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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생명빌딩에 광화문글판 겨울편이 걸렸다. 진은영 시인의 시 ‘어울린다’ 중 “너에게는 내가 잘 어울린다/우리는 손을 잡고 어둠을 헤엄치고/빛속을 걷는다” 구절을 따왔다. 자신과 주변에 관심을 갖고 서로 응원하며 희망찬 새해를 맞이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고 교보생명은 설명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2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생명빌딩에 겨울편 글판이 새롭게 걸렸습니다. 진은영 시인의 시 ‘어울린다’ 중 “너에게는 내가 잘 어울린다/ 우리는 손을 잡고 어둠을 헤엄치고/ 빛속을 걷는다” 구절을 따왔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순간, 먼저 손을 내미는 작은 행동이 상대를 위로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회사는 설명했습니다.경제 상황이 힘들고, 넘치는 진영 논리로 갈등이 쉬이 줄지 않는 우리 사회.‘다름’보다는 ‘어울림’이 더 커지는 새해를 맞길 바랍니다.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22일 서울 노원구 화랑대철도공원의 ‘노원기차마을―스위스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알프스 마을과 스위스 철길 도시 모형 등을 감상하고 있다. 이 전시관에선 스위스 유명 관광지 50곳을 재현한 모형을 볼 수 있다. 개관 시간은 평일과 주말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월요일은 휴관이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한 소녀가 사다리를 타고 올라 집 안쪽을 들여다보네요. 고양이도 함께네요. 무엇이 있을까요. ―충남 공주에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박제(剝製)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육신이 흐느적흐느적하도록 피로했을 때만 정신이 은화처럼 맑소. 니코틴이 내 횟배 앓는 뱃속으로 스미면 머릿속에 으레 백지가 준비되는 법이오. 그 위에다 나는 위트와 패러독스를 바둑 포석처럼 늘어놓소. 가증할 상식의 병이오.” “날개야 다시 돋아라.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작가 이상(李霜)의 단편 ‘날개’(1936년) 첫 문단과 마지막 문단작가는 소설 첫 문단에는 ‘박제’를, 마지에는 ‘날개’를 배치했습니다. ‘박제’를 통해 주인공이 죽어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말합니다. 그러나 첫 문단에 대응해 마지막 문단은 ‘날개’ 즉 생명으로 끝을 내죠. 박제와 날개를 대칭 관계로 설정했습니다. 이상에게 ‘박제’란 죽은 것입니다. 박제를 프랑스어로 ‘Empaillage’라고 하는데요, 의자나 베개 등에 솜이나 짚을 채워넣는 걸 의미합니다. 반면 동아시아권의 ‘박제(剝製)’에서 ‘剝’은 가죽을 벗긴다는 뜻입니다. 물론 동물 사체에서 가죽을 벗기고 썩지 않도록 속을 다른 물질로 채우는 과정은 같지만, 서양권에서는 ‘채운다’는 데 의미를 더 부여하는데 비해 동아시아권은 ‘벗긴다’는 데 더 의미를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서양권에서의 박제는 생명의 의미가 강합니다. 고대 이집트에선 영생을 희망하며 미라로 만들었고요. 반면 동양권에선 죽음의 의미가 좀 더 강하게 느껴집니다. ‘Empaillage’에선 생명(솜)이, ‘剝製’에선 죽음(칼)의 이미지가 그려집니다.