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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15일 “미중 관계에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줄곧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리 총리는 이날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식 후 가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일본 기자의 질문을 받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 행정부 고위 관료들이 ‘하나의 중국’에 명확한 태도를 나타내 양국 협력의 전망은 밝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리 총리는 미중 간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질문자가 사드 문제를 특정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다음 달 정상회담을 앞두고 민감한 이슈에 대해 언급 조절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중국 내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이자 자유주의 학파에 속하는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자칭궈(賈慶國) 원장은 한국에 대한 사드 보복을 중단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나섰다. 자 원장은 최근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에서 “중국이 많은 국가와 경제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에서 사드를 이유로 한국 및 롯데 등에 경제제재를 가하면 중국 경제에도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고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가 전했다. 자 원장은 정협 외사위원회 상무위원이다. 또 “경제제재는 자칫 효과는 거두지 못하면서 방휼지쟁(蚌鷸之爭·조개와 도요새가 싸우다 어부에게 둘 다 잡혀가는 상황으로 제3자만 이롭게 하는 싸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15일 “미중 관계에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줄곧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리 총리는 이날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식 후 가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일본 기자의 질문을 받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 행정부 고위 관료들이 ‘하나의 중국’에 명확한 태도를 나타내 양국 협력의 전망은 밝다”며 이같이 말했다. 리 총리는 그러나 미중간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질문자가 사드 문제를 특정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다음달 정상회담을 앞두고 민감한 이슈에 대해 언급 조절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정상회담 의제 조율을 위해 18일 방중한 뒤 중국 당국과 사드 문제를 본격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중국 내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이자 자유주의 학파에 속하는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자칭궈(賈慶國) 원장은 한국에 대한 사드 보복 중단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나섰다. 자 원장은 13일 한 공공외교 학회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중국이 많은 국가와 경제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에서 사드를 이유로 한국 및 롯데 등에 경제제재를 가하면 중국 경제에도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또 “경제제재는 자칫 효과는 거두지 못하면서 방휼지쟁(蚌鷸之爭·조개와 도요새가 싸우다 어부에게 둘 다 잡혀가는 상황으로 제3자만 이롭게 하는 싸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21일 검찰에 소환된 가운데 마잉주(馬英九) 전 대만 총통도 기소돼 법정에 서게 됐다. 대만 언론과 홍콩 밍(明)보 등은 15일 대만 타이베이 검찰이 전날 마 전 총통을 ‘통신보장 및 감찰법’ 상의 ‘공무원의 국방 이외의 기밀 누설’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고 전했다. 대만 총통이 기소된 것은 2008년 12월 민진당의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이 자금세탁 및 수뢰 등 혐의로 기소된 후 처음이다. 천 전 총통은 20년형을 선고받았다. 마 전 총통은 2013년 9월 당시 야당이었던 민진당 커젠밍(柯建銘) 입법위원(국회의원)이 국민당 소속 왕진핑(王金平) 입법원장(국회의장)과 나눈 통화를 도청하게 하고 이를 황스밍(黃世銘) 검찰총장을 통해 보고 받은 혐의다. 당시 커 위원은 부정청탁 등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었다. 황 총장은 도청 내용을 장이화(江宜樺) 행정원장에게 보고했고 장 원장은 총통부 뤄즈창(羅智强) 부비서장에게 이를 알렸다. 마 전 총통은 정치적 라이벌인 왕진핑을 견제하기 위해 도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 전 총통은 지난해 12월 1일에도 피고인 신분으로 7시간에 걸쳐 타이베이 검찰의 조사를 받았고 이번에 정식 기소됐다. 황 전 총장은 통신보장 및 감찰법 위반으로 1년 3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마 전 총통은 “세기적인 스캔들을 일으킬 수 있는 큰 사건이어서 내용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관련법 위반은 없었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타이베이지법은 28일 마 전 총통에 대한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혐의가 인정되면 마 전 총통이 최고 3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마 전 총통은 국민당 주석 시절이던 2007년 2월에도 횡령 혐의로 기소됐었다. 검찰은 당시 마 주석이 2002~2006년 타이베이 시장 재직 시 1100만 대만 달러를 횡령했다고 밝혔다. 그는 주석직에서 즉각 사임했고, 2007년 말 총통 선거에서 당선돼 연임하면서 임기 8년간 총통을 지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요동치는 세계 질서의 방향을 가를 미중 정상회담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점증하는 북핵 위협과 이로 인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문제로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열리는 이번 회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구체적인 담판이 기대된다. 트럼프는 이르면 이달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북 구상안을 협상 테이블에 깔고 시 주석을 압박할 수도 있다. 특히 중국 기업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카드를 흔들며 시 주석의 대북 제재 이행 의지를 떠볼 공산이 크다. 마크 토너 국무부 대변인 대행이 13일 브리핑에서 “틸러슨 국무장관이 (18, 19일) 중국을 방문해 사드와 무인공격기 ‘그레이 이글(MQ-1C)’의 한반도 최초 배치에 대해 분명히 언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북핵 위협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강화할 것이라고 시 주석에게 직접 설명할 방침을 예고한 것이다. 최근 중국의 대한(對韓) 보복 행태는 사드의 순조로운 한반도 배치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이라는 게 미 행정부의 판단이다. 시 주석은 사드가 배치되면 미중 간 핵 균형이 무너진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사드 갈등의 근본 원인이 미국에 있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사드를 둘러싼 회담 결과는 한국의 조기 대선 정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가 사드 배치를 밀어붙일 경우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사드 조기 배치에 부정적인 주자들과 대립각을 세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수전 손턴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 대선에서 최근 한국 행정부에 있던 사람들과는 (사드 배치에 대해 의견이) 다른 후보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사드 배치는 정치적인 상황과는 관련이 없다”고 못 박았다. 