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

이설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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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설 기자입니다.

snow@donga.com

취재분야

2025-11-07~2025-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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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쇼스타코비치 시리즈’ 지휘자 최희준 “전쟁서 희망 전한 쇼스타코비치… 국내에 알릴 수 있어 기뻐”

    “숱한 지휘봉과의 이별 끝에 이 ‘아이’를 만났죠.” 지휘자 최희준(45)이 지휘봉 15개 가운데 하나를 꼽으며 말했다. 손잡이 때가 유독 까맣고 군데군데 칠이 벗겨졌다. 13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교수 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지휘자에게 지휘봉은 곧 손이자 음악”이라며 “쥐고 있다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손에 착 붙는 지휘봉은 따로 있다”고 했다. 이 지휘봉은 곧 그의 손을 떠난다. 롯데콘서트홀의 올해 작곡가시리즈 ‘쇼스타코비치 시리즈’ 마지막 무대의 사전 관객평 선물로 내놓은 것. 그는 12월 4일 KBS교향악단, 프랑스 태생 첼리스트 에드가르 모로와 함께 교향곡 제8번, 첼로 협주곡 제1번을 연주한다. “교향곡 8번은 제2차 세계대전이 극으로 치닫는 시기에 작곡됐어요. 전쟁의 참상과 고통, 곧 전쟁이 끝날 거라는 희망을 담았죠. 시리즈를 통해 국내 클래식계에 다소 생소한 쇼스타코비치를 조금이나마 알릴 수 있어서 기쁩니다.” 최수열, 성시연 지휘자 등과 더불어 그는 유학파 2세대 지휘자를 대표한다. 단국대 작곡과를 졸업한 뒤 독일 베를린 한스아이슬러 국립음대 지휘과에서 공부했다. 그의 음악 인생은 베를린 유학 시절 본격적으로 꽃을 피웠다. 같은 곡이 다르게 연주되는 지휘의 매력에 눈을 떴고, 문자 그대로 악보를 달고 다녔다. 그는 “클래식의 본고장이자 예술의 중심인 베를린이 주는 특유의 기운이 있다”며 “그곳에서 각종 할인을 통해 공연을 섭렵하고 악보를 파면서 음악과 사랑에 빠졌다”고 했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시절엔 지휘자로서는 드물게 팬덤을 거느렸다. 은둔하는 이미지와 깐깐한 악보 해석이 매력 포인트로 작용했다. “정확한 연주의 토대는 악보 속 작곡가의 의도라고 생각해요. 리허설을 반복해 최대한 그 의도에 가닿고자 노력하죠. 온전한 제 시간을 내기 힘들어 이른 아침 동네 독서실이나 학교 도서관에서 악보 공부를 해요. 대부분의 지휘자가 비슷할 겁니다.” 악보와 씨름하고 단원들을 설득하며 20년째 걸어온 지휘 외길. 그는 “좋은 연주는 ‘자발적인 한마음’에서 나온다”며 “이를 위해 ‘말러 교향곡 1번 1악장은 세상이 창조되는 느낌으로 해보자’고 음악으로 설득한다”고 했다. 후배들을 향한 조언을 묻는 동시에 ‘사랑’이란 단어가 나왔다. “지휘도 일이잖아요. 조건 없이 음악과 풍덩 사랑에 빠져야 잘할 수 있습니다.” 쇼스타코비치 시리즈 IV. 최희준 & KBS교향악단. 12월 4일 오후 8시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3만∼7만 원.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8-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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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 다음은 불” “쓰나미급 물”… 說 난무한 수능 잔혹사

    ‘보험금을 두 배로 높이면 보험료는 변하지 않지만 보험금에 대한 기댓값은 두 배가 된다.’ 2017학년도 수능 ‘국어 39번’ 문제의 일부 내용이다. 생소한 경제 용어로 가득하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도입 이래 난이도 조절 논란에 시달려왔다. ‘불 다음은 불, 불 다음은 물이다’ ‘쓰나미급 물(지나치게 쉬운 문제 지칭)이 올 수도 있다’ 등 농담과 가설도 난무했다. ‘적당한 온도의 수능은 신의 영역’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1997학년도 수능은 불수능의 시조 격이다. 문제 유형에 변화가 생긴 데다 난도가 높아 전국 최고점수가 400점 만점에 373.3점, 300점만 넘어도 서울대 합격권이었다. 수리는 80점 만점에 평균이 19점일 정도였다. 수학 24번은 지금도 전설로 통한다. 2001학년도는 물수능의 서막을 열었다. 만점자만 66명으로 역대 최다였고 만점자도 논술 부진 등으로 서울대에서 떨어졌다. 상위권 득점자가 폭증해 눈치로 대학에 들어가는 도박판으로 변질됐다. 이듬해인 2002학년도 수능은 1997학년도만큼 불수능이었다. 일부 수험생은 시험 도중 울면서 교실을 뛰쳐나갈 정도였다. 전년 수능에 비해 평균 총점이 90점이나 하락해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질책을 받았다. 전년 물수능으로 재수를 택한 이들 중 상당수가 울며 겨자 먹기로 3수를 택했다. 2010학년도 이후엔 2011학년도와 2017학년도 수능이 불수능으로 꼽힌다. 다만 EBS 방송과 인터넷 강의가 대중화되고 기출 문제 접근이 쉬워져 학생들은 예전보단 단련이 됐다. 매년 화제가 된 어려운 문제인 ‘킬러 문항’은 어떨까. 지난해 수능 ‘국어 29번’은 환율의 단기 급등락과 정부 정책을 소재로 했는데, 지문 내용이 어려워 수험생들이 애를 먹었다. 2017학년도 ‘국어 39번’은 보험 제도가 운용되는 방식을 다뤄 수험생 5명 중 4명이 틀릴 정도로 오답률이 높았다. 2016학년도엔 자유낙하에 관련된 ‘국어 29번’이 까다로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과학 기술 경제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 전문적인 내용이 국어 지문에 등장할 경우 오답률이 높았다. 난도가 특히 높은 수학 킬러 문항은 정답률이 1∼2%에 머물기도 한다. 2018학년도 ‘수학 가형 30번’은 2.2%, 2017학년도 ‘수학 가형 30번’은 1.4%였다. 영어는 2018학년도 37번(정답률 25.7%), 2017학년도 33번(23.2%), 2016학년도 34번(18%)이 초고난도 문제로 회자된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8-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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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는 ‘국어 31번’ 불수능… 수능 난도조절은 신의 영역?

    ‘같은 밀도의 부피 요소들이 하나의 구 껍질을 구성하면, 이 부피 요소들이 구 외부의 질점 P를 당기는 만유인력들의 총합은, 그 구 껍질과 동일한 질량을 갖는 질점이 그 구 껍질의 중심 O에서 P를 당기는 만유인력과 같다.’(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 31번’ 문제 지문 중 일부) “3수생인데 1교시 국어 시간에 심리적으로 무너져버렸어요. ‘31번’이 ‘넌 4수야’라고 놀리는 것 같았죠.” 올해 수학능력시험(수능) 화제 문항은 단연 ‘국어 31번’이었다. 과학 지식을 다룬 난해한 지문으로 국어 문제가 아닌 물리나 수학문제란 질타가 쏟아졌다. 수험생들은 올해도 불수능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 적절한 수능 난도 조절은 신의 영역? 수능에서 변별력은 필수다. 이 가운데 최상위권 학생의 실력을 판별하는 게 ‘킬러 문항’의 역할이다. 그럼에도 최근 수년간 킬러 문항은 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나치게 어렵거나 괴상해 시험이 아니라 ‘찍기’의 영역으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킬러문항이 공포의 대상이 된 건 대략 2015년 이후부터다. 입시전문가들은 이를 사회 분위기와 연결지어 설명한다. ‘교과서 중심’ ‘평이한 수준’ ’사교육 타파’ 등이 강조되면서 수능 전체 수준은 평이해졌지만 킬러문항은 더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이재진 대학미래연구소 소장은 “수능이 곧 사교육과 연결된다는 인식 때문에 출제자들은 난도 조절에 민감하다. 킬러 문항으로 상위권 학생들의 에너지 소모가 크지만, 전체가 사교육에 휘둘리는 것보다는 낫다는 인식이 은연중 퍼져 있다”고 했다. 학생들의 실력 편차가 커지면서 수능 난도 조절이 어려워진 측면도 있다. 2009년 학생부종합전형 전신인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된 뒤 지난 10년간 수시 비중은 점차 확대됐다. 현재 주요 15개 대학에서 수시로 신입생을 뽑는 비율은 44.7%다. 자연히 수험생들은 문이 넓은 수시로 눈을 돌린다. 지난 3년간 수능 최저등급이 있는 전형은 6.9%, 지원자는 17.7% 줄었다. 수능을 보지 않아도 수시로 입학할 수 있다. 수능에 주력하는 수험생이 줄다보니 문제가 조금만 어려워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반면 사교육 세례를 받은 일부 상위권 학생들은 킬러 문항에 대한 내성을 키웠다. 한 입시전문가는 “대다수 학생은 수능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아 조금만 어려워도 불수능으로 느끼는 반면 상위권 학생들은 킬러 문항도 척척 풀어낸다. 이 괴리 사이에서 난도를 맞추기란 ‘신의 영역’에 가까운 일”이라고 했다. 상대평가 체제에서 난도 조절 실패는 숙명이란 의견도 있다. 권대봉 고려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서열화된 대학 구조에 수능 등급을 맞추려다보니 초고난도 문제를 배치할 수밖에 없다. 대학서열에 수능 난도를 맞추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 비대해진 수시, 취지 잃은 수능 수능을 치른 지 열흘째. 불수능으로 낭패를 본 수험생들은 정시를 준비하며 분투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의 일반고에 다니는 신모 양은 평소 모의고사 성적이 좋아 정시를 노렸으나 수능을 망쳐서 재수를 고려 중이다. 강남 대치동의 입시학원에서 공부하던 재수생 이모 군도 “국어 영어 수학 모두 모의고사 1, 2등급을 유지했는데 수능 국어는 3등급을 받았다”며 “이 성적에 맞춰 대학에 가자니 억울하고 울분이 터져 3수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교과과정 수준을 벗어난 불수능에 예비 고3들은 일찌감치 사교육에 눈을 돌리고 있다. 고2학생을 둔 학부모 김서윤 씨는 “내년에도 불수능일 가능성이 높아 보여 겨울방학 수능 패키지에 등록했다”고 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불수능 이후엔 예비수험생들이 겨울방학에 대비를 더 철저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 보습학원 등록률이 예년에 비해 껑충 뛰었다고 한다”고 했다. 컨설팅업체에도 문의가 크게 늘었다. 학교 현장도 입시전략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내년 수능이 불수능을 유지할지, 반대로 물수능이 될지 알 수 없어 학생지도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 학부모들은 수시와 정시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현실에 불만을 토로했다. 한 학부모는 “수시와 정시가 혼재돼 대입 전형 방식만 수천 개에 달한다. 고교 1학년부터 수시와 정시 중 하나를 선택해 사교육 등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하는 구조가 낭비로 느껴진다”고 했다. 숙명여고 쌍둥이 사태 등으로 올해엔 특히 수시에 대한 불신이 강하다. 성적 이외 활동으로 평가한다지만 기준이 애매모호하다는 이유가 많다. 교육 관련 온라인커뮤니티에는 수시로 상위권 대학에는 붙고 하위권 대학에는 불합격하거나, 내신 하위권인 학생이 상위권 학생이 떨어진 대학에 합격하는 사례를 제시하며 불만을 쏟아낸다. 반면 수시를 통한 입학생 선발을 찬성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고2 자녀를 둔 손자영 씨는 “시험 점수만으로 대학에 들어가던 세대인 학부모는 ‘점수로 줄 세우기’ 방식이 가장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양성을 강조하는 입시 방향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능 제도를 설계한 박도순 고려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비대해진 수시와 역할을 잃은 수능 사이에서 현 교육제도가 갈팡거리고 있다”며 “수시가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 대학의 선발권을 확대하는 방향도 고려할 만하다”고 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8-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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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뚜렷한 개성이 부딪치며 내는 미묘한 맛이 우리 연주의 매력”

