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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 있는 후베이성 제3인민병원 호흡기과 의사 후성(胡晟)은 몰려드는 환자에 지난달 8일부터 발열과 진료 책임을 맡았다. 매일 100명 이상의 환자를 치료해온 그는 “10년 동안 진료할 바이러스성 폐렴 환자를 다 본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렇게 보름을 보낸 뒤 춘제(春節·중국의 설) 전날인 지난달 23일 폐 CT검사를 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에 감염돼 새하얗게 변한 자신의 폐가 찍혀 있었다. 주변의 동료 의사와 간호사들 모두 통곡하고 말았다. 11일 현재 제3인민병원에서만 30명 이상의 의료진이 감염됐다. 호흡기과 병동 4곳 가운데 2곳에서 이 병원 의료진을 치료하고 있다. 우성의 아내는 우한시 적십자병원 부속 병원에서 일한다. 그는 “적십자 병원 의료진 6분의 1이 감염됐을 것”이라고 중국 징지관차(經濟觀察)보에 말했다. 신종 코로나 발생지인 우한의 의료진들이 잇따라 신종 코로나에 감염되면서 사선에 내몰렸다. 설비·물자·인력 부족의 삼중고에 빠진 우한 의료진이 처한 생명의 위험과 심리적 공황의 실상이 심각하다고 현지 의료진들이 증언했다. 우한대 인민병원 의사 위핑창(余昌平)에 따르면 이 병원에서만 92명 의료진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102명은 의심 환자로 분류됐다. 중증 환자를 치료하는 우한시 제7병원 집중치료실(ICU) 병동에서는 의료진의 3분의 2가 감염됐다. 이 병원의 한 의사는 “감염을 분명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방호 장비 없이 진료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우한시 중난(中南)병원 의사 펑즈융(彭志勇)은 “방호 장비를 갖추지 못하고 병실에 들어가는 건 자살행위”라고 지적했다. 난팡두스(南方都市)보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위험성을 처음 경고했던 의사 리원량(李文亮)을 비롯해 지금까지 최소 7명의 의료진이 감염이나 과로로 사망했다. 우한 퉁지(同濟)병원 의사 관한펑(關邯峰)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웨이보에 “리원량이 숨을 거둘 때 우한 중심병원에 (환자가 위중할 때 쓰는 인공 심폐장치인) 에크모(ECMO·체외막산소화장치)가 1대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신종 코로나 발생 이후 심리적 고통을 겪는 이들에게 상담을 제공하고 있는 심리학 전문가 루린(盧林)은 21세기경제보도에 우한시 병원의 중증환자 병동에서 일하는 한 간호사의 심리적 공황을 전했다. “동료들이 많이 감염된 데다가 상태가 아주 좋지 않은 환자들을 돌보다보니 세상에서 격리됐다는 공포감과 고독감이 신종 코로나 환자들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심리상담사 우즈훙(武志紅)은 차이신(財新)에 “(생명을 구하지 못했다는) 자책과 공포감으로 가득 차 울기만 하는” 한 남성 의료진의 상황을 전했다. 상황이 점점 악화되면서 우한시는 모든 주택을 봉쇄해 관리한다는 초강경 방침을 내놓았다. 특히 확진 환자와 의심 환자가 거주하는 아파트는 완전 봉쇄할 예정이다. 이미 도시가 봉쇄된 상태에서 추가로 내놓은 이번 조치는 우한시민이 현재 거주하는 주택 단지 바깥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더 이상의 환자 발생을 막기 위해 우한 내 인구 이동을 완전 차단하는 극단적 처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기생충’은 중국 소셜미디어 더우반((豆瓣)에서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화제가 됐다. 중국의 지식공유 사이트 즈후(知乎)에는 ‘왜 중국은 ’기생충‘ 같은 영화를 만들지 못하느냐’는 질문에 “검열이 창작자들의 손발을 묶고 있고 영화를 만들어도 상부에서 상영을 못하게 한다. 이 간단한 난폭스러움(때문이다)”이라는 답이 올랐다. 웨이보에는 “만약 중국이 사람들이 마음에 직접 다가가는 이런 주제를 감히 시도한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위험성을 처음 경고한) 의사 리원량(李文亮)을 주제로 영화를 만들어보라”는 주장도 올라왔다. 산시(山西)성 출신의 왕(王)모 씨는 “(중국에서 개봉하지 못했지만) 인터넷으로 다운 받아 봤다”며 “계급 문제를 다뤄 중국에서는 만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중국인들은 거부감도 드러냈다. 한 웨이보 이용자는 “마음이 쓰린 게 한국 영화 수준이 갈수록 높아진다”고 했고 “중국은 기생충처럼 기이한 영화로 백인 마음에 들려는 영화를 만들 수 없다. 오스카는 별로다. 그렇게 주목할 필요가 없다”고 비꼬는 글도 있었다. 중국의 동영상 플랫폼 아이치이(愛奇藝)는 10일 ‘기생충’을 곧 상영하겠다고 예고했다. 중국은 2017년부터 한류 콘텐츠 수입을 중단하는 이른바 한한령(限韓令) 이후 영화를 포함해 새로 나온 한국의 문화 콘텐츠를 공식 상영하거나 방송하지 않았다. 다만 ‘기생충’의 배급권을 갖고 있는 CJ E&M 측은 “아이치이는 아직 영화 판권을 구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중국 당국이 연장한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가 끝난 10일 중국 전역에서 기업들이 다시 공장을 돌리기 시작됐다. 삼성전자 쑤저우 가전공장을 비롯해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도 오랜 먼지를 떨어내고 20여 일 만에 공장 가동에 들어갔다. 중국의 8개 공장에서 자동차 부품인 ‘와이어링 하니스’를 제조해 현대·기아자동차 등에 납품하는 국내 기업인 유라코퍼레이션, 경신 등도 이날부터 산둥성 지역의 공장에서 생산에 나섰다. 공장들이 재가동에 들어갔지만 많은 기업들이 외지에서 돌아온 직원들에 대해 14일간 자가격리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풀가동에 들어가지는 못했다. 글로벌 기업들도 사정은 같았다. 아이폰을 위탁생산하는 대만 폭스콘은 이날 재가동하려던 계획을 연기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재가동에 들어간 공장들도 지난 2주간 해당 지역을 벗어난 곳으로 이동했거나, 발열과 기침 등을 보이는 건강 이상 근로자에 대해선 사업장 출입금지 조치를 내리고 있어 순차적으로 가동률을 높여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공장 일부 가동 시작… 폭스콘은 미뤄 10일 오전 11시 반경(현지 시간) 찾은 중국 최대 PC업체인 롄샹(聯想·레노버)의 베이징 본사는 점심시간이 가까웠지만 평소와 달리 한산했다. 직원들은 마스크를 쓰고 지정된 통로를 통해 손 소독과 체온 검사를 거쳐 체온이 정상이라는 빨간 스티커를 받아 외투에 부착해야만 본사로 들어갈 수 있었다. 본사 로비 한쪽에서는 마스크를 나눠주는 모습도 보였다. 이곳에서 만난 한 직원은 “아직 일부 직원만 출근했다”고 말했다. 대형 모니터에는 “직원들끼리 가까이 있지 말라. 모이지 말라”는 안내가 반복됐다. 글로벌 업체 대다수가 10일부터 업무와 생산을 재개했으나 실제 출근율은 낮았다. 외지인이 많은 중국 내 기업과 공장의 경우 재가동률이 절반 이하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당초 이날부터 재가동할 계획이던 폭스콘의 광둥성 선전시, 허난성 정저우시, 허베이성 랑팡시, 산시성 타이위안시 공장도 일제히 재가동 시점을 연기했다. 베이징에 본사를 둔 중국의 대표 인공지능(AI) 기업 바이두는 업무 재개 시점을 17일로 연기했다. 선전시에 본사를 둔 중국의 대표 정보기술(IT) 기업 텐센트는 17일로 예정했던 업무 재개 시점을 24일로 다시 연기했다. 중국 중신(中信)증권은 “업무 재개, 공장 재가동 시점이 다시 늦춰지고 일부 기업은 생산을 연기하고 있다. 