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윤

김예윤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구독 48

추천

정책사회부 노동팀 김예윤입니다. 먹고사는 일을 들여다봅니다. 2016년 입사해 사회부, 국제부를 거쳤습니다.

yeah@donga.com

취재분야

2026-05-23~2026-06-22
사회일반47%
교육27%
보건7%
건강7%
환경3%
노동3%
국회3%
인사일반3%
  • 당정 “장기휴가 자유롭게 쓰게 법제화 추진”

    국민의힘과 정부가 근로자들이 장기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입법화에 나선다. 앞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주 최대 69시간’ 논란에 대한 대응책의 일환이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31일 국회에서 근로시간제 개편을 주제로 한 당정대(여당, 정부, 대통령실) 조찬 간담회 후 “무엇보다 2030세대가 지지할 수 있는 대안을 도출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논의했다”며 “근로자가 장기 휴가를 자유롭게 갈 수 있도록 입법화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는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우선이라는 MZ세대의 요구를 수용한 방책으로 풀이된다. 앞서 정부는 근로시간제 유연화 방안과 함께 연장·야간·휴일근로 시간을 적립해 사용하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를 발표했지만 노동계와 MZ세대에선 “지금 있는 휴가도 다 못 간다”며 반발이 터져나왔다. 정부 여당은 포괄임금제가 ‘공짜 야근’을 조장하는 문제도 법제화로 해결하기로 했다. 박 의장은 “포괄임금제의 오남용 근절, 근로자 대표제 보완 등 현장에서 악용될 수 있는 내용을 방지하는 법제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했다. 다만 박 의장은 “방향성은 경직적, 획일적인 1주 단위 근로시간 규제를 고치겠다는 것”이라며 근로시간 유연화 방침은 분명히 했다. 대신 근무시간 상한선 설정 여부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하고 있다”고만 했다. 여당 관계자는 “대통령이 말한 주 60시간 미만 상한선은 지켜야 할 것”이라고 했다.조권형 기자 buzz@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23-04-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눈치 보여 연차도 못써” 반발에… 당정 ‘자유로운 장기휴가’ 법제화 추진

    국민의힘과 정부가 근로자들이 장기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입법화에 나선다. 앞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주 최대 69시간’ 논란에 대한 대응책의 일환이다.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31일 국회에서 근로시간제 개편을 주제로 한 당정대(여당, 정부, 대통령실) 조찬 간담회 후 브리핑에서 “무엇보다 2030세대가 지지할 수 있는 대안을 도출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논의했다”며 “근로자가 장기 휴가를 자유롭게 갈 수 있도록 입법화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했다. 이는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우선이라는 MZ세대의 요구를 수용한 방책으로 풀이된다. 앞서 정부는 근로시간제 유연화 방안과 함께 연장·야간·휴일근로 시간을 적립해 사용하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를 발표하며 장기휴가를 갈 수 있다는 점에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즉각 노동계와 MZ세대에선 “지금 있는 휴가도 다 못 간다”라는 반발이 터져나왔다.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청년세대가 말하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 간담회에서도 “신입사원이 지난달 며칠 더 일했으니까 3일 더 쉬겠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나”라는 지적이 나왔다. 고용부 관계자는 “휴가 관련 애로사항을 가장 먼저 고쳐야 한다는 데 당정이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전했다.정부 여당은 포괄임금제가 ‘공짜 야근’을 조장하는 문제도 법제화로 해결하기로 했다. 박 의장은 “포괄임금제의 오남용 근절, 근로자 대표제 보완 등 현장에서 악용될 수 있는 내용을 방지하는 법제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했다. 다만 박 의장은 “방향성은 경직적, 획일적인 1주 단위 근로시간 규제를 고치겠다는 것”이라며 근로시간 유연화 방침은 분명히 했다. 근무시간 상한선 설정 여부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주 69시간과 같은 프레임에 걸릴 소지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여당 관계자는 “대통령이 말한 주 60시간 미만 상한선은 지켜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당정은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로 국민 여론을 수렴한 뒤 보완책을 내놓을 예정이다.이날 간담회에는 박 의장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참석했다.조권형 기자 buzz@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23-03-31
    • 좋아요
    • 코멘트
  • 물폭탄-가뭄 동시에… “한반도, 기후위기 진입”

    지난해 우리나라는 기록적인 집중호우와 역대 최장(最長) 가뭄, 열대야와 태풍이 번갈아 찾아오는 극단적인 이상 기후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은 “한반도가 기후 위기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기상청은 30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2022년 이상기후 보고서’를 발간했다. 지난해 벌어진 이상 고온, 집중호우, 태풍, 가뭄 등 여러 이상 기후와 그에 따른 피해 현황을 담았다. 장마와 태풍은 지난해 여름 중부를 뒤덮었다. 보통은 6월 말∼7월 초중순 사이가 장마철이지만 지난해에는 장마철 앞뒤로 계속 중부지방에 정체 전선이 머무르며 많은 비를 뿌렸다. 지난해 8월 8일 서울 일대에는 시간당 1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8명이 사망하고 1만 대가 넘는 차량이 침수됐다. 8월까지 이어진 집중호우로 총 19명(사망 17명, 실종 2명)의 인명 피해와 3154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409.7ha의 농경지가 유실되고 가축 3만3910마리가 폐사하기도 했다. 9월에는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11명이 사망하고 2439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내린 비로 전국 곳곳이 ‘역대 9월 일일 강수량’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면 남부지방은 전례 없는 가뭄으로 타들어갔다. 지난해 장마철부터 가문 날이 이어지며 가뭄일수는 227.3일을 기록했다. 1974년 이후 역대 최장일이다. 호남을 중심으로 한 남부지역은 올해도 가뭄에 시달리고 있으며 6월 장마철에 비가 내리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전북 김제, 정읍, 부안에 농업용수 등을 공급하는 섬진강댐 저수율은 최근 20% 아래로 떨어져 전년 같은 기간(51.6%)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환경부는 극단적인 가뭄 상황에 대비해 그동안 한 번도 사용한 적 없는 댐 ‘밑바닥 물’까지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난해 여름에는 폭염, 겨울에는 한파로 인명 피해가 속출했다. 지난해 7월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낮 최고기온이 35∼38도까지 올라가며 9명이 온열질환으로 숨졌다. 온열질환 환자도 1564명으로 전년 대비 13.7% 늘었다. 겨울에는 역대급 대설과 한파로 범정부 비상대응 체계가 수시로 가동된 가운데 혹한으로 인한 사망자 12명, 한랭질환자 447명이 발생했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지난해 중부지방 집중호우와 남부지방 가뭄, 초강력 태풍 등을 경험하며 이제는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 상황이 다가왔음을 깨닫게 된 한 해였다”고 말했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 2023-03-3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파워시니어’ 일할 수 있게… “직무중심 임금-정년연장 논의 착수”

    정부는 28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에서 고령화사회에 대응할 방안도 함께 내놨다. 직무·성과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바꾸고 정년 연장 및 재고용 등 계속고용 제도 도입과 노인 연령 기준을 재점검하는 사회적 논의에 착수한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노인 일자리 확대와 정년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저출산으로 경제활동 인구가 갈수록 줄어드는 와중에도 과거와 달리 건강하고 교육 수준이 높으며 의욕이 넘치는 ‘파워 시니어(power seniors)’는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2040년에는 총 노인 인구 중 33%가 파워 시니어일 것으로 분석됐다(관련 기사 본보 21일자 A1·3면). 정부는 이들 고령층을 적극 활용해야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대응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고용부는 다음 달 계속고용 제도 도입을 위한 사회적 논의에 착수하기로 했다. 이를 토대로 하반기(7∼12월)에는 계속고용 로드맵을 내놓을 계획이다. 또 기존의 공공기관, 단기·단순 노무 중심에서 사회서비스형·민간 일자리로 확대할 방침이다. 저고위는 노인의 건강과 소득 수준 변화 등을 고려해 사회보장제도 기준 연령을 손보기 위한 논의에도 착수한다. 1981년 노인복지법 제정 이후 기초연금과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각종 경로우대 복지 기준은 ‘65세 이상’으로 굳어졌다. 그러나 최근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논란 등을 겪으며 우리 사회가 이 기준 연령을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앞으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초고령사회 진입에 대비한 의료와 돌봄 지원 연계망을 구축한다. 7월부터 12개 시군구에서 노인 의료·돌봄 통합지원 시범사업을 실시해 노인의 건강 상태를 포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1차 의료기관 기반의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관리를 강화한다. 지역별 인프라 격차 완화를 위한 방안도 검토한다. 고령자의 특성에 맞춰 무장애 설계와 돌봄서비스가 결합된 고령자 복지주택 공급도 확대할 방침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2027년까지 고령자 복지주택 공급물량을 5000호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저고위는 “그동안의 (고령사회 대응) 정책에는 다양한 노인 특성이나 연령에 따른 대책이 반영되지 못했다”며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었던 과거에 도입된 제도를 고령화사회인 현재까지 유지하면서 재정 건전성, 지속 가능성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진단했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 2023-03-2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1시간 어둠 속에 ‘푸른 빛 있으라’… 전세계 불 끄는 ‘어스아워’[김예윤의 위기의 푸른 점]

