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윤

이지윤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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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기자입니다. 사건사고, 미중 경쟁 기사를 주로 씁니다. 사람 사는 이야기도 씁니다.

asap@donga.com

취재분야

2024-05-03~2024-06-02
국제일반31%
인사일반15%
미국/북미12%
국제정치12%
사건·범죄9%
외교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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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그너그룹 용병 “우크라 민간인 300여명 죽여”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러시아 용병들이 어린이 약 40명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민간인 300여 명을 사살했다고 증언했다. 18일 영국 일간 가디언을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민간 군사업체 바그너그룹 전 용병 2명은 전날 러시아 인권 단체가 공개한 인터뷰 영상에서 “그룹 상부 지시로 격전지에서 피신해 있던 민간인과 전쟁포로를 참혹하게 죽였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병(私兵)으로 불리는 바그너그룹은 ‘푸틴의 셰프’로 통하던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특수부대 출신 인사와 함께 2014년 만들었다. 이 용병들은 자신들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거점도시 바흐무트에 투입됐다고 했다. 아자마트 울다로프는 “프리고진의 명령을 받아 9층짜리 아파트 지하에 숨어 있던 민간인 300∼400명을 모두 죽였다”며 “다섯 살쯤 돼 보이는 여자아이에게 총을 쐈다. 우리가 죽인 어린이는 40명 정도”라고 말했다. 부상당한 우크라이나군 전쟁포로도 죽였다고 밝혔다. 다른 전 용병 알렉세이 사비체프는 “올 1월 탈영하다 붙잡힌 러시아군 용병과 우크라이나군 포로를 죽였다”며 “60명 정도 되는 이들을 참호에 집어넣고 수류탄을 던졌다. 그래도 죽지 않은 사람은 불태웠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이었다. 단 하나의 행동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비체프는 살인죄로 러시아에서 복역하다 지난해 9월 전쟁에 투입됐다. 바그너그룹은 전장에서 6개월을 복무하면 석방시켜주는 조건으로 러시아 재소자 수만 명을 모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그너그룹은 이날 “두 사람 증언은 명백한 거짓말이다.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 특히 어린이를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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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 ‘우크라 무기지원’ 가능성 시사… 러 “전쟁 개입” 반발

    윤석열 대통령이 국빈 방미를 앞두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민간인에 대한 (러시아의) 대규모 공격,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 학살,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땐 인도적 지원이나 재정 지원만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조건부’이긴 하지만 군사 지원 가능성을 시사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그간 정부 방침을 바꿀 수 있음을 처음 밝힌 것.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무기 지원은 확실히 이 전쟁에 대한 개입을 뜻한다”고 반발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며 보복 가능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19일 보도된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26일(현지 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등 국제사회의 우크라이나 지원 방침에 보조를 맞추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대통령실은 “전제가 있는 답변이다. 정부 입장이 바뀐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러시아의 최신 무기가 그들의 가장 가까운 이웃인 북한의 우리 파트너들의 손에 있는 걸 보면 그들(한국)이 뭐라 할지 궁금하다”고 주장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8일 “(군사)위성발사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최종 준비를 다그쳐 끝내라”고 지시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26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군사정찰위성 1호기’ 완성 사실을 밝히며 “계획된 시일 내 발사”를 지시한 것. 윤 대통령은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미국의 확장억제도 있지만 초고성능, 고위력 무기들을 개발해 준비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방미 앞둔 尹, 우크라 지원 고민… 러 “눈에는 눈” 보복 위협 로이터 인터뷰서 “민간 학살” 전제군사지원 가능성 열어두자 논란대통령실 “정부 입장 바뀐 것 아냐”러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경고 윤석열 대통령이 국빈 방미를 앞두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민간인 대규모 공격’ ‘국제사회가 묵과할 수 없는 학살’ 등 전제 조건을 달았지만 처음으로 군사적 지원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동안 고수해 온 ‘살상 무기 지원 불가’ 방침을 바꿀 수 있음을 처음 시사한 것. 러시아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엄포를 놓았다. ● 방미 앞 尹, 우크라 무기 지원 가능성 첫 시사 윤 대통령은 19일 공개된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만약 민간인에 대한 러시아의 대규모 공격,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 학살, 중대한 전쟁법 위반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적 또는 재정적 지원만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불법적인 침략을 받은 나라를 지켜주고 원상회복을 시켜 주기 위한 다양한 지원에 대한 제한이 국제법적으로나 국내법적으로 있기는 어렵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방위 및 재건을 도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언급도 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민간인 학살 등) 전제가 있는 답변”이라며 “(무기 지원 불가라는) 정부 입장이 변경된 것은 아니다”라며 확대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다만 가능성조차 차단했던 기존 방침과 달리 조건부라도 무기 지원 여지를 남긴 자체가 입장 변화란 해석이 나왔다.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방미를 앞두고 미국 및 국제사회와의 관계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정부가 무기 지원 등 대(對)우크라이나 지원을 좀 더 공세적으로 하겠다고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입장이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도 담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한국의 경제적 능력이나 국제적 지위에 걸맞게 대통령이 강조하는 자유민주주의 질서 진영의 대오를 맞춰야 한다는 책임감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미 중앙정보국(CIA) 기밀 유출 사건에선 문건의 진위와 별개로 미국의 무기 지원 요청에 대해 국가안보실 관계자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사용할 미군 포탄을 제공하려면 정책을 변경할지 등을 두고 고심하는 대화 내용이 알려진 바 있다.● 러 “우리 최신 무기 북한 손에” 엄포 윤 대통령 발언이 알려진 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한국은 이번 사태에 대해 상당히 비우호적인 입장을 취해 왔고 이것(무기 지원 시사)은 그 일환”이라고 반발했다.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더 나아가 자신의 텔레그램을 통해 “우리의 적을 열렬히 도와주겠다는 새로운 자들이 나타났다”고 정면으로 한국을 겨냥했다. 이어 “러시아의 최신 무기가 그들의 가장 가까운 이웃, 북한의 우리 파트너들 손에 있는 것을 보면 그들은 뭐라 말할지 궁금하다”면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보복을 경고했다. 지난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 경우 한-러 관계는 파탄 날 것”이라고 위협했다. 한국의 무기 지원이 실제 이뤄질 경우 러시아 내 우리 교민이나 기업 등에 대한 불이익 등 한국에 보복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의 반응이 나온 직후 대통령실은 “러시아 반응은 가정적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이에 대해 코멘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발언과 관련해 “대한민국 국익에 심대한 위해를 가하는 결정”이라며 “분쟁지역에 대한 군사지원은 국익을 해치는 행위이고 결단코 해서는 안 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중국과 대만의 양안 갈등과 관련해선 “이런 긴장은 힘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 2023-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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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가 기사-콘텐츠 도둑질”… WSJ, 오픈AI에 소송 검토

    하루 5700만 명이 찾는 미국 소셜미디어 레딧이 빅테크 인공지능(AI)의 자사 콘텐츠 무료 활용에 제동을 걸고 “비용을 지불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빅테크가 언론사 기사, 소셜미디어 대화 내용 등을 AI 학습에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에 제동을 건 것이다. 18일(현지 시간) 레딧은 자사 사이트에 있는 대화 데이터를 상업적으로 사용하려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픈AI가 생성형 AI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레딧 콘텐츠를 무료로 가져다 쓰는 일을 막겠다는 취지다. 레딧의 거대한 대화 데이터는 빅테크가 경쟁적으로 개발 중인 대규모언어모델(LLM)의 ‘과외 선생님’ 역할을 해왔다. 스티브 허프먼 레딧 최고경영자(CEO)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레딧을 긁어 가치를 창출하면서 이를 사용자에게 돌려주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대가를 지불하게 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밝혔다. 소셜미디어뿐 아니라 NYT를 비롯해 미국과 캐나다 언론사 2000여 곳이 소속된 뉴스미디어연합(NMA)도 집단 대응을 고심 중이다. AI ‘공짜 학습’에 제동챗GPT 학습에 언론사 기사 무단사용WSJ “적절한 라이선스 받아야”트위터-레딧 “데이터 보호” API 유료화 “사람이 노력하고 투자해 만든 콘텐츠가 (AI 학습에) 끊임없이 무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뉴스미디어연합(NMA)의 대니얼 코피 부회장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같이 말하며 AI 학습에 뉴스 콘텐츠가 어느 정도 활용되고 있는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NMA는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캐나다의 2000여 개 언론사가 소속된 미디어 단체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를 개발하는 데 가장 중요한 두 요소로 학습에 필요한 엄청난 양의 데이터, 이를 소화할 만한 뛰어난 컴퓨팅 파워가 꼽힌다. 문제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수많은 사람들이 창조한 콘텐츠라는 점이다. 언론사 기사, 소셜미디어 대화와 개인 콘텐츠, 학술 논문, 프로그램 개발 코드 등이 대표적이다. 온라인에 공개된 콘텐츠라도 허가 없이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적절한지가 AI 학습 저작권 논란의 핵심이다.● ‘뉴스 어디서’ 질문에 언론사 줄줄 올해 2월 전직 WSJ 기자가 챗GPT에 ‘어떤 뉴스를 활용해 학습했는지’를 묻자 챗GPT는 로이터통신, NYT, 가디언, BBC, WSJ 등을 비롯해 매우 많은 언론사, 학술 논문 등에서 배웠다고 답했다. 이 기자는 개발자 코드 공유 공간인 깃허브에서 실제 오픈AI가 ‘GPT-2’를 개발할 때 언론사 뉴스를 무단으로 사용한 것을 밝혀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WSJ는 오픈AI에 소송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WSJ 모회사 뉴스코프는 2월 투자자들에게 “WSJ 기자들이 작성한 기사를 AI 학습에 활용하고자 한다면 누구든 우리로부터 적절한 라이선스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MS의 빙AI나 구글 바드가 사용자 질문에 답할 때 언론사 기사 내용을 요약해 알려주고, 링크도 제대로 걸지 않는 점에 대해서도 미 언론사들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언론사뿐 아니라 소셜미디어도 ‘우리 콘텐츠로 빅테크가 돈을 버는 것은 불공평하며 저작권 침해’라며 반기를 들고 있다. 일론 머스크 트위터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2월 “놀랄 일도 아니지만 방금 오픈AI가 AI 학습을 위해 트위터 데이터베이스에 액세스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나는 이를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위터는 결국 올 2월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할 수 있는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유료화했다. 레딧도 2008년부터 무료로 운영하던 API 공개 정책을 18일 ‘상업적으로 이용 시 유료’ 조건을 달아 트위터의 뒤를 이었다. NYT는 “레딧의 유료화 정책은 AI 학습과 관련한 소셜미디어의 움직임에 있어 중요한 사례”라고 평했다.● “개발 코드 무단 사용” 소송전도 지난해 11월 익명의 개발자 집단은 자신들이 온라인에 올린 소프트웨어 개발 코드를 MS와 오픈AI가 무단으로 사용해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개발 코드를 쉽게 만들어 주는 AI인 MS의 코파일럿, 오픈AI의 코덱스가 깃허브 등에 올라와 있는 코드로 학습하고, 이를 익명화해 AI 답변으로 제공하고 있어 저작권이 침해됐다는 것이다. 이들은 소장에서 “우리가 개발 코드를 공유할 때, 저작자 이름이나 라이선스를 명기하도록 해왔다”며 “하지만 AI는 오픈 소스 조건을 무시하고 무작위로 학습한 뒤 이를 배포하고 있다”고 밝혔다. 콘텐츠 무단 사용 논란에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미 언론 인터뷰에서 “필요한 경우 콘텐츠 거래를 통해 AI를 학습시켰다. 특정 영역의 고품질 데이터에는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언론사, 소셜미디어, 개발자, 아티스트, 이미지 업체 등이 모두 반발하고 있어 논란과 소송전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개인 콘텐츠에 담긴 사적인 정보가 답변에 노출된 사례도 나오자 이탈리아는 임시로 챗GPT 사용을 중단시킨 상태다. WSJ는 “(대용량의 언어 데이터를 학습할 수 있는) AI 기술이 산업적인 규모의 지식재산권 도용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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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中 비밀경찰서’ 운영 중국계 2명 기소

