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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경복궁은 어떻게 가야 하죠?”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북촌한옥마을 입구. 대만 청년 5명이 이렇게 영어로 묻자 관광경찰대 3팀 이진영 경사(46·여)가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검색했다. 이 경사는 “앞에 표지판이 보이시죠? 거기서 오른쪽으로 꺾으세요”라고 영어로 설명했다. 이들이 “김치 말고 한국 음식도 더 소개해달라”고 부탁하자 이 경사는 “떡볶이를 꼭 먹고 가세요”라고 망설임 없이 답했다. 이날 3팀은 베레모를 쓰고 가슴엔 ‘POLICE’ 명찰을 단 채 신동주 팀장(55·경위)의 지휘 아래 한옥마을 일대를 순찰했다. 일부 외국인들은 이들에게 ‘셀카’를 찍자고 제안했고, 경찰관들은 익숙한 일인 듯 ‘양손 엄지 척’ 포즈를 하며 응했다.● 11년 만에 해산하는 관광경찰대관광경찰대는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보호하고 민원을 지원하기 위해 경찰청 외사계 소속으로 2013년 출범했다. 길 안내 같은 단순 민원부터 절도, ‘쇼핑 강매’, 바가지 요금 등의 사건도 직접 처리한다. 관광 현장에선 외국인 관광객이 엮인 각종 ‘소비자 분쟁’을 해결하는 역할도 맡아왔다. 서울 부산 인천 등 3곳에서 운영 중인데, 서울의 경우 명동 동대문 홍대 이태원 등 7곳에서 59명이 근무한다. 상인과 관광객 간 오해를 바로잡는 것도 이들의 업무다.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명동 관광경찰대엔 필리핀 남성과 상점 업주가 함께 찾아와 언쟁을 벌였다. 남성은 5만 원권을 냈다고 주장했지만, 업주는 5000원권이었다고 반박했다. 이상조 경장이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5000원권으로 확인돼 남성이 사과하며 종결 처리됐다. 이 경장은 “두 지폐의 색깔이 비슷해 관광객들이 혼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관광경찰대는 이달 중 공식 해체되고 현장 근무를 원하는 대원들은 지구대 등에 재배치될 예정이다. 지난해 흉기 난동 사건이 이어지면서 지구대 등 치안 현장의 인력을 보강하기 위한 조치다. 관광경찰의 업무는 기동순찰대가 담당한다. 출범 때부터 관광경찰로 일한 신 경위는 “(과거에는) 관광객들이 택시비로 50만∼60만 원을 내는 일이 다반사였는데 요즘은 거의 없다”며 “한국이 ‘다시 오고 싶은 나라’로 기억될 수 있도록 일조했다는 데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전담 조직 필요” vs “일선 인력 충원 환영”경찰 내부에선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광경찰대가 해산돼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1103만1665명으로 전년(319만8017명)의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외국인 관광객 수가 가파르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관광경찰대가 해산되더라도 전담 부서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기동순찰대 내에 외국인 관광객을 전담하는 ‘관광경찰팀’을 따로 둬 관광경찰대 인력을 그대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반면 일선 지구대에선 관광경찰대 해산에 따른 인력 증원을 환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관광지 인근 파출소 관계자는 “관광객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인원이 부족해 힘든 상황”이라며 “관광경찰대 출신이 현장에 배치되면 치안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5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이 머무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 ‘없는 번호’로 택시 18대를 호출했던 30대 여성이 경찰에 검거됐다. 다만 이 여성은 택시를 불렀던 시간대의 기억이 남아있지 않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7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용산경찰서는 6일 A 씨를 불러 그가 대통령 관저 인근으로 택시를 부른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A 씨는 5일 오전 2시 반경부터 오전 4시 18분까지 5∼10분 간격으로 용산구 한남동 관저 1검문소 방향으로 택시 18대를 호출해 택시 운전사 등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를 받고 있다. A 씨는 당시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했고, 출발지를 ‘○○전문학교’로 입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학교’는 1검문소에서 20m 떨어진 건물의 22년 전 지명인데, 이곳을 출발지로 삼으면 앱 내 내비게이션에선 택시가 검문소를 통과하는 방향으로 경로가 안내되는 오류가 나타난다. 당시 A 씨가 사용한 휴대전화 번호는 이후 결번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택시를 부른 사람이 대통령 관저에 진입하려 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호출자를 추적해 왔다. 그 결과 호출자 계정으로 최초 가입된 휴대전화의 명의자인 A 씨를 찾아낸 것. 그런데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평소 해당 택시 앱을 사용한 적이 있지만 그날은 사용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술에 취해 실수로 여러 차례 같은 장소로 택시를 호출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라면서도 “자세한 경위와 관저 진입 의도성 여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추가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

“가습기 살균제를 허가한 건 국가였잖아요. 그 책임이 이제라도 인정돼서 다행입니다.” 7일 수화기 너머 김모 씨(52)의 목소리는 떨리면서도 단호했다. 그는 전날 법원이 가습기 살균제 사용 허가에 대한 국가 책임을 최초로 인정해 피해자에게 위자료 지급을 선고했다는 소식을 듣고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김 씨는 2007년 2월 14일, 생후 100일 된 딸을 가습기 살균제 탓에 잃은 뒤 ‘내 손으로 아이에게 독극물(살균제)을 줬다’는 죄책감에 시달려 왔기 때문이다. 2018년 아내마저 암으로 떠나보낸 뒤로는 “거의 지옥에서 살고 있었다”고 한다. 6일 서울고법이 ‘정부가 2008∼2011년 충분한 심사 없이 가습기 살균제 주원료가 유해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은 위법했다’고 판시하자 피해자들은 “국가로부터 버림받았던 아이들을 살려내는 첫걸음”이라며 반기면서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입을 모았다. 여전히 정부가 인정하는 피해의 범위와 수준이 좁다는 얘기다. 지난해 9월 가습기 살균제의 중증 피해자로 인정된 민수연 씨(56)가 대표적이다. 1994년부터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그는 2000년대부터 알 수 없는 기침 증세를 호소하며 네 아이를 유산했다. 딸 꽃잎(태명)은 태어난 날 숨져 화장했다. 민 씨는 29년 만에 호흡기 피해를 인정받았지만, 유산이나 다른 신체 증상에 대해선 그러지 못했다. 살아남은 민 씨의 두 아들도 호흡기 증상에 시달리지만 한 명은 가장 낮은 ‘등급 외’ 피해로 분류됐다. 다른 한 명은 아예 피해자로 인정되지 않았다. 7일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여전히 환경부가 예산에 맞춰서 피해 인정 규모를 꿰맞춘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피해자들은 법원이 6일 정부 위자료를 300만∼500만 원으로 정하고 그나마 원고 5명 중 2명은 기업 측 보상을 받았다는 이유로 제외한 것도 아쉬워했다. 또 다른 피해자 박은정 씨(48)는 “가습기 살균제 사용 중 임신해 태어난 고1 둘째 아이는 희귀장애 탓에 몸무게가 24kg에 불과하지만 ‘등급 외’ 피해로 판정됐다”며 “고통 속에서 기초생활 생계급여로 연명하는데 위자료가 턱없이 작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까지 정부에 접수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7901명이며 이 중 1847명이 사망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국가 책임을 묻는 소송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7일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쓰였던 화학물질 중 일부를 물감 등 어린이용품에 쓰지 못하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이번 판결을 수용할지, 불복해 상고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5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이 머무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 ‘없는 번호’로 택시 18대가 호출돼 경찰이 용의자 추적에 나섰다. 