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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평균주가(닛케이지수)가 34년 2개월 만에 사상 최고치 기록을 경신했다. ‘거품 경제’ 시기인 1989년 12월 29일 종가(3만8915엔) 이후 일수로는 무려 1만2473일 만이다. 다만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늪에 빠진 한국 증시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여 대조를 이룬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41% 오른 2,664.27에 마감했다. 올들어 현재까지 닛케이평균주가가 16.85% 치솟는 동안 코스피는 0.33%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해에도 닛케이평균주가(42.11%)와 코스피(8.69%)의 연간 상승률 격차가 33.42%포인트에 달했다.22일 도쿄 주식시장에서 닛케이지수는 전날보다 2.19%(836.52엔) 상승한 3만9098.68엔으로 마감했다. 금융사가 밀집한 도쿄 가부토초(兜町)의 증권사 콜센터에서는 최고치 경신이 다가오자 직원들이 모여 모니터를 보며 “3, 2, 1”이라고 카운트다운을 했다. 오후 들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자 직원들이 “축하합니다”라고 소리를 지르며 박수를 쳤다.일본 증시는 거품 경제가 무너지면서 1990년대 들어 줄곧 침체 일로를 걸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다음해인 2009년 3월에는 7054엔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2012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취임한 후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인 ‘아베노믹스’를 펴면서 주가 상승 기틀을 마련했다. 특히 최근에는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50엔을 오가는 엔저 장기화가 나타나면서 자동차 등 주요 수출 기업의 실적이 대폭 개선됐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반도체 장비 업체의 주가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 상장기업의 2024년 1분기(1~3월) 순이익 예상치가 지난해 4분기보다 13% 늘어날 것이란 보도도 나왔다.또 부동산 시장 부실 등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중국 증시를 이탈한 외국인 투자자금이 일본으로 대거 향한 것도 주가 상승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신(新)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 시행 등 당국의 절세 정책으로 개인 투자자의 자금도 증시로 유입됐다. 스즈키 슌이치(鈴木俊一) 재무상은 “증시 규모와 유동성이 30년 전에 비해 크게 성장했다”며 “상장 기업의 중장기 성장력 향상과 증시 매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닛케이 지수의 추가 상승 여력 또한 충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거품 경제 시절의 증시 호황과 달리 최근 호황은 ‘기업 실적 호조’ 등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나카타 세이지(中田誠司) 다이와증권 사장은 이날 신고가 경신을 두고 “일본 경제가 여러 의미에서 크게 변했다는 증거”라며 “연말까지 기업 실적 호조세가 이어진다면 닛케이지수가 4만3000엔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국내 전문가들도 비슷한 의견을 보탰다. 정성태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대부분 나라들이 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 일본만 제로금리를 유지하는 가운데 엔저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기업들의 이익이 많이 늘었다”며 “특히 AI, 반도체, 자동차 등 관련 기업들의 실적 호조가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기업들의 주주환원율을 높이기 위한 ‘저(低)주가순자산비율(PBR)’ 정책의 효과는 지난해부터 주가에 반영이 되기 시작한 상태에서 올해부터 비과세제도를 더 강화하는 NISA가 시행되면서 배당주들도 올라 증시를 부양했다”고 분석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일본 외무성은 히타치조선(히타치조센)의 법원 공탁금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지급된 것과 관련해 21일 윤덕민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고 밝혔다. 외무성은 이날 “오카노 마사타카 사무차관이 윤 대사를 초치했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외무성에 따르면 오카노 사무차관은 “한일청구권협정 제2조에 명백히 반하는 판결에 입각해 일본 기업에 부당한 불이익을 지우는 것”이라고 밝히고 “극히 유감”이라는 취지로 윤 대사에게 항의했다.일제강점기 히타치조선의 강제동원 피해자인 이모 씨 측은 서울중앙지법에서 회사 측이 강제집행 정지를 청구하면서 공탁한 6000만 원을 출급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는 강제동원 피해자가 일본 기업의 자금을 받은 첫 사례라고 변호인 측은 전했다.다만 히타치조선이 공탁한 6000만 원 외에 다른 일본 기업이 강제동원 피해 소송과 관련해 한국 법원에 낸 돈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이 인공지능(AI)용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에 450억 엔(약 4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TSMC 공장 건설에 수조 원의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하는 데 이어 반도체 관련 개별 기술 개발에도 정부 예산을 투입해 경쟁력 제고에 나서는 모습이다. 20일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자국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 거점인 ‘최첨단 반도체 기술센터(LSTC)’가 진행하는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에 대한 예산 지원을 결정했다. LSTC는 라피더스, 도쿄대, 이화학연구소 등이 참여하는 산학 협동 연구기관이다. 라피더스는 도요타, 소니, 소프트뱅크 등 일본 주요 대기업이 참여한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합작 기업이다. 지난해부터 일본 홋카이도 지토세시에 2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급 반도체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2027년부터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LSTC는 데이터를 서버로 보내지 않고 AI가 내장된 기기에서 처리하는 ‘에지AI’용 반도체 설계 기술을 연구한다. 개발에 성공하면 라피더스가 생산한다. 에지AI는 데이터 처리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최근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경제산업성은 이와 별도로 1나노급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도 지원하기로 했다. 2나노급 양산도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 1나노급 제품 출시는 시일을 기약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일본은 2029년 이후 출시를 목표로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AMAT), IBM, 프랑스 전자정보 기술연구소 레티 등과 협업한다. 