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국

변종국 기자

동아일보 산업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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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누군가에게 “저 기자는 참 대단했어. 고마웠어. 멋졌어. 열심히 살았어”라고 기억되는 기자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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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05~2025-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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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메라 HW는 같은데… AI 적용한 SW로 저화질 기능 개선

    “시각적 노이즈(잡신호)를 보정합니다.” 삼성전자가 7월 ‘갤럭시 Z 플립5’를 출시하면서 소개한 기능 중 하나다. ‘인공지능(AI) 기반의 이미지 신호처리 기능이 저화질의 사진을 보정한다’는 의미라는 설명이었다. 이해가 되는 것 같으면서도 실제 사용해 보지 않고서는 어떤 느낌인지 명확하게 알기 어려웠다. 갤럭시 Z 플립5의 카메라는 전 모델인 ‘갤럭시 Z 플립4’와 하드웨어 면에서는 거의 같다. 이런 이유로 어떤 점이 향상됐는지는 기능별로 확인하지 않으면 알기 힘들다. 플립5는 전면부 커버 디스플레이를 전 모델에 비해 대폭 키웠다. 접은 상태에서도 전면부 화면을 통해 사진과 동영상 촬영이 가능하다는 점만으로 큰 경쟁력을 갖는다. 그러나 카메라 자체만 본다면 플립4에서 플립5로 넘어갈 이유를 찾지 못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평가를 고려한 듯 “카메라의 소프트웨어 개선에 집중했다”고 강조한다. 어두운 공간에서 사진을 찍거나 멀리 떨어져 있는 사물을 찍어도 소프트웨어가 스스로 보정을 해주는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지난달 중순 바다 위 배에서 플립4와 플립5를 동시에 들고 수백 m 떨어진 항구를 찍어봤다. 시간은 오후 7시 20분쯤이었다. ‘백문불여일견’이었다. 사진에 찍힌 항구 전경과 건물들의 윤곽 및 뚜렷함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플립5의 경우 최대한 줌(ZOOM)을 당겨 찍었음에도 경치가 모자이크처럼 번지지 않았다. 건물들 옥상에 달린 붉은 불빛들도 알아볼 수 있었다. 바다의 물결도 플립5가 전작보다 더 생동감 있게 잡았다. 먼 산의 색과 모양도 훨씬 선명했다. 플립4는 건물의 윤곽이 플립5보다 뚜렷하게 찍히지 않았다. 플립5로는 구분됐던 건물의 불빛도 플립4로 찍었을 때는 불빛인지 건물이 원래 저런 색인지 알기 힘들었다. 카메라 성능은 그대로인데 다른 품질의 사진이 찍힌 것이다. 소프트웨어 역할을 눈으로 확인한 순간이기도 하다. 기자의 사진 찍는 능력이 떨어져서가 아닐까란 생각에 여러 차례 멀리 있는 사물들을 찍어봤다. 그럼에도 플립5의 이변 없는 압승이었다. AI 이미지 신호처리 기능이 저화질의 사진을 보정해 준 결과였다. 다만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플립5로 찍은 사진이 자동 보정되는 것에 대해 자연스럽지 않다는 느낌을 가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Z 플립5 관련 소개 자료를 내면서 AI 이미지 신호처리 기능에 대해 “디지털 10배줌(digital 10X zoom)을 통해 더욱 선명하게, 멀리 있는 피사체를 줌인 해 촬영할 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야간 촬영을 하면 AI 이미지 신호처리 기능의 효력을 또 한번 체감할 수 있다. 자동 촬영 모드로 야경을 찍어 봐도 플립5가 밝기와 선명도 측면에서 훨씬 뛰어난 사진을 제공했다. 빛이 별로 없는 어두운 경치를 찍을 때 야간 수동 모드를 이용하면 더욱 풍부한 느낌이 난다. 특히 플립5에는 더욱 향상된 야간 촬영 기능 ‘나이토그래피(Nightography)’가 담겨 있다. 카메라 센서가 저조도 상황에서도 이미지를 잘 잡아 내기 위해 많은 빛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해 야간 촬영의 성능을 높였다. “밤이라 잘 안 찍혀”라는 말보다 “밤인데도 잘 찍히네”라는 말을 더 많이 할지 모른다. 사진에 진심인 고객이라면 Z 플립5를 선택해 볼 것을 추천한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 2023-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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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규제에도 中화웨이폰 ‘7나노칩 기술자립’… “美 한방 먹였다”

    “뜯어봤더니 진짜 7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공정 프로세서가 있었다.” 글로벌 기술 분석업체 테크인사이츠가 4일(현지 시간) 미국 블룸버그통신 의뢰를 받아 세계 이목이 집중된 중국 화웨이의 새 스마트폰 ‘메이트 60’을 분해한 결과 자체 생산한 7나노 공정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가 들어 있었다고 밝혔다. 이 AP가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SMIC의 2세대 7나노 칩 ‘기린 9000s’라고 확인한 것이다. 7나노 공정은 세계 1, 2위 파운드리 기업 TSMC와 삼성전자가 양산 경쟁 중인 3나노 공정에 5년 이상 뒤처진 기술이다. 하지만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등 첨단 반도체 생산장비 수입이 제한됐음에도 어느 정도 양산(量産)에 성공했다는 뜻이어서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 실효성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다만 충분한 양산이 가능한지, 비용 효율성은 갖췄는지 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中반도체, 미국 한 방 먹이다” 화웨이는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의 중국 방문 기간인 지난달 29일 자사 온라인몰에서 신제품 ‘메이트 60’ 한정 수량 판매를 시작했다. 스마트폰의 두뇌 격인 AP 사양도 밝히지 않고 조용히 판매에 들어간 것이다. 화웨이는 한정 판매 물량이 모두 팔렸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매체는 “미국에 대한 승리”라며 치켜세웠다. 화웨이와 SMIC 모두 미국 제재 대상 기업이다. 한때 세계 1위 통신장비 기업이자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을 추격하던 화웨이는 2020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제재로 첨단 나노 공정이 요구되는 5G 지원 AP를 살 수 있는 길이 끊겼다. 지난해 중국의 14나노 이하 반도체 개발을 막기 위한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에 네덜란드가 동참하면서 네덜란드 장비 업체인 ASML은 EUV 노광 장비에 이어 이달 1일부터 이보다 낮은 단계인 심자외선(DUV) 노광 장비의 중국 수출도 금지했다. 테크인사이츠 분석대로라면 SMIC는 보유하고 있던 DUV로 7나노 공정에 성공한 것이다. 지난해 비트코인 채굴기에 쓰이던 SMIC 1세대 7나노 칩과 달리 이번 2세대 7나노 공정은 양산 체제를 일정 정도 갖춘 것으로 보인다고 테크인사이츠는 분석했다. 댄 허치슨 테크인사이츠 부회장은 로이터통신에 “중국이 미국 면전에 한 방 먹인 것”이라며 “이 칩은 러몬도 장관에게 ‘우리는 당신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고 했다.● “대량생산 가능할지는 미지수”블룸버그의 ‘화웨이 메이트 60 분해’ 보도 직후 홍콩 증시에서 SMIC 주가는 11% 넘게 상승했다. 하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의문점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미 투자사 제프리스의 에드슨 리 애널리스트는 “몇 시간 만에 화웨이 새 스마트폰이 다 팔렸다는 것은 재고가 제한됐다는 의미”라며 “중국은 7나노 칩을 아주 소량만 생산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투자사 샌퍼드 번스타인 측은 “화웨이 칩은 첨단 패키징(가공된 웨이퍼 포장 기술)과 (상대적으로 적은) 전력 소비로 (5G급) 속도를 내고 있다”며 “예상을 뛰어넘는 발전”이라고 평했다. 다만 화웨이 7나노 칩은 최신 반도체 기술과는 2세대 이상 벌어져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2019년 EUV 노광 기술을 적용한 7나노 제품을, 지난해 6월 3나노 제품을 각각 양산하기 시작했다. 2025년에는 모바일용 2나노 제품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애플은 다음 주 3나노 칩을 장착한 아이폰15를 공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긴장하면서도 한국 반도체 기술을 위협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보는 분위기다. 업체 관계자는 “중국 반도체 기술력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성과이지만 속도나 발열, 생산 단가, 수율 등을 아직 모르기 때문에 어느 수준인지 가늠이 잘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과의) 기술력 격차는 아직 크다”고 말했다.7nm 반도체 공정반도체 회로의 선폭이 7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인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공정. 선폭이 좁을수록 같은 크기의 웨이퍼에서 더 많은 칩을 만들 수 있다. 삼성전자는 2019년에 7나노, 작년 6월부터 3나노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

