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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럽에 공급하는 천연가스관 밸브를 잠글 때마다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는다. 러시아가 유럽에 가스 공급 감축을 처음 선언한 지난해 9월부터 우리가 수입하는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은 오르기 시작했다. 러시아가 올 7월 독일로 이어진 가스 수송용 파이프라인 노르트스트림1을 통한 공급 물량을 평소보다 80% 줄였을 땐 우리 가스 수입단가가 6월 t당 762달러(약 108만 원)에서 7월 1032달러(약 147만 원)로 35% 올랐다. 올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푸틴 대통령이 유럽을 상대로 ‘가스 밸브 잠그기’를 하며 보복하는 상황은 우리 에너지 안보에도 위협인 것이다. 유럽은 겨울을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전체 천연가스 수입량 중 40%를 러시아산 ‘파이프라인 천연가스(PNG)’에 의존하던 유럽은 내년 3월경 가스 비축량이 바닥날 것으로 보인다. 가스 수급 위기는 가스비 폭등으로 난방 등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이고 생산원가 상승으로 다른 생필품 물가까지 끌어올리며 인플레이션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유럽 각국은 필사적으로 다른 수입처를 통한 LNG 확보에 나서면서 우리와의 가스 쟁탈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가스비 상승 인플레 자극…유럽 초비상 유럽 천연가스 가격 시세를 보여주는 네덜란드 TTF 가스 선물 가격은 지난해 1월 1MWh(메가와트시)당 약 13유로에서 올 8월 26일 무려 26배인 340유로까지 치솟았다. 이후 다소 진정돼 최근 80∼90유로까지 떨어졌으나 언제든 폭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벨기에 싱크탱크 브뤼헐은 이달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1년 전보다 265% 오른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가스비 상승은 전력 단가 상승→공장 가동 비용 상승→생산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불러온다. 각국 정부는 가스 위기로 더욱 가중되는 인플레이션과 민심 악화를 막기 위해 천문학적인 재정을 풀어 난방비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독일은 2642억 유로(약 377조 원)를 에너지 비용 안정화에 투입했다. 국내총생산(GDP)의 7.4%에 달하는 규모다. 영국은 970억 유로(약 138조 원), 프랑스도 716억 유로(약 102조 원)를 투입한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스프롬의 알렉세이 밀레르 최고경영자(CEO)는 13일 “유럽의 현재 비축량은 91%지만 내년 3월에 5%로 떨어질 것이다”라며 “이번에는 살아남더라도 2023, 2024년 겨울에 무슨 일이 일어나겠는가. 결코 단기간에 끝날 일이 아니다”라고 협박성 발언을 했다. 러시아는 지난해부터 유럽의 숨통을 조이기 시작했다. 유럽연합(EU)이 안보 우려를 이유로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개통 승인을 내주지 않자 가스프롬은 지난해 8월 유럽에 대한 공급 감축을 선언했다. 폴란드를 경유하는 ‘야말-유럽 가스관’도 지난해 12월 공급을 끊었다.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에는 본색을 드러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러시아에 맞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자 에너지 무기화 전략을 본격화했다. 6월에 독일로 향하는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의 공급량을 평상시의 60% 수준으로, 7월에는 20% 수준으로 줄였다. 8월에는 노르트스트림1을 완전히 잠갔고, 프랑스에 대한 가스 공급도 중단했다.○ 유럽은 어쩌다 러시아의 볼모가 됐나유럽의 전체 천연가스 수입량 중 러시아산 비중은 40%에 달한다. 유럽은 어쩌다 러시아에 가스 수급을 의존하게 됐을까. 세계 3대 산유국인 러시아는 1900년대 전부터 유럽에 석탄과 석유를 공급해 왔다. 그러다 1939년 제2차 세계대전 발발로 소련의 석탄 시설들이 독일 나치군의 집중 공격을 받게 되자 석탄 대신 가스를 채굴해 수출할 방안을 모색했다. 1965년 체코슬로바키아를 시작으로 1968년 오스트리아, 1969년 이탈리아, 1970년 독일, 1971년 핀란드, 1972년 프랑스가 줄줄이 소련과 가스 수입 협약을 맺었다. 당시 러시아산 PNG는 가격 경쟁력이 높았다. 냉전의 한 축인 소련과 관계를 개선해 보려는 유럽의 정치적 고려도 있었다. 당시 서독은 공산주의 국가였던 동독과 통일하려면 소련의 지지가 필수적이었다. 1973년 중동발 ‘석유 파동(오일쇼크)’은 러시아산 가스의 입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아랍이 석유 수출을 중단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낀 유럽은 러시아산 가스 수입 비중을 높였다. 러시아는 대규모 가스관을 건설하는 데 필요한 강관(파이프 형태의 철강 제품)을 만드는 기술이 부족했는데 독일 등 유럽의 제조 강국들이 양질의 강관을 러시아에 수출했다. 러시아는 그 강관으로 가스관을 깔아 유럽에 PNG를 공급하며 ‘공생(共生) 관계’를 맺었다. 여기에 1986년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붕괴 사고, 2000년대 유럽이 주도한 탈(脫)탄소 정책이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그 결과 1970년대 초만 해도 독일의 전체 가스 수입량 중 러시아산 비중은 10%가 안 됐지만 지난해 49%로 늘었다. 튀르키예 국영 통신사 아나돌루 아잔스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산 가스 수출량의 83%가 유럽과 튀르키예로 향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소더경영대학원의 애덤 팬크래츠 교수는 “유럽에도 가스가 매장돼 있지만 환경과 비용을 이유로 이를 채굴하지 않고 러시아에 의존해 왔다. 비상 계획도 마련해 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불붙은 ‘LNG 확보 전쟁’ 한국에 불똥유럽이 뒤늦게 다른 천연가스 수입처를 찾아 나서면서 국가 간 LNG 확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국제 원자재 시장 분석 기업 독립상품정보서비스(ICIS) 자료에 따르면 3∼9월 EU와 영국의 LNG 수입량(러시아산 제외)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 늘었다. 미국은 LNG 수출 물량 중 상당수를 유럽으로 돌리고 있다. 노르웨이의 에너지 시장 조사 회사 뤼스타에너지에 따르면 1∼9월 미국은 전년 대비 13%가 늘어난 총 6190만 t의 LNG를 수출했다. 미국은 호주, 카타르에 이어 세계 3위 수출국이다. 미국은 1∼9월 수출 물량의 절반 이상인 3510만 t을 유럽으로 보냈다. 지난해보다 160% 늘어난 규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인 3월 “유럽에 공급하는 천연가스를 지난해보다 150억 m³ 더 늘리겠다”고 했다. 이는 LNG 1100만 t에 해당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이 올 1∼9월에 작년보다 늘린 유럽 수출 물량이 이미 2160만 t에 달해 약속을 지킨 셈”이라며 “반면 미국의 아시아 수출은 50% 줄었다”고 전했다. 한국은 전체 천연가스 수입의 64%를 미국, 호주, 카타르 등 3개국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뿐 아니라 카타르 역시 유럽에 대한 LNG 수출을 늘릴 계획이다. 