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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3일 2017년 폐지 예정인 사법시험을 2021년까지 존치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사시 존폐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의식한 결과다. 그러나 사시 존치를 요구하는 국민 여론을 반영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일각에선 다음 정권으로 최종 결론을 미룬 ‘땜질식 처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당장 대법원도 “법무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고 반발하고 나서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은 전공을 등한시하고 고시에만 매달리는 대학의 비정상적인 상황을 개선하고 ‘고시 낭인’을 줄이자는 취지로 2009년 출범했다. 사시는 로스쿨 제도 도입으로 2016년 2월을 끝으로 1차 시험이 없어지고, 2017년 12월 31일에는 완전 폐지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로스쿨 학비가 비싸 ‘가진 자를 위한 제도’라거나 저소득 소외계층의 신분 상승 통로가 막혀 기회의 평등을 되레 악화시킨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최근 국회의원 등 일부 사회지도층 자녀의 로스쿨 입학과 취업 과정에서 특혜 논란이 불거지면서 불신 여론에 기름을 끼얹었다. 법무부가 전문 조사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5.4%가 사법시험 유지에 찬성 의견을 보인 것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사시 폐지 유예 시한을 2021년으로 정한 것은 ‘로스쿨-변호사시험’ 제도 시행 10년이 되는 해여서 어느 정도 제도가 정착될 수 있다는 점과 사시 폐지에 따른 대안 마련에 필요한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존치와 폐지 어느 한쪽으로 당장 결론을 내기보다는 로스쿨 제도가 정착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겠다는 의도가 크지만 결과적으로는 사시 존치론 쪽이 당장의 실익을 챙겼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문제는 법무부의 이번 발표가 법조계 내부에서도 충분한 사전 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데다 4년간 사시 합격자 수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법무부 발표가 논란의 종식이 아니라 새로운 논란의 시작을 의미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날 “국민적 여망을 반영해 사시를 존치하기로 한 정부의 입장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국 25개 로스쿨은 “법무부가 떼쓰는 자들에게 떠밀려서 사법시험 연장이라는 미봉책을 내놓았다”고 비판 성명을 냈다. 서울대, 연세대, 서강대 등 로스쿨 학생회는 이날 학생 전원 자퇴서 작성, 학사일정 전면 거부 등을 의결했다. 대법원도 “4년 동안 사법시험 폐지를 유예해야 한다는 판단에 대한 사전 설명이나 자료를 제공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대법원은 “사시 폐지 유예가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4년이라는 기간이 적정한지는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검토를 거쳐 적절한 기회에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4년 후에도 ‘로스쿨 체제’가 유일한 사법인력 양성 수단으로 자리 잡을지는 미지수다. 법무부는 유예기간 동안 사시 폐지에 따른 대안으로 사시와 유사한 별도 시험을 만들어 합격할 경우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더라도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로스쿨에 갈 형편이 안 되는 사람에게 변호사시험을 치를 기회를 주겠다는 것인데, 이는 사실상 또 다른 사법시험을 만드는 것이다. 법조계 안팎에선 “2021년에도 올해와 똑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온다. ▼ ‘사시존치’ 법률개정案 6건… 2년째 소위 통과 못해 ▼법무부 “신속한 법률 개정 위해 계류 법안에 의견 첨부할 것”법무부 발표대로 2021년까지 사법시험의 수명을 연장하려면 우선 ‘2년 후 폐지’를 규정한 변호사시험법 조항이 국회에서 개정돼야 한다. 법무부는 신속한 법률 개정을 위해 별도의 개정안을 내지 않고 국회에 계류 중인 기존 개정안에 반영할 방침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은 6건이나 되지만 2년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여야 의원들이 제각각 발의한 이 개정안들은 공통적으로 2017년 사시 폐지를 규정한 부칙 제2조 및 제1·4조 일부를 삭제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법무부는 정부 입법 형태가 아닌 법사위 논의 과정에서 대안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법무부는 응시생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현행법상 내년 2월 마지막 1차 시험 전까지 최대한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3일 여야 모두 신중한 반응을 보여 국회 통과가 신속히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 주는 게 부담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법사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은 “로스쿨이 있는데 공개적으로 사시 존치를 주장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임내현 의원은 “법무부와 교육부의 의견이 다른 만큼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신동진 shine@donga.com·장관석 기자·민동용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노영민 의원(사진)이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 카드 결제 단말기를 두고 산하 기관에 자신의 시집을 판매해 물의를 일으킨 것과 관련해 2일 공식 사과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직에서도 물러나기로 했다. 노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누구보다 철저해야 할 국회의원으로 사려 깊게 행동하지 못한 점을 사과한다”며 “이에 책임을 지고 산자위원장직을 사퇴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의 출판기념회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으로부터 따가운 질책을 받았다”며 “향후 어떤 상황에서도 국민의 마음을 가장 우선적으로 헤아려 행동하겠다”고 덧붙였다. 노 의원 측은 전날까지도 “(카드 단말기 판매가) 무엇이 문제냐”는 생각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당 당무감사원에 자진해서 감사를 요청하는 등 법적으로 잘못이 없다는 듯한 태도였다. 그러나 이날 오전 문재인 대표가 국회에서 노 의원 사건에 대해 “당무감사원이 엄정하게 감사할 것”이라며 그 결과에 따라 엄정한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힌 뒤 기류가 급변했다는 후문이다. 전날까지도 자신의 핵심 측근인 노 의원에 대해 원론적이고 미온적으로 대응했던 문 대표가 강경하게 돌아섰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 윤리심판원도 다시 가동된다. 