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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이슬람교도)이 가장 많이 쓰는 말 중 하나가 아브라함 칠드런(Abraham’s Children)입니다. 기독교, 유대교처럼 아브라함을 신앙의 시조로 보지요.”최근 ‘이슬람교를 위한 변명’(사진)을 출간한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박현도 교수는 “기독교와 이슬람교 간에 종교적 화합이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먼저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고려대에서 만난 박 교수는 “신앙의 뿌리가 같기에 당장 대중까지는 어렵지만, 식자층이라면 노력 여하에 따라 가능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슬람과 기독교의 뿌리가 같지만 다툼이 계속됩니다. “이슬람에서는 하나님, 아담, 아브라함, 모세, 예수를 다 인정해요. 뿌리가 같은 거죠. 그래서 기독교와 유대교를 부인하면 이슬람은 성립할 수가 없어요. 단지 이슬람에서는 무함마드를 하나님이 세상을 구하기 위해 예수 다음으로 보낸 존재로 봅니다. 이 부분이 기독교 입장에서는 불편하지요. 무함마드를 예수와 동격으로 놓으니까요.” ―잘 모르는 사람은 ‘알라(Allah)’와 하나님이 다른 것으로 아는데요. “알라는 ‘알일라(Al-Ilah)’의 축약형인데, ‘알’은 정관사고 ‘일라’는 신이라는 뜻이지요. ‘알일라’가 부르기 편하게 ‘알라’로 변한 거지요. ‘알라신’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신을 ‘알라’라고 부르는 것뿐입니다. 기독교, 유대교의 하나님이 이슬람에서는 알라인 거죠.” ―신을 믿는다면서 알카에다나 탈레반은 왜 그렇게 폭력적인 겁니까. “알카에다, 탈레반, 이슬람국가(IS) 등 이슬람 근본주의 조직은 이슬람법이 지배하는 이슬람 국가건설을 목표로 합니다. 알카에다가 9·11테러를 자행한 것도 그걸 방해하는 세력이 미국이라고 믿기 때문이죠. 그런데 정말 어이없는 게 그렇게 이슬람법을 중시한다는 이들이 제대로 된 이슬람법을 교육받은 적이 없어요. 가르치질 않거든요. 그러니 제멋대로 해석해서 행동하는 거지요. 근본주의자들은 초기 이슬람 공동체를 가장 이상적인 모델로 보는데, 그래서 IS는 축구 경기 시청을 금지했어요. 초기 이슬람 공동체에서는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이유로요. 어이가 없지 않습니까?” ―국내에서도 최근 한 유튜버가 인천에 이슬람사원을 짓겠다고 해 지역사회에서 갈등이 벌어졌더군요. “요즘 우리나라에 유튜브 무슬림들이 늘고 있어요.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이슬람교를 가지고 일종의 비즈니스를 하는 것 같은데…. 사람들이 다 보는 길거리에서 예배하는 영상을 찍어 올리면 신기하니까 화제가 되잖아요? 사원 건립도 결국 무산됐지만 그런 차원이 아닌가 싶습니다. 진정한 신앙이라면 그런 식으로 하겠습니까?” ―2018년 예멘 난민 신청자 500여 명이 제주도에 입국했을 때 우리 사회에 이슬람에 대한 괴담이 난무했습니다만…. “당시 ‘이슬람교의 13교리’라는 글이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급속도로 퍼지면서 공포감을 조성했어요. ‘사춘기를 시작 안 한 여자아이를 강간, 결혼해도 된다’라는 식의 13가지 교리가 꾸란에 있다는 거지요. 이들이 국내에 정착하면 그 가르침을 그대로 실행할 거라며…. 꾸란에 그런 말 없습니다. 외국의 이슬람 혐오주의자들이 만든 문건을 반이슬람 정서에 기대어 입국을 반대하기 위해 퍼뜨린 것 같아요.” ―혹시 종교가 어떻게 되시는지요. “전 가톨릭 신자예요. 신부가 되려고 한 적도 있고요. 오해와 편견은 대상을 잘 모르는 데서 시작됩니다. 이슬람교의 근본정신이 약자 보호거든요. 일부 극단주의자들의 모습으로 무슬림 전체를 평가하지 않았으면 하지요.”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쿠폰을 사면 금액만큼 영화나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사이트에 가입한 적이 있다. 5000원짜리 쿠폰을 샀는데, ‘내 포인트’ 항목에 5000포인트가 아닌 1만 포인트가 들어 있었다. 무언가 이상해 구매 절차를 찬찬히 훑어봤더니 구매액 항목에 1만 원이 기본값으로 설정돼 있었다. 구매자가 다른 금액을 선택할 수 있기는 하지만, 회원 가입 등을 위해 이것저것 서둘러 체크하다 보면 기자처럼 무심코 넘어가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업자의 이익을 위해 소비자의 착각이나 실수, 비합리적 지출을 유도하는 ‘다크패턴(dark patterns)’을 규제하기로 했다. 관련 소비자 피해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다크패턴은 소비자가 속고 있는지 모르도록 기만하는 방식을 취한다. 영국 인지과학자인 저자는 2022년 유럽의회 연구를 인용해 웹사이트와 앱의 97%가 1개 이상의 다크패턴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다크패턴은 온·오프라인, 업종, 사회적 지위 등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예컨대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선거자금 후원 포털은 후원 형태에 ‘매월 후원’을 기본값으로 설정해 뒀다. 후원자들이 일시 후원을 선택할 수 있지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매달 후원금이 빠져나가는 일을 당했다. 이 방식의 이득이 크다는 걸 눈치챈 트럼프 선거운동 캠프는 아예 트럼프의 생일에 후원금을 더 내는 사전 선택 옵션을 추가했다. 그리고 이런 기만행위가 잘 드러나지 않도록 후원 포털에서 애국적 메시지를 강조하고, 후원금 내용은 눈에 덜 띄도록 배치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출발 최소 2시간 전에 도착하는 게 좋다’는 공항 안내도 다크패턴의 일종이라고 주장한다. 탑승 시간의 효율성이 중요하다면 굳이 보안검색대와 출국 라운지 사이에 수많은 매장을 입주시켜 놓고, 매장을 건너뛸 지름길도 제공하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시간은 남는데 코앞에 매장이 즐비하다면 탑승객의 선택은 뻔하지 않을까. 생활 곳곳에 침투한 다크패턴의 실태를 파악하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종교를 가리지 않고 신자 감소 현상을 겪는 것은 그만큼 기성 종교에 실망해 떠나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만큼 우리가 변해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이겠지요.” 1일 서울 종로구 대한성공회 대학로교회에서 만난 김장환 신부는 “종교도 시대 변화에 맞게 변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달 13일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제7대 교구장(주교)에 선출됐다. 