호주는 유럽의 수요 증가로 LNG 재고가 급감하자 가스 수출 자체를 줄일 방침이다. 양의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원장은 “한국은 가스를 수입할 때 장기 계약을 하기 때문에 당장 가격이 크게 요동치진 않더라도 사태가 장기화하면 장기 계약 물량의 가격도 상당히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 10월 가구당 가스비 5400원↑유럽발 가스 위기 여파는 이미 우리나라에 미치고 있다. 한국은 일본에 이어 세계 2위 LNG 수입국이다. 소비 에너지원의 약 18%가 천연가스다. 한국의 LNG 수입단가(현물 기준)는 지난해 9월 t당 571달러(약 81만 원)에서 올 9월 1465달러(약 208만 원)로 157% 뛰었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LNG JKM(한국과 일본 시장의 LNG 가격지표) 선물 가격의 경우 25일 종가 기준 MMBtu(열량 단위)당 31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초 10달러 안팎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3배가 넘는다. 국내 천연가스 수입의 80%를 담당하는 한국가스공사의 경우 대부분 수입 물량을 장기 계약으로 맺어놓은 상태지만 이 또한 가격이 변한다. 가격을 특정하지 않고 상한선과 하한선을 설정해 놓는 식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가에 따라 가격이 바뀔 수 있다는 조항이 있는 경우도 있다. 각 가정에 날아드는 가스 요금 고지서에도 파장이 반영되고 있다. 도시가스 요금은 국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스 가격에 따라 바뀌는 ‘원료비(기준원료비+정산단가)’에 도소매 공급업자의 공급 비용 및 투자, 보수 비용을 더한 ‘도소매 공급비’를 더해 구성된다. 이달 각 가정의 평균 가스 요금은 기준원료비 인상분 4600원, 정산단가 인상분 800원이 반영돼 총 5400원이 올랐다. 서울의 경우 월평균 3만3980원이었던 도시가스 요금이 3만9380원으로 올랐다. 여기에 ‘달러 강세’도 악재로 작용했다. 수입 대금을 달러로 지불해야 하는데 원화 가치가 떨어진 만큼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 9월 가스 수입액은 67억5800만 달러(약 9조6099억 원)로 지난해 9월 25억4700만 달러(약 3조6218억 원) 대비 165% 늘었다. 일각에서는 현재 30달러 수준인 JKM 가격이 70달러(약 10만 원)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환율 급등으로 LNG 수입단가가 계속 오르고 있는 것이 주원인”이라고 밝혔다. 가스 수입단가는 7월부터 오르고 있었는데 가스 요금에 바로 반영되지는 않았고 이 때문에 회수하지 못한 ‘미수금’이 사상 최대치인 5조1000억 원까지 늘어난 상태다. 미수금이란 가스공사가 수입한 LNG 대금 중에서 각 가정의 요금 납부로 회수하지 못한 차액을 말한다. 즉, 가스공사가 진 ‘빚’이다. 이는 내년에 12조6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수금이 계속 늘어나면 겨울철 가스 조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요금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지금의 가스 수급 위기는 올겨울을 넘긴다 해도 내년이 문제다.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 3위 천연가스 소비국인 중국이 최근 경기 침체로 발전, 공장 등의 가동률이 낮지만 내년에 정상화되면 LNG 소비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영국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현재 90% 이상인 유럽 천연가스 비축량은 내년 2, 3월이면 25∼30% 수준으로 떨어진다. 독일 싱크탱크 베른슈타인 리서치는 “유럽이 사용하는 모든 러시아산 가스를 LNG로 교체하려면 연간 1억1200만 t이 필요하다. 이는 전 세계 공급량의 3분의 1”이라고 분석했다. 파티흐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25일 “전 세계가 처음으로 진정한 에너지 위기에 진입했다”고 말했다.QR코드로 접속하시면 유럽의 가스 위기가 한국의 10월 가스 요금을 어떻게 끌어올렸는지 쉽게 설명한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사진)이 밥 우드워드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장에게 ‘아무도 듣도 보도 못한 핵무기를 미국이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우드워드 부편집장은 25일 미 CNN 방송에 출연해 이날 출간된 오디오북 ‘트럼프 테이프(The Trump Tapes)’ 음성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트럼프 테이프는 우드워드 부편집장이 2020년 임기 말 트럼프 전 대통령과 진행한 인터뷰 20편 속 음성을 고스란히 담았다. 이날 공개된 음성 파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는 이 나라에서 여태껏 아무도 가져 보지 못한 무기 체계를 구축했다”며 “우리(미국)는 당신이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무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에게는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중국 국가주석)도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것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 발언을 검증하기 위해 취재하던 우드워드 부편집장에게 한 소식통은 매우 놀라며 “사실이다. 시진핑과 푸틴은 이것을 알지 못할 것”이라며 “하지만 트럼프는 왜 이를 떠벌리고 다니는가”라고 되물었다고 한다. 우드워드 부편집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언급한 새로운 핵무기 체계가 어떤 것인지는 방송에서 밝히지 않았다. 우드워드 부편집장은 2020년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인터뷰 19편을 정리한 책 ‘격노(Rage)’에서 소개된 내용들의 트럼프 전 대통령 육성을 이번 오디오북에서 처음 공개했다. 우드워드 부편집장은 “트럼프의 음성을 듣는 일은 글로 적힌 인터뷰를 읽거나 TV 또는 인터넷에 올라온 짤막한 영상을 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라고 설명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사진)이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차별 조항을 담은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관련해 “한국의 우려를 고려하긴 하겠지만 법에 나온 대로 시행하겠다”고 24일(현지 시간)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정부에 로비하는 외국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차 보조금 제한이 풀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여기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옐런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IRA) 관련 한국과 유럽의 우려에 대해 많이 들었고, 우리는 이를 분명히 고려할 것”이라면서도 “법이 그렇게 돼 있다. 