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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자산운용이 전 세계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며 글로벌 자산운용사로 발돋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한국과 미국, 캐나다, 호주, 일본 등 13개 지역에서 629종의 ETF를 운용 중이다. 운용 규모도 총 203조 원으로 2023년 말(141조 원) 대비 약 62조 원 증가했다. 미래에셋은 ETF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일찌감치 파악하고 2011년 국내 최초로 홍콩증권거래소에 ETF를 상장하며 해당 시장에 진출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글로벌전략가(GSO) 겸 회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을 글로벌 ETF 운용사로 성장시키기 위해 해외 법인을 확장하는 동시에 2011년 캐나다 ‘Horizons ETFs’(현 Global X Canada), 2018년 미국 ‘Global X’, 2022년 호주 ‘ETF Securities(현 Global X Australia)’ 등 현지 운용사를 인수했다. 그 결과 미래에셋은 전 세계 12위권 ETF 운용사로 성장했다. 이미 운용자산 규모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내 전체 ETF 시장(174조 원)을 뛰어넘은 상황이다. 특히 Global X의 운용자산 규모는 지난해 500억 달러(약 71조6900억 원)를 돌파했다. 2008년 설립된 Global X는 미국 현지 투자자들에게 ‘혁신적인 ETF 선두 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인공지능과 인프라 개발 등 혁신 선도 기업에 투자하는 테마형 상품과 커버드콜 전략으로 대표되는 인컴형 상품 등을 내놓았다. 이 밖에 미래에셋자산운용 인도법인도 2018년 첫 ETF를 선보인 이후 약 5년 만에 순자산총액 1조 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상품 라인업을 26개까지 확대하는 등 신흥국 시장에서도 발 빠르게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 같은 활약으로 박 회장은 미래에셋그룹을 세계적인 수준의 투자은행(IB)으로 발전시킨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국제경영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가진 ‘국제경영학회’는 지난해 미래에셋그룹 창업주 박 회장을 ‘올해의 국제 최고경영자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한국 기업인이 이 상을 수상한 건 역대 두 번째로 1995년 고(故) 최종현 SK그룹 선대 회장의 수상 이후 28년 만이다. 국내에서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IGER ETF’ 브랜드를 통해 굳건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개인의 TIGER ETF 누적 순매수 규모는 총 7조8594억 원이었다. 이는 국내 ETF 전체 개인 누적 순매수 규모(19조7600억 원)의 40%에 해당한다. 2023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개인투자자들에게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에 힘입어 TIGER ETF는 2024년 12월 기준 개인투자자 보유 금액에서도 전체 1위를 차지했다. 개인투자자가 보유한 전체 금액이 50조9079억 원이었는데 이 중 TIGER ETF는 23조7238억 원으로 전체의 47%를 차지했다. 특히 2024년 해외주식형 ETF 시장이 크게 성장한 가운데 TIGER ETF는 ‘미국 투자의 대명사’로서 시장 발전을 이끌었다. 2010년 국내 최초 미국 대표 지수 투자 ETF를 출시한 TIGER ETF는 해외 투자 문화를 확산하는 데 기여해 왔다. 대표 상품인 ‘TIGER 미국S&P500 ETF’의 지난해 개인 누적 순매수 규모는 1조8933억 원으로 국내 상장된 전체 ETF 중 1위를 차지했다. 개인들의 강한 매수세에 힘입어 해당 ETF는 국내 최대 주식형 ETF이자 아시아 최대 S&P500 ETF로 성장했다. 미래에셋은 최근 인공지능(AI)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2023년 호주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운용사인 ‘스톡스팟’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미국에 AI 전문 회사인 ‘웰스스폿’을 설립했다. 웰스스폿은 각 해외 법인의 AI 금융 전략을 조율하며 혁신적인 상품 제공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상반기(1∼6월)에는 Global X에서 웰스스폿의 AI 모델을 활용한 ETF를 미국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글로벌 금융회사로서 마인드와 문화를 기반으로 전 세계에서 성장하고 있으며 ETF 산업에서 Global X가 혁신적 리더로 역할을 하는 데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파괴적 혁신을 통해 고객들에게 양질의 상품들을 선제적으로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국제 무대인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서 미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세계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 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WEF 화상 연설에서 “미국에 와서 제품을 만들라. 그러면 우리는 지구상 어느 나라보다 낮은 세금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여러분이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지 않는다면 다양한 금액의 관세를 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현재 21%인 법인세율을 미국에서 제품을 만드는 경우에만 15%로 낮추겠다고도 했다. ‘고율 관세’와 함께 ‘낮은 법인세’로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유인책을 내놓은 것.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유럽연합(EU)과의 교역에서 수천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에 대해 뭔가를 할 것”이라며 EU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경고했다. 이와 함께 EU의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 빅테크에 대한 과징금을 언급하며 “이들은 미국 기업이고, EU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내가 보기에는 일종의 세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과 관련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유가를 내리라고 요청하겠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유가를 끌어내려야 한다. 그러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도 했다. 또한 “유가가 떨어지면 난 금리를 즉시 내리라고 요구하겠다. 