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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개발 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첫 시추 만에 사실상 실패로 결론이 난 건 탐사 결과 확인된 가스량이 사업성을 기대할 수 있는 기준에 크게 미치지 못한 탓이다. 정부가 자원 매장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봤던 대왕고래 유망구조(석유·가스가 발견될 가능성이 있는 구조)에선 추가 탐사 시추조차 나서지 않기로 했다. 정부가 지난해 6월 대왕고래를 포함한 7개 유망구조의 가스 매장량을 ‘삼성전자 시총의 5배’라고 표현하며 기대감을 키운 만큼 불확실한 자원 개발의 성공 가능성을 과하게 부풀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대왕고래, 추가 탐사 시추 없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구체적인 수치는 정밀 분석 결과를 기다려야 하지만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기준에 비해서는 격차가 좀 컸다”고 밝혔다. 석유·가스전 개발 사업에서는 자원 매장량이 실제 확인되더라도 이를 파내는 비용 대비 이익이 날 만큼 충분한 규모의 석유나 가스가 있어야 상업 생산을 할 수 있다. 하지만 1차 탐사 시추에서 검출된 가스량이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거나 추가 시추를 통해 정밀한 검증이 필요한 규모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시추 결과 대왕고래 전체의 가스 포화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대왕고래 구조 자체에 대해 추가 탐사 시추를 할 필요성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현재 1차 탐사 시추를 위해 뚫었던 구멍까지 원상 복구를 마친 상태다.정부는 지난해 12월 20일 경북 포항 앞바다에서 약 40km 떨어진 대왕고래에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를 투입해 이달 4일까지 탐사 시추 작업을 진행했다. 웨스트 카펠라호는 수심 1260m에서 시작되는 해저 지형을 1761m 깊이까지 파내 1700개 이상의 관련 데이터를 수집했다. 다만 정부는 이번 시추 작업이 향후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개발 사업의 다른 유망구조의 탐사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에 추출한 시료 자료와 데이터를 전문 용역 기관을 통해 정밀 분석해 다른 유망구조 시추 작업에서의 오류를 줄이는 데 사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앞선 1차 유망성 연구 자료를 이번 탐사 시추 결과와 비교한 결과 석유나 가스를 담을 수 있는 ‘석유 시스템’의 관점에서는 기존 자료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며 “이런 결과를 남은 6개 유망구조에 적용해 (정확한 시추 지점의) 오차 보정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발표 지나치게 성급… 10차례 이상 시추 끝에 성과”대왕고래 프로젝트가 단 한 차례의 시추 작업 만에 사실상 실패로 끝나면서 그간 기대감을 한껏 부풀려온 정부 입장은 난감해졌다. 지난해 6월 윤석열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직접 ‘깜짝 발표’에 나서며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유망구조 7곳에 최대 140억 배럴의 가스와 석유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발견됐다고 알렸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의 매장 가치가 삼성전자 시가총액(당시 약 455조 원)의 5배 수준”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통상 자원 개발 사업은 탐사 작업에 돌입하더라도 시추 성공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 산업부 내부에서조차 “투입되는 금액 및 노력 대비 성과를 내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자원 개발 사업”이라며 “탐사 성공률은 약 5∼10%밖에 되지 않는다”고 평가할 정도다. 그럼에도 대통령과 산업부 장관이 직접 나서 매장 가능성과 기대 성과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가능성도 그리 높지 않은 자원 개발 기대감을 키웠다는 의미다. 이날 산업부 고위 관계자 역시 이를 두고 “의도하지 않았지만 이런 결과가 나온 것에 죄송하다”며 “심해 첫 탐사 케이스였고, 일반적으로 첫 케이스의 성공은 ‘로또 맞을 확률’보다 낮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석유·가스전 개발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엄청난 성과를 거두기 위해 낮은 성공 확률을 끈질기게 쫓아가는 과정인데, 정부의 성급한 발표가 이를 무너뜨린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 세계적으로 개발 중인 유전이 대부분 10차례 이상의 시추 끝에 성과를 거뒀는데 대왕고래의 경우 첫 발표부터 지나친 기대감을 심어준 탓에 실패에 따른 후폭풍이 커졌다는 의미다.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대왕고래 1차 시추에서 석유나 가스를 찾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앞으로 (다른 유망구조의) 시추 과정에서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정보로 활용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입을 통해서 (대왕고래 기대 성과가) 나왔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휘말린 것인데 그것만 없었어도 1차 시추 실패가 조용히 넘어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종세 한국해양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역시 “자원 개발이라는 것이 (기대 성과가) 커야 시도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면서도 “정보가 많지 않고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첫 발표 때) 너무 확정적으로 얘기한 부분은 조심스러웠어야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석 달 연속 상승세를 이어 가며 5개월 만에 다시 2%대로 올라섰다. 지난해 소비가 2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가운데 미국발(發) 관세 전쟁 등 대내외 불확실성까지 확대되고 있어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S(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공포’가 커지고 있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2% 상승했다. 지난해 10월 1.3%까지 떨어지며 안정세를 보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월(1.5%)부터 다시 오르기 시작하더니 12월(1.9%)에 이어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상승하며 2%대로 재진입했다.● 석유류 가격 7.3% 급등, “물가 상승 견인”물가 상승률이 5개월 만에 다시 2%대로 오른 데는 유가와 환율이 동반 상승하면서 해외에서 들여오는 원자재와 수입품 가격이 오른 게 큰 영향을 미쳤다. 국내로 들여오는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는 지난달 배럴당 80.4달러로 지난해 12월보다 9.8% 뛰었고, 지난달 13일 1470원(오후 3시 30분 주간 종가 기준)을 넘어선 원-달러 환율도 1400원대에서 고공행진하고 있다. 실제로 1월 석유류 가격은 1년 전보다 7.3% 올랐다. 지난해 7월(8.4%)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로, 휘발유와 경유가 각각 9.2%, 5.7% 뛰었다. 한국은행은 최근 환율 상승이 석유류 가격 등에 영향을 미치며 전체 물가 상승률을 0.1%포인트가량 밀어 올렸다고 분석한 바 있다. 외식을 제외한 개인 서비스 물가도 3.5% 올랐다. 실손보험료 등 보험서비스료가 14.7% 오른 것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전체 농축수산물 물가는 1.9% 상승했지만 채소류(4.4%)와 축산물(3.7%), 수산물(2.6%) 모두 전체 물가 상승률을 웃도는 상승 폭을 보였다. 특히 무 값은 전년보다 79.5% 뛰었고, 배추 값은 66.8% 오르며 2022년 10월(72.5%)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다. 기상 악화로 산지 출하 물량이 감소한 게 큰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금(金)값’이 된 배추 가격을 잡기 위해 중국산 배추를 수입해 국내 시장에 공급할 예정이다. 김은 35.4% 올라 1987년 11월(42%) 이후 37년 2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라면, 돼지고기 등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으로 구성돼 서민들의 체감물가를 반영하는 생활물가지수도 2.5% 올라 지난해 7월(3.0%) 이후 가장 높았다.