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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업계의 숙원이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미국 상장에 청신호가 켜졌다. 현물 ETF 승인을 반려해온 미 금융당국의 결정을 재검토하라는 미국 법원의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비트코인 ETF가 상장되면 사실상 제도권 자산으로 인정돼 대규모 투자금이 몰려들 것이란 기대감에 판결 직후 비트코인 가격이 장중 7% 급등하는 등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29일(현지 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 순회 항소법원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가상화폐 자산운용사(그레이스케일)의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신청을 부당하게 반려했다며 재심사하라고 판결했다. 네오미 라오 판사는 이날 “SEC가 유사한 상품(비트코인 선물 ETF)과 비트코인 현물 ETF의 다른 점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상장 신청을 거부한 것은 자의적이다”라고 밝혔다. SEC는 비트코인 선물 ETF는 승인해 왔지만 현물 ETF 상장은 가치 산정이 어렵고 시세 조작이 가능해 위험성이 더 크다며 거부해왔다. 이에 라오 판사는 현물 ETF만 거부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신탁 상품을 운영해온 그레이스케일은 지난해 6월 현물 ETF 상장 전환을 신청했다가 SEC가 거부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그레이스케일의 비트코인 신탁은 162억 달러(약 21조4000억 원)에 달한다. 미 법원이 SEC에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을 재심사하라고 공을 넘기자 가상화폐 업계는 “기념비적인 판결”이라며 환호하는 분위기다. 현물 ETF 상장이 가능해지면 일반 주식 계좌로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게 돼 대규모 일반 투자자들의 자금이 가상화폐에 몰릴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간 가상화폐 투자를 하려면 별도의 코인 거래소를 통해 가상화폐 계좌를 열어야 했다. 그레이스케일의 비트코인 투자 신탁은 신탁 상품 특성상 주식처럼 비트코인 하락 시 그때그때 매수가 어려워 실제 가격보다 할인돼 거래되는 등 규제가 많았다. 또 가상화폐의 ETF 상장은 제도권 자산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도 크다. 이에 판결 직후 그레이스케일이 운영하는 비트코인 신탁은 21%까지 올랐고, 비트코인도 장중 7%대 상승을 기록했다. 블랙록, 피델리티 등 글로벌 투자사들도 비트코인 ETF 상장 신청에 줄을 선 상태다. SEC는 이날 판결에 대해 “(판결 내용을) 검토 중”이라고만 밝혔다. 법원이 SEC의 기존 결정에 대해 자의적이라고 판단한 만큼 SEC는 새로운 승인 반려 근거를 찾거나 다시 법적 다툼을 이어 나가야 한다. SEC는 45일 내에 항소법원에 판결 재고를 요청하거나 90일 이내에 대법원에 상소할 수 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중국 정부가 미국을 비방하는 정치 선동용 가짜 계정 수천 개를 운영해오다 적발됐다. 영어 뿐 아니라 한국어, 프랑스어, 튀르키예어 등으로 전 세계에 가짜뉴스를 퍼뜨리는데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한 것이다. 미중 갈등이 가짜뉴스 여론 선동전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29일(현지시간) 메타는 자사가 운영하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에서 중국 정부가 배후로 추정되는 가짜 계정 7700여개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메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뿐 아니라 틱톡, X(옛 트위터), 레딧, 핀터레스트, 유튜브 등 50여 개 글로벌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무차별적으로 미국과 우방국을 비방하고 중국을 선전하는 기사나 게시글을 퍼뜨린 것으로 나타났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이 같은 정치 선동을 일컫는 스팸(spam)과 위장(camouflage)의 합성어 ‘스패무플라주(spamouflage)’ 계정을 대거 찾아낸 것이다. 메타는 그동안 7차례 중국의 가짜계정을 대거 적발했는데 이번이 규모가 가장 크다.중국 가짜 계정은 주로 미국을 비방하는 기사나 게시글을 같은 시점에 대량으로 쏟아냈다. 올해 2월 27, 28일에는 러시아에서 독일 등 서유럽으로 가스를 공급하는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이 폭발한 사건의 배후가 미국이라는 기사가 순식간에 레딧, 페이스북, 유튜브로 확산됐다.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 발생 전 중국 우한에 수상한 미국 해산물이 들어왔다는 게시글도 특정시점에 대량으로 올라왔다. 메타는 이들 계정이 중국 정부가 배후에 있는 가짜 뉴스의 진원지로 보고 있다. 중국이 한국어를 비롯해 독일, 프랑스 등 미 우방국 8~10개국 언어로도 번역해 각국 여론에 영향을 미치려 한 점도 눈에 띈다. 메타 측은 “중국 게시글은 스토리를 잘 만들기보다 같은 내용을 복사해 뿌리는 ‘스팸’에 가깝다”며 “보는 사람을 실제 설득하려하기보다 보여주기식의 ‘양’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설명했다. 하지만 가짜뉴스 유통 빈도가 증가하고 있고, ‘두더기 잡기 식’으로 적발할 수밖에 없어 중국발 가짜뉴스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파리나 뉴욕처럼 시민들이 걸어 다닐 수 있는 신도시를 실리콘밸리에 짓는 것은 어떨까요?” 2017년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 투자자 마이클 모리츠 전 세쿼이아캐피털 회장은 비밀리에 투자자들에게 이 같은 편지를 보냈다. 뉴욕 웨스트빌리지처럼 조용한 주택단지와 번화한 도시 인프라를 갖춘 신도시를 샌프란시스코 인근 목초지에 건설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 일대의 치솟는 주거비 문제를 해결하고, 친환경 비전을 실현시키겠다는 이유였다. 뉴욕타임스(NYT)는 28일 모리츠 전 회장을 비롯해 리드 호프먼 링크트인 창업자 등 실리콘밸리의 거물 인사들이 이 같은 비전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기업인이 ‘플래너리 어소시에이츠’라는 투자기업을 세운 뒤 약 8억 달러(약 1조576억 원)를 들여 솔라노 카운티에 서울 면적 3분의 1에 해당하는 5만2000에이커(약 211km)의 용지를 매입한 것이다. 솔라노 카운티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다. 농장, 목초지, 풍력단지 등이 밀집된 지역이다. 이곳에는 트래비스 미 공군 기지도 있다. 이 때문에 몇 년 전부터 ‘정체불명의 기업에서 미 공군기지 주변 땅을 사들이고 있다’며 중국이 배후라는 소문까지 돌았다. 연방정부까지 배후에 의구심을 품자 플래너리 측은 최근 “미국 시민들로 구성된 기업”이라며 향후 솔라노 주민과 트래비스 공군 기지와 협력해 신도시 개발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 정보기술(IT) 업계 거물들은 실리콘밸리의 주택 기근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도시 건설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이 같은 계획을 추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치솟는 주거비와 주택 공급 부족 탓에 상당수 기업과 직원들이 텍사스주로 이동하는 등 실리콘밸리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 부동산 정보업체 줌퍼에 따르면 8월 샌프란시스코 방 1개짜리 아파트 월세 중간값은 3042달러(약 402만 원) 수준에 달한다. 지난달 월세 중간값이 4400달러(약 582만 원)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뉴욕 맨해튼도 ‘미친 월세’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부동산업체 더글러스 엘리먼과 감정평가회사 밀러 새뮤얼에 따르면 맨해튼의 월세 평균값도 5588달러(약 739만 원)로 전년 동월 대비 9% 급등하는 등 최고 기록을 연이어 갈아치우고 있다. 