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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의 도파민을 팡팡 터뜨려줄 프로그램이라고 자부합니다.”(가비)“스우파 리더들의 모험과 역경을 헤쳐 나가는 과정이 전부 담겨 있어요.”(허니제이) 글로벌 대항전으로 확장된 엠넷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가 공개된다. 27일 오전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한국팀 ‘범접(BUMSUP)’(가비, 노제, 리정, 리헤이, 립제이, 모니카, 아이키, 허니제이, 효진초이) 멤버들은 “감동과 서사가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입을 모았다. 월드 오브 스우파는 2021년 방영돼 인기를 끈 스우파의 세 번째 시즌이다. 이번 시즌엔 한국과 뉴질랜드, 미국, 일본, 호주 등 5개국의 6개 팀이 참여했다. 스우파 시즌1 리더들이 모인 한국팀 범접을 비롯해 에이지 스쿼드(AG SQUAD·오스트레일리아), 모티브(MOTIV·미국), 오사카 오죠 갱(OSAKA Ojo Gang·일본), 알에이치도쿄(RHTokyo·일본), 로얄 패밀리(ROYAL FAMILY·뉴질랜드)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연출을 맡은 최정남 PD는 “스우파 두 번째 시즌에서 해외 댄스 크루와 서바이벌을 하면서 ‘더 많은 해외 댄스 크루들을 한국에 알려도 되겠다’고 확신했다”라며 “영어, 일본어도 많고 한국어 비중이 20%일 정도로 ‘외화’ 느낌도 난다”고 말했다. 심사를 맡은 가수 겸 JYP 대표 프로듀서 박진영은 “연예계에서 많은 일을 하지만 나에게 제일 본능적으로 다가온 부분이 ‘춤’이었다”며 “세계에서 가장 춤을 잘 추는 사람들을 모아 놓고 즐길 수 있어서 재밌었다”고 말했다. 함께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세계적인 댄서 마이크 송도 “평소라면 볼 수 없을 ‘레전드 댄서’들의 배틀이 이뤄진 특별한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임신 중 프로그램에 합류한 모니카는 직접 무대에 서진 않았지만, 멤버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다고 한다. “출산한 지 50일이 지났다”는 그는 “처음엔 배틀에 참여할 수 없어 아쉬웠지만 경연이 진행될수록 ‘내가 빠져 있길 잘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치열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스우파 시리즈는 각종 미션을 통해 댄스 챌린지 붐을 일으켜 왔다. 최 PD는 “시즌 1에서 ‘헤이마마(Hey Mama)’, 시즌2에서 ‘새삥’ 같은 노래가 유행했다”며 “이번에도 미션을 통해 챌린지가 일어날 곡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여러분들의 도파민을 팡팡 터뜨려줄 프로그램이라고 자부합니다.”(가비) “‘스우파 리더’들의 모험과 역경을 헤쳐나가는 과정이 전부 담겨 있습니다.”(허니제이)글로벌 대항전으로 확장된 엠넷의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가 공개된다. 27일 첫 방송을 앞두고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한국팀 ‘범접(BUMSUP)’(가비, 노제, 리정, 리헤이, 립제이, 모니카, 아이키, 허니제이, 효진초이) 멤버들은 “감동과 서사가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입을 모았다. 월드 오브 스우파는 2021년 방영돼 인기를 끈 스우파의 세 번째 시즌이다. 이번 시즌엔 한국, 뉴질랜드, 미국, 일본, 호주 등 5개국의 6개팀이 참여했다. 스우파 시즌1 리더들이 모인 한국팀 범접을 비롯해 에이지 스쿼드(AG SQUAD‧오스트레일리아), 모티브(MOTIV‧미국), 오사카 오죠 갱(OSAKA Ojo Gang‧일본), 알에이치도쿄(RHTokyo‧일본), 로얄 패밀리(ROYAL FAMILY‧뉴질랜드)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연출을 맡은 최정남 PD는 “스우파 두 번째 시즌에서 해외 댄스 크루와 서바이벌을 하면서 ‘더 많은 해외 댄스 크루들을 한국에 알릴 시즌을 해도 되겠다’고 확신했다”라며 “영어, 일본어도 많고 한국어 비중이 20%인 만큼 ‘외화’ 느낌도 난다”고 말했다. 심사하는 ‘파이트 저지’를 맡은 가수 겸 JYP 대표 프로듀서 박진영은 “연예계에서 많은 일을 하지만 나에게 제일 본능적으로 다가온 부분이 ‘춤’이었다”며 “전 세계에서 춤을 가장 잘 추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즐길 수 있어서 재밌었다”고 말했다. 함께 파이트 저지를 맡은 세계적인 댄서 마이크 송도 “평소라면 볼 수 없을 ‘레전드 댄서’들의 배틀이 이뤄져 특별한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임신 중 프로그램에 합류한 모니카는 직접 무대에 서진 않았지만, 멤버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다고 한다. “출산한 지 50일이 지났다”는 그는 “처음엔 배틀에 참여할 수 없어 아쉬웠지만 경연이 진행될수록 ‘내가 빠져있길 잘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분위기가) 치열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스우파 시리즈는 각종 미션을 통해 댄스 챌린지 붐을 일으켜 왔다. 최 PD는 “시즌 1에서 ‘헤이마마(Hey Mama)’, 시즌2에서 ‘새삥’ 같은 노래가 유행했다”라며 “이번에도 미션을 통해 챌린지가 일어날 곡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황금빛으로 둘러싸인 동굴. 손바닥만 한 램프에서 요정이 ‘펑’ 하고 튀어나온다. 화려한 탭댄스와 노래, 마술을 선보이며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는 요정의 입은 쉴 새 없이 움직인다. “라면에 밥 말아 먹었다”, “소원으로 롯데 시그니엘도 줄게”, “이븐(Even)하게” 같은 한국식 유행어로 관객의 혼을 쏙 빼놓는다. 지난해 11월 22일부터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알라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 ‘지니’다. 알라딘 최고의 ‘씬 스틸러’ 지니를 연기하고 있는 배우 정원영(40)을 13일 극장에서 만나 봤다.● “날렵하고 친구 같은 지니 연기” 정원영은 제작진 사이에서 ‘세계에서 가장 작은 지니’라고 불린다. 함께 트리플 캐스팅된 배우 정성화, 강홍석은 물론 영화에서 지니로 등장한 미국 배우 윌 스미스에 비해 몸집이 아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폭발적인 에너지와 존재감은 누구보다 크다. 정 배우는 “개막하고 200번 넘게 공연했지만 역할에 완전히 적응이 안 됐다”면서 “매일 어렵고, 매일 새롭다”며 웃어 보였다. 지니는 그에게 각별한 배역이다. 10년 전 일본에서 알라딘을 처음 본 뒤 “내가 하고 싶은 노래, 춤, 연기 세 박자를 모두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는 지니뿐”이라고 확신했다고 한다. 오디션 때도 작고 날렵한 체구를 강점으로 삼았다. 애크러배틱 동작 중 하나인 ‘하우스턴’으로 화려하게 등장해 외국 스태프들의 주목을 받았다. “브로드웨이 지니들은 워낙 체구가 크니까 조금만 움직여도 반응이 오잖아요. 저는 더 많이 움직여야 박수를 받을 수 있겠더라고요.” 정원영의 지니는 보디가드같이 듬직하진 않다. 하지만 더 귀엽고 깜찍하다. 그는 “다른 지니보다 더 애교스럽고,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은 지니가 되고 싶었다”며 “알라딘에게도 선생님보다 친구 같은 존재로 다가가려 했다”고 말했다. 무대 위에선 직접 만든 애드립인 ‘지가지니(지니+기가지니)’ 등을 활용해 재치를 더했다.