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김상훈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구독 100

추천

안녕하세요. 김상훈 기자입니다.

corekim@donga.com

취재분야

2026-04-09~2026-05-09
건강81%
경제일반13%
칼럼3%
문화 일반3%
  • 생활 자전거 타기와 느리게 걷기, 잔병치레 없는 삶의 원천

    초등학생일 때부터 성인용 자전거를 탔다. 페달을 밟고 돌리는 것조차 버거웠지만 그래도 자전거가 좋았다. 어른이 된 후부터 자전거 타기는 취미생활을 넘어 건강관리 수단이 됐다. 방사선 치료의 베스트 닥터로 손꼽히는 이상욱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55)의 얘기다. 이 교수는 뇌와 눈을 제외한 얼굴 부위에 발생하는 암인 두경부암 분야에서 베스트 닥터로 꼽힌다. 이 교수는 외과적 절개 없이 암 부위에만 집중적으로 방사선을 주사해 치료한다. 최근 10년 동안 1400여 명을 진료했다. 이 교수는 현재 이 병원의 방사선센터장을 맡고 있다. 이 교수는 잔병치레도 거의 하지 않을 정도로 건강하다. 역시 비결이 있었다. 이 교수는 오랫동안 자전거 라이딩을 즐겼다. 최근에는 자동차까지 없앨 정도로 걷기에 흠뻑 빠져 있다. 이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경주가 아닌 ‘생활 자전거 타기’ 이 교수는 아주 빠른 속도로 자전거를 타지는 않는다. 보통 시속 20∼25km를 유지한다. 자전거를 처음 타는 사람에게는 이 정도도 만만찮은 속도다. 하지만 수십 년 동안 자전거를 탄 사람이라면 속도를 더 올리고 싶은 욕구에 사로잡힐 수도 있다. 이 교수는 고개를 젓는다. “안전이 가장 먼저입니다. 경주하듯 자전거를 타는 게 아니라 조금 느리더라도 오래 타는 게 좋습니다.” 이 교수는 ‘생활 자전거 타기’를 주장한다. 2009년 병원 내 자전거 동호회를 만든 것도 그 때문이다. 병원을 드나드는 차량이 많아지니 주차장이 협소해졌다. 이 교수는 직원들이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면 주차 문제도 해결되고 건강도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날짜를 지정해서 먼 거리를 단숨에 오가는 라이딩보다는 일상에서 자전거를 활용해 건강을 챙기자는 취지다. 이 교수 자신도 이를 실천하기 위해 한동안 왕복 10km인 집과 병원을 자전거로 출퇴근했다. 현재 동호회에는 회원이 50여 명 있다. 이 교수는 10년째 회장을 맡고 있다. 회원들은 한강 둔치에 모여서 자전거 라이딩을 즐긴다. 이 교수도 환자 진료로 빠듯한 평일 라이딩에는 참여하지 못하지만 주말에는 동반 라이딩을 이따금씩 즐긴다. 퇴근한 후에도 가까운 거리는 종종 자전거로 이동한다. 이 교수는 자전거를 탈 때 반드시 안전 장비를 갖출 것을 권했다. 헬멧과 장갑은 꼭 착용해야 한다. 시력이 좋아서 안경을 쓸 필요가 없는 사람도 눈 보호를 위해 고글을 쓰는 것이 좋다. 이 교수는 무리하게 속도를 내는 것은 건강에도 좋지 않다며 페달을 밟는 횟수가 1분에 80회를 넘기지 않도록 할 것을 추천했다. ○ ‘느리게 걷기’에 빠지다 이 교수는 요즘 느리게 걷는 재미에 빠졌다. 몇 해 전부터는 자전거 출퇴근도 포기했다. 그 대신 왕복 10km의 거리를 천천히 걸어 출퇴근한다. 약속이 잡혀도 5km 이내는 걸어가거나 자전거를 탄다. 그보다 먼 거리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동차는 주차장에서 먼지만 덮어썼다. 결국 3년 전쯤 이 교수는 자동차를 지인에게 넘겼다. 이 교수의 걷기에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산책이라고 할 수 있다. 시속 3km 정도를 유지한다. 아주 느린 걸음이다. 그러니 약속 장소가 5km밖에 있는 곳이라면 한 시간이 넘게 걸린다. 그런데도 이 교수는 불만이 없다. 오히려 느림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이따금 이른 아침에 미팅이나 콘퍼런스가 잡혀 빨리 걸으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처럼 느리게 걷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 “빨리 걸으면 조급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느리게 걸으면서 잊고 싶은 것을 잊습니다. 마음이 편안해지죠.” 정신적으로 여유가 생기면 몸도 덜 피곤해진단다. 이 교수는 느리게 걸으면 주변 풍경이 눈에 더 잘 들어온다고 했다. 하루 만에 나무의 싹이 얼마나 더 자랐는지도 느껴진다. 식물 이름도 줄줄 외게 됐다. 그렇게 자연을 관찰하면서 걷다 보니 걸음걸이는 더 느려진다. 자꾸 두리번거리게 된다. 언젠가 동료가 “왜 그렇게 두리번대느냐”고 물었을 정도다. 느린 대신 많이 걷는다. 이 교수는 스마트폰에서 만보계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수시로 걸음 수를 확인한다. 많은 날은 2만 보를 넘길 때도 있다. 적은 날도 8000보는 된다. 이 교수는 요즘 새로운 만보계 사용법을 고안해 냈다. 일주일 단위로 만보계를 확인하는 것이다. 주말에 만보계를 보고 총 7만 회, 그러니까 하루 평균 1만 회를 넘어섰다면 걷기를 중단한다. 계속 걸어도 당장은 큰 상관이 없지만 장기적으로 무릎과 발목 관절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 대신 7만 회를 넘어서면 관절에 덜 무리가 가는 자전거를 탄다. 7만 회가 안 되면 더 걷는다. 이 교수는 제대로 걷는 법에 대해 크게 세 가지를 강조했다. “첫째, 터덜터덜 걸으면 안 돼요. 둘째, 가능하면 발꿈치부터 땅에 닿도록 하고, 셋째, 운동 전 스트레칭은 필수입니다.”○ 과격한 운동은 권하지 않아 건강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고강도의 운동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이 교수는 이런 주장에 반대한다. 고강도의 근육 운동을 할 경우 내장 기관에 일종의 ‘저산소증’이 나타나면서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 교수는 왜 운동을 하는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운동선수가 고강도 운동을 하는 것은 운동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건강해지기 위해 운동한다. 목표가 건강이라면 운동을 과격하게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이 교수는 심장에 부담이 가지 않는 선에서 운동할 것을 강조했다. 가령 빨리 걷기를 선호하는 사람이라도 평소 심박수의 130%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나이가 들었다면 관절 건강에 특히 신경 써야 한다. 걷는 동작도 강도를 높이면 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어서다. 자전거 타기와 느리게 걷기, 이것만으로 건강을 유지하는 것일까. 이 교수는 진짜 건강 비법은 따로 있다며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했다. 무슨 뜻일까. 이 교수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잡힌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 설명했다. 이를테면 서 있는 사람은 앉아서 쉬어야 피로가 풀리고, 누워 있는 사람은 일어나서 걸어 다녀야 건강해진다는 것이다. 몸을 쓰면 몸을 쉬게 해 주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비울 줄도 알아야 한다는 뜻도 담고 있다.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사람의 20%가 경기 후에 감기에 걸린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면역력이 떨어졌기 때문에 강철 체력을 가져도 바이러스를 이기지 못하는 거죠. 삶의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한 이유입니다. 그래야 면역력도 강해지니까요.”▼가까운 거리도 장비 갖추고… 자전거 안장은 허리 높이에…▼안전하고 건강하게 자전거 타는 요령 이상욱 교수는 전국자전거연합회라는 단체의 이사를 맡은 적이 있다. 자전거 캠페인을 활발하게 한 공로로 정부 표창을 받기도 했다. 지금도 녹색자전거연합회 이사로 활동하는 등 자전거 사랑이 남다르다. 이 교수는 평소 ‘생활 자전거 타기’를 주장하면서 안전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전거를 타는 요령을 이 교수에게 들어봤다. [1] 장비는 확실히 갖춰라 짧은 시간, 혹은 가까운 거리에 다녀온다고 해서 장비를 갖추지 않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많다. 이 교수는 절대 반대. 헬멧과 장갑은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이 교수는 추가로 눈 보호를 위해 안경 혹은 고글을 쓸 것을 추천했다. [2] 스트레칭은 충분히 하라 격렬하게 몸을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서 스트레칭을 하지 않으면 부상당할 우려가 있다. 자전거를 옆에 세우고 충분히 스트레칭을 해 주도록 한다. 손목과 발목도 빙빙 돌리면서 풀어준다. [3] 안장 높이 점검은 필수 안장은 보통 허리 높이까지 오도록 조절하는 게 좋다. 안장 높이를 낮추면 조금 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등이 구부정해질 수 있다. 사진 속의 자전거 안장 높이는 낮은 편. 이 교수는 안장 높이를 손으로 표시한 곳까지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4] 핸들은 제대로 잡아라핸들만 잡고 자전거를 타면 편하겠지만 그 경우 돌발 상황에는 대처하기 어렵다. 따라서 검지와 중지, 두 손가락은 반드시 브레이크 제어기에 두는 게 좋다. [5] 페달도 제대로 밟아라 페달은 발바닥의 넓은 부분으로 지그시 눌러주면서 밟는 게 좋다. 대체로 발바닥 정중앙에서 약간 앞쪽 부위로 페달을 밟도록 한다. [6] 전방을 응시하라 주행할 때는 등을 곧바로 펴도록 한다. 시선은 전방을 향해야 하며 엉덩이는 안장에 완전히 밀착하는 게 좋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19-04-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자전거 타기와 느리게 걷기에 푹 빠졌죠”…진짜 건강 비법은 따로 있다?

    초등학생일 때부터 성인용 자전거를 탔다. 페달을 밟고 돌리는 것조차 버거웠지만 그래도 자전거가 좋았다. 어른이 된 후부터 자전거 타기는 취미생활을 넘어 건강관리 수단이 됐다. 방사선 치료의 베스트 닥터로 손꼽히는 이상욱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55)의 얘기다. 이 교수는 뇌와 눈을 제외한 얼굴 부위에 발생하는 암인 두경부암 분야에서 베스트 닥터로 꼽힌다. 이 교수는 외과적 절개 없이 암 부위에만 집중적으로 방사선을 주사해 치료한다. 최근 10년 동안 1400여 명을 진료했다. 이 교수는 현재 이 병원의 방사선센터장을 맡고 있다. 이 교수는 잔병치레도 거의 하지 않을 정도로 건강하다. 역시 비결이 있었다. 이 교수는 오랫동안 자전거 라이딩을 즐겼다. 최근에는 자동차까지 없앨 정도로 걷기에 흠뻑 빠져 있다. 이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경주가 아닌 ‘생활 자전거 타기’ 이 교수는 아주 빠른 속도로 자전거를 타지는 않는다. 보통 시속 20~25㎞를 유지한다. 자전거를 처음 타는 사람에게는 이 정도도 만만찮은 속도다. 하지만 수십 년 동안 자전거를 탄 사람이라면 속도를 더 올리고 싶은 욕구에 사로잡힐 수도 있다. 이 교수는 고개를 젓는다. “안전이 가장 먼저입니다. 경주하듯 자전거를 타는 게 아니라 조금 느리더라도 오래 타는 게 좋습니다.” 이 교수는 ‘생활 자전거 타기’를 주장한다. 2009년 병원 내 자전거 동호회를 만든 것도 그 때문이다. 병원을 드나드는 차량이 많아지니 주차장이 협소해졌다. 이 교수는 직원들이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면 주차 문제도 해결되고 건강도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날짜를 지정해서 먼 거리를 단숨에 오가는 라이딩보다는 일상에서 자전거를 활용해 건강을 챙기자는 취지다. 이 교수 자신도 이를 실천하기 위해 한동안 왕복 10㎞인 집과 병원을 자전거로 출퇴근했다. 현재 동호회에는 회원이 50여 명 있다. 이 교수는 10년째 회장을 맡고 있다. 회원들은 한강 둔치에 모여서 자전거 라이딩을 즐긴다. 이 교수도 환자 진료로 빠듯한 평일 라이딩에는 참여하지 못하지만 주말에는 동반 라이딩을 이따금씩 즐긴다. 퇴근한 후에도 가까운 거리는 종종 자전거로 이동한다. 이 교수는 자전거를 탈 때 반드시 안전 장비를 갖출 것을 권했다. 헬멧과 장갑은 꼭 착용해야 한다. 시력이 좋아서 안경을 쓸 필요가 없는 사람도 눈 보호를 위해 고글을 쓰는 것이 좋다. 이 교수는 무리하게 속도를 내는 것은 건강에도 좋지 않다며 페달을 밟는 횟수가 1분에 80회를 넘기지 않도록 할 것을 추천했다. ● ‘느리게 걷기’에 빠지다 이 교수는 요즘 느리게 걷는 재미에 빠졌다. 몇 해 전부터는 자전거 출퇴근도 포기했다. 그 대신 왕복 10㎞의 거리를 천천히 걸어 출퇴근한다. 약속이 잡혀도 5㎞ 이내는 걸어가거나 자전거를 탄다. 그보다 먼 거리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동차는 주차장에서 먼지만 덮어썼다. 결국 3년 전쯤 이 교수는 자동차를 지인에게 넘겼다. 이 교수의 걷기에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산책이라고 할 수 있다. 시속 3㎞ 정도를 유지한다. 아주 느린 걸음이다. 그러니 약속 장소가 5㎞밖에 있는 곳이라면 한 시간이 넘게 걸린다. 그런데도 이 교수는 불만이 없다. 오히려 느림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이따금 이른 아침에 미팅이나 콘퍼런스가 잡혀 빨리 걸으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처럼 느리게 걷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 “빨리 걸으면 조급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느리게 걸으면서 잊고 싶은 것을 잊습니다. 마음이 편안해지죠.” 정신적으로 여유가 생기면 몸도 덜 피곤해진단다. 이 교수는 느리게 걸으면 주변 풍경이 눈에 더 잘 들어온다고 했다. 하루 만에 나무의 싹이 얼마나 더 자랐는지도 느껴진다. 식물 이름도 줄줄 외게 됐다. 그렇게 자연을 관찰하면서 걷다 보니 걸음걸이는 더 느려진다. 자꾸 두리번거리게 된다. 언젠가 동료가 “왜 그렇게 두리번대느냐”고 물었을 정도다. 느린 대신 많이 걷는다. 이 교수는 스마트폰에서 만보계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수시로 걸음 수를 확인한다. 많은 날은 2만 보를 넘길 때도 있다. 적은 날도 8000보는 된다. 이 교수는 요즘 새로운 만보계 사용법을 고안해 냈다. 일주일 단위로 만보계를 확인하는 것이다. 주말에 만보계를 보고 총 7만 회, 그러니까 하루 평균 1만 회를 넘어섰다면 걷기를 중단한다. 계속 걸어도 당장은 큰 상관이 없지만 장기적으로 무릎과 발목 관절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 대신 7만 회를 넘어서면 관절에 덜 무리가 가는 자전거를 탄다. 7만 회가 안 되면 더 걷는다. 이 교수는 제대로 걷는 법에 대해 크게 세 가지를 강조했다. “첫째, 터덜터덜 걸으면 안 돼요. 둘째, 가능하면 발꿈치부터 땅에 닿도록 하고, 셋째, 운동 전 스트레칭은 필수입니다.”● 과격한 운동은 권하지 않아 건강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고강도의 운동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이 교수는 이런 주장에 반대한다. 고강도의 근육 운동을 할 경우 내장 기관에 일종의 ‘저산소증’이 나타나면서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 교수는 왜 운동을 하는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운동선수가 고강도 운동을 하는 것은 운동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건강해지기 위해 운동한다. 목표가 건강이라면 운동을 과격하게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이 교수는 심장에 부담이 가지 않는 선에서 운동할 것을 강조했다. 가령 빨리 걷기를 선호하는 사람이라도 평소 심박수의 130%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나이가 들었다면 관절 건강에 특히 신경 써야 한다. 걷는 동작도 강도를 높이면 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어서다. 자전거 타기와 느리게 걷기, 이것만으로 건강을 유지하는 것일까. 이 교수는 진짜 건강 비법은 따로 있다며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했다. 무슨 뜻일까. 이 교수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잡힌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 설명했다. 이를테면 서 있는 사람은 앉아서 쉬어야 피로가 풀리고, 누워 있는 사람은 일어나서 걸어 다녀야 건강해진다는 것이다. 몸을 쓰면 몸을 쉬게 해 주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비울 줄도 알아야 한다는 뜻도 담고 있다.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사람의 20%가 경기 후에 감기에 걸린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면역력이 떨어졌기 때문에 강철 체력을 가져도 바이러스를 이기지 못하는 거죠. 삶의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한 이유입니다. 그래야 면역력도 강해지니까요.” ▼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전거 타는 요령, 이것만은 알고 타자! ▼ 이상욱 교수는 전국자전거연합회라는 단체의 이사를 맡은 적이 있다. 자전거 캠페인을 활발하게 한 공로로 정부 표창을 받기도 했다. 지금도 녹색자전거연합회 이사로 활동하는 등 자전거 사랑이 남다르다. 이 교수는 평소 ‘생활 자전거 타기’를 주장하면서 안전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전거를 타는 요령을 이 교수에게 들어봤다. 1. 장비는 확실히 갖춰라 짧은 시간, 혹은 가까운 거리에 다녀온다고 해서 장비를 갖추지 않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많다. 이 교수는 절대 반대. 헬멧과 장갑은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이 교수는 추가로 눈 보호를 위해 안경 혹은 고글을 쓸 것을 추천했다. 2. 스트레칭은 충분히 하라 격렬하게 몸을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서 스트레칭을 하지 않으면 부당당할 우려가 있다. 자전거를 옆에 세우고 충분히 스트레칭을 해 주도록 한다. 손목과 발목도 빙빙 돌리면서 풀어준다. 3. 안장 높이 점검은 필수 안장은 보통 허리 높이까지 오도록 조절하는 게 좋다. 안장 높이를 낮추면 조금 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등이 구부정해질 수 있다. 사진 속의 자전거 안장 높이는 낮은 편. 이 교수는 안장 높이를 손으로 표시한 곳까지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4. 핸들은 제대로 잡아라 핸들만 잡고 자전거를 타면 편하겠지만 그 경우 돌발 상황에는 대처하기 어렵다. 따라서 검지와 중지, 두 손가락은 반드시 브레이크 제어기에 두는 게 좋다. 5. 페달도 제대로 밟아라 페달은 발바닥의 넓은 부분으로 지그시 눌러주면서 밟는 게 좋다. 대체로 발바닥 정중앙에서 약간 앞쪽 부위로 페달을 밟도록 한다. 6. 전방을 응시하라 주행할 때는 등을 곧바로 펴도록 한다. 시선은 전방을 향해야 하며 엉덩이는 안장에 완전히 밀착하는 게 좋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19-04-19
    • 좋아요
    • 코멘트
  • 간암 명의 괴롭힌 ‘목 디스크’… 30분 스트레칭으로 건강 찾아

