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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도 많이 하시고 평생을 죄 없이 사신 분인데 어쩌다 이런 일이….”6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분당제생병원에 마련된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피해자 이모 씨(64)의 빈소. 이 씨의 지인 김모 씨(62)가 빈소 앞에서 흐느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다쳤다는 얘기를 듣고서도 정말로 돌아가실 줄은 몰랐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냐”며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이 씨는 3일 서현역 인근에서 최모 씨(22·구속)가 몬 차량에 치여 뇌사 상태에 빠졌고, 6일 오전 2시경 끝내 병원에서 사망했다. 당시 이 씨는 외식을 하기 위해 남편과 함께 AK플라자 백화점으로 가던 중이었는데, 백화점 입구까지 100여 m 남겨둔 인도를 걷던 중 최 씨의 차량이 이 씨를 덮친 것으로 조사됐다.이날 오후에 마련된 이 씨의 빈소에는 밤 늦게까지 통곡이 이어졌다. 이 씨의 딸은 조문객을 붙잡고 “우리 엄마 어떡해…”고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씨의 지인 최모 씨는 “평소 밝은 성격의 가정주부였다”며 “딸들도 다 키우고 이젠 노후를 즐길 일만 남았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이 씨의 조카 A 씨는 “평소 부부 금실이 무척 좋았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비통한 심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이 씨의 남편 이모 씨(64)는 이날 “착한 당신, 지켜주지 못해 너무 미안해요. 당신 사랑해요”라는 내용의 짧은 편지와 꽃다발, 커피 한 잔 등을 사건 현장에 놓은 다음 빈소로 돌아와 아내 곁을 지켰다. 이 씨는 빈소를 찾은 지인들의 손을 일일이 부여잡으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딱 5분만 늦게 나왔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이라며 “못 지켜줘 너무 미안하다”고 절규했다. 이날 서현역 인근 사건 현장에선 시민들의 편지와 조화가 놓이는 등 이 씨를 추모하는 행렬도 이어졌다.성남=이상환기자 payback@donga.com}

“범죄자 상대하며 소송당하고 무죄 받고도 수천만 원, 수억 원씩 물어줘야 한다.”자신을 현직 경찰관이라고 밝힌 A 씨는 4일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묻지 마 범죄’ 등 엽기적 범죄가 늘어날 것 같은데 이대로는 경찰도 방법이 없다”며 이렇게 적었다. 그는 “경찰 지휘부는 ‘매번 총기 사용 매뉴얼이니 적극적으로 총 쏘라’고 하지, (정작) 소송 들어오면 나 몰라라 한다”며 “국민들은 알아서 각자도생해야 한다”고 토로했다.서울 관악구 신림역에 이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일대에서도 ‘묻지 마 범죄’가 이어지자 윤희근 경찰청장은 “총기나 테이저건 등을 적극 활용하라”고 전국 경찰에 지시했다. 그러나 현장 경찰들 사이에선 소송 가능성 때문에 물리력을 행사하기가 어렵다는 주장이 나온다.실제 지난해 1월 경찰이 칼을 들고 난동을 부리는 사람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피의자가 사망하자 법원은 정부가 유족 측에 3억2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피의자는 양손에 흉기를 든 채 경찰과 대치했고, 경찰은 테이저건을 사용해 제압한 뒤 수갑을 채웠다. 이 과정에서 뇌가 손상된 피의자가 숨졌는데, 법원은 경찰의 대응이 기준을 넘어섰다고 판단했다.지난해 2월 개정된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라 강력범죄 등에 총기로 대응해 피의자가 죽거나 다쳤을 경우 ‘정상 참작’이 가능하고, 형사책임도 면제될 수 있다. 그러나 경찰관 개인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피해가 생겼을 때는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한다는 판례도 있다. 한 경찰관은 “법원이 보기에 따라 ‘고의’라고 결론이 날 수도 있지 않느냐”며 “‘소송 리스크’까지 감수하며 총기를 사용하긴 어렵다”고 했다.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현장 경찰이 정당한 업무 집행 과정에서 소송에 휘말릴 경우 (정부가) 소송 비용과 법률 상담 등을 지원해야 한다”며 “경찰이 강력 범죄에 적극 대응해도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이상환기자 payback@donga.com}

“아버지가 총을 들고 싸웠던 최전선을 가까이서 보니 감개무량하네요.” 1일 경기 파주시 임진각 독개다리에서 만난 에티오피아 유학생 자위 메르하위 훈데 씨(27)는 “아홉 살 때 지병으로 돌아가신 아버지가 6·25전쟁 참전용사 출신”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동아일보와 채널A가 주최하고 국가보훈부가 후원한 ‘6·25전쟁 정전 70주년 기념 휴전선 155마일 대장정’ 행사에 참가했다. 훈데 씨는 “어머니로부터 아버지의 왼팔에 전쟁 당시 입었던 총상 흔적이 있었다고 들었다”며 “아버지가 힘들게 지켜낸 땅이라고 생각하니 더 특별한 느낌이 든다”고 했다. 이번 행사는 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출정식을 열고 1박 2일 동안 경기 파주시에 있는 임진각과 강원도에 있는 평화의댐, 통일전망대 등을 둘러보는 순서로 진행됐다. 국내외 참전용사 후손과 대학생, 직장인 등 27명의 청년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정전 70주년을 맞아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리고 6·25전쟁에 대해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강원 화천군 평화의댐 인근에선 ‘이름 없는 병사’의 철모를 바라보며 묵념했고, 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에선 북한 지역을 바라보며 6·25전쟁이 어떻게 시작되고 진행됐는지 배웠다. 대학생 김채빈 씨(20)는 “휴전선 근처에 오니 우리나라가 분단국가라는 현실을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행사에는 유학생들과 재외동포 2, 3세도 참가했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인 2세 정민하 씨(19)는 “그동안 책으로만 접했던 6·25전쟁을 더 알아보고 싶은 마음에 방학을 맞아 한국에 와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프랑스인 쥘리 크리숑 씨(26)는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아 4년 전부터 한국에 살면서 모델 일 등을 하는 중”이며 “역사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했다. 국가보훈부 관계자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6·25전쟁이 점점 잊혀지는 것 같아 청년들이 전쟁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교류의 장을 만들려 했다”고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참전용사 고 유주석 대위의 손녀인 유길오 씨(31)는 “할아버지가 참전용사임에도 먼 일처럼 느껴졌던 6·25전쟁에 대해 다 같이 모여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뜻깊은 순간이었다”고 돌이켰다.파주·화천·고성=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법무부가 문재인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이 가졌던 ‘수사종결권’을 대폭 축소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31일 입법 예고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시행령 쿠데타”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법무부는 이날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 개정안을 1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시행령 개정인 만큼 국회 심의 없이 국무총리와 대통령 재가만 거치면 개정안에 명시된 대로 올 11월 1일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경찰이 불송치하고 자체 종결한 사건에 대한 검사의 재수사 요청을 경찰이 이행하지 않을 경우 검사가 사건을 송치받아 수사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된다. 