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아

조은아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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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사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은퇴재테크 서적 ‘지금 당장 금퇴 공부’를 펴냈습니다.

achim@donga.com

취재분야

2025-11-07~2025-12-07
칼럼31%
사회일반14%
국제정세14%
인사일반7%
유럽/EU7%
국제일반7%
미국/북미7%
사고7%
국제정치3%
러시아3%
  • “우크라, 러 본토 20km까지 침투해 에너지시설 점령”…허 찔린 푸틴

    우크라이나가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최대 규모로 러시아 본토로 지상군을 진입시킨 지 닷새 만에 러시아 쿠르스크주(州) 안쪽으로 20km까지 침투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우크라이나군은 이 과정에서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 시설을 장악했다. 또 인근 원자력발전소에서도 미사일로 추정되는 파편이 발견돼 원전 장악을 놓고 양국 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그동안 영토의 18%가량을 러시아군에 점령당한 채 열세에 몰렸던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에 대한 기습 공격을 감행하며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을 계기로 이번 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 우크라이나가 최근 국내외에서 거론되는 ‘휴전 협상’에 대비해 협상력을 높이려고 러시아 본토에 대한 공격을 진행했다는 분석도 있다.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9일 연설을 통해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총사령관이 최전선 상황, 그리고 침략자의 영토로 전쟁을 밀어내기 위한 우리 행동을 보고했다”며 러시아 본토 공격을 공식 인정했다.● “러의 ‘협박 카드’ 가스시설 장악”10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이날 우크라이나의 접경 지역(러시아 기준 서쪽)인 쿠르스크주 내 20km 안쪽에서 우크라이나군 수천 명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러시아 내륙에서 10~20km 떨어진 말라야 로크냐, 올곱카, 이바시콥스코예 주변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방어에 다급해진 러시아는 쿠르스크주, 벨고로드주, 브랸스크주 등 국경 지대 3곳에 전날부터 대테러 작전 체제를 도입하고 7만6000명 이상을 대피시켰다고 10일 발표했다. 러시아는 전날에도 우크라이나군이 리페츠크주의 공군 기지에 무인기(드론) 공습을 감행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언론은 10일 자국 병사들이 벨고로드주 포로즈 마을에서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으나 촬영 시점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우크라이나의 이번 공격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뒤 러시아 영토에 가한 최대 공격이라고 로이터통신은 평가했다. 우크라이나군은 6일 러시아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군사 분석가들의 계산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영토 안으로 20km 이상 진격하며 러시아가 약 350㎢(서울 면적의 약 58%)를 상실했다고 추산했다. 미 CNN방송은 러시아가 최소 250㎢(서울 면적의 약 41%)에서 통제권을 잃었다고 전했다. 다만 우크라이나군이 이 지역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우크라이나는 핵심 에너지 시설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F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영상을 통해 러시아가 유럽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가스프롬의 시설과 인근 수자 마을을 점령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 편을 들면 가스 공급을 끊겠다”며 서방을 향한 압박 수단으로 천연가스 공급을 활용했다. 전투 지역에서 50km 떨어진 원전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쿠르스크 원전에서 8일 요격된 미사일 일부로 추정되는 파편과 잔해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대니얼 프라이드 전 미 국무부 차관보는 CNN에 “이번 공격이 조지 워싱턴 전 미 대통령이 1776년 델라웨어강을 건너려 감행해 군 사기를 북돋운 대담한 작전을 연상시킨다”며 “우크라이나 지원이 무의미하다는 러시아의 주장을 깨뜨렸다”고 해석했다.● 휴전 협상력 높이려는 조치일 듯우크라이나가 최근 꾸준히 필요성이 거론된 휴전 협상에서 유리한 카드로 활용하기 위해 러시아 본토 공격을 추진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초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이 자국에서 완전히 철수하기 전에는 휴전 협상은 없다고 버텼다. 하지만 러시아군과의 전투에서 최근 열세를 보이고, 국민들의 전쟁 피로도가 높아지면서 협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이 젤렌스키 대통령으로부터 나왔다.미국 독일 등 서방의 무기 지원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FT는 “군사 분석가가 확인한 영상에 서방의 수십억 달러의 군사 지원 패키지에 포함된 미국의 스트라이커와 독일의 마르더 등 전투차량이 포착됐다”고 전했다.11일 우크라이나 당국에 따르면 러시아의 미사일 공습으로 키이우 등 주요 도시에서 두 명이 숨지고 세 명이 다쳤다. 당국은 러시아군이 발사한 미사일에는 북한산 미사일 4기도 포함됐다고 주장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4-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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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상전 개시 우크라, 러시아 영토 10㎞까지 진격”

    6일부터 러시아 쿠르스크주에서 지상전을 개시한 우크라이나가 사흘 만에 러시아 영토 내로 최대 10km가량 진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최대 규모의 지상 공격에 나선 우크라이나가 가시적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7일 현장 영상을 토대로 “우크라이나군 장갑차가 6, 7일 국경에서 약 10km 떨어진 도로를 따라 진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지상전 개시 뒤 최소 2곳의 방어선을 뚫었으며, 진지 1곳을 점령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ISW는 러시아 소식통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가 해당 지역에서 작전을 시작한 이후 45km²의 영토를 점령했다”고도 주장했다. 또 다른 러시아 소식통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이 니콜라예보-다리노, 다리노, 스베르들리코보 등 정착지 11곳을 점령했으며,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8km 떨어진 류비모프카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의 공세를 적절하게 방어했단 입장이다. 러 국방부는 8일 “쿠르스크주에서 우크라이나군 격퇴 작전 중”이라며 “우크라이나는 병력 660명과 차량 82대를 잃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도 이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병력과 장비가 집결된 장소를 포격했으며, 이들이 영토를 돌파하려는 시도를 억제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6일 북동쪽 접경지역인 러시아 쿠르스크주에 장갑차 등을 진입시키며 지상전을 개시했다. 이번 교전은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 본토에서 벌어진 최대 규모의 군사 충돌 중 하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지상전을 “대규모 도발”이라 규정하고 “우크라이나가 미사일 포함 여러 무기로 민간 주거 건물 등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4-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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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 러 본토 최대 10km 진격”…개전 이래 최대 공격

    6일부터 러시아 쿠르스크주에서 지상전을 개시한 우크라이나가 사흘 만에 러시아 영토 내로 최대 10km가량 진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최대 규모의 지상 공격에 나선 우크라이나가 가시적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7일 현장 영상을 토대로 “우크라이나군 장갑차가 6, 7일 국경에서 약 10km 떨어진 도로를 따라 진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지상전 개시 뒤 최소 2곳의 방어선을 뚫었으며, 진지 1곳을 점령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ISW는 러시아 소식통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가 해당 지역에서 작전을 시작한 이후 45㎢의 영토를 점령했다”고도 주장했다. 또 다른 러시아 소식통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이 니콜라예보-다리노, 다리노, 스베르들리코보 등 정착지 11곳을 점령했으며,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8km 떨어진 류비모프카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의 공세를 적절하게 방어했단 입장이다. 러 국방부는 8일 “쿠르스크주에서 우크라이나군 격퇴 작전 중”이라며 “우크라이나는 병력 660명과 차량 82대를 잃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도 이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병력과 장비가 집결된 장소를 포격했으며, 이들이 영토를 돌파하려는 시도를 억제했다”고 보도했다.우크라이나군은 6일 북동쪽 접경지역인 러시아 쿠르스크주에 장갑차 등을 진입시키며 지상전을 개시했다. 이번 교전은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 본토에서 벌어진 최대 규모의 군사 충돌 중 하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지상전을 “대규모 도발”이라 규정하고 “우크라이나가 미사일 포함 여러 무기로 민간 주거 건물 등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4-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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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 이민센터 30여곳 공격 첩보… 경찰 6000명 배치