우리는 법에 쓰인 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관련 규정 성문화 초기 단계”라며 “한국과 유럽 측의 우려와 관련해 무엇이 실행 가능한 범위에 있는지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차별 조항을 담은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관련해 “한국의 우려를 고려하긴 하겠지만 법에 나온 대로 시행하겠다”고 24일(현지 시간)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정부에 로비하는 외국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차 보조금 제한이 풀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여기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옐런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IRA) 관련 한국과 유럽의 우려에 대해 많이 들었고, 우리는 이를 분명히 고려할 것”이라면서도 “법이 그렇게 돼 있다. 우리는 법에 쓰여진 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관련 규정 성문화 초기 단계”라며 “한국과 유럽 측의 우려와 관련해 무엇이 실행 가능한 범위에 있는지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앞서 4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으로부터 “한미 간 솔직하고 열린 마음으로 (IRA 관련) 협의를 지속해 나가겠다”는 친서를 받았다. 옐런 장관의 이날 발언으로 한국 측의 우려가 수용될지 불투명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미 재무부가 IRA의 구체적 지침을 제정 중이지만 이들의 재량권은 한정적”이라고 전했다. 미 재무부는 다음달 4일까지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올해 말 IRA 시행 규칙을 마련할 계획이다. 신아형기자 abro@donga.com}

기후변화에 맞선 활동가들이 독일 포츠담 바르베리니박물관에 전시된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1840~1926)의 대표작 ‘건초더미’에 으깬 감자를 던지는 시위를 벌였다고 AP통신이 2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국제 기후활동단체 ‘라스트제너레이션’ 소속 활동가 2명은 벽에 걸린 작품 건초더미에 으깬 감자를 끼얹은 뒤 그림 아래 앉아 접착제를 바른 손을 벽에 붙이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들은 “세계는 기후 재앙을 맞았는데 여러분 모두는 그림에 으깬 감자나 토마토 수프가 묻은 것을 두려워한다”며 인류가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깨달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건초더미는 2019년 경매에서 모네 작품 중 역대 최고가인 1억1070만 달러(당시 약 1316억 원)에 팔렸다. 다만 이날 그림은 유리 액자에 들어 있어 훼손되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이른바 기후활동가들은 세계적 명화에 음식을 투척하는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영국 환경단체 ‘저스트 스톱 오일’ 활동가 두 명은 14일 런던 내셔널갤러리에 전시된 빈센트 판 고흐(1853~1890)의 작품 ‘해바라기’에 토마토수프를 끼얹었다. 당시 라스트제너레이션은 단체 홈페이지에 “무엇이 더 소중한가. 예술 아니면 목숨”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은하 제국에 맞서 싸우는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 역을 맡았던 미국 유명 배우 마크 해밀(71·사진)이 우크라이나 지원단체 겸 모금 플랫폼 ‘유나이티드24’를 통해 500여 대의 무인기(드론)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달 29일부터 ‘유나이티드24’ 내 ‘무인기 군대’의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해밀은 20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라디오방송의 ‘사운드온’에 출연해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물리치는 데 무인기가 필요하다. 무인기는 우크라이나 영토와 국민을 보호하고 국경을 감시할 수 있도록 해주는 ‘하늘의 눈’”이라고 강조했다. 해밀은 지난달 성명에서 러시아를 ‘악의 제국’으로 지칭하며 “우크라이나가 악의 제국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 도와야 할 때”라며 “우크라이나 국민은 무인기를 통해 그들의 자유와 전 세계의 민주주의 가치를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달 2일에는 스타워즈 줄거리를 빌려 러시아를 비판하고 우크라이나를 응원하는 이미지를 트위터에 올렸다. 그는 러시아를 영화 속 제국군의 거대 우주 전함 ‘스타 디스트로이어’로, 우크라이나는 반군의 주력 전투기 ‘X-윙’으로 묘사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모든 생명의 탄생은 경이롭습니다. 인간은 태어날 때 우렁찬 울음소리를 내며 처음 바깥세상과 마주하죠. 최근 그 무엇보다 거세게 포효하며 본인의 탄생을 알린 존재가 있었습니다. 바로 미지의 천체, 블랙홀입니다.역사상 가장 밝은 감마선 폭발9일 오전(현지 시간)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우주에서 아주 밝은 빛 한줄기를 관측했습니다. 빛의 정체는 지구에서 약 24억 광년(1광년은 빛이 1년간 가는 거리로 약 9조4600억 km)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감마선 폭발(Gamma-ray Burst·GRB)’의 섬광이었죠. 사실 감마선 폭발은 우주에서 흔하게 발생합니다. 나사가 2015년 한 해 관측한 감마선 폭발은 900건이 넘습니다. 그리고 이 감마선 폭발은 우리 태양이 약 100억 년의 일생 동안 방출하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의 에너지를 단 1초 만에 방출합니다. 게다가 감마선 폭발의 빛은 사방으로 흩어져 희미해지는 빛이 아닌, 레이저 광과 같이 한 초점으로 모이는 빛이기 때문에 더 멀리 닿을 수 있고, 그 파괴력도 어마어마합니다.‘GRB221009A’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번 감마선 폭발의 섬광은 이전에 관측된 것들보다 훨씬 밝아서 과학자들 사이에서 ‘역사상 가장 밝다’는 뜻의 ‘BOAT(Brightest Of All Time)‘라는 별칭으로 불리게 됐습니다. 빛의 에너지가 무려 18TeV(테라전자볼트·10의 12제곱 전자볼트)로, 지구 대기 전리층의 장파 라디오 통신 신호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하죠. 브랜던 오코너 미 메릴랜드·조지워싱턴대 천체물리학 교수는 “이 정도로 밝으면서 우리(지구)와 가까이서 관측된 감마선 폭발은 백 년, 아마도 천 년에 한 번 일어날 만한 일”이라며 감탄했습니다. 중력에 패배한 별의 최후 그렇다면 감마선 폭발은 왜 일어나는 걸까요? 별의 죽음과 맞바꾼 블랙홀의 탄생과 관련이 있습니다. 별은 질량에 따라 다소 다른 삶을 살게 됩니다. 태양의 질량을 기준으로 태양 질량의 8배보다 가벼운 별과, 태양 질량 8배보다 무거운 별로 구분해 보겠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생을 마감하며 블랙홀로 변하는 태양 질량 8배 이상의 별을 살펴보려고 합니다.별의 운명은 ‘힘의 평형(equilibrium)‘에 달려 있습니다. 별을 수축시키려는 ‘중력’과 중력을 버티는 힘과의 평형이 유지되는 한 별은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죠. 중력에 맞서는 힘은 별을 구성하는 물질인 수소의 핵융합(nuclear fusion)에서 비롯됩니다.지난달 중성자와 우라늄-235 원자가 충돌해 더 작은 입자들로 쪼개지는 ‘핵분열’에 대해 살펴봤었죠(9월 25일자 ‘작은 것들의 큰 이야기-핵연료 우라늄’편 참고). 이번에는 그 반대입니다. 