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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에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외벽에 문재인 전 대통령과 서훈 전 국정원장을 비난하는 욕설을 쓰고 난동을 부린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11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이날 오후 1시 반경 서울고검 뒤편 외벽에 스프레이로 낙서하고 유리창에 돌을 던진 40대 남성 A 씨를 붙잡았다고 밝혔다.시민의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남성 A 씨를 연행했다. A 씨는 외벽에 ‘문재인 XXX’ ‘서훈 XX’ 등 욕설을 적고 유리창을 깬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공용물건손상죄 혐의로 연행된 뒤 계속 체포돼 있는 상태다. 연행 과정에서 A 씨는 거부 등 별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은 걸로 전해졌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

10일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초등학교 내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투표소. 투표 참관인석에 앉은 대학생 이주원 씨(26)가 투표용지 배부 등을 지켜보고 있었다. 충남 천안시에서 자취하는 이 씨는 이날 오전 6시부터 낮 12까지 참관인으로 활동하고 식비를 포함해 총 11만4000원을 받았다. 이 씨는 “투표 참관인은 다른 아르바이트에 비해 가성비가 좋고, 무엇보다 선거가 이뤄지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어 값진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10일 치러진 총선은 민주주의의 축제이자 단기 아르바이트를 찾는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등 청년에게 생활비를 보탤 기회였다. 각 시도 선관위는 참관인과 투·개표 사무원 중 일부를 일반인 중에서 추첨한다. 별도 면접이 없고 선거사무를 참관하거나 보조하는 단순 업무인데도 시급으로는 1만6000원이 넘어 인기가 많다. 이날 영등포구 여의도중학교 투표소에서 투표 참관인으로 활동한 대학생 박지호 씨(26)는 “벌이가 괜찮으면서 종일 앉아서 하는 경우도 많아 지원했다”고 말했다. 2020년 제21대 총선거 땐 참관인 수당이 약 5만 원이었지만 2022년 4월 시행된 개정 공직선거법에 따라 이번 총선에선 약 10만 원으로 올랐다. 투·개표 사무원 업무도 인기였다. 개표 사무원은 주로 접힌 투표용지를 열거나 가지런히 정리하는 등 단순 보조 업무에 투입된다. 심사·집계 등 중요한 절차는 맡지 않는다. 취업준비생 김모 씨(27)는 이날 오후 4시부터 개표가 종료될 11일 새벽까지 동작구의 한 개표소에서 개표 사무원으로 일하고 18만4000원을 받았다. 김 씨는 “투표는 국민의 의무이자 권리인데 그 과정을 보는 게 뜻깊기도 해 일거양득”이라고 했다. 투·개표 사무원 수당도 전년 대비 올해 3만 원 인상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 때 전체 선거관리 인력의 29.1%였던 일반인의 비율은 2020년 제21대 총선거에서 38.8%로 올랐다. 이번 총선에선 약 40%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투표 인증을 하면 물건값을 깎아 주는 등 투표 독려 이벤트를 여는 점포도 많았다. 경기 화성시의 한 프랜차이즈 제과점은 이날 종업원에게 투표확인증이나 투표소 외부에서 찍은 사진을 보이면 아메리카노를 410원에 판매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서울 용산구의 한 와인바는 투표 인증 사진을 보이면 기본 와인 세트 메뉴를 무료로 제공했다. 한 화장품 업체는 이날 밤 12시까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투표 인증을 한 모든 이에게 제품을 배송해 주기로 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4·10총선 사전투표 첫날인 5일 전국 곳곳이 시민들의 투표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서울에선 점심시간 직장인들의 ‘투표 러시’가 이어지면서 투표소마다 한때 150m가 넘는 줄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날 서울 주요 업무지구 인근 사전투표소는 인파가 몰리면서 30∼50분을 기다려야 투표할 수 있었다. 특히 점심시간에 짬을 낸 직장인들이 몰린 낮 12시에서 오후 1시 사이 대기줄이 정점에 달했다. 낮 12시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주민센터는 한때 150m가 넘는 행렬이 이어졌다. 여의도 직장인 박모 씨(42)는 “출근 전 투표를 못 하는 바람에 점심식사 대신 투표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간 강남구 삼성1동주민센터에선 투표소가 마련된 7층에 사람이 꽉 차 6층과 8층 계단까지 줄이 이어졌고, 인근 역삼1동주민센터는 100m가 넘는 투표 줄이 만들어졌다. 종로구 종로1·2·3·4가동주민센터도 투표 인파가 대기선을 따라 ‘ㄹ’자로 줄을 설 만큼 붐볐다. 시민 김모 씨(65)는 “누군가는 사전투표가 불안하다고 하지만, 아무 데서나 투표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했다. 38개 정당이 등록하면서 역대 최장 길이(51.7cm)로 배포된 비례대표 투표용지에 당황스러워하는 유권자도 많았다. 서대문구에서 투표한 김모 씨(33)는 “투표용지가 너무 길고 칸이 좁아 내가 투표하는 정당이 맞는지 계속 확인해야만 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을 만든 탓에 비례대표 용지에 기호 1, 2번이 없어 혼란을 겪었다는 유권자도 많았다. 투표 관련 사건 사고도 잇따랐다. 울산의 한 사전투표소에선 아내에게 특정 후보·정당에 투표하라고 강요하던 80대가 이를 말리는 직원을 폭행해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거동이 불편한 아내를 부축하며 기표소에 함께 들어가 특정 번호를 찍으라고 강요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강원 춘천시 석사동 투표소에선 투표를 먼저 끝낸 남편이 투표 중인 아내의 기표소에 갑자기 들어가 “이걸 찍어라”라고 지시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후보가 갑자기 사퇴해 혼란이 빚어진 곳도 있었다. 울산 남갑 선거구에 출마한 무소속 허언욱 후보가 5일 오전 돌연 사퇴를 선언한 것이다. 투표소 안팎에 사퇴 안내문이 게시됐지만, 눈에 잘 띄지 않으면서 일부 유권자들이 혼란을 빚었다. 울산시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소 입구 등에 안내 현수막을 게시하기로 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울산=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4·10총선 지역구 출마 후보들이 기피시설 건립을 저지하겠다는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여야 후보가 모두 정보기술(IT) 서비스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이를 위한 필수시설을 지역구에 건립하는 것은 반대하고 있다. 득표를 위해 님비(NIMBY) 현상에 편승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필수시설 건립을 두고 갈등을 키우기보다는 건설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성숙한 선거 문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IT 필수시설도 “무조건 건립 반대” 지난달 28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곳곳에는 “데이터센터 무조건 막겠습니다”, “데이터센터 반드시 막아내겠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이 지역구(고양정)에 출마한 여야 후보 및 당원협의회가 설치한 것이다. 고양시가 지난해 3월 관내 데이터센터 건립을 허가했지만 두 출마자 모두 이를 막겠다는 공약을 내건 것. 데이터센터는 서버 등 IT 서비스에 꼭 필요한 데이터를 모아두는 시설이다. 넓은 땅을 차지하지만 주민 편의에 도움이 되지 않고 24시간 냉방으로 인해 열섬 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일부 지역에선 선호되지 않는다. 이 지역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영환 후보는 지난달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사안에 대한 고양시장의 직권취소 결정을 촉구했다. 국민의힘 김용태 후보도 같은 달 20일 반대 집회에 참여했다. 