    영국에서 어린이 3명이 숨진 ‘칼부림 난동’ 사건이 촉발한 시위에 정부도 강경 대응에 나섰지만, 전국으로 퍼진 시위는 갈수록 폭력적으로 변질되고 있다. 7일에도 극우세력이 주도한 시위대가 30곳이 넘는 이민센터를 공격할 것으로 알려져 경찰에 비상이 걸렸다. 당국은 반(反)유대주의 성향의 극우단체들이 폭동을 선동한 것으로 보고 모바일 플랫폼 ‘틱톡’ 등에 허위 정보를 게재한 이들의 색출에 나섰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6일 “경찰이 극우 시위대가 영국 전역에서 이민센터 30여 곳을 공격할 것이란 첩보를 입수하고 안전을 위해 6000여 명을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의 공격 대상엔 이민자들의 망명을 신청하는 법률센터 수십 곳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칼부림 사건의 범인이 이슬람 망명 신청자란 허위 소문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 시위를 “불법 폭력 행위”로 규정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시위의 배후로 극우세력을 지목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특히 폭동의 배후에 있는 주요 단체 가운데는 신(新)나치주의자가 주도하는 극우단체들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도 “파시스트 단체인 ‘애국적 대안’ 회원 데이비드 마일스가 소셜미디어에서 사우스포트에서 찍은 사진을 공유해 폭동 소식을 퍼뜨렸다”고 전했다. ‘영국방어연맹’이란 극우단체 지지자들도 이번 시위 폭동에 연루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극우단체를 중심으로 시위가 폭동으로 변질되자 경찰은 강경 진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현재 400명 이상이 체포됐으며 약 100명은 이미 기소된 상태다. 수사 당국은 일부 폭동 가담자에 대해선 테러 혐의로 기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특히 최근 짧은 동영상 위주의 콘텐츠가 주로 게재되는 틱톡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시위를 주도한 극우세력들이 각 도시에서 벌어진 폭동을 주로 틱톡을 통해 생중계한 게 이번 사태를 악화시키는 기폭제가 됐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소셜미디어 X의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이번 시위를 격화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6일 자신의 X에 무장 무슬림 단체의 시위 영상을 올리고 “왜 영국에선 모든 공동체가 보호받질 못하나”라고 적었다. 정부가 무슬림 단체보다 극우단체들을 더 엄격히 진압했다는 것. 앞서 4일에도 머스크 CEO는 영국 시위를 두고 “내전이 불가피하다”고 말해 논란을 키웠다. CNN방송은 “머스크도 이번 시위 사태 문제의 일부”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29일 영국 서부 사우스포트에서 여자아이 3명이 칼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뒤 무슬림 이민자가 범인이란 가짜 뉴스가 소셜미디어에 퍼지며 30일부터 시작됐다. 용의자는 부모가 르완다 출신인 영국 웨일스 태생 17세 남성으로, 이슬람과 관련 없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시위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4-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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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당국, 애플-아마존-메타 등과 줄소송

    미국과 유럽은 최근 몇 년간 가파르게 성장한 빅테크 기업들을 견제하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해 왔다. 유럽에 비해 빅테크 견제에 미온적이란 평가를 받던 미국은 2020년 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배적 기업과의 전쟁을 선언하며 적극적인 소송전을 벌여 왔다. 유럽연합(EU)은 올해 3월부터 시행된 디지털시장법(DMA) 등을 중심으로 강력한 과징금 부과에 나서고 있다. 현재 미국은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FTC), 각 주 검찰 등 다양한 정부기관이 구글, 애플, 아마존, 메타 등과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구글은 5일(현지 시간) 발표된 연방법원의 ‘반독점 판결’ 외에도 다음 달 또 다른 반독점 소송 재판을 앞두고 있다. 법무부는 구글이 2500억 달러(약 345조 원) 규모의 디지털 광고 시장을 움직이는 도구를 불법적으로 독점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또 법무부는 애플도 ‘소비자들이 아이폰을 떠나기 어렵게 만들었다’며 15개 주 및 워싱턴DC와 연합해 고소했다. 법무부와 함께 반독점 집행 권한을 공유하고 있는 FTC는 17개 주와 함께 아마존이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에서 판매자를 압박했다’고 문제 제기를 한 상태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에 대해선 40개 주와 함께 ‘잠재적 경쟁자를 매수해 신생 경쟁자를 몰아냈으니 인스타그램 및 와츠앱 인수를 취소하라”란 소송을 치르고 있다. 이미 치른 비용도 엄청나다. 메타는 지난달 30일 텍사스주와의 데이터 프라이버시 관련 소송에서 패해 14억 달러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구글도 사용자 위치 추적을 문제 삼은 40개 주 검찰과의 소송을 해결하기 위해 거의 4억 달러를 지출했다”며 “애리조나주와의 소송을 무마하기 위해 이미 8500만 달러를 썼다”고 전했다. EU는 빅테크의 공정한 경쟁을 규율하는 DMA를 시행해 규제를 강화했다. 애플은 6월 EU의 DMA 발효 3개월 만에 처음으로 DMA 위반 기업으로 지목됐다. EU는 애플이 앱스토어 시장에서 사용자들이 다른 옵션을 선택하지 못하도록 제한해 DMA를 위반했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상태다. 법 위반이 확정되면 애플은 수십억 유로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 메타는 EU로부터 최대 18조 원에 이르는 과징금을 물어야 할 위기에 처해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메타가 온라인 거래 플랫폼인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와 자사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을 연계해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4-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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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현장을 가다/조은아]“기계 대신 손맛으로 구두 만든다”… 패스트 패션 시대, 佛 ‘슬로 패션’

