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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인 ‘K푸드’ 열풍에 힘입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의 농식품 수출액이 역대 최대인 약 57억 달러(7조8000억 원)로 집계됐다. 한류 붐을 타고 라면과 과자, 냉동김밥 등의 수출 실적이 급성장한 영향이다. 6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의 농식품 수출 누적액(잠정)이 지난해 동기(51억8990만 달러) 대비 9.2% 증가한 56억6750만 달러(약 7조7860억 원)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농식품 수출을 이끈 것은 라면이었다. 지난달 말까지의 수출액(6억9900만 달러)이 전년 동기 대비 34%나 급등했다. 과자류(4억2400만 달러)와 음료(3억8800만 달러) 수출도 1년 전보다 각각 14.7%, 11.8% 늘었다. 즉석밥‧냉동김밥 등 쌀가공식품 수출액(1억6500만 달러) 역시 채식‧건강식 및 한류에 대한 관심으로 지난해 1~7월과 비교해 45.7%나 올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라면과 즉석밥, 냉동김밥 등의 수출액은 모두 역대 최대”라고 설명했다.수출 시장별로도 대부분의 권역에서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대(對)유럽 수출액은 4억7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3.3%나 늘었고 미국(8억8600만 달러)과 중국(8억3700만 달러) 역시 각각 23.0%, 5.9%의 성장률을 나타냈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미국발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가 한국 증시는 물론이고 전 세계 자본시장을 뒤흔들자 정부가 국내외 금융시장에 대한 긴급 점검에 나섰다. 경제 유관 기관 4곳의 수장들이 참석하는 ‘F4(Finance 4)’ 회의도 개최할 계획이다. 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6일 장 시작 전에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하는 F4 회의를 열고 전 세계 주요국의 금융시장 상황 및 국내 시장 안정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국내 증시의 하방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시장의 과한 불안감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미국의 경기 둔화 우려에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까지 더해지며 전 세계 주요국의 증시가 일제히 급락한 가운데 코스피 역시 5일 역대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지며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주 후반 이후 미국 경기 둔화 우려와 주요 기업들의 실적 악화, 그간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 등이 맞물리며 우리 증시를 포함한 글로벌 증시가 큰 폭으로 조정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5일에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재부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고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만큼 관계 기관들의 긴밀한 공조를 당부했다. 그는 “높은 경계심을 갖고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유지해 달라”며 “필요시 컨틴전시 플랜(상황별 대응 계획)에 따라 긴밀히 공조·대응하라”고 지시했다. 금융당국도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감원장, 한국거래소 등 관계 기관과 함께 긴급 시장점검회의를 열었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대통령실이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서울 집값 안정을 위해 이달 15일 전 공급 중심의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일 기자들과 만나 “서울 집값이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와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구) 위주로 많이 오르고 있다”며 “최근 올라가는 속도가 조금 가파른 것으로 보여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주로 공급대책 위주로,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은 최근 서울 아파트값이 지난달 29일 기준 19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는 점 등을 고려해 물가 안정보다 부동산 대책 마련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해부터 아파트뿐 아니라 전세사기 영향 등으로 비(非)아파트 공급이 급감한 것을 이번 집값 상승 원인으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비아파트 물량을 대대적으로 푸는 대책 등이 우선 검토되는 분위기다. 대통령실은 아울러 금리 인하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이 9월 금리 인하가 굉장히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라면서 “그에 따라 영국도 금리를 내렸고 우리도 내릴 것이란 기대가 시장에 이미 선(先)반영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날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6% 뛰었다. 이와 관련해 박춘섭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브리핑에서 “기상 악화 등 일시적 요인이 해소되고 추가적인 외부 충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8월부터는 2% 초·중반대로 안정적 흐름이 재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가 상승률은 올해 3월 3.1%에서 4월(2.9%)부터 2%대로 내려온 후 5월(2.7%)과 6월(2.4%)에도 연속으로 상승세가 둔화하다 지난달 소폭 반등했다. 품목별로는 농축수산물이 전년 동월 대비 5.5% 올랐다. 사과(39.6%) 등 과일 가격 강세가 이어졌고, 특히 배 가격은 1년 전보다 154.6% 뛰면서 역대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석유류 물가 상승률은 8.4%로 2022년 10월(10.3%) 이후 21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통계청 관계자는 “최근 유류세 인하 폭이 축소되고 국제 유가가 상승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지난달 한국 수출이 1년 전보다 14% 가까이 늘며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가 50% 넘게 증가한 데다 대중(對中) 수출도 21개월 만에 최대치를 보인 덕분이다. 연말까지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진다면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5위 수출국으로 올라설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자동차 수출 급감에도 반도체가 이끈 7월 수출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574억9000만 달러(약 78조6520억 원)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13.9% 늘어난 규모로, 올해 1월(18%)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월간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매달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입액은 전년보다 10.5% 늘어난 538억8000만 달러였다. 수출이 수입을 웃돌아 무역수지는 36억2000만 달러 흑자였다. 지난달에도 반도체가 전체 수출 증가세를 이끌었다. 반도체 수출액은 112억 달러로 전년보다 50.4% 늘었다. 반도체 수출은 올 4월부터 4개월 연속 50%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를 포함한 정보기술(IT) 품목(디스플레이·컴퓨터·무선통신기기) 수출 합산액(155억6000만 달러) 역시 1년 전보다 44.0% 늘었다. 반면 수출 2위 품목인 자동차 수출액(53억7000만 달러)은 1년 전보다 9.1% 감소했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7월 말 여름휴가에 들어간 영향이 컸다. 