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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에 눈을 뜨며 삶이 변화했다.” 영국의 금융교육 및 자문 단체 ‘머니 A+E’의 프레데릭 림바야 금융교육 책임자 겸 비상임 이사는 10여 년 전 우연히 머니 A+E의 금융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아예 이곳을 일터로 삼게 됐다. 그는 금융교육 덕분에 삶의 질이 달라졌다고 털어놨다. 예산을 세우고 현명하게 소비하는 방법을 이해하면서 빚이 줄고 저축이 늘었다. 또 재정이 안정되면서 스트레스가 줄었고, 자연스레 투자를 통해 수입을 늘릴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하게 됐다. 지난해 만난 림바야 이사는 “재정적인 어려움은 한 사람의 웰빙(well-being)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털어놨다.● 英-日 “금융교육이 국가 경제 살린다” 주요 선진국은 개인의 재정 안정이 더 나아가 경제 전체를 좌우할 수 있다는 인식하에 ‘금융 웰빙’을 위한 교육에 한창이다. 영국의 경우 아예 노동연금부(DWP) 산하 공공기관 자금연금청(MaPS·Money and Pensions Service)에서 2020년 금융교육 장기 로드맵 성격의 ‘금융 웰빙을 위한 영국 국가 전략’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200만 명의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의미 있는 금융교육 제공 △부채 문제 상담자 200만 명 증가 △노후 계획을 충분히 이해하고 실행하는 사람 500만 명 증가 등의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금융교육이나 상담만으로 재정 상태가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 영국 런던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캐시(가명·54) 씨는 건강 문제로 대학을 그만둔 딸과 함께 사는 데다 보조금 성격의 개인자립수당(PIP)을 신청했다가 거부돼 재정적, 심리적 부담이 커진 상태였다. 머니 A+E는 상담을 통해 그에게 통신비를 줄이고 지방세(council tax)를 10개월에서 12개월로 분할 납부할 것을 제안했다. 캐시 씨는 “통신 요금제 변경과 지방세 납부 기간 조정으로 각각 월 15파운드(약 2만7000원), 20파운드(약 3만6000원)를 절약할 수 있게 됐다”며 “이 예산을 영양제와 치료 비용에 보탤 수 있을 것”이라고 만족을 표했다. 일본은 지난해 4월 정부와 일본은행, 은행협회, 증권업협회 등 민관이 함께 출자해 ‘금융경제교육추진기구(J-FLEC)’를 정식으로 설립하고 8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전에도 금융교육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산발적인 운영으로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판단에 통합 추진체를 갖춘 것이다. J-FLEC는 연 1만 회 강사 파견으로 75만 명에게 금융교육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령별 교육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해 10월까지 200회의 고령자 대상 세미나를 진행했다. 이러한 금융교육이 투자로 이어져 경제의 선순환이 일어난다는것이 J-FLEC의 설명이다. 이와부치 히토시 J-FLEC 경영전략부 경영기획과장은 “예금, 저축에 쏠려 있는 자금을 투자로 유도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라며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금융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한 ‘연금 강국’ 호주도 가입자들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대부분의 연금 펀드에서 교육 캠페인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도 웹사이트 ‘머니스마트’를 통해 국민들에게 금융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노인단체연방협의체(BAGSO)를 중심으로 노인의 디지털 교육을 지원하기도 한다. 실제로 활발한 금융교육 등의 성과로 선진국 영올드는 금융에 밝고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70대 로버트 키예단 씨는 지금도 투자 자산의 일부는 직접 관리하고 있다. 그는 “10%는 예금 형태로 관리하고, 나머지는 주식시장, 뮤추얼 펀드, 채권 등으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항상 완충장치를 설정한다”고 전했다.● 부족한 금융교육, 고령층 금융범죄로 이어져 반면 한국의 고령층은 낮은 금융이해력을 보이고 있다. 2022년 전 국민 금융이해력 조사 결과 60대와 70대의 금융이해력 점수는 각각 64.4점, 61.1점으로, 성인 전체 금융이해력(66.5점)을 밑돌았다. 금융범죄에도 노출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3년 보이스피싱 피해자 중 60대 이상(36.4%)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고위험 금융상품 손실에도 취약하다.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 당시에도 60대 이상이 개인투자자의 절반을 차지했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피해 개인투자자 5명 중 1명 역시 65세 이상 고령 투자자였다.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금융교육은 고령층의 금융 소외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7월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이 서울 및 수도권, 6대 광역시 등에 거주하는 18∼69세 성인 남녀 3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최근 3년 내 금융교육을 받은 경우는 16.2%에 불과했다. ‘향후 금융교육을 받고 싶다’는 응답자는 86.3%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노년층의 금융 소외를 막기 위해서는 경제활동이 활발한 직장인 시기부터 체계적인 금융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생애주기별 의사결정과 금융자산 포트폴리오 설정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직장인 대상 금융교육을 의무화하고 금융교육을 전담하는 공적 기구를 만들어 장기적인 관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는 손주뻘 되는 대학생들이 혼자 사는 고령자의 ‘짝꿍’이 되어주는 서비스가 등장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 영올드(Young Old·젊은 노인)가 주기적으로 소통하면서 심리적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발상에서 나온 ‘못토 메이트’ 서비스가 그 주인공이다. ‘좋은 파트너’라는 의미의 해당 서비스는 ‘시니어 세대의 웰빙을 실현하는 손주 세대 짝꿍’이라는 콘셉트로 2020년부터 일본에서 운영돼왔다. 이를 운영하는 회사 ‘에이지웰저팬’은 “금전적인 여유와는 별개로 외로워하는 고령자들이 많다”며 “시니어 세대의 고독감과 고립감을 해소하고 자립심과 존엄심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 서비스의 회원이 되면 짝꿍이 된 대학생이 정기적으로 집으로 찾아와 스마트폰이나 가전 사용법 등을 가르쳐준다. 고령자의 말동무가 되어주고 외출 시 동반하기도 한다. ‘대학생 짝꿍’은 고령자를 방문할 때마다 고객 진료기록 카드를 휴대해 약 150개의 질문지 중 3, 4개 문항씩 답변을 함께 채워 나간다. 예컨대 고령자가 졸업한 초등학교를 묻고 그 학교를 구글 맵으로 검색해 유튜브로 교가를 찾아 보는 등 친숙한 것들로부터 디지털을 습득하는 방식이다. 정기적인 대화, 서로의 개별적 고민을 들어주면서 기존의 가사 대행이나 간병 서비스 사이의 공백지대를 파고들었다는 평가다. 비슷한 세대보단 차라리 한 세대를 뛰어넘었기 때문에 선입견 없이 서로를 편하게 대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한다.‘대학생 짝꿍’은 엄격한 교육을 받고 현장에 투입된다. 면접에서는 ‘누구를, 왜 존경하고 있는가’ 등 심층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고령자와 소통해야 하는 만큼 상대방에게 감사하고 존경할 수 있는 마음을 가졌는지를 중요하게 따지는 것이다. 합격 후엔 고령자와의 밀착형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하도록 교육받는다. 특히 행동지침에 대한 연수, 상대방의 요구를 어떻게 발굴해 어떻게 요구에 응할 것인가에 대한 호스피탤리티 연수 등을 거치며 수준에 따라 시급도 달라진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 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6일 오후 찾은 부산 남구 동명대 정문 앞. 