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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중 특히 시청각장애인의 투표는 위대한 도전입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언젠가 이들이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할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장애인 재활 40여 년의 외길 인생을 걸어온 김종인 나사렛대 교수(62)의 말이다. ‘인간 재활학(Human Rehabilitation)’ 국내 1호 박사인 그는 장애인 단체 대표와 촉수화(손으로 만져 소통하는 수화) 전문가 등 30여 명이 참여한 한국헬렌켈러위원회 위원장도 맡고 있다.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둔 8일 서울 강남세움장애인통합지원센터에서 김 교수와 홍정길 밀알복지재단 이사장(78), 정형석 재단 상임대표(63)를 만났다. 장애인학교인 밀알학교, 장애인 자활을 돕는 굿윌스토어를 운영 중인 이 재단은 지난해 4월 시청각장애인을 돕는 ‘헬렌켈러센터’를 열었다. 이 센터는 총선 당일 시청각장애인에게 통역 서비스를 지원한다. 촉각수어 통역인이 신청자가 요청한 시간과 장소로 찾아가 투표 절차 설명, 투표장 내 동선 안내, 투표용지 설명 등 시청각장애인의 원활한 투표 참여를 돕는다. “시청각장애는 시각장애와 청각장애의 덧셈이 아닌 ‘곱셉의 장애’입니다. 장애가 있는 투표권자는 200여만 명, 이 중 시청각장애인은 1만여 명으로 추산됩니다. 시청각장애는 신체장애 중 가장 중증에 속하고, 외부와 소통 자체가 거의 없는 분들도 많습니다.”(김 교수) 장애인 교육과 자활에 힘써온 홍 이사장은 장애인의 선거 참여를 ‘혁명적 사건’이라고 했다. 그는 “20여 년 전 밀알학교가 문을 열 때만 해도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은 아이들을 어쩔 수 없이 집에 가둬 키웠고, 주변에서는 개교를 반대했다”며 “장애인의 투표가 자연스러운 모습이 된다면 그 자체가 우리 사회의 성숙한 변화를 상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시청각장애인은 소통이 어려워 선거와 관련한 정보를 모르는 경우가 많지만 몇 분이 선거에 참여하고 싶다는 연락을 해 왔다”고 전했다. 미국에서는 1960년대 후반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이른바 ‘헬렌켈러법’이 제정됐고 1970년 헬렌켈러국립센터가 설립돼 다양한 사회적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1월 시각장애인만을 대상으로 했던 기존 법에 시청각장애인의 정보접근권과 의사소통 지원, 전담기관 설치 등을 담은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들은 선거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BF(Barrier Free·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정책을 구체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미국에서는 장애인 명찰을 달고 있는 시청각장애인이 혼자서 이동할 때 도와주지 않으면 처벌을 받을 정도로 사회적 기준이 높다”며 “헌신적인 설리번 선생이 없었다면 장애를 극복한 헬렌 켈러도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헬렌켈러센터는 지난달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모의 투표를 준비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취소됐다. 김 교수는 “시청각장애인의 투표 참여는 이제 걸음마 단계”라며 “이들의 참정권 실현이 곧 인권 보장”이라고 강조했다. 홍 이사장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밀알학교도 문을 닫고 있는 상태라 학생과 부모님들의 어려움이 크다”며 “앞으로 학교에서 적절한 교육을 통해 장애인들이 제대로 된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엄마와의 관계가 고통스러워서, 나는 여러 번 엄마가 죽기를 몹시 바랐다. … 이 비극적인 이야기에서 내가 맡은 역할은 작았다. 엄마의 존재에 관한 장기 방영 드라마에서 성난 아들로 반복 등장하는 단역이었다. …” 래퍼 로키(Loki)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칼럼도 쓰고 있는 저자 대런 맥가비는 2001년 어머니의 죽음이 전해졌을 때의 심경을 이렇게 언급했다. 당시 그는 17세, 어머니는 36세였다. 어릴 때 당한 성폭행 트라우마에 시달려 온 어머니는 알코올과 약물에 의존했고, 아들은 엄마의 폭력을 피해 다니며 방치된 삶을 살아야 했다. 원제 ‘Poverty Safari :understanding the anger of Britain‘s underclass’(2017년). 이 책은 2018년 정치적 글쓰기를 예술로 만들고 싶어 한 조지 오웰의 뜻을 기려 제정한 오웰상(賞)을 받았다.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남부의 폴록에서 성장한 맥가비는 고향을 중심으로 가난의 실체에 접근했다. 폴록은 경제적인 쇠퇴와 함께 빈부격차, 재개발을 둘러싼 갈등이 극명하게 드러난 ‘가난 사파리’였고, 저자는 사파리를 즐기는 관광객이 아니라 구성원이었다. 칼럼을 모은 듯한 책의 구성이 매끄럽지는 않다. 이 책의 미덕은 세련되고 논리적인 메시지가 아니라 감성적인 설득력이다. 저자의 가족과 그가 속해 있던 공동체가 겪어 온 변화를 읽다 보면 문제의 심각성과 보편성이 드러난다. 5남매의 장남인 그는 책 앞부분에서 동생들 이름을 언급한 뒤 미안함과 사랑을 고백하며 ‘마약은 하지 말라’는 추신을 남겼다. 이들 5명 중 4명은 알코올 또는 약물 문제를 겪었고, 3명은 전과기록이 있고, 2명은 한두 차례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으며, 3명은 파괴적 폭력적 행동으로 퇴학을 당했다. 시대를 떠나 가난은 해법을 찾기 어려운 난제(難題)다. “좌파는 가난이 정치적 선택이고, 우리가 집단의 자원을 전용해 사회의 부를 재분배한다면 가난의 영향이 완화될 수 있다고 믿는다. 우파는 개인과 가정이 윤택해지도록 자율권을 주고 국가의 역할을 줄이는 일이야말로 최선의 방법이라고 믿는다.” 작가는 만병통치약 또는 누구 탓이라는 식의 쉬운 결론을 거부한다. 가난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믿고 싶은 것보다 훨씬 복잡하며, 사회 심리 정치 문화 등에서 인간이 받는 많은 영향을 포함한다고 결론 내린다. 