    미국 검찰이 뉴욕 맨해튼에서 중국 정부 비밀경찰서를 운영한 중국계 미국인 2명을 기소했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비밀경찰서가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된 세계 50여 개국 가운데 비밀경찰서 관련 인물이 기소된 것은 처음이다. 뉴욕 동부 연방검찰과 법무부, 연방수사국(FBI)은 17일 “중국 비밀경찰서를 열고 운영한 중국계 미국인 루젠왕(61)과 천진핑(59)을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각각 재미 중국 푸젠성 창러 향우회 고문(전 회장)과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두 사람은 중국 정부 비밀 대리인으로 활동하면서 미 사법당국 조사를 방해할 의도로 문건을 파괴, 은폐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브리언 피스 뉴욕 동부 연방지검장은 “이번 기소는 중국에 ‘우리는 당신들을 지켜보고 있으며 미국에서 당신들 활동을 막을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검찰과 FBI 등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난해 2월 맨해튼 차이나타운 건물 한 층을 빌려 향우회 간판을 내걸고 비밀경찰서를 열었다. 이 비밀경찰서는 푸젠성 푸저우(福州) 공안국 산하 조직으로 밝혀졌다. 비밀경찰서 개소 직전 루젠왕은 푸젠성 양회(兩會)에 사흘간 참석한 뒤 돌아왔다. 중국 공안이 비밀경찰서 운영에 직접 개입한 정황도 드러났다. 지난해 3월 루젠왕은 공안 관계자에게서 “캘리포니아에 사는 중국계 A 씨 행방을 확인해 달라”는 지시를 받고 이를 수행했다. A 씨는 중국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반(反)체제 인물로 확인됐다. FBI는 “루젠왕은 중국 공안 및 통일전선공작부와 오랜 기간 신뢰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2015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계 미국인들의 반정부 집회가 예고되자 루젠왕은 15명을 모집해 친중 집회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시 주석 방미에 동행한 공안 고위 관계자는 루젠왕에게 상패를 수여하며 치하했다. 지난해 10월 FBI가 비밀경찰서를 압수수색하자 두 사람은 공안 등과 주고받은 업무 관련 문자메시지를 삭제하고 비밀경찰서 운영을 중단했다. 이들은 17일 체포된 뒤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의 해외 비밀경찰서 운영은 “근거가 전혀 없다”며 “(이번 기소는) 완전한 정치 농간”이라고 반발했다. 지난해 12월 국제 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중국이 53개국에 비밀경찰서 102곳을 두고 있으며 한국에도 1곳이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원과 경찰은 비밀경찰서 거점 의혹을 받는 서울 송파구 한 중식당을 수사 중이지만 별다른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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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BI 만큼 빨라”… NYT, ‘美 기밀유출’ 용의자 이렇게 찾았다

    13일(현지 시간) 새벽 미국 매사추세츠주 노스다이턴의 한 단독주택 앞에서 뉴욕타임스(NYT) 기자 3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 때 차 한 대가 이 한적한 시골집 앞에 섰다. 동트기 전 아직 어두운 새벽이었다.남성이 집에 들어갔다. 기자들도 현관문을 두드렸다. 남성의 아버지가 나와 말했다. “아이는 검사 아니고는 누구와도 얘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기자들은 “알겠다”며 뉴욕의 NYT 사무실로 돌아갔다. 이들이 대화를 나누는 순간 이 평범한 단독주택 위로는 헬기가 맴돌았다. 이 집에는 미국 기밀문건 유출 사건의 용의자 잭 테세이라(21)가 있었다.회사에 돌아온 기자들은 용의자가 ‘미 매사추세츠주 방위군 소속 정보병인 21세 잭 테세이라’라고 보도했다. 같은 날 정오였다. 그리고 이날 오후 1시 반 미 연방수사국(FBI)은 테세이라를 체포했다. NYT 취재팀은 16일 테세이라 취재기를 공개했다. 단 일주일 만에 ‘인터넷 검색’으로 용의자를 찾아냈다고 설명해 영화 ‘서치’의 현실판이라고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영화는 아버지가 소셜미디어 검색으로 실종된 딸을 경찰의 도움 없이 찾아내는 이야기다. NYT의 테세이라 추적기의 세 가지 결정적 장면을 살펴봤다.① 취재과정 트위터 생중계… “디스코드 봐라” 결정적 제보NYT 특종은 프리랜서 기자인 에릭 톨러가 주도했다. 기밀유출 사실은 6일 NYT 보도로 알려졌는데 톨러도 이 보도를 보고 취재에 착수했다. 당시 NYT는 텔레그램에 기밀문건이 찍힌 사진이 유포되고 있다고 보도했다.톨러는 “끝없이 검색했고 그 과정을 트위터에 실시간으로 올렸다”고 했다. 그는 극우 인터넷 커뮤니티 ‘포챈(4chan)’에 텔레그램보다 먼저 기밀문건이 올라온 점을 확인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황에 대해 댓글로 다투던 사람들이 “내 주장이 더 신빙성 있다”며 기밀문건 사진을 올렸다.그러나 톨러는 포챈도 출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더 검색했지만 나오는 게 없었다. 막다른 길이었다. 그때 트위터 메시지함으로 제보가 들어왔다. 제보는 “이 문건을 ‘디스코드’에서 본 거 같고, 게임 ‘마인크래프트’ 유저들이 모인 채팅방이었다”는 내용이었다. 디스코드는 게이머들이 널리 쓰며 인기를 얻은 메신저다. 전 세계 사용자가 1억4000만 명이 넘는 메신저로 주로 10대, 20대가 쓴다. 실제로 테세이라는 디스코드 채팅방에서 지난해 2월부터 기밀문건을 유출한 것으로 알려졌다.② 채팅방 회원 3명 인터뷰… FBI도 보도 보고 특정한듯톨러는 디스코드로 옮겨가 기밀문건의 출처를 좇았다. 우선 해당 마인크래프트 채팅방 방장을 인터뷰했다. 방장은 본인이 17세라고 밝히며 겁먹은 듯 “나는 유출자가 아니다”고 거듭 주장했다. 또 “다른 채팅방에서 가져온 사진”이라고 했다. 마인크래프트 채팅방 방장이 지목한 채팅방은 필리핀 유튜버 ‘와우마오’의 팬들이 모인 곳이었다.와우마오 채팅방에는 문건 사진 107건이 올라왔다. 톨러는 와우마오 채팅방 회원 4명을 인터뷰했다. 대부분 10대였다. 채팅방 회원들은 “’루카’라는 닉네임을 쓰는 17세 남성이 채팅방에 문건 사진을 지난달 1, 2일 올렸다”고 말했다.인터뷰를 통해 톨러는 와우마오 채팅방에 올라온 문건이 ‘서그 셰이커 센트럴’ 채팅방에서 왔다는 점을 알게 됐다. 회원이 20여명인 작은 채팅방이다. 톨러에게 메시지를 보내 “유출자는 루카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서그 셰이커 센트럴 채팅방 회원도 나타났다. 톨러는 이 회원 등 서그 셰이커 센트럴 채팅방 회원을 3명 인터뷰해 9일 보도했다. 소속 취재팀인 ‘벨링켓’ 웹사이트에 기사를 공개했다. NYT의 6일 보도를 접한 뒤 사흘 만에 낸 성과다.기사에 따르면 회원들은 유출자의 신상을 밝히기를 거부했지만 “현재 알려진 100건의 유출 문서는 ‘빙산의 일각’이다”고 말했다.③ ‘월 9달러’ 구독 서비스 활용해 용의자 테세이라로 좁혀톨러는 NYT와 손잡고 추적을 이어갔다. FBI도 톨러가 9일 벨링켓에 게재한 기사를 보고 이르면 10일 용의자를 잭 테세이라로 특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FBI는 미 국방부의 의뢰를 받아 7일부터 수사 중이었다.취재팀은 게임 플랫폼 ‘스팀’으로 옮겨갔다. 채팅방 회원들이 테세이라와 함께 플레이한 게임들 이름을 알려줬기 때문이다. 스팀은 여러 가지 게임을 할 수 있고, 커뮤니티 기능도 있는 게임 플랫폼이다.취재팀은 스팀 회원 정보를 수집해 알려주는 웹사이트를 활용했다. 톨러는 “월 9달러를 내면 스팀 회원의 닉네임 변경 이력, 친구 추가 및 삭제 이력을 전부 보여주는 웹사이트를 활용해 테세이라를 찾아냈다”고 설명했다.채팅방 회원들의 스팀 친구 목록을 대조하던 중 총기 웹사이트에서도 활동한 남성을 찾아냈다. 이 남성의 닉네임 변경 이력을 살펴보니 첫 닉네임에 ‘잭’과 테세이라(Teixeira)의 ‘테스(Tex)’가 들어가 있었다.구글에 이 닉네임을 검색해 테세이라 아버지의 사진 소셜미디어 ‘플리커’ 계정을 찾았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테세이라 어머니의 계정도 찾아냈고, 그들의 아들이 미 매사추세츠주 방위군 소속 21세 정보병임을 알아냈다. 그렇게 유출 사건 용의자가 ‘잭 테세이라’라고 판단하기에 이르렀다. 톨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친구들에게 기밀을 유출하는 사람은 있겠지만 이들은 테세이라보다 판단 능력이 나은 친구들을 둔 것”이라고 14일 NYT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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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戰-코로나19에… ‘분배-복지’ 대신 ‘反이민’ 우향우[글로벌 포커스]