대학가답게 맥도널드, 스타벅스를 비롯해 각종 식당과 카페들이 즐비했다. 차량으로 5분만 이동하면 부산 최대 상권 중 하나인 경성대, 부경대 번화가에 닿을 수 있는 이곳에 이제 3년여 뒤면 ‘영올드(Young Old·젊은 노인)’들이 청년과 호흡하며 경험을 공유하는 UBRC(University Based Retirement Community·대학 기반 은퇴자 공동체)가 조성된다. 동명대에서 만난 강승한 캠퍼스혁신팀장은 “이 일대에 2027년까지 1000여 명이 거주하는 기숙사가 건립되고, 바로 옆에 UBRC가 조성될 것”이라며 “젊게 살고 싶어 하는 은퇴자들로 북적일 것”이라고 했다.예전보다 더 건강하고, 더 부유하면서 학력 수준도 높은 영올드가 사회의 주역으로 떠오른 가운데 국내에서도 UBRC의 도입이 본격화됐다. 노년기를 제2의 자아실현 기회로 여기는 영올드들로서는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 평생 교육 기회도 누릴 수 있는 UBRC가 매력적인 주거 선택지일 수밖에 없다. 학생 수 감소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대학들도 수익 다각화 차원에서 눈독을 들이고 있다. ● 동명대, 국내 첫 UBRC 조성 채비 10일 동명대에 따르면 대학은 현재 UBRC의 건축, 운영을 위한 기초 계획을 수립 중이다. 전호환 총장은 “공사가 끝나고 거주 시설이 완공되면 UBRC의 운영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UBRC란 대학 캠퍼스 안에 지어지는 은퇴자 주거 단지로 미국에서 처음으로 탄생했다. 1980년대 미국 인디애나에 생긴 ‘메도우드 은퇴자 커뮤니티’가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교육 수준이 높은 액티브 시니어들이 은퇴하기 시작한 2000년대 들어 UBRC의 인기는 더 높아지기 시작했다. 거주자는 강의실, 피트니스센터 등 대학 시설을 이용하는 동시에 다양한 강좌를 수강하고, 대학생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다. 동명대는 국내에서 UBRC에 도전하는 첫 대학이다. 반려동물학과, 언어청각재활학과, 간호학과 등 은퇴자의 관심도가 높은 전공을 운영 중인 만큼 ‘인생 2막’을 꿈꾸는 이들이 찾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간사업자에 주거단지를 빌려 주는 방식으로 연간 200억 원 정도의 임대료 수익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한다. 저출산 장기화로 인해 등록금 수입에만 의존하기 힘든 상황에서 UBRC를 통해 ‘수익 다각화’를 모색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강 팀장은 “(UBRC가 구축되면) 자연스레 시니어 맞춤형 미용 및 건강 관리를 위한 회사들이 생겨나 이 일대가 부산의 ‘노인 복지 허브’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美, 2032년까지 UBRC 400개로 증가” 은퇴자 주거 단지의 시초라 할 수 있는 미국에는 현재 이미 100개 이상의 UBRC가 조성돼 있다. 미국은퇴자협회는 영올드의 부상에 힘입어 2032년까지 UBRC가 400여 개까지 늘어날 것이라 전망한다. UBRC가 대학뿐 아니라 호기심 넘치고 사회활동에 적극적인 영올드 은퇴자에게도 유익한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존의 시니어 타운과 달리 UBRC는 대학이라는 공간을 통해 거주자 교육, 입주민 간의 교감 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며 “국내 지방 대학들은 학생 수 감소로 잉여 시설 문제가 큰데, UBRC를 활용해 이 같은 자원을 새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상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UBRC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플로리다주립대의 ‘오크 해먹’과 스탠퍼드대의 ‘클래식 레지던스’가 꼽힌다. 지난해 100세를 맞이한 거주자 로니 톰프슨 씨는 3일 오크 해먹과의 인터뷰에서 “입주한 지 올해로 16년째가 됐으며 그동안 이곳에서 좋은 서비스와 인간관계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만족감을 전했다. 김정근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는 “노인만 모여 있는 단지를 만들면 폐쇄적인 데다 고립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젊은 세대와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계속해서 학습할 능력을 배양시켜 준다는 점에서 UBRC는 유의미한 공간”이라고 평가했다.● 선진국, 대학-시니어 교류 활발 지난해 11월 본보가 방문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자유대 본관의 강의실들은 흰머리이거나 머리숱이 적은 노인들로 가득 차 있었다. 세 곳의 강의실에서 문학, 인도 경제, 천문학 수업 등을 듣는 고령층 수강생만 100명에 육박했다. 미국뿐 아니라 주요 선진국의 대학들도 고령화에 발맞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길 희망하는 시니어층을 타깃으로 도서관을 개방하거나 평생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네덜란드에서는 레이던, 틸뷔르흐 등 주요 대학 5곳이 ‘노인을 위한 고등교육(HOVO)’을 운영 중이다. 스페인도 고령층의 평생 교육을 장려하기 위해 ‘주립 노인대학 프로그램 협회’를 별도로 꾸리고 있다. 지난해 말 암스테르담자유대에서 만난 카롤리언 판 베르헌 HOVO 프로그램 디렉터는 “많은 고령자들이 3∼4일 정도 파트타임으로 근무하면서 각자의 흥미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찾아온다”며 “(고령자들이)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UBRC란?대학 기반 은퇴자 공동체(University Based Retirement Community)로, 고령자가 대학 캠퍼스 또는 인근 지역에 거주하며 평생 교육, 건강관리, 사회참여 활동 등을 제공 받을 수 있도록 한다.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 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지난해 덜 걷힌 세금이 30조8000억 원으로 확정됐다. 2년 연속 정부가 예산을 짤 때 잡았던 세수(稅收)를 크게 밑돌았다. 지난해 9월 내놨던 세수 재추계치보다 1조 원 넘게 덜 걷혔다. 대규모 ‘세수 펑크’로 지난해 쓰지 못한 예산은 20조 원을 웃돌며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내수 부진에다 대외 불확실성 확대까지 더해지며 3년 연속 세수 펑크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현실화되면 재정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법인세수 전년보다 약 18조 원↓ 1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국세 수입은 336조5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지난해 예산을 짜며 잡았던 국세 수입보다 30조8000억 원 부족하다. 2023년에도 국세는 당초 정부 예상보다 56조4000억 원이 덜 걷혔다. 2년 연속 발생한 세수 펑크 규모는 87조2000억 원에 달한다. 전년과 비교해도 국세 수입은 2년 연속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세수는 2023년보다 7조5000억 원 감소했고, 2023년에도 전년보다 51조9000억 원 줄었다. 국세 수입이 2년 연속 뒷걸음친 건 2019, 2020년 코로나19 이후 처음이다.법인세가 크게 줄며 전체 세수 감소를 이끌었다. 지난해 걷힌 총 법인세수는 62조5000억 원이었다. 2023년 법인세수와 비교하면 17조9000억 원 줄어든 규모다. 법인세는 전년 실적으로 걷는데, 2023년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44.2%(상장사 개별 기준) 감소한 영향이 컸다. 본예산과 비교하면 15조2000억 원 덜 걷혔다. 부동산 거래가 부진하면서 양도소득세도 전년보다 9000억 원, 본예산보다 5조7000억 원 덜 걷혔다. 지난해 연간 세수는 정부가 9월에 내놨던 재추계 결과보다도 1조2000억 원이 부족했다. 하반기 경기 부진에다 비상계엄 사태가 겹친 여파로 부가가치세가 재추계치보다 1조5000억 원 덜 걷힌 게 큰 영향을 미쳤다.