마찬가지로 전 세계에서 금리가 내려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유가 인하 발언에 시장은 호응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장 대비 0.82달러(1.09%) 하락한 배럴당 74.6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 뉴욕 증시에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가 전장 대비 32.34포인트(0.53%) 오른 6,118.71에 마감했다. 24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0.85% 상승한 2,536.80, 코스닥은 0.65% 오른 728.74로 각각 마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6.0원 내린 1431.3원에 주간 거래(오후 3시 30분 기준)를 마쳤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WEF 연설에서 러시아, 중국과의 핵 군축 협상에 대해 “우리는 비핵화를 할 수 있는지 알고 싶은데, 나는 그것이 매우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전략 핵무기 규모를 서로 제한하는 ‘핵 군축’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일본은행(중앙은행)이 24일 단기 정책금리(기준금리)를 연 0.25%에서 0.5%로 올렸다. 지난해 7월(0∼0.1%→0.25%) 이후 6개월 만의 추가 인상이다. 일본은행이 이날 금융정책 결정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결정하면서 일본 기준금리는 17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8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물가 안정 목적과 함께 2월 초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압박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있다. 금리를 올려 엔저 기조가 꺾이면 일본의 대미 수출 경쟁력이 약해지기 때문에 일본이 대미 무역 흑자 규모 축소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 일본의 초저금리는 엔화 가치를 떨어뜨려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을 높여 왔다. 이는 일본 수출 가격 경쟁력을 향상시켜 대미 무역 흑자의 주요인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수지 균형을 강조하며 고관세 부과 등 강력한 보호주의 정책을 펴고 있는 마당에 일본이 지금처럼 대미 무역 흑자를 이어가면 미국이 통상 압력을 가하고 ‘제2 플라자 합의’(인위적 엔화 절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로이터에 “일본의 대미 무역 흑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을 막아야 할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에게 압박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경제분석국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대미 무역 흑자 규모는 중국, 멕시코, 베트남, 독일에 이어 세계에서 5번째로 크다.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규모는 8위다. 일본에서는 지난해부터 임금과 물가가 함께 오르는, 이른바 ‘경제 선순환’이 시작돼 금리를 올릴 ‘경제 체력’이 뒷받침되고 있다. 증시가 활황을 보이고 경기가 회복되는 가운데, 낮은 기준금리가 물가를 자극하고 엔저 현상을 부추기는 만큼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일본 기업의 지난해 평균 임금 인상률은 4.1%로 1999년 이후 25년 만에 최고치였다. 지난해 일본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5% 올라 2023년(3.1%)에 이어 일본은행 목표치(2%)를 넘었다. ‘잃어버린 30년’에서 벗어나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속 경기 침체) 탈출을 선언해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이다. 선진국 중 마지막까지 금융완화 정책을 고집했던 일본은 지난해 3월 기준금리를 ―0.1%에서 0∼0.1%로 올려 8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폐기했다. 최근 1년여간 3차례 금리를 올리면서 일본은 오랜 기간 유지했던 비정상적 금융완화 정책인 ‘아베노믹스’에서 벗어나 ‘금리 있는 세계’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게 됐다.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 일본은행 총재는 현재 일본 금리가 “극히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하며 금리를 계속 인상할 뜻을 내비쳤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지난해 12월 은행권의 가계대출 금리가 다섯 달만에 하락세로 전환됐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인하한 이후 시장금리가 안정된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정치권이 가산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는 만큼 대출금리 하락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지난해 12월 가계대출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연 4.72%로 전달보다 0.07%포인트 낮아졌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전달보다 0.05%포인트,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0.02%포인트씩 각각 하락했다.기업 대출금리도 4.62%로 한 달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김민수 한은 경제통계팀장은 “대출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5년물 은행채 금리가 하락한 점이 근본적인 배경”이라며 “은행권의 가산금리 인상 효과가 줄어든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예적금 금리도 시장금리 하락의 영향으로 3.21%로 전달보다 0.14%포인트 떨어졌다. 하지만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금리의 차이)는 1.43%포인트로 전달보다 0.02%포인트 상승하며 지난해 9월 이후 4개월 연속으로 확대됐다. 이는 2023년 8월(1.45%포인트) 이후 1년 4개월 만에 최대 폭이기도 하다. 김 팀장은 “장기 금리가 상승하지 않는다면 대출금리가 완만한 하락세를 보일 것이며 이에 따라 예대금리차도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금융권에서는 이번 달의 대출금리 추이도 하향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정치권이 나서서 은행 가산금리를 낮추는 방향으로 금리 산정 체계를 살펴보고 있기 때문이다. 앞선 2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IBK기업은행 등 6개 은행장을 소집해 ‘상생금융 확대를 위한 현장간담회’를 개최했다. 야당이 이례적으로 이 같은 간담회 자리를 마련한 것은 은행권에 상생금융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더불어민주당은 고금리, 고물가로 소상공인과 서민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은행권이 역대급 실적을 거둔 점을 지적하고 있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지난해 3분기(7~9월)까지 전년 동기(11조3282억 원) 대비 약 4% 많은 11조7883억 원의 누적 순이익을 거둔 바 있다. 