중독자의 삶을 경험했던 맥가비는 스코틀랜드 경찰 폭력감소반의 첫 상주 래퍼로 일했고, 반사회적 행동과 가난의 근본 원인을 추적하는 스코틀랜드 BBC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사진)이 주님 부활 대축일(부활절·12일)을 앞두고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면서 희망을 간직하고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자”는 부활절 메시지를 7일 발표했다. 염 추기경은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해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인내와 희생, 협조를 아끼지 않는 국민 모두에게 깊은 감사와 존경을 드린다”고 전했다. 또 염 추기경은 15일 예정된 총선과 관련해 ”모든 정치인들이 희망을 주는 정치를 펼쳐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염 추기경이 11일 오후 8시와 12일 낮 12시 주례하는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는 신자 없이 진행되며 가톨릭평화방송 TV와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이 주님 부활 대축일(부활절·12일)을 앞두고 ‘희망을 간직하고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자’라는 제목의 부활절 메시지를 7일 발표했다. 염 추기경은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두려워하지 마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면서 희망을 간직하고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자”며 “ 서로를 배려와 사랑으로 대하면서 이 시련의 시간을 잘 견디어 나아가자”고 밝혔다. 염 추기경은 또 “좋은 계절 주님 부활 대축일을 맞이했지만, (코로나19로) 부활의 기쁨을 느끼기도 어렵다”면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인내와 희생, 협조를 아끼지 않는 국민 모두에게 깊은 감사와 존경을 드린다”고 전했다. 15일 예정된 제21대 총선과 관련해 희망의 정치를 펼쳐 달라는 당부도 있었다. 염 추기경은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게 될 국회의원들을 비롯해서 모든 정치인들이 국민들, 무엇보다도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펼쳐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염 추기경은 “주님은 우리가 서로에게, 특히 어렵고 힘든 이들에게 희망의 빛이 되기를 원하신다”며 코로나19에 취약한 계층에게 도움의 손길을 촉구했다. 서울대교구는 염 추기경이 11일 오후 8시와 12일 낮 12시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를 주례하며 부활절 메시지를 낭독한다고 밝혔다. 이 미사들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신자 없이 진행되며 가톨릭평화방송 TV와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신자들과 함께하는 미사’는 중단됐지만 한 사제의 미사는 멈추지 않았다. 수어(手語)로 진행되는 침묵의 미사다. 아시아 최초의 청각장애인 사제인 박민서 신부(52)는 미사가 중단되자 신자들의 단체사진을 제대(祭臺)에 올려놓고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1일 청각장애인을 위한 성당인 서울 성동구 마장로 에파타 본당에서 그를 만났다. 인터뷰는 수어 통역을 통해 진행됐다. ―혼자 미사를 올리는 사진과 동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큰 감동을 주고 있다. 어떻게 시작했나. “무엇보다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이들과 성당에 오고 싶어도 올 수 없는 신자들을 위로하고 싶었다. ‘당신들을 기억하고, 당신들을 위해 기도하니 힘내 달라’라는 마음을 전하려고 했다.” ―어려움은 없었나. “SNS에서 미국의 농아 사제 몇 분이 미사 올리는 것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가톨릭 방송에서 미사를 중계하지만 모두 수어 통역이 있는 것은 아니고 자막도 부족해 답답해하는 신자가 적지 않다.”―반응은 어떤가. “(박 신부는 신자들과 함께하는 SNS 대화방의 문자들을 보여줬다) 보시고 너무 좋아들 한다. 한 할머니는 신부님 얼굴 보니 감사하고 눈물난다고 썼다.” 그는 서울 강북구의 한 수녀회 건물을 빌려 미사를 집전해 왔다. 하지만 등록된 신자는 500여 명인데 150명 정도만 참석할 수 있을 정도로 비좁았다. 2011년부터 서울대교구는 물론이고 지방과 해외의 한인 성당 150여 곳을 찾아가 수어로 호소했고 4만 명이 후원금을 보탰다. 첫 삽을 뜬 지 2년 만인 지난해 8월 서울 성동구 마장동에 에파타 성당이 완공됐다. 에파타는 예수와 제자들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아람어로 ‘열려라’라는 뜻이다. 이곳은 지하 2층, 지상 6층으로 대성전과 소성전, 언어청각치료실, 작은 피정의 집 등을 갖췄다. 미사를 봉헌하는 350석 규모 대성전은 어디서든 수어가 잘 보이도록 계단식으로 만들었고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을 설치해 수어와 자막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성당 완공 이후 기쁨이 컸을 텐데 신자와 함께하는 미사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 성당은 청각장애가 있는 신자들의 오랜 꿈이었다. 수어 미사를 보고 서로 얼굴을 보기 위해 충남 천안에서 오는 신자들도 있다. 코로나19를 이겨내 하루라도 빨리 만나고 싶을 것이다.” ―최근 성당에 변화가 있다고 들었다. “(박 신부 얼굴에 큰 웃음이 번졌다) 대성전과 소성전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완성됐다. 성당 앞에는 예수치유상과 영혼의 영적 배달을 상징하는 우체통 모양의 촛불 박스가 새로 들어섰다. 