    1990년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보이저 2호가 해왕성에서 바라본 지구의 사진을 보고 말했습니다.“저 창백하게 빛나는 푸른 점은 우리가 우주 속 특별한 존재라는 오만과 착각에 이의를 제기한다… 우리의 유일한 보금자리를 구해줄 이들이 다른 곳에서 찾아올 기미는 없다. 창백한 푸른 점을 소중히 보존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다.”인류의 모든 역사, 우리의 모든 기쁨과 슬픔이 이 점 속에서 존재해왔습니다. 이 코너명은 위기에 처한 푸른 점인 지구를 함께 생각해보자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푸른 점이 영영 빛을 잃기 전에요.어젯밤(25일) 오후 8시 30분.당신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 가족과 친구와 연인과 함께 계셨나요.혹시 주변이 갑자기 어두워져 놀라시진 않았나요.25일 오후 8시 30분, 올해의 ‘어스아워(Earth Hour·지구의 시간)’가 돌아왔습니다.매해 3월 마지막 토요일 오후 8시 30분~9시 30분이 60분만큼은 전 세계가 다 같이 불을 끄고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지구의 미래를 고민하자는 캠페인입니다.세계 최대 비영리 국제 자연보전기관인 세계자연기금(WWF)이 진행하는 캠페인으로, 2008년 호주 시드니에서 처음 시작돼 올해로 16번째를 맞았습니다.전 세계 190여개 국가의 개인, 기업, 공공기관에서 참여하고 있습니다. 미국 워싱턴 내셔널 성당, 뉴욕 타임스퀘어, 프랑스 파리 에펠탑, 중국 만리장성, 일본 도쿄 타워, 영국 런던 시계탑 등 전 세계 주요 랜드마크들이 캠페인에 동참하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어스 아워’는 한국과 일본, 아시아 동쪽 끝 국가들에서 시작됩니다.이날 한강의 야경을 만들어주는 한강대교와성곽 산책에 운치를 더해주는 낙산공원 등의 불이 꺼졌습니다.연인, 친구와 주말 저녁 데이트를 즐기던 분들은 실망하셨을지도 모르겠어요.그리고 이렇게 되물으셨을지도 모릅니다.“아니 1시간 불 끈다고, 지구에 뭐 도움이 되나요?”일리 있는 지적입니다. 일부 환경 운동가들은 ‘어스아워’가 탄소 배출 저감 등 실질적인 환경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합니다. 기후 위기의 책임을 정치인이나 화석연료 회사가 아닌 개인에게 지우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습니다.그러나 ‘어스아워’를 진행하는 세계자연기금(WWF)의 설명은 조금 다릅니다.시민들이 다 함께 “우리는 이만큼 지구의 미래에 관심이 있다”고 보여주는 것이 기업과 정치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이 되기 때문입니다.실제로 아르헨티나에서는 2013년 어스아워 캠페인을 계기로 당시 340만 헥타르 규모 해양 지역을 보호하는 상원 법안이 통과되기도 했습니다.그 힘은 크면 클 수록 좋겠지요.2008년 시드니를 포함한 35개국 400여개 도시에서 시작했는데 지금은 중국, 인도, 터키, 베트남, 불가리아, 인도네시아 등 참여 국가가 190여개까지 늘어났습니다.어젯밤 당신이 잠들었을 사이, 세계 곳곳의 25일 오후 8시 30분 어스아워가 진행됐습니다.여러분도 함께 집에서 불을 끄고 어스아워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특별한 지식이나 장비, 아주 큰 노력까지 들이지 않고도 전 세계와 함께 기후 위기의 시급성을 강조할 수 있는 거죠.그렇다면 컴컴한 1시간,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WWF에서는 “평소의 소비 습관을 스스로 되돌아보고, 보다 친환경적인 생활을 고민해보는 시간이면 좋을 것”이라며 촛불 아래 채식 위주의 식사나 요가, 명상을 추천했습니다. 밖으로 나가 쓰레기를 줍거나 달리기, 자전거 타기도 좋구요.특히 추천하는 것은 ‘별 보기’입니다. 인간이 만들어내는 도시 빛 공해가 적을수록 더 많은 별을 볼 수 있으니까요. 물론 그냥 멍 좀 때리거나 잠시 눈을 붙여도 좋습니다.혹시 올해 어스아워에 참여하지 못하셨나요? 괜찮습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지구를 계속 (더) 생각해야 하고, 어스아워는 내년에도 돌아올 겁니다.2024년 어스아워는 3월 30일 토요일 밤 8시 30분입니다. 내년에 또 만나요.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 2023-03-26
    • 좋아요
    • 코멘트
  • MZ노조 “정부 보조금 안 받겠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가 정부 보조금 지원을 받지 않기로 했다. 새로고침 협의회는 24일 내부 표결을 거쳐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발표한 ‘노동단체 지원 사업 개편안’에 따른 보조금 사업을 신청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본보가 입수한 입장문에 따르면 새로고침 협의회는 “협의회의 자주성을 키우는 게 우선이라 판단해 신청하지 않았다”고 했다. 고용부는 이달 초 ‘노조 지원 사업에 관한 안내문’을 새로고침 협의회에 보내 27일까지 회신을 요청했다. 기존에는 노조 지원 보조금의 대부분을 ‘양대 노총’과 그 산하 기관이 받았지만 노동단체 지원 사업 개정에 따라 사업 예산 44억 원 중 절반(22억 원)을 신규로 참여하는 단체에 지급한다. 지급 대상도 노동조합에서 ‘근로자로 구성된 협의회’로 확대해 사실상 새로고침 협의회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 개편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18∼2022년 5년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양대 노총에 지원한 금액은 1520억5000만 원이다. MZ노조 “정부보조금, 노동 약자 줘야” 정부보조금 사업 신청 않기로“보조금 받으면 독립성 약화” 판단… 양대 노총, 장학금 등 50여개 사업에정부-지자체서 5년간 1521억 받아… 노동계 안팎 “혈세 투명하게 집행을”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가 자주성 확보를 이유로 정부가 제안한 보조금 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 보조금을 받을 경우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것을 우려한 협의회 내부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양대 노총’이 최근 5년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약 1521억 원의 보조금을 받고도 회계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된 상황에서 기성 노조와 차별화된 행보를 보여주려는 의도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 “혈세를 노조가 왜 받나” 보조금 수령 반대 24일 본보가 입수한 새로고침 협의회 미신청 사유 입장문에 따르면 협의회는 고용노동부의 ‘노동단체 지원 사업’에 대해 “자주성을 키우는 것이 선결이라고 판단해 (보조금 지원을) 신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새로고침 협의회는 이달 초 정부로부터 ‘노동단체 지원 사업’과 관련해 e메일로 공문을 전달받은 뒤 내부 토론과 표결을 거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정부는 지난달 양대 노총과 그 산하기관이 대부분을 받아 온 노조 지원 보조금을 근로자로 구성된 협의체도 받도록 제도를 개편한 바 있다. 협의회에 참여한 10개 노조 중 대부분은 보조금을 받으면 협의회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해칠 수 있다며 보조금 신청에 반대 의견을 냈다. 국민 혈세로 만들어진 정부 보조금을 노조가 받아선 안 된다는 문제 제기도 있었다. 협의회가 보조금을 받지 않는 대신에 아직 기반이 잡히지 않은 소규모 노조 단체가 지원금을 타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새로고침 협의회는 “노동권 사각에 있는 노동 약자들에게 보조금이 지원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노조는 사무실 마련이나 홈페이지 제작 등 기반 시설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 보조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어 앞으로 협의회 운영 방침에 변동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기존 노조 인식 개선 촉구 목소리도 노동계 안팎에서는 기존 노조들의 보조금 수령 및 집행 방식에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조금이 세금으로 지원되는 만큼 노조가 꼭 필요한 곳에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보조금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간 정부는 노동자 자녀 장학금 지원, 근로자 권익보호 교육 사업, 근로자 무료 법률상담 등 매년 50여 개 사업 명목으로 노조나 노사 관련 단체에 지원금을 지급해 왔다. 고용부가 사업을 공고하면 노조가 사업 계획서를 제출하고 심사를 거쳐 지원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노조 지원금의 대부분이 양대 노총 및 산하 노조에 지원되고 있고 이마저도 회계 투명성 논란이 일며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해 고용부가 집행한 노조 지원금 총 35억 원 중 31억 원은 양대 노총 및 그 산하 노조에 지원됐다. 지방자치단체 17곳도 지난해 양대 노총에 총 265억9800만 원을 지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18∼2022년 5년간 정부와 지자체는 양대 노총에 모두 1520억5000만 원을 지원했다. 정부는 노동단체들에 회계장부 공개를 요구하고 15일에는 미공개 단체를 대상으로 과태료 부과 절차에 나섰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혈세로 지원된 보조금이 자격을 갖춘 단체를 통해 책임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관리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15∼39세 청년노동자로 구성된 MZ세대 노조 ‘청년유니온’은 24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이 장관과의 간담회 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법정 근로시간은 주 40시간이다. 주 52시간을 기준으로 유연화하겠다는 주장은 매우 곤란하다”며 “현 정부의 개편안은 폐기되는 게 맞다”고 밝혔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 2023-03-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MZ노조 “혈세를 노조가 왜 받나…노동 약자에게 보조금 지원해야”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가 자주성 확보를 이유로 정부가 제안한 보조금 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 보조금을 받을 경우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것을 우려한 협의회 내부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양대 노총’이 최근 5년 간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약 1521억 원의 보조금을 받고도 회계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된 상황에서 기성 노조와 차별화한 행보를 보여주려는 의도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 “혈세를 노조가 왜 받나” 보조금 수령 반대새로고침 협의회는 24일 고용노동부의 ‘노동단체 지원 사업’에 대해 “자주성을 키우기는 것이 선결이라고 판단해 (보조금 지원을) 신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새로고침 협의회는 이달 초 정부로부터 ‘노동단체 지원 사업’과 관련해 e메일로 공문을 전달받은 뒤 내부 토론과 표결을 거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정부는 지난달 양대 노총과 그 산하기관이 대부분을 받아 온 노조 지원 보조금을 근로자로 구성된 협의체도 받도록 제도를 개편한 바 있다. 협의회에 참여한 10개 노조 중 대부분은 보조금을 받으면 협의회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해칠 수 있다며 보조금 신청에 반대 의견을 냈다. 국민의 혈세로 만들어진 정부 보조금을 노조가 받아선 안 된다는 문제 제기도 있었다. 협의회가 보조금을 받지 않는 대신 아직 기반이 잡히지 않은 소규모 노조 단체가 지원금을 타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새로고침 협의회는 “노동권 사각에 있는 노동 약자들에게 보조금이 지원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노조는 사무실 마련이나 홈페이지 제작 등 기반 시설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 보조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어 앞으로 협의회 운영 방침에 변동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기존 노조 인식 개선 촉구 목소리도 노동계 안팎에서는 기존 노조들의 보조금 수령 및 집행 방식에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조금이 세금으로 지원되는 만큼 노조가 꼭 필요한 곳에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보조금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간 정부는 노동자 자녀 장학금 지원, 근로자권익보호교육사업, 근로자무료법률상담 등 매년 50여개의 사업 명목으로 노조나 노사관련 단체에 지원금을 지급해왔다. 고용부가 사업을 공고하면 노조가 사업 계획서를 제출하고 심사를 거쳐 지원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노조 지원금의 대부분이 양대 노총 및 산하 노조에 지원되고 있고 이마저도 회계 투명성 논란이 일며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해 고용부가 집행한 총 노조 지원금 총 35억 원 중 31억 원은 양대노총 및 그 산하 노조에 지원됐다. 고용부 관계자는 “양대노총 중에서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의 수령 금액이 크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단체 17곳도 양대노총에 총 265억9800만 원을 지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18~2022년 5년간 정부와 지자체는 양대노총에 모두 1520억5000만 원을 지원했다. 정부는 노동단체들에 회계 장부 공개를 요구하고 15일에는 미공개 단체를 대상으로 과태료 부과절차에 나섰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혈세로 지원된 보조금이 자격을 갖춘 단체를 통해 책임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관리할 것”이라고 했다.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보조금을 지급받는 노조가 사회적 기능을 제대로 해주기보단 오히려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는 여론이 있다”며 “왜 이런 인식이 생기는지 양대노총이 스스로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 2023-03-24
    • 좋아요
    • 코멘트
  • 2030세대 80% “정년 늘리거나 없애야”

