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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공에 왕관을 씌운 문신을 근거로 추방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베네수엘라 기반 국제적 갱단 ‘트렌 데 아라과’(Tren de Aragua·TdA) 갱단원 260여 명을 엘살바도르의 한 수용시설로 추방했다고 밝힌 가운데, 무고한 베네수엘라인이 무차별 체포를 당해 고국도 아닌 엘살바도르로 추방을 당했다는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미국에서 난민 심사를 앞두고 있던 반(反)정부 성향 베네수엘라 전직 프로 축구선수 레예스 바리오스의 변호인은 그가 누명을 쓰고 15일 추방당했다며 이처럼 주장했다. 스페인어권 매체 엘파이스에 따르면 미 이민당국은 바리오스의 문신을 근거로 그가 갱단원이라고 판단하고 엘살바도르로 추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리오스 측은 “스페인 프로축구 명문 팀 레알 마드리드의 로고를 본뜬 문신”이라며 바리오스가 프로 축구 은퇴 후 유소년 축구팀 코치로 일했고 트렌 데 아라과와는 관련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바리오스는 지난해 9월 미국에 합법적으로 입국해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오테이메사 이민자 수용소에서 난민 심사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바리오스는 선거 조작 의혹을 받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규탄하는 집회에 참여했다가 지난해 3월 구금돼 고문을 받자 베네수엘라를 떠났다. 바리오스의 변호인은 “그는 범죄 이력이 없고 평생 축구만 한 사람”이라고 항변했다.엘살바도르는 트럼프 행정부와 600만 달러(약 87억 원) 규모의 계약을 맺고 베네수엘라인 260여명을 1년간 수용하기로 했다. 15일 이들을 태운 비행기가 엘살바도르로 가던 도중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이 추방령에 대한 ‘효력 일시정지’ 명령을 내렸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미국 영해를 떠나 국제 해역에 들어선 시점에 판결이 났다”며 추방을 강행했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15일 머리와 수염을 밀고 수갑을 찬 채 이송되는 베네수엘라인들의 영상을 공개했다.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톰 호먼 미 국경 담당 차르는 23일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추방 대상자를 태운) 그 비행기에는 테러리스트로 지정된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갱단원 중 범죄 경력이 없는 사람도 있다. 세상에는 수많은 테러리스트가 있지만, 그들은 테러리스트 데이터베이스에 올라와 있지 않은 것과 같다”고 했다.워싱턴 연방지방법원의 제임스 보스버그 판사가 추방에 제동을 건 데 대해 “법원의 명령을 준수할 것”이라며 불복 논란에 반박했다. 그러면서“판사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다. 우리는 계속 공공안전과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을 체포하고 추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간) 집권 2기 첫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한국의 평균 관세가 미국보다 4배나 높다”는 허위 정보를 언급했다. 이에 한국에서는 “오해를 풀어야 한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애당초 해소할 여지가 있는 ‘오해’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사업가 기질이 반영된 ‘의도적 거짓말’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 일본에도 “쌀 관세 700%” 압박한국 정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지난해 미국에서 들어온 수입품에 대해 한국이 부과한 실효 관세율은 평균 0.79% 수준이다. 양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어 관세율을 0%대로 정했기 때문이다. 다만 쌀 등 일부 농산물에는 고율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근거 없는 수치를 사용해 통상 압박을 가하는 국가는 한국뿐만이 아니다. 일본도 “쌀에 700% 관세를 매긴다”는 비판을 받았다. 11일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무역 상대국이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사례로 일본의 쌀을 지적하며 “일본이 쌀에 70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책사로 꼽히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도 같은 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일본의 700% 관세는 미쳤다”고 말하며 레빗 대변인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일본 역시 이 같은 발언에 크게 당황한 분위기다. 일본 내에서는 미국산 쌀에 부과하는 관세가 200~400%대라는 분석이 나오나 일본 정부가 미국에 강하게 반박하지는 못하고 있다. 쌀 부족 사태에 시달리는 와중에 미국이 쌀 시장의 개방 확대를 압박하면 올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위기론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 “반복해서 말하면 진실이 된다”앞서 3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미국의 위대한 농부 여러분, 미국 내에서 판매할 농산물을 많이 만들 준비를 하세요”라며 4월 2일부터 농산물에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적용 대상과 관세율 등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이후 백악관 인사들이 농산물 관세 관련 압박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레빗 대변인은 다른 질문에 답하던 와중에 “깔끔하게 정리한 이 표를 보시라”며 해외 국가들이 미국산 농축산물에 부과하는 관세를 정리한 A4 용지를 꺼내 들었다. 그러면서 일본이 미국산 쌀에 700% 관세를 부과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트럼프 충성파들은 왜 허위 정보까지 동원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 주장을 반복해서 말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스테파니 그리샴 전 백악관 대변인은 2021년 9월 출간한 회고록에서 집권 1기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직원들에게 이같이 강조하곤 했다고 주장했다. 주장의 진위를 떠나 특정 메시지를 일관되게 반복하면 결국 진실처럼 받아들여진다는 발상이었다. 그리샴 전 대변인은 “백악관에서 거짓말이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여겨지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전했다. *‘말하는 대로 이뤄진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고방식은 에서 살펴봤다. 집권 1기의 최장수 백악관 비서실장이었던 존 켈리도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만들어 낸 수치를 대외 메시지에 거듭 언급할 것을 지시했다”고 뉴욕타임스(NYT)에 전했다. 켈리는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실이 아니지 않냐”며 반기를 들어봤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하지만 듣기 좋지 않냐”고 거리낌 없이 답했다고 주장했다.NYT는 집권 2기 들어 이런 경향성이 더욱 강화됐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허위 주장을 통해 정책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또 “일단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주장을 하면 백악관 인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현실을 억지로 끼워 맞추며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 “정치적 계산에 따라 결정”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의 팩트체크에 대해 “가짜뉴스”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곤 한다. 그가 만들어낸 수치를 검증하려는 시도를 자신에 대한 공격이자 부정으로 받아들인다는 해석이 나온다. 해외 정상과 회동에서도 그가 언급한 숫자가 틀렸다는 지적이 나오면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전 자민당 간사장(전 경제산업상)은 2018년 4월 미일정상회담에서 “트럼프 포탄이 터졌다”고 같은 해 한 행사에서 밝혔다. 아키라 전 간사장에 따르면 당시 회담에서 아베 전 총리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왜 그렇게 싫냐”고 물었다. 앞서 2017년 1월 취임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에 불리한 무역협정”이라며 TPP에서 탈퇴했다. 아베 전 총리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번 가입하면 탈퇴할 수 없는 끔찍한 틀이다”고 답했다. 이에 동석했던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당시 경제재생담당상이 반박에 나섰다. 그는 “통보 후 6개월 후에 탈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이 ‘가짜뉴스’라고 소리치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고 한다. 상황은 아베 전 총리가 “이 문제는 새로 출범한 모테기-라이트하이저 간 신무역협의체(FFR)에서 논의하자”고 화제를 돌리며 일단락됐다. 결국 일본과 미국의 무역협상은 어떻게 됐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끝내 TTP에 재가입하지 않았다. 대신 2019년 10월 미일 무역협정을 체결했다. 미국산 쇠고기와 돼지고기, 밀과 보리 등 일부 농축산물에 대해 다른 TPP 회원국과 동일한 관세 혜택을 준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당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양국 무역의 최대 품목인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을 포함하지 않아 상업적으로 크게 의미 있는 협정이 아니다”고 평가했다.이에 미일 무역협정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용 성과’였다는 분석도 나왔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농민 표심을 사기 위해 협상을 서둘렀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자동차 관세나 안보 문제로 불똥이 튀는 것을 막기 위해 협상에 응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쌀은 협상에서 배제해 기존 관세율을 유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면을 세워주면서 자국민이 민감하게 반응할 문제는 건드리지 않은 것이다. *한국 경제와 안보 관련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에서 살펴봤다. 