신자들이 보면 좋아할 텐데 아직 못 보여줬다.” ―성당 봉헌식 때 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은 어떤 말씀을 했나. “축하의 말씀과 함께 청각장애 신자들의 영혼을 잘 이끌어 달라고 하셨다.” ―2013년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시청각장애인 사제인 키릴 악셀로드 신부(78)와 함께 만난 기억이 난다. “신부님이 고향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교육 센터를 건립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내가 사제의 길을 걸으면서 어려울 때마다 힘을 준 마음의 스승이다.” ―직접 만나지 못하는 신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수어 미사에 대한 신자들의 갈증이 커서 미사를 밴드에서 생중계하기 시작했다. 불가능해 보이던 성당이 완공될 때 ‘하느님은 불가능이 없으시다’는 말이 떠올랐다. 용기를 잃지 않고 기도하면 곧 성당서 함께 만나게 될 것이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한번은 그와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바쁜 직업의 하나가 목회자다. 도대체 언제 시를 쓰나?” “장소와 시간이 따로 없다. 뭔가 떠오르면 읊조리고, 종이에 옮기고….” 그러면서 휴대용 녹음기를 꺼냈다. 거기에는 다듬어지지 않은 시구는 물론이고 흥에 겨워 부른 노래까지 담겨 있었다. 고단한 목회자의 삶을 지탱해준 쉼터이자 보물창고였다. 경기 용인시 새에덴교회 소강석 목사(58)의 10번째 시집 ‘꽃으로 만나 갈대로 헤어지다’가 최근 출간됐다. ‘꽃은 먼저 주고 돌은 마지막에 던져라/예수는 여인에게 꽃을 주고 돌을 던지지 않았다/사랑할 일이 있으면 가장 먼저 꽃을 주고/미워할 일이 있으면 마지막에 돌을 던져라/….’(‘꽃과 돌’ 중) 목회는 소명, 시는 사랑이라는 그는 자신의 시가 “봄 길에 피어난 꽃 한 송이 되어 지친 이들의 가슴을 위로해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개신교 최대 교단의 하나인 예장 합동 차기 총회장인 그는 저서 40여 권을 냈고 윤동주문학상 천상병문학대상을 받았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천주교 최대 교구인 서울대교구는 미사를 무기한 중단하기로 했다. 서울대교구는 2일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가 학생의 등교를 무기한 연기하며 온라인 개학을 순차적으로 실시한다고 발표함에 따라 1일 교구 임시 사제평의회를 비상소집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대교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중단했던 미사를 초중고교 개학 시점에 맞춰 6일 재개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서울대교구는 12일 ‘주님 부활 대축일’(부활절) 미사를 비롯한 성주간 전례도 신자 참여 없이 사제단 일부만 참석해 진행하고 방송과 유튜브로 생중계하기로 했다. 2일 현재 대구대교구와 전주교구, 수원교구, 군종교구도 미사를 무기한 중단한 상태다. 다른 교구도 같은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개신교계는 부활절 예배를 앞두고 고심하고 있다. 연합예배는 교단 대표만 참석해 소규모로 열지만 개별 교회 예배는 현장 예배와 온라인 예배로 입장이 나뉘고 있다. 한편 대한불교조계종은 법회를 비롯한 행사와 모임 중단 조치를 19일까지 연장한다고 이날 밝혔다. 조계종은 “코로나19는 인간만의 이익을 위해 뭇 생명을 위협하고 공동체의 청정을 훼손해온 우리 모두의 삶과 생활에서 비롯된 것임을 깊이 성찰한다”며 “온 생명의 존중과 행복, 평화를 위한 기도를 전국 모든 사찰이 함께 올리도록 했다”고 밝혔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26일 오전 9시 반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정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어르신들이 많이 모이는 이곳은 지난달 2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폐쇄됐다. 하지만 공원 옆 골목길에는 긴 줄이 들어섰다. 어르신 100여 명이 무료 급식을 기다리는 줄이었다. 이날 무료급식을 제공한 ‘사회복지원각’의 작은 법당에서는 나이든 신도 5, 6명이 모인 가운데 아침 예불이 한창이었다. 평소 밥과 국으로 급식을 준비하던 작은 공간에는 떡과 우유가 쌓여 있었다. 사회복지원각은 연중무휴로 무료급식을 제공했지만 지난달 23일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급식을 중단했다. 여러 차례 급식중단을 알렸지만 하루에도 수십 명씩 “밥을 달라”며 문을 두드렸다. 결국 16일부터 빵과 떡, 우유 등의 대체 급식이 재개됐다. 건물 벽에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거리 띄우기, 마스크 착용, 손 씻기’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급식을 기다리는 어르신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급식은 오전 11시 반 시작하지만 몇 시간 전부터 줄을 섰다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서울 시내 급식소들이 코로나19로 폐쇄되자 밥 한 끼 해결하기 어려운 이들이 이곳으로 몰려든 것. A 씨는 “하루 한 끼 무료급식에 의지해 살아가는 형편인데 아무런 대책 없이 중단하면 굶어 죽으란 말이냐”며 “코로나19보다 배고픈 게 더 무섭고 힘들다”고 말했다. B 씨는 “앞에 있는 사람들은 몇 시간 전부터 줄을 섰을 것”이라며 “메르스 사태 때보다 요즘이 훨씬 어렵다”고 했다. 급식소는 매번 300명 분 안팎의 식사를 준비하지만 부족한 경우가 많다. 급식소 관계자는 “주변의 급식소가 대부분 문을 닫아 이곳을 찾는 이들이 늘어났다”며 “빵과 우유를 받고도 다시 줄을 서는 분들도 있다”고 했다. 대체식의 경우 기존 급식보다 비용이 30% 더 들어간다. 하지만 밥과 국 위주의 식사에 익숙한 어르신들은 여전히 배가 고프다고 하소연한다. 2018년부터 이곳을 운영 중인 원경 스님(서울 성북구 심곡암 주지)은 “빵과 우유에 무슨 온기가 있겠냐”며 “항상 배고픈 분들이라 따뜻한 밥을 드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심곡암은 1999년 사찰에서 음악회를 시작해 산사음악회의 원조로 불릴 정도로 문화 활동에 공을 들여왔다. 올해는 5월 17일 봉축 행사를 겸한 산사음악회가 예정돼 있다. 원경 스님은 “심곡암이 수행도량이라면 무료급식소는 실천도량이다. 