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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여성의 날’을 맞은 8일(현지 시간) 독일 쾰른과 카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소녀상)’ 제막식이 연달아 진행됐다. 재독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 등에 따르면 이날 독일 쾰른의 나치기록박물관 앞에선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됐다. 소녀상 설치 및 전시는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 아시아 여성들에게 자행된 전쟁범죄를 주제로 열리는 ‘망각에 반대하는 예술’ 전시회의 일부다. 소녀상은 6월 1일까지 나치기록박물관 앞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코리아협의회에 따르면 제막식에는 전시 관계자와 시민 등 200명 이상이 모였다. 관람객들은 소녀상 곁에 꽃다발을 놓고 소녀상을 쓰다듬으며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렸다. 평화를 상징하는 나비 모양 메모지에 소망을 담아 소녀상에 붙이기도 했다. 이 소녀상은 2021년 독일 드레스덴 민속박물관에서 3개월 간 전시됐었다. 앞서 쾰른 시 당국은 소녀상 전시를 철회하겠다고 한 뒤 지방의회에서 전시 개최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현지 매체에서는 일본 정부 로비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현지에선 시 당국이 이 같은 의혹과 비판을 피하기 위해 전시를 허용키로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독일 카셀에서도 소녀상이 8일 카셀대 인근 교회 부지에 설치됐다. 소녀상은 앞으로 1년간 이 자리에서 시민들을 만나게 된다. 2022년 독일 카셀대 학생의회는 이 소녀상을 학내에 설치했지만 8개월 뒤 카셀대 측에서 이를 기습 철거했다. 이날 유럽 최초의 소녀상이나 철거 위기에 빠진 독일 수도 베를린의 소녀상 앞에서도 집회가 열렸다. 이 소녀상은 베를린 미테구(區) 공공부지에 2020년 설치됐지만, 지난해 9월 미테구 당국은 설치 장소의 적합성과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 등을 이유로 철거명령을 내렸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 연방정부가 7일 ‘가자 전쟁’ 관련 반전(反戰) 시위에 앞장선 컬럼비아대에 대해 4억 달러(약 5800억 원) 상당의 보조금 및 정부계약을 철회했다. 반(反) 유대주의를 경계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방침에 따른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진보 성향이 강한 대학에도 각종 지원을 통한 압박에 착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미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에 위배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이날 미 교육부와 법무부, 보건복지부, 총무청은 합동 보도자료를 내고 “컬럼비아대가 유대인 학생에 대한 지속적인 괴롭힘에 대응하지 않았다”며 보조금 철회 등의 방침을 발표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서명한 “반유대주의로부터 유대계 학내 구성원을 보호하지 못한 대학에 연방예산을 삭감하라”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따른 조치다.연방정부는 컬럼비아대에 지급한 보조금 50억 달러 중 일단 4억 달러를 삭감했고, 추가 삭감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고했다. 이에 대해 컬럼비아대는 8일 “트럼프 행정부의 우려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히며 자세를 낮췄다.지난해 4월 컬럼비아대에서 시작된 가자 전쟁 반전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컬럼비아대는 시위의 진원지로 꼽혀왔다. 아이비리그(미 동부의 8개 명문 사립대) 대학 중 하나인 컬럼비아대는 뉴욕에 자리잡고 있고, 진보 성향이 강한 대학으로 여겨져 왔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컬럼비아대를 본보기로 삼아 향후 다른 대학에도 예산 삭감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불법 시위를 허용하는 교육기관에는 연방정부의 지원을 중단시키겠다”고 엄포를 놨다. 한편, 3일 미 상원 인준을 통과한 린다 맥마흔 교육부 장관은 7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교육부가 필요하다고 보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교육부를 폐지하는 행정명령에 조만간 서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연방기관인 교육부를 폐지하려면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공화당에서도 반발이 심해 통과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4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후 첫 의회 연설을 두고 역대 가장 분열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연설 내내 몸을 아예 왼쪽으로 틀고 서 있었다. 공화당 좌석이 있는 쪽이었다. 민주당과는 눈도 마주치지 않겠다는 의사로 해석된다. 그는 민주당을 향해 “급진 좌파 미치광이들”이라고 삿대질하거나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을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비난할 때만 오른쪽을 봤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쇼맨십을 가감 없이 발휘했다. 역대 최장 시간인 99분간 연설하며 취임 후 43일간 쏟아낸 거의 모든 정책 성과를 짚고 넘어갔다. 공화당은 최소 99번의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미국식 국정연설’은 원래 이런 것일까. 집권 첫해에는 상·하원 의회 합동연설, 둘째해부터는 국정연설(연두교서)로 불리는 이 연설은 대통령이 그간의 성과를 강조하고 향후 계획을 설명하는 미국의 정치 이벤트다. 한국의 예산안 시정연설, 대통령 신년사, 국회 개원연설 모두 국정연설과 딱 대응되는 개념은 아니다. 미국의 국정연설 전통을 살펴봤다. ● 역대 ‘최다 박수’ 기록도 세워99분짜리 국정연설로 ‘역대 최장’ 기록을 세운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최다 박수’ 기록도 세웠다. 백악관에서 공개하는 연설문에는 ‘박수(applause)’도 기록된다. 미국 국정연설에서 어느샌가 박수가 중요한 지표가 됐기 때문이다. 종전 역대 최다 박수 기록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보유하고 있었다. 2000년 클린턴 전 대통령의 89분짜리 연설에서 나온 박수는 128번.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박수를 140번 받았다. 이중 기립박수는 최소 99번이었다. 미국에서 국정연설은 헌법에 근거한 정치 전통이다. 1913년 이후 거의 매년 실시되고 있다. 미 헌법 2조 3항에는 “대통령은 연방의 상황(the State of the Union)에 관하여 수시로 연방의회에 보고하고, 필요하고 권고할 만하다고 인정하는 법안의 심의를 연방의회에 권고하여야 한다”고 적혀있다. 이 조항을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대통령이 의회에서 연례 연설을 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에 1970년 1월 ‘연례 메시지(Annual Message)’라는 제목의 연설을 뉴욕 임시 의사당에서 했다. 1100단어짜리 짧은 연설이었다. 연설을 싫어하던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1801년 취임 직후부터 이를 서면으로 대체했다. 연설 형태로 부활시킨 인물은 28대 대통령 우드로 윌슨이다. 당시만 해도 3권분립이 엄격해 대통령은 정책을 집행하는 행정부 수장에 그쳤다. 의제 설정은 철저히 입법부의 몫이었다. 현대 미국 행정학의 창시자로 꼽히는 그는 이에 불만을 품었다. 존 밀턴 쿠퍼 주니어 위스콘신대 사학과 명예교수는 “진보주의자였던 윌슨은 여론을 국정 운영에 더 잘 반영하기 위해 행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믿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에 말했다. 이에 112년 만에 대통령의 ‘연례 메시지’를 재개했다. 1913년 윌슨은 상·하원 의원들 앞에 서 “정부 업무의 본질을 추구하기 위해 제가 관례에서 벗어나는 결정을 하더라도 여러분께 양해를 구하겠다”고 말하며 국정 계획을 밝혔다. 당대에는 워싱턴 질서를 뒤집는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의회 권력을 침범하는 오만한 행동이라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였다. WP는 연설 다음날 조간신문에 “워싱턴이 놀랐다”는 헤드라인을 내보냈다. 청중이 전국민으로 확대되기까지도 얼마 걸리지 않았다. 1923년 캘빈 쿨리지 전 대통령이 라디오 중계를 시작했고, 1947년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이 TV 중계를 시작했다.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은 1966년 연설을 시청률이 가장 잘 나오는 ‘프라임타임’ 시간대로 옮겼다. 이때부터 미 동부 시간 오후 9시, 미 서부 시간 오후 6시 전후에 진행되고 있다. 1997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온라인 중계를 시작했다. ● 정치 양극화와 함께 늘어난 박수박수는 1950, 60년대만 해도 30~40번에 그쳤다. 당내 계파가 다양했기 때문이다. 공화당과 민주당 내 진보와 보수 계파가 각각 있었다. 미 상원 역사국의 도널드 리치 명예 역사학자는 “정당 내 이념 스펙트럼이 다양했기 때문에 국정연설에서 당적에 따라 쩍 갈라지는 풍경은 매우 드물었다”고 뉴욕매거진에 말했다. 그러나 1960~80년대 미국 사회가 극심한 양극화를 겪으며 박수도 당파성을 띠기 시작했다. 1960년대 민권운동과 1970년대 공화당의 남부 민주당 유권자 흡수 전략 등을 거치며 이념 차이가 극명해졌다. 그리고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등장했다. 그는 국정연설 문화를 영원히 바꿨다. 1982년 공화당 의원들을 상대로 ‘박수 지점’을 지정한 연설문을 배포한 것. 이때부터 국정연설은 운동 경기 응원전이 연상되는 모습을 하게 됐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할리우드 배우 출신이다. 제너럴 일렉트릭 극장에서 8년간 일하며 전국을 돌며 동기부여 강연을 한 이력도 있다. 이때 쌓은 경험으로 대중 연설의 전문가가 됐다. 일반 국민을 손님으로 초대해 연설에서 소개하는 전통도 레이건 전 대통령의 1982년 국정연설 때 시작했다. 그는 워싱턴 포트맥강에 비행기가 추락하자 차가운 강물에 뛰어들어 생존자를 구한 공무원 레니 스쿠트니크를 “미국 정신을 대표하는 영웅”이라고 소개했다. 