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식

김갑식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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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갑식 부국장입니다.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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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사 못 올리지만 기도하며 아픔 나눠야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순절 시기임에도 미사를 올리지 못하는 초유의 상황입니다. 대구의 한 사제가 전하는 상황은 충격, 그 자체입니다. 기도와 단식, 자선을 통해 어려운 이웃의 아픔을 나눠야죠.”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한국교회사연구소에서 만난 소장 조한건 신부(47)의 말이다. 당초 이날 인터뷰에서는 지난달 이 연구소에서 출간한 ‘역대 교구장 유물자료집―김수환 추기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지만 전날 서울대교구의 미사 중단 발표가 자연스럽게 화제에 올랐다. 지난달 26일 오후 제주와 원주 교구마저 미사 중단을 결정하면서 한국 가톨릭 역사 236년 만에 처음으로 16개 전체 교구의 미사가 중단됐다. ―서울대교구의 미사 중단 발표는 어떤 의미인가. “한국 가톨릭사에는 ‘어떻게 하면 전례와 성사(聖事)의 연속성을 지켰느냐’에 대한 기록이 많다. 박해를 피해 몰래 고해성사하거나 간단한 형태로 보속(補贖·죄를 보상하거나 대가를 치르는 일)하는 등 다양한 기록이 있다.” ―미사는 중단될 수 없는 가치라는 뜻인가. “일례로 첨례경(瞻禮經)은 기도문과 절차 등을 담은 것이다. 지금 남아 있는 첨례경은 1864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해와 전쟁 등으로 사제 없이 신자들끼리 모여 공소(公所) 예절을 진행했다는 의미를 엿볼 수 있다.” ―코로나19 등 역병으로 인한 미사 중단 지침은 있었나. “당연히 없다. 과학적 지식이 부족한 중세에는 오히려 역병이 돌 때 성당에 와서 기도하라고 했다. 제1차 세계대전 같은 전쟁 때에는 성당을 언제까지 지키라는 지침이 있었다. 하지만 6·25전쟁 중 피하라는 지침에도 성당을 지키다 순교한 사제들이 적지 않다.” ―미사 중단은 한국 가톨릭사에 어떤 의미로 남을까. “과거나 지금이나 성직자가 신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은 달라진 게 없다. 반면 박해 시대에는 신자들이 신부님들을 피신시켰다는 기록도 많다. 염수정 추기경님의 이번 발표도 교구사의 중요한 기록으로 남게 될 것이다.” 2000년 사제품을 받은 조 신부는 2012년 서강대에서 우리말로 번역된 최초의 성서로 알려진 ‘성경직해광익(聖經直解廣益)’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2018년부터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김수환 추기경의 생전 유서가 화제가 됐다. “유서 얘기는 전해 들었는데 이번에 정리하면서 처음 봤다. 유서를 세 번 접어 봉투에 넣고 풀칠했더라. 당시 세계 최연소 추기경이 된 김 추기경님의 무거운 마음가짐을 느낄 수 있었다. 추기경으로 임명되기 사흘 전 주한 교황청대사관에서 그 사실을 알린 서류, 은사였던 회프너 신부와 함께 추기경으로 이름이 등재된 교황청 회보도 희귀 자료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김 추기경께서는 지인이나 어려운 분들에게 편지와 카드를 자주 썼다. 그런데 복사본은 많은데 원본이 대부분 없었다. 나중에 소장자들의 도움을 받아 원본을 모아 엮는 작업을 한다면 추기경의 마음과 영성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서울대교구 200년사는 어떻게 정리되나. “조선대목구로 출발한 서울대교구는 2031년 교구 설정 200주년을 맞는다. 역대 교구장의 유품을 포함해 박해 시대부터 가까운 시점까지 많은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내년 또는 내후년 파리외방전교회를 비롯한 해외 선교단체 자료를 중심으로 심포지엄도 진행할 계획이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20-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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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쟁통에도 멈춘 적 없는데…“미사 중단” 가톨릭 사제의 ‘금기어’

    25일 천주교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에 따라 각 본당은 26일부터 3월 10일까지 2주 동안 신자들과 함께하는 미사와 모임 등을 중지한다”는 취지의 담화문을 밝혔다. 하루 뒤, 26일 찾은 서울 명동대성당(사진)은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선입견인지 몰라도 평소보다 사람들이 적어 보였고, 오후에는 성당 내부에 대한 방역 작업이 이뤄졌다. 이날 다시 제주와 원주 교구의 발표로 한국 가톨릭사 236년 만에 모든 성당의 미사가 중단됐다. “한국은 물론 세계 가톨릭사에서도 이런 상황은 유례가 없다”는 게 교구들의 협의체인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측의 반응이었다. 초유의 미사 중단은 가톨릭 교계의 입장에서 뼈를 깎는 차원의 결단이었다. 서울대교구 관계자에 따르면 염 추기경은 마지막까지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는 후문이다. 지역 본당의 의견을 청취하고 여러 차례 기도한 뒤에도 “미사를 중단하자”는 말이 차마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일곱 글자는 사제로서는 절대 해서는 안 될 ‘금기어’였다. 이날 서울대교구 한국교회사연구소를 취재하면서 그 말의 의미와 실체를 좀 더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소장인 조한건 신부는 여러 책 속에서 ‘첨례경(瞻禮經)’이라고 불리는 작고 낡은 책을 꺼내 보여줬다. “지금 남아 있는 첨례경은 1864년경으로 거슬러 간다. 사제가 없을 때 미사를 대신할 수 있도록 기도문과 절차를 담았다. 박해와 전쟁 등으로 신자들끼리 모여 미사를 중단 없이 진행했다는 의미도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가톨릭계의 미사 중단이 발표되자 각 교구에는 나이든 신자들을 중심으로 “전쟁 통에도 미사를 진행했다. 신부님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미사를 중단하느냐”는 항의성 문의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가톨릭의 미사는 사제들이나 신자들 모두에게 결코 중단될 수 없는 가치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이런 정서를 잘 아는 가톨릭계 지도자의 마음이 염 추기경과 수원교구장인 이용훈 주교 등의 담화에서 잘 드러난다. 한마디로, 국가적 위기의 극복과 신자들의 안전과 생명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염 추기경은 “우리가 당분간 본당에서 미사를 봉헌하지 못하지만, 병마와 싸우는 이웃의 아픔으로 묵상하며, 기도와 희생 속에 사순시기를 보내 달라”고 당부했다. 가톨릭 전체 교구의 미사가 중단된 가운데 개신교의 주일(일요일) 예배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독실한 신앙이 있다면, 꼭 예배당에 모여서 지내야 예배는 아니다”라는 한 목회자의 조언도 귀담아 들을 만하다. 염 추기경 담화의 제목은 마태복음 구절을 인용한 것이었다. “너희는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 하신 말씀이 무슨 뜻인지 배워라.”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20-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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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신교인, 코로나 확산 때 ‘주일 예배 중단’ 찬성 71%…반대 24%”