현재는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한 보완수사는 경찰이 전담하게 했지만, 개정안은 검사도 보완수사를 할 수 있게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민생사건 수사가 조금이라도 더 빨라지는지, 국민의 억울함을 풀어드릴 기회를 한 번이라도 더 보장해드릴 수 있는지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회에서 법으로 정한 사법개혁의 역사적 성과물을 일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든 검찰의 쿠데타”라고 맹비난했다. 경찰에서도 “검찰 수사권만 강화하는 것”이란 비판이 나왔다.법무부 “경찰 수사지연 개선될것”… 野 “시행령으로 법률 무력화” 준칙 개정안 11월 시행 예고보완수사 경찰 전담원칙 폐지대공-선거 사건 등 검경 협력 의무화경찰 “檢권한 강화” “업무 줄것” 팽팽 법무부는 이날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등으로 서민 민생사건이 과거보다 더 오래 걸리고, 국민들의 말을 덜 들어드리는 방식으로 바뀌었다”며 “잘못된 법률 탓만 하면서 국민의 피해를 방치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현행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검수완박법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시행령 개정이란 취지다.● “약자 기본권 보장” vs “검찰 원하는 대로 수사” 법무부는 “지난해 검수완박법 시행 이후 고발인 이의신청권이 폐지되면서 국민 보호에 공백이 생겼다”는 점을 시행령 개정의 이유로 들었다.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대신해 시민단체 등이 고발했을 때 경찰이 불송치하면 구제를 받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개정안은 경찰이 불송치해 검찰이 재수사를 요청했을 때 경찰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검사가 사건을 송치받아 직접 마무리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의 수사종결권을 제한하고 검찰이 재수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둔 것이다. 또 신속한 수사를 위해 보완수사 요구는 검사가 한 달 안에 하도록 했고, 경찰은 보완수사 요구와 재수사 요청을 3개월 내 이행하도록 했다. 법무부는 수사 지연 문제가 심각하다는 근거로 지난해 대한변호사협회 조사에서 변호사 3명 중 2명이 “수사권 조정 전보다 경찰 수사 지연이 심각하다”고 답했다는 점을 들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검경 수사권 조정의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였고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면서 현실화됐다”며 “법무부가 이를 시행령으로 사실상 무력화시킨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선 경찰들 사이에선 “검찰이 원하는 대로 수사하려는 것”이란 비판과 함께 “수사 업무 부담이 줄어들 것”이란 평가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서울경찰청에서 수사를 담당하는 한 경찰은 “(검찰 재수사 요청의) 이행 여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며 “결국 검찰이 원하는 대로 수사하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반면 한 경찰 간부는 “경찰이 전담하던 보완수사 업무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개정안은 △공소시효 임박 사건 △대공·선거·노동·대형 참사·테러 △조직범죄 등을 검경이 협력할 ‘중요 사건’으로 분류하고 검경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사 사항과 증거 수집 대상에 대한 의견 요청에 서로 응하도록 했다. 또 경찰 일선 업무가 늘면서 고소·고발을 반려하는 경우가 늘었다는 지적을 감안해 경찰과 검찰의 고소·고발장 접수 의무를 명시했다.● 민주당 “시행령 통치는 민주주의 부정” 민주당은 입법부가 심의를 거쳐 개정하고 시행한 법률안을 행정부가 시행령으로 무력화시키려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검수완박법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시행령 개정이란 것이다. 법무부는 지난해도 민주당이 검수완박법 통과로 검사의 직접 수사 범위를 부패와 경제 등 ‘2대 범죄’로 제한하자 이에 맞서 ‘부패’와 ‘경제’의 범위를 확대하며 직접 수사 범위를 늘린 바 있다. 이 때문에 올 11월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정국이 다시 급랭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완전히 ‘검찰 공화국’이 된 것”이라며 “민주주의 를 부정하는 시행령 통치에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실현되지 않도록 입법적 노력도 해 나가겠다”고 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법무부가 문재인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이 가졌던 ‘수사종결권’을 대폭 축소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31일 입법예고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시행령 쿠데타”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법무부는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 개정안을 1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시행령 개정인 만큼 국회 심의 없이 국무총리와 대통령 재가만 거치면 개정안에 명시된 대로 올 11월 1일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경찰이 불송치하고 자체 종결한 사건에 대한 검사의 재수사 요청을 경찰이 이행하지 않을 경우 검사가 사건을 송치받아 수사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된다. 현재는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한 보완수사는 경찰이 전담하게 했지만, 개정안은 검사도 보완수사를 할 수 있게 했다.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민생사건 수사가 조금이라도 더 빨라지는지, 국민의 억울함을 풀어드릴 기회를 한 번이라도 더 보장해드릴 수 있는지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민주당의 한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회에서 법으로 정한 사법개혁의 역사적 성과물을 일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든 검찰의 쿠데타”라고 맹비난했다. 경찰에서도 “검찰 수사권만 강화하는 것”이란 비판이 나왔다.법무부 “경찰 수사지연 개선될 것”…野 “시행령으로 법률 무력화”법무부는 이날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등으로 서민 민생사건이 과거보다 더 오래 걸리고, 국민들의 말을 덜 들어드리는 방식으로 바뀌었다”며 “잘못된 법률 탓만 하면서 국민의 피해를 방치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현행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검수완박법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시행령 개정이란 취지다.● “약자 기본권 보장” vs “검찰 원하는 대로 수사”법무부는 “지난해 검수완박법 시행 이후 고발인 이의신청권이 폐지되면서 국민 보호에 공백이 생겼다”는 점을 시행령 개정의 이유로 들었다.