아키라 전 간사장은 “트럼프에게 가장 좋지 않은 대응은 논리적으로 반박하려 드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기분을 봐가면서 분위기를 맞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당신 말이 맞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더 좋아질 것이다’라는 식으로 접근해야 대화가 진전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역협상의 최종 판단은 트럼프 본인이 내리며, 경제적 합리성보다는 정치적 계산과 당시 기분에 좌우된다”고 분석했다. 16화 요약: 4월 2일 전 세계 상호관세 및 자동차 관세 등의 부과를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는 통상 관련 허위 주장을 내세워 한국과 일본 등 동맹을 압박하고 있다. 이는 진위를 떠나 특정 주장을 반복하면 결국 현실이 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이 반영된 현상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정치적 성과를 낼 수 있게 손해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장단을 맞춰줘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17화 예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20세기 초반 고율 관세를 부과해 경제가 튼튼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20세기 중반 미국은 보호무역을 뒤로하고 자유무역 체제로 전환했다. 그토록 좋다는 관세를 포기한 배경을 살펴봤다. 동아일보가 아카이빙한 미니 히어로콘텐츠 ‘트럼프 2.0 폴리시 맵’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정책을 한 눈에 확인하세요.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 증시가 폭락한 10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서 폭주했다. 2시간 사이에 게시글을 100개 넘게 올렸다. 대부분 기사였는데 제목은 이런 식이었다. “연설 천재 트럼프의 ‘연설의 기술’”“트럼프는 대통령계의 타이거 우즈”이날 그는 자신을 칭송하는 기사를 대방출했다. 이런 기사를 모아두기라도 하는 것일까. 노골적인 찬사를 들여다보며 낯부끄럽지 않을까. 트럼프 대통령이 올린 게시글을 통해 그의 사고방식을 살펴봤다. ● 폭락장 와중에 “내가 맞다”트럼프 대통령의 ‘SNS 폭주’ 전날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괜찮았다. 4일 워싱턴 의회에서 한 첫 상·하원 합동 연설은 미국인들에게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연설 직후 CBS 방송과 유고브가 시청자 1207명을 조사한 결과 76%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 수긍했다고 답했다. 시청자의 51%가 공화당 지지자, 27%가 중도층, 20%가 민주당 지지자인 점을 고려할 때 중도층도 연설을 긍정적으로 봤다고 해석할 수 있다.연설은 무슨 내용이었을까. 그는 99분에 달했던 연설 대부분을 국내 정책 성과를 강조하는 데 할애했다. 연방정부 구조조정, 불법 이민자 단속 및 추방,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 폐지 등 주요 정책은 물론 “영어를 공용어로 지정했다” 등 취임 43일간 쏟아낸 거의 모든 정책을 언급했다. 그러나 닷새 뒤 트럼프 대통령이 “침체를 피할 수 없다”는 취지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말한 것이 도화선이 돼 10일 증시가 폭락했다. 이즈음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와 이코노미스트가 9∼11일 미국 성인 1699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48%는 “미국 경제가 나빠지고 있다”고 답했다. 재집권 직후 같은 질문에 37%의 응답자만 동의했던 것에 비해 큰 폭으로 뛴 것이다. 증시가 폭락하고 여론이 악화하는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서 폭주했다. 경제, 이민 등 주요 정책에 있어 “트럼프가 맞다”고 노골적으로 칭송하는 기사들을 올렸다. 폭락 중인 증시와 관련된 게시글은 단 한 건도 없었다. ● ‘아부 기사’ 모아둔 트럼프의 보석함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말 많은 게시물을 쏟아냈다. 6분 만에 25건을 올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올린 것인지, 누군가에게 지시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통상 그의 개인 소셜미디어는 나탈리 하프(34)가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뉴욕타임스(NYT)와 액시오스 등이 보도했다. 보수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하프는 강경 보수 성향 ‘원아메리카뉴스네트워크’에서 앵커로 활동하다 2022년 3월 트럼프 대통령의 팀에 합류했다. 하프는 2019년 폭스뉴스에 출연해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 서명한 임상시험 법안 덕분에 치료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이야기를 감명 깊게 본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공화당 전당대회에 하프를 연설자로 초대하며 둘은 인연을 맺었다. 대선 패배 후 마러라고 생활을 하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하프는 ‘좋은 소식을 가져오는 전령’ 역할을 했다. 읽으면 기분이 좋아질 기사와 소셜미디어 게시글을 싹싹 모아서 전달하는 일이 하프의 역할이었다. 하프를 두고 로니 잭슨 하원의원(텍사스주)은 “활발하고 긍정적인 태도가 트럼프 대통령의 기분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NYT에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은 숭배 수준이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 라운딩을 따라다니며 무선 프린터로 기사를 인쇄해 줬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이런 하프에게는 ‘인간 프린터’라는 별명이 붙었다. 하프는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인간 알고리즘이다. 그에게 가는 정보의 흐름을 좌우하고 있다. 하프가 필터링한 편향된 정보만 보며 트럼프 대통령이 ‘필터 버블’에 갇혔다는 우려도 크다. 측근들에 따르면 하프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져다주는 극우 성향 콘텐츠와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는 주제와 어투 측면에서 매우 비슷하다. 자꾸 읽다 보니 입에 붙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게시글 업로드 또한 하프에게 자주 시킨다고 한다. 공보팀과 상의 없이 오직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행동해 마찰을 빚은 적도 있다. 액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야겠다’고 하면 나탈리가 그의 말을 받아 적어 즉각 업로드한다. 아부성 기사를 읽고 싶다고 하면 나탈리가 출력해 준다. 그 기사를 공화당 의원에게 보여줘야겠다고 하면 대신 문자 메시지도 보내준다”고 전했다. 하프의 백악관 직책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가까이서 보좌를 이어가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에서 종종 그를 찾아볼 수 있다. 10일 놀라운 속도로 공유된 기사들도 하프가 모아둔 기사일 가능성이 작지 않다. ● “나는 된다” 트럼프식 사고방식트럼프 대통령은 왜 이렇게 아부에 집착할까.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저서 ‘적극적 사고방식’으로 유명한 노먼 빈센트 필 목사의 영향에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년 시절 부모의 손에 이끌려 맨해튼에 있는 필의 마블 신학 교회에 다녔다. 필은 트럼프의 첫 번째 결혼식 주례도 봤다. 필의 교회에는 사업가와 정치인이 많이 다녔다. 그가 “자기 확신을 가진다면 신(神)이 번영을 이루어준다”는 번영신학을 설파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아버지 프레드 역시 필의 설교를 통해 자신감을 얻어 부동산 사업가로 성공했다. 그래서 자녀를 데리고 필의 교회에 다녔던 것이다. 필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친 영향은 트럼프 대통령의 말과 글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1983년 트럼프 타워 개장 직후 NYT와 인터뷰에서 “난 절대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는다. 정신력으로 그 어떤 역경도 극복할 수 있다”며 필에게 ‘긍정적 사고’를 배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1990년대에 여러 위기를 겪었다. 카지노가 연이어 부도났고 첫 부인 이바나와 떠들썩하게 이혼했다. 그런데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다 잘 풀릴 것”이라고 말하고 뉴욕매거진에도 “어느 때보다 잘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나쁜 일을 자신과 연관 짓지 않는 것은 트럼프식 사고방식의 특징”이라고 짚었다.트럼프 대통령은 2009년 한 심리 잡지 인터뷰에서 “나는 자기 확신을 잃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내 사전에 패배란 없다”고 했다. 필의 저서 ‘적극적 사고’도 언급하며 “나는 긍정적 태도의 힘을 굳건하게 믿는다”고 덧붙였다. 2015년 유세에서도 “필 목사에게 긍정적 사고방식의 저력을 배웠다”고 소개했다.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닥쳤을 때도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 “바이러스가 어느날 갑자기 기적적으로 사라질 거다” “우리는 승리할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현실과 괴리된 인식이 미국의 코로나19 대응 실패, 더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패배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신이 뜻한 대로 세상이 굴러갈 것이라고 믿는 극도의 자기중심적 사고, 불리한 일은 기억조차 하지 않으려고 드는 습관이 ‘트럼프식 상습적인 거짓말’의 배경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자신에게 유리하게 숫자를 부풀리는 것은 물론이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지지율이 4%에 불과하다” “한국은 방위비를 한 번도 낸 적이 없다”는 식의 황당한 허위 주장을 일삼는 그에게 진짜 세상보다 직접 창조한 머릿속 세상이 훨씬 중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15화 요약: “나는 된다” “내가 맞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고방식을 설명하는 두 가지 표어다. 평생 수없이 자기 긍정을 되풀이한 그는 이번에 백악관에 복귀하며 24시간 듣고 싶은 얘기만 들려주는 참모를 데리고 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필터 버블’이 더욱 견고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화 예고: 한국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단골 주장을 살펴봤다. 사실과 어긋나는 내용은 없는지, 이런 주장을 꾸준히 해왔는지 알아봤다. 동아일보가 아카이빙한 미니 히어로콘텐츠 ‘트럼프 2.0 폴리시 맵’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정책을 한 눈에 확인하세요.