특히 용의자는 인근 건물의 22년 전 이름을 출발지로 입력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면 정상적으로 호출했을 때와 달리 택시 경로가 관저 검문소를 통과하도록 설정되는 오류가 나타난다. 경찰은 호출자가 의도적으로 택시를 경호구역 내에 진입시키려 했는지 수사할 방침이다. 용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 반경 택시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호출된 한 택시가 대통령 관저 1정문 검문소 앞으로 접근했다. 택시 운전사는 검문 직원의 제지로 멈춰 선 뒤 ‘인근 건물로 와달라는 호출을 받고 앱 내 내비게이션에 표시된 경로대로 운전해서 왔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로도 오전 4시 18분까지 5∼10분마다 해당 앱으로 호출된 택시 17대가 추가로 검문소로 접근했다. 경비대는 택시를 전부 돌려보내는 한편 관저 인근 경계를 강화했다. 경찰 조사 결과 당시 검문소 통과를 시도한 택시 18대는 전부 같은 앱 회원의 호출을 받고 대통령 관저 인근으로 왔다. 이 회원의 휴대전화 번호는 결번이었다. 이 앱은 해외 휴대전화로 가입했어도 이용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호출자가 택시를 부를 때 앱에 입력한 출발지가 ‘○○전문학교’였다는 점이다. 이는 검문소에서 북쪽으로 약 20m 떨어진 한 관서가 2002년까지 사용하던 옛 이름이다. 해당 관서의 현재 이름이나 주소를 출발지로 입력하면 택시는 대통령 관저 검문소를 거치지 않고 큰길가의 정문으로 안내되는 경우가 많다. 다른 택시 앱이나 인터넷 지도에선 ‘○○전문학교’가 검색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유독 이 앱에서 ‘○○전문학교’를 입력하면 항상 경로가 검문소를 통과하게끔 잘못 설정된다. 또, 이 앱에선 가맹택시 전용 호출을 받으면 운전사가 승객의 위치를 모른 채 반드시 자체 내비게이션의 경로대로 운전해야 한다. ‘손님 가려 태우기’를 막기 위해서다. 경찰은 택시 호출자를 택시 운전사 등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 수사 중이다. 용의자가 확인되면 택시 앱 경로 설정상의 오류와 가맹택시의 특성을 알고 관저 진입을 노린 것인지 등을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용의자가 대통령 관저에 진입하려 한 것인지, 검문소의 혼란을 틈타 다른 일을 벌이려 한 건지 등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한종호 기자 hjh@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5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이 머무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 ‘없는 번호’로 택시 18대가 호출돼 경찰이 용의자 추적에 나섰다. 특히 용의자는 인근 건물의 22년 전 이름을 출발지로 입력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면 정상적으로 호출했을 때와 달리 택시 경로가 관저 검문소를 통과하도록 설정되는 오류가 나타난다. 경찰은 호출자가 의도적으로 택시를 경호구역 내에 진입시키려 했는지 수사할 방침이다.용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 반경 택시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호출된 한 택시가 대통령 관저 1정문 검문소 앞으로 접근했다. 택시 운전사는 검문 직원의 제지로 멈춰 선 뒤 ‘인근 건물로 와달라는 호출을 받고 앱 내 내비게이션에 표시된 경로대로 운전해서 왔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로도 4시 18분까지 5~10분마다 17대의 해당 앱으로 호출된 택시가 추가로 검문소로 접근했다. 경비대는 택시를 전부 돌려보내는 한편 관저 인근 경계를 강화했다.경찰 조사 결과 당시 검문소 통과를 시도한 택시 18대는 전부 같은 앱 회원의 호출을 받고 대통령 관저 인근으로 왔다. 이 회원의 휴대전화 번호는 결번이었다. 이 앱은 해외 휴대전화로 가입했어도 이용할 수 있다.주목할 점은 호출자가 택시를 부를 때 앱에 입력한 출발지가 ‘○○전문학교’였다는 점이다. 이는 검문소에서 북쪽으로 약 20m 떨어진 한 공관서가 2002년까지 사용하던 옛 이름이다. 해당 공관서의 현재 이름이나 주소를 출발지로 입력하면 택시는 대통령 관저 검문소를 거치지 않고 큰 길가의 정문으로 안내되는 경우가 많다. 다른 택시 앱이나 인터넷 지도에선 ‘○○전문학교’가 검색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유독 이 앱에서 ‘○○전문학교’를 입력하면 항상 경로가 검문소를 통과하게끔 잘못 설정된다.또, 이 앱에선 가맹택시 전용 호출을 받으면 운전사가 승객의 위치를 모른 채 반드시 자체 내비게이션의 경로대로 운전해야 한다. ‘손님 가려 태우기’를 막기 위해서다. 승객 연락처도 안전상의 이유로 가상번호로만 제공된다.경찰은 택시 호출자를 택시 운전사 등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 수사 중이다. 용의자가 확인되면 택시 앱 경로 설정상의 오류와 가맹택시의 특성을 알고 관저 진입을 노린 것인지 등을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용의자가 대통령 관저에 진입하려 한 것인지, 검문소의 혼란을 틈타 다른 일을 벌이려 한 건지 등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한종호 기자 hjh@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경북 문경시 육가공품 공장 화재로 소방관 2명이 순직한 사고와 관련해 건축 자재로 널리 쓰이는 ‘샌드위치 패널’이 원인으로 다시 지목되고 있다. 소방청 집계에 따르면 2021년부터 최근 3년간 화재 진압 중 순직한 소방관 10명 중 7명이 샌드위치 패널 건물의 화재를 진압하다가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국토교통부가 2022년 전국 건설 현장 등을 점검한 결과 절반 가까이가 샌드위치 패널을 사용하고 있었고, 샌드위치 패널 건물 10곳 중 1곳은 부적합 판정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화재가 빠르게 번질 수 있는 곳만이라도 샌드위치 패널 사용을 금지해 대형 화재를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부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2022년 전국 건설 현장 및 건설 자재 공장 514곳을 대상으로 불시점검을 한 결과 252곳이 샌드위치 패널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샌드위치 패널은 얇은 철판이나 판자 속에 스티로폼, 우레탄 등 단열재를 넣은 건축 자재다. 낮은 단가로 물류 공장이나 창고 등을 지을 때 쓰이지만, 작은 불꽃에도 쉽게 불이 번지고 유독가스를 다량으로 내뿜어 화재 시 큰 피해를 일으킨다. 국토부 조사 결과 24곳은 아예 부적합 판정을 받은 샌드위치 패널을 사용해 화재에 상당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샌드위치 패널과 같은 복합자재의 경우 화재 시 수축 정도를 보는 ‘콘칼로리미터 시험법’ 등 4가지 시험을 통과해야 화재 성능이 인정된다. 샌드위치 패널 건물에 불이 나면 단열재 부분이 급격히 녹아내려 건물이 빠르게 붕괴할 가능성이 높다. 화재가 어느 정도 진압된 후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들조차 건물 붕괴로 고립돼 순직하는 경우가 많다. 2022년 1월 경기 평택시 물류창고 화재에선 송탄소방서 소방관 3명이 순직했는데, 우레탄폼이 들어간 샌드위치 패널로 불길이 커져 소방관들이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 2021년 6월 경기 이천시 쿠팡 물류센터 화재에서도 잔불 처리 과정에서 샌드위치 패널에 다시 불이 붙으며 퇴로가 차단돼 광주소방서 소방관 1명이 고립돼 순직했다.샌드위치 패널, 불에 급격 수축… 유독가스 뿜고 붕괴위험 키워 [소방관 앗아가는 샌드위치 패널]화재현장 소방관 잇단 순직평택-이천 물류창고 화재때도… 샌드위치 패널 건물 진화하다 순직전문가 “층과 층 사이 불연재 사용해… 다른 층 화재 확산되는 것 막아야” 안형준 전 건국대 건축대학장은 “샌드위치 패널은 화재 시 전소(全燒)의 위험이 매우 크다”며 “층과 층 사이에 불에 잘 타지 않는 불연재를 사용해 화재가 다른 층까지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샌드위치 패널 기준 더 높여야” 샌드위치 패널로 지은 건물은 화재 발생 시 붕괴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 패널의 심재(강판 안쪽을 채운 단열재) 부분이 강한 열로 인해 빠르게 녹아내리며 더 이상 무게를 지탱할 수 없을 정도로 수축하기 때문이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샌드위치 패널은 힘을 지탱하는 심재가 화염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붕괴에 취약하다”며 “양면에 있는 철판도 열을 받게 되면 맞물려 고정된 부분이 풀릴 수도 있기 때문에 구조적인 힘이 없다”고 했다. 김수광 소방장(27)과 박수훈 소방교(35)의 목숨을 앗아간 경북 문경 육가공품 공장 화재도 4층 규모의 공장 내외부 전체가 인화성이 강한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져 건물이 완전히 불에 타버릴 만큼 피해가 컸다. 실제 소방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화재 지점까지 진입이 가능하다고 판단할 정도로 화세가 크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소방당국이 30분 뒤 대응 1단계, 25분 후 대응 2단계를 발령해야 할 정도로 불길은 급속도로 번졌다. 