‘화석’이란 단어도 박제와 비슷하게 쓰이죠. 좀처럼 변하지 않고 옛 것을 지루하게 고수하는 사람이나 집단을 ‘화석으로 박제됐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반면에 ‘살아있는 화석’이란 대칭적 표현에서 보듯 오래도록 버틴 생명성이 강조되기도 합니다. 화석·박제 모두 이중적입니다. 정지돼 있지만 가장 역동적입니다. 호랑이 박제는 포효하고 있고 백조 박제는 힘찬 날개 짓을 합니다. 공룡 뼈 화석은 다시 맞춰져 서 있습니다. 죽었지만 살아있지요. 고대 화석은 과거를 세워 현재를 보여줍니다. 시간을 뛰어 넘었죠. 박물관에서 박제나 화석을 보고 있으면, 내 자신이 박제돼 있고 이들이 살아 움직이는 게 아닐까 하는 판타지에 빠지기도 합니다. 살아있는 모습 그대로이니 이미 부활한 것 아닐까요? 박제사의 작업 과정을 직접 본 적이 있습니다. 솜과 칼의 예술이더군요. 칼(빼기)과 솜(더하기)의 균형을 맞춰 영원불멸의 작품을 창작한다고 느꼈습니다. 살과 내장은 버린 뒤 가죽만을 남기고, 이 생물의 가장 멋진 모습이 되도록 채워 넣는 과정.▽사진은 박제와 닮은 매체입니다. 사진은 시공간의 순간을 포착하죠. 사진가는 공간을 제한해 앵글을 선택하고, 시간을 제한해 빛이라는 도구로 평면 이미지를 만듭니다. 과거를 선택적으로 고른 뒤(앵글 잡기) 현재를 포착해(촬영) 미래로 연결(사진작품)합니다.시간은 순간순간 이미 지나가고 있으니 끊임없이 죽음을 양산합니다. 사진가는 소멸해가는 한 순간을 가장 사실적으로 잡아 영원불멸을 창작하고자 욕망합니다. 카메라에도 ‘솜’과 ‘칼’이 있습니다. 제한된 시간과 공간을 선택하는 것은 칼의 행위죠. 필요한 부분만 잘라내야 하니까요. 그리고 그것에 ‘솜’(내용)을 채워 넣습니다. 이 순간이 박제돼 영원으로 남는 것이죠. 사진은 순간과 공간을 멈춰 세움과 동시에 생명을 채워 넣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진가는 순간과 공간을 지배하고픈 권력욕에 빠지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해야 합니다. 순간과 공간에 자신이 질서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은 착각입니다. 질서라는 이름으로 과도한 왜곡을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자칫 그 순간과 공간을 두 번 죽입니다. 칼은 잘 못 쓰면 허무하고, 솜을 잘 못 채우면 어수선한 사진이 됩니다. ▽우리는 모두 사진가입니다. 모두가 박제사들입니다. ‘전화기 기능이 있는 카메라’를 다 들고 계시잖아요. 멋진 곳을 방문하면 사진을 찍죠. “남는 건 사진뿐이야”라면서요. 기록의 행위입니다. 추억을 박제하고 기억을 화석으로 남기는 행위. 다만, 그 순간을 영원히 빠짐없이 모두 살려두고 싶다면? 지나친 욕망입니다. 다 살릴 수는 없죠. 기록의 가치가 없는 것은 칼을 휘둘러 과감히 빼야 합니다. 칼은 때론 방패가 됩니다. 다른 것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칼질은 적게 하고 솜만 잔뜩 넣는 분들도 있죠. 모든 것을 기록하고픈 바람 때문입니다. 마음은 이해하지만, 너무 어수선하고 질서가 너무 없는 사진이 되고 맙니다. 정리 안 된 역사의 너절한 기록은 역사가 아니듯, 선택 없는 사진은 사진이 아닙니다. 그냥 촬영한 것에 불과합니다. 모든 것을 다 살리려다보면 모두를 다 죽이게 됩니다. 그냥 촬영해 기록하는 것은 CCTV와 블랙박스가 더 잘합니다. 과감하게 한 두가지 주제만 정하고, 그 주제가 잘 부각되도록 앵글을 잡아야 사진이 비움과 채움의 예술이 되지 않을까요?오늘도 우리 모두는 사진가로서 한손엔 칼을, 다른 한손엔 솜을 쥐고 순간과 공간을 박제하는 창작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멋진 박제작품을 응원합니다.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벤치 뒤 멋진 등받이. 