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

이설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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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설 기자입니다.

snow@donga.com

취재분야

2025-11-07~2025-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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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신기자클럽 “민주당 블룸버그 기자 논평 철회를”

    서울외신기자클럽(SFCC)은 더불어민주당이 미국 블룸버그통신 기자의 실명을 논평에서 거론한 것에 대해 “기자 개인의 신변에 위협이 된다”고 비판했다. SFCC는 16일 성명에서 “기사와 관련된 의문이나 불만은 언론사에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제기돼야 한다. 결코 한 개인을 공개적으로 겨냥해서는 안 된다”며 민주당에 논평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9월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에서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 됐다’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이달 12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해당 기사를 차용해 “더 이상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 달라”고 했다. 이에 민주당은 13일 해당 기자의 이름을 특정해 비판 논평을 냈다. 1956년 발족한 SFCC는 한국에서 취재활동을 하는 100여 개 해외 언론사 소속 기자 500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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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기 골프’ 차태현-김준호, 모든 방송 하차

    KBS 2TV 대표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1박2일’의 배우 차태현 씨(43)와 개그맨 김준호 씨(44)가 수백만 원을 걸고 내기 골프를 한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사실 확인에 나섰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박2일 출연진의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통해 내기 골프 내용을 확인해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성관계 동영상을 불법 촬영하고 유포한 혐의를 받는 가수 정준영 씨(30)의 휴대전화를 살펴보다 이들 출연진이 속한 카톡 대화방에서 이 같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화방에는 정 씨와 차 씨 등이 상습적으로 내기 골프를 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 곳곳에 등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6년 7월 1일 차 씨가 5만 원권 돈다발 사진과 함께 “단 2시간 만에 돈벼락”이라는 메시지를 보내자 정 씨가 “우리 준호 형 돈도 없는데”라고 답했다는 것. 차 씨는 같은 달 19일에도 5만 원권 사진과 함께 “오늘 준호 형 260(만 원) 땄다 난 225(만 원) 이건 내 돈”이라고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쟁점은 차 씨 등의 내기 골프가 일시적인 오락인지, 상습적인 도박인지다. 법원은 도박에 건 재물 액수, 가담한 사람들의 재산 정도, 도박을 하게 된 경위, 도박 시간과 장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일시적 오락인지, 도박인지를 판단하고 있다. 차 씨의 내기 골프가 일회성이고 내기를 한 경위에 사행성이 없다면 법적 처벌을 피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차 씨가 딴 돈을 돌려줬다고 해도 도박죄 성립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판돈을 걸고 경기를 한 뒤 돈까지 줬다면 이미 도박죄가 성립되고, 이후 돈을 나눠 가진 것은 불법 취득한 것을 회복한 것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편 차 씨와 김 씨는 17일 소속사를 통해 “책임을 통감하며 모든 방송에서 하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해외가 아니라 국내에서 쳤고 돈은 바로 돌려줬다”고 설명했다. 16일 처음 이 사실을 보도한 KBS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뉴스9’은 앵커 멘트에서 “저희 제작진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만 언급했을 뿐 이 건에 대해 따로 사과는 하지 않았다. 김자현 zion37@donga.com·김예지·이설 기자}