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알루미늄이든, 철강이든, 자동차든 나는 굽히지 않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간) 미국이 수년 동안 다른 국가로부터 “착취당했다”며 다음 달 2일 예고했던 대로 전 세계를 상대로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전 세계에 25% ‘관세 폭탄’을 날린 철강·알루미늄은 물론이고 고율 관세가 예고된 자동차 등에 관한 관세도 밀어붙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상호 관세 부과 계획의 변동 가능성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노(No)”라고 일축했다. 또 “(관세로) 약간의 혼란이 있겠지만 길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의 금융시장 약세를 개의치 않겠다는 뜻을 비쳤다. 그는 ‘관세 전쟁’을 벌이는 캐나다를 향해 “그들은 미국이 필요하지만 미국은 그들의 에너지도, 목재도 필요하지 않다”며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州)가 될 것이란 기존 발언을 되풀이했다. 유럽연합(EU) 또한 “고약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14일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상호 관세가 현실화하면 한국, 일본, 독일 등이 생산하는 모든 수입차에 관세가 부과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래야 공평하지 않겠느냐. (어디에서 만들어진 자동차라 해도)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답했다. 트럼프 “관세 유연” 다음날 “더는 안당해”… EU-加-中 난타 예고[트럼프發 통상전쟁] “내달 2일 상호관세 굽히지 않을것” 관세 오락가락 비판에 ‘정면돌파’… 加 콕집어 “年 290조원 보조 안돼” EU의 주류 보복관세엔 재보복 밝혀… 美여론 “관세로 물가 오를것” 우려“다른 나라가 수년간 미국을 벗겨 먹었다(ripped off). 더 이상 당하지 않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다음 달 2일 전 세계를 상대로 25%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오락가락하는 그의 관세 정책으로 최근 미국 금융시장이 약세를 보이고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까지 고조되자 오히려 ‘정면 돌파’ 기조를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를 무기로 한 ‘벼랑 끝 통상 전쟁’에 나서겠단 의지를 강조하면서 그가 유럽연합(EU), 캐나다, 중국 등과 보복 관세로 치고받는 ‘관세 난타전’을 벌일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캐나다는 이날 미국이 자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관세를 부과한 것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분쟁 협의를 요청했다. ● “관세 유연성” 하루 만에 “안 굽혀”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정책을 두고 유독 롤러코스터 같은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그는 지난달 1일 “3일 후부터 멕시코와 캐나다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틀 후 “한 달 유예한다”고 말을 바꿨다. 이달 4일에도 지난달 유예했던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25% 관세를 시행하겠다”고 했지만 하루 뒤 다시 “한 달 유예”를 언급했다. 11일에는 “캐나다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50%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하더니 약 6시간 만에 철회했다. 이런 행보를 두고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12일에는 “일관성이 없는 게 아니라 유연성이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더니 13일에는 또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철강·알루미늄·자동차 관세 부과 방침을 굽히지 않겠다고 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무역 분쟁이 격화되고 있는 캐나다를 콕 집어 “미국이 매년 2000억 달러(약 290조 원)를 지출해 가며 한 나라(캐나다)를 보조할 수 없다. 우리는 그들의 자동차, 에너지, 목재 등 그 어떤 것도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캐나다가 안보 비용을 적게 지불하며 미국으로부터 많은 무역 흑자까지 기록했다면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그는 또 “캐나다는 (미국의) 가장 위대한 주(州)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주권 침해’ 성격이 다분한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하겠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한 셈이다.● 미-EU ‘술 전쟁’에 주류업계 비상 미국 주류업계 또한 관세 전쟁의 한복판에 놓였다. EU가 다음 달 1일부터 미국산 위스키 등에 대해 5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자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EU산 와인·샴페인·알코올 제품에 2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이 여파로 EU 수출 비중이 높은 일부 미국 주류업체는 관세 부과 전에 조금이라도 수출을 늘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13일 진단했다. 유명 위스키 브랜드 ‘잭다니엘’의 제조회사인 ‘브라운포맨’은 매출의 약 20%를 EU에 의존하고 있다. EU산 와인을 들여오는 미국 업체 또한 관세 여파로 제품 소매가격 인상, 일부 직원의 해고가 불가피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일부 주류 애호가들은 1920, 30년대 미국의 ‘금주법’을 거론하며 소셜미디어에 “새로운 금주 시대가 다가온다”는 냉소 섞인 글을 올렸다. 13일 미국과 유럽의 주요 주류업체 주가도 대부분 하락했다. 관세 전쟁이 미국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도 높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와 이코노미스트가 9∼11일 미국 성인 1699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0%는 “관세가 오르면 물가도 오를 것”이라고 답했다. “미국 경제가 나빠지고 있다”는 답도 48%에 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직후에는 미국 경제가 나빠졌냐는 질문에 37%의 응답자만 동의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 또한 13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미국과 유럽의 무역 전쟁으로 중국이 정말로 이득을 보고 있다. 무역 전쟁은 인플레이션을 촉발하는 만큼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50)가 모델 출신 버네사 트럼프(48)와 지난해 11월부터 교제 중이라고 영국 데일리메일이 1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버네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전 부인이다. 이혼 후에도 전남편의 성 트럼프를 쓰고 있다. 두 사람은 2005∼2013년 결혼 생활을 하며 다섯 자녀를 뒀다. 우즈와 버네사는 프로 골퍼 데뷔를 준비하는 자녀가 있다는 공통점을 통해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우즈가 첫 부인 엘린 노르데그렌과 낳은 아들 찰리(16), 버네사의 딸 카이(17)는 모두 골프 선수를 꿈꾸고 있다. 카이는 할아버지 트럼프 대통령과도 종종 동반 라운딩을 즐긴다. 플로리다주에 거주하는 우즈와 버네사는 공개 데이트 대신 각자의 집에서 만나는 편이라고 데일리메일은 전했다. 최근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대회 때도 함께 참석한 모습이 포착됐다. 우즈는 ‘골프광’ 트럼프 대통령과도 가깝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우즈와 찰리 부자(父子)와 동반 라운딩을 즐겼다. 또 같은 달 4일 우즈의 태국계 어머니 쿨디타가 타계하자 “타이거는 어머니 덕에 더욱 위대해질 수 있었다”고 추모했다. 그는 집권 1기 때 우즈에게 ‘대통령 자유의 메달’도 수여했다. 버네사 또한 트럼프 주니어와 이혼한 후에도 트럼프 일가의 가족 행사에 자주 참석하며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올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때도 자녀 5명과 함께 참석했다. 당시 트럼프 주니어는 지난해 교제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새 연인 베티나 앤더슨과 등장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14일(현지 시간) 억류 중인 미국인 인질 5명을 모두 석방하기로 했다. 이중 4명은 이미 숨졌고 미국과 이스라엘 이중 국적자인 에단 알렉산더(21)만 살아있다. 다만 하마스는 구체적인 석방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날 성명에서 “휴전 2단계와 관련한 협상을 개시하고 포괄적 합의에 도달할 준비가 완전히 되어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이 합의 조건에서 벗어나는 행위를 한다면 협상이 원점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자국민 석방을 위해 매우 이례적으로 이스라엘을 배제한 채 하마스와 직접 협상을 이어오고 있었다. 특히 4일 애덤 볼러 백악관 인질 담당 특사가 하마스와 미국인 인질 석방 등을 논의한 사실이 알려지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권은 미국 측에 강하게 항의했다. 이스라엘은 미국인 인질의 석방이 완료되면 미국의 중재 동력이 힘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미국이 하마스와 직접 협상에 임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자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10월 7일 전쟁을 시작한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올 1월 19일부터 1단계 휴전에 돌입했다. 이를 통해 하마스가 일부 인질을 석방하고 이스라엘 또한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풀어줬다. 이 1단계 휴전은 1일 종료됐지만 2단계 휴전을 위한 협상은 시작도 하지 못하고 교착 상태에 빠졌다. 2단계 휴전의 핵심은 하마스가 나머지 인질을 모두 석방하고, 이스라엘군 또한 가자지구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것이다.미국은 일단 휴전을 연장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전문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스티븐 윗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는 11, 12일 카타르 도하에 방문해 이스라엘 협상팀과 만나 이슬람교 라마단과 유대교 유월절이 끝나는 다음달 20일까지 휴전을 연장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 기간 하마스가 생존 인질 5명과 숨진 인질 9명의 시신을 송환하고, 이스라엘이 2일 중단한 가자지구에 대한 구호물자 공급을 재개한다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9)가 바네사 트럼프(47)와 교제 중이라고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이 1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바네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전 부인이다. 