    《세계 곳곳 극우정치 바람 미국, 유럽, 일본, 중남미, 중동 등 세계 곳곳에서 반이민, 민족주의, 종교적 원리주의 등 극우 성향을 지닌 정치인과 정당이 약진하고 있다. 이 같은 ‘글로벌 우향우’의 배경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패권 다툼, 공급망 교란 등에 따른 경제난이 꼽힌다. 세계 곳곳에서 고물가와 경기 둔화가 고착화하면서 ‘복지’와 ‘불평등 해소’를 외치는 좌파는 힘을 잃고 ‘모든 문제는 다 외부인의 탓’이라고 주장하는 극우 세력이 반사 이익을 보고 있다는 의미다.》미국, 유럽, 일본, 중남미, 중동 등 전 세계 곳곳에서 극우 성향을 지닌 정치인과 정당이 약진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반(反)이민, 민족주의, 종교 원리주의 성향 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지지층을 움직이고 있다. 이런 ‘정치적 우향우’의 배경에는 경제난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1년을 넘기며 길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갈등에 따른 공급망 교란, 경제 블록화 등까지 겹쳐 주요국이 모두 고물가와 경기 둔화를 겪고 있다. 이에 당장의 생활고를 해소하기를 바라는 서민들이 “경제 악화는 다 외부인의 탓”이라고 외치는 극우 정치인 쪽으로 쏠리고 있다는 것이다. 좌파가 외치는 ‘분배 중시, 복지 확대’ 등의 구호가 먹히지 않으면서 그 반사 이익을 극우 세력이 누리고 있다는 의미다. 이 와중에 기성 정치인이 먹고사는 문제를 속 시원히 해결해 주지 못하는 것, 서민과 괴리된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 또한 극우 세력의 약진을 부추기고 있다. ● 기소 후 지지율 급등한 트럼프 당내 경선 무의미 “미국은 난민 캠프가 아니다”라며 집권 내내 반이민 정책을 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미 전·현직 대통령 최초로 기소된 후 연일 지지율이 상승세다. 그를 향한 보수 유권자의 결집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야당 공화당의 대선후보 경선이 사실상 무의미해지는 수준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4∼6일 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회사 입소스가 공화당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58%를 기록했다. 기소 전인 지난달 14∼20일에 비해 14%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경쟁자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지지율은 30%에서 21%로 떨어졌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대사 등 이미 출마를 선언했거나 조만간 출마가 예상되는 인사의 지지율은 3, 4%대에 불과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종종 극우 집회에 등장해 반난민 정책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지난해 7월에는 “불법 체류자 수백만 명이 우르르 몰려왔다. 이건 ‘침략’”이라고 외쳤다. 그는 재임 중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고 각종 행정명령을 발동해 국경을 잠갔다. 이미 미국 땅에 들어온 중남미 어린아이까지 부모와 떼어놓고 열악한 시설에 보냈고, 불법 체류자를 보호하는 지방정부에 지원을 중단했다. 인권 탄압 비판이 들끓었지만 이것이 미국에 꼭 필요한 정책이었으며 재집권하면 다시 시행하겠다고 외친다.● ‘사민주의’ 북유럽도 극우 열풍유럽은 극우 바람이 가장 거센 곳이다.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서유럽, 헝가리 불가리아 등 동유럽은 물론이고 사회민주주의 본산으로 일컬어지는 핀란드 스웨덴 등 북유럽에서도 극우 정당이 득세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핵심 생필품인 에너지와 식품 가격이 급등한 여파가 크다는 진단이 나온다. 나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 이탈리아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 스페인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 등의 통치를 겪은 유럽에서는 극우 전체주의 성향의 정당을 배척하는 분위기가 뚜렷했다. 하지만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해지면서 “극우 정당의 득세를 용인하면 또다시 세계대전이 발발할 수 있다”는 기존의 우려가 옅어지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2일 핀란드 총선에서는 극우 핀란드인당이 우파 국민연합당에 이은 원내 제2당으로 약진했다. 집권 사민당은 3위로 처졌다. 다음 달 안으로 연정 구성을 완료할 국민연합당은 사민당과 핀란드인당 중 어느 쪽을 파트너로 선택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만일 국민연합당이 핀란드인당을 택하면 핀란드 최초로 극우 정권이 탄생한다. 핀란드인당을 이끄는 리카 푸라 대표는 “길거리 갱단과 젊은 범죄자 대부분은 이민자”라고 주장하는 반난민 정치인이다. 2021년 1월 0.9%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 2월 9.1%까지 치솟는 등 고물가와 경제난이 만연하자 핀란드인당이 수혜를 봤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9월 스웨덴 총선에서도 극우 스웨덴민주당이 역시 원내 2당에 올랐다. 임미 오케손 대표는 “이슬람 여성이 아이를 많이 낳아 스웨덴 연금이 고갈될 수 있다”며 유럽이 이슬람 이민자를 받아들이지 않아야 한다고 외친다. 지난해 4월 대선 결선 투표를 치른 프랑스에서 지금 다시 선거를 치르면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 전 국민연합(RN) 대표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이길 것이란 여론조사 또한 잇따르고 있다. 5일 공개된 여론조사회사 엘라브와 BFM-TV의 가상 대선 결선 투표 지지율 조사에서 르펜 전 대표는 55%를 얻어 마크롱 대통령(45%)을 10%포인트 앞섰다. 지난해 4월 대선 결선 투표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이 르펜 전 대표에게 17%포인트 차로 이겼지만 이 수치가 역전됐다. 르펜 전 대표는 공공장소에서의 히잡 착용 금지, 유럽연합(EU)과의 결별, 러시아와의 공조를 주장하는 반이슬람, 반EU 성향이다. 2010년부터 집권 중인 ‘동유럽의 트럼프’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유럽인과 비유럽인이 섞인 국가는 국가가 아니다” “유럽이 기독교 정체성으로 회귀해야 구원받는다” 등의 발언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10월 이탈리아에서는 무솔리니 이후 100년 만의 극우 지도자인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취임했다. 멜로니 총리는 자신을 “여성, 어머니, 기독교인”으로 정의할 정도로 이슬람에 적대적이다. 이탈리아에 입항한 난민 구조선의 입항을 더디게 하는 정책도 펴고 있다. 이탈리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또한 2021년 1월 0.4%에서 올 2월 9.1%로 뛰었다. 2019년 스페인 총선에서도 극우 정당 ‘복스’가 원내 제3당으로 약진했다. 프랑코 총통이 39년간 철권통치를 펼친 스페인에서 극우 정당이 원내에 입성한 것은 처음이다. 복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구호를 차용한 “스페인을 다시 위대하게”를 주장하고 있다. 2일 총선을 치른 불가리아, 지난달 지방선거를 실시한 네덜란드에서도 극우 정당이 모두 선전했다.● 日 극우 ‘일본유신회’ 약진9일 일본 지방선거에서는 오사카 기반 극우 정당 ‘일본유신회’가 2010년 설립 후 오사카 이외 지역에서 처음 광역단체장을 배출했다. 이날 유신회 소속의 야마시타 마코토(山下眞) 전 이코마 시장은 나라현 지사로 선출됐다. 최근 주요 선거에서 유신회가 약진하고 있는 데다 북한, 중국, 러시아 등의 안보 위협 또한 고조되면서 일본 정계의 우경화 속도 또한 빨라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유신회 산하의 지역 정당 ‘오사카유신회’를 이끌고 있는 요시무라 히로후미(吉村洋文) 오사카부 지사 겸 대표 또한 이날 재선에 성공했다. 오사카 시장 선거에서도 당적이 같은 요코야마 히데유키(橫山英幸) 전 오사카부 의회 의원이 당선됐다. 오사카에서는 4년 전에 이어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오사카유신회 소속 후보가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을 모두 휩쓸었다. 유신회의 설립자 격인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전 오사카 지사는 2013년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때 운영했던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위안부는 필요했다. 한국도 비슷한 일을 했으니 서로 반성해야 한다” 등의 망언을 한 인물이다. 요시무라 대표 또한 “일본군의 위안부 관여 정도와 피해 규모가 불명확하다”고 주장한다.● 네타냐후-모디-에르도안도 장기 집권 이스라엘 최장수 총리인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유대 극우 민족주의, 반이란 등의 노선으로 유명하다. 그는 지난해 12월 세 번째 총리직에 오르며 극우 세력과 손잡았다. 내각의 핵심 보직인 국방부 수장을 맡고 있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장관 겸 극우 정당 ‘오츠마예후디트’ 대표는 “이스라엘에 충성하지 않는 아랍계 국민을 추방하자”고 외친다. 그는 최근 전체 인구의 약 20%인 아랍계를 탄압하기 위해 군경과 별도 조직인 ‘국가방위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 조직이 유대인 정착촌 확대 등에 쓰일 것이란 우려가 높다. 베잘렐 스모트리흐 재무장관 또한 “팔레스타인 사람 같은 건 아예 없다”고 했다. 2014년부터 집권 중인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힌두 극우주의, 반이슬람 정책을 펴고 있다. 그는 구자라트 주지사였던 2002년 힌두교도의 공격으로 무슬림 2000여 명이 숨진 폭동 사태를 방조하고 사실상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2005년 당시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는 그의 미국 입국을 불허했다. 2019년에도 그의 반무슬림 정책으로 유혈 시위가 벌어져 수십 명이 사망했다. 당시 그는 연설에서 “복장만 봐도 누가 (무슬림) 폭력배인지 안다”며 무슬림 시위대를 비판했다. ‘뼛속까지 이슬람 신자’를 자처하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또한 2003년부터 장기 집권 중이다. 그는 세속주의 국가인 터키를 이슬람 신앙이 지배하는 신정일치 국가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성과 여성은 동등하지 않다” “여성이라면 최소 아이 셋은 낳아야 한다” 등의 발언으로도 유명하다.● ‘브라질의 트럼프’ 보우소나루도 복귀 코앞 지난해 10월 대선 패배 후 지지층의 불복을 선동한 혐의를 받고 있는 ‘브라질의 트럼프’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정계 복귀도 가시화했다. 대선 패배에 불복하고 지난해 12월 30일 미국으로 떠났던 그는 3개월이 흐른 지난달 30일 귀국했다. 그는 귀국 일성으로 “나는 은퇴를 하지 않았다”며 정계 복귀 의사를 밝혔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의 각종 정책을 비판하며 “좌파는 잠시만 권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이끄는 자유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약진하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이 여세를 몰아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또다시 대선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는 반난민, 총기 옹호, 성차별 발언 등 트럼프 전 대통령과 상당히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2017년 연설에서 “원주민은 기생충”이라고 주장했다. 올해 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참석한 미 극우 집회에도 연사로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인 경제난이 극우 열풍을 부추기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종서 EU정책연구소장은 “특히 미중 갈등이 잦아들지 않는 한 유럽에서의 극우 바람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 경기가 둔화하는 와중에 미중 패권 경쟁,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으로 각국이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하는 현상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또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유럽 각국이 EU 체제에서 단일대오를 형성하고, 그 과정에서 각국의 발언권이 줄어든 것 또한 고립주의, 민족주의 득세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종곤 이화여대 교수(정치외교)는 “경기침체 때 경제 관련 의제가 투표 결과를 결정짓는 ‘경제 투표(economic vote)’의 성향이 강하게 나타난다”며 향후 각국 선거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맥락에서 2024년 미 대선 결과 또한 내년 중반 미 물가, 성장률, 공급망 교란 상황 등 경제 상황이 결정할 것으로 예상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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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우성향 美일병, 기밀 무제한 접근-350건 유출… “최대 수백년형”