문 대표는 9월 말 사의를 표명했던 안병욱 윤리심판원장(가톨릭대 명예교수)에게 이날 사퇴 철회를 간곡히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원장이 계파 간 갈등 등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한 이후 새정치연합은 국회의원 등 소속 구성원이 문제를 일으켜도 징계를 할 기관조차 없는 형편이었다. 새정치연합은 안 원장이 윤리심판위원들을 재구성해 이른 시일 안에 심판원을 정비할 방침이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여야는 3일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 386조3997억 원(세출 기준)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헌법이 정한 예산안 처리시한(2일)을 지키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는 2일 오후까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 심사를 통해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386조7059억 원 가운데 3062억 원을 순(純)삭감했다. 올해 예산(375조4000억 원)보다는 11조 원(2.9%) 늘어난 금액이다. 논란이 됐던 누리과정(만 3∼5세 무상교육) 예산은 예비비에서 3000억 원을 우회 지원해 학교시설 개선과 누리과정 지방채 이자 지원 이외에는 쓸 수 없도록 했다. 영·유아보육료는 1442억 원 늘었고 보육교사 처우 지원금도 3만 원 올린 월 20만 원을 지원토록 했다. 또 법인세법 개정안 등 세입예산안 부수법안 15개도 함께 처리했다. 이 가운데는 2018년부터 종교인에 대해 과세를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소득세법 개정안도 포함됐다. 의원 269명이 투표해 찬성은 197표, 반대 20표, 기권은 52표였다. 1일 여야 심야회동에서 합의한 국제의료사업지원법, 모자보건법,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 관광진흥법, 대리점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남양유업법’)도 가결 처리됐다. 그러나 여야가 예산안에 연계한 법안을 16건이나 끼워 넣은 것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 밖에도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 서비스산업발전법, 상생법, 사회적경제기본법,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은 ‘정기국회 내 합의 처리’하기로 했다. 노동개혁 관련 5법은 임시국회에서 합의 처리한다고 했지만 정확한 시점을 명시하지 않아 연내 처리가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새정치연합 소속 이상민 국회 법사위원장은 “여야가 합의한 5개 법안 처리가 국회법 위반”이라며 법사위 상정을 거부했다. 결국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결정했다.민동용 mindy@donga.com·차길호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노영민 의원이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에 카드 결제 단말기를 두고 산하기관에 자신의 시집을 판매해 물의를 일으킨 것과 관련해 2일 공식 사과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직도 물러나기로 했다. 노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누구보다 철저해야 할 국회의원으로 사려 깊게 행동하지 못한 점을 거듭 사과한다”며 “이에 책임을 지고 산자위원장 직을 사퇴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의 출판기념회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으로부터 따가운 질책을 받았다”며 “향후 어떤 상황에서도 국민의 마음을 가장 우선적으로 헤아려 행동하겠다”고 덧붙였다. 노 의원 측은 전날까지도 “(카드 단말기 판매가) 무엇이 문제냐”는 생각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당 당무감사원에 자진해서 감사를 요청하는 등 법적으로 잘못이 없다는 듯한 태도였다. 그러나 이날 오전 문재인 대표가 국회에서 노 의원 사건에 대해 “당무감사원이 엄정하게 감사할 것”이라며 “감사 결과에 따라 엄정한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힌 뒤 기류가 급변했다는 후문이다. 전날까지도 자신의 핵심측근인 노 의원에 대해 원론적이고 미온적으로 대응했던 문 대표가 강경하게 돌아섰기 때문이다. 노 의원 측은 주변에 의견을 구한 뒤 사과 성명을 내기로 했다고 한다. 친노(친노무현) 진영에서까지 노 의원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부담을 느낀 셈이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자신의 사건이 최근 퇴진 공세에 몰리고 있는 문 대표에게까지 안 좋게 작용할 것으로 판단한 노 의원이 진화에 나선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은 29일 문재인 대표의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임시공동지도체제’ 제안을 거절하면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이름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내년 1월 혁신전당대회 개최를 제안할 때도 “문 대표와 저를 포함한 모든 분이 참여하는…”이라고만 했다. “안 의원이 문 대표뿐 아니라 박 시장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안 의원 측은 ‘안 의원이 없었으면 박 시장의 오늘이 가능했겠느냐’고 본다. 한 관계자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는 안 의원이 양보했다”며 “지난해 6·4지방선거도 안 의원이 당시 민주당과 통합해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않았으면 박 시장이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를 이길 수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박 시장이 18일 문 대표의 연대 제안에 “현행법 내에서 도울 수 있는 것은 돕겠다”며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자 안 의원의 심기가 불편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다만 안 의원과 박 시장의 관계가 모호해지거나 결별 수순을 밟을 거라는 전망은 지나친 해석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박 시장 스스로 3자 연대에서 자신의 역할이 부분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박 시장 측 인사는 “3자 연대와 관련해 박 시장은 최소한의 역할과 책임을 맡아야겠다는 뜻일 뿐 큰 의미를 두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을 두루 아는 한 정치권 인사는 “두 사람이 한 달에 한 번씩은 만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박 시장은 이날 당 시도지사 정책협의회에 참석해 “두 분(문 대표, 안 의원)이 다른 방법을 절박하게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은 지방자치단체장의 정당 활동에 제약을 가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30일 발의하기로 했다. 박 시장을 염두에 둔 것이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금 테러를 당하는 것은 국민”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맹공을 가했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을 들먹이며 “민주주의가 이대로 무너지도록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주장도 했다. 