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청와대가 26일 오후 7시 김관진 전 합참의장을 국방부 장관 내정자로 발표하면서 김태영 국방부 장관 경질이 발표된 이후 23시간 동안 지속된 국방리더십 공백은 정상화됐다. 서해 5도를 중심으로 안보위기가 고조된 가운데 시작된 ‘현직은 경질, 후임은 오리무중’ 상황은 청와대가 25일 낮 김 장관 경질을 전격 결정하면서 시작됐다. 23일 발생한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후 이틀 만에 내려진 결정 때문에 청와대로서는 후임자를 차분히 검증할 시간이 부족했다. 그나마 김 장관이 천안함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5월 이후 후임 장관 후보군에 대한 파일 작업을 시작했던 터여서 후보자를 2, 3명 선으로 좁히는 작업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이를 근거로 25일 오후 8시 경질 사실을 발표하면서 △후임자는 2, 3명 △민간인은 없고 △예비역 장성이라는 기준을 제시했다. 이후 청와대 안팎에선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출신으로 5월부터 이명박 대통령에게 국방정책 전반을 조언해 온 이희원 대통령안보특보가 가장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청와대 핵심 인사들도 이를 부인하지 않으면서 이 특보의 국방부 장관 내정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였고 26일 오전 7시 반 시작된 청와대의 약식 검증청문회에서 이 특보는 단독 후보로 먼저 검증을 받았다. 그러나 분위기는 청문이 마무리된 이후인 오전 9시부터 급반전했다. 이 대통령이 ‘이 특보도 좋지만 다른 색채를 지닌 후보를 더 찾아보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 특보에게 도덕적 하자가 있다기보다는 민간인을 겨냥한 북한의 무자비한 무력 도발이 빚어진 시점에 ‘강한 군인상(像)’을 지닌 후보자를 찾는다는 해석이 나왔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 특보가 재산 문제로 검증 과정에서 탈락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4성 장군 출신인 그의 전 재산은 2억2000만 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후보자는 이날 오후 청와대를 방문해 약식 검증을 거친 뒤 이 대통령을 만나 30분 이상 면담했다. 하루 내내 ‘탈락했다, 미뤄진다, 오락가락 아니냐’는 억측을 낳았던 후임 국방부 장관 후보자 선정 과정은 ‘오후 7시 발표. 후보자는 김관진’이란 메시지가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있는 춘추관에 전달되면서 마무리됐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26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따른 준(準)전시상황에서 군의 최고 지휘봉을 잡게 된 김관진 국방부 장관 내정자는 40년 가까이 군에서 봉직한 ‘강골의 무장’으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김 내정자는 이명박 대통령과 별다른 친소 관계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최근 안보위기 상황의 엄중함을 의식해 군 원로 등으로부터 골고루 조언을 얻어 김 내정자를 현재 국민 신뢰가 바닥까지 추락한 군을 탈바꿈시킬 적임자로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에서 국방부 장관 후보로 거론됐던 한나라당 김장수 의원도 전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관진이야말로 어려운 시기에 군심(軍心)을 모을 수 있는 사람인데…”라며 추천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번 인선에는 “우리 군에 야성(野性)이 사라졌다”는 이 대통령의 인식이 깔려 있다. 6·25전쟁과 베트남전 파병 외에 전쟁다운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데다 지난 두 차례 정권을 거치는 동안 정신력까지 해이해지면서 군이 ‘행정조직’화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후 이 대통령이 합참을 방문해 “행정적인 것보다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군은 다른 것을 생각하지 마라. 책임은 정부가 진다” “투철한 군인정신을 부탁한다”고 강조한 것도 그런 인식의 발로다. 즉, ‘군인을 군인답게, 군대를 군대답게’ 만들어 안보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인물이 누구인지가 핵심 인선 기준이었다는 게 홍상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의 설명이다. 나아가 이 대통령은 연간 30조 원을 갖다 쓰면서도 북한의 국지도발에 제대로 대응하지도 못하는 군의 구조적 문제를 파헤치고 강력하게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인물을 고르고 고른 것으로 전해졌다. 김 내정자가 군 재직 시 중간보고를 생략한 ‘원스톱 업무처리’를 강조했을 만큼 개혁성을 갖춘 점을 이 대통령은 높게 평가했다고 한다.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도발사건에서 드러난 군 지휘부의 보신성 ‘왜곡 보고’에 이 대통령은 크게 실망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김 내정자를 잘 아는 인사들은 “소문난 일벌레였다. 일처리가 명확하다”(한나라당 한기호 의원) “맺고 끊는 게 분명하다. 독일 육사를 나온 사람들이 가진 군인다운 면모가 있다”(K 전 중장) “성격이 모나지 않아 어려운 고비를 슬기롭게 잘 넘길 것이다”(민주당 서종표 의원) 등의 평을 내놨다. 청와대 예비청문회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용장(勇將)이면서도 지장(智將)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안보철학이 확고하고 질문에 대한 답변도 거침이 없었다. 한마디로 눈이 살아있더라”라고 전했다. 김 내정자는 호남(전북 전주)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시절 합참의장에 임명됐다가 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3월 전역한 뒤 미국 워싱턴 헤리티지재단에서 6개월간 안보 문제를 공부했으며 국방과학연구소(ADD)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해 왔다. 재산은 10억 원 안팎이라고 한다. 그러나 전역 2년 8개월 만에 ‘위기의 군’을 바로잡을 수장으로 화려하게 컴백한 김 내정자의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군에 대한 국민 불신을 해소하면서 바닥에 떨어진 군의 사기도 제고해야 한다. 무엇보다 군 내부의 조직적인 저항을 이겨내고 강도 높은 국방개혁을 진행해야 한다. 군의 고질적인 비리 구조를 파헤치고 국방예산이 적재적소에 배분되는지도 엄격히 따져야 할 책임을 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군 수뇌부를 포함한 장성들에게 메스를 댈 필요도 있다. 한편 김 내정자는 이날 예비청문회에서 군이 보고 위주의 행정조직처럼 변모해 온 점을 지적하며 “과거와 같은 군인정신이 약화된 것 아니냐. 정신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그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 등 북한이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도발하고 있다”며 “군이 단호하게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관진 국방장관 내정자는 △전북 전주(61) △서울고 △육사 28기 △35사단장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 △2군단장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3군사령관 △합참의장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이유종 기자 pen@donga.com}

25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관련 안보·경제 점검회의를 주재한 이명박 대통령의 표정은 시종 굳어 있었다. 이른바 ‘확전 자제’ 발언의 진위 논란 국면에서 벗어나 북한의 남한 영토 공격에 따른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안보 리더십’을 확고히 가다듬겠다는 국군통수권자로서의 강한 의지가 엿보였다는 전언이다. 결론은 북한의 국지도발에 적극 방어함으로써 다시는 이번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것이다.① 교전규칙 적극적 개념으로 개선 현재 우리 군의 교전규칙은 ‘영토를 침범할 경우 적의 공격에 상응하는 즉각 대응’을 명시하고 있다. 구체적이진 않지만 적의 공격이 있으면 대등한 무기 체계로 2배 정도로 대응할 수 있도록 돼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상황 관리, 즉 확전 방지를 염두에 둔 것이다. 그렇다 보니 군의 대응 수단이 너무 엄격히 제한돼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 대통령이 전날 “더 적극적인 대응이 가능한 방향으로 교전규칙을 수정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도 그런 이유다. 더욱이 현재의 교전규칙은 군인과 군인, 군대와 군대 간에 적용되는 것이다. 이번 연평도 도발 사건처럼 북한군이 우리 민간인을 공격했을 때 적용할 수 있는 교전규칙은 없는 셈이다. 홍상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앞으로는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발상 자체를 바꾸도록 하겠다”며 “민간에 대한 공격과 군에 대한 공격을 구분해 대응 수준을 차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합참은 유엔군사령부 및 한미연합사령부와 교전규칙 개정을 위한 협의에 곧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교전규칙에 대응 수준을 명확히 명시하고 상황에 따라 전투기를 이용한 공중 폭격도 가능한 내용을 포함해 좀 더 적극적으로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② 서해5도 전력 증강 정부는 교전규칙 강화와 더불어 서해5도 일대의 군 전력을 대폭 증강하기로 했다. 특히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결정된 서해5도 해병대의 병력 감축 계획을 백지화하기로 했다. 북한군은 서해안 주요 기지에 1000여 문의 해안포와 곡사포를 배치해 놓고 있다. 반면 우리 군은 연평도와 백령도에 K9자주포 각 6문, 백령도에 155mm 견인포 10여 문만 갖고 있다. 또 백령도와 연평도 등에 주둔하고 있는 우리 해병대 병력은 5000여 명으로 유사 상황이 발생할 경우 1차로 3000여 명이 즉각 증원되긴 하지만 병력이 수만 명에 달하는 북한 4군단에 비해 수적으로 열세라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세계 최고의 장비를 갖춰 철저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자주포나 155mm 견인포 등 중장거리 화기의 추가 배치를 비롯해 북한 해안포 타격이 가능한 장거리 평사포 배치, 해병대 병력 감축이 아닌 증원 등의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③ 민간단체 대북지원도 엄격 관리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천안함 폭침사건에 따른 5·24 대북제재 조치를 지속할 것을 재확인하면서 민간단체의 대북지원도 국민 정서와 남북관계 상황 등을 고려해 ‘엄격히’ 검토하기로 했다. 이는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도 필요에 따라서는 제한할 수 있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정부는 아울러 국제공조를 통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위한 외교 노력을 지속하고 특히 중국의 건설적 역할과 기여를 확보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홍 수석은 전했다. 