민주당은 소상공인과 서민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낮추기 위해 가산금리 체계 산정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주력 산업 부진과 내수 침체라는 ‘이중고’를 맞이한 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 하락세가 2년째 지속되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탄핵 정국 장기화 등의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올해도 기업 신용도 하향 기조가 지속될 것이란 우려 속에 국가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23일 본보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NICE신용평가 등 3곳의 신용평가사(신평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한 해 동안 총 70개 기업의 신용등급이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신용등급이 상승한 기업은 40개였다. 신용등급은 정부, 공공기관, 민간 기업 등의 채무 상환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기업들은 회사채를 발행하기 전에 최소 두 곳의 신평사에 등급 산정을 의뢰한다. 국내에서 신용등급을 받은 공·사기업은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한국전력 등 500여 곳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 영향권이었던 2021∼2022년에는 주요 국가들의 부양 정책에 힘입어 대부분 업종의 실적이 개선되고 신용등급도 상승했다. 2022년의 경우 신용도가 상향된 기업이 78곳으로 하향 조정된 곳(57곳)보다 많았다. 하지만 고금리·고물가 국면, 산업 경쟁력 약화 등으로 기업 신용도는 2023년부터 하향 기조에 진입했다. 2023년에도 신용도가 하락한 기업(69개)이 상승한 곳(49개)보다 많았다. 효성화학, 여천NCC 등 전 세계적으로 공급 과잉이 심해진 석유·화학 업종의 신용도 하락이 두드러졌다. 소비 위축, 온라인 유통 채널 변화 등으로 실적이 악화된 롯데, 이마트 등 유통 대기업 계열사들도 신용등급이 대거 하향 조정됐다. 기업의 신용도 하락이 장기화될 경우 ‘악순환의 덫’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신용등급 하향으로 회사채 금리가 오르는 등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 부담이 증가하면, 이것이 신용도를 하락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신평사들은 내수 부진, 통상 여건 악화, 금융시장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올해도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내리막길을 걸을 가능성을 높게 본다.문제는 계엄 및 탄핵 정국으로 국가 신용도까지 위협받고 있다는 점이다.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등 글로벌 신평사들은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가 신용등급이 하락하게 되면 기업들도 고스란히 피해를 보게 된다. 신평사 고위 관계자는 “국가 신용도가 떨어질 경우 기업들의 신용등급도 덩달아 하향 조정되는 ‘도미노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글로벌 신평사들을 잇달아 만나며 소통하는 것도 ‘국가 신용도 하락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도 “한국처럼 기축통화를 보유하지 않은 곳은 (국가 신용등급) 하락 여파가 더 크기 때문에 최대한 등급을 방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3월부터 만기 5년짜리 개인 투자용 국채를 살 수 있게 된다. 10년, 20년짜리가 만기가 길어 개미들의 외면을 받자 5년물이 추가된다. 1년 동안 살 수 있는 국채 한도도 2억 원까지로 높아진다. 22일 기획재정부는 개인 투자용 국채를 활성화하기 위해 관련 고시를 개정해 3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고시에는 3월부터 만기 5년짜리 개인 투자용 국채를 발행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해 6월부터 판매된 개인 투자용 국채는 현재까지 10년물과 20년물만 나왔다. 하지만 긴 만기에다 금리 하락기에 시세 차익을 남길 수 없다는 점이 더해지면서 청약 미달이 계속돼 왔다. 이달 15일 진행한 올해 첫 청약에서도 10년물과 20년물을 합쳐 1000억 원 규모로 모집이 이뤄졌지만 869억 원만 모이는 데 그쳤다. 3월에 나오는 5년짜리 국채를 사더라도 분리과세 등 혜택은 똑같이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앞서 이자소득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국채 보유 기간 기준을 10년에서 5년으로 내렸다. 이런 내용을 담은 세법 시행령은 다음 달 중 시행된다. 연간 국채 구매 한도는 1인당 2억 원까지로 늘어난다. 그간에는 더 많은 투자자가 국채를 살 수 있도록 한도를 1억 원으로 묶어 놨다. 하지만 이자소득 분리과세 적용 한도는 2억 원(매입액 기준)이라 혜택을 최대한 받으려면 2년에 걸쳐 1억 원씩 사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원한다면 1년에 몰아서 2억 원어치를 살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약이 더 쉬워지도록 청약 운영 방식도 손본다. 월별 청약 기간은 3일에서 5일로 이틀 늘리고, 청약 마감 시간도 오후 3시 반에서 오후 4시로 30분 연장하기로 했다. 중도 환매가 더 쉬워지도록 중도 환매 한도 금액을 신청 액수에 따라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도 신설한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2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만난다. 면담에선 금리와 원-달러 환율 등 최근 경제 상황과 추가경정예산(추경) 등에 대한 의견 교환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기 대선이 가시화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민생 행보를 강화하자 맞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21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권 원내대표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인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 기재위 여당 간사인 박수영 의원 등은 22일 오후 서울 중구 한은을 방문해 이 총재와 면담할 예정이다. 여당 원내대표가 직접 한은을 찾아 총재를 만나는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정치권에선 민주당 이 대표가 8일 한은 등과 외환시장 점검 간담회를 하고 20일 6대 은행장들과 만난 바 있다.이 자리에서는 야당이 주장하는 추경 조기 편성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올해 1분기(1∼3월) 예산이 조기 집행된 뒤 필요하다면 추경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대표의 핵심 사업인 지역화폐를 위한 추경에는 선을 긋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야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예산의 조기 집행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면서도 “추경은 살아 있는 생물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난 내란 청구서에 신음하는 경제와 민생을 위해, 하루속히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고 했다.