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양환

정양환 부장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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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양환 기자입니다.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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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06~2025-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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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복을 빕니다]“죽는 날이 은퇴 날”… 영원한 희극의 나라 무대로 떠나다

    “웃음에는 퇴직이 없소. 나 죽는 날이 은퇴하는 날이오.”(1997년 자서전 ‘코미디 위의 인생’에서) 영원한 ‘막둥이’, 한국 코미디의 큰 별 구봉서(具鳳書) 씨가 27일 세상에 은퇴를 고(告)했다. 향년 90세. 유족 측은 구 씨가 폐렴으로 열흘 전쯤 입원해 치료를 받던 중 갑자기 상태가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고인은 1945년 악극단 희극배우로 시작해 배삼룡 서영춘 곽규석 등과 함께 텔레비전 코미디의 기틀을 잡은 1세대 코미디언이다. 400여 편의 영화와 980여 편의 방송에 출연했으며 ‘형님 먼저 아우 먼저’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등의 유행어로도 인기를 얻었다. 구 씨는 2009년 목욕탕에서 넘어지며 뇌출혈을 일으켜 뇌수술을 받은 뒤 휠체어 신세를 져왔다. 서울성모병원에 마련된 빈소에는 27일과 28일 고인의 절친한 친구인 송해 씨(89)를 비롯해 윤복희, 서수남, 엄용수, 이홍렬, 심형래, 유재석, 강호동 등 연예계 동료와 후배들이 찾아와 희극계 대부의 영면을 슬퍼했다. 평소 대중에게 웃음을 주던 코미디언, 개그맨들은 이날만큼은 침통한 얼굴로 안타까운 눈물을 흘렸다. 특히 고인보다 한 살 적은 송해 씨는 28일 오전부터 밤 12시까지 세 차례나 빈소를 들러 조문했다. 송 씨는 “두 달 전에 고인을 만나 뵀는데 그때도 그렇게 밝은 웃음을 지으셨다”며 “오늘도 오후에 비가 왔는데 병원 근처에 무지개가 뜬 모습을 보니 구 선생이 우리에게 끝까지 웃음을 짓게 해주신 것 같다”고 추모했다. 송 씨는 또 “구 선생이 돌아가셔서 이제는 내가 코미디언계에서 최고령이 됐다”며 “코미디언 후배들에게 늘 ‘책을 읽으라’고 말씀해 주셨던 고인처럼 후배들을 잘 챙기겠다”고 말했다. 고인을 따랐던 후배인 엄용수 한국방송코미디협회장은 “코미디는 물론이고 영화 악극 등 다양한 장르에서 보여준 출중한 연기는 후배들이 따라가기 벅찰 정도였다”며 “코미디언 중에 어려운 사람이 많으니 ‘조의금을 받지 마라’는 유언을 하셨던 가슴 따뜻한 분”이라고 말했다. 1926년 11월 평양에서 태어난 고인은 19세에 ‘태평양 악극단’의 단원이 되며 희극 무대에 데뷔했다. 고인은 1956년 영화 ‘애정 파도’에 출연하며 활동 무대를 스크린으로 옮겼다. 그에게 ‘막둥이’란 별명을 안겨준 작품은 코미디언 이종철 김희갑 양훈과 출연한 영화 ‘오부자(五父子·1958년)’였다. 이후 희극영화 전성시대를 열며 1960년대 중반까지 배우로 활동했다. 그가 출연한 유현목 감독의 영화 ‘수학여행’(1969년)은 국내 최초로 테헤란 국제영화제에서 작품상도 받았다. 방송에서 MBC ‘웃으면 복이 와요’는 고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프로그램이었다. 1969년부터 1985년까지 15년 8개월간 한 회도 빠짐없이 개근했다. 고인은 1963년 동아방송 개국 라디오 프로그램인 ‘안녕하십니까? 구봉서입니다’를 진행하며 사회 풍자도 선보였다. 5분간 원맨쇼로 진행된 이 프로그램에서 그는 “이거 되겠습니까, 이거 안 됩니다”라는 말을 유행시켰다. 그는 생전 한 인터뷰에서 “코미디는 그냥 웃고 마는 게 아니다.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말초적인 개그는 사람들을 잠깐 웃길 수 있지만 생각하게 할 순 없다”고 강조했다. “찰리 채플린처럼 웃음의 이면에 슬픔이 묻어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고인이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었다. 고인은 2009년 뇌출혈로 뇌수술을 받기 전까지 “웃음을 주는 직업이 진정 보람되다”며 왕성한 무대 활동을 이어갔다. 2002년에는 평생지기 배삼룡과 함께 ‘그때 그 쑈를 아십니까’란 작품도 선보였다. 그는 2010년 2월 배삼룡이 세상을 뜨자 “(같이 활동하던 사람 중) 두 사람밖에 안 남았는데 한 사람이 갔으니 이젠 내 차례인가 싶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2013년엔 대중문화예술상인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그는 생전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구봉서를 떠올리며 ‘그래 옛날에 구봉서가 있었지. 그 사람 코미디할 때 좋았어. 지금은 살았나 죽었나’ 그래주면 고맙고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유족은 부인과 네 아들이 있다. 발인은 29일 오전 6시. 장지는 경기 남양주시 모란공원.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6-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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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요판 커버스토리]아재파탈 이전엔 ‘줌마렐라’ 신드롬

    “아재파탈? ‘줌마렐라’가 한참 먼저야.” 최근 중년 남성의 매력을 상찬하는 말 ‘아재파탈’이 화제지만 중년 여성 ‘아줌마’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보여주는 유행어는 훨씬 이전부터 존재했다. 2000년대 후반 돌풍을 일으켰던 ‘줌마렐라’다. 아줌마와 신데렐라를 합친 줌마렐라는 “경제적 능력을 갖추고 자신을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하며 적극적으로 사회 활동을 하는 기혼 여성”(국립국어원 신어 자료집)을 일컫는다. 당시 한국 사회에 만연한 ‘아줌마는 억척스럽고 무례하고 외모에 둔감하다’는 차별적 통념을 뒤집는 의미가 담겼다. 아재파탈과 마찬가지로 줌마렐라 역시 대중문화 쪽에서 먼저 통용됐다. 2008년 고 최진실이 출연했던 MBC 드라마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이 신드롬을 촉발시켰던 작품이다. 당시 인기가 다소 하락세였던 최진실은 이 작품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이듬해 MBC 드라마 ‘내조의 여왕’에 출연했던 배우 김남주는 줌마렐라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인기 연기자였지만 다소 어정쩡한 이미지였던 그는 ‘기혼 여성의 워너비(Wannabe·닮고 싶어 하는) 스타’로 등극했다. 이후 아줌마 관련 유행어는 ‘줌마 파워’ ‘줌마 파탈’ 등 다양한 방식으로 유통됐다. 최근엔 tvN 드라마 ‘굿 와이프’의 전도연이나 SBS 드라마 ‘끝에서 두 번째 사랑’에 출연한 김희애 등이 선두주자들. 다만 아재와 비교할 때 ‘줌마…’ 배우들은 20대 때부터 외모가 뛰어났고 40대 들어서도 ‘여전히’ 이를 유지하는 여성이다. 한 교수는 “젊었을 때부터 자기관리를 철저히 잘해온 여배우들이 주로 주목받는다”며 “모든 면에서 특출한 ‘능력자’ 기혼 여성을 바라는 사회적 분위기도 내재돼 있다”고 말했다. ‘개저씨’(개념 없는 아저씨를 비하한 말)와 같이 중년 여성을 비하하는 신조어도 많다. 운전이 서툰 중년 여성을 비꼬는 ‘김 여사’나 지나치게 자기 자식만 감싸는 엄마를 뜻하는 ‘맘충(蟲)’ 등이다. 한 심리학자는 “다른 성(性)이나 연령대, 계층을 폄하하는 유행어는 자기도 모르게 왜곡된 차별의식에 젖어들게 만들어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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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요판 커버스토리]꽃중년의 재발견 ‘아재’ 전성시대

