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

김지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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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경찰팀, 산업부 재계팀 거쳐 정치부 국회팀 출입하고 있습니다.

jhk85@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선거71%
정당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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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3%
정치일반3%
  • 김남국發 가짜뉴스는 누가 책임지나 [김지현의 정치언락]

    5월 7일 오전 -기자 A “(위믹스) 코인을 판 시점이 언제냐”=김남국 “판 게 아니고 ‘인출 ’한 거다.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거래소 간 이체한 거다.”(중략) -기자 A “그럼 인출한 시점이 (2022년) 3월이냐?”=김남국 “2월 얘기하던데. 인출이 아니고 거래소 이체다. 다른 투자를, 다른 가상화폐 투자를 하려고 했다. ‘스와프’라고 해서 여러 개 코인으로 바꾸는 것이다. 거래소 간 이체다. -기자 A “(바꾼 코인은) 계속 갖고 있는 건가.”=김남국 “지금 남아있는 (코인) 금액은 거의 없다” 5월 7일 오후 통화-기자 B “(당신이 말하는) 인출이 무슨 의미냐”=김남국 “인출이란 게 현금화가 아니다. 자꾸 국민의힘에서 인출, 현금화해서 대선자금으로 썼다는데 그게 아니다.”-기자 B “코인을 일부 현금화했다는 (KBS 6일) 보도도 있다. 아예 현금화한 적이 없는 것이 맞는 것인가.”=김남국 “현금화한 건 있는데 정말 일부만 했다.”-기자 B “그럼 원금 정도를 현금화했다는 건가.”=김남국 “아니, 원금도 아니다. 현금 인출은 440만 원뿐이다.”-기자 B “그렇게 되면 (공직자 재산 신고에서) 2021년과 2022년 사이 늘어난 예금이 9억 원 늘어난 게 설명이 안 된다. 국민의힘도 그 해명을 요구하고 있는 것 아닌가.”=김남국 “국민의힘이 산수도 못 하는 거다. 재산 신고는 12월 31일 기준이다. 현금이 왔다 갔다 하니까. 유동성이 있으니까 왔다 갔다 하는 거다.” -기자 B “그럼 그 말은 위믹스 코인을 산 게 2022년 초라는 의미인가.”=김남국 “아니, 언제 샀는지는 정확히 봐야 한다.” 5월 7일 밤 통화 (김 의원이 ‘ATM 출금 내역을 확인한 결과 대통령 선거일 전후인 2022년 1월~3월 말까지 3개월 동안 인출한 현금은 총 440만 원이었다’는 입장문을 낸 직후)-기자 B “지금 입장문을 보니, 이제까지 말한 ‘인출 440만 원’이란 게 ATM 기기에서 인출한 현금이 440만 원이라는 뜻이냐.”=김남국 “자꾸 저쪽(국민의힘)에서 (코인 수익을 현금화해서) ‘대선 자금으로 썼다’라고 하니까 그 기간(2022년 1~3월 사이)에 현금을 뽑은 내역을 다 공개한 거다.”-기자 B “그럼 ATM 출금은 440만 원뿐인 거고, 위믹스 수익을 현금화한 건 없다는 얘기냐. MBC도 몇백만 원만 현금화했다고 기사를 썼다.”=김남국 “몇백은 했다.”-기자 B “ATM 기기 이체 내역 말고, 위믹스 거래 내역을 공개하면 되지 않나.”=김남국 “그 방법도 고민해봤는데 그걸 공개하면 지갑 주소가 특정돼버리니까 범죄의 소지가 있다.”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의 ‘60억 코인’ 의혹이 터진 직후인 5월 7일 하루 동안 동아일보 기자들이 김 의원과 직접 통화한 주요 내용입니다. 기자들도 이번 사안을 취재하면서 김 의원의 밤낮으로 바뀌는 답변에 정말 혼란스러웠습니다.다소 복잡해 보이지만, 기자 A와 B가 묻는 내용은 결국 간단합니다. ‘위믹스 코인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현금화했느냐’입니다. 김 의원이 2021년 신고한 재산은 주식 9억4000만 원, 예금 1억5000만 원 등 총 11억8000만 원이었고, 2022년엔 주식 0원, 예금 11억2000만 원 등 총 12억7000만 원이었거든요. 김 의원은 1년 만에 예금이 9억 원 넘게 늘어난 사유로 ‘보유 주식 매도 금액 및 급여 등’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주식을 판 돈으로 코인을 산 것”이라는 그의 해명대로라면 1년 새 갑자기 늘어난 예금 9억 원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죠. 위믹스 코인을 현금화했는지를 거듭 본인에게 확인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오전 통화에선 ‘(가상화폐를) 판 게 아니라 인출했다’, ‘인출이 아니고 거래소 간 이체한 거다’라고 앞뒤가 맞지 않는 이상한 말을 합니다. 이어 추가로 어렵게 이뤄진 같은 날 오후 통화에서 ‘대체 당신이 말하는 인출의 개념이 뭐냐’는 취지의 질문에 그는 “인출이 현금화가 아니다”라고 하죠. 말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그가 말하는 ‘인출’이 코인 업계에서 혹시 따로 쓰는 용어인지까지 확인했습니다. 그날 안으로 입증 자료도 함께 밝히겠다던 그는 그날 밤 ‘현금으로 인출한 금액은 440만 원만뿐’이라며 2022년 1~3월 사이 국민은행 ATM 기기에서 인출한 440만 원의 내역을 공개했습니다. 대선 전후로 큰돈을 인출한 적이 없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통화 문맥상 충분히 느껴지시겠지만, 기자들이 여러 차례 해명을 요구한 부분, 그리고 사람들이 당연히 궁금해할 법한 내용은 김 의원이 ATM기기에서 인출한 현금 내역이 아니라, 위믹스 코인 수익의 현금화 여부였습니다. 변호사 출신 ‘투자의 귀재’ 김 의원이 이 말을 못 알아들어서 ATM 출금 내역을 증빙 자료로 공개하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당당하던 김 의원은 불과 3일 뒤 당 지도부에게 소명하는 과정에선 “코인 수익 중 9억8000만 원 원금을 회수해 통장에 넣었다”라고 말을 바꿨습니다. 갖고 있던 주식 9억 원어치를 팔아 코인을 산 뒤, 원금만큼 현금화하고도 현재 남은 코인 금액이 9억1000만 원 어치라고 밝힌 겁니다. 현금화한 건 고작해야 몇백만 원 수준이라던 것도, 지금은 남은 코인 액수가 거의 없다는 것도 모두 거짓 해명이었던 셈입니다. (그는 이날 동아일보뿐 아니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도 “위믹스 코인을 다른 거래소 전자지갑으로 이체했다” “위믹스 코인을 현금화하지 않았다”라고 말했습니다.)기자들은 흔히 ‘물 먹는다’라고 표현하는 ‘낙종’(특종의 반대말)보다도, 오보를 쓰는 걸 더 두려워합니다. 자기 이름을 달고 쓴 기사가 잘못됐다는 게 뒤늦게 알려질 경우 정상적인 언론인이라면 누구나 괴롭고 수치스럽죠. 그래서 주요 언론사는 입사 직후부터 같은 내용도 여러 차례 반복해서 체크하고, 여러 경로로 확인하도록 하는 ‘크로스체킹’ 과정을 거치도록 교육합니다. 책임감을 갖고 최대한 오류를 줄이자는 취지입니다.이번 코인 의혹이 터졌을 때도 동아일보뿐 아니라 주요 언론들이 김 의원에게 직접 해명을 듣고 기사에 반영하기 위해 온종일 통화를 시도하고, 의원실 앞으로 찾아가 그가 나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그의 반복된 주장을 기사에 반영했던 것도, 적어도 그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라는 점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김 의원은 꼬박 1주일간 교묘한 ‘말 바꾸기’와 한동훈 검찰총장과 김건희 여사를 끌어들이는 ‘물타기’ 식 해명만 이어가다 자신의 가상화폐 지갑으로 추정되는 주소가 공개되고 ‘코인 게이트’로까지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결국 14일 오전 자진 탈당을 선언했습니다. 그는 탈당 사실을 밝히는 입장문에서조차 “지난 일주일 허위 사실에 기반한 언론보도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법적 책임을 철저히 묻고, 단호히 맞서겠습니다”라고 썼더군요. 그동안 김 의원은 유독 ‘가짜뉴스 엄벌’을 주장해왔습니다. 민주당의 국회 법제사법위원이자, 미디어 혁신특위 위원이었던 그는 2021년 8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법사위에서 강행 처리시키는 과정도 주도하기도 했죠. 당시 그는 “언론이 제대로 확인하거나 취재하지 않고 가짜뉴스를 양산해서 굉장히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히는 경우가 많다”(2021년 8월 25일 KBS라디오) “언론중재법은 언론에 의한 가짜뉴스에 의한 피해자를 구제하는 확실한 법안이 돼야 한다”(2021년 8월 25일 CBS라디오)는 등 가짜뉴스에 의한 피해 구제 필요성을 수차례 강조했습니다.그런데 김 의원님, 그러면 본인 입으로 쏟아낸 가짜뉴스에 대한 책임은 어떻게 지실 겁니까. 적어도 국회의원이 여러 차례 반복해서 내놓은 해명 정도는 기자들도 그대로 믿고 쓸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남에겐 엄격하면서 본인에겐 관대하고, 이러니까 민주당이 그토록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비판받는 겁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 2023-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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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야(巨野)의 ‘고무줄 의석수’[김지현의 정치언락]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석수는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해 왔습니다. 민주당은 2020년 4월 총선에서 지역구만 163석에, 꼼수로 만든 비례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의 비례 의석까지 합쳐 총 180석을 얻었죠.다만 한 달만인 5월 국회 개원을 앞두고 이 숫자는 177석으로 줄어듭니다. 더불어시민당으로 출마해 당선된 용혜인(기본소득당), 조정훈(시대전환) 의원이 각자 원래 소속 당으로 복귀했고, 역시 시민당으로 국회의원 배지를 단 양정숙 의원이 부동산 차명 소유 의혹으로 개원도 전에 제명됐거든요. 그해 9월엔 역시 시민당 출신인 김홍걸 의원도 부동산 재산 신고 누락으로 제명됐습니다. 아무리 선거를 앞두고 급조한 비례연합정당이라지만 대체 검증을 어떻게 한 거냐는 ‘부실 공천’ 비판이 쏟아졌죠. 연일 줄어드는 의석수에 “무슨 인디언 인형들도 아니고 하루 지나면 사라지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왔습니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명작 추리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서 자고 나면 사라지는 인디언 인형들에 빗댄 거죠.그 뒤로도 1년여간 민주당의 의석수는 꾸준히 줄어듭니다. 2021년 6월엔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 여파 속 무려 12명이 당으로부터 ‘자진 탈당’을 권유받았습니다. 이때도 시민당 출신 비례대표들이 빠질 수 없죠. 당시 양이원영 의원과 윤미향 의원이 ‘출당’ 됐습니다. 참고로 탈당은 말 그대로 당을 스스로 나가는 것이고, 출당은 자의가 아닌 당의 결정에 따라 ‘제명’ 당하는 일종의 징계 처분입니다. 다만 비례대표는 탈당 시 자동으로 의원직을 상실하기 때문에, 출당 조치가 오히려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게 배려해주는 셈이죠. 출당됐더라도 제명 사유가 소명되면 복당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양이 의원도 무혐의 처분을 받고 그해 10월 복당했습니다.비례뿐 아니라 지역구 의원들의 비위가 잇따르면서 ‘자진 탈당’ 형식을 띤 사실상의 출당 및 제명도 줄이었습니다.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의원(전북 전주을)은 2020년 9월 대량 해고 및 임금체불 논란이 거세지자 결국 자진 탈당했습니다. 지난달 수백억 원대 배임 및 횡령 혐의로 징역 6년 실형을 확정받았더군요.2021년 7월엔 양향자 의원(광주 서을)이 보좌진의 성범죄 사건 관련 2차 가해 의혹으로 제명 결정을 받고 자진 탈당했습니다. 두 달 뒤엔 이규민 전 의원(경기 안성)과 정정순 전 의원(충북 청주 상당)이 각각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당선 무효형을 받았습니다. 이어 대선 경선 후보로 뛰던 이낙연 전 대표도 ‘의원직 사퇴’ 카드를 승부수로 던지면서 민주당은 168석으로 쪼그라듭니다. 총선 1년 반 만에 12석이 사라진 겁니다.2022년 1월 열린민주당과 합당한 민주당은 강민정 김의겸 최강욱 의원의 합류로 다시 172석으로 올라서지만, 그해 4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과정에서 민형배 의원이 ‘꼼수 탈당’하는 희대의 일이 벌어집니다. 여기에 박완주 의원이 성폭력 사건으로 제명 처분을 받으며 역대 최저인 167석까지 떨어지죠. 그해 보궐선거로 기어이 원내에 입성한 이재명 ‘0.5선’ 의원과 1년 만에 복당한 민 의원 등에 힘입어 민주당은 170석을 회복했습니다만 최근 ‘돈 봉투 의혹’ 속 윤관석 이성만 의원의 탈당으로 다시 168석으로 줄어들게 됐습니다.사실 민주당은 워낙 비대한 공룡 정당이다 보니 규모가 작은 당에 비해 말도 많고 탈도 많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다만 문제가 터졌을 때 어떤 원칙에 따라,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한데 민주당 지도부는 여론 눈치만 보다 결국 뒤늦게 논란의 의원들을 ‘뒷북 탈당’시키는 잘못된 패턴을 반복해왔습니다. 사실관계부터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따른 조치를 밟기보다는 일단은 ‘남 탓’으로 돌리다가 여의찮으면 그제야 원칙 없는 ‘뒷북 출당’으로 무마하는 식이죠. 지켜보는 사람들은 “또 꼬리 자르기 탈당이냐”고 비판하고, 출당당하는 사람들은 “당헌 당규상의 절차를 무시하냐”라고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결과적으로 더 시끄러워지는 구조입니다.2021년 6월 송영길 당시 대표는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은 우상호 의원 등 현역 의원 12명에게 탈당을 권유했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터진 LH 사태로 잔뜩 성난 여론의 눈치를 보며 “일단 다 나가라”고 한 겁니다. 당시 김수흥 김한정 김회재 우상호 오영훈(현 제주도지사) 의원은 당사자 소명조차 받지 않은 절차적 부당함을 지적하며 탈당을 거부했습니다. 김주영 문진석 서영석 임종성 윤재갑 의원은 탈당계를 냈지만, 당은 이를 수리하지도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비례대표였던 양이원영 윤미향 의원만 제명된 거죠. 결국 추후 경찰 조사에서 무혐의를 인정받은 의원들은 여전히 송 전 대표와 불편한 관계라 하네요. 저 같아도 그럴 거 같습니다. 돈 봉투 의혹 사태를 대하는 ‘이재명호’도 우왕좌왕, 오락가락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애초 이재명 대표 등 지도부는 “검찰 수사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라며 당내에서 나온 자진 탈당 혹은 출당 조치 요구에 선을 그어왔습니다. 그래 놓고는 여론이 나빠지니 또 뒤늦게 부랴부랴 해당 의혹에 연루된 윤관석 이성만 의원을 사실상 ‘출당’ 시켰습니다. 민주당의 한 3선 의원은 “해당 의원들이 선제적으로 탈당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결국 당 지도부가 초기에 안일하게 대응한 탓에 결과적으로 모양새가 더 이상해졌다”라고 했습니다.게다가 민주당 지도부는 이런 식으로 무소속이 된 의원들을 마치 ‘2중대’처럼 곧잘 활용해왔죠. 민 의원은 말할 것도 없고, 박완주 윤미향 의원 등도 ‘방송법’과 ‘양곡관리법’, ‘탄소중립기본법’ 등을 강행 처리하는 과정에서 번번이 민주당 손을 들어줬습니다. 양정숙 의원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이상직 전 의원은 탈당 후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특별법 개정안에 각각 안건조정위원으로 참여해 ‘민주당 지원군’으로 뛰었습니다. 오죽하면 민주당 내부에서 “나간 의원들을 복당시키지 말고 무소속으로 남겨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지경입니다.숫자상 ‘업앤다운’은 있었지만, 민주당은 어쨌든 21대 국회 내내 철옹성 같은 과반 의석수를 유지하며 이를 토대로 ‘검수완박’과 ‘임대차 3법’ 등 입법 폭주를 이어왔습니다. 그래 놓고 민 의원을 최근 복당시키면서 “유례없는 집권 세력의 몽니에, 불가피하게 탈당이라는 대의적 결단으로 입법에 동참했다”(박홍근 전 원내대표)라고 감싸니 더욱 당의 조치에 진정성은 없어 보이고, 내부 결속마저 무너지는 겁니다. 민주당이 계속 이런 식의 ‘얼렁뚱땅 출당’으로 논란들을 대충 무마하려 한다면 내년 총선 후엔 진짜 소설 속 인디언 인형들처럼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 2023-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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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당 지도부 “김남국 코인, 당 차원 조사 불가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김남국 의원(사진)의 ‘60억 코인’ 의혹과 관련해 당 차원의 공식 조사를 검토하고 있다. 검찰이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김 의원의 거래 관련 기록을 넘겨받아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당도 자체적으로 조사하겠다는 의지다. 민주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의원 사안은 이미 뜨거운 감자가 됐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긴 어려울 것”이라며 “당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당 차원의 조사를 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또 다른 지도부 소속 의원도 “당에서 자체적으로 김 의원을 불러 소명을 요구해야 할 것 같다”며 “본인 해명을 들어보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사무총장이 사태를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이르면 8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조사 여부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당대회 돈봉투 사태’와 관련해 민주당이 자체 조사를 포기한 채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리겠다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기류다. 야권 관계자는 “돈봉투 의혹에 어설프게 대응한 탓에 당 지지율이 떨어졌고 ‘이재명 대표 책임론’을 둘러싼 당 내홍도 재점화됐다”며 “특히 가상화폐 관련 2030세대의 분노감이 큰 것을 고려해 당이 조기에 확실하게 나서려는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인출해서 현금화한 것은 440만 원뿐”이라고 주장했다. 나머지는 다른 가상화폐에 투자하기 위해 거래소 간 이체를 했다는 해명이다. 김 의원은 “(다 날리고) 몇억 원밖에 안 남았다”고 했다. 김 의원은 그 근거로 이날 밤 페이스북에 KB국민은행 ATM에서 2022년 1∼3월 사이 440만 원을 출금한 내역을 공개했다. 대선 자금으로 돈이 쓰인 적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 김 의원은 왜 위믹스 인출 내역을 직접 공개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가상화폐 지갑 주소가 노출되기 때문”이라며 “공개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답했다.김남국 “현금 인출은 440만원뿐”… 검찰, 거래 내역 수사 ‘작년초 코인 최대 60억 인출’ 의혹에金 “다른 코인 투자… 대선용 말도 안돼”금융정보 유출 ‘한동훈 檢 작품’ 주장與 “코인 보유한채 약자 코스프레” 더불어민주당이 김남국 의원의 ‘60억 코인 의혹’과 관련해 당 차원의 조사를 검토하고 나선 건 아직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마당에 또 다른 의혹이 확산되는 것을 조기에 차단해야 한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7일 “이미 의원들로부터 ‘당에서 빨리 직접 김 의원 의혹을 조사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며 “당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당이 자체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金 “몇억 원밖에 안 남아”당 지도부 소속 의원은 “청년들이 생각하기엔 (가상화폐로 60억 원은) 너무 많이 벌었다고 인식할 것 같아서 걱정이 크다”며 “본인이 곧 해명한다고 하니, 그 내용을 보고 당의 대응 수위를 정할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2021년 국내 게임회사 위메이드가 만든 ‘위믹스’ 코인을 최대 60억 원가량 보유했다가 지난해 2월 말에서 3월 초 전부 인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은 7일 오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인출이 아니고 다른 가상화폐에 투자하려고 거래소에서 다른 거래소로 이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저녁 통화에서도 “현금으로 인출한 건 440만 원”이라며 “뭉칫돈을 빼서 대선 자금으로 쓰려고 했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주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60억 원 평가액 중) 지금은 몇억 원밖에 안 남았다”고 덧붙였다. 2021년 위믹스 코인을 사들였던 이유에 대해선 “가상화폐 시장으로 모든 유동성이 흘러들어와 (모든 코인이) 상승할 때”라며 “당시 위믹스는 ‘돈 버는 게임(P2E)’ 열풍 속 신개념 가상화폐 성장주로 손꼽혔다. 위믹스 전에 비슷한 다른 종목도 10∼20배 올랐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모든 거래가 실명으로 이뤄져 소명이 가능하다고 거듭 자신했다. 그는 “(코인 실명제 이전에도) 거래소에서 자체 규제를 하고 있어서 모두 실명으로 거래했다”며 “이체할 때도 자금 출처와 인증 내역을 투명하게 했다”고 했다. 김 의원은 6일 페이스북에 올린 입장문에선 ‘한동훈 검찰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개인의 민감한 금융정보와 수사정보를 언론에 흘린 것은 윤석열 라인의 ‘한동훈 검찰’ 작품이라고 생각된다”며 “모든 것을 걸고 진실게임을 하자. 저는 제 정치 생명과 전 재산 모든 것을 다 걸겠다”고 썼다. 이에 한 장관도 입장문을 내고 “구체적 사안은 알지 못하나 누구도 김 의원에게 김치코인을 사라 한 적도, 금융당국에 적발되라 한 적도 없다”며 “근거 없이 국가기관을 폄훼하는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민주당의 내로남불 DNA”국민의힘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7일 논평에서 “국민들은 60억 원 상당의 코인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구멍 난 저가 운동화’를 신는다고 하고, ‘한 푼 줍쇼’라며 후원금을 구걸하며 보여준 약자 코스프레의 이중성에 입을 못 다물고 있다”며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 역시 이번 사안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당 차원의 조치를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도 “‘이재명 키즈’답게, 의혹을 대하는 방식마저 ‘검찰 기획’을 주장하는 이 대표의 순교자 코스프레를 따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해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김 의원과 관련된 자료를 넘겨받고, 위법한 행위가 있었는지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가상화폐 거래소 측이 김 의원의 거래 내역을 이상 거래로 분류해 FIU에 보고했고, FIU가 검찰에 해당 사건을 통보했다고 한다. 이후 검찰은 김 의원의 거래 내역을 확인하기 위해 법원에 계좌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해당 사건을 종결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시민단체의 고발이나 김 의원의 소명 여부에 따라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설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23-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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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영찬, ‘이낙연 캠프 댓글조작’ 보도에 “황당한 거짓…법적 대응”