    개신교 신자들 사이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확산하는 동안 주일 (일요일) 예배를 진행하기보다는 중단을 바라는 의견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와 한국기독교언론포럼이 24, 25일 전국 만 18~69세 성인 남녀 개신교인 5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 19 확산으로 인한 주일 예배 중단’ 찬반 여부를 묻는 말에 응답자의 71%가 찬성했다. 반대는 24%였다. 다른 다중이용시설과 비교해 교회시설의 위험도를 묻는 질문에는 ‘더 위험하다’가 29%, ‘덜 위험하다’ 8%, ‘비슷하다’가 63%였다. 조사대상자 57%는 코로나 19가 확산하기 시작한 23일 주일예배에 가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들 중 80%는 다가오는 주일인 3월 1일 예배에도 불참하겠다고 했다. 반면 23일 교회에 출석한 이들의 79%는 현재 상황이 지속하더라도 돌아오는 주일 예배에 참석하겠다고 답변했다. 신자들이 교회 예배를 가지 않은 이유로는 ‘본인 감염 또는 걱정’ 25%, ‘교회 권고에 따라’가 23%, ‘예배 중단’ 22%, ‘자녀 감염 걱정’ 19% 등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와 분석은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수행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20-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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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양우 장관 “개신교계 영상예배 등 코로나19 확산방지 협조 요청”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개신교계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박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교) 본부에서 윤보환 감독회장 직무 대행을 만나 최근 코로나19 위기 경보를 ‘심각’으로 격상한 정부 시책에 따라 예방 활동에 앞장서고 있는데 감사를 표한 뒤 “코로나19의 선제적 예방 차원에서 밀폐되고 협소한 공간의 밀집 행사를 중단, 자제, 연기하고 예배를 영상예배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감리교를 포함한 개신교계의 협조를 부탁했다. 한편 이날 새문안교회, 금란교회, 오륜교회 등이 잇달아 주일(일요일) 예배를 중단하고 온라인 예배로 대신하기로 했다. 한국 구세군도 3월 1, 8일 주일 예배를 영상 예배로 대체한다고 밝혔다. 구세군은 전국 9개 지역에 229개 영문(교회)이 있다. 교계에서는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비롯한 대형교회들이 내부 논의를 통해 주일 예배의 중단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20-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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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주교, 236년 역사상 처음 모든 미사 중단

    한국 가톨릭교회 236년 역사상 처음으로 전국 16개 교구 모든 성당의 미사 중단이 26일 결정됐다. 서울대교구 등 14개 교구에 이어 이날 제주, 원주 교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에 따라 미사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국내 가톨릭은 1784년 중국 베이징에서 이승훈이 세례를 받고 귀국한 뒤 국내에서 활동한 것을 출발점으로 본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국 가톨릭은 성당 1747곳에 신자 수는 586만6000여 명에 이른다. 제주교구는 이날 공문을 통해 “27일부터 3월 7일까지 미사를 중지한다”는 결정을 발표했다. 또 교구가 작성하고 교구장 주교가 승인한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 은총을 청하는 기도’를 배포하고 교구 신자가 기도를 바쳐 달라고 권고했다. 원주교구도 같은 날 지침을 내 27일부터 별도의 지침이 있을 때까지 ‘교우들과 함께 드리는 미사’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19일 대구대교구가 미사 중단을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일주일 만에 전체 교구의 후속 조치가 이어졌다. 각 교구에서는 미사가 중단됨에 따라 신자들은 묵주기도와 성경봉독, 선행 등으로 그 의무를 대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교구장들의 협의체인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 따르면 26일 사순절 시작을 알리는 ‘재의 수요일 미사’는 전국 성당, 수도원, 성지에서 상주하는 신부들과 수도자들만 참석한 가운데 봉헌됐다. 가톨릭 교계에서는 전례 없는 결정인 만큼 성직자는 물론 신자들 사이에서도 고민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서울대교구의 한 관계자는 “사제들 사이에서 미사 중단을 둘러싸고 여러 의견이 나왔다”며 “또 나이가 많은 신자들은 ‘전쟁 중에도 미사를 어떤 방식으로든 진행했는데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들을 많이 전달해 왔다”고 말했다. 주교회의 홍보국장인 안봉환 신부는 “16개 모든 교구의 미사가 중단된 것은 한국은 물론 세계 가톨릭사에서도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가톨릭교회가 신자들의 건강을 지키고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위기 극복을 위해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20-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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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도권 확진자 100명 넘어… 병원-교회 집단감염 우려 초긴장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00명을 넘어섰다. 전국 확진자의 10% 미만이지만 수도권엔 인구 2500만 명 이상이 몰려 있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비율이 높다. 26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수도권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이날 오후 11시 현재 110명이다. 이들의 감염 경로는 확진자 접촉 47명, 외국 입국 16명, 대구경북 방문 16명, 신천지예수교(신천지) 교인 12명, 병원 감염 5명, 미확인 14명 등이다. 이재갑 한림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대구에선 집단 발병했다. 수도권은 산발적으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며 “보건당국 등은 교회 등에서 추가 확산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중심부도, 강남 3구도 뚫렸다 26일 서울 강남구에서 두 명의 확진자가 나오며 이미 감염자가 나온 송파구, 서초구 등 이른바 강남 3구도 코로나19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정순균 서울 강남구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강남구에서 27세 남성과 30세 여성이 코로나19 양성 확진자로 판명됐다”며 “두 확진자를 서울시립서남병원 격리병상으로 이송했다. 방역소독 등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27세 남성은 16일 신천지 대구교회 예배에 참석했고 이후 논현동 누나의 집과 중구 호텔을 찾았다. 그는 20일 지하철을 타고 을지로4가역에 도착해 30분가량 청계천 일대에서 산책했다. 30세 여성은 16일 대구 결혼식에 다녀온 뒤 압구정동 자택에 돌아와 피트니스센터를 찾아 개인 트레이너로부터 강습을 받았다. 중구 을지로의 SK텔레콤 T타워에 근무하던 직원도 양성 반응이 나와 26일부터 28일까지 건물을 폐쇄하고 방역작업에 들어갔다. 이 직원은 은평성모병원에서 가족을 간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에는 LS용산타워 근무자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건물이 폐쇄됐다. 강남 3구의 첫 번째 확진자는 19번 환자로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귀국한 뒤 5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강남 대형교회 교인도 추가 확진 대형 교회인 강남구 소망교회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했다. 소망교회는 이날 공지사항에 올린 긴급 게시물에서 “25일 경기 안양에서 5번째 확진자가 발생했다”며 “21일 발현 증상이 나타나서 자택에서 자가 격리 중 25일 질병관리본부로부터 확진 판정을 받은 이분은 소망교회 등록교인”이라고 밝혔다. 이어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7월 홍콩으로 출국했다가 올 1월 22일 귀국했고 19일 대구 출장을 다녀온 회사 동료와 업무 관계로 만났던 것으로 발표됐다”고 했다. 이 교회의 출석 신자는 4만여 명에 달한다. 25일 강동구 명성교회의 한 목사도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의 지인인 선교사 자녀도 외국에서 귀국해 목사의 집에 머물다가 감염됐다. 해당 교회 교인 등 밀접 접촉자 221명은 자가 격리 중이며, 유증상자에 대한 검체 검사를 시작했다. 강동구는 명성교회에 현장대책반과 선별진료소를 설치하고 예배 참석 교인을 전수조사 중이다. 병원 내 감염도 우려된다. 서울시는 은평성모병원의 응급실과 외래진료를 모두 폐쇄하고 대책상황실을 운영하며 추가 감염 저지에 나섰다. 이 병원의 이송요원으로 근무했던 161번 환자를 시작으로 입원 중이던 환자 3명과 간병인 1명, 입원자의 배우자 1명 등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은평구 및 은평성모병원 관련 추가 확진자가 발생함에 따라 병원 내 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원순 “하루 안에 신천지 교인 전수조사 마치겠다” 신천지 교인이 수도권에서 확진 판정을 받는 사례도 늘고 있다. 대구 거주 신천지 교인인 111번 환자는 신용카드 영업을 위해 서울을 찾았다가 마포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경기 성남에 거주하는 25세 남성은 대구 신천지교회를 방문했다가 25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대구에 거주하는 70대 부부가 경기 남양주에서 26일 확진 판정을 받고 경기 고양 명지병원으로 이송됐다. 77세 남성과 72세 여성인 이들 부부는 신천지 교인으로 대구교회 예배에서 31번 환자와 접촉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6일 오후 7시 40분경 페이스북을 통해 “방금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부터 서울 소재 신천지 교인 2만8300명의 명단을 받았다”며 “사안이 엄중하고 다급한 만큼 하루 안에 전수조사를 끝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출장, 결혼식 등으로 대구경북 지역을 방문했다가 감염된 사례도 나왔다. 친척 결혼식 참석을 위해 대구를 다녀갔던 경기 김포 거주 30대 부부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예식장에는 31번 환자가 있었다. 이 부부의 16개월 딸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확인되지 않은 감염 경로도 여전 감염 경로가 확인되지 않은 사례도 적지 않다. 인천에 거주하는 한 관광가이드(58)는 한 차례 음성 판정을 받은 뒤 12일 만인 25일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는 지난달 23∼26일 서울에서 중국인을 대상으로 관광 가이드를 했다. 대구경북 지역을 방문한 사실이 없고 신천지 교인도 아니라 감염 경로가 명확하지 않다. 경기 김포의 36세 남성은 24일 서울 마포구보건소를 방문해 검사받은 뒤 확진 판정을 받았다. 19일 처음 오한 등의 증상이 나타나 이비인후과의원을 3번 방문했지만 감염 경로가 드러나지 않았다.홍석호 will@donga.com / 수원=이경진 기자 /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 2020-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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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동성당 등 서울 성당 232곳 문닫는다