● 쓰지 못한 예산, 역대 두 번째로 많아 지난해 예산 중에서 지방교부세 감액 등으로 쓰지 못한 불용(不用)액은 20조1000억 원이었다. 2023년(45조7000억 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가 돈을 주지 않아 못 쓴 강제 불용은 없고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비 등을 못 쓴 ‘사실상 불용액’은 9조3000억 원으로 예년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사실상 불용액도 사상 최대였던 2023년(10조8000억 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정부는 올해 국세가 382조4000억 원 걷힐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실제로 걷혔던 세금보다 45조9000억 원이 더 걷혀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올해도 세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4분기(10∼12월) 실적을 발표한 상장사의 약 70%는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영업이익을 거뒀다.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 부가가치세도 감소가 불가피하다. 추경 편성까지 더해지면 정부의 재정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최소 30조 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하려면 적자 국채를 발행해 재원을 마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추경 편성에 활용할 수 있는 세계잉여금은 지난해 4000억 원이 생겼지만 이는 교부금 정산, 채무 상환 등을 거친 뒤에야 쓸 수 있다. 대규모 적자 국채 발행은 그대로 국가채무 증가로 이어진다. 이 경우 정부의 재정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관리하는 게 핵심인 재정준칙 역시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내수 진작을 위한 추경 편성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어 세입 확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현재 재정 조달 능력이 바닥인 상태라 추경을 하게 되면 적자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재정 관리를 위해 정치권은 추경 편성 시 세입 확충 계획을 같이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주의’ 교역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한국과의 무역 균형을 맞추기 위한 압박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지난해 미국의 8위 무역적자국(상품 수지 기준)이다. 이와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대로 보편관세를 부과하면 최악의 경우 한국 전체 수출은 132억 달러(약 19조 원) 줄어들 것이란 연구 결과도 나왔다.9일 미국 상무부 등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의 10대 무역 적자국으로 꼽힌다. 지난해 미국은 한국과의 교역에서 역대 최대치인 660억 달러(약 95조5548억 원) 적자를 봤다. 한국은 중국, 멕시코, 베트남, 아일랜드, 독일, 대만, 일본의 뒤를 이어 무역적자 규모 8위에 올랐다. 무역적자만 두고 보면 한국이 관세 부과 고려 대상이 될 수 있지만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이미 대미 관세가 미미한 수준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한미 FTA 발효 10년 차인 2022년 3월 품목 수 기준 한국은 98.3%, 미국은 99.2% 상품에 대한 관세가 철폐됐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의 의미를 ‘무역 불균형 해소’에 방점을 두고 보조금이나 기술규제 같은 비관세 장벽 등 광범위한 교역 조건 압박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도 ‘호혜세(reciprocal tax)’를 언급하며 상호 간 무역 불균형에는 대가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고, 결국 한미 FTA 재협상 끝에 2019년 한미 FTA 개정의정서가 최종 발효된 바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상호 관세가 어떤 방식으로 부과될지 뚜렷하게 나오지 않은 만큼 상황을 계속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미국의 비관세 장벽은 높아지고 있다. 올해 1월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이 통보한 기술규제는 598건으로 1년 전보다 33% 늘었다. 한국의 10대 수출국 중엔 미국이 78건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국내 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상호관세의 의미와 적용 국가가 모호해 혼란스럽다는 분위기다. 국내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우선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미국 현지에 공장이 있는 기업들은 현지 생산 물량을 늘리되 국내 생산분을 미국 이외의 다른 수출 시장으로 돌리는 방법을 쓸 수 있다”면서도 “트럼프 정부가 워낙 예측하기 힘든 관세 정책을 펼치고 있어 그 동향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북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멕시코에서 운영 중인 TV, 냉장고, 세탁·건조기 등 생산 라인도 불확실성이 크다. 한국 가전 및 스마트폰 생산기지가 밀집한 베트남이 미국의 3대 무역 적자국으로 분류됨에 따라 향후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진행될 경우 한국 기업에 미칠 영향은 더욱 복잡해진다. 한편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이날 발표한 ‘트럼프 2기 행정부 관세 조치에 따른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총수출은 최대 1.9%(132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전 세계에 추가 10% 보편관세를 부과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결과다.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국내 셋톱박스 제조사에 자사 부품만 사용하도록 한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는 대신 자진 시정 방안을 마련했다.9일 공정위는 브로드컴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신청한 동의의결에 대해 지난달 22일 관련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동의의결은 법 위반 혐의를 받는 사업자가 스스로 제시한 자진 시정 방안을 공정위가 타당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위법성을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처리하는 제도다.브로드컴은 국내 셋톱박스 제조사들에 자사 시스템반도체 부품(SoC)만을 사용하도록 강요한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아 왔다. 공정위에 따르면 브로드컴은 셋톱박스 제조사들에 유료 방송 사업자의 입찰 등에 참여할 때 브로드컴 SoC가 탑재된 셋톱박스만을 제안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브로드컴이 내놓은 자진 시정 방안에는 이 같은 행위를 다시 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국내 셋톱박스 제조사가 필요한 SoC의 과반수를 자사로부터 구매하도록 요구하거나 이를 조건으로 가격·비가격(기술 지원 등) 혜택을 제공하는 계약 역시 체결하지 않기로 했다. 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개 식용 종식 특별법 시행 반년 만에 개 사육농장 10곳 중 4곳이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개 식용 종식법)’ 시행 이후 폐업한 개 사육농장은 623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1537곳)의 약 40%에 해당하는 규모다. 농식품부는 올해까지 총 938곳이 폐업할 것으로 전망했다.농식품부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폐업이 쉬운 300두 이하 소농뿐만 아니라 중·대농도 조기 폐업에 적극 참여 중”이라고 설명했다. 중·대농 538곳 중 174곳(32.3%)이 폐업을 완료했다. 폐업 완료 중·대농은 올해 325곳(60.4%)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개 식용 종식이 큰 차질 없이 이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개 식용 종식법에 따라 2027년 2월 7일부터 개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유통·판매가 금지된다. 개 식용을 목적으로 운영 중인 업체는 금지 시점까지 의무적으로 전·폐업해야 한다.