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

이설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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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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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6-05-22~2026-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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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14%
경제일반10%
사회일반7%
칼럼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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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3%
뷰티3%
  • 오가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나무처럼 살련다

    “제가 무슨 구도자처럼 비칠까 봐 걱정입니다.” 시 ‘가재미’로 잘 알려진 문태준 시인(49)이 10년 만에 두 번째 산문집을 냈다.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나무가 되지요’(마음의숲·1만4800원)다. 첫 번째 산문집 ‘느림보 마음’(2009년)에서는 자전적인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번 책에서는 마음공부를 하면서 만난 문장과 경험을 소개한다.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16일 만난 그는 불교방송 프로듀서로 일하면서 스님들의 영향을 받았지만 본격적으로 마음을 닦기 시작한 건 2012년 인도에 다녀온 이후라고 했다. “새벽같이 기도를 하고 엄격하게 음식을 가려 먹고…. 신성(神聖)이 깃든 현지인 힌두교 가이드의 생활 방식에 불에 덴 듯한 충격을 받았어요. 당시 내 집 마련의 꿈과 아이들에 대한 기대 같은 바깥의 열망에 사로잡힌 제 삶이 거칠게 느껴졌습니다.” 비탈길에서 질주하듯 살아선 안 되겠다 싶어 불교 수행법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맑은 문장을 자주 곱씹고 자주 걸었다. 핵심은 나의 내면에 타인의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 그는 인생은 관계 위에 쌓은 모래 만다라 같다며 타인과 말 마음 감정을 정성껏 주고받되, 그 속에서 싹튼 시기 질투 증오 같은 불순물에 휘둘려선 안 된다고 했다. “나무는 바람에 흔들려도 그저 오고가는 바람을 바라보지요. 나무처럼 마음을 드나드는 감정을 한 발짝 떨어져서 관조해야 합니다. 그러면 솟구치는 화와 뾰족한 말, 경박한 뒷담화 같은 것들과 멀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서로를 물고 뜯는 공인들의 말과 태도는 가시덤불처럼 느껴진다. 설득이 아닌 상처를 주기 위해 던지는 비수 같다. 문 시인은 “모두가 행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인류는 하나의 내면을 갖고 있는 셈이다. 서로에게 사랑과 자비를 베풀어야 하는 관계다. 그럼에도 최근 이런 가치가 경시되고 있고, 특히 정치인의 말은 소시민들이 소화 가능한 수준을 넘어선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했다. 쉰을 바라보면서 시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다. 그는 “시는 사회적 관심사에 대한 응답이기도 하다. 중견에 가까워지면서 사람 속에 있는, 세상과 가까운 시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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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인 작가 김초엽 “SF소설은 기술이 아닌 ‘사람’ 이야기”

    “한국에서는 공상과학(SF)에 대한 이미지가 지나치게 과학 중심으로 쏠린 것 같아요. SF 장르를 매개로 인간에 대한 추상적인 질문들을 다루고 싶습니다.” 18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 취재진 앞에 선 신인 작가가 당돌하게 말했다. 7편의 SF 단편으로 구성된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허블·1만4000원)을 펴낸 김초엽(26)이다. 그는 2017년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에서 2관왕에 올랐다. 죽은 사람의 마음을 저장하는 마인드 도서관에서 엄마의 마인드를 찾는 딸의 이야기를 담은 ‘관내분실’로 대상을, 신기술로 인해 가족과 헤어진 과학자를 그린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가작을 받았다. 책에는 이를 포함해 외계생명체와의 소통을 다룬 ‘스펙트럼’, 실패한 여성 우주인의 내면을 들여다본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등이 실렸다. “과학 기술로 인한 사회의 변화를 그리는 게 SF라고 생각해요. 기술로 인한 소외와 편리, 그리고 그 속에서 겪는 개인의 변화 같은 것들을 담아내려 노력했습니다.” 7편의 작품은 과학을 소재 삼아 기발한 상상력으로 도약한다. SF 장르지만 이야기에 흐르는 정조가 차갑지는 않다. 소수자성을 지닌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보듬어 인간미가 짙게 배어난다. 청각 장애를 지닌 그는 “페미니즘, 인권, 소수자성에 관심이 많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실패한 사람, 즉 소수자들이 자주 등장하는 것 같다”고 했다. SF와 순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점도 독특하다. “어느 쪽으로 읽혀도 감사한 마음이지만, SF 장르가 주는 장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외감이 대표적이에요. 광대한 우주와 유구한 시간 속에서 기존 인식을 깨는 건데, 해외에서는 이 지점을 SF 비평의 중요한 잣대로 여깁니다.” 각종 과학 기술을 다루지만 난도는 그리 높지 않다. 그는 “기술을 설명하는 장면은 의식적으로 간략화하고 있다. 기술 자체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의 태도와 변화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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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태준 시인 “소시민이 소화 불가능한 정치인의 ‘물고 뜯는 말’ 걱정”

    “제가 무슨 구도자처럼 비쳐질까봐 걱정입니다.” 시 ‘가재미’로 잘 알려진 문태준 시인(49)이 10년 만에 두 번째 산문집을 냈다.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나무가 되지요’(마음의숲·1만4800원)다. 첫 번째 산문집 ‘느림보 마음’(2009년)에서는 자전적인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번 책에서는 마음공부를 하면서 만난 문장과 경험을 소개한다.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16일 만난 그는 불교방송 프로듀서로 일하면서 스님들이 영향을 받았지만 본격적으로 마음을 닦기 시작한 건 2012년 인도에 다녀온 이후라고 했다. “새벽같이 기도를 하고 엄격하게 음식을 가려 먹고…. 신성(神聖)이 깃든 현지인 힌두교 가이드의 생활 방식에 불에 덴 듯한 충격을 받았어요. 당시 내 집 마련의 꿈과 아이들에 대한 기대 같은 바깥의 열망에 사로잡힌 제 삶이 거칠게 느껴졌습니다.” 비탈길에서 질주하듯 살아선 안 되겠다 싶어 불교 수행법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맑은 문장을 자주 곱씹고 자주 걸었다. 핵심은 나의 내면에 타인의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 그는 인생은 관계 위에 쌓은 모래 만다라 같다며 타인과 말 마음 감정을 정성껏 주고받되, 그 속에서 싹튼 시기 질투 증오 같은 불순물에 휘둘려선 안 된다고 했다. “나무는 바람에 흔들려도 그저 오고가는 바람을 바라보지요. 나무처럼 마음을 드나드는 감정을 한 발짝 떨어져서 관조해야 합니다. 그러면 솟구치는 화와 뾰족한 말, 경박한 뒷담화 같은 것들과 멀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서로를 물고 뜯는 공인들의 말과 태도는 가시덤불처럼 느껴진다. 설득이 아닌 상처를 주기 위해 던지는 비수 같다. 문 시인은 “모두가 행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인류는 하나의 내면을 갖고 있는 셈이다. 서로에게 사랑과 자비를 베풀어야 하는 관계다. 그럼에도 최근 이런 가치가 경시되고 있고, 특히 정치인의 말은 소시민들이 소화 가능한 수준을 넘어선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했다. 쉰을 바라보면서 시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다. 그는 “시는 사회적 관심사에 대한 응답이기도 하다. 중견에 가까워지면서 사람 속에 있는, 세상과 가까운 시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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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 伊 제피렐리 감독 별세

