이상 받아주는 일자리도, 의지할 가족도 없는 미치(바이쇼 지에코)는 생을 마감하기로 결심한다. 국가가 안락사를 권한다는 도발적인 주제로 제75회 칸영화제 황금카메라특별언급상을 받은 영화 ‘플랜75’가 7일 개봉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는 나라 중 하나인 한국에도 깊은 생각거리를 던진다. “넘쳐나는 노인이 나라의 재정을 압박하고, 그 피해는 전부 청년이 받는다. 노인들도 더는 사회에 폐 끼치기 싫을 것이다. 나의 이 용기 있는 행동을 계기로 진솔하게 논의하고 이 나라의 미래가 밝아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영화는 노인들을 무차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한 청년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그의 행동에 화답하듯 일본 정부는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자 고령자들의 안락사를 돕는 ‘플랜75’를 시행하기에 이른다. 78세인 미치는 호텔 청소를 하면서 근근이 생계를 꾸리고 있다. 하지만 어느 날 동료 노인 청소부가 근무 중 쓰러지고, 놀란 호텔 측은 고령자들을 한꺼번에 퇴사시킨다. 갑자기 일자리를 잃은 미치는 다른 일을 구해보려 노력하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다. 미치는 결국 ‘플랜75’에 가입하기로 하고 인생의 마지막 나날들을 보낸다. 영화는 2016년 일본 가나가와현에서 벌어진 장애인 시설 흉기 난동 사건에서 착안했다. 하야카와 지에 감독(47)은 “약자에 대한 관용이 점차 사라져 가는 일본 사회에 대해 분노감을 느꼈다”며 ‘플랜75’를 만든 계기를 설명했다. 초고령화의 길에 들어선 한국의 관객들에게도 영화는 깊은 인상을 줄 것 같다. 노인이 빈집에서 앉은 채로 고독사하고, 노인이라는 이유로 일자리를 얻을 수 없는 모습을 그린 장면들은 한국의 현실과 상당 부분 겹쳐진다. 영화는 날카롭게 묻는다. “이런 미래가 다가와도 괜찮겠습니까.”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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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묘한 측은지심’을 자아내는 남자… “마흔엔 내 우물에 뭐가 남아있을까”

    “우리 시대 젊은이들의 모습을 품고 있는 배우다. 기묘한 측은지심을 자아낸다.” 배우 최우식(34)에 대한 봉준호 감독의 평가다. 영화 ‘기생충’(2019년), 드라마 ‘그해 우리는’(2021년) 등 연이은 성공으로 어깨에 힘이 좀 들어갔을 법도 하건만 14일 만난 최우식은 여전히 측은지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눈빛엔 자신감보다는 걱정이, 고르는 단어엔 확신보다 불안이 먼저 묻어났다. 그는 자주 마른세수를 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 “잘 모르겠지만…”이라는 단서를 붙였다. 그는 앞으로 나아가면서도 두렵고 불안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자신이 걷는 길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 그 안에서 젊은이건 늙은이건 자신의 모습 한 조각을 찾게 된다. 봉 감독이 포착한 ‘기묘한 측은지심’이 바로 거기서 나오는 게 아닐까. 넷플릭스 드라마 ‘살인자ㅇ난감’에서 살인자 이탕 역을 맡은 배우 최우식을 1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우연히 악인을 감별하는 능력을 발견하게 된 대학생 이탕(최우식)과 그를 쫓는 장난감 형사(손석구)의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드라마 ‘살인자ㅇ난감’은 9일 공개된 이후 3일 만에 글로벌 TOP10 비영어권 TV 2위에 오르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 중심에는 평범한 대학생이었다가 연쇄살인범이 되는 이탕 역의 최우식이 있다. 그는 우연히 사고에 휘말렸다가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고 변화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무기력한 대학생 모습에서 악인들을 단죄하는 살인범까지 폭넓은 연기를 보여줬다. 선한 눈매와 호리호리한 체격 때문에 최우식은 데뷔 이후 발랄하고 무해한 역할을 많이 맡았다. 교복을 입는 학원물도 많이 찍었다. 그는 “(이미지 변신에 대한) 갈망이 계속 있었다. 말 타면서 총도 쏘고, 멋있게 샤워도 하고 싶고 했던 때가 있었다”며 웃었다. 