마치 2012년 대선 패배 이후 잠복했던 ‘민주 대 반(反)민주’ 구도를 다시 살려내려는 듯했다. 문 대표는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박근혜 정권은 국민을 IS(이슬람국가)와 같은 테러세력으로 연일 매도하고 있다”며 “먹고살기 힘들다고 절규하는 국민을 테러세력, 불온세력으로 매도하고 있다”고 강변했다. 박 대통령이 24일 국무회의에서 ‘복면금지법’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IS도 그렇게(복면 쓰고) 하고 있지 않느냐. 얼굴을 감추고서…”라고 한 발언을 지적한 것. 문 대표는 박 대통령을 향해 “대선공약은 안 지키고 야당 탓, 국민 탓만 하는 대통령은 위선의 가면을 벗고 경제와 민생의 민낯을 봐야 한다”고도 했다. 이날 이종걸 원내대표는 “2015년 박 대통령의 야당관은 독재체제를 전개했던 46년 전, 또 43년 전 박정희 전 대통령의 그것과 놀랄 만큼 같다”고 거들었다. 원혜영 의원도 “자국민을 테러집단인 IS와 동일시한 (박 대통령의) 발언은 용납하기 어렵다”며 “선진민주주의 국가에서라면 탄핵을 당하고도 남을 발언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문 대표의) 정신세계가 의심스럽다”고 비난했다.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복면을 쓴 채 경찰 버스를 부수고, 경찰을 폭행한 시위대의 불법 폭력성을 언급한 대통령을 대국민 테러분자로 몰아가다니 문 대표는 정말 온전한 것이냐”고 말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열린 26일 여야는 앞다퉈 YS의 유훈인 ‘통합과 화합’의 정신을 강조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라 보인다. 여야 간 ‘입법 전쟁’에 앞서 당내 내홍 정리부터가 그렇다. YS 서거 정국으로 당내 갈등이 잠시 물밑으로 가라앉았지만 영결식이 끝난 만큼 다시 불거질 조짐이다. 선거구 획정부터 공천 룰 정리, 당내 경선 관리까지 여야 모두 첩첩산중이다. 갈등 관리에 성공하는 쪽이 정국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게임 규칙’조차 정하지 못한 새누리당 새누리당 장윤석 의원(경북 영주)은 26일 의원총회에서 20여 분간 동료 의원들에게 섭섭함을 토로했다. 선거구별 인구편차를 2 대 1로 맞추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경북 등에서 농어촌 지역구가 크게 줄어드는데도 동료 의원들이 무관심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재오 의원(서울 은평을)은 전날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공천 룰을 빨리 정리해 달라”고 당 지도부에 요구했다. 1, 2%포인트 득표율 차로 당락이 바뀌는 수도권에서 게임 규칙조차 없이 당내 후보들이 이전투구를 벌이면 본선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의원들마다 불확실한 선거구와 공천 룰 때문에 아우성을 치고 있다. 현역 의원들은 은근히 ‘깜깜이 선거’를 즐긴다. 현역 의원들과 달리 정치 신인들과 원외 인사들은 선거 룰이 정해지기 전까지는 손발이 다 묶인 상태이기 때문이다. 김무성 대표는 이런 문제점을 잘 알고 있어 더 이상 시간을 끌지 않겠다고 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당장 공천 룰 논의기구를 이끌 위원장 인선부터가 난제다.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의 줄다리기 속에 논의기구는 두 달째 표류하고 있다. 1차 난관을 뚫고 논의기구가 출범하면 △당원과 일반국민 경선 참여 비율 △결선투표제 도입 여부 △우선추천지역 대상 등을 두고 2차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친박계는 당원과 일반국민 경선 참여 비율을 현행 당헌대로 5 대 5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비박계는 일반국민 참여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역 의원에게 불리한 결선투표제를 두고도 친박계는 찬성, 비박계는 반대 의견이 많다.○ ‘문-안-박’ 연대 놓고 갈등 증폭되는 새정치연합 새정치민주연합은 총선용 지도부 구성이 내홍의 핵이다. 호남 의원들과 친노(친노무현) 성향 초·재선 의원들은 당 지도체제를 놓고 정면충돌을 예고했다. 문재인 대표가 제안한 ‘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지도부’에 대해 호남 의원들은 반대 성명을, 초·재선 의원들은 찬성 성명을 27일 각각 발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호남 의원 23명(전체 27명)은 26일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 모였다. 이들 중 김성곤 강기정 의원은 3자 연대에 찬성 의견을 냈지만 대다수 의원은 현실성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한다. 한 참석 의원은 “3인 체제에 안 의원이 부정적이라는 얘기가 많지 않느냐. 설령 된다 한들 정상적으로 운영되겠느냐는 비관론이 많았다”고 전했다. 또 일부 의원은 현역 하위 20% 물갈이를 위한 평가 작업의 부당성을 거론하며 문 대표를 성토했다. 이 자리를 주최한 주승용 최고위원은 “문-안-박 구상을 사전 협의하지 않은 데 대해 문 대표의 사과를 요구한다”고 했다. 박지원 의원도 “한마디로 (영남 출신들인) 문-안-박에 호남은 없고 이제는 (호남에 대한) 립서비스마저 사라졌다”고 꼬집었다. 탈당 의지를 내비친 의원도 있다고 한다. 반면 친노 성향 의원으로 구성된 ‘더좋은미래’를 중심으로 초·재선 의원 50여 명은 27일 안 의원에게 문 대표의 제안을 수용해 달라고 호소하는 성명을 낼 계획이다. 안 의원은 2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문 대표의 제안에 답을 할 것으로 보인다. 문-안-박 연대 차원을 뛰어넘어 역제안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이재명 egija@donga.com·민동용 기자}

2009년 김대중(DJ) 전 대통령에 이어 22일 김영삼(YS) 전 대통령까지 서거하면서 ‘양김(兩金) 시대’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양김 시대는 권위주의적 군사정권에 맞서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모든 것을 던지는 카리스마적 리더십을 발휘하던 때였다. 하지만 1987년 절차적 민주주의가 확보되고 평화적 정권교체가 자리 잡은 시대 흐름에 맞춰 과거 양김 시대를 뛰어넘는 새로운 리더십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양김 시대는 ‘민주 대 독재’ ‘민주 대 반(反)민주’라는 이분법적 도식으로 접근이 가능했다. 하지만 요즘은 사람들의 가치관이 다양해졌고 세대별 이해관계도 너무나 다양해졌다. 한마디로 다원화 사회로 넘어간 것이다. 사회는 이미 급변하는데 갈등을 풀고 해법을 내놓아야 할 정치 리더십은 과거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못하는 불일치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YS 서거를 계기로 새로운 리더십을 찾아 나서야 하는 이유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2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한 투쟁이 요구되는 시기에는 (양김의) 그런 리더십이 필요했다”면서 “이제는 다양성과 조화 속에 함께 나아가는 철학, 비전,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 정치의 리더십은 아직 양김 시대 사생결단식 리더십의 부정적인 면만 계승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19대 국회의 파행상이 단적인 사례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여야가 싸울 것은 치열하게 싸우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같은 국가적 과제는 진영 논리를 떠나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 리더십(1.0), 양김의 민주화 리더십(2.0)에 이어 미래 지향적인 ‘리더십 3.0’이 절실하게 요구된다는 것이다. 유성진 이화여대 교수(정치학)는 “YS가 2013년 입원했을 때 붓글씨로 남긴 메시지가 통합과 화합이었다고 한다”며 “어쩌면 양김 시대의 종언을 예감하며 정치권에 던진 마지막 소망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민동용 mindy@donga.com·홍정수 기자}