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대신해 시민단체 등이 고발했을 때 경찰이 불송치하면 구제를 받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이에 따라 개정안은 경찰이 불송치해 검찰이 재수사를 요청했을 때 경찰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검사가 사건을 송치받아 직접 마무리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의 수사종결권을 제한하고 검찰이 재수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둔 것이다.또 신속한 수사를 위해 보완수사 요구는 검사가 한 달 안에 하도록 했고, 경찰은 보완수사 요구와 재수사 요청을 3개월 내 이행하도록 했다. 법무부는 수사지연 문제가 심각하다는 근거로 지난해 대한변호사협회 조사에서 변호사 3명 중 2명이 “수사권 조정 전보다 경찰 수사지연이 심각하다”고 답했다는 점을 들었다.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검경 수사권 조정의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였고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면서 현실화됐다”며 “법무부가 이를 시행령으로 사실상 무력화 시킨 것”이라고 평가했다.일선 경찰들 사이에선 “검찰이 원하는 대로 수사하려는 것”이란 비판과 함께 “수사 업무 부담이 줄어들 것”이란 평가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서울경찰청에서 수사를 담당하는 한 경찰은 “(검찰 재수사 요청에 대한) 이행 여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며 “결국 검찰이 원하는 대로 수사하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반면 한 경찰 간부는 “경찰이 전담하던 보완수사 업무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개정안은 △공소시효 임박 사건 △대공·선거·노동·대형 참사·테러 △조직범죄 등을 검경이 협력할 ‘중요 사건’으로 분류하고 검경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사 사항과 증거 수집 대상에 대한 의견 요청에 서로 응하도록 했다.또 경찰 일선 업무가 늘면서 고소·고발을 반려하는 경우가 늘었다는 지적을 감안해 경찰과 검찰의 고소·고발장 접수 의무를 명시했다.● 민주당 “시행령 통치는 민주주의 부정”민주당은 입법부가 심의를 거쳐 개정하고 시행한 법률안을 행정부가 시행령으로 무력화시키려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검수완박법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시행령 개정이란 것이다.법무부는 지난해도 민주당이 검수완박법 통과로 검사의 직접 수사 범위를 부패와 경제 등 ‘2대 범죄’로 제한하자 이에 맞서 ‘부패’와 ‘경제’의 범위를 확대하며 직접 수사 범위를 늘린 바 있다. 이 때문에 올 11월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정국이 다시 급랭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완전히 ‘검찰 공화국’이 된 것”이라며 “시행령 개정에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실현되지 않도록 입법적 노력도 해 나가겠다”고 했다.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중국에서 대만을 거쳐 국내로 배송된 정체불명의 국제 우편물 관련 신고가 닷새 동안 2600건 이상 접수된 것으로 집계됐다. 국무조정실 대테러센터는 “현재까지 테러와의 연관성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24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20일부터 이날 오후 5시까지 전국에서 2623건의 신고를 받고 소포 903개를 수거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가 787건으로 가장 신고가 많았고 서울(620건), 인천(135건), 충남(127건), 경북(119건) 순이었다. 전국 곳곳으로 ‘소포 포비아(공포증)’가 퍼지는 모습이다. 경찰은 아직 독성물질 등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볼 때 전자상거래 판매 실적을 부풀리고 후기를 조작하기 위한 이른바 ‘브러싱 스캠’ 범죄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언론 보도와 재난안전문자 발송 후 신고가 급증했다”며 “예전부터 꾸준히 국내로 발송돼 왔는데 불안감이 커지면서 신고가 늘어난 측면도 있는 걸로 본다”고 말했다. 또 “최근에 갑자기 늘었는지, 늘었다면 원인이 뭔지 등은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이미 한국 측으로부터 조사 요청을 받아 현재 관련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포 최초 발송자는 이동 경로 추적이 어려운 일반우편을 이용해 소포를 국내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경찰이 수거한 소포는 모두 일반우편으로 국내에 들어왔다고 한다. 일반우편은 무게가 가볍고, 부피가 적은 봉투 형태로 배송 비용이 저렴하다. 등기우편이나 택배 등과 달리 배송지와 과정 등을 전산 기록으로 남기지 않는다. 통상 국제우편은 인천공항을 통해 국내에 반입된 후 △우정사업본부 물류센터 △각 지역 우체국 △수취인 순으로 배송된다. 일반우편의 경우 이 과정에서 이송 기록이 남지 않아 어디서 보냈는지, 언제 국내로 들어왔는지 등을 추적하기 어렵다. 소포 발송자도 이런 점을 악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무조정실 대테러센터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테러 협박 및 위해 첩보가 입수되지 않았고, 인명 피해도 없어 테러 연관성이나 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면서 “정보 및 수사 당국이 인터폴 등 해외 정보·수사기관과 공조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중국에서 대만을 거쳐 국내로 배송된 정체불명의 국제 우편물 관련 신고가 닷새 동안 2600건 이상 접수된 것으로 집계됐다. 국무조정실 대테러센터는 “현재까지 테러와의 연관성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24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20일부터 이날 오후 5시까지 전국에서 2623건의 신고를 받고 소포 903개를 수거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가 787건으로 가장 신고가 많았고 서울(620건), 인천(135건), 충남(127건), 경북(119건) 순이었다. 전국 곳곳으로 ‘소포 포비아(공포증)’가 퍼지는 모습이다.경찰은 아직 독성물질 등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볼 때 전자상거래 판매 실적을 부풀리고 후기를 조작하기 위한 이른바 ‘브러싱 스캠’ 범죄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언론 보도와 재난안전문자 발송 후 신고가 급증했다”며 “예전부터 꾸준히 국내로 발송돼 왔는데 불안감이 커지면서 신고가 늘어난 측면도 있는 걸로 본다”고 말했다. 또 “최근에 갑자기 늘었는지, 늘었다면 원인이 뭔지 등은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이미 한국 측으로부터 조사 요청을 받아 현재 관련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소포 최초 발송자는 이동 경로 추적이 어려운 일반우편을 이용해 소포를 국내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경찰이 수거한 소포는 모두 일반우편으로 국내에 들어왔다고 한다. 일반우편은 무게가 가볍고, 부피가 적은 봉투 형태로 배송 비용이 저렴하다. 등기우편이나 택배 등과 달리 배송지와 과정 등을 전산 기록으로 남기지 않는다.통상 국제우편은 인천공항을 통해 국내에 반입된 후 △우정사업본부 물류센터 △각 지역 우체국 △수취인 순으로 배송된다. 일반우편의 경우 이 과정에서 이송 기록이 안 남아 어디서 보냈는지, 언제 국내로 들어왔는지 등을 추적하기 어렵다. 소포 발송자도 이런 점을 악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국무조정실 대테러센터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테러 협박 및 위해 첩보가 입수되지 않았고, 인명 피해도 없어 테러 연관성이나 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면서 “정보 및 수사 당국이 인터폴 등 해외 정보·수사기관과 공조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기간제 교사로 배치돼 국어 교재를 안 가져온 학생에게 가져오라고 했다. 