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119구급차로 이송된 응급 환자가 첫 병원에서 치료를 못 받고 다른 병원으로 재이송되던 중 사망하는 사례가 최근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병원을 전전하다 사망하는 사례를 줄이기 위해 필수의료 인력 확충을 추진 중이다. 4일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19구급차가 환자를 재이송하는 과정에서 심정지·호흡정지에 빠진 환자가 올해 상반기(1∼6월)에만 200명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재이송 중 심정지·호흡정지 환자는 2020년 221명이 발생했으나 지난해 279명으로 증가했다. 현재 추세라면 올해도 지난해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재이송 건수는 2020년 7705건에서 지난해 7812건으로 늘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4171건에 달했다. 소방청이 집계한 재이송 사유 중 가장 많은 것은 ‘전문의 부재’로 1325건(31.8%)이었다. 병상 부족(903건, 21.6%), 환자·보호자 변심(188건, 4.5%) 등이 뒤를 이었다. 소방청 관계자는 “환자를 수술할 수 있는 의사가 없어 다른 병원으로 재차 옮기다 환자가 숨지는 경우가 꽤 있다”고 밝혔다. 올 8월 서울아산병원에서도 간호사가 출근 직후 뇌출혈 증상으로 이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면서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한 바 있다. 당시 필요한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는 휴가 등으로 모두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보건복지부는 서울아산병원 사건을 계기로 ‘필수의료 확충 추진단’을 꾸리고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인력 확대 방안을 마련하는 중이다. 대책의 일환으로 중증, 응급수술 등 기피 분야의 의료 수가를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형 병원이라도 세부 진료 분야 전문의가 모두 상주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병원별 협력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허탁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각 지역 병원들이 유기적인 전문의 협력 근무체계를 구축해 환자가 처음부터 수술이 가능한 의사가 있는 병원으로 배정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119구급차로 이송한 응급 환자를 처음 도착한 병원에서 치료하지 못해 다른 병원으로 재이송하던 중 심정지가 온 사례가 최근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구급차가 도착한 첫 병원에서 치료받지 못해 다른 병원으로 다시 이송하는 과정에서 심정지에 빠진 환자는 200명으로 집계됐다. 2020년 221명, 2021년 279명이던 재이송 중 심정지 환자가 올해 들어 증가한 것이다. 지역별로는 올 상반기 재이송 중 심정지 환자가 가장 많은 지역은 경기(52건)였다. 이어 서울(26건), 부산(19건)이 뒤를 이었다. 구급차의 응급 환자 재이송 사례도 증가세다. 2019년 6709건이던 재이송 건수는 2020년 7705건으로 1000건 가까이 뛰었다. 지난해 7812건, 올해 상반기에는 4171건의 재이송 사례가 발생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재이송의 주된 이유는 처음 도착한 병원에 환자를 치료할 의료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실제 올 상반기 소방청이 분류한 재이송 사례 중 '전문의 부재'가 1325건(31.7%)으로 가장 많았다. 소방청 관계자는 “뇌졸중 등 특정 사유로 쓰러진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면 해당 수술이 가능한 의사가 없어 다른 병원으로 이송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 8월에는 서울아산병원에서 일하던 30대 간호사가 출근 직후 뇌출혈 증상으로 이 병원 응급실을 찾았으나 수술이 가능한 신경외과 의사가 없어 서울대병원으로 전원 됐다가 끝내 숨졌다. 다른 재이송 사유로는 병상 부족(903건), 환자ㆍ보호자 변심(188건) 순으로 많았다. 의료 장비 고장도 60건에 달했다. 특히 병상 부족으로 인한 재이송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한 2020년부터 크게 늘었다. 2019년만 해도 병상 부족은 전체 재이송 사유의 14%에 그쳤지만 2020년 21%까지 증가했다. 전체 재이송 사유 가운데 병상 부족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17%로 다소 줄었다가 올해 상반기 22%로 뛰었다. 허탁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으로 대두된 중환자실 인력 확충과 더불어 전문의 부족과 휴가 등으로 인한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지역 병원들이 하나의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해 전문의 부재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지난해 8월 11일 오전 경기 용인시 영동고속도로 마성나들목(IC) 인근. 25t 화물차 운전자가 졸음운전을 하다 작업장에 있던 다른 화물차 두 대를 들이받았다. 25t 화물차는 충돌 후 밀려나며 돌출차선 설치공사를 하던 작업자들을 덮쳤다. 이 사고로 작업자 2명이 숨지고 25t 화물차 운전자와 작업자 2명 등 3명이 부상을 입었다. 지난해 12월에도 대구 달성군 달성IC 인근에서 전방을 제대로 주시하지 않은 승용차 운전자가 노면 보수를 진행하던 작업자 2명을 덮친 뒤 안전관리 차량까지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작업자 2명은 모두 그 자리에서 숨졌다. 고속도로 위의 보행자라고 할 수 있는 작업자들은 전방을 제대로 주시하지 않은 운전자와 졸음운전 등으로 위험에 노출돼 있다. 한국도로공사(공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작업장 교통사고는 △2019년 29건 △2020년 36건 △2021년 41건 등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사망자는 △2019년 14명 △2020년 10명 △2021년 12명 등으로 계속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 “작업장 인근에선 전방주시”3일 공사에 따르면 고속도로 작업장 교통사고 중에는 전방을 제대로 주시하지 않은 운전자가 작업차와 추돌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최근 3년간 일어난 고속도로 작업장 교통사고 106건 중 85건이 작업차 또는 시설물을 뒤에서 들이받은 사고였다. 전문가들은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도로 위에서 공사를 진행하는 경우 사고 위험이 큰 만큼 운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임채홍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고속도로 작업장의 경우 인근을 지나는 차량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큰 사고로 이어질 때가 많다”며 “운전자 주의를 끌기 위한 알림판이나 시선 유도봉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도로공사는 작업장을 지날 때 비상등을 켜 주변 차량에 공사 중임을 알리는 ‘작업장 비상등 켜기’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교통정보전광판(VMS)을 통해 공사 중이라고 알리는 한편, 독수리 소리를 콘셉트로 한 작업장 전용 경고음 ‘EX-사이렌’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속도로에서 차량을 운행할 경우 작업장 인근에서는 반드시 전방을 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선임연구원은 “고속도로에선 도로가 단조로워 주의가 분산되는 경향이 있다”며 “안전벨트 착용과 정속운전, 안전거리 확보 등 기본적 수칙만 준수해도 작업장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 10월, 연중 고속도로 작업장 사망자 최다10월은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달이다. 