두 후보는 건립 반대 이유로 ‘주민 생명권을 해칠 수 있다’는 취지로도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데이터센터처럼 낮은 수준의 전자파 노출이 암으로 진전된다는 근거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 두 후보는 모두 평소 IT 서비스와 일자리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김영환 후보는 이번 총선 공약으로 빅데이터 활용 확대와 인공지능(AI) 혁신 기업 유치 등을 내걸었다. 김용태 후보는 2020년 8월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 사회간접자본(SOC)은 민간에 맡기고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전부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가 갖춰져야 가능하다. 일각에선 지역구 의원 후보가 유권자의 요구를 적극 반영하는 게 선거의 순기능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건설적인 대안 제시 없이 반대 여론에 편승하는 듯한 태도는 성숙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양시와 시행사 측은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데 주민 반발로 설명회도 무산돼 난감한 상황”이라고 했다. 주창범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선거를 ‘님비 확산’보다는 주민 소통 강화와 갈등 해소의 장으로 승화시켰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김영환 후보 측은 “주민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김용태 후보 측은 이달 2일 “무작정 (건립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주택가가 아닌 곳에 짓는 해법을 찾아보자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 “님비 공약이 부정적 인식 확대 재생산”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이 서울 강동구 길동에 건립하기로 한 ‘서울동부(마약류) 중독재활센터’를 두고도 해당 지역구(강동을)에 출마한 여야 후보 모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당 이해식 후보 측 관계자는 “식약처 담당자를 강동으로 불러 강력 질타하며 반대 의사를 강력하게 전달했다”고 했다. 그가 강동구청장을 지낸 2014년 강동구가 마약 중독자 치료 사업을 적극 벌인 것과 대조된다. 국민의힘 이재영 후보 측 관계자는 “건립 자체가 아니라 사람이 많이 다니는 시장 앞에 만드는 걸 반대하는 것”이라며 “왕래가 적은 곳에 설치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했다. 이 후보는 19대 국회에서 마약 중독자 등을 위한 지역사회 지원을 촉구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서울 마포을에 출마한 여야 후보도 쓰레기 소각장 신설을 두고 부지 지정 철회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고, 부산 강서에서는 교정시설 이전을 두고 여야 후보가 서로 ‘책임 공방’을 벌이며 반대 운동을 펴고 있다. 심준섭 중앙대 행정대학원 행정학과장은 “표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님비를 조장할 때 ‘기피 시설’이라는 앵커링 효과(최초 습득한 정보에 몰입해 새로운 정보를 수용하지 않는 것)가 생길 수 있다”며 “사회적 공포를 표로 바꾸려는 주장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님비 ‘우리 동네엔 안 된다(Not In My Back Yard)’의 준말로 기피시설 유치를 반대하는 현상. 반대말로는 선호시설 유치 찬성, 즉 ‘우리 동네에 들여와달라(Please In My Front Yard)’는 뜻의 ‘핌피’가 있다.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고양=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서울 강동구의 한 여중과 여고에서 흉기를 휘두르겠다는 글을 여러 차례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10대 남학생이 경찰에 붙잡혔다. 1일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작성자인 10대 A 군을 지난달 30일 검거했다”고 밝혔다.경찰에 따르면 A 군은 지난달 17일부터 29일까지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등 게시판에 흉기 사진과 함께 “내일 이 칼로 (강동구) ○○여고에서 칼부림한다” 등 난동을 예고하는 글 60건을 올린 혐의(협박)를 받는다. 경찰은 작성자를 추적하는 한편 협박 대상이 된 학교 주변을 24시간 순찰했다. 해당 학교는 방과 후 활동을 중단하고 일부 출입문을 폐쇄하는 등 안전조치를 취했다.경찰은 A 군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그가 미성년자임을 고려해 기각했다. A 군은 1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법원에 출석하며 “(살인 예고 글을 올린 혐의를) 인정한다”라면서 “(실제 흉기로) 범행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

전국 26곳에 있는 사전투표소와 개표소, 본투표소 등에 무차별적으로 불법 카메라가 설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9일 뒤늦게 전국 모든 투·개표소의 불법 시설물 특별 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부실한 사전 관리로 인해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선관위의 투표소 관련 체크리스트에는 불법 카메라 점검에 관한 항목 자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날 긴급체포된 주범 한모 씨(49)가 2년 전 대선과 지난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당시에도 사전투표소에 불법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온라인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던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커지고 있다. ● “단독 범행” 진술… 공범 검거 경찰에 따르면 한 씨는 남동구 장수·서창동, 서창2동, 계산1·2·4동 등 인천 지역 사전투표소로 지정된 행정복지센터 9곳, 경남 양산시 덕계동, 양주동, 물금읍, 평산동, 삼성동 일대 6곳의 사전투표소와 개표소 예정 장소, 본투표소 등에 불법 카메라를 설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확인된 양산 지역 설치 장소 6곳에서 지정된 강당 등 출입문 앞에 있는 콘센트에 멀티탭과 카메라를 결합시키는 동일한 수법으로 카메라를 설치하고, 각도는 투표소 내부를 비추도록 했다”고 밝혔다. 어댑터로 위장된 카메라에 통신사 라벨이 붙어 있어 일반인들이 카메라라고 쉽게 단정하기 어려웠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한 씨와 같은 차량을 타고 이동한 공범 1명도 이날 경남 양산에서 임의동행했다. 경찰 조사 결과 한 씨는 70대 남성 1명과 차량으로 양산 일대 6곳 중 4곳을 함께 다니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도 행정안전부가 전국 지자체 긴급 점검을 통해 파악한 결과 서울과 부산, 경기, 울산 등 전국 26곳에서 불법 카메라가 설치된 것으로 나타나 배후 세력이 있는지 확인하는 데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한 씨는 체포 당일부터 이날까지 이어진 조사 내내 “단독 범행”이라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공범은 없고 본인 혼자 저지른 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날 26곳 중 인천과 양산 지역 15곳은 한 씨의 범행으로 잠정 결론짓고 나머지 11곳에 대한 범행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수법 및 카메라 기종을 봤을 때 동일범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 “민주주의 정통성 훼손한 범죄” 한 씨는 평소 개표기 조작과 대리 투표 등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해 온 극우 성향 유튜버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 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전투표율 조작 등 부정선거를 감시하기 위해 설치했다”고 진술했다. 