    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은 지난 2021년 당 대선 경선을 앞두고 이낙연 전 대표 측이 일부 포털사이트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댓글을 조작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황당한 거짓 기사에 강력한 유감을 표하며 모든 수단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윤 의원은 6일 페이스북에서 “이낙연 캠프에서 온라인 여론조작을 위해 ‘매크로’를 사용했다는 TV조선의 기사는 빈약한 근거와 터무니없는 내용을 담고 있어 심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친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윤 의원은 대선 경선 당시 이낙연 캠프 정무실장을 맡았다. 윤 의원은 “기사에서 지목한 2021년 1월은 ‘이낙연 경선캠프’가 존재하지도 않을 때”라며 “또, 경선 캠프에 참여했던 이들은 이러한 문건을 작성하지도, 실행하지도 않았던 것을 확인했다”고 썼다. 그러면서 “소위 ‘매크로’ 활동의 근거라면 IP를 초기화해 다중 아이디로 로그인과 로그아웃을 반복하는 등의 기계적이 조작 정황이 언급돼야 한다”며 “그러나 기사는 15초 동안 5개의 추천 수, 20초 동안 ‘좋아요’ 6개의 활동이 있었고 12개의 계정을 운영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 정도의 활동으로 대체 어떻게 댓글 여론을 조작할 수 있다는 말이냐”고 했다. 윤 의원은 이어 “‘제보’를 받았다는 김민석 구의원(무소속·서울 강서)은 누구로부터 이런 자료를 받았는지 반드시 밝혀야 할 것”이라며 “허위 조작 정보로 그동안 말할 수 없는 피해를 봐 왔다. 앞으로 이에 대응하기 위한 모든 법적 대응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 2023-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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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 대표의 품격 [김지현의 정치언락]