    • 2019-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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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차가 서는 곳… 시간이 웅크린 곳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 이후 관광명소로 떠오른 곳이 바로 비무장지대(DMZ).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도 자주 찾는 코스가 됐다. 생생한 역사 공부의 현장이어서 자녀를 동반한 부모 등 국내 여행객의 방문도 늘어나는 추세다. 코레일관광개발이 운영하는 ‘평화열차 DMZ트레인’은 가장 손쉽게 DMZ를 방문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당일치기 세 가지 코스 중 두 가지를 골라 타봤다. 》○ 도라산 평화관광 서울역에서 통일호를 개조한 ‘DMZ트레인’에 몸을 실었다. 3개 객차로 이뤄진 열차는 120명까지 수용이 가능하다. 주중에는 50명 정도가 타고 주말에는 객차가 거의 꽉 찬다. 승차하면 승무원이 도라산역 출입 신청서를 나눠준다. 신분증 지참은 필수. 내국인과 외국인 관광객 비율은 6 대 4 정도다. 몇 년 전만 해도 8 대 2 비율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 높아진 외국인의 관심을 실감할 수 있다. 열차에서는 맥주, 생수, 커피와 간단한 스낵도 판다. 임진각역에 잠시 내려 신분 확인을 거친다. 서울역부터 1시간 40분이 걸려 도라산역에 내리면 연계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도라산역부터는 민간인통제구역이다. 가이드는 “버스 이동 중 사진촬영을 할 수 없다”고 당부했다. 곧 남북출입사무소와 개성으로 가는 요금소가 보였다. 개성공단 폐쇄 전까지 6차로 도로에는 자동차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텅 빈 도로만 마주할 뿐이다. 첫 번째 방문지는 도라산평화공원. 2002년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도라산역을 방문했을 때 구상되기 시작해 2008년 문을 열었다. 11만5700m²(약 3만5000평) 규모에 생태연못과 전시관 등이 있다. “연못에는 오리 조형물들이 있는데 예전에는 실제 오리들이 연못에서 놀았어요. 하지만 솔개 같은 맹금류가 오리를 잡아가는 바람에 조형물로 대체하고 있어요.” 투어 가이드의 설명이다. 도라전망대는 남방한계선 안에 위치한 DMZ 내 시설로 해발 156m 도라산 정상에 있다. 도라산이라는 이름은 신라 마지막 왕 경순왕이 고려에 투항한 뒤 생겼다. 경순왕은 고려에 투항한 뒤 태조 왕건의 딸 낙랑공주 왕씨와 결혼했다. 나라를 잃은 슬픔에 시름하는 경순왕을 본 낙랑공주는 산 중턱에 암자를 짓고 그 산에 도읍을 의미하는 도(都)자와 신라의 라(羅)를 합쳐 도라산(都羅山)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도라전망대 주차장에 내리면 이제는 폐쇄된 전망대가 관광객을 맞이한다. 이곳은 관측소로 사용되다 1987년부터 일반인에게 개방된 뒤 지난해 10월 새 전망대에 자리를 물려줬다. 3층에서 바라보니 개성공단은 물론이고 개성 시내와 송악산이 보였다. 투어 가이드의 표정이 밝아졌다. “오늘은 운이 좋습니다. 365일 중 개성 시내와 송악산을 볼 수 있는 날은 50여 일에 불과합니다. 눈이 오면 통제가 되고, 미세먼지가 많으면 개성공단도 보이지 않는 날이 많습니다.” 자동차로 10분이면 갈 수 있다고 하지만 지금은 멀리서만 봐야 한다는 사실이 분단의 현실을 깨닫게 만들었다. 마지막 방문지인 제3땅굴은 1978년 북측이 남침용으로 판 땅굴로 외국인들에게 인기 높은 관광명소다. 약 70m 깊이의 땅굴까지 모노레일을 타거나 걸어서 내려갈 수 있다. 휴대전화나 사진기는 가져갈 수 없다. 땅굴은 높이 2m, 너비 2m로 약 200m 길이까지 걸어갈 수 있다. 생각보다 높이가 낮은 부분이 많아 안전모는 꼭 써야 한다. 모든 일정을 마친 뒤 도라산역으로 다시 돌아왔다. 역 안의 표지판 하나가 눈에 띄었다. ‘타는 곳 평양방면.’ 언제쯤 평양방면의 열차를 탈 수 있을까.○ 철원 평화투어 안보(安保). 익숙한 듯 낯선 주제다. 평화열차 ‘DMZ트레인’은 바닥부터 천장까지 바람개비, 연꽃무늬로 알록달록하게 꾸며져 있었다. 열차 가장자리에는 DMZ 관련 미니 사진전이 띠를 두르고 있다. 전쟁의 아픔이 짙게 밴 사진을 보다 보니 서서히 역사 감수성이 달아오른다. 잿빛이 풀빛으로 색을 갈아입고 ‘모텔 한탄강’ ‘압록강면옥’ 같은 간판을 거쳐 백마고지역에 닿았다. 금강산도 식후경. 점심 장소로 향했다. 강원 철원 산지 농산물로 차린 소박한 시골밥상이 나왔다. 배를 두드리며 백마고지 전적지로 이동한다. 6·25전쟁 당시 열흘간 24번, 하루에 무려 4번이나 남북이 번갈아 점령했다는 전설의 격전지다. 포탄 27만 발을 맞은 산이 흰 말이 누운 형상으로 변했다 하여 ‘백마’라는 이름이 붙었다. 현재 남쪽 DMZ 안에 있다. 전적지는 고지전에서 희생된 영혼을 기리는 곳이다. 위령비가 자리한 ‘회고의 장’, 기념관인 ‘기념의 장’, 전망대 격인 ‘다짐의 장’으로 나뉜다. 먼저 자작나무와 태극기가 높이 도열한 언덕에 오르면 위령비가 나온다. “우리 큰오빠도 여서 죽었는데. 대부분 열일곱 내외 학도병이었다지….” 전사자 844명의 이름이 새겨진 비석을 거친 손으로 어루만지며 한 어르신이 흐느꼈다. 기념관에는 당시 백마부대장이었던 김종오 장군의 유품 등 관련 자료가 전시돼 있다. 옛 조선노동당사는 철원이 북한 땅이었던 1946년 완공됐다. 콘크리트로만 지어진 이 3층 러시아식 건물만 포화 속에서 살아남았다. 고초로 사람이 줄줄이 죽어 나가던 이곳에서는 이제 문화 공연이 열리곤 한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발해를 꿈꾸며’ 뮤직비디오도 여기서 촬영됐다. 군 사정으로 멸공OP(Observation Post) 대신 금강산 전기철도교량으로 갔다. 일제강점기에는 자원 수탈과 금강산 관광 목적으로, 광복 이후에는 군 물자 수송용으로 쓰였다. 민간인통제구역에 위치해 군인의 인솔을 받아야 들어갈 수 있다. 철원평화전망대는 꼭대기까지 모노레일로 3분, 도보로 9분 정도 걸린다. 발아래로 백마고지, 낙타봉, 국군과 북한국의 OP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철원은 지형적으로 이념이 치열하게 맞부딪친 곳이에요. 낮과 밤 정체성을 달리하며 험한 시대를 견뎠죠.” 해설사가 말했다. 무거운 마음으로 마주한 월정리역. 뼈대만 앙상한 기관차는 70년 넘게 철로를 지키고 있다. 어스름이 깔릴 무렵 돌아온 백마고지역. 역 앞 부동산에는 ‘땅 투자’ 현수막이 펄럭인다. 명물 꽈배기를 사들고 열차에 올랐다. 6·25전쟁의 역사를 엿보고 돌아가는 길, 주황빛 석양은 눈부신데 마음은 개운치 않다. 철로 공사로 인해 경원선 열차는 다음 달 1일 이후 당분간 운행이 중단된다.● 여행 정보 상품: △코레일관광개발 ‘평화열차DMZ-도라산평화관광’. 오전 10시 8분 용산역, 오전 10시 15분 서울역을 출발해 도라산 일대를 돌고 오후 4시 27분 도라산역을 출발해 서울역(오후 5시 47분)과 용산역(오후 5시 54분)에 도착. 가격은 성인 기준 3만6000원(모노레일 이용 시 3만9000원). 중식은 한식 뷔페로 7000원. 코스는 평화공원∼도라전망대∼제3땅굴∼통일플랫폼. △코레일관광개발 ‘평화열차DMZ-철원평화투어’. 오전 9시 반 서울역에서 출발해 철원 일대를 둘러본 뒤 오후 7시 20분 서울역 도착. 가격은 성인 기준 중식 포함 4만5000원. 코스는 백마고지 전적비∼노동당사∼멸공OP. 군 사정에 따라 멸공OP 대신 철원 평화전망대, 월정리역 등으로 대체될 수 있음. 예약 방법: △코레일관광개발 홈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에서 예약할 수 있다. 최소 일주일 전에는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팁: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 반에 노동당사에서 철원 농특산물을 판매하는 ‘철원 DMZ 마켓’이 열린다. △도라산 평화관광 이용 시 식당 바로 앞에 장단콩이 들어간 카페라테와 삼백차를 판다. 장단콩 향기가 은은하다. 감성+: △책: 생존자(이창래 지음·나중길 옮김). 6·25전쟁로 엮인 세 명의 남녀를 통해 드러나는 전쟁의 비극 △영화: ‘고지전’ 백마고지 전투를 다뤘다. ‘웰컴 투 동막골’ 시골마을을배경으로 한 전쟁의 아픔을 코믹하게 전한다.(추천: 이상 동아일보 문화부) △음악: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 ‘합창’ 중 3악장 ‘아다지오 몰토 에 칸타빌레’. 인류의 화해와 화합을 부르짖은 합창 교향곡의 느린 악장은 아름다운 미래를 향한 동경과 갈망을 환기한다. (추천: 황장원 음악 칼럼니스트)  파주=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철원=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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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언어를 잃어버린 老작가, 쓰지 않기로 하다

    쓰는 행위로만 존재해온 일흔일곱 살 노작가는 어느 날 거짓말처럼 언어를 잃는다. 몇 가지 구상이 떠올라 덤벼 봐도 도통 쓸 수가 없다. 문장은 아무래도 신통치 않고 단어는 곱씹을수록 뒷맛이 쓰다. 1969년 첫 소설을 낸 이후로 그의 작품세계는 저절로 번성했다. 막힘없이 글이 나왔고, 모든 책은 그 다음 책으로 넘어가는 다리였다. 40여 권의 책을 펴낸 노작가는 쓰지 못하는 자신을 용납하지 못한다. “형편없는 글을 써서 갈매기조차 키득거리면 어떡하나. 글을 아예 쓰지 않는 것보다도 후지게 쓰는 것이 두렵다.” 눈물겨운 노력에도 차도가 없자 그는 결국 마음을 바꿔 먹는다. “이제 모든 것을 뒤로하고 떠날 때가 됐다. 내 고국에서 이민을 떠나왔듯이 나 스스로에게서 이민을 떠날 때가 됐다.” 그렇게 절필을 선언한 그는 ‘쓰지 않는 삶’에 도전한다. 침대에서 뒹굴거리고, 아내와 함께하는 아침식사에 적응하고, 동네 어귀를 유랑한다. 마음 가는 대로 시간을 보내던 그의 생각은 ‘뿌리’에 가닿는다. 국가 부도에 몰린 그리스를 향해 쏟아지는 조롱 속에서 그는 읊조린다. “뿌리로 되돌아갈 때가 온 걸까.” “스웨덴에서 50년을 살았던 내가 다시 그리스인이 되어 라디오 방송국과 TV 채널을 오가며 그리스인의 집단적 죄의식을 함께 나눠야 했다.” 뿌리를 향한 여정은 그리스 고향집으로 이어진다. 어머니의 집에서 그는 끝내 기억에 제대로 접속하지 못한 채 절망한다. “모르겠어. 뭔가 있긴 한데. … 생각이나 기억 같은 것. 근데 아무것도 없어.” “나하고 언어 사이를 가른 것이 무엇일까? 우리는 오랜 세월 친구였는데.” 이 책은 작가가 모국어인 그리스어로 쓴 첫 책이다. 오랫동안 제쳐뒀던 이방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더듬으며 그는 자신이 다른 사람이 되어가는 것을 느끼고, 그 과정을 그리스어로 기록했다. 글쓰기, 나이 듦, 자유와 관용 등의 주제를 따스하고 유쾌하게 넘나든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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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쓸모있는 철학’은 당신을 강하게 한다