그러나 중국은 천안함 사태에 이어 이번에도 북한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견지하지 않고 있고 우리 정부도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낼 마땅한 수단이 없어 내심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는 이번 북한의 무력 도발에도 불구하고 국내 금융시장이 비교적 빠르게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고 평가하고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유지하면서 필요한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와 군의 철저 대응을 당부하면서 “(그러나) 경제 등 일상적 활동은 정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바로 이렇게 하는 게 우리 사회의 안정성을 보여주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교전규칙 ::우리 군이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는 상황과 사용방식을 정해놓은 규칙. 6·25전쟁의 주체인 유엔군사령부가 정전협정에 따라 남북 간의 우발적인 충돌이 전쟁으로 확대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1953년 만들었다. 군복을 입은 군인 간 충돌을 전제로, 먼저 공격당했을 때 자위권 차원에서 대응하도록 해 놓았다. 해군이 적 함정과 조우했을 때 경고사격→위협사격→격파사격 순서로 대응하도록 한 절차가 교전규칙의 일부다. 육해공군마다 상황에 맞는 세부사항을 정리한 야전예규가 하위 개념으로 마련돼 있다. 교전규칙이 전면 수정되는 것은 57년 만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25일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금언을 깨고 김태영 국방장관을 교체했다. 사의를 수용하는 형식이지만 사실상 경질이다. 이날 오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과 관련한 긴급 안보·경제점검회의를 마친 이 대통령은 다른 공식 일정을 취소하고 작금의 안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 관리할지에 골몰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내에서도 군의 ‘초동 대응’에 대한 문제가 이 대통령의 ‘확전 자제’ 발언 진위 논란과 맞물려 국군 최고통수권자의 ‘안보 리더십’ 자체의 문제로 비화되는 상황을 더는 좌시해선 안 된다는 기류가 강하게 형성됐다. 보수층을 비롯한 일반 국민의 악화된 여론을 전환하고 군의 분위기를 쇄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비등했다. 이에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이날 오후 ‘연평도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주재한 뒤 김 장관 경질 문제를 이 대통령과 심도 있게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최고통수권자로서 군의 잘잘못을 일일이 따질 수는 없었지만 우리 군의 사전 경계태세 및 북한의 도발 후 대응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북한의 도발 직후 이 대통령은 청와대 지하별관 국가위기관리센터 상황실(지하벙커)에서 군 지휘부와의 화상회의를 통해 군사작전과 관련된 의견을 주고받으며 여러 차례 한숨을 내쉬었다고 한다. “몇 배로 응징하라” 등의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으나 군은 “최선의 조치를 다했다”는 보고만 했다고 한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확전 자제’ 발언의 진위 논란에 대해 “북한의 공격을 받은 직후 군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맞대응을 하고 나중에 이 대통령이 ‘상황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수순으로 가는 게 상식적인데, 마치 대통령이 확전 자제를 지시해 군이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처럼 비쳤다”고 말했다. 이번 전격적인 경질의 근원은 천안함 폭침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도 안보태세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이 강하게 제기됐고 결국 김 장관은 5월 1일 사의를 표명했으나 이 대통령은 심사숙고 끝에 군 수뇌부에 대해 한 번 더 ‘만회’의 기회를 주는 쪽을 택했다. 하지만 이번 북한 도발에서 군 수뇌부는 이 대통령의 기대를 여지없이 저버렸다. 이 대통령은 특히 전투뿐만 아니라 ‘경계’에서도 실패한 군에 대해 크게 실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천안함 사건 당시 소나(바닷속 물체를 음향으로 탐지하는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여론의 질타를 받은 군이 이번 연평도 도발에서는 대포병레이더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어디서 포가 날아왔는지 탐지하지 못했다는 보고를 듣고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고 탄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김 장관의 국회 국방위원회 답변 내용이 부정적 여론을 확산시키는 데 일조한 것도 이번 경질의 배경이다. 김 장관은 “13분 만에 대응하는 건 훈련 잘 받은 부대만 할 수 있다”거나 “스타크래프트를 보면 바로 쏘게 된다. 하지만 실제 상황에는 바로 사격하는 게 만만한 일이 아니다”는 식으로 군을 변호했다. 또 이 대통령의 ‘확전 자제’ 발언의 진위를 놓고 민감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인데도 김 장관은 마치 이 대통령으로부터 “단호히 대응하되 확전되지 않도록 관리하라”는 첫 지시를 받은 것처럼 답변을 했다가 나중에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부인해 혼선을 부추겼다. 김 장관은 앞서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와 관련해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한국에 재배치하는 문제를 협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여기에 처음에는 연평도에 배치된 6문의 K-9 자주포 중 4문을 통해 80발을 발사했다고 했다가 1차 대응 사격 때는 3문만 작동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군에 대한 국민 신뢰는 급전직하했다. 천안함 사건 당시 군의 잦은 말바꾸기로 국민의 신뢰가 추락했던 일이 재발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국방장관 경질에 이어 국민들의 안보 불안을 해소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군 지휘부의 공백 사태를 최소화하기 위해 26일 후임 국방장관을 내정하고 교전규칙 개선과 서해5도 전력 증강에 주력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나아가 전반적인 국방개혁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매년 30조 원에 달하는 국방예산을 갖다 쓰면서도 북한의 잦은 도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군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무엇인지, 대책은 무엇인지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북한의 기습적인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청와대의 지휘가 적절했는지를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국군통수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의 ‘확전 자제’ 발언이 군의 보복 강도를 약화시켰다고 지적하고 있고 청와대는 그런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북한이 포격 도발을 개시한 23일 오후 2시 34분 이후 청와대에선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청, “거의 실시간 보고받았다”이날 국가원로자문회의 위원들과의 간담회 및 오찬 일정을 마치고 본관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던 이명박 대통령에게 다급한 보고가 전달됐다.청와대의 한 핵심 참모는 24일 “합동참모본부 의장보다도 더 일찍 보고를 받았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빨리 보고됐다”고 전했다.물론 초기 단계라 몇 시에 몇 발이 떨어졌는지, 포격이 계속되고 있는지, 군과 민간의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등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이뤄지지 않아 보고과정에서 다소 혼선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외교안보라인의 한 핵심 참모는 2시 50분경 방송을 통해 북한의 연평도 도발 소식이 전해지는 상황에서 “현재 호국훈련 중인데…”라며 “아직 구체적인 보고를 받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간에 청와대 춘추관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하던 김희정 대변인도 “상황을 파악 중이다”라고 말했다.○ MB의 첫 지시는?‘1보’를 접한 뒤 청와대 고위 참모들과 함께 지하별관의 국가위기관리센터 상황실(지하벙커)로 이동한 이 대통령의 첫 지시가 “확전되지 않도록 관리를 잘하라”였는지가 최대 관심사다. 24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도 이 발언의 진위가 도마에 올랐다. “국군통수권자가 확전을 두려워하고 그런 지시를 하니까 우리 전투기까지 무장해 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북한 기지를 못 때린 것 아니냐”(한나라당 유승민 의원), “대통령 지시는 명확해야 한다. 확전은 안 된다면서 단호하게 대응하라고 하면 따를 수가 없다”(민주당 박상천 의원)는 등의 질타가 이어졌다.김태영 국방장관의 답변은 혼선을 더 부추겼다.이 대통령의 최초 지시가 뭐였느냐는 유 의원의 질의에는 “단호하지만 확전되지 않게 관리하라는 걸 겸해서 말했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당 김옥이 의원 질의에 “적절히 대응하되 확전으로 가지 말라는 건 기본적인 얘기다”라고 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한나라당 한기호 의원이 “확산 방지 언급이 상황 종료 전이냐, 상황 종료 후냐”고 묻자 김 장관은 “확전을 막아야 한다는 발언을 저는 듣지 못했다”며 “대통령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을 바꿨다.이에 유 의원이 “왜 오전과 답변이 다르냐”고 따지자 김 장관은 “오전 답변도 그런 뜻이 아니었다. 저는 못 들었다”고 항변했다.홍상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별도의 브리핑에서 “결단코 이 대통령이 직접 한 말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벙커회의 참석자 중 ‘누군가’가 비슷한 얘기를 했고 이를 홍보수석실의 또 다른 ‘누군가’가 춘추관을 통해 기자들에게 잘못 전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준(準)전시에 해당하는 엄중한 상황에서 대통령의 발언을 근거 없이 옮기는 게 가능하겠느냐는 점에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잘하려다가 헛발질을 한 것이다. 상황이 좀 꼬였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확전 자제 지시로 군이 강도 높은 대응을 하지 못한 게 아니라 군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 악영향 등을 우려한 이 대통령의 진의가 잘못 전달됨으로써 공연한 오해와 논란을 불렀다는 얘기다. 한편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위원회 질의에서 임태희 대통령실장에게 “‘확전 막으라’는 대통령 발언은 적절했다. 대통령도 전쟁을 원치 않지 않느냐”고 했고, 임 실장은 “(대통령은 전쟁을) 원하지 않는데 ‘확전 막으라’는 발언은 초기에 언론에 잘못 나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MB의 실제 작전 지시는 무엇?청와대 지하벙커에는 해군전술지휘체계(KNTDS)가 설치돼 있어 이 대통령은 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민구 합참의장 등과 군사작전에 대한 대화도 주고받았다.북한의 포격 상황을 보면서 이 대통령은 “몇 배로 응징하라”는 지시도 내렸다고 한다.그러나 포탄 수만 놓고 보면 우리 군은 ‘몇 배 응징’에 부족한 대응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합참은 이 대통령에게 “연평도에서 할 수 있는 만큼 다했다”고 보고했으며 실제 우리 군은 80발 정도밖에는 쏠 여력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전투기 폭격 여부를 놓고 이 대통령과 한 합참의장이 어떤 전략 전술적 판단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은 “북한 해안포기지 부근에 (북한) 미사일기지가 있으니 경우에 따라서는, 그쪽에서 도발의 조짐을 보이면 타격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북한의 미사일 공격 조짐을 우리 전투기 공격 여부의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았을 것으로 짐작된다.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동영상=폐허로 변해버린 연평도}