뉴욕시는 고육지책으로 숙박 공유업체 에어비앤비에 대한 규제를 다음 달 5일부터 시행하는 등 해결책을 짜내고 있다. 30일 미만 단기 임대 시 호스트에게 관광세, 호텔세 등 세금을 지우는 내용이다. 뉴욕시는 일부 호스트들이 아파트를 빌린 뒤 더 높은 가격에 에어비앤비를 통해 단기 임대를 하는 등 차익거래를 하면서 월세 상승을 자극한다고 지적해 왔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현지 인력 채용, 임금 인상 등 미국 노동조합의 강한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내년 11월 미국 대선을 앞둔 상황이어서 노조의 입김은 더 강해질 수 있다. 대미 투자 때 이른바 ‘노조 리스크’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2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미 노동총연맹산업별조합회의(AFL-CIO)와 전미자동차노조(UAW) 등은 27일(현지 시간) 현대차 미국 법인에 ‘지역사회 혜택 협약’ 서한을 보내며 단체 행동을 예고했다. AFL-CIO와 UAW 등은 현대차에 “근로자와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를 담을 수 있는 강제력 있는 협약이 필요하다”며 지역 주민 우선 채용 등을 요구했다. 신규 채용 45%, 승진 인원 20%를 여성이나 소수인종, 전역 군인으로 채울 것 등을 협약에 명시하자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전환에 따른 일자리 감소를 우려해 새 전기차 공장을 짓고 있는 완성차 업체들에 노조 가입에 준하는 구속력 있는 단체협약 압력을 행사한 것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UAW 등이 현대차뿐 아니라 독일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대규모 전기차 투자 업체들에도 비슷한 요구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제조업체들도 노조의 ‘타깃’이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의 미국 배터리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노조는 사측이 제시한 임금 인상 계획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8개월간의 교섭 과정에서 노조는 강도 높은 요구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사측은 근로자 시급을 약 16.5달러(2만2000원)에서 25% 오른 약 20.5달러(2만7000원)까지 높이는 인상안을 제시했는데, 조합원의 80%가 찬성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의가 다른 배터리 업체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LG엔솔을 비롯해 SK온, 삼성SDI 등은 2025년 양산을 목표로 미국 전역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UAW는 배터리 공장 근로자들에게 노조 가입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UAW는 미국 내에서도 매우 큰 영향력을 가진 집단이다. 주요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은 UAW 구미에 맞는 정책과 공약을 내걸 정도다. UAW 등이 현대차와 배터리 회사들에 강력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도 내년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노조 일자리 확대’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다른 해외 기업들도 미국 노조 리스크에 사업 차질을 빚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에 공장을 짓고 있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는 공장 가동 시기를 당초 2024년에서 2025년으로 늦췄다. TSMC는 반도체 공장 건설을 위해 대만에서 약 500명의 인력을 데려올 계획이었는데, 미국 현지 노조가 이를 반대했기 때문이다. 미국 노조는 ‘자국 내 일자리 창출’이라는 미국 반도체법의 목표에 반한다는 이유를 댔다. 한 배터리 업체 임원은 “솔직히 가장 걱정되는 건 노조 문제다. 정치적 사회적 영향력이 대단히 크고 정치인들도 꼼짝 못 한다”며 “UAW가 한국 배터리 회사들과의 첫 관계를 유리하게 맺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노조 리스크가 미국에 진출한 업체들엔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아직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이 끝나지 않았으며 추가 기준 금리 인상도 준비돼 있다고 경고했다. 연준이 지난해 3월부터 고강도 긴축을 시작한지 약 1년 반이 지났지만 여전히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긴축을 장기화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파월 의장은 25일(현지 시간) 미 북서부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연례 심포지엄에서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지속적으로 내려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충분히 제약적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추가 금리 인상도 단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전년동월비 9.1%까지 상승했던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올 7월 3.2%까지 하락했지만 여전히 연준 목표치(2%)보다는 높다는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특히 파월 의장은 CPI보다 ‘근원 개인소비지지출(PCE) 상승률’을 주시하고 있다며 “아직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근원 PCE 는 2월 5.4%로 정점을 찍은 뒤 7월 4.3%까지 내려갔다”며 “6, 7월 물가상승률 둔화는 환영할만하지만 두 달 좋은 뉴스가 나왔다고 이것을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내려가고 있다고 확신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이어 파월 의장은 연설에서 “연준의 물가 정책목표가 2%라는 점은 변화가 없다”며 “물가 안정이라는 임무가 끝날 때까지 갈 길이 아직 멀다”며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매파적 의지를 강조했다.매년 8월에 열리는 연준 의장의 잭슨홀 연설은 장기적 통화정책의 방향이 제시돼 시장의 이목이 집중된다. 특히 올해는 파월 의장이 긴축 종료 시점과 수준에 대해 어떻게 언급할지가 관심사였다. 파월 의장은 “작년과 올해의 메시지는 동일하다”며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재차 강조한 것이다.그는 “우리는 임무를 완수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We will keep at it until the job is done)”이라고 연설을 마무리했다. 1980년대 경기침체를 불사하고 고금리로 인플레이션을 잡은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의 자서전 제목인 ‘인내(Keeping At It)’에서 따온 말이다. 지난해 잭슨홀에서도 같은 표현을 사용해 볼커식 통화정책을 따를 것임을 시사했다.앞서 6월 연준은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 전망치를 5.50~5.75%로 예상한 바 있다. 이는 현재 기준금리(5.25~5.50%)에서 0.25%포인트 추가 인상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 경우 한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는 최대 2.25%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된다.}