농식품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조기 폐업 농장에 폐업을 신속히 지원하고 전업 역량 강화를 위한 컨설팅을 지원할 계획이다. 관계 법령을 위반해 폐업 지원 대상에서 배제된 농장에 대해서도 정기적으로 사육 규모 변동, 사육시설 증설 여부 등을 집중 전수 점검하며 조기 폐업을 독려할 방침이다.박정훈 농식품부 동물복지환경정책관은 “한국이 동물복지 선진국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관련 업계에서도 정부 시책에 적극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지난해 6월 한국 정부가 발행하는 ‘개인 투자용 국채’가 처음 선을 보였으나 청약 미달이 이어지는 등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다음 달부터는 5년 만기 국채를 추가로 발행해 투자자들의 선택권을 넓히고 편의성을 높이기로 했다. 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년물 개인 투자용 국채는 발행 이후 7차례의 청약에서 목표 물량을 채우지 못했다. 10년물 국채 역시 지난해 6월 첫 발행 때만 3.49 대 1의 경쟁률을 보였고, 지난해 9월부터는 4개월 연속 미달됐다. 만기가 긴 데다 금리 인하기에 시세 차익도 누릴 수 없다는 점이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개인 투자용 국채는 정부가 개인투자자의 중장기적인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해 발행하는 국채 상품으로 지난해 6월부터 12월을 빼고 매달 발행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새로운 형태의 안정적인 초장기 투자처를 제공해 국민의 노후 대비를 지원하고자 도입했다”며 “거래 규모가 큰 탓에 금융기관에 쏠렸던 국채 수요를 다변화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 투자용 국채는 만기까지 보유할 경우 만기일에 표면금리와 가산금리에 연복리를 적용한 이자가 원금과 함께 일괄 지급되는 구조다. 만약 직장인이 노후 대비를 위해 40세부터 59세까지 매월 20년물 50만 원을 매입하면 60세부터 20년간 매달 약 1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투자금 2억 원까지는 이자소득에 대해 14%의 세율로 분리과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이달 개인 투자용 국채 청약은 13일부터 17일까지 진행된다. 발행 한도는 10년물 800억 원, 20년물 200억 원이다. 이달 발행되는 개인 투자용 국채의 만기 수익률은 10년물 약 37%, 20년물 약 90%다. 국채 청약에 신청하기 위해서는 판매대행기관인 미래에셋증권에서 전용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청약 기간 동안 영업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 사이에 영업점을 방문하거나 온라인 홈페이지·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최소 신청 금액은 10만 원이다. 정부는 장기 투자에 대한 부담감에 투자자의 외면이 이어지자 개인 투자용 국채 제도 개선에 나섰다. 3월부터 10년물과 20년물 외에도 만기가 5년인 국채가 발행된다. 5년물 국채를 사더라도 분리과세 혜택은 똑같이 적용된다. 앞서 정부는 개인 투자용 국채 과세특례 대상을 10년물에서 5년물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세법 시행령 개정안은 이달 말 공포될 예정이다. 연간 구매 한도도 1인당 1억 원에서 2억 원으로 늘어난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자소득 분리과세 적용 한도인 2억 원 내에서 투자자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중도 환매 한도 금액을 신청 액수에 따라 조정할 수 있는 규정도 신설한다. 개인 투자용 국채의 중도 환매는 보유한 지 1년 후부터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초기 투자자라면 올 하반기(7∼12월)부터 환매가 가능하다. 월별 중도 환매 한도 금액 내에서 선착순으로 접수를 하기로 했으나 신청 상황에 따라 한도 금액을 유연하게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개인 투자용 국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접근성도 높인다. 매달 청약 기간을 3영업일에서 5영업일로 늘리고 청약 마감 시간도 오후 3시 30분에서 4시로 연장한다. 투자자가 원하는 종목과 금액을 미리 설정해 정해진 기간 동안 자동으로 청약이 신청되는 ‘정기 자동청약 서비스’도 3월에 도입된다.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대왕고래’ 유망구조(석유·가스가 발견될 가능성이 있는 구조)의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시추 결과가 발표되면서 남은 6개 유망구조의 후속 탐사시추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정부의 예산 투입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해외 투자 유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사업을 지속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정부는 ‘오징어’ ‘명태’ 등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의 남은 6개 유망구조 탐사를 위해 다음 달부터 해외 기업의 투자 유치를 위한 입찰 절차를 시작할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6일 “지난해 7월부터 주요 메이저 개발 기업을 대상으로 사전 설명회를 개최해 왔다”며 “3월 말 입찰 절차가 개시되는데, 입찰하고 싶으니 동해 심해 탐사 관련 자료를 보여 달라는 취지의 의향을 밝힌 복수의 메이저 기업이 있다”고 밝혔다.실제 여러 해외 석유사가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개발 사업에 관심을 보여 왔다. 한국석유공사는 지난해 글로벌 메이저 석유사인 엑손모빌과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등 여러 해외 기업을 상대로 분석한 데이터를 개방해 유망성을 보여주는 로드쇼를 진행한 바 있다. 일부 기업의 경우 구체적인 사업 참여 의사를 밝히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문제는 자체 예산 확보다. 그간 야권을 중심으로 대왕고래 사업 추진의 투명성을 두고 강한 비판이 제기돼 왔다. 정부가 대왕고래 1차 탐사시추를 위해 신청한 관련 예산 497억 원도 국회 통과 과정에서 야당 주도로 전액 삭감된 바 있다. 이번 시추 결과가 실패로 끝나면서 나머지 6개 유망구조 탐사를 위한 예산 확보의 어려움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고 해외 투자 유치로만 추가 탐사를 진행할 경우 설령 경제성이 확보된 석유·가스 매장량을 발견하더라도 그 이익을 해외 투자사와 대거 나눠야 하는 상황이다. 예산 확보의 필요성에 대해선 산업부도 소극적이다. 특히 사업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국회의 예산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해 오던 태도가 대왕고래 시추 결과가 나온 직후 180도 달라졌다. 이날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예산을 더 투입해야 하냐, 덜 투입해야 하냐는 어떤 게 맞다라는 말씀을 못 드리겠다”며 “투입 대비 성과가 쉽지 않은 것이 석유·가스전 개발 사업인 만큼 투자 유치 조건과 전문가들의 의견, 국민 여론 등을 종합해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유망성을 주장했던 미국 기업 액트지오(ACT-GEO)가 최근 울릉분지에도 51억 배럴 규모의 석유 및 가스 매장 가능성을 제기하며 ‘마귀상어’ 프로젝트가 최근 화제가 됐지만 향후 이 또한 추진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자원 개발이 첫 시도 만에 성공한 사례가 극히 드문 만큼 자원 안보 차원에서 해외 유수 전문가들과 협력해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에너지는 에너지 이슈로만 봐야 한다”고 말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개발 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1차 탐사 시추에서 경제성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7개 유망구조(석유·가스가 발견될 가능성이 있는 구조) 중 석유와 가스가 가장 많이 매장됐을 것으로 추정돼 가장 먼저 시추가 이뤄진 곳에서조차 경제성을 확인하지 못했다. 나머지 6개 유망구조 시추를 위한 예산 확보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동해 심해 가스·석유전 개발 사업의 미래도 불투명해졌다.