집권 자민당 내 반도체의원연맹 회장인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의원은 최근 세미나에서 “경험이 없는 일본이 어떻게 2나노급 반도체를 만들 수 있겠냐는 말도 있지만 전 세계 최첨단 반도체를 만드는 장비와 소재는 일본이 공급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국, 대만 등에 밀려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잃었던 일본은 대만 TSMC 공장 등을 유치하며 반도체 산업 재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에 따라 TSMC는 공장 착공 20개월 만에 사실상 가동을 시작했고 24일 제1공장 준공식까지 앞두는 등 성과가 나오고 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주일본 한국대사관은 20일 지진 피해를 입은 이시카와현 나나오(七尾)시를 찾아 이재민에게 식사 및 생활 필수품을 제공하고 봉사 활동을 했다고 밝혔다. 윤덕민 주일 한국대사 및 대사관 직원들은 이날 주니가타 총영사관, 민단 이시카와현 본부 등과 함께 지역 주민센터에 머물고 있는 이재민에게 삼계탕, 떡국 등 한국 음식을 직접 배식했다. 윤 대사는 “삼계탕은 한국에서 기운을 북돋울 때 먹는 음식으로, 하루빨리 일상에 복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차타니 요시타카 나나오시장 및 피난소 관계자들은 주일 한국대사관 봉사활동에 많은 감동을 받았다고 밝히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 최고 명문인 도쿄대가 학사와 석사 과정을 통합한 ‘5년제 융합형 교육과정’을 신설한다고 요미우리신문 등이 19일 보도했다. 해외 명문대에 비해 ‘국제화에 뒤처졌다’는 위기감에 미국 주요 대학이 실시하는 학·석사 통합 과정을 벤치마킹해 글로벌 인재를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도쿄대는 2027년부터 문리(文理) 융합형 교육과정인 5년제 ‘칼리지 오브 디자인(College of Design)’을 신설해 100명가량의 신입생을 선발한다. 서구 대학과 경쟁하기 위해 4월에 학기가 시작되는 일본식이 아닌 9월 학기제로 운영한다. 수업은 모두 영어로 하고 100명 중 절반은 해외 유학생으로 받는다. 기존 도쿄대 학부 학생들도 융합형 교육과정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신설되는 융합 과정에서는 문이과 제도에 구애되지 않고 학생 스스로 커리큘럼을 설계할 수 있다. 기존 도쿄대 교수에 더해 뛰어난 연구 실적을 가진 민간 기업 연구원이나 초빙 해외 연구원 등으로 교수진을 구성한다. 5년 중 1년은 기업 인턴십, 유학 등 대학 밖에서 보낼 수 있도록 한다. 학생 선발 방식도 기존 입시전형의 틀에서 벗어날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전형 요강은 올해 중 결정해 공표한다. 요미우리는 “기후 변화나 생물 다양성 등 종래 종적으로 나뉜 학문 영역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지구 규모 과제에 대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인재를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전했다. 1877년 아시아 최초의 근대 대학으로 설립된 도쿄대는 지난해 영국 대학 평가기관 ‘타임스 고등교육’ 세계 대학 순위 29위에 올랐다. 일본에서는 명실상부한 1위, 아시아 4위이지만 갈수록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다만 국내에서 랭킹이 가장 높은 서울대(62위)는 도쿄대보다 낮다. 더욱이 중국 칭화대, 베이징대, 싱가포르국립대 등 아시아의 다른 명문 대학이 적극적인 세계화를 추진하면서 일본 대학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도쿄대의 경우 학부 기준 유학생 비율은 2%에 불과하고 영어 수업도 일부에 그쳐 국제화 수준이 낮다는 평가가 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 최고 명문인 도쿄대가 학사와 석사 과정을 통합한 ‘5년제 융합형 교육과정’을 신설한다고 요미우리신문 등이 19일 보도했다. 해외 명문대에 비해 ‘국제화에 뒤쳐졌다’는 위기감에 미국 주요 대학이 실시하는 학·석사 통합과정을 벤치마킹해 글로벌 인재를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도쿄대는 2027년부터 문리(文理) 융합형 교육과정인 5년제 ‘컬리지 오브 디자인(College of Design)’를 신설해 100명 가량의 신입생을 선발한다. 서구 대학과 경쟁하기 위해 4월에 학기가 시작되는 일본식이 아닌 9월 학기제로 운영한다. 수업은 모두 영어로 하고 100명 중 절반은 해외 유학생으로 받는다. 기존 도쿄대 학부 학생들도 융합형 교육과정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신설되는 융합과정에서는 문이과 제도에 구애되지 않고 학생 스스로 커리큘럼을 설계할 수 있다. 기존 도쿄대 교수에 더해 뛰어난 연구 실적을 가진 민간 기업 연구원이나 초빙 해외 연구원 등으로 교수진을 구성한다. 5년 중 1년은 기업 인턴십, 유학 등 대학 밖에서 보낼 수 있도록 한다. 학생 선발 방식도 기존 입시전형의 틀에서 벗어날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전형 요강은 올해 중 결정해 공표한다. 요미우리는 “기후변화나 생물 다양성 등 종래 종적으로 나뉜 학문 영역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지구 규모 과제에 대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인재를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전했다.1877년 아시아 최초의 근대 대학으로 설립된 도쿄대는 지난해 영국 대학 평가기관 ‘타임스 고등교육’ 세계 대학 순위 29위에 올랐다. 일본에서는 명실상부한 1위, 아시아 4위이지만 갈수록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다만 국내에서 랭킹이 가장 높은 서울대(62위)는 도쿄대보다 낮다. 더욱이 중국 칭화대, 베이징대, 싱가포르 국립대 등 아시아의 다른 명문 대학이 적극적인 세계화를 추진하면서 일본 대학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도쿄대의 경우 학부 기준 유학생 비율은 2%에 불과하고 영어 수업도 일부에 그쳐 국제화 수준이 낮다는 평가가 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15일 오전 일본 구마모토현 기쿠요(菊陽)정. 목가적 풍경의 양배추 밭 너머로 흰색 벽의 거대한 건물이 눈에 확 들어온다. 구마모토 공항에서 차로 15분 걸려 도착한 공장 외벽에는 ‘jasm’이라는 알파벳 네 글자 간판이 걸려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의 일본 현지법인명이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 산업 재건’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지원한 TSMC 구마모토 공장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일본 정부는 이례적 규모인 4760억 엔(약 4조2300억 원)의 보조금을 투입했다. 24일 준공식에는 모리스 창 TSMC 창업자가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고 대만 국영 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일본에서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 일왕(日王) 조카 가코(佳子) 공주 등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준공식을 9일 앞두고 공장 외부에서는 유리창을 닦고 정문 인근 정원을 손질하는 등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었다. 사카모토 고헤이(坂本恒平) 기쿠요정 반도체산업지원실 계장은 “준공식은 다음 주지만 이미 공장 가동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완공된 TSMC 구마모토 공장에서는 올해 말부터 카메라, 자동차 등에 쓰일 12·16·22·28nm(나노미터·10억분의 1m)급 공정 제품을 생산한다. 양산 개시와 동시에 6나노급 생산 2공장이 착공된다. 1공장에 투입된 70억 달러(약 9조3500억 원·정부 보조금 포함)를 더해 총 200억 달러(약 26조7000억 원)가 투자된다. 일본 정부는 TSMC 2공장을 비롯한 해외 반도체 기업 투자 유치에 팔을 걷었다. 