    이탈리아 영화감독 겸 오페라 연출가인 프랑코 제피렐리(사진)가 15일(현지 시간) 별세했다. 향년 96세. BBC 등에 따르면 제피렐리는 폐렴을 앓다 로마의 자택에서 눈을 감았다. 이탈리아 플로렌스대에서 건축을 전공한 고인은 성우, 조감독 등을 거쳐 1967년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리처드 버턴이 주연한 영화 ‘말괄량이 길들이기’로 데뷔했다. 이듬해 ‘로미오와 줄리엣’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며 올리비아 허시와 레너드 위팅을 스타로 만들었다. ‘햄릿’(1990년), ‘제인 에어’(1996년) 등도 흥행했다. 오페라에서도 많은 업적을 남겼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와 이탈리아 라스칼라에서 모차르트와 로시니, 도니체티, 베르디의 작품을 연출했다.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가 오페라에 출연하기도 했다. 1983년 소프라노 테레사 스트라타스와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가 출연한 영화 버전의 ‘라 트라비아타’를 연출해 오스카상 3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방대한 서사와 화려한 연출이 주특기인 고인은 21일 베로나 아레나에 오르는 ‘라 트라비아타’를 위해 최근까지도 바쁘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이탈리아인으로는 처음으로 영국의 기사 작위를 받았다. 1994∼2001년에는 중도 우파 성향의 ‘포르차 이탈리아’ 소속 상원 의원을 지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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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물음표에서 느낌표로… 과학은 어떻게 진화했나

    백과사전 포스에 제목도 딱딱하다. 하지만 단언컨대 20페이지 정도만 극복하면 푹 빠져들 것이다. 끝인상은 첫인상과 달리 흥미롭고 말랑말랑하다. 지적 호기심도 적당히 채워준다. 현대인은 과학의 눈부신 혜택을 누리면서도 과학을 잘 모른다. 실험실 이미지나 세기의 발명을 떠올리는 정도다. 이 책은 과학을 이해하려면 과학사, 즉 과학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각 분야 13인의 전문가가 고대부터 현대까지 인간이 의문을 품고 고민하고 진보하는 과정을 짚어나간다. 책은 1부 ‘기원을 찾아서’와 2부 ‘과학을 하다’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고대 및 중세시대 지역별 과학 발전사를 시간순으로 다룬다. 피상적으로 알던 과학 지식을 깊게 파고든다. 교과서에서 살짝 건드린 부분에 역사, 인물, 이야기를 덧입혀 입체적으로 되살아난다. “구바빌론 시대의 작은 점토판에는 2개의 대각선이 그어진 정사각형이 새겨져 있었는데, 사각형 위에는 ‘루트2’와 근사한 숫자인 1:245110이 쓰여 있다”거나 “(송나라 때) 개인의 질병, 전염병, 자연재해는 지식과 도덕성과 행동의 문제라고 봤다”는 부분이 대표적이다. 2부에서는 현대로 넘어온다. ‘실험 문화’ ‘자연을 탐험하기’ ‘생명의 의미’ ‘우주 지도를 그리기’ ‘이론의 전망’ ‘과학의 소통’ 등 6개 주제를 조명한다. ‘과학은 탐구의 여정’ ‘실험은 실험실에서’ 같은 흔한 명제의 이면을 다룬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다. “(16세기 중반∼18세기 후반) 여행자들은 타지의 사람, 관행, 풍경을 조사하고 도시화된 국가의 중심지와 제도에 연결시키고자 했다. … 동시에 실험실이라는 개념이 과학의 상징으로, 그리고 실험이 과학의 관행으로 빠르게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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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번째 시집 펴낸 최문자 시인 “불시에 남편 잃고 비로소 슬픔을 배워”

    ‘나는 자주 들켰다/나쁜 폐와 슬픈 아가미를/숨긴다는 건 뭔가요/스푼으로 나를 사라지도록 젓는 것/나는 풀어지지만 나는 줄어들지 않아 … 때대로 잘린 단면은 내가 부서진 곳이다’(‘그림자’) 12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변에서 만난 시인이 가만히 시를 읽어 내려갔다. 최근 여덟 번째 시집 ‘우리가 훔친 것들이 만발한다’(민음사·사진)를 펴낸 최문자 시인(76). 40년 가까이 대학교수, 총장, 세 아이의 엄마로 질주하는 틈틈이 시를 써온 그는 2014년 불시에 남편을 잃고서야 “비로소 슬픔을 배웠다”고 했다. “주저앉고 싶을 때마다 감정을 모른 척하며 ‘급 고독’한 채로 견뎌왔어요. 지난 몇 년간 (남편에 대한) 죄책감과 상실감에 붙들려 가만히 지난 시간을 돌아보다가 깨달았지요. 슬픔을 잘 처리하지 않으면 독이 돼 나를 부러뜨린다는 걸요.” ‘용서는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 보려고/몇 번이나 집을 걸어 나갔다/저수지 옆길을 돌아 발자국이 끝나면/이렇게 걸어서 곧 용서받을 수 있을까 하고 더 오래 걸었다’(‘죄책감’) 지난 일곱 권의 시집에는 인생 고비마다 시인이 온몸으로 부대낀 희비극이 녹아 있다. 육아와 논문에 치여 이명이 윙윙대던 시절에 쓴 ‘귀 안에 슬픈 말 있네’, 동년배에 비해 홀로 뒤처진다는 분노를 담은 ‘나는 시선 밖의 일부이다’, 사회생활의 고난을 노래한 ‘그녀는 믿는 버릇이 있다’ 등이다. 우울, 결기, 독기를 노래해왔다. 이번 시에는 죄책감이 곳곳에 녹아 있다. “육아와 일에 치여 뒷전 신세였던 남편에게 먼저 고백할까 하다가도 왜 내가 먼저 해야 하느냐는 생각에 전하지 못한 말들이 가슴을 후벼 팠어요. 이제는 확실히 말할 수 있습니다. 모든 이에게 먼저 고백해야 한다는 것을,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사실을요.” 시인은 시를 둘러싼 문단의 논쟁에 대한 생각도 건넸다. 그는 “서정시를 주로 쓰지만 이른바 난해시도 응원한다. 개운하게 읽혀야만 시의 자격을 갖는 건 아니다. 에너지와 방향을 선물해주는 전위적인 시를 배척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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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말 6초… 소설의 ‘여름사냥’