임기는 10월부터다. ―실례입니다만 성공회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한국 성공회는 고요한 주교(찰스 존 코프)가 1890년 인천항에 도착해 서울과 경기, 충청 지역에 전도하면서 시작됐습니다. 가톨릭처럼 주교, 사제, 부제의 삼품 성직 제도를 지켜오면서도 가톨릭의 교황이나 추기경 같은 수직적 직제가 없는 게 특징이지요. 영국 캔터베리 대주교는 전 세계 성공회를 일치시키는 중심 역할을 하지만, 한국 관구를 포함해 전 세계 39개 관구는 독립적으로 선교 활동을 합니다. 세계 성공회의 모든 주교와 관구가 평등한 수평적 관계지요.” ―종교는 분명 필요한 것인데도 종교를 떠나는 사람이 많은 것은 왜일까요. “‘가나안’ 신자라는 말이 나온 지도 꽤 됐습니다. ‘안 나가’를 거꾸로 한 신조어인데, 예수님은 믿지만 교회는 나가지 않는 사람들을 말하지요. 왜 이런 분들이 늘고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결국 종교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종교인과 교회가 문제인 것 아니겠습니까. 종교인들, 특히 종교 지도자들은 우리들의 어떤 모습이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합니다. 아울러 물질 중심의 파편화된 사회에서 자신이 얼마나 존귀한 존재인지를 깨닫도록 해 행복한 삶을 살도록 이끌어줘야 합니다. 또 시대 변화에 맞춰 가는 것도 필요하지요.” ―성공회에서 반려동물 축복식이 자주 열리는 것도 그런 차원인지요. “동물에게 영혼이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는 사람도 있지만…. 사람도 동물도 모두 하나님의 피조물입니다. 축복하지 못할 이유가 없지요. 더욱이 반려동물에게서 마음의 위안과 행복을 얻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성공회 기도서에는 집터, 기공식, 자동차, 사무실 축복 기도문도 있는데 하물며 생명체야…. 반려동물 축복은 하느님이 창조하신 모든 세계를 존중하며 공존하는 신앙적 표현이기도 합니다.” ―가장 열려 있어야 하는 종교계에서 의외로 남성과 여성이 동등하게 대우받지 못하는 모습을 꽤 봅니다. “성공회는 여성이 신부가 되는 데 아무 지장이 없고, 실제로 대한성공회에 모두 11명의 여성 사제가 있습니다. 여성 신부, 여성 목사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고린도전서 14장에 나오는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34절), ‘여자가 교회에서 말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라’(35절)는 구절을 근거로 드는데, 시대 상황과 앞뒤 문맥을 고려해 이해해야지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안 되지요. 여자가 교회에서 말하는 게 부끄러운 거라면 교회 학교 선생님도 여성이 하면 안 되지요. 더 많은 여성 성직자가 세워져 그들을 통해 교회와 사회가 더 새로워지기를 바랍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지난달 18일, 일제강점기에 유출돼 미국 보스턴 미술관에 보관됐던 석가불 진신사리(眞身舍利·석가모니 몸에서 나온 사리)와 나옹·지공 선사 사리가 80여 년 만에 국내에 돌아왔다. 2004년 사리와 사리구(舍利具·사리를 담은 함)의 존재가 알려진 후 20년의 노력이 결실을 본 것. 직접 현지에서 사리를 모시고 온 호산 스님(양주 봉선사 주지)은 지난달 30일 서울 동국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당장은 어렵지만 이번에 함께 못 온 사리구와 보스턴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다른 우리 불교 문화재를 돌려받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리구도 함께 오지 못해 아주 아쉽습니다. “사리는 신앙의 대상이라는 점이 많이 고려돼 기증 형식으로 돌려받을 수 있었지요. 그런데 미술관 측이 사리구는 신앙의 대상이 아니라 문화재로 본 것 같습니다. 불법으로 밀반출됐다는 증거가 있어야 돌려줄 수 있다는 것이죠. 아직은 그런 증거를 찾지 못해서…. 그렇다고 있는지 없는지 알 수도 없는 증거를 찾을 때까지 부처님 사리를 먼 타국 땅에 놔둘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이번에 먼저 사리가 돌아왔지만, 사리구 등 다른 문화재도 돌려받는 노력을 계속할 계획입니다.” ―문화재 반환이 쉬운 일은 아닌데요. “저희가 사리를 이운(移運)하러 미술관을 찾았을 때 처음에는 미술관 관계자들 표정이 그리 밝지 않았어요. 그런데 저희가 단순히 물건을 받으러 간 것처럼 행동한 게 아니라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사리 이운 의식을 아주 정성껏 진행했지요. 미술관 관계자들의 표정이 변하는 게 눈에 보이더라고요. 그런 의식을 거의 보지 못한 탓도 있지만, 문화재 측면만 생각했던 사리가 신앙의 대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피부로 느낀 것 같아요. 사리구도 그렇고 다른 불교 문화재들도 단순히 문화재 측면만이 아니라 신앙의 대상이라는 점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면 미술관 측에서 이번 사리 반환처럼 좀 더 유연하게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미국 측도 상당히 배려해 줬다고 하던데요. “앞서 말했듯이 이번에 사리구는 함께 오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석가불, 가섭불(迦葉佛), 정광불(錠光佛), 지공 선사(?∼1363), 나옹 선사(1320∼1376) 사리를 각각 담을 작은 사리구 5개와 이 작은 사리구를 담을 큰 사리구 하나를 국내에서 만들어 갖고 갔지요. 그런데 보스턴 공항 세관 측에서 미술관으로 사람을 보내 이운 의식을 끝까지 보고 그 자리에서 봉인을 해줬습니다. 세관 통과 과정에서 사리구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하는 불경스러운 일이 없도록 배려해 준 것이지요. 부처님 사리가 화물이나 택배 취급을 받을 수는 없지요. 만약 세관에서 사리구 뚜껑을 열어 내용물을 보자고 하고, 일일이 사리를 헤집어 이상한 게 섞여 있는지 검사하는 일이 벌어졌다면 저희도 그렇고 얼마나 곤란했겠습니까.” ―국내에서 제작한 사리구도 좀 특별하다고 들었습니다만…. “보스턴 미술관에 있는 사리구와 완전히 똑같이 만들기보다 우리 시대의 예술혼을 조금 담는 게 낫지 않냐는 제안이 있었습니다. 진짜 똑같으면 모조품밖에 안 되지 않겠느냐고요. 저는 그 의견이 타당하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원형을 기준으로 하되 예술적 가치가 있도록 조금 변화시켰습니다. 19일 양주 회암사에서 5000여 명이 참석하는 고불식 사리 법회가 열립니다. 진짜 고향에 돌아오시는 것이지요. 이후에는 종단, 문화재청과 사리를 가장 잘 모실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할 계획입니다. 어떻게 하면 종교적 의미를 살리면서도 대중과 함께 호흡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지요.”