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윤

이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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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기자입니다.

asap@donga.com

취재분야

2025-11-16~2025-12-16
미국/북미33%
인사일반13%
국제정치10%
중국10%
일본8%
국제일반8%
유럽/EU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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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경제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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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이코노미스트 “계엄 탓에 韓 ‘결함있는 민주주의國’ 재분류”

    영국 경제 조사 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27일(현지 시간) 발표한 ‘민주주의 지수 2024’에서 한국이 167개국 중 22위에서 32위로 10계단 하락했다. 이에 따라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 범주에서 ‘결함 있는 민주주의’ 국가 범주로 재분류됐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결과다.영국 시사지 이코노미스트 부설 경제 조사 기관인 EIU는 이날 연례 민주주의 지수 보고서에서 “한국은 비상계엄 선포와 후속 정치적 교착 상태로 정부 기능과 정치 문화 점수가 하향 조정됐다”고 밝혔다. 한국의 평가 총점은 10점 만점에 7.75점으로 2006년 지수 산출 이래 가장 낮았다. 이는 1년 전 총점(8.09점)보다 0.34점 감점된 수치다. 이에 따라 한국은 2020년부터 4년 연속 포함된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 범주에서 ‘결함 있는 민주주의’ 국가 범주로 재분류됐다.EIU는 167개국을 대상으로 민주주의 발전 수준을 조사해 △8점 이상 국가는 ‘완전한 민주주의’ △6점 이상~8점 미만은 ‘결함 있는 민주주의’ △4점 이상~6점 미만은 ‘민주·권위주의 혼합형 체제’ △4점 미만은 ‘권위주의 체제’의 네 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올해 ‘완전한 민주주의’ 범주엔 총 25개국이 들어갔는데 노르웨이가 9.81점으로 16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뉴질랜드(9.61점), 스웨덴(9.39점), 아이슬란드(9.38점) 등이 뒤를 이었다. 미국은 지난해보다 한 계단 오른 28위(7.85점)로 ‘결함 있는 민주주의’에 속했다. 일본(8.48점)은 전년처럼 16위를 유지했고, 대만(8.78점)은 10위에서 12위로 하락했다.한국은 조사 대상 167개 중 순위 하락 폭을 기준으로 공동 5위였다. 지난해 반(反)정부 시위로 장기 집권한 셰이크 하시나 총리가 축출된 후 정부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방글라데시가 1년 전보다 25계단 추락해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이어 루마니아, 튀니지, 쿠웨이트, 한국 및 기니비사우 순이었다.EIU는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사건은 37년밖에 되지 않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상대적 취약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켰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여야의 극단적 대립과 타협 불능 상태는 정치 체제를 예상보다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고, 정치 폭력과 사회 불안정의 위험을 높이고 있다”며 계엄 후폭풍(fallout)이 2025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이날 발표된 미국 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의 ‘2025 세계 자유 지수’에서도 한국은 지난해 61위에서 올해 67위로 내려갔다. 프리덤하우스는 “지난해 윤 대통령은 야당이 장악한 의회를 우회하고 자신의 부인과 내각에 대한 조사를 억압하기 위해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한국을 드라마틱한 헌법적 위기에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입법부, 시민사회, 일반 국민들이 자유를 지키기 위해 힘을 합치면서 계엄령 선포를 신속하게 무효로 했다”고 덧붙였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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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해군장관 후보자, 한화오션 콕 집어… “韓 조선업 자본·기술 유입 매우 중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존 펠란 해군장관 후보자가 27일(현지 시간) 한화오션의 미국 조선소 인수에 따른 자본 및 기술 유입이 “매우,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미 해군장관은 민간인 행정 관료로, 해군 및 해병대의 운영을 맡는다.이날 미 상원 군사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동맹국의 조선 역량을 활용하기 위해 어떠한 협력 방안을 구상 중이냐’는 질문을 받자 펠란 후보자는 “우리는 해외 조선 업체들이 가진 전문성과 기술을 살펴봐야 한다”며 한화오션을 사례로 들었다. 그는 “한화가 최근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인수했다”며 “그들이 그것을 강화하고 더 낫게 만드는 방안을 살펴볼 것인데, 그들의 자본과 기술을 이곳(미국)으로 유치하는 것은 내 생각에 매우,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있는 필리 조선소 인수를 마무리했다. 미 해군 군수지원함의 유지·보수(MRO) 사업도 잇달아 따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직후인 지난해 11월 7일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에서 한국과 조선업 협력 의사를 밝혔다. 이에 일각에서는 펠란 후보자가 과거 미 해군 국영 조선소 부지였던 필리 조선소를 거점으로 한국과 조선업 협력에 나설 뜻을 강조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펠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출석에 앞서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해군장관이 직면한 최대한 도전 과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첫 번째로 선박 건조를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연설에서 “미국이 하루에 한 척씩 건조하던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며 조선업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 그는 서면 답변에서 “대통령과 국방장관 지시하에서 해군부는 미국의 글로벌 전력 태세를 개선하고, 인도·태평양 지역과 같은 우선순위 지역에서 파트너 국가들과의 상호 운용성을 강화할 기회를 발굴해 진전시키겠다”고 했다. 동맹과의 연합훈련을 중시하겠다고도 밝혔다. 그는 “우리의 경쟁력 우위를 유지하고 미국을 더 안전하게 하는 영역에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우리의 가장 강력한 동맹국 및 신흥 파트너들과 양자 및 다자 훈련을 함께 할 것”이라고 했다. 펠란 후보자는 사모펀드 러거 매니지먼트를 창립해 이끈 기업인 출신이다. 군 복무 경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펠란 후보자 지명을 발표하며 “그는 무엇보다도 미 해군의 사업을 우선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대선 때 펠란 후보자는 트럼프 측과 공화당에 180만 달러(약 26억 원) 이상을 기부했다. 펠란 후보자의 부인 에이미 팰란 역시 120만 달러(약 17억 원) 넘게 기부했다. 미술 매체 아트뉴스는 미 연방선거위원회(FEC) 자료를 분석해 “미술 컬렉터로도 유명한 부부의 기부금 총액이 300만 달러(약 43억5000만 원)가 넘는다”고 보도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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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EU, 美 등쳐먹으려 조직… 車등 모든 제품에 25% 관세”

    “유럽연합(EU)은 미국을 ‘등쳐 먹기(screw)’ 위해 만들어졌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집권 2기 첫 각료회의에서 EU를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유럽 주요국이 미국산 자동차와 농산물 등을 충분히 수입하지 않는다며 “유럽산 자동차를 비롯해 사실상 모든 제품에 약 25%의 관세를 곧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국경을 맞댄 우방 캐나다와 멕시코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고, 우크라이나를 선제 침공한 러시아를 노골적으로 편들고 있다. 이런 그가 또 다른 핵심 우방인 EU까지 강하게 비판하고 관세 부과 방침을 분명히 하면서 미국의 기존 외교 및 통상 정책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EU는 거세게 반발했다. 올로프 길 EU 집행위원회 무역담당 대변인은 “EU는 세계에서 가장 큰 자유 시장으로 미국에도 이익이 되는 곳”이라며 “정당화될 수 없는 무역 장벽에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맞섰다.● 무역적자 약 100조 원 부풀려 EU 공격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의 최대 통상 파트너인 EU를 두고 “미국은 EU에서 3000억 달러(약 435조 원)의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 그들은 캐나다와 다른 방식으로 미국을 이용해 왔다”고 비난했다. 이어 “그들은 우리의 자동차, 농산물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EU가 미국을 등쳐 먹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라고 주장했다.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대(對)EU 무역적자는 2356억 달러(약 342조 원)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금액보다 100조 원 가까이 적다. 이처럼 부풀린 수치를 거론한 것 또한 EU에 대한 그의 부정적 인식을 보여 준다는 평가다.다만 BBC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은 69만2334대의 EU산 자동차를 수입했다. 미국에서 EU로 수출된 자동차는 11만6207대에 불과해 큰 차이가 있다.트럼프 대통령은 EU가 보복 관세에 나설 가능성을 두고 “성공할 수 없다”며 “미국이 그들과 거래를 끊으면 우리가 이긴다. 우리는 모두가 원하는 ‘황금 단지(pot of gold)’”라고 주장했다. 경제력과 군사력에서 우위인 미국이 모든 교역 상대를 무릎 꿇릴 수 있다는 ‘힘의 논리’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멕시코와 캐나다를 상대로 예고한 25% 관세의 부과 일정을 헷갈리는 모습도 보였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부터 두 나라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날은 “4월 2일부터 부과할 것”이라고 했다.그러자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다음 달 발효되는 25% 관세는 두 나라가 불법 이민자와 펜타닐 마약 단속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징벌적 성격이고, 대통령이 언급한 4월 관세는 두 나라가 교역 측면에서 미국을 불공정하게 대우했을 경우 이에 따른 ‘상호 관세’ 성격이라고 정정했다. 이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 전쟁을 주도할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 또한 상원 인준을 통과했다.● 대만 방어 ‘전략성 모호성’ 유지트럼프 대통령은 대외관계에 대한 거래적 접근법도 강조했다. 특히 미국의 최대 경쟁자 겸 안보 위협으로 꼽히는 중국에 대해서도 “그들(중국)이 미국에 투자하기를 바란다. 중국과 무언가를 할 것”이라며 경제협력 의사를 내비쳤다.중국의 대만 침공 시 미국이 대만을 방어하겠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받자 그는 “답하지 않겠다. 절대 그런 (난처한) 입장에 놓이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2023년 9월 NBC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질문에 “말하지 않겠다. 말하면 거저 주는 것”이라고 했다.1979년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한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하면서도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고 군사 협력도 강화하는 이른바 ‘전략적 모호성’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우리를 이용할 수는 없다”고 했다. 지난해 기준 2954억 달러(약 428조 원)에 달하는 대중국 무역적자, 중국산 과잉생산 및 헐값 수출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약소국 약탈’ 비판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광물 협정 또한 “미국의 부(富)를 늘려줄 것”이라며 “앞으로도 이런 성공적인 ‘거래(deal)’를 성사시키겠다”고 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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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 보며 떨고있는 대만… 美 국방부 2인자 “방위비 늘려라”

    “트럼프가 우크라이나를 버린다면 대만도 버릴 수 있는 것 아닌가?”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3주년을 하루 앞둔 23일, 대만 수도 타이베이의 주대만 러시아대표부 앞에서 열린 시위에 참석한 엔지니어 황위샹 씨(23)는 뉴욕타임스(NYT)에 이같이 말했다. 이날 그를 비롯한 수십 명의 대만 시민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책임을 규탄하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25일 NYT는 “대만이 우크라이나를 보면서 트럼프의 다음 ‘거래 대상’이 될까 봐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종전 협상에서 러시아와 밀착하며 우크라이나에 양보를 강요하면서 대만의 안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이 종전 뒤 우크라이나에 명확한 안보 보장을 거부하고 있는 것처럼, 대만 역시 중국의 군사적 도발 등으로부터 지켜주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이런 가운데 미 국방부 2인자로 지명된 스티브 파인버그 부장관 후보자는 25일 진행된 미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대만 침공을 위한 군사적 준비를 2027년까지 마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오늘은 우크라, 내일은 대만”26일 대만 국방부는 “중국이 사전 예고도 없이 22대의 전투기와 무인기 등을 대만 북부와 남서부 공역으로 보내 사격 훈련을 벌였다”며 병력을 동원해 대응에 나섰다고 밝혔다. NYT에 따르면 최근 중국은 거의 매일 전투기와 군함을 대만해협에 보내며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다. 25일에는 대만섬과 외부의 통신을 잇는 해저케이블을 절단한 혐의로 중국 선원 8명이 대만 해안경비대에 붙잡히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해저케이블 절단 사건은 올해 들어서만 5차례 벌어졌다. 이는 유사시 대만을 해상 봉쇄하고,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한다는 중국의 군사계획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많다.앞서 3년 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할 때도 대만은 중국의 침공 가능성을 우려했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시선이 우크라이나에 쏠린 틈을 타 중국이 대만 공격에 나설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 차이잉원(蔡英文) 당시 대만 총통은 중국의 군사력 증강을 예의주시하며 군사 준비 태세를 강화했다.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방식이 대만의 안보 불안을 키우고 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오늘은 우크라이나, 내일은 대만”이라는 구호가 대만 내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거래를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전략’은 대만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과 통상 압박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대만의 반도체 사업을 미국으로 되찾아오고 싶다”고 발언했다. 파인버그 부장관 후보자도 “대만이 방위비 지출을 늘리도록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미국과의 안보 협력이 절실한 대만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에 적극 응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대만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 예산을 현행 2.45%에서 3% 이상으로 증액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가 경영난에 빠진 미국 인텔의 일부 사업부문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26일 주펑롄 중국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대만 민진당 당국은 대만의 반도체 산업과 핵심 기업을 외세에 의존한 독립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며 비난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전략 태세 강화할 것”미국의 우크라이나 종전 방식을 둘러싼 안보 불안이 아시아 전역으로 퍼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23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종전협상에서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배제한 걸 본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들 사이에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며 한국을 예로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핵군축과 대북제재를 교환하는 스몰 딜을 추진하면서 한국을 패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것.한편 파인버그 부장관 후보자는 25일 상원 군사위원회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대만에 대한 미국의 핵심 지원을 지지하고, 위기 상황에서 효과적인 비대칭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지원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인준이 되면 중국의 공세를 억지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우리의 전력 태세를 강화하는 일을 시급성을 갖고 추진하겠다”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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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만인들 ‘우크라 패싱’ 트럼프 보며 “우리도 버릴라” 긴장