    금융회사에 다니는 김모 씨(33)의 아버지는 은행에 다니다가 6년 전 퇴직했다. 환갑을 넘겼지만 “살 날은 긴데 일을 너무 빨리 그만두게 됐다”고 아쉬워하다 최근 주택관리사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 김 씨는 “아버지 같은 분들이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건 사회적 낭비”라며 “아버지가 은퇴했을 때 ‘이제는 내가 부모님을 부양해야 하는구나’ 마음이 무겁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장년층의 경제활동이 빨리 끝나버리면 그만큼 젊은 세대가 짊어질 부담도 클 것 같다”며 정년 연장에 찬성한다고 했다. 동아일보가 지난달 13∼15일 취업플랫폼 ‘캐치’에 의뢰해 2030 직장인 및 취업준비생 등 청년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79.8%는 “정년을 현재보다 연장하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현행법이 정한 정년은 60세다. 응답자 중 69.1%는 “61세 이후로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10.7%는 “정년을 아예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청년들이 적정하다고 생각한 정년의 평균은 ‘65.8세’였다. 현재(만 60세)보다 5.8세 많다. 정년을 연장할 경우 임금체계 개편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도 강했다. 현재 호봉제 중심의 임금체계를 성과연봉제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설문 응답자의 60.2%는 호봉제와 성과연봉제 중 “성과연봉제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연봉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로 ‘직무(하는 일)’를 1순위(43.0%), ‘성과(능력)’를 2순위(34.7%)로 꼽았다. ‘연차(경력기간)’는 5.3%에 불과했다. 정년 연장이 기업과 일터에서 효과를 발휘하려면 고령자 재교육이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의 ‘제4차 고령자 고용촉진 기본계획’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업훈련 참여자 중 50세 이상 중장년층 비율은 실업자와 재직자 모두 2016년 각각 15.4%, 14.0%에서 지난해 11월 29.1%, 27.4%로 늘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5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정년 연장 필요성을 제기했고, 같은 해 6월 기획재정부는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 중 하나로 정년 연장을 꼽았다. 올 1월에 고용부가 공식적으로 ‘60세 이상 계속고용’ 논의에 착수한다고 발표했고 올해 안에 계속고용 로드맵을 마련할 방침이다.청년들 “정년 늘려야 노인부양 부담 줄어… 우리도 노후 일자리 원해” “정년 연장땐 신규채용 줄겠지만 고령화로 생산인구 줄어 불가피호봉제 중심 현행 임금체계, 성과연봉제 위주로 개편해야” #1. 대기업 연구원 윤모 씨(32)는 지난해 외국 기업에서 공동 기술개발 제안을 받았다. 함께 일하던 50대 상사가 문제였다. 정년이 수년 남은 이 상사는 “취지야 좋은데 우리만의 기존 방식이 우선”이라며 공동 개발에 소극적이었고 결국 프로젝트는 무산됐다. 윤 씨는 “나이가 들수록 해오던 것만 고집하는 것 같아 함께 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 광고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정모 씨(33)는 최근 클라이언트의 무리한 요구 때문에 발을 동동 굴렀다. 과도한 업무량을 주고선 “하루 만에 해달라”고 한 것. 상황을 지켜본 50대 차장이 “현실적인 선까지 준비하자”며 업무를 조율했고, 클라이언트와의 미팅은 무사히 마무리됐다. 정 씨는 “소위 ‘짬’(오랜 근무 경험)에서 나오는 연륜이 분명히 있다”고 했다.● 선입견 깨고 ‘정년 연장’ 청년 여론 높아한국 기업에서 이런 사례는 앞으로 더 자주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65세인 노인연령 상향과 함께 정년(60세) 연장 논의가 본격화되면 ‘일하는 고령층’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상반기(1∼6월) 중 계속고용 법제화를 위한 사회적 논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정년 연장으로 노인 일자리가 늘면 신규 채용이 줄어 청년들이 반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지만 실제 조사 결과는 그 반대였다. 동아일보가 취업플랫폼 ‘캐치’에 의뢰해 2030 직장인, 취업준비생 등 1000명을 지난달 13∼15일 설문조사한 결과 본인이 생각하는 적정 정년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60세에서 80세까지 다양한 의견을 내놨고 대다수(69.1%)는 지금보다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고 답했다. 일부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진 뒤에야 퇴사하는 게 맞다”는 답변도 있었다. ‘정년 연장에 찬성한다’고 답한 청년들은 자신들이 받을 불이익을 인지하고 있었다. 47.0%(470명)가 ‘정년 연장 시 신규 채용이 줄어들 것’이라고 답했다. ‘임금이 줄고 승진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도 39.7%나 됐다. ● “노인이 빨리 은퇴하면 청년들이 부담”생산인구는 줄고 건강한 고학력 노인은 늘어나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고령 인력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공감대가 청년층 사이에도 형성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은 2025년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되고, 2040년이면 대졸자가 노인의 33% 이상이 된다. 회사원 정재연 씨(30)는 “정년 연장이 내키지 않지만 저출생, 고령화로 생산 인구가 줄어드니 기존 인력으로 노동 총량을 늘려야 하는 건 이해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당장의 불이익보다 다가올 미래의 혜택이 더 클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년이 연장되면 가까운 미래에 노인 부양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게 청년들 생각”이라고 해석했다. 청년들 역시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일하길 원했다. ‘연금만으로도 충분히 노후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면 일을 하겠냐’는 질문에 응답 청년들의 55.3%는 “매일 규칙적으로 근무하는 일자리를 구하겠다”고 답했다. “(놀면서) 주어진 연금만으로 생활하겠다”는 응답자는 15.7%에 그쳤다. ● 문제는 임금… “직무-역량 중심으로 바꿔야”정년 연장의 필요성은 역대 정부에서도 꾸준히 제기됐다. 이명박 정부는 2012년 당시 ‘70∼75세 정년’을, 박근혜 정부는 2015년 ‘70세 정년’을 제시했지만 구상에 그쳤다. 2015년만 해도 국내 기업들의 평균 정년은 55∼57세였다.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 2016년 시행되면서 ‘법정 정년 60세’가 확립됐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65세 정년 연장을 추진했지만 청년 구직난 우려와 20대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동력을 상실했다. 전문가들은 정년 연장이 세대 간 ‘밥그릇 전쟁’으로 번지지 않기 위해서는 연공성이 강한 현행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존 임금체계를 유지하면서 정년이 연장된다면 기업은 고연차-고임금 근로자를 계속 쓰는 대신에 청년 채용을 줄일 것이기 때문이다. 2020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정년 연장 근로자가 1명 늘어날 때 고령층(55∼60세) 고용은 0.6명 늘고, 청년층(15∼29세) 고용은 0.2명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본보 설문 응답자의 85.1%는 본인이 미래에 정년 연장의 혜택을 입게 된다면 임금을 삭감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최영기 전 노동연구원장은 “정년 연장이 임금피크제와 함께 논의된 것은 현재 연공서열 위주 체계에서 고령자 고용이 어렵다는 걸 모두 인정한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근속 연한이 아니라 직무, 역량이 임금을 결정하는 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23-03-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시니어 동료, 업무 통달-긴급상황 대처 든든”… “자기방식 강요, 디지털 업무 속도 늦어 답답”