● “선한 영향력 주는 배우 되고파” 뮤지컬 베테랑이지만, ‘알라딘’에서 8분간 이어지는 고강도 퍼포먼스 ‘나 같은 친구(Friend Like Me)’를 부르기 전엔 늘 긴장 상태다. 관객을 즐겁게 하려면 쓸 수 있는 에너지의 100%를 써야 하기 때문이란다. 공연 중에 체력이 바닥나 무대에 드러누운 적도 있을 정도다. “이 노래 직전엔 항상 심장이 쿵쾅거리고 두려워요. 하지만 그만큼 많은 박수를 받기 때문에 늘 설렘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극에서 램프에 갇혀 있던 지니는 알라딘을 만나 처음으로 세상과 연결된다. 정 배우는 이 대목에 착안해 ‘자유를 갈망하는’ 지니의 인간적인 면모를 풍부히 표현하려 했다. 그는 “연출진 역시 지니를 과장된 만화 캐릭터보단 인간답게 그리고자 해 그에 맞춰 연기했다”고 했다. 2007년 뮤지컬 ‘대장금’의 앙상블로 데뷔한 정 배우는 ‘맨 오브 라만차’, ‘렌트’, ‘신과 함께’ 등 다양한 작품에서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 왔다. 그는 아버지가 배우 정승호이고, 이모가 배우 나문희인 연기자 집안이다. 배우로서 먼저 길을 걸어온 가족들은 항상 그에게 연기 조언보다 “좋은 사람이 돼라”고 말해줬다고 한다. 소원을 들어주는 ‘착한 지니’처럼, 그의 궁극적 목표 역시 ‘선한 영향력’을 남기는 배우다. “배우 일을 하면서 영향력이 생긴다면 그걸 사람들을 위해 쓰고 싶어요.” 알라딘 서울 공연은 다음 달 22일까지. 7월 11일부터 9월 28일까지는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공연한다. “아무런 마음의 기대도, 생각 없이 무대 보러 오세요. 나머지는 지니가 행복하게 해드릴게요.”사지원 기자 4g1@donga.com}

황금빛으로 둘러싸인 동굴. 손바닥만 한 램프에서 요정이 ‘펑’ 하고 튀어나온다. 화려한 탭댄스와 노래, 마술을 선보이며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는 요정의 입은 쉴 새 없이 움직인다. “라면에 밥 말아 먹었다”, “소원으로 롯데 시그니엘도 줄게”, “이븐(Even)하게” 같은 한국식 유행어로 관객의 혼을 쏙 빼놓는다. 지난해 11월 22일부터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알라딘’ 속 ‘지니’ 이야기다.●“세계에서 가장 작은 지니”지니는 극 중 최고의 ‘씬 스틸러’다. 배우 정원영(40)은 제작진 사이에서 ‘세계에서 가장 작은 지니’라고 불린다. 함께 트리플 캐스팅 된 배우 정성화, 강홍석은 물론 영화 속 지니로 등장한 미국 배우 윌 스미스에 비해 몸집은 아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폭발적인 에너지와 존재감만큼은 누구보다 크게 느껴진다. 13일 극장에서 만난 정원영은 “개막 후 200번을 넘게 공연했지만 역할에 완전히 적응이 안 됐다. 매일 어렵고, 매일 새롭다”며 웃어보였다.지니는 그에게 각별한 배역이다. 10년 전 일본에서 알라딘을 처음 본 뒤 “내가 하고 싶은 노래, 춤, 연기 세 박자를 모두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는 지니뿐”이라고 확신해 왔다고 한다. 당시 동료 배우들도 “넌 알라딘보다 지니에 더 어울린다”고 말해줬다. 오디션에서는 작고 날렵한 체구를 강점으로 삼았다. 아크로바틱 동작 중 하나인 ‘하우스턴’으로 등장해 화려하게 등장해 외국 스태프들의 주목을 받은 것이다. “브로드웨이 지니들은 워낙 체구가 크니까 조금만 움직여도 반응이 오잖아요. 저는 더 많이 움직여야 박수를 받을 수 있겠더라고요.” 그의 지니는 보디가드 같이 듬직하진 않지만, 더 귀엽고 깜찍하다. 그는 “다른 지니보다 더 애교스럽고,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은 지니가 되고 싶었다. 알라딘에게도 선생님보다 친구 같은 존재로 다가가려 했다”고 말했다. 무대 위에선 직접 개발한 애드립인 ‘지가지니(지니+기가지니)’ 등을 활용해 재치를 더했다. “처음엔 PPL로 오해받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동료들이 웃는 걸 보니 관객들도 웃어줄 것 같더라고요.”●‘풀충전’으로 버텨내는 8분8분간 이어지는 고강도 퍼포먼스 ‘나 같은 친구(Friend Like Me)’를 부르기 전엔 늘 긴장 상태다. 관객을 즐겁게 하려면 쓸 수 있는 에너지의 100%를 써야 해, 템포를 조절할 수도 없다. 공연 중 체력이 바닥나 무대에 드러누운 적도 있다. 그는 “이 노래 직전엔 항상 심장이 쿵쾅거리고, 두렵다”면서도 “그만큼 많은 박수를 받기 때문에 늘 설렘이 생기는 것 같다”고 했다. 가장 인상 깊은 무대 위 순간은 아이들의 웃음 소리를 들을 때다. 아이들은 어른들과 달리 직관적인 개그에 더 많이 반응하고, “얘 갔어?”라고 관객에게 말을 걸면 “네!”라고 대답한다. 무대와 객석이 허물어지는 순간이다. 램프에 갇혀 있던 지니는 알라딘을 만나 처음으로 세상과 연결되고, 소원을 들어주는 과정에서 감정을 갖게 되는 존재다. 정원영은 자유를 갈망하는 지니의 인간적인 면모를 풍부히 표현하려 했다. 그는 “연출진 역시 지니를 과장된 만화 캐릭터가 아닌 인간답게 그리고자 했다”며 “지니의 갈망을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늘 램프 안이 ‘답답하다’고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말했다.●“지니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2007년 뮤지컬 ‘대장금’의 앙상블로 데뷔한 그는 ‘맨 오브 라만차’, ‘렌트’, ‘신과 함께’ 등 다양한 작품에서 차근차근 경력을 쌓았다. 탄탄한 경력의 그에게도 지니는 곧 ‘간절함’이었다. “18년 공연 하면서 이렇게 간절하게 캐릭터를 원한 적이 있었나 싶었어요. 첫 공연 날 친한 강홍석 배우가 내 어깨를 두드리며 ‘형 너무 축하해’ 하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러면서 “조용히 뮤지컬을 하고 있던 내게 인생에 단 한 번 오는 ‘터닝포인트’가 왔던 시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그의 아버지는 배우 정승호, 이모는 배우 나문희다. 보다 일찍 배우로서의 길을 걸어온 가족들은 늘 그에게 연기 조언보다도 “좋은 사람이 되라”고 말해줬다. 연기 조언보다도 “항상 스탭과 배우들이 ‘나이스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늘 소원을 들어주던 ‘착한 지니’처럼, 그의 궁극적 목표 역시 ‘선한 영향력’을 남기는 배우다. “배우 일을 하면서 내가 영향력이 생긴다면 그걸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고 싶어요.”알라딘 서울 공연은 6월 22일까지다. 7월 11일부터 9월 28일까지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아무런 마음의 기대도, 생각 없이 무대 보러 오세요. 나머지는 지니가 행복하게 해드릴게요.”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컴퓨터나 휴대전화로 화상회의를 하고,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길을 찾으며, 원격 웨이팅 앱을 이용해 식당 줄서기를 대신한다. 요즘 평범한 현대인의 모습이다. 이처럼 기술은 인류의 삶을 ‘혁명적으로’ 편리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 편리함의 이면에는 “직접 경험”의 쇠퇴라는 문제도 똬리를 틀고 있다. 이 책은 디지털 기술의 발달이 인류의 감각과 사고, 관계 등에 어떤 변화를 불러왔는지 탐구한다. 미국 문화비평가이자 역사학자인 저자는 “우리가 ‘겪는’ 대신 ‘보는’ 데 익숙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스마트폰 등이 매개가 된 유튜브 세상에선 게임, 먹방, 언박싱 등 온갖 종류의 간접 경험들이 넘쳐난다. 짧은 순간에 남의 경험을 엿보는 데 익숙해진 것이다. 미국 10대의 64%가 “투표권보다 소셜미디어를 선택하겠다”고 답했고, 세계 청소년 53%가 “후각을 포기하더라도 기술은 포기할 수 없다”고 할 정도다. 