양국 간 무역 이슈도 핵심 현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의 일자리를 죽이고 있다”며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철강 등 중국산 제품에 최고 45%의 관세 폭탄을 부과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마침 미 재무부는 정상회담이 열리는 다음 달 환율조작국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다만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최근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지는 결정된 바가 없다”며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이고 있다.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는 미중 간 아시아 패권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인 만큼 의미 있는 합의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 밖에 트럼프가 “지구상에서 박멸하겠다”고 공언해 온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한 국제 연합군 문제, 오바마 정부에서 미중 간 합의했으나 트럼프는 반대하는 기후변화 협약 등 글로벌 이슈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2의 백악관’으로 여기는 플로리다 주 마러라고 리조트로 시 주석을 초청하는 것은 세계의 주도권을 두고 대립하는 주요 2개국(G2) 간의 회담이 주는 긴장감과 무게감을 완화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취임 후 총 8번의 주말을 보내며 본인 소유의 이 리조트를 4번이나 방문할 정도로 애착을 나타냈다. 트럼프는 취임 후 총 5명의 외국 정상과 만나며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했지만 지난달 방미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만 이 리조트에 초대해 두 차례나 골프 회동을 했다. 아베 총리와는 달리 시 주석은 골프를 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양국 정상은 마러라고 리조트 회원만 접근할 수 있는 해변이나 리조트 내 정원에서 산책하며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가능성이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3년 시 주석과 캘리포니아 주 랜초미라지의 서니랜즈 휴양지에서 처음 만나 연출했던 장면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3년과 같은) 여유 있는 분위기에서 ‘짧은 소매 회담’과 비슷한 비공식 회담을 시 주석에게 제안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 한기재 기자}

중국이 한반도에 배치하는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의 레이더가 중국을 탐지한다며 전방위적인 보복을 벌이고 있지만 정작 중국은 사드 레이더보다 더 탐지거리가 긴 레이더를 네이멍구에 설치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중국의 군사 전문 인터넷매체 ‘톄쉐왕(鐵血網)’은 최근 일본과 한국 전역을 커버하는 두 번째 ‘톈보(天波)’ 초지평선(OTH·Over The Horizon) 탐지 레이더가 1월 경 네이멍구(內蒙古) 자치주에 설치된 것으로 보인다고 13일 보도했다. 천보는 최대 탐지 반경이 3000㎞로 사드의 X밴드 레이더의 탐지거리 600~800km 보다 월등히 크다. 특히 이미 후베이(湖北) 허난(河南) 안후이(安徽) 3개성의 교차 지점에 설치한 첫 번째 톈보 레이더와 함께 운용하면 한반도는 물론 서태평양 전역이 중국의 감시 아래 놓이게 된다. 미국이 3함대 소속의 칼 빈슨함을 파견하는 등 미중 양국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미 항모 등에 대항하는 핵심 전력이 될 전망이다. 이 레이더는 전자파가 고도 100¤450㎞의 전리층에서 굴절, 회절되는 현상을 이용해 반사돼 오는 신호로 지평선 너머의 목표물의 움직임을 탐지하는 원리로 가동된다. 이 레이더의 첫째 임무는 상대의 미사일 발사 탐지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위치측정이다. 미사일이 발사되면 추진체의 열과 빛을 탐지해 발사 1분 후에는 최종 타격목표를 확정할 수 있고 3분후에는 조기경보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바다위의 항공모함과 군함들의 행적을 24시간 추적할 수 있어 중국 해군의 대함 미사일 부대를 위해 정확한 좌표와 실시간 상황을 제공할 수 있다. 톄쉐왕은 톈보 1,2호의 탐지 범위 등을 상세한 개념도와 함께 소개하면서 단순히 미사일 요격을 위한 탐지 뿐 아니라 항모와 군함에 대한 작전에 활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일본 야마구치(山口)현 이와쿠니(岩國) 해병 항공기지에 배치한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 F-35B도 두번째 톈보 레이더의 실시간 탐지 범위에 들어오게 된다. 중국은 이미 헤이룽장(黑龍江) 성 솽야산(雙鴨山)에 미국의 조기경보시스템 페이브 포(Pave Paw)와 성능이 맞먹는 탐지거리 5500㎞의 신형 위상배열 레이더도 설치해 놓고 있다. 한편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1일 중국이 한반도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실질적인 이유는 레이더 시스템의 포위망이 견고해져 자국의 핵 보복 능력이 약해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에 배치된 사드가 중국이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요격하는 능력은 갖추지 않았지만 중국군의 미사일 부대를 탐지하는 데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이 적을 속이기 위한 유인용 미사일을 쏠 때 사드 레이더가 식별하면 중국군의 작전 능력이 그만큼 떨어지는 것으로 ‘핵무기 포커 게임’에서 중국이 쥔 패를 상대국이 볼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이다.베이징=구자룡특파원 bonhong@donga.com}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전례 없는 리더십 공백이 현실화된 가운데 한국 경제의 향방을 가를 중대 변수들의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어 관련 부처와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로 굳어진 상황에서 한국에 대한 미국 정부의 환율조작국 지정 등 통상 압력이 현실로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은 갈수록 확산되는 양상이다. 정부는 대응 체계를 갖추겠다고 밝혔지만 ‘선장 없는 정부 경제팀’이 힘을 앞세우는 주요 2개국(G2)과 경제 외교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앞으로도 한국 경제가 이런 요인들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후보들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공약을 남발하고 보수-진보 간 소모적 갈등이 커진다면 외부 변수들이 가져올 악영향이 증폭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12일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한국 경제가 맞닥뜨릴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밝힌 대로 15일(현지 시간) 금리를 올린다면 1344조 원을 넘어선 국내 가계부채와 내수 경기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미국 정부는 4월 발표할 환율보고서에서 대미 무역 흑자국이면서 정치 상황이 불안정한 한국을 ‘시범 케이스’로 지목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엔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치명상이다. 한국 업체에 대한 트집 잡기 식 소방 위생 점검 실시 등 중국의 사드 경제 보복도 갈수록 심각해지는 모습이다. 