불을 처음 발견하고 119에 신고한 박찬용 씨는 “지붕 환풍구에서 불이 나와 신고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지붕까지 불이 붙었다”며 “곧 건물 외벽 전체로 순식간에 불이 옮겨붙었다”고 말했다. 소방 관계자도 “불길이 짧은 시간에 건물 전체로 급속도로 번지는 바람에 완진까지 13시간이나 걸렸다”고 했다.● 규제 강화됐지만, 사각지대도 많아 부적합 샌드위치 패널을 사용하는 비율은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국토부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19∼2022년) 샌드위치 패널 사용 건물 중 부적합 판정을 받은 비율은 2019년 13.7%에서 2022년 9.5%까지 줄어들었다. 샌드위치 패널 건물에서 대형 화재가 계속 발생해 소방관이 순직하는 등 인명 피해가 커지자 정부가 2021년 12월 주요 건축자재에 대해 품질인정제도를 도입하며 안전 관리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소방관 7명이 샌드위치 패널 건물 화재를 진압하다가 사망했다. 2021년 6월 경기 이천 쿠팡 물류센터에서 1명, 2022년 1월 경기 평택 물류창고 화재에서 3명, 이번 화재로 순직한 소방관 2명 모두 샌드위치 패널 건물에서 변을 당했다. 현재 샌드위치 패널 등 복합자재를사용해 건물을 지으려면 ‘준불연’ 이상의 자재만 사용해야 한다. 히지만 품질인정제도 시행 이전 지어진 건물에 대해선 소급 적용이 어려워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에 화재가 난 건물 역시 2020년 건축돼 품질인정제도가 적용되지 않았다. 일각에선 샌드위치 패널의 효율성이 높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 만큼 불연 소재를 개발해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미네랄울 등 무기단열재를 사용하면 불연화가 가능하다”며 “샌드위치 패널을 완전히 금지하는 대신 실제 시공 현장에서 준불연 인정을 받은 제품이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2일 화재 현장에선 발화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합동감식이 이뤄졌다. 합동감식에는 경북경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북소방본부 등에서 30여 명이 참여했다. 소방청 화재조사팀은 무너진 건물 내부를 3차원(3D) 장비로 스캔했고, 한국가스안전공사 관계자들은 바닥에 쌓인 기름 막의 폭과 길이를 재며 화재 원인을 조사했다.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불이 어디서 처음 시작했고 왜 발생했는지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샌드위치 패널이 화재 피해를 키운 것인지 여부도 확인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문경=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간 유예하는 법안의 국회 처리가 또 무산됐다. 더불어민주당이 1일 산업안전보건청 설치를 전제로 법 적용을 2년 미루는 정부·여당의 절충안을 거절하면서 이날 열린 1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 법안이 상정되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선거를 앞두고 양대 노총의 눈치를 보며 민생 현장을 외면했다”고 반발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83만이 넘는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예비 범법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고 반발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 앞서 열린 당 의원총회 뒤 “산업 현장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더 우선한다는 기본 가치에 충실하기로 해 정부·여당의 제안을 거부하기로 했다”며 “현재 중대재해법은 그대로 시행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중대재해법 적용을 2년간 유예하는 대신 민주당이 개정안 처리의 핵심 조건으로 요구한 산업안전보건청을 2년 후 개청하는 타협안을 제시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1일 “‘산업안전보건청’ 대신 ‘산업안전보건지원청’이라는 명칭으로 해서 단속, 조사 업무를 조금 덜어내고 예방, 지원 역할을 하는 기구를 만드는 안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이에 대해 “의총에서 의견을 모으겠다”고 밝히면서 여야 간 협상이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하지만 의총에서 의원 다수가 절충안 수용에 반발하면서 여야 협상은 결렬됐다. 野 강경파 반발에 ‘산안청 설치 협상’ 본회의 직전 결렬 ‘50인 미만 중대재해법 유예’ 무산민주당 의총 반대 분위기에 급반전… 與 “의회정치 합의도출 외면” 반발中企중앙회 “불황에 폐업공포 가혹… 2월 임시국회서 재논의를” 호소 1일 여야는 1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 앞서 중대재해처벌법 2년 유예 개정안을 놓고 막판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합의에 실패했다. 중대재해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된 지 6일째다. 이날 오전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에서 요구한 산업안전보건청 설치를 일부 수용하면서 여야 간 극적 타결 가능성도 점쳐졌지만 강경파를 중심으로 한 민주당 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본회의 직전 무산됐다. 국민의힘은 “의회정치를 통한 합의 도출이라는 기본을 외면했다”고 반발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복합 경제위기로 산업 현장에서 느끼는 중소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는 와중에 형사 처벌에 따른 폐업 공포를 더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처사”라고 호소하는 등 현장에서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野 “안전문제 후퇴 불가” 與 “양대 노총 눈치” 여야 원내대표는 전날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하에 40여 분간 회동했다. 이 자리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제안한 산업안전보건청을 ‘산업안전보건지원청’의 형태로 2년 뒤 설치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당초 산업안전청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뤄진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윤재옥 원내대표 간 오찬 자리에서 “여야 합의를 이뤄 법안을 유예해야 한다”는 논의가 오가면서 윤 원내대표가 절충안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민주당 원내지도부도 수용 가능성을 내비쳐 여야는 막판 의견 접근을 이룬 것처럼 보였다. 다만 본회의 직전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를 거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이날 의총에서는 민주당 의원 15명이 자유토론에 나섰는데, 강경파로 분류되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중대재해법 유예에 반대하는 의견이 더 많았다고 한다. 이들은 “2년을 이미 유예했는데 정부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산업현장에서 사망하는 이들이 너무 많다”고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인 김성주 의원은 “안전과 생명에 대한 문제에 있어서는 우리가 후퇴해선 안 된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민주당 의총 탓에 한 시간 반가량 미뤄진 본회의에 중대재해법이 끝내 상정되지 못하자 국민의힘은 본회의 직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규탄대회를 열었다. 윤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1순위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기득권 양대 노총일 뿐, 선거에서 이들 도움 받을 생각에 민생을 내던졌다. 오로지 표만 생각한 것”이라고 규탄했다. 실제 이날 오후 양대 노총 관계자는 개정안 통과 기류에 반발해 민주당을 항의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추가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의 입장 변화만 있으면 협상은 언제든 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민주당 원내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법안 유예 자체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많아 추가로 협상할 여지는 없어 보인다”고 했다.● 소상공인 “너무 가혹” 노동계 “환영” 개정안 처리가 무산되자 중소기업들은 반발했다. 