    “이재명 대표가 회의 때 머릿속에 남은 얘기를 기자들 앞에서 불쑥 던진 것 같다.” 지난주 여의도에서 화제였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김현아는요’ 발언에 대한 민주당 측 설명입니다. 4월 24일 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나온 이 대표는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대뜸 “김현아 전 의원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요? 몰라요?”라고 되물었습니다. 김 전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와 관련해, 그건 취재하고 있냐는 취지로 따진 거죠.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비공개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전 의원 수사 관련 언론 보도가 거론됐다고 합니다. ‘우리도 김 전 의원 문제를 언급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는데, 그게 뇌리에 남았는지 이 대표가 기자들 앞에서 예정에 없던 말을 했다는 겁니다. 또 다른 회의 참석자도 “이 대표가 ‘내가 이런 말을 하기엔 (당 대표로서) 좀 그렇겠지?’라고 하고는, 자기도 모르게 툭툭 튀어나오는 것 같더라”라고 했습니다. 당 대표로서의 이재명과 정치인 이재명 사이에서의 ‘정체성 고민’이란 거죠.‘김현아는요’가 화제가 되자 그는 재미라도 붙인 건지 바로 다음 날 ‘박순자는요’를 꺼내 들었습니다. “박순자 의원 수사는 어떻게 되어갑니까? 관심이 없으신가 보군요?”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의원 공천권을 빌미로 금품을 수수한 의혹으로 구속기소 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박순자 전 의원 카드로 역공을 시도한 겁니다. 민주당의 돈봉투 사태 속 이 대표가 연이틀 여당 정치인들의 과거 사건을 꺼내든 건 ‘부패 원조 맛집은 국민의힘’이란 걸 강조하기 위한 일종의 ‘물타기’ 전략입니다. 하지만 이런 수준의 논점 흐리기로 돈봉투 의혹을 덮을 순 없겠죠. 무엇보다 당 대표로서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는 지적이 당내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남의 잘못으로 나의 잘못을 덮으려는 프레임 전환은 오래된 정치권의 병폐다. 프레임 전환을 시도할 게 아니라 우리의 잘못을 먼저 해소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다.”(이원욱 의원, SBS라디오)“민주당 입장에선 답답한 측면이 있긴 하다. 그런데 저런 말을 당 대표가 직접 하는 건 조금 부적절해 보인다.”(복기왕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YTN뉴스) 제가 당일 썼던 기사(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30425/119004476/1)에도 비슷한 반응의 댓글들이 이어졌습니다.“유치원생의 잘못에 대해 선생님이 지적하니까 ‘쟤는요?’ (라고 묻는) 것과 한 치의 차이도 없다. 저게 대한민국 제1당 대표 수준이니…” (heju****)“국민의힘이 잘못한 건 그쪽 잘못이고 민주당이 잘못한 건 민주당도 썩었다는 건데 당 대표라는 사람이 민주당 대책을 묻는 기자에게 ‘국민의힘 수사는 어떻게 되고 있냐’는 게 그게 국민을 위한 정치냐.”(lkp6****)“저도 보니까 조명 같은데, 저도 고발하시길 바랍니다.”4월 26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장에선 지난해 11월 김건희 여사가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심장질환 아동을 만나 촬영했던 영상이 재생됐습니다. 앞서 장경태 최고위원은 김 여사가 당시 촬영을 위해 조명을 동원했다고 주장했다가 대통령실로부터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당했죠. 최근 장 최고위원이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송치된 가운데 이 대표가 문제의 영상을 다 같이 보자고 한 겁니다. 최고위원들과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며 영상을 지켜보던 이 대표는 “저희가 웃고 얘기하지만 이건 정말 심각한 문제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판단을 하기에 앞서 육안으로 봐도, 상식적으로 봐도 조명을 사용한 게 맞는 것 같다”라며 자신도 고발하라고 자신 있게 얘기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실제 고발당했죠. 국민의힘 이종배 서울시의원은 다음날 이 대표를 경찰에 고발하면서 “최근 경찰 수사 결과 조명이 설치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이 대표가 공개 석상에서 조명이 설치됐다고 주장한 것은 공연히 허위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대체 이게 무슨 행정 낭비인가요.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도 “당 대표가 ‘나도 고발하라’라는 건 스스로 정치를 포기한 채 정치를 사법화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 당직자는 “가뜩이나 자신의 사법리스크로 당이 지난 몇 달을 고생했는데 굳이 또 과도한 언행으로 추가 고발당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냐”라며 “저게 지금 최고위원회의에서 언급할 만한 사안이긴 하냐”라고 한탄하더군요.돈봉투 사건으로 수세에 몰린 탓인지, 최근 이 대표의 발언 수위는 나날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4월 22일 트위터엔 여권의 주 69시간제 관련 정책 기사를 링크하며 “‘남 탓’ 본색이 정신질환 수준까지 발전한 듯”이라고 썼습니다.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하고 차별과 편견을 조장하는 표현이라고 느껴집니다. 27일 의원총회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비판하며 “일본엔 퍼주고 미국엔 알아서 한 수 접는 ‘호갱 외교’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호갱은 ‘호구’와 ‘고객’을 합친 말로, 어수룩해서 속이기 쉬운 손님을 낮잡아 부르는 말이죠. 사적 자리도 아니고 공개 의원총회에서 당 대표가 굳이 저런 표현을 썼어야 했을까요.아무래도 이런 ‘날 것’ 그 자체의 멘트가 나올 때마다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들에게선 “역시 사이다” “이게 진짜 이재명” 등 격한 반응이 이어지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이 때문에 이 대표도 발언을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질 것을 예상하면서도 주체하지 못하고 일단 던지고 보는 거겠죠. 하지만 이는 결국 정치의 품격, 지도자의 자격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어느 조직이든 ‘대표’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조직의 ‘군기반장’을 자처해 조직원들의 잘못된 부분은 지적해 결과적으로 조직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이끄는 겁니다. 실제 민주당의 이전 당 대표들은 부적절한 언행을 하는 의원에겐 “국민께 걱정을 드리는 언동을 하지 말라”(이낙연 전 대표)고 공개적으로 주의를 시키는가 하면, 사회적으로 논란을 일으킨 의원에겐 경고와 함께 사과 등 공식 입장 표명을 요구(김태년 전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도리어 지도부가 앞장서 부적절한 표현을 하고 자기들끼리 감싸고 독려하니 정치의 품격이 연일 나락으로 떨어지는 겁니다. 이 대표가 “나도 고발하라” 했던 같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장 최고위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방미 중 화동의 볼에 입을 맞춘 것을 두고 ‘성적 학대 행위’라고 주장했다가 또 논란을 일으켰죠. 국민의힘은 “없는 외교 참사를 만들기 위해 혈안인 것 같다”라며 장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안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출했습니다. 장 최고위원은 지난해 11월에도 조명 의혹 논란과 함께 ‘김건희 빈곤 포르노’ 발언으로 국회 윤리위에 제소됐습니다. 국민의힘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장 최고위원이 또다시 도저히 입에 담을 수 없는 막말을 해서 징계안을 제출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했습니다. 민주당 전재수 의원도 “저라면 장 최고위원처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렇게 (성적 학대라고) 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좀 절제된 비판이 필요하다는 아쉬움이 있다”(4월 28일 CBS라디오)라고 지적했더군요.한 야권 관계자는 “지금은 정부·여당이 워낙 못하기 때문에 민주당은 가만히만 있어도 반사 이익을 얻을 수 있는데, 170명이 각자 알아서 날뛰니 매일같이 스스로 지지율을 깎아 먹고 있다”라며 “내년 총선 때까지 이를 제어할 리더십이 시급하다”라고 했습니다. 다만 아무래도 ‘맞는 말’ 대잔치로 내부에 매서운 쓴 소리를 하려면 일단 리더 본인이 누구보다 떳떳해야 하겠죠. 이래서 많은 분들이 ‘이재명 사법리스크’가 민주당의 가장 최대 리스크라고 우려했던 건가 봅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 2023-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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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낙연, 美서 책 출간…“韓 생존 위한 대외전략 탐구”

    미국에 체류 중인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귀국을 앞두고 ‘평화 번영’ 등 한국의 대외 전략 구상을 담은 책 ‘대한민국 생존전략-이낙연의 구상’을 냈다. 이 전 대표는 26일 페이스북에 “혼돈의 대전환기에 대한민국이 생존하기 위한 대외전략을 탐구했다”고 출간 소식을 알렸다. 그는 현 대외 상황에 대해 “탈냉전이 끝나고 미중 신냉전이 눈 앞의 현실로 다가왔다”고 진단하며 “대한민국은 어렵게 달성한 평화와 번영이 동시에 위협받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생존전략이 필요하다”며 “그에 대한 고민과 구상을 책에 담았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는 대선 직후인 지난해 6월부터 미국 조지워싱턴대학에서 1년 간 연구 과정을 밟았다. 그는 “신문사 특파원과 국제부장으로, 국회의원과 국무총리로 일하면서 경험하고 생각했던 것들도 (책에) 녹여 넣었다”며 “정치인이 특정 분야를 연구하고 책을 내는 일은 흔하지 않다. 저의 책은 드문 도전”이라고 썼다. 이 전 대표 측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중경제론’ 이후 외교 분야의 길잡이로 평가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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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돈봉투 의혹’ 묻자 “박순자는?”…이틀 연속 반문

    “박순자 의원 수사는 어떻게 되어갑니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 세례에 갑자기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박순자 전 의원을 소환하며 이같이 되물었다. 이 대표는 2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사회적경제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한 뒤 송영길 전 대표 출국금지 조치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박 전 의원 수사에는) 관심이 없으신가 보군요”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송 전 대표와 통화했는지’, ‘만날 계획이 있는지’, ‘당 차원의 조치가 있는지’ 등을 묻는 말에 모두 침묵하다 마지막에 저렇게만 언급하고는 곧장 엘리베이터를 타고 현장을 떠났다. 박 전 의원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 안산 지역 시의원 공천권을 빌미로 금품을 수수한 의혹으로 지난해 11월 구속기소 됐다. 이 대표는 전날에도 똑같은 방식으로 국민의힘 김현아 전 의원을 거론하며 되물었다. 국회에서 마주친 기자들로부터 돈 봉투 의혹 관련 질문이 쏟아지자 “김현아 의원은 어떻게 돼가고 있냐”라고 반문한 것. 김 전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언론보도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가 이틀 연속 여당 정치인들의 과거 사건을 꺼내든 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을 겨냥해 ‘부패정당’이라고 강조하는 국민의힘을 향해 맞불을 놓기 위한 일종의 ‘물타기’ 전략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사무처 당직자 월례조회에서 민주당을 겨냥해 “요즘 보니 진보가 아니고 얼치기 진보 같다”며 “송영길이라는 전 대표가 저질렀다는 돈봉투 사건을 보편화 관례처럼 생각하면서 ‘그게 뭔 대수냐’는 저런 도덕상실증 걸린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당신네 당(국민의힘)을 돌아보라고 얘기했다는 기사를 보고 참으로 기가 막힌다”며 “우리는 도덕성을 더 강화해야 한다. 지금도 그분들에 비해 저는 우리 당이 훨씬 더 도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대표의 이 같은 논점 흐리기 전략에 대해 당 내에서도 부적절한 프레임 전환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비명(비이재명)계인 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이날 오전 SBS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김 전 의원 수사를 언급한 것에 대해 “남의 잘못으로 나의 잘못을 덮으려는 프레임 전환은 오래된 정치권의 병폐로 정치 불신을 만들어 낸 장본인”이라며 “프레임 전환을 시도할 게 아니라 우리의 잘못을 먼저 해소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이 보기에 민주당이 잘못한 것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는데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면 민주당에 대한 신뢰도가 과연 살아날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를 향해 “혹시 김현아를 걱정하시는 건가요. 본인과 당 문제에나 주력하시죠”라며 “만약 물타기로 저를 고르셨다면 헛다리 짚으셨다”라고 했다.김지현기자 jhk85@donga.com}