    병원에서 행정 직원으로 근무하는 청년 A 씨는 지난해 직장에서 벌어진 소동을 생각하면 눈앞이 아찔하다. 한 어린이 환자가 진료를 받으러 왔는데 보호자로 따라온 할머니가 진료비 내역에 불만을 나타낸 것. 급기야는 수납 창구 직원들에게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면서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어쩔 줄 몰라 하던 젊은 직원들은 얼어붙은 듯 지켜만 보고 있었다. 그때 할머니와 동년배로 보였던 50대 후반의 직장 상사가 개입했다. 상사는 할머니에게 다가가 “일단 저에게 말씀하시라”며 어깨를 토닥인 뒤 자리에 앉혀 진정시키며 조근조근 설명하고 타일렀다. 감정이 가라앉은 할머니는 나중에 ‘죄송하다’며 직원들에게 인사를 한 뒤 손주의 손을 잡고 병원을 빠져나갔다. 지난달 13∼15일 동아일보-캐치 설문조사에서 청년들은 ‘나이가 많은 동료와의 근무가 유익했던 경험’을 묻는 질문에 “업무 노하우나 관련 지식에 통달해 사무실에 없으면 안 되는 존재”, “경험이 많아 문제 상황에 차분하게 대처한다” 등의 긍정적 답변을 내놨다. “청년들이 하지 않으려는 일들을 끈기 있게 밀고 나간다” 등의 대답도 있었다. 일터에 나이가 많은 동료나 상사가 있으면 분위기가 불편해질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답변도 있었다. 한 응답자는 “다른 회사에서 정년을 마치고 우리 회사에 계약직으로 들어온 분이 조직 분위기를 잘 풀어주셔서 즐겁게 지냈다”고 말했다. 고령 근로자의 약점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한 사례도 있었다. 한 응답자는 “정년을 앞두신 분이 대부분의 업무 서류를 파일 외에 ‘수기(手記)’로도 만들어 관리하고 계셨다. 회사 컴퓨터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대부분의 파일이 분실됐는데 그분이 가진 수기 기록 덕분에 살았다”고 말했다. 고령 근로자에 대한 부정적인 응답도 있었다. 특히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답변이 많았다. “컴퓨터 등 새로운 기술 환경을 따라가지 못해 업무 속도가 늦다”, “과거 본인의 방식만을 강요한다” 등의 답변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젊은이와 고령 근로자가 시너지를 내고 직장에서 잘 공생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재교육과 자기계발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청년들 입장에서도 ‘싫지만 어쩔 수 없이’ 함께 일하는 것이 아니라 ‘도움이 된다’고 느껴야 갈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현재는 정년을 앞둔 고령 근로자들이 불성실하거나 새로 배우려는 노력이 없는 등 스스로 생산성을 낮추는 경향이 있다”며 “기업 자체적으로도 고령 근로자들의 인적자원 개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취업교육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고용노동부 산하 ‘중장년내일센터’ 이용자는 2021년 3만5666명에서 지난해 4만5876명으로 1년 만에 1만210명이 증가했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 2023-03-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가뭄 더 잦아진다… 하수 재처리-해수 담수화 등 장기적 대책 절실

    50년 만의 기록적인 가뭄으로 남부지역의 농업·공업·생활용수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1년 전국 누적 강수량(1188.0㎜)은 예년의 90%지만, 전라도와 경상도 등 남부 지방 누적 강수량(973.0㎜)은 평년의 73% 수준이다. 문제는 갈수록 이런 국지적 가뭄이 잦은 빈도로 발생해 물 공급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반면 2050년이면 지금보다 물 수요가 35%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가뭄 대응을 넘어 장기적 이상기후에 대비한 수자원 개발과 이용으로 국가적 차원의 물관리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최근 극심한 가뭄을 겪었던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1980년대 중단됐던 댐 건설을 다시 검토하는 등 수자원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당장 댐을 건설할 여력이 되지 않는 국내에서는 있는 물부터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댐 병렬 연결하는 워터그리드 ‘워터그리드’는 댐, 하천, 상수도, 저수지 등 수원(水源)을 연계해 물이 넘치는 지역에서 물이 부족한 지역으로 물이 오고 갈 수 있도록 물 관리를 고도화하는 방법이다. 국토의 90% 이상이 주기적으로 물 부족을 겪는 호주의 경우 워터그리드를 통해 효율적으로 물을 관리하고 있다. 호주는 물이 풍부한 해안과 건조한 내륙지역 간 물 격차가 극심하다. 2004∼2007년 동남부 지역 가뭄을 계기로 호주 정부는 골드코스트 해안부터 브리즈번 안쪽 내륙지방까지 약 535㎞의 워터그리드를 건설해 해안에서 내륙으로 물을 공급하고 있다. 국내에선 2015년 충남 지역에 심각한 가뭄이 발생했을 당시 구축한 보령댐 도수로가 워터그리드의 사례다. 보령댐 용수를 확보하기 위한 비상 대책으로, 댐 상류와 금강을 도수로로 연결했다. 권현한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2021∼2022년 가뭄은 물 사용을 제한했어야 할 수준인데, 보령댐 도수로가 있어 버틸 수 있었다”며 “국지적 이상기후가 심해지는 만큼 상대적으로 물이 넉넉한 곳에서 부족한 곳에 보내주는 워터그리드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한 번 쓴 물 다시 쓰는 ‘대체수자원’기술 발달과 함께 바닷물이나 한 번 쓰고 버리던 물을 재처리해 다시 쓰는 ‘대체수자원’도 새로운 수자원 확보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수 처리수 재이용 △해수 담수화 △온배수(발전소 등에서 열을 냉각하는 물) 재이용 등을 통칭한다. 하수 처리수 재이용은 버려지는 하수를 정화해 용수로 다시 이용하는 것이다. 식수로 쓸 순 없지만 화장실이나 조경수, 공업용수 등 쓰임별로 목표 수질을 정해 정화 처리한 후 활용한다. 1978년 가뭄으로 무려 287일이나 급수를 제한했던 일본 후쿠오카는 일본 최초로 ‘절수조례’를 제정하고 하수를 재이용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그 결과 1994년 16년 전보다 심각했던 가뭄 때에도 제한급수 시간을 1978년에 비해 40% 감축할 수 있었다. 바닷물에서 염분 등 용해 물질을 제거해 민물로 만드는 ‘해수 담수화’는 바다와 가까운 산업단지의 공업용수 확보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풍부한 바닷물로 안정적인 수원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고질적인 물 부족을 겪던 충남 서산시 대산임해산업지역은 2020년부터 국내 최대 규모 해수 담수화 시설을 짓고 나서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현대오일뱅크에 일일 1.5만 t의 용수가 공급되는 시설이 우선 준공됐다. 현재 한국수자원공사에서 2024년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며, 완공되면 일 10만 t의 용수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산단에서 쓸 수 있는 대체 수자원으로는 ‘온배수’ 재이용도 있다. 공장의 생산공정에서 발생한 열을 식힌 후 바다에 배출하는 냉각수를 온배수라고 한다. 이 물을 정수한 후 재이용하는 것이다. 2019년 기준 해마다 바다로 버려지는 온배수는 연간 약 9억1000만 ㎥로 추정된다. 그러나 현행법에선 발전소에서 나오는 온배수만을 재활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그 양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법 개정을 통해 일반 산업공정에서 나오는 온배수도 재이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주헌 중부대 토목공학 교수(국가 물관리위원)는 “해수 담수화나 하폐수 리사이클링 등 대체 수자원은 기존 댐과 하천 중심 공급 체계를 보완할 수 있고, 강수에 의존하지 않아 이상기후 대응에도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상수도 현대화, 물 한 방울도 소중히정부는 이렇게 확보된 용수가 전달 과정에서 누수로 버려지는 경우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환경부와 수자원공사, 지자체 등은 2017년부터 118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지방 노후 상수도관을 교체, 개량해 새는 물을 막는 현대화 사업을 진행 중이다. 1단계 정비사업을 통해 노후 상수도를 교체한 전남 신안군 흑산도는 2016년 유수율(정수장에서 공급된 수돗물 총수량에서 요금 수입으로 받아들여진 수량의 비율)이 50.3%에서 지난해 87.9%로 37.6%포인트 올라갔다. 상수관을 지나며 새어버린 수도물이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덕분에 지난해 11월 가뭄 중에도 정상급수가 이뤄지는 등 가뭄에 효과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부는 현재 전국 평균 유수율 86.5%를 90%로 끌어올리는 2단계 현대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2단계 현대화를 달성할 경우 절수를 통한 가뭄 대응뿐 아니라 온실가스도 연간 8만7000t까지 감축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 2023-03-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노 마스크’ 거의 없는 지하철… “남들 다 써서” “미세먼지 탓”