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한국교회총연합의 이철 공동대표회장(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과 신평식 사무총장, 김종명 대한예수교장로회백석 사무총장, 허은철 총신대 역사교육학과 교수 등 교계 관계자들이 22, 23일 호남지역 기독교 근대 문화유산 답사에 나섰다. 전남 영광군과 신안군은 6·25전쟁 당시 자유와 신앙을 지키다 공산주의자들에게 학살된 순교자들의 유적이 많은 곳이다. 첫 방문지인 영광군 염산교회에서는 전쟁 당시 77명의 교인이 순교했다. 당시 염산교회를 이끈 김방호 목사는 교인들이 피란을 권했으나 “목사가 어떻게 교회와 성도를 두고 다른 곳에 가느냐”며 남아 있다가 변을 당했다고 한다. 인근 야월교회는 1895년 한반도에 와서 광주·목포지역에서 선교활동을 한 미국 남장로교회 유진 벨 선교사(1868∼1925)가 1908년 설립한 역사적 장소다. 그의 사위이자 인요한(존 린턴) 연세대 의대 교수의 조부인 윌리엄 린턴 선교사는 1912년 전북 군산시에서 선교와 교육사업에 헌신했다. 야월교회에서도 6·25전쟁 때 60여 명의 전 교인이 신앙과 자유를 지키려다 무참히 학살됐다. 1898년 설립된 전남 목포시 양동교회는 개화기와 일제강점기의 역사가 고스란히 배어 있다. 1919년 3·1 만세운동이 전국으로 번질 때 양동교회 목사와 신도들이 지역 학생들과 함께 목포지역 만세운동을 주도하다 상당수가 체포돼 순국했다. 박연세 당시 담임목사는 법정에서 “일본 천황은 언젠가 심판받을 것”이라고 말해 판사를 당황케 했다. 답사단은 이 밖에 문준경 전도사 순교기념관(신안), 매산등 선교마을(전남 순천시) 등도 방문해 기독교 정신을 기렸다. 이철 공동대표회장은 “구한말 외세 침입과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는 치욕, 6·25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신앙의 선배들은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믿으며 국권 회복과 자유와 평등을 누릴 수 있는 나라를 세우는 데 모든 노력을 다했다”며 “지금의 기독교인들 모두 이런 정신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이스라엘에 첫 한국불교 사찰이 설립됐다. 한국불교태고종 법현 스님(열린선원 원장)은 21일 “지난해 11월 태고총림 조계산 선암사에서 수계 받은 이스라엘 출신 대안 스님(본명 타미르 마사스)이 올 1월 고국 이스라엘 네스지오나에 한국 사찰인 ‘네스지오나 선원(Nes-ziona Seonwon)’을 개원했다고 최근 알려왔다”라고 밝혔다. 네스지오나는 현재 6개월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가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자지구에서 25km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이스라엘 중부 인구 약 5만 명의 소도시다. 법현 스님에 따르면 대안 스님이 설립한 네스지오나 선원에는 약 40∼50명의 이스라엘 신도들이 주말 법회에 참석해 참선 수행과 경전 공부는 물론이고 이웃 돕기 등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대안 스님은 태고종 북미·유럽 교구장인 종매 스님의 손주 상좌이자, 헝가리 태고종 원광사 청안 스님의 상좌다. 대안 스님은 종매 스님이 해외에서 운영 중인 북미·유럽 교구 종립대학인 IBS 불교대학(2년제)을 수료하고, 지난해 11월 선암사 합동 득도 수계산림을 통해 수계를 받았다. 태고종 측은 “대안 스님은 비록 지난해에 수계를 받았지만 이미 20여 년 동안 이스라엘과 한국에서 불교 교학과 수행법을 두루 익힌 바 있다”라며 “이스라엘은 물론이고 종교 분쟁이 끊이지 않는 중동 지역에서 대안 스님이 부처님의 자비의 정신을 바탕으로 갈등을 해소하고 화합하는 평화의 연꽃을 피워 내기 바란다”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일제강점기에 유출됐다가 80여 년 만에 국내로 돌아온 석가불 진신사리(眞身舍利·석가모니의 몸에서 나온 사리)와 나옹·지공선사 사리가 19일 공개됐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이날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문화역사기념관에서 미국 보스턴미술관으로부터 환수한 고려 사리의 고불식(告佛式·부처님께 귀환을 알리는 의식)을 열었다. 이번에 돌아온 사리는 석가불과 가섭불(迦葉佛), 정광불(錠光佛), 지공선사(?∼1363), 나옹선사(1320∼1376) 사리다. 이날 고불식에서는 석가불 진신사리가 일반에 처음 공개됐다. 둥근 모양의 석가불 사리는 짙은 푸른색으로 쌀알 정도의 크기. 나머지 사리는 크기가 매우 작아 분실을 방지하기 위해 사리구 재현품에 넣은 상태로 전시됐다. 조계종은 사리를 본래 자리인 경기 양주시 회암사로 이운한 뒤 다음 달 19일 고불식 사리 법회를 열 예정이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고불식에서 “이역만리 타국에서 방치됐던 보스턴미술관 소장 사리는 우리 민족의 아픈 과거를 상징한다”며 “이제 다시 모실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불자들은 물론이고 국민 모두에게 큰 환희심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대학생 때, 한동안 한 유치원 어린이 TV 프로그램을 정신없이 본 적이 있다. 종이접기 프로그램이었는데, 비행기나 개구리를 접는 게 고작이었던 내게 가로세로 15cm의 색종이가 그의 손에서 갖가지 모양으로 변신하는 모습은 마치 마술쇼를 보는 듯했다. 어른도 신기한데 아이들이야 오죽했을까. 늘 “코딱지 친구들, 안녕!” 하며 등장하는 그를 아이들은 ‘코딱지 아저씨’ ‘코딱지 대장’이라 불렀고, 당시 그는 ‘뽀통령’ ‘개통령’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렸다. 1980년대 말∼1990년대 중반 초등학교에 다닌 아이들의 ‘코통령’ 김영만 씨가 어린 시절과 학창 시절, 종이접기를 시작한 계기, 노년이 된 지금까지의 삶을 담은 첫 에세이집을 냈다. 대부분의 자서전적 에세이가 그렇듯 예고, 미대를 나와 대기업을 다니던 저자가 어떻게 종이접기라는 완전히 엉뚱한 분야에 뛰어들게 됐는지, 그 과정에서 겪은 우여곡절과 어려움을 이겨낸 이야기 등이 담겨 있다. 저자 자신의 ‘종이접기 인생’ 이야기지만 읽다 보면 종이접기보다 그 안에 담긴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더 깊게 다가온다. “(종이접기) 특허를 내지 않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내가 스스로를 ‘선생님’ ‘교육자’라고 정체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육자는 내가 아는 지식을 가르쳐주는 사람, 만든 것을 나누는 사람입니다. … ‘내 걸 베끼다니 괘씸하다’는 마음보다는 ‘그렇게라도 종이접기를 같이 했으면 좋겠다’는 절박감이 큽니다.”(4장 ‘우리 다 함께 종이를 접자’ 중) 그때 그 시절 TV 앞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신기해하던 ‘코딱지 친구들’을 생각해서였을까. 