    • 2023-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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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년째 되풀이되는 무책임한 ‘86용퇴론’[광화문에서/김지현]

    “86들이 용퇴해야 산다”라는, 이른바 ‘86용퇴론’이 어김없이 돌아왔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터진 86그룹 맏형 송영길 전 대표의 돈봉투 살포 의혹에 “대체 언제 적 86이냐” “아직도 86들이 다 해먹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 86그룹은 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던 세대로, 1995년 이래 민주당의 주축으로 자리를 지켜 왔다. 이들을 겨냥한 용퇴론은 2015년부터 습관적으로 반복돼 왔다. 당이 위기이거나, 대형 선거를 앞두고 ‘혁신’ 키워드가 필요할 때 반짝 등장했다가, 고비를 넘기면 언제 그랬냐는 듯 싹 사라지는 패턴이다. 2015년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새정치민주연합에선 “시대는 변해 가는데 (586세대는) 새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이동학 청년혁신위원) “권력이란 괴물과 싸우다 86세대가 또 다른 권력이 된 것은 아닌지”(임미애 혁신위원) 등 86그룹을 겨냥한 비판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민주당이 이듬해 총선에서 아슬아슬하게 승리하고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86의 용퇴는커녕 전성시대가 열렸다. 전대협 의장 출신 임종석 전 의원이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에 임명됐고 이인영 의원은 당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86용퇴론은 2019년 말 차기 총선을 앞두고 또 나왔다. 조국 사태로 ‘공정’이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어느덧 기득권이 돼 버린 86그룹부터 물러나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면서다. 그래 놓고 2020년 총선에서 승리하자 86그룹은 당 지도부 등 요직을 꿰찼다. 21대 국회 첫 원내대표는 김태년 의원(전대협 1기 부의장)이었고, 2021년엔 86그룹 윤호중 의원이 원내사령탑에 당선됐다. 송 전 대표도 그해 전당대회에서 승리했다. 송 전 대표는 지난해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패색이 짙자 “나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며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래 놓고 고작 3개월 뒤엔 당내 반대에도 서울시장 출마를 강행해 스스로 용퇴의 의미를 퇴색시켰다. 그 당시 투입된 1996년생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은 86용퇴를 요구했다가 86 출신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과 고성을 내지르며 싸우기까지 했다. 올해 4월, 총선을 1년 앞두고 또다시 세대교체론이 거론될 조짐이다. 마침 돈봉투 사태가 터지기 직전 1988년생 초선 오영환 의원이 “말만 앞세운 정치개혁에 무슨 힘이 있느냐고 국민이 묻는다. 전 그 물음에 ‘내려놓음’이란 답을 드린다”라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10년간 민주당 내 86용퇴론이 늘 용두사미로 끝난 건 ‘기득권화’라는 문제의 본질은 외면한 채 보여주기식 선거용 레퍼토리에 그쳤기 때문이다. 썩은 부분을 제대로 도려내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싸잡아 ‘다 나가라’고 하는 무책임한 방식이었기 때문에 매번 정치적 이슈로만 소모되고, 결과적으로 쇄신에는 실패했던 것이다. 86그룹도 이번에는 타의에 쫓기듯 밀려나기보다는 당의 중진답게 진정성 있는 쇄신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자기들끼리 감싸고 엄호하기 전 우리 사회가 왜 유독 자신들에게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는지 한번 돌아볼 때다. 감동 없는 쇄신에 거듭 속아줄 유권자는 없다. 김지현 정치부 차장 jhk85@donga.com}

    • 2023-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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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년째 되풀이되는‘86 용퇴론’[김지현의 정치언락]

    더불어민주당에는 각설이도 아니고, 죽지도 않고 돌아오는 ‘설’(說)이 하나 있습니다. “86들이 용퇴해야 산다”라는, 이른바 ‘86 용퇴론’입니다.86그룹은 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던 세대로, 1995년 이래 386(30대), 486(40대), 586(50대)으로 불리며 민주당의 주축으로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현재 민주당 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도 86그룹 모임이고, ‘민주주의 4.0’과 ‘사의재’ 등 친문(친문재인) 모임 내에도 86 출신들이 상당수 포진해 있습니다. 이번에 2021년 전당대회 당시 ‘돈봉투 의혹’으로 파문을 일으킨 송영길 전 대표도 86그룹 맏형격이죠. 이번 사태에 “대체 언제적 86이냐”부터 “86그룹이 언제까지 해 먹는 거냐”는 반응이 적지 않더군요. 돌이켜보면 ‘86 용퇴론’은 2015년부터 거의 10년째 도돌이표처럼 반복돼 왔습니다. 일단 ① 당이 위기일 때 ② 선거를 앞두고 ‘혁신’ 키워드가 필요할 때 반짝 등장했다가 ③ 고비를 넘기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싹 들어가는 패턴입니다.● 선거 때면 나왔다가, 선거 끝나면 사라진다새정치민주연합은 2016년 총선을 1년 앞두고 치러진 4월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했습니다. 지금 민주당 상황과 비슷하네요. 당시 33세의 이동학 청년 혁신위원은 전대협 1기 출신이자, 86그룹의 대표주자였던 이인영 의원에게 ‘586 전상서-더 큰 정치인으로 거듭나 달라’는 제목의 공개 편지를 보냅니다.“‘전대협 세대’는 든든한 후배 그룹 하나 키워내지 못했고 후배 그룹과 소통하지도 않았다. (중략) 시대는 빠르게 변해 가는데 (586세대는) 우리 사회의 새로운 어젠다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중략) 이제는 선배께서 당이 찾아야 할 활로가 돼주는 건 어떻겠느냐.”기득권을 내려놓고 험지로 가라는 메시지에 당이 발칵 뒤집혔죠. 이 의원은 A4 용지 7장짜리 답장에서 “근본적 성찰이 없다면 공학적 처방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자신의 지역구(서울 구로갑)가 쉬운 지역이라는 평가에 대해선 “자갈밭을 일구는 심정으로 지난 15년을 보냈지, 문전옥답을 물려받은 편이 아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러자 이화여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역시 86그룹 소속인 임미애 혁신위원이 “86그룹은 아직도 1987년의 지나간 잔칫상 앞에서 서성이고 있는 듯하다. 권력이라는 괴물과 싸우다 86세대가 또 다른 권력이 된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재반박하는 등 갈등이 잔뜩 고조됐습니다.하지만 패턴 ③이 ‘고비를 넘기면 언제 그랬냐는 듯 싹 들어간다’였죠?민주당이 2016년 총선에서 승리하고, 2017년 탄핵을 거쳐 문재인 정부가 탄생하면서 86그룹은 황금기를 맞이합니다. 전대협 3기 의장 출신인 임종석 전 의원이 문재인 정부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임명됐고, 험지로 내몰리던 이 의원은 원내대표로 선출되는 등 용퇴는커녕 ‘86 전성시대’가 열린 겁니다.하지만 여의도에서 황금기는 길게 허락되지 않죠. ②‘선거철이 되면 돌아온다’라는 법칙에 따라 2020년 총선을 앞두고 2019년 말 어김없이 ‘86 용퇴론’이 재등장했습니다. 조국 사태 여파로 ‘공정’이 최대 화두로 떠올랐을 때입니다. “기득권이 돼 버린 86그룹부터 물러나야 한다”라는 분위기 속에 임 전 비서실장이 “제도권 정치를 떠나겠다”라며 총선 불출마와 정계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앞서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이철희 전 의원도 “하나의 세대, 그룹으로서 마침표를 찍을 때가 됐다. 이제는 갈 때”라고 불을 지폈습니다.그래 놓고 결국 다시 ③의 반복입니다. 민주당이 2020년 총선에서 180석을 확보하면서 86그룹도 대거 생환해서 돌아온 거죠. 그냥 살아남는 수준이 아니고, 당 지도부 등 요직을 꿰찼습니다. 21대 국회 첫 원내대표엔 김태년 의원(전대협 1기 부의장)이 뽑혔고, 2021년엔 역시 86그룹인 윤호중 의원이 원내사령탑을 맡았습니다. 송 전 대표도 이 해 전당대회에서 당선됐죠. 당시 송 전 대표와 겨뤘던 홍영표, 우원식 의원 모두 86그룹입니다.2022년 1월 말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패색이 짙어지자, 아니나 다를까 86 용퇴론의 법칙에 따라 똑같은 주장이 또! 나옵니다.송 전 대표가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저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고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라고 승부수를 던진 겁니다. 다만 안타깝게도 그 뒤를 따르는 움직임은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송 전 대표는 고작 3개월 뒤 당내 거센 반대에도 서울시장 출마를 강행하면서 스스로 ‘용퇴’의 의미를 퇴색시켰죠. 20년 이상 내리 인천에서 정치활동을 했던 송 전 대표의 난데없는 서울시장 도전장에 “용퇴가 장난이냐”는 비판이 쇄도했습니다. 그 당시 위기 수습차 투입된 1996년생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86 용퇴를 논의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가 “선거를 앞두고 논의할 내용은 아니다”라고 반대하는 86 출신 윤호중 당시 공동비대위원장과 고성을 내지르며 싸우기도 했죠. 그렇게 ‘86 용퇴냐 아니냐’를 두고 자중지란만 이어가던 민주당은 당연히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에서도 참패했습니다. ●돌고 돌아 또 ‘86 용퇴론’2023년 4월, 어느덧 총선이 또 1년 앞으로 다가왔으니 다시 86 용퇴론이 나올 때가 됐죠? “총선을 1년 앞두고 386 정치인의 대표 주자라고 할 수 있었던 송 전 대표가 (연루됐다). 민주당 전체가 국민의 신뢰를 완벽히 잃어버릴 수 있는 사건이 아닐까 싶다”(이원욱 의원)라는 등 86그룹에 대한 비판이 스멀스멀 나오기 시작한 가운데, 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는 내년 총선에선 동일 지역구 3연임 제한을 요구하는 등 재차 세대 교체론이 불어닥칠 듯한 분위기입니다. 게다가 마침 이번 사태 직전 1988년생 초선 오영환 의원이 아래와 같은 말과 함께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죠. “책임져야 할 사람이 기득권과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이 우리 정치에서 가장 먼저 개혁돼야 할 대상이다. 말만 앞세운 개혁에 무슨 힘이 있느냐고 국민들이 묻는다. 전 그 물음에 ‘내려놓음’이란 답을 드린다.” 지난 10년간 민주당 내 86 용퇴론이 늘 용두사미로 끝난 건 ‘기득권화’라는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채 보여주기식 선거용 레퍼토리에 그쳤기 때문입니다. 썩은 부분을 제대로 도려내진 못한 채 두루뭉술하게 싸잡아 ‘다 나가라’는 무책임한 방식이다 보니 매번 정치적 이슈로만 소모되고, 결과적으로 쇄신은 안 됐던 겁니다. 86그룹은 이번에는 타의에 쫓기듯 밀려나기보다는 당의 중진답게 진정성 있는 쇄신의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겁니다. 자기들끼리 감싸고 엄호하기 전 우리 사회가 왜 유독 자신들에게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는지 한 번 돌아볼 때입니다. 감동 없는 쇄신에 거듭 속아줄 유권자는 없습니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인기를 끈 정치드라마 ‘퀸메이커’에서 나온 대사로 칼럼을 마무리하겠습니다.“나쁜 X이 나쁜 짓 한 거랑, 좋은 X이 나쁜 짓 한 건 천지 차이야. 나에 대해 뭘 까발리든지 정의로운 코뿔소(주인공)가 서민 뒤통수 때린 건 이제 덮을 수가 없어. 그게 정치판 생리란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 2023-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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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영길 내일 파리서 회견후 바로 귀국할듯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사진)가 22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직후 조기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 “서둘러 귀국해 결자해지하라”는 비판이 빗발치자 예정했던 7월보다 귀국 일정을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는 20일 “송 전 대표가 22일 예정대로 현지에서 기자회견까지는 한 뒤 조기 귀국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송 전 대표가 조기 귀국을 결심한 것은 당 안팎에서 이어지는 압박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의원들도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송 전 대표에게 즉각 귀국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송 전 대표는 귀국 후 민주당을 탈당하는 것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 안팎에선 “송영길 정계 은퇴” 요구까지 나오고 있어 송 전 대표의 귀국 이후에도 이번 사태를 둘러싼 책임론과 내홍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 2023-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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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野 기동민, 법사위 간사직 내려놓고 국방위 이동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았던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이 국회 국방위원회로 이동한다. 19일 민주당에 따르면 기 의원은 법사위에서 국방위로 이동하고, 기 의원 대신 현재 국방위 소속인 민주당 김영배 의원이 법사위로 이동할 예정이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기소된 기 의원은 전날부터 재판받기 시작했다. 이에 기 의원은 원내지도부에 양해를 구하고 상임위 교체를 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과 법원을 담당하는 법사위원을 맡는 것이 부적절하다며 스스로 상임위 교체를 요청해왔다”라고 전했다. 기 의원 측은 “그동안 고민을 많이 했는데 재판이 시작됐으니 이해충돌 우려도 있는 만큼 이동을 신청한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이번 기 의원의 ‘법사위 셀프 사보임’을 계기로 법사위원들의 자격 논란을 방지할 수 있도록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동안 법사위에선 기소돼 재판받는 소속 위원들의 자격을 둘러싸고 여야 간 거친 공방이 이어져 왔다. 지난해 이원석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는 당시 3건의 재판을 받고 있던 민주당 최강욱 의원의 청문위원 자격 논란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은 최 의원을 겨냥해 “3건의 중대 사건의 피고인이 된 이후 법사위를 지원했다”라며 “이것만으로 이해충돌 논란이 일 수밖에 없는데. 더욱이 인사청문회는 이해관계가 있거나 공정하게 할 수 없는 현저한 사유가 있으면 청문회에서 배제하라는 제척규정이 있다”라며 최 의원의 참여를 배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이해충돌 거론을 하셨던 조수진 의원도 선거법 관련해서 수사, 재판을 받고 있지 않나”라고 맞받았다. 한 재선 의원은 “국회의원들이 자격 논란에 휩싸이기 전 선제적으로 내려놓고 정쟁을 최소화하려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김지현기자 jhk85@donga.com}