하지만 20대를 거쳐 30대 중반으로 접어들며 태도가 조금은 달라졌다. “욕심이 제 발목을 잡았을 때도 있었던 것 같아요. 더 잘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런데 이제는 더 행복해지고 좀 더 즐기려고 해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여전히 고민과 걱정을 완전히 내려놓지 못하는 듯했다. “저도 이제 나이가 드는데 30대 후반, 마흔에는 제가 가진 우물에 뭐가 (남아)있을까. 그때는 제가 경험해 보지 않은 것들을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을까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하고요. 제가 맡은 역할을 앞으로도 보는 분들이 거부감 없이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앞으로의 고민인 것 같아요.(웃음)” 한편 ‘살인자ㅇ난감’을 연출한 이창희 감독은 극 중 범죄자인 형정국 캐릭터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연상케 한다는 논란에 대해 이날 “황당하고 어이없다”며 “개인의 정치 성향을 작품에 몰래 묻는 건 저열하고 비겁한 삼류 연출”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사가 챙긴 수익과 숫자가 같아 논란이 된 형정국의 죄수번호 4421에 대해선 의상팀이 무작위로 골랐고, 범죄자의 딸 이름은 스태프 이름에서 따왔다고 조목조목 반박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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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부금 기반 영화 무료관람 ‘페이 잇 포워드’… ‘사운드 오브 프리덤’으로 국내 극장가 첫선

    다른 사람이 기부한 돈으로 영화를 무료로 관람하는 ‘페이 잇 포워드(Pay It Forward)’ 모델이 국내에 처음 선보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모델을 적용한 영화는 21일 개봉하는 ‘사운드 오브 프리덤’으로, 아동 인신매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개봉 전 특별 상영회 2회차의 좌석판매율이 90%를 넘어서며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팬데믹 이후 극장이 좀처럼 되살아나지 않자 관객을 어떻게든 영화관으로 돌아오게 하려는 시도 중 하나다. 아동 성범죄 조직을 추적하는 미국 국토안전부 소속 정보요원 팀(짐 커비즐)의 이야기를 담은 ‘사운드 오브 프리덤’은 지난해 7월 북미에서 개봉한 이후 제작비 대비 1700%의 수익을 거둬들이며 흥행에 성공했다. 흥행의 중심에는 ‘페이 잇 포워드’ 제도가 있었다. 영화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플랫폼을 통해 기부하면 모인 기부금을 이용해 누구나 무료로 영화표를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결식아동에게 밥 한 끼를 선물하는 기부 프로그램과 비슷하다.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는 묵직한 작품에 릴레이로 관람과 기부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현재 전 세계 55개국에서 3060만 장의 티켓이 예매됐다. 이 같은 흥행에 한국 배급사 NEW가 CGV와 손잡고 영화의 국내 개봉에도 ‘릴레이 티켓 무료 상영회’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쿠폰을 발급받아 티켓을 예매하는 형식이다. 정식 개봉 전 첫 상영회가 있었던 7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과 서울 성동구 CGV왕십리 두 곳 모두 좌석판매율 90%를 넘었고, 14일 서울 구로구 씨네Q 신도림에서 열리는 상영회차 티켓도 거의 매진됐다. 앞서 7일 개봉한 영화 ‘도그데이즈’ 역시 CGV와 함께 ‘유기견 기부 상영회’를 열고 있다. 상영회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 중 일부를 동물자유연대의 유기동물센터에 기부한다. CGV용산아이파크몰 4관 벽면에는 유기견 사진전과 다양한 유기견의 사연을 만날 수 있는 ‘#함개살자’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영화와 기부를 연결하는 시도는 관객을 한 명이라도 더 극장으로 되돌리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극장을 방문한 전체 관객 수는 1억2514만 명으로, 팬데믹 이전 평균 연간 관객 수(2억2098만 명)의 56.6%에 그쳤다. 배급사 NEW 측은 “‘페이 잇 포워드’ 같은 새로운 시스템은 극장 관람 의지가 있는 모든 관객에게 폭넓게 열려 있다. 이 같은 시도를 계기로 더 많은 관객이 영화를 관람하는 선순환 환경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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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0대 돼서야 할 수 있는 특별한 작품”