책은 일곱 장에 걸쳐 기술을 통해 얻은 간접 경험이 실제 경험보다 더 우선시되는 시대의 여러 양상을 다룬다. 특히 ‘손글씨’에 대한 고찰이 인상적이다. 모두가 타이핑하는 시대에 살면서 우리는 잉크와 종이가 주는 감각적 경험, 손글씨가 주는 시각적 즐거움을 잃어버렸다. 이제 영어 필기체를 제대로 쓸 줄 아는 미국 청소년은 드물어졌다. 중국도 ‘제필망자(提筆忘字·펜을 들었는데 글자가 생각나지 않는다)’란 말이 보편화됐다. 그러나 저자는 “손글씨는 인쇄된 글자가 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한다. 기다림이 어느새 ‘제거해야 할 대상’이 된 시대도 조명한다. 놀이공원에 방문하는 이들은 스마트폰을 보며 지루함을 견딘다. 아이들도 호출기를 손에 쥐고 테마 공간에서 논다. 하지만 이런 ‘기다림의 부재’가 과연 좋은 것일까. “지루함에서 달아나기 위해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것은 시간의 폭정에 맞서는 작은 혁명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혁명은 때때로 자신을 삼켜버린다.” 빅테크 기업의 엔지니어들은 사람들이 400ms(밀리초·1000분의 1초)의 지연도 길게 느낀다는 사실을 포착해 앱과 홈페이지를 만든다고 한다. 동영상 2300만 개를 시청한 시청자 670만 명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2초 안에 동영상이 재생되지 않으면 상당수가 시청을 포기했단다. 자극을 마약처럼 갈구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짧은 지루함조차 견딜 수 없게 된 인간은 자신의 생각과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딴생각을 하면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창의성도 발현하기 어려워진다. 이 밖에도 책은 복잡한 감정을 소셜미디어의 ‘좋아요’로 대체하는 ‘감정의 아웃소싱’, 눈앞의 관광지 풍경보다 스마트폰 렌즈 각도에 신경 쓰는 ‘기술로 매개된 쾌락’ 등 누구나 공감할 법한 문제점들을 다룬다. 결국 “‘경험의 멸종’은 자연스러운 진화가 아니라, 우리가 만든 선택의 결과”라는 게 책의 메시지다. 저자는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기 전에 스스로에게 엄격하게 질문을 던지라”고 말한다. “우리 공동체에 이 기술이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리 가정에 좋은 영향을 줄까?” 같은 의문을 품을 때 기술은 목적이 아닌 인간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보조적 도구의 본분을 다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책을 읽다 보면 스마트폰 대신 소중한 사람과의 눈맞춤을, 건조한 인스타그램 속 ‘좋아요’ 대신 마음을 담아 눌러쓴 손편지가 그리워진다. 불완전함과 모순 속에서 놀랄 정도로 창의적인 발상을 해내곤 했던 ‘인간다움’을 우리는 갈수록 잃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하게 한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스포티파이의 음악 추천에는 사람의 감각, ‘휴먼 터치(Human Touch)’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박정주 스포티파이 코리아 뮤직팀 총괄(44)은 14일 서울 강남구 위워크에서 만나 자사의 음악 추천 시스템을 이렇게 설명했다.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인 스포티파이는 180개국에서 6억7800만 명이 사용 중이다. 2021년 2월 한국에 진출했으며, 현재 약 1억 곡의 음악과 600만 개가 넘는 팟캐스트를 제공하고 있다. 박 총괄은 2003년 삼성전자에서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해 SM엔터테인먼트, 워너뮤직, 소니뮤직 등을 거쳐 스포티파이 코리아 론칭 직전인 2020년 합류했다. 2023년부터 뮤직팀을 총괄하며 아티스트 및 레이블 협업 등 음악 사업 전반을 이끌고 있다. 미국 빌보드가 선정하는 세계 음악 산업을 이끄는 리더 ‘2025 빌보드 글로벌 파워 플레이어스’로도 뽑혔다.● 에디터가 숨은 국내 뮤지션 발굴 박 총괄이 내세운 스포티파이의 강점은 ‘음악의 개인화’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이란 문구처럼, AI 머신러닝과 편집자의 판단이 결합돼 사용자 맞춤형 추천이 이뤄진다. “전 세계에 에디토리얼 팀이 있는데, 한국에도 2명이 있습니다. 매일 신곡을 듣고, 아티스트의 활동을 봅니다. 결국 기술과 사람의 역할이 결합돼 하나의 플레이리스트에 담기게 되는 겁니다.” 기계가 알아채지 못하는 가능성을 에디터들이 발견하기도 한다. 2021년 스포티파이의 글로벌 라이징 아티스트 지원 프로그램인 ‘레이더 아티스트’로 선정된 힙합 뮤지션 ‘애쉬 아일랜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에디터가 해외에서 주로 스트리밍되는 K팝 아이돌이 아닌 힙합 뮤지션에 주목했다. 박 총괄은 “당시 데이터가 거의 없었지만 저희가 먼저 발굴한 케이스”라며 “이후 미 음악 잡지 롤링스톤에도 소개됐다”고 했다. 정기적으로 각국의 에디토리얼 팀이 모여 음악 트렌드를 공유하는 ‘글로벌 큐레이션 그룹(Global Curation Group)’은 로컬 음악을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거나, 새로운 음악을 들여오는 창구 역할을 한다. 박 총괄은 “최근 J팝 인기로 일본 팀과 협업이 늘었다”며 “요네즈 겐시 내한 당시 세트리스트를 기반으로 한 ‘온 투어 플레이리스트(On Tour Playlist)’를 기획했더니 반응이 뜨거웠다”고 말했다.● 빌리 아일리시 내한 성사시켜 스포티파이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해외 아티스트와 국내 팬을 연결하는 데도 활용된다. 지난해 6월 빌리 아일리시가 한국 청음회에 참석한 것도 이 덕분이었다. 영국 런던에서도 유사한 행사가 열렸지만, 직접 참여하진 않았다. 박 총괄은 “당시 아일리시가 일본 등에서 스케줄이 있단 사실을 알게 돼 국내 팀에서 급박하게 움직여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여성 아티스트를 조명하는 ‘이퀄(EQUAL)’, 신인을 발굴하는 ‘루키(Rookie)’ 등 국내 레이블과의 협업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진행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달 스포티파이의 국내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329만 명이다. 유튜브 뮤직(979만 명)과 멜론(601만 명)에 이어 3위. 지난해 무료 요금제를 출시한 뒤로 이용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박 총괄은 “한국은 음악 시장 경쟁이 치열하고, 청취자들의 수준도 높아서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는 전략은 어려웠다”며 “현재 고무적인 숫자(이용자 수)가 나오기 때문에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봐주시면 좋겠다”고 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스포티파이의 음악 추천에는 사람의 감각, ‘휴먼 터치(Human Touch)’가 반드시 필요합니다.”14일 서울 강남구 위워크에서 만난 박정주 스포티파이 코리아 뮤직팀 총괄(44·사진)은 자사의 음악 추천 기능을 이렇게 설명했다. 스포티파이는 세계에서 가장 큰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전세계 180개국에 6억7800만 명이 이용하고 있다. 2008년 유럽 6개국에서 공식 출시됐고, 한국에는 2021년 2월 서비스가 시작됐다. 