    “승객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저부터 마스크를 벗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타시더라고요.”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시내버스 5714번에 올라타자 ‘노 마스크’ 버스기사 추정일 씨(50)가 손님을 맞았다. 교통카드로 요금을 낼 때마다 울렸던 “마스크를 착용해 주세요”라는 알림음도 사라졌다. 추 씨는 “시민들이 버스를 탈 때 마스크 때문에 답답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했지만 정작 버스에 탄 승객 20명 중 마스크를 벗고 있었던 사람은 2명뿐이었다.● 888일 만에 대중교통 마스크 의무 해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시행됐던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가 20일 사라졌다. 2020년 10월 13일 이후 888일 만인데 실제로 버스나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벗은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이날 오전 7시 반경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 도착한 열차 1칸에서 내린 승객 100여 명 중에서 단 3명만 마스크를 안 쓰고 있었다. 마스크를 안 쓴 채 내린 직장인 강수연 씨(30)는 “오늘부터 다들 안 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대부분 쓰고 있어서 놀랐다”고 했다.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에서 만난 직장인 문경석 씨(32)도 “그동안 답답했는데 마스크를 벗으니 후련했다”면서도 “남들이 다 쓰고 있다 보니 눈치도 보였다”고 말했다. 여전히 마스크를 쓴 사람들은 그 이유로 코로나19 확산 우려, 초미세먼지 등을 들었다. 강남역에서 만난 유성남 씨(61)는 “나이가 있다 보니 코로나19 감염이 걱정돼 마스크를 썼다. 앞으로도 계속 쓰고 다닐 것”이라고 했다. 직장인 이모 씨(28)는 “초미세먼지가 너무 심해 마스크를 벗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21, 22일도 수도권 등에는 미세먼지가 심각할 것으로 보여 상당수 시민들은 마스크를 계속 쓸 것으로 보인다. 상당수는 그냥 익숙하기 때문에 계속 쓴다고 했다. 용산구에 사는 김영진 씨(28)는 “2년 동안 마스크를 쓰는 데 익숙해져 실내든 실외든 계속 쓰고 있어도 불편하지 않다. 오히려 벗는 게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버스 및 택시 기사들도 제각각이었다. 60대 택시기사 A 씨는 “아직은 불안하다. 앞으로 당분간 마스크를 쓰고 운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하지만 택시기사 이승원 씨(60)는 “차량을 자주 소독하면 되지 않겠느냐”며 마스크를 벗은 채 손님을 맞았다.● 전문가 “노인과 기저질환자는 당분간 착용” 이날 대형마트나 기차역, 터미널 등에 있는 개방형 약국에서도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다. 하지만 영등포구와 중구, 서대문구에 있는 개방형 약국 4곳을 둘러본 결과 손님 10명 중 8명은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일부 시민들은 ‘출퇴근 시 착용 적극 권고’라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침이 ‘지나치게 모호하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직장인 B 씨(26)는 “해외와 달리 유독 우리나라만 계속 마스크 착용을 강제해 왔다”며 “착용 의무를 해제하면서도 ‘적극 권고’라고 하니 마스크를 계속 쓰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건강한 일반인들은 마스크를 벗고 다녀도 되는 시점이 됐다”면서도 “면역력이 약한 노인들은 출퇴근 시간대만이라도 당분간 대중교통 내에서 마스크를 계속 쓰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박윤선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기저질환이 있거나 다른 질병을 진단받아 면역력이 떨어진 경우 가급적 마스크를 쓸 것을 권한다”고 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 2023-03-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이대로라면 2040년 지구온도 1.5도 상승…온실가스 배출 감축해야”

    인류가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화석연료를 사용하며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우 지구 지표면 온도가 2040년까지 1.5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런 기후재앙을 막으려면 2030년까지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대비 43% 감축해야 한다. 20일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13~19일(현지시간)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제58차 총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IPCC 제6차 평가보고서(AR6) 종합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6차 보고서는 2014년 5차 보고서 이후 9년 만에 발표되는 것으로 △최근 기후변화 현황과 추세 △기후변화가 미칠 장기적 영향 △2030~2040년까지의 단기 대응책을 제시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간에 의해 배출된 온실가스는 전 지구 지표 온도를 1850~1900년 대비 현재(2011~2020년) 1.1도 상승시켰다. 1970년 이후 50년간 지구 표면온도 상승세는 지난 2000년 사이 어느 50년간보다 빨랐다. 이대로 현재의 화석연료 인프라를 활용할 경우 가까운 미래(2021~2040년) 지구 지표 온도는 1.5도까지, 2100년에는 평균 3.2도가량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간에 의한 지구 표면온도 상승 폭은 1.07도(0.8~1.3도) 정도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됐다. 인간이 온난화를 일으킨 주된 방식은 온실가스 배출이다. 인간의 활동이 지구온난화를 초래했다는 것을 명백히 밝히고 있는 것이다. 이날 IPCC는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내로 유지하려면 전례 없는 규모의 과제들을 수행해야 한다고 2018년 강조했는데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속해서 늘면서 (수행해야 할) 과제의 규모가 현재 더 커졌다”라면서 “앞으로 10년 안에 “향후 10년 동안 시행된 선택과 행동은 수천 년 동안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온실가스 배출의 지역별 차이가 크다는 점도 지적했다. 인구의 35%는 1인당 이산화탄소 연간 배출량이 9t 이상인 반면, 인구의 41%는 1인당 연간 배출량이 3t 미만으로 3배 차이가 난다.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은 상위 10% 가구가 ‘가구 온실가스 배출량’의 34~45%를 배출할 만큼 그 격차가 컸다. 이번 보고서에서 IPCC는 “모두가 살만하고 지속할 수 있는 미래를 확보할 기회의 창이 빠르게 닫히고 있다”며 기후 탄력적 개발(climate resilient development)을 그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는 온실가스 배출을 피하거나 감축하는 기술 개발로 경제적 효과를 내는 방식과 지금까지의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방식을 통합하는 것이라고 IPCC는 설명한다. IPCC는 1988년 기후 변화를 과학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 등이 공동으로 설립한 국제 협의체로, 5~7년에 한 번씩 IPCC에서 내놓는 보고서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정부 간 협상 근거자료로 활용되는 등 세계 기후변화 대응·적응 대책의 가이드라인이 된다. 김예윤기자 yeah@donga.com}

    • 2023-03-20
    • 좋아요
    • 코멘트
  • “초과근로 적립해 한달휴가, 그림의 떡”… 정확한 근로시간 기록과 관리가 관건

    정부가 6일 근로시간 개편안을 입법 예고한 가운데 근로자들 사이에서 파장이 상당하다.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현재의 52시간에서 최대 69시간까지 늘어날 수 있게 되면서 장시간 근로가 더 심해질까 걱정된다는 것이다. 야간, 휴일, 연장 근로시간을 적립했다가 휴가로 쓸 수 있게 하겠다는 ‘근로시간저축계좌제’ 도입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동아일보는 전문가들로부터 근로시간 개편안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들어 봤다.① “주 69시간까지, 근로시간 길어질 것”→근로자대표제 정비해 근로시간 남용 방지 고용노동부는 현재 주(週) 12시간으로 제한돼 있는 연장 근로시간을 월, 분기(3개월), 반기(6개월), 연 단위로도 관리할 수 있도록 한 근로시간제 개편안을 6일 발표했다. 주 52시간제를 유연하게 적용해 최대 주 69시간 근무까지 가능해진 것이다. 이를 두고 주요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전체 근로시간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졌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넥슨지회 배수찬 지회장은 “현재 많은 게임 개발자들은 특정 시기에 일을 몰아서 해야 하기 때문에 이미 선택근로제(근로자가 한시적으로 근로일, 출퇴근 시간 등을 유연하게 정할 수 있는 제도)를 이용하고 있고, 일이 없을 때는 주 20시간 정도만 일하기도 한다”며 “회사가 지금 와서 선택근로제 대신 연장근로제를 도입하면 일이 많아도 최대 69시간을 넘겨 일할 수 없고, 일이 없어도 최소 40시간(법정근로시간) 근로를 채워야 해 근로시간이 되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부는 “새로운 근로시간제를 도입할 때 반드시 근로자 대표와 사용자가 서면 합의를 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장시간 근로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7일 “분명한 것은 노사 간에 합의가 안 되면 이 제도를 운영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근로시간을 결정해야 할 근로자 대표의 정의와 역할, 선출 절차에 대해서는 현재 규정된 것이 없다. 이 때문에 오히려 대표성 없는 근로자나 노동조합이 다수 근로자의 의견에 위배되는 근로시간제를 결정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조만간 다양한 직군의 근로자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 발표할 예정이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주적으로 정당성을 갖는 근로자 대표 선출은 근로시간제 개편의 선제조건”이라고 말했다.② “근로시간 적립해 장기 휴가? 불가능”→정확한 근로시간 기록, 관리가 선제조건 이번 개편안에선 초과 근로시간을 휴가로 적립하는 근로시간저축계좌제도 도입됐다. 정부는 ‘일할 때 몰아서 일하고, 쉴 때 몰아서 쉬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노동계에서는 정부의 의도와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지금도 상사 눈치가 보여서 휴가를 못 가는데 ‘제주 한 달살이’ 같은 장기휴가는 ‘그림의 떡’”이라는 부정적인 의견이 이어졌다. 온라인에는 ‘주 69시간 근로’를 가정한 가상 근무표까지 등장했다. 월∼금요일 내내 오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1시까지 근무-점심시간-근무-저녁시간이 이어지다가 토, 일요일에는 ‘기절’, ‘병원’, ‘집안일’ 등으로 채워진 시간표였다. 다소 과장됐더라도 실제 근로자 휴가 사용률을 보면 우려할 만한 부분이 있다.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 조사 결과 17개 시도의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에 근무하는 근로자 5580명의 연차 휴가 사용률은 76.1%에 불과했다. 현재도 초과근로를 하면 보상휴가를 받을 수 있는 제도(보상휴가제)가 운영 중이지만 이 이용률도 낮다. 특히, 노동조합이 없거나 미약한 중소 규모 사업장의 경우 사측이 연장근로에 대해 수당 지급 대신 근로시간저축을 전면 도입하고 실제로는 휴가를 허락하지 않을 경우 임금만 줄어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초과 근로시간을 적립해 보상휴가로 전환할 수 있는 제도가 실질적으로 잘 운영되려면 구체적인 운영기준이 세워져야 하고, 무엇보다 근로시간을 정확히 기록·관리하는 시스템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들은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시간을 의무적으로 기록하고 이를 2년에서 3년간 보관하도록 하고 있지만 한국에는 그런 의무가 없다. ③ “근로시간 유연화는 시기상조”→MZ 근로문화 확산, 제도 바꿔 대비해야 현재 한국의 근로 현실을 감안할 때 개편안이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고용부가 이번 개편안에 참조했다는 유럽의 경우 프랑스, 영국, 독일의 주 최대 근로시간은 48시간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밝힌 독일의 지난해 연간 근로시간은 1349시간으로 한국보다 500시간 이상 짧다. 이렇듯 유럽과 비교해 장시간 근로가 일상적인 한국에서 연장근로시간 단위를 섣불리 확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박 교수는 “노동환경이 바뀌었고 근로자마다 원하는 근무 스타일도 다르다. 그런 선택을 반영할 수 있는 유연한 방향으로 가는 정책은 불가피하다”며 “앞으로 MZ세대가 대거 노동시장에 유입되면 이런 근로문화는 더욱 확산될 것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제도도 바꾸며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 2023-03-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포괄임금제와 주 69시간 결합땐 ‘공짜 야근’ 양산 우려”