“국민이 고개 끄덕일 만한 공천의 기준과 틀에 따라 시스템 공천이 이뤄지면 정치 쇄신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 누가 한 말일까. 신문 정치면을 꼼꼼히 읽는 독자나 여의도 주변 사람들이라면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화자(話者)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런데 아니다. 이는 2012년 1월 16일 새누리당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 비대위 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언론이 ‘시스템 공천은 새누리당의 승부수’라고 할 정도로 박 비대위원장은 시스템 공천을 강조했다. 이른바 ‘친박(친박근혜)’이냐 아니냐가 공천의 기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었다. ‘여론조사를 통한 현역 의원 25% 컷오프’도 도입해 강한 물갈이 의지를 드러냈다. 당시 박 비대위원장이 강조한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 공천’은 초반에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다. 공천을 받지 못할 것이라던 친이(친이명박)계 좌장 이재오 의원은 공천을 받았고, 친박(친박근혜)계였던 김무성 현 새누리당 대표는 낙천했다. 당시 민주통합당(새정치연합의 전신)의 공천보다 낫다는 여론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결과는 어땠나. 이 의원은 그해 3월 기자회견에서 “시스템 공천은 계파와 친소(親疎) 관계에 따른 공천, 반대 진영 제거를 위한 공천은 아닐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공천 과정에서 친이계 ‘수족’이 대거 잘려 나가며 고립무원의 처지가 된 이 의원이 이를 악문 것이다. 당 안팎에서도 “시스템 공천은 ‘친박 공천’ 아니었느냐”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문 대표도 2·8전당대회 때부터 “시스템 공천을 통한 계파 해체”를 공약으로 내걸면서 “예측 가능하고 투명한 공천 제도로 공천 혁명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대표와 계파의 손에서 공천권을 내려놓자. 공직 후보자 한 사람 한 사람이 흘린 눈물의 크기에 대한 국민과 당원의 엄중한 평가가 공천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게 하는 시스템을 만들자”고 했다.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를 구성해 평가 하위 20%에 드는 현역 의원은 공천을 배제하겠다고 했다. 3년 전 박 대통령과 지금 문 대표의 공천 구상이 비슷하니 결과도 비슷하리라는 예단은 삼가겠다. 비노(비노무현), 비주류 의원들이 아무리 그렇게 생각한다 해도 말이다. 다만 시스템 공천은 말 그대로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하는 공천이다. 그 누구라 하더라도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공천 과정을 좌지우지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시스템 공천 요소인 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 전략공천관리위원회, 비례대표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 구성을 비노·비주류 인사에게 맡겨도 상관없지 않을까. ‘공천권 때문에 당 대표를 흔드는’ 그들에게 말이다. 공천 관련 당직이 배분된다면 그들이 더는 떼를 쓰지 않을 테고, 시스템 공천은 ‘당연히’ 효과를 볼 테니 문 대표도 명분이 선다. 1석2조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라고 한다면 기자가 너무 순진한 것인가.민동용 정치부 차장 mindy@donga.com}

“통탄스럽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 활성화, 노동 개혁 법안,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등이 국회에서 발목이 잡혀 있자 10일 국무회의에서 이같이 토로했다. 박 대통령은 예산안 시정연설 등 기회가 날 때마다 이들 법안과 안건의 조속한 통과를 국회에 호소해 왔다. 12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37건의 무쟁점 법안은 33분 만에 술술 처리됐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쟁점 법안들은 다뤄지지 않았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관광진흥법은 2012년 7월과 10월에 각각 정부가 국회에 제출해 3년이 넘었다. 한중 FTA가 올해 안에 발효되지 못하면 수출에서 하루 40억 원의 손해가 예상된다. 그럼에도 야당은 한사코 반대하고 있다. 노동 개혁 관련 5개 법안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이번 정기국회 내에 이들 법안과 안건을 처리하지 못하면 정치권이 총선 모드에 돌입하게 돼 사실상 19대 국회 내 처리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와 여당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통과되면 2020년까지 35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은 이 법이 의료 민영화의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의료와 보건을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점을 명시해야 논의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학교 근처에 관광호텔 설립을 허용하는 내용의 관광진흥법 개정안도 야당이 발목을 잡고 있다. 새정치연합 최재천 정책위 의장은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이 법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1만7000개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호텔 건축 과정에서 생기는 건설 관련 일용직 일자리나 숙박업의 임시 일용직 등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노동 개혁 5개 법안을 가로막는 것은 경제 재도약을 위한 국정을 방해하는 비애국적 행위”라고 야당을 성토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노동 개혁 법안이 저임금, 장시간 노동 실태를 묵인하고, 기간제 사용 기간 연장 및 파견근로 대상·업무 확대로 비정규직을 양산한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이날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한 ‘민생 최우선 처리 10대 입법 과제 추진 전략 간담회’에서도 ‘노동 개혁 관련 5개 법안’이 최우선 저지 법안으로 제시됐다. 한중 FTA에 대해선 야당도 그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중국으로부터 유입되는 미세먼지와 황사 문제, 서해상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등에 관해 중국과 추가로 협상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최 의장은 “(수출) 관세 절감 효과가 있으면 수입할 때 얻는 관세 수입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한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협정이라고 착각하고 이득만 강조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장택동 will71@donga.com·민동용 기자}