    《2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의 대표적인 번화가 샹젤리제 거리 뒤편 골목. 화려한 대로를 벗어나 조용한 골목 속에 숨은 오래된 건물에 들어갔다. 강한 염료와 오래된 목재의 향이 풍겨 왔다. 프랑스 건물들의 특징인 좁은 복도를 따라 들어가니 건물 벽 한쪽을 가득 채운 나무 수납장에 나무 신발 모형 수백 개가 빽빽이 진열돼 있었다.》이곳은 약 130년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스 남성 의류 브랜드 ‘벨루티’의 공방이다. 신발 모형들은 맞춤형 구두를 의뢰한 고객들의 발 형태였다. 모형 표면엔 각각 숫자와 이름이 손글씨로 적혀 있었다. 장미셸 카살롱가 벨루티 구두 아틀리에 책임자는 “모형에 적힌 숫자와 이름은 고객 정보”라며 “이 모든 정보를 자료로 저장해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방 대여섯 개를 갖춘 주택 같은 공방에선 방마다 구두가 단계별로 제작되고 있었다. 장인 20여 명은 방마다 네다섯 명씩 앉아 자신의 업무에 몰입하고 있었다. 팀별로 각자 구두의 천을 손수 물감으로 칠하거나, 염색된 가죽을 바느질로 구두 위에 입혔다. 이날 파리시는 2024 파리 올림픽을 찾은 내외신 기자들을 경기장 대신 벨루티 공방으로 불렀다. 벨루티가 파리 올림픽 개회식 때 프랑스 선수단 의상을 제작한 점을 계기로 프랑스 정통 명품을 널리 알리기 위한 의도다.● 편한 구두는 손에서 태어나 1895년 이탈리아 출신 알레산드로 벨루티가 설립한 벨루티는 1900년에 열린 파리 만국박람회에 참여하면서부터 유명해졌다. 벨루티란 상호를 사용한 것은 1928년 창립자의 아들인 토렐로 벨루티가 파리 몬타보 거리에 ‘벨루티, 명품 수제화’란 간판을 걸고 매장과 공방을 열었을 때부터였다. 대를 이어가고 있는 이 브랜드는 1994년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에 인수됐다. 이제 벨루티는 파리 시내에서 구두 공방과 의류 공방 각각 두 곳을 운영하고 있다. 구두는 한 켤레 제작에 보통 80시간이 투입된다. 고객이 주문한 뒤 완성품을 받아보려면 대략 9개월에서 1년까지도 기다려야 한다. 제작 속도가 느린 이유는 100% 수작업 맞춤형으로 제작되기 때문이다. 요즘 중국 ‘알테쉬(알리·테무·쉬인)’로 대변되는 ‘패스트 패션’의 속도를 생각하면 너무나도 느리다. 빠르게 소비하고 버리는 패션 브랜드가 넘치는 시대에 벨루티는 왜 수작업을 고수할까. 현장에서 ‘인공지능(AI) 시대에 왜 기계로 작업을 하지 않는가’란 질문에, 카살롱가 책임자는 “인간다움이 우리의 경쟁력”이라고 했다. 구두를 기계로 빠르고 정확하게 찍어 내더라도 소비자들은 결국 장인이 직접 ‘손맛’을 담아 세심하게 조정해 주길 바란다는 얘기다. “의사가 사람 몸을 스캔하듯, 우리도 손님의 발을 스캔해 정확한 크기의 구두를 제작할 순 있겠죠. 하지만 그렇게 맞는 크기의 구두가 제작돼도 손님들은 우리가 손으로 미세한 차이를 정교하게 조정해 주길 원해요. 인간다운 기술이 기계로 대체되면 손님들이 실망할 겁니다.” 장인들의 손맛은 양복 제작 과정에도 묻어났다. 파리 6구 고급 백화점 근처에 있는 벨루티 신사복 공방 역시 양복을 수작업으로 제작한다. 양복 재단사들은 소비자 체형을 측정할 때 몸을 한쪽으로 기울이거나 어깨를 구부리는 등의 미세한 습관까지 포착해 옷 디자인에 반영했다. 매 순간 편안한 양복을 만들기 위한 배려다. 옷 소재를 고를 때는 재단사와 소비자가 함께 색상과 무늬가 제각각인 다양한 천들이 전시된 쇼룸으로 들어간다. 재단사는 소비자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추천한다. 이때 고객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까지 고려해야 한다. 기후에 따라서 적합한 섬유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방문에 동행한 파리시의 한 자원봉사자는 “모든 게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천천히 정성을 다하는 장인 정신이 프랑스 패션의 가치로 남을 것”이라고 평했다.● 위기의 명품 브랜드, CEO 교체도 이날 파리시가 이례적으로 벨루티 공방 현장 취재를 마련한 건 ‘명품 패션 기업’들이 최근 겪고 있는 어려움과도 관련이 있다. 최근 프랑스를 포함해 세계 각국의 명품 패션 기업들이 전체적으로 실적이 줄며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을 중심으로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세계 소비자들이 럭셔리 구매를 줄이고 있는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구찌, 발렌시아가, 입생로랑, 알렉산더맥퀸 등 럭셔리 브랜드를 거느린 프랑스 명품 그룹 케링의 주가는 올 상반기(1∼6월) 42% 감소했다. 하반기엔 영업이익이 30% 감소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케링의 프랑수아앙리 피노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 우리는 성장을 되찾기 위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 상반기 카르티에 모기업 리치몬트의 중국 홍콩 마카오 매출은 27% 감소했다. 영국의 럭셔리 브랜드 버버리는 상황이 더 안 좋다. 지난달 공개된 1분기(1∼3월) 매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22% 감소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23%나 감소해 부진이 두드러졌다. 이에 따라 버버리는 조너선 아케로이드 CEO를 취임 2년 반 만에 교체했다. 앞으로 코치와 지미추 CEO를 맡았던 조슈아 슐먼이 버버리를 이끌게 됐다. 또 버버리는 배당금 지급도 중단할 예정이다. 그나마 실적이 괜찮은 브랜드는 초고가의 부유한 소비자를 공략하는 곳들이다. 예컨대 에르메스는 오히려 상반기 매출이 약 13% 증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명품들은 자존심을 접고 아시아 지역에서 과잉 재고를 해소하기 위한 대폭 할인 판매도 하고 있다.● 남은 원단 판매 플랫폼도 등장 지나치게 상업적이란 이미지도 명품 브랜드엔 성장의 걸림돌이다. 젊은 세대들이 합리적 소비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친환경 소비를 중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명품 브랜드들은 재활용 소재를 활용하거나 제품 제작 과정에서 남은 원단을 저렴하게 파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클로에는 ‘클로에 크래프트’란 개념을 도입했다. 클로에의 주요 상품인 시그니처 토트백과 스니커즈, 데님 등에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클로에 신발의 밑창은 케냐 해변에서 발견된 슬리퍼들을 재활용하는 사회적 기업 ‘오션 솔’과 함께 제작했다. 프랑스 LVMH그룹은 그룹 산하 디올, 지방시, 루이뷔통 등 다양한 아틀리에에서 수거한 데드스톡(남은 원단)을 재판매하는 온라인 플랫폼 ‘노나 소스’를 선보였다.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프라다도 버려진 어망으로 만든 재활용 나일론을 제품에 쓰고 있다. 영국 명품 알렉산더맥퀸의 세라 버턴 디자이너는 재활용 폴리에스터로 드레스를 만들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조은아 파리특파원 achim@donga.com}

    • 2024-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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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림픽난민팀 첫메달 복서 “고난 끝엔 희망 있어”

    “스포츠는 인생을 가르쳐 줍니다.” 2024 파리 올림픽 난민팀 소속으로 첫 메달리스트가 된 신디 응감바(26)는 4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복싱 75kg급 8강전에서 승리한 뒤 일간 르몽드에 이같이 말했다. 이날 프랑스의 다비나 미셸을 상대로 5-0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두고 준결승에 진출한 응감바는 동메달을 확정 지은 상태. 올림픽 복싱은 동메달 결정전을 따로 진행하지 않고 준결승에서 패한 선수에게도 동메달을 준다. 응감바는 8일 준결승전에 나선다. 응감바는 “사람들은 많은 문제와 장애물을 안고 살며 자신을 믿지 못하고, 지금이 세상의 끝이라고 느낄 때가 있다”며 “내가 파리 올림픽에 나왔다는 사실이 (고난을 넘으면) 인생에 희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카메룬에서 태어난 응감바는 11세 무렵 영국에 건너오다 이민 서류를 분실해 난민 수용시설로 보내졌다. 그는 성소수자로, 카메룬에선 동성애가 불법이라 귀국할 수도 없는 상태. 영국에서 15년을 보낸 지금도 여전히 비자와 영국 시민권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응감바는 영국 입국 뒤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 영어도 모르는 채 학교를 다녀야 했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고 체취가 심하게 난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체육 교사 두 명이 그를 보살피면서 권투의 길로 안내했다. 응감바는 어려웠던 과거를 떠올리며 “지금은 모두 지나간 일이고, 내가 파리에 있는 것이 많은 가르침을 준다”고 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내전과 전쟁, 차별 등 불가피한 이유로 조국을 떠난 선수들이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있게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부터 난민팀을 구성했다. 이번 올림픽에선 12개 종목에 37명이 참여한다.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영국복싱협회는 응감바를 영국 소속으로 올림픽에 출전시키려 정부에 시민권을 요청했지만 실패했다. 결국 그는 IOC 난민팀을 대표하는 첫 여성 권투 선수로 올림픽에 나왔고, 동메달을 확보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4-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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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지는 센강 수질 논란… 벨기에, 철인 3종 기권

    2024 파리 올림픽 트라이애슬론(철인3종·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 수영 경기가 열리는 센강에서 ‘오염’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벨기에 트라이애슬론 혼성 계주 대표팀은 경기 하루 전날 기권을 선언했고, 스위스는 지난주 트라이애슬론 경기 뒤 한 선수가 위염에 걸려 선수단을 재구성해야 했다.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벨기에올림픽위원회(COIB)는 4일 “트라이애슬론 선수 클레르 미셸이 병에 걸려 경기에서 기권한다”고 밝혔다. 병명은 확실치 않지만, 지난달 31일 센강에서 수영 경기를 치른 뒤부터 아프기 시작했다고 COIB는 설명했다. COIB는 또 “훈련 및 경기 시기, 경기 형태 등이 선수와 코치들을 위해 사전에 결정되고 불명확함이 없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길 바란다”고 했다. 센강 유속과 오염도 등에 따라 경기 일정이 바뀌는 것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 팀은 트라이애슬론 선수 아드리앵 브리포드가 첫 경기 사흘 뒤인 3일 위염을 이유로 기권해 팀을 재구성했다. 다만 한스페터 베차르트 스위스 올림픽 최고의료책임자는 “브리포드의 위염과 수질의 관련성은 불확실하다”고 봤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도 당일 오전 수질은 ‘매우 양호’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센강의 수질을 우려하는 이들은 여전히 많다. 1일 캐나다 트라이애슬론 선수 타일러 미슬로추크는 결승점 통과 뒤 무려 10번이나 구토해 수질 우려가 고조됐다. 지난달 30일 트라이애슬론 남자 개인전도 수질 문제로 하루 연기됐다. 센강은 산업화에 따른 수질 오염으로 1923년부터 수영이 금지됐다. 하지만 파리 올림픽 조직위는 ‘101년 만에 센강을 파리 시민 품으로 돌려주겠다’며 14억 유로(약 2조1000억 원)를 들여 수질 개선에 나섰으나 오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4-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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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민팀에 첫 올림픽 메달 안긴 女복서 “고난 넘으면 희망 있어”