실천 없는 수행은 죽은 공부다”며 “올해 음악회는 음식과 음악을 함께 나누는 행사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급식소 측은 코로나19의 여파로 후원과 자원봉사의 손길이 예전만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 기독교계 최대 축일(祝日)의 하나인 부활절(4월 12일)이 다가오면서 부활절 연합행사는 중지하거나 연기하되 개별 예배와 미사는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개신교계는 전통적으로 교회 일치의 상징으로 부활절 행사를 연합예배 형식으로 치러왔다. 하지만 올해는 각종 행사를 온라인 예배로 진행하거나 연기했다. 교단협의체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서울 종로구 새문안교회에서 열릴 예정이던 부활절 연합예배를 온라인 예배로 전환한다고 최근 밝혔다. 현장 예배는 각 교단에서 소수 인원만 참가하도록 해 규모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연합예배에 이어 서울 광화문과 세종로 일대에서 펼쳐질 예정이던 ‘이스터(Easter·부활절) 퍼레이드’는 잠정 2개월 연기됐다. 지역별 연합예배도 대구는 취소를 결정했고 다른 지역에서도 온라인 예배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교계 관계자는 “부활절을 맞아 교회의 하나 됨을 보여줄 수 있는 연합예배와 아시아 최초의 퍼레이드까지 계획했지만 무산돼 매우 아쉽다”며 “이번 부활절 예배는 예수님이 고난에서 부활하신 것처럼 교회와 우리나라가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선다는 의미를 담아 개별 교회에서 경건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톨릭은 다음 달 6일 16개 전체 교구의 미사가 정상화될 예정이다. 각 교구 본당 중심의 부활절 미사도 차질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다음 달 2일부터 신자와 함께 미사를 드리겠다고 밝혔던 서울대교구는 25일 추가 지침을 발표해 미사 재개 시점을 6일로 늦추기로 했다. 서울대교구는 염수정 추기경 명의의 공문에서 “현 상황의 심각성을 무겁게 받아들여 미사 재개 시점을 유치원 및 초중고교 개학 시점에 맞춰 4월 6일에 재개하도록 추가 연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수원교구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교구 소속 각 본당의 공동체 미사를 다음 달 6일 재개한다고 발표했고, 광주대교구도 다음 달 3일 재개하기로 한 미사를 6일부터 봉헌한다고 밝혔다. 교계에서는 코로나19가 특정 지역에서 이례적으로 다시 확산되지 않는 한 다음 달 6일부터 16개 전 교구의 미사가 재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예장) 통합과 함께 개신교 양대 교단의 하나인 예장 합동 교단이 교회 예배 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예방지침 준수 여부를 점검하러 나온 공무원에게 예배자로 참여, 종교 자유 존중, 교회 향한 위헌·위법·불법행위 금지 등을 확인받도록 해 예배 현장에서 갈등이 예상된다. 23일 이 교단에 따르면 예장 합동 총회는 21일 ‘전국교회 예배당 출입 확인서 시행의 건’이라는 공문을 소속 교회에 보냈다. 이 확인서에는 공무원이 동의할 사항으로 △조용히 예배 참여 △예배 중 사진 촬영·녹음·녹화 금지 △신분 확인용 주민등록증·직업 신분증·얼굴 촬영 △신천지 등 이단 사이비와 무관 확인 △공무원으로서 종교 자유 존중과 교회 향한 위헌·위법·불법행위 금지 등 5개항에 동의하도록 돼 있다. 총회는 확인서에서 “우리 교회는 국가가 제시하는 (감염 예방) 7대 준칙을 철저히 지킨다”면서 “이 준칙을 교회에 제시할 때는 집단 감염을 일으킨 콜센터, 요양병원, 요양원 등에 대해 모든 준칙을 준수하도록 행정명령을 행하고 공연장, 영화관, 상시이용 다중시설 등에 대해서도 7대 준칙을 명령한 후에야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종교적 가치, 예배의 소중성, 영적 목표는 영리 추구, 이윤 추구와 비교할 수 없는 우위가 있다”며 “이번 주일예배에 대한 지도, 감독 차원에서 일부 공무원들이 강제적으로 예배당을 진입하려는 태도는 종교탄압이요, 신성모독”이라고 했다. 지난해 1월 기준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예장 합동 교단 소속 교회는 1만 1937개, 신자 수는 276만 명에 이른다. 이 공문을 주도한 총회장 김종준 목사가 담임으로 있는 꽃동산교회를 비롯해 사랑의교회, 수영로교회, 새에덴교회, 충현교회, 반야월교회 등 중대형 교회가 많다. 교단의 한 관계자는 “총회 공문에 따르지 않았다고 징계 등의 조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와 일부 단체장의 일방통행식 조치에 교회들의 불만이 쌓여 있어 예배 현장에서 동의를 요구하는 교회들이 많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마스크 공장’으로 변신한 교회가 있다. 백송교회(인천 남동구 장아산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자 이달 초부터 수제 면마스크를 만들어 지역 주민과 마스크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기부하고 있다. 매주 월, 목요일 오전 10시 반 마스크를 배부하는데 교회 앞에는 주변은 물론이고 멀리서 소문을 듣고 온 사람들로 긴 줄이 선다. 18일 찾은 교회 앞에는 ‘백송교회에서 사랑의 수제 면마스크를 나눕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보였다. 교회 안에는 2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마스크 제작이 한창이었다. 천을 자르고, 마스크 틀을 잡고, 필터를 집어넣고, 마스크를 포장하는 이들의 손길이 바빴다. 마스크를 만드는 재봉틀의 드르륵, 드르륵 소리가 쉼 없이 이어졌다. 백송교회는 2월 중순 대구에서 코로나19가 크게 확산되자 온라인 예배로 전환했다. 이순희 담임목사(59)는 함께 주일(일요일) 예배를 드리는 대신 마스크를 제작해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로 결심했다. 이 목사는 “코로나19로 지교회인 대구백송교회가 폐쇄되면서 신자들은 물론이고 지역 주민 모두 크게 힘들어했다”며 “그러던 중 유튜브에서 마스크 제작법을 봤는데 크게 어렵지 않을 것 같아 ‘바로 이거다’ 싶었다”고 말했다. 교회는 6일부터 교역자와 신자들이 모여 마스크 만들기에 나섰다. 처음에는 재봉틀도 1대밖에 없었고 솜씨도 서툴러 하루 꼬박 마스크 100개 만들기가 벅찼다. 지금은 재봉틀 6대에 1000개를 거뜬히 제작한다.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의 백송교회 마스크는 천 마스크에 갈아 끼울 수 있는 리필용 필터 7개가 들어 있다. 