푹신해 보였는데 기대 보니 딱딱하네요. 연꽃과 봉황 그림 보며 눈만 쉬고 갑니다. ―충남 공주에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케이블이 줄기를 뻗더니 ‘인터넷 박스’로 꽃을 피우고 우편함으로 열매를 맺었네요. 나뭇잎 역할은 이름표가 대신합니다. ―충남 공주시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 유족들이 참사 24일 만에 처음으로 공식 기자회견을 열었다.유족들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의실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및 법률지원 태스크포스(TF)’ 가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정부에 진정성 있는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민변은 TF를 구성한 이래 현재까지 희생자 34명의 유족 요청을 받아 법적으로 대리하고 있으며 참여 방법을 문의하는 유족들도 늘고 있다고 밝혔다.이날 민변TF는 유족과 두 차례 간담회를 진행해 정리한 여섯 항목의 대정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요구사항은 진정한 사과와 성역 없이 엄격하고 철저한 책임 규명, 피해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진상과 책임 규명, 참사 피해자의 소통 보장과 인도적 조치 등 적극적인 지원, 희생자들에 대한 온전한 기억과 추모를 위한 적극적 조치, 2차 가해 방지를 위한 입장 표명과 구체적 대책 마련 등 여섯가지다.서채완 변호사는 “앞으로 어떤 법적 조치를 할지는 유족들과 협의 후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21일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에서 금융감독원과 은행연합회, 생명·손해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등 금융권 직원들이 ‘사랑의 연탄 나눔’ 활동을 하며 연탄을 나르고 있다. 금감원과 금융권은 공동 후원금을 마련해 연탄은행에 연탄 21만여 장을 기부하고 이 중 6000장을 이날 홀몸노인 등에게 직접 배달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벽에 붙어 있는 대형 거미. 인기척이 느껴지자 바짝 긴장했네요. 갈 곳 없으면 우리 집에 갈래?―경기 평택시 신장동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서울시교육청 간부들이 21일 종로구 청사에서 열린 ‘2022년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에 참여해 심폐소생술과 자동심장충격기(AED) 이용법을 배우고 있다. 이 훈련은 해마다 행정안전부가 실시하는 범정부 재난대응 훈련이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어려운 이웃에겐 겨울이 더더욱 혹독합니다.해마다 이맘때면 개인 독지가나 회사 등 단체의 사랑 나눔이 이어집니다.21일 오후 서울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젊은 직원들이 인간띠를 이루며 ‘사랑의 연탄’을 배달합니다.조금씩 힘을 보태고, 함께 나누는 누군가가 있어 세상은 그나마 돌아가나 봅니다.이 날 행사의 주인공들은 금융감독원 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등 금융권 직원들입니다.연탄은행에 연탄 21만 여장을 기부하고, 6000장을 어려운 주민, 혼자 사는 노인들 집에 직접 배달했습니다.}