책 군데군데 저자가 직접 그린 ‘종이컵 문어’ ‘헬리콥터 날개’ 등 종이접기 그림과 제작 방법을 담았다. 그때 그 아이들은 이제 엄마가 되고, 머리가 희고, 노란 도깨비 눈알을 보며 개나리보다 황달을 떠올리는 나이가 됐지만, 여전히 그에게는 ‘안녕! 코딱지 친구들!’이었나 보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올해 처음 딴 첫물 차인데, 한번 드셔보세요.”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자 주지 스님이 차를 권했다. 늘 보던 것과 달리 투명에 가까울 정도로 하얀빛. 진한 차 맛을 기대하고 한 모금 마셨는데, 생각과 달리 약간의 단맛이 나는 맹물에 가까웠다. “무슨 맛은 나지요? 허허허. 이게 진짜 녹차 맛입니다.” 15일 경남 하동군 쌍계사에서 만난 주지 지현 스님은 “차를 마시는 과정이 수행하는 것 같다는 뜻에서 선다일미(禪茶一味)라고 한다”며 “마시기 전 3분만 조용히 명상에 잠겨도 마음속 화가 많이 가라앉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4 쌍계사 세계 차문화대축전’(5월 2∼5일)이 얼마 안 남았습니다. “쌍계사가 우리나라에서 차를 처음 심은 시배지(始培地)이다 보니 준비가 소홀하면 안 돼서 좀 바쁘네요. 올해는 시배지에서 찻잎을 채취하는 개원채다 의식, 다도의례, 다맥전수식 등과 함께 청소년을 대상으로 ‘茶-디카시로 만나다’라는 행사도 엽니다. 디카시는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을 찍고 이를 시적으로 표현하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문학 장르지요. 젊은 세대에게 차를 좀 더 친숙하게 알리고 싶어서 시작했습니다. 중장년층을 위해 조영남, 송창식, 김세환 등이 공연하는 ‘쎄시봉 콘서트’도 열지요.” ―쌍계사가 우리나라 차나무 시배지란 걸 잘 모르는 사람이 많더군요. “삼국사기에 신라 흥덕왕 3년(828년) 당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김대렴이 차나무 종자를 가져와 왕명으로 지리산 줄기인 이곳에 처음 심었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이후 문성왕 2년에 진감혜소선사가 쌍계사를 창건하면서 이곳 하동군 화개 일대에 차나무를 번식시켰지요. 일제강점기, 6·25전쟁 등을 겪으면서 다맥이 사라져 갔는데, 중창주인 고산 대선사가 1975년 주지로 부임하면서 복원해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시배지라 그런지 절 안에 차향이 그득합니다. “하하하, 그건 장작 냄새인데…. 장작이 비에 젖으면 차랑 비슷한 냄새가 나지요. 여기가 나무가 많아서 화목 보일러를 때거든요.” ―차를 어떻게 마시면 수행이 되는 건지요. “일본 교토에 유명한 다도선원이 있습니다. 두 시간 동안 마시는데 딱 두 잔 나옵니다. 불을 피우고, 물을 끓이고, 그릇을 닦고 하면서 차 한 잔을 온전한 무념무상의 상태로 마시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죠. 이런 경지를 선다(禪茶)라고 하는데, 그 정도는 아니어도 누구나 3분만 노력하면 차를 마시며 마음의 평정을 찾을 수 있습니다.” ―3분으로 마음의 평정을 찾는다고요. “사람 마음이란 게 화가 나거나 고민이 있을 때는 평소보다 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그러니 점점 더 머리가 복잡해지고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되지요. 이미 마음이 흙탕물인데 그걸 더 저으니 답이 보이겠습니까? 답을 찾기 전에 먼저 흙탕물을 가라앉혀 맑게 만들어야지요. 차를 앞에 놓고 정말 3분만 아무 생각 없이 앉아있어 보세요. 마음이 굉장히 가라앉는 것을 느낄 겁니다. 수행이 별건가요. 마음을 맑게 만들면 그게 수행이지요. 커피로도 괜찮아요. 저도 자주 마십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슬기로움을 잃어가고 있는 시대입니다. 지도자들이 정말 정신 차려야 하는데…. 허허허…허허.” 지난달 30일 서울 서대문구 백련사에서 한국불교태고종 제21세 종정(宗正) 운경 대종사 추대 법회가 열렸다. 종정은 불교 교단에서 종통을 승계하는 최고 권위를 가진 가장 큰 어른이다. 운경 종정(사진)은 8일 백련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세상이 어지러운 것은 정치도, 경제도, 심지어 종교도 모든 걸 바로 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세상이 자꾸만 점점 더 나빠져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양심(良心)이 없어져 가고 있어서…. 깨달음을 얻는 수행으로 정견(正見), 정사유(正思惟), 정어(正語), 정업(正業), 정명(正命), 정념(正念), 정정진(正精進), 정정(正定) 등이 있습니다. 보통 수행자가 하는 것이지만 저는 ‘정견’만큼은 모든 사람이 가지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봐요. 사회 지도층은 더 말할 것도 없지요. 모든 어지러움이 바로 보지 못하는 데서 시작되니까요.” ―정치인은 물론이고 찾아오는 사회 지도층이 많을 텐데요. “늘 제발 좀 바로 보라고 하지요. 내가 하는 말과 행동만이 옳고, 내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자만에 빠지지 말라고요. 그런 자만이 오만이 되고, 오만한 상태에서 벌인 행동은 결국 자신을 망치는 파국을 부릅니다. 인과(因果)의 법칙은 불교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일에 적용되는 진리지요. 씨를 뿌리면 싹이 돋듯, 모든 결과는 지금의 말과 행동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바로 보지 못하면 바른말과 행동을 할 수 있겠습니까.” ―평소 생활불교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습니다만…. “저는 가장 많은 포교, 교화를 한 분이 성철 스님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철 스님이 직접 돌아다니시면서 포교를 한 것은 아니지요. 하지만 그분의 수행과 덕, 인품 등을 보고 정말 많은 사람이 감화되지 않았습니까? 수행이 부족한 승려가 포교하면 그 말에 감화하는 중생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생활불교란 자기 삶과 수행, 하는 일이 늘 일치해야 한다는 뜻이지요. 비단 수행자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닙니다. 남의 위에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지요. 자기 이득은 다 챙기면서 ‘국민을 위해서’라고 하면 누가 따르겠습니까.” ―추대 법회에서 ‘불교인들도 깨어나야 한다’라고 하셨더군요.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저조차 다 모를 정도로 크고 작은 불교 종단이 많습니다. 총무원장 등 감투를 쓰고 싶어서 큰 곳에서 나가 스스로 만든 곳도 상당수지요. 중이 자리에 욕심을 내니…. 한 해에 동안거, 하안거 등 수행에 들어가는 스님이 몇천 명입니다. 