특히 2022년 대선과 지난해 10월 치러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때도 한 사전투표소에 카메라를 설치해 촬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 씨는 당시 촬영한 영상을 토대로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경찰 관계자는 “영상을 확인해 혐의 입증이 가능한지 추가로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권자들은 사전투표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냈다. 인천 연수구에 사는 직장인 이민정 씨(27)는 “불법 카메라가 나왔는데 안심하고 비밀투표를 할 수 있겠느냐”며 “특정 통신사 기기를 위장한 수법이라니 투표 당일에 보이는 모든 기기나 비품을 미심쩍게 보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 범죄가 벌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승복할 수 없는 선거 결과가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끊임없이 근거 없는 의혹과 불신을 퍼뜨리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자 우리 사회의 정통성을 훼손하는 암적인 행위”라며 “확증편향에 빠진 일부 극단적 세력이 의혹을 확대 재생산하면서 결국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선거 제도 등 근본을 흔드는 시도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양산·울산=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제게 노숙인은 형제나 마찬가지입니다. 경찰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동고동락을 실천하는 것뿐이에요.” 서울 영등포경찰서 대림지구대 이성우 경감(56·사진)은 15일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인근 노숙인들과 형제처럼 지낸다. 비번인 날에는 노숙인을 만나 끼니와 생활 필수품을 챙겨주느라 월급의 3분의 1(약 100만 원)가량을 쓰고, 지낼 곳이 마땅치 않은 이들에겐 보증금이 없는 셋방을 알아봐 준다. 이렇게 지낸 지 올해로 9년째다. 이 경감은 1992년 경찰이 된 후 일선 지구대와 파출소에서 주로 근무하며 노숙인이 얽힌 사건·사고를 자주 접했다. 주로 절도 등 생계형 범죄였다. 그는 ‘노숙인도 당장 굶주림과 추위를 피할 수 있다면 범죄로부터 멀어질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던 차에 2016년경 서울 동작경찰서 노량진지구대로 배속됐고 관내 지하철역 등에 모여 사는 노숙인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노숙인을 도울 땐 늘 “받은 만큼 베풀고 자립해 달라”고 당부하는 게 이 경감의 습관이다. 이를 실천하는 노숙인도 생겨나고 있다. 노숙인이었던 김광훈(가명·47) 씨가 그중 한 명이다. 김 씨는 알코올의존증을 이겨내고 인근 주민센터에서 공공근로에 참여하며 생계를 스스로 책임지고 있을 뿐 아니라, 최근엔 나이 든 노숙인에게 밥값을 주기까지 한다. 그는 “경찰관님(이 경감)을 일주일에 2, 3차례 꾸준히 만나며 힘을 얻었다. 나도 생활이 더 좋아지면 주변을 도우며 살고 싶다”고 했다. 이 경감은 사회복지사의 도움을 얻어 지난 8년간 노숙인 25명에게 거처를 구해주기도 했다. 지난달 말에도 교도소에서 출소한 한 정신질환자 노숙인 남성(60)의 집을 구해줬다. 이 경감의 선행을 아는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 없는 다세대주택을 구해준 것. 몇 해 전까진 월세도 대신 내주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상시로 교류하는 노숙인이 15명으로 늘어 월세 지원은 어려워졌다. 그 대신 한때 노숙인이었던 이들이 새로운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집에 찾아가 밥을 차려주거나 중고 가전제품을 얻어주고 있다. 그는 2020년 60대 어머니가 지병으로 숨지자 발달장애 30대 아들이 노숙을 시작한 이른바 ‘방배동 모자’ 사건 당시 비번인데도 출동해 이들을 발견한 경찰관이기도 하다. 이후 이 경감은 소외 계층을 더 전문적으로 도울 방법을 찾다가 사회복지사와 장애인활동지원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아내와 딸이 있는 가장이기도 한 이 경감은 “(노숙인에게 주는 돈은) 내 형편에도 적은 돈은 아니지만 그만한 보람이 있다”며 “노숙인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선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참가인원 뻥튀기 집회’ 몸살 봄이 되면서 날씨가 풀리자 각종 단체가 주말과 평일을 가리지 않고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동아일보가 이달 서울 도심에서 3000명 이상 참석하겠다고 신고한 집회 4곳의 현장을 둘러본 결과 1만 명 규모로 신고한 집회에 불과 경찰 추산 70명(주최 측 추산 200명)만 참석하는 등 신고 인원에 미치지 못하는 ‘뻥튀기 집회’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는 존중하되, 참가자가 지나치게 부풀려진 집회 신고에 대해선 제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20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북문 앞 한강대로. 보수성향 단체 신자유연대가 참가자 1만 명 규모로 신고해 점거해놓은 편도 2개 차로에는 빈 의자들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나머지 편도 3개 차로에선 차량 정체로 속도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집회 참가 인원은 경찰 추산 70명(주최 측 추산 200명)이었지만, 실제 참가자는 이에 미치지 못했다. 신고 인원의 1%도 채우지 못한 집회 때문에 1시간가량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풍경이다. 야외 활동이 늘어나는 봄철을 맞아 각종 단체의 집회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문제는 집회 인원과 시간을 실제보다 크게 차이 나게 신고하는 집회 사례도 늘고 있다는 점이다.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운영되다 보니 제재할 방법도 없다. 전문가들은 지속적으로 고의성이 인정되는 뻥튀기 집회의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텅 빈 거리에 시민 불편만 가중돼 이날 신자유연대 집회는 같은 날 오후 3시경부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금속노조가 중구 숭례문에서 이곳으로 행진해오는 집회에 맞불을 놓기 위해 열렸다. 동아일보가 9∼20일 ‘3000명 이상 참가하겠다’고 신고한 주요 집회 4곳의 현장을 취재한 결과 모두 인원과 시간이 경찰 추산 인원, 실제 집회 시간을 넘어서는 범위에서 신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4곳 중 2곳은 경찰 추산은 물론이고 주최 측 추산 참석 인원마저 신고 인원보다 적었다. 민노총 금속노조 집회는 무대 설치 등을 이유로 본집회 시간보다 4시간 전인 오전 10시부터 열겠다고 신고하고 숭례문 인근 세종대로 편도 3개 차로를 사용했다. 평일 도심 한복판에서 열린 집회로 인해 인근 버스정류장 3곳은 상당 시간 이용할 수 없었다. 주부 김모 씨(56)는 “버스를 타야 하는데 어떡해야 할지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 진보성향 단체 모임인 전국민중행동은 9일 오후 3시경부터 1시간 반가량 집회를 열고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앞 세종대로 편도 전 차로를 점거했다. 집회 신고 인원은 5000명 규모였지만 경찰 추산 700명(주최 측 추산 2000명)이 참석했다. 오전 10시부터 집회를 신고해 오전 11시 반경 무대 설치가 끝난 뒤 본집회가 열리기 전까지 3시간 넘게 이곳 도로는 텅 빈 채 방치됐다. 대학생 이모 씨(24)는 “도로가 비어 있길래 의아했다”고 했다. 이날 오후 2시 반경 인근 차로를 지나는 차량의 통행 속도는 시속 7∼9km에 그쳤다. 16일 촛불행동 집회 역시 1만 명 신고에 경찰 추산 3000명(주최 측 추산 1만 명)이 참가했다.● 전문가들 “고의성 있으면 과태료 부과해야” 집회 단체들은 당일 참가 인원을 추산하기 어렵기 때문에 신고 인원이 많을 뿐 집회의 자유 내에서 허용된 권리라고 주장했다. 김상진 신자유연대 대표는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지 않느냐”며 “국내 집회는 신고제이며 허가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금속노조 관계자도 “조직 점검을 통해 예상한 만큼의 신고 인원을 내는데 사정상 못 오거나 더 오는 조직원도 있는 것”이라며 “무대 설치에 몇 시간이 걸릴지도 예측하지 못하기에 안정적 진행을 위해 시작 시간도 여유를 둔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내부적으로 집회 신고 단체의 과거 집회 전력 등을 토대로 실제 인원을 예측해 도로 통제 등을 집행하지만 현실적으로 신고 자체를 막을 방법은 없다. 