● 외화보유액, 4년 7개월 만에 최저… ‘트럼플레이션’도 변수단기간에 고유가, 고환율을 탈피할 만한 카드가 마땅치 않은 데다 대내외 불확실성 등 추가 악재도 여전한 만큼 들썩이는 물가를 잡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환율 방어의 ‘방파제’ 역할을 하는 외환보유액까지 4년 7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110억1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보다 45억9000만 달러 줄어든 규모로, 2020년 6월 이후 가장 적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발 고관세 정책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트럼플레이션(트럼프+인플레이션)’ 영향에 따른 불확실성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소매판매액지수가 전년 대비 2.2% 줄어 2003년 카드대란 사태(―3.2%) 이후 21년 만에 가장 크게 줄어드는 등 내수는 얼어붙었는데 물가 상승 압박은 커지는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환율이나 국제 유가 상황을 고려하면 당분간 소비자물가는 상승 압력이 있을 수밖에 없다. 추가경정예산(추경)도 물가 상승 요인”이라면서 “다만 내수가 워낙 부진한 상태라 상승 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내수 침체 여파로 지난해 전체 자영업자 수가 1년 전보다 3만 명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인 ‘나 홀로 사장님’은 6년 만에 처음으로 줄었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자영업자는 565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3만2000명 줄어든 규모로, 자영업자 수가 감소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가 컸던 2021년(―1만8000명) 이후 처음이다. 고용원이 없는 1인 자영업자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1인 자영업자 수는 전년보다 4만4000명 줄어든 422만5000명이었다. 2018년(―8만7000명) 이후 6년 만의 첫 감소다. 이런 흐름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사업을 확장하며 직원 채용에 나선 결과라면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문제는 지난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증가 폭도 평년보다 줄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만2000명 증가해 2022년(5만8000명)과 2023년(5만4000명)보다 증가 폭이 급감했다. 내수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고금리와 인건비 상승 등이 겹쳐 고용원이 없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폐업으로 내몰린 것으로 분석된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석달 연속 오르면서 5개월 만에 2%대에 다시 진입했다.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 상승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되는 가운데 대내외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어 한동안 물가 불안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5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지수는 115.71(2020년=100)로 1년 전보다 2.2% 뛰었다. 지난해 중순까지 2~3%대를 오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9월(1.6%) 1%대로 내려온 뒤 10월에는 1.3%까지 떨어지며 안정세를 보였다. 하지만 11월(1.5%)부터 다시 오르기 시작하더니 12월(1.9%)에 이어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상승하며 다시 2%대로 진입했다.지난달 석유류는 7.3% 오르며 지난해 7월(8.4%)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로 전체 물가를 0.27%포인트 끌어올렸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뛴 것은) 석유류 가격 상승 폭 확대가 가장 큰 요인”이라며 “석유류의 물가상승률 기여도는 지난해 12월 전년 동월 대비 0.04%포인트 올랐다가 지난달 0.27%포인트 뛰는 등 이번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증가한 요인의 대부분은 석유류에서 차지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외식 제외 개인 서비스 물가는 3.5% 오르며 전체 물가를 0.68%포인트 높였다. 실손 보험료 등 보험서비스료가 오른 것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채소류는 4.4%, 축산물은 3.7%, 수산물은 2.6% 오르며 농축수산물 물가가 1.9% 상승했다. 배추는 66.8% 뛰며 2022년 10월(72.5%) 이후 2년 3개월 만에 상승률이 가장 컸고, 김은 35.4% 올라 1987년 11월(42%) 이후 무려 37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로 조사됐다.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2.5%로 지난해 7월(3.0%) 이후 반년 만에 최대였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2.0% 상승하며 지난해 7월(2.1%) 이후 6개월 만에 2%대로 복귀했다. ‘밥상물가’와 관련 있는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0.7% 상승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 상승률은 1년 전보다 1.9% 올랐다.최근 소비자물가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국제유가와 환율 상승의 영향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이날 물가상황점검 회의에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환율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가운데 국제유가도 상승하면서 당초 예상대로 전월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두고 “환율이 물가상승률을 0.1%포인트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대내외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한동안 소비자물가 불안은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 정치 불안에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전쟁’까지 겹치며 환율 전망이 밝지 않은 점도 소비자물가 불안을 부추기는 원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환율이나 국제 유가 상승 등을 봤을 때 당분간은 소비자물가의 상방 압력이 있어 보인다”며 “불확실성 요인이 있지만 국제 유가가 지난해에 비해 안정적일 것이라는 전망을 반영하면 하반기로 갈수록 소비자물가가 안정될 것”이라고 했다.정부는 물가 관리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정부는 물가 안정이 ‘민생의 제1과제’라는 인식하에 내일 ‘민생경제점검회의’를 통해 물가상황을 꼼꼼히 점검하고, 안정적인 물가관리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지난해 소비가 2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면서 3년 연속으로 뒷걸음질쳤다. 고금리·고물가 장기화에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 등 악재가 겹치면서 내수가 좀처럼 활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수출 증가 등으로 산업 생산과 설비 투자 지표는 그나마 호조를 보였지만 미국발(發) ‘관세 폭풍’이 현실화되면서 올해 생산과 투자 모두 비상등이 켜졌다.● 소비 3년째 감소, 역대 최장 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 동향을 나타내는 소매판매는 1년 전보다 2.2% 감소했다. 신용카드 대란 사태가 있던 2003년(―3.2%)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고금리·고물가가 길어지면서 소매판매는 2022년부터 3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역대 가장 긴 하락세다. 지난해 소비 부진은 승용차 등 내구재(―3.1%),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1.4%), 의복 등 준내구재(―3.7%)에서 판매가 모두 줄어든 영향이 컸다. 특히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의 여파로 연말 소비 심리마저 위축되면서 내수 부진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0.6% 감소했다. 지난해 9월(―0.3%)과 10월(―0.7%) 감소하던 지표가 11월(0.0%) 코리아세일페스타 등의 효과에 보합세로 돌아섰으나 한 달 만에 다시 하락한 셈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과 같은) 정치 상황의 영향이 있지 않나 싶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버텼던 생산·투자, 올해 전망은 ‘우울’ 부진했던 소비와 달리 지난해 전체 산업생산과 투자는 전년보다 각각 1.7%, 4.1% 증가했다. 전(全)산업생산은 광공업(4.1%)과 서비스업(1.4%) 생산이 늘면서 4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설비투자는 반도체제조용기계 등 기계류(2.9%) 및 기타 운송장비 등 운송장비(7.8%)에서 투자가 모두 증가했다. 하지만 내수 침체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건설업 부진은 계속됐다. 