현재 스포티파이에서 1억 곡 이상의 노래와 600만 개 이상의 팟캐스트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2003년 삼성전자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한 박 총괄은 SM엔터테인먼트, 워너뮤직 그룹, 소니 뮤직 등을 거쳐 스포티파이 코리아가 론칭되기 직전인 2020년 합류했다. 2023년부터 뮤직팀 총괄로서 아티스트와 레이블 협업 등 음악 사업 전반을 관리하고 있다. 그는 “삼성전자에서 전시회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 블루레이와 홈씨어터 등으로 음악을 들을 기회가 많아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미국 빌보드가 음악 산업을 이끄는 리더를 선정해 발표하는 ‘2025 빌보드 글로벌 파워 플레이어스’에도 포함됐다.●알고리즘 뒤의 사람스포티파이의 핵심은 ‘음악의 개인화’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이라는 캐치프레이즈처럼 사용자가 원하는 음악을 맞춤형으로 추천해 준다. 이때 스트리밍 수치, 팔로우 수 등 스포티파이가 확보한 방대한 자료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AI) 머신러닝과 사람인 ‘에디토리얼 팀’의 추천이 동시에 적용된다. “전세계 스포티파이에 있는 에디토리얼 팀은 한국에도 2명이 있습니다. 이들은 매일 새로운 음악을 듣고, 아티스트들의 활동을 봅니다. 결국 기술과 사람의 역할이 결합돼 하나의 플레이리스트에 담기게 되는 겁니다.”에디토리얼 팀은 데이터는 없지만 유망한 아티스트들을 직관적으로 골라낼 수 있다. 2021년 스포티파이의 글로벌 라이징 아티스트 지원 프로그램인 ‘레이더 아티스트’로 선정된 가수 애쉬 아일랜드의 예가 그렇다. 사람 에디터들이 해외에서 많이 스트리밍되는 K팝 아이돌 아닌 힙합 가수를 발굴한 것이다. 박 총괄은 “데이터가 몰랐을 때 저희가 픽을 한 케이스”라며 “애쉬 아일랜드가 주목받으면서 미국 음악 잡지인 롤링스톤에도 소개됐다”고 말했다. 정기적으로 각국의 에디토리얼 팀이 모여 음악 트렌드를 공유하는 ‘글로벌 큐레이션 그룹(Global Curation Group)’은 예전이라면 각 나라에서만 머물렀을 음악이 전세계적으로 소비되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박 총괄은 “최근 J팝이 인기를 얻으면서 일본 팀과의 협업이 늘었다”라며 “최근 요네즈 켄시가 내한했을 때 ‘온 투어 플레이리스트(On Tour Playlist)’를 만들어 실제 아티스트가 공연했을 때의 플레이리스트를 제공해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빌리아일리시 내한하게 한 글로벌 네트워크스포티파이 뮤직팀의 또다른 축은 아티스트 레이블과의 긴밀한 협업이다. 특히 해외 네트워크가 탄탄하기에 각종 글로벌 아티스트들과 한국 팬들의 접점을 만들기도 한다. 지난해 6월 빌리 아일리시가 세 번째 정규 앨범 ‘히트 미 하드 앤드 소프트(HIT ME HARD AND SOFT)’ 발매 당시 한국에서 열린 청음회에 직접 참석한 게 대표적 사례다. 런던에서도 유사한 행사가 열렸지만, 아티스트가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다. 박 총괄은 “당시 빌리 아일리시가 일본 등에서 스케쥴이 있단 사실을 알게 돼 국내 팀에서 급박하게 움직여 성사된 것”이라며 “스포티파이는 단순한 음악 서비스가 아닌 팬-아티스트 간의 연결을 지향한다”고 설명했다.국내 레이블과의 협업도 활발하다. 레이다 아티스트를 비롯해 여성 아티스트를 조명하는 ‘이퀄(Equal)’, 신인을 조명하는 ‘루키(Rookie)’ 등 다양한 아티스트 지원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박 총괄은 “예전엔 아티스트와 협업하기 위해 스포티파이 자체에 대해 설명을 많이 했다면, 이제는 4년 간 경험이 쌓이다 보니 우리가 누군지 설명할 필요는 줄었다”며 웃었다.19일 시장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달 스포티파이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329만 명. 유튜브 뮤직(979만 명), 멜론(601만 명)에 이은 3위다. 지난해 10월 광고를 보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무료 요금제’를 출시한 뒤 이용자가 많이 늘었다. 하지만 글로벌 1위라는 위상에 비해 국내에선 힘을 쓰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박 총괄은 “한국은 음악 시장 경쟁이 치열하고, 청취자들의 수준도 높아서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는 전략은 어려웠다”라며 “지금 고무적인 숫자(이용자 수)가 나오기 때문에 이제 시작이라고 봐주시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56년 역사를 끝으로 제작이 중단될 뻔했던 미국의 대표적 어린이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가 계속해서 작품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 19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세서미 스트리트를 제작하는 미 공영방송 PBS 산하의 비영리단체 ‘세서미 워크숍’은 최근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와 새로운 배급 계약을 체결했다. 세서미 스트리트는 1969년 PBS에서 시작해 4500편 이상 방영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어린이 교육 방송이다. 한국에서도 1980년대 초 AFKN이 방영을 시작했다. 세서미 워크숍은 2015년부터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산하의 케이블 채널 HBO와 계약해 콘텐츠를 방영해 왔다. 하지만 워너브러더스 측이 지난해 12월 계약을 갱신하지 않을 뜻을 밝히며 난관에 빠졌다. 특히 올해 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공공·비영리단체에 지급하던 보조금을 대거 삭감하며 어려움이 가중됐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1965년 미국 아이오와주 한 시골 마을. 이탈리아 출신인 프란체스카는 제2차 세계대전 때 파병 왔던 남편 버드와 결혼해 고향을 떠나왔다. 평화롭지만 단조로운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버드가 아들 마이클과 딸 캐럴린을 데리고 일리노이주 농업박람회에 참가하기 위해 집을 비운다. 모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생각에 들뜬 프란체스카 앞에 ‘낯선 남자’가 나타난다. 1일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개막한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줄거리는 많은 이들에게 친숙하다. 뮤지컬만 쳐도 국내 공연이 2017, 2018년에 이어 세 번째다. 원작은 세계적으로 5000만 부 이상 팔린 로버트 제임스 월러의 소설(1992년). 1995년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메릴 스트립과 함께 찍은 동명 영화는 더 유명하다. 그리고 그 익숙함은 이 작품이 가진 최고의 무기다. 낯선 남자는 ‘로즈먼 다리’를 찍기 위해 매디슨 카운티에 온 사진작가 로버트 킨케이드. 프란체스카는 길을 묻는 이방인 로버트를 친절하게 맞아준다. 그러다 세계를 떠도는 로버트의 삶에 호기심을 느끼고 점차 가까워진다. 로버트 역시 상냥하고 배려심 있는 프란체스카에게 갈수록 빠져든다. “애매함으로 둘러싸인 이 우주에서, 이런 확실한 감정은 단 한 번만 오는 거예요.”(로버트) 이 작품은 아무리 아름답게 포장해도 불륜을 다뤘다. 하지만 등장인물의 서사가 설득력을 갖추며 거부감을 다소 완화한다. 젊은 시절 화가를 꿈꿨던 프란체스카는 고향을 떠난 뒤 엄마이자 아내로만 살아왔다. 시대적 배경으로 미뤄 보면 이는 온전한 그의 선택이라기보단 사회적 규범과 책임에 억눌린 결과에 가까웠다. 