무시해서 다시 지시했는데 반 아이들이 ‘원래 저런 애’라며 그동안 당했던 학교폭력 얘기를 쏟아내더라. 진정시키고 교무실에 가니 첫날 1시간 만에 아동 학대로 신고당해 있었다.” 22일 오후 3시. 보신각 앞에서 열린 ‘교사 추모 및 진상규명 촉구 집회’에서 검은 옷을 입고 검은 마스크를 착용한 여교사가 마이크를 잡더니 “이번에 세상을 떠난 교사와 같은 25세 초등학교 교사”라며 자신이 겪은 교권 추락 사례를 소개했다. 이 교사는 “아이가 교실에서 자기 얘기가 나온 게 억울했던 것 같더라. 그런데 아버지는 저에게 손가락질하며 ‘아이에게 사과하면 봐 드리겠다’고 했다. 결국 경찰 조사를 받고 ‘혐의 없음’이 나오긴 했지만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고 돌이켰다. 이날 집회에는 검은 옷과 검은 마스크 차림의 전·현직 교사와 교대 및 사범대에 재학 중인 예비 교사 등 5000여 명이 모였다. 참석자들은 1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 여교사 A 씨(25)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채 발견된 것과 관련해 학부모의 도 넘는 갑질을 규탄하며 “교사 생존권과 교육권을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9년 차 교사라고 밝힌 참가자는 “2년 전 원치 않게 1학년 담임을 맡은 뒤 악성 민원에 시달리고 새벽에 응급실을 전전하면서도 출근해 왔는데, 결국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문제가 터져버렸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2000여 명이 집회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5000여 명이 모였다. 오후 2시경 시작된 집회는 오후 4시경 별도의 행진 없이 마무리됐다. 교사 사회 내부에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교조가 진보 성향 교육감들과 함께 ‘학생 인권 강화’를 요구해 온 사이 교권이 힘을 잃었고 지금의 사태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집회에서 대책위 측은 “특정 단체의 후원이나 연대가 없는 추모를 위해 개인 교사 자격으로 집회를 열고 참석한 것”이라며 전교조와의 관련성에 선을 그었다. 같은 날 오후 1시부터 서울 종로구 청계천 광통교 앞에서 열린 전교조 집회에는 300여 명이 참석했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대만을 거쳐 배송된 정체불명의 국제 우편물이 20일부터 나흘 동안 전국에서 2058건(23일 오후 5시 기준) 신고된 가운데 해당 소포가 대만이 아니라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서 처음 발송된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정원찬(鄭文燦) 대만 행정원 부원장(부총리 격)은 최근 “대만 수사 당국이 한국의 소포 사건과 관련해 전담팀을 구성해 조사하고 있다”며 “해당 소포는 중국 선전에서 ‘경유 우편’으로 대만에 보내졌고, 대만을 거쳐 한국으로 발송됐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처음 발송됐으며 대만 타이베이는 경유지로만 활용됐다는 취지다. 경찰 역시 소포가 중국에서 온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이번 사건은 20일 울산의 한 장애인복지시설에서 소포를 개봉한 3명이 어지럼증을 호소한 후 병원에 이송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유사한 포장의 소포가 전국 곳곳에서 발견되면서 ‘소포 포비아(공포증)’가 확산됐다. 다만 경찰 수사 결과 현재까지 독극물이나 인체에 해로운 화학물질 등은 검출되지 않았다.대만 타이베이의 경유 주소는 3년 전 미국 캐나다 한국 등에서 발견된 이른바 ‘씨앗 소포’와 같았다. 다만 당시에는 미국 캐나다 일본 등에서 소포가 발견됐고 한국에 도착한 건 3건뿐이었지만 이번에는 한국 외의 지역에선 우편물이 대량으로 발견됐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주문하지 않았거나 내용물을 알 수 없는 소포가 발견됐다는 신고는 20일부터 23일 오후 5시까지 총 2058건 접수됐다. 경찰은 이 중 소포 645개를 수거해 조사 중이다. 나머지(1413건)는 오인 신고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경기 지역이 641건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506건), 인천·경북(각 98건) 순이었다. 현재까지 경찰 등이 수거한 소포에선 정밀 검사 결과 독극물 등 위험 물질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 “브러싱 스캠 가능성 커”23일 동아일보가 서울 송파구와 울산 동구, 경기 용인시 등에서 발견된 소포들을 우정사업본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역추적한 결과 최소 3개월 전부터 중국에서 대만을 경유해 국내로 반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송파우체국에서 발견돼 소방 당국에 수거된 소포는 4월 18일 대만을 경유해 3일 만에 국내에 도착했다. 하지만 수취인이 명확하지 않아 국내 우체국 등에서 보관되다 논란 이후 경찰에 발견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사용된 송장 정보가 재사용됐을 가능성도 있어 국내 도착 시간을 정확히 파악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 첫 신고 사례인 울산 동구의 한 장애인복지시설에서 발견된 소포의 경우 이달 6일 국내로 배송됐다. 경찰은 전자상거래 판매 실적을 부풀리기 위한 이른바 ‘브러싱 스캠’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포에선 마약류나 독극물 등이 검출되지 않았고, 소포 내부에선 완충재만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또 브러싱 스캠으로 결론 내려진 3년 전 씨앗 경유지와 이번 대만 경유지 주소도 일치했다. 20일 울산에서 소포를 개봉한 후 어지럼증을 호소한 3명은 이후 병원 검진 결과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23일 충남 천안시에서도 발견된 소포에서 가스가 검출됐다는 소문이 퍼졌지만 경찰과 군 폭발물 처리반 등이 출동해 확인한 결과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경찰은 만일의 경우를 감안해 범정부 차원의 대테러 대응 체계를 가동 중이다. 또 국민들에게도 “수상한 우편물을 받았을 경우 열어보지 말고, 경찰 등 수사기관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대통령실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주재로 해외배송 우편물 관련 관계 부처 상황점검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한편 최초 발송지로 확인된 중국 측은 우리 정부에 “중국 당국은 개입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소 어떻게 알고” 커지는 불안감복지 시설뿐 아니라 가정집에도 정체불명의 소포가 배송되면서 시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직장인 지모 씨(38)는 “위험한 물질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아홉 살 아들에게 택배가 오면 절대 열어보지 말라고 신신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소 등 개인정보가 중국 특정 세력에 대량으로 유출된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소포에 입력된 배송 정보와 실제로 받은 사람의 정보가 일치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며 “무작위로 보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동아일보가 확인한 송장에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017, 018로 시작되는 번호를 포함해 존재하지 않는 전화번호가 다수 적혀 있었다. 관세청은 21일부터 우정사업본부 및 특송업체 등과 협조해 미확인 국제우편물과 해외 발송지가 동일하거나 유사한 우편물에 대해 통관을 보류하는 등 긴급 통관 강화 조치를 시행 중이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기간제 교사로 배치돼 국어 교재를 안 가져온 학생에게 가져오라고 했다. 