기시다 총리는 “(반도체, 이차전지 등) 전략 분야 사업에 필요한 인프라 투자를 전력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최대 경제단체 경단련(經團連)은 이를 바탕으로 2027년 자국 설비투자 115조 엔(약 1022조 원) 달성이라는 목표를 내걸었다. TSMC ‘메이드 인 저팬’ 반도체 연말 양산… 동시에 2공장 착공 TSMC 구마모토공장 르포인구 4만여명 시골마을 ‘상전벽해’… 1700명 직원중 대만주재원 400명“경제 파급효과 10년간 178조원”TSMC “日 감사”… 기술이전 본격화 TSMC 구마모토 공장 건설은 일본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속도전이었다. 애초 ‘5년은 걸릴 것’이라고 했지만 3년 앞당겨 2년 안에 마치기로 했다. 이후 365일 24시간 공사로 준공 시점을 2개월 더 줄여 22개월에 끝냈다. 지난해 말 시험 제작에 들어간 걸 고려하면 사실상 20개월 만에 공장을 지은 셈이다. 이미 지난해 말 장비 반입 및 설치 1차 작업이 마무리됐고 시험 생산도 시작했다. 당초 올해 말 양산 계획(12인치 웨이퍼 월 5만5000장)이 예정보다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TSMC 투자는 24일 준공으로 끝나는 단일 프로젝트가 아니다. 올해 말 12∼28나노급 양산과 동시에 6나노급 2공장을 착공해 2027년 2공장 양산이 개시된다. 3공장 건설도 검토 중이다. 차량뿐 아니라 슈퍼컴퓨터 등으로 분야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세계적 수준인 반도체 소재, 장비 생산력에 TSMC 공장 등이 더해지면 일본은 단숨에 세계 정상급 반도체 산업 인프라를 갖추게 된다. ● “100년에 한 번 오는 기회” 기대감 구마모토 TSMC 공장에는 직접 고용 기준 1700여 명이 근무한다. 이 중 400명이 대만에서 온 주재원이다. 기쿠요정 관계자는 “주재원 가족까지 더하면 750명이 왔다”고 전했다. TSMC 및 협력사들은 대만 및 일본의 다른 지역에서 온 직원을 위해 곳곳에 주택, 기숙사를 마련했다. 아파트 1개 동을 통째로 임차하기도 했다. 공장 인근은 활기가 넘쳤다. 공장에서 차로 5분 떨어진 곳에 들어선 한국식당에는 평일인데도 저녁에 빈자리가 없었다. 오사카에 살다가 지난해 개업했다는 사장은 “요즘 일본에서 가장 돈이 많이 도는 동네다. 아르바이트생을 어제 새로 채용했다”고 전했다. TSMC 공장 인근에는 소니, 도쿄일렉트론, 에어리퀴드 등 반도체 관련 공장이 몰려 있다. 기쿠요정은 인구 4만1000여 명의 시골 마을이지만 왕복 4차선 대로변에는 일본 대형할인점 ‘이온’, 최대 가구 판매장 ‘니토리’ 등이 들어섰다. 2016년 지진 피해를 본 구마모토 공항은 지난해 3월 새 여객터미널이 문을 열었다. 일본 규슈경제조사협회는 TSMC 반도체 공장에 따른 경제 파급효과가 10년간 20조 엔(약 178조 원)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바시마 이쿠오(蒲島郁夫) 구마모토현 지사는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지역에 있어서 100년에 한 번 오는 큰 기회”라고 말했다. 구마모토현은 28일 반도체 기업이 대거 참가하는 ‘산업 부흥 엑스포’도 개최한다. ● TSMC “일본은 반도체하기 좋은 곳” TSMC는 공장 건설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일본에 만족했다.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공장을 지은 일본 가시마건설에 특별 표창장을 수여하며 “탁월한 공헌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모리스 창 창업자도 지난해 기자회견에서 “일본은 반도체 제조에 이상적인 곳이다. 토지, 물, 전기가 풍부하고 업무 문화도 좋다”고 평가했다. 기술 이전 및 협력도 본격화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소니 반도체 기술자 200여 명이 지난해 대만 TSMC 공장에 파견돼 제조설비 관리 등에 대한 연수를 진행했다. 소니 측은 TSMC의 인공지능(AI) 활용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TSMC가 대만 가오슝 새 공장 증설과 일본 2공장 건설을 서두르는 것은 미국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평가가 있다. 미 애리조나주 TSMC 2공장 가동은 당초 2026년에서 2028년으로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 미 정부가 보조금 규모를 확정하지 못한 데다, 대만 파견 인력을 놓고 현지 노동자 및 정치권이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마모토=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다음달 중 한국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이 일본에서 검토되고 있다고 일본 언론이 14일 보도했다. 민영방송 후지TV는 이날 기시다 총리가 3월 20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리는 미국 메이저리그 공식 개막전에 맞춰 방한해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날 경기에는 LA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대결한다. 특히 일본 최고 스포츠스타인 LA다저스 소속의 오타니 쇼헤이를 비롯해 다르빗슈 유 등 일본 선수들이 대거 출전한다. 이 매체는 기시다 총리가 지난해 한일 양국 간에 부활한 셔틀 외교의 일환으로 방한해 윤 대통령과 북한 문제 등에 대해 협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4월 한국 총선이 있어 일본 측은 한일 협력에 적극적인 윤 대통령을 뒷받침하려는 목적이 있다”며 “(일본 측은) 긴밀한 관계를 보이기 위해 방문을 제안하고 있고 상황을 끝까지 지켜본 뒤 최종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대통령실 측도 “현재 추진되고 있는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일본 내에서는 국회 일정을 감안할 때 기시다 총리의 방한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4월에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일본에서는 3월 중·하순에 예산안이 처리되는데 의원내각제 특성상 이때 총리가 국회를 비우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한국에서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시기인 총선 직전에 결과와 상관없이 논란의 가능성이 있는 한일 정상회담 추진이 양국 모두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지난해 총 7차례 정상회담을 하면서 관계 개선에 박차를 가해 온 양 정상이 메이저리그 경기를 계기로 다시 만나 대북 대응 및 협력 공고화를 논의할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에서 인간에게 ‘장기이식’이 가능하도록 유전자를 변형한 돼지가 태어났다. 올해 돼지 장기를 원숭이에게 이식하는 수술까지 성공하면 세계 의학계의 숙원이던 ‘이종(異種) 장기이식’이 새로운 도약을 맞을 수 있다. 일본 메이지(明治)대 학내 벤처기업 ‘포르메드텍’은 13일 “인체에 장기를 이식해도 거부 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돼지 3마리가 태어났다”고 밝혔다. 태어난 아기 돼지는 현재 건강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기업은 미국 바이오기업 ‘이제네시스’가 개발한 이식용 돼지 세포를 수입해 연구를 진행했다. 먼저 이 세포는 이식 시 거부 반응이 나지 않도록 유전자 10개가 변형된 상태였다. 이후 세포 핵을 주입한 난자를 암컷 돼지에게 주입해 출산까지 성공했다. 가고시마대와 교토부립의대는 이번에 탄생한 돼지의 신장을 이르면 올여름 원숭이에게 이식해 안전성을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할 방침이다. 내년 가을쯤엔 중증 신부전증 및 간부전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 실험도 진행할 예정이다. 