    가톨릭 최대 교구인 서울대교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미사 중단 조치를 25일 발표했다.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은 이날 담화문에서 “각 본당은 2월 26일부터 3월 10일까지 2주 동안 신자들과 함께하는 미사와 모임 등을 중지한다”고 밝혔다. 이 교구의 본당은 명동대성당을 포함해 232개이며 신자 수는 전체 가톨릭 인구 586만 명 중 25.9%(약 152만 명)에 이른다. 염 추기경은 이 담화문에서 “감염과 격리자가 늘어가면서 편견과 배척, 자신만을 위한 이기적인 행동으로 상처를 주고받는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며 “어렵고 힘든 때일수록 서로를 배려하고 사랑의 마음으로 하나가 될 수 있어야겠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또 “정치 지도자들은 국민에게 중요한 존재며, 국가의 중요한 선택을 할 때 국민의 생존과 안정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혹시라도 코로나19의 불행한 상황을 정략적이거나 정치적인 도구로 삼으려고 하는 시도는 결코 없어야겠다”고 했다. 마산교구도 이날 미사 중단을 공지해 제주, 원주교구 등 2곳을 뺀 14개 교구가 미사를 중단한 상태다. 천주교주교회의 자료에 따르면 미사가 중단된 전국 성당은 95%(1660여 개)에 달한다. 개신교에서는 소망교회에 이어 대형교회인 온누리교회가 예배 중단을 발표했다. 이재훈 담임목사는 “교회는 사회 전체의 안전을 위해 협력해야 하는 사명도 있다”며 “26일부터 3월 14일까지 모든 예배와 모임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한편 불교와 가톨릭, 개신교, 원불교, 성균관, 천도교, 민족종교 등 7대 종단 지도자들로 구성된 종교인평화회의(KCRP)도 이날 모임을 가진 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종교계가 모든 협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20-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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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톨릭 서울대교구도 미사 중단 조치… “26일부터~내달 10일까지”

    가톨릭 최대 교구인 서울대교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미사 중단조치를 25일 발표했다.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은 이날 담화문에서 “서울대교구 내 각 본당은 2월 26일부터 3월 10일까지 2주 동안 신자들과 함께 하는 미사를 중지하고 본당 내 회합이나 행사, 외부의 모임도 중단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 교구의 본당은 명동대성당을 포함해 232개이며 신자 수는 전체 가톨릭 인구 586여만 명 중 25.9%(약 152만 명)에 이른다. 서울대교구의 이번 조치로 전체 16개 교구 중 제주, 마산, 원주교구 등 3곳을 뺀 13개 교구가 미사 중단을 발표했다. 마산교구는 미사 중단을 공식화하지는 않았지만 현지 상황에 따라 본당 신부들이 미사 중단을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염 추기경은 담화문에서 “사순절의 시작인 ‘재의 수요일’을 예식과 미사 없이 시작한다는 것이 무척 마음 아픈 일이지만 신자들의 안전과 생명을 우선적으로 생각해 결정했음을 헤아려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담화문에는 정치지도자에 대한 메시지도 포함돼 있다. 염 추기경은 “국가와 정치지도자들을 위해서도 기도를 바쳐주기 바란다”며 “정치지도자들은 국민에게 중요한 존재며, 국가의 중요한 선택을 할 때 국민의 생존과 안정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혹시라도 코로나19의 불행한 상황을 정략적이거나 정치적인 도구로 삼으려고 하는 시도는 결코 없어야겠다”고 강조했다. 염 추기경은 우리 사회에 대해서도 “감염과 격리자가 늘어가면서 편견과 배척, 자신만을 위한 이기적인 행동으로 상처를 주고받는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며 “어렵고 힘든 때일수록 서로를 배려하고 사랑의 마음으로 하나가 될 수 있어야겠다”고 덧붙였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20-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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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주교 16개 교구중 12곳 미사 중단