무더웠던 날씨가 선선해지고, 단풍철이 가까워지면서 차량 통행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10월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는 57명으로 연중 가장 많았다. 두 번째로 많은 5월(48명)과는 9명이나 차이가 났다. 경찰 관계자는 “10월에는 나들이가 늘면서 고속도로뿐 아니라 모든 교통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주춤하면서 여행 수요가 회복되는 추세다. 여기에 개천절 한글날 등 연휴가 이어지면서 통행량 증가로 인한 교통사고 위험이 예년보다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로 4월에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올 들어 8월까지 일평균 고속도로 교통량은 477만 대로 지난해에 비해 4.4% 늘었다. 고속도로 작업장 교통사고도 10월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여름철 폭우 이후 노면 복구 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도로 포장 및 유지보수·점검이 집중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9년부터 3년간 발생한 고속도로 작업장 교통사고 사망자 36명 중 22%(8명)가 10월에 나왔다.○ 전세버스 대열운행 단속 강화공사는 이번 개천절 연휴부터 전세버스 통행량이 크게 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8월까지 전세버스 일평균 교통량은 지난해에 비해 15.4% 증가한 상태다. 한국도로공사는 고속도로 작업장 등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걸 막기 위해 대형버스 대열운행 등 안전거리 미확보 사례를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또 고속도로 순찰대 등 유관기관과 함께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대열운행이란 같은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차량 여러 대가 줄지어 이동하면서 다른 차량이 끼어들지 못하게 간격을 좁혀 운행하는 것을 뜻한다. 안전거리가 확보되지 않고 앞차의 시야를 가릴 수 있어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특별취재팀 ▽ 팀장 강승현 사회부 기자 byhuman@donga.com▽ 김재형(산업1부) 정순구(산업2부) 신지환(경제부) 김수현(국제부) 유채연(사회부) 기자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팀장 강승현 사회부 기자 byhuman@donga.com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유채연기자 ycy@donga.com}

《7명이 사망한 대전 유성구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 사건 수사가 진행되면서 지하층 안전 관리 실태가 드러나고 있다. 아울렛 측이 지하 1층에 170여 개의 격실(칸막이 방)을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소방관들은 “미로처럼 복잡해 피해자들이 탈출구를 찾기 어려웠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동아일보가 서울시내 백화점 등 18곳을 점검한 결과 61%(11곳)가 지하주차장에 상자 등을 적재하며 사실상 창고로 활용하고 있었다.》 화재로 7명이 사망한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지하 1층에 각종 사무실과 휴게실 등 170개 이상의 격실(칸막이 방)이 미로처럼 조성돼 있었던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특히 최초 발화지점 인근에 있던 1t 화물차의 시동이 화재 직전 10분 이상 켜져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경찰은 이 부분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화재 현장, 미로처럼 복잡했다”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전점은 2020년 6월 개장 당시 지하 1층 3만9800m²(약 1만2000평) 가운데 주차구역 3만5000m², 기계실 및 전기실 600m², 판매시설 부속용도 4200m²로 준공검사를 받았다. 대전 유성구에 따르면 아울렛 측은 부속용도 공간에 170여 개의 격실을 설치해 물품을 보관하는 창고와 사무실, 휴게실, 샤워실 등으로 사용했다. 소방당국도 지난달 29일 현장 수색에서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 한 소방관은 “각종 격실이 좁은 통로를 사이에 두고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며 “수색이 끝나고 출구를 찾지 못해 헤맬 정도였다”고 말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도 “지하 1층 구조가 미로처럼 굉장히 복잡했다”며 “창고에는 인화성 물질 같은 것도 있었다”고 했다. 화재 당시 종업원들이 미로 같은 구조 탓에 미처 탈출구를 찾지 못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유성구는 부속용도 공간 활용이 적법했는지를 조사할 계획이다. 유성구 관계자는 “부속용도 공간에 격실을 만드는 것은 일종의 ‘인테리어 개념’으로 법적 제한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부속용도 면적을 확장하려면 사전에 구청에 신고해야 한다. 이 관계자는 “부속용도와 관련해 우리에게 신고된 것은 없었다”며 “아울렛 측이 임의로 주차장 면적을 줄이고 부속용도 면적을 늘렸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화재 원인과 관련해선 최초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지하 1층 하역장 주변 1t 화물차가 10분 이상 시동을 켠 채 하역작업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박스에 가려져 있던 화물차 머플러(배기구)가 계속 가열되면서 불꽃이 발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지하주차장 물품 적재는 불법”지하주차장에 적재된 의류와 재고 상자 등이 이번 화재를 더 키웠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동아일보 취재팀이 30일 서울 시내 판매시설 지하주차장 18곳을 점검한 결과 11곳이 물품 적재 공간이나 쓰레기 집하장으로 사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서울 중구의 한 백화점 지하주차장에는 택배 상자가 성인 남성의 키 높이만큼 쌓여 있었다. ‘상품 적재를 금지한다’는 안내문 옆에도 박스 수십 개가 놓여 있었다. 금천구의 한 아웃렛 지하주차장에도 ‘적재 금지’ 문구가 붙은 벽 바로 앞에 종이상자 등을 천장 높이까지 쌓아두고 있었다. 물품을 배송하던 조모 씨(46)는 “항상 폐지와 박스 등이 쌓여 있다”며 “불이 나면 크게 번질 것 같아 불안하다”고 했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주차장으로 허가받고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며 “일반 창고의 경우 화재가 발생하면 방화문이 닫혀 화재가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지만 지하주차장은 화재가 발생하면 급속도로 확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대전=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신당역 스토킹 살해범’ 전주환(31·구속·사진)이 피해자 보복살인 전에 저지른 스토킹과 불법 촬영 범죄에 대해 29일 징역 9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날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안동범)는 성폭력처벌법과 스토킹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전주환에게 검찰 구형과 같은 징역 9년을 선고했다. 80시간의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40시간의 성범죄 치료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스토킹 관련 수사가 진행됨에도 촬영물을 이용해 강요하는 등 추가 스토킹 범죄로 나아갔고, 여러 차례 반성문을 제출한 것과 상반되게 피해자를 살해하는 참혹한 범행을 저질렀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전주환은 지난해 10월 초 피해자에게 351회에 걸쳐 불법촬영물과 협박 메시지 등을 보낸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보복살인 혐의에 대해선 서울중앙지검이 보강수사를 진행 중이다. 