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이헌재 부장

동아일보 스포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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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중요하지 않은, 하지만 누군가에겐 재미있을지도 모를 스포츠의 뒷담화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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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23~2025-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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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 32개홀 강행군 끝에 우승한 테일러

    매년 2월 미국 애리조나주 TPC 스코츠데일(파71)에서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WM 피닉스오픈은 음주와 고성방가가 허락돼 ‘골프 해방구’로 불린다. 하지만 올해 대회는 여러모로 선을 넘는 장면들이 많았다. 한 갤러리는 웃통을 벗은 채 경기 중인 벙커에 드러누웠다. 술에 취해 관중석에서 추락한 갤러리도 있었다. 대회 주최 측은 급기야 3라운드가 열린 11일 알코올 판매를 전면 중단하고, 골프장 출입구를 막아 버리기도 했다. 날씨까지 좋지 않아 대부분의 상위권 선수가 3라운드를 채 마치지 못했다. 이 모든 난관을 뚫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건 캐나다 출신의 닉 테일러(36·사진)였다. 테일러는 12일 끝난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잡아내며 6언더파 65타를 쳤다. 최종 합계 21언더파 263타를 적어낸 테일러는 찰리 호프먼(48·미국)과 동타를 이룬 뒤 연장 2번째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길었던 승부를 마무리했다. 개인 통산 4승째로 우승 상금은 158만4000달러(약 21억1000만 원)다. 집념의 승리였다. 악천후로 3라운드 6번홀까지만 소화했던 테일러는 현지 시간으로 이날 오전 잔여 12개 홀을 마친 뒤 오후에 4라운드 18개 홀을 돌았다. 연장전 2개 홀까지 더하면 이날 하루에만 32개 홀을 뛴 셈이다. 테일러는 최종 라운드 한때 호프먼에게 3타 차로 뒤져 우승권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경기 막판 무서운 집중력을 보였다. 4라운드 마지막 4개 홀에서 3개의 버디를 잡아내며 극적으로 연장전에 돌입한 데 이어 연장 1, 2번째 홀에서도 모두 버디를 잡았다. 마지막 6개 홀에서 무려 5개의 버디를 기록한 것. 연장 2번째 홀에서 우승을 결정짓는 3.5m 버디를 성공시킨 후 테일러는 “힘들었지만 꿈같은 마무리였다. 정말 필요한 때에 퍼트가 잘 들어가 줬다”고 말했다. 테일러는 직전 우승이었던 지난해 6월 RBC 캐나다오픈에서는 4차 연장 끝에 22m 이글 퍼트를 성공시키며 우승한 바 있다. 한국 선수 중에선 김시우가 공동 12위(12언더파 272타)로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다. 김주형은 공동 17위(10언더파 274타), 김성현은 공동 28위(8언더파 276타)에 자리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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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0K 노리는 그레인키 “올해도 현역 남겠다”

    150년이 넘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역사에 삼진을 3000개 이상 잡은 투수는 19명뿐이다. 평균적으로 8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기록이다. 올해 41세인 베테랑 투수 잭 그레인키(사진)가 3000탈삼진 대기록 달성을 위해 선수 생활 연장을 희망하고 있다. 미국의 스포츠 매체 애슬레틱은 “통산 3000탈삼진에 21개만 남겨두고 있는 그레인키가 올 시즌에도 선수로 뛰기를 원한다”고 6일 보도했다. 2004년 캔자스시티에서 MLB 데뷔를 한 그레인키는 밀워키, LA 다저스, 애리조나, 휴스턴을 거쳐 2022년 캔자스시티로 다시 돌아왔다. 지난해까지 MLB에서 20시즌을 뛰며 통산 225승 156패, 평균자책점 3.49, 탈삼진 2979개를 기록한 오른손 투수다. 여섯 시즌(2009, 2011, 2012, 2014, 2015, 2017년)이나 200탈삼진 이상을 기록한 ‘닥터 K’다. 그레인키의 선수 생활 연장 바람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그레인키는 지난 시즌 캔자스시티에서 2승 15패, 평균자책점 5.06의 기록을 남기는 데 그쳤다. 지난해 잡은 삼진은 97개다. 마흔을 넘긴 그레인키에게 손을 내밀 구단은 많지 않아 보인다. 친정 팀 캔자스시티도 스토브리그 기간 세스 루고, 마이클 와카를 영입하며 선발 투수진을 채운 상태다. 애슬레틱은 “그레인키가 3000탈삼진을 채우지 못해도 명예의 전당 입회 심사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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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연아 등 낳은 엘리트 스포츠 위축… 더 애정을”

    “추운 날씨에 눈물, 콧물 쏟으며 최선을 다하는 어린 선수들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요.”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41·사진)은 1일 끝난 2024 강원 겨울 청소년 올림픽 기간에 강원도에서 살다시피 했다. 대회 기간 내내 강릉, 평창, 정선, 횡성을 돌며 선수들을 응원하고,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역도 여자 최중량급 금메달리스트인 그는 “선수 시절 ‘저 무거운 걸 어떻게 드나’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이번에 피겨, 스키점프, 바이애슬론 등을 보면서 ‘어린 선수들이 저 어려운 걸 어떻게 하나’ 하는 마음에 내내 조마조마했다”고 했다. 장 차관은 청소년 올림픽 폐막 사흘 뒤인 4일 아시안컵 축구대회가 열리고 있는 카타르로 떠났다. 요르단과 결승 진출을 다투는 한국 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서다. 그는 “2005년 카타르 세계역도선수권대회에서 국제대회 첫 금메달을 땄다. 좋은 기억이 있는 곳에서 한국이 64년 만에 우승할 수 있도록 응원하겠다”고 했다. 장 차관은 “국민들께서 엘리트 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더 많이 가져 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장 차관은 “현장을 다녀 보면 엘리트 선수들이 많이 위축돼 있다. 생활 체육, 학교 체육과 엘리트 체육이 함께 발전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엘리트 스포츠가 고사하면 김연아, 박태환 같은 선수들이 선물했던 기쁨과 희망을 누가 대신 선사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7월 프랑스 파리에서 올림픽이 개막하지만 한국은 여자 핸드볼을 제외한 대부분의 구기 종목이 본선 출전권을 따내지 못하는 등 메달 전망이 밝지 않다. 2008년 베이징과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선전했던 한국 선수단은 이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런 위기의식에 따라 문체부는 올해 국가대표 지도자 수당을 5년 만에 인상했다. 국외 전지훈련비도 지난해보다 20%가량 올렸다. 올 상반기까지 22곳의 학교 운동부 창단을 돕기로 했다. 장 차관은 “돌이켜 보면 문체부와 대한체육회 등의 지원과 국민들의 응원 덕분에 선수 시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며 “내가 누린 혜택을 선수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장 차관이 가장 실현하고 싶은 정책은 체육인복지재단 설립이다. 은퇴 선수의 진로 지원이나 공제사업 등을 하려는 기관인데 법안이 발의돼 국회에 계류 중이다. 취임 7개월째인 그는 “차관으로서 내게 주어진 시간에 한국 스포츠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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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9년 만의 LG ‘우승 단장’ 차명석 “걷기와 읽기가 만든 기적”[이헌재의 인생홈런]