이 총재는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밑으로 떨어지면서 통화 정책 외에도 이를 보완하는 수준의 추경이 필요하다”며 15조∼20조 원 규모의 추경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며 지역화폐 사업엔 반대의 뜻을 내비쳤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으로 한국 경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감소 폭이 약 6조3000억 원으로 예상되는 등 경기 부진 우려가 더욱 커지면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경 편성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최 권한대행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추가 재정 투입에 대해서는 국회, 정부 국정협의회가 조속히 가동되면 국민의 소중한 세금을 가장 효과적으로 써야 한다는 재정의 기본 원칙하에 국회와 정부가 함께 논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와 정부 간 국정협의회 가동을 전제로 추경 편성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시사한 것이다.최 권한대행이 이 같은 뜻을 밝힌 건 악화 일로인 국내 경기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권한대행은 “어려운 민생 지원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정치권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경제계 등 일선 현장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미 내수 부진 등으로 위축됐던 국내 경기는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로 더욱 악화됐다. 특히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으로 한국의 실질 GDP는 최소 6조 원 넘게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은행은 20일 공식 블로그에 게재한 ‘2025년 1월 금융통화위원회 결정 시 한은의 경기 평가’ 보고서를 통해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연 1.9%로 예상했으나 이 전망치가 1.6∼1.7%로 하향 조정될 것으로 판단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4분기(10∼12월) 성장률도 기존 전망치(0.5%)의 반 토막에도 못 미치는 0.2% 정도에 그칠 것으로 봤다. 지난해 1분기에 1% 넘는 성장률을 보였던 분기별 성장률은 2분기(4∼6월·―0.2%)에 마이너스를 보였고, 3분기에도 0.1%에 그쳤다.한은의 전망대로 올해 성장률을 1.7%로 가정하면 실질 GDP는 2330조8530억 원으로 종전 예상 대비 4조5840억 원 줄어든다. 또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0.2%에 그쳤을 경우 지난해 연간 실질 GDP는 2290조1740억 원으로 기존보다 1조7170억 원 적게 된다. 지난해 4분기와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된 점을 고려하면 실질 GDP가 6조3010억 원만큼 감소했다고 추산할 수 있다. 이는 한 대에 약 2800만 원인 현대차 중형 세단 ‘쏘나타’를 22만5000대 정도 팔아야 충당 가능한 규모다.문제는 한은의 이 같은 분석이 올 2분기부터 정국 불안이 해소될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면 한은의 추산보다 경제적인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씨티그룹은 헌법재판소가 올 3월 중순 탄핵을 인용할 것으로 전망하는 동시에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1.5%로 낮춘 바 있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이달 16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최대 20조 원 규모의 추경을 제안한 점도 이런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시 이 총재는 “소비나 내수 등이 예상보다 많이 떨어졌다”며 “지금은 당연히 추경이 필요하고, 시기는 가급적 빨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지난해 하루 평균 외환거래액이 100조 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경을 넘나드는 주식 투자와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해 환위험 분산(헤지) 수요가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환 은행의 일평균 외환거래는 689억6000만 달러(약 99조2265억 원)로 2023년(659억6000만 달러) 대비 4.6% 늘어났다. 한은이 외국환 은행의 통계 기준을 개편한 2008년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외환거래액이 증가한 주된 이유는 국내 투자자의 해외증권 투자와 외국인의 국내증권 투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투자자의 외화증권 결제액은 6459억 달러로 2023년(3826억 달러) 대비 69% 많았다. 국내를 넘어 해외 증시에 직접 투자하는 ‘서학개미’의 결제 규모가 불어난 것이다. 이와 함께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 거래액도 월평균 223조 원으로 2023년(205조 원)보다 8.8% 증가했다. 국내 기업들의 환위험 헤지 수요도 외환거래액이 늘어난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은 평균 1364.4원으로 2023년(1305.9원)보다 58.5원 높았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외환 파생상품 등 헤지 거래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이창헌 한은 자본이동분석팀장은 “개인투자자뿐 아니라 기관과 국민연금 등의 해외 투자도 크게 늘어난 편”이라고 설명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지난해 하루 평균 외환거래액이 100조 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경을 넘나드는 주식 투자와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해 환위험 분산(헤지) 수요가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중 외국환 은행의 일평균 외환거래는 689억6000만 달러(약 99조2265억 원)로 전년 대비(659억6000만 달러) 대비 4.6% 늘어났다. 한은이 외국환 은행의 통계 기준을 개편한 2008년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외환거래액이 증가한 주된 이유는 국내 투자자의 해외증권 투자와 외국인의 국내증권 투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투자자의 외화증권 결제액은 6459억 달러로 직전년(3826억 달러) 대비 69% 많았다. 국내를 넘어 해외 증시에 직접 투자하는 ‘서학개미’의 결제규모가 불어난 것이다. 이와 함께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 거래액도 월평균 223조 원으로 전년보다(205조 원) 8.8% 증가했다. 