헌법 21조는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못 박고 있다. 이에 집회 및 시위에관한법률(집시법)에 따라 국내 집회 신고는 미국 등과 달리 준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운영된다. 경찰 관계자는 “집시법에 따르면 통제 차로 등을 줄이는 제한은 반드시 서면으로 집회 주최자 등에게 송달해야 한다”며 “참가 인원이 적어도 집회나 시위가 벌어지는 현장에서 이를 처리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고의적인 허위 신고 집회에 대해선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희훈 선문대 법·경찰학과 교수는 “부득이하게 신고한 규모보다 실제 집회에 적게 참가하는 경우도 있으니 이를 무조건 제재하는 규정을 둘 순 없다”면서도 “참가 인원의 50% 이하, 70% 이하 등 관련 기준을 지속적으로 충족하지 못할 경우 ‘뻥튀기’ 집회 신고로 판단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시행령이나 규칙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20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북문 앞 한강대로. 보수성향 단체 신자유연대가 참가자 1만 명 규모로 신고해 점거해놓은 편도 2개 차로가 텅빈 채 방치돼 있었다. 나머지 편도 3개 차로에선 차량 정체로 속도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집회 참가 인원은 경찰 추산 70명(주최 측 추산 200명)이었지만 실제 참가자는 이에 미치지 못했다. 신고 인원의 1%도 채우지 못한 집회 때문에 1시간 가량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풍경이다. 야외 활동이 늘어나는 봄철을 맞아 각종 단체의 집회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문제는 집회 인원과 시간을 실제보다 크게 차이 나게 신고하는 집회 사례도 늘고 있다는 점이다.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운영되다보니 제재할 방법도 없다. 전문가들은 지속적으로 고의성이 인정되는 뻥튀기 집회의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텅빈 거리에 시민 불편만 가중돼이날 신자유연대 집회는 같은 날 오후 3시경부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금속노조가 중구 숭례문에서 행진해오는 것에 맞불을 놓기 위해 열렸다.동아일보가 9~20일 ‘3000명 이상 참가하겠다’고 신고한 주요 집회 4곳의 현장을 취재한 결과 모두 인원과 시간이 경찰 추산 인원, 실제 집회시간보다 많이 신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4곳 중 2곳(전국민중행동·신자유연대)은 경찰 추산은 물론 주최 측 추산마저 신고 인원보다 적었다. 민노총 금속노조 집회는 무대 설치 등을 이유로 본 집회 시간보다 4시간 전인 오전 10시부터 열겠다고 신고하고 숭례문 인근 세종대로 편도 3개 차로를 사용했다. 평일 도심 한복판에서 열린 집회로 인해 인근 버스정류장 3곳은 상당 시간 이용할 수 없었다. 주부 김모 씨(56)는 “경기 고양시 일산 방면으로 가는 버스를 타야 하는데 어떡해야 할지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앞서 전국민중행동은 9일 오후 3시경부터 1시간 반가량 집회를 열고 중구 프레스센터 앞 세종대로 편도 전차로를 점거했다. 집회 신고 인원은 5000명 규모였지만 경찰 추산 700명(주최 측 추산 2000명) 만 참석했다. 오전 10시부터 집회를 신고해 오전 11시 반경 무대 설치가 끝난 뒤 본 집회가 열리기 전까지 3시간 넘게 이곳 도로는 텅빈 채 방치됐다.대학생 이모 씨(24)는 “도로가 계속 비어 있길래 의아했다”고 했다. 이날 오후 2시 반경 인근 차로를 지나는 차량의 통행 속도는 시속 7~9km에 그쳤다. ● 전문가들 “고의성 있으면 과태료 부과해야”집회 단체들은 당일 참가 인원을 추산하기 어렵기 때문에 신고 인원이 많을 뿐 집회의 자유 내에서 허용된 권리라고 주장했다. 김상진 신자유연대 대표는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지 않느냐”며 “국내에서 개최하는 집회는 신고제이며 허가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금속노조 관계자도 “부풀려서 신고하진 않는다. 조직 점검을 통해 예상한 만큼의 신고 인원을 내는데 사정상 못 오거나 더 오는 조직원도 있는 것”이라며 “무대 설치에 몇 시간이 걸릴지도 예측 못하기에 안정적 진행을 위해 시간도 여유를 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내부적으로 집회 신고 단체의 과거 집회 전력 등을 토대로 실제 인원을 예측해 도로 통제 등을 집행하지만 현실적으로 ‘뻥튀기 신고’를 막을 방법은 없다. 헌법 21조는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못박고 있다. 이에 집회 및 시위에관한법률(집시법)에 따라 국내 집회 신고는 미국 등과 달리 준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운영된다.경찰 관계자는 “집시법에 따르면, 통제 차로 등을 줄이는 제한은 반드시 서면으로 집회 주최자 또는 연락책임자에게 송달해야 한다”며 “참가 인원이 적어도 집회나 시위가 벌어지는 현장에서 이를 처리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전문가들은 지나치게 고의적인 허위 신고 집회에 대해선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희훈 선문대 법·경찰학과 교수는 “부득이하게 애초 신고한 규모보다 실제 집회에 적게 참가하는 경우도 있으니 이를 무조건 제재하는 규정을 둘 순 없다”면서도 “참가 인원의 50% 이하, 70% 이하 등 관련 기준을 지속적으로 충족하지 못할 경우 ‘뻥튀기’ 집회 신고로 판단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시행령이나 규칙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동료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려 자가격리에 들어가자 업무가 급증했다며 우편물 1만6000여 통을 버린 30대 집배원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13단독 김재은 판사는 15일 우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모 씨(37)에 대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서울 강서구에서 우편물을 배달해온 이 씨는 2021년 1월∼2022년 9월 안내문과 고지서, 정기간행물 등 총 1만6003통의 우편물을 인근 건물 주차장과 담벼락 등에 버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이 씨는 코로나19로 동료들이 자가격리에 들어가자 업무량이 크게 늘었고, 이에 스트레스가 심해졌다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현행 우편법 48조 등에 따르면 우편 업무나 서신 송달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우편물이나 서신을 정당한 사유 없이 개봉하거나 훼손·은닉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범행이 드러난 후 이 씨는 우체국에서 파면됐다. 김 판사는 “장기간에 걸쳐 우편물을 정당한 사유 없이 방기해 우정공무원으로서 주요 업무를 포기했다”면서도 “자신의 범행을 자백한 점, 초범인 점, 이 사건으로 파면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

동료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려 자가격리에 들어가자 업무가 급증했다며 우편물 1만6000여 통을 버린 30대 집배원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13단독 김재은 판사는 15일 우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모 씨(37)에 대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서울 강서구에서 우편물을 배달해온 이 씨는 2021년 1월~2022년 9월 안내문과 고지서, 정기간행물 등 총 1만6003통의 우편물을 인근 건물 주차장과 담벼락 등에 버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이 씨는 코로나19로 동료들이 자가격리에 들어가자 업무량이 크게 늘었고, 이에 스트레스가 심해졌다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현행 우편법 48조 등에 따르면 우편 업무나 서신 송달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우편물이나 서신을 정당한 사유 없이 개봉하거나 훼손·은닉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범행이 드러난 후 이 씨는 우체국에서 파면됐다.김 판사는 “장기간에 걸쳐 우편물을 정당한 사유 없이 방기해 우정공무원으로서 주요 업무를 포기했다”며 “범행 기간과 방기한 우편물의 양 등에 비춰 보면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다만 “자신의 범행을 자백한 점, 초범인 점, 이 사건으로 파면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