    프로야구 LG 트윈스 차명석 단장(55)의 하루는 걷는 걸로 시작한다. 오전 6시쯤 일어나 서울 강남구 도곡동 집에서 사무실이 있는 송파구 잠실야구장까지 1시간 넘게 걸어서 출근한다. 차를 타고 출근한 날에도 오전 일찍 한강으로 나간다. 동호대교까지 다녀오면 약 2만 보를 찍는다. 시간이 허락하고 생각할 게 많은 날에는 더 멀리 한남대교까지 다녀온다. 그는 LG 투수코치이던 2013년 신장암 수술을 받았다. 시즌 중 병원에 입원해 콩팥 하나를 떼어내야 했다. 건강관리에 소홀했던 그는 이후 틈나는 대로 걸으려 했다. 단지 건강만을 위해 걷는 건 아니다. 그는 걸으면서 프로야구 최고 인기팀중 하나인 LG단장으로서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한다. 영어로 제너럴 매니저(General Manager)라 불리는 단장은 선수단 구성부터 마케팅, 홍보 등 야구단 살림까지 도맡아 하는 자리다. 그는 “‘솔비투르 암불란도(solvitur ambulando)’라는 말이 있다. ‘걸으면 해결된다’라는 뜻의 라틴어다. 걸으니까 복잡한 생각이 정리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일이 많았다”면서 “옛날 현자(賢者)들도 많이 걸으면서 생각했다고 하더라. 한강 산책로는 내게 ‘실크로드’ 못지않은 ‘싱킹로드(Thinking Road·생각하는 길)’인 것 같다”며 웃었다. 그가 한강을 걸으면서 생각해낸 많은 것들이 실전에 적용됐고, 좋은 결실을 맺었다. 지난해 LG는 정규시즌 1위에 이어 한국시리즈도 제패하며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2018년 10월 그가 단장으로 취임한 후 LG는 최근 5년간 정규시즌에서 4위→4위→3위→2위→1위를 했다. 그는 “29년 만의 우승도 좋았지만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해가 갈수록 더 좋은 순위를 기록한 게 더욱 뿌듯했다”고 말했다. 차 단장이 걷기와 함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독서와 일기다. 선수 은퇴 후 지도자가 되면서 1년에 책 100권 읽기를 목표로 삼아 꾸준히 실천해 왔다. 단장이 된 요즘도 한 해 50∼60권을 읽는다. 일기를 쓴 지도 20년 가까이 됐다. 그는 “어떤 책을 읽다가 ‘일기를 쓰는 사람은 성공에 다가선 사람이고, 일기를 1년 이상 쓴 사람은 이미 성공한 사람’이라는 문구를 본 후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에게 일기는 하루의 복기이자 반성이다. 그는 “반성한다는 건 만족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내게 야구는 정답을 찾아가는 끝없는 여정이다.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겠지만 야구의 정답을 찾기 위해 일종의 ‘성지순례’를 하고 있다”고 했다. 신장암 투병 후 그는 이전에 즐겼던 술도 멀리한다. 회식은 무조건 1차에서 끝낸다. 선수 때 물처럼 마시던 콜라도 마시지 않는다. 그는 “큰 병이 난 데는 술의 영향도 있겠지만 과하게 마신 탄산음료의 영향이 더 컸던 것 같다”고 했다. 순례자처럼 살아가고 있는 그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버킷리스트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보는 것이다. 차 단장은 “단장직을 그만두면 언제든 산티아고 순례길을 향해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책에서만 읽은 40여 일간의 순례가 어떤 것인지 직접 느껴보고 싶다. 다른 건 몰라도 걷는 건 자신 있다”며 웃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

    • 2024-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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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걸으면 해결된다”…29년만의 우승 LG 차명석의 한강 ‘싱크로드’[이헌재의 인생홈런]

    프로야구 LG 트윈스 차명석 단장(55)은 ‘걷기 마니아’다. 2018년 10월 LG 단장직을 맡은 후 그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 집에서 사무실이 있는 송파구 잠실야구장까지 종종 걸어서 출근한다. 빠른 걸음으로 걸어도 족히 1시간이 넘게 걸린다. 컨디션이 좋거나 좀 더 걸어야겠다고 생각할 때는 동호대교를 찍고 야구장으로 오기도 한다. 이렇게 걸으면 걸음 수로는 2만 보, 시간으로는 2시간 30분이 훌쩍 넘는다. 생각할 게 정말 많은 날에는 좀 더 멀리 한남대교까지 다녀온다. 건강 관리에 무심하던 그는 LG 투수코치로 일하던 2013년 신장암 진단을 받았다. 시즌 중 병원에 입원해 콩팥 하나를 떼어내야 했다. 그는 “의사 선생님이 ‘암에 걸린 건 불행한 일이지만 다행히 다른 곳으로 전이는 되지 않았다. 너무 몸을 혹독하게 다뤄 병이 일찍 터진 것 같다. 어찌 보면 천우신조’라고 하셨다”고 했다. 이후 몸을 소중히 다루기 시작했다. 틈나는 대로 걷고, 시간이 될 때는 청계산 등을 올랐다. 단장 부임 후에도 걷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예전처럼 시간을 내지 못하기 때문에 오전 6시에 일어나 일찍 하루를 시작한다. 시즌 중 프로야구 경기는 대부분 야간에 열리기 때문에 오전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기도 하다. 단지 건강만 생각해 걷는 건 아니다. 그는 걸으면서 단장으로서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한다. 영어로 제네럴 매니저(General Manager)라 불리는 단장은 선수단 및 전력 구성부터 마케팅과 홍보 등 야구단 살림까지 모두 도맡아 하는 자리다. 그는 “‘솔비투르 암불란도(solvitur ambulando)’라는 말이 있다. ‘걸으면 해결된다’라는 뜻의 라틴어다. 정말 걸으니까 복잡한 생각이 정리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일이 많았다”며 “옛날 현자(賢者)들도 많이 걸으면서 생각했다고 하더라. 내게 한강 산책로는 ‘실크로드’ 못지않은 ‘싱크로드(Think Road·생각하는 길)인 것 같다”며 웃었다. 지난해 LG는 정규시즌 1위에 이어 한국시리즈도 제패하며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1994년 통합 우승에 이어 29년 만에 거둔 감격적인 우승이었다. 1994년 LG 선수로 우승을 차지했던 차 단장은 “당시엔 후반기에 팔꿈치를 다쳐 등판하지 못했다. 다른 멤버들의 활약 속에 조용히 우승을 바라보기만 했다”며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5년간 단장으로 일하며 지금의 선수단을 만들었다. 내가 공들여 구성한 선수단이 거둔 우승이었기에 더욱 기뻤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5년간 LG 선수단 전력은 이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두터워졌다. 뛰어난 선수들을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데려왔고, 팜 시스템을 통해 유망주 선수들을 여러 키워냈다. 이 같은 신구 조화 속에 LG는 2000년대 초반의 암흑기를 뒤로 하고 매해 우승을 노크하는 강팀이 됐다. 그 과정에서 LG가 실행한 여러 가지 여러 아이디어는 차 단장의 한강 산책길에서 탄생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단장은 한자로 무리를 이끄는 사람이란 의미의 ‘단장(團長)’이다. 그런데 예전부터 LG 단장은 워낙 힘들어 장을 끊어내는 아픔을 겪는다는 뜻의 ‘단장(斷腸)’으로 쓰이곤 했다”며 “내가 생각하는 단장은 팀을 만들어 가는 아키텍트(건축가)다. 팀을 만들어 성과가 났을 때의 기쁨은 무엇과도 바꾸기 힘들다”고 했다. 특히 그가 단장에 부임한 후 LG는 5번의 정규시즌에서 4위→4위→3위→2위→1위를 했다. 그는 “29년 만의 우승도 좋았지만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해가 갈수록 더 좋은 순위를 기록한 게 더욱 뿌듯했다”고 말했다. 차 단장이 걷기와 함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독서다. 선수 은퇴 후 코치를 맡은 후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어느덧 읽은 책이 2000권에 가까워지고 있다. 차 단장은 “막상 코치가 됐는데 사실 아는 게 별로 없었다. 선수들에게 부끄러운 지도자가 되고 싶지 않아 책에서 길을 찾기로 했다. 1년에 100권 독서를 목표로 삼고 실천했다”고 했다. 코치 시절에도 그는 라커룸에는 다양한 장르의 책들이 가득했다. 코치 생활 사이사이 야구 해설위원으로 일할 때는 여유시간이 늘어난 만큼 더 많은 책을 읽었다. 단장이 된 요즘도 한 해 50~60권을 책을 읽는다. 그는 “단장이 된 후 독서 할 시간이 줄어든 게 아쉽다. 그래도 매일 오전에 걷기를 마친 후 최소 한시간~한 시간 반은 책을 읽으려고 한다. 올해는 더 많은 시간을 독서에 할애하고 싶다”고 했다. 코치 시절 초창기 그는 독서와 함께 일기도 쓰기 시작했다. 올해로 일기를 쓴 지 20년이 되어간다. 일기를 쓰는 게 인생에 도움이 된다는 것도 책을 통해서 알게 됐다. 그는 “어떤 책을 읽다가 ‘일기를 쓰는 사람은 성공에 다가선 사람이고, 일기를 1년 이상 쓴 사람은 이미 성공한 사람이다’라는 문구를 본 후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에게 일기는 하루의 복기이자 나날의 반성이다. 그는 “요즘도 하루하루를 반성하는 마음으로 일기를 쓴다. 인기 팀인 LG 단장으로서 성적도 내야 하고, 팀도 잘 만들어야 하고, 팬들께는 만족스런 야구를 보여드려야 한다”며 “반성한다는 건 만족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매일 반성하며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아니면 저렇게 해 볼까’ 하며 새로운 길을 찾는다”고 했다. 그는 “컴퓨터가 아니라 종이 일기장에 펜으로 꾹꾹 눌러서 일기를 쓴다”며 “일기와 독서는 일종의 공부다. 공부는 죽을 때까지 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다”고도 했다. 2013년 신장암 투병 후엔 생활 습관도 크게 바꿨다. 이전까지 술을 좋아하고 즐겼던 그는 10년 넘게 절주를 하고 있다. 회식은 무조건 1차에서 끝내고, 술도 최대한 적게 마시려 노력한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술자리에 가긴 해도 다음 날에 방해될 정도의 양은 절대 마시지 않는다. 오늘 재미있게 놀면 내일이 힘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오늘이 무사히 지나가야 좋은 내일을 맞이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청교도처럼 살고 있다”고 했다. 그렇게 좋아하던 콜라도 딱 끊었다. 탄산음료를 지나칠 정도로 좋아했던 그는 선수 시절 목이 마르면 물 대신 콜라를 마셨다. 한창 더운 여름에는 하루에 캔 콜라를 15~20개를 마시는 게 일상이었다. 그는 “지금 돌이켜 보면 극심한 중독에 빠져 있었던 것 같다. 큰 병이 난 데는 술의 영향도 있겠지만 과하게 마신 탄산음료의 영향이 더 컸던 것 같다. 수술 후 콜라는 딱 끊고 대신 커피를 하루에 한 잔 정도 마신다”고 했다. 단장 취임 후 작년까지 5년간 그는 하루도 휴가를 가지 못했다. 야구 경기가 없는 월요일에도 구단 사무실에 나온다. 그는 “내가 생각해도 빵점자리 남편에, 빵점짜리 아빠”라며 “하지만 내게 야구는 정답을 찾아가는 끝없는 여정이다.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겠지만 야구의 정답을 찾기 위해 일종의 ‘성지순례’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그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버킷리스트 중 하나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보는 것이다. 차 단장은 “언제든 단장직을 그만두면 산티아고 순례길을 향해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책에서만 읽은 40여 일 간의 순례가 어떤 것인지 직접 느껴보고 싶다. 다른 건 몰라도 걷는 것 하나만은 자신 있다”며 웃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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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후, 타율 4할 도전했던 아라에스 위협 1순위”