    《 환자들은 최고의 진료를 받기 위해 각 분야에서 권위가 있는 의사, 이른바 ‘베스트 닥터’를 찾는다. 유명 대학병원의 베스트 닥터들에게 환자가 몰리는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환자가 넘쳐나기 때문에 베스트 닥터들은 쉴 틈이 없다.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는 일도 있다. 실제로 일부 베스트 닥터들은 남모르게 병을 앓기도 한다. 하지만 환자들의 모범이 되는 베스트 닥터들도 많다. 그들은 나름의 ‘비법’으로 자신의 건강을 관리한다. 나와 내 가족을 치료하는 베스트 닥터. 그들의 건강법을 연재한다.》 윤승규 서울성모병원 암병원장(58·소화기내과 교수)은 간암 분야의 베스트 닥터다. 올해로 30년째 의료 현장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내과 과장과 간담췌센터 센터장을 맡은 데 이어 암병원장까지 요직을 두루 맡았다. 간 분야의 최고 학회라는 대한간학회의 회장이기도 하다.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 지역 간염협력센터 소장이면서 한국연구재단 연구평가위원 명함도 갖고 있다. 명성이 화려한 윤 교수도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병은 피하지 못했다.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윤 교수는 목 디스크로 꽤나 고생해야 했다. 숟가락을 잡지 못할 정도로 팔이 저렸다. 밤에는 통증 때문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동료와 선배 의사들에게 증세를 호소했더니 수술해야 할 것 같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수술은 내키지 않았다. 당시 나이 40대 후반. 환자가 한창 많을 때였다. 수술하면 진료실을 오래 비워야 했다. 그 많은 환자에게 못할 짓이라 생각됐다. 수술 대신 다른 방법을 찾기로 했다. 우선 통증을 억제하는 약을 먹고 주사를 맞았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그랬던 윤 교수가 지금은 말짱하다. 목 디스크 증세도 사라졌고, 50대 후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체력도 뛰어나다. 비법이 뭘까.○ 아침, 점심, 잠들기 전에 스트레칭 목 디스크로 고생하던 시절, 선배 정형외과 교수가 “수술이 싫으면 일단 스트레칭을 열심히 하는 건 어때?”라고 제안했다. 스트레칭만으로도 통증을 줄일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처음엔 믿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 밑져야 본전이겠거니 하고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목을 미는 스트레칭과 누르는 스트레칭, 두 종류를 반복했다. 우선 목을 미는 스트레칭은 이런 식이다. 첫째, 두 손으로 목의 아랫부분을 받친 뒤 위쪽으로 밀어 올린다. 둘째, 목 뒷부분에 손바닥을 대고 앞쪽으로 민다. 셋째, 오른손바닥을 오른쪽 뺨에 댄 뒤 왼쪽으로 민다. 넷째, 왼손바닥을 왼쪽 뺨에 댄 뒤 오른쪽으로 민다. 각 동작을 모두 15초씩 3회 반복한다. 그 다음에는 목을 누르는 스트레칭을 했다. 첫째 동작은 미는 스트레칭과 거의 비슷하고 둘째부터 약간 달라진다. 둘째, 뒷머리에 깍지를 끼고 지그시 머리를 누른다. 셋째, 왼손으로 오른쪽 머리 윗부분을 잡고 당기듯 누른다. 넷째, 오른손으로 왼쪽 머리 윗부분을 잡고 당기듯 누른다. 이 동작 또한 모두 15초씩 3회 반복한다. 이 스트레칭에 걸리는 시간은 10분이 채 안 된다. 윤 교수는 아침에 일어나서 한 번, 점심 먹고 한 번, 자기 전에 한 번 이 스트레칭을 했다. 하루에 30분을 스트레칭에 투자한 것. 단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이 ‘30분 스트레칭’의 효과는 놀라웠다. 3개월 만에 팔 저림 현상과 통증이 사라졌다. 늘 인상을 찡그리던 얼굴도 환히 펴졌다. 동료들이 “무슨 좋은 일 있냐”고 할 정도로.○ 요가에 빠지다 건강 관리의 기본 원칙은 ‘유지’다. 몸이 좋아졌다고 해서 스트레칭을 멈추면 다시 나빠질 수밖에 없다. 윤 교수도 그 사실을 너무 잘 알았다. 윤 교수는 정반대로 운동량을 더 늘렸다. 등산 전문가의 조언을 들으며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일부러 낮은 산을 골라 천천히 올랐다. 처음에는 산 정상의 3분의 1까지만 오른 뒤 내려왔다. 점점 높이를 올려 2개월여 만에 정상에 올랐다. 당시 등산에 4시간이 소요됐다. 그 다음에는 속도를 높였다. 6개월 동안 운동 강도를 높인 끝에 나중에는 1시간 반 만에 정상에 이르렀다. 물론 이 기간에도 매일 3회 이상의 스트레칭은 빼먹지 않았다. 주말 행사가 많아지면서 등산할 여유가 없어졌다. 윤 교수는 그 대신 2013년부터 헬스클럽에 다녔다. 어느 날 저녁시간대에 헬스클럽에 갔다가 따로 마련된 방 안에서 요가 수업이 진행되는 것을 우연히 봤다. 유리창 너머로 안쪽을 들여다보니 13명이 요가 동작을 취하고 있었다. 남자는 2명. 선뜻 내키지 않았지만 요가 동작이 평소 하던 스트레칭과 비슷해 보였다. 왠지 끌리는 느낌. ‘민망할 게 뭐 있어. 나도 해 보자.’ 방에 들어가 요가 선생이 가르쳐 준 동작을 따라 해봤다. 웬걸. 1시간 정도 했는데 땀이 뻘뻘 나는 게 아닌가. 평소 하던 스트레칭보다 훨씬 강도가 강했다. 주변을 돌아보니 50, 60대 여성이 고난도 동작을 무난하게 따라 하고 있었다. 윤 교수는 이날 요가의 매력에 빠졌다. 그로부터 3년 동안 헬스클럽에 다니면서 요가를 꾸준히 배웠다. 그러다가 2017년 암병원장을 맡으면서 헬스클럽에 다닐 시간도 사라졌다. 윤 교수는 연구실에 매트를 깔아두고 ‘나 홀로 요가’를 시작했다.○ 스트레칭-요가 전도사가 되다 요즘도 윤 교수는 하루에 2회 이상 요가를 한다. 점심 식사를 하고 난 후 연구실에서 30분 정도 요가를 한다. 윤 교수는 굳이 요가란 표현을 쓰지 않았다. 30분 스트레칭의 확장판이라는 것. 실제로 윤 교수는 고난도 요가 동작보다는 스트레칭보다 다소 강도가 높은 수준의 동작들을 위주로 운동한다. 몇 달 전에는 아내에게도 스트레칭을 권했다. 요즘은 부부가 잠자리에 들기 1시간 전쯤에 스트레칭 인터넷 강좌를 틀어놓고 함께 운동한다. 1시간이 넘는 강좌도 수두룩하지만 주로 20∼30분 사이의 것을 고른다. 30분 정도 하고 나면 몸이 노곤해지고 편해진다. 운동을 하고 잠자리에 들면 아침에 일어난 후에도 몸이 뻐근하거나 다리가 뻣뻣한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진료실에서도 환자에게 “여유가 된다면 스트레칭을 하라”고 말한다. 실제로 몇몇 환자는 윤 교수가 일러준 대로 스트레칭을 한 후 몸이 좋아졌다고 한다. 윤 교수는 “어떤 환자들은 ‘교수님이 간을 고치는 사람인데 몸의 통증과 척추디스크까지 치료하는 의사가 됐다’며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동료 의사들의 평가는 무척 다양하다. 그게 효과가 있겠느냐고 말하는 의사도 있고, 몸이 조금 아팠던 동료들은 진지하게 듣는다. 그 평가와 상관없이 윤 교수는 자신의 운동법에 대해 확신한다. “시간을 별로 들이지 않고, 도구가 없어도 되고, 사무실이든 공원이든 아무 곳에서나 할 수 있고. 이런 운동이 어디 있겠어요? 의원을 개업한 한 후배 의사는 실제로 요가에 관심을 가져 인도에까지 다녀왔다고 들었습니다. 의학적인 치료에 요가를 접목하려 하는 것이지요.” 다만 윤 교수는 꾸준함을 강조했다. 하루에 30분만 투자하면 몸은 분명 좋아지는데, 그 30분을 지속적으로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4050세대 이후에게 이 스트레칭을 추천했다. 나이가 젊은 사람이야 관계없지만 나이가 들면서 근육이 굳고 줄어들기 때문에 꾸준한 스트레칭으로 근육을 이완시켜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 허리-목-다리 쭉쭉… 근육 이완시켜 활력 유지 ▼꾸준히 반복해야 효과… 안방이든 공원이든 매트 깔고 따라 해보세요윤승규 교수를 만난 시간은 오후 2시경이었다. 윤 교수는 마침 스트레칭을 할 시간이라며 연구실로 기자를 안내했다. 연구실에는 매트가 깔려 있었다. 윤 교수는 누구나 따라 할 수 있으면서도 효과가 좋은 6개 동작을 추천했다.[1] 허리 스트레칭 우선 천장을 보고 바닥에 눕는다. 엉덩이와 허리 사이에 둥그런 기둥인 ‘폼 롤러’를 댄다. 윤 교수는 폼 롤러는 인터넷에서 1만∼2만 원이면 살 수 있다고 말했다. 한쪽 무릎을 잡고 다른 발은 쭉 뻗는다. 이어 잡은 무릎을 몸쪽으로 당기며 숨을 ‘후’ 하고 내쉰다. 이때 양쪽 발목은 모두 꺾지 말고 쭉 뻗도록 한다. 15초 동안 그 자세를 유지한다. 3회 반복 후 양다리를 바꿔 같은 자세로 스트레칭 한다. 오래 앉아 있는 직장인들에게 좋다.[2] 명상 편안한 자세로 앉는다. 눈을 감고 명상을 시작한다. 특별한 요령은 없다. 코로 숨을 들이쉬고 입으로 내쉰다. 이때 단전 부위에 힘을 준다. 15∼30초 동안 진행하며 더 긴 시간을 들여도 무방하다.[3] 목 스트레칭 목을 밀고 누르는 스트레칭이다. 목을 아래에서 위로, 뒤에서 앞으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밀고 누르는 동작을 반복한다. 총 4개의 동작이 있으며 각각 15초씩 3회를 반복한다.[4] 고양이 자세 땅바닥을 보고 고양이 자세를 한다. 이때 등은 편다. 먼저 배 안쪽을 집어넣으면서 등을 구부린다. 15초 동안 이 자세를 유지한 후 다시 등을 펴고 처음 자세로 돌아간다. 이때 등에 힘을 준다. 15초를 기다린 후 같은 동작을 추가로 2회 더 반복한다.[5] 다리 스트레칭 바닥을 향해 엎드린다. 이때 한쪽 다리를 접고, 그 위로 몸을 포갠다. 반대쪽 다리는 길게 쭉 뻗는다. 그 다음에는 몸을 누르며 스트레칭을 한다. 이때 반대쪽 다리가 접히지 않도록 주의한다. 15초 동안 3회 반복한 후 좌우를 바꿔 다시 한다.[6] 봉 체조 ‘스쾃’이라고 부르는 자세로, 허벅지가 무릎과 수평이 될 때까지 앉는다. 봉이 없으면 팔을 앞으로 쭉 뻗은 상태에서 하면 된다. 무릎을 구부리되 직각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무릎을 구부린 상태에서 15초를 버티다 일어선다. 3회 반복.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19-04-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목 디스크로 고생하던 의사, 건강 되찾은 ‘하루 30분’ 운동 방법은?

    《환자들은 최고의 진료를 받기 위해 각 분야에서 권위가 있는 의사, 이른바 ‘베스트닥터’를 찾는다. 유명 대학 병원의 베스트닥터들에게 환자가 몰리는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환자가 넘쳐나기 때문에 베스트닥터들은 쉴 틈이 없다.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는 일도 있다. 실제로 일부 베스트닥터들은 남모르게 병을 앓기도 한다. 하지만 환자들의 모범이 되는 베스트닥터들도 많다. 그들은 나름의 ‘비법’으로 자신의 건강을 관리한다. 나와 내 가족을 치료하는 베스트닥터. 그들의 건강법을 연재한다.》 윤승규 서울성모병원 암병원장(소화기내과 교수·58)은 간암 분야의 베스트닥터다. 올해로 30년째 의료 현장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내과 과장과 간담췌센터 센터장을 맡은 데 이어 암병원장까지 요직을 두루 맡았다. 또한 간 분야의 최고 학회라는 대한간학회의 회장이기도 하다.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 지역 간염협력센터 소장이면서 한국연구재단 연구평가위원 명함도 갖고 있다. 명성이 화려한 윤 교수도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병은 피하지 못했다.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윤 교수는 목 디스크로 꽤나 고생해야 했다. 숟가락을 잡지 못할 정도로 팔이 저렸다. 밤에는 통증 때문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동료와 선배 의사들에게 증세를 호소했더니 수술해야 할 것 같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수술은 내키지 않았다. 당시 나이 40대 후반. 환자가 한창 많을 때였다. 수술하면 진료실을 오래 비워야 했다. 그 많은 환자들에게 못할 짓이라 생각됐다. 수술 대신 다른 방법을 찾기로 했다. 우선 통증을 억제하는 약을 먹고 주사를 맞았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그랬던 윤 교수가 지금은 말짱하다. 목 디스크 증세도 사라졌고, 50대 후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체력도 뛰어나다. 비법이 뭘까. ● 30분 스트레칭으로 건강 찾아 목 디스크로 고생하던 시절, 선배 정형외과 교수가 “수술이 싫으면 일단 스트레칭을 열심히 하는 건 어때?”라고 제안했다. 스트레칭만으로도 통증을 줄일 수 있을 거라 했다. 처음엔 믿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 밑져야 본전이겠거니 하고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목을 미는 스트레칭과 누르는 스트레칭, 두 종류를 반복했다. 우선 목을 미는 스트레칭은 이런 식이다. 첫째, 두 손으로 목의 아랫부분을 받친 뒤 위쪽으로 밀어 올린다. 둘째, 목 뒷부분에 손바닥을 대고 앞쪽으로 민다. 셋째, 오른손바닥을 오른쪽 뺨에 댄 뒤 왼쪽으로 민다. 넷째, 왼손바닥을 왼쪽 뺨에 댄 뒤 오른쪽으로 민다. 각 동작은 모두 15초씩 3회 반복한다. 그 다음에는 목을 누르는 스트레칭을 했다. 첫째 동작은 미는 스트레칭과 거의 비슷하고 둘째부터 약간 달라진다. 둘째, 뒷머리에 깍지를 끼고 지그시 머리를 누른다. 셋째, 왼손으로 오른손 머리 윗부분을 잡고 당기듯 누른다. 넷째, 오른손으로 왼쪽 머리 윗부분을 잡고 당기듯 누른다. 이 동작 또한 모두 15초씩 3회 반복한다. 이 스트레칭에 걸리는 시간은 10분이 채 안 된다. 윤 교수는 아침에 일어나서 한 번, 점심 먹고 한 번, 자기 전에 한 번 이 스트레칭을 시행했다. 하루에 30분을 스트레칭에 투자한 것. 단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이 ‘30분 스트레칭’의 효과는 놀라웠다. 3개월 만에 팔 저림 현상과 통증이 사라졌다. 늘 인상을 찡그리던 얼굴도 환히 펴졌다. 동료들이 “무슨 좋은 일 있냐?”고 할 정도로.● 요가에 빠지다 건강 관리의 기본원칙은 ‘유지’다. 몸이 좋아졌다고 해서 스트레칭을 멈추면 몸은 다시 나빠질 수밖에 없다. 윤 교수도 그 사실을 너무 잘 알았다. 윤 교수는 정반대로 운동량을 더 늘렸다. 등산 전문가의 조언을 들으며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일부러 낮은 산을 골라 천천히 올랐다. 처음에는 3분의 1만 산에 오른 뒤 내려왔다. 점점 높이를 올려 2개월여 만에 정상에 올랐다. 당시 등산에 4시간이 소요됐다. 그 다음에는 속도를 높였다. 6개월 동안 운동 강도를 높인 끝에 나중에는 1시간 반 만에 정상에 이르렀다. 물론 이 기간에도 매일 3회 이상의 스트레칭은 빼먹지 않았다. 주말 행사가 많아지면서 등산할 여유가 없어졌다. 윤 교수는 그 대신 2013년부터 헬스 클럽에 다녔다. 주로 장비를 활용한 근력 운동과 달리기를 했다. 어느 날 저녁시간대에 헬스클럽에 갔다가 따로 마련된 방 안에서 요가 수업이 진행되는 것을 우연히 봤다. 유리창 너머로 안쪽을 들여다보니 13명 정도가 요가 동작을 취하고 있었다. 남자는 2명. 선뜻 내키지 않았지만 요가 동작이 평소 하던 스트레칭과 비슷해 보였다. 왠지 끌리는 느낌. ‘민망할 게 뭐 있어. 나도 해 보자.’ 방에 들어가 요가 선생이 가르쳐 준 동작을 따라 해봤다. 웬걸. 1시간 정도 했는데 땀이 뻘뻘 나는 게 아닌가. 평소 하던 스트레칭보다 훨씬 강도가 강했다. 주변을 돌아보니 50,60대 여성이 고난도 동작을 무난하게 따라하고 있었다. 윤 교수는 이날, 요가의 매력에 빠졌다. 그로부터 3년 동안 헬스 클럽에 다니면서 요가를 꾸준히 배웠다. 그러다가 2017년 암병원장을 맡으면서 헬스 클럽에 다닐 시간도 사라졌다. 윤 교수는 연구실에 매트를 깔아두고 ‘나 홀로 요가’를 시작했다. ● 스트레칭-요가 전도사가 되다 요즘도 유 교수는 하루에 2회 이상 요가를 한다. 점심 식사를 하고 난 후 연구실에서 30분 정도 요가를 한다. 윤 교수는 굳이 요가란 표현을 쓰지 않았다. 30분 스트레칭의 확장판이라는 것. 실제로 윤 교수는 고난도 요가 동작보다는 스트레칭보다 다소 강도가 높은 수준의 동작들을 위주로 운동한다. 몇 달 전에는 아내에게도 스트레칭을 권했다. 요즘은 부부가 잠자리에 들기 1시간 전쯤에 스트레칭 인터넷 강좌를 틀어놓고 함께 운동한다. 1시간이 넘는 강좌도 수두룩하지만 주로 20~30분 사이의 것을 고른다. 30분 정도 하고 나면 몸이 노곤해지고 편해진다. 운동을 하고 잠자리에 들면 아침에 일어난 후에도 몸이 뻐근하거나 다리가 뻣뻣한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진료실에서도 환자에게 “여유가 된다면 스트레칭을 하라”고 말한다. 실제로 몇몇 환자들은 윤 교수가 일러준 대로 스트레칭을 한 후 몸이 좋아졌다고 한다. 윤 교수는 “어떤 환자들은 ‘교수님이 간을 고치는 사람인데 몸의 통증과 척추디스크까지 치료하는 의사가 됐다’며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동료 의사들의 평가는 무척 다양하다. 그게 효과가 있겠느냐고 말하는 의사도 있고, 몸이 조금 아팠던 동료들은 진지하게 듣는다. 그 평가와 상관없이 윤 교수는 자신의 운동법에 대해 확신한다. “시간 별로 들이지 않고, 도구가 없어도 되고, 사무실이든 공원이든 아무 곳에서나 할 수 있고. 이런 운동이 어디 있겠어요? 의원을 개업한 한 후배 의사는 실제로 요가에 관심을 가져 인도에까지 다녀왔다고 들었습니다. 의학적인 치료에 요가를 접목시키려 하는 것이지요.” 다만 윤 교수는 꾸준함을 강조했다. 하루에 30분만 투자하면 몸은 분명 좋아지는데, 그 30분을 지속적으로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4050세대 이후에게 이 스트레칭을 추천했다. 나이가 젊은 사람이야 관계없지만 나이가 들면서 근육이 굳고 줄어들기 때문에 꾸준한 스트레칭으로 근육을 이완시켜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19-04-12
    • 좋아요
    • 코멘트
  • 체질량 25 넘으면 비만… 다이어트-운동 병행을