    가톨릭의 전체 16개 교구 중 12개 교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됨에 따라 미사를 중단한다. 기존에 대구, 안동, 광주, 수원교구에 이어 24일 하루에만 청주, 부산, 군종, 인천, 전주, 춘천, 의정부, 대전 등 8개 교구가 잇달아 미사 중단을 발표했다. 서울, 원주, 마산, 제주 교구 등 4곳은 아직 미사 중단을 결정하지 않았지만 결국 전체 교구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사 중단은 국내 가톨릭사에서 초유의 일이다. 조선시대 박해나 6·25전쟁 때 개별 성당이 미사를 중단한 예는 있지만 교구 차원의 전면적인 미사 중단은 처음이라는 게 천주교계의 설명이다.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사태 때에도 미사 중단은 없었다. 특히 본당 230여 개에 신자 수 153만여 명으로 국내 최대 규모인 서울대교구의 미사 중단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 명동대성당을 비롯해 주요 성당의 주일(일요일) 미사 참석자 수는 평소의 30% 수준으로 떨어졌다. 서울대교구의 한 관계자는 “매일 각 본당의 의견도 청취하면서 상황의 심각성을 감안해 후속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개신교에서는 소망교회가 서울의 대형 교회로는 처음으로 주일 예배를 중단했다. 이 교회는 24일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문에서 “24일부터 주일 예배와 새벽기도회를 잠정 중단하고 교회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한 온라인 예배로 대체한다”고 밝혔다. 이 교회의 출석 신자는 4만여 명에 달한다. 부목사와 신자 등 6명이 경북 청도대남병원 장례식장을 방문한 뒤 예배에 참석해 논란을 빚었던 명성교회는 “평일 새벽기도와 수요 예배는 취소하고 온라인 예배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개신교계에서는 주일 예배를 중단하고 온라인 예배로 대체하는 대형 교회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20-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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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풀-꽃은 모두 약차… 잡초도 독소 없애고 마시면 생명초”

    “차도 제각기 알맞은 계절이 있어서 봄에는 잎차, 여름엔 꽃차, 가을엔 열매차, 겨울엔 뿌리차 등 제철 약차를 계절별로 즐길 수 있다.” 최근 출간된 ‘선엽 스님의 힐링 약차’(마음서재·사진)의 일부다. 20일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의 티 카페 ‘마음정원’에서 선엽 스님(48)을 만났다. 2010년 스님이 이곳에 정착하면서 문을 열었다. “병원 호스피스로 일하면서 다실을 통해 차와 명상을 알렸어요. 그런데 원인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통증과 마비 증상이 극심해 모든 일을 접었고, 부끄러운 일이지만 나쁜 결심까지 했습니다.” 선엽 스님은 전남 영암 월출산에서 마지막으로 부처님 앞에 차 한 잔을 올렸는데, 그 차 한 잔에서 삶의 의지를 발견했다고 한다. 생사(生死)를 뛰어넘기 위해 출가했는데 육신의 고통에 무너졌으니 마음공부를 허투루 했다는 반성도 일었다. 남양주에 정착한 뒤 전국의 산을 올랐다. “이 산 저 산으로 죽을 만큼 몸을 끌고 다녔어요. 그런데 평소 관심이 없던 발 앞의 풀들이 자꾸 눈에 보여요. 여기, 북한강 앞에도 산야초가 많고요. 좋다는 풀과 꽃을 차로 만들어 마시면서 몸이 회복되는 걸 느꼈습니다.” 어느 정도 몸이 회복되자 차에 대한 공부를 다시 시작했는데 경험을 토대로 한 ‘약차(藥茶)’ 연구였다. 대학 졸업 뒤 직장에 다니던 그는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겪으면서 2003년 출가했다. “태어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앞으로 가는 길을 모르고 간다는 것이 너무 답답하고 두려워 출가를 결심했죠. 그런데 어릴 때부터 약한 데다 협심증 증세가 심해 절집 생활이 힘들었어요. 참선하다, 병원에서 활동하다 정신을 잃어 중환자실에 몇 차례 실려 갔어요.” 어려울 때마다 스님 삶의 등불이 되어준 게 바로 차였다. 스님과 가까워진 이들이 종종 법명 중 한자가 ‘잎사귀 엽(葉)’이냐고 묻는다. “부처님 말씀을 잘 공부해 그 광명을 세상에 불과 빛으로 나타내고 싶어 참선 선(禪), 이글거릴 엽((녑,엽))으로 정했죠(웃음). 행자 생활이 힘들어도 찻상 앞에 앉으면 몸과 마음이 가벼워졌어요.” 스님은 우리 풀과 꽃을 연구하면서 200여 종의 차를 개발했다. 책에는 몸에 좋은 82가지 약차의 특징과 효능, 만드는 법이 실려 있다. 알려진 것도 있지만 환삼덩굴차, 능소화차 같은 생소한 것들이 적지 않다. 산과 들에서 흔히 보는 잡초도 적절한 차 만들기를 통해 독소를 제거하고 체질에 맞게 먹는다면 생명초(生命草)가 될 수 있다는 게 스님의 말이다. “환삼덩굴은 가시만 있고 쓸모는 없다고 해요. 닿기만 해도 피가 나서 며느리 괴롭히는 털로 불려요. 차로 만들면 노란 빛깔에 구수한 맛이 나는데 기침과 폐렴에 좋습니다. 능소화는 여성의 분향 같은 냄새가 강한데 항균 작용이 있어요.” 스님이 만든 약차와 한방차는 2017년 중국중앙(CC)TV에서 웰빙 식품으로 소개됐다. 2019년에는 미국 뉴욕에서 열린 고려불화 재현전에 초대돼 차 문화를 퍼포먼스로 선보였다. 차의 대중화가 스님의 목표다. 향후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약차를 알릴 수 있는 카페도 열 계획이다. “전통차 하면 녹차를 많이 떠올리지만 우리 자연의 모든 풀과 꽃을 효능이 좋은 약차로 만들 수 있습니다. 한국 전통차도 ‘K카페’로 한류의 한 부분이 될 잠재력이 충분해요. 제게는 차가 생명이고 수행입니다.” 남양주=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20-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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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광주 등 성당 400여곳 미사 중단… 교회들은 인터넷 예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자 종교계는 미사와 예배 등을 중단하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23일 가톨릭 교계에 따르면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다녀온 신자들 사이에서 확진자가 나온 천주교 안동교구는 3월 13일까지 미사를 3주간 중단하고 교구 시설을 전면 폐쇄하기로 했다. 현지 성지순례를 담당했던 가이드가 투어팀 직원으로 있는 가톨릭신문 서울본사(서울 광진구)도 폐쇄됐다. 안동교구 측은 “미사는 물론 신자가 모이는 모든 모임과 회합, 행사도 중단한다”고 밝혔다. 안동교구는 안동시를 비롯해 의성군, 청송군 등 경북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46개 본당에 4만4000여 명의 신자가 있다. 수원교구도 23일 홈페이지를 통해 “24일부터 3월 11일까지 교구 내 본당 미사와 모든 교육 및 행사, 각종 단체 모임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수원교구는 218개 본당에 신자 수 90여만 명으로 서울대교구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 광주대교구도 3월 5일까지 미사와 모든 모임을 중단하기로 했다. 광주대교구 미사가 전면 중단된 것은 1937년 교구 창설 이래 처음이다. 광주대교구는 광주와 전남 지역에 140개 본당이 있고 신자 수는 36만여 명이다. 부산교구도 홈페이지를 통해 확진자가 발생한 본당을 2주간 폐쇄하며, 각 성당에서 면역력이 저하되거나 불안감이 큰 신자들의 주일 미사 참여 의무를 면해준다고 밝혔다. 개신교계에서는 부산 해운대 수영로 교회와 동부산교회가 23일부터 교회를 잠정폐쇄했다. 주일(일요일) 예배를 인터넷 방송으로 대체하는 교회도 늘어나고 있다. 대구 지역의 대구동신, 내당, 대봉교회 등과 전북 지역의 전주 바울교회, 더온누리교회 등도 23일 예배를 인터넷 방송으로 진행하고 시설을 통제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23일 발표한 긴급 지침에서 24일 초하루 법회를 포함해 모든 법회와 성지순례, 교육 등의 행사와 모임을 전면적으로 취소하고, 개별 사찰들이 산문(山門) 폐쇄를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달라고 요청했다. 경남 합천의 해인사는 3월 1일까지 가야산과 해인사를 출입하는 모든 차량과 사람의 출입을 통제하는 산문 폐쇄조치를 실시한다고 22일 밝혔다. 경북 영천 은해사도 3월 4일까지 외부인 출입을 전면 통제하고, 부산 금정구 범어사도 23일부터 코로나19 사태가 호전될 때까지 모든 대중 법회를 취소하기로 했다. 한편 서울의 대형 교회와 성당들은 23일 각각 주일 예배와 미사를 진행했지만 평소보다 참석자가 크게 줄었다. 명동성당에서는 참석자들이 마스크를 쓰고 참여하도록 했고, 교회들은 입구에서 신자들이 세정제로 손을 씻도록 하고, 발열 여부를 측정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교계의 한 관계자는 “신천지 신자들이 기존 교회들을 찾는다는 얘기가 나돌아 신자가 아닌 방문객의 출입을 통제하고, 증상이 없으면서 신분이 확인된 사람만 출입하도록 하고 있다”면서도 “신자증은 여의도순복음교회 정도만 발행하고 있어 사실상 출입통제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주 예배는 진행했지만 이후 교단과 대형교회 내에서 예배 중단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전채은 / 부산=조용휘 기자}

