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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센 상법 개정안’이라고 불리는 2차 상법 개정안이 여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등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법안이 연이어 국회 문턱을 넘어서면서 재계 불안을 키우고 있다.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을 담은 2차 상법 개정안이 25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재석 의원 182명 중 찬성 180표, 기권 2표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으로 반대했던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24시간 필리버스터에서 상법 개정안이 기업 자율성을 무력화하고 소수 투기자본이 부당하게 개입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는 ‘기업 옥죄기’ 법안이라고 비판했다.이번 2차 상법 개정안은 자산 2조 원 이상의 상장사에 대해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선출 대상을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소액주주 권리를 강화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지만, 재계에서는 자칫하면 행동주의펀드 등 외부 세력의 이사회 진입을 허용해 경영권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재계는 “경영권 위험 노출에 대한 재계의 우려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경제 8단체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1차 상법 개정 한 달 만에 2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반발했다. 민주당은 여기에 더해 9월 중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을 담은 3차 상법 개정안 통과를 예고하고 있다.이날 상법 개정안 통과로 21일 방송문화진흥회법 처리를 시작으로 한국교육방송공사법, 노란봉투법 등 4박 5일에 걸친 민주당의 ‘입법 마이웨이’가 마무리됐다. 국민의힘은 상법과 노란봉투법 등을 겨냥해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어버리고 기업을 해외로 내쫓으면서 결국은 대한민국 경제를 뒤흔드는 경제내란”이라고 비판했다.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대상 확대를 담은 2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기업들의 경영권 지키기에 비상이 걸렸다. 행동주의 펀드 등 외부 세력의 경영권 공격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기업들은 “투기 자본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2조 이상 상장사 51% 경영권 불안 노출25일 경제 8단체는 2차 상법개정안 통과 직후 공동 입장문을 내고 “이번 상법 개정으로 경영권 분쟁 및 소송 위험이 증가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입법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균형 있는 입법에 힘써 달라”고 밝혔다. 경제 단체들은 주주에게 이사 후보 수만큼 투표권을 부여하고 특정 후보를 몰아 줄 수 있는 집중투표제를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출 대상을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늘리면서 이사회 구성에서 대주주의 힘이 크게 약화했다고 지적했다. 가령 지금까지는 전체 이사 중에서 감사위원으로 선임되는 1명의 이사에 대해서만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됐다. 하지만 2차 상법 개정으로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 감사위원이 2명으로 늘어났다. 여기에 집중투표제 의무화로 특정 후보에게 표 몰아주기까지 가능해지면서 주주 연합이 마음만 먹으면 감사위원 2인을 포함해 최소 3명의 이사를 이사회에 진입시킬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동아일보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 이번 2차 상법 개정으로 자산 2조 원 이상의 상장사 204곳 중에서 104곳(51.0%)은 경영권이 불안(위험 또는 경계)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51%의 상장사는 최대 주주 외에 외부 주주 연합(지분 5% 이상)의 추천 후보가 이사회의 3분의 1 이상을 장악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대 주주의 지분율이 낮은 지주사의 경우 전체 31곳 중 25곳(80.6%)이 경영권 불안에 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재계는 이로 인해 행동주의 펀드나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되게 됐다면서 우려를 나타냈다. 외부 세력이 이사회에 발을 들여놓거나 경영권을 뒤흔들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상적인 경영 활동에 차질을 빚을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정우용 상장협 부회장은 “외부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차등의결권이나 포이즌필 등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野 “경제 내란법” vs 與 “자사주 소각 의무화 9월 추진”범여권에서 2차 상법 개정안을 일방 처리하자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과 더 센 상법은 우리 경제 질서에 막대한 후폭풍을 불러올 경제 내란 법”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 법이 가장 두려운 것은, 우리 기업들의 해외 엑소더스(대탈출)”라며 “이재명 정권은 이러한 재계의 피 끓는 호소가 전혀 들리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상법과 노란봉투법, 방송3법 등 이번 달 민주당이 밀어붙여 통과시킨 쟁점 법안에 대해 헌법소원을 포함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반면 민주당에선 “주식시장의 활성화를 기대한다”는 환영 메시지가 나왔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드디어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가 왔다”며 “과도한 부동산 의존에서 벗어나 기업과 주주가 함께 성장하는 건강한 시장 생태계가 조성되길 기대한다”고 했다.민주당은 3차 상법 개정에 해당하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 입법 작업에도 착수했다. 민주당 코스피5000특위 위원장인 오기형 의원은 이날 토론회를 열어 “9월 정기국회에서 전문가들의 말씀을 듣고 법안을 다듬으며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자사주의 원칙적 소각이 주주 환원 정책에 부합한다는 입장이다. 재계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현실화되면 그나마 남아 있던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 수단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조권형 기자 buzz@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미(對美) 추가 투자 계획을 밝힌 TSMC나 마이크론 등의 반도체 기업에 대해서는 보조금 지급에 따른 지분 인수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다른 반도체 기업들에도 추가 투자를 압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1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행정부의 한 관계자는 “상무부는 미국에 투자를 늘리고 있는 TSMC와 마이크론 같은 회사의 지분을 인수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공약을 이행하지 않은 업체는 보조금을 받는 대가로 정부에 지분을 제공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미국의 보조금을 받는 반도체 기업들에 그 대가로 지분을 요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 임기 내 추가 투자 계획을 밝힌 기업에 대해서는 이를 예외로 해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TSMC와 마이크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투자 규모를 늘리기로 했지만,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은 전임인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투자 계획을 밝힌 뒤 추가 계획을 아직 내놓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메시지는 지분 인수를 무기로 반도체 업체들에 대해 노골적으로 대미 투자 압박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 때 미국은 반도체법에 따라 TSMC에 66억 달러, 마이크론에 62억 달러, 삼성전자에 47억5000만 달러 등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바이든 행정부가 아무런 대가 없이 반도체 기업들에 돈을 퍼주려 했다고 비판해 왔다. 