    소설은 여름에 강세를 보인다는 게 통설이다. 올해 ‘5말 6초’에도 어김없이 여름을 겨냥한 ‘빅 타이틀’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조남주의 ‘사하맨션’(민음사), 정유정의 ‘진이, 지니’(은행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죽음 1·2’(열린책들), 조정래의 ‘천년의 질문’(해냄)이 연달아 선을 보였다. 하지만 초반 반응은 다소 주춤한 편이다. 온라인서점 예스24가 집계한 6월 둘째 주 종합베스트셀러 10위권에 든 작품은 ‘죽음 1·2’(2, 3위)가 유일하다. ‘진이, 지니’는 14위에 올랐으며, 오디오 북으로 독자와 먼저 만난 뒤 최근 출간한 ‘천년의 질문’은 서서히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이들의 전작들이 출간 즉시 10위권에 입성한 뒤 상당 기간 순위를 유지한 과거에 비하면 왠지 어색한 풍경이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아직은 반응이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지만 전작의 리커버 북이 나오면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한 출판계 관계자는 “출간 1, 2주에는 대기 독자가, 그 이후는 작품성과 입소문이 판매량을 좌우한다. 중간 마케팅이 극적으로 성공하지 않는 이상 초반 분위기를 뒤집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앞으로 여름 소설시장은 순수문학보다는 장르물이 주도할 거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현재 종합 10위에 오른 테드 창의 ‘숨’과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돌이킬 수 없는 약속’(야쿠마루 가쿠), 신흥 강자로 꼽히는 ‘사일런트 페이션트’(알렉스 마이클리디스) 등의 반응이 뜨겁기 때문이다. 게다가 1년 365일 최강자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에다 장강명 작가도 SF소설 ‘지극히 사적인 초능력’을 곧 선보인다. 사실 여름은 출판계로선 10여 년 전부터 놓칠 수 없는 대목이다. 방학과 휴가철 독서 인구를 겨냥해 대형 신작을 선보이는 게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김영준 열린책들 편집주간은 “어수선한 연초와 명절이 낀 가을을 제외하면 여름이 남는다. 특정 시기에 주력 작품을 출간하면 일하기 편한 측면도 있다”고 했다. 주연선 은행나무 대표는 “작가들의 집필 주기가 비슷하다 보니 같은 작가가 재차 맞붙기도 한다. 올해에는 3년 만에 정유정 조정래 베르베르 등이 격전을 펼치는데, 서로 좋은 자극을 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소설이 계절을 탄다는 공식은 옛말이란 의견도 상당하다. 출판계 불황이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 ‘국민 독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10명 가운데 4명이 1년간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 게다가 20대에서 40대로 독자 연령대가 높아지며 ‘방학 특수’도 사라졌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40대 독자 비중은 2010년 22.7%에서 2019년 상반기 32.9%로 늘었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출판 시장 분위기를 띄우기가 갈수록 힘들다. 게다가 인문 에세이가 강세를 보이며 소설이 설 자리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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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가때 뭐 읽지…‘빅 타이틀’ 쏟아지는 올해 여름 소설 시장은?

    소설은 여름에 강세를 보인다는 게 통설이다. 올해 ‘5말6초’에도 어김없이 여름을 겨냥한 ‘빅 타이틀’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조남주의 ‘사하맨션’(민음사), 정유정의 ‘진이, 지니’(은행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죽음 1·2’(열린책들), 조정래의 ‘천 년의 질문’(해냄)이 연달아 선을 보였다. 하지만 초반 반응은 다소 주춤한 편이다. 온라인서점 예스24가 집계한 6월 둘째 주 종합베스트셀러 10위권에 든 작품은 ‘죽음 1·2’(2, 3위)가 유일하다. ‘진이, 지니’는 14위에 올랐으며, 오디오 북으로 독자와 먼저 만난 뒤 최근 출간한 ‘천년의 질문’은 서서히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이들의 전작들이 출간 즉시 10위권에 입성한 뒤 상당 기간 순위를 유지한 과거에 비하면 왠지 어색한 풍경이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아직은 반응이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지만 전작의 리커버 북이 나오면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한 출판계 관계자는 “출간 1~2주에는 대기 독자가, 그 이후는 작품성과 입소문이 판매량을 좌우한다. 중간 마케팅이 극적으로 성공하지 않는 이상 초반 분위기를 뒤집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앞으로 여름 소설시장은 순수문학보다는 장르물이 주도할 거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현재 종합 10위에 오른 테드 창의 ‘숨’과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돌이킬 수 없는 약속’(야쿠마루 가쿠), 신흥 강자로 꼽히는 ‘사일런트 페이션트’(알렉스 마이클리디스) 등의 반응이 뜨겁기 때문이다. 게다가 1년 365일 최강자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에다, 장강명 작가도 SF소설 ‘지극히 사적인 초능력’를 곧 선보인다. 사실 여름은 출판계로선 10여 년 전부터 놓칠 수 없는 대목이다. 방학과 휴가철 독서 인구를 겨냥해 대형 신작을 선보이는 게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김영준 열린책들 편집주간은 “어수선한 연초와 명절이 낀 가을을 제외하면 여름이 남는다. 특정 시기에 주력 작품을 출간하면 일하기 편한 측면도 있다”고 했다. 주연선 은행나무 대표는 “작가들의 집필 주기가 비슷하다보니 같은 작가가 재차 맞붙기도 한다. 올해에는 3년 만에 정유정 조정래 베르나르 등이 격전을 펼치는데, 서로 좋은 자극을 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소설이 계절을 탄다는 공식은 옛말이란 의견도 상당하다. 출판계 불황이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 ‘국민 독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10명 가운데 4명이 1년 간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 게다가 20대에서 40대로 독자 연령대가 높아지며 ‘방학 특수’도 사라졌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40대 독자 비중은 2010년 22.7%에서 2019년 상반기 32.9%로 늘었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출판 시장 분위기를 띄우기가 갈수록 힘들다. 게다가 인문 에세이가 강세를 보이며 소설이 설 자리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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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가 조정래 “이 작품은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응답”

    “오늘날 모범 국가는 스웨덴 핀란드 등 유럽 복지국가예요. 앞으로 평화적인 혁명을 통해 (우리도) 그렇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태백산맥’ ‘아리랑’ 등을 펴낸 소설가 조정래(77)가 신작 장편 ‘천년의 질문 1∼3’(해냄·각 1만4800원)으로 돌아왔다. 2016년 ‘풀꽃도 꽃이다’ 이후 3년 만이다. 40여 년간 매섭게 당대 문제를 포착해온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양극화와 부패 문제를 꼬집고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려 한다.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1976년 무렵부터 국가 경제 구조에 의문을 품어왔다. 당시 축적 논리에 밀려 분배 문제가 오랜 기간 해결되지 못했고, 그 여파로 양극화가 심각해졌다. 손자 세대만큼은 정상 국가에서 살아야 하지 않느냐는 고민을 담았다”고 했다. 소설은 무자비한 자본과 권력 앞에 갈팡거리는 군상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경제적으로 곤궁하지만 의협심 강한 시사주간지 기자 장우진, 대필 강사로 생계를 이어가는 시간강사 고석민의 고뇌를 중심으로 재벌 그룹의 비자금을 둘러싼 추격전이 펼쳐진다. 국회의원, 재벌가 사위, 기업 비자금 담당 임원의 어두운 연결고리에서는 현실에서 벌어졌던 실제 사건들과 겹쳐진다. 그는 “이 작품은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응답”이라고 했다. “식민지를 경험한 우리에게 국가는 필요합니다. 하지만 국가가 권력으로 바뀌는 순간 부패하고 타락하고 횡포하게 됩니다. 그것을 막는 것은 권력을 쥐여준 국민의 의무예요. 정치에 무관심한 것은 곧 자기 인생에 무책임한 겁니다.” 작가에게 국가라는 주제는 20년간 머릿속에서 숙성했다. 책, 미디어, 직접 취재를 거친 뒤에야 집필을 시작했다. 그간 쌓인 취재 수첩만 130여 권. 언론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유는 “기자는 사회의 등불이자 산소여야 한다. 기자가 주인공이라면 작가가 소망하는 바를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거라 여겼다”고 설명했다. “북핵 문제가 순조롭게 해결되지 않아 불안합니다. 또 경제 상황이 나쁜데, 이건 한 정권 책임만이 아니라 국제사회 문제가 얽혀서 민생이 심각하지요. 한데 국회는 파렴치하고 치졸한 말싸움으로 세월을 허비합니다. 여야가 똑같이 책임을 느끼고 난국을 해결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합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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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국제도서전 19일 개막… 올 주제는 ‘출현’