황근순 대한건설협회 경기도회장은 “영세한 사업장에선 대기업 수준으로 안전담당자와 시스템을 갖출 여력이 없어 업자들이 자포자기한 분위기”라고 하소연했다. 건설업 등 상대적으로 안전사고 위험성이 큰 업종에서는 “언제 범법자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함을 호소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대재해법 유예 법안이 2월 임시국회에서 다시 논의돼 처리되기를 간곡히 호소한다”고 했다. 자영업자들도 우려했다. 서울 구로구의 한 중소 제조업체 관리자 A 씨는 이날 “수정안과 함께 (중대재해법 관련) 교육이나 대책 등이 정리됐어야 했다”며 “그저 우리 사업장에서만 사고가 발생하지 않길 빌 뿐”이라고 전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 씨(47)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직원들을 모아 산업안전 관련 미팅을 하고 있다”며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통로에 쌓아뒀던 물건까지 모두 치워둔 상황”이라고 전했다. 노동계는 일제히 환영했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혹시라도 다시 유예를 추진한다면 여당이든 야당이든 가리지 않고 끝까지 심판 투쟁을 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도 논평을 통해 “정부와 여당의 중대재해법 개악 시도가 무산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소방관 2명이 순직한 경북 문경시 육가공품 제조공장의 외벽과 내벽이 모두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져 피해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최소한 공장처럼 사람이 상주하는 곳에는 이 같은 구조의 건축물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샌드위치 패널은 얇은 철판이나 판자 속에 스티로폼, 우레탄 등 단열재를 넣은 건축자재를 뜻한다. 빠른 시공이 가능하고 건축 비용이 낮아 주로 물류 공장이나 창고 등을 짓는 데 사용된다. 다만 작은 불꽃에도 쉽게 불이 번지고 유독가스를 다량으로 내뿜는 등 화재 시 큰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샌드위치 패널에 방수 처리를 할 경우 물을 흡수하지 못해 진화 작업이 더 어려워지기도 한다. 샌드위치 패널 건물에서 발생하는 대형 화재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1일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9∼2023년 5년간 샌드위치 패널 건물 화재는 총 1만5911건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96명이 숨지고 912명이 다쳤다. 특히 2020년 4월 총 38명의 사망자를 낸 경기 이천시 물류센터 신축 공사장 화재 당시에도 샌드위치 패널이 화재를 키운 주원인으로 꼽혔다. 지난달 22일 충남 서천군 서천특화시장에서 발생한 화재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2020년 12월 샌드위치 패널 등 주요 건축자재에 대한 품질인증 제도를 본격적으로 도입하는 건축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개정안에는 화재에 잘 견디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적합 판정을 받은 자재만 생산, 유통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안전 기준이 강화됐다고 해도 화재 피해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어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난연(難燃)성이라고 해도 결국 늦게 탈 뿐 화재를 예방하는 조치가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채진 목원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물류창고 등 사람이 계속 상주해서 관리해야 하는 곳에는 아예 샌드위치 패널을 허용하지 않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30일 오전 5시경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 무료 급식소 사회복지원각(원각사) 앞. 영하 4도의 추위 속에 노인들이 모여들었다. 노인들은 공원 담벼락을 따라 줄을 서더니, 제각기 준비해온 스티로폼 상자 뚜껑이나 종이 계란판 위에 주저앉았다. 한 노인이 손을 녹이려 자판기에서 뽑은 200원짜리 커피는 추운 날씨 탓에 금세 식어서 차가워졌다. 이 줄은 원각사가 그날 점심에 나눠주는 무료 급식의 ‘우선 대기표’를 받기 위한 행렬이었다. 대기표는 오전 7시부터 배부하는데, 이를 놓치면 그날 급식을 받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일찍부터 집에서 나와 줄을 선 것이다. 경기 김포시에 산다는 정승일 씨(83)는 “월세를 내고 나면 기초연금이 6만 원 남는데, 점심값이라도 아끼려고 오전 4시 반에 첫차를 타고 왔다”고 했다.● 무료 급식소 “기부 줄어 운영 걱정” 고물가와 기부 문화 위축 탓에 무료 급식소 사정이 어려워지자, 저소득 노인 등 취약계층이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새벽부터 대기 줄에 몰리고 있다. 이날 귀마개와 모자, 장갑 등으로 온몸을 두른 채 오전 6시부터 탑골공원 앞에 줄을 선 김용학 씨(73)는 “최근 대기표 없이 급식 줄에 섰다가 밥을 타 먹지 못한 적이 있어서 (오늘은) 서둘러 집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오전 7시가 돼 원각사 자원봉사자가 대기표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3분 만에 대기표 67개가 동이 났다. 고영배 원각사 사무국장은 “예전부터 무료 급식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의 편의를 위해 대기표를 나눠줬는데 새벽 4, 5시부터 대기 줄이 여전히 매일같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표를 손에 쥔 채 탑골공원 주변을 배회하던 노인들은 오전 11시 반경 무료 급식이 시작되자 다시 급식소로 몰려들었다. 대기표가 없는 노인 300여 명은 원각사 앞에 줄을 섰다. 낮 12시경 한 자원봉사자가 “(오늘) 급식이 마감됐습니다”라고 안내했다. 1시간 넘게 기다리다 빈손으로 돌아가게 된 일부 노인은 “이런 경우가 어딨냐”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원각사 측은 최근 정기 기부자가 줄면서 급식량을 줄여야 했다고 한다. 인근에서 또 다른 무료 급식소의 운영 책임자인 자광명 씨(법명·70)은 “인건비가 부족해 나와 자원봉사자 3, 4명이 겨우 운영 중”이라며 “기부금이 부족해 배급 인원이 점점 줄어들 것 같다”고 전했다. ● 코로나19로 위축된 기부 회복 안 돼 무료 급식소들이 운영난을 호소하는 이유는 식자재값이 비싸진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때 위축됐던 기부 문화가 지금껏 회복되지 않고 있어서다.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1년간 한 번이라도 기부했다’는 응답자 비율은 지난해 23.7%로 2013년 34.6%보다 10%포인트 넘게 줄었다. 특히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25.6%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반면 노인 인구는 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는 전년보다 46만여 명 늘어난 973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19%를 차지했다. 고령층 소득 빈곤율은 40.4%(2020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4.2%보다 3배 가까이 높다. 전문가들은 늘어나는 노인 인구에 맞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노인 밀집 지역’ 내 식사 복지부터 챙겨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활동 제약 등으로 스스로 음식을 준비하기 힘든 고령층을 위해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자체가 시설 위탁 등을 통해 음식을 지원하는 등 적극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부족한 사회적 교류를 채우기 위해 무료 급식소를 찾는 노인도 적지 않은 만큼, 노인 일자리 제공 등을 통해 관계 소외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이민아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단순 지원금 외에도 노인 일자리 등 ‘사회적 교류’가 공존할 수 있는 지원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한종호 기자 hjh@donga.com}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63학번 졸업생들이 모교 후배들을 위해 5억3000만 원을 기부했다. 