특히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유아, 아동용 소형 마스크가 인기다. 목회자가 되기 전 의류업체에서 일한 한수산나 부목사가 다른 봉사자들에게 재봉 노하우를 전수했다. 그는 “다들 학창 시절 가사 실습은 했겠지만 재봉틀을 제대로 다뤄 봤겠냐”며 “모두 어려운 이들을 돕겠다는 선한 마음과 열정 때문인지 금세 배웠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은 물론이고 교단과 단체에서 마스크를 보내 달라는 요청이 많아 작업이 새벽까지 이어진다. 신자인 양귀녀 씨는 “아침에 이곳에 와서 오후 4, 5시까지 작업한 뒤 저녁 준비를 하기 위해 집으로 간다”며 “주일(일요일) 예배는 못 올리지만 어려운 이들을 돕는 섬김이 소중하게 여겨진다”고 했다. 이 목사는 1997년부터 CCM(기독교 계열 대중음악) 가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평신도 부흥사로 교회 일에 전념하면서 음악과 관련한 일은 접었고 2015년 뒤늦게 목사 안수를 받았다. 인천을 비롯해 대구, 미국 로스앤젤레스, 캐나다 토론토에 지교회가 있고, 충남 보령시에 수양관이 있다. 그의 꿈은 1년 내내 낮밤으로 예배드리는 교회, 세상에서 빛과 소금의 사명을 담당하는 교회를 만드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예배를 진행하는 지금의 상황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는 일부 교회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조심스럽게 의견을 말했다. “목회자와 신자 모두 주일에 교회에 모여 예배를 못 올리는 아쉬움과 상처가 큽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는 개별 교회뿐 아니라 지역 사회와 나라 전체를 지키기 위한 큰 문제라 정말 조심해야죠.” 인천=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1. “제리 샌더스키가 샤워장에서 벗고 있었다는 걸 감독한테 설명했습니까.”(검사) “네, 물론이죠.”(매퀴어리) “남자아이하고 신체를 접촉하고 있었다는 것도 설명했지요?”(검사) 2017년 3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한 법정에서 진행된 아동 성폭력에 대한 증언이다. 매퀴어리는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미식축구팀 젊은 코치, 샌더스키는 같은 팀의 고참 코치였다. ‘샌더스키 스캔들’은 50여 건의 아동·청소년 피해가 드러나 미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이 사건이 더욱 관심을 모은 것은 감독이 61년간 팀을 이끌며 전무후무한 400승 기록을 남긴 ‘영웅’ 조 패터노였기 때문이다. 2018년 미국에서 공개된 배우 알 파치노 주연의 영화 ‘패터노’가 이 사건을 다뤘다. #2. 2015년 7월 백인 경찰관 브라이언 엔시니아는 텍사스주 휴스턴 인근에서 흑인 여성 샌드라 블랜드의 차를 세운다. 블랜드가 차로 변경 시 깜빡이를 켜지 않았다는 이유다. 짧은 대화 뒤 블랜드가 담배에 불을 붙이자 차에서 내리라는 엔시니아와 강경하게 버틴 블랜드의 말싸움은 점차 거칠어진다. 결국 엔시니아는 블랜드를 체포하는데 유치장에 갇힌 블랜드는 사흘 뒤 자살한다. 이 사건은 2018년 다큐멘터리 ‘그녀의 이름을 말하라: 샌드라 블랜드의 삶과 죽음’으로 제작됐다. ‘타인의 해석’의 원제는 ‘Talking to Strangers’. 우리말로 하면 ‘낯선 이와 말하기’다. 저널리스트로서 사회과학의 최신 연구결과를 토대로 사회와 인간관계에 숨은 원리를 분석해온 말콤 글래드웰이 6년 만에 낸 신작이다. 그는 이전 저작 ‘아웃라이어’에서 ‘1만 시간의 법칙’, ‘다윗과 골리앗’에서 역경과 결점의 힘, ‘블링크’에서는 처음 2초 직관의 중요성을 메시지로 던지며 국내에도 적지 않은 팬들을 보유한 작가다. 그가 신작에서 주목한 것은 사람이 사람을 만나고, 특히 낯선 이들을 접할 때 저지르는 오류다. 샌더스키가 체포된 것은 2001년 그의 성폭력이 패터노 감독에게 보고된 뒤 10년이 지나서였다. 글래드웰은 묻는다. 여러 사람이 보고를 받았음에도 젊은 코치의 말은 왜 무시됐을까, 일부 사람들은 증거가 명백함에도 왜 아직도 ‘가장 더러운 남자’의 무죄를 주장할까? “다음에는 깜빡이 켜고 차로 바꾸세요” “예, 좋은 하루 되세요”라는 몇 마디로 끝났을 수 있었던 엔시니아의 말 걸기는 왜 비극으로 끝났을까? 저자는 타인이 정직할 것이라고 가정하는 ‘진실기본값 이론’, 태도와 내면이 일치한다고 착각하는 ‘투명성 관념 맹신’, 행동과 결합하는 맥락의 중요성을 간과한 ‘결합성 무시’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책에 나오는 기둥 개념들은 낯설지만 저자는 다양한 사례, 심리학 이론과 실험, 심지어 미드 ‘프렌즈’ 배우들의 표정 분석까지 등장시켜 독자들을 설득한다. 패터노와 대학 총장을 비롯한 사람들은 충격적인 보고를 받으면서도 지역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샌더스키에 대한 신뢰를 버리지 못한다. 그 기저에는 서로를 믿지 않으면 사회가 유지될 수 없다는 인간의 사회적 본성도 깔려 있다. 경찰관 엔시니아는 고분고분하지 않은 흑인 여성의 말투와 담뱃불 등에서 태도와 내면을 일치시키는 오류를 범했다는 지적이다. 법정은 당시 60대의 샌더스키에게 “그의 여생에 확실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형량을 선고한다”며 징역 30년에서 최대 60년, 사실상의 종신형을 선고했다. 패터노 동상은 끌어 내려졌고, 보고 라인의 정점에 있던 총장도 해임됐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한국 천주교주교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중단한 미사 재개 시점에 대해 정부가 초·중·고교 개학을 다음 달 6일로 미룬 방침을 고려해 정하겠다고 19일 밝혔다. 