    마이애미 2루수 루이스 아라에스(27)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가장 정교한 타자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팀의 톱타자로 나선 그는 시즌 중반까지 ‘꿈의 4할’ 타율에도 도전했다. 7월까지 3할대 후반을 유지하던 아라에스는 8월에 월간 타율 0.236을 기록하며 대기록에서 멀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타율 0.354로 MLB 양대 리그 전체 타격 1위에 올랐다. 1일 MLB.com은 리그 30개 팀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키포인트를 하나씩 선정했다. 마이애미에서는 역시 아라에스의 타율이 꼽혔다. MLB.com은 “아라에스의 4할 도전을 올해 다시 한번 보고 싶다”고 언급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키포인트는 바로 이정후(26)의 타율이었다. 지난해까지 한국프로야구 키움에서 7시즌을 뛰며 통산 타율 0.340을 기록한 이정후는 이번 스토브리그 때 6년 1억1300만 달러(약 1497억 원)의 대형 계약으로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었다. 올 시즌 1번 타자 중견수로 낙점받은 이정후는 MLB에서 한 타석도 들어서지 않았는데 팀의 대표 선수 대우를 받고 있다. MLB.com이 이정후와 함께 아라에스를 언급한 것도 흥미롭다. MLB.com은 야구 통계 예측 시스템 ‘스티머’를 인용해 “삼진아웃 비율이 낮은 기준으로 이정후는 아라에스에 이어 MLB 전체 2위에 자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스티머는 이정후와 아라에스의 삼진아웃 비율을 각각 9.1%, 7.1%로 예측했다. 올해 MLB 경기 타석에 들어설 가능성이 있는 3721명의 타자 중 이정후가 2위, 아라에스가 1위였다. 또 다른 통계 예측 시스템인 ‘집스’ 역시 아라에스를 1위(6.5%), 이정후를 2위(7.3%)로 예상했다. 이정후는 한국프로야구에서 뛸 때도 투수들이 삼진을 잡기 어려운 타자였다. 타격 5관왕에 올랐던 2022년 이정후는 627번 타석에 섰는데 삼진은 32개밖에 당하지 않았다. 삼진을 당한 비율이 5.1%밖에 되지 않았다. 키움에서 뛴 7시즌 동안 이정후의 삼진 비율은 평균 7.7%였다. 스티머는 이정후가 타율 0.291로 루키 시즌부터 MLB 전체 타격 10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1일 미국으로 떠난 이정후는 소속 팀이 스프링캠프를 차리는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서 개인 훈련을 하다가 16일 투수 및 타자 소집일부터 샌프란시스코의 새 동료들을 만난다. 이정후는 출국 인터뷰에서 “아직 미국에서 야구를 한 번도 해보지 않아서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중요한 건 적응이다. 적응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것 같다. 적응을 잘한다면 그다음에는 내 것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MLB에 먼저 진출한 키움 옛 동료 김하성(29·샌디에이고)을 보고 빅리거의 꿈을 키운 이정후는 “하성이 형이 ‘태어나서 처음 보는 공을 쳐야 할 테니까 그냥 와서 느껴보라’고 하더라. 최선을 다해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며 “하성이 형의 스프링캠프가 있는 피오리아는 차로 15분밖에 걸리지 않는 바로 옆 동네다. 만날 수 있으면 자주 만나 궁금한 것들을 물어볼 것”이라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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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홀로 국내 스프링캠프 KT “선수들이 원해”