    ‘현역 최고령 여배우’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김영옥(87)의 자세는 꼿꼿하고 눈빛은 형형했다. 계단을 힘겹게 내려오며 중얼중얼 볼멘소리를 했지만 질문이 잘 들리지 않자 일어서서 직접 다가가 귀를 기울였다. 그의 ‘최애’인 가수 임영웅 이야기를 할 때면 야문 입매에 미소가 번졌다. 나문희(83)는 자리에 앉자마자 노래를 흥얼거렸다. “머리 손질받다가 생각이 났다”며. 특유의 웃음소리가 금세 장내를 환하게 밝혔다. 지난해 12월 먼저 떠난 남편에 대해 묻자 심수봉의 ‘백만 송이 장미’ 가사를 말했다.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순수한 사랑, 나는 그런 꽃을 한 번 피워 본 것 같아요.” 삶의 끝자락에서 ‘존엄한 마무리’를 고민하는 노인들의 모습을 그린 영화 ‘소풍’이 7일 개봉했다. 배우 김영옥과 나문희가 ‘80대 여배우 투톱’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두 배우를 이날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라기보다 그냥 흘러온 우리들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그리지 않았나 해요. 제일 중요한 건 내가 나를 다스릴 수 있는 건강이겠죠. 아프고 거동을 못 하게 될 때의 불행은 대처할 길이 없다는 걸 영화에서 보여주지 않았나 합니다.”(김영옥) 김영옥은 ‘소풍’에서 평생 밭일을 하며 가족들을 돌본 금순 역을 맡았다. 연로한 금순은 허리가 말을 듣지 않아 점점 아침에 몸을 일으키기 어려운 날이 많아진다. 아직 걸을 수 있을 때 금순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16세 때부터 가까이 지낸 고향 친구이자 사돈지간인 은심(나문희)을 만나러 상경한다. 돈이 궁해진 아들이 은심의 집을 팔자고 찾아온 날, 두 사람은 훌쩍 고향인 경남 남해로 돌아와 소풍 같은 시간을 보낸다. 김영옥은 드라마, 영화 등 총 200여 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자타가 인정하는 ‘일중독’이다. 같은 날 개봉한 영화 ‘도그데이즈’의 배우 윤여정이 그를 롤모델로 꼽았다. 그는 “황감하다”며 67년 동안 연기를 한 원동력에 대해 “자아도취”라며 웃었다. “거절해야지 하다가도 대본을 읽으면 미친 사람처럼 ‘이건 해야겠구나’ 해요. ‘내가 안 하면 다른 사람은 이거 표현 못 할걸’ 하는 오만도 있고요.” 그런 김영옥에게도 ‘소풍’은 80대 후반이 돼서야 할 수 있는 특별한 작품이었다. 그는 “배우로서 영화에서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다루는 ‘존엄사’에 대해 “이제는 좀 (공개적으로) 다루면 좋겠다. 의료 행위로만 삶을 끌고 있는 건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문희도 ‘소풍’과 여러모로 인연이 깊다. 그와 20년 넘게 일한 매니저의 아내가 각본을 썼고, 절친 김영옥과 함께 출연하기 위해 5년을 기다렸다.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지난해 영화를 찍는 동안 남해와 부산에서 묵었는데 그사이 남편의 건강이 악화됐다. 남편은 영화 촬영이 끝나고 7개월 뒤인 지난해 12월 세상을 떠났다. 나문희는 “영감을 보면서 많이 느꼈다. 아픈 몸으로 한없이 누워 있는 지옥으로 사람을 보내지 말아야 한다. 회복이 힘들 때는 연명 치료 없이 해방됐으면 한다”고 했다. 나문희는 “이제 영감도 없고 날개를 달았다. 그냥 그 자리에서 연기하다가 죽어도 되는 팔자”라고 농담했다. 63년을 연기했는데 여전히 “하면 할수록 요술봉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하며 눈을 반짝였다. “‘소풍’은 길고 힘든 인생과 현실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그저 카메라가 (그 현실을) 보여줬을 뿐이에요. 모든 할머니들이 주저앉지 말고 자꾸 많은 걸 시도해 보면 좋겠습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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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셀린 송 “한국의 ‘인연’ 정서 세계가 공감해 행복”