지난달 메리 데일리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간담회 현장을 찾았다. 역시나 요즘 경제 포럼의 단골 질문이 나왔다. “기준금리를 그렇게 올렸는데 경제가 왜 좋은가요?” 데일리 총재는 예상했다는 듯 웃으며 “앞으로 많은 젊은 학자들이 그 답을 찾기 위해 연구를 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미 경제학자들도 어리둥절해하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으로 현재 미 기준금리는 5.25∼5.50%까지 올랐다. 22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렇게 금리를 높이면 기업과 가계는 투자와 소비를 줄이고 경제가 위축된다는 것이 상식이다. 연준도 올해 말 가벼운 경기침체를 전망한 바 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회복력(resiliency)’이라는 말이 올해의 단어 수준으로 많이 들린다. 고무줄을 팽팽히 당겨도 원래 상태로 돌아오듯 아무리 금리를 올리고 은행 위기가 발발해도 미 경제는 성장하고 있다. 애틀랜타 연은의 올 3분기(7∼9월) 미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무려 5.8%(연율)다. 연준도 지난달 경기침체 전망을 철회했다. 지난해 말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TV 자동차 같은 대규모 구매를 미루고 경제적 어려움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소비자들은 코웃음 친다. TV보다 비싼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 전미 투어 콘서트 티켓은 매진 행렬이었다.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가 미국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 경기를 위해 이번 주 뉴욕 일대에 온다. 경기 티켓 값이 1만 달러(약 1341만 원)까지 뛰었다. 미국은 왜 그럴까. 데일리 총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해석했다. 소비자는 팬데믹 기간 미 정부로부터 받은 재난지원금을 집에 갇혀 지내느라 쓰지도 못하고 저축했다. 이제야 콘서트, 축구 경기, 외식, 여행에 폭풍같이 돈을 써서 성장률을 지탱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에너지 전환으로 투자가 급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의 성장은 한국 경제에 희소식이어야 맞다. 하지만 이 상식도 예전만큼 통하지 않고 있다. 미 소비 광풍은 TV나 스마트폰 대신 콘서트나 숙박비에 집중되고 있다. 물건에서 ‘경험’으로 소비 패턴이 바뀌면 제조업 중심인 한국 수출은 설 자리가 줄어든다. ‘광풍 소비’는 연준의 긴축 장기화를 유도한다. 최근 미 장기 국채 금리가 16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발작하듯 올랐다. 이는 미 월가의 ‘중립금리(R스타)’ 논쟁을 반영한다. 중립금리란 경기를 부양하지도 억제하지도 않는 균형점을 뜻한다. 미 경제가 5%대 기준금리를 견디는 것은 잠재성장률 자체가 높아졌기 때문이고 그래서 중립금리도 올랐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이 경우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치(2%대)까지 내려가도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금리를 내리진 못한다. 경기(물가)를 과열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20년 저금리와 ‘진짜 안녕’이라며 미 장기 시장 금리가 치솟은 것이다. 한국 시간으로 24일 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중앙은행 연례심포지엄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뭐라고 진단할지 세계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미국 경제를 지켜볼수록 답답한 마음이다. 미 경기가 나쁘면 한국 수출 걱정, 좋으면 고금리에 따른 환율 걱정이다. 연준의 고강도 긴축 아래서는 이러나저러나 불확실성이 크다. 엎친 데 덮친 꼴로 중국 부동산 위기까지 겹쳤다. 한시도 마음 놓을 수 없는 살얼음판이다. 김현수 뉴욕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 스탠퍼드대에 아시아의 미래 정책 방향을 모색하는 연구기관이 설립됐다.스탠퍼드대 월터 쇼렌스틴 아시아태평양연구소(APARC)는 19일(현지 시간) 정책 연구기관인 ‘스탠퍼드 넥스트 아시아 폴리시 랩(Stanford Next Asia Policy Lab·SNAPL)’을 설립했다고 밝혔다. 소장은 신기욱 스탠퍼드대 사회학과 교수가 맡았다.신 교수는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가 지난 수십 년간 경제 등에서 눈부신 발전을 해왔지만, 이제 여러 가지 한계에 부딪히고 있고 정치, 경제, 안보, 인구학적 위기 등 복합위기를 맞고 있다”며 “아시아가 다음 단계로 나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설립하게 됐다”고 말했다.SNAPL은 이에 따라 인적자원의 개발, 민족주의·인종차별주의, 미국과 아시아의 관계, 민주주의 문제 등 4개 주제에 대한 연구를 통해 아시아의 발전을 모색한다. 각 주제에 관한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정책적인 함의를 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아시아의 다른 연구소나 학자들과의 교류도 활성화해 차세대 연구자들을 육성할 계획이다. SNAPL은 29, 30일 한국고등교육재단 및 APARC의 ‘코리아 프로그램’과 공동으로 창립행사를 개최한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중국 부동산발 위기와 미국 추가 긴축 우려로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다. 중국 부동산 대기업 헝다그룹이 미국에서 파산보호를 신청한 가운데 미국에서는 고금리 장기화로 국채 금리가 치솟고 있다. 세계 경제를 이끄는 주요 2개국(G2)발 악재에 18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17일(현지 시간) 중국 부동산업계 ‘도미노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의 진원지인 부동산 대기업 헝다그룹이 미국에서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미국 파산보호법 15조에 따라 3300억 달러(약 442조 원)가 넘는 채무 구조조정을 위한 파산 신청이다. 최근 중국 최대 부동산기업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디폴트 위기와 맞물려 ‘중국판 리먼 사태’ 경고음을 키우고 있다. 경기 과열론이 제기된 미국은 ‘국채 쇼크’ 상태다. 고금리 장기화가 ‘뉴노멀(새로운 표준)’로 받아들여지며 장기 금리가 치솟았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장 중 연 4.3%를 찍는 등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4.41%까지 올라 2011년 이후 12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30년 만기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도 7%를 돌파해 21년 만에 가장 높았다. G2발 금융 불안이 확산되면서 한국을 비롯한 일본, 홍콩 등 아시아 주요 증시가 18일 하락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5.35포인트(0.61%) 하락한 2,504.50에 거래를 마쳤다. 6거래일 연속 하락이다. 코스닥 지수(―0.98%), 일본 닛케이평균주가(―0.55%), 상하이종합지수(―1.0%), 홍콩H지수(―2.31%)도 일제히 하락했다. 영국 FTSE 100(―0.79%), 독일 DAX30(―0.61%) 등 유럽 주요국 증시도 이날 오후 8시 기준 하락세다. 강달러 여파로 최근 상승세였던 원-달러 환율은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전날보다 3.7원 내린 1,338.3원에 마감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은 위안화 기준 환율을 전날보다 달러당 0.0070위안 오른 7.2006위안으로 고시했다. 