    • 2023-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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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울릉공항, 활주로 벗어나면 바닥 부서지는 강제제동장치 검토

    울릉공항이 활주로 주변 안전지대 추가 설치 등을 위한 재설계에 들어간 가운데, 정부가 강제 제동장치인 ‘이마스(EMAS·항공기이탈방지시스템)’ 설치를 고려 중인 것으로 5일 확인됐다. 공항 부지의 지형 문제로 안전지대를 더 늘리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오고 있어서다. 이날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울릉공항 활주로 끝 부분에 이마스를 설치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 중이다. 이마스는 항공기가 안전하게 멈추기 어려운 경우 활주로 바닥이 무너지도록 만든 강제 제동시스템이다. 항공기가 정상 활주로를 이탈해 이마스 지역으로 들어가면, 항공기 무게로 인해 바닥이 부서지면서 바퀴를 잡아 멈추게 한다. 활주로의 양쪽 끝에 안전지대를 규정 이상으로 늘리지 못하는 공항에서 주로 사용되는 방식이다. 미국에서도 70여 공항이 이마스를 도입하고 있다. 울릉공항은 1200m의 활주로 끝에 안전 구역인 ‘착륙대’가 60m로 지어지고 있다. 착륙대 끝에는 추가로 안전지대인 ‘종단안전구역’을 90m씩 지어야 한다. 그런데 종단안전구역을 건설하려면 바다를 추가로 매립해야 한다. 수천억 원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국내법에 따르면 이마스와 같은 제동시스템을 활주로 끝에 설치하면 종단안전구역을 90m 이내로 줄일 수 있다. 설계안이 변경되더라도 추가적인 매립 없이 공사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국내 한 항공사 기장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쓰는 B737 항공기가 시속 100km로 미끄러져서 이마스에 들어오면, 수십 m 안에서 제동이 되긴 한다”면서도 “울릉공항 활주로에서 바다까지 50m 정도 여유 공간이 있다. 큰 이마스를 만들 수는 없을 것 같다. 제동 성능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울릉공항에 취항 가능한 항공기의 무게와 속력 등을 고려해 이마스의 규모를 확정할 계획이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 2023-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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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레이과학상 장영태-문주호 교수

    한국도레이과학진흥재단이 제6회 한국도레이 과학기술상 수상자로 화학 및 재료 기초 분야에 장영태 포스텍 화학과 교수, 응용 분야에 문주호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를 선정했다고 5일 밝혔다. 각각 1억 원의 상금과 상패를 수여한다. 장 교수는 생유기화학 분야에서 생리활성분자의 타깃 단백질을 규명하고, 살아있는 세포를 구별하는 센서와 프로브를 개발함으로써 질병 진단 및 치료 연구에 공헌했다. 문 교수는 저비용 고효율의 그린 수소 생산 시스템을 구현하는 등 에너지 관련 기술 업적을 인정받았다. 도레이는 신진 과학자 5명도 뽑아 3년간 1억5000만 원의 연구비를 지원한다. 펠로십 기초에 김두리 한양대 화학과 교수와 김현우 포스텍 화학과 교수, 응용에는 구강희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 김연수 포스텍 신소재공학과 교수, 류재건 서강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 등이 선정됐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 2023-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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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울릉공항, 강제 제동장치 검토…활주로 이탈땐 바닥 깨지며 바퀴 멈추게

    울릉공항이 활주로 주변 안전지대 추가 설치 등을 위한 재설계에 들어간 가운데, 정부가 강제 제동장치인 ‘이마스(EMAS·항공기이탈방지시스템)’ 설치를 고려 중인 것으로 5일 확인됐다. 공항 부지의 지형 문제로 안전지대를 더 늘리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오고 있어서다.이날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울릉공항 활주로 끝 부분에 이마스를 설치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 중이다. 이마스는 항공기가 안전하게 멈추기 어려운 경우 활주로 바닥이 무너지도록 만든 강제 제동시스템이다. 항공기가 정상 활주로를 이탈해 이마스 지역으로 들어가면, 항공기 무게로 인해 바닥이 부셔지면서 바퀴를 잡아 멈추게 한고려다. 활주로의 양 쪽 끝에 안전 지대를 규정 이상으로 늘리지 못하는 공항에서 주로 사용되는 방식이다. 미국에서도 70여개 공항이 이마스를 도입하고 있다. 울릉공항은 1200m의 활주로 끝에 안전 구역인 ‘착륙대’가 60m로 지어지고 있다. 착륙대 끝에는 추가로 안전지대인 ‘종단안전구역’을 90m씩 지어야 한다. 그런데 종단안전구역을 건설하려면 바다를 추가로 매립해야 한다. 수천억 원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국내법에 따르면 이마스와 같은 제동시스템을 활주로 끝에 설치하면 종단안전구역을 90m 이내로 줄일 수 있다. 설계안이 변경되더라도 추가적인 매립 없이 공사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국내 한 항공사 기장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쓰는 B737 항공기가 시속 100km로 미끄러져서 이마스에 들어오면, 수십 미터 안에서 제동이 되긴 한다”면서도 “울릉공항 활주로에서 바다까지 50m 정도 여유공간이 있다. 큰 이마스를 만들 수는 없을 것 같다. 제동 성능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울릉공항에 취항 가능한 항공기의 무게와 속력 등을 고려해 이마스의 규모를 확정할 계획이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 2023-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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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한국에 없는 소형機 맞춰 설계한 울릉공항, 또 재설계 추진