실제로 반도체 지원금을 축소하려는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미 행정부가 반도체법 예산에서 최소 20억 달러를 빼내 희토류 등 중요 광물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중국에 대한 자원 의존도를 줄이려는 목적인데, 이 방안이 실제 실행되면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에 돌아갈 보조금이 줄어들 수 있다. 앞서 미 행정부는 첨단무기 생산에 필수인 희토류 공급을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판단하에 미 국방부가 희토류 업체 MP머티리얼스에 직접 투자하는 등 대응에 나선 바 있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반도체 보조금을 광물 프로젝트에 쓰는 건 반도체 산업이 게르마늄, 갈륨 및 기타 필수 광물의 풍부한 공급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며 “미 행정부는 (이 같은 자금 전환이) 반도체법의 정신에 부합한다고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27억 달러에 달하는 칩스법 자금 운용에 있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에게 더 큰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마이크로소프트와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 기업인 테라파워의 창업자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이 한국을 방문해 차세대 원전 기술과 에너지, 바이오 분야 협력을 본격화했다. 국내 주요 기업 수장들과 경제 부처 장관까지 연쇄 회동하며 한미 기업간 협업 가능성을 논의했다.22일 재계에 따르면 게이츠 이사장은 21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만찬 회동을 시작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만남을 가졌다. 게이츠 이사장은 22일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이 회장과 오찬을 함께 하며 글로벌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두 사람은 게이츠재단이 저개발 국가를 위해 2011년 시작한 위생 화장실 보급 프로젝트 ‘RT’를 위해 협업한 인연이 있다.게이츠 이사장은 또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이날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을 만나 나트륨 원자로의 글로벌 공급망 확대 및 상업화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 이번 회동은 3월 양사가 ‘나트륨 원자로 상업화를 위한 제조 공급망 확장 업무협약’을 체결한 지 5개월 만이다. 테라파워의 나트륨 원자로는 기존 원자로 대비 40% 적은 핵폐기물을 배출하면서도 높은 열효율과 안전성을 가진 4세대 SMR이다. HD현대는 이 SMR의 핵심 부품인 원자로 용기를 공급할 예정이다. 게이츠 이사장은 이날 김정관 장관과도 회동을 가졌다.게이츠 이사장은 전날에는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최 회장과 만찬을 갖고 SMR 기술 개발 및 상업화 관련 협력 방안을 협의했다. SK그룹은 2022년 8월 테라파워에 2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2대 주주가 됐으며 백신 분야에서도 10년 넘게 협업해왔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미국 행정부가 미국 투자를 늘리는 반도체 기업에 대해서는 보조금 지급에 따른 지분 인수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 행정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에 투자를 늘리고 있는 TSMC와 마이크론 같은 회사의 지분을 인수할 생각은 없다”며 “하지만 공약을 이행하지 않은 업체는 보조금을 받는 대가로 정부에 지분을 제공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미 행정부가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 지원을 빌미로 미국 내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반도체 기업들의 지분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반도체 업체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한 발 물러 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외신 등은 TSMC 경영진이 미 행정부가 회사 지분 인수에 나설 경우 66억 달러에 달하는 보조금을 받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현금이 풍부한 상황에서 미 행정부에 지분까지 넘겨주면서 보조금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업계의 강력한 반발이 미국에 대한 투자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자, 미국 정부가 결국 수습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앞서 로이터통신 등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반도체지원법에 따라 보조금을 받는 반도체기업들의 지분을 미국 정부가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러트닉 장관은 지난 19일 CNBC와 인터뷰에서도 정부가 인텔의 지분 10%를 인수하기 위해 협상 중임을 확인한 뒤 “행정부가 다른 회사의 지분 인수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TSMC 마이크론 삼성전자 등 미국 현지에 반도체 공장을 지으면서 지원금을 받는 기업들이 미 행정부의 지분 인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기인 지난해 12월 미 상무부는 반도체법에 따라 TSMC에 66억 달러(약 9조2000억 원), 마이크론에 62억 달러(약 8조6000억 원), 삼성전자에 47억5000만 달러(6조6000억 원) 등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계약을 해당 기업들과 맺었다.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반도체 업계에서는 “보조금 지급을 빌미로 지분을 내놓으라는 것은 사실상 ‘주식 강탈’”이라면서 “경영권 간섭이자 투자 자유 침해”라고 반발했다. 미 행정부가 법적으로 지급이 확정된 보조금을 주지 않기 위해 꼼수를 부린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미 행정부가 수습에 나섰지만, 아직 공식적인 입장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 반도체 업계 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물에 빠지려는 사람을 구해 주려고 하는데 보따리부터 내놓으라는 격이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석유화학 구조조정 지원에 착수하며 석유화학 업계를 향해 “안일한 인식에 정부로서 유감을 표한다”며 거세게 비판했다. 석유화학 업계에서 정부의 ‘선(先) 자구 노력, 후(後) 정부 지원’ 방침에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당국은 동시에 금융권엔 구조조정 확정 전까지 기존 여신을 유지해달라고 요청했다. 위기에 처한 석화업계의 ‘생명줄’인 자금 수혈 논의가 시작됐다. 금융권에 따르면 업계의 석유화학 관련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약 32조 원에 이른다. 단일 산업 기준 익스포저 규모가 상당한 만큼 구조조정이 시장에 미칠 영향도 크다.