    대한민국의 ‘아재’가 달라졌다. 국어사전에 오른 아재의 뜻은 짧고 명료하다. ‘아저씨의 낮춤말.’ 주로 중년 남성을 예사롭게 부르는 이 말엔 10년 전만 해도 꽤나 폄하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2016년 한국사회에서 아재는 상반된 뉘앙스로 받아들여진다. 최근 대중문화 분야의 유행어 ‘아재파탈’ ‘아재개그’ 등을 보면 좀 더 분명해진다. 아저씨한테서 치명적인 매력을 느끼고 그들의 농담 코드를 받아들인다. 심지어 20대 초반 걸그룹 여성이 스스로를 “아재스럽다”고 칭하며 털털하고 편안한 성격임을 강조하는 표현으로 사용한다.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인식조사를 보면 이런 성향은 더욱 뚜렷이 드러난다. 조사 전문업체 ‘엠브레인’과 최근 2일간 1000명에게 모바일 설문을 벌인 결과, ‘아재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촌스럽다”(35.5%)와 “다정하다”(27.2%)가 “답답하다”(9.8%)나 “권위적이다”(8.9%)보다 3배가량 높았다. 다소 시대에 뒤떨어지는 면이 있어도, 아재 하면 소통에 취약한 ‘꼰대’를 떠올리던 과거와 달리 긍정적인 인상을 갖고 있었다. 바뀐 것은 이미지뿐만이 아니었다. 이 시대 아재들은 ‘외모’부터 달라졌다. 엠브레인 설문조사에서도 43.9%가 ‘요즘 아재들은 과거보다 미용이나 패션에 훨씬 신경을 많이 쓴다’고 답했다. ‘그렇지 않다’는 28%에 그쳤다. 주철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지금 아재들은 소비문화가 절정이던 1980, 90년대에 청년기를 보낸 세대다 보니 중년이 되어서도 여전히 사회 문화적 주체로 활동한다”고 분석했다.● 오빠보다 더 멋진 아저씨… ‘아재파탈’ 매력에 열광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재우 씨(47)는 최근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 큰누나네 조카가 자신을 자꾸만 ‘아재’라고 불렀기 때문. 서울 출신이라 익숙지 않아서 그런지 몇 번 웃어넘기다가 결국 기분이 상해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고 점잖게 타일렀다. 그랬더니 중학생인 조카는 오히려 황당하다는 듯 대꾸했다. “삼촌, 뭘 모르시네. ‘아재’는 좋은 뜻이에요. 요새는 멋진 아저씨를 아재라 불러요.” 21세기 한국사회에서 아재는 이제 낮춰 부르는 말이 아니다. 최근엔 긍정적인 이미지가 더 크다. 옛날 같으면 ‘꽃미모’가 아니라서 크게 주목받지 않았던 중년 연예인들이 ‘소년보다 아재’라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 생활로도 확장됐다. 엠브레인 설문조사에서 34.2%가 “주위에 ‘아재파탈’이라 부를 만한 중년 남성이 많이 늘었다”고 응답했다. 2016년 한국은 왜 아재에 열광하고 있을까. 진짜 우리 사회의 아재들이 각광받는 시대가 온 것일까. 대중문화와 SNS에서 촉발된 아재 열풍 전문가들은 최근 아재 신드롬은 주로 대중문화에서 출발했다고 보고 있다. 이전에도 온·오프라인에서 아재란 표현을 써 왔지만, 아재와 옴파탈(치명적 매력을 가진 남성)이 결합한 아재파탈이란 신조어가 등장하며 폭발력을 얻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올해 1∼3월 방영했던 tvN 드라마 ‘시그널’에 출연한 배우 조진웅은 아재파탈의 ‘원조국밥’에 해당한다. 기존 한국 드라마 속 남성 주인공은 주로 탁월한 외양을 기본으로 근사한 직업을 가진 이들이 우위를 차지해 왔다. 그러나 조진웅이 연기한 형사 이재한은 비교적 평범한 외모에 인간적이면서도 불의에 맞설 줄 아는 캐릭터였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40대 조연 이미지가 컸던 그가 화려한 스타성에 기대지 않고 단단한 연기력과 친근함만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았단 뜻에서 아재파탈이란 찬사가 뒤따랐다”고 말했다. 이후 아재파탈은 광범위하게 회자됐다. 울퉁불퉁 근육질 몸매와 달리 능청스러운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 마동석,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까칠하지만 잔정을 드러낸 배우 이서진 등에게도 ‘아재파탈’이란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이렇다 보니 유행에 기대 여기저기 갖다 쓰는 ‘범람’ 현상까지 보인다. 다양한 주제로 연예인 순위를 매기는 tvN 예능 ‘명단공개 2016’은 5월 ‘오빠보다 매력 터지는 아재파탈 스타’에서 배우 정우성이나 에릭도 아재로 뽑았다. 한 대중문화평론가는 “초기 아재파탈은 진짜 아저씨이면서 매력 있는 이를 지칭하는 용어였지만 최근엔 기존 꽃미남까지 나이만 좀 있으면 다 아재파탈로 엮는 ‘남용’이 생겨났다”고 했다. 아재파탈과 함께 아재 열풍을 이끈 또 하나의 키워드는 ‘아재개그’다. 원래 아재개그는 흔히 ‘쌍팔년도 개그’라 불렀던 철 지난 언어 유희를 가리켰다. ‘늘 배고픈 나라는 헝가리’, ‘제일 오래된 다리는 구닥다리’라는 식이다. 주로 중년 아저씨들이 즐기는 말장난이 재미없고 고루하단 비하의 뜻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만나며 아재개그는 ‘환골탈태’의 상황을 맞았다. 호흡이 긴 문장보단 짤막한 글을 선호하는 SNS에서 간단명료한 말장난은 궁합이 잘 맞는 놀이였다. 이는 아재 연예인의 개그도 새로이 조명받는 밑거름이 됐다. 대표적 사례가 가수 김흥국이다. 사실 그는 오랜 세월 비슷한 어투로 농담만 반복하는 막무가내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개그맨 조세호에게 던진 “안재욱 결혼식 때 왜 안 갔어” 한마디로 ‘흥궈신(흥국+예능 신)’이란 애칭까지 얻었다. 사실 이 ‘맥락 없는’ 대화는 지난해 벌어진 일이지만, 온라인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재생산되고 소비되며 화제를 모았다. 이번 엠브레인 조사 ‘아재 하면 떠오르는 연예인’ 질문에서도 김흥국이 50.8%의 지지를 얻으며 조진웅(19.7%) 마동석(11.5%)을 제치고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기성세대 풍자 강하지만 소통의 기회 될 수도 그렇다면 한국 사회의 ‘아재 홀릭(holic)’은 어떤 사회적 의미를 담고 있을까. 일단 아재의 ‘쪽수’가 확연하게 늘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행정자치부와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5년 40, 50대 남성은 870만여 명. 417만 명을 살짝 웃돌던 1990년보다 453만 명이 늘어,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남성 전체 인구는 1990년 2178만 명에서 2015년 2576만 명으로 398만 명밖에 늘지 않았다. 다른 연령대가 비슷한 수치를 유지하는 동안 ‘아재’들이 잔뜩 불어난 셈이다. 아재의 양적 확산은 같은 연령대 여성과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40, 50대 여성인 ‘아줌마’는 1990년 478만 명에서 2015년 848만 명으로 370만 명 정도가 늘어났다. 25년 동안 아재가 아줌마보다 84만 명이 더 많아진 것이다. 1990년엔 아줌마가 아재보다 61만 명이 많았는데, 2015년엔 오히려 아재가 아줌마보다 22만 명이나 더 많아졌다. 인구 증가에 비례해 사회적 영향력도 자연스레 커졌다. 2012년 대선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던 것은 50대 투표였다. 예전 같으면 대중문화에서 주류에서 밀려났던 40, 50대가 지금은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것도 무관하지 않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는 “대중문화는 과거엔 10, 20대를 주류로 보는 경향이 강했지만 이젠 다양한 계층이 목소리를 내는 시대”라며 “현재의 중년은 TV와 영화, 가요를 적극적으로 즐기는 주류 소비층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대중문화에서 변방으로 취급됐던 아재의 목소리가 커질 환경이 조성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우리 사회에서 아재의 위상까지 올려놓았다고 보긴 아직 힘들다. 아재파탈, 아재개그와 비슷한 시기에 크게 유행한 ‘개저씨’란 신조어만 봐도 알 수 있다. 개와 아저씨의 합성어로 주로 약자에게 ‘갑질’ 하는 중년 남성을 뜻하는 이 말은 우리 사회가 아재를 ‘꼰대’로 보는 시각 또한 여전함을 짐작게 한다. 실제로 엠브레인 조사에서도 ‘아재가 지닌 단점’(복수 응답)에 대해 ‘시대에 뒤처진다’(64.0%)와 함께 ‘소통이 부족하다’(55.8%) ‘고집이 세다’(44.4%) ‘자기 중심적이다’(33.2%)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한 사회학자는 “현재 아재 코드는 존경보단 기성세대에 대한 풍자의 의미가 강해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TV나 인터넷에서 아재에 주목하는 이유도 지금 이 순간 ‘상품 가치’가 높기 때문일 뿐이란 의견도 있다. 아재의 사회적 인식 변화에 반응한 게 아니라 대세를 좇았단 얘기다. 실제로 파일럿으로 화제를 모은 뒤 26일부터 정규 편성된 SBS ‘다시 쓰는 육아일기! 미운 우리 새끼’나 순간 최고 시청률이 7%를 넘으며 화제몰이 중인 채널A ‘아빠본색’을 보면 대중문화가 아재를 소비하는 전형적인 방식을 보여 준다. 김흥국 김구라 김건모 등 아재 연예인들은 최신 트렌드에 익숙하지 않고, 헛헛한 농담을 즐기며, 젊은 세대와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 한 예능 PD는 “요즘 아재 소재의 유행은 단발성 화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며 “물의를 일으키는 아재 연예인이 나오거나 중년 남성과 관련된 사회적 논란이 생기는 순간 거품은 그대로 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너무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이런 풍조가 어려웠던 세대 간의 소통 창구를 마련할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카에게 아재라 불렸던 김재우 씨는 “오해가 풀린 뒤 옛날에 유행했던 말장난을 몇 개 들려줬더니 조카가 엄청 좋아했다”며 “왠지 모를 공감대를 형성한 기분이었다”고 귀띔했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아재 문화가 하나의 고유한 영역으로 받아들여진다면 사회적 문화적 다양성을 풍부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어쩌면 아재 신드롬은 의도했건 아니건 누군가가 다른 세대에게 내민 손일 수도 있다. 그걸 굳이 내칠 까닭은 딱히 없지 않나. ‘나는 아재 마흔 넘은 아재/결혼도 안 했고 집도 없지만/걱정은 No 나만 믿어 봐/한 번만 털어주면 다 쓰러지니까… 내가 부끄럽니/내가 실수했니/나는 너희가 좋아/우리랑 계속 놀아 주라.’ (그룹 노라조의 노래 ‘아재’에서)정양환 ray@donga.com·김정은·이지훈 기자}