자금 회전에 문제가 생기며 상황이 녹록지 않다”며 “3월 전후에야 기업, 공장들이 완전히 재가동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완성차 생산 숨통은 트였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중국 내 40여 개 와이어링 하니스 부품공장 중 37개가 이날 가동을 재개했고, 기존 재고 물량은 비행기와 배를 통해 국내로 들어왔다고 밝혔다. 오전에는 경신과 THN의 제품이 각각 인천항 등으로 들어왔다. 정부는 이날 오후 항공편을 통해 들여온 물량에 대해서는 선박 운송과 같은 관세율을 적용해 부품 관세를 인하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11일 울산2공장에서 팰리세이드와 GV80를 중심으로 차량 생산을 재개한다. 삼성전자는 쑤저우 가전공장 가동을 시작했고 LG전자는 중국 현지에 있는 10개 공장 중 7곳이 문을 열었다. LG디스플레이도 옌타이, 난징에 위치한 액정표시장치(LCD) 모듈공장을 이날 재가동했다. 이 밖에 LG화학의 난징 배터리 공장과 SK이노베이션의 창저우 배터리 공장도 다시 문을 열었다. 하지만 글로벌 공급망 차질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재규어는 배터리 수급 문제로 전기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I-PACE 생산을 17일부터 일주일간 중단한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폴란드 공장 생산 부족분을 일부 중국에서 조달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중국 배터리 공장 가동 중단이 영향을 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플 역시 폭스콘 가동 중단 지속이 수급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현지 부품 수급 및 전원 복귀 어려움으로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다. 밀집해 일하는 상황에 바이러스가 퍼지면 사태가 커질 수 있어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 김도형·임현석 기자}

9일 확진 판정을 받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가족 중 부부는 중국 후베이(湖北)성을 방문한 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26번(52·한국인 남성)과 27번 환자(38·중국인 여성)다. 부부는 중국 광둥(廣東)성에 머물다가 마카오를 거쳐 한국에 왔다.○ 후베이성 이외 지역 검역 허점 무역업에 종사하는 부부는 지난해 11월 17일부터 중국 광둥성에 머물다가 지난달 31일 귀국했다. 질병관리본부(질본)는 이들의 입국 사흘 전인 지난달 28일 중국 전역을 ‘감염병 오염지역’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마카오와 홍콩은 오염지역에서 빠졌다. 오염지역 입국자가 아니면 발열 여부만 확인한다. 27번 환자는 지난달 24일부터 기침 증상을 보였지만 열이 없어 공항 검역에 걸리지 않았다. 발열 증상은 입국 나흘 뒤인 이달 4일부터 나타났다. 그의 남편인 26번 환자는 입국 당시 별다른 증상이 없었다. 입국제한이 강화된 건 4일이다. 14일 내 후베이성을 방문했던 외국인의 입국이 금지됐다. 내국인은 입국 후 자가 격리된다. 하지만 후베이성 이외 지역 입국자는 증상 여부, 국내 주소, 연락처만 확인하면 입국할 수 있다. 마카오의 경우 이런 절차도 없었다. 입국제한 확대에 대해선 아직 의견이 엇갈린다. 대한예방의학회와 한국역학회는 10일 공동성명서에서 “입국제한, 중국산 수입식품 배척 같은 해결책은 아무런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후베이성으로 국한된 위험지역을 중국 전역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정부는 일단 홍콩, 마카오 입국 시 특별입국절차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질본 관계자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홍콩·마카오 전용 입국장을 개설하고 국내 주소 등을 확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중국인 비자 발급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장하성 주중 대사는 10일 “(중국인에 대한) 한국 영사관의 비자 발급 업무는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 2주간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며 “이번 주도 담당 직원들의 재택근무 등으로 비자 발급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3차 전세기 확정… 4번째 퇴원 정부는 신종 코로나 진원지인 후베이성 우한(武漢)시에 남아있는 교민 등을 데려올 추가 임시 항공편(전세기)을 11일 투입하기로 했다. 전세기는 12일 오전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1, 2차 전세기에 타지 못한 교민의 중국인 직계가족도 이번 전세기에 탑승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5일 이들의 출국을 허용하기로 방침을 바꾼 데 따른 것. 탑승 인원은 150명 안팎으로 경기 이천시 합동군사대 국방어학원에 수용된다. 크루즈선 입항은 한시적으로 금지된다. 정부는 급유와 선용품 공급 목적의 하선 없는 입항에 대해서만 입항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11, 12일 부산에 입항할 예정이던 크루즈선 2척은 입항이 취소됐다. 이날 중국 산둥(山東)성 교민 3명이 신종 코로나 환자로 확진돼 중국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들은 지난달 31일 확진된 중국 여성의 남편(48)과 자녀(6세 여아, 4세 남아)들로 모두 한국 국적이다. 정부는 이들의 치료 경과를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한편 국내 환자 중 4번째로 11번 환자(25)가 이날 완치 판정을 받아 퇴원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중국의 동영상 플랫폼 아이치이(愛奇藝)가 10일 작품상 등 아카데이 4관왕에 오른 영화 ‘기생충’을 곧 상영하겠다고 예고했다. 중국은 2017년부터 한류 콘텐츠 수입을 중단하는 이른바 한한령(限韓令) 이후 영화를 포함해 새로 나온 한국의 문화 콘텐츠를 공식 상영하거나 방송하지 않았다. 중국판 넷플릭스로도 불리는 아이치이는 이날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웨이보 공식 계정에 기생충을 비롯해 ‘포드 V 페라리’ ‘결혼이야기’ ‘작은 아씨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조조 래빗’ 등 올해 아카데미 수상작들을 상영한다고 밝혔다. 아이치이 웹사이트에는 기생충의 예고편이 올랐다. 기생충은 지난해 7월 중국 칭하이(靑海)성의 시닝(西寧)시에서 열린 한 소규모 영화제 폐막식에서 상영이 시도됐으나 결국 무산됐다. 중국에서는 한한령과 함께 ‘빈부 격차’ 문제를 주제로 다룬 영화 내용이 검열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빈부 격차 현상이 심각한 중국은 이 문제를 민감하게 여긴다. 베이징(北京) 현지 소식통은 “한한령 이후 한국 문화 콘텐츠를 공식적으로 수입해 상영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중국의 기업 업무 재개 및 공장 재가동 첫 날인 10일 오전 11시 반경(현지 시간) 찾은 중국 최대 PC 제조업체 롄샹(聯想·레노버)의 베이징(北京) 본사는 점심시간이 가까웠지만 평소와 달리 한산했다. 직원들은 마스크를 쓰고 지정된 통로를 통해 손 소독과 체온 검사를 거쳐 체온이 정상이라는 빨간 스티커를 받아 외투에 부착해야만 본사로 들어갈 수 있었다. 본사 로비 한 곳에서는 마스크를 나눠주는 모습도 보였다. 대형 모니터에는 “직원들끼리 가까이 있지 말라. 모이지 말라”는 안내가 반복됐다. 이곳에서 만난 한 직원들에게 ‘오늘 업무가 완전히 재개됐느냐’고 묻자 “아직 일부 직원만 출근했다”고 말했다. 외지에서 돌아온 직원들은 14일간 자가격리 해야 하기 때문에 이날 출근이 어려웠다. 