이달 17, 18일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 미 재무장관 등을 만날 예정이지만 시한부 경제팀이 이들을 얼마나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북한이 사상 최대 규모의 6차 핵실험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경제 저평가)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수년간 북한의 핵실험은 경제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지만 대통령 파면으로 지정학적 요인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미국 중국 등과 연관된 최근의 외부 요인들은 최소 수년간 한국 경제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파급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적 이해관계와 별개로 정부와 정치권이 거시경제 위험 관리에 힘을 모으겠다고 선언을 해야 새 정부 출범 이후 구체적 대응에 나서더라도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이상훈 january@donga.com / 정임수 기자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한국이 박근혜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끌어내렸다(remove).” 10일 오전 11시 21분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선고가 내려지기가 무섭게 CNN은 ‘PARK OUT(박근혜 파면)’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인터넷판 톱으로 올렸다.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유력지들도 휴대전화 앱의 ‘푸시 알림’을 통해 전 세계에 긴급 속보로 타전했다. AP통신은 “한국 첫 여성 대통령이 기막힌 몰락(stunning fall)의 주인공이 됐다”며 “2012년 대선에서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보수의 향수 속에 승리한 독재자의 딸이 스캔들 속에 물러나게 됐다”고 전했다. 중국 관영 중앙(CC)TV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기간을 맞아 진행된 저우샤오촨(周小川) 런민(人民)은행장의 내외신 회견 중계를 중단하고 헌재 소식을 생중계로 전하는 등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일본 NHK, TV아사히 등은 헌법재판소 선고를 생중계했고 아사히신문, 요미우리신문 등은 호외를 발간해 박 대통령 파면 소식을 전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어진 분석 기사를 통해 박 대통령의 탄핵 그 자체보다는 이어질 대선이 한국 정치와 한미관계에 미칠 영향에 주목했다. NYT는 “박 전 대통령은 그동안 워싱턴의 대북 강경 노선에 보조를 맞춰 왔는데, 탄핵 이후 북한과의 대화에 무게를 두는 야당으로 권력이 쏠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WP도 “현 시점에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권을 잡을 가능성이 있고 이럴 경우 미국의 아시아 정책에 전략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 조기 대선에서 미국의 아시아 정책에 더욱 회의적이고 북한과 중국에 더 동조적인 지도자가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도 9일 밤(현지 시간) 즉각적으로 논평을 내고 한미동맹은 변함없이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크 토너 국무부 대변인 대행은 “한국민과 민주적 기관이 자국의 미래를 결정한 것인 만큼 우리는 한국민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우리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남은 임기 동안 계속 협력할 것이며 한국민이 차기 대통령으로 누구를 뽑더라도 생산적인 관계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동맹은 계속 지역 안보의 핵심(linchpin)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속내는 좀 더 복잡하다. 조기 대선 실시가 확정되면서 차기 정권과 주요 한미동맹 이슈, 특히 북핵 대응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워싱턴 일각에선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문 전 대표가 집권할 경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가 지연 또는 취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워낙 북핵 위협이 점증하고 있는 만큼 대응의 강도와 시기를 놓고 양국 간 이견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과 언론들은 차기 대선 결과에 따라 한반도 사드 배치의 향방이 달라질 가능성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브리핑에서 “한국이 어서 빨리 정치적 안정을 되찾기를 바란다”며 “박 전 대통령이 한중 관계에 많은 일을 했지만 사드 배치 결정을 내려 양국 관계 발전에 (나쁜)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논평에서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뒤집을 수도 있다’는 순자(荀子)의 말을 인용하면서 “민심으로부터 역사적 심판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은 민중의 항의와 주변국의 반대에도 사드 도입을 강행해 동북아 정세를 위험에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탄핵 인용 직후 인줘(尹卓)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위원 겸 전 육군 소장과의 인터뷰를 전했다. 그는 “사드 도입 결정은 한미의 민의에 기초한 것이 아니고, 일부 이익집단의 잘못된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베이징의 신징(新京)보는 ‘박근혜 탄핵, 차기 한국 대통령 사드 배치 중단할까’라는 기사에서 차기 유력 대선 주자들의 사드 배치 관련 견해를 소개했다. 특히 유력 주자인 문 전 대표가 “한국 외교의 최우선 과제는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과의 관계가 훼손되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일본 정부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을 통해 “북한 문제 등을 생각할 때 한국과 일본의 협력, 연대는 불가결하다. 새 정권과도 여러 분야에서 협력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일본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 결정 뒤 한일 관계가 악화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요미우리신문은 대선 후보 중 1위를 달리는 문 전 대표에 대해 “반일 친북적 발언이 눈에 띈다”고 우려했다. 특히 차기 대권 후보 대부분이 2015년 말 일본군 위안부 한일 합의에 대해 재협상 혹은 폐기 의견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일본 정부는 이날도 “한일 합의에 대한 성실한 이행”을 요구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한국 야당의 재교섭 요구에 대한 질문에 “나라 사이에 합의한 것이니 착실한 실시를 요구하겠다”며 “소녀상 철거는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베이징=구자룡 / 도쿄=서영아 특파원}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발표한 10일 오전 10시(현지 시간) 중국 관영 중앙(CC)TV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기간을 맞아 진행된 저우샤오촨(周小川) 런민(人民)은행장의 내외신 회견 중계를 중단하고 헌재 소식을 생중계로 전하는 등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중국은 무엇보다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에 치러질 차기 대선 결과에 따라 한반도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THAAD) 배치의 향방이 달라질 가능성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미국이 사드 발사대를 들여와 배치를 가속화하고 있지만 대선 이후 변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없지 않다는 것이 베이징 소식통들의 관측이다. 관영 신화통신은 ‘후임자에게 경종을 울렸다’는 논평에서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뒤집을 수도 있다’는 순자(荀子)의 말을 인용하면서 “민심으로부터 역사적 심판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은 미국의 압력에 따라 일본과 위안부 문제 및 군사 방면에서 협력한 반면, 민중의 항의와 주변국의 반대에도 사드 도입을 강행해 동북아 정세를 위험으로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탄핵 인용 직후 인줘(尹卓)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위원 겸 전 육군소장과의 인터뷰를 전했다. 