● 당국 “비 올 때 우산 뺏는 행동 자제”금융위원회는 21일 5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과 한국산업은행, IBK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과 함께 ‘석유화학 사업 재편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권 부위원장은 “지금은 얼어붙은 강을 건너는 때”라며 “줄을 묶고 함께 건너면 정부가 손을 잡아주겠지만 홀로 걸어가면 얼음이 깨질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부위원장은 “자기 뼈를 깎는 자구 노력과 구체적이고 타당한 사업재편 계획 등 원칙에 입각한 ‘행동’을 보여달라”며 “스웨덴 말뫼의 조선업체 코쿰스가 문을 닫으면서 대형 크레인을 1달러에 현대중공업에 넘긴 ‘말뫼의 눈물’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지원에 무임 승차하려는 석화기업은 대출 등 금융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강력한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지원을 받을 수 있음을 강조한 것. 금융위는 석화업계에 회사채 등 시장성 차입 문제 해결 방안을 연말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부위원장은 금융권을 향해선 “사업재편 계획이 확정될 때까지는 기존 여신 회수 등 비 올 때 우산을 뺏는 행동은 자제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금융권은 기업과 대주주의 자구 노력과 사업재편 계획 타당성이 인정되면 ‘채권 금융기관 공동 협약’을 통해 지원에 나서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기업이 협약에 따라 금융 지원을 신청할 경우 기존 여신을 유지하는 걸 원칙으로 하되, 구체적인 내용이나 수준은 기업-채권금융회사 간 협의에 따라 결정하기로 했다.● 日의 ‘정부 주도 기업 통폐합’, 대안으로 부상 벼랑 끝에 내몰린 한국 석화업계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정부가 좀 더 주도권을 쥐고 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들의 자발적인 생산 감축 유도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과거 일본이 보여줬던 ‘정부 주도의 기업 통폐합 모델’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A기업 관계자는 “일본은 1980년 이후 3차례의 구조조정을 실시했는데, 통합 및 감산에 대한 제도 및 세제 인센티브 등이 유효하게 작용했다”며 “한국도 민간 기업의 자율적인 구조조정에 기대기보다 정부의 적극적인 유인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일본 정부의 대표적인 유인책은 2005년에 도입된 유한책임사업조합(LLP)이다. 복수 기업이 공동으로 출자해서 핵심 설비를 함께 운영할 수 있지만, 법인격이 없어 상법과 공정거래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즉각적인 통합에 용이하다. 인수합병(M&A)을 할 때 취득세나 법인세 등을 감면해주는 등 세제 혜택도 해법으로 거론된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나 기업안정기금 등 각종 기금을 동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다만 이 경우 국민 세금으로 한계 기업을 살린다는 비난을 받을 수는 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하만이 시스템통합(SI) 사업을 인도의 정보기술(IT) 업체인 위프로(Wipro)에 매각한다고 21일 밝혔다.하만은 이날 위프로에 SI 사업을 담당하는 DTS(Digital Transformation Solutions) 사업부를 매각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외신 등에 따르면 매각 금액은 7000억 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이번 계약에 따라 하만은 미국, 유럽, 아시아 등의 18개 거점, 5600여명의 인력을 위프로에 인도한다. 이번 인수 절차는 연내 마무리될 예정이다.하만은 핵심 사업인 전장 및 오디오의 사업 경쟁력 강화와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비주력 사업인 DTS사업부를 팔기로 했다. 하만은 최근 오디오 사업 강화를 위해 여러 인수에 나섰다. 올 5월 오디오 사업 강화를 위해 럭셔리 오디오 브랜드 바워스앤윌킨스(Bowers & Wilkins, B&W)와 함께 데논(Denon), 마란츠(Marantz) 등을 보유한 미국의 마시모 오디오 사업부를 약 5000억 원에 인수했다. 2023년 11월에는 음악 관리, 검색 및 스트리밍 플랫폼 룬(Roon)을 인수하기도 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물에 빠지려는 사람을 구해주려고 하는데 보따리부터 내놓으라는 격이다.”금융당국이 석유화학 구조조정 지원에 착수하며 석유화학업계를 향해 “안일한 인식에 정부로서 유감을 표한다”며 거세게 비판했다. 석유화학업계에서 정부의 ‘선(先) 자구노력, 후(後) 정부 지원’ 방침에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당국은 동시에 금융권엔 구조조정 확정 전까지 기존 여신을 유지해달라고 요청했다.위기에 처한 석화업계의 ‘생명줄’인 자금 수혈 논의가 시작됐다. 금융권에 따르면 업계의 석유화학 관련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약 30조 원에 이른다. 단일 산업 기준 최대 수준으로 꼽히는 만큼 구조조정이 시장에 미칠 영향도 크다.●당국 “비 올 때 우산 뺏는 행동 자제”금융위원회는 21일 5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과 함께 ‘석유화학 사업재편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금은 얼어붙은 강을 건너는 때”라며 “줄을 묶고 함께 건너면 정부가 손을 잡아주겠지만 홀로 걸어가면 얼음이 깨질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부위원장은 “자기 뼈를 깎는 자구노력과 구체적이고 타당한 사업재편계획 등 원칙에 입각한 ‘행동’을 보여달라”며 “스웨덴 말뫼의 조선업체 코쿰스가 문을 닫으면서 대형 크레인을 1달러에 현대중공업에 넘긴 ‘말뫼의 눈물’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정부의 지원에 무임 승차하려는 석화기업은 대출 등 금융을 지원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강력한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지원을 받을 수 있음을 강조한 것. 금융위는 석화업계에 회사채 등 시장성 차입 문제 해결방안을 연말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권 부위원장은 금융권을 향해선 “사업재편 계획이 확정될 때까지는 기존여신 회수 등 비 올 때 우산을 뺏는 행동은 자제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금융권은 기업과 대주주의 자구 노력과 사업재편 계획 타당성이 인정되면 ‘채권 금융기관 공동 협약’을 통해 지원에 나서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기업이 협약에 따라 금융 지원을 신청할 경우 기존 여신을 유지하는 걸 원칙으로 하되, 구체적인 내용이나 수준은 기업-채권금융회사 간 협의에 따라 결정하기로 했다.●日의 ‘정부 주도 기업 통폐합’, 대안으로 부상벼랑 끝에 내몰린 한국 석화업계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정부가 좀 더 주도권을 쥐고 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들의 자발적인 생산 감축 유도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석유화학업계에서는 과거 일본이 보여줬던 ‘정부 주도의 기업 통폐합 모델’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A기업 관계자는 “일본은 1980년 이후 3차례의 구조조정을 실시했는데, 통합 및 감산에 대한 제도 및 세제 인센티브 등이 유효하게 작용했다”며 “한국도 민간 기업의 자율적인 구조조정에 기대기보다 정부의 적극적인 유인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일본 정부의 대표적인 유인책은 2005년에 도입된 유한책임사업조합(LLP)이다. 복수 기업이 공동으로 출자해서 핵심 설비를 함께 운영할 수 있지만, 법인격이 없어 상법과 공정거래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즉각적인 통합에 용이하다.인수합병(M&A)을 할 때 취득세나 법인세 등을 감면해주는 등 세제 혜택도 해법으로 거론된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나 기업안정기금 등 각종 기금을 동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다만 이 경우 국민 세금으로 한계 기업을 살린다는 비난을 받을 수는 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최근 20년간 한국의 상위 10대 기업과 주력 수출 품목이 크게 바뀌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기업들이 산업계 지형을 완전히 바꾸는 글로벌 흐름과는 대조적인 현상이다. 