여야 지도부는 11일 내년 4월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 획정 협상을 이틀째 벌였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없었다. 양측 모두 법정시한 준수를 외치면서도 각자의 주장만 고집하는 ‘동상이몽’인 셈이다. 그 핵심에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논란이 있다. 전국을 몇 개 권역으로 나눠 인구비례에 따라 권역별 의석수(지역+비례)를 먼저 정한 뒤 그 의석을 정당 득표율에 따라 배분하는 방식이다.○ 與, ‘권역별 비례대표는 반(半)역적’ 새누리당에서는 권역별 비례대표는 금기어라고 한다. 권역별 비례대표를 도입하면 내년 4월 총선 이후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 탓이다. 새누리당은 19대 총선 당시 전체 300석 중 152석을 얻으며 과반수를 확보했다. 정당 지지를 가늠할 수 있는 비례대표 득표율(42.8%)보다 풍성한 성과를 거둔 것. 선거구에서 1명만 당선되는 승자 독식의 소선거구제에 더해 정당 지지에 따른 비례대표 몫을 동시에 챙겨서다. 그런데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19대 총선 기준으로 42.8%에 해당하는 의석을 얻게 돼 과반 의석이 무너지게 된다. 제3정당이 7%의 지지(득표율)만 받아도 원내교섭단체 요건인 20석을 넘기게 돼 새누리당은 여야 협상에서 또 다른 걸림돌을 맞을 수 있다. 여당 내부에서는 유권자 지지 성향을 ‘여권 45%, 야권 55%’의 구도로 본다.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야권에 유리한 의석 분포가 형성되며, 이는 곧 집권 4년차 박근혜 정부의 급속한 레임덕을 불러올 수 있다. 선거구 획정 협상 참석자인 한 의원은 “이 같은 문제 때문에 권역별 비례대표는 도저히 받을 수 없다”며 “물꼬를 터주는 순간 여권에서는 반(半)역적으로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野, ‘안 되면 21대 총선에서라도 꼭’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이 절실한 정치개혁 과제라고 말해왔다. 호남에서는 새정치연합 후보가, 영남에서는 새누리당 후보가 ‘싹쓸이’하는 지역주의 해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오픈프라이머리보다 100배 정도 더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표가 권역별 비례대표를 쉽사리 포기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더욱이 지역구 의석을 소폭 늘리기로 여야 지도부가 합의했다는 소문이 도는 상황에서 비례대표 의석만 줄어든 채 선거구 획정 협상을 마무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특히 지역주의 타파에서 더 나아가 다당제를 위해서라도 권역별 비례대표가 필수라는 이종걸 원내대표의 강한 신념도 문 대표를 압박하는 요인이다. 새정치연합의 한 당직자는 “문 대표는 권역별 비례대표가 안 된다면 석패율제 도입도 괜찮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석패율제는 지역구 출마자를 비례대표 후보로 이중 등록해 지역구에서 아깝게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당선시키는 것. 영남에서 새정치연합 후보의 당선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문 대표가 바라는 ‘동진(東進)’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난관은 지역구가 축소될 호남 농어촌 의원들의 강한 반발이다. 호남지역의 반(反)문재인 정서가 확산 일로인 상황에서 진퇴양난인 셈이다.고성호 sungho@donga.com·민동용 기자}

송영길 전 인천시장(사진)이 10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주거(住居)개혁안이 “실효성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지방자치 정책전당대회 기조강연에서 “문 대표의 4대 개혁 중 첫 번째가 주거개혁인데, 그것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전날 ‘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지도부를 제안한 데 이어 이틀 연속 문 대표를 겨냥한 발언이다. 송 전 시장은 내년 총선 출마지로 인천과 광주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문 대표는 8일 제시한 4대 개혁안 중 주거난 해소를 위해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예로 들었다. 송 전 시장은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두고 “국가 재정을 들여 임대주택을 지으라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현재도 (국가) 부채가 엄청난데 추가로 부채를 얻어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4대 개혁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 전 시장의 문 대표 비판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먼저 ‘광주 민심’을 의식해서라는 것. 일부 언론에서 ‘천정배 저격수로 송 전 시장이 광주에 출마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현지에선 “송영길이 문재인 앞잡이냐”며 격앙했다고 한다. 고향(전남 고흥)인 호남을 정치적 기반으로 여기는 송 전 시장이 악화된 민심을 무마하기 위한 발언이라는 얘기다. ‘주거 문제’가 송 전 시장의 대표 어젠다(화두)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송 전 시장은 집값의 10%만 현금으로 내면 10년 동안 거주할 수 있는 ‘누구나 집’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문 대표의 주거 대책과 충돌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송 전 시장이 천정배 의원의 신당을 비판하는 동시에 문 대표까지 비판하는 것은 자신만의 제3의 길을 모색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은 10일 대구·경북(TK) 예산을 ‘최경환 예산’이라고 규정하며 “총선용-지역편중 예산을 바로잡겠다”고 날을 세웠다. 친박(친박근혜) 실세인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정조준해 예산 심사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포석이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지역구(경북 경산-청도)의 하양-안심복선전철사업은 2015년 예산이 0원이었는데 내년은 288억 원으로 순증(純增)됐다”며 “대표적인 최경환표 예산인 대구권 광역철도사업도 당초 12억 원에서 168억 원으로 크게 뛰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가) 복지는 예산 부족 핑계로 외면하는 반면 친박 실세 총선용 예산 폭탄은 천문학적”이라며 여당에 표를 주는 특정 지역 유권자만 국민으로 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새정치연합 간사인 안민석 의원도 “(최 부총리의) 기획재정부는 TK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국토교통부가 요구한 액수보다 5600억 원이나 늘려 배정했다”고 가세했다. 대구선 국선전철에 대한 국토부 요구안은 원래 700억 원이었지만 기재부는 이를 3배 늘렸고, 대구순환고속도로 예산도 750억 원에서 2배 이상 늘어났다는 것이다. 안 의원은 “총선용 예산 배정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재부는 해명 자료에서 “국토부의 1차 예산 요구를 기준으로 증액분을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호남 등 다른 지역도 증액된 사업이 여러 곳 있다”고 반박했다. 