나가시마 히로시(長嶋比呂志) 메이지대 교수(생물학)는 요미우리신문에 “하루라도 빨리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법을 전하고 싶다”며 “위생 관리 등 전반적인 논의도 본격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포르메드텍에 유전자 변형 돼지 세포를 제공한 이제네시스는 지난해 “유전자 변형 돼지 신장을 원숭이에게 이식해 최장 2년 이상 생존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달에는 “돼지 간을 뇌사에 빠진 사람의 몸에 튜브로 연결해 3일간 혈액 순환을 시켰다”고 밝혔다. 동물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하는 ‘이종 장기이식’은 과학계가 오랫동안 연구해 온 과제다. 하지만 이식 뒤에 발생하는 거부 반응을 해결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아왔다. 2010년대 들어 유전자를 효율적으로 변형시키는 ‘게놈 편집’ 기술이 등장하며 새로운 전기를 맞았지만, 아직 확실하게 성공한 사례는 나오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는 2022년 메릴랜드대 의료센터에서 시한부 심장질환자가 세계 최초로 유전자를 조작한 돼지 심장을 이식받았으나 2개월 만에 숨을 거뒀다. 지난해에도 같은 대학에서 비슷한 수술이 진행됐지만, 결국 환자는 40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최근 일본 주식시장이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평균주가가 13일 장중 3만8000엔 선을 돌파했다. 1989년 12월 기록한 역대 최고치(3만8915엔)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도쿄증권거래소에서 닛케이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066.55엔(2.89%) 오른 3만7963.97엔에 장을 마쳤다. 상승 폭은 2020년 3월 이후 3년 11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날 코스피 상승 폭(1.12%)의 배가 넘는다. 장중 한때 3만8000엔 선도 넘어섰다. 대표 반도체 기업 도쿄일렉트론은 이날 13.33% 뛰었다. 최근 일본 주식시장의 상승세는 ‘멜트업(melt up·단기 과열 국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가파르다. 거래액 및 시가총액 상위 500종목을 대상으로 산출하는 닛케이500 평균주가(3281.80엔)는 이미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닛케이지수는 이 중 상위 225종목을 대상으로 한다. 이 같은 오름세의 원인으로 우선 미국 증시의 상승세가 꼽힌다. 1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또한 0.33%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지난해 4분기(10∼12월)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연율 3.3%를 기록해 월가 전망치(2.0%)를 크게 웃돌았다. 미 경제의 연착륙 기대감이 커지면서 일본 증시 또한 이 덕을 보고 있다. 부동산시장 부실 등의 우려로 중국 주식시장을 이탈한 외국인투자가들이 대거 일본으로 몰린 것 역시 주가 상승을 자극했다. 최근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조만간 마이너스(―) 기준금리 정책을 해제한다고 해도 당분간은 금융완화 정책을 고수할 것이라고 밝힌 것 역시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수출 기업에 호재인 엔저 장기화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달러당 149.50엔에 거래됐다. 많은 전문가들은 닛케이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여기고 있다. SMBC닛코증권에 따르면 실적 발표를 마친 상장사 957곳 중 56%인 537개사에서 순이익이 증가했다. 이데 신고(井出真吾) 닛세이기초연구소 수석 주식 전략가는 “거품 경제 시기(1980년대)의 주가는 기업 실적으로 계산한 적정 수준보다 4배 이상 높았지만 현재는 적정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13일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도 일제히 올랐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12% 오른 2,649.64, 코스닥은 2.25% 오른 845.15에 거래를 마쳤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지난주 기자 통장에 현금 12만 엔(약 108만 원)이 입금됐다. 광역 지방자치단체인 도쿄도(都)가 보내준 ‘018 서포터’라는 이름의 육아 지원금이다. 도쿄에 거주하면서 0∼18세 아이를 키우면 올해부터 아이 1명당 월 5000엔을 준다. 두 아이를 키우니 월 1만 엔, 1년 치 12만 엔이 한 번에 통장에 꽂혔다. 도쿄 지원금에 소득, 재산 기준은 없다. 도쿄에 주소를 둔 1400만 명 중 200만 명이 이 돈을 받았다. 외국인을 배제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일본어를 읽을 줄 몰라 못 받는 외국인이 있을까 봐 한국어, 영어, 중국어 안내문을 인터넷에 올렸다. 도쿄 논리는 단순하다. 도쿄에 사는 어린이 교육비가 지방보다 1인당 월 8000엔 정도 많이 드니 그 돈 일부를 도쿄도가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지원금을 준다는 안내문이 왔을 때 신청을 하면서도 반신반의했다. 월 5만 원도 안 되는 돈이 얼마나 도움이 될까, 도쿄도지사 선거(7월 4일)를 앞둔 포퓰리즘 정책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아이 2명분의 1년 치 지원금이 연초에 목돈으로 한꺼번에 통장에 꽂히니 생각이 달라졌다. ‘아이 덕에 100만 원 넘는 돈이 생겼다’는 생각에 장난꾸러기 아이들이 달리 보였다. 아이 때문에 받는 돈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일본 정부가 지급하는 4개월 치 아동수당이 이달 말 지자체를 통해 들어온다. 3세 미만은 월 1만5000엔, 3세∼중학생은 월 1만 엔인 아동수당 4개월 치를 몰아 받는다. 3세 미만 아이가 둘이라면 한 달도 안 돼 또 100만 원 가깝게 받는다는 뜻이다. 올 4월 이후에는 일본 정부 지원금도 도쿄처럼 소득 제한이 폐지되고 고등학생까지 지급한다. 셋째부터는 기존 월 1만 엔에서 3만 엔으로 3배로 오른다. 일부 기초단체는 더 얹어준다. 도쿄 중심지 미나토(港)구는 자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0세∼고등학생에게 5만 엔어치 상품권을 지급한다. 이 정도면 ‘묻고 더블로 가’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랏빚이 세계 최대라는데도 적어도 저출산 지출에 언론, 시민단체 등이 제기하는 우려는 크지 않다. 향후 5년간 방위비를 2배로 늘리겠다는 방위비 확충을 두고는 야당은 물론 여권 내에서도 신중한 목소리가 있었지만, 육아 지원금 지급만큼은 별다른 이견을 찾기 어렵다. ‘돌다리를 두들긴 뒤 건너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신중한 일본이지만, 저출산 정책에 있어서는 한국보다 훨씬 빠르고 적극적이다. 한국에서 저출산 정책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기획재정부 중 어디가 주무 부처인지조차 불분명하지만, 일본은 각 부처에 흩어져 있던 어린이 정책 총괄 기관인 ‘어린이 가정청’을 지난해 신설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직접 주재하는 ‘어린이 미래 전략 회의’에서는 회의를 열 때마다 현금 지급이든 육아휴직 확대든 뭐라도 내놓는다. 최근 저출산 재원 조성을 위해 의료보험료를 월 500엔(약 4500원)가량 추가 징수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해 논란이 있지만,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논의조차 못 하는 한국보다는 몇 걸음 앞서 있다. 한국은 합계출산율 0.73명의 소멸 위기에 처했는데도 저출산 정책 마련에 있어서는 한가할 정도로 위기감이 없다. 가장 적은 돈을 들이고 출산율을 높이는 방법, 정교한 정책 설계로 저출산을 해결하는 정교한 수단을 찾는다고 한다면 애당초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지금은 조금이라도 괜찮은 외국 정책은 뭐라도 일단 검토한 뒤 적용해 볼 때다. 아이 1명에 매달 100만 원을 주겠다는 정도의 정책이 과한 예산 낭비로 보인다면 연간 신생아가 20만 명을 밑도는 저출산 반전 모멘텀을 찾긴 어렵다. 속도감 있는 대담한 전략은 한국의 전매특허 아닌가. 이상훈 도쿄 특파원 sanghun@donga.com}