    “‘패스트 라이브즈’는 겉으로만 한국적인 영화가 아니라 한국적인 철학과 이데올로기가 깊이 들어 있는 영화입니다. 열두 살까지 한국에서 자란 제 안의 것들이 자연스럽게 나왔기 때문일 거예요.” 데뷔작 ‘패스트 라이브즈’로 제9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각본상 후보에 오른 셀린 송 감독(36·사진)이 상기된 얼굴로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6일 한국 언론과 처음 화상으로 만난 자리에서 송 감독은 아카데미 수상 후보에 오른 것에 대해 “믿기 어려운 영광”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품의 주제인 ‘인연’이라는 단어는 한국에선 누구나 알지만 이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모른다. 많은 관객들이 인연이라는 단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느끼는 모습을 볼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한국에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두 남녀가 20년 만에 미국 뉴욕에서 재회하게 되면서 인생과 인연의 의미를 돌아보게 된다는 내용이다. 한국에서는 다음 달 6일 개봉한다. 송 감독은 ‘패스트 라이브즈’의 성공에 대해 영화 ‘기생충’(2019년)이 길을 열어줬다고 말했다. 그는 “‘기생충’이 한국어로 된 영화지만 (아카데미)상을 받으면서 자막이 있는 영화를 대중적으로 볼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했다. ‘패스트 라이브즈’와 더불어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처럼 한국계 미국인들의 콘텐츠가 인정받는 것에 대해서는 “‘이민자’라는 정체성은 한국적 요소와 연결되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다. 살면서 시간과 공간을 옮기는 것은 모두가 할 수 있는 경험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송 감독은 영화 ‘넘버3’(1997년) 송능한 감독의 딸이기도 하다.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것에 대한 아버지의 반응을 묻자 “진짜 재밌고 특이한 에피소드를 이야기하고 싶은데 없다”며 “그냥 온 가족이 너무 신나고 좋았다”며 웃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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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친 병원비 위해 데뷔한 ‘한국의 그레고리 펙’

    ‘원조 조각 미남 배우’로 1960, 70년대를 주름잡은 배우이자 홍정욱 전 국회의원의 부친인 남궁원(본명 홍경일) 씨가 5일 별세했다. 향년 90세. 1934년 경기 양평에서 태어난 고인은 한양대 화학공학과 재학 중 어머니의 암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영화계에 발을 들였다. 1958년 영화 ‘그 밤이 다시 오면’으로 데뷔한 이후 ‘독립협회와 청년 이승만’(1959년), ‘빨간 마후라’(1964년), ‘장한몽’(1969년), ‘화녀’(1971년) 등 345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단연 주목받은 것은 고인의 출중한 외모였다. 180cm가 넘는 큰 키에 짙은 눈썹, 날렵한 턱선을 지녀 ‘한국의 그레고리 펙’이라 불렸다. 대학 시절부터 영화 출연 제의가 쏟아졌다고 한다. 고 신상옥 감독은 생전 고인을 “외국의 미남 배우와 견주어도 모자랄 것이 없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너무 잘생겼던’ 탓일까. 반듯한 모범생, 풍채 좋은 호남 등 주어진 배역의 폭이 그리 넓지 않았다. 고인 스스로도 훗날 “임금보다는 머슴, 007보다는 빨갱이 역을 맡고 싶었다”며 아쉬워했다. 고인은 임권택 감독의 ‘풍운의 검객’(1969년), 이만희 감독의 ‘여섯 개의 그림자’(1969년), 이두용 감독의 ‘내시’(1986년) 등으로 연기 변신을 꾀하기도 했다. 김진규, 신성일, 최무룡 등 내로라하는 당대 스타들과 인기를 겨뤘다. 2011년 방영된 SBS 드라마 ‘여인의 향기’는 고인이 출연한 유일한 TV 드라마이자 유작이다. 