선박 수출액(10억8000만 달러)은 36.2% 급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통관 계획이 8월로 몰렸다”며 “이달에는 선박 수출이 반대로 확 늘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별로는 대중 수출이 114억 달러로 14.9% 증가했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를 포함해 디스플레이·무선통신 등 IT 품목이 대중 수출 증가세를 견인했다. 대미 수출액(102억 달러)도 호조세를 이어가며 1년 전보다 9.3% 증가했다. 이는 7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 수출액이다. 대미 수출은 12개월 연속 월간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사상 첫 세계 5위 수출국 진입 눈앞 올 들어 수출이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한국이 일본을 넘어 세계 5위 수출국에 진입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국제 금융정보회사 CEIC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일 양국의 수출액 격차는 35억 달러에 그쳤다. 역대 최소이자 지난해 양국 격차(850억 달러)의 약 4%에 불과한 수치다. 수출 주력 품목의 차이는 올해 한국 수출이 일본 수출을 앞지를 것이란 관측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일본 전체 수출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1%이고 반도체는 5% 정도에 불과하다. 글로벌 경기, 업계 상황과 관계없이 늘 꾸준한 수출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지만 반대로 수출액이 급등할 일도 많지 않다. 한국은 반도체 수출 비중이 전체의 약 20%로 일본과 정반대다. 디스플레이와 컴퓨터, 무선통신 등을 포함하면 IT 관련 품목 수출이 전체의 약 30%에 달한다. 최근 인공지능(AI) 수요 급증으로 관련 업계 활황이 이어지는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 수출액 증가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무역 제재 변수가 남아 있지만 이는 한일 양국 공통의 리스크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전 세계 주요 기업의 AI 관련 투자 확대는 최소 1∼2년 이상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금융센터는 “AI 산업은 아직 인프라 투자 중심의 초기 단계”라며 “정체 구간 없는 고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A 기관은 임기가 만료된 기관장이 벌써 수개월째 조직을 이끌고 있다. 후임 기관장 선출 작업이 늦어지는 사이 기존 기관장의 ‘레임덕(Lame Duck·임기 말 권력 누수)’이 본격화되면서 내부 분위기는 엉망이 됐다. A 기관이 추진하는 중요 사업부터 내부 인사까지 여러 의사 결정이 모두 지연되고 있는 탓이다. A 기관 관계자는 “승진을 앞둔 임직원들이 후임 기관장으로 거론되는 이들에게 ‘줄타기’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며 “새로운 선장이 빨리 임명돼 내부 분위기를 다잡아야 조직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토로했다. 공공기관 4곳 중 1곳은 기관장이 공석이거나 임기가 만료된 기관장이 자리를 유지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연말까지 기관장 임기가 만료되는 곳을 더하면 전체 공공기관의 40%는 기관장 교체가 예정된 상태다. 기관장 공백이 길어지는 일부 공공기관의 경우 신사업 동력이 떨어지거나 조직 내부 혼란이 커지는 모습까지 나타나고 있다.● 공공기관 81곳서 기관장 공백 31일 동아일보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를 전수 분석한 결과 이날 기준 339개 공공기관(부설기관 12곳 포함)의 23.9%는 기관장 임기가 이미 끝난 것으로 조사됐다. 37곳은 기관장이 ‘공석’인 상태였고 임기가 만료된 기관장이 경영을 이어 가고 있는 곳도 44곳이었다. 하반기(7∼12월) 기관장 임기 종료 예정인 기관(52곳)을 포함하면 기관장 교체를 앞둔 공공기관은 전체의 39.2%에 달한다. 기관장 공백이 6개월 이상 이어진 기관도 23곳이나 됐다. 한국통계정보원 최정수 원장은 지난해 5월 임기 만료 후에도 후임이 선출되지 않아 1년 넘게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강원랜드 역시 지난해 12월 이삼걸 전 대표가 퇴임한 이후 지금껏 후임 사장 공모를 위한 임원추천위원회조차 구성되지 않았다. 김주찬 광운대 행정학과 교수는 “기관장 공백이 길어지면 조직의 수장이 책임지고 추진할 미래 사업이나 장기 투자 등의 결정이 미뤄진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일부 공공기관의 경우 기관장 직을 맡길 만한 인물을 찾지 못해 애를 먹기도 한다. 기관장의 권한은 적은데 업무 부담이나 책임은 과중한 곳이다. 정부 부처 고위 공무원들이 기관장 직을 역임해 오던 한 공공기관은 기관장 임기가 올해 초 만료된 이후 후임 기관장 선출에 실패했다.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이 마땅치 않고 민원인과의 갈등은 지나치게 많다는 이유로 후보자들이 기관장 직을 고사한 탓이다. ● 업무 차질에 커지는 직원 혼란… “대통령·공공기관장 임기 맞춰야” 4월 총선이 끝나고 최근에는 공공기관 경영평가까지 마무리되면서 후임 기관장 공모를 시작한 곳이 등장하고는 있다. 산업부 산하 5개 발전사를 포함해 한국공항공사, 한국부동산원 등도 기관장 선임 공고를 낸 상황이다. 문제는 경영 공백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기관장 후보 접수부터 검증, 주주총회 등을 거치다 보면 통상 3∼4개월이 소요된다. 지금 기관장 공모를 시작하더라도 10월에 예정된 국정감사까지 수장 공백을 채울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공공기관의 기관장 공백은 정권을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지적됐던 문제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혹은 알박기 논란이 불거지거나 공공기관 운영 방침의 급격한 변화로 혼란이 발생하는 일이 흔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대통령과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일치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대통령 임기(5년)와 공공기관장 임기(주로 3년)의 격차로 정권 교체기마다 겪게 되는 소모적인 갈등을 없애자는 취지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을 가리지 않고 관련 법안이 수차례 발의됐지만 국회 통과가 무산됐다. 이번 22대 국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이 기관장 임기를 2년으로 하고 연임 기간을 1년으로 제한해 대통령 임기인 5년과 일치시키자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최현선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권의 국정 과제 혹은 방향에 맞는 공공기관장을 선임하고 임기 사이클도 그에 맞추는 유연한 정책이 필요하다”며 “이런 문제가 빨리 개선되지 않는 한 기관장 선임과 관련된 갈등과 혼란은 반복될 것”이라고 했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세종=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지난해 무역 활동에 나선 수출입 기업 수가 26만 개를 넘기며 역대 최대로 조사됐다. 다만, 국내외 경기 둔화로 무역액은 3년 만에 감소했고 수입 기업의 1년 생존율 역시 2년째 하락했다. 30일 관세청의 ‘2023년 기업무역활동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무역액(통관 기준)은 1조2350억 달러로 전년 대비 9.1%(1238억 달러) 줄었다. 무역액 감소는 2020년 이후 3년 만이다. 고물가·고금리 등으로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수출액과 수입액이 모두 감소한 탓이다. 지난해 수출액과 수입액은 전년 대비 각각 7.5%(513억 달러), 10.7%(725억 달러) 떨어졌다. 이와 별개로 수출입 기업 수는 전년 대비 4.8%(1만2175개) 늘면서 역대 가장 많은 26만3421개로 집계됐다. 무역 시장에 진입한 기업은 늘어난 반면 퇴출한 기업은 줄어든 결과다. 지난해 새로 무역 활동에 뛰어든 기업 수는 7만105개사로 전년 대비 18.5% 증가했다. 무역 시장에서 퇴출한 기업은 5만7930개 사로 5.0% 감소했다. 2022년 무역 시장에 진입한 기업들이 지난해까지 생존한 비율은 수출 기업이 49.1%로 전년(48.4%) 대비 상승했다. 