전주환은 이날 선고 연기를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주환은 “국민 시선과 언론 보도가 집중돼 있는 것이 시간이 지나가며 누그러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이에 피해자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며 진정으로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신당역 스토킹 살해범’ 전주환(31ㆍ구속)이 피해자를 살해하기 전 저지른 스토킹과 불법 촬영에 대해 법원이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안동범)는 29일 오전 전주환에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촬영물 등 이용 협박)과 스토킹 처벌법 위반,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해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앞서 지난달 18일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구형한 것과 같은 형량이다. 재판부는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이 여러 차례 반성문을 제출한 것과 상반되게 피해자를 살해하는 참혹한 범행에 이르렀다”며 “피고인의 추가 범행으로 피해자가 사망한 점, 스토킹 범죄 등에 있어 추가 범죄 방지 필요성 등을 고려해 선고한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80시간의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40시간의 성범죄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각각 명령했다. 전주환은 지난해 10월부터 서울교통공사 동기인 피해자에게 351회에 걸쳐 불법촬영물과 협박 메시지 등을 보낸 혐의로 기소됐다. 피해자가 이를 경찰에 신고하자 합의를 요구하며 문자메시지를 수십 차례 보내 스토킹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래 전주환의 스토킹 등 혐의에 대한 1심 선고는 15일 예정돼 있었지만 선고 하루 전인 14일 전주환이 피해자가 근무 중이던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을 찾아가 피해자를 흉기로 살해하면서 재판이 2주 연기됐다. 전주환은 이날 재판에서 “지금 국민의 시선과 언론 보도가 집중돼있는 것이 시간이 지나가며 누그러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며 재판부에 “선고기일을 최대한 뒤로 미뤄줄 수 있는지”를 묻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사건 심리가 선고가 가능할 정도로 이뤄졌고 선고의 의미가 있다고 판단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해자 측 변호인은 이날 선고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전주환의 선고 연기를 요청한 점에 대해 “피해자 변호인으로서 피고인이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고 있고 진정으로 반성하지 않는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전주환이 피해자에게 앙심을 품고 살해한 혐의와 관련해서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경찰은 전주환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보복살인 혐의를 21일 검찰에 송치했다. 전주환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재판 때문에 내 인생이 망가졌다”며 “(결심공판) 이후 범행을 결심했다”고 범행 동기를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자식들이 한국인으로서 당당하게 살길 바라는 마음에 해병대 입대를 권유했죠.” ‘해병대 삼형제’의 아버지인 신경호 일본 고쿠시칸대 교수(59)는 27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신 교수의 막내아들 선우 씨(21)는 21일 해병대에서 제대했는데, 장남 태수 씨(30)와 차남 명훈 씨(23) 역시 각각 2014년과 지난해 해병대 복무를 마쳤다. 아버지 직장 때문에 일본에서 오래 살아 영주권이 있었던 삼형제는 군 복무를 피할 수 있었지만 모두 자원입대를 택했다. 신 교수는 “아들들이 국가관이 뚜렷한 한국인으로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응원했다”고 했다. 차남 명훈 씨는 2019년 해병대에 자원했지만 두 번이나 떨어졌다. 그럼에도 매일 팔굽혀펴기와 윗몸일으키기를 하며 체력을 단련해 6개월 만에 입대에 성공했다. 경기 김포시의 해병대 제2사단에서 복무한 명훈 씨는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일본에서 18년 동안 살았지만 부모님의 가르침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해병대 입대를 결심했다”고 했다. 명훈 씨는 군복무 중 일본 영주 자격을 잃었다. 일본의 출입국관리법은 일정 기간 일본에 재입국하지 않으면 영주권을 박탈한다. 그런데 명훈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때문에 출국은커녕 제때 휴가도 나오지 못했다. 병무청은 개인의 희생을 감수하고 자원입대해 병역의무를 솔선한 그에게 지난해 ‘자원병역이행 명예증서’를 수여했다. 장남 태수 씨는 해외 대학 진학을 고민하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에 진학한 뒤 2012년 해병대에 입대해 서해 최북단 백령도의 6여단에서 2014년까지 복무했다. 어학 능력 등을 인정받아 해병여단 행정병 근무를 권유받기도 했지만, 대신 유사시 적진에 상륙하는 최일선 상륙부대에서 사단장 표창을 받으며 복무를 마쳤다. 현재 국내 시중은행에서 근무 중이다. 막내 선우 씨도 망설임 없이 형들의 뒤를 따랐다. ‘병역 의무를 다하고 한국인으로서 당당하게 살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선우 씨는 경북 포항에 있는 7여단에서 유사시 적진에 파견되는 정보부대에 복무했다. 삼형제는 선우 씨 제대를 기념하며 21일 태수 씨 집에 모여 기념사진을 찍었다. 아버지 신 교수는 “막상 백령도로 면회를 가거나 북한 도발 소식이 들려올 때면 ‘공연히 아들들을 위험한 곳에 보냈나’ 싶기도 했다”며 “삼형제가 모두 해병대에서 국방의 의무를 다한 것이 정말 뿌듯하고 대견스럽다”고 했다.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아카라카 티켓 19만 원에 삽니다.”, “1장에 13만 원에 삽니다! 커피 기프티콘도 드릴게요.” 22일 연세대 온라인 커뮤니티는 이틀 뒤 열리는 응원 축제 ‘아카라카’의 입장권을 웃돈을 주고 사겠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입장권을 팔겠다'는 글이 올라오자 순식간에 ‘구매하겠다’는 댓글 수십 개가 달렸다. 24일 연세대 대학 축제를 앞두고 입장권 암표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입장권은 추첨에서 당첨된 사람만 살 수 있다 보니, 추첨에서 탈락한 사람들은 암표를 구하는 것 말고는 축제에 입장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암표 거래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올해는 예전보다 더욱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실제 커뮤니티에는 1만 5000원짜리 입장권을 무려 “30만 원에 사겠다”거나 “가격은 부르는 대로 드리겠다”는 글도 있었다. 