    2025년 개항을 목표로 이미 30%가량 공사가 진행된 울릉공항이 또다시 설계 변경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에 한 대도 없는 50인승 소형 항공기에 맞춰 설계했지만, 항공시장 여건상 그보다 큰 항공기 투입이 필요해 활주로 등을 더 넓혀야 하는 것이다. 4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교통부 등은 현재 80인까지 탑승이 가능한 ‘ATR 72’ 항공기와 ‘E190-E2’ 항공기의 울릉도 취항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건설 중인 공항은 그보다 작은 ‘ATR 42’나 ‘DHC-8-300(Q300)’ 등 50인승 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크기(2C급)다. 항공업계에서는 50인 이하 항공기는 경제성이 없어 현재 보유한 곳도, 도입을 계획 중인 곳도 없다. Q300은 심지어 2009년 단종됐다. 정부는 앞서 2013년 2C급 공항을 기준으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했다. 이대로 공사를 끝낸다면 항공사들이 취항을 하지 않는 ‘유령 공항’이 될 가능성이 높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정부는 80인승 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공항 기준에 맞도록 활주로 양옆 안전구역(착륙대) 등을 확장하는 쪽으로 설계를 변경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총 사업비도 현재 6651억 원에서 최소 수십억 원, 많게는 수백억 원이 더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울릉공항 착륙대 폭 80→140→150m… 사업비 900억+α 추가 개항 2년 앞두고 설계변경 불가피2010년 150m로 신청… 예타 퇴짜사업비 줄이려 80m로 수정해 통과안전 문제 제기되자 140m 되돌려울릉공항이 개항 2년을 앞두고 또다시 설계 변경이 불가피한 것은 항공시장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기본계획이 확정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울릉공항은 특히 이전에도 수차례 활주로 길이나 안전구역 폭이 늘어나는 설계 변경이 이뤄지면서 총사업비가 10년 전 계획 확정 시 대비 약 900억 원이 늘어났다. 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항공기는 이륙하기 위한 최소 거리와 항공기 날개폭 등에 따라 등급이 나뉜다. 국토교통부가 현재 울릉공항 취항 가능성을 염두에 둔 프랑스 ATR의 ‘ATR 72’와 브라질 엠브라에르의 ‘E190-E2’ 항공기는 최소 이륙 거리가 1200m가 넘고, 날개폭이 24∼36m로 ‘3C’ 등급으로 분류된다. ‘공항·비행장 시설 및 이착륙장 설치 기준’에 따라 공항도 3C 등급에 맞게 건설돼야 한다. 울릉공항은 현재 1200m의 활주로 주변으로 착륙대(활주로 양옆에 설치된 안전구역)가 지어지고 있다. 활주로 양 끝에는 길이 60m의 착륙대가, 활주로를 따라서는 폭 140m 착륙대가 건설 중이다. 계획 중인 활주로 운영은 각종 항행 시설의 도움으로 이착륙을 할 수 있는 ‘계기활주로’(정밀 진입 비행)다. 그런데 3C 등급 공항이 되려면 계기활주로 기준 폭 280m 이상의 착륙대가 필요하다. 착륙대 끝엔 최소 90m 이상의 종단안전구역(240m 권고)도 설치해야 한다. 현재 울릉공항의 크기보다 착륙대의 폭과 길이가 모두 2배 이상 커져야 한다는 얘기다. 울릉공항은 특히 바다를 매립해 만들고 있다. 착륙대 폭과 활주로 끝단을 늘리려면 바다를 추가로 매립해야 할 수도 있다. 사업비 조정액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커질 경우 예비타당성 조사를 다시 받을 가능성도 있다. 국토부는 사업비를 최소화하면서 3C 등급 항공기 이착륙이 가능하도록 활주로 운영 등급을 계기활주로에서 ‘비계기활주로’(시계비행)로 바꾸는 방향도 고민하고 있다. 시계비행은 조종사가 직접 눈으로 지상의 지형지물 등을 확인하며 비행하는 방식이다. 비계기활주로 기준일 경우 착륙대의 폭은 현재 140m에서 150m로 10m만 늘리면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시계비행 방식으로 바꿔 설계를 변경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정확한 설계 변경안이 나와야 추가 비용 규모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시계비행 방식으로 변경할 경우 악천후나 안개, 야간 등에는 이착륙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계의 도움으로 정밀한 이착륙이 가능한 계기비행에 비해 시계비행은 상대적으로 안전도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국내에서 시계비행으로 운영되는 공항은 한 곳도 없다. 울릉공항 인근 한 주민은 “울릉도는 해무가 끼면 불이 났다고 착각할 정도로 앞이 안 보이는데 비행기를 사람 눈에 의지해 운항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설계를 지금 또 바꾸면 공사 기간이 더 늘어나는 건 아닌지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울릉공항 설계 변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0년 11월 울릉공항은 활주로 1200m와 착륙대 폭 150m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았는데 통과하지 못했다. 이후 사업비를 줄이려고 활주로 길이 1100m, 착륙대 폭은 80m로 수정한 채로 2013년 3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자 2015년 11월 고시된 공항 개발 기본계획에서는 활주로 길이가 다시 1200m로 되돌아갔다. 2019년 5월 총사업비도 5755억 원에서 6633억 원으로 878억 원 늘리면서 착륙대 폭도 140m로 복구됐다. 착륙대 폭을 150m로 다시 넓히면, 결국 최종 설계안은 예타를 통과하지 못한 2010년 당시와 거의 같아진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근시안적 공항 정책으로 계획이 계속 수정되는 ‘누더기 공항’이 됐다”며 “공항 안전과 효율성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23-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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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57일 기다린 안전비행”… 이스타항공 국제선 운항 재개