별 중심부에서는 수소 원자들이 합쳐져 더 무거운 원자인 헬륨이 되고, 또 헬륨 원자들끼리 부딪쳐 더더욱 무거운 탄소, 산소, 규소, 심지어 철로 변하는 연쇄 핵융합 반응이 이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손실된 질량이 저희 단골 공식인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질량과 에너지 등가 공식(E=mc^2)’에 따라 에너지로 전환되는 것입니다.그런데 여러분, 무거울수록 버텨내야 할 중력의 힘도 당연히 커지겠죠? 때문에 무거운 별은 가벼운 별보다 훨씬 더 빨리 연료를 소진해버립니다. 즉, 가벼운 별보다 더 빠르게 핵융합을 일으켜 에너지를 만들어내야 하는 거죠. 아무리 열심히 핵융합을 한다 해도 별이 쓸 수 있는 연료는 한정적입니다. 결국 중력이 이길 수밖에 없는 구조죠. 핵융합 연료가 고갈되어 가는 동안 별 중심핵은 중력에 의해 계속 쪼그라들고 내부는 더 활활 타오르면서 중심핵 주변 껍질과 표면은 부풀어 오릅니다. 수소로 가득했던 별의 중심핵은 이제 철 등 무거운 원자로 대체됩니다. 이제 이 별은 임종을 맞을 때가 됐다는 뜻입니다.초신성과 중성자별 합병펑! 별의 죽음과 동시에 가장 강력하고 맹렬한 폭발이 일어납니다. 바로 ‘초신성(supernova)‘입니다. 팽창한 별 표면의 물질들은 폭발과 함께 날아가 버리고 중심핵만 남게 됩니다. 초신성 폭발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니켈, 아연, 은, 금 등 철보다 더 무거운 원소들이 형성되기도 합니다. 과학자들은 초신성의 흔적을 추적함으로써 우주에 금과 같은 무거운 원소들이 생겨난 배경을 연구하죠. 이때 남겨진 중심핵은 두 가지 운명을 맞이하게 됩니다. 첫째, 만약 중심핵의 질량이 태양 질량의 약 1.4배와 3배 사이일 경우 중력의 힘으로 원자 내 양성자와 전자가 뭉쳐지면서 중성자로만 이뤄진 중성자별이 탄생합니다. 둘째, 중심핵의 질량이 태양 질량의 3배 이상이면 중력으로 완전히 붕괴되면서 부피는 ‘0’이지만 밀도는 무한히 큰 ‘블랙홀’이 탄생합니다.여기서 잠깐 그 무엇도, 심지어 빛조차도 한 번 들어가면 빠져 나올 수 없다는 블랙홀은 그야말로 공포의 존재입니다. 그런데 중성자별 역시 그 밀도가 엄청나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티스푼 한 숟갈의 중성자별 무게는 무려 약 40억 t에 달한답니다. 에베레스트산을 한 개의 커피잔 안에 넣어놓은 정도의 밀도죠. 그런데 중성자별의 지름은 약 20km로, 도시 하나 크기입니다.중성자별 또한 블랙홀로 변할 수 있습니다. 가까이 있는 중성자별 두 개가 서서히 원을 그리며 돌다가 서로 닿을 만큼 가까워지면 회전 속도가 미친 듯이 빨라지죠. 그러다 이 둘은 결국 충돌해 하나로 합쳐지고 마지막에는 블랙홀로 붕괴되고 맙니다. 두 중성자별이 함께 한 궤도를 그리며 회전할 때는 중력파를 발산하는데, 2017년 8월 나사는 처음으로 중성자별 두개가 합쳐지면서 발생한 중력파를 직접 감지하기도 했습니다. 자, 이제 앞서 소개해드렸던 감마선 폭발에 대해 다시 얘기해볼까요. 먼 길을 돌아 왔네요. 감마선 폭발은 초신성이 일어날 때, 또는 이원 중성자별이 합쳐질 때 일어납니다. 블랙홀 탄생과 동시에 블랙홀 주변에는 자화된 물질 가스가 회전을 하게 되는데, 이때 형성된 강력한 자기장의 압력으로 인해 물질과 에너지가 제트 형태로 빛의 속도에 가까운 매우 빠른 속도로 분출됩니다. 이 현상이 바로 감마선 폭발인 거죠. 중성자별 병합으로 인한 감마선 폭발은 1초 이하로 아주 짧게 일어나는 반면 초신성으로 인한 감마선 폭발은 약 1분 동안 비교적 더 길게 나타납니다.블랙홀 연구로 유명한 영국 천체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1942~2018)은 “신은 주사위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을 차용해 “신은 주사위놀이를 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보지 못하는 곳에 주사위를 던진다”며 블랙홀의 물질 분출 현상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9일 관측된 감마선 폭발 GRB221009A은 수백 초간 지속됐으며 태양의 질량보다 30배 이상 무거운 별의 죽음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앞으로 수개월 간 관측 데이터를 토대로 더 정확한 감마선 폭발 발생 배경을 파악할 예정입니다. 여태껏 이렇게 밝고 선명한 감마선 폭발은 본 적이 없는 만큼 과학계는 흥분 상태입니다. 여전히 미스터리로 가득한 블랙홀의 탄생을 가장 또렷하게 목격한 것이니까요. 이번 관측이 블랙홀의 수수께끼를 풀어줄 또 하나의 단서가 되길 기대해 봅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국제 미인 대회에 참가한 우크라이나 대표가 러시아 대표와 같은 방을 배정 받자 방을 바꿔달라며 거세게 항의했다고 영국 데일리스타가 1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3일부터 내달 1일까지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국제 미인 대회 ‘미스 그랜드 인터내셔널’에 참가하는 우크라이나 대표 올가 바실리브는 러시아 대표, 에카테리나 아스타셴코브와 3일 같은 호텔 방을 배정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양국 관계가 악화일로에 있는 가운데 주최 측이 ‘전쟁과 폭력을 중지하라’는 대회 캠페인 주제에 맞춰 화해의 상징으로 이 둘을 룸메이트로 선정한 것이었다. 이에 바실리브는 4일 인스타그램에 “내가 테러리스트, 무법지대, 전제주의 국가이자 세상에서 가장 역겨운 장소에서 온 경쟁자와 함께 지내야 한다는 통보를 받고 화가 났고 심적으로 고통스러웠다”며 “나는 평화와 사랑, 우정을 지지하는 평범한 사람인데, 내 형제자매를 고문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런 단어들을 들먹이고 싶지 않다”는 입장문을 올렸다. 결국 주최 측은 다음날 바실리브에게 새 방을 배정했다. 아스탄셴코바 역시 “우크라이나 출신 가족들 중 유일하게 나는 러시아에서 태어났다. (이번 일은) 정말 참기 힘들다”며 “나 역시 우정과 사랑, 세계 평화를 침해하는 어떤 방식의 증오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에는 약 70개국의 대표들이 참가했다. 현재 태국 대표 엥파 와라하와 러시아의 아스탄셴코바가 인기 투표에서 각각 38%, 36%를 득표해 1, 2위를 다투고 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러시아의 핵 사용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핵억지 연습’을 실시한다고 밝혀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11일 나토 동맹국의 핵 정책을 점검하고 확장억제 정책을 집행하는 협의체 ‘핵계획그룹’ 정례 회의를 13일 연다고 밝혔다. 이어 “다음 주에는 핵억지 연습 ‘스테드패스트 눈(Steadfast Noon)’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테드패스트 눈은 매년 나토 동맹국들이 핵전쟁을 가정해 실시하는 훈련이다. 이날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화상회의를 한 뒤 “러시아가 생화학무기나 핵무기를 사용하면 심각한 결과에 맞닥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CNN 방송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해 “푸틴이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한 비상대책을 논의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논의가 있었다”면서도 “미국이 무엇을 할지 내가 언급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국방부가 선제적으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이성적인(rational) 행위자이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을) 심각하게 오판했다. 