이런 상황을 초래한 이면에 보호 중심의 기업 규제와 한발 늦은 산업 포트폴리오 전환이 있는 만큼 앞으로 성장에 맞춘 산업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년째 그대로 한국 기업20일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제인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에서 기업성장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한 기업성장포럼의 첫 회의를 열고, 한국 경제의 역동성 저하 원인과 개선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20년째 한국 상위 10대 기업과 10대 주요 수출품목의 변동이 없다”며 “산업의 고착화 현상이 한국 경제 성장 둔화를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상의 등에 따르면 자산총액 기준 국내 상위 10대 기업 중 8곳이 20년 전과 동일하다. 삼성은 20년 내내 1위를 지켰고 SK·현대자동차·LG·롯데·포스코·한화·GS는 순위만 소폭 바뀌었을 뿐 자리를 유지했다. 이 시기 10대 기업에서 이탈한 곳은 KT와 한진 등 두 곳이며, HD현대와 농협이 새로 진입했다. 신규 진입한 곳 역시 오래된 기존 대기업이다. 수출 품목으로 봐도 반도체와 자동차가 한국의 수출 품목 1, 2위를 20년째 지켰고, 무선통신기기·선박·석유제품·자동차부품 등도 이 기간 10위권을 유지했다. 이는 ‘매그니피센트 7(M7)’으로 대표되는 빅테크 기업들이 미국의 산업 지형을 바꾼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은 지난 20년 동안 마이크로소프트 한 곳을 제외하면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 중 9곳이 바뀌었다. 20년 전 그래픽 카드 제조사였던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제조사로 탈바꿈하면서 글로벌 시총 1위 업체가 됐다. 2000년대 초반 신생 기업이었던 알파벳(구글 모기업), 메타, 테슬라는 주류 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20년 동안 미국의 핵심 산업도 자동차, 가전, 철강에서 AI, 로봇, 플랫폼 비즈니스로 바뀌었다. ● 혁신 막는 갈라파고스 규제 기업성장포럼은 한국에서 혁신 기업이 나타나지 않는 이유로 한국만의 ‘갈라파고스 규제’를 꼽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정치 논리로 신규 시장 형성이 막힌 플랫폼택시법(일명 ‘타다금지법’), 핀테크 성장을 저해하는 물리적 ‘망분리’ 등이다. 기업들의 신규 산업 전환 실패도 한국 경제가 ‘고인물’이 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최근 이슈로 떠오른 석유화학 구조개편이 대표적이다. 고부가가치 소재 화학업으로 진출하기보다는 범용 제품의 생산 투자를 늘리며 문제가 커졌다는 것이다. 기업이 성장할수록 규제가 늘다 보니 예전 같으면 대기업으로 성장할 기업들이 중소·중견 기업 단계에 머무르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곽관훈 한국중견기업학회장은 “대기업에 가까운 중견기업은 재정 지원보다 규제 완화 등의 제도적 지원이 더 절실하다”며 “일정 조건을 갖춘 우량 중견기업이 사업다각화를 추진할 때는 지주회사 규제를 완화하는 등 지원 방안을 검토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최근 6년 동안 국내 청년 인구(만 15∼29세)는 91만 명 줄었다. 하지만 일할 의사 없이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 청년은 오히려 늘어나는 중이다. 고학력 청년이라고 해서 이런 현상에서 예외가 아니다. 서울 소재 대학의 디스플레이 학과 석사 과정에 재학 중인 노모 씨(27)는 불투명한 미래에 불안해하고 있다. 주요 대기업 디스플레이 업체는 몇 년 동안 학사 공채가 없었다. 석박사로 졸업하더라도 채용 연계 외에는 모집이 거의 없다. 노 씨는 “공채가 뜸해 졸업 후 취업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경력직 위주 채용 시장에 좌절감을 토로하는 취업자들도 늘고 있다. 지난해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김모 씨(28)는 “기업의 경력직 선호에 신입이 설 자리가 없다”며 “중소·중견기업으로 눈높이를 낮춰도 취업 문을 뚫기 어려운 것은 매한가지”라고 전했다.● 청년 감소에도 늘어나는 ‘쉬었음’ 청년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청년 인구(만 15∼29세)는 2019년 906만 명에서 지난해 815만 명으로 약 91만 명 줄었다. 문제는 청년이 이렇게 줄어들어도 취업 경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운영하는 온라인 고용서비스 플랫폼 ‘고용24’의 지난달 구인배수는 0.40으로 2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구인배수는 신규 구직 인원 대비 구인 인원의 비율로, 구직자 1명당 일자리가 0.4개에 불과하다는 뜻이다.일자리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취업 활동에 나서지 않는, 이른바 쉬었음 청년이 늘고 있다. 2019년 36만 명에서 지난해 42만1000명으로 6만1000명 증가했다. 특히 대졸 이상의 쉬었음 청년 비중이 빠르게 늘었다. 지난해 전체 쉬었음 청년 중 41.3%가 대졸자였다. 이는 사상 최대치다. 가장 큰 원인은 국내외 경기 침체로 인해 일자리가 전반적으로 줄고 있는 점이 꼽힌다. 특히 300인 이상 대형 사업체가 늘리는 양질의 일자리 개수가 빠르게 줄고 있다. 이 일자리를 노리는 고학력자들이 아예 취업 활동을 그만두는 것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올 5월 발표한 ‘청년층 쉬었음 인구 증가 원인과 최근의 특징’ 보고서는 최근 대졸 이상 고학력 쉬었음 인구 비중이 크게 증가한 이유에 대해 “고학력 청년층의 눈높이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가 점점 부족해지면서 일자리 미스매치가 강화되었기 때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의 경력직 선호 현상도 대졸 이상 쉬었음 청년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대학 졸업 후에 취업 활동 대신 기업들이 원하는 경험을 쌓으면서, 취직을 준비하는 시기가 길어진다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국내 전체 채용 공고 중 경력직만을 대상으로 한 채용 공고 비율이 10건 중 8건이 넘는 82.0%에 달했다. 신입과 경력 직원을 모두 뽑겠다는 채용 공고는 15.4%, 신입 직원만 뽑겠다는 공고는 2.6%였다.● 대통령실 “청년 창업·취업 장벽 낮춰야” 전문가들은 청년층의 취업 문제가 잠재 성장률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고학력자들이 취업을 미루면 가뜩이나 열악한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더 악화될 수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이날 최근 5년 동안 쉬었음 청년으로 생긴 경제적 비용이 44조5000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2030 청년들이 경력이 없어 취업이 안 되고, 취업을 못 해 경력이 없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며 “창업과 취업의 장벽을 낮추고 주거 안정과 복지 확대에 더해 청년들이 직접 정책 수립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문을 넓힐 때”라고 말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청년층에서 구직에 대한 희망이 꺾이면서 국가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2022년 서울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이모 씨(30)는 지난해까지 꼬박 3년 동안 구직 활동을 했지만 취업에 실패했다. 무역 분야 구직을 위해 자격증을 따고 자기소개서를 준비했지만 그에게 취업문은 열리지 않았다. 결국 대기업 취업을 포기한 이 씨는 “당분간 아르바이트를 할 계획이다. 너무 늦었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구직 활동도, 일할 의사도 없는 ‘쉬었음’ 청년 중에서 대졸 이상 비중이 역대 최대로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양질의 일자리가 줄면서 고학력자 위주로 취업을 포기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동아일보가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쉬었음 청년 42만1000명 중 대학교 이상 청년이 17만4000명에 달했다. 전체 쉬었음 청년 가운데 41.3%가 대학교 이상이란 뜻이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사실상 기업 채용이 일시 중단됐던 2020년 41.1%를 웃도는 사상 최대치다.