무시해서 다시 지시했는데 반 아이들이 ‘원래 저런 애’라며 그동안 당했던 학교폭력 얘기를 쏟아내더라. 진정시키고 교무실에 가니 첫날 1시간 만에 아동 학대로 신고당해 있었다.” 22일 오후 3시. 보신각 앞에서 열린 ‘교사 추모 및 진상규명 촉구 집회’에서 검은 옷을 입고 검은 마스크를 착용한 여교사가 마이크를 잡더니 “이번에 세상을 떠난 교사와 같은 25세 초등학교 교사”라며 자신이 겪은 교권 추락 사례를 소개했다. 이 교사는 “아이가 교실에서 자기 얘기가 나온 게 억울했던 것 같더라. 그런데 아버지는 저에게 손가락질하며 ‘아이에게 사과하면 봐 드리겠다’고 했다. 결국 경찰 조사를 받고 ‘혐의 없음’이 나오긴 했지만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고 돌이켰다. 이날 집회에는 검은 옷과 검은 마스크 차림의 전·현직 교사와 교대 및 사범대에 재학 중인 예비 교사 등 5000여 명이 모였다. 참석자들은 1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 여교사 A 씨(25)가 극단적 선택을 한 채 발견된 것과 관련해 학부모의 도 넘는 갑질을 규탄하며 “교사 생존권과 교육권을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9년 차 교사라고 밝힌 참가자는 “2년 전 원치 않게 1학년 담임을 맡은 뒤 악성 민원에 시달리고 새벽에 응급실을 전전하면서도 출근해 왔는데, 결국 이렇게 동시다발적 문제로 터져버렸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2000여 명이 집회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5000여 명이 모였다. 오후 2시경 시작된 집회는 오후 4시경 별도의 행진 없이 마무리됐다. 교사 사회 내부에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교조가 진보 교육감들과 함께 ‘학생 인권 강화’를 요구해온 사이 교권이 힘을 잃었고 지금의 사태까지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이날 집회에선 대책위 측은 “특정 단체의 후원이나 연대가 없는 추모를 위해 개인 교사 자격으로 집회를 열고 참석한 것”이라며 전교조와의 관련성에 선을 그었다. 같은 날 오후 1시부터 서울 종로구 청계천 광통교 앞에서 열린 전교조 집회에는 300여 명이 참석했다.이상환기자 payback@donga.com최미송기자 cms@donga.com박성민기자 min@donga.com}

대만을 거쳐 배송된 정체불명의 국제 우편물이 20일부터 나흘 동안 전국에서 2058건(23일 오후 5시 기준) 신고된 가운데 해당 소포가 대만이 아니라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서 처음 발송된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정원찬(鄭文燦) 대만 행정원 부원장(부총리 격)은 최근 “대만 수사당국이 한국의 소포 사건과 관련해 전담팀을 구성해 조사하고 있다”며 “해당 소포는 중국 선전에서 ‘경유 우편’으로 대만에 보내졌고, 대만을 거쳐 한국으로 발송됐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처음 발송됐으며 대만 타이베이는 경유지로만 활용됐다는 취지다. 경찰 역시 소포가 중국에서 온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이번 사건은 20일 울산의 한 장애인복지시설에서 소포를 개봉한 3명이 어지럼증을 호소한 후 병원에 이송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유사한 포장의 소포가 전국 곳곳에서 발견되면서 ‘소포 포비아(공포증)’가 확산됐다. 다만 경찰 수사 결과 현재까지 독극물이나 인체에 해로운 화학물질 등은 검출되지 않았다. 대만 타이페이의 경유 주소는 3년 전 미국 캐나다 한국 등에서 발견된 이른바 ‘씨앗 소포’와 같았다. 다만 당시에는 미국 캐나다 일본 등에서 소포가 발견됐고 한국에 도착한 건 3건 뿐이었지만 이번에는 한국 외의 지역에선 우편물이 대량으로 발견됐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주문하지 않았거나 내용물을 알 수 없는 소포가 발견됐다는 신고는 20일부터 23일 오후 5시까지 총 2058건 접수됐다. 경찰은 이 중 소포 645개를 수거해 조사 중이다. 나머지(1413건)는 오인 신고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경기 지역이 641건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506건) 인천·경북(각 98건) 순이었다. 현재까지 경찰 등이 수거한 소포에선 정밀 검사 결과 독극물 등 위험 물질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 “브러싱 스캠 가능성 커” 23일 동아일보가 서울 송파구와 울산 동구, 경기 용인시 등에서 발견된 소포들을 우정사업본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역추적한 결과 최소 3개월 전부터 중국에서 대만을 경유해 국내로 반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송파우체국에서 발견돼 소방 당국에 수거된 소포는 4월 18일 대만을 경유해 3일 만에 국내에 도착했다. 하지만 수취인이 명확하지 않아 우체국에서 보관하다 이번에 논란이 되면서 경찰에 신고됐다. 국내 첫 신고 사례인 울산 동구의 한 장애인복지시설에서 발견된 소포의 경우 이달 6일 국내로 배송됐다. 경찰은 전자상거래 판매 실적을 부풀리기 위한 이른바 ‘브러싱 스캠’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포에선 마약류나 독극물 등이 검출되지 않았고, 소포 내부에선 완충재만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또 브러싱 스캠으로 결론 내려진 3년 전 씨앗 경유지와 이번 대만 경유지 주소도 일치했다. 20일 울산에서 소포를 개봉한 후 어지럼증을 호소한 3명은 이후 병원 검진 결과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23일 충남 천안시에서도 발견된 소포에서 가스가 검출됐다는 소문이 퍼졌지만 경찰과 군 폭발물 처리반 등이 출동해 확인한 결과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경찰은 만일의 경우를 감안해 범정부 차원의 대테러 대응 체계를 가동 중이다. 또 국민들에게도 “수상한 우편물을 받았을 경우 열어보지 말고, 경찰 등 수사기관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대통령실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주재로 해외배송 우편물 관련 관계부처 상황점검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한편 최초 발송지로 확인된 중국 측은 우리 정부에 “중국 당국은 개입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소 어떻게 알고” 커지는 불안감 복지시설 뿐 아니라 가정집에도 정체 불명의 소포가 배송되면서 시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직장인 지모 씨(38)는 “위험한 물질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9살 아들에게 택배가 오면 절대 열어보지 말라고 신신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소 등 개인정보가 중국 특정 세력에게 대량으로 유출된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소포에 입력된 배송 정보와 실제로 받은 사람의 정보가 일치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며 “무작위로 보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동아일보가 확인한 송장에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017, 018로 시작되는 번호를 포함해 존재하지 않는 전화번호가 다수 적혀있었다. 관세청은 21일부터 우정사업본부 및 특송업체 등과 협조해 미확인 국제우편물과 해외 발송지가 동일하거나 유사한 우편물에 대해 통관을 보류하는 등 긴급 통관강화 조치를 시행 중이다.이상환기자 payback@donga.com신진우기자 niceshin@donga.com세종=김형민기자kalssam35@donga.com}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 교사 A 씨(25)가 숨진 채 발견된 이후 첫 주말인 22일 서울 도심에서 A 씨 사망 진상 규명과 교육권 보장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전국 교사 일동(전국 교사 일동)’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A 씨 추모 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인 전국 교사 일동은 이번 추모 집회 개최에 공감하는 교사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만든 모임이다. 