국내 기업들의 환위험 헤지 수요도 외환거래액이 늘어난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은 평균 1364.4원으로 직전년(1305.9원)보다 58.5원 높았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현재의 자산 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외환 파생상품 등의 헤지 거래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이창헌 한은 자본이동분석팀장은 “개인투자자뿐 아니라 기관과 국민연금 등의 해외 투자도 크게 늘어난 편“이라며 ”해외주식 매수를 위한 환전 수요에 현물환 거래가 증가했으며, 원-달러 환율 상승 등으로 환헤지 거래도 급증했다“고 설명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선 연금 백만장자인 영올드가 소비의 버팀목으로 부상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고령층은 집 한 채에 자산 대부분이 묶여 있어 소비 여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미국 최대 퇴직연금 자산운용사 피델리티에 따르면 미국 증시의 상승세를 타고 지난해 2분기(4∼6월) 기준 피델리티 401K(미국 퇴직연금제도) 가입자 중 계좌에 100만 달러(약 14억 원) 이상 잔액을 가진 가입자가 49만7000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프랑스도 연금 부자가 적지 않다. 프랑스 연구조사평가 및 통계위원회(DREES)에 따르면 지난해 프랑스에서 월 4000유로(약 590만 원) 이상의 연금을 받는 은퇴자는 약 75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전체 연금 수급자 1700만 명 중 4.4%가량이다. 이들 연금 부자가 거침없이 지갑을 열고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는 영올드들의 소비 여력이 떨어져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한국인이 보유한 순자산의 77.1%가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채권 등 금융자산 비율은 22.9%에 그쳤다. 한국인의 비금융자산 보유 비율은 미국(37.3%), 일본(43.1%·2022년 기준) 등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현금화가 가능하고 배당 소득 등이 유입되는 금융 자산과 달리 부동산 자산은 즉시 유동화하기 어렵고 대출 이자 등으로 그나마 있는 소득을 갉아먹는다. 상당수 한국의 고령자들이 은퇴 후 소득절벽에 시달리며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고령층의 자금난을 반영하듯 대출도 확대되고 있다. 주택 구매를 위해 빌린 돈에 생활비 부족에 따른 대출 수요까지 더해지며 대출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해 추정한 60대 이상 차주의 대출 잔액 비중은 2021년 말 18.5%에서 지난해 9월 말 20%까지 뛰었다. 이제 올해 1965년생 은퇴를 시작으로 954만 명 규모의 2차 베이비부머가 10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은퇴 수순을 밟는다. 시장에서는 2차 베이비부머의 씀씀이가 살아나는 것이 우리 경제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부동산의 연금화 등으로 고령층의 소비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보유 성향이 단기간 내에 정책으로 쉽게 바꾸기 힘든 만큼 주택연금 제도의 개선 및 활성화가 필수라는 지적이 나온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한국은행이 약 두 달 만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연 1.6∼1.7%로 기존 대비 최대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한은이 공식 경제전망 발표를 앞두고 수정 전망치를 제시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그만큼 계엄 및 탄핵 정국으로 인해 경제 전반이 위축되는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한은은 20일 공식 블로그에 게재한 ‘2025년 1월 금융통화위원회 결정 시 한은의 경기 평가’ 보고서를 통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했다. 앞서 작년 11월 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1.9%로 예상했으나 이 전망치가 1.6∼1.7%로 하향 조정될 것으로 판단했다.이지호 한은 조사국장은 “작년 12월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정치 불확실성과 경제 심리 위축의 영향으로, 올해 성장률이 내수를 중심으로 약 0.2%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한은의 이번 분석은 정국 불안이 올 1분기(1∼3월)까지 지속되다가 2분기(4∼6월)부터 해소될 것을 전제로 했다. 통상적으로 한은은 매년 2, 5, 8, 11월에 경제전망 수치를 발표한다. 2월 공식 발표를 앞두고 지난해 11월에 발표한 전망에 대한 수정치를 이례적으로 밝힌 것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한은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 이후의 한국 경제 상황을 그만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이에 대해 한은은 “그동안의 관례에서 벗어나 예외적으로 작년 4분기(10∼12월) 성장률과 올해 성장률 전망에 대해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며 “예기치 못한 정치적 리스크의 확대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진단해, 그 결과를 2월에 공식 전망치가 나오기 전에 공유하는 것이 경제 주체들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리라 봤기 때문”이라고 했다.한은은 다음 달 25일 수정된 전망치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한은은 “다음 달 전망치가 이번 달에 예상한 것보다 높아질지 여부는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시기, 정부의 추가 경기 부양책, 미국 신(新)정부 경제정책 등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한은은 또 작년 4분기 석 달간의 성장률이 0.2%를 밑돌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앞서 해당 기간 0.5% 성장률을 전망했었으나 정치적 충격,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등으로 내수가 위축돼 전망치를 대폭 낮췄다. 이에 따라 지난해 연간 성장률도 2.0∼2.1%로 기존(2.2%) 대비 하향 조정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자산과 소득, 건강을 갖춘 6070 ‘젊은’ 고령층 ‘영올드(Young Old)’가 소비의 주체로서 선진국 경제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K팝에 열중하고, 순수 학문에 심취하며 더 나아가 축적된 지식과 경험을 활용한 사회적 가치 창출의 주축이 된 것이다. 한국도 ‘영올드’가 부상하고 있지만 ‘집 한 채’에 자산이 묶여 소비 주체로 부상하기엔 한계가 적지 않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의 잠재성장률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일본의 구마이 아쓰코(熊井敦子·60) 씨는 2023년 십수 년간 근무했던 콜센터 직장을 떠났다. 이제는 평생 모은 금융 자산과 연금 등 월 33만 엔가량의 실소득을 기반으로 하루를 한국어 공부로 시작한다. 일주일에 한국어학당을 두 번 이상 다니며 틈이 나면 한국 여행에도 나선다. 지난해 11월에는 경남 함안을 찾아 전통 문화를, 같은 해 12월에는 서울에서 식도락을 즐겼다. 그는 “드라마, 케이팝 콘서트를 한국어로 직접 듣고 싶은 마음에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한 게 이제는 삶의 큰 부분으로 발전했다”고 전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비크로프트에 사는 애니타 하워드 씨(70)는 학교 교사를 하다가 은퇴 후 이웃 주민들에게 미술 수업을 하고 책을 쓰면서 노후를 보내고 있다. 연금(월 4000달러) 덕에 틈틈이 돈을 모아 여행에도 아낌없이 투자한다. 올해 9월에는 70세 생일을 맞아 두 아들과 네 명의 손주와 유람선 여행을 계획 중이다.