    “트럼프가 우크라이나를 버린다면 대만도 버릴 수 있는 것 아닌가?”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3주년을 하루 앞둔 23일, 대만 수도 타이베이의 주대만 러시아대표부 앞에서 열린 시위에 참석한 엔지니어 황위샹 씨(23)는 뉴욕타임스(NYT)에 이같이 말했다. 이날 그를 비롯한 수십 명의 대만 시민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책임을 규탄하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25일 NYT는 “대만이 우크라이나를 보면서 트럼프의 다음 ‘거래 대상’이 될까 봐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종전 협상에서 러시아와 밀착하며 우크라이나에 양보를 강요하면서 대만의 안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이 종전 뒤 우크라이나에 명확한 안보 보장을 거부하고 있는 것처럼, 대만 역시 중국의 군사적 도발 등으로부터 지켜주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이런 가운데 미 국방부 2인자로 지명된 스티브 파인버그 부장관 후보자는 25일 진행된 미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대만 침공을 위한 군사적 준비를 2027년까지 마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오늘은 우크라, 내일은 대만”26일 대만 국방부는 “중국이 사전 예고도 없이 22대의 전투기와 무인기 등을 대만 북부와 남서부 공역으로 보내 사격 훈련을 벌였다”며 병력을 동원해 대응에 나섰다고 밝혔다. NYT에 따르면 최근 중국은 거의 매일 전투기와 군함을 대만해협에 보내며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다. 25일에는 대만섬과 외부의 통신을 잇는 해저케이블을 절단한 혐의로 중국 선원 8명이 대만 해안경비대에 붙잡히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해저케이블 절단 사건은 올해 들어서만 5차례 벌어졌다. 이는 유사시 대만을 해상 봉쇄하고,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한다는 중국의 군사계획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많다.앞서 3년 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할 때도 대만은 중국의 침공 가능성을 우려했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시선이 우크라이나에 쏠린 틈을 타 중국이 대만 공격에 나설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 차이잉원(蔡英文) 당시 대만 총통은 중국의 군사력 증강을 예의주시하며 군사 준비 태세를 강화했다.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방식이 대만의 안보 불안을 키우고 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오늘은 우크라이나, 내일은 대만”이라는 구호가 대만 내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거래를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전략’은 대만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과 통상 압박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대만의 반도체 사업을 미국으로 되찾아오고 싶다”고 발언했다. 파인버그 부장관 후보자도 “대만이 방위비 지출을 늘리도록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미국과의 안보 협력이 절실한 대만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에 적극 응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대만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 예산을 현행 2.45%에서 3% 이상으로 증액키로 했다. 이와 함께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가 경영난에 빠진 미국 인텔의 일부 사업부문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26일 주펑롄 중국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대만 민진당 당국은 대만의 반도체 산업과 핵심 기업을 외세에 의존한 독립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며 비난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전략 태세 강화할 것”미국의 우크라이나 종전 방식을 둘러싼 안보 불안이 아시아 전역으로 퍼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23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종전협상에서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배제한 걸 본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들 사이에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며 한국을 예로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핵군축과 대북제재를 교환하는 스몰 딜을 추진하면서 한국을 패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것.한편 파인버그 부장관 후보자는 25일 상원 군사위원회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대만에 대한 미국의 핵심 지원을 지지하고, 위기 상황에서 효과적인 비대칭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지원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인준이 되면 중국의 공세를 억지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우리의 전력 태세를 강화하는 일을 시급성을 갖고 추진하겠다”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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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승리 동력”…팟캐스트의 매력 뭐길래[트럼피디아]