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는 이날 춘계 정기총회 뒤 브리핑에서 “미사 재개는 정부 방침을 존중하는 것으로 했다”며 “지역 특성에 따라 융통성 있게 시점을 당기거나 늦출 수는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거의 나오지 않는 일부 지역을 제외한 교구들은 다음 달 초순까지 미사를 중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 의장은 다음 달 12일 부활절 미사에 대해서는 “그때까지는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을까 예상한다”며 “질병관리본부가 권유하는 예방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미사 전례에 참석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교단은 이날 국민과 천주교 신자를 위한 담화문을 발표해 “힘든 시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고생하시는 모든 분께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전한다”며 “특히 코로나19 확산에 맞서 혼신의 힘을 다하는 의료진과 자원봉사자, 정부를 비롯한 모든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주교단은 이어 “나보다는 어려운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공동체를 살리는 길임을 우리는 세계에 보여주고 있다”며 “우리 국민은 이 위기를 함께 이겨낼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올해 부처님오신날(4월 30일) 봉축 법요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한 달 늦춰진 5월 30일 치러진다. 대한불교조계종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봉축 법요식과 연등회 등의 공식 연기를 발표했다. 당초 조계종을 포함한 불교계는 4월 8일 서울 광화문광장 대형 장엄등 점등식을 시작으로 24∼26일 연등회, 30일 봉축 법요식을 치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점등식은 4월 30일, 연등회는 5월 23∼24일, 법요식은 30일 치러진다. 조계종은 “부처님오신날이 공휴일로 지정돼 있는 데다 불교의 정체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국가적 위기를 극복한 뒤 성대하게 치르자는 의미에서 연기를 결정했다”며 “올해는 4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윤달(閏月)’이 있는 해로 윤 4월 8일인 5월 30일 봉축 법요식을 연다”고 밝혔다.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부처님께서는 독(毒)화살의 비유를 들어 화살이 어디서 날아왔는지, 누가 쏘았는지를 논하는 데 시간을 허비하기보다는 독 묻은 화살을 맞아 곧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가르침을 주셨다”며 “오늘을 사는 우리 불제자들이 이 시대의 만파식적이 되고 팔만대장경이 되겠다”고 말했다. 조계종은 부처님오신날 관련 행사들을 코로나19 치유와 극복이라는 메시지에 맞춰 치를 방침이다. 4월 30일 오후 7시 광화문 북측 광장에서 열리는 봉축 점등식의 봉축등은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국난을 극복하자는 취지에서 황룡사 9층탑 모형으로 제작한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소속 1만5000여 사찰이 이날부터 5월 30일까지 기도 정진에 들어간다. 연등 행렬을 포함한 연등회의 각종 행사는 5월 23, 24일 동국대와 종로, 우정국로 일대, 봉축 법요식은 30일 오전 10시 조계사 대웅전에서 진행된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올해 부처님오신날(4월 30일) 봉축 법요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 확산을 막기 위해 한 달 늦춰진 5월 30일 치러진다. 대한불교조계종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봉축 법요식와 연등회 등의 공식 연기를 발표했다. 당초 조계종을 포함한 불교계는 4월 8일 광화문광장 대형 장엄등 점등식을 시작으로 24~26일 연등회, 30일 봉축 법요식을 치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19사태로 올해 점등식은 4월 30일, 연등회는 5월 23~24일, 법요식은 30일 치러진다. 조계종은 “부처님오신날이 공휴일로 지정돼 있는 데다 불교의 정체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국가적 위기를 극복한 뒤 성대하게 치르자는 의미에서 연기를 결정했다”며 “올해는 4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윤달(閏月)’이 있는 해로 윤4월8일인 5월30일로 초파일을 맞췄다”고 밝혔다.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우리 종단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가장 우선적인 과제로 여기고 있다”며 “올해 봉축행사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을 위한 기도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조계종은 부처님오신날 관련 행사들을 코로나 19 치유와 극복이라는 메시지에 맞춰 치를 방침이다. 4월 30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 북측 광장에서 열리는 봉축 점등식의 봉축등은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국난을 극복하자는 취지에서 황룡사 9층탑 모형으로 제작한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소속 1만 5000여 사찰이 이날부터 5월 30일까지 기도 정진에 들어간다. 연등행렬을 포함한 연등회의 각종 행사는 5월 23, 24일 동국대와 종로, 우정국로 일대, 봉축 법요식은 30일 오전 10시 조계사 대웅전에서 진행된다. 많은 인원이 모이는 행사는 코로나 19 상황에 따라 규모와 행사 내용이 조정될 수 있다는 게 조계종 설명이다.김갑식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12일 찾은 서울 종로구 율곡로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은 이른 아침부터 음식 조리에 한창이었다. 한쪽에서는 치자를 우린 물로 밥을 짓고, 다른 쪽에서는 양송이와 두부, 우엉을 조리고, 도라지와 오이를 맛깔스럽게 무쳐냈다. 요리를 담당하는 동원 스님(충남 서천 천공사 주지)의 말에 자원봉사자 10여 명의 손이 잽싸게 움직였다. 체험관은 평소 사찰음식에 대해 강연하고 참가자들이 직접 실습해 보는 공간으로 사용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이달 말까지 폐쇄됐다. 그 대신 코로나19에 맞서 싸우는 보건의료기관 관계자를 위해 사찰음식 도시락을 만드는 곳으로 바뀌었다. 