    “도도하고 까칠할 줄 알았는데 속이 깊고 다정하더군요.”(김수연) “착할 것 같았는데 실제로 그랬어요. 기대만큼은 아니었지만요, 하하.”(임동혁)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홀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임동혁과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의 ‘그랑듀오’ 콘서트. 연주 바깥 이야기로 ‘손수건 공유’가 화제에 올랐다. 임동혁이 땀을 닦은 손수건을 김수연이 건네받아 이마와 목을 쓱쓱 문지른 것. 공연에 앞서 16일 서울 강남구 연습실에서 만난 이들은 군대 동기 같았다. 독일 베를린에서 따로 날아와 서울에서 만났건만 인사치레 없이 일상 대화를 툭툭 주고받았다. 둘은 2015년 ‘슈베르트 포 투’로 호흡을 맞춘 뒤 3년 만에 국내 듀오 무대에 섰다. 모차르트, 슈베르트,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대표곡을 차례로 연주했다. 모든 게 조심스러웠던 첫 듀오 무대와 달리 이번엔 편안하게 의기투합했다. 같은 도시에 거주하며 이따금 음악, 고민, 밥상을 나눈 덕이다. “둘 다 개성이 뚜렷해 물 흐르듯 딱딱 맞는 호흡은 아니에요. 강함과 강함이 맞부딪치면서 나오는 미묘한 맛이 매력이라고 생각해요.”(김) “같은 의견이에요. 저희 듀오 무대는 (평이한) 체임버 오케스트라 스타일은 아니죠. 사실 저보다 반주 연주가 바이올리니스트 입장에선 협연하기 편할 거예요.”(임) 베를린은 최근 클래식 연주가들의 집합소로 자리매김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 조성진 김선욱 선우예권, 첼리스트 이상 엔더스,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 등이 둥지를 틀었다. 모두가 서로에게 고마운 존재다. 김수연은 “바흐 때문에 힘들 무렵 안부 전화를 걸었는데 임동혁 씨도 바흐로 고생하고 있더라”며 “‘우리 은퇴해야 하냐’며 농담하다 보니 자연스레 막힌 데가 풀렸다”고 했다. 두 사람의 요즘 화두는 ‘30대’. 10대, 20대보다 못한 체력이나 리듬감을 음악적 완숙미로 채워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임동혁은 “죽어라 연습하지 않아도 공연장엔 설 수 있다. 한데 안주하는 순간 연주자의 생명은 끝”이라며 “평생 스스로를 괴롭히며 연습에 매진하는 게 연주자의 숙명이라는 걸 요즘 받아들였다”고 했다. 김수연은 “음 하나에 머리카락을 쥐어뜯던 20대를 지나 약간의 여유를 갖게 됐다. 이젠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한다”며 “특히 좋은 연주는 좋은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진리를 깨달았다”고 한다. “열린 마음으로 경험과 사고의 지평을 넓히려 노력해요. 최근엔 도예를 배웠는데 흙 반죽을 만지는 순간 이거다 싶었죠. 바로 흩어지는 음악과 달리 손에 뭔가 남는 느낌이 색달랐어요.”(김) “이따금 1980, 90년대 가요를 들으며 여흥을 즐겨요. 음악과 일상의 균형 사이에서 오래도록 좋은 연주를 하고 싶습니다.”(임)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8-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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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화적 연출 엇갈린 반응에도… 4부작 완주 기대감 여전

    태초의 소리가 연주되고 칠흑 같은 어둠에서 빛이 시작된다. 꿈인가 싶은 빛줄기와 함께 신들의 세계가 열리자 지혜를 상징하는 보탄의 눈이 무대를 유영한다. 14∼1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 바그너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라인의 황금’은 길고 거대한 설치미술 같았다. 화가 겸 오페라 연출가인 독일 거장 아힘 프라이어는 무대를 화폭 삼아 붓 대신 조명을 휘둘렀다. 무대 전체를 덮은 투명막에 다양한 영상을 비춰가며 극의 변화를 이끌었다. 조도를 달리해 지상과 지하를 나누는 식인데, 처음엔 기발했으나 곧 단조로움을 느꼈다. 보탄의 외눈을 강조하고 긴 팔을 붙인 프리카의 무대의상은 지나치게 직관적이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관전평도 비슷했다. “동화적이고 아름답다. 쉽게 입문하기 좋은 바그너 오페라였다”는 호평과 “연출과 소품이 유치할 정도로 일차원적이다. 바그너 드라마의 미덕을 살리지 못했다”는 혹평이 엇갈렸다. 비교적 박한 평가는 제작비 30억 원이 주는 기대감과 그간 사랑 등 주제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연출에 익숙해진 탓이 클 테다. 한 전문가는 “오페라 토양이 척박한 탓에 프라이어식 연출이 더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이라며 “다양한 연출을 시도하는 건 고무적인 일”이라고 했다.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금관주자 6명과 프라임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국내외 성악가들의 음색은 B+ 정도의 합격점을 받았다. 의미 있는 작업을 해낸 뚝심엔 대부분 찬사를 보냈다. 짧은 준비 기간에 프라이어는 복잡한 극을 놀라운 상상력으로 무대에 펼쳐 보였다. 바이로이트에서 활동하는 국내외 성악가를 섭외하고 오케스트라와 합을 맞추는 과정도 쉽지 않았을 터다. 국내 오페라계에 활력을 불어넣은 월드아트 오페라의 4부작 완주를 기대한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8-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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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친 가격’ 한 방이 필요해

    #1 회사원 박상민 씨(40)는 올해 9월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인 ‘코리아세일페스타(KSF)’가 열린다는 소식에 백화점을 찾았다. 겨울 코트를 사기 위해 매장을 돌아다녔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대규모 할인 행사라고 했지만 비싸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던 것. 그는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라는 수식어를 왜 붙이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2 이달 11일 0시(현지 시간) 중국 상하이(上海) 메르세데스벤츠 아레나.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광군제(光棍節)’ 쇼핑 축제가 시작됐다. 10일 밤부터 시작된 전야제 행사가 끝나고 쇼핑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나온 지 2분 5초 뒤 무대 위 전광판에 ‘100억 위안’(약 1조6257만 원)이라는 표시가 떴다. 100억 위안어치 상품이 팔렸다는 뜻이다. #3 청소기, 코트, 장난감, 화장품…. 직장인 손의정 씨(38)는 1년 내내 ‘짠순이’ 모드로 살다가 11월 넷째 주 ‘블프’(미국 블랙프라이데이) 첫날 ‘광클’(광속으로 클릭)을 시작한다. 평소 사기 힘든 고가 브랜드 의류나 전자제품을 반값 이하로 살 수 있어서다. 그는 “눈독 들인 상품에 알람을 걸어뒀다가 구매에 성공하면 스트레스가 싹 날아간다”며 웃었다. 한국, 중국, 미국에서 열렸거나 열릴 대규모 쇼핑 행사에 대한 국내외 소비자들의 반응은 서로 다르다. 일단 KSF는 역사가 짧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존재감이 거의 없다. 오히려 싸지 않은 가격에 불만을 표시하는 소비자들도 나온다. 반면 광군제는 역대 최대 매출을 올리는 등 국내외 소비자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곧 시작될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도 국내외 소비자들이 ‘득템 기대감 지수’를 높이며 ‘결전’을 준비하고 있다.○ ‘미친 할인율’과 상품 구성에 차이 KSF가 블랙프라이데이나 광군제에 비해 인기가 낮은 가장 큰 이유는 깜짝 놀랄 정도로 싼 제품이 없어서다. KSF에 나온 제품 중 일부는 가격 비교사이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인터넷 최저가보다 비싼 경우도 있다. 해외 직구 제품보다 비싼 경우도 허다하다. 올해 KSF에서 대표 할인 상품으로 소개된 유일한 가전제품인 삼성전자 건조기 ‘그랑데’는 할인율이 최대 20%였다. 하지만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미국 전자제품 양판점 베스트바이가 제시한 비슷한 모델의 할인율은 27.8%. 일부 삼성전자 건조기 할인율은 31.6%나 된다. 삼성전자가 한국과 미국에서 판매하는 모델은 세부 기능이나 디자인 등에서 차이가 있어 가격을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 같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할인율의 격차는 적지 않다. 유통업계 입김이 센 미국이 한국보다 가전제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다는 점을 감안하면 절대적인 가격 차이는 더 날 수도 있다. 유통 전문가들은 KSF에서 싼 제품을 볼 수 없는 원인을 국내의 독특한 유통 구조에서 찾는다. 한국은 유통업체가 매장을 빌려주고 수수료로 돈을 버는 구조다. 반면 미국은 백화점 등 유통업체가 제조업체로부터 직접 상품을 사서 판매한다. 상품이 팔리지 않으면 유통업체가 재고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파격적인 할인을 해서라도 재고를 소진할 수밖에 없는 셈. 중국도 완전한 직매입 구조는 아니다. 하지만 광군제 참여 업체에 할인 혜택 제공을 의무화하거나 미리 할인 상품 및 프로모션 항목을 결정한 뒤 직매입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가격을 떨어뜨린다. 할인 대상 제품 수가 블랙프라이데이나 광군제에 비해 적다는 점도 KSF의 약점이다. 올해 KSF에 참여한 기업은 450여 곳이다. 반면 블랙프라이데이나 광군제에는 대부분의 글로벌 브랜드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코리안 쇼핑타임’ 설정해야 전문가들은 한국이 블랙프라이데이나 광군제처럼 영향력 있는 쇼핑 축제를 키우려면 명확한 타임라인 설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블랙프라이데이와 광군제는 할인행사 기간이 확정돼 있는 반면 국내 행사는 업체마다 일정이 제각각이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명절과 창사기념일을 중심으로 할인대전을 펼치는 반면 이커머스 업체들은 수시로 ‘타임세일’ 등을 진행하다 보니 쇼핑 대목이라는 인상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초가을에 열리는 KSF는 추석 세일과 연말 세일 사이에 끼인 애매한 모양새로 주목도가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유통업계에서는 쇼핑 대목 기간이 자연스럽게 생길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있다. 이달 1∼11일 11번가와 이베이코리아는 각각 ‘십일절 페스티벌’과 ‘빅스마일데이’를 열어 흥행에 성공했다. 같은 기간 위메프는 그동안 수시로 진행하던 ‘특가데이’ ‘심야특가’ 등을 통합해 ‘블랙111데이’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비슷한 시기에 대형 이벤트를 열면서 ‘11월 온라인 쇼핑 축제’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위메프 관계자는 “업체들이 상황에 맞는 이벤트를 하다 보니 온라인으로 전체 소비가 연결됐다”며 “매년 더 많은 업체가 동참하다 보면 자연스레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디테일 마케팅에도 신경 써야 11번가가 진행한 할인행사 ‘십일절(11월 1∼11일)’의 모토는 ‘열일한 나에게 선물하다’이다. 11번가의 11을 열일로 발음해, 올 한 해 수고한 스스로에게 선물하라는 뜻으로 붙인 것이다. 중국에서 독신자를 뜻하는 ‘1’이 네 번 들어가는 11월 11일에 맞춰 독신자를 위한 할인행사(광군제)를 시작한 알리바바처럼 스토리텔링 기법을 적극 활용한 것이다. 덕분에 11번가는 이번 행사에서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쇼핑을 축제로 만드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한경 성신여대 서비스디자인공학과 교수는 “블랙프라이데이나 박싱데이 등 해외 쇼핑 문화를 경험한 사람일수록 쇼핑이 주는 일탈과 즐거움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며 “쇼핑을 축제로 만드는 마케팅이 성공의 핵심 열쇠”라고 했다. 최근 들어 소비가 경험이자 문화이자 놀이로 인식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얘기다. ‘판매 실적 공개 서비스’, ‘타임특가’ 등 소비자의 눈길을 끄는 마케팅 기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달 초 할인 이벤트로 매출 신기록을 갈아 치운 이베이코리아가 도입한 실시간 판매 실적 공개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이베이코리아 측은 “제품 수기 홍수 속에서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이 서비스를 도입했다”며 “구매자들이 제품 선택에 실적을 참고한 것은 물론이고 쇼핑 축제를 주도한다는 재미를 느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위메프는 타임특가를 적극 활용했다. 이달 1∼11일 투데이특가, 타임특가, 심야특가 등 특정 시간에 할인을 예고한 물품을 띄웠다가 내리는 이벤트를 벌여 흥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잔기술’과 스토리텔링에만 의지해선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우려도 있다. 한국유통학회장인 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제품 구성과 할인 폭이 매력적이어야 스토리텔링도 힘을 발휘할 수 있다”며 “미끼 상품만 내세우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이설 snow@donga.com·송진흡 기자}

    • 2018-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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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도 도시어부다” 800만명이 바다로 호수로… 지금은 ‘낚시여가’ 시대