북한군이 23일 오후 2시 34분경 황해남도 강령군 쌍교리 일대의 일명 개머리와 무도 해안포기지에서 연평도를 향해 곡사포 등 해안포 60여 발을 발사해 해병대 연평부대 소속 서정우 병장(21)과 문광욱 이병(19)이 전사하고 군인 15명과 민간인 3명이 부상했다. 연평도 주민들은 지하방공호 등으로 피신했고 민가 21채가 포격을 받아 불탔으며 10곳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한국 영토에 대한 북한의 포격 도발과 이로 인한 민간인 부상자 발생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가진 한민구 합참의장과의 화상회의에서 북한이 발사한 포탄 수를 보고받은 뒤 “몇 배로 응징하라. 북한 해안포기지 부근에 (북한) 미사일기지가 있으니 경우에 따라서는, 그쪽에서 도발의 조짐을 보이면 타격하라”고 지시했다고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오후 8시 40분경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을 전격 방문해 “다시는 도발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응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홍상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정부 성명을 통해 “북한의 연평도 포격 행위는 대한민국에 대한 명백한 무력도발”이라고 규정하고 “추가 도발 시에는 단호히 응징할 것이며 북한 당국은 이번 사태에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합동참모본부 이홍기 합동작전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군이 오후 2시 34분경 연평도 인근 해상 및 내륙에 해안포 수십 발을 발사했다”며 “우리 군이 오후 2시 47분부터 K-9 자주포 80발로 대응사격을 가해 북측에도 상당한 피해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은 국지도발 시 최고 대비태세인 ‘진돗개 하나’를 발령하고 전군에 경계태세를 강화했다. 또 한미 군 당국은 대북감시태세인 ‘워치콘’을 3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서해 5도 지역은 사실상 준전시 상황에 돌입했다. 한편 북한군 최고사령부는 이날 오후 7시 발표한 ‘보도’를 통해 “우리 혁명무력은 남조선이 조국의 영해를 0.001mm라도 침범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무자비한 군사적 대응타격을 계속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이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과 관련해 ‘확전 자제’ 발언을 실제 했는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이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 지하별관 국가위기관리센터 상황실에서 외교안보 관련 참모 회의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대통령의 발언을 기자실에 전했다. 발언 내용은 “확전되지 않도록 관리를 잘하라”는 것이었다. 이 발언이 전해지자 정치권 등에선 즉각 확전 자제 발언이 군의 소극적 대응과 관련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이후 이 대통령은 수석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단호히 대응하되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하라”고 말했다고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애초 발언에서 ‘단호한 대응’이 추가된 것이다. 이날 한나라당 긴급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에서 일부 최고위원과 의원들은 “이 대통령이 ‘확전 자제’를 너무 일찍 언급했다. 청와대 참모들이 실수한 거다. 일단 오늘은 ‘단호한 대응’을 강조하고 내일이나 모레경 ‘확전 자제’를 얘기했어야 한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은 “대통령 등이 ‘확전 자제’를 성급히 언급해 우리의 향후 대응 방향을 상대방(북한)에 보여준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개최한 당 긴급안보대책회의에서 “우리 군은 즉각 3군이 대응 출동하고 반격은 허공에 대한 사격이 아니라 공격 거점인 해안포 진지를 완전히 격파해 침묵시키는 조준 사격을 했어야 했다”며 “(이 대통령이 ‘확전되지 않도록 관리하라’고 지시한 것과 관련해) 신속하고 압도적인 대응을 해야 할 군에 브레이크를 거는 발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이에 홍상표 홍보수석비서관은 “애초부터 ‘확전을 피하라’ 등의 대통령 발언은 없었으며 단호히 대응한다는 태도를 초지일관했다”고 해명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동영상=공포에 질린 연평 주민들 밤늦은 피난길}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에 청와대는 긴박하게 움직였다.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던 이명박 대통령은 오후 2시 36분경 ‘1보’를 받은 뒤 핵심 참모들과 함께 청와대 지하별관의 국가위기관리센터 상황실(지하벙커)로 이동해 합동참모본부, 해군작전사령부, 공군작전사령부 지휘관들과 화상회의를 열고 현지 포격 및 피해 상황을 시시각각 보고받았다.홍상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한민구 합참의장과의 화상회의에서 군사작전과 관련된 지시도 내렸다고 한다. 특히 이 대통령은 포격전이 전개되는 급박한 상황에서 “몇 배로 응징하라” “추가 도발 조짐이 보이면 북한 미사일기지도 타격하라”는 말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화면을 통해 민간인 주택에 연기가 나는 것을 직접 보며 “군과 민간인 피해를 철두철미하게 챙기라”고 지시했다. 합참은 이 대통령에게 “(북한의 도발은) 우리 군의 호국훈련을 핑계로 한 국지도발로 판단한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그 사이 김태영 국방부 장관과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현인택 통일부 장관,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임채민 국무총리실장 등이 속속 청와대에 도착하자 이 대통령은 오후 4시 반경부터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정부의 대응 기조를 정리했다. 김성환 외교부 장관에게는 동맹국들에 북한의 도발 사실을 알리고 우리나라와 상호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하라고 외교적 대응책도 당부했다.홍 수석은 오후 6시 5분경 북한의 연평도 포격 행위는 대한민국을 향한 명백한 무력도발로 추가 도발 시에는 단호히 응징할 것이며 북한 당국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는 내용의 정부 성명을 발표했다. 위민관 구내식당에서 저녁을 때운 이 대통령은 계속해서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주재한 뒤 이날 오후 8시 40분경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를 전격 방문했다. 3월 30일 천안함 실종자 구조현장인 백령도를 방문했을 때 입었던 항공점퍼 차림의 이 대통령은 “군은 성명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몇 배의 화력으로, 다시는 도발할 수 없을 정도의 막대한 응징을 해야 한다” “민간에게 무차별 포격하는 데는 교전수칙을 뛰어넘는 대응을 해야 한다” “군은 다른 것을 생각하지 마라. 책임은 정부가 진다” 등의 강한 발언을 쏟아냈다. 또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의 화상 보고를 받고 “북한의 1차 도발에 응징했지만 또 한 번 도발하면 한미가 힘을 모아 다시는 도발하지 못하게 응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정부 성명-북한의 연평도 포격 행위는 대한민국에 대한 명백한 무력도발이다. -더욱이 민간인에 대해서까지 무차별 포격을 가한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우리 군은 이러한 북한의 도발에 대해 교전수칙에 따라 즉각 강력히 대응했으며 북의 피해상황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추가 도발 시에는 단호히 응징할 것이다. -북한 당국은 이번 사태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23일 오후 2시 34분 북한군이 서해 개머리 해안포기지 쪽에서 연평도에 무더기로 해안포 사격을 가해 한국군 사상자 10여 명이 발생했다. 군 당국은 즉각 K-9 자주포로 북한 해안포기지를 향해 대응사격을 했다. 공군은 교전이 벌어진 서해 5도 지역에 F-15K, KF-16 등 전투기를 출격시켰으며 해군도 2함대사령부 보유 전력들을 연평도 일대로 긴급 이동시켰다. 군 관계자는 “우리 군이 호국훈련의 일환으로 해상사격 훈련을 서해 남쪽으로 실시하던 중 오후 2시 34분경 북한군의 포 사격이 있었다”며 “우리 군은 즉각 대응사격을 한 후 추가도발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으나 이후 다시 포격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북한군이 쏜 200여 발의 해안포 가운데 수십 발이 연평도 육상에 떨어져 연평도 민가 60여 채가 불에 타고 주민들은 대피시설로 긴급히 대피했으나 구체적인 인명피해 상황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대피소 안엔 식량이 없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평도 주민 중 일부는 어선을 타고 피난하고 있다. 북한의 해안포 사격은 이날 오후 4시 30분 현재 간헐적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군의 피해 상황은 사망 1명, 중상 3명, 경상 10명인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 해병대 관계자는 “중상자 4명을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하던 중 1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합참 측은 “우리 군이 오전 10시부터 서해 백령도 연평도 일대에서 호국훈련의 일환으로 포 사격을 했지만 항행통신으로 사격 훈련을 미리 알렸다”며 “우리 지역에서 해왔던 포 사격이라 이것을 빌미로 연평도 주민들이 살고 있는 곳에 북한이 해안포를 사격한 것은 명백한 불법이며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밝혔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23일 국회 예결특위 종합정책질의에서 “우리 군은 교전규칙에 따라 자위권 확립 차원에서 (북한에 대한) 80여 발의 대응사격을 했다”며 “북한 측에 즉각 도발 중단을 촉구하면서 추가 도발 시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군 당국은 23일 북한의 연평도 해안포 무더기 발사와 관련해 서해5도 지역에 국지 도발에 대한 최고 군사대비태세인 ‘진돗개 하나’를 발령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아울러 한민구 합참의장과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이 이날 오후 화상전화를 통해 연합위기관리를 선포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합참이 밝혔다. ‘진돗개 하나’는 군과 경찰, 예비군이 기본임무 수행을 제한받고 명령에 의해 지정된 지역으로 부대 또는 병력을 즉각 출동시켜야 하는 실질적인 전시상태로 1999년 6월 연평해전 직후 서해5도 지역에 발령된 적이 있다. 