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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처음 선보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소파 신년사’가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로부터 부정적인 평을 받았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 미 언론은 개인 서재 같은 곳에서 가죽 소파에 앉아 신년사를 읽은 김 위원장에 대해 “과거 인민복을 입고 연설문을 낭독했던 것에 비해 ‘신선한 이미지’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칭찬은 여기까지였다. 전문가들은 “미국 대통령의 노변정담(fire-side chat) 담화를 벤치마킹한 듯한 김정은의 연설은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연설의 배경과 내용이 미스매치라는 것이다. 노변정담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1933~44년 대공황, 뉴딜정책, 제2차 세계대전 발발 등 혼란한 국내외 정세 속에서 국민들에게 라디오를 통해 각종 국정과제를 설명하던 방식이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마치 벽난로 앞에 가족들과 얘기를 나누듯 친근한 톤으로 국민들을 설득했다. 미국 대통령들은 간혹 백악관 집무실이라는 친밀한 배경에서 연설을 하기도 한다. 주로 의자에 앉거나 책상에 걸터앉아 연설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백악관의 철저히 계산된 ‘우리끼리(between us)’ 전략이다. “우리끼리 하는 말인데…”식으로 국민들을 친구나 가족의 위치로 격상시켜 해외 파병처럼 인기 없는 결정을 국민들의 감정에 호소해 설득하기 위한 목적이다. 반면 김정은은 소파에 앉아 미국에게 제재 해제를 요구하며 “만약 계속 압박을 가한다면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설 수 있다”는 협박성 메시지를 보냈다. 애덤 마운트 미과학자연맹 선임 연구원은 “소파와 개인 서재는 ‘위로(soothing)’의 소도구인데 정작 연설 내용은 위협(threatening)의 이미지를 발산했다”고 밝혔다. 이어 “차라리 기존 연설 때처럼 선 자세에서 당지도부 인사들의 우러러 보는 가운데 미국에 메시지를 보냈다면 설득 효과가 컸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은이 사전 제작 과정까지 공개하며 소파 연설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에 성공했다는 김정은의 자신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김두연 신미국안보센터(CNAS) 선임 연구원은 “소파 신년사를 보면 싱가포르 거리를 돌아다니며 밤나들이를 했던 김정은의 모습이 연상된다”며 “인권 유린의 독재자가 아니라 현대적 감각을 지닌 존경받는 정치인(statesman)이라는 이미지를 보이고 싶어 그 소파에 앉은 것”이라고 말했다.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주제는 ‘미국, 이것만은 고쳐줘’. 오늘은 인종차별 문제입니다. 저 역시 미국에 체류할 때 알게 모르게 인종차별의 피해자가 되기도 했습니다. 많이 고쳐졌지만 아직 뿌리 깊게 남아 있는 인종차별 피해자들의 얘기를 들어볼까요. △“I deserve to be here.” 미 예일대 기숙사 공용 공간에서 한 흑인 여성이 잠을 자고 있습니다. 기숙사에 사는 백인 여학생이 경찰에 신고합니다. 백인 여학생은 흑인 여성을 보고 ‘노숙자’ 또는 ‘범죄자’라고 생각해 신고하지 않았을까요. 사실 흑인 여성은 같은 기숙사 대학원생으로, 공부하다가 잠든 것이었습니다. 사정을 알고 난 뒤 화가 난 흑인 여성은 소리칩니다. “나도 여기에 있을 자격이 있어.” △“I try to put myself in other people‘s shoes….” 미국에서는 소방관들이 정기적으로 가정을 방문해 화재 예방조사(fire inspection)를 합니다. 그런데 흑인 소방관이 백인 거주 지역을 조사할 때면 백인들이 경찰에 신고하는 사태가 발생하곤 합니다. 평화로운 백인 커뮤니티를 어슬렁거리는 흑인! 소방관 제복을 입고 있어도 ‘가짜 소방관’ 또는 ‘강도’ 등의 의심을 받게 됩니다. 오클랜드(캘리포니아주)의 한 흑인 소방관은 화재 예방조사 임무를 수행하다 백인 주민들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과 마주해야 했습니다. “아무리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해도….” 소방관은 말을 잇지 못합니다. △“My only crime had been calling my mother while black.” 포틀랜드(오리건주) 힐턴호텔 로비를 서성이며 어디엔가 전화를 하는 흑인 청년. ‘마약 딜러’ 또는 ‘갱’? 호텔 경비원은 그가 의심스럽습니다. 경비원 2명이 흑인 청년에게 다가가 신분 조사를 하는데 그가 잘 대답하지 못하자 ‘무단출입자’라며 쫓아냅니다. 사실 그는 호텔 투숙객으로 어머니와 통화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졸지에 쫓겨난(호텔비도 환불받지 못하고) 흑인 청년은 눈물의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올립니다. “내 죄가 있다면 흑인으로 엄마와 전화한 죄밖에 없다.” 흑인들은 자조적인 상황에서 ‘living while black(흑인으로 산다는 것)’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힐턴 호텔 측은 문제의 경비원 2명을 해고했습니다. 흑인 청년에게 위로가 됐을까요.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미국 법조계 ‘진보의 대모’로 통하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85)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가 25일(현지 시간) 개봉됐다. 영화 제목은 ‘On the Basis of Sex’(성별에 의거해). 미국 성차별 관련 소송에서 자주 등장하는 문구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영화는 주로 긴즈버그 대법관의 젊은 시절을 다루고 있다. 1956년 하버드대 법대 입학생 560명 중 9명에 불과한 여성 중 한 명이었던 긴즈버그 대법관이 남성 교수와 동료 학생들의 차별을 이겨내는 스토리가 전반부를 이룬다. 후반부는 그녀가 법대를 수석 졸업했지만 받아주는 로펌이 없어 럿거스대 법대 교수로 취직한 뒤 성차별 관련 소송에서 잇달아 승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외모적으로 긴즈버그 대법관과 닮지 않은 귀여운 인상의 20대 영국 여배우 펄리시티 존스가 주인공을 맡았고, 감독은 미미 레더라는 여성 감독이다. 이 영화는 올해 초부터 미국에서 불고 있는 ‘긴즈버그 열풍’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앞서 5월 긴즈버그 대법관의 인생을 다룬 다큐멘터리 ‘RBG’가 개봉해 좋은 흥행 성적을 올렸다. 현재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가장 연장자이자 뚜렷하게 ‘반(反)트럼프’ 목소리를 내고 있는 긴즈버그 대법관은 진보 성향의 미국인들에게는 영웅과도 같은 존재로 통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긴즈버그 대법관을 눈엣가시로 여기면 여길수록 긴즈버그의 인기는 상승해 ‘팝컬처 아이콘’으로까지 등극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긴즈버그 대법관이 직접 저술하지는 않았지만 그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자서전 4종, 법률서 5종, 동화책 3종이 발간됐으며 그녀가 그려진 티셔츠와 쿠션도 아마존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

미국 워싱턴의 12월은 한산합니다. 초순만 되면 정치인들은 워싱턴 사무실에서 짐을 싸서 고향으로 내려갑니다. 그런데 올 연말 워싱턴이 시끄럽습니다. 의원들은 투표에 참가하기 위해 대기 중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휴가를 가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백악관에 머물고 있습니다. 국경장벽 설치비용 문제와 이로 인해 발생한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은 워싱턴 정치인들의 발을 꽁꽁 묶어두고 있습니다. △“We‘re not going to give in on this.”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충신답게 최근 며칠 TV에 등장해 “트럼프 대통령을 도와 달라”고 호소합니다. “우리(친트럼프 의원들)는 이 문제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포기하다’라는 뜻에는 ‘give in’과 ‘give up’이 있습니다. ‘give up’은 자신의 습관이나, 하던 일이 안 돼서 포기하는 것을 말합니다. 반면 ‘give in’은 상대방과 싸우거나 대치하는 상황에서 내가 먼저 포기할 때 씁니다. △“Wheels down IAD ready to vote no on this stupid wall.” 민주당 브라이언 샤츠 상원의원은 하와이에 가서 17분간 가족과 만나고 워싱턴으로 돌아가는 중이라고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얼마나 가족이 보고 싶었으면 17분을 만나러 갔을까요. 