그러면 단 몇 명이라도 눈을 뜬 사람이 나와야지요. 그런데 저조차도 거의 들은 바가 없습니다. (깨달음을 얻지 못했으면서) 입으로만 조주(趙州)의 ‘끽다거(喫茶去·차나 마셔라)’를 하는 건 아닌지….” ―끽다거라니요. “조주는 차를 선의 경지로 끌어올린 당나라 시대 선승입니다. 하루는 불법을 묻는 수행자들에게 대답 대신 ‘이곳에 온 적이 있는가?’라고 묻고는 온 적이 있든 없든 모두에게 ‘차나 마셔라’(수행이 차 마시는 것처럼 다반사로 이뤄져야 한다는 가르침)라고 선문답을 했지요. 심지어 대답이 왜 그러냐고 묻는 제자에게도요. 명색이 수행자가 깨달음 없이 흉내만 내서야 하겠습니까.”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지난달 중순 경북 안동시민회관에서 ‘기독교와 불교의 만남’이란 주제의 심포지엄이 열렸다. 행사를 주최한 정경포럼(대표 오경 스님)은 종교 간의 벽을 넘자는 취지로 불교계가 주축이 돼 만든 단체. 7일 경북 안동시 보경사에서 만난 오경 스님은 “저는 중이지만 틈날 때마다 성경을 본다”라며 “다른 종교와의 비교를 통해 자기 종교의 진정한 메시지를 더 깊고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진짜 방에 성경이 있습니다. “종교의 속성상 모든 종교는 자신들의 교리를 공고히 하는 데 몰두하기 쉽습니다. 그러다 보면 이성적, 논리적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도그마(dogma)에 갇히게 되지요. 자신들의 교리만 진리라는 배타적인 생각은 결국 갈등과 대립을 부르지요. 모든 종교가 사랑과 평화를 말하지만 인류 역사에 종교 분쟁, 종교 전쟁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그래서 틈날 때마다 성경을 보지요.” ―종교 자신을 위해서도 벽을 허물어야 한다고요. “종교계조차 지금이 탈종교 시대라고 인정합니다. 제가 볼 때 당연해요. 무조건적인 믿음은 의심의 여지없이 교리를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만 가능한 것이니까요. 보통의 인간이 교리에 의문을 가지고 비판하는 건 당연한 거예요. 그런데 그 이성적 비판을 견디지 못하고 ‘믿음이 약해서’라고 하면 누가 그 안에 들어가고 싶겠습니까.” ―스님에게 ‘기독교를 알아야 한다’라고 하는 게 좀 어색하기는 합니다. “스님더러 예수를 믿으라는 게 아닙니다. 기독교를 믿는 사람들이 매우 많고, 또 짧은 시간에 급속히 성장했기 때문에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급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는 의미지요. 어떤 이유에서든 많은 사람이 기독교에 설득됐기 때문에 한국 교회가 그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 아니겠습니까.” ―사람들을 설득하지 못하는 종교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도 하셨더군요. “부처님이 깨닫기만 하고 그 법을 퍼뜨리지 못하셨다면 불교가 있었겠습니까. 널리 퍼졌다는 것은 부처님이 중생을 잘 알아서 깨달음의 진리를 중생이 받아들이기 쉽도록 잘 설득했다는 의미입니다. 기독교도 마찬가지겠지요. 설득은 타인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그런데 종교가 자신만의 울타리를 치고 아집에 빠지면 설득은 고사하고 갈등만 부르겠지요. 그런 종교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안동=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로잔대회(세계복음화 국제대회)’를 아십니까. 한국로잔위원회(의장 이재훈 온누리교회 목사)와 아시아로잔위원회가 주최하는 ‘2024 서울-인천 제4차 로잔대회’가 9월 22∼28일 서울과 인천에서 열린다. 로잔대회는 전 세계 기독교 지도자들이 모여 세계 복음화를 위한 전략과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 1974년 세계적인 복음 지도자인 빌리 그레이엄(1918∼2018), 존 스토트(1921∼2011) 목사가 복음주의 선교 동력을 찾고, 교회의 선교적 정체성을 재발견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1974년 스위스 로잔에서 첫 대회가 열렸으며, 이후부터 ‘로잔대회’로 불리고 있다. 2회 대회는 1989년 필리핀 마닐라, 3회 대회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열렸다. 50주년인 서울-인천 대회에는 전 세계 220여 개국 기독교 지도자 및 선교사, 신도 등 1만여 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대회 주제는 ‘교회여, 다 함께 그리스도를 선포하고 나타내자(Let the Church Declare and Display Christ Together)’. 대회 기간 성경 강해, 900여 개의 소그룹 토의, 주제 강의와 집회 등이 열리며 마지막 날에 서울선언문이 발표된다. 로잔대회 선언문은 세계 교회와 선교에 대한 화두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발표 때마다 기독교계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첫 대회에서 채택된 ‘로잔선언’은 ‘인간 사회 어느 곳에서나 정의와 화해를 구현하고, 인간을 모든 종류의 억압으로부터 해방시키려는 하나님의 관심에 동참하여야 한다. 이 사실을 우리는 등한시해 왔고, 때로 전도와 사회 참여를 서로 상반된 것으로 여겼던 것을 뉘우친다’라고 명시했다. 이는 이후 군부독재 시대에 방향성을 고민하던 국내 복음주의권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런 정신은 2차 마닐라 대회, 3차 케이프타운 대회로 이어졌으며 이번 서울-인천 대회에서도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로잔위원회 측은 “이번 서울-인천 대회는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시대의 사역, 세계 인구의 고령화, 급진적 정치와 종교의 자유 등 변화하는 세상에서 어떻게 기독교도가 대응해야 하는지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멀리 갈 것도 없다. 지난해 방영된 넷플릭스 드라마 ‘나는 신이다’를 볼 때였다. 한 사이비 교주가 어마어마하게 큰 예배당에서 설교하는데, 사회자가 “2층 발코니에 천사가 날개를 펴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화면에는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그 자리에 모인 수천 명은 환호하고, 손뼉 치고 일부는 감동에 몸을 떨었다. 한술 더 떠 교회 방송실에서는 “당회장(교주)님 손 등에 독수리와 네 생물이 있다. 이건 실제다”라고 했다. 사람들은 또 환호했다. 여전히 화면에는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사람들은 왜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집단 광기에 빠지게 되는 걸까. 다운로드 5500만 건을 기록한 인기 팟캐스트 ‘컬트’의 제작자와 언론인이 ‘컬트’란 과연 무엇인지, 추종자들은 왜 그토록 이상한 지도자에게 열광하는지를 다양한 실제 사례를 통해 파헤쳤다. 