    “넬크 보이즈, 에이든 로스, 테오 본, 보스턴, 버신 위드 더 보이즈,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력하고 위대한 조 로건에게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승리를 선언한 지난해 11월 6일(현지 시간). 승리 연설 무대에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오른 ‘트럼프 지지자’ 데이나 화이트 UFC 최고경영자(CEO)는 마이크를 건네받은 뒤 낯선 이름을 연이어 호명했다. 이들은 이번 유세 기간에 트럼프 대통령이 출연한 팟캐스트 방송의 진행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집계에 따르면 그는 대선을 앞두고 팟캐스트 20개 이상에 출연했다.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선택한 20, 30대 남성은 4년 전에 비해 30%포인트 가까이 늘어났는데 팟캐스트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팟캐스트가 뭐길래 이 같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인지 살펴봤다. ● 팟캐스트는 2030의 폭스뉴스우선 누가 팟캐스트를 듣는 것일까. 팟캐스트는 미국인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 조사에서 최근 한달 내 팟캐스트를 들은 적이 있다고 답한 비중은 불과 10년 만에 30%포인트 넘게 뛰었다. 이 비율은 2014년에 10%대 중반이었는데 지난해 47%를 기록했다. 2014년 범죄수사 팟캐스트 ‘시리얼’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팟캐스트 대중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거의 매일 팟캐스트를 듣는 미국인도 많다. 2023년 조사에서 일주일에 여러 차례 팟캐스트를 듣는다고 답한 비율이 18~29세에서 48%, 30~49세에서 45%로 나타났다. 중장년층에서도 50~64세 35%, 65세 이상 27%로 적지 않다. 인기 팟캐스트가 대부분 보수 성향인 점에서 “팟캐스트는 2030의 폭스뉴스”라는 말도 나온다.폭스뉴스 시청자의 평균 연령은 68세(닐슨). 반면 팟캐스트는 20~40대가 주로 듣는다. 이는 다루는 주제에서의 차이로 이어진다. 폭스뉴스는 주로 반(反)사회주의, 반이민, 교육 문제 등을 다룬다. 팟캐스트에서는 미투 운동과 진보 진영에 대한 반발이 인기 주제다. 반백신 등 사회적 합의와 통념을 거스르는 주장도 자주 등장한다. 시청자가 매체와 맺는 관계의 역학도 다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폭스뉴스는 소리쳐대며 시청자를 겁먹게 만들지만, 팟캐스트는 청취자들의 마음을 달래 무장해제시킨다”고 분석했다. *팟캐스트는 실리콘밸리 보수도 결집시켰다. 에서 다뤘다. 폭스뉴스를 온종일 틀어둘 수 있듯, 팟캐스트도 거뜬히 일상을 채울 수 있는 러닝타임을 자랑한다. 한 편의 길이가 3시간이 넘는 경우도 많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출연자들의 수다를 듣다 보면 이들에 대한 호감도가 올라가기 마련이다. ● 재밌고 편안해서 빠져들어인기 팟캐스트의 특징은 재밌고, 나아가 자극적이라는 점이다. 미국 특유의 입담을 중시하는 농담 문화가 팟캐스트로 이어졌다. 인기 팟캐스트 진행자가 스탠드업 코미디언 출신인 경우가 많다. 실제로 퓨리서치 조사에서 30세 이하 10명 중 7명 이상이 “재밌어서 듣는다”고 답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조 로건(58)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직전 로건의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3시간 넘게 인터뷰를 진행했다. 공개 24시간 만에 유튜브에서만 260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로건은 UFC 해설자 출신 코미디언으로 보수세가 강한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활동하고 있다. 로건은 2020년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와 무려 2억 달러(약 2900억 원) 규모의 팟캐스트 송출 독점 계약을 맺은 업계 대표주자다. 이번 대선 전후로는 트럼프 대통령과 J D 밴스 부통령,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등이 그의 텍사스주 스튜디오를 찾았다. 로건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때 반백신 운동가들과 대담을 나누며 음모론을 전파해 논란의 중심에 선 이력으로도 유명하다. 로건 자체는 비교적 온건하다는 평가를 받으나 극우 백인우월주의자, 여성 혐오자 등이 게스트로 출연하는 사례도 많다. 반면 진보 성향의 게스트도 종종 출연한다. 조나단 짐머만 펜실베이니아대 교육사 교수(64)는 저서 ‘표현의 자유에 신경써야 한다’를 출간한 후 2021년 4월 로건의 팟캐스트에 초대를 받은 경험을 펜실베이니아주 일간 인콰이어러 기고에서 공개했다. 짐머만 교수는 “예상과 달리 로건은 진심으로 호기심을 갖고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었다. 정중하고 열린 태도로 모르는 것이 있으면 솔직하게 묻고 배워갔다”고 전했다. 이어 “로건과 3시간 동안 교육, 결혼, 심지어 고대 멕시코의 인신공양에 대한 역사 이야기도 나눴지만, 정작 책 홍보는 거의 하지 않았다”며 이 경험을 통해 “사회적 분열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화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글을 맺었다. 로건에 대해 “UFC 해설가 출신이 정치를 가르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지만, 로건이 진행자로서 가진 능력은 게스트를 돋보이게 한다는 점이다. 가디언은 “진보와 보수 문화의 선을 흐리고,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 청취자가 게스트의 주장을 보다 쉽게 수용하게 만든다”고 전했다. 로건은 후배 코미디언도 양성하고 있다. 그는 텍사스주의 한 코미디 클럽을 매입해 ‘로건 꿈나무’들에게 무대로 내어줬다. 가장 잘 나가는 후배는 이번 대선을 9일 앞두고 뉴욕 유세에서 “푸에르토리코는 쓰레기 섬”이라고 연설한 백인 코미디언 토니 힌치클리프(40)다. 힌치클리프는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며 끝내 사과하지 않았는데 이 같이 거칠고 분열적인 발언이 나온 배경에 대해서 표현의 자유를 중시해 욕설과 금기어 등이 용인되고, 정치 풍자의 전통을 지닌 미국 스탠드업 코미디 장르의 특성과 연결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외에도 터커 칼슨(56)과 메긴 켈리(55) 등 폭스뉴스 간판 앵커 출신 방송인, 로건 폴(30) 등 유튜버, 에이든 로스(25) 같은 극우 인사들이 팟캐스트에 진출해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을 앞두고 각각 폴과 로스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막내아들) 배런이 완전 팬이라 꼭 출연하라고 추천했다”고 밝혔다. ● 이걸 끼고 일해야 능률이 올라갑니다팟캐스트는 20, 30대의 생활의 일부가 됐다. 2023년 퓨리서치 조사에서 팟캐스트를 틀어두고 다른 일을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70%에 달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도 크게 받았다. 비대면 근무를 하거나 배송 업무를 하면서 팟캐스트를 듣는 경우가 많다. 또 한국에 비해 장기간 락다운(봉쇄)을 거치며 단절된 사회적 관계를 회복하지 못해 외로움과 고립감을 덜기 위해 팟캐스트를 찾는 청취자도 많다. 심심해서 듣는 것만큼이나 공부를 하고 싶어서 팟캐스트를 선택하는 비중도 컸다. 18~29세는 절반(50%)이 ‘배우려고(to learn)’ 팟캐스트를 듣는다고 답했다. 다만 이들은 팟캐스트를 뉴스 매체로 인식하지는 않는 분위기였다. ‘시사 이슈를 따라가기 위해’ 팟캐스트를 듣는다고 답한 응답자는 25%로 ‘동기부여를 위해’(23%) 다음으로 적었다. 정치와 세상사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팟캐스트를 듣는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청취자들이 팟캐스트 속 정보를 매우 신뢰한다는 점도 눈길이 간다. 전 연령대의 팟캐스트 이용자 중 87%가 “팟캐스트에서 들은 정보가 정확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부정확할 수 있다고 응답한 비중은 11%에 불과했다. 심지어 신문, 방송 등 레거시 미디어보다 팟캐스트가 정확하다고 생각한다는 사람도 31%나 됐다. (“비슷하다”도 55%로 집계됐다.) 지지 정당별로는 공화당 지지자에서 팟캐스트 신뢰도가 더욱 높았다. 공화당 지지자 중 팟캐스트를 더 신뢰한다고 답한 비중은 46%로 나타났다. 반면 전통 매체가 더 정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10%에 불과했다. 왜 그럴까. 팟캐스트 진행자를 ‘랜선 친구’처럼 여겨 친밀도가 높은 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팟캐스트가 ‘그들 vs 우리’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를 강화하는 측면도 있다. “진보 진영과 기득권, 전통 매체가 진실을 감추고 있지만, 나는 팟캐스트를 듣기 때문에 속지 않는다”는 정서가 확산해 각종 음모론이 힘을 얻는 것으로 풀이된다. 퓨리서치 조사에도 이를 뒷받침할 흥미로운 항목이 있다. ‘팟캐스트에서는 다른 데서 듣지 못하는 소식을 알 수 있다’는 문항에 공화당 지지자의 81%가 ‘그렇다’고 답했다.팟캐스트를 통해 분열적인 메시지가 빠르고 효과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는 1996년 출범 후 2000년 대선 국면에서 급부상한 폭스뉴스가 즉각 언론학계와 시민단체의 비판에 직면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하루에 24시간만 방송하는 폭스뉴스와 달리 보수 팟캐스트는 하루에도 3시간짜리 방송이 수십개씩 쏟아져 사실상 모니터링이 불가능하다. 팟캐스트의 독주를 막을 방법이 현재로서는 마땅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12화 요약: 팟캐스트가 미국인의 세계관을 바꾸고 있다. 20~50대 절반이 거의 매일 팟캐스트를 틀어두고 생활하고 있다. 주로 보수 성향 코미디언들이 특유의 입담으로 재밌게 진행하는데, 이들은 청취자들의 정치 선생님이자 친구 같은 존재다. 청취자들은 팟캐스트 속 정보를 매우 신뢰하고, 이를 검증해야 한다는 생각을 거의 하지 않는다. 팟캐스트가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 배경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다. 13화 예고: 틱톡과 쇼츠 이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있었다. 그는 2011~2014년 유튜브에 약 1~3분 분량의 ‘영상 편지’를 100건 가까이 올렸다. 그가 전달한 메시지가 무엇이었고, 이 영상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살펴봤다. 동아일보가 아카이빙한 미니 히어로콘텐츠 ‘트럼프 2.0 폴리시 맵’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정책을 한 눈에 확인하세요.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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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기업 대미투자-조선업 협력 앞세워, 트럼프가 자랑할 얘깃거리 만들어야”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위한 이야깃거리를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 워싱턴에서 활동하는 유명 로비업체 DGA그룹의 저스틴 매카시 파트너(사진)는 2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압박에 대한 대응 방법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자신의 업적을 홍보하기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감안해 한국의 대미 투자 성과를 적극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백악관 입법담당 특별보좌관을 지낸 매카시 파트너는 최근 주미 한국대사관이 DGA그룹에 의뢰한 프로젝트에도 참여하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기조 등을 분석했다. 매카시 파트너는 “한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 사례를 잘 정리해 스토리텔링을 할 필요가 있다”며 “미 조지아주에 생산거점이 있는 현대자동차 등 미국인도 잘 아는 한국 기업들의 네임밸류를 적극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에) 한국 주요 기업들의 대미 투자가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점을 부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관심을 표명한 조선업 협력에 대해선 “통상 문제를 단숨에 해결할 ‘묘책(silver bullet)’은 아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성과 소재’로 잠재력이 크다”고 진단했다. 실제 성과로 이어진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인들에게 성과로 내세우기 좋은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고율 관세 부과를 막기 위한 사전 협의가 필요하지만, 이것이 현실화됐을 때를 대비한 노력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일단 새로운 관세가 부과된 후 이를 철회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는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한국 정부가 가장 먼저 철강 관세를 면제받은 과정을 복기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덧붙였다. 매카시 파트너는 “당시 쌓은 한국 정부의 노하우는 담당자가 바뀌어도 ‘당국 차원의 기억(institutional memory)’으로 존재한다” 며 “각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텐데 한국은 저력이 있는 국가”라고 했다.다음은 일문일답.-주미대사관 컨설팅은 어떤 작업이었는가.“정권 인수위 기간이었던 지난해 11, 12월 2개월간 차기 행정부의 통상 분야 정책 기조와 관련한 조언을 했다. “인사가 곧 정책”이라는 워싱턴 정가의 오래된 말이 있다. 요직에 누가 발탁될 지가 중요한 시기라 관련 정보 또한 제공했다.”-트럼프 행정부가 가장 얻고 싶어하는 것은 무엇인가.“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적자와 제조업 활성화를 중요하게 본다. 이 두 가지가 서로 연결된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 외에 과잉 생산된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이 제3국을 통해 미국에 유입될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한국과 협상에서 미국이 얻고 싶은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통상 측면에서는 농업, 자동차 등 한국 시장에 대한 접근권의 확대를 원할 수 있다. 철강 등 중국 문제에 대한 확답도 줘야 한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방위비 재협상 가능성이 있지만, 한미 동맹의 전반적인 기조에는 큰 변동이 없을 것이다.”-한국은 어떤 전략을 갖고 접근해야 할까.“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위한 이야깃거리를 만들 필요가 있다. 한국은 자동차 산업이라는 매우 훌륭한 이야기를 스토리텔링하는 데 힘써야 한다. 공장이 들어온 지역에 일자리가 생기고, 식당과 이발소, 주유소가 새로 문을 열었다. 한국 주요 기업들의 대미 투자가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점을 부각할 필요가 있다. 미 조지아주에 생산거점이 있는 현대자동차 등 미국인도 잘 아는 한국 기업들의 네임밸류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업 협력에 관심을 표했는데.“통상 문제를 단숨에 해결할 ‘묘책(silver bullet)’은 아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성과 소재’로 잠재력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군을 재건하겠다고 약속했고, “선박을 하루에 한 척씩 건조하던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는 취지로 여러 차례 발언하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실제 성과로 이어진다면 그가 미국인에게 성과로 말하기 좋은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다.”-관세 협상을 대비하며 주의할 점은 무엇인가.“일단 새로운 관세가 부과된 후 이를 철회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는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대비해야 한다. 지난 80여 년간 사용되지 않은 방법이지만 대통령이 즉각 관세를 매길 방법이 존재한다. 이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한국 정부에 최선의 ‘계획안(playbook)’은 무엇일까.“트럼프 1기 행정부 때 한국 정부가 가장 먼저 철강 관세를 면제받은 과정을 복기할 필요가 있다. 각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텐데 한국은 저력이 있는 국가다. 당시 쌓은 한국 정부의 노하우는 담당자가 바뀌어도 ‘당국 차원의 기억(institutional memory)’으로 존재한다.”-한국은 정상 외교가 어려운 상황인데 영향을 줄까.“정상 외교는 항상 도움이 되지만 ‘바늘을 움직이는(move the needle)’ 식의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온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인도와 일본 사례를 봐도 그러하다. 미국은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의 정상회담 당일에 상호관세를 발표했고, 일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와의 정상회담 다음 날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발표했다.”-협상이 언제쯤 본격화될까.“1~2주 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인준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관계부처의 차관급 인사가 아직 임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은 고위급 실무협상이 원활하기 진행되기 어렵다. 조만간 차관급까지 임명을 마치면 급물살을 탈 것이다.”-트럼프 행정부는 왜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관세를 활용하는가.“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 발표한 각서(memorandum)에 주목해야 한다. 유세 기간에 말한 사실상 모든 공약을 담았다. 선거용 발언(campaign talk)이 정치적 수사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글로벌 무역 시스템과 전 세계 모든 무역 파트너와 관계에 있어 놀라울 정도로 급진적인 내용들이 담겼다. 관세와 관련된 발표가 계속해서 쏟아질 것이다.”-그 중 한국에 영향을 줄 내용은 무엇인가.“각서 내용 중 7, 8개 정도가 해당한다. 대미 무역 흑자, 부가세 등의 비관세 장벽,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지적했는데 모두 한국과 관련된 내용이다. 한국 기업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생산거점을 뒀기 때문에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 재검토 문제에도 엮여있다.”-이번 관세 협상 국면에서 잘하고 있는 나라를 꼽는다면.“워싱턴 정가에선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의 실용성과 적극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불법 이민과 마약 단속에서 적극적인 협조 의사를 밝혔는데, 앞으로의 협력을 위한 토대를 잘 닦고 있다고 본다. 철저한 준비를 통해 양국 국민 모두에게 지지받을 수 있는 분야에서 협력한다는 점이 인상 깊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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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세맨’ 트럼프 뒤엔, 통상규제 강조 아이어코카 훈수 있었다

    “미국을 상대로 무역 흑자를 내는 부유한 동맹을 상대로 ‘세금(관세)’을 걷자.” 1987년 41세의 부동산 사업가였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보스턴글로브에 이 같은 주장을 담은 전면광고를 실었다. 광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고율 관세를 도입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다른 국가들이 미국에 바가지 씌우고 있다(rip off)”고 주장했다. 집권 2기 첫날부터 전 세계를 상대로 강도 높은 ‘관세 부과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약 40년 전부터 관세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것이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마이클 스트레인 경제정책국장은 “트럼프는 지난 40년 가까이 언제 어디서든 말할 기회만 생기면 관세가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고 영국 BBC에 말했다.● 통상규제 강조한 ‘자동차 영웅’에게 영향받아NYT와 WP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에 대한 특별한 관심은 1970, 80년대 ‘경영의 귀재’로 통했던 리 아이어코카 전 크라이슬러 회장(1924∼2019)에게 영향을 받았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영웅으로 불리던 아이어코카는 1970년대 후반부터 성능이 좋은 일본산 자동차가 약진하자 이를 “침공”이라고 지칭했다. 또 “관세 등 각종 통상 규제를 통해 제조업을 지켜내는 데 국가의 명운이 달렸다”고 주장했다. 특히 아이어코카는 1984년 출간한 자서전에서 “자유무역은 허상”이라고 지적했다. 또 “미국에 없는 부가가치세 때문에 일본산 도요타자동차가 일본이나 프랑스보다 미국에서 더 싸게 팔린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1980년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보다 22세 연상인 아이어코카와 가깝게 지내며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함께 진행하기도 했다. NYT와 WP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이어코카와 교류하면서 사업 스타일 못지않게 세상을 보는 시각도 아이어코카와 비슷해졌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부가가치세를 관세의 일종으로 보는 인식도 아이어코카로부터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라이프스타일 면에서도 두 사람은 비슷한 성향이다. 아이어코카는 원조 ‘스타 기업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제트기를 타고 다녔고, 연예인들과도 자주 어울렸다. 크라이슬러를 경영하면서는 TV 광고에도 직접 등장했다. 다만 아이어코카는 워싱턴 정계에서도 영향력이 커져 1988년 유력 대선 주자로 꼽혔으나 “대통령이 돼 관습에 얽매여 살기 싫다”며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도전에선 다른 길을 걸은 셈이다.● 사업 성공 비결로 “세금 적게 내는 것” 강조 트럼프 대통령이 세금 규정과 정책에 해박하고 이를 이용해 본인 사업에서도 큰 성과를 거둬 관세에 더욱 관심을 가진다는 분석도 있다. 아이비리그(미 동부의 8개 명문 사립대) 중 하나인 펜실베이니아대의 와튼스쿨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트럼프 대통령은 사업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세금을 최대한 적게 내는 것”이라고 자주 강조했다. NYT에 따르면 그는 뉴욕에 15개의 호텔, 고급 아파트 등을 지으며 시 당국으로부터 막대한 면세 혜택을 얻어내 총 8억8500만 달러(약 1조2730억 원) 넘게 이득을 보기도 했다. 관세는 그가 정치인이 된 뒤 이른바 미 북동부의 쇠락한 공업지대인 ‘러스트벨트’ 표심을 잡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논리를 뒷받침해 줄 경제학자를 물색하다가 “관세가 국내 성장을 촉진한다”고 주장하는 피터 나바로를 대선 캠프 경제고문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관세가 트럼프 대통령의 이미지 메이킹에 도움이 된다는 진단도 있다. 스트레인 국장은 “관세는 직관적이고 대중이 이해하기 쉬워 강력한 구호”라고 말했다. 제니퍼 밀러 다트머스대 교수도 “관세는 트럼프가 ‘터프한 거래 전문가’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기에 좋은 도구”라고 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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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관세 무기화 스승은 ‘경영의 귀재’ 아이어코카