    • 201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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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선도 떨어지는 퓨전사극… 배우들만 보여

    간만이다. 이렇게 손발이 오그라들기는. 22일 첫 방송을 시작한 KBS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연출 김성윤 백상훈)은 ‘정통 로맨틱코미디’다. 조선 궁궐이 무대인 사극 아니었냐고? 아니다. 그냥 한복 입고 말투만 그럴 뿐. 이젠 하도 써서 신선도가 떨어지는 ‘퓨전 사극’이란 말에 속지 말자. 소개 글부터 보라. “츤데레(무뚝뚝하나 속정 깊은 이를 일컫는 일본식 신조어) 왕세자 이영과 남장 내시 홍라온의 예측불허 궁중위장 로맨스.” 남장한 여성 주인공을 감싸주는 ‘금수저’ 남성 주인공. 언뜻 떠올려도 윤은혜(커피프린스1호점) 박민영(성균관스캔들) 박신혜(미남이시네요) 문근영(바람의 화원)…. 조만간 축구팀도 만들 기세다. 한 포털 사이트에서 2013년 연재 당시 조회 수 1위였던 웹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는 가벼운 기운이 옹골차다. ‘그녀는 예뻤다’(박진영)가 배경음악으로 흐르고, 모자이크가 등장하며, 패러디와 최신 유행어가 넘친다. 집어 던진 뱀이 TV 화면에 부딪혀 떨어지는 장면은 개그만화를 보는 착각마저 든다. 웃자고 만든 작품에 왜 정색하느냐고? 문제는, 안 웃기니까 하는 말이다. 물론 매력도 있다. tvN ‘응답하라 1988’의 택이가 이렇게 능청스러운 연기자였다니. 박보검(이영)은 화면을 찢고 나와 “나 보여줄 게 정말 많아”라고 외친다. 17세 김유정(홍라온)은 왜 저리 어려도 주연이 되고 넘치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런데 두 주연을 비롯해 배우들에게 작품이 너무 기댄다. 화면에 예쁘게만 잡아주는 게 다는 아닐 텐데.★★☆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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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맨 인 컬처]수백만 관객이 선택한 영화… 애국심 잣대로만 판단해서야

    “올해 ‘황야의 결투’는 모두가 승자였다.” 이게 뭔가. 올림픽도 아니고 다 이겼다니. 에이전트41(김배중)은 자기가 써 놓고도 헷갈렸다. 하나 올해 여름 영화시장은 확실히 그랬다. 4대 배급사가 총출동해 500억 원(총제작비) ‘전쟁’을 벌였는데 패자가 없다. 물론 22일 기준으로 ‘부산행’(약 1125만 명)이 가장 크게 웃었지만, ‘인천상륙작전’(679만 명) ‘터널’(524만 명) ‘덕혜옹주’(490만 명)도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요원 모두 ‘손에 손잡고’(서울 올림픽 주제가)라도 부르려 했으나, 찜찜한 대목은 남아 있다. 영화계 단골손님인 ‘국뽕’ 논란 때문이다. ‘나라 국(國)’과 ‘히로뽕’을 합친 말로 지나친 애국주의를 비하한단 설명도 이젠 머쓱할 정도. 영화계 일각에서는 올해 6·25전쟁이 소재인 ‘인천…’이 바통을 이어받았다고 주장했다. ‘국뽕에 기댄 졸작’이란 평과 ‘국뽕으로 폄훼된 수작’이란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그 뽕에 취했건 안 취했건 다들 ‘뽕 타령’이다. 불끈한 에이전트2(정양환)는 우악스럽게 41의 손을 잡아끌었다. “우리도 뽕 따러 가자.”○ 진짜 영화계 좀비는 국뽕 논쟁 뽕밭의 발원지는 요원도 찾기 어려웠다. 2012년 전후 한 인터넷 커뮤니티로 알려졌으나 명확하진 않다. “한민족이 수메르 왕국을 세웠다” 같은 국수주의적 역사관에 대한 조롱이었다는 게 정설로 통한다. 영화계에선 이 용어 등장 전부터 ‘국뽕’ 사태가 존재했다. 2007년 심형래 감독의 ‘디 워’가 본격적인 발화점이었다. 애국심 호소와 작품성 논란으로 뒤범벅된 영화는 관객 785만5474명(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이 들며 흥행했으나 170억 원의 적자를 봤다. 옳건 그르건, ‘디 워’가 증명한 애국의 티켓 파워는 쭉 이어졌다. 역대 흥행 1, 2위인 2014년 ‘명량’(약 1762만 명)과 ‘국제시장’(약 1426만 명)은 모두 국뽕 논란이 불거졌던 작품. 지난해 600만 명이 넘은 ‘연평해전’도 마찬가지다. 한 영화제작자는 “과거엔 이런 논란을 불편해했으나 요즘은 하나의 마케팅 기법으로 인식된다”며 “인천상륙작전이나 덕혜옹주는 기획 단계부터 이를 활용할 것이란 얘기가 돌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인천…’도 수혜자일까. 한 배급사 관계자는 “‘천만 영화’를 5편이나 내놓은 CJ로선 순제작비가 147억 원이나 들어간 대작에 더 높은 기대를 했을 것”이라며 “수익은 내겠지만 ‘국뽕의 한계’를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반면 한 홍보대행사 대표는 “개봉 전부터 워낙 욕을 먹어 현재 스코어에 가슴을 쓸어내린단 후문”이라며 “중장년층이 찾게 만드는 ‘애국심 코드’는 여전히 위력적이다”라고 말했다. 같은 결과를 놓고서도 평가가 엇갈리는 형국이다.○ 누굴 위하여 논란을 불태우나 문제는 ‘국뽕’ 딱지가 붙는 순간 다른 요소는 논외가 된다는 점이다. 요원들이 접촉한 ‘인천…’을 보지 않은 이들은 대다수가 ‘국뽕’에 거부감이 컸다. 대학생 박준형 씨(27)는 “취업과 결혼 등 현실적 문제로 벅차 애국심 얘기만 거론해도 불편하다”고 말했다. 반대로 한 50대 주부는 “나라 사랑을 되새긴 교훈적 작품”이라며 “무조건 뒤떨어진 보수우익으로 모는 분위기가 싫다”고 답했다. 한 영화평론가는 “‘디 워’ 때처럼 무 자르듯 찬반으로 갈려 생산적 토론을 벌일 기회조차 없다”고 아쉬워했다. 평단이 사람들의 취향을 살피는 데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연예기획사 이사는 “평론가는 만듦새에 집중해 흥행 전망에 취약한 경향이 있다”며 “자기반성 없이 700만 관객의 선택을 국뽕 잣대로 판가름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논란이 갈등만 키운단 우려도 컸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가 양극화되고 소속감이 붕괴된 상태에서 무조건적 애국심 강조는 간극을 더 깊게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도 “정부나 사회지도층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고 국가가 국민을 보호한다는 믿음을 심어줘야 이런 논쟁도 잦아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에이전트2는 다시 ‘인천…’을 봤다. 실은 그도 개봉 전 무지 박한 평점을 줬다. 무엇을 놓쳤기에 ‘병론가(평론가 비하)’가 됐나. 근데 대통령도 20일 영화를 관람했단다. 아, 흥행 예측은 실패했던 한 평론가 이건 또 맞히다니. “아마 곧 대통령이 ‘인천…’을 볼 겁니다. 칭찬도 하겠죠. 아무 문제 없습니다. 하지만 예상대로죠. 이런 상상을 해봐요. 대통령이나 여당이 ‘부산행’이나 ‘터널’을 보는 겁니다. 그리고 ‘세월호, 메르스가 떠올랐다. 재발 방지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란 메시지를 남기는 거죠. 그럼 이런 국뽕 논란, 뭐가 중요하겠습니까.”(다음 편에 계속)  정양환 ray@donga.com·김배중 기자}