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왕고래 1차 탐사 시추 작업 결과 가스 징후가 일부 있음은 확인했지만 규모가 유의미한 수준,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47일간의 시추 작업이 이달 4일 종료됐는데, 매장된 석유와 가스의 경제성을 판단하는 데 핵심이 되는 ‘탄화수소 가스 포화도’ 수치가 상업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판단이 나온 것이다.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지난해 6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최대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발표해 세계적 관심을 불러모았던 사업이다. 당시 안덕근 산업부 장관도 “동해 석유·가스전의 매장 가치가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 수준”이라고 말한 바 있다.애초 정부는 대왕고래에서 최소 5차례의 탐사 시추가 필요할 것으로 봤지만 1차 시추 결과 추가 시추를 진행할 정도의 매장량도 발견되지 않았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가스량이 경제적으로 생산 광구로 전환하거나 추가 탐사 시추를 할 정도까지는 이르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이번 1차 시추 작업 결과는 향후 프로젝트 추진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여겨졌다. 올해 대왕고래 관련 예산이 국회 통과 과정에서 대부분 삭감된 만큼 1차 시추 결과에 따라 향후 추가 시추 예산 확보 가능성도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대왕고래 시추 작업이 1차에서 중단되게 되면서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개발사업의 나머지 6개 유망구조 시추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윤 대통령이 직접 탐사 시추 계획을 발표하며 예상 성과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잡아 기대 효과를 부풀렸다는 비판도 제기된다.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일반적인 자원 개발 차원에서 보면 첫 시추에서 바로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이번 시추 결과가 해외 투자 유치에 긍정적이라고는 표현하지 못하겠지만 (나머지 유망구조의 시추는) 투자 유치를 통해 리스크를 낮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휘발유와 경유에 붙는 유류세 인하 조치가 4월까지 추가 연장된다. L당 120원이 넘는 가격 하락 효과가 2개월 더 이어지게 됐다. 6일 기획재정부는 유류세 인하 조치를 올해 4월 30일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내외 유가 동향과 국민들의 유류비 부담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 들여오는 원유의 가격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는 지난달 배럴당 80.4달러로 지난해 12월보다 9.8% 올랐다. 지난해 10월만 해도 1600원을 밑돌았던 국내 휘발유 가격도 이달 들어 1730원대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한 건 2021년 11월 시작 이후 14번째다. 유류세 인하 조치가 이어지면서 휘발유에 붙는 세금은 L당 698원이 유지된다. 인하 조치 전보다 122원(15%) 낮은 수준이다. 경유에 붙는 유류세도 L당 448원으로 133원(23%) 인하가 지속된다. 액화석유가스(LPG)부탄 역시 47원(23%) 낮은 156원이 적용된다. 최근 기름값이 뛰면서 물가 역시 다시 들썩이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2% 상승하며 5개월 만에 다시 2%대로 올라섰다. 원-달러 환율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국제 유가도 상승하면서 전체 물가 상승률은 당초 예상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개발 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첫 시추 만에 사실상 실패로 결론이 난 건 탐사 결과 확인된 가스량이 사업성을 기대할 수 있는 기준에 크게 미치지 못한 탓이다. 정부가 자원 매장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봤던 대왕고래 유망구조(석유·가스가 발견될 가능성이 있는 구조)에선 추가 탐사 시추조차 나서지 않기로 했다. 정부가 지난해 6월 대왕고래를 포함한 7개 유망구조의 가스 매장량을 ‘삼성전자 시총의 5배’라고 표현하며 기대감을 키운 만큼 불확실한 자원 개발의 성공 가능성을 과하게 부풀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대왕고래, 추가 탐사 시추 없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구체적인 수치는 정밀 분석 결과를 기다려야 하지만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기준에 비해서는 격차가 좀 컸다”고 밝혔다. 석유·가스전 개발 사업에서는 자원 매장량이 실제 확인되더라도 이를 파내는 비용 대비 이익이 날 만큼 충분한 규모의 석유나 가스가 있어야 상업 생산을 할 수 있다. 하지만 1차 탐사 시추에서 검출된 가스량이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거나 추가 시추를 통해 정밀한 검증이 필요한 규모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시추 결과 대왕고래 전체의 가스 포화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대왕고래 구조 자체에 대해 추가 탐사 시추를 할 필요성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현재 1차 탐사 시추를 위해 뚫었던 구멍까지 원상 복구를 마친 상태다.정부는 지난해 12월 20일 경북 포항 앞바다에서 약 40km 떨어진 대왕고래에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를 투입해 이달 4일까지 탐사 시추 작업을 진행했다. 웨스트 카펠라호는 수심 1260m에서 시작되는 해저 지형을 1761m 깊이까지 파내 1700개 이상의 관련 데이터를 수집했다. 다만 정부는 이번 시추 작업이 향후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개발 사업의 다른 유망구조의 탐사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에 추출한 시료 자료와 데이터를 전문 용역 기관을 통해 정밀 분석해 다른 유망구조 시추 작업에서의 오류를 줄이는 데 사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앞선 1차 유망성 연구 자료를 이번 탐사 시추 결과와 비교한 결과 석유나 가스를 담을 수 있는 ‘석유 시스템’의 관점에서는 기존 자료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며 “이런 결과를 남은 6개 유망구조에 적용해 (정확한 시추 지점의) 오차 보정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발표 지나치게 성급… 10차례 이상 시추 끝에 성과”대왕고래 프로젝트가 단 한 차례의 시추 작업 만에 사실상 실패로 끝나면서 그간 기대감을 한껏 부풀려온 정부 입장은 난감해졌다. 지난해 6월 윤석열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직접 ‘깜짝 발표’에 나서며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유망구조 7곳에 최대 140억 배럴의 가스와 석유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발견됐다고 알렸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의 매장 가치가 삼성전자 시가총액(당시 약 455조 원)의 5배 수준”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통상 자원 개발 사업은 탐사 작업에 돌입하더라도 시추 성공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 산업부 내부에서조차 “투입되는 금액 및 노력 대비 성과를 내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자원 개발 사업”이라며 “탐사 성공률은 약 5∼10%밖에 되지 않는다”고 평가할 정도다. 그럼에도 대통령과 산업부 장관이 직접 나서 매장 가능성과 기대 성과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가능성도 그리 높지 않은 자원 개발 기대감을 키웠다는 의미다. 이날 산업부 고위 관계자 역시 이를 두고 “의도하지 않았지만 이런 결과가 나온 것에 죄송하다”며 “심해 첫 탐사 케이스였고, 일반적으로 첫 케이스의 성공은 ‘로또 맞을 확률’보다 낮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석유·가스전 개발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엄청난 성과를 거두기 위해 낮은 성공 확률을 끈질기게 쫓아가는 과정인데, 정부의 성급한 발표가 이를 무너뜨린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 세계적으로 개발 중인 유전이 대부분 10차례 이상의 시추 끝에 성과를 거뒀는데 대왕고래의 경우 첫 발표부터 지나친 기대감을 심어준 탓에 실패에 따른 후폭풍이 커졌다는 의미다.