최근 일본 주식시장이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평균주가가 13일 장중 3만8000엔 선을 돌파했다. 1989년 12월 기록한 역대 최고치(3만8915엔)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도쿄증권거래소에서 닛케이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066.55엔(2.89%) 오른 3만7963.97엔에 장을 마쳤다. 상승폭은 2020년 3월 이후 3년 11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날 코스피 상승폭(1.12%)의 배가 넘는다. 장중 한 때 3만8000선도 넘어섰다. 대표 반도체 기업 도쿄일렉트론은 이날 13.33% 뛰었다. 영국 반도체 설계사 ‘암(ARM)’을 소유한 소프트뱅크그룹 주가도 6.27% 올랐다. 최근 일본 주식시장의 상승세는 ‘멜트업(melt up·단기 과열 국면)’ 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가파르다. 거래액 및 시가총액 상위 500종목을 대상으로 산출하는 닛케이500 평균주가(3281.80엔)는 이미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닛케이지수는 이중 상위 225종목을 대상으로 한다. 이 같은 오름세의 원인으로 우선 미국 증시의 상승세가 꼽힌다. 1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또한 전0.33%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지난해 4분기(10~12월)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연율 3.3%을 기록해 월가 전망치(2.0%)를 크게 웃돌았다. 미 경제의 연착륙 기대감이 커지면서 일본 증시 또한 이 덕을 보고 있다. 부동산시장 부실 등의 우려로 중국 주식시장을 이탈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일본으로 몰린 것 역시 주가 상승을 자극했다.최근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조만간 마이너스(―) 기준금리 정책을 해제한다 해도 당분간은 금융완화 정책을 고수할 것이라고 밝힌 것 역시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긴축에 대한 우려가 잦아들면서 증시로 향하는 투자자의 흐름이 끊기지 않게 된 것이다. 수출 기업에 호재인 엔저 장기화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달러당 149.50엔에 거래됐다. 많은 전문가들은 닛케이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여기고 있다. SMBC닛코증권에 따르면 실적 발표를 마친 상장사 957곳 중 56%인 537개사에서 순이익이 증가했다. 이데 신고(井出真吾) 닛세이기초연구소 수석 주식 전략가는 “거품 경제 시기(1980년대)의 주가는 기업 실적으로 계산한 적정 수준보다 4배 이상 높았지만 현재는 적정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13일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도 일제히 올랐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12% 오른 2,649.64, 코스닥은 2.25% 오른 845.15에 거래를 마쳤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일본 도쿄 시나가와구에 있는 편의점 ‘로손 동시나가와4초메점’에는 일반 상품 판매 코너 옆에 약국이 설치돼 있다. 진통제나 반창고 같은 일반의약품은 물론이고 처방전을 갖고 와 조제약도 지을 수 있다. 로손 측은 이를 “헬스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건강 스테이션’으로 진화한 편의점”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편의점은 요양보호사가 노인 요양 상담도 해주고 있다. 로손은 건강 서비스에 특화된 이런 점포를 ‘케어 로손’으로 지정해 운영한다.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29.1%인 초고령 국가인 일본에서 편의점이 ‘고령사회 인프라’로 떠오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일본 2위 이동통신사 KDDI가 일본 3대 편의점 체인 중 하나인 로손에 4971억 엔(약 4조4400억 원)을 투자한 것에 대해 “고령화, 일손 부족이란 사회적 현상이 쇼핑 스타일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확신한 KDDI가 일본 고령 소비자에게 베팅했다”고 짚었다. 8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KDDI는 4월에 주식공개매수(TOB)를 단행해 로손 지분을 2.1%에서 50%까지 높인다. 로손 모회사 미쓰비시상사와 50%씩 지분을 갖고 공동 경영을 한다. 소액 주주가 사라지기 때문에 주식시장에서는 상장 폐지된다. KDDI는 “저출산 고령화 추세가 가속화되면서 전국에 오프라인 점포를 가진 편의점이 기반시설로서 그 역할이 점점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년층은 상대적으로 이동 반경이 작고 서비스별로 세분화된 전문 점포를 찾기 어려워 가까운 편의점에서 ‘원스톱 서비스’를 받고 싶은 욕구가 클 것이라는 판단이다. 로손 측은 지분매수를 발표한 6일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고령자를 겨냥한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적으로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스마트폰 사용법 안내나 복약 지도, 금융 상담 등을 위한 창구도 설치하고 드론을 이용한 원격 배송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 편의점 업계에서 고령화는 새로운 기회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지만, 또 다른 문제도 낳고 있어 ‘양날의 검’으로 여겨진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편의점에서 일할 사람을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편의점 업계 2위인 패밀리마트는 최근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로봇 직원’ 도입에 나섰다. 청소는 물론이고 AI 카메라를 통해 부족한 상품을 파악해 발주도 할 수 있다고 한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평균주가가 또 34년 만에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해도 금융완화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커졌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 기록을 경신한 것도 일본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8일 도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닛케이지수는 전날보다 2.06% 오른 3만6863.28엔에 장을 마쳤다. 이는 일본 거품경제가 꺼지기 시작한 1990년 2월 이후 34년 만에 최고치다. 이날 영국 반도체 설계 업체 ARM이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2016년 이곳을 인수한 소프트뱅크 그룹 주가가 11.06%나 상승했다. 반도체 장비업체 어드밴테스트(7.56%), 일본 시가총액 1위인 도요타자동차(2.76%) 등 대기업 주가도 크게 올랐다. 우치다 신이치(内田眞一) 일본은행 부총재는 이날 강연회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하더라도 이후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고 완화적 금융 환경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은행 관계자가 마이너스 금리 해제 후 금융정책에 대해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시장에서는 일본 금융당국이 돈줄을 조이는 긴축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주가가 탄력을 받았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41%(10.74포인트) 오른 2,620.32에 마감하며 연 이틀 상승세를 이어갔다. 