군 당국은 이날 오후 북측 장성급 회담 대표에게 해안포 사격 중지를 촉구하는 전화통지문을 발송했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이 오늘 오전 우리 군의 호국훈련(22∼30일)과 관련해 북측 영해로 사격을 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내용으로 전통문을 보내왔다”며 “우리 군도 오후에 북한의 연평도 사격과 관련해 장성급 회담 남측 대표인 류제승 소장(국방부 정책기획관) 명의로 사격 중지를 촉구하는 전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김태영 국방부 장관,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현인택 통일부 장관,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북한의 도발 의도와 피해 상황 등을 점검했다. 이 대통령은 합동참모본부로부터 상황 보고를 받은 뒤 “단호히 대응하되 확전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통일부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지역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의 신변안전을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은 22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했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의원들은 일명 ‘대포폰 사건’ 등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이유로 불참했다. 이 대통령은 “좀 쉬어야 한다”는 참석 의원들의 얘기에 “예산을 법정기한(12월 2일) 내에 처리하면 가능하다. 그래야 의원들도 연말연시에 지역을 찾을 수 있지 않느냐”고 답했다고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새로운 금융체제를 만든 것”이라고 평가한 뒤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를 언급하며 “우리가 한 번 더 도약할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협상이 오래 걸릴 것은 아니고, 국익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에서 정치적으로 대단히 어려운 것 같다. 나도 대통령으로서 어떻게 협상을 매듭지어야 할지 참 난감하다”는 말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만찬에는 남경필 외통위원장을 비롯해 한나라당 소속 외통위원 15명이 참석했다. 한편 청와대는 25일 대통령직속 위원회와 외부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해 G20 정상회의의 과제를 진단하는 ‘글로벌 코리아 비전 선포식’을 열 계획이다.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일본 외상은 14일 일본 요코하마(橫濱) 인터콘티넨털 호텔에서 ‘일본이 한반도에서 유래한 도서 1205권을 인도(반환)한다’는 내용의 협정문에 서명했다. 이 자리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과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가 임석했다. 이 대통령은 간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이번 도서반환을 계기로 미래지향적인 우호 협력 관계 구축을 위한 일본 정부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아울러 한일 양국 간 문화재 분야를 포함해서 문화 교류 협력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간 총리도 “올해가 한일 관계의 큰 전환점이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협정문은 협정 발효 후 6개월 내에 일본이 도서를 반환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날 협정식에는 한국 반환이 합의된 ‘대례의궤’ ‘왕세자가례도감의궤’ 등 일부 도서가 전시됐다. 의궤는 조선 왕실에서 치러진 의식의 전말을 상세하게 기록해 놓은 일종의 행사보고서로 ‘대례의궤’는 고종황제의 즉위식을, ‘왕세자가례도감의궤’는 순종의 혼례를 기록했다. 일본 정부는 되도록 빨리 협정문을 임시국회에 상정해 비준을 받을 방침이지만 일부 야당이 다소 부정적 반응을 나타내는 점이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의원에서는 큰 문제없이 협정문이 통과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여소야대(與小野大)인 참의원에서는 비준에 다소 진통이 예상된다. 두 정상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그동안 사실상 중단됐던 한일 ‘셔틀외교(양국 수뇌가 수시로 상호 방문하며 의견을 조율하는 외교활동)’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간 총리는 이 대통령에게 가급적 연내에 한 번 더 일본을 방문해줄 것을 요청했고 이 대통령은 긍정적으로 답했다. 간 총리는 자유무역협정(FTA)에 해당하는 한일 경제동반자협정(EPA) 협상의 재개를 희망했고, 이 대통령은 다음 일본 방문 때 FTA 협상 재개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자고 말했다. 두 정상은 간 총리가 한일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발표한 8·10 담화의 후속 조치로 사할린 한인 지원과 유골 봉환 문제 등이 착실히 진전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북핵 6자회담과 관련해서는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북한 비핵화를 진전시킬 수 있는 장이 돼야 한다는 데 두 정상이 의견을 같이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 여사의 가택연금 해제 소식을 전해 듣고 “이번 연금 해제가 미얀마의 민주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고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요코하마=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FTA·EPA :: 경제동반자협정(EPA)은 물품과 서비스 교역에 붙는 관세를 철폐하는 자유무역협정(FTA)에 비해 인적자원의 이동 자유화까지 담고 있어 좀 더 포괄적이다. 그러나 물품과 서비스의 개방 수준에서는 FTA가 전면적인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의 해소를 목표로 하고 있어 EPA보다 개방도가 높다.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한일 양국 정상이 협상 재개를 원한 것을 일본은 EPA라고 쓰고 한국 청와대는 FTA라고 썼다.}
이명박 대통령은 14일 정치권의 감세 논쟁에 대해 “원칙적으로 정책의 방향은 감세해서 세율을 낮추고 세원은 넓히는 쪽으로 가야 경쟁력이 생긴다”며 “이념적 논쟁으로 가선 안 된다”고 말했다.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주재한 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 요코하마(橫濱)를 방문한 이 대통령은 이날 본보 배인준 주필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감세 기조에 대한 정부의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유보된 (소득세와 법인세의) 세율(인하)을 2012년에 할지 1년 더 연장할지는 그때 경제사정을 봐서 하면 된다. 그걸(시기를) 조정한다고 해서 (감세 기조의) 대원칙이 깨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과의 인터뷰는 숙소인 뉴그랜드호텔에서 이뤄졌으며 조찬을 겸해 73분 동안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이후의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임기 중 선진국가 기초를 닦아 놓고 나갈 것이다. 공정사회를 부르짖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공정사회를) 공안정치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전혀 거기서 출발한 게 아니고 모든 분야에서 기초를 닦아서 차기 정권이 들어오면 승승장구할 수 있게 하자는 게 큰 목표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 분야 개혁에 대한 질문에 선거제도와 행정구역 개편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면서 “(그동안) 구상하고 눈에 보이지 않게 스타트하고 있었으니까, 조금 더 구체화해서 연내에 분야별로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북관계에 대해 이 대통령은 “조금 불안해 보이기도 하지만 정상궤도로 가고 있다. 과거와 같은 남북관계를 답습하면 우리는 영원히 평화를 갖지 못하고 북한은 영원히 가난을 면치 못하게 된다”면서 “(일부에선) 무조건 도와주라 하는데 그것은 정답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천안함 사건을 거론하며 “북한이 시인과 사과를 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우리 쪽의 핑계를 대는 부분이 있다. 북한 소행임을 믿으면서도 정치적 이유 때문에 그것을 달리 말하는 사람들이 우리 안에 있지 않느냐”며 “북한은 그것을 믿고 버티는데, 버티면 버틸수록 그쪽이 손해다”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해선 “너무 지나친 관심을 가질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의 성과에 대해 “한국이 어깨를 펼 만하다고 본다. 그러나 목에 힘을 줘선 안 된다. 목에 힘을 주는 것은 교만이고 그건 실패를 부른다”면서 “국민 보고대회 형식을 밟아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할 것이냐를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나는 지휘자였는데, 시민의식이 좋아져 G20 정상회의가 잘됐고 장관은 장관대로, 셰르파(사전교섭대표)는 셰르파대로 각자 맡은 역할을 잘해 주니까 나는 거저 득을 본 것이다. 높은 시민의식에 점수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요코하마=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13, 14일 일본 요코하마(橫濱)에서 열린 제18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정상들은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는 발언을 쏟아냈다고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서울에서 괄목할 만한(outstanding) 작업을 해낸 데 대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서울에서 아시아 최초로 열리는 G20 정상회의인 만큼 중국 입장에서도 잘 협력해 성공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회의에 임했다”고 말했다.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개발 의제에 중점을 둔 것은 굉장히 잘한 일이다. 경제성장과 개발 의제는 어떻게 보면 동전의 양면과 같은데, 이 개발 의제를 통해 역내 경제성장을 위해 좋은 성과를 낸 것을 굉장히 높이 평가한다”며 “특히 국제통화기금(IMF)의 낙인 효과(IMF에서 돈을 끌어다 쓰는 나라는 문제가 있다는 평가를 받게 되는 현상)가 개선된 것이 가장 좋은 결과”라고 밝혔다. 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은 “서울 G20 정상회의가 잘된 것을 축하한다. 