한국영화인총연합회 회장, 한국영화배우협회 회장, 한국영화배우 복지회장 등을 지냈고 2016년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연기 인생만큼 고인의 ‘자식 농사’도 관심을 받았다. 고인은 홍 전 의원을 비롯해 세 남매를 모두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에 보냈다. 고인은 생전 방송 인터뷰에서 “(톱 배우였지만) 경제적 압박이 심했다. 자식을 위해 밤무대 행사를 했다”고 털어놨다. 서울에서 일하면 훗날 자식들에게 누가 될까 봐 지방 나이트클럽을 찾아다녔다고 한다. 홍 전 의원은 “미국에서 유학하던 시절 틈을 내 국내 배낭여행을 하던 중 우연히 아버지의 밤무대 출연 포스터를 발견하고 큰 충격에 빠졌다”며 “아버지는 TV에도 출연하지 않을 정도로 영화에 대한 자긍심이 강한 분이셨는데, 아들 학비를 마련하고자 밤무대에서 노래를 부르셨던 것”이라고 돌아보기도 했다. 고인은 최근 수년간 폐암 투병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장례는 고인의 뜻에 따라 영화장이 아닌 가족장으로 치른다. 유족으로는 아내 양춘자 씨와 아들 정욱 올가니카 회장, 딸 나리 성아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발인은 8일 오전 9시 반. 02-3010-2000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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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슷하지 않은 사람 배제하는 문화 문제…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들 계속 그려갈것”

    “영화 ‘괴물’은 지금까지 만든 제 어떤 작품보다도 제작진과 배우들이 가장 잘해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긴 하지만, 지금까지 상영될 거라고는 솔직히 생각하지 않았어요.” 영화 ‘괴물’ 홍보차 내한한 일본 영화계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62·사진)이 웃으며 말했다. ‘괴물’은 지난해 11월 개봉한 뒤 두 달째 상영관을 지키며 최근 50만 관객을 돌파했다. 팬데믹 이후 극장 상영 기간이 짧아진 최근 영화관 분위기를 감안하면 이례적인 롱런이다. ‘괴물’은 고레에다 감독 영화 중에선 한국 배우들이 주연한 ‘브로커’(2022년·126만 명)를 제외하고는 한국에서 가장 흥행한 작품이다. 또 최근 15년 동안 개봉한 일본 실사 영화 중 두 번째로 많은 관객이 관람했다. 5일 서울 강남구 스튜디오앤뉴에서 열린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고레에다 감독은 한국 팬들의 성원에 대해 “(관객과의 대화에서) 뜨거운 질문들이 끊임없이 나와서 매우 충실한 시간을 보냈다. 한국 관객들 연령대가 굉장히 낮다고 느낀다”고 했다. 그는 ‘브로커’로 경험한 한국의 영화 제작 환경에 대해서도 “일본보다 굉장히 잘 갖춰져 있다. 현장이 매우 풍요롭고 매력적이다. 노동시간 관리 등에서도 잘 관리되고 있어 일본이 뒤처져 있다고 느꼈다”고 했다. ‘괴물’은 싱글맘 사오리(안도 사쿠라)와 사오리의 아들인 11세 미나토(구로카와 소야), 그의 친구 요리(히이라기 히나타)와 아이들의 담임교사 호리(나가야마 에이타)의 시선으로 흘러간다. 어느 날 몸에 상처가 나 있고 이상한 행동을 하는 미나토를 본 사오리는 담임교사 호리에 의한 학교 폭력을 의심한다. 호리는 결백을 주장하지만 교장 선생님은 “진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사과를 강요한다. 미나토와 요리의 시선이 시작될 때 비로소 상황의 전말이 드러난다. 우리를 ‘괴물’로 만드는 것은 편견과 오해, 편협함이라는 것을 영화가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방식으로 풀어낸 수작이다. 지난해 제76회 칸 영화제 각본상을 받았다. 고레에다 감독은 일본의 ‘동조 압력’ 문화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모두 비슷해야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배제하는 일본의 문화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괴물’에서도 두 소년에게 자연스럽게 ‘정상’을 압박하는 장면이 여럿 등장한다. “한국이 새롭게 변화하는 것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는 사회라면 일본은 변하지 않는 것의 가치를 더 중시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변화를 이끌어가는 돌파구를 여는 게 쉽지 않죠. 저는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들을 계속해서 영화 속에서 그려가고 싶습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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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인처럼 그리워하라”… ‘코리안 디아스포라’ 콘텐츠 열풍[인사이드&인사이트]