미국 증시 훈풍 속에 외국인과 기관투자가가 각각 4113억 원, 3048억 원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코스닥지수도 900개 넘는 종목이 오르며 1.81%(14.66포인트) 상승한 826.58에 거래를 마쳤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일본 도쿄 시나가와구에 있는 편의점 ‘로손 동시나가와4초메점’에는 일반 상품 판매 코너 옆에 약국이 설치돼 있다. 진통제나 반창고 같은 일반의약품은 물론 처방전을 갖고 와 조제약도 지을 수 있다.로손 측은 이를 “헬스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건강 스테이션’으로 진화한 편의점”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편의점은 요양보호사가 노인 요양 상담도 해주고 있다. 로손은 건강 서비스에 특화된 이런 점포를 ‘케어 로손’으로 지정해 운영한다.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29.1%인 초고령 국가인 일본에서 편의점이 ‘고령사회 인프라’로 떠오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일본 2위 이동통신사 KDDI는 일본 3대 편의점 체인 중 하나인 로손에 4971억 엔(약 4조4400억 원)을 투자한 것에 대해 “고령화, 일손 부족이란 사회적 현상이 쇼핑 스타일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확신한 KDDI가 일본 고령 소비자에게 베팅했다”고 짚었다. 8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KDDI는 4월에 주식공개매수(TOB)를 단행해 로손 지분을 2.1%에서 50%까지 높인다. 로손 모회사 미쓰비시상사와 50%씩 지분을 갖고 공동 경영을 한다. 소액 주주가 사라지기 때문에 주식시장에서는 상장 폐지된다. KDDI는 “저출산 고령화 추세가 가속화되면서 전국에 오프라인 점포를 가진 편의점이 기반시설로서 그 역할이 점점 커질 것”이라 내다봤다. 노년층은 상대적으로 이동 반경이 작고 서비스별로 세분화된 전문 점포를 찾기 어려워, 가까운 편의점에서 ‘원스톱 서비스’를 받고 싶은 욕구가 클 것이라는 판단이다.로손 측은 지분매수를 발표한 6일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고령자를 겨냥한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적으로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스마트폰 사용법 안내나 복약 지도, 금융 상담 등을 위한 창구도 설치하고 드론을 이용한 원격 배송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 편의점 업계에서 고령화는 새로운 기회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지만, 또 다른 문제도 낳고 있어 ‘양날의 검’으로 여겨진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편의점에서 일할 사람을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편의점 업계 2위인 패밀리마트는 최근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로봇 직원’ 도입에 나섰다. 청소는 물론 AI 카메라를 통해 부족한 상품을 파악해 발주도 할 수 있다고 한다. 패밀리마트 측은 “일손 부족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앞으로는 사람이 모든 업무를 해낼 수 없다”며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일본 ‘아시아 여성기금’ 설립에 기여한 아카마쓰 료코(赤松良子) 전 문부상이 별세했다. 향년 94세. 요코 전 문부상은 도쿄대 법학부를 나와 노동성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해 노동성 부인국장, 총리 부인문제 담당 실장 등을 역임하며 여성 정책 행정을 줄곧 맡았다. 1987년 남녀고용 기회균등법 제정을 주도해 ‘균등법의 어머니’라는 평가를 받았다. 남녀 차별 금지, 여성 사회 진출 촉진 등을 담은 이 법은 1988년 한국에서 제정된 남녀고용평등법에도 영향을 줬다. 자민당이 처음 정권을 잃었던 1993년 비자민 연립내각에서 문부상으로 입각했다.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한 그는 위안부 피해자 지원에도 적극 나섰다.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가 1995년 위안부 피해자에 사과하면서 조성한 아시아 여성기금에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공식 주체가 민간이라는 한계가 있었지만 위안부 지원에 일본 정부가 처음 나섰다는 의미가 있다. 그를 비롯한 발기인 16명은 당시 일본 대국민 호소문에서 “일본 정부 사죄와 함께 위안부 제도 희생자에 대해서도 전국민적 규모의 모금에 의한 보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신념 하에 기금 발기인이 되었다”고 밝혔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너무 떨지 말고. 간바레(힘내).”1일 오전 일본 도쿄 아라카와구 가이세이(開成)중학교 앞. 아침 일찍 부모 손을 잡고 온 어린이들은 다들 긴장한 표정이었다. 아빠 엄마는 6학년이지만 아기 티를 벗지 못한 자녀들의 등을 토닥토닥 두들기며 학교로 들여보냈다. 한 엄마는 아이가 이미 보이지 않는데도 한참 허공을 보며 열심히 기도했다. 아이의 뒷모습을 휴대전화로 찍는 아빠의 표정에선 만감이 교차했다.》 이날 일본에선 가이세이중을 비롯한 주요 사립 중학교들이 입학시험을 치르며, 중학 입시 전쟁이 본격 시작됐다. 1969년 중학 입시가 폐지된 한국과 달리 일본은 지금도 사립은 입시를 치른다. 과거엔 일부 ‘치맛바람’으로 국한됐지만,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과열 양상까지 나타난다. 한국 대입 뺨치는 뜨거운 중학 입시 열기에 자녀에게 공부를 강요하는 ‘교육 학대’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중학 입시 성공이 명문대 보장” 이날 입학시험을 친 가이세이중은 자타 공인 일본 최고 중학교로 꼽힌다. 일본의 주요 명문 사립학교는 중고교를 합쳐 6년제로 통합한 ‘중고일관교(中高一貫校)’로 운영한다. 가이세이는 고교에서 100명을 추가로 뽑지만, 중학교 입학생 300명은 고3까지 그대로 간다. 고교 신입생을 아예 안 뽑는 일관교도 많다. 다른 학교에서는 한 명도 나오기 어렵다는 도쿄대 합격자가 가이세이에서 지난해 146명이 나왔다. 42년 연속 전국 1위다. 그러다 보니 중학 입시는 명문 학벌로 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계단’으로 여기는 이들이 많다. 좋은 중학교에서 좋은 고등학교를 거쳐 명문대 진학으로 이어지는 꽃길을 걸을 수 있다. 일부 대학 부속 중고교에는 대학으로 갈 수 있는 특별전형 코스까지 있다. 와세다중이나 게이오중을 들어가 와세다고, 게이오고를 거친 뒤 와세다대, 게이오대에 진학하는 방식이다. 일본 전체 중학교에서 사립 중학교 학생 비중은 7.7%다. 나머지는 대다수가 추첨으로 집 근처 공립 중학교에 간다. 언뜻 사립이 적어 보이지만 명문교가 몰린 도쿄만 놓고 보면 25.5%에 이른다. 진학률 차이는 더 크다. 도쿄 중심지로 도쿄대 등 명문 대학이 몰려 학구열이 높은 분쿄구는 초등학교 졸업생 49.5%가 사립중에 진학했다. 추오구(43.1%), 미나토구(42.3%) 등 집값 비싸고 교육 환경 좋은 이른바 ‘도쿄 8학군’ 지역의 사립중 진학률 역시 다른 곳보다 몇 배가 높다. 여기에 대입 전형 다양화 등 일본도 대입 제도가 개혁된 것도 사립학교 인기를 부추긴 원인 중 하나다. 일본도 저출산 장기화로 학생 수는 갈수록 줄어든다. 하지만 중학 입시에 도전하는 초등학생은 되레 늘고 있다. 입시정보 업체 ‘수도권 모시센터’에 따르면 2014년 4만3000명 수준이던 중학 입시 수험자는 지난해 5만2600명으로 증가했다. 센터는 “평생 직장 개념이 사라지면서 영어나 정보기술(IT) 등 전문성 교육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는 현 상황을 사립학교가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성적이 좋은 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사립학교들은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거나 드론, 3차원(3D) 프린터를 이용한 과목을 개설하기도 한다. 