    직장인 성찬수(가명·50) 씨는 몇 년 전까지 혈압이 상당히 높았다. 지금은 수축기 혈압이 136mmHg로, 정상치(130)를 살짝 초과하는 수준까지 낮췄다. 성 씨는 고혈압 치료를 하면서도 비만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건강검진 결과지를 보면 과체중이라고 쓰여 있었지만 나이가 들면 으레 약간씩은 살이 찌는 거라 여겼을 뿐이다. 고혈압뿐 아니라 심근경색, 당뇨병, 고지혈증 등 여러 질병의 원인이 비만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의사에게서 들었다. 그제야 비만에 관심을 갖게 됐다. 성 씨가 이지원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를 찾았다. ○ 중년 비만은 만성 질병의 원인 성 씨는 비만과 비만 전 단계를 오락가락하고 있었다. 성 씨의 체격을 측정해보니 키 166cm에 몸무게 70kg이었다. 몸무게(kg)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 지수(BMI)는 25.4였다. 아시아 기준으로 BMI 25 이상이면 비만이니 그는 ‘비만 환자’다. 다만 체지방이 차지하는 비율, 그러니까 체지방률은 20.1%로 비만 기준(남자 25%, 여자 30%)에 이르지 않았다. 체지방률 기준으로는 비만 전 단계인 ‘과지방’이다. 이 정도면 괜찮은 것일까. 이 교수는 “중년은 체중보다 체형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허리둘레는 85cm였다. 1년 전보다 8cm가 늘었다. 위험 기준인 90cm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경계해야 할 수치다. 이런 경우 내장지방이 많을 수 있다. 검진 결과를 보니 성 씨도 이미 경계 수준을 넘어 내장 비만 단계로 접어들었다. 게다가 성 씨의 중성지방 수치는 상당히 높았다. 중성지방은 음식 섭취를 통해 얻은 당질과 지방산을 재료로, 간에서 합성된다. 음식 섭취량이 많으면 중성지방도 많이 합성되고, 체내에 쌓이면서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한다. 성 씨의 경우 중성지방 수치는 427mg/dL로, 정상(150mg/dL 미만)은 물론 경계(150∼199mg/dL) 단계도 훌쩍 뛰어넘었다. 이 교수는 “성 씨는 대사성 질환의 위험이 큰, 비만 환자”로 진단했다. ○ 중년 비만, 소아-청년 비만과 다르다 뚱뚱해 보이거나 살이 약간 쪘을 때를 비만이라고 한다. 청소년과 20, 30대 젊은층의 비만은 에너지 과잉과 활동량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하지만 중년의 경우는 다르다. 이런 요인 외에도 과음, 흡연, 스트레스와 같은 ‘사회적 요인’들이 비만을 유발한다. 게다가 그 비만이 나중에는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 심근경색 등으로 이어진다. 이 교수는 “그런 의미에서 성 씨는 대한민국 중년 남성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담배에 들어 있는 니코틴은 식욕 억제제 역할도 한다. 그러니 식사량이 적을 수 있는데도 흡연자들이 ‘마른 비만’ 진단을 받게 되는 이유가 있다. 중년 이후에는 근육량이 매년 0.5~1kg씩 줄어들면서 평균 2~3%씩 기초대사량이 떨어진다. 더 먹지 않아도 약 7000∼1만3000Cal의 열량이 몸에 축적된다는 이야기다. 이 열량을 소비하지 못할 경우 약 2kg의 체중이 불어난다. 이 교수는 “젊었을 때는 음식 섭취를 줄이면 살이 빠지는데 나이가 들면 그렇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며 “따라서 중년 이후에는 음식 섭취량을 줄이면서 운동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호르몬 분비량이 줄어드는 것도 중년 비만의 특징이다. 특히 폐경 이후의 여성이 그렇다. 비만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던 여성호르몬이 분비되지 않으면서 갑자기 체중이 불어난다. 그러니 여성들은 미리 다이어트를 계획해 놓는 게 좋다.○ 목적에 맞게 운동 강도를 결정해야 이 교수는 성 씨에게 “하루에 30분씩 운동하되, 1주일에 5회 이상 하는 게 좋다.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라”는 처방전을 내렸다. 성 씨처럼 중년 비만이 고민되는 사람이라면 이 정도 운동으로 비만이 해소될까. 이 교수는 “누워 있는 것보다는 뭐라도 해서 움직이는 게 일단은 좋지만, 목적에 맞춰 운동 강도를 결정하는 게 옳다”고 설명했다. 다른 질병을 동반하지 않은 비만이고 체지방 감소를 목표로 한다면 낮은 강도로 오래 운동하는 게 좋다. 이를테면 시속 3∼6km로 최소한 30분 이상 걷는 식이다. 만약 인지기능이나 치매를 방지하려는 목적도 있다면 1시간 정도는 연속해서 운동하는 게 더 좋다. 이렇게 오래 유산소 운동을 하면 먼저 포도당이 연소된 후에 지방이 타게 된다. 근력 운동에는 많은 열량이 소비되기 때문에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함께 하는 게 체지방량을 줄이는 데 효과가 좋다. 몸에 나쁜 콜레스테롤을 줄이고 좋은 콜레스테롤(HDL)을 늘리기 위해서는 운동 강도를 높여야 한다. 이 교수는 “자신의 최대 운동 능력을 100으로 가정했을 때 60∼80%의 중강도 혹은 고강도 운동을 해야 한다. 또 1주일에 3∼5회씩 하되 3주 이상은 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고강도 운동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직접 측정할 수 있다. 최대 심박수인 220에서 자신의 나이를 뺀 후 운동 강도를 곱하면 된다. 성 씨의 경우 운동 효과를 보려면 운동 직후 잰 1분 심박수가 102∼136은 돼야 한다. 심박수가 여기에 이르지 못한다면 콜레스테롤 수치 개선 효과가 작다. 일반적으로 근육을 만들기 위해 운동할 때도 중강도 혹은 고강도 운동을 많이 한다. 운동 효과는 공복일 때 특히 높다. 다만 당뇨병 환자나 암 환자, 급성 감염환자, 심장질환자는 사고의 위험이 있으므로 일반적으로는 공복 운동을 추천하지 않는다. 이런 질병이 있다면 운동 강도와 시기를 의사와 상의하는 게 옳다. ▼이지원 교수는… 비만관련 논문 국내외 게재, 대사증후군 분야에도 명의▼ 이지원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48)는 비만 분야를 특히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치료하는 중견 베스트닥터다. 비만과 관련해 여러 편의 논문을 국내외 저널에 게재했다. 학회에서도 비만과 관련된 학술 업무를 주로 담당했다. 현재 대한가정의학회 학술이사와 대한비만의학회 교육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는 가정의학과 과장을 맡고 있다. 이 교수는 단순히 체중 감량에 집중하는 무분별한 다이어트를 경계한다. 적정한 운동과 올바른 식습관이 전제돼야 건강한 다이어트란 사실을 알리기 위한 홍보 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2005년에는 비만 극복을 위해 강남세브란스병원 차원에서 ‘웰빙건강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듬해인 2006년부터 2년 동안 경기 광주시와 함께 ‘뱃살탈출 3060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의학 프로그램인 EBS 명의에서 비만과 대사증후군 진료 분야의 명의로도 선정됐다. 최근에는 한국인 1만5000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연구를 진행해 저지방·고탄수화물 식사를 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대사증후군 위험이 2.2배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간헐적 단식이 운동과 병행해야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도 증명했다. ▼‘간헐적 단식’ 인기몰이… 정말 효과 보려면▼“굶고난 후 폭식땐 모두 허사… 운동 함께하고 평생지속 각오로 실천을” 올해 초 한 지상파에서 간헐적 단식이 소개된 후로 이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정말 이 다이어트는 획기적인 것일까. 의학적으로 타당한 걸까. 간헐적 단식은 하루에 일정 시간(12∼24시간) 혹은 한두 끼니를 건너뛰는 방식의 다이어트다. 다이어트 원리를 요약하자면 식사량을 줄이는 것이다. 12∼24시간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거나 두 끼니를 거름으로써 최소한 600∼800Cal의 열량을 덜 섭취한다. 이런 생활이 유지된다면 체중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수치에만 현혹돼서는 안 된다. 체중을 줄이고, 나아가 다른 질병까지 막는 다이어트가 되려면 지켜야 할 점이 적지 않다. 이지원 교수는 간헐적 단식이 인기를 끌기 전인 지난해 9월, 이미 관련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연세대 스포츠응용산업학과 전용관 교수팀과 함께 ‘간헐적 단식과 운동의 효과’를 연구해 국제 저널에 게재했다. 이 교수는 올해 초 지상파의 간헐적 단식 프로그램에도 의료진으로 참여한 바 있다. 지난해 연구는 체질량지수(BMI) 23 이상의 성인 4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크게 △간헐적 단식과 운동을 병행하는 A그룹 △간헐적 단식만 하는 B그룹 △운동만 하는 C그룹 △대조군인 D그룹으로 나눠 8주 동안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A그룹은 평균 3.3kg의 체중이 감소해 단식그룹(2.4kg), 운동그룹(1.4kg)을 크게 앞질렀다. 허리둘레 또한 A그룹이 평균 4.1cm가 줄어 운동그룹(2.9cm), 단식그룹(2.1cm)보다 복부 비만이 개선되는 효과도 가장 컸다. 혈당, 공복 인슐린, 인슐린 저항성, 중성지방 등 대사지표도 A그룹이 가장 좋아졌다. 이 연구에서 주목할 점은, 단식만 한 B그룹의 경우 중성지방이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체중은 줄었지만 건강체질이 됐다는 뜻은 아니라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교수는 “단식을 통해 열량 섭취를 줄이니 지방보다 근육이 더 많이 빠져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 같다”라며 “간헐적 단식으로 건강한 몸을 얻으려면 반드시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간헐적 단식의 효과는 분명히 있지만 식사 때 폭식하면 모든 게 끝”이라고 덧붙였다. 게다가 굶고 있는 시간대의 공복감을 참는 것도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한두 달만 해 봐야지’라고 생각한다면 차라리 애초에 시도하지 않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이 교수는 “평생 지속할 다이어트로 접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시적으로 체중이 줄었다가 곧바로 요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19-03-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나이들면 살 찌는게 정상? 만성질병의 원인이 되는 중년 비만

    직장인 성찬수(가명·50)는 몇 년 전까지 혈압이 상당히 높았다. 지금은 수축기 혈압이 136㎜/Hg로, 정상치(130)를 살짝 초과하는 수준까지 낮췄다. 성 씨는 고혈압 치료를 하면서도 비만에 대해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건강검진 결과지를 보면 과체중이라고 찍혀 있었지만 나이 들면 으레 약간씩은 살이 찌는 거라 여겼을 뿐이다. 고혈압 뿐 아니라 심근경색, 당뇨병, 고지혈증 등 여러 질병의 원인이 비만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의사에게 들었다. 그제야 비만에 관심을 갖게 됐다. 성 씨가 이지원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를 찾았다. ● 중년 비만은 만성 질병의 원인 성 씨는 비만과 비만 전 단계를 오락가락하고 있었다. 성 씨의 체격을 측정해보니 키 166㎝에 몸무게 70㎏이었다. 몸무게(㎏)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BMI)는 25.4였다. 아시아 기준으로 BMI 25 이상이면 비만이니 그는 ‘비만 환자’다. 다만 체지방이 차지하는 비율, 그러니까 체지방률은 20.1%로 비만 기준(남자 25%, 여자 30%)에 이르지 않았다. 체지방률 기준으로는 비만 전 단계인 ‘과지방’이다. 이 정도면 괜찮은 것일까. 이 교수는 “중년은 체중보다 체형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허리둘레는 85㎝였다. 1년 전보다 8㎝가 늘었다. 위험 기준인 90㎝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경계해야 할 수치다. 이런 경우 내장지방이 많을 수 있다. 검진 결과를 보니 성 씨도 이미 경계 수준을 넘어 내방비만 단계로 접어들었다. 게다가 성 씨의 중성지방 수치는 상당히 높았다. 중성지방은 음식 섭취를 통해 얻은 당질과 지방산을 재료로, 간에서 합성된다. 음식 섭취량이 많으면 중성지방도 많이 합성되고, 체내에 쌓이면서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한다. 성 씨의 경우 중성지방 수치는 427mg/dL로, 정상(150mg/dL 미만)은 물론 경계(150~199mg/dL) 단계도 훌쩍 뛰어넘었다. 결론이다. 이 교수는 “성 씨는 대사성 질환의 위험이 큰, 비만 환자”로 진단했다. ● 중년 비만, 소아-청년 비만과 다르다 뚱뚱해 보이거나 살이 약간 쪘을 때를 비만이라고 한다. 청소년과 20,30대 젊은층의 비만은 에너지 과잉과 활동량 부족이 비만의 가장 큰 원인이다. 하지만 중년의 경우는 다르다. 이런 요인 외에도 과음, 흡연, 스트레스와 같은 ‘사회적 요인’들이 비만을 유발한다. 게다가 그 비만이 나중에는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 심근경색 등으로 이어진다. 이 교수는 “그런 의미에서 성 씨는 대한민국 중년 남성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담배에 들어있는 니코틴은 식욕 억제제의 역할도 한다. 그러니 흡연자가 식사량이 적을 수 있는데도 ‘마른 비만’으로 진단된다. 이렇게 되는 이유가 있다. 중년 이후에는 근육량이 줄어들면서 매년 평균 1%씩 기초대사량이 떨어진다. 더 먹지 않아도 약 7000~1만3000Kcal의 열량이 몸에 축적된다는 이야기다. 이 열량을 소비하지 못할 경우 약 2㎏의 체중이 불어난다. 이 교수는 “젊었을 때는 음식 섭취를 줄이면 살이 빠지는데 나이가 들면 그렇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며 “따라서 중년 이후에는 음식 섭취량을 줄이면서도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호르몬의 분비량이 줄어드는 것도 중년 비만의 특징이다. 특히 폐경 이후의 여성이 그렇다. 비만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던 여성호르몬이 분비되지 않으면서 갑자기 체중이 불어난다. 그러니 여성들은 미리 다이어트를 계획해 놓는 게 좋다. ● 목적에 맞게 운동 강도를 결정해야 이 교수는 성 씨에게 “하루에 30분씩 운동하되, 1주일에 5회 이상 하는 게 좋다.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라”는 처방전을 내렸다. 성 씨처럼 중년 비만이 고민되는 사람이라면 이 정도 운동으로 비만이 해소될까. 이 교수는 “누워 있는 것보다는 뭐라도 해서 움직이는 게 일단은 좋지만, 목적에 맞춰 운동 강도를 결정하는 게 옳다”고 설명했다. 다른 질병을 동반하지 않은 비만이며 체지방 감소를 목표로 한다면 낮은 강도로 오래 운동하는 게 좋다. 이를테면 시속 3~6㎞로 최소한 30분 이상 걷는 식이다. 만약 인지기능이나 치매를 방지하려는 목적도 있다면 1시간 정도는 연속해서 운동해 주는 게 더 좋다. 이렇게 오래 유산소 운동을 하면 먼저 포도당이 연소된 후에 지방이 타게 된다. 근력 운동에는 많은 열량이 소비되기 때문에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함께 하는 게 체지방량을 줄이는 데 효과가 좋다. 몸에 나쁜 콜레스테롤을 줄이고 좋은 콜레스테롤(HDL)을 늘리기 위해서는 운동 강도를 높여야 한다. 이 교수는 “자신의 최대 운동 능력을 100으로 가정했을 때 60~80%의 중강도 혹은 고강도 운동을 해야 한다. 또 1주일에 3~5회씩 하되 3주 이상은 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고강도 운동을 제대로 하는지 직접 측정할 수 있다. 최대심박수인 220에서 자신의 나이를 뺀 후 운동 강도를 곱하면 된다. 성 씨의 예를 들면 운동 효과를 보려면 운동 직후 잰 1분 심박수가 102~136은 돼야 한다. 심박수가 여기에 이르지 못한다면 콜레스테롤 수치 개선 효과가 적다. 일반적으로 근육을 만들기 위해 운동할 때도 중강도 혹은 고강도의 운동을 많이 한다. 운동 효과는 공복일 때 특히 높다. 다만 당뇨병 환자나 암 환자, 급성 감염환자, 심장질환자는 사고의 위험이 있으므로 일반적으로는 공복 운동을 추천하지 않는다. 이런 질병이 있다면 운동 강도와 시기는 의사와 상의하는 게 옳다. ▼ 간헐적 단식, 의학적으로 다이어트 효과 있는 걸까? ▼ 올해 초 한 공중파에서 간헐적 단식이 소개된 후로 이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정말 이 다이어트는 획기적인 것일까. 의학적으로 타당한 걸까. 간헐적 단식은 하루에 일정시간(12~24시간) 혹은 한두 끼니를 건너뛰는 방식의 다이어트다. 다이어트 원리를 요약하자면 식사량을 줄이는 것이다. 12~24시간 동안 아무 것도 먹지 않거나 두 끼니를 거름으로써 최소한 600~800Cal의 열량을 덜 섭취한다. 이런 생활이 유지된다면 체중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수치에만 현혹돼서는 안 된다. 체중을 줄이고, 나아가 다른 질병까지 막는 다이어트가 되려면 지켜야 할 점이 적지 않다. 이지원 교수는 간헐적 단식이 인기를 끌기 전인 지난해 9월, 이미 관련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연세대 스포츠응용산업학과 전용관 교수팀과 함께 ‘간헐적 단식과 운동의 효과’를 연구해 국제 저널에 게재했다. 이 교수는 올해 초 공중파의 간헐적 단식 프로그램에도 의료진으로 참여한 바 있다. 지난해 연구는 체질량지수(BMI) 23 이상의 성인 4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크게 △간헐적 단식과 운동을 병행하는 A그룹 △간헐적 단식만 하는 B그룹 △운동만 하는 C그룹 △대조군인 D그룹으로 나눠 8주 동안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A그룹은 평균 3.3㎏의 체중이 감소해 단식그룹(2.4㎏), 운동그룹(1.4㎏)을 크게 앞질렀다. 허리둘레 또한 A그룹이 평균 4.1㎝가 줄어 운동그룹(2.9㎝), 단신그룹(2.1㎝)보다 복부 비만이 개선되는 효과도 가장 컸다. 혈당, 공복인슐린, 인슐린 저항성, 중성 지방 등 대사 지표도 A그룹이 가장 좋아졌다. 이 연구에서 주목할 점은, 단식만 행한 B그룹의 경우 중성지방이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체중은 줄었지만 건강체질이 됐다는 뜻은 아니라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교수는 “단식을 통해 열량 섭취를 줄이니 지방보다 근육이 더 많이 빠져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 같다”라며 “간헐적 단식으로 건강한 몸을 얻으려면 반드시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간헐적 단식의 효과는 분명히 있지만 식사할 때 폭식을 해 버리면 모든 게 끝”이라고 덧붙였다. 게다가 굶고 있는 시간대의 공복감을 참는 것도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한두 달만 해 봐야지’라고 생각한다면 차라리 애초에 시도하지 않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이 교수는 “평생 지속할 다이어트로 접근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시적으로 체중이 줄었다가 곧바로 요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 이지원 교수는 누구? ▼ 이지원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48)는 비만 분야를 특히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치료하는 중견 베스트닥터다. 비만과 관련해 여러 편의 논문을 국내외 저널에 게재했다. 학회에서도 비만과 관련된 학술 업무를 주로 담당했다. 현재 대한가정의학회 학술이사와 대한비만의학회 교육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는 가정의학과 과장을 맡고 있다. 이 교수는 단순히 체중감량에 집중하는 무분별한 다이어트를 경계한다. 적정한 운동과 올바른 식습관이 전제돼야 건강한 다이어트란 사실을 알리기 위한 홍보 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2005년에는 비만 극복을 위해 강남세브란스병원 차원에서 ‘웰빙건강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듬해인 2006년부터 2년 동안 경기 광주시와 함께 ‘뱃살탈출 3060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의학 프로그램인 EBS 명의에서 비만과 대사증후군 진료 분야의 명의로도 선정됐다. 최근에는 한국인 1만5000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연구를 진행해 저지방-고 탄수화물 식사를 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대사증후군 위험이 2.2배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간헐적 단식이 운동과 병행해야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도 증명했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 2019-03-29
    • 좋아요
    • 코멘트
  • 대한민국 포장김치 1호, 국민김치 ‘종가집’

    포장 김치를 젊은 사람만 사서 먹는 것은 아니다. 종가집이 지난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50대 이상 주부들의 절반 정도가 포장 김치를 사먹겠다고 응답했다. 김치를 직접 담가 먹는 것이 더 이상 일반적이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종가집은 1988년 첫 제품을 출시한 후 지금까지 100% 국내산 재료를 고수하고 있다. 나아가 최고 수준의 위생 관리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2001년에는 ISO9001 인증, 2004년에는 식품안전관리기준(HACCP) 인증, 2008년에는 친환경을 뜻하는 로하스(LOHAS)인증을 각각 받았다.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종가집의 김치는 ‘포기김치’다. 배추를 포기째로 사용해 담근 것으로, 한국의 가장 대표적인 김치다.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인 서울과 경기지역의 양념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전라도 포기김치도 큰 인기를 얻어 출시 반년 만에 인기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칼칼한 전라도식 김치 맛을 그대로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종가집은 향후 전국 팔도의 특색이 담긴 보다 다양한 풍미의 김치를 선보일 계획이다. 포기김치 다음으로 인기 있는 제품으로는 해외에서도 가장 많이 찾는 맛김치와 열무김치, 총각김치가 있다. 종가집 김치의 또 다른 특징은 시간이 지나도 맛이 변하지 않도록 하는 포장 기술에 있다. 이 기술로 특허를 받기도 했다. 이 덕분에 종가집은 1991년 업계 최초로 KS마크를 획득했고, 1995년에는 전통식품인증마크도 받았다. 최근에는 1, 2인 가구를 위한 맞춤형 포장 상품도 인기를 끈다. 펫(PET)이란 포장 방식이 그것이다. 이 용기는 먹고 싶은 만큼 꺼내 먹고 보관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1인 가구나 야외활동, 여행 시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일본에서도 인기를 얻으면서 현재 일본 수출의 80% 이상이 PET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김치발효종균이다. 종가집은 2001년부터 김치유산균을 분리·배양했고, 2005년에는 ‘류코노스톡 DRC0211’이란 김치 유산균을 통해 집에서 담근 김장김치의 맛을 구현해냈다. 종가집은 나아가 2017년에는 한국식품연구원, 세계김치연구소, 고려대 등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김치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억제 효과를 확인했다. 또 김치유산균을 활용한 천연항균제도 개발했다. 식품에 해를 끼치는 미생물이 생성하는 물질로부터 식품을 보호하는 강력한 항균효과가 있다는 게 종가집의 설명이다. 2017년 5월부터는 ‘나만의 김치’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양념은 물론이고 용량까지 고객이 직접 선택해 내 입맛에 맞는 김치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멸치액젓, 새우젓 등 젓갈뿐 아니라 소금, 고춧가루 첨가 여부와 양을 고를 수 있다. 이 서비스는 고객 주문 후에 생산을 시작하는 방식으로, 고객은 1주일 이내에 주문한 김치를 받아볼 수 있다. 김치는 이미 세계 음식으로 성장했다. 종가집의 경우 일본,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에 수출되는 김치 물량의 80∼90% 이상을 현지인이 소비하고 있다. 종가집은 현재 40여 개국에 김치를 수출하고 있다. 국내 업계 최초로 북미와 유럽에서 식품안전 신뢰도 표준으로 여겨지는 ‘코셔(Kosher)’ 인증마크를 획득하기도 했다. 또 맛김치, 포기김치, 열무김치, 총각김치 등 4종이 할랄 인증을 받았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19-03-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지역균형 개발 - 산업약사 양성에 지방대 역할 중요”