    가족들을 뒤로하고 홀로 집을 나와 물고기와 씨름하는 ‘아재 낚시’는 이제 옛말이다. 생활낚시 인구가 800만 명에 이른다. 남녀노소 누구나 따로 또 같이 낚시를 즐기는 ‘낚시여가’ 시대가 열렸다. 낚시를 소재로 한 TV 프로그램도 인기다. 은둔의 취미로 여겨지던 낚시는 주5일 근무제와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힐링’ 추구 분위기 확산으로 대중 곁으로 성큼 다가왔다.○ 남녀노소 모두 낚아 낚아∼ 거제도, 군산, 태안…. 직장인 이보라 씨(34)는 주말마다 낚시 도구를 메고 전국을 누빈다. 탁 트인 바다에서 물고기와 한바탕 씨름을 벌이고 나면 주중에 쌓인 스트레스가 싹 날아간다. 그가 낚시를 시작한 건 미디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영향이 컸다. 연예인들이 고기 낚는 모습을 보고 호기심을 느끼던 중에 SNS에 조행기(釣行記)를 올리는 또래 여성과 인연이 닿았다. 그는 “여러 동작을 번갈아 하는 루어낚시를 하는데 운동량이 꽤 된다. 배 위에서 해산물을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며 “1박 2일 기준 30만 원 선의 비용이 아깝지 않다”고 했다. 최근 낚시인구 증가세가 가파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전국 생활낚시 인구는 700만∼800만 명으로 최근 2, 3년 사이 껑충 뛰었다. 낚시어선 이용객 수는 1년 만에 15% 이상 증가했다. 수도 늘었지만 내용도 많이 변했다. 낚시업계에 따르면 20, 30대 젊은 세대와 여성, 그리고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나들이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 새로운 취미를 찾아 나선 젊은 세대가 낚시로 유입됐다고 분석한다. 낚시게임과 실내 낚시카페가 인기를 끄는 등 저변이 확대됐다. 김태우 프로낚시(49)는 “과거에는 낚시꾼 하면 대부분 중년 남성 일색이었지만 요즘은 바다, 민물낚시 모두 여성 비율이 10% 이상”이라고 했다. 경기 용인 지곡낚시터의 진광두 대표(56)는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체험수업을 진행하는데 올해 신청자가 많아 반을 2개로 늘렸다. 초등학생 사이에서도 낚시가 화제”라고 전했다. 프로낚시란 낚시업계에 종사하며 방송과 강습 등을 진행하는 이들을 뜻한다. 김 프로낚시는 “낚시는 혼자 해도 좋고 가족이 함께해도 좋은 취미다. 게다가 자연 속에서 힐링을 맛보기에도 제격”이라며 “현대인들이 원하는 것들이 낚시 속에 다 있다”고 했다. 미디어의 영향도 크다. 8년간 홀로 낚시터를 누비던 박광선 씨(55)는 지난해부터 아내와 함께 ‘손맛’을 즐긴다. 낚시라면 눈부터 흘기던 아내가 채널A ‘도시어부’를 본 이후 태도를 바꾸었다. 박 씨는 “아내와 낚시를 함께하면서 대화도 늘었다”고 말했다. SNS의 대중화도 한 요인이다. SNS에 #낚시 #낚시스타그램 #낚시캠핑을 검색하면 관련 게시물이 주르륵 뜬다. 낚은 물고기 인증샷과 조행 사진도 넘쳐난다. 7년째 낚시를 즐기는 직장인 지홍은 씨(36)는 “SNS에 낚시 활동 관련 사진과 글을 자주 올리는데, 이를 보고 초보자들이 자주 문의해온다. 이들과 주로 낚시를 다닌다”고 했다. 특히 #낚시하는여자 관련 게시물은 34만7000여 개에 이른다. 선상 낚시를 즐기는 한 40대 직장인은 최근 여성 낚시인구가 급증한 데 대해 “낚시는 여성도 잘할 수 있는 취미활동이다. 선상 낚시는 30대 전후 미혼자가 많은 편”이라고 했다.○ 여행과 결합하는 낚시 풍속도 변화 낚시 인구가 늘고 다변화하면서 문화도 변하고 있다. 낚시와 여행의 결합이 대표적이다. 진광선 프로낚시에 따르면 최근 낚시와 캠핑을 겸하는 나들이객이 늘고 있다. 캠핑족은 낚시활동을 하면서 지루함을 덜고, 낚시족은 캠핑을 겸하며 가족과 시간을 갖는다. 캠핑지를 제공하는 캠핑낚시터도 늘어나는 추세다. 경기도에는 종합 낚시레저시설도 들어설 예정이다. 고객이 늘어나면서 서비스 경쟁도 치열해졌다. 낚시용품 업체들은 초보자용 장비를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유료 낚시터는 여성 화장실과 휴게실을 새로 만드는 등 공간 새 단장에 바쁘다. 낚싯배 위에서는 먹거리 전쟁이 벌어진다. 지홍은 씨는 “예전엔 라면주꾸미가 거의 유일한 메뉴였는데 요즘은 주꾸미찜, 철판볶음, 주꾸미삼겹살볶음, 주꾸미전 등으로 다양해졌다”고 귀띔했다. 도심에선 실내낚시카페가 성업 중이다. 커다란 수조에 물고기를 가득 넣어두고 여럿이 빙 둘러서 낚시를 하는 식이다. 시간당 요금을 내고 잡은 물고기는 무게를 잰 다음 일부는 놓아주는데 무게에 따라 상품을 주기도 한다. 연인과 초등학생, 유아를 동반한 가족 방문객이 많은 편이다. 낚시 입문자가 늘면서 문화 충돌을 빚기도 한다. 10년째 플라잉낚시를 즐겨온 김석환 씨(60)는 “큰 목소리로 초보자가 떠들어서 붕어가 달아나면 고수가 낚시터 예절을 훈계하기도 한다”고 했다. 지곡낚시터에서 만난 50대 남성은 “대낚시를 하는데 옆에서 루어를 던지는 초보자들 때문에 화난 적도 있지만 이젠 여유가 생겼다. 누구나 초보 시절이 있었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근엔 이런 갈등을 줄이기 위해 전문장과 체험장을 나눠 운영하는 유료 낚시터도 생겨나고 있다. 낚시인구가 늘면서 충청도 강원도 등 지자체 차원의 지원도 대폭 늘었다. 시에서 주관하는 낚시대회가 늘었고, 태안 통영 거제도 사천 울진 완도 등에는 해양낚시공원이 들어섰다. 해양수산부는 낚시 관련법을 정비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진광두 대표는 “낚시 관련법 자체가 미비하고 시도별 규정이 달라 낚시터 관리가 뒤죽박죽”이라며 “급증하는 낚시 인구를 원활하게 수용하려면 낚시문화 정착에 대한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낚시를 시작하려 해도 어디서 장비를 대여하고 낚시 법은 어떻게 배워야 할지 막막해하는 초보자가 많다”며 “낚시 예절을 포함한 교육, 장비 대여, 위생 등의 측면에서 체계적인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인근 유료낚시터 가면 장비 빌려주고 원포인트 레슨도▼낚시 어떻게 시작할까11~12월 바다낚시 최적지는 거제도 진도 추자도 제주도 통영가족 동반땐 연안 선상낚시가 안전… 미끼는 지렁이 대신 루어낚시 대세“모든 종류의 낚시를 섭렵할 순 없다.” 낚시업계의 정설이다. 아무리 뛰어난 전문가라도 방법, 어종, 공간별로 다른 낚시 법을 모두 익히긴 힘들다는 얘기다. 낚시는 크게 민물낚시와 바다낚시로 나뉜다. 바다낚시는 배 위나 갯벌 등에서, 민물낚시는 저수지를 낀 관리형 유료 낚시터에서 할 수 있다. 접근성 면에서는 민물낚시가 편리하다. 서울에서 1, 2시간 떨어진 수도권 인근에 유료 낚시터가 많아 주말에 가족과 연인들이 자주 찾는다. 장비 대여는 물론이고 첫 고기를 낚을 때까지 지도도 받을 수 있다. 3∼11월엔 붕어 배스 쏘가리 등 거의 모든 민물고기 낚시가 가능하다. 11∼3월엔 송어, 겨울철 얼음이 어는 시기엔 빙어 낚시를 할 수 있다. 입장료는 2만∼3만 원 선. 바다낚시는 먹거리를 낚을 수 있어 초보자들에게 인기다. 하지만 남해 서해 동해에 포인트가 몰려 있어 이동거리가 다소 길다. 보통 수도권에서 오전 2시 전후에 출발해 오전 5시부터 늦은 오후까지 선상에서 낚시하는 일정이다. 1년 내내 수온에 따라 남해 서해 동해 등에서 광어 우럭 참돔 삼치 도다리 농어 주꾸미 오징어 등을 잡는다. 제주도 남해는 11∼2월, 기타 지역은 3∼11월이 시즌이다. 바다낚시는 계절별로 어종이 달라 시기마다 다른 ‘입맛’을 즐길 수 있다. 낚싯배를 운영하는 선장마다 ‘비밀 포인트’가 있어 배를 잘 골라야 한다. 낚시 고수로 유명한 하응백 문학평론가는 “낚시는 70%가 날씨, 20%가 선장, 10%가 낚시꾼 덕이다. 훌륭한 낚시꾼의 자질은 기획력이다. 낚시하기 좋은 날 어종에 맞는 선장의 배를 고르는 안목이 중요하다”고 했다. 오랜 시간 배에서 머물러야 하기 때문에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은 연안 선상낚시를 하는 게 좋다. 제주도, 경남 통영 등에선 육지에서 10∼30분 떨어진 연안에서 2, 3시간 동안 낚시하는 프로그램을 다수 진행한다. 낚싯배 요금은 대상 어종에 따라 5만∼20만 원으로 다양하다. 낚시 방법은 생미끼를 이용한 대낚시, 가짜 미끼를 활용한 루어낚시, 날벌레로 가짜 미끼를 만들어 쓰는 플라이낚시, 보트를 타고 고기를 낚는 트롤링 등으로 다양하다. 2, 3년 전부터 지렁이 등 생미끼 대신에 가짜 미끼를 쓰는 루어낚시가 대세가 됐다. 이동하면서 진행하는 루어 낚시와 플라이 낚시는 젊은층이 특히 선호한다고 한다. 입문자가 늘면서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낚시 기술은 유료 낚시터나 지인에게 배우는 경우가 대부분. 최근엔 유튜브 동영상으로 장비를 구입하고 낚시 법을 익히는 게 일반적이다. 낚시 장비는 세트당 20만∼30만 원 정도다. 1, 2년 전까지 8 대 2 정도였던 바다낚시와 민물낚시 인구 비중은 최근 4 대 6 정도로 바뀌었다. 주말을 이용해 1박 2일 일정으로 선상낚시를 가는 이들이 늘어나서다. 예능 프로그램 ‘도시어부’ 제작진이 추천한 11, 12월 바다낚시 장소는 거제도, 진도, 통영, 추자도, 완도, 제주도 등. 참돔 방어 부시리 감성돔 벵에돔 갈치 등을 잡을 수 있다. 12월 얼음이 얼면 경기도 강원도 충청도 등에서 열리는 빙어와 산천어 축제도 가볼 만하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8-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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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족들은 뒷전? ‘아재 낚시’는 옛말…“나도 ‘도시어부’처럼”

    가족들은 뒤로하고 홀로 집을 나와 물고기와 씨름하는 ‘아재 낚시’는 옛말이다. 생활낚시 인구가 800만 명에 이른다. 남녀노소 누구나 따로 또 같이 낚시를 즐기는 ‘낚시여가’ 시대가 열렸다. 낚시를 소재로 한 TV프로그램도 인기다. 은둔의 취미로 여겨지던 낚시는 주 5일 근무제와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힐링’ 추구 분위기 확산으로 대중 곁으로 성큼 다가왔다. ● 남녀노소 모두 낚아낚아~ 거제도, 군산, 태안…. 직장인 이보라 씨(34)는 주말마다 낚시 도구를 메고 전국을 누빈다. 탁 트인 바다에서 물고기와 한바탕 씨름을 벌이고 나면 주중에 쌓인 스트레스가 싹 날아간다. 그가 낚시를 시작한 건 미디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영향이 컸다. 연예인들이 고기 낚는 모습을 보고 호기심을 느끼던 중에 SNS에 조행기(釣行記)를 올리는 또래 여성과 인연이 닿았다. 그는 “여러 동작을 번갈아 하는 루어낚시를 하는데 운동량이 꽤 된다. 배 위에서 해산물을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며 “1박 2일 기준 30만 원 선의 비용이 아깝지 않다”고 했다. 최근 낚시인구 증가세가 가파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전국 생활낚시 인구는 700만~800만 명으로 최근 2, 3년 사이 껑충 뛰었다. 낚시어선 이용객 수는 1년 만에 15% 이상 증가했다. 수도 늘었지만 내용도 많이 변했다. 낚시업계에 따르면 20, 30대 젊은 세대와 여성, 그리고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나들이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 새로운 취미를 찾아 나선 젊은 세대가 낚시로 유입됐다고 분석한다. 낚시게임과 실내 낚시카페가 인기를 끄는 등 저변이 확대됐다. 김태우 프로낚시(49)는 “과거에는 낚시꾼 하면 대부분 중년 남성 일색이었지만 요즘은 바다, 민물낚시 모두 여성 비율이 10% 이상”이라고 했다. 경기 용인 지곡낚시터의 진광두 대표(56)는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체험수업을 진행하는데 올해 신청자가 많아 반을 2개로 늘렸다. 초등학생 사이에서도 낚시가 화제”라고 전했다. 프로낚시란 낚시업계에 종사하면서 방송과 강습 등을 진행하는 이들을 뜻한다. 김 프로낚시는 “낚시는 혼자 해도 좋고 가족이 함께 해도 좋은 취미다. 게다가 자연 속에서 힐링을 맛보기에도 제격”이라며 “현대인들이 원하는 것들이 낚시 속에 다 있다”고 했다. 미디어의 영향도 크다. 8년간 홀로 낚시터를 누비던 박광선 씨(55)는 지난해부터 아내와 함께 ‘손맛’을 즐긴다. 낚시라면 눈부터 흘기던 아내가 채널A ‘도시어부’를 본 이후 태도를 바꾸었다. 박 씨는 “아내와 낚시를 함께 하면서 대화도 늘었다”고 말했다. SNS의 대중화도 한 요인이다. SNS에 #낚시 #낚시스타그램 #낚시캠핑을 검색하면 관련 게시물이 주르륵 뜬다. 낚은 물고기 인증샷과 조행 사진도 넘쳐난다. 7년째 낚시를 즐기는 직장인 지홍은 씨(36)는 “SNS에 낚시 활동 관련 사진과 글을 자주 올리는데, 이를 보고 초보자들이 자주 문의해온다. 이들과 주로 낚시를 다닌다”고 했다. 특히 #낚시하는여자 관련 게시물은 34만7000여 개에 이른다. 선상 낚시를 즐기는 한 40대 직장인은 최근 여성 낚시인구가 급증한 데 대해 “낚시는 여성도 잘할 수 있는 취미활동이다. 선상 낚시는 30대 전후 미혼자가 많은 편”이라고 했다. ● 여행과 결합하는 낚시 풍속도 변화 낚시 인구가 늘고 다변화하면서 문화도 변하고 있다. 낚시와 여행의 결합이 대표적이다. 진광선 프로낚시에 따르면 최근 낚시와 캠핑을 겸하는 나들이객이 늘고 있다. 캠핑족은 낚시활동을 하면서 지루함을 덜고, 낚시족은 캠핑을 겸하며 가족과 시간을 갖는다. 캠핑지를 제공하는 캠핑낚시터도 늘어나는 추세다. 경기도에는 종합 낚시레저시설도 들어설 예정이다. 고객이 늘어나면서 서비스 경쟁도 치열해졌다. 낚시용품 업체들은 초보자용 장비를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유료 낚시터는 여성 화장실과 휴게실을 새로 만드는 등 공간 새 단장에 바쁘다. 낚싯배 위에서는 먹거리 전쟁이 벌어진다. 지홍은 씨는 “예전엔 라면주꾸미가 거의 유일한 메뉴였는데 요즘은 주꾸미찜, 철판볶음, 주꾸미삼겹살볶음, 주꾸미전 등으로 다양해졌다”고 귀띔했다. 도심에선 실내낚시카페가 성업 중이다. 커다란 수조에 물고기를 가득 넣어두고 여럿이 빙 둘러서 낚시를 하는 식이다. 시간당 요금을 내고 잡은 물고기는 무게를 잰 다음 일부는 놓아주는데 무게에 따라 상품을 주기도 한다. 연인과 초등학생, 유아를 동반한 가족 방문객이 많은 편이다. 낚시 입문자가 늘면서 문화 충돌을 빚기도 한다. 10년째 플라잉낚시를 즐겨온 김석환 씨(60)는 “큰 목소리로 초보자가 떠들어서 붕어가 달아나면 고수가 낚시터 예절을 훈계하기도 한다”고 했다. 지곡낚시터에서 만난 50대 남성은 “대낚시를 하는데 옆에서 루어를 던지는 초보자들 때문에 화난 적도 있지만 이젠 여유가 생겼다. 누구나 초보 시절이 있었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근엔 이런 갈등을 줄이기 위해 전문장과 체험장을 나눠 운영하는 유료 낚시터도 생겨나고 있다. 낚시인구가 늘면서 충청도 강원도 등 지자체 차원의 지원도 대폭 늘었다. 시에서 주관하는 낚시대회가 늘었고, 태안 통영 거제도 사천 울진 완도 등에는 해양낚시공원이 들어섰다. 해양수산부는 낚시 관련법을 정비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진광두 대표는 “낚시 관련법 자체가 미비하고 시도별 규정이 달라 낚시터 관리가 뒤죽박죽”이라며 “급증하는 낚시 인구를 원활하게 수용하려면 낚시문화 정착에 대한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낚시를 시작하려 해도 어디서 장비를 대여하고 낚시 법은 어떻게 배워야 할지 막막해하는 초보자가 많다”며 “낚시 예절을 포함한 교육, 장비 대여, 위생 등의 측면에서 체계적인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8-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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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절대반지 향한 욕망 환상적으로 그렸죠”