가격이 천정부지로 뛴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단됐던 축제가 3년 만에 재개되면서 신입생뿐만 아니라 대학 축제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20, 21학번까지 ‘입장권 구하기’에 가세하면서 암표 수요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연세대 18학번 학생 조모 씨(23)는 “코로나19 이전에는 암표 가격이 5만 원 내외였다”며 “올해는 3년 만에 열리는 축제인데다 ‘코로나 학번’(20~22학번)들의 폭발적인 수요로 가격이 더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신입생 정모 씨(19)는 “대학 첫 축제라 가격이 아무리 비싸도 무조건 가고 싶어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21학번 김모 씨(20)는 “21학번도 축제가 처음인 건 마찬가지인데, 학과에서 신입생에게만 표를 우선 할당해 탈락했다”며 “축제 전까지 최대한 티켓을 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아카라카를 주관하는 연세대 응원단은 15일 공식 홈페이지에 ‘암표 관련 공지문’을 올렸다. 응원단은 공지문을 통해 “부정 티켓 거래는 엄연한 범법 행위”라며 “정가를 초과해 거래되는 티켓은 회수 및 환불 처리되며 거래를 시도한 판매자는 향후 개최될 모든 아카라카 티켓팅에서 영구 제외될 것”이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연세대 응원단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학생들이 신고양식에 따라 암표 거래를 신고하면 사실 확인 후 티켓 회수 및 경찰 신고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암표 거래가 어려운) 온라인 입장권 도입을 고려해보겠다”라고 말했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6년 만의 총파업을 강행했지만 시중은행 참여율이 1% 미만에 그쳐 일선 영업점의 혼란은 없었다. 하지만 집회와 시가행진으로 서울 도심은 극심한 교통 체증을 빚었다. 금융노조는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 일대에서 약 3만 명(주최 측 추산)이 모인 가운데 집회를 연 뒤 대통령실 인근 용산 삼각지역까지 가두행진을 이어갔다. 3개 차로를 점거해 행진하면서 광화문, 용산 일대는 극심한 교통 혼잡이 벌어졌다. 이날 노조는 임금 5.2% 인상, 근로시간 단축, 임금피크제 개선, 국책은행 지방이전 추진 중단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은행별로 총파업을 대하는 온도 차가 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을 제외한 17개 은행의 파업 참여자는 9807명, 파업 참여율은 9.4%로 집계됐다. 이 중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은행의 참여율은 0.8%에 그쳤다. 반면 국책은행 참여율은 높았다. 본점 부산 이전을 두고 노사 갈등을 빚고 있는 KDB산업은행에서는 노조원의 76%인 1600여 명이 참여했다. IBK기업은행도 노조원의 48%인 5000여 명이 나섰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낮 12시경. 서울역은 짐 가방과 선물 꾸러미를 두 손에 들고 귀성길에 오른 사람들로 북적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3년 만에 거리 두기 없는 명절이라 귀성객들의 얼굴에선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서울역 안 전광판에는 거의 모든 열차에 ‘매진’ 알림이 떴고, 기차 표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매표소 앞을 서성였다. 식당가는 식사를 하려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고, 패스트푸드점에는 대기 손님으로 긴 줄까지 생겼다. 대기실 의자도 시민들로 붐볐다. 가족과 함께 고향인 경남 창원으로 향한다는 권보라 씨(36)는 “기차 안에서 취식이 가능해 아이들과 먹으려고 송편과 우유를 싸왔다. 부모님을 만난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설렌다”며 기차에 올랐다.○ 가족 만날 생각에 설렘 가득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던 상인들도 오랜만에 맞은 명절 특수에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역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서정민 씨(25)는 활기찬 목소리로 “평소보다 2.5배 정도 손님이 많아졌다. 일은 많지만 전혀 힘들지 않고 오히려 즐겁다”고 했다. 토스트집 주인인 이모 씨(35)는 “평소보다 30% 많은 물량을 준비했는데 오전에 거의 다 팔았다. 재료가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적 모임 인원 제한이 사라지면서 3년 만에 가족 모임을 할 생각에 설렘과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는 시민들도 상당수였다. 직장인 문모 씨(29·서울)는 연휴 첫날인 9일 3년 만에 고향 부산으로 가는 비행기에 오른다. 문 씨는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후 명절에는 한 번도 고향에 가지 않았다. 대신 부모님이 서울로 올라와 명절을 간소하게 보냈다. 사적 모임 인원 제한으로 가족이 모두 모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문 씨는 “오랜만에 가족이 다 모여 떠들썩한 한가위를 보내기로 했다”면서 “3년 전 추석에 본 조카들이 초등학생이 됐다니 얼른 얼굴을 보고 싶다”며 웃었다. 초등학교 교사 이모 씨(51)는 “4남매라 다 모이면 가족이 20명이 넘는다”며 “그동안 부모님만 따로 뵈었는데 오랜만에 다른 가족과도 만나 윷놀이를 하면서 명절 기분을 내고 싶다”고 했다.○ ‘각자 명절’…코로나 이후 달라진 풍경도하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간소한 명절’이 정착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주부 황모 씨(53)는 “거리 두기가 풀렸지만 형제들끼리 시간을 맞추기 힘들어 각자 부모님을 찾아뵙기로 했다”며 “2년 넘게 따로 명절을 쇠다 보니 오히려 이런 식이 편하다”고 말했다. 최근 급격히 오른 물가 때문에 고향 가는 길을 포기한 사람들도 있다. 직장인 박모 씨(35)는 “3, 4년 전만 해도 해마다 명절이 되면 친척들과 펜션에 모여 명절을 즐겼다”며 “숙박비며 식비, 기름값 등이 너무 많이 올라 ‘이렇게까지 가야 하나’란 생각이 들었다. 고심 끝에 각자 집에서 쉬기로 했다”고 아쉬워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됐지만 요양병원 등 고위험 시설은 접촉면회가 여전히 제한되다 보니 명절에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 김모 씨(49)는 “어머니가 요양원에 계신데 면회가 안 된다고 해서 마음이 씁쓸하다”며 “하루빨리 가족과 함께 어머니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유채연 기자 ycy@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성 접대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는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16일 경찰에 출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28일로 예정된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에서 이 전 대표 추가 징계가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추석 연휴 뒤인 16일 출석해 조사를 받겠다는 뜻을 전했다. 경찰은 성 접대 의혹과 관련해서는 공소시효(5년)가 지나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하는 쪽으로 사건 처리 방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전 대표에게 성 접대와 금품 등을 제공했다고 주장하는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 측은 2015년 9월 이 전 대표에게 마지막으로 금품을 제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알선수재 혐의의 공소시효(7년)는 이달 말까지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달 내로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여권 관계자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과 경찰 수사 결과는 윤리위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고 했다. 