그는 국경장벽 설치비용 5억 달러를 의회로부터 받아내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을 ‘어리석은 장벽(stupid wall)’이라고 조롱하면서 ‘No’ 표를 던질 준비가 됐다고 합니다. ‘Wheels down’은 비행기 (바퀴)가 착륙한다는 말로 워싱턴에 도착한다는 의미입니다. IAD는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의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공항 코드입니다. △“A Very Special Counsel Christmas, a special tailor-made for these trying times.” 트럼프 풍자를 잘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인 ‘스티븐 콜베어 토크쇼’는 크리스마스 만화 특집을 준비했습니다. ‘매우 (러시아 스캔들) 특별한 검사(special counsel·특검) 크리스마스.’ 지금처럼 미국이 힘들(trying) 때 특별하게 딱 들어맞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취임 후 수시로 ‘당신 해고야(You’re fired)’를 외쳐온 트럼프 대통령이 산타클로스까지 해고하고 대행 체제에 들어갑니다. 만화에서 그 대행은 산타 조수인 엘프 요정들을 잡아들여 국경장벽 설치 작업을 시킵니다. 황당무계하지만 뼈있는 내용입니다.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전 워싱턴 특파원}

다음 주 화요일은 크리스마스(25일)입니다. 최근 미국 연예잡지 ‘할리우드 리포터’ 조사에 따르면 크리스마스 시즌에 TV에서 가장 많이 방송되는 특집 영화는 ‘다이하드(Die Hard)’라고 합니다. 저도 미국에서 체류할 때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마치 사골 우려먹듯이 ‘다이하드’가 이 채널 저 채널에서 방송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워 오면 소셜미디어 등에선 ‘다이하드’ 논쟁으로 뜨겁습니다. 논쟁의 핵심은 과연 ‘다이하드’를 ‘크리스마스 영화’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죠. 사실 크리스마스는 영화의 시간적 배경일 뿐 핵심 줄거리와는 상관이 없으니까요. △“I do get offended, because what is your benchmark?” ‘다이하드’의 각본가 스티븐 드 수자 씨는 일부에서 거론되는 “‘크리스마스 영화가 아니다’는 주장이 기분이 나쁘다(get offended)”고 합니다. ‘다이하드’는 크리스마스가 배경이니 당연히 크리스마스 영화라는 거죠.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당신들에게 (크리스마스 영화의) 기준은 무엇이냐”고 쏘아붙입니다. △“‘Die Hard’ fails that test quicker than you can say, ‘Yippee-ki-yay’.” 할리우드 유명 영화평론가 레너드 마틴 씨는 크리스마스 영화인지 아닌지 판단하려면 ‘크리스마스가 영화 스토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가’에 대한 테스트를 해봐야 한다고 합니다. 그 테스트에서 ‘다이하드’는 빠르게(따져볼 필요 없이) 불합격이라는 것이죠. ‘Yippee-ki-yay’(‘이피 카이 야이’라고 발음)라는 단어를 말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한순간에 불합격이라는 겁니다. 이 단어는 브루스 윌리스가 극중에서 작전 개시 전에 말하는 대사입니다. ‘신난다’라는 뜻으로 과거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감탄사였다고 하죠. △“‘Die Hard’ is not a Christmas movie!” 논란을 평정하고자 브루스 윌리스가 나섰습니다. 그는 올해 7월 “‘다이하드’는 크리스마스 영화가 아니다!”라고 선언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사실 ‘다이하드’는 1988년 7월에 개봉했습니다. 그렇지만 일부 팬들은 동의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화이트 크리스마스’(1954년 개봉) 등 다른 크리스마스 영화들도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하지 않았다는 거죠. 어느 쪽 말이 맞는다고 보시나요.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뮬러 특검의 ‘최종 보고서’ 대부분은 이미 공개된 것이나 다름없다.” 미국 중간선거가 끝나고 워싱턴 정가의 최대 관심사로 부상한 ‘로버트 뮬러 특검’의 향방에 대해 영국 시사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8일 이같이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016년 대선 승리를 위해 러시아 당국과 공모했다는,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의 진상을 파악할 목적으로 지난해 5월 17일 출범한 뮬러 특검. 지금까지 33명에 달하는 대통령 최측근들과 러시아 해커들에 대해 기소하거나 유죄 인정을 이끌어냈다. 정해진 수사 기한이 없는 뮬러 특검이 언제 수사를 종결할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모’에 직접 가담했다는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 존재하는지 역시 불분명하다. 하지만 뮬러 특검이 내놓을 최종 결론이 2020년 대선의 최대 변수 중 하나로 떠오를 것은 확실해 보인다.○ 유착의 배경 ‘모스크바 트럼프타워’ 뮬러 특검이 정조준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공모’ 혐의의 핵심 키워드는 ‘모스크바 트럼프타워’와 ‘위키리크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후보로 확정된 이후에도 모스크바에 트럼프타워를 세우려는 계획을 논의했고, 러시아 정부가 상대적으로 자국에 우호적인 트럼프의 당선을 돕기 위해 민주당 관련 e메일을 해킹해 위키리크스를 통해 유포했다는 것이 특검의 ‘큰 그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후보로 확정된 시점까지도 모스크바 트럼프타워 논의를 지속했다는 특검의 수사 내용이 최근 공개되면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의 유착 관계를 설명해 주는 핵심 고리가 더 분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뮬러 특검은 지난달 말 트럼프 대통령의 전직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을 위증죄로 기소하면서 “모스크바 트럼프타워 논의가 2016년 1월에 종료됐다는 (코언의 기존) 증언과 달리 계획은 2016년 6월까지 계속됐다”고 적었다. 특히 “코언은 이를 ‘개인 1’(트럼프를 지칭) 및 그의 가족들과 논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해 5월 말 공화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됐다. 그럼에도 그 다음 달까지 러시아와의 사업 계획을 논의했으며 코언이 이 사실을 숨기려 했다는 것이다. 모스크바 트럼프타워 건설 계획은 ‘러시아 정부의 도움’이 필요했을 가능성이 있었다고 뮬러 특검 측은 밝혔다. 게다가 러시아가 미 대선에 개입하려는 노력을 지속하던 시기에 사업 논의가 진행됐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는 판단이다. 러시아와의 비즈니스 관계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사업 계획은) 합법적이었다”라고 말을 바꿨다.○ 트럼프는 위키리크스와 접촉했나 모스크바 트럼프타워가 트럼프-러시아 유착 관계의 배경이라면 위키리크스는 둘 사이에 오갔을 것으로 추정되는 ‘거래물’을 상징한다. 지난달 말 공개된 트럼프의 측근 제롬 코시에 대한 뮬러 특검의 법정문서 초안에 따르면 코시는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였던 로저 스톤의 지시하에 2016년 여름 위키리크스 측과 접촉했다. 뮬러 특검은 이 문서에서 “코시는 (스톤이) 트럼프와 주기적으로 연락을 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적었다.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된 민주당전국위원회(DNC)의 e메일과 힐러리 클린턴의 선대본부장 존 포데스타의 e메일은 모두 러시아 정보당국이 해킹한 것이라고 미 정보당국과 특검은 판단한다. 