    지난달 말 인천국제공항은 스프링캠프로 떠나는 프로야구 선수단으로 붐볐다. 1일 시작되는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각 팀 선수단은 제각각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미국(LG, NC, SSG, 키움), 호주(두산, KIA, 한화)로 떠난 팀이 많았다. 롯데는 미국령 괌, 삼성은 일본 오키나와에 캠프를 차린다. 하지만 KT 선수들은 유일하게 국내에 남았다. KT 선수단은 지난달 29일 버스를 타고 캠프지인 부산 기장군 현대차드림볼파크로 이동했다. 다른 팀들이 비행에 한창일 때 KT 선수들은 일찌감치 숙소에 짐을 풀고 가벼운 운동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이강철 KT 감독이 지휘하는 1군 선수단 54명(코칭스태프 10명, 선수 44명)은 1일부터 본격적인 스프링캠프 훈련에 들어간다. KT의 ‘기장 캠프’는 구단이 아닌 선수들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고참 내야수 박경수는 “선수들이 먼저 ‘기장으로 가겠다’고 했다. 오히려 구단에서는 ‘국내에서 괜찮겠느냐’고 걱정했지만 컨디션 조절과 훈련시설 등을 고려할 때 해외보다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KT는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 스프링캠프를 차렸는데 현지의 이상 기후 때문에 훈련에 어려움을 겪었다. 눈이 내려 실내연습장에서 훈련한 경우도 있었다. 비행기도 편도 두 번을 갈아타야 하는 등 이동 역시 만만치 않았다. 기장 현대차드림볼파크는 KT 선수들에게 익숙한 곳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해외 캠프가 여의치 않던 2021년과 2022년에 KT는 이곳에서 2년 연속 스프링캠프 훈련을 했다. 2021년엔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좋은 기억도 있다. KT는 이곳에서 22일까지 1차 캠프 훈련을 한 뒤 23일 일본 오키나와로 출국해 2차 훈련을 이어간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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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펍’ 콘셉트로 미국 스크린골프 시장 집중 공략

    국내 골프 산업 발전과 저변 확대에 기여해 온 골프존이 공격적인 투자와 마케팅을 통해 해외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골프존은 해외 골프시뮬레이터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한 미국, 일본, 중국, 베트남 등 4개 법인을 거점으로 해외사업 확장을 적극 추진해왔다. 전 세계 1200여 개의 골프존 시스템 사용 스크린골프 매장을 갖춘 골프존은 특히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되는 미주 시장 선점 및 미국 시장 매출 확대를 노리고 있다. 미국골프재단(NGF)에 따르면 2022년 미국의 골프 인구는 2021년 대비 약 360만 명이 늘어난 4110만 명이다. 특히 실내 골프시뮬레이터를 포함한 오프코스에서 골프를 즐기는 골퍼 수는 2790만 명으로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 젊은 층 중심의 오프코스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은 골프존의 글로벌 사업 확장에 있어 긍정적인 시그널로 해석된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레이츠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골프시뮬레이터 시장의 가치는 2023년 18억 달러(약 2조4051억 원)에서 2031년 35억 달러(약 4조47460억 원)로 연평균 성장률이 10.2%로 예상된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창설한 새로운 스크린골프 리그 TGL 역시 PGA투어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2025년 출범을 앞두고 있다. 골프존은 최근 골프존 미주법인 골프존아메리카의 신임 CEO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아시아 최고사업책임자를 지낸 션 변(한국명 변진형)을 선임했다. 골프존은 이와 함께 23일부터 26일까지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 골프박람회 ‘PGA 머천다이즈 쇼’에 참가해 다양한 골프시뮬레이터 제품을 소개하며 존재감을 뚜렷이 했다. 미국 골프시뮬레이터 시장은 시간과 비용적인 측면에서 진입 장벽이 높지 않은 엔터테인먼트 성격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골프존은 이에 맞춘 현지화 전략으로 지난해 2월 뉴욕 팰리세이드센터에 스포츠펍 콘셉트의 복합 골프문화공간 골프존소셜 1호점을 출점했다. 작년 하반기 뉴욕 스코츠데일에 2호점을 이어서 오픈했으며 올해는 뉴욕 상권의 중심지인 브루클린에 골프존소셜 3호점 출점을 앞두고 있다. 2009년 첫 해외 진출을 시작한 골프존은 현재 일본 640여 개, 중국 230여 개, 미주 190여 개, 베트남 70여 개, 기타 국가 100여 개 등 1200여 개의 해외 스크린골프 운영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골프존은 국가별 골퍼 특성에 맞는 골프시뮬레이터 제품과 사업 전개를 통해 글로벌 골프 토털 플랫폼 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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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 같던 ‘미스터 박’의 나라, 36년만에 왔네요”

    “아버지 ‘미스터 박(Mr. Park)’의 나라에 다시 오겠다는 오랜 꿈이 이뤄졌다.” 1980년대 여자 배구 세계 최고의 공격수로 ‘황금의 왼손(Golden Lefty)’으로 불렸던 세실리아 타이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62·페루)이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36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았다. 2024 강원 겨울청소년올림픽 참관을 위해 지난주 한국에 온 그는 페루로 돌아가기 전 젊은 시절 추억이 깃든 서울 성동구 한양대 올림픽체육관을 찾았다. 이곳에서 열린 페루와 소련의 서울 올림픽 여자 배구 결승전은 올림픽 배구 역사상 최고의 명승부로 꼽힌다. 1, 2세트를 페루가 먼저 가져갔고, 소련이 3, 4세트를 따냈다. 마지막 5세트에서도 4차례나 동점을 이루는 접전 끝에 소련이 17-15로 승리했다. 체육관을 가득 메운 한국 관중은 페루를 응원했다. 당시 페루 대표팀 사령탑이 고 박만복 감독(1936∼2019년)이었기 때문이다. 1974년 페루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박 감독은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을 포함해 4차례 올림픽에서 페루 대표팀을 이끌었다. ‘페루 배구의 영웅’으로 세계 배구 명예의 전당에도 헌액됐다. 타이트 위원은 “아빠 없는 가난한 소녀였던 내게 ‘미스터 박’은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 배구를 포함한 인생의 모든 것을 그분한테서 배웠다”고 말했다. 코트 밖에서는 한없이 따뜻했던 박 감독은 훈련만큼은 철저했다. 연습이 충분치 않다 싶으면 일요일에도 공을 받고 때려야 했다. 은퇴 후 타이트 위원은 페루 국회의원을 지내며 여성과 청소년 스포츠 발전을 위해 힘써 왔다. 이후 행정가로 변신한 그는 지난해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제141차 IOC 총회에서 새 위원으로 선출됐다. 그는 “IOC 위원이 된 뒤 가장 기뻤던 건 아버지의 나라에서 청소년 올림픽이 열린다는 것이었다”며 “아버지에게서 배운 대로 전 세계 모든 선수를 돕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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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르다, 리디아 고에 연장승… 14개월 만에 LPGA ‘V9’

    부상과 부진에 시달리던 넬리 코르다(26·미국)가 고향 팬들 앞에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통산 9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시즌 개막 후 2주 연속 정상에 도전했던 리디아 고(27·뉴질랜드)는 준우승했다. 코르다는 29일 미국 플로리다주 브레이든턴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드라이브 온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초반 난조를 딛고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4타 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코르다는 16번홀까지 더블보기 1개, 보기 3개로 5타나 잃었다. 17번홀(파5)에서 이글까지 잡아내며 경기를 먼저 끝낸 리디아 고에게 3타 차로 뒤졌다. 하지만 남은 두 홀에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드라마가 펼쳐졌다. 코르다는 17번홀 프린지에서 친 이글 퍼트를 홀에 떨어뜨린 데 이어 18번홀(파4)에서도 버디를 잡아내며 단숨에 공동 1위로 올라섰다. 코르다와 리디아 고는 나란히 최종 합계 11언더파 273타로 연장전에 들어갔다. 연장 첫 번째 홀에서는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18번홀에서 진행된 2차 연장전에서 리디아 고가 3퍼트로 보기를 한 사이 코르다는 파를 세이브하며 최후의 승자가 됐다. 우승 상금은 26만2500달러(약 3억5000만 원)다. 코르다가 LPGA투어에서 우승한 건 2022년 11월 펠리컨 챔피언십 이후 14개월 만이다. 2021년 LPGA투어 4승과 도쿄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코르다는 지난해 허리 부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대회가 열린 브레이든턴 출신인 코르다는 “고향 팬들의 응원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다. 나흘간 응원해 준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리디아 고는 2010년 미야자토 아이(일본) 이후 14년 만의 LPGA투어 개막 2연승과 함께 명예의 전당 입성을 노렸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리디아 고는 이번 시즌 개막 대회인 지난주 힐턴 그랜드 베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우승으로 명예의 전당 입성 포인트 27점에 1점만을 남긴 상태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한국 선수 중에는 김세영이 공동 13위(3언더파 281타)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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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금 왼손’ 세실리아 IOC 위원 “고 박만복 감독은 페루 배구 선수들의 아버지”