당사자인 이 전 대표는 여론전을 이어갔다. 그는 5일 CBS 라디오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 전 대표를 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에 대해 “‘품는다’ 이런 표현을 쓰면 거의 돌아버린다. 제가 달걀인가”라고 했다. 이어 “국정 동반자로 손을 잡는다거나 인정한다는 표현이 있을 수 있는데, 품는다는 관계 설정은 (문제를) 맞게 푸는 방법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어려운 사람 마음은 어려운 사람이 제일 잘 알지 않겠어요?”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강타한 6일 오전 7시 기초생활수급자 김연주 씨(61)는 서울 서초구 내곡동의 한 주택 부엌에서 홀몸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도시락에 들어갈 전을 포장하고 있었다. 김 씨는 올 1월부터 서초구와 서초지역자활센터가 운영하는 ‘든든한식사업단’의 일원으로 취약계층을 위한 도시락 만들기에 동참하고 있다.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거센 비바람이 몰아쳤던 전날에도 이웃을 돕겠다는 마음으로 도시락 조리에 빠지지 않았다. 김 씨는 “더 좋은 식사를 제공하고 싶어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도 공부하고 있다”며 웃었다. 5, 6일 전국이 태풍 영향권에 놓인 가운데도 추석 명절을 앞두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온정의 손길은 곳곳에서 이어졌다.○ 비바람 맞으며 이웃에 도시락 배달지난해 7월 시작된 ‘든든한식사업단’은 이번 태풍은 물론 지난달 수도권과 중부 지방의 기록적 폭우에도 도시락 배달을 멈추지 않았다. 서초구의 한 여인숙에서 10년째 거주 중인 양모 씨(57)는 “지난달 폭우 때 물이 무릎 높이까지 차오르는 바람에 가재도구가 전부 못쓰게 됐다. 방에서 라면 하나 끓여 먹기도 힘들었는데 수해 다음 날부터 사업단이 매일 도시락을 갖다 줘 굶지 않고 있다”며 고마워했다. 지난달 폭우로 반지하 집이 물에 잠겨 피해를 봤다는 김모 씨(79)도 “아직 집 정리가 안 돼 음식 조리는 꿈도 못 꾸는데 한 끼라도 해결할 수 있어 정말 감사하다”며 “태풍이 온다고 해서 걱정이 많았는데, 거르지 않고 도시락을 가져다 줘 따뜻한 위로를 받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1년 전부터 참여하고 있다는 차상위계층 유모 씨(61)는 “5년 전 경영난으로 운영하던 가게 문을 닫았던 경험이 있어 생활이 어려운 분들 심정을 잘 안다”며 “추석에 혼자 있으면 더 외로울 텐데 도시락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굶는 사람 없어야” 태풍에도 문 연 무료 급식소태풍 접근 소식에 초중고교 상당수가 휴교를 결정했지만 서울 시내 주요 무료 급식소들은 ‘추석을 앞두고 밥 굶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며 5, 6일 모두 정상 배식을 했다. 동대문구 무료 급식소 ‘밥퍼나눔운동(밥퍼)’은 비바람이 심했던 5일 약 340인분의 점심을 배식했다. 지적장애가 있는 40대 딸과 함께 밥퍼를 찾은 이모 씨(67)는 “딸과 매일 점심을 이곳에서 해결한다. 태풍 때문에 배식을 안 하면 끼니를 거를 뻔했는데 문을 열어 정말 다행”이라고 했다. 60대 노숙인 A 씨도 “밥퍼에서 먹는 한 끼가 하루 식사의 전부인 날도 많다”며 연신 감사를 표했다. 밥퍼를 운영하는 최일도 목사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밥퍼를 찾는 어르신들이 ‘태풍이 와도 나는 꼭 올겨’, ‘우리 곁엔 밥퍼가 있으니 걱정이 없구먼’이라고 했다”고 썼다. 밥퍼에는 5일에도 17명의 자원봉사자가 모였는데 이는 평소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인천에 사는 배모 씨(74)는 “딸들이 비바람이 몰아치니 나가지 말라고 말렸지만 태풍 때 한 끼 식사가 더 간절할 것 같아 봉사를 나왔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 무료 급식소 사회복지원각(원각사)도 이날 점심 약 180인분을 배식했다. 급식소 운영 책임자인 자광명 보살은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데도 식사하러 수십 명이 와 줄을 섰다”며 “태풍보다 끼니 걱정이 우선이신 분들이 많아 음식을 평소처럼 준비했다”고 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어려운 사람 마음은 어려운 사람이 제일 잘 알지 않겠어요?”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강타한 6일 오전 7시 기초생활수급자 김연주 씨(61)는 서울 서초구 내곡동의 한 주택 부엌에서 독거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도시락에 들어갈 전을 포장하고 있었다. 김 씨는 올 1월부터 서초구청과 서초지역자활센터가 운영하는 ‘든든한식사업단’ 봉사자로 취약계층을 위한 도시락 만들기에 동참하고 있다.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거센 비바람이 몰아쳤던 전날에도 이웃을 돕겠다는 마음으로 도시락 조리에 빠지지 않았다. 김 씨는 “더 좋은 식사를 제공하고 싶어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도 공부하고 있다”며 웃었다. 5, 6일 전국이 태풍 영향권에 놓인 가운데도 추석 명절을 앞두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온정의 손길은 곳곳에서 이어졌다.● 비바람 맞으며 이웃에 도시락 배달지난해 7월 시작된 ‘든든한식사업단’은 이번 태풍은 물론 지난 달 수도권과 중부지방의 기록적 폭우에도 도시락 배달을 멈추지 않았다. 서초구의 한 여인숙에서 10년 째 거주 중인 양모 씨(57)는 “지난달 폭우 때 물이 무릎 높이까지 차오르는 바람에 가재도구가 전부 못쓰게 됐다. 방에서 라면 하나 끓여먹기도 힘들었는데 수해 다음날부터 사업단이 매일 도시락을 갖다 줘 굶지 않고 있다”며 고마워했다. 지난달 폭우로 반지하 집이 물에 잠겨 피해를 봤다는 김모 씨(79)도 “아직 집 정리가 안 돼 음식 조리는 꿈도 못 꾸는데 한 끼라도 해결할 수 있어 정말 감사하다”며 “태풍이 온다고 해서 걱정이 많았는데, 거르지 않고 도시락을 가져다 줘 따뜻한 위로를 받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1년 전부터 참여하고 있다는 차상위계층 유모 씨(61)는 “5년 전 경영난으로 운영하던 가게 문을 닫았던 경험이 있어 생활이 어려운 분들 심정을 잘 안다”며 “추석에 혼자 있으면 더 외로울 텐데 도시락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 “밥 굶는 사람 없어야” 태풍에도 문 연 무료급식소태풍 접근 소식에 초중고교 상당수가 휴교를 결정했지만 서울 시내 주요 무료급식소들은 ‘추석을 앞두고 밥 굶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며 5, 6일 모두 정상 배식을 했다. 동대문구 무료급식소 ‘밥퍼나눔운동(밥퍼)’는 비바람이 심했던 5일 약 340인분의 점심을 배식했다. 지적장애가 있는 40대 딸과 함께 밥퍼를 찾은 이모 씨(67)는 “딸과 매일 점심을 이곳에서 해결한다. 태풍 때문에 배식을 안 하면 끼니를 거를 뻔 했는데 문을 열어 정말 다행”이라고 했다. 60대 노숙인 A 씨도 “밥퍼에서 먹는 한 끼가 하루 식사의 전부인 날도 많다”며 연신 감사를 표했다. 밥퍼를 운영하는 최일도 목사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밥퍼를 찾는 어르신들이 ‘태풍이 와도 나는 꼭 올겨’, ‘우리 곁엔 밥퍼가 있으니 걱정이 없구먼’이라고 했다”고 썼다. 밥퍼에는 5일에도 17명의 자원봉사자가 모였는데 이는 평소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인천에 사는 배모 씨(74)는 “딸들이 비바람이 몰아치니 나가지 말라고 말렸지만 태풍 때 한 끼 식사가 더 간절할 것 같아 봉사를 나왔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 무료급식소 사회복지원각(원각사)도 이날 점심 약 180인분을 배식했다. 