저자들은 컬트 지도자들이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지닌 비범한 인물인 동시에 살인, 강간 등 잔혹한 행위를 서슴지 않고 저지르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라고 주장한다. 그런데도 열광적인 추종자들이 생기는 것은 컬트가 인간의 근본적인 속성을 파고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속성은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고, 삶에서 더 깊은 의미를 찾고 싶고, 신성한 목적을 갖고 살고 싶은 열망을 말한다. 바꿔 말하면 모든 평범한 사람들이 컬트와 컬트 지도자들의 먹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컬트 지도자들이 지나간 길에는 여러 구의 시체가 남아 있을 수 있지만, 애초에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디까지나 조력자들의 오도된 헌신 때문이었다. 즉, 일상생활의 규범을 넘어서고, 심지어 상식의 경계조차도 넘어서고자 하는 그들의 열성이 있었다.”(서론 중) 읽다 보면 무시무시하고 끔찍한 컬트 지도자와 그 추종자들의 행태에 소름이 끼친다. 우리 사회에서도 상식과 규범을 넘어선 극단성을 스스럼없이 드러내고, 그런 행동을 자랑스러워하며 열광하는 집단들이 늘어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만든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종교를 가리지 않고 신자 감소는 종교계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 이제는 신자를 넘어 승려, 목사, 신부가 되려는 사람까지 급격히 줄고 있다. 목사 고시에서 합격자 수를 유지하기 위해 문제의 난도를 낮추고, 승려의 출가 제한 연령을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지만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최근 탈종교 시대에 종교의 역할을 지적한 ‘내 안의 엑스터시를 찾아서’(불광출판사·사진)를 출간한 성해영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는 2일 “사회가 종교를 걱정하는 시대를 넘어 이제는 아무도 종교를 걱정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며 “종교계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정말 도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사람들이 종교를 걱정조차 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고요. “지금 무종교인이 60%가 넘습니다. 젊은층은 더 높아요. 무종교인이 많은 건 종교 입장에서는 포교, 전도할 대상이 많다는 건데 오히려 신자 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게 무슨 의미겠습니까. 전에는 종교계에서 문제가 생기면 사람들이 ‘저러면 안 되는데…’ 하고 걱정이라도 했는데, 이제는 그런 걱정조차 안 할 정도로 아예 관심이 없다는 것이죠. 그러니 일반 신자뿐만 아니라 목사, 스님 되려는 사람까지 급감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종교계에서는 신자 감소 이유 중 하나로 저출산을 꼽습니다만…. “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지금 성인과 젊은층에서 무종교인 비율이 늘어나는 건 어떻게 설명하겠습니까. 탈종교 현상은 합리성의 증가, 교육 수준의 향상 등 종교 외적인 요소가 전통적으로 종교가 수행하던 역할을 급격하게 약화시킨 탓이라고 봅니다.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사람이 적었던 옛날에야 종교 지도자가 한마디 하면 그대로 믿었지만 요즘 누가 그대로 믿습니까. 종교가 큰 역할을 했던 윤리 부분도 지금은 법과 제도가 대체했지요. 기성 종교가 담당하던 역할의 대부분이 대체되고 있는데, 신자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종교의 역할이 있다고 했던데요. “템플스테이에 다녀간 사람이 누적 600만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찾는 사람도 한 해에 몇만 명에 달하지요. 종교에 소속될 생각은 없지만 좀 더 깊게 자기 삶의 의미를 찾고, 명상과 순례 등을 통해 마음의 평안과 영적인 충만함을 느끼고 싶은 사람은 엄청나게 많아진 겁니다. 600만 명이 절을 찾았는데 신자는 안 늘었다는 게 그 방증이죠. 저는 기성 제도권 종교가 여기에 주목해야 한다고 봐요. 아이는 남기고 목욕물만 버리는 지혜로운 변화지요.” ―아이는 버리지 않고 목욕물만 버린다? “앞서 말한 대로 사람에게는 어떤 영적인 충만함, 마음속의 희열 이런 걸 느끼고 싶은 갈망이 있습니다. 인간의 본성이죠. 그런데 종교가 오래되다 보니 이런 본질적인 부분을 중시하기보다 안 믿으면 지옥 간다는 식의 공포로 믿음을 강요하고, 구원을 위해 만들어진 규범과 관습을 마치 종교 그 자체인 것처럼 절대시하게 됐어요. 목욕물을 아이와 동일시하는 거죠.” ―이런 얘기를 하면 기성 종교계에서 안 좋아할 것 같은데요. “하하하,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요. 인간에게 종교는 여전히 필요합니다. 하지만 세상이 변하는 만큼 종교도 과거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구현될 필요가 있어요. 지식과 윤리 모두 종교가 담당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완전히 종교 밖 시스템으로 대체됐지요. 마지막 남은 영적인 충만함, 마음의 평안 등을 느끼고 싶은 사람의 본성마저 외부에 빼앗기면 종교가 살아남을 자리는 아마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출가 전까지 살아온 시간을 진실하게 돌아보고 반성하는 게 가장 힘들지 않았나 싶습니다.”(영만 스님) 대한불교조계종이 2018년 도입한 ‘은퇴 출가제도’에 따른 승려를 처음 배출했다. 조계종은 4일 “2일 경남 통도사에서 열린 ‘제44회 단일계단 구족계 수계산림 회향식’에서 영만 스님(사진) 등 사미 1명과 식차마나니(사미니에서 비구니가 되기 전 2년 동안 수행하는 예비 승려) 3명이 5년간의 수행을 마치고 구족계를 받았다”고 밝혔다. 조계종은 출가자 문호 확대를 위해 2018년 출가 연령 상한을 만 50세에서 65세로 높였다. 영만 스님은 1955년생, 나머지 비구니 스님도 각각 1956년, 1959년, 1966년생으로 이들의 평균 연령은 65세다. 