국내의 고학력 쉬었음 청년 비중은 2022년 34.1%까지 떨어졌지만 2023년과 2024년 2년 동안 7%포인트 이상 오르는 등 가파르게 늘고 있다. 이 기간 동안에 좋은 일자리의 기준이 되는 300인 이상 대형 사업체의 일자리 증가 폭은 2022년 18만2000명에서 2023년 9만 명, 2024년 5만8000명으로 빠르게 줄었다. 좋은 일자리가 줄면서 구직 활동을 포기하는 고학력 청년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그간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던 대기업들이 국내외 경기 악화의 여파로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청년들은 취업전선에 뛰어들기보다 관망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업들이 신입사원보다 경력사원 채용을 선호하는 것도 쉬었음 청년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대통령실은 청년 고용률 하락 문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19일부터 청년담당관 2명이 출근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앞으로 이재명 정부의 청년정책 및 제도 개선 등에 참여할 예정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가뜩이나 저출산인 상황에서 경제 활동을 포기하는 청년이 늘어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이들이 방치될 경우 경제 비효율을 넘어 다양한 종류의 사회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구직 활동도, 일할 의사도 없는 ‘쉬었음’ 청년이 48만 명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한 경제적 비용이 연평균 10조원이 넘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18일 한국경제인협회가 이미숙 창원대 교수에게 의뢰한 ‘쉬었음 청년 증가에 따른 경제적 비용 추정’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2019∼2023년 쉬었음 청년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은 총 53조3998억 원으로 추정했다. 연도별로 2019년 8조8969억 원, 2020년 11조4520억 원, 2021년 10조3597억 원, 2022년 11조1749억 원, 2023년 11조5163억 원 등 증가세로 나타났다.지난 2023년 쉬었음 청년은 48만1000명에 달했다. 2019년(43만2000명)에 비해 5년 만에 5만 명 가까이 증가했다. 쉬었음 청년 규모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20년 53만8000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감소세를 보였으나, 2023년 다시 증가했다.보고서는 쉬었음 청년과 가장 유사한 특성을 지닌 취업 청년의 임금 수준을 그들이 잠재적으로 받을 수 있었던 소득으로 간주하는 방식으로 경제적 비용을 산정했다. 취업 청년의 약 80% 수준으로, 2019년 155만100원(80.0%)에서 2023년 179만5600원(82.7%)으로 증가했다. 보고서는 “쉬었음 청년의 예상 소득이 취업 청년의 평균 임금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적지 않은 금액”이라며 “높은 소득을 받을 수 있는 청년들이 쉬었음 상태에 빠지면서 경제적 비용을 유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쉬었음 청년에 따른 경제적 비용이 증가한 것은 이들의 절대적인 규모와 함께 고학력 비중도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학교 이상 학력의 ‘쉬었음’ 청년은 2019년 15만9000명에서 2023년 18만4000명으로 증가했고 그 비중은 36.8%에서 38.3%로 상승했다.이에 대해 보고서는 “고학력 청년이 경기 상황이나 시장 여건에 따라 신중하게 일자리 진입을 결정하는 등 탄력적으로 반응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쉬었음 청년이 유발하는 경제적 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우려하면서, 이들의 경제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청년의 쉬었음 상태에 대한 조기 발견과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핵심”이라며 “쉬었음 청년을 체계적으로 발굴하고 취업으로 연계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무기력 극복 프로그램’, ‘청년 회복형 근로장학제도’ 등 이들의 심리적 회복과 경제활동 촉진을 지원하는 맞춤형 프로그램도 마련도 필요하다고 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5일 미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했다. 지난달 29일 김포공항에서 워싱턴으로 출국한 뒤 17일 만이다.이날 자정이 넘은 시각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이 회장은 출장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내년 사업 준비하고 왔습니다”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출장 내용이나 향후 투자 계획 등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현장을 떠났다.경제계에서는 이 회장의 방미 성과에 주목하고 있다. 출장 기간 이 회장은 신사업 발굴과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 등을 위해 현지 빅테크 및 글로벌 경영인들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 출국 전날 삼성전자는 테슬라와 역대 최대인 23조 원 규모 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맺고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에서 테슬라 차세대 인공지능(AI)칩인 ‘AI6’를 생산하기로 했다. 또 이 회장이 미국에 있는 동안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에서 애플의 차세대 칩을 생산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이 회장이 미국에 있던 지난달 31일엔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15%로 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 한미 통상협상이 타결됐다. 이 회장은 삼성의 네트워크를 총동원하고 반도체 공급망 협력을 내세워 이번 협상에 힘을 보탠 것으로 전해졌다.이 회장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10대 그룹 총수들과 함께 이날 오후 8시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민 임명식에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오는 24~26일 한미 정상회담의 경제사절단으로 동행, 9일만에 다시 미국을 찾을 예정이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LG전자에서 자동차 전장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는 올해 2분기(4∼6월)에 분기 사상 최고 실적을 찍었다. 글로벌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에도 불구하고 주요 완성차 업체들과 돈독한 협력 관계를 유지했던 게 실적 상승의 바탕이 됐다.14일 LG전자에 따르면 VS사업본부의 올해 2분기 매출은 2조8494억 원, 영업이익은 1262억 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5.8%, 영업이익은 52.4% 늘었다. 전기차 캐즘 등으로 인한 전장 사업 부진 우려가 컸지만 이 같은 성과를 낸 것이다. LG전자의 VS사업본부는 현대차·기아를 비롯해 도요타,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포드, 혼다, 닛산 등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과 협력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자동차 업체는 모두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 상위 10위에 이름을 올렸으며, 지난해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55%를 책임졌다. LG전자가 자동차 전장 부품에서 강점을 보이는 데는 과거 스마트폰을 직접 개발했던 경험이 큰 역할을 했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LG전자의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의 기술력을 높게 평가하는데, 이는 사실상 스마트폰의 확장판이다. 