그는 “대세를 거스른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의외가 아니다”라며 “사드 도입 결정은 한미의 민의에 기초한 것이 아니고, 일부 이익집단의 잘못된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베이징의 신징(新京)보는 ‘박근혜 탄핵, 차기 한국 대통령 사드 배치 중단할까’라는 기사에서 차기 유력 대선 주자들의 사드 배치 관련 견해를 소개했다. 특히 유력 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한국 외교의 최우선 과제는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과의 관계가 훼손되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를 추진하는 미국과의 핵 균형을 추구하기 위해 중국도 핵무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중국 관영 매체가 주장했다. 환추(環球)시보는 9일 ‘사드 한국 반입을 추진하는 미국도 대가 치러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중국이 지금까지는 핵탄두를 적게 유지하고 비핵 보유국에는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지 않는 등 낮은 자세를 유지했으나 이를 바꿔야 한다고 중국 정부에 촉구했다. 사드 한반도 배치로 미중 간 핵 균형이 깨진 데다 중국의 경제적 능력도 커졌으니 핵탄두 수를 늘려 사드 도입의 필요성이 없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는 것이다. 사설은 “미국은 사드 한반도 배치를 처음 추진했고 가장 큰 지지자”라면서 “(한국에 대한 제재보다는) 전략적 공범인 미국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가 더 큰 관건”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사설은 “객관적으로 중국이 미국을 제재하기는 어렵다. 사드를 만든 미국 최대의 무기 제조상인 록히드마틴은 중국과 별다른 교류가 없어 회초리를 휘둘러도 닿지를 않는다”며 핵무장 강화 논리를 정당화했다. 강경론을 제기한 관영 매체와 달리 중국 정부는 미국에 대화를 통한 해결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사드 배치에 대해 단호한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도 미국과의 관계에서는 화합을 강조하는 등 대립각을 세우지 않으려 노력했다. 이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일본 한국을 거쳐 18일 방중하는 데다 다음 달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한국에는 추가 보복 가능성을 내비치며 사드 배치 중단을 압박했다. 자유한국당 윤상현 의원은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가 전날 자신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도 안보이익을 수호할 권리가 있는 만큼 한국은 심리적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심리적 준비가 필요하다’는 표현은 추가 보복 조치가 가해질 수 있음을 경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추 대사는 또 “사드 배치를 당장 취소해야 하지만 어렵다면 중단이라도 해서 한중 간 협의할 공간이라도 남겨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윤 의원은 전했다. 반면 미국은 중국의 반대에도 사드 배치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8일(현지 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서 목격했듯 사드 배치는 한국 방어를 위해 대단히 중요한 것”이라고 밝혔다.베이징=구자룡 bonhong@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한미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반입에 이어 미국이 대북 제재를 위반한 중국 기업에 사상 최대의 벌금을 부과하면서 대중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중국은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직접 나서 사드 배치를 즉각 중단하라고 공개 반박하는 등 북한 문제를 둘러싼 주요 2개국(G2) 간 갈등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7일(현지 시간) 중국 최대 통신장비 기업인 ZTE가 미국의 대(對)북한 및 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며 외국 기업에 대한 벌금으로는 미 역사상 최대 규모인 11억9200만 달러(약 1조3702억 원)를 부과했다. ZTE는 퀄컴,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미국 기업에서 라우터, 마이크로프로세서 등을 사들인 뒤 이를 북한과 이란에 수출한 사실이 드러나 지난해 미 상무부에 단속됐다. 이런 가운데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15일 일본을 시작으로 한국(17일)과 중국(19일)을 잇달아 방문한다. 북한 미사일 발사 대응 및 사드 배치 추진 등과 관련해 한미일 3각 공조를 다진 뒤 한국에 대한 보복 수위를 높이고 있는 중국을 압박할 것으로 기대된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중국의 우려를 분명히 이해하지만 이는 한국과 일본에는 국가 안보 문제”라며 중국의 반발을 일축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8일 베이징(北京) 미디어센터에서 가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한미가 고집스럽게 사드를 배치하려는 것은 잘못된 선택이며 한국은 더 위험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ZTE에 대한 미 정부의 벌금 부과 결정에 대해선 “중국 기업이 해외에서 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도 계속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7일 대북 규탄 언론성명을 내고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들에 대한 명백한 위반으로 개탄한다. 더 중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추가 제재를 시사했다. 안보리는 8일 오전 긴급회의를 개최하기 전 이례적으로 이사국 간 사전협의를 통해 만장일치로 성명을 채택했다. 벨기에에 본부를 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는 유엔의 제재를 받고도 몰래 금융거래를 해온 조선대성은행과 조선광선은행, 동방은행 등 북한 은행 3곳을 국제 금융거래망에서 퇴출시켰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 보도했다. SWIFT는 미국과 유럽 은행들이 국가 간 자금 거래를 위해 1977년 설립한 기구다. 현재 세계 200여 개국 1만800여 개 금융기관이 SWIFT 금융망을 이용한다. 북한의 추가 도발 움직임도 포착됐다. 미국 CBS 뉴스는 이날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미사일 사출 실험 등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북극성-2형’ 추가 발사를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용으로 추정되는 엔진 시험을 진행하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전했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 조은아 기자}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8일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시작 이후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사드 반대 입장을 반복하면서도 한국에 대한 비난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왕 부장은 이날 베이징(北京)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한국 기자가 한중 수교 25주년인 올해 한중관계에 대한 전망을 묻자 그의 중국어 실력을 높이 평가한 뒤 “우리는 한국을 포함해 주변 국가 젊은이들이 중국에 와 중국어를 배우는 것을 특별히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25년간 양국 국민이 함께 노력해 일군 성과를 귀중히 여긴다”며 “한국 역시 중국과 함께 서로 이익이 되는 협력의 대세를 지켜 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국 관광 통제 등 중국의 사드 관련 조치들과 결이 다른 그의 발언을 두고 립서비스라는 지적과 수위 조절이라는 평가가 동시에 나왔다. 이달 중순 그와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회담 및 다음 달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드 관련 논의의 여지를 남겨두자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왕 부장은 격앙된 표정 노출을 자제하고 절제된 외교 언어를 사용했지만 방점은 ‘사드 반대’였다. 