    《 ‘패스트 라이브즈’, ‘성난 사람들’, ‘파친코’, ‘미나리’…. 최근 한국인 이민자들의 정체성이 담긴 ‘코리안 디아스포라’ 콘텐츠들이 문화계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그동안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변방에 있던 한국 콘텐츠가 주목받으며 한국 이민자들에 대한 시선도 깊이를 더하고 있다. 이방인으로서의 서러움을 인종차별로 풀어내는 것을 넘어 그리움, 분노 같은 정서로 풀어내는 것도 특징이다. 한국적 특수성을 내세우며 색다름을 강조하던 과거를 넘어 누구라도 이해할 만한 보편적 감수성을 건드리며 공감대를 넓히고 있는 것이다.》 ● 한국인 이민자의 삶 입체적으로 그려최근 해외에서 인정받는 한국 관련 콘텐츠는 이민 1.5세대 혹은 2세대가 현지에서 만든 작품들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처럼 토종 한국 콘텐츠가 부상하면서 한국계 외국인들이 제작한 콘텐츠도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BEEF)’이 대표적이다. 이 작품의 각본을 쓰고 연출, 제작을 맡은 이성진 감독은 한국에서 태어나 생후 9개월 때 미국으로 이주한 이민 1.5세대다. 이 감독은 10대 시절 한국식 이름에 부끄러움을 느껴 ‘소니(Sonny)’라는 미국식 이름으로 바꿀 정도로 정체성 갈등을 겪었다. 이런 그의 고민을 반영하듯 ‘성난 사람들’은 미국 사회에 만연한 이민자들의 분노를 포착했다. 특히 극 중 한국계 ‘대니’(스티븐 연)가 설렁탕과 라면을 즐기고, “교회에서 좋은 한국 여자를 만나라”는 엄마의 성화를 듣는 등 한국계 이민자들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한국에서 유년 시절을 함께 보낸 남녀가 20년 만에 미국 뉴욕에서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도 12세 때 캐나다로 이민을 떠난 셀린 송 감독이 연출했다. 송 감독은 데뷔작인 이 영화로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오르는 이례적인 성과를 거뒀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고향을 떠나 미국에 정착한 이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송 감독은 아카데미 후보 지명 후 인터뷰에서 “나는 캐나다인이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성난 사람들’과 ‘패스트 라이브즈’ 모두 한국계 미국인 혹은 캐나다인의 시각에서 한국 이민자의 정체성을 담아낸 공통점을 지닌다. 특히 최근의 코리안 디아스포라 콘텐츠는 백인 주류 사회의 한국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에 한국계 배우들은 무술을 잘하는 과묵한 인물이나 소심한 너드(nerd·괴짜), 돈만 밝히는 수전노와 같은 캐릭터로 주로 소비돼 왔다. 배우 이병헌이 영화 ‘지.아이.조’(2009년)에서 선악을 따지지 않고 주어진 임무만 기계적으로 수행하는 용병을 연기한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역사적 맥락에서 한국 이민자들의 삶을 입체적으로 조명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가난에 쫓겨 미국으로 온 한국 이민자 1세대를 다룬 영화 ‘미나리’나 재일 한인 교포들의 애환을 다룬 드라마 ‘파친코’가 대표적이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서양인들이 동양인을 그린 작품과 달리 한국계 감독이 찍고, 한국계 배우가 연기한 작품은 한국적 감정을 주체적으로 그린다”고 평가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성난 사람들’과 ‘패스트 라이브즈’는 서양 창작자들이 한국인에게 지닌 일종의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할리우드 ‘다양성’ 추구도 영향코리안 디아스포라 콘텐츠의 성공에는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다양성’을 추구하는 미국 내 분위기도 한몫했다. 