과거보다 더 건강하고, 더 부유하며, 학력 수준도 높은 ‘영올드’(Young Old·젊은 노인)는 강력한 소비 및 사회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충분한 자산을 기반으로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이들은 기업에 매력적인 공략 대상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나라 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는 계층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미 선진국에선 돈 있는 영올드가 경제의 ‘비밀 무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따르면 70세 이상 미국인은 현재 총가계자산의 약 26%를 보유하고 있다. 2023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소비자 지출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은 총지출의 약 22%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7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고령 세대는) 부를 축적했고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라는 쌍둥이 재앙으로부터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들 중 대부분이 은퇴했기 때문에 노년층의 지출은 실업률에도 영향을 덜 받는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배움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강연자로도 변신 지적 호기심을 자랑하며 배움을 위해서도 투자하고 사회적 활동에 적극 나서는 것도 영올드의 특징이다. 지난해 11월 방문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자유대 본관 지하 2층의 한 강의실. 흰머리에, 돋보기를 코 아래로 내려 쓴 수강생 40여 명이 모여 앉아 판서를 노트에 옮겨 적고 있었다. 이날 수업 주제는 천문학. 시간제로 일하며 짬짬이 수업에 나오는 60대부터 100세가 임박한 수강생까지 ‘별의 법칙’ 공부에 여념이 없었다. 이 강의는 레이던, 틸뷔르흐 등 네덜란드 대학 5곳이 운영하는 ‘노인을 위한 고등교육’(HOVO) 프로그램 중 하나다. 현재 암스테르담자유대에서는 약 7000명의 시니어가 수업을 듣고 있다. 네덜란드 전체로 넓히면 2만5000명에 달한다. 지난해 12월 오프라인 수강생을 모집한 ‘미술사 코스’가 매주 2시간씩 10회 진행되는데 강좌 가격이 355유로(약 54만 원)로, 전반적으로 수강료가 저렴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영올드들의 등록 열기는 뜨겁다. 항공기 조종사로 근무했던 피터 그리피스 씨(76)는 은퇴 이후 영국 남동부에 소규모 강의를 다니며 자신의 인생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그는 “홍콩 국적기 조종사부터 러시아 석유 재벌, 카자흐스탄 광업 재벌, 벨기에의 한 금융인 등의 개인 파일럿으로 일하면서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 “우크라이나 난민에게 영어 교육” 사회적 가치 창출도 2010년 교사로 은퇴한 영국의 제니퍼 윌슨 씨(70)는 2016년부터 은퇴자 학습공동체 ‘U3A’(The University of The Third Age) 활동에 여념이 없다. 영국 U3A는 회원 수 40만 명 이상, 산하 소규모 그룹만 1000곳이 넘는 대형 노인 커뮤니티다. 윌슨 씨는 “U3A 구성원들이 새로운 노년의 기회를 만들어 주는 데 대해 흥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U3A는 단순 친목단체 이상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1000여 개의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것. 영국 옥스퍼드대의 지원을 받아 제2차 세계대전의 일상 이야기와 물건을 담은 온라인 디지털 아카이브를 만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위한 영어 교육을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소득과 교육 수준이 높은 영올드가 출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년 노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 가구의 연소득은 2023년 기준 3469만 원으로 2020년보다 442만 원 늘었다. 교육 수준도 높아졌다. 고졸 비율은 2020년 28.4%에서 31.2%로 2.8%포인트 증가했고, 전문대 이상 졸업자도 같은 기간 1.1%포인트 늘어 7.0%로 집계됐다. 하지만 영올드의 등장과 동시에 한국 노인들의 외로움과 빈곤 문제 역시 갈수록 부각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는 565만5000가구로, 이 중 213만8000가구(37.8%)가 홀몸노인이었다.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55.8%)은 ‘노후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을 맞이해 국내외 증시에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감세 등 친(親)기업 행보 효과로 트럼프 1기 당시와 같이 ‘트럼프 랠리’가 재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관세 폭탄 등 미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인한 충격에 글로벌 증시가 추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감돈다. ● 트럼프 취임에 기대·우려 공존20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0.17% 내린 2,519.17에 거래를 마감했다. 코스닥도 0.33% 오르는 등 국내 증시는 보합세를 나타냈다. 트럼프 행정부 공식 출범이라는 이슈 때문에 국내 증시 투자자들이 관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0.33%), 대만 자취안지수(0.51%) 등은 소폭 오름세를 보였지만, 일본의 닛케이평균주가는 전일 대비 1.13% 뛰면서 트럼프 당선인 취임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트럼프의 대표적인 경제 정책은 기업 감세다. 이에 기업 실적은 높아지고, 주가는 상승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 1기 출범 이후 6개월 만에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지수가 1년 만에 23.73% 상승하는 등 ‘트럼프 랠리’가 이어졌다. 코스피 역시 같은 기간 21.59% 상승하면서 트럼프 효과를 톡톡히 봤다. 지난해 11월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한 이후 S&P500지수를 비롯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나 나스닥지수 등 미국 3대 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트럼프 2기 출범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된 효과가 크다. 하지만 기대만큼 우려도 크다. 트럼프가 취임 후 불법 이민자 추방, 보편 관세 도입 등의 행정명령을 쏟아낼 것이라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조치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해서 고금리 장기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증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이다. 트럼프 1기와 트럼프 2기의 경제 상황이 다르다는 점도 변수다. 트럼프 1기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가 끝나가던 무렵으로 기준금리는 최대 0.75%,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2%대였다. 