서울 강동구의 한 여고에서 칼부림해 최소 10명을 찌르겠다는 글이 이틀 만에 또 온라인에 게재돼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번엔 교실에서 최소 10명을 대상으로 범행하겠다고 예고하는 등 수위도 전보다 높아졌다. 해당 학교는 방과 후 활동을 중단하고 학생들에게 등하교시간을 지정해 권고했다.20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19일 오후 10시 41분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내일 이 칼로 ○○여고에서 칼부림 한다’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의 작성자를 협박 혐의로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글에는 “안녕하세요 저는 ○○여고에 다니는 학생입니다. 내일(20일) 교실에 칼을 가지고 가서…”라는 내용이 담겼다. 작성자는 교실에 칼을 가지고 가서 최소 10명을 대상으로 범행하겠다고도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전 글과 동일범인지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17일에도 “내일 이 칼로 ○○여고에서 칼부림한다”는 제목의 글이 여러 건 올라왔다. “내일 ○○여고에서 권총테러 한다”는 글도 있었다. 해당 글들에 대해선 애초 서울 강동경찰서가 수사에 나섰다가 사건이 경기남부경찰청으로 넘어가 작성자를 추적하고 있는 상태다. 연이틀 협박 대상이 된 해당 여고는 19일 가정통신문을 내고 “수사가 종결될 때까지 경찰과 긴밀히 소통하겠다”며 “사안이 끝날 때까지 당분간 방과 후 활동을 중단하고 출입자 확인을 위해 후문을 잠정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학생들에겐 오전 7시 30분 이후 등교할 것과 일과 종료 후 30분 안에 하교할 것을 권고했다. 전체적인 등하교 시간을 정해 외따로 지내는 학생이 없도록 한 것. 안전상 외부인과의 구분을 위해 등교 시 교복, 생활복, 체육복 등 학교에서 정한 복장을 착용할 것도 권했다. 학교 측은 두 번째 협박 글이 올라온 다음 날인 20일 오전 개인 사정으로 결석하거나 지각한 학생에 대해서도 혹시 몰라 전부 불출석 사유를 파악한 상태다. 학교 관계자는 20일 동아일보에 “이틀 만에 또 글이 올라온 만큼 추가 조치를 더 취할지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현재 경찰은 학교 측과 협조해 교내외를 순찰하는 등 안전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학교 각 층과 복도 등마다 경찰이 배치돼 있다고 한다. 해당 여고를 겨냥한 모든 협박 글은 내용을 볼 수 없도록 삭제된 상태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국가대표 출신 전직 야구선수 오재원 씨(39·사진)가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19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오 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10일 오전 오 씨와 함께 있었던 여성으로부터 ‘오 씨가 마약을 투약했다’는 취지로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조사를 벌인 바 있다. 이때 경찰은 오 씨에게 간이 시약 검사를 했지만 음성으로 판명돼 일단 귀가시켰다. 당시 오 씨는 혐의를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경찰은 오 씨를 대상으로 마약 정밀검사를 벌이는 등 추가 확인 작업을 벌여왔다. 경찰은 그 과정에서 오 씨의 마약 투약 단서를 추가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19일 오후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오 씨의 신병을 확보했다. 동아일보는 이날 오 씨가 운영하는 야구 교습 아카데미를 찾아갔지만 오 씨 측의 입장은 듣지 못했다. 오 씨는 2007년 두산 베어스에 프로 선수로 입단해 2022년까지 활약했다. 국가대표로도 활동하며 2014년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낸 바 있다. 지난해에는 한 스포츠 전문 채널에서 야구 해설위원으로도 활동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현직 경찰관이 폭행 혐의로 대기발령된 상태에서 노래방 도우미(유흥 접객원)를 부른 의혹으로 추가 감찰 조사를 받게 됐다.19일 서울 광진경찰서는 전날 오후 11시 50분경 경기 파주시의 한 노래방에서 도우미와 동석한 의혹으로 소속 경찰관인 40대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날 ‘노래방에서 도우미를 제공한다’는 한 시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동석한 경위의 신원을 확인했다. 당시 술을 마시고 있던 경위는 출동한 경찰에 이름과 나이만 밝히고 직업은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경찰이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상대가 경찰관임을 확인했다. 음악산업법상 노래방에서 유흥접객을 한 업주와 도우미는 1년 이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손님에겐 이 법이 적용되지 않지만, 경찰은 해당 경위가 도우미를 부른 게 맞다면 품위유지 위반이라고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 경위는 경찰에 “(동석한 이는) 도우미가 아니라 지인이었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경위는 지난달 19일 서울 강남구의 한 은행에서 4·10 총선에 무소속 예비후보로 등록한 50대 지인과 금전 다툼을 벌이다 폭행한 혐의로 입건돼 대기발령된 상태였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

투자 사기 수익을 ‘가짜 상품권’ 발행 수법으로 세탁해 준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18일 서울 성동경찰서는 투자 사기 수익금 90억 원을 상품권 등으로 세탁해 준 혐의(특정경제범죄법 및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로 상품권 업자 6명과 현금운반책 2명 등 일당 8명을 검거하고 그중 6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을 모두 검찰에 송치한 상태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오피스텔과 아파트에 사무실을 두고 상품권 업체를 차렸다. 범죄 조직이 벌어들인 현금을 수표로 출금하고 상품권으로 바꾼 뒤 이를 다시 현금으로 발행해주는 ‘자금 세탁’을 위한 가짜 업체였다. 이들의 주요 고객은 해외에 거점을 둔 한 사기 조직이었다. 이 사기 조직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미국 하버드대 경영학석사(MBA) 출신의 투자전문가를 사칭하며 “주식 투자 시 최소 50% 이상의 수익률을 볼 수 있다” “코인 거래 사이트에 투자하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등 문구로 피해자 86명을 속여 총 90억 원가량을 뜯어냈다. 사기 조직은 가로챈 피해금을 세탁 일당의 우두머리인 총책에게 전달하며 세탁을 의뢰했고, 이 총책은 부하 직원들에게 다시 일을 맡긴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이 지난달 세탁 일당의 사무실을 덮쳐 총 22억 원에 달하는 5만 원권 다발과 람보르기니 등 고가의 외제차 4대, 명품시계 등을 압수했다. 경찰이 상품권 세탁 일당의 법인 계좌 4개를 추적해 보니, 이들이 그간 거래한 총액은 420억 원이었다. 경찰은 나머지 330억 원의 출처를 수사하는 한편 베트남으로 도피한 세탁 총책과 현금 수거책을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공조 등을 통해 추적할 방침이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