    철학서라면 보통 딱딱하고 무용(無用)한 이미지를 떠올린다. 일본 경영전략 컨설턴트인 야마구치 슈(49)가 쓴 화제의 신간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다산초당·1만6000원·사진)는 이런 통념을 깬다. 사상사를 시계열로 배열하지 않고 실전 활용법을 제시한다. 프리드리히 니체의 ‘르상티망’(질투, 증오, 열등감 등이 뒤섞인 감정) 개념을 통해 타인의 시기심을 관찰하면 사업 기회가 보인다고 설명하고, 미국 심리학자 스키너의 ‘대가(代價)’ 이론으로 불확실한 것에 매력을 느끼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열풍의 원인을 해석하는 식이다. 저자는 흔한 경영학석사(MBA) 학위 없이 경영전략 컨설턴트로 승승장구해 콘페리헤이그룹의 임원이 됐다. 무기는 철학이었다. 철학적 사고를 경영에 접목해 쓴 ‘그들은 어떻게 지적 성과를 내는가’, ‘세계의 리더는 왜 직감을 단련하는가’ 등의 저서는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그를 e메일로 만났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에서는 다수파에 의도적으로 맞서는 ‘악마의 대변인’이 조직을 바꾼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유교국가인 한국과 일본에서는 윗사람 의견에 반대하는 게 쉽지 않지요. 일본에서는 방약무인(傍若無人·제멋대로 날뛰다)한 어른들로 인한 불상사도 적지 않죠. 하지만 참는 건 자신의 성장이나 건강에 좋지 않아요. 저는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조직을 나온다는 각오를 하고 있습니다.” ―‘경영적 혁신을 위해서는 과거와 이별해야 한다’고 했는데, 부연 설명한다면…. “일본항공은 파산했다가 재생 계획을 거쳐 부활했습니다. 계획의 핵심은 누구나 아는 내용이었습니다. 파일럿의 월급을 삭감하고 점보제트기를 폐기하는 것들이었죠. 오랜 관습에서 벗어나려면 결단이 필요합니다.” ―소비가 작동하는 방식도 책에서 여러 번 나오는데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을 지킬 방법이 있나요. “물욕은 ‘진심으로 원하는’ 자연발생적 물욕과 ‘자랑하고 싶은’ 외부발생적 물욕으로 나뉩니다. 허세가 만연한 도시에서는 외부발생적 물욕이 강해지죠. 저는 도쿄에서 60km 떨어진 시골에 삽니다. 허세가 차단돼 필요한 것만 사고도 만족합니다.” ―그간 철학의 ‘쓸모’가 등한시된 이유는 뭘까요. “연구자라면 누구나 교수가 되고 싶어 하죠. 하지만 철학의 쓸모는 평가 대상이 아닙니다. 자연히 쓸모의 관점에서 철학을 연구하는 사람이 적을 수밖에요.” ―당신을 뒤흔든 책과 지금 읽고 있는 책은 무엇인가요. “성서와 강제수용소의 체험을 담은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입니다. 이 책들은 인간의 숭고한 면에 대한 희망을 보여줍니다. 보통 10여 권을 동시에 읽는데, 헤르만 헤세의 ‘황야의 이리’, 스피노자의 ‘에티카’, 버트런드 러셀의 ‘게으름에 대한 찬양’, 나쓰메 소세키의 ‘행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수기’ 등을 읽고 있어요.” ―성, 계급, 세대 간 갈등과 혐오가 심각합니다. 해결 방법은 뭘까요. “나만 옳다는 생각을 멈춰야 합니다. 인터넷에서는 의견과 생각이 같은 이들끼리 뭉치려는 경향이 강하죠. 이로 인해 다른 생각을 주고받는 행위를 어려워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철학 공부에 대한 조언이 궁금합니다. “우선 이해하기 쉬운 해설집을 읽으세요. 그리고 좋아하는 철학자를 찾아내세요. 저에게 그 대상은 스피노자, 니체, 해나 아렌트입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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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석영 ‘세계 3대 문학상’ 맨부커상 후보에

    황석영 작가(76·사진)가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에 올랐다. 한국인 후보는 2016년, 2018년 한강 작가 이후 두 번째다. 맨부커상 선정위원회는 13일 홈페이지를 통해 황 작가를 포함한 후보 13명을 발표했다. 심사위원 5명이 책 108권 가운데 13권을 추렸다. 아니 에르노(프랑스), 마리온 포슈만(독일) 등이 강력한 경쟁자로 꼽힌다. 작품을 영어로 옮긴 번역가 김소라 씨도 함께 후보에 올랐다. 황 작가는 2015년 발표한 소설 ‘해질 무렵’(영문명 At Dusk)으로 후보에 들었다. 소설은 성공한 60대 건축가 박민우의 기억을 따라간다. 산골 출신으로 출세 가도를 달리던 박민우와 또 다른 주인공인 젊은 연극연출가의 지난한 삶을 교차하며 삶의 중요한 가치와 의미를 되묻는다. 2018년 프랑스에서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도 수상했다. 다음 달 9일 선정위원회는 6명으로 최종 후보군을 좁힌 뒤 5월 21일 수상자를 발표한다. 수상자와 번역가에게는 5만 파운드(약 7422만 원)가 수여된다. 맨부커상은 노벨 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불린다. 1969년 제정됐으며 인터내셔널 부문은 2005년 새로 만들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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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리시타 노리코 “다도는 잠시나마 세상일 잊는 ‘작은 출가’”

    올해 1월 개봉한 영화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을 본 이들은 약속한 듯 “꼭 봐야 할 영화”라고 말한다. 영화의 원작은 일본 작가 모리시타 노리코(63·사진)의 자전적 에세이 ‘매일매일 좋은 날’(알에이치코리아·1만3800원). 스무 살 무렵 만난 다도를 통해 인생을 공부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17년 전 출간돼 지금까지 스테디셀러로 일본에서 사랑받고 있다고 한다. 모리시타 씨를 e메일로 만났다. ―그 어렵다는 다도를 꾸준히 익히려면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할까요. “선생님은 ‘그럴 땐 잠시 마음을 멀리 떨어뜨려 두면 돼’라고 하셨죠. 그만둘 때까지 그만두지 않는 정도의 애매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는 겁니다. 그러다 보면 정말 그만두고 싶은 것인지 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다도를 준비하고 다기, 족자 등 관련 기물에 대해 대화하는 과정이 마치 예술 방담처럼 느껴집니다. “다도는 예술이자 철학, 삶의 미학이며 자신의 마음을 마주하고 계절을 맛보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타인을 대접하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작은 다실에서 일시적으로 속세를 벗어나는 ‘작은 출가’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책에 다채로운 화과자(일본 전통 과자)가 등장합니다. 차마다 어울리는 화과자가 따로 있나요. “화과자는 디자인으로 계절을 표현하는 전통적인 예술입니다. 벚꽃 하나로도 막 피기 시작한 ‘첫 벚꽃’, 천천히 져가는 ‘꽃보라’, 강을 타고 흘러 내려가는 꽃잎을 표현한 ‘꽃잎 뗏목’ 등을 각기 다르게 표현하죠.” ―영화를 본 소감은 어땠나요. “감독님과 스태프도 촬영 전 수개월 동안 다도를 배웠습니다. 차를 알아가는 마음이 관객에게 잘 전달된 것 같습니다. 참, 20여 년 전 서울 지하도에서 구입한 청자 찻잔도 이번 영화에 나왔어요.” ―한국에서 ‘일일시호일’ 책과 영화가 사랑받는 이유가 뭘까요. “속도와 효율이 강조되는 사회에서 우리는 오감을 무시한 채 살아갑니다. 다실에서는 생물로서의 오감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뜨거운 물의 소리와 차가운 물의 소리가 다르게 들리죠. 작품을 사랑해 주시는 분들의 무의식에 진정한 행복을 향한 바람이 담겨 있는 것 아닐까요?” ―머리를 ‘무(無)’로 만든다는 점에서 다도는 최근 유행하는 명상과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습니다. “잡념을 잊고 오로지 맛있는 차 한 잔에 집중하다 보면 이따금 아주 기분 좋은 순간이 찾아옵니다. 그것이 ‘무’ 아닐까요?”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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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제작 ‘일일시호일’ 작가 모리시타 노리코 “다도는 ‘작은 출가’”