    제25회 서울국제도서전이 19∼23일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코엑스에서 열린다. 올해 행사 주제는 ‘출현(Arrival)’. 종이책뿐 아니라 오디오북, 전자북, 유튜브 등으로 확장하는 출판계 지형을 확인할 수 있다. 41개국 431개사(국내 313, 해외 118개사)가 참여한다. 주일우 대한출판문화협회 상무이사는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재미’와 ‘유익’에 충실하면서도 출판계 변화를 담아내고자 노력했다. 다양한 저자 강연과 체험 행사를 선보이며 세계 출판계의 핵심 이슈도 다룰 것”이라고 했다. 우선 매일 오후 2시에 열리는 강연이 눈에 띈다. 19일에는 한강 작가가 ‘영원히 새롭게 출현하는 것들’을 주제로 강단에 선다. 20일 배우 정우성, 22일 철학자 김형석이 각각 ‘난민, 새로운 이웃의 출현’과 ‘백년을 살아보니’를 주제로 강연한다. 도서전에서 처음 공개하는 10권의 책으로는 소설가 김세희의 ‘항구의 사랑’(민음사), 인문학자 김상근의 ‘나의 로망, 로마’(시공사), 소설가 장강명의 ‘지극히 사적인 초능력’(아작), 배우 정우성의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원더박스), 방송인 손미나의 ‘내가 가는 길이 꽃길이다’(한빛비즈) 등이 있다. 저자 강연과 사인회도 진행한다. 성인 6000원, 학생 3000원.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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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콤마퀸, 그리스에서 인생을 다시 읽다

    저마다 평균 이상으로 민감한 부분을 타고난다. ‘그리스는 교열 중’의 메리 노리스는 언어에 병적으로 예민하다. 미국인인 그가 영국에서 ‘엘리베이터와 리프트’, ‘아파트먼트와 플랫’ 사이에서 소외감을 느꼈다는 일화가 캐릭터를 단박에 설명한다. 다행히도 그는 ‘뉴요커’ 교열자라는 천직을 얻었다. 자칫하면 재수 없게(?) 비쳤을 별종 기질은 천재적 작업 능력으로 승화됐고, 입사 16년 차에 ‘오케이어’ 직책을 단다. 원고 전체를 매만지고 오케이 사인을 내리는 자리다. 그의 별명은 ‘콤마퀸’. ‘그리스…’는 그의 두 번째 책이다. 지난해 국내에 출간한 첫 책 ‘뉴욕은 교열 중’은 구두점, 맞춤법, 하이픈에 대한 깨알 같되 진지한 담론으로 호평을 받았다. 이번에는 그의 뮤즈인 그리스와 부대낀 경험담을 기록했다. 알파벳과 신화의 요람이지만 오늘날 유럽의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그리스에 대한 열정을 진하게 담아냈다. 시작은 사회 초년병 시절 만난 영화 ‘시간 도둑들’(1981년, 미국)이었다. 영화 속 그리스 풍광에 반해 있던 차, 운명처럼 ‘그리스어 기초 독본’을 만난다. 언어광인 저자는 당장 학원에 등록했고, 이후 평생 그리스를 여행하고 공부하며 ‘덕후’로 거듭난다. “고대의 매끄러운 혀로 쓰인 그리스어를 사랑한다.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문장은 신에게 호소하는 서사시이기에 글쓰기는 우리 지구인과 영원불멸의 세계를 이어 준다.” 첫머리에 그리스 알파벳표가 나오는데, 예사로 넘겨선 안 된다. 책의 상당 부분을 언어에 할애하기 때문이다. 로마자가 세계를 호령하지만 본디 그리스 알파벳이 형님이었다. 저자는 알파벳론부터 시작해 그리스어를 조목조목 해부한다. “Z는 뒷북 같은 느낌이 있다”거나 호메로스의 “회색 눈을 지닌(gray-eyed) 아테나”라는 수식어를 추적하는 대목이 신선하다. 꼬부랑글자가 눈에 익을 즈음이면 여행담이 이어진다. 수십 년간 에게해, 리비아해, 레스보스 등을 누비며 겪은 시트콤 같은 상황에 여러 번 웃게 된다. 자신에게 치근대던 토마토 농부에게 “(진도가) 너무 빨라요”라고 한다는 게 그리스어가 서툴러서 “더 빨리, 더 빨리”라고 했다는 식이다. 그리스 이야기만 하는 건 아니다. 67세 싱글 콤마퀸은 인생 여정도 가감 없이 풀어놓는데, 되돌아보니 모든 대목이 그리스와 맞닿아 있었다. 저자의 두 살 위 오빠는 어린 시절 베이컨이 목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 죄책감으로 얼룩진 유년을 보낸 그를 구원한 건 대학에서 만난 신화학 강의였다. “강간을 당하는 코레는 순결한 딸로서 죽고 지하 세계의 여왕 페르세포네로 태어난다. 나는 코레와 나를 동일시했다. …나는 그날 강의를 듣기 전에는 어른이 되는 것을, 즉 나의 소녀 시절을 한 여인의 삶으로 바꾸는 것을 두려워했었다.” 언어, 신화, 문학, 유년, 일, 취향을 폭넓게 다뤄 지루할 틈이 없다. 다소 버거운 그리스어마저 그 옛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어’ 시리즈의 추억을 건드린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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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던 길 잠시 멈추면 젖어드는… 문향〈文香〉