최근에는 정책 성과를 홍보하기 위해 이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현행 관례에 따르면 대통령 영부인과 하원의장이 각 24명씩, 의원은 각 1명씩 일반 국민을 초청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反)이민 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불법 이민자에게 가족을 잃은 유가족, 국경 수비대 대원 등을 초대했다. 반트렌스젠더 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여성으로 성전환한 선수와 경기를 뛰다 다친 학생들도 초대했다.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수장과 ‘국경 차르’ 톰 호먼 등 내각에 포함되지 않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실력자들도 하원의장 초청으로 국정연설에 참석했다. 1층에 앉은 대법관, 상·하원 의원, 내각 인사들과 달리 이들은 각국 대사 및 초대 손님들과 함께 2층에 앉았다. ● 저항-조롱 의미 담은 박수도국정연설에서 야당은 종종 대통령의 실정을 부각하기 위해 박수를 역이용했다. 1982년 박수 경쟁을 고안한 레이건 전 대통령 역시 이를 피해가지 못했다. 그해 연말 중간선거에서 레이건 전 대통령의 공화당은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감세, 규제 완화, 정부 지출 삭감, 정부 구조조정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한 레이건노믹스가 실패해 1982년 미국은 10%대 실업률의 늪에 빠졌다. 결국 유권자들이 등을 돌린 것이었다. 2년 전인 1980년 대선 및 총선에서 참패한 민주당은 ‘자승자박’ 전략을 썼다. “레이건의 정책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적극 지지하겠다”며 레이건노믹스 관련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워준 것. 민주당의 예상대로 레이건노믹스가 실패하자 1983년 민주당은 레이건 전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경제를 회복하겠다”는 취지로 말할 때마다 박수를 치며 레이건 행정부의 경제 실책을 강조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서도 이 전통은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88분경부터 대외정책을 본격 언급했다. 그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언급하며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방어를 지원하기 위해 조건도 없이 수천억 달러를 줬다”고 말하자 민주당 측에서 처음으로 박수가 터져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입을 삐죽 내밀고 박수 소리가 그칠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는 민주당을 향해 몸을 틀었다. “(전쟁을) 계속 하고 싶으신 겁니까? 앞으로 5년은 더 해야겠어요?”그가 이렇게 말하자 조금 전까지 박수를 치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예스”라고 외쳤다. 워런 의원은 왜 그랬을까. 그는 폭스뉴스에 “독재자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의 표현”이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은 어땠을까. 그는 아메리칸 원주민 혈통을 가진 워런 의원을 향해 “포카혼타스가 그러자고 하네요”라며 인신공격에 가까운 면박을 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유세장과 트루스소셜에서 자주 야당 의원과 당내 비주류를 ‘새대가리’ ‘겁쟁이’ ‘울보’ 등의 멸칭으로 부르는 추태를 보였다. 국정연설에서도 예외는 없었다. 14화 요약: 미국 정치가 양극화될수록 미국 대통령 국정연설의 ‘응원전’도 격해졌다.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은 ‘99분 연설-박수 140번’으로 역대 최장 및 최다 기록을 세웠다. 그는 ‘역대 가장 분열적인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증명하듯 민주당에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15화 예고: 트럼프 대통령은 99분의 연설에서 70분 이상을 국내 문제에 할애했다. CBS와 유고브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날 연설 시청자의 51%가 공화당 지지자, 20%가 민주당 지지자, 27%는 중도 성향이었다고 한다. 미국인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상·하원 합동 연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살펴봤다. 동아일보가 아카이빙한 미니 히어로콘텐츠 ‘트럼프 2.0 폴리시 맵’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정책을 한 눈에 확인하세요.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빈자의 교회로’ 프란치스코 교황 12년전 세계 가톨릭 교도 14억 명의 수장이며 지난달 14일부터 입원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13일 재위 12주년을 맞는다. 아르헨티나 출신인 그는 최초의 남반구 태생 교황으로 양극화 해소, 전쟁 반대, 탈(脫)권위를 강조해 왔다.“나를 위한 쾌유 기도에 감사한다. 신(神)의 가호와 성모 마리아의 보호가 여러분과 함께하기를 기원한다.” 지난달 14일부터 폐렴 등으로 입원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89)이 6일(현지 시간) 입원 후 최초로 음성 녹음을 공개했다. 교황청은 그가 수없이 쏟아지는 쾌유 지원 메시지와 신자들의 기도에 감사하는 의미로 이 음성 녹음을 전했다고 밝혔다. 교황은 병상 속에서도 13일로 재위 12년을 맞는다. 투병 와중에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질타하며 전쟁의 빠른 종식을 촉구하는 행보로 주목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반(反)이민 정책도 거듭 비판했다.》아르헨티나 출신인 그는 2013년 3월 최초의 남반구 태생, 1282년 만의 비(非)유럽 출신 교황으로 즉위했다. 앞선 비유럽 출신 교황은 중동 시리아에서 태어난 90대 교황 그레고리오 3세(재위 731∼741년)였다. 그는 빈곤 타파, 양극화 해소, 전쟁 반대, 종교 화합 등을 강조하고 탈(脫)권위와 검소함을 앞세우는 행보로도 큰 주목을 받았다. 역대 교황 266명 중 ‘프란치스코’라는 교황명을 택한 것 또한 그가 처음이다. 가난한 이를 위해 일생을 바친 이탈리아 성인(聖人) 프란치스코(1182∼1226)를 본받자는 의미에서 이 이름을 택했다. 물질 만능주의를 비판하며 “규제가 없는 자본주의는 ‘독재’”라고 외치는 그의 행보가 어디에서 유래했는지를 보여준다. 가톨릭은 예수의 열두 제자가 모두 남성인 점을 들어 그간 교황의 세족(洗足)례 대상을 남성으로만 제한했다. 타인의 발을 씻겨주는 예식을 뜻하는 세족례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날 밤 열두 제자의 발을 씻겨준 데서 유래했다. 교황은 사상 최초로 여성, 무슬림의 발도 씻겨줬다. 또 여러 이슬람 국가를 방문하며 이슬람 지도자와도 회동했다. 2023년 12월 사제가 동성 커플도 축복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개혁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다. 다만 가톨릭 교단의 고질적인 성범죄 및 부패 문제의 해결 속도는 더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최근 중남미, 유럽 등에서는 신자 수도 줄고 있다. ● 美-쿠바 국교 정상화 중재 등 현실 정치 개입 프란치스코 교황을 포함해 역대 교황은 현실 정치에 종종 개입했다. 최초의 동유럽 출신, 최초의 슬라브계 교황인 요한 바오로 2세(재위 1978∼2005년)는 고국 폴란드를 포함해 동유럽 공산주의 정권의 붕괴에 큰 영향을 미쳤다. 군사력, 경제 제재가 아니라 ‘신앙’과 ‘연대’로 공산주의 독재 체제를 무너뜨리는 데 기여했다는 평을 얻는다. 요한 바오로 2세는 즉위 이듬해인 1979년 폴란드를 방문했다. 9일간 전국을 누비며 수십, 수백만 명의 신자들이 운집한 대형 야외 미사를 집전했다. 당시 그는 “폴란드의 독립 없이 유럽이 존재할 수 없다. 신념과 용기를 잃지 말라”고 외쳤다. 제2차 세계대전 발발 후 소련의 위성국이 된 폴란드는 사실상 소련에 좌지우지되고 있었다. 교황 방문 뒤 폴란드에서는 노동자를 중심으로 공산주의에 저항하는 민주화 운동이 시작됐고 동유럽 전체로 확산됐다. 결국 폴란드에서는 1989년 6월 최초의 자유 선거가 실시됐다. 다섯 달 후 독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고 2년 후 소련 또한 붕괴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또한 2014년 12월 미국과 쿠바가 54년 만에 외교 관계를 복원했을 때 막후에서 역할을 했다.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교황과 가톨릭 교회의 역할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최초의 라틴아메리카 출신 교황인 그는 쿠바 상황에 깊은 관심을 가져 왔다. 또 오바마 전 대통령, 라울 카스트로 당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 외교 정상화를 촉구했다. 교황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3년을 하루 앞둔 지난달 23일에는 입원 치료를 받는 와중에도 “이 전쟁은 인류 전체에 고통스럽고 부끄러운 일”이라며 “고통받는 우크라이나 국민과 다시금 연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쟁 초기인 2022년 6월에도 러시아의 선제 침공을 두고 “주권국의 자결권을 위반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올 1월에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인도주의 위기를 우려하며 “민간인에 대한 폭격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하루 전인 올 1월 19일 미국의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을 “수치(disgrace)”라고 비판하면서 “이런 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지난달 11일에는 미국 가톨릭 주교단에 보낸 서한에서 “인간의 동등한 존엄성이라는 진리가 ‘힘’에 기반해 세워질 수 없다”며 물리력으로 불법 이민자를 제압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를 비판했다. 최근 가톨릭 신자인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은 가톨릭 교리 ‘오르도 아모리스(ordo amoris·질서 있는 사랑이란 뜻의 라틴어)’를 사용해 “가족과 가까운 사람부터 돌봐야 한다”며 불법 이민자 단속을 정당화하려 했다. 그러자 교황은 곧바로 “‘열린 형제애’를 뜻하는 사랑”이라고 정정했다. 교황은 즉위 첫해인 2013년 11월에는 각국 지도자에게 경제적 불평등을 없애자고 촉구하며 “‘살인하지 말라’는 십계명을 현대에 맞게 고치면 ‘경제적 살인’을 하지 말라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톨릭과 개신교 모두 거리를 뒀던 이슬람과의 화합도 중시했다. 