    “아버지 ‘미스터 박(Mr. Park)의 나라에 다시 오겠다는 오랜 꿈이 이뤄졌다.”1980년대 여자 배구 세계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이던 세실리아 타이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62·페루)은 36년 만에 서울 한양대 올림픽체육관 코트를 다시 밟은 뒤 울먹이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타이트 위원은 선수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코트에 앉아 한동안 옛 기억에 빠져들었다.2024 강원 겨울청소년올림픽 참관을 위해 지난주 한국을 방문한 타이트 위원은 페루로 돌아가기 전 한양대 올림픽체육관을 찾았다. 이곳은 페루와 소련의 결승전을 포함해 서울올림픽 여자 배구 경기가 열린 경기장이다. 그는 페루 여자 배구대표팀 일원으로 서울 올림픽에 출전했다. 이 경기는 올림픽 배구 역사를 통틀어 가장 치열했던 명승부로 꼽힌다. 1, 2세트를 페루가 먼저 가져갔고 소련이 3, 4세트를 따냈다. 마지막 5세트에서도 4차례나 동점을 이루는 접전 끝에 소련이 17-15로 승리했다.체육관을 가득 메운 한국 관중들은 은메달을 딴 페루를 일방적으로 응원했다. 당시 페루 대표팀 사령탑이 고 박만복 감독(1936~2019년)이었기 때문이다. ‘페루 배구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박 감독은 1974년 페루 대표팀 감독에 선임된 후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을 포함해 4차례 올림픽에서 페루 대표팀을 지휘했다. 타이트 위원은 “아빠 없는 가난한 소녀였던 내게 ‘미스터 박’은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다. 배구를 처음 시작한 내게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될 것’이라고 응원해준 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코트 밖에서는 한없이 따뜻했던 박 감독이었지만 훈련만큼은 혹독하게 시켰다. 제대로 연습이 되지 않았다 싶으면 일요일에도 불려 나가 공을 받고 때려야 했다. 박 감독의 지도 아래 타이트 위원은 16세에 국가대표로 발탁돼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과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을 뛰었다. 이후 그는 ‘황금의 왼손(Golden Lefty)’으로 불리며 여자 배구의 한 시대를 풍미했다.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무릎 수술을 받은 그를 다시 코트로 이끈 것도 박 감독이었다. 박 감독은 “이제 너의 시간이 왔다”며 혼자 재활에 열중하던 그를 주장으로 임명했다. 비록 금메달 직전에 멈춰섰지만 올림픽 은메달은 페루 배구대표팀이 거둔 역대 최고 성적이다. 타이트 위원은 “‘미스터 박’이 평생 눈물을 보인 건 서울올림픽 결승전에서 패했을 때가 유일했다”며 “나뿐 아니라 모든 선수들에게 아버지같은 존재였던 그가 울자 모든 선수들이 함께 눈물을 흘렸다”고 회상했다.박 감독은 2016년 한국인 최초로 세계 배구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타이트 위원을 비롯한 제자들은 당시 행사가 열린 미국 보스턴을 깜짝 방문해 그의 헌액을 현장에서 축하하기도 했다.배구 선수에서 은퇴한 뒤 타이트 위원은 페루 국회의원을 지내며 여성과 청소년 스포츠 발전을 위해 애썼다. 이후 스포츠 행정가로 변신한 그는 지난해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제141차 IOC 총회에서 새 위원으로 선출됐다. 그는 “IOC 위원이 된 뒤 아버지의 나라에서 2024 강원 겨울 청소년올림픽이 열린다는 말을 듣고 뛸 듯이 기뻤다”며 “‘미스터 박’은 내가 지금 알고 있는 모든 걸 가르쳐 준 분이다.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는 페루 청소년들을 위해 일했지만 IOC 위원이 된 지금은 전 세계 모든 선수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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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국 KIA감독 직무정지… “금품수수 의혹 수사 받아”

    프로야구 KIA가 호주 전지훈련 출발을 이틀 앞둔 28일 김종국 감독(사진)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김 감독이 금품 수수 혐의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KIA 구단 관계자는 이날 “김 감독의 금품수수 혐의와 관련된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김 감독이 역할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해 직무를 정지시켰다”고 밝혔다. KIA 구단은 25일 제보를 통해 김 감독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는 걸 알게 됐다. 구단은 27일 김 감독과 면담을 갖고 이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김 감독의 혐의는 최근 프로 구단 입단을 미끼로 고액의 금품을 받은 독립야구단 간부 사건과는 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KIA 구단은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김 감독의 거취를 결정할 방침이다. 호주 캔버라에 차려지는 스프링캠프는 진갑용 수석코치에게 맡기기로 했다. 김 감독에 대한 직무정지 조치로 KIA는 2년 연속 뒤숭숭한 분위기에서 시즌을 준비하게 됐다. 작년에는 정규리그 개막을 사흘 앞두고 장정석 당시 KIA 단장이 포수 박동원(LG)의 자유계약선수(FA) 계약 과정에서 뒷돈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KIA 구단은 징계위원회를 열어 장 전 단장을 해임하고 팬들에게 사과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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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주르∼ PGA… 프랑스 선수 첫 환호

    ‘늦깎이 골퍼’ 마티외 파봉(32)이 프랑스 선수 최초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정상에 올랐다. 파봉은 2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토리파인스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PGA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2개를 묶어 3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 합계 13언더파 275타를 기록한 파봉은 2위 니콜라이 호이고르(덴마크)를 1타 차로 제치고 우승 상금 162만 달러(약 21억7000만 원)를 챙겼다. 프랑스 선수가 PGA 정규 투어 대회에서 우승한 건 처음이다. 30대인 파봉은 올해 PGA투어 신인이다. 2013년 프로에 데뷔했지만 약 10년간 무명에 가까웠다. 지난해 10월 DP월드투어(옛 유러피언투어) 스패니시 오픈에서 185번째 대회 출전 만에 처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 덕분에 DP월드투어 상위권자 자격으로 2024시즌 PGA투어 출전권을 따냈다. 파봉은 1월 중순 PGA투어 데뷔전이던 소니오픈에서 공동 7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보였다. 지난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선 공동 39위를 했고 이어 올해 PGA투어 3번째 대회 출전 만에 우승까지 차지했다. 파봉은 이날 16번홀까지 2타 차 선두로 나서 우승 트로피를 눈앞에 뒀다. 하지만 17번홀(파4)에서 1.5m 거리의 짧은 파 퍼트를 놓치며 2위 그룹에 1타 차로 쫓겼다. 마지막 18번홀(파5)에서도 티샷을 벙커에 빠뜨린 데 이어 세컨드샷도 깊은 러프로 보내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러프에서 친 세 번째 샷을 핀 2.5m에 붙인 뒤 버디를 잡아내며 1타 차 승리를 지켰다. 파봉은 “유럽에서 첫 우승을 하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마침내 PGA투어에서도 첫 승을 거뒀다. 말할 수 없이 감격스럽다”고 했다. 이번 대회 준우승을 한 호이고르는 쌍둥이 형제 라스무스 호이고르와 함께 프로 생활을 하고 있다. 둘은 2021년 DP월드투어에서 2주 연속으로 번갈아 우승하기도 했다.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 출전한 한국 선수 중에는 김성현이 공동 50위(최종 합계 2언더파 286타)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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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헌재의 인생홈런]‘코트의 마법사’에서 기업 부회장 된 최희암 “걸어야 산다”