    최근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여행 상품도 덩달아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대표적인 게 지역에 깃든 역사와 이야기를 체험하는 이른바 ‘인문여행’이다. 인문여행의 추천지로 최적화된 곳 중 하나가 경북 안동 하회(河回)마을 일대다. 수백 년간 문화·권력의 핵심이었고, 마지막까지 유림의 지도력을 발휘했으며, 옛 모습을 간직한 곳들이 적잖아 인문여행지로서 요구되는 조건을 다 갖췄다. 1일 오전 8시, 서울 강남의 한 백화점 주차장에서 안동행 버스에 올랐다. 곧이어 야구 모자를 푹 눌러쓴 백발 사내가 나타났다. 소설 ‘칼의 노래’ ‘남한산성’ 등을 쓴 김훈 작가(71)다. ‘제1회 백두대간 인문캠프’에 참가한 그는 1박 2일간 안동과 예천 일대에서 강연을 열고 참가자들과 소통할 계획이었다. 오전 11시 반. 두통이 일 정도로 굽이진 산세를 지나 월영교(月映橋)에 닿았다. 짙은 파랑과 녹색 물감을 섞은 듯한 안동호 위로 길이 387m의 목책교가 의연히 떠 있다. 달빛이 비추는 야경으로 더 유명하다. 그윽한 선비의 고장 “안동은 가장 좋아하는 고장이에요. 선비 정신, 문학, 학맥의 기운이 그윽하게 흐르지요. 그 전통이 근대와 잘 접목되지 못해 아쉽습니다.” 김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20여 분간 버스로 산길을 돌아 병산서원에 닿았다. 오늘로 치면 향교는 공립학교, 서원은 사립학교다. 병산서원은 도산서원과 더불어 경북 지역 2대 서원으로 꼽힌다. 건축미가 뛰어나 건축학도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작가님, 이번 ‘연필로 쓰기’는 주제가 친숙해서 좋았어요. 특히 똥 부분요.” 서원의 만대루(晩對樓)에 오르자 캠프 참가자들이 작가를 반갑게 맞는다. 널찍한 마루에 지붕만 얹어 사방의 경치가 기분대로 드나든다. 이곳에서 글공부 하던 선비처럼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가부좌를 트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오후에 찾은 하회마을은 풍산 류씨가 600년간 대대로 살아온 집성촌이다. 마을 건너편 부용대에 오르니 강이 마을을 휘감아 도는 S자 곡선이 또렷하다. 과거엔 나룻배를 타야 했으나, 최근 섶다리가 생기면서 이동이 간편해졌다. 만송정에서 진행된 강연에서 작가는 “하회마을은 산과 물, 마을과 집, 집과 길, 인간과 인간 등이 직접 대면하지 않고 비켜가면서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소개했다. 비슷해 보이지만 고택은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있다. 서애 류성룡 선생이 ‘징비록’을 집필한 옥연정사, 겸암 류운룡 선생의 위패를 모신 화천서원, 최초의 류씨 대종택 양진당, 서애 류성룡이 기거한 충효당이 필수 코스로 통한다. 체험거리도 풍부하다. 전통 그네, 각종 체험시설, 그리고 쇼핑까지 가능하다. 미니 빗자루, 종이인형, 주걱 등을 2000원에 판다. 병암정 초간정 ‘저러쿠러 순한 예천 사람들 눈 좀 들이다 보소.…예천이 이 나라 땅의 눈동자 같은 우물 아이껴?’(안도현 ‘예천’) 둘째 날 예천군으로 발길을 튼다. 안동은 권문세력가인 반면 예천은 소외된 선비들이 기거했던 곳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인물로 최초의 백과사전인 ‘대동운부군옥’을 펴낸 초간 권문해 선생이 있다. 권씨 가문은 초간의 할아버지 대에 다섯 형제가 모두 과거에 급제하며 꽃을 피웠다. 화려한 시절은 길지 않았다. 무오사화로 한 명은 능지처참을 당하고 나머지 넷은 귀향을 갔다. 가문은 스러졌지만 절경을 품은 정자 두 곳을 남겼다. 병암정(屛巖亭)과 초간정(草澗亭)이다. 병암정은 용문면 성현리 병풍바위 위에 걸쳐 있다. 정자에 오르니 대수마을과 금당실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버드나무가 하늘거리는 4월, 설경이 눈부신 1월에 특히 아름답다. 드라마 ‘황진이’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버스로 20분 거리의 초간정에 도착하니 ‘인생 비경’이 펼쳐진다. 막돌을 쌓은 기단 위에 아슬아슬하게 자리한 정자 코앞으로 계곡물이 흘러든다. 규모가 아담해 자연의 치마폭에 웅크린 갓난아기 같다. 수풀이 우거진 앞마당에서 작가가 마이크를 잡았다. “한옥은 공간과 층이 매우 두껍고 깊은 데가 있습니다.…아파트는 민자 평면이지요.…이런 공간에서는 마음과 상상력이 납작해져요. 지금 우리는 다 납작해져 있습니다.” 정자 옆 흔들다리에 오르자 시냇가에서 송사리를 잡는 아이들이 보인다. 과거 하인들이 살던 고택에서는 민박도 가능하다.여행정보가는 법: 대부분 여행지가 산속 깊숙이 자리해 자동차 이용을 추천한다.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9월 27일∼10월 6일. 경북 안동시 육사로 239 탈춤공연장 일대. 입장료 7000원. △안동유교랜드: 조선시대 체험+키즈카페. 경북 안동시 관광단지로 346-30. 입장료 어른 9000원, 어린이 7000원. 맛집: △맛50년헛제삿밥: 헛제삿밥 1만 원, 선비상 1만8000원. 경북 안동시 석주로 201. △목석원: 안동찜닭 3만 원, 명인숯불고등어정식 3만 원(2인). 양이 푸짐해 어른 3, 4명이 먹기에 충분하다. 경북 안동시 풍천면 전서로 159. △용궁단골식당: 전통막창순대 9000원, 오징어불고기 9000원. 경북 예천군 용궁면 용궁시장길 30감성+ △책: ‘이육사 시집’(이육사 지음) 퇴계 이황의 14대 손으로 안동에서 태어난 시인의 정신이 담겼다. △영화 ‘스캔들’(사진)의 촬영지인 하회마을에서 선비의 마음으로 사색하며 걸어보자. 세대 포인트 △연인·신혼부부: 초간정·병암정에서 호젓한 데이트를 즐겨 보자. △중장년층: 들어서는 순간 마음이 편안해지는 병산서원 만대루. △어린이가 있는 가족: 사군자 체험, 선비 체험, 감자·고구마 캐기 체험 등을 경험해보자. 하회 정보화마을 홈페이지에서 예약할 수 있다.  안동·예천=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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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르베르 ‘죽음’ 출간 맞춰 방한… “죽음에 대한 깊은 질문 없는 삶은 무의미”

    “한국에서 제 소설이 인기 있는 이유는…독자들이 지적으로 뛰어나고 미래지향적이기 때문이지요.” 4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취재진 사이로 프랑스 남자가 느긋한 걸음으로 입장했다. 장편소설 ‘개미’ ‘타나토노트’ 등을 쓴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58)다. 3년 만에 여덟 번째 방한. 신작 ‘죽음 1·2’(열린책들)로 국내 팬들과 소통한다. ‘죽음’은 장르 소설가 가브리엘 웰즈가 자신의 죽음을 발견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영혼이 된 웰즈가 영매(죽은 자의 뜻을 전달하는 사람) 뤼시 필리피니의 도움으로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이 이야기의 뼈대다. 전작에서 꾸준히 죽음을 탐색해온 그는 이번 작품에서 죽음을 친숙하게 그리고자 노력했다. “죽음은 신비롭거나 미신에 가까운 주제로 통하죠. 공포심을 일으키기도 하고요. 저는 조상들이 살고 있는 보이지 않는 세계라고 생각해요. 죽음을 삶의 마지막 챕터로 차분하고 조용하게 풀어내고 싶었습니다.” 집필 과정에서 영매들을 만나 나름 테스트를 했다. 일관성이 있는지, 논리가 얼마나 탄탄한지를 ‘매의 눈’으로 살폈다. 그 가운데 충격적으로 논리적인 영매를 만났고, 그 경험이 뤼시 캐릭터의 바탕이 됐다. 그는 “샤머니즘은 오랜 관심 주제이지만 신중히 다뤄야 한다고 본다. 특출한 능력을 남용하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이라며 “지금까지 프랑스 영매만 만나봤는데 이번에 한국의 무당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살기도 바쁜데 죽음까지 고민해야 할까. “내적 질문을 던지지 않은 채 돈을 벌다가 퇴직하고 늙어 죽는 삶은 무의미하다”는 일침이 국경을 가볍게 타고 넘는다. 현재 집필 중인 다음 작품의 제목은 ‘판도라의 상자’다. “다음 작품 주제는 ‘환생’이에요. 몸을 바꿔 환생하는 영혼이 쉬어가는 기간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풀어낼 예정입니다. 인간은 육신이라는 수단을 빌려 영혼을 발전시키기 위해 살아가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환생을 통해 육신으로 교훈을 얻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지요.” 작가는 6일 오후 7시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코엑스 별마당도서관에서 ‘상상력과 소통’을 주제로 강연을 한다. 7일 오후 3시에는 네이버 브이 라이브를 통해 인터뷰를 생중계한다. 11일 오후 7시에는 서울 마포중앙도서관에서 ‘장르문학의 가능성과 미래’라는 주제로 독자와 만난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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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기견 입양하려고요? 이상 행동 참고 보듬을 자신 있어야”