“원당역을 이용하실 분들은 다른 (교통) 수단을 이용해 주세요.” 15일 오전 경기 고양시 덕양구 지하철 3호선 대곡역 서울 방면 승강장. 한 역무원이 승강장 출입문을 뛰어다니며 “원당역엔 열차가 정차하지 않는다”며 이렇게 안내했다. 안내를 들은 승객들은 버스 등 다른 대중교통으로 갈아타기 위해 서둘러 역을 나섰다. 대학생 김모 씨(24)는 “오늘은 시험 보는 날”이라며 “학교를 가려면 3호선을 타는 방법밖에 없는데 지각을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3호선 단전 사고… 출근길 대란 코레일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30분경 3호선 경기 고양 원당역∼원흥역 구간에서 전기 공급이 끊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3호선 일부 구간의 열차 운행이 중단되면서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5시간 40분이 지난 오전 10시 10분경 전기 공급이 복구되면서 운행이 재개됐지만, 열차를 기다리다 포기한 시민들은 버스정류장 등으로 몰려들어 다른 대중교통도 혼잡을 빚었다. 고양시는 오전 6시 52분경 3호선 운행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내용의 ‘안전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단전은 오전 4시 30분경 발생했지만, 2시간이 훌쩍 지나 문자를 보낸 것. 이 때문에 이미 출근길에 오른 많은 시민들이 상황을 모른 채 역사에 왔다가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대화역에서 서울 강남역으로 출근하는 직장인 최모 씨(30)는 “오전 회의 준비를 위해 새벽부터 나왔는데, 운행 지연으로 지각했다”며 “버스에 직장인들이 몰려 있어 2대는 놓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운행 재개 이후에도 코레일이 원인 조사를 위해 하루 종일 원당역을 무정차 통과시키고, 일부 구간은 지연 운행하면서 불편이 이어졌다. 코레일은 외부 전문가 등 19명으로 구성된 합동 조사반을 꾸리기로 했다. 전력 공급 장애 문제 외에 전반적인 열차 운행 간 문제는 없는지 점검하기 위해서다.● 지하철 지연 40% 급증… “노후 시설 집중 관리해야” 최근 각종 고장으로 인한 지하철 운행 중단·지연이 증가하면서 출근길 대란이 반복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교통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지하철 1∼8호선에서 5분 이상 지연이 발생해 홈페이지 등에 안내한 건수(1961건)는 2021년(1396건)보다 40.5% 급증했다. 같은 기간 서울·경기·인천을 연결하는 광역철도 지연 안내 역시 1만6280건에서 2만653건으로 26.9% 늘었다. 단전으로 운행이 중단, 지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올 1월 3일에는 1호선 구로역에서 차량 고장으로 인해 단전이 일어나며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지난달 16일에도 경원선 동두천∼연천 구간의 전력 공급이 끊기면서 열차 운행이 중단된 바 있다. 해당 구간은 수도권 1호선 연장선으로 지난해 12월 16일 개통된 구간인데, 개통 두 달 만에 단전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노후화된 장비를 집중 점검하는 등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영석 동양대 철도전기융합학과 교수는 “자체 동력이 없는 지하철은 선로를 달리며 지붕 위에 달린 전차선을 통해 전기를 받는데, 오랜 기간 달리면 스파크가 발생해 접촉 장애가 생긴다”며 “유지 보수 기간과 인력을 늘려 노후화된 지하철을 집중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고양=최원영 기자 o0@donga.com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왜 현장을 떠났냐고요? 환자 살리는 긍지 하나로 버텨왔는데, 그게 짓밟혔기 때문입니다.” 30대 의사 한지성(가명) 씨의 목소리는 착잡했다. 그는 빅5 병원 중 한 곳에서 심장혈관흉부외과 전임의(펠로)로 일하다가 지난달 29일 병원을 떠났다. 그는 “의대 정원 증원에 찬성도, 반대도 않는다”면서도 “정부가 의사를 ‘제 밥그릇만 아는 악마’로 만들어 버린 게 허탈해서 버틸 수가 없었다”고 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8∼12일 한 씨를 포함한 30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의사 5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지난달 19일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촉발된 ‘의료 공백’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와 의료계가 서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으며 환자가 피해를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응급의학과와 비뇨의학과 등 필수의료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 5명은 모두 “정부의 정책 추진 방식을 보면서 환자를 위한 노력이 부정당한 것 같았다”고 밝혔다. 심장혈관흉부외과 펠로였던 지태민(가명) 씨는 “격무를 버텼는데 돌아온 건 ‘잠재적 범죄자’ 취급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건 ‘밥그릇 지키기’”라는 시각에 대해서도 “본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에서 중증 환자를 주로 진료하는 오민준(가명) 씨는 “(집단행동이) 밥그릇(수입)과 무관하지 않은 건 사실이다. 다만 정부의 필수의료 대책이 구체적이지 않고 재원 계획도 없어서 믿을 수 없는 게 진짜 이유”라고 했다. 서울의 한 비뇨의학과의원에서 일하는 30대 안도윤(가명) 씨는 “의사가 늘면 (의사 개개인의) 수입은 당연히 작아질 수 있겠지만 그게 최우선은 아니다”라며 “낮은 수가와 지원 미비 등 필수의료 현장에 누적된 불만에 의대 증원이 기름을 끼얹었다”고 말했다. “의협은 우리 대표 못해, 젊은 의사 협상 참여시켜 출구 찾아야” [의료공백 혼란]MZ의사 5명 심층 인터뷰“편의점-택시서 싸늘한 시선 느껴… 정부도 의사도 국민도 모두 진 것이번 사태로 의료체계 환부 드러나… 상설협의체 객관적 지표로 토의를” “바이털 진료과(환자 생명과 직결된 진료과) 의사 입장에선 ‘우리 좀 살려 달라’고 정부에 계속 개선을 요구했는데, 그동안 안 들어주더니 이제는 (의사) 면허를 갖고 협박하면서 벼랑으로 모는 겁니다. 이런 정부에선 의사 못 하겠다는 거예요.” 비수도권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일하는 손정훈(가명) 씨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서울에서 전공의를 마쳤지만 ‘지방 환자가 치료받지 못하는 현실을 두 눈으로 보고 싶다’며 이곳 근무를 자청했다. 하지만 최근 사태를 보며 “이젠 환자가 오면 ‘밥그릇만 챙기는 의사’로 볼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와 환자의 신뢰가 깨진 후유증이 한참 갈 것 같다. 정부도 의사도 국민도 졌다”고 했다. 한 씨도 “편의점이나 택시에서도 (의사인 나에 대한) 싸늘한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필수의료 대책이 ‘가짜 당근’ 아니라는 확신 줘야” 동아일보 심층 인터뷰에 어렵게 응한 ‘필수의료’ 분야 MZ세대 의사 5명은 ‘의대 증원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필수의료 체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필수의료 보상 강화 △의료소송 부담 완화 △지역의료 지원 등을 담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했다. 하지만 의사들은 정부의 실행 의지에 의문을 표했다. 오 씨는 “(정책에 따른) 재정 부담을 어떻게 감당할지 구체적 내용이 없다”며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에 돈을 쓰겠다는데 이미 (정부가) 전공의를 ‘악마화’한 상황에서 어떻게 믿냐”고 반문했다. 지 씨도 “예산이 말만 한다고 뚝딱 나오냐. 실효성 없는 ‘뜬구름 잡기’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가 기존 발표와 비슷한 정책을 ‘재탕’하면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안 씨는 “복지부가 한다는 정책은 전부 그간 실패했거나 (오히려) 폐기한 것들”이라며 “(정책 패키지가) ‘가짜 당근’으로 보인다”고 했다. 의사들은 최근 정부가 실시한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의 업무범위 확대 시범사업 등도 우려했다. 의사의 독점 권한을 침범해서가 아니라, (사직한) 의사를 압박하기 위한 설익은 대책이기 때문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안 씨는 “정부는 ‘간단한 (피부) 봉합은 간호사도 할 수 있다’는데, 간단한 봉합이란 건 없다”며 “환자 피해가 없을지 의문이다”라고 했다. 한 씨는 “만약 의료사고가 생기면 그 책임을 병원장이 져야 하는 구조도 불합리하다”고 밝혔다. 