서울 중구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열린 ‘서울한옥일상’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이 한옥의 건축 소재 등을 살펴보고 있다. 한옥의 변화와 생활상 등을 소개하는 이 전시는 27일까지 무료로 개최된다. 서울한옥포털에서 온라인으로도 관람할 수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인간은 무리생활을 합니다. 수렵 채집 시절을 거쳐 농경이 시작되자 무리생활은 더 커졌습니다. 가족이나 부족 단위의 무리는 정착을 하며 마을 공동체로 커집니다. 특히 동아시아의 벼농사는 더욱 집단생활이 중요합니다. 혼자서는 농사 자체가 불가능하니까요. 벼농사의 핵심은 물 관리. 홍수나 가뭄 모두 벼농사에는 치명적이죠. 대규모 축조공사를 통해 저수지를 만들어야 합니다. 천변엔 둑을 쌓아야 합니다. 대규모 토목 공사에는 많은 인원이 동원되고, 그러면서 위계질서와 권력이 드러납니다. 제방을 쌓은 뒤엔 윗 논부터 그 물을 받습니다. 물꼬는 집단생활에서 무척 중요합니다. 물꼬를 얼마나 잘 터주느냐에 따라 윗물을 받을 수 있고, 비가 많이 올 때 물꼬를 너무 열면 아랫 논은 물난리가 납니다. 물 때문에 갈등이 생기기 십상이니 집단의 갈등 조정이 중요해집니다.▽모내기와 가을걷이는 마을 사람들이 함께 해야 합니다. 우리민족의 품앗이와 두레가 생긴 이유입니다. 쌀은 면적 대비 열량(칼로리)이 높은 곡물입니다. 남미가 원산지인 고구마가 가장 높지만 17세기에나 아시아에 보급됐고 보관 기간이 짧아 주식이 아닌 구황식물로 자리 잡았죠. 쌀은 1㏊당 생산량이 밀보다 2배 가까운 약 1500㎏입니다. 농업 효율이 좋은 대신에 일손이 많이 필요합니다. 볍씨를 미리 모(벼의 싹)로 키워놓아야 하며, 심을 때도 하나하나 손으로 모내기를 해야 합니다. 여름엔 물을 잘 대줘야 하고 거의 매일 잡초를 뽑아야 합니다. 노동집약적이죠. 많이 모여 살수록 유리합니다.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농촌에 인구가 많았던 이유입니다. 집단이 점점 더 중요해집니다.밀은 쌀에 비해 열량은 10% 가량 낮지만 재배하기 편합니다. 모내기도 없습니다. 씨를 그냥 밭에 뿌리면(파종) 되니까요. 가을에 파종해 늦봄이나 초여름에 수확하니 잡초나 벌레를 피하기 유리합니다. 밀 재배 지역이 벼 재배 지역보다 집단주의 성향이 낮은 이유로 설명이 되려나요?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는 말이 회자된 적이 있습니다. 일부 맞는 말입니다. 창의성을 위해 기업들은 회사 인테리어 바꾸고, 다른 부서사람들을 우연히 만나도록 동선을 짭니다. 하지만 인간의 의식은 공간보다는 경제활동과 생산, 분배방식에 더 큰 지배를 받습니다. 먹고 사는 문제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죠. 후기 산업사회 이후에는 ‘직업병’이란 말이 생겼습니다. 직업이 다양해지고 전문화 분업화되며 다른 직업군에는 없는 독특한 문화가 생겨서겠죠. 의식이 경제활동에 지배를 받는다는 방증입니다. 그렇게 보면 동아시아의 집단주의는 아무래도 벼농사와 관계가 큰 것 같습니다. 중상주의와 산업혁명이 일찍 시작된 서구는 개인주의가 상대적으로 일찍 꽃피웠고요. ▽이제 쌀농사는 거의 100% 기계농업입니다. 모내기는 이앙기가 하고 추수는 콤바인이 합니다. 제초제는 드론으로 뿌립니다. 추수가 끝나면 트랙터로 흙을 뒤집고요. 개인도 얼마든지 기계의 힘을 빌려 혼자 벼농사를 할 수 있습니다. 농촌도 마을공동체의 결속이 느슨해질 수밖에 없죠. 예전엔 이웃의 농기구 상태를 훤히 알고 있어야 도움을 받았으므로 ‘옆집 숟가락 개수도 안다’는 말이 나온 것일 테고요.▽도구(기계)가 진화함에 따라 집단 경제 활동은 줄어듭니다. 물론 여전히 협업과 ‘콜라보’ 등 단합과 팀워크는 중요합니다. 그러나 예전에 마을 공동체 수 백 명이 시시때때로 동원된 생산 활동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회사의 팀워크도 주로 10명 내외로 이뤄집니다. 