    올해 1월 개봉한 영화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을 본 이들은 약속한 듯 “꼭 봐야할 영화”라고 말한다. 영화의 원작은 일본 작가 모리시타 노리코(63)의 자전적 에세이 ‘매일매일 좋은 날’(알에이치코리아·1만3800원). 스무 살 무렵 만난 다도를 통해 인생을 공부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17년 전 출간돼 지금까지 스테디셀러로 일본에서 사랑받고 있다고 한다. 모리시타 씨를 e메일로 만났다. ―그 어렵다는 다도를 꾸준히 익히려면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할까요. “선생님은 ‘그럴 땐 잠시 마음을 멀리 떨어뜨려두면 돼’라고 하셨죠. 그만둘 때까지 그만두지 않는 정도의 애매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는 겁니다. 그러다 보면 정말 그만두고 싶은 것인지 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다도를 준비하고 다기, 족자 등 관련 기물에 대해 대화하는 과정이 마치 예술 방담처럼 느껴집니다. “다도는 예술이자 철학, 삶의 미학이며 자신의 마음을 마주하고 계절을 맛보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타인을 대접하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작은 다실에서 일시적으로 속세를 벗어나는 ‘작은 출가’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책에 다채로운 화과자가 등장합니다. 차마다 어울리는 화과자가 따로 있나요. “화과자는 디자인으로 계절을 표현하는 전통적인 예술입니다. 벚꽃 하나로도 막 피기 시작한 ‘첫 벚꽃’, 천천히 져가는 ‘꽃보라’, 강을 타고 흘러내려가는 꽃잎을 표현한 ‘꽃잎 뗏목’ 등을 각기 다르게 표현하죠.” ―영화를 본 소감은 어땠나요? “감독님과 스태프도 촬영 전 수 개월 동안 다도를 배웠습니다. 차를 알아가는 마음이 관객에게 잘 전달된 것 같습니다. 참, 20여 년 전 서울 지하도에서 구입한 청자 찻잔도 이번 영화에 나왔어요.”―한국에서 ‘일일시호일’ 책과 영화가 사랑받는 이유가 뭘까요. “속도와 효율이 강조되는 사회에서 우리는 오감을 무시한 채 살아갑니다. 다실에서는 생물로서의 오감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뜨거운 물의 소리와 차가운 물의 소리가 다르게 들리죠. 작품을 사랑해주시는 분들의 무의식에 진정한 행복을 향한 바람이 담겨 있는 것 아닐까요?”―머리를 ‘무(無)’로 만든다는 점에서 다도는 최근 유행하는 명상과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습니다. “잡념을 잊고 오로지 맛있는 차 한 잔에 집중하다 보면 이따금 아주 기분 좋은 순간이 찾아옵니다. 그것이 ‘무’ 아닐까요?”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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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기억에서 꺼내놓은 건축가의 공간

    건축가는 날 때부터 남달랐나 보다. 지나온 공간에 대한 추억을 아무렇지 않게 꺼내는데, 감수성이 예사롭지 않다. 가장 오랜 기억은 마루에 머물러 있다. 기어 다니던 시절 햇빛이 비쳐든 마루와 그곳에서 바라본 마당에서 찬란함을 느낀다. 골목을 점령한 거지들을 보며 느낀 두려움은 이제 연민으로 바뀌었다. “(골목은) 거지들이 도시 속에 앉아 식사할 수 있는 유일한 벤치이자 쉼터였다.” 시간을 거스른 공간 여행은 스쿨버스 창밖으로 보이던 개천, 1974년 1호선 개통 때 시승한 지하철, 국내 최초의 프랜차이즈 치킨 가게, 아빠의 포니 자동차로 이어진다. 공간 하나에 추억 하나. “공간에서 느낀 감정들이 한의원 약초 서랍처럼 여러 개 있고, 그 추억은 건축 디자인에 영감을 준다.” 스무 살 이후 그의 공간은 바다 너머로 확장된다. 미국 보스턴 유학 시절 단골 식당이 사라진 걸 확인하고선 상실감에 빠진다. “내가 즐겨 가던 가게가 사라지는 것은 일종의 수몰지역 난민이 되는 기분이다. … 임대료가 비싸서 원주민 가게가 떠나는 것이 안 좋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문이 겹겹이 쳐진 베이징 자금성에서는 조선시대 사신을 떠올린다. “얼마나 주눅이 들었을까. 중요한 공간은 어렵게 되어 있는데 그중의 갑은 자금성이다.” 건축가의 눈은 소소한 공간도 허투루 보지 않는다. “우산을 펼치면 현대인이 좋아하는 둥근 천장을 손쉽게 경험할 수 있다.” “2초 텐트는 만화 ‘드래곤볼’의 캡슐주택을 닮았다.” 어린 시절을 보낸 장소는 그 시절의 나와 대면한다는 점에서 공간의 마법 정점에 놓여 있다. 저자의 눈으로 세상을 한 바퀴 돌고 나니 시절을 거쳐 간 아지트들이 증강현실처럼 눈앞에 병풍을 두른다. 필요할 때 꺼내볼 ‘공간 플레이리스트’를 만들라는 메시지도 마음에 든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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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부동산 관련 도서 키워드는 ‘불안’-‘미련’

    부동산 베스트셀러는 시장 상황에 민감하다. 독자들은 당시 흐름을 섬세하게 포착한 책에만 눈길을 주기 때문이다. 최근 많이 팔린 부동산 분야 도서를 통해 국내 분위기를 살펴봤다. 지난해 10월 이후 최근까지 팔린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불안’과 ‘미련’이다. 이놈의 아파트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교보문고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집계한 판매량에 따르면 올해 1월에 나온 ‘지금도 사야 할 아파트는 있다’(7위), 지난해 10월 출간한 ‘서울 아파트 마지막 기회가 온다’(8위)가 10위권에 있다. 흔들리는 심리를 기본서와 전망서로 다잡으려는 심리도 보인다. 4년 이상 부동산을 보유하는 가치투자를 제시한 ‘오윤섭의 부동산 가치투자’와 초급자용 부동산 실전 가이드인 ‘부동산 상식사전’이 각각 2, 3위에 올랐다. ‘앞으로 10년, 대한민국 부동산’(5위), ‘2019 경매 통장’(10위), ‘대한민국 부동산의 미래’(20위) 등 전망서도 20위 안에 고르게 분포했다. 새로운 법개정을 반영한 ‘집 없는 김 대리에게 인서울 기회가 왔다’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책의 부제는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에도 끄떡없는 내 집 마련’이다. 호황기에는 국민적 투자를 부추기는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2014∼2018년에는 ‘나는 돈이 없어도 경매를 한다’ ‘나는 부동산과 맞벌이 한다’ ‘나는 마트 대신 부동산에 간다’가 1∼3위를 차지했다. 적은 투자로 부자가 되는 ‘비법’을 소개한 책도 눈에 띈다. ‘나는 갭 투자로 300채 집주인이 되었다’ ‘나는 청개구리 경매로 집 400채를 돈 없이 샀다’ 등이다. 불황기엔 하락 분위기를 진단한 책의 판매량이 수직상승했다.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 등이 각각 2007∼2009년과 2012∼2013년에 3위 안에 들었다. 달라진 투자 흐름도 눈에 띈다. ‘집 없어도 땅은 사라’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땅 투자 관련 책은 점차 줄어들다가 2010년 이후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 자리는 ‘빌딩부자들’ ‘강남부자들’ ‘임대수익부자들’ 같은 부자 키워드가 대신했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땅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은 시장 상황보다 세대 차를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투자 가이드는 ‘지적도의 비밀’ ‘송사무장의 부동산 공매의 기술’처럼 세분되는 추세다. 박정윤 예스24 경제경영MD는 “투자자 수준이 높아지면서 공매, 재개발, 구분상가 등으로 분야가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엔 도시재생사업 관련 책까지 출간됐다”고 했다. 임보윤 다산북스 콘텐츠개발1팀장은 “과감한 투자 열기는 식었지만 지역장에 주목한 책들은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며 “전문성을 갖춘 필자층도 두꺼워졌다”고 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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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케이팝만큼 뜨거운 한국문학 위상 재정립”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이 케이팝(K-pop)만큼 뜨겁습니다. 단지 한국어 콘텐츠를 번역해 해외 출간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한국문학의 위상을 재정립할 때가 왔습니다.” 김사인 한국문학번역원장(63·사진)이 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지난 20년간 40개 언어권에 1500여 종의 한국문학을 번역·출간했다”며 “이제 한국 작가가 생산한 문학뿐 아니라 북한문학, 교포문학 같은 해외 한인 문학까지 아우르는 한국문학의 총체성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총체성에 대한 고민의 배경에는 북한이 자리하고 있다. 김 원장은 “해외에서 한반도 관련 가장 뜨거운 이슈는 방탄소년단과 북한”이라며 “우리의 ‘특산품’과 같은 분단과 이산의 역사를 세계문학의 장 속에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김석범, 중국의 김학철, 북한의 이기영 한설야까지 한국문학의 윤곽을 넓힐 때 우리 민족의 고달픈 삶과 사상, 이념을 생생히 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번역원은 올해 문학진흥본부를 신설하고 이산문학 교류를 본격화한다. 4월 13일 일본, 5월 4∼6일 중국에서 현지 한인 작가들이 참여하는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5월 19∼23일 국내에서는 소설가 최실(일본), 극작가 박본(독일), 소설가 미하일 박(러시아) 등 이산문학 작가들과 이창동, 임철우, 심보선 작가 등을 초청해 ‘소통과 평화의 플랫폼’ 행사를 연다. 번역원은 ‘설계자들’(김언수), ‘82년생 김지영’(조남주)처럼 최근 해외에서 각광받는 현대 문학뿐 아니라 박상용 채만식 염상섭 등이 쓴 고전 작품도 꾸준히 소개할 계획이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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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들에게도 ‘낳은 情 기른 情’ 있지 않을까