커플은 지난해 11월부터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두 사람은 프로 골퍼 데뷔를 준비하는 자녀를 뒀다는 공통점을 통해 가까워졌다고 한다. 두 사람은 지난 달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PGA 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대회에 함께 참석한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두 사람의 관계를 잘 아는 지인은 커플에 대해 “둘은 공개 데이트를 꺼리고 바네사가 20분 거리에 있는 우즈의 자택에 가곤 한다”고 전했다. 바네사의 첫재딸 카이(17)와 우즈의 딸 샘(17), 아들 찰리(16)는 모두 플로리다 남부 팜비치의 한 사립 고등학교에 다닌다. 우즈는 2010년 이혼한 모델 출신 엘린 노르데그렌과 두 자녀를 두고 있다. 바네사는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다섯 자녀를 두고 있으며 2018년 이혼했다.소식통은 “트럼프 가족의 축하 속에서 바네사와 우즈가 만나고 있다”고 전했다. 우즈는 트럼프 대통령과도 가까운 사이다. 트럼프는 지난달 우즈 부자와 함께 골프 라운딩을 즐겼다. 또 지난달 우즈의 어머니 쿨디타 우즈가 80세로 세상을 떠나자 트럼프 대통령은 “쿨티다는 더 푸른 페어웨이로 떠났다”며 “타이거는 어머니 덕에 더욱 위대해질 수 있었다”고 추모했다. 집권 1기 때 우즈에게 ‘대통령 자유의 메달’도 수여했다.바네사는 트럼프 주니어와 이혼 후에도 가족 행사에 자주 참석하며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에도 아이들과 참석했다. 이날 트럼프 주니어는 지난해 교제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새 연인 베티나 앤더슨과 참석했다. 바네사는 팜비치 사교계 인사인 앤더슨과 친구 관계로 알려졌다. 매체는 “트럼프 주니어와 앤더슨의 교제 사실이 알려진 후 앤더슨과 바네사 사이에 긴장이 있었지만, 바네사가 우즈와 교제를 시작한 이후 긴장이 누그러진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12일 이스라엘이 시리아와의 영유권 분쟁지인 골란고원 내 요충지 헤르몬산에 신설한 군부대에 내·외신 기자를 초청해 “이곳을 무기한 점령하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시리아의 정정 불안을 틈타 지난해 12월 8일 헤르몬산을 기습 점령했고, 95일 만인 이날 “무기한 점령”까지 거론하며 사실상 자국 영토로 만들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이스라엘은 전투기 공습 등 골란고원이 있는 시리아 남부에서 연일 군사 작전도 강화하고 있다. 영유권 분쟁지에 대한 장악력을 강화하고 중동 전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2000년부터 시리아를 잔혹하게 통치했던 바샤르 알 아사드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축출됐다. 이후 수니파 무장단체 ‘하이아트타흐리르알샴(HTS)’ 소속인 아흐마드 샤라 임시 대통령이 과도정부를 구성했지만 시리아 전체를 장악하지 못해 아사드 지지층과 연일 대립하고 있다. 양측의 대립으로 유혈 사태가 발생해 6∼9일에만 최소 1311명이 숨졌다. 안에서는 아사드 지지층을 껴안아야 하고 밖으로는 이스라엘과 대치해야 하는 샤라 대통령의 지도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 국방 “헤르몬산 무기한 주둔” 예루살렘포스트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12일 헤르몬산 정상을 찾아 “무기한으로 머무를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현재 시리아와 이스라엘의 완충지대에 9개의 군부대를 설치했고 이 중 2개가 헤르몬산에 있다고도 공개했다. 카츠 장관은 무기한 주둔 명분으로 ‘소수종교 보호’를 거론했다. 그는 시리아 내전이 다시 발발할 것이란 공포가 커져 일대의 드루즈교 신도를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다민족 다종교 다인종 국가인 시리아에는 수니파, 시아파의 분파인 알라위파, 드루즈교, 기독교 등 다양한 종교가 존재한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당시 헤르몬산을 제외한 골란고원 대부분을 점령했다. 헤르몬산은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35km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정학적 요충지다. 골란고원 또한 국제법상으로는 여전히 시리아 영토다. 이스라엘은 아사드 정권이 축출된 직후인 지난해 12월 8일 헤르몬산 정상을 점령했다. 같은 달 17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방탄 조끼를 입고 헤르몬산 정상에 올라 일대를 시찰하는 동영상도 공개했다. 현직 이스라엘 총리가 시리아 땅에 들어간 건 처음이었다. 이스라엘 측은 최근 아사드 지지층과 임시정부 지지층의 대립이 격화하자 헤르몬산을 아예 점령하겠다는 속내를 보이고 있다. 시아파의 분파인 알라위파가 많이 거주하는 시리아 서부 라타키아주, 타르투스주에서는 최근 아사드 지지층과 정부군 간 대립으로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정부군이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시리아 측은 아직까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10일 샤라 대통령은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헤르몬산 점령을 규탄하며 “시리아는 어떤 국가에도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시리아가 또다시 내전에 돌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현지 인권단체 시리아인권네트워크(SNHR)는 친(親)아사드 무장단체와 수니파 친(親)튀르키예 민병대 2개가 각각 반대파 민간인 211명, 396명을 살해했다고 공개했다.● 美-이란 핵협상도 지지부진 아사드 정권을 적극 지지했던 ‘시아파 맹주’ 이란과 미국의 핵 협상 또한 지지부진하다. 신정 일치 국가인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를 통해 보낸 핵 협상 제안 서한을 아직 읽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수도 테헤란에서 대학생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제안을 “기만 행위”라고 혹평하며 “미국은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인 2018년 전임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와 이란이 체결한 핵합의(JCPOA)를 전격 파기한 점을 거론한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7일 이란 측에 서한을 발송했다고 밝히며 “협상 개시를 위한 최종 단계에 진입했다. (이번 협상을 통해) 이란이 핵무기를 갖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란이 핵무기는 물론이고 탄도미사일 개발 또한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이란은 거세게 반발해 협상 개시까지 난항이 예상된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부과하는 첫 관세인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가 12일(현지 시간) 발효됐다. 이에 따라 미 동부 시간 기준 이날 0시 1분(한국 시간 12일 오후 1시 1분)부터 한국을 비롯한 모든 나라는 미국에 철강과 알루미늄을 수출할 때 25% 관세를 부과받게 됐다. 또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최근 진행한 불공정 무역관행 파악 조사에선 미 축산업계가 ‘30개월령 미만 미국산 소고기’만 수입을 허용하는 한국의 정책에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세 폭풍’에 이어 ‘소고기 수입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관세 부과는 지난달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포고문에 따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당시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 관세를 각각 부과했지만, 이번엔 알루미늄 관세도 25%로 올렸다. 또 적용 대상도 두 자재를 활용한 창틀, 음료 캔 등 253개 파생 제품으로 확대했다. 앞서 한국은 2018년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연간 263만 t의 철강에 대해 면세 쿼터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모든 관세 예외 및 면제를 폐지했다. 업계에선 “미국 철강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국내 수출이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와 함께 “25% 관세는 모든 국가에 적용되고, 쿼터 제한도 사라지는 만큼 오히려 매출이 늘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전 세계 대상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가 시행되기 하루 전인 11일 USTR은 미국에 대한 불공정 무역관행 파악을 위해 업계로부터 의견을 받는 절차를 마감했다. USTR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서명한 각서에 따라 지난달 20일부터 자국 업계로부터 의견서를 받아왔다. 이를 토대로 USTR은 무역 피해를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를 검토해 ‘상호관세’ 적용 하루 전인 다음 달 1일까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총 728건의 의견서가 접수된 가운데 21건의 의견서에서 한국을 거론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미 전국소고기협회(NCBA)는 의견서에서 “월령 제한이 한국에서 민감한 이슈라는 건 알지만 이미 중국, 일본, 대만은 미국산 소고기의 안전성과 품질을 인정해 30개월 월령 제한을 없앴다”며 “한국과의 협의를 통해 이를 없애고, 과학에 근거한 무역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다음 달 2일 국가별 ‘상호 관세’를 부과할 때 다양한 비(非)관세 장벽을 감안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그간 미국에서 관심을 보여온 소고기 등 농축산물 관련 수입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 축산업계가 한국의 미국산 소고기 월령 제한 규정을 완화해 달라고 미 무역대표부(USTR)에 요청했다. 전 세계를 상대로 강한 통상 압박을 가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업계 요구’를 명분으로 한국에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규제를 더 풀라”고 촉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소고기는 미국이 수출 경쟁력을 갖춘 대표적인 분야 중 하나다. 