시장 추정 환율(7.3047위안)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여서 런민은행이 위안화 가치의 추가 하락을 막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中 경제 신뢰 산산조각”… 외국인투자가들 8조5000억원 뺐다 국유 부동산업체 절반 상반기 손실외국인들 “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美 ‘국채쇼크’ 겹쳐 글로벌 시장 발목강달러에 위안화가치 16년만에 최저 중국 헝다그룹이 17일(현지 시간) 결국 미국 뉴욕 맨해튼 파산법원에 파산 신청을 한 것은 2021년 채무불이행(디폴트) 선언으로 중국 부동산 시장의 민낯을 드러낸 ‘헝다 사태’가 현재진행형임을 뜻한다. 디폴트 위기에 처한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기업 비구이위안 사태와 겹치며 중국 부동산 시장의 부실을 부채질하고 있다. 우량하다고 여겨졌던 국유 부동산 개발업체 절반가량이 올 상반기(1∼6월) 손실을 냈고 외국인투자가도 투자를 거둬들이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국채 쇼크’까지 더해져 글로벌 금융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달러와 국채 금리의 동시 급등은 신흥국 경제에 전형적 적신호”라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달러 상승, 채권 투매, 주가 하락이라는 3각 압박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 중국발 부동산 시한폭탄 헝다는 지난해 말 기준 부채 3300억 달러(약 442조 원)로 세계에서 가장 빚이 많은 기업으로 꼽힌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이다. 해외 부채는 317억 달러(약 42조 원)로 추산된다. 전기차 등 문어발식 부실 경영에 ‘공동부유(共同富裕·다 함께 잘살자)’를 앞세운 부동산 개발업체에 대한 신규 대출 제한까지 겹쳐 디폴트를 선언했고 지난해 홍콩 증시에서 퇴출됐다. 이후 2년 넘게 이어진 부동산 시장 부실과 침체는 국유 부동산 개발업체 재무구조까지 악화시켰다. 18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과 홍콩 증시에 상장된 국유 부동산 업체 38개사 중 18개사가 올 상반기 잠정실적 발표에서 손실을 기록했다고 보고했다. 2021년 손실을 기록한 국유 부동산 업체는 4곳에 불과했다. 중국 경제의 30%에 육박하는 부동산 시장 부실은 중국 경기 둔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달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중앙은행 런민(人民)은행이 이달 15, 16일 이틀간 유동성 165조 원을 풀었지만 시장 안정화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부동산 업체 ‘도미노 디폴트’ 우려가 금융 위기로 번질 가능성을 감지한 외국인투자가는 ‘차이나 엑소더스(exodus·탈출)’에 합류했다. 블룸버그는 17일 중국 양대 증권 거래소인 상하이와 선전 거래소에서 외국인투자가가 7일부터 9거래일 연속 주식을 순매도했다고 전했다. 이는 블룸버그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6년 12월 이후 가장 긴 기록이다. 이 기간 외국인투자가 순매도 규모는 462억 위안(약 8조5000억 원)에 이른다. 중국 증권 당국은 18일 증권거래소 거래 수수료를 낮추는 등 증시 지원책을 발표하며 증시 안정화에 나섰지만 중국 정부 위기 관리 능력에 대한 불신은 커지고 있다. JP모건, 바클레이스를 비롯한 글로벌 금융기관은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0.4∼0.6%포인트 낮췄다. 미 헤지펀드 업계 거물 레이 달리오는 중국이 “부채 구조조정 시기를 놓쳤다”며 중국 정부의 더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했다. 옌스 에스켈룬 주중국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 소장도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 경제는 신뢰 위기다. 외국인투자가의 믿음이 산산조각 났다”고 지적했다.● 미국발 달러-금리 ‘쌍끌이 악재’ 중국 부동산 시장 위기 속에 미국은 금리와 달러 환율 상승을 자극하고 있다. 이날 장기 국채 금리가 4%를 훌쩍 넘긴 가운데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도 7.09%로 지난주(6.96%)보다 오르며 2002년 이후 21년 만의 최고치를 찍었다. 20년간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 평균이 2.9%임을 감안하면 현 국채 금리 상승은 장기적으로 시장 금리 4∼5%가 ‘뉴 노멀’이 된다는 분석이다.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 재무부가 재정지출을 확대하기 위해 국채 공급량을 늘리며 국채 금리 상승 압박도 커졌다. 이날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모두 하락했고 가상화폐 비트코인은 금리 상승 우려로 한때 약 10%대까지 낙폭을 키웠다. 금리 상승으로 달러 가치가 두 달 새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오르자 중국 위안화 가치는 16년 만에 최저치에 근접하고 일본 엔화와 인도 루피화도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치에 가까워지는 등 아시아 환율도 요동치고 있다. 다만 런민은행이 적극적으로 위안화 방어에 나서는 등 각국이 환율 추이를 주목하는 분위기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뉴욕과 런던에서 달러를 팔고 위안화를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범죄에 대비해 호신용품으로 인기를 끌던 ‘너클’이 폭행 사건의 도구로 쓰이자 너클의 판매 실태를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너클을 엄격히 제한하는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온라인에서 쉽게 살 수 있는 만큼 무분별한 판매를 제한하자는 것이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성폭행 사건 피의자 최모 씨(30)는 범행 당시 너클을 사용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너클은 손가락에 끼워 사용하는 날카로운 금속 재질의 둔기. 최근 ‘묻지 마 범죄’가 잇따르자 휴대가 간편하고 가격이 1만 원 내외로 저렴해 소비자들이 삼단봉과 함께 많이 찾고 있다. 온라인에서 너클을 살 때 별도의 인증이나 제한은 없었다. ‘호신용’이지만 언제든 흉기로 쓰일 수 있는 위험한 구조의 너클도 눈에 띄었다. 마디마다 핀이나 송곳이 달렸거나 칼날이 숨겨진 형태도 있다. 아연합금을 쓴 저가형부터 일반 철보다 강도가 센 탄소강이나 티타늄을 쓴 고가 제품도 있었다. 한 판매업자는 “보통 중국산을 수입해 파는데 형태나 재질에 대한 제한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너클 판매를 제한한 규정은 없다. 법제처 생활법령정보에 따르면 담배, 마약류, 의약품 등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할 수 없다고 명시하거나 청소년 유해 물건처럼 만 19세 이상인 자에게만 팔도록 연령을 제한한 상품 외에는 원칙적으로 판매할 수 있다. 박준석 용인대 경호학과 교수는 “너클은 형태상 방어나 호신용보다 공격이 적합한 무기”라고 했다. 미국에서 너클은 치명적 무기로 분류돼 엄격하게 관리된다. 미국 50개 중 38개 주가 너클 소지를 규제하고 있다. 21개 주에서는 소지 자체가 불법이며, 17개 주에서는 허가받은 사람만 갖고 다닐 수 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부채가 440조 원이 넘는 중국 헝다 그룹이 미국 뉴욕 맨해튼 파산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부채 구조조종 속에 채권자들로부터 미국 내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17일(현지시간) 헝다그룹이 뉴욕 법원에 신청한 파산보호신청은 15조(챕터 15)에 따른 것이다. 챕터 15는 해외 구조조정인 기업이 미국 내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진행되는 파산 절차다. 앞서 또 다른 중국 기업 모던랜드차이나도 채무 조정 중에 미국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에서 챕터15조에 따라 파산보호를 신청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보도했다. 