그는 “한국과 미국의 사드가 가장 큰 문제” “사드 배치를 중단하고 잘못된 길을 너무 멀리 가지 말라” “사드는 타국(중국과 러시아)에도 해를 끼치는 것이자 자신을 벼랑 끝으로 모는 행위” 등의 주장을 이어갔다. 그는 “사드의 관측 및 사전 경보 범위는 한반도를 훨씬 넘어 중국의 전략 안보 이익을 침해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사드는 이웃 국가에 대한 도리를 어긴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또 “한반도 문제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고 진단한 뒤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을 계속하고 있고, 미국과 한국은 군사훈련으로 북한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 마치 마주 보고 달려오는 열차와 같다”고 양비론(兩非論)을 폈다. 이어 “북한은 탄도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고 미국과 한국도 군사훈련을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중재자로서 중국의 역할을 부각하려 애썼다. 왕 부장은 “중국은 철로 조작원처럼 한반도 문제가 (충돌이 아닌) 해결의 길로 가도록 하는 역할을 하겠다”며 “핵 보유는 안전하지 않고 무력은 출로가 없다. 회담 재개의 기회는 아직 있다”고 강조했다. 관영 매체들은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환추(環球)시보는 8일 사설에서 “사드 용지 타격 군사훈련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하이(上海) 푸단대 천딩리(沈丁立) 교수는 환추시보 기고에서 “사드가 배치되면 미중 간 핵균형이 무너진다”고 주장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윤완준 기자}
“사드 배치를 중단하고 잘못된 길을 너무 멀리 가지 말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한미의 한반도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배치 시작 이후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사드는 타국(중국과 러시아)에도 해를 끼치는 것이자 자신을 벼랑 끝으로 모는 행위”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8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은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와 관련해 예정된 것이었지만 사드 문제가 특히 관심을 끌었다. 왕 부장은 격앙된 표정을 노출을 자제하면서 절제된 외교적 언어를 사용했지만 방점은 ‘사드 반대’ 였다. “올해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아 양국 국민이 공동 노력으로 이룩한 성과는 귀중하게 생각한다”는 전제를 단 뒤 “한국과 미국의 사드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드의 관측 및 사전 경보 범위는 한반도를 훨씬 넘어서 중국의 전략 안보 이익을 침해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사드는 분명히 잘못된 선택으로 이웃 국가로서의 도리를 어긴 것으로 한국으로 더욱 위험한 지경에 빠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드 배치가 불가피한 근본 원인인 북한 핵·미사일 개발 문제에 대해서는 한미 양국의 군사연습을 끌어대며 특유의 ‘양비론’을 폈다. 그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과 함께 한미간 대규모 연합훈련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마치 마주 보고 달려오는 열차와도 같다”고 비유하면서 양쪽 모두에게 빨간 불을 켜서 멈추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탄도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고 미국과 한국도 군사훈련을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중재자로서 중국의 역할을 부각하려 애썼다. 왕 부장은 “중국은 철로 조작원처럼 한반도 문제가 (충돌이 아닌) 해결의 길로 가도록 하는 역할을 하겠다”며 “핵보유는 안전하지 않고 무력은 출로가 없다. 회담 재개의 기회는 아직 있다”고 강조했다. 관영 매체들은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환추(環球)시보는 8일 사설에서 “사드 부지 타격 군사훈련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중국이 사드 배치를 인정하면 다른 주변 국가도 모방해 통제할 수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사드 배치에 강경론을 펴온 중국사회과학원 리준셩(李俊聲) 연구원은 환추시보 인터뷰에서 ”롯데 뿐 아니라 사드를 지지하는 다른 한국 기업도 중국에서 더 이상 버티게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하이(上海) 푸단(復旦) 선딩리(沈丁立) 교수는 환추시보 기고에서 ”1960년대 중국의 핵무기 개발로 미국이 더 이상 중국을 핵으로 위협하지 못하게 돼 겨우 핵균형이 이뤄졌지만 한반도에 사드가 배치되면 균형이 무너진다“고 주장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한국과 미국이 6일 발사대 2대를 비롯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일부 장비를 한국에 전개했다고 7일 밝혔다. 사드의 한반도 상륙은 한미 양국이 지난해 7월 사드 배치 결정을 공식 발표한 지 8개월 만이다. 사드가 미국 영토(본토와 괌)를 제외하고 다른 나라에 전개된 것은 처음이다. 중국의 반발과 일부 야권 대선 주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 임기 내 사드 배치 완료를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미 공군의 C-17 수송기 1대가 사드 발사대 2대 등 장비 일부를 싣고 미국 텍사스 주 포트블리스 기지를 출발해 6일 밤 경기 평택시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했다”며 “나머지 발사대와 탐지레이더(AN/TPY-2), 교전통제소 등도 이른 시일 안에 전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드는 오로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서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방어수단이고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배치한다는 양국 방침에 따른 조치라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앞서 한미 군 당국은 지난달 말 사드 전개 시기와 방식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육군 대장)은 “사드의 한국 전개는 주한미군이 최신 증원전력을 요청하면 지원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하는 것”이라며 “한미 양국은 사드의 조속한 작전 운용을 위해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사드의 배치 시기가 앞당겨져 이르면 4월까지 경북 성주군 롯데스카이힐 성주컨트리클럽(성주골프장)의 기지 공사를 끝내고 대북 실전 태세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미 육군은 올해 상반기부터 포트블리스 기지에 배치된 사드 4개 포대 가운데 1개 포대를 ‘해외긴급대응전력(GRF·Global Response Force)’으로 재편해 운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포대는 유사시 한반도를 비롯한 세계 어느 지역이라도 96시간 내 이동 배치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고 주한미군 소식통은 전했다. 성주골프장에 사드 1개 포대가 배치되면 한국 전역의 최대 3분의 2 구역에 대해 북한의 스커드(단거리)와 노동(준중거리), KN-15(북극성-2형)와 무수단미사일(중거리)을 요격할 수 있다. 군 관계자는 “사드가 배치되면 현재 한미 양국 군이 운용 중인 신형 패트리엇(PAC-3)과 중첩 방어체계가 구축돼 한국으로 날아오는 북한 미사일에 대해 최소 두 차례 이상 요격 기회를 갖게 됨으로써 방어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사드 전개 결정은 대한(對韓) 사드 보복 수위를 높이는 중국에 대한 강경 대응 의지를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강력히 반발하며 한미 양국을 겨냥해 고강도 보복을 예고했다. 