    “스포츠는 인생을 가르쳐 줍니다.”2024 파리 올림픽 난민팀 소속으로 첫 메달리스트가 된 신디 응감바(26·복싱)는 4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복싱 75kg급 8강전에서 승리한 뒤 일간 르몽드에 이같이 말했다. 이날 프랑스의 다비나 미셸을 상대로 5-0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두고 준결승에 진출한 응감바는 동메달을 확정 지은 상태. 올림픽 복싱은 동메달 결정전을 따로 진행하지 않고 준결승에서 패한 선수에게도 동메달을 준다. 응감바는 8일 준결승전에 나선다.응감바는 “사람들은 많은 문제와 장애물을 안고 살며 자신을 믿지 못하고, 지금이 세상의 끝이라고 느낄 때가 있다”며 “내가 파리 올림픽에 나왔다는 사실이 (고난을 넘으면) 인생에 희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카메룬에서 태어난 응감바는 11세 무렵 영국에 건너오다 이민 서류를 분실해 난민 수용시설로 보내졌다. 그는 성소수자로, 카메룬에선 동성애가 불법이라 귀국할 수도 없는 상태. 영국에서 15년을 보낸 지금도 여전히 비자와 영국 시민권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응감바는 영국 입국 뒤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 영어도 모르는 채 학교를 다녀야 했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고 체취가 심하게 난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체육 교사 두 명이 그를 보살피면서 권투의 길로 안내했다. 응감바는 어려웠던 과거를 떠올리며 “지금은 모두 지나간 일이고, 내가 파리에 있는 것이 많은 가르침을 준다”고 했다.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내전과 전쟁, 차별 등 불가피한 이유로 조국을 떠난 선수들이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있게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부터 난민팀을 구성했다. 이번 올림픽에선 12개 종목에 37명이 참여한다.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영국복싱협회는 응감바를 영국 소속으로 올림픽에 출전시키려 정부에 시민권을 요청했지만 실패했다. 결국 그는 IOC 난민팀을 대표하는 첫 여성 권투 선수로 올림픽에 나왔고, 동메달을 확보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4-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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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센강서 수영한 뒤 병 걸려”…벨기에, 철인 3종 돌연 기권

    2024 파리 올림픽 트라이애슬론(철인3종·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로 구성됨)의 수영 경기가 열리는 센강에서 ‘오염수’ 논란이 다시 한번 논란이 되고 있다. 벨기에 트라이애슬론 혼성 계주 대표팀이 경기를 하루 앞둔 4일 돌연 기권을 선언했고, 스위스는 지난주 첫 트라이애슬론 경기 뒤 한 선수가 위염에 걸려 선수단을 재구성해야 했기 때문이다. 1일 캐나다의 한 선수는 센강에서 트라이애슬론 결승점을 통과한 뒤 열 번이나 구토하는 모습이 생중계되기도 했다.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벨기에올림픽위원회(COIB)는 4일 트라이애슬론 선수 클레어 미셸이 병에 걸려 경기에서 기권한다고 밝혔다. 병명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셸은 지난달 31일 프랑스 파리의 센강에서 수영 경기를 치르고 며칠 뒤부터 아프기 시작했다고 COIB는 설명했다. COIB는 또 “올림픽에서 미래의 트라이애슬론 경기를 위해 훈련 및 경기 시기, 경기 형태 등이 선수와 코치들을 위해 사전에 결정되고 불명확함이 없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센강 수량과 유속, 오염도 등에 따라 수영 겨기 일정이 바뀌는 등 경기 준비에 차질이 많았다는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스위스팀에선 트라이애슬론 선수인 에이드리언 브리포드가 첫 경기를 치르고 사흘 뒤인 3일 위염을 이유로 기권해 팀을 재구성해야 했다. 한스페터 베츠차르트 스위스올림픽 최고의료책임자는 “다른 나라 동료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지난달 31일 개인전 실시 뒤 위장병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브리포드의 위염과 수질의 직접적 관련성은 불확실하다고 봤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 측도 경기 당일 오전 수질이 ‘매우 양호’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센강의 수질을 우려하는 선수들도 많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1일 캐나다의 트라이애슬론 선수 타일러 미슬로추크가 결승점을 통과한 뒤 무려 열 번이나 토하는 모습이 생중계돼 수질에 대한 우려가 고조된 바 있다. 지난달 30일엔 트라이애슬론 남자 개인전이 수질 문제로 하루 연기되기도 했다.센강은 산업화에 따른 수질 오염으로 1923년부터 수영이 금지됐다. 하지만 파리올림픽조직위는 ‘101년 만에 센강을 파리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겠다’는 취지로 14억 유로(약 2조1000억 원)을 투입해 수질 개선에 나서 경기를 강행했다. 센강의 알렉상드르 3세 다리와 알마 다리 구간에서는 올림픽·패럴림픽의 트라이애슬론 수영 경기와 ‘수영 마라톤’으로 불리는 오픈 워터 스위밍이 열린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4-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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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 선수단 “천국의 489명과 함께 뜁니다”

    “당신들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입니다.” 안 이달고 프랑스 파리시장은 1일(현지 시간) 파리시청사에서 2024 파리 올림픽에 참여한 우크라이나 선수들에게 파리시 최고 훈장인 ‘그랑 베르메유’ 메달을 수여하며 이같이 말했다. 3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는 전쟁에도 불구하고 올림픽까지 진출한 우크라이나 선수단을 격려하고 지지와 연대의 뜻을 표한 것이다. 선수단을 대표해 수여식 단상에 오른 20여 명의 선수들은 좀처럼 웃지 않았다. 이들은 미소 대신 단상 위 스크린에 ‘천국의 우크라이나팀 489명’의 사진을 띄운 뒤 묵념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습 이후 숨져 올림픽에 도전하지 못한 선수와 코치들을 추모한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올림픽에 체조, 양궁, 육상, 다이빙 등 26개 종목에, 140명의 선수가 참가한다. 우크라이나가 참가한 여름 올림픽 중 가장 작은 규모의 선수단이다. 전쟁으로 많은 선수들이 숨지거나 참가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전쟁에 관여한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는 출전이 금지됐다. 다만 심사를 통해 러시아 선수 15명은 중립국 소속으로 나왔다. “파리 올림픽은 축제 분위기지만 우크라이나 선수들은 하루하루를 전쟁같이 보내고 있어요.” 행사에 참석한 우크라이나 선수들은 입을 모아 강조했다. 고향이 러시아의 점령지인 남부 헤르손주 근처인 18세 다이빙 선수 올렉시 세레다 씨는 “스마트폰을 켤 때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습경보 알림이 떠서 가슴을 졸일 때가 많다”며 “아버지와 여동생에게 수시로 연락해 생사를 묻다 보니 경기에 집중하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마트비 비드니 우크라이나 스포츠부 장관은 “최근 우리 체조 선수가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가족이 숨졌다는 소식을 들은 채 경기에 나가야 했다”며 “이게 우리의 현실”이라고 고개를 떨궜다. 일부 선수들은 메달 획득보다 올림픽 참가 자체가 기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가족을 잃은 슬픔, 미사일과 무인기(드론) 공격, 이로 인한 단전으로 훈련이 거의 불가능했지만 불굴의 의지로 올림픽 무대까지 진출했기 때문. 육상 선수 안네 리지코바 씨는 “전쟁 뒤 훈련을 몇 개월 중단할 수밖에 없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며 “꼭 올림픽에 나와 세계를 향해 우리를 잊지 말아 달라고, 또 도와달라고 부탁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세계인의 시선이 집중되는 올림픽에서 러시아 침공의 부당함을 알리는 ‘외교관’을 자처했다. 세레다 씨는 “(중립국 소속이더라도) 러시아 출신 선수들과는 대화도 악수도 거부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비드니 장관은 “이 전쟁이 우리만의 전쟁이 아니라 세계의 공통된 가치를 위한 전쟁임을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4-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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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광객들은 집에 가라”… 입장료 걷고 물총 쏘며 여행 막아[글로벌 포커스]