템플스테이와 사찰음식으로 잘 알려진 한국불교문화사업단(단장 원경 스님)은 10일부터 28일까지 매일 ‘희망나눔 사찰음식 도시락’ 100∼130개를 만들어 국립중앙의료원, 서울의료원, 서울지역 보건소와 동국대 일산병원 등에 전달하고 있다. TV 화면에 의료진들이 컵라면 같은 인스턴트식품으로 끼니를 때우는 장면이 자주 나온 것이 도시락 나눔의 계기가 됐다. 체험관 김병주 팀장은 “건강한 사찰음식이 매번 비슷한 메뉴의 도시락이나 자극적인 인스턴트식품보다 낫지 않겠느냐”며 “주방의 불이 약해 더 많은 도시락을 만들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사찰음식 전문가인 동원, 홍승, 경운 스님이 한 주씩 레시피와 도시락 만들기를 담당하고 있다. 동원 스님은 요즘 매일 오전 4시 반에 서울로 출발한다. 동원 스님은 “암자를 비워둘 수 없어 서울과 서천을 오가고 있다”며 “절집에서 평소 먹는 음식 중 면역 기능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진 음식 위주로 식단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어른 스님들이 삭발하면 기가 빠진다고 해요. 그래서 삭발하는 날이면 도라지나 우엉 같은 뿌리 음식을 많이 먹습니다. 의료 현장에서 식사 시간이 넉넉하지 않을 수 있어 부담스럽지 않고 소화가 잘되는 것으로 메뉴를 짰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의 의료봉사단 ‘반갑다 연우야’의 장성원 팀장은 “도시락을 의료 현장에 전달하면 ‘여기서 사찰음식을 먹을 수 있을 줄 몰랐다’며 좋아하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체험관 지도법사인 혜범 스님은 “의료진의 땀과 헌신에 조금이라도 보답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한편 구세군의 자선냄비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방역용품 기부함으로 변신했다. 구세군 한국군국은 13일 서울 광화문광장 남측에서 사회서비스 종사자들을 위한 마스크, 손소독제 기부 캠페인 ‘내 마음을 담다’를 시작했다. 코로나19의 대규모 확산으로 방역용품이 모자라게 되자 연말에 등장해야 할 자선냄비를 일찌감치 선보인 것. 서울은 광화문광장 남측과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19일까지, 부산은 19일 지하철 서면역 인근 작은 분수대 광장, 대전은 대전역 서광장에서 17일과 18일 캠페인이 진행된다. 구세군은 기부된 마스크와 위생용품을 환경미화원과 버스 운전사, 경비원 등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구세군 측은 “코로나19 사태로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국민의 일상을 위해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회 서비스 종사자분들과 따뜻한 마음을 나눴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천주교서울대교구가 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취했던 미사 중단 조치를 연장했다.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은 이날 발표한 담화문에서 “현재 상황상 11일 이후에도 미사와 모임을 재개하기가 어렵다고 판단된다”며 “교구는 미사 중단 시기를 연장하고, 추후 상황이 호전되는 정도에 맞춰 미사 봉헌의 재개를 공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대교구는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0일까지 교구 내 본당의 미사와 모임을 중단했다. 염 추기경은 또 “가능하면 사순 제4주일인 3월 22일부터는 미사를 재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하루빨리 국가와 사회가 안정되고 교회의 일상적인 사목이 회복되도록 기도를 청한다”고 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종교계 주말이 바뀌었다. 가톨릭은 교구별로 미사 중단 조치를 연장했고 불교와 원불교도 각종 법회와 모임을 중단한 상태다. 개신교는 일부 교회의 주일(일요일) 예배를 둘러싼 논란이 있지만 상당수 교회는 예배를 중단했다. 한국기독교언론포럼에 따르면 국내 대형 교회 340곳 중 240곳(70.5%)이 최근 주일 예배를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 뜨거운 온라인 종교 활동 8일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 주일예배 온라인 생중계에 신자들은 뜨겁게 호응했다. 교회 홈페이지와 유튜브 중계에 각각 2만여 명이 접속했다. 주일학교와 대학청년부 같은 여러 예배 등을 포함하면 9만 명 가까운 신자가 온라인 예배에 참여했다고 교회 측은 설명했다. 예배 뒤 교회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이른바 ‘가정 예배’ 사진과 700여 건의 소감이 올라왔다. 편안한 차림의 신자들이 보여주는 ‘가족의 재발견’이 흥미롭다. 교회 관계자는 “온라인 예배를 위해 3대(代)가 한집에 모인 경우도 적지 않다”며 “많은 신자가 오프라인 예배를 드리지 못해 아쉬워하면서도 가족과 신앙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병삼 분당 만나교회 목사는 “교회는 건물이 아니다. 여러분이 계신 그곳이 바로 교회”라며 “예배자의 모습으로 자리를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 가톨릭 교구 협의체인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 따르면 가톨릭 종교방송의 시청률은 평소 4∼5배, 유튜브 방송 조회수는 3배 가깝게 올랐다. 몇몇 교구는 홈페이지를 통해 이례적으로 교구장 주교들이 집전하는 미사를 중계했다.○ 이웃 사랑 실천의 기회로 오프라인 종교 활동은 줄었지만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을 돕기 위한 기부와 모금은 활발해지고 있다. 천주교서울대교구 산하 ‘바보의나눔’은 최근 코로나19로 특히 고통받는 미혼모와 아동을 위해 긴급구호금 1억1000만 원을 전달했다. 대구가톨릭근로자회관은 한국인보다 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주민 돕기에 나섰다. 대구대교구 이주사목 부장인 이관홍 신부는 “예수님은 이주민과 난민의 모습으로 우리와 함께 계신다”며 “대구와 근교에 있는 난민과 이주민 공동체 대표들을 통해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앞서 대한불교조계종은 6일 총무원장 원행 스님 명의의 성명에서 “국민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매 순간 골든타임이라 여기며 위기상황을 대처하도록 정치권을 비롯한 모든 분이 지혜를 모아 달라”고 촉구했다. 