이날 집회에는 전국 교사 50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참가했다. 교사들은 추모의 의미를 담아 검은 옷을 입고 참가했다. 이들은 ‘교사 생존권 보장’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교사의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외쳤다. 당초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몰리자 경찰은 보신각 앞 1개 차로를 통제했다.주최 측은 A 씨에게 학부모가 인권 침해를 했는지 등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집회에 참여한 2년 차 교사 B 씨는 “누구 하나 죽어야 나아진다는 우스갯소리로 버티다 소중한 동료 선생을 잃었다”며 “교사를 보호하고 악성 민원인을 엄벌해달라”고 말했다. 집회에 참여한 9년 차 교사 C 씨는 “일부 학부모들은 단순 민원을 넘어 아동학대로 교사를 경찰에 신고하기도 한다”며 “무분별한 신고에 교사들의 정신적인 고통이 매우 크다. 법적인 보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천에서 집회를 열고 A 씨를 추모하고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자주 다니던 길이었는데…. 남 일 같지 않아 마음이 너무 무겁네요.” 20일 충북 청주시 충북도청. 로비에 만들어진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 합동분향소’를 가장 먼저 찾은 김동수 씨(50)는 헌화를 마치고 나오며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합동분향소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은 조문을 마친 뒤 참사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모 씨(51)는 “정부나 지자체나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어 화가 난다”고 했다. 20대 남성과 여성은 차마 분향소에 들어가지 못한 채 밖에서 눈시울을 붉히며 묵념으로 추모했다. 분향소에 내걸린 ‘궁평 지하차도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라는 문구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조문을 위해 로비를 찾은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사고’ ‘사망자’가 아닌 ‘참사’ ‘희생자’라는 표현을 써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분향소에는 유족들의 방문도 이어졌다. 한 유족은 애써 울음을 참으며 조문록에 ‘여기는 걱정 말고 좋은 곳 가서 행복해, 함께 잘 버텨볼게’라는 글을 남겼다. 참사로 어머니를 잃은 딸 이모 씨(48)는 절을 한 후 한참 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조문을 마친 이 씨는 “유족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하는 자리도 없었고 사과도 없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추모 공간을 스스로 만든 시민들도 있었다. 길한샘 씨(30)는 “참사 지역을 매일 다닌다. 안타까운 마음에 지인들과 함께 오송역에 추모의 공간을 마련했다”며 “앞으로 이 사고가 잊혀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청주=이정훈 기자 jh89@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버스 안으로 물이 차고 있습니다. 종아리까지 찼는데 문이 안 열려요!” 15일 오전 8시 39분경 청주흥덕경찰서 오송파출소에는 당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를 지나던 버스 내부 상황을 알리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해당 신고에 경찰은 “우선 피신하라”고 안내했지만 이미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20일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제출한 ‘오송파출소 112신고 현황’에 따르면 오송 지하차도 참사 발생 전후 관련 신고가 총 11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소방본부에는 총 13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하지만 경찰은 최초 신고 이후 1시간 40분, 소방은 50분이 지나서야 본격 대응에 나선 것으로 드러나 구조 당국의 ‘늑장 대응’이 참사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 발생 1시간 지나 ‘코드 제로’ 발령112신고 현황에 따르면 당시 신고자 상당수는 지하차도 내부에 있거나, 내부에 있는 이들과 연락이 닿지 않는 가족들이었다. 참사 발생 직후인 오전 8시 47분경에도 “차(버스) 안에 10명 정도 있는데 못 내린다. 물이 차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어 오전 8시 57분경에는 “아내가 청주에서 오송으로 오는 길인데 앞에 아무것도 안 보이고 어딘지 모른다고 한다”며 한 남성이 경찰에 구조를 요청했다. 접수하고 적극 대응했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던 신고도 있었다. 오전 7시 58분경 접수된 미호천교 공사 현장 감리단장의 신고에선 “궁평지하차도 통제가 필요하다”고 장소를 특정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미 지하차도가 완전히 침수된 뒤인 오전 9시 54분경에야 최단 시간 내 출동을 의미하는 ‘코드 제로’를 발령했다. 이미 침수 사고가 발생한 지 1시간 넘게 지난 뒤였다. 비슷한 시간 119에도 다급한 시민들의 신고가 빗발쳤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진희 충북도의원실이 충북소방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오전 8시 40분경 “지하차도 전체가 침수됐다”, 오전 8시 42분경 “버스 안으로 빗물이 유입된다”, 오전 8시 43분경 “물이 가득 차 탈출이 불가하다” 등의 신고가 이어졌다. 물이 차오른다는 두려움이 고스란히 드러난 경우도 있었다. 한 시민은 오전 8시 51분경 119에 전화해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도와주세요”라고 외쳤다. 오전 9시 5분경에는 “지하차도가 잠겨 보트가 와야 한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은 최초 신고 접수 40분 가량 지난 오전 8시 37분경 구조차와 구급차, 소형펌프차, 탱크차 등 7대를 배치했다. 하지만 배수가 가능한 차량은 소형펌프차 1대뿐이었다. 소방 당국은 침수가 본격화된 오전 8시 45분에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리고 추가로 54대의 차량을 투입했다. ● 합동 감식 진행…원인 조사 본격화 20일 오전 10시경 오송 지하차도 현장에선 참사 원인을 밝히기 위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행정안전부 등의 합동 감식이 진행됐다. 이날 공개된 지하차도 내부 곳곳에는 흙탕물이 차오른 흔적 등 참사 당시의 모습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천장에는 강물이 휩쓸고 간 뒤 달라붙은 풀이 곳곳에 붙어 있었고, 배수구는 진흙과 흙탕물로 차 있었다. 감식관들은 중앙에 있는 배수실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이 배수실 안에는 총 4개의 배수펌프가 있는데, 각 펌프는 분당 12t의 물을 빼낼 수 있다. 사고 당시 펌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점검한 것이다. 이번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미호강 임시 제방에 대한 합동 감식도 이뤄졌다. 경찰 관계자는 “(임시 제방 등) 구조물이 제대로 지어졌는지도 집중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청주=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자주 다니던 길이었는데…. 남일 같지 않아 마음이 너무 무겁네요.” 20일 충북 청주시 충북도청. 