    • 2023-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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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선 패배후 송영길 지역구 물려받아 국회 입성

    “‘이심송심(李心宋心)’, 송영길 전 대표와 이재명 대표가 ‘밀월 관계’가 아니냐는 의심이 오랜 기간 있었다.”(국민의힘 강민국 수석대변인) 더불어민주당의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이 확산되면서 송 전 대표와 이 대표 간의 관계에도 다시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 내에선 송 전 대표가 당선됐던 당시 전당대회를 앞두고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 측이 송영길 캠프를 후방 지원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야권 관계자는 “당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문재인)계 핵심 홍영표 의원에 맞서 비주류끼리 ‘전략적 연대’를 맺었다는 분석이었다”고 했다. 송 전 대표는 당선 뒤 이어진 대선 경선 과정에서도 ‘이심송심’ 논란에 휩싸이며 친문 및 경선 경쟁자인 이낙연 전 대표 캠프의 비판을 받았다. 2021년 10월 이낙연 캠프가 경선에서 중도 사퇴한 후보들의 표를 무효화하기로 한 당 방침에 대해 이의를 신청했지만 송 전 대표가 이를 하루 만에 일축하면서다. 이듬해엔 이른바 ‘지역구 승계’ 논란으로 두 사람 간의 관계가 또 한 번 주목받았다. 당시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대선에서 패배한 이 대표가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가 원내에 입성했다. 국민의힘에선 이 대표와 송 전 대표를 동시에 겨냥한 공세가 이어졌다. 김기현 대표는 17일 당 회의에서 “송 전 대표 지역구를 물려받아 국회의원 배지를 얻은 이 대표이지만 송 전 대표를 즉각 귀국 조치시키는 등 엄중한 지시를 해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이 대표를 대선 후보로 선출할 때도 돈봉투가 오갔다는 세간의 소문이 사실이라고 자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이 대표는 송 전 대표의 지역구 상속자로서 역할을 할 것인지, 공당 대표로서 책임감 있는 역할을 할 것인지 선택해야 할 때”라고 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 2023-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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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與, 이재명-송영길 ‘밀월 관계’ 의혹 제기…“李心宋心 논란 오랜 기간 있어”

    “‘이심송심’(李心宋心), 송영길 전 대표와 이재명 대표가 ‘밀월 관계’가 아니냐는 의심이 오랜 기간 있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수석대변인) 더불어민주당의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이 확산되면서 송 전 대표와 이 대표 간 관계에도 다시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 내에선 송 전 대표가 당선됐던 당시 전당대회를 앞두고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 측이 송영길 캠프를 후방 지원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야권 관계자는 “당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문재인) 핵심 홍영표 의원에 맞서 비주류끼리 ‘전략적 연대’를 맺었다는 분석이었다”고 했다. 송 전 대표는 당선 뒤 이어진 대선 경선 과정에서도 ‘이심송심’ 논란에 휩싸이며 친문 및 경서 경쟁자인 이낙연 전 대표 캠프의 비판을 받았다. 2021년 10월 이낙연 캠프가 경선에서 중도 사퇴한 후보들의 표를 무효화하기로 한 당 방침에 대해 이의를 신청했지만 송 전 대표가 이를 하루 만에 일축하면서다. 이듬해엔 이른바 ‘지역구 승계’ 논란으로 두 사람 간 관계가 또 한번 주목을 받았다. 당시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대선에서 패배한 이 대표가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가 원내에 입성했다. 국민의힘에선 이 대표와 송 전 대표를 동시에 겨냥한 공세가 이어졌다. 김기현 대표는 17일 당 회의에서 “송 전 대표 지역구를 물려받아 국회의원 배지를 얻은 이 대표이지만 송 전 대표를 즉각 귀국 조치시키는 등 엄중한 지시를 해야 한다”라며 “그러지 않으면 이 대표를 대선 후보로 선출할 때도 돈봉투가 오갔다는 세간의 소문이 사실이라고 자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이 대표는 송 전 대표의 지역구 상속자로서 역할을 할 것인지, 공당 대표로서 책임감 있는 역할을 할 것인지 선택해야 할 때”라고 했다.김지현기자 jhk85@donga.com}

    • 2023-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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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당을 망친 ‘0.59%p’, ‘0.73%p’[김지현의 정치언락]

    2019년부터 더불어민주당을 출입하면서 두 번의 아슬아슬했던 표 차이의 선거 결과가 유독 기억에 남습니다.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나왔던 0.59%포인트, 그리고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 나왔던 0.73%포인트입니다. 원래 석패가 가장 아쉬운 법이죠. 패배한 쪽은 쉽사리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후회와 미련 속 괜한 ‘삽질’을 할 때가 많습니다. 요즘 민주당이 딱 그렇습니다.● 송영길과 0.59%포인트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이 뒤늦게 터지면서 최근 민주당은 ‘초긴장’ 상태입니다. 검찰은 당시 송영길 캠프가 돈 봉투 90개를 만들어서 현역 의원과 당 관계자들에게 뿌렸다고 의심하고 있죠. 검찰의 압수수색 이후 현역 의원 최소 10여 명이 연루돼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이른바 ‘송영길 리스트’가 지라시처럼 나돌기도 했습니다. 잠시 2021년 5월 2일 전당대회 때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박빙의 선거 끝에 최종 득표율 35.60%로 당선됐습니다. 친문(친문재인) 핵심 홍영표 의원(35.01%)과의 격차는 0.59% 포인트 차이에 불과했습니다. 송 전 대표는 45%가 반영되는 대의원 선거에선 홍 의원을 1.50%포인트 차로 이겼지만 40%가 반영되는 권리당원 투표에선 홍 의원에 0.67%포인트 차로 졌습니다.(통상 대의원은 당 지도부와 지방자치단체장, 현역 의원을 비롯한 지역위원장 등 직업 정치인이 대부분입니다. 권리당원은 가입 후 6개월간 당비를 납부한 당원으로, 전당대회 투표 등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0.59%포인트’는 송 전 대표의 임기 내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습니다. 지금의 ‘친명’ 대 ‘비명’ 갈등도 이 아슬아슬한 표차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내에선 이재명 대표 측이 송 전 대표를 전략적으로 민다는 소문이 파다했습니다. 실제 이 대표 최측근 모임인 ‘7인회’ 소속 멤버가 송영길 캠프에서 조직 업무 등을 지원하기도 했고요. 이 때문에 송 전 대표는 당선 직후 이어진 대선 경선 과정 내내 “이재명 편만 든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오죽하면 그 때 ‘이심송심’(李心宋心)이라는 말도 나왔죠. 당시 친문 지지층 사이 송 전 대표의 별명은 ‘쩜오 대표’. “0.59%포인트로 간신히 이겨놓고 왜 제멋대로 당을 운영하느냐”는 노골적 불만이었습니다.특히 그 해 10월 이낙연 전 대표가 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에서 압승하고도 결선행에 실패하자 당내 갈등은 극에 달했습니다. 당시 이낙연 캠프는 “경선에서 중도 사퇴한 후보들의 표를 총유효투표수에서 제외한 방식에 문제가 있다”라며 이의를 신청했었죠. 이른바 ‘사사오입’ 논란이었습니다. 하지만 송 전 대표는 “우리 당은 어제 이재명 후보를 20대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 발표했다”라고 곧장 일축했습니다. 이에 항의하는 이낙연 지지자들을 향해선 “거의 일베(극우 성향 커뮤니티) 수준”이라고 했다가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그 뒤로도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선거 출마 강행으로 공석이 된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 이 대표가 출마하는 등 둘 간의 ‘밀월 관계’에 대한 의심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제대로 봉합하지 않았던 0.59%포인트의 갈등이 2년 만에 이뤄진 검찰 수사에 다시 터진 겁니다. 요즘 친문, 친이낙연계에선 “만약 의혹이 사실이고, 돈 봉투 살포가 없었더라면 민주당 역사가 바뀌었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당시 송 전 대표가 아니라 홍 의원이 당선됐더라면 대선 후보까지 바뀌었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당직 개편 이후 겨우 잠잠해지는 듯했던 당내 갈등도 다시 불붙는 모양새입니다. “(프랑스에 있는) 송 전 대표가 제 발로 들어오시는 게 낫지 않나. 그게 더 당당하다”(조응천 의원·14일 CBS라디오), “당내 진상조사 기구를 마련해 정리할 건 하고, 사죄하고 이렇게 나가야 하는데 아직까지 당 지도부가 그걸 안 하는 게 더 큰 문제”(이상민 의원·14일 CBS라디오)라는 등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이 뜨뜻미지근한 당 지도부의 대응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겁니다. ● 이재명과 0.73%포인트아찔한 승부는 작년에도 있었죠. 지난해 5월 대선에서 이재명 대표는 1614만7738표(47.83%)를 받아 ‘역대 대선 낙선자 중 최다 득표자’라는 아이러니한 타이틀을 얻었습니다. 1639만4815표(48.56%)로 당선된 윤석열 대통령과는 24만7077표(0.73%포인트) 차이에 불과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민주당과 이 대표에겐 이 0.73%포인트 차이가 또 한 번의 독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제대로 졌더라면 이 대표도 이제까지 다른 패배자들이 그랬듯, 잠시 해외로 나가는 등 정치 행보를 중단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대선 직후 오히려 ‘개딸’들과의 스킨십을 대폭 강화하더니 ‘선거 중독자’마냥 6월 보궐선거, 8월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했습니다. 스스로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돼서 졌는지 돌이켜 보고 반성하고 개선할 수 있는 시간이 전혀 없었던 셈입니다. 지난해 이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 소식에 한 민주당 원로는 “망할 땐 확실히 망해야 다시 일어설 수 있는데, 어쭙잖게 진 게 이재명의 가장 큰 문제”라고 걱정하더군요.이 대표는 대선 석패에 대한 미련이 남은 것인지, 아직도 혼자 ‘대선주자’ 같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역 순회 간담회를 하는가 하면, 11일엔 외신기자 간담회에도 참석했죠. 한일 정상회담 결과를 비판하고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터진 미국 측 감청 의혹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을 텐데, 여기서도 이 대표가 극도로 꺼리는 질문들만 이어졌습니다.“지금까지 측근 5명이 사망했다. 이재명이란 인물을 위험인물로 봐야 하는가”, “성남시장할 때 일로 기소된 것과 관련해 어떤 입장인가” 등 한껏 날 선 외신 기자들의 질문에 이 대표는 “외신 기자회견에서 이런 질문과 답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참으로 수치스럽다”라며 진땀을 뺐습니다. 평소 국내 출입 기자들의 질문에는 침묵으로 일관하던 그는 쏟아지는 외신 질문 세례에 “청문회 하는 기분”이라고도 하더군요.이 대표가 벌써 차기 대선을 바라보고 움직일 때는 아직 아닌 듯합니다.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은 ‘더넣어봉투당’, ‘쩐당대회’ 등이라며 파상공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일주일 가까이 전전긍긍하기만 했죠. 한 민주당 관계자는 “당이 당사자 등에게 자진 탈당 등을 요구하면 ‘이재명 때는 안 그러더니’라는 형평성 논란이 일 것이고, 그렇다고 뭉개면 ‘이재명에 이어 또 방탄이냐’는 여론이 이어질 것”이라며 “어찌해도 욕을 먹는 딜레마 구조”라고 했습니다.사태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것인지 이 대표는 17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아직 사안의 전모가 밝혀진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을 볼 때 당의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말씀 드리면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당 대표로서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습니다. 이번 돈봉투 사태와 관련해 첫 공식 입장이자 사과였습니다. 그러면서 “당은 정확한 사실 규명과 빠른 사태 수습을 위해 노력하겠다.이를 위해 송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을 요청했다”면서도 “이번 사안은 당이 사실 규명하기엔 한계가 뚜렷하다. 그래서 수사기관에 정치적 고려가 배제된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요청한다”고 당부했습니다. 현재로선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발언 같습니다.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이번 일로 크게 실망하고 분노한 지지층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번 칼럼은 그 동안 민주당을 지지하고 응원했던 사람들의 날 것 그대로의 말·말·말로 마무리하겠습니다.“당 대표가 아주 멋진 전통 세웠네~ 죄짓고 수사받으면 다 야당 탄압이야?”“지금까지 열심히 응원하던 당원들 배신하고 돈 조금에 양심을 팔고 있으니 민주당 하는 것이 X 팔려 살 수 있겠소?”“김기현 입에서 저런 쓰레기 말을 들어야 하냐? 저런 말에도 반박을 못 하겠네.”“땅을 치고 후회한들 민주당 이쁘게 봐줄 것 하나도 없다. 이번 사태가 여실히 보여준다.”“돈 봉투 사건으로 아마 당이 해체되지 않을까 싶네.”김지현기자 jhk85@donga.com}