    2020학년도 약학대학 신설 절차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방의회가 나서서 유치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적극적으로 약대 유치 작업을 벌이고 있다. 교육부는 이달 18일 약학대학 선정 1차 심사에서 전북대, 제주대, 한림대 등 3개 대학을 후보로 선정한 데 이어 2차 심사인 현장실사를 진행 중이다. 이 심사를 끝내면 이르면 이달 말 신설 약대가 최종 확정된다. 최종 선정은 1차와 2차 심사 점수를 합산해 결정된다. 최은옥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관은 “약학 교육 여건을 갖춘 우수 대학에 약대가 신설될 수 있도록 대학의 교육 여건, 약대 발전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선정하겠다”고 말했다. 약대 신설 대학이 확정되면 이후에 배정 인원을 결정한다.○ 1차 심사, 어떻게 진행했나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교육부에 2020년도 약대 정원을 60명 늘린다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가 약대 신설 계획을 발표했다. 1차 심사에서 선정된 3개 대학을 비롯해 고신대, 광주대, 군산대, 대구한의대, 동아대, 부경대, 상지대, 유원대, 을지대 등 총 12개 대학이 약대 신설 신청서를 제출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1차 심사는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소위원회가 정량평가(20%)와 정성평가(80%)로 나눠 진행했다. 정량평가에서는 교원, 교지, 교사, 수익용 기본재산 등 4대 요건을 9개 지표로 나눠 제대로 충족했는지를 평가했다. 정성평가에서는 연구중심 약학대학 발전 계획, 약학 관련 운영기반 여건 등 10개 항목으로 나눠 점수를 매겼다. 교육부는 크게 △비수도권 대학 한정 △제약 연구에 필요한 약대 교육 특화 교육과정 △연구약사 육성 선도 등 3가지 기준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서도 신약 개발과 임상 연구를 담당할 약사를 길러낼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1차 심사에서 선정된 3개 대학이 의대를 보유했기 때문에 평가에서 나은 점수를 받았다는 분석도 있다.○ 최종 2곳 선정될 듯, 약사회는 반발 2차 심사 결과 최종 2개 대학이 낙점받을 게 유력하다. 다만 세 대학이 모두 점수가 높을 경우 3개 대학 모두에 약학대학 신설을 허가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정원 60명을 20명씩 쪼개야 하는 게 단점이다. 일반적으로 약대 정원은 최소 30명이 돼야 운영 가능하다는 게 대학 당국의 공통된 설명이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20명씩 3개의 약대를 설립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09년 당시 약대를 선정할 때도 정원 30명씩 배분했는데, 이런 방식으로는 제약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임상연구약사나 산업약사의 양성이 어렵다는 뜻으로 읽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약학과 교수는 “약대가 없는 지역에 골고루 나눠 주는 식보다는 경쟁력이 있는 대학을 선정해 집중 육성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2개 대학에 약학대학이 신설되면 전국의 약대는 현재의 35개 대학에서 37개 대학으로 늘어난다. 전체 모집 정원도 1693명에서 1753명으로 증가한다. 만약 정원 30명의 약대로 설립된다 하더라도 규모로는 작은 편에 속한다. 현재 전국 약대 평균 모집 정원은 47명이다. 이화여대와 중앙대가 각각 120명으로 가장 많다. 그 다음이 덕성여대와 숙명여대로 각각 80명이다. 대한약사회는 약대 신설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약사 인력의 공급 과잉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주무 부처인 복지부는 바이오 산업과 제약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신약 연구개발(R&D) 인력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지역균형개발에 도움” 목소리도 해외에서는 특정 지역에 세워진 대학이 그 일대 성장을 견인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아직 한국에서는 그런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없다. 대학 전문가들은 이번 약대 선정 과정에서도 이런 식으로 대학을 활용해 지역균형개발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학 발전을 바탕으로 젊은 인구를 모으고 일자리 창출을 도모해야 모두가 ‘윈윈’인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 결국 약대 최종 선정 과정에서도 이런 점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의 주요 정책인 지역균형개발, 핵심 성장 동력인 제약 산업 육성을 위한 전문 인력 공급이라는 취지를 충실히 따른 것이란 이야기다. 지역균형개발을 통한 국가균형발전은 문재인 정부의 5대 국정 목표인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에 해당된다. 정부가 지방대에만 약대를 허가하겠다는 것은 지역 발전에 대학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정부 또한 지난해부터 혁신도시 사업을 강화하면서 거점 국립대의 역할을 강조했는데, 이 또한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약학은 학문 특성상 연관 학문과 관련이 많아 ‘논문 생산의 보고’라고 불린다. 2016년 대학 알리미 자료에 따르면 약대가 있는 대학의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 편수는 없는 대학에 비해 70%나 많았다. 대학들이 약대 신설에 매달리는 이유도 약대가 대학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김상훈 corekim@donga.com·이종승 기자}

    • 2019-03-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급성장하는 국내 제약산업… “신약 개발할 전문 인력 부족”

    제약과 바이오 산업은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꼽힌다. 2017년 기준으로 전 세계 제약 시장의 규모는 대략 1200조 원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반도체 산업의 한 해 시장 규모가 400조 원으로 추산되니 제약과 바이오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내 제약 기업의 평균 이익률은 12% 내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10년 사이에 부쩍 성장해 세계적 규모의 신약이나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를 개발하는 회사가 늘어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동아제약, LG생명과학 등을 비롯한 한국의 제약 기업들은 신약과 바이오 의약품을 앞세워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인천 송도의 바이오 클러스터는 세계 1, 2위를 다투고 있을 만큼 한국은 제약 산업 인프라가 급성장했다. 신약 개발에 꼭 필요한 것은 연구개발(R&D)이다. 이 R&D에 약사가 없어서는 안 된다. 일부 약사는 직접 신약 개발과 연구에 참여하며, 일부는 개발된 신약의 임상시험이나 사후 관리 등에 참여한다. 국내 대형 제약사 관계자는 “신약 개발 단계에서 약사의 중요성은 최소한 20∼30%에 이른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국내 제약 전문 인력은 부족한 상황이다. 2017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헬스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약사는 2015년 기준으로 인구 10만 명당 65명이다. OECD 평균치인 82명보다 적다. 약사가 부족한 데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제약 산업에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약대 교수는 “현재 기업 R&D에 필요한 약사 인력의 10% 정도만이 실제 신약 개발에 참여한다. 그만큼 연구 약사의 배출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일본이 제약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것도 약학 전문 인력의 배출→제약기업 R&D 활성화→신약 개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켰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약대 신설뿐 아니라 연구 인력 양성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19-03-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걷기도 예열-정리 필요… 스트레칭 꼭 하세요

    봄 향기에 취해 아무 생각 없이 걷는 것도 좋지만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걷기는 매우 좋은 운동이 된다. 체중 감량, 만성질환 치료, 심폐지구력과 근력 향상 등 효과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김원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교수와 박원하 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 교수에게서 ‘건강하게 걷는 법’을 들어봤다. ○ 준비운동과 정리운동 필수 그저 걷는 것인데 무슨 준비운동이 필요하겠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준비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이 ‘예열’되지 않은 상태에서 운동으로 돌입하는 셈이어서 부상 위험이 높다. 최소한 5∼10분은 스트레칭을 하는 게 좋다. 다리 근육만 풀어주면 되겠지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팔을 앞뒤로 흔들기 때문에 허리 부위에도 충격이 가해질 수 있어 허리도 충분히 풀어줘야 한다. 걷기를 끝냈다면 정리운동을 해 주는 게 좋다. 조금 빨리 걸었다면 단숨에 멈추지 말고 속도를 줄여 천천히 걷다가 멈춰야 한다. 이런 식으로 걷기를 맺음하면 저혈압을 막을 수 있다. 또한 걷기로 인해 쌓인 젖산을 빨리 제거해 주기 때문에 피로감도 덜하다. 이 모든 과정이 끝났다면 준비운동 때 했던 스트레칭을 반복한다. ○ 운동 효과 높이는 평지 걷기 일단 허리를 곧게 펴고 머리를 세워 전방을 응시하는 게 평지 걷기의 기본자세다. 고개를 숙이면 목과 어깨 근육에 무리가 간다. 발뒤꿈치가 먼저 땅에 닫게 하고, 발 앞쪽으로 지면을 차듯이 전진하는 게 제대로 걷는 방법이다. 걷기는 속도에 따라 크게 평보, 속보, 경보로 나눈다. 일반적으로 걷는 속도가 평보인데, 시속 4km 정도다. 시속 6km이면 속보, 시속 8km 내외면 경보라 부른다. 보폭을 기준으로 하면 대략적으로 평보는 60∼80cm, 속보는 80∼90cm, 경보는 100∼120cm가 된다. 강도가 높을수록 심폐기능을 개선하는 효과가 크다. 단, 사람이 많은 곳에서 경보를 하는 것은 실례가 될 수 있다. 장소를 가려서 걷기 종류를 선택해야 한다. 초보자라면 처음에 낮은 속도인 속보로 걷다가 나중에 경보로 속도를 높이는 게 좋다. 호흡은 코로 들이쉬고 입으로 내쉰다.○ 언덕길 잘 걷는 법 경사가 가파른 언덕을 오르내리는 것은 산행과 마찬가지다. 산행할 때 적용되는 걷기 법을 응용하면 바른 자세를 취할 수 있다. 언덕길을 오래 걸으면 숨이 차고 다리에 근육통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처음에는 짧은 거리를 걷고 쉬고, 익숙해지면 점차 거리를 늘려나가야 한다. 처음에는 15∼20분 걷고 5분 정도 휴식을 취해야 한다. 이후로는 30분 걷고 5∼10분 휴식하는 게 좋다. 오르막길을 오를 때 급해서는 안 된다. 일단 보폭을 줄여 천천히 걸으면서 체력을 아끼는 게 좋다. 지그재그 형태로 천천히 오르는 것도 체력 소모를 줄이는 방법이다. 내리막길에서는 지면을 발바닥 전체로 지그시 누르는 기분으로 걷는 게 좋다. 오르막길과 마찬가지로 보폭을 작게 하는 게 현명하다. 명심할 점이 있다. 오르막길이든 내리막길이든 허리를 곧추 펴야 한다는 점이다. 허리가 뒤로 빠진 상태로 다소 구부정한 자세로 걸으면 미끄러지거나 넘어지기 쉽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19-03-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우울감… 무기력… 2주 넘게 지속되면, 병원 찾으세요

    직장인 강재현(가명·54) 씨는 요즘 들어 밤잠이 확 줄었음을 느낀다. 나이가 들면 잠이 없어진다던데, 그 때문인지 아니면 수면장애가 온 것인지 또는 어떤 다른 요인이 있는지 궁금했다. 게다가 잠을 자도 개운하지가 않다. 얼마 전에는 기분 나쁜 꿈을 며칠째 연속으로 꾸기도 했다. 요즘 들어 달라진 모습이 또 있다. 강 씨는 단체 대화방에서 30분 넘게 수다를 떨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놀라곤 한다. 예전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는 것 자체를 별로 이용하지 않았다. 사실 강 씨만 그런 게 아니다. 대기업 임원, 변호사 같은 전문 직업인도 그 대화방에서 함께 시답잖은 잡담으로 시간을 보낸다. 강 씨는 스스로가 너무 품위 없게 나이를 먹는 건 아닌지 불안했다. 강 씨는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만났다.○ 중년의 불안은 숙명이다 권 교수는 일단 불면 증세로 잠이 줄어든 것에 대해서는 자연스러운 노화의 과정일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나쁜 꿈을 꾸는 것에 대해서는 “잠에서 깼을 때 꿈을 기억하지 못하는 게 정상이다. 유쾌한 꿈이든, 불쾌한 꿈이든 그 내용을 기억한다는 것은 심리 상태에 변화가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권 교수는 이어 “정확한 상태를 알려면 더 전문적으로 꿈을 분석해 봐야 하지만 일단 강 씨의 경우에는 불안감이 꿈으로 표출된 것 같다”고 말했다. SNS상에서 중년 남성들이 ‘집단 수다’를 떠는 것 또한 불안 심리가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권 교수는 진단했다. 권 교수에 따르면 첫째, 그들에게는 도태되지 않기 위해 정보를 나누려는 심리가 강하다. 둘째, 은퇴 이후 소외되지 않기 위해 소속감을 만들려는 심리도 있다. 마지막으로 불안감을 숨기려고 여성들의 수다처럼 과도하게 채팅을 한다. 권 교수는 “사실 40대 이후의 불안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숙명과도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남자들은 이 시기에 승진과 명예퇴직을 경험하는데, 어느 쪽이든 스트레스가 똑같이 크다는 게 권 교수의 설명이다. 가령 임원으로 올라가면 가정보다는 회사에 신경을 더 쓰도록 강요받고, 그렇지 못하면 회사로부터 버림받을 수 있다. 어느 쪽 길이든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라는 것. 권 교수는 “실제로 중년 이후 불안 장애에 갑자기 시달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며 “불안감으로 인해 일상생활이나 대인관계에 지장을 초래한다면 불안 장애를 의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나치게 꼼꼼한 사람이 나이가 들면 강박 장애가 생기기도 한다. 이런 사람은 보고서를 쓸 때에도 상사의 인정을 받지 못할까 봐 수정하고 또 수정한다. 그러다 보니 보고서를 내야 할 기한을 어기는 횟수가 늘어난다. 그러면서도 선뜻 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한다. 이런 사람들은 인지치료를 받아야 한다. 불합리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본인이 인정하게 하는 치료법이다. 권 교수는 “자기도 모르게 자동적으로 불합리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 깨달으면 치료가 의외로 쉬워진다”고 말했다. ○ 정신건강 이상징후 2주 넘기지 말아야 중년 이후에 가장 많이 나타나는 정신 장애는 우울증이다. 중년 우울증의 증상은 무척 다양하다. 우울한 기분이 드는 것은 기본이지만 정상적 상황을 벗어나 양쪽 극단으로 치닫는다. 어떤 사람은 지나치게 잠을 많이 자거나 폭식을 하지만 정반대로 식욕이 떨어져 거의 못 먹거나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도 많다. 무기력과 불안이 동시에 나타나거나 죄책감이 들 때도 있다. 의학계에서는 이런 증세가 2주 이상 지속되면 질병으로 본다. 권 교수는 “이상징후가 2주 이상 반복된다면 꼭 병원을 찾아야 한다. 사실 2주도 길다. 1주일 정도 이런 증세가 나타나면 병원을 찾는 게 좋다”고 말했다. 환자가 병원에 가면 우울증인지, 아니면 다른 질병이 원인인지 밝히기 위해 상담과 문진부터 시행한다. 우울증으로 보이지만 갑상샘의 기능이 떨어져 그렇게 보이는 사례도 꽤 많다. 또는 먹고 있던 약 때문에 우울한 느낌이 들거나 술을 마신 후 상습적으로 우울해지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암과 같은 중증 질환이 원인이 돼 우울증이 생기기도 한다. 여자들은 이 무렵 갱년기가 겹치면서 다양한 신체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자식이 다 커서 독립함에 따라 시간은 많아졌는데 할 일이 줄어들어 심리적으로 공허해지는 중년 여성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남편이 회사 일에만 몰두하면 아내의 우울증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이 경우 부부가 함께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중년 이후에는 육체적 질병과 심리적 질병이 따로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쪽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한쪽에도 문제가 생기는 식이다. 이를테면 기분이 우울하면 뇌 기능이 떨어진다. 반대로 약을 써서 뇌의 기능을 활성화시키면 기분이 좋아진다. 권 교수는 “중년 이후에 심리적으로 건강하면 다른 질병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울증이 있는 중년 암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우울증부터 치료한 환자의 5년 생존율이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4∼5배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는 것. ○ 라이프스타일부터 바꿔야 정신 장애는 치료를 받아야 하는 질병이다. 하지만 그 전에 라이프스타일부터 바꾸려는 노력이 진행돼야 한다. 권 교수는 “중년 이후로는 뇌가 노화하면서 전반적으로 고집이 세지고 억제력이 떨어진다”며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결국에는 정신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크게 세 가지 원칙을 지킬 것을 강조했다. 첫째가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다. 생활 리듬이 깨지면 호르몬의 주기도 바뀌어 버린다. 가령 수면이 불규칙하면 수면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도 불규칙해져 무기력증과 우울감이 오기도 한다. 둘째, 유산소 운동을 자주 하는 것이다. 유산소 운동을 하면 ‘BDNF’라는 신경성장 인자의 분비량이 늘어난다. 이 인자는 기억과 학습 등을 담당하는 뇌 해마 부위 신경 생성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셋째가 스트레스 관리다. 권 교수는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복식호흡을 추천했다. 스트레칭이나 요가도 괜찮다. 술을 마시면 조금은 기분이 느슨해지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교감신경을 활성화시켜 흥분할 수 있다. 권 교수는 음주는 주 1회 이내로 제한할 것을 권했다. ▼심호흡-10분 산책으로 내면 돌아보는 시간을▼‘번아웃 증후군’ 대처법마음의 에너지가 다 방전된 상태를 ‘번아웃(burnout·소진) 증후군’이라고 한다. 외부의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뇌의 시스템에 연료를 충전해주지 않고 에너지만 쓰기 때문에 나타난다. 가장 먼저 의욕이 떨어진다. 동기 부여가 안 되니 성취감도 떨어진다. 또한 공감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권준수 교수는 이때 외부와 단절하고 감성을 충전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권 교수는 대한의사협회가 2년 전 발간한 ‘대국민건강선언문’에 수록된 일곱 가지 팁을 소개했다. 1. 세 번 깊게 호흡하며, 그 호흡의 흐름을 느껴본다. 출근해서 컴퓨터가 켜지는 동안이나 회의를 시작하기 전, 혹은 주문한 커피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짧은 시간에 호흡하고 느껴본다. 2. 조용한 곳에서 밥을 음미하며 먹는다.음식의 색깔과 향을 살피고 밥알의 움직임을 느끼며 천천히 먹는다. 자신의 내부 세계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된다. 3. 하루 10분 사색하며 걷는다. 몸의 움직임을 여유롭게 느껴본다. 그 경우 뇌의 긴장감이 이완되며 마음을 바라볼 여유가 생긴다. 4. 일주일에 한 번 벗과 ‘힐링 수다’를 한다. 지치고 불안하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여유를 가지지 못한다. 공감을 얻는 수다만 한 위로가 없다. 5. 슬픈 영화나 슬픈 작품을 주 1회 감상한다. 즐거운 내용으로 마음을 조정하는 것을 기분 전환이라 한다. 너무 기분 전환만 하면 마음의 슬픈 콘텐츠를 바라보는 능력이 줄어든다. 6. 일주일에 시 3편을 읽는다. 사람의 마음은 논리보다 은유에 움직인다. 은유에 친숙해지는 훈련이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는 데 보탬이 된다. 7.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당일치기 기차 여행을 한다. 기차 창문을 멍하니 보다 보면 명상 효과가 생긴다. 동시에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는 힘이 자라난다. ▼강박증-조현병 최고 권위자… 진단지표 개발도▼정신질환 베스트닥터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60)는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꽤 알려진 베스트닥터다. 정신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과학적으로 원인부터 규명하는 게 중요하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현재 국내 정신의학계에서 최고 학회로 평가받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권 교수는 특히 강박증과 조현병(정신분열병) 분야에서 최고 권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약 20년 전인 1998년 서울대병원 ‘강박증 클리닉’과 ‘정신분열병 클리닉’을 시작한 의사가 권 교수다. 매년 각각 3000명(연인원 기준)이 넘는 강박증, 조현병 환자가 권 교수에게 진료를 받고 있다. 권 교수는 연구 분야에서도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외 유명 의학 저널과 과학 저널에 3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조현병과 강박증을 진단할 수 있는 생물학적 지표를 개발하기도 했다. 또한 정신 질환에 걸리면 뇌에 구조적 혹은 기능적 이상이 생긴다는 사실을 뇌 영상을 통해 밝혀냈고, 이 결과를 고위험군 환자의 예방적 치료에 활용했다. 1999년에는 감마파의 이상으로 감각 정보를 통합하는 과정에 문제가 생겨 조현병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규명했다. 보통 조현병 환자는 시상과 전두엽, 시상과 두정엽의 연결에 문제가 발생한다. 권 교수는 조현병에 걸릴 위험이 있는 사람에게도 이런 문제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최근 추가로 밝혀내 국제 저널 ‘생물정신의학’에 발표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19-03-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밤잠 줄고 수다 떠는 내 모습에 화들짝…‘중년의 불안’은 숙명?