    “좀 더 역동적으로 움직여 보세요.” 1일 서울 광진구 아차산로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 연습실. 개량한복 차림에 백발인 외국인 남성이 폴짝 무대로 뛰어올라 주먹을 휘둘렀다. 세계적인 독일 연출가 아힘 프라이어(84)다. 총 4부에 17시간이 넘는 공연 시간. 주요 인물만 30여 명. 나흘간 무대에 올려야 하는 역사상 가장 길고 어려운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라인의 황금’ 연습 현장은 무림 고수들이 맞붙은 치열한 경연장 같았다. 연기자와 스태프들은 한국어와 독일어, 영어에 몸짓을 섞어가며 뜨겁게 소통하고 있었다. 한국과 독일이 합작한 ‘니벨룽의 반지’는 14∼1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베일을 벗는다. 1부 ‘라인의 황금’을 시작으로 2020년 5월까지 ‘2부 발퀴레’, ‘3부 지크프리트’, ‘4부 신들의 황혼’을 올린 뒤 본고장인 독일 본극장에서도 공연한다. 2005년 러시아 마린스키 오페라단이 국내 초연했지만 한국이 직접 제작을 맡은 건 처음이다. 역사적 공연을 열흘 앞두고 연기자와 스태프들은 입을 모아 “빨리 작품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들에게 작품 감상에 도움이 될 만한 ‘꿀 팁’을 들었다.○ 연출가 아힘 프라이어 “시공간을 뛰어넘는 이야기라 누구나 대표 캐릭터에게 자신을 투영할 수 있을 거예요. 수준 높은 이야기·음악·연기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죠. 저주받은 반지가 인류를 파괴하는 이야기인데, 물질 권력 등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캐스팅 B 보탄 역 양준모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모든 내용이 ‘니벨룽의 반지’ 속에 있습니다. 이야기 뼈대가 같거든요. 보탄은 영화 속 마법사 간달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장르는 다르지만 비슷한 내용을 다룬 책이나 영화를 예습하면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마스크를 쓰고 노래하긴 처음이라 체력에 신경 쓰고 있습니다.”○ 캐스팅 A 로게 역 아르놀트 베쥐이언 “아힘이 연출한 ‘라인의 황금’ 로게 역은 두 번째예요. 2010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공연에도 출연했었거든요. 대작이긴 하지만 다른 오페라에 비해 이 작품이 어렵진 않아요. 약간의 준비를 하면 더 풍부한 감상이 가능하겠죠. 처음 중국 경극을 접하곤 문화적 충격을 느꼈는데, 두 번째 공연 땐 공부를 하고 갔더니 재미있더라고요.”○ 무대감독 한희태 “아힘 선생님 무대는 담백해요. 핵심 가치만 극대화하죠. 한국에서 흔히 보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특히 조명을 유심히 봐주세요. 바닥, 무대 벽면, 천장에서 아힘 선생님의 그림을 변형한 영상 300여 개가 공연 내내 돌아가면서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낼 겁니다.” 14∼18일 평일 오후 8시, 주말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5만∼40만 원.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8-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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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차례 앙코르를 듣고 나서야… 관객은 키신을 놓아줬다

    2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은 ‘키신교전당’ 같았다. 팬들은 공연 전 곡을 들으며 오감을 예열했고, 공연 후에는 그의 자서전 ‘기억과 회한’을 들고 사인을 받는 줄에 뛰어들었다. 공연장 안팎은 온통 러시아 태생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47)의 에너지로 물들었다. 쇼팽 녹턴 f단조, 슈만 피아노 소나타 3번, 라흐마니노프 전주곡 Op.23, Op32로 이어진 연주는 뚝심, 섬세함, 열정, 유연함을 황금비율로 섞었다. 관객들은 속수무책으로 마음을 홀렸고 ‘박수갈채-인사-앙코르’는 기어코 8바퀴를 돌았다. 천재로 태어나 연습 벌레로 사는 키신은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건반밖에 모르는 외골수, 6시간 리허설 조건을 고집하는 신실함, 객석을 설득하는 신들린 해석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네 번째 내한 리사이틀이 일깨운 키신의 핵심 가치는 ‘진심’이었다. “의무감이 아니라 관객이 원해서 앙코르를 한다”, “(남이 아닌) 나 자신으로 살려는 태도가 남들과 다른 점이다”라는 발언은 그가 꿈꾸는 삶과 음악을 보여준다. 키신은 11월 독일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과의 협연으로 다시 한국을 찾는다. 29일, 30일 중 두 번째 무대에서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들려준다. 건강상 이유로 하차한 마리스 얀손스 대신 주빈 메타가 지휘봉을 잡는다.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8만∼38만 원. 다음 달에는 세계적 피아니스트들의 공연이 이어진다. 헝가리 출신 ‘바흐 스페셜리스트’ 언드라시 시프는 11월 3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을 협연한다. 4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리사이틀을 열고 베토벤 소나타 24번, 브람스 8개의 피아노 소품과 7개의 환상곡 등을 연주한다. 3일 오후 8시 7만∼25만 원, 4일 오후 5시 5만∼15만 원. 조성진은 11월 16일 이탈리아 산타체칠리아 오케스트라와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협연한다. 영국 명장 안토니오 파파노의 지휘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한다. 오후 8시. 6만∼28만 원. 지난해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한 선우예권은 11월 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대극장에서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이끄는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협연한다. 오후 7시 반. 5만∼25만 원. 11월 29일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공연하는 엘리소 비르살라제의 리사이틀도 눈길을 끈다. 오후 8시. 전석 8만 원.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8-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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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포커스]‘권력 눈엣가시’ 김형욱-카슈끄지, 제3국서 계획 살해 닮은꼴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60)가 사실상 사우디 정보기관에 의해 계획적으로 피살된 것으로 드러나 약 40년 전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 피살 사건의 데자뷔라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알 모젭 사우디 검찰총장은 25일 카슈끄지 살해를 ‘사전 계획된 살인’으로 결론 내렸다고 사우디의 관영 통신이 보도했다. 카슈끄지 사건은 외교 공관 내에서 벌어진 또 하나의 ‘정치권력에 의한 살해’ 사건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카슈끄지 사건’은 살해 과정이 마치 원한 관계에서나 볼 수 있을 만큼 잔인해 ‘왜 한 사람의 언론인을 이렇게까지 참혹하게 죽였나’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사우디의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의 개입 의혹이 제기돼 사우디에서 처음으로 ‘여성 운전’을 허용하는 등 ‘개혁 군주’로 평가받아 온 무함마드 왕세자의 정치적 운명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 김형욱과 카슈끄지 사건, 닮은 점과 다른 점 두 사건의 피해자는 전 정보기관 수장과 언론인으로 다르지만 모두 국가권력이 눈엣가시처럼 여긴 인물들을 제거했다는 점에서 판박이다. 김형욱은 1979년 4월 일본에서 회고록을 펴낸 뒤 그해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피살됐고, 카슈끄지는 지난해 9월 미국으로 망명한 뒤 워싱턴포스트(WP)에 사우디 왕정 체제와 무함마드 왕세자를 비판하는 칼럼을 게재하다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죽임을 당했다. 모두 제3국에서 활동하다 제거된 점도 같다. 2005년 국가정보원의 ‘과거 사건 진실 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지시로 중정 연수생 2명이 동구권 외국인 2명을 매수해 권총 7발로 김형욱을 살해한 뒤 인근 숲에 버렸다고 발표했다. 2일 이스탄불의 사우디 총영사관에 들어갔다가 고문 끝에 손가락이 잘리고 참수형을 당하는 등 시신이 훼손된 카슈끄지도 총영사 관저의 정원에 매장되거나 우물에 유기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살해 과정이 처참하고 시신도 제대로 수습되지 못하고 버려진 점도 닮은꼴이다. 김형욱은 △파리 근교에서 살해 후 양계장 분쇄기로 처리 △파리에서 살해 후 센강에 유기 △서울로 납치 후 청와대 지하실에서 살해 등 여러 가지 소문이 나도는 등 사건 진상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만 김형욱 사건은 정권이 몇 차례 바뀐 후 26년 만에 정부 발표가 나온 반면 카슈끄지 사건은 현장 상황을 담은 녹취록 내용이 공개돼 비교적 짧은 시간에 조사 결과가 나왔다는 점은 다르다. 첨단 감청 장비와 시설 등으로 과거 은밀하게 이뤄지던 범죄의 진상도 오랫동안 감춰질 수 없는 시대가 됐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음악 들으며 토막 살인, 시체 유기’, 친왕실 인물을 “왜 이렇게까지” 주이스탄불 사우디 총영사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고문과 살해가 진행되는 것에 대해 “밖에서 해라. (여기서 해서) 나를 곤경에 몰아넣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요원들에게서 “사우디로 돌아가서도 살고 싶다면 조용히 하라”는 협박을 들었다. 15명의 ‘살해 요원’ 중 한 명인 법의학자 살라흐 무함마드 알 투바이끼는 범행 과정에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다른 ‘살해 요원’들에게도 함께 듣자고 권유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1958년 사우디 메디나에서 태어나 중고교를 다닌 뒤 미국 인디애나주립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은 카슈끄지는 1980년대 초반부터 사우디의 신문 잡지 등에서 언론인 활동을 했다. 그는 ‘아랍의 봄’ 이후 사우디 왕정 체제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쓰고 최근에는 카타르와의 단교, 예멘 공습 등 사우디의 핵심 외교 정책에도 대립각을 세웠다. 신변에 위협을 느낀 그는 지난해 9월 미국으로 건너가 시민권을 신청한 뒤에는 WP에 사우디와 특히 무함마드 왕세자를 맹공격하는 칼럼을 실었다. 그는 지난해 9월 18일 ‘사우디는 항상 억압적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상황에 도달했다’는 글에서 “무함마드 왕세자는 권력에 오르면서 사회적 포용과 경제적 개혁을 약속하고, 보다 개방적이고 관용적인 국가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런데 지도부에 반하는 의견을 발표하는 많은 지식인과 종교 지도자를 체포했다”고 비판했다. 10월 31일에는 “사우디의 왕세자가 극단주의자를 분쇄하려고 하지만 엉뚱한 사람을 처벌하고 있다”고 비판하는가 하면, 일주일 후에는 ‘무함마드 왕세자는 푸틴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칼럼에서 “고위 관리와 사우디 왕실의 왕자들은 여느 나라처럼 뇌물을 받는 것이 아니라 계약 규모를 엄청나게 부풀리거나 신기루 같은 계약을 하면서 억만장자가 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올해 1월에는 “사우디 왕자는 이란의 시위를 걱정해야 할 것”이라면서 내부적인 저항을 부추기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가 19일 공개한 마지막 미공개 칼럼 ‘아랍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표현의 자유’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최근 언론에 칼럼을 집필해 온 유명 작가가 영장도 없이 5년형에 처해졌다”며 자유가 없는 국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달 초 실종되기 전까지 제목에도 ‘왕세자’를 꼭 집어 거명하는 칼럼을 잇달아 썼다. 카슈끄지 살해 사건이 나자 무함마드 왕세자가 주도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차기 대권’ 자리에 오르는 과정에서 다른 왕자들과 벌인 ‘왕자의 난’에서 카슈끄지가 정적의 편에 섰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카슈끄지가 사우디 왕실에 맞서다 참혹한 죽음을 맞았지만 그의 집안은 왕실과 친했다. 언론 보도와 위키피디아 등에 따르면 터키계인 카슈끄지의 조부 무함마드 카슈끄지는 사우디 왕정을 세운 압둘라 알 사우드 초대 국왕의 주치의였다. 삼촌 아드난 카슈끄지는 1980년대 초반에는 무기 거래 등으로 40억 달러의 부를 축적한 유명한 무기상이었다. 사우디 정치 체제에서 왕실과 가까운 집안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카슈끄지는 1997년 8월 영국 다이애나 왕세자비와 함께 교통사고로 사망한 이집트인 애인 도디 파예드의 조카라고 위키피디아는 전한다. ○ 카슈끄지 사건 파장 어디까지 무함마드 왕세자는 카슈끄지의 아들을 만나 아버지의 죽음을 애도하고 사우디 정부는 카슈끄지 가족들의 출국금지를 해제하는 등 사건과의 거리 두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개입 의혹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으면서 무함마드 왕세자의 정치적 운명에 어떤 변화가 올지 주목된다. 그는 2015년 30세 나이로 국방장관을 맡는 등 사우디 정치 경제 외교를 장악하고 있다. 왕자 11명과 반대 세력 수십 명을 체포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차기 대권’을 예약해 놓으며 ‘개혁 군주’로 기대를 모았다. 랜드 폴 민주당 상원의원 등 미국 일각에서는 왕세자 교체설까지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입지는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박현도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미국에 사우디는 대중동 정책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동맹으로, 정치 경제적으로 버릴 수 없는 관계”라며 “장기적으로 카슈끄지 사건을 어느 정도 덮고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왕세자의 급진 개혁에 대한 피로감이 있지만,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이 뒤에서 버티고 있기에 왕세자 교체가 쉽게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카슈끄지 사건이 중동 인권 운동을 여는 분수령이 될지도 관심사다. 한국외국어대 김수완 교수는 “아랍의 봄 이후 인권 이슈가 대두됐지만 사우디는 ‘석유 복지’로 인권에 대한 열망을 눌러왔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바람을 타고 젊은층의 인식이 변하고 있는데, 카슈끄지의 사건이 인권 문제에 불을 지필 가능성도 있다”고 점쳤다. 미국도 사건의 진상이 드러난 만큼 사우디 정부를 감쌀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됐다. 김 교수는 “사우디가 지나치게 미국을 믿고 무리한 암살 계획을 실행한 것 같다. 재러드 쿠슈너를 통해 무함마드 왕세자가 ‘미국이 나를 배신할 줄 몰랐다. (미국이 아닌) 다른 창구를 찾을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고 했다. 사우디의 오판은 인권 감수성에 대한 양국의 온도차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 교수는 “미국이 인권 문제에 민감하고 강경하게 대응해 온 반면 중동은 인권 문제를 방조해 왔다. 사우디가 이런 온도차를 간과한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유럽연합(EU)은 사우디에 대한 무기 금수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반인권 사건을 비판하고 나섰지만 중동 외교 정세에 미치는 파장은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무함마드 왕세자는 24일 사건 이후 처음으로 전화 통화를 가졌다. 통화 후 터키 관리와 언론 매체의 사우디 왕세자 때리기가 급격히 수그러들었다고 외신은 전한다. 터키는 카슈끄지 사건을 계기로 자국 내 쿠르드족에 대한 사우디의 지원이 줄어들기를 기대하고 있다. 러시아는 카슈끄지 살해 사건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사우디 측을 옹호하면서 미국과 사우디 간에 생기는 긴장 관계의 틈새를 파고들려는 의도도 나타내고 있다. ○ ‘권력 살인 의혹 사건’들 정부에 반대 목소리를 내다가 권력에 의해 살해당했다는 의혹을 받는 사건은 카슈끄지 사건 외에도 적지 않다. 올 3월 영국 남부 솔즈베리에서 쓰러진 러시아 정보기관 출신 세르게이 스크리팔 부녀 사건도 그중 하나다. 당시 영국 광역경찰청 대테러작전 팀은 “스크리팔 부녀는 러시아에서 1970년대 개발된 신경작용제 노비초크에 노출됐다. 이는 명백한 테러”라고 말했다. 전직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는 영국으로 망명한 뒤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을 비판해 오다 2006년 런던의 한 호텔에서 사망했다. 러시아 정보요원들과 홍차를 마신 지 2주가 지난 뒤의 일로 그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 찻잔에서 인공 방사능 물질인 폴로늄이 검출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은 지난해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맹독성 신경작용제 VX로 살해됐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8-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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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문끝 참수 정황’ 녹음파일, 터키 정보당국의 작품인듯