조계종은 12일 생수 20만 병을 대구경북 지역에 전달하고, 10일부터 이달 말까지 동국대 일산병원과 서울 종로구, 인근 선별진료소에 있는 의료진에게 사찰음식으로 만든 도시락을 지원할 계획이다.○ 개신교 예배 둘러싼 논란과 속사정 교단장 중심의 연합체로 전국 교회의 약 90%를 포괄하는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7일 국회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종교집회 자제촉구 결의안’을 통과시키자 “일부 교회가 예배를 드리는 것이 마치 국민 불안을 야기하는 주된 원인인 것처럼 오해를 낳는 결의안을 채택한 국회에 심히 유감”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6만여 교회 중 극소수 교회에서 확진자가 나왔음에도 한국 교회는 자발적 집회 중단에 협조하고 있다”며 “시장이나 백화점, 극장과 학원에서 확진자가 나왔다고 전국 동종 업체들에 문을 닫을 것을 요구하지 못하는 국회가 교회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가톨릭과 불교 등 다른 종교에 비해 통일적으로 보이지 못하는 개신교 대응에는 개교회주의(個敎會主義)라는 시스템 차이도 크게 작용한다고 분석한다. 철저한 교구장 중심제를 취하는 가톨릭은 해당 교구장인 주교가 인사 행정 재정 사목 등 전 분야에서 전권을 행사하고 책임도 진다. 반면 개교회주의는 개별 교회의 독립성을 최우선으로 여겨 단일 행동에 어려움이 크다. 교계에 따르면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교단은 40여 개, 각종 연합단체 가입 교단은 200여 개다. 한교총을 비롯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한국교회연합(한교연)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같은 협의체가 있지만 개별 교회와 수직 관계는 아니다. 연합단체들이 잇달아 온라인 예배를 제안했지만 큰 영향을 끼치지는 못하고 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최근 달라진 외식 환경과 트렌드를 분석한 ‘2020 대한민국을 이끄는 외식 트렌드’(사진)가 출간됐다. 이 책은 요즘 외식의 주요 키워드를 ‘‘좋아요’를 파는 식당’ ‘대(大)식재료의 시대’ ‘어서 와 로봇커피는 처음이지’ ‘개인주의자들의 외식’ 등으로 정리했다. 다이닝&바, 시장 같은 공간을 중심으로 첨단이나 향수를 자극하는 맛집의 트렌드를 분석했다. 서울숲 골목, 북촌 옆 고샅길, 계동길 골목, 신용산 한강로 골목, 신사동 세로수길을 비롯해 서울시내 15곳의 골목상권과 골목지도도 흥미롭다. 저자인 이윤화 레스토랑 가이드 ‘다이어리알’ 대표뿐 아니라 최정욱 소믈리에,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희스토리푸드 육경희 대표의 글도 담았다. 부록 격인 ‘2020 다이어리알 레스토랑 가이드 서울편&전국편’에서는 맛집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면서 국내 산업계 및 사회 각계의 지원이 계속되고 있다. LG는 경북 구미시 2공단에 위치한 LG디스플레이 기숙사(총 383실), 경북 울진군 내 LG생활연수원(총 167실) 등 총 550실 규모의 시설을 코로나19 경증 환자를 위한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하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병상 부족으로 병원이 아닌 자신의 집에 격리돼 있는 코로나19 경증 환자들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지원을 결정했다. LG 관계자는 “지역사회의 어려움을 나누기 위해 의료 현장에서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치료 시설을 지원하기로 했다”며 “병상 부족으로 2000여 명에 달하는 확진자가 대기할 수밖에 없다는 소식에 일부라도 보탬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은 앞서 경북 영덕군에 위치한 삼성인력개발원 영덕연수원을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하기로 한 데 이어 이날 삼성서울병원 강북삼성병원 삼성창원병원 등 총 3개 병원 소속 전문의와 간호사 등 의료진을 영덕연수원 생활치료센터에 파견하기로 했다. 파견 의료진 모두 자발적으로 지원했다. 삼성 측은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에 동참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이들 의료진은 합동지원단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사태가 종식될 때까지 2주 순환근무 형태로 의료 지원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카카오는 현재 진행 중인 자사 사회 공헌 플랫폼 ‘같이가치’에서의 기부 캠페인 모금액에 회사 기부 금액 20억 원을 합쳐 기부에 참여한다. 이와 별도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자신이 보유한 카카오 주식 중 20억 원에 해당하는 1만1000주(4일 종가 기준·변동 가능)를 기부한다. 구체적인 기부처는 사회단체들과 논의를 거쳐 추후 확정할 예정이라고 카카오는 밝혔다. 한국야쿠르트는 대구경북 지역의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지원금 3억 원을 대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했다. 이번 기부금은 방역물품 구매, 긴급 구호물품 지원 등 지역사회 복원에 사용된다. 농심은 최근 대구경북 지역에 신라면 20만 개를 지원한 데 이어 복지시설 무료급식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는 서울지역 홀몸 및 취약계층을 위해 쌀국수 6000박스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했다. 한편 개신교 교회들도 이날 수련원 등 자체 시설을 개방하기로 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경기 파주시 영산수련원 2개동, 사랑의교회는 경기 안성시 안성수양관과 충북 제천시 제천기도동산 등 2곳, 광림교회는 경기 광주시 광림수도원을 각각 수용시설로 제공한다.서동일 dong@donga.com·조윤경·김갑식 문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