    • 2020-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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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사 중단하고 교회 잠정 폐쇄…‘코로나19’에 종교계도 비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확산되자 종교계는 미사와 예배 등을 중단하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23일 가톨릭 교계에 따르면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다녀온 신자들 사이에서 확진자가 나온 천주교안동교구는 3월 13일까지 미사를 3주간 중단하고 교구 시설을 전면 폐쇄하기로 했다. 현지 성지순례를 담당했던 가이드가 투어팀 직원으로 있는 가톨릭신문 서울본사(서울 광진구)도 폐쇄됐다. 안동교구 측은 “미사는 물론 신자가 모이는 모든 모임과 회합, 행사도 중단한다”고 밝혔다. 안동교구는 안동시를 비롯해 의성군, 청송군 등 경북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46개 본당에 4만 4000여명의 신자가 있다. 광주대교구도 3월 5일까지 미사와 모든 모임을 중단하기로 했다. 광주대교구 미사가 전면 중단된 것은 1937년 교구 창설 이래 83년 만에 처음이다. 광주대교구장이자 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확산에 따른 교구 긴급지침’을 발표하고 미사와 사목회의, 회합 등 모든 모임을 중단하도록 했다. 광주대교구는 광주와 전남 지역에 140개 본당이 있고 신자 수는 36만 3000여명이다. 확진자가 미사를 드린 것으로 알려진 부산 해운대 장산성당과 연제구 토현성당도 잠정적으로 시설을 폐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신교계에서는 부산 해운대 수영로 교회와 동부산교회가 23일부터 교회를 잠정 폐쇄했다. 주일(일요일) 예배를 인터넷 방송으로 대체하는 교회도 늘어나고 있다. 대구동신, 내당, 대봉 교회 등 대구 지역에 이어 전주 바울교회, 더온누리교회도 등 전북 지역 교회들도 23일 예배를 인터넷 방송으로 진행하고 시설을 통제했다. 전주 바울교회는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교회 시설 통제를 알렸다. 영남 지역의 주요 사찰들도 사찰을 폐쇄하거나 법회를 금지했다. 경남 합천의 해인사는 3월 1일까지 가야산과 해인사를 출입하는 모든 차량과 사람에 대해 출입을 통제하는 산문(山門) 폐쇄조치를 실시한다고 22일 밝혔다. 해인사 측은 “3월 1일 이후 코로나 19 확산 정도에 따라 산문 통제 조치를 추가로 연장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경북 영천에 있는 은해사도 3월 4일까지 외부인 출입을 전면 통제하고, 이 기간 은해사 본사와 말사, 부속기관에서 여는 기도와 법회 등 모든 종교 활동을 금지했다. 부산 금정구의 범어사도 23일부터 코로나 19 사태가 호전될 때까지 모든 대중 법회를 취소하기로 했다. 한편 서울의 대형 교회와 성당들은 23일 각각 주일 예배와 미사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는 3월 말까지 주일예배를 비롯한 핵심 일정을 제외하고는 예배를 최소화할 계획이다. 강동구 명성교회는 예배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하되 교인들에게 각종 모임을 자제하라고 할 방침이다. 교계의 한 관계자는 “신천지 신자들이 기존 교회들을 찾는다는 얘기가 나돌아 신자가 아닌 방문객의 출입을 통제하고 건강과 신분이 확인된 사람만 출입하도록 하고 있다”면서도 “신자증은 여의도순복음교회 정도만 발행하고 있어 사실상 출입통제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주 예배는 진행했지만 이후 교단과 대형교회 내에서 예배 중단 등의 조치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0-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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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수좌의 가슴은 만 장의 얼음이어야”