교황은 2019년 2월 ‘중동 허브’ 아랍에미리트(UAE)를 찾아 수도 아부다비에서 미사를 집전했다. 역대 교황 중 UAE가 속한 아라비아반도 남부를 방문한 사람은 그가 처음이었다. 또 2021년 3월 이라크를 찾아 이 나라의 이슬람교 시아파 최고지도자인 알리 알 시스타니와 회동했다. 지난해 9월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슬람 신자가 거주하는 국가인 인도네시아를 방문했다.● ‘빈자(貧者)를 위한 교회’ 강조프란치스코 교황은 1936년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이탈리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당시 이름은 호르헤 베르고글리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친할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17세 때 고해성사에서 “설명할 수 없는 종교적인 경험”을 한 뒤 사제의 길을 결심했다. 그는 신학교 입학을 앞두고 심각한 폐렴에 걸려 심한 고통 속에서 우측 폐상엽 절제술을 받았다. 이때 “고통을 이해하고 감내하며 살아가는 방식은 고결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그가 사제품을 받은 후 아르헨티나는 오랜 군사 독재기를 겪었다. 군사 정권이 진보 성향 성직자와 지식인 등을 납치하고 살해하는 일이 빈번했다. 그는 탄압받는 이들을 숨겨주거나 해외로 탈출시키는 데 도움을 줬고 감옥에 갇힌 이들을 위한 구명 운동도 벌였다. 2001년 추기경에 올랐지만 고위 사제가 누리는 호화로운 생활을 마다했다. 관저가 아닌 목재 침대, 조부모의 십자가, 전기 난로만 있는 소박한 사저에서 생활했고 운전기사나 비서를 두지 않은 채 요리와 청소를 직접 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외곽의 빈민촌에 주기적으로 방문하며 미사를 집전하고 자선 조직을 꾸렸다. 빈민촌을 담당하는 일반 사제 수도 대폭 늘렸다. 당시 그는 “길거리로 나서는 자가 진정한 목자”라고 강조했다. 당시 로이터통신은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이 교회를 가난한 자들 곁으로 가져왔다”고 호평했다. 2013년 교황에 오른 그는 방탄차 대신 사제용 셔틀버스를 이용하고, 관저 대신 성직자들의 게스트하우스 ‘성녀 마르타의 집’에서 지내며 교황청 직원들과 함께 미사를 봤다. 즉위식 때도 금십자가 대신 철십자가 목걸이를 착용했다. 즉위 직후 이탈리아 로마 인근 소년원을 찾아 어린 재소자 12명의 발을 씻겼다. 이 중 2명은 소녀, 2명은 이슬람 신자였다. 가톨릭 역사 최초로 교황이 여성과 이슬람 교도에게 세족례를 한 파격이었다. 즉위 넉 달 만에 첫 방문지로 북아프리카 난민의 기착지인 이탈리아 남부 람페두사섬을 찾았다. 당시 난민 수용소에서 이들을 위한 미사를 집전했다.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 인근에는 노숙인을 위한 샤워장을 개설했고 2016년 12월 팔순 때는 노숙인 8명을 초청해 아침 식사도 함께 했다.● 성범죄-부패 문제 해결 더뎌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 교단에서 비주류 개혁파 인사로 분류됐다. 그래서 그가 즉위했을 땐 ‘성직자의 아동 성폭행’, ‘바티칸의 불투명한 재정 운영’ 같은 교단의 오래 된 문제를 적극 해결할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다. 12년간 그가 노력했음에도 이 부분에서는 큰 성과가 없었다는 평가가 많다. 교황은 즉위 첫해인 2013년 교회법을 수정해 성폭력과 아동 성매매 등에 대해 최고 12년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곳곳에서 벌어진 사제들의 신자 대상 성범죄, 이를 접한 고위 성직자의 조직적 은폐에 대한 비판이 컸던 탓이다. 하지만 그는 2015년 피해자 단체의 반발에도 칠레 성직자 후안 바로스를 오소르노 교구 주교로 임명했다. 바로스 주교는 아동 성추행 사제로 악명 높은 페르난도 카라디마 신부의 성범죄를 은폐한 의혹을 받고 있었다. 교황은 2018년 칠레 방문 때도 취재진이 이 문제를 거론하자 바로스 주교를 두둔해 반발을 샀다. 다만 이후 2300쪽 분량의 사건 보고서를 받아 본 교황은 피해자들을 바티칸에 초청해 “내가 문제의 일부였다”며 사과했다. 바티칸의 불투명한 재정 문제도 해결이 미미하다. 이탈리아 유명 언론인 잔루이지 누치는 3000건 이상의 바티칸 기밀 자료를 분석한 저서 ‘최후의 심판’에서 바티칸이 매년 수백억 원의 재정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며 “기업이었다면 진작 도산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누치는 그 원인으로 재정 관리자들의 무능을 꼽았다. 기부금 수익의 배 이상 웃도는 인건비를 사용하며 조직을 방만하게 운영했고, 교황청 간부들이 각국의 고급 부동산 등에 불법적으로 투자하면서 손실을 늘렸다는 것이다. 아동 성범죄 사건이 잇따라 드러나며 가톨릭의 위상과 신뢰에 금이 갔고 기부금이 급감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재정 개혁에 대한 조직적인 내부 저항 또한 상당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을 좌지우지하는 이탈리아 출신 사제가 아니다. 또 바티칸에서 영향력이 큰 보수 성향 사제들이 개혁에 반발해 교단 내 우군도 부족하다. 교황이 교황청 내 금융감독기구인 ‘경제사무국’을 창설하며 자금 운영 투명성을 높이려고 시도하고 고용 동결 및 고위직 급여 삭감 등 개혁에 힘썼지만 교황청은 최근에도 “연간 6000만 유로(약 935억 원)의 적자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신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도 아쉬운 대목. 교황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 세계 가톨릭 교도는 13억9000만 명. 그러나 단일 국가로 가장 많은 가톨릭 신자를 보유했던 남미 브라질에서는 2023년 기준 전체 인구의 약 52.8%(약 1억500만 명)만 가톨릭 신자다. 브라질의 가톨릭 인구는 1970년대 이전에 전 인구의 90%가 넘었다. 그러나 가톨릭이 사회 불평등 해결에 큰 기여를 못 한다는 이유 등으로 신자 수가 줄고 있다. 가톨릭 본산 격인 유럽에서도 신자 수가 감소하고 있다. 바티칸 피데스통신에 따르면 2022년 유럽 가톨릭 인구는 전년 대비 약 50만 명(0.08%) 줄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반적으로는 개혁 성향이지만 낙태, 여성 사제 서품 등 일부 의제에 보수적이어서 젊은 신자가 등을 돌렸다는 평가가 일각에서 제기된다.● 교황은 어떤 자리 ‘성하(聖下·Your Holiness)’로 불리는 교황은 전 세계 약 14억 명 가톨릭 교도의 수장이자 바티칸의 국가원수다. 가톨릭에선 예수의 열두 제자 중 첫 번째 제자이자 예수 사후 초기 기독교 지도자였던 베드로를 초대 교황으로 여긴다. 즉 성(聖)과 속(俗)을 아우르는 교황이라는 직책의 역사가 약 2000년인 셈이다. 중세 시대까지 절대 권력을 누렸고 세속 정치가 보편화한 지금도 세계 종교, 정치, 외교, 문화 등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친다. 교황의 발언 한마디, 건강 이상을 포함한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전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유다. 2018년 미국 경제 매체 포브스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에 이은 세계 6위 권력자로 뽑았다. 교황은 가톨릭 사제 중 유일하게 흰색 복장을 입는다. 신(神)을 상징하는 고귀한 색이란 의미다. 교황이 착용하는 반지 형태의 인장은 ‘어부의 반지’로 불린다. 베드로가 어부 출신이라는 점에서 유래했다. 또 후대 교황은 초대 교황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베드로’란 교황명을 쓰지 않는다. 어부의 반지에는 베드로가 그물을 던져 물고기를 낚는 모습, 반지의 소유자인 현 교황의 라틴어 이름이 새겨져 있다. 원래 금반지이나 검소함을 강조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금도금한 은반지를 사용하고 있다. 교황을 알현할 때는 예법과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 무릎을 꿇고 어부의 반지에 입을 맞춰야 하며 남성과 여성 모두 검은색 옷을 입는 것이 보편적이다. 교황은 전용기가 없다. 다만 영미권 언론은 그가 타는 민간 비행기를 ‘셰퍼드 원(Shepherd One)’으로 부른다. ‘목자’를 뜻하는 영어 ‘셰퍼드’와 미국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합친 말이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미국이 우리 편에 서지 않을 때를 대비해야 한다.” 유럽의 대표적인 핵 보유국인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5일(현지 시간) “우리의 핵 억지력이 유럽 동맹국들도 어떻게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략적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1960년대 샤를 드골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 독자 핵 개발을 추진한 이후 60여 년 만에 ‘프랑스 핵우산론’이 독일 등 주변국에 의해 받아들여질 상황이 조성된 데 따른 것.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을 중단하면서 유럽에서 ‘안보 공백’을 메우기 위한 주요국들의 대응이 빨라지고 있다.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은 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특별 정상회의를 열고 안보 공백 대응과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EU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은 국방비 증액을 위해 헌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마크롱 “방관자로 남는 건 미친 짓” 마크롱 대통령은 5일 약 15분의 대국민 연설에서 유럽 동맹국과의 핵 공유 의지를 강조하며 “핵 무기 사용 결정은 항상 (프랑스) 공화국 대통령의 손에 달려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프랑스의 핵우산론을 들고나온 건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러시아에 밀착하면서 안보 위협이 커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 그는 미국과 러시아가 화해를 꾀하고 있는 현 국면을 “새로운 시대”라고 규정하며 “위험에 처한 세상에 직면했는데 방관자로 남는 건 미친 짓”이라고 했다. 프랑스 핵우산론은 독일의 차기 총리로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도 지난달 23일 총선 승리 직후 제시했다. 당시 그는 “유럽의 두 강대국인 영국, 프랑스와 함께 핵 공유, 또는 최소한 두 나라의 핵 방위가 우리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콘라트 아데나워 초대 총리 이후 수십 년간 프랑스의 핵우산 제안을 거절한 독일이 입장을 바꾸기로 한 것이다. 