지난해 7월 입학 60주년을 기념해 조성된 이번 모금액은 ‘라이트업 정외 63 장학 기금’이라는 이름으로 인성과 능력을 모두 지닌 학생을 위한 장학금으로 이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고려대는 26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본관에서 ‘정치외교학과 63학번 동기들의 정치외교학과 및 정경대학 발전 기금 기부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이번 장학 기금은 김경옥 ㈜탑헬스바이오 대표의 기부금 5억2000만 원과 동기들의 기부금 1000만 원을 합해 조성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을 25일 무차별 공격한 중학교 2학년 A군(15)이 경찰 조사에서 “우발적 범행이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A 군이 범행 30분 전부터 돌멩이를 소지한 채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주변을 배회한 정황으로 보아 진술과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휴대전화 증거 분석 등을 통해 A 군의 범행 동기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연예인 보려 기다리다 우발적 범행” 주장 2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전날 배 의원을 습격한 직후 현장에서 체포된 A 군을 보호자 입회하에 조사했다. A 군은 경찰 조사에서 “연예인이 많이 다니는 미용실에서 사인을 받으려고 기다렸다. 우발적 범행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임의제출 받은 휴대전화 메시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내용, 범행 전 행적 조사 등을 토대로 진술의 사실 여부를 파악 중이다. 하지만 우발적 범행이라는 A 군 진술과 달리 습격 상황 자체는 계획범죄로 전개된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 경찰 내부의 의견이다. 실제로 A 군은 25일 범행 30분 전부터 마스크, 모자로 얼굴을 철저히 가린 채 피습 발생 건물 주변을 배회했다. 또한 배 의원의 머리를 때린 돌멩이도 몸에 지니고 있었다. 경찰은 A 군이 범행을 사전에 계획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중학교 2학년생인 A 군이 배 의원의 비공식 일정 동선을 어떻게 파악했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배 의원은 피습 당시 비공개 개인 일정을 소화 중이었다. 배 의원실 관계자는 “개인 일정인데 어떻게 일정이 새어 나갔는지 의원실 차원에서 도저히 모르겠다. 주변을 배회했다는데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며 “일정을 어떻게 알았는지 우리도 경찰 브리핑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의원실 등에 따르면 피습 사건이 일어난 건물 2층 미용실은 배 의원이 평소 자주 가던 곳으로 알려졌다.● 정신의료기관에 응급입원 조치 A 군은 또한 경찰 조사에서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아왔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A 군과 같은 학교의 전교 부회장이라고 밝힌 B 군은 사건 당일 자신의 SNS에 “가해 학생은 평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고 평소에도 일반 학생들을 스토킹했다. 또 콩알탄을 던지는 등 불미스러운 일들을 많이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A 군의 또 다른 지인은 “A 군이 거의 반 모든 애들과 문제를 일으켰다”고 말했다. A 군이 거주하는 서울 강남구 소재 아파트 관계자는 “A 군이 평소에도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눈만 내놓고 다녔다”고 전했다. A 군이 먼지와 쓰레기가 있는 지하 보일러실에 들어가 드러눕는 돌발행동을 한 적도 있다고 한다. 경찰은 A 군을 부모 입회하에 조사한 뒤 이날 새벽 정신의료기관에 응급입원 조치했다. ‘응급입원’은 정신질환자로 추정돼 자해 및 타해 위험성이 있는 사람을 정신의료기관에 3일 이내 입원시킬 수 있는 제도다. 경찰은 “피의자가 미성년자인 점과 현재의 건강상태 등을 고려했다”며 “향후 범행동기 등을 면밀히 조사하는 등 엄정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3일이 지나도 보호자 동의를 거쳐 몇 개월 더 입원을 연장할 수 있는 ‘보호입원’으로 전환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그렇게(전환) 할 거냐고 물으면 거기에 대해서는 아직 이야기할 수 없다”면서도 “통상 그런 식으로 프로세스가 진행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경찰이 수사 중인 배 의원 피습 사건을 영장 단계부터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정원두 부장검사)가 맡도록 했다. 한편 배 의원이 A 군을 선처하지 않고 처벌을 원한다고 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배 의원 측은 “(그런)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배 의원 측은 통화에서 “경찰의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을 습격한 A 군이 범행 직후 ‘촉법소년’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 결과 A 군은 15세(2009년생)로, 형사처벌이 면제되는 촉법소년(만 10세 이상∼만 14세 미만)이 아닌 것으로 확인돼 형사 처벌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 군은 25일 오후 5시경 서울 강남구의 한 상가 건물에서 배 의원을 돌로 무차별 가격하다가 현장에 있던 의원실 관계자에게 붙잡혔다. 이후 A 군은 “나는 열다섯 살이다”라며 ‘촉법소년’을 언급했다고 한다. 경찰은 A 군에 대해 당초 검토했던 특수폭행 혐의 대신 특수상해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A 군이 돌로 17차례 머리를 강하게 내려 찍어 피해자가 응급 수술을 받는 등 상해 혐의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위험한 물건으로 사람을 다치게 했을 때 적용되는 특수상해죄가 인정되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촉법소년은 범죄를 저질러도 보호처분을 받지만 만 14세 이상∼만 19세 미만의 ‘범죄소년’의 경우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중대 범죄를 저질렀다면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온 뒤 학교생활 규정에 따라 교직원,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생활교육위원회를 소집해 (A 군에게) 징계 등의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의무교육인 중학교는 퇴학 처분은 불가능하다. 이에 A 군에게는 최고 ‘10일 이내 출석정지’가 부여될 수 있다. 다만 A 군의 학교생활기록부에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구체적인 기록이 남지 않는다. 현행법상 ‘학교 폭력’으로 징계를 받으면 학생부에 기재되지만 일반 폭력 사건은 형사 처벌을 받아도 학생부에 기록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상시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을 2년 늦추는 법안이 결국 25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27일부터는 산업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제조업, 건설업 외에 식당과 카페, 마트 등 서비스 업종에도 중대재해법이 적용된다. 여야가 ‘네 탓’ 공방으로 정치적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사이 영세 자영업자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중대재해법 확대 시행을 이틀 앞둔 이날 여야는 본회의 도중에도 원내대표가 비공개로 회동하며 막판 협상을 시도했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지난해 9월 7일 발의된 유예안은 140일간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한 차례도 논의되지 않았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현실이 수용할 준비가 안 돼 있으면 당연히 보류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민주당은) 왜 이렇게 비정하게 정치를 하냐”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난 2년간 (법 시행) 준비가 안 된 것에 정부의 사과도 없었고, 유예될 2년간 구체적으로 어떤 대책과 예산 투입을 할 것인지 가져오라 했지만 가져온 것이 없다”고 맞섰다.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법이 확대 시행되면 사업체 83만7000곳과 근로자 약 800만 명이 새로 법 적용 대상이 된다.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한 사실이 확인되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영세 자영업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22∼25일 상시근로자를 5명 이상 둔 식당과 카페, 미용실, 제조업체, 건설업체 등 30곳을 취재한 결과 27곳이 “중대재해법이 적용된다는 걸 전혀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직원 6명을 두고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 씨(38)는 “고용노동부나 구청에서 공문이 온 적도 없다. 