    직장인 강재현(54·가명) 씨는 요즘 들어 밤잠이 확 줄어었음을 느낀다. 나이가 들면 잠이 없어진다던데, 그 때문인지 아니면 수면 장애가 온 것인지 또는 어떤 다른 요인이 있는지 궁금했다. 게다가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다. 얼마 전에는 기분 나쁜 꿈을 며칠째 연속적으로 꾸기도 했다. 요즘 들어 달라진 모습이 또 있다. 강 씨는 단체 대화 방에서 30분 넘게 수다를 떨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놀라곤 한다. 예전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는 것 자체를 별로 이용하지 않았다. 사실 강 씨만 그런 게 아니다. 대기업 임원, 변호사 같은 전문 직업인도 그 대화방에서 함께 시답잖은 잡담으로 시간을 보낸다. 강 씨는 스스로가 너무 품위 없게 나이를 먹는 건 아닌지 불안했다. 강 씨가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만났다.● 중년의 불안은 숙명이다 권 교수는 일단 불면 증세가 잠이 줄어든 것에 대해서는 자연스런 노화의 과정일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나쁜 꿈을 꾸는 것에 대해서는 “잠에서 깼을 때 꿈을 기억하지 못하는 게 정상이다. 유쾌한 꿈이든, 불쾌한 꿈이든 그 내용을 기억한다는 것은 심리 상태에 변화가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권 교수는 이어 “정확한 상태를 알려면 더 전문적으로 꿈을 분석해 봐야 하지만 일단 강 씨의 경우에는 불안감이 꿈으로 표출된 것 같다”고 말했다. SNS 상에서 중년 남성들이 ‘집단 수다’를 떠는 것 또한 불안 심리가 밑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이라고 권 교수는 진단했다. 권 교수에 따르면 첫째, 그들에게는 도태되지 않기 위해 정보를 나누려는 심리가 강하다. 둘째, 은퇴 이후 소외되지 않기 위해 소속감을 만들려는 심리도 있다. 마지막으로 불안감을 숨기려고 여성들의 수다처럼 과도하게 채팅을 한다. 권 교수는 “사실 40대 이후의 불안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숙명과도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남자들은 이 시기에 승진과 명예퇴직을 경험하는데, 어느 쪽이든 스트레스가 똑같이 크다는 게 권 교수의 설명이다. 가령 임원으로 올라가면 가정보다는 회사에 신경을 더 쓰도록 강요받고, 그렇지 못하면 회사로부터 버림받을 수 있다. 어느 쪽 길이든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라는 것. 권 교수는 “실제로 중년 이후에 불안 장애에 갑자기 시달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며 “불안감으로 인해 일상생활이나 대인관계에 지장을 초래한다면 불안 장애를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나치게 꼼꼼한 사람이 나이가 들면 강박 장애가 생기기도 한다. 이런 사람은 보고서를 쓸 때에도 상사의 인정을 받지 못할까 봐 수정하고 또 수정한다. 그러다보니 보고서를 내야 할 기한을 어기는 횟수가 늘어난다. 그러면서도 선뜻 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한다. 이런 사람들은 인지치료를 받아야 한다. 불합리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본인이 인정하게 하는 치료법이다. 권 교수는 “자기도 모르게 자동적으로 불합리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 깨달으면 치료가 의외로 쉬워진다”고 말했다. ● 정신건강 이상 징후 2주 넘기지 말아야 중년 이후에 가장 많이 나타나는 정신장애는 우울증이다. 중년 우울증의 증상은 무척 다양하다. 우울한 기분이 드는 것은 기본이지만 정상적 상황을 벗어나 양쪽 극단으로 치닫는다. 어떤 사람은 지나치게 잠을 많이 자거나 폭식을 하지만 정반대로 식욕이 떨어져 거의 못 먹거나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도 많다. 무기력과 불안이 동시에 나타나거나 죄책감이 들 때도 있다. 의학계에서는 이런 증세가 2주 이상 지속되면 질병으로 본다. 권 교수는 “이상 징후가 2주 이상 반복된다면 꼭 병원을 찾아야 한다. 사실 2주도 길다. 1주일 정도 이런 증세가 나타나면 병원을 찾는 게 좋다”고 말했다. 환자가 병원에 가면 우울증인지, 아니면 다른 질병이 원인인지 밝히기 위해 상담과 문진부터 시행한다. 우울증으로 보이지만 갑상샘의 기능이 떨어져 그렇게 보이는 사례도 꽤 많다. 또는 먹고 있던 약 때문에 우울한 느낌이 들거나 술을 마신 후 상습적으로 우울해지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암과 같은 중증 질환이 원인이 돼 우울증이 생기기도 한다. 여자들은 이 무렵 갱년기가 겹치면서 다양한 신체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자식이 다 커서 독립함에 따라 시간은 많아졌는데 할 일이 줄어들어 심리적으로 공허해지는 중년 여성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남편이 회사 일에만 몰두하면 아내의 우울증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이 경우 부부가 함께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중년 이후에는 육체적 질병과 심리적 질병이 따로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쪽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한쪽에도 문제가 생기는 식이다. 이를테면 기분이 우울하면 뇌 기능이 떨어진다. 반대로 약을 써서 뇌의 기능을 활성화시키면 기분이 좋아진다. 권 교수는 “중년 이후에 심리적으로 건강하면 다른 질병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울증이 있는 중년 암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우울증부터 치료한 환자의 5년 생존율이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4, 5배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는 것. ● 라이프스타일부터 바꿔야 정신 장애는 치료를 받아야 하는 질병이다. 하지만 그 전에 라이프스타일부터 바꾸려는 노력이 진행돼야 한다. 권 교수는 “중년 이후로는 뇌가 노화하면서 전반적으로 고집이 강해지고 억제력이 떨어진다”며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결국에는 정신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크게 세 가지 원칙을 지킬 것을 강조했다. 첫째가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다. 생활 리듬이 깨지면 호르몬의 주기도 바뀌어 버린다. 가령 수면이 불규칙하면 수면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도 불규칙해져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지기도 한다. 둘째, 유산소 운동을 자주 하는 것이다. 유산소 운동을 하면 ‘BDNF’라는 신경성장 인자의 분비량이 늘어났다. 이 인자는 기억과 학습 등을 담당하는 뇌 해마 부위 신경 생성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셋째가 스트레스 관리다. 권 교수는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복식호흡을 추천했다. 스트레칭이나 요가도 괜찮다. 술을 마시면 조금은 기분이 느슨해지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교감신경을 활성화시켜 흥분할 수 있다. 권 교수는 술은 주 1회 이내로 제한할 것을 권했다. :: 정신건강에 좋은 10대 생활수칙 ::1. 긍정적으로 세상을 본다.2. 감사하는 마음으로 산다.3. 반갑게 마음이 담긴 인사를 한다.4. 하루 세끼 맛있게 천천히 먹는다.5.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6. 누구라도 칭찬한다.7. 약속시간에 여유 있게 가서 기다린다.8. 일부러라도 웃는 표정을 짓는다.9. 원칙대로 정직하게 산다.10. 때로는 손해 볼 줄도 알아야 한다.※ 자료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 ‘소진 증후군’ 예방하는 일곱 가지 팁▼마음의 에너지가 다 방전된 상태를 ‘소진 증후군’이라고 한다. 외부의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뇌의 시스템에 연료를 충전해주지 않고 에너지만 쓰기 때문에 나타난다. 가장 먼저 의욕이 떨어진다. 동기 부여가 안 되니 성취감도 떨어진다. 또한 공감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권준수 교수는 이때 외부와 단절하고 감성을 충전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권 교수는 대한의사협회가 2년 전 발간한 ‘대국민건강선언문’에 수록된 일곱 가지 팁을 소개했다. 1. 세 번 깊게 호흡하며, 그 호흡의 흐름을 느껴본다. 출근해서 컴퓨터가 켜지는 동안이나 회의를 시작하기 전, 혹은 주문한 커피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짧은 시간에 호흡하고 느껴본다. 2. 조용한 곳에서 밥을 음미하며 먹는다. 음식의 색깔과 향을 살피고 밥알의 움직임을 느끼며 천천히 먹는다. 자신의 내부 세계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된다. 3. 하루 10분 사색하며 걷는다. 몸의 움직임을 여유롭게 느껴본다. 그 경우 뇌의 긴장감이 이완되며 마음을 바라볼 수 잇는 여유가 생긴다. 4. 일주일에 한 번 벗과 ‘힐링 수다’를 한다. 지치고 불안하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볼 여유를 가지지 못한다. 공감을 얻는 수다만한 위로가 없다. 5. 슬픈 영화나 슬픈 작품을 주 1회 감상한다. 즐거운 내용으로 마음을 조정하는 것을 기분전환이라 한다. 너무 기분전환만 하면 마음의 슬픈 콘텐츠를 바라보는 능력이 줄어든다. 6. 일주일에 3편의 시를 읽는다. 사람의 마음은 논리보다 은유에 움직인다. 은유에 친숙해지는 훈련이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는 데 보탬이 된다. 7. 스마트 폰을 집에 두고 당일치기 기차 여행을 한다. 기차 창문을 멍하니 보다 보면 명상 효과가 생긴다. 동시에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는 힘이 자라난다. ▼ 권준수 교수는 누구? ▼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60)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꽤 알려진 베스트닥터다. 정신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과학적으로 원인부터 규명하는 게 중요하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현재 국내 정신의학계에서 최고 학회로 평가받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권 교수는 특히 강박증과 조현병(정신분열병) 분야에서 최고 권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약 20년 전인 1998년 서울대병원 ‘강박증 클리닉’과 ‘정신분열병 클리닉’을 시작한 의사가 권 교수다. 매년 각각 3000명(연인원 기준)이 넘는 강박증, 조현병 환자가 권 교수에게 진료를 받고 있다. 권 교수는 연구 분야에서도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외 유명 의학 저널과 과학 저널에 3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조현병과 강박증을 진단할 수 있는 생물학적 지표를 개발하기도 했다. 또한 정신 질환에 걸리면 뇌에 구조적 혹은 기능적 이상이 생긴다는 사실을 뇌 영상을 통해 밝혀냈고, 이 결과를 고위험군 환자의 예방적 치료에 활용했다. 1999년에는 감마파의 이상으로 감각 정보를 통합하는 과정에 문제가 생겨 조현병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규명했다. 보통 조현병 환자는 시상과 전두엽, 시상과 두정엽의 연결에 문제가 발생한다. 권 교수는 조현병에 걸릴 위험이 있는 사람에게도 이런 문제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최근 추가로 밝혀내 국제 저널 ‘생물정신의학’에 발표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19-03-08
    • 좋아요
    • 코멘트
  • 계단 오르다 가슴이 ‘찌릿’… 50대 남성 찾아드는 불청객

    지난해 말 직장인 고승훈(가명·43) 씨는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자기 계발은커녕 몸 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체중은 크게 늘었고 뱃살도 부쩍 두꺼워졌다. 새해 해돋이를 보면서 고 씨는 결심했다. “변화하자!” 고 씨는 곧바로 동네 헬스클럽에 등록한 뒤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평소 운동을 하지 않은 탓이었을까. 트레드밀에서 약한 강도로 달렸을 뿐인데 가슴이 뻐근해졌다. 몇 분 후에는 찌릿찌릿한 통증까지 나타났다. 고 씨는 몇 년 전의 악몽이 되살아나면서 아찔해졌다. 11년 전 회사에서 운동 삼아 계단을 오르던 중 갑자기 가슴에 심한 통증이 찾아왔다. 숨도 쉬기 힘들었다. 간신히 도착한 응급실에서 의사는 협심증 전 단계인 것 같다고 진단했었다. 고 씨는 그 사이에 더 악화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됐다. 고 씨가 박덕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를 만났다. ○ 통증에 주목하라 심장마비를 의학적 용어로 바꾸면 급성 심근경색이 된다. 혈관이 거의 100% 막힌 상태를 뜻한다. 물론 멀쩡하던 혈관이 어느 날 갑자기 막히는 법은 없다. 박 교수는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처치를 끝내고 확인해보면 10명 중 8명 이상이 전조 증상이 있었다”고 말했다. 병의 조짐이 있었는데 무시했거나 방치해 결국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에 간다는 것. 급성 심근경색의 전 단계는 협심증이다. 협심증의 대표적인 전조 증상은 가슴 통증. 하지만 가슴이 아프다고 해서 모두 전조증상은 아니다. 박 교수는 통증의 양상을 잘 살펴야 한다고 했다. 운동하거나 계단을 오를 때 호흡이 가빠지면서 나타나는 통증이 협심증과 관련이 있다. 일상생활에서 나타나는 통증은 대부분 협심증과 무관하다. 잠자려고 누웠을 때 나타나는 통증은 위산 역류가 원인일 확률이 높다. 그냥 ‘찡’ 하고 아픈 정도가 아니다.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느낌, 혹은 아픈 부위에 고춧가루를 뿌리는 듯한 느낌이 드는 통증이다. 가슴 통증이 곧 사라지고 왼쪽 팔이나 등 부위에 방사통이 나타날 수도 있다. 가끔은 턱으로까지 통증이 퍼진다. 11년 전 고 씨가 그랬다. 5개 층 정도 걸어 올라갔을 때 가슴 통증이 시작됐고, 이어 턱으로 통증이 옮아가서 치아가 빠질 것처럼 아팠다. 통증이 나타나면 10분 정도 지속된다. 휴식하면 통증이 사라졌다가 운동하면 다시 나타난다. 또한 반복적으로 통증이 나타난다. 만약 10회 운동을 했는데 5회 이상 이런 식의 통증이 나타났다면 협심증일 가능성이 크다. 고 씨는 반복적으로 통증이 나타나지 않았다. 박 교수는 일단 마음을 놓아도 좋지만 당분간 관찰할 것을 주문했다. ○ 통증 없는 협심증도 대비하라 일반적으로 협심증은 찌꺼기들이 혈관을 막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런 상황이 아닌데도 혈관 자체가 좁아져 협심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를 변이형 협심증이라 하는데, 전체 협심증 환자의 10%를 차지한다. 일반 협심증과 달리 스텐트 시술로 치료할 수 없으며 혈관확장제를 먹어야 한다. 변이형 협심증의 5% 정도는 상당히 공격적이다. 따라서 이 병에 대해서도 미리 숙지하고 있는 게 좋다. 박 교수는 “변이형의 경우 대체로 오전 5∼6시에 많이 발생한다.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사이에 많이 발병하며 고혈압 환자보다는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일수록 위험하다”고 말했다. 가족 중 누군가 사망했거나 사업에 실패하는 식의 상황에 처하면 심장 기능이 갑자기 뚝 떨어질 때가 있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급격히 늘어나는 바람에 협심증 혹은 급성 심근경색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를 스트레스 유발성 심장병이라 부른다. 실제 이런 사람의 심장을 초음파로 촬영하면 활성도가 덜하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박 교수는 “이런 사례는 사실 별다른 치료법이 없다. 안정을 되찾으면 심장 기능도 대부분 정상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호흡곤란이 협심증의 전조 증상일 때도 있다. 일반적으로 잠을 자던 중 호흡곤란으로 간혹 깨어나는 사례가 협심증일 확률은 낮다. 다만 호흡곤란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거나 잠을 잘 때 숨이 차다면 협심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이런 사람이 가족력이 있거나 고지혈증 등의 위험인자가 있는 경우라면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 당뇨병 환자들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당뇨병으로 인해 전신에 혈관이 막혀 있는 상태에서 협심증이 찾아와도 통증을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 이를 무증상 협심증이라고 한다. 당뇨병 환자들은 평소에도 심장의 건강 상태를 체크해야 한다. ○ 심장질환 피할 수 없는가 박 교수는 “40대 이후라면 대부분 심장 혈관이 어느 정도는 막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해 보면 대부분은 심장 혈관의 10∼30%가 막혀 있고, 50% 정도 막힌 사람도 많다는 것. 박 교수는 “50% 정도까지는 괜찮지만 70% 이상 막혀 있다면 당장 스텐트 시술을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혈관이 살짝 막혔다면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하는 게 최선이다. 50% 정도 혈관이 막혔다면 아스피린 같은 약을 복용하기도 한다. 어떤 처방을 할 것이냐는 환자 상황에 따라 다르다.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병 등이 있다면 먼저 그 병부터 치료해야 한다. 혈관이 살짝 막힌 상황이라면 아스피린을 동시에 복용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해야 한다. 박 교수는 1주일에 3회 이상 땀이 날 정도로 유산소 운동을 할 것을 권했다. 또한 음식 섭취량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비만 체형이 되면 심장 질환에 걸릴 위험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심장 질환에 걸리는 연령대는 남녀가 약간 다르다. 박 교수에 따르면 남성은 50∼55세에 심장질환이 많이 생기는 반면에 여성은 60∼65세에 많이 발생한다. 여성호르몬이 심장을 어느 정도 보호해주기 때문에 폐경기 이전인 50대까지만 해도 심장질환이 덜 발생한다는 것. 하지만 최근에는 남녀를 불문하고 비만과 흡연으로 인해 심장질환 발생 연령이 많이 당겨졌다. 특히 30대의 경우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협심증에 걸릴 위험이 3, 4배 높다. 심장질환을 피하려면 금연이 필수다.▼흡연이 가장 나빠… 콜레스테롤 수치 낮춰 고지혈증부터 해결해야▼협심증, 원인 따라 처방 다양… 식이요법은 필수박덕우 교수는 협심증 환자가 진료실을 찾아오면 원인부터 체크한다. 협심증을 유발하는 위험인자로는 흡연,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병, 가족력, 비만, 운동 부족, 스트레스 등이 있다. 이 가운데 3개 이상 해당한다면 협심증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박 교수는 “첫째 위험인자는 단연 흡연이고, 그 다음이 고지혈증”이라고 말했다. ○ 콜레스테롤 수치부터 확인하라 고지혈증은 혈중지질이 높은 상태를 뜻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동맥경화가 나타난다. 이 경우 협심증이나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할 확률도 높아진다. 뿐만 아니라 뇌혈관이 좁아져 뇌경색이나 뇌출혈이 발생할 수도 있다. 자신의 콜레스테롤 수치는 꼭 확인하자. 콜레스테롤 수치가 dl당 200mg 미만이라면 정상 범위로 간주한다. dl당 220mg 이상이라면 긴장해야 한다. 만약 dl당 240mg을 넘었다면 위험한 수준이다. 여러 연구 결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dl당 240mg 이상인 사람은 dl당 200mg 이하인 사람보다 급성 심근경색에 걸릴 확률이 3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콜레스테롤이 몸에 나쁜 건 아니다. 몸에 나쁜 LDL(저밀도지단백)콜레스테롤은 동맥경화의 위험 인자이지만 HDL(고밀도지단백)콜레스테롤은 동맥경화를 막아주는 고마운 콜레스테롤이다. HDL콜레스테롤 수치도 확인하자. 일반적으로 성인 남성이 dl당 40∼60mg, 여성은 dl당 50∼70mg 이상이어야 정상 수준이다. 흡연, 비만, 운동 부족, 당뇨병 등이 HDL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 식이요법으로도 콜레스테롤 낮출 수 있다 고지혈증 위험이 있다면 일단 버터, 우유, 달걀노른자, 쇠고기, 오징어, 새우, 굴, 젓갈, 곱창 등 포화지방산과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은 동물성 지방은 피해야 한다. 크림이나 생과자 같은 간식과는 이별하는 게 좋다. 그 대신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식물성 식품을 먹자. 고등어, 정어리 같은 등 푸른 생선, 곡류와 콩류, 채소류가 좋다. 육류라도 기름을 제거한 살코기는 괜찮다. 껍질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 닭고기와 돼지고기는 껍질 부분을 빼고 먹는 게 좋다. 우유나 치즈는 지방 함량이 적은 제품을 골라서 먹도록 하자. 이런 식이요법은 2∼4주 이후부터 효과가 나타난다. 평균적으로 혈중 콜레스테롤은 dl당 19∼58mg, 중성지방은 50% 정도 떨어진다. 대체로 콜레스테롤보다는 중성지방의 감량 효과가 더 높다. 콜레스테롤 수치는 40대 이후에 증가한다. 50대 혹은 60대에 최고점을 찍고 다시 내려가는 특징이 있다. 남성은 45세, 여성은 55세 이후로 1, 2년마다 혈액 검사를 해 콜레스테롤 수치를 확인하라고 의사들은 권장한다. ▼박덕우 교수는… 美심장학회 젊은 과학자상 아시아 최초-최연소 수상▼박덕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46)는 국내는 물론이고 외국에서도 이름이 알려진 베스트닥터다. 국내외의 굵직굵직한 상을 여러 차례 탔다. 2012년에는 미국심장학회(ACC)가 주는 ‘올해의 최고 젊은 과학자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매년 한 명을 선정해 주는 것으로 심장학계에서는 최고 권위의 상으로 평가한다. 박 교수는 아시아 최초 수상, 최연소 수상의 기록을 세웠다. 이에 앞서 2009년에는 국내에서 뷘슈의학상 젊은의학자상(대한의학회, 베링거인겔하임)과 유한의학상 대상(서울시의사회, 유한양행)도 받았다. 2014년에는 아산의학상 젊은의학자상(아산사회복지재단)도 받았다. 국내의 대표적인 의학상을 모두 거머쥐었다. 박 교수는 연구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협심증 환자의 좁아진 심장 혈관을 넓히기 위해 그물망을 삽입하는 시술이 있다. 이 시술 후에는 혈전증을 방지하기 위해 항혈소판제를 쓴다. 하지만 언제까지 써야 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박 교수는 2300여 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뒤 항혈소판제의 적절한 사용기간이 1년이라는 사실을 제시했다. 이 연구 논문은 의학계에서는 최고 권위로 받아들여지는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게재됐다. 이 논문을 포함해 박 교수는 지금까지 NEJM에 총 4회 논문을 올렸다. 이 밖에도 미국심장학회 공식 학술지인 ‘서큘레이션(Circulation)’ 등에도 1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19-02-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운동중 가슴이 쥐어짜듯 아프다면…통증으로 알아보는 심장질환