    • 201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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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양환 기자의 억지로 쓰는 문화수다]폴리는 어지르고, 엠버는 왜 치우기만 할까

    더워도 너무 덥다. 어디 나가기조차 버겁다. 아빠 엄마가 허덕이니 다섯 살 사내아이는 심심하다 난리. 지난 휴일, 아이스크림 하나 쥐여 주곤 TV를 켰다. 마침 좋아라 하는 만화영화 ‘출동! 슈퍼 윙스’ 시간. 겨우 숨 좀 돌렸다. 허나 아이는 가만히 보질 않는다. 이것저것 조잘댄다. 쟤는 누구고, 저 친구는 어떻고. 근데 한마디가 귀에 콕 박혔다. “아빠, 아리는 여자라서 저렇게 인사하는 거야.” 슈퍼 윙스는 택배 비행기들이 주인공. 아리는 헬리콥터인 여성 캐릭터다. 온몸이 핑크라 얼핏 봐도 안다. 아리 인사는 확실히 달랐다. 걸그룹 안무처럼 다리 꼬고 윙크한다. 나머진 쩍 벌리고 경례하는데. 유아 애니메이션에서 왜 이렇게까지. 이런 불편함이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었나 보다. 최근 인터넷 청원사이트 ‘아바즈’엔 EBS를 상대로 “애니메이션의 성(性) 차별적 내용을 줄이자”란 주장이 올라왔다. 현재 1000명 넘게 서명하며 적지 않은 이가 공감했다. 내용은 이렇다. 서울 한 초등학교 교사가 학생들과 TV 만화를 봤더니, 양성평등에 어긋나는 대목이 많았단다. 먼저 ‘뽀롱뽀롱 뽀로로’ ‘꼬마버스 타요’ ‘로보카 폴리’ 등의 평균 남녀 성비는 3 대 1. 행정자치부의 7월 기준 남녀 인구수가 각각 약 2580만 명으로 1 대 1(심지어 여성이 2만9234명 많다)인 현실과 동떨어진다. 복장이나 성격도 고루하다. 여아 캐릭터는 주로 핑크 계열로 치마와 머리핀을 착용한다. 뽀로로나 타요는 ‘씩씩’ ‘명랑’한데, 루피 엠버는 ‘상냥’하다. ‘뭐, 이게 대수냐’고 할 수 있다. 그럼 에피소드를 들여다보자. ‘로보카 폴리’ 시즌1 15회엔 청소를 도맡아 힘겨운 엠버가 나온다. 폴리와 로이는 마을 순찰을 간다며 훈련장 정리를 당연한 듯 부탁한다. “왜 나만 치우나”며 속상한 엠버. 친구들이 달래는 말도 “도와주지 못해 미안해.” ‘똑같이’ 하자가 아니고. 정리는 여전히 엠버 몫이다. ‘꼬마버스 타요’는 어떤가. ‘공주님이 되고 싶어요’에서 라니는 예쁜 드레스를 부러워하며 공주를 꿈꾼다. ‘하나누나의 외출’에선 타요 로기는 뛰어노는데, 라니는 TV만 본다. ‘뽀롱뽀롱 뽀로로’ 시즌2 10회는? 루피는 예쁜 머리핀을 칭찬받고 싶은데 다들 몰라봐 속상하다. 끝내 알아본 건 같은 여성 캐릭터 패티였다. EBS 측 설명을 들어보자. “전체를 봐주면 좋겠어요. 여성이 주인공이거나 올바른 의식을 담은 애니메이션도 꽤 있습니다. 요즘엔 제작 때부터 남녀 구분하지 않고 ‘또래 어린이’라 불러요. 앞으로도 고착화된 성역할을 전달하지 않도록 유념하겠습니다.” 어쩌면 이건 좋은 징조일지 모른다. 예전 만화는 더 심각했으니. 황중환 조선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도 “결국 어린이 만화도 그 사회의 인식 수준을 반영하는데 과거엔 이런 문제 제기조차 드물었다”며 “이런 논의가 애니메이션을 더 건강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부모는 걱정이다. 한 심리학자는 “어릴 때부터 무의식적으로 왜곡된 인식을 지니는 ‘고정관념의 위협(Stereotype threat)’에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앞으로도 만화는 볼 텐데. 그때마다 눈에 쌍심지 켜고 지켜야 하나. 에고, 오늘 저녁엔 아이에게 핑크가 얼마나 근사한 색깔인지 일러줘야겠다. 나부터 한걸음씩.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6-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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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맨 인 컬처]가랑이 찢어진 ‘기러기’와 여유만만 ‘독수리 아빠’만 남았다

    《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에이전트5는 실종, ‘덕후’도 겸하는 7은 연락두절. 41은 타 행성 출장. ‘우먼 인 컬처’의 23과 31은 ‘염색체’ 운운하며 데면데면. “그래, 요원은 원래 혼밥(혼자 먹는 밥)이지.” 그러나 허세는 찰나. 문득 에이전트2(정양환)는 지구에 온 후 처음으로 이 바글바글한 별이 휑해 보였다. 혜리 도시락 들고 퇴근한 3일. 적막이나 깰 겸 TV를 켰다. 채널A를 틀자 ‘아빠본색’이란 예능 프로그램이 방영됐다. 불쑥 ‘들이대는’ 콧수염 아저씨. “호랑나비 김흥국? 나비족이면 ‘깐따삐야’ (둘리 친구 도우너 고향) 근처 별 외계인인데….” 아, 요원의 짐작은 빗나갔다. 그는 곤충이 아니라 조류였다. ‘기러기 아빠.’ 어떻게 나는지 알 수 없으나 울음이 구슬픈. 문득 눈시울이 붉어진 에이전트2는 변진섭 1집 ‘홀로 된다는 것’ 카세트테이프를 꺼내 틀었다. 저 요상한 생명체를 캐보리라 다짐하며. 》○ 날개는 없다, 왼손은 (돈) 부칠 뿐 놀랍게도 기러기 아빠는 한반도 전역에 서식한 지 오래였다. 1990년대 조기유학 열풍 이후 국립국어원의 ‘2002년 신어’ 보고서에 실렸으니 최소 ‘막걸리 17년’급. 미국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도 2005, 2009년 대서특필했다. 위키피디아엔 ‘Gireogi appa(혹은 goose dad)’로 등재됐을 정도다. 허나 현재 개체 수는 적어졌단 소문이다. 한국교육개발원 등에 따르면 2014, 2015년 조기유학생은 약 1만 명으로 2006년 2만9500여 명의 3분의 1 수준. 통계청의 이지연 인구동향과장은 “비슷한 시기 10대 이하 인구수가 1205만 명에서 1018만 명으로 약 15% 줄어든 점 등도 고려해야 하지만 어쨌든 기러기 아빠가 감소했단 추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오, 조기유학이 줄다니. 이건 한국 교육환경이 나아졌다는 긍정적 신호란 말인가. 하지만 에이전트2가 학부모로 가장해 상담받은 한 유학알선업체 실장은 기대를 산산이 무너뜨렸다. “그렇지 않습니다. 이젠 명확하게 걸러진 거죠. 첫째, 성적 나빠 떠나던 ‘도피유학’이 사라졌습니다. 어정쩡하게 갔다 와봤자 국내 적응만 어렵거든요. 둘째, 제대로 돈 들여서 갑니다. 1, 2년씩 준비해 사립 기숙사 명문으로 진학하죠. 고객님처럼 ‘한 번 알아나 볼까’ 식 상담자는 비용에 놀라 다신 연락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상수지도 이를 우회적으로 반증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유학·연수 지급 항목을 보면 2015년 해외 학생에게 보낸 돈은 36억9000만 달러(약 41560억 원)로 2000년대 후반 40억∼44억 달러보다 다소 감소했다”고 알려왔다. 학생은 70% 가까이 줄었지만 비용은 8∼15%만 줄어든 셈이다. 에이전트2는 한숨을 내쉬며 보고서를 이렇게 끝마쳤다. “기러기 아빠. 점점 사라지는 추세. 다만 ‘금수저’ DNA가 유전자 변형을 일으킨 ‘독수리 아빠’(재정적 여유가 넘치는 아빠)와 커져 버린 부담에 가랑이 찢어진 ‘기러기 환자’로 양극화됐다.”○ 첨부파일=2016년 잔존 세력은… 사실 에이전트2는 사전에 이 조류 3마리를 포획했다. 갖은 ‘약물(술)’ 투입으로 속마음을 털어놓게 했다. 그 결과를 요약본으로 전송한다. “김흥국 딸이 ‘강아지가 더 편하다’고 하더군. 우리 애 페이스북도 개 껴안고 웃는 사진뿐이야. 내 얼굴은 없지. 엄마 몰래 돈 필요할 때나 연락해. 예전엔 아양이라도 떨더니 요샌 문자로 ‘아빠, 돈’. 목소리라도 들으려 늦게 송금한 적도 있어. 아내는 올해 초 돌아오기로 했는데 자꾸 핑계를 대네.”(자영업 기러기·51·6년차) “와이프가 자꾸 통화하며 웁니다. 어머니가 몇 번 타박하셨거든요. 아범 고생하는데 손자 성적 좋아야 한다고. 살가운 고부였는데 못 보니 오해만 커졌습니다. 불안하니까 애 과외를 늘렸나 봐요. 여기 사교육 싫어서 보낸 건데 이게 뭔 짓인지….”(법무사·41·2년차) “가족 관계는 괜찮아. 사춘기 아들도 더 애틋해졌어. 세상 좋아져 영상통화도 쉽게 하고. 딸내미는 엄마한테 말 안 한 비밀도 털어놔. 다만 금전적으로 걱정이지. 지난해 월세로 옮겼어. 아내와 애들은 마당 딸린 이층집 사는데, 난 컵라면으로 끼니 때울 땐 기분이 묘해. 그래도 내 새끼들 웃는 거 보면 배불러. 기러기 이전에 아빠잖아.”(회사원·48·3년차)  (다음 편에 계속)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6-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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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글]지상파TV 올림픽 중계, 성차별 발언 논란