우크라이나에서 환영받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완전히 잘못된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11월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선 “그가 무엇을 논의하길 원하느냐에 달렸다”면서 “현재로선 그를 만날 합당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러시아에 구금된 미 농구선수 브리트니 그라이너 석방 논의라면 “대화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했다. 다만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도 미국도 G20에서 양자 회담을 마련하려는 어떤 계획도 내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크림대교 폭발에 대한 보복 공격을 이어가는 가운데 불법적으로 러시아 영토 병합이 선언된 우크라이나 지역에서도 폭발이 잇따랐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남부 헤르손주에서는 12일 새벽 다섯 번의 폭발음이 들리고 방공 시스템이 가동됐다. 이날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크림대교 폭발 용의자로 러시아인 5명과 우크라이나인, 아르메니아인 등 총 8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러시아와 유럽 국가를 잇는 송유관에서 원유가 유출돼 가동이 중단됐다. 이번 유출은 의도적 파괴 공작(사보타주)이 아닌 단순 사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지난달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천연가스관 노르트스트림-1, 2 폭발 누출 사고 이후 또다시 유럽으로 향하는 에너지 수송에 차질을 빚어 유럽의 에너지 불안감은 더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폴란드 송유관 운영기업 PERN은 12일 “11일 저녁 폴란드 중부 프워츠크에서 약 70km 떨어진 드루즈바 송유관 서쪽 구간 2개 파이프 중 한 곳에서 원유 누출을 감지했다”고 밝혔다. PERN 측은 즉각 송유관 가동을 중단하고 원인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누출이 발생하지 않은 관은 정상 가동 중이다. 러시아 동부에서 체코 헝가리 폴란드 같은 동유럽 국가 및 독일로 석유를 공급하는 드루즈바 송유관은 유럽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량의 35%를 책임지고 있다. 올 1월 기준 드루즈바 송유관으로 하루 석유 75만 배럴이 공급되며 이 중 50%는 독일, 16%는 폴란드로 흐른다. 사고가 난 파이프는 독일로 연결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사고로 유럽 에너지 위기에 대한 공포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까지 정확한 피해 규모 및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폴란드 당국은 “우연한 사고에 의한 손상일 수 있다”며 “지금 같은 격동의 시기에 여러 가지 함축적 의미가 가능하겠지만 현 단계에서는 사보타주로 볼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트란스네프트는 “PERN 측으로부터 원유 누출 보고를 받았다”며 “복구에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지만 폴란드로 원유를 계속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6일 노르트스트림-1, 2에서 연쇄 폭발과 함께 가스가 누출되자 서방은 에너지 무기화를 획책하는 러시아 정부 소행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러시아 측은 서방 책임론을 내세웠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1980년대 미국 인기 TV드라마 ‘제시카의 추리극장’ 주연 배우 앤절라 랜즈베리(사진)가 11일(현지 시간) 9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영국 BBC방송이 보도했다. 유족은 “고인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평화롭게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1925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랜즈베리는 1940년 미국으로 건너와 할리우드 제작자 눈에 띄어 19세에 영화 ‘가스등’(1944년)으로 데뷔했다. 이후 영화와 드라마, 뮤지컬 등 60여 편에 출연하며 인기를 얻었다. 그는 1984년부터 12년간 방영된 ‘제시카의 추리극장’에서 영국 추리소설 대가 애거사 크리스티를 연상시키는 추리소설 작가 제시카 플레처 역으로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한미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한국 문화를 알리는 ‘한국문화축제 DC 2022’가 10일(현지 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의 조지워싱턴대에서 개막했다. 다음 달 1일까지 열리는 이번 축제에는 한복 패션쇼, 한지 전시회, 한국 문학의 밤, 한국 영화 상영회, 주미 대한제국공사관 특별전 ‘초대 주미공사 박정양’ 등이 개최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단됐던 행사가 3년 만에 재개됐다. 이날 주미 한국대사관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개막식에는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도널드 바이어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버지니아), 마크 킴 미국 상무부 부차관보 등 양국 정관계 인사와 문화예술 관계자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개막식 축하 공연 때는 국기원 소속 태권도 시범단의 경연이 펼쳐졌다. 뉴욕의 K팝 댄스팀 ‘아이 러브 댄스’, 디딤새 한국전통예술원, 워싱턴사물놀이 등도 축하 공연을 했다. 폐막식에는 한국 국립현대무용단과 미국 워싱턴발레단이 ‘한미 우호의 밤’을 주제로 합동 무대를 선보인다. 박 장관은 축사에서 “6·25전쟁 당시 미국인의 희생 덕분에 한국이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취했고 이제 문화 번영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며 “19세기 말 한국 자주독립 외교의 전진기지였던 워싱턴에서 다양하고 멋진 문화교류 축제를 열어 기쁘다”고 밝혔다. 바이어 의원은 “미국이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도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한국과의 협력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라고 말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7일(현지 시간) 프랑스 수도 파리 교외의 한 주유소에 기름을 넣으려는 차량들이 몰리면서 수백 m의 긴 줄이 만들어졌다. 한 오토바이 운전자는 현지 방송 ‘프랑스24’에 “벌써 한 시간을 기다렸는데 줄이 줄어들지 않는다”며 한숨을 쉬었다. 또 다른 여성 운전자는 “건너편 주유소에 갔더니 남은 기름이 없다고 해서 이리로 왔다. 여기서 또 기다리는 중”이라고 하소연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로 전 유럽이 에너지 부족으로 신음하는 가운데 최근 프랑스에서는 정유 노조의 파업까지 겹쳐 역대급 주유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20일 토탈에너지, 미국 엑손모빌 등 국내외 유명 정유사 노조가 “물가 인상을 견딜 수 없다. 임금을 올려 달라”며 파업을 선언하자 그 여파가 물류체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날까지 토탈이 운용하는 북부 노르망디 주유소, 엑손모빌이 운영하는 북부 센마리팀주와 남부 부슈뒤론의 정유 공장 등 3곳이 문을 닫았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토탈이 운영하는 프랑스 내 주유소 3500개 중 3분의 1은 현재 연료가 부족한 상태다. 