수입 기업의 생존율은 49.0%로 0.5%포인트 낮아져 2년 연속 하락했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생존한 기업의 비율은 19.0%로 전년 대비 0.3%포인트 올랐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올 들어 5월까지 한국의 수출 증가율이 세계 10대 수출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의 수출 호조세가 이어진다면 연간 수출액이 사상 처음 7000억 달러를 넘어서면서 일본 등을 제치고 세계 5위 수출국에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28일 국제 금융정보회사 CEIC에 따르면 올해 1∼5월 세계 10대 수출국 가운데 지난해 동기 대비 수출액 증가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한국(9.9%)으로 조사됐다. 10대 수출국 중 올해 수출액이 증가한 국가는 절반에 그쳤다. 특히 한국의 수출 증가세는 멕시코(4.4%), 미국(1.4%), 중국(0.1%), 이탈리아(0.1%) 등을 크게 웃돌았다. 일본(―3.2%)과 독일(―0.1%), 프랑스(―1.2%), 네덜란드(―5.3%) 등은 수출이 감소했다. 세계 10대 수출국에는 중국과 미국, 독일, 네덜란드,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 한국, 멕시코, 홍콩 등이 포함된다. 올해 한국의 수출 실적이 두드러지는 것은 인공지능(AI) 붐에 따라 반도체 수요가 확대된 데다 친환경차 인기로 자동차 수출까지 늘어난 덕분이다. 지난해만 해도 전 세계적인 반도체 시장 침체로 한국의 반도체 수출액은 23.7% 급감하면서 연간 수출 실적(6322억 달러)이 2022년(6836억 달러)보다 500억 달러 이상 줄어들었다. 1∼5월과 같은 수출 증가세가 이어진다면 한국은 프랑스와 이탈리아, 일본 등을 제치고 세계 5위 수출국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연간 수출액은 전 세계 8위로 7위 프랑스(6481억 달러)나 6위 이탈리아(6767억 달러), 5위 일본(7173억 달러)과의 격차가 크지 않다. 실제로 올해 들어서는 한일 양국 간 수출액 격차가 거의 없어진 상태다. CEIC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한국의 수출액은 3348억 달러로 지난해(3070억 달러)와 비교해 9.0%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일본 수출은 3383억 달러로 1년 전보다 3.6% 감소하면서 양국의 격차는 역대 최소인 35억 달러까지 좁혀졌다. 하반기(7∼12월)에도 이러한 흐름이 지속된다면 한국은 연간 수출액 기준으로 단 한 번도 넘어선 적 없는 일본을 앞지를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일 양국의 수출액 격차는 2008년 3599억4300만 달러로 역대 가장 크게 벌어진 뒤 조금씩 격차가 줄고 있다. 특히 2022년(632억4000만 달러)과 지난해(850억3500만 달러)에는 격차가 1000억 달러 이하로 더 좁혀졌다. 정부는 올 한 해 역대 최대인 7000억 달러 수출 실적을 달성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지원에 나선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민관 합동 수출확대대책회의에 참석해 “하반기에도 정보기술(IT) 업황 개선 흐름과 글로벌 교역량 확대 전망 등에 따라 수출 성장세와 흑자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며 “무역금융 확대, 기업 수출 지원을 위한 산업전시회 개최 등을 통해 수출 확대에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정부가 기업 투자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내년부터 사업용 자산에 투자를 늘리는 기업의 법인세 추가 공제율을 최대 10%로 높인다. 정규직 등을 추가 고용했을 때만 받을 수 있던 세금 혜택은 초단시간 일자리로 확대된다. 증시 부양을 위해 주주 환원을 확대한 기업의 법인세를 5% 공제하고 해당 기업의 개인주주 배당 소득세도 감면해줄 방침이다. 25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세법 개정안에는 경제의 역동성을 높이기 위한 지원 방안이 대거 포함됐다. 대표적인 것이 통합투자세액공제 증가분 공제율 상향이다. 사업용 유형자산 등에 대한 투자액이 직전 3년 연평균 투자액을 초과하는 부분에 법인세 추가 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다. 기존에는 국가전략기술 사업화 시설 추가 투자에 4%, 일반 시설이나 신성장·원천기술 사업화 시설 추가 투자는 3%의 법인세를 공제해줬는데 이를 모두 10%로 높인다. 또 지방의 기회발전특구에서 창업하거나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에서 기회발전특구로 이전한 기업에 대해서는 가업상속 공제 한도를 없애기로 했다. 현재 중소·중견기업을 10년 이상 경영한 오너가 회사를 물려줄 때 최대 600억 원까지 상속세를 공제해주는데, 가업상속 공제 대상 재산에 대해선 상속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매출액 상한이 3000억 원으로 일률적이던 중견기업의 범위는 업종별 특성을 고려해 중소기업 기준의 3배로 조정한다. 연구개발 비용 세액공제를 적용받는 매출액 기준은 중소기업의 5배로 높인다.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에 세제상 중소기업 혜택을 부여하던 기간은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한다. 기업이나 개인사업자가 직원 수를 늘리면 법인세나 소득세를 감면해주는 통합고용세액공제도 개편한다. 1년 미만 계약직과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근로자의 인건비가 늘면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다. 단, 일용직은 제외된다. 기존에는 월 60시간 이상 일하는 정규직과 1년 이상 계약직인 상시근로자를 늘린 경우에만 세액공제를 받았다. 지원 기간은 최대 3년에서 2년으로 줄이는 대신 공제 규모를 늘렸다. 상시근로자는 늘어난 인원 1명당 연 최대 2400만 원씩(기존 최대 1550만 원)을 세금에서 빼준다. 1년 미만 계약직과 초단시간 근로자는 인건비 지출 증가분의 10∼40%를 2년간 공제한다. 주주 환원을 확대한 상장기업의 법인세 세액공제도 내년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신설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함이다. 밸류업 자율공시를 이행하고 배당·자사주 소각으로 주주 환원을 확대한 기업이 공제 대상이다. 직전 3년 평균 대비 주주 환원 금액이 5%를 초과하는 부분의 법인세를 5% 공제한다. 해당 기업의 개인주주는 2026년부터 3년간 받는 배당금 일부를 분리 과세한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정부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해 1주택자가 인구감소지역 내에 ‘세컨드홈’(두 번째 집)을 사더라도 1주택자로 간주할 계획이다. 1주택자가 수도권 밖의 악성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도 같은 혜택을 제공한다. 또 임대시장 안정을 위해 올해까지였던 상생임대인 제도는 2년 더 연장할 방침이다. 25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2024년 세법 개정안’에는 침체된 지역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여러 방안이 담겼다. 먼저 1주택자가 2026년까지 수도권과 광역시를 제외한 인구감소지역(수도권 내 접경지역 및 광역시 내 군지역 포함)에서 공시가격 4억 원 이하의 주택을 추가로 매입해 2주택자가 되더라도 1주택자로 간주한다. 2025년까지 수도권 밖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전용면적 85㎡, 취득가액 6억 원 이하)을 매입해도 같은 혜택을 받는다. 1주택자는 보유 및 거주기간 2년을 채울 경우 주택 매각 시 12억 원까지는 양도소득세가 비과세된다. 양도가액 12억 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양도차익에는 최대 80%의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적용된다. 2022년 도입해 올해까지로 예정됐던 상생임대인 제도는 2026년까지 연장한다. 직전 계약 대비 임대료를 5% 이내로 올린 집주인에게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위한 실거주 2년 요건을 면제해주는 제도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지난주 상추 값이 이달 초보다 3배나 뛰었어요. 손님들은 상추 더 달라고 하는데 매번 안 된다고 말씀드리는 것도 죄송하네요.” 서울 강북구에서 17년간 고깃집을 운영한 박모 씨(63)는 지난주 밑반찬 셀프바에서 상추를 뺐다. 채소 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탓에 상추를 무제한으로 제공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쌈채소 리필 횟수도 1번으로 제한했다. 