트럼프 캠프가 관련 정보를 얻으려고 움직였다면 공모의 구체적 사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위키리크스의 e메일 유출을 직접 지시했다는 증거는 아직은 없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점을 지적하며 “뮬러 특검이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 뮬러 능가하는 ‘선거자금법 위반’ 폭풍 트럼프 대통령이 마주해야 할 최대의 정치적 폭풍은 뮬러 특검이 아니라 뉴욕남부지검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평가도 많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당시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가 쏟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과 불륜을 벌인 여성 두 명의 ‘입막음’용으로 코언에게 지시해 돈을 건넸다는 ‘선거자금법 위반’ 혐의는 표면상으로는 사소해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가 현직 대통령이 아닌 민간인 신분이었다면 바로 기소됐을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순히 개인적인 관계에서 오간 돈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선거에 영향을 주기 위해 한 개인이 선거자금으로 기부할 수 있는 상한선(2700달러)의 48배에 달하는 13만 달러(약 1억4700만 원)를 코언이 건넸고, 이를 트럼프 대통령이 사주했다면 명백한 범법 행위가 된다. 차기 하원 정보위원장이 유력한 민주당 애덤 시프 하원의원은 9일 CBS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나는 당일 법무부가 그를 기소할 실제적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탄핵감’이란 이야기가 거론되는 이유다. ○ ‘법적 타격’보다는 더 클 ‘정치적 타격’ 현직 대통령은 기소되지 않는다는 미 법무부의 유권해석 덕에 트럼프 대통령이 당장 기소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시프 의원이 ‘트럼프가 백악관을 떠나는 날’을 강조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중 기소를 피한다고 해도 뮬러 특검의 ‘최종 보고서’가 공개된다면 막대한 정치적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중간선거 결과 하원을 장악해 그 충격파가 배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대표적인 법조계 인사로 꼽히는 앨런 더쇼위츠 하버드대 법대 명예교수는 지난달 말 ABC방송에 출연해 “정치적으로 재앙적인 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뮬러가 (트럼프 측에 의해) 반박당할 여지를 주지 않고 그저 ‘팩트’만 나열하고 의회에 보고서 내용이 탄핵감인지 판단하도록 공을 넘길 것이다. 그 자체만으로 (트럼프에겐) 재앙”이라고 설명했다. 대선후보로 확정된 뒤에도 모스크바 트럼프타워 건설 계획을 논의하고, 러시아 정보당국이 해킹한 민주당 측 e메일을 트럼프 측근들이 입수하려 계획한 사실들을 증거와 함께 단순히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9일 한 강연에서 “트럼프가 탄핵 절차 없이 (선거를 통해) 물러나기를 희망한다. (트럼프의) 거짓말이 (다음 대통령 취임날인) 2021년 1월 20일 멈추도록 우리의 모든 힘을 짜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정미경 전문기자}

‘어이쿠, 또 올라올 시간 됐네.’ 국제부 기자를 하다 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를 애용하는 시간을 알게 됩니다. 워싱턴 시간으로 오전 6, 7시대(한국 시간 오후 8, 9시대)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오후에 올리는 트윗은 오전의 절반도 안 될 정도로 적습니다(보스턴 글로브지 조사 결과). 대부분의 트윗은 자신의 업적 자랑과 경쟁자에 대한 독설로 가득하지만 간혹 보면 괜찮은 영어 표현들도 등장합니다. △Level the field. 중국과의 무역전쟁 ‘90일 휴전’ 합의 직후 올린 트윗 중 일부분입니다. ‘Level’은 ‘수준’을 뜻합니다. 동사로 쓰일 때는 ‘높이를 동일하게 맞추다’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field’는 ‘playing field’를 의미하는 것으로 ‘경기장을 평평하게 고르다’에서 유래했습니다. 의역을 하자면 ‘평등하게 하다’ ‘공정하게 하다’라는 뜻입니다. ‘미중 무역은 공정하게 하자’는 뜻이겠죠. △When we are down $100 billion with a certain country and they get cute, don‘t trade anymore. 한국인이나 일본인은 사람이나 물건이 ‘귀여운 것(cute)’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미국인들도 ‘cute’한 것을 좋아하지만 한국이나 일본만큼은 아닙니다. 오히려 ‘cute’는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Get cute with’라는 표현은 ‘상대방을 속이려 하다’ 또는 ‘수작을 부리다’는 뜻입니다. 중국 유럽 등과의 무역 불균형을 지적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입니다. ‘만약 미국이 어떤 나라와의 무역적자가 10억 달러나 되고 그 나라가 (무역적자 상황에 대해) 그럴듯한 말로 미국을 속이려고 한다면, 더 이상 그 나라와는 무역을 하지 말라’는 경고입니다. △Trump called himself Tariff Man and Twitter had a field day. ‘Field’가 들어가는 표현을 하나 더 보겠습니다. 얼마 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나는 관세맨”이라고 자랑했습니다. 그러자 소셜미디어에서는 이를 조롱하느라 난리가 났죠. ‘Have a field day’는 ‘신이 나서 어떤 일을 하다’는 의미입니다. 한 언론 매체가 뽑은 제목입니다. ‘트럼프가 자신을 관세맨이라고 자랑하자, 트위터에서는 이를 신나게 비판했다.’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전 워싱턴 특파원}

아프리카 국가들이 대북 제재 위반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군사협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이날 우간다 현지 취재를 통해 북한 군인 및 군 과학자들이 현지에 파견돼 코만도 특공부대를 훈련시키고 전투기 조종사들을 교육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우간다 군이 사용하는 총류와 탱크, 대전차용 시스템, 로켓추진 수류탄 등이 북한으로부터 케냐 항구를 통해 들여와 야간에 우간다로 밀반입된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아프리카 ‘군사 커넥션’은 우간다뿐 아니라 탄자니아, 수단, 모잠비크 등에서도 이뤄지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미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16년 강력한 대북 군사제재를 시행하면서 북한군 및 북한 군사기업들의 해외 인력 파견 및 기술 이전을 금지시키고, 해외 군사협력을 통한 본국 송금도 막았다. 당시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은 북한과의 군사협력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비난하며 대북 군사공격 가능성이 고조됐을 때도 무세베니 대통령은 대북 제재를 충실히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고, 우간다 외교부도 북한과의 군사 경제적 관계를 모두 단절했다고 밝혔다. 이후 우간다에서 북한 군인 및 과학자들은 일부 철수했으나 아직 상당수가 남아있다. WSJ 기자는 지난달 우간다 나카송골라 공군기지를 방문했을 때 4명의 남성을 목격했으며, 군과 지역 주민들로부터 확인한 결과 이들이 북한 인사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또한 지난 10월 우간다 군지휘관 6명에게 하달된 기밀문서를 WSJ가 입수한 바에 따르면 “북한 ‘전문가팀’으로부터 훈련을 받을 준비를 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북한 군인들은 우간다 주재 북한 대사관으로부터 북한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KOMID) 관련 업무에 종사한다는 외교서류를 발부 받아 우간다에 입국한다. KOMID는 북한의 무기거래 회사로 유엔 제재 대상이다. 우간다 기업들이 정부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KOMID 등 북한 건설 및 광산 회사들은 이름을 바꾸고 국적을 중국이나 ‘외국’ 등으로 표시하는 방식으로 은폐를 시도했다. 이런 식으로 우간다에 진출한 북한 건설 및 광산 회사들은 현재 유엔 대북 제재 위반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유엔의 모니터링 담당자들에 따르면 북한과 우간다 간의 협력사업을 중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북한의 합작회사로 알려진 ‘말레이시아 코리아 파트너스(MKP)’다. MKP 우간다 지부에 소속된 3명의 이사들을 보면 2명이 북한 사람이고 1명이 리비아인이다. 이들은 우간다에서 최소한 4개의 합작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이 사업의 이사진으로 등록돼 있다. MKP는 우간다와 앙골라, 잠비아 등에서 과거 수천만 달러 규모의 외화벌이 사업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북한과의 군사협력을 중단하지 않는 것은 장기집권 독재 지도자들이 북한과 오랜 교류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은 1987년 김일성을 만나기 위해 처음 북한에 갔으며 이후 수차례 방문했다. 