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대왕고래 1차 시추에서 석유나 가스를 찾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앞으로 (다른 유망구조의) 시추 과정에서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정보로 활용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입을 통해서 (대왕고래 기대 성과가) 나왔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휘말린 것인데 그것만 없었어도 1차 시추 실패가 조용히 넘어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종세 한국해양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역시 “자원 개발이라는 것이 (기대 성과가) 커야 시도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면서도 “정보가 많지 않고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첫 발표 때) 너무 확정적으로 얘기한 부분은 조심스러웠어야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석 달 연속 상승세를 이어 가며 5개월 만에 다시 2%대로 올라섰다. 지난해 소비가 2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가운데 미국발(發) 관세 전쟁 등 대내외 불확실성까지 확대되고 있어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S(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공포’가 커지고 있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2% 상승했다. 지난해 10월 1.3%까지 떨어지며 안정세를 보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월(1.5%)부터 다시 오르기 시작하더니 12월(1.9%)에 이어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상승하며 2%대로 재진입했다.● 석유류 가격 7.3% 급등, “물가 상승 견인”물가 상승률이 5개월 만에 다시 2%대로 오른 데는 유가와 환율이 동반 상승하면서 해외에서 들여오는 원자재와 수입품 가격이 오른 게 큰 영향을 미쳤다. 국내로 들여오는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는 지난달 배럴당 80.4달러로 지난해 12월보다 9.8% 뛰었고, 지난달 13일 1470원(오후 3시 30분 주간 종가 기준)을 넘어선 원-달러 환율도 1400원대에서 고공행진하고 있다. 실제로 1월 석유류 가격은 1년 전보다 7.3% 올랐다. 지난해 7월(8.4%)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로, 휘발유와 경유가 각각 9.2%, 5.7% 뛰었다. 한국은행은 최근 환율 상승이 석유류 가격 등에 영향을 미치며 전체 물가 상승률을 0.1%포인트가량 밀어 올렸다고 분석한 바 있다. 외식을 제외한 개인 서비스 물가도 3.5% 올랐다. 실손보험료 등 보험서비스료가 14.7% 오른 것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전체 농축수산물 물가는 1.9% 상승했지만 채소류(4.4%)와 축산물(3.7%), 수산물(2.6%) 모두 전체 물가 상승률을 웃도는 상승 폭을 보였다. 특히 무 값은 전년보다 79.5% 뛰었고, 배추 값은 66.8% 오르며 2022년 10월(72.5%)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다. 기상 악화로 산지 출하 물량이 감소한 게 큰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금(金)값’이 된 배추 가격을 잡기 위해 중국산 배추를 수입해 국내 시장에 공급할 예정이다. 김은 35.4% 올라 1987년 11월(42%) 이후 37년 2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라면, 돼지고기 등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으로 구성돼 서민들의 체감물가를 반영하는 생활물가지수도 2.5% 올라 지난해 7월(3.0%) 이후 가장 높았다.● 외화보유액, 4년 7개월 만에 최저… ‘트럼플레이션’도 변수단기간에 고유가, 고환율을 탈피할 만한 카드가 마땅치 않은 데다 대내외 불확실성 등 추가 악재도 여전한 만큼 들썩이는 물가를 잡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환율 방어의 ‘방파제’ 역할을 하는 외환보유액까지 4년 7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110억1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보다 45억9000만 달러 줄어든 규모로, 2020년 6월 이후 가장 적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발 고관세 정책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트럼플레이션(트럼프+인플레이션)’ 영향에 따른 불확실성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소매판매액지수가 전년 대비 2.2% 줄어 2003년 카드대란 사태(―3.2%) 이후 21년 만에 가장 크게 줄어드는 등 내수는 얼어붙었는데 물가 상승 압박은 커지는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환율이나 국제 유가 상황을 고려하면 당분간 소비자물가는 상승 압력이 있을 수밖에 없다. 추가경정예산(추경)도 물가 상승 요인”이라면서 “다만 내수가 워낙 부진한 상태라 상승 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지난해 영세 자영업자의 폐업이 급증하며 ‘소상공인 퇴직금’ 지급액이 역대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금을 담보로 소상공인들이 받아간 대출도 9조 원을 처음 넘어섰다. 근로자 중에선 일용직 근로자의 감소세가 두드러져 길어지는 내수 부진에 취약계층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소상공인 퇴직금 담보 대출 25% 급증4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에게 지급된 노란우산 폐업공제금은 1조3908억 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1300억 원가량(10.4%) 늘어난 규모로, 2023년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어선 데 이어 또다시 사상 최대치를 새로 썼다. 2007년 도입된 노란우산은 연 매출 120억 원 이하 소기업, 소상공인이 돈을 적립하면 폐업이나 고령 등으로 생계가 어려울 때 이자를 얹어 돌려주는 공제 제도다. 일종의 소상공인 퇴직 안전망인 셈이다. 이 중 폐업공제금은 폐업을 이유로 공제금을 타 간 경우로, 지급액이 늘어난 건 가게 문을 닫은 취약 자영업자가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다. 소상공인이 퇴직금을 담보로 빌려간 대출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노란우산 공제계약 신규 대출액은 9조515억 원으로, 이 역시 사상 최대였다. 1년 전보다 25.1% 늘었고, 2년 전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로 급증한 액수다. 노란우산 공제계약 대출은 은행권 대출이 어려운 소상공인에게 본인이 적립한 부금 내에서 돈을 빌려주는 상품이다. 대출을 갚지 못하면 나중에 지급될 퇴직금에서 차감된다. 경영 상황이 악화되며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소상공인이 그만큼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내수 침체가 취약계층부터 덮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3분기(7∼9월) 도소매, 운수, 숙박음식업 자영업에 종사하는 가구의 월평균 사업소득은 178만2000원으로 1년 전보다 7.1%(13만6000원) 줄었다. 2019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감소세다. 특히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 이후로는 자영업자의 생계난 등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최근 들어 폐업공제금 신청이 특히 집중되고 있다. 부금 내 대출 신청도 늘어나는 등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일용직 근로자 15만 명 ↓ 취업시장에서도 일자리 한파는 취약계층에게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일용직 근로자 수는 1년 전보다 14.7%(15만 명) 급감한 87만1000명이었다. 