    “괜찮아. 그냥 사진 찍는 거야, 세상아.” 카메라 앞에서 잔뜩 움츠린 강아지를 흰 가운을 입은 남자가 달콤한 목소리로 달랜다. 개 마음 읽어주는 의사로 알려진 설채현 원장(34)이다. 최근 ‘그 개는 정말 좋아서 꼬리를 흔들었을까?’(동아일보사·1만5000원·사진)를 펴낸 그를 4일 서울 중구 ‘그녀의 동물병원’에서 만났다. 반려동물은 여자친구처럼 대해야 한다는 뜻으로 병원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반려견 세상이와 원두, 반려묘 지코와 꾹꾹이가 병원 안을 자유롭게 활보하고 있었다. 외모도 성격도 제각각이지만 그에겐 모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들이다. 특히 불법 번식장에서 직접 데려온 세상이는 마음이 쓰인다. 어두컴컴하고 불결한 공간에서 오래 지낸 탓에 한동안 사람 가까이에 오지 못했다.“주인에게 버려져 유기견이 되는 가장 흔한 이유는 행동학적 문제예요. 때문에 동정심으로 무턱대로 입양하기보다 끝까지 책임질 수 있을지 자문해봐야 합니다.” 견주와의 궁합도 중요하다. 가족 구성원의 성향, 라이프스타일과 맞는지를 따져야 한다. 가장 후순위로 미뤄야 할 요소는 외모란다. 부대끼다 보면 어떤 종이든 예뻐 보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견종, 자라온 환경, 타고난 기질 등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영·유아를 둔 가정은 반려견을 쉽게 들이지 못한다. 털 빠짐과 안전사고가 걱정된다. 이에 설 원장은 “털 빠짐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얘기다. 안전사고는 관리가 가능한 부분”이라고 일축했다. 다소 높아진 목소리로 그가 설명을 이어갔다. “둘째가 태어나면 첫째가 질투를 하듯 반려견도 주인이 자신을 소홀히 대하면 상처를 받아요. 자녀를 돌볼 때 반려견도 한 번 쳐다봐 주는 식으로 관심을 줘야 합니다. 견종은 온순한 골든리트리버, 비숑 프리제, 코통 드 튈레아르, 시추 등이 좋을 것 같네요.” 끊이지 않는 개 물림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견주의 관리 능력 △강아지의 의사를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 △제도적 뒷받침 등 3박자를 갖춰야 한다는 게 설 원장의 설명이다. 특히 견주의 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게 시급하다고 본다. “독일은 강아지 매매가 불가능한 데다 교육을 받아야만 키울 수 있어요. 일본은 우리보다 강아지 분양가가 10배 정도 비싸고요. 자격 요건 강화와 함께 반려 문화를 체계적으로 교육해야 합니다.” 행동 치료를 꾸준히 해도 차도가 없는 경우가 있다. 계속 꼬리를 쫓아 돌거나, 피부병이 없는데도 종일 핥거나,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행동 등이 대표적이다. 설 원장은 이럴 경우 약물 치료 병행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는 “종일 집에 갇혀 있고 산책을 못 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많은 강아지들이 질환을 앓을 것”이라며 “보호자에 대한 공격성, 분리 불안, 강박 행동 같은 경우 약물 치료가 효과적일 수 있다”고 했다. “사람과 반려동물이 함께 행복해지는 방법을 연구하고 싶어요. 반려견의 행동 문제와 그로 인한 민원 등으로 우울증을 앓는 견주가 적지 않아요. 개의 감정, 언어, 학습 방법을 ‘열공’해서 견주들이 행복해졌으면 합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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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작 ‘죽음’ 들고 방한 베르베르 “한국 독자들에 제 소설이 인기있는 건…”

    “한국에서 제 소설이 인기 있는 이유는…독자들이 지적으로 뛰어나고 미래지향적이기 때문이지요.” 4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 취재진 사이로 프랑스 남자가 느긋한 걸음으로 입장했다. 장편소설 ‘개미’ ‘타나타노트’ 등을 쓴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58)다. 3년 만에 여덟 번째 방한. 신작 ‘죽음 1·2’(열린책들)로 국내 팬들과 소통한다. ‘죽음’은 장르 소설가 가브리엘 웰즈가 자신의 죽음을 발견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영혼이 된 웰즈가 영매 뤼시 필리피니의 도움으로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이 이야기의 뼈대다. 전작에서 꾸준히 죽음을 탐색해온 그는 이번 작품에서 죽음을 친숙하게 그리고자 노력했다. “죽음은 신비롭거나 미신에 가까운 주제로 통하죠. 공포심을 일으키기도 하고요. 저는 조상들이 살고 있는 보이지 않는 세계라고 생각해요. 죽음을 삶의 마지막 챕터로 차분하고 조용하게 풀어내고 싶었습니다.” 집필 과정에서 영매들을 만나 나름 테스트를 했다. 일관성이 있는지, 논리가 얼마나 탄탄한지를 ‘매의 눈’으로 살폈다. 그 가운데 충격적으로 논리적인 영매를 만났고, 그 경험이 루쉬 캐릭터의 바탕이 됐다. 그는 “샤머니즘은 오랜 관심 주제이지만 신중히 다뤄야 한다고 본다. 특출한 능력을 남용하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이라며 “지금까지 프랑스 영매만 만나봤는데 이번에 한국의 무당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살기도 바쁜데 죽음까지 고민해야 할까. “내적 질문을 던지지 않은 채 돈을 벌다가 퇴직하고 늙어 죽는 삶은 무의미하다”는 일침이 국경을 가볍게 타고 넘는다. 현재 집필 중인 다음 작품의 제목은 ‘판도라의 상자’다. “다음 작품 주제는 ‘환생’이에요. 몸을 바꿔 환생하는 영혼이 쉬어가는 기간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풀어낼 예정입니다. 인간은 육신이라는 수단을 빌어 영혼을 발전시키기 위해 살아가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환생을 통해 육신으로 교훈을 얻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지요.” 작가는 6일 오후 7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별마당도서관에서 ‘상상력과 소통’을 주제로 강연을 한다. 7일 오후 3시에는 네이버 브이 라이브를 통해 인터뷰를 생중계한다. 11일 오후 7시에는 서울 마포중앙도서관에서 ‘장르문학의 가능성과 미래’라는 주제로 독자와 만난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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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개는 정말 좋아서 꼬리를 흔들었을까?’…반려견의 행동에 다 이유 있다는데