    한국산 포탄의 운송 일정, 북한 미사일 궤적, 우크라이나 방공망 지도 등 미국이 세계 곳곳에서 수집한 최신 극비 정보 350여 건을 유출한 용의자 잭 테세이라(21)가 13일(현지 시간) 전격 체포되면서 유출 경로와 범위 등에 대한 조사 또한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미 연방수사국(FBI)은 장갑차, 군용기, 소총 등으로 중무장한 요원을 대거 동원하는 등 군사 작전을 방불케 하는 검거 작업으로 그를 체포했다. 다만 미 정규군이 아닌 매사추세츠 주방위군 소속의 말단 통신병인 테세이라가 1급 기밀에 제한 없이 접근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미국의 허술한 보안 체계에 대한 비판은 물론이고 사태의 후폭풍 또한 쉬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미국의 전방위적 도·감청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 전 미 국가안보국(NSA) 요원의 2013년 고발 후 10년이 지났는데도 미 기밀문서 취급 체계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테세이라, ‘애국자 가문’ 출신…“과시욕 넘쳐”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테세이라는 본인, 어머니, 계부, 친척이 모두 군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애국자 가문’에 속했다. 어머니는 매사추세츠주 보훈처, 참전 용사를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등에서 일했다. 34년간 복무한 계부는 상사로 몇 년 전 퇴직했다. 의붓아들 테세이라의 현 근무지인 102 정보비행단에서 근무한 적도 있다. 가톨릭 신자인 테세이라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2019년 9월 친척 여러 명과 동반 입대했다. 신병 교육 때문에 고교 졸업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2021년 10월 현 근무지에 배치됐고 지난해 7월 이병에서 일병으로 진급하며 우수 메달을 받았다. 테세이라는 문건을 유출한 채팅 플랫폼 ‘디스코드’ 내 채팅방에서 ‘OG’라는 닉네임을 쓰며 극우, 반유대 성향을 드러냈다. 10대가 대부분인 채팅 참여자에게 위계 질서와 국제 정세의 중요성 등을 훈계했다. 참여자들은 테세이라가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사건에 대해 예언하듯 말하자 그를 지도자처럼 떠받들었다. 테세이라는 이런 대우를 즐겼고 자신이 중요한 사람인 듯 행동했다. 그가 스노든 같은 ‘내부 고발자’가 아니라 ‘허세’와 ‘과시’를 목적으로 유출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그는 문건 게재 후 참여자의 관심이 시들해지면 “제대로 읽지 않으면 더이상 문건을 올리지 않겠다”며 수차례 화를 냈다. ● 장갑차-군용기 동원 체포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날 소총, 방탄복 등으로 무장한 6명의 요원과 장갑차를 매사추세츠주 노스다이턴에 있는 그의 모친 집으로 보냈다. 인근 상공에는 정찰용 군용기도 대기 중이었다. 요원들은 테세이라가 집에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가 현직 군인이자 무기 애호가임을 감안해 곧바로 집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그의 이름을 불렀다. 테세이라는 비교적 순순히 체포에 응했다. 그는 양손을 깍지 낀 채 머리 뒤로 올리고 장갑차까지 뒷걸음으로 이동했다. 요원들은 장갑차 뒤편에서 엄폐하며 소총으로 그를 조준했다. 그가 6일 문건 유출 보도 후 1주일 만의 비교적 짧은 시간에 체포된 것은 유출 과정에서 신원을 유추할 수 있는 ‘디지털 지문’을 곳곳에 남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문건을 사진으로 찍어 올리면서 체포 장소인 어머니의 집 등이 일찌감치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FBI는 체포 이틀 전부터 그를 감시했고 체포에 성공했다. 미 간첩법에 따르면 유출 문건 1개당 최대 10년 형이 가능하다. 350여 건을 유출한 그가 산술적으로 수백 년의 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280만 명 정보 열람-인쇄 관행 문제주방위군 일병인 그가 어떻게 1급 기밀을 빼돌릴 수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13일 미 보안 체계가 ‘계급’보다 ‘직무 연관성’을 중시한다며 “직무에 따라 비밀취급 인가가 필요할 수 있다”고 했다. 그의 보직이 통신 정보병이어서 높은 수준의 기밀 접근권을 부여받았다는 의미다. CNN은 6년 전인 2017년 기준으로도 160만 명이 기밀 접근권을 보유했고 추가로 120만 명이 기밀 정보를 볼 수 있다고 전했다. 280만 명이 볼 수 있는 방만한 운영 체계, 메모를 즐기는 군 장성 등을 위해 기밀을 종이로 인쇄하는 관행 등을 시급히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권 민주당 측은 다음 주 중 청문회를 열어 재발 방지책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 2023-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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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기밀 유출자는 美軍기지 근무 주장 20대男”

    미국 기밀문건 최초 유출자가 ‘OG’라는 닉네임을 쓰는 20대 초중반의 미 남성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1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그는 자신을 미군 기지에서 일한다고 주장했으며 유출 경로로 지목된 게이머 위주의 채팅 플랫폼 ‘디스코드’ 내 채팅방에 300건 이상의 기밀문건을 올렸다고 WP는 전했다. OG는 2019년 ‘서그셰이커센트럴’이란 군사 유튜버 중심의 채팅방을 만들어 좌장처럼 행동해 왔다. WP가 두 명의 해당 채팅방 참여자를 인터뷰한 결과, OG는 종종 극우 성향을 과시했고 “미 정보기관이 시민을 억압한다”고 주장했다. 사격장에서 대형 라이플을 들고 인종차별적이고 반유대주의 성향을 드러내는 욕설을 뱉으며 목표물을 향해 발사하는 동영상도 올렸다. 미국이 우방국을 감시하는 것에 대해서도 반감을 보였다. 참여자들에 따르면 OG는 지난해부터 매주 꾸준히 기밀문건을 채팅방에 게재했다. 초기에는 한 줄 한 줄 직접 타이핑해 올렸지만 다른 회원들의 관심이 시들해지는 것을 느낀 뒤 사진을 찍어 올렸다. 그러나 문건이 올 2월 말부터 다른 채팅방에 올라오기 시작하자 지난달 중순부터는 공유를 멈췄다. 그가 올린 문서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북한 핵무기의 예상 궤적, 미 고고도정찰기 ‘U-2’로 찍은 중국의 정찰풍선 사진, 우크라이나 전쟁의 판세가 상세히 담긴 표 등도 있었다. 최소 수개월이 걸리는 미 당국의 신원 조사를 통과한 인물만 볼 수 있는 정보여서 실제로 미군과 관련이 있는 인물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채팅방 참여자는 “OG는 똑똑한 사람이다. 우발적 유출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WP 인터뷰에 응한 두 사람은 모두 OG의 실명과 거주지를 알지만 당국이 그의 신원과 소재를 찾아내기 전에는 먼저 공개하지 않겠다며 충성심을 보였다. OG는 참여자 대부분이 미성년자인 이 채팅방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6일 뉴욕타임스(NYT) 보도 후 미 당국이 문건 유출을 본격적으로 수사하자 OG는 채팅방 참여자들에게 “나에 관한 모든 정보를 숨기고 삭제하라”는 지시를 내린 후 사라졌다. 한 참여자는 “그는 삼촌이나 아버지 같았다. 가족을 잃은 것 같다”며 상실감을 드러냈다. ‘서그셰이커센트럴’ 회원 중에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국적자를 비롯한 다양한 외국인이 존재했다. 25명의 회원 중 절반이 해외 거주자였으며 옛 소련과 동유럽 국가 출신들이 특히 문건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WP는 전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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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기밀문건 최초 유출자, 20대 軍기지 직원…채팅방 방장처럼 활동”

    미국 기밀문건 최초 유출자가 ‘OG’라는 닉네임을 쓰는 20대 초중반의 미 남성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1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그는 자신을 미군 기지에서 일한다고 주장했으며 유출 경로로 지목된 게이머 위주의 채팅 플랫폼 ‘디스코드’ 내 채팅방에서 300건 이상의 기밀문건을 올렸다고 WP는 전했다. OG는 2019년 ‘서그쉐이커센트럴’이란 군사 유튜버 중심의 채팅방을 만들어 좌장처럼 행동해 왔다. WP가 두 명의 해당 채팅방 참여자를 인터뷰한 결과, OG는 종종 극우 성향을 과시했고 “미 정보기관이 시민을 억압한다”고 주장했다. 사격장에서 대형 라이플을 들고 인종차별적이고 반유대주의 성향을 드러내는 욕설을 뱉으며 목표물을 향해 발사하는 동영상도 올렸다. 미국이 우방국을 감시하는 것에 대해서도 반감을 보였다. 참여자들에 따르면 OG는 지난해부터 매주 꾸준히 기밀문건을 채팅방에 게재했다. 초기에는 한 줄 한 줄 직접 타이핑해 올렸지만 다른 회원들의 관심이 시들해지는 것을 느낀 뒤 사진을 찍어 올렸다. 그러나 문건이 올 2월 말부터 다른 채팅방에 올라오기 시작하자 지난달 중순부터는 공유를 멈췄다.OG는 자신이 미군 기지에서 일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올린 문서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북한 핵무기의 예상 궤적, 미 고고도정찰기 ‘U-2’로 찍은 중국의 정찰풍선 사진, 우크라이나 전쟁의 판세가 상세히 담긴 표 등도 있었다. 최소 수개월이 걸리는 미 당국의 신원 조사를 통과한 인물만 볼 수 있는 정보여서 실제로 미군과 관련이 있는 인물일 가능성이 제기된다.한 참여자는 “OG는 똑똑한 사람이다. 우발적 유출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WP 인터뷰에 응한 두 사람은 모두 OG의 실명과 거주지를 알지만 당국이 그의 신원과 소재를 찾아내기 전에는 먼저 공개하지 않겠다며 충성심을 보였다. OG는 참여자 대부분이 미성년자인 이 채팅방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6일 뉴욕타임스(NYT) 보도 후 미 당국이 문건 유출을 본격적으로 수사하자 OG는 채팅방 참여자들에게 “나에 관한 모든 정보를 숨기고 삭제하라”는 지시를 내린 후 사라졌다. 한 참여자는 “그는 삼촌이나 아버지 같았다. 가족을 잃은 것 같다”며 상실감을 드러냈다. ‘서그쉐이커센트럴’ 회원 중에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국적자를 비롯한 다양한 외국인이 존재했다. 25명의 회원 중 절반이 해외 거주자였으며 옛 소련과 동유럽 국가 출신들이 특히 문건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WP는 전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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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국방 “문건유출 매우 심각하게 인식… 경위 샅샅이 조사”