우간다 대통령의 아들과 후계자, 우간다 특수부대 지휘관까지 모두 김일성 군사학교 출신이다. 2013년 무세베니 대통령이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말을 유창하게 해서 정부 관리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김일성으로부터 배운 것”이라고 자랑했다고 한다. 북한군 요원들로부터 근접전투 교육을 받은 한 우간다 관리는 “우리는 결코 그들과 관계를 단절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북한군으로부터 훈련을 받는 우간다 장교들에게는 ‘그들(북한군들)에 대해 절대 말하지 말고, 그들의 사진을 찍지도 말라’는 지시가 떨어졌다고 한다. 우간다가 북한으로부터 들여온 일부 군장비들은 과거 냉전시대 시스템으로 현재 작동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매우 제한돼 있다. 한 우간다 관리는 “우리는 (이 장비들의 사용법을 아는) 북한 인력을 쫓아낼 수 없다”며 “우리에게는 총기나 헬기를 작동하고 관리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우간다 주재 미국 대사관과 국방부 아프리카사령부는 WSJ의 우간다 대북제재 위반 확인 요청에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았다. 미국 관리들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내 많은 사람들이 북한의 불법 군사 수출에 대해 발설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미국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면 대북 제재가 매끄럽게 이뤄지고 있다는 이미지를 훼손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한 우간다 관리의 말이 현재 상황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은 우리에게 돈(원조금)을 준다. 그러나 미국의 이해관계에 부합되는 일을 할 때만 돈을 준다. 우리는 차라리 북한과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전투 문제에 관한 한 말이다.” 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입바른 소리’ 잘하는 참모 대신에 자신을 정치적으로 호위할 인사들을 백악관과 내각에 포진시키며 2020년 대선을 겨냥한 친정 체제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68)을 전격 경질하면서 장녀 이방카와 친한 30대 신예 닉 에이어스(36)를 후임으로 검토하고 있다.○ 에이어스 발탁으로 ‘내 사람’ 심기 트럼프 대통령은 8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켈리(비서실장)가 연말에 물러날 것”이라며 “그는 모든 사람으로부터 존경받았다. 그의 공직 수행에 매우 감사한다”고 말했다. 후임을 묻는 질문에는 “하루 이틀 내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CNN, NBC, 폴리티코 등 미국 언론은 켈리 실장의 후임으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비서실장인 에이어스가 유력하다고 7일 일제히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중간선거가 끝난 날 바로 에이어스를 불러 대통령비서실장 자리를 제안했는데 에이어스가 가족 문제로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원더키드’로 통하는 에이어스는 2016년 대선 때 정치 자문역으로 활동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뒤 2017년 1월 취임 전까지 정권인수위원회 수석자문위원을 맡았다. 그의 활동을 인상 깊게 본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7월 에이어스를 펜스 부통령 비서실장으로 보냈고 1년 5개월 만에 그를 자신의 밑에 두기로 한 것이다. 에이어스는 대학생이던 20세 때 주지사 선거 캠프에서 일하면서 정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그는 일반적인 정계 입문 통로인 의회에 진출하지 않고, 정치 컨설팅 및 광고 회사인 타깃엔터프라이즈를 세워 선거 자문 분야에서 활동했다. 컨설팅 회사로 돈을 많이 벌어 지난해 백악관 공직자 재산 신고 당시 5480만 달러(약 615억 원)를 의회에 보고해 모두가 놀란 바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소개했다. 최대 약점은 정책 경험이 없다는 것이다. 주로 선거 자문역으로 활동해 행정 능력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비서실장으로 두기로 한 것은 2020년 대선 캠프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외교 문외한’ 나워트 발탁 논란 연말에 떠나는 니키 헤일리 주유엔 대사 후임에는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48)이 발탁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워트는 매우 재능 있고 똑똑하며 모든 사람에게 존경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폭스뉴스 앵커 출신으로 지난해 4월 국무부 대변인에 임명된 그는 3∼10월 공공외교 담당 차관 대행까지 겸직했다. 유엔 대사는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을 지휘하는 것을 포함해 다자외교에서 미국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중책이지만 그가 외교 정책 경험이 없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CNN은 “트럼프에게는 경험보다 충성심이 더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지난달 트위터로 경질된 제프 세션스 전 법무장관 후임에는 법무장관 출신인 윌리엄 바(68)가 지명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는 훌륭한 사람이며 민주당에서도 존경받는 인물”이라고 치켜세웠다. 지난달 30일 타계한 조지 부시 전 대통령 행정부 시절인 1991∼1993년 법무장관을 지낸 바 지명자는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을 지켜줄 소방수로 현지 언론은 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그가 장관 재임 시절 연방수사국(FBI)에 근무했던 로버트 뮬러 특검의 상관이었다는 점을 들어 “트럼프는 자신에게 노골적으로 동조할 사람을 지명했다”고 비판했다.○ 합참의장엔 대북 강경파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 후임으로는 지난 3년간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마크 밀리 대장(60)이 지명됐다. 1980년 프린스턴대 학생군사교육단(ROTC)을 거쳐 임관한 밀리 대장은 1989년 파나마 침공 때는 특수부대를 지휘했고 보스니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에서도 근무한 정통 야전통이다. 주한미군 2사단 대대장을 지내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7월 27일에는 방한해 한미 동맹에 기여한 공로로 보국훈장 통일장을 받기도 했다. 밀리 대장은 지난해 10월 트럼프 행정부에서 대북 군사옵션이 검토될 당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감안하면 군사행동을 할 일정표가 있다”며 “시간은 무한하지 않고 결정은 내려질 것이며, 이에 의문을 제기할 여지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 정미경 전문기자}

68세의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의 후임으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비서실장인 36세의 닉 에이어스가 유력하다고 NBC, 폴리티코 등 미 언론들이 7일 일제히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지난달 6일) 직후 에이어스를 불러 비서실장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36세의 ‘워싱턴 원더키드’로 통하는 에이어스는 2016년 대선 때 정치 자문으로 활동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뒤 2017년 1월 취임 전까지 정권인수위원회의 수석자문위원을 맡았다. 그의 활동을 인상 깊게 본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7월 그를 펜스 부통령 비서실장으로 보냈고 1년 5개월 만에 그를 자신의 최측근에 두고 백악관을 관장하도록 한 것이다. 에이어스는 일찍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1982년 조지아 주에서 태어난 그는 20세 때 대학에 다니던 중에 조지아 주지사 선거 캠프에서 일하면서 정치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그는 일반적인 정계 입문 통로인 의회에 진출하지 않고, 정치 컨설팅 및 광고 회사인 타깃 엔터프라이즈를 세워 선거 자문 분야에서 활동했다. 