로비에 만들어진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 합동분향소’를 가장 먼저 찾은 김동수 씨(50)는 헌화를 마치고 나오며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합동분향소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은 조문을 마친 뒤 참사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모 씨(51)는 “정부나 지자체나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어 화가난다”고 했다. 분향소에 내걸린 ‘궁평 지하차도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라는 문구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조문을 위해 로비를 찾은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사고’, ‘사망자’가 아닌 ‘참사’, ‘희생자’라는 표현을 써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분향소에는 유족들의 방문도 이어졌다. 한 유족은 애써 울음을 참으며 조문록에 ‘여기는 걱정말고 좋은 곳가서 행복해, 함께 잘 버텨볼게’라는 글을 남겼다. 참사로 어머니를 잃은 딸 이모 씨(48)는 절을 한 후 한참 고개를 들지 못했다. 조문을 마친 이 씨는 “유족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하는 자리도 없었고, 사과도 없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청주=이정훈 기자 jh89@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역대 최악의 지하차도 침수 참사가 발생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일대가 상습 침수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단체(청주시)가 지정하는 ‘침수위험지역’으로 분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재난안전포털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오송읍 일대는 19일 현재 침수위험지역으로 지정돼 있지 않았다. 각 지자체장은 자연재해대책법에 따라 침수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을 침수위험지역으로 정해 배수시설 확대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오송읍 일대는 2017, 2020년 미호강이 범람했던 상습 침수 지역이다. 하지만 청주시는 침수위험지역을 검토하는 풍수해종합계획에 이곳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오송읍 일대의 침수 위험성이 낮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환경부의 홍수지도에는 침수 위험성이 높은 곳으로 분류돼 있었다. 또 환경부는 2013∼2015년 청주시와 간담회를 2번 갖고 공문을 보내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사고 지역이 침수위험지역으로 지정됐다면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침수위험지역으로 지정돼 중앙정부 지원금을 받았다면 재난 대비 시설을 갖출 수 있었다는 것이다. 침수위험지역 미지정이 땅값 하락 등을 이유로 주민들이 반발하는 걸 우려했기 때문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청주=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역대 최악의 지하차도 침수 참사가 발생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일대가 상습 침수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단체(청주시)가 지정하는 ‘침수위험지역’으로 분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재난안전포털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오송읍 일대는 19일 현재 침수위험지역으로 지정돼 있지 않다. 각 지자체장은 자연재해대책법에 따라 침수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을 침수위험지역으로 정해 배수 시설 확대 조치 등을 할 수 있다. 사고가 난 오송읍 일대는 2017년 7월, 2020년 7월 미호강이 범람해 건물과 차량 등이 침수된 상습 침수 지역이다. 하지만 청주시는 침수위험지역을 검토하는 풍수해종합계획에도 이곳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하천 범람 가능성 등을 보고 풍수해종합계획을 짜는데 (청주시가) 오송읍 일대는 침수 위험성이 낮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경부가 만든 홍수지도에는 침수 위험성이 높은 곳으로 분류돼 있었다. 미호강이 범람할 경우 궁평2지하차도는 물론 오송역 주변 아파트 단지 인근까지 침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환경부는 2013~2015년 청주시와 2번 간담회를 갖고 공문을 보내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고 지역이 사전에 침수위험지역으로 지정됐다면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행안부 규정상 위험지역의 경우 배수펌프 용량을 늘리거나 교통차단 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지원금을 받는다”며 “지원금으로 재난 대비 시설을 사전에 갖췄다면 무방비 상태로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시의 침수위험지역 미지정이 주민들의 반발을 우려했기 때문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함은구 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안전학과 학과장은 “정부에서 침수가 예상되는 곳이라고 공시하면 인근 땅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주민 반발이 심해 지자체에선 침수위험지역 선정을 꺼려한다”고 했다.청주=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지난달 18일(현지 시간) 오후 태국 수도 방콕의 번화가 카오산로드에 들어서자 간판에 ‘초록 잎’이 새겨진 가게들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해 6월 대마 판매 및 흡입이 허용된 후 우후죽순 생긴 대마 카페다. 500m 남짓한 구간에서 대마 카페 수십 곳이 관광객을 유혹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한국 관세청 직원과 동행한 기자가 취재를 위해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상점 직원은 “기분이 좋아지는 약”이라며 “한 봉지에 100밧(약 4000원)밖에 안 한다”고 설명했다. 태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붕괴된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겠다며 대마 판매 및 흡입을 합법화했다. 그 결과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와 번화가에서는 대마 카페를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카오산로드 역시 들어서자마자 대마 연기가 자욱했다. 외국 국적 여행객들은 가게에서 대마를 산 뒤 노점에서 맥주를 마시며 버젓이 대마초를 피우고 있었다.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여행자들도 눈에 띄었다. 편의점과 약국, 대형마트에서도 대마 성분이 들어간 물과 버블티 음료수, 대마 치약, 대마 잎을 얹어 먹는 대마국수 등이 판매되고 있었다. 합법화된 것은 대마뿐이지만 다른 마약류를 구하는 것도 쉬워졌다고 한다. 실제로 거리에서 대마초를 판매하는 노점상에게 한 여행자가 다가가 “다른 마약도 있느냐”고 묻자 “코카인, 케타민, 엑스터시, 필로폰도 있다”고 했다. 이 노점상은 코카인으로 추정되는 흰색 가루를 꺼내 보이며 “미얀마에서 온 최상품이 있다”고 강조했다. 거리를 함께 둘러본 관세청 관계자는 “한국인도 상당수 태국에서 대마 등 마약류를 흡입·투약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해외에서 합법이더라도 내국인이 대마 등을 투약하고 적발되면 국내에서 처벌받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방콕=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이 많은 화물에 얼마나 많은 마약이 숨어 있을지 가늠조차 안 됩니다.” 