    “오늘도 1만7000명이 우리 섬에 도착한다. 또 힘든 하루가 다가왔다.” 하얀 외벽에 바다를 닮은 파란색 지붕. 한국에서도 인기 신혼여행지로 꼽히는 섬. 세계적인 인기 관광지 그리스 산토리니섬 주민들은 요즘 매일 아침이 두렵다.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산토리니섬의 파나기오티스 카발라리스 시립단체회장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X에 이 같은 한탄을 쏟아냈을 정도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산토리니섬의 인구는 1만5000명. 섬 거주민보다 훨씬 많은 관광객이 찾아와 괴롭단 얘기다. 나중에 관광객 수는 1만1000명으로 정정됐다. 하지만 여전히 과한 규모다. 섬이 외지인으로 가득 차 혼잡이 예상되자 카발라리스 회장은 주민들에게 “웬만하면 집에 있으라”고 조언했다. 지나치게 많은 관광객으로 인한 문제가 커지자 최근 산토리니와 상위 행정구역인 남에게해 공무원들은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안건은 ‘크루즈 관광객 유입 제한’. 니코스 조르조스 산토리니 시장은 “섬에 내리는 크루즈 승객이 하루에 8000명을 넘진 않아야 한다”며 “내년부터 이 상한선을 적용해 우리 섬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관광객 폭증으로 인해 고통받는 건 산토리니섬뿐만이 아니다. 팬데믹이 끝난 뒤 몇 년을 참았던 여행 욕구가 폭발하면서 최근 세계 곳곳이 ‘오버 투어리즘(과잉 관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주요 관광지 주민들은 “외지인들이 몰려들어 일상생활마저 힘들 정도”라며 불만을 토로한다. 특히 유럽의 오버 투어리즘은 한계를 넘어서고 있단 평가마저 나온다. 여름 바캉스 기간이 길고 국경을 쉽게 넘나들 수 있다 보니 유독 두드러진다. 단체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지역 문화재를 훼손하는 경우까지 생기며 갈등은 더욱 심해졌다. 이에 이탈리아나 스위스 등에선 관광객을 줄이려 입장료를 받고, 스페인에선 시민들이 ‘관광객 반대’ 시위까지 벌이고 있다.● “우리 도시, 관광객에게 안 팔아” “관광객들은 집에 가라!” 세계적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1852∼1926)의 건축물들로 유명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선 지난달 6일 이런 구호가 울려 퍼졌다. 150개가 넘는 단체로 구성된 시위대 약 3000명이 ‘관광객 반대’를 외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관광 반대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전하기 위해 일부 호텔과 레스토랑 테라스를 봉쇄했다. 또 일부 시위대는 관광객들에게 물총까지 쐈다. ‘바르셀로나는 팔리지 않을 것’이란 시위대 팻말에선 주민들이 삶의 터전인 바르셀로나를 관광객에게 빼앗겨 버렸다는 불만이 묻어났다. 바르셀로나 관광청에 따르면 지난해 이 도시 방문자는 약 1220만 명. 도시 인구(약 160만 명)의 7.6배에 이르렀다. 바르셀로나는 유명 건축물과 요리, 프로축구팀 FC바르셀로나 등 이른바 ‘관광 자산’이 넘친다. 공항과 항구 인프라 등이 잘 갖춰져 관광객들이 항공편과 크루즈선으로 찾아오기 쉽다. 바르셀로나 지역 정치인들이 크루즈 관광객들을 ‘메뚜기 떼’에 비유해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북아프리카 서쪽 해안에 있는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도 ‘투어리즘 포비아(Tourism Phobia·관광 공포증)’가 심각하다. 국내 한 예능 프로그램 촬영지로도 입소문을 탄 이곳은 검고 흰 모래가 이색적인 화산섬으로 유명하다. 인구가 약 221만 명인데 지난해 관광객은 6배가 넘는 1390만 명이 찾아왔다. 올 4월엔 좀 더 극단적인 시위마저 벌어졌다. 카나리아 제도의 가장 큰 섬인 테네리페섬에서 ‘카나리아 제도는 이제 지쳤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주민들이 단식 투쟁에 나섰다. 이들이 바라는 건 호텔 및 해변 리조트 건설 같은 관광 개발 사업의 중단이다. 단식 투쟁 단체의 루벤 페레스 플로레스 대변인은 현지 언론에 “(지역 당국이 우리 요구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이 사람들은 목숨을 걸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이탈리아 북부의 ‘바다 위의 도시’ 베네치아에선 올 4월 관광객 유입을 제한하기 위한 도시 입장료 5유로(약 7400원) 도입을 두고 찬반 시위가 뜨거웠다. 결국 시 정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보호하고 베네치아를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겠다며 입장료 부과를 결정했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입장료만으로 오버 투어리즘은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도시 이미지만 나빠진다”며 반대하고 있다.● “호텔 늘어 집 구하기 어려워” 도대체 관광객이 얼마나 몰려들기에 유럽 도시들은 이렇게 뿔이 났을까. 유엔 세계관광기구(UNWTO)에 따르면 올해 해외 관광객 수는 15억 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전인 2019년에 비해 2% 늘어난 규모다. 특히 유럽은 올해 1분기(1∼3월)에만 1억2000만 명이 방문했다. 사실 관광객이 늘면 국가 경제에 분명 도움이 된다. UNWTO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 관광 수입은 1조5000억 달러(약 2060조 원)에 이른다. 이 중 유럽은 6600억 달러로, 어느 대륙보다도 많은 돈을 벌었다. 그런데도 주민들이 관광객을 거부하는 주된 이유는 물가가 치솟고 관리 비용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 관광협회는 “관광객이 늘면서 이 지역 물가가 오르자 공공 서비스가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관광 수익이 늘어나도 지역 주민에게 고르게 분배되지 않아 주민들의 생활을 개선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불만도 나온다. 오히려 관광객 탓에 주민들의 주거난이 심각해지기도 한다. 관광객을 받으려는 호텔이나 숙박 예약 플랫폼 에어비앤비의 주택이 늘다 보니 정작 실수요자들이 적절한 비용으로 생활할 수 있는 주택이 줄고 있는 것이다. 스페인 동부의 발레아레스 제도의 이비사섬에선 주민들이 집을 구하지 못해 차량이나 텐트에서 살기도 한다. 이 지역 시민경비대 IGC 측은 영국 BBC방송에 “경비 3, 4명이 섬의 차량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했을 정도다. 실수요자를 위한 주택이 부족하니 집값도 계속 뛰고 있다. 바르셀로나에서 주택 임차료는 지난 10년간 약 68%가 올랐다. 바르셀로나에서 교사로 일하는 카를로스 라미레스 씨(26)는 미 CNN방송에 “바르셀로나에서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2∼4명씩 같이 사는 것”이라며 “현지인, 특히 젊은이들이 도시에서 자기 공간을 갖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외지인들이 문화유산을 훼손하는 점도 주민들의 심기를 건드린다. 지난해 이탈리아 피렌체 시뇨리아 광장에선 한 독일 남성이 16세기에 만들어진 분수에서 사진을 찍으려다 조각상을 망가뜨려 지역민들의 분노를 샀다. 피렌체시는 동상 훼손으로 들어갈 보수 비용을 약 5000유로로 추산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선 영국 남성들이 눈총을 받았다. 주말에 저렴한 여행상품으로 건너와 술집을 돌아다니며 공공장소에서 노상 방뇨를 하고 운하에 구토하는 장면이 목격됐기 때문이다. 결국 암스테르담시는 지난해 18∼35세 남성 관광객의 반사회적 행위에 대한 처벌을 경고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일각에선 최근 관광객 증가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관광지 주민들에 대해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관광업을 통해 지역경제가 발전했고, 수입도 늘었는데 불편이 커지자 관광객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근시안적인 생각이라는 것. 실제로 오버 투어리즘으로 인한 불만이 가장 많이 나오는 유럽의 경우 관광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세계관광및여행협회(WTTC) 통계를 인용해 2022년 기준 유럽 전역에서 약 3470만 명이 관광업에 종사했고, 지중해 지역 국내총생산(GDP)의 약 15%가 관광에서 발생한다고 전했다. 그리스 산토리니섬 GDP의 90%는 관광업이 창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이터통신도 스페인의 관광 로비단체 등을 인용해 지난해 스페인의 경제 성장을 관광업이 이끌었다고 전했다.● 쓰레기 청소하면 무료 투어 관광객 증가로 어려움을 겪는 나라나 도시들이 내놓는 가장 기본적인 해법은 ‘입장료 받기’다. 관광객의 경제적 부담을 늘려 가급적 덜 오게 만들려는 취지다. 이탈리아 서북부 해안을 따라 위치한 다섯 개의 절벽 마을 친퀘테레는 낭만적인 해안 산책로 ‘사랑의 길’을 지난달 12년 만에 재개장하며 입장료를 도입했다. 방문객들은 사전에 5유로의 입장권을 구입해야 한다. 입장 인원도 시간당 400명으로 제한했다. 방문객들은 가이드 안내를 받으며 리오마조레에서 마나롤라까지 한 방향으로만 걸을 수 있다. 2020년 종영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촬영지인 스위스 호수 마을 이젤트발트도 드라마 팬들이 몰리자 통행료 5프랑(약 7800원)을 받기 시작했다. 입장료 외에도 도시로 들어오는 크루즈선을 줄이거나 신규 호텔 건설을 금지하는 규제들도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관광객 억제책도 한계가 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올해 도시 입장료 5유로를 도입했지만 관광객이 오히려 늘었다고 한다. 베네치아는 내년에 입장료를 10유로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관광객 수 줄이기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관광객 줄이기 대신 관광객과의 공생을 모색하는 도시들도 있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관점 바꾸기’ 전략을 쓰고 있다. 관광객들이 ‘암스테르담은 파티의 도시’란 인식을 버리고 지역 주민의 시각에서 도시를 경험하게끔 유도하는 전략이다.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은 관광객의 친환경 활동을 장려하는 ‘코펜페이’란 시범 사업을 도입했다. 수로에 떠다니는 쓰레기를 줍거나 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박물관을 방문하거나 도시 정원에서 자원봉사를 하면 관광 혜택을 준다. 예컨대 현지 환경 비영리기구 ‘그린카약’은 녹색 카약을 타고 시 수로를 따라 물에 떠다니는 쓰레기들을 줍는 봉사자에게 무료 수상 투어를 해준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4-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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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리올림픽 휩쓴 K분식… 500인분 바로 동나