현재 독일에는 미국의 전술핵 무기가 배치돼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전 종전과 관련해 지속 가능한 평화협정 체결이 필요하다며 유럽 평화유지군 배치도 추진하고 있다. 그는 “다음 주부터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을 맡고자 하는 국가의 참모총장들과 파리에서 만날 것”이라고 했다.다른 유럽 국가들도 자체 국방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은 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특별 정상회의를 열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회원국들은 재정적자 계산에 포함되지 않고도 군사비를 늘릴 수 있게 되고, 유럽 땅에서 유럽산 무기를 구매하고 생산하기 위해 대규모 공동 자금이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4일 EU 집행위원회는 8000억 유로(약 1299조 원) 규모의 ‘유럽 재무장 계획(REARM Europe Plan)’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각종 무기 조달을 위한 대출금을 지원하고, 국방비 증액 시 EU 재정준칙 적용을 유예하는 방안 등을 담고 있다. 메르츠 대표는 지난달 23일 총선 직후 현지 방송에 출연해 “유럽은 ‘자정 5분 전’의 상태”라며 “독일의 안보체계를 근본적으로 재편해 수십 년간 이어진 미국 의존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차기 연립정부 구성을 협상 중인 기민당·기독사회당(CSU) 연합과 사회민주당(SPD)은 국방비 조달을 위해 부채를 국내총생산(GDP)의 1% 이상으로 늘릴 수 있도록 헌법(독일 기본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4일 발표했다. 안보 공백 대비를 위해 자금을 서둘러 마련하려는 취지다. 영국도 2027년까지 GDP의 2.5% 수준으로 국방비를 증액할 계획이다. 또 영국은 EU 회원국들과 유럽 전체의 ‘방위 펀드’ 창설 논의도 시작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안제이 도만스키 폴란드 재무장관은 지난달 말 영국과 방위 펀드 창설을 수개월 동안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日·대만도 방위비 확대 추진 한편 안보 공백 우려에 따른 국방력 강화 움직임은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들 사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5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관방장관은 “일본은 주체적으로 방위력의 근본적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예정대로 2027년까지 방위비를 GDP 대비 2%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으로부터 침공 위협을 받고 있는 대만의 구리슝(顧立雄) 국방부장도 4일 “급격히 변화하는 국제 정세와 적대국들의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을 맞아 대만은 군사비를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4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하원 의회 합동연설에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수장 겸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정장 차림으로 참석해 화제가 되고 있다. 머스크가 대통령 취임식 이후 정부 공식 행사에 정장을 입고 나온 건 처음이다. 이를 두고 최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정장을 입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른 것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5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백악관에 정장을 입지 않고 나타났고, 머스크는 어젯밤 정장을 입었다. 정장 착용에 대한 규정이 있느냐’는 폭스뉴스 기자의 질문에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정장 규정은 없다. 머스크가 정장을 입었고, 대통령이 매우 좋아한 것 같다. 머스크는 멋져 보였다”고 답했다. 레빗 대변인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퇴장당한 것을 보고 머스크가 놀란 것이냐’는 질문엔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고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검은색 셔츠에 전투화를 신고 백악관을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과 악수하면서 “잘 차려입었다”며 비꼬듯 말했다. 머스크는 평소 티셔츠를 즐겨 입는다. 지난달 트럼프 2기 행정부 첫 각료회의 때도 혼자 셔츠에 재킷을 걸치고 모자를 쓴 채 참석했다. 그런데 4일 미 의회 합동연설 땐 파란 넥타이를 매고 말쑥한 정장을 갖춰 입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납세자들의 돈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새로운 정부효율부를 설립했다. 머스크가 이끄는 조직”이라며 방청석에 앉아 있던 머스크를 호명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굉장히 열심히 일하고 있어 고맙다. 모두가 감사하고 있다”고 하자, 머스크는 자리에서 일어나 관중을 향해 인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머스크에 대한 ‘힘 실어주기’에도, 미국 내에선 월권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또 머스크에 대한 반감도 커지고 있다. 4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최근 미국 곳곳에서 테슬라 충전기(전기차용)에 불을 붙이거나, 판매 매장을 공격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7일 콜로라도주 덴버 인근 러블랜드에선 테슬라 매장에 방화를 시도하고, 차량을 파손한 혐의로 42세 여성이 체포됐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권 2기 첫 상하원 합동 연설에 4일(현지 시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정부효율부(DOGE) 수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정장 차림으로 나타나자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백악관에 정장을 입지 않은 채 나타나자 트럼프 대통령, J D 밴스 부통령 등은 불쾌감을 표했다. 그러자 ‘머스크 또한 백악관에 정장을 입지 않고 나타난다’는 비판이 제기됐는데 이를 의식한 행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5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폭스뉴스의 피터 두시 기자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백악관에 정장을 입지 않고 나타났고 (그간 정장을 입지 않았던) 머스크가 어젯밤에 정장을 입었다. 정장 착용에 대한 규정이 있느냐”고 질문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은 대변인은 “정장 착용에 대한 규정은 없다”면서도 “어젯밤 머스크가 정장을 입었고, 대통령께서 매우 좋아하셨던 것 같다. 머스크는 멋져 보였다”고 답했다. 머스크는 평소 티셔츠를 즐겨 입는다. 최근 트럼프 2기 행정부 첫 각료회의 때도 유일하게 셔츠에 재킷을 걸치고 모자를 쓴 채 참석했다. 그런데 전날에는 파란 넥타이를 매고 말쑥한 정장 차림으로 나타났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트럼프의 ‘정장 타박’을 의식했다는 추측도 나왔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납세자들의 돈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새로운 정부효율부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조직”이라며 관중석에 앉아있던 머스크를 호명했다. 약 99분에 걸쳐 진행된 연설 중 머스크의 이름은 연설 25분경에 처음 언급됐다.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에게 “굉장히 열심히 일하고 있어 고맙다. 모두가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자리에서 일어나 관중을 향해 인사했다.다만 선출되지 않은 권력 머스크의 월권 논란, 그에 대한 반감은 커지는 모양새다. 4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최근 미국 곳곳에서 테슬라 충전기에 불을 붙이거나 테슬라 매장을 공격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매사추세츠 보스턴 인근 리틀턴의 쇼핑센터에서 테슬라 충전기에 불이 붙었다. 지난달 27일에는 콜로라도주 덴버 인근 러브랜드의 테슬라 딜러십 매장에 방화를 시도하고 차량을 파손한 혐의로 42세 여성이 체포됐다. 이 여성은 테슬라 매장 외벽에 스프레이 페인트로 ‘나치(Nazi)’라는 단어를 쓰고 주차돼 있던 테슬라 차량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이달 1일 뉴욕,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등의 테슬라 매장 및 충전소 앞에서도 반(反)머스크 시위가 열렸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에 한국의 참여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조선, 철강, 플랜트 등 국내 관련 산업계의 수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사업성이 아직 검증되지 않아 섣부른 기대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 시간)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나의 행정부는 알래스카에 세계 최대 규모 중 하나인 거대한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고 있다”며 “일본, 한국, 그리고 다른 나라들이 각각 수조 달러씩 투자하면서 우리의 파트너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고 했다. 알래스카 천연가스 개발 사업은 알래스카 북부에서 추출한 천연가스를 1200km에 이르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앵커리지 인근 액화 플랜트 시설로 보내는 일종의 자원 개발 사업이다. 가스 추출, 수송, 액화 설비 등 모든 시설을 새로 깔아야 한다. 시장에선 개발 비용만 최소 64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알래스카 천연가스 개발 사업이 본격화하면 쇄빙 기능을 갖춘 LNG 운반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세계 최고 수준의 건조 능력을 갖춘 HD현대 등 조선업체들이 수혜 기업으로 거론된다. 파이프라인, 플랜트 시설 구축에 필요한 국내 철강사와 건설사 등도 참여 가능성이 있다. 