    “괜찮아. 그냥 사진 찍는 거야, 세상아.” 카메라 앞에서 잔뜩 움츠린 강아지를 흰 가운을 입은 남자가 달콤한 목소리로 달랜다. 개 마음 읽어주는 의사로 알려진 설채현 원장(34)이다. 최근 ‘그 개는 정말 좋아서 꼬리를 흔들었을까?’(동아일보사·1만5000원)를 펴낸 그를 4일 서울 중구 ‘그녀의 동물병원’에서 만났다. 반려동물은 여자친구처럼 대해야 한다는 뜻으로 병원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반려견 세상이와 원두, 반려묘 지코와 꾹꾹이가 병원 안을 자유롭게 활보하고 있었다. 외모도 성격도 제각각이지만 그에겐 모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이들이다. 특히 불법 번식장에서 직접 데려온 세상이는 마음이 쓰인다. 어두컴컴하고 불결한 공간에서 오래 지낸 탓에 한동안 사람 가까이에 오지 못했다. “반려동물을 키울 마음의 준비를 끝냈다면 데려올 방법을 정해야 해요. 인내하면서 보듬을 자신이 없다면 유기견 보호소가 아닌 새로운 아이를 데려와야 합니다. 유기된 개들은 행동학적 문제를 지녔을 가능성이 높거든요.” 견주와의 궁합도 중요하다. 가족 구성원의 성향, 라이프스타일과 맞는지를 따져야 한다. 가장 후순위로 미뤄야 할 요소는 외모란다. 부대끼다보면 어떤 종이든 예뻐 보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견종, 자라온 환경, 타고난 기질 등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영유아를 둔 가정은 반려견을 쉽게 들이지 못한다. 털 빠짐과 안전사고가 걱정된다. 이에 설 원장은 “털 빠짐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얘기다. 안전사고는 관리가 가능한 부분”이라고 일축했다. 다소 높아진 목소리로 그가 설명을 이어갔다. “둘째가 태어나면 첫째가 질투를 하듯 반려견도 주인이 자신을 소홀히 대하면 상처를 받아요. 자녀를 돌볼 때 반려견도 한번 쳐다봐주는 식으로 관심을 줘야 합니다. 견종은 온순한 골든 리트리버, 비숑 프리제, 꼬꽁 드 툴레아, 시추 등이 좋을 것 같네요.” 끊이지 않는 개 물림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견주의 관리 능력 △강아지의 의사를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 △제도적 뒷받침 등 3박자를 갖춰야 한다는 게 설 원장의 설명이다. 특히 견주의 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게 시급하다고 본다. “독일은 강아지 매매가 불가능한 데다 교육을 받아야만 키울 수 있어요. 일본은 우리보다 강아지 분양가가 10배 정도 비싸고요. 자격 요건 강화와 함께 반려 문화를 체계적으로 교육해야 합니다.” 행동 치료를 꾸준히 해도 차도가 없는 경우가 있다. 계속 꼬리를 쫓아 돌거나, 피부병이 없는데도 종일 핥거나,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행동 등이 대표적이다. 설 원장은 이럴 경우 약물 치료 병행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는 “종일 집에 갇혀 있고 산책을 못 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많은 강아지들이 질환을 앓을 것”이라며 “보호자에 대한 공격성, 분리 불안, 강박 행동 같은 경우 약물 치료가 효과적일 수 있다”고 했다. “사람과 반려동물이 함께 행복해지는 방법을 연구하고 싶어요. 반려견의 행동 문제와 그로 인한 민원 등으로 우울증을 앓는 견주가 적지 않아요. 개의 감정, 언어, 학습 방법을 ‘열공’해서 견주들이 행복해졌으면 합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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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훈 “악다구니 난무하는 한국사회… 전통 가치 돌아봐야”

    “서애 류성룡의 징비(懲毖) 정신을 다시 깨치는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김치경 씨(80)는 1일 경북 안동시 풍천면 하회마을 만송정(萬松亭) 솔밭에서 열린 ‘제1회 백두대간 인문캠프’에 참가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경북도가 관광에 인문학을 더한 1박 2일 기행(紀行) 코스인 백두대간 인문캠프를 시작했다. 이야기와 문화콘텐츠를 접목해 직접 체험하며 추억을 쌓는 여행으로 관광의 지평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지역에 연고가 있거나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곳에서 명사가 참석자들과 토크콘서트를 열고 현장을 탐방한다. 만송정은 낙동강이 하회마을을 휘돌아 흐르며 쌓아 놓은 모래밭에 이뤄진 소나무 숲이다. 야구 모자를 비스듬히 눌러쓴 백발 남성이 소나무 사이에 자리한 대형 무대에 올랐다. 소설 ‘칼의 노래’ ‘남한산성’과 산문집 ‘연필로 쓰기’ 등을 펴낸 김훈 작가(71)다. 김 작가는 이날 1000여 명의 참석자 앞에서 ‘비스듬히 잊혀진 존재의 품격’을 주제로 하회마을의 가치와 속살을 소개하면서 지금의 사회를 비판했다. 그는 “하회마을은 양반과 상인, 유교와 무속, 선비와 하인이 뒤섞여 600여 년을 공존해 왔다. 이런 전통적 덕목이 근대와 잘 접목되지 않아 우리 사회에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고 했다. “우리 사회의 특징은 악다구니, 상소리, 욕지거리입니다. 생각 없이 말을 내뱉는 어수선하고 천박한 세상에서, 전통적 가치를 되돌아봐야 합니다. 전통과 보수 안에도 미래를 열어젖히는 힘이 있습니다.” 그는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한 세태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하면서 유림들의 태도를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애 선생은 몇 달 동안 고요히 앉아 사유하고 글을 썼습니다. 새가 알을 품듯 오래 기다리고 조용히 기다렸지요. 또 제자가 질문하면 몇 날 며칠 고민한 뒤 답을 주곤 했습니다. 우리는 그런 태도를 완전히 상실했습니다. 그저 뜨고 싶어 하는 이들이 넘치는 천박한 세상이 된 겁니다.” 강연에 이어 문학토크, 작은 음악회, 북 퀴즈 등이 진행됐다. 행사장 주변에서는 종가음식과 전통차(茶) 맛보기, 사진전시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1박 2일간 김 씨와 함께 안동의 월영교 병산서원, 경북 예천의 병암정 초간정 용궁역 삼강주막 등을 둘러봤다. 인문캠프는 7월 안도현 시인, 9월 정호승 시인, 10월 이원복 만화가로 이어진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명사들의 강연과 탐방지를 연결한 관광 코스를 구상하고 있다. 경북의 관광자원을 인문학적으로 재조명해 재미와 감동의 메시지를 사회에 전하겠다”고 말했다.안동=이설 snow@donga.com·장영훈 기자}

    • 2019-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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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훈 작가 “우리 사회의 특징은 악다구니, 상소리, 욕지거리”