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기업 업무 재개와 공장 재가동 시점을 10일로 연기한 바 있다. ● 외지 직원 많은 공장 재가동률 50% 이하 관측 중국 각지 기업들과 공장들이 이날부터 업무와 생산을 재개했으나 외지에서 돌아온 직원은 14일간 자가 격리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직원들의 실제 출근율이 낮고, 지역마다 다른 업무 재개 시점 탓에 기업 간 생산·공급망이 연결되지 않는 문제 등으로 실제 공장 재가동률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지인이 많은 기업과 공장의 경우 재가동률이 절반 이하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왔다. 애초 10일 재가동을 계획했던 대만 폭스콘의 광둥성 선전시, 허난성 정저우시, 허베이성 랑팡시, 산시성 타이위안시 공장도 일제히 재가동 시점을 10일 이후로 연기했다. 구체적인 재가동 시점을 다시 공지하지도 못했다. 폭스콘은 아이폰을 위탁 생산하는 기업이다. 베이징에 본사를 둔 중국의 대표적 인공지능(AI) 기업 바이두는 10일로 예정했던 업무 재개 시점을 17일로 연기하고 14일까지 재택근무를 하도록 했다. 선전시에 본사를 둔 중국의 대표적 정보통신(IT)기업 텐센트도 17일로 예정했던 업무 재개 시점을 24일로 다시 연기했다. 톈진에 있는 삼성전자의 TV공장도 톈진의 한 쇼핑몰에 발생한 집단 감염 사태로 신종 코로나의 전면 확산이 우려되면서 재가동 시점을 17일로 연기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헤이룽장성 무단장의 한 타이어 공장 근로자가 신종 코로나에 감염되면서 이 공장이 재가동을 멈췄다. 디이차이징(第一財經)에 따르면 상하이의 신재생에너지 자동차 배터리 관련 제조기업인 저퍼우(哲弗)스마트시스템은 10일 재가동이 어려워졌다. 이 기업 회장인 리페이(李飛)는 “중점 생산 라인을 비롯해 우리 공장의 3분의 2가 외지인이다. 이들이 돌아왔지만 14일간 다시 자가격리 조치를 치해야 한다”며 “이 때문에 공장을 재가동해도 재가동률은 50%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 “3월 초 전후에야 완전히 재가동 될 것” 리페이는 또 지역마다 재가동 시점이 달라 공급망이 회복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省)마다 기업마다 휴가 끝나는 시점이 달라 실제로는 공급망이 이어지지 않고 균형을 잃었다”며 “공장을 재가동해도 원재료가 부족해 실제 가동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공장도 현재 보유한 원재료로는 최대 1주일밖에 생산을 못해 공급상을 재촉하고 있지만 공급상도 같은 재가동 한계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중국 중신(中信)증권은 “업무 재개, 공장 재가동 시점이 다시 늦춰지고 일부 기업은 생산을 연기해 자금 회전 문제에 직면하면서 상황이 녹록지 않다”며 “3월 초 전후에야 기업, 공장들이 완전히 재가동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외지에서 돌아온 직원들의 격리기를 고려하면 재가동 시점은 더 늦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부터 베이징(北京)도 아파트 단지 등 지역사회의 봉쇄식 관리를 발표해 외부인의 지역사회 출입을 금지했다. 선전시는 아예 주거 주민도 통행증을 발급받아야만 아파트 단지 등을 출입할 수 있다는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과거로 돌아가도 아들의 결정을 지지할 것입니다.” 8일 오후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웨이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위험성을 가장 먼저 경고했던 의사 리원량(李文亮)의 부모를 인터뷰한 동영상이 올라왔다.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내 아들은 진실이 밝혀지기 전에 한밤중에 우한 파출소로 불려갔다”며 “경찰이 해명을 하지 않으면 우리는 괜찮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어 “우한 상황은 참혹했고 그는 의사였다”고 말했다. 웨이보에서는 리원량을 괴담 유포자로 처벌한 중국 당국을 비판하며 언론 자유를 주장하는 글들도 잇따라 올라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나는 언론의 자유를 원한다’는 해시태그 글은 조회 수 286만 건을 기록했다. 그러자 중국 당국이 검열을 강화해 당국 비판 글을 삭제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34세의 나이에 신종 코로나로 목숨을 잃은 그를 추모하는 목소리도 더욱 커지고 있다. 웨이보에는 “당신은 이미 이 세계에 없지만 이 세계는 영원히 당신을 기억할 것”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여론이 심상치 않음을 파악한 중국 정부는 신종 코로나 대응을 위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측근인 천이신(陳一新) 중앙정법위원회 비서장을 우한시에 파견할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누군가 말했다. ‘만약 1개월여 전으로 시간여행을 갈 수 있다면 반드시 우한(武漢)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릴 것이다. 그러면 이번 전염병으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30대 쉬(許)모 씨는 얼마 전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위챗 단체방에 이렇게 시작하는 글을 올렸다. 중국 공산당원인 그는 빅데이터 관련 기업의 CEO다. 이어지는 글의 결말은 이렇다. “누군가 답했다. ‘그럴 수 없을걸. 9번째 괴담 유포자로 잡히기만 할 거야’라고.” 후베이(湖北)성 우한시 공안(경찰)은 지난달 초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비슷한 환자가 우한시 화난(華南)수산물시장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린 의사 리원량(李文亮) 등 8명을 괴담 유포죄로 처벌했다. 우한시 당국은 정보를 쉬쉬하기에 바빴다. 하지만 경고는 진실이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으로 밝혀졌다. 쉬 씨의 글은 이런 상황을 날카롭게 꼬집은 블랙유머다. 자신도 신종 코로나에 감염돼 안타깝게 34세로 짧은 생을 마친 리원량을 중국인들은 ‘휘슬블로어’(내부고발자)라고 부르며 추모하고 있다. 그가 세상을 떠난 7일 새벽 수많은 중국인들이 SNS 웨이보를 통해 분노했다. “너무 참혹하다. 리원량이 천국에서는 모함당하지 않기를 바란다. 핍박당하지 않기를 바란다.” “출근해서 이상함을 발견하고 관계된 사람들에게 경고한 평범한 일이 비정상적인 일로 취급당했다. 도대체 무엇이 비정상인가.” 이날 새벽 내내 웨이보를 보며 리원량이 다시 살아나는 기적을 기도했다는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시의 20대 여성 장(姜)모 씨는 “웨이보에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당국을 비판하는 글이 많았고 헌법에 언론자유의 권리가 있다는 걸 얘기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중국의 20, 30대 젊은이들은 비교적 풍족한 환경에서 자라 ‘조국’에 대한 자부심과 애국심이 강하다. 그들 일부가 당국을 비판하기 시작했다는 건 여론을 통제한 데 대한 중국인들의 분노가 매우 크다는 걸 반영한다. 중국 법조계에서도 이례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우한시 최고인민법원은 지난달 18일 SNS 공식계정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상업 매체 발전과 웨이보 위챗 등 소셜미디어의 출현으로 개인의 목소리가 무한하게 커졌다. 넓은 정보의 바다에서 진실을 숨기려는 어떤 시도도 분명 헛될 것이다. 전통적인 정보 관리 통제로는 효과를 보기 매우 어려워졌다.” 중국에서 보기 드문 일갈이었다. 지식인 사회가 이번 사태로 드러난 정보 통제의 문제점을 얼마나 심각하게 보는지 대변한다. 쉬 씨는 이 글을 소개하면서 “바이러스처럼 우리를 질식하게 하는, 전염병과 사투하는 이들을 힘들게 하는 장애를 없애려는 노력”이라고 평했다. 웨이보에는 “우리 입을 막는 건 마스크도 바이러스도 아니다”라는 글이 올랐다. 중국 당국은 그간 사회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민감한 정보와 여론을 검열, 통제해왔다. 이제 그런 기존 방식만으로는 중국인들의 분노를 잠재우기 어려워진 것 같다.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zeitung@donga.com}