교통부 역시 공급 차질을 빚고 있는 주유소가 전체 주유소의 최소 19%라고 공개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겁먹지 말라”며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전략비축유 방출, 벨기에 등 인접국에서의 기름 대여 등을 통해 상황을 타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에너지 위기 와중에 주유 대란까지 발생하자 시민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이웃 영국에서는 ‘작은 정부’를 신봉하는 리즈 트러스 총리가 산업부가 추진하던 에너지 절약운동을 무산시켰다는 논란으로 시끌시끌하다. BBC는 6일 총리실의 반대로 산업부의 에너지 절약 운동 계획이 무산됐다고 전했다. 산업부는 에너지 부족으로 올겨울 매일 약 3시간의 정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되자 외출 시 난방 끄기, 보일러 온도 낮추기 등 일상생활에서 에너지 절약 실천 요령을 홍보하는 약 1500만 파운드(약 237억 원) 규모의 사업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평소 국가가 개개인의 선택에 간섭하는 ‘보모 국가(nanny state)’에 부정적이던 트러스 총리가 이 안에 제동을 걸었다는 것이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전쟁에서 통신만큼 중요한 건 없을 겁니다. 작전을 지시하고 적의 위치를 파악해 공격하고 또 방어하려면 아군끼리 긴밀히 정보를 주고받을 통신 수단은 필수죠. 올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통신의 중요성을 환기시켰습니다. 특히 인공위성의 활약이 돋보였습니다. 인공위성은 인류에게 이미 친숙한 존재이지만 막상 어디서 어떻게 기능하는지 잘 모를 수 있습니다. 지금도 지구 밖에서 ‘열일’하고 있을 인공위성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뉴턴과 케플러의 1600년대 유산위성(satellite)이란 행성과 별 등의 천체 주변을 도는 천체 또는 물체를 뜻합니다.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지구와 지구 주위는 도는 달 모두 위성입니다. 인간이 지구 주위를 돌도록 인공적으로 쏘아 올린 위성이 ‘인공위성’이죠.인공위성이 지구를 공전하도록 만드는 비법은 중력과, 속도, 거리에 있습니다. 끌어당기는 지구의 중력에도 끈임없이 특정 궤도를 돌도록 하기 위해선 속도를 필요한 만큼 높여야 합니다.인공위성은 궤도 위치에 따라 크게 (1)저궤도 위성(LEO) (2)중궤도 위성(MEO) (3)정지궤도 위성(GEO)으로 나뉩니다. 지구 표면으로부터 각각 160~2000km, 최고 2만200km, 최고 3만5785km 떨어진 상공에서 돌죠. 아이작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 기억하시나요? 이 법칙에 따르면 두 질량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의 크기는 물체 간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합니다. 지구와 가까울수록 위성에 가해지는 중력의 힘은 커집니다.그만큼 위성의 속도도 높아져야 합니다. 따라서 저궤도 위성은 초속 약 8km, 멀리 떨어져 있는 정지궤도 위성은 초속 약 3km 속도로 움직여요. 만약 속도가 조금이라도 느려지거나 빨라지면 인공위성은 지구로 떨어져버리거나 우주 어딘가로 날아갈 겁니다.로켓과 추진체를 이용해 위성의 속도를 올리고 나면 진공 공간의 우주에서는 이 속도가 유지됩니다. 결과적으로 끌어당기는 지구 중력과 바깥으로 나아가려는 원심력 균형이 맞춰져 위성은 한 궤도에서 같은 속도를 유지하며 움직일 수 있습니다.인공위성 80% 이상은 저궤도에 있습니다. 제일 빠르게 움직이는 만큼 지구 한바퀴를 도는 데 84~127분밖에 안 걸립니다. 또 신호를 빠르게 주고 받을 수 있어 기상관측, 위성 전화 등에 쓰이고 사진 촬영에 유용합니다. 제작 및 발사 비용도 저렴해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우주기업 스페이스X 등 민간 기업들이 앞다퉈 저궤도 인공위성을 띄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위성 한 개가 관측할 수 있는 지구 면적이 작아 지구 전체를 관측하려면 여러 개의 저궤도 위성들을 동원해야 합니다. 정지궤도 위성의 경우 공전주기가 23시간 56분 4초로 지구의 공전주기와 같습니다. 때문에 지구에서 보면 항상 같은 곳에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이죠. 또 한 위성이 지구 전체 면적 1/3까지 관측할 수 있어 지구 전체를 보려면 단 3개면 충분합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정지궤도 위성은 방송 위성 등으로 쓰입니다.여기서 잠깐1687년 발간한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를 통해 만유인력의 원리를 세상에 처음 알린 ‘근대과학의 아버지’ 아이작 뉴턴과 1609~1619년 행성법칙을 발표한 ‘천문학의 아버지’ 요하네스 케플러 덕분에 오늘날 우리는 인공위성을 떨어뜨리지 않고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을 천체의 공전주기와 궤도 거리 간 관계를 정의한 케플러 법칙에 적용하면서 우주의 보편적 진리가 탄생했죠. 21세기 군대는 ‘우주의 힘’이 필요하다 기상관측부터 방송, 인터넷, 내비게이션까지 현대인은 인공위성 덕분에 안락한 삶을 누리고 있습니다. 특히 오늘날 인공위성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집단이 있습니다. 바로 군대입니다. 제이 레이몬드 미국 우주군 사령관은 6일(현지 시간) 영국 BBC 인터뷰에서 “우리는 정밀 폭격, 미사일 사전 경고를 비롯해 미국과 동맹들에 대한 위협에 대비하는 데 우주의 도움을 받고 있다”면서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은 민간 업체의 우주개발 역량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 첫 전쟁”이라고 말했습니다. 단적인 예로 3월 우크라이나 부차 민간인 대학살과 4월 러시아 해군의 상징, 미사일순양함 모스크함의 격침 등이 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민간인 학살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인공위성의 눈을 속일 수 없었습니다. 인공위성이 촬영한 사진에는 부차 거리 곳곳에 방치된 시신들이 포착됐습니다. 또 흑해에 있는 모스크바함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인공위성 덕분이었죠. 이번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점령지를 탈환하는 데 핵심 전력으로 쓰인 미국의 지원 무기,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역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이용합니다.우주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니다아마 지금 인공위성이 가장 거슬리는 사람은 푸틴일 겁니다. 안그래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마당에 러시아군이 저지른 전쟁범죄 실상부터 군사 계획들까지 낱낱이 공개되고 있으니까요.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2월 우크라이나 침공 한시간 전 미국 인공위성 업체 비아샛(Viasat)을 해킹했습니다. 이와 관련 미 사이버보안 업체 센티넬원의 한 연구원은 “지상군의 군사력 강화를 위해 적군의 기술을 교란하고 파괴하는 데 사이버 공격이 이용된 최초의 현실 세계 사례 중 하나”라고 했습니다. 사이버 공격 외에도 러시아와 중국은 1980년대부터 우주에 있는 인공위성에 직접 미사일을 쏴 파괴하는 실험을 해왔습니다. 