박 씨는 “간혹 불평하는 손님들도 있어 사장인 내가 직접 나서서 사정을 일일이 설명하고 있다”며 “올여름 폭우에 폭염까지 겹칠 것이라고 해서 더 걱정이 된다”고 하소연했다.● 집중호우에 적상추 한 달 새 2배 넘게 ↑ 최근 장마와 폭염에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며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자영업자들도 밑반찬 리필 횟수를 제한하거나 음식에 들어가던 과일을 다른 종류로 바꾸는 등 재료 값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수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24일 기준 적상추(상품) 소매가격은 100g에 2088원으로 한 달 전(922원)보다 약 2.2배로 뛰었다. 2019년부터 작년까지 가격 중 최대·최소를 제외한 3년 평균치인 ‘평년 가격’과 비교해도 22.5% 비싼 수준이다. 깻잎도 100g에 2530원으로 한 달 전보다 19.6% 상승했고 배추 역시 1포기에 5144원으로 전달보다 47.5% 급등했다. 지난 5년간 매년 6월의 전체 농산물 가격 상승률 수치를 비교했을 때도 올해(13.3%)가 가장 높았다. 특히 도매시장에서도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소비자들의 밥상물가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22일 대전 유성구 노은농수산물도매시장 경매장에서 만난 중도매인 김대겸 씨(25)는 “2만 원이었던 상추 한 상자가 며칠 만에 4만 원대 중반이 됐다”며 “폭우가 퍼붓고 가더니 금(金)추가 됐다”고 했다. 실제로 충청권에 집중 호우가 내리기 전인 9일 노은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4kg짜리 적상추 한 상자 최고 낙찰가는 3만800원이었지만, 23일에는 5만6500원으로 83.4%나 뛰었다.● “폭우·폭염 반복되면 채소 생육에 악영향” 채소뿐만 아니라 일부 과일·과채류 값도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배(신고·상품)의 경우 24일 기준 소매가격이 10개당 8만5813원으로 1개월 전보단 19.3%, 평년보단 127.2% 상승했다. 수박(1개·2만3448원)과 토마토(1kg·4831원)도 한 달 전보다 각각 12.5%, 13.5% 올랐다. 합정역에서 요리 주점을 운영하는 A 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육회에 배를 함께 올렸지만 올해부터는 이를 참나물로 대체했다. 배 값이 크게 뛰며 재료 값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A 씨는 “육회에 배 하나가 통째로 들어갔는데 현재 배 값만 해도 5000원이 넘는다”며 “안 그래도 매출이 줄었는데, 급등한 배 값까지 감당하기 벅차 재료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상추 주산지인 충남 논산시 등에서 침수 피해로 인해 상추 공급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재배시설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인 만큼 다음 달 상순 이후 공급량은 평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지난해보다 20%가량 값이 오른 배추는 수급 안정을 위해 하루 220∼250t 이상을 공급할 계획이다. 다만 최근 이상 기후가 반복되며 이후에도 폭염과 폭우 등이 지속되면 농산물 물가가 더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노호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예관측실장은 “기상 여건을 봐야 하긴 하지만 폭우나 폭염이 지속되면 채소 생육 자체가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특히 장마 이후의 폭염은 채소, 과일 등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최근 오랜만에 안정세를 찾은 물가가 장마 등을 계기로 다시 오를 가능성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23일 “기상이변과 기저효과 등으로 7월은 물가가 일시적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세종=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대전=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자녀 집과 가까우면서도 미술관, 스타벅스 등 문화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도심에 시니어 레지던스가 들어설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된다. 미국과 일본처럼 노인에게 지내기 안전하고 건강 서비스까지 갖춰진 주거 공간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미 도심에 새로 지어진 아파트들이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차별화가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초고령사회 수요에 못 미치는 공급 정부는 23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고령층 친화적 주거 공간과 가사, 건강, 여가 서비스가 결합된 시니어 레지던스 공급을 적극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시니어 레지던스는 중산층 고령화 가구 대상 민간 임대주택인 ‘실버스테이’와 실버타운(노인 복지주택), 공공이 공급하는 ‘고령자 복지주택’ 등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주택’에 방점이 찍혀 있어 노인 요양시설과는 구분된다. 65세 이상 인구가 급증하면서 시니어 레지던스에 대한 수요는 늘었지만 공급은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다. 지난해까지 공급된 실버타운은 9006가구, 고령자 복지주택은 3956가구에 그쳤다. 65세 이상 인구 대비 시니어 레지던스 비중도 0.1%에 불과하다. 미국(4.8%), 일본(2.0%)과 비교하면 매우 적은 수준이다.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내년에 20%를 넘어서고 11년 뒤에는 29.9%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니어 레지던스를 찾는 이들이 늘어난 건 예전과 달리 삶의 질을 높이려는 노인들이 그만큼 많아졌기 때문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패스파인더 위원은 “시니어 레지던스는 직접 밥을 해 먹기 힘들어지거나 수시로 건강을 체크해야 하는 70대 중반, 80대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입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특히 도심에 있는 시니어 레지던스는 자녀들과의 접근성, 외곽에 비해 훨씬 잘 갖춰진 편의시설과 문화시설 덕분에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집 안에 안전 손잡이와 높낮이 조절 세면대, 동작감지 센서 등이 설치돼 있고 문턱이 없는 등 노인들에게 특화된 인테리어도 시니어 레지던스의 장점으로 꼽힌다. 또 가사 지원을 비롯해 안부 확인, 건강 관리, 여가 프로그램 등 특화 돌봄 서비스와 결합돼 있는 점도 시니어 레지던스를 찾는 이유 중 하나다.● 도심 내 폐교 등 활용 지원 정부는 땅값이 비싸 부지 확보가 어려운 만큼 도심 내 유휴 시설과 국유지를 시니어 레지던스로 조성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도심에 있는 대학 시설, 폐교 등을 시니어 레지던스로 전환해 활용할 수 있도록 용도 변경, 용적률 완화를 유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부산 동명대, 광주 조선대에서 학교 유휴 부지 안에 시니어 레지던스 조성을 위한 사업 시행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군부대 이전 부지나 노후 공공청사 등도 발굴, 개발해 민간 사업자에게 제공한다. 또 정부는 토지와 건물의 ‘소유권’이 없더라도 임차 등으로 사용권을 확보하면 실버타운을 지을 수 있도록 규정을 고치기로 했다. 새로 도입되는 실버스테이는 다른 공공 지원 민간임대 주택과 달리 60세 이상 유주택자도 입주할 수 있도록 입주 대상 범위를 확대한다. 정부는 수도권 공공택지 중 병원, 복지시설과 인접한 지역에 실버스테이 부지를 조성해 민간 건설사에 제공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분양형 실버타운을 인구감소지역 89곳에 도입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 교수는 “시니어 레지던스는 노인들이 외로운 생활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다만 도심 신축 아파트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활성화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이호 기자 number2@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7월 들어 중순까지 수출액이 1년 전보다 약 19% 늘었다.