차량용 디스플레이, 통신, 소프트웨어, UI(사용자 인터페이스)·UX(사용자 경험), 콘텐츠 등이 결합해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글로벌 자동차 전장 업체 중에서 스마트폰 개발 경험이 있는 곳은 LG전자와 삼성전자(하만카돈)가 유이하다. 과거부터 진행된 과감한 투자가 빛을 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LG전자는 2013년 전장 사업을 미래 핵심 먹거리로 선정하고 VS사업본부를 신설했다. 이후 2018년 오스트리아의 차량용 조명 업체인 ZKW 인수(1조4400억 원), 2021년 캐나다 전기차 부품 업체인 마그나와 합작법인(LG마그나e파워트레인) 설립, 같은 해 이스라엘 자동차 보안 업체인 사이벨럼(1458억 원) 인수 등 전장 관련 투자 폭을 넓혀 왔다. 이 같은 투자는 최근 전장 사업의 미래 먹거리로 불리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에서도 LG전자가 우위를 보이는 이유로 꼽힌다. SDV는 인포테인먼트에 자율주행·제동·배터리·조명·보안 등의 소프트웨어 기능을 모두 포함한다. LG전자는 SDV 관련 분야를 모두 섭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LG전자는 단순한 자동차 부품사가 아닌 SDV 관련 솔루션 제공이 가능하기 때문에 협업하기 유리한 파트너”라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의 오랜 협력 관계도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석유화학 업계가 합심해서 자발적인 사업 재편에 참여해야 합니다. 무임 승차하는 기업은 범부처 차원에서 단호하게 대응하겠습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4일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 거제조선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 말이다. 글로벌 공급과잉 위기에 에틸렌 생산업체 여천NCC를 두고 공동 대주주인 한화그룹과 DL그룹이 서로의 이익을 앞세우면서 갈등을 벌이자 정부가 뒤늦게 경고에 나선 모양새다. 한국의 석유화학 산업은 지난 수십 년간 한국 수출의 견인차 역할을 해 왔다. 중국의 산업 발전에 맞춰 2010년대에는 사상 최대 실적을 내기도 했지만, 채 10년도 지나지 않아 매년 적지 않은 손실을 내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이유는 명확하다. 그동안 한국 석유화학 제품의 최대 수출처였던 중국이 자급률 100%를 목표로 생산량을 급격하게 늘린 데다, 세계 시장을 무대로 되레 저가 공세를 펼치기 때문이다. 한국이 미국, 일본을 제치고 석유화학의 주도국으로 거듭난 것처럼 중국 등 후발 주자에 밀릴 것에 대비해야 했지만 ‘중국 리스크’를 덮어 뒀던 게 화를 불렀다. 준비 없이 위기가 닥치면서 기업들은 정확한 진단과 효과적인 대응보다 ‘네 탓 공방’만 벌이고 있다. 26년 동안 여천NCC를 동업해 운영하던 한화그룹과 DL그룹은 지금 남보다 못한 비방전을 펼치고 있다. 실적 악화로 인한 3000억 원의 자금 지원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기업 총수의 비공식 발언을 노출하거나 ‘모럴 해저드’ 등 경영 금기어를 내세워 비방전에 나섰다. 석유화학 산업 쇠퇴에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은 민간기업뿐 아니다. 정부 역시 한국 석유화학이 현재 위기 상황이라는 현실에는 공감하지만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수년 동안 방관만 하다 문제가 커지자 이달 중에 석유화학 구조개편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나섰다. 그사이 업계에선 경쟁력 회복을 위한 대책 대신 다른 회사가 먼저 무너지기만 바라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한 업체 관계자는 “위기인 걸 알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우리가 먼저 넘어지지 않기만을 바라는 상황”이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어영부영하는 사이 구조조정의 ‘골든 타임’이 지나갔다고 보고 있다. 중국뿐 아니라 중동까지 값싼 원자재를 앞세워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현재 불황이 지속되면 3년 이내에 국내 석유화학업체 절반이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남 탓과 내부 총질만 하다가는 국내 곳곳에 있는 석유화학단지들이 한국판 러스트벨트(미국의 쇠락한 공업지대)로 바뀔 수 있다. 위기 앞에서 나부터 살겠다고 덤비면 모두 무너진다. 기업과 정부가 ‘원팀’이 돼 산업구조를 재편하고 위기 극복에 나서야 한다. 정부도 기업들을 윽박지르기보단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한다. 10년 전 일본도 석유화학 위기에 직면했다. 일본 정부는 구조조정에 걸림돌이 되는 공정거래법을 풀고, 독과점·담합 등의 문제를 해결하며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우리에겐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이동훈 산업1부 기자 dhlee@donga.com}

여천NCC가 대주주인 DL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의 자금 지원을 확정하면서 가까스로 부도 위기를 넘겼다.DL케미칼은 14일 이사회를 열고 여천NCC에 1500억 원을 대여하는 방안을 결정했다. 한화솔루션도 지난달 여천NCC에 1500억 원가량의 자금 지원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여천NCC에 3000억 원의 신규 자금이 수혈될 예정이다. 여천NCC는 DL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이 5 대 5로 지분을 가진 합작회사다.여천NCC는 최근 실적 악화에 따라 자금 부족 현상을 겪어 왔다. 올 3월에 공동 대주주로부터 유상증자를 통해 2000억 원을 지원받았다. 3개월 뒤인 6월에 3000억 원의 추가 자금 지원을 요청했는데 해당 자금이 지금 집행되는 것이다.한화케미칼이 지난달 1500억 원의 자금 대여를 즉각 결정한 것과 달리 DL케미칼은 자금 지원에 앞서 경영 개선 진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주주 간의 이견이 커지며 여천NCC가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DL케미칼이 자금 지원에 나서면서 부도 위기는 일단락됐지만 경영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라는 평가가 많다. 글로벌 공급 과잉에 따른 실적 악화로 추가 자금 지원이 있을 경우 대주주 갈등이 더 커질 수도 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40cm 거리에서도 100인치 4K 화질이 가능하다는 LG전자의 신작 초소형 4K 프로젝터 ‘시네빔 쇼츠’를 6일부터 대여해 직접 사용해 봤다. 이 제품은 기존 LG전자 제품인 ‘시네빔 레이저’의 초단초점(UST·Ultra-Short Throw) 기술과 ‘시네빔 큐브’의 휴대성을 고루 갖추고 있어 세간에선 ‘완성형 프로젝터’로 불리고 있다. 이런 평가가 과장된 것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봤다 시네빔 쇼츠를 처음 본 인상은 “생각보다 작다”였다. 크기는 가로 11cm, 세로 16cm, 두께 16cm로 두툼한 물티슈 정도다. 무게는 1.9kg으로 노트북과 비슷하다. 생김새와 무게감을 보면 단단한 나무로 만든 목침 베개가 떠올랐다. 실버 메탈 보디 등 외형 디자인은 전작인 시네빔 큐브와 유사했다. 다만 벽에서 가까운 거리에서도 큰 화면을 구현하는 초단초점 기술이 새롭게 적용되면서 크기가 조금 커졌다. 시네빔 큐브 대비 가로세로 길이와 두께가 각각 3cm 정도 커졌다. 무게도 0.4kg 늘었다. 시네빔 큐브에 있던 360도 회전하는 손잡이는 신작에서 사라졌다. 이동할 때 손잡이가 있었으면 더 편했을 것이란 생각은 들었지만, 디자인 측면에서는 오히려 손잡이가 없는 게 강점으로 작용했다. 네모난 직육면체 제품으로 어느 공간에 두더라도 인테리어를 해치지 않았다. 전원부는 C형 USB 단자 두 곳과 HDMI 단자로 구성돼 있다. 전원 케이블은 C형으로, 길이가 총 3m 정도다. 시네빔 쇼츠는 65W(와트) 출력 이상의 보조 배터리와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다. 보조배터리 용량이 3만 mAh(밀리암페어시) 정도일 경우 통상 2시간 정도 영상 시청이 가능하다. 캠핑장 등 야외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HDMI를 이용해 노트북이나 게임기 화면을 재생할 수도 있다. 스마트폰 콘텐츠 공유도 가능하고, 미러링 서비스도 지원해 준다. 전원을 켜고 시청 가능한 화면이 뜰 때까지 대략 40초 안팎의 시간이 걸린다. 자동 정렬 및 자동 초점 기능이 탑재돼 있어 프로젝터를 조금 삐뚤게 놓더라도 화면을 반듯하게 맞춰준다. 빔프로젝터를 사용할 때 화면이 정사각형 대신 사다리꼴로 일그러져 표시되는 왜곡도 금세 잡히는 편이었다. 가끔 화면 인식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설정→설치 마법사’ 카테고리를 선택하면 수동으로 화면 조절이 가능하다. 