    “하루 열두 번 참회해도 부족하고 백 번을 새롭게 다짐해도 오히려 모자란다. 수좌의 마음속에 안이함이 자리해서는 안 된다. 이만하면 잘하고 있다는 자긍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 수좌의 가슴은 천 개의 칼이요, 만 장의 얼음이어야 한다.” 출가 60여 년간 선(禪) 수행에 몰두해 ‘영원한 수좌(首座)’로 불리던 봉암사 적명 스님의 유고집 ‘수좌 적명’(불광출판사)에 실린 문장이다. 지난해 12월 갑작스럽게 80세를 일기로 입적한 그는 생전 수행과 후학 지도를 ‘중이 중다워지는 것’으로 여겨 인터뷰도 거의 하지 않았고 글을 남기는 것도 꺼렸다. 책은 스님이 1980년부터 2008년까지 쓴 일기에서 70편의 글을 뽑았고 선방에서 했던 짧은 법문, 드물게 남은 추모사 등을 보탰다. 책은 스님을 닮았다. 화려한 수사보다는 단도직입의 솔직함이 매력적이던 스님의 삶이 담겨 있다. 1983년 4월 어느 날 ‘구도심’이라는 글은 이렇다. “…/일발 강타에 넘어지는 KO도 있고,/누적된 충격 때문에 무너져가는 점진형 KO도 있다.…” 스님은 수행을 방해하는 여러 가지 원인을 ‘펀치’에 비유했다. ‘수좌 적명’은 낭만적인 출가 스토리도 아니고 이른바 큰스님들의 책에서 보이는 익숙한 장식도 없다. 부처님 제자로 살고자 평생 갈고닦아 온 한 수좌를 만날 수 있다.김갑식 문화전문 기자 dunanworld@donga.com}

    • 2020-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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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천지 “작년 中우한에 교회 설립”

    신천지예수교(신천지)가 지난해 중국 우한에 교회를 설립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1일 개신교계에 따르면 신천지는 공식 홈페이지의 2019년 연혁에서 “해외에선 (미국) 워싱턴DC와 우간다, 중국 내 몽고와 영국을 비롯해 중국 무한(우한)에 교회를 설립했다”고 소개했다. 현재 홈페이지에는 우한 교회 관련 대목이 삭제돼 있으나 구글 캐시에 18일 저장된 홈페이지에서는 확인할 수 있다. 신천지 측은 “우한에 사무소가 있었지만 중국 당국에서 (신천지 교회를) 수년 전부터 폐쇄했기 때문에 포교 활동과 교회 운영이 전혀 안 된다. 중국에 갈 수도 없고 우한에서 들어온 사람도 없다”는 입장이다.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89)은 전날 신자들이 볼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에 ‘총회장님 특별편지’라는 공지를 올려 “금번 병마 사건은 신천지가 급성장됨을 마귀가 보고 이를 저지하고자 일으킨 짓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국의 지시에 협조해줘야 한다. 우리 일이다”라며 “전도와 교육은 통신으로 하고 당분간 모임은 피하자”고 덧붙였다. 이 총회장이 이번 사태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신천지도 21일 홈페이지에 잇달아 방역 당국과 자치단체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사이트는 “21일 전국 74개 교회 전체와 부속기관, 부대시설에 대한 방역을 완료하고 18일부터 모든 모임, 전도 활동을 중단하고 있다”며 “다수의 코로나19 환자 발생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천지라는 이유로 당연히 받아야 할 건축허가도 받지 못해 좁은 공간에서 바닥에 앉아 예배 드리는 현실을 ‘독특한 예배 방식’이라며 코로나19 감염의 주범이라고 보도하고 있다”며 “사건의 본질과 관계없이 기성교계의 입장을 대변해 왜곡 비방하는 행위를 중단해 달라”고도 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20-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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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주교 대구대교구 내달 5일까지 미사 중단

    천주교 대구대교구(교구장 조환길 대주교)는 19일 대구 경북 지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함에 따라 교구장 이름으로 긴급 지침을 내려 다음 달 5일까지 미사와 각종 행사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가톨릭에서 미사 중단을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개별 성당이 아니라 교구 차원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난해 1월 기준 대구대교구는 본당 160여개, 신자 49만8000여 명으로 신자 수에서 서울대교구 수원교구 다음으로 크다. 대구를 비롯해 주변의 경북 구미 김천 포항 경주 등을 포함하고 있다. 개신교 교회인 서울 종로구 새문안교회도 이번 일요 예배에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고 참석할 것을 공지했다. 대부분 대형 교회도 코로나19 발생 직후부터 비슷한 예방조치를 공지했다. 대부분 중대형 교회들은 예배를 뺀 나머지 행사나 집회를 연기하거나 취소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예배 참석자가 10∼30% 줄었다는 게 교계 추산이다. 불교계도 코로나19와 관련해 사람이 많이 모이는 행사를 잇달아 취소하고 있다. 부산 범어사와 충남 공주 마곡사, 울산 황룡사는 최근 예정됐던 방생 법회를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조계종 측은 대규모 행사는 가급적 연기하고, 개최가 불가피한 경우 마스크 착용 등 안전수칙을 지키도록 권유하고 있다고 밝혔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20-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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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정스님 무소유의 삶 되새깁니다”… 길상사서 10주기 추모법회

    “봄이니 꽃이 피는 게 아니라 꽃이 피어 봄을 이룬다. … 행복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있지 않고 바로 지금 이 순간의 삶에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입적 10년이 됐지만 법정 스님(1932∼2010)의 눈빛은 형형했고 목소리는 카랑카랑했다. 19일 오전 서울 성북구 길상사 설법전에서 열린 법정 스님 추모법회에서 상영된 ‘스스로 행복하라’(2006년 4월 봄 법문)는 주제의 영상 법문은 추모객들을 들었다 놨다 했다. 영상에서 법정 스님이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라고 하자 참석자들은 “네, 스님”을 외치며 합장했다. 다시 스님이 “카메라 잠깐 비켜보세요. 나를 보고 싶어 이렇게 오셨는데 그렇게 있으면 안 보이잖아요”라고 하자 웃음이 터져 나왔다. 무소유의 삶으로 잘 알려진 법정 스님은 2010년 3월 11일 길상사에서 법랍 56년, 세수 79세로 입적했다. 이날 법회는 스님의 음력 입적일(1월 26일)에 맞춰 600여 명이 자리한 가운데 약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조계총림(송광사) 방장인 현봉 스님은 “시주 받은 어마어마한 재산을 맑고 향기롭게 담아낼 수 있을까 하는 게 스님의 화두가 돼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 그 가르침을 잘 따라 살아야 우리가 스님의 화신(化身)이고 스님도 우리 곁에 계신 것”이라고 회고했다. 시민단체 ‘맑고 향기롭게’ 간부였던 윤청광 대한출판문화진흥재단 이사장은 “‘맑고 향기롭게’ 지부를 만드느라 지방에서 야간 법회를 하는데 법정 스님이 ‘늙은 중을 끌고 밤무대까지 뛰게 하느냐’ ‘부산 광주 찍고 전국 순회공연 한다’며 웃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3월 11일까지 길상사 길상선원에서 이종승 작가 등이 참여한 ‘비구(比丘) 법정 사진전’이 열린다. 8일에는 음악회가 열리고 11월까지 특별 좌담이 이어진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20-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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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환-법정은 소통의 門 열어준 큰 스승”