또한 컨설팅 회사로 돈을 많이 벌어 지난해 공직자 재산 신고 당시 5480만 달러(약 615억원)를 의회에 보고해 워싱턴 정가의 화제가 됐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에이어스의 최대 약점은 정책 경험이 없다는 것. 주로 선거 자문역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행정 능력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비서실장에 두기로 한 것은 2020년 대선 캠프를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워싱턴 정가에는 ‘트럼프의 비서실장은 트럼프’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은 튀는 비서실장을 원치 않으며 자신 혼자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를 원한다. 그런 점에서 화려한 경력의 켈리 실장보다는 아직 성장하고 있는 에이어스에 대한 정치적 심리적 부담이 훨씬 덜 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정미경 전문기자mickey@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협상 스타일은 이런 것인가 봅니다. 일단 협상에 들어가기 전에는 완전한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큰소리친 뒤, 정작 협상에서는 전혀 일방적 승리 같지 않은 결과를 내고, 협상 결과에 대한 비판이 나올 것에 대비해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고 선수 치기.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때도 그랬고, 1일 폐막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미중 무역협상 때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This was a classic exercise in can-kicking. 일단 어려운 문제는 피하고자 하는 것이 인간의 심리입니다. 길거리에서 깡통을 차보셨습니까. 여기서 깡통은 해결하기 힘든 문제를 말합니다. 한 번 차면 깡통은 저 멀리 가고, 깡통 앞에 이르면 다시 차는 일이 반복됩니다. 깡통을 차버린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미루는 것일 뿐이죠. ‘kick the can’은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를 미루다’라는 뜻입니다. 블룸버그통신은 ‘90일 휴전’ 합의가 ‘can-kicking(뒤로 미루기)’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보도했습니다. △“The guy’s got diplomatic attention disorder.” 다른 사람이 말할 때 주의해서 듣지 않고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일을 할 때도 집중하지 못합니다. 만약 내 친구가 산만한 사람이라면 “He’s(She’s) got attention disorder”라고 합니다. 마이클 데시 노트르담국제안보센터 국장은 앞에 ‘diplomatic’을 붙여서 “그 사람(트럼프)은 외교 문제에서 주의력 집중이 안 된다”고 비판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 협상을 할 때 영속적이고 내구성 있는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인내하고 집중하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I don’t agree but I defer to the president.” 직역을 하자면 ‘defer to someone’은 ‘다른 사람이 결정하도록 하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아무에게나 결정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죠. 자신이 믿는 사람, 존경하는 사람에게만 그렇게 하도록 허락합니다. 지난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담당 자문역이었던 댄 디미코는 말합니다. “나는 이번 합의(‘90일 휴전’)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대통령이 결정하도록 하겠다.” 이 말은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을 믿는다”는 뜻이지요. 정치인들이 즐겨 쓰는 말입니다.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미국과 중국의 대결은 무역전쟁에만 그치지 않았다. 이른바 ‘패권 경쟁’ 양상을 띠면서 ‘중립지대에 있는 큰 나라’ 인도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는 파워게임이 벌어졌다. 미국 일본 인도 정상은 지난달 30일 G20 개최를 계기로 첫 3자 정상회담을 열고 세계 번영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한자리에 앉아 지속가능한 발전, 대테러 대응, 사이버 보안 등 여러 글로벌 이슈를 논의한 뒤 인도-태평양 지역 안정에 협력해 나가자고 의견을 모았다. 미국과 일본에 인도는 자유민주주의 법치주의 등 기본적 가치나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우호국이다.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을 위해 미국과 일본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각국에 대해 최대 700억 달러(약 80조 원)의 인프라 지원을 표명했다. 이 구상안에 인도를 합류시키면 경제적 군사적으로 중국을 강하게 견제할 수 있다. 아사히신문은 2일 “인도는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지금까지 미국 일본과의 3국 정상회담에 소극적이었으나 이번에 미국 일본 쪽으로 방향타를 돌렸다”고 분석했다. 모디 총리는 3국 정상회담에서 3국의 머리글자 ‘JAI’(Japan, America, India)가 힌디어로 ‘성공’을 뜻한다고 설명하며 “매우 좋은 시작”이라고 말했다고 전해졌다. 이에 질세라 중국도 G20 회의에서 과감한 미국 견제 행보를 했다. 우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비공개 정상회담을 열고 세계무역기구(WTO) 개혁 문제를 제기하는 미국을 겨냥해 “WTO 원칙에 반하는 보호주의에 반대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열린 중국 러시아 인도 3국의 비공식 정상회담은 2006년 이래 처음 열린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국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며 회담 정례화를 제안했고 시 주석과 모디 총리도 동의했다. 냉전시대 동서의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으며 비동맹국가의 맹주를 자임해온 인도는 미국과 중국 양쪽에서 ‘러브콜’을 받는 상황이다. 인도 정부 관계자는 아사히신문에 “인도의 존재감이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미국과 중국이 인도에 동시에 구애한다는 것은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라며 “미중 패권 경쟁의 조정자로 나설 만큼 군사·경제적 파워를 가진 나라는 현재로선 인도밖에 없다”고 전했다. 인도는 중국 경제가 한풀 꺾여가는 상황에서 세계 경제를 견인할 수 있는 유일한 신흥 경제국으로 평가된다. 모디 총리는 ‘인도의 오래된 부정적 이미지’인 부패를 상당 부분 걷어내고 화폐 및 조세 개혁을 단행하면서 올해 인도의 경제성장률을 7.3%까지 끌어올렸다. 내년 성장률도 7.5%로 전망돼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올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는 날선 무역전쟁을 벌이면서도, 인도에는 관세 인상 유예를 제시하는 등 친화적 태도를 견지했다. 인도의 광활한 소비시장에 진출하려는 전략적 포석인 셈이다. 미국은 지난달 인도가 러시아제 휴대용 방공 미사일 시스템을 15억 달러(약 1조6940억 원)어치 구매하겠다고 밝혔을 때도 강하게 반발하지 못했다. 미국의 제재 대상인 러시아에서 무기를 구매한 인도에도 제3국 제재를 가해야 하지만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인도가 차지하는 전략적 역할 때문에 눈감아 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인도와 오랜 앙숙 관계인 중국도 미국에 맞서기 위한 전략적 파트너로 인도를 선택했다. 중국은 지난해까지는 4000km에 이르는 인도와의 국경지대에서 인도와 적잖은 마찰과 갈등을 빚었으나 올해부터 양국 연합 군사훈련을 실시하기로 하는 등 적극적인 협력 체제로 돌아섰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정미경 전문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대 대선공약인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를 두고 공화당을 포함한 트럼프 진영과 민주당이 치열한 난타전에 돌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전적으로 연방정부를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할 의향이 있다”고 의회를 압박했다. 