    “미국을 상대로 무역 흑자를 내는 부유한 동맹을 상대로 ‘세금(관세)’을 걷자.”1987년 41세의 부동산 사업가였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보스턴글로브에 이 같은 주장을 담은 전면광고를 실었다. 광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고율 관세를 도입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다른 국가들이 미국에 바가지 씌우고 있다(rip off)”고 주장했다. 집권 2기 첫날부터 전 세계를 상대로 강도 높은 ‘관세 부과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약 40년 전부터 관세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것이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마이클 스트레인 경제정책국장은 “트럼프는 지난 40년 가까이 언제 어디서든 말할 기회만 생기면 관세가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고 영국 BBC에 말했다.● 통상규제 강조한 ‘자동차 영웅’에게 영향받아NYT와 WP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에 대한 특별한 관심은 1970~80년대 ‘경영의 귀재’로 통했던 리 아이어코카 크라이슬러 전 회장(1924~2019년)에게 영향을 받았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영웅으로 불리던 아이어코카는 1970년대 후반부터 성능이 좋은 일본산 자동차가 약진하자 이를 “침공”이라고 지칭했다. 또 “관세 등 각종 통상 규제를 통해 제조업을 지켜내는 데 국가의 명운이 달렸다”고 주장했다.특히 아이어코카는 1984년 출간한 자서전에서 “자유무역은 허상”이라고 지적했다. 또 “미국에 없는 부가가치세 때문에 일본산 도요타자동차가 일본이나 프랑스보다 미국에서 더 싸게 팔린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1980년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보다 22세 연상인 아이어코카와 가깝게 지내며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함께 진행하기도 했다. NYT와 WP 등은 아이어코카와 교류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사업 스타일 못지않게 세상을 보는 시각도 아이어코카와 비슷해졌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부가가치세를 관세의 일종으로 보는 인식도 아이어코카로부터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라이프 스타일 면에서도 두 사람은 비슷한 성향이다. 아이어코카는 원조 ‘스타 기업인’ 중 한 명으로도 꼽힌다. 제트기를 타고 다녔고, 연예인들과도 자주 어울렸다. 크라이슬러를 경영하면서는 TV 광고에도 직접 등장했다. 다만 아이어코카는 워싱턴 정계에서도 영향력이 커져 1988년 유력 대선 주자로 꼽혔으나 “대통령이 돼 관습에 얽매여 살기 싫다”며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도전에선 다른 길을 걸은 셈이다. ● 사업 성공 비결로 “세금 적게 내는 것” 강조트럼프 대통령이 세금 규정과 정책에 해박하고 이를 이용해 본인 사업에서도 큰 성과를 거둬 관세에 더욱 관심을 가진다는 분석도 있다. 아이비리그(미 동부의 8개 명문 사립대) 중 하나인 펜실베이니아대의 와튼스쿨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트럼프 대통령은 사업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세금을 최대한 적게 내는 것”이라고 자주 강조했다. NYT에 따르면 그는 뉴욕에 15개의 호텔, 고급 아파트 등을 지으며 시 당국으로부터 막대한 면세 혜택을 얻어내 총 8억8500만 달러(약 1조2730억 원) 넘게 이득을 보기도 했다.관세는 그가 정치인이 된 뒤 이른바 미 북동부의 쇠락한 공업지대인 ‘러스트벨트’ 표심을 잡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논리를 뒷받침해 줄 경제학자를 물색하다 “관세가 국내 성장을 촉진한다”고 주장하는 피터 나바로를 대선 캠프 경제고문으로 영입하기도 했다.관세가 트럼프 대통령의 이미지 메이킹에 도움이 된다는 진단도 있다. 스트레인 국장은 “관세는 직관적이고 대중이 이해하기 쉬워 강력한 구호”라고 말했다. 제니퍼 밀러 다트머스대 교수도 “관세는 트럼프가 ‘터프한 거래 전문가’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기에 좋은 도구”라고 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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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기업 美투자-조선협력 등 트럼프에 연설할 이야깃거리 만들어줘야”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위한 이야깃거리를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미국 워싱턴에서 활동하는 유명 로비업체 DGA그룹의 저스틴 매카시 파트너는 2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압박에 대한 대응 방법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자신의 업적을 홍보하기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감안해 한국의 대미 투자 성과를 적극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백악관 입법담당 특별보좌관을 지낸 매카시 파트너는 최근 주미 한국대사관이 DGA그룹에 의뢰한 프로젝트에도 참여하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기조 등을 분석했다.매카시 파트너는 “한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 사례를 잘 정리해 스토리텔링을 할 필요가 있다”며 “미 조지아주에 생산거점이 있는 현대자동차 등 미국인도 잘 아는 한국 기업들의 네임밸류를 적극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에) 한국 주요 기업들의 대미 투자가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점을 부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관심을 표명한 조선업 협력에 대해선 “통상 문제를 단숨에 해결할 ‘묘책(silver bullet)’은 아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성과 소재’로 잠재력이 크다”고 진단했다. 실제 성과로 이어진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인들에게 성과로 내세우기 좋은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고율 관세 부과를 막기 위한 사전 협의가 필요하지만, 이것이 현실화됐을 때를 대비한 노력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일단 새로운 관세가 부과된 후 이를 철회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는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트럼프 1기 행정부 때 한국 정부가 가장 먼저 철강 관세를 면제받은 과정을 복기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덧붙였다. 매카시 파트너는 “당시 쌓은 한국 정부의 노하우는 담당자가 바뀌어도 ‘당국 차원의 기억(institutional memory)’으로 존재한다” 며 “각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텐데 한국은 저력이 있는 국가”라고 했다.최근 통상전쟁 국면에서 잘하고 있는 나라로는 멕시코를 꼽았다. 그는 “워싱턴 정가에선 불법 이민과 마약 단속에서 적극적인 협조 의사를 밝힌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의 실용성과 적극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며 “철저한 준비를 통해 양국 국민 모두에게 지지받을 수 있는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다음은 일문일답.-주미대사관 컨설팅은 어떤 작업이었는가.“정권 인수위 기간이었던 지난해 11, 12월 2개월간 차기 행정부의 통상 분야 정책 기조와 관련한 조언을 했다. “인사가 곧 정책”이라는 워싱턴 정가의 오래된 말이 있다. 요직에 누가 발탁될 지가 중요한 시기라 관련 정보 또한 제공했다.”-트럼프 행정부가 가장 얻고 싶어하는 것은 무엇인가.“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적자와 제조업 활성화를 중요하게 본다. 이 두 가지가 서로 연결된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 외에 과잉 생산된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이 제3국을 통해 미국에 유입될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한국과 협상에서 미국이 얻고 싶은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통상 측면에서는 농업, 자동차 등 한국 시장에 대한 접근권의 확대를 원할 수 있다. 철강 등 중국 문제에 대한 확답도 줘야 한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방위비 재협상 가능성이 있지만, 한미 동맹의 전반적인 기조에는 큰 변동이 없을 것이다.”-한국은 어떤 전략을 갖고 접근해야 할까.“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위한 이야깃거리를 만들 필요가 있다. 한국은 자동차 산업이라는 매우 훌륭한 이야기를 스토리텔링하는 데 힘써야 한다. 공장이 들어온 지역에 일자리가 생기고, 식당과 이발소, 주유소가 새로 문을 열었다. 한국 주요 기업들의 대미 투자가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점을 부각할 필요가 있다. 미 조지아주에 생산거점이 있는 현대자동차 등 미국인도 잘 아는 한국 기업들의 네임밸류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업 협력에 관심을 표했는데.“통상 문제를 단숨에 해결할 ‘묘책(silver bullet)’은 아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성과 소재’로 잠재력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군을 재건하겠다고 약속했고, “선박을 하루에 한 척씩 건조하던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는 취지로 여러 차례 발언하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실제 성과로 이어진다면 그가 미국인에게 성과로 말하기 좋은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다.”-관세 협상을 대비하며 주의할 점은 무엇인가.“일단 새로운 관세가 부과된 후 이를 철회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는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대비해야 한다. 지난 80여 년간 사용되지 않은 방법이지만 대통령이 즉각 관세를 매길 방법이 존재한다. 이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한국 정부에 최선의 ‘계획안(playbook)’은 무엇일까.“트럼프 1기 행정부 때 한국 정부가 가장 먼저 철강 관세를 면제받은 과정을 복기할 필요가 있다. 각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텐데 한국은 저력이 있는 국가다. 당시 쌓은 한국 정부의 노하우는 담당자가 바뀌어도 ‘당국 차원의 기억(institutional memory)’으로 존재한다.”-한국은 정상 외교가 어려운 상황인데 영향을 줄까.“정상 외교는 항상 도움이 되지만 ‘바늘을 움직이는(move the needle)’ 식의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온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인도와 일본 사례를 봐도 그러하다. 미국은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의 정상회담 당일에 상호관세를 발표했고, 일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와의 정상회담 다음 날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발표했다.”-협상이 언제쯤 본격화될까.“1~2주 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인준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관계부처의 차관급 인사가 아직 임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은 고위급 실무협상이 원활하기 진행되기 어렵다. 조만간 차관급까지 임명을 마치면 급물살을 탈 것이다.”-트럼프 행정부는 왜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관세를 활용하는가.“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 발표한 각서(memorandum)에 주목해야 한다. 유세 기간에 말한 사실상 모든 공약을 담았다. 선거용 발언(campaign talk)이 정치적 수사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글로벌 무역 시스템과 전 세계 모든 무역 파트너와 관계에 있어 놀라울 정도로 급진적인 내용들이 담겼다. 관세와 관련된 발표가 계속해서 쏟아질 것이다.”-그 중 한국에 영향을 줄 내용은 무엇인가.“각서 내용 중 7, 8개 정도가 해당한다. 대미 무역 흑자, 부가세 등의 비관세 장벽,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지적했는데 모두 한국과 관련된 내용이다. 한국 기업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생산거점을 뒀기 때문에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 재검토 문제에도 엮여있다.”-이번 관세 협상 국면에서 잘하고 있는 나라를 꼽는다면.“워싱턴 정가에선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의 실용성과 적극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불법 이민과 마약 단속에서 적극적인 협조 의사를 밝혔는데, 앞으로의 협력을 위한 토대를 잘 닦고 있다고 본다. 철저한 준비를 통해 양국 국민 모두에게 지지받을 수 있는 분야에서 협력한다는 점이 인상 깊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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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파친코 사업 성종태 회장, 韓재단에 25억 주식 기부

    재일동포 성종태 알라딘홀딩스 회장(91·사진)이 일본 도쿄의 ‘한국교육재단’에 25억 원 규모의 신한금융지주 주식 약 5만 주를 기부하기로 했다. 성 회장은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한국 국적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재일동포에 대한 차별로 직장을 여러 번 그만둔 뒤 1956년 후쿠시마현에 첫 파친코를 열어 자수성가했다. 한국교육재단은 이 돈으로 ‘성종태 한국연구소’를 설립해 한국학 연구지원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연간 1억 원 규모인 주식 배당금을 재원으로 활용한다. 1963년 출범한 한국교육재단은일본 내 한국어능력시험(TOPIK) 시행을 주관하며 일부 재일동포에게 장학금도 지급한다. 성 회장은 그간 한일 양국에서 꾸준히 장학 사업을 벌였다. 어린 시절 잠시 한국에 머물 때 경북 청도초등학교에 몇 개월 다닌 인연으로 이 학교에 5억 원을 출연했다. 한국교육재단에도 이미 11억 원을 쾌척했다. 이번 기부로 그의 누적 기부액은 40억 원을 돌파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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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서 태어났지만…파친코 사업 성종태 회장, 韓재단에 25억 주식 기부