    “주 69시간 근로안이 포괄임금제와 결합될 경우 심각한 문제가 벌어질 수 있다.” 주당 근로시간을 최대 69시간까지 늘리는 내용의 정부 근로시간 개편안이 발표된 6일 직장인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앱) ‘블라인드’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잇달아 올라왔다. 포괄임금제를 시행하는 기업에서 정부 발표 개선안이 동시에 시행될 경우 근로시간 유연화라는 취지가 ‘공짜 근로 장기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포괄임금제는 ‘포괄 임금계약’과 ‘고정OT(Over Time·초과근무) 계약’을 합친 말이다. 쉽게 말하면 법으로 정한 기본 근로 이외에 더 일하는 연장, 야간, 휴일 근로에 상응하는 추가 수당을 실제 근로시간과 관계없이 일정한 금액으로 고정해서 주거나, 그 금액을 기본 임금에 포함시켜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는 법에 정해진 임금 지급 방식이 아니라 판례와 관행을 통해 굳어진 것으로, 근로시간을 명확하게 측정하기 어려운 특수 업종에서 활용되고 있다. 정보기술(IT) 업계 종사자, 게임 개발자, 야간 경비직, 생산 근로자 등이 포괄임금을 적용받고 있는 대표적 직군이다. 포괄임금제는 일부 사용자(고용주)에 의해 악용돼 ‘공짜 야근’의 주범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근로 계약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약정한 시간을 넘겨 더 오래 일하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수단으로 사용된 것. 예를 들어 연장근로 단위가 늘어나 주 최대 69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게 되면 연장근로는 늘어나는데 수당은 고정돼 공짜 근로, 야근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대기업 직장인 A 씨는 “회사에 주 52시간짜리 ‘근로자 자유이용권’을 주 69시간짜리로 바꿔 주는 것 아니냐”고 올렸고 많은 이들이 여기에 공감을 표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2일부터 운영한 온라인 포괄임금 신고센터에는 “연장근로 시간을 한 달 33시간으로 정해놓고 그 이상 일해도 (통상임금의) 1.5배인 연장근로 수당도 안 준다. 매일 1시간은 ‘무료 노동’ 하는 셈” 등의 사례가 접수됐다. 정부도 개선책 마련에 나섰다. 고용부는 이달 포괄임금과 관련한 ‘편법적 임금지급 관행 근절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올 상반기(1∼6월)에 고용부 역사상 처음으로 포괄임금 오남용 사례를 적발하는 기획근로감독도 실시하고 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6일 근로시간 개편안을 발표하며 “포괄임금 오남용을 근절해야 기업이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을 비용으로 인식하게 된다”며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이 가장 확실한 근로시간 단축 기제”라고 밝혔다. 노동계에서는 “(포괄임금 오남용) 감독 정도로는 역부족”이라며 보다 강화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장시간 노동과 공짜 노동을 야기하는 포괄임금제에 대한 대책은 ‘포괄임금 금지’를 법제화하지 않는 이상 과거 정책의 재탕에 불과한 실효성 없는 규제”라고 밝혔다. 정부의 노동개혁을 위한 전문가 기구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좌장을 맡았던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포괄임금제는 법적 개념이 아니라서 법률로 금지하기 어렵다”며 “임금대장에 소정·연장 근로시간 등 근로시간을 종류별로 엄정하게 산정하고 기록하면 포괄임금 오남용 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 2023-03-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제주 제2공항 재추진 환경부 ‘조건부 동의’

    제주 제2공항이 ‘조건부 협의’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면서 이르면 2025년 착공, 2030년 준공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제주 제2공항 개발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조건부 협의’ 의견을 국토교통부에 통보했다고 6일 밝혔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행정계획을 확정하기 전 환경부와 협의하는 제도다. 사업 계획의 적정성과 입지의 타당성을 검토한다. 국토부는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가 완료되면 이를 반영해 제주 제2공항 개발기본계획을 공개하고 도민 의견 수렴에 나설 계획이다. 제주 제2공항은 제주시에 있는 기존 제주국제공항에 이어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에 들어선다. 545만7000㎡ 면적에 길이 3.2km 활주로 1개를 갖춰 제주공항의 약 1.5배 규모다. 제주 제2공항 건립은 1990년 교통부가 제주권 신국제공항 개발 타당성 조사를 하며 그 필요성이 처음 제시됐고, 2005년 국토부가 수립한 제3차 공항개발 중장기종합계획에 포함됐다. 2015년 국토부가 공항 예정지를 포함해 제2공항 건설 방안을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2019년 제주도지사 재임 당시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당시 국토부는 2019년 9월 처음 환경부에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한 데 이어 같은 해 12월, 2021년 6월 등 두 차례 평가서를 보완해 제출했지만 반려됐다. 제주 제2공항은 국토부가 올해 1월 환경부에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하면서 다시 추진됐고, 33년 만에 1차 관문을 통과하며 속도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이 고시되면 다음 단계로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해야 한다. 환경단체들은 “환경부의 노골적인 국토 파괴 행보”라며 반발했다.33년만에 첫 문턱 넘은 제주2공항… ‘경제 vs 환경’ 갈등 재점화 제주 제2공항 재추진道-의회 환경평가 통과해야 착공“미래산업 활성화” vs “국토파괴”지역 여론, 찬 44% 반 47% ‘팽팽’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제주 항공 수요가 급증해 2055년이면 4109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제주국제공항의 활주로 이용률은 98%(2019년 기준)에 달한다. 이 때문에 역대 대통령마다 제주 제2공항 개항을 공약했고, 이번 정부에서도 국정 과제에 포함됐다. 하지만 전략환경영향평가 문턱을 넘지 못한 데다 제주 지역사회의 찬반이 엇갈리면서 지금까지 본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환경부가 6일 “2019년부터 보완해 온 환경보전 대책이 마련돼 입지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제2공항 사업 추진에 대해 동의하면서 제주 지역은 다시 갈등에 휩싸였다.● 환경영향평가 통과해야 착공 가능 국토부는 2019년 12월 두 차례 보완을 거친 전략환경영향평가서(평가서)를 제출했으나 1년 반이 지난 2021년 7월 환경부는 이를 다시 반려했다. 항공기와 조류의 충돌 가능성, 소음 영향평가, 맹꽁이·두견이 등 법정 보호종 대체 서식지 확보 등을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이후 국토부는 28차례 자문회의 및 추가 세부조사를 진행해 올해 1월 평가서를 다시 제출했다. 이번에 제출한 평가서에서는 조류의 대체 서식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추가했다. 항공기가 바람 방향과 달리 이·착륙할 때 소음 정도를 재검토한 결과도 제출했다. 맹꽁이 서식지와 숨골(빗물 통로) 보전과 관련해선 공항 건설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행정계획과 환경영향평가에서 제주도와 지역주민에게 충분한 정보 제공 △조류 충돌 방지 대책 및 서식지 보호 계획 수립 △항공소음 영향 및 저감 대책 수립과 법정 보호생물 현황조사 등 세 가지 조건을 전제로 공항 개발계획에 동의했다. ● 제주는 찬반 팽팽… 다음 과정서 여론 중요국토부는 “조건부 협의 내용을 반영한 제2공항 기본계획안을 조만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 계획안에 대해 제주도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고 이를 확정해 고시하게 된다. 그 다음 대규모 공사에 따른 환경영향 저감방안을 마련해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다만 환경영향평가의 경우 제주도특별법에 따라 환경부가 아니라 제주도와 협의해야 하고, 제주도의회의 동의도 필요하다. 이를 통과한 이후에야 설계 계획 승인·고시 등 착공 단계를 밟을 수 있다. 문제는 제주 지역사회가 경제성을 강조한 찬성 여론과 환경 훼손을 우려하는 반대 여론으로 양분돼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실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제2공항 건설 찬성이 44.1%, 반대가 47%였다. 국토부는 제2공항이 건설되면 2055년 제주 항공 수요의 46%인 1898만 명을 담당할 것으로 본다. 관광객이 늘어나 경제를 활성화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이날 오병관 제2공항성산읍추진위원장은 “제주의 관광과 미래 산업 활성화를 위해 제2공항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공항 건설을 신속하게 추진하는 것이 갈등을 해소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반면 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이날 긴급성명을 내고 “이번 결정은 환경부가 국토 파괴에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는 국토부의 2중대라는 사실을 선언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날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과정에서 제주도와 도민에게 어떠한 정보 제공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이 이뤄진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들도 한화진 환경부 장관 사퇴를 촉구하며 반발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 2023-03-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아껴쓰고, 나눠쓰고, 다시쓴다… 지자체-기업 가뭄 극복 총력전