한국을 통해 많이 배웠다”고 말했고,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개발을 이슈화해준 이 대통령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한국이 이렇게 잘할 줄 몰랐다. 기대했던 것 이상이다. 감동받았다”고 말했다.요코하마=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이명박 대통령과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가 14일 일본 요코하마 인터콘티넨털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일본이 한반도에서 유래한(온) 도서 1205권을 인도한다’는 내용의 협정문에 서명했다. 또 양국 정상은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일본에서는 경제동반자협정인 EPA로 표기) 협상 재개를 진지하게 논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협정문에 따르면 “일본은 협정 발효 후 6개월 내에 도서를 인도하며, 양국은 문화 교류를 발전시키는 데 협력한다”고 돼 있다. 일본 정부는 이른 시일에 협정문을 임시국회에 상정해 비준을 받을 방침이다. 이 대통령은 “이번 도서 반환을 계기로 양국 간 우호 협력 관계 구축을 위한 일본 정부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간 총리의 노력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이에 간 총리는 “일한 도서협정 서명식을 통해 앞으로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펼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국회 동의를 얻어 가까운 시일에 도서가 전달되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또 간 총리는 현재 논의가 중단된 한일 FTA 협상 재개를 희망했고 이 대통령은 진지하게 논의하자고 응답했다. 이어 양국 정상은 현재 중단된 ‘한일 셔틀외교’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데도 합의했다. 한편 이날 폐막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는 아태지역 내 성장전략과 무역자유화 촉진 방안을 담은 정상 선언문(요코하마 비전)이 채택됐다. 그러나 이번 모임에서 핵심 의제로 기대를 모았던 ‘아태 지역 내 성장전략’ 논의는 미국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과 중국 등 신흥국의 의견차로 구체적인 수치목표 제시에는 이르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요코하마=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배인준 주필=G20 서울 정상회의, 큰 일 끝내셨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예측은 했지만, 해보니까 정말 만만치 않더구먼요. APEC ASEM 이런데 다 다녀봤지만, 나라마다 각종 이해관계가 있으니까 참 쉽지 않았어요. 이런 회의를 선진국에서 하는 이유를 알겠더라구요. 국가적 영향력이 없으면 힘듭니다. 주최하는 나라에 국력이 없으면 이해관계가 걸린 일에 대해 사전에 설득하려 해도 안 되니까요. 특히 금융이나 이런 부분에서는 더 그래요. 그래서 영국이나 독일 같은 선진국들에서 개최하는구나, G7이 모여서 하는 이유를 알겠더라구요.▲배 주필=이번에 많은 정상들을 설득해서 효과 보신 부분이 있지 않습니까.▲이 대통령=그렇지요, 이번에 다급했으니까 나설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 게 많이 있었어요. 참가국들끼리 서로 정면으로 충돌하면 양쪽과 대화하면서 의사를 대신 전해주고, 그렇게 해서 좁혀 들어가고 말이지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도 'G20 정상회의를 아시아에서 처음, 특히 서울에서 하는데 이거 성공해야 할 거 아니냐' 그런 생각을 갖고 있더라구요. 우리 아시아에서 한다, 신흥국가에서 주최한다 하는 데 대해 뭐랄까 이해도가 훨씬 있는 거지. 만약 이것이 이번에 유럽이나 미국이나 이쪽에서 열렸으면 협의가 힘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배 주필=그밖에 특별히 도움을 많이 주신 정상이 있습니까.▲이 대통령=이번에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메르켈 독일 총리 같은 분이 좀 많이 도와주셨어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물론이구요. 우리가 중국 의견을 좀 반영하고 독일 의견을 반영하려면 미국이 양보를 해야 하는데, 미국도 우리가 이야기하니까 양보하지, 맞붙어서 중국하고 바로 하면 둘 다 조금도 양보를 안 할 거 같더라구요. 마지막날인 12일 새벽 4시까지 셰르파(사전 교섭대표)들이 겨우 합의했는데, 또 후진타오 주석 쪽에서 연락이 왔어요. 새벽에는 자는 시간이니까 잠을 깬 뒤에 전화했겠죠. 또 비토하는 거예요. 그래서 합의문에 못 들어가게 되는 거 아니냐, 절망적이었어요. 다시 미국하고 붙으면 도저히 안 되겠고 해서, 나중에 독일의 메르켈 총리와 내 옆에 앉은 영국의 캐머런 총리가 좀 움직이고 노력했어요. 그 바람에 회의 속개가 좀 늦어졌지요. 회의 끝나는 시간에 맞추려면 어떻게 해요. 미국은 자신들이 말하면 (중국을)납득시키기 어려울지 모르니까 독일을 보내고, 또 내가 가서 이야기 하고 해서 합의문이 됐어요. ▲배 주필=중국이 막판에 어느 부분에 제동을 걸었습니까.▲이 대통령=(경상수지 흑자 적자폭의) 가이드라인을 경주에서 만들어서 그 기준을 가지고 평가하기로 하자는 것이었는데, 가이드라인을 만들자고만 해서는 효력이 약하잖아요. 기준을 정하는 데는 실무회담도 해서 만들어야 하니까 시간이 좀 걸리죠. 그러나 그냥 기준을 만들자고만 해서는 무슨 소용 있어요? 언제까지 하자는 것을 넣는 게 힘들었던 거지요.▲배 주필=좀더 구속력 있는 타임라인을 정하는 문제였군요.▲이 대통령=그게 어느 정도 들어가야 한다 하니까 19개 나라는 이해를 하고 나중에 중국이 합의했는데 또 다시 뒤집어졌던 겁니다. 여러 나라가 도와줬어요. 한국이 애쓰는 거 보고 대단히 감동적으로 생각하더라구요. 처음에는 한국이 그냥 대회나 열지, 그렇게 내용에서 역할을 할 거라고는 생각 못했던 거 같아요. 센 사람들이 모이니까. 어떻게 보면 한국의 역할이 되게 커진 거에요.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고마워요. 어제(13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첫 발언을 하면서 G20 서울 정상회의를 평가했다고 들었어요. 나는 그때 서울에서 터키의 에르도안 총리와 매우 중요한 정상회담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 늦게 일본에 왔습니다만. 오바마 대통령뿐 아니고 서울 다녀간 정상들이 다 우리에 대해 좋게 생각하고 힘을 실어줬어요.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도 "세계 각국에서 열리는 회의 다녀봤지만 이렇게 한국이 역할을 할 줄 몰랐다. 한국이 저렇게 (열심히) 하는 역할을 좀 도와야 한다"면서 거들었어요.▲배 주필=우리나라에 대한 주요국 정상들의 인식이 더 새로워진 면이 있군요.▲이 대통령=그 분들은 한국이 자기들끼리 열심히 해서 소득이나 올려서 사는 나라다 이 정도 생각을 한 경우도 있었던 것이지요. 국제사회에서 우리가 남을 위해서 역할을 해온 게 없잖아요. 우리가 원조 받는 나라에서 원조국으로 바뀐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세계경제를 위해 영향을 미치고 거기에 기여하게 되었잖아요. 예전에는 관심이 없었죠. 그런 역할은 다 남이 하는 거고 우리는 따라가는 거다 생각했는데, 이번엔 그 일을 헌신적으로 하니까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 기여를 한다는 점을 직접 본 셈이지요. 어떻게 보면 원조를 받다가 준다고 하는 것은 하나의 절차로, 우리가 잘 살게 되니까 준다 하는데, 이번에 이 일(G20에서의 역할)을 보고 '한국이 국제사회에 본격적으로 기여를 하는구나'라는 점을 느낀 것 같습니다. 그게 많이 감동을 준 거 같아요. 사실 우리도 이제는 구경만 해서 될 일이 아니지요. 세계경제가 잘 돼야 그 효과를 우리도 많이 볼 수 있는 것이고.▲배 주필=동아일보 윤종구 동경지국장 말에 따르면 요즘 일본에서는 한국에 관한 보도와 논평, 드라마 이런 것들이 넘쳐나는데, 과거에도 그러한 때가 있었지만 상당부분 네거티브한 쪽이던 것이 지금은 양도 양이지만 질에 있어서 한국을 포지티브한 쪽으로 평가하는, 그런 점이 달라졌다고 합니다.▲이 대통령=맞아요. 요즘은 세계 어느 신문이든 세계 일류신문에서 우리나라에 대해 다 크게 다루는데, 이럴 때 잘 해야 돼요. 남이 인정해주고 평가해주고 이럴 때 우리가 잘 해야 하고 지속적으로 잘해야 돼요. 88 서울올림픽 때 교통질서나 이런 것을 얼마나 잘 했어요! 그런데 문제는 끝나고 다시 그전처럼 되돌아가니까 문제죠. 일본은 1964년 도쿄올림픽 하고 난 다음에 그때 사회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사회질서를 바꾸는 계기가 되었죠. 우리도 어떤 계기를 만나면 그것을 잘 활용해서 유지 발전시키는 게 참 중요해요.▲배 주필=동아일보는 13일자 사설에서 'G20 서울 정상회의가 잘 치러지도록 한 시민정신이 빛났고 경찰과 군도 애썼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이 대통령=예, 봤습니다. 정말 우리 국민, 우리 시민이 잘 해주셨습니다. 그 덕에 된 거죠. 이번에 시민의식이 좋아졌으니까 잘 되었죠. 또 준비한 사람들도 각자 맡은 역할을 다 잘 해주니까 나는 지휘자로서 거저 득을 본 거죠. 나는 점수를 국민 모두에게 드리고 싶습니다.▲배 주필=차량 2부제 같은 것을 강제는 안 했지요?▲이 대통령=과거에는 행사 있으면 일방적으로 차량 2부제를 한다든지 여러 가지 금지 이런 걸 했는데 이번에는 사실 풀었어요. 이번엔 내가 "시민 자율에 맡기는 게 좋겠다. 2부제도 자율에 맡기자"고 그러니까 교통 전문가나 관료들은 부정적이더라구요. '막상 자율에 맡기고 보면 잘 안됩니다'라는 거에요. 그래서 내가 "그럼 어쩔 수 없지. 당신들이 잘 알아서 하시오" 이렇게 해놓고, 하룻밤 자고 그 다음날 나와서 다시 자율로 하라고 했어요. 우리 국민의 수준이 과거와 다르다, 믿어봐라, 맡겨보자, 좀 막히면 막히더라도 한번 해보자 했던 것이지요. 그런데 이번에 보니까 굉장히 달라졌더라구요.▲배 주필=저도 시민의식을 매우 긍정적으로 봤습니다.▲이 대통령=과거에 어떤 행사가 있을 때는 강제로 통제를 했기 때문에 강제 기간이 지나고 나면 원점으로 돌아갔어요. 나는 정부의 수준이 국민의 수준을 못 따라간다고 봅니다. 이번에 우리가 국민수준을 믿고 자율에 맡겼더니 역시나 그렇게 잘 되었다 이거죠. 그러니까 나는 국민의 수준이 정책을 펴는 정부 수준을 앞서가고 있다, 더 국제화가 되어 가고 있다, 그렇게 봅니다. 물론 우리는 분단된 나라니까 안보 면에서 각국 정상들의 안전 문제가 더 심각했지요. 그렇지만 기초질서에서 시민들의 협조는 자발적이었습니다. 그게 그냥 하는 이야기가 아니고 정말 굉장히 고마운 마음을 느낍니다. G20이라는 것은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또 다른 거니까. 앞으로 1, 2년 계속되면 한국이 이런 역할을 그때 했구나, 이렇게 될지 모르지만, 이 어려운 회의에 임하고 협력하는 우리 국민들의 자세를 보았습니다.▲배 주필=G20 회의 반대시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이 대통령=시위 문제도 아마, 각국에서 회의를 할 때마다 이렇게 조용하게 한 나라는 없을 겁니다. 물론 이번에도 (시위를) 조금 하긴 했지만, G20 회의 시작 전에 국제 노동계 인사들을 만났을 때도 이야기 했습니다. "G20 회의가 일자리를 만들고 개발도상국의 개발을 (지원하는 정책을) 강화하려고 하는 것인데 이것은 여러분의 입장과 일치하는 것이다. 그리니 G20 회의를 권장하고 격려를 해야지 반대할 일은 아니다. 협력해 달라"고 했습니다. 노동단체장들에게도 요청하고 해서, 어떻든 회의 당일, 이틀간은 시위가 없었잖아요.▲배 주필=정부도 많은 경험을 했을 것 같습니다.▲이 대통령=회의는 의제를 어떻게 한다는 거 하나가 있고, 또 하나는 운영 아니겠어요? 해당 분야 공무원들도, 경찰도 자기 업무를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잘 해주었어요. 다른 정상들이 "아 정말 놀랍다" "아무 불편 없이 돌아간다"고 칭찬을 많이 했어요. 회의 의제들이 난제들인데도 회의 자체도 계획한 대로 진행됐어요. 그동안 다른 나라에서 회의한 경험으로는 진행 차질이 적지 않았는데 우리는 이번에 잘 맞춰냈습니다. 그래서 내가 고맙고 미안해서 정상들에게 "협조해주셔서 고마운데, 한 가지 얻은 교훈이 있다. 의장이 진행하는데 여러분이 조금씩 양보하고 협조해서 회의 전체가 다 계획대로 됐다. 국제문제도 조금씩만 양보하면 세계가 균형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겠다"고 했더니 서로 웃는 거에요.▲배 주필=김윤옥 여사님도 역할과 고생을 많이 했지 않습니까.▲이 대통령=부인들 파급효과가 큽디다. 정상들이 부인들한테서 좋은 이야기 많이 들었다고 귀띔하기도 했지요. 