    “모성, 생명, 자연의 소중함과 입양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이순원 작가(62)가 신작 장편소설 ‘오목눈이의 사랑’(해냄·1만4800원)을 펴냈다. 뱁새로 알려진 붉은머리오목눈이와 뻐꾸기의 기묘한 관계를 인간사에 빗댄 우화 소설이다.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4일 만난 이 작가는 “강원도 산골에서 자랐는데 당시 새집을 많이도 뒤졌다”며 “할아버지 산소에 갔다가 오랜만에 뻐꾸기 울음소리를 듣고서 집필을 시작했다”고 했다. 뻐꾸기는 뱁새 둥지에 몰래 알을 낳는다. 뱁새는 제 몸집보다 열 배나 큰 뻐꾸기 새끼의 부리 깊숙이 먹이를 찔러 넣는다. 제 알이 아니라는 걸 알아챈 뱁새들은 뻐꾸기 알을 쪼아버리지만, 열에 둘은 날갯짓을 익힐 때까지 뱁새 어미에게 몸을 의탁한다. 이 작가는 “뻐꾸기는 아프리카에서 한반도까지 1만4000km를 날아 뱁새 둥지에 알을 낳는다”며 “둥지를 떠난 뻐꾸기를 찾아가는 뱁새의 여정을 그리면 흥미로울 것 같았다”고 했다. “뻐꾸기는 뱁새를 속여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죠. 크기 12cm, 무게 10g의 가녀린 뱁새가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 뻐꾸기가 얄밉게 느껴지기도 해요. 하지만 그들 사이에는 인간이 모르는 어떠한 관계가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생모와 양모, 낳은 정과 기른 정 같은 것들요.” 주인공인 뱁새 육분이는 사랑으로 키운 앵두가 떠나자 깊은 비감에 빠져든다. ‘보다 큰 알을 품고 싶은 자신의 욕심에 속은 건 아닌지. 뻐꾸기는 무슨 사연으로 여기까지 날아와 우리 둥지에 알을 낳는지. 앵두는 무사한지….’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원망, 그리움, 사무침에 육분이는 앵두를 찾아 아프리카로 떠난다. “앵두의 생모는 아프리카로 가던 길에 목숨을 잃고 말아요. 무책임해 보이는 뻐꾸기도 자연 속에서 따라야 할 나름의 법칙이 있었던 거죠. 낙태나 입양에도 숱한 사연들이 있을 거예요. 중요한 건 생명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는 겁니다.” 이 소설은 애니메이션 제작도 추진 중이다. 이정근 드림리퍼블릭 대표는 “몸집이 작은 새가 위험천만한 모험을 겪는 여정이 어드벤처 소재로 적합하다고 느껴졌다”고 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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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대 뺨치는 열정-카리스마… 출판가 ‘그레이 크러시’ 열풍

    그레이 크러시, 그레이 문학, 그레이 실용서…. 1955∼1963년에 출생한 1차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 시기를 맞아 이른바 ‘그레이 세대’를 겨냥한 책이 서점가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레이 세대는 노년이지만 청년 못지않게 건강에 관심이 많고 왕성하게 문화활동을 즐기는 연령층. 이들을 겨냥한 ‘부머책’은 노년을 삶을 정리하는 시기로 바라보던 기존 시니어 도서와 달리 그레이 세대의 매력, 꿈, 젊음을 향한 열망을 당당히 드러낸다. ○ 그레이 크러시 부머책의 가장 도드라지는 특징은 ‘그레이 크러시’다. 20대 뺨치는 노년의 열정과 카리스마를 내세운다. 젊은 감각을 뽐내는 일본인 노부부의 생활을 그린 ‘아직 즐거운 날이 잔뜩 남았습니다’, 늦게 글을 깨친 할머니들의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 혈기왕성한 할머니를 세운 ‘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이 대표적이다. 유튜브 스타 박막례 할머니의 책도 출간을 앞두고 있다. 청년 세대도 연륜이 주는 노년의 깊이에 주목한다. 100세 일본인 정신과 의사가 쓴 ‘백 살에는 되려나 균형 잡힌 마음’,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의 ‘100년을 살아보니’, 판타지 문학 작가인 어슐러 K 르 귄의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는 세대를 불문하고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김보경 지와인 대표는 “젊은층은 지식과 지혜를 갖춘 이들을 선망한다. 나이 듦이 주는 편견을 깨는 반전에 매력을 느끼는 것”이라고 했다.○ 흔들리는 노년 청춘만 아픈 게 아니다. 흔들리는 노년에 주목한 책도 대세를 이룬다. 노인정신건강의학 전문의가 쓴 ‘노인은 없다’, 미국의 두 석학인 마사 누스바움과 솔 레브모어 대담집 ‘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 아버지를 떠나보내며 마스다 미리가 쓴 ‘영원한 외출’이 있다. 부머 세대의 관심이 인문·심리 분야로 확장된 건 최근의 일이다. 이호빈 다산북스 콘텐츠개발5팀장은 장수 시대와 연결지어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100세 시대가 열리면서 부머 세대도 청년 세대 못지않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다”며 “소통, 배움, 자존감 회복 등 이들이 원하는 지점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 그레이 실용서 노년의 라이프스타일에 특화된 ‘그레이 실용서’도 막 걸음마를 뗐다. 노년의 패션 팁을 전하는 ‘근사하게 나이 들기’, ‘프랑스 여자는 80세에도 사랑을 한다’가 눈길을 끈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시중의 라이프스타일 잡지나 도서는 대부분 젊은층을 위한 것”이라며 “경제력과 시간적 여유를 갖춘 노년에 특화된 실용서 시장의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고 내다봤다. 건강 도서는 신체별로 분화되는 추세다. ‘백년 허리’ ‘백년 목’ ‘완전 소화’가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나는 일흔에 운동을 시작했다’, ‘나는 120살까지 살기로 했다’처럼 고령을 강조한 제목을 짓는 것도 트렌드가 됐다. 뇌 건강에 주목한 ‘백년 두뇌’나 치매 예방 워크북도 최근 판매량이 많다. 고미영 이봄 대표는 “예비 그레이를 위한 ‘마흔’ 키워드의 책과 ‘두 늙은 여자’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 같은 그레이 문학 등으로 부머책 시장이 다각화되고 있다”고 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중년과 노년 사이의 정체성을 지닌 이른바 ‘그레이 세대’의 특성을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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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1919년 봄, 조선인들은 어떤 희망 품었을까