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60% 가까이 증가한 영향이다. 다만 대중(對中) 무역수지 적자가 4억 달러를 넘기고 대미(對美) 무역수지 흑자 폭이 줄며 전체 무역수지는 5000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371억7100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18.8% 증가했다. 수출액은 월간 기준으로 지난달까지 9개월째 증가세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수출이 57.5% 급증하며 인공지능(AI) 시장 확대에 따른 수출 훈풍이 계속됐다. 승용차(1.8%)와 석유제품(28.4%) 등의 수출도 늘었고 무선통신기기(―1.3%), 정밀기기(―3.4%) 등은 감소했다. 국가별로는 중국으로의 수출(76억5400만 달러)이 전년 대비 20.4% 늘면서 대미 수출액(65억3800만 달러·13.4% 증가)을 웃돌았다. 다만 중국 수입액(80억7100만 달러)이 6.7% 증가하며 대중 무역수지는 4억1700만 달러 적자로 나타났다. 이달 1∼20일 수입액은 372억2100만 달러로 14.2% 뛰었다. 무역수지는 지난달까지 1년 1개월째 흑자였지만 이달 들어 중순까지는 5000만 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대중 무역적자가 지난달 동기(―6억9300만 달러)보다 개선됐지만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29억4700만 달러에서 4억200만 달러로 감소한 영향이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제조업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해 생산성을 높이는 ‘AI 자율제조’의 확산을 위해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국내를 대표하는 153개 기업과 기관이 ‘기술 동맹’으로 뭉쳤다. 2028년까지 AI 자율제조 선도 사업 200개를 발굴해 2030년에는 AI 자율제조 도입률 40%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올해만 20여 개 프로젝트에 민관 합동으로 2조5000억 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안덕근 산업부 장관과 산학연을 대표하는 250여 명이 참여해 ‘AI 자율제조 얼라이언스(동맹) 출범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12개 업종의 153개 기업과 기관이 동참했다. 동맹은 업종별 12개 분과로 나뉜다. 각 분과는 업종을 대표하는 앵커 기업과 핵심 공급망을 구성하는 중견·중소기업으로 구성된다. 참여 기업 비중은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각각 21%, 23%이고 나머지는 중소기업이다. 앵커 기업으로는 △현대·기아차(자동차 분과) △LG전자(전자 분과) △HD현대·삼성중공업·한화오션(조선 분과) 등 업계 대표 기업이 대거 참여한다. 동맹 소속 기업들이 국내 제조업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만 40%에 육박한다. 이들은 2028년까지 200개의 AI 자율제조 선도 사업을 발굴하고 추진할 방침이다. 지난달 산업부가 추진한 올해 10개 과제 선정에 총 213개가 접수됐을 정도로 기업 및 지자체의 관심이 크다. 산업부는 올해 추진 사업 개수를 20개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해당 사업에 대한 민관 투자액은 올 한 해만 2조5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최종 선정은 전문가 평가 등을 거쳐 9월에 이뤄질 예정이다. 이날 출범식에서는 앵커 기업들의 AI 자율제조 확산을 위한 전략 발표도 진행됐다. 현대차는 제조 과정의 모든 데이터를 디지털화하고 이를 AI 기술에 대입해 자동차 모델 수요 변화에 따른 유연 생산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HD한국조선해양은 고숙련 용접공의 노하우를 AI 자율제조를 통해 생산 현장에 전파할 계획이고, 에코프로는 AI 기술을 활용해 배터리 성능과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정부는 2030년 제조 현장의 AI 자율제조 도입률을 40% 이상(현재 5%)으로 끌어올려 제조 생산성을 20% 이상 높일 방침이다. 이를 위해 선도 사업에 과제당 최대 100억 원의 예산을 지원한다. 산업부는 AI 자율제조 핵심 기술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안에 3000억 원 규모의 대형 연구개발(R&D) 과제를 기획한다. 한국무역보험공사 역시 얼라이언스 참여 기업에 4년간 10조 원의 금융 지원에 나선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탈원전은 지난 정부의 정책 오류였고, 체코 측도 이에 대한 걱정이 컸습니다. 우리 원전 산업의 경쟁력과 기술력을 적극적으로 알리면서 다시 탈원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임을 강조한 점이 체코 신규 원전 수주에 주효했습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9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에너지 정책 방향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흔들리면 안 된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원전 사업은 계약부터 완공까지 10년이 넘게 걸리고, 운영·관리 계약도 통상 60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이뤄지는 만큼 장기적인 정책 일관성이 중요하다는 취지다. 그는 “체코 외에도 우리 원전의 가능성을 보고 문의하는 국가가 많은데 대부분 (지난 정부에서) 탈원전 정책을 펼친 점을 우려한다”며 “우리 국민의 에너지 환경 인식을 제고하고 국회와 잘 협의해서 원전이 더 이상 정쟁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안 장관은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우리 전력 수급의 양 날개가 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국제적으로 탄소 중립 목표가 분명한 만큼 화석 연료 비중은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그 빈자리는 원전과 재생에너지 가동을 함께 늘려 메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생에너지는 ‘질서 있는 보급’에 초점을 맞출 것을 강조했다. 지난 정부에서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몰두한 탓에 시장 무질서가 커졌다는 이유다. 안 장관은 “재생에너지 사업이 노후 보장책으로 여겨지게 되면서 (투자를 유도하는) 브로커가 판을 쳤고, 값싼 중국산 공급으로 국내 태양광 산업 생태계도 무너졌다”며 “정책 실패의 대표적 사례”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체코 신규 원전 수주 성과가 우리 원전 생태계로 확산될 수 있도록 추가 수출에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안 장관은 “개별 국가마다 에너지 인프라가 모두 달라 그런 특성을 염두에 두고 접근해 (원전 수출)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체코에서의 수주가 다른 국가들과의 협상에서 중요한 모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미국과의 에너지 협력도 강화한다. 그는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는 핵 비확산 체제 내에서 (원전 연료 공급망)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결국 한미 원자력 협력이 기본 토대가 돼야 하는 만큼 향후 ‘팀 코러스(KORUS·KOREA-US)’로 도약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수주를 계기로 한-체코 간 대규모 산업 협력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한-UAE 간 경제·사회 분야에서 전방위적 교류가 이뤄진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안 장관은 “체코의 산업은 우리와 비슷한 개방형 제조업 중심”이라며 “한쪽이 일방적으로 돕는 차원이 아니라 양국이 산업 협력 파트너로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전했다. 