    • 2023-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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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의 실종… 대통령실-與-野 ‘동반 추락’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5개월 만에 다시 20%대로 급락한 가운데 국민의힘은 지도부의 연이은 설화에 이어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둘러싼 내홍에, 더불어민주당은 ‘돈봉투 의혹’ 수렁에 각각 빠져들었다. 국정 운영의 3대 축인 대통령실과 여당, 제1야당이 동시에 총체적 난국에 빠져드는 기현상 속에 민생을 위한 정치력이 실종되고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국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27%를 기록했다는 한국갤럽의 16일 조사 결과(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대해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만 냈다. 하지만 대통령실 내부에선 미국 감청 의혹이 제기된 유출 문건을 “위조”로 성급하게 단정했다는 논란 속에 한 주 만에 4%포인트 하락한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6개월 전보다 정부의 주요 정책 현안과 관련해 ‘매우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 비율이 높아졌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집권 1년간 야당 대표를 따로 만나지 않은 것도 정치 실종의 한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권에선 국정운영 동력 회복을 위한 대통령실 인적개편과 개각 가능성이 거론된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31%로 지난달 8일 김기현 대표 체제가 출범한 뒤 한 달여 만에 8%포인트 떨어졌다. 전 목사 관련 갈등이 격화되면서 “당이 전 목사의 손아귀에 놀아나고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당내에서는 “집권여당으로서 정책 입안을 주도하거나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하려는 모습보다 총선용 포퓰리즘 정책에 의존하려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한국갤럽 조사 지지율(36%)에서 국민의힘을 앞섰지만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에 이은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에 발목이 잡혔다. 그럼에도 당 지도부는 구체적인 진상 규명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169석의 의석수를 앞세워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이어 간호법 제정안 등 입법 독주를 이어가면서 협치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도 커지고 있다. 무당층이 29%에 달하는 것도 여당뿐 아니라 야당도 대안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민생을 위한 협치보다 혐오 정치가 반복되면서 정부 여당과 야당 모두 지지율이 답보하거나 하락하는 이례적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며 “서로 실책에 따른 반사이익에 기대기보다 스스로 비전을 보여줘야 국민들이 호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2023-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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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측근 5명 사망, 이재명 위험인물인가”… 외신 간담회에서 진땀 뺀 李

    “지금까지 대표님의 측근 5명이 사망했다. 이재명이란 인물을 위험인물로 봐야 하는가.”“성남시장할 때 일로 기소된 것과 관련해 어떤 입장인가.”1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한국외신기자클럽 초청 기자간담회’에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둘러싼 질문들이 이어졌다. 이 대표는 “외신 기자회견에서 이런 질문과 답을 해야된다는 사실이 참으로 수치스럽다”라며 진땀을 뺐다. 쏟아지는 질문 세례에 “청문회 하는 기분”이라고도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측근 사망과 관련해 묻는 외신 질문에 “제 주변 분들이 검찰의 수사를 받다가, 그것도 본인 문제가 아니라 저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유명을 달리한 점에 대해서는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그들의 사망에 대해서 어떤 영향도 미칠 수 없는 상태”라며 “더 이상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엔 “현재 검찰의 수사, 기소에 대해 대한민국 법원을 믿고 법적 대응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다른 보통 사람들은 평생 한 번 당할까 말까 하는 검찰 또는 경찰 압수수색을 지금 언론에 공표된 것만 봐도 339번 당했다. 그러나 결과는 아무런 물적 증거가 없었다는 것”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집안 문제는 가급적이면 집 안에서 해결하는 게 좋은데 그렇게 노력하도록 하겠다”라고 덧붙였다.최근 논란이 된 윤석열 정부의 대일 외교 및 미국 정부 기관의 감청 의혹에 대해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감청 의혹과 관련해 “보도가 사실이라면 신뢰에 기반한 한미동맹을 훼손하는 매우 실망스러운 사태”라며 “한국 정부가 발표한 것처럼 사실이 아니라 문서 위조의 결과이길 바라지만 객관적 상황을 보면 실제 도청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입장에서도 도청의 실체 여부, 실상에 대해서 사실 조사를 국회 차원에서 최대한 하고 사실이라면 재발 방지와 미국 정부의 사과 그리고 우리 정부의 도청 방지를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라고 했다. 대통령실이 이날 “해당 문건 상당수가 위조됐다”라고 밝히며 민주당을 겨냥해 “허위 네거티브 의혹을 제기해 국민을 선동하기에 급급하다”라고 날을 세운 데에 대한 반응이다. 이 대표는 “대통령실이 ‘한미동맹 관계를 흔들려는 세력’은 국민적 저항을 받을 것이라 했다. 정부가 지칭한 세력이 민주당이라 보는가”라고 묻는 질문에 웃으면서 “설마….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최초 보도한 미국 언론을 그렇게 (지칭)한 건 아닌지 생각이 얼핏 든다”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및 수산물 수입 문제에 대해서도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논의됐다는 보도가 잇따르기 때문에 국민이 우려하는 건 당연하고 야당으로서 그 문제를 지적하는 것 역시 야당 본연의 책무”라며 “일본이 이웃 국가에 더 많은 배려를 해주길 부탁한다”라고 했다. 그는 “한일 정상회담 결과는 국민의 눈높이에선 매우 실망스러웠기 때문에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선 국민께 좋은 평가를 받길 기대한다. 최소한 반도체, 배터리 문제 등에 있어서 국익을 확보하기를 기대한다”라고 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 2023-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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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과 합 맞출 다음 타자는 누가 될까[김지현의 정치언락]