의회로부터 장벽 설치 예산 50억 달러(약 5조6425억 원)를 받아내기 위해 셧다운 카드를 내걸고 배수진을 친 것이다. 앞서 의회는 9월 말 2019 회계연도(2018년 10월 1일∼2019년 9월 30일) 예산안 처리에 실패했다. 당시 국경 장벽 설치 예산 규모를 정하는 문제로 민주당과 공화당이 합의를 보지 못하면서 예산안 처리 자체가 막혀 버렸다. 대신 의회는 임시변통으로 다음 달 7일까지 연방정부가 사용할 예산안을 편성해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새 예산안 처리 시한인 다음 달 7일 이전에 2019년도 예산안이 처리되거나, 아니면 새로운 임시 예산안이 통과돼야만 연방정부는 중단 없이 업무를 계속할 수 있다. 업무가 중단되면 유권자들이 불편을 겪기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셧다운을 최대한 피하려고 한다. 그러나 장벽 설치 비용을 두고 양당의 골이 오히려 더 깊어지면서 이번에도 예산안 처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하원 공화당 지도부와 회동한 자리에서도 “셧다운을 막기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을 것이며, 셧다운 발동에 기꺼이 서명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11·6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차지하면서 내년 초부터 예산안 권한이 막강한 하원을 장악하게 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이번 회기 내에 장벽 설치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하원 장악으로 느긋해진 민주당은 ‘셧다운이 두렵지 않다’며 배짱을 보이고 있다. 찰스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27일 “공화당 소속 대통령과 의회하에서 셧다운이 발생하는 것이므로 민주당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장벽 설치 예산을) 멕시코 정부로부터 받아내지 그러냐”고 비꼬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유세 때 멕시코가 장벽 설치 비용을 내도록 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멕시코는 아예 ‘Wall(장벽)’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대다수 미국인도 셧다운을 위협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판적이다. 22일 발표된 여론조사업체 모닝컨설트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5%는 ‘장벽 예산 확보는 셧다운을 감행할 만큼 가치 있는 이슈가 아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3월 국경 장벽 설치에 돌입하겠다고 발표하는 대대적인 기자회견을 가졌다. 장벽은 서부 캘리포니아에서 동부 텍사스까지 2000마일(약 3218km)에 달하는 국경선에 8곳 정도 설치될 예정이다. 캘리포니아주의 샌디에이고와 칼렉시코, 애리조나주의 투손, 뉴멕시코주의 샌타테리사, 텍사스 주의 리오그란데밸리와 엘패소 등이 주요 설치 지역이다. 여기에 드는 초기 비용은 올 초 의회로부터 승인받은 기존 장벽 보수 예산 16억 달러로 충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로 50억 달러를 더 받아내려는 것이고, 민주당은 ‘16억 달러 외에는 없다’면서 대치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 의회가 ‘협상의 달인’인 만큼 셧다운 직전에 장벽 설치 예산 문제가 타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50억 달러에 못 미치는 선에서 합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

북한이 내년 4월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서밋’을 개최한다고 온라인 비트코인 정보매체 ‘유즈더비트코인’이 2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북한이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컨퍼런스를 개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원래 행사는 지난달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북한 측은 아무런 이유를 없이 내년 4월로 연기한 바 있다. 북한은 온라인에서 암호화된 화폐가 거래될 수 있도록 하는 블록체인 분야에서 상당한 기술력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해외 친북 단체인 조선친선협회(KFA)의 웹사이트에 게재된 북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번 행사는 내년 4월 18~25일 평양의 과학기술 단지에서 열린다. 행사는 8일간 진행되며 참가료는 1인당 3300유로(약 421만원). 이 비용은 호텔, 식사 등을 모두 포함한 총 체류비용이다. CNN은 “북한은 해외 전문가들을 초청해 자국의 블록체인 기술력을 홍보하고, 이와 관련된 외국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조직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블록체인이 큰 열풍을 일으키고 있고, 북한이 외부인들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국가라는 점에서 많은 비트코인 애호가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인터넷 연결조차 제대로 안 되는 북한이 대규모 온라인 행사를 여는 것은 실상 암호화폐 거래 기술 논의보다는 관광 수입이라는 목적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행사에서 정작 블록체인 관련 논의는 이틀만 열린다. 나머지 6일은 북한의 전쟁박물관, 평양외국어대, 인민대학당, 맥주공장 시찰 등 관광 일정으로 채워져 있다. 또 스케이팅, 볼링, 사냥, 쇼핑 등도 즐길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아시아타임스 등은 “북한은 이번 행사를 통해 암호화폐와 관광을 혼합시켰다. 관광객 유치에 암호화폐를 이용한 셈”이라고 비꼬았다. 국제사회의 제재로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는 북한은 현금 확보를 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의 비트코인 해킹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 영국의 정보당국은 지난해 지구촌을 강타한 랜섬웨어 ‘워너크라이’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한 바 있다. 정미경 전문기자mickey@donga.com}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해상에서 선박을 이용해 정제유, 석탄 등 금수품목 밀거래를 계속해 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 시간) 폭로했다. 같은 날 미 법무부도 북한 금융기관의 돈세탁에 연루된 외국 기업 3곳의 자금을 몰수해 달라는 소송을 미 연방법원에 제기했다. 북한과의 고위급회담을 앞두고 협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미국이 대북 압박을 본격화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WSJ는 유엔의 기밀자료와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올해 북-미 정상회담 및 남북 정상회담 개최로 화해 무드가 조성됐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1월부터 8월 중순까지 20여 척의 유조선으로부터 148차례에 걸쳐 정제유를 불법적으로 넘겨받았다고 밝혔다. 현재 북한은 석탄, 섬유, 해산물 수출이 전면 금지돼 있으며 정제유는 제한 쿼터만 수입이 허용돼 있다. WSJ는 이 유조선들이 적재 용량을 다 채웠다면 대북제재가 허용하는 상한선인 연 50만 배럴의 5배에 달하는 250만 배럴의 정제유가 북한에 흘러갔을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면서 올해 북한의 휘발유 가격이 비교적 안정세를 보인 것도 선박 대 선박 환적(옮겨 싣기) 방식으로 연료를 계속 공급받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현재 유엔과 관련 당국은 최소 선박 40척과 130개 기업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WSJ는 유엔 소식통을 인용해 이들 선박과 다른 화물선들이 거의 200건에 달하는 정제유, 석탄 불법 환적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선박이 모두 북한 소유인지는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다. 다만 선박이 등록된 곳이 대만, 토고(아프리카) 등 광범위한 지역에 퍼져 있다. WSJ는 북한의 선박을 이용한 제재 회피 수법으로 △세관서류 위조 △선박 이름 위장 △자동식별장치 끄기 △해상 신호 조작 △모니터상 다른 나라 선박으로 오인하게 만들기 등 5가지를 제시했다. 