한편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개발 사업과 관련해서는 현재 해외 투자 유치가 진행되고 있고 곧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 장관은 “한국석유공사가 다음 달까지 해외 국가 대상 사업 설명회를 개최한다”며 “9월 정도면 구체적인 투자 유치 내용을 대외적으로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우리 제도가 해외 투자 유치에 적절치 않기 때문에 관련 제도의 개선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해외 투자 유치 전에 우리의 이익이 최대화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두고 정부 안팎에서는 ‘생산 보너스’ 도입 등의 방안이 거론된다. 가스 등 생산량이 일정량을 넘어갈 경우 개발 업체가 우리 정부에 일시금을 추가로 주는 방식이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한국수력원자력이 24조 원 규모의 체코 신규 원자력발전소 2기를 짓는 사업을 수주하면서 고사 위기에 몰렸던 국내 원전 업계에 ‘훈풍’을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번 수주 덕분에 최소 10년 치 일감을 확보하며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유럽 한복판에서 원전 세계 2위 가동국인 프랑스를 꺾은 만큼 네덜란드와 폴란드 등에서의 추가 수주 가능성 역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지·보수 작업도 한국 기업들 준비해야” 17일 국내 원전 중소·중견 기업들 사이에서는 ‘낙수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나왔다. 체코 원전 사업에서 원자로, 증기발생기 등 공급을 맡게 될 두산에너빌리티가 협력사에 부품 발주를 넣으면 일감이 생겨날 것이기 때문이다. 부산 지역 원전 부품 업체인 경성정기의 성남현 전무는 “과거 회사가 어려워 직원들이 월급을 반납하고 밤에 대리운전 ‘투잡’을 뛰며 버틴 적도 있었다”며 “국내 원전 업계가 이제야 빛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의 원자력발전소 진동감시시스템 제작업체인 나다의 이해철 대표는 “원전을 짓고 난 뒤에도 30∼40년간 운영을 하면서 유지·보수 작업이 필요한데 이런 사업도 한국 기업들이 많이 가져갈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2015년 26조6000억 원이던 국내 원자력 산업계의 전체 매출은 탈원전 정책에 따라 2018년 20조6000억 원 규모로 급감한 뒤 지지부진했다.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 확장에 대한 기대감도 부풀고 있다. 미국 업체들을 중심으로 SMR 사업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데 한국도 속도를 낼 여건이 갖춰졌다는 것이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체코를 포함한 거의 모든 유럽 국가에서 SMR 사업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며 “SMR은 대형 원전보다 전기 생산 규모가 작을 뿐 안전성에서는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SMR 수출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당장 우리가 신규 원전 수주에 성공한 체코가 대형 원전은 물론 차세대 원전 모델 SMR 건설에도 관심이 크다. 체코전력공사 내부에 관련 팀을 따로 두고 운영할 정도다. 한수원 관계자는 “한수원 역시 차세대 SMR로 개발 중인 혁신형 SMR(i-SMR)을 적극 활용해 체코에서 관련 사업 수주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네덜란드 원전도 EDF 등과 3파전 이번 수주로 네덜란드와 폴란드 등으로의 추가 수출 가능성 역시 커지고 있다. 한수원은 폴란드와의 신규 원전 관련 타당성 조사 계약을 준비 중이고, 네덜란드와는 이미 입찰을 위한 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다. 황 사장은 “네덜란드도 한수원과 미국 웨스팅하우스, 프랑스전력공사(EDF)의 3파전”이라며 “1년 반 정도의 타당성 조사 기간을 거쳐 입찰이 이뤄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기술로 원전을 지어 가동 중인 아랍에미리트(UAE) 정부도 올해 원전 추가 건설 입찰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드 알카비 오스트리아 주재 UAE 대사 겸 국제원자력기구(IAEA) 주재 UAE 대표는 17일 로이터통신에 “추가 원전이 원자로 2∼4기로 구성될 가능성이 크고 올해 입찰 절차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새로운 발전소의 규모는 건설과 기술에 따라 달라질 것이고, 기존 발전소를 건설한 한국은 어떤 입찰에서도 우선 입찰자로 취급받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체코 신규 원전 수주전에서 한국에 패한 프랑스는 한국이 프랑스보다 우위를 점한 이유에 주목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17일(현지 시간) 체코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한국의 이번 승리는 가격 경쟁력보다는 한수원이 공사 지연 시 제공하는 보증 때문”이라며 “반면 EDF는 핀란드와 영국 건설 현장에서 (공사 속도가) 부진하다”고 분석했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2022년 8월 취임하고 체코 신규 원전 수주를 위해 지구 4바퀴 반을 돌았습니다. 관계자들 모두 최선을 다한 덕분에 체코 현대사 최대 규모의 사업 참여 기회가 열렸습니다.”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18일 서울 중구 한수원 방사선보건원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4조 원 규모의 체코 신규 원전 수주에 성공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그는 “아직 정식 계약과 실제 공사 과정 등에서 어려움이 많이 남아있다”며 “2036년 완공까지 한수원과 협력 업체가 모두 한뜻으로 달려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수주는 세계 2위 원전 가동국인 프랑스가 경쟁 상대였다는 점에서 마지막까지 성공을 예단할 수 없었다. 황 사장은 수주 성공의 가장 큰 요인으로 ‘적기 시공 능력’을 꼽았다. 그는 “원전은 6년 만에 짓겠다고 해놓고 공사가 길어지면 은행 이자만 해도 엄청나다”며 “그런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프랑스를 이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원전 인근 주민과의 관계도 힘이 됐다. 그는 “주민 반대가 거의 없었다”며 “원전 건설이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 지역 협의회와 지자체장 등이 적극적으로 지원해줬다”고 말했다. 수주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협력 기관들과 함께 이겨냈다. 민관이 함께 구성한 ‘팀코리아’는 2021년 2월부터 한수원 경주 본사에 상황실을 설치하고 각 기관에서 파견된 80명의 인원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현지 물가와 견적 등을 철저히 조사해 경쟁사와 달리 3차례의 입찰 마감 기한을 한 번도 넘기지 않았다. 황 사장은 향후 원전 수출 확대에도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원전을 6기 운영하는 체코가 우리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유럽 국가들이 한수원을 보는 시선이 달라질 것”이라며 “대형 원전의 신규 모델 개발 등으로 원전 10기 수출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자력발전소 수주전에서 한국 기업들로 구성된 ‘팀코리아’가 프랑스전력공사(EDF)를 꺾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5년 만의 쾌거이자 역대 최대 규모 원전 수출이다. 최근 원전 건설이 늘고 있는 유럽 국가로의 추가 진출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체코 정부는 이날 체코 프라하 정부청사에서 회의를 열고 신규 원전 건설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을 선정한다고 발표했다. 체코 신규 원전 건설은 두코바니(5·6호기), 테멜린(3·4호기) 지역에 각 1.2GW(기가와트) 이하의 원전 4기를 짓는 사업이다. 이번 발표로 한수원의 두코바니 원전 2기 건설 사업 수주가 결정됐고, 테멜린 원전 수주 여부는 추후 정해질 예정이다. 두코바니 원전 2기의 예상 사업비는 약 24조 원으로 한수원과의 계약 금액은 추후 협상을 통해 결정된다. 한국은 한수원을 주축으로 한전기술, 한국원자력연료, 한전KPS,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이 팀코리아를 꾸려 수주전을 진행해왔다. 한국형 원전 수출은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에 달성한 쾌거다. 사업 규모도 바라카 원전(약 20조 원)보다 높다. 