한국은 2008년 광우병 발생에 대한 우려로 30개월령 미만 소고기만 수입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17년간 미국 축산업계는 꾸준히 이 규제를 해제해 달라고 주장했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관세 폭탄’을 투하 중인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소고기를 한국에 대한 통상 압박 카드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2일 국가별 ‘상호 관세’를 부과할 때 각국의 관세는 물론이고 비(非)관세 장벽도 고려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한국에 대한 상호 관세 부과 과정에서 ‘비관세 장벽’으로 미국산 소고기 수입 규제를 거론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소고기 수입 제한 철폐’ 카드까지 꺼낸다면 국내 축산·유통업계는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 재개 과정에서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가 발생했던 것처럼 이 사안은 통상 의제를 넘어 국내 정치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정부 소식통은 “미 축산업계가 민감한 시기에 이런 의견을 전달한 만큼 최대한 염두에 두고 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美 “日은 규제 해제”… 韓에 강한 압박 미국 전국소고기협회(NCBA)는 11일(현지 시간) USTR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일본, 대만, 중국 등에선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과 품질을 인정해 유사한 30개월령 제한을 이미 철폐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이 광우병에 관한 엄격한 기준과 안전장치를 갖고 있다. 한국과 협의해 이 연령 제한을 철폐하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무역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USTR은 2013년부터 매년 발간하는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를 통해서도 이 같은 입장을 고수했다. 그때마다 정부는 “한국은 미국산 소고기의 최대 수입국”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연령 제한 규제를 해제하면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한국 소비자의 불안감이 커져 오히려 미국산 소고기의 한국 판매가 줄어들 가능성도 거론하며 미국을 설득했다.미국은 지난해까지 4년째 한국에 소고기를 가장 많이 수출한 국가다. 지난해 한국에 수입된 외국산 소고기의 절반가량이 미국산이었다. NCBA 역시 이날 의견서에 “현재 한국은 미국산 소고기의 가장 큰 수출 시장 중 하나”라고 인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2일부터 각국의 관세와 비관세 장벽에 대응하기 위해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USTR이 축산업계를 포함한 미 주요 업계의 의견을 집중 수렴한 건 상호 관세 부과의 준비 성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교역 상대국의 불공정하고 상호적이지 않은 무역 관행 식별·개선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는 USTR은 다음 달 1일까지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련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한국의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관세율은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후 기존 40% 수준에서 점차 감소했다. 올해는 2.6%에 불과하고 내년에는 이마저도 완전 철폐된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 압박이 워낙 강해 ‘소고기 월령 제한’을 비관세 장벽에 포함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美 대두-제약업계 등도 韓에 불만미 대두협회, 대두수출협의회 등도 한국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 이 기관들은 USTR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생명공학기술로 개발한 관련 작물의 수출을 한국으로부터 승인받는 절차가 길고 부담스럽다”고 불만을 표했다. 또 북미블루베리협의회는 한국이 현재 미국 오리건주에서 재배한 생(生)블루베리만 수입한다며 캘리포니아주, 워싱턴주의 블루베리도 수출을 허용해 달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한국이 캘리포니아주와 워싱턴주가 오리건주와 거의 동일한 조건을 지니고 있는데도 수출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생명공학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생명공학혁신기구(BIO)는 한국의 약값 책정 정책을 문제 삼았다. 이 기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미국 제약사가 개발한 상품의 혁신 가치를 충분히 인정하지 않으며 가격 또한 너무 낮게 책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K콘텐츠 열풍’ 속에 최근 한국이 강세를 보여온 문화콘텐츠 부문에서도 한국을 겨냥한 의견서가 있었다. 미국영화협회(MPA)는 “외국 콘텐츠에 대한 한국의 스크린쿼터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가 논의 중인 ‘망 사용료 부과’ 또한 넷플릭스 등 한국에 진출한 미국 콘텐츠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반대했다. 국내 업계는 통신망 인프라 건설에 기여하지 않은 외국 기업이 적절한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부과하는 첫 관세인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가 12일(현지 시간) 발효됐다. 이에 따라 미 동부 시간 기준 이날 0시 1분(한국 시간 12일 오후 1시 1분)부터 한국을 비롯한 모든 나라는 미국에 철강과 알루미늄을 수출할 때 25% 관세를 부과받게 됐다. 또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최근 진행한 불공정 무역관행 파악 조사에선 미 축산업계가 ‘30개월령 미만 미국산 소고기’만 수입을 허용하는 한국의 정책에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세 폭풍’에 이어 ‘소고기 수입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이날 관세 부과는 지난달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포고문에 따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당시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 관세를 각각 부과했지만, 이번엔 알루미늄 관세도 25%로 올렸다. 또 적용 대상도 두 자재를 활용한 창틀, 음료 캔 등 253개 파생 제품으로 확대했다. 앞서 한국은 2018년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연간 263만 t의 철강에 대해 면세 쿼터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모든 관세 예외 및 면제를 폐지했다. 업계에선 “미국 철강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국내 수출이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와 함께 “25% 관세는 모든 국가에 적용되고, 쿼터 제한도 사라지는 만큼 오히려 매출이 늘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전세계 대상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가 시행되기 하루 전인 11일 USTR은 미국에 대한 불공정 무역관행 파악을 위해 업계로부터 의견을 받는 절차를 마감했다.》 USTR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서명한 각서에 따라 지난달 20일부터 자국 업계로부터 의견서를 받아왔다. 이를 토대로 USTR은 무역 피해를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를 검토해 ‘상호관세’ 적용 하루 전인 다음 달 1일까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다.총 728건의 의견서가 접수된 가운데 미 축산업계와 농업계에서 한국을 겨냥한 의견을 여러 건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미 전국소고기협회(NCBA)는 의견서에서 “월령 제한이 한국에서 민감한 이슈라는 건 알지만 이미 중국, 일본, 대만은 미국산 소고기의 안전성과 품질을 인정해 30개월 월령 제한을 없앴다”며 “한국과의 협의를 통해 이를 없애고, 과학에 근거한 무역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다음달 2일부터 적용 예정인 ‘상호 관세’ 때 다양한 비(非)관세 장벽도 감안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그간 미국에서 관심을 보여온 농축산물 관련 수입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한국은 미국산 소고기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다. 이에 따라 미국이 소고기 수입 확대를 압박할 경우 통상 당국은 이 점을 강조하며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 축산업계가 한국의 미국산 소고기 월령 제한 규정을 완화해 달라고 미 무역대표부(USTR)에 요청했다. 전 세계를 상대로 강한 통상 압박을 가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업계 요구’를 명분으로 한국에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규제를 더 풀라”고 촉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소고기는 미국이 수출 경쟁력을 갖춘 대표적인 분야 중 하나다. 한국은 2008년 광우병 발생에 대한 우려로 30개월령 미만 소고기만 수입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17년간 미국 축산업계는 꾸준히 이 규제를 해제해 달라고 주장했다. 이에 전세계적으로 ‘관세 폭탄’을 투하 중인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소고기를 한국에 대한 통상 압박 카드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2일 국가별 ‘상호 관세’를 부과할 때 각국의 관세는 물론이고 비(非)관세 장벽도 고려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한국에 대한 상호 관세 부과 과정에서 ‘비관세 장벽’으로 미국산 소고기 수입 규제를 거론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소고기 수입 제한 철폐’ 카드까지 꺼낸다면 국내 축산·유통업계는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 재개 과정에서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가 발생했던 것처럼 이 사안은 통상 의제를 넘어 국내 정치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정부 소식통은 “미 축산업계가 민감한 시기에 이런 의견을 전달한 만큼 최대한 염두에 두고 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美 “日은 규제 해제”…韓에 강한 압박 미국 전국소고기협회(NCBA)는 11일(현지 시간) USTR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일본, 대만, 중국 등에선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과 품질을 인정해 유사한 30개월령 제한을 이미 철폐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이 광우병에 관한 엄격한 기준과 안전장치를 갖고 있다. 