    1990년대 연세대 농구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최희암 전 감독(69)은 운동선수 출신으로는 드물게 기업인으로도 성공했다. 50대 중반이던 2009년 고려용접봉에 입사한 최 전 감독은 그해 중국 지사장을 시작으로 부사장과 사장을 거쳐 현재 부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몇 해 전까지 생산과 판매, 관리 등을 모두 총괄하다가 최근엔 대외업무와 영업, 신사업 개발 등을 맡고 있다. 뛰어난 선수가 아니었던 탓에 그는 시험을 보고 연세대에 입학했다. 기업인이 된 후엔 당시의 공부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실업농구 현대의 창단 멤버였던 그는 조기 은퇴 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수입-통관 업무를 봤고, 현대건설로 옮겨서는 구매 업무를 맡았다. 현대건설에 다닐 땐 이라크 바그다드 공사 현장에 1년간 파견도 나갔다. 그는 “어릴 때 직장 생활을 해본 덕에 기업에 와서도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고 했다. 대학 감독으로는 ‘코트의 마법사’란 별명을 얻었지만 프로 감독으로는 성공과 거리가 멀었다. 현대모비스와 전자랜드 감독을 맡았지만 상위권 진출에 실패했다. 그는 교만했던 마음을 이유로 들었다. 최 부회장은 “과거의 성공에 취해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또 프로농구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 활용에 대해서도 올바른 해답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프로 감독으로의 실패는 ‘기업인’ 최희암에게는 훌륭한 공부가 됐다. 최 부회장은 기업인으로 변신한 이후 겸손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았다. 그는 “주위의 모든 분이 내게는 스승이고 선생님이었다. 낮은 자세로 차근차근 배우다 보니 시행착오가 점점 줄었다”고 했다. 농구 감독과 기업인 중 무엇이 더 어려웠을까. 그는 “세상에 쉬운 건 하나도 없더라”고 했다. 그는 “농구는 경기 전후 스트레스가 많지만 어쨌든 승패라는 결과가 나온다. 하지만 기업은 일 년 내내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며 “농구는 한 시즌을 망쳐도 다음 시즌이 있지만 기업은 한번 망하면 다음이라는 게 없다”고 설명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사는 그는 걷기로 건강을 챙긴다. 그에게 골프장은 공을 치는 곳이라기보다는 걷는 곳이다. 그는 “건강을 위해 하루에 8000보는 걷자고 마음을 먹는데 생각보다 실천이 쉽지 않다. 그렇지만 골프장에 가면 1만2000보를 걷는다”고 했다. 80대 중반∼90대 초반 스코어를 치는 그는 “골프장에서는 내가 인기가 참 많다. 오히려 잘 못 치니까 동반자들이 즐거워하고 더 좋아해 주신다”며 웃었다. 선수와 감독 시절엔 술을 즐기는 편이 아니었던 그도 요즘엔 종종 술자리를 갖는다. 하지만 회식 이후엔 가능한 한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목적지보다 한두 정거장 먼저 내려 최대한 많이 걸으려 한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온 그는 기업가로서도 은퇴한 뒤엔 한국 곳곳에서 ‘1년 살이’를 해보는 꿈을 꾸고 있다. 그는 “사업상 이곳저곳을 많이 다니다 보니 우리나라에도 좋은 곳이 너무 많더라. 동해에서 1년, 서해에서 1년, 제주에서 1년씩 살며 그 지역의 모든 것을 느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

    • 2024-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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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트의 마법사→기업 부회장…최희암 “교만했던 나, 겸손하니 성공” [이헌재의 인생홈런]