    미국 기밀문건 유출의 직접 당사자로 꼽히는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11일(현지 시간) 현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동맹 및 파트너와 긴밀히 협력할 것이고 미국을 안전히 지키려는 노력을 무엇도 멈추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6일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의 보도로 유출 파문이 알려진 후 오스틴 장관이 공식 석상에서 발언한 것은 처음이다. 오스틴 장관은 이날 “언제, 누가, 어디서 (기밀문건에) 접근할 수 있었는지 지금은 모른다”며 “(유출) 경위와 범위를 찾아낼 때까지 샅샅이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출 문건이 올 2월 28일, 3월 1일자 자료라는 사실도 처음 공개했다. 그간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물론이고 한국, 영국, 프랑스, 이스라엘, 캐나다, 이집트 등 문건에 등장한 주요국들은 모두 “문건 일부가 허위”라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이날 NYT는 “대부분 진본이며 조작된 일부 또한 애초 유출본은 수정 없이 (온라인에) 게재됐다”고 보도해 바이든 행정부와 동맹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유출 과정을 조사하는 데도 최소 수개월이 걸리는 등 당분간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정책, 즉 ‘바이든 독트린’의 핵심인 ‘동맹 강화’와 ‘우크라이나 지원’이 모두 위협받고 있다고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가 진단했다. 특히 중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으로선 동맹과의 신뢰 및 정보 공유 약화가 큰 타격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판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의 취약한 방공망 및 무기 보유 현황 등으로 조만간 전쟁이 끝날 수 없을 것으로 미국이 자체 진단한 정황이 이번 유출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당초 올봄 러시아군에 대반격을 하려던 우크라이나군의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정치매체 더힐은 데니스 슈미할 우크라이나 총리가 대반격 시점을 당초 알려진 올봄이 아닌 ‘올여름’으로 늦춰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문건 유출로 러시아군을 감시하던 미국의 정보 수집망이 파괴될 위험에 처했고, 그간 실시간으로 우크라이나군에 제공됐던 미국의 정보 또한 예전처럼 지원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번 유출로 영국, 프랑스, 미국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특수부대원 97명이 우크라이나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는 점도 서방 주요국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번 유출이 올 1월부터 게이머에게 인기가 많은 미 채팅 플랫폼 ‘디스코드’의 단체 채팅방에서 이뤄지기 시작했다고 영국 탐사매체 ‘벨링캣’이 9일 보도 했다. 가디언은 11일 “군사정보에 민감한 게이머들이 논쟁을 벌이다가 기밀이 새는 일이 드물지 않다”며 “2020년 이후 전쟁 시뮬레이션 게임 ‘워 선더’ 대화방에서 무기 관련 기밀 문건이 유출된 사례만 10건 이상”이라고 전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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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국방 “2월28일·3월1일 문건 유출 확인…유출 경위 샅샅이 조사”

    미국 기밀 문건 유출의 직접 당사자로 꼽히는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11일(현지 시간) 현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동맹 및 파트너와 긴밀히 협력할 것이고 미국을 안전히 지키려는 노력을 무엇도 멈추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출 원인과 경위를 찾을 때까지 철저히 조사하겠다고도 했다. 6일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의 보도로 유출 파문이 알려진 후 오스틴 장관이 공식석상에서 발언한 것은 처음이다. 오스틴 장관은 이날 “언제, 누가 (문건을 유출했는지) 지금은 모른다”며 “(유출) 경위와 범위를 찾아낼 때까지 샅샅이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출 문건이 올 2월 28일, 3월 1일자 자료라는 사실도 처음 공개했다. 그간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물론 한국, 영국, 이스라엘, 캐나다, 이집트 등 문건에 등장한 주요국들은 모두 “문건 일부가 가짜”라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이날 NYT는 “대부분 진본이며 조작된 일부 또한 애초 유출본은 수정 없이 게재됐다”고 보도해 바이든 행정부와 동맹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유출 과정을 조사하는데도 최소 수 개월이 걸리는 등 당분간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정책, 즉 ‘바이든 독트린’의 핵심인 ‘동맹 강화’와 ‘우크라이나 지원’이 모두 위협받고 있다고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가 진단했다. 특히 중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으로선 동맹과의 신뢰 및 정보 공유 약화가 큰 타격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판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의 취약한 방공망 및 무기 보유 현황 등으로 미국이 조만간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지 않을 것으로 자체 진단했다는 정황이 이번 유출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당초 올 봄 러시아군에 대반격을 실시하려던 우크라이나군의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정치매체 더힐은 데니스 슈미할 우크라이나 총리가 대반격 시점을 당초 알려진 올 봄이 아닌 ‘올 여름’으로 늦춰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문건 유출로 러시아군을 감시하던 미국의 정보 수집망이 파괴될 위험에 처했고, 그간 실시간으로 우크라이나군에 제공됐던 미국의 정보 또한 예전처럼 지원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번 유출로 영국, 프랑스, 미국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특수부대 97명이 우크라이나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는 점도 서방 주요국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영국 국방부는 트위터에 “기밀 문건 내용이 심각한 수준의 부정확성을 보인다”고 썼다. 다만 어느 부분을 거론하는 것인지는 밝히지는 않았다. 이번 유출이 올 1월부터 게이머에게 인기가 많은 미 채팅 플랫폼 ‘디스코드’의 단체 채팅방에서 이뤄지기 시작했다는 영국 탐사매체 ‘벨링켓’의 9일 보도 또한 힘을 얻고 있다. 가디언은 11일 “군사 정보에 민감한 게이머들이 논쟁을 벌이다 기밀이 새는 일이 드물지 않다”며 “2020년 이후 전쟁 시뮬레이션 게임 ‘워 선더’ 대화방에서 무기 관련 기밀 문건이 유출된 사례만 10건 이상”이라고 전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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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멕시코, ‘좀비 마약’ 펜타닐 공조… “中, 원재료 공급 통제해야”

    마약 정책을 놓고 갈등하던 미국과 멕시코가 ‘죽음의 마약’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 확산을 막기 위해 손을 잡았다. 미국은 세계 최대 마약 소비국, 멕시코는 주요 마약 공급국이어서 그간 마약 정책을 두고 종종 충돌했다. 하지만 펜타닐 원료의 핵심 공급처인 중국을 막아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해 중국발 ‘마약과의 전쟁’에 대한 공동 대응에 나섰다. 펜타닐 오·남용으로 연간 7만 명이 숨지는 미국은 자국 내 펜타닐이 중국에서 공급되는 화학물질을 기반으로 멕시코 마약 범죄집단(카르텔)이 생산한다고 보고 있다. 유통과 제조는 멕시코에서 이뤄지지만 원재료는 중국에서 온다는 뜻이다. 멕시코 또한 지난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서한을 보내 펜타닐 통제를 요청했다. 이로 인해 현재 미국에서는 펜타닐 계열의 합성마약이 ‘차이나 화이트’라는 은어로 불린다. 두 나라의 대중국 압박 공조가 강화되면 펜타닐이 미국과 중국의 새로운 갈등 뇌관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 ‘펜타닐 공급원’ 中 맞서기 위해 공조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10일 기자회견에서 “펜타닐 대책 협의를 위해 정부 관계자가 이번 주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라며 양국 협력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2018년 취임한 좌파 성향의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당초 멕시코 내의 마약 공급처를 강력하게 단속하는 미국의 정책에 반감을 보였다. 그는 미국 내 마약 수요부터 줄이는 것이 우선이라며 “미국의 펜타닐 문제는 가정 붕괴 탓”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이런 그에게 반감을 보였다. 야당 공화당의 일부 의원은 올 1월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펜타닐 공급을 막기 위해 군사력을 사용하도록 승인하는 법안까지 발의했다. 이랬던 두 나라가 손을 잡은 것은 마약 원료의 주요 공급지이면서도 수수방관하는 중국 정부의 태도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 외교부는 6일 “미국 마약 문제의 근본 원인은 미국에 있다. 국내 감독을 강화하고 수요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10일 회견에서 시 주석에게 서한을 발송했는데도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그는 “중국이 펜타닐 원료를 생산하지 않는다면 어디에서 생산되는 건가. 멕시코는 아니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고 중국을 비판했다.● 美 젊은층 사망 원인 1위…年 7만 명 숨져분말 형태의 펜타닐은 다른 마약과 섞이기 쉽고 효과가 강력한 데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4∼8g만으로도 성인 1명이 1년간 사용할 수 있어 특히 미국 젊은층이 선호한다. 하지만 성인이 2㎎ 정도의 미량만 복용해도 사망할 만큼 위험 또한 크다. 좀비 마약이란 이름이 붙은 것도 펜타닐 과다복용으로 뇌가 망가져 비틀거리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목격된 탓이다. 지난해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에 따르면 펜타닐 오남용은 18∼49세 미국인 사망 원인 1위다. 연간 최소 7만 명이 이로 인해 숨진다. 여러 마약으로 인한 사망자 중 펜타닐을 과다복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비율 또한 2015년 17.5%에서 지난해 68.3%로 치솟았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해 4월 “펜타닐 공급을 줄이고 마약중독 치료와 재활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 마약 판매 등도 대대적으로 단속하는 등 ‘마약 과다복용 대유행(overdose epidemic)’과의 전쟁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최근에는 펜타닐의 효과 지속 시간을 늘리기 위해 동물용 진정제 ‘자일라진’을 섞은 신종 마약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자일라진 또한 중국 유통업자들이 제조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2월 처방전 없는 자일라진 불법 반입을 규제하겠다고 발표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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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버드 동문’ 반기문 前유엔총장… 한국인 첫 케네디스쿨 졸업식 연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79·사진)이 미국 하버드대 행정대학원인 케네디스쿨 졸업식에서 연설한다. 한국인으로는 처음이다. 9일(현지 시간)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은 다음 달 24일 열리는 졸업식 연사로 반 전 총장을 초청했다고 발표했다. 반 전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에 앞서 외교통상부 장관,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 등을 지냈다. 외교부 재직 중 케네디스쿨에 유학해 1984년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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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치는 유산균 슈퍼푸드… ‘onggi’ 발효가 비결”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영국 왕립학회 학술지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전통적 발효 방식으로 만드는 한국 김치의 과학적 효과를 조명했다. WP는 7일(현지 시간) 보도에서 “맵고 톡 쏘는 신맛이 나는 한국의 배추 요리 김치는 장에 유익한 박테리아가 함유된 슈퍼푸드”라며 “김치는 옹기라고 불리는 한국 전통 토기에서 발효돼 왔다”고 전했다. WP는 김치를 ‘kimchi’라고 쓰면서 김치 저장과 숙성에 사용하는 흙으로 빚은 항아리 ‘옹기’를 발음 그대로인 ‘onggi’라고 표기했다. WP는 옹기의 효과를 설명하며 영국 왕립학회 학술지 ‘인터페이스 저널(RSIF)’에 실린 연구 결과를 인용했다. RSIF 연구진은 땅속에 묻힌 옹기 안팎에 미세한 구멍들이 있고, 이 구멍을 통해 김치 속 유산균이 만들어내는 이산화탄소가 김칫독 밖으로 마치 숨을 쉬듯 배출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배추 등 염장한 재료에서 배어 나오는 소금기가 용기 밖으로 스며 나와 표면에 소금 자국이 말라붙는 현상을 언급하며 이 같은 옹기의 호흡이 미생물 생장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준다고 설명했다. WP는 “요즘 한국인들은 옹기 대신 유리나 강철, 플라스틱 등 현대적 소재로 만든 냉장고에 김치를 보관한다”며 “옹기에 보관된 김치는 유산균이 더 많고 나쁜 박테리아의 생장이 느리다”고 전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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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서 엠폭스 지역감염 확산… 여행객 주의보