    “드디어 기다리던 국제선 비행입니다. 잠들은 잘 주무셨나요?” 2일 오전 9시 40분 김포국제공항 이스타항공 사무실. 11시 15분 대만 쑹산국제공항으로 떠나는 이스타항공 ZE887편의 박지현 기장은 쇼업(비행 전 브리핑)을 시작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은 재정난으로 2020년 3월 24일부터 운항을 중단했던 이스타항공이 1257일 만에 국제선 운항을 재개하는 날이었다. 승무원들은 탑승 시작 1시간 30분 전에 쇼업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날 모든 승무원은 약속이라도 한 듯 한 시간씩 일찍 출근했다. 김상철 객실 승무원은 “첫 비행인 만큼 빠뜨린 것은 없는지 확인하려 일찍 출근했다”며 “힘든 시기를 거치면서 버틴 만큼 후회 없는 비행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도착지인 대만으로 제11호 태풍 ‘하이쿠이’가 다가오고 있어서인지 승무원들과 직원들의 표정엔 긴장이 가득했다. 박 기장은 쇼업을 시작하며 동료들의 긴장을 풀어주려는 듯 “우리의 국제선 재개를 태풍도 반겨주네요. 비행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진 않지만, 비행 중 태풍 상황을 계속 업데이트해드리겠습니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하게 첫 단추를 잘 끼운다는 생각으로 잘합시다”라며 쇼업을 마쳤다. 이날 첫 비행에는 조중석 이스타항공 대표를 비롯한 임원진들이 직접 공항을 방문해 탑승구 앞에서 승객들을 맞이했다. 대만에서 쓸 수 있는 유심칩과 교통카드 등의 기념품도 건넸다. 기내에서는 좌석 곳곳에 숨겨둔 보물을 찾는 이벤트를 진행해 승객들에게 이스타항공 굿즈와 대만관광공사에서 제공한 기념품을 선물했다. 이스타항공의 ZE887편은 이륙 약 2시간 10분 뒤 대만 쑹산공항에 도착했다. 쑹산공항 측은 착륙 후 계류장으로 들어오는 이스타항공 ZE887편을 ‘워터 살루트’(물대포를 쏘아주며 환영하는 세리머니)로 환영했다. 국제선 운항 첫날 평균 탑승률 96%를 기록했다. 새로운 이스타항공의 첫 국제선 노선인 김포∼쑹산 노선은 2020년 2월 25일을 마지막으로 운항을 중단했다. 이스타항공은 티웨이항공과 함께 김포∼쑹산 노선을 공동 운항(1대의 비행기를 양사가 공동 운영하는 방식)한다. 양사 모두에서 예약이 가능하며 주 7회 운영한다. 이스타항공은 2019년 시작된 일본 불매운동과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을 겪으면서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 2021년 2월 법원 회생 절차를 거치며 버티다 VIG파트너스를 새로운 주인으로 만나 2022년 3월 회생 절차를 졸업했고, 올해 3월엔 국내선 운항을 시작했다. 이스타항공은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횡령 및 배임 혐의와 채용 비리 등이 불거지며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기도 했다. 현재의 이스타항공은 2021년 법원의 회생 계획에 따라 기존 최대 주주인 이스타홀딩스 보유주식을 포함한 구주 전체가 소각됐다. 새로운 인수자가 신주 100%를 취득하면서 이 전 의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새로운 회사가 됐지만 과거 이미지를 극복해야 하는 것이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한때 23대의 비행기를 운영하던 이스타항공은 현재 총 7대의 항공기를 운영하고 있다. 조 대표는 “연말까지 3대를 더 도입해 총 10대로 항공기를 늘릴 예정으로 B737-8 항공기를 위주로 들여올 계획”이라며 “9월 20일에는 일본 나리타와 다낭, 방콕에 동시에 취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 2023-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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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국내 유일 소형항공사 하이에어, 운항관리사 부족으로 운항 중단

    국내 유일의 소형항공운송사업사 하이에어가 운항을 중단한다. 직원들의 잇따른 퇴직으로 인해 규정인력이 부족해진 탓이다.하이에어는 31일 “항공기의 안전한 운항에 있어 필요조건인 운항관리사 부족으로 인해 운항관리사의 충원 및 교육이 완료될 때까지 운휴하게 됐다”고 공지했다. 하이에어는 9월 1일부터 국내선 전 노선은 22일까지, 국제선 전 노선은 10월 28일까지 운항을 중단한다.2017년 소형 화물 수송 항공운수사업자로 출범한 하이에어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울산공항에 기점을 둔 항공사다. 5개 국내 노선과 하나의 국제선(무안-기타큐슈)을 운영 중이다. 하이에어는 운항 중단 기간 내 항공권을 구매한 고객들의 항공권을 출발일 순서대로 일괄 취소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항공업계에서는 하이에어 운항관리자 부족 상황에 원인을 경영난으로 인한 퇴직으로 보고 있다. 현재 자본잠식상태인 하이에어는 직원들의 급여 지급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에어는 저가항공사(LCC)들과 가격 경쟁이 치열해진 탓에 지난해 100억 원, 2021년 111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이 152억 원인점을 고려하면 적자폭이 작지 않다.하이에어는 최근 대주주 변경 및 투자금 확보 등으로 자금난 해소를 위해 노력 중이지만 업계에서는 단기간에 경영상태가 개선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이에어는 국내 사모펀드운용사 등을 대상으로 300억~400억 원 규모의 투자유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하이에어 측은 “정상화 계획을 수립해 이행중이며 고객피해를 최대한 줄이려 노력하겠다”고 말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

    • 2023-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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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LG, 유럽 가전쇼서 ‘올인원 세탁기’ 맞대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탁기와 건조기를 하나로 합친 이른바 ‘올인원’ 세탁기 시장에서 정면승부를 펼친다. 30일 삼성전자는 9월 1∼5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3’에서 세탁기 한 대로 건조까지 가능한 신제품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25kg 용량의 세탁기와 13kg 용량 건조기가 한 대로 합쳐져 세탁 후 빨래를 건조기로 옮기지 않아도 된다. 공간 활용도가 뛰어나 좁은 세탁실에도 설치할 수 있다. ‘에코 버블’ 기능은 물에 녹인 세제 거품이 섬유 사이에 빠르게 침투할 수 있도록 한다. 고효율 대용량 디지털 인버터 히트펌프를 적용해서 빠르고 질 높은 건조 성능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신제품에는 삼성전자 대표 제품인 ‘비스포크 그랑데 AI 세탁기·건조기’의 핵심 기능이 대거 적용됐다. LG전자도 IFA 2023에서 ‘LG 시그니처 세탁건조기’를 공개한다. 대용량 드럼 세탁기와 건조기를 합쳤다. 세탁 및 건조 용량은 각각 25kg, 13kg이다. 옷이 머금고 있는 수분을 흡수하는 인버터 히트펌프 방식으로 옷을 건조한다. 특히 제품 하단에는 섬세한 의류나 속옷, 아이 옷 등을 분리 세탁할 수 있는 4kg 용량의 미니워시도 탑재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세탁 후 세탁물이 자동으로 건조기로 옮겨졌으면 좋겠다는 고객 목소리를 반영해 개발한 제품”이라고 말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 2023-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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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진 ‘차이나 붐’, 韓기업들 실적 휘청