    최희암(69) 하면 여전히 연세대 농구 감독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1986년부터 17년간 연세대 지휘봉을 잡은 최 감독은 대학과 실업팀이 모두 참가한 농구대잔치에서 팀을 두 차례나 정상으로 이끈 ‘명장(名將)]이었다. 서장훈, 문경은, 이상민, 우지원 등이 활약한 연세대는 1990년대 최강이자 최고의 인기 팀이었다. 최 감독은 이후 프로농구 현대모비스와 전자랜드의 지휘봉을 잡았다. 하지만 프로 감독으로서의 존재감은 딱히 두드러지지 않았다. 약체였던 전자랜드를 계약 마지막 해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킨 것 정도다. ‘코트의 마법사’로 한국 농구에 큰 획을 그었던 최 감독은 현재 고려용접봉 부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2009년 이 회사 중국 다롄의 중국 지사장으로 시작했으니 올해로 16년째다. 2014년 귀국한 뒤 부사장과 사장을 거쳐 부회장 자리까지 올랐다. 얼마 전까지 생산과 판매, 관리 등을 모두 총괄하다가 최근에는 대외업무와 영업, 신사업 개발 등을 맡고 있다. 서울 중구 본사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건설 현장, 조선소, 자동차 공장 등 쇠가 들어가는 곳이면 어디든 우리 제품이 필요하다”며 “최근 ‘KSS’ 공법으로 내진 성능을 높인 ‘띠 철근’을 만들어 특허를 받았다. 지진이 났을 때 건물이 한 번에 무너지는 걸 막아주는 획기적인 제품”이라고 말했다. 평생을 코트에서 살아온 그는 전자랜드 감독직을 그만둔 후 당시 구단주였던 홍봉철 대표의 친형인 홍민철 고려용접봉 회장으로부터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농구팀을 이끈 리더십으로 사람을 관리하고 성과를 내 보라”는 것이었다. 일 주일간의 고민 끝에 그는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로 했다. 한 달 교육을 받고 그해 11월 곧바로 다롄 지사장으로 부임했다. 최 부회장은 “농구팀은 승리라는 하나의 목표를 갖고 움직인다. 상명하달의 분위기가 강하지만, 선수들 역시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며 “그렇지만 기업에서는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일일이 설득해야 했다. 모든 걸 배운다는 자세로 솔선수범하며 마음으로 먼저 다가가려 했다”고 말했다. 뛰어난 선수가 아니었던 그는 공부로 연세대에 입학한 뒤 농구를 계속했지만 선수로는 끝내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채 일찍 은퇴했다. 하지만 공부와의 끈을 놓지 않았던 덕에 직장인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아마추어 농구 현대의 창단 멤버였던 그는 은퇴 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수입-통관 업무를 했고, 현대건설로 옮겨서는 구매 업무를 했다. 현대건설 시절엔 이라크 바그다드 공사현장에 1년간 파견도 나갔다. 그는 “운 좋게 어릴 때 직장생활을 해 본 덕에 이곳에서도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거 같다”며 “농구 감독 생활을 오래 했던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중국에서도 농구가 워낙 인기가 있다 보니 여기저기서 많은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농구 감독 시절 그도 엄청난 스트레스 속에 살았다. 그는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오는 압박감은 경험해보지 않을 사람들은 절대 모를 것이다. 경기 전 스트레스가 크지만 어쨌거나 경기를 치르면 이기건 지건 결과가 나오긴 한다”고 했다.이에 비해 기업이라는 건 한 방에 끝나는 게 없는 장기전이라는 차이가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일일판매가 모여 월 판매가 되고, 월 판매가 모여 연간 실적이 된다. 365일이 은근한 스트레스다. 단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했다. 최 부회장은 또 “농구는 그나마 시즌을 치르기 전 준비할 때가 좋다. 희망도 있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시즌에서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다음 시즌이 있다”며 “반면 기업은 한 번 망하면 다음이라는 게 없다. 살면서 느낀 가장 큰 교훈 중 하나는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감독 시절 누구도 이루지 못한 큰 성과를 냈던 그가 프로 감독으로는 크게 성공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그는 “교만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내가 최고”라는 마음이 강하다 보니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전의 성공에 취해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원이 다르다는 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또 프로농구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 활용에 대해서도 올바른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고 했다. 농구 감독으로의 실패는 ‘기업인’ 최희암에게는 훌륭한 공부가 됐다. 최 부회장은 기업인으로 변신한 이후 겸손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았다. 그는 “회사에 들어오고 나서 용접이라는 걸 처음 접했으니 주위의 모든 분이 내게는 스승이고 선생님이었다. 처음 1년 동안 모르는 건 인정할 수 있지만 2년 차부터는 창피해지고 싶지 않았다. 낮은 자세로 차근차근 배우다 보니 점점 시행착오가 줄어 들었다”고 했다. 기업인이 된 후 그는 원래도 없던 시간이 더 없어졌다. 따로 운동할 시간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그가 하는 거의 유일한 운동은 골프다. 주중에는 회사 일을 하고, 골프는 대개 주말에 친다. 최 부회장은 “중국 지사장 시절 거래처 관리를 위해 본격적으로 골프를 쳤다. ‘다 필요 없고 나랑 한 달에 한 번 골프만 치면 된다’는 현지 조선소 사장도 있었다”며 “귀국한 뒤에도 창원 공장 책임자로 일할 때 사업상 골프를 자주 쳤다”고 했다.농구 감독 시절 1년에 한두 번 골프장에 나갈까 말까 했던 그로서는 엄청난 변화다. 딱히 연습을 하지 않아도 워낙 자주 치다 보니 80대 중반~90대 초반 스코어를 낸다. 그는 “골프장에서는 내가 인기가 참 많다. 오히려 잘 못 치니까 동반자들이 즐거워하고 더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며 웃었다. 그에게 골프장은 치는 곳이라기보다는 걷는 곳이다. 그는 “건강을 위해 하루에 8000보는 걷자고 마음을 먹는데 생각보다 실천이 쉽지 않다”면서 “그래도 골프장에 가면 카트를 타고 이동을 하는 경우가 있어도 1만 2000보는 쉽게 나온다”고 했다. 자리가 자리인 만큼 그는 저녁 약속도 많고 식사 자리도 많다. 선수와 감독 시절엔 술을 즐기는 편이 아니었던 그도 기업인으로 일하면서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종종 술자리를 갖는다. 그래도 틈틈이 몸을 움직이고 많이 걸으려고 노력한다.회사 주변에서 회식을 한 뒤에는 자동차 대신 지하철을 주로 이용한다. 지하철에서 한두 정거장 일찍 내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이 있는 집까지 걸어간다. 창원 공장 시절에는 한 시간 정도 걸어 숙소까지 걷곤 했다. 이제는 농구 감독을 지냈던 시간과 기업인으로 살아온 시간이 비슷해져 가고 있지만 최 부회장은 여전히 농구와의 끈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강원 홍천에서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3X3 홍천 챌린저 2023의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농구 인기가 예전 같지 않지만 어떻게든 내가 도울 수 있는 한 돕고 싶다”고 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온 그는 기업가로서 은퇴한 뒤의 꿈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다. “사업상 이곳저곳을 많이 다니다 보니 우리나라에도 좋은 곳이 너무 많더라. 잠깐 여행이 아닌 ‘1년 살이’를 해당 지역에서 해 보고 싶다. 동해 도시에서 1년, 서해 도시에서 1년, 제주에서 1년 하는 식으로 여유 있게 그 지역의 모든 것을 느껴보고 싶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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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야구 로봇심판’ 스트라이크 존, 좌우 2cm씩 확대

    올해부터 프로야구 스트라이크 존이 홈플레이트 양쪽으로 2cm씩 총 4cm 늘어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4일 올 시즌 제1차 실행위원회(단장회의)를 열고 흔히 ‘로봇 심판’이라고 부르는 볼·스트라이크 자동 판정 시스템(ABS)의 시행 세칙을 확정했다. KBO는 새 시즌부터 로봇 심판에 스트라이크 판정을 맡긴다. KBO는 “스트라이크 존을 야구 규칙에 나온 그대로 적용하면 볼넷이 늘어날 수 있다. 급격한 존 변화로 인한 현장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렇게 결정했다”며 “미국프로야구 마이너리그에서 ABS를 운영할 때 양쪽을 2.5cm씩 확대 운영한 사례를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스트라이크 존의 위·아래 영역은 ‘인간 심판’의 판정 평균 결과를 근거로 타자 키의 27.64∼56.35% 높이로 결정했다. 야구 규칙은 ‘유니폼의 무릎 아랫부분’부터 ‘어깨 윗부분과 바지 윗부분 중간의 수평선’까지를 스트라이크 존으로 규정하고 있다. 투수가 던진 공은 홈플레이트 중간과 끝부분을 지날 때 이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스트라이크가 된다. 포수가 공을 잡는 위치나 방식과는 상관없다. KBO는 이와 함께 투구 제한 시간(피치 클록)은 주자가 없을 때는 18초, 있을 때는 23초로 하기로 했다. 메이저리그보다 각 3초 길다. 타자와 타자 사이에는 30초 안에 공을 던져야 한다. 포수는 피치 클록이 9초 남은 시점까지 포수석에 앉아야 하고, 타자는 8초가 남았을 때까지 타격 준비를 마쳐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수비팀은 볼, 공격팀은 스트라이크를 받는다. 올 시즌 전반기에는 피치 클록이 시범 운영 대상이라 이 규정을 위반하더라도 경고만 받는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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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T 고영표 ‘5년 100억’ 계약 눈앞

    프로야구 KT의 ‘에이스’ 고영표(33·사진)가 총액 100억 원대 계약을 앞두고 있다. KT 관계자는 “고영표와 비(非)자유계약선수(FA) 다년 계약 협상을 진행 중이다. 현재 5년 계약에 합의했다. 총액 100억 원을 기준으로 옵션 등 세부 조건 조율만 남았다”고 23일 전했다. 고영표가 5년 100억 원에 사인하면 SSG 김광현(4년 151억 원), NC 구창모(6년 125억 원)에 이어 비FA 투수로는 세 번째로 많은 돈에 계약하게 된다. 야수를 포함하면 삼성 구자욱(5년 120억 원)에 이어 네 번째다. KT 창단 멤버인 고영표는 지난해에 12승 7패, 평균자책점 2.78을 기록했으며 2024시즌이 끝나면 FA 자격을 얻는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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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마추어 골퍼, 33년만에 PGA 우승 트로피