다만, 알래스카 천연가스 개발 사업은 10여 년 전부터 역대 미국 행정부가 계속 추진했지만 진척이 없었기 때문에 사업성이나 수익성이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30년 완공 및 생산을 목표로 하는 알래스카에 비해 캐나다나 중동에서는 더 빨리 LNG 증산이 가능할 전망”이라며 “알래스카의 사업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고 전했다. 국내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타당성 조사나 지급보증 등의 절차가 뒤따라야 발을 담글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조선 산업을 재건하기 위해 미국 조선업에 투자하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또 백악관 직속 조선 담당 사무국을 신설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합동 연설에서 “상선과 군함 건조를 포함한 미국의 조선 산업을 부활시키겠다”며 “조선 산업이 본래 있어야 할 미국 땅으로 되돌려놓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한때 아주 많은 선박을 만들었지만, 이제는 그렇게 많이 만들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조만간 매우 빠른 속도로 선박을 건조해 큰 변화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의 안보 증진을 위해 파나마 운하를 되찾겠다. 이 작업을 이미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미 상·하원 의회 합동 연설에서 파나마 운하의 통제권을 다시 미국이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나마 운하는 미국인이 미국을 위해 지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파나마에 1달러에 팔았지만 우리가 다시 가져오겠다”고도 했다. 이날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 ‘블랙록’은 파나마 운하의 항구 5곳 중 2곳을 홍콩 기업 CK허치슨홀딩스로부터 228억 달러(약 33조2000억 원)에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1997년부터 파나마 정부로부터 항구를 위탁받아 운영한 CK허치슨홀딩스는 파나마 운하 외에도 멕시코, 영국, 독일, 호주 등 23개국 43개 항구의 사업권을 모두 블랙록에 넘겼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홍콩 부호 리카싱(리자청·李嘉誠·97) CK허치슨홀딩스 창립자가 최근 격화하는 미중 갈등으로 곤혹스러워하던 와중에 블랙록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리 창립자는 홍콩 출신으로, 영국 등에서 활발한 사업을 벌여 왔다. 미국은 1914년 파나마 운하를 완공해 한동안 소유권을 가졌다. 이후 1999년 말 파나마로 운영권이 완전히 넘겨졌고, 민간 기업들이 운하를 위탁 운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 기업이 파나마 운하를 운영하는 건 중국이 운하를 통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달 2일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지로 파나마를 방문해 “변화가 없다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파나마 당국을 압박하기도 했다.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인수 계획을 직접 설명하며 지지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의 안보 증진을 위해 파나마 운하를 되찾겠다. 이 작업을 이미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의회 연설에서 파나마 운하의 통제권을 다시 미국이 갖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파나마 운하는 미국인이 미국을 위해 지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파나마에 1달러에 팔았지만 우리가 다시 가져 오겠다”고 외쳤다. 이날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 블랙록 또한 파나마 운하의 항구 5곳 중 2곳을 홍콩 기업 CK허치슨홀딩스로부터 228억 달러(약 33조2000억 원)에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파나마 정부가 항구 운영을 민간 기업에 넘긴 1997년부터 항구를 운영해 온 CK허치슨홀딩스는 파나마 운하 외에도 멕시코, 영국, 독일, 호주 등 23개국 43개 항구에서 벌이는 해외 항만 사업권 전부를 블랙록에 넘겼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이번 거래의 배경으로 홍콩 부호 리카싱(李嘉誠·97) CK허치슨홀딩스 창립자가 최근 격화하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갈등으로 곤혹스러워하던 와중에 블랙록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평했다. 리 창립자는 홍콩과 캐나다 국적자로 영국 등 서방에서도 활발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중국 당국과도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미국은 1914년 이 운하를 완공해 소유권을 보유했다. 1997년 카터 전 대통령이 소유권을 파나마에 넘겼고 이후 각국 민간 기업이 운하 운영에 참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통제하는 홍콩의 기업이 파나마 운하를 운영하는 것은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통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해 왔다.이에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또한 지난달 2일 장관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지로 파나마를 찾았다. 당시 루비오 장관은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을 만나 “변화가 없다면 조처를 취할 것”이라며 운하 운영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축소시키라고 압박했다. 이런 상황에서 월가 대표 기업 블랙록이 홍콩 기업의 지분을 인수한 것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 성과로 평가될 여지가 크다고 가디언 등은 논평했다. 이번 인수 과정에서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 또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인수 계획을 설명해 강한 지지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설전을 벌인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이 3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에 안전보장을 위한 파병을 추진하는 영국과 프랑스 등을 ‘아무 나라’라고 지칭하면서 막말 논란이 일고 있다.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한 밴스 부통령은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과 관련해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다시 침략하지 못하도록 실제로 보장하고 싶다면, 가장 좋은 안보 보장은 우크라이나가 미국에 경제적 이점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광물협상 체결을 압박하며 “이것은 30∼40년 동안 전쟁을 치른 적이 없는 ‘아무 나라(some random country)’에서 2만 명의 군대를 파병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은 안보 보장”이라고 주장했다. ‘그저 그런 나라’라는 뉘앙스로 읽힐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해 영국과 프랑스 등 우크라이나 안전보장을 위해 파병을 약속한 유럽 국가들을 비하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영국과 프랑스에서는 분노가 터져나왔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한 조니 머서 전 영국 보훈장관은 “밴스는 건방 떨지 말고 조금이라도 존중을 보여라. 무례를 그만두라”고 비판했다. 프랑스군 대령 출신인 미셸 고야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과 함께 전사한 영국과 프랑스 군인들이 밴스의 말에 반발해 무덤에서 돌아누울 것”이라고 했다.논란에도 불구하고 부통령실은 이후 설명자료에서 “유럽에서 미국의 도움 없이 러시아를 의미 있게 억제할 수 있는 군사 자원을 가진 국가가 단 한 곳도 없다는 게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밴스 부통령 역시 X를 통해 “영국이나 프랑스를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고 발뺌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동부 시간 4일 오후 9시(한국 시간 5일 오전 11시) 워싱턴 의회에서 집권 2기 첫 상·하원 의회 합동 연설에 나선다. 이날 연설 주제는 ‘아메리칸 드림의 부활(Renewal of the American Dream)’이라고 폭스뉴스가 보도했다. 의회 연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정부 구조조정, 불법 이민자 단속 및 추방,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 폐지 등 지난달 20일 재집권 후 단행한 주요 정책의 성과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관세 정책,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관한 구상도 밝힐 가능성이 높다. 야당 민주당은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의 ‘안보통’ 얼리사 슬롯킨 상원의원(49)을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한 후 등장하는 ‘대응 연설자’로 발탁했다. 그는 동유럽 벨라루스 출신의 유대계 이민자 후손으로 CIA 재직 시절 이라크에 세 차례 파견됐다. 민주당은 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실정을 부각시키기 위해 최근 연방정부 구조조정 여파로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정부 의료기관에서 실직한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참전 용사 애덤 멀비, 미국의 해외원조를 담당했던 국제개발처(USAID) 해직 직원 낸시 볼란 등도 초대하기로 했다. 미국 대통령의 의회 연설에서 각 당은 상징성을 지닌 국민을 참관자로 초대해 행정부 정책에 대한 지지 혹은 반대 의사를 드러내는 전통이 있다.● “지지자 위한 ‘불꽃놀이’ 연설 준비”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43일 만인 4일 집권 2기의 첫 의회 연설에 나선다. 