    남부지방을 덮친 반세기 만의 가뭄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물 대란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앞으로 빈번해질 가뭄과 홍수에 대비한 물 관리 체계를 정비하는 등 장기적인 대책 마련에도 나선다. 환경부는 전남 순천시 주암댐에서 물을 공급받고 있는 목포, 여수, 순천 등 전남 지역 12개 시군과 ‘자율절수 수요조정’ 협약을 1월 체결했다. 지자체별로 자발적으로 물 사용량을 줄이면 실적에 따라 수돗물을 공급하는 한국수자원공사가 절약한 용수의 0.25∼1.75배까지 수도요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광주시는 최대 13%까지 수도요금을 감면받았다.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지역 주민들에게 수도꼭지형 절수기, 절수 샤워기, 싱크대 절수기 등 절수용 기기 4140대도 보급했다. 이를 통해 12개 시군에서 1월 한 달간 일일 0.6만 t, 총 18만 t의 물을 절감했다. 기업들도 물 아끼기에 동참하고 있다. 환경부와 수자원공사, 산업통상자원부는 여수·광양국가산업단지와 협의해 기업들의 공장 정비 일정을 올해 하반기(7∼12월)에서 상반기(1∼6월)로 앞당겼다. 정비 기간 동안은 공장 가동이 중단되므로 물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또 물을 한 번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폐수 재처리 시설을 통해 정화해 재사용하거나 바닷물의 염분을 제거하는 해수 담수화 시설을 활용해 일일 3만 t을 절수 중이다. 이번 가뭄으로 전국 단위로 물을 활용하는 일원화된 물 관리 체계도 가동되고 있다. 그동안 생활·공업용수냐, 발전용수냐, 농업용수냐에 따라 각각 관리하는 부처가 달랐는데 이를 서로 빌려주고 빌려쓰는 것이다. 수력 발전에 쓰이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전남 보성군 보성강댐의 발전용수를 수자원공사가 관리하는 주암댐으로 끌어오는 식이다. 지난해 7월부터 현재까지 보성강댐에서 2200만 t의 물을 끌어왔다. 발전 용수가 줄면서 생산되지 못한 전력은 물이 여유 있는 강원 춘천 소양강댐에서 생산해 보전하기로 했다. 수위가 떨어진 전북 임실군 섬진강댐의 경우, 농림축산식품부와 협의해 상대적으로 물이 여유 있는 전북 부안군 부안댐과 연계 운영을 검토하고 있다. 산소가 풍부하고 오염되지 않은 하천수를 정수한 뒤 곧바로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환경부는 광주시민들의 주요 수원인 주암댐이 비상사태인 만큼, 전남 담양군 영산강 하천수를 광주시 생활용수로 활용하기 위한 비상관로를 설치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3일 섬진강 본류 하천수를 여수·광양산단에 공급하는 예비 방안을 준비하라고 환경부에 지시하기도 했다. 이미 제한급수가 시작되는 등 물 대란을 겪고 있는 도서 지역에는 물차, 병입수돗물 등을 긴급 지원했다. 섬 지역은 광역상수도를 사용하는 육지와 달리 좀 더 규모가 작은 지자체별 상수도나 물탱크에서 물을 공급받는 경우가 많아 물 부족이 더욱 심각하다. 이번 남부 가뭄을 통해 부처별, 지자체별로 쪼개졌던 물 관리의 일원화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물 관리 기본법 통과로 홍수나 가뭄 등 기후위기 대응의 기본적인 틀도 마련된 상태다. 김고응 환경부 물정책총괄과장은 “절수와 같은 단기 정책뿐 아니라 가뭄이 장기화되거나, 자주 발생할 것에 대비해 항구적인 가뭄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 2023-03-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남부 50년만의 최악가뭄, 산단 공장 교대로 스톱

    지난달 27일 전남 순천시 승주읍 상사호 상류. 주암댐으로 이어지는 푸른 물줄기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쩍쩍 갈라진 메마른 흙바닥만 보였다. 진흙과 자갈 사이로 말라비틀어진 수풀들이 누워 있었다. 물길은 유량이 적은 탓에 하나로 크게 흐르지 못하고 여러 갈래로 갈라졌다. 거대한 댐을 채워야 할 젖줄이 작은 개천 정도로 보였다. 남부 지역이 반세기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 지난해 광주 및 전남의 가뭄 일수는 281.3일로 1973년 기상 관측 이래 최장이었다. 가뭄 일수는 매년 12월 기준으로 집계한다. 올해는 1월 잠시 해갈되었다가 다시 일 강수량이 0.1mm 미만인 날이 늘어나면서 가뭄이 계속되고 있다. 주암댐은 호남 지역의 ‘젖줄’이자 ‘생명선’으로 불린다. 광주, 나주, 목포 등 전남 11개 지방자치단체의 식수원인 동시에 세계 최대 석유화학단지인 여수국가산단과 철강업체들이 모인 광양국가산업단지의 공업용수 공급원이다. 하지만 가뭄이 길어지며 이 젖줄이 말라가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의 위성사진 분석 결과 주암댐 유역의 수면 표면적은 최근 2년 새 축구장 678개 규모(약 4.84㎢)만큼 줄었다. 주암댐 저수율도 23.7%대까지 내려갔다. 장흥댐, 섬진강댐 등 인근 다른 댐들의 저수율도 20%대에 그치고 있다. 지역 시민들은 ‘물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본격적으로 비가 내리는 6월 장마철 전까지는 제한급수를 피하기 위해 물을 아껴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정과 상가는 절수 캠페인에 나섰고, 여수·광양산단 공장들은 생산 일정을 조정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월만 해도 여수·광양산단은 하루 평균 75만8000t의 공업용수를 사용했다. 그러나 올해 1월에는 일평균 사용량이 70만7000t으로, 5만1000t이나 줄었다. 물 공급이 어려워지자 이에 맞춰 공장 가동을 줄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심각한 국지적 가뭄이 자주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세계 곳곳이 이미 기후변화가 불러온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다. 이주헌 중부대 토목공학 교수(국가 물관리위원)는 “최근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가뭄과 폭우의 강도나 빈도가 과거의 기록을 깨고 있다”며 “이번 가뭄만 넘길 것이 아니라 해수 담수화나 하폐수 리사이클링 등 대체 수자원을 개발해 최소한 1년은 버틸 수 있는 비상대책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광주선 ‘댐 저수율 하락’ 재난문자… “이대로면 5월 제한급수”〈上〉 말라버린 주암댐 ‘저수율 22%’ 주암댐 바닥 드러나주민들 물 확보 비상… 절수캠페인영남도 가뭄단계 ‘관심→주의’ 격상“일회성 아닌 장기대책 필요” 지적 “허공에 떠 있는 저게 바로 댐에 설치하는 부유물 차단막이에요. 원래는 수면 위에 떠 있으면서 쓰레기 같은 부유물이 떠내려오는 것을 막아줘야 하는데 지금은 물이 말라버려서….” 임경희 한국수자원공사 주암댐지사 운영부장이 주암댐 상류를 마치 빨랫줄처럼 가로질러 설치된 차단막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난해 봄까지만 해도 이곳에는 물이 가득 차 있었는데 1년 새 마르고 구불구불한 물길이 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 공업용수 공급 차질에 산단 공장 가동 멈춰주암댐은 호남 최대 규모의 다목적댐으로, 총저수용량은 7억700만 t에 달한다. 본댐(4억5700만 t)과 조절지댐(2억500만 t)으로 나뉜다. 보성강 물줄기와 이어진 주암댐 본댐은 광주를 비롯한 호남 서부 도시들의 주요 식수원이다. 그보다 규모가 작은 이사천을 물줄기로 하는 조절지댐은 여수 및 광양산단에 매일 최대 54만 t 규모의 공업용수를 공급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지속된 가뭄으로 식수원인 조절지댐의 저수율은 26%(2월 27일 기준)에 불과하다. 예년 같은 시기의 절반(52.9%)에도 미치지 못하고, 조만간 10%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본댐 역시 저수율이 22.4%에 그쳤다. 생활·농업·공업 용수 확보에 비상이 걸리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자율절수제도, 공장 정비 시기 조정, 댐 연계 운영 등 총력전을 벌이며 6월 장마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조절지댐 수위는 해발 79.87m로 최근 30년간 평균치보다 13.9m가 낮았다. 댐 수위가 전체의 10% 수준인 ‘저수위’(60m)에 도달하면 댐이 정상적으로 기능하기 어려워진다. 물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여수·광양산단은 생산 일정을 조정하기 시작했다. 이곳 산단에는 포스코, 현대제철, LG화학, GS칼텍스,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등 대규모 제철 및 석유화학 공장들이 들어서 있다. 이들 기업은 올해 초 환경부, 한국수자원공사와 업무 협약을 맺고 정비 시기를 공동으로 조정하는 방식으로 전년 대비 용수 사용량을 10% 줄이기로 했다. 정비 작업을 하는 동안 공장 가동을 멈춰 그 기간 동안 공업용수 사용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에너지와 여천NCC는 지난달 공장 일부 가동을 일시 정지하고 정비를 실시했다. 포스코도 이미 일부 공장의 정비 일정을 앞당겨 실시했다. 이렇게 돌아가며 공장 가동을 멈추면 하루 1만8000 t 분량의 공업용수를 아낄 수 있다. 특히 포스코 광양제철소는 바닷물을 공업용수로 바꿔서 공급하는 시설인 해수 담수화 설비를 100% 가동해 하루 3만 t 정도를 확보하고 있다. 비용이 많이 드는 시설이지만, 부족한 용수 공급을 위한 자구책이다. 다음 달에는 GS칼텍스가 정비에 들어간다. ● 광주 아파트 수압 절반 ‘뚝’… 광주시 “물 아껴 달라” 호소가뭄은 산단을 넘어 시민들이 사는 주택가까지 번졌다. 지난달 26일 광주송정역에서 나오자마자 길 건너편에 ‘시민의 생명 동복댐 고갈 위기’ ‘가뭄 극복 생활 속 20% 물절약 실천’ 등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광주시민 김강곤 씨(25)는 “얼마 전부터 아파트 수압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수돗물을 틀어도 이전보다 훨씬 적게 졸졸 나온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광주시 공동주택 44만6947가구 중 약 53%가 ‘수압 낮추기’ 캠페인에 참여했다. 광주시 공무원들은 ‘샤워 시간 절반 줄이기’ ‘빨랫감 모아 세탁하기’ ‘양치 컵 사용하기’ 등 각종 캠페인을 벌이며 시민들에게 ‘물을 절약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광주 남구에 사는 김영보 씨(34)는 최근 아파트 관리실에서 나눠 주는 벽돌을 받아 왔다. 변기 수조에 벽돌을 넣어 물 사용량을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서다. 이 지역 시민들의 휴대전화에는 이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소식이 아니라 가뭄과 댐 저수율 소식이 ‘재난 문자’로 날아들고 있다. 이대로 가뭄이 계속되면 광주시에서는 5월 초 특정 시간에만 수돗물을 공급하는 제한급수가 실시될 수도 있다.● 영남 등 남부 전체로 가뭄 확산, 앞으로가 더 걱정가뭄은 호남을 넘어 남부 전역으로 전방위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전국 시도 평균 누적강수량은 1189.2mm로 평년의 90% 수준이다. 하지만 광주·전남 강수량은 평년의 66%에 그쳤다. 특히 영산강, 섬진강 유역의 누적강수량은 854.5mm로 평년의 61%에 불과하다. 부산, 대구 등 영남 지역에서도 연말부터 올 초 사이 낙동강 유역의 합천댐을 비롯해 안동댐, 영천댐의 가뭄 단계가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됐다. 6월 초면 물 공급이 원활치 않은 저수위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돼 제2의 주암댐 사태가 우려된다. 기상청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영향으로 지역별 강수 편중이 심해졌다고 설명한다. 과거에는 약 5∼7년마다 전국에 가뭄이 찾아왔지만, 2012년 이후로는 해마다 일부 특정 지역에 심각한 가뭄이 발생하는 ‘국지적 가뭄’ 빈도가 높아졌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6월에도 비가 안 오면 물 공급이 제한되는 제한급수까지 갈 수 있다”며 “앞으로 이상기후로 인한 심한 가뭄이 더 자주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순천=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 2023-03-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경찰, ‘수억원 수수 의혹’ 한노총 부위원장 내사 착수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간부의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가 내사에 착수했다고 2일 밝혔다. 정부가 노조 회계 공개를 추진하며 노동계와 대립하는 와중에 불거진 내부 비리에 한국노총은 고심하는 분위기다. 이날 서울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의혹이 제기된 한국노총 산하 연맹의 강모 부위원장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민적 의혹이 있다고 보여 확인 차원에서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강 부위원장은 지난해 수석부위원장을 지내던 당시, 한국노총에서 제명된 전국건설산업노조(건설노조)로부터 한국노총 재가입을 부탁받고 수억 원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해 7월 한국노총은 산하 건설노조에서 위원장의 10억 원대 횡령 배임 사건이 발생하며 건설노조를 제명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내부 대책회의를 열고 진상조사 위원회를 구성하고, 8일 긴급 산별대표자 회의를 소집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건과 관련해 누구도 옹호할 생각이 없다.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원칙에 기초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개인 비리더라도 최근 (정부가 노조 비리 근절을 강조하는) 분위기에서 이렇게 언급되는 것 자체가 우리로선 당황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강 부위원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올 초 한국노총 집행부 선거 과정에서 앙심을 품은 사람이 언론사에 허위로 제보한 것”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 2023-03-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이상기후 ‘라니냐’ 3년째 이어져… 작년 장마전선 남부 못내려가