헝다는 계열사인 텐허 홀딩스도 함께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헝다 측은 청원서에서 홍콩과 케이맨 제도,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서 진행 중인 구조조정 협상을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다.이달 말 헝다 채권자들은 구조조정안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진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뉴욕 법원의 헝다에 대한 심리는 다음 달 20일 열린다. 헝다그룹은 2021년 12월 처음으로 227억 달러(약 30조4000억 원) 규모의 역외 채권을 갚지 못해 디폴트를 선언한 이후 증시에서 퇴출되는 등 중국발 부동산 위기 공포를 불러일으킨 장본인이다. 지난해 기준 부채가 3300억 달러(442조 원)으로 미국 법원에 관리를 요청한 해외 부채는 약 190억 달러(26조 원) 수준이다. 헝다의 파산 신청은 중국 비구이위안 디폴트 위기가 불거진 가운데 터져 나왔다. 이미 디폴트 상태에서 이른바 ‘빚잔치’ 중에 불거진 파산이지만 헝다의 채무 구조조정안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우려 속에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이날 뉴욕증시는 국채금리 급등 속에 3대 지수가 모두 1% 안팎으로 하락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84%,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77%,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1.17% 하락했다. 차입비용 상승 우려에 부채 비중이 높은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는 최근 3일 동안 3% 이상 떨어진 것이다.미 국채 금리는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우려로 10년 만기 금리가 장중 4.3%를 넘어 16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이에 따라 미 30년 만기 미 모기지 금리도 21년 만에 가장 높은 평균 7.09%로 전주(6.96%)보다 0.13%포인트 상승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안전보장이사회 북한 인권 공개회의가 2017년 이후 6년만에 처음으로 열렸다. 예상과 달리 중국 러시아의 공개 반대 표명이 없어 절차투표 없이 곧바로 공개토의로 이어졌다. 17일(현지시간) 미 뉴욕 유엔본부에서 안보리는 이날 오전 북한 인권 상황을 토의 의제로 채택했다. 의장국인 미국과 한국, 일본이 공동 요청한 이번 회의는 당초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반대로 투표가 예상 됐었다. 중국은 회의 개최전 반대 의사를 표명 했지만 회의 당일에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곧바로 의제가 채택됐다.이날 회의에는 볼커 터크 유엔인권고등판무관과 비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탈북민인 김일혁씨도 참석해 북한 인권 유린 현실을 증언했다.김씨는 이날 회의에서 “북한이 미사일 단 한 발에 사용하는 돈이 우리를 세 달간 먹일 수 있다”라며 한국어로 “독재는 영원할 수 없다. 우리 북한 사람들도 인간다운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살몬 보고관은 “안보리가 인권 보호를 우리 평화와 안보 의제에서 중심에 두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황준국 유엔 대사는 이날 “살몬 보고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한국전쟁 기간 중 약 10만명의 민간인 납치, 전후 516명의 납치 피해, 북한 약 500명 규모의 억류 국군포로 생존자 등이 추산된다”며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안보리의 방치는 궁극적으로 국제평화·안보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밝혔다. 서방권 국가는 물론 브라질 등도 북한의 심각한 인권 침해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등 대체로 심각성을 인지하는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인권이 안보리 의제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도 회의 개최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배경에는 이같이 국제 사회의 북한 인권 문제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의장성명이나 결의안 등 안보리 차원의 조치는 나오지 못했지만 한미일을 비롯해 예상보다 많은 52개국이 북한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한 별도 성명에 참여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미국 대사는 회견에서 “우리는 모든 회원국이 북한 인권 상황과 국제 평화 및 안보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북한 정권이 저지른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우는 것은 물론 대북 안보리 결의를 완전히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북한 인권 공개 안보리 회의가 2017년 12월 이후 6년 만에 처음 열림에 따라 대북 단체들도 회의 내용에 주목했다. 회의에 앞서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북한인권시민연합 등 대북단체와 10년째 북한에 억류돼 있는 김정욱 선교사의 형 김정삼 씨 등도 우리 정부가 안보리 토의에서 국군포로, 납북자, 억류자 문제 및 중국의 탈북민 강제송환 정책 문제를 논의하고 북한 상황의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 결의안을 추진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발송하기도 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 국채금리가 15년 만에 최고치를 찍으며 달러 가치가 동반 상승해 ‘킹 달러’ 귀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신흥국 환율의 ‘적신호’인 미 국채금리와 달러의 쌍둥이 급등 속에 중국 부동산 디폴트 위기가 겹쳐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중이다. 16일(현지시간) 시장 벤치마크 금리인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4.258%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008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08년 6월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가져온 리먼 브러더스 파산 3개월 전 시점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카드를 꺼내기 직전이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년 간 미 10년 만기 국채금리 평균은 약 2.90%였다. ●미 국채 금리 상승 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비롯해 시장금리 기준이 되는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급등한 가장 큰 이유는 연준의 긴축 장기화 우려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 경기침체 전망이 사라지고, 강력한 회복세를 보이는 것이 금리를 자극하고 있다. 연준이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은 공식적으로 연말 ‘가벼운 경기침체 전망’을 철회했다. 7월 미 소매판매가 전월대비 0.7% 올라 시장 전망치(0.4%)를 상회하는 등 경기 회복세에 투자자들은 연준이 고금리를 오랫동안 유지할 것에 베팅하고 있는 것이다. 16일 공개된 연준 의사록에 따르면 참여자들은 과도한 긴축을 경계하면서도 추가 물가상승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추가 금리 인상은 자제될 가능성이 높지만 금리 인하 시점이 시장 예상보다 더 미뤄질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게다가 시장은 ‘경기침체가 오면 금리를 인하한다’고 봐왔는데 경기침체 가정이 사라지고 있어 고금리 장기화 우려를 더했다. 