    12세 때 출전한 동네 골프 대회에서 ‘꿈의 59타’를 쳤다. 중학생 시절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뛰는 프로 선수와 내기 골프를 쳐 돈을 딴 적도 있다. 15세 때는 섭씨 40도에 이르는 무더위 속에서 콘페리(2부)투어에 출전한 선수의 캐디백을 멨다. 어릴 때부터 남달랐던 닉 던랩이 아마추어 선수로는 33년 만에 PGA투어 정상에 올랐다. 미국 앨라배마대 2학년인 던랩은 2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킨타에 있는 피트다이 스타디움 코스(파72)에서 열린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4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쳤다. 최종 합계 29언더파 259타를 기록한 던랩은 크리스티안 베자위덴하우트(남아프리카공화국)를 한 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던랩은 1991년 투손 오픈 우승자 필 미컬슨(미국) 이후 33년 만에 PGA투어 정상을 차지한 아마추어 선수가 됐다. 이날 20세 29일이 된 던랩은 PGA투어 역대 두 번째로 어린 나이에 우승을 거뒀다.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은 조던 스피스(미국)가 2013년 존디어 클래식에서 남긴 19세 11개월 17일이다. 아마 최강자인 던랩은 2021년 US주니어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2023년엔 US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이전까지 두 대회를 모두 제패한 선수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뿐이었다. 여기에다 던랩은 우즈도 하지 못했던 ‘아마추어 PGA투어 우승’까지 더하며 골프 역사를 새로 썼다. 3타 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던랩은 7번홀(파4) 더블보기로 샘 번스(미국)에게 한때 선두 자리를 내줬지만 16번홀(파4) 버디로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PGA투어에서 5승을 거둔 번스는 17번홀(파3) 티샷을 물에 빠뜨리며 우승 경쟁에서 떨어져 나갔다. 한 타 차 선두로 18번홀(파4)을 시작한 던랩은 티샷 실수에도 파를 세이브하며 우승을 지켰다. 던랩은 “아마추어로서 이런 경험을 한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다. 결과는 이미 예정돼 있다는 마음으로 경기를 했다. 75타를 치든, 65타를 치든 모든 걸 쏟아붓는다는 각오로 임했다”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던랩은 프로 선수가 아니어서 우승 상금 151만2000달러(약 20억 원)는 2위를 한 베자위덴하우트에게 돌아갔다. 던랩은 우승자 자격으로 2025년까지 2년간 PGA투어 출전 카드를 얻었다. 이번 대회 후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던랩은 지난주 4129위에서 4000계단 넘게 뛰어오른 68위에 자리했다. 아마추어 선수 중 세계랭킹이 가장 높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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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세 던랩, 33년만에 PGA 아마 우승 도전

    지난해 US아마추어챔피언십 우승자 닉 던랩이 아마추어 선수로는 33년 만에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우승에 도전한다. 미국 앨라배마대 2학년인 던랩은 2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킨타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PGA투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이글 1개와 버디 10개를 잡아내며 12언더파 60타를 쳤다. 3라운드까지 27언더파 189타를 기록한 던랩은 2위 샘 번스(미국)에게 3타 앞선 단독 선두로 최종 4라운드를 맞는다. 던랩은 대회가 끝나는 22일 기준으로 20세 29일이 된다. 10번 홀에서 3라운드를 시작한 던랩은 11∼14번 홀에서 4연속 버디를 했고 16, 17번 홀 연속 버디로 전반에만 6타를 줄였다. 후반 들어서도 6번 홀 이글 등으로 6타를 더 줄였다. 이날 던랩의 60타는 2017년 애덤 헤드윈(캐나다)이 남긴 코스 레코드(59타)에 1타 모자란다. 던랩은 “드라이버와 퍼트가 모두 좋았다. 특히 퍼트는 홀이 깔때기처럼 보일 만큼 잘됐다”고 말했다. 던랩은 최종 4라운드에서 번스, 저스틴 토머스(31·미국)와 같은 조로 경기를 한다. 던랩에게 4타 뒤진 단독 3위로 3라운드를 마친 토머스는 앨라배마대 선배로 메이저대회 2승을 포함해 PGA투어 통산 15승을 기록 중이다. 던랩은 “앨라배마대 동문 2명이 우승을 다투는 건 정말 멋진 일”이라고 했다. 던랩이 이번 대회 정상에 오르면 1991년 투산오픈 우승자 필 미컬슨(미국) 이후 33년 만의 아마추어 챔피언이 된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한국 선수 중에선 2021년 이 대회 우승자인 김시우가 3라운드 중간 합계 20언더파 196타로 공동 5위에 올랐다. 임성재와 재미동포 마이클 김은 18언더파 198타로 공동 12위에 자리했다. 김주형과 김성현은 컷 탈락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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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방어로 인생 역전 양준혁 “축구로 재밌게 땀 흘려요” [이헌재의 인생홈런]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왼손 타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푸른 피의 사나이’ 양준혁(55·전 삼성 라이온즈)은 2010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한 뒤에도 다양한 직함을 갖고 있다. 그는 한 방송사의 야구 해설위원, 양준혁야구재단 이사장, 양준혁축구야구교실 원장, 경기 이천 양신리틀야구단 감독 겸 단장을 맡고 있다. 운동선수 출신 방송인의 선두 주자이기도 하다. 그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또 하나의 직함이 있다. 수산물 업체 대표다. 선수 시절 낚시가 취미였던 양준혁은 어느 날 물고기 한 마리가 수면 위로 날아오르는 모습에 정신을 빼앗겨 버렸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경북 포항 구룡포에 있는 한 양식장을 사들이게 됐다. 도다리와 돌돔 등을 키웠지만 크게 성공하진 못했다. 전복 양식을 하면서는 손해도 크게 봤다. 인근에서 발생한 사고에 따른 소음과 진동 여파로 애지중지 키우던 전복들이 모두 폐사한 것이다. 그는 “우리 쪽 실수는 아니었는데 전복은 모두 죽고, 제대로 보상받지도 못했다.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포기할까 싶은 마음도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버티다 보니 또 다른 희망이 생겼다. 대방어로 단숨에 역전 만루홈런을 날린 것이다. 그는 5년 전부터 대방어 양식을 시작했다. 먼바다에서 6, 7kg짜리 무게의 대방어를 잡아 와 자신의 양식장에 넣어 10kg 이상으로 살을 찌워 출하했다. 그는 “야구장보다 조금 더 큰 크기의 양식장에서 현재 1만2000마리 정도의 대방어를 키우고 있다”며 “대방어 양식으로 전국에서 1등 할 자신이 있다”고 했다. 양준혁표 대방어는 지난해 업계에서 큰 화제가 됐다. 지난 몇 년간 도매업자들에게 납품만 하던 양준혁은 작년 말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으로 자신이 키운 대방어를 직접 가지고 와 경매에 참가했다. 당초 kg당 2만5000원 정도를 생각했는데 최고 시세에 가까운 kg당 3만8000원에 낙찰됐다. 품질을 인정받으면서 작년 말에는 한 대형마트와 함께 대방어회 행사도 열었다. 대구에서 태어난 양준혁은 은퇴 후엔 서울을 제2의 고향 삼아 살았다. 그리고 ‘인생 3막’은 양식장이 있는 포항에서 본격적으로 살아보려 한다. 양준혁은 “작년에 저희 양식장 주변이 포항시에서 ‘해상 낚시터’로 지정받았다. 관광객을 위한 낚시터와 베이커리 카페 등을 만들어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체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운동할 시간을 따로 내기가 쉽지 않은 바쁜 일상 속에서도 그는 축구로 꾸준히 건강을 유지한다. 축구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통해 친해진 유도 스타 김재엽 동서울대 교수(61)가 그의 축구 멘토다. 그는 “어느덧 나도 50대 중반이다. 혼자서 운동하는 건 힘들기도 하고 재미도 없다. 축구를 통해 함께, 재미있게 땀을 흘릴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많은 스타 출신들이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렇지만 나처럼 사는 사람이 한 명쯤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면서 “양식업과 함께 리틀야구단을 통해 좋은 선수들을 조기 발굴해 잘 키워 보고 싶다”며 여전히 야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

    • 2024-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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