남편들이 약하긴 약해요. 이번에 다들 이야기를 하는데, 역시 우리가 보여주는 것은 한국적이어야 한다고 다시금 생각했습니다. 이런 큰 행사에서는 퓨전문화보다는, 그건 그것대로 발전시켜 나가야겠지만, 문화도 음식도 100% 순수하게 우리 것을 보여주는 게 필요할 거 같아요. 정상 부인들이 한국이 아주 훌륭한 고유문화가 있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고, 창경궁 비원 이런 데 가보면서, 중국이나 일본과는 또 다른 한국에 감동을 받은 거예요. 첫날 우리(이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가 각각 다른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행사를 했는데, 그러니까 국립, 민간 다 잘 돼 있는 것을 외국 정상들과 부인들이 알고 감동을 받았다는 겁니다. 또 날씨도 많이 도와줬어요. 황사가 온다 했는데 바로 그쳐 다음날 날씨가 또 봐줬어요. 그런 면에서 가끔 일기예보가 틀리는 것도 좋더라구요(웃음). 행사가 운도 있었어요.▲배 주필=G20 서울회의 경험을 앞으로 계속 잘 살리는 것도 중요하겠습니다.▲이 대통령=이번에 나는 사실 지휘자니까 각 분야에서 그 의제를 만들고 실무적으로도 장관은 장관의 역할, 셰르파는 셰르파의 역할을 어떻게 하는지 보았습니다. 이 역할들이 굉장히 성공적으로 되었어요. 물론 오랫동안 준비했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번에 보니까 공직사회에도 인재가 많다고 새삼 깨달았습니다. 외부에서 참여한 전문가들도 잘 했습니다. 사실 전문가들이 많이 모이면 서로 협력이 잘 안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엔 아주 협력도 잘 되고….▲배 주필=이번에 G20 회의에 참가하지 못한 나라들에게 한국의 역할 가능성을 보여준 점도 있겠지요.▲이 대통령=지금 신흥국들은, 중국까지도 덩달아 좋아하지요. 신흥국이 해냈다 하는 동료의식을 느낀다고요. 이번에 G20 회원국 이외에 아프리카 대표국들을 초대했는데, 제 손을 잡고는 놓지 않아요, 이제까지 많은 국제회의를 다녔지만 정말 한국이 진심으로, 형식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함께 참여해서 액션플랜을 만들었거든요. 그걸 감동적으로 생각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가 신흥국, 개발도상국들에 자신감을 심어줬다는 점에서, 다른 개도국들은 한국의 역할에 대리만족을 하는 거죠, 한국이 했다라는 거보다 "우리가 했다"고 하는.▲배 주필=일종의 신흥국 역할 모델로 봤을까요.▲이 대통령=나는 그렇게까지 생각 못했는데, 제일 반가워하는 사람들이 그분들이에요. 감동적으로 받아들이니까 우리 책임감이 크죠. 그냥 우리가 원조 받다가 준다 하는 것은 우리 이야기고, 남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것은 (별도의 문제일 수 있죠). 이번에 G20 정상회의에서 '개발'을 의제로 올렸다는 것 그 자체로, 어제 요코하마 APEC에서도 '한국이 개발 문제를 넣었다'고 각국 정상들이 입이 닳도록 이야기해서 내가 너무 고맙고 송구해서 일어서서 45도로 인사를 했다고요.▲배 주필=이제 기업들도 G20 회의 성과를 활용해야 하지 않겠습니까.▲이 대통령=나는 기업 금융 이런 쪽이, 변화하는 추세를 알아서 이 기세를 타야 한다고 봐요. 이 조류, 이 기세를 타야 되는데 그래서 나는 우리 국민들이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기업인, 국민, 관광객이 나가더라도 한국이 어깨를 펼 만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목에 힘을 줘선 안 되죠. 목에 힘주는 것은 교만이니까, 교만은 실패를 부르니까 교만하지 말자는 것입니다만, 목에 힘을 빼고 겸손하게 하면서도 가슴을 펴고 어깨를 펴자는 겁니다.▲배 주필=기업들은 어떤 점에 착안해야 할까요.▲이 대통령=이제 G20이나 이런 데에서 토론되고 논의되는 게 강제규범이 되거든요. 금융제재를 만들면 그게 바로 우리 한국의 금융기관에도 해당되고, 또 앞으로 녹색성장이나 이러한 것들도 논의가 많이 되었는데 잘 적응해야 하겠습니다. 세계가 앞으로, 예를 들어 네슬레 같은 기업은 자기들이 농산물 원료를 수입하는데, 그것도 말하자면 녹색성장 기준에 맞는 것을 수입하고, 그리고 구매하는 나라에 감시단을 보내겠다고 합니다. 이런 것이 비즈니스 서밋에서 이야기되었다고 하거든요. 그럼 결국 세계가 그런 추세로 갈 것이다 하는 것을 알고 대응해야지요.우리가 회의를 주최만 하면 뭐해요. 각 분야에서 나아가는 방향을 알고 선점을 해야 한다고요. 그래서 나는 이번 기회를 모든 분야에서 활용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안된 이야기지만 정치도 걸맞게…. 이번에 반부패 관련 세션이 있었는데 내가 공정사회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했어요. 거기에 또 관심을 갖더라구요. 나는 "공정사회가 굉장히 필요하다. 그래서 성숙한 단계로 가기 위해서 우리가 하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번 기회에 정부가 앞서서 스스로 이것을 계기로 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래서 이것을 국민보고대회 형식을 밟아서 여러 계층의 이야기를 들어서, 그냥 '우리가 잘했다' 하는 것보다는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할 것이냐'를 찾아나가겠습니다. 각 분야 전문가들과 언론에서도 더 발전시켜 주셨으면 합니다.▲배 주필=G20 서울 정상회의 국민보고대회군요.▲이 대통령="우리가 잘 했습니다" 이거보다는, "이걸 계기로 우리가 어떻게 합시다" 이게 중요합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에 있는 분들은 지금 세계에 나가면 스스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어떤 느낌을 받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걸맞게 우리가 하자, 그냥 '좋다 좋다'고만 해선 안 되고 선점을 하는 게 중요해요.▲배 주필=이제 또 오늘(14일) 귀국하시면 국내 문제도 많을 텐데요. 임기 3년차 마무리, 그리고 내년이 중요할 텐데요.▲이 대통령=내년도 일 하는 해지 뭐 허허.▲배 주필=그래도 국정구상을 가다듬고 계실 텐데, 특히 우선과제로 어떤 것들을 어떻게 이번에 한번 잘 마무리 해 보겠다고 생각하십니까.▲이 대통령=나는 아직 마무리할 단계는 아니고…. 나는 그저 목표가, 내 임기 중에 뭐 큰 성과를 만들어서 이뤄내 놓겠다 이거보다는, 우리가 선진국가가 되는 분야별로 기초는 닦아놓고 나가겠다 그것입니다. 우리가 정치를 하다보면 욕심이 생기죠. 그러나 나는 내 임기 중에 하기 위해서 무리를 하기 보다는 내가 한 것이 모든 분야의 기초를 다져놓고 나가자 하는 겁니다. '공정사회'를 부르짖는 이유가 거기에 있죠. 뭐 공안정치 이렇게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전혀 거기에서 출발한 게 아니고 모든 분야에서 기초를 닦아 놓고 나가자, 그래서 차기 정권이 들어오면 승승장구할 수 있게 하자 이게 큰 목적이에요. 내가 내 일만 그저 해서 성과 내겠다고만 하면 이 다음 정권도 그렇게 하게 되죠. 예를 들어 복지도 포퓰리즘에 빠져서 해선 안 됩니다. 우리 복지정책이 너무 빠른 시간 내에 강화되고 있잖아요. 속도로는 1등입니다. 스웨덴 같은 복지국가도 우리 같은 상황과 경제수준에서 어떻게 했나 생각해보면, 우리가 속도 빠릅니다. 물론 빈부격차가 벌어진 측면, 이것도 어느 정도 복지정책을 통해 대안을 찾아야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복지가 포퓰리즘에 빠지면, 지금 앞서간 선진국들이 빠진 것과 같은 혼란에 빠질 우려가 있지요. 그러면 얼마나 우리가 어리석어요. 남의 성공과 실패를 보고 다 배워야지, 우리가 후발이면서 똑같이 실패하면 안 됩니다. 그래서 이번에 보육이나 교육 이런 몇 가지 측면에서는 내년도 예산 편성에 특별히 정말, 보수정당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했는데, 교육의 기회를 주고 보육의 기회를 줘서 이제 여성들도 자유롭게 일할 수 있게 하자 하는 정책에서 합니다. 그래서 복지의 선순환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복지가 아직 효율이나 전달과정에서 보면 어떤 데는 혜택이 가야 될 곳에 가지 않는 데가 있고 또 이중 삼중 가는 곳이 있습니다. 1차 전산화로 점검해 보니까 벌써 그런 것이 많이 나왔죠. 앞으로 차근차근, 그것도 기초를 다져서, 모든 분야를 그렇게 해야 하지 않겠느냐. 정치분야까지 그렇게 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는 스스로 해야 하지 않겠느냐 생각합니다. ▲배 주필=정치에서 기대하는 바가 없을 수 없지 않겠습니까.▲이 대통령=크죠. 모든 분야가 사실 눈부시게 변화하고 있으니까 정치가 앞서주면 좋은 거죠. 스스로 하는 수밖에 없어요. 정치를 바꾸는 것도 누군가가 옛날 독재시대같은 그런 발상으로는 안 되고 스스로 해야 한다 봅니다. 면책특권이 있는 국회에서 말할 것이라면, 당당하면 밖에 나와서 해야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모든 법률도 시대에 맞는 법률을 만들어야 하지요. 어제 법률을 붙들고 맞지 않는 것을 하는 동안 시간은 지나 버리고…. 그런 문제를 정치권에서 고민을 많이 해야 하지 않겠느냐. 함께 가야 하기 때문에 그걸 기대하고 있죠, 그래서 나는 내 임기 중에 뭘 어떻게 중점적으로 하겠다, 이렇게 말하면 오해가 생길 가능성이 있는데 실제 나는 취임할 때 그렇게 생각하고 했습니다. 그런 일에 언론이 많이 협조해주면 좋겠습니다.▲배 주필=특히 어떤 부분을 염두에 두신 말씀인지요.▲이 대통령=예를 들어 선거제도와 공천제도에서부터 말입니다. 지역에서 사람을 뽑을 때 호남에서는 한나라당이 한 명도 안 되고 또 영남에선 민주당이 한 명도 안 되고, 부분적으로 그런 것은 모르지만 우리같이 이렇게 되어서는 문제지요. 이런 것도 선거법을 좀 바꾸고 하면…. 이런 것도 우리가 요구하고 있고, 행정도 100년 전 GDP의 대부분을 농업이 차지하던 시대의 것이니까, 경제성장을 행정구역에 맞춰 하려니까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행정구역을 떠나 광역으로 하자는 것도 거기에 베이스가 있는 거죠. 그런 것에 기초해서 하나씩 해 나가고 있죠.▲배 주필=그런 문제를 올해에서 내년 사이에…?▲이 대통령=네 그렇죠. 구상하고 눈에 보이지 않게 스타트하고 있었으니까, 이제 조금 더 구체화해서 연내에 분야별로 제시해서….▲배 주필=변화를 낙관하십니까?▲이 대통령=낙관이다 아니다 이렇게 판단하기보다는 우리 국민 전체의 바람이랄까 수준이랄까 이러한 것들을 나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정권이 혼자 나라를 끌고 나갈 수 없잖아요. 그런 점에서 이해가 높아지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배 주필=안보 시스템이랄까 안보 체제에 대해서 여러 형태의 불안이 국민 사이에 있습니다만.▲이 대통령=남북문제에 대해서 불안해하는 측면이 있는데, 나는 지금이 남북관계도 가장 정상궤도로 가고 있다고 봅니다. 내가 과거와 같은 남북관계를 답습하면, 그러면 우리도 영원히 평화를 갖지 못하고 북한도 영원히 가난을 면하지 못하는 거죠. 이번에 우리가 크게 깨달은 것은 빈국에게 자생력을 키워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선진국의 원조만 받는 나라는 영원히 가난하잖아요. 북한도 마찬가지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우리가 G20에서 주장한 게, '자생력을 키워주자 스스로 일어나게 해주자, 식량도 대주지만 시한을 정해서 언젠가 자립해서 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나라가 한국이 옳다고 지지하는 게 그 부분이거든요. 남북관계가 정상궤도로 가는 과정은 조금 불안해 보이기도 하지만 이게 정상궤도로 가고 있다, 발전적으로 가고 있다, 이렇게 봐줘야 하거든요. 그러나 지금도 소리가 많죠. 무조건 도와줘라 하는데 그것은 정답이 아닙니다.▲배 주필=조금 더 설명해주십시오.▲이 대통령=이번 천안함 사태를 보면, 북한이 사과를 잘 안할 겁니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북한이 시인과 사과를 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우리 쪽의 핑계를 대는 부분이 있습니다. 북한 소행임을 믿으면서도 정치적 이유 때문에 그것을 달리 말하는 사람들이 우리 안에 있지 않습니까. 북한은 그것을 믿고 버티는데, 버티면 버틸수록 그쪽이 손해입니다. 북한이 그렇게 하면 남북관계가 정상화로 가는데 지장이 있는 거죠. 나는 남북관계를 정상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정상적으로 안 되어 있었거든요. 정상적 관계가 아닌데 거기에서 개선은 임시방편이죠. 여기 메우면 또 다른 데가 터지는 식이어선 곤란합니다. 그렇게 미봉해서는 10년 전이나 20년 전이나 같잖아요. 좀 퍼주면 좀 조용하다가 또 시끄럽고, 또 좀 도우면 조용하다가 다시 시끄럽고 그런 것을 반복만 해서야 되겠습니까. 