지난달 19일 태국 방콕 수완나품 공항 타이항공 물류센터. 화물 보안검색용 엑스레이를 통과하는 박스를 지켜보던 태국 관세총국 직원 라차따 띠라옹 씨(32)는 이같이 말했다. 매일 6만 건의 물류가 해외로 향하는 이곳은 태국 최대 규모의 물류센터다. ‘유통 허브’인 이곳에는 마약류를 숨긴 것으로 의심되는 화물에 붙여놓은 ‘빨간 딱지’ 수십 장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동아일보는 지난달 18일부터 3박 4일 동안 태국 현지에서 한국과 태국 관세 당국의 합동 마약 단속 작전 현장을 동행 취재했다. 작전명은 ‘사이렌’. 태국에서 사이렌을 울리면 이를 받아 한국에서 적발하겠다는 취지로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양국 관세 당국에 따르면 태국과 미얀마, 라오스 등 3개국 접경지대인 ‘골든 트라이앵글’에서 제조된 마약류 상당량이 태국을 경유해 한국에 밀반입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적발된 필로폰 중 절반 가까이가 이곳에서 유입됐을 정도다. 한국이 동남아 마약 세력의 주요 타깃이 된 것이다.● “한국행 토마토소스 택배 열어보니” 18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 3월부터 지난달까지 진행된 사이렌 작전에선 215만 명이 한 번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인 72kg의 마약류가 적발됐다. 이 중에서 필로폰은 12kg이었다. 이 중 상당량은 한국으로 향하는 우편물이나 택배, 화물 등에 숨겨서 반입하려다가 적발됐다. 띠라옹 씨는 “올 3월 태국에서 충남 홍성군으로 향하던 택배 상자가 한 번 뜯겼던 흔적이 있어 조사해 보니 토마토소스 안에 몰래 숨겨놓은 필로폰 8g이 있었다”고 했다. 지난달 24일 한국 관세청 전혜경 주무관과 태국 관세총국 소속 파나랏 파혼웻 씨(36)는 태국 방콕에 있는 한 배송업체 창고에 보관 중이던 가죽 가방에서 신종 마약류인 ‘야바’를 찾았다. 파혼웻 씨는 “태국 전통 문양이 새겨진 가방에 뭔가 숨겨져 있는 듯해 뜯어보니 가방 26개에서 야바 18kg이 나왔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해외여행이 재개되며 여행객을 통한 마약류 밀수도 늘고 있다. 올 3월에는 태국에서 2박 3일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30대 한국 남성이 필로폰 700g을 속옷에 숨겨 입국하다가 붙잡혔다.● 비싸게 팔리는 한국에 눈독 들이는 국제 마약상국내로 반입되는 동남아발 마약류가 늘어나는 건 한국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손쉽게 해외 직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동남아 현지보다 비싸게 팔 수 있어 시세차익을 노린 해외 마약상들이 국내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필로폰 가격은 g당 275달러로 추정된다. 28.7달러인 태국의 10배 가까이나 된다. 캄보디아(8달러) 등 다른 동남아 국가의 30배 이상이다. 심인식 UNODC 선임분석관은 “마약 유통 세력은 동남아에서 파는 것보다 막대한 수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에 한국 판매를 시도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국제 공조를 확대하며 마약 밀반입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태국 관세총국 관계자는 “항공 화물보다 배편을 통해 태국에서 해외로 유출되는 마약이 더 많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항구 합동 단속 등 국제 공조 대응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방콕=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둘째 아들 결혼식을 앞두고 35년 만에 처음 가족 여행 가는 날이었는데….” 17일 오전 충북 청주시 서원구 청주의료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시내버스 운전기사 이모 씨(58)의 부인 박모 씨(60)는 지하차도 침수 사고로 싸늘한 주검이 된 남편의 생전 마지막 모습을 떠올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사고) 당일 낮 12시에 퇴근 후 여행을 가기 위해 전날 여행지에서 남편이 신을 가죽 신발도 사고, 먹을 음식도 구입했다”며 “떠나지 못한 가족 여행이 남편과의 마지막 가족 여행이 됐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이날 새벽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선 이 씨를 비롯해 침수 사고로 숨진 피해자 시신 5구가 추가로 수습됐다. 침수된 747번 시내버스를 운전했던 이 씨는 퇴근 후 둘째 아들 사돈댁과 다 같이 가족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부인은 “남편은 9년간 버스 운전을 하면서 단 한 번도 휴가를 쓴 적이 없을 정도로 성실했다”면서 “그랬던 남편이 올 10월에 둘째 아들이 결혼하니까 같이 여행을 가기로 했던 것”이라며 침통해했다. 사고 당일 이 씨는 평소처럼 관절통이 심한 부인을 위해 10분간 안마해주고 출근길에 올랐다고 한다. 가족들은 사고 당일 오전 지하차도 침수 소식을 접한 뒤 이 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실종 신고를 했다. 부인 박 씨는 “애들 아빠가 평소 다니는 노선을 나도 잘 아는데 저 길이 아니니까 설마 (사고 지하차도에) 있을 거란 생각은 못 했다”고 했다. 이 씨 가족들은 이 씨의 시신이 발견되기 전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못했다. 부인 박 씨는 “전해 듣기론 남편이 마지막까지 승객들에게 ‘빨리 탈출하라’고 외쳤다고 한다”며 “사고 당일 원래 다니던 도로가 통제됐거나 위험하다고 판단해 우회한 것 같다”면서 울먹였다. 이날 이 씨의 장례식장에서 만난 직장 동료들은 “이 씨는 오전 6시 첫차 운행을 맡으면 두세 시간 일찍 나와 동료들이 마실 커피를 준비하던 사람이었다”며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동료 A 씨는 “모든 동료와 원만하게 잘 지냈고, 봉사 활동도 활발히 해 주위의 존경을 받는 사람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평소 청주시에서 어르신을 모시고 관광하러 가는 봉사활동과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교통 정리 봉사활동 등에도 앞장서 표창장도 여럿 받았다고 한다.물 빠진 지하차도 온통 진흙탕… 시신 14구 수습 분당 8t씩 배수… 모습 드러내구겨진 철판 등 참혹한 현장 생생 14명이 숨지며 역대 최악의 지하차도 참사로 기록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사고 현장이 17일 새벽 언론에 공개됐다. 공개된 지하차도 입구는 강물과 함께 쓸려온 모래 등이 쌓이며 온통 진흙탕이었다. 발을 옮길 때마다 장화 발목까지 잠기는 데다 미끌거려 제대로 걷기 힘든 수준이었다. 어두운 지하차도에는 소방차와 작업 차량의 불빛만 번쩍거렸다. 지하차도를 가득 채웠던 6만 t의 강물은 80%가량 배수됐다고 했다. 외부에 대용량포 방사시스템 등을 설치하고 만 하루 넘게 분당 8t의 물을 배수한 덕분이었다. 취재진이 들어가는 와중에도 배수 호스는 꿈틀거리며 끊임없이 흙탕물을 외부로 날랐다. 하지만 지하차도를 100m가량 걸어 들어가니 지하차도 중심부에는 여전히 흙탕물이 가득했다. 해양경찰청 대원들이 들어가니 목까지 찰랑거릴 정도였다. 차량은 보이지 않았지만 중간중간 구겨진 철판 같은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현장에 투입된 소방대원 등은 “흙탕물이 시야와 이동을 막아 구조 작업에 애를 먹었다”고 입을 모았다. 취재진이 지하차도를 나온 후 한나절이 더 지난 오후 3시경 소방 관계자는 “드디어 가장 높은 곳 수심이 무릎에 닿는 수준으로 낮아졌다. 배수도 사실상 끝났다”고 말했다. 이날까지 시신 14구를 수습한 소방 당국은 신원 확인이 완료된만큼 지하차도 수색을 종료했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지하차도 폐쇄회로(CC)TV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실종자 여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한편 터널 내부에 있던 차량 17대도 이날 오후 모두 견인됐다.청주=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청주=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