지난해 11월 15일에는 러시아가 옛소련 시절 쏘아 올린 자국 인공위성 ‘첼리나-D’를 미사일로 요격하면서 이때 생겨난 파편과 충돌 위험에 놓인 국제우주정거장(ISS) 우주비행사들이 긴급히 대피해야 했죠.이달 4, 5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접경도시인 벨고로드에서는 하늘로 향하는 의문의 불빛을 봤다는 목격담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불빛의 정체를 두고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인공위성 요격 레이저포를 시험 발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최근 토니 라다킨 영국 국방참모총장은 “러시아가 서방 국가의 인공위성을 타깃으로 한 우주 공격을 개시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죠.오늘날 인공위성은 21세기 인류의 삶을 편리하게 만드는 수단을 넘어 갈수록 더 치열해지는 패권 전쟁의 도구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2020년 기준 인간이 지구 밖으로 쏘아 올린 인공위성은 1만 개가 넘었습니다. 인공위성과 발사체 파편 등 1만t에 가까운 ‘우주쓰레기’가 현재 우주에 떠돌고 있죠. 인류가 만들어가는 우주 미래의 올바른 방향에 대해 이제는 다같이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나는 천체의 운동을 계산할 수 있지만, 사람들의 광기를 계산하지는 못한다”-아이작 뉴턴(1643~1727)-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2020년 1월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일을 마치고 귀가한 흑인 남성 로버트 윌리엄스 씨는 영문도 모른 채 아내와 두 딸이 보는 앞에서 수갑이 채워진 채 경찰서로 끌려갔다. 인근 가게에서 시계를 훔쳐 달아난 용의자를 쫓던 경찰이 안면인식 인공지능(AI)의 오류로 범인이 아닌 그를 지목한 것이다. 윌리엄스 씨는 무려 30시간을 수감됐다 풀려났다. 미 백악관은 4일(현지 시간) 73쪽 분량의 ‘AI 권리장전 청사진’을 공개했다. 윌리엄스 씨처럼 AI 기술로 인해 특정 인종과 계층 등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충분한 고지와 설명 △대인(對人) 서비스 제공 △개인정보 보호 △차별 방지 △안전하고 효과적인 체계 등 5대 원칙을 담고 있다. 충분한 고지와 설명은 AI가 지목한 사람들에게 해당 AI의 작동 방식 및 영향을 쉽게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뜻이다. 대인 서비스 제공은 사용자가 요구하면 AI 대신 사람을 상대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의미다. 또 피부색 등 특정 알고리즘으로 인한 차별을 받지 않아야 하고 데이터의 오류나 악용 가능성으로부터 사용자를 충분히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또한 백악관은 애플의 위치추적 기기 ‘에어태그’가 당초 목적과 달리 스토킹 범죄에 꾸준히 악용되고 있다며 정보기술(IT) 업계 전반이 안전하고 효과적인 체계를 마련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AI가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만드는 장점도 있지만 부작용과 폐해 우려도 큰 만큼 시민 보호를 위한 사회 전반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 원칙은 당장의 법적 구속력은 없다. 그러나 AI 윤리 확보를 위한 향후 입법 활동 등에서 지침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사회 전반에서 널리 쓰일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번 청사진을 공상과학(SF) 소설의 대가 아이작 아시모프가 1942년 작 ‘런어라운드’에서 일찌감치 소개한 ‘로봇 3원칙’의 21세기판이라고 평한다. 로봇은 인간을 다치게 하면 안 되고, 인간의 명령을 들어야 하며, 로봇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는 이 원칙은 사회 전반에서 차지하는 로봇의 역할이 커지면서 과거보다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평을 얻고 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1일 인도네시아의 한 프로축구 경기장에서 안방 팀의 패배에 흥분한 관중이 경기장에서 난동을 부리자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진압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벌어져 최소 125명이 숨지고 180명이 다쳤다. 1964년 남미 페루 리마 축구장에서 328명이 숨진 사건에 이어 사망자 기준으로 역대 두 번째로 인명 피해가 많은 참사로 기록될 가능성이 커졌다. 사망자 중에는 5세 어린이도 포함됐으며 경찰관도 2명 숨졌다.○ 팬 난동→최루탄 진압→관중 출입구 몰려 참사AP통신 등에 따르면 1일 오후 8시경 동부 자와주(州) 말랑시의 칸주루한 경기장에서 안방 팀 ‘아레마FC’와 방문 팀 ‘페르세바야 수라바야’의 경기가 열렸다. 두 팀은 자와 지역의 양대 라이벌이며 이날 경기장에는 수용 인원보다 4000명이나 많은 4만2000명이 입장한 상태였다. 경찰 또한 비상사태에 대비해 대기하고 있었다. 아레마FC는 안방 팬들의 응원에도 1999년 이후 23년 만에 최초로 안방 경기에서 2-3으로 패했다. 격분한 아레마FC 열성 팬 약 3000명은 오후 10시경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경기장으로 난입했다. 놀란 페르세바야 선수들은 서둘러 경기장을 나가 경찰의 무장 장갑차 안으로 대피했지만 걸어 나오던 아레마FC 선수단과 일부 경찰은 관중에게 무차별적으로 구타당했다. 일부 관중은 주변의 경찰차를 부수고 불태웠다. 경찰은 이들을 향해 곤봉을 휘두르고 최루탄을 쏘며 진압에 나섰다. 여기저기서 최루탄이 터지자 관중들은 앞다퉈 출구를 향해 달렸다. 관중 대부분은 경기장 10번 출구로 향했다. 니코 아핀타 동부 자와주 경찰청장은 “사람들이 출구 한 곳으로 달려갔고 그곳에 점점 사람들이 많아졌다. 산소도 부족해졌다”고 했다. 서로 밟고 밟히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질식해 숨지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속출했다. 한 생존자는 “많은 이들이 발밑에서 짓밟혔고, 최루탄 연기 때문에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다”고 전했다. 소셜미디어 등에 올라온 영상들에는 어린 딸을 품에 안고 뛰는 남성, 경기장 난간을 기어오르는 관중, 그라운드에 방치된 시신 등 당시의 참혹한 모습이 담겼다. 자와주 부지사는 사망자가 174명(2일 기준)이라고 발표했으나 몇 시간 뒤 수사당국이 “일부 사망자가 중복 집계됐다”며 125명으로 정정했다.○ ‘최루탄 남용’ 과잉 진압 논란일각에선 축구팬들의 난동에 최루탄까지 쏘며 대응한 경찰의 과격 진압이 참사의 발단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시민단체 ‘인도네시아 경찰감시단(IPW)’은 2일 페르리 히다야트 말랑 경찰서장의 해임을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 소속 운동가 베로니카 코만 씨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이전부터 최루탄을 과도하게 써 왔다”고 했다. 인도네시아 축구팬들의 과도한 응원 행태 또한 고질적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현지 축구팬들이 인도네시아어로 ‘죽을 때까지’를 뜻하는 ‘삼파이 마티’란 용어를 쓰며 경기장에서 폭력적인 행태를 자주 보인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 축구협회는 1부 리그 일정을 일주일간 중단하고 진상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2일 “향후 축구 경기에 관중 입장을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맞댄 이란 남동부 시스탄발루치스탄주(州)에서 지난달 30일 무장괴한들이 경찰서를 습격해 ‘정부 위의 정부’로 불리는 혁명수비대 간부 4명을 포함해 최소 19명이 숨졌다. 