    대한독립 만세, 아우내 장터, 유관순, 태극기…. 명색이 한국 근대사의 하이라이트인데 머릿속 연관 검색어는 얄팍하기 그지없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최근 쏟아지는 저작물들은 그래서 더 소중하고 반갑다. 권보드래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문화사 맥락에서 3·1운동을 그려냈다. 신문조서와 재판기록, 잡지, 논문을 총망라해 당일의 실체에 바짝 다가섰다. 3월 1일의 만세 시위는 기실 당일만의 사건이 아니다. 한일강제병합 이후 9년간 응축된 에너지가 터져 나온 일성이요, 이후 이어진 숱한 사건들의 자궁이다. 이날의 경험으로 공화정 체제에 대한 필요성이 싹텄고, 혁명을 꿈꾸는 무리가 생겨났다. 전화도 인터넷도 없던 시대. 시골 마을부터 대도시까지 비슷한 시기에 운동을 전개한 건 나름의 체계 덕분이었다. 제1,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여러 민족은 독립을 선언한다. 조선 지식인들도 “전체적 조직이 결여된 상태에서 국제 정세를 감지하고 독립의 가능성을 민감하게 포착한 여러 주체들은 연결 없이, 소통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선언’을 계획한다.” 다양한 버전의 선언서는 종교·학교 조직을 타고 전국으로 배포돼 변형을 거듭한다. 평안북도 안주군의 20세 조성룡은 ‘자유신보’와 ‘2000만 동포에 대한 경고문’을 추가했다. 경성고등보통학교 학생들은 ‘아침 8시 30분 남대문역 앞’으로 시위 일정을 구체화했다. 독립에의 열망 속에 자발적 대표들도 여럿 탄생했다. 강화도의 은세공업자 유봉진은 ‘결사대표’를, 군산 사람 양봉식은 ‘국민대표’를 자처하며 식민권력에 맞섰다. “1910년대는 세계적으로 혁명의 연대였지만 3·1운동만큼 자발적인 동시에 전국적인 봉기 양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개인은 독립에 각자의 불만과 희망을 투영했다. 조선인이란 이유로 모멸의 일상을 살던 이들은 억압과 폭력에서 벗어나길 소망했다. 세금과 부역 동원 없는 세상을 염원하는 ‘생활주의’적 기대도 도드라졌다. 천도교도들은 독립 뒤 사회적 역할을 꿈꾸기도 했다. 3·1운동은 정치적 공론장 역할도 했다. “모든 정치적 논의가 금지된 공백 속에서 (3·1운동을 통해) 새로운 정치적 공통감각”을 형성했다. 뜬금없이 3·1운동과 사랑에 빠진 저자는 최고 난도의 퍼즐 앞에 여러 번 현기증을 느낀다. 하지만 끝내 책임을 다해 실감나게 당대를 되살려냈다. “장군과 대신을 바라던 청년들의 꿈이 식민 통치 이후 교사와 순사보 정도로 졸아들었다”, “소외계층이 3·1운동에 참여하며 사회적 입신을 추구하는 효과를 거뒀다”, “약소국으로서 사회진화론은 위험한 자극제”라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1910년 누군가의 생애를 상상해 보자. … 거리에 나가면 오직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거들먹거리는 일본인이 많았고 오직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겪어야 하는 모멸이 다반사였다.” 저자는 거듭해 역사학의 기초를 아쉬워한다. 하지만 문학적 상상력으로 틈새를 메운 전략이 아니었더라면, 이토록 따듯한 3·1운동 책은 만나지 못했을 테다. 역사에 대한 애정이 깊은 눈과 만나 풍요로운 서사를 일궈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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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골 마을부터 대도시까지 비슷한 시기에 3·1운동 전개한 비결은…

    대한독립 만세, 아우내 장터, 유관순, 태극기…. 명색이 한국 근대사의 하이라이트인데 머릿속 연관 검색어는 얄팍하기 그지없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최근 쏟아지는 저작물들은 그래서 더 소중하고 반갑다. 권보드래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문화사 맥락에서 3·1운동을 그려냈다. 신문조서와 재판기록, 잡지, 논문을 총망라해 당일의 실체에 바짝 다가섰다. 3월 1일의 만세 시위는 기실 당일만의 사건이 아니다. 한일합방 이후 9년 간 응축된 에너지가 터져 나온 일성이요, 이후 이어진 숱한 사건들의 자궁이다. 이날의 경험으로 공화정 체제에 대한 필요성이 싹텄고, 혁명을 꿈꾸는 무리가 생겨났다. 전화도 인터넷도 없던 시대. 시골 마을부터 대도시까지 비슷한 시기에 운동을 전개한 건 나름의 체계 덕분이었다. 제 1·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여러 민족은 독립을 선언한다. 조선 지식인들도 “전체적 조직이 결여된 상태에서 국제정세를 감지하고 독립의 가능성을 민감하게 포착한 여러 주체들은 연결 없이, 소통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선언’을 계획한다.” 다양한 버전의 선언서는 종교·학교 조직을 타고 전국으로 배포돼 변형을 거듭한다. 평안북도 안주군의 20세 조성룡은 ‘자유신보’와 ‘2000만 동포에 대한 경고문’을 추가했다. 경성고등보통학교 학생들은 ‘아침 8시30분 남대문역 앞’으로 시위 일정을 구체화했다. 독립에의 열망 속에 자발적 대표들도 여럿 탄생했다. 강화도의 은세공업자 유봉진은 ‘결사대표’를, 군산 사람 양봉식은 ‘국민대표’를 자처하며 식민권력에 맞섰다. “1910년대는 세계적으로 혁명의 연대였지만 3·1운동만큼 자발적인 동시에 전국적인 봉기 양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개인은 독립에 각자의 불만과 희망을 투영했다. 조선인이란 이유로 모멸의 일상을 살던 이들은 억압과 폭력에서 벗어나길 소망했다. 세금과 부역 동원 없는 세상을 염원하는 ‘생활주의’적 기대도 도드라졌다. 천도교도들은 독립 뒤 사회적 역할을 꿈꾸기도 했다. 3·1운동은 정치적 공론장 역할도 했다. “모든 정치적 논의가 금지된 공백 속에서 (3·1운동을 통해 새로운 정치적 공통감각”을 형성했다. 뜬금없이 3·1운동과 사랑에 빠진 저자는 최고 난도의 퍼즐 앞에 여러 번 현기증을 느낀다. 하지만 끝내 책임을 다해 실감나게 당대를 되살려냈다. “장군과 대신을 바라던 청년들의 꿈이 식민 통치 이후 교사와 순사보 정도로 졸아들었다”, “소외계층이 3·1운동에 참여하며 사회적 입신을 추구하는 효과를 거뒀다”, “약소국으로서 사회진화론은 위험한 자극제”라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1910년 누군가의 생애를 상상해보자. …거리에 나가면 오직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거들먹거리는 일본인이 많았고 오직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겪어야 하는 모멸이 다반사였다.” 저자는 거듭해 역사학의 기초를 아쉬워한다. 하지만 문학적 상상력으로 틈새를 매운 전략이 아니었더라면, 이토록 따듯한 3.1운동 책은 만나지 못했을 테다. 역사에 대한 애정이 깊은 눈과 만나 풍요로운 서사를 일궈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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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맑고 섬세한 글 번역하며 내 마음도 정화”… ‘열여덟 살 이덕무’ 책 낸 정민 교수