여기에 미 재무부가 재정지출 충당을 위해 시장 예상보다 더 국채 발생을 확대한 점도 미 국채금리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래리 서머스 미 전 재무장관은 블룸버그TV에 미중갈등으로 미국은 국방부 지출을 비록해 차입수요가 더크다며 “현 장기금리가 정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투자자들이 향후 10년 국채 금리가 4.75%까지 오를 것으로 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킹달러 귀환하나 국채금리 상승으로 16일 뉴욕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80.65포인트(0.52%) 하락했고,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156.42포인트(1.15%) 하락한 1만3474.63으로 장을 마감했다. 뒤이어 열린 17일 한국 코스피, 일본 니케이, 홍콩 항셍지수도 하락 중이다. 미 국채금리가 오르면 달러가 강세로 전환되며 환율 변동성이 커진다. 여기에 중국 부동산 디폴트 우려까지 겹치며 달러가 눈에 띄게 강세를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43원으로 연고점을 찍었고, 일본 엔화 환율도 오전 중 달러 당 146엔으로 연중 최고치로 나타났다. 경제 위기감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한 중국 위안화는 역외시장에서 역대 최저치에 근접해가고 있다. 인도 루피도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치 수준이다.로이터통신은 “달러와 미 국채금리의 쌍둥이 상승은 신흥 시장에 대한 전형적인 위험 신호”라고 분석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피치가 미국 은행권의 영업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며 JP모건을 포함한 70여 개 은행의 무더기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경고했다. 미 고금리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추가 자금 조달에 압박이 커질 것임을 시사하는 피치의 경고로 15일(현지 시간)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4.266%까지 치솟아 2008년 이후 최고치를 보이는 등 불안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JP모건이 2.55% 하락하는 등 은행주들도 일제히 급락했다. 피치는 앞서 올해 6월 부채한도 상향을 두고 벌어진 미 행정부와 의회의 벼랑 끝 대치, 기준금리의 불확실성, 지역 은행 파산 등을 근거로 미 은행들의 영업환경(OE·Operating Environment) 등급을 ‘AA’에서 ‘AA―’로 내렸다. 15일 피치의 크리스 울프 은행 담당 애널리스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예상보다 고금리 정책을 오랫동안 지속하면 업계의 수익이 압박을 받을 수 있어 (미 은행 영업환경 등급의) 추가 하향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지난주 또 다른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미국 중소형 은행 10개의 신용등급을 강등했고, 17개 은행의 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울프 애널리스트는 “우리가 영업환경 등급을 더 내려 A+로 이동하게 되면 각 은행의 모든 재무 기준을 재조정해야 한다. 아마도 부정적인 등급 조치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영업환경 등급을 A+까지 낮추면 이보다 높은 등급을 가진 JP모건이나 뱅크오브아메리카(BoA)부터 투자부적격 등급의 경계선에 놓인 중소 은행들까지 미 은행 약 70곳의 신용등급이 일제히 내려갈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5.2∼5.5%인 높은 기준금리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날 오전 발표된 미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7% 늘어나 시장 전망치(0.4%)를 크게 상회했다. 소비가 활발하다는 점은 미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해 연준이 고금리를 더 오랫동안 유지할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효과도 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금리 인상이 끝났느냐는 질문에 나는 그렇다고 대답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연준 금리가 정점을 찍었다는 시각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또 인플레이션 완화에 진전이 있긴 하지만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정책 목표인 2%에 비해 너무 높다는 점도 지적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1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대형마트 ‘트레이더조’. 평일 낮에도 사람이 붐비는 이곳 냉동식품 진열대에 ‘Kimbap’(김밥)이라고 쓰인 제품이 눈에 띄었다. 영어로 ‘한국식 두부 야채 해조류 라이스 롤’이라고 설명돼 있었다. 미국 마트에서 김밥을 파는 것도 생소한데, 냉동식품이라 더욱 눈에 띄었다. 점원에게 물으니 “얼마 전 들어온 신상품”이라며 “틱톡에서 화제가 돼 순식간에 팔려 나가니 있을 때 사두라”고 했다. 미 42개 주에 560여 개 매장을 둔 트레이더조는 아이디어가 독특한 자체 브랜드(PB) 제품으로 인기가 높은 식료품 마트다. 신제품이 나오면 소셜미디어에 리뷰가 쏟아진다. 냉동김밥은 이달 신제품 중에서도 주목을 받아 틱톡과 유튜브에 ‘나도 먹어봤다’ ‘한국인이 평하는 트레이더조 김밥’ 같은 리뷰가 넘친다. 한 채식주의자 유튜버는 “3.99달러에 맛있는 채식 한 끼”라고 평했다. 트레이더조 측은 “김밥 안에 온갖 재료를 넣을 수 있는데 우리는 채식으로 정했다”며 “한국에 있는 김밥 전문업체에서 (재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냉동김밥은 최근 미국 마트에서 존재감이 커진 한국 음식의 위상을 보여준다. 트레이더조는 떡국 떡뿐 아니라 떡볶이, 관자 파전, 고추장, LA갈비, 한국식 불고기도 PB 상품으로 팔고 있다. 코스트코, 자이언트 같은 대형마트나 뉴욕 곳곳 동네 델리(식료품점)에서도 한국 라면과 조미 김, 만두, 떡볶이가 눈에 띄게 늘었다. CJ나 농심, 대상 같은 한국 식품기업 제품이 주를 이룬다. 올 초 미 NBC방송은 “지난해 10월 대상 오푸드 포장 떡볶이가 월마트와 아마존에 들어온 뒤 매출이 450% 늘었다”며 미국 내 떡볶이 열풍을 다뤘다. 김치 대중화도 눈에 띈다. 미 유기농 고급마트 홀푸드에서는 김치, 깍두기, 백김치뿐 아니라 김치마요소스까지 판다. 김치 맛을 응용한 김치 강낭콩 통조림, 해조류를 활용한 김치 ‘시치(Sea-Chi)’도 등장했다. 시치는 미 해조류 식품 기업 제품으로 뉴욕타임스(NYT)는 “한 통 다 비우는 맛”으로 보도하기도 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피치가 미국 은행권의 영업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며 JP모건을 포함한 70여 개 은행의 무더기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경고했다. 미 고금리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추가 자금 조달에 압박이 커질 것임을 시사하는 피치의 경고로 15일(현지 시간)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4.266%까지 치솟아 2008년 이후 최고치를 보이는 등 불안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JP모건이 2.55% 하락하는 등 은행주들도 일제히 급락했다. 앞서 피치는 올해 6월 부채한도 상향을 두고 벌어진 미 행정부와 의회의 벼랑 끝 대치, 기준금리의 불확실성, 지역은행 파산 등을 근거로 미 은행들의 영업환경(OE·Operating Environment) 점수를 ‘AA’에서 ‘AA―’로 내렸다. 지난주 또 다른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미국 중소형 은행 10개의 신용등급을 강등했고, 17개 은행의 등급 전망을 하향조정한 바 있다. 