취임 39일 만에 첫 연설에 나섰던 집권 1기 때보다 4일 늦다. 미 대통령은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1년간의 정책 방향을 설명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이후 집권 2∼4년 차에는 매년 초 ‘연두 교서(state of union)’를 발표하며 국정 운영 방향을 설명한다.시사매체 타임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체결할 광물 협정, 중국과의 패권 경쟁, 화성 탐사, 미국의 에너지 독립 등을 이번 연설에서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또 연방정부의 일시 업무정지(셧다운)로 이어질 수 있는 의회의 정부 예산 처리 시한이 14일임을 감안해 임시 예산안 연장 또한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대북 정책 등 한반도 사안을 언급할지도 관심이다. 다만 그는 2017년 2월 집권 1기 첫 연설 때는 이에 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8년 전 트럼프 대통령은 ‘통합’과 ‘협치’를 강조하며 “통합으로 더 강력해진 미국의 힘을 전하기 위해 이 연단에 섰다”고 했다. 이후 미국의 정치적 양극화가 가속화하고 트럼프 대통령 또한 극렬 지지층 중심의 정치 활동을 계속하면서 이번 연설에서는 이 같은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집권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3일 폭스뉴스에 “대통령이 ‘불꽃놀이’ 같은 연설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타임 또한 그가 “지지층이 환호할 스타일의 연설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민주, 트럼프에 해고된 공무원으로 ‘맞불’ 크리스 머피, 패티 머리, 론 와이든 등 민주당 소속 일부 상원의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 항의하는 의미로 이날 연설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저격수’로 불리는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또한 2020년 트럼프 대통령의 상·하원 합동연설 당시 연설문 사본을 공개적으로 찢어 큰 화제를 모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7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며 우크라이나 에너지기업 부리스마에서 일했던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아들 헌터, 아들을 비호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바이든 전 대통령의 수사를 압박했다. 당시 하원 다수당이던 민주당은 이 통화가 알려진 후 같은 해 12월 트럼프 대통령을 외세 결탁 혐의 등으로 탄핵 소추했다. 상원에서 최종 부결됐지만 격분한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의회 연설 당시 소추안을 주도한 펠로시 전 의장과의 악수를 거부했다. 그러자 펠로시 전 의장 또한 연설문 찢기로 대응한 것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3일 “아르헨티나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FTA에 부정적이었지만 자신을 지지하며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 주는 모습이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겸 미국 정부효율부(DOGE) 수장(54)이 자신이 설립한 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의 임원 시본 질리스(39·사진)와의 사이에서 또 아이를 얻었다. 머스크의 14번째 자녀이자 질리스와의 사이에서는 네 번째 아이다. 질리스는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X’를 통해 ‘셀던 라이커거스’라는 이름의 아기를 낳았다고 공개했다. 그는 아이가 매우 건강하다며 “튼튼한 금의 심장을 가진 거대한 기계 같다”고 자랑했다. 머스크 또한 해당 게시물에 하트 모양의 이모티콘을 달아 자신의 아이라는 점을 시인했다. 머스크와 질리스는 체외수정을 통해 2021년 11월 쌍둥이 스트라이더와 애저를 얻었다. 이후 지난해 2월 셋째 아카디아가 태어났다. 질리스는 지난달 13일 미국을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환영 만찬 때도 스트라이더와 애저를 데리고 참석했다. 셋째와 넷째의 구체적인 출산 방식은 공개되지 않았다. 머스크는 첫 부인인 캐나다 소설가 저스틴 윌슨과의 사이에서 아들 6명을 얻었다. 다만 첫째는 영아돌연사증후군으로 사망했다. 이 외 캐나다 출신 가수 겸 배우 그라임스와 아들 2명, 딸 1명 등 3명을 뒀다. 셋 중 맏이인 ‘엑스(X·5)’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집무실 ‘오벌 오피스’에도 나타나는 등 머스크가 최근 공식석상에 종종 데리고 다니며 유명해졌다. 미국의 보수 성향 인플루언서 애슐리 세인트클레어 또한 지난달 14일 ‘X’에 “5개월 전 머스크가 아버지인 아기를 낳았다”고 공개했다. 그는 “머스크와 연락이 끊겼다”며 친자 확인 소송도 제기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1일 멕시코와 접한 남부 국경에 군인 3000명을 추가 배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같은 날 “지난달 미국에 밀입국을 시도한 불법 이민자 수는 미 역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불법 이민자로부터 국경을 봉쇄하는 데 성공했다”며 국경 강화 등 반(反)이민 정책의 정당성을 강조했다.미국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사진)의 지시에 따라 스트라이커 여단 전투팀, 종합 지원 항공 대대를 남부 국경에 파견하기로 했다. 조만간 국경에 도착할 병력은 국경 안보 작전을 강화하는 데 투입될 것”이라고 공개했다. AP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파견 병력 규모가 약 3000명이라고 전했다. 스트라이커 여단 전투팀은 20t급의 장갑차를 보유했으며 이번 병력이 빠르면 수주 안에 현지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헤그세스 장관 또한 ‘X’에서 “남부 국경에서 군의 100% 통제를 확보하겠다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결심은 확고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정치매체 폴리티코, 뉴욕타임스(NYT) 등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동과 아프리카의 무장 단체를 상대로 한 대(對)테러 무인기(드론) 부대 및 특수부대의 공격 규정을 완화하기로 했다고 1일 보도했다. 조 바이든 전 행정부는 미군, 미 중앙정보국(CIA)의 드론 운용자들이 전투지역 밖에서 무장 세력을 공격할 때 통상 백악관 허가를 받도록 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 규제를 완화해 공격 수행 결정에 대한 현장 지휘관의 재량을 늘려주기로 했다. 다만 이로 인해 드론 오인 공격에 따른 민간인 살상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브라이언 휴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바이든 행정부의 관료주의를 좌시하지 않겠다”며 현장 지휘관의 재량 강화가 테러범 제거에 꼭 필요한 요소라고 주장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영어를 미국의 공용어로 지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에서 연방정부가 공용어를 지정한 것은 건국 249년 만에 처음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헌법과 미 국내법이 내게 부과한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사용해 영어를 미국의 공용어로 선포한다”며 “연방정부가 오직 단 하나의 공용어를 지정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그는 “원활한 의사소통, 국가적 공통 가치 강화, 보다 응집되고 효율적인 사회를 지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행정명령 서명으로 인해 앞으로 연방기관에선 다국어 서비스 제공 의무가 철회된다. 2000년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은 영어 실력 때문에 정부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각 정부 기관이 언어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지만, 이번 행정명령으로 무효화됐다. 앞으로는 연방기관의 최고책임자가 다국어 서비스 제공 여부를 선택하게 된다. AP통신에 따르면 50개 주 가운데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콜로라도 등 30개 이상의 주에서 이미 영어를 공식 언어로 지정한 상태다. 하와이, 알래스카, 노스다코타 등 3개 주는 영어와 더불어 이곳에 주로 거주했던 원주민들의 언어도 공용어로 지정했다. 미국 안팎에선 이번 행정명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정서를 반영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선거 유세에서도 불법 이민 문제를 지적하며 “우리나라에 듣도 보도 못한 언어가 유입되고 있다”며 “매우 끔찍한 일”이라고 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뒤 백악관 홈페이지에서는 스페인어 서비스가 중단됐다. 한편 미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미국에선 영어 다음으로 스페인어, 중국어, 필리핀의 타갈로그어, 베트남어, 아랍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인구조사국의 2019년 조사에 따르면 가정에서 영어 외 언어를 쓰는 미국인은 약 6800만 명으로 집계됐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1일 멕시코와 접한 남부 국경에 군인 3000명을 추가 배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같은 날 “지난달 미국에 밀입국을 시도한 불법 이민자 수는 미 역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불법 이민자로부터 국경을 봉쇄하는 데 성공했다”며 국경 강화 등 반(反)이민 정책의 정당성을 강조했다.미국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지시에 따라 스트라이커 여단 전투팀, 종합 지원 항공 대대를 남부 국경에 파견하기로 했다. 조만간 국경에 도착할 병력은 국경 안보 작전을 강화하는 데 투입될 것”이라고 공개했다. AP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파견 병력 규모가 약 3000명이라고 전했다. 스트라이커 여단 전투팀은 20t급의 장갑차를 보유했으며 이번 병력이 빠르면 수주 안에 현지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헤그세스 장관 또한 ‘X’에서 “남부 국경에서 군의 100% 통제를 확보하겠다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결심은 확고하다”고 거듭 강조했다.