    “조선 후기에 안동 지역의 개혁적 유림들은 전통의 힘으로 현실을 바꿀 수 있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1일 오후 경상북도 안동시 하회마을 만송정. 야구 모자를 비스듬히 눌러 쓴 백발 남성이 소나무 사이에 자리한 대형 무대에 올랐다. 장편소설 ‘칼의 노래’ ‘남한산성’과 산문집 ‘자전거여행’ ‘연필로 쓰기’ 등을 펴낸 김훈 작가(71)다. 김 작가는 이날 ‘제1회 백두대간 인문캠프’에 참여해 ‘비스듬히 잊혀진 존재의 품격’을 주제로 강연을 열었다. 관중 1000여 명 앞에 선 그는 하회마을의 가치를 소개하면서 현재의 우리 사회를 비판했다. 그는 “하회마을은 양반과 상인, 유교와 무속, 선비와 하인이 뒤섞여 600여 년을 공존해왔다. 이런 전통적 덕목이 근대와 잘 접목되지 않아 우리 사회에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고 했다. “우리 사회의 특징은 악다구니, 상소리, 욕지거리입니다. 지난해 여름, 그 더운 날에 정치인의 점에 대한 공방으로 수개월을 허비했습니다. 생각 없이 말을 내뱉는 어수선하고 천박한 세상에서, 전통적 가치를 되돌아봐야 합니다. 전통과 보수 안에도 미래를 열어젖히는 힘이 있습니다.” 그는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한 세태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인간에 대한 경외심과 연민, 다른 이의 고통을 이해하려는 능력이 부족한 세태를 꼬집으면서 유림들의 태도를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애 선생은 몇 달 동안 고요히 앉아 사유하고 글을 썼습니다. 새가 알을 품듯 오래 기다리고 조용히 기다렸지요 또 제자가 질문하면 몇날며칠 고민한 뒤 답을 주곤 했습니다. 우리는 그런 태도를 완전히 상실했습니다. 그저 뜨고 싶어 하는 이들이 넘치는 천박한 세상이 된 겁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는 “답이 없다”며 오래 고민한 뒤 “일상생활을 바르게 유지하는 게 하나의 답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말을 바르게 하고 잘 듣고 신중히 사유하는 기본을 지키라는 것. 무엇보다 그는 인간이 추구해야 할 목표는 친절이라며, 친절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죽은 뒤 친절한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글 잘 쓰는 건 필요 없3고, 상냥하고 친절한 사람으로 기억해줬으면 합니다. 인간이 추구해야 할 최고의 목표는 친절입니다.” 김 작가는 2일 경상북도 예천시 초간정에서도 낭독회를 열고 “인문학은 반성하는 것이다. 일상이 올바른지 인간에 맞는 것인지를 반성하는 게 인문학의 사명”이라고 했다. 안동=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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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양아 출신 在美시인 신선영 씨 “뿌리에 대한 갈망은 내 인생의 화두”

    “스팸 메일인가 했어요. 나를 어떻게 알고 한국에서 연락을 주셨나 했죠.” 20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만난 재미교포 시인 신선영 씨(44·사진)가 웃으며 말했다. 그는 올해 처음 한국문학번역원이 주최한 해외 한인작가 초청 축제인 ‘소통과 평화의 플랫폼’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그는 “기대하지 못한 초대라 무척 반가웠다. 입양인 작가로서의 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어서 기뻤다”고 했다. 신 시인은 1975년 생후 8개월(추정) 때 미국으로 건너갔다. 입양 가정에서 사랑을 받고 자랐지만 뿌리를 향한 본능은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지금까지 낸 시집 3권은 각각 언어, 한국, 입양에 대한 단상을 담고 있다. ‘온통 검은색인 치마’는 아시안 아메리칸 문학상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눈부신 광채’는 미네소타 도서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해외 입양 서류에는 ‘출생지: 미상, 이름: 미상, 성별: 여, 여행 목적: 입양’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한국의 법적 고아였던 상황은 인생을 지배하는 화두죠. 이번이 다섯 번째 방문인데, 이방인의 눈에 비친 모든 모습이 새롭게 느껴집니다. 두 번째 시집에는 집회하는 모습을 작품에 담기도 했어요. 미국은 백인과 유색인종의 구도인 경우가 많은데, (한국은) 경찰과 시위대가 같은 외모를 가져 형제나 자녀 간 갈등으로 느껴졌죠.” 1970년대에 해외로 건너간 입양아들이 성인으로 성장하면서 현지 문단에 다수 진출했다. 미국 학계에서는 ‘입양문학 장르’라는 평도 나온다고 한다. 신 작가는 “각지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작가들이 연대하면 세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다음 시집에서는 귀화와 시민권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해요. 국가의 테두리에서 내부인과 외부인의 경계인을 가르는 기준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처음 한국을 함께 찾은 아이들이 제 고향을 좋아해 줘서 자랑스러워요. 언젠가 한국에서 머물고 싶습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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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서 미리 맛본 축제… 이제 직접 즐기러 떠나요!

    “올여름 휴가는 합천에서 오∼싹하게 보내세요!” 2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북측 광장. 꼬리 아홉 달린 구미호와 얼굴에 피칠갑을 한 경찰특공대원, 영화 ‘컨저링’에 나오는 수녀 귀신이 등장했다. 난데없는 ‘귀신 3인방’을 보고 기겁하는 시민들에게 이들은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합천 영상테마파크 내 고스트파크에서 26일부터 8월 18일까지 호러 축제가 열려요. 귀신 구경하러 놀러오세요.” 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이어진 ‘제7회 K-Festival 2019, 파이팅 코리아 내고향 페스티벌’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각 지역은 다채로운 이벤트를 통해 축제를 알리는 데 성공했다. 시민들은 축제를 미리 체험하며 국내 여행 계획을 짜느라 여념이 없었다. “강원도에서 최근 큰불이 났죠. 여행으로 힘을 보태주세요! 여름 하면 강원도죠.”(강원) “장인의 솜씨와 신선한 식재료가 만났습니다. 전라남도에서 음식의 향연을 즐겨보세요∼.”(전남) 2013년부터 열린 박람회는 올해로 7회째를 맞았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축제와 숨겨진 지역 관광자원을 널리 알려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행사로 동아일보와 채널A, 동인앤컴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 하이원리조트가 후원한다. 올해는 특히 체험 행사가 부쩍 늘어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충남 보령시가 마련한 부스에서는 지역 기업 ‘머드몬스터’가 선보인 ‘진흙 슬라임’이 인기를 끌었다. 경기 한민고 1학년 김주은 양은 “슬라임을 좋아하는데 유해 물질 때문에 부모님이 걱정하신다. 촉감은 기존 슬라임과 똑같은데 진흙을 섞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곳에서는 흑임자와 오징어 먹물로 진흙색을 표현한 아이스크림 ‘머드콘’도 함께 선보였다. 머드몬스터 관계자는 “보령은 진흙으로 유명한데 관련 놀이는 다양성이 부족했다. 머드를 내세운 먹거리 놀거리로 축제를 확장하고자 한다”고 했다. 경남 진주남강유등축제 부스가 마련한 유등 만들기 체험 행사는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이곳에서 만난 60대 부부는 “큰 기대 없이 방문했는데 다양한 체험 행사가 열려 만족도 100%다. 각 부스를 돌면서 1년 치 나들이 계획을 짜고 있다”고 했다. 전북 김제시가 마련한 부스는 짚풀, 보릿대, 압화 공예 체험 행사를 진행했다. 뻣뻣한 보릿대로 여치집을 만들던 김현수 양(12)은 “책에서만 보던 짚풀을 직접 만지게 돼서 신기하다. 여치집을 만들어 동네 외국인 친구에게 선물할 것”이라고 했다. 부스를 방문한 박준배 김제시장은 “김제에서는 전통 농경문화를 테마로 지평선축제를 열고 있다. 수도권에서 적극 홍보를 벌여 지평선축제를 세계적 규모로 키우고 싶다”고 했다. 행사장에는 외국인 참가자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올해 행사에는 문체부가 선정한 ‘5대 글로벌 육성축제’인 보령머드축제, 안동탈춤축제, 진주남강유등축제, 김제지평선축제, 화천산천어축제를 비롯해 65개 축제에서 110개 부스를 마련했다. 산천한방약초축제, 제주들불축제, 부여서동연꽃축제, 밀양아리랑대축제 등 지역 색 짙은 축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덕환 진주남강유등축제 홍보팀장은 “다른 지역 인재들과 축제에 대한 정보 및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어 큰 도움을 받았다. 수도권에서 홍보 기회를 갖게 된 것도 큰 이점”이라고 했다. 박람회는 끝났지만 전국의 진짜 축제는 이제 시작이다. 전국 축제 정보는 한국축제박람회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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