도쿄에 있지만 캐나다에서 ‘해외학교’ 인가를 받아 일본과 캐나다 중학교 졸업 자격을 동시에 받을 수 있는 학교도 있다. 올해 중학 입학시험을 치는 도쿄의 초등 6학년 엄마인 마쓰모토 씨는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몰린 학교에서 서로 경쟁하며 자극 받으면 실력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예전 같진 않지만 잘나가는 동창들과 탄탄한 인맥도 구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공교육 방치-교육 학대 논란도 일본 언론은 해마다 한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 한국의 입시 열기를 대대적으로 보도해왔다. 고사장 앞에서 후배들이 목이 터져라 응원하거나 경찰차를 타고 아슬아슬하게 입실하는 모습은 일본 TV에서 자주 소개돼 일본인들도 익숙하다. 이런 요란한 풍경은 없지만, 일본의 중학교 입시 열기는 한국 대입 못지않다. 한 입시전문가는 “한국 초등 사교육은 멀리는 대입, 가깝게는 특수목적고 등의 입시를 준비하는 ‘사전 준비’에 가깝다면, 일본 중학 입시는 12∼13세 때 인생의 큰 진로가 결정되는 ‘본선’”이라고 했다. 초등학교 성적순으로 명문중에 가고 이 아이들이 수월성 교육을 받아 명문대까지 진학하는 경우가 많아 중학교 입시는 평생의 학벌을 좌우하는 구조가 되고 있다. 일본에선 “대학 입시는 중학 입시의 패자부활전”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중학교 입시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분위기다. 입학 시험은 초등 6학년 졸업에 맞춰 치르지만, 시험 준비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사실상 시작된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30대 주부는 “3학년부터 시작하는 게 보통이고, 4학년부터 시작하면 늦었다고 한다. 5학년 때 시작하기에는 무리”라고 귀띔했다. 유명 입시학원 체인인 E사의 중학 입시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초1·2 대상 ‘주니어 코스’부터 초3·4 ‘중입 준비 코스’, 초5·6의 학교 수준별 입시 대책 코스 등이 있다. 고학년 주 3회 수업 기준 학원비는 월 6만 엔(약 54만 원) 안팎이다. 최대 월 20만 엔(약 180만 원)이 넘는 일대일 강습도 인기다. 학원 인근은 오후 9시 전후 끝나는 수업에 맞춰 자녀를 데리러 온 학부모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최근 자녀를 중학교에 보냈다는 40대 신문기자는 “초등학생 때인 1980년대에는 한 반에 2, 3명 정도가 입시 준비를 했지만 요즘엔 2, 3명을 제외한 대부분이 입시 준비를 한다”며 “어렸을 때는 중학 입시를 준비하는 애들이 신기했는데, 지금은 학원에 안 다니는 애들을 이상하게 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도쿄 중심 지역에서 입시로 가는 사립중 진학률이 40%대라는 건 실제 입시 준비생은 2배가량으로 많다는 뜻이다. 중학교 입시가 지나치게 과열돼 사회 문제로 번지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최근 도쿄 주요 초등학교의 6학년 수업 파행 운영이 대표적 사례다. 사립 진학률이 높은 도쿄 중심 초등학교는 1월에 학급 학생 3분의 1가량이 입시 준비나 컨디션 관리 등을 이유로 결석했다. 주요 중학교가 시험을 치른 이달 초에는 절반가량이 학교를 빠진 곳도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때는 최소 수업일수마저 채우지 않고 학원이나 개인과외로 향하는 경우도 많았다. 학교에서 ‘코로나 결석’으로 인정해줬기 때문이다. 문부과학성이 2021년 국회 답변을 통해 각 지방자치단체에 “(입시 명목의 결석은) 의무교육 취지와 어긋난다. 등교가 원칙”이라 촉구했지만, 그다지 소용은 없었다. 최근엔 일본에서 이런 중학교 입시 전쟁을 두고 ‘교육 학대’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아사히신문이 최근 보도한 실태에 따르면 공부를 강요한 부모가 초3 자녀를 의자에 묶어둔 사례가 있다. 아이에게 “열심히 하지 않으면 부모 노릇을 그만두겠다”고 폭언하거나, 입시 스트레스를 받은 초등 5학년 어린이가 원형 탈모증에 시달린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9월 서부 사가현에선 초등학교 때부터 부모에게 맞으며 폭언을 듣고 공부했던 학생이 국립대에 입학한 뒤 “복수하겠다”며 부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만든 사건도 발생했다. 피의자는 1심에서 징역 24년형을 선고받았다. 이상훈 도쿄 특파원 sanghun@donga.com}

“너무 떨지 말고. 간바레(힘내).”1일 오전 일본 도쿄 아라카와구 가이세이(開成) 중학교 앞. 아침 일찍 부모 손을 잡고 온 어린이들은 다들 긴장한 표정이었다. 아빠 엄마는 6학년이지만 애기 티를 벗지 못한 자녀들의 등을 토닥토닥 두들기며 학교로 들여보냈다. 한 엄마는 아이가 이미 보이지 않는데도 한참 허공을 보며 열심히 기도했다. 아이의 뒷모습을 휴대폰으로 찍는 아빠의 표정에선 만감이 교차했다. 이날 일본에선 가이세이중을 비롯한 주요 사립 중학교들이 입학시험을 치르며, 중학 입시 전쟁이 본격 시작됐다. 1969년 중학 입시가 폐지된 한국과 달리 일본은 지금도 사립은 입시를 치른다. 과거엔 일부 ‘치맛바람’으로 국한됐지만,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과열 양상까지 나타난다. 한국 대입 뺨치는 뜨거운 중학 입시 열기에 자녀에게 공부를 강요하는 ‘교육 학대’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중학 입시 성공이 명문대 보장” 이날 입학시험을 친 도쿄 가이세이중은 자타 공인 일본 최고 중학교로 꼽힌다. 일본의 주요 명문 사립학교는 중·고교를 합쳐 6년제로 통합한 ‘중고 일관교(中高一貫校)’로 운영한다. 가이세이는 고교에서 100명을 추가로 뽑지만, 중학교 입학생 300명은 고3까지 그대로 간다. 고교 신입생을 아예 안 뽑는 일관교도 많다. 다른 학교에서는 1명도 나오기 어렵다는 도쿄대 합격자가 가이세이에서 지난해 146명이 나왔다. 42년 연속 전국 1위다. 그러다 보니 중학 입시는 명문 학벌로 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계단’으로 여기는 이들이 많다. 좋은 중학교에서 좋은 고등학교를 거쳐 명문대 진학으로 이어지는 꽃길을 탈 수 있다. 일부 대학 부속 중·고교에는 대학으로 갈 수 있는 특별전형 코스까지 있다. 와세다중이나 게이오중을 들어가 와세다고, 게이오고를 거친 뒤 와세다대, 게이오대에 진학하는 방식이다. 일본 전체 중학교에서 사립 중학교 학생 비중은 7.7%이다. 나머지는 대다수가 추첨으로 집 근처 공립 중학교에 간다. 언뜻 사립이 적어 보이지만 명문교가 몰린 도쿄만 놓고 보면 25.5%에 이른다. 진학률 차이는 더 크다. 도쿄 중심지로 도쿄대 등 명문 대학이 몰려 학구열이 높은 분쿄구는 초등학교 졸업생 49.5%가 사립중에 진학했다. 츄오구(43.1%), 미나토구(42.3%) 등 집값 비싸고 교육 환경 좋은 이른바 ‘도쿄 8학군’ 지역의 사립중 진학률 역시 다른 곳보다 몇 배가 높다. 여기에 대입 전형 다양화 등 일본도 대입 제도가 개혁된 것도 사립학교 인기를 부추긴 원인 중 하나다.일본도 저출산 장기화로 학생 수는 갈수록 줄어든다. 하지만 중학 입시에 도전하는 초등학생은 되레 늘고 있다. 입시정보 업체 ‘수도권 모시센터’에 따르면 2014년 4만3000명 수준이던 중학 입시 수험자는 지난해 5만2600명으로 증가했다. 센터는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면서 영어나 정보기술(IT) 등 전문성 교육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는 현 상황을 사립학교가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성적이 좋은 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사립학교들은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거나 드론, 3D프린터를 이용한 과목을 개설하기도 한다. 도쿄에 있지만 캐나다에서 ‘해외학교’ 인가를 받아 일본과 캐나다 중학교 졸업 자격을 동시에 받을 수 있는 학교도 있다. 