    더불어민주당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4월의 마지막 금요일인 28일에 치러질 전망입니다. 당헌당규상엔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를 매년 5월 둘째 주에 연다’고 돼 있지만 예년보다 앞당겨 치르기로 했다죠. 지난해 대선 패배 이후 지도부 총사퇴로 박홍근 원내대표가 3월에 임기를 시작하기도 했고, 국민의힘이 이미 지난 7일 윤재옥 신임 원내대표를 뽑은 것도 영향이 있었습니다.‘조기 원내대표 선거’가 현실화되면서 후보군도 본격적으로 바빠졌습니다.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가 한 마디로 ‘친윤 일색’이었다면,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는 ‘오리무중’입니다. 지금까진 박광온(경기 수원정)·이원욱(경기 화성을)·홍익표(서울 중성동갑) 등 3선 의원들 간 ‘삼파전’이 예상되죠. 아직 출마를 공식 선언하지 않은 4선 안규백 의원(서울 동대문갑), 3선 윤관석 의원(인천 남동을)을 비롯해 재선 김두관 의원(경남 양산을)도 후보군으로 꼽힙니다.한 민주당 의원은 “선거 판세가 전혀 안 읽힌다는 게 이번 선거 특징”이라며 “주요 주자가 모두 계파색이 뚜렷하지 않고 캐릭터도 명확하지 않아 서로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했습니다. 예년 같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아니란 거죠. 한 초선 의원은 “무조건 되는 사람에게 표를 줄 거다”라고 했습니다. 의리만 바라본 사표(死票)는 없다는 겁니다. 내년 총선 승리와 이재명 사법리스크 극복이라는 여느 때보다 어려운 과제를 짊어지게 된 주요 주자들의 강점과 약점을 짚어보겠습니다. 가장 먼저 지난 3일 홍익표 의원이 경향신문 인터뷰로 출마를 공식화했습니다. 홍 의원은 인터뷰에서 “당의 전체적 분위기는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내년 총선을 책임 있게 치르자는 것”이라며 이 대표 사퇴론에 선을 그었죠. 그는 “이 대표가 물러나야 할 당헌 당규상의 근거 규정이 없고, 당원 상당수가 이 대표에게 지지를 보내고 있다”라고 했습니다. 지난 대선 때 이낙연 캠프 총괄정책본부장을 맡았던 홍 의원은 일찌감치 4선 우원식 의원 등 ‘친명’(친이재명)계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홍 의원은 김근태계 의원 모임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회장을 맡고 있고, 당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 소속이기도 하죠. 홍 의원은 지난달 더좋은미래의 베트남 워크숍에서도 출마 의지를 밝히며 지지를 부탁했다고 합니다. 홍 의원은 ‘친문’에도 발을 걸치고 있는 데다, 이해찬 전 대표 시절 수석대변인을 지낸 인연으로 ‘이해찬계’로도 분류됩니다. 한 의원은 “자진해서 서초 험지로 나간 것도 의원들 사이 약간의 가점이 되지 않겠나”라고 하더군요. (서울 중구성동갑에서 내리 3선을 한 그는 지난해 서울 서초구로 자진 이동해 서초을 지역위원장을 맡았습니다.)이런 탄탄한 당내 네트워크는 강점이지만, 일찌감치 ‘친명’을 표방하고 나선 전략이 도리어 약점이 됐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누구든 기대가 크면 그만큼 실망도 커지기 마련이죠.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아슬아슬하게 부결된 뒤로 만난 친명계 의원들 사이에선 “같이 표 단속이라도 좀 했어야지, 홍익표가 무슨 역할을 했냐”, “이래서 홍익표로 되겠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작지 않더군요. 개딸 등 강성 지지층 사이에선 홍 의원이 이낙연 캠프 정책본부장 시절 경쟁 후보였던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 도덕성 문제를 지적했던 것도 다시 거론되는 중입니다.다음날인 4일엔 이원욱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대표적 비명(비이재명)계인 그는 이날 KBS라디오에서 “이 대표와는 굉장히 오래된 친구 사이”라며 “(원내대표에 당선되면 합이) 아주 잘 맞을 것 같다”라고 했습니다. 이 의원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때 전략공천위원장을 맡았습니다. 당시 송영길 대표가 서울시장에 나가기 위해 사퇴한 인천 계양 지역구로 이 대표가 출마하기로 한 것에 강력히 반대하는 과정에서 사이가 소원해졌다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이 의원은 “그 뒤로 이 대표가 이른바 ‘정치 훌리건’이라고 부르는 강성 팬덤의 공격에 대해 단 한 마디 얘기를 안 하고 항상 즐기는 듯한 모습을 보면서 비판 목소리를 냈을 뿐”이라며 “나 같은 비명계가 원내대표가 돼서 그 문제를 풀어갈 때 국민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의원 역시 이 대표 사퇴에는 반대했더군요. ‘이재명 없는 민주당’을 표방하면서 산토끼를 잡으려다 자칫 집토끼 5~10%마저 놓칠 수 있다는 거죠.이 의원은 정세균계 출신으로, 대선 이후 정세균계가 사실상 와해된 탓에 뚜렷한 지지 세력이나 모임이 없는 것이 약점입니다. 이 의원은 20대 국회 때까지만 해도 이인영 원내대표 시절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아 협상을 주도하는 ‘온건파’로 분류됐었죠. 그랬던 그는 대선 이후 본격 ‘마이웨이’를 가기 시작했습니다. 강경파 초선 의원 모임인 ‘처럼회’ 해산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는가 하면 대선 이후엔 반성과 혁신을 요구하며 비명계 의원 모임인 ‘민주당의 길’의 원년 멤버로 참여했죠. 이 과정에서 이 대표를 공격하며 개딸들의 수박 테러 1순위로도 자리 잡았습니다. 사실상 개딸들이 그를 전국구 인물로 키워준 셈이죠. 한 중진 의원은 “이재명과 독하게 각을 세운 것이 장점인 동시에 약점이 될 수 있다”라며 “당내 입장이 명확하지 않은 중립 지대 의원들은 총선 공천을 생각해 이재명 견제 카드로 이원욱을 뽑을 수 있고, 이원욱을 원내대표로 뽑았다가 당이 쪼개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들도 한다”고 전했습니다.박광온 의원도 다음날(5일) 바톤을 이어받아 출마를 공식화했습니다. 박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일단 당의 단합과 통합으로 국민 신뢰를 회복해 희망을 만들어 내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 총선과 다음 대선에서 이기는 목표를 갖고 있다”라고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그는 “당의 균형을 잡는 보완재 역할을 하겠다”라는 포부도 밝혔습니다. 그 역시 이 대표와의 ‘찰떡 호흡’을 자신했습니다. 박 의원은 “그(이 대표와의 호흡)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이 대표도 당 지도부를 단일한 색깔로 구성했더니 처음에는 좋아 보였는데 나중에는 그게 아니더라는 말을 최근에 했다”라고 했습니다. ‘원조 친문’ 중 하나인 박 의원은 이낙연 대표 때 사무총장을 지냈고, 대선 경선 때도 이낙연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아 ‘친이낙연계’로도 분류됩니다. 그의 강점은 무엇보다 온화한 성품과 원만한 이미지입니다. 그가 거듭 당내 ‘통합’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하는 배경이겠죠. 한 민주당 관계자는 “박광온 의원의 최대 강점은 적이 없다는 것”이라며 “죽어도 박광온은 안 된다는 사람은 못 봤다”라고 했습니다. 이 말은 반대로 ‘무조건 박광온이어야 한다’라는 사람도 많지는 않다는 의미겠죠. 한 의원은 “친문이나 친이낙연계가 박 의원을 중심으로 똘똘 뭉치는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친문 의원 표심이 개인적 친분이나 인연 등에 따라 홍익표, 이원욱으로 갈리고 있다더라”라고 전했습니다. 박 의원은 지난해 원내대표 선거 때 박홍근 원내대표와 붙었다가 이재명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비토 테러’를 당했습니다. “이낙연을 도왔던 박광온 대신 친명계 박홍근을 뽑아라”는 반협박성 문자메시지와 팩스가 의원실마다 쏟아졌었죠. 그 뒤로 절치부심한 박 의원은 이번 선거를 꽤 오랫동안 준비했다고 합니다. 의원 한 명 한 명을 찾아다니며 이미 100명 이상 만났다는 소문이 자자합니다. 원내대표 선거는 말 그대로 의원들만 참여할 수 있는 선거이다 보니 개인적 관계자 서로 갖고 있는 마음의 빚 등이 의외로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이 의원도 지난해 원내대표 선거 때 2차전까지 올라갔으니 이번에도 ‘결선투표’까지 이어진다면 말 그대로 예측 불허의 경기가 예상됩니다.흔히 ‘정치는 생물’이라기에 아직 남은 변수들도 많습니다. 20일이면 여의도에선 판세가 두 번은 바뀔 수 있는 시간이죠. 이 대표 지지율이 최근 다시 오르고 있던데, 이를 계기로 친명계에서 자신들을 대표할 만한 새 후보를 낼 수도 있을 겁니다. 반대로 이 대표에 대한 추가 체포동의안이 이번 달 국회로 또 넘어온다면 그 역시 적잖은 영향을 미칠 테고요. 어쨌든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보다는 재밌을 것 같네요.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 2023-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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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선 1년 앞두고 돌아온 삭발의 계절[광화문에서/김지현]

    지난달 30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 오랜만에 바리캉이 등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일본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반대 및 대일 굴욕외교 규탄대회’에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소속 윤재갑 의원(전남 해남-완도-진도·초선)이 삭발식에 나선 것. 윤 의원 뒤로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등도 윤석열 정부 규탄 피켓을 손에 든 채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절대 반대”를 외쳤다. 3일에도 여의도에선 만개한 벚꽃잎과 함께 머리털이 흩날렸다.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쌀값 정상화법 공포 촉구 결의대회’에선 역시 농해수위 소속인 민주당 신정훈(전남 나주-화순·재선), 이원택(전북 김제-부안·초선) 의원 등이 윤석열 대통령의 양곡관리법 거부권 시사 가능성에 항의하며 집단 삭발을 했다. 삭발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던 야당 정치인들의 최후의 투쟁 수단이었다. 자신의 메시지를 사회에 전달하고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겠다는 가장 절박한 표현이었다. 2019년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권이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항의하며 릴레이 삭발식을 벌였을 때 “110석이나 되는 제1야당이 국민으로부터 이미 받은 수많은 정치적 수단을 외면하고 삭발 투쟁이나 하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던 이유다. 당시 정의당 대표였던 심상정 의원은 “삭발은 몸뚱어리밖에 없는 약자가 자기 삶을 지키고 신념을 표현하는 최후의 투쟁인데 (자유한국당이) 국민이 준 제1야당의 막강한 권력을 쥐고 ‘약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때 집권여당이었던 민주당 의원들도 “삭발을 통한 ‘정치쇼’”(정춘숙 의원), “참 코미디 같다”(이재정 의원), “머리카락이 아니라 양심의 털부터 깎으라”(노웅래 의원)고 일제히 평가절하했다. 그랬던 민주당이 야당이 된 지 1년도 안 돼서 자신들이 조롱했던 삭발식에 나선 것이다. 169석의 거야(巨野)이자 원내 1당인 민주당이 벌써 삭발 카드를 꺼내든 건 그만큼 제1야당으로서의 메시지 파워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요즘 우리 당의 메시지는 방향은 옳다고 본다. 야당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비판과 지적이다. 그런데 아무리 맞는 말을 해도 여당에서 ‘이재명 방탄 정당 주제에’라고 하는 순간 모든 명분이 사라진다. 이 대표가 입바른 소리를 해도 사람들이 ‘너나 잘하세요’라고들 하지 않느냐”라고 했다. 실제 지난주 민주당이 ‘한일 정상회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하자 국민의힘은 기다렸다는 듯 “또 이재명 방탄용”이라고 일축했다. 삭발식이 결국 어느덧 1년 앞으로 다가온 22대 총선 공천을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한 민주당 의원은 “결국 총선을 앞두고 농해수위 의원들만 삭발해서 각자 지역에 이름을 알리는 수혜를 입은 것 아니냐”며 “요즘 시대에 삭발하면서 강성으로 나가는 게 국민들 눈에 꼭 좋게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2019년 ‘조국 삭발’에 동참했던 보수 야권 의원들의 공천 생존율은 50%에 그쳤다. 삭발도 공천을 보장하진 못한다는 얘기다. 민주당과 의원들이 꼼수를 내려놓고 진짜 민생을 위해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면 그렇게 티 내지 않아도 유권자도 알 건 다 안다.김지현 정치부 차장 jhk85@donga.com}

    • 2023-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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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아온 ‘삭발의 계절’ [김지현의 정치언락]