    중국 광저우(廣州) 총영사관에서 근무하던 미국 직원들이 올해 5월 집단으로 두통과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2016년 쿠바 아바나 주재 미국대사관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의 집단 두통 등을 일으킨 것과 비슷한 사건이 다시 불거졌다. 미국 정부는 고도의 음파 공격에 의한 것으로 보고 조사를 벌였으나 뚜렷한 증거를 찾아내지는 못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도청 장비에서 나오는 전파가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외신이 전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분교 연구팀 등은 “은밀히 감춰지거나 원격에서 작동하는 초음파가 잘못 작동해 의도치 않게 직원들의 건강에 영향을 주었을 수 있다”며 “의도적인 음파 공격보다는 도청 장치가 잘못 설계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이들 사건은 각국의 정보 전쟁에서 도·감청 대상과 범위에 제한이 없다는 경각심을 울리는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또다시 외교 공관 도·감청 논란이 불거졌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59)가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 총영사관 내에서 사망한 사건은 언론인 테러로 미국과 사우디 등 관련국 간 외교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지만 ‘정보기관의 도·감청’에 주목하게 했다. ○ 언론인 살인 뒤의 정보기관 도·감청 논란 ‘어떻게 녹음했나?’ 카슈끄지는 2일 이스탄불의 사우디 총영사관에 들어간 뒤 실종됐다. 이후 터키 언론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카슈끄지가 손가락이 잘리는 등 고문 끝에 참수당한 정황을 녹음을 통해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녹음 파일이나 어떻게 녹음되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카슈끄지의 살해 정황을 최초 보도한 터키 일간 데일리사바흐는 카슈끄지가 차고 있던 애플 워치가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카슈끄지가 차고 있던 애플 워치에 녹음된 파일이 총영사관 밖에서 기다리던 약혼자에게 맡긴 아이폰과 연동돼 전송됐다는 것이다. 데일리사바흐는 “사우디의 암살팀이 숨진 카슈끄지의 지문으로 애플 워치 암호를 해제해 녹음파일을 삭제했지만 이미 파일이 연동된 뒤였다”고도 했다. 하지만 애플 워치의 역할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정보기관의 도·감청 의혹은 커지고 있다. 카슈끄지가 애플 워치를 차고 영사관에 들어갔고 그의 약혼자가 카슈끄지의 휴대전화도 가지고 있었지만 와이파이가 터지지 않는 영사관에서 파일이 연동된 휴대전화에 고문 등의 정황을 담은 녹음 파일이 전송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 미국 정보기술(IT) 매체 테크크런치는 “와이파이에 연결됐다고 해도 총영사관 밖의 아이폰과 블루투스로 연결되기엔 거리가 지나치게 멀다. 또 터키는 3세대 애플 워치의 셀룰러 데이터 통신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사망에 이르게 하는 구타 고문 등을 하면서 손에는 애플 워치를 차고 있게 했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같은 정황들 때문에 터키 언론이 녹음 파일을 확보했다면 이는 터키 정보 당국이 사우디 총영사관을 도·감청한 것일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출신의 CNN 정보분석가 로버트 베어는 “터키가 사우디 영사관에서 유선으로 연결한 송신기로 도청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임종인 정보보호대학원 교수(전 대통령안보특별보좌관)는 “터키 정보 당국이 확보했다고 알려진 사우디 영사관 내의 음성 파일 등은 도·감청을 통해서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제한 뒤 “국가 정보기관의 도·감청과 대응 수준은 ‘능력’이라고도 한다. 대체적으로 불법 여부를 떠나 국가 간 서로 눈감아 주는 게 관례”라고 했다. ○ 회담과 외교협상 미소 뒤에서는 첩보 정보 전쟁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던 미국이 가장 신경을 쓴 것 중 하나는 중국의 첩보 활동 차단이었다. 협상 상대인 북한보다 글로벌 패권을 두고 경쟁할 뿐만 아니라 북한에 큰 영향력을 가진 중국이 정보를 탐지하는 것을 막는 것에 주력했다. 이는 회담장 주변의 호텔과 식당에서 직원을 이용한 정보 탐지 및 도청을 차단하는 것은 물론이고 유·무선망을 활용한 간접 도청을 막는 것에도 주의하라는 특별 지시가 내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동선과 미국 협상단이 움직이는 공간 주변에 반도체 탐지기, 전자장 탐지기, 렌즈 탐지기 등을 갖춘 초소형 첨단 장비가 심어져 있는지를 찾기 위해 이 잡듯 뒤졌다고 한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양국 정상회담에 앞서 5월 미국을 방문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만날 때 워싱턴이 아닌 뉴욕으로 갔다.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에 평양과 바로 연결되는 통신망이 있어 도·감청 위험이 적다고 판단한 것도 한 이유로 알려졌다. 미국 언론은 최근 중국의 공격적인 첩보전을 집중 보도했다. 미국 관리들은 중국이 호텔 키, 휴대전화, 노트북 등에 몰래 칩을 심거나 회담장 안팎에 소형 카메라를 심는 건 기본이라고 말한다. 올해 워싱턴 펜타곤(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회담에서도 중국 군 장성들이 손목시계를 이용해 녹음하려다 양측 간 감정이 격해진 일도 있다고 한다. 미 수사 당국은 최근 중국 인민해방군이 미국 기업과 공공기관 서버에 감시용으로 추정되는 마이크로 칩을 심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 CIA, NSA의 막강 도·감청 능력 미국이 정보전에서 구사하는 도·감청 능력이야말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13년 국가안보국(NSA)의 전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세계적인 도·감청을 자행한 사실이 공개됐다. 스노든의 폭로에 따르면 미국의 도·감청 대상은 러시아 중국 등 경쟁국은 물론이고 한국 독일 영국 일본 등 동맹국 고위 관리의 휴대전화도 비켜가지 않았다. 미국 CIA는 애플의 아이폰, 아이패드, 구글의 안드로이드폰, MS의 컴퓨터 운영체제는 물론이고 전원이 꺼진 TV까지 도·감청 도구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CIA 사이버정보센터의 문건에 따르면 CIA는 일상에서 활용하는 각종 가전제품을 해킹하는 툴을 개발했다. TV, 라디오, 컴퓨터 등 전자제품과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해킹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주변의 소리를 도청하고 화면을 녹음할 수 있다. TV가 꺼진 것처럼 보이도록 해킹해 주변의 소리를 도청한 TV용 악성코드 ‘우는 천사(Weeping Angel)’가 대표적이다. CIA는 또 왓츠앱, 웨이보(微博),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의 데이터도 가로챌 수 있다. 위키리크스 자료에 따르면 CIA는 자동차 주행 조정 스마트 시스템에도 침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NSA가 20억 달러를 들여 미국 유타주에 조성 중인 인터넷 클라우드 ‘적란운’ 단지는 전 지구의 이메일, 휴대전화의 정보를 저장하는 용량(제타바이트)을 갖게 된다. 온라인 IT전문매체인 와이어드는 “불법 도·감청 프로그램인 ‘스텔라 윈드’는 이미 2000년대 초 미국 내에서만 3억2000만 통의 전화를 도·감청했다”고 폭로했다. 이마저도 미 정보기관의 도·감청 능력의 일부만을 보여주는 것들이다. 임종인 교수는 “미국은 도·감청 수준이 높지만 미국의 해외 공관 건물 내외부 벽돌을 자국에서 공수해 쓸 만큼 도·감청에 대한 대응도 철저하다”고 말했다. 중국 베이징(北京)의 미국대사관을 신축할 때는 자재는 물론이고 건설 근로자도 미국에서 데려와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 “국가 간 도·감청 필요악” 스노든의 폭로 당시 독일은 미국을 비판했지만 독일 정보기관의 도·감청 실태도 독일 주간 슈피겔이 전했다. 이 잡지에 따르면 독일 연방정보국(BND)은 1998∼2006년 백악관과 주독일 미국대사관 등을 감시해 왔다고 폭로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스노든의 폭로로 미국이 자신의 휴대전화를 감청한 것에 대해 “친구 사이에 염탐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지만 독일도 결백하지 않다는 것이 드러나 체면이 구겨졌다. 앞서 보스니아 내전 당시 인종학살 혐의로 1999년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에 기소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슬라비아 대통령의 재판에서는 도·감청 자료가 주요 증거로 인정됐다. 당시 ICTY 재판관으로 밀로셰비치 판결에 참여한 권오곤 한국법학원장은 1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내전 중이라는 상황을 감안해 도청한 내용이지만 증거로 인정됐다”고 말했다. 밀로셰비치는 재판을 받던 중 2006년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ICTY의 감옥에서 갑자기 숨졌다. 각국이 국익과 직결되는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공공기관을 비밀리에 도·감청하는 것은 세세히 드러나지 않을 뿐 일상적인 일로 여겨지는 것이 현실이다. 한 정보업계 관계자는 “은밀히 진행하고 들키는 경우 오리발로 일관하기 때문에 도·감청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상대방의 숨은 의도를 먼저 파악할 경우 협상 등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에 도·감청을 둘러싼 ‘창과 방패의 싸움’은 필요악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한편 이 같은 도·감청 전쟁 속에서 한국 정보기관의 정보 수집이나 대응 수준, 위험 인식은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 교수는 “서울의 몇몇 정보기관 건물 인근에 외국의 해외 문화원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곳에 해당 국가의 도·감청 장비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재영 elegant@donga.com·이설 기자}