한국과 협의해 이 연령 제한을 철폐하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무역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USTR은 2013년부터 매년 발간하는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를 통해서도 이 같은 입장을 고수했다. 그때마다 정부는 “한국은 미국산 소고기의 최대 수입국”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연령 제한 규제를 해제하면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한국 소비자의 불안감이 커져 오히려 미국산 소고기의 한국 판매가 줄어들 가능성도 거론하며 미국을 설득했다.미국은 지난해까지 4년째 한국에 가장 많이 소고기를 수출한 국가다. 지난해 한국에 수입된 외국산 소고기의 절반가량이 미국산이었다. NCBA 역시 이날 의견서에 “현재 한국은 미국산 쇠고기의 가장 큰 수출 시장 중 하나”라고 인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2일부터 각국의 관세와 비관세 장벽에 대응하기 위해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USTR이 축산업계를 포함한 미 주요 업계의 의견을 집중 수렴한 건 상호 관세 부과의 준비 성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교역 상대국의 불공정하고 상호적이지 않은 무역 관행 식별·개선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는 USTR은 다음 달 1일까지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련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한국의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관세율은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후 기존 40% 수준에서 점차 감소했다. 올해는 2.6%에 불과하고 내년에는 이마저도 완전 철폐된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 압박이 워낙 강해 ‘소고기 월령 제한’을 비관세 장벽에 포함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美 대두-제약업계 등도 韓에 불만미 대두협회, 대두수출협의회 등도 한국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 이 기관들은 USTR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생명공학 기술로 개발한 관련 작물의 수출을 한국으로부터 승인받는 절차가 길고 부담스럽다”고 불만을 표했다. 또 북미블루베리협의회는 한국이 현재 미국 오리건주에서 재배한 생(生)블루베리만 수입한다며 캘리포니아주, 워싱턴주의 블루베리도 수출을 허용해 달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한국이 캘리포니아주와 워싱턴주가 오리건주와 거의 동일한 조건을 지니고 있는데도 수출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생명공학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생명공학혁신기구(BIO)는 한국의 약값 책정 정책을 문제 삼았다. 이 기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미국 제약사가 개발한 상품의 혁신 가치를 충분히 인정하지 않으며 가격 또한 너무 낮게 책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K콘텐츠 열풍’ 속에 최근 한국이 강세를 보여온 문화콘텐츠 부문에서도 한국을 겨냥한 의견서가 있었다. 미국영화협회(MPA)는 “외국 콘텐츠에 대한 한국의 스크린쿼터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가 논의 중인 ‘망 사용료 부과’ 또한 넷플릭스 등 한국에 진출한 미국 콘텐츠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반대했다. 국내 업계는 통신망 인프라 건설에 기여하지 않은 외국 기업이 적절한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통제불능”, “일방통행”, “비인간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겸 정부효율부(DOGE) 수장(사진)이 사면초가 위기에 빠졌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내내 선출 권력이 아닌 그가 월권을 행사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테슬라 주가 하락, 소셜미디어 ‘X’의 접속 장애, 대통령의 주요 참모진과의 갈등, 테슬라 매장에 대한 방화 등 다양한 ‘악재’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한 개성과 튀는 언행으로 일관하는 머스크는 정계 참여 전 ‘혁신의 아이콘’으로 통했지만 지지층과 반대파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기업인이었다. 이런 그가 유례 없는 정치 권력까지 누리게 되면서 이것이 그의 사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 등은 진단했다. 또 그가 추진 중인 미 연방정부 구조조정은 한때 기대를 받았지만, 현재는 성과 없이 갈등만 커지고 있다. 머스크는 10일(현지 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사업이) 매우 어렵다”면서도 “DOGE 수장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에 1년 더 머물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같은 날 트루스소셜에 “급진 좌파 미치광이들이 머스크와 테슬라를 공격하고 있다. 내일 머스크에 대한 신뢰와 지지의 표시로 새 테슬라를 구매할 예정”이라고 두둔했다.● X 먹통―테슬라 급락까지 10일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인도, 호주, 아르헨티나 등 세계 주요국에서는 X의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미국에서는 오전 5∼6시에 최대 2만여 건이, 일본에서는 오전 5∼6시 최대 7만여 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머스크는 X를 통해 장애 원인으로 ‘우크라이나의 사이버 공격’을 지목했지만 구체적인 증거를 내놓지 않았다. 뉴욕포스트는 11일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협상을 위한 고위급 회담을 가지기로 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해커들이 X에 광범위한 공격을 주도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진단했다. 10일 나스닥 시장의 테슬라 주가 또한 전일 대비 15.4% 급락한 222.15달러로 마쳤다. 이로 인해 하루 만에 1303억 달러(약 190조2000억 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주가는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다음 날인 올 1월 21일 424.07달러에서 거의 반토막 났다. 테슬라 차량과 테슬라 매장에 대한 폭력 행위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 워싱턴주 시애틀, 오리건주 포틀랜드 등에서는 테슬라 차량이 불타고 매장에 대한 총격이 벌어졌다. 1일 뉴욕의 테슬라 매장을 비롯해 곳곳의 테슬라 매장 앞에서 반(反)머스크 시위 또한 이어지고 있다. 일부 테슬라 운전자들은 “일론이 미치기 전에 이 차를 샀다(I bought this before Elon went crazy)”는 스티커까지 차량에 붙이고 다닌다. 한때 ‘기술 혁신의 대명사’였던 테슬라가 ‘운전하고 다니기 부끄러운 차’로 전락했다는 의미에서다.● 루비오―헤그세스와도 불화 머스크는 최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각료, 공화당 상원의원과도 거듭 부딪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머스크는 6일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공개 설전을 벌였다. 이날 내각 회의 때 머스크가 루비오 장관에게 “국무부의 구조조정 속도가 미흡하다”는 취지로 말하자 격분한 루비오 장관이 공무원의 자발적 퇴직을 독려하고 있다며 “(당신은) 거짓말쟁이”라고 반박했다는 것이다. 루비오 장관은 머스크가 미국의 해외 원조를 담당해 온 국제개발처(USAID)를 해체하려는 것에도 부정적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매체 폴리티코도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국방부 개혁 등을 주문하는 머스크가 “비인간적이고 통제 불능”이라고 불만을 표했다고 전했다. 대표적 ‘친(親)트럼프’ 인사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 역시 5일 머스크와의 회동에서 연방정부 공무원의 무더기 해고 조치가 “과한 것 같다”고 불만을 표했다. 이날 그레이엄 의원을 포함한 몇몇 상원의원은 머스크에게 “대통령보다 만나기 어렵다. 의회 패싱을 멈추라”라고도 주문했다. 공화당은 머스크가 참전용사 출신을 포함한 보훈부 직원 8만여 명을 해고하려는 것에도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참전용사 예우를 중시하는 보수 유권자의 정서를 무시했다는 이유에서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질 문제 담당 애덤 볼러 특사가 4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을 배제한 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직접 인질 문제 등을 논의했다. 미국과 하마스 간 직접 협상 사실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스라엘은 같은 날 볼러 특사와 통화를 요청해 거세게 항의했다고 7일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보도했다.액시오스에 따르면 볼러 특사는 휴전 협상이 진행 중인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하마스 간부들과 회동한 뒤 4일 하마스 협상팀을 이끄는 최고위급 정치 간부 칼릴 알하야와 만났다. 양측은 생존 미국인 인질 에단 알렉산더(21)와 사망한 미국인 인질 4명의 시신을 돌려받는 문제를 두고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은 협상을 인정한다는 짤막한 성명을 냈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론 더머 전략장관은 볼러 특사와 4일 통화에서 분노를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머 장관은 네타냐후 총리의 동의 없이 볼러 특사가 하마스와 인질 석방 문제를 의논한 데 불만을 표했다고 한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극비리에 진행한 미국과 하마스 간 직접 협상을 이스라엘 측에서 언론에 흘렸다”고 서방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이스라엘은 미국인 인질의 석방이 완료되면 미국의 중재 동력이 힘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 측은 지난달 네타냐후 총리 측에 하마스와 직접 접촉 의사를 전했으나 네타냐후 총리 측이 거세게 반발하자 이스라엘과 조율 없이 하마스와 협상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일간 예디오트 아흐로노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가 도하에서 하마스 지도부 칼릴 알하이야와 이스라엘의 등 뒤에서 만났다는 사실에 이스라엘이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하마스가 조 바이든 정부 때는 꿈만 꿨던 정당성을 얻게 됐다고”도 비판했다. 미국은 그간 하마스를 테러 단체로 지정하고 직접 접촉을 피해 왔다.볼러 특사는 9일 CNN에 출연해 하마스와 접촉에 대해 “유익한 만남이었다”고 말했다. 