지난해 건설기성은 4.9% 줄어 2021년(―6.7%)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건설기성은 건설업체의 국내 공사 현장별 시공 실적을 집계한 통계다. 소비 부진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올해는 산업 활동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발 관세 전쟁으로 수출 기업의 타격이 불가피한 탓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2포인트 하락했고, 올해 1월 수출액도 491억2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10.3%포인트 감소하며 15개월 연속 상승세가 끝났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미국에 물건을 팔고 싶으면 미국에서 생산하라는 기조”라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생산의 상당 부분을 미국으로 옮기게 되면 국내 생산지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지난해 우리나라 소비가 2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면서 3년 연속으로 전년 대비 감소했다. 고금리·고물가 장기화에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까지 악재가 겹치면서 내수가 좀처럼 활력을 되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반면 반도체 수출 증가 등의 영향으로 산업 생산과 설비 투자는 호조를 보였다. 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소비 동향을 나타내는 소매판매액지수는 1년 전보다 2.2% 감소했다. 신용카드 대란 사태가 있었던 2003년(―3.2%)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고금리·고물가가 길어지면서 소매판매액지수는 2022년부터 3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역대 가장 긴 하락세다. 지난해 소비 부진은 승용차 등 내구재(―3.1%),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1.4%), 의복 등 준내구재(―3.7%)에서 판매가 모두 줄어든 영향이 컸다. 소매업태별로는 전년 대비 무점포소매(2.4%), 면세점(3.1%)에서 판매가 증가했으나, 전문소매점(―3.4%), 승용차 및 연료소매점(―4.1%), 슈퍼마켓 및 잡화점(―5.9%), 백화점(―3.3%), 대형마트(―2.3%)에서 판매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특히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의 여파로 연말 소비 심리마저 위축되면서 내수 부진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 대비 0.6% 감소했다. 승용차(―9.1%) 등 내구재(―4.1%)가 큰 폭으로 감소했고, 오락·취미·경기용품 등 준내구재(―0.6%) 판매도 부진했다. 지난해 9월(―0.3%)과 10월(―0.7%) 감소하던 소비가 11월(0.0%) 코리아세일페스타와 같은 할인 행사의 영향으로 보합세로 돌아섰으나 한 달 만에 다시 하락한 셈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과 같은) 정치 상황의 영향이 있지 않나 싶다”고 설명했다. 부진했던 소비와 달리 지난해 전체 산업생산과 투자는 전년 대비 각각 1.7%, 4.1% 증가했다. 전산업생산지수는 광공업(4.1%)과 서비스업(1.4%) 생산이 늘면서 4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설비투자는 반도체제조용기계 등 기계류(2.9%) 및 기타운송장비 등 운송장비(7.8%)에서 투자가 모두 증가했다. 하지만 내수 침체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건설업 부진은 계속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건설기성은 4.9% 감소해 2021년(―6.7%)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건설기성은 건설업체의 국내 공사 현장별 시공 실적을 집계한 통계다. 소비 부진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올해에는 산업 활동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정책이 하나 둘씩 실현되고 있어 우리나라 수출 기업 타격이 불가피한 탓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2포인트 하락했고, 올해 1월 수출액도 491억2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0.3%포인트 감소했다. 월별 수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감소한 것은 16개월 만이다. 지난달 무역수지 역시 18억9000만 달러 적자로 19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멈췄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본적으로 트럼프 정부는 미국에 물건을 팔고 싶으면 미국에서 생산하라는 기조”라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생산의 상당 부분을 미국으로 옮기게 되면 국내 생산 지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지난해 한국이 수입한 산업·차량용 요소 중 중국산 비중이 3분의 1 이하로 떨어졌다. 90%에 육박했던 중국산 요소 수입 비중이 급감하고 수입국이 다변화되면서 ‘요소수 대란’ 사태의 추가 발생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3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산업·차량용 요소 수입 규모는 35만8197톤으로 집계됐다. 중국산 요소 수입 비중은 27.1%로 전년(88.1%) 대비 급감했다. 지난해 요소 수입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베트남(53.1%)이었고 이어 중국과 일본(8.8%), 카타르(4.7%), 사우디아라비아(3.4%)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중국산 요소 수입 비중이 급감한 것은 수입국 다변화 지원 정책의 영향이 컸다. 그간 우리나라는 타국 대비 저렴한 중국산 요소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탓에 중국발(發) 수급 불안이 발생할 때마다 일시적으로 요소수 품귀 현상이 벌어지곤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23년 12월부터 중국 외 국가에서 요소를 수입할 때 물류비 단가 차액의 50%를 보조하는 정책을 폈다. 요소를 수입하는 국내 주요 기업들이 정부 정책에 호응하면서 2023년 5.2%에 그쳤던 베트남산 요소 수입 비중이 지난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정부는 요소 수입 다변화 추세를 이어가기 위해 올해부터 상품 가격 차도 일부 보전하기로 했다. 중국 외 국가에서 요소 수입을 위한 장기 계약을 할 때 요소 상품 단가 차액의 50%를 보조하기로 하고 올해 정부 예산안에 관련 예산 계획을 반영했다. 요소의 국내 생산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요소 생산에는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지 않지만 경제성이 낮아 더는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상황이다. 우리와 산업 구조가 유사한 일본의 경우 요소의 상당 부분을 자국에서 생산하는 덕분에 중국발 수급 불안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올해 정부의 ‘감세’ 지출 규모가 78조 원 수준으로 전체 정부 지출의 10%를 넘길 전망이다.26일 국회 예산정책처의 ‘2024년 세법개정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정부의 조세지출 예산은 지난해(71조4000억 원) 대비 9.2%(6조6000억 원) 증가한 78조 원 규모다. 조세지출은 정부가 세금을 면제하는 방식으로 기업 등을 지원하는 일종의 간접 재정지출을 뜻한다. 올해 조세지출을 제외한 재정지출 예산은 677조4000억 원으로 지난해(656조6000억 원) 대비 3.2%(20조8000억 원) 늘어난다. 정부의 재정지출보다 조세지출이 더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전체 정부지출(재정+조세지출) 예산에서 조세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0.3%로 지난해 대비 0.5%포인트 상승할 전망이다. 2016년 이후 최근 10년간 가장 높은 수치다.정부는 올해 조세지출이 늘어나는 이유로 대기업 실적 회복에 따른 연구개발(R&D)·통합세액공제 증가 등을 제시했다. 조세지출이 급증하면서 국세수입 총액에 국세 감면액을 더한 금액 대비 국세 감면액의 비율은 역대 최고인 15.9%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국회 예정처는 “조세지출은 일몰 종료가 되지 않는 한 법 규정에 따라 국세 감면을 유발하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세입 기반을 약화할 수 있다”라며 “올해도 국세수입 결손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권한대행직을 맡은 뒤 한 달이 흘렀다.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1인다(多)역’을 소화해온 최 권한대행을 향한 평가는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 경제 관료 출신답게 ‘관리형’ 업무 스타일로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해왔다는 의견과 내수 부진 및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표류하는 한국 경제의 위기를 타파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비판이 공존하는 상황이다.26일 세종 관가에 따르면 기재부 내부에서는 권한대행직을 맡은 지 한 달이 된 최 권한대행에게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최근 기재부 노동조합의 ‘2024년 닮고 싶은 상사’ 투표 결과 최 권한대행이 선정된 것이 대표적이다. 