    석유화학업체 DL케미칼은 올해 2분기(4∼6월) 매출액이 1년 전보다 30.7%(1490억 원) 급감했다. 국내 경기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 경제마저 얼어붙으면서 수출 실적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 컸다. 중국에서 자국의 석유화학 제품 생산 능력을 계속 확대하고 있어 수출이 다시 회복되기도 쉽지 않다. 대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롯데케미칼은 올 2분기 770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전년보다 적자 규모가 556억 원 불었다. 5개 분기 연속으로 적자를 낸 롯데케미칼의 누적 적자는 약 1조 원에 이른다. 롯데케미칼은 이달 8일 실적을 발표하며 “2분기 초까지는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수요 등으로 제품 마진이 개선됐지만 이후 경기 회복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최대 교역 상대국인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한국 경제에도 그늘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30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올 1∼7월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의 대중(對中) 수출은 전년보다 40.4% 줄었다. 디스플레이의 감소 폭은 45.7%로 더 컸고, 화장품(―25.3%) 석유화학(―22.5%)도 20% 넘는 감소세를 보였다. 월간 전체 대중 수출액은 14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대중 무역수지는 지난해 10월부터 10개월째 적자를 보이고 있다. 현오석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조차도 중국을 상대로 펼치는 경제, 외교 정책을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아닌 디리스크(위험 축소)로 설명하고 있다”며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끊을 수 없는 상황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한 단계 더 높이는 식으로 새로운 대중 관계를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수출기업 80%, 中침체에 실적 영향… “韓 내년도 1%대 저성장 우려” 〈下〉 한국 기업 충격 본격화 10곳중 8곳 “中 부진 이어질것”… 현지 공장 매각-사업 철수 잇달아경제 원로들 “탈중국 능사 아냐… 시장변화 맞춰 품목 다변화해야” 중국 부동산발(發) 불안과 중국 경기 침체 신호가 뚜렷해지면서 국내 대중(對中) 수출기업 10곳 중 3곳은 이미 매출 등에 영향을 받고 있었다. 경제 원로들은 중국과의 관계를 끊을 수 없는 만큼 외교적으로 중국 정부와의 소통 채널을 넓히고 수출 다변화를 통해 교역 관계를 새로 설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출기업 80% “이미 실적에 영향 또는 향후 우려” 30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최근 중국 경제 동향과 우리 기업의 영향’에 따르면 조사 대상 대중 수출기업의 32.4%는 “최근의 중국 경기 상황이 이미 매출 등 실적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대한상의가 이달 8∼23일 전국의 대중 수출기업 302곳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다. 응답 기업의 50.3%는 중국 경기 불안이 장기화하면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 현재까지 중국 시장에서의 경영 실적에 대해선 절반이 넘는 기업이 올해 초 세웠던 목표보다 저조(37.7%)하거나 매우 저조(14.7%)하다고 답했다. 앞으로 중국 경제 전망에 대해선 79.0%가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원인으로는 ‘산업생산 부진’(54.5%)과 ‘소비 둔화 추세’(43.0%)를 가장 많이 꼽았다. 아예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기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 현대제철은 1분기(1∼3월) ‘현대스틸 베이징 프로세스’와 ‘현대스틸 충칭’ 매각을 추진한다고 공시했다. 2003년 설립한 베이징 법인은 2017년 적자로 돌아섰고 충칭 공장은 설립 이듬해인 2016년부터 줄곧 적자에 시달렸다. 현대자동차가 제5공장인 충칭 공장을 매각하기로 한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HL만도 역시 브레이크나 서스펜션 등을 만들던 충칭 법인을 청산했다.● “중국이 필요한 제품 공급해야” 수출 부진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대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8개 글로벌 IB가 전망한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1.9%다. 글로벌 IB업계 관계자는 “중국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한국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던 수출이 힘을 받지 못해 내년 경제성장률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경제를 이끌었던 원로들은 중국과의 경제 협력 관계가 예전만큼 긴밀하진 않더라도 지나친 탈(脫)중국 움직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정치·이념적으로는 중국과 가치를 공유할 수 없더라도 경제 분야에서만큼은 중국을 끈질기게 설득해 실리를 챙기는 경제 동맹 관계를 새로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경제 구조와 시장 환경 변화에 맞춰 한국의 수출 품목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은 “한국도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며 대일 무역 구조를 바꿨듯이 중국 역시 필요한 수입품이 달라지고 있다”며 “탈중국 정책을 펼치기보다는 중국 산업이 필요한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 실리적으로 바람직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지나치게 높아진 대중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박재완 전 기재부 장관은 “(미국 같은) 자유주의와 시장경제 틀 속에서 굴러가는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중국 편중도를 완화하는 것이 단기적으로 일부 손해를 볼 수 있겠지만 인도와 동남아 등으로 눈을 돌리는 방법으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세종=김형민 기자kalssam35@donga.com김도형 기자 dodo@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

    • 2023-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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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투자 ‘노조 리스크’… 현대차 美법인에 지역주민 우선 채용 요구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현지 인력 채용, 임금 인상 등 미국 노동조합의 강한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내년 11월 미국 대선을 앞둔 상황이어서 노조의 입김은 더 강해질 수 있다. 대미 투자 때 이른바 ‘노조 리스크’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2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미 노동총연맹산업별조합회의(AFL-CIO)와 전미자동차노조(UAW) 등은 27일(현지 시간) 현대차 미국 법인에 ‘지역사회 혜택 협약’ 서한을 보내며 단체 행동을 예고했다. AFL-CIO와 UAW 등은 현대차에 “근로자와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를 담을 수 있는 강제력 있는 협약이 필요하다”며 지역 주민 우선 채용 등을 요구했다. 신규 채용 45%, 승진 인원 20%를 여성이나 소수인종, 전역 군인으로 채울 것 등을 협약에 명시하자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전환에 따른 일자리 감소를 우려해 새 전기차 공장을 짓고 있는 완성차 업체들에 노조 가입에 준하는 구속력 있는 단체협약 압력을 행사한 것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UAW 등이 현대차뿐 아니라 독일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대규모 전기차 투자 업체들에도 비슷한 요구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제조업체들도 노조의 ‘타깃’이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의 미국 배터리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노조는 사측이 제시한 임금 인상 계획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8개월간의 교섭 과정에서 노조는 강도 높은 요구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사측은 근로자 시급을 약 16.5달러(2만2000원)에서 25% 오른 약 20.5달러(2만7000원)까지 높이는 인상안을 제시했는데, 조합원의 80%가 찬성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의가 다른 배터리 업체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LG엔솔을 비롯해 SK온, 삼성SDI 등은 2025년 양산을 목표로 미국 전역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UAW는 배터리 공장 근로자들에게 노조 가입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UAW는 미국 내에서도 매우 큰 영향력을 가진 집단이다. 주요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은 UAW 구미에 맞는 정책과 공약을 내걸 정도다. UAW 등이 현대차와 배터리 회사들에 강력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도 내년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노조 일자리 확대’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다른 해외 기업들도 미국 노조 리스크에 사업 차질을 빚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에 공장을 짓고 있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는 공장 가동 시기를 당초 2024년에서 2025년으로 늦췄다. TSMC는 반도체 공장 건설을 위해 대만에서 약 500명의 인력을 데려올 계획이었는데, 미국 현지 노조가 이를 반대했기 때문이다. 미국 노조는 ‘자국 내 일자리 창출’이라는 미국 반도체법의 목표에 반한다는 이유를 댔다. 한 배터리 업체 임원은 “솔직히 가장 걱정되는 건 노조 문제다. 정치적 사회적 영향력이 대단히 크고 정치인들도 꼼짝 못 한다”며 “UAW가 한국 배터리 회사들과의 첫 관계를 유리하게 맺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노조 리스크가 미국에 진출한 업체들엔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3-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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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진-최태원 첫 면담… 엑스포 유치 협력 등 논의