급식소 운영 책임자인 자광명 씨는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데도 식사하러 수십 명이 줄을 섰다”며 “태풍보다 끼니 걱정이 우선이신 분들이 많아 음식을 평소처럼 준비했다”고 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얼마 전 수해를 겪었는데, 추석을 앞두고 태풍까지 온다니….”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권모 씨(50)는 3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권 씨는 전날 도축된 소고기 한 팩을 정가(2만∼2만5000원)의 반값 이하인 1만 원에 팔고 있었다. 권 씨는 “강풍에 비까지 내리면 시장의 주요 손님인 어르신들이 아예 외출하지 않는다. 명절까지 며칠 남긴 했지만 들여온 고기를 다 못 팔 것 같아 일찌감치 떨이로 팔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또 “요새 물가가 올라 손님들이 가뜩이나 지갑을 안 여는데, 추석 대목은 벌써 물 건너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연중 대목인 추석 연휴를 앞두고 ‘태풍 힌남노 상륙’이라는 악재가 터지자 안 그래도 고물가와 소비침체로 신음하던 전통시장 상인들의 시름이 더 깊어지고 있다. ○ “침수 피해가 엊그제인데…”동아일보 취재팀이 3, 4일 찾은 서울 전통시장 상인들은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10여 년 만에 최악의 추석 명절이 될 것 같다”면서 울상을 짓고 있었다. 지난달 폭우 당시 절반가량이 침수 피해를 입은 남성사계시장 상인들은 조금씩 되찾아가던 상가 모습을 태풍이 다시 짓밟아 놓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다. 반찬가게 직원 A 씨는 “폭우 때 빗물이 가게에 차올라 침수된 냉장고를 전부 새 걸로 바꿨는데, 다시 태풍이 올라온다니 걱정 때문에 잠이 안 올 지경”이라고 했다. 지난달 8일 수해 당시 매장 31곳이 물에 잠긴 서울 강남구 영동전통시장도 사정은 비슷했다.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이모 씨(64)는 “수해로 가게 냉장고 6대가 망가졌는데 아직 수리를 못 해 장사를 제대로 못 하고 있다”며 “태풍까지 온다니 장사를 시작한 후 12년 만에 맞는 최악의 명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가 올라 남는 것 없어”“재료값이 많이 올랐습니다. 제발 많이 달라고 떼쓰지 마세요(정말 너무너무 힘듭니다).” 4일 남성사계시장의 한 반찬가게 간판에는 주인의 절절한 심정이 적혀 있었다. 이 반찬가게 직원은 “손님들에게 ‘덤’을 드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고물가로 인한 원가 부담이 전통시장의 미덕인 ‘덤’까지 사라지게 만든 것. 이 시장에서 건어물 가게를 운영하는 서인희 씨(59)도 “물가가 많이 오른 탓인지 시장을 오가는 손님들 장바구니가 대부분 비어 있다”며 “요즘 매출이 보통 추석 대목 때의 반도 안 되는 거 같다”고 하소연했다.○ “거래처 사라지니 폐업할 수밖에”수해, 고물가, 소비 침체의 ‘3중고’를 이기지 못하고 폐업하는 곳도 적지 않다. 영동전통시장의 한 도시락 가게는 지난달 8일 수해를 입은 뒤 폐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가게로 들어찬 물은 빼냈지만 냉장고와 집기를 모두 쓸 수 없게 됐고, 영업을 재개할 만한 자금도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같은 시장에서 1985년부터 운영했다는 식품·건어물 가게 주인 B 씨(75)도 “물가가 오르고 소비는 침체됐는데 설상가상으로 가게에서 재료를 사가던 동네 음식점마저 하나둘씩 문을 닫는 터라 나도 장사를 접을 생각”이라고 했다. 전통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재난지원금이라도 조속히 지급됐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상인은 “물난리가 난 직후 구청장, 국회의원도 왔다 갔고 피해액도 조사했는데 한 달 가까이 지났지만 아무 조치가 없다”며 취재진에게 “추석 전 받으면 연휴 장사라도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예상 대기시간 1시간 이상, 대기인원 132만357명.” 서울 강남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 씨(26)는 강남구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판매가 시작된 1일 오후 3시 정각 서울페이플러스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해 구매를 시도했지만 ‘현재 접속량이 많아 대기 중입니라’라는 문구와 함께 이 같은 안내를 받았다. 이 씨는 약 30분 동안 기다린 끝에 판매 페이지 접속에 성공했지만 막상 상품권을 사려고 하자 ‘모두 소진돼 판매가 종료됐다’고 했다. 이 씨는 “물가가 연일 치솟아 꼭 사고 싶었는데 실패했다”며 “2일은 직장이 있는 서울 종로구 지역사랑상품권을 사려 하는데 성공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1일 서울 각 자치구 지역사랑상품권 할인 판매가 시작되자 빨리 판매 시스템에 접속하려는 구매자들의 ‘광클릭’(컴퓨터 마우스를 빠르게 누른다는 뜻) 전쟁이 벌어졌다. 정부가 2023년 지역화폐에 예산을 배정하지 않기로 하면서 명절을 앞두고 ‘마지막 찬스’를 잡기 위해 구매를 서둘렀다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마지막 기회’일까… 구매 서둘러이날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동작구 등 15개 자치구가 서울페이플러스 앱 등을 통해 지역사랑상품권을 판매했다. 성동구와 성북구 상품권이 판매 시작 13분 만에 매진되는 등 2090억 원 규모의 상품권 중 약 95%가 팔렸다. 서울 각 자치구의 지역사랑상품권은 구매자 1인당 최대 70만 원까지 10% 할인 금액에 살 수 있다. 다만 구별로 판매 시작시간을 달리해 접속자가 분산되면서 7월 서울사랑상품권 판매 당시와 같은 시스템 먹통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2일에는 마포구 등 10개구의 상품권 2700억 원어치가 판매된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직장인 권모 씨(38)는 “내년 지역화폐 국비 지원이 없어진다는 소식을 듣고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배우자와 함께 각자 한도까지 구매했다”고 했다. ○ 지자체 “국비 지원 재개해야”정부는 지난달 31일 발표한 2023년도 예산안에서 6년 만에 지역화폐 발행에 대한 국비 지원을 전액 삭감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방재정 여건이 상당히 좋아졌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지난해만 23조 원 이상의 지역화폐를 발행한 지방자치단체들은 정부 방침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역화폐가 지역 경기를 부양하고 소상공인의 매출을 늘리는 데 큰 역할을 해 왔다는 것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31일 도정 회의에서 “국비 전액 삭감은 소상공인의 매출을 떨어뜨리고 민생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게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일부 지자체는 일단 지역화폐 발행액과 할인율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남도 관계자는 “국비 지원이 사라지면 발행액을 절반으로 줄이고, 할인율도 현재 10%에서 5%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시 관계자도 “지역화폐인 ‘대구행복페이’의 할인율을 현행 10%에서 5%까지 낮춰 운영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며 “국비 지원이 없으면 시의 재정 부담이 커져 난감한 상황”이라고 했다. 지역화폐인 ‘광주상생카드’를 운영해 온 광주시는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지역화폐 국비 예산이 확보되도록 국회의원들에게 도움을 적극 요청할 계획이다.