    “혹시 나만 모르는 국회의원의 엄청난 장점, 아니면 특혜가 있는 건가? 아니, 이게 정말 이렇게 머리까지 밀어 가면서 할 일이야…?”2019년 9월 자유한국당 의원들 사이 삭발이 유행처럼 번지던 어느 날 더불어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이 조심스럽게 물어보더군요. 3년도 더 된 대화이지만 아직도 생생한 게, 당시 자유한국당의 재선 박인숙 의원이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반대한다”라며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머리를 빡빡 밀어버린 직후였습니다. 의사 출신으로 당시 71세였던 박 의원은 조국 법무부 장관의 해임과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며 삭발식을 했습니다. 같은 당의 김숙향 동작갑 당협위원장도 이날 나란히 머리를 밀었죠.전날 같은 장소에서 무소속 이언주 의원도 같은 이유로 삭발했습니다. 보수 야권 여성 의원들의 연이은 삭발에 놀란 집권여당 초선 의원이 “머리카락이 없어도 좋을 만큼 국회의원이 괜찮은 직업인 거냐?”고 물어봤던 거죠.● ‘조국 반대’ 외치며 릴레이 삭발 여성 정치인들의 ‘결기’에 자극받은 황교안 당시 대표도 삭발에 동참했습니다. 5일 뒤 청와대 앞 분수대에 선 그는 ‘조국 파면’을 촉구하며 머리를 밀었습니다. 다음날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같은 장소에서 삭발했고요. 당시 김 전 지사의 머리는 앞서 5월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삭발했던 ‘삭발 선배’ 박대출 의원이 밀어줬습니다. 박 의원은 현재 집권여당 정책위 의장이죠. 김 전 지사는 “머리밖에 깎을 수 없는 미약함에 죄송스럽다”라며 동료 의원들을 향해 “전부 머리 깎고, 의원직 던지고, 문재인을 끌어내려야 한다”라고 했습니다.이어 삭발 바톤을 넘겨받은 강효상 의원은 동대구역 광장에서 머리를 밀어 버린 뒤 나경원 당시 원내대표에게 공을 넘겼죠. “사실 나 원내대표도 며칠 전 조국이 장관으로 임명되자마자 삭발 각오를 말한 적이 있다”라는 그의 말에 나 전 원내대표는 한동안 ‘언제 삭발할 거냐?’’는 질문에 시달렸습니다.그 시절 ‘조국 삭발’ 바람 속 머리를 민 보수 진영 인사만 현역 의원 9명을 포함해 총 15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릴레이 삭발식’에 대한 비판도 많았습니다. 보여주기식 쇼가 메시지의 진정성을 떨어트리고 정치를 희화화한다는 겁니다. 특히 이듬해 치러질 21대 총선을 앞두고 공천을 노린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도 적지 않았습니다. “머리카락보다 소중한 공천이냐”는 거죠.당시 정의당 대표였던 심상정 의원은 “삭발과 단식은 몸뚱어리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수많은 약자가 자기 삶을 지키고 신념을 표현하는 최후의 투쟁 방법인데 (자유한국당이) 국민이 준 제1야당의 막강한 권력을 쥐고 ‘약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110석이나 가진 제1야당 의원들이 이미 국민으로부터 받은 수많은 정치적 수단을 두고 삭발이나 하는 것이 무책임하다는 지적이었습니다. 북한의 대남선전매체 메아리도 ‘삭발의 새로운 의미’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인기 없는 정치인들의 여론 끌기”라고 비판했습니다. “삭발은 머리카락을 모조리 바싹 깎는다는 뜻으로, 머리카락이 다 자랄 때까지 지은 죄를 뉘우치라는 것으로 죄인의 징표다. (중략) 민심이 바라는 좋은 일 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애꿎은 머리털이나 박박 깎아버린다고 민심이 박수를 쳐줄까. 이제 말짱 깎아놓은 머리카락이 다시 다 솟아 나올 때까지도 일이 뜻대로 안 되면 그때에는 또 뭘 잘라버리는 용기를 보여줄까.” 남한 정치인들의 뼈를 무지막지하게 때렸네요.● 여의도는 또다시 삭발 중어느덧 총선이 또 1년 앞으로 다가와서일까요. 2023년 봄, 정치권엔 다시 삭발의 계절이 왔습니다. 요즘 여의도엔 만개한 벚꽃잎뿐 아니라 머리카락도 흩날리는 중입니다.지난달 30일 오전 국회에선 3년 전과 똑같은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다만 올해 주인공은 민주당입니다. 3년 전 보수야당 의원들이 머리를 밀었던 그 장소에서 이번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민주당 윤재갑 의원(전남 해남완도진도·초선)이 삭발에 나선 거죠. “(후쿠시마 오염수의) 위험을 온몸으로 저지하겠다는 일념으로 (윤 의원이) 삭발을 결의했다”라는 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의 발표에 해군 출신인 윤 의원은 “50년 동안 길러온 머리카락을 자르겠다”라며 머리를 밀었습니다.‘일본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반대 및 대일 굴욕외교 규탄대회’의 일환으로 열린 이날 삭발식엔 이재명 대표 등 지도부도 참석했습니다. 이 대표와 의원들은 윤 의원의 삭발을 응원하며 “윤석열 대통령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 저지하라”라는 구호를 함께 외쳤습니다. 당원들 사이에선 “윤석열도 삭발하라”라는 외침도 들려왔습니다.오늘(3일)도 삭발식이 예고돼 있습니다. 4월 3일 오후 2시부터 국회에서 열리는 '쌀값 정상화법 공포 촉구 결의대회'에서 역시 농해수위 소속이자 민주당의 '쌀값 정상화 태스크포스 팀장'인 신정훈 의원이 삭발에 나선다 합니다. 169석의 거야(巨野)이자 원내 1당인 민주당이 야당이 된 지 1년도 안 돼서 벌써 ‘삭발 카드’를 꺼내든 건 그만큼 제1야당으로서의 메시지 파워가 떨어졌다는 얘기일 겁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요즘 우리 당이 내놓는 메시지의 방향성은 옳다고 본다. 야당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견제와 지적이다. 그런데 아무리 맞는 말을 해도 저쪽에서 ‘이재명 방탄 정당용’이라고 해 버리는 순간 우리의 명분이 사라진다. 이 대표가 아무리 입바른 소리를 해도 사람들이 ‘너나 잘하세요’라고들 하지 않냐”라고 하더군요.실제 지난주 민주당이 ‘한일 정상회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하자마자 국민의힘은 기다렸다는 듯 “또 이재명 방탄용”이라고 일축해버렸죠. 이러니 민주당 의원들이 머리를 밀던 말던 과거 보수야당만큼 관심조차 못 받는 거고요. 삭발식이 결국 어느덧 1년 앞으로 다가온 22대 총선 공천을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한 민주당 의원은 “결국 총선을 앞두고 농해수위 의원들만 삭발해서 각자 지역에 이름을 알리는 수혜를 입은 것 아니냐”라며 “다만 요즘 시대엔 삭발 등 강성으로 나가는 게 결코 국민 눈엔 좋게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날을 세우더군요.2019년 ‘조국 삭발’에 동참했던 보수 야권 의원들의 공천 생존률은 50%에 그쳤습니다. 어차피 삭발도 공천을 보장하진 못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니 민주당 의원님들도 아까운 머리털을 잘 지키시는 게 어떨까요. 민주당이 꼼수를 다 내려놓고 진짜 민생을 위해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면 그렇게 티 내지 않아도 유권자도 다 압니다.그럼 2019년 자유한국당의 삭발식을 일제히 ‘정치쇼’라고 평가절하했던 당시 민주당 의원님들의 ‘맞는 말 대잔치’로 이번 칼럼을 마무리하겠습니다.“황 대표의 삭발, 참 억지스럽다. 굳이 의미를 찾자면 진짜 모발이라고 꿋꿋이 소수 주장을 펴온 저의 시력이 드디어 입증된 날.”(박홍근 의원)“참 코미디 같다. 대표가 삭발한 현장에 대해 국민이 얼마나 동의했을까” (이재정 의원, 당시 당 대변인)“머리카락이 아니라 양심의 털부터 깎으라는 것이 민심” (노웅래 의원)“자신의 지지자 결집을 위한 대권 놀음 아닌가. 민생을 제쳐두고 제1야당 대표가 삭발을 통한 ‘정치쇼’를 강행할 때가 아니다” (정춘숙 의원, 당시 원내대변인)김지현기자 jhk85@donga.com}

    • 2023-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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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극기는 죄가 없다[김지현의 정치언락]

    “우리 태극기부대야?” (변재일 의원)“태극기, 우리가 빼앗아 와야 합니다.” (문진석 의원)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장에서 들려 온 두 민주당 의원님의 대화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과 한일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던 이날 민주당은 ‘윤석열 대일 굴욕 외교 저지를 위한 의원 행동’을 제안하며 의총장을 온통 태극기로 도배했습니다. 회의장 전면 스크린에는 ‘역사를 팔아서 미래를 살 수는 없습니다’라는 문구 아래 대형 태극마크가 등장했습니다. 의원들은 각자 손에 태극기를 들고 흔들며 입장했습니다.민주당 대일 굴욕외교대책위원장인 김상희 의원은 이 자리에서 “일제강점기 일본은 태극기 제조, 소지도 금지했지만, 선조들은 태극기를 독립운동 상징으로 사용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의원들이 먼저 나서서 태극기 흔들기를 결심했으면 좋겠다. 가슴엔 태극기 배지를 달고, 의원실과 상임위원회 회의장엔 태극기를 걸고 대일 외교에 대한 저항 메시지를 전달하자”라고 했습니다. 이날 의총 말미엔 ‘굴욕외교에 맞서 잘 싸워 달라’는 의미로 김 의원이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에게 직접 태극기 배지를 달아주는 퍼포먼스도 벌였죠. 잠시 독립운동가들인 줄 착각할 뻔했습니다.민주당의 ‘태극기 휘날리며’는 그 뒤로 일주일 내내 이어졌습니다. 17일 열린 국방위원회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자신들의 노트북에 ‘태극기 피켓’을 부착했다가 결국 회의가 파행까지 됐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이 의총 때 썼던 ‘역사를 팔아 미래를 살 수 없다’라는 문구와 함께 태극기 팻말을 붙이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에 반발하며 회의에 불참한 겁니다.국민의힘 소속인 한기호 국방위원장은 “국회법 145조는 회의장에서 질서를 어지럽힐 경우 위원장이 경고나 제재할 수 있도록 했다”라며 “(태극기 앞에) 써놓은 문구와 국방위가 무슨 관계가 있나. 정치적인 구호”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자 민주당 소속 위원들은 “어떤 일이 있어도 태극기는 내릴 수 없다”라며 “한 번 건 태극기를 어떻게, 자존심을 내릴 수 있겠나”라고 극렬 항의했습니다. 이들은 회의가 파행된 뒤 기자회견도 열어 “국회의원이 국기를 내거는 게 안 될 행위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같은 당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은) 태극기를 부정하는 것인가. 태극기 앞에서 부끄럽나”라고 비판했습니다. 20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도 똑같은 장면이 반복됐죠. 이날도 노트북 위에 태극기 피켓을 내 건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여당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결국 회의는 개의 6분 만에 정회됐습니다.문체위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이 “어떤 이유로도 태극기 자체가 정치적으로 이용되거나 활용돼선 안 된다”라고 하자 민주당 임종성 의원은 “태극기가 정치 쟁점화된다는 것은 듣도 보도 못하고 처음 듣는 얘기다. 태극기를 국회의원들이 붙였다고 이게 정치적 쟁점이 되느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결국 여야는 간사 간 협의를 거쳐 각자 자신의 발언 시간에만 태극기를 붙이기로 하고 어렵사리 회의를 재개했습니다. 정회 후엔 여당도 이에 질세라 태극기 피켓을 내걸더군요.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은 “민주당 의원님들 덕분에 저희도 태극기를 걸고 상임위를 진행하게 됐다. 구호를 좀 다르게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결단, 여야 함께 합시다’라고 걸었다. 한일 간의 역사적 난제를 풀기 위한 대통령의 결단을 국회가 좀 존중하고 그 과정을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 달라”고 했습니다. 이때부터 여야는 거의 모든 상임위 회의장에서 ‘태극기 경쟁’을 벌이는 중입니다.태극기 사랑에는 요즘 반일 투쟁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이재명 대표도 빠질 수 없겠죠! 이 대표는 22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대일굴종외교 규탄 태극기 달기 운동’에 참석해 자신의 차량에 태극기 스티커를 직접 붙이는 퍼포먼스를 벌였습니다. 요즘 윤 대통령을 향한 ‘독설’에 물이 오른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다시 대한민국이 자주독립 국가임을, 정부는 대한민국 국민을 위한 대한민국을 위한 정부임을 증명해야 한다. 이제 국민이 나설 때다. 태극기를 다시 손에 들고, 각 가정에 계양하고, 차에 붙이고 해서 우리나라가 결코 일본에 끌려가는 존재가 아니라 당당한 자주독립국임을 보여주자”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잠시 일제강점기로 돌아간 줄 알았습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이어져 온 민주당의 난데없는 태극기 사랑이 묘하게 불편했습니다. 왜일까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우리 모두 어린 시절 한 번쯤은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했던 대한민국 국민 아니겠습니까. 태극기가 민주당의 ‘반일 투쟁’ 행각을 위한 도구로 이용당하는 게 싫은 이유일 겁니다. 태극기가 정치판의 전유물로 전락하는 게 싫었던 거고, 태극기를 든 자신들의 주장에 동조하지 않으면 ‘매국노’, ‘친일파’라는 식으로 몰아가는 그 특유의 이분법적 논리가 불쾌했던 거죠. 저 역시 대한민국을 사랑하지만, 민주당식 애국엔 동의하지 않거든요.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도 통화에서 최근 민주당의 ‘태극기 운동’에 대해 “제1야당이 반일 감정을 자극해 어떻게 해보려는 게 정말 한심하다”라고 꼬집더군요. 그는 “당연히 한일 정상회담 과정이나 협상 결과상의 잘못된 부분은 객관적으로 비판하고 지적해야 한다. 그런데 갑자기 태극기를 모든 곳에 달자고 하고, ‘이완용’, ‘매국노’ 등 감정적 표현을 남발하는 건 국민 여론을 분열시키고,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으로밖에 안 보일 것”이라고 했습니다.태극기는 이미 ‘태극기 부대’에게 충분히 시달린 것 같습니다. 여론조사업체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8월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태극기 부대의 등장 이후 태극기 이미지가 나빠졌다는 비율이 35%더군요. 특히 진보층에선 49%가 태극기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변했다고 응답했습니다. 국민의힘이 태극기 부대와의 결별을 선언하자마자 이번엔 민주당이 ‘우리가 이번 기회에 태극기를 빼앗아 오자’라는 상황인 겁니다. 대체 태극기는 무슨 죄인가요. PS. 온라인상에선 민주당의 태극마크 모양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공식 태극마크와 달리 태극 문양의 오른쪽 끝이 조금 찌그러졌다는 거죠. 중간에 흰 선 때문에 ‘펩시’ 음료 로고 같다는 말도 나옵니다. 이에 대해 민주당에선 “디자인인데 문제가 되느냐”는 뜨뜻미지근한 반응입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 2023-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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