벽 색감이 완전히 흰색이 아니더라도 벽면 색감 보정 기능을 통해 어느 정도 색 균형을 맞춰준다. 가장 호평이 많았던 초단초점 기술을 사용해 봤다. 실제로 벽에서 40cm 거리만 확보되면 벽면 가득 100인치 대화면을 구현할 수 있었다. 화질도 4K가 적용돼 영상 몰입감을 높였다. 8cm 정도의 거리 확보로도 40인치 영상을 구현할 수 있다. 주택 내부 인테리어 때문에 큰 TV를 두지 않는 가정, 아이나 반려견의 안전 문제로 TV를 두지 않는 가정 등에서 유용한 제품으로 보인다. 음질도 만족스러웠다. 소리가 작아서 별도의 스피커 구매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법 나와 걱정했지만 별도 장비 없이도 풍부한 소리를 즐길 수 있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계 자체에서 나는 소음도 시청에 방해를 줄 정도로 크지 않았다. LG전자의 스마트TV 플랫폼인 ‘webOS’가 탑재돼 있어, 셋톱박스나 노트북 없이도 다양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활용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었다. 몇몇 아쉬운 점도 있었다. 우선 구매할 때 기본으로 지급되는 리모컨 수신율이 높지 않은 편이었다. 정확히 프로젝터를 조준해서 쏴야 하는데, 이마저도 가끔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프로젝터 특성상 어두운 환경에서는 뛰어난 시청 환경을 제공하지만, 빛이 들어오는 대낮엔 선명도가 조금 떨어지는 편이다. 커튼이나 블라인드 등의 도움이 필요하다. 제품 국내 출하 가격은 179만 원이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내수 부진 장기화로 위기에 빠진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돕기 위해서는 현상 유지가 아닌 성장 유도의 지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3일 한국경제인협회는 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에게 의뢰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정책 해외 사례 및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정책은 현상 유지를 위한 단기 대응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며 “주요국의 성공 사례를 참고해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일본 정부가 아마존이나 알리바바 등 글로벌 플랫폼에 입점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전자상거래 마케팅, 해외 판로 개척, 온라인 판매 교육 등을 지원했던 수출 정책을 벤치마킹하자고 제안했다. 수출 전략을 ‘준비-실행-성장’ 단계로 나누고, 단계별로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 플랫폼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이 외에도 미국의 중소기업혁신연구 지원프로그램(SBIR)에서 따온 혁신 스타트업 프로그램 등 금융·경영 멘토링 시스템을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위기에 빠진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돕기 위해서는 이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소통과 협업의 장을 만들어보자.”‘소셜밸류커넥트(SOVAC)’ 행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제안하며 2019년 시작됐다. 국내외 대기업을 비롯한 사회적 기업, 정부, 지방자치단체, 학계, 국민들까지 적극 참여하면서 이제 국내 사회적 가치 생태계의 구심점으로 자리 잡았다. SOVAC 행사의 주요 의제는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저출산·고령화나 사회 양극화, 기후 변화 등의 사회문제다. 행사에서는 사회적 가치와 관련된 전문가 강연 및 토론 세션을 마련해 사회문제 해결 지원에 나섰다. 사회적 기업의 창업과 투자 지원, 상품 전시 및 제품 판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육성 지원책도 제공했다. 특히 그간 파편화돼 있던 사회적 생태계 참여자들을 한데 모으고, 네트워킹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SOVAC는 2019년 ‘패러다임 전환: 사회적 가치의 시대가 온다’를 주제로 첫 행사를 열었다. SK그룹과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80여 개의 단체와 기관이 공동 파트너로 참여했다. 행사 참여 기업은 100곳이 넘었고, 참석자도 4680명에 달했다. 2020년과 2021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오프라인 행사를 열지 못하고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당시 행사가 다소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사회적 가치와 관련한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고, 콘텐츠를 생산했다. 사회적 기업을 위한 온라인 투자설명회(IR)와 온라인 SOVAC 마켓을 신설하는 등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2년 오프라인 행사가 재개된 이후에는 사회적 가치 경영에 대한 국내외 관심을 바탕으로 행사 규모가 커졌다. 지난해에는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하는 ‘제1회 대한민국 사회적 가치 페스타’와 함께 행사를 진행했다. 현대해상, 카카오, 포스코 등 국내 주요 기업이 대거 참여했고, 중소벤처기업부 기술보증기금 등 공공기관이 힘을 보탰다. 한국경영학회 등 학계가 참여하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한 사회문제 해결 통합 행사로 진화했다. 올해 행사는 처음으로 이틀 동안 진행된다. 그만큼 참여자가 늘어나고, 논의의 폭도 깊어질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SOVAC 관계자는 “SOVAC는 사회적 기업들의 네트워크 장에서 시작해 사회적 플랫폼을 거쳐 이제 사회적 생태계의 구심점이 됐다”며 “앞으로 아시아를 넘어서 해외까지 확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국내 최대의 민간 사회적 가치(Social Value) 플랫폼인 ‘소셜밸류커넥트(SOVAC)’가 올해로 7회째를 맞는다. SOVAC는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목표로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협력과 교류의 장을 만들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OVAC는 혼자서 답을 찾기 어려운 사회문제를 공론화하고, 사회적 생태계 참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왔다. 올해는 고령화사회나 기후 이슈 등의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것을 넘어 사회적 가치 확산을 위해서 미래 세대나 글로벌 참여를 늘렸다. 그동안 참석자로 자리를 지켰던 사회적 기업 등 사회적 가치 이해관계자들이 올해부터 공동 주관사로 나선 것도 특징이다.● 미래·글로벌까지 잡는 ‘SOVAC 2025’‘SOVAC 2025’는 이달 25, 26일 이틀 동안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디자인하다’를 주제로 제2회 대한민국 사회적 가치 페스타와 함께 개최된다. 올해는 사회적 기업, 소셜벤처, 비영리조직 등 180여 개 파트너사들이 참석한다. 이번 행사에서는 △고령화사회의 시니어 자립 △청년과 로컬의 동반 성장 △사회적 금융 활성화 등을 주제로 14개의 강연 및 토의 세션이 진행된다. 올해는 사회적 가치 생태계 리더, 정부 관계자 등과 함께 생태계의 오늘과 미래를 논의하는 ‘SOVAC 플래그십 세션’이 신설됐다. 사회적 가치 확산을 위해 미래세대와 글로벌 참여도 늘렸다. 대학생들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기후 위기나 고령화, 장애인 고용 등 사회문제 해결 방안을 찾는 프로그램을 마련했으며, 일본의 사회적 기업과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글로벌 세션도 기획했다. 행사 내에 마켓 및 판매 부스에서는 50여 개 사회적 기업이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바자회도 연다. 