유채연 기자 ycy@donga.com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창원=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사진)의 성접대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경찰이 이 전 대표에게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하고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이 전 대표에게 출석 요구서를 보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경찰은 이 전 대표에게 성접대를 했다고 주장하는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를 상대로 6차례의 참고인 조사를 마친 상태다. 김 대표는 2013년 7월과 8월 두 차례 대전 유성구의 한 호텔에서 성접대한 것을 포함해 이 전 대표에게 모두 20차례 이상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전 대표가 그 대가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주선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대표 측이 주장하는 2013년 성접대 의혹의 경우 성매매는 공소시효가 5년, 직권남용은 7년이어서 어떤 혐의를 적용하더라도 수사와 처벌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2015년 9월 김 대표가 대가성 금품을 제공했다는 주장이 사실로 확인되면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 ‘포괄일죄’가 적용돼 이달 말까지가 공소시효로 인정된다. 이 전 대표는 성 접대 의혹을 폭로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를 고소해 김 전 대표의 법률 대리인을 맡고 있는 강신업 변호사로부터 무고 혐의로도 고발당한 상태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전 대표 수사 상황과 관련해 “사실관계 확인과 법리 검토에 따라 판단할 예정”이라며 “(공소시효인 9월 말) 전까지는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경찰의 소환 통보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유채연 기자 ycy@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의 성접대 의혹 등을 수사중인 경찰이 이 전 대표에게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하고 일정을 조율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이 전 대표에게 출석 요구서를 보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경찰은 이 전 대표에게 성접대를 했다고 주장하는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를 상대로 6차례의 참고인 조사를 마친 상태다. 김 대표는 2013년 7월과 8월 두 차례 대전 유성구의 한 호텔에서 성접대한 것을 포함해 이 전 대표에게 모두 20차례 이상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전 대표가 그 대가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주선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대표 측이 주장하는 2013년 성접대 의혹의 경우 성매매는 공소시효가 5년, 직권남용은 7년이어서 어떤 혐의를 적용하더라도 수사와 처벌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2015년 9월 김 대표가 대가성 금품을 제공했다는 주장이 사실로 확인되면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 ‘포괄일죄’가 적용돼 이달 말까지가 공소시효로 인정된다. 이 전 대표는 성 접대 의혹을 폭로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을 고소해 김 전 대표의 법률 대리인을 맡고 있는 강신업 변호사로부터 무고 혐의로도 고발당한 상태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지난달 29일 기자 간담회에서 이 전 대표 수사상황과 관련해 “사실 관계 확인과 법리 검토에 따라 판단할 예정”이라며 “(공소시효인 9월 말) 전까지는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경찰의 소환 통보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12일 오전 8시 반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5번 출구 앞 횡단보도. 출근시간 바쁘게 횡단보도를 건너는 직장인 사이로 전동킥보드 한 대가 요리조리 빠져나갔다. 도로교통법상 횡단보도를 건널 땐 하차한 후 끌고 가야 하지만 전동킥보드에 올라탄 청년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지켜본 1시간 동안 총 12대의 전동킥보드가 횡단보도를 건넜는데 내려서 끌고 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전동킥보드와 보행자가 부딪힐 뻔한 상황도 반복됐다. 회사원 정승민 씨(25)는 “뒤에서 갑자기 달려오는 전동킥보드와 부딪힐까 봐 아찔할 때가 많다”며 “속도가 워낙 빠르고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몰라 늘 긴장된다”고 했다. 이날 취재팀과 함께 현장을 점검한 전제호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전동킥보드가 보행자와 마주 보고 주행할 경우 큰 사고가 날 가능성이 작지만, 보행자 뒤쪽에서 달려오는 경우 사고 위험이 현저히 높아진다”며 “횡단보도에선 반드시 전동킥보드를 끌고 이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규정 강화에도 급증하는 PM 사고16일 오후 지하철 2호선 신촌역 1번 출구 앞 횡단보도 상황도 비슷했다. 전동킥보드 1대에 2명이 올라타 ‘곡예 질주’를 하는가 하면, 운전자 대부분은 헬멧도 쓰지 않은 상태로 주행했다. 이날 30분 동안 8명의 운전자가 도로교통법을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전동킥보드를 포함한 개인형 이동수단(PM) 공유 시장은 최근 5년 동안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29일 한국스마트이모빌리티협회에 따르면 공유 PM 규모는 2019년 2만2720대에서 지난해 8만8500대로 급증했다. 공유 PM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도로교통법 위반 건수도 폭증하고 있다. 경찰이 적발한 PM 관련 교통법규 위반 건수는 지난해 5월부터 연말까지 7만3565건에 달했다. 이에 경찰은 올 5월 말부터 두 달간 특별단속을 진행했다.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지난해 5월 13일부터 PM 운전자는 원동기장치 면허를 반드시 소지해야 한다. 1·2종 자동차 운전면허증이 있는 경우에만 원동기장치 면허 없이 PM을 운행할 수 있다. 무면허 PM 운전자에겐 범칙금 10만 원이 부과되고 운전면허 취득도 1년간 금지된다. 킥보드를 타고 인도를 주행하면 범칙금 3만 원이 부과된다. PM을 탈 때는 헬멧(안전모)을 반드시 착용해야 하며, 2인 이상이 동승할 수 없다. 안전모 미착용에 대해선 범칙금 2만 원, 정원 초과 운행에는 범칙금 4만 원이 부과된다. 인도 등 보행로에선 PM을 주행할 수 없으며 자전거도로나 일반도로의 우측 가장자리에 붙어서 운행해야 한다. 관련 규정이 대폭 강화됐지만 PM 관련 사고는 더 늘어나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PM 사고 건수는 2018년 225건, 2019년 447건, 2020년 897건, 지난해 1735건으로 매년 약 2배로 증가하는 ‘더블링’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PM과 보행자 간 사고도 2017년 33건에서 지난해 663건으로 급증했다.○ “도로 확충, 속도 제한 필요” 현실적으로 일반도로나 자전거도로에서 PM을 운행하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풍선 효과’로 인도 주행이 많아지며 사고 위험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PM이 통행할 수 있는 도로를 늘려주는 동시에 필요한 경우 속도 제한 조치를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평소 지하철역에서 사무실까지 PM을 이용한다는 직장인 박모 씨(26)는 “인도 주행 금지 규정을 알고 있지만 자전거도로는 거의 없고 차도에선 차량의 위협을 받는 경우가 많아 어쩔 수 없이 인도로 달리곤 한다”며 “현실적 측면을 고려해 도로 환경이나 교통체계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희철 한국교통연구원 글로벌교통협력센터장은 “일본은 최근 PM 등에 대해 최고 시속 6km를 조건으로 인도 주행을 허용하고 있다”며 “보행자 평균 속도가 시속 4km라는 점을 고려해 PM의 속도를 현저히 낮추는 대신에 인도 주행을 일부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했다. 