에어로졸(대기 중에 떠도는 미세한 입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을 전파하는 경로 중 하나라고 중국 상하이(上海) 당국이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 중앙 정부는 하루 만에 에어로졸 전파의 증거가 없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공기 중 감염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쩡췬(曾群) 상하이 민정국 부국장은 8일 기자회견에서 “신종 코로나의 주요 전파 경로는 (비말을 통한) 직접 전파, 에어로졸 전파, 접촉 전파로 확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에어로졸 전파란 에어로졸에 포함된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에어로졸의 수분이 마른 뒤 흡입될 때 일으키는 감염을 말한다. 에어로졸 전파의 가능성을 인정할 경우 기존 비말 감염보다 감염 범위가 넓어지게 된다. 비말은 무거워서 2m 이내로 튀고 가라앉는 반면 에어로졸은 가벼워서 멀리 퍼진다. 사무실 등 밀폐된 실내 공간이라면 에어로졸을 통한 집단 감염도 가능하다. 이로 인해 공기 중 감염에 대한 불안이 확산되자 중국 정부는 에어로졸 감염 가능성을 부인했다. 9일 국무원 브리핑에 등장한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CDC) 전문가는 “아직까지는 에어로졸 전파를 보여주는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CDC는 최근 발간한 신종 코로나 자료에서 에어로졸 전파를 3대 전파 경로로 적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나라는 에어로졸을 통한 공기 중 감염을 일반적인 전파 경로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9일 “현재까지 모든 전문가의 의견은 지역사회에서 공기 전파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며, 질본 의견도 그렇다”면서 “드물게 병원에서 호흡기 시술 과정에서 에어로졸이 발생할 수 있지만 제한적인 환경 내에서만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 경로인 비말 감염은 어떻게 이뤄지나. “비말 감염은 직접 전파와 접촉 전파로 나뉜다. 감염자가 뿜은 비말이 직접 다른 사람의 눈이나 코에 튀어 감염되면 직접 전파, 비말을 손으로 만진 뒤 오염된 손으로 눈이나 코를 만져 감염되면 접촉 전파로 분류된다.” ―상하이 당국의 주장처럼 에어로졸 감염이 가능하다면 어떤 게 달라지나. “에어로졸은 훨씬 더 먼 거리에 있어도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접촉자 분류의 범위가 달라져야 한다. 지금까지 코로나바이러스는 비말을 통해 전파된다고 알려져 2m 이내에서 대화를 나눈 사람을 위주로 접촉자 선정이 이뤄졌다. 그러나 에어로졸 감염 가능성을 인정한다면 밀폐된 공간에서 함께 숨을 쉰 사람도 접촉자로 볼 수 있다. 일종의 공기 중 감염이 되는 셈이다.” ―에어로졸 감염이 가능한 제한적 환경은. “정 본부장이 말한 제한적 환경이란 드물게 병원 내에서 에어로졸이 발생하는 경우를 말한다. 병원에서 호흡기 시술, 치과 진료 등을 하면서 의도적으로 분사 기계를 통해 에어로졸을 만드는 경우가 있다. 이는 매우 인위적인 상황으로,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는 중에 에어로졸이 만들어져 공기 중 감염이 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것이 정 본부장의 설명이다.” ―만에 하나라도 공기 중 감염이 가능하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지금보다 사람과의 접촉에 주의해야 한다. 신종 코로나의 특징이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만큼 평소 최대한 개인위생에 신경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바이러스마다 감염 경로가 다른가. “그렇다. 바이러스 중에서 공기 중 감염이 되는 것도 있고 안 되는 것도 있다. 바이러스의 크기나 비말과 잘 붙는지 등 각 바이러스의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 공기 중 감염이 가능한 대표적인 전염병은 홍역, 결핵 등이 있다. 다만 에어로졸 감염이 되는 바이러스가 특수한 경우에 해당하고, 일반적인 전염 경로는 비말 감염이다.” ―중국에서 온 택배에 바이러스가 있을 수 있나. “그렇지 않다. 바이러스는 기본적으로 다른 유기체의 세포 안에서만 생명 활동을 한다. 생명체인 숙주가 없으면 몇 시간 내에 사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감염 경로와 상관없이 제조 과정에서 택배 물품에 바이러스가 유입됐더라도 택배가 이송되는 긴 시간 동안 죽는다.” ―신종 코로나의 전파력이 상당히 높다는데…. “1명이 얼마나 많은 환자를 만들어 내는지 전파력을 뜻하는 수치를 ‘아르 제로(R Zero)’ 값이라고 한다. 신종 코로나는 아르 제로 값이 2∼3으로 높은 편이다. 또 초기에 경증일 때와 상기도 호흡기에 감염됐을 때부터 전염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감염증 관리가 어려운 편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가 빨리 퍼진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첫 환자가 2차, 3차 감염을 일으키는 시간인 ‘세대기’가 짧기 때문이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중국 4대 직할시 가운데 베이징(北京)을 제외한 상하이(上海) 충칭(重慶) 톈진(天津)이 8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식 지역사회관리 조치’를 공식화했다. 수도 베이징은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여러 지역에서 이미 봉쇄식 관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 폭증을 막기 위해 9일까지 춘제(중국 설) 연휴를 연장했던 중국 전역의 대부분 기업, 공장들이 10일 이후 업무를 재개하면서 인파가 돌아올 대도시들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인구 2420만 명의 상하이시 정부는 8일 기자회견에서 “시 전역의 지역사회 가운데 절대 다수 지역을 준(準)봉쇄식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파트 단지 등 지역사회 출입문을 엄격히 통제하고 외부인 출입은 반드시 신분을 확인한 뒤 신고하도록 했다. 모든 사회모임도 취소할 것을 요구했다. 인구 3100만 명의 충칭시는 지역사회마다 외부인 출입을 엄격히 통제해 유동 인구를 줄이는 봉쇄식 관리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인구 1560만 명의 톈진도 비슷한 조치를 시작했다. 중궈신원왕(中國新聞網)은 인구 2154만 명의 베이징은 “아직 공식 발표하지 않았지만 시내 많은 지역사회에서 출입을 통제하는 봉쇄식 관리가 일상화됐다”고 전했다. 베이징은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사람을 구금 조치하기로 했다. 