한편 정치매체 폴리티코, 뉴욕타임스(NYT) 등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동과 아프리카의 무장 단체를 상대로 한 대(對)테러 무인기(드론) 부대 및 특수부대의 공격 규정을 완화하기로 했다고 1일 보도했다. 조 바이든 전 행정부는 미군, 미 중앙정보국(CIA)의 드론 운용자들이 전투지역 밖에서 무장 세력을 공격할 때 통상 백악관 허가를 받도록 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 규제를 완화해 공격 수행 결정에 대한 현장 지휘관의 재량을 늘려준기로 했다. 다만 이로 인해 드론 오인 공격에 따른 민간인 살상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브라이언 휴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바이든 행정부의 관료주의를 좌시하지 않겠다”며 현장 지휘관의 재량 강화가 테러범 제거에 꼭 필요한 요소라고 주장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영어를 미국의 공용어로 지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에서 연방정부가 공용어를 지정한 것은 건국 249년 만에 처음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헌법과 미 국내법이 내게 부과한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사용해 영어를 미국의 공용어로 선포한다”며 “연방정부가 오직 단 하나의 공용어를 지정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그는 “원활한 의사소통, 국가적 공통 가치 강화, 보다 응집되고 효율적인 사회를 지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행정명령 서명으로 인해 앞으로 연방기관에선 다국어 서비스 제공 의무가 철회된다. 2000년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은 영어 실력 때문에 정부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각 정부 기관이 언어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지만, 이번 행정명령으로 무효화됐다. 앞으로는 연방기관의 최고책임자가 다국어 서비스 제공 여부를 선택하게 된다. AP통신에 따르면 50개 주 가운데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콜로라도 등 30개 이상의 주에서 이미 영어를 공식 언어로 지정한 상태다. 하와이, 알래스카, 노스다코타 등 3개 주는 영어와 더불어 이곳에 주로 거주했던 원주민들의 언어도 공용어로 지정했다. 미국 안팎에선 이번 행정명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정서를 반영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선거 유세에서도 불법 이민 문제를 지적하며 “우리나라에 듣도보도 못한 언어가 유입되고 있다”며 “매우 끔찍한 일”이라고 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뒤 백악관 홈페이지에서는 스페인어 서비스가 중단됐다. 한편 미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미국에선 영어 다음으로 스페인어, 중국어, 필리핀의 타갈로그어, 베트남어, 아랍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인구조사국의 2019년 조사에 따르면 가정에서 영어 외 언어를 쓰는 미국인은 약 6800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이 설립한 설립한 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의 임원인 시본 질리스와 사이에서 네 번째 아이를 얻었다. 머스크의 14번째 자녀 소식은 13번째 자녀 소식이 전해진 지 2주 만이다. 머스크는 이로써 2020~2025년 5년 사이 자녀 8명을 얻었다.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질리스는 X를 통해 넷째 출산 사실을 공개했다. 질리스는 “일론과 상의한 끝에 아름다운 아카디아(셋째)의 생일을 맞아, 우리는 멋지고 놀라운 아들 셀던 라이커거스(넷째)에 대해 직접 공유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셀던 라이커거스는) 튼튼한 금의 심장을 가진 거대한 기계처럼 만들어졌다”고 했다. 머스크는 해당 게시물에 하트 모양의 이모티콘을 달았다. 머스크와 질리스는 체외수정을 통해 2021년 11월 쌍둥이 스트라이저와 애저를 얻었다. 이후 지난해 2월 셋째 아카디아가 태어났다. 셀던 라이커거스는 최근에 낳은 넷째로, 출산 날짜는 공개되지 않았다.질리스는 지난달 13일 워싱턴 백악관 인근의 영빈관 블레어하우스에서 열린 머스크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회동에 스트라이더와 애저를 데리고 참석했다. 질리스와 아이들은 지난해 12월 3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연말 파티에도 동행했다. 머스크는 첫 부인인 공상과학(SF) 소설가 저스틴 윌슨과의 사이에서 아들 6명을 얻었으나 첫째는 영아돌연사증후군으로 사망했다. 연인이었던 캐나다 출신 가수 그라임스와의 사이에서는 아들 2명에 딸 1명을 뒀다. 셋 중 맏이인 X(5)는 머스크가 공식 석상에 자주 데리고 다니는 자녀다. 20대 보수 성향 인플루언서 애슐리 세인트 클레어는 지난달 14일 X에 “5개월 전 새로운 아기를 세상에 맞이했다. 일론 머스크가 아버지다”라고 밝혔다. 이후 그는 “머스크와 연락이 끊겼다”며 친자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2010년 10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폭스뉴스에 출연해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대선 출마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듬해 2월 그는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연설에서 “6월까지 공화당 경선 참가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또다시 운을 띄웠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는 정치에 기웃거리는 허풍쟁이 스타 억만장자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불과 2개월 뒤 트럼프 대통령은 유력 대선 주자로 꼽히고 있었다. 매일 헤드라인을 장식하며 CNN, MSNBC, 폭스뉴스, ABC 등 주요 방송사의 시사 토크쇼에 문지방이 닳도록 출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공화당 대선 후보군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가 언론 보도를 사실상 독차지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 트럼프는 ‘시청률 보증수표’2011년 봄 미국에서는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와 동일본 대지진 등 해외 소식이 화제가 되고 있었다. 이듬해 대선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을 앞두고 공화당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제 상황이 호전되면서 현직 대통령에게 유리한 대선이었고, 공화당 내부에서는 신흥 강경보수 티파티와 전통 보수파 간 극심한 계파 갈등을 겪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해 3월 방영을 시작한 ‘셀러브리티 어프렌티스’ 시즌4로도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어프렌티스는 트럼프그룹의 신입 사원을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셀러브리티 어프렌티스는 일반인 대신 연예인이 도전자로 나서는 외전 격이다. 원조 어프렌티스는 낮은 시청률 탓에 2010년 시즌 10을 마지막으로 종료됐다. 문제는 셀러브리티 어프렌티스 역시 시청률이 제자리걸음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 말 한마디로 시청률이 쭉쭉 오르기 시작했다. “오바마가 (하와이에서) 자랐지만 아무도 그를 모른다니, 좀 의문입니다.”트럼프 대통령은 2008년 대선 때부터 제기되던 ‘오바마 출생지 음모론(birther)’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이었다. 그는 2011년 3월 17일 자신의 전용기에서 진행한 ABC 아침 방송 ‘굿 모닝 위드 조’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출생지 의혹을 일축하기에는 의심스러운 정황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며칠 뒤에는 ABC 낮 방송 ‘더 뷰’와 인터뷰에서 “오바마가 출생증명서를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이미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8년 6월 출생증명서를 공개했다. 하지만 그가 원한 것은 1961년 출생 당시 수기로 작성된 출생증명서 원본이었다. 그는 “(원본에) 오바마가 공개하고 싶지 않은 내용이 담겼다”는 허무맹랑한 의혹을 제기하며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화제성에 힘입어 어프렌티스의 시청률은 오르기 시작했다. NYT에 따르면 당시 그는 ‘도널드 트럼프는 시청률 보증수표(Ratings Gold)’라는 10쪽짜리 보도자료도 냈다고 한다.● ‘오바마 저격수’로 몸집 키워2011년 4월이 되면서 미국에는 ‘트럼프 열풍’이 불었다. 그의 ‘아니면 말고’ 식의 주장도 더욱 거칠어졌다. 10일 CNN 인터뷰에서는 “내가 태어난 병원은 나의 (출생) 기록을 모두 갖고 있지만 누구도 그(오바마 대통령)의 기록은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다음 날 다시 CNN에 출연해서는 “오바마가 케냐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비밀에 부치기 위해 200만 달러를 썼다”는 자극적인 주장을 펴며 집요하게 공격했다. 출생 음모론의 효과가 증명되자 이에 동조하는 후보도 나타났다. 지지율 3위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였다. 그는 폭스뉴스에 출연해 “트럼프가 미국 국민이 관심을 갖고 있는 문제를 파헤치려고 노력해줘서 고맙다”며 “오바마가 자신의 출생기록에서 밝히고 싶지 않은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바마 공격법’은 직관적이었다. 모든 정책에 반기를 드는 전략이었다. 그러다 스텝이 꼬일 때도 있었다. 2011년 2월 “리비아 사태에 즉각 개입해 카다피를 사살하라”고 주장한 트럼프는 3월 미국과 프랑스, 영국 등 국제사회가 군사작전을 개시하자 4월 “나라면 개입하지 않겠다”며 딴죽을 걸었다. 공화당계 인사들은 트럼프 열풍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진보 성향 언론에서는 ‘기현상’에 대한 분석을 쏟아냈다. 