    지상파 TV가 6일 개막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경기를 중계하면서 일부 중계진의 성차별적 발언이 그대로 방송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은 ‘주단(@J00_D4N)’이라는 한 누리꾼이 7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2016 리우 올림픽 중계 성차별 발언 아카이빙’을 올리며 주목받았다. 그는 “각 방송사에 공식 항의하겠다”며 사례를 올렸다. 이에 따르면 KBS의 경우 비치발리볼 경기에서 “해변엔 미녀가, 바닷가엔 비키니” “해변엔 여자와 함께 가야”라는 언급이 나왔다. 6일 여자 유도 중계 당시엔 남성 아나운서가 여성 아나운서에게 “48kg이 넘느냐”며 체중을 물어보고, 출전 선수를 “실제로 보면 가녀린 소녀”라고 지칭했다. 펜싱 중계 때는 여성 선수를 두고 “미인대회 출전한 것 같다”고 말했다. SBS도 유도 경기를 중계하며 외국 선수에게 “살결이 야들야들하다” “스물여덟이면 여자 나이로는 많은 거다” 등의 발언을 했다. 한 수영 선수에 대해선 “얼굴도 예쁘게 생겨서 박수 받을 만하다”라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방송사가 성차별 발언을 왜 이렇게 방치하나’ ‘저런 발언을 한 중계진이 성차별이란 의식도 못한다는 게 더 문제’라고 비판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6-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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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장 다각화-웹콘텐츠 활성화 통해 對中 의존도 줄여야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에 반발한 중국의 한국 문화콘텐츠에 대한 규제설이 일면서 한류산업 시장에 ‘위기론’이 감돌고 있다. 업계는 섣부른 예단을 경계하면서도 △해외시장 다각화 △국경과 상관없는 웹 콘텐츠 등 새로운 유통경로 개발 △완벽한 현지화(localization) 전략 등을 통해 안정적 한류 산업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류, 현지화 전략으로 대응해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콘텐츠산업의 중국(홍콩 포함) 수출액은 2014년 기준 약 13억4123만 달러(약 1조4481억 원)로 전체 수출액 중 26.2%를 차지했다. 지역·국가별로는 일본(약 15억9747만 달러) 다음으로 높다. 한류 엔터테인먼트산업 대표주자인 SM과 YG, JYP의 경우 중국 매출 비중이 각각 35%와 20%, 20%를 차지하고 있다. 한류 문화상품 시장의 다양한 경로 마련이 시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글로벌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인 ‘비키’의 소성민 이사는 “중국에서 한류의 독점적 지위는 언제라도 위협받을 수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 잠재력이 큰 유럽과 아랍 지역을 중심으로 지원 투자 계획을 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글로벌 시장을 확대하는 움직임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SM은 2011년 태국 최대 미디어 그룹인 ‘트루 비전스 그룹’과 현지 합작법인 ‘SM 트루’를 세우는 등 다각화에 힘쓰고 있다. 영화 투자배급사 CJ E&M은 베트남과 태국, 말레이시아에 진출해 큰 성과를 거뒀고, 터키와 미국 진출도 준비 중이다. YG와 JYP 역시 미주 지역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대형업체와 손잡고 완벽한 현지화를 통해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영화 배급투자사 쇼박스는 올해 하반기 중국에서 한중 합작영화 ‘뷰티풀 액시던트(美好的意外·미호적의외)’를 개봉할 예정이다. 쇼박스 관계자는 “중국 화이브러더스미디어 주식유한공사와 손잡고 만든 작품이라 한류 제재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배급투자사 NEW 역시 중국 화처미디어그룹과 현지 회사를 차렸기 때문에 영화 제작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신산업 유통구조 활성화와 정부의 위기대응전략 마련도 중요 이참에 기존 콘텐츠 수출입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유형의 문화콘텐츠 유통 경로를 개발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세계 최대 동영상 서비스 기업 넷플릭스와 같은 인터넷을 통한 방송시청(OTT) 서비스와 ‘웹드라마’ ‘웹툰’ 등 웹 콘텐츠 서비스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드라마 PD는 “전통적인 TV 드라마나 음반 판매에서 벗어나 웹을 기반으로 한 시장을 구축하면 최근과 같은 사례가 벌어져도 치명적 타격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가 한류 콘텐츠 위기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중국 콘텐츠 시장은 지난해 기준 약 1673억 달러(약 185조5524억 원). 4년 뒤인 2019년에는 2475억 달러(약 274조5022억 원)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위기를 맞아 손놓고 있다간 급변하는 중국 시장에서 한류가 변방으로 밀려날 수 있다. 중국에서 드라마를 찍고 있는 한 제작사 대표는 “이명박(MB) 정권 당시 한일관계가 경색됐을 때 움츠러든 일본 내 한류가 지금도 전성기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가 한류를 정책 홍보에만 이용하려 하지 말고 한류 콘텐츠를 보호할 구체적 안전장치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양환 ray@donga.com·임희윤·이서현 기자}

    • 2016-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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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記協 “비판언론 재갈물리기 악용 위험”

    한국기자협회는 28일 헌법재판소의 ‘김영란법’ 합헌 결정에 대해 유감을 표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기자협회는 ‘김영란법, 비판언론 재갈물리기 악용 안 된다’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김영란법이) 위헌 소지가 다분하고 법리적으로도 문제가 많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라며 “헌법재판소가 잘못을 바로잡아 줄 것을 기대하고 헌법소원을 냈으나 오히려 헌법상 가치를 부정하는 판결을 했다”고 비판했다. 기자협회는 “특히 권력이 법을 빌미로 언론에 재갈을 물릴 가능성을 경계한다”며 “사정당국이 자의적 법 적용으로 언론 길들이기 수단으로 김영란법을 악용하지 않는지 똑똑히 감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6-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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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양환 기자의 억지로 쓰는 문화수다]한글이 안 보이는 백화점 한국인은 모국어를 싫어해?