    지난해 말 직장인 고승훈(가명·43) 씨는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자기 계발은커녕 몸 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체중은 크게 늘었고 뱃살도 부쩍 두꺼워졌다. 새해 해돋이를 보면서 고 씨는 결심했다. “변화하자!” 고 씨는 곧바로 동네 헬스클럽에 등록한 뒤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평소 운동을 하지 않은 탓이었을까. 트레드밀에서 약한 강도로 달렸을 뿐인데 가슴이 뻐근해졌다. 몇 분 후에는 찌릿찌릿한 통증까지 나타났다. 고 씨는 몇 년 전의 악몽이 되살아나면서 아찔해졌다. 11년 전 회사에서 운동 삼아 계단을 오르던 중 갑자기 가슴에 심한 통증이 찾아왔다. 숨도 쉬기 힘들었다. 간신히 도착한 응급실에서 의사는 협심증 전 단계인 것 같다고 진단했었다. 고 씨는 그 사이에 더 악화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됐다. 고 씨가 박덕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를 만났다. ● 통증에 주목하라 심장마비를 의학적 용어로 바꾸면 급성 심근경색이 된다. 혈관이 거의 100% 막힌 상태를 뜻한다. 물론 멀쩡하던 혈관이 어느 날 갑자기 막히는 법은 없다. 박 교수는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처치를 끝내고 확인해보면 10명 중 8명 이상이 전조 증상이 있었다”고 말했다. 병의 조짐이 있었는데 무시했거나 방치해 결국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에 간다는 것. 급성 심근경색의 전 단계는 협심증이다. 협심증의 대표적인 전조 증상은 가슴 통증. 하지만 가슴이 아프다고 해서 모두 전조증상은 아니다. 박 교수는 통증의 양상을 잘 살펴야 한다고 했다. 운동하거나 계단을 오를 때 호흡이 가빠지면서 나타나는 통증이 협심증과 관련이 있다. 일상생활에서 나타나는 통증은 대부분 협심증과 무관하다. 잠자려고 누웠을 때 나타나는 통증은 위산 역류가 원인일 확률이 높다. 그냥 ‘찡’ 하고 아픈 정도가 아니다.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느낌, 혹은 아픈 부위에 고춧가루를 뿌리는 듯한 느낌이 드는 통증이다. 가슴 통증이 곧 사라지고 왼쪽 팔이나 등 부위에 방사통이 나타날 수도 있다. 가끔은 턱으로까지 통증이 퍼진다. 11년 전 고 씨가 그랬다. 5개 층 정도 걸어 올라갔을 때 가슴 통증이 시작됐고, 이어 턱으로 통증이 옮아가서 치아가 빠질 것처럼 아팠다. 통증이 나타나면 10분 정도 지속된다. 휴식하면 통증이 사라졌다가 운동하면 다시 나타난다. 또한 반복적으로 통증이 나타난다. 만약 10회 운동을 했는데 5회 이상 이런 식의 통증이 나타났다면 협심증일 가능성이 크다. 고 씨는 반복적으로 통증이 나타나지 않았다. 박 교수는 일단 마음을 놓아도 좋지만 당분간 관찰할 것을 주문했다. ● 통증 없는 협심증도 대비하라 일반적으로 협심증은 찌꺼기들이 혈관을 막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런 상황이 아닌데도 혈관 자체가 좁아져 협심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를 변이형 협심증이라 하는데, 전체 협심증 환자의 10%를 차지한다. 일반 협심증과 달리 스텐트 시술로 치료할 수 없으며 혈관확장제를 먹어야 한다. 변이형 협심증의 5% 정도는 상당히 공격적이다. 따라서 이 병에 대해서도 미리 숙지하고 있는 게 좋다. 박 교수는 “변이형의 경우 대체로 오전 5~6시에 많이 발생한다.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사이에 많이 발병하며 고혈압 환자보다는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일수록 위험하다”고 말했다. 가족 중 누군가 사망했거나 사업에 실패하는 식의 상황에 처하면 심장 기능이 갑자기 뚝 떨어질 때가 있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급격히 늘어나는 바람에 협심증 혹은 급성 심근경색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를 스트레스 유발성 심장병이라 부른다. 실제 이런 사람의 심장을 초음파로 촬영하면 활성도가 덜하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박 교수는 “이런 사례는 사실 별다른 치료법이 없다. 안정을 되찾으면 심장 기능도 대부분 정상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호흡곤란이 협심증의 전조 증상일 때도 있다. 일반적으로 잠을 자던 중 호흡곤란으로 간혹 깨어나는 사례가 협심증일 확률은 낮다. 다만 호흡곤란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거나 잠을 잘 때 숨이 차다면 협심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이런 사람이 가족력이 있거나 고지혈증 등의 위험인자가 있는 경우라면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 당뇨병 환자들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당뇨병으로 인해 전신에 혈관이 막혀 있는 상태에서 협심증이 찾아와도 통증을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 이를 무증상 협심증이라고 한다. 당뇨병 환자들은 평소에도 심장의 건강 상태를 체크해야 한다. ● 심장질환 피할 수 없는가 박 교수는 “40대 이후라면 대부분 심장 혈관이 어느 정도는 막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해 보면 대부분은 심장 혈관의 10~30%가 막혀 있고, 50% 정도 막힌 사람도 많다는 것. 박 교수는 “50% 정도까지는 괜찮지만 70% 이상 막혀 있다면 당장 스텐트 시술을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혈관이 살짝 막혔다면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하는 게 최선이다. 50% 정도 혈관이 막혔다면 아스피린 같은 약을 복용하기도 한다. 어떤 처방을 할 것이냐는 환자 상황에 따라 다르다.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병 등이 있다면 먼저 그 병부터 치료해야 한다. 혈관이 살짝 막힌 상황이라면 아스피린을 동시에 복용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해야 한다. 박 교수는 1주일에 3회 이상 땀이 날 정도로 유산소 운동을 할 것을 권했다. 또한 음식 섭취량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비만 체형이 되면 심장 질환에 걸릴 위험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심장 질환에 걸리는 연령대는 남녀가 약간 다르다. 박 교수에 따르면 남성은 50~55세에 심장질환이 많이 생기는 반면에 여성은 60~65세에 많이 발생한다. 여성호르몬이 심장을 어느 정도 보호해주기 때문에 폐경기 이전인 50대까지만 해도 심장질환이 덜 발생한다는 것. 하지만 최근에는 남녀를 불문하고 비만과 흡연으로 인해 심장질환 발생 연령이 많이 당겨졌다. 특히 30대의 경우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협심증에 걸릴 위험이 3, 4배 높다. 심장질환을 피하려면 금연이 필수다. ▼ 협심증 의심된다면…콜레스테롤 수치부터 확인 ▼박덕우 교수는 협심증 환자가 진료실을 찾아오면 원인부터 체크한다. 협심증을 유발하는 위험인자로는 흡연,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병, 가족력, 비만, 운동 부족, 스트레스 등이 있다. 이 가운데 3개 이상 해당한다면 협심증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박 교수는 “첫째 위험인자는 단연 흡연이고, 그 다음이 고지혈증”이라고 말했다. ● 콜레스테롤 수치부터 확인하라 고지혈증은 혈중지질이 높은 상태를 뜻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동맥경화가 나타난다. 이 경우 협심증이나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할 확률도 높아진다. 뿐만 아니라 뇌혈관이 좁아져 뇌경색이나 뇌출혈이 발생할 수도 있다. 자신의 콜레스테롤 수치는 꼭 확인하자. 콜레스테롤 수치가 200mg/dl 미만이라면 정상 범위로 간주한다. 220mg/dl 이상이라면 긴장해야 한다. 만약 240mg/dl를 넘었다면 위험한 수준이다. 여러 연구 결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240mg/dl 이상인 사람은 200mg/dl 이하인 사람보다 급성 심근경색에 걸릴 확률이 3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콜레스테롤이 몸에 나쁜 건 아니다. 몸에 나쁜 LDL(저밀도지단백)콜레스테롤은 동맥경화의 위험 인자이지만 HDL(고밀도지단백)콜레스테롤은 동맥경화를 막아주는 고마운 콜레스테롤이다. HDl콜레스테롤 수치도 확인하자. 일반적으로 성인 남성이 40~60mg/dl, 여성은 50~70mg/dl 이상이어야 정상 수준이다. 흡연, 비만, 운동 부족, 당뇨병 등이 HDL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 식이요법으로도 콜레스테롤 낮출 수 있다 고지혈증 위험이 있다면 일단 버터, 우유, 달걀노른자, 쇠고기, 오징어, 새우, 굴, 젓갈, 곱창 등 포화지방산과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은 동물성 지방은 피해야 한다. 크림이나 생과자 같은 간식과는 이별하는 게 좋다. 그 대신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식물성 식품을 먹자. 고등어, 정어리 같은 등 푸른 생선, 곡류와 콩류, 야채류가 좋다. 육류라도 기름을 제거한 살코기는 괜찮다. 껍질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 닭고기와 돼지고기는 껍질 부분을 빼고 먹는 게 좋다. 우유나 치즈는 지방 함량이 적은 제품을 골라서 먹도록 하자. 이런 식이요법은 2~4주 이후부터 효과가 나타난다. 평균적으로 혈중 콜레스테롤은 19~58mg/dl, 중성지방은 50% 정도 떨어진다. 대체로 콜레스테롤보다는 중성지방의 감량 효과가 더 높다. 콜레스테롤 수치는 40대 이후에 증가한다. 50대 혹은 60대에 최고점을 찍고 다시 내려가는 특징이 있다. 남성은 45세, 여성은 55세 이후로 1, 2년마다 혈액 검사를 해 콜레스테롤 수치를 확인하라고 의사들은 권장한다. <심장 질환 예방을 위한 생활수칙>1. 금연한다.2. 절주한다. 가급적 하루 1, 2잔으로 줄인다. 3. 음식은 싱겁게 골고루 먹는다. 채소와 생선을 충분히 먹는다.4. 가급적 매일 30분 이상 유산소 운동을 한다.5. 적정 체중과 허리둘레를 유지한다. 6. 스트레스를 줄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한다. 7.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을 정기적으로 측정한다. 8.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을 꾸준히 치료한다. 자료: 대한심장학회 ▼ 박덕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박덕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46)는 국내는 물론이고 외국에서도 이름이 알려진 베스트닥터다. 국내외의 굵직굵직한 상을 여러 차례 탔다. 2012년에는 미국심장학회(ACC)가 주는 ‘올해의 최고 젊은 과학자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매년 한 명을 선정해 주는 것으로 심장학계에서는 최고 권위의 상으로 평가한다. 박 교수는 아시아 최초 수상, 최연소 수상의 기록을 세웠다. 이에 앞서 2009년에는 국내에서 뷘슈의학상 젊은의학자상(대한의학회, 베링거인겔하임)과 유한의학상 대상(서울시의사회, 유한양행)도 받았다. 2014년에는 아산의학상 젊은의학자상(아산사회복지재단)도 받았다. 국내의 대표적인 의학상을 모두 거머쥐었다. 박 교수는 연구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협심증 환자의 좁아진 심장 혈관을 넓히기 위해 그물망을 삽입하는 시술이 있다. 이 시술 후에는 혈전증을 방지하기 위해 항혈소판제를 쓴다. 하지만 언제까지 써야 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박 교수는 2300여 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뒤 항혈소판제의 적절한 사용기간이 1년이라는 사실을 제시했다. 이 연구 논문은 의학계에서는 최고 권위로 받아들여지는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게재됐다. 이 논문을 포함해 박 교수는 지금까지 NEJM에 총 4회 논문을 올렸다. 이 밖에도 미국심장학회 공식 학술지인 ‘서큘레이션(Circulation)’ 등에도 1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19-02-22
    • 좋아요
    • 코멘트
  • “4세대 항암제 NK세포 활용한 바이오 신약 개발 박차”

    면역세포치료제 분야의 글로벌 바이오 기업이 국내에서도 탄생할까. 정밀 면역검사용 의료기기인 ‘NK뷰키트’를 개발한 에이티젠이 관계사인 엔케이맥스를 흡수 합병한다고 18일 밝혔다. 5월 합병 주주총회를 거쳐 6월 중순까지 합병을 완료할 계획이다. 엔케이맥스는 NK세포(Natural Killer Cell·자연살해세포)를 순도 99%로 최대 190억 배까지 증식시키는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다. 공시 이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전경련회관 내 에이티젠·엔케이맥스 IR센터에서 박상우 에이티젠 대표(50)를 만났다. 합병을 결정한 이유부터 물었다. 박 대표는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신약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글로벌 면역세포치료제 기업으로 거듭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합병이 경영 시너지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장 판매 수익을 내고 있는 에이티젠이 ‘캐시카우’ 역할을, 면역세포치료제 원천 기술을 가진 엔케이맥스가 ‘성장동력’ 역할을 함으로써 안정성과 역동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것. 시장의 평가는 어떨까. 일단 긍정적이다. 현재 에이티젠의 시가총액은 3200억∼3300억 원, 엔케이맥스의 시가총액은 1200억∼1300억 원으로 추산된다. 단순 합산하면 합병 후 기업 가치는 4500억 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몇몇 전문가는 이 시너지에 주목하면서 “기업 가치가 5000억∼6000억 원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 정도 규모의 면역세포 치료제 기업은 국내에는 차바이오텍(시가총액 1조1000억 원 내외)을 빼면 그다지 많지 않다. 흥미로운 점이 있다. 합병 후 회사 이름이 에이티젠이 아니라 엔케이맥스다. 합병 회사의 사명을 버리고 피합병 회사의 사명을 택한 것. 박 대표는 “우회상장이라고 오해하지 말아 달라.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무슨 뜻일까. 무엇보다 회사의 비전과 직결돼 있다고 했다. 진단키트와 건강기능식품만으로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없다는 게 박 대표의 판단이다. 하지만 면역세포치료제를 비롯해 바이오 신약 개발에서 선두를 유지하면 성장 가능성은 무한대로 커진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새로운 회사명은 엔케이맥스가 더 적절하다는 것. 박 대표는 “NK세포는 암, 자가면역, 항노화, 치매 등 여러 질병의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 앞으로 다양한 신약을 개발하려면 해외에서 이름이 알려진 엔케이맥스를 사명으로 정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엔케이맥스가 개발한 면역세포치료제 ‘슈퍼NK’는 지난해 말부터 잇달아 성과를 내고 있다. 우선 국내에서 비소세포폐암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승인이 진행 중이다. 여기에 올해는 추가로 유방암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계획하고 있다. 멕시코에서는 건선이라는 자가면역 질환을 대상으로 임상시험 승인이 떨어진 상태다. 미국식품의약국(FDA)에도 암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신청한 상태. 박 대표는 이달 중 승인이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대표는 2019년을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하는 초석을 놓는 시기로 규정했다. 무엇보다 해외 투자 유치에 전력을 쏟기로 했다. 이미 여러 명의 해외 투자자를 만났다. 박 대표는 “싱가포르 기업인이 며칠 전 우리 회사를 찾아와 미팅을 가졌다”며 “이야기한 내용을 모두 공개할 순 없지만 대규모 투자와 싱가포르 현지 합작법인 설립 등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르면 4월에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바이오 시장은 한국의 100배 이상 규모다. 박 대표가 특히 미국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올 1월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약품 제조시설을 짓기 위한 부지와 건물을 매입하기도 했다. FDA의 임상시험 승인이 떨어지면 곧바로 이곳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최근 들어 관심을 보이는 미국 투자자들이 늘었다. 박 대표는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미국으로 가야 한다. 미국 현지에서 개인 자산가, 헤지펀드 사업가 등 3, 4명과 비즈니스 미팅이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올해 해외 투자 유치 목표를 일단 500억 원으로 잡았다. 목표를 너무 높게 잡으면 자칫 일만 벌여놓고 수습이 안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투자 규모가 조금 작더라도 내실이 더 중요하다는 것. “올해 절반은 외국에서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국내 시장 규모가 작기에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해야 정말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지금은 정신없이 바쁘지만 12월에 웃을 수 있도록 반드시 성과를 낼 겁니다.”▼세포치료제 시장 年20%씩 ‘폭풍 성장’… 내년 100억달러 달할듯 ▼ 전 세계적으로 세포치료제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7년 발간된 첨단바이오의약품 산업백서에 따르면 세계 세포치료제 시장 규모는 연평균 20.1%씩 성장해 2020년 100억 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신 세포치료제는 대체로 면역세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T세포와 NK(Natural Killer·자연살해)세포가 대표적인 면역세포다. T세포를 중심으로 개발된 면역항암제를 보통 제3세대 항암제라 한다. 최근에는 NK세포를 활용하는 바이오 기업이 늘면서 일부에서는 이를 제4세대 항암제라 부르기도 한다. 이미 많은 바이오 기업이 NK세포를 활용한 암 치료제를 개발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일부 치료제는 임상 1상을 끝내기도 했다.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페이트 세러퓨틱스, 난퀘스트, 셀진, 글라이코스템 등을 꼽을 수 있다. NK세포를 활용한 신약을 개발하는 국내 바이오 기업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규모만 놓고 보면 차바이오텍이 가장 크다. 그 뒤를 이어 엔케이맥스, 녹십자랩셀, 박셀바이오 등이 2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임상시험이 막 시작됐다. 비소세포폐암, 간암, 난소암, 급성골수성백혈병 등에 대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일단 국내에서는 주사 형태의 세포 치료가 허용되지 않는다. 이 주사제가 약사법상 약품으로 분류돼 있기 때문이다. 임상시험을 모두 끝내고 의약품 허가를 받기 전까지는 치료제로 활용할 수 없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첨단 의료 분야이면서 안전성이 입증된 세포 치료나 유전자 치료에 한해 정부가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런 시술이 허가된 일본으로 건너가 치료를 받는 한국인이 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14년 1월 위험도가 낮은 세포 치료에 한해 ‘첨단재생의료 제품’으로 규정해 의약품 허가가 떨어지기 전이라도 시술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에서는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통과되지 않고 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19-02-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지금 필요한 것은 입시교육이 아니라 창업교육이다

    전 세계적으로 코딩 교육이 열풍이다. 하지만 국어, 영어, 수학에 이어 코딩이 또 다른 수험 과목으로 변질하고 있다. 저자는 “지금의 교육 과정에서 기술만 배우면 저임금 개발자로 일할 가능성이 크다. 똑같이 코딩을 배우는데 미국 아이들은 마크 저커버그를 꿈꾸고 한국 아이들은 삼성 취업만을 꿈꾼다면 너무 안타까운 일 아니냐”고 지적했다. 저자는 명문 입시 강사였다. 명문대를 졸업한 제자들이 “할 줄 아는 게 없다”고 말한 데 충격을 받고 창업 교육을 모색했다. 그 결과 창의력과 자생력, 문제해결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자녀의 성공을 바란다면 창업가들을 주목할 것을 저자는 주문한다. 구글, 유튜브, 인스타그램, 넷플릭스, 스냅챗의 창업가들이 모두 스탠퍼드대 출신이다.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스탠퍼드식 교육법을 국내 교육 환경에 맞춰 재해석했다. 가장 궁극적인 목표는 아이들이 삶을 스스로 주도하도록 육성하는 것이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19-02-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가성비 지존’ 당구의 귀환… 5060, 다시 큐를 잡다