직할시는 아니지만 쓰촨(四川)성 청두(成都),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와 선전(深(수,천)) 등 인구가 많고 생활수준이 높은 이른바 ‘1선 도시(대도시)’들 대부분도 봉쇄식 관리 조치에 돌입했다. 중국 매체들은 8∼11일이 귀경 행렬의 1차 최고조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7일까지 중국 전역의 철도 도로 항공편 등 매일 평균 이동량은 연인원 1300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5%에 불과했다. 그동안 이동을 자제했던 사람들이 일거에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중국의 공장과 기업 업무 재개일이 10일부터 약 1주일에 걸쳐 분산돼 있어 인구 이동이 특정 시기에 집중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국내 25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환자는 중국을 방문한 적이 없다. 그의 아들(51)과 며느리(37·중국 국적)가 지난해 11월 17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중국 광둥(廣東)성에 머물렀다. 9일까지 광둥성의 신종 코로나 환자는 1131명이나 된다. 질병관리본부는 중국에 있을 때 부부가 후베이(湖北)성을 방문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광둥성 광저우(廣州)시와 후베이성 우한(武漢)시는 도로 기준으로 약 1000km 떨어져 있다. 비행기를 타면 2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후베이성 외 감염 유입 가능성 높아 26번(아들), 27번(며느리) 환자 부부가 만약 후베이성을 가지 않았다면 광둥성에서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 신종 코로나 발병지인 후베이성이 아닌 다른 중국 지역에서 감염된 국내 환자는 지금까지 없었다. 중국 입국자에 대한 특별검역절차는 4일부터 시작됐다. 부부가 입국한 지난달 31일 당시 후베이성 이외 중국 지역의 경우 기본적인 발열 체크 외에 건강상태질문서 작성이 추가된 상태였다. 특별한 증상이 없다면 검역을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부부 모두 증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후베이성 외 중국 지역 입국자의 경우 별도의 입국장이 마련됐지만 무증상이면 입국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 그 대신 국내 연락처와 주소를 파악한다. 처음 증세를 느낀 건 27번 환자다. 4일 처음으로 잔기침 증상을 느꼈다. 다음날 시흥 소재 한 병원 선별진료소를 찾았지만 대상이 아니라 검사를 받지 못했다. 25번 환자도 6일 기침과 인후통 증상을 느끼고 7일 같은 병원 선별진료소를 찾았다. 이날은 검사 대상이 ‘14일 내 중국 후베이성을 방문한 사람’에서 ‘여행력을 고려해 의사의 소견으로 감염이 의심되는 자’로 확대된 첫날이다. 그러나 25번 환자는 검사를 받지 못하고 귀가했다. 시흥보건소는 “변경된 지침을 오후에 통보받아 검사를 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결국 25번 환자는 8일 다시 선별진료소를 찾아 검사를 받았고 뒤늦게 아들 부부의 감염도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후베이성 이외 지역의 확진환자가 1만명이 넘는다는 점을 들어 입국제한 조치를 서둘러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들이 광둥성에서 감염된 걸 전제로 “모든 발병 국가를 대상으로 검역을 강화하기 어렵다면 적어도 중국 지역 입국제한은 더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세 번째 퇴원 전 세계 신종 코로나 사망자는 813명으로 늘었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로 인한 사망자 774명을 넘어섰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치명률(致命率·특정 질병으로 사망할 확률)은 우한시 4.9%, 후베이성 3.1%다. 중국 전체는 0.16%다. 국내 환자들의 상태는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이날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이던 4번 환자(55·남)가 퇴원했다. 세 번째 완치 환자다. 폐 기저질환이 있었던 16번 환자의 상태는 호전돼 안정적인 상태다. 9일 확진 판정을 받은 최고령 25번 환자는 분당서울대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70대 고령이라 좀 더 면밀하게 환자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현재 환자 상태는 안정적이고 기저질환은 역학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질본은 9일 오후까지 2571명의 의심환자가 신고됐고 1683명은 검사 결과 음성으로 확인돼 격리 해제됐다고 밝혔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대응을 위해 9일 측근인 천이신(陳一新) 중앙정법위원회 비서장을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 파견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관영 징지(經濟)일보의 소셜네트워트서비스(SNS) 웨이보 공식계정인 타오란비지(陶然筆記)는 이날 “천 비서장은 후베이성 부서기 겸 우한시 서기를 지냈다. 그는 현장에서 중앙지도조(組) 부조장를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에 대해 처음으로 알린 리원량의 죽음으로 중국인들의 분노가 커지고 정부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자 중국 당국이 민심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학자들은 리원량의 사망 이후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공개 서한을 당국에 보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우한의 화중사범대학 탕이밍(唐翼明) 국학원 원장과 동료 교수들이 공개 서한에서 ‘이번 사태의 핵심은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를 침해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학자들은 또 “신종 코로나 확산은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人災)”라고 지적했다. 베이징(北京)대 법학 교수인 장첸판(張千帆)은“정부는 리원량이 사망한 6일(공식 사망 일시는 7일)을 ‘언론 자유의 날’로 지정해야 한다”며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형법 조항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첸훙(秦前紅) 우한대 법학 교수는 “과거와 달리 중국 여론이 (리원량의 죽음에 대한) 슬픔과 분노라는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SNS에서도 당국을 비판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집권 이후 사회 통제를 강화해온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zeitung@donga.com}