    (동아일보 7월 19일자 B5면) 얼마 전 처음 한국에 온 홍콩 지인. 서울 명동 길을 걷다 멀뚱히 쳐다본다. “저기 큰 광고 걸린 빌딩은 뭐야?” “아, 유명한 백화점 본관이야. 어쩌고저쩌고.” 영어가 짧았나. 내내 갸웃거린다. “근데 한국인은 다들 영어나 중국어 잘하나 봐.” “글쎄…, 왜?” “너희 나라 백화점인데 한글이 안 보여서.” 띵. 멘털 붕괴. “설, 설마.” 말까지 더듬었다. 아닐 거야. 주위를 두 바퀴나 돌았다. 절망 직전, 찾아낸 앞문 귀퉁이 작은 두 글자. ‘정문.’ “이것 봐, 있잖아! 내가 뭐랬….” 친구의 접대용 ‘썩소’. 민망, 당분간 연락 말자. 다음 날, 다시 명동. 다른 백화점도 ‘도긴 개긴’이다. 모두 외국어고 한국어는 고작 ‘△층 ××홀’ 정도. 명동대로는? 25년 산 도시에서 까막눈이 돼버렸다. 한 화장품가게 점원을 붙들고 왜 이러냐고 따져봤다. “선머(什요·뭐라고요)?” 헉, 한국말 못 한다. “그런 지 꽤 됐습니다. 중국인 관광객 위주다 보니. 요샌 중국동포나 중국인 아르바이트생이 훨씬 많고 시급도 높아요. 간판도 불법이라 벌금 물며 하는 겁니다. 내국인에겐 불편한 점이 적지 않죠. 정말 큰일이에요.”(이동희 명동관광특구협의회 사무국장) 왜? 상인들은 어쨌건 장사 되면 좋잖아. 그게 그렇지도 않단다. 협의회에 따르면 명동을 찾은 한국인은 2011년 10만여 명에서 지난해 약 8만 명으로 줄었다. 이 국장은 “자국민이 등 돌리면 결국 외국인도 흥미를 잃는다”며 “실제 2, 3년간 유동인구는 20% 이상 늘었지만 매출은 5% 성장에 그쳤다”며 걱정했다. 뭐, 그래도 관광객이 만족하면 감수할 불편 아닐까. 지난해 서울에 왔던 중국계 캐나다인 A 씨를 메신저로 불러냈다. 어쨌든 편하지 않았느냐고. “솔직하게? 별로였어. 중국 외갓집 들른 느낌. 이국적인 맛이 없다 할까. 말 좀 안 통해도 그게 또 재미인데. 하나 더. 개인적으로 한글 참 예뻐. 근데 ‘한국인은 모국어 싫어하나’ 싶었어. 간판은 중국어, 입은 티셔츠는 죄다 영어던데.” 2차 붕괴. 맞다. ‘과티(학과 티셔츠)’ 이후 한글 옷 쳐다본 적도 없다. 이거 문화적 자존감 문제였나. 한국관광문화연구원의 최경은 박사에게 심란한 맘을 털어놨다. “동전의 양면이죠. 정체성 유지와 관광 활성화는 원래 균형 잡기 어렵습니다. 최근 유커(遊客) 잡기 열풍은 세계적 현상입니다. 일본도 유럽도. 관광객이 줄면 왜 더 적극적이지 않았느냐고 하겠죠. 항상 고민할 이슈지만 비하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긴. ‘친절하다’와 ‘배알도 없다’는 한 끗 차이다. 모든 일이 그렇듯. 언젠간 아름다운 한글 가게 앞 외국인 단체촬영을 볼 날도 오려나. 먼저 인터넷에서 한글 티셔츠부터 찾아봐야겠다. 그나저나 이럴 땐 뭔 노래가 당길까. #02 스팅 ‘Englishman in New York’(1987년)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6-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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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행’ 하루 128만 관람 신기록… ‘명량’ 제쳐

    “좀비가 이순신 장군을 넘어설 수 있을까.” 올여름 한국 블록버스터 ‘부산행’(사진)이 역대 1일 최다 관객 관람 기록을 새로 썼다.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0일 개봉한 영화 ‘부산행’은 23일 하루 128만948명이 관람했다. 2014년 ‘명량’이 그해 8월 3일에 세웠던 1위 기록(125만3352명)을 2만7000여 명 앞섰다. 하루 매출액만 약 108억9800만 원에 이른다. ‘부산행’ 돌풍은 첫날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20일 87만2389명이 관람해 역대 개봉일 스코어 1, 2위였던 지난해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72만7901명)와 ‘명량’(68만2701명)을 제쳤다. 개봉 5일째인 24일 오후 4시 반 500만 명을 돌파했다. 6일째 관객 500만 명을 넘었던 ‘명량’보다 빠른 속도다. 역대 1위 ‘명량’의 누적 관객 수는 1761만5057명이다. ‘부산행’은 과연 역대 1위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을까. 첫 번째 판가름은 27일 전후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순수 제작비만 147억 원을 들인 ‘인천상륙작전’과 미국 할리우드의 강호 ‘제이슨 본’이 동시에 선보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여름 경쟁작 ‘덕혜옹주’와 ‘터널’은 다음달 3, 10일 개봉한다. ‘부산행’은 한반도에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한 가운데 부산으로 가는 KTX에서 벌어지는 사투를 그린 작품. 연상호 감독 연출에 공유 정유미 마동석 등이 주연을 맡았다.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세션에 초대돼 큰 주목을 받았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6-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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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글]이민호 주연 韓中합작영화 中 돌풍 ‘바운티 헌터스’ 매출 363억원 돌파

    배우 이민호가 주연한 한중 합작 영화 ‘바운티 헌터스(賞金獵人·상금렵인)’가 18일 기준 2억1230만 위안(약 363억 원)을 벌어들이며 중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현지에서 1일 개봉한 이 작품은 ‘7급 공무원’(2007년)을 연출했던 신태라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이민호와 중국 배우 중한량(鍾漢良) 등이 출연했다. 현상금 사냥꾼들이 미국 경찰도 잡지 못한 범죄자를 소탕하며 큰 공을 세운다는 내용이다. ‘바운티 헌터스’는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더니 보름 만에 2억 위안을 돌파했다. 한국 배우가 주연을 맡은 영화가 2억 위안 이상의 매출액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한중 합작 영화 가운데 흥행 1위는 영화 ‘수상한 그녀’를 리메이크한 ‘20세여 다시 한 번’(3억6400만 위안)이다. 이정재가 출연한 한중 합작 영화 ‘틱 톡(驚天大逆轉·경천대역전)’도 14일 개봉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현재까지 매출 6727만 위안(약 115억 원)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이정재는 한국과 중국에서 벌어지는 테러를 막기 위해 싸우는 한국 경찰 역을 맡았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6-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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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맨 인 컬처]○○패치… ××패치… 폭로의 시대를 폭로하다