    류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전국경제인연합회의 후신) 회장이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면담했다. 류 회장의 취임 인사차 만들어진 자리로 20여 분간 경제단체 간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최 회장은 “국제통이시니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많은 협조를 부탁한다”고 요청했다. 류 회장은 “전경련도 엑스포 유치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경제단체의 역할과 단체 간 협력 방안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취임한 류 회장은 다음 날부터 경제단체장들과 잇달아 만나고 있다.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을 시작으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최진식 중견기업연합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등과 회동했다. 전경련은 22일 임시총회를 열고 전경련에서 기관명을 바꾼 한경협을 출범시켰다. 다만 새 명칭은 9월경 산업통상자원부의 승인을 거친 뒤 공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 2023-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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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 ‘ABC’ 거점 찾은 구광모 “작은 씨앗이 LG의 거목 될것”

    구광모 ㈜LG 대표가 미래 먹거리 점검을 위한 북미 출장길에 나섰다. 인공지능(AI)과 바이오(Bio), 친환경 첨단기술(Cleantech)을 일컫는 이른바 ‘ABC’ 전략사업에 더 힘이 실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4일 LG그룹에 따르면 구 대표는 21일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LG화학 생명과학본부를 방문했다. LG화학은 바이오 혁신 기술 도입과 글로벌 신약 개발을 위해 2019년 보스턴 법인을 설립했다. 올해 1월에는 미국 항암신약 기업 아베오 파마슈티컬스를 인수해 사업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구 대표는 “지금 LG의 주력 사업 중 하나인 배터리 사업도 30년이 넘는 기술 개발과 투자가 있었다”며 “바이오 사업도 지금은 비록 작은 씨앗이지만 꺾임 없이 노력해 나간다면 그룹을 대표하는 미래 거목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 대표는 다음 날 캐나다 토론토를 방문해 AI 사업을 살폈다. 토론토는 AI 연구에 특화된 도시다. LG전자는 2018년 이곳에 그룹 첫 글로벌 AI 연구 거점인 ‘AI Lab’을 설립했다. AI Lab에서 나온 연구 결과들은 LG전자의 스마트홈과 스마트카 솔루션, 온라인 채널 등과 어우러져 새로운 고객 경험을 만들어내고 있다. 구 대표는 “AI는 사업 구도에 커다란 파급력을 미칠 미래 게임체인저”라며 “지금까지 확보한 기술들이 계열사의 비즈니스 현장에서 실질적 사업 성과로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AI를 통한 제품과 서비스 개선 차원을 넘어 고객 관점에서 우리가 무엇을 제공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 대표는 출장 기간 동안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기관 및 스타트업을 잇달아 방문했다. 보스턴에서는 하버드대 의대와 연계된 세계 최고 항암 연구시설 다나파버 암센터와 바이오 및 제약 분야 스타트업 육성 비영리기관인 랩센트럴을 방문했다. 토론토에서는 AI 응용 연구의 핵심 연구소 중 하나로 꼽히는 벡터 연구소와 자나두 연구소를 방문했다. 벡터 연구소는 다양한 AI 분야의 응용 연구가 진행 중인 곳이다. 구글의 딥러닝, 우버의 자율주행, 엔비디아의 컴퓨터 비전 등이 이곳을 거쳐 탄생했다. 자나두는 2016년 설립된 양자컴퓨팅 선도 기업으로 기업가치가 10억 달러(약 1조3400억 원)로 추정된다. LG 관계자는 “구 대표의 현장경영은 AI와 바이오 등의 미래 사업들을 글로벌 톱 수준으로 육성해 미래 산업을 선도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행보”라고 설명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 2023-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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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엔비디아 ‘깜짝실적’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낙수 기대감 ‘활짝’

    글로벌 1위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올해 2분기(5∼7월)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내놨다. 업계가 전망했던 AI 반도체 훈풍이 숫자로 증명되면서 이와 연관된 첨단 메모리 제품을 만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낙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23일(현지 시간) 엔비디아는 2분기 매출 135억700만 달러(약 17조8400억 원)와 주당 2.70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월가 전망치 112억2000만 달러를 20% 웃돌았다. 주당 순이익은 전망치 2.09달러보다 30% 높은 수준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01%, 순이익은 843% 급등한 숫자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실적을 발표하며 “새로운 컴퓨팅 시대가 시작됐다”며 “전 세계 기업들이 고성능 컴퓨팅과 생성형 AI로 전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성장 전망도 장밋빛이다. 엔비디아는 전 세계 AI 반도체의 80% 이상을 독식하고 있다. 경쟁자인 AMD가 추격 중이지만 아직은 차이가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엔비디아가 고성능 AI 칩 생산을 내년에 3배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개당 4만 달러에 달하는 최신 칩 ‘H100’의 생산 목표를 올해 50만 대에서 내년 150만∼200만 대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경기 추락으로 신음하던 국내 반도체업계도 오랜만에 찾아온 호재로 반색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 AMD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한 초고성능·초고용량의 첨단 메모리다. 다량의 데이터를 저장·전달함으로써 AI 시스템 반도체의 데이터 처리를 뒷받침하는 필수 요소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양산 기준 최고 사양인 HBM3를 엔비디아에 납품하고 있다. 다음 세대 제품인 HBM3E를 최근 개발해 엔비디아의 샘플 검증을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1∼6월) 양산을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도 북미 고객사로부터 HBM3 최종 품질 승인을 최근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KB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가 올해 말까지 HBM3 고객사를 최소 4곳 확보하고, 내년까지 8곳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차세대 제품인 HBM3P 제품도 하반기(7∼12월) 공개를 목표로 개발에 착수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글로벌 HBM 시장은 SK하이닉스가 50%, 삼성전자가 40%가량 점유율을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엔 양사 점유율이 똑같이 46∼49% 수준으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양사는 4세대 HBM3 이상의 첨단 제품 시장을 선도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미국 메모리 업체 마이크론의 점유율은 지난해 10%에서 올해는 한 자릿수로 떨어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AI 반도체 시장은 계속해서 두 자릿수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024년 AI 반도체 시장이 올해 대비 25.6% 증가한 671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문준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AI 수요의 중장기 성장성과 엔비디아의 시장 지배력에 대한 확신이 강화됐다”며 “이번 실적 발표는 국내외 AI 관련 공급망에도 긍정적이며 이들의 중장기 이익 기대감도 더 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

    • 2023-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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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70년 이후 출생 ‘오너가’ 회장-부회장 64명… 세대교체 가속