    재일동포 성종태 알라딘홀딩스 회장(91)이 일본 도쿄의 ‘한국교육재단’에 25억 원 규모의 신한금융지주 주식 약 5만 주를 기부하기로 했다. 성 회장은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한국 국적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재일동포에 대한 차별로 직장을 여러 번 그만둔 뒤 1956년 후쿠시마현에 첫 파친코를 열어 자수성가했다.한국교육재단은 이 돈으로 ‘성종태 한국연구소’를 설립해 한국학 연구지원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연간 1억 원 규모인 주식 배당금을 재원으로 활용한다. 1963년 출범한 한국교육재단은일본 내 한국어능력시험(TOPIK) 시행을 주관하며 일부 재일동포에게 장학금도 지급한다. 성 회장은 그간 한일 양국에서 꾸준히 장학 사업을 벌였다. 어린 시절 잠시 한국에 머물 때 경북 청도초등학교에 몇 개월 다닌 인연으로 이 학교에 5억 원을 출연했다. 한국교육재단에도 이미 11억 원을 쾌척했다. 이번 기부로 그의 누적 기부액은 40억 원을 돌파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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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법부 저격수’로 나선 밴스…“행정부 통제 말라”[트럼피디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광범위한 조치에 법원이 속속 제동을 걸고 있다. 법치주의와 삼권분립을 통한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에 부합하는 흐름이지만, 트럼프 대통령 측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판사들은 행정부의 합법적 권력을 통제할 수 없다.”예일대 로스쿨 출신 변호사인 J D 밴스 부통령이 9일(현지 시간) 자신의 X를 통해 밝힌 입장이다. 그는 이번 행정부에서 ‘사법부 저격수’ 역할을 맡은 것으로 보인다. 밴스 부통령이 어떤 판을 짜고 있고, 최근 트럼프 대통령 측 기류가 어떤지 살펴봤다. ● “판사는 행정부를 통제할 수 없다”뉴욕 연방법원은 8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가 재무부 결제 시스템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긴급 명령을 내렸다. 9일 머스크는 이 판결을 한 폴 엥겔마이어 판사를 겨냥해 “부패한 판사가 부패를 보호한다. 지금 당장 탄핵당해야 한다”고 X에 적었다. 머스크가 운을 띄우자 판사 개인에 대한 공격이 쏟아졌다. 톰 코튼 상원의원(아칸소)은 엥겔마이어 판사를 “무법자”라고 칭하며 “트럼프 행정부 관련 사건을 맡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마이크 리 상원의원(유타)은 “사법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성비위 의혹으로 낙마한 뒤 극우 방송 원아메리카뉴스네트워크(OANN)에서 시사 토크쇼를 진행하고 있는 맷 게이츠 전 하원의원도 “판사를 탄핵하자”고 했다. 머스크가 게시글을 올리고 약 8시간 뒤 밴스 부통령은 “판사들은 행정부의 합법적 권력을 통제할 수 없다”고 X를 통해 밝혔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도 해당 판결에 강하게 반발했다. 슈퍼볼 참석을 위해 뉴올리언스로 가는 에어포스원 안에서 그는 “불명예스러운 판결”이라며 “솔직히 그 어떤 판사도 이런 결정을 하게 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은 아니다. 그는 해당 판결에 대해 “갈 길이 멀다”며 사법 절차에 따라 항소할 뜻을 시사했다. 현재까지 트럼프 행정부에 제동을 건 법원 판결은 10건 이상이지만 대부분 임시 조치이다. 상급 법원의 판단도 남아있는 상태다. 트럼프 행정부와 사법부 간 마찰이 장기화할 전망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 “판사가 ‘불법 판결’ 내릴 수도”밴스 부통령이 구상한 전략은 무엇일까. 미 언론은 그가 9일 발표한 X 입장문에 주목했다. 그는 딱 세 문장을 적어서 올렸다. “판사가 장군에게 군사작전을 어떻게 수행할지 지시하면 그건 불법이다.판사가 검사로서 재량권을 어떻게 사용할지 법무장관에게 명령하려 든다면 역시 불법이다. 판사들은 행정부의 합법적 권력을 통제할 수 없다.”그의 입장문에 따르면 행정부의 활동과 관련한 사법부의 판결은 ‘적법한 판결’과 ‘적법하지 않은 판결’로 분류된다. 밴스 부통령의 주장에 따르면 판사가 ‘불법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에 그가 “행정부의 핵심 권한을 침해한다”는 논리로 사법부 판결의 적법성을 따지려고 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 연방대법원의 ‘정치적 문제 원칙’이 쟁점이 될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 원칙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은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정책 결정과 직결된 사안 △행정부 및 입법부의 헌법적 권한을 침해하는 사안에는 개입하지 않는다. 밴스 부통령이 사법부가 판결을 내릴 수 있는 범위를 제한해 행정부의 권력을 확대하는 전략을 펼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16일 X를 통해 “조국은 구하는 사람은 어떤 법도 위반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이 같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 “대법원 판결에 불복할 수도”3부가 권한의 범위를 두고 충돌하는 일이 전혀 새롭지는 않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대통령의 군 통수권자로서의 권한을 근거로 수감자에 대한 고문을 금지하는 현행법과 충돌하는 ‘강화된 심문 기법(EIT)’ 정책을 2002년 도입해 물고문 등을 재개했다. 당시 연방대법원은 구금자의 법적 권리를 보장하는 판결을 연이어 내놨지만, EIT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의회가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공화당 소속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주도해 미군이 구금자를 상대로 고문을 실시하지 못하게 하는 구금자 처우법이 2005년 통과됐고, 2008년에는 EIT의 시행을 막는 법안이 통과됐으나 부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무산됐다. 이번에는 충돌 양상이 다르다. 상·하원 과반을 차지한 공화당을 트럼프 대통령이 장악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입법부는 사실상 견제 능력을 잃은 상황이다. 이에 법원이 행정 조치를 즉각 차단하는 판결을 내놓으며 대응 수위를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밴스 부통령 개인에 대한 사법부의 불안 또한 매우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가 공개적으로 법원 명령을 거부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2021년 갓 정계에 입문한 정치 신인이었던 밴스 부통령은 상원의원 선거를 준비하며 친트럼프 인사로 돌아선 상태였다. 그는 ‘매노스피어(Manosphere·남성 중심의 온라인 커뮤니티)’ 성향 팟캐스트 ‘잭 머피 라이브’에 출연해 사안에 따라 대법원 판결에 불복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에서 중간 관리자와 고위급 공무원을 모두 해고하고 우리 사람들로 교체해야 한다. 법원이 이를 막으려고 한다면 국민 앞에 나서서 (미국의 7대 대통령) 앤드루 잭슨처럼 말하면 된다. ‘대법원장이 판결을 내렸군. 이제 직접 집행해보라지’.”이는 1832년 대법원이 ‘조지아주 법률은 체로키 영토에 효력이 없다’고 판결했을 때, 잭슨 대통령이 이를 무시했다는 유명한 일화에서 유래한 표현이다. 당시 조지아 주의회는 체로키 원주민의 땅을 몰수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잭슨 대통령은 이를 지지했다. 대법원은 해당 법안이 무효라고 판결하고 “체로키족이 연방정부와 직접 조약을 체결할 수 있는 자치권을 가진다”고 판결했지만 잭슨 대통령은 이를 집행하지 않았다. (다만 실제 발언 여부는 불확실하다.)밴스 부통령은 2022년 중간선거에서 상원의원에 당선 후 이번 대선 국면에서 해당 발언을 강조하며 부통령 주자로서 몸값을 올렸다.*밴스가 친트럼프 인사로 돌아선 과정은 에서 살펴봤다. 지난해 2월 A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수정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대법원의 적법한 판결에 따라야 하지 않냐’는 질문을 받자 그는 “연방대법원이 ‘대통령이 군 장성을 해임할 수 없다’고 판결한다면 그건 부당한 판결”이라고 반박하며 대법원 판결을 불복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해 3월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는 2021년 팟캐스트 방송에서 한 발언이 여전히 그의 정치적 견해를 정확히 드러내는지 묻자 “그렇다(Yup)”고 답했다. 이어 “선출된 대통령이 행정부 공무원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는데, 대법원이 제동을 걸면 그 자체로 헌법적 위기”라며 “이런 헌법적 위기가 현재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 사법부의 시름은 깊어만 가고21일 연방대법원은 특별감찰실(OSC)의 해프턴 델린저 국장에 대한 면직 명령을 이달 26일까지 정지한 워싱턴 연방법원의 판결을 일단 유지하기로 했다. 워싱턴 연방법원의 후속 판결을 지켜보기로 결정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와 관련한 연방대법원의 판단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 측 변호인이 성급하게 연방대법원에 제소했다는 지적도 나오는 가운데 6:3으로 보수 우위인 대법원에서 보수 성향 대법관 4명(이 중 2명은 트럼프 1기 때 임명)이 판결을 보류하기로 선택한 점도 주목받고 있다. 밴스 부통령이 당선되자 사법부의 위기감은 증폭된 상태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지난해 12월 31일 발표한 연말 보고서에 이렇게 말했다. “어떤 행정부든 사법 시스템에서 패배를 겪었다. 그럼에도 지난 수십년간 법원의 결정은 대중적 인기와 무관하게 존중받았다. 덕분에 1950~60년대 미국 사회를 휩쓴 갈등이 더 큰 충돌로 번지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정치권 전반에서 일부 선출직 공직자들이 연방 법원의 판결을 공개적으로 무시할 가능성을 언급하며 불길한 그림자(specter)를 드리우고 있다. 이러한 위험한 주장은 비록 산발적일지라도 단호히 거부되어야 한다.”로버츠 대법원장의 우려는 밴스 부통령을 향한 지적으로 해석되며 큰 반향을 얻었다. 11화 요약: 입법부가 트럼프 행정부를 견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법부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대법원 판결에 불복할 수도 있다”는 주장으로 정치적 존재감을 키운 ‘예일대 로스쿨 출신 상원의원’ 밴스 부통령에 대한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12화 예고: 밴스 부통령이 2021년 출연한 팟캐스트 방송의 진행자 머피는 ‘대안 우파’ 운동의 선봉에 서 성차별적, 인종차별적 발언을 일삼은 논쟁적 인물이다. 트럼프 측 인사들이 즐겨 출연하는 팟캐스트의 면면을 살펴봤다. 동아일보가 아카이빙한 미니 히어로콘텐츠 ‘트럼프 2.0 폴리시 맵’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정책을 한 눈에 확인하세요.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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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中 바싹 뒤쫓는 ‘AI 강소국’… 더 뒤처지는 한국