    《 (전편에서 계속) “누, 누구냐!” 책상 아래서 에이전트7(임희윤 기자)과 마주친 건 광선총을 지닌 바야바…. 아니 찬찬히 보니 그냥 털 많은 인간이었다. 총이 아닌 대포 카메라를 든. 끙 신음을 내며 일어서더니 쩝 입술을 핥았다. “젠장, 너희 요원 신상을 털려고 이틀이나 잠복했건만. 역시 만만치 않군.” “뭣? 그렇다면 디스패….” “아니, 아닌데! 우린 외계인만 뒤지는 ‘뒤져 패치’다.” “저게 뒈지려고. 하나 시간이 없다, 세븐.” 두둥. 어느새 나타난 에이전트2(정양환)와 41(김배중). “최근 창궐한 ‘패치 수족구병’을 조사해야 한다”며 지하철 막차를 놓칠세라 종종걸음. 굳이 왜. 쟤를 심문하면 될 텐데, 바보들. 에이전트7은 울분의 눈물을 삼켰다. 》 ○ 무차별 신상털이 ‘패치: 폭로의 시대’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 영향인가. 2016년 여름 한반도는 ‘패치: 폭로의 시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온갖 △△패치, ××패치들로 뒤덮였다. 출발은 지난달 말 인스타그램 계정 ‘강남패치’. SNS에서 있는 척하는 여성들이 실은 유흥업소 종사자라며 신상털이에 나섰다. 격렬한 논란에도 며칠 만에 팔로어가 1만 명을 넘어섰다. 부리나케 강남패치를 쫓던 요원들은 이후 한동안 정신이 멍했다. 속칭 ‘노는’ 남성을 고발한다는 ‘한남패치’와 지하철 추태남을 고발한다는 ‘오메가패치’, 심지어 강남패치 운영자 신상을 털겠다는 ‘안티 강남패치’까지 우후죽순 돋아났다. 문제는 하나같이 ‘정의구현’을 외치지만 사회 정의를 거스르는 건 정작 본인들이란 점이다. 신상털이는 사실이라도 사생활 침해, 거짓이면 사기다. 한 변호사는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엄중한 명예훼손”이라고 선을 그었다. 게다가 첨엔 몇몇 인물 사진 정도 내걸고 험담하던 수준이더니 점차 실명에 직장까지 깠다. 방송사 아나운서에 유명 연예인도 대상이 됐다. 일부는 대놓고 “신상 공개 막으려면 돈을 내라”고 협박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다행히 최근 몇몇 계정은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근데 진압(?)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SNS가 대부분 물 건너온 회사다 보니 해외 수사기관과 협조공문이 오가는 데만 얼마가 걸릴지 모른다. 강남패치 운영자는 이런 맹점을 파악한 듯 여러 차례 계정을 바꾸며 활개 친다. “훼손될 명예가 있으면 날 고소해 봐. 내 판에선 내 룰뿐”이란 글을 남긴 채.○ 뻔한 자정 노력 말곤 답 없는 현실 그래? 경찰마저 어렵다면 에이전트도 이만 철수…하려던 찰나. ‘딩동’ 기다리던 메신저 답신이 도착했다. 응답은 바로 ‘안티 강남패치’의 운영자. 여러 계정에 구애를 펼쳤으나 무응답 퇴짜 며칠 만에. 한 패치는 “○○신문이 자꾸 인터뷰하자는데 확 신상을 털어버릴까”라고도 했다. 아, 이건 우리 요원들이 아니다. 딴 데다. 어쨌든 ‘안티…’와의 짤막한 대화. ―왜 패치를 운영하는가. “지인이 피해를 입은 게 계기였다. 패치에게 무슨 명예나 권리가 있나. 지들도 당해 봐야 한다.” ―신상 털면 똑같은 위법이잖나. “합법 아닌 거 안다. 하나 방어 차원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다. 경찰 수사한다고 피해자 억울함이 풀리나. 익명 폭로는 사람을 죽이는 거와 똑같다.” 그들도 안다. 이건 테러고, 살상이다. 한데 멈추질 않는다. 죄인 줄 알면서도…. 배은경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를 ‘정서적 무감각’이라 봤다. “폭로 연예 매체의 범람에 책임이 크다고 봅니다. 연예인 등 공익과 상관없는 개인 사생활까지 파헤쳐 가며 수익을 얻잖아요. 사람들이 여기에 익숙해지며 죄책감이 점점 옅어진 겁니다. ‘이런 사람은 폭로해도 돼’란 정서가 확산된 거죠. 심지어 이걸로 돈 번다는 왜곡의식까지 심어 주고 있잖습니까.” 해결책은 있다. SNS 시대에 SNS를 하지 않는 거다. 아니라면 최소한 절제의 노력이라도.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그저 SNS를 유희의 대상으로 보지 말고 스스로 내 정보가 어떻게 유통되고 소비되는지 관심을 가져라”라고 당부했다. 뾰족한 결론 없이 퇴근하는 길. 갑자기 ‘아악’ 비명을 지르는 에이전트41. “어, 어떡하죠. 그동안 숱한 이성과 찍어 올린 사진들. 저도 이제 ‘패치’되나요?” 잠시 쳐다보던 에이전트2는 자애로운 눈빛으로 그의 손을 꼭 잡았다. “포리원(41), 다들 얼굴은 본단다.”(다음 편에 계속) 정양환 ray@donga.com·김배중 기자}

    • 2016-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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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금 알 낳는 ‘수상한 그녀’

    영화 ‘수상한 그녀’는 한국 영화 사상 최고의 ‘황금 알’을 낳는 거위? 2014년 국내 개봉했던 영화 ‘수상한 그녀’가 세계 곳곳에서 리메이크되며 한류 콘텐츠 수익모델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앞서 중국과 베트남, 일본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고, 곧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도 ‘현지 버전’을 만날 수 있다. 현재 추진 중인 프로젝트만 성사돼도 ‘수상한 그녀’는 한국판 포함 10가지 버전을 세상에 선보이게 된다. 투자배급사 CJ E&M에 따르면 태국판 ‘수상한 그녀’는 이미 지난달 촬영에 들어간 상태로 올 하반기 개봉 예정이다. ‘태국의 국민여신’이라 불리는 여배우 다비까 후네가 주연을 맡아 관심이 뜨겁다. 후네는 2013년 태국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돌파했던 ‘피막’의 여주인공이기도 하다. 얼마 전 시나리오 작업을 마친 인도네시아판도 내년 초 상영 목표로 가을쯤 촬영에 들어간다. 현지에서 유명한 오디 하라합 감독이 연출을 맡기로 확정했고, 배우 캐스팅을 진행하고 있다. ‘수상한 그녀’의 해외 진출은 아시아권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현재 미국판 리메이크를 현지 유명 제작사와 협의하고 있다. 최종 조율 단계여서 곧 계약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과 인도에는 리메이크 판권이 팔린 상태. 관계자는 “예상보다 상당히 좋은 조건”이라고 귀띔했다. ‘수상한 그녀’의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는 좋은 콘텐츠가 얼마나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사실 이 작품은 국내에서도 제작비 35억 원을 들여 관객을 약 866만 명이나 모았던 ‘효자 상품’이다. 이후 중국에서 지난해 1월 ‘20세여 다시 한번’으로 개봉해 1162만 명이 관람하며 3억6500만 위안(약 640억 원)을 벌어들였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한중 합작영화 가운데 최고 성적이다. 같은 해 12월 베트남 버전 ‘내가 니 할매다’ 역시 485만 달러(약 55억 원)를 거둬들이며 역대 베트남 영화 흥행 1위에 올랐다. 올해 4월 개봉한 일본판은 3억800만 엔(약 34억 원)을 벌었다. CJ 관계자는 “세계 어디서나 공감할 소재를 갖고 각 나라 특성에 맞게 현지화한 게 성공의 열쇠”라고 말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6-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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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 드라마-예능 제작 자회사 8월 설립… 외주사 “수신료 받으며 돈벌이 하나”

    KBS가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을 만드는 자회사 ‘몬스터 유니온’를 다음 달 설립하기로 하자 외주제작사와 독립PD 등이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와 마찬가지”라며 반발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몬스터 유니온은 KBS가 KBS미디어, KBSN과 공동 출자해 만드는 일종의 외주제작사. 최근 ‘태양의 후예’를 기획한 문보현 전 KBS 드라마국장과 예능형 드라마 ‘프로듀사’를 만든 서수민 예능CP가 드라마와 예능 부문장으로 옮겨간다. 또 이정섭 PD(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동네변호사 조들호’ 연출)와 유현기 PD(‘내 딸 서영이’ 연출) 등 KBS 내부의 스타급 PD가 대거 합류했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와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 한국독립PD협회는 15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방송이 돈벌이 목적으로 제작사를 설립하려 든다면 수신료도 포기해야 한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들 단체는 “KBS가 외주제작사·독립PD와 균형 발전을 모색하기는커녕 내부 경영 악화를 이유로 외주사를 설립하면 일반 외주사는 설 자리가 없어진다”며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KBS는 같은 날 즉각 반박 성명을 발표했다. KBS는 “국내외 제작 인력의 중국 대량 유출을 막고 제작비 폭등 등 악화된 제작 환경에 대처하려는 절박한 인식의 결과물”이라고 주장했다. KBS 관계자는 “처음부터 ‘몬스터 유니온’은 외주제작사와 상생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할 것이라고 명확히 밝혔다”고 설명했다. KBS의 콘텐츠 제작 자회사 설립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외주제작과 관련해 지상파 방송사에 유리한 쪽으로 꾸준히 규정을 고친 것이 중요한 촉매가 됐다. 지난해 6월 개정된 방송법에선 ‘자회사 등 특수 관계자가 제작하는 편성 비율을 제한하는 규정’을 폐지했다. 특수 관계자가 제작한 프로그램은 최대 21%만 방영할 수 있다는 규정을 없애 자회사 제작 프로그램도 외주제작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외주제작사들은 이 규정 개정 당시에도 크게 반대했다. 또 방통위가 올 1월 외주제작사에 대한 간접광고 허용을 공포한 것이나 방송사업자의 순수 외주제작 프로그램 편성 비율을 기존 ‘40% 이내’에서 ‘35% 이내’로 완화한 것도 마찬가지다. 한 방송 관계자는 “자회사가 콘텐츠를 만들면 지상파가 직접 만들 때보다 간접광고 등으로 수익을 창출하기가 훨씬 쉬워졌다”고 설명했다.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수신료를 받는 KBS는 공영방송으로서의 책무가 상업적 성과보다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며 “영세한 외주제작사를 보호하는 제도적 프레임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정양환 ray@donga.com·이서현 기자}

    • 2016-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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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순 합작 대신 현지화… 폭풍성장 中시장서 종횡무진