    이덕무(1741∼1793). 18세기 최고의 문장가. 박제가의 절친한 벗. 서얼 출신으로, 조선이 아닌 중국에서 먼저 인정받은 실력파다. 고전학자인 정민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번역한 ‘열여덟 살 이덕무’(민음사·1만5000원·사진)가 출간됐다. 서울 성동구 한양대 연구실에서 26일 만난 정 교수는 “열여덟 살부터 스물세 살까지 이덕무의 글을 묶은 책”이라며 “한없이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청년의 글에 여러 번 정신이 아득해졌다”고 했다. 책에는 결연한 자기 다짐 격인 ‘무인편’, 세월과 정신을 아껴 소중하게 쓰자는 ‘세정석담’, 인생에서 거쳐야 할 여덟 단계를 정리한 ‘적언찬’, 어린 누이에게 건네는 조언인 ‘매훈’까지 모두 네 편의 글이 담겼다. “맑고 섬세한 이덕무의 심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글을 번역하며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덕무는 ‘내 허물 듣기를 음악소리 듣는 듯이 하고, 허물 고치기를 도적을 다스리듯 한다’(무인편 ‘허물’) ‘처음 사귈 때는 걸핏하면 지기라 하더니, 사귐이 조금만 성글어지면 툭하면 절교를 말한다. 어찌 이다지도 경박하고 조급하단 말인가’(세정석담 ‘사귐의 도리’)라고 썼다. 이덕무는 평생 생활고에 시달렸다. 어머니와 누이를 폐병으로 잃었고, 자신도 영양실조로 인한 병에 걸려 세상을 등졌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그는 끝까지 성찰했다. 정 교수는 “신분 차별의 서러움을 울분으로 토해낸 박제가와 달리 이덕무는 평생 자기 절제를 잃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그의 글에는 응축된 슬픔이 한 자락 깔려 있다”고 했다. “시간에 휘둘려 한순간도 자신으로 살지 못하는 현대인이 적지 않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대학 진학을, 그 이후에는 취업과 승진을 목표로 고속질주합니다. 그러다 보면 나 자신과 대면하기 두려워지죠. 이덕무처럼 평생은 아니더라도 한 번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봤으면 합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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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곤조곤 읽어주고, 핵심만 뽑아주고… “난 북튜브로 책 본다”

    회사원 심지연 씨(33)는 퇴근 후 휴대전화와 TV부터 연결한다. 북튜브(Book+Youtube)를 보기 위해서다. 그는 “책을 다루는 북튜브는 드라마, 영화보다 눈이 덜 피로하고 내용도 유익하다”며 “라디오처럼 흘려듣기에도 ‘딱’ 좋다”고 했다. 북튜브 전성시대, 기자가 20여 개 채널을 직접 구독한 뒤 맞춤형 가이드를 정리했다.○ 초보 독서인 ‘겨울서점’의 김겨울은 책이 빼곡히 꽂힌 서재에서 조곤조곤 책 이야기를 들려준다. 공들여 ‘엑기스’만 추린 콘텐츠, 부드러운 저음의 여성 목소리, 깔끔한 말솜씨가 매력 포인트. 그는 “책을 좋아하게끔 만드는 게 목표다. 감상은 솔직히 전하는 게 철칙”이라고 한다. ‘공백의 책단장’은 지난해 10월 문을 연 신흥 강자다. 하나의 주제를 프로젝트처럼 다뤄 깊이 있는 독서를 돕는다. ‘사월이네 북리뷰’와 ‘책선비’는 남성이 운영하는 채널. ‘사월이네…’는 고전을 주로 다룬다. 조선시대 선비처럼 갓을 쓰고 방송하는 ‘책선비’는 자기계발서와 공상과학(SF) 소설을 소개한다. 잘난 척하지 않고 지식을 나눠주는 친구 같아 초보 독서인에게 적합하다.○ CEO·수험생 지식 교류가 중요한 리더들에게는 책의 핵심만 떠먹여주는 채널이 유용하다. ‘책그림’은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비디오스크라이브 방식을 사용해 내용이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책읽찌라’는 사람이 등장하는 ‘책그림’ 성격으로, 경제·경영서를 주로 다룬다. “성장하고 싶은데 퇴근 후 에너지가 없는 직장인을 위한 콘텐츠”라는 게 운영자 이가희 씨의 설명이다. ‘문학줍줍’은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같은 고전문학을 다룬다. 투박한 PPT를 배경으로 성우가 작품 특징, 줄거리, 소감을 들려준다. 완독이 버거운 수험생이나 문학 소양이 아쉬운 직장인에게 추천한다. ○ 번아웃된 이들 가만히 책을 읽어주는 낭독 채널은 어른들의 자장가 역할까지 해낸다. ‘책 읽기 좋은 날’은 세계 문학, 한국 문학, 에세이, 신간을 두루 읽어준다. 떡메 치는 소리, 참숯 익는 소리, 고드름 낙수 소리 같은 ASMR(자율 감각 쾌락 반응) 영상도 볼 수 있다. ‘루나 펄스(lunar pulse)’는 고전을 여러 편으로 나눠 끝까지 읽어준다. 톨스토이, 안중근 의사 자서전 같은 무게감 있는 책이 주 메뉴. 심리 분야 도서만 리뷰하는 ‘쏭아지네’도 있다.○ 영어+지식 획득 해외 북튜브를 꾸준히 보면 영어와 지식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 코믹, 차분함, 동화책, 잡지 등으로 세분화돼 있어 국내보다 선택지가 다양하다. 영어 초보자는 곰 인형을 안은 할머니가 그림책을 또박또박 읽어주는 ‘스토리타임위드미즈베키(StoryTimeWithMsBecky)’를 추천한다. ‘폴란드바나나스북스(polandbananasBOOKS)’는 코믹 북튜브로, 요가를 하면서 책꾸러미를 자랑하는 등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어북유토피아(abookutopia)’도 밝은 분위기로 만화책을 비롯해 다양한 책을 소개한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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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곤조곤 책 읽어주는 낭독채널까지…내게 맞는 맞춤형 ‘북튜브’는?

    회사원 심지연 씨(33)는 퇴근 후 휴대전화와 TV부터 연결한다. 북튜브(Book+Youtube)를 보기 위해서다. 그는 “책을 다루는 북튜브는 드라마, 영화보다 눈이 덜 피로하고 내용도 유익하다”며 “라디오처럼 흘려듣기에도 ‘딱’ 좋다”고 했다. 북튜브 전성시대, 기자가 20여 개 채널을 직접 구독한 뒤 맞춤형 가이드를 정리했다. ●초보 독서인 ‘겨울서점’의 김겨울은 책이 빼곡히 꽂힌 서재에서 조근조근 책 이야기를 들려준다. 공 들여 엑기스만 추린 콘텐츠, 부드러운 저음의 여성 목소리, 깔끔한 말솜씨가 매력 포인트. 그는 “책을 좋아하게끔 만드는 게 목표다. 감상은 솔직히 전하는 게 철칙”이라고 한다. ‘공백의 책단장’은 지난해 10월 문을 연 신흥강자다. 하나의 주제를 프로젝트처럼 다뤄 깊이 있는 독서를 돕는다. ‘사월이네 북리뷰’와 ‘책선비’는 남성이 운영하는 채널. ‘사월이네…’는 고전을 주로 다룬다. 조선시대 선비처럼 갓을 쓰고 방송하는 ‘책선비’는 자기계발서와 공상과학(SF) 소설을 소개한다. 잘난 척 하지 않고 지식을 나눠주는 친구 같아 초보 독서인에게 적합하다. ●CEO·수험생 지식 교류가 중요한 리더들에게는 책의 핵심만 떠먹여주는 채널이 유용하다. ‘책그림’은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비디오스크라이브 방식을 사용해 내용이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책읽찌라’는 사람이 등장하는 ‘책그림’ 성격으로, 경제·경영서를 주로 다룬다. “성장하고 싶은데 퇴근 후 에너지가 없는 직장인을 위한 콘텐츠”라는 게 운영자 이가희 씨의 설명이다. ‘문학줍줍’은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같은 고전문학을 다룬다. 투박한 PPT를 배경으로 성우가 작품 특징, 줄거리, 소감을 들려준다. 완독이 버거운 수험생이나 문학소양이 아쉬운 직장인에게 추천한다. ●번 아웃된 이들 가만히 책을 읽어주는 낭독채널은 어른들의 자장가 역할까지 해낸다. ‘책 읽기 좋은 날’은 세계문학, 한국문학, 에세이, 신간을 두루 읽어준다. 떡메 치는 소리, 참숯 익는 소리, 고드름 낙수 소리 같은 ASMR(자율 감각 쾌락 반응)영상도 볼 수 있다. ‘루나 펄스(lunar pulse)’는 고전을 여러 편으로 나눠 끝까지 읽어준다. 톨스토이, 안중근 의사 자서전 같은 무게감 있는 책이 주 메뉴. 심리 분야 도서만 리뷰하는 ‘쏭아지네’도 있다.●영어+지식 획득 해외 북튜브를 꾸준히 보면 영어와 지식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 코믹, 차분함, 동화책, 잡지 등으로 세분화돼 있어 국내보다 선택지가 다양하다. 영어초보자는 곰 인형을 안은 할머니가 그림책을 또박또박 읽어주는 ‘스토리타임위드미즈벡키(StoryTimeWithMsBecky)’를 추천한다. ‘폴란드바나나스북스(polandbananasBOOKS)’는 코믹 북튜브로, 요가를 하면서 책꾸러미를 자랑하는 등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어북유토피아(abookutopia)’도 밝은 분위기로 만화책을 비롯해 다양한 책을 소개한다. 이설기자 snow@donga.com}