상품 판매 수익금은 결식아동에게 기부하는데, 누구나 손쉽게 사회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알리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전시·홍보 부스에는 사회문제 해결에 힘쓰는 110여 개 기업과 기관들이 참여해 기후 위기 극복이나 지역 상생 강화, 시니어 라이프 개선 등 사회적 가치 추구 활동 내용과 성과 등을 공유한다. SOVAC 사무국 관계자는 “SOVAC는 사회적 기업을 비롯한 소셜벤처, 비영리조직, 임팩트 투자자, 중간 지원 조직 등 다양한 사회적 가치 생태계 주체들이 모여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서로 연결되고 협력하는 장으로서의 역할을 해왔다”며 “앞으로도 사회적 가치의 개념을 널리 알리고, 가치 중심의 소비와 비즈니스 생태계가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님’에서 ‘공동 주관사’ 된 사회적 기업 올해 SOVAC는 외형 성장만큼이나 내실 채우기에 집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간 행사 ‘손님’이었던 사회적 기업 등 생태계 관계자들이 ‘주인’으로 참여하면서 행사 준비 및 기획부터 실행까지 맡게 된 것. 소셜벤처 연대모임인 임팩트얼라이언스, 임팩트투자사인 엠와이소셜컴퍼니(MYSC), 비영리 스타트업 지원체인 다음세대재단, 임팩트투자사인 임팩트스퀘어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올해부터 SOVAC 사무국의 일원으로 합류해 전시 부스 구성 및 배치를 포함한 강의·토론 세션 준비, 네트워킹 프로그램 기획 등 행사 전반에 대한 사안을 담당했다. 참여기업 선정을 비롯한 기획 세부화 등의 작업도 맡았다. 허재형 임팩트얼라이언스 대표는 “그간 꾸준히 SOVAC에 참여자로 함께해 왔다”며 “(공동 주관사 제안에) 무엇을 더 해볼 수 있을지 두 팔 걷고 도전해 보자는 마음으로 참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정태 MYSC 대표도 “올해 SOVAC는 사회적 가치 생태계에서 활동하는 기관들이 공동 주관사를 맡은 만큼 더욱 유익한 기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며 “‘혼자서는 세상을 구할 수 없다’라는 히어로 무비의 대사처럼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많은 이해관계자분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동 주관사들은 SOVAC가 국내 최대 사회적 가치 플랫폼 지위에 만족하지 않고 더 성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는 “SOVAC의 규모와 위상이 올라가면서 사회적 가치 창출이 소수의 관심이 아닌, 한국 경제와 사회의 지속성을 위한 핵심 의제로 자리 잡게 됐다”며 “앞으로 일 년에 한 번 열리는 행사를 넘어서 상시적인 ‘솔루션 거래소’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대욱 다음세대재단 대표는 “사회적 가치와 사회 혁신 부분에서도 지역 간 편차가 있다”며 “지금까지는 서울 중심의 행사를 열어 왔지만 앞으로 지방에서도 SOVAC 행사가 개최되길 기대한다”고 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이재명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첫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 대통령이 6월 취임한 지 82일 만이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12일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으로 25일 한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24일부터 26일까지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두 정상은 변화하는 국제 안보 및 경제 환경에 대응해 동맹을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등이 주한미군 재배치를 기정사실화한 가운데 정상회담에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 등 이른바 ‘동맹 현대화’가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이날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호 안보에 대한 위협이 변화할 것으로 예상해 전략적 유연성을 허용했다. 모든 작전상 조정은 동맹 채널을 통해 협의될 것”이라고 했다. 강 대변인은 “두 정상은 타결된 관세 협상을 바탕으로 반도체, 배터리, 조선업 등 제조업 분야를 포함한 경제 협력과 첨단 기술, 핵심 광물 등 경제 안보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中견제’ 주한미군 재배치-국방비 합의에 李-트럼프 첫 회담 달려李 취임 82일만에 트럼프와 첫 대면 25일 정상회담 직후 업무 오찬 트럼프, 국방비 증액 직접 말할수도 한경협, 경제사절단 구성 준비 착수한미 정상회담이 25일(현지 시간)로 확정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오벌 오피스(oval office·미국 대통령 집무실)’ 대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관세 협상 극적 타결로 지연된 정상회담이 빠르게 조율되면서 임기 초반 한미동맹 리스크가 일부 해소된 만큼 대통령실은 첨단기술 협력 강화와 한반도 긴장 완화 등 한미동맹을 ‘미래형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발전시킬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중국 견제를 위한 주한미군 재배치 등 이른바 ‘미국의 동맹 현대화’와 관세 후속 협상을 위한 대(對)미 투자 등 핵심 의제가 걸린 만큼 녹록지 않은 첫 정상회담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동맹 현대화’ 합의 수준 회담 성패 가를 듯 2박 3일 일정의 이번 방미는 ‘공식 실무 방문(Official Working Visit)’이다. 21발 예포가 울리는 백악관 공식 환영식과 만찬, 의회 연설 등 최고 예우가 포함된 ‘국빈 방문’에 비해 의전이 간소화된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국빈 만찬 대신 정상회담 직후 업무 오찬을 갖는다. 정부 소식통은 “준비 기간, 당면 현안을 고려해 업무 중심 방문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회담을 앞두고 한미가 집중 협의 중인 ‘동맹 현대화’는 현 정부의 첫 한미 정상회담 성패를 판가름할 핵심 쟁점이 될 예정이다. 중국 견제를 위한 주한미군 재배치와 한국의 자국 안보 부담 확대 등 미국의 요구에 한미가 어느 수준으로 합의를 이뤄낼 수 있느냐는 것. 미국이 국방 예산 감축에 따라 효율적인 국방 전략을 수립하는 가운데 정부도 중국 견제에 집중된 인도태평양 역내 미군 재배치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주한미군 규모·역할 조정이 대북 대비 태세 및 한중 관계 관리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어 정부는 2006년 한미 간 전략적 유연성 합의를 준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이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 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한국 입장을 존중한다”는 2006년 합의에 따라 미중 간 분쟁에 한국의 개입 등은 불가하다는 것. 이와 함께 정부는 주한미군의 유연한 운용에 따른 연합 대비 태세 공백을 대체할 만한 대체 전력 등이 한반도에 확보돼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8일 “(주한미군 조정에 대한)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능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 소식통은 “미국의 요구에 무작정 끌려갈 수만은 없다”면서 “연합방위태세 유지가 중요한 기준”이라고 했다. 세부 협의에 이견이 있는 만큼 한미는 정상 간 첫 대면에선 동맹 현대화에 대한 큰 틀 합의에 주력한 뒤 후속 실무 협의를 이어가는 방향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한반도 방위 기여를 늘리는 국방비 증액 요구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사한 국내총생산(GDP)의 5% 기준을 이 대통령에게 직접 언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는 단계적 국방비 증액 계획과 함께 민군 연구개발(R&D) 등 안보 간접 비용을 합쳐 5% 기준을 맞추는 방안을 수립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미 경제사절단도 준비 이 대통령의 방미 일정이 12일 공식 발표되면서 이 대통령과 동행할 경제사절단 구성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경제사절단 구성을 위한 실무 준비에 착수했다. 사절단은 국내 주요 기업 총수 및 경제단체장을 중심으로 꾸려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 방미 기간 관세 협상에서 합의된 대미 투자 펀드 외 대기업들의 추가 대미 투자 발표도 있을 예정이다. 한경협은 25일 한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행사를 추진하며 재계 총수들의 참석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