개인주의와 다원주의가 대세가 됩니다. 평등이 기본 원칙이라 서열과 집단에 기반한 공동체 유지는 더 위협을 받습니다. 이제 국가와 사회의 근간은 집단주의가 아니라 개인주의를 어떻게 세우느냐, 그리고 개인들을 어떻게 느슨하면서도 결속력 있게 유지하느냐에 달렸습니다.▽개인주의를 어떻게 해석해야 공동체가 안전하게 유지·운영될까요? 개인주의는 개인들의 개별화·세분화와 구별돼야 합니다. 개인들의 단절을 의미하니까요.다원화·다양화가 답이 아닐까요. 개인들이 각각 독립해 존재하되, 평소 느슨하게 연결돼 있다가도 위기 상황에선 효율적으로 동원될 수 있게 이어져 있어야 합니다. 걸핏하면 총동원령이 내리던 독재시대와는 달리 중심축, 이른바 집단주의의 허브는 약해져야 합니다. 다른 개인들을 비난하고 혐오하는 문화가 퍼져서는 곤란합니다. 상호 존중이 중요합니다. 이런 점에서 요즘 유행하는 혐오 표현들이 걱정입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는 ‘최수연’이란 캐릭터가 있습니다. 특별히 착하지도, 특별히 악하지도 않은 우리네 보통 캐릭터가 아닐까 합니다. 우영우에 대해 ‘어차피 1등’이라며 샘내다가도 곤란을 겪으면 투덜대며 도와줍니다.최수연이 보여준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는데요, 엄마 없이 자란 우영우가 엄마에 대한 얘기를 꺼내며 하소연하자 아무 말 없이 그냥 옆에 있어줍니다. 어설픈 공감이나 대꾸도 없이 그냥 옆에서 들어만 줍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내지는 않죠. 마치 엄마 노릇을 하듯 우영우를 백화점 의류매장으로 끌고 가 옷을 골라줍니다.개인주의 사회에선 타인에 대한 호기심이 선을 넘으면 곤란하지만 그렇다고 타인과 사회에 너무 무관심해서도 안 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 같았습니다.신원건기자 laputa@donga.com}

산사 처마 끝 풍경(風磬)이 긴 쇠막대기 모양의 서양식이네요. 시대가 바뀌어서겠지만 청아한 소리는 그대롭니다.―충북 제천 덕산면에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어느 산 중턱에 놓인 의자. 허름해 보이지만 전망 하나만큼은 어디도 부럽지 않아 보이네요.―충북 제천 덕산면에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14일 세종시의 한 인쇄공장에서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지가 외부로 옮겨지고 있다. 문제지는 전국 84개 시험지구로 옮겨졌다가 수능일인 17일 각 시험장에 배포된다. 올해 수능 성적 통지일은 다음 달 9일이다. 세종=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적들은 더욱 다가왔다. 일자진은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기다렸다. 적선들에서 함성이 일었다. 적의 제1열과 제2열이 합쳐지면서, 양쪽으로 날개를 벌리기 시작했다. 적은 선두가 전투 대형으로 바뀌었다. 물은 적의 편이었다. 적은 휩쓸듯이 달려들었다. 감당할 수 없는 적의 힘이 내 몸에 느껴졌다. 나는 뼈마디가 으스러지듯이 아팠다.물러서야 한다고 내 속에서 내가 아닌 내가 나에게 소리치고 있었다.”김훈 작가의 소설 ‘칼의 노래’(2001년)에는 ‘내 속에서 내가 아닌 내가’라는 표현이 두 번 등장합니다. 위 대목은 명량해전이 시작되기 직전, 이순신 장군이 선두에 선 대장선에 올라 물밀 듯이 밀려오는 적선을 맞는 두려움을 묘사한 것입니다. 이 소설은 왜군, 조정, 명군 등 물리적인 적과 정적으로 사방이 둘러싸인 채 전쟁을 치러야 했던 장군의 내적 갈등과 두려움을 유려한 상상력으로 묘사하며 이야기를 끌고 나가죠. 자아와 비자아의 끊임없는 투쟁. 이 소설의 몰입감이 높은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내안의 나”라는 표현은 내가 나 같기도 하고 아닌 것도 같고, 내 인격이 이중적으로 느껴질 때 쓰이는 말입니다. 