최고령인 영만 스님(여수 흥국사)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살던 대로 살아서는 발전이 없을 것 같았다”며 “사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려면 수행 외에는 길이 없다고 생각해 출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수행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게 무엇이냐는 물음에 “그동안 살아온 삶을 진실하게 돌아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육체적으로는 구족계 수계산림 마지막 날 삼천배가 가장 힘들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조계종의 은퇴 출가제도는 사회 각 분야에서 15년 이상 활동하다 퇴직한 51∼65세가 대상. 살인, 강도, 절도, 성폭력 등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어야 하며 1년 이상 행자 생활을 한 후 사미·사미니계를 받을 수 있다. 5년 이상 사미·사미니 생활을 하면 비구·비구니계를 받을 수 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처음 설교할 때였는데, 권사님들이 도올 김용옥 교수 강의 같다고 하더라고요. 하하하.” 1990년대 도올 김용옥 교수, KBS 9시 뉴스 이윤성 앵커, 국어 강사 서한샘 등의 모사 개그로 인기를 끌었던 개그맨 최형만. 그런 그가 2020년 목사 안수를 받고 지금은 목회자로 살고 있다. 최근 인천 연수구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송도동춘교회에서 만난 최형만 목사는 “방송 경험 때문인지 설교가 재미있고 쉽게 들린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다”며 “설교 연단 위에서 하는 말과 내려와서 하는 행동이 다르지 않게 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한동안 TV에서 안 보여 궁금했는데 뜻밖입니다. “개그맨으로 한창 인기가 있을 때 사기를 거의 1년에 한 번씩 당했어요. 그중에는 정말 믿었던 지인도 있었지요. 그 와중에 어머니도 파킨슨병으로 돌아가시고요. 가정마저 깨질 위기였는데 신앙 멘토인 한 지인께서 신학공부 한번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권하시더라고요. 아버지가 개척교회 목사를 하셔서 저도 교회를 다녔거든요. 신학대학원에 들어가기는 했는데 목사가 될 생각은 없었고 그냥 공부만 하려고 했어요. 그래서 휴학, 복학을 반복했지요. 그사이에도 또 친한 선배에게 사기를 당하고….” ―이겨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원수를 용서하라는 말이 있지만 사실 용서가 잘 안 돼요. 하하하. 어떻게 살아야 할지 정말 모르겠어서 마지막으로 금식 기도를 했는데, 하나님 음성을 들은 건 아니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마음이 좀 편해지더라고요. 마침 그때 이모에게 어머니가 생전에 제가 목회자가 되길 바라셨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때 ‘아 그래, 지금껏 잘 놀고 잘 살았으니 앞으로는 남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해보자’라고 마음먹은 게 계기가 된 거죠.” ―사람들 앞에 서는 일이라 무대 경험이 도움이 됐을 것 같습니다만. “제가 설교를 좀 재미있게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은 기질이 아직 남아있는 탓도 있겠지만, 아무리 좋은 식재료도 맛있게 만들지 않으면 먹기 힘들잖아요. 거기에 개그맨 시절 이미지도 남아있어서 설교하면 많이들 웃어줘요. 좋아하는 분이 많은데, 물론 너무 가벼운 것 아니냐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시지요. 대체로는 긍정적으로 봐주시는 것 같아요.” ―종교를 가리지 않고 모두 신도 감소 현상을 겪고 있습니다만. “저는 교인이 되기 전에 먼저 양식과 상식이 있는 교양인이 되라고 말해요. 교회에서 아무리 하나님을 찬양한들 실생활이 다르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종교를 믿는 사람이 줄어드는 건 사람들이 말과 행동이 다른 신앙인을 너무 많이 보기 때문 아닌가 싶습니다. 개그 무대와 설교 연단은 사람 앞에 선다는 점은 같지만 정말 큰 차이가 있어요. 개그는 말만 하고 내려오면 되지만, 설교는 한 말을 지켜야 한다는 점이죠. 목사가 늘 사랑과 행복이 충만한 가정을 꾸리라고 하면서 정작 자신은 안 그러면 그게 설교입니까? 개그지요.”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최근 문화재청이 사찰음식의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타당성 조사에 나섰다. 한국 불교의 전통 식문화를 보여주는 사찰음식은 선불교 수행 정신이 계승된 무형유산. 27일 경기 평택시 수도사에서 만난 사찰음식 명장 적문 주지 스님(한국전통사찰음식문화연구소장)은 “중국이나 대만에서는 스님이 일반식당에 가면 이상하게 볼 정도로 사찰음식점이 대중화돼 있다”며 “반면 우리는 한국불교의 유구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사찰음식에 대한 체계적인 정리가 잘 안돼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중국, 대만 스님들은 외부에서 어떻게 식사합니까. “일반식당에 갈 필요가 없을 정도로 사찰음식점이 아주 많아요. 그러니 육류나 향신료를 많이 쓰는 일반식당에 스님이 들어가면 좀 ‘땡중’처럼 보는 거죠. 모르고 들어왔다고 생각해서 내보내는 식당도 있고요. 중국 사찰음식은 종류만 8000가지가 넘습니다. 그만큼 체계적으로 자료를 정리하고 연구·보존해 왔다는 의미지요.” ―사찰음식을 절에서 먹는, 육류나 오신채(五辛菜)를 안 쓴 음식 정도로 아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사찰음식의 궁극적인 목적은 수행입니다. 그래서 조리법은 물론이고 음식에 담긴 3덕(德) 6미(味)의 정신, 발우공양, 마무리까지 정해진 절차와 의례가 있지요. 3덕은 조리 원칙을 말하는데, 인공조미료나 방부제가 없는 깨끗함을 말하는 청정(淸淨), 수행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담백하게 만드는 유연(柔軟), 부처님의 가르침에 맞게 만들어야 하는 여법(如法)을 말합니다. 6미는 쓴맛, 단맛, 짠맛, 매운맛, 신맛, 담백한 맛을 말하지요.” ―사찰음식 명장 6명 중에 유일한 비구시더군요. “하하하, 중앙승가대학에 다닐 때 학보사 기자를 하면서 불교 의식주 취재를 한 적이 있어요. 승복 취재를 하는데 자료가 거의 없어 애를 먹었지요. 아주 힘겹게 석사 논문 하나를 발견했는데 논문 후기에 ‘이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바친다’라는 감사가 적혀 있더군요. 그때 큰 충격을 받았지요. 이렇게 우리 스스로 관심이 없다가는 언젠가 승복 제작 자문을 기독교인에게 받는 날이 올 것 같더라고요. 사찰음식은 더 충격이었어요. 단 한 개도 관련 자료를 찾을 수가 없었으니까요. 그때부터 전국의 모든 절과 공양주, 스님들을 만나며 관련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지요. 그게 40여 년 전이네요.” ―사찰음식이 웰빙 음식 등 장점이 많은데도 아직 대중화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한때 곳곳에 사찰음식점이 생기기도 했는데…. 