확대 적용되는 줄 알았으면 최소한의 대비라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대재해법의 안전 지침이 모호해 지키기 어렵다는 호소도 나왔다. 수도권에서 30년 이상 가스 제조업체를 운영해온 A 씨는 “큰 기업은 안전관리자를 따로 둘 수 있겠지만 중소기업은 직원 한 명 더 뽑을 여력도 없는 곳이 대다수”라고 하소연했다. 여야가 총선을 앞두고 지역 표심을 의식해 추진한 총사업비 6조 원대 규모의 대구∼광주 간 ‘달빛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은 재석 216명 중 찬성 211명으로 본회의를 통과했다.“중대재해법 대비 못해… 직원 수 4명으로 줄여야할 판” 자영업자들 “뭘 해야할지 몰라”직원들 개인사업자로 등록해 5인미만 사업장으로 전환 고민 중기 “안전관리자 둘 여력 안돼” 정부, 업종별 세부지침 마련 시급 “직원을 개인사업자로 돌려서 ‘5인 미만 사업장’으로 바꿔야 하나 고민이에요.” 23일 서울 구로구의 한 의류 제조업체에서 만난 현장 관리자 이모 씨(63)는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이 업체엔 이 씨를 포함해 직원이 8명인데, 27일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되는 중대재해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상시 근로자 수를 줄이는 ‘편법’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씨는 “중대재해법에서 ‘유해 요소’를 개선하라는데 뜨겁게 달궈진 나일론 옷도 해당하냐”며 “법을 지키기 위해선 사업장에 ‘가위질 주의’라도 붙여야 할 판”이라고 했다.● “세탁하다 다리미 사고 나도 업주가 실형 사나” 25일 여야가 끝내 중대재해법 유예 법안 처리 문제에 합의하지 못하며 중대재해법 확대 적용이 사실상 확정되자 영세 사업장에선 극심한 혼란을 호소했다. 업주가 중대재해 책임을 피하려면 사업장의 특성에 맞는 재해 예방 인력과 예산을 확보하고 방지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이에 카페나 식당, 미용실 등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사업장의 특성에 맞는 재해 예방은 무엇이며,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것이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로에서 직원 10명인 고깃집을 운영하는 권모 씨(45)는 23일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홈페이지에 게재한 ‘중대재해법의 7가지 핵심 요소’를 읽어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권 씨는 “전문 용어로 가득해 무슨 말인지 이해도 안 된다”며 “대형 가맹점도 아닌데 세세한 지침까지 요구하는 건 장사를 하지 말란 소리”라고 토로했다. 식당 주인 정모 씨는 “‘고무장갑 끼고 설거지하라’고 해도 직원들이 듣지 않는데, 사장 입장에서 하나하나 확인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화학, 전기, 건설 등 안전사고 위험성이 큰 제조업계도 초조한 분위기다. 수도권에서 직원 20여 명이 일하는 섬유 제조회사를 운영 중인 A 씨는 “사고가 나진 않을까 두려워 계획보다 일찍 사업을 접으려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고용을 줄이고 자동화 장비를 들여놓아 ‘5인 이상 사업장’이 되는 것을 최대한 막아볼 것”이라고 밝혔다. 중대재해 책임이 하도급 업체로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 원 미만 건설 현장으로 중대재해법이 확대되는데, 원청이 공사 기한을 압박하면서도 안전 관리 부담은 하청에 떠넘길 수 있다는 것. 안전 관리 인력을 확보할 여유가 없다는 호소도 나온다. 직원 9명을 둔 포장공사 업체 대표 황모 씨(68)는 “안전 인력을 두려면 최소한 원청에서 단가의 60%를 받아야 하는데 지금은 40%에 불과하다. 관리자를 둘 형편도 안 된다”고 했다.● “업종별 지침 만들어 배포해야” 전문가들은 정부가 영세 사업장에서 참고할 만한 업종별 지침을 안내하는 게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50인 이상 사업장에서도 ‘중대재해 예방의 주체와 처벌 대상이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이를 음식점 등 영세 사업장에서 각자 알아서 지키라는 건 무책임하다는 지적이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공사 현장에서 사고가 나면 (책임 소재가) 사업주와 시공사, 하청업체 중 누구에게 있는지 고용부조차 대답하지 못한다”며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업장 내 유해·위험 요인을 확인해 개선하는 절차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과도하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태선 서울사이버대 안전관리학 교수는 “중대재해법에도 사업체 규모와 특성을 고려하라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영세 업체에 대기업 수준의 안전 조치를 요구하지 않으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고용부는 중대재해법 준수를 위한 컨설팅과 교육, 기술지도 등 서비스를 이용해 달라고 안내했다. 다만 사업체 83만7000곳, 약 800만 명이 새로 법 적용 대상이 되는데, 고용부가 제공하는 컨설팅, 교육, 기술지도 대상은 올해 약 31만6000곳에 불과하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송진호 기자jino@donga.com주애진 기자 jaj@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초선·서울 송파을·사진)이 4·10총선을 76일 앞둔 25일 오후 서울 강남에서 10대 남성으로부터 무차별 습격을 당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새해 총선 일정을 본격 시작한 첫날인 2일 부산에서 흉기 피습을 당한 지 23일 만에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 사건이 또다시 벌어진 것이다. 총선 선거운동이 본격화하면서 극단적 증오정치 문화에 휩쓸린 정치인 겨냥 테러 사건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여야는 “극한의 정치, 증오의 정치가 가득한 혼란한 시대에 또다시 발생한 폭력과 정치 테러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규탄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중학교 2학년인 A 군(15)은 이날 오후 5시경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건물에서 손에 돌을 쥔 채 배 의원의 머리를 18초간 17차례 가격했다. 마스크를 착용한 A 군은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죠”라고 두 차례 물은 뒤 배 의원이 “안녕하세요”라며 인사하자 갑자기 공격하기 시작했다. A 군은 배 의원이 바닥에 쓰러진 이후에도 저항하는 배 의원을 향해 10여 차례 공격을 계속했다. 비명을 듣고 건물 내 점포에서 사람들이 나왔지만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배 의원실 관계자는 “국회 본회의 일정을 마치고 개인 일정을 위해 강남을 찾았다. 사전에 예고되거나 공개된 일정이 아니었다”며 “습격 현장에 성인 손바닥만 한 돌이 떨어져 있었고 옆에 조그마한 돌 조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배 의원은 머리에 1cm 열상을 입은 채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 서울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뒤 상처를 봉합하는 응급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맡은 순천향대병원 박석규 신경외과 교수는 브리핑에서 “1cm 정도 열상을 두 차례 봉합했다”며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결과 뇌 내 출혈은 없다”고 밝혔다. 정치권은 이 대표 피습에 이어 배 의원까지 공격당하며 정치인 테러 사건이 반복되자 강하게 성토했다. 대통령실은 “충격적 테러다. 철저한 진상 규명과 엄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병원을 찾은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배 의원이 테러범에게 피습을 당했다”며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났고 진상을 명확하게 밝혀 범인을 엄벌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배 의원의 쾌유를 빌며 “믿을 수 없는 사건에 상처가 저릿해 온다”면서 “어떠한 정치 테러도 용납해선 안 된다. 철저하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이재명 피습 23일만에 배현진도 테러당했다 어제 강남 신사동 건물서 습격… 裵의원 쓰러진 뒤에도 계속 공격공개안된 개인 일정 장소 찾아가… 범행 30분전부터 배회하며 기다려경찰에 체포… 계획 범죄 의심순천향병원 “두부 열상 1cm 봉합” 25일 오후 5시경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상가 건물 1층 로비. 흰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회색 비니(모자)를 쓴 중학교 2학년생 A 군(15)이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에게 다가갔다. A 군은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죠”라고 두 차례 물었고, 배 의원은 웃으며 응대한 뒤 돌아서서 걸어가려 했다. 