중국 4대 직할시 가운데 베이징(北京)을 제외한 상하이(上海) 충칭(重慶) 톈진(天津)이 8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식 지역사회관리 조치’를 공식화했다. 수도 베이징은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여러 지역에서 이미 봉쇄식 관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 폭증을 막기 위해 9일까지 춘제(중국 설) 연휴를 연장했던 중국 전역의 대부분 기업, 공장들이 10일 이후 업무를 재개하면서 인파가 돌아올 대도시들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인구 2420만 명의 상하이시 정부는 8일 기자회견에서 “시 전역의 지역사회 가운데 절대 다수 지역을 준(準)봉쇄식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파트 단지 등 지역사회 출입문을 엄격히 통제하고 외부인 출입은 반드시 신분을 확인한 뒤 신고하도록 했다. 인구 3100만 명의 충칭시는 지역사회마다 외부인 출입을 엄격히 통제해 유동 인구를 줄이는 봉쇄식 관리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인구 1560만 명의 톈진도 비슷한 조치를 시작했다. 중궈신원왕(中國新聞網)은 인구 2154만 명의 베이징은 “아직 공식 발표하지 않았지만 시내 많은 지역사회에서 출입을 통제하는 봉쇄식 관리가 일상화됐다”고 전했다. 베이징은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사람을 구금 조치하기로 했다. 직할시는 아니지만 쓰촨(四川)성 청두(成都),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와 선전(深¤) 등 인구가 많고 생활수준이 높은 이른바 ‘1선 도시(대도시)’들 대부분도 봉쇄식 관리 조치에 돌입했다. 광둥성은 확진 환자가 1120명으로 신종 코로나 발생지인 후베이성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중국 매체들은 8~11일이 귀경 행렬의 1차 최고조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7일까지 중국 전역의 철도 도로 항공편 등 매일 평균 이동량은 연인원 1300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5%에 불과했다. 그동안 이동을 자제했던 사람들이 일거에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중국의 공장과 기업 업무 재개일이 10일부터 약 1주일에 걸쳐 분산돼 있어 인구 이동이 특정 시기에 집중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zeitung@donga.com}

“의사 리원량은 직업정신과 선량한 마음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가장 먼저 경고의 호루라기를 불었다.” 중국에서 비판 정신을 유지해온 매체 난팡(南方)주말이 7일 신종 코로나로 숨진 리원량(李文亮·34)을 추모하며 쓴 글이다. 중국 내에서는 그를 추모하는 분위기가 뜨겁다.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싶어 우한대 의대에 입학했던 평범한 청년 리원량은 왜 중국에서 휘슬블로어(내부고발자)가 됐다가 짧은 생애를 마쳤을까. 리원량은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 중심병원에서 6년간 환자들을 돌봐온 젊은 안과 의사였다. 그의 운명이 바뀐 것은 지난해 12월 30일이었다. 동료 의사로부터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로 볼 수 있는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검사 결과가 나왔다’는 얘기를 들은 리원량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우한시 당국이 이미 “권한 없는 이들이 외부에 정보를 알리면 안 된다”고 통지한 상황이었다. 당국의 통제가 더욱 강화된 시기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바이러스가 사스와 너무 닮아 전염병이 폭발적으로 확산, 유행할 수 있다는 걱정이 더 컸다. 마침내 그는 이날 대부분이 의사인 동창들이 모인 소셜미디어 위챗 단체방에 “우한시 화난(華南)수산물시장에서 사스 환자 7명이 발생했다” “코로나바이러스인데 정체는 아직 조사 중”이라는 글을 연이어 올렸다. 우한시 공안(경찰)은 지난달 3일 그에게 괴담 유포를 이유로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는 훈계서를 쓰게 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財新)과의 인터뷰에서 “내게 잘못한 걸 시정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 정의는 사람의 마음속에 있다”고 대범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달 9일 신종 코로나 확진 환자 진료 중에 감염되고 말았다. 리 씨의 부모도 감염됐으나 다행히 최근 퇴원했다. 주변에서는 젊은 의사인 만큼 병마를 이겨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의 병세는 악화됐다. 처음으로 경찰에서 조사를 받고 처벌을 받은 스트레스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호흡곤란이 심해지고 움직일 수 없는 지경까지 돼 집중치료실(ICU)로 옮겨졌다. 6일 오후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병원에서 응급조치를 취했지만 7일 오전 2시 58분에 공식적으로 사망 판정을 받았다. “신종 코로나 퇴치 전선의 탈영병이 되고 싶지 않아 회복 뒤 치료 일선으로 가고 싶다”던 그는 그렇게 짧은 생을 마쳤다. 중국인들은 리원량을 “인민의 영웅”이라고 부르며 애도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소셜미디어에는 추모의 촛불 사진이 이어졌다. 폭설이 내린 베이징(北京)에는 눈 위에 “리원량을 보낸다”고 쓰는 장면이 목격됐다. “역사가 당신을 가슴에 새길 것”이라는 추모 글이 잇따랐다. 누리꾼들은 이례적으로 정부에 대한 분노도 쏟아냈다. “국가가 그에게 빚졌다.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는 글들이 올랐다. 여론을 통제하기 위해 사망 시점을 지연시켰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난팡주말은 “이 호루라기 소리가 (은폐로) 제때 전파되지 않아 사회가 큰 대가를 치렀다. 이를 진정한 반성과 진보로 바꿀 수 있기를 바란다. 이것이 그가 생명을 (희생해) 실천한 진리”라고 지적했다. 여론이 심상치 않자 중국 정부는 이날 “깊은 애도와 경의를 표한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뒤늦게 국가감찰위원회 조사팀을 우한에 파견해 전면 조사하겠다고 밝혔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일본 대형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무더기로 쏟아지면서 일본 전체가 공포에 휩싸였다. 중국 크루즈선에서도 감염자가 탑승했던 것으로 확인됐고, 미국 크루즈선 탑승객의 감염 의혹도 제기돼 세계 각국에 비상이 걸렸다. 수천 명이 좁고 폐쇄된 배 안에서 밀집해 있는 크루즈선의 특성상 한번 퍼진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확진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중장년층이 크루즈선의 주 고객이라는 점도 우려를 더한다.○ 사태 축소 급급한 일본 일본 정부는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남아 있는 승객들에 대한 뚜렷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사태 축소에 급급하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후생노동상은 이날 “세계보건기구(WHO) 측에 감염자들이 일본 입국 전 감염됐음을 설명하고 문제를 제기했다. WHO도 감염자 현황을 집계하면서 이들을 ‘기타 지역’ 감염자로 분류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7월 24일 도쿄 올림픽 개막이 5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올림픽에 미칠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WHO에 10억 엔(약 108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을 제외한 세계 최대 감염자 보유국이라는 사실을 돈으로 무마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후생노동성은 탑승객 3711명 중 기침과 발열 증상이 없고, 지난달 25일 홍콩에서 내린 80세 홍콩 남성 감염자와 밀접하게 접촉하지 않은 3438명에 대한 정밀검사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이들이 선내에서 감염자들과 상당 기간 생활했다는 점에서 검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홍콩 남성이 2일 확진 판정을 받았음에도 일본 정부는 5일 오전에야 승객들의 객실 밖 출입을 자제시켰다는 점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그 3일간 감염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됐던 셈이다. 