윤석열 대통령은 “팀코리아가 돼 함께 뛰어주신 우리 기업인들과 원전 분야 종사자, 정부 관계자, 그리고 한마음으로 응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세계 최고의 대한민국 원전 산업 경쟁력이 세계 시장에서 다시 한 번 인정받게 됐다”고 말했다. ‘원전 본거지’ 유럽서 佛 제치고 첫 수주… 추가 수출 교두보 마련한국, 체코서 24조원 원전 수주2년 4개월간 민-관-학 함께 뛰어기술-가격 경쟁력 모두 높은 점수2030년 원전 10기 수출목표 청신호‘팀코리아’가 24조 원 규모의 체코 신규 원전 수주에 성공한 것은 원전의 본거지인 유럽에서 유럽 국가(프랑스)를 제치고 ‘K원전’의 우수성을 입증했다는 의미가 있다. 1982년 유럽형 원전을 처음 도입했던 한국이 40여 년 만에 유럽에 원전을 수출하는 국가로 성장한 것이다. 또 폴란드 등 최근 원전 투자를 부쩍 늘리고 있는 유럽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단번에 마련하는 성과도 냈다. 이번 수주를 계기로 지난 정부 5년간의 탈원전에서 유턴한 윤석열 정부의 ‘원전 생태계 복원’ 정책에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 이번 입찰에서 원전 건설 기술과 가격 경쟁력 등에서 모두 프랑스전력공사(EDF) 대비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수주는 한국수력원자력 등 직접 참여한 당사자뿐만 아니라 민관학을 가리지 않고 노력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체코와 역내 국가인 프랑스 간의 친밀한 관계가 변수로 꼽혔지만, 최근 윤 대통령이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 만나 수출 영업 지원에 나서는 등 막바지 총력전을 펼친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2년 4개월 걸린 수주전서 ‘낭보’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전부터 팀코리아의 최대 강점은 가격 경쟁력이 꼽혔다. 세계원자력협회에 따르면 한수원의 원전 건설 단가는 kW(킬로와트)당 3571달러(2021년 기준)로 EDF(kW당 7931달러) 대비 절반 이상으로 저렴하다.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적기 시공 능력에서도 강점이 분명했다. EDF가 영국에서 진행 중인 ‘힝클리 포인트 C’ 원전 건설 공사는 2025년을 목표로 했던 준공 시기가 최소 2029년까지 늦춰진 상태다. 반면 우리는 2009년 수주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사업을 2011년에 착공해 3년 만에 1호기 원자로 설치를 완료했다. 강력한 변수로 여겨지던 체코와 프랑스의 관계도 외교로 풀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금껏 체코를 총 3번이나 찾았을 정도로 적극적인 수주전을 펼쳤지만, 윤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체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한국형 원전의 기술력과 우수성을 강조하며 수주전에 종지부를 찍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수주전은 2022년 3월 체코전력공사의 두코바니 5호기 건설 사업 국제 공개경쟁 입찰 공고로 시작됐다. 당시 한수원과 EDF, 미국의 웨스팅하우스가 입찰서를 제출했다. 올해 1월 체코전력공사가 입찰 규모를 원전 4기로 확대하자 웨스팅하우스가 입찰을 포기하며 2파전으로 경쟁 구도가 좁혀졌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해외 원전 사업은 국가 대항전이자 국가 총력전”이라며 “이번 낭보는 지난 2년여간 한수원과 협력업체, 원자력 학계와 연구기관, 정부 부처 및 지원기관들이 합심해 노력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2030년 10기 원전 수출 목표에 ‘청신호’ 치열한 경쟁을 뚫고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의 첫 관문을 통과한 팀코리아는 내년 3월 최종 계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으로 원전 수출의 9분 능선을 넘었지만 건설 비용 및 인력,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등 세부적인 협상은 남았다. 산업부는 한수원을 중심으로 ‘협상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계약 협상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이번 수주로 ‘2030년 10기 원전 수출’이라는 윤 정부의 목표 달성에는 속도가 붙게 됐다. 유럽은 최근 들어 탄소 중립 및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해 원전 건설을 늘리는 추세다. 네덜란드와 핀란드는 추가 원전 도입을 위한 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고, 스웨덴도 지난해 8월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2045년까지 최소 10기의 신규 원전 도입을 추진 중이다. 산업부는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우리 원전 산업이 글로벌 선도 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관련 전략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성과가 제3, 제4의 원전 수출로 이어지도록 할 것”이라며 “‘2050 원전산업 로드맵’ ‘원전산업 지원 특별법’ 제정 등으로 원전 수출 장기비전을 제시하고 관련 지원체계 역시 강화하겠다”라고 말했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수입품 대상 관세 폭탄을 예고하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 중인 미국 수출에 비상등이 켜졌다.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 대미(對美) 수출 타격은 물론이고 관세 폭탄을 맞은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로 대중(對中) 수출 감소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대미 수출액은 643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550억7000만 달러)보다 16.8% 증가했다.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인공지능(AI) 수요 확대로 반도체 수출이 52.2% 급증했고 친환경차 수출 증가 등으로 자동차 수출도 29.8% 늘었다. 로봇·산업기계 등의 수요 확대로 일반기계 수출 역시 31.1% 증가했다. 정부는 하반기(7∼12월)에도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력 품목 수출이 상승세를 이어가며 올해 6900억 달러 안팎의 수출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초 제시한 수출 목표(7000억 달러)를 달성하기 위해 무역보험 추가 공급 등 각종 지원에도 나설 방침이다. 하지만 트럼프 후보가 모든 국가 수입품에 10%의 ‘보편적 기본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다시 한 번 명확히 하면서 한국 수출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국이 한국에 보편 관세 10%를 부과할 경우 대미 수출이 152억 달러(약 21조 원) 줄어들 것이라고 추정했다. ‘트럼프 리스크’는 대중 수출 부진도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대중 수출액은 634억 달러로 동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던 2022년(814억 달러)보다 약 22% 감소했다. 반도체와 합성수지, 무선통신기기 등 2022년 수출 상위 10대 품목은 하나도 빠짐없이 수출액이 줄었다. 특히 대중 수출의 절반(45.3%)을 차지하던 정보기술(IT) 4대 품목의 수출 감소가 두드러졌다. 올해 상반기 컴퓨터 수출액은 2년 전보다 63.5% 급락했고, 평판디스플레이및센서(―33.8%)와 무선통신기기(―24.1%), 반도체(―18.4%)도 수출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트럼프 후보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선 60∼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실제 그만큼의 관세가 부과돼 중국 경제가 흔들린다면 한국 수출 실적은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60%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의 연간 경제성장률이 절반 이상 급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 경제가 부진하면 중간재 수출을 많이 하는 우리는 직간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대미 수출 불확실성도 커지는 만큼 인도나 동남아시아 등으로의 수출 다변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자력발전소 수주전에서 한국 기업들로 구성된 ‘팀코리아’가 프랑스전력공사(EDF)를 꺾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5년 만의 쾌거이자 역대 최대 규모 원전 수출이다. 