올해 중학 입학시험을 치는 도쿄의 초등 6학년 엄마인 마쓰모토 씨는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몰린 학교에서 서로 경쟁하며 자극받으면 실력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예전같진 않지만 잘나가는 동창들과 탄탄한 인맥도 구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공교육 방치-교육 학대 논란도일본 언론은 해마다 한국의 수학능력시험 당일 한국의 입시 열기를 대대적으로 보도해왔다. 고사장 앞에서 후배들이 목이 터져라 응원하거나 경찰차를 타고 아슬아슬하게 입실하는 모습은 일본 TV에서 자주 소개돼 일본인들도 익숙하다. 이런 요란한 풍경은 없지만, 일본의 중학교 입시 열기는 한국 대입 못지않다. 한 입시전문가는 “한국 초등 사교육은 멀리는 대입, 가깝게는 특수목적고 등의 입시를 준비하는 ‘사전 준비’에 가깝다면, 일본 중학 입시는 12~13세 때 인생의 큰 진로가 결정되는 ‘본선’”이라고 했다. 초등학교 성적순으로 명문중에 가고 이 아이들이 수월성 교육을 받아 명문대까지 진학하는 경우가 많아 중학교 입시는 평생의 학벌을 좌우하는 구조가 되고 있다. 일본에선 “대학 입시는 중학 입시의 패자부활전”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중학교 입시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분위기다. 입시 시험은 초등 6학년 졸업에 맞춰 치르지만, 시험 준비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사실상 시작된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30대 주부는 “3학년부터 시작하는 게 보통이고, 4학년부터 시작하면 늦었다고 한다. 5학년에 시작하기는 무리”라고 귀띔했다. 유명 입시학원 체인인 E사의 중학 입시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초1·2 대상 ‘주니어 코스’부터 초3·4 ‘중입 준비 코스’, 초5·6의 학교 수준별 입시 대책 코스 등이 있다. 고학년 주 3회 수업 기준 학원비는 월 6만 엔(54만 원) 안팎이다. 최대 월 20만 엔(180만 원)이 넘는 1대1 강습도 인기다. 학원 인근은 오후 9시 전후 끝나는 수업에 맞춰 자녀를 데리러 온 학부모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최근 자녀를 중학교에 보냈다는 40대 신문기자는 “초등학생 때인 1980년대에는 한 반에 2, 3명 정도가 입시 준비를 했지만 요즘엔 2, 3명을 제외한 대부분이 입시 준비를 한다”며 “어렸을 때는 중학 입시를 준비하는 애들이 신기했는데, 지금은 학원에 안 다니는 애들을 이상하게 보는 분위기”라 말했다. 도쿄 중심 지역에서 입시로 가는 사립중 진학률이 40%대라는 건 실제 입시 준비생은 2배가량으로 많다는 뜻이다. 중학교 입시가 지나치게 과열돼 사회적 문제로 번지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최근 도쿄 주요 초등학교의 6학년 수업 파행 운영이 대표적 사례다. 사립 진학률이 높은 도쿄 중심 초등학교는 1월에 학급 학생 3분의 1가량이 입시 준비나 컨디션 관리 등을 이유로 결석했다. 주요 중학교가 시험을 치른 이달 초에는 절반가량이 학교를 빠진 곳도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때는 최소 수업일수마저 채우지 않고 학원이나 개인과외로 향하는 경우도 많았다. 학교에서 ‘코로나 결석’으로 인정해줬기 때문이다. 문부과학성이 2021년 국회 답변을 통해 각 지방자치단체에 “(입시 명목의 결석은) 의무교육 취지와 어긋난다. 등교가 원칙”이라 촉구했지만, 그다지 소용은 없었다. 최근엔 일본에서 이런 중학교 입시 전쟁을 두고 ‘교육 학대’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아사히신문이 최근 보도한 실태에 따르면 공부를 강요한 부모가 초3 자녀를 의자에 묶어둔 사례가 있다. 아이에게 “열심히 하지 않으면 부모 노릇을 그만두겠다”고 폭언하거나, 입시 스트레스를 받은 초등 5학년 어린이가 원형 탈모증에 시달린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9월 서부 사가현에선 초등학교 때부터 부모에게 맞으며 폭언을 듣고 공부했던 학생이 국립대에 입학한 뒤 “복수하겠다”며 부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만든 사건도 발생했다. 피의자는 1심에서 징역 24년형을 선고받았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2022년 피살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어머니로 일 보수정치계의 ‘대모’로 불렸던 아베 요코(安倍洋子) 씨가 4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95세. 일본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고인은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 용의자였던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의 장녀다. 신문기자였던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郎) 전 외상과 1951년 결혼해 아들 셋을 낳았다. 남편은 결혼 뒤 기시 전 총리 비서로 정계에 입문했다. 남편이 별세한 뒤 차남인 아베 전 총리가 지역구를 물려받고 정치적으로 성장한 데는 고인의 공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1992년 출간한 자서전에는 “아들을 정치에 입문시킨 뒤 자민당 주요 실력자들을 찾아가 ‘잘 키워달라’며 고개 숙이고 인사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기시-아베 가문은 지금까지 총리 3명과 장관 2명을 배출해, 일본에선 고인을 ‘보수파의 갓 마더(대모)’라 부르기도 한다. 실제로 고인은 아들이 총리일 당시 정치적 조언을 건네고 아베파 의원 부인 모임을 주최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했다. 대만의 유력 정치인들을 자택에 초청해 대접하기도 했다고 한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미국 대표 철강기업 US스틸을 일본 기업이 사들인다고 발표한 가운데, 11월 미 대선에서 경쟁하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모두 반대 의사를 밝혔다. 경제 안보와 일자리를 두고는 중국은 물론이고 핵심 동맹국인 일본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한 것으로, US스틸 인수가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국철강노동조합(USW)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인수 반대를) 지지한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밝혔다. 노조 측은 “(일본제철의 인수는) 조합원과 국가의 이익을 위험에 빠트린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우리를 밀어주는다는 개인적 확약을 얻어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지난해 말 US스틸 인수에 대해 “조사 결과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적절한 행동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다소 모호한 태도를 보였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반대 입장을 밝힌 셈이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일본의 인수를) 즉시, 무조건 막을 것”이라며 “US스틸이 일본에 팔리는 건 너무 끔찍하다. 우리는 일자리를 미국으로 되찾아오길 원한다”고 말했다. 야당 공화당 대선 후보로 유력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US스틸 인수를 공개 반대하자 노조를 의식해 바이든 대통령의 태도가 바뀐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에서는 미 철강 산업의 상징이자 122년 역사의 US스틸이 일본에 팔리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철강 산업 기반 약화, 기술 유출 등도 우려하고 있다. US스틸 공장이 있는 미시간주와 펜실베니아주는 이번 미 대선의 격전지로 평가받는다. 이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이 지역 노동자의 지지를 얻는 것에 사활을 걸고 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