    미국의 챗GPT가 연 생성형 인공지능(AI) 혁명에 중국이 ‘딥시크 쇼크’로 응수한 가운데 AI 강소국들이 미중을 바싹 뒤쫓고 있다. 적은 인구와 자원의 한계를 특유의 인재 양성 시스템과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극복하며 AI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관련 입법 차질 등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후 군사·경제적 자립을 위해 집중적으로 육성한 이공계 인재가 효율적인 창업 생태계와 결합해 우수한 AI 스타트업을 대거 배출하고 있다. 해외의 유대계 금융 네트워크까지 끌어들여 AI 스타트업의 성공률을 끌어올렸다.AI 핵심 인재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선 국가들도 있다. 캐나다는 AI 기초연구에 연구개발(R&D) 예산을 아낌없이 투입해 영국,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 석학들을 영입했다. 이는 AI 분야 첫 노벨 물리학상 수상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네덜란드는 기술 이민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정책을 통해 AI 반도체의 미세공정 분야에서 독점적인 기술력을 확보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글로벌 테크기업들을 대거 유치해 중동권의 AI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한국은 지난해 9월 영국 토터스미디어가 집계한 ‘글로벌 AI 인덱스’에서 조사 대상 83개국 중 6위로 상위권에 올랐다. 하지만 미국을 100점으로 볼 때 한국의 점수는 27.26점에 불과해 격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이다.국내 IT 업계에선 정부가 AI 강소국들처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R&D센터나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는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빅테크 기업이 한국에 연구 거점을 마련하면 AI 인재의 해외 유출을 막고, 자체 인력을 양성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국내 AI 스타트업과 빅테크 간의 연구 협력도 지금보다 활성화될 수 있다.국회에서의 입법 차질도 한국 AI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반도체 R&D 부문 근로자에 한해 주 52시간 근로 제한을 풀어주는 내용의 반도체특별법은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AI 약진’ 4개국… 국가 차원서 인재 양성-이민 확대 등 지원[글로벌 포커스]美中 바싹 뒤쫓는 ‘AI 강소국’들이스라엘 ‘산학군’ 네트워크 탄탄… 교수 창업-군복무 후 창업 활발캐나다, 상업성 낮은 기초 연구 지원… 세계 석학 영입해 노벨상 수상 성과UAE, IT 산단에 글로벌 기업 유치… 데이터센터 확보해 중동 AI 허브로네덜란드, 국토 작아 기술이민 장려… ASML 등 반도체 장비 기업 육성챗GPT에 이어 딥시크가 촉발한 미국과 중국의 인공지능(AI) 전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이스라엘, 캐나다, 아랍에미리트(UAE), 네덜란드 같은 ‘AI 강소국’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 나라들은 그간 미중에 가려 상대적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각자만의 특장점을 살려 주목받는 AI 기술을 선보이며 약진하고 있다. ‘스타트업 강국’ 이스라엘은 AI 분야에서도 혁신적인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을 꾸준히 배출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AI를 국가 전략 과제로 채택한 캐나다는 AI와 관련된 기초 연구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UAE는 글로벌 기업과 해외 인재를 대거 유치해 AI 허브로 부상했고, 네덜란드는 AI 반도체 장비의 강자로 인정받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이들 국가의 성공 비결에 대해 “국가 차원의 AI 전략을 뚝심 있게 추진하는 한편 지정학적 이점을 최대한 살렸다”고 분석했다. 막대한 자원이 투입되는 AI 경쟁은 후발 주자의 추격이 쉽지 않다.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윌슨센터는 “미중이 AI 패권 경쟁을 벌이면서 ‘AI 민족주의(AI nationalism)’가 강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첨단 AI 반도체와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이 민족주의를 방불케 하고 있다는 것. 글로벌 AI 전쟁의 틈바구니에서 자신만의 강점으로 주목받고 있는 AI 강소국들의 성공 비결을 들여다봤다.● 산학군 네트워크-창업 노하우로 승부한 이스라엘이스라엘은 인구가 1000만 명도 되지 않지만, 국가안보를 위해 방위 산업과 사이버 보안 분야에 전폭적으로 투자해 왔다. 이 과정에서 우수한 이공계 인재도 대거 배출했다. 이 같은 노하우와 성과는 AI 분야로도 이어졌다. 이스라엘은 인구 대비 AI 인재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로 꼽힌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인간중심AI연구소(HAI)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이스라엘 인구의 1.13%가 AI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스타트업 강국답게 이스라엘은 인재, 자본, 정부 지원 등 AI 기업 성장에 필수적인 세 요소를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힘입어 이스라엘은 상용화가 가능한 AI 실용 기술을 전 세계에 보급하는 국가가 됐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스라엘은 세계적 수준의 기술 허브”라며 “유력 기업가라면 모두 이스라엘 AI 스타트업의 움직임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AI 강국에 이른 것은 건국 과정과도 관련이 깊다. 1948년 건국 직후 이스라엘의 산업구조는 군수업과 농업 위주였다. 그러나 1991년 옛 소련 붕괴 후 100만 명이 넘는 러시아계 유대인이 대거 유입되자 이스라엘 정부는 1993년 ‘요즈마 펀드’를 만들었다. 러시아계 이민자 상당수가 과학자였는데, 이들에게 초기자본을 지원해 창업을 독려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해외에 산재한 유대계 금융 네트워크도 적극 활용했다. 미국 월가를 비롯한 세계 주요 금융가에서 유대계는 가장 영향력이 큰 집단으로 꼽힌다. 미국과 유럽의 민간 벤처 투자 자금을 적극 끌어들인 결과 이스라엘은 미국, 중국, 영국에 이어 AI 민간 투자액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국가가 됐다. 스탠퍼드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3∼2023년) 이스라엘의 민간 AI 투자 누적액은 총 128억 달러(약 18조4500억 원)로 집계됐다. 대학교수들의 창업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분위기도 혁신의 원동력으로 꼽힌다. 이를 통해 첨단기술 연구와 사업화가 동시에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를 잡았다. 특히 이스라엘의 모든 대학은 자금 조달이나 지식재산권 등의 구체적인 사업화를 돕는 전문부서를 체계적으로 운영해 교수나 학생들의 창업 성공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암논 샤슈아 이스라엘 히브리대 석좌교수(컴퓨터과학)가 1990년 설립한 기업 모빌아이가 대표적인 사례다. 세계적인 AI 석학으로 머신러닝 분야에서 특히 인지도가 높은 샤슈아 교수는 미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뇌인지과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고국으로 돌아와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나섰다. 그는 히브리대 창업 지원기관인 이숨(Yissum)의 도움을 받아 모빌아이를 세웠고, 2017년 153억 달러를 받고 인텔에 매각했다. 그는 현재도 창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제자인 리오 울프 텔아비브대 교수(컴퓨터과학)와 공동 창업한 AI 로봇 스타트업 멘티로봇을 비롯해 샤슈아 교수가 동료 교수들과 창업한 AI 기업은 6곳이 넘는다. 히브리대가 있는 수도 예루살렘, 테크니온공대가 있는 북부 거점도시 하이파, 텔아비브대가 있는 경제중심지 텔아비브 등의 지역을 묶은 연구개발(R&D) 거점(실리콘 와디)도 눈길을 끈다. 미국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400개가 넘는 글로벌 테크기업들이 이곳에 R&D센터를 두고 있다. 히브리대와 테크니온공대 출신의 우수 인력들이 실리콘 와디에서 일한 경력을 바탕으로 창업에 나서는 일도 흔하다.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에 따르면 삼성전자도 이스라엘에서 R&D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LG전자는 이스라엘 지사를 통해 현지 스타트업들의 기술을 조사하고, 투자하는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이스라엘 AI 스타트업의 또 하나의 요람은 군대다. IT 영재들이 ‘8200부대’같이 최첨단 기술을 이용해 사이버 보안 업무를 담당하는 엘리트 부대에 복무한 뒤 제대 후 창업에 나서는 경우가 많은 것. 방화벽 등 인터넷 보안의 핵심 기술을 개발한 길 슈웨드 체크포인트 이사회 의장도 그런 사례 중 하나다. 이스라엘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첨단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GDP 대비 19.7%로, 전체의 5분의 1 가까이 차지했다. 샤슈아 교수는 “이스라엘은 국가 차원의 목표를 분명히 설정한 결과 AI 스타트업 강국이 됐다”며 “이는 적대적 이웃 국가들에 둘러싸인 상황에서도 이스라엘이 경제적·군사적 자립을 이뤄낸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AI 기초 연구’로 노벨상 수상한 캐나다미국 오픈AI가 챗GPT를 내놓으며 생성형 AI 붐을 일으키기 5년 전인 2017년부터 캐나다는 세계 최초로 AI 연구를 국가 전략 과제로 삼았다. 캐나다 정부의 꾸준한 연구 지원을 바탕으로 생성형 AI 연구를 선도해 온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명예교수는 지난해 10월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캐나다는 AI 연구를 전략적 우선순위로 삼았고, 뛰어난 인재와 연구기관을 바탕으로 AI 분야의 세계적 선도국이 됐다”고 평했다. 캐나다의 AI 연구 역사는 1973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개별적으로 연구를 진행해 오던 토론토대, 몬트리올대, 맥길대의 AI 연구자들이 웨스턴온타리오대에 모여 워크숍을 열었다. 그 결과로 캐나다인공지능협회(CAIAC)의 전신인 캐나다계산지능연구협회(CSCSI)가 탄생했다. CSCSI를 중심으로 AI 연구를 지원하는 캐나다 고등연구소(CIFAR)가 1982년 설립됐다. CIFAR는 전 세계에서 AI 인재들을 영입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영국 출신의 힌턴 교수도 1983년 CIFAR의 지원을 받아 캐나다로 이주했고, 생성형 AI의 기반이 되는 심층신경학습망(DNN·Deep Neural Network) 연구에 몰두했다. 딥러닝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요슈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도 CIFAR 초청으로 프랑스에서 캐나다로 옮겼다. CIFAR에 따르면 설립 이래 30개국 출신의 연구자 1000여 명이 이곳을 거쳐 갔고, 노벨상 수상자 23명이 CIFAR와 직간접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 AI 기초 연구에 지속적으로 투자한 결과 캐나다에는 세계적인 수준의 AI 연구소들이 자리 잡게 됐다. 힌턴 교수가 이끄는 벡터 연구소, 벤지오 교수가 세운 밀라 퀘벡 AI 연구소 등이 대표적이다. 캐나다 정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14만 명의 AI 전문가들이 캐나다에 있다. 힌턴 교수는 조국을 떠나 캐나다로 온 이유에 대해 “돈을 많이 줘서 캐나다로 온 건 아니다”라며 “순수한 호기심에 기반한, 상업성이 떨어질 수 있는 기초연구에도 비중을 두고 지원해 주는 캐나다 사회가 마음에 들었다”고 현지 매체에 말했다. 캐나다의 AI 분야 지원은 계속 늘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AI 분야에 20억 캐나다달러(약 2조300억 원)를 투자한 데 이어 추가로 24억 캐나다달러(약 2조4400억 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AI 스타트업을 활성화하고, AI 연구를 더욱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최근에는 AI 기술의 윤리적 이용과 관련된 연구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힌턴 교수는 지난해 12월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30년 내 AI가 인류를 멸망시킬 확률이 10∼20%”라고 경고했다. AI 기술의 위험성이 부각되면서 캐나다 혁신부는 지난해 11월 캐나다 AI 안전연구소를 세웠다. 생성형 AI의 오류를 교정하고, 딥페이크 등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목표다.● 금융·물류 강국서 AI 허브로 부상한 UAEUAE는 두바이, 아부다비라는 중동의 양대 허브 도시를 둔 금융과 물류 강국이다. 그런데 이 나라는 2017년 세계 최초로 AI 전문 부처를 신설하고 “AI에 가장 대비가 잘된 국가로 거듭나겠다”는 국가 전략을 세웠다. 그 결과 UAE는 중동의 AI 허브, 나아가 이슬람권의 AI 리더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중국에 이은 세계 3위 AI 국가 지위를 놓고 각국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UAE가 유력 주자로 부상했다”고 진단했다. UAE는 2000년 두바이에 세운 IT 산업단지 ‘인터넷 시티’에 글로벌 기업들을 대거 유치했다.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중동지역 본부를 이곳에 두고 있다. AI 시대 핵심 인프라로 꼽히는 데이터센터도 확보했다. 막대한 전력 소모에 대비한 원전과 첨단 냉각기술을 도입해 아마존, 에퀴닉스, 구글 등의 데이터센터를 유치했다. UAE는 글로벌 기업을 따라 유입된 해외 AI 인재에 만족하지 않고, 자국민 중 AI 전문가를 육성하는 데도 관심이 많다. 2020년 세계 최초의 AI 대학인 ‘무함마드 빈 자이드 인공지능 대학(MBZUAI)’을 세웠다. 투자는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UAE 정부 산하기관인 아부다비 첨단기술연구위원회(ATR)가 지난해 12월 내놓은 거대언어모델(LLM) ‘팰컨3’는 메타의 최신 LLM ‘라마3’에 준하는 성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출범 이후부터 현재까지 AI·디지털경제·원격근무부를 이끌고 있는 오마르 알 올라마 특임장관은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에 “팰컨3는 20여 년에 걸친 투자의 결실”이라고 말했다. UAE의 AI 전략은 타흐눈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국가안보보좌관 겸 AI 국영기업 G42 회장이 주도하고 있다.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의 친동생인 그는 비(非)석유 부문의 신사업 육성을 책임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그가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AI 반도체 생산을 위한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트먼은 2023년 아부다비를 찾아 “UAE는 AI 열풍이 불기 전부터 이 기술의 잠재력을 알아봐 줬다”며 높게 평가했다.● ‘슈퍼 乙’ ASML 보유한 네덜란드AI 기술의 핵심은 연산 능력(computing power)이다. 연산 능력이 높을수록 AI 모델을 빠르게 학습시킬 수 있어 생성형 AI의 응답 속도를 높이고,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연산 능력은 AI 반도체 성능에 달렸는데, 그 핵심은 초미세공정이다. 현재까지 2나노 이하 초미세공정을 위한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반도체 원판인 웨이퍼에 회로를 그리는 작업) 기술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독점하고 있다. 대당 3억8000만 달러(약 5500억 원)에 달하는 ASML의 EUV 리소그래피 장비는 AI용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수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인텔 등 세계 유수의 반도체 기업들이 주문을 하는 갑(甲)의 위치에 있으면서도 ASML에 경쟁적으로 구애를 하는 이유다. 또 AI 기술과 서비스가 발전할수록 ASML의 목소리도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네덜란드는 국토 면적이 한국(22만3404㎢)의 5분의 1 정도에 불과하고, 자원도 부족해 일찍부터 기술개발에 힘썼다. 1891년 창립된 필립스는 전구를 시작으로 라디오, 전기면도기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세계적인 전자제품 브랜드로 우뚝 섰다. 이후 반도체 분야에 진출한 필립스는 1984년 반도체 장비업체 ASMI와 함께 ASML을 세웠다.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의 허름한 목재 창고에서 창업한 ASML은 1986년 리소그래피 장비 생산을 시작해 꾸준한 R&D 혁신을 거듭했다. 일본의 유명 반도체 장비업체 니콘도 포기한 EUV 리소그래피 장비를 ASML이 개발해 낸 비결에는 네덜란드 정부의 기술이민 지원 정책 덕이 컸다. 인구 1800만 명인 네덜란드는 기술력이 있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5년간 급여의 30%를 세액 공제하는 등 다양한 지원 정책을 실시해 왔다. 그 결과 ASML의 네덜란드 본사 직원 2만3000명 중 40%가 외국인으로 채워질 정도로 해외 인재 유치에 성공했다. 크리스토프 푸케 ASML CEO는 지난해 10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세계 100개국 이상에서 이민을 받아들인 것이 ASML 성공의 열쇠”라고 말했다. 네덜란드 정부의 AI R&D 지원도 한몫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발표한 네덜란드 AI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는 연간 최소 4500만 유로(약 675억 원)를 AI R&D에 투입하고 있다. 필립스와 에인트호번시, 에인트호번공과대는 2004년 에인트호번에 조성한 연구단지를 AI R&D의 중심지로 발전시키고 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 2025-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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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中 바싹 쫒는 ‘AI 강소국’들…한국은 출발도 못했다