중국 외교부는 7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사드와 관련된 필요한 조치를 취해 안보 이익을 지킬 것”이라며 “모든 뒷감당은 한국과 미국이 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윤상호 군사전문 기자 ysh1005@donga.com / 손효주 기자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미국이 6일부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2대를 들여와 배치를 시작한 것에 대해 중국 당국은 한국을 사실상 ‘적성국’에 가까운 상태로 취급하고 강도 높은 대응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최근 경제 보복에 이어 외교관계의 제한적 단절과 한반도를 향한 군사훈련 등 강도 높은 외교 군사적 반발이 뒤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은 “우선 주한 중국대사를 소환할 가능성이 있다”며 “대사 소환 이후 한중 관계는 상당 기간 냉각기가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교통상부 2차관을 지낸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중국군 장성이 공식적으로 한국에 대한 군사 압박 조치를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우선 사드 타격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포털 사이트 신랑왕(新浪網)은 7일 사드 레이더의 전자 신호를 추적해 파괴할 수 있는 항속 거리 220km의 요격 무인기 ASN-301을 배치했다고 전했다. 중국 국방대 교수를 겸하고 있는 차오량(喬良) 공군 소장은 “사드 파괴 모의 연습을 한 차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드가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의 일부라고 보는 중국과 러시아가 협력해 전략무기를 개발할 가능성도 있다. 이와 함께 중국이 취할 군사적 압박 조치로 서해에서 한국을 겨냥한 군사훈련을 실시하거나 전투기 등을 동원한 한국 방공식별구역 무력화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핵·미사일 개발로 사드 논란을 초래한 북한을 의도적으로 감싸고돌며 북-중 관계를 개선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선제 핵 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그동안의 핵 정책을 포기하고 이를 공식 발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내부에서는 지난해 공산당 지도부가 상황을 낙관적으로 본 나머지 초기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 공산당 최고 교육기관인 중앙당교의 기관지 쉐시(學習)시보의 부편집장을 지낸 덩위원(鄧聿文) 차하얼(察哈爾)학회 연구원은 7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긴급 기고에서 “한국이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강경한 대응을) 오판하지 않도록 중국대사를 소환하는 등 보다 강력한 입장을 일찍이 표명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덩 연구원은 “중국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해 사드 배치가 취소되거나 최소한 다음 대통령이 취임할 때까지 연기될 것이라고 오판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롯데의 사드 부지 제공 사실이 발표된 뒤 열린 중앙국가안전위원회 회의에서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초강경 사드 보복에는 시 주석의 심기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해 7월 한미가 사드 배치를 공식 발표한 후 강력히 반발하면서도 사드 배치 결정 철회와 실제 배치 지연 등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롯데그룹 이사회가 사드 부지를 제공하기로 최종 결정하고 이튿날 부지 제공 협약을 체결하자 롯데 등에 대한 경제적 보복에 나섰다. 중국 외교부는 7일 정례 브리핑에서 “사드 배치에 따른 모든 뒷감당을 한국과 미국이 져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중국중앙(CC)TV 등은 관련 소식을 실시간으로 보도하면서 사드 배치는 더이상 돌이킬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윤완준 기자}

중국 당국이 한국과 미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해 3월에도 한국 국적기의 전세기 운항을 불허했다. 또한 양국 항공협정에 보장된 항공 자유화 지역 증편 신청도 거부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중국 민항국은 1, 2월에 이어 3월에도 한국 항공사에 대해서만 전세기 운항을 불허했다. 중국의 한국 전세기 운항 불허로 항공사별로 성수기 10개 노선에 월 7, 8회(1회 승객 약 150명)씩 띄우던 여객기 운항을 못 하게 돼 저비용항공사들의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제주항공 등 저비용항공사들은 당분간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전세기 운항 계획 자체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한국 항공사 전세기에 대한 불이익에 더해 항공 자유화 지역에 대한 증편도 불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항공 자유화 지역은 한중 항공협정에 따라 별도의 노선 배분 없이 자유롭게 운항을 신청할 수 있는 곳으로, 천재지변이나 공항 수용 능력 초과 등의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허가하는 게 원칙이다. 중국은 산둥(山東) 성과 하이난(海南) 섬이 여기에 속한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각각 4편, 제주항공이 11편가량 증편 신청을 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20일 최종 답변을 앞두고 민항국이 허가하지 않을 방침임을 구두로 미리 알려 왔다”고 밝혔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증편 허가나 나지 않으면 협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 등 관련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드 용지를 제공한 롯데에 대한 ‘먼지 털기식’ 소방 위생 단속으로 영업정지를 당한 중국 내 롯데마트 지점은 모두 39곳으로 늘어났다. 중국 롯데마트(전체 99곳) 3곳 중 1곳이 문을 닫은 셈이다.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또 중국 베이징(北京) 차오양(朝陽) 구 롯데마트가 6일 베이징 시 발전개혁위원회로부터 가격 위반 명목으로 50만 위안(약 8318만 원)의 벌금 처분을 당했다. RT마트, 카르푸를 포함한 중국의 주요 유통업체들도 한국산 제품을 무더기로 철수시키고 있다.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은 게임 사업에 대한 신규 ‘판호(허가증)’ 발급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한국 게임사의 진출 자체를 원천 봉쇄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관련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중국 게임시장은 한국 업체 매출의 3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해커들의 사이버 공격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해커들은 사드 용지를 제공한 롯데와 한국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개시한다고 최근 동영상 사이트인 유쿠(優酷)를 통해 공개적으로 밝혔다. 롯데 면세점 홈페이지는 2일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으로 접속 장애가 나타난 데 이어 7일에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났다. 중국의 관광 금지 조치로 국내 관광업계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다. 제주도는 이달 15일 이후 방문 예정이었다가 예약이 취소된 중국인 관광객이 11만1000명에 이른다고 7일 밝혔다.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 296만 명이 제주도를 찾았으나 올해는 지난해의 약 70%인 200만 명 이상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7일 “한국은 1945년 이전에는 일본의 식민지, 이후에는 미국의 식민지였다”고 한국을 깎아내렸다. 사드 보복에 나서는 중국을 3류 국가로 비판한 한국 언론에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온 보도지만 상대국을 식민지로 표현한 것은 도가 지나쳤다는 평가다. 