손 씨는 “사실상 의사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대화하자’며 칼 휘둘러, 출구 찾아야” 인터뷰에 응한 의사들은 현 사태의 책임을 정부에 돌리면서도 파국을 막기 위해 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 의견을 같이했다. 오 씨는 “(의대 증원 이슈로) 위기가 와서 (의료 체계의) 환부가 드러났으면 그걸 어떻게 바꿀지 정부와 의료계가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전공의도 상처받은 마음 때문에 정부가 들어줄 수 있는 것 이상의 요구를 하고 있다”고 했다. 한 씨는 “이 상황은 의사에게도 절대 달갑지 않다. 모두가 수긍할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사 단체의 주장에 모든 의사가 동의하는 건 아니라며, 출구 모색을 위해선 정부가 젊은 의사에게 언로(言路)부터 열어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오 씨는 “의협이 정부를 상대하는 방식이 ‘올드’해서 공감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 젊은 의사들은) 집단행동으로 비칠까 봐 사석에서 2, 3명 만나는 것도 꺼린다. 정부는 ‘언제든 대화하겠다’고 하면서도 고압적, 일방적으로 (수사의) 칼을 쥔 듯 행동하는데, 이게 젊은 의사의 입을 틀어막고 있다”고 했다. 한 씨는 “(젊은 의사를 포함해) 각계가 모인 상설협의체를 구성하고 객관적 지표를 놓고 상세사항을 결정한다면 당연히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의협 전현직 간부를 경찰이 수사하는 것도 ‘겁박용’이라는 취지로 비판했다. 손 씨는 “젊은 의사들이 간부들 말을 들은 적도 없는데 저게(조사하는 게) 뭐 하는 건가 싶다. 생뚱맞다”고 했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경찰이 의료 공백 사태의 책임을 물어 1일 대한의사협회(의협) 전현직 간부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번 사태 이후 첫 강제 수사다. 보건복지부는 사직서를 낸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13명의 의사면허 번호를 홈페이지에 공개하며 의료 현장 복귀를 명령했다.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2월 29일까지 복귀하라’고 밝혔지만 대다수가 응하지 않자 의사 단체를 전방위로 압박하는 모양새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1일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과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의 자택 등을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했다. 영장에는 지난달 17일 비대위 회의록과 투쟁 로드맵, 단체행동 관련 지침 등을 압수 대상으로 적시했다. 복지부는 지난달 27일 김택우 의협 비상대책위원장 등 5명을 의료법 위반과 업무방해 교사·방조 등 혐의로 경찰청에 고발했다. 경찰은 전공의 집단사직을 지지하고 법률적으로 지원하는 등 집단행동을 교사하거나 방조해 수련 병원 업무를 방해했다고 보고 6일 출석을 요구한 상태다. 복지부도 1일 홈페이지를 통해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회장 등 병원 이탈 전공의 13명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공시 송달했다. 공문을 보낼 대상이 연락이 안 닿을 때 홈페이지 게시 등으로 대신하는 것이다. 정부는 명령에 불응한 전공의의 면허를 최소 3개월 정지시키고 사법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사태 초기 업무개시 명령 대상 중 등기우편이 반송되거나 전화번호가 바뀐 이들”이라고 설명했다. 의협은 이날 압수수색과 공시 송달에 대해 “자발적 의사로 이뤄진 사직서 제출을 교사했다고 누명을 씌우고, 사직 및 계약 종료 등으로 돌아갈 병원도 없는 전공의들에게 노동을 강제한다”며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또 “국민께 불편을 끼칠 수도 있다”며 추가 집단행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주 위원장은 “공권력이 전공의 후배에게 압박을 가한다면 한발 더 나아가 개원의들도 휴일이 아닌 평일에 휴진하고 집회를 열 수 있다”고 말했다.정부, 전공의 13명 면허번호 공개… ‘최소 3개월 정지’ 처분 착수 [의료공백 혼란]전공의에 업무개시명령 공시 송달“미복귀 확인뒤 고발 오래 안걸릴것”… 대상자들 “인턴 끝나 복귀할 곳 없어”경찰, 의협 ‘투쟁 로드맵’ 등 압수수색… 병원장들 “환자 우선” 연일 복귀 촉구 정부는 복귀 시한으로 정한 지난달 29일이 지나자마자 강제 수사에 돌입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또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13명의 면허번호까지 공개하며 면허 정지 및 고발 수순에 착수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동네 병원도 진료를 중단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공시 송달로 면허정지·고발 시동 1일 0시 보건복지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류옥하다 전 가톨릭중앙의료원(CMC) 인턴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등 전공의 13명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서를 공시 송달했다. 이름 중 일부 글자는 가렸지만 소속 병원과 6자리 의사면허번호는 공개했다. 공시 송달은 보통 공고로부터 14일 뒤를 효력 발생 시점으로 설정하지만 이번에는 ‘공고 당일부터 효력을 발휘한다’고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행정절차법에 따라 효력 발생 시점을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명령서 송달이 급박하게 이뤄지느라 일부 전공의의 소속 병원과 면허번호가 잘못 기재됐다가 수정되기도 했다. 정부는 전공의 단체 지도부를 시작으로 예고했던 최소 3개월 면허정지와 형사 고발을 이어갈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공시 송달을 이어가면서 4일부터 현장 조사를 거쳐 미복귀가 최종 확인된 전공의에게 면허정지 및 고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또 “2020년의 경우 미복귀 확인 후 고발까지 이틀 걸렸다. 이번에도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도 이달부터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공시 송달 대상이 된 전공의들은 반발했다. 류 전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인턴 과정이 이미 끝나 복귀할 병원이 없는데 업무를 어떻게 개시하라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개원의 진료 중단 가능성”같은 날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김택우 위원장과 주수호 언론홍보위원장, 박명하 조직강화위원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노환규 전 의협 회장 등에 대한 동시다발적 압수수색도 진행됐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정부가 의대 증원을 발표한 지난달 6일 전후 작성된 회의록과 투쟁 로드맵 등이 포함됐다. 경찰은 압수수색영장에서 이들의 혐의에 대해 “정부 정책 폐기를 목적으로 전공의 9006명과 공모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한 후 진료를 불가능하게 해 병원들의 정상적 업무 수행을 방해했다”고 적시했다. 또 “전공의들의 업무개시명령 위반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배포·전파했다”고도 했다.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우리가) 그런 적도 없고 만약 그렇게 하더라도 (전공의들이) 따를 것도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또 “하루이틀 개원의가 집단 휴직하는 건 비대위에서 정할 수 있다”며 전공의에 이어 동네 병원도 진료를 중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세계의사협회(WMA)도 이날 “(전공의·의대생에 대한) 강압적 조치를 중단하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병원장들 “지금이라도 복귀해야” 빅5 병원(서울아산 서울대 삼성서울 세브란스 서울성모병원) 병원장들은 연이어 전공의들에게 복귀를 호소했다. 