    《50대 이후 중장년층 사이에 당구 인기가 심상치 않다. 목 좋은 당구장에는 어김없이 5060세대들이 포진해 있다. 그들은 단순히 당구장에서 게임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옛날을 추억하고 건강도 챙긴다. 이런 이유로 골프 마니아를 자처하던 이들도 당구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덩달아 내리막을 타던 당구 산업도 회생하고 있다. 골목길에서 사라져가던 당구장이 다시 늘어나 어느새 PC방 수를 앞질렀다. 이들이 뒤늦게 빠져든 당구의 매력은 무엇일까. 일단 비용 부담이 크지 않다는 게 주머니가 얇아진 5060세대에게 어필하고 있었다. 또래 친구들과 사회적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도 한몫했다. 여기에 의학적으로 건강 효과가 상당하다는 연구 결과도 영향을 미쳤다. 5060세대의 당구 열풍을 해부해 봤다.》 설을 앞둔 1일 오후 1시 반경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 위치한 명인당구장. 점심시간 직후라 그런지 한산한 분위기였다. 8대의 당구대 중 7대가 비어 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3명의 손님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또 오셨어요?” 당구장 주인이 밝은 목소리로 맞았다. 이들은 대기업에서 은퇴한 후 퇴직자 모임에서 만난 당구 동호인들. 어느덧 친해져 당구장을 함께 찾는 사이가 됐다. 박세득 씨(73)는 스스로를 ‘돌아온 초보’라고 했다. 한 달 전, 50년 만에 큐대를 잡았다. 박 씨는 “은퇴 후 골프도 치고 다른 취미생활을 해봤지만 당구만 한 게 없다. 몸에 무리도 안 가고 또래와 쉽게 어울릴 수 있다”며 웃었다. 박 씨는 며칠 전 스코어 150을 돌파했다. 몸이 기억하는 게 신기했다. 함께 온 곽철호 씨(67)는 2년 전 시작한 당구에 푹 빠져 당구 예찬론자가 됐다. “골프, 등산은 갈수록 힘이 부쳐요. 저렴하게 즐기고 두뇌 회전에도 도움이 되니, 일석삼조 아니겠어요.” 최근 50대 이후 중장년층들에게 당구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쓰러져가던 당구 산업을 이들이 살렸다는 말까지 나온다. 한국인이라면 죽을 때까지 끊기 어렵다는 골프도 포기하고 당구의 세계로 뛰어든 이도 많다.○ 당구장마다 ‘5060’ 북적북적 1일 오후 동아일보 취재팀이 서울 여러 지역의 당구장을 동시에 찾았다. 대부분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20, 30대 젊은층도 간혹 있지만 주류는 50대 이후였다. 성동구 마장로 3층짜리 건물의 2층에 있는 삼성당구장. 중절모에 한껏 멋을 부린 60대 노인 4명이 게임을 하고 있었다. 이 당구장은 성동구에서 노인들 사이에 명소로 꼽힌다. 목요일이나 금요일에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다. 이 당구장 김원근 사장은 “매일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실버할인’을 시행해 입장료 5000원만 받는다. 여성은 할인 폭이 더 커 3000원만 내면 된다. 이 때문에 낮에 중장년층이 많이 몰린다”고 소개했다. 박 씨라고 성만 밝힌 60대 노인은 “푼돈으로 이보다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레저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강남구 신사동의 J빌리어드 당구장은 고교 동문 팀이 자주 찾는다. 이날도 대전고 동문 3명이 게임을 하고 있었다. 이들 외에도 60대로 구성된 고교 동문 4, 5개 팀이 거의 매일 이곳에서 게임을 즐긴다. 이 당구장 음종성 사장은 “5060 세대 고객은 낮에 와서 2, 3시간 게임을 즐긴 후 저녁 식사나 술 한잔하러 가는 게 일반적이다. 삶을 즐긴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고 귀띔했다. 정기적으로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당구대회를 여는 당구장도 제법 많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복지관도 잇달아 당구교실을 열고 있다. 성동구 사회복지사 지현호 씨는 “최근에는 60대 여성 신청자가 크게 늘고 있다”며 “모집 정원(144명)의 절반 이상이 여성”이라고 말했다.○ 재미 넘치는 ‘불황’형 소비 이장영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스포츠 여가·문화사회학 전공)는 “은퇴 또는 명예퇴직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당구에 몰리는 것은 사회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다 보니 지출이 적어야 하고, 건강에 무리가 가지 않는 운동을 찾다 보니 그게 당구라는 것. 최근 들어 당구 전용 케이블 채널에 각종 대회까지 열리는 것도 5060세대 당구 열기를 부추겼다. 이 교수는 “(자신도) 매주 토요일 당구 동호회에서 2, 3시간씩 게임을 즐긴다”며 “당분간 당구가 은퇴자들의 가장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레저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사자인 5060세대는 어떤 이유로 당구에 끌릴까. 50대 회사원 이기호 씨는 저렴한 이용료를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2만 원 정도만 내면 2시간을 즐길 수 있어 스크린골프의 절반 값이다. 회사 동료들과 저녁 때 1차로 소주 한잔하고 2차로 당구장에 간다. 진 팀이 게임비와 맥주 한잔 값을 추가로 내지만 이 또한 큰 부담은 아니다.” 거의 매일 당구장을 찾는다는 당구 마니아 김선수(가명·55·자영업자) 씨는 저렴한 비용 외에 접근성과 편의성에 높은 점수를 줬다. “골프 테니스 배드민턴 같은 종목은 개인장비를 갖추고, 필요한 시설을 갖춘 곳을 찾아가야만 한다. 반면 당구장은 도심 빌딩에 위치한 데다 장비가 갖춰져 있어 몸만 가면 된다.” 결국 당구가 적은 돈으로 최고의 ‘가성비’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인기를 얻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장기간 계속되고 있는 경기 침체와 무관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아날로그 감성에 만족감 극대화 여기에 중장년층 사이에 불고 있는 복고 열풍도 당구 인기에 한몫했다. 학창 시절 당구장에서 친구들과 어울렸던 추억 등 ‘아날로그’ 감성에 자극을 받아 당구로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원 김현태 씨(50)는 “요즘 당구장에 가면 고교 시절 선생님 몰래 치면서 가슴 졸였던 생각이 난다”며 “세상에서 제일 맛이 있다는 ‘당구장 짜장면’을 먹을 수 있지만 담배를 못 피우는 것은 좀 아쉽다”고 털어놨다. 사업가 조영채 씨(51)도 “당구는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젊은 날 친구들과 추억을 나눌 수 있는 유희문화로 본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당구장 산업도 활력을 되찾고 있다. PC방이 생기면서 20대가 대거 당구장을 떠나는 바람에 당구장은 1999년 2만8300여 곳에서 2003년 1만4900여 곳, 절반 가까이로 쪼그라들었다. 그런데 최근 5060세대의 당구 열풍에 전국 당구장 수는 지난해 말 기준 2만2000여 개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 J빌리어드 당구장 음 사장도 불황의 틈을 노려 3년 전 이곳을 인수했다. 이곳은 그 일대에서 유명한 단란주점이나 나이트클럽이었다. 이 일대의 노래방이나 찜질방 등이 문을 닫으면서 당구장이 자리를 채운 셈이다. 창업 트렌드 전문가 허건 행복한가게연구소장은 “여가 시간은 늘어났지만 가처분 소득이 줄어든 중장년층이나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에게 당구는 제격이다”라며 “불황형 소비이기도 하지만 불황형 창업 아이템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 50대 이후에 권할 만한 저강도 운동 당구가 5060세대의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분석도 빼놓을 수 없는 인기 요소다. ‘당구 마니아’ 김선수 씨는 “당구는 실내에서 안전하게 즐길 수 있고 관절에도 무리가 가지 않는다. 동년배들과 어울리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면 마음도 즐거워진다”고 예찬론을 펼칠 정도다. 이런 믿음은 실제로 근거가 있다. 2014년 덴마크 코펜하겐의 노후건강연구소가 60, 70대를 대상으로 당구와 노년 건강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주 4회 이상 당구 게임을 즐기는 사람일수록 건강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중장년층 남성들이 당구를 즐기면서 다른 사람들과의 유대감을 높임으로써 삶의 질이 향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내 의학자들도 이런 견해에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당구대 한 바퀴를 돌면 10∼13m를 걷게 된다. 1시간 당구를 즐긴다면 적게는 2km에서 많게는 4km까지 걷는 셈이다. 박윤길 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당구는 과격한 신체 접촉이 없고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저강도 운동으로, 만성질환이 있을 수 있는 50대 이후 세대에게 권할 만하다”고 말했다. 공을 칠 때 취하는 기마 자세는 하체 근력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 박 교수는 “다만 허리를 굽혔다 폈다 하는 동작을 반복하기 때문에 허리가 약한 중년에게는 다소 무리가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선 사전에 충분하게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다. 당구공을 칠 때는 상당히 집중해야 한다. 초보라면 공을 치기 전에 계산할 게 별로 없지만 실력이 늘수록 공략법이 복잡해진다. 머릿속에서 계산하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두뇌 활동도 활발해진다. 게다가 친구들과 게임을 하면서 사회적 만족감도 얻을 수 있다. 이로 인해 뇌와 관련된 질병을 막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박 교수도 “또래들과의 사회 활동이 활발해지면 인지장애와 치매를 막는 데 도움을 준다”며 이 같은 의견에 동의했다.김상훈 corekim@donga.com·송진흡·유재영 기자}

    • 2019-02-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한쪽 팔다리 힘 빠지거나 감각 없으면 뇌중풍 의심

    설 연휴가 시작됐다. 귀성길 정체가 지겹지만 마음만큼은 넉넉하다. 오랜만에 정겨운 사람들과 회포를 풀 생각에 살짝 들뜨기까지 한다. 이래서 명절은 즐겁다. 명절을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이는 아마도 타지로 나가 살고 있는 자식들을 기다리는 부모님일 것. 자식 잘되기만을 바라며 평생을 살아온 분들. 연로한 탓에 크고 작은 병에 시달리면서도 자식들에게 서운한 소리 한번 못 하는 분들. 이번 설엔 작지만 의미 있는 효도를 하는 것은 어떨까. 부모님의 건강을 직접 체크해 보자. ‘베스트 닥터’가 아니어도 좋다. 정성과 성의만 있으면 된다. 질병의 전조증상을 꼼꼼히 따져보자. 부모님의 안색을 살피고, 묻고 또 묻자. 그러면 ‘비상사태’를 막을 수 있다. 하나 더. 명절 이후로 부모님의 건강검진 예약을 잡아드리면 더 좋다. ○ 뇌중풍, 어지럼증-마비-두통 모두 살펴야 뇌중풍(뇌졸중)은 크게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과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로 나눈다. 두 질환 모두 뇌에 산소와 포도당이 공급되지 않아 발생한다. 오랜 시간에 걸쳐 뇌혈관이 조금씩 손상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쿵’ 하고 발병한다. 따라서 전조증상을 살피는 게 다른 어떤 질병보다 중요하다. 환자의 20∼40%는 전조증상을 보인다. 증상은 만성적이라기보다는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특성이 있다. 증상이 하루 정도 지속될 수도 있지만 짧으면 30분 이내에 사라진다. 이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어가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전조증상이 일단 나타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뇌중풍의 습격을 받을 확률이 10배 정도 높다. 실제로 전조증상을 무심코 넘겼다가 2, 3일 이내에 뇌중풍이 덮쳐 병원을 찾는 사례는 흔하다. 어느 날 갑자기 한쪽 팔과 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마비 현상이 나타난다면 뇌중풍 전조증상일 확률이 높다. 양쪽 팔다리가 저리다면 당뇨 합병증 등으로 인한 신경계 손상이 원인일 수 있다. 이 또한 원인을 파악해야겠지만 일단은 뇌중풍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손발이 차갑다면 혈액순환 장애, 밤에만 손목이 저리다면 말초신경 장애일 수 있다. 어지럼증도 살펴야 한다. 앉았다가 일어설 때 어지럽다면 귓속 평형기관 문제일 수 있지만 단정해서는 안 된다. 일단 심한 정도에 주목해야 한다. 대체로 △천장이 빙빙 돌거나 △술에 취한 것처럼 휘청거리거나 △중심 잡기가 힘들거나 △심하게 멀미하는 것 같거나 △눈을 감았는데도 어지럽다면 뇌중풍 전조증상으로 본다. 두통도 체크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머리에 벼락이 내리친 것 같다고 느낄 만큼 극심한 두통이 갑자기 나타난다. 갑자기 시야의 한쪽이 어두컴컴해지거나 사물이 2개로 보이는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말이 어눌해지면서 제대로 의사소통이 안 된다면 이 또한 전조증상으로 봐야 한다. 증상의 정도가 심하다면 이미 병이 진행되고 있을 위험이 있다. 곧바로 응급 처치를 받아야 한다. 특히 의식이 혼미해졌다면 지체 없이 119구조대에 연락해야 한다. 의식이 없을 때는 어깨 밑에 베개를 둬 목이 뒤로 젖혀지게 해야 한다. 머리 밑에 베개를 두면 기도가 막힐 수 있다. 이경열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는 “일단 증상이 나타나면 3∼5시간 이내에 혈전용해제를 투여해야 한다.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 심근경색, 가슴 통증 없다고 무시해선 안 돼 심근경색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혀 발생한다. 대부분은 심근경색 이전에 혈관 일부가 막히는 협심증 단계를 거친다. 따라서 협심증 단계에서 나타나는 전조증상을 잘 파악해야 한다. 대표적인 전조증상은 가슴 통증이다. 특히 움직이거나 운동할 때 나타나는 가슴 통증이 협심증과 심근경색의 전조증상일 확률이 높다. 당뇨병, 고지혈증, 흡연이 병을 유발하는 위험 요소이기 때문에 부모님이 여기에 해당한다면 통증을 세밀히 살펴야 한다. 밤에 잠자리에 누웠을 때만 통증이 나타난다면 협심증일 확률은 낮다. 이 경우에는 위산 역류가 원인일 수 있다. 다만 스트레스를 받거나 흥분했을 때 가슴 통증이 자주 나타난다면 심장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가슴이 조금 뻐근한 정도의 통증은 심근경색의 전조증상이 아니다. 심장을 쥐어짜는 듯 혹은 매운 고춧가루를 뿌린 듯 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통증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도 특징이다. 가슴에서 시작한 작은 통증이 주변으로 퍼져 목이나 턱, 치아가 아픈 적은 없는지도 파악해야 한다. 가슴 통증이 사방으로 퍼진 방사통으로 악화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모든 심근경색 환자에게서 가슴 통증이 나타나진 않는다. 이철환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25%의 환자에게서는 이런 흉통이 나타나지 않고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한다. 특히 노인이나 당뇨병을 오래 앓은 사람에게는 전조증상이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니 다른 증상도 살펴야 한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이 경우 △심한 무력감 △갑작스러운 호흡곤란 △저혈압 △의식 잃음 등이 전조증상으로 나타난다. 노인이라 기력이 떨어지고 폐활량도 적은 게 호흡곤란의 원인이라고 섣불리 단정해서는 안 된다. 이 모든 증상은 질병의 전조증상이란 것을 명심하자. 잘 살피면 다른 심장질환도 발견할 수 있다. 심부전증에 걸렸다면 호흡할 때 쌕쌕거리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리며 마른기침을 자주 한다. 감기에 걸리지 않았는데도 기침을 자주 한다. 잠자다가 자지러지는 기침을 하며 여러 번 깼다면 연휴가 끝난 후에 곧바로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치매와 파킨슨병도 미리 발견할 수 있어 자주 멍한 표정을 짓거나 목소리가 작아지고 떨리면 파킨슨병을 의심할 수 있다. 구부정하게 굽은 채로 종종걸음을 걷는 것도 파킨슨병의 전조증상이다. 특히 TV를 시청할 때 넋을 놓거나 손을 떨면 정밀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치매는 빨리 발견할수록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우선 부모님의 기억력이나 계산 능력이 예전보다 많이 떨어졌는지 살펴보자. 성격 변화도 체크 포인트다. 예전보다 말을 덜 하거나 화를 내는 일이 유달리 많아졌다면 치매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노인에게 자주 나타나는 관절 질환도 살펴야 한다. 부모님의 걸음걸이를 잘 관찰하자. 장원혁 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부모님의 걷는 모습만 유심히 살펴도 웬만큼은 건강 상태를 체크할 수 있다”며 “평소와 조금 다른 모습이며, 특히 계단을 오르내릴 때 힘들어하거나 허리 통증을 호소한다면 퇴행성관절염이거나 엉덩관절(고관절) 질환일 수 있다”고 말했다. 10분도 걷지 않았는데 양쪽 다리에 쥐가 나고, 허리를 구부리면 통증이 줄어드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척추협착증일 확률이 높다. 허리를 굽히면 통증이 사라지니 자꾸 허리를 굽힌 채로 걸으려 한다. 이럴 때 허리를 펴보게 하라. 그때 양쪽 다리가 심하게 당긴다면 협착일 가능성이 높다. 만약 등산을 즐기는 부모님이라면 등산할 때 통증이 나타나는지 물어보라. 척추협착증이라면 산을 오를 때는 통증이 없다가 내려올 때 통증이 나타난다. ▼“식사 제때 드세요?” “슬프거나 우울하신가요?”▼노화라 생각 말고 유심히 보세요 ‘부모님 건강질문’연세 탓에 부모님의 식사량이 줄어들고 활동량도 적어졌다고 생각하지 말자. 조금만 더 광범위하게 생각하면 이는 단순한 노화 과정이 아니라 모든 질병의 전조 증상이다. 이은주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자식은 물론이고 부모님 자신도 노화 과정이라 여기고 무심코 넘기는 증상이 나중에 병으로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인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6가지 건강질문’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 부모님께 다음 질문을 해 보자.① 식사를 매일 규칙적으로 하나요? 끼니를 규칙적으로 챙기지 못하는 이유를 알아내야 한다. 무릎과 허리 통증 때문에 장 보러 가지 못했을 수도 있고, 치과 질환 때문에 끼니를 거르는 사례도 많다. 끼니를 챙기지 못하는 이유를 묻다 보면 무릎과 허리, 치아의 건강 상태를 체크할 수 있다.② 술 또는 담배를 하나요? 과음과 흡연은 노인에게 더욱 치명적이다.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부모님이라면 당연히 금주와 금연이 필수다. 당장 병에 걸리지 않은 노인이라 하더라도 음주와 흡연으로 인해 심혈관계 질환, 인지기능 장애, 치매, 안과 질환, 낙상, 우울증이 생길 수 있다.③ 여러 약을 장기 복용하나요? 많은 노인들이 동시에 여러 약을 복용한다. 또한 복용 지침을 지키지 않고 약을 마음대로 먹는 노인도 많다. 5종류 이상의 약을 장기 복용하거나 복용 지침을 어기면 없던 병도 생길 수 있다. 부모님이 여기에 해당하는지 확인하라.④ 지난 6개월간 낙상 경험이 있나요? 노인 낙상의 가장 흔한 합병증이 골절이다. 일단 골절이 생기면 회복하는 데 최소한 6개월에서 1년이 소요된다. 회복이 됐다 해도 기능의 30% 정도만 돌아온다. 한번 낙상하면 추가 낙상 위험이 있다. 추운 날 외출을 자제하도록 당부해야 한다.⑤ 기억력이 약해졌나요? 치매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질문이다. 기억력이 떨어졌다면 일단 두뇌 활동을 활발히 하도록 권하라. 식후 가볍게 동네를 걷는 등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사람들과 자주 어울리면서 사회 활동을 할 것을 추천하는 게 좋다. ⑥ 슬프거나 우울한가요? 노인 우울증을 판단할 수 있다. 노인 우울증은 화병이나 소화불량, 불면증 등 여러 증상으로 나타난다. 우울증 때문에 병원에 가는 노인이 많지 않아 병을 키우는 경향이 강하다. 자칫 심장질환, 수면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19-02-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이럴땐 뇌중풍 전조증상…부모님 건강 직접 체크해 보자