시야 확보가 어려운 야간에는 PM의 속도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국내에서 운행되는 PM은 시속 25km를 넘지 않게 설계돼 있는 대신에 별도로 속도 제한은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야간만이라도 제한 속도를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20년 PM 사고는 낮 12시∼오후 4시에는 149건 발생했지만 오후 8시∼밤 12시에는 207건 발생했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심야 시간에는 PM 운전자와 보행자가 서로를 식별하기가 주간보다 훨씬 어렵다. 주간보다 천천히 운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상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PM이 (불가피하게) 인도 주행을 하는 경우 보행자가 인도에서 어느 방향으로 이동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며 “보행자를 최대한 피해서 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특별취재팀▽ 팀장 강승현 사회부 기자 byhuman@donga.com▽ 김재형(산업1부) 정순구(산업2부) 신지환(경제부) 김수현(국제부) 유채연(사회부) 기자특별취재팀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유채연기자 ycy@donga.com}

“서울에는 길거리 공연 할 곳이 적어요. 신촌에서도 못 하게 된다면 어디서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연세로 ‘차 없는 거리’에서 정기 공연을 하는 대학 댄스동아리 회원 A 씨) “‘차 없는 거리’ 조성 후 매출이 20% 이상 떨어졌어요. 신촌이 ‘차를 끌고 가기 어려운 곳’으로 인식되면서 손님이 계속 줄고 있어요.”(연세로 주변에서 15년째 술집을 운영 중인 최모 씨·50) 서울 서대문구가 ‘차 없는 거리’인 연세로에 다시 차량 통행을 전면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주변 상인과 주민, 대학생 사이에서 찬반 의견이 갈리고 있다.○ “접근성 저하되면서 손님 줄어” 연세대 정문과 신촌역을 잇는 약 550m 길이의 연세로는 과거 상습 정체 구간이었다. 서울시는 2014년 1월 연세로를 서울 첫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하면서 승용차 진입을 금지하고 버스만 다니도록 했다. 주말에는 버스 통행도 금지해 ‘차 없는 거리’로 만들었다. 이에 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전까지 주말마다 ‘신촌물총축제’ 등 각종 문화행사가 열렸다. 하지만 인근 상인들 사이에선 차 없는 거리 및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 이후 상권이 침체됐다는 의견이 꾸준히 나왔다. 신촌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B 씨(49)는 “외부에선 축제 등으로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 상인들은 효과를 체감하지 못했다. 오히려 손님이 줄었다”고 했다. 서대문구는 ‘차 없는 거리 원상 복귀’를 공약으로 내건 이성헌 구청장이 6·1지방선거에서 당선된 후 서울시와 서울경찰청 등이 참여한 가운데 관련 간담회를 열었다. 상인들은 ‘차량 통행 전면 허용 찬성 연명부’에 2000여 명의 서명을 받아 서대문구에 제출했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차 없는 거리 정책으로 상권이 살아났다고 보는 상인은 거의 없다”며 “이르면 9월 중순 연세로를 ‘차가 다니는 거리’로 원상회복하고 신촌 상권을 활성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보행자 불편하게 만들면 안 돼” 다만 상인들이 모두 ‘차 없는 거리’ 폐지에 찬성하는 건 아니다. 연세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50대 김모 씨는 “가뜩이나 폭이 좁은 왕복 2차선 도로인데 차까지 다니면 너무 복잡해질 것 같다”며 “보행자를 불편하게 만들면 이 동네를 잘 찾지 않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연세로 인근에 있는 연세대와 서강대, 이화여대 학생 자치단체들은 ‘차 없는 거리’ 폐지 반대를 위한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연세로에 차량 통행이 전면 허용되면 교통사고 위험이 증가하는 동시에 교통 체증이 우려될 뿐 아니라 문화 중심지라는 연세로의 정체성이 사라질 수 있다”며 “대학생 대상 설문 결과 약 80%가 차 없는 거리 폐지에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이승일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탄소중립 등의 추세에 따라 보행자 친화적으로 바뀌어야 할 교통 정책이 승용차 중심으로 회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다양한 주체가 각기 다른 의견을 가진 만큼 충분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유채연 기자 ycy@donga.com}
14일 오후 서울에서 제주로 향하는 여객기 승객들은 승객 A 씨 탓에 공포에 떨었다. A 씨가 비행기 이륙 8분 만에 “아이가 우는 소리가 시끄럽다”며 욕설을 하고 난동을 피웠기 때문이다. A 씨는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이날 부산발 서울행 KTX 열차에서는 승객 B 씨가 아이와 함께 탄 여성을 향해 “아이가 울어 시끄럽다”고 폭언을 하고, 말리는 다른 승객에게 발길질을 했다. B 씨는 열차가 대전역을 출발하던 오후 7시 43분부터 약 30분간 난동을 지속하다가 천안아산역에서 강제로 하차당했다. 철도특별사법경찰대(특사경)는 B 씨를 수사하고 있다. 최근 비행기나 열차 등 공공교통수단 내에서 이 같은 폭력이 잇따르면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객차 안에는 폭력 등 범죄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B 씨가 난동을 부린 열차에는 승무원이 3명 있었다. B 씨가 난동을 부리자 승무원 2명이 피해 고객을 다른 칸으로 옮겼고, 1명은 다른 일을 처리했다. 그동안 B 씨는 폭언을 말리던 다른 승객에게까지 폭력을 휘둘렀다. 이 열차에 특사경 경찰관은 탑승하지 않았다. 특사경에 따르면 특사경이 탑승해 순찰 등을 하는 열차는 전체 열차의 15∼16% 수준이다. 특사경 현장 인력은 426명인데, 전국의 역에도 나눠 배치된다. 코레일 측은 ‘천안아산역에 특사경이 상주하지 않으니 광명역까지는 가야 한다’고 했다가 B 씨의 난동이 심해지면서 천안아산역에서 하차시켰다고 한다. 이후 천안역 특사경이 천안아산역으로 파견을 와 초기 조치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열차에 탑승했던 승객 민모 씨(26)는 “B 씨를 곧바로 하차시키지 않아 승객들 사이에 불안감이 퍼졌다”고 했다. 당장 특사경 등 인력 확대가 마땅치 않다면 객실 내 폐쇄회로(CC)TV 설치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4년까지 열차 내 CCTV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설치된 열차는 아직 없다. 여객기도 객실에 CCTV가 없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범죄 예방을 위해 특사경 등 보안 요원이 의무 탑승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여의치 않다면 객실 내 CCTV를 최대한 빠르게 확충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난동을 부린 승객은 법이 정한 최대한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 공공교통수단 내 폭력을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하지 않겠다”며 “경찰과의 공조 시스템을 정비하겠다”고 했다.유채연 기자 y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