그가 닮고 싶은 상사로 뽑힌 것은 20여 년 전인 2006년 자금과장 시절 이후 처음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아무래도 기재부 장관이 권한대행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처음이고, 업무에 어려움이 많은 만큼 내부에서라도 응원해줘야 하지 않겠냐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기재부 관계자도 “지난달에만 해도 비상계엄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부총리를 저격하는 글이 내부 익명 게시판에 올라올 정도였다”라며 “최근에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서 일을 덤덤하게 잘하고 있다며 칭찬하는 글이 게시되고 있다”고 말했다.동시에 너무 많은 역할을 수행 중인 최 권한대행에 과부하가 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최 권한대행은 지난달 27일 권한대행직에 오른 뒤 3일 차에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까지 겸직하면서 대통령 권한대행과 국무총리 직무대행, 경제부총리에 이어 중대본부장까지 ‘1인4역’을 맡아왔다. 그가 설 연휴 기간 공개적인 외부 일정은 줄이고 서울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는 점 역시 강행군에 따른 피로 누적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 관계자는 “권한대행을 맡기 전에도 바빴는데 지금은 제때 밥을 먹지 못할 정도로 빠듯한 일정을 소화 중”이라며 “기재부 직원들이 경제 정책 관련 보고 일정을 잡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새해 한국 경제 적신호가 켜진 가운데 최 권한대행 체제로는 위기 극복에 한계가 극명하다는 비판도 많다. 대통령 리더십 부재 속에서 최 권한대행이 적극적으로 정책을 펼치기에는 움직임에 제약이 너무 많은 탓이다. 특히 최 권한대행의 일정 및 업무 보조, 부처 간 정책 조율 등을 모두 기재부가 담당해야 하는 탓에 경제 분야에 상대적으로 소홀해졌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정부 부처 관계자는 “경제 침체 장기화가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올해 기재부 업무계획도 그렇고 눈에 띄는 경제 정책이 실종됐다는 얘기가 많다”라며 “기재부가 경제 부처가 아닌 ‘의전 부처’가 됐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말했다.실제 기재부 내부에서는 ‘굵직한 경제 정책 보고는 나중에, 간단한 보고는 빠르게’ 하는 분위기가 팽배한 모습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큰 경제 정책은 어차피 권한대행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범위가 좁고, 국회 협의가 필수적인 만큼 직원들도 굳이 보고를 서두르지 않고 있다”며 “대신 간단한 보고는 차관에게 직접 하면서 과거보다 빠르게 처리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최 권한대행이 한국 경제의 추가 침체를 막는 정도의 ‘방어적인’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2기 행정부 출범 등 대내외적인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권한대행 체제로는 적극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며 대응하는 것이 쉽지 않은 탓이다. 계엄 사태 이후 각 정부 부처의 업무 추진 동력도 떨어졌고, 정계도 조기 대선 모드로 전환하며 국정 현안 협의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권한대행 체제에서는 정부가 새로운 경제 정책은커녕 기존에 발표된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는 것조차 어렵다고 봐야한다”고 분석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권한대행 직이라는 것이 국민으로부터 선출된 자리가 아닌 만큼 현상 유지를 하면서 더 악화되지 않게 관리하는 역할이 최선일 것”이라고 설명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12·3 비상계엄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내수가 위축되면서 지난해 4분기(10∼12월) 경제성장률이 0.1%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2개 분기 연속 0.1% 성장하며 연간 성장률도 겨우 2% 턱걸이했다. 올해에는 수출마저 타격이 우려돼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는 우려가 나온다.23일 한국은행은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1%(전기 대비)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전망치(0.5%)의 5분의 1 토막 수준이다. 분기 성장률은 2023년 1분기(1∼3월)부터 5개 분기 연속 성장 기조를 유지했지만 지난해 2분기 ―0.2%로 추락한 뒤 3분기, 4분기 제대로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2개 분기 연속 0.1% 성장은 사상 처음으로 1979년 제2차 오일쇼크나 외환위기, 코로나19 등 경제 위기를 제외하곤 최악의 성적표다. 연간 성장률도 역대 최대 수출을 기록했음에도 전망치(2.2%)보다 0.2%포인트 낮은 2.0%에 그쳤다. 한은은 민간소비와 건설투자가 예상보다 크게 위축된 탓으로 본다. 비상계엄 사태로 경제 심리와 민간소비가 4분기에 크게 쪼그라들었다는 것이다. 특히 건설투자는 3.2% 감소하며 3개 분기 연속 역성장했다. 이승한 기획재정부 종합정책과장은 “예상보다 예산 신속 집행의 영향이 잘 나타나지 않거나 경제 심리 위축이 지속되면 1분기 중 적시에 필요한 조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계엄 직격탄 맞은 성장률, 전망치 5분의 1토막… 올해도 ‘흐림’2개 분기 연속 0.1% ‘저성장 늪’… 작년 年성장률도 0.2%P 낮아져반도체 중심 IT수출 호조에도… 정치리스크에 내수 얼어붙어한은 “정치불안 계속땐 올해도 부진”“정국 불안이 없었다면 고물가·고금리가 완화되고 소득 여건도 완만히 개선되면서 민간 소비가 최소한 유지됐을 것이다.”기획재정부의 분석대로 비상계엄의 직격탄에 소비가 얼어붙으며 지난해 4분기(10∼12월) 경제성장률은 전망치의 5분의 1토막인 0.1%에 그쳤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정보기술(IT) 제품 수출이 호조를 보였지만 성장률을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은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올해도 성장률 부진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의 부진으로 인해 2024년 연간 성장률도 2.04%에 그쳤다. 2023년 1.4% 성장보다는 높지만 당초 한은이 예상했던 2.2%에서 0.2%포인트 꺾였다. 특히 분기별로 뜯어보면 ‘최악의 성적표’에 가깝다. 지난해 1분기(1∼3월) 1.3%라는 깜짝 성장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2분기(4∼6월) 0.2% 역성장한 뒤 3, 4분기 2개 분기 연속으로 0.1% 성장하는 데 그쳤다.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7년 3개 분기 역성장,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2009년 5개 분기 연속 1% 미만 성장(1개 분기 역성장), 코로나 팬데믹이 확산되던 2020년 2개 분기 역성장 등 과거에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크게 꺾인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모두 큰 대외 리스크가 있었던 시점인 데 반해 지난해에는 특별한 위기 국면이 아니었음에도 국내 정치 리스크가 성장률을 갉아먹었다. 지난해 11월 한은은 4분기 민간 소비가 0.5%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이날 발표에 따르면 0.2% 성장하는 데 그쳤다.한국은행과 기재부는 정치 리스크로 인한 소비 부진 외에도 건설 경기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건설 수주·착공 등 선행지표가 부진한 가운데 지난해 12월 분양 실적 등이 안 좋게 나오는 등 건설 경기가 예상보다 더 나빴다”고 설명했다. 국내총생산(GDP) 지출 항목 중 건설투자는 지난해 2분기부터 4분기까지 감소했고 그 결과 연간 건설투자도 전년 대비 ―2.7%로 집계됐다.문제는 올해 상황도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올해 1.9%의 경제성장률을 전망했지만 최근 1.6∼1.7%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았다.한은에서는 경제 심리가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조기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 및 집행을 주장하지만 정부에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추경 편성 논의의 전제조건이 국정협의체 가동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21일 국무회의에서 최 권한대행이 밝힌 대로 국정협의회에서 각종 법안과 추경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일각에서는 한은이 과도하게 낙관적인 전망을 한 탓에 성장 전망이 어긋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은이 예상했던 것보다 경기가 훨씬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 이번 경제성장 전망 오차에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1일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중국 제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21일(현지 시간) 밝혔다. 