새정치연합 TK 출마 예상자들은 당 지도부의 ‘TK 예산’ 공세가 현지에서 역풍을 초래할까 봐 우려하기도 했다. 대구 북을 지역위원장인 홍의락 의원(비례대표)은 “과도한 증액은 따져 봐야겠지만 정치공세로만 흐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 중립지대 인사들의 모임인 ‘통합행동’의 물밑 움직임이 활발해 지고 있다. 벌써부터 내년 총선 패배 위기감이 감도는 상황에서 계파간 화합과 무소속 천정배, 박주선 의원 등 탈당 세력을 하나로 묶기 위한 작업이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국이 마무리 되면 당내 분열을 수습하기 위한 움직임도 본격화 할 것으로 보인다. 3일 통합행동 소속 의원들에 따르면 조정식 민병두 정성호 의원과 송영길 전 인천시장, 정장선 전 의원은 2일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만찬을 함께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영선 전 원내대표와 김부겸 김영춘 전 의원은 일정이 맞지 않아 참석하지 못했다고 한다. 안 전 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천 의원을 포함해 당을 떠난 세 분(박주선 의원, 박준영 전 전남지사)과 어쨌든 함께 가야 된다는 이야기를 나눴고 내가 제안한 혁신안의 의도와 내용에 대해 이야기했다”며 “당의 위기를 수습하고 나가야 된다는 데 공감했다”고 전했다. 한 참석자는 “당 내부를 통합하는데 안 전 대표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제 문 대표가 아니라 안 전 대표가 주도권을 갖고 있다. 당 통합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김부겸 같은 ‘미래형 인물’이 함께 하면 당 혁신이 가능하다”는 말도 했다. 안 전 대표는 문 대표와의 감정의 골도 드러냈다. 안 전 대표는 “문 대표가 반응을 보여야 하는데 아무 반응이 없다. 자기를 반대한다고 마치 (나를) 새누리당 인양 몰아붙이더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통합행동 회원들은 지난달 중순부터 김한길 전 공동대표, 문 대표와의 연쇄회동을 갖고 있다. 문 대표는 통합행동과 만나 “처음에 오해를 많이 했는데 오해가 풀렸다. 통합에 역할을 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행동은 천 의원과 가까운 김한길 전 대표에게도 통합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요청했다고 한다. 통합행동 회원 8명의 행보를 두고 당내에서는 ‘50대 기수론’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라는 시각이 많다. 회원 8명 모두가 50대로 당내 허리 역할을 맡고 있으며 친노(친노무현)와 비노(비노무현) 진영의 갈등을 넘어선 새로운 정치의 틀을 모색하고 있다는 해석 때문이다.민동용기자 mindy@donga.com황형준 기자constant25@donga.com}

“동네 개가 짖어도 이러지는 않을 것 같다.”(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 “계속 (예비비 관련 자료 제출을) 주장하는 건 생트집이다.”(새누리당 이철우 의원)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종합정책질의에서 벌어진 여야 의원들 간의 설전이다. 야당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위한 예비비 44억 원의 세부 명세 제출을 요구했지만 여당은 “규정에도 없는 억지 요구”라고 반발한 것이다. 새정치연합 박범계 의원도 “44억 원이 불법이면 (내년도 예산 총액인) 386조 원도 불법”이라며 “박근혜 정부는 명명백백하게 자료를 내고 검증을 받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이 고성을 지르며 반박하자 “선수(選數·국회의원 당선 횟수)는 김 의원이 위인지 모르지만 국민을 대표하는 선수(選手)는 나”라고 맞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27일 예산안 시정연설 이후 본격화된 예산국회가 ‘역사전쟁’의 주무대로 변질되고 있다. 앞서 2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와 운영위의 전체회의에서도 여야가 ‘국정 교과서 태스크포스(TF)’ 등을 놓고 격돌해 예산 심의는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각 상임위 예산안 심사도 파행이 우려된다. 예결위 소위원회의 감액·증액 심사를 위해 각 상임위는 늦어도 다음 달 9일까지 예비심사를 끝내야 하지만 전망이 어둡다. “이러다가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12월 2일) 직전에 졸속 처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역사전쟁은 웬만한 다른 현안을 송두리째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지난달에 17년 만에 노사정 대타협이 이뤄졌지만 이후 한 달 반 동안 국회 논의는 거의 진척이 없다. 이런 상태에선 노동개혁 법안의 연내 처리는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여러 차례 국회 통과를 요청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관광진흥법, 국제의료사업지원법 등 경제 활성화 법안에 대한 논의도 실종됐다. 11월 5일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 고시가 확정되는 날이다. 역사전쟁이 정점으로 치닫는다는 얘기다.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쟁점이 없는 민생법안 등을 먼저 처리하자”며 11월 3일 본회의를 제안했지만 야당은 호응하지 않는다. 당분간 예산국회의 파행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역사전쟁은 ‘막말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친박(친박근혜) 실성파가 탄생했다. 새누리당 일부 의원은 교과서 국정화를 주장하기 전에 두뇌 정상화가 시급해 보인다”고 비난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북한이 국정화 관련 반정부 투쟁 지령문을 보냈다는 언론 보도를 들며 “북의 남남갈등 전술에 가장 도움을 주는 건 다름 아닌 제1야당 새정치연합”이라고 주장했다. 예결위에서 황교안 국무총리는 “지금 진상을 파악 중이고 (북한 지령설이) 확인되면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장택동 will71@donga.com·민동용 기자}

27일 오전 10시경 국회 본회의장 오른쪽(중앙 의장석을 바라보고) 좌석 120여 석의 모니터 뒷면에는 ‘국정 교과서 반대’나 ‘민생 우선’이라고 적힌 A4용지가 붙어 있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박근혜 대통령 시정연설을 앞두고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의 뜻을 보여준 것이다. 역대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서 야당 의원들의 이 같은 집단행동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를 본 정의화 국회의장은 야당 의석을 향해 “국회의 품격 준수만 해 달라. 대통령이 오셔서 연설을 하는 동안 예의가 아니라 생각한다”며 종이를 떼 줄 것을 정중히 요청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측은 움직이지 않았다. 정 의장은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 삼권분립 나라로서 우리가 행정부나 사법부에 예를 요구하듯이 우리도 행정부나 사법부에 예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재차 부탁했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 이종걸 원내대표 주위로 중진의원들이 모여 논의했지만 끝내 거부됐다. 그러자 정 의장은 “과거 보여줬던 국회의 여러 후진적 행태들을 새로운 시대에 걸맞게 바꾸는 게 제 열망이었다”며 새정치연합의 태도를 에둘러 질타하면서 본회의 개회를 알렸다. 새정치연합 의원석의 모니터에 붙은 시위구호 종이는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끝날 때까지 붙어 있었다. 6, 7월 박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고 결과적으로 그 법안의 본회의 재부의마저 무산됐을 때 새정치연합은 “박 대통령이 헌법의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했다”고 맹비난했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입법부가 통과시킨 법안을 무시했다는 취지였다. 그때의 생각이 진심이었다면 새정치연합은 이날 야당이 아니라 입법부로서 본회의장에 들어섰어야 했다. 시정연설이야말로 대통령이 국가원수가 아니라 행정부 수반의 자격으로 내년도 예산과 법안의 국회 통과를 입법부에 요청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아니라면 아예 시정연설 자체를 보이콧했어야 했다. 정의당처럼 말이다. 40여 분의 시정연설 동안 새정치연합은 품위도, 결기도 모두 잃었다.민동용·정치부 mindy@donga.com}