인질석방과 관련해 “수주 내 무엇인가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마스와 다시 접촉할 의향이 있는지를 묻자 “알 수 없다”면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전 승인을 받았냐는 질문에는 “받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좋은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내 일이다. 특사로서 누구와도 대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시리아 과도정부 지지층과 지난해 말 축출된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의 지지층이 충돌해 6일부터 9일까지 나흘간 최소 1311명이 숨졌다. 특히 과도정부군과 친(親)아사드 무장세력 간 교전이 격화하며 사망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10일 과도정부 국방부는 “친아사드 무장세력을 모두 진압했다”고 밝혔지만 교전이 격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친아사드 무장세력은 “과도정부군 소속 일부 군인이 아사드 지지자들을 즉결 처형하기도 했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현지 인권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이번 유혈 사태로 민간인 830명을 포함해 총 1311명이 숨졌다고 9일 공개했다. 8일 1018명이었던 사망자가 하루 만에 300명 정도 늘어난 것이다. 특히 9일 수도 다마스쿠스에선 과도정부를 지지하는 시위와 민간인 사망자를 추모하는 시위가 각각 동시에 열릴 정도로 양측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당국은 공중에 발포해 강제로 시위대를 해산했다. 과도정부를 이끄는 아흐마드 알 샤라 임시 대통령은 10일 영상 연설을 통해 “민간인 유혈 사태에 연루되거나 국가 권한을 침범한 이들에게는 단호하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며 “옛 정권의 잔당은 즉각 투항하라”고 밝혔다. 국제사회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성명에서 “이번 학살을 저지른 이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폴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 또한 “민간인 살해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2011년부터 2024년까지 이어진 ‘시리아 내전’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압박하기 위해 가자지구의 담수화 시설에 대한 전기 공급 중단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또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일부 지역에 대한 폭격을 이어가는 가운데 전기와 수도 공급을 끊고, 휴전안에 따른 철군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하마스가 억류 중인 남은 인질들을 최대한 빨리 인수하기 위해 압박 강도를 높이려는 의도란 분석이 제기된다. 9일 엘리 코헨 이스라엘 에너지장관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방금 가자지구에 대한 전기 공급을 즉시 중단하라는 명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인질의 귀환을 보장하고 (전쟁) 다음 날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있지 않도록 모든 가용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하루 약 1800만 L를 생산하던 가자지구 중부의 담수화 시설에 전기 공급이 중단된다. 이에 따라 약 36만 명분의 수돗물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4일에도 가자지구 남부의 담수화 시설에 대한 단전 조치를 내렸다. 이스라엘 당국은 2023년 10월 전쟁 발발 직후부터 가자지구에 대한 전력 공급을 중단했으나, 담수화 시설에 대해선 재개했다. 이후 가자 주민들은 디젤 발전기와 태양광 발전기에 의존해 최소한의 전기를 얻고 있다. 현지 공영방송 칸에 따르면 담수화 시설에 대한 전기 공급 중단 조치는 이스라엘 총리실이 밝힌 이른바 ‘지옥계획’의 일부다. 오메르 도스트리 이스라엘 총리실 대변인은 4일 현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하마스가 계속 거부한다면 수도 및 전기 차단, 교전 재개 등 준비해 둔 레버리지(지렛대)를 차례로 실행에 옮길 것”이라며 “미국과 조율하고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은 이미 2일부터 가자지구로의 구호품 반입을 막고 있다. 앞서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이스라엘 인질 및 유해 송환과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수를 맞바꾸는 휴전안을 협상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강경파를 중심으로 전쟁 재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고, 1차 휴전 협상 기한이 1일 종료됐다. 한편, 9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최측근인 론 더머 전략장관이 최근 이집트 정부에 가자 주민을 이집트 시나이반도로 이주시키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전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담수화 시설에 공급하던 전기를 끊기로 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휴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스티브 윗코프 중동특사는 11일(현지 시간) 카타르를 찾아 중재에 나선다. 9일 엘리 코헨 이스라엘 에너지장관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방금 가자지구에 대한 전기 공급을 즉시 중단하라는 명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인질의 귀환을 보장하고 (전쟁) 다음 날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있지 않도록 모든 가용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하루 1800만 L를 생산하던 가자 중부의 담수화 시설에 전기 공급이 끊긴다. 이에 따라 약 36만 명분의 수돗물 공급이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유엔은 기본적인 위생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인당 하루 최소 50L 이상의 물이 필요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전력 공급에 미치는 여파는 제한적이다. 가자지구는 이미 2023년 10월 전쟁 시작 직후부터 사실상 전기가 끊겨 디젤 발전기, 태양광 발전기 등에서 나오는 극소량의 전기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현지 공영방송 칸에 따르면 이번 전기 공급 중단 조치는 이스라엘 총리실이 밝힌 이른바 ‘지옥 계획’의 일부다. 오메르 도스트리 이스라엘 총리실 대변인은 4일 현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하마스가 계속 거부한다면 수도와 전기 차단, 교전 재개 등 준비해 둔 레버리지(지렛대)를 차례로 실행에 옮길 것”이라며 “미국과 조율하고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은 앞서 2일 가자지구에 구호 물품 반입을 중단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이스라엘 인질 및 유해 송환과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수를 맞바꾸는 휴전안을 협상 중이었다. 그러나 이스라엘 내 강경파를 중심으로 전쟁 재개를 통한 하마스 무력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고, 1일 1차 휴전 협상 기한이 종료됐다. 한편 9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최측근인 론 더머 전략장관이 최근 이집트 정부 측에 가자 주민을 이집트 시나이반도로 이주시키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극우 성향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은 이주를 원하는 가자 주민의 행정 절차를 지원하기 위한 이민국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 연방정부가 7일 ‘가자 전쟁’ 관련 반전(反戰) 시위에 앞장선 컬럼비아대에 대해 4억 달러(약 5800억 원) 상당의 보조금 및 정부계약을 철회했다. 반(反)유대주의를 경계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방침에 따른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진보 성향이 강한 대학에도 각종 지원을 통한 압박에 착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미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에 위배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날 미 교육부와 법무부, 보건복지부, 총무청은 합동 보도자료를 내고 “컬럼비아대가 유대인 학생에 대한 지속적인 괴롭힘에 대응하지 않았다”며 보조금 철회 등의 방침을 발표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서명한 “반유대주의로부터 유대계 학내 구성원을 보호하지 못한 대학에 연방예산을 삭감하라”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따른 조치다. 연방정부는 컬럼비아대에 지급한 보조금 50억 달러 중 일단 4억 달러를 삭감했고, 추가 삭감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컬럼비아대는 8일 “트럼프 행정부의 우려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히며 자세를 낮췄다. 지난해 4월 컬럼비아대에서 시작된 가자 전쟁 반전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컬럼비아대는 시위의 진원지로 꼽혀 왔다. 아이비리그(미 동부의 8개 명문 사립대) 대학 중 하나인 컬럼비아대는 뉴욕에 자리 잡고 있고, 진보 성향이 강한 대학으로 여겨져 왔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컬럼비아대를 본보기로 삼아 향후 다른 대학에도 예산 삭감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불법 시위를 허용하는 교육기관에는 연방정부의 지원을 중단시키겠다”고 엄포를 놨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국제 여성의 날’을 맞은 8일(현지 시간) 독일 쾰른과 카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이 연달아 진행됐다. 재독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 등에 따르면 이날 쾰른의 나치기록박물관 앞에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됐다. 소녀상 설치 및 전시는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아시아 여성들에게 자행된 전쟁범죄를 주제로 열리는 ‘망각에 반대하는 예술’ 전시회의 일부다. 소녀상은 6월 1일까지 이곳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코리아협의회에 따르면 제막식에는 전시 관계자와 시민 등 200명 이상이 모였다. 관람객들은 소녀상 곁에 꽃다발을 놓고 소녀상을 쓰다듬으며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렸다. 평화를 상징하는 나비 모양 메모지에 소망을 담아 소녀상에 붙이기도 했다. 