그때 A 군이 배 의원에게 달려들더니 손에 든 돌로 배 의원의 뒤통수를 때리기 시작했다. 기습당한 배 의원은 쓰러진 뒤 팔을 휘저으며 저항했다. 하지만 A 군은 멈추지 않고 배 의원의 위에 올라타 계속 공격했다. 한 차례 돌을 떨어뜨렸다가 다시 주워 공격하기도 했다. 같은 건물 식당의 종업원 등이 만류하기 전까지 18초간 A 군은 배 의원을 총 17차례 내리쳤다. 건물 내 폐쇄회로(CC)TV와 목격자의 증언으로 재구성한 배 의원 습격 당시 상황이다.● 범행 약 30분 전부터 주변 배회… “계획 범행 여부 조사” 2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배 의원은 119 신고 3분 만인 오후 5시 16분 현장에 도착한 119구급대의 응급처치를 받고 구급차에 실려 용산구 순천향대 서울병원으로 이송됐다. A 군은 오후 5시 26분 현장에 도착한 경찰에 체포됐다. A 군은 범행하기 약 30분 전인 오후 4시 35분경 인근 건물에 설치된 CCTV에 처음 포착됐다. 그는 사건이 발생한 건물 안쪽을 바라보며 주변을 서성이다가 4시 38분경 해당 건물에 한 차례 들어가더니 12초 만에 나왔다. 그리고 4시 49분에 다시 건물에 들어갔다. A 군은 강남경찰서로 연행돼 조사받고 있다. 경찰은 A 군이 건물을 찾은 계기와 범행 동기를 조사할 방침이다. 다만 경찰은 A 군이 범행하기 전에 배 의원을 불러 세워 두 차례 신분을 확인한 점, 당시 배 의원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개인 일정 중이었던 점, 해당 건물엔 고급 레스토랑과 메이크업숍, 광고업체 등만 있어 10대 학생이 개인 목적으로 방문할 일이 없어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계획 범행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 중이다. 이날 저녁 취재진이 찾은 범행 현장에는 미처 닦아내지 못한 핏자국이 남아있었다. 배 의원 측 관계자는 “성인 남성 손바닥만 한 돌이 깨져 있었다. 그 정도로 세게 친 것 같다”고 말했다.● 머리 1cm 찢어져 응급수술… “생명엔 지장 없어” A 군은 형사처벌이 면제되는 촉법소년(만 10세 이상∼14세 미만)은 아니다. 만 14∼18세인 ‘범죄소년’은 중대 범죄 시 성인과 동일하게 처벌받을 수 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은 ‘습격범이 정신이 이상해 보인다’고 내부에 보고했다. 경찰은 정확한 정신질환 치료 이력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배 의원은 오후 5시 50분경 순천향대 서울병원에 도착해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한 뒤 1cm가량 찢어진 부위를 봉합하는 응급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맡은 박석규 순천향대 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브리핑을 통해 “눈 주위 예리한 걸로 긁힌 것 같은 흉터도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배 의원은 현재 의식이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박 교수는 “뒤통수에 부종(부어오름)이 있다. 많이 놀라서 입원 조치했고 병실에서 안정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큰 손상이 있진 않지만 시간이 지나며 지연성 뇌출혈이 있을 수 있어 지켜보고 있다. 골절 소견은 일단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

25일 오후 5시경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상가 건물 1층 로비.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회색 비니(모자)를 쓴 중학교 2학년생 A 군이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에게 다가가 무언가 말을 걸었다. 배 의원이 웃으며 응대한 뒤 돌아서서 걸어가려 하자 A 군은 배 의원에게 달려들어 손에 든 돌로 배 의원의 뒤통수를 때리기 시작했다. 기습당한 배 의원이 쓰러진 채 팔을 휘저으며 저항했지만 A 군은 멈추지 않았고, 한 차례 돌을 떨어뜨린 뒤 다시 주워 배 의원을 공격했다. 같은 건물 내 식당 종업원과 배 의원의 수행비서가 A 군을 만류하기 전까지 A 군은 배 의원을 총 18초간 15차례 내리쳤다. 건물 내 폐쇄회로(CC)TV에 담긴 배 의원 습격 장면이다.● 범행 약 30분 전부터 주변 배회… “계획 범행 여부 조사”2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배 의원은 119 신고 3분 만인 오후 5시 16분 현장에 도착한 119구급대의 응급처치를 받고 구급차에 실려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 서울병원으로 이송됐다. A 군은 오후 5시 26분 현장에 도착한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A 군은 범행하기 약 30분 전인 오후 4시 35분경 인근 건물에 설치된 CCTV에 처음 포착됐다. A 군은 사건이 발생한 건물 안쪽을 바라보며 주변을 서성이다가 4시 38분경 해당 건물에 한 차례 들어갔다가 12초 만에 나왔다. 그리고 4시 49분에 다시 건물에 들어갔다. A 군은 강남경찰서로 연행돼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A 군이 해당 건물을 찾은 계기와 범행한 동기를 조사할 방침이다. 다만 경찰은 A 군이 범행하기 전에 배 의원을 불러 세워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죠”라며 두 차례 신분을 확인한 점, 해당 건물이 고급 레스토랑과 메이크업숍, 미용실 등이 있어 10대 학생이 개인 목적으로 방문할 일이 없어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계획 범행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할 방침이다. 경찰에 따르면 A 군은 체포 당시 “내 나이는 15세”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15세라면 형사처벌이 면제되는 촉법소년(만 10세 이상∼14세 미만)은 아니다. 만 14세 이상∼19세 미만 범죄자는 ‘범죄소년’이라 하는데,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면 성인과 동일하게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은 ‘습격범이 정신이 이상해 보인다’고 내부에 보고했다. 경찰은 A 군의 정확한 정신질환 치료 이력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머리 1cm 찢어져 응급수술… “생명엔 지장 없어”배 의원은 오후 5시 50분경 순천향대 서울병원에 도착해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한 뒤 찢어진 부위를 봉합하는 응급수술을 받았다. 현재 의식이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수술을 맡은 박석규 순천향대 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브리핑을 통해 “두부 열상 1cm에 대해서는 스테이플러로 1차 봉합했다”며 “눈 주위 예리한 걸로 긁힌 것 같은 흉터도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배 의원의 상태는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전했다. 박 교수는 “뒤통수에 부종(부어오름)이 있다. 많이 놀라서 입원 조치했고 병실에서 안정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큰 손상이 있진 않지만 시간이 지나며 지연성 출혈이 있을 수 있어 지켜보고 있다. 골절 소견은 일단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배 의원은 병원에 도착해 ‘머리 뒤를 맞은 뒤 뒤로 넘어지면서 바닥에 머리를 부딪쳤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4구역 재개발 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경찰이 23일 동대문구청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재개발 사업 과정에서 동대문구 전·현직 과장급 공무원이 비리에 연루됐는지 수사 중이다. 동대문경찰서는 이날 오전 동대문구청과 청량리4구역 재개발 추진위원회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번 압수수색에는 동대문구 주거정비과, 주택과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청량리4구역 재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7년에 관련 업무를 맡았던 전·현직 공무원 2명이 재개발 과정에서 재개발 추진위원회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이들은 무허가 건물을 사들여 분양권을 얻거나, 정해진 보상 기준보다 더 큰 아파트를 분양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이들에 대한 고발을 접수했다. 경찰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 등을 토대로 공무원들이 업무상 알게 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분양권을 얻었는지, 재개발 추진위원회로부터 대가성 특혜를 받았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청량리4구역에는 최고층이 65층인 아파트가 총 1425채 들어섰다. 84㎡ 기준으로 약 9억∼10억 원에 분양됐는데 현재는 17억 원을 호가한다. 