크리스 울프 피치의 은행 담당 애널리스트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영업환경 등급을 더 내려 A+로 이동하게 되면 각 은행의 모든 재무 기준을 재조정해야 한다. 아마도 부정적인 등급 조치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영업환경 점수를 A+까지 낮추면 이보다 높은 등급을 가진 JP모건이나 뱅크오브아메리카(BoA)부터 투자부적격 등급의 경계선에 놓인 중소 은행들까지 미 은행 약 70여 곳의 신용등급이 일제히 내려갈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5.2~5.5%의 높은 기준금리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날 오전 발표된 미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7% 늘어나 시장 전망치(0.4%)를 크게 상회했다. 소비가 활발하다는 점은 미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해 연준이 고금리를 더 오랫동안 유지할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효과도 있다.닐 카시키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금리 인상이 끝났느냐는 질문에 나는 그렇다고 대답할 준비가 되지 않다”며 연준 금리가 정점을 찍었다는 시각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또 인플레이션 완화에 진전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정책금리 목표인 2%에 비해 너무 높다는 점도 지적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1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대형마트 ‘트레이더조’. 평일 낮에도 사람이 붐비는 이곳 냉동식품 진열대에 ‘Kimbap’(김밥)이라고 쓰인 제품이 눈에 띄었다. 영어로 ‘한국식 두부 야채 해조류 라이스 롤’이라고 설명돼 있었다. 미국 마트에서 김밥을 파는 것도 생소한데, 냉동식품이라 더욱 눈에 띄었다. 점원에게 물으니 “얼마 전 들어 온 신상품”이라며 “틱톡에서 화제가 돼 순식간에 팔려 나가니 있을 때 사두라”고 했다.미 42개 주에 560여 개 매장을 둔 트레이더조는 아이디어가 독특한 자체 브랜드(PB) 제품으로 인기 높은 식료품 마트다. 신제품이 나오면 소셜미디어에 리뷰가 쏟아진다. 냉동김밥은 이달 신제품 중에서도 주목을 받아 틱톡과 유튜브에 ‘나도 먹어봤다’ ‘한국인이 평하는 트레이더조 김밥’ 같은 리뷰가 넘친다. 한 채식주의자 유튜버는 “3.99달러에 맛있는 채식 한 끼”라고 평했다. 트레이더조 측은 “김밥 안에 온갖 재료를 넣을 수 있는데 우리는 채식으로 정했다”며 “한국에 있는 김밥 전문업체에서 (재료를) 받았다”고 밝혔다.냉동김밥은 최근 미국 마트에서 존재감이 커진 한국 음식의 위상을 보여준다. 트레이더조는 떡국 떡뿐 아니라 떡볶이, 관자 파전, 고추장, LA갈비, 한국식 불고기도 PB 상품으로 팔고 있다. 코스트코, 자이언트 같은 대형마트나 뉴욕 곳곳 동네 델리(식료품점)에서도 한국 라면과 조미 김, 만두, 떡볶이가 눈에 띄게 늘었다. CJ나 농심, 대상 같은 한국 식품기업 제품이 주를 이룬다. 올 초 미 NBC 방송은 “지난해 10월 대상 오푸드 포장 떡볶이가 월마트와 아마존에 들어온 뒤 매출이 450% 늘었다”며 미국 내 떡볶이 열풍을 다뤘다.김치 대중화도 눈에 띈다. 미 유기농 고급마트 홀푸드에서는 김치, 깍두기, 백김치뿐 아니라 김치마요소스까지 판다. 김치 맛을 응용한 김치 강낭콩 통조림, 해조류를 활용한 김치 ‘씨치(Sea-Chi)’도 등장했다. 씨치는 미 해조류 식품 기업 제품으로 뉴욕타임스(NYT)는 “한 통 다 비우는 맛”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중국 경제의 침체 위험이 고조되면서 세계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15일 발표된 소매판매, 산업생산 등 주요 경제지표는 부진을 면치 못했고, 중국 경제의 핵심 기둥인 부동산 시장은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 위안양(遠洋·시노오션) 등 대형 개발업체의 연쇄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는 이미 금융으로까지 전이된 모양새다. 다급해진 중국 당국은 금리를 낮춰 시장에 긴급 유동성을 공급했지만 단기 처방책이란 평가가 대부분이다. 매달 최고치를 경신해온 청년실업률 발표도 돌연 중단해 데이터 투명성 저하에 따른 투자자의 불안만 부채질한 꼴이 됐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14일(현지 시간) “중국 경제의 불안이 미국 경제에도 위험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총체적 난국” 비상 걸린 中경제부동산, 물가, 고용, 수출 등 최근 발표된 중국의 경제지표가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한 가운데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던 소비 및 생산지표마저 악화했다. 15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7월 소매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 2.5% 늘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이후 증가율이 가장 낮고 시장 전망치(4.5%)도 밑돌았다. 올 4월만 해도 증가율이 18.4%에 달한 것과 대조적이다. 소매판매는 백화점, 편의점 등의 업황을 반영한 지표로 내수 경기의 가늠자 역할을 한다. 당국이 부동산 규제를 풀고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의 소비를 늘리려 다양한 정책을 내놨지만 별 효과가 없음이 확인됐다. 공장, 광산 등의 생산량을 측정한 7월 산업생산 또한 3.7% 늘며 예상치(4.6%)를 밑돌았다. 산업생산이 둔화됐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의 생산 활동이 활발하지 않다는 뜻이다. 이날 발표된 7월 실업률 또한 한 달 전보다 0.1%포인트 높은 5.3%를 기록했다. 당국은 16∼24세 청년실업률을 공개하지 않았다. 6월 청년실업률은 이미 21.3%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민심 이반을 우려해 더 나빠진 지표를 감췄다는 분석이 나온다. 위기 징후는 경제지표로 그치지 않는다. 중국 경제의 25%를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의 둔화는 이미 장기화된 데다 최근에는 이를 버티지 못한 대형 개발업체들이 비구이위안을 시작으로 연쇄 디폴트 위기에 빠졌다. 비구이위안이 중국에서 벌인 건설 프로젝트는 3000여 건이다. 2021년 중국 부동산 위기의 시발점이 된 헝다(약 700건)의 4배를 넘는다. 이에 중화권 매체는 비구이위안의 위기가 중국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 디플레이션 진입, “침체 장기화” 우려 중국 런민(人民)은행은 이날 단기 기준 금리인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 중기 기준 금리인 1년 만기유동성지원창구 금리를 각각 0.1%포인트, 0.15%포인트씩 내렸다. 이를 통해 총 6050억 위안(약 111조 원)의 유동성이 공급될 것이라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하지만 ‘산업화→대도시로의 인구 유입 증가 →소비 및 부동산 활황’ 등으로 이어지던 선순환 기조가 깨진 상황에서 단기 유동성 공급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미지수다. 중국이 사실상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에 빠졌다는 진단에 이어 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란 경고도 속속 나온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중국 경제성장률을 올해(5.2%)보다 낮은 4.5%로 제시했다. 일각에서는 2, 3%대 성장을 예상한다. 미 월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했던 ‘리먼브러더스 파산’ 같은 상황이 중국에 벌어질까 우려한다. 당시에도 미 부동산 업체 뉴센추리파이낸셜의 파산 후 부동산 부실이 금융 부문으로 전이돼 리먼, 베어스턴스 등 대형 금융사가 줄줄이 파산했다. 미 JP모건은 중룽(中融)국제신탁 같은 부동산신탁(리츠) 금융사가 만기 상환을 제때 못 하면 중국 경제 전반의 유동성 위기가 악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것이 중국 성장률을 0.3∼0.4%포인트 끌어내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세계 금융 중심지인 이곳에 태극기를 게양하는 것은 전 세계에 보내는 메시지입니다.” 