    미국의 챗GPT가 연 생성형 인공지능(AI) 혁명에 중국이 ‘딥시크 쇼크’로 응수한 가운데 AI 강소국들이 미중을 바싹 뒤쫒고 있다. 적은 인구와 자원의 한계를 특유의 인재 양성 시스템과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극복하며 AI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관련 입법 차질 등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후 군사·경제적 자립을 위해 집중적으로 육성한 이공계 인재가 효율적인 창업 생태계와 결합해 우수한 AI 스타트업을 대거 배출하고 있다. 해외의 유대계 금융 네트워크까지 끌어들여 AI 스타트업의 성공률을 끌어올렸다.AI 핵심 인재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선 국가들도 있다. 캐나다는 AI 기초연구에 연구개발(R&D) 예산을 아낌없이 투입해 영국,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 석학들을 영입했다. 이는 AI 분야 첫 노벨 물리학상 수상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네덜란드는 기술 이민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정책을 통해 AI 반도체의 미세공정 분야에서 독점적인 기술력을 확보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글로벌 테크기업들을 대거 유치해 중동권의 AI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한국은 지난해 9월 영국 토터스미디어가 집계한 ‘글로벌 AI 인덱스’에서 조사 대상 83개국 중 6위로 상위권에 올랐다. 하지만 미국을 100점으로 볼 때 한국의 점수는 27.26점에 불과해 격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이다.국내 정보기술(IT) 업계에선 정부가 AI 강소국들처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연구개발(R&D)센터나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는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빅테크 기업이 한국에 연구 거점을 마련하면 AI 인재의 해외 유출을 막고, 자체 인력을 양성하는데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국내 AI 스타트업과 빅테크 간의 연구 협력도 지금보다 활성화될 수 있다.국회에서의 입법 차질도 한국 AI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반도체 R&D 부문 근로자에 한해 주 52시간 근로 제한을 풀어 주는 내용의 반도체특별법은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 2025-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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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시진핑 방미 기대, 美中 새로운 무역합의 가능”

    중국과 ‘통상전쟁’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를 기대한다며 “중국과 새로운 무역 합의를 도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을 두고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관세는 물론 핵무기 등 안보 문제까지 중국과의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며 “광범위한 합의(wide-ranging deal)를 준비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과 새로운 무역 합의가 가능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가능하다. 시 주석 등 세계 지도자가 미국에 올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시 주석의 구체적인 방미 일정은 제시하지 않았다.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취임 당일 ‘올해 중국을 방문할 것인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럴 수 있다. 초청을 받았다”고 답했다. 이에 더해 시 주석의 방미 가능성까지 언급한 셈이다. 시 주석이 마지막으로 미국에 온 시점은 2023년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때였다.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수장 겸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트럼프 2기의 핵심 인사들도 중국과 구체적인 협상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중국의 대규모 미국 투자와 미국산 농산물과 비행기 구매 방안 등을 마련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한편 워싱턴포스트(WP)는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최근 국방부 고위 관계자에게 “향후 5년간 매년 8%씩 국방 예산을 삭감하는 계획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19일 전했다. 2025년 회계연도(2024년 10월∼2025년 9월)의 미 국방예산은 8500억 달러(약 1223조7000억 원)로 첫해에 8%를 삭감하면 약 680억 달러(약 97조9000억 원)가 줄어든다.다만 주한 미군이 속한 인도태평양 사령부는 예산 삭감 지시에서 빠졌다. 중국과의 군사 패권 경쟁을 의식한 조치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반면 미군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담당했던 유럽사령부, 중동을 관할하는 중부사령부는 삭감 대상에 포함됐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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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獨 쾰른 ‘평화의 소녀상’, 예정대로 내달 전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의 독일 쾰른 전시가 예정대로 다음 달 7일부터 열린다. 일본과의 외교 관계를 우려한 시 당국이 전시를 취소하려 했지만, 시민단체들이 이에 항의하면서 방침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19일(현지 시간) 재독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 등에 따르면 독일 쾰른의 나치기록박물관 앞에서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다음 달 7일부터 6월 1일까지 열린다. 이 전시는 다음 달 8일 국제 여성의 날을 맞아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아시아 여성들에게 자행된 전쟁범죄를 주제로 열리는 ‘망각에 반대하는 예술’ 전시회의 일부다. 앞서 1일 헨리테 레커 쾰른 시장은 소녀상 전시를 철회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지방의회에서 전시 개최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고, 현지 매체에서 일본 정부 로비설을 제기하자 전시를 허용키로 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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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스크와 인터뷰 나선 트럼프 “언론이 우릴 이간질” 월권 논란 일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 ‘퍼스트 버디(first buddy·1호 친구)’로 불리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겸 정부효율부(DOGE) 수장과 함께 첫 공동 언론 인터뷰에 등장했다. 보수성향 폭스뉴스에서 방영한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정부 구조조정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머스크의 월권 논란 등에 대해 “언론이 우리 둘 사이를 이간질하고 있다”고 적극 반박했다. 머스크도 “난 대통령을 사랑한다”고 화답하며 끈끈한 ‘브로맨스’를 보여줬다.● “머스크보다 똑똑한 사람 없어”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촬영한 이날 인터뷰 내내 머스크를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극찬하며 그에게 전폭적인 힘을 실어줬다. 진행자 숀 해니티가 “마치 두 형제를 인터뷰하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 “언론은 둘이 서로 싫어하길 바라는 것 같다”는 해니티의 지적에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 일론이 내게 전화를 걸어 ‘그들(언론)이 우리를 갈라놓으려 한다’고 말해 나는 ‘절대 안 돼’라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들은 ‘속보입니다. 트럼프가 대통령직을 머스크에게 넘겼습니다’라고 했다”며 “정말 형편없고 나쁜 짓”이라고 쏘아붙였다. 최근 시사주간지 타임이 표지 사진으로 머스크가 백악관 집무실에 앉은 합성 사진을 싣는 등 주요 매체들이 머스크의 월권을 비판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이를 반박한 것. 또 트럼프 대통령은 DOGE를 이끌 사람으로 “머스크보다 똑똑한 사람을 찾아 사방을 뒤졌지만 없었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서명한 행정명령 수십 건을 시행하는 데 머스크가 중요한 역할을 맡았고, DOGE에서 “100명의 천재”와 함께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머스크는 인터뷰 도중 재킷을 열어젖히고 ‘기술 지원(TECH SUPPORT)’이란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보여줬다. 이어 그는 “난 대통령에게 기술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이곳에 있다”며 “DOGE 팀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실제로 수행되는지 확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머스크를 둘러싼 이해 상충 논란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DOGE 결정에 이해 충돌이 있다면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자신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의무화’ 정책을 폐지해 테슬라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지만 “머스크는 옳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단언했다. 머스크 역시 “나는 대통령에게 아무것도 요청한 적이 없다”며 “(이해 충돌 시) 기피하겠다”고 호응했다.● “거대 관료 집단, 트럼프 행정부 방해” DOGE의 연방정부 구조조정이 미국 헌법을 위반했다는 비판에 맞서 두 사람이 ‘연합전선’을 구축했다는 평가(영국 가디언)가 나온 가운데, 머스크는 DOGE의 목표가 약 2조 달러에 이르는 연방 재정 적자를 1조 달러(약 1440조 원) 줄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DOGE가 납세자 정보에 무단으로 접근한다는 비판에 대해선 납세자들을 향해 “사회보장제도는 예산 삭감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응수했다. 머스크는 “대통령은 국민이 선출한 대표자이기 때문에 국민의 의지를 대변한다”며 “만약 관료 집단이 대통령의 명령을 막는다면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머스크는 자신을 ‘선출되지 않은 권력’으로 비판하는 것과 관련해 “선출되지 않은 수천 명의 연방 공무원에 대해 더 걱정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주요 정부 부처와 기관이 몰려 있는 미국 수도 워싱턴 유권자의 92%가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에게 투표했다는 통계를 인용하며 “거대한 연방 관료 조직이 트럼프 행정부에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워싱턴 연방법원은 이날 민주당 소속 14개 주(州) 법무장관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머스크와 DOGE의 관련 권한을 중지해 달라”는 신청을 기각하며 일단 머스크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정당한 문제 제기라면서도 ‘긴급 중지’의 필요성을 충분히 소명하지 못했다고 판시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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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언론이 우리 사이 이간질” 머스크 “대통령 사랑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 ‘퍼스트 버디(first buddy·1호 친구)’로 불리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겸 정부효율부(DOGE) 수장과 첫 공동 언론 인터뷰에 등장했다. 보수성향 폭스뉴스에서 방영한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정부 구조조정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머스크의 월권 논란 등에 대해 “언론이 우리 둘 사이를 이간질하고 있다”고 적극 반박했다. 머스크도 “난 대통령을 사랑한다”고 화답하며 끈끈한 ‘브로맨스’를 보여줬다.● “머스크보다 똑똑한 사람 없어”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촬영한 이날 인터뷰 내내 머스크를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극찬하며 그에게 전폭적인 힘을 실어줬다. 진행자 숀 해니티가 “마치 두 형제를 인터뷰하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언론은 둘이 서로 싫어하길 바라는 것 같다”는 해니티의 지적에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 일론이 내게 전화를 걸어 ‘그들(언론)이 우리를 갈라놓으려 한다’고 말해 나는 ‘절대 안 돼’라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들은 ‘속보입니다. 트럼프가 대통령직을 머스크에게 넘겼습니다’라고 했다”며 “정말 형편없고 나쁜 짓”이라고 쏘아붙였다. 최근 시사주간지 타임이 표지 사진으로 머스크가 백악관 집무실에 앉은 합성 사진을 싣는 등 주요 매체들이 머스크의 월권을 비판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이를 반박한 것.또 트럼프 대통령은 DOGE를 이끌 사람으로 “머스크보다 똑똑한 사람을 찾아 사방을 뒤졌지만 없었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서명한 행정명령 수십 건을 시행하는 데 머스크가 중요한 역할을 맡았고, DOGE에서 “100명의 천재”와 함께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머스크는 인터뷰 도중 재킷을 열어젖히고 ‘기술 지원(TECH SUPPORT)’이란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보여줬다. 이어 그는 “난 대통령에게 기술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이곳에 있다”며 “DOGE 팀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실제로 수행되는지 확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머스크를 둘러싼 이해 상충 논란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DOGE 결정에 이해충돌이 있다면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자신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의무화’ 정책을 폐지해 테슬라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지만 “머스크는 옳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단언했다. 머스크 역시 “나는 대통령에게 아무것도 요청한 적이 없다”며 “(이해 충돌시) 기피하겠다”고 호응했다.● “거대 관료집단, 트럼프 행정부 방해”DOGE의 연방정부 구조조정이 미국 헌법을 위반했다는 비판에 맞서 두 사람이 ‘연합전선’을 구축했다는 평가(영국 가디언)가 나온 가운데 머스크는 DOGE의 목표가 약 2조 달러에 이르는 연방 재정 적자를 1조 달러(약 1440조 원) 줄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DOGE가 납세자 정보에 무단으로 접근한다는 비판에 대해선 납세자들을 향해 “사회보장제도는 예산 삭감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응수했다.머스크는 “대통령은 국민이 선출한 대표자이기 때문에 국민의 의지를 대변한다”며 “만약 관료 집단이 대통령의 명령을 막는다면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머스크는 자신을 ‘선출되지 않은 권력’으로 비판하는 것과 관련해 “선출되지 않은 수천 명의 연방 공무원에 대해 더 걱정해야 한다”고 반박했다.그는 주요 정부부처와 기관이 몰려 있는 미국 수도 워싱턴 유권자의 92%가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에게 투표했다는 통계를 인용하며 “거대한 연방 관료조직이 트럼프 행정부에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한편, 워싱턴 연방법원은 이날 민주당 소속 14개 주(州) 법무장관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머스크와 DOGE의 관련 권한을 중지해달라”는 신청을 기각하며 일단 머스크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정당한 문제제기라면서도 ‘긴급 중지’의 필요성을 충분히 소명하지 못했다고 판시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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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스크에 가려진 밴스?…그가 서둘지 않는 이유[트럼피디아]