그래서 빨리 진정한 의미에서 정상화시켜야 합니다. 정상화된 관계에서 대화도 하고 협력도 하고 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 정상화되는 과정에 있다고 나는 봅니다. 남북관계는 바른 길로 가고 있다고 인정해주시고 언론도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배 주필=북한의 (권력) 세습에 대한 정보는 들어옵니까.▲이 대통령=남북관계니까 정보가 있다 없다 이런 이야기를 하기는 힘들고요. 나는 북한 내부의 일이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국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뭐 그렇게 크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아직 김정일 위원장이 있는 한 김 위원장 중심으로 생각해야 하고, 우리가 세습에 대해서 너무 지나친 관심을 가질 이유는 없죠. 관심은 북한 주민들이 갖는 거죠. 이제 북한 주민들도 옛날 주민이 아니지 않겠어요.▲배 주필=북한 주민이 변했다는 건가요.▲이 대통령=변하는 과정이죠. 북한 사회도 바람직하게 바뀌어갈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내가 북한에 "변하라 개방하라"고 하면 오히려 변하지 않고 개방하지 않게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중국을 배워라"고 하는 것이고, 같은 (사회주의) 체제 하에서 성공한 사례니까 중국을 배우라 하는 것은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아요. 이제까지 개방하라 변하라 하니까 반발심이 생기는데…. 나는 북한 주민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긍정적 변화가 시작되었다고 봅니다. 작지만 변화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거죠.▲배 주필=정치권 변화를 언급하셨는데 국회에서 당면한 예산 문제, 4대강 문제가 있는데요. 일부 반대를 위한 반대도 있지만, 적극적으로 야당과의 대화를 하실 생각은 없으신지요.▲이 대통령=대통령이 나설 생각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고 기본적으로 그렇게 (대화를) 하는 거죠. 내가 온 세계 사람하고 대화하고, 풍속도 다르고 이해관계도 다른 외국 정상들하고도 친하게 이야기하는데, (야당과 대화를) 안 할 이유가 하나도 없잖아요. 나는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면 대화를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예산 문제는 국회가 알아서 할 것이고 4대강 사업도 모르긴 몰라도 반대하는 사람들도 '하긴 해야 할 일이다'고 생각할 거예요.▲배 주필=주민들도?▲이 대통령=과거에 보면 인천공항, 경부고속도로, 고속전철 모두 반대하는 사람들이 계속 반대하거든요. 4대강 예산의 국회통과 문제는 당이 잘 알아서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중요한 법안들은 (처리를) 해야 하잖아요. 그래야 민간이 일을 할 수 있잖아요. 또 요즘 감세 정책 때문에 시끄러운데, 세계 모든 나라들의 추세는 감세를 하는 거죠. 그런데 지난번에 우리가 감세를 했잖아요. 하나는 보류가 되었고. 감세하면서 오히려 세원이 좀 늘어났어요. 세수가 3조원 이상이 더 늘어났잖아요. 결국은 우리나라가 아직도 납세가 공정하게 집행이 되고 있지 않다는 거죠. 이것은 대기업도 포함해서 소상공인까지 납세를 100% 제대로 하고 있지는 않다는 겁니다. 세율이 높으면 자꾸 절세하고 탈세할 생각을 한다 이거죠. 심리적으로 그렇게 되어 있거든요. 절세를 하는 것은 좋아요. 그러나 탈세까지 갈 위험이 있기 때문에 적절한 세율을 가지고 세원은 넓히고 납세 의무를 다하도록 하는 거죠. 고소득 자영업자들은 거의 이제까지 무풍지대로 왔잖아요. 그런 쪽의 세원을 좀 포착을 하고…. 가장 성실한 사람들은 봉급생활자입니다. 뭐 탈세도 절세도 어렵죠. 또 세수를 거두는데 비용도 안 들어요. 자진납부를 하니까. 그래서 모든 분야에서 개인이 원천소득세를 내는 그런 수준에 가면 지금보다 세율이 훨씬 떨어져도 돼요. 원칙적으로 정책의 방향은 감세해서 세율을 낮추고 세원은 넓히는 쪽으로 가야 경쟁력이 생겨요. 그러면서도 우리가 유보된 세율(인하)을 2012년에 할지 1년 더 연장할지는 그 시기에 맞춰서 (판단해야죠). 그러나 그걸 조정한다고 해서 대원칙이 깨지는 것은 아닙니다. 원칙은 (감세로) 가고 그러나 유보된 것을 이번에 실천할 거냐 1,2년 연장할 것이냐는 그때 경제사정을 봐서 하자, 그렇게 하면 됩니다. 지금 재정건전화를 하려면 세수가 더 늘어나야 하는데 무엇으로 거두느냐 하는 것은 더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이게 이념적 논쟁으로 가선 안 됩니다.▲배 주필=그동안 시련도 있었고 영광도 있었는데, 정상회의를 다니고 하면서 새로운 잠재 지도자의 자질에 대한 생각을 갖게 되신 게 있는지, 또 인사에 대한 고민도 있을 것 같은데요.▲이 대통령=인사는 자주 해선 안 됩니다. 지금은 경제가 외교이고, 외교가 경제인 시대이고 서로 구분이 없거든요. 그래서 외교관도 바뀌어야 합니다. 정상들이 하는 일이 전부 경제지요. 외교에는 인맥이 또 중요합니다. 일본이 지금 가장 그런(아쉬운) 것은 어제 만난 장관이 그 다음에 또 바뀌고 하는 거죠. 어느 장관이 그래요 '내 재임 중에 5번째 (일본 장관을) 만난다'고. 일을 잘하는 사람들에 대해 정치적으로 분위기를 바꾸는 인사는 안 하려고 하죠. 적재적소에서 바뀌어야 할 직책이 있거나 새로운 업무에 따라 (필요가 있으면) 하지 일률적인 개각은 없어요. 그게 실용이고 그것이 실제 국제사회에도 일하는 입장에서도 중요하다고 보죠. 안정감을 주거든요. 그래서 그 점은 좀 그렇게 생각하시면 되고요. 뭐 레임덕(권력누수현상)이 어떻고 하는데, 임기 마지막 날까지 일하는 사람이 레임덕하고 무슨 관련이 있나요. 나는 그걸 잘 이해를 못해요. 내가 권력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그건 정치권력을 휘두르는 독재시대의 이야기죠. 나는 힘을 가지고 하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힘을 가지고 안하는 사람이 힘이 빠질 일이 뭐 있어요. 난 그걸 납득을 못해요. 서울시장 때도 오전 10시에 퇴임식 한다고 하길래 임기가 언제까지냐고 물었더니 퇴근시간까지라고 해요. 그래서 퇴임식이 뭐 필요한가 하고 오후 5시까지 일하고 나왔죠. 공무원들, 시민들과 함께 인사하고. 사실 들어오는 기관장은 반겨도 나가는 사람은 안 쳐다보는데, 그만두고 나오니까 공무원직장협의회, 환경미화원, 청계천 상인들이 감사패를 들고 왔더라구요. 일하는 사람은 끝까지 일하다 나오잖아요. 독재정권이 힘을 휘두르면 힘이 빠지지만, 일하는 사람은 자꾸 힘이 더 나죠. 그 점을 언론이 알아줬으면 해요. 레임덕이다 반환점을 돈다 하는데 우리사회가 아직 독재시대, 3김 시대를 못 벗어났구나 하고 생각하는 거죠. 한번 생각해 보세요. 권력을 안 휘두르는데 무슨 레임덕이 있어요. 힘 가지고 하는 사람이 힘이 빠지는 거지, 일하는 사람은 갈수록 더 힘을 내는 거죠. 그게 평소 생각이고 또 그렇게 실제 살아왔고, 그냥 맹탕으로 하는 소리가 아니고, 그런 점에서 언론이 이해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또 남북문제 국제관계는 국익측면에서 생각해주면 좋겠구나 하고 생각하죠. 지난번 리비아 (외교마찰) 사태를 보니까 국내언론 1면에 돈을 몇 십억 원 준다 이렇게 났더라구요. 너무 큰 오보잖아요. 그러니까 상대방이 우리한테 '어떻게 이런 보도가 나오느냐'고 하는 거죠. 국익을 생각해야 합니다. 미국 일본을 보니 언론도 국익 관련해선 참 신중하더라구요. 언론이 쓰는 정론은 매일 정독합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 참고를 합니다.요코하마=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동영상=李대통령 “G20에서 역사적 성과 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은 12일 글로벌 경제의 불균형을 완화하고 환율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경상수지 예시적 가이드라인’의 구체적인 내용을 내년 상반기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또 해외 자금이 급격하게 유입될 때 거시건전성 규제를 인정해 핫머니(투기성 단기 유동자금)를 통제할 수 있는 길도 열어 놨다. 11, 12일 이틀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는 이런 내용의 ‘서울 액션 플랜’이 담긴 공동성명서(코뮈니케)를 채택하고 12일 오후 폐막했다. 서울 정상회의는 각 정상들이 논란 끝에 경상수지 예시적 가이드라인의 구체적 내용까지는 만들지 못했지만 가이드라인 창출의 추진 일정 및 만드는 주체를 정했다. G20 워킹그룹(실무자모임)이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의 지원을 받아 내년 상반기에 만들도록 한 것. 경주 재무장관 합의 사항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폐막 기자회견에서 “환율 문제는 흔히 말하는 전쟁에서는 벗어났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어 평가하고 다음 정상회의까지 해결한다는 원칙이 결정돼 어쩌면 굉장한 진전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워킹그룹이 내년 상반기까지 기준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근거로 평가하는 절차를 밟으면 세계경제가 다소 안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개국 정상들은 신흥국이 급격한 외화유입으로 자본 변동성이 커지면 거시건전성을 안정시킬 수 있는 규제도 인정했다. 단 충분한 외환보유액을 가지고 있고 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한 국가여야 하며 자국 통화가치의 강세가 심화될 경우여야 한다. 이에 따라 단기 차익을 노리고 신흥국에 유입되는 핫머니를 규제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서울 정상회의는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과 관련해 여러 국가에 IMF의 대출을 동시에 해주는 ‘다국가 탄력대출제(FCL·Flexible Credit Line)’에도 합의했다. 이에 앞서 IMF는 8월 말 기초체력이 우수하지만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에 빠질 우려가 있는 국가에 FCL 조건을 완화해주는 금융안전망을 발표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지금처럼 개방된 세계금융체제에서는 경제 기반이 튼튼한 나라도 일시적인 외환 부족으로 경제위기를 겪게 된다”며 “IMF가 위기해결만이 아니라 위기예방에까지 역할을 확대하는 큰 변화”라고 밝혔다.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쟁점 협상이 양국 정상이 약속했던 1차 시한(11일)을 지키지 못하고 타결에 실패했다. 한미 협상 대표단은 이르면 이달 안에 미국 워싱턴에서 다시 만나 ‘연말까지 타결’을 목표로 협상을 벌이기로 했다.이명박 대통령은 11일 청와대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한미 FTA에 대해 “세부적 사안을 해결하는 데는 시간이 더욱 필요하다는 데 합의했으며 양국 통상장관이 가능한 한 이른 시간 내에 상호수용 가능한 합의를 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끝나면 양국 통상팀들이 계속 협의하게 될 것이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오바마 대통령도 “한미 FTA를 제대로 한다면 양국 국민에게 윈윈 전략이 될 것으로 믿는다”며 “양국 (협상)팀이 앞으로 며칠 또는 몇 주 동안 쉬지 않고 노력해서 타결하도록 지시했다. 이 대통령이 한국 협상팀을 워싱턴으로 보내 앞으로도 계속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정부 안팎에서는 “양국 정상이 사실상 타결 시점까지 약속하고 한미 통상장관회담이 3일간 진행됐는데도 타결되지 않은 것은 그만큼 양국 간 시각차와 국내 정치적 부담이 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정부의 고위관계자는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한 미 측 요구의 하한선이 한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상한선 위에 있었다”고 말했다. 미 측이 미국산 자동차 수입을 사실상 강요하는 수준의 요구를 했음을 시사한 것이다.