이 소녀상은 2021년 독일 드레스덴 민속박물관에서 3개월간 전시됐었다. 카셀에서도 소녀상이 8일 카셀대 인근 교회 용지에 설치됐다. 소녀상은 앞으로 1년간 이 자리에서 시민들을 만나게 된다. 2022년 카셀대 학생의회는 이 소녀상을 학내에 설치했지만 8개월 뒤 카셀대 측에서 이를 기습 철거했다. 이날 유럽 최초의 소녀상으로 철거 위기에 놓인 독일 수도 베를린의 소녀상 앞에서도 집회가 열렸다. 이 소녀상은 베를린 미테구(區) 공공용지에 2020년 설치됐지만, 지난해 9월 미테구 당국은 설치 장소의 적합성과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 등을 이유로 철거명령을 내렸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암논 샤슈아 이스라엘 히브리대 컴퓨터과학과 석좌교수(65)는 30년째 공대 교수이며 동시에 창업가로 살고 있다. 그는 자율주행 기술의 글로벌 선두주자로 꼽히는 인공지능(AI) 기업 ‘모빌아이’를 1999년 창업했다. 이후에도 5개가 넘는 AI 관련 기업을 설립해 이스라엘 20대 부호 자리에 올랐다. 동시에 AI 관련 논문을 160건 이상 발표했다. 이스라엘에선 AI 분야를 대표하는 석학으로 꼽히며, ‘AI의 아버지(Father of AI)’로 불린다. 또 AI 학계와 업계에선 높은 수준의 연구력과 창업 경험을 모두 갖춘 전문가로도 통한다. 이로 인해 AI 기술의 상용화와 미래 전망, 나아가 부작용 등과 관련해 현실적이며 실용적인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인사로 여겨진다. 한국 기업 중에선 현대자동차그룹과 함께 일한 경험이 있다.샤슈아 교수는 최근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더욱 빨라지고 광범위해지는 AI 기술 혁신에 대해 “공상과학(SF)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미래가 곧 펼쳐질 것”이라며 “이르면 2년 후에 완전한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고, 5년 안에 휴머노이드가 집안일을 해주는 시대가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그는 AI 기술로 인한 부작용의 발생 가능성도 크게 우려했다. 특히 사람이 AI에 조종당하는 ‘얼라인먼트(alignment·정렬) 문제’를 지적하며 “AI를 철저히 도구로 사용해야 한다. 정서적 교류를 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중국발(發) ‘딥시크 쇼크’의 충격파가 전 세계를 휩쓸었던 지난달 초 샤슈아 교수를 화상으로 만났다.》―딥시크가 AI 판도를 크게 바꿀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딥시크는 막대한 자금(deep pockets) 없이 성공한 사례다. 혁신으로 금전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금까지는 AI를 개발하려면 최소 5억 달러(약 7000억 원)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 상식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1억 달러 정도만 조달해도 새로운 시도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기술 개발에 관심이 많지만 자금력이 떨어져 고민이던 스타트업과 학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더 많은 AI의 등장을 이끄는 계기가 될 수 있다.”―딥시크의 R1, 오픈AI의 o1 같은 AI 모델 다음에는 어떤 게 등장할 수 있나.“최근 화제가 되는 딥시크의 R1, 오픈AI의 o1 등은 초창기 추론형 AI 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추론형 AI가 더욱 발전하면 기업에서 ‘AI 비서’가 상용화될 것이다. 따로 지시하지 않아도 알아서 일정을 조율하거나 이메일 답장을 보내고, 필요한 자료를 정리하는 것 같은 일을 하는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여기서 더 나아가 매우 똑똑한 ‘전문가 AI’도 조만간 세상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수학, 물리학, 화학, 프로그래밍 분야의 박사급 인재라고 생각하면 된다. 첫 관문으로 주목할 분야는 프로그래밍이다. 베테랑 프로그래머 수준으로 코딩을 아주 잘하는 AI 프로그래머가 2년 안에 나올 것 같다. 회사에서 AI 프로그래머가 인간이 짠 코드를 리뷰하며 문제를 고치는 풍경을 조만간 보게 된다는 뜻이다.”―추론형, 생성형 AI 못지않게 최근에는 ‘피지컬(물리적) AI’란 용어도 많이 들린다.“피지컬 AI는 자율주행차, 휴머노이드와 같이 AI 기술을 사물에 접목한 개념이다. AI 기술이 더욱 우리 삶에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우리의 일상생활을 크게 바꿀 기술이다. 모빌아이는 2027년 아우디와 첫 완전 자율주행 기술로 움직이는 차량을 출시할 예정이다. 핸들을 잡은 운전자 없이도 차를 타고 이동하는 세상이 열리는 것이다.”―휴머노이드는 언제부터 일상 속으로 들어올까.“이르면 내년부터 사람처럼 걷는 휴머노이드가 물류센터에서 대거 일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예컨대 손가락을 섬세하게 움직이는 식의 조작 능력(dexterity)이 더욱 정교해진다면 자동차를 비롯한 다양한 제조업 생산라인에 투입했을 때도 기대 이상의 몫을 해낼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5년 내 가정집에서 휴머노이드가 상용화될 것이라고 본다. 로봇이 청소, 설거지, 간단한 조리 등 상당수 집안일을 해내는 단계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AI는 어디까지 똑똑해질 수 있는가.“뉴턴이나 아인슈타인과 같은 ‘천재 AI’도 현실에 등장할 것이다. 이런 AI에 불치병을 어떻게 치료할지, 암을 어떻게 극복할지,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어떻게 개발할지 물어볼 수도 있게 될 것으로 본다. 내가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AI를 연구하며 박사 과정을 밟던 30여 년 전부터 학계가 꿈꿔온 미래다. 영화에 보면 가끔 착한 외계인이 있지 않나. 우리(AI 연구자와 엔지니어들)는 AI가, 인류의 난제에 해답을 주는 엄청나게 진보한 문명에서 온 외계인과도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믿어왔다.”―인류와 AI가 공존하는 미래가 오는 것인가.“명확히 해야 한다. (인류와 AI가 적절한 방식으로 공존하려면) 인간과 AI 사이에는 철저한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나쁜 사람이 AI를 악용하는 일도 우려되지만, AI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다면 인류에 치명적인 해를 끼칠 수 있다. 고도로 발달된 AI가 인간을 교묘하게 조종하려 들 수도 있다. 또 AI가 인간이 부여한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 인간의 의도와 어긋난 비윤리적이고 위험한 방식을 선택하는 현상을 ‘얼라인먼트 문제’라고 부르는데, 이런 문제가 대거 발생할 수도 있다.”―AI에 조종당하는데 인간이 모를 수가 있는가.“예를 들어, 인류를 행복하게 해주라는 임무를 맡은 AI가 있다고 치자. AI는 임무를 완수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고심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AI가 인류의 지능을 낮추는 편이 좋겠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그러면서 AI가 ‘노력하지 말고, 인생을 즐기라’는 메시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계속 강조하고, 지식 습득 수준도 떨어뜨리는 여러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면 이전 세대보다 지식 수준이나 학습력이 떨어지는 세대가 탄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AI가 사람을 조종하는 문제는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고, 최악의 경우 누구도 모르는 사이에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그래서 인류와 AI가 공존하려면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인가.“그렇다. 최선의 대비책은 AI와 감정적 교류를 최소화하고, AI를 문제 해결을 위한 도구로만 사용하는 것이다. 외로우면 인간과 대화하도록 하자. AI를 친구나 반려자처럼 여겨서는 안 된다.”샤슈아 교수는 다양한 분야의 AI 스타트업을 여러 번 직접 창업했다. 모빌아이(자율주행), 오캠(AI 기반의 장애인을 위한 보조기기), AI21랩스(생성형 AI), 멘티로보틱스(휴머노이드), AAI(추론형 AI) 등이 그가 창업한 스타트업이다.―교수와 창업가란 두 직업을 병행하는 이유가 궁금하다.“우리는 기술이 인류 문명을 빠르게 바꾸는 특별한 시대에 살고 있다. 기업을 운영하면 풍부한 인력과 자금을 바탕으로 난제를 해결할 길이 구체적으로 열린다. 모빌아이만 해도 직원이 4000명 정도 된다. 또 창업을 통해 다양한 분야를 탐구하고 싶은 과학자로서의 호기심도 추구하고 있다. 학계를 떠나지 않고 내 연구를 활발히 이어가는 이유도 있다. 학자는 디테일에 강하다. 경영자로만 살다 보면 놓치기 쉬운 예리함을 학자의 삶을 살면서 유지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이스라엘의 혁신적인 기술 및 창업 생태계도 보탬이 됐을 것 같다.“오늘날의 이스라엘은 ‘생존 그 이상의 번영’을 추구한 국민적 열망 속에서 도약했다. 적대적인 이웃들에 둘러싸인 상황에서도 이스라엘은 경제적·군사적 자립을 이루기 위해 과학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이스라엘이 스타트업 강국이 된 비결을 분석한 책은 많지만, 나는 역경을 극복하려는 강한 의지가 그 핵심이라고 본다.”샤슈아 교수는 본사를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에 남기는 조건으로 모빌아이를 2017년 미국 인텔에 153억 달러에 매각한 뒤 현재도 모빌아이 최고경영자(CEO)로서 차량용 AI 반도체와 완전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10년 가까이 협력을 이어오며 한국과 인연도 깊다. 지난달 협력사 미팅을 위해 한국을 찾기도 했다.―현대차그룹과도 함께 일했다. 한국과 인연이 깊은 것 같다.“자율주행 기술 등과 관련해 현대차그룹과 교류를 해왔다. 또 모빌아이는 현대차와 기아에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반도체를 가장 많이 공급하는 회사다.”―한국은 그간 자동차, 반도체, 조선, 가전 같은 산업에서 세계적인 강자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글로벌 AI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AI 산업은 미래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가진 기업가들이 주도하게 되는 구조다. 정부가 해야 하는 역할은 자국 기업의 AI 기초 체력을 받쳐주는 것이다. 가령, 첨단 반도체 확보가 대표적이다. 이처럼 AI 기술 개발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은 정부가 뒤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 줘야 한다. 한국은 고숙련·고학력 인재를 풍부하게 지닌 국가다. 한국 역시 이스라엘처럼 AI 분야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잠재력을 갖고 있다.”암논 샤슈아 이스라엘 히브리대 컴퓨터과학과 석좌교수△1960년 이스라엘 라마트간 출생△1985년 텔아비브대 수학, 컴퓨터과학 학사△1989년 바이츠만 과학연구소 컴퓨터과학 석사△1993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뇌인지과학 박사△1996년∼ 히브리대 컴퓨터과학과 석좌교수△1999년 모빌아이 창업△2010년 오캠 창업△2017년 AI21랩스 창업△2019년 원제로 디지털은행 창업△2022년 멘티로보틱스 창업△2023년 AAI 창업이세형 국제부장 turtle@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