    원로 조각가이자 예술원 회원인 최종태 서울대 명예교수(88)는 가톨릭 미술의 대부로 2000년 길상사 관음상을 제작하며 김수환 추기경, 법정 스님과 각별한 인연을 맺었다. 16일 선종 11주년인 김 추기경과는 열 살 차이, 다음 달 11일 입적 10주년을 맞는 법정 스님과는 동갑이다. 최근 에세이집 ‘최종태, 그리며 살았다―한 예술가의 자유를 만나기까지의 여정’(김영사)을 낸 그를 12일 서울 마포구 자택에서 만났다. ―원로 조각가의 자유라는 말, 좀 뜻밖이다. “나이 쉰에 아침 무렵 눈을 뜨는 찰나 희한한 체험을 했다. ‘조각이란 모르는 것’이라는 생각이 번쩍 스치더라. 그래서 일어나 큰절을 했는데 지나간 삶이 동영상처럼 지나갔다. 잘못한 것만 보이더라.” ―신비한 체험일까. “세상 단어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최근 법정 스님 관련 행사 때문에 찾아온, 불교에 밝은 변택주 작가가 ‘불교로 치면 돈오(頓悟·단박의 깨달음), 나중 38년은 점수(漸修·깨달음 이후 점진적 수행)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김 추기경과의 기억을 꼽는다면…. “‘피정의 집’에 십자가의 길을 조성하면서 예수상에 가시관 아닌 월계수를 붙였다. 주변에서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런데 추기경이 ‘괜찮다. 그리스도는 승리(부활)가 예고된 사형수였다. 승리의 상징을 붙인들 뭐가 문제가 되겠느냐’고 해서 잠잠해졌다.” ―신앙적 고민도 얘기했나. “한 번은 ‘마음 비우는 거 해봤는데 안 된다’고 했더니 추기경이 웃으면서 ‘나도 그래’라고 하더라.” ―조각가 김종영, 화가 장욱진 같은 당대의 예술가를 스승으로 만났다. “스승복이 있다. 두 분이 타계한 뒤에는 김 추기경, 법정 스님이라는 스승을 만났다. 김종영 선생이 생전 신과의 대화를 자주 얘기했는데, 그게 풀리지 않는 숙제였다. 추기경께 물었더니 ‘하느님과 놀라’고 하더라(웃음).” 지하 작업실에서 그는 “60년 흙을 만졌더니 요즘은 손이 알아서 흙을 붙인다”면서 과거 김 추기경을 문병한 뒤 작업한 작품을 어루만졌다. 선종 이틀 뒤 완성한 이 작품 제목은 ‘영원’이다. ―곧 법정 스님 10주기다. “관음상을 작업하고 싶었는데 길상사에서 연락이 왔다. 법정 스님이 집으로 왔다. 일 시킨다고 오라 가라 하지 않고 필요하면 항상 찾아왔다. 그게 법정이다. 관음상 작업할 때 김 추기경께 ‘불교 작업으로 파문당하는 게 아니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400년 전 일본 나가사키에서 관음상 놓고 천주교 신자들이 기도했다. 그럴 리 없다’며 웃으셨다.” ―왜 관음상에 관심을…. “1965년 반가사유상을 만난 뒤 내 갈 길을 정했다. 완전함과 깨끗함, 종교성…. 그게 소녀상에 이어 성모상 관음상으로 나아갔다.” ―김 추기경과 법정 스님, 어떤 스승이었나. “두 분 모두 내게 자유를 줬다. 무엇을 해도 잔소리 한 마디 한 적이 없다. 눈빛에서도 그런 게 없었다.” ―존경받는 스승의 부재(不在)를 지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스승 지도자 리더가 소통의 문을 열어줘야 한다. 그냥 위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 주변에 생명을 나눠줘야 한다. 함석헌 선생, 성철 스님, 김 추기경, 법정 스님은 시국이 심란할 때면 쓴소리를 했다. 존경 받는 어른들의 나라 걱정이 있어 국민이 그나마 안심했다. 지금은 그런 분들이 없으니 안타깝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20-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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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블레어, 조지 오웰을 창조하다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식민지 경찰, 노숙인, 민병대원, 사회주의자이자 애국자, 정원사와 은둔자, 시대의 견자(見者)…. ‘동물농장’ ‘1984’로 잘 알려진 조지 오웰(1903∼1950)은 여러 수식어로도 설명이 쉽지 않은 작가다. 그는 시대의 전환기마다, 전체주의의 유령이 고개를 들 때, 빅브러더(Big Brother)의 숨결이 느껴질 때면 어김없이 소환되는 영원한 생명력의 작가다. 오웰의 본명은 에릭 아서 블레어. 오웰은 그가 어른이 돼서 자주 낚시하러 갔던 영국 한 강의 이름이다. ‘조지 오웰’은 오웰 70주기를 맞아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들이 참여한 작품이다. 그의 삶을 다룬 그래픽 전기를 표방했다. 글쎄, 만화로? 편견을 갖고 싶지는 않지만 그의 복잡한 인생을 담아내기는 쉽지 않은 그릇이 아닐까 싶었다. 몇 장을 넘기는 순간 역시 과장된 의욕의 먹구름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림과 그림 속 텍스트에 집중하자 먹구름에 가려져 있던 오웰의 얼굴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래픽 전기 ‘조지 오웰’은 한편의 흑백 다큐멘터리를 연상시킨다. 묘하게 텍스트의 매력이 그림을 압도한다. 칭찬일까 비난일까. 영화로 치면 비주얼보다 내레이션 또는 자막이 더 매력적인 셈이다. 그림을 설명하는 글 사이로 오웰의 일기와 작품 일부를 가급적 그대로 옮겼다는 타이핑체 문장이 조화를 이룬다. 이를테면 스코틀랜드 주라섬에서 ‘1984’를 집필하던 오웰의 삶을 궁핍하지만 평화로운 것으로 묘사하면서 오웰 자신의 말을 보탠다. “스페인 내전 이후, 솔직히 나는 책을 쓰고 닭을 키우고 채소를 기르는 것 말고는 대단한 일을 했다고 말할 수가 없다. 스페인에서 여러 가지 일을 경험하고 좌파 정당들의 내부 사정을 알고 나니 정치가 공포스러운 것으로 여겨졌다.” 이 책에 생기를 불어넣은 것은 작품을 기획하고 글을 담당한 피에르 크리스탱(82·사진)이다. 그는 프랑스 소르본대와 파리정치대에서 언어와 정치를 공부한 뒤 작가 번역가 음악가로 활동했다. 1967년 그가 만화가 장클로드 메지에르와 작업한 SF만화 ‘발레리안과 로렐린’ 시리즈는 43년 동안 연재되면서 ‘국민 만화’가 됐다. 크리스탱은 그림으로 만든 이 흑백 다큐의 뛰어난 ‘감독’이 됐다. 그는 오웰의 작품을 섭렵한 뒤 작가의 삶을 ‘오웰 이전의 오웰’ ‘블레어가 오웰을 창조하다’ ‘오웰은 누구인가’의 3부작으로 나눴다. 오웰 삶의 주요 장면을 세부적으로 묘사하고 곳곳에 오웰의 목소리를 시의적절하게 입혔다. 크리스탱과 여러 작업을 했던 만화가 세바스티앵 베르디에를 비롯한 7명의 작가가 협업해 그렸다. 흑백으로 구성된 책 중간에 등장하는 ‘동물농장’ ‘1984’ 등 압도적 분위기의 컬러 이미지는 보너스다. 오웰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다면 깊이는 아쉬움이다. 그래픽 전기라는 형식과 분량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자주 소환되면서도, 아직 미지의 부분이 남아 있는 오웰에 대한 흥미로운 안내서로 충분하다. 책의 에필로그에서 크리스탱은 이런 소감을 밝혔다. ‘영국의 아름다운 강들 중 하나인 오웰강의 수면이 겉으로 보기에는 잔잔하지만 깊은 곳에서는 마구 소용돌이치듯이, 어떤 수수께끼는 한 사람과 그의 작품에 영원히 머문다.’김갑식 문화전문 기자 dunanworld@donga.com}