    일본 여행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일본 내 엠폭스(MPOX·원숭이두창) 감염자가 늘고 있어 방역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역사회 내 감염이 확산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9일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4일 기준 일본 내 엠폭스 누적 확진자 수는 95명이다. 지난해 7월 첫 번째 확진자가 확인됐다. 지난해 확진자 수는 8명에 그쳤으나 최근 급격히 확진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부터 주간 확진자 수가 10명을 넘기고 있다. 특히 후생노동성은 “해외여행 이력이 없는 지역사회 감염자가 늘어나는 등 일본 내 감염이 확산하고 있다”며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의료기관에 상담하기 바란다”고 발표했다고 NHK는 전했다. 일본은 아시아에서 엠폭스 누적 확진자가 가장 많은 국가다. 이어서 인도, 싱가포르, 태국 순이다. 지난달에는 대만에서 일본에 방문한 뒤 엠폭스에 감염된 환자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달 21일 대만 위생복리부는 지난달 3∼5일 확인된 신규 확진자 4명 중 1명이 일본에서 귀국한 뒤 확진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21일 기준 대만 엠폭스 누적 확진자 수는 16명이다. 다만 전 세계 엠폭스 유행세는 지난해 8월을 기점으로 꺾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4일 기준 지난해 1월 이후 전 세계 누적 확진자 수는 8만6838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는 112명이다. 누적 확진자 수가 많은 국가는 미국, 브라질, 스페인, 프랑스, 콜롬비아 순이다. 전 세계 주간 확진자 수는 지난해 8월 8∼14일(7576명) 가장 많았으며 최근(3월 27일∼4월 2일)에는 101명에 그쳤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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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대만 포위’ 이어 모의 정밀타격-실탄 훈련까지

    중국이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미국 권력서열 3위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의 5일 미 본토 회동에 반발하며 8∼10일 사흘간 대만을 사방으로 포위하는 고강도 무력 시위에 나섰다. 9일 관영 중국중앙(CC)TV는 이날 대만을 담당하는 인민해방군 동부전구가 대만과 주변 해역에서 핵심 목표물에 대한 모의 정밀타격 훈련을 실시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직후에는 ‘대만 봉쇄’에 중점을 둔 군사 훈련을 실시했지만 이번에는 ‘대만 공격’ 상황을 가정해 훈련하는 등 중국의 군사 위협 강도가 한층 높아졌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8일 동부전구는 “8∼10일 대만해협과 대만섬 북부, 남부, 대만섬 동쪽 해·공역에서 대만섬을 둘러싸는 형태의 ‘날카로운 검(利劍·이검)’ 연합 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날 중국군은 군용기 45대와 미사일 구축함 ‘타이위안(太原)’을 중국과 대만의 실질적 경계선 역할을 하는 ‘중간선’ 안으로 침입시켰다. 9일에는 중국군 구축함과 쾌속정이 연합 함대를 이뤄 대만 남서부 지역의 목표물을 조준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중국은 10일 대만 북부 신주현에서 약 126㎞ 떨어진 핑탄현 일대에서 실탄 사격 훈련도 실시한다. 실탄 사격 훈련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직후 약 8개월 만이다. 미 국무부는 8일 “미국은 대만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에 충분한 자원과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중국에 경고했다. 이날 미군은 해상초계기 ‘P-8A 포세이돈’을 대만 남서부 방공식별구역(ADIZ)에 투입하며 중국군과 정면으로 대치했다. 미 의회 대표단 자격으로 대만을 방문한 마이클 매콜 미 하원 외교위원장 또한 이날 차이 총통에게 “대만이 구매한 미국 무기를 더욱 빨리 받아보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中 군용기 45대 ‘대만 중간선’ 넘어… 美 “中행동 면밀 주시” 경고 차이잉원 방미… 대만해협 긴장 고조中, 오늘까지 ‘날카로운 검’ 훈련군용기 129대-군함 18척 보내내년 美-대만 대선 앞두고 공세美, 방공구역에 초계기 ‘P-8A’ 투입 중국이 8, 9일 양일간 인민해방군 군용기 129대, 군함 18척 등을 대만 주변으로 보내는 등 대만을 향한 역대급 무력 시위에 나섰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미국 권력서열 3위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의 5일 미 본토 회동에 대한 경고 성격으로, 군사 위협 수위가 지난해 8월 당시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때보다 훨씬 높아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 CNN 등은 대만에 대한 중국의 ‘모의 공격(simulated attack)’이 이뤄졌다고 진단했다. 미국 또한 ‘P-8A 포세이돈’ 초계기를 8일 대만 남서부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시키며 중국과 맞섰다. 이날 인민해방군의 미사일 구축함 ‘타이위안(太原)’함은 사실상 중국과 대만의 경계선인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 대만 남부 팡랴오향 해안에서 약 44㎞ 떨어진 곳까지 근접했다. 대만군 또한 3000t급 ‘캉딩급’ 호위함과 해경 함정을 긴급 파견해 한때 중국과 대만 함정의 거리가 불과 5.5㎞까지 근접하는 초긴장 상황이 벌어졌다. 최근 서구 군사 전문가들은 중국이 각각 내년 대선을 치르는 미국과 대만의 혼란스러운 국내 상황을 이용해 당초 알려진 2027년보다 대만 침공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분석을 속속 내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중국의 대만 모의 공격, 미국과 중국의 군사 대치가 우려할 수준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中, 대만 ‘봉쇄’→‘침공 상정’ 훈련 9일 대만 롄허보 등에 따르면 중국은 8∼10일 3일간 실시하는 대만 위협 군사 훈련을 ‘날카로운 검(利劍·이검)’ 연합훈련이라고 명명했다. 중국은 9일에만 군용기 58대와 군함 9척을 동원해 대만을 위협했다. 하루 전 군용기 71대와 군함 9척을 동원한 것을 합하면 이틀간 군용기 129대와 군함 18척을 보낸 것이다. 8일에는 군용기 45대가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었다. 펠로시 전 의장의 대만 방문 직후인 지난해 8월 훈련 때는 훈련 첫날과 둘째 날 총 90대의 군용기와 13척의 군함이 동원됐다. 지난해 8월 중국의 군사 위협은 대만의 주요 항구와 항행로를 장악하고 대만 해·공역을 봉쇄해 대만을 고립시키는 목적이 강했다. 이번에는 대만 공격 상황을 상정한 훈련임이 역력하다. 9일 중국중앙(CC)TV는 이날 인민해방군 동부전구가 대만과 주변 해역에서 핵심 목표물에 대한 모의 정밀 타격 훈련을 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같은 날 중국군 구축함과 쾌속정 또한 연합 함대를 이뤄 대만 남서부 지역의 목표물을 조준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날 관영 환추시보 또한 “이번 훈련은 모든 무기가 실탄을 장전했고 순찰용 함정 또한 레이더를 켜는 등 실전을 지향했다”고 분명히 밝혔다. 대만군의 모든 레이더 기지와 미사일방어 기지를 제압해 보거나 듣지 못하게 만드는 훈련도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10일 대만 북부 신주현에서 약 126㎞ 떨어진 핑탄현 일대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한다. ● 대만 언론 “中, 美-日 연합훈련 이름 베껴” 조롱 미국은 8일 대표적 초계기인 ‘P-8A 포세이돈’을 대만 남서부 ADIZ에 투입해 대만 방어 의지를 과시했다. 이날 미 국무부 대변인은 “중국의 행동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중국군에 자제 및 현상 유지를 촉구했다. 주대만 미국대사관 격인 미국 재대만협회(AIT)도 9일 “중국이 의도적으로 대만해협에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다”라고 반발했다. 6일부터 대만을 방문 중인 마이클 매콜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대만에 신속한 무기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힘을 통한 평화가 진짜”라고 했다. 대만 쯔유(自由)시보는 9일 중국군의 훈련 명칭(‘이검’)을 두고 “미국과 일본의 연례 연합 군사훈련 ‘킨소드(Keen Sword·예리한 검)’를 그대로 베꼈다”고 꼬집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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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대만 ‘봉쇄’→‘침공 상정’ 훈련…펠로시 때보다 수위 높여

    중국이 8, 9일 양일간 인민해방군 군용기 129대, 군함 18척 등을 대만 주변으로 보내는 등 대만을 향한 역대급 무력 시위에 나섰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미국 권력서열 3위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의 5일 미 본토 회동에 대한 경고 성격으로, 군사 위협 수위가 지난해 8월 당시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때보다 훨씬 높아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 CNN 등은 대만에 대한 중국의 ‘모의 공격(simulated attack)’이 이뤄졌다고 진단했다. 미국 또한 ‘P-8A 포세이돈’ 초계기를 8일 대만 남서부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시키며 중국과 맞섰다. 이날 인민해방군의 미사일 구축함 ‘타이위안(太原)’함은 사실상 중국과 대만의 경계선인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 대만 남부 팡랴오향 해안에서 약 44㎞ 떨어진 곳까지 근접했다. 대만군 또한 3000t급 ‘캉딩급’ 호위함과 해경 함정을 긴급 파견해 한때 중국과 대만 함정의 거리가 불과 5.5㎞까지 근접하는 초긴장 상황이 벌어졌다. 최근 서구 군사 전문가들은 중국이 각각 내년 대선을 치르는 미국과 대만의 혼란스러운 국내 상황을 이용해 당초 알려진 2027년보다 대만 침공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분석을 속속 내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중국의 대만 모의 공격, 미국과 중국의 군사 대치가 우려할 수준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中, 대만 ‘봉쇄’→‘침공 상정’ 훈련 9일 대만 롄허보 등에 따르면 중국은 8~10일 3일간 실시하는 대만 위협 군사 훈련을 ‘날카로운 검(利劍·이검)’ 연합훈련이라고 명명했다. 중국은 9일에만 군용기 58대와 군함 9척을 동원해 대만을 위협했다. 하루 전 군용기 71대와 군함 9척을 동원한 것을 합하면 이틀간 군용기 129대와 군함 18척을 보낸 것이다. 8일에는 군용기 45대가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거나 대만 서남부 공역에 진입했다. 펠로시 전 의장의 대만 방문 직후인 지난해 8월 훈련 때는 훈련 첫날과 둘째날 총 90대의 군용기와 13척의 군함이 동원됐다. 지난해 8월 중국의 군사 위협은 대만의 주요 항구와 항행로를 장악하고 대만 해·공역을 봉쇄해 대만을 고립시키는 목적이 강했다. 이번에는 대만 공격 상황을 상정한 훈련임이 역력하다. 9일 중국 중앙(CC)TV는 이날 인민해방군 동부전구가 대만과 주변 해역에서 핵심 목표물에 대한 모의 정밀 타격 훈련을 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같은 날 중국군 구축함과 쾌속정 또한 연합 함대를 이뤄 대만 남서부 지역의 목표물을 조준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날 관영 환추시보 또한 “이번 훈련은 모든 무기가 실탄을 장전했고 순찰용 함정 또한 레이더를 켜는 등 실전을 지향했다”고 분명히 밝혔다. 대만군의 모든 레이더 기지와 미사일방어 기지를 제압해 보거나 듣지 못하게 만드는 훈련도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10일 대만 북부 신주현에서 약 126㎞ 떨어진 핑탄현 일대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한다. ● 대만 언론 “中, 美-日 연합훈련 이름 베껴” 조롱 미국은 8일 대표적 초계기인 ‘P-8A 포세이돈’을 대만 남서부 ADIZ에 투입해 대만 방어 의지를 과시했다. 이날 미 국무부 대변인은 “중국의 행동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중국군에 자제 및 현상 유지를 촉구했다. 주대만 미국대사관 격인 미국 재대만협회(AIT)도 9일 “중국이 의도적으로 대만해협에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다”라고 반발했다. 6일부터 대만을 방문 중인 마이클 매콜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대만에 신속한 무기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힘을 통한 평화가 진짜”라고 했다. 대만 쯔유(自由)시보는 9일 중국군의 훈련 명칭(‘이검’)을 두고 “미국과 일본의 연례 합동 군사훈련 ‘킨소드(Keen Sword·예리한 검)’를 그대로 베꼈다”고 꼬집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이지윤기자 asap@donga.com}