    미국 행정부의 ‘공식 2인자’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부담스럽지 않을까. ‘트럼프-머스크 브로맨스’는 더욱 부각되고 있다. 18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머스크와 첫 공동 인터뷰에 나선다. 집권 2기 출범 후 아직 밴스 부통령과 공동 인터뷰에 나선 적이 없는데, 머스크와 먼저 폭스뉴스에 출연하기로 한 것이다. 밴스 부통령이 머스크의 그림자에 가려졌다는 말도 나온다. 그렇다고 둘 간의 견제설이나 갈등설이 제기되는 상황도 아니다. 밴스 부통령은 오히려 각종 논란과 관련해 머스크의 편을 들어주고 있다. ‘트럼프-밴스-머스크’ 삼각관계는 어떤 역학으로 유지되는 것인지 살펴봤다. ● 밴스와 트럼프의 첫 만남밴스 부통령은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 출신으로, 오하이오주에서 흙수저로 자란 자신의 성장환경을 기록한 책 ‘힐빌리의 노래’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두고 “망가진 사회를 고칠 역량이 없는데 정치적 쾌감만 주는 문화적 헤로인(마약)”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가 트럼프 대통령을 처음 만난 것은 2021년 2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자택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로 돌아온 지 한달 됐을 시점이었다. 당시 밴스 부통령은 정계 입문을 준비하고 있었다. 고향 오하이오주의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할 계획이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인사하기 위해 마러라고에 직접 찾아갔다. 다리를 놓아준 사람은 피터 틸 인공지능(AI) 방산기업 팔란티어의 공동창업자였다. 틸은 머스크의 25년 지기 최측근이자 실리콘밸리 보수 진영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그는 밴스 부통령의 ‘사회적 아버지’라고 칭해도 무방할 정도로 그와 인연이 깊다. 둘은 밴스 부통령이 예일대 재학생일 때 처음 만났다. 이후 틸은 첫 직장, 첫 출간, 첫 선거, 그리고 첫 대선까지 밴스 부통령의 인생을 뒤바꾼 분기점마다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 *‘백악관 킹메이커’가 된 틸의 40년 막후 정치 여정은 에서 살펴봤다. 둘의 첫 만남은 어떻게 흘러갔을까. 당시 회동에 참석한 인물들의 전언(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책상 위에는 두툼한 종이 뭉치가 올려져 있었다. 밴스 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정리해 둔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운을 뗐다. 트럼프: 나에 대해 몹쓸 말을 했더군. 밴스: 죄송합니다. 미디어의 거짓말에 속았습니다. 특히 제가 그래서는 안됐습니다.트럼프: ‘힐빌리의 노래’를 쓴 사람이 그러면 안됐지. 트럼프는 마음이 풀린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둘은 정치의 어려움에 대해 속 시원하게 털어놓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날 회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렇게 끝났다. 트럼프: 나에게 원하는 게 무엇인가? 날 보러 오는 자들은 원하는 게 있던데.공개 지지를 해달라고 할 건가?밴스: 저는 그러지 않을 겁니다. 트럼프: 내 지지를 원하지 않아?밴스: 당연히 원합니다. 하지만 온전히 제 힘으로 이기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는 언론이 뭐라 하든 절대로 당신을 공격하지 않을 것입니다. 트럼프: 그래. J D, 건강 챙기고. 종종 연락하세. 이날 회동을 기점으로 밴스 부통령은 친트럼프로 돌아섰다. 충성을 맹세하며 180도 변신한 것이다. 이듬해 중간선거(상·하원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 격)에서 밴스 부통령은 의회 입성에 성공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 지지 없이 당선된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2년 11월 선거를 앞두고 그해 4월 공식 지지를 해줬다.) 정치적 재기를 노리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밴스 부통령은 든든한 우군이 됐다. 밴스 부통령의 변신은 미 정계에 상당한 충격파를 줬다. 이전까지 그는 진보 진영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소외된 빈곤층 노동자를 대변할 이상적인 보수 샛별로 여겨진 것. 시사지 애틀랜틱은 그를 두고 “기회주의자라는 호칭도 과분하다. 밴스는 경멸스럽고 부끄러운 광대가 됐다”고 비판했다. ● 밴스를 밀어주는 자들밴스 부통령은 매우 영특하고 민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화 한번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를 얻었고, 이후 폭스뉴스에 자주 출연하며 그의 눈에 들었다. 폭스뉴스 애청자인 트럼프 대통령은 밴스 부통령을 보며 매우 흡족해했다고 한다. 밴스 부통령을 두고 “아름다운 파란 눈을 가진, 잘생기고 똑똑한 청년이다. 방송도 잘하고, 토론도 잘한다”며 주변인에게 칭찬했다고 한다. 밴스 부통령은 쭉쭉 치고 나갔다. 부통령 후보군에 들었다. 지난해 5월 마러라고에서 ‘부통령 오디션’이 연상되는 행사를 개최한 트럼프 대통령은 밴스 부통령을 두고 진국이라는 취지로 극찬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부통령 후보군 7명을 무대에 한 줄로 세워두고 직접 소개했는데 밴스 부통령에 대해 “처음에는 나를 재앙이라고 했던 사람이지만, 밴스는 알면 알수록 가장 위대한 상원의원 중 하나”라고 했다. 미국 부통령 후보는 당내 경선을 거치지 않는다. 선택권은 전적으로 대통령 후보에게 있다. 대통령 후보가 자신의 러닝메이트를 지명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부통령 후보는 대통령 후보와 상호보완적이면서도 대통령 후보의 그늘에 있어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 밴스 부통령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당시 상원의원),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장관(당시 사우스다코타 주지사), 엘리스 스테파닉 주유엔대사 후보자(당시 하원의원), 팀 스콧 상원의원, 바이런 도널즈 하원의원,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와 경쟁했다. 밴스 부통령은 지난해 7월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모금행사가 흥행하자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냈다고 한다. 이 행사를 개최한 것은 틸과 머스크와 절친한 사이이자 이번 행정부에서 ‘인공지능(AI)·가상화폐 차르’ 역할을 맡은 실리콘밸리 유명 투자자 데이비드 색스였다. 밴스 부통령이 색스를 반년간 설득해 성사한 행사였다. 밴스 부통령은 틸과 머스크, 트럼프 주니어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부통령 후보 자리를 손에 넣었다고 NYT,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NBC방송 등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틸을 신뢰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틸은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도 막역한 사이다.● 밴스의 시간은 온다?“요즘 밴스는 어딨는가? 그가 있을 자리에 있다.”블룸버그통신의 니아말리카 핸더슨 논설위원은 지난해 12월 이런 제목의 칼럼을 썼다. 그는 “머스크의 그늘이 밴스가 있을 자리”라며 “머스크만 행복하다면야 밴스에게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적었다. 밴스 부통령이 대선 주자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머스크가 꼭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세계 2위 부자 머스크와 그의 실리콘밸리 이너서클의 지원이 있어야 차기 대선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농담을 통해 3선 가능성의 운을 띄우고 있다. 그는 “밴스는 2028년 공화당 대선 후보가 아니다”라고 인터뷰에서 말하며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지만, 트럼프 세계의 실세들은 전부 밴스 부통령을 미래 대선 주자로 굳건히 지지하고 있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마가 풍운아’들은 대통령직에 도전할 생각 없어 보인다. 머스크는 미국 태생이 아니기 때문에 미 수정헌법에 따라 대통령이 될 수 없고, 그의 인생 목표 또한 ‘화성 식민지 건설’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틸 역시 독일에서 태어났고, 틸은 자신이 “정치를 본업으로 삼으면 돌아버릴 사람”이라며 이번 행정부에 입각하지도 않았다. *화성을 향한 머스크의 열망은 에서 다뤘다. 트럼프 주니어도 차기 등판론에 거리를 두고 있는 모습이다. 그는 행정부 입각이나 의회 입성을 준비하는 대신 각종 트럼프 대통령 관련 사업과 팟캐스트 활동을 벌이며 분주하게 지내고 있다. 트럼프 주니어는 지난달 22일 라틴계 정치단체가 주최한 행사에서 무대에 올랐다. 사회자가 그에게 스페인 미남 배우 안토니오 반데라스를 닮았다고 칭찬하자 “그렇게 봐주시다니 감사하다”며 능청스럽게 받아넘겼다. 이어 사회자가 “2028년 유력 대선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고 말하자 트럼프 주니어는 크게 웃으며 “세상에나. 노, 노, 노. 그런 말씀하시면 곤란해요”라며 말을 돌렸다. 트럼프 주니어는 자신이 고른 인물을 부통령으로 만든 막후 실세다. 지난해 7월 아버지가 밴스 부통령을 발탁한 것에 대해 “훌륭한(incredible) 선택”이라고 옹호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밴스 부통령의 고향 오하이오주에서 열린 유세에서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4년은 트럼프 시대, 그 뒤 8년은 밴스 시대가 될 것입니다.”10화 요약: 밴스 부통령은 틸과 머스크 등 실리콘밸리 보수 진영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은 정치인이다. 마가 후계자로 꼽히는 그는 차기 대권 도전을 위해 자신의 정치 후원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11화 예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삼권분립 무력화를 시도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입법부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을 장악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남은 것은 사법부. 예일대 로스쿨 출신 변호사인 밴스 부통령이 어떤 판을 짜고 있는지 살펴봤다.동아일보가 아카이빙한 미니 히어로콘텐츠 ‘트럼프 2.0 폴리시 맵’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정책을 한 눈에 확인하세요.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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