    • 2018-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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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슈끄지 고문끝 참수? 어떻게 녹음했나…정보기관 도감청 전쟁

    중국 광저우(廣州) 총영사관에서 근무하던 미국 직원들이 올해 5월 집단적으로 두통과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2016년 쿠바 아바나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의 집단 두통 등의 증상에 이어 다시 불거졌다. 미국 정부는 고도의 음파 공격에 의한 것으로 보고 조사를 벌였으나 뚜렷한 증거를 찾아내지는 못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도청 장비에서 나오는 전파가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외신이 전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분교 연구팀 등은 “은밀히 감춰지거나 원격에서 작동하는 초음파가 잘못 작동해 의도치 않게 직원들의 건강에 영향을 주었을 수 있다”며 “의도적인 음파 공격보다는 도청 장치가 잘못 설계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진위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이들 사건은 각 국의 정보 전쟁에서 도감청 대상과 범위에 제한이 없다는 경각심을 울리는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또 다시 외교 공관 도감청 논란이 불거졌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59)가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 총영사관 내에서 사망한 사건은 언론인 테러로 미국과 사우디 등 관련국간 외교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지만 ‘정보기관의 도감청’에 대해 주목하게 했다. ● 언론인 살인 뒤의 정보기관 도감청 논란 ‘어떻게 녹음했나?’ 카슈끄지는 2일 이스탄불의 사우디 총영사관에 들어간 뒤 실종됐다. 이후 터키 언론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카슈끄지가 손가락이 잘리는 등 고문 끝에 참수당한 정황을 녹음을 통해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녹음 파일이나 어떻게 녹음되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카슈끄지의 살해 정황을 최초 보도한 터키 일간 데일리사바는 카슈끄지가 차고 있던 애플 워치가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카슈끄지가 차고 있던 애플 워치에 녹음된 파일이 총영사관 밖에서 기다리던 약혼자에게 맡긴 아이폰과 연동돼 전송됐다는 것이다. 데일리사바는 “사우디의 암살 팀이 숨진 카슈끄지의 지문으로 애플 워치 암호를 해제해 녹음파일을 삭제했지만 이미 파일이 연동된 뒤였다”고도 했다. 하지만 애플 워치의 역할에 의문 제기되면서 정보기관의 도감청 의혹은 커지고 있다. 카슈끄지가 애플 워치를 차고 영사관에 들어갔고, 그의 약혼자가 카슈끄지의 휴대전화도 가지고 있었지만 와이파이가 터지지 않는 영사관에서 파일이 연동된 휴대전화에 고문 등의 정황을 담은 녹음 파일이 전송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 미국 IT 매체 테크크런치는 “와이파이에 연결됐다고 해도 총영사관 밖의 아이폰과 블루투스로 연결되기엔 거리가 지나치게 멀다. 또 터키는 3세대 애플 워치의 셀룰러 데이터 통신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사망에 이르게 하는 구타 고문 등을 하면서 손에는 애플 워치를 차고 있게 했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같은 정황들 때문에 터키 언론이 녹음 파일을 확보했다면 이는 터키 정보 당국이 사우디 총영사관을 도감청한 것일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이다.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출신의 CNN 정보분석가 로버트 베어는 “터키가 사우디 영사관에서 유선으로 연결한 송신기로 도청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임종인 정보보호대학원 교수(전 대통령 안보특별보좌관)는 “터키 정보 당국이 확보했다고 알려진 사우디 영사관 내의 음성 파일 등은 도·감청을 통해서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제한 뒤 “국가 정보기관의 도·감청과 대응 수준은 ‘능력’이라고도 한다. 대체적으로 불법 여부를 떠나 국가간 서로 눈감아주는 게 관례”라고 했다. ● 회담과 외교협상 미소 뒤에서는 첩보 정보 전쟁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사상 첫 북한과 미국 정상회담을 준비하던 미국이 가장 신경을 쓴 것 하나는 중국의 첩보 활동 차단이었다. 협상 상대인 북한보다 글로벌 패권을 두고 경쟁할 뿐만 아니라 북한에 큰 영향력을 가진 중국이 정보를 탐지하는 것을 막는 것에 주력했다. 이는 회담 장 주변의 호텔과 식당에서 직원을 이용한 정보 탐지 및 도청을 차단하는 것은 물론 유무선 망을 활용한 간접 도청을 막는 것에도 주의하라는 특별 지시가 내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동선과 미국 협상단이 움직이는 공간 주변에 반도체 탐지기, 전자장 탐지기, 렌즈 탐지기 등을 갖춘 초소형 첨단 장비가 심어져 있는 지를 찾기 위해 이 잡듯 뒤졌다고 한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양국 정상회담에 앞서 5월 미국을 방문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만날 때 워싱턴 DC가 아닌 뉴욕으로 갔다.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에 평양과 바로 연결되는 통신망이 있어 도·감청 위험이 적다고 판단한 것이다. 미국 언론은 최근 중국의 공격적인 첩보전을 집중 보도했다. 미국 관리들은 중국이 호텔 키, 휴대전화, 노트북 등에 몰래 칩을 심거나 회담장 안팎에 소형 카메라를 심는 건 기본이라고 말한다. 올해 워싱턴 펜타곤(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회담에서도 중국 군 장성들이 손목 시계를 이용해 녹음하려다 양측간 감정이 격해진 일도 있다고 한다. 미 수사당국은 최근 중국 인민해방국이 미국 기업과 공공 기관 서버에 감시용으로 추정되는 마이크로 칩을 심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이 정보전에서 구사하는 도감청 능력이야말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13년 국가안전보장국(NSA)의 전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세계적인 도·감청을 자행한 사실이 공개됐다. 스노든의 폭로에 따르면 미국의 도감청 대상은 러시아 중국 등 경쟁국은 물론 한국 독일 영국 일본 등 동맹국 고위 관리의 휴대전화도 비켜가지 않았다. 임종인 교수는 “미국은 도·감청 수준이 높지만 미국의 해외 공관 건물 내, 외부 벽돌을 자국에서 공수해 쓸 만큼 도·감청에 대한 대응도 철저하다”고 말했다. 중국 베이징(北京)의 미국 대사관을 신축할 때는 자재는 물론 건설 근로자도 미국에서 데려와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노든의 폭로 당시 독일은 미국을 비판했지만 독일 정보기관의 도감청 실태도 독일 주간 슈피겔이 전했다. 이 잡지에 따르면 독일 연방정보국(BND)은 1998~2006년 백악관과 주독일 미국 대사관 등을 감시해 왔다고 폭로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스노든의 폭로로 미국이 자신의 휴대전화를 감청한 것에 대해 “친구 사이에 염탐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던 비판했지만 독일도 결백하지 않다는 것이 드러나 체면이 구겨졌다. 앞서 보스니아 내전 당시 인종학살 혐의로 1999년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에 기소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슬라비아 대통령의 재판에서는 도·감청 자료가 주요 증거로 인정됐다. 당시 ICTY 재판관으로 밀로세비치 판결에 참여한 권오곤 한국법학원장은 1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내전 중이라는 상황을 감안해 도청한 내용이지만 증거로 인정됐다”고 말했다. 밀로셰비치는 재판을 받던 중 2006년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ICTY의 감옥에서 갑자기 숨졌다. 각국이 국익과 직결되는 정보 수집을 위해 공공 기관을 비밀리에 도감청 하는 것은 세세히 드러나지 않을 뿐 일상적인 일로 여겨지는 것이 현실이다. 한 정보업계 관계자는 “은밀히 진행하고 들키는 경우 오리발로 일관하기 때문에 도·감청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상대방의 숨은 의도를 먼저 파악할 경우 협상 등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에 도감청을 둘러싼 ‘창과 방패의 싸움’은 필요악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 한국의 도감청 ‘방어’ 미흡 지적도 2015년 국가정보원의 도·감청 논란이 올해 불거지면서 국정원이 이탈리아로부터 해킹 소프트웨어(RCS)를 구입해 운용한 사실을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공개됐다. RCS는 다른 사람의 PC나 스마트폰에 피싱 문자, 메일 등을 통해 ‘스파이웨어’라는 악성 코드를 심어 통화 내용이나 이미지 등 각종 정보를 탈취하는 프로그램이다. 원격 조종을 통해 통화 내용을 녹음할 수도 있고, PC나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조작할 수도 있다. 한국 정보기관도 정보 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사례다. 손영동 한양대 융합국방학과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국정원이 몇 대의 감청 장비와 시설을 보유했는지는 기밀사항”이라며 “국방부·검찰·경찰·관세청에는 400여대의 감청 시설이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한국 정보기관의 정보 수집이나 대응 수준, 위험 인식은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 교수는 “서울의 몇 몇 정보기관 건물 인근에 외국의 해외문화원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곳에 해당 국가의 도감청 장비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8-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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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쇄적 쇼스타코비치, 음악은 깊고 유머러스”

    “사람들은 쇼스타코비치가 새로운 곡을 발표할 때마다 기대에 부풀어 올랐죠. 그와 함께 피아노를 연주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만난 노신사가 60년 전 기억을 더듬었다. 러시아 출신 지휘자 미하일 유롭스키(73)다. 그는 쇼스타코비치와 인연이 깊다. 아버지의 친한 친구였던 쇼스타코비치로부터 어린 시절 음악적으로 큰 영향을 받았고 2012년 제3회 국제 쇼스타코비치상을 수상하는 등 쇼스타코비치 전문가로 인정받는다. “쇼스타코비치는 공손하지만 굉장히 폐쇄적인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그의 음악은 깊고 넓고 유머러스하죠. 인간적 면모와 음악의 성격이 너무 달라 ‘신이 대신 작곡해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도 있습니다.” 모스크바 콘서바토리에서 지휘를 전공한 그는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 등을 이끌다가 1989년 독일로 이주했다. 이후 북서독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총감독, 쾰른 서독일 방송교향악단 수석지휘자 등을 거쳐 현재 폴란드 신포니아 유벤투스의 수석객원지휘자를 맡고 있다. 그는 음악가 집안에서 나고 자랐다. 할아버지는 지휘자 데이비드 블록, 아버지는 영화음악 작곡가 블라디미르 유롭스키다. 두 아들인 블라디미르와 드미트리는 지휘자이고 딸은 피아니스트다. 특히 영국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수석지휘자인 첫째 블라디미르는 ‘젊은 거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사회적 잣대로 예술가의 성공 여부를 평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큰아들은 훌륭히 성장했고 형보다 여섯 살 어린 작은아들도 앞날이 밝다”고 했다. 그는 2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208회 정기연주회 무대에 선다.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0번 Op.93과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3번 Op.37을 지휘한다. 교향곡 10번은 스탈린이 사망한 뒤 작곡한 곡으로 알려졌다. “이 작품은 블랙홀 같아서 끝없이 이야기가 이어지는 느낌을 줍니다. 피날레 부분은 스탈린은 갔지만 독재는 끝나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죠. 쇼스타코비치는 옛 음악이지만 오늘날에도 생생히 살아 있습니다.” 23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만∼6만 원.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8-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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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엠브로 “먹방이 비만 조장? 내 방송 보고 다이어트 성공했다는 사람도 자주 만났다”