    • 2023-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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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여행 활발해지는데…일본 내 엠폭스 감염자 증가

    일본 여행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일본 내 엠폭스(MPOX·원숭이두창) 감염자가 늘고 있어 방역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역사회 내 감염이 확산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8일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4일 기준 일본 내 엠폭스 누적 확진자 수는 95명이다. 지난해 7월 1번째 확진자가 확인됐다. 지난해 확진자 수는 8명에 그쳤으나 최근 급격히 확진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부터 주간 확진자 수가 10명을 넘기고 있다. 특히 후생노동성은 “해외여행 이력이 없는 지역사회 감염자가 늘어나는 등 일본 내 감염이 확산하고 있다”며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의료기관에 상담하기 바란다”고 발표했다고 NHK은 전했다. 일본은 아시아에서 엠폭스 누적 확진자가 가장 많은 국가다. 이어서 인도, 싱가포르, 태국 순이다. 지난달에는 대만에서 일본에 방문한 뒤 엠폭스에 감염된 환자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달 21일 대만 위생복리부는 지난달 3~5일 확인된 신규 확진자 4명 중 1명이 일본에서 귀국한 뒤 확진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21일 기준 대만 엠폭스 누적 확진자 수는 16명이다. 다만 전 세계 엠폭스 유행세는 지난해 8월을 기점으로 꺾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4일 기준 지난해 1월 이후 전 세계 누적 확진자 수는 8만6838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수는 112명이다. 누적 확진자 수가 많은 국가는 미국, 브라질, 스페인, 프랑스, 콜롬비아 순이다. 전 세계 주간 확진자 수는 지난해 8월 8~14일(7576명) 가장 많았으나 지난주(3월 27일~4월 2일) 주간 확진자 수는 101명에 그쳤다.이지윤기자 asap@donga.com}

    • 2023-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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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의 슈퍼푸드”…WP, 김치 소개하며 ‘옹기’ 조명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영국 왕립학회 학술지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전통적 발효 방식으로 만드는 한국 김치의 과학적 효과를 조명했다. WP는 7일(현지 시간) 보도에서 “맵고 톡 쏘는 신맛이 나는 한국의 배추 요리 김치는 장에 유익한 박테리아가 함유된 슈퍼푸드”라며 “김치는 옹기라고 불리는 한국 전통 토기에서 발효돼왔다”고 전했다. WP는 김치를 ‘kimchi’라고 쓰면서 김치 저장과 숙성에 사용하는 흙으로 빚은 항아리 ‘옹기’를 발음 그대로인 ‘onggi’라고 표기했다. WP는 옹기의 효과를 설명하며 영국 왕립학회 학술지 ‘인터페이스 저널’(RSIF)에 실린 연구 결과를 인용했다. RSIF 연구진은 땅 속에 묻힌 옹기 안팎에 미세한 구멍들이 있고, 이 구멍을 통해 김치 속 유산균이 만들어내는 이산화탄소가 김칫독 밖으로 마치 숨을 쉬듯 배출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배추 등 염장한 재료에서 배어나오는 소금기가 용기 밖으로 스며 나와 표면에 소금 자국이 말라붙는 현상을 언급하며 이 같은 옹기의 호흡이 미생물 생장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다고 설명했다. WP는 “요즘 한국인들은 옹기 대신 유리나 강철, 플라스틱 등 현대적 소재로 만든 냉장고에 김치를 보관한다”며 “옹기에 보관된 김치는 유산균이 더 많고 나쁜 박테리아의 생장이 느리다”고 전했다.이지윤기자 asap@donga.com}

    • 2023-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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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리 잃은 아빠…재활치료 소년…‘응급실 표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히어로콘텐츠/표류⑤·끝]