연변대 왕샤오보(王曉波) 교수는 환추시보 기고에서 “한국에 대한 징벌은 한 가지로는 안 되고 ‘종합세트’를 구사해야 한다”며 “정치 경제 군사 문화 등 ‘4륜 구동’식 다방면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손가인·황인찬 기자}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올해 1월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국가주석으로는 처음 참석해 자유무역의 전도사를 자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보호무역을 강조하는 것에 맞서 “세계 경제의 글로벌화는 막을 수 없다”며 “보호무역은 어두운 방에 자신을 가두는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세계경제포럼 측이 최근 발표한 ‘2016년 세계무역가능 보고서’는 중국 시장의 폐쇄성이 조사 대상 136개국 중 126위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자유무역을 역설했지만 정작 중국은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펴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국내외로의 시장 접근성을 종합한 순위에서 126위에 그쳤다. 수출 대상 국가 간 관세 장벽을 개선했는지를 따지는 지표인 ‘국외시장 접근성’에서는 124위에 머물렀다. 관세 장벽과 수입관세 면제 상품 등을 고려해 시장 개방성을 평가하는 ‘국내시장 접근성’은 101위였다. 중국은 대외무역의 원활성을 나타내는 ‘무역가능지수(ETI·Enabling Trade Index)’에서는 종합 평점 7점 만점에 4.5점을 얻어 중간 정도인 61위를 차지했다. 보고서는 “중국은 운송 인프라는 우수하지만 높은 평균 관세율 등의 문제로 세계에서 가장 닫힌 시장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유럽의회가 5일(현지 시간) 발표한 ‘2015년 주요 20개국(G20) 보호무역주의 보고서’에서도 중국은 불공정 무역 관행이 팽배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EU)이 2013∼2014년 EU 주요 무역 상대국 31개국을 대상으로 신규 무역제한 조치 현황을 조사한 결과, 중국은 러시아에 이어 2위에 올랐다. 31개국이 새로 도입한 170건의 제한 조치 중 중국이 23건으로 13.5%를 차지했다. 미국은 8건(4.7%), 한국은 1건(0.6%)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실질적으로 무역을 제한하는 비관세 장벽인 ‘국경 내 장벽’에서는 중국이 단연 1위였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국이 새로 도입한 국경 내 장벽 조치 34건 중 중국이 9건(26.5%)으로 가장 많았다. 국경 내 장벽의 대표 사례로는 중국이 2014년 도입한 ‘외국 분유 기업에 대한 등록제’를 꼽았다. 중국은 당시 수입 분유에 대해 수입 전 중국어 상표가 부착돼 있어야 한다는 규정을 마련했는데, 이는 외국산 분유에 대한 견제용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 한국과 일본 업체들이 30여 년간 이끌었던 전기차 배터리 산업을 중국 업체들이 최근 지배하기 시작한 것은 중국 정부가 외국 업체 억제책을 썼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지난해 말부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빌미로 한국의 전기차 배터리 업체 배터리에 대해 보조금 지급을 중단한 것은 중국 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은 2009년 3월 신장위구르 지역에서의 소요 발생 시 위구르 독립 세력이 상호의사 소통 수단으로 사용했다며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을 일방적으로 차단했다. 중국은 외국 주요 언론 매체 등의 접근을 차단하는 등 외부 정보의 통제를 위해 ‘만리장성’이라는 강력한 방화벽을 이용해 인터넷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 서방 국가에서는 중국의 인터넷 제한과 페이스북, 트위터 진입 금지 등의 통제가 자국 정보기술(IT) 업체의 성장을 돕는 ‘만리장성’이 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보이지 않는 규칙을 뜻하는 ‘잠규칙(潛規則)’도 중국 시장을 폐쇄적으로 만든다. 외국 기업의 발목을 잡는 잠규칙으로는 ‘표준’과 ‘인증’이 대표적이다. 중국에는 식품 안전 분야 926개 등 표준만 1만4000여 개에 이른다. 정부 조달 분야에서 자국산 우대정책과 ‘자주혁신 제품’ 우선 구매 등도 외국 업체에는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작용한다.베이징=구자룡 bonhong@donga.com / 뉴욕=부형권 특파원}

중국에서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롯데마트 점포 수가 20개를 넘어섰다. 슈퍼를 제외한 중국 현지 롯데마트 점포 수 99개 중 4분의 1에 달하는 매장이 한 달여 동안 문을 닫게 된 셈이다. 중국 소비자들의 한국 제품 불매운동 여파로 프랑스 유통기업 카르푸 중국 지점들도 한국산 제품을 받지 않기로 했다. 6일 롯데마트 관계자는 “영업정지를 받은 점포 수가 6일 오후 현재 23곳으로 늘었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파악 중이다”라고 말했다. 지역별로는 장쑤(江蘇) 성 15개, 안후이(安徽) 성 2개, 저장(浙江) 성 3개, 랴오닝(遼寧) 성 2개, 허베이(河北) 성 1개 등이다. 특히 상하이(上海)에서 가까운 장쑤 성에 영업정지 매장이 집중됐다. 영업정지 원인으로 지목된 사안은 ‘스프링클러 주변에 물건이 있다’는 등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정지 처분이 30일 이내인 것 역시 중국 당국의 한국 괴롭히기 전략이란 의견도 나온다. 롯데마트는 점포당 100∼150여 명의 중국인이 고용돼 있다. 점장도 전부 중국인이다. 재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영업정지 처분이 30일이 넘지 않으면 고용인에 대해 일정부분 월급을 보장해줘야 한다. 한 달 이내 영업정지는 자국민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한국 기업을 괴롭힐 수 있는 방안인 셈”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롯데마트 영업정지 처분을 확대하면 결국 롯데마트가 고용한 1만여 명의 중국인 직원에게까지 피해가 갈 수밖에 없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중국에서 약 1조2000억 원의 매출을 냈다. 영업이익은 1500억 원 적자로 추산된다. 2008년 중국 진출 이후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어 구조조정 압박이 강한 상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롯데마트가 중국 사업을 줄이면 오히려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중국 법인 총 근무자 2만여 명 중 90%가 중국인이다. 중국의 사드 억지 보복은 롯데뿐 아니라 한국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현지 대형 유통업체의 한국산 판매 금지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 대형 유통업체 RT마트는 최근 매장에서 롯데를 포함한 한국산 제품 모두를 매장에서 빼버렸다. 롯데 관계자는 “일반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또 허난(河南) 성 정저우(鄭州) 시의 한 광장에서는 롯데그룹 계열사의 소주인 ‘처음처럼’과 롯데 음료 상품을 박스째 쌓아 두고 이를 중장비로 뭉개는 과격한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프랑스 유통기업 카르푸가 베이징(北京) 시내 12개 지점에서 한국산 제품을 받지 않기로 했다. 카르푸 측은 유통기한이 짧은 유제품의 구매 중단을 시작으로 다른 한국산 제품 모두 구매를 중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르푸는 2008년 중국 인권 항의 시위로 중국에서 불매 운동을 당한 적이 있어 사드 반대의 불똥이 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중국 당국이 한국산 모바일 게임과 한국 게임 지식재산권(IP)의 신규 허가 심사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중국 인터넷에는 이번 기회에 인민해방군 병력을 북한 황해도 부근에 주둔시키자는 주장도 올라왔다. 사드 배치가 중국이 북한에 군대를 주둔시켜야 할 이유를 제공하고 있다며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북한이 6일 탄도미사일 4발을 발사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역학과 안보 지형이 다시 한번 출렁이고 있다. 특히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북핵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달 중 한국 중국 일본을 방문키로 한 상황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라는 변수가 터지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 간 패권 방정식도 더 복잡해지고 있다. 우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강경한 대북 구상은 더욱 빨리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분석이다. 트럼프 백악관은 현재 선제타격,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부터 북-미 대화까지를 포함한 대북 정책을 구상 중이다. 