1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월가 내 ‘돌진하는 황소상(charging bull)’으로 유명한 볼링그린파크.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태극기와 미 성조기 앞에서 “한인은 코리아타운에서 금융까지 (뉴욕에) 많은 기여를 해왔다. 미국은 여러분이 가져온 문화를 보태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점을 뉴욕이 보여주고 있다”며 한국의 광복절을 축하했다. 이날 행사는 한인 청년단체인 재미차세대협의회(AAYC) 주최로 한국의 광복절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3년째 열린 이 행사에 애덤스 시장과 뉴욕 고위공직자들이 대거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애덤스 시장은 서울 여행을 즐겼다고 언급하며 “뉴욕은 미국의 서울”이라고 친밀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한국계인 케빈 김 뉴욕시 중소기업서비스국장은 “200만 한국계 미국인, 4000만 한국인에게 말하고 싶다”며 “오늘의 행사는 의례적인 것이 아니다. 세계 최대 도시 뉴욕이 139년 동안 이어진 한인들의 기여를 공식적으로 존중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어 애국가가 연주되는 가운데 애덤스 시장은 브라이언 전 AAYC 회장과 함께 태극기를 게양했다. 이 장소는 1783년 조지 워싱턴 장군이 이끄는 미 독립군이 뉴욕에서 영국의 군대를 몰아낸 뒤 별이 13개 그려진 최초의 성조기를 게양한 곳이다. 미 독립의 상징인 셈이다. 월가 광복절 기념행사를 주최해 온 AAYC의 브라이언 박 이사는 “이민자이든, 이민자의 후손이든 우리 모두 한국 유산과 연결돼 있다”며 “우리 선조들의 용기는 지금 우리들이 자신만의 싸움에서 이기고 꿈을 이뤄 나가도록 영감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계인 제니퍼 라지쿠마르 뉴욕주의원은 “인도의 독립기념일도 8월 15일인 것을 아느냐”며 “우리는 범(汎)아시아인으로서 광복을 축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뉴욕 메츠 야구 경기장인 시티필드에서도 ‘코리안 헤리티지 나이트’ 행사가 열려 한국의 광복절을 축하했다. 배우 이서진의 시구, 뉴저지 한인 어린이 합창단의 합창과 더불어 공수 교대 시마다 K팝이 울려 퍼졌다. 뉴욕 시민들은 야구장 앞에서 사물놀이를 관람하고 한국 부채를 구경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북한의 강제노동이 미사일 개발 자금으로 흘러가고 있다.” 황준국 유엔주재 대사는 14일(현지시간) 주유엔대표부에서 뉴욕특파원들과 만나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북한 인권 공개회의 개최를 요구한 것은 “북의 인권 침해가 곧 안보 문제 이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해외에서도 수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북한 노동자가 이동의 자유도 없이 사실상 강제노동하면서 번 소득의 90% 정도를 국가가 가져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8월 안보리 의장국인 미국은 한국, 일본과 함께 오는 17일에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루는 안보리 공개회의 소집을 요청했다. 안보리 이사국이 안건에 반대하면 회의 당일에 절차투표를 실시하게 된다. 15개국 중 9개국이 찬성하면 그대로 회의가 진행된다. 북한 인권 공개회의가 실제 열린다면 2017년 12월 이후 6년 만이다. 이해당사국인 한국의 적극적 지지와 한미일 공조로 개최가 유력할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로이터통신도 이날 “9표를 이미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안보리에서 북한 인권 공개 회의가 가까스로 열린다 해도 중러의 반대로 대북 결의는 물론 의장성명 등 결론을 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미 중국은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중국 유엔대표부 측은 이날 “중국은 안보리가 그런 회의를 여는 데 따르는 가치가 없다고 보고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안보리 공개 회의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황 대사는 안보리의 북한 인권 논의 자체가 전례없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연달아 쏘고 있는 북한에 대한 압박일 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의 여론전에 대항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황 대사는 “중러는 ‘안보리 제재 및 한미가 조장하는 안보 우려 때문에 북한이 핵개발을 한다’는 내러티브로 북핵 문제 제기에 대응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해 5월 안보리 대북 결의안에 처음으로 거부권까지 행사했는데 이는 중대한 변화”라고 말했다. 이어 “중러의 잘못된 내러티브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북한의 실상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특히 북한과 밀착하며 유엔 내 북한 옹호 목소리를 높이는 추세다.유엔 내 인권 문제는 회원국들이 민감하게 보는 주제로 꼽힌다. 190개국 중 인권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실질적 민주주의 국가가 40여 개국 수준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과의 밀착관계 뿐 아니라 신장 위구르 인권 논란 등 유엔 내 인권문제 제기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우리 선조들의 용기는 이민자와 이민자의 후손들에게도 우리 자신만의 싸움에서 이기고 꿈에 나가도록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14일(현지시간) 미 뉴욕 월가 황소상으로 유명한 볼링그린파크. 이곳에 걸린 태극기 앞에서 브라이언 파크 재미차세대협의회(AAYC) 이사는 이같이 말하며 “오늘은 일제로부터 대한민국이 해방된 것을 기념하는 날”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뒤에는 에릭 애덤스 뉴욕 시장, 제니퍼 라즈쿠마르 의원, 케빈 김 뉴욕시 중소기업서비스업 국장 등 뉴욕시 관계자들이 서 있었다. 주변을 지나던 관광객들도 호기심을 갖고 행사를 지켜봤다.3년 째 이어져 온 AAYC의 광복절 기념식에 올해는 처음으로 애덤스 시장과 뉴욕 고위공직자들이 대거 참여해 광복절의 의미를 더욱 강조한 것이다.연단에 선 애덤스 시장은 서울 여행을 언급하며 “뉴욕은 미국의 서울”이라고 연대감을 표시했다. 이어 “세계의 금융수도인 맨해튼, 특히 볼링그린파그에 국기(태극기)를 게양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전세계인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계인 케빈 김 뉴욕시 중소기업서비스국장은 “200만 한국계 미국인, 4000만 명이 넘는 한국인들에게 꼭 말하고 싶다”며 “세계 최대 도시 뉴욕이 139년 동안 한인들의 기여를 공식적으로 존중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애덤스 시장은 브라이언 전 AAYC 회장과 함께 미국 국기 옆에 태극기를 직접 계양했다. 주변에선 애국가가 흘러나왔다. 이 장소는 1783년 조지 워싱턴 장군이 이끄는 미국 독립군이 뉴욕에서 영국의 군대를 몰아낸 뒤 별이 13개 그려진 최초의 미국 국기를 게양한 곳이라 미 독립의 상징이기도 하다. 행사에 참석한 인도계인 제니퍼 라자쿠마르 뉴욕주 의원은 “인도의 독립기념일도 8월 15일인 것을 아느냐”며 “우리는 범 아시아인으로서 광복을 축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이날 뉴욕 메츠 야구 경기장인 시티필드에서도 태극기가 휘날렸다. ‘코리안 헤리티지 나이트’ 행사가 함께 열려 배우 이서진의 시구, 뉴저지 한인 어린이 합창단의 합창 등 행해가 이어졌다. 뉴욕시민들은 야구장 앞에서 사물놀이를 관람하고 쉬는 시간마다 흘러나오는 K팝 음악을 즐겼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