    “엄마, 나 살아 있잖아!”지난달 10일, 아주대병원에서 만난 이준규 군(14)이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엄마를 위로했다. 준규의 재활치료를 지켜보던 엄마 최윤영 씨는 그 웃음에 또 무너진다. 윤영은 고개를 돌려 눈물을 훔쳤다.지난해 12월 8일, 준규가 뇌출혈로 쓰러져 구급차에 타고 겪은 228분의 ‘표류’는 준규와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준규는 수술 후 기적적으로 깨어났다. 하지만 계단을 한 층 오르는 것도, 간단한 단어를 기억하는 것도 수술 전과 달리 힘이 든다. 매일 수영을 하고, 엄마를 돕는 의젓한 아이였던 준규가 도로 어린 아이가 됐다. 사고 당일을 기억하지 못 하는 준규는 엄마가 울 때마다 “엄마 왜 울어?” 묻곤 한다.‘표류’가 끝나더라도 ‘표류’가 남긴 상처는 깊고 아팠다. 왼 다리를 잃은 박종열 씨(40)도 그렇다. 지난해 10월 25일, 378분의 표류 끝에 수술 의사를 만났지만 끝내 다리를 살려내지는 못했다. 그날의 무력했던 기억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종열을 괴롭히고 있다. 행여 아내와 아이들까지 불안하게 할까 울음을 참았던 그는 사고일 이후 딱 한 번, 울었다고 했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환자복 차림으로 큰 길가에 나가 펑펑 울었다. 그는 다섯 달이 지난 지금도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고 있다. 골든타임 내에 치료만 받았어도 겪지 않아도 될 고통이다. 더욱이 이런 고통을 겪는 이웃이 얼마나 되는지 아무도 모른다. 준규와 종열은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응급의료 현장에서 만난 흔한 ‘표류’ 환자 중 각각 한 명이지만, 정부의 어느 통계도 이들의 규모를 제대로 기록하지 않고 있다.“대한민국에 살지만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것 같았다”고 그날을 회상한 종열은 기자에게 물었다.“나중에 우리 애들이 다치면 어떡하죠? 저는 그게 걱정돼서 잠이 안 옵니다.”●표류 그 후이준규“엄마, 내 머리가 왜 이리 짧아?”준규가 눈을 꿈뻑거리며 윤영에게 물었다. 짧게 깎은 머리카락 사이로 바늘 자국이 또렷이 보인다. 이곳을 가르고 두개골을 열고 뇌혈관을 막는 수술을 받는 동안 준규는 사경을 헤맸다. 지난해 12월 8일의 기억이 없는 준규는 거울 속 자기 모습이 낯설 뿐이다.준규와 달리 윤영은 준규가 쓰러지던 그날의 ‘1분 1초’를 생생하게 기억했다.“수술 끝났습니다. (아이가) 깨어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어요.”벌건 눈으로 5시간 내내 수술실 앞을 지키고 있던 윤영에게 의사는 말했다. 이미 사망률이 40%라고 들은 터였다. 뇌혈관이 터진 채 구급차를 타고 병원을 찾아 헤맸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윤영은 빌었다. 뇌가 고장 나 말을 못 해도 좋다, 다른 장애가 생겨도 괜찮다, 어떤 모습으로든 살아만 달라, 엄마 곁에 있어만 주렴. 일주일 만에 상태가 나빠져 수술동의서에 다시 서명할 때도 윤영은 그것만 바랐다. 그게 윤영이 바랄 수 있는 최대의 기적처럼 보였다.아주대병원에서 수술받은 지 13일 만에 준규는 깨어났다.준규는 의식을 되찾고도 한동안 엄마를 알아보지 못했다. 말도 잃어버린 채 하루종일 잠만 잤다. 차츰 인지능력을 회복하면서 엄마도 알아보고 친구도 기억했다. 느릿느릿 말을 하기 시작했다. 짧아진 기억력 탓에 물어본 말을 묻고 또 물었지만 윤영은 모든 게 감사하기만 했다.아주대병원에 간 지 33일 만인 1월 10일, 준규는 경기 화성시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윤영은 준규를 혼자 둘 수 없었다. 준규는 휴대전화를 오래 보기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계단으로 한 층 올라가는 것도 버거워했다. 그런 준규가 윤영은 늘 걱정이었다. 그날처럼 쓰러지기라도 한다면, 그날처럼 병원이 받아주지 않는다면…. 그날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준규를 옆에 두어야만 한다. 언제든 병원에 데리고 갈 수 있어야 한다. 윤영은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한동안 준규를 데리고 출근했다. 수술 뒤 어린아이가 된 준규는 출근하는 엄마의 차에 함께 타 천진하게 바깥 구경을 했다. 어느새 엄마의 키를 따라잡은 준규의 걸음걸음이 윤영은 불안하기만 한데 준규는 엄마의 동료들이 건넨 간식을 들고 마냥 신이 났다.준규가 아무것도 몰라 차라리 다행이었다. 준규는 그날 머리가 아파 학교에 가지 않은 것도, 심장박동이 느려지는데 멈춰 선 구급차에 하릴없이 누워 있었던 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윤영은 여전히 그날의 악몽을 꾸지만 준규만 그 고통을 모르면 그걸로 됐다.박종열“아빠, 로봇 다리 언제 달 거야?”휠체어에 매달려 놀던 여섯 살 첫째가 동그란 눈으로 종열에게 물었다. 두 살 둘째는 종열의 품에 안겨 떨어질 줄 모른다. 한쪽 다리를 잃은 채 돌아온 아빠인데도 아이들은 두 달 만에 보는 얼굴이 그저 반갑다. 하루 늦은 크리스마스 선물 같다. 지난해 12월 26일, 경남 김해시에서 혈관이 끊어진 종열이 수술 의사를 찾아 충북 청주시 충북대병원에 간 지 62일 만인 이날, 종열은 김해의 집으로 돌아왔다.사고를 당한 그날을 종열은 잊지 못한다. 혈관을 잇는 수술이 끝난 건 이튿날 오전 2시. 다리를 절단할 가능성이 90%라 했다. 혈관이 끊어진 채 6시간 넘게 헤맸으니 그럴 수밖에…. 하지만 종열은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혈관이 붙지 않아 이틀간 두 번의 수술을 더 하는 동안에도 10%의 가능성을 굳게 믿었다.충북대병원 도착하고 나흘째 되던 날, 네 번째 수술에서 그는 왼 다리를 절단했다.수술을 받고 퇴원한 종열은 경남 창원시 근로복지공단 창원병원으로 옮겼다. 그곳에서 절단 부위 상처가 아물길 기다려 의족을 달기로 했다.가족에게 차마 말하지 못했지만, 종열은 집보다 병원이 편했다.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를 탈 때면 종열은 왼쪽 다리 앞에 아들을 세웠다. 사람들이 자기 다리만 쳐다보는 것 같아 견디기 힘들었다. 집에서도 물 한 잔 마시려면 목발이 필요했고, 화장실은 기어서 들어갔다. 새 일을 구하는 것, 당구를 못 치는 것, 아이들과 캠핑을 못 가는 것…. 왼 다리가 없는 자기 모습을 받아들이기 힘든 종열에게는 나중에 해도 될 걱정이었다.문득문득 화가 났다. 자신이 왜 다리를 잘라야 했는지 따져 묻고 싶다. 자신과 절단 부위가 같은 환자의 블로그를 찾아 그가 쓴 글을 읽었다. 서울에서 사고가 났는데 헬기를 타고 경기의 병원에 갔다고 했다. ‘나는 하루종일 병원 알아보다가 구급차 타고 갔는데. 내가 지방 사는 게 잘못인가. 아들이 다치면 그땐 어떡하지. 주말에 다치면 월요일이 돼야 의사를 만나는 건가….’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잠을 자지 못했다. 환상통에도 시달린다. 없는 왼쪽 다리가 저리고 아프다. 끊어진 혈관이 요동치는 것도 같다. 비 오는 날엔 실체 없는 통증이 더욱 심해졌다. 분명 긴 꿈을 꾸고 났는데 눈을 떠 보면 딱 1분이 지나 있었다. 꿈속에서 종열은 일을 하고 있었다. 거기서만큼은 다니던 공장의 풍경이 그대로였고 종열의 두 다리도 멀쩡했다.●아물 수 없는 상처이준규지난달 10일 기자는 준규의 재활치료를 위해 아주대병원에 온 윤영과 인터뷰 했다.“잘 지내셨어요? 준규는 지난주 목요일에 개학했어요. 학교를 보내도 되나 고민 많이 했거든요. 준규 또래 아이들이 워낙 과격하게 놀잖아요. 넘어지기라도 하면…. 근데 의사 선생님이 보내는 게 더 좋을 거라고 하셔서 용기를 냈어요. 대신 몸이 안 좋으면 바로 엄마한테 전화하라고 했어요.개학 첫날부터 머리가 아프다고 했어요. 수업을 조금만 들어도 그렇대요. 대안학교에 보내야 하나 싶은데 준규를 멀리 보내는 게 망설여져요. 준규도 친구들이랑 떨어지기 싫다고 해요. 병원에 있을 때는 친구들 이름도 기억 못했는데 지금은 친구들 봐서 좋대요.직장에요? 이제 준규 학교에 다니니까 일하는 데는 안 데리고 다녀요. 저 대신 막내가 준규를 봐줘요. 막내가 올해 중학생이 됐는데 준규랑 같은 학교거든요. 등하교를 같이 하죠. 형도 준규를 잘 챙겨줘요. 요리를 잘해서 저녁밥도 차려주곤 해요. 든든해요. 형도 있고 동생도 있으니까. 준규가 자꾸 수영가고 싶다고 조르는데 그건 못 보내겠어요. 넘어지기라도 할까 봐서요. 물론 마음이 안 좋죠. 얼마나 답답하겠어요. 체육시간에도 혼자 운동장에 앉아 있었대요. 운동하는 거 좋아하던 애가 친구들 축구하는 거 구경하면서…. 그래도 걱정이 될 수밖에 없어요. 전 겪었잖아요. 애가 쓰러져있는데 아무도 안 받아주는 걸. 절대로 아프면 안 되는 거잖아요. 아직도 그날만 생각하면….”박종열사고로부터 계절이 벌써 두 번 바뀐 지난달 17일, 기자는 창원병원에서 종열을 다시 만났다. “의족은 나흘 전에 달았습니다. 아내도 의족한 거 오늘 처음 보네요. 며칠 전에 면회 왔는데 무리해서 움직이다 그날은 아예 의족을 못 했습니다. 잘 걷는 거 보여주려고 했는데 오늘 보여줘야지요.긴 바지를 입으면 의족이 튀어나와요. 옥이는 티 안 나게 마네킹 다리를 덧대자고 하데요. 제가 사람들 시선을 신경 쓰는 걸 아는 게지요. 아직도 담배 사러 못 나갑니다. 환상통도 그대로예요. 시도 때도 없이 불안한 것도요.”신기한 거 보여줄까요. 의족하고도 이렇게 다리도 꼽니다. 첫째 아이가 보면 엄청 좋아할 거예요. 로봇 다리 보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거든요. 애들 생각하면 얼른 일도 해야지요. 원래 회사요? 다리를 잃은 데서 도저히 일할 수가 없어요. 의족을 하고는 무거운 걸 들 수도 없고요. 아프거든요. 다리 잘린 곳에 굳은살이 붙으면 아픈 건 괜찮아진대요. 괜찮아지겠죠.사고났을 때 단풍이 막 물들었는데 지금은 벚꽃이 피어있네요.”228분의 표류를 무력하게 지켜본 그날을 떠올리며 윤영은 이날도 눈물을 흘렸다. 378분의 표류를 무력하게 겪은 그날의 기억으로 종열은 여전히 정신과 약을 먹는다. 우는 엄마를 위로하는 게 서툰 준규는 부러 씩씩하게 웃어보이며 말했다. “엄마, 나 살아 있잖아!” 미옥 역시 살아있다고, 그거면 됐다고 종열을 위로했다. 히어로콘텐츠팀이 37일 동안 만난 26명의 표류 환자 중 3명은 가족의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최명희(가명·59), 박선우(가명·66), 이나은(가명·3)은 돌아오지 못한 표류 환자다.경기에 사는 명희는 월요일 밤 심한 두통을 느껴 119를 불렀다. 인근 병원에서 검사해 보니 뇌혈관이 막혀 있었다. 두개골을 가르는 개두술이 필요했지만 이 병원에는 개두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없었다. 두 번째로 간 서울의 대학병원에는 중환자실 빈자리가 없었다. 세 번째로 간 경기의 대학병원에서 겨우 수술을 받았지만 뇌혈관이 막힌 걸 발견한 지 이미 6시간이 지났을 때였다. 그는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식물인간 상태다.“할머니, 팔 줘.” 선우의 손자는 아침마다 세상에 없는 할머니를 찾는다. 손자는 선우의 팔을 베개 삼아 안기고서야 하루를 시작하곤 했다. 선우는 지난해 12월 자택에서 음식이 목에 걸린 탓에 숨을 제대로 못 쉬다가 심정지가 왔다. 작은 응급실에서 심폐소생을 받았지만, 혼수 상태에 빠져 큰 병원에 가야 했다. 4곳 병원에서 거절당한 끝에 3시간 후 경기의 한 대학병원에 도착했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준규처럼 경련으로 구급차를 탔던 세 살 나은이도 1시간 동안 받아주는 병원을 찾다가 끝내 숨졌다. 인근 병원 11곳이 소아과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나은이를 받아주지 않았다.표류를 겪은 환자가 전국에 몇 명이나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어떤 정부 통계에도 정확히 잡히지 않는다.소방청이 내는 ‘재이송’ 통계는 구급차가 환자를 태우고 직접 응급실 앞까지 갔다 거절당한 사례만 보여준다. 2021년 전국에서 7634명이었다. 준규 이송 때처럼 전화 문의를 거절한 사례는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표류’의 극히 일부만이 집계된다. 구급대의 이송 문의 전화를 거절한 기록은 어디에도 남지 않는다.다만 경기도소방재난본부가 2021년 5~12월 응급실 수용을 문의하는 119구급대의 첫 전화가 거절된 환자 수를 내부적으로 집계해 봤다. 6만9918명이었다. 소방청의 재이송 통계에 비해 기간이 더 짧은데도 그 수(7634명)의 9배가 넘었다.종열 씨처럼 외상을 입고 수술받을 병원을 찾아 떠도는 건수 역시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 중앙응급의료센터가 내는 ‘4대 중증응급환자 전원율’ 통계는 중증응급환자가 처음 간 병원에서 치료받지 못하고 병원을 옮긴 사례를 보여준다. 2021년 1만7286명이었다. 하지만 응급실에서 병원 몇 곳에 전화를 돌렸는지, 전원 결정한 후 몇 분 만에 최종 치료 병원으로 옮겨졌는지는 집계하지 않는다. 얼마나 많은 응급환자가 골든타임을 흘려보내 생명이 위태로워지는지 알 길이 없다는 뜻이다.이 때문에 구급차를 탄 환자들이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아 목숨을 건졌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끝내 가족 곁으로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한 줄 기사조차 나오지 않는다. 준규 군과 종열 씨의 가족처럼 남겨진 가족이 겪는 고통에도 이름이 없기는 마찬가지다.지난달 19일 대구에서도 고등학생 A 양(17)이 2시간 12분의 표류 끝에 심정지 상태에 빠졌다. 끝내 숨을 거뒀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역시 가려진 죽음이었다. 이런 죽음이 얼마나 더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가족, 친구, 이웃인 누군가가 겪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은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표류: 생사의 경계에서 떠돌다’와 디지털 스토리텔링 ‘그들이 구급차를 탔던 날’ 등은 저널리즘의 가치와 디지털 기술을 융합한 차별화된 보도를 지향합니다. 디지털 플랫폼 특화 기사는 ‘히어로콘텐츠’(original.donga.co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생사의 경계에서 표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디지털로 구현한‘그들이 구급차를 탔던 날’()응급환자와 구급대원들이 구급차에 갇혔던 75분을 숨소리까지 담은‘강남에 응급실이 없었다’()응급의료 현장을 360° 영상으로 구현한‘표류 속으로’()▽팀장: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취재: 송혜미 이상환 이지윤 기자▽프로젝트 기획: 위은지 기자 ▽사진: 홍진환 기자▽편집: 하승희, 양충현 기자 ▽그래픽: 김충민 기자▽인터랙티브 개발: 임상아 뉴스룸 디벨로퍼 임희래 인턴▽인터랙티브 디자인: 곽경민 인턴수원=송혜미기자 1am@donga.com창원=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이상환기자 payback@donga.com이지윤기자 asap@donga.com}

    • 2023-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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