양적 완화를 통한 경기 부양이 가능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가까스로 인플레이션 위기를 넘긴 현 상황에 경기 부양책을 펼쳤다가 되레 큰 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트럼프發 3고에 신음하는 韓 증시 트럼프발(發) 신(新)3고(고금리·고환율·고물가)에 한국 증시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첫 재무장관으로 지명된 스콧 베센트는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방 적자를 3% 내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관세를 높여 무역 적자를 줄이겠다는 의도인데, 이는 인플레이션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증시의 최대 악재로 꼽히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서는 베센트 지명자의 경제 정책으로 인해 5%대 국채금리, 4%대 기준금리, 3%대 인플레이션율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중심의 보호 무역으로 인한 국내 기업들의 수출 부진이 예상되는 가운데 고금리 장기화로 내수마저 무너질 경우 한국 기업들의 실적 악화는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 금리 격차로 인해 국내 금융시장에서 자금이 이탈하고, 이를 통해 환율이 상승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이 연방 적자를 GDP의 3% 이내로 줄인다는 것은 그만큼 달러화를 찍지 않겠다는 뜻이고, 강달러 기조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한국의 경제 체력은 떨어지고, 외환 시장이나 금융 시장에서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가상화폐에 친화적인 모습을 보여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을 사흘 앞두고 자신의 이름을 딴 ‘밈 코인’(유행을 반영해 만든 가상화폐)을 발행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코인의 가치가 급등한 가운데 트럼프 당선인 측이 코인의 80%를 보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해 충돌 문제가 제기됐다.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전날 오후 9시 자신의 트루스소셜을 통해 “나의 새로운 공식 트럼프 밈이 나왔다. 지금 당장 ‘$TRUMP’를 받으라”며 코인 구매 링크를 걸었다. 폭스비즈니스는 “발행한 지 채 24시간도 되지 않아 $TRUMP의 가치가 몇 센트에서 33.87달러로 상승해 1만8000%가 넘는 엄청난 가격 상승을 보였다”며 “이에 따라 시가총액 기준 세계 30대 가상화폐에 포함됐다”고 전했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국내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값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 값은 이날 오후 한때 1억5855만5000원에 거래돼 지난해 12월 17일 기록한 종전 최고가(1억5719만8000원)를 33일 만에 넘어섰다. WSJ는 트럼프 밈 코인의 80%를 트럼프 당선인의 계열사나 관련 인사들이 소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대통령직을 활용해 돈을 벌려는 노골적인 시도”라며 “트럼프 2기가 윤리적 경계를 위반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 주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WSJ는 “트럼프 코인은 일부 열렬한 암호화폐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비판을 받았다”며 “워싱턴에 영향을 미치려는 외국 정부나 기업들이 트럼프 당선인의 호의를 얻기 위해 토큰을 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앞으로 대규모 공매도 법인은 잔액 관리 시스템을 자체 구축해야 한다. 올 3월 말 공매도 재개를 앞둔 가운데 당국 차원에서 공매도 거래액이 큰 법인을 별도로 살펴보겠다는 것이다.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금융투자업 규정 시행세칙’의 개정을 사전 예고하고 공매도 통합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19일 밝혔다. 우선 당국은 앞으로 공매도 잔액의 0.01% 또는 10억 원 이상을 거래한 대규모 공매도 법인들이 기관 내 잔액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했다. 거래소 공매도 중앙점검시스템과의 정보 연계를 위해 법인이 보유 중인 모든 종목에 대한 잔액과 거래 내역도 제출하도록 명시했다. 앞서 금감원은 등록한 법인만 공매도 거래를 할 수 있게 이달 7일부터 등록번호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공매도 거래를 중개하는 증권사의 점검 항목 역시 마련됐다. 증권사들은 연 1회씩 거래 법인의 내부 통제, 업무 체계 명확성, 관리 시스템 등을 의무적으로 점검하고 확인일로부터 1개월 내 금감원에 보고해야 한다.금융당국이 공매도 규제를 체계화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건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불법 공매도가 횡행하고 있어서다. 바클리, 씨티 등 글로벌 IB들은 같은 금융그룹 계열사나 다른 증권사에 빌려준 주식이 반환되기 전에 이를 매도하는 ‘무차입 공매도’를 벌이다가 최근 적발됐다. 현행법에서는 주식을 빌려서 매도하는 ‘차입 공매도’만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빠르게 편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엄 및 탄핵 정국의 영향으로 작년 4분기(10∼12월) 석 달간의 경제성장률이 0.2%를 밑돌 가능성이 커진 만큼 통화정책 이외의 경기 부양책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16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 방향 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에서 “한은 입장에서는 (추경을) 지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어려운 자영업자를 골라 타깃해서 하는 게 바람직하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전 국민 25만 원 지원금’에 반대 의견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외부 요인으로 둔화된 성장률을 보완하려면 15조∼20조 원 규모의 추경이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수치까지 언급했다. 그는 “추경을 통해 성장률을 인위적으로 올리는 게 아니라 외부 요인으로 둔화된 수준을 보완하자는 것”이라며 “시기 면에서는 가급적 빨랐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가 추경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성장률이 더욱 낮아질 여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는 “이달 초까지의 데이터를 보니 소비, 내수, 건설경기 등의 (수치가) 예상보다 많이 떨어지고 있다”며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당초 전망치인 0.4%가 아니라 0.2%보다도 밑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고 했다. 