최근 원전 건설이 늘고 있는 유럽 국가로의 추가 진출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전망된다.1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체코 정부는 이날 체코 프라하 정부청사에서 회의를 열고 신규 원전 건설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을 선정한다고 발표했다. 체코 신규 원전 건설은 두코바니(5·6호기), 테멜린(3·4호기) 지역에 각 1.2GW(기가와트) 이하의 원전 4기를 짓는 사업이다. 체코 역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 사업으로 알려져 있다.이번 발표로 한수원의 두코바니 원전 2기 건설 사업 수주가 결정됐고, 테멜린 원전 수주 여부는 추후 정해질 예정이다. 두코바니 원전 2기의 예상 사업비는 약 24조 원으로 한수원과의 계약 금액은 추후 협상을 통해 결정된다. 한국은 한수원을 주축으로 한전기술, 한국원자력연료, 한전KPS,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이 팀코리아를 꾸려 수주전을 진행해왔다.한국형 원전 수출은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에 달성한 쾌거다. 사업 규모도 바라카 원전(약 20조 원)보다 높다. 탈원전 정책으로 침체에 빠졌던 국내 원전 업계의 회복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윤석열 대통령은 “팀코리아가 돼 함께 뛰어주신 우리 기업인들과 원전 분야 종사자, 정부 관계자, 그리고 한마음으로 응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세계 최고의 대한민국 원전 산업 경쟁력이 세계 시장에서 다시 한 번 인정받게 됐다”고 말했다.‘원전 본거지’ 유럽서 佛 제치고 첫 수출…추가 수출 교두보 마련‘팀코리아’가 24조 원 규모의 체코 신규 원전 수주에 성공한 것은 원전의 본거지인 유럽에서 유럽 국가(프랑스)를 제치고 ‘K원전’의 우수성을 입증했다는 의미가 있다. 1982년 유럽형 원전을 처음 도입했던 한국이 40여 년 만에 유럽에 원전을 수출하는 국가로 성장한 것이다. 또 폴란드 등 최근 원전 투자를 부쩍 늘리고 있는 유럽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단번에 마련하는 성과도 냈다. 이번 수주를 계기로 지난 정부 5년간의 탈원전에서 유턴한 윤석열 정부의 ‘원전 생태계 복원’ 정책에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한국은 이번 입찰에서 원전 건설 기술과 가격 경쟁력 등에서 모두 프랑스전력공사(EDF) 대비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수주는 한국수력원자력 등 직접 참여한 당사자뿐만 아니라 민관학을 가리지 않고 노력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체코와 역내 국가인 프랑스 간의 친밀한 관계가 변수로 꼽혔지만, 최근 윤 대통령이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 만나 수출 영업 지원에 나서는 등 막바지 총력전을 펼친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2년 4개월 걸린 수주전서 ‘낭보’우선협상대상자 발표 전부터 팀코리아의 최대 강점은 가격 경쟁력이 꼽혔다. 세계원자력협회에 따르면 한수원의 원전 건설 단가는 kW(킬로와트)당 3571달러(2021년 기준)로 EDF(kW당 7931달러) 대비 절반 이상으로 저렴하다.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적기 시공 능력에서도 강점이 분명했다. EDF가 영국에서 진행 중인 ‘힝클리 포인트 C’ 원전 건설 공사는 2025년을 목표로 했던 준공 시기가 최소 2029년까지 늦춰진 상태다. 반면 우리는 2009년 수주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사업을 2011년에 착공해 3년 만에 1호기 원자로 설치를 완료했다.강력한 변수로 여겨지던 체코와 프랑스의 관계도 외교로 풀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금껏 체코를 총 3번이나 찾았을 정도로 적극적인 수주전을 펼쳤지만, 윤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체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한국형 원전의 기술력과 우수성을 강조하며 수주전에 종지부를 찍은 것으로 전해진다.이번 수주전은 2022년 3월 체코전력공사의 두코바니 5호기 건설 사업 국제 공개경쟁 입찰 공고로 시작됐다. 당시 한수원과 EDF, 미국의 웨스팅하우스가 입찰서를 제출했다. 올해 1월 체코전력공사가 입찰 규모를 원전 4기로 확대하자 웨스팅하우스가 입찰을 포기하며 2파전으로 경쟁 구도가 좁혀졌다.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해외 원전 사업은 국가 대항전이자 국가 총력전”이라며 “이번 낭보는 지난 2년여간 한수원과 협력업체, 원자력 학계와 연구기관, 정부 부처 및 지원기관들이 합심해 노력한 결과”라고 설명했다.●2030년 10기 원전 수출 목표에 ‘청신호’치열한 경쟁을 뚫고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의 첫 관문을 통과한 팀코리아는 내년 3월 최종 계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으로 원전 수출의 9분 능선을 넘었지만 건설 비용 및 인력,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등 세부적인 협상은 남았다. 산업부는 한수원을 중심으로 ‘협상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계약 협상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이번 수주로 ‘2030년 10기 원전 수출’이라는 윤 정부의 목표 달성에는 속도가 붙게 됐다. 유럽은 최근 들어 탄소 중립 및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해 원전 건설을 늘리는 추세다. 네덜란드와 핀란드는 추가 원전 도입을 위한 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고, 스웨덴도 지난해 8월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2045년까지 최소 10기의 신규 원전 도입을 추진 중이다.산업부는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우리 원전 산업이 글로벌 선도 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관련 전략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성과가 제3, 제4의 원전 수출로 이어지도록 할 것”이라며 “‘2050 원전산업 로드맵’ ‘원전산업 지원 특별법’ 제정 등으로 원전 수출 장기비전을 제시하고 관련 지원체계 역시 강화하겠다”라고 말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관료 출신 공공기관장과 기관 상임감사 4명 중 1명은 대통령실이나 검찰 출신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공공기관 5곳 중 2곳은 기관장이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이들이고 곧 임기가 종료되는 기관장도 상당수라 대통령실과 검찰 출신 기관장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16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를 통해 현 정부 출범 이후 임명된 기관장 164명과 상임감사 65명의 이력을 조사한 결과 41%에 달하는 94명이 관료 출신인 것으로 집계됐다. 공공기관 출신이 29명(12.7%)으로 두 번째로 많았고, 학계 출신 28명(12.2%), 정계 출신 24명(10.5%) 등의 순이었다. 관료 출신 공공기관장과 상임감사의 출신 기관은 대통령실(16명·17%)과 검찰(8명·8.5%)이 약 25%를 차지했다. 보건복지부(5명·5.3%)와 기획재정부(4명·4.3%) 출신도 적지 않았다. 현재 알리오에 공시된 공공기관장 314명 중 121명(38.5%)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이들이고 55명은 이달 임기가 종료돼 새로운 기관장을 선출해야 한다. 이미 공공기관 29곳(9.2%)은 기관장이 공석이다. 총 84곳의 공공기관 기관장이 새로 임명돼야 하는 만큼 대통령실이나 검찰 출신 기관장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현재 한국전력공사 산하 5개 발전사(남동·서부·남부·동서·중부발전)를 비롯해 한국공항공사, 한국해양진흥공사, 도로교통공단 등 공공기관 30여 곳의 수장 인선 절차가 진행 중이다. 강원랜드와 한국에너지재단 등은 수개월째 기관장 자리가 비어 있는데도 후임 기관장 선임 절차가 늦어지고 있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