    먹방 크리에이터 엠브로(MBRO·사진)는 대식으로 유명하다. ‘MBRO’는 ‘Monster Brothers’의 약자로, 괴물같이 어마어마한 식성을 뜻한다. 남들보다 2배나 큰 위를 가져 치킨 10마리, 라면 17봉지, 햄버거 15개를 거뜬히 먹어치운다. 최근 전화 인터뷰한 그는 먹방 규제 논란에 대해 “먹방은 기본적으로 대리 만족을 제공하면서 성장했다”고 말했다. ―먹방이 비만을 조장한다는 논란에 대한 생각은…. “‘먹방을 보면서 다이어트에 성공했다’, ‘투병 중이라 못 먹는 음식이 많은데 먹는 모습을 보며 위안을 받았다’는 시청자분들을 자주 만난다. 먹방은 과식을 조장하기보다 식단에 제한이 있는 분들에게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성장했다. 먹거리를 소재로 한 TV프로그램과 1인 방송은 맛있는 음식과 새로운 요리법을 소개하고 행복하게 먹는 모습을 전하는 방송이라고 생각한다.” ―메뉴 선정은 어떻게 하나. “시각적인 부분과 청각적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쓴다. 단맛 신맛 짠맛 매운맛 등 맛이 다양한 것처럼 소리도 그렇다. 바삭한 소리, 질겅이는 소리, 눅눅한 소리, 꾸덕한 소리 등으로 음식을 분류해 조화롭게 상을 차리려 노력한다. 메뉴의 색 조합도 고려 대상이다. 눈과 귀가 즐거운 상차림을 상상한다.” ―배가 부를 땐…. “‘배가 불러서 그만 먹을게요. 남은 음식은 다음 방송 때 데워서 먹을게요’라고 시청자에게 양해를 구한 다음 남긴다. 그런 상황에서 억지로 다 먹으라고 강요하는 시청자는 없었다. 행복하게, 맛있게 음식을 먹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나. “아침마다 공복 운동, 즉 위를 비운 채 운동을 한다. 식단은 닭가슴살, 소시지, 연어, 소고기 우둔살 등 칼로리가 낮은 음식을 종일 알차게 챙겨 먹는다. 낮에 적게 먹고 밤에 폭식해 다이어트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과거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해외 시청자 비율은…. “미국 일본 베트남 태국 등 다양한 나라에서 꽤 많은 분들이 방송을 시청한다. 한 아르헨티나 시청자는 방송을 보고 내가 운영하는 식당까지 찾아왔는데, 그때의 고마움과 뿌듯함은 잊을 수 없다. 메뉴 선택, 시청자와의 소통, 섬세한 소리 높낮이 등 편집에 최선을 다해 오래 방송하는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8-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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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경 없는 문화유전자” 해외 스타 유튜버도 잇달아 먹방 합류

    “내가 먹는 것 같은 만족감이 든다.” vs “남이 먹는 걸 왜 보느냐.” 2008년 1인 인터넷 플랫폼에 먹는 방송, 일명 ‘먹방’이 등장했다. 별다른 이벤트 없이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색 방송에 환호와 비난이 교차했다. 반짝 유행에 그칠 거란 예측과 달리 먹방은 10년 넘게 승승장구하고 있다. 국내에선 장르 변화를 거듭하며 방송과 유튜브를 평정했고, 해외에선 먹방의 한글 표기 ‘mukbang’이 그대로 쓰인다. 한국의 먹방 시청을 넘어 직접 요리에 도전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먹방 한류, 먹방의 세계화 바람이 불고 있다. ○ ‘먹방’ 원조 코리아 태국에서 활동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자니 웨이글 씨의 롤모델은 한국의 스타 크리에이터 양수빈 씨다. 페이스북 팔로어 330만 명, 인스타그램 팔로어 34만 명을 보유한 먹방 크리에이터로 최근 태국에 진출해 스타로 발돋움했다. 국내 MCN(다중 채널)업체 트레져헌터 소속인 웨이글 씨는 “태국에서 양수빈 씨는 특급 스타다. 그의 먹방을 참고해 멋진 먹방 크리에이터로 성장하는 게 꿈”이라고 했다. 유튜브의 본고장은 미국이지만 먹방의 원조는 한국이다. 업계에 따르면 영문 ‘mukbang’의 구글 검색량은 2015년 등장한 뒤 급증세다. 2016년 10월 미국 CNN이 소개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CNN은 ‘mukbang’을 ‘함께 식사하는 소셜이팅(social eating)’으로 정의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다수가 소통하며 식사하는 효과를 누린다는 것이다. 이후 먹방은 해외에서 각광받는 한류 대표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스타 먹방 크리에이터 ‘밴쯔’(구독자 약 289만 명)의 방송은 20% 이상이 해외에서 시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짧은햇님’, ‘떵개떵’, ‘엠브로’, ‘프란’, ‘슈기’ 등의 인기 크리에이터 채팅창엔 해외 팬들이 자국 음식을 소개해 달라는 요청을 종종 올린다. 먹방은 아니지만 한국 전통시장의 음식 조리 과정을 보여주는 ‘푸디보이 채널’은 해외 시청 비율이 90%에 이른다. MCN업체 샌드박스네트워크의 황수연 파트너십 매니저는 “일부 크리에이터들은 해외 시청자가 60%에 육박한다. 지역은 동남아시아, 일본·중국 등 동아시아, 미국, 남미 등 다양하다”며 “음식에 대한 관심은 만국 공통이라 먹방에는 국경이 의미가 없다”고 했다. ○ 먹방 세계화 ‘시즌2’ ‘맥도날드 신제품 시식, 한국의 불닭볶음면을 맵지 않게 먹는 법, 4세 소녀의 먹방….’ 유튜브에서 ‘mukbang’을 치면 각종 먹방 영상이 줄줄이 뜬다. 다양한 피부색의 크리에이터들이 스시, 타코, 햄버거, 양고기 등 각국 음식을 먹는 장면을 내보낸다. 최근에는 한국 먹방을 모방해 창작에 도전하는 해외 크리에이터들이 늘고 있다. 지난달 미국 디지털 문화 전문매체 와이어드는 “지난 1년 사이 먹방이 유튜브 주류 문화로 부상했다. 먹방은 국경 없는 문화유전자”라며 “7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오클리를 비롯해 트리샤 페이타스, 제임스 찰스, 매니 무아, 제프 스타, 셰인 도슨 등 스타 유튜버들이 먹방을 찍고 있다”고 전했다. MCN업체 트레져헌터의 송재룡 대표는 “약 2년 전부터 해외 구독자가 늘면서 구독자 10만 이상의 크리에이터가 1500팀 이상으로 늘었다. 공감과 공유를 거쳐 모방·창작을 통해 크리에이터로 성장한 해외 팬들이 많다”고 했다. 먹방 시청 붐이 일었던 3년 전 ‘세계화 시즌1’에 이은 ‘먹방 세계화 시즌2’인 셈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한국 음식이 자주 등장한다는 것. 대표 메뉴는 불닭볶음면, 핵불닭볶음면, 떡볶이, 라면, 김치 등 매운 음식이다. 한국의 매운 음식에 도전해 보겠다며 양동이에 면을 가득 담고 먹어 치우기도 한다. 불고기, 잡채, 갈비, 김밥 등 한국의 대표 음식도 단골 메뉴다. 먹방 유행을 타고 한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삼양식품은 먹방을 통해 불닭볶음면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지난 3년 사이 수출액이 6배나 늘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이 팔렸다. 유럽, 북미, 남미, 동남아시아 등에서도 한국 음식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외신은 전한다. ○ 고공 인기 속 규제 논란도 “식사 시간마다 방송을 보다 보니 같이 밥을 먹는 식구 같아요. 크리에이터도, 방송을 함께 보는 시청자들도 친숙하게 느껴집니다.” 서울에서 직장에 다니는 손미혜 씨(38)는 자취 생활 18년 차다. 혼자 밥 먹을 땐 늘 TV와 마주했는데 먹방을 안 뒤에는 노트북을 펼친다. 밥 먹을 땐 이야기를 곁들인 방송을, 식사가 끝난 뒤에는 먹는 소리만 들려주는 ‘먹방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를 튼다. 그는 “먹방 5년 차다. 가끔 오랜 시청자들끼리 모여 먹방 투어도 한다”며 “먹방은 실질적 허기뿐 아니라 정서적 허기까지 달래준다”고 했다. 먹방은 방송과 유튜브 등 1인 방송 플랫폼을 넘나들며 전성기를 구가 중이다. 특히 먹는 모습을 집중적으로 보여줘 친근한 느낌을 주는 유튜브에 최적화된 방송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송 대표는 “먹는 행위에 대한 높은 관심과 1인 가구 증가, 다이어트 열풍, 소확행 트렌드가 겹치면서 먹방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먹는 건 가장 본능적인 행위다. 사회가 복잡하고 각박해지면서 생각 없이 즐기기 좋은 먹방 수요가 늘어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먹방이 변방문화에서 주류문화로 편입한 데는 장르의 다변화도 한몫했다. 초기 먹방 대부분은 특이한 음식을 먹거나 대식에 도전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최근엔 음식을 소재로 할 뿐 내용과 형식이 다 다르다. 다이아 TV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엔 요리법을 알려주는 ‘레시피 먹방’, 하루를 마감하는 형식의 ‘라디오 먹방’, 1인 가구를 위한 ‘혼밥 먹방’ 등으로 다변화됐다. 대식을 자랑하는 밴쯔, 입담을 강조하는 ‘권회훈’, 시골 가족의 밥상을 보여주는 떵개떵, 요리하며 먹는 ‘입짧은햇님’, 부산 음식에 특화된 ‘나름’, 80대 고령의 ‘영원씨’ 등이 대표적이다. 먹방이 보편화되면서 시청 계층도 확대됐다. 업계에 따르면 20, 30대 여성이 즐겨 보던 먹방은 최근 10대부터 50대까지 성별과 관계없이 인기를 끌고 있다. 먹방이 국내외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비만인구가 늘면서 정부는 올 8월 먹방 규제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했다. 여론의 강한 반발로 정부는 한발 물러섰지만 비만과 먹방이 관계가 있다는 학계 연구 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먹방 글로벌 전략을 세심히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 대표는 “문화권에 따라 오래 관심을 끌 만한 먹방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또 크리에이터들이 연예인화되는 경향이 있는데, 수익 나눔 등을 통해서 친근함이라는 강점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8-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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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포커스]환태평양 ‘불의 고리’ 최근 움직임 활발… 9월 4곳서 지진

    “뒤집힌 자동차, 거대한 쓰레기 더미로 변한 해안, 울부짖는 아이들…. 중장비가 부족해 시체들이 잔해 속에서 썩어가고 있다. 우유 음료수 사탕 따위를 찾기 위해 쓰레기 더미를 파고들었다.” 지난달 28일 규모 7.5의 강진과 지진해일(쓰나미)이 덮친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의 참상이 태평양을 둘러싼 ‘불의 고리’(환태평양 조산대)에 대한 공포와 경각심을 다시 일깨워주고 있다. 나무 판잣집이 해안을 수놓던 소박한 섬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비명 울음 시체 썩는 냄새가 뒤섞인 섬은 비현실적으로 비극적이라고 외신들은 전한다. 5일(현지 시간) 인도네시아 재난 당국에 따르면 지진으로 1588명이 숨졌다. 연락이 끊긴 동갈라 지역에도 사망자가 많아 희생자는 수천 명에 이를 것이라는 보도도 나온다. 여진과 화산 폭발도 이어지고 있다. 3일 술라웨시섬에서 400km 정도 떨어진 소푸탄 화산이 분화했고 술라웨시섬 남쪽으로 약 1600km 떨어진 숨바섬에서는 규모 5.9와 6.0의 지진이 15분 간격으로 발생했다. ○ 불의 고리와 ‘대지진 50년 주기설’ ‘남반구의 뉴질랜드, 동남아시아, 일본, 북아메리카 서부, 남아메리카 안데스산맥으로 이어지는 큰 고리 모양의 지역.’ 인도네시아는 이 ‘불의 고리’에 위치한다. 불의 고리란 환태평양 조산대 판을 이은 고리 모양의 봉긋 솟아오른 지역. 이곳에서 세계 지진의 90%가 일어나고 세계의 활화산과 휴화산 75%가 여기에 모여 있다. 지난달에만 6일 대만(규모 6.4), 12일 괌(규모 6.0), 16일 멕시코 남부(규모 7.5), 17일 일본 미야기현 인근 해상(규모 4.5)에서 지진이 이어졌다. 불의 고리에 위치한 국가 중 일본 인도네시아 필리핀 캐나다 미국 멕시코 뉴질랜드 등에서 특히 지진이 잦은 편이다. 최근 강진이 이어지자 불의 고리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지진 50년 주기설’이 다시 힘을 받고 있다. 지질학계에서 나오는 대지진 50년 주기설은 10년간 빈번하던 규모 8.5 이상의 강진이 한동안 잦아들었다가 50여 년이 흐른 뒤 다시 시작된다는 주장이다. 1950, 60년대에 불의 고리 지역에서 대지진이 빈발했다. 1960년 칠레(규모 9.5), 1964년 미국 알래스카(규모 9.2) 등 규모 8.5 이상 지진이 발생하다가 한동안 잠잠했다. 이후 40년을 건너뛰어 2004년 12월 26일 인도네시아 북수마트라섬 서부 해안에서 규모 9.1 지진이 일어났다. 1900년 이후 발생한 세계 지진 중 4번째로 큰 규모로 당시에도 대지진 50년 주기설에 불을 붙였다. 손문 부산대 지질학과 교수는 “불의 고리는 조금씩 천천히 변화하고 있다”며 “불의 고리는 인간의 시간 개념으로는 변화가 없지만 지질학적 시간을 기준으로는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그간 응축된 에너지의 움직임이 최근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불의 고리에 있는 땅의 지각판 모양이 변하는 등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도네시아 이후 또 다른 강진이 불의 고리에서 나타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휴화산인 미국 와이오밍주 옐로스톤 화산과 일본 오사카부 난카이 트로프 지역을 주시하고 있다. 미국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옐로스톤 화산은 210만 년 전, 130만 년 전, 63만 년 전에 대폭발이 있었다. 난카이는 1946년 대지진 이후 조용하던 지각판이 최근 불안정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예측 불가의 팔루 쓰나미 “인도네시아 지진으로 인한 쓰나미의 위력은 예상 밖이다.” 팔루 지진 이후 전문가들은 이번에 발생한 쓰나미가 기존에 알려진 쓰나미의 생성 조건과는 다른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에는 규모 7.5의 강진이 발생한 약 30분 뒤 6m 높이의 쓰나미가 덮쳤다. 손 교수는 쓰나미가 발생하는 것은 3가지 조건이 갖춰졌을 때라고 설명한다. △지진 규모가 진도 6 이상이어야 하고 △수심 1000m 이상 해저에서 지진이 시작돼야 하며 △땅이 수직으로 단층 운동해야 한다. 그렇지만 이번 팔루 지진은 첫 번째 조건만 충족했는데도 큰 쓰나미가 일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에 따르면 이번 지진은 수평으로 이동하는 단층(주향 이동단층)에서 발생했다. 게다가 진앙도 내륙에 위치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강한 쓰나미를 동반하기 힘든 상황이다. 홍 교수는 “단층운동이 아닌 다른 운동으로 인해 쓰나미가 난 것으로 보인다”며 “하나의 가설이지만 지진으로 해저 사면에 산사태가 일어나면서 바닷물이 출렁거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우남철 기상청 지진화산감시과 분석관은 “일반적으로 쓰나미는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발생하지만 이번 인도네시아 쓰나미는 진앙이 내륙으로 분석되고 있다. 단층 길이가 길어 단층의 끝부분이 해양에 위치해 쓰나미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영국 BBC방송은 영국 브루넬대의 연구를 인용해 “쓰나미의 원인이 해저 산사태 때문이라고 해도 파도가 1m밖에 높아지지 않는다”며 “6m에 이르는 쓰나미의 높이를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 한반도도 쓰나미 안전지대 아니다 한반도는 불의 고리가 지나가는 판의 경계에서 떨어져 있는 판 내부에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간접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우 분석관은 “판 경계에서 발생하는 판과 판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한 에너지는 판 내부로도 전달된다”며 “전달된 에너지가 축적되어 (한반도) 지진을 발생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쓰나미는 어떨까. 2016년 경주지진, 2017년 포항지진, 올해 2월 포항지진 등 한반도에도 지진이 잇따르고 있지만 쓰나미로부터는 비교적 안전지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인도네시아 지진이 한반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한다. 한반도가 쓰나미 안전지대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의 단층은 ‘주향(走向)이동단층’이 대부분이어서 앞으로 지진이 발생하면 팔루처럼 쓰나미를 동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조선왕조실록에는 쓰나미로 추정되는 정황이 여러 차례 기록됐다”며 “동해안 쓰나미를 일으키는 일본판 대부분이 주향이동단층이어서 인도네시아 사례처럼 특수한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실제 동해안은 과거 쓰나미를 여러 차례 겪었다. 1741년 강원 평해, 1940년 나진·묵호, 1983년 동해안 일원에서 쓰나미가 있었다. 강원 묵호항은 1983년과 1993년 일본 근해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쓰나미가 덮쳐 인명과 재산 피해를 입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8-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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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럭셔리 이미지 관리 위해 소각 관행… 최근 ‘업 사이클링’ 등 대안 떠올라