이 총재는 정치 갈등이 얼마나 지속되느냐에 따라 계엄 사태가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올해 1분기(1∼3월) 이후 성장률이 어떻게 변할지는 정부가 재정정책을 쓸 것인지, 헌법재판소 프로세스가 정상화될 것인지 등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진단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국제 유가가 하루에만 3% 넘게 오르면서 지난해 8월 중순 이후 최고치로 올라섰다. 전쟁 리스크가 완화됐으나 미국의 대(對)러시아 제재, 미국 내 원유량 감소 등의 요인이 유가 상승을 부추겼다. 1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일 대비 2.54달러(3.28%) 오른 80.04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WTI 선물 가격이 배럴당 80달러를 넘은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3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배럴당 82.03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2.11달러(2.64%) 상승했다. 미국 정부가 이달 10일 러시아 석유회사, 러시아산 석유 수송업체 등을 제재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국제 유가는 계속해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15일 휴전 협상 타결로 원유 공급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들었지만, 미국발(發) 유가 이슈를 잠재우지는 못했다. 미국의 원유 재고량 감소로 인해 전 세계 원유 공급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유가를 끌어올렸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미국 원유 재고가 2022년 4월 이후 가장 적은 양의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국제 유가 상승에 국내 유가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16일 L당 1711.73원으로 나타났다. 심수빈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당분간 국제 유가는 적은 재고와 상반기(1∼6월) 중 지속적인 재고 유출로 인해 상승 가능성이 우세할 것”이라며 “계절적인 공급 차질 가능성, 러시아 제재 여파 등이 공급 불안을 수시로 높일 수도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한국의 일하는 노인 수 자체는 다른 나라들보다 많은 편이며 지금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60세 이상 취업자는 고용시장 성장세를 견인했고 그 결과 한국은 모든 연령대 중 60세 이상 취업자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됐다. 하지만 문제는 ‘영 올드’가 산업 현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살려 활동하는 선진국과 달리 한국 고령층 대부분은 평생 경력과 무관한 단순 노무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일하는 60세 이상 고령층은 1년 전보다 29만8000명 불어난 677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전체 취업자 수는 12만3000명 늘었는데, 2.4배에 달한다. 그 결과 지난해 60세 이상은 1982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취업자 수가 가장 많은 연령대로 올라섰다. 10여 년 전만 해도 일하는 노인을 찾아보기 어려웠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2013년 9월까지 60세 이상은 10대를 제외하면 취업자 수가 가장 적은 연령대였다. 하지만 그해 10월 20대 취업자를 뛰어넘기 시작하더니, 2020년 9월 30대, 2023년 5월 40대를 차례로 제쳤고 지난해 9월에는 50대보다도 많아졌다. 지금은 전체 취업자의 4명 중 1명(23.5%·지난해 11월 기준)이 60세 이상이다. 세계적으로도 한국은 고령층의 경제활동이 활발한 나라로 꼽힌다. 2003년엔 65세 이상 10명 중 3명(28.6%)만 일을 하거나 일을 구하는 등 경제활동을 했는데, 2023년엔 38.3%로 껑충 뛰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003년에도 1등, 2023년에도 1등이다. 2위인 일본과의 격차는 2003년(일본 20.2%) 8.4%포인트였다가 2023년(일본 25.7%) 12.6%포인트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처우는 여전히 열악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2분기(4∼6월) 65세 이상 임금 근로자가 가구주인 가구 중 월평균 근로소득이 100만 원 미만인 가구의 비율은 46.7%로 절반에 달했다.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65세 이상 근로자 중 절반 가까이는 일해서 받는 돈이 한 달에 100만 원도 안 된다는 의미다. 고령 근로자 절반이 일하는 이유로 ‘생계 유지’를 꼽고 있는 점 역시 일해도 가난한 노인들이 여전히 많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지연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중년기 이후 취업자들은 육체적 단순노동에 종사하고 있다”며 “노동 공급이 점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중장년층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들을 개선해 직무의 연속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한국은행이 경기 둔화에 대응하는 수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은 물가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를 내놨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을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에 따르면 한은은 물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추경 규모를 묻는 서면 질의에 “경기 둔화에 대응하는 정도의 추경 편성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자극할 가능성은 낮다”고 답했다. 한은은 “정부가 농산물 수급 안정, 공공요금 인상 요인 최소화 등 물가 안정 대책을 추진 중인 점도 추경의 인플레이션 자극 효과를 제한하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한은은 “물가 안정을 저해하지 않는 수준의 추경 규모를 일률적으로 제시하기는 어렵다”며 “추경이 물가에 미치는 구체적인 영향은 지출 형태, 시기, 경제 상황 등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추경은 수요를 늘려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운다. 올해 한국 경제가 잠재성장률 추정치인 2%에도 못 미치는 경제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계속 추경 편성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의힘은 정부와 함께 역대 최고 수준의 예산 조기 집행을 통해 경제 상황을 점검한 후 선제적으로 추경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해 말 “경기를 소폭 부양하는 정도의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가 원장을 맡고 있는 민간 연구기관인 국가미래연구원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7%로 제시했다. 골드만삭스, 바클리 등 글로벌 투자은행(IB) 8곳의 평균 전망치인 1.70%보다 0.03%포인트 낮은 수준이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