“국회 일정을 전면 중단한다거나 예산 심사를 거부할 생각은 없다.”(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22일 청와대 5자 회동 직후 문 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청와대와 여당 그리고 야당의 간극만 재확인한 채 끝났지만 정국이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빈손으로 나온 문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이 요구한 경제활성화법안 처리를 순순히 받아주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국회를 볼모로 삼을 경우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靑, ‘국정주도권 계속 끌고 간다’ 청와대는 이날 회동을 통해 박 대통령이 실속과 명분을 다 얻었다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은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 문제와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을 다 했고 야당과 적극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본 것이다. 박 대통령은 특히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대해 “어떤 양보도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새누리당 일부 수도권 의원이 “국정화 논란으로 40대 중도층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지만 후퇴는 없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여권 관계자는 “회동 이전과 이후 국정화에 대해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번 회동 일정은 당초 예상보다 앞당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교과서 국정화 여론이 다소 불리하게 흘러가자 박 대통령이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다음 달 초로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의,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국정 주도권을 계속 쥐고 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내부 전열을 정비해 ‘역사 전쟁’의 불씨를 계속 살려 나가야 하는 부담도 박 대통령이 떠안은 숙제다. ○ 김무성 대표, 박 대통령과의 공조 복원 노린 듯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이것(회담) 때문에 경색될 일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대통령 임기 5년이 짧다면 짧은 시간인데 대통령이 경제 한 번 살려보겠다고 법을 통과시켜 달라는데 어떻게 (야당이) 33개월 동안 발목을 잡고 안 해줄 수 있느냐”며 “내가 회담에서 이런 얘기를 하며 ‘너무한 거 아니냐’고도 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국 경색이 장기화할 경우 새누리당은 여야 대결구도를 ‘민생 정당’과 ‘민생을 발목 잡는 정당’으로 갈라치기 한다는 전략이다. 이번 청와대 회동이 김 대표의 당내 입지를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공천 룰을 놓고 김 대표와 친박(친박근혜)계가 다시 충돌했던 국면에서 당청 간 ‘찰떡 공조’ 국면으로 전환하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김 대표는 당분간 박 대통령과 철저히 호흡을 맞춰갈 것으로 전망된다. ○ 새정치연합, ‘민생은 풀고 교과서는 시민과 함께’ 새정치연합은 당초 이번 회동에 큰 기대를 걸지는 않았다. 회동이 소득 없이 끝났지만 문 대표가 정기국회 보이콧을 선언하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문 대표는 23일 오전 부산시와의 예산정책협의 일정도 취소하지 않았다. 문 대표는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더 논의해봐야겠다”며 “우리가 할 일을 하면서 국정화 반대를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당분간 ‘민생은 풀어나가되 교과서는 시민과 함께’라는 기조를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정부·여당의 발목을 잡는다는 빌미를 주지 않는 동시에 국정화 이슈라는 호재를 내년 총선까지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당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다음 주에 국정화 반대 문화제를 열기로 했다. 이날 특위 회의에서는 여론전을 위한 국토종단, 단식투쟁, 자전거 전국 순례 등의 아이디어도 나왔다. 당 관계자는 “당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 대신 학계 및 시민사회와 손잡고 반대 여론전을 극대화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장 다음 달부터 시작될 선거구획정 논의와 당내 공천 룰 논란 등이 국정화 여론전을 희석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민동용 mindy@donga.com·강경석 기자}

이 정도면 ‘중증(重症)’이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을 두고 청와대 여당 야당이 벌이는 시대착오의 퍼레이드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왜 역사 교과서를 나라에서만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역사 교과서 국정화로 박 대통령 본인이 생각하기에 ‘올바른 역사관’을 온 국민이 갖게 되진 않을 거라는 정도는 안다. 왜냐고? 국민은 자신이 배운 역사 교과서 내용을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아니 관심도 없다. 중고교생 99%에게 역사는 대학수학능력시험 볼 때까지만 신경 써야 할 암기 과목에 지나지 않는다. 그나마 역사에 관심 있는 1%의 학생은 교과서보다 다양한 역사만화와 서적에서 정보를 더 얻을 수 있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박 대통령이 보기에 못마땅할 게 분명한, 게다가 사실 확인도 거치지 않고, 문장은 조악한 역사 서술이 넘친다. 대학에 입학해 그동안 배운 역사와 다른 얘기를 하는 책 한두 권을 읽고 ‘운동권’이 되는 경우도 예전 같지 않다. 국정 역사 교과서로 개인의 역사관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라는 얘기다. ‘우리 아이들이 김일성 주체사상을 배우고 있다’는 현수막을 거리에 걸었다가 급히 내린 새누리당도 과거에 머물러 있기는 마찬가지다. 국정화를 반대하는 야당을 종북(從北)으로 몰겠다는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이다. 그것을 고도의 정치 전술이라고 포장한다면 소가 웃을 일이다.