신문은 이 중 자동식별장치 끄기가 가장 널리 사용된다면서 후아푸(Hua Fu)호를 대표 사례로 소개했다. 후아푸호의 원래 이름은 홍콩 ‘창안해운 테크놀로지’ 소속의 ‘창안호’였다. 이 배는 지난 2년간 4개 국적의 깃발을 바꿔 달고 수십만 달러 상당의 북한산 석탄을 제3국으로 실어 날랐다. 미 캘리포니아 소재 미들베리 연구소의 북한 전문가 안드레아 버거 연구원은 “북한은 자신들의 교과서에 나와 있는 모든 제재 회피 수법을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미 법무부는 27일 북한 금융기관의 돈세탁에 연루된 싱가포르 기업 1곳과 중국 기업 2곳의 자금을 몰수해 달라며 미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몰수 요청 규모는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싱가포르 기업이 59만9930달러, 홍콩에 본부를 둔 ‘에이펙스 초이스’는 84만5130달러, 또 다른 중국 기업 ‘위안예 우드’는 172만2723달러로 모두 316만7783달러(약 35억7500만 원)다. 법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들 기업이 미국 달러를 이용해 제재 대상 북한 은행들과 거래를 했다면서, 북한 은행들은 이런 방식을 통해 북한 정권에 필요한 물품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들 북한 은행이 세탁된 자금을 이용하면서 미국의 금융 시장에도 불법적으로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가 공개한 소장에 따르면 싱가포르 기업과 에이펙스 초이스는 북한의 위장회사를 통해 과거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이 제재한 ‘벨머 매니지먼트’ 등과 자금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북한 정권과 거래했다. 위안예 우드도 북한의 위장회사와 함께 ‘단둥 즈청금속회사’와 ‘위총 주식회사’ 등과의 거래에 여러 차례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 위총 주식회사는 북한과의 불법 거래 등으로 미 정부의 제재 명단에 올라 있고, 단둥 즈청금속회사는 유령회사를 동원해 북한산 석탄을 수입한 혐의로 이미 408만 달러에 대한 몰수 소송이 제기된 회사다. 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저 멀리 미국으로 넘어갈 수 있는 국경 장벽이 보인다. 멕시코 티후아나 접경 지역의 스포츠 경기장에 마련된 간이 숙소에 머물던 중미 출신 이민자 행렬 캐러밴의 일부가 장벽을 향해 행진하기 시작한다. 그러자 미국 국경 요원들은 수십 발의 최루탄을 발사한다. 다섯 살짜리 쌍둥이 딸과 이 장면을 지켜보던 마리아 메사 씨(39)는 기겁을 하고 두 딸의 팔을 부여잡은 채 최루탄을 피해 달아난다. 메사 씨는 유명한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주인공 엘사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었고 두 딸은 기저귀 차림이다. 로이터통신의 한국인 사진기자 김경훈 씨(44)는 메사 씨 모녀가 피신하는 장면을 보고 순간적으로 셔터를 눌렀고, 이 사진은 최근 미국에서 가장 관심을 받는 사진이 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캐러밴 입국 금지 정책을 비난할 때마다 이 사진을 들고 흔드는가 하면 사진 속 주인공 메사 씨에 대한 미국 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 김 씨는 이 사진 외에 메사 씨의 딸 중 한 명이 도망가다가 울고 있는 사진 1장과 이민자 80여 명이 최루탄을 피해 이리저리 달아나는 사진 1장 등 총 3장을 찍어 전 세계 언론사에 송고했다. 사진 덕분에 일약 유명해진 김 씨는 WP와의 인터뷰에서 “사진들은 지금 국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 일요일(25일)에 찍은 것들로 미국인들이 평화로운 주말을 보내고 있는 동안 멕시코 국경지대에서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WP에 따르면 김 씨는 14일 일찌감치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로 갔다. 멕시코시티에 모여든 이민자들과 함께 생활하며 티후아나까지 여정을 이어갔다. 그들과 열흘 이상 동고동락했기 때문에 이민자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생생한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고 WP는 전했다. 로이터통신에서 15년 이상 일해 온 김 씨는 과거 서울지국에서 근무했다. 지금은 도쿄지국 소속이다. 그는 “현장에 있었으므로 사진을 찍은 것뿐인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니 놀랍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김 씨는 화제의 사진을 찍을 당시 메사 씨로부터 5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스페인어를 모르는 그는 메사 씨와 대화는 할 수 없었다. 나중에 스페인어를 할 줄 아는 동료와 함께 이민자 숙소를 찾아가 메사 씨를 만나 안부를 물었다. 온두라스 출신의 그녀는 쌍둥이 딸을 포함한 5명의 자녀를 데리고 미국에 체류하고 있는 남편과 함께 살기 위해 국경을 넘으려 했다고 한다. 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
북한이 경제 회복을 위한 개혁 개방 행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25일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제15차 국제금융포럼(IFF)에 리철석 국가경제개발위원회 위원장 겸 대외경제성 경제개발총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 4명을 파견해 외국 자본 유치와 경제특구에 대한 해외 투자 홍보에 열을 올렸다. 특히 북한은 글로벌 스탠다드(국제기준)에 부합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금융법규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북한이 해외 포럼 참가를 통해 경제 개발 의지를 드러낸 것은 처음으로, 경제 회복을 정책의 최우선으로 삼고 있음이 이번 포럼을 통해 확인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7일 보도했다. IFF는 한승수 전 국무총리가 공동의장을 맡고 있으며 북한이 특별 세션 형식으로 참가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SCMP에 따르면 북한은 비핵화 문제 등과 관련한 미국과 협상에서 대결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과는 달리 포럼에서는 해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화해 모드로 일관했다. 리 위원장은 “(우리는) 국제사회와 협력할 기회를 기대하고 있다”며 “북한의 경제특구와 투자 기회에 대해 세계에 더 많이 소개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연사로 나선 서정찬 대외경제성 조약법률 총국장은 “해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관광 및 선진 정보기술개발특구를 추진하고 있다”며 “우리는 외부 세계에 대한 개방, 특히 중국과의 경제협력 및 교류를 증대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소속의 고위 간부인 황충권은 “북한은 해외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새로운 금융정책 법규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금융은 한 나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고 국제 협력이 중요한 분야이므로 우리는 다른 나라와 협력과 소통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SCMP는 “북한이 국제적인 경제 대화에 참석한 것은 올해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면서 경제 발전을 위해 외부 세계와 교류하려는 노력이 시작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29일부터 12월 2일까지 베트남을 공식 방문한다고 베트남 언론이 외교부 발표를 인용해 26일 보도했다. 리 외무상은 이번 방문 기간에 주요 산업단지 시찰 등 베트남의 개혁 개방 모델인 ‘도이머이’(쇄신)를 집중 연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