    남부 지역의 심각한 가뭄은 지난해 여름 강수량이 예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이 원인이다. 이상기후 현상인 ‘라니냐’로 인해 장마전선이 남부 지역까지 하강하지 못해 비가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라니냐는 동태평양 적도 지역에서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낮은 저수온 상태가 5개월 이상 계속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한 번 발생하면 1년 안에 사라지는 라니냐가 2020년 8월부터 3년째 계속되고 있다. 극히 드문 경우다. 라니냐가 발생하면 라니냐가 시작되는 동태평양의 해수 온도는 평균보다 낮은 반면, 우리가 있는 서태평양의 해수 온도는 상승한다. 지난해 여름 바다의 열을 에너지 삼아 크고 강한 북태평양고기압이 형성되고 오래도록 남부 지역에서 버티게 되면서 장마전선을 비롯한 비구름대가 중부 지방 위쪽에서만 오르락내리락한 것이다. 그 여파로 수도권에는 폭우가 내렸지만 남부 지방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 반기석 케이웨더 센터장은 “호남 지역만 두고 이상기후를 분석하는 것은 단위가 너무 작지만 세계적인 이상기후 현상의 예외가 되긴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한반도뿐이 아니다. 중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세계 곳곳에서 역대 최악의 가뭄을 경험하고 있다. 이탈리아 로마 티베르강에서는 수위가 낮아지며 네로 황제가 만든 것으로 보이는 다리 유적이 모습을 드러냈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7월 창장(長江·양쯔)강 유역 평균 고온 일수가 32.5일로 1961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길었다. 가뭄이 생활·공업용수 부족과 전력난으로 이어지면서 중국 정부는 이로 인한 경제손실이 315억 위안(약 6조73억 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극심한 가뭄은 올해뿐 아니라 앞으로 더 자주, 세계 곳곳에서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지난해 2월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기후변화’에는 “라니냐 현상의 결과로 21세기에 가뭄 현상이 기존보다 10배 더 증가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연구 결과가 게재됐다. 올봄에는 3년째 계속된 라니냐가 끝날 예정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다가오는 봄 라니냐가 90% 확률로 끝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다만 기상청은 라니냐가 해소된 뒤 여름철 엘니뇨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엘니뇨는 라니냐와 반대로 해수면의 온도가 평소보다 높은 고수온 현상이 나타나므로 우리나라는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강수량이 증가하고 기온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 2023-03-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단독]민노총 “비조합원 시간외근무땐 욕하고 이름 적어라” 태업 지침

    정부가 2일 불법 행위를 하는 타워크레인 기사에 대해 최대 1년간 면허 정지를 하겠다고 밝히자 타워크레인 노조가 이른바 ‘준법 투쟁’으로 불리는 태업으로 건설사를 압박하도록 노조원들에게 지침을 내려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조는 “비(非)노조원 기사가 근무시간 외에 일하면 욕설을 하고 이들의 인적 사항을 파악해 달라”고도 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일하고 싶은 기사가 타워크레인에 오를 수 있게 하겠다”며 “노조 태업으로 공사가 지연되면 대체 기사를 확보하겠다”고 밝혀 노조와 정부 간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타워크레인 분과는 이날부로 조합원들에게 ‘주 52시간 초과 근무 금지’, ‘오전 7시 이전 출근 금지’, ‘점심 및 휴식 시간 근무 금지’ 등 태업에 가까운 ‘준법투쟁’ 지침을 내렸다. “근무시간을 1시간 당겨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는 등의 탄력근무도 안 된다”고도 명시했다. 지침은 “당분간 ‘암행순찰조’가 돌아다니며 주 52시간 준수 여부를 살피고 위반 시 징계하겠다”고 밝혔다. 비노조 대체 기사가 투입될 것을 대비해 이들을 압박하라는 행동 강령도 내렸다. “근무시간 외에 타워크레인에 타 조합원이 근무할 때는 ‘개쌍욕’만 해달라” “시간외근무 하는 타워크레인은 증거 자료를 모아 바로 (노조에) 보고해 달라” 등이 대표적이다. 또 “(임대업체) 직원이 대리 근무해도 파업 기간이 아니므로 우리(노조)가 막거나 방해하면 안 된다”며 “단 인적사항(이름·나이·연락처)을 기록해 (노조에) 보고해 달라”고 했다. 비노조 기사들이 노조 보복을 가장 두려워한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는 타워크레인이 작업을 중단하면 전체 건설 공정이 순차적으로 늦어지는 현장 분위기를 노조가 이용하는 것으로 본다. 실제 노조는 이번에 “콘크리트 분배기, 운반 장비(호퍼) 등을 옮기는 작업도 (퇴근시간이 지나면) 그냥 두고 퇴근하라”고 했다. 콘크리트는 시간이 지나면 굳어서 시간 내 작업해야 하는데 ‘탄력근무도 안 된다’는 지침에 따라 작업을 중단하라고 명시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노무사는 “노조원 찬반투표 없이 태업 등 쟁의 행위를 하면 성실의무 위반으로 면허 정지할 수 있다”며 “욕설 등을 해도 협박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최근 광주고법이 타워크레인 기사에 대한 월례비를 임금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한 것과 관련해 지침은 “‘전라도 건’이 승소했다고 해 성과급(월례비)이 합법적이라고 생각하고 뒤로 각서나 합의서를 쓰고 성과급을 받아서는 절대 안 된다”고 명시했다. 노조는 월례비가 불법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월례비 등을 받지 말라고 지시한 셈이다. 국토부는 이날 타워크레인 기사를 비롯한 건설기계 조종사의 불법·부당 행위에 최대 1년간 면허 정지 처분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원 장관은 이날 세종시 건설 현장을 방문해 “태업을 몽니와 압박 수단으로 삼는다면 돌아갈 것은 면허정지, 자신들의 일자리를 잃는 결과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당한 근로 지휘 감독을 따르지 않을 경우 (타워크레인 조종사를) 교체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산하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동조합은 “면허 정지나 취소는 사실상 크레인 기사의 생계를 끊어버리는 과한 조치”라며 “자정할 기회를 주면 좋겠다”고 밝혔다.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 2023-03-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