    9월 중국 전역에서 개봉 예정인 영화 ‘뷰티풀 액시던트(美好的意外·미호적의외)’는 얼핏 보면 영락없는 ‘중국 영화’다. 현지에서 뜨고 있는 허웨이팅(何蔚庭)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국내에서도 인기 있는 여배우 구이룬메이(桂綸R)와 중화권 청춘 스타 천쿤(陳坤) 등이 출연했다. 평소 냉정하기만 하던 한 변호사가 뜻하지 않게 평범한 주부로 1주일을 보내며 벌어지는 소동을 담은 휴먼 드라마로 총제작비는 5000만 위안(약 87억 원). 그런데 한국 관객이라면 스크린에서 낯익은 로고를 발견할 수 있다. 바로 한국의 대표적 영화배급투자사 쇼박스가 중국 화이브러더스미디어 주식유한공사와 손잡고 내놓는 첫 번째 한중 합작 영화이기 때문이다.중국 진출 2.0 시대… 완벽한 현지화 전략에 초점 한국 영화시장이 정체기냐 아니냐는 어쩌면 의미 없는 논쟁일지 모른다. 호황과 불황은 런던 날씨처럼 수시로 변화한다. 게다가 내부적인 해결책 모색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뜻에서 이번 동아일보의 전문가 심층 인터뷰에서 많은 이가 ‘해외 진출’을 타개책으로 꼽은 건 당연해 보인다. 특히 국내 영화계가 세계 최대 영화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으로 대거 진출하는 건 자연스러운 순서다. 영화계의 한중 조우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중국 내 한류를 바탕으로 여러 감독과 배우들이 중국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최근에도 배우 이민호가 주연을 맡은 ‘바운티 헌터스’가 7월 1일 현지에서 개봉했고, 배우 하지원은 거장 우위썬(吳宇森) 감독의 신작 ‘맨헌트(Manhunt)’ 출연을 확정지었다. 하지만 흥행 성적은 그간 썩 만족할 만하지 않았다. 중국 콘텐츠 비즈니스 전문가 그룹인 ‘한중콘텐츠연구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지금까지 양국이 합작한 영화는 20편 가까이 된다. 그러나 대박이라 부를 수 있는 건 한국영화 ‘수상한 그녀’를 리메이크해 3억6400만 위안(약 632억 원)을 벌어들인 ‘20세여 다시 한번’ 1편뿐이다. 이어 지난해 안상훈 감독의 ‘나는 증인이다’(2억1500만 위안·약 372억 원), 2013년 오기환 감독의 ‘이별계약’(1억9300만 위안·약 334억 원) 등이 체면치레를 했다. 올해 상반기에 ‘엽기적인 그녀2’는 1편의 중국 인기를 반영해 야심 차게 제작돼 개봉했지만 현지에서 3400만 위안(약 58억 원)을 벌어들이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초기 한중 합작이 국내 제작진이 현지 영화에 참여하거나 양국 배우가 함께 출연하는 ‘섞어찌개’의 양상을 띠었다면, 최근엔 한국 회사의 독자 제작이건 공동 제작이건 상관없이 현지화 전략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 ‘뷰티풀 액시던트’를 제작한 쇼박스의 안정원 해외사업팀 이사는 “이전 한중 합작 영화가 감독 배우 중심의 인적 협력이 주를 이뤘다면, 앞으로는 콘텐츠를 중심에 둔 합작이 중요하다”며 “기존에 보유한 기획력을 토대로 한국의 뛰어난 스토리 창작 역량을 (현지에서) 활용할 기획 개발 시스템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중국 화처미디어와 합자법인 ‘화책합신’을 세운 뉴(NEW)도 ‘마녀’ ‘뷰티인사이드’ ‘더 폰’ 등 한국 콘텐츠를 바탕으로 중국 현지 영화를 만들 계획이다. ‘20세여 다시 한번’으로 대박을 기록한 CJ E&M은 최근 다양한 한중 합작 영화 라인업을 발표하며 더욱 기세를 올리고 있다. 지난달 중국 상하이에서 한국에서 큰 인기를 모은 영화 ‘베테랑’과 ‘장수상회’ 중국판을 제작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한국 최고의 흥행 메이커 윤제균 감독은 로봇이 주인공인 SF 코미디 ‘쿵푸 로봇’을 한중 합작으로 만들기로 했다. CJ E&M 관계자는 “2009년 ‘소피의 연애매뉴얼’을 제작하며 한발 앞서 한중 합작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 왔다”며 “중국뿐만 아니라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나아가 터키까지 진출해 ‘아시아 넘버원 스튜디오’로 자리매김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중국 영화로 대우받는 지금이 적기 국내 극장 사업의 해외 진출도 눈에 띈다. CGV는 올해 6월 기준으로 중국 12개 도시에서 71개 극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시장점유율로 따지면 아직 2.9% 수준이지만 가장 빠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독보적인 1위인 완다위안셴(13.8%)을 제외한다면, 나머지 톱5(3.9∼4.5%)와 비교해도 크게 차가 나지 않는 수준이다. 국내 영화계가 중국 영화시장에 적극적인 이유는 자명하다. 연평균 27%의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중국 영화시장 연간 규모는 2015년 기준 441억 위안(약 7조6685억 원)으로 110억 달러(약 12조7400억 원)인 북미시장을 위협하는 유일한 영화시장이다. 게다가 CGV 산업분석자료에 따르면 현재 연평균 3%에 그치는 북미시장의 성장세를 감안하면 2018년 중국이 세계 1위 영화시장으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중국 시장의 힘은 지난달 9일 국내에서도 개봉한 미국 영화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을 보면 잘 가늠할 수 있다. 총제작비 1억6000만 달러(약 1854억 원)를 들인 이 영화는 최근까지 전 세계에서 3억7000만 달러의 흥행 성적을 거뒀다. 그런데 이 가운데 중국에서 올린 수익이 2억 달러가 넘는다. 북미에서 혹평이 쏟아지며 개봉 첫 주 겨우 240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데 그쳤던 영화가 중국 덕분에 흥행 대작으로 탈바꿈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2014년 ‘한중 영화 합작 협의’를 체결한 한국은 협의 기준만 잘 지킨다면 현지에서 중국 영화 지위를 얻을 수 있는 큰 이점이 있다. 외국 영화 수입 쿼터제가 있는 중국은 1년에 외국 영화를 34편밖에 상영할 수 없다. 게다가 외국 영화는 중국 극장 수익의 20% 정도만 가져갈 수 있다. 그러나 한중 합작 영화가 중국 영화로 분류되면 쿼터제를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익의 43%를 가져올 수 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6-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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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요판 커버스토리]할리우드 대형 영화사들은 한국 시장 눈독

    5월 11일 개봉해 약 700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한 영화 ‘곡성’. 나홍진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곽도원 황정민 천우희 등이 출연한 ‘한국 영화’지만 스크린엔 뜬금없는 회사 로고가 뜬다. 바로 미 할리우드 영화사인 이십세기폭스가 투자 제작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 영화계가 중국 등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동안 막대한 자본과 기획력으로 무장한 해외 영화사나 콘텐츠 기업들은 한국 시장으로 급속히 몰려들고 있다. 곡성을 만든 이십세기폭스를 필두로 워너브러더스와 넷플릭스 등도 투자 제작에 뛰어들었다. 20세기폭스는 2010년 나 감독의 영화 ‘황해’에 부분 투자를 하며 가장 먼저 한국 영화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런닝맨’(2013년) ‘슬로우 비디오’(2014년) ‘나의 절친 악당들’(2015년) 등으로 꾸준히 필모그래프를 쌓아왔으나 수익 면에선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번에 곡성으로 기지개를 켜면서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20세기폭스코리아의 김호성 FIP(폭스 인터내셔널 프로덕션) 한국 대표는 “폭스는 한국 영화가 지닌 콘텐츠의 힘에 오랫동안 주목해 왔다”며 “당연히 수익도 고려하겠지만 국내 콘텐츠를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닐 수 있게 업그레이드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20세기폭스는 로맨틱코미디나 호러 등 다양한 장르를 망라해 10여 개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향후 이를 세계 시장에 함께 내놓을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미국의 또 다른 대형 영화사인 워너브러더스도 조만간 한국 영화를 선보인다. 지난해 워너로컬프로덕션을 설립했고 올해 9월 영화 ‘밀정’을 개봉할 예정이다. 김지운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배우 송강호 공유 한지민 등이 출연해 올 하반기 최대 화제작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 밖에 공효진 이병헌 등이 주연을 맡은 ‘싱글라이더’(가제)도 조만간 선보인다. 세계적인 주문형비디오(VOD)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 역시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에 제작비 5000만 달러(약 576억 원)를 전액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너브러더스 관계자는 “많은 해외 콘텐츠 기업들이 한국 영화의 참신한 소재와 독창적인 시나리오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며 “이런 움직임들이 한국 영화의 위상을 높이고 시장의 규모를 키우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6-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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