그는 또 미국 기업과 국민에게 차별적 역외 세금을 부과하고 있는 국가에 대한 보복 방안 마련을 지시했고, 다국적 기업의 세금 회피를 막기 위한 ‘글로벌 최저한세(GMT)’ 합의에서의 탈퇴도 선언했다. 전 세계에 ‘트럼프발(發) 관세 및 세금 폭풍’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 원료를 멕시코와 캐나다로 수출해 미국 내 펜타닐이 범람하고 있다며 “이에 근거해 10%의 관세 부과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품목별로 7.5∼10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여기에 10%포인트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미국 우선주의 통상정책’ 각서를 통해 “미국 기업에 불균형하게 과세하는 국가에 대한 ‘보복 조치’를 검토해 4월 1일까지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글로벌 조세 합의’ 각서를 통해선 ‘글로벌 최저한세’ 합의에서 탈퇴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세금 부과를 높이는 유럽연합(EU) 등을 겨냥한 조치로 보인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4년간 5000억 달러(약 735조 원)를 투자하는 AI 인프라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中 때린 트럼프 “EU도 아주아주 나빠”… 관세전쟁 확전 시사[트럼프 2기 개막]멕시코-캐나다-中 관세 폭탄 이어, EU에 관세 부과-보복세금 예고‘마가노믹스 핵심은 관세’ 재확인… 韓서명 ‘글로벌 최저한세’ 탈퇴 선언“중국은 미국을 악용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아주아주 나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다음 달 1일부터 중국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또 부과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유럽연합(EU)도 잠재적 관세 부과 대상으로 지목했다. 그는 전날 ‘미국 우선주의 통상정책’ 각서를 통해 미국 기업을 차별하는 국가의 기업 등에 보복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 마련도 지시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글로벌 조세 합의’ 각서를 통해선 다국적 기업들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에 자회사를 세우는 것을 막기 위한 ‘글로벌 최저한세(GMT·Global Minimum Tax)’ 합의에서의 탈퇴도 선언했다. ‘관세’와 ‘세금’을 무역적자 해소, 방위비 분담금 증액 촉구, 무역협정 재협상 등을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며 세계 주요국을 대상으로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겠다는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한국이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과의 교역에서 큰 규모의 흑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우리 산업과 수출의 어려움이 심화할 수 있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펜타닐 원료 수출하는 中에 10% 관세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펜타닐 원료를 멕시코와 캐나다에 보낸다는 사실에 근거해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의 중국산 원료가 멕시코와 캐나다로 보내진 뒤 마약으로 제조돼 미국으로 들어오는 점에 강한 불만을 표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당일인 20일에도 멕시코와 캐나다를 향해 다음 달 1일부터 각각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루 만에 중국에도 10%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멕시코, 캐나다, 중국은 각각 2023년 기준 미국의 1, 2, 3위 교역국이다. 미국에서 멕시코와 캐나다산 수입품은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따라 사실상 무관세가 적용되며, 중국산 수입품은 품목에 따라 7.5∼100%의 관세가 부과된다. 이처럼 교역 비중이 큰 세 나라를 향해 추가 관세 부과에 나선 것을 두고 관세가 트럼프식 경제정책, 즉 ‘마가노믹스’의 핵심 무기임을 확인시켜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가노믹스는 그의 정치 구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와 ‘경제학(Economics)’을 합친 용어다. 다만 중국에 관세를 부과해도 일부 품목에 대한 세부 조율 가능성은 남아 있다. 현재 미국이 트럼프 1기 때보다 중국에서 더 많이 수입하는 철강, 자동차 등에 우선 관세를 부과하되 수입 비중이 적은 가구, 의류 같은 품목에는 부과 시기를 미룰 수 있다는 의미다. 외교 소식통은 “기존 관세로 미국의 수입이 이미 줄어든 품목은 이번 조치의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세금 폭탄’도 예고 트럼프 대통령은 ‘세금’을 무기화하는 방안에도 착수했다. 20일 ‘미국 우선주의 통상정책’ 각서에서 “미국법전(USC) 제26권 제891조에 의거해 외국이 미국 기업과 시민에 차별적인 세금을 부과하는지 조사해 4월 1일까지 대통령에게 보고하라”고 밝혔다. ‘차별’이 있다고 판단되면 의회 승인 없이 해당 국가의 기업에 대한 세율을 두 배로 높일 수 있다. 그간 ‘디지털시장법(DMA)’ 등을 통해 애플, 구글, 메타 등에 대한 규제 강도를 높인 EU를 겨냥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최저한세’ 합의에서 탈퇴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OECD 글로벌 조세 합의’ 각서에서 “글로벌 조세 합의가 미국 내 강제력 및 효력이 없음을 명확히 해 주권을 되찾겠다”고 강조했다. 다국적 기업들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에 자회사를 세우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로, 2021년 136개국이 합의했고 2023년 발효됐다. 특정 국가가 최저한세율(15%)보다 낮은 세금을 부과할 때 다른 국가에 추가 세금 부과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최근 EU는 미국 기업에 약 20%의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글로벌 세금 규정에 폭넓게 도전할 의향이 있음을 이 합의에 서명한 한국, 일본, 영국, 캐나다, EU 주요 회원국 등에 보여 준다”고 전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국세청이 올해 경제 여건을 고려해 세무조사 규모를 예년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삼쩜삼’ 등과 같은 종합소득세 간편환급 서비스도 3월 중으로 출시한다. 부동산 감정평가 대상을 확대해 세수는 1조 원 이상을 추가로 확보할 방침이다.22일 강민수 국세청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2025년 상반기(1~6월)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국세행정 운영 방안을 논의했다. 국세청은 대내외 어려운 경제 여건을 고려해 세무조사를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조사 건수는 예년 수준인 1만4000건 안팎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 정기조사 대상 선정 때 ‘무작위’로 추출하던 방식은 실익이 적은 것으로 보고 축소할 방침이다. 대신 탈루 혐의가 명백한 경우 비정기 조사를 적극 실시한다. 다국적기업 등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자료 제출을 지연하거나 거부하면 이행 강제금을 부과하는 법적 근거 마련도 지속 추진할 예정이다. 관련 법안은 지난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잠정 합의까지 이뤄졌다가 보류된 상태다. 국세청 관계자는 “국회에서 올해 논의를 통해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수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과 납세자를 위한 세정 지원은 강화한다. 재난 등으로 일시적인 자금난을 겪는 납세자들에 세정 지원 기간을 2년까지 연장하고 장려금 자동 신청 제도 대상은 현행 60세 이상 고령자에서 모든 연령대로 넓힌다. 지난해 종소세 분야에 시범 도입한 인공지능(AI) 상담은 주요 세목과 전국 세무서로 확대한다. 또 종소세 간편환급 서비스를 개발해 올해 3월 중 선보일 예정이다. 국세청은 “민간 플랫폼보다 쉽고 간편하면서도 수수료 부담이 없고 개인정보 유출·부당 공제 소지 또한 방지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초고가 아파트 등 주거용 부동산을 대상으로 감정평가도 추진한다. 실제 가치에 맞는 수준의 상속·증여세를 매기기 위함이다. 