모든 달을 통틀어 1983년 2월(75만 명), 1984년 2월(86만9000명) 이후 역대 세 번째로 적은 수준이다. 이 기간 전체 임금근로자 수는 0.2%(4만9000명) 줄었는데, 일용직 근로자 감소세가 유난히 두드러졌다. 일용직 근로자가 급감한 건 건설경기가 얼어붙으면서 대표적인 취약계층 일자리로 꼽히는 건설업 일자리가 빠르게 사라진 게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 관계자는 “플랫폼 일자리가 늘면서 일용직 근로자 수는 감소하는 추세다”라면서도 “다만 지난해 감소세가 유난히 가팔랐던 건 건설경기 한파 영향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건설업 취업자 수는 지난해 12월 역대 가장 큰 폭(―7.2%)으로 줄며 8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소비 위축 등으로 이어지면서 내수 침체가 더 길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 전망치가 계속 하향 조정되고 있어 올해 경기도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태라면 소비가 계속 침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티메프(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의 영향으로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이 가장 적은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시장이 성장세를 이끌며 해외 직접구매(직구) 규모는 8조 원에 육박했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42조897억 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5.8% 증가한 규모로, 2001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였다. 그러나 증가율은 역대 최저였다. 2021년 20.2%였던 증가율은 2022년 11.0%, 2023년 8.4%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이(e)쿠폰 서비스가 8조5136억 원으로 15.4% 감소한 게 큰 영향을 미쳤다. 티메프의 대규모 미정산 사태로 소비자들이 이쿠폰 거래를 꺼리게 된 탓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 이쿠폰 거래액은 1년 전보다 46.0% 급감하는 등 정산 지연이 발생한 지난해 7월부터 줄곧 전년 대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음·식료품(14.8%), 음식서비스(10.9%), 여행 및 교통서비스(9.3%) 등의 거래액은 2023년보다 증가했다. 지난해 온라인 해외 직구액은 전년보다 19.1% 증가한 7조9583억 원으로 처음으로 7조 원을 넘어섰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저가 상품을 판매하는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이용이 늘면서 중국 직구액이 48.0% 늘었다. 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전체 합격생 10명 중 8명은 공단기 출신’ 등으로 거짓, 과장 광고를 한 공무원 시험 온라인 강의 1위 업체 공단기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게 됐다. 3일 공정위는 공단기를 운영하는 ㈜에스티유니타스의 표시광고법 위반 행위에 대해 과징금 1억900만 원과 시정명령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공단기는 2022년 기준으로 7, 9급 공무원 온라인 강의 시장에서 46.4%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1위 사업자다. 공정위에 따르면 공단기는 2021년 6월부터 8월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2020년 전산직, 사회복지직, 간호직 합격생 10명 중 7, 8명이 자사 수강생인 것처럼 광고를 했다. 하지만 실제 합격률은 49.6∼66.2% 수준이었다. 공단기는 공정위 조사가 시작되자 1∼5개 지역의 통계만을 선정해 산출한 값이라는 내용을 광고에 추가했다. 하지만 이조차도 전체 화면의 0.2% 크기로 표시한 데다 잘 보이지 않는 회색을 사용해 소비자들이 알아보기 어렵게 했다. 공단기는 ‘전산직 수업서 1위’ ‘매출 1위’ ‘커뮤니티 언급 1위’ ‘수강생 수 1위’ 등의 표현을 광고에 사용하면서도 근거가 되는 정보를 같은 방법으로 잘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지난해 소비가 2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면서 3년 연속으로 뒷걸음질쳤다. 고금리·고물가 장기화에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 등 악재가 겹치면서 내수가 좀처럼 활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수출 증가 등으로 산업 생산과 설비 투자 지표는 그나마 호조를 보였지만 미국발(發) ‘관세 폭풍’이 현실화되면서 올해 생산과 투자 모두 비상등이 켜졌다.● 소비 3년째 감소, 역대 최장 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 동향을 나타내는 소매판매는 1년 전보다 2.2% 감소했다. 신용카드 대란 사태가 있던 2003년(―3.2%)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고금리·고물가가 길어지면서 소매판매는 2022년부터 3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역대 가장 긴 하락세다. 지난해 소비 부진은 승용차 등 내구재(―3.1%),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1.4%), 의복 등 준내구재(―3.7%)에서 판매가 모두 줄어든 영향이 컸다. 특히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의 여파로 연말 소비 심리마저 위축되면서 내수 부진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0.6% 감소했다. 지난해 9월(―0.3%)과 10월(―0.7%) 감소하던 지표가 11월(0.0%) 코리아세일페스타 등의 효과에 보합세로 돌아섰으나 한 달 만에 다시 하락한 셈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과 같은) 정치 상황의 영향이 있지 않나 싶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버텼던 생산·투자, 올해 전망은 ‘우울’ 부진했던 소비와 달리 지난해 전체 산업생산과 투자는 전년보다 각각 1.7%, 4.1% 증가했다. 전(全)산업생산은 광공업(4.1%)과 서비스업(1.4%) 생산이 늘면서 4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설비투자는 반도체제조용기계 등 기계류(2.9%) 및 기타 운송장비 등 운송장비(7.8%)에서 투자가 모두 증가했다. 하지만 내수 침체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건설업 부진은 계속됐다. 지난해 건설기성은 4.9% 줄어 2021년(―6.7%)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건설기성은 건설업체의 국내 공사 현장별 시공 실적을 집계한 통계다. 소비 부진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올해는 산업 활동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발 관세 전쟁으로 수출 기업의 타격이 불가피한 탓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2포인트 하락했고, 올해 1월 수출액도 491억2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10.3%포인트 감소하며 15개월 연속 상승세가 끝났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미국에 물건을 팔고 싶으면 미국에서 생산하라는 기조”라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생산의 상당 부분을 미국으로 옮기게 되면 국내 생산지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지난해 1인당 쌀 소비량이 또다시 역대 최저치를 다시 쓴 가운데 앞으로 10년간 식량용 쌀 소비량이 15%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3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전망 2025’ 보고서에 따르면 2035년 식량용 쌀 소비량은 233만 t으로 추산됐다. 올해 전망치(273만 t)보다 14.7% 감소한 양이다. 농경연은 식량용 쌀 소비량은 내년에는 269만 t으로 올해보다 1.5% 줄고, 2030년에는 253만 t으로 7.3%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식량용 쌀 소비량이 줄어든 데는 식생활 변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쌀 소비량은 식생활의 서구화, 대체식품 소비 증가 등으로 연평균 1.6% 감소했다. 