    “재고품 소각을 전면 중단하겠다.” 영국의 럭셔리 브랜드 ‘버버리’가 이달 초 앞으로 재고 상품을 불태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5년간 약 1320억 원어치의 물품을 소각했다는 보도가 나온 지 두 달 만이다. 버버리 측은 “소각 과정에서 얻은 에너지를 친환경으로 재활용하고 있다. 책임감 있는 폐기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아예 소각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럭셔리 브랜드의 재고상품 소각은 업계의 관행처럼 여겨진다. 에르메스, 샤넬, 루이뷔통, 페라가모, 프라다 등을 포함해 대부분의 고급 브랜드가 시즌이 지난 제품을 불태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럭셔리 브랜드의 핵심 가치는 이미지다. 저렴하게 판매하느니 태워 없애는 게 브랜드 이미지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럭셔리 브랜드 제품은 ‘백화점·면세점-해외명품대전-아웃렛-패밀리세일’로 이어지는 라이프사이클을 거친다. 이 중 최고급 럭셔리 브랜드는 명품대전 행사에 참여하지 않고 할인판매도 안 한다. 한 럭셔리 브랜드에서 근무했던 김모 씨는 “마지막 유통 단계인 직원 세일은 90% 전후의 가격에 판매되는데, 번호표를 뽑은 뒤 원하는 사이즈 제품을 건지는 수준이다. 여기서도 남은 물건은 소각장으로 간다”고 귀띔했다. 소각 물량도 많지 않다. 럭셔리 브랜드는 대부분 수제(手製)로 소량만 만들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버버리는 지난해에만 420억 원어치를 소각했는데 그중 3분의 1은 화장품 관련 제품이었다. 사업 부문을 재조정하면서 화장품이 상당수 포함된 것”이라고 소개했다. 국내 의류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국내 상당수 대형 브랜드는 ‘백화점(백화점 세일)-행사-아웃렛-기부’ 등으로 이어지는 유통 과정을 거쳐 남은 제품들을 소각 처리한다. 물샐틈없는 재고 관리는 불가능한 걸까. 패션디자이너 안윤정 씨는 “유행을 타는 의류는 재고 관리가 가장 어려운 품목이다. 또 사이즈가 제각각이어서 선물하거나 기부하기도 애매하다”고 말했다. 환경 보호도 한 이유로 재고품을 소각하는 것뿐만 아니라 윤리적 생산 경영은 최근 패션계의 화두다. 구찌, 아르마니, 스텔라매카트니 등은 ‘퍼 프리(Fur Free·모피를 사용하지 않음)’를 선언했다. 동물성 소재 대신 신소재를 연구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버려진 물품을 활용한 ‘업 사이클링’(업그레이드+리사이클링)도 대안으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재고로 소각될 옷을 모아 재생산하는 코오롱인더스트리의 ‘래코드’, 버려진 이불과 베개에서 추출한 오리털로 점퍼를 만드는 블랙야크의 ‘나우’ 등이 시장에 안착했다. 래코드를 총괄하는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부문 한경애 상무는 “래코드는 연간 소각 대상 재고의 10∼15%를 새로운 의류로 제작한다. 소각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환경 보호에 기여하는 셈”이라고 자랑했다. 국내 의류업계에서도 재고를 불태우는 관행이 사라질 수 있을까. 주보림 이화여대 패션디자인학과 교수는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건 피할 수 없는 의류업계의 트렌드다. 국내 브랜드도 윤리적 생산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재고를 기부하거나 저렴하게 팔면 짝퉁으로 둔갑하거나 환불을 요구하는 부작용이 속출한다. 소비문화가 성숙해야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8-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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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곡가 최재혁 “외트뵈시는 정확, 핀처는 유머러스, 래틀은 푸근”

    “잘 해내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압박감에 3일 내내 잠을 설쳤어요. 리허설을 하면서 자신감이 붙었고, 마냥 어렵던 사이먼 래틀도 조금은 편해졌죠.” 최근 전화로 만난 작곡가 겸 지휘자 최재혁(24)의 목소리에선 도전 과제를 무사히 마친 안도감이 느껴졌다. 그는 9일(현지 시간) 스위스 루체른 콘서트홀 KKL에서 열린 슈토크하우젠의 ‘그루펜’ 공연에서 거장 지휘자들과 호흡을 맞췄다. 지휘자 3명이 한 무대에서 3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형식의 대곡으로, 사이먼 래틀 영국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과 영국 대표 작곡가 덩컨 워드와 함께했다. “당초에는 보조 지휘자로 그루펜 공연 무대 아래에 머물 예정이었어요. 한데 공연 사흘 전 마티아스 핀처(독일 작곡가 겸 지휘자)가 개인 사정으로 불참하게 됐으니 대신 지휘를 맡아달라는 연락을 받았죠.” 뜻밖의 제안에 심장이 무섭게 뛰기 시작했다. 지난달 26일 루체른 콘서트홀 KKL에서 쿠르다그의 ‘석판’, 치머만의 두 대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대화’를 지휘했지만 ‘클래식 음악계의 황제’로 불리는 래틀과 한 무대에 서는 건 이야기가 완전히 달랐다. “래틀은 동작을 크게 하고 숨을 자주 쉬라고 강조했어요. 그의 말대로 기본을 실천해보니 놀랍게도 오케스트라의 소리가 눈에 띄게 좋아지더라고요.” 그는 몇 차례 낙방 끝에 올해 루체른 페스티벌 아카데미 보조 지휘자 오디션에 붙었다. 합격자 3명은 페스티벌 기간에 세계적인 지휘자들에게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올해는 래틀, 현대 음악 거장 외트뵈시 페테르 , 마티아스 핀처 앙상블 앵테르콩탕포랭 음악감독 등이 참여했다. 핀처는 재학 중인 줄리아드음악원 스승이고, 외트뵈시는 5년 전 서울시립교향악단 마스터클래스에서 인연을 맺었다. 래틀과의 만남은 처음이다. “외트뵈시는 악보를 완벽히 재현해요. 정확하고 군더더기가 없죠. 핀처는 주로 프랑스곡을 예로 들며 단원들의 상상력을 자극해요. 래틀은 분위기를 편안하게 이끌어가는데, 툭툭 던지는 한마디로도 존재감이 대단했어요.” 6세 때 바이올린을 배우며 음악을 시작한 최재혁은 중학교 3학년 때 미국으로 건너가 보스턴 월넛힐 예술학교와 뉴잉글랜드 컨서버토리 예비학교에서 작곡을 공부했다. 현재 줄리아드음악원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지난해 11월 제72회 제네바 국제음악콩쿠르 작곡 부문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우환 작가의 작품 같은 시각예술에서 주로 영감을 얻는다는 그는 “작곡과 지휘 모두 이제 시작”이라고 했다. “작곡과 지휘를 공부하며 클래식의 매력을 알리고 싶어요. 무작정 대중적으로 다가가기보다 클래식의 어떤 부분이 어려운지, 또 어렵지만 왜 가치가 있는지 많은 이들과 진지하게 토론해보고 싶습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8-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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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 전국 주요 역-공항 등 64곳서 문 열어

    긴 추석 연휴에 급한 일이 생길 것을 대비해 알아둬야 할 것들이 있다. 대표적인 게 문을 연 병·의원과 약국 위치 정보이다.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허둥지둥하다 보면 필요한 내용을 찾기가 의외로 쉽지 않다. 알아두면 좋을 정보들을 정리한다. ○ 응급실, 24시간 가동한다 대다수 민간 의료 기관이 추석 연휴에 문을 닫지만 전국의 525개 종합병원과 개인병원의 응급실은 평소처럼 24시간 운영한다. 관련 정보는 119 구급상황관리센터, 129 보건복지콜센터, 120 시도콜센터나 ‘응급의료정보제공’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www.mohw.go.kr)와 응급의료포털(www.e-gen.or.kr)도 연휴 기간 문을 여는 의료기관을 안내한다. 특히 ‘응급의료정보제공’ 앱을 이용하면 가까운 병원과 문을 연 약국의 지도도 볼 수 있다. 진료시간, 진료과목, 응급처치 방법, 자동심장충격기(AED) 위치정보 등도 제공한다. 연휴에는 환자가 몰리므로 미리 가까운 지역의 병원 등을 확인해두는 것이 좋다. 화상, 기도폐쇄 등에 대한 응급처치법도 미리 숙지하면 도움이 된다.○ 은행들, 일부 지점 운영한다 추석 연휴 기간 대부분의 은행은 기차역과 공항 등에 64개 지점을 운영한다. 일부 은행은 기차역과 휴게소 등에 이동점포를 설치하고 입·출금과 신권 교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연휴 기간에 은행 운영 현황은 금융감독원의 금융소비자정보포털 ‘파인’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금감원은 연휴 기간(23, 24일 제외)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보이스피싱 등 피해 예방을 위해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를 운영한다. 피해상황이 발생하면 신속히 금감원 신고센터 또는 해당 은행에 지급정지부터 요청하는 게 좋다.○ 대중교통, 연장 운행한다 서울시는 24일과 25일 이틀 동안 지하철과 시내버스를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연장 운행한다. 버스는 기차역 5곳(서울역 용산역 영등포역 청량리역 수서역)과 버스터미널 4곳(센트럴시티·동서울·남부·상봉터미널)을 지나는 129개 노선이 대상이다. 심야 전용 택시 2800여 대와 올빼미버스 9대도 연휴 기간에 정상 운행한다. 서울시는 시립묘지를 찾는 성묘객을 위해 24일과 25일 망우리와 용미리 시립묘지를 경유하는 시내버스 운행 횟수도 늘린다. 용미리 시립묘지에서는 9월 22∼25일 4일간 오전 7시 반부터 오후 5시 반까지 20분 간격으로 무료 순환버스를 운영한다. 연휴 기간의 교통정보는 서울교통정보센터, 서울교통포털, 버스정보안내단말기, tbs교통방송 추석특집 방송 등에서 안내받을 수 있다.○ 식품 원산지, 알고 나면 쉽다 일반인이 추석 차례상에 올릴 농수산물의 원산지를 알아내기란 쉽지 않다.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은 이런 점을 고려해 홈페이지에 농수산물 원산지를 가려내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관리원에 따르면 도라지는 국산은 뿌리가 2, 3개로 갈라진 것이 많고 중국산은 뿌리가 대부분 일직선이다. 고사리는 국산은 단면이 울퉁불퉁하게 잘려 있지만 중국은 칼로 자른 듯 매끈하다. 밤은 알이 굵고 속껍질이 두꺼우면 국산, 그 반대면 중국산이다. 곶감은 국산은 밝은 주황색에 꼭지는 둥글다. 중국산은 갈색에 가까운 주황색에 과육이 지나치게 딱딱하거나 물렁물렁한 경우가 많다. 대추는 국산은 연한 갈색에 주름이 적고 중국산은 색이 짙고 주름이 많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8-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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