    “떡볶이가 맵긴 하지만 맛있어서 천천히 다 먹을 거예요.”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도심의 ‘2024 파리 올림픽 코리아하우스’ 내부 분식 코너 앞에서 만난 덴마크 관광객 줄리 키아고 씨는 “한국 음식은 낯설면서도 매력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파리 올림픽을 맞아 한국 문화 홍보를 위해 마련한 코리아하우스가 현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날 코리아하우스 정원에 마련된 ‘비비고 시장’에선 떡볶이와 만두, 주먹밥 등 한국 분식을 선보였다. 파리 시민들은 물론이고 올림픽을 맞아 세계 곳곳에서 온 관광객들이 분식 코너에서 긴 줄을 서고 있었다. 딸과 함께 틱톡 홍보물을 보고 찾아왔다는 파리 시민 카리나 카무 씨는 “한식당처럼 분식을 사먹으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신나는 K팝을 들을 수 있어 좋다”며 기뻐했다. 이날 준비한 500인분은 순식간에 다 팔려 나갔다. 코리아하우스는 지난달 25일 파리 올림픽 양궁 경기가 열리는 앵발리드 근처 학술회의장 ‘메종 드 라 시미(화학의 집)’ 건물을 통째로 빌려 문을 열었다. 11일까지 운영되는 이곳엔 CJ그룹, 오비맥주, 하이브, 포토이즘 등 민간기업과 한국관광공사,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도자재단, 한국국제교류문화진흥원 등 공공기관까지 총 15곳이 다양한 한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각 기업과 기관들은 한식을 비롯해 K팝과 셀프 스튜디오 등 다양한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스티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스튜디오와 화려한 한복을 입어볼 수 있는 전시관은 특히 사람들이 많이 몰렸다. 정원에선 경쾌하게 흘러나오는 K팝에 단체로 춤을 추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그간 코리아하우스는 올림픽 때마다 선수단 지원과 메달리스트 인터뷰 장소 정도로 활용됐다. 하지만 올해는 다양한 기업들과 함께 한국 문화를 홍보하는 허브로서 자리매김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코리아하우스가 대중에게 공개된 지난달 26일부터 닷새간 1만6019명이 방문했다. 이 중 절반가량은 외국인이었다. 대한체육회 측은 “앞으로도 코리아하우스를 올림픽 기간 한국 스포츠는 물론 K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겠다”고 설명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4-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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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동 3명 살해범은 무슬림” 소문… 英전역, 反이슬람 폭력시위

    영국 서부 사우스포트에서 지난달 31일 어린이 3명이 숨지는 칼부림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가 무슬림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수도 런던 등 영국 전역에서 반(反)이슬람 폭력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당국이 시위대를 엄벌할 뜻을 밝혔지만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흉기 난동범이 무슬림 망명 신청자라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퍼지면서 반이슬람 여론을 고조시키고 있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시위대는 사우스포트의 이슬람 사원(모스크) 앞에 세워진 경찰차와 일반 차량에 불을 질렀다. 인근 건물 벽을 허물고 경찰에 벽돌도 던졌다. 이 과정에서 최소 53명의 경찰관이 다쳤다. 경찰은 이번 시위를 극우 단체 ‘영국수호리그(EDL)’의 소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같은 날 런던에서도 대규모 반이슬람 시위가 벌어졌다. 일부 시위대는 총리 집무실이 있는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일대에서 경찰에 맥주캔과 유리병을 던졌다. 런던 경찰은 “폭력적 무질서와 응급구조대원 폭행, 시위법 위반 등의 혐의로 100명 이상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북동부 항구 도시 하틀풀에서도 경찰에 유리병이나 달걀 등을 던지는 시위가 벌어졌다. 또 맨체스터의 홀리데이인 호텔 밖에서도 약 40명이 시위를 벌였다. 맨체스터이브닝뉴스는 해당 호텔에 수용된 난민 신청자들에 대한 항의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반이슬람 시위를 촉발한 사건은 지난달 29일 사우스포트의 댄스 교실에서 발생했다. 불법 침입한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6∼9세 여자 어린이 3명이 숨졌으며 어린이 8명과 성인 2명이 다쳤다. 경찰은 피의자가 웨일스 카디프 태생의 17세 남성이라고 밝혔을 뿐 그의 종교는 공개하지 않았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4-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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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떡볶이 맵긴 하지만 맛있어”…파리 휩쓴 K분식, 500인분 순식간에 동나

    “떡볶이가 맵긴 하지만 맛있어서 천천히 다 먹을 거예요.”지난달 31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도심의 ‘2024 파리 올림픽 코리아하우스’ 내부 분식 코너 앞에서 만난 덴마크 관광객 줄리 키아고 씨는 “한국 음식은 낯설면서도 매력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파리 올림픽을 맞아 한국 문화 홍보를 위해 마련한 코리아하우스가 현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날 코리아하우스 정원에 마련된 ‘비비고 시장’에선 떡볶이와 만두, 주먹밥 등 한국 분식을 선보였다. 파리 시민들은 물론이고 올림픽을 맞아 세계 곳곳에서 온 관광객들이 분식 코너에서 긴 줄을 서고 있었다.딸과 함께 틱톡 홍보물을 보고 찾아왔다는 파리 시 카리나 카무 씨는 “한식당처럼 분식을 사먹으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신나는 K팝을 들을 수 있어 좋다”며 기뻐했다. 이날 준비한 500인분은 순식간에 다 팔려 나갔다.코리아하우스는 지난달 25일 파리 올림픽 양궁 경기가 열리는 앵발리드 근처 학술회의장 ‘메종 드 라 시미(화학의 집)’ 건물을 통째로 빌려 문을 열었다. 11일까지 운영되는 이곳엔 CJ그룹, 오비맥주, 하이브, 포토이즘 등 민간기업과 한국관광공사,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도자재단, 한국국제교류문화진흥원 등 공공기관까지 총 15곳이 다양한 한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각 기업과 기관들은 한식을 비롯해 K팝과 셀프 스튜디오 등 다양한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스티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스튜디오와 화려한 한복을 입어볼 수 있는 전시관은 특히 사람들이 많이 몰렸다. 정원에선 경쾌하게 흘러나오는 K팝에 단체로 춤을 추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그간 코리아하우스는 올림픽 때마다 선수단 지원과 메달리스트 인터뷰 장소 정도로 활용됐다. 하지만 올해는 다양한 기업들과 함께 한국 문화를 홍보하는 허브로서 자리매김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코리아하우스가 대중에게 공개된 26일부터 닷새간 1만6019명이 방문했다. 이 중 절반가량은 외국인이었다. 대한체육회 측은 “앞으로도 코리아하우스를 올림픽 기간 한국 스포츠는 물론 K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겠다”고 설명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4-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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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이비통 쟁반’에 럭셔리 에펠탑 메달…파리의 ‘명품 올림픽’