지난해에도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2023년(56.4㎏)보다 1.1% 줄어든 55.8㎏으로 역대 최저치를 재차 경신한 바 있다. 아침 식사를 거르는 식습관이 보편화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반면 가공용 쌀 소비량은 올해 77만 t에서 2035년 94만 t으로 22.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1인 가구가 늘면서 떡, 즉석밥, 도시락 등 간편식 소비 역시 꾸준히 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가공용 쌀 소비량은 식량용 소비량의 3분의 1 수준인 만큼 감소세를 상쇄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농경연은 식량용과 가공용을 합한 전체 쌀 소비량은 2035년 327만 t으로 올해(350만 t)보다 6.6%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쌀 소비가 계속 줄어드는데 생산량이 현 수준을 이어가면 쌀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쌀 산업의 구조적 공급 과잉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올해부터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벼 재배 면적을 8만 ha 줄이기로 했다.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지난해 우리나라 소비가 2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면서 3년 연속으로 전년 대비 감소했다. 고금리·고물가 장기화에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까지 악재가 겹치면서 내수가 좀처럼 활력을 되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반면 반도체 수출 증가 등의 영향으로 산업 생산과 설비 투자는 호조를 보였다. 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소비 동향을 나타내는 소매판매액지수는 1년 전보다 2.2% 감소했다. 신용카드 대란 사태가 있었던 2003년(―3.2%)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고금리·고물가가 길어지면서 소매판매액지수는 2022년부터 3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역대 가장 긴 하락세다. 지난해 소비 부진은 승용차 등 내구재(―3.1%),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1.4%), 의복 등 준내구재(―3.7%)에서 판매가 모두 줄어든 영향이 컸다. 소매업태별로는 전년 대비 무점포소매(2.4%), 면세점(3.1%)에서 판매가 증가했으나, 전문소매점(―3.4%), 승용차 및 연료소매점(―4.1%), 슈퍼마켓 및 잡화점(―5.9%), 백화점(―3.3%), 대형마트(―2.3%)에서 판매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특히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의 여파로 연말 소비 심리마저 위축되면서 내수 부진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 대비 0.6% 감소했다. 승용차(―9.1%) 등 내구재(―4.1%)가 큰 폭으로 감소했고, 오락·취미·경기용품 등 준내구재(―0.6%) 판매도 부진했다. 지난해 9월(―0.3%)과 10월(―0.7%) 감소하던 소비가 11월(0.0%) 코리아세일페스타와 같은 할인 행사의 영향으로 보합세로 돌아섰으나 한 달 만에 다시 하락한 셈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과 같은) 정치 상황의 영향이 있지 않나 싶다”고 설명했다. 부진했던 소비와 달리 지난해 전체 산업생산과 투자는 전년 대비 각각 1.7%, 4.1% 증가했다. 전산업생산지수는 광공업(4.1%)과 서비스업(1.4%) 생산이 늘면서 4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설비투자는 반도체제조용기계 등 기계류(2.9%) 및 기타운송장비 등 운송장비(7.8%)에서 투자가 모두 증가했다. 하지만 내수 침체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건설업 부진은 계속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건설기성은 4.9% 감소해 2021년(―6.7%)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건설기성은 건설업체의 국내 공사 현장별 시공 실적을 집계한 통계다. 소비 부진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올해에는 산업 활동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정책이 하나 둘씩 실현되고 있어 우리나라 수출 기업 타격이 불가피한 탓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2포인트 하락했고, 올해 1월 수출액도 491억2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0.3%포인트 감소했다. 월별 수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감소한 것은 16개월 만이다. 지난달 무역수지 역시 18억9000만 달러 적자로 19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멈췄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본적으로 트럼프 정부는 미국에 물건을 팔고 싶으면 미국에서 생산하라는 기조”라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생산의 상당 부분을 미국으로 옮기게 되면 국내 생산 지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영올드’의 부상에 발맞춰 국내 금융시장도 변화의 물결을 맞이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앞서 9일 국민 노후 대비를 위해 ‘노후지원 보험 5종 세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고령층의 노후 자금 마련을 돕는 차원에서 사망보험금을 생전에 연금, 요양시설 입주권 등으로 유동화(현금화)하는 방안을 도입하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험료 납입을 마치고 유동화 여력이 되는 종신보험 계약 건수는 360만 건 정도”라며 “고령층은 금융자산이 적고 부동산과 종신보험을 주로 보유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보험도 주택연금처럼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아래 마련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정책이 도입되면 종신보험의 보험료 납입이 완료됐으며,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동일한 경우 사망보험금을 생전에 미리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사망보험금이 3억 원이고 50%를 연금으로 받기로 할 경우 1억5000만 원을 연금으로 다달이 수령하고, 나머지 1억5000만 원은 사망 시 유족이 받는 식이다. 정부는 또 세제 혜택이 풍부해 ‘만능 통장’으로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및 연금 계좌에 ‘의료 저축 계좌’의 기능도 부여한다. ISA의 경우 의료비 목적으로 돈을 인출할 때 납입한도를 복원해주기로 했다. 사망보험금을 유가족들을 위해 미리 맞춤 설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험금 청구권 신탁’도 지난해 11월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됐다. 그동안 금융권에서 판매된 신탁 상품은 부동산, 퇴직연금, 펀드 등이 대상으로 보험성 자산은 허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가 법령 개정을 거쳐 보험금을 신탁 재산에 추가하면서 금융사가 고객을 대신해 사망보험금을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사망보험금 3000만 원 이상이면 보험금 청구권 신탁에 가입해 사망보험금의 지급방식, 금액, 시기 등의 세부사항을 계획해 놓을 수 있다. 정모 씨(41)는 3년 전 이혼한 뒤 올해 여덟 살 된 외동딸을 키우고 있다. 정 씨는 최근 은행 상담을 거쳐 3억 원의 ‘보험금 청구권 신탁’ 계약을 체결했다. 딸의 대학 입학 후 졸업까지 매년 2000만 원씩 학자금을 지급하고, 나머지 돈은 딸의 졸업 이후 한꺼번에 지급하는 조건이다. 정 씨는 “아이가 미성년자일 때 (내가) 세상을 떠나더라도 딸이 대학을 다니고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금전적으로 문제는 없을 것이라 안심”이라고 전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