결국 그해 4월 12일 CNN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19%의 지지율로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와 공동 1위에 올랐다. 3월 중순 조사에서만 해도 지지율 10%로 전체 후보군 중 5위에 그쳤지만 ‘오바마 저격수’로 나선 뒤 지지율이 수직 상승한 것이다. ● 오바마, 출생증명서 원본 공개하다2011년 4월 27일 백악관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출생증명서 원본의 사본을 공개했다. 출생증명서에는 1961년 8월 4일 오후 7시 24분 하와이 호놀룰루의 카피올라니 산부인과에서 태어났다고 적혀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출생서류 공개 직후 백악관 기자실에 나타나 “어리석은 논란에 허비할 시간이 없다. 서커스장의 호객꾼들에 의해 흔들린다면 (경제 회복이라는) 우리의 문제를 풀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해냈다”고 말했다. 적잖은 타격을 입은 탓인지 다음 날 라스베이거스 지지자 모임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욕설로 가득한 연설을 하며 해외 국가에 공세를 퍼부었다. 중국을 “환율 조작 전문가”라고 칭하고 중동 산유국이 지나치게 높은 원윳값을 받아 간다고 비판했다. 한국과 리비아를 상대로는 “대통령이 된다면 보호에 대한 대가를 2분 안에 받아내겠다”고 했다. 그리고 4월 30일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워싱턴에서 열린 백악관 출입기자 연례만찬 행사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무대에 올라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독설 가득한 농담을 쏟아낸 것. 입장 당시만 해도 “출생증명서가 공개됐으니 내가 이겼다”며 밝은 얼굴로 등장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굳은 얼굴을 한 채 귀가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날 유튜브에 올린 영상 메시지에서 “어제 모든 관심의 중심은 나였다. 언론도, 사회자도, 심지어 대통령도 내 이야기만 했다. 멜라니아에게 ‘이게 믿겨지냐’고 말했을 정도다. 기분 좋게 귀가했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간이 흘러 2016년 NYT 인터뷰에서 당시 행사에 대해 묻자 “(세간의 연이은 공격에) 내가 대선에 나가야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했다.● 불출마 선언 “내가 승리하겠지만…”그리고 다음날 ‘9·11테러’ 주모자 오사마 빈라덴이 사살됐다. 오바마 전 대통령과 참모들이 상황실에 모여 사살작전을 지켜보는 사진은 매우 큰 화제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대학 편입 과정이 수상하다며 성적표를 공개하라는 공세에 나섰지만 주목을 받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고꾸라졌다. 5월 10일 로이터통신 조사에 따르면 그는 5%의 지지율로 공동 5위에 그쳤다. 1개월 전 같은 조사에서는 26%로 공동 1위에 올랐던 그다. (어프렌티스의 시청률도 하락했다.)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5월 16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비즈니스야말로 나의 가장 강렬한 열정이다. 아직 민간 부문을 떠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했다. 그는 “불출마 결정이 쉽게 이뤄진 것은 아니다. 후회가 없는 것도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난 아직도 대선에 나서면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불출마 선언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침묵한 것은 물론 아니다. 그는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 등 유력 주자들과 회동했고, 공화당 행사에도 연사로 등장했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공약한 롬니 등 공화당 주자들의 대선 공약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향기가 묻어났다. *트럼프는 1987년과 1999년에도 대선판에 기웃거렸다. 에서 다뤘다. 12월에는 저서 ‘강해져야 할 때(Time to get tough)’를 출간했다. 사실상 대선 공약집이었다. 이 책에는 불법 이민자 단속 강화,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 부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석유수출 주도권 와해 등의 주장이 담겼다. 직후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발표했으나 결국 출마하지는 않았다. ● “트럼프는 미국의 오래된 판타지”트럼프 대통령은 불출마 선언 후 어프렌티스를 진행하는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해 5월 22일 셀러브리티 어프렌티스 시즌4는 종영했다. 만약 그가 공화당 경선에 도전했다면 어프렌티스에서 하차해야 할 가능성이 높았다.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가 특정 방송이 후보자의 선거운동을 부당하게 지원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프렌티스에서 하차하기에는 걸린 것이 많았다. 당시 NBC는 차기 시즌 출연료로 3000만∼5000만 달러를 제시하며 그가 불출마를 선언한 5월 16일까지 거취를 정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작 61일 만에 공화당 큰손에서 차기 대선 유력 주자로 도약하며 대선판을 뒤흔들었다. 당시 데이비드 브룩스 NYT 칼럼니스트는 칼럼에서 트럼프의 부상을 두고 “많은 이들이 트럼프를 웃음거리이자 국가적 수치로 여기지만, 나는 그가 절대 농담 같은 존재가 아니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예의 바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들지 않고 자신의 부(富)를 과시한다. ‘성공의 복음’을 증명하는 살아있는 화신이다. 그는 미국인이 사랑하는 ‘거침없는 부자’의 계보를 잇는 인물이다. 그뿐만 아니라 일부 유권자들이 원해온 ‘어두운 시대를 이끌어 미국의 쇠락을 역전시킬 독설가’의 표본이기도 하다. 그는 미국 문화의 깊은 흐름 속에서 탄생한 인물이다. 그는 미국의 오래된 판타지에 응답하고 있다.”13화 요약: 2011년 봄,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출생 음모론’을 재점화하며 차기 대선 유력 주자로 도약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출생증명서 원본을 공개하며 ‘트럼프 열풍’은 2개월 만에 끝났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14화 예고: 트럼프 대통령은 낙태, 성소수자 권리, 조세 개혁 등 여러 국내 이슈에 대해서는 ‘플립-플롭(flip-flop)’ 갈지자 행보를 보여왔다. 그러나 해외 국가에 대한 인식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 것 같다. 2011년 저서 ‘강해져야 할 때’부터 최근까지 그가 한국을 어떻게 언급했는지 살펴봤다.동아일보가 아카이빙한 미니 히어로콘텐츠 ‘트럼프 2.0 폴리시 맵’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정책을 한 눈에 확인하세요.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영국 경제 조사 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발표한 ‘민주주의 지수 2024’에서 한국이 167개국 중 22위에서 32위로 10계단 하락했다. 이에 따라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 범주에서 ‘결함 있는 민주주의’ 국가 범주로 재분류됐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결과다. 영국 시사지 이코노미스트 부설 경제 조사 기관인 EIU는 이날 연례 민주주의 지수 보고서에서 “한국은 비상계엄 선포와 후속 정치적 교착 상태로 정부 기능과 정치 문화 점수가 하향 조정됐다”고 밝혔다. 한국의 평가 총점은 10점 만점에 7.75점으로 2006년 지수 산출 이래 가장 낮았다. 이는 1년 전 총점(8.09점)보다 0.34점 감점된 수치다. 이에 따라 한국은 2020년부터 4년 연속 포함된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 범주에서 ‘결함 있는 민주주의’ 국가 범주로 재분류됐다. EIU는 167개국을 대상으로 민주주의 발전 수준을 조사해 △8점 이상 국가는 ‘완전한 민주주의’ △6점 이상∼8점 미만은 ‘결함 있는 민주주의’ △4점 이상∼6점 미만은 ‘민주·권위주의 혼합형 체제’ △4점 미만은 ‘권위주의 체제’의 네 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올해 ‘완전한 민주주의’ 범주엔 총 25개국이 들어갔는데 노르웨이가 9.81점으로 16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뉴질랜드(9.61점), 스웨덴(9.39점), 아이슬란드(9.38점) 등이 뒤를 이었다. 미국은 지난해보다 한 계단 오른 28위(7.85점)로 ‘결함 있는 민주주의’에 속했다. 일본(8.48점)은 전년처럼 16위를 유지했고, 대만(8.78점)은 10위에서 12위로 하락했다. 한국은 조사 대상 167개 중 순위 하락 폭을 기준으로 공동 5위였다. 지난해 반(反)정부 시위로 장기 집권한 셰이크 하시나 총리가 축출된 후 정부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방글라데시가 1년 전보다 25계단 추락해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이어 루마니아, 튀니지, 쿠웨이트, 한국 및 기니비사우 순이었다. EIU는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사건은 37년밖에 되지 않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상대적 취약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켰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여야의 극단적 대립과 타협 불능 상태는 정치 체제를 예상보다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고, 정치 폭력과 사회 불안정의 위험을 높이고 있다”며 계엄 후폭풍(fallout)이 2025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발표된 미국 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의 ‘2025 세계 자유 지수’에서도 한국은 지난해 61위에서 올해 67위로 내려갔다. 프리덤하우스는 “지난해 윤 대통령은 야당이 장악한 의회를 우회하고 자신의 부인과 내각에 대한 조사를 억압하기 위해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한국을 드라마틱한 헌법적 위기에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입법부, 시민사회, 일반 국민들이 자유를 지키기 위해 힘을 합치면서 계엄령 선포를 신속하게 무효로 했다”고 덧붙였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