    26일(현지 시간) 개막한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점차 메달 시상이 늘기 시작하며 ‘올림픽의 주인공’인 금메달을 중심으로 올림픽 곳곳에 스며든 ‘명품 브랜드’ 작품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파리 올림픽의 프리미엄 파트너인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 계열사들이 다수 참여해 화려함을 뽐내는데, 다른 브랜드들에 비해 너무 많이 노출됐다는 비판도 나온다.올림픽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메달은 LVMH 산하 주얼리 브랜드인 쇼메가 디자인했다. 한국에선 송혜교 차은우 등이 홍보대사로 활약 중인 브랜드다. 메달엔 쇼메가 1920년대부터 내놓은 ‘선버스트(태양 폭발)’ 모티브 디자인이 담겼다. 중심에는 에펠탑의 실제 철제 조각이 들어가 파리 올림픽의 상징성을 더했다. 이 철제의 육각형 모양은 프랑스 대륙을 표현한다. 메달 뒤편엔 통상적인 올림픽 메달처럼 오륜, 그리스 신화에서 ‘승리의 여신’인 니케 등이 새겨졌다. 다만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와 함께 기존 메달엔 없던 에펠탑도 그려져 파리 올림픽 메달이란 특수함을 드러냈다.금메달에 숨은 비밀은 금메달이 실제 금으로만 이뤄진 게 아니란 점이다. 미국 매체 USA투데이에 따르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에 따라 금메달은 은이 오히려 최소 92.5%로, 금은 약 6g을 차지해야 한다. 금이 비교적 많진 않기 때문에 값어치가 생각만큼 높진 않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금메달은 약 950달러(132만 원)의 가치를 갖는다. 은메달과 동메달은 각각 대부분 은과 구리로 구성된다. 심지어 메달을 운반하는 보관함까지 명품의 향기가 느껴진다. 루이비통 트렁크와 비슷한 갈색 체스판 무늬로 디자인됐다. 메달 시상 자원봉사자들의 의상 역시 LVMH의 작품이다. 느슨한 바지, 폴로 셔츠와 모자는 1920년대 스포츠 의류에서 영감을 얻었다. 마찬가지로 LVMH 계열 프랑스 정통 남성복 ‘벨루티’는 ‘미드나잇 블루’ 색상이 돋보이는 프랑스 선수단의 개막식 단복을 제작했다. 턱시도, 셔츠, 벨트, 스카프, 신발 등을 모두 제작했는데 ‘프랑스식 우아함’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올림픽 곳곳에 LVMH의 작품들이 대거 등장하다 보니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올림픽 경기장엔 광고가 없는데, 상호를 박진 않아도 특정 브랜드의 상징적인 디자인이 자주 노출되면 순수한 스포츠 행사란 취지가 퇴색될 수 있기 때문이다. IOC의 전 마케팅 담당자 마이클 페인 씨는 AFP통신에 “LVMH와 IOC의 파리 올림픽 파트너십은 훌륭했지만 개막식에서 대규모 광고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프랑스뿐 아니라 다른 참가국들도 명품 경쟁을 벌이는 모습이다. 미국 선수단의 단복은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랄프로렌이 2008년부터 맡아 디자인하고 있다. 이탈리아 선수단의 단복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설립된 아르마니가 만든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4-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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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몸 굳어가는 셀린 디옹, ‘사랑의 찬가’ 기적을 노래하다

    “푸른 하늘이 무너질 수 있어요. 땅도 무너질지 몰라요. 당신이 날 사랑한다면 상관없어요. 세상이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않아요.” 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이 마무리되던 26일 밤 12시(현지 시간) 직전. 프랑스 파리의 껌껌한 밤을 흰 조명으로 화려하게 빛낸 에펠탑 2층 중앙에서 샹송의 대명사 에디트 피아프(1915∼1963)의 ‘사랑의 찬가’가 애절하게 흘러나왔다. 카메라가 에펠탑 무대를 클로즈업하자 진주 자수로 빛나는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캐나다 퀘벡 출신 가수 셀린 디옹(56)이 나타났다. 온몸의 근육이 뻣뻣해지는 희귀 신경질환인 ‘전신 근육 강직인간증후군(SPS)’을 앓아 다소 수척한 모습이었지만 그는 빗속에서도 힘 있게 노래를 불렀다. 개막식 피날레를 어떤 가수가 장식할지는 행사 보안과 흥행을 위해 사전에 공개되지 않지만 며칠 전부터 디옹이 파리에 도착했다는 소식에 디옹의 공연 루머가 돌았다. 그럼에도 ‘설마 디옹이 무대에 오를까’라고 의심하던 이가 적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병을 고백한 지 약 1년 반 만에 기적을 이룬 것. 디옹도 이날 감격에 찬 듯 눈물을 글썽거렸다. 문화적 역량을 보여줬지만 다소 난해했다는 지적이 나온 개회식을 ‘디옹의 피날레’가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의 공연은 역경을 딛고 도전하는 올림픽 그 자체였다는 얘기다.● “기어서라도 무대에 오르겠다” 디옹이 건강한 모습으로 올림픽 주제곡(‘더 파워 오브 더 드림’)을 불렀던 28년 전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개회식 때보다 감동적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세계 정상급의 ‘디바’였던 당시와 달리 최근 디옹의 삶은 역경과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디옹은 2016년 든든한 매니저였던 남편 르네 앙젤릴을 17년의 투병 끝에 암으로 떠나보냈다. 그 뒤 음악적으로도 슬럼프가 찾아왔고, 2022년에는 SPS에 걸려 가수 활동을 하는 게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게 된다. 2022년 12월 디옹은 인스타그램에 올린 영상에서 눈물을 머금은 채 “SPS란 희귀 난치병에 걸렸다”며 “가끔 걷지 못하고 성대 조절도 잘 안 돼 노래하기가 어렵다”고 고백하며 공연 일정을 취소했다. 무대 복귀가 어려울 것 같던 디옹이 2020년 3월 공연 이후 4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파리 올림픽 개회식에서 공연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꾸준한 치료와 관리였다. 그는 지난달 아마존을 통해 공개된 다큐멘터리 ‘나는 셀린 디옹’에서 “매주 5일 운동과 물리 및 보컬 치료를 반복했다”고 소개했다. 다큐멘터리에는 치료를 받으며 고통스러워하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디옹의 모습이 담겨 있다. 영국 BBC방송은 디옹이 받은 ‘목소리 재활’ 치료의 효과가 입증된 셈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무대와 음악에 대한 열정이 있어 가능했다. 지난달 미 NBC의 ‘투데이쇼’에서 인터뷰 중 눈가가 촉촉해진 디옹은 “기어서라도, 손으로 말을 하더라도 무대에 다시 오르겠다”며 “그(무대에 선) 순간이 그립다”고 했다.● “복귀 시기, 내 몸이 말해줄 것” 디옹은 무대 복귀를 꿈꾸면서도 조급해하지 않았다. 5월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복귀 시기를 묻는 질문에 “난 모른다. 내 몸이 말해줄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치료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꾸준히 재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뜻이다. 프랑스에선 숨진 연인을 위해 ‘사랑의 찬가’를 만들었던 피아프와 디옹의 삶이 묘하게 닮았다는 반응도 많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디옹의 공연은 피아프에 대한 헌사”라고 했다. 전신 근육 강직인간증후군(SPS) 100만 명당 1명이 걸리는 희귀 난치병으로 온몸의 근육이 뻣뻣해지는 신경질환이다.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며 40세 이상 여성이 이 병의 환자 중 다수를 차지한다. 치료제는 아직 없고, 완치도 불가능하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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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소 수척해진 셀린 디옹, ‘사랑의 찬가’로 기적을 부르다