미국 사회에서 인종, 성별 등 ‘정치적 올바름’(PC)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2021년 미국 골든글로브에서 영화 ‘미나리’가 한국어로 극이 전개된다는 이유로 작품상이 아닌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르자 아시아계 작품 홀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미국 아카데미는 2022년 남우조연상에 영화 ‘코다’의 미국 농아인 배우 트로이 코처를, 여우조연상에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성소수자이자 라틴계 흑인 배우인 아리아나 더보즈를 선정했다. 아카데미는 올 3월부터는 최고상인 작품상 수상 자격에 ‘다양성’ 기준을 추가했다. 영화 내용이나 제작, 마케팅 방식 등 영화 제작 전반에 걸쳐 인종·성별 다양성을 고려해야 작품상 후보에 오를 수 있게 된 것이다. 송 감독이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로 아카데미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오른 것도 다양성 추구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아카데미가 2023년 뮤지컬·코미디 영화부문 여우주연상을 중국인 이민자를 다룬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말레이시아 화교 배우 양쯔충(양자경)에게 수여했다. 미국 영화계에서 다양성은 필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한국 콘텐츠가 흥행하면서 인지도와 친밀도가 높아졌다는 점도 거론된다. 2020년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한 데 이어 이듬해에는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 인기를 누렸다.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등 K팝 그룹이 미국 빌보드를 휩쓴 것에 더해 대중문화적 파급력이 높아졌다. 이혁상 디아스포라영화제 프로그래머는 “한국이 수년간 쌓아온 콘텐츠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코리안 디아스포라가 주목받고 있다”며 “특히 세계적으로 인종, 나이, 성별, 장애 등 문화 다양성의 기조가 강조된 점도 성공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편적인 주제 의식으로 공감을 끌어내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한(恨)’과 같은 한국적 정서를 강조하는 것을 넘어 분노, 향수 등 세계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주제를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파친코’를 연출한 저스틴 전 감독은 지난해 10월 부산 해운대구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열린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 코리안 디아스포라’ 기자간담회에서 “이민자 이야기는 각자의 섬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현대인들이 나 혼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며 “‘성난 사람들’이 대단한 건 이민자의 삶을 통해 현대인이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코리안 디아스포라 문학도 주목코리안 디아스포라 열풍은 출판, 문학계에도 불고 있다. 특히 그동안 주로 작품성으로만 인정받은 코리안 디아스포라 문학이 영화, 드라마로 제작되면서 전방위적 관심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작품이 7세 때 서울을 떠나 뉴욕에 정착한 한국계 미국 작가 이민진이 쓴 장편소설 ‘파친코’다. 2022년 애플TV플러스에서 공개를 시작한 동명의 드라마가 세계적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소설이 미국 온라인 서점 아마존북스에서 종합 베스트셀러 70위에 올랐다. ‘파친코’의 성공 이후 연달아 영미 문학계에선 다양한 코리안 디아스포라 작품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계 미국 작가 조지프 한(한국명 한요셉)의 장편소설 ‘핵가족’(위즈덤하우스)은 2022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올해의 책’에 선정됐다. 