북한의 도발로 자연스레 강경 드라이브 기조로 정리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매우 화가 났다’고 공개 경고하고 전술핵 재배치 검토까지 공개됐는데도 북한이 보란 듯이 미사일을 발사한 만큼 대화 카드는 급속히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북한은 물론이고 대북 제재, 사드 배치를 놓고 벌이는 중국과의 신경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게 미 정부의 분위기다. 미 국무부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 직후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까지 압박하고 나섰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대변인 대행은 “모든 국가가 동원 가능한 영향력 있는 채널과 수단으로 도발은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북한과 그의 조력자들에게 분명히 보내기 바란다”고 말했다. 대북 제재에 미온적이고 사드 배치를 놓고 대한(對韓) 보복 조치를 일삼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북한 미사일 발사 소식이 전해지자 일요일인 5일에도 미사일의 제원과 사거리 등 관련 정보를 교환하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유엔 관계자들은 “미국이 유엔 안보리 회의 등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어느 때보다 강하게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한미와 사드 배치 힘겨루기에 나선 중국은 이번 도발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는 모양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유엔 안보리 결의안 위반이라고 지적하면서도 한미 군사훈련에 그 책임을 돌렸다. 그는 “북한을 겨냥한 한미 대규모 연합 군사훈련을 주목하고 있다”면서 “(한국 미국 북한 등) 각 측은 자제를 유지해야 하고 지역 정세 긴장을 고조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도발은 여러 면에서 중국의 이익을 해치는 측면이 많다. 중국은 리길성 북한 외무성 부상을 베이징으로 불러 김정남 피살 사건 이후 외교적 수세에 몰린 북한을 지원했지만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해 중국을 수세로 몰았다. 중국은 최대 정치 행사 중 하나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3일 개막돼 열리고 있는 시점에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한 것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느낄 것이 분명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 달 정상회담을 계획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이번 도발은 미국이 중국의 대북 제재 이행을 압박할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에서도 중국의 당혹감이 클 수밖에 없다고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분석했다. 북한의 이번 도발은 중국이 지난달 19일부터 북한의 석탄 수입을 전면 금지한 것에 대한 노골적 불만 표시로도 해석되지만 중국 당국은 전선을 평양이 아닌 한미 양국에 집중하기로 한 모양새다. 겅 대변인은 롯데 등 한국 기업에 대한 사드 보복에 대해 “우리는 한국 기업을 포함한 외국 기업이 중국에 와서 투자하는 것을 환영하고 합법적인 권익을 법에 따라 보호할 것”이라면서도 “동시에 외국 기업의 중국에서의 경영은 반드시 법과 규정에 따라야 한다”고 못 박았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베이징=구자룡 / 뉴욕=부형권 특파원}
김정남 살해 용의자로 체포됐다가 증거 불충분으로 추방된 리정철(47)이 말레이시아 수사당국으로부터 “자백을 강요받았다”고 4일 주장했다. 리정철은 바로 평양으로 돌아가지 않고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北京)에 머물며 인권침해 여론전에 나섰다. 말레이시아에서 추방된 리정철은 4일 0시 20분(현지 시간)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 3터미널에 도착한 뒤 중국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으로 이동했다. 침묵하던 그는 돌연 정문 철창 너머로 “말레이시아 경찰이 날조된 증거로 김정남 살해를 자백하라고 강요했다”면서 “경찰이 휴대전화 통화 이력과 독약을 싼 종이, 자신의 가족사진까지 제시하며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할릿 아부 바카르 경찰청장은 5일 “절차에 따라 정당한 수사를 했으며 용의자(리정철)는 좋은 대우를 받았다”고 자백 강요 주장을 일축했다. 말레이시아는 비자면제협정을 파기한 지 나흘 만인 4일 말레이시아 주재 강철 북한대사의 추방을 결정하며 대북 외교 공세 수위를 높였다. 강 대사는 그동안 수사 조작설을 주장해 말레이시아 정부의 거센 항의를 받아 왔다. 말레이시아 외교부는 “강 대사의 추방은 북한과의 관계 재검토 절차의 일부”라고 밝혀 단교를 비롯한 추가 조치 가능성을 내비쳤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황인찬 기자}
중국 정부가 5일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6.5%로 제시해 ‘바오치(保七·7% 성장률 유지)’ 시대의 종식을 알렸다. 중국 경제성장률 목표치에서 ‘7%’가 빠진 것은 처음이다. 관심을 모았던 국방 예산 증가율은 ‘7% 안팎’으로 제시돼 중국 국방비가 사상 처음으로 1조 위안(약 170조 원)을 돌파하게 됐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이날 보고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6차례 ‘핵심’으로 지칭해 시 주석의 1인 지배체제 강화를 대내외에 알렸다.○ ‘중저속 성장 시대’ 선언 리 총리는 이날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공작(업무)보고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에 대해 “6.5%로 하되 가능하면 더 높이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목표치 6.5∼7.0%에 비해 낮아진 것이지만 주요 투자은행과 경제분석기관 전문가들의 예상치와 비슷한 수치다. 지난해 실제 성장률은 6.7%로 26년 만에 최저치였다. 중국 경제가 고속 성장 시대를 마감하고 중저속 성장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중국이 경제성장 7% 목표를 공식 포기한 것은 과거와 같은 고속 성장 시대를 이어갈 수 없으며 세계 경제의 견인차 역할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본격화된 보호무역주의 바람에 이어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의 7%대 성장 포기로 세계 경제가 올해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의 작년 세계 경제성장 기여도는 33.2%였다. 특히 한국 등 중국 시장에 의존하는 수출국들은 중국 성장률이 떨어질 경우 경기 위축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 국방예산 1조 위안 돌파에 日 강한 우려 푸잉(傅瑩) 전국인대 대변인은 4일 기자회견에서 “올해 국방비 예산 증가 폭은 7% 안팎이 될 것이며 이는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3% 수준”이라고 밝혔다. 국방예산 증가율이 3년 연속 감소세이지만 총액은 사상 처음으로 1조 위안을 넘어섰다. 올해 중국 국방비는 지난해 9543억5000만 위안보다 668억 위안(약 11조2000억 원)가량 늘어난 1조211억 위안(약 171조2000억 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은 최근 내년 국방비 예산을 10% 늘어난 6030억 달러(약 684조1035억 원)로 책정해 발표하면서 중국 내부에서도 두 자릿수 국방비 증액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일단 한 자릿수 증가에 머물렀다. 하지만 중국 국방비 1조 위안 돌파 소식에 일본은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은 4일 “중국의 급속하고 불투명한 군사비 확대는 이전부터 국제사회에서 우려돼 왔다. 계속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의 실제 국방비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다. 일본 방위성의 한 간부도 산케이신문에 “중국은 주변국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국방비 내용을 공개하는 등 투명성 향상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베이징=구자룡 bonhong@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