박승일 서울아산병원장은 1일 문자메시지와 이메일을 보내 “여러분을 의지하고 계신 환자분들을 고민의 최우선에 두시길 간곡하게 부탁드린다”며 복귀를 촉구했다. 이화성 가톨릭대의료원장도 산하 8개 수련병원 전공의들에게 복귀를 요청했다.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병원장은 지난달 28, 29일 문자메시지나 이메일로 유사한 메시지를 전했다. 조규홍 장관도 이날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에서 “지금이라도 속히 환자 곁으로 돌아와 달라”고 당부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복귀 시한이 지나긴 했지만 연휴 동안 복귀할 경우 행정 조치 여부를 추가로 판단할 것”이라며 선처 가능성을 시사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정부는 복귀시한으로 정한 지난달 29일이 지나자마자 강제수사에 돌입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또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13명의 면허번호까지 공개하며 면허정지 및 고발 수순에 착수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동네병원도 진료를 중단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 공시송달로 면허정지·고발 시동1일 0시 보건복지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류옥하다 전 가톨릭중앙의료원(CMC) 인턴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등 전공의 13명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서를 공시 송달했다. 이름 중 일부 글자는 가렸지만 소속 병원과 6자리 의사면허번호는 공개했다.공시송달은 보통 공고로부터 14일 뒤를 효력 발생 시점으로 설정하지만 이번에는 ‘공고 당일부터 효력을 발휘한다’고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행정절차법에 따라 효력 발생 시점을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명령서 송달이 급박하게 이뤄지느라 일부 전공의의 소속 병원과 면허 번호가 잘못 기재됐다가 수정되기도 했다.정부는 전공의 단체 지도부를 시작으로 예고했던 최소 3개월 면허정지와 형사고발을 이어갈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공시송달을 이어가면서 4일부터 현장조사를 거쳐 미복귀가 최종 확인된 전공의에게 면허정지 및 고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또 “2020년의 경우 미복귀 확인 후 고발까지 이틀 걸렸다. 이번에도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도 이달부터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할 방침이다.공시송달 대상이 된 전공의들은 반발했다. 류 전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인턴 과정이 이미 끝나 복귀할 병원이 없는데 업무를 어떻게 개시하라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개원의 진료중단 가능성” 같은 날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김택우 위원장과 주수호 언론홍보위원장, 박명하 조직강화위원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노환규 전 의협 회장 등에 대한 동시다발적 압수수색도 진행됐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정부가 의대 증원을 발표한 지난달 6일 전후 작성된 회의록과 투쟁 로드맵 등이 포함됐다.경찰은 압수수색영장에서 이들의 혐의에 대해 “정부 정책 폐기를 목적으로 전공의 9006명과 공모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한 후 진료를 불가능하게 해 병원들의 정상적 업무수행을 방해했다”고 적시했다. 또 “전공의들의 업무개시명령 위반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배포·전파했다”고도 했다.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우리가) 그런 적도 없고 만약 그렇게 하더라도 (전공의들이) 따를 것도 아니다”고 항변했다. 또 “전공의 후배들에게 공권력이 압박을 가한다면 개원의들도 휴일이 아닌 평일에 휴진하고 집회를 열 수 있다”며 “하루이틀 상황을 보면서 결정하겠다”고 했다. 전공의에 이어 동네병원도 진료를 중단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세계의사협회(WMA)도 이날 “(전공의와 의대생에 대한) 강압적 조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정부-병원장들 “지금이라도 복귀해야”빅5 병원(서울아산 서울대 삼성서울 세브란스 서울성모병원) 병원장들은 연이어 전공의들에게 복귀를 호소했다. 박승일 서울아산병원장은 1일 문자메시지와 이메일을 보내 “여러분을 의지하고 계신 환자분들을 고민의 최우선에 두시길 간곡하게 부탁드린다”며 복귀를 촉구했다. 이화성 가톨릭대의료원장도 산하 8개 수련병원 전공의들에게 복귀를 요청했다.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병원장은 지난달 28, 29일 문자메시지나 이메일로 유사한 메시지를 전했다.조규홍 장관도 이날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에서 “지금이라도 속히 환자 곁으로 돌아와 달라”고 당부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복귀시한이 지나긴 했지만 연휴 동안 복귀할 경우 행정조치 여부를 추가로 판단할 것”이라며 선처 가능성을 시사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내가 의사인데 환자를 봐야죠.” 28일 오후 김정은 서울대 의대 학장(54·사진)은 예정된 진료와 무료강좌를 마치고 병원을 나서며 덤덤하게 말했다. 그는 하루 전 서울대 의대 제78회 전기 학위수여식(졸업식)에서 “의사가 숭고한 직업으로 인정받으려면 사회적 책무를 위해 희생해야 한다”라는 축사를 했다. 그의 축사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의 집단 사직과 전국 의대생의 동맹 휴학과 맞물려 화제가 됐다. 동아일보가 이날 김 학장을 찾아간 이유다. 김 학장은 축사 이후 동료 의사들로부터 비판과 걱정의 말을 많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저를 걱정하거나 ‘그런 얘기는 시의적절하지 않다’고 얘기한 분들이 있었다”라며 “하지만 (축사는) 작심 발언이 아니라 내 평소 소신이었고 누구를 편든 것도 아니었다”라고 했다. 이어 “(주변에서) 걱정하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의료 공백 장기화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마취과 의사가 없어서 화요일에 해야 할 수술을 진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 학장은 27일 서울대 의대 졸업식 축사에서 “지금 의료계는 따가운 질책을 받고 있다”며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붕괴에 따른 의대 정원 증원 등 사회적 화두에 대해 국민은 우리 대학에 한층 더 높은 사회적 책무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은 자신이 열심히 노력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지만 사회에 숨어 있는 많은 혜택을 받고 이 자리에 서 있다”라며 “국민 눈높이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애초 배부된 졸업식 안내 자료엔 이 같은 발언은 담겨 있지 않았다. 축사 후 김 학장의 퇴진 요구가 나온다는 소문까지 돌았다고 한다. 김 학장은 “그런 요구는 받은 적이 없고, (동료) 교수님들의 여론이 ‘사퇴’라는 것도 들어 본 적 없다”고 일축했다. 이날 인터뷰는 김 학장이 환자, 보호자 대상 무료강좌를 마치고 돌아가던 중에 이뤄졌다. 오전엔 평소처럼 신경외과 교수로서 뇌혈관 환자를 진료했고, 오후엔 동료 교수들과 함께 서울대 어린이병원 ‘모야모야병 환우와 함께하는 무료 공개강좌’에 참여했다. 70여 명의 환자와 보호자가 몰린 강좌는 김 학장 등이 환자의 상담과 질문에 모두 응하느라 예정된 1시간 반보다 20분 늦게 끝났다. 김 학장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해 서울대병원에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와 전임의(펠로)를 마쳤다. 2002년 뇌혈관 의사로서 본격적으로 근무한 첫 병원은 고향인 제주의 제주대병원이었다. 주변의 만류에도 “제주에 뇌 수술을 할 의사가 부족하다”며 내려간 이야기가 의료계에 유명하다. 이후 서울대병원으로 돌아와 일하다가 2021년 12월 학장으로 임명됐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