이 작품은 미국 이민 2세대인 주인공이 6·25전쟁을 겪은 할아버지의 흔적을 따라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계 미국 작가 미셸 조너가 자신의 성장 과정과 엄마가 해주던 한국 음식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에세이 ‘H마트에서 울다’(문학동네)는 2021년 미국에서 출간된 뒤 아마존북스 아시안&아메리칸 분야 1위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코리안 디아스포라 콘텐츠가 이민자처럼 주류 사회에서 소외된 빈곤층이나 성소수자 등의 관점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크다고 분석한다. 이형권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국제한인문학회장)는 “다수자와는 다른 소수자만의 생각과 느낌을 살려낼 때 코리안 디아스포라 콘텐츠는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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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리바리한 살인범의 초능력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평범하게 살아가던 대학생이 어느 날 살인사건에 연루된다. 밤마다 죽은 사람이 꿈에 나와 다크서클이 볼까지 내려오고, 살인한 게 발각될까 두려움에 떨며 방바닥에 누워 잡혀 가기만을 기다린다. 그런데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간다. 자신이 죽인 남자가 알고 보니 흉악한 살인사건의 진범이었던 것. 악인을 감별하는 능력을 우연히 발견하게 된 주인공 이탕(최우식)과 그를 쫓는 형사 장난감(손석구)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드라마 ‘살인자ㅇ난감’이 9일 공개된다. 넷플릭스가 이번 설 연휴를 겨냥해 내놓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총 8부작이다. ‘살인자ㅇ난감’은 평범한 대학생 이탕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그의 하루는 특별할 것이 없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매일 진상 손님들을 상대하고, 편의점 사장은 착한 그에게 아르바이트 대타를 서 달라고 부탁하기 일쑤다. 하지만 그의 일상은 하루아침에 산산조각 난다. 무차별 폭행을 퍼붓는 취객에게 맞서다가 그만 그를 죽이고 만 것. 하지만 다음 날 상황은 묘하게 해결된다. 탕이 죽인 남자의 시신과 가까운 곳에서 또 다른 시신이 발견되고, 경찰은 두 사람이 다투다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결론 내린다. 더욱이 기가 막히게도 탕이 죽인 남자의 DNA를 분석해보니 그가 미제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이었다는 게 밝혀진다. 자신이 ‘죽어 마땅한 사람’을 감별하는 능력을 가졌다는 걸 알게 된 탕은 적극적으로 악인들을 찾아 나서고, 형사 장난감(손석구)은 탕의 정체를 쫓는다.영화 ‘기생충’(2019년)의 장남 기우 역으로 세계에 얼굴을 알린 배우 최우식이 탕 역을 맡았다. 말간 피부에 호리호리한 몸매, 처진 눈꼬리를 가진 그와 살인범이 언뜻 잘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하지만 죄책감에 야위어 가는 모습이나, 황당하게 흘러가는 상황 속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어리바리한 살인범’의 모습이 묘한 동정심을 일으킨다. 자신의 능력을 알게 된 뒤 서늘하게 흑화하는 그의 눈빛에서는 무자비한 악역 ‘귀공자’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영화 ‘마녀’(2018년)의 모습이 스친다.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2019년)와 영화 ‘사라진 밤’(2018년)을 만든 이창희 감독이 연출했다. 이 감독은 “최우식이라면 살인을 저질렀어도 그의 말도 들어봐야 할 것 같은 따뜻한 인간미가 있다”며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일각에선 살인과 사적 응징을 미화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감독은 “미화라면 살인범들이 행복하게 끝날 텐데 저는 항상 살인범에게 ‘과연 이게(이 방법이) 맞는지’ 정의(正義)에 대해 묻는다”고 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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