내 자신이 누구인지 불확실할 때 괴롭죠. 주식이나 미래나 불확실성이 가장 큰 두려움인가 봅니다.▽자아(自我)는 참 뛰어난 번역 같습니다. ‘ego’를 번역한 것인데요, ‘스스로 있는 나’, ‘스스로 생각하는 나’라는 의미가 들어 있습니다. 성경에서 여호와는 모세에게 ‘나는 스스로 있는 자이니라(I am who I am)’라고 자신을 소개(?)합니다. 스스로 있는 자. 즉 ‘스스로 말미암은 자’이니 ‘자유(自由)로운 자’라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freedom’이나 ‘liberty’에 해당하는 단어는 일본이 난학(蘭學) 번역하는 과정에서 ‘자유(自由)’가 됐죠. 노자 장자의 도가 사상에서 쓰이던 ‘자유’라는 단어를 붙이면서, 뜻이 조금 왜곡됐지만 그럴듯한 번역이 됐습니다. 도가사상에서 ‘자유’는 ‘내 마음대로’란 뜻이 강하니까요. 어쨌든 나를 알아가려는 과정이 결국 자유를 위함이라는 것은 적당히 공감됩니다.내가 나라는 건 잘 알겠는데, 대체 ‘나’는 누구일까요? 도돌이표 같은 질문이라 대답은 영원히 모를 것 같습니다. 자아는 자의식(Self-consciousness) 문제로 연결됩니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해도 자의식까지는 못 만들겠죠. 복제인간이 나온다 해도 자의식까지 복제하기는 어려울테니까요.▽‘오이디푸스의 신화’ 마지막에서 주인공 오이디푸스는 스스로 눈을 뽑아버립니다. 자신의 운명에서 스스로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이해하는 순간 저지른 행동이죠. 비극적 한계를 상징하는 서사인데요, 세상을 잘 바라봤지만 정작 자신을 보는 눈이 없던 것에 대한 통탄입니다. 자기가 누구인지 몰랐다는 내적 갈등의 상징입니다. 오이디푸스는 이렇게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제한해 버립니다. 이 서사를 박찬욱 감독도 영화 ‘올드보이’(2003년)에서 복제하죠. 자신을 둘러싼 진실을 알게 된 주인공이 자신의 혀를 도려내는 것으로요.▽신대륙의 발견 못지않게 위대한 근대의 발견이라는 ‘자아’는 아직도 다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아직도 숱한 이들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찾고, 제주 올레길을 걷습니다. 청년들은 MBTI 검사를 하며 자신이 어떤 기질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탐구합니다. 중장년들은 ‘대체 뭣 때문에 이렇게 살았는지 모르겠다’며 절에 들어가 수행을 하고 새벽 기도를 하기 위해 교회를 찾습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인류가 생물학적으로 스스로를 복제하며 명맥을 유지하는 한, 절대 풀리지 않을 비밀인지도 모릅니다. 대체 나는 누구일까요. 여러분은 여러분이 누구인지 찾으셨나요.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은 지난 4월 태어난 멸종위기 1급 동물 시베리아 아기 호랑이 삼둥이(해랑 파랑 사랑)를 11일 관람객에 공개했습니다. 엄마 ‘펜자’와 아빠 ‘로스토프’는 국제혈통서를 갖춘 호랑이로 2011년 한러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러시아 정부로부터 기증됐습니다. 삼둥이는 태어난 날부터 어미 펜자가 자연포육으로 키웠습니다.11일 서울대공원 맹수사에 등장한 시베리아 호랑이 삼둥이를 보시죠.신원건기자 laputa@donga.com}

퇴근길 저녁, 별들이 모인 성단이 거리에 내려앉았네요. 뒤집힌 의자들이라고요? 꿈꾸는 사람에게만 보입니다. ―서울 중구 충무로에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