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한미 정상회담 직후 미국 기자들에게 “(협상의) 상당 부분을 자동차 문제 조율에 할애했다”며 “미국 관리들은 미국 자동차산업을 위해 시장 접근의 불균형을 반드시 해소해야만 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정부 당국자들은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했을 경우 야당의 반대, 국민적 반발 등 정치적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이번 협상 결렬의 한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협상 대표들이 최종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 대통령이 직접 협상 타결을 선언할 경우, 협상이 끝나기도 전에 한미 FTA 비준동의안 반대를 선언한 야당들의 직격탄을 이 대통령이 맞아야 하는 정치적 상황이 염려됐다”고 말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는 11일 서울 용산구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환영 리셉션과 업무만찬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이날 오후 7시부터 2시간여 동안 진행된 업무만찬에서는 경상수지와 환율 문제 등 핵심 쟁점을 놓고 각국 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고 있어서인지 진지한 분위기 속에 활발한 의견 개진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이명박 대통령은 개회선언에서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국제 공조를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간 구체적인 계획과 합의를 이끌어내자”며 “국제 공조를 통해서만 세계 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이해시키자”고 제안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세계경제가 회복기에 접어들면서 G20 국가 간의 공조가 잘 이뤄지겠느냐는 회의론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오늘과 내일 회의에서 글로벌 경제와 프레임워크에 대해 한 걸음 더 나아간 구체적인 합의를 함으로써 세계 모두를 안심시키자”고 말했다.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세계경제 현황에 대한 보고를 들은 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처음으로 마이크를 잡은 데 이어 곧바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발언했다. 최근 환율 분쟁을 벌인 이른바 ‘G2’ 정상의 신경전이 벌어진 것으로 관측된다. 미중 정상을 포함해 영국 독일 일본 등 총 14명의 정상이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막론한 전체 회원국이 일자리 창출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성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국제 공조가 매우 중요하다. 세계 각국이 위기감을 갖고 더욱 굳건한 공조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열린 G20 비즈니스 서밋 개막총회에서도 “각자 살려고 주장을 하면 자기 나라에 잠시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세계경제는 후퇴할 수밖에 없다”며 “반드시 국제 공조를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만찬에는 자국 내 화산 폭발 때문에 입국이 늦어진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제1차 세계대전 종전기념일 행사 참석 후 12일 새벽 입국하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을 제외한 G20 회원국과 국제기구 초청국 등 30명의 정상이 참석했다.만찬 테이블에는 이 대통령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오바마 대통령, 오른쪽에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나란히 앉았다. 오바마 대통령과 후 주석은 맞은편 자리에 배치됐다. 이 대통령의 건너편에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앉았다. 만찬장에는 오리모양 토기 등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유물이 전시됐다.이에 앞서 이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는 오후 6시 참석 정상들과 배우자 등을 초청해 환영 리셉션을 열었다. 이날 마지막으로 입장한 3개국 정상이 미국 러시아 중국이어서 일각에선 입장 순서를 놓고 강대국 사이에 ‘은근한 신경전’이 벌어진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돌았다. 오바마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오후 7시 2분 입구에 도착했고 이어 7시 6분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그리고 곧이어 후 주석의 차량이 도착했으며 정상들은 도착 순서대로 입장했다.한편 후 주석은 미국의 양적 완화 조치에 부정적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다 만찬장으로 이동해 눈길을 끌었다.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동영상=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업무만찬}

이명박 대통령은 11일 하루 동안 청와대에서 한미, 한중 정상회담 외에도 한영, 한독, 한-브라질 정상회담을 갖는 등 총 5번의 양자회담 일정을 소화했다. 먼저 이 대통령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를 만났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공동 이념 아래 지속적으로 발전해온 우호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성공을 위해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했다. 캐머런 총리의 한국 방문 및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5월 취임 이후 처음이다. 두 정상은 또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양측의 교역과 투자가 더 확대될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한-EU FTA가 예정대로 내년 7월 1일 발효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세계 금융안전망 마련과 같은 구체적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협력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국내의 많은 사람이 ‘독일을 배우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경주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도출된 합의사항을 서울 정상회의에서 더욱 구체화하는 등 추가 진전을 이루길 기대한다”며 독일의 적극적인 협력을 요청했다. 메르켈 총리는 환율 분쟁 등을 해결하기 위한 ‘경상수지 가이드라인’ 설정과 관련해 “미국이 국채를 많이 늘리면서 통화량을 확장하는 데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오로지 경상수지만 갖고 얘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거듭 밝혔다. 두 정상은 독일의 통일 및 사회통합 경험을 공유하기로 했으며, 북핵과 기후변화 문제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마지막 양자회담 일정으로 퇴임을 앞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향후 5년 이내에 양국 간 교역 및 투자 규모를 현재의 배로 늘리기로 의견을 모았다. 특히 이 대통령은 브라질이 올해 말 입찰할 예정인 고속철 사업을 우리 기업들의 컨소시엄이 수주할 수 있도록 브라질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룰라 대통령은 “한국 기업의 활발한 브라질 투자 참여를 적극 환영한다”고 답했다. 이날 한-브라질 정상회담에는 내년 1월 브라질 사상 첫 여성 대통령으로 취임할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당선자가 배석했다. 이 대통령은 호세프 당선자에게 축하 인사를 하면서 앞으로 재임 기간에 양국 관계가 강화되기를 기대한다는 바람을 전했다.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은 11일 청와대에서 한미 정상회담 직후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와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오찬 및 공동기자회견으로 이어진 반면에 한중 정상회담은 25분 정도로 비교적 짧았다. 두 정상은 북한 문제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이 대통령은 먼저 후 주석에게 “이번 회의에서 국제공조가 잘될 수 있도록 주도적인 역할을 해 달라”면서 “중국 경제가 잘되는 것은 세계경제 발전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중국 경제가 더 발전하길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다. 후 주석도 “1월부터 9월까지 한중 교역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7% 증가했다. 양국 정부는 국제문제와 관련해서도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모두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를 증명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중국과 한국은 가까운 이웃나라인 만큼 안보와 관련해서도 양국 정부의 관심이 매우 중요하다”고 화답했다. 특히 후 주석은 “서울 G20 정상회의는 아시아 최초이자 신흥국 최초로 열리는 것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한국의 역할은 의장국으로서 국가 간 협상을 잘 조직하고 리더십을 발휘하여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이번 회의가 성공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문제로 화제가 옮아갔다. 이 대통령은 중국이 발전 경험을 북한에 많이 이야기해준 데 대해 감사의 뜻을 표시한 뒤 “북한이 (경제 발전의) 훌륭한 모델이 바로 옆 이웃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따라올 수 있도록 더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후 주석은 “한국이 최근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 “한국이 북한 측에 인도주의적 지원을 하고 남북 군사실무회담을 하는 것 등이 남북관계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한반도 정세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유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후 주석은 “중국은 ‘남북관계 개선이 한반도 안정에 중요하다’는 점을 북한 지도자에게 강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8월 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남북관계 개선을 촉구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이 대통령은 “중국이 북한과 가진 특수관계를 잘 이해하고 있다. (중국은) 대한민국과는 미래 지향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과거 관계도 그렇지만 미래 차원에서 한중관계를 봐 달라”고 말했다. 이에 후 주석은 “양국이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맺은 이후 더욱 밀착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주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주 만나는 게 중요하다. 정치 경제 군사 할 것 없이 서로 협력하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