선사 측이 공용 시설에 대한 소독을 제대로 했는지도 불투명하다. 전염병 전문의 미즈노 야스타카(水野泰孝) 씨는 NHK 인터뷰에서 “추가 감염자의 등장은 배를 얼마나 철저히 소독하는지에 달렸다”고 우려했다. 홍콩 남성 외 감염자가 승선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마이니치신문은 5, 6일 감염자로 판명된 20명 중 홍콩 남성과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은 2명뿐이며 나머지 18명의 감염 경로가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일본 전역에 신종 코로나가 만연해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배가 요코하마에 도착하기 전 2일 오키나와에 잠시 들렀다고 보도했다. 당시 약 2600명의 승객이 최소 몇 시간 동안 상륙해 대중교통을 이용했고 13명이 배로 돌아가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다카야마 요시히로(高山義浩) 오키나와현립 주부병원 감염증내과 부부장은 “춘제(중국의 설) 때 많은 중국인이 일본을 찾았다”고 우려했다.○ 각국 크루즈선 비상 세계 각국에도 크루즈선 비상이 걸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6일 밤 도쿄 관저에서 대책회의를 열고 감염자가 탑승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홍콩발 크루즈선 ‘웨스테르담’호의 입국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 배는 8일 오키나와현에 기항하지 못하고 곧바로 홍콩으로 돌아가게 됐다. 중국 크루즈선에서도 감염자가 탑승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중국을 출발해 베트남, 홍콩 등을 거쳐 중국으로 돌아온 싱멍(星夢)크루즈 스제멍(世界夢)호에서 59세, 33세 모녀 승객이 5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배의 승객과 선원은 각각 4482명, 1814명에 이른다. 홍콩 당국은 이 배가 5000명 이상을 감염에 노출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 배는 지난달 19∼24일 항해 이후에도 3차례 더 항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7일 미국 뉴저지주에 입항한 ‘로열캐리비안’호의 중국인 탑승객 12명이 신종 코로나 증상을 호소해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ABC방송 등이 전했다. 이 크루즈선은 지난달 27일 미국을 떠났고 카리브해 바하마를 들렀다 복귀했다. 크루즈선 내 집단 감염 공포가 미국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구가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의 중국 내 확산이 지속되면서 정부가 현지 교민을 보호하기 위한 추가 조치를 적극 검토하고 나섰다. 특히 신종 코로나 진원지인 우한에 남아 있는 약 200명의 교민을 데려오기 위한 3차 전세기 투입이 본격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외교부는 3차 전세기 투입에 대해 “결정된 바는 없다”면서도 “비공식적으로 임시항공편 이용 수요 조사를 진행한 바 있으며, (3차 전세기 운용 시) 우리 국민의 중국인 가족에 대한 귀국 방안을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7일 밝혔다. 앞서 정부는 1, 2차 전세기 투입을 통해 701명의 한국 교민만 데려왔다. 그러나 일본이 7일 우한에 네 번째로 전세기를 띄워 일본인과 중국 국적 배우자 및 자녀 등 총 198명을 태워 본국으로 수송하는 등 자국민의 중국인 가족까지 데려오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와 관련해 추가적인 대응책도 시사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7일 보건의약 단체장들과 신종 코로나 대응책 논의를 위한 간담회를 열고 “9일 정부 차원의 중간 점검에서 (방역 등) 방향에 대한 중대한 결정이 필요하다면 그런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것을 방역으로만 해결할 수 있을지, 또 다른 대책을 더 세워야 할지 고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이에 당장 감염병 위기경보를 현 ‘경계(3단계)’에서 ‘심각(4단계)’으로 올리는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선 외국인 입국 금지 확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내 방역 조치도 강화되고 있다. 관영 중국망은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 정부가 우한을 비롯한 후베이성 외에도 14개 성과 시에 대한 봉쇄 조치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한기재 record@donga.com·이미지 기자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지난해 12월 30일 최초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창궐을 경고했던 중국 우한 중심병원 안과 의사 리원량(李文亮·34·사진) 씨가 6일 밤 숨졌다고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 신징(新京)보 등이 보도했다. 그는 지난달 10일 신종 코로나 확진자임을 모르고 치료했던 환자로부터 전염돼 1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리 씨는 지난해 말 지인들에게 자신의 환자들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유사한 병을 진단받고 격리 중이라는 소식을 공유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당시 당국은 그를 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조사했고 그는 ‘위법 행위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문서에 서명한 뒤 풀려났다. 사태가 악화되자 당국은 지난달 28일 뒤늦게 그의 발언이 사실이라고 시인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지금 우한으로 돌아가는 건 너무 위험하다.”(어머니) “감기에 걸려도 마을 사람들이 공포에 떨어요. 내가 있어야 사람들이 안심해요.”(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발생지인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서쪽으로 약 300km 떨어진 징저우(荊州)에서 지난달 말 모녀가 실랑이를 벌였다. 직장인 우한의 보건소로 돌아가겠다는 의사 딸을 어머니는 간곡히 말렸다. 우한 남부 장샤(江夏)구 보건소 의사인 간루이(甘如意·24·여) 씨는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를 맞아 고향으로 돌아와 쉬던 중 직장에서 연락을 받았다. 