너무 아쉬운 게, 가능성은 있었는데 충분히 준비하지 않고 급조하다 보니 결국 대부분 문을 닫았어요. 식자재 공급은 물론이고 조리인력도 충분히 양성한 뒤에 해야 했는데, 제대로 갖추지도 못한 상태에서 음식 만드는 스님 하나 믿고 시작한 면이 있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생각보다 수익이 안 나고 결국 접은 거죠. 하루빨리 사찰음식이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돼 관련 연구는 물론이고 인력 양성의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올해 부활절 연합예배가 31일 오후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에서 열린다. 국내 71개 교단이 참여하는 이번 연합예배는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장종현 대표회장(예장백석 대표총회장)이 대회장을, 김홍석 예장고신 총회장, 이영훈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대표총회장, 이철 감리회 감독회장 등 12개 교단장이 상임대회장을 맡았다. 연합예배 주제는 ‘부활, 생명의 복음 민족의 희망!’이다. 연합예배를 통해 모인 헌금은 미등록 장기체류 이주 아동들의 학용품, 교복 구매 등 교육비 지원사업에 사용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전날인 30일 서울 광화문∼서울광장 일대에서는 ‘Go Together!’를 주제로 한 부활절 퍼레이드(오후 3시∼5시 반)와 기념음악회(오후 6시 반∼8시 반)가 열린다. 자세한 사항은 ‘2024 부활절 퍼레이드 공식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추상화가 고 조영동 화백(1933∼2022·사진)의 기증 작품전(Ecce Homo, 에체 호모)이 23일부터 서울 마포구 절두산순교성지 내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한 조 화백은 인간의 자기 고뇌와 실존의 의미를 화폭에 담아낸 추상 화가로 이름을 알렸으며 목포교육대, 공주교육대, 미국 휴스턴대, 성신여대에서 후학을 양성했다. 또 신앙인으로서 한국가톨릭미술가협회 부회장을 지내며 한국교회 성미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제19회 가톨릭미술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조 화백 선종 후 유족들은 고인의 유지에 따라 유작을 성신여대와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에 나누어 기증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박물관에 기증된 196점이 선보인다. 대부분 일반에 공개된 적이 없는 작품들로 자화상인 ‘에체 호모’ 시리즈 등 생명의 근원과 궁극에 대한 조 화백의 탐구가 담긴 추상화 등이다. 에체 호모는 라틴어로 ‘이 사람을 보라!’(요한복음 19:5)는 뜻. 가톨릭 미술에서는 온갖 수난으로 얼룩지고 처참한 모습을 한 예수를 가리키는 고유명사로 쓰인다. 조 화백은 생전에 미술인인 동시에 신앙인으로서 자신의 실존을 작품에 담아야 한다는 사명감에 아내와 딸을 먼저 잃은 내면적 고통, 인간으로서의 한계, 슬픔과 외로움이 닥칠 때는 물론이고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창작의 의지를 놓지 않았다고 한다. 박물관 측은 “조 화백의 에체 호모 안에는 미약한 인간의 모습으로 태어난 하느님의 아들, 고통 받는 주님의 종인 예수의 자화상이 숨어 있다”라고 말했다. 전시는 7월 28일까지.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작은할아버지가 장인이 되면 족보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성균관과 유림이 이달 초부터 법무부가 있는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시작했다. 법무부가 ‘혼인 금지 범위를 기존 8촌 이내에서 4촌 이내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용역을 발주하자 이에 반발하고 나선 것. 19일 서울 종로구 유림회관에서 만난 최종수 성균관장은 “근친혼 범위가 축소되면 결국 인륜도, 가족 관계도 무너진 세상이 온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유림이 시위에 나서는 게 굉장히 보기 드문 일입니다. “2022년 10월 헌법재판소가 8촌 이내 혼인을 일률적으로 무효로 보는 민법 조항(809조 1항)이 과잉 금지의 원칙을 어긴 것이라며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8촌 이내 혼인 금지는 합헌이지만, 현실적으로 이미 결혼해 사는 부부가 있는 만큼 무조건 혼인을 무효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헌재 판단은 8촌 이내 혼인 금지는 유지하지만, 가족 유지와 자녀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경우 혼인을 무효로 하지 않는 예외 조항을 두라는 취지입니다. 그래서 올해 12월 말까지 관련 법을 개정하도록 했지요. 문제는 정부의 법 개정 범위입니다. 헌재 판단 취지를 과하게 넘은 것 같아요.” ―법무부가 발주한 연구용역 보고서는 혼인 금지 범위를 현재 8촌 이내에서 4촌 이내로 축소해야 한다고 했더군요. “무슨 근거로 그렇게 제안했는지 모르겠습니다. 5촌 이상에서 혈족과 가족으로서 유대감을 유지하는 경우가 현저히 감소했다고 하는데, 지금 젊은 사람들이 5촌이 넘는 친척을 잘 모르고, 서로 유대가 줄었다고 그런 주장을 하는 건 너무 근시안적인 판단입니다.” ―보고서대로 법이 바뀌면 작은할아버지가 장인이 된다고 했습니다. “보고서대로 바뀌면 5촌(당숙) 간에 결혼할 수 있게 됩니다. 아버지의 사촌 형제가 나와 5촌입니다. 아버지의 사촌 형제가 누굽니까. 큰할아버지, 작은할아버지 자녀지요. 작은할아버지 딸과 내가 결혼하면 작은할아버지는 장인이 되고, 우리 아버지와 작은할아버지는 사돈이 됩니다. 우리 할아버지와 작은할아버지는 친형제인데 또 사돈이 되는 겁니까? 족보는 물론이고 가족 관계가 이렇게 꼬이면 대체 어떻게 되는 건가요.” ―1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종교 지도자 모임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셨더군요. “마침 의료 개혁 문제로 대통령이 종교계의 도움을 요청하는 자리가 생겨서 겸사겸사해서 말했지요. 8촌 이내 혼인의 경우 대체로 특수한 가정사 때문에 서로 모르고 했다가 나중에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이미 오래 살고 있고, 아이도 있는데 법이 그렇다고 무조건 혼인을 무효화해 가정을 쪼갤 수는 없지요. 그래서 지금처럼 일정 주기나 상황이 생기면 예외로 인정해 구제해주면 충분히 됩니다. 헌재 취지도 예외 조항을 둘 필요가 있다는 정도입니다. 그걸 일률적으로 법을 바꿔 기준을 낮추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생긴다고 했지요. 정부가 현명한 판단을 내리길 바랍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