이곳은 이란 31개 주 중 가장 빈곤하고 낙후된 지역으로 꼽힌다. 특히 주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발루치족은 시아파 종주국 이란에서 드문 수니파인 데다 페르시아어와 다른 발루치어를 사용해 중앙정부의 거센 탄압을 받아 왔다. 지난달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된 뒤 의문사한 쿠드르족 여성 마사 아미니(22) 사건으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발루치족 등 이란 내 소수민족의 저항 운동으로 확산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아랍계 소수민족이 주로 거주하며 이라크와 인접한 남서부 후지스탄주 주도 아바즈에서도 시민들이 ‘압제자에 죽음을’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는 동영상이 등장했다. 이란 보안기관 당국자인 사에이드 골카르는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혁명수비대 등을 포함한 군병력 대부분이 아미니 사건에 항의하는 수도 테헤란의 반정부 시위 진압에 투입되면서 소수민족 등이 현 시점을 시위에 나설 기회로 여긴다고 진단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미국 연방항공국(FAA)이 항공기 좌석 크기에 대한 여론조사에 나서는 등 좌석 크기에 대한 최저 기준 마련을 두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일 보도했다. 미국인 평균 체구는 갈수록 커지는데 항공기 좌석은 작아지고 있어 승객 안전과 건강을 고려한 새 지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FAA는 8∼10월 민간 항공기의 좌석 크기 규제의 필요성을 묻는 여론조사에 나섰다. 지금까지 약 1만2000명이 의견을 제시했으며 다수가 좌석 크기 규제 마련을 희망했다고 WP는 전했다. 그동안 FAA는 비상 상황 시 승객 대피 시간이 90초를 넘기면 안 된다고 규정했을 뿐 항공기 좌석 면적 기준을 제시하진 않았다. 하지만 미국인 평균 몸무게가 늘어나면서 좁은 좌석에 장시간 앉아 있으면 승객의 몸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현재 미국인 남성과 여성 평균 체중은 각각 약 90kg, 77kg으로 1960년대 대비 14kg 가까이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항공기 좌석 폭은 47cm에서 43.2cm로, 앞뒤 좌석 간 거리도 평균 89cm에서 78.7cm로 줄었다. 미카 엔즐리 인체공학협회 책임자는 “공통의 기준이 없다면 항공사들은 계속해서 더 많은 사람들을 항공기 안에 쑤셔 넣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미국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지난달 30일 영국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취임 직후 발표한 450억 파운드(약 72조 원) 규모 감세 정책의 영향으로 국가부채 규모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반영된 결과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S&P는 “영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은 2023년부터 감소할 거란 기존 전망과 달리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영국 신용등급은 ‘AA’로 유지하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다. 그러면서 “이번 결정은 영국 정부의 재정 적자와 추가 감세 계획에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S&P는 영국의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2025년까지 2.6%포인트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또 영국이 4분기(10∼12월)에 기술적 경기 침체를 겪을 수 있고 내년 GDP는 0.5%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GDP 성장률이 두 분기 연속 감소하면 기술적 경기 침체에 접어들었다고 본다. S&P는 “영국의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거나 긴축 정책으로 정부의 차입 비용이 예상보다 증가하는 등 추가적 위험 요인에 따라 재정 전망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신용등급 전망 하향 조정에는 트러스 정부의 감세 조치 발표 직후 급락한 파운드 환율 등 불안한 금융시장에 대한 우려도 영향을 줬다. 파운드화의 미 달러 대비 환율은 지난달 26일 사상 최저 수준인 1.03달러로 추락했다가 30일 1.12달러대로 소폭 올랐다. 또한 급등한 국채 금리가 모기지 금리 상승을 부추겨 시중은행들은 황급히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철회하거나 신규 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 감세안 발표 이후 시중은행들이 판매를 중단한 모기지 상품이 1688개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금리 상승으로 주택 수요가 줄어 가격이 내리면 담보 가치가 떨어져 빚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속출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파운드화 급락 쇼크로 트러스 총리는 취임 한 달 만에 위기에 처했다. 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지난달 30일 영국 성인 5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51%가 ‘트러스 총리는 사임해야 한다’고 답했다. 총리직을 계속 수행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은 25%에 그쳤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미국 연방항공국(FAA)이 항공기 좌석 크기에 대한 여론조사에 나서는 등 좌석 크기에 대한 최저 기준 마련을 두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일 보도했다. 미국인 평균 체구는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항공기 좌석은 작아지고 있어 승객 안전과 건강을 고려한 새 지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FAA는 8~10월 민간 항공기의 좌석 크기 규제의 필요성을 묻는 여론 조사에 나섰다. 지금까지 약 1만2000명이 의견을 제시했으며 다수가 좌석 크기 규제 마련을 희망했다고 WP는 전했다. 그동안 FAA는 비상 상황 시 승객 대피 시간이 90초를 넘기면 안 된다고 항공기 좌석 면적 기준을 제시하진 않았다. 좌석 크기는 승객의 편의를 위한 것으로 항공사와 승객 간 조율해야 할 문제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미국인 평균 몸무게가 늘어나면서 좁은 좌석에 장시간 앉아 있으면 승객의 몸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현재 미국인 남성과 여성 평균 체중은 각각 약 90kg, 77kg으로 1960년대 대비 14kg 가까이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항공기 좌석 폭은 47cm에서 43.2cm로, 앞뒤 좌석 간 거리도 평균 89cm에서 78.7cm로 줄었다. 미카 엔슬리 인체공학협회 책임자는 “공통의 기준이 없다면 항공사들은 계속해서 더 많은 사람들을 항공기 안에 쑤셔 넣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