저 멀리 미국으로 넘어갈 수 있는 국경 장벽이 보인다. 멕시코 티후아나 접경 지역의 스포츠 경기장에 마련된 간이 숙소에 머물던 중미 출신 이민자 행렬 캐러밴의 일부가 장벽을 향해 행진하기 시작한다. 그러자 미국 국경 요원들은 수십 발의 최루탄을 발사한다. 5살짜리 쌍둥이 딸과 이 장면을 지켜보던 마리아 메자 씨(39)는 기겁을 하고 두 딸의 팔을 부여잡은 채 최루탄을 피해 달아난다. 메자 씨는 유명한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주인공 엘자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었고 두 딸은 기저귀 차림이다. 로이터통신의 한국인 사진기자 김경훈 씨는 메자 모녀가 피신하는 장면을 보고 순간적으로 셔터를 눌렀고, 이 사진은 최근 미국에서 가장 관심을 받는 사진이 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캐러밴 입국 금지 정책을 비난할 때마다 이 사진을 들고 흔드는가 하면 사진 속 주인공 메자 씨에 대한 미국 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 김 씨는 이 사진 외에 메자 씨의 딸 중 한 명이 도망가다 울고 있는 사진 1장과 이민자 80여 명이 최루탄을 피해 이리저리 달아나는 사진 1장 등 총 3장을 찍어 전 세계 언론사에 송고했다. 사진 덕분에 일약 유명해진 김 씨는 WP와의 인터뷰에서 “사진들은 지금 국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 일요일(25일)에 찍은 것들로 미국인들이 평화로운 주말을 보내고 있는 동안 멕시코 국경지대에서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WP에 따르면 김 씨는 14일 일찌감치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로 갔다. 멕시코시티에 모여든 이민자들과 함께 생활하며 티후아나까지 여정을 이어갔다. 이민자들과 함께 주유소에서 샤워하고 식사 배급을 받기 위해 줄을 섰다. 그들과 열흘 이상 동고동락했기 때문에 이민자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생생한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고 WP는 전했다. 로이터통신에서 15년 이상 일해온 김 씨는 과거 서울지국에서 근무했다. 지금은 도쿄지국 소속이다. 그는 “현장에 있었으므로 사진을 찍은 것뿐인데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니 놀랍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김 씨는 화제의 사진을 찍을 당시 메자 씨로부터 5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스페인어를 모르는 그는 메자 씨와 대화는 할 수 없었다. 나중에 스페인어를 할 줄 아는 동료와 함께 이민자 숙소를 찾아가 메자 씨를 만나 안부를 물었다. 온두라스 출신의 그녀는 쌍둥이 딸을 포함한 5명의 자녀를 데리고 미국에 체류하고 있는 남편과 함께 살기 위해 국경을 넘으려 했다고 한다. 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입니다. 흔히 ‘쇼포칼립스’(shop+apocalypse의 합성어·쇼핑지옥)라고 불리는 절정의 쇼핑 시즌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블랙프라이데이는 한 해 쇼핑의 대미를 장식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반면 미국에서는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연말까지 이어지는 쇼핑 시즌의 시작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블랙프라이데이에 대한 표현들을 알아보겠습니다. △Black Friday brings out a competitive streak. 느긋하게 사는 미국인들은 평소 치열한 경쟁에 나설 기회가 별로 없습니다. 그러다가 블랙프라이데이 쇼핑 전쟁이 펼쳐지면 자신 속에 내재돼 있던 경쟁 본능을 일깨웁니다. 경쟁심이 발동한다고 할 때 ‘bring out a competitive streak’이라고 합니다. 우리 마음속에는 다양한 감정들이 있는데 블랙프라이데이가 되면 경쟁심의 가닥(streak)이 뻗쳐 나오는 것이죠. 경쟁심이 강한 사람을 가리켜 ‘He(She) has a competitive streak’이라고 합니다. △“Today is on me.” 블랙프라이데이는 여성들의 날입니다. 쇼핑 하면 아무래도 여성 아니겠습니까. 남편이나 남자친구는 주로 여성을 따라다니는 역할입니다. ‘Tag-along husband’라는 표현은 ‘부인을 따라 쇼핑에 나선 처량한 남편’을 가리킵니다. 어떤 남편들은 더 이상 따라나서지 않고 부인에게 자신의 신용카드를 건네줍니다. 그러면서 “오늘 내 카드 써. 내가 살게”라고 호기롭게 말합니다. 그럴 때 쓰는 말이 “Today is on me” 또는 “It′s on me today”입니다. △“Get a job!” 블랙프라이데이가 되면 한밤중에 대형 상점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섭니다. 줄을 선 사람들을 가리켜 ‘도어버스터(Doorbuster)’라고 합니다. 몇 시간씩 기다리다가 상점 문이 열리면 뛰어들어가 할인 상품들을 선점하는 사람들이죠. 행인들은 이들에게 야유를 건넵니다. 한심해 보이니까요. 가장 대표적인 야유는 “Get a job”입니다. 여기서 “Get a job”은 “직장을 찾아봐”가 아니라 “Get a life”의 의미입니다. 우리 주변을 보면 하찮고 대수롭지 않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과 시간을 들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정신 차려”라고 말하고 싶다면 “Get a job”이라고 하면 됩니다.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김정은의 최대 관심 사업 ‘삼지연 개발’, 무리하게 추진되며 현지 주민 불만도 고조자금 인력 부족으로 북한 주민에게 기부 종용하는 ‘기증서’도 발부범죄자 형기 줄여주거나 죄목 없애주는 데 쓰여 ‘북한판 유전무죄 무전유죄’ 상징전직 관리, “김정은의 삼지연 잦은 방문은 홍보쇼일 뿐” 비판했다가 체포 구금자유아시아방송 아시아프레스 등 대북 전문매체들 보도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대 관심 사업으로 알려진 삼지연 개발이 무리하게 추진되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삼지연 개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주민들에게 기부를 강요하는가 하면 삼지연에 대규모 전력이 투입되면서 주민들은 정전(停電) 상황을 맞고 있다. 북한 경찰은 삼지연 사업에 불만을 제기하는 주민들을 불법 체포해 구금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 등이 19일 보도했다. 삼지연은 백두용암대지에 위치한 지역으로 자연절경이 뛰어난 곳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삼지연을 김일성 항일투쟁의 무대이자 김정일의 고향이라고 끊임없이 선전해왔다. 김정은은 올해 3번이나 삼지연을 방문했으며 지난 9월에는 북한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함께 찾기도 했다. 김정은은 세습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2016년 삼지연 개발에 착수했다. 철도를 건설하고 관광특구를 개설하는 것이 심지연 개발의 주요 목표다. 김정은이 직접 나서 지휘하고 있다. 삼지연에는 400여개의 새로운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김정은은 당 창건 75주년인 2020년 10월까지 총공사를 완료하도록 계획을 앞당겼다. 공사를 담당하는 2·16 돌격대(김정일 생일 2월 16일 맞춰 설립된 노동대)는 전국에서 노동자와 학생들이 동원해 돌관공사(일정 기한내 집중공사)를 해왔다. 그러나 자금과 인력 부족으로 수차례 공사가 중단되자 북한 당국은 주민들에게 기부를 종용하면서 기증서를 발부하고 있다. 기증서는 범죄자들의 형기를 줄여주거나 죄목을 없애주는데 쓰인다. 일본의 대북 전문매체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신설 무역기관이나 돈주(신흥 졸부)들이 기부를 하는 경우가 많다. 대다수 수감자 가족들은 기부를 하고 싶어도 재산이 없어 못하는 실정이다. 기증서는 죄에 대한 면죄부이자 북한의 빈부격차를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아시아프레스는 전했다. 뿐만 아니라 삼지연 개발에 전력이 집중 투입되면서 주민들은 정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정전 상황은 지난달 김정은의 3차 삼지연 방문 이후 악화돼 양강도, 자강도, 함경북도 일대에 전기가 거의 들어오고 않고 있다고 대북 전문매체들은 전했다. 전기는 삼지연에 지어지는 건물들의 시멘트를 건조시키는 데 사용되고 있다. 곧 북부 지역에 엄동기가 닥치면 시멘트가 모두 얼어버리기 때문에 시멘트를 단시간 내 건조시키기 위해 막대한 전열기가 투입되고 있는 것이다. 전기 불법 사용에 대한 단속도 심해져 한번 적발되면 하루 종일 고된 노동을 해야 하는 ‘노동단련대’에 3개월간 보내진다고 아시아프레스는 전했다. 지난 6월 이후 북한 전역의 전기 상황이 다소 호전되는 조짐을 보여 왔는데 북부 지역 주민들은 삼지연 사업 때문에 어둠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얘기다. 북한 주민들의 불만이 날로 커지면서 이달 초 삼지연 인근 혜산 지역 인민위원회의 전 부위원장이 김정은에 대한 불평불만을 토로했다는 이유로 체포 구금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평소 주민들과 교류가 많았던 그는 “삼지연 건설에 필요한 자금과 인력이 극도로 부족한데 김정은이 자주 방문하는 것은 홍보쇼”라는 비판했다는 것이다. 그의 친구 중 한 명이 이를 듣고 당국에 신고했으며 경찰이 한밤중에 들이닥쳐 그를 끌고 간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이 삼지연 시찰을 다녀간 뒤에는 어김없이 색출령이 강화되고 있으며 일반 주민이나 정부관리 할 것 없이 모두 감시 대상이라고 RFA는 전했다.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