    설 연휴가 시작됐다. 귀성길 정체가 지겹지만 마음만큼은 넉넉하다. 오랜만에 정겨운 사람들과 회포를 풀 생각에 살짝 들뜨기까지 한다. 이래서 명절은 즐겁다. 명절을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이는 아마도 타지로 나가 살고 있는 자식들을 기다리는 부모님일 것. 자식 잘 되기만을 바라며 평생을 살아온 분들. 연로한 탓에 크고 작은 병에 시달리면서도 자식들에게 서운한 소리 한 번 못하는 분들. 이번 설엔 작지만 의미 있는 효도를 하는 것은 어떨까. 부모님의 건강을 직접 체크해 보자. ‘베스트 닥터’가 아니어도 좋다. 정성과 성의만 있으면 된다. 질병의 전조증상을 꼼꼼히 따져보자. 부모님의 안색을 살피고, 묵도 또 묻자. 그러면 ‘비상사태’를 막을 수 있다. 하나 더. 명절 이후로 부모님의 건강검진 예약을 잡아드리면 더 좋다. ● 뇌중풍, 어지럼증-마비-두통 모두 살펴야 뇌중풍(뇌졸중)은 크게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과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로 나눈다. 두 질환 모두 뇌에 산소와 포도당이 공급되지 않아 발생한다. 오랜 시간에 걸쳐 뇌혈관이 조금씩 손상되다 어느 날 갑자기 ‘쿵’ 하고 발병한다. 따라서 전조증상을 살피는 게 다른 어떤 질병보다 중요하다. 환자의 20~40%는 전조증상을 보인다. 증상은 만성적이라기보다는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특성이 있다. 증상이 하루 정도 지속될 수도 있지만 짧으면 30분 이내에 사라진다. 이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전조증상이 일단 나타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뇌중풍의 습격을 받을 확률이 10배 정도 높다. 실제로 전조증상을 무심코 넘겼다가 2, 3일 이내에 뇌중풍이 덮쳐 병원을 찾는 사례는 흔하다. 어느 날 갑자기 한쪽 팔과 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마비 현상이 나타난다면 뇌중풍 전조증상일 확률이 높다. 양쪽 팔다리가 저리다면 당뇨 합병증 등으로 인한 신경계 손상이 원인일 수 있다. 이 또한 원인을 파악해야겠지만 일단은 뇌중풍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손발이 차갑다면 혈액순환 장애, 밤에만 손목이 저리다면 말초신경 장애일 수 있다. 어지럼증도 살펴야 한다. 앉았다가 일어설 때 어지럽다면 귓속 평형기관 문제일 수 있지만 단정해서는 안 된다. 일단 심한 정도에 주목해야 한다. 대체로 △천장이 빙빙 돌거나 △술에 취한 것처럼 휘청거리거나 △중심잡기가 힘들거나 △심하게 멀미하는 것 같거나 △눈을 감았는데도 어지럽다면 뇌중풍 전조증상으로 본다. 두통도 체크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머리에 벼락이 내려친 것 같다고 느낄 만큼 극심한 두통이 갑자기 나타난다. 갑자기 시야의 한쪽이 어두컴컴해지거나 사물이 2개로 보이는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말이 어눌해지면서 제대로 의사소통이 안 된다면 이 또한 전조증상으로 봐야 한다. 증상의 정도가 심하다면 이미 병이 진행되고 있을 위험이 있다. 곧바로 응급 처치를 받아야 한다. 특히 의식이 혼미해졌다면 지체 없이 119구조대에 연락해야 한다. 의식이 없을 때는 어깨 밑에 베개를 둬 목이 뒤로 젖혀지게 해야 한다. 만약 머리 밑에 베개를 두면 기도가 막힐 수 있다. 이경열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는 “일단 증상이 나타나면 3~5시간 이내에 혈전용해제를 투여해야 한다.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 심근경색, 가슴통증 없다고 무시해선 안돼 심근경색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혀 발생한다. 대부분은 심근경색 이전에 혈관 일부가 막히는 협심증 단계를 거친다. 따라서 협심증 단계에서 나타나는 전조증상을 잘 파악해야 한다. 대표적인 전조증상은 가슴통증이다. 특히 움직이거나 운동할 때 나타나는 가슴통증이 협심증과 심근경색의 전조증상일 확률이 높다. 당뇨병, 고지혈증, 흡연이 병을 유발하는 위험요소이기 때문에 부모님이 여기에 해당한다면 통증을 세밀히 살펴야 한다. 밤에 잠자리에 누웠을 때만 통증이 나타난다면 협심증일 확률은 낮다. 이 경우에는 위산 역류가 원인일 수 있다. 다만 스트레스를 받거나 흥분했을 때 가슴통증이 자주 나타난다면 심장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조금 가슴이 뻐근한 정도의 통증은 심근경색의 전조증상이 아니다. 심장을 쥐어짜는 듯 혹은 매운 고춧가루를 뿌린 듯 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통증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도 특징이다. 가슴에서 시작한 작은 통증이 주변으로 퍼져 목이나 턱, 치아가 아픈 적은 없는지도 파악해야 한다. 가슴통증이 사방으로 퍼진 방사통으로 악화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모든 심근경색 환자에서 가슴통증이 나타나진 않는다. 이철환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25%의 환자에서는 이런 흉통이 나타나지 않고 급성심근경색이 발생한다. 특히 노인이나 당뇨병을 오래 앓은 사람에게는 전조증상이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니 다른 증상도 살펴야 한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이 경우 △심한 무력감 △갑작스런 호흡곤란 △저혈압 △의식 잃음 등이 전조증상으로 나타난다. 노인이라 기력이 떨어지고 폐활량도 적은 게 호흡곤란의 원인이라고 섣불리 단정해서는 안 된다. 이 모든 증상은 질병의 전조 증상이란 것을 명심하자. 잘 살피면 다른 심장질환도 발견할 수 있다. 심부전증에 걸렸다면 호흡할 때 쌕쌕거리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리며 마른기침을 자주 한다. 감기에 걸리지 않았는데도 기침을 자주 한다. 잠자다가 자지러지는 기침을 하며 여러 번 깼다면 연휴가 끝난 후에 곧바로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치매와 파킨슨 질환도 미리 발견할 수 있어 자주 멍한 표정을 짓거나 목소리가 작아지고 떨리면 파킨슨병을 의심할 수 있다. 구부정하게 굽은 채로 종종걸음을 걷는 것도 파킨슨병의 전조증상이다. 특히 TV를 시청할 때 넋을 놓거나 손을 떨면 정밀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치매는 빨리 발견할수록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우선 부모님의 기억력이나 계산 능력이 예전보다 많이 떨어졌는지 살펴보자. 성격 변화도 체크포인트다. 예전보다 말을 덜하거나 화를 내는 일이 유달리 많아졌다면 치매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노인에게 자주 나타나는 관절 질환도 살펴야 한다. 부모님의 걸음걸이를 잘 관찰하자. 장원혁 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부모님의 걷는 모습만 유심히 살펴도 웬만큼은 건강 상태를 체크할 수 있다”며 “평소와 조금 다른 모습이며, 특히 계단을 오르내릴 때 힘들어하거나 허리통증을 호소한다면 퇴행성관절염이거나 엉덩관절(고관절) 질환일 수 있다”고 말했다. 10분도 걷지 않았는데 양쪽 다리에 쥐가 나고, 허리를 구부리면 통증이 줄어드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척추협착증일 확률이 높다. 허리를 굽히면 통증이 사라지니 자꾸 허리를 굽은 채로 걸으려 한다. 이럴 때 허리를 펴보게 하라. 그때 양쪽 다리가 심하게 당긴다면 협착일 가능성이 높다. 만약 등산을 즐기는 부모님이라면 등산할 때 통증이 나타나는지 물어보라. 척추협착증이라면 산을 오를 때는 통증이 없다가 내려올 때 통증이 나타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뇌중풍 전조증상 체크리스트>1. 한쪽 팔다리가 힘이 빠져 움직이기가 어렵거나, 저리고 감각이 없어진다.2. 한쪽 눈이나 또는 양쪽 눈 모두 흐리게 보이거나 잘 보이지 않는다.3. 발음이 어둔해 지거나,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거나, 남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4. 머리가 갑자기 번개나 망치로 맞은 듯이 아주 심하게 아프다.5. 어지럽거나 중심을 못 잡고 휘청거린다. ※ 하나라도 해당되면 뇌중풍을 의심해야 한다. 증상은 몇 분에서 몇 십분 정도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갑자기 구토나 혼수상태에 빠지면 즉시 병원으로 가야 한다. <심장질환 전조증상 체크리스트>1. 가슴에 통증이 있다. 2. 통증이 왼쪽 팔이나 턱으로 번졌다. 3. 호흡 곤란 증세가 가끔 나타난다.4. 실신하거나 어지럼증이 심하다.5. 최근 들어 피로감이 심하다6. 감기에 걸리지 않았는데도 기침이 심해졌다.7. 부종이 자주 생긴다. 8. 갑작스럽게 체중이 증가했거나 감소했다. ※1~5번은 협심증과 심근경색, 부정맥이 의심되는 증상. 5~8번은 심부전증이 의심된다. <치매 전조증상 체크리스트>1. 기억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2. 기억력이 10년 전보다 심하게 나빠진 것 같다.3. 기억력이 도래의 다른 사람보다 심하게 나쁜 것 같다.4. 기억력 저하로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낀다.5. 최근에 일어난 일을 기억하기 어렵다.6. 며칠 전에 나눈 대화 내용을 기억하기 어렵다.7. 며칠 전 약속을 기억하기 어렵다.8. 친한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기 어렵다.9. 물건 둔 곳을 기억하기 어렵다.10. 예전보다 물건을 자주 잃어버린다. 11. 집 근처에서 길을 잃은 적이 있다. 12. 가게에서 물건을 두세 가지 사려고 하는데 그 이름을 기억하기 어렵다.13. 가스불이나 전등 끄는 것을 기억하기 어렵다.14. 자주 사용하는 전화번호나 자신, 혹은 자녀의 집을 기억하기 어렵다. ※ 6개 이상이면 치매 검사를 받을 것이 권장된다. ▼ 단순한 노화과정이 아닐 수도…6가지 건강질문 ▼ 연세 탓에 부모님의 식사량이 줄어들고 활동량도 적어졌다고 생각하지 말자. 조금만 더 광범위하게 생각하면 이는 단순한 노화 과정이 아니라 모든 질병의 전조증상이다. 이은주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자식은 물론 부모님도 노화 과정이라 여기고 무심코 넘기는 증상이 나중에 병으로 악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노인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6가지 건강질문‘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문. 부모님께 다음 질문을 해 보자. ① 식사를 매일 규칙적으로 하나요? 끼니를 규칙적으로 챙기지 못하는 이유를 알아내야 한다. 무릎과 허리 통증 때문에 장보러 가지 못했을 수도 있고, 치과 질환 때문에 끼니를 거르는 사례가 많다. 끼니를 챙기지 못하는 이유를 묻다 보면 무릎과 허리, 치아의 건강 상태를 체크할 수 있다. ② 술 또는 담배를 하나요? 과음과 흡연은 노인에게 더욱 치명적이다.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부모님이라면 당연히 금주와 금연이 필수다. 당장 병에 걸리지 않은 노인이라 하더라도 음주와 흡연으로 인해 심혈관계 질환, 인지기능 장애, 치매, 안과 질환, 낙상, 우울증이 생길 수 있다. ③ 여러 약을 장기복용하나요? 많은 노인들이 동시에 여러 약을 복용한다. 또한 복용 지침을 지키지 않고 약을 마음대로 먹는 노인도 많다. 5종류 이상의 약을 장기복용하거나 복용 지침을 어기면 없던 병도 생길 수 있다. 부모님이 여기에 해당하는지 확인하라. ④ 지난 6개월간 낙상 경험이 있나요? 노인 낙상의 가장 흔한 합병증이 골절이다. 일단 골절이 생기면 회복하는 데 최소한 6개월에서 1년이 소요된다. 회복이 됐다 해도 기능의 30% 정도만 돌아온다. 한 번 낙상하면 추가 낙상 위험이 있다. 추운 날 외출을 자제하도록 당부해야 한다.⑤ 기억력이 약해졌나요? 치매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질문이다. 기억력이 떨어졌다면 일단 두뇌 활동을 활발히 하도록 권하라. 식후 가볍게 동네를 걷는 등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사람들과 자주 어울리면서 사회 활동을 할 것을 추천하는 게 좋다. ⑥ 슬프거나 우울한가요? 노인 우울증을 판단할 수 있다. 노인 우울증은 화병이나 소화불량, 불면증 등 여러 증상으로 나타난다. 우울증 때문에 병원에 가는 노인이 많지 않아 병을 키우는 경향이 강하다. 자칫 심장질환, 수면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 2019-02-01
    • 좋아요
    • 코멘트
  • 어두운 곳서 휴대전화 보면 안돼… 정기 눈 검사 필수

    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주부 이선애(가명·65·여) 씨는 1년 전부터 자신도 모르게 눈을 자주 깜빡였다. 가까운 사물이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노안 때문에 그런 것이라 생각했다. 얼마 후 눈꺼풀 안쪽과 눈동자 부분에서 통증이 나타났다. 날카로운 것으로 콕콕 찌르는 느낌이었다. 덜컥 겁이 났다. 당장 약국으로 달려가 인공눈물을 사서 매일 두세 차례 눈에 넣었다. 그래도 불안했다. 돌이켜 보니 지금까지 안과에서 제대로 검진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이 씨가 정소향 서울성모병원 안센터 교수를 찾아 궁금증을 풀었다. ○ 노안이라 방심 말고 안과 검진부터 받아야 정 교수는 우선 세극등현미경 검사를 시행했다. 안과에서 가장 기본적인 검사로, 빛을 쏘아 현미경으로 눈 상태를 체크한다. 눈꺼풀, 결막, 각막, 수정체 등의 이상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 정 교수는 이 검사를 통해 이 씨의 눈물막 상태와 염증 유무도 살펴봤다. 검사 시간은 5분 남짓. 정 교수는 “약간의 안구건조증이 있지만 일단 백내장이나 녹내장이 의심되지는 않는다. 비교적 건강한 편”이라고 진단했다. 간헐적인 통증이나 깜빡임 또한 노화 현상으로 나타난 것으로 추정했다. 정 교수는 이어 “당분간은 인공눈물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면서 불편한 증세가 나타나면 추가 검진을 하는 게 좋겠다”고 처방했다. 심각한 병에 걸린 게 아니라서 다행이라지만 사실 노안 자체는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요리하는 일에서부터 자동차 운전할 때 계기판을 읽는 일까지, 모든 분야에서 능력이 떨어진다. 당연히 행동이 위축되고 사고의 위험도 커진다. 정 교수는 노안에 대처하는 요령을 일러줬다. 우선 눈의 피로부터 낮춰야 한다. 이를 위해 피사체와 눈 사이의 거리를 적절히 두고 글씨를 키워서 눈을 찌푸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어두운 데서 책이나 휴대전화를 보는 것은 절대 금물. 밝은 곳에서 사물을 보면 동공의 크기가 작아져 피로감이 덜하다. 30분 동안 집중했다면 단 몇 분이라도 눈을 감고 피로를 해소하는 것도 좋은 방법. 정 교수는 이 씨의 눈 건강 상태가 양호하지만 지금까지 안과 검진을 받은 적이 없다는 점은 ‘위험 요소’로 진단했다. 정 교수는 더 정확한 눈 상태를 알기 위해 안저검사를 받을 것을 권했다. 안저검사는 백내장, 녹내장, 황반변성 등 심각한 질병까지 찾아낼 수 있다. 주변의 작은 병원에서도 검사가 가능하다. ○ 백내장, 수술로 간편하게 치료 이 씨는 “사실 백내장이나 녹내장 같은 병에 걸린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다. 안구건조증이 심해지면 혹시 그런 병에 걸릴 수도 있는지 물었다. 정 교수는 이에 대해 “안과 질환은 다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원인과 증세가 모두 다르다”라고 말했다. 백내장은 선천성과 후천성으로 나뉜다. 후천성 백내장은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안과 질환이다. 노화에 따른 질병이란 이야기다. 때로는 외상이나 아토피 피부염과 같은 다른 질병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추가로 정 교수는 “다른 질환 때문에 복용하는 약들이 백내장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했다. 특히 관절염 스테로이드 약, 정신건강의학과 분야와 심장 계통의 약이 그렇다. 백내장 진단을 받고 치료할 경우에는 이런 약품을 복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사에게 알려야 한다. 백내장은 초기부터 증세가 나타난다. 시력이 떨어지는 게 대표적이다. 40대 이후 갑자기 이런 증세가 나타난다면 백내장을 의심해봐야 한다는 것. 간혹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녹내장이나 황반변성이 원인일 수도 있다. 그러니 노안이려니 하고 방치해서는 안 된다. 백내장은 수술로 치료한다. 뿌연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 수정체를 삽입한다. 과거에는 복잡한 수술이었지만 최근에는 대학병원의 경우 대부분 20∼30분 이내에 끝난다. 따라서 굳이 입원하지도 않는다. 눈을 보호하는 것이 백내장 예방의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해 선글라스를 쓰고 외출하도록 한다. 미세먼지에 노출된 후로는 깨끗이 얼굴을 씻고, 안구건조증을 막기 위해 습도를 조절하는 정도다. 물론 금연은 필수다. ○ 3대 실명 질환, 조기 발견이 중요 많은 사람이 백내장과 녹내장을 비슷한 질병이라 여긴다. 아니다. 백내장은 빨리 발견해서 수술을 받으면 금세 좋아진다. 하지만 녹내장은 완치가 불가능하다. 방치하면 실명할 수도 있다. 녹내장,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을 3대 실명질환이라 부른다. 3대 질환에 가장 치명적인 위험 요소는 흡연이다. 담배부터 끊어야 할 이유다. 녹내장은 시신경이 손상돼 시야가 좁아지는 병이다. 40대 이상 중년 50명 중 1명꼴로 녹내장에 걸린다. 하지만 집계에 포함되지 않은 환자도 의외로 많다. 증세가 전혀 나타나지 않아 녹내장에 걸렸는데도 방치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시야가 상당히 좁아졌다고 느낀다면 이미 상당히 병이 진행됐을 확률이 높다. 이 경우 실명에 이를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안압이 높으면 발생할 확률이 높다. 안압이 정상범위(10∼21mmHg)를 넘어섰다면 안과에서 검사를 받는 게 좋다. 대한안과학회는 만 40세 이후로는 매년 1회 이상 안과 검진을 받기를 권고한다. 안저검사를 통해 녹내장 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며 추가로 시신경검사와 시야검사를 통해 확진한다. 정 교수는 “한국인에게는 정상 안압인데도 녹내장이 발생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러니 검진은 필수다”라고 말했다. 녹내장으로 진단되면 하루 1회 혹은 2회 안압을 떨어뜨리는 약물을 눈에 넣는다. 다른 치료법은 없다. 안압을 낮춰 시신경을 최대한 보존하는 것이다. 만약 안압이 떨어지지 않으면 수술을 통해 안압을 낮춘다. 황반변성은 황반이란 조직에 변성이 일어나 시력 장애를 일으키는 병이다. 시세포의 대부분이 황반에 모여 있어 이곳에 손상이 일어나면 시력을 잃을 수 있다. 당뇨망막병증은 당뇨병의 합병증으로 생기는 병이다. 녹내장과 마찬가지로 이 두 질환 또한 조기 발견이 가장 중요하다. 황반변성의 경우 시력이 떨어지는 증세가 가장 먼저 나타난다. 진단과 상담을 마친 이 씨는 “그동안 눈 건강은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너무 방치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당장 안저검사부터 예약해야겠다”라고 말했다. ▼눈물-눈 깜빡임-통증 동반… 수술보다 안경 착용 추천▼노안 증세와 치료법40대를 넘어서면 눈의 노화가 당연히 진행된다. 그렇다 보니 노안과 안과질환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증세별로 노안 여부를 잘 살펴야 한다. 노안에 대해 정소향 교수의 추가 설명을 들었다. ○ 노안과 질병을 구분하라 나이가 들면 눈물이 많아진다는 말이 있다. 틀린 말이 아니다. 눈물이 생기면 눈 주변의 근육이 움직여 코 뒤쪽의 ‘눈물길’을 통해 흘려보낸다. 나이가 들면 이 길이 종종 막힌다. 그러니 눈물이 고였다가 주르륵 흘러내리는 것이다. 다만 이런 증세가 자주 나타나거나 심해진다면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 눈을 자주 깜빡이거나 통증이 가끔 나타나는 것도 노안의 증세다. 피로나 스트레스, 안구건조 등의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다. 일단 인공눈물을 지속적으로 넣어주는 게 좋다. 하루 4회 정도가 적당하다. 다만 의사의 상담을 받는 게 좋다. 스스로 처방을 내려 인공눈물만 넣다가 각막 손상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인공눈물을 넣어도 눈 상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검사를 받는 게 필요하다. 눈 깜빡임도 방치하면 얼굴 전체로 확산되거나 안검경련이라는 병으로 악화할 수 있다. 증세가 반복되면 이 또한 검사가 필요하다.○ 수술로 노안 고칠 수 있나 최근 의원이나 안과 전문병원을 표방하는 의료기관에서 노안 수술을 적극 홍보한다. 수술을 받으면 노안이 사라질까. 정 교수는 “근본적인 해법은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보통 노안 교정 수술은 △레이저로 각막의 형태를 변화시키는 방법 △각막 내에 보형물을 삽입하는 방법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방법 등이 있다. 하지만 각각의 방법에 모두 부작용이 따른다. 노안의 원인인 ‘수정체와 섬모체근의 조절력 약화’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레이저 시술의 경우 곧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 보형물은 각막혼탁을 일으킨다는 보고가 많아 현재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은 백내장이 있는 환자를 상대로 수술할 때 동시에 진행한다. 이 경우에도 근거리 시력은 향상되지만 원거리 시력은 큰 변화가 없으며 야간의 빛 번짐, 눈부심 등의 부작용이 있다. 정 교수는 수술이 아닌 안경을 이용해 노안을 교정할 것을 권했다. 안과 검사를 통해 본인의 눈에 맞는 돋보기나 다초점 안경을 맞추어 착용하는 것이 좋다. 2년마다 정기적으로 검사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안경을 바꾸도록 한다. ▼고난도 백내장 수술 전문… 치료-연구 모두 일가견▼안과질환 베스트닥터 정소향 서울성모병원 안센터 교수정소향 서울성모병원 안센터 교수(45·여)는 치료와 연구의 모든 분야에서 주목받는 ‘젊은 베스트닥터’로 꼽힌다. 정 교수는 외상으로 인해 발생한 백내장이나 노안을 동반한 백내장 수술, 각막 이식이 필요한 백내장 수술 등 고난도의 백내장 수술 전문가다. 현재 한국백내장굴절수술학회의 학술이사를 맡고 있다. 수술 전에는 환자의 정보를 직접 세세하게 살핀다. 환자의 정보를 얼마나 아느냐에 따라 수술 성과도 좋아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환자가 스트레스를 덜 받게 배려해주는 의사로도 유명하다. 정 교수는 현재 서울성모병원 CS(고객만족)센터의 부장도 맡고 있다. 이와 함께 전체 인구의 40% 정도가 한 번쯤은 걸려본 눈 마름(안구건조) 치료를 위해 ‘건성안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난치성 각막·결막 질환 치료로 연구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미 알레르기 결막염, 안구 표면의 점막 면역체계 이상 등에 대한 연구 결과를 여러 국제 저널에 게재한 바 있다. 줄기세포를 치료에 활용하기도 한다. 정 교수는 미국 뉴욕줄기세포연구소에서 2년간 ‘윤부 줄기세포’를 연구하고 돌아온 후 각막 질환 환자에게 이 줄기세포를 이식하는 임상 시험을 주도하고 있다. 윤부 줄기세포는 각막 상피세포의 재생을 도와 각막을 투명하게 한다. 이 밖에 입이 마르고 눈이 건조해지는 희귀난치성 질환인 쇠그렌 증후군의 발병 원리와 환자별 맞춤 치료를 위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19-01-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