로버트를 만나 진짜 ‘나’를 찾았다며 생기를 되찾는 프란체스카가 안타까우면서도 애틋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이번 공연은 믿고 보는 배우들이 출연해 더 눈길이 간다. 프란체스카 역은 조정은과 차지연이, 로버트 역은 박은태와 최재림이 맡았다. 주연의 연기 호흡이 잘 어우러져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사랑의 한계를 깨달을 땐 한없이 애틋하게 노래하지만, 발랄하고 장난기 있는 연인의 모습은 통통 튀게 표현했다. 폭발적인 사랑의 감정을 표현할 때도 절제된 연기를 선보이는 대목은 어쭙잖은 치정극과 이 뮤지컬을 차별화하는 포인트다. 아름다운 수채화처럼 꾸민 무대 역시 두 사람의 사랑을 아련하게 만드는 장치다. 태양이 내리쬐는 옥수수밭과 소박한 통나무집은 목가적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단 한 번의 순간(One Second and a Million Miles)’ 등 서정적인 넘버들도 과하지 않게 귀에 감긴다. 오케스트라에는 그랜드 피아노가 배치돼 풍성한 선율을 담아낸다. 7월 13일까지.사지원 기자 4g1@donga.com}

1965년 미국 아이오와 주 시골 마을. 이탈리아 출신인 프란체스카는 제2차 세계대전 때 파병 왔던 남편 버드와 결혼해 고향을 떠나 왔다. 평화롭지만 단조로운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버드가 아들 마이클과 딸 캐롤린을 데리고 일리노이 주 농업박람회에 참가하기 위해 집을 비운다. 모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생각에 들뜬 프란체스카 앞에 ‘낯선 남자’가 나타난다.1일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개막한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줄거리는 많은 이들에게 친숙하다. 뮤지컬만 쳐도 국내 공연이 2017, 2018년에 이어 세 번째다. 원작은 세계적으로 5000만 부 이상 팔린 로버트 제임스 웰러의 소설(1992년). 1995년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메릴 스트립과 함께 찍은 동명 영화는 더 유명하다. 그리고 그 익숙함은 이 작품이 가진 최고의 무기다. 낯선 남자는 ‘로즈먼 다리’를 찍기 위해 매디슨 카운티에 온 사진작가 로버트 킨케이드. 프란체스카는 길을 묻는 이방인 로버트를 친절하게 맞아준다. 그러다 세계를 떠도는 로버트의 삶에 호기심을 느끼고 점차 가까워진다. 로버트 역시 상냥하고 배려심 있는 프란체스카에게 갈수록 빠져든다. “애매함으로 둘러싸인 이 우주에서, 이런 확실한 감정은 단 한 번만 오는 거예요.”(로버트)이 작품은 아무리 아름답게 포장해도 불륜을 다뤘다. 하지만 등장인물의 서사가 설득력을 갖추며 거부감을 다소 완화한다. 젊은 시절 화가를 꿈꿨던 프란체스카는 고향을 떠난 뒤 엄마이자 아내로만 살아왔다. 시대적 배경으로 미뤄 보면 이는 온전한 그의 선택이라기보단 사회적 규범과 책임에 억눌린 결과에 가까웠다. 로버트를 만나 진짜 ‘나’를 찾았다며 생기를 되찾는 프란체스카가 안타까우면서도 애틋하게 느껴지는 이유다.이번 공연은 믿고 보는 배우들이 출연해 더 눈길이 간다. 프란체스카 역은 조정은과 차지연이, 로버트 역은 박은태와 최재림이 맡았다. 주연의 연기 호흡이 잘 어우러져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사랑의 한계를 깨달을 땐 한없이 애틋하게 노래하지만, 발랄하고 장난기 있는 연인의 모습은 통통 튀게 표현했다. 폭발적인 사랑의 감정을 표현할 때도 절제된 연기를 선보이는 대목은 어줍잖은 치정극과 이 뮤지컬을 차별화하는 포인트다.아름다운 수채화처럼 꾸민 무대 역시 두 사람의 사랑을 아련하게 만드는 장치다. 태양이 내리쬐는 옥수수밭과 소박한 통나무집은 목가적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단 한 번의 순간(One Second and a Million Miles)’ 등 서정적인 넘버들도 과하지 않게 귀에 감긴다. 오케스트라에는 그랜드 피아노가 배치돼 풍성한 선율을 담아낸다. 7월 13일까지.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최근 아돌프 히틀러를 찬양하는 노래를 발매해 세계적인 비난을 받은 미국 래퍼 카녜이 웨스트(사진)의 내한 공연이 결국 취소됐다. 쿠팡플레이는 19일 “최근 웨스트의 논란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러 31일 열릴 예정이던 그의 ‘예(YE) 내한콘서트’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내한을 기념해 열렸던 웨스트 브랜드 ‘이지(Yeezy)’의 굿즈 판매도 이날 오후 1시부터 중단됐다. 웨스트는 31일 인천문학경기장 주경기장에서 관객 약 5만 명 규모의 콘서트를 열 예정이었다. 웨스트는 유럽의 제2차 세계대전 전승일인 8일(현지 시간)에 ‘하일 히틀러(히틀러 만세)’라는 제목의 싱글을 발매했다. 해당 곡은 “내 친구들은 다 나치야/히틀러 만세” 등의 가사가 10번 이상 반복되며, 히틀러의 1935년 연설을 샘플링해 곡 말미에 사용했다. 현재 유튜브와 스포티파이 등에선 유해 콘텐츠로 분류돼 들을 수 없다. 웨스트는 올 2월에도 X에 “나는 나치다” “나는 히틀러를 사랑한다” 등의 글을 올렸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올해 데뷔 17주년을 맞은 보이그룹 샤이니가 8년 전 세상을 떠난 멤버 종현이 작사 작곡에 참여한 신곡을 공개한다. 19일 SM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샤이니는 데뷔 17주년 당일인 25일 0시에 새로운 싱글 ‘포에트 | 아티스트(Poet | Artist)’ 음원을 공개한다. 해당 싱글은 타이틀곡 ‘Poet | Artist’와 수록곡 ‘스타라이트(Starlight)’ 등 두 곡으로 구성돼 있다. 26일 음반으로도 발매한다. SM에 따르면 ‘Poet | Artist’는 매력적인 보컬 리프(riff·반복 악구)에 레게 리듬과 스네어 드럼이 어우러진 일렉트로 팝 장르의 곡이다. 2017년 12월 세상을 떠난 종현이 단독으로 작사했으며, 작곡에도 참여했다. ‘Poet | Artist’는 2018년 1월 종현이 발표했던 두 번째 솔로 정규 앨범의 제목과 같다. SM 관계자는 “타이틀곡은 시인이자 예술가들의 문학적·시적 허용을 일상에도 적용해 새로운 것을 만들자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밝혔다. 2008년 ‘누난 너무 예뻐’로 데뷔한 샤이니는 다양한 음악으로 변신을 시도해 왔다. 2023년 6월 발표한 여덟 번째 정규 앨범 타이틀곡 ‘하드(HARD)’에는 도전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들의 신념을 지키겠다는 다짐을 담기도 했다. 이달 23∼25일에는 서울 올림픽공원 KSPODOM에서 일곱 번째 단독 콘서트(포스터 사진)를 가질 예정이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적극적인 소득 재분배와 글로벌 자본세를 주장한 책 ‘21세기 자본’(글항아리)으로 세계 경제에 묵직한 질문을 던졌던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 교수.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와이즈베리)로 수많은 도덕적 충돌의 순간을 철학으로 풀어낸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 ‘불평등 전문가’인 두 석학이 지난해 5월 파리경제대에서 나눈 대담을 책으로 정리했다. 두 사상가는 대담에서 불평등이 왜 문제인지를 탐구하는 한편, 사회·경제·정치적 격차의 근본을 짚으며 이를 줄이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성찰했다. 이들은 “교육과 의료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기본재’여야 한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지나치게 상품화되면서 문제가 생겼다”고 강조한다. 