    “푸른 하늘이 무너질 수 있어요. 땅도 무너질지 몰라요. 당신이 날 사랑하든 상관없어요. 세상이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않아요.”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이 마무리되던 26일(현지 시간) 자정 직전. 프랑스 파리의 껌껌한 밤을 흰 조명으로 화려하게 빛낸 에펠탑 2층 중앙에서 샹송의 대명사 에디트 피아프(1915~1963)의 ‘사랑의 찬가’가 애절하게 흘러나왔다.카메라가 에펠탑 무대를 클로즈업하자 진주 자수로 빛나는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캐나다 퀘백 출신 가수 셀린 디옹(56)이 나타났다. 온몸의 근육이 뻣뻣해지는 희귀 신경질환인 ‘전신 근육 강직인간증후군(SPS)’을 앓아 다소 수척한 모습이었지만 그는 빗속에서도 힘 있게 노래를 불렀다.개막식 피날레를 어떤 가수가 장식할지는 행사 보안과 흥행을 위해 사전에 공개되지 않지만 며칠 전부터 디옹이 파리에 도착했다는 소식에 디옹의 공연 루머가 돌았다. 그럼에도 ‘설마 디옹이 무대에 오를까’라고 의심하던 이가 적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병을 고백한 지 약 1년 반 만에 기적을 이룬 것. 디옹도 이날 감격에 찬 듯 눈물을 글썽거렸다.문화적 역량을 보여줬지만 다소 난해했다는 지적이 나온 개회식을 ‘디옹의 피날레’가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의 공연은 역경을 딛고 도전하는 올림픽 그 자체였다는 얘기다. ● “기어서라도 무대에 오르겠다”디옹이 건강한 모습으로 올림픽 주제곡(더 파워 오브 더 드림)을 불렀던 28년 전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 개회식 때보다 감동적이었던 평가도 나온다. 세계 정상급의 ‘디바’였던 당시와 달리 최근 디옹의 삶은 역경과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디옹은 2016년 든든한 매니저였던 남편 르네 앙젤릴을 17년의 투병 끝에 암으로 떠나보냈다. 그 뒤 음악적으로도 슬럼프가 찾아왔고, 2022년에는 SPS에 걸려 가수 활동을 하는게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통보를 받게 된다. 2022년 12월 디옹은 인스타그램에 올린 영상에서 눈물을 머금은 채 “SPS란 희귀 난치병에 걸렸다”며 “가끔 걷지 못하고 성대 조절도 잘 안 돼 노래하기가 어렵다”고 고백하며 공연 일정을 취소했다.무대 복귀가 어려울 것 같던 디옹이 2020년 3월 공연 이후 4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파리 올림픽 개회식에서 공연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꾸준한 치료와 관리였다. 그는 지난달 아마존을 통해 공개된 다큐멘터리 ‘나는 셀린 디옹’에서 “매주 5일 운동과 물리 및 보컬 치료를 반복했다”고 소개했다. 다큐멘터리에는 치료를 받으며 고통스러워하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디옹의 모습이 담겨 있다. 영국 BBC방송은 디옹이 받은 ‘목소리 재활’ 치료의 효과가 입증된 셈이라고 전했다.그리고 이 모든 것은 무대와 음악에 대한 열정이 있어 가능했다. 지난달 미 NBC의 ‘투데이쇼’에서 인터뷰 중 눈가가 촉촉해진 디옹은 “기어서라도, 손으로 말을 하더라도 무대에 다시 오르겠다”며 “그(무대에 선) 순간이 그립다”고 했다.● “복귀 시기, 내 몸이 말해줄 것”디옹은 무대 복귀를 꿈꾸면서도 조급해하지 않았다. 5월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복귀 시기를 묻는 질문에 “난 모른다. 내 몸이 말해줄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치료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꾸준히 재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뜻이다.프랑스에선 연인을 잃은 뒤 ‘사랑의 찬가’를 만들었던 피아프와 디옹의 삶이 묘하게 닮았다는 반응도 많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디옹의 공연은 피아프에 대한 헌사”라고 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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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회식 앞 고속철 선로 연쇄 방화… 파리 올림픽 테러 공포

    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 당일인 26일(현지 시간) 새벽에 프랑스 수도 파리와 북·서·동부를 연결하는 고속철도 노선 3곳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 사건이 발생했다. 프랑스 정부는 “조직적인 방해 행위”라고 비난하며 배후를 추적하고 있다. 또 이날 프랑스 남동쪽 한 공항에선 폭탄 경보가 발령돼 사람들이 대피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개회식을 앞두고 보안이 강화됐는데도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공공 인프라를 파괴하고 인명 피해도 야기할 수 있는 사건이 벌어지자 ‘올림픽을 겨냥한 테러’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프랑스 철도공사(SNCF)는 이날 “25일 밤부터 26일 새벽까지 장거리 철도망을 마비시키는 대규모 방화 추정 공격을 받아 철도 운행이 지연되거나 취소됐다”고 발표했다. SNCF 측은 “고속철도의 서부, 북부 및 동부 노선에서 ‘악의적 행위’가 발생했으며 남동부 노선에선 이러한 행위가 미수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프랑스 국내 철도는 물론이고 영국과 이어지는 유로스타 등 타국행 열차 노선도 정상 운행에 불편을 겪었다. SNCF는 “여행객들은 일정을 연기하고 기차역에 가지 않기를 권한다”고 전했다. 장피에르 파랑두 SNCF 최고경영자(CEO)는 “약 80만 명의 승객이 피해를 입었다”며 “화재는 (운행에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전략적인 장소에서 발생했다”고 말해 계획 범죄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가브리엘 아탈 총리는 즉각 위기 대응 본부를 가동하며 “이번 파괴행위는 고속철도망을 차단하려는 분명한 목적을 갖고 있다”고 했다. 파리 검찰청도 “‘조직범죄 근절을 위한 국가 관할권’에 따라 수사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한편 이날 오전 11시경 프랑스 남동부 스위스와 독일 국경지대의 유로공항에서 폭탄 경보가 발령돼 터미널 내 모든 사람이 대피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공항은 즉시 폐쇄되고 항공편 운항이 일시 중단됐다가 추후 재개됐다. 파리 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26일∼9월 8일) 동안 발생이 우려됐던 테러에 대한 공포가 더욱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올림픽이 열리는 파리에 치안력이 집중되며 상대적으로 타 지역의 보안이 헐거워진 탓이란 지적도 일고 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AFP에 “(올림픽 보안에 대해) 프랑스 당국을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말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4-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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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獨, ‘트럼프 재집권 대비’ 국방 협력 협정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유럽에서 가장 많이 지원하는 영국과 독일이 국방 협력 협정을 맺었다. 11월 치러질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될 것에 대비한 조치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트럼프 후보는 우크라이나 지원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활동 강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24일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이달 4일 출범한 영국 노동당 정부의 존 힐리 국방부 장관은 이날 독일 베를린에서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부 장관과 국방 협력 협정에 서명했다. 협정은 양국이 방위 산업, 유럽 안보, 우크라이나 지원 등과 관련된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국 국방부는 “공동 선언에 명시된 목표에는 영국과 독일의 방위산업 강화, 유럽과 대서양 안보 강화, 합동 작전의 효율성 개선, 사이버 영역 같은 진화하는 안보 과제 대응, 우크라이나 지원 등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협정은 양국 국방 정책을 즉각적으로 변화시키는 건 아니지만 우선 양국 무기 체계와 탄약이 표준화될 것이라고 폴리티코는 전망했다. 이번 방위 협력은 트럼프 후보가 최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J D 밴스 공화당 상원의원(오하이오)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지며 빠르게 추진됐다. 게다가 트럼프 후보는 나토 탈퇴까지 시사하며 유럽 국가들에 ‘나토 방위비를 늘리라’고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후보가 대선에서 이기면 나토의 우크라이나 지원 연대가 깨질 수 있어 두 국가가 사전에 지원 연대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것이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영국과 독일은 유럽에서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가장 큰 기여를 하는 2개국이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지원에 영국은 749억 유로(약 113조 원), 독일은 668억 유로(약 100조 원)를 지출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4-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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