강민수 국세청장은 “과세 관청 감정평가에 더해 미리 자발적으로 납세자가 해 오는 감정평가까지 하면 1조 원 이상의 세수 증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세수 결손 우려에 대해서는 주요국 무역정책 전환, 내수 개선 지연 등 불확실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강 청장은 “잇따른 세수 결손에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국세청은 공정하게 세법을 집행하며 국가 재원 조달이라는 본연의 업무를 흔들림 없이, 제대로 해내기 위해 전심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존 무역협정의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시험대에 올랐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보편 관세 부과는 첫날 시행되진 않았지만 멕시코와 캐나다에 2월 1일 관세 부과 계획을 밝히며 의지를 재확인했다. 삼성전자가 멕시코 공장 라인 일부의 미국 이전을 검토하는 등 기업들의 대응도 빨라졌다. 20일(현지 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임 직후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무역 정책’의 이행을 지시하는 대통령 각서에 서명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에는 무역협정을 맺은 국가들과 “상호적이며 공통으로 유리한 양보를 얻거나 유지하는 데 필요하거나 적절한 개정을 권고하라”고 지시했다. 한미 FTA 역시 기존 무역협정이라는 측면에서 재검토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에도 한미 FTA 재협상을 통해 2021년 종료 예정이던 한국산 화물자동차(픽업트럭)의 관세(25%)가 2040년까지 연장된 바 있다. 첫 관세 부과 대상국과 적용 시기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멕시코와 캐나다에) 2월 1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지지자 대상 연설에서 “관세는 우리를 엄청나게 부자로 만들 것이다. 우리를 떠난 기업을 다시 불러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관세와 수입세 등 외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수입을 징수할 ‘대외수입청’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우선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힘에 따라 미국 수출을 위해 멕시코 등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계산도 복잡해졌다. 삼성전자는 현재 멕시코 케레타로 공장에서 생산하는 건조기 라인 일부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 공장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FTA 재협상과 관세 폭탄 우려 속에 수출 직격탄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장성길 산업부 통상정책국장 등 실무 대표단을 현지에 급파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올해 상반기(1∼6월) 수출이 특히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며 “2월 발표를 목표로 범부처 비상수출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식 시작 직후 X(옛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동맹을 다시 위대하게(Making the Alliance Great Again) 만들길 기대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으로 한국 경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감소 폭이 약 6조3000억 원으로 예상되는 등 경기 부진 우려가 더욱 커지면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경 편성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최 권한대행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추가 재정 투입에 대해서는 국회, 정부 국정협의회가 조속히 가동되면 국민의 소중한 세금을 가장 효과적으로 써야 한다는 재정의 기본 원칙하에 국회와 정부가 함께 논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와 정부 간 국정협의회 가동을 전제로 추경 편성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시사한 것이다.최 권한대행이 이 같은 뜻을 밝힌 건 악화 일로인 국내 경기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권한대행은 “어려운 민생 지원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정치권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경제계 등 일선 현장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미 내수 부진 등으로 위축됐던 국내 경기는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로 더욱 악화됐다. 특히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으로 한국의 실질 GDP는 최소 6조 원 넘게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은행은 20일 공식 블로그에 게재한 ‘2025년 1월 금융통화위원회 결정 시 한은의 경기 평가’ 보고서를 통해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연 1.9%로 예상했으나 이 전망치가 1.6∼1.7%로 하향 조정될 것으로 판단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4분기(10∼12월) 성장률도 기존 전망치(0.5%)의 반 토막에도 못 미치는 0.2% 정도에 그칠 것으로 봤다. 지난해 1분기에 1% 넘는 성장률을 보였던 분기별 성장률은 2분기(4∼6월·―0.2%)에 마이너스를 보였고, 3분기에도 0.1%에 그쳤다.한은의 전망대로 올해 성장률을 1.7%로 가정하면 실질 GDP는 2330조8530억 원으로 종전 예상 대비 4조5840억 원 줄어든다. 또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0.2%에 그쳤을 경우 지난해 연간 실질 GDP는 2290조1740억 원으로 기존보다 1조7170억 원 적게 된다. 지난해 4분기와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된 점을 고려하면 실질 GDP가 6조3010억 원만큼 감소했다고 추산할 수 있다. 이는 한 대에 약 2800만 원인 현대차 중형 세단 ‘쏘나타’를 22만5000대 정도 팔아야 충당 가능한 규모다.문제는 한은의 이 같은 분석이 올 2분기부터 정국 불안이 해소될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면 한은의 추산보다 경제적인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씨티그룹은 헌법재판소가 올 3월 중순 탄핵을 인용할 것으로 전망하는 동시에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1.5%로 낮춘 바 있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이달 16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최대 20조 원 규모의 추경을 제안한 점도 이런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시 이 총재는 “소비나 내수 등이 예상보다 많이 떨어졌다”며 “지금은 당연히 추경이 필요하고, 시기는 가급적 빨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경기 남양주 광릉테크노밸리 내 건설 자재 제조 업체 A사. 20여 년의 업력에 약 1만6000m² 규모의 넓은 공장을 보유한 곳이지만 현재 일하는 직원은 30여 명에 불과했다. 건설 경기 침체 장기화로 200억 원 수준이던 연 매출이 3, 4년 만에 100억 원대 초반으로 줄면서 인력이 40% 가까이 감소했다. 직원 평균 연령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한국인 직원 15명이 대부분 50대일 정도다. 지난해 여름 신입 직원을 채용하기 위해 공고를 내보기도 했지만 열악한 인프라로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 A사 창업주의 아들인 김모 부장(35)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활력을 가져다줄 젊은 인력을 구하지 못하고 지금처럼 매출만 야금야금 줄어드는 구조라면 10년 뒤에는 회사 운영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국 제조업의 뿌리인 산업단지의 불황이 깊어지면서 ‘한국판 러스트벨트(rust belt·미국의 쇠락한 공업지대)’로 전락하는 곳이 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산단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근본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계엄 및 탄핵 정국과 맞물리면서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를 비롯한 각국이 제조업 부흥에 나선 상황에서 우리는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약 없이 지연된 산단 활성화 대책20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국내 산단의 활력을 되살리기 위한 근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담당 부처 실국과장들이 직접 지방 위주로 현장을 둘러보면서 문제점을 파악해 왔고, 올해 초에는 해결책을 담은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연초 발표한 ‘2025년도 업무계획’에서 관련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고 대책 발표 시기도 기약 없이 밀린 것으로 파악됐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현장의 얘기를 조금 더 모아보자는 차원”이라며 “산단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재원도 어마어마하게 들고, 손을 댈 것도 한두 개가 아니라 현장 조사를 좀 더 해서 제대로 준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 안팎에서는 계엄 및 탄핵 정국에 정부 부처에서 추진하던 주요 정책이 동력을 잃고 표류하면서 산단 활성화 대책도 흐지부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산단 10곳 중 3곳, 생산·수출액 ‘후퇴’문제는 국내 산단이 겪는 어려움이 여유를 부릴 정도로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동아일보가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산업단지 현황 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2년(2023∼2024년)간 한 번이라도 생산 실적이 잡힌 국내 산단 857곳 중 지난해 3분기(7∼9월) 누계 생산액이 전년보다 증가한 곳은 347곳(40.5%)에 그쳤다. 250곳(29.2%)은 누계 생산액이 오히려 후퇴했고, 260곳(30.3%)은 제자리걸음이었다. 