피케티 교수에 따르면 유럽과 미국 등에서 교육에 투입되는 공공 자원은 1919년부터 1990년까지 10배로 늘었지만, 그 이후로는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두 사람은 정치권이 불평등에 대한 대안으로 내세우는 ‘능력주의’에 반대한다. 개인이 학력을 높이려는 노력만으로 막대한 격차를 극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다. 샌델 교수는 “능력주의는 성공한 사람들이 그들의 성공을 자신이 이룬 것으로 보게 하고, 성공에 이르는 길에서 그들에게 도움을 준 행운과 요행을 잊어버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대학 신입생 선발에 대해선 “충분한 자격을 갖춘 사람들에 한해 추첨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피케티 역시 “소득 하위 계층에 속한 학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고 했다.‘돈이 덜 중요한 사회로 가야 할까’ ‘세계화와 포퓰리즘의 문제는 무엇인가’ 등 다양한 불평등 관련 이슈에 대한 두 석학의 견해를 압축적으로 들을 수 있다. 특히 이들은 불평등이 단순한 소득 격차가 아닌 ‘공동선’을 파괴하는 세계적 문제임을 논리적으로 지적한다. ‘강한 누진 과세’와 ‘부유층의 정치적 통제’ 등 대책은 다소 대담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만큼 오늘날의 불평등이 심각하다는 뜻이 아닐까.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적극적인 소득 재분배와 글로벌 자본세를 주장한 책 ‘21세기 자본’(글항아리)으로 세계 경제에 묵직한 질문을 던졌던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 교수.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와이즈베리)로 수많은 도덕적 충돌의 순간을 철학으로 풀어낸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 ‘불평등 전문가’인 두 석학이 지난해 5월 파리경제대에서 나눈 대담을 책으로 정리했다.두 사상가는 대담에서 불평등이 왜 문제인지를 탐구하는 한편, 사회·경제·정치적 격차의 근본을 짚으며 이를 줄이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성찰했다. 이들은 “교육과 의료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기본재’여야 한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지나치게 상품화되면서 문제가 생겼다”고 강조한다. 피케티 교수에 따르면 유럽과 미국 등에서 교육에 투입되는 공공 자원은 1919년부터 1990년까지 10배로 늘었지만, 그 이후로는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두 사람은 정치권이 불평등에 대한 대안으로 내세우는 ‘능력주의’에 반대한다. 개인이 학력을 높이려는 노력만으로 막대한 격차를 극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다. 샌델 교수는 “능력주의는 성공한 사람들이 그들의 성공을 자신이 이룬 것으로 보게 하고, 성공에 이르는 길에서 그들에게 도움을 준 행운과 요행을 잊어버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대학 신입생 선발에 대해선 “충분한 자격을 갖춘 사람들에 한해 추첨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피케티 역시 “소득 하위 계층에 속한 학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고 했다.‘돈이 덜 중요한 사회로 가야 할까’ ‘세계화와 포퓰리즘의 문제는 무엇인가’ 등 다양한 불평등 관련 이슈에 대한 두 석학의 견해를 압축적으로 들을 수 있다. 특히 이들은 불평등이 단순한 소득 격차가 아닌 ‘공동선’을 파괴하는 세계적 문제임을 논리적으로 지적한다. ‘강한 누진 과세’와 ‘부유층의 정치적 통제’ 등 대책은 다소 대담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만큼 오늘날의 불평등이 심각하다는 뜻이 아닐까.사지원 기자 4g1@donga.com}

1995년 서울 홍익대 인근 라이브클럽 ‘드럭’. 30년 전 이곳에서 열린 미국 록밴드 너바나의 리더 커트 코베인(1967∼1994) 1주기 추모 공연은 대한민국 음악계에서 인디 문화가 태동한 순간으로 꼽힌다. 홍대의 내로라하는 밴드들이 모여 뜨거운 존재감을 뿜어냈다. 당시 공연 도중 무대에 난입해 기타와 앰프를 마구 때려 부순 녀석들이 있었다. 바닥 한편에 쌓인 맥주캔 무더기에도 뛰어드는 등 그야말로 ‘난동’을 부렸다. 화가 난 클럽 사장이 “니들, 뭐하는 놈들이냐?”고 하자, 뻔뻔하고 패기 넘치는 답이 돌아왔다. “저희는 밴드예요!” 그 악동들이 이후 강산이 3번 바뀌는 동안 한국 인디 문화를 이끌어 가는 밴드가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당시 사장이 고소는커녕 오디션을 보게 했던 그들은 ‘말 달리자’ ‘밤이 깊었네’ ‘룩셈부르크’ ‘명동콜링’ 등의 노래들로 세상을 수놓았다. 이젠 인디 밴드의 상징이 된 ‘크라잉넛’이다. 걷는 길 자체가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인 그들을 9일 서울 마포구 합주실에서 만났다.● 30년간 지켜 온 ‘야생화’ 정신 “이렇게 오래 활동할 줄은 몰랐어요, 하하.” 크라잉넛은 “데뷔 30주년이란 게 실감이 안 난다”면서도 “인디의 역사를 증언할 수 있는 ‘증언 밴드’가 됐다는 게 뿌듯하다”고 입을 모았다. 크라잉넛은 초중고교 동창인 박윤식(49·보컬, 기타)과 이상면(49·기타), 이상혁(49·드럼), 한경록(48·베이스) 등 초대 멤버가 그대로다. 드럭에서 일하던 ‘공익 형’ 김인수(51·키보드)도 1999년 2집 때 합류한 뒤 함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랫동안 합을 맞춘 공력은 곳곳에서 묻어났다. 인터뷰도 ‘친구들의 수다’에 가까웠다. 박윤식이 “30년쯤 되면 목소리도 안 나오고, 배 나오고, 머리도 벗겨질 줄 알았는데 아직 괜찮다”며 너스레를 떨자, 이상면이 “덜 벗겨진 거지”라고 응수했다. “1980년대 롤링스톤스가 미국 투어할 때 국내 음악 잡지에 ‘마흔 넘어서도 록을 한다’고 했는데, 우리는 (뭐지)….” 겸연쩍은 듯한 김인수의 말에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지금까지 끈끈한 팀워크를 유지한 비결은 뭘까. 역시 서로의 성격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오래 해왔기 때문에 어느 부분에서 쟤가 화가 날지를 잘 알아요. 싸워 봤자 화해하는 것도 귀찮고, 그냥 안 싸우고 화해도 안 하면 되죠.”(이상혁) 크라잉넛은 30년 내내 대형 자본에 기대지 않고 독립적인 음악을 만드는 ‘인디펜던트(Independent)’ 정신을 유지해 왔다. 잘 팔릴 음악보단 에너지 넘치고, 덜 다듬어졌더라도 싱그러운 ‘야생화’ 같은 음악 세계를 지켰다. 한경록은 “인디 밴드이다 보니 음악뿐만 아니라 기획, 홍보까지 직접 해야 했다”며 “이런 경험치가 쌓여 변화에 적응하는 ‘변온동물’처럼 살아남을 노하우를 얻은 것 같다”고 했다. 크라잉넛 하면 떠오르는 곡 ‘말 달리자’ 역시 이런 야생의 반항기에서 나왔다. ‘음악 좀 안다’ 하는 형들의 “너희가 하는 건 펑크록이 아니야”란 훈수에, ‘닥쳐’라고 통쾌하게 답한 것이라고 한다. 이들은 “펑크록 밴드는 공장 노동자여야 하고, 머리는 어때야 한다는 등의 프레임에 갇히기 싫었다”고 회상했다.● “함께 울고 웃는 노래 만들고파” 지난달 28일 발표한 신곡 ‘허름한 술집’은 20대의 혈기왕성한 노래는 아니다. 차분하지만 정겨운 정서가 돋보인다. “간헐적 단식 해보려는데/동네 친구들이 모여드네” ‘빨간 뚜껑 소주’를 먹던 기찻길 술집 등 30년 동안 동고동락했던 장소들을 소재로 만들었다. 뮤직비디오도 홍대 문화공간 ‘제비다방’에서 구형 스마트폰으로 찍어 레트로한 느낌을 강조했다. 한경록은 “동네에 오래 있었던 친근한 공간을 ‘허름한 술집’으로 표현했다”며 “이 노래가 ‘퇴근 뒤 한 잔’ 같은 위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크라잉넛은 올해 데뷔 30주년을 기념하는 여러 프로젝트도 진행할 예정이다. 홍대 클럽들과 상생할 수 있는 ‘연중 공연’은 물론이고 홍대 갤러리와 협업해 인디의 역사를 정리하는 전시도 준비하고 있다. 그런 크라잉넛이 앞으로 걸어갈 길은 어떤 모습일까. “대단한 히트곡보다는 이 시대와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노래들을 만들고 싶어요. 일단 30주년 찍었으니 31년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초심을 잃지 않겠습니다.”(한경록, 이상혁)사지원 기자 4g1@donga.com}