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 한 번 써먹어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충분하다.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빠지지 않는다. 박 대통령과 여당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에 맞선다며 들고 나온 게 ‘친일·독재’ 프레임이다. 문재인 대표는 21일 “국민은 대통령과 집권당 대표가 친일과 독재의 가족사 때문에 국정 교과서에 집착한다고 믿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대선 때 박 대통령을 겨냥했던 ‘친일파 독재자의 딸’에서 한 발짝도 전진하지 않았다. 새정치연합의 주류를 이루는 1970, 80년대 운동권의 조건반사적인 사고 수준이다. 박근혜 정부는 영속하지 않는다. 벌써 임기 반환점을 돌았다. 그럼 교육부 계획대로라면 2017년 초 발간 예정인 국정 역사 교과서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럼에도 야당은 박 대통령의 ‘독재’는 계속될 것이고 자신들은 집권할 가능성이 없다는 듯 ‘친일·독재 옹호 교과서 반대’만을 외친다. “어차피 우리가 집권하면 바뀔 교과서, 잘해보세요. 우리는 정말 시급한 현안에 집중할 테니”라고 무시할 자신감은 없어 보인다. 1979년 10월 26일(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일)에 사고의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대통령과 1987년 6월 29일을 끝으로 더이상 생각이 진보하지 않는 것 같은 야당의 ‘종북 vs 친일·독재’ 재방송은 이제 솔직히 지겹다. 이쯤 되면 어느 쪽이든 “쿨(cool)하지 못해서 미안합니다”라고 고백해야 되는 것 아닌가.민동용 정치부 차장 mindy@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이 1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강동원 의원(전북 남원-순창)의 “2012년 대선 개표 조작” 발언 파문으로 지리멸렬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을 계기로 당 내분을 봉합하고 내년 4월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던 야당이 ‘근거가 희박한 대선 불복 프레임’에 스스로 빠지며 역공을 자초한 모양새다. 새정치연합이 지난해 ‘세월호 참사’, 올해 ‘성완종 게이트’ 등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한 건 ‘강력한 리더십의 부재 탓’이라는 지적이 많다. 계파 간 갈등을 조정하지 못한 채 재·보궐선거에서 잇따라 참패하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이다. 강 의원은 대정부질문 당시 “지난 대선 개표 부정의 증거가 밝혀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통성이 없다”며 답변에 나선 황교안 국무총리를 몰아붙였다. 그러나 그 근거는 인터넷에서 떠도는 자료를 모은 개표 조작 의혹이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A4용지 3장 분량의 자료로 조목조목 반박했다. 원내부대표인 강 의원은 이에 대한 재반박 없이 13일부터 잠적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강 의원과 연락이 닿으면 (대처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겠다”고만 밝혔다. 새정치연합은 사실상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철저하게 개인 의견이고, 당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거리를 뒀다. 14일 문재인 대표도 “어제 대변인실에서 당의 입장이 아니라 개인 의견이라고 논평을 냈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당 지도부의 긴급 대책회의도 없었다. 청와대가 강 의원의 사과와 야당의 조치를 촉구하자 이날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응을 논의했을 뿐이다. 일부에서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강 의원을 옹호하는 발언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이용득 최고위원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과 관련해 “지금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모두 미쳤다”며 “나라와 경제가 어떻다고 하는 게 하나도 정신 있는 사람들의 얘기처럼 들리지 않는다”고 막말성 발언을 했다. 국정 교과서의 역사적 책임을 놓고 논쟁해야 할 야당 최고위원의 태도는 아니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정부질문 이전에 두 차례 열린 새정치연합 사전회의에서 강 의원의 무책임한 발언을 걸러내지 못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강 의원은 2012년 총선에서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위헌정당 결정으로 해산된 통합진보당 후보로 전북 남원-순창에서 당선됐다. 한편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이날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의 찬성 의견은 47.6%, 반대 의견은 44.7%로 나타났다. 같은 기관의 2일 조사에선 국정 교과서 선호 42.8%, 검정 교과서 선호 43.1%였지만 여론의 역전 현상이 일어난 셈이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여권이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두고 숨 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에서도 갈등의 불씨로 번질 태세다. 안심번호 자체에 대한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와 함께 공천 룰의 하나로 그 속에 숨은 의도를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비노(비노무현) 진영이 현재 주류인 친노(친노무현) 진영에 대해 그렇다. 지난달 16일 당 중앙위원회를 통과한 혁신안에 따르면 새정치연합은 안심번호가 도입된다면 전략공천 지역을 제외한 선거구별로 300∼1000명의 국민공천단을 구성해 100% 경선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비노 측 문병호 의원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부정적이다. 문 의원은 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안심번호 자체는 좋은 제도라고 본다”면서도 “역(逆)선택이 가능하고 샘플을 추출하는 데 돈이 많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은 청와대가 주장한 문제점과 비슷하다. 당 민주정책연구원장인 민병두 의원은 국민공천단 규모의 문제점을 지목했다. 민 의원은 “300∼1000명을 선거인단으로 했을 때 투표율이 30% 정도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럴 경우 대표성 문제가 제기될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비노 측 일부에서는 선거인단을 구성하게 될 적극 응답층의 성향을 고려하면 친노 후보가 유리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친노 주도의 ‘모바일 투표’ 악몽을 우려한 것이다. 서울의 한 재선 의원은 “선거인단 추출을 맡게 될 여론조사기관의 공정성, 중립성 문제도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르면 5일 임명될 선출직 공직자평가위원장을 놓고도 논란이 예상된다. 문재인 대표는 조은 동국대 명예교수를 위원장으로 내정하고 임명할 계획이다. 하지만 비노 진영은 조 교수가 19대 총선 때 외부 공심위원으로 활동한 전력을 들어 ‘친노의 대리인’이라고 날을 세우고 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