신종 코로나 환자가 밀려든 탓에 일손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그는 곧바로 복귀를 결심했다. 문제는 교통편이었다. 우한으로 연결된 모든 도로가 봉쇄된 상황. 어렵게 지역에서 발급해준 임시 통행증의 차량번호엔 ‘자전거’라는 세 글자가 또렷했다. 그는 자전거를 선택했다. 지난달 31일 자전거 페달을 밟기 시작해 300km 거리를 나흘 동안 달려 이달 3일 우한의 보건소에 닿았다. 5일 창장(長江)일보에 실린 간 씨의 사연은 온라인에서 공유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가는 길은 녹록지 않았다. 150km를 달려 1일 징저우의 창장대교에 도착했지만 자전거로 건너는 걸 금지해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때 자전거를 놓고 온 탓에 2일 택시를 잡으려 했지만 아무도 우한에 가려 하지 않았다. 그는 결국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기능에 의존해 공유 자전거로 국도를 달렸다. 온몸이 비에 흠뻑 젖었고 끼니는 구멍가게에서 컵라면으로 해결했다. 3일 오전 우한시와 징저우시 중간 지점인 첸장(潛江)시에서 만난 교통경찰의 도움으로 혈액 운반 차량을 얻어 타고 우한에 도착했다. 다시 공유 자전거를 탔지만 배터리가 닳아 스마트폰이 꺼지는 바람에 한참 길을 헤매야 했다. 어둑어둑해진 이날 오후 6시 보건소에 도착했다. 그는 다음 날인 4일부터 바로 지역 주민들의 혈액 검사를 시작했다고 창장일보는 전했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중국 수도 베이징(北京)이 집단 감염 등 지역사회 감염으로 확산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식당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식사하는 것마저 금지하는 조치를 꺼내들었다. 이에 “3명 이상 식사 모임을 금지하는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가 돌연 삭제됐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의 온라인판 런민왕(網)은 6일 “베이징시 시장관리감독국이 식당에서 단체성 식사 모임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위반 행위를 발견하면 신고하라”는 통지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런민왕에 따르면 베이징 당국은 식당들이 모임 손님을 받는 것을 금지했고 이미 예약이 됐더라도 식당들이 빨리 연락해 취소하거나 연기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베이징 기반의 유력 매체 신징(新京)보는 이날 “식당에 오는 손님들의 인원수를 식당 측이 통제하고 원칙적으로 식사하는 개인 간 거리는 1m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고 베이징시 시장관리감독국이 밝혔다고 전했다. 신징보는 ‘몇 명이 함께 식사하면 모임이라 할 수 있는지’ 일부 요식업 기업들에 알아보니 “관련 부서 규정에 따르면 3인 이상”이라는 답을 들었다며 “베이징이 여러 사람 식사 모임을 금지했다. 3명 이상이 모임”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하지만 이 기사와 이 기사를 인용한 포털사이트 기사들이 얼마 뒤 잇따라 삭제됐다.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웨이보에는 이미 이 기사가 퍼져 “4명 가족은 어떻게 하느냐” “요식업 정말 어려운 상황”이라는 댓글들이 올라왔다. 앞으로 금지 대상인 ‘여러 사람’의 수를 두고 혼선이 빚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처럼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중국 소비 경제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중국 5대 민간기업인 헝다(恒大)그룹 산하 헝다연구소는 2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최근 7일간 중국 관광 시장에서 5000억 위안, 요식업에서 5000억 위안, 영화 수입에서 70억 위안이 감소해 3개 산업 경제 손실이 1조 위안을 넘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관광, 요식업, 영화 산업 분야에서만 약 1조70억 위안(약 171조 원)의 막대한 손실을 입을 것이라는 추산이다. 세 산업이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한 비율은 4.6%에 달한다. 연구소 측은 “지난달 말 (기차 비행기 버스 등) 교통운수 산업 이용 연인원 수가 70% 줄었다”며 “기업들이 생산을 중단하거나 감산했고 부동산 시장도 판매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6일 중국 내 신종 코로나 확진 환자는 전날보다 3738명 늘어난 2만8086명, 사망자는 전날보다 73명 증가한 563명이었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지난해 12월 30일 최초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창궐을 경고했던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 중심병원 안과의사 리원량(李文亮·34·사진) 씨가 6일 밤 소속 병원에서 숨졌다고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 신징(新京)보 등이 보도했다. 그는 지난달 10일 신종 코로나 확진자임을 모르고 치료했던 환자로부터 전염돼 1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리 씨는 지난해 말 모바일 채팅 앱 ‘위챗’에 있는 의대 동기 단체방에서 자신의 환자들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유사한 병을 진단받고 격리 중이라는 소식을 공유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당시 당국은 그를 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조사한 후 침묵하라고 압박했다. 그는 ‘위법 행위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문서에 서명한 뒤 겨우 풀려났다. 당국은 리 씨의 동료 7명에게도 같은 서명을 강요했다. 당국은 신종코로나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자 지난달 28일 뒤늦게 사실을 인정했다. 리 씨는 코로나 위험을 알리기 위해 애썼던 ‘내부고발자’로 큰 주목을 받았다. 시민들은 “당국이 그의 경고를 제 때 귀담아 들었다면 코로나 확산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의 용기를 칭송했다. 당국으로부터 ‘괴담 유포자’로 몰렸던 이가 ‘영웅’으로 등극한 순간이었다. 확진 판정 후 리 씨는 집중치료실에서 투병 생활을 해왔다. 그는 병상에서 진행한 4일 미 CNN 인터뷰에서 지난해 말 당국으로부터 침묵을 강요당했던 정황에 대해 설명하며 중국의 미진한 초기 대응을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당시에도 심한 기침과 발열로 통화가 어려워 위챗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중국 누리꾼들은 리 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웨이보 등을 통해 “너무 마음이 아프다” “유언비어 아니냐. 믿고 싶지 않다”며 애도의 뜻을 나타냈다. 일각에서는 그의 부모와 임신한 부인도 감염됐다는 설을 제기하고 있다. 리 씨의 아내는 현재 둘째 아이를 임신한 상태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에 따르면 7일 0시 기준 코로나 발원지인 후베이성의 전체 감염자 수는 1만117명, 사망자 수는 414명이다. 전 세계 감염자 2만8138명의 3분의 1이상, 전체 사망자 564명의 약 80%가 후베이성의 중심 도시인 우한에 몰려 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