1995년 서울 홍익대 인근의 라이브 클럽 ‘드럭’. 이곳에서 열린 미국 록밴드 너바나의 리더 커트 코베인(1967∼1994) 1주기 추모 공연은 대한민국 음악계에서 인디 문화가 태동한 순간으로 꼽힌다. 흩어져 있던 홍대의 인디 밴드들이 결집해 각자의 존재감을 뿜어냈다.이 공연에서 무대에 난입해 기타와 앰프를 마구 때려 부순 악동들이 있었다. 바닥 한켠에 쌓인 맥주캔 무더기에 뛰어드는 등 그야말로 ‘난동’을 부렸다. 화가 난 클럽 사장이 “니들, 뭐하는 놈들이냐?”고 물었다. 답은 패기 넘치고 뻔뻔했다. “저희는 밴드에요!” 사장은 고소는커녕 이들에게 오디션을 보게 했다. 그렇게 ‘말 달리자’, ‘밤이 깊었네’, ‘명동콜링’ 등 주옥같은 노래들을 만든 1세대 인디 밴드 ‘크라잉넛’이 탄생했다. ●‘인디의 역사’ 크라잉넛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은 크라잉넛의 역사는 곧 인디의 역사다. 9일 서울 마포구의 합주실에서 만난 멤버들은 “이렇게 오래 활동할 줄 몰랐다”면서도 “인디의 역사를 증언할 수 있는 ‘증언 밴드’가 됐다는 게 뿌듯하다”고 입을 모았다. 초·중·고교 동창인 박윤식(49·보컬, 기타), 이상면(49·기타), 이상혁(49·드럼), 한경록(48·베이스)이라는 초대 멤버에 드럭에서 일했던 ‘공익 형’ 김인수(51·키보드)가 1999년 2집 때 합류한 뒤 한 번도 멤버가 바뀌지 않았다. 오래 합을 맞춘 이들인 만큼 인터뷰는 사실 ‘친구들의 수다’에 가까웠다. 박윤식이 “30년쯤 되면 목소리도 안 나오고, 배 나오고, 머리도 벗겨질 줄 알았는데 아직 괜찮다”며 너스레를 떨자, 이상면이 “덜 벗겨진 거지”라고 응수했다. “1980년대 롤링스톤즈가 미국에서 투어할 때 우리 나라 음악 잡지에 ‘40이 넘어서도 락을 한다’고 했는데 우리는 (뭐지)….” 겸연쩍은 듯한 김인수의 말에 멤버들은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지금까지도 끈끈한 팀워크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 역시 서로의 성격을 너무 잘 아는 친구사이이기 때문이라고. “오래 해왔기 때문에 어느 부분에서 쟤가 화가 날지를 잘 알아요. 싸워봤자 화해하는 것도 귀찮고, 그냥 안 싸우고 화해도 안 하면 되죠.”(이상혁) 크라잉넛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대형 자본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음악을 만드는 ‘인디펜던트(Independent)’ 정신을 유지하고 있다. 잘 팔릴 음악보다는 거칠고, 덜 다듬어졌지만 싱그러운 ‘야생화’ 같은 음악 세계를 지켜 온 비결이다. 한경록은 “인디이기 때문에 음악 뿐 아니라 기획, 홍보까지 직접 해야 했다”라며 “이런 경험치가 쌓여 변화에 적응하는 ‘변온동물’처럼 살아남을 수 있는 노하우를 얻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공전의 히트곡 ‘말 달리자’ 역시 야생의 반항기에서 나왔다. ‘음악 좀 안다’ 하는 형님들이 하는 “너희가 하는 건 펑크록이 아니야”라고 훈수에 대해 ‘닥쳐’라고 통쾌하게 응답한 것이다. 이들은 “펑크락 밴드는 공장 노동자여야 하고, 머리는 어때야 한다는 등의 프레임에 갇히기 싫었다”고 회상했다.●“함께 울고 웃는 노래 만들고파”지난달 28일 발표한 신곡 ‘허름한 술집’은 20대의 혈기왕성함보단 차분하지만 흥겨운 정서를 담고 있다. “간헐적 단식 해보려는데/동네 친구들이 모여드네” ‘빨간 뚜껑 소주’를 먹던 기찻길 술집 등 멤버들이 30년 동안 동고동락했던 여러 장소들을 모티브로 만들었다. 뮤직비디오는 홍대 문화공간 ‘제비다방’에서 구형 스마트폰으로 찍어 레트로한 느낌을 더했다. 한경록은 “동네에 오래 있었던 친근한 공간을 ‘허름한 술집’으로 표현한 것”이라며 “이 노래가 퇴근 후 맥주 같은 위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크라잉넛은 앞으로도 30주년을 기념하는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홍대의 클럽들과 상생할 수 있는 ‘연중 공연’은 물론, 홍대 갤러리와 협업해 인디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전시도 준비하고 있다.앞으로의 크라잉넛은 어떤 모습일까. 한경록은 “대단한 히트곡보다는 이 시대에 함께 웃고 웃을 수 있는 노래들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일단 30주년 찍었으니 31년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초심을 잃지 않겠습니다.”(이상혁)사지원 기자 4g1@donga.com}

“길어진 그림자를 길에 드리운 채, 땅거미가 진 어둠 속을 그대와 걷고 있었어요(のびた人陰を鋪道にならべ, 夕闇の中を君と步いてる).” 11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나카시마 미카(中島美嘉·42)의 내한 콘서트에서 그의 대표곡 ‘눈의 꽃(雪の華)’이 울려 퍼졌다. 가수 박효신의 리메이크 버전이 한국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배경음악(OST)으로 삽입돼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익숙한 멜로디와 서정적인 나카시마의 목소리에 관객들은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 들었다. 1절 후렴에서 나카시마가 객석으로 마이크를 넘기자, 일본어 ‘떼창’이 울려 퍼졌다. “올해 첫 눈꽃을 둘이 꼭 붙어서 바라보고 있는 이 순간, 행복이 넘쳐요(今年最初の雪の華を二人寄り添って ながめているこの瞬間に幸せが溢れ出す).” 10, 11일 이틀간 열린 나카시마의 첫 내한 콘서트가 관객 7500여 명이 몰리며 화제를 모았다. 2001년 데뷔한 그는 최근 J팝 열풍 이전부터 한국에서 인기를 얻었던 ‘원조 J팝 디바’다. 원래 10일 하루 공연 예정이었으나, 티켓이 발매 약 1시간 만에 매진되면서 하루 더 연장했다. “부르고 싶은 곡이 너무 많아 고민했다”는 데뷔 25년 차 가수는 2시간 반 동안 20곡을 열창했다. 차분한 검정 드레스와 화려한 술이 달린 검정 모자 차림으로 등장한 나카시마는 첫 곡으로 2021년 발표한 발라드 ‘알고 싶은 것, 알고 싶지 않은 것(知りたいこと、知りたくないこと)’을 선택했다.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과거도 미래도 필요 없이 연인과 함께 있고 싶다”는 내용의 노래를 불렀다. 연이어 ‘가장 예쁜 나를(一番綺麗な私を)’, ‘꽃다발(花束)’ 등 장기인 발라드를 선보이던 그는 자신이 과거 펑크 로커 역을 연기한 영화 ‘나나’(2005년)의 OST ‘글래머러스 스카이(GLAMOROUS SKY)’를 부르며 ‘반전미’를 선사했다. 노래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僕が死のうと思ったのは)’은 10여 년간 이관(耳管) 개방증(귓속의 관이 계속 열리는 병)을 앓다가 회복한 나카시마의 굴곡진 사연을 떠올리게 했다. 우울함에 갇힌 듯한 초반부를 지나 “내일을 바꾸려면 오늘을 바꿔야지”라며 희망을 노래하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지난해 발매한 ‘언페어(Unfair)’는 세련된 피아노 연주와 빠른 박자가 어우러지며 그가 과거에만 머무르지 않고 있다는 걸 보여줬다. 무대 구성도 인상적이었다. 무용수들이 현대 무용 등을 추면서 퍼포먼스를 보완했다. 