    • 2020-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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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학자 가정연합 총재 자전 에세이 ‘…평화의 어머니’ 출간

    “지난해 한 해만 해도 지구를 수십 바퀴 돌며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면 오지(奧地)도 상관 않고 어디든 달려갔습니다. 입안이 헐고 다리가 붓고 서 있을 수조차 없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나는 쉴 수 없었습니다.” 한학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총재(77)가 최근 출간한 ‘인류의 눈물을 닦아주는 평화의 어머니’(김영사·사진) 머리말에서 한 말이다. 가정연합 창시자 문선명 총재(1920∼2012) 사후 그의 부인이자 총재로서 가정연합을 이끌어온 심경과 여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책은 종교 지도자이자 평화운동가로 살고 있는 한 총재의 자전 에세이다. 이 책에 따르면 한 총재는 문 총재와 결혼한 이후 한시도 제대로 쉰 적이 없다. 휴전선 아래 작은 마을과 섬마을, 바다 건너 일본을 시작으로 아시아와 유럽, 미국과 남미, 아프리카까지 세계를 순회했다. 한 해 지구를 수십 바퀴 돌며 세계 113곳에서 강연한 적도 있단다. 한 총재의 성장과 결혼을 비롯한 개인적 이야기뿐 아니라 가정과 한반도 평화, 나아가 세계 평화에 대한 종교 지도자로서의 메시지도 담았다. 부록으로 실린 여러 사진이 흥미롭다.김갑식 문화전문 기자 dunanworld@donga.com}

    • 2020-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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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탁한 세상 속에서도 맑은 물은 흘러… 희망이란 화두, 결코 포기하지 말아야”

    부산 금정구 안국선원은 찾을 때마다 놀라움을 안겨준다. 한여름이나 한겨울이든 관계없이 기도와 참선의 열기가 뜨겁다. 2018년 이 선원의 불자들과 인도 성지 순례를 떠났을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들은 부처의 흔적이 있는 곳이면 가부좌를 틀고 참선에 들어 몇 시간씩자리를 뜨지 않았다. 도심에 참선수행의 길을 연 안국선원이 지난해 10월 개원 30주년을 맞았다. 최근 안국선원장 수불 스님(68)을 만났다. ―벌써 30주년이 지났습니다. “30년, 굉장히 빨리 지나갔습니다. 저나 신도들이나 모두 열심히 산 것 같습니다. 30주년이라고 큰 행사를 갖는 대신 조용하게 보냈습니다. 앞으로 한국 불교 수행법인 간화선(看話禪)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할 계획입니다.” ―7월 스페인에서 참선 수행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현지에 숭산 스님(1927∼2004)을 따르던 그룹들이 있습니다. 간화선을 올바로 접목하고, 제가 가지고 있는 것도 교류하려고 해요. 우리 불교를 세계에 알린 숭산 스님의 뜻을 잇는 노력이 절실한 때입니다.” ―서구에서 유행하는 명상인 젠(zen)은 우리 간화선과 차이가 있지 않나요. “명상을 해도 선(禪)을 안할 수는 없습니다. 명상도 중요하지만 선과 연결해 새로운 눈을 뜨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제 말이 아니라 부처님 말씀에 있는 것입니다.” 수불 스님은 “국내 선원 일은 (제가) 없어도 잘 돌아갈 것이니 숭산 스님이 어렵게 뿌린 우리 불교 세계화의 씨앗을 잘 키우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리모델링 중인 LA 안국선원과 내년 완공하는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남국정사가 디딤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상살이가 힘들다는 이가 적지 않습니다. “긍정과 부정의 관점이 있는데 사람들이 조금 더 냉철해졌으면 좋겠어요. 혼탁한 세상 속에서도 맑은 물은 흘러갑니다. 우리는 결코 희망이라는 화두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 ―과거보다 말씀이 희망적으로 느껴지는데요. “과거에 비해 지금 우리는 분명 더 잘살아가고 있지 않나요? 해결책 없는 불평불만으로 우리 모두에게 소중한 희망의 불을 꺼뜨리는 어리석음을 범해선 안 됩니다. 세상에는 부도덕, 비도덕이 여전하지만 그럴수록 내일을 보는 눈이 필요합니다.” ―정치권을 포함해 갈등이 심합니다. “남 탓이야말로 무기력의 극치입니다. 미래의 희망을 저버리는 일이죠. 남 탓의 구름에 갇혀 자신도, 자신이 가야 할 길도 잃어버리는 격입니다.” ―인공지능(AI) 등 세상의 변화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데요. “그런 가운데서도 인간답게 살기 위한 자구책과 가치관을 세워야 합니다. 미래를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는 ‘눈뜸’이 있어야 합니다. 수행하면서 자기중심을 잡으면 잘잘못이 더 많이 보일 것이고 그 성찰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요즘 어떤 기도를 하시나요.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저는 미래 설계를 안 하고 살았어요(웃음). 본래 마음의 거울이 맑지는 않았겠지만 계획과 목표, 모두 집착이고 그게 다시 수없이 쪼개져요. 결론 지어놓고 좇아가는 것은 어리석을 뿐입니다.”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은…. “수행을 통해 계기가 열렸을 때 그것과 인연을 맺어 눈을 뜨는 것이 중요합니다. 좋은 가르침을 줄 스승이 많은 사회가 좋은 사회입니다. 한국도 종교든 어느 분야든 세계적 스승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스승 부재라는 목소리도 많고 불신이 팽배하죠. 하지만 뛰어난 안목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스승들이 있을 겁니다.” ―출가자에 대한 비판도 많습니다. “승려가 기득권을 버려야 불교에 대한 신망과 희망이 생깁니다. 그런 분이 부족하니 사람들이 외면하는 것 아닐까요. 저를 포함해 출가자들이 현실을 직시하고 더욱 낮은 자세로 세상을 바라봐야 합니다.”부산=김갑식 문화전문 기자 dunanworld@donga.com}

    • 2020-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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