이는 건설·유통업 부진의 영향이 크다. 산업부 관계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리를 지지부진하게 끌고 온 탓에 좀처럼 지방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며 “유통 쪽은 중국 온라인 유통 업체의 저가 물량 공세에 밀리면서 무너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달성한 6838억 달러의 역대 최대 수출 실적도 낙수효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최근 2년간 한 해라도 수출 실적이 잡힌 산단 712곳 중 지난해 3분기 누계 수출액이 전년 대비 증가한 곳은 260개(36.5%)에 불과했다. 235곳(33.0%)에서는 오히려 수출이 감소했다.● 산단 노후화까지 ‘겹악재’… “특단 대책 시급”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산단 노후화까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산단 5곳 중 2곳 이상은 착공 후 20년이 지난 상태다. 산단 활성화의 최우선 과제인 젊은 인력 충원 자체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 지원책 역시 대부분 ‘보여주기’ 방식을 벗어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문화 산단을 만들겠다며 수억 원을 투입해 겨우 벽화 거리를 조성하는가 하면 접근성 고려 없이 아무도 이용하지 않는 대형 주차장을 건설해 예산을 낭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의 산단 정책을 송두리째 바꾸는 정도의 획기적인 대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국내 산단의 쇠락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동안 정부의 산단 대책은 100의 예산을 전국 1000여 개의 산단에 고루 나눠주는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며 “회복 가능성이 없는 산단은 과감하게 구조조정하고, 첨단 기업이 몰려 있는 산단에 지원을 집중하는 형태로 정부의 정책 방향을 재구성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경기 부진에다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이 겹치면서 지난해 말 일도 구직 활동도 하지 않고 ‘그냥 쉬는’ 청년이 1년 전보다 10%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훈풍’이 불던 노인 일자리 시장 역시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1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5∼29세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41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36만6000명)과 비교하면 12.3% 증가한 규모다.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지난해 5월부터 8개월 연속 전년 대비 늘고 있다. 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가운데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 등으로 ‘연말 특수’가 사라진 것도 고용 지표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노인 일자리 시장도 악화됐다. 통계청 고용동향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60세 이상 구직단념자는 10만6681명으로 전년보다 1만8698명(21.3%) 증가했다. 노인 구직단념자의 규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이 잦아들고 정부의 노인 일자리 공급이 늘면서 2021년(15만6377명)부터 2023년(8만7983명)까지 꾸준히 줄다가 지난해 다시 증가세로 전환됐다. 구직단념자는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을 원하고 취업할 수 있었지만 임금 수준 등 조건이 맞는 일자리를 찾지 못할 것 같아 취업을 단념한 구직 경험자들이다. 노인들이 구직을 단념한 사유로는 ‘이전에 찾아보았지만 일거리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4만1944명(39.3%)으로 가장 많았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1월 20일, 나는 멕시코 및 캐나다의 모든 상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말 자신의 소셜미디어 게시글로 밝힌 경제 정책 구상이다. 세계 경제는 20일(현지 시간)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 출범과 함께 현실화되는 ‘마가노믹스’ 폭풍을 숨죽여 기다리고 있다. 마가노믹스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와 ‘경제학(Economics)’을 합친 용어로 트럼프의 경제 정책을 뜻한다. 첫날 쏟아질 100여 개의 행정명령 가운데 높은 관세, 에너지 정책 전환 등은 한국의 수출과 산업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인 것이 관세 관련 조치다.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수입품에 최대 20%의 관세 부과를 공약했다. 취임 첫날 멕시코와 캐나다에 우선적으로 더 높은 25% 관세 부과를 발표하며 전 세계에 관세 경고장을 날릴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20일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을 기반으로 ‘국가 경제 비상 사태’를 선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각에선 보편관세를 한 달에 약 2∼5%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국의 보편관세 부과 시 한국의 연간 수출액이 최대 448억 달러(약 65조4000억 원)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편관세 공약은 한국과 방위비 협상 등에 나설 트럼프 행정부의 협상력을 높이는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스티븐 미런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은 보편관세가 미국의 안보 우산 제공에 대해 동맹이 지불해야 할 대가라는 견해를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한 바 있다. 화석 에너지원 개발 확대 방안도 첫 행정명령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에서 다시 내연기관차로 정부 지원 방향을 틀고, 재생에너지 지원을 축소하는 등의 내용이다. 특히 전기차와 배터리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폐지 혹은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IRA는 법을 바꿔야 해 의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취임 첫날 행정명령에는 ‘2030년까지 신차 절반은 전기차’와 같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정책 목표 폐기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해 “취임하는 날, ‘사기꾼 조(Crooked Joe)’의 전기차 의무화 정책을 취소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한국 수출 기업을 비롯해 자동차나 배터리 업계는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인 가운데 일부 국내 기업은 미국 투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대응에 나섰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 앨라배마주 변압기 공장 생산 능력을 연 100개에서 최대 150개로 증설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에 변압기를 수출하는 울산 공장 또한 증설 작업을 거쳐 변압기 생산량을 연 300개에서 360개로 확대하기로 했다. 