다만 ‘윌(Will)’, ‘오리온(Orion)’ 등 한국에서 인지도 있는 노래들을, 모두 부르지 않고 ‘메들리’의 일부로 짧게 들려준 점은 아쉬웠다. 나카시마는 콘서트 끝자락에 “오늘은 여러분이 오고 싶다고 하지 않았다면 (공연이) 없었을 날입니다”라며 결국 눈물을 쏟아냈다. 팬들은 또다시 그를 한국에서 만날 날을 기대하며 뜨거운 함성으로 화답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길어진 그림자를 길에 드리운 채, 땅거미가 진 어둠 속을 그대와 걷고 있었어요(のびた人陰を鋪道にならべ, 夕闇の中を君と步いてる)”11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나카시마 미카(中島美嘉·42)의 내한 콘서트에서 그의 대표곡 ‘눈의 꽃(雪の華)’이 울려 퍼졌다. 가수 박효신이 리메이크해 한국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배경음악(OST)으로 삽입돼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익숙한 멜로디와 서정적인 나카시마의 목소리에 관객들은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 들었다. 1절 후렴에서 나카시마가 객석으로 마이크를 넘기자, 일본어 ‘떼창’이 울려 퍼졌다. “올해 첫 눈꽃을 둘이 꼭 붙어서 바라보고 있는 이 순간, 행복이 넘쳐요(今年最初の雪の華を二人寄り添って ながめているこの瞬間に幸せが溢れ出す).”10, 11일 이틀간 열린 나카시마의 첫 내한 콘서트가 관객 7500여 명이 몰리며 화제를 모았다. 2001년 데뷔한 그는 최근 J팝 열풍 이전부터 한국에서 인기를 얻었던 ‘원조 J팝 디바’다. 원래 10일 하루 공연 예정이었으나, 티켓이 발매 약 1시간 만에 매진되면서 하루 더 연장했다. “부르고 싶은 곡이 너무 많아 고민했다”는 데뷔 25년 차 가수는 2시간 반 동안 20곡을 열창했다.차분한 검정 드레스와 화려한 술이 달린 검정 모자 차림으로 등장한 나카시마는 첫 곡으로 2021년 발표한 발라드 ‘알고 싶은 것, 알고 싶지 않은 것(知りたいこと、知りたくないこと)’을 선택했다.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과거도, 미래도 필요 없이 연인과 함께 있고 싶다”는 내용의 노래를 불렀다. 연이어 ‘가장 예쁜 나를(一番綺麗な私を)’, ‘꽃다발(花束)’ 등 장기인 발라드를 선보이던 그는 자신이 과거 펑크 로커 역을 연기한 영화 ‘나나(2005년)’의 OST ‘글래머러스 스카이(GLAMOROUS SKY)’를 부르며 ‘반전미’를 선사했다.노래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僕が死のうと思ったのは)’은 10여 년 간 이관(耳管) 개방증(귀 속의 관이 계속 열리는 병)을 앓다가 회복한 나카시마의 굴곡진 사연을 떠올리게 했다. 우울함에 갇힌 듯한 초반부를 지나 “내일을 바꾸려면 오늘을 바꿔야지”라며 희망을 노래하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지난해 발매한 ‘언페어(Unfair)’는 세련된 피아노 연주와 빠른 박자가 어우러지며 그가 과거에만 머무르지 않고 있다는 걸 보여줬다.무대 구성도 인상적이었다. 무용수들이 현대 무용 등을 추면서 퍼포먼스를 보완했다. 다만 ‘윌(Will)’, ‘오리온(Orion)’ 등 한국에서 인지도 있는 노래들을, 모두 부르지 않고 ‘메들리’의 일부로 짧게 들려준 점은 아쉬웠다.나카시마는 콘서트 끝자락에 “오늘은 여러분이 오고 싶다고 하지 않았다면 (공연이) 없었을 날입니다”라며 결국 눈물을 쏟아냈다. 팬들은 또 다시 그를 한국에서 만날 날을 기대하며 뜨거운 함성으로 화답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고 해도, 저는 다시 K팝 아이돌을 하고 싶습니다.” 켄타(본명 다카다 겐타·高田健太·30)에게선 K팝 아이돌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배어났다. 그는 2017년 방영한 엠넷의 보이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101 시즌2’에 유일한 일본인 연습생으로 참가한 것을 계기로 아이돌로 활동 중이다. 지난달 15일 자신의 활동을 돌아본 에세이 ‘천 원뿐이라도 재밌는 인생’(비밀신서)을 출간한 그는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나는 어릴 적부터 ‘보통’이라는 틀에서 조금 벗어난 인생을 살아 왔다”며 “나의 또 다른 ‘홈(home)’이라 할 수 있는 한국에서 책을 내 기쁘다”고 말했다. 책에는 그만의 인생 스토리가 담겼다. 중학생 때 K팝 보이그룹 틴탑의 노래를 들은 순간 ‘온몸의 세포가 들끓는 듯한 전율’을 느낀 켄타는 스무 살 때 캐리어만 끌고 한국으로 건너왔다. 아는 한국어는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뿐이었지만 꿈을 잃지 않았다고 했다. 켄타는 “언어도, 문화도 다른 환경에서 도전했다”며 “지금은 1년에 일본인 10∼20명이 K팝 아이돌로 데뷔하는 시대지만 나는 ‘혼자’였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많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켄타는 프로듀스101 출연 당시 100명 중 24위를 기록해 정식 데뷔조 ‘워너원’에는 들지 못했다. 그러나 팬들의 요구로 결성된 파생 그룹 JBJ로 활동하다가, 현재는 멤버 상균과 ‘켄타상균’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데뷔 초반에는 거의 사흘 동안 잠을 자지 못했고, 집에도 돌아가지 못했다”면서도 “모두가 지쳐 있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해보자’고 뜨거운 마음을 나눴던 순간이 추억으로 남아 있다”고 회상했다. ‘언어의 장벽’ 탓에 힘든 적도 많았다. 일본인 특유의 ‘애매한 표현’을 한국인 멤버가 잘 이해하지 못하기도 했다. 켄타는 “그 때문에 얕은 관계밖에 맺지 못하는 건 아닐까 고민한 적도 있었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의 ‘정’을 사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말이 완벽하게 통하지 않았지만, 정성스럽게 만들어준 집밥과 힘든 일에 저보다 더 눈물 흘려준 멤버들의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데뷔라는 ‘천국’이 있었다면, ‘지옥’도 만만치 않았다. 켄타상균은 전 소속사와의 갈등으로 전속계약을 해지하게 됐고, 두 멤버는 각각 수억 원의 손해배상을 하게 됐다. 하지만 켄타는 “가진 게 1000원뿐이라도 재밌는 인생”이라며 “어떻게든 된다고 믿으면 반드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했다. 극적인 희비의 순간을 오가면서도 벼려진 ‘자기 신뢰’의 근원은 무엇일까. 그는 “‘자신을 믿는 것’이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늘 그때그때의 ‘지금’을 진심을 다해 살아 왔다”고 말했다. 켄타는 2021년 회화 작품 개인전을 선보이는 등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20대 때는 ‘오직 내가 빛나는 것’이 목표였다면, 30대엔 누군가를 비춰줄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방탄소년단(BTS) 진(33·사진)이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에 1억 원을 기부했다.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진은 “병마와 싸우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쓰였다”며 “아픈 아이들이 건강을 되찾고 밝게 뛰어놀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작게나마 후원을 결심했다”라고 말했다. 진은 1월에도 저개발국 난치병 환자들을 돕는데 써 달라며 고려대학교의료원에 1억원을 기부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