이곳 재개발을 두고 이권 의혹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6월 서울시와 동대문구는 합동 실태 점검 결과 청량리4구역 재개발 추진위원장 60대 임모 씨가 도시정비법 조례에 맞지 않는 분양권 순위를 만들어 주변 사람들에게 오피스텔 130채의 분양권을 사실상 무상으로 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임 씨는 해당 사건으로 지난해 12월 재판에 넘겨졌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30대 유명 래퍼가 “마약을 했다”며 자수해 와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 경력이 있는 이 래퍼는 최근까지 활발한 음악 활동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A 씨(30)에 대해 입건 전 조사(내사)를 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 등에 따르면 A 씨는 이날 오전 8시 40분경 용산구 서울지방보훈청 인근에서 근무 중인 기동대 직원에게 다가와 “마약을 해 자수하려 한다”라고 했다. 당시 A 씨는 “여기가 경찰서냐”라고 묻는 등 횡설수설했고, 의사소통도 원활하지 않았다고 한다. 현장에 있었다는 한 시민은 “큰 소리가 나 쳐다보니, 경찰과 A 씨 간 언쟁이 있었던 것처럼 보였고 이후 함께 이동했다”라고 전했다. A 씨의 상태가 이상하다고 판단한 경찰은 인근 지구대로 이송해 보호 조치했다. 현재 A 씨는 용산경찰서로 인계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A 씨의)마약 투약 여부 등 사실관계 등을 조사할 예정”이라며 “신상이나 사건 관련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인덕션으로 물을 끓여서 겨우 샤워하고 출근했어요. 누수는 여전한데, 오늘 밤 전등도 못 켤 지경입니다.” 18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아파트에서 거주 중인 전모 씨(52)는 한숨을 쉬었다. 이 아파트는 전날 양천구 신정가압장 내부 밸브 파열로 난방 공급이 중단됐던 곳 중 한 곳이다. 이날 오전 6시경부터 해당 단지 내에서는 전 씨를 포함한 약 50가구에서 갑작스러운 누수 피해가 발생했다. 17일 오후 3시 54분경 가압장 내부 밸브 파열로 서울 양천구와 구로구 일대 3만7637가구에 중단됐던 온수와 난방 공급이 약 22시간 만인 18일 오후 2시경부터 재개됐다. 이번 사고는 가압장 내 펌프 우회관로의 고착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밸브를 조작하던 중 밸브 하단부가 파손되면서 발생했다. 이에 서울에너지공사는 파손된 밸브를 보수하며, 동시에 일반 가구로 바로 온수가 흘러 들어갈 임시 우회관로를 설치하는 등 긴급 복구 작업에 나섰다. 갑작스러운 난방 중단으로 일대 3만7000여 가구 주민들은 두꺼운 잠바로 한밤중 추위를 버티거나 새벽부터 물을 끓여 세수를 하는 등 불편함을 겪었다. 난방이 끊겼던 목동14단지 아파트 주민 권모 씨(64)는 “그나마 전기가 있어 (전기) 커피 포트로 6∼7번 반복해 물을 데워 머리를 감았다”고 전했다. 같은 아파트 주민 이모 씨(55)는 “전기장판이 없어 오리털 잠바로 밤새 버텼다”며 “추워서 잠도 제대로 못 잤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본보 취재 결과 난방 공급이 끊겼던 아파트 단지 33곳 중 10곳에서는 누수도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파트 단지 2곳에서는 집 안까지 누수가 발생해 최소 100건의 주민 민원이 발생했다. 누수가 발생한 한 아파트의 시설 관계자는 “평상시에는 한 번도 누수가 발생한 적이 없다”며 “난방 공급 중단이 길어지며 배관 수축이 발생해 배관과 배관을 이어주는 ‘몰코’ 부위에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서울에너지공사 측은 “열 공급이 재개된 만큼 (난방 공급이 중단됐던) 각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돌며 공급 재개 현황이나 누수 등 상황 파악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공사 측은 피해 가구에 한해 16일 치 난방 기본요금을 감면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이번 복구에는 200여 명의 인력과 굴착기·덤프트럭·배수펌프 등 15대의 장비가 투입됐다. 서울시는 한파대피소 21곳을 확보했고 전기장판 3935개, 전기히터 600개, 응급구호세트 565개를 피해 지역 주민과 취약계층 등에 배부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송무현 송현그룹 회장(사진)이 모교인 고려대에 30억 원을 기부했다. 기부금은 고려대 자연계 학생회관 리모델링 기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고려대는 16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본관에서 ‘송무현 송현그룹 회장 자연계 학생회관 리모델링 기금 기부 약정식’을 열었다고 17일 밝혔다. 금속공학과 69학번인 송 회장은 약정식에서 “나와의 약속을 지켜온 것 같아 기쁘게 생각한다”며 “공과대학 후배들이 나아진 학생회관에서 꿈을 펼치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는 인재로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동원 고려대 총장은 “송 회장은 기업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뜻깊은 나눔을 실천해왔다”며 “자연계 학생회관 시설 개선을 위해 큰 도움을 보내주신 송 회장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1991년 송현그룹의 모태인 서진공업을 창립한 송 회장은 1997년부터 모교인 고려대에 공과대학발전기금, 창의발전기금 등을 꾸준히 기부했다. 누적 기부액은 약 17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12월에는 고려대 공과대학 설립 60주년을 기념해 1억 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경찰이 국내 반도체 핵심 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혐의로 전직 삼성전자 연구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15일 서울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에 따르면 삼성전자 수석연구원을 지낸 A 씨는 2014년 삼성전자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D램 20나노 기술을 최근까지 중국의 반도체 제조 회사 ‘청두가오전’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반도체 제작 과정이 담긴 기술 공정 700여 개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A 씨 자택을 압수수색해 유출된 것으로 의심되는 공정도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자체 제작한 공정도”라며 유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 씨가 중국 업체 측에 포섭됐다고 판단하며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A 씨가 기술을 넘긴 청두가오전은 삼성전자 상무와 하이닉스 부사장을 지낸 최모 씨가 설립한 회사로 알려졌다. 최 씨는 2020년 중국 쓰촨성 청두시로부터 4600억 원을 투자받아 현지에 합작회사인 청두가오전을 설립했다. 최 씨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설계도를 빼내 20나노급 D램 반도체 ‘삼성전자 복제공장’을 세운 혐의로 지난해 6월 구속됐다가 11월 보석으로 석방된 상태다. A 씨는 현재 청두가오전에서 반도체 공정 부문 핵심 인사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찰 관계자는 “최 씨가 중국으로 반도체 기술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A 씨가 무슨 역할을 했는지 확인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경찰은 20나노급의 상위 기술인 18나노 D램의 핵심 기술도 중국에 유출된 것으로 보고 최 씨와 A 씨의 관여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최 씨가 헤드헌팅사를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출신 반도체 핵심 인력 200여 명을 접촉한 사실을 파악하고 기술 유출 사건과 연루됐는지 확인 중이다. 최 씨는 헤드헌팅사를 통해 기존 연봉 대비 최대 6배 이상의 급여를 약속하거나 자녀 교육비 등을 보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삼성전자 반도체 핵심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되는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달 3일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는 전 삼성전자 부장 김모 씨와 반도체 장비 납품업체인 유진테크 전 팀장 방모 씨를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김 씨는 메모리 반도체 관련 국가핵심기술인 18나노 D램 반도체 공정 정보를 중국 최대 D램 제조 기업인 창신메모리(CXMT)에 무단으로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해당 사건으로 삼성전자와 협력업체가 입은 피해만 2조3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