국내외에서 진행되는 이번 증설 작업에 들어가는 투자금은 4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4대 그룹은 현대자동차그룹이 트럼프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에 기부금을 낸 사실이 알려졌을 뿐 별다른 움직임 없이 조용히 ‘트럼프 2.0 시대’를 기다리고 있다. 4대 그룹의 한 고위 임원은 “섣불리 움직였다가 미국으로부터 투자 요구만 받을 수 있다”며 “우리 정부의 요구 사항도 있을 수 있어 정치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정치 혼란에 따른 리더십 공백 장기화로 민관 원팀 대응이 사라졌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지형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은 다양한 이슈를 한꺼번에 묶어 미국과 큰 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경기 부진 장기화에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이 겹치면서 지난해 말 일도 구직 활동도 하지 않고 ‘그냥 쉬는’ 청년들이 1년 전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됐다. 그나마 ‘훈풍’이 불던 노인 일자리 시장 역시 급격히 쪼그라들었다.1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15∼29세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41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36만6000명)과 비교하면 12.3% 증가한 규모다. 같은 기간 청년층 전체 인구가 830만6000명에서 805만5000명으로 3.0%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더욱 두드러지는 증가 폭이다.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최근 꾸준히 늘고 있다. 월별로 보면 지난해 5월부터 8개월 연속 청년층 쉬었음 인구가 전년 대비 증가했다. 연간으로 봐도 지난해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42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2만1000명 증가해 2020년(44만8000명) 이후 최대치였다.고물가, 내수 부진 등으로 경기 부진이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 등으로 ‘연말 특수’가 사라진 것도 지난해 말 고용 지표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그나마 사정이 괜찮았던 노인 일자리마저도 쪼그라들고 있다. 통계청 고용동향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60세 이상 구직단념자는 10만6681명으로 전년 대비 1만8698명(21.3%) 증가했다. 노인 구직단념자의 규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이 잦아들고 정부의 노인 일자리 공급이 늘면서 2021년(15만6377명)부터 2023년(8만7983명)까지 꾸준히 줄다가 지난해 다시 증가세로 전환됐다.구직단념자는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을 원하고 취업할 수 있었지만 임금 수준 등 조건이 맞는 일자리를 찾지 못할 것 같아 취업을 단념한 구직 경험자들이다. 최근 1년 내 구직 경험이 있는 이들로 아예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과 함께 사실상 실업 상태로 여겨진다. 다만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실업률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다.노인들이 구직을 단념한 사유로는 ‘이전에 찾아보았지만 일거리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4만1944명으로 39.3%를 차지했다. ‘근처에 일거리가 없을 것 같았다’는 응답이 2만4254명(22.7%), ‘원하는 임금수준이나 근로조건에 맞는 일거리가 없을 것 같았다’는 응답이 2만1873명(20.5%)으로 뒤를 이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한국수력원자력과 미국 웨스팅하우스 간 2년 넘게 이어져온 지식재산권 분쟁이 양측 합의로 해소됐다. 3월로 예정된 체코 신규 원전 건설 본계약의 가장 큰 걸림돌이 사라지게 됐을 뿐만 아니라 향후 ‘팀 코러스(KORUS·KOREA-US)’ 협력 확대에도 긍정적인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원자력 업계에 따르면 한수원과 한국전력, 웨스팅하우스는 2022년부터 계속된 지재권 분쟁을 중단하고 향후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3사는 웨스팅하우스의 지분을 보유한 캐나다 핵연료 회사 카메코와 함께 이르면 17일 미국에서 협상 타결을 공식 선언할 것으로 전해진다.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는 한국형 원전인 ‘APR1400’의 기술 소유권을 두고 분쟁을 벌여왔다. 웨스팅하우스는 해당 원전이 자사의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인 만큼 한수원이 해외 수출 시 자사의 허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한수원은 냉각재펌프, 계측제어통합설비 등 핵심 기술을 자체 개발해 국산화를 이룬 만큼 독자 수출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한수원이 3월 본계약을 앞둔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에도 APR1400이 사용된다.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재권 분쟁이 해결되지 않으면 최종 계약이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 이유다. 하지만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가 지재권 분쟁을 해결하면서 체코 신규 원전 수출 본계약도 순풍을 타게 됐다. 양 사는 이번 협상 과정에서 계약 내용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비밀 유지 조항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에 따라 협상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을 예정이다. 다만 원전 업계 안팎에서는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에 ‘로열티’를 제공하고 향후 유럽 등으로의 원전 수출을 공동 추진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이번 합의는 향후 한미 양국의 원전 협력 확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한국수력원자력과 미국 웨스팅하우스 간 2년 넘게 이어져온 지식재산권 분쟁이 양측 합의로 해소됐다. 3월로 예정된 체코 신규 원전 건설 본계약의 가장 큰 걸림돌이 사라지게 됐을 뿐만 아니라 향후 ‘팀 코러스(KORUS·KOREA-US)’ 협력 확대에도 긍정적인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16일 원자력 업계에 따르면 한수원과 한국전력, 웨스팅하우스는 2022년부터 계속된 지재권 분쟁을 중단하고 향후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3사는 웨스팅하우스의 지분을 갖고 있는 캐나다 핵연료 회사 카메코와 함께 조만간 미국에서 협상 타결을 공식 선언할 것으로 전해진다.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는 한국형 원전인 ‘APR1400’의 기술 소유권을 두고 분쟁을 벌여왔다. 웨스팅하우스는 해당 원전이 자사의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인 만큼 한수원이 해외 수출시 자사의 허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한수원은 냉각재펌프, 계측제어통합설비 등 핵심기술을 자체 개발해 국산화를 이룬 만큼 독자 수출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한수원이 3월 본계약을 앞둔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에도 APR1400이 사용된다.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재권 분쟁이 해결되지 않으면 최종 계약이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 이유다. 하지만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가 지재권 분쟁을 해결하면서 체코 신규 원전 수출 본계약도 순풍을 타게 됐다.양사는 이번 협상 과정에서 계약 내용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비밀 유지 조항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에 따라 협상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을 예정이다. 다만 원전 업계 안팎에서는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에 ‘로얄티’를 제공하고 향후 유럽 등으로의 원전 수출을 공동 추진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이번 합의는 향후 한미 양국의 원전 협력 확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달 8일(현지시간) 양국 정부는 원자력 협력 원칙을 재확인하고 수출 통제 협력을 강화하는 약정(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MOU에는 철저한 비확산, 원자력 안전 기준 준수 원칙을 전제로 한미 양국 기업이 세계 원전 시장에 함께 진출하는 것을 독려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제3국으로 민간 원자력 기술을 이전할 때 이뤄질 정보 공유 체계도 포함됐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