    • 2019-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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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힙합 마니아… 더더더 잘 놀자고 ‘더 노라’ 열어”

    젊음의 공간인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에 새로운 문화공간이 문을 열었다. 이름은 ‘더 노라(The Nora)’. 22일 찾은 이곳에서는 오프닝 공연을 앞둔 제이미 밴드(JME Band)의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더더더더 잘 놀자는 뜻을 담아 ‘더 노라’라고 지었습니다. 제가 클럽에 가면 (나이 때문에) 물을 흐리게 되잖아요? 취향 외에 어떤 조건에도 구애받지 않고 기분 좋게 놀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합니다.” 재즈 선율을 흥얼거리던 생활도자기 기업 ‘이도’의 이윤신 대표가 말했다. 그는 국내 생활도자기 1세대 도예가로 1990년대부터 활동하다 2004년 이도를 설립해 사업을 키워 왔다. 이도는 최근 이도문화재단을 설립했다. 1992년부터 열어온 이도콘서트와 이도아카데미를 디딤돌 삼아 문화 행보를 확대하는 의미다. ‘더 노라’는 재단의 첫 결실. 22일 재즈 뮤지션인 장정미와 말로, 이명건 트리오, 래퍼 MC메타의 콜라보 공연을 시작으로 매주 금·토요일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선보인다. 최대 100석이며 주류는 팔지 않는다. “음악을 정말 좋아해요. 도예와 달리 음악은 그 순간 모든 걸 쏟아붓는 시간의 예술이죠. 첼로, 재즈, 가야금, 창을 조금씩 배우다가 최근엔 힙합에 빠져 래퍼 비와이의 ‘데이데이’를 연습 중이에요. 호흡이 가빠 헉헉거리지만 그 순간이 주는 쾌감이 대단해요.” 도자기와 힙합이라니 언뜻 불협화음처럼 느껴진다. 재즈 마니아인 이 대표는 정해진 틀 없이 자유롭게 노닌다는 점에서 힙합의 매력에 눈떴다고 한다. 그는 “음악은 물과 기름처럼 다른 이들도 하나로 묶는 마법”이라며 “혐오의 시대에 음악으로 놀면서 세대·성별 갈등을 허물었으면 한다”고 했다. “노년에 접어들면 괜스레 클래식, 도예, 인문학 강좌 같은 걸 취미 삼아야 하나 싶죠. 하지만 젊은이들의 전유물이 따로 있나요. 한두 번씩 접하다 보면 개인의 생각이 바뀌고, 그 생각들이 모여 변화를 이끌 거라 생각합니다. 장르의 편견을 허물고 싶어 오프닝 무대에 힙합과 재즈를 함께 올렸죠.” 그는 2013년 아버지인 이우혁 창업주의 뒤를 이어 원신월드의 ‘W몰’ 회장으로 취임했다. 하지만 대표, 회장 같은 직함보다 도예가 또는 누군가의 친구가 되고 싶다고 했다. “도예, 인문학 강의, 클래식 콘서트, 그리고 ‘더 노라’…. 좋아하는 걸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그 좋은 것들을 앞으로 다른 이들과 더 많이 나누고 싶습니다.” 3월 1일 오후 7시 반. 오영준 퀄텟. 3월 2일 오후 7시 반. 사자 밴드(SAZA band). 2만 원(현장 2만5000원).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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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가 클럽가면 물 흐리잖아요” 도예가가 힙합 흥얼, 문화공간 연 이유는?

    젊음의 공간인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에 새로운 문화공간이 문을 열었다. 이름은 ‘더 노라(The Nora)’. 22일 찾은 이곳에서는 오프닝 공연을 앞둔 제이미 밴드(JME Band)의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더더더더 잘 놀자는 뜻을 담아 ‘더 노라’라고 지었습니다. 제가 클럽에 가면 (나이 때문에) 물을 흐리게 되잖아요? 취향 외에 어떤 조건에도 구애받지 않고 기분 좋게 놀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합니다.” 재즈 선율을 흥얼거리던 생활도자기 기업 ‘이도’의 이윤신 대표가 말했다. 그는 국내 생활도자기 1세대 도예가로, 1990년대부터 활동하다 2004년 이도를 설립해 사업을 키워왔다. 이도는 최근 이도문화재단을 설립했다. 1992년부터 열어온 이도콘서트와 이도아카데미를 디딤돌 삼아 문화 행보를 확대하는 의미다. ‘더 노라’는 재단의 첫 결실. 22일 재즈 뮤지션인 장정미와 말로, 이명건 트리오, 래퍼 MC메타의 콜라보 공연을 시작으로 매주 금·토요일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선보인다. 최대 100석이며 주류는 팔지 않는다. “음악을 정말 좋아해요. 도예와 달리 음악은 그 순간 모든 걸 쏟아 붓는 시간의 예술이죠. 첼로, 재즈, 가야금, 창을 조금씩 배우다가 최근엔 힙합에 빠져 래퍼 비와이의 ‘데이데이’를 연습 중이에요. 호흡이 가빠 헉헉거리지만 그 순간이 주는 쾌감이 대단해요.” 도자기와 힙합이라니 언뜻 불협화음처럼 느껴진다. 재즈 마니아인 이 대표는 정해진 틀 없이 자유롭게 노닌다는 점에서 힙합의 매력에 눈 떴다고 한다. 그는 “음악은 물과 기름처럼 다른 이들도 하나로 묶는 마법”이라며 “혐오의 시대에 음악으로 놀면서 세대·성별 갈등을 허물었으면 한다”고 했다. “음악을 좋아해서 많은 분들과 그 즐거움을 나누고 싶었어요. 그래서 오랜 기간 동안 클래식 위주의 이도 콘서트와 유정우의 아트클래식 강연을 진행해왔죠. 그러다 다양한 장르의 수준 높은 음악을 나누고 싶은 마음에 공연장 '더 노라'를 기획했습니다. 나이에 구애 받지 않고 가족이 다함께 음악을 즐기는 공간이 됐으면 합니다.” 그는 2013년 아버지인 이우혁 창업주의 뒤를 이어 원신월드의 ‘W몰’ 회장으로 취임했다. 하지만 대표, 회장 같은 직함보다 도예가 또는 누군가의 친구가 되고 싶다고 했다. “도예, 인문학 강의, 클래식 콘서트, 그리고 ‘더 노라’…. 좋아하는 걸 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그 좋은 것들을 앞으로 다른 이들과 더 많이 나누고 싶습니다.” 3월 1일 오후 7시 반. 오영준 퀄텟. 3월 2일 오후 7시 반. 사자 밴드(SAZA band). 2만 원(현장 2만5000원).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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