    국내 주요 200대 그룹과 주요 중소·중견기업 오너 일가 중 1970년 이후에 태어난 젊은 ‘회장’ 또는 ‘부회장’이 64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23일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1970년 이후 출생한 오너가(家) 중 임원을 단 인원은 300명이다. 공식적으로 명함에 회장 직위를 기재하고 있는 경영자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53), 구광모 LG그룹 회장(45),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47),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51) 등 24명이었다.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50)은 회장이라는 타이틀을 쓰지는 않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대기업 집단의 동일인(총수)에 해당한다. 조사 대상 300명 중 부회장 타이틀을 달고 있는 오너가 임원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40) 등 39명이었다. 여성 임원은 51명이었고, 1980년 이후 출생자도 90명에 달했다. 세대별로는 창업가가 10명(3.3%)이었고, 2세 경영자가 165명(55%)으로 가장 많았다. 3세, 4세 경영자는 각각 108명(36.0%), 17명(5.7%)으로 조사됐다. 대표이사를 포함해 사장급 최고경영자(CEO)는 154명(51.3%)이었다. 이 중 42명은 1980년 이후 출생자였다. 정기선 HD현대 사장(41), 이규호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사장(39), 김대헌 호반건설 사장(35) 등이다. 여성 중에서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53), 정유경 신세계 사장(51), 조현민 한진 사장(40) 등이 경영 전면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33) 등 1990년 이후 출생한 오너가 임원도 8명 있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 2023-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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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정부담금 20년새 3배로… “국민-기업 모두 부담, 재검토 필요”

    20년간 3배 이상으로 늘어난 법정부담금 중 타당성이 떨어지는 부담금을 폐지하거나 징수 대상이나 사용처를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2일 ‘법정부담금 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 방안’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밝혔다. 부담금은 공익사업 수행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관련자에게 부과하는 돈이다. 공익사업 추진 등을 이유로 걷고 있지만 실제로는 목적과 다르게 자금이 쓰이거나 국민과 기업에 필요 이상의 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현재 법정부담금은 총 90개다. 부담금 규모는 2002년 7조4000억 원에서 지난해 22조4000억 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가장 큰 규모가 큰 것은 국민건강증진 부담금으로 지난해 2조8250억 원이 걷혔다. 담배사업자로부터 담배 20개비당 840원을 징수한다. 금연 교육 및 건강 증진 등을 위해 조성했는데, 감염병 및 질병, 저출산 대응 등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은 전기요금의 3.7%를 추가로 징수하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에 따라 이 금액도 함께 늘어나 일반 가정은 물론이고 산업계에도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세워놓은 목표 이상의 부담금이 징수되고 있기도 하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의 여유재원(사업비용과 운영비용을 제외한 재원)은 2009년 2552억 원에서 2021년 3조7770억 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너무 많은 돈이 모이자 미사용금을 공공자금관리기금으로 예탁하고 있다.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과 출국납부금, 혼잡통행료 등 국민의 생활과 밀접한 부담금들도 다수다. 영화관을 입장하는 국민을 대상으로 입장권 가액의 3%를 내게 하는데, 영화로 수익을 보는 특정 이해관계자가 아닌 일반 국민이 내야 한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시각이 많다. 국제질병퇴치기금 재원 마련을 위한 외교부의 출국납부금(항공권당 1000원)과 관광진흥개발기금 재원 마련을 위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출국납부금(공항 이용객 1인당 1만 원)도 질병이나 관광 관련 사업자가 아닌 국민에게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담금은 모든 국민이나 주민에게 부여되는 조세와는 달리, 특정 사업을 위해 걷는다는 명분이 있어서 납부 저항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특징이 있다. 이에 제도 개선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한상의는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 △국민건강증진 부담금 △카지노사업자 납부금 △지하수이용 부담금 △교통유발 부담금 △혼잡통행료 △국제교류 기여금 △출국납부금 △광물 수입 부과금 및 판매 부과금 △재건축 부담금 △신용보증기금 출연금 △환경부 수계별 물이용 부담금 등을 개선이 필요한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이수원 대한상의 기업정책팀장은 “법정부담금은 국민에게 금전적 부담을 지운다는 점에서 조세와 동일하나 조세법률주의 같은 엄격한 통제 없이 부과 및 징수가 이뤄지고 있다”며 “경제성장률이 2%를 밑도는 저성장 구조에서 부담금이 민간 경제활동을 저해하지 않도록 부담금 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 2023-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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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경련, 삼성-SK-현대차-LG 복귀… 오늘 한경협으로 새출발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4대 그룹 일부 계열사가 22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흡수 통합해 출범하는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에 재가입한다. 4대 그룹의 복귀는 2016년 말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전경련을 탈퇴한 후 7년 만이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8일 비정기 이사회를 열고 한경연 해산에 따른 한경협으로의 회원 자격 승계 건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안을 이사진에 보고했다.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4개사도 21일까지 이사회 보고 절차를 마쳤다. 이사진이 반대한 삼성증권을 제외하고는 모두 합류를 결정했다. SK는 지난주 4개 계열사 이사진 보고를 마쳤다. LG도 21일까지 관련 절차를 마무리했고, 현대차는 이달 말까지 각 계열사 이사회 산하의 지속가능경영위원회에 관련 보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삼성증권처럼 재가입을 거부하는 곳이 추가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4대 그룹이 명목상 복귀했음에도 한경협이 재계 ‘맏형’ 단체로서의 위상을 되찾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한경협이 혁신 방안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실천하느냐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어서다. 삼성증권 이사회는 21일 늦게까지 한경협 복귀 건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진은 전경련이 제시한 혁신안이 충분히 구체적이지 않고 정경유착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다는 점 등을 들어 한경협에 복귀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도 16, 18일 임시회의를 두 차례 연 뒤 정치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준감위는 삼성 계열사들이 한경협 복귀를 결정하더라도 “정경유착 발생 시 즉각 탈퇴할 것”을 권고했다. 삼성전자 이사회도 한경연 회원 자격의 한경협 이관에 대해 ‘조건부 승인’이란 결론을 냈다. 일부에선 4대 그룹 복귀 절차가 매끄럽지 않았다는 문제 제기도 여전하다. 전경련은 지난달 “기존 한경연 회원사인 4대 그룹은 한경협 회원사로 그 지위가 승계된다. 적극 동참해 주시기를 정중히 요청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자동 가입을 사실상 통보한 뒤 각 회원사에 이를 거절할지 말지를 결정하도록 공을 떠넘겼다는 비판이 나왔다. 4대 그룹은 회비 납부와 기금 운영, 이사회 참여 등 회원사로서 적극적인 활동을 할지에 대해선 결정을 미뤄 놓은 상태다. 삼성의 경우 준감위가 한경협 관련 자금 지출 시 준감위 검토를 거쳐야 한다는 단서도 달았다. 진통 끝에 통합 출범하는 한경협으로서는 향후 남은 과제가 더 많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경협은 ‘한국형 헤리티지 재단’과 같은 재계 싱크탱크를 지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과거 정경유착의 과오를 씻고 민간 주도 경제를 위한 정책 협력, 주요국 산업 전략 대응 등에 나서겠다는 의지다. 재계 관계자는 “한경협의 혁신 방안 실천 의지와 속도에 따라 단체의 위상과 역할이 재정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협은 첫 회장으로 류진 풍산그룹 회장을 내정한 상태다. 류 회장은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한국펄벅재단 이사장,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이사회 이사를 역임했다. 부회장 역시 외교 전문가인 김창범 전 주인도네시아 대사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

    • 2023-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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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 ‘이천포럼’ 개막… “구성원 주도로 ‘딥 체인지’ 실현”

    SK그룹이 구성원이 주도하는 ‘딥 체인지(Deep Change·근본적 혁신)’ 실천 및 가속화에 나선다. 21일 SK그룹은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에서 ‘이천포럼 2023’ 개막식을 열고 24일까지 포럼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천포럼은 SK그룹의 대표적 경영 토론 행사로, 2017년 최태원 SK 회장이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비하고 미래를 통찰하는 토론의 장을 제안해 시작됐다. SK그룹은 포럼을 통해 생성형 인공지능, 글로벌 산업지형 재편, 일하는 방식 혁신, 구성원 미래역량 확보, 평가 및 보상 방식 등을 논의한다. 특히 구성원 중심의 ‘딥 체인지’ 실행 방안을 집중적으로 살필 계획이다.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개회사에서 “올해 이천포럼의 키워드는 ‘구성원들의 적극적 의견 개진을 통한 딥 체인지 실천’”이라며 “딥 체인지를 성공적으로 실행하려면 그 실천 주체인 구성원들의 신뢰와 동의가 기반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22일부터는 경기 이천시 소재 SKMS연구소로 장소를 옮겨 구성원 중심의 발표와 토론이 열린다. 계열사 현업부서 200여 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유연근무제 실험 결과를 공유하고 실험 참가자들과 경영진이 ‘최적의 일하는 방식’을 토론할 예정이다. 23일엔 고용 안정성 관점에서 회사 비즈니스 모델 변화와 구성원 미래 성장을 조화시키기 위한 실행 방안들을 논의한다. 마지막 날인 24일엔 최태원 회장이 직접 참석해 구성원들과 토론을 진행한다. 직원들의 최대 관심사인 평가·보상 제도에 관한 의견 수렴과 개선 방향을 모색한다. SK 관계자는 “올해 이천포럼에서 수렴할 구성원들의 목소리와 혁신 방안 등은 향후 계열사별로 최적화해 비즈니스와 일하는 방식의 ‘딥 체인지’를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 2023-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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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경련, 한국경제인협회로 새출발…4대 그룹 7년 만에 복귀

    삼성·SK·현대자동차·LG 등 4대 그룹 일부 계열사가 22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흡수 통합해 출범하는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에 재가입한다. 4대 그룹 복귀는 2016년 말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전경련을 탈퇴한 후 7년 만이다.2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8일 비정기 이사회를 열고 한경연 해산에 따른 한경협으로의 회원 자격 승계 건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안을 이사진에 보고했다.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4개사도 21일까지 이사회 보고 절차를 마쳤다. 이사진이 반대한 삼성증권을 제외하고는 모두 합류를 결정했다.SK는 지난주 4개 계열사 이사진 보고를 마쳤다. LG도 21일까지 관련 절차를 마무리했고, 현대차는 이달 말까지 각 계열사 이사회 산하의 지속가능경영위원회에 관련 보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삼성증권처럼 재가입을 거부하는 곳이 추가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4대 그룹이 명목상 복귀했음에도 한경협이 재계 ‘맏형’ 단체로서의 위상을 되찾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한경협이 혁신방안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실천하느냐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어서다.삼성증권 이사회는 21일 늦게까지 한경협 복귀 건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진은 전경련이 제시한 혁신안이 충분히 구체적이지 않고 정경유착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다는 점 등을 들어 한경협에 복귀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진다.앞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도 16, 18일 임시회의를 두 차례 연 뒤 정치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준감위는 삼성 계열사들이 한경협 복귀를 결정하더라도 “정경유착 발생 시 즉각 탈퇴한 것”을 권고했다. 삼성전자 이사회도 한경연 회원 자격의 한경협 이관에 대해 ‘조건부 승인’이란 결론을 냈다.일부에선 4대 그룹 복귀 절차가 매끄럽지 않았다는 문제 제기도 여전하다. 전경련은 지난달 “기존 한경연 회원사인 4대 그룹은 한경협 회원사로 그 지위가 승계된다. 적극 동참해 주시기를 정중히 요청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자동 가입을 사실상 통보한 뒤 각 회원사에 이를 거절할지 말지를 결정하도록 공을 떠넘겼다는 비판이 나왔다.4대 그룹은 회비 납부와 기금 운영, 이사회 참여 등 회원사로서 적극적인 활동을 할지 여부에 대해선 결정을 미뤄 놓은 상태다. 삼성의 경우 준감위가 한경협 관련 자금 지출 시 준감위 검토를 거쳐야 한다는 단서도 달았다.진통 끝에 통합 출범하는 한경협으로서는 향후 남은 과제가 더 많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한경협은 ‘한국형 헤리티지 재단’과 같은 재계 싱크탱크를 지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과거 정경유착의 과오를 씻고 민간 주도 경제를 위한 정책 협력, 주요국 산업 전략 대응 등에 나서겠다는 의지다. 재계 관계자는 “한경협의 혁신 방안 실천 의지와 속도에 따라 단체의 위상과 역할이 재정립될 것”이라고 말했다.한경협은 첫 회장으로 류진 풍산그룹 회장을 내정한 상태다. 류 회장은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한국펄벅재단 이사장,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이사회 이사를 역임했다. 부회장 역시 외교 전문가인 김창범 전 인도네시아 대사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

    • 2023-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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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충격기-스프레이… 호신용품 기내 반입 적발 늘어

    최근 묻지 마 범죄가 증가하면서 비행기에까지 호신용품을 가져가려다 적발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일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김포공항을 포함해 전국 14개 공항에서 적발된 기내 반입 금지 물품 건수는 53만483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6만5000여 건)보다 14.8% 증가했다. 특히 기내 반입 금지 물품 중 위해물품에 해당하는 호신용품 소지가 증가하고 있다. 전자충격기와 너클이 대표적이다. 너클의 경우 지난달 12건, 이달 1∼15일 24건이 적발됐다. 보름 만에 지난달의 2배나 적발된 것이다. 전자충격기 소지 적발도 매달 2, 3건에서 7월 6건으로 늘더니 8월에도 15일까지만 5건이 걸렸다. 전자충격기, 너클, 스프레이 등 호신용품은 항공기 내 반입이 금지되어 있고, 위탁수하물로 보낼 수는 있다. 윤형중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호신용품은 기내 